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에서 퇴직한 친구들 모임에 갔다. 친구가 하는 말이 이제 교육계에 기웃거리지 말고 발을 빼라고 한다. 퇴직 후 글을 계속 쓰고 있는 것을 보고하는 말이다. 인터넷 신문에 글을 발표한다. 이 글을 교육 관련 카페에서 공유한다. 이 카페는 주로 학교에 근무하는 선생님이나 기타 교육 관계자들이 본다. 전국에 선생님들이 많이 보는 카페로 알고 있다. 이 카페 운영자가 내 글을 몇 번 퍼다가 올렸다. 그것을 친구가 읽고 내게 충고를 한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일상을 일러준다. 텃밭도 가꾸고 산에나 다니면서 여생을 즐기라고 주문한다. 그만큼 했으면 학교가 돌아보기도 싫지 않냐며 동의를 요구한다. 내가 하는 일이 몸 버리고 쓸데없는 일이라고 한다. 퇴직한 사람이 떠들어야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다며 소리를 높인다. 친구의 걱정은 이해가 되지만, 그대로 듣기에는 거북하다. 남의 노력에 이래라저래라하는 것은 폭력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30년을 넘게 교단에서 고군분투했는데, 몸이 떠났다고 마음마저 접으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많은 사람이 교육에 관심을 두고 걱정을 하지만 정작 내놓는 대안은 모두 비난 일색이다. 교육의 뜻을 제대로 묻고, 교육을 살리기 위해 애쓰는
2020-06-01 13:22누구나 꿈속에서 서럽게 울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인간적인 갈등에서 오는 것이든, 직무 수행에서 오는 것이든, 개인적인 일의 추구에서 오는 것이든, 악몽을 꾸면서 깨어난 후엔 안도의 한숨을 쉬는 그런 경험 말이다. 평소 필자는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또 직무에서 오는 가위눌림 당하는 꿈을 자주 꾸지만 오늘은 상황이 다소 생소한 것이었다. 문제는 꿈속에서 매우 서럽게 울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소리 내어 서럽게 운 것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로 오랜만인 것 같다. 왜 그랬을까? 꿈속 사연으로 가보자. 필자의 방에는 각종 책들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아내가 일부를 박스에 담아 구석에 치워 놓아 서가엔 애지중지하는 책들만 남아있다. 잠시 여기서 필자의 책에 대한 집착을 언급해 본다. 필자의 책들은 읽으면서 메모한 것들로 여기저기 여백과 공간을 자필로 채운 것들이 많다. 그 책들은 시간이 지나도 고전처럼 아껴가며 다시 읽는다. 어찌 애지중지 하지 않겠는가. 필자의 영혼을 지배하는 사상과 가치관, 철학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소중한 자산이다. 또한 필자의 손때가 묻은 분신이기에 이 책들의 외부 방출이나 서가의 고유장소를 이탈하는 것을 극도
2020-06-01 13:21월요일 아침, 출근하자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 전화벨 소리로 교무실은 소란스러웠다. 나 또한 몇 통의 전화를 받았다. 모두가 담임선생님을 찾는 전화였다. 그리고 아이들의 등교 문제로 담임선생님과 통화를 원하는 학부모의 전화였다. 지난 20일 고3의 등교 개학에 이어 27일부터 고2가 등교를 시작했고 이번 주 3일부터 고1의 등교가 예정되어 있다. 학교마다 방역이 철저히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학생들이 매일 등교를 하고 있지만, 학부모의 근심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밤 열나고 기침을 계속한다는 한 아이의 어머니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먼저, 어머니는 아이의 등교 여부를 물었다. “선생님, 우리 아이 학교에 보내야 할까요?” 우선 아이의 구체적인 증상을 물어본 뒤, 며칠간 자가격리를 하면서 추이를 지켜볼 것을 주문했다. 그런데 아이가 입시를 앞둔 고3이라 행여 불이익을 받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인지 그 어머니는 대학 입시 일정을 연신 물었다. 그리고 아무런 증상이 없는 학부모의 경우, 혹시 아이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인지 학교 방역이 어떻게 실시되고 있는지를 전화상으로 계속해서 묻기도 했다. 심지어 어떤 학부모는 똑같은 말을 반복하…
2020-06-01 13:21교원문학회(회장 김계식⋅전 전주교육장)는 5월 29일 오후 5시 30분 전주 초원갈비 2층 연회장에서 코로나19를 감안, 회원 위주로 간소하게 제4회교원문학상 시상식을 가졌다. ‘교원문학’ 제5호 출판기념회를 겸해 김두성(전 남원중학교 교장) 사무국장 사회로 열린 제4회교원문학상 시상식엔 회원들과 내빈으로 송하선(전 우석대교수)⋅김동수(전 백제예술대교수) 시인, 차상철(전 전라북도교육연구정보원장) 완산학원 이사장, 김옥진 소리꾼 등 60여 명이 참석해 장세진(전 군산여상 교사) 평론가와 박종은(전 고창교육장) 시인의 수상을 축하했다. 소재호(전 완산고등학교 교장) 전북예총회장과 ‘시맥’ 회원들, 서울 소재 명문프리컴 김진만 대표, 해드림출판사 이승훈 대표 등이 화환⋅화분들을 보내 제4회교원문학상 수상을 축하하기도 했다. 수상자들은 최근 3년 동안 각각 4권의 책을 펴내는 등 활발한 문학 활동을 인정받아 상을 받게 됐다. 수상자에겐 각각 인물사진이 새겨진 상패와 상금 200만 원이 주어졌다.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은 제4회교원문학상 수상 기념으로 이미 출간된 저서(장세진 평론집 ‘한국대하역사소설론’⋅장세진 산문집 ‘진짜로 대통령 잘 뽑아야’와 박종은 시집 ‘고
2020-06-01 08:00그리움으로 남은 아이들 세상의 어린이를 위해 어른들이 알아야 할 辱 책제목이 충격적입니다. 아이들이 꼭 배워야 할 욕이라니! 그러나 내용은 어른들을 향한 부르짖음으로 가득합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욕은 일상적인 언어생활에서 사용하는 욕이 아닙니다. 이 책은 지구상의 아동들이 겪는 가슴 아픈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 책입니다. 아동노동, 아동빈곤, 아동교육, 소년병, 아동학대, 아동산업, 아동음식 등 7개 분야를 다루고 있습니다. 절규에 가까운 실화를 읽으며 마지막까지 마음을 아프게 하는 책입니다. 아동노동 현장에서 아이들이 하는 일들입니다. 붕괴 직전의 광산에서 중금속 채굴, 밀폐된 지하 작업실에서 신발 밑창 제작, 도망가지 못하도록 밧줄에 묶인 채 하는 직공 작업, 성병과 임신에 대한 대비 없이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성매매, 길거리에서 구걸하거나 관광기념품 판돈을 모두 관리자에게 상납하는 아이들의 실화가 생생한 증언으로 실려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4초에 1명이 열 번째 생일도 맞지 못한 채 굶어 죽습니다. 저체중과 영양실조로 목숨을 위협받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아이들이 전 세계적으로 1억 7천만 명이고요. 전투에 동원되는 18세 미만의…
2020-05-31 12:06전⋅현직 교원문인들이 모여 2016년 출범한 교원문학회(회장 김계식)가 스승의 날인 5월 15일 ‘교원문학’ 제5호를 발행했다. 제5호 특집으로 제4회교원문학상 수상자인 전 군산여상 교사 장세진 평론가와 전 고창교육장 박종은 시인의 신작 문학평론과 시들을 싣고 있다. 수상자들은 최근 3년 동안 각각 4권의 책을 펴내는 활발한 문학활동을 인정받아 상을 받게 됐다. 또한 ‘교원문학’ 제5호는 전북 부안초등학교 교장인 이길남 아동문학가와 전 구이중학교 교장 송일섭 수필가 등 23명 신입회원과 경기도 부천교육지원청 권태주 초등교육과장, 한교닷컴 리포터로 활동하고 있는 경남 의령 지정중학교 이선애 교사 등 22명 회원 전부가 참여해 시⋅수필⋅동시⋅동화⋅소설⋅평론 등 다양한 문학작품을 싣고 있다. 얼마 전 인기리에 방송된 ‘낭만닥터 김사부2’⋅‘하이에나’⋅‘아무도 모른다’에 대해 쓴 방송평론가 장세진의 ‘드라마 톺아보기’가 눈길을 끌기도 한다. 눈길을 끄는 게 더 있다. 2016년 창립때부터 2020년 5월 6일까지 부산의 김미자 수필가, 전주의 차재희 곤지중학교 교장 등 전국에서 교원문학회를 후원한 사람들이 빼곡하게 수록되어 있는 명단이 그것이다. 여느 문학동인지
2020-05-25 08:04요즘 세상의 트랜드가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우리에게서 행복은 커다랗고 위대한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또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작은 것에서,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이게 바로 진짜 행복이다. 행복은 누가 거저로 가져다 주는 것도 아니다. 행복은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일월공원에서 10개의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 약칭이 행짓사(행복을 짓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활동을 보니 명칭을 변경해야겠다. 행지퍼사(행복을 지어 퍼뜨리는 사람들)로, 왜?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어 산책객에게 선사하니 이들은 행복전도사다. ‘혼자 행복’보다 ‘우리 함께 행복’이 행복의 크기가 커진다. 22일 10시, 일월공동체 정원에서는 정원 푯말만들기 체험이 있었다. 푯말을 만들어 정원에 세워 놓는 것이다. 참가한 회원은 모두 20명. 여기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기대 이상의 흥미진진한 세상, 행복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오늘 프로그램을 위해 정선아 강사가 초빙되었다. 그는 10개의 정원 푯말을 만들어 가지고 왔다. 푯말의 재료는 원목. 푯말 하나하나를 들면서 나무재료를 소개한다. 나무의 특성을 이야기한다. 소태나무, 다릅나무, 느티나무, 백합나
2020-05-24 15:21흔히들 한국인은 ‘정(情)’이 남다른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곧 ‘정‘은 한민족 고유의 상징처럼 간주된다. 하지만 다른 언어로는 ’정‘을 적절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정’문화는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중에는 한국의 ‘정’에 감동한 나머지 한국과 평생 인연을 맺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스스로 ‘정’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지나쳐 혹시나 외국의 ‘친절’문화에 대해서 간과하거나 우물 안의 개구리 격으로 편협한 문화적 우월감을 견지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필자의 경험을 예로 들어 보겠다. 언젠가 미국의 친척 집을 방문하기 위해 멀리 시애틀(Seattle)을 찾았다. 아무리 넓은 미주대륙이라 해도 곳곳마다 사람 사는 흔적이 드러나고 어디를 가든 그곳이 관광명소든 생활거주지든 현지인들이 외국인을 대하는 일상의 모습에서 분명히 우리와는 다른 선진국다운 여유와 배려심을 느꼈고 특히 친절한 행동은 감동적이었다. 미국의 소도시 숙박지 인근 대형 마트에 들렸을 때였다. 세계화의 흐름에 따라 마트 시설은 크게 생소한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세밀히 들여다보면 디테일한 차이를 느끼게 할 정도로 상품의 배치나 이
2020-05-24 15:20다시 스승의 날이었다. 여기저기서 문자가 왔다. 오래전 제자도 따뜻한 가르침이 그립다며 글을 보내왔다. 휴대전화로 온 문자였지만, 따뜻한 소리를 내는 것처럼 다가왔다. 마음이 포근했다. 겨우 삼 년 만났는데, 평생 선생님으로 기억해 준다. 베푼 것도 없는데, 매년 받기만 한다. 고맙고 한편으로는 미안하다. 현직에 있을 때 스승의 날이 생각난다. 교실에서 불을 꺼놓고 나를 기다린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볼수록 높아만 가네~’ 하면서 합창을 한다. 처음엔 기분이 들떠 소리 높여 부르다가, 한 아이가 조금은 애잔한 목소리를 내면 몇 명은 눈가가 촉촉해진다. 가슴에 꽃을 꽂아주고, 학급 아이들이 몇 푼씩 모아 넥타이나 지갑 등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이런 풍경이 시들해졌다. 촌지 때문이었다. 스승의 날을 핑계 삼아 학부모들이 자식을 잘 봐달라는 부탁과 함께 봉투를 준다는 것이었다. 대도시 일부의 현상이었지만, 언론에서는 모든 학교의 현상처럼 보도했다. 급기야 학교에서는 스승의 날을 휴업일로 했다. 학부모의 학교 출입을 차단한다는 의지였다. 그런데도 언론에서는 교사들이 선물을 받고 있다고 의심했다. 급기야 억울한 교사들이…
2020-05-24 15:1820일. 코로나 19로 미뤄졌던 고3 등교수업 첫날. 아침 일찍부터 일선 학교는 등교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미리 설치해 둔 열화상 카메라로 발열을 검사했다. 선생님은 매뉴얼에 따라 아이들 간 거리를 유지하도록 하면서 아이들의 발열 체크를 도왔다. 발열 체크를 마친 아이들은 오랜만에 만난 담임선생님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뒤, 각자의 교실로 입실했다.…
2020-05-20 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