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겪었던 일이다. 어떤 기관에서 부진아 문제의 교육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전문가 협의회에 참석해 줄 것을 요청해 왔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연구하려 할 때, 관련 전문가들의 아이디어를 빌린다는 취지로, 이런 종류의 협의회가 활용된다. 미리 회의 자료를 보내 주면서 잘 검토를 하고 오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주최 측의 자세가 진지하고 성실하여 나는 이 회의에 호감과 기대를 가지고 참석하기로 했다. 문제는 협의회가 시작되면서 발생했다. 참석한 인사 중의 한 사람이 자신이 가진 특정의 견해를 밝히면서, 학습부진아 문제의 발생을 당국의 정책 부재 탓으로 나무라기 시작하는 것과 동시에 서서히 비분강개하기 시작했다. 그의 비분강개는 계속 다른 국면으로 전이되었다. 그는 이 문제와 관련해서 사람들이 기회균등의 교육철학을 제대로 가지지 못했다는 공격적 발언으로 불특정의 여러 학자 전문가들을 격렬하게 비난했다. 비분강개의 와중에도 그는 자신이 이러저러한 힘과 경력의 소유자임을 빠트리지 않고 끼워 넣었다. “고정하시지요”하는 말을 꺼내기도 무색할 정도로, 그는 분기탱천하여 주먹을 불끈 쥐고, 언성을 높였다. 다른 참석자들은 마치 문제의식도 없고, 정의감도
2006-11-01 09:00
								몽골에 갔었다. 남(南) 고비 사막의 대평원을 가서, 몽골 원주민들의 전통 주거인 겔(GER)에서 머물렀다. 겔은 중국식 이름으로는 ‘파오’라고 불린다. 원통형 본채에 원추형 지붕으로 된 몽골 유목민의 전통 가옥이다. 겔에서 지내다보니 어린 시절 살던 초가집 생각이 난다. 자연 그 자체를 두르고 살았던 점에서 겔과 초가집은 통한다. 몽골 평원의 대자연은 외경스러웠다. 우러러보면 밤하늘에는 살찐 별들이 보석 밭을 이루고 있었다. 별들은 제 광채를 스스로 이기지 못하고 금방이라도 대지에 총총 쏟아져 내릴 듯 했다. 다음 날에는 저물 무렵 대평원의 아득한 지평 저쪽으로 거대한 비구름의 기둥이 옮겨가는 모습을 보았다. 땅과 하늘을 수직으로 잇는 거대한 구름 기둥이 서서히 옮아간다. 백리 밖 비 내리는 모습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장관이다. 어둠이 내리자 구름 속에서 번개가 쳤다. 그러자 구름 기둥은 이내 장엄한 불기둥이 되었다. 먼 천둥소리가 나직하게 으르렁거렸다. 나는 소년처럼 감흥이 일었다. 나의 감관이 경험한 대자연이 너무 황홀하였다. 주체하기 어려웠다. 보들레르의 말이었던가. ‘자연은 하나의 신전(神殿)이다.’는 말이 실감났다. 겔(GER) 안으로
2006-10-01 09:00
								박인기 | 경인교대 교수 사람들은 대화하고 소통하며 산다. 산다는 것이 곧 소통의 현존(現存)을 증명하는 것이지 달리 무엇이겠는가. 그래서 소통이 끊어진 곳에 삶의 좌절이 있고, 소통이 왜곡되는 곳에 배신의 분노가 있고, 소통이 실종되는 곳에 관계의 파탄이 있다. 이렇게 말하면 소통이 거창한 그 무엇인 것 같지만, 실상 소통은 소박한 것이다. 소통이란 것의 반은 내가 누구에겐가 말하는 것이고, 나머지 반은 내가 누군가의 말을 듣는 것이다. 모든 소통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이것이 잘 안 되면 소통은 잘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런데 소통은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불행과 고통을 가져다준다. 안 되면 말고 하는 식으로 다스릴 일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소통의 문제를 보는 지혜의 눈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소통을 주로 말하기의 문제로 본다. 내가 말을 잘못 해서 소통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듣는 것이 말하는 것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이듯이, 말하는 것은 듣는 것에 의존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말하기의 실패는 듣기의 실패에 반드시 연동되어 있다. 그래서 듣기의 지혜가 중요하다. 그런데 잘 듣는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2006-09-01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