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보면 영동IC와 추풍령IC 사이에 황간IC가 있다. 그냥 지나치기 쉬운 황간면에 월류봉, 반야사와 문수전, 노근리사건 현장과 평화공원 등 볼거리가 많다. 지난 12월 29일 겨울철의 풍경이 보고 싶어 황간으로 차를 몰았다. 황간IC에서 4㎞, 황간역에서는 도보로 30여분 거리인 원촌리의 초강천 물가에 우암 송시열이 즐겨 찾던 명승지 한천8경이 있다. 한천팔경은 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되어 있는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우암 송시열이 한천정사를 지어 강학을 하였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월류봉, 화헌악, 용연동, 산양벽, 청학굴, 법존암, 사군봉, 냉천정을 한천팔경이라 하는데 제1경 월류봉(月留峰) 주변의 경치는 달님도 쉬어갈 만큼 빼어나다. 우뚝 솟아 있는 월류봉(365m) 주변의 수려한 풍광은 충북의 자연환경명소로 유서가 깊다. 월류봉이라는 이름도 이곳의 풍경에 반한 달이 능선을 따라가며 봉우리 주변에 머무르는 것처럼 보여 붙여졌다. 한천정사에서 바라보면 깎아 세운 듯 똑바로 서있는 높은 절벽, 절벽 위에 날아갈 듯이 앉아있는 정자, 정자 밑 층암절벽을 휘감아 도는 맑은 물이 어우러지며 만든 풍경이 한 폭의 산수화다. 기룡대가 주차장 옆 절벽 위에서…
2013-01-03 10:56
누구나 마음에 담아둔 인물이 한두 명은 있게 마련이다. 부모님이나 친척 어른처럼 일상 속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감화를 받은 경우도 있고,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책이나 언론을 통해 알게 된 유명인도 있다. 아니면 사회의 음지에서 조용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이가 될 수도 있고 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가상의 인물을 동경하기도 한다. 그 대상이야 어떻든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누구에게나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데, 이들을 가리켜 흔히 우상이나 위인, 영웅이라 한다. 나에게도 수많은 관객을 휘어잡으며 정열적으로 노래하는 영국의 보컬리스트나 소박한 생활과 글로 텅 빈 충만함을 알게 해 준 스님처럼 특정 세대나 한정된 시대를 빛낸 우상이나 위인은 있다. 하지만 국가나 민족적인 차원의 장벽까지도 뛰어넘어버린 '영웅'은 늘 빈자리로 남아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이순신 장군의 업적과 거북선에 대해 객관적으로 쓴 삼가 적을 무찌른 일로 아뢰나이다(정광수, 1989)를 읽었는데, 막연하게만 다가왔던 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 후부터 이순신은 나의 영웅이 되었다. 이번에 읽은 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는 기존의 임진왜란…
2012-12-27 13:32
일리아스는 "트로이아 전쟁(기원전 13세기) 중에 아킬레우스라는 영웅이 분노한 사건"을 노래한 구송시로 기원전 8세기에 호메로스가 문자로 정리했다고 한다. 일단 일리아스의 내용을 대략 살펴보자. 트로이아와 9년 째 전쟁 중인 회랍군(아카이아인)은 테베라는 도시를 함락시킨 후, 아가멤논은 크뤼세이스라는 여인을, 아킬레우스에게는 브리세이스라는 여인을 선물(전리품)로 챙긴다. 하지만 아가멤논이 차지한 크뤼세이스는 아폴로 신을 모시는 사제의 딸이었기에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 이에 화가 난 아가멤논은 아킬레우스에 준 브리세이스를 빼앗아 버렸고 분노한 아킬레우스는 트로이아 전쟁에서 빠지게 된다. 그사이 회랍군의 메넬라오스와 트로이아군의 파리스(트로이아의 왕자이자 헥토르의 동생)가 헬레나를 놓고 대결을 펼친다. 사실 이번 트로이아 전쟁은 미의 여신이 된 아프로디테가 메넬라오스(회랍군)의 부인이었던 헬레나를 파리스에게 선물로 준 것이 발단이 되었기에 둘의 대결은 각별했다. 이 싸움에서 파리스가 패하지만 헬레나를 돌려보내지는 않았고 따라서 회랍군과 트로이아군의 전쟁도 계속되었다. 아킬레우스가 출전하기 않은 상태에서 몇 차례의 밀고 밀리는 진퇴를 거듭하자 아킬레우스의 절친이던
2012-12-27 13:32
지난 12월 1일, 안동의 하회마을에 다녀왔다. 아침부터 날씨가 흐렸지만 마을의 오랜 역사와 옛 풍경들이 느림과 여유를 누리게 해줬다. 여행은 어디서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같은 곳을 다녀왔더라도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다. 하회마을 여행에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이 부용대와 병산서원이다. 부용대 가는 길인 풍천면 광덕리에서 화천서원(경북기념물 제163호)을 만난다. 화천서원은 서애 류성룡의 형인 류운룡을 비롯해 류원지와 김윤안의 향사(제사)를 100여년 이상 지내고, 지방교육의 일익을 담당하다가 서원철폐령에 의해 헐렸지만 1996년에 복원되었다. 철폐령 때 헐리지 않은 강당에서 19세기 이전의 건축양식을 찾아볼 수 있다. 옥연정사(중요민속자료 제88호)는 화천서원 아래편의 물가에 있다. 문간채, 바깥채, 안채, 별당까지 갖췄는데 문신이며 학자인 류성룡이 말년에 학문을 연구하고 후진을 양성할 수 있도록 탄홍 스님이 작은 서당으로 만들었다. 경치가 아름다운 이곳이 마을을 시계 방향으로 휘감아 돌던 화천이 물길을 반대 방향으로 바꾸는 옥소의 남쪽이다. 옥연정사는 소의 맑고 푸른 물빛을 따서 붙인 이름이다. 일각대문을 들어서면 낮은 담장과 노송 한 그루,…
2012-12-27 13:30
지도의 도로망을 살펴보면 고속도로가 거미줄처럼 뻗어있다. 하지만 경북의 동북부지역인 봉화, 영양, 청송은 고속도로와 거리가 먼 육지 속의 섬이다. 안동에서 동해안 가는 길의 영양은 교통이 불편한 오지라 오가는 차량들도 적다. 영양은 자연환경이 수려하고 반딧불이 축제가 열릴 만큼 자연이 살아 숨쉬는 청정지역이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오지가 각광받는 웰빙시대, 영양은 사람과 자연이 함께하는 행복을 내세운다. 봉감모전 5층석탑(국보 제187호)과 화천동 3층석탑(보물 제609호)을 비롯해 석탑 유물이 유난히 많고, 영양고추의 매운맛처럼 열사와 문인이 많이 배출된 유서 깊은 선비의 고장이다. 특히 ‘글 잘한다는 소리보다 착한 행동 했다는 소리가 들리면 즐거워하겠다.’고 가르치며 자녀교육에 귀감을 보인 정부인 안동장씨가 말년에 저술한 음식조리서 ‘음식디미방’은 17세기 중엽의 식생활을 알려주는 소중한 자료로 영양의 자랑거리다. 청록파 시인 조지훈은 일월면 주곡리의 주실마을에서 태어났다. 주실마을은 유서 깊은 전통마을이지만 실학자들과의 교류와 개화로 일찍 신학문에 눈떠 오래전부터 마을 전체가 양력설을 쇤다. 주실마을은 한양조씨의 집성촌으로 조지훈 시인이 태어나고…
2012-12-27 13:30
8월 4일 토요일 아침. 서산에서 꼬박 네 시간을 달려 전라남도 담양읍 향교리에 도착했다. 아, 이곳은 공기부터가 다르다. 서산이 비릿한 갯냄새가 특징이라면 이곳은 아쿠아향 비슷한 상큼한 풀냄새가 특징인 모양이다. 한여름의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임에도 이곳의 바람은 서늘하다. 바로 대나무 숲인 죽녹원 때문인가 보다. 저 멀리로 벌써부터 댓잎 서걱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고개를 들어 자세히 바라보니 검푸른 대나무가 치렁치렁 가지들을 늘어뜨린 채 하늘을 찌를 듯이 서 있다. 저 곳이 바로 미국 CNN방송에서 그토록 극찬한 한국의 명소 '죽녹원'이다. 나그네의 눈은 금세 호기심으로 반짝인다. 웬만한 인내력이 아니면 저 푸른 녹색의 유혹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빨리 보고싶다. 관방제림과 영산강의 시원인 담양천을 끼고 도는 향교를 지나면 바로 왼편이 죽녹원이다. 나와 아내는 자동차 뒷자리에서 제일먼저 카메라부터 챙긴 다음, 발걸음을 서둔다. 해미인터체인지에서 서해안고속도로의 하행선을 타고 꼬박 네 시간 동안 운전만 하느라 딱딱하게 굳어 있던 팔다리가 이제서야 뻐근하게 저려온다. 우리 부부는 홍살문을 관통하는 울퉁불퉁한 돌계단을 하나씩 밟고 오르며
2012-12-24 15:16
자칭 수원을 사랑한다는 수원토박이다. 수원에서 태어나 50여년을 고향 수원을 지키며 수원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다. 직업이 교원인지라 주로 학교 교육분야에서 학생들에게 애향심을 불러일으키는 교육을 해왔다. 애향심이 발전하여 애국심이 된다는 신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원봉사 지도자로서 ‘서호사랑 봉사학습 체험교실’을 2005년부터 지도해 왔다.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7년 째 이어가고 있다. 그 덕분일까? 서호에 대해서는 남들보다 조금 더 안다. 학생들을 지도하려니까 미리 교재연구를 하고 지도자료를 준비하여 지도에 임한 까닭이다. 그래서 제법 알게 된 것이다. 필자가 체험교실에서 지도하는 내용은 서호의 축조연대, 축만제의 뜻, 정조가 서호 저수지를 만든 이유, 농자천하지대본의 뜻, 정조의 애민정신, 항미정, 제방에 있는 소나무의 나이 계산하기, 농촌진흥청에서 하는 일, 수원이 농업과학의 메카인 이유, 농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여기산과 우장춘 박사, 수원팔경, 서호의 옛 모습, 서호에만 살았던 민물고기 이름, 서호납줄갱이가 없어진 까닭, 수질오염의 원인과 대책, 우리가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수질오염 예방법, 나라꽃 무궁화 등이다. 그런데 필자
2012-12-18 09:34
제217차 우리문화유산 기행안내 【전남 보성-영암-목포: 아름다운 남도로 가는 서정】 1. 보성: 한국 차(茶)박물관. 보성차밭 등. [1층 차문화관,2층 차역사관,3층 차테마관으로 보고, 배우고 체험 할 수 있는 문화공간] 2. 영암: 영암도기박물관. “하”미술관. 주거변천사 야외전시장 [흙과 도기를 주제로 한 전시를 기획하여 1200여년전 한국도기 전통성을 재현. 동강 하정웅 선생이 평생 수집한 미술 작품들을 기증하여 미술관과 게스트하우스 건립. 개관기념 ‘그리운 고향’전] 3. 목포: 도립 전남국악단 정기공연 관람[17:00~ 18:20] [기악2중주,진도북놀이,춤극-4군자의 향기, 창극-흥부가 화금장, 대금산조, 창무극-백범김구 하이라이트] 가. 답사일자: 2012년12월 22일(토요일) 나. 출발장소: 07:30 창원시청-농협중앙회 경남지역본부 앞 08:00 마산종합운동장 정문 기념탑 다. 참가비:52,000원[교통비,중식(남도백반),석식(순두부),공연료(5천원),입장료 등] 라. 인솔자: ☎ 010-9457-0033. [e-mail: dolmenkr@daum.net] 마. 접수처: 농협(단위농협)821119-52-037075 (예금주: 심재근) 바
2012-12-18 09:34
'산막이 옛길'로 명성이 난 충북 괴산에 새로운 명품 걷기 길이 탄생한다. 이름에서 충청도 사람들의 착한 심성과 푸근한 인심이 묻어나는 '충청도양반길'이다. 행정안전부 명품길 조성 사업으로 지난해 11월부터 공사에 들어간 충청도양반길은 화양․선유․쌍곡구곡과 산막이 옛길을 잇는 85km 거리를 9개 코스로 나눈다. 양반길은 옛길과 계곡이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경관을 한눈에 바라보며 걸을 수 있다. 전국 최고의 트레킹 코스가 될 양반길 중 1차 공사 지역인 1, 2코스와 3코스 일부 등 21km 구간이 12월 22일 개장된다. 괴산군은 개장일에 걷기 대회와 가수초청 산속음악회, 장기자랑 등을 계획하고 있다. 청주삼백리 회원들이 괴산의 충청도양반길사랑 회원들과 1코스 산막이옛길과 개장을 앞둔 2-1코스(갈론마을 출렁다리∼용세골 입구)의 일부 구간을 돌아보며 멋진 풍광에 흠뻑 취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11월 24일, 흥덕구청 광장에서 회원들을 만나 1시간 30여분 거리의 산막이 옛길로 향했다. 주차장에서 충청도양반길사랑 회원들과 임각수 괴산군수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산막이옛길로 향했다. 입구에 순박한 표정과 너그러운 미소가 충청도 사람들을 닮
2012-12-10 10:31
나라는 깨어지고 산하는 옛날과 다르니 홀로 강에 머문 달은 그 몇 번을 차고 이지러졌음이오. 낙화암 언덕에 꽃은 아직 피었으니 비바람 치던 당년에 모두 날리지는 않았음이라. 나그네는 홍춘경 님의 '낙화암'이란 시를 나직이 읊조리며 백화정에 올랐다. 일천 사백년의 세월을 밟고 선 자리마다 푸른 이끼가 선연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붉은 꽃잎은 흐느끼며 떨어진다. 떨어지던 붉은 꽃잎은 일순간 아름다운 궁녀로 화하여 나그네를 덮친다. 깜짝 놀라 머리를 흔들자 궁녀는 사라지고 스산한 바람만이 빈 정자를 스친다. 아, 환영이다. 어찌하여 슬픈 역사는 해가 갈수록 짙어져만 가는 것일까. 나그네가 느끼는 수수로움은 이제 심화되어 비탄에 젖는다. "저언하, 나당 연합군이 왕성을 위협하고 있사옵니다. 어서 빨리 옥체를 보존하소서!" 다급하게 전하는 신료들의 외침을 들으며 웅진성으로 피신하던 의자왕의 심정을 어떠했을까. 백제의 용장 계백의 5천 결사대가 황산벌에서 초개와 같이 사라져갈 때 수많은 궁녀들도 슬피 울면서 대왕포 높은 바위 위에서 붉은 치마를 뒤집어쓰고 사비수 깊은 물에 몸을 던졌으니 그때의 비참함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듯하다. 지금에 와서 의자왕의 어리석음을 꾸짖은들
2012-12-10 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