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스승의 날이었다. 여기저기서 문자가 왔다. 오래전 제자도 따뜻한 가르침이 그립다며 글을 보내왔다. 휴대전화로 온 문자였지만, 따뜻한 소리를 내는 것처럼 다가왔다. 마음이 포근했다. 겨우 삼 년 만났는데, 평생 선생님으로 기억해 준다. 베푼 것도 없는데, 매년 받기만 한다. 고맙고 한편으로는 미안하다. 현직에 있을 때 스승의 날이 생각난다. 교실에서 불을 꺼놓고 나를 기다린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볼수록 높아만 가네~’ 하면서 합창을 한다. 처음엔 기분이 들떠 소리 높여 부르다가, 한 아이가 조금은 애잔한 목소리를 내면 몇 명은 눈가가 촉촉해진다. 가슴에 꽃을 꽂아주고, 학급 아이들이 몇 푼씩 모아 넥타이나 지갑 등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이런 풍경이 시들해졌다. 촌지 때문이었다. 스승의 날을 핑계 삼아 학부모들이 자식을 잘 봐달라는 부탁과 함께 봉투를 준다는 것이었다. 대도시 일부의 현상이었지만, 언론에서는 모든 학교의 현상처럼 보도했다. 급기야 학교에서는 스승의 날을 휴업일로 했다. 학부모의 학교 출입을 차단한다는 의지였다. 그런데도 언론에서는 교사들이 선물을 받고 있다고 의심했다. 급기야 억울한 교사들이…
2020-05-24 15:1820일. 코로나 19로 미뤄졌던 고3 등교수업 첫날. 아침 일찍부터 일선 학교는 등교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미리 설치해 둔 열화상 카메라로 발열을 검사했다. 선생님은 매뉴얼에 따라 아이들 간 거리를 유지하도록 하면서 아이들의 발열 체크를 도왔다. 발열 체크를 마친 아이들은 오랜만에 만난 담임선생님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뒤, 각자의 교실로 입실했다.…
2020-05-20 12:07코로나19가 일상을 바꾸어 놓았다. 가능하면 외출을 삼가는데 그렇다고 하루종일 집에만 머물 순 없다. 집에만 있으면 갑갑하기도 하고 우울증 같은 것이 생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일월공원 산책.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월공원산책로 1.9km를 한 바퀴 돌고 나면머리가맑아지고 기분이 개운하다.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30분 정도 소요된다.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한다는 것이 힐링이 된다. 일원공원에는 호수가 있어 볼거리가 많다. 호수에서 노니는 새들을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일월호수에서는 흰뺨검둥오리, 물닭, 뿔논병아리, 민물가마우지, 왜가리, 해오라기 등을 볼 수 있다. 산책로는 수양버들길, 벚나무길, 메타세콰이어길, 벚나무길, 방죽 둑 중국단풍길로 이어져 지루할 틈이 없다. 요즘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물닭 가족. 물닭은 뜸부기과에 속하는 겨울 철새인데 여기서는 물닭을 사계절 볼 수 있다. 물닭은 부리와 부리 위 부분만 하얗고 몸 전체가 검다. 새끼는 머리 부분이 붉고 털이 까만 병아리 같다. 물닭 부부가 새끼 여섯 마리를 데리고 다니는 모습이 장관이다. 어미는 물풀을 떼어 새끼에게 먹인다. 물닭 새끼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해 보았다. 어미
2020-05-20 12:06굳게 닫혔던 학교 교문이 무려 80일만에 열렸다. 고교 3학년생들이 5월 20일부터 등교 수업을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등교 개학이 미뤄진 지 80일 만이다. 다섯 차례 등교개학이 연기되면서 최대 현안인 대입을 비롯한 학사 일정과 교육과정 정상 운영이 불투명해지는 등 발을 동동 굴렀던 고3 학생들은 일단 등교개학과 수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라는 게 중론(衆論)이다. 물론 등교 개학, 교실 수업을 시작했지만, 교내 집단감염 우려를 하는 교직원, 학생,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수그러들지 않은 상태다. 국민들도 등교개학의 시기상조를 우려하고 있다. 일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등교 수업을 강행한 것은 코로나19 발생 상황이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한 고교 학생 단체가 조사한 설문 결과 응답자의 79.7%가 20일부터 고3의 순차 등교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질병관리본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과 연대해 학교 구성원들의 불안감을 고려해 전국적으로 24시간 비상 대응 체계를 유지해 코로나19 의심 증상자나 확진자가 나올 경우 즉각적으로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교육 당국은
2020-05-20 09:32“선생님은 제 평생 잊지 못할 스승님이세요. 자주 연락 못드려 죄송해요. 일간 한 번 찾아 뵙겠습니다.” 2005년 전주공업고등학교에서 편집장을 했던 제자 J군이 전화를 해와 잠에서 깼다. J군은 전문대 졸업후 대기업 엔지니어로 일한 제자다. 언젠가 중국 공장에서 근무하게 되어 한동안 연락 못드렸다며 조만간 회사를 그만두려 한다고 전화를 해온 적도 있다. 이어진 통화에서 J군은 10년쯤 회사생활하다 희망퇴직으로 그만두고 자기 가게를 차렸다고 했다. 어제는 J군 1년 후배인 제자 O군에게 연락이 왔다. O군의 경우는 J군과 좀 다르다. 전주 사는 O군은 학생기자를 했던 동기 4명의 간사라서다. 그 4명이 군대 제대하고나서인가, 그 이후 해마다 날 찾아오곤 했다. 작년엔 내가 발행인을 맡고 있는 ‘교원문학’ 출판기념회를 겸한 제3회교원문학상ㆍ전북고교생문학대전 시상식장에 하객으로 참석한 바 있다. 그러고 보니 벌써 퇴직하고 다섯 번째 스승의 날(제39회)이다. 제자들의 전활 받아서 그런지 퇴직하고 맞는 스승의 날 감회가 오히려 더 새로운 듯하다. 재임중 ‘참 우울한 스승의 날’(전북연합신문, 2014.5.15.), ‘개념없는 스승의 날’(한교닷컴, 2015.
2020-05-20 09:31보리밭은 까끄라기가 벌어진 이삭이 황금빛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망종이 멀지 않아 보리타작할 때가 다가오나 봅니다. 토실하게 잘 여문 마늘과 수확할 때가 다가오는 양파가 수확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 옆으로 서둘러심은 어린 모가 무논에 어릿하게 서 있습니다. 뻐꾸기 소리가 날로 짙어져서 하루 종일 강마을 휩싸고 있습니다. 사이사이 산비둘기는 구우 구우 구구구 중저음의 울음을 토해냅니다. 무심한 봄이 가고 있습니다. 지척에 여름이 당도하였나 봅니다. 농촌의 봄수확이 시작되었나 봅니다. 저 역시 봄 수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썼던 아침독서편지와 독서 관련 에세이를 모아 책을 엮었습니다. 표지 디자인 최종작업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제목은 『강마을에서 책읽기』라는 제목입니다. 이렇게 읽기와 쓰기는 제 삶의 한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일용할 양식처럼 책을 읽고, 내용을 베껴 쓰고, 생각을 갈무리합니다. 고미숙 선생의 책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는 책 한 권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제게 많은 시사점을 주었습니다.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생각하면 밝고 명랑한 겉과 다르게 속으로 알 수 없는 답답함이 저를 휘몰아쳤습
2020-05-18 23:35지구상에는 온갖 극한 오지가 존재한다. 그러나 그곳에도 사람의 숨결이 있고 또 그곳에서 인류가 긴 세월을 진화해 왔다. 인류학자에 따르면 20만 년 전에 인류가 이 지구상에 등장했고 7만 전부터는 지구 곳곳으로 이동을 하면서 생존을 위해 진화해왔다고 한다. 현생인류는 신체적으로 월등한 네안데르탈인이나 그 밖의 인류인 북경원인 등을 대상으로 적자생존에서 살아남음으로써 현재 이 지구 행성에는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ce)라는 인류만이 존재한다. 인류는 이동과정에서 알래스카를 거치면서 그곳에 적응하여 살아왔고 1만 년 전부터는 현재의 터전에 주거를 정하고 문명을 이루어왔다. 1959년부터는 공식적으로 미국의 49번째 주(state)인 알래스카로 편입이 되어 지방 자치주를 이루며 산다. 미국 50개 주에서 가장 넓은 땅이지만 인구는 약 74만 명으로 가장 적다. 하지만 매우 광대한 지역인 관계로 이누피아트족이 사는 북쪽 지방은 그야말로 ‘살점이 떨어져 나갈 만큼 혹독한 추위’를 안고 사는 지역도 있다. 그곳은 9달의 겨울이 지속되고 한겨울에는 24시간 내내 밤만 계속되기도 한다. 《내일로부터 80킬로미터》의 저자 이레이그루크는 북극권에서 북쪽으로 46킬로
2020-05-15 19:46희랍 즉 그리스의 고전 읽기는 늘 어렵습니다. 오랜 세월을 거쳐 우리에게 닿은 그 책의 내용을 파악한다는 것은 숨은그림찾기처럼 생각을 계속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알기 쉽게 설명된 안내서 한 권을 동반한다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희랍 고전 전문가인 강대진 교수의 책을 제 희랍고전 읽기의 동반자로 선택하여 읽었습니다. 청소년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쓴 책이기에 이해가 더 쉬웠습니다.^^ 『오뒷세이아』는 문학 장르상 서사시에 속합니다. 운율이 있는 언어를 이해하는 것도 어려운데, 번역본은 더 쉽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아래의 문장을 보십시오.잿더미 속에 불씨를 감추고 있는 모습으로 비유된오뒷세우스는 어떤 의미인지 알기어려웠습니다. 이런 부분을 저자는 알기 쉽게 설명을 해주고 있습니다. 마치 어떤 사람이 근처에 이웃이라고는 없는 가장 멀리 떨어진 시골에서, 검은 잿더미 밑에도 타고 있는 나무들을 감추고 있어 불씨를 보전하게 되고 다른 데서는 불을 가져올 필요가 없을 때와 같이, 꼭 그처럼 오뒷세우스는 자기 몸을 덮었다. 5권 488~491행 오뒷세우스가 바다에서 빠져나와 나뭇잎을 덮고 잠드는 장면이다. 여기서 오뒷세우스는 재 속에 묻힌 불씨에 비
2020-05-11 10:43한교닷컴 e리포터로 활동중인 장세진 평론가는 최근 영화에세이 ‘한국영화 톺아보기’(해드림출판사, 값20,000원)를 펴냈다. 온라인과 전국 대형 서점에서 시판중인 ‘한국영화 톺아보기’는 영화 이야기로만 국한하면 11번째, 문학평론집이나 산문집 등 다른 장르들까지 망라하면 47권째(편저 4권 포함) 펴내는 장세진 지음의 책이다. 지난 해 1월 산문집 ‘진짜로 대통령 잘 뽑아야’ 이후 1년 5개월 만에 펴낸 책이기도 하다. 장세진 평론가가 펴낸 ‘한국영화 톺아보기’에는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과 아카데미 4관왕 차지로 세계영화사를 새로 쓰거나, 무려 1626만 명 넘는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인 ‘기생충’ㆍ‘극한직업’부터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으로 대박을 터뜨리거나 화제를 몰고온 ‘노무현입니다’ㆍ‘천안함 프로젝트’까지 모두 114편의 한국영화 이야기가 114장 사진들과 함께 실려 있다. 4부로 나누어져 있는 114편 글은 편당 200자 원고지 10장 안팎의 한국영화 이야기다. 이미 한교닷컴 등 여러 매체에 발표한 제1~2부와 달리 3~4부의 처음 선보이는 글들은, 굳이 말하자면 영화평이지만 다른 평론가의 그것들과 차별화된 특징이 있다. 영화나 감독, 또는 배
2020-05-11 10:43학교가 기나긴 겨울을 지나고서도 아직도 온라인 개학으로 진정한 봄을 맞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이른바 계절은 봄이 왔어도 사람의 마음은 여전히 추운 겨울에서 깨어나지 못한 ‘춘래불사춘’의 현장이란 말인가. 그런 가운데도 고3 학생을 지도하는 담임교사들과 학생들은 진로에 대한 막연함과 나아가 진학에 대한 불안감으로 매우 곤혹스러워한다. 하지만 원격으로나마 수업이 진행되고 진로·진학 상담이 이루어짐에 따라 조금씩 어두운 그림자를 벗겨내고 있다. 마치 데미안의 말처럼 새로운 세계로의 탄생을 위해 알에서 깨어나고자 하는 몸부림과 같다. 본교 3학년의 학생들과 담임교사가 한마음으로 2020학년도 학급의 특색 사업을 구안하여 학급공동체의 목표를 실현하고자 전개하는 현장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담임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꿈을 꾸는 학급별 슬로건을 보자. ① 함께 성장하는 우리(학급) ②꿈꾸며 성장하며 ③ 꿈지락 꿈지락 ④ 하나 된 우리 ⑤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⑥ 하고자 하는 의지, 열심히 하는 열정, 된다는 확신으로 준비하는 인생 설계 등등이 학급 슬로건을 대표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꿈에 다가가는 구체적인 행동은 무엇일까. ‘성공은 디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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