희랍 즉 그리스의 고전 읽기는 늘 어렵습니다. 오랜 세월을 거쳐 우리에게 닿은 그 책의 내용을 파악한다는 것은 숨은그림찾기처럼 생각을 계속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알기 쉽게 설명된 안내서 한 권을 동반한다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희랍 고전 전문가인 강대진 교수의 책을 제 희랍고전 읽기의 동반자로 선택하여 읽었습니다. 청소년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쓴 책이기에 이해가 더 쉬웠습니다.^^ 『오뒷세이아』는 문학 장르상 서사시에 속합니다. 운율이 있는 언어를 이해하는 것도 어려운데, 번역본은 더 쉽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아래의 문장을 보십시오.잿더미 속에 불씨를 감추고 있는 모습으로 비유된오뒷세우스는 어떤 의미인지 알기어려웠습니다. 이런 부분을 저자는 알기 쉽게 설명을 해주고 있습니다. 마치 어떤 사람이 근처에 이웃이라고는 없는 가장 멀리 떨어진 시골에서, 검은 잿더미 밑에도 타고 있는 나무들을 감추고 있어 불씨를 보전하게 되고 다른 데서는 불을 가져올 필요가 없을 때와 같이, 꼭 그처럼 오뒷세우스는 자기 몸을 덮었다. 5권 488~491행 오뒷세우스가 바다에서 빠져나와 나뭇잎을 덮고 잠드는 장면이다. 여기서 오뒷세우스는 재 속에 묻힌 불씨에 비
2020-05-11 10:43한교닷컴 e리포터로 활동중인 장세진 평론가는 최근 영화에세이 ‘한국영화 톺아보기’(해드림출판사, 값20,000원)를 펴냈다. 온라인과 전국 대형 서점에서 시판중인 ‘한국영화 톺아보기’는 영화 이야기로만 국한하면 11번째, 문학평론집이나 산문집 등 다른 장르들까지 망라하면 47권째(편저 4권 포함) 펴내는 장세진 지음의 책이다. 지난 해 1월 산문집 ‘진짜로 대통령 잘 뽑아야’ 이후 1년 5개월 만에 펴낸 책이기도 하다. 장세진 평론가가 펴낸 ‘한국영화 톺아보기’에는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과 아카데미 4관왕 차지로 세계영화사를 새로 쓰거나, 무려 1626만 명 넘는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인 ‘기생충’ㆍ‘극한직업’부터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으로 대박을 터뜨리거나 화제를 몰고온 ‘노무현입니다’ㆍ‘천안함 프로젝트’까지 모두 114편의 한국영화 이야기가 114장 사진들과 함께 실려 있다. 4부로 나누어져 있는 114편 글은 편당 200자 원고지 10장 안팎의 한국영화 이야기다. 이미 한교닷컴 등 여러 매체에 발표한 제1~2부와 달리 3~4부의 처음 선보이는 글들은, 굳이 말하자면 영화평이지만 다른 평론가의 그것들과 차별화된 특징이 있다. 영화나 감독, 또는 배
2020-05-11 10:43산은 초록의 숨결을 토해내고 있습니다. 신갈나무와 상수리나무 같은 참나무 무리의 톤 다운된 노랑 꽃차례와 보드라운 잎으로 가득한 산으로 들어서면 먹먹한 푸른 기운 앞에 숨이 막힙니다. 우렁우렁한 산이 깨어나고 산줄기마다 숨겨진 계곡은 맑은 물줄기를 개울로 흘려보내는 기분 좋은 소리로 부산한 계절입니다. 사시사철 산에 올라도 늘 다른 표정으로 만나는 산이 무성한 이곳은 대한민국입니다. 저는 숲과 강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바다보다는 산에서 풍겨 나오는 푸른 기운과 나무들의 청청한 웃음과 산자락 접힌 곳에 흐르는 냇물에 발을 잠그고 있을 때 기분 좋은 서늘한 감촉을 좋아합니다. 숲으로 산책을 다녀와서 한 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푸른 산과 맑은 물과 논바닥을 기는 거머리마저 그리워하며힘없는 나라에서도 더 힘없는 백성들이 살기 위해 떠나간 먼 이국의 슬프고 아픈 이야기입니다. 김영하 작가의 『검은 꽃』은 1905년 멕시코로 떠난 한국인들의 이민사(移民史)를 그려낸 장편소설로 2004년 동인문학상 수상 당시 “가장 약한 나라의 가장 힘없는 사람들의 인생 경영을 강렬하게 그린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백 년 전 멕시코로 떠나 완전히 잊혀 버린 이들의 삶을 간
2020-04-27 11:35명통시(明通寺)를 아시나요? 푸르름이 짙어가던 4월, 날씨는 맑고 화창한데 습관처럼 일찍 출근하여 들어선 학교도서관이 가끔은 무료해지는 날이 있었습니다. 그날이 그날 같은, 설렘이 없는 관성적인 날에는 읽던 책을 접어두고 서가를 빙 돌았습니다. 어디선가 보물 같은 책을 골라 잡을 기대를 하면서 하릴없이 서가를 돌다 이 책을 만났습니다. 그만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소라는 책 이름이 나를 불렀습니다. "이만한 책은 어디에도 없소!"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는 이내 빨려들 듯 읽어 내렸습니다. 가슴 시린 이야기들이 동화처럼 펼쳐졌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임금이 있었다니, 이렇게 자신을 사랑한 선조가 있었다니! 5만 원 권 지폐 뒷면에 새겨진 풍죽화의 사연을 남긴 이정의 이야기를 비롯해서 아프고 시린 조선의 위대한 인물들이, 장애를 딛고 일어선 눈물겨운 사연들이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 속에 숨어있었습니다. 결코 초등학생만을 위한 책이 아니었습니다. 어른들이 동화를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를 깨닫게 한 책입니다. 감동을 주는 책이라면, 가슴 뜨거운 에너지를 전해줄 수 있는 책이라면 어찌나이를 가릴 수 있을 것인지. 이 책에는 장애를 가지고도 자신의 분야에서…
2020-04-27 11:35어여쁘게 피었던 봄꽃이 우수수 날립니다. 연분홍 꽃잎은 발길이 뜸한 식당 문 앞에 수북하게 쌓였습니다. 가게 문을 열고 초로의 아저씨 한 분이 빗자루를 들고나와 마른 꽃잎을 쓸고 있습니다. 봄이 쓸려 가고 있습니다. 지구를 공포와 죽음으로 몰고 가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상관없이 계절은 속절없이 가고 있습니다.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었습니다. 학생들 없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게 되는 이 사태가 안타깝고 슬픕니다. 그래도 우리는 성실하고 꿋꿋하게 버티며 나아가야겠지요. 이 시기에 가장 어울리는 책을 추천하라면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입니다. 조용한 해양도시인 오랑시가 페스트로 감염되고 대유행이 일어납니다. 이러한 극한상황 속에서 죽음의 공포로 인한 인간의 모습이 잘 드러납니다. 전염병으로 도시가 봉쇄되어 고립되면서 의사 리유를 중심으로 페스트에 대항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파루는 외지인이지만 리유를 도와주기 위해 민간인 자원봉사대인 ‘보건대’를 만들어 병자들을 돕습니다. 보건대에서 성실하고 위대하며 우스꽝스러운 그랑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도시 봉쇄로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지 못하게 된 파견 기자 랑베르는 끊임없이 도시 탈출을 시도하다 결국에는 마음
2020-04-09 16:50서울에 남산(南山)이 있다면 수원에는 팔달산(八達山)이 있다. 남산은 애국가 4절에 나온다. 팔달산은 태조 2년 1394년 이성계가 지어 내렸다고 알려져 있다. 두 산의 공통점은 도심에자리잡아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주거지와 가까우니 시민들은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산을 찾을 수 있다. 산 높이도 그리 높지 않아 등산 개념이 아니라 산책 삼아 쉽게 돌아볼 수 있다. 지금 팔달산 회주도로는벚꽃이 한창이다. 얼마 전 아내와 함께 팔달산을 찾았다. 산행 코스는 화서문에서 성벽을 따라 화성장대로 직접 오르는 길. 계단이 많기는 하지만 가끔 뒤돌아 보니 시내 전경이 보이고 멀리 광교산도 보인다. 화성장대 가까이 가니 진달래꽃이 활짝 피었다. 수원시의 시화(市花)를 만나니 반갑기만 하다. 숙지산에는 진달래 동산이 있는데 팔달산 곳곳에서도 진달래가 반겨준다. 지금부터 팔달산의 추억여행을 떠나보고자 한다. 필자의 초중학교 시절인 1960년대 팔달산에 관한 이야기다. 과거 이야기만 하지 않는다. 지금의 이야기도 나온다. 유년시절 우리들은 팔달산을 팔딱산으로 불렀다. 발음하기도 재미 있거니와명칭에 얽힌이야기를 믿었다.. 수원에 물난리가 나서 온통 시가지가 잠겼는데…
2020-04-09 16:50읽고 싶어도 못 읽는 아이들을 도와주세요 말은 잘 하는데 읽지 못하는 아이, 책 때문에 힘들어 하는 아이, 6학년에 가서야 겨우 책을 읽게 된 아이, 문제를 듣고 답을 맞힐 수 있으나 읽고는 맞추지 못하는 아이, 공부 시간에 매우 성실한 아이, 공간지능이 발달한 아이,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 공부하기를 좋아하는 아이. 위에 열거한 특징을 가진 아이들은 바로 난독증을 가진 학생들이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읽기에 어려움을 보이는 아이들입니다. 그러나 난독증은 학습부진이나 학습지진, 학습장애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게 이 책의 결론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우리나라에서는 난독증에 관한 구체적인 개념과 특징을 열거하거나 대책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일부 민간단체에서 읽기 장애를 가진 학생을 둔 학부모들과 함께 구제 운동을 펼치고 있었는데 이제야 겨우 학교현장에서 그 심각성을 이해하고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초보 수준을 면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난독증을 연구하거나 해외 문헌을 번역하여 들여온 사람들의 활동으로 민간단체가 형성되어 난독증을 지닌 자녀 때문에 고생하는 학부모 모임과 연결되어 활발히 활동하며 국가를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국가
2020-04-09 16:49나는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 ? "천지간에 꽃이지만 꽃구경만 하지 말고 나 자신은 어떤 꽃을 피우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아야 한다. " -법정스님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어떤 이름을 남길 것인가? 나의 가족에게, 나의 제자들에게,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이 물음은 바로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가? 내가 걸어온 길이 어떤 길이었는가를 묻는 질문과 같다. 어떤 이는 죽어서 더 이름을 남기고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가하면, 어떤 이는 죽은 뒤에 더 추락하는 이도 있다. 심하면 수백 년이 지나 회복이 되기도 하고 영영 못된 사람으로 추락하는 이도 있다. '어진 사람은 오래 산다'는 말도 있다. 이때 오래 산다는 의미는 생물학적 시간의 길이를 말함이 아니다. 얼마나 오래 역사적으로 기억되는가를 말함이다. 예수나 공자, 노자처럼 인간의 역사가 지속되는 한 영원불멸의 이름으로 남는 그들은 바로 어진 사람이었고 세상을 구원하고 싶어 하며 마지막 한 걸음까지 생명의 불꽃을 태운 사람들이다. "나는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 라는 질문은 대단한 위인이 되어 불특정 다수에게 무엇으로 기억될지 고민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가장 가까이
2020-04-01 11:10영월에 간다. 장릉에 가 보고 싶었다. 수도권에 있는 왕릉은 그럭저럭 다 가봤다. 장릉은 이야기가 많았지만 멀어서 발길을 옮길 수 없었다. 수도권을 벗어날 때는 도로에서 신경이 날카롭다. 다른 차들과 경쟁하듯 달리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제천에 들어서고, 강원도가 가까워지니 운전하기 편하다. 한가롭게 뻗은 지방도로에 차가 뜸하다. 경치도 아름답다. 산봉우리들이 서로 이마를 쳐들고 키 자랑을 하고 있다. 몸뚱이에는 숲을 키우고, 큼지막한 바윗덩어리도 안고 있다. 바윗덩어리들은 울창한 숲속에 나무들 바람막이라도 한 듯, 바람에 깎여 가파르게 몸을 세운 절벽이 되었다. 영월은 탄광 산업이 쇠퇴하면서 인구도 줄고 경제도 기울었다고 한다. 고갯길에서 만난 음식점도 입구부터 허름하게 낡았고, 주인 내외도 늙었다. 동네도 무릉도원면이 있고 김삿갓면이 있다. 그 이름이 좀 느리게 사는 흔적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단종의 애잔한 역사는 풍요롭다. 단종의 이야기가 슬픔으로 침식되고, 시간의 풍화 작용을 거치면서 영월을 떠받치고 있다. 단종은 자손이 없던 왕실에 귀한 왕손이었다. 할아버지 세종대왕도 특별히 귀여워하고 여덟 살에 왕세손으로 책봉했다. 그러나 단종의 운명은…
2020-04-01 11:09배움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해요 세상이 온통 코로나19에 묻혔습니다. 특히 코로나19로 학교에 갈 수 없는 아이들, 교실은 있지만 문을 열지 못하는 학교 소식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1년 중 가장 설레고 중요한 학년 초를 어둡게 보낸 지금, 배움은 학교에서만 이루어져야 하는지, 학교 밖 배움의 길이 궁금하던 때 이 책을 만났습니다. 이 책은 배움에 대한 상식을 깨기에 충분합니다. 규격화된 학교 건물과 만들어진 교육과정으로 무장한 선생님,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 일수와 교과별 시간 배당 계획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공부가 이루어지는 곳이 학교라고 생각하는 일반 상식을 뛰어넘는, 조금은 이상한 학교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없다면 학교가 그들에게 와야 한다고 생각한 시골 소년의 꿈이 탄생시킨 떠다니는 배 위의 학교, 방글라데시 파브나 ‘플로팅스쿨’ 이야기는 선생님의 열정이 바로 학교임을 감동적으로 보여줍니다. 곰도 잡는 생활교육으로 순록을 기르게 하는 러시아 사하공화국 ‘세비안큐얼 유목학교’의 모습은 생활교육과 생존 교육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지구의 미래를 고민하며 친환경 교육의 전범을 보여준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학교’ ‘키
2020-03-30 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