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제압하는 것은 속도. -한 이온음료 TV 광고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도로는 양재동에서 가락시장까지 이어지는 양재 대로다. 그 길은 편도 4차선의 널찍한, 그래서인지 잘 막히지도 않는 쌔끈한 도로다. 게다가 음주 단속하는 짭새도 보이지 않는다. 나와 친구는 일주일에 몇 번씩 새벽 1시에서 3시 사이 이 길을 X나 달린다. 지금은 새벽 1시 30분. 나는 오늘도 이 길을 달리기 위해 나왔다.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다. 후, 후, 오늘은 바로, 내 오토바이가 생긴 날이기 때문이다. 방학 내내 중국 집에서 스쿠터를 몰며 꼰대 몰래 철가방 알바를 한 대가다. 내 다이어리에 스크랩되어있는 정말 죽여주는 가와사키나 야마하는 아니지만 이래봬도 125씨씨짜리 경주용이다. 무늬만 경주용이라고 대석이 새낀 씹었지만 뒤 안장을 파이프로 용접해서 멋지게 올리고 바퀴에 번쩍거리는 야광 후레쉬에, 앞좌석에는 커다란 스피커까지 달아논 내 타이지를(타이지는 내 오토바이의 이름이다. 내가 X나게 좋아하는 엑스제펜 멤버중의 이름을 땄다) 보고 부러워 죽겠다는 표정을 감추지는 못했다. 물론 소음기는 떼어버렸다. 아파트 전체를 울리는 그드등, 그드등 거리는 오토바이의 엔진 소리는 타이지
2000-01-01 00:00그래도 '학교'에는 희망이 있습니다 추석날, 학교에서 일직을 하면서 이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문득 배가 고파져 이 곳 저 곳 음식점에 전화를 했지만 문을 연 곳은 아무 곳도 없었습니다. 자칫 점심을 거르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할 때에 아이 몇 명이 살며시 교무실 문 사이로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제가 당직인 것을 기억하고 있던 아이들이 송편과 부침개를 가지고 온 것입니다. 아이들 덕택에 저는 점심을 맛있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마주 앉은 아이들을 보면서 문득 제가 쓰고 있는 소설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제 소설은 이 아이들과 같은 학교의 아름다운 모습보다는 그늘만을 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를 부정적으로 그린 저의 소설을 못마땅하게 읽으실 선생님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때론 과장되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굳이 구차하게 제 글을 변명하자면 현대소설의 특징은 현실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기를 즐겨한다는 점이고 저도 그 논법을 따랐다는 것입니다. 현대소설이 어두운 면을 굳이 들추는 것은 현실을 왜곡하자는 것이 아니라 일상화된 현실 속에 숨어 있는 모순을 우리에게 깨닫게 하고자 하는 소설 본래의 정신 때문일 것입니다. 제 글에 등장하는
2000-01-01 00:00응모분량이나 그 작품 수준이 우리나라 교단문단의 현주소를 확인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일간지의 신춘문예 최종심 수준에 버금가는 좋은 작품들을 읽은 그 감동이 이처럼 생생함은 선생님들의 문학적 재능과 그 열정에 대한 탄복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특히 요즘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교실의 붕괴현상이 담긴 작품이 많아 교단문학상이 문학을 통한 이 시대의 교육진단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보여졌다. 그러나 수기적인 자기 신변 얘기에 몰두하거나 그 주장과 의도가 너무 노출됨으로써 모처럼의 좋은 소재가 작품의 형상화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한 작품이 많았다는 것을 밝혀둔다. '아버지의 고향'은 잘 짜여진 구성으로 잔잔한 감동을 연출하고 있었으나 주제가 다소 상투적이었고 '우리들의 아주 오래 된 창' 등은 서술방법에 크게 호감이 갔지만 작위성이 눈에 거슬렸다. '뛰어내리기'는 주제의식이 분명하고 '26년 6개월'은 이야기 서술의 밀도와 성실성 등으로 미루어 입상권에 충분한 작품이었으나 두 편 모두 작위적인 냄새가 짙어 아깝게 뒤로 밀린 수밖에 없었다. '학교'와 '안개꽃 동산' '섬이 있는 풍경' 등 세편을 가작에 올린다. '학교'는 제목이 암시하듯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2000-01-01 00:00우리 나라 어느 길이든 의심하지 않고 가면 가 닿을 곳에 닿을 수 있다. 안개 속 햇살만큼 많은 길들, 문득 그 중 낯익은 ‘재동초등학교’ 안내판이 보이고 저 곳에 가보면 내가 갈 길도 알아낼 수 있다. 아침 일찍 왜 길을 떠났는지 나도 모르지만 잘못 든 길, 가장 적당한 곳에 그리운 풍경이 있으니 나도 이젠 다시 내 길을 찾을 수 있고 자욱한 안개도 서서히 걷히리라. - 선생님, 시간 없으신 줄 잘 압니다만 지나시는 길에 이십 년 전 그 양계장에 들러주세요. 이젠 그 집의 주인이 되어 마을을 튼튼한 알 껍질 삼아 수정란을 짓고 있습니다. 이 학교를 졸업하고 이 학교 주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집들 중 어느 한 곳에 둥지를 틀고 내가 가르친 무정란 같던 그 코흘리개는 마을의 주인이 되어 따스한 오늘 분 달걀을 꺼내고 있으리니 문득 닭 울음소리가 들린다, 그 동안 지나 온 길도 잘못 든 길은 아니다!
2000-01-01 00:001. 서론 부팅이 항상 늦어서, 무슨 일을 하든지 나와 함께 사는 사람들은 답답합니다. 2. 본론 내 몸안에 무엇이 있는가 시시각각 들여다보는 재미를 아세요! 거기에다 덧붙여서 돈 쓸 일이 생겨서 즐겁습니다. ○○야, 염려 말아라. 등록금은 내가 모두 해결하마! 3. 결론 숙직을 하면서 이 시를 썼습니다. 결국 숙직하며 지킨 것은 '건물'이 아니라 '나'였습니다.
2000-01-01 00:00우선 응모된 시의 양에 대해서, 응모한 분들의 신분의 다양성에 대해서 놀라운 느낌을 받았다. 현직 교사가 있는가 하면 전문직, 교육행정직에 걸쳐 넓은 분포를 보였다. 이것은 그만큼 이 행사가 교단현장의 호응을 많이 받았다는 좋은 증거가 될 것이다. 시를 봄에 있어서 심사자들은 작품성과 교육성 두 가지 충분조건을 전제로 하였다. 상당수준에 오른 작품도 있었지만 더러는 시가 되기에는 많이 모자란 문장들도 보였다. 그러나 몇몇 작품은 우열을 판정하기 어려운 작품도 있었다. 심장근의 '잘못된 길도 아름답다·99'와 우대식의 '봄'이 그런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상이 교단문학상이란 간판이 걸린 만큼 전자를 취하기로 했다. 물론 후자는 작품성이 탁월하여 가작으로라도 해볼까했으나 그것이 오히려 작가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것 같아 아예 접기로 했다. 가작으로 뽑힌 세분의 작품(이종윤, 권순인, 권희정)도 매우 아름다웠다. 특히 권순인의 '황금마타리와 개당귀'는 섬세한 마음의 그림과 울림이 오래 기억에 남아 어른거렸다. 응모하신 분들께 한마디 고언을 드린다면 시가 왜 시이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자기성찰이 있어야겠다는 점이다. 시는 살아가면서 발견하게 되는 가장 귀한 삶의…
2000-01-01 00:00나나야, 나 어떠니? 이 머리핀 참 예쁘지? 나는 나비를 좋아하거든. 여기 잠자리도 있어. 이것도 예쁘지? 그리고 여기 이 풍뎅이도 좀 봐. 진짜 같지? 풍뎅이는 진짜로 봐도 아주 예쁘단다. 풍뎅이보다 더 예쁜 벌레는 무당벌레인데 무당벌레가 붙어 있는 핀은 없더라. 사실은 아줌마들 목걸이 파는 곳에 왕무당벌레 부로우치가 있었는데 그건 유리 장 속에 들어 있어서 보고만 왔어. 진짜로는 내 손톱만큼보다도 작은 벌레인데 백화점에 있는 것은 진짜보다 다섯 배쯤은 클 거야. 나나야, 오늘 우리 선생님 옷에는 왕거미가 한 마리 붙어 있었단다.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이 아주 많이 달린 예쁜 거미였어. 검정색 옷의 깃에 붙어 있는데 아주 멋있었어. 그런데 내짝 종수는 그게 독거미라더라. 그렇게 예쁜 독거미가 세상에 어딨니? 우리 선생님도 나처럼 곤충들을 좋아하시나 봐. 모자에도 잠자리를 두 마리씩이나 달고 다니신다. 내가 만약 무당벌레 부로우치를 선생님께 드린다면 선생님이 아주 기뻐하실 거야. 나는 아까 무당벌레 앞에서 선생님 생각을 했어. 나나야, 너도 우리 선생님을 한 번 보았다면 그 무당벌레가 정말 잘 어울리실 거라고 믿을 거야. 내일은 이 언니가 너를 학교에 데리고…
2000-01-01 00:00예쁘게 태어나는 것보다 예쁘게 사는 것이 더욱 소중하다고 생각하며 사는 구경분입니다. 지난 봄 '얼레리 꼴레리'로 대한민국 선생님들의 박수를 많이 받았습니다만 그 작품은 제 일생에 단 한 번으로 끝나야 하는 외도였습니다. 내 가슴 후련하자고 남의 가슴 아프게 하는 것은 예쁜 일이 못되기 때문입니다. 기회가 있을 때 본래의 모습을 보이고 싶었는데 이렇게 우연한 기회를 얻게 되어 기쁩니다. 나는 읽은 이들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살아남아서 숨을 솔솔 쉬고 있는 시를 쓰고 싶고, 나의 글을 읽은 어린이들이 착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동화와 동시를 쓰고 싶습니다. 내 스스로도 나의 동화 속에 나오는 예쁜 선생님의 삶을 닮으려고 노력합니다. 글을 써서 생기는 수입도 예쁜 일에만 쓰고자 합니다. 1999년에는 특별히 더 어여쁜 일을 하라고 상과 함께 상금도 주시나 봅니다. 리나와 같은 어린이와 리나네 할머니 같은 분들에게 따뜻한 연말을 맞게 해 주심에 감사합니다. 끝으로 이 자리를 마련해 주신 한국교육신문사에 감사 드리며 수많은 작품 중에 나의 '무당벌레' 를 사랑해 주신 심사위원님들께도 아울러 감사드립니다.
2000-01-01 00:00'무당벌레'는 입체적인 구성력이 돋보였고, 문장이 짧고 튼튼해 동화 문장으로 적합했으며 주제를 겉에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독자가 이야기에 흥미와 호기심을 갖게 하는 작가의 능력이 인정되어 최우수작으로 올려졌다. 그리고 '아기천사 꼬미'는 60매라는 분량임에도 동화 본질에 가장 접근해 있다는데 후한 점수를 주었다. 그러나 작품이 종교적인 분위기인데다 아기천사가 카드를 이용할 적마다 어려움이 해결된다는 공상만화 장면 같은 것은 흠으로 지적된다. 또 '다롱이와 참새'는 달리기 못하는 아이가 노력하는 자세와 동물 애호심이 잘 나타나게 그리고 있다. 이 작가는 응모한 여러 편의 글 수준이 고른 편이라 믿음이 갔다. 하지만 동화의 본질을 더 이해하고 문학성을 높이는 훈련을 쌓아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기 바란다. 또한 '담배 냄새는 고소해요'는 3대가 한 집안에 살며 잔잔한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정감어린 가정사를 이어가는 실력에 호감이 갔다. 하지만 구성력에서 아쉬움을 느끼게 했다. 끝으로 전체 응모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응모작 90% 정도가 주인공으로 장애자나 결손가정 아동이 등장하고 교단수기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아직도 '동화'라는 장르와는 거리감이 있다고 하겠다.…
2000-01-01 00:00○…축제가 끝났다. 원고접수, 마감, 당선작 통지에서 시상식까지 순조롭게 대단원을 내렸다. 처음 시작하는 '교단문학상'이라 사실 걱정도 많았다. 응모 편수나 수준이 떨어지면 어쩌나하고. 그러나 그 걱정은 기우(杞憂)였다. 10월 31일. 최종집계 결과는 시 4487편, 동화 92편, 소설 61편 등 총 4640편. 응모자도 교사에서 전문직, 교육행정직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었다. ○…요즘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교실붕괴, 교육위기, 교권상실시대의 교사들의 고뇌와 절망이 작품에도 여실히 드러났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총평. 그러나 넋두리를 신파조로 늘어놓거나 현실에 대한 강한 부정과 사시안적 발상이 많아 아쉬웠다고. ○…동화엔 초등학교 교사의 응모가 압도적이었다. 아이들을 상대하다 보니 동화에 관심을 갖고 많이 쓰게 되는 것일까. 그래선지 수상자도 모두 초등학교 교사. 반면 단편소설 부문에는 고등학교 교사의 응모가 많았다. 이유가 동화만큼 분명치는 않지만…. ○…시부문에는 50∼60편의 시집 한 권 분량을 묶어보내 온 응모자가 몇 명 있어 접수자와 심사위원을 난감하게 하기도. 더러는 유명시인의 시를 첨삭한 작품도 눈에 띄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선생님이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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