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철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학여울 풍경》.푸른 잉크가 번지는만년필로 서명을 하는 모습에는 삶의 연륜이 묻어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의 시집을 받아들고 첫 만남을 생각하였습니다. 오래전, 소년 같은 시인은 막걸릿집에 혼자 앉아 카메라를 만지며 긴 침묵에 싸여 있었습니다. 그날 경주는 추웠고, 작가 모임이 끝나고 겨울 서라벌의 밤이 아쉬운 저와 벗은 숙소 가까운 보문호로 처용가를 부르며 산책을 하였습니다. 찬바람에도 천년 고도의 향기를 품어 행복하기만 하여, 막걸리나 한잔하자며 들어선 곳에는 모임에서 인사를 나눈 시인이 앉아 파전을 펼치고 막걸리를 붓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바람 같은 문우 한 명을 만났습니다. 오랜 시간, 시인의 시가 더 여물어가고 열매를 맺고 다시 새로운 항해를 시작하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그의 카메라가 포착하는 삶의 편린(片鱗)과 시대의 풍경이 보여주는 따뜻한 마음들이 SNS를 타고 흘러들곤 하였습니다. 가족을 지키는 외로운 늑대이며, 문안 인사를 드리러 새벽이슬에 옷자락을 적시는 아들이며, 아직도 청년 장교의 마음으로 검을 사랑하는 바람 같은 영혼입니다. 강에 비추어진 설산의 얼굴이 제게 온 시집의 첫모습이었습니다. 산비탈에 내린…
2020-08-27 08:56수원시도시숲연합회(공동대표 이범석 박수경)는 (재)수원그린트러스트(이사장 이득현)와 8월 18일 오전 11시 (재)수원그린트러스트 사무실에서 업무협약을 가졌다. 두 단체는 지역사회 공헌을 위한 공익활동을 공유 협력하고 다양한 도시숲 공동활동을 통하여 수원시 도시녹화를 지원 협력하기로 했다. 이 날 협약식에는 수원시도시숲연합회 대표와 사무국장, 감사가 참석하였고 (재)수원그린트러스트에서는 이사장과 팀장이 참석하여 협력을 약속했다.
2020-08-20 08:38(재)수원그린트러스트(이사장 이득현)은 8월 13일 10시 지속가능한 생태환경수도 수원을 만들기 위한 제2차 도시숲 만들기 범시민운동본부 준비토론회를 수원환경운동센터에서 가졌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7월 31일 1차 토론회(장소 수원환경운동센터)에 이어 열린 것이다. 3차 토론회는 9월 3일 수원환경운동센터에서, 4차 토론회는 9월 24일 수원시의회에서 개최될 에정이다. (재)수원그린트러스트는 미세먼지 대응 및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도시숲을 확보, 장기적 도시숲 마련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구축, 시민참여를 통한 지속가능한 도시숲 운동본부를 마련하고자 4차에 걸친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에는 두 명의 발표자를 외부에서 초빙하고 세 명의 내부 토론자가 토론을 이어걌다. 첫 발표자로 광주광역시 푸른길 공원 조준혁 사무국장이 나서 ‘시민 참여 도시숲 조성 및 운영 사례’를 소개했다. 조 국장은 “철도폐선 구간을 3년간 사회적 논의를 거쳐 공원화를 결정하고 10년간의 거버넌스를 거쳐 공원을 조성했다”며 “몇 천 그루 식목이 중요한 게 아니라 땅 확보와 지자체의 예산 확보가 성패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재)숲속의전남 서희원 이사는 ‘광양시의 기업공
2020-08-18 08:17장마가 길고 질기게 우리 곁에 머물러 있습니다. 우울한 우기를 견디며 비가 잦아드는 시간이면 가까운 숲으로 산책을 합니다. 물기 머금은 숲에는 하얀 버섯이 무더기로 피어났다 다시 스러지고 있습니다. 집중 호우가 지나간 자리에 여물지 못한 푸른 밤송이와 도토리, 때죽나무 둥글고 여린 열매가 보입니다. 흰구름이 휘감은 고운대 암봉이 신비롭고 아름답습니다. 봄철 고운대 주변에는 진홍의 아름다운 철쭉이 피어납니다. 수 천 년의 시간을 거슬러 신라의 어느 여인도 이 자리에서 저처럼 감탄을 하였을 것이란 생각을 합니다. 나를 위해 헌화가를 부르며 철쭉 한 송이를 꺾어줄 사람을 찾아볼까 하는 엉뚱한 생각으로 기분 좋아집니다. 역사서『삼국유사』에 나오는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가 수로부인이라 고운기 교수는 말합니다. 신라 성덕왕 때, 수로부인은 강릉 태수로 부임하는 남편 순정공을 따라 길을 떠납니다. 철없는 미녀 수로부인은 해변에서 점심을 먹다가 절벽에 핀 철쭉꽃을 탐냅니다. 아무도 절벽을 오르지 못하는데, 한 노인 암소를 몰고 가다가 멈춰서더니, 그 꽃을 꺾어와 바치며 노래를 부릅니다. 이 노래가 ‘헌화가(獻花歌)’입니다. 이틀 뒤 그녀의 아름다움은 새로운 사건을 일으
2020-08-13 08:34수원시는 29일 오전 10시 팔달구 화서동 동말로(화서5거리~덕영대로)와 화양로(화서5거리~숙지공원 삼거리) 1.6km 일대에서 가로수 배롱나무에 표찰을 달았다. 표찰에는 가로수 이름, 특성, 꽃말, 주의사항 등이 담겼다. 수원시는 시민들에게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한 가로수 정보를 알리고 시민들에게 가로수를 함께 가꾸는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관련 시민 단체들과 가로수 표찰 달기 행사를 진행한 것. 현재 동말로와 화양로에는 배롱나무 289 그루애 분홍색 꽃이 만발한 상태다. 이 행사에는 수원시 공직자, 가로수정원사봉사단 단원, (재)수원그린트러스트·수원시도시숲연합회·생태조경협회·무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회원, 시민 등 70여 명이 참가해 봉사활동을 전개하였다. 참기자들은 소속 단체 조끼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화서5거리에 모였다. 수원시 공원녹지사업소 차선식 팀장으로부터 오늘 행사에 대한 안내를 듣고 활동을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동말로와 화양로 도로 양편에 삼삼오오 조를 나누어 표찰을 달았다. 또 가로수의 소중함을 알리는 피켓을 들고 캠페인을 벌였다. 이 가로수길은 수원에서 유일한 배롱나무 구간이다. 표찰의 내용은 나무의 이름, 특징, 꽃말 등이다. 또 나
2020-07-30 14:06깊은 강, 신이여, 나는 강을 건너, 집회의 땅으로 가고 싶어라 -흑인 영가 책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흑인 영가의 한 구절입니다. 일본 소설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닌 저는 엔도 슈사쿠의 책을 처음 만났습니다. 헌책방에서 푸른색 표지가 인상적인 책이 보여 무심코 사 와서 몇 달 동안 책의 존재를 잊고 있었습니다. 장맛비에 읽어야 할 책을 찾다가 ‘깊은 강’이란 묘한 울림이 느껴지는 제목에 빗소리를 들으며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비는 계속 내리고 저는 갠지즈강의 긴 흐름에 몸을 맡긴 방랑자처럼 책 속에 젖어 들었습니다. 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네 사람은 인도 단체 여행을 계기로 만나게 됩니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품은 이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찾아 인도로 간 것입니다. 신분과는 상관없이 모든 사람을 품어 안는 어머니의 강 갠지즈와 그곳에서 진정한 평화를 얻는 사람들을 통해 치유와 안식을 느끼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평범한 가장 이소베는 아내를 암으로 떠나보냅니다. 그런데 아내는 유언으로 자신이 꼭 다시 태어날 것이니 자신을 찾으라는 말을 남기게 됩니다. 이소베의 아내를 간호했던 미쓰코는 대학 시절 그저 장난으로 유혹했다 버린 카톨릭 신자 오쓰가 인도의 수도원에 있
2020-07-29 16:06국내 최대 규모의 도심 호수공원인 광교호수공원. 수원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른 곳이다. 공원의 중심인 원천저수지와 신대저수지는 광교산에서 흘러내린 물을 모아 농업용수를 공급하던 인공저수지였다. 이 두 개의 저수지를 품어 광교호수공원이 탄생했다. 원천호수와 신대호수를 합쳐 부르는 것이다. 공원면적은 200만 ㎡(약 60만 평). 광교호수공원을 직접 답사해 보았다. 제2주차장에서 신대호수를 향한다. 호수 둑에서 데크길을 걸었다. 한 바퀴 도니 4.4km. 이제 원천호수를 향한다. ‘재미난 밭’을 지나니 프라이부르크 전망대가 보인다. 여기서 두 개의 호수를 조망했다. 원천호수 데크길은 3km. 다시 출발지로 오니 총 3시간 소요되었다. 지금은 광교호수공원이지만 과거엔 원천저수지, 신대저수지로 불렸다. 이곳 사람들은 신대저수지를 웃방죽, 원천저수지를 아랫방죽이라고 불렀다. 수원 사람들은 원천저수지보다는 원천유원지가 익숙했다. 저수지는 농업용수 공급이 목적이지만 유원지는 놀러 가는 곳이다. 1960년대 수원여중, 수원여고를 다녔던 필자의 누님은 6년간 봄소풍을 원천유원지로 갔다고 회상한다. 필자는 수원북중 출신인데 소풍을 이곳으로 와 둑 옆 소나무 동산에서 오락시간
2020-07-19 21:50우기입니다. 장맛비는 우수수 내리다 그치고 다시 내리기를 반복합니다. 아파트 앞 화단에 일곱 그루의 배롱나무, 다섯 포기 참나리꽃, 노랑 꽃이 새치름하게 핀 각시원추리 두 포기, 여기저기 피어난 루드베키아가 비에 젖습니다. 창밖을 바라보며 비 내리는 화단 풍경에 눈을 맞추고 잠시 쉬다 글쓰기를 시작합니다. ^^ 아침 나절, TV를 켜니 유명 정치인의 죽음에 대해 설왕설래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정치인의 아들과 주변인들도 계속해서 보도자료로 생산되어 인터넷에 떠돌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과연 진실일까 하는 고민을 합니다. 일부 황색 언론이 선정적인 태도로 누군가의 삶에 대해 보도하고 있는 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까에 대해 생각합니다. 칠월의 독서 모임에서 함께 읽기로 한 책은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롬의 잃어버린 명예』입니다. ‘혹은 폭력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이 책은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폭력 즉, ‘언론의 폭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가정관리사로 성실하게 일하고 절약하여 아파트까지 소유하고 있는 스물일곱 살의 섬세하고 단정한 이혼녀 카타리나 블롬 개인의 명예는 언론의 폭력에 의해…
2020-07-13 14:30나무는 씨앗을 낳고 씨앗은 나무를 키우고 나무는 다시 씨앗을 낳는다. 봄빛은 잎과 꽃을 만들고, 꽃은 열매를 만들고, 잎은 열매를 키우고, 여름빛은 열매를 살찌우고 ..... 열매는 이제 가을바람을 기다린다. p.14 『신갈나무 투쟁기』의 주인공은 비교적 높은 곳에서 사는 흔히 볼 수 있는 참나무의 한 종류이다. 신갈나무는 현재 우리나라의 대부분 지역에 분포하고 있으며, 전체 숲의 면적 중에서 소나무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이 증가할 것으로 지은이는 예상하고 있다. 가을 산에 오르다 만나는 도토리는 참나무속에 속하는 나무들의 열매를 통칭하는 말이다. 저자는 이 도토리가 자라는 과정을 나무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정리하고 있다. 어미 나무는 소나무들 틈에서 숱한 고난을 견디며 키워낸 도토리를 최대한 멀리 떠나보낸다. 어미나무의 곁을 떠난 열매들이 시간의 변화를 통해 멋진 청년 나무로 자라나는 과정과 계절에 따라 나타나는 여러 가지 자연의 모습을 사진과 함께 세세하고 재미있게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다. 그 삶을 따라가는 것이 무척 즐겁다. 전체적 책의 얼개는 ‘세상 밖으로, 생장, 생장을 위한 전략, 겨울나기, 꽃, 적과의 동
2020-07-02 08:16두물머리에서 보는 하늘은 파란빛이 더욱 깊다. 하늘이 강물에 어울리면서 옥빛이 진해진 탓이다. 하늘을 보고, 강물을 보고, 다시 하늘과 강물을 반복해서 보니, 이내 옥빛은 그윽해지면서 가슴으로 적셔온다. 강 건너 풍경도 산 아래 포근히 안겨있다. 듣기에 이곳은 아침에 피어나는 물안개와 일출이 황홀하다고 한다. 느티나무가 강물의 흐름을 말없이 지키고 있다. 나이가 400년이 넘었다고 한다. 긴 세월을 버텨왔는데, 몸집만 크지 거친 구석은 없다. 오히려 온화한 수관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이 풍경 때문에 영화나 드라마 촬영 장소로 자주 이용되나 보다. 지금도 사진을 찍으려고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느티나무 아래서 강물을 본다. 이곳에서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난다. 만나는 것은 우연이든 필연이든 숙명 같은 것이다. 작은 물줄기가 만나고 만나서 큰 강물처럼 흐르다가 상대방과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물줄기를 줄여야 한다. 그래야만 하나가 되고 힘을 내며 앞으로 가 큰 강이 된다. 만남은 새로운 시작으로 변화라는 창조적 힘을 만들어낸다. 강물이 다시 세상을 만나면 어떨까. 세상은 극단적인 목소리만 있다. 정치권은 여야로 갈라져 매일 시끄럽다. 서로 자기들만 옳다고…
2020-06-19 1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