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열 셋 사내아이다. 동물 그림 그리기에 빠져 있다. 때로는 잠자리에 들어서도 그것만 생각한다. 조금 전에 내가 동물 그림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정확한 말이 아니다. 에소그램이라고 해야 한다. 우리말로 하자면 동물 생태화(動物生態 )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동물 습성을 기록한 그림이니까. 하지만 나는 동물 생태화란 말을 쓰지 않는다. 영어나 어려운 말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그들이 쓰도록 남겨 두었다. 그래서 내가 쓰는 말은 동물 그림이다. 나는 어린아이여서 쉬운 말이 좋다. 동물 그림 그리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책상 위가 지저분한 지우개 가루로 뒤덮이곤 했었다. 그런데도 완성된 그림은 엉성했다. 들여다보면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손으로 내 입을 틀어막았다. 곤히 잠들어 있는 식구들을 깨워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막은 손가락 사이로 입 바람이 새어 나갔다. 그러다 웃음이 잦아들면 눈가에 눈물 몇 방울이 맺히곤 했었다. 한다고 해보았지만 그림으로 동물의 습성을 다 그려낼 수가 없었다. 기세 형이 동물 그림 작업할 때 사진기를 이용하는 까닭을 알 것 같았다. 나도 사진기를 쓰고 싶었다. 그렇게 할 수 없어서 안타까
2002-12-26 11:46대밭골의 폐교에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멈춘지 오래다. 가끔 스쳐 가는 바람이 심심풀이로 종을 뎅뎅 치거나 산새들이 놀러와 재잘거리며 마을의 소식을 이야기할 뿐이다. 그런 폐교에도 봄은 찾아오고, 새싹들이 돋아나 봄을 수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폐교의 한 쪽에 아직도 산뜻한 봄을 맞이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화단 한 구석에 버려지듯 놓여 있는 독서하는 소녀상이다.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얼룩과 먼지를 가득 뒤집어 쓴 소녀상의 모습은 누가 보아도 예전처럼 아름답고 새하얀 모습이 아니다. 소녀상이 들여다보고 있는 책갈피에도 먼지가 켜켜이 쌓여 있다. 그런데다가 며칠 전 까치들이 들려주던 이야기는 소녀상을 더욱 움츠러들게 했다. "여기에 도시의 유명한 조각가가 이사온대요. 이 곳을 깨끗이 정리하고, 아름다운 조각 전시장으로 만든다는데요." 마을의 소식을 누구보다도 빨리 알려주는 까치들이 느티나무에게 날아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요란스럽게 떠들어댔다. "뭐라고?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야?" 조각 작품 못지 않은 멋진 몸매를 보란 듯이 자랑하는 향나무가 호들갑스럽게 몸을 떨었다. "향나무님이 무엇 때문에 걱정이셔요. 이렇게 아름답고 멋진 분을 누가 미워하겠
2002-12-26 11:44초록먼지 날리는 운동장을 길길이 뛰는 아이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고정되어 있다 악동들이 땀흘리며 정직하게 붙좇는 것은 가죽 공뿐이다 풀더미를 차던 유년의 기억은 돼지오줌통 만큼이나 먼 데 고울 문을 벗어난 공들이 쥐똥나무 울타리에서 우연히 꽃 사과와 만나고 있다 이루지 못한 꿈의 알갱이들이 지친 호흡으로 매달려 있을 무렵, 홍수처럼 눈병이 나돌았다 그들 마음의 창에 시나브로 빨간 등불이 켜졌을 때, 교실에선 민망한 자괴감이 분출하고 있었다 우슬초로 말갛게 씻은 눈 가지고 단아한 가을 하늘 보게 하려고 지혜로운 계절이 저들에게 고통의 축제를 예비해 두었나보다 충혈된 아이들의 눈가에서 물고기의 은 비늘이 떨어진다 마지막 차임벨이 울리며 소란스런 침묵이 끝나고 있다
2002-12-26 11:43부산의 한 초등학교가 전통문화 정신 고취를 위해 100개가 넘는 장승을 제작, 지역 문화 지킴이로 나서 화제가 되고 있다. 장안초등학교(교장 진광식)는 지난 1년 동안 전교생과 학부모 및 교직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120여 점의 장승을 제작했다. 학교특색사업인 '주제가 있는 다양한 체험 활동' 가운데 민속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사라져 가는 우리의 전통문화 정신을 일깨우기 위해 선정한 것이 바로 '장승 만들기'. 1학기 동안 자료 수집을 하면서 제작준비를 하고 대한민국 지정문화재 조각기능 등록자인 해운 김대현 선생의 지도를 받은 이태현 교감이 교사연수를 통해 견본 작품 7개를 제작하는 한편 학생들을 지도했다. 2학기부터는 부산-울산간 고속국도 건설현장에서 나온 나무를 얻어 본격적으로 제작에 들어갔다. 유치원생과 1∼3학년은 30∼40㎝ 정도의 나무를 자르고 갈아서 고무찰흙으로 꾸미고 크레파스로 색칠하는 작업을 담당했다. 4∼6학년은 담임 선생님의 지도를 받아 가면서 통나무에 밑그림을 그려 조각도로 파고 새겨서 만들었다. 학교장을 비롯한 전교직원이 1, 2개씩을 제작했으며, 뜻 있는 학부모들도 제작에 참여했다. 직접 장승 제작에 참여하며 학생들을 지도해 온 진광식
2002-12-26 11:23한국청소년개발원(원장 권이종)은 지난달 21일 '제2회 전국 청소년자원봉사자 어울마당'을 개최하고 우수 청소년자원봉사자 프로그램에 대한 시상식을 개최했다. 우수 청소년자원봉사 프로그램은 자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봉사활동 프로그램의 경험과 내용을 확산, 공유하기 위해 기획됐으며 지난 10월부터 11월까지 전국에서 약 170편의 작품이 응모됐다. 이번 공모에서 한국교원대 설동민 군이 '1m 1원 마라톤 모금 운동'으로 대상을 수상해 훈훈한 감동을 자아냈다. 설 군의 '백혈병 환우 돕기 1m 1원 마라톤 모금 운동' 프로그램은 치료비 부족으로 수술을 받지 못하는 친구들을 위해 시작한 모금 활동이다. 마라톤에 참가해 1m를 달릴 때마다 1원을 적립하는 것이다. 설 군이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은 2000년 겨울 '길랑 바레 증후군'이란 희귀병으로 쓰러진 친구를 돕기 위해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희귀병 자료를 2년여간 모으면서 시작됐다. 이를 계기로 투병중인 문모 군의 수술비 마련을 위해 이 운동을 시작하게 됐고 하루에 두시간씩 마라톤 준비를 하며 언론사, 방송사 등에 문 군의 사연을 알리며 72명의 후원자를 모으게 됐다. 올 4월에 청주 마라톤에 처음 도전했고 1500
2002-12-26 11:22경기도교육청은 초등학교 기초학습 부진학생을 대상으로 6일부터 보름간 '기초학력 다지기 캠프'를 운영하기로 했다. 기초학력 다지기 캠프는 도교육청의 3단계 기초학력지도 프로그램 중 두번째 단계로, 첫 단계인 방학전 학교별 자체지도를 거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방학 캠프를 마친 학생들은 다시 3단계로 개별학교 단위의 보충지도를 받아 학습부진에서 벗어나는 과정으로 짜여져 있다. 방학 캠프는 국어 읽기·쓰기와 수학 셈하기가 떨어지는 초등학교 3∼6학년생 1400여명을 대상으로 운영되는데, 매일 국어와 수학 2시간씩 모두 60시간의 과정을 소화하게 된다. 교육대상 학생들은 5명 안팎의 소규모 그룹으로 편성돼 특별교재를 활용한 현직교사의 집중적인 지도를 받도록 돼 있다. 캠프는 지역교육청 단위의 '기초학력 다지기센터', 중심학교 단위의 '사랑의 두레교실', 개별학교 단위의 '신바람 학습실', 재택학급 단위의 '튼튼 학습실'과 지도교사의 순회 지도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된다. 도교육청은 교육효과를 높이기 위해 운영단위별로 관리책임자와 지도교사 및 보조교사를 배치하고 개인별 지도기록부를 작성, 학생별 부진요소와 지도목표 등을 진단한 뒤 개별지도토록 할 방침이다.
2002-12-26 11:20서울예술단(예술감독 신선희)은 30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뮤지컬 ‘태풍’을 공연한다. ‘태풍’은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희곡. 환상과 사실이 교차하면서 화합을 통해 새시대의 희망을 그린 걸작이다. 이를 우리 연극계 최고의 흥행연출가로 꼽히는 이윤택씨가 한국적으로 각색, 연출했다. 이씨는 “철지난 인문주의자의 깃발이 얼마만큼 이 시대에 통용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이 무대를 준비했다”면서 “난삽하고 시끌벅적한 이 시대에 강요하지 않고, 잘난체 하지 않는 한편의 셰익스피어극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연출의도에 따라 이씨는 막중한 느낌을 주는 정면무대를 피해 무대를 사선으로 길게 늘어뜨려 관객들이 편하게 볼수 있도록 배치했다. 또 바위섬 등의 소품도 앙증맞게 배치하고 배우들의 개성을 살리기 보다는 전체의 앙상블을 중시했다. 그러나 프로스페로 역을 맡은 유희성, 미란다 역의 이승희, 퍼디넌트 역의 홍경수씨의 노래와 연기가 두드러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신선희 예술감독의 화려한 무대와 체코 작곡가 데니악 바르탁의 음악도 아름답다. 안무 박일규. 02-523-0986
2002-12-21 11:43미술 교사를 뽑는 실기시험 전공 분야가 교육청마다 각각 다르고 일부 지역은 형평성도 갖추지 못해 응시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울산시 교육청과 서울, 경기도, 대구, 경남도교육청 등 5개 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2003년도 중등 미술과목 교사 응시시험을 치르고 있으나 교육청마다 실기시험 전형이 각각 다르다는 것이다. 미술 실기시험은 대부분 전체 100점 가운데 40점을 주고 있는데 울산은 인체 소묘와 수채화 등 2개 분야를 치르고 경남도 교육청은 수채화 한 분야에 대해서만 평가를 한다. 대구시는 공통실기 분야로 인체 소묘를 치르고 수채화와 동양화, 디자인, 조소 등 전공별 시험은 별도로 실시하며 경기도 교육청은 공통분야 없이 서양화와 한국화, 디자인, 조소 등 4개 전공분야를 치를 예정이다. 서울시 교육청은 미리 전공 분야를 공개하면 응시생들이 이 분야만 집중적으로 준비를 해 응시하기 때문에 실력있는 교사를 채용할 기회를 읽게 된다며 내년 1월11일 1차시험 합격자 발표일에 실기시험 분야를 발표한 뒤 22일 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이처럼 전국 교육청마다 미술 과목 실기시험 분야가 제각각이고 일부는 서양화 전공만 치르기로 국한하자 응시생들이 형평성이 없다며 시험
2002-12-21 10:48광주시와 전남도 교육위원회가 남은 회기 '처리용' 임시회를 열고 있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광주시교위는 20일부터 5일간 제120회 임시회를 열어 개정 조례안을 심의하고 일선학교를 돌아보기로 결정했다. 전남도교위도 오는 24-27일 임시회를 갖고 조례안 처리와 일선학교 방문 일정을 잡았다. 그러나 양 교위의 조례안은 한 건씩에 불과한데다 교육관련 법령 개정에 따라 관련 조항을 삭제하거나 기숙사 폐쇄에 따른 행정기구 변경 등으로 임시회까지 열어 서두를 시급한 안건은 아니다. 시.도교위가 회기의 나머지 3-4일을 방학을 맞는 일선학교를 방문키로 한 것도 회기 소진을 위한 '모양새 갖추기' 일정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관계법에 규정된 정기회(50일)을 넘긴 뒤 특별히 필요한 경우에 열 수 있는 임시회여서 연장 회기를 사용해 일비를 챙기려 한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임시회에 상정된 안건도 교육위의 요구에 따라 집행부에서 급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위원회 관계자는 "전국 시·도교위가 최고 60일까지 열 수 있는 현행 회기의 연장을 요구하고 있는 마당에 사용 가능한 회기도 못 채울 경우 회기 연장의 명분이 서지 않기 때문에 너도 나도 남은 회기를 소화하려 드는 것 같
2002-12-21 10:45서울 시내 한 유치원의 원생 20여명이 집단으로 결핵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나 교육,보건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섰다. 서울시 성동교육청에 따르면 20일 광진구 모 유치원생들에 대한 전염병 검진 결과 원생 중 상당수가 한꺼번에 결핵균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원생들은 지난 14일 유치원측의 권유에 따라 인근 소아과 병원에서 결핵반응 검사와 X-레이 검사를 받았으며 약 20여명이 결핵균 보유가 의심스럽다는 진단이 나와 정밀검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은 지난 13일 이 유치원을 그만둔 모 교사가 결핵에 감염됐었다는 점을 밝혀내고 이 교사로 인해 원생들에게 결핵균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 정확한 감염경로와 감염환자 숫자 등을 파악중이다. 유치원측은 "해당 교사가 독감에 걸릴 줄로만 알았다가 쉽게 낫지 않아 검사를 받아보니 뒤늦게 결핵으로 밝혀졌다"며 "즉시 해당교사를 격리시켰고 원생들에 대한 진료가 필요하다는 것과 그에 대한 진료,치료비는 전액 유치원에서 부담하겠다는 뜻을 학부모들에 알렸다"고 말했다. 유치원측은 의심진단을 받은 원생을 포함, 모든 원생을 상대로 한 정밀진단을 다음주중에 실시하기로 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아이들에게 감염된 결핵균이 활동성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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