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전 시골학교에서 가르친 제자 2명이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에 찾아왔다. 멀리서 비행기를 타고, 경기도 시흥에서 자동차를 몰고 나타나 일찍 찾아뵙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는 인사였다. 의젓하게 지금은 사회의 주역이 되어 활동하는 제자들의 모습을 보니 대견스럽기 그지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까마득한 시절로 어쩌면 농경사회의 전형적인 생활풍경을 잊을 수 없다. 이제 제자들 나이도 쉰에 접어들었으니 시간의 속도가 50Km이라면 나의 속도는 60Km로 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한 제자는 그 시절 가정 방문을 하여 선생님께서 제 어머니에게 건넨 " 00는 잘 될 겁니다." 라는 말 한마디가 옆에 있는 자기에게 들려왔는데, 오늘날의 자기를 지탱하여 주었다는 것이다. 세월이 흘러 난 물론 그 말을 했다는 사실조차 기억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이처럼 교사의 말 한마디는 한 인생의 길잡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믿는다면 아이들을 향한 적절한 말 한마디도 아무렇게나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점심을 같이 하면서 시간 간줄 모르게 흘러간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녀를 키우면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매우 만족하면서 살고, 여유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삶을 볼
2012-06-20 09:27어제부터 오늘까지 내리는 비는 단비 중의 단비다. 농심이 타들어가 마음 자체가 검게 물들 즈음에 하늘은 우리들에게 단비를 내려주었다. 농심을 달래주었다. 위안을 주었다. 용기를 주었다. 희망을 주었다. 주름진 얼굴을 활짝 펴 주었다. 우리 선생님은 단비 중의 단비가 아닌가 싶다. 애타게 기다릴 때 꼭 필요할 때 줄 줄 아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단비는 내려도 요란스럽지 않다. 야단스럽지 않다. 시끄럽지 않다.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저 성실하게 필요한 이들에게 모두 내려주기만 한다. 우리 선생님들은 요란스럽지 않다. 야단스럽지도 않다. 말이 많지도 않다. 자랑스럽게 여기지도 않는다. 그저 필요한 이들에게 유익을 주기만 한다. 우리 선생님은 그릇된 말은 반 마디도 하지 않는다. 한 점의 불티와 같은 그릇된 말, 도움이 되지 않는 말, 남을 해롭게 하는 말은 반 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는 것은 한 점의 불티와 같이 만경의 숲을 태우는 우를 범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릇된 말은 반 마디라도 하면 평생의 덕을 허물어뜨림을 알기 때문이다. 단비는 필요할 때 필요한 것 나누어주면서 생색내지 않고 말을 아낀다. 필요 없는 말 하지 않고 도움이 되지 않는 말…
2012-06-19 14:11커텐을 열었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학교 전경은 어둠에 깔려 멀리 있는 불빛만 보였다. 학교 주변의 나무들만 단비를 즐기고 있었다. 중국 당대의 정치가 허경종은 봄비가 기름처럼 소중하다고 하였는데 지금의 비는 봄비는 아니지만 기름처럼 소중한 비다. 농민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비다. 농심이 타들어가고 있는데 초여름비가 내려주니 기름보다 더 값비싸다 싶다. 우리 선생님은 비와 같다. 애타게 선생님의 도움을 요청하는 학생들이 많다. 선생님의 상담을 기다리는 학부모님도 많다. 선생님은 가물어 메마른 땅에 단비를 내리듯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에게 단비를 내려주신다. 시원하게 답을 주신다. 학생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신다. 방향을 제시해 주신다. 진로를 제시해 주신다. 물은 생명이다. 물이 없으면 만물이 다 죽는다. 생물이 다 죽는다. 사람도 죽고 짐승도 죽고 식물도 죽는다. 물이 그만큼 귀하다. 그러니 물이 기름보다 더 귀하다. 선생님은 물과 같다. 물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학생들을 살리는 역할을 한다. 깊은 밤에도 교실에서 불을 밝히고 차랑차랑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이 목소리는 학생들을 살리는 외침이다. 학생들은 선생님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학생
2012-06-18 14:10
퇴근하여 현관문을 열자 왠지 모르게 집안 분위기가 썰렁했다. 평소 가방을 받아주던 아내도 외출한 듯 보이지가 않았다. 옷을 갈아입기 위해 조용히 안방 문을 열자, 외출한 줄만 알았던 아내가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나의 인기척에 아내는 힘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아내의 돌발 행동에 궁금증이 커져만 갔다. 옷을 갈아입고 난 뒤, 씻는 것을 잠깐 뒤로 미루고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 아내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갔음에도 아내는 말없이 하고 있는 일에만 신경을 썼다. “여보, 도대체 무슨 일이요?” “그냥요. 마음이 심란해서요.” 지금까지 함께하면서 아내가 이런 식으로 말한 적은 거의 없었다. 아내는 무언가에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 할 수 없이 아내의 손을 잡고 거실로 데리고 나오려고 하자 아내는 내 손을 뿌리치며 안방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뒤 하얀 봉투 하나를 내게 내밀었다. 봉투의 겉표지에는 발신인이 ○○○○고등학교로 적혀져 있었다. 내심 지난달에 치른 중간고사 성적표를 학교에서 보낸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리고 성적 결과에 실망하여 아내의 기분이 그러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봉투 안의 내용물을 읽기 전에 아내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여보
2012-06-18 14:09
자유 여행을 즐기는 외골수 성격에 무관심이 문제겠지만 기념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챙길 줄도 모른다. 본인의 생일도 당일 아침 미역국을 보고야 알아채고, 격식 차리는 것을 싫어해 아내는 서운한 일이 많다. 그러니 생일이나 기념일에 관해 기억나는 일이 별로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동료들 몇 명에게 오늘이 내 생일이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이 카드와 아이들이 만든 자그마한 케이크가 주는 감동에 마음이 들떠서… 퇴계 이황 할아버지를 선뜻 내놓은 마음씨가 기특하고 고맙다. 요즘 아이들 똑똑하고 눈치가 빠르지만 내 생일을 어떻게 알아냈는지 궁금하다. 나이 먹는 게 이런 것인지… 그 날 객지 사는 아들 내외까지 참석하여 생일을 축하했다. 감동은 늘 가까운 곳,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 반 아이들의 생일 선물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고마움을 생각해본 날이었다.
2012-06-15 12:28
전남학습연구년 교원 북유럽연수단, 노르웨이 비겔란트 조각공원에서 예술에 취하다! 학습연구년, 국가의 배려에 감사 세계에서 가장 앞서간다는 북유럽 교육의 현장을 돌아봄으로써 그동안 고착된 시각으로 보아온 우리 교육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매우 훌륭한 연수기회였음에 감사한 마음 가득하다.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이고, 교단 현장을 둘러보아도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많은 지금.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교육의 성공을 향한 국가의 노력은 우수 교사 양성이라는 정책적 배려로 나타났다.막대한 예산을 투자한 '학습연구년제' 혜택을 받으며 참으로 행복한 연수를 수행하는 중이다. 학습연구년제는 교단 경력 10년 이상으로 교원능력평가가 우수하고 기타의 실적 등이 반영된 연구보고서가 채택된 현직교사에게 주어지는 평생에 단 한 번만 주어지는기회다. 안식년보다는 자율연수의 성격이 더 강하다. 1년 동안 충실한 연수 활동과 정신적, 육체적으로 한껏 고양된 자세로 현장에 돌아와 행복한 교사로서 더 나은 교직생활을 바라는 국가의 야심찬 배려라고 생각한다. 이 기간 동안 교사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 돌아와 자신의 인생을 반추하며 중간 점검을 훌륭하게 다지고, 교사로서 사랑과 열정을 충전시
2012-06-15 12:27우리 학교는 새소리를 아침마다 들을 수 있는 숲속의 학교다. 싱그러운 계절에 꽃향기 나는 자연의 학교다.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의 신록들을 보면서 날마다 푸른 꿈을 심는 미래의 학교다. 아침에 맑은 공기와 시원한 바람을 공급받는 유쾌한 학교다. 학교가 시내와는 좀 떨어져 있어 선생님들이 출퇴근하기는 조금 불편하지만 그에 대한 보상은 자연이 다 해주고 있다. 그래서 언제나 자연의 고마움을 느끼며 사제가 함께 하는 행복한 학교다. 모두가 즐겁게 가르치고 배우는 평화의 학교다. 좋은 환경 속에서 가르치는 선생님은 좋은 제자를 많이 배출한다. 좋은 선생님의 영향을 받으면 좋은 제자가 나온다. 공자는 좋은 스승이기에 좋은 제자를 많이 배출하였다. 논어의 학이편에 보면 제자인 유자가 나온다. 스승인 공자 못지않은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학문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그 다음에는 제자인 자하가 나온다. 자하도 공자 못지않게 인간됨이 돋보인다. 자하도 공자의 영향을 받아 인(仁)을 강조한다. 즉 사랑을 강조한다. 사랑의 사람을 섬기라고 한다. 어진 사람을 섬기라고 한다. 사랑의 사람이 되는 것을 최고로 삼기에 사랑의 사람을 섬기고 존경하라는 것이다. 미색을 좋아하
2012-06-15 12:26
오후의 나른함이 흐르는 강마을은 완전 여름의 초입이다. 앞산에는 뭉게뭉게 밤꽃이 피어나고, 보리타작을 끝낸 들판에는 모심기가 한창이다. 뒷곁의 뽕나무 아래에는 농익어 떨어진 오디 열매에서 까만 과즙이 흘러 벌과 나비와 파리를 모으고 있다. 학교 뒷밭에 올해 처음으로 블루베리 나무를 스무 주 정도 심었다. 행정실장님과 주사님께서 두둑을 높이 올리고 3년생 정도의 나무를 봄에 이식하였는데 5월을 지나니 동그란 열매가 모양새를 완전히 갖추고 열리더니, 어제 보니 보랏빛이 선명해 진다. 참 신기하다. 마트에서 비싸게 주고 사 먹은 서양과일이 농촌의 뒷밭에서도 열리는 것이다. 여름과일하면 예전에는 원두막 아래 수박과 참외가 매달린 장면을 연상하였지만, 지금은 비닐하우스가 아닌 노지에 자라는 수박과 참외를 시골에서도 볼 수 없다. 수박은 모두가 지난 겨울 추수가 끝난 자리에 세워졌던 하이얀 비닐 하우스 안에서 겨울내내 자라서 초봄 무렵 출하가 시작되고 두어 번 따낸 수박밭은 하지가 지나면 철거하고 그 자리에 물을 잡아 늦은 모심기를 한다. 이곳은 의령은 수박의 산지로 유명하다. 남강과 낙동강이 교차되는 곳으로 강을 끼고 있어 물사정이 좋고 농토가 수박을 심기에 적당하여
2012-06-14 14:06커텐을 열었다. 맑고 푸른 하늘도 마음을 훔쳐가고 자연도 마음을 빼앗아간다. 나뭇가지에 흔들리는 미풍도 유혹한다. 자연의 성실함 때문이다. 그들의 참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감추어진 진면목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들의 성실함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다. 기쁨을 준다. 활기를 불어넣는다. 이것 보면서 우리 선생님들의 성실함을 떠올리며 기쁨을 얻는다. 선생님들의 참모습을 보면서 언제나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어제 우리 학교에서 1년 동안 사감선생님을 하신 선생님께서 찾아오셨다. 이 선생님은 정년퇴직을 하시고 우리 학교에서 기숙사 기반을 닦아놓으신 분이시다.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학교 일을 그만 두셨다. 지금은 회복이 되어 어느 중학교에 영어 강사로 나가신다고 하셨다. 정말 성실하신 분이시다. 언제나 감동을 주시는 분이시다. 이 선생님께서 지금 맡은 중학생들은 정말 문제가 많아 보인다고 하셨다. 교과서는 반 이상 가져오지 않고 아예 들을 생각도 안 하고 때릴 수도 없고 무어라고 말하면 대꾸하고. 그래도 잘 따라하고 배우는 학생들이 있기에 그들을 바라보고 참고 열심히 가르치고 계신다고 하셨다. 학교마다 문제없는 학생이 없다. 그래도 참고 또 참는다. 그들이…
2012-06-14 14:03커텐을 열고 창문을 열었다. 신선한 아침 공기가 마음을 새롭게 한다. 아름답기 그지없는 푸른 하늘과 그 가운데 있는 하얀 반달은 공주처럼 너무 아름답다. 푸른 나무와 푸른 잔디는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며 희망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멀리 보이는 산은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엷게 깔린 안개 때문이다. 무엇이든 100% 만족과 기쁨은 잘 주지 않는다. 늘 2%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이를 채우기 위해 참고 또 참는다.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우리 선생님들은 언제나 최선을 다하지만 100% 만족을 얻지 못한다. 늘 2%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갖는다. 그래도 참고 또 참는다.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반드시 만족을 채워주는 날이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을 알고 싶으면 그 주위의 사람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하늘을 알고 싶으면 하늘에서 보이는 해와 달과 별을 보면 알 수 있다. 하늘이 품고 있는 해와 달과 별은 언제나 사람들에게 유익을 준다. 기쁨을 준다. 건강을 준다. 맑은 마음을 준다. 그래서 하늘은 늘 고맙다. 우리 학교의 학생들을 알고 싶으면 우리 학교의 선생님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 선생님들이 품고 있는 학생들은 인사를 잘한다. 예의가 바르다. 언제나 밝다
2012-06-13 1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