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부터 지속된 여러 공직자 자녀의 대학입시, 논문 출간 등과 관련된 문제들은 전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교육에 있어서 공정성은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이미 대학을 졸업한 일반인들에게까지 매우 민감한 주제이다. 교육의 공정성은 주로 대학입시 문제와 함께 다루어진다. 공직자 자녀들의 대학 입학을 위한 스펙 만들기 역시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의 교과활동과 비교과활동(창의적체험활동)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진다. 이 때문에 고등학교 교육과정 전반이 공정성을 위협하는 각종 요소들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실 대학입시라는 점을 따로 떼어 놓고 본다면 학교교육과정과 교육의 공정성은 그리 상관있어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1945년 교수요목기 이래 국가 주도로 개발된 교육과정을 학교에서 실천하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1997년 7차 교육과정 이후부터 교육과정에 대한 의사결정의 분권화를 지향하고 있으나 국가교육과정의 영향력을 학교현장에서 무시하기는 어렵다. 또한 교육과정정책(예: 자유학기제, 고교학점제 등 학교교육과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정책) 역시 국가의 주도로 도입되기 때문에 공정성의 문제가 제기될 여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 그
2021-06-04 10:30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방역과 안전에 철저한 학교, 대면수업과 온라인학습 병행 등 교육과정 재구성으로 내실 있는 학교, 교원학습공동체와 같은 교과협의회가 활발하고 행정과 담임업무를 분리, 교사들이 수업에만 전념하는 학교. K-에듀의 모범답안이 있다면 꼭 들어맞는 학교가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서울 구암중학교. 한마디로 남들이 부러워하는 학교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마다 빈 교실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이곳은 전혀 다르다. 오히려 학급수가 늘어나고 교실마다 학생들이 빽빽하다. 학생 수만 1,200여 명. 과대학교에 과밀학급이다. 교육여건이 좋다고 할 수 없는데도 학생들이 몰려온다. 지난 2019년 신입생은 그해 졸업생보다 100명이 더 많았다. 지난해에도 신입생이 40명가량 넘쳤다. 찾아오는 학생들을 막을 재간이 없는 학교로서는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학생뿐 아니다. 교사들 역시 너도나도 근무를 지원한다. 전입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선호학교로 지정됐다. 코로나19 대응 철저... 학부모들 “학교를 믿는다” 서울 관악구 고갯마루에 위치한 구암중학교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첫 번째 키워드는 안전이다. 지난해 학생·학부모·교직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학교교육활동…
2021-06-04 10:30
수업이 시작하자마자 엎드리는 학생이 있다. 슬쩍 다가가서 등을 쓸어내리며 물었다. “많이 피곤하니?” 쑥스럽게 얼굴을 든다. 깨우는 방식이 기분 나쁘지는 않았는지 다행히 짜증스러운 표정은 아니었다. 쉬는 시간에 따로 불러 물었다. “왜 엎드렸어?” “어젯밤에 늦게 잤어요.” “왜 늦게 잤는데?” “게임하느라….” “그랬구나. 왜 늦게까지 게임을 하게 되었을까?” “기분이 나빠서요. 기분 좀 좋아지라고….” “무슨 일 때문에 기분이 나빴는데?” “혼났거든요.” “왜 혼났는데?” “게임 많이 한다고….” 배움이 느린 학생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마다 종종 꺼내는 일화다. 학생들은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인지하지 못한다. 사실 성인도 때로는 문제의 시작이 무엇인지, 변화를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인지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아직 어린 학생이니 오죽할까. 그래서 이번에는 이렇게 물어봤다. “그럼 네가 수업시간에 엎드릴 때, 선생님이 어떻게 해주면 좋겠어?” “음…. 깨워주셨으면 좋겠어요.” (“깨워달라고? 네가 엎드리지를 말아야지!”) 이 말이 입 밖으로 나오려는 것을 꾹 누르고 다시 물었다. “그래? 왜 깨워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그래도 깨우는 선생님은
2021-06-04 10:30
「헌법」 제31조 제1항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 ‘능력’, ‘균등’, ‘교육받을 권리’는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조문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이 조항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대한민국 교육이 지켜나가야 할 근본적인 원칙임을 분명히 한다. 교육에 있어 무엇이 옳은지를 묻는 ‘교육의 공정성’과 관련지어 생각해 볼 때, ‘능력에 따른 균등한 교육받을 권리의 보장’은 공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성이며, 동시에 공교육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교육활동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준거이다. 교육비 배분의 수평적 형평성 한편, 교육재정은 교육의 공정성 실현과 밀접한 교육제도로 볼 수 있다. ‘국가 및 공공단체가 공적인 교육활동을 위해 필요한 재원을 확보·배분·지출·평가하는 일련의 경제활동’인 교육재정은(윤정일, 2000: 55) 교육받을 권리의 균등한 보장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교육재정의 확보 및 배분과 관련한 대표 법령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살펴보면 더욱 그러하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제1조에 따르면, 해당 법령은 지방자치단체가 교육기관 및 교육행정기관을 설치ㆍ경영하는 데 필요한 재…
2021-06-04 10:30
필자는 4학년 담임을 맡고 있다. 4학년 1학기 수학 1단원에서 아이들은 억·조 단위의 큰 수를 배운다. 단원평가에서 ‘1억이 들어간 문장을 만드시오’라는 문제가 있었다. 한 아이가 이렇게 적었다. “1억 가지고 좋은 집 못 사.” 세상에! 이마를 탁 쳤다. ‘무슨 애가 이런 되바라진 말을 써?’가 아니라 ‘이렇게 똑똑할 수가!’하고 감탄했기 때문이다. 아빠와 엄마가 집값에 관해 이야기하는 걸 들은 걸까? “1억 가지고 좋은 집 못 사”라고 아이에게 직접 말하는 부모 모습이 상상됐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 발령받았던 십여 년 전만 해도 이런 문장을 아이가 썼다면 ‘애가 벌써부터’라는 (꼰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 한국경제연구원에서 제공한 ‘전국 평균 아파트값 추이’ 그래프에 따르면 2010년 5억 4천만 원 수준이었던 서울 평균 아파트값이 2021년에는 10억 9천만 원까지 올라갔다. 집값이 5억 원 넘게 오르는 동안 내 월급은? 벼락부자와 벼락거지 벼락부자는 옛날부터 있었다. 벼락거지는 별안간에 생겼다. 벼락거지는 소득에는 변화가 크게 없는데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은 급격히 올라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사람을 말하는 신조어다. 주
2021-06-04 10:30
용감한 육아 (에스터 워지츠키 지음, 반비, 372쪽, 1만7500원) 세 딸을 유튜브 CEO, 소아과 의사, 스타트업 ‘23앤드미’의 CEO로 키운 어머니이자 30여년 경력의 고등학교 교사로서 미디어아트 프로그램을 만든 저자가 성공적인 사람을 길러내는 법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신뢰(trust)·존중(respect)·자립(independence)·협력(collaboration)·친절(kindness)의 머리글자를 딴 트릭(TRICK)을 양육원칙으로 강조하며 생생한 사례를 통해 적용방법을 전달한다.…
2021-06-04 10:30
교사를 위한 법률 가이드 (임이랑 지음, 따비, 248쪽, 1만6000원) 막무가내식 민원, 학생·학부모가 제기하는 예상치 못한 민·형사소송과 행정쟁송에 힘든 요즘 선생님. 동료교사가 학부모로부터 뺨을 맞고도 도움받지 못하는 현실을 보고 변호사가 된 저자는 이런 선생님들이 억울하게 당하지 않도록 대처방법을 안내한다.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전담 변호사로 근무하며 상담했던 실제 학교 분쟁사례를 통해 법률조항 및 절차 등에 대해 알기 쉽게 풀어내고 있다.…
2021-06-04 10:30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간직한 아름다운 추억만한 교육은 없을 것이다. 행복한 추억들을 많이 가지고 인생을 살아간다면 그 사람은 삶이 끝나는 날까지 안전할 것이다.’ 허니샘의 교육철학에서 시작된 프로젝트 수업 이 구절이 너무 와 닿아서 아이들에게 평생 기억에 남을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주어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항상 안전할 수 있게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나의 교육철학인 ‘행복한 추억이 많은 아이는 항상 안전하다’라는 구절이 탄생하였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느끼는 행복은 성인이 되었을 때 삶의 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학생의 학교행복감은 대단히 중요하다. 행복한 1년을 만들어주기 위해 잊지 못할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구상하였다. 어른이 되어 초등학교 시절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내가 어떤 목소리였는지, 어떤 말과 행동을 했고, 선생님·친구들과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나는 게 사실이다. 이런 즐겁고 행복한 경험들을 아이들이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각 프로젝트를 영상으로 촬영하였다. 아이들이 언제든지 추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추억에 쉽게 닿을 수 있도록 영상을 함께
2021-06-04 10:30
교육정책기획력은 교육활동 중 발생한 문제에 관해 다양한 방법의 해결안을 창의적으로 제시하는 능력으로 교육전문직원에게는 꼭 필요한 역량이다. 그렇다면 교육전문직원의 필수 역량인 ‘기획능력’을 갖추기 위해 수험생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이번 6월호에서는 교사가 기획력을 갖추기 위해 준비해야 할 역량과 실제 교육전문직원 전형 중 기획안 작성에서 필요한 고득점 전략을 수험생의 관점에서 ‘준비-연습-실전’ 과정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교육정책기획 고득점 전략 _ 준비하기 교육전문직 시험 준비를 위해서는 지역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보통 교직·교양, 정책논술, 장학능력, 수업전문성, 교육과정, 현장지원전문성, 교육정책기획 등 다양한 영역의 공부를 해야 한다. 이는 별개의 과목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모두 연계되어 있다. 그래서 공부를 하다 보면 각 영역의 답안을 모두 쓸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교육정책기획 준비를 하는 데 필요한 내용이 논술이나 교직·교양, 장학능력, 면접 등에서 그대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교육정책기획 준비과정에서 필요한 내용을 살펴보자. 가. 교육패러다임 이해 먼저 교육전문직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사회
2021-06-04 10:30
국내 대표적 자율형사립고인 민족사관고등학교가 존폐 위기에 놓였다. 정부는 오는 2025년 모든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민사고는 일반고로 전환되면 폐교밖에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은 현재 헌법소원이 제기된 상태다. 여기서 정부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꼼짝없이 일반고로 가야 한다. 문제는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 민사고 존립이 위태로워진다는 점이다. 우선 신입생 모집이 어려워진다. 강원도 내에서만 학생을 모집할 경우 정원 채우기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또 막대한 학교운영비를 감당하는 것도 부담이다. 현재 민사고는 학생수 460여 명에 교원은 70여 명. 학생 7명당 교사는 1명 수준이다. 학생 1인당 기숙사비와 수업료 등 학비는 연간 2천8백만 원 정도이며 전액 수익자부담으로 운영된다. 사정이 이러니 일반고의 무상교육 재정지원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민족주체성 교육 등 건학이념도 유지할 수 없다. 사실상 존립의 이유가 없어지는 셈이다. 민사고는 파스퇴르 우유가 젖줄이었다. 최명재(94) 전 파스퇴르유업 회장이 1996년 설립한 민사고는 전북 상산고, 부산 해운대고, 울산 현대청운고, 포항제철고, 광양제철고와 함께 자사고의…
2021-06-04 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