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요즘 학생들도 스승하면 떠오르는 얼굴이 있을까? 우리 세대만 하더라도 스승하면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던 선생님들의 면면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그렇다면 우리들이 사는 이 시대의 교실에서 선생님은 과연 어떤 존재일까 초등학교 때부터 미술 시간이 싫었던 아이가 있었다. 미술 시간만 되면 오늘은 정말 잘 그려야지 하고 결심하지만 아이의 그림은 한 번도 뽑히지 못했다. 내 그림은 왜 잘 그린 그림이 될 수 없을까? 나는 정말 그림에 소질이 없는 걸까? 그런 물음과 함께 아이는 친구들의 잘 그린 그림들을 들여다보곤 했다 그러나 그 아이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왜 이 그림들이 잘 그린 그림일까? 나무는 한결같이 하늘로 쭉 뻗어 있고, 하늘은 지겹게 푸르기만 하고, 꽃들은 얄밉게 예쁘기만 한 이런 그림들이 정말 잘 그린 그림인 걸까. 중학교 1학년 첫 미술 시간이 되었다. 소녀가 된 아이는 약간은 기대를 걸어보았다. 어쩌면 중학생을 가르치는 미술선생님은 다를지도 몰라. 미술 선생님은 하얀 스케치북 가득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손모양을 그려보라고 하셨다. 소녀는 아이들이 그리는 것과는 조금 다른 모양을 그려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런저런 손…
2012-05-15 10:49요즘 아이들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세대이다. 그래서 거침없이 '좋다, 싫다'를 말로 표현한다. 그래서 학교 수업 과목이나 가르치는 선생님도 좋다, 싫다를 이야기 하는 대상이 된다. 문제는 의무교육 단계인 중학교 과정에서 가르쳐야 할 과목을 좋아한다면 다행이지만 싫다고 공부를 안 한다면 어떻게 대처하여야 될까? 이런 아이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이 요구되고 있다. 학력면에서 국가가 정한 최소한도 기초학력 수준 이상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국가는 교육과정을 정하고 이를 학교에서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어떤 과목을 싫다고 해서 교사가 이를 포기하는 것은 가르치는 의미를 잘 못 이해하는 것이다. 인간관계, 세일즈, 교육 등 어떤 분야에서건 설득의 달인들은 언제나 "NO"라는 답을 예상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한 다음,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교육의 어려움은 수준 차이가 있는 아이들이 있을 때, 한명도 포기하지 않고 인내하면서 이끌어 가는 일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말만이 아닌 '자신의 삶'으로 가르치지 않고는 설득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교사에게는 지식 분야의 전문성보다는 아이들이…
2012-05-15 10:47내일은 스승의 날이다. 우리학교는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스승의 날 행사를 오늘 가졌다. 지난 주에 시험도 끝냈고 매년 스승의 날 기념 단축마라톤대회 및 걷기대회를 실시하기 때문이다. 강변도로를 따라 6km를 달리도록 되어 있다. 올해가 3회째다. 기념행사 시간에 학생들에게 선생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갖도록 하였다. 학생들이 감사해야 할 대상은 우선 나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이시고, 우리를 바르게 이끌어주시고 지도해주신 선생님이시고, 힘들 때 함께 해주고 위로해주고 격려해주는 친구임을 알게 해 주었다. 선생님은 정말 감사의 대상이고 사랑해야 할 대상이고 존경해야 할 대상이다. 4년 연속 선생님의 만족도가 떨어져도 선생님들은 내색하지 않고 자신의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계신다. 백옥과 같은 존재이다. 아무리 진흙탕에 던져지더라도 그 빛을 검게 물들일 수도 없고 물들여지지도 않는다. 그런 분이 바로 선생님이시다. 그러기에 선생님께 감사해야 하고 사랑해야 하고 존경해야 한다. 최고의 자리에 높여드려야 한다. 그걸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하고 그런 존재임을 깨달아 언제나 자부심으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학생들은 왜 선생님께 감사하고 사랑하고 존경
2012-05-15 10:46수업은 학생들과 소통하는 것이다. 요즈음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힘들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소통이 어려워서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왜 어려워졌는가? 시대가 급변하면서 교사의 권위가 약화된데 기인할 수 있다. 예전에는 지식 측면에서 학부모의 평균 지식수준보다 교사의 지식 수준이 높았었다. 그리고 IT 기술 등 아이들이 더 빨리 세상을 이해하는데 교사만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교육과정 내용이 시대의 변화를 앞서지 못하고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서지 않기에 아이들은 수업에서 더 멀어져 가는 경향도 없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은 지금 다양한 채널을 통하여 너무나 많은 학습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다른 세상이 주지 못하는 것들을 단지 교실 속의 교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아이들은 시험을 치르면 좋은 점수를 얻기 기대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기대한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절망이 따른다. 이때 교사의 "그래 넌 잘 할수 있어, 수업시간에 집중하면 다음에는 잘 할수 있을거야!"라는 따뜻한 한마디는 학생에게 어려움에 처한 장수가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 될 것이다. 필자가 가르친 한 학생은 교사의 용기를 북돋
2012-05-14 10:43흐드러지게 핀 아카시아꽃 향기가 현기증을 일으키게 한다. 오월은 행사가 참 많은 달이다. 그 중 스승의 날에 제일 기억에 남는 아이들과의 있었던 일화를 떠올려 본다. 육 년 전 이월. 그해 겨울은 눈으로 인색한 남해에 세 번씩이나 눈이 내리고 늦겨울 한파가 매서웠던 때였다. 봄방학을 하는 날 초등학교 오 년 동안 담임한 아이 중 여학생 두 녀석이 찾아왔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한다며 사복차림으로 찾아왔다. 반갑게 맞이했지만 추운 날씨 탓에 볼은 빨갛고 고개를 떨어뜨린 채 손전화만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마침 점심때여서 약속 때문에 자장면을 사주고 교실 문을 나서는 순간 자꾸 뒤가 돌아 보였다. 저녁에 아내에게 낮의 일을 말하니 “사람이 인정없이 왜 그랬어요! 추운데 좀 더 따뜻하게 국물 있는 것이라도 먹여야지 자장면이 뭐예요. 참 그래도 대단하네요. 어쩌면 멀어질 때도 되었는데 찾아온다니 그래 오 년을 담임하기가 보통 인연이 아니지요. 아마 그 아이들은 당신 눈빛만 봐도 속내를 다 알 것이네요.” 한다. 그 아이들과의 인연과 흔적은 참 많다. 읍내학교 근무를 마치고 부임한 곳은 폐교를 앞둔 바닷가의 작은 학교였다. 그리고 맡은 반은 열 명 남짓으로
2012-05-14 10:41학교는 한마디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곳이다. 이 교육과정을 조금 세분하여 보면 그 중심에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할 교과목이자리잡고 있다. 학생들에게 이 교과는 개인의 특성에 따라 그리고 교사를 통한 학습경험을 통하여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반응을 보인다. 그런데 중학교부터는 모든 과목을 교과별로 전담 교사가 담당하게 되므로 교과와 학생과의 관계성에 대한 통찰이 요구된다. 그런데 사회라는 교과는 일반적으로 입시에서 최상의 중요도를 가진 과목이 아니기에 중학교 과정에서 잘 못 접근하면 암기과목으로만 생각하여 외우기를 싫어하는 학생에게는 멀어져 가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 중심에서 교사가 교과목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따라 아이들의 반응은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14년 전 내가 가르쳤던 S학생은 아래와 같은 반응을 글로 적고 있다. "사실 나는 초등학교에 다닐 때에 사회과목을 못했었다. 그런데 중학교에 들어와서 김광섭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고 난 뒤부터는 사회 성적이 많이 좋아졌다. 1학년 때 한번 시험을 못 봐서 매일 매일 공부를 해서 검사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 때 그것을 쓰고 외우고 할 때는 선생님이 밉고 정말로 싫었지만, 그렇게 공부한 뒤 본 시험에서 성적이 많이 올
2012-05-14 10:38토요일은 우리 선생님들에게 충전의 시간을 주는 것 같아 마음이 한결 가볍다. 오늘 아침은 상쾌한 아침이다. 하늘은 푸르고 푸르며 멀리 바라다 보이는푸른 산의 나무들은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길가에 늘어선 나무들은 제철을 만난 듯 싱싱함을 더해간다. 오늘 아침은 네 부류의 지도자에 대한 글을 접했다. 우리 선생님들은 지도자인데 어느 부류에 속할까? 본인은 어디에 속할까?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최고의 부류에 속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최고의 지도자는 있다는 존재만 느끼게 한다. 그 다음은 친절하여 칭찬받는 지도자다. 그 다음은 그 앞에 서면 두렵게 만드는 지도자다. 그 다음은 뒤돌아서서 욕하는 지도자다” 노자께서는 최고의 지도자는 유지(有之)의 단계라고 한다. 지도자는 부하들이 느끼기에 ‘있다’는 정도만 느끼게 하는 것이라 한다. 그런 것 같다. 우리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있다는 정도만 느끼게 하는 것이 학생들이 가장 평온하게 생활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우리 선생님 최고다. 우리 선생님 아니면 안 된다. 우리 선생님 멋지다. 우리 선생님은 무엇이든지 잘해…’ 이렇게 칭찬을 늘어놓은 선생님이면 최고인 것 같이 생각해
2012-05-14 10:372학년 수학여행을 앞둔 담임선생님의 가장 큰 고민은 아직 수학 여행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 때문일 것이다.물가상승에 비례하여 책정된 수학여행비가 일부 학부모에게는 큰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더군다나 올해는 정부 차원에서 지원이 없기에 수학여행에 참가하기로 한 모든 학생은 각자 그 비용을 해결해야 할 실정이다. 목요일(10일). 수학여행 건으로 2학년 담임 긴급협의회가 있었다. 안건은 수학여행을 앞두고 반별 수학여행비 미납자에 대한 문제였다. 학년부장은 행정실에서 출력해 온 반별 미납자 명단을 해당 담임에게 나눠주며 금주 내 해결해 줄 것을 주문하였다.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반별로 몇 명의 미납자가 있었다. 재적 학생 32명 모두가 참가하는 우리 반의 경우, 3명의 학생만 미납된 상태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퇴근 무렵, 3명의 아이를 조용히 교무실로 불렀다. 그리고 수학여행비를 금주까지 해결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2명의 학생은 금주 내 해결할 수 있다고 하여 다행이었으나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한 아이의 경우, 장담할 수 없다며 걱정하는 눈치였다. “선생님, 수학여행비 제날짜에 내지 못하면 어떻게 돼요?” “무슨 방법이 있겠지. 그러니 너무 염려하
2012-05-14 10:36한참 전에 돌아가셨지만 어른들을 위한 ‘생각하는 동화’를 지으셨던 정채봉 선생이 있었다. 정 선생이 지은 동화책 내용 중 생각나는 이야기 한 토막. 어느 곳에 창녀가 살고 있었다. 그녀는 먹고 살기가 어려웠다. 애들은 많고 가진 것은 오로지몸뚱이밖에 없어서 몸을 팔아서 그날그날을 연명했다. 창녀는 자신의 비루한 삶과 잘못된 삶을 날마다 뉘우치면서 매일 밤 참회의 눈물을 흘리면서 하루를 반성하곤 했다. 그런데 창녀가 살고 있는 곳에서 멀지않은 곳에 성직자가 살고 있었다. 그는 수많은 신도들에게 창녀의 잘못된 삶에 대해 말하곤 했다. 그리고 얼마 후부터 창녀 집에 드나드는 사내들의 숫자에 따라서 자기 집 앞에 작은 돌을 던졌다. 한참이 지나자 그의 집 앞에는 커다란 돌무더기가 생겼다. 그런어느날 성직자는 신도들을 모아 놓고 창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신도들이여, 저 창녀를 보시오. 나는 날마다 저 창녀 집을 드나드는 사내들을 세면서 그 수만큼 이 돌을 쌓았소. 온갖 사내들이 밤낮으로 드나들어서 이렇게 돌무더기가 생긴 것이오. 저 더럽고 추악한 창녀를 우리 마을에서 쫓아내야 할 것이오.” 그러자 지목당한 창녀는 부끄럽고 죄스러움에 몸 둘 바를 몰라 했고 눈물을 흘
2012-05-11 17:50머물고 있는 학교 기숙사의 커텐을 여니 붉게 물든 연산홍이 나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베란다의 커텐을 여니 또한 역시 하얀 연산홍이 나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붉게 물든 나무는 가지를 흔들며 아침인사를 한다. 아차 싶었다. 그 동안 왜 보지 못했을까? 관심을 나타내지 못했을까? 반갑게 맞이해주지 못했을까? 인정해주지 못했을까? 사랑해주지 못했을까? 그 동안 얼마나 서운했겠는가 싶다. 기나긴 한파를 이겨내며 때가 되어 아름다움을 선보였는데 봐주지도 않고 외면하고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래도 화내지 않고 말하지 않으니 참 좋다. “人不知而不溫이면 不亦君子乎아.” (인부지이불온이면 불역군자호아)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화내지 아니하니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군자가 따로 없다. 바로 자기를 알아주지 않아도 늘 준비된 마음으로, 기다리고 인내하는 연상홍이 바로 군자다 싶다. 한 번도 화내지 않고 짜증내지 않고 불평하지 않고 원망하지 않고 그래도 참고 그래도 자신을 관리하며 그래도 자신을 보여주고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 선생님들이 오늘 보여주는 연상홍과 같이 아름다운 심성을 가진 군자가 아닐까 싶다. 정말 학생들을 위해 많이 준비하
2012-05-11 1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