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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내가 빚은 최고의 송편 송편은 우리나라 계절음식의 제일 첫손가락을 꼽을 수 있는 음식 중의 하나이다. 물론 전해오는 계절에 따라 절기마다 각기 다른 음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설날의 떡국, 대보름의 오곡밥과 부럼, 하드렛날의 볶은 콩, 유두에는 부침개(밀전병), 추석에는 송편, 동지에 동지죽 등 계절마다 제철에 나는 각종 곡식과 과일을 이용한 것들이다. 그러나, 이 송편이 가장 원칙적으로 만드는 것은 어떤 방법일까 ? 내가 내 평생에 가장 멋있는 송편을 만들어 먹은 것은 1970년대 중반의 일이었다. 사실 나는 그때에는 무엇이 무엇인줄도 모른 채 그저 집에 있는 재료를 가지고 그냥 만들어 본 것이었는데, 그게 내 생애에 가장 멋있는 송편을 만들어 먹었던 것이었다. 이 무렵 우리나라에서는 헐벗은 산을 사방사업을 하노라고 산에 있는 나무와 풀, 그리고 각종의 씨앗들을 수집하는 게 당시의 국민학교 어린이들에게 주어진 하나의 과제였었다. 심지어는 학교에서 어린이들을 데리고 산으로 나가서 아카시아와 잔디의 씨앗을 수집하기 까지 하였다. 그렇게 산과 들을 헤매던 우리 반 아이들은 산에 가서 잔디 씨를 따다가 더워서 못 견디겠다고 저수지에 뛰어 들었다. 물론 이 저수지의 물은 그 깊이가 겨우 어린이들의 목에 찰까 말까 하는 깊이였기에 안신을 하고 잠시 쉬는 시간을 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연못의 한쪽에는 우산만큼이나 잎이 커다란 연꽃들이 화사한 꽃과 함께 벌써 영글어 가는 씨앗들을 달고 있었다. 화사한 꽃들은 그 송이가 엄청나게 큰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윽한 향기가 가슴을 뿌듯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그 열매가 익어가는 씨방은 마치 요즘 우리가 흔히 보는 우주선과 같은 모양이었다. 그 씨방에는 작은 것은 일곱 개 큰 것은 10여개씩의 씨앗이 박혀있다. 씨앗의 생김새는 마치 잣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잣보다는 조금 큰데다가 씨앗의 껍질이 잣보다는 조금 덜 단단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는 이날 산과 들의 씨앗을 따야 하였기 때문에 연꽃과 연씨 방을 제법 많이 따가지고 그것을 학교에 꽃병에 꽂을 양으로 가지고 왔다. 어떤 아이는 아무리 말려도 말을 듣지 않고 한 아름을 안고 와서는 학교 이웃에 사는 나의 집에다가 가져다 두면서, “두고두고 보셔요” 하고 달아났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나는 집안에 가득한 연꽃의 씨앗을 잔뜩 가지게 되었다. 별로 쓸 곳도 없고 어떻게 이용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연 씨앗을 바구니에 담으니, 약 4 리터쯤이나 되는 것이었다. 이 연자(연꽃의 씨앗을 약재로 쓸 때 부르는 이름)를 어떻게 쓸까를 생각하다가 하는 수 없이 그 씨앗들을 까서 먹을 수 있게 만들어 보기로 하였다. 연 씨앗을 일일이 까서 그 알맹이들을 밥에다 넣어서 먹어 보았으나 너무 큰 알갱이가 별로 밥맛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는 마침 다가오는 추석을 맞아 송편을 빚게 되었기에 다른 것보다는 이 연 씨앗을 송편의 속으로 쓰기로 한 것이었다. 연자를 속으로 넣은 송편, 이것은 가장 송편을 고급으로 만든 것이었다. 어느 책에서 보니까 옛날에는 임금님의 수랏상에만 오르는 가장 고급음식 이었던 것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별 생각 없이 그냥 있는 재료로 만들어 먹은 게 이렇게 내 평생에 다시 먹어 볼 수 없는 가장 고급 이었었다 는데 나는 세삼 그날이 그리워진다.
7월 첫날이다. 주말이라 편히 쉴 수 있는 날이다. 비올 준비를 하고 있으니 기다림도 생긴다.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다. 27년 동안이나 사용했던 냉장고를 교체하는 날이다. 고장이 난 것도 아니다. 아직도 성능이 좋다. 더 오래 사용하고 싶지만 폭발 위험, 화재 위험이 있다기에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정든 냉장고를 보내려고 하니 아쉽다. 생사고락을 함께 했다. 많은 유익을 안겨 주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움직였다. 이 냉장고가 잘 수리되고 정비되어 다시 오래 사용되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나라의 전자제품의 기술이 수준급임을 알 수가 있다. 모든 기술자들이 바로 한국 교육의 산실이다. 많은 기술자를 길러내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 시간에는 냉장고와 같은 선생님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다. 냉장고는 식품이나 약품 따위를 차게 하거나 부패하지 않도록 저온에서 보관하기 위한 상자 모양의 장치다. 지금까지 이 냉장고가 없었다면 삶의 질이 많이 떨어졌을 것이다. 음식을 상하지 않도록 저온을 유지시켜 줌으로 음식을 잘 보관해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우리 선생님들도 냉장고와 같이 학생들이 부패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 같다. 부패한 나라는 주로 후진국이다. 우리는 이제 선진국의 대열에 속한다. 그러기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부패한 자들이 나오지 않도록 잘 지도해야 할 것이다. 향수가 나는 곳에 파리 한 마리가 빠져 죽으면 그 향기가 악취로 변하고 만다. 학생들이 정직하게 잘 자라지 못하면 죽은 파리처럼 될 수도 있다. 그러기에 도덕적 깨끗한 자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를 꾸준히 해야 할 것이다. 냉장고는 음식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 상한 음식을 먹으면 배탈이 난다. 장염에 걸린다. 오래 고생을 하게 되고 몸을 망치게 된다. 학생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도록 잘 지도함이 중요하다. 학생들을 잘 지도하려고 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학생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상처를 줄 수가 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늘 신경을 써야 한다. 한 번 상처는 죽을 때까지 안고 간다. 이 사실을 염두에 두면서 늘 조심해야 할 일이다. 냉장고는 음식의 오랜 유지를 위를 냉동역할을 한다. 냉동을 하면 한 주일이 지나도 음식이 상하지 않는다. 음식이 변하지 않는다. 학생들이 늘 변함없이 각자가 가진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학생들 중 의지가 약하면 그만 용기가 사라져 꿈을 향해 전진할 수가 없다. 꿈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 꿈이 점점 희미해지면 힘을 잃어 스스로 포기하고 만다. 변함없이 인내를 가지고 각자의 꿈을 힘차게 나아갈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냉장고는 24시간 쉬지 않는다. 한 시간만 돌아가지 않고 멈춘다면 냉장고의 음식은 먹을 수가 없다. 부패해서 먹지 못하게 된다. 냉장고는 부지런함의 대명사다. 선생님의 근면과 성실이 학생을 학생답게 오래 잘 유지해 나갈 수가 있다. 냉장고와 같은 선생님이 되면 좋겠다.
충남 서산 서령고는 1~2일 이틀에 걸쳐 교내 지구과학실에서 교사들을 대상으로 청소년 동아리지도자 2급 과정 연수를 실시했다. 한국청소년동아리연맹이 주최하고 한국청소년동아리문화연구원이 주관한 이번 연수는 청소년들의 동아리활동과 문화를 이해하는 동시에 지도 교사의 지도력을 함양하고 현장 지도 능력 및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실시됐다. 모두 31명의 서령고 교사가 참가한 연수에서는 제1강 청소년활동진흥원 포상담당관 윤상용 님의 동아리활동과 연계한 성취 포상제 활동에 대한 수업이 있었고, 제2강에서는 서울중앙고등학교(과학) 황혜경 님의 RE(과제별 연구) 활동의 사례발표가 있었다. 제3강에서는 광주 명진고등학교 강대곤 님의 동아리활동을 통한 학생부전형 진로지도와 이어 전주예술고등학교 박교선 교감선생님의 (수학+과학+예술) 교과를 활용한 융합수업의 모델 유형이란 특강이 있었다. 선생님들은 바쁜 일상 중에서도 잠시 짬을 내어 연수를 받느라 힘은 들었지만 이번 연수를 통해 전문성 향상 및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창의적인 동아리활동과 지도력 배양에 큰 도움을 받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충남 서산 서령고가 서편 3층 건물에 학생 탈의실을 설치했다. 개인 사물함과 블라인드로 깔끔하게 설치된 탈의실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동안 학생들은 특별히 탈의실이 없어 교실에서 옷을 갈아입곤 했는데 이제부터는 개인 사생활을 침해받지 않고 탈의실에서 편안하게 옷을 갈아입을 수 있게 됐다.
충남 서산 서령고는 6월 29일 송파수련관 세미나실에서 임영주 부모교육연구소장을 초청,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좋은 부모 되기’ 연수를 실시했다. 임영주 소장은 강연을 통해, 자녀를 훌륭하게 키워내려면 먼저 부모님이 행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부모님이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자녀들에게 있어 가장 훌륭한 교육임을 강조했다. 부모가 행복해야 자녀가 행복하고 부부의 행복 역시 아이들의 행복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자녀들에게 조금 더 관대하고 여유 있게 대할 것을 주문했다. 이날 강연에는 70여 명의 학부모님이 참석해 자녀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으며 연수가 끝난 뒤에는 담임 선생님과의 상담시간을 가졌다.
'우리 성호는 음악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2017년 7, 9 SUN. 오후 6시 KT체임버 홀 "성호만의 음악 세계 펼칠 꿈의 무대" 은성호 군은 현재 드림위드 앙상블팀(발달장애인 클라리넷 연주단)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수석 연주자다. 그가 최초로 개최하는 콘서트에 음악을 좋아하는 애호가들을 초대하는 기회를 마련해 주목을 받고 있다. 성호는 어릴 적 심한 자폐증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우연히 성호에게 남다른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자폐성 장애를 가진 이들의 특별한 특성, 무엇인가에 집착하고 똑같은 말과 행동을 수 없이 반복하는 것이다. 이러한 집착과 강박을 음악과 연결시킨다면 어떤가라는 의문을 갖게 된 것이다. 지겹고 똑같이 반복해야만 하는 악기 기본 연습을 수 없이 반복하면서 '실력'을 쌓아나간 것이다. '강박'을 장애로 보지만 음악을 하는데는 큰 장점이 되었다. 이렇게 성호는 2007년 1월, 마치 엄마에게 껌딱지처럼 붙어 있는 어린 아이였지만 실제 나이는 스물 네살의 청년이었다. 성호에게 또 하나의 숙제는 '듣는 연습'이다. 자폐성 장애인을 보면 남의 소리를 듣지 않는다. 아예 관심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소통이 어렵다. 하지만 성호는 성실하다. 그저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느리지만 자기 인생을 스스로 세우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한 사람이다. 선하고 맑은 순수함 그 자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평생 음악쟁이 할거예요"라는 성호의 음성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이게 내 한계야"라고 스스로 한계를 긋는 분들에게 은성호의 연주는 희망과 용기를 주는 한 여름밤의 선율로 다가갈 것이다.
[문제] 다음은 철수의 학력저하에 대한 상담사례다. 제시문을 바탕으로 (1) 학력저하의 원인을 제시문의 ㉡과 ㉢이론에 근거해 설명하고, (2) 피아제(Piaget)의 인지발달이론에 근거해 ㉠의 원인과 대책을 논하시오. (3) ㉣앳킨슨(Atkinson)의 기대가치이론의 관점에서 학습동기 유발 방안을 논하시오. (4) ㉤가드너(Gardner)의 다중지능이론의 관점에서 교육적 시사점을 논술하시오. 【총 20점】 [ 제시문 ] • 박 교사 : 안녕하세요?• 어머니 : 예, 선생님. 철수의 성적이 점점 떨어지고 있어요.• 박 교사 : 저도 철수 때문에 걱정이 많습니다.• 어머니 : 초등학교 때까지 학교 성적이 비교적 우수했던 철수의 성적이 중학교에 올라와서 점점 떨어지는 원인이 무엇일까요?• 박 교사 : 그동안 철수에 대한 상담결과에 의하면 여러 가지 원인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 초등학교 때와 달리 중학교 때부터 달라지는 기호나 문자로 표현된 교과서, 추상적 언어 중심의 설명이 철수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는 ㉡ 계속된 성적 하락으로 ‘나는 무엇을 해도 안 된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 학교시험에서 친구들보다 낮은 성적을 받은 횟수가 많아지면서 자신감과 자기존중감이 상실된 것 같습니다. 이런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학습부진이 심해진 것이죠.• 어머니 : 그러면 앞으로 철수를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요?• 박 교사 : 두 가지 측면의 접근이 필요할 것입니다. 학교 공부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하고 철수의 소질과 적성을 찾아 계발해 주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우선, ㉣ 기대가치이론에 근거해 철수의 학습동기를 유발시켜 줘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에 근거해 효과적인 학습지도를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 다중지능이론의 관점에서 자신감을 갖도록 교육적으로 지도하면 될 것입니다.• 어머니 : 선생님의 처방대로 지도하면 철수의 문제가 해결될 것 같아 안심됩니다.• 박 교사 :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점진적으로 향상될 것입니다. 가정과 학교가 연계해서 지도한다면 철수도 점점 더 좋아질 것입니다. •답안의 논리적 구성 및 표현 [총 5점]•논술의 내용 [총 15점]- 학력저하의 원인을 제시문의 ㉡과 ㉢이론에 근거해 설명 [4점]- 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에 근거해 ㉠의 원인과 대책 [4점]- ㉣ 앳킨슨의 기대가치이론에 근거한 학습동기유발 방안 2가지 [3점]- ㉤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의 관점에서 교육적 시사점 [4점] 1. 서론 학교는 자아실현의 장이다. 학교는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을 계발해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적합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교육은 지식 전달과 성적 중심의 평가에 치우친 나머지 제시문의 철수와 같은 학생들이 학력저하로 학습된 무력감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따라서 교사는 학습이론이나 동기이론을 이해해 학습자의 특성에 맞게 지도할 수 있어야 한다. 2. 본론 1) 학력저하의 원인을 제시문의 ㉡과 ㉢이론에 근거해 설명 [4점]철수의 학력저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첫째, ㉡은 학습된 무력감에 기인한다. 학습된 무력감은 삶을 전혀 통제할 수 없고, 무엇을 하더라도 실패를 피할 수 없다는 신념을 의미하는데, 학습된 무력감이 강할수록 실패의 원인을 내적이고 안정적이며 일반화할 수 있는 요인으로 귀인하는 경향이 높다. 제시문에서 철수는 계속된 성적하락으로 이 같은 상태에 빠져있다. 둘째, ㉢은 부정적 자아개념 형성을 말한다. 자아개념은 자신 혹은 자신의 특성에 대한 평가를 말하는데, 자신감이나 자기존중감 등으로 나타난다. 페스팅거(Festinger)의 사회비교이론에 의하면 자신이 속한 사회집단에 의해 자아개념이 형성되고 유지된다고 한다. 자기가 속한 집단 구성원에 비춰 자기가 그들보다 어떤 특성에서 우월하거나 열등하다고 지각하는 주관적 지각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관점이다. 이에 비춰볼 때 철수는 학교의 준거집단 속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성적을 받으면서 부정적 자아개념이 형성됐다. 키퍼(Kifer)의 연구에 의하면 이에 따른 격차는 학년이 높아질수록 점점 더 커진다고 한다.[PART VIEW] 2) 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에 근거한 ㉠의 원인과 대책 [4점] 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에서 인지발달은 학습의 사고수준과 경험을 바탕으로 동화와 조절이라는 인지작용을 바탕으로 도식을 확장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제시문의 철수는 중학생으로서 형식적 조작기의 사고수준에 이르러야 함에도 상급학교 진학으로 인한 환경변화로 추상적 개념에 의한 사고나 문제 해결을 위한 조합적 사고력이 부족하고, 그에 적합한 학습전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교사는 첫째, 철수의 사고수준에 적합한 과제를 제시와 표현 방법을 통해 학습내용을 이해시켜야 한다. 철수는 구체적 조작기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므로 구체물이나 멀티미디어 등 시각적 보조물을 효과적으로 사용한다. 둘째, 인지적 갈등을 유발한다. 철수의 능력수준보다 약간 높은 수준의 과제를 제시해 도전의식과 학습동기를 유발해야 한다. 3) ㉣ 기대가치이론에 근거한 학습동기유발 방안 [3점] 기대가치이론은 동기를 결정하는 요인이 기대와 가치라고 가정한다. 즉 어떤 행동을 하는 가는 그 행동을 통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확률과 목표에 대해 부여하는 가치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근거할 때 철수는 공부에 대한 매력과 자신감을 모두 상실한 상태에 빠져 있으므로 첫째, 철수에게 공부의 가치나 필요성을 설명한다. 학교생활과 학교에서 배운 지식의 전이 가능성을 설명해 공부의 매력도를 높여야 한다. 둘째, 철수의 수준에 맞는 과제를 단계별로 제시해 성공경험을 하게 하고, 철수와 비슷한 능력을 가진 성공적 모델 소개를 통해 자기효능감과 자신감을 가져 기대를 높이도록 한다. 4) ㉤ 다중지능이론의 관점에서 교육적 시사점 [4점]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에 의하면 인간의 지능은 독립적인 9개의 지능으로 구성돼 있으며, 사람마다 특히 2~3개의 지능이 발달돼 있다고 본다. 이 지능은 후천적 경험이나 학습을 통해 계발할 수 있고, 이 지능을 이용해 부족한 교과를 가르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교사는 첫째, 철수의 우수한 지능을 찾아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수행평가나 역동적 평가, 다양한 표준화 검사 등을 통해 철수의 우수한 지능을 발견하도록 안내한다. 둘째, 철수의 잠재력이나 강점 지능이 최대로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창의적 체험활동, 특기적성 프로그램이나 방과후 교육활동 등을 통해 재능을 계발하고 진로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다. 셋째, 철수가 발달된 지능을 활용해 부족한 교과를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3. 결론 인간의 능력은 무한하다. 제시문의 철수가 학습된 무력감과 상대적 열등감으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교사는 동기이론과 다중지능이론에 근거해 철수의 적성과 잠재력 계발을 위한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 교수·학습 방법 선택, 학습동기 고취 등에 힘써야 한다. 이를 위해 교사는 학생 중심의 교육철학을 갖고 자기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1. 피아제의 발생학적 인식론과 인지구조 발달 ① 발생학적 인식론 피아제는 아동이 어떻게 세상을 인식하는가를 주로 탐구한 인물이다. 심리측정에 입각한 지력 발달의 양적 접근은 연령 증가에 따라 지력이 양적으로 증대된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지력이 어떻게 발생하느냐에 대한 해답을 주지 못한다. 피아제는 본래 ‘지식(인지)이 어떻게 발생하는가’라는 인식론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그의 이론을 발달적 혹은 발생학적 인식론이라고 부른다. 그는 개체 발생 과정에서 지식이 획득되는 과정인 인지과정을 분석함으로써 인간의 인지발달의 성격을 밝히고자 했다. ② 인지구조의 발달 발생적 인식론에 따르면 지식은 외부 세계를 모사(模寫)한 것이 아니라 대상에 대한 행위자의 물리 사회·개념적인 행위를 통해 구성된다. 피아제는 인간이 출생해 성년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주변을 인지하고 사고하는 능력이 어떻게 발생하며, 어떤 경로를 밟으면서 발달하는지 그리고 인지작용의 과정, 발달에 따른 지력의 구조적 변화에 관한 질적 접근을 제시해 준다. 2. 피아제 이론의 기본입장 ① 지능이란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으로, 정적인 특성이 아니라 가변적인 특성이다. 지능과 유기체는 환경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구조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매우 유사하다. ② 아동의 사고는 성인의 사고와 질적으로 다르다. 피아제는 아동을 성인의 축소판으로 간주하던 전통적인 아동관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켰다. 즉, 아동의 사고는 세계를 해석하는 독특한 방식을 반영한다. ③ 아동은 능동적 존재다. 아동은 외부 지식을 수동적으로 모사하거나 기억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환경과 상호작용을 통해서 인지구조(지식)를 구성하는 능동적인 존재다. 인지발달에서 또래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한다. 또래는 대등한 위치에 있으므로 또래들과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갈등은 인지적으로 발달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④ 인지는 구성적 과정이다. 인지구조는 외부 세계에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환경의 능동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구성한 것이다. 경험을 지식의 원천이라고 주장하는 경험론이나 지식의 토대가 되는 본유관념을 갖고 태어난다고 주장하는 선천론과 달리 피아제는 인지가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통해 구성된다고 믿었다. ⑤ 개체와 물리적, 사회적 환경의 상호작용은 인지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인지발달을 하는 데는 새로운 경험이 필수적이므로 피아제는 개체와 물리적 환경의 상호작용을 중시한다. 이를 통해 무게·길이·양과 같은 물리적 특성과 인과관계를 이해하게 된다. 또, 아동은 다른 사람들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는 과정에서 사람에 따라 견해가 다르며, 자신의 견해가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한다. ⑥ 인지발달에는 유전적으로 결정된 신경계의 성숙이 선행돼야 한다. 두뇌의 성숙은 인지발달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피아제에 따르면 초등학생들은 신경계의 미성숙으로 인해 결코 어른과 같은 방식으로 사고할 수 없다. ⑦ 인지발달은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발달이란 지식이나 기능이 점진적으로 축적되는 과정이 아니라 사고가 질적으로 급격하게 변용되는 과정이다. 따라서 특정 단계에서의 사고는 선행단계나 후속단계의 사고와 질적인 측면에서 다르다. 3. 피아제 이론의 교육적 시사점 1)교육목표 교육목표는 각 발달단계에 가장 적합한 사고능력을 신장시키는 데 있다. 아동의 인지발달은 타고난 내적인 기제에 의해 이뤄지므로 교사가 불필요하게 아동의 지적 발달을 가속하려고 노력해서는 안 된다. 2) 교육과정 계열화 교육과정에서 교육목표와 학습활동을 적절하게 계열화해야 한다. 왜냐하면, 발달단계에 따른 조작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교육과정 개발에서는 구체적인 개념이나 대상에서 점진적으로 추상적·일반적인 수준의 개념이나 대상을 제시해야 한다. 특정 시점에서 아동의 인지구조는 선행구조를 기반으로 해서 발달한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개념을 이미 알고 있는 개념과 관련지어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한다. 3) 교육방법 ① 인지적 불평형 : 아동들의 지식체계와 대립하는 정보를 줌으로써 불평형(不平衡)을 만들어 줘야 한다. 따라서 학습자의 활동을 촉진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것을 시도하고, 상징을 조작하며, 문제를 제기한 후 해결책을 찾고, 자신의 발견을 다른 아동과 비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활동·조작·탐색·토론의 기회를 충분히 부여해야 한다. ② 사회적 상호작용 촉진 : 아동들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또래나 성인들의 생각이나 의견을 인식할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자아중심성을 극복하게 된다. 피아제는 언어적 상호작용이 도덕적 규칙의 발달, 사회화, 심지어 논리적 사고의 발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수업장면에서는 학습자 상호 간의 상호작용은 물론 학습자와 교사 간의 상호작용을 촉진해야 한다. 그러나 아동과 성인의 상호작용에서는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인지 불균형이 거의 초래되지 않는다고 한다.
‘인구 증가는 재앙’이라고 한 맬서스(Malthus)의 예측은 빗나갔다. 오히려 ‘인구 절벽’과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국가적 재앙이 됐다.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 대학 교수는 2006년, ‘현재의 저출산 추세가 지속된다면 대한민국이 지구 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할 국가’가 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이렇듯 이제는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사회·국가적 당면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출산 인구가 연간 100만 명이었던 것이 40여만 명으로 줄었고 내년도에는 30만 명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렇듯 출산율 저하로 인구가 급감하면 이는 바로 산업 인력이 줄어드는 것일 뿐 아니라 학생 수 감소로 이어지고, 다시 학급 수 감소, 교사 수, 학교 수 감소로 이어진다. 일부 대도시 지역에서는 이미 학교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서만 올해에 180개 학급이 사라졌다고 한다. 도서·벽지의 경우 학교 통·폐합은 일상적인 현상이 됐다. 이런 인구 절벽 상황은 교육의 문제인 동시에 사회적·국가적인 문제다. 인구절벽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물론 없지 않았다. 그동안 100조에 달하는 예산을 저출산 해결에 투입했지만 ‘백약이 무효’라고 할 정도로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결혼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결혼 연령이 높아지는가 하면, 가능하면 아이들을 적게 낳으려 하는 풍조가 나타나고 있다. ‘혼밥(혼자 밥 먹기)’, ‘혼영(혼자 영화 보기)’, 결혼 절벽 등의 신조어들이 등장하고 있는 이유다. 이러한 우려스러운 상황에 대해 사회적인 관심과 국가적인 대응 전략 마련이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결혼 기피 현상이 초혼 연령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을 가진 적령기에 있는 이들이 결혼을 기꺼이 하겠다는 마음가짐(readiness)을 갖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머뭇거리지 않고 결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육아, 보육, 사교육비 등에 대한 걱정을 덜어주는 교육적, 사회적 대책도 요청되고 있다. 국가는 물론이고 사회단체나 지방자치단체, 종교기관에서도 힘을 모으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리고 학교에서 결혼과 가정생활 관련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결혼은 개인이나 가정의 일일 뿐 아니라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 일인 동시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볼 때 바로 애국이 아닐 수 없다는 사실을 국가적 차원에서 인식하고 추진해야 한다. 한국은 인적 자원밖에 없다는 이야기들을 해왔는데, 이제 더는 이런 얘기를 듣기 힘들지 모른다. 현재와 같은 인구절벽 상태가 지속될 경우, 대한민국이 소멸하지는 않겠지만, 약소국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가는 것 같다. 대안이 없는 문제는 없다. 인구문제, 결혼 문제의 해결을 위한 교육적, 사회적, 국가적 차원의 단계적이며, 실질적인 대안이 마련되고 실천돼야 한다.
삼복더위 속에 녹음이 짙푸르게 우거지는 계절이 7월이다. 유난히 갈증 나는 여름, 지구의 이상기온을 몸으로 느낀다. 그래도 7월이 그리워지는 것은 아마 방학이 있어서일 것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학사일정, 그 업무의 구속으로부터 잠시 홀가분하게 자아를 찾고 재충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기말 평가와 교내 행사 방학을 시작하는 시기는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7월 19~21일 사이에 시작한다. 늦어도 28일에는 모두 방학에 들어간다. 하지만 마냥 마음 설레기에는 아직 할 일이 남아있다. 그것은 1학기말 평가에 대한 출제와 채점, 성적평가회 그리고 교내 행사들이다. 기말평가는 보통 3일에 실시하는 학교가 많다. 대개 늦어도 13일이면 끝난다. 3일간 또는 4일간 치르는 고사는 전산처리와 채점, 사정회 그리고 나이스 입력 기간을 고려한다면 담당 부서와 학사행정을 위해서라도 서두르는 편이 낫다. 사실 기말평가가 끝나면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1학기의 진도가 끝났으니 아이들이나 교사나 딱히 수업을 하는 게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각 학교에서는 나름대로 체험활동이나 행사를 기획한다. 기말고사 이후 꿈과 끼를 발산할 수 있는 캠프와 페스티벌을 시행하는데, 일부 학교에서는 이 주간을 ‘문화예술 감성주간’으로 설정해 북 카페, 1인 1악기 발표 등 다양한 분야의 활동에 아이들을 참여시킨다. 주말을 끼고 문학캠프나 수학, 과학캠프, 수련회 등을 하기도 한다. 더러 안전교육 차원의 심폐소생술을 가르치거나 보건교육, 글짓기나 미술대회, UCC대회, 동아리 평가, 스마트폰과의 이별주간, 나아가 ‘생활환경미화 심사’를 하기도 한다. 교사는 교사대로 청렴교육과 학생응급처치교육 등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인문계고등학교는 편하지가 않다. 10일에 ‘수능 세부계획’이 발표되고, 12일에는 ‘고3 전국연합모의고사’를 치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말고사 이후에도 ‘영어에세이대회’, ‘수리창의력대회’, ‘테마별 프로젝트 발표회’와 같은 대회를 해 내신 공부를 시킨다. 적극적인 경우 ‘학생중심 공개수업’을 하는 학교도 있고, 1학기의 행사와 소식을 정리해 ‘학교신문’도 발간한다. 초·중학교에서는 2학기 학급임원 선거를 이 시기에 하고, 고등학교에서는 전교학생회장 선거와 임원선거를 미리 시행해 대학입시의 부담을 줄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선거는 책임감과 리더십을 갖추고 학교의 명예를 이어갈 수 있는 아이가 당선되도록 학생 전체에 홍보해야 한다. 자칫 역량미달의 아이가 당선되면 모두가 피곤해진다. 삼복더위가 있는 시기인 데다 AI 방역비상의 상황에서는 음식 섭취에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17일, 제헌절에는 아이들에게 헌법 수호의 정신과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훈화가 필요하다. 방학을 위한 다양한 체험활동 자, 이렇게 해서 방학에 접어드는데, 방학 날 일부 학교에서는 ‘전교직원 연수’로 모처럼 회식자리를 갖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방학은 쉬는 기간이 아닌 새로운 학습의 기회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이어 물놀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도 줘야 한다. 그래서 담임의 경우, 유용하고도 다양한 정보를 준비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초·중등 사이버가정학습으로 ‘꿀맛닷컴’을 운영한다. 다양한 학습활동이 마련돼 있어 유용하다. ‘서울 창의감성교육배움터’도 공연과 전시프로그램, 각 구청단위로 진행하는 다양한 체험활동이 안내돼 있어 추천할 만하다. 아무래도 여행이나 야외활동을 많이 하게 되는 시기이므로 겸사겸사 에어코리아를 알려주면 좋다. 이곳은 동네별 미세먼지를 예보한다. 또 식중독이나 자외선지수가 궁금하면 기상청에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제 아이들에게 다양한 문화행사를 추천하면 좋겠다. 집에서 무절제한 생활을 하기보다는 미리 계획을 짜서 활동한다면 안목도 키우고 생활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 대구 달성습지에서는 ‘맹꽁이야 놀자’라는 주제로 환경축제를 15일부터 개최한다. 이곳은 우리나라 맹꽁이의 최대 서식지로서 맹꽁이의 눈을 통해 환경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곳이다. 포항에서는 7월 26일~30일 ‘국제불빛축제’를 개최한다. 물 맑은 경기 양평에서는 8월 31일까지 ‘메기수염축제’를 연다. 춘천에서는 ‘호수별빛나라축제’를 연말까지 개최한다. 전남 장흥에서는 탐진강과 편백 숲 우드랜드 일원에서 ‘정남진 물 축제’를 연다. 그밖에 전남 강진에서 ‘청자축제’, 충남 태안에서는 ‘백합꽃축제’도 열린다. 예술에 관심이 있는 경우,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을 추천한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안팎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연극, 무용, 음악, 퍼포먼스, 영상 등 색다른 독립예술가들의 무대가 펼쳐진다. 만화에 관심이 있다면, 19~23일 열리는 아시아 최고의 만화축제인 ‘부천국제만화축제’에 가면 좋겠다. 밤의 고궁을 산책하고 싶다면 서울 창덕궁을 가면 좋겠다. 이곳에서는 방학 내내 ‘창덕궁 달빛 기행’을 즐길 수 있다. 가장 다이내믹한 체험으로는 ‘신촌물총축제’를 소개한다. 8~9일, 이틀간 신촌 일대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말 그대로 아무에게나 물총을 쏘며 젊음과 재미를 만끽하는 이색축제다. 공모전과 경연대회도 풍성 학습과 관련한 공모전과 경연대회를 소개해보면, 서울시립대학교에서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서울시립대문화상’의 작품을 5일까지, 명지대학교에서는 문예백일장 작품을 7일까지 접수한다. ‘도산안창호기념관’에서는 청소년 대상으로 작품을 9월 30일까지 접수한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로 ‘감사편지쓰기대회’는 7월 말까지 진행된다. 그 외 교육청별로 작품 공모를 하기도 한다. 경남예술고등학교에서 전국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주최하는 ‘음악경연대회’는 피아노, 관현악, 성악, 작곡 분야로 펼쳐지며 9월 20일까지 접수를 마감한다. 2017 ‘한국리스트콩쿨(피아노)’은 8월 21일에 접수 마감하므로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동북아시아자치단체연합사무국(NEAR)에서는 중·고생을 대상으로 회화, 시각디자인, 수채화를 14일까지 공모한다. ‘만화 속 기후변화 이야기 공모전’은 충청남·북도, 대전광역시, 세종특별시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데, 에세이, 그림, 포스터를 16일까지 접수한다. 고등학생을 위한 팁으로는, 포항공과대학교가 전주와 대전 9일, 광주 16일, 서울은 23일에 각각 입시설명회를 갖는다. 방학은 누구에게나 힐링의 시간이 돼야 한다. 그러나 뜨거운 바닷가에서 등을 태우는 것만 생각하기보다는 시원한 계곡에서 새살 돋는 삶을 꿈꾸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 방송사에서 제작·방영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세간의 관심을 가파르게 끌어 올렸던 적이 있다. 한 세대 전 1988년 무렵, 한국인이 살았던 삶의 분위기와 정서를 잘 재현해, 그 추억과 감회를 시청자들의 몸이 기억 하고 화답하도록 하는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의 종영을 4회 앞두고, 제작진은 언론에 시청자들이 기다려 즐길 수 있는 ‘모를 권리’를 꼭 지켜 달라고 당부를 했다. 결말 내용을 미리 알리는 기사를 쓰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 드라마에 열중해 있는 사람에게 누군가 ‘그 드라마는 이렇게 결말이 난다’고 미리 이야기해 버린다면, 얼마나 김이 새는 일인가. 드라마 수용의 긴장감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대목에서 ‘모를 권리’의 중요성이 잘 드러난다. 이 경우 ‘모를 권리’는 시청자에게는 드라마를 감상하는 몰입의 즐거움을 보장하는 권리다. 해당 방송사 입장에서는 ‘모를 권리’를 확보함으로써 드라마의 흥행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런데 만약 한 언론이 이 드라마의 결말을 미리 알고서 방영 전에 세상 널리 공지한다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게다가 이는 국민적 관심을 끄는 드라마이므로, 그 결말을 미리 공개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변명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알 권리’와 ‘모를 권리’ 사이에 일대 결전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 이 스포일러 기사가 얼마나 악의적이며 실제로 어떤 손해를 끼쳤는지를 중심으로 재판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실제로 악성 스포일러 기사는 범죄에 해당하며,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는다. 시험에 자주 출제된 논술 문제 중에 우리에게 상당히 익숙한 문제로, 말기 암 환자 문제가 있다. 말기 암 환자에게 암에 걸린 사실을 알려줘야 하는가, 알리지 말아야 하는가를 논하게 하는 문제다. 이는 곧 ‘알 권리’와 ‘모를 권리’에 대한 사고를 요청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정답은 무엇인가. 정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러니까 논술 문제이기도 하지만, ‘알 권리’와 ‘모를 권리’는 각기 고유한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말기 암 환자에게 ‘알 권리’와 ‘모를 권리’는 모두 중요하다. 물론 환자의 인간적 상황에 따라 그렇다는 것이다. 자기통제가 강하고 자신이 꼭 정리해야 하는 과업이 가로 놓인 사람에게는 ‘알 권리’가 중요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심각한 정신적 공황(恐慌)과 좌절감에 빠진 환자에게는 때로 ‘모를 권리’가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두 권리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알 권리’는 환자 본인이 스스로 요구하고 인식하는 권리다. 즉 환자 본인도 자신의 암에 대해서 알아야 하겠다는 주체로서의 인식을 반영한 것이 ‘알 권리’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에 비해서 ‘모를 권리’는 환자 자신의 주체적 요구와 인식을 반영하는 권리는 아니다. 환자를 인간적으로 배려하는 의사의 인간애나 가족의 육친애를 반영하는 데서 드러나는 권리인 것이다. 말기 암인 줄 모르면서 암 치료를 받는 환자가 스스로 내 병의 실체에 대해서 나는 ‘모를 권리’를 행사하고 싶다는 주장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알 권리’와 ‘모를 권리’는 발생론적으로는 각기 다른 맥락에서 생겨났다. ‘알 권리(right to know)’는 1945년 미국 AP통신사의 간부 켄트 쿠퍼가 이 말을 처음 사용함으로써, 사실을 왜곡하고 진실을 은폐하려는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언론의 사명을 강조하는 말로 자리 잡았다. 이는 물론 언론의 권리가 아니라 국민의 권리로 이해돼야 한다. ‘모를 권리’는 독일 태생의 유태계 철학자이며 환경윤리학자인 한스 요나스(Hans Jonas)가 그의 저서 책임의 원리에서 언급했다. 인간에게는 ‘모를 권리’도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생태 파괴와 생명 훼손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그는 인간이 더 이상 생명의 신비에 대해서 몰라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모를 권리’를 말한다. 생명공학이 제멋대로 전개된다면 인간의 존엄성을 해칠 수 있다면서, 그런 차원에서 인간의 ‘모를 권리’를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 특히 현대 사회와 문화를 작동시키는 기술 생태가 정말 많이 달라졌다. ‘알 권리’와 ‘모를 권리’도 이런 환경 생태에 적응하며 빠르게 진화한다. 진화가 바람직한 변화만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양태의 ‘알 권리’와 ‘모를 권리’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한다. 좋은 권리로 진화하기도 하지만 나쁜 변이도 나타난다. 이런 변화에 교육도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 ‘알 권리’에 충실하게 다가갔더니, 가짜 뉴스에 농락을 당한다. ‘이따위 뉴스와 만나고 싶지 않아. 왜 내가 이런 것을 알아야 해’ 하고 분통이 터질 때, ‘모를 권리’를 행사하고 싶다. 어떤 강력한 계몽주의자가 나를 무지하게 취급해 알기를 압박해 올 때도 ‘모를 권리’를 주장하고 싶다. 앎이 억압이 되는 것은 싫기 때문이다. 오염된 이념과 이해(利害)의 전언들에 물들지 않고, 나를 ‘모르는 상태’로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알 권리’를 강제로 요구받을 때, ‘모를 권리’는 더욱 간절해진다. 일부 청소년들이 ‘단체 카톡 방’에서 여럿이 한 사람을 심한 욕설로 괴롭히거나 모욕적 언어로 못살게 구는 것도 그 시발은 어떤 사실을 강제로 인지시키려고 하는 데서 시작된다. 억지로 알아야 한다고 강박하는 것은 폭력이다. 그리고 알려주는 사실이란 것도 대부분 잘못된 것이다. 너는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가 제대로 가르쳐 주지. 똑바로 알아두라고! 이렇게 강압한다. 이를테면 내가 오늘 친구에게 숙제 내용을 실수로 잘못 알려준 것을 갖고, 그들은 왜곡해 말한다. “너는 오늘 친구를 속였다, 너는 사기꾼이다.” 이렇게 말하면서 이 사실을 네가 모르고 있으면 안 된다고 괴롭힌다. 선생님에게 예절을 갖춰 공손히 대한 것을 두고, “너는 선생의 비위나 맞추려 드는 아첨꾼이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알고 있다”고 말한다. 나는 이 사실을 인정할 수도 없을뿐더러 그들이 말하는 것 자체를 알고 싶지 않다. ‘단체 카톡 방’의 강제적 메시지에 시달려 본 사람에게는 ‘모를 권리’가 간절하다. 학생들을 지도하는 일에도 학생들의 ‘알 권리’와 ‘모를 권리’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제기된다. 학생들의 자아와 인권을 존중해주려고 할수록 학생들의 ‘알 권리’와 ‘모를 권리’는 무수히 수면 위로 떠올라온다. 그리고 그 장면 장면마다 교사는 지혜로운 판단을 내려야 한다. 대부분의 학교폭력 사태나 이에 따른 학부모 갈등에는 ‘알 권리’와 ‘모를 권리’가 어기차게 비집고 든다. “당연히 알아야 할 사실을 우리 쪽만 모르고 있었다”, “이런 일은 선생님이 미리 알려주셨어야 하는 것 아니냐” 등은 ‘알 권리’를 내세우는 쪽이다. “그걸 우리가 알아야 할 이유가 뭡니까”, “우리가 모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주세요” 등은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모를 권리’에 대한 다툼이다. 이 소용돌이 속에서 선생님들은 고초를 겪는다. 얼핏 보면 ‘알 권리’는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권리인 것 같고, ‘모를 권리’는 개인적 자유를 지향하는 권리인 것 같다. 그러나 ‘알 권리’와 ‘모를 권리’는 서로 배타적이지 않다. 이 둘은 서로 맞물려 발전하는 관계에 있다. ‘알 권리’는 ‘모를 권리’에 대해서 너그러웠으면 좋겠다. ‘알 권리’의 기세에 ‘모를 권리’가 주눅이 들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 ‘모를 권리’는 ‘알 권리’의 효용을 좀 더 폭넓게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현대사회는 ‘알 권리’를 통해 ‘모를 권리’가 인정받고, ‘모를 권리’를 통해서 ‘알 권리’가 신장되는 선순환 구조를 요청한다. 우리는 백색의 밝음 아래에서만 살 수 없다. 그렇다고 암흑의 시공에서만 살 수도 없다. 낮과 밤이 다 필요하다. 그래야 삶의 전체 리듬이 살아난다. 이렇게 보면 ‘알 권리’와 ‘모를 권리’도 낮과 밤의 조화로 유추될 수 있다. 두 권리는 인간의 존엄과 공동체의 건강을 위해서 모두 필요하다. ‘알 권리’와 ‘모를 권리’가 기막힌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사회가 선진 민주사회의 진면목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6월 설악산 한계령에 거의 도착했을 때 길가에 진한 자주색 꽃송이들이 하늘을 향해 핀 것이 보였다. 엉겅퀴인 것 같았다. 차를 세우고 가보니 줄기에 지느러미 같은 날개가 달린 지느러미엉겅퀴였다. 엉겅퀴는 한여름에 태양을 두려워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 꽃을 피운다. 진한 자주색 꽃송이에다 잎에 가시를 잔뜩 단 모습이 자못 위용이 있다. 야생화 중에서 가장 강인하면서도 야생화다운 느낌을 주는 꽃이다. 이름부터 억센 느낌을 주지 않는가. 꽃에 함부로 다가가면 가시에 찔릴 수 있다. 그러나 가시를 피해 잎을 만져보면 놀라울 만큼 보드라운 것이 엉겅퀴이기도 하다. 엉겅퀴는 마을 주변의 깨끗한 야산이나 밭두렁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또 공터가 생기면 망초, 명아주와 같은 잡초와 함께 어김없이 나타나는 식물이다. 가시가 달린 억센 이미지에다 짓밟히면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민중의 삶을 떠올리게 하는 꽃이다. 6·25의 상처와 그 치유 과정을 다룬 임철우의 단편 ‘아버지의 땅’을 읽다가 엉겅퀴를 발견했다. 주인공 이 병장의 아버지는 6·25 때 행방불명됐다. 이 병장은 소대원들과 함께 야전 훈련 중 진지를 파다 유골 한 구를 발견했다. 그 자리는 ‘쑥대며 엉겅퀴 같은 억세고 질긴 풀들이 서로 완강히 얽혀 있는’ 유난히 잡초가 무성한 곳이었다. 주인공은 인근 마을에 가서 한 노인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현장에 도착한 노인은 6·25가 끝날 무렵 지형적인 특색 때문에 빨치산들이 많이 이곳을 지나갔고, 그러다 보니 국군도 대응하면서 이름 모르는 시신이 많이 묻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노인은 뼛조각을 정성스럽게 수습한다. 소대원들이 빨갱이 시체인지 아닌지를 따지자, 노인은 “그런 걸 굳이 따져서 무얼 하자는 말이오”라고 나무란다. 주인공은 수습을 마치고 음복을 하면서 6·25 때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떠올린다. 아아, 아버지는 지금 어디에 쓰러져 누워있을 것인가. 해마다 머리맡에 무성한 쑥부쟁이와 엉겅퀴꽃을 지천으로 피워내며 이제 아버지는 어느 버려진 밭고랑, 어느 응달진 산기슭에 무덤도 묘비도 없이 홀로 잠들어 있을 것인가. 반합 뚜껑에 술이 쭐쭐 흘러 떨어지고 있었다. 이처럼 이 소설에서 엉겅퀴는 버려진 땅에서 자라는 잡초의 하나로 나오고 있다. 이 소설에서 엉겅퀴꽃은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스러져간 아버지의 험한 삶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버지의 땅’과 같은 1984년에 나온 송기원의 소설 ‘다시 월문리에서’에도 엉겅퀴가 나오고 있다. 주인공이 시국사건으로 감옥에 있는 동안 자살로 생을 마감한 어머니가 살던 집에 출소 후 들어가는 장면이다. 나는 삐그덕이며 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놈아!” 또한 나는 내 머리 끝에서부터 발 끝까지 후려치는 어머니의 마디진 두 손의 감촉을 느꼈다. 비틀거리며 대문에 기대 선 나를 감전과도 같은 전율이 꿰뚫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대문에 기댄 채 이를 악물고 안마당이며 안채를 노려보았다. 안마당은 물론 토방에 이르기까지 내 키를 웃도는 망초꽃이며 엉겅퀴, 쑥부쟁이 따위 잡초들의 시든 대궁이가 건들거리고 있었고, 바로 어머니가 기거하던 안채는 방문이 떨어져나가 마루 위에 나뒹굴며 찢어진 창호지를 너풀대고 있었다. 송기원 작가는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으로 투옥돼 있던 중 1981년 여름 실제로 어머니상을 당했다. 월문리는 경기도 화성에 있는 실제 지명이다. 이 소설에서도 엉겅퀴는 망초 등 다른 잡초와 함께 폐허가 된 집 마당을 보여주고 있다. ‘아버지의 땅’에서 엉겅퀴가 역사에 스러져간 아버지의 삶을 상징하고 있다면, ‘다시 월문리에서’의 엉겅퀴는 험한 시대를 산 어머니의 ‘현신(現身)’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80년대 대학에 다닐 때 잠시 풍물패에서 장구 등 풍물을 배운 적이 있다. 그곳 상쇠를 맡은 선배는 북을 치면서 ‘엉겅퀴야, 엉겅퀴야, 철원평야 엉겅퀴야, 난리통에 서방 잃고 홀로 사는 엉겅퀴야’로 시작하는 창작민요를 아주 구성지게 부르곤 했다. 그래서 나는 엉겅퀴꽃을 보면 항상 그 민요 가락부터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내가 대학을 다닌 80년대에는 소설에서도 노래에서도 엉겅퀴가 참 많이 등장했던 것 같다. 80년대가 민주화운동 시대이자 이념의 시대였고, 앞에서도 말했듯이 엉겅퀴가 민중의 삶을 떠올리게 하는 꽃이기 때문일 것이다. 엉겅퀴는 6~8월 진한 자주색 꽃송이가 하늘을 향해 달린다. 긴 잎은 깊게 갈라지고, ‘가시나물’이라는 별칭을 가질 정도로 잎에 삐죽삐죽 가시가 있다. 가시는 초식동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수단일 것이다. 다 자라면 1m 넘게까지 크는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가을에 맺는 열매는 민들레 씨앗처럼 부풀어 하얀 솜털을 달고 바람에 날아간다. 엉겅퀴라는 이름은 엉겅퀴의 잎과 줄기를 짓찧어서 상처 난 곳에 붙이면 피가 엉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엉겅퀴와 비슷비슷하게 생긴 친구들이 많다. 일단 지느러미엉겅퀴는 줄기에 미역 줄기 같은 지느러미가 달려 있어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큰엉겅퀴도 이름 그대로 키가 1~2m로 크고, 꽃송이가 고개를 숙인 채 피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고려엉겅퀴는 잎이 달걀 모양으로, 다른 엉겅퀴에 비해 잎이 좀 넓고 갈라지지 않는다. 그래도 가장자리에는 가시 같은 톱니가 있다. 강원도에서 나물로 먹는 곤드레나물의 본래 이름이 바로 고려엉겅퀴다. ‘곤드레밥’은 고려엉겅퀴의 어린잎으로 만든 음식이다. 정영엉겅퀴는 꽃이 노란색을 띤 흰색이라 구분할 수 있다. 산비장이와 뻐꾹채도 엉겅퀴와 비슷한 시기에 피어 구분을 어렵게 하고 있다. 7∼10월 산에서 피는 산비장이는 엉겅퀴 비슷한 꽃이 피고 잎도 갈라지지만 잎에 가시가 없다. 이름은 꽃이 산을 지키는 비장(조선의 하급 무관)과 닮았다고 붙여진 것이다. 6~8월에 피는 뻐꾹채는 잎이 엉겅퀴를 닮았으나, 더 크고 가시가 없다. 뻐꾹채도 엉겅퀴 비슷한 꽃이 피지만, 꽃송이가 지름 6~9cm로 크고 원줄기 끝에 하나의 큰 꽃송이만 달리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엉겅퀴는 스코틀랜드의 국화이기도 하다. 스코틀랜드의 전설적 영웅 윌리엄 월리스의 일생을 그린 영화 ‘브레이브하트’ 초반에 주인공에게 엉겅퀴꽃을 선물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국이 ‘실패에 관대한 사회’가 돼야 한다고들 말한다. 대통령도 재수 정도는 해주고 당선되는 게 기본인 걸 보면 서서히 그런 사회가 만들어지고 있나 싶기도 하다. 이혼남에 대해 매우 관대해진 이 사회의 태도를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최근 우리 사회가 결혼 실패에 대해 어느 정도로까지 관대해졌는지를 알고 놀란 계기가 있었다. 40대 중반으로 아직 미혼인 선배가 있는데, 본인의 ‘대외적 이미지 관리’를 위해 남들에게는 미혼남이 아니라 ‘이혼남’이라고 말하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너무 엄청난 발상의 전환이어서 진심으로 깜짝 놀랐다. 충분한 나이가 되도록 한 번도 안 다녀온 것보다는 한 번 다녀왔지만 실패한 쪽이 더 좋은 이미지를 확보한다는 점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혼남을 사칭’한다는 그 발상 자체가 더 놀랍지 않은가? 이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지만 가치관이 이렇게 빨리 변하는 건 줄은 정말 몰랐다.(물론 이런 분위기는 아직은 남성들만의 특권인 것 같다.) 저녁마다 TV에서 방송되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이와 같은 ‘이혼남 전성시대’가 보다 가까이 다가온다. 이제는 이혼남들이 본인의 결혼 실패를 터부시하지 않는다. 주변 출연자들이 그들의 이혼 경력을 놀리듯이 언급하긴 하지만, 농담의 대상이 됐다는 사실 자체가 이혼을 분명한 하나의 경험으로 인정하고 ‘인생 선배’의 스펙으로 우대해주는 분위기를 방증한다. “결혼? 할 수 있으면 하는 거고…” 이혼의 부정적 이미지가 불식되는 경향과 톱니바퀴를 맞대고 있는 또 다른 흐름이 있다. 결혼의 긍정적 이미지가 그만큼 깎여나가고 있다. 2030 사이에서 결혼에 대한 인식이란 점차 ‘할 수 있으면 하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는 것’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이것도 남자들 사이에서 유독 더 그렇긴 하다.) 다시 한 번 예능 프로그램들의 실태를 보면 유부남들이 ‘자유로운 총각들’을 부러워하는 듯한 뉘앙스가 자주 포착된다. 총각 때처럼 이 여자 저 여자 더 만나보고 싶은데 부인 때문에 못 그런다는 뉘앙스를 드러내도 이제는 옛날 같은 손가락질을 받지는 않는다. “남자는 빨리 결혼을 해야 돼. 그래야 출세하는 데 문제가 없는 놈이라는 게 세상 사람들한테 증명되거든.”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디파티드’에 나오는 이 대사는 이제 옛일이 돼버렸다. 최근의 분위기는 결혼을 ‘자유의 무덤’으로 간주하는 추세다. 그렇다 보니 자연히 이혼남은 ‘자유의 세계로 복귀한 역전의 용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결혼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와 이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함께 녹아내리고 있는 현실은 전통적 관점의 가정이 붕괴하고 있다는 거대한 추세로 수렴된다. 더 이상 가정은 곰 같은 아버지와 여우 같은 어머니, 토끼 같은 자식들이 어우러진 사랑과 평화의 공간이 아니다. 그보다는 세대갈등과 고약한 딜레마가 샘솟는 공간인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효자효녀 콤플렉스 총선이나 대선 같은 대형 정치 이슈를 통과할 때마다 사람들은 우리 사회의 세대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고 놀라게 된다. 한 집에 살고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정당에 투표하는 경우가 한국에선 더 일반적이다. 한국의 경우 기호 1번과 기호 2번의 이질성이 매우 강한 ‘분열적 사회’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투표 성향은 세대 단절의 충분한 근거가 된다. 윗세대의 정신적 가치가 아랫세대로 전혀 대물림되지 않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이건 미친 속도로 경제발전을 해온 한국만의 고유한 특성일지도 모른다. 흥미로운 건, 부모·자식들이 서로 이렇게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보고 있으면서도 징글징글한 감정의 고리를 좀처럼 떼어내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돈 많이 벌면 뭐하고 싶냐”는 질문을 어떤 2030에게 물어봐도 웬만한 사람들은 “부모님 호강시켜 드리고 싶다”고 대답한다. 나는 이를 ‘효자효녀 콤플렉스’라고 부른다. 개인 대 개인으로 보면 부모와 자식은 완전히 판이한 가치관을 갖고 있는 이질적인 사람들이다. 아무리 대화를 시도해도 잘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자식이라는 DNA의 끈만큼은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 한 마디로 징글징글한 관계가 돼가고 있단 얘기다. 일본의 코미디언 기타노 다케시는 말했다. “가족이란 누가 보고 있지만 않으면 갖다 버리고 싶은 존재다.” 너무 심한 말이긴 하지만 이 문장은 묘한 쾌감을 준다. 부모·자식 간의 관계에서조차 건강한 감정교류를 경험하지 못한 이 세대는 점점 가정이라는 전통적 시스템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이혼남 전성시대’는 괜히 온 게 아니다. 애써 공들여 가족을 구성해봐야 별로 좋을 게 없어 보이는 자신의 경험에 입각한 ‘합리적 판단’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엘찰텐(El Chalten)으로 향하는 길은 흡사 지구를 떠나는 것 같았다. 인간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황량함이 끝 간 데 없이 펼쳐지더니 굽이를 도는 순간 옥빛 호수가 펼쳐진다.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메마른 땅이었다가 어느 순간 거대한 설산이 툭 하고 튀어나온다. 하늘은 또 어떤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구름 사이로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달이 지고 해가 뜬다. 한 치 앞을 종잡을 수 없는 풍경 속에서 버스는 달린다. 그렇게 아르헨티나의 바릴로체(Bari loche)에서 쉬지 않고 30시간을 달리면 엘찰텐이라는 마을에 도착한다. 힘들게 이곳을 찾은 이유는 트레킹 때문이다. 남미 여행 중 딱 한 군데에서만 트레킹을 할 수 있다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엘찰텐에서 하는 트레킹을 꼽겠다. 안데스 산맥을 경계로 칠레와 아르헨티나 양국에 걸쳐 있는 파타고니아(Patago nia)는 한반도 면적의 5배 크기다. 3000m가 넘는 설산과 끝이 보이지 않는 평원, 푸른 빙하와 붉은 사막, 다양한 동식물과 기이한 화석까지 만나볼 수 있는 이곳에는 범접할 수 없는 신비로움이 가득하다. 이 신기롭고도 거대한 자연은 엘찰텐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다. 이곳은 파타고니아 트레킹의 시작이자 끝, 트레킹 마니아들의 집결지로 유명하다. 엘찰텐 주변의 트레킹 코스는 매우 다양한데, 대표적으로 피츠로이(Fitz Roy) 봉(3405m)을 바라보며 걷는 코스와 세로토레(Cerro Torre) 봉(3128m)을 마주할 수 있는 코스가 있다. 이를 1박 2일, 3박 4일 혹은 일주일 등 원하는 날 수만큼 캠핑을 즐기며 다녀올 수도 있지만, 각각 당일 트레킹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우리는 당일 코스를 선택했다. 마법의 책이 펼쳐지다 과테말라의 산페드로(San Pedro) 화산, 에콰도르의 69 호수 트레킹의 경험을 통해 숨이 턱까지 차오름을 넘어 119를 부르고 싶을 정도로 호흡 곤란을 경험해본 우리는 최소한의 짐만 챙겨 길을 나섰다. 동네 뒷산을 오르듯 호스텔을 나선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엘찰텐 마을이 한눈에 보이는 산등성이에 도달한다. 시작이 좋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나무로 만들어진 안내 표지판 앞에서 마법의 책장이 사르륵 펼쳐졌다. 어린 시절 만화 속에서 보았던 갈색 하드커버에 손으로 직접 그린 삽화가 그려진 두껍게 낡은 마법의 책이다. 이름을 알 수 없는 고대 식물과 상상 속 신비로운 동물들이 세밀하게 묘사된, 이제부터 주인공이 겪게 되는 각종 모험이 상세하게 기술된 그런 책이다. 첫 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옛날 옛날에 엘찰텐이라는 마을의 개구쟁이 소년과 소녀는 어른들이 가지 말라는 동네 뒷산에 올랐어요. 그곳에서 그들은 평생 잊지 못할 꿈같은 모험을 하게 되죠…” 먼저 한 시간 남짓 완만한 코스가 이어졌다. 연둣빛 잔디에 푸른 잎사귀 가득한 숲. 아담한 키의 나무에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을 만큼, 딱 탐스러운 양의 어린 나뭇잎들이 조랑조랑 매달려 있다. 가지 사이로 충분히 새어 들어오는 햇살을 맞으며 걷는다. 하늘도 바라보고 땅도 보며 걷는다. 그러다 벼락이라도 맞은 듯 갈래갈래 심하게 휘어지고 갈라진 나무 앞에 멈춰 섰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진즉 메말라 죽었어야 할 그 나무조차 씩씩하게 숨을 쉬고 있다. 이 숲엔 상처를 치료해주는 생명의 요정이라도 사는 걸까? 연둣빛 생명의 숲을 지나자 몸에서 슬슬 열이 나고, 소녀는 자연스레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 허리춤에 동여맸다. 그 사이 연둣빛 잎사귀는 농익은 진녹색으로 바뀌었고, 울창한 숲 대신 푸른 초원이 펼쳐졌다. 마치 책장을 한 장 빠르게 넘기듯, 손바닥을 뒤집듯 한순간에 말이다. 소년과 소녀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푸른 습지를 지난다. 녹색 갈대가 가득한 웅덩이를 지날 땐 쪼개진 통나무 위를 살금살금 지르밟고 건너다가 괜스레 발끝으로 찰방찰방 상대방에게 물을 튀기며 까르르 웃는다. 지금 이 순간이 즐겁다. 만년설로 뒤덮인 거대한 돌산 풍경은 다시 한순간에 울퉁불퉁한 돌밭으로 바뀐다. 책장을 넘기듯 순식간에 바뀌는 풍경에 지루할 틈이 없다. 어느 순간 바뀐 붉은 단풍나무 숲. 트레킹을 시작한 지 두 시간이 지났건만 하나도 힘이 들지 않다. 이쯤 되면 119 좀 불러 달라 호들갑을 떨고 있을 때가 훨씬 지났건만. 사실은 아까부터 꿈결처럼 빛나는 저 하얀 피츠로이를 향해 걷는 중이었다.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이 나는 웅장한 피츠로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만년설로 뒤덮인 아름답고도 거대한 돌산에 가까워질수록 둘은 콩당콩닥 가슴이 뛰었다. 그리고 이제 개구쟁이 소년과 소녀의 모험 이야기는 막바지를 향해 치닫는다.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듯 아른거리던 피츠로이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깎아지른 듯한 경사의 자갈 언덕이 이들을 막아섰다. 이번 모험에서 가장 힘든 구간, 이 역경을 이겨내야 그들의 모험도 무사히 끝남을 알고 있지만, 점점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 그때, 한시도 손에서 놓지 않던 카메라를 잠시 내려두고 소녀의 손을 잡아끄는 소년. 둘은 함께 힘을 합해 자꾸만 미끄러지는 다리를 끌어올리고 올려 기어코 자갈 언덕의 꼭대기에 우뚝 올라섰다. 그곳에서 마주한 건 숨이 멎을 듯 영롱한 빙하 호수 속 만년설로 뒤덮인 피츠로이. 그것은 마법의 책 속 아주 대단한 모험기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충분한 삽화를 선사했다. 세 단어로 알아보는 엘찰텐 1. 로스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 엘찰텐은 아르헨티나의 로스글라시아레스(Los Glaciares) 국립공원에 속해 있다. 1937년에 국립공원으로, 1981년에는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크게 남쪽과 북쪽으로 나뉘는데 남쪽 입구에는 크고 작은 몇백 개의 빙하가 군집한 엘칼라파테(El Calafate)가, 북쪽 입구에는 세계 5대 미봉의 하나인 피츠로이 봉으로 향하는 엘찰텐이 자리 잡고 있다. 2. LNT(Leave No Trace) 파타고니아 지역에서는 LNT(Leave No Trace, 흔적 남기지 않기) 실천이 의무화돼 있다. 지정된 캠핑장에서 야영 시 취사는 가능하지만 모닥불은 피울 수 없다. 가져간 모든 것은 자신이 가져와야 한다. 계곡 물은 마실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니 더럽히지 말아야 하고, 나무를 자르거나 꺾는 일도 금물이다. 자연 그대로를 존중하고 인간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 아름다운 파타고니아를 오래도록 만날 수 있는 방법이다. 3. 가는 길 우리나라에서 갈 경우 미국이나 멕시코를 경유해 부에노스아이레스(Buenos Aires)로 입국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엘칼라파테까지는 비행기로 3시간이 걸리며, 엘칼라파테에서 엘찰텐까지는 버스로 3시간이 더 걸린다. 남미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여행하는 경우에는 보통 아르헨티나의 바릴로체에서 엘칼라파테까지 27시간 버스로 이동 후 엘찰텐으로 들어가게 된다.
옛 동화 속에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연상시키는 장면들이 은근히 많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프로이트가 소포클레스의 비극의 주인공을 빗대 이 표현을 사용하기 전에 이미 옛이야기 속에 수없이 재연, 재현되고 있었다. 우리가 모르고 지나갔을 뿐. 오늘은 그 동화들을 살펴보기 전에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내용이 무엇인지 조금 상세히 알아보겠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고 하면 그저 막연히 아들은 엄마를, 딸은 아빠를 더 좋아한다는 정도로 생각하는데 사실 그렇게 단순하게 끝나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콤플렉스 흐름에 따라 딸이 엄마를, 아들이 아빠를 더 좋아하는 심리성적 변화의 시기가 있는데 이는 아이들의 성장 과정 중 엄마와 아빠 가운데 누구에게 더 강하게 동일시하는가의 문제로 접근할 수 있다. 이후 프로이트의 제자인 분석심리학자 융은 이를 여아의 경우에 ‘엘렉트라 콤플렉스’로 부르기도 했는데 최근의 현대정신분석에서는 용어를 구분치 않고 여아와 남아의 구분을 둘 뿐 그대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통칭하고 있다. 이번에는 먼저 라캉의 제자로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아르헨티나 출신 나지오의 이론과 정리에 근거해 남아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발달 과정을 한 번 들여다보자. 남아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한번 상상해 보자. 이제 막 네 살이 된 남자아이는 어느 날 자기 몸에 매달린 작은 ‘덩어리’를 보게 된다. ‘어? 이게 뭐지’ 가만 생각하니 이것은 자기 몸에서 나오는 물, 오줌이 나오는 길이다. 어디 한번 만져볼까? 손으로 조물락 조물락 만져보니 그것참, 느낌이 나쁘지 않다. 이때 엄마를 쳐다본다. ‘아, 엄마도 이게 있겠지’ 짐작하고 이번에는 멀리서 신문을 보고 있는 아버지를 쳐다본다. 산처럼 우뚝 선 모습의 아버지를 보는 순간, 알 수 없는 두려움과 경외감이 생긴다. 그리고 아버지의 ‘이것’을 상상한다. 이때부터 아이는 자기의 몸,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몸에도 달린 ‘이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어렴풋이 느낀다. 자신이 가진 힘 있는 무언가, 즉 팰러스 인식하게 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이것’이 있다는 사실로부터 새삼 뿌듯함과 기쁨 그리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느낀다. 그러나 기쁨을 느끼자 이번에는 공포감이 찾아온다. ‘만약, 이것이 사라지면 어떡하지? 만약 이것이 잘려진다면?’ 이때부터 아이는 막연한 거세의 공포감을 안고 살게 된다. 다칠까 봐, 잘릴까 봐. 그 와중에 아이는 막연한 ‘어머니를 향한 사랑’, ‘어머니를 향한 경도(傾倒)’를 경험한다. ‘나도 아버지가 가진 이것을 가졌는데, 내가 어머니를 가질 수는 없을까?’ ‘내가 어머니의 남자가 될 수는 없을까?’ 부모들을 소유하고 싶고 또 소유 당하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더 나아가 아버지를 이기고 싶은 마음도 가진다. 이 시기의 아이는 이 막연한 희망과 근친적 판타즘(Fantasm, 꿈 또 는 환상) 경험하면서 동시에 경쟁자인 아버지로부터 당할 ‘벌’인 거세를 상상한다. 그 와중에 아이는 여동생의 몸을 보게 된다. 그리고 막연했던 공포, 단지 어른들이 농담으로 던졌던 그 공포의 말 “어허, 그러다 떨어진다”는 것이 사실일 수도 있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아, 어쩜 내가 잘못하면, 내가 어머니를 내 것으로 소유하겠다고 꿈꾸면 저런 벌을 당할 수가 있겠다’는 식으로 막연했던 느낌이 매우 구체적인 공포로 아이를 감싼다. 여기서 프로이트의 말을 조금 인용해 보자. 프로이트는 아이들이 겪는, 성기 거세를 준비하게 하는 두 가지 경험에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는데, 하나는 엄마의 품에서 벗어나는 것이며 또 하나는 배설에 필요한 일상의 욕구 경험이라고 말한다. 그 후 여자의 성기를 보게 되는 새로운 경험으로 거세의 가능성을 깨닫게 되고 마지못해 자신이 본 것의 심각성을 완화하려고 애를 쓰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여자의 성기를 봄으로써 ‘자기의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던 아이는 점차 자기와 똑같은 어떤 아이는 ‘이것’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것도 사라질 수 있다는 공포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사실 프로이트는 아이들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아이를 능동과 수동의 두 측면에서 모두 만족을 주게 된다고 한다. 능동적인 측면은, 자신을 남성으로 아버지의 위치에 놓고 아버지처럼 어머니와 관계를 가지려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아버지는 엄연한 방해꾼이고 장애물이다. 반면에 수동적인 측면에서는 어머니를 대신해 아버지에게 사랑받기를 바라는 것인데 이 경우 어머니는 ‘필요 없게’ 된다. 물론 아이는 무엇이 에로틱한 성행위를 만족시켜줄지 잘 모르지만 자신의 ‘이것’, 즉 페니스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확실히 알게 된다. 바로 그 페니스를 통해 흥분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모든 판타즘도 거대한 그물처럼 자신을 감싸는 거세 공포 앞에서는 빛을 잃는다. 더구나 여동생 등을 통해 그것이 없는 아이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됐으니 말이다. 이때 아이는 자기 속에서 하나의 타협점을 만든다. ‘그래, 차라리 포기하자. 내가 어머니의 남자가 되는 것도, 아버지에게 온전히 소유 당하고 싶은 이 모든 욕망도 포기하자.’ 이때부터 아이는 모든 욕망과 판타즘과 불안을 잊고 부모에게 향했던 성적 요소들을 걷어내는 부모로부터의 ‘탈성화’에 돌입한다. 온전히 자신의 팰러스를 구하기 위해서. 그리고 앞선 부모들이 가졌던 그 모든 도덕심을 자기의 것으로 만들기 시작한다. 라캉의 말대로 본격적인 상징화의 단계에 들어서는 것이다. 이렇게 아이는 아버지가 한 사람의 남성이고, 어머니가 한 사람의 여성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하며 점차로 한 명의 남성의 길에 들어서면서 잠시 자신이 가졌던 모든 판타즘을 잊고 ‘성기기’의 잠복기에 돌입한다. 사춘기를 맞이할 때 다시 한 번 그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유혹을 받게 되더라도 곧 강력한 슈퍼에고의 도움으로 건강한 남성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스스로 한 명의 남성이 된 잭 간단치 않은 이야기지만 이 이야기는 잭과 콩나무에 그대로 들어 있다. 잭이 밀키화이트라는 젖소를 팔러 가서 얻어 온 씨앗. 그 씨앗은 아침에 일어나니 거대한 콩나무로 변해 있고 방은 어둡다. 그리고 콩나무를 오르는 잭. 콩나무의 끝 거인의 집에 다다른 잭은 달콤하고 신기한 것들을 맘껏 취하는 와중에 거인의 등장을 맞닥뜨린다. 앞서 아들의 발달 시기에 맞춰 밀키화이트를 끊어내고 이제 그만 바깥으로 나가라는 엄마의 요구가 일종의 구순적 욕망을 끊어내는 단계였다면 길가에서 만난 씨앗을 줬던 남자와 이 거인은 잭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상황에서 만나는 아버지의 다른 두 모습이다. 성장의 과정에 씨앗을 주며 참여했던 아버지는 다시 거대한 거인으로 나타나는데 이때의 거인은 자기의 것을 ‘훔치러 온’ 잭을 용서하지 않고 따라붙는 과정에까지 이른다. 이때 중요하게 살펴볼 부분은 잭이 거인의 집에서 숨는 오븐과 무쇠솥이다. 특히 어머니의 현현(顯現)이라 할 수 있는 거인의 아내가 잭을 이 오븐과 솥에 숨겨주는 행위는 통상 연구자들에 의해 구순성으로 돌아가는 퇴행으로 설명되고 있다. 분명 밀키화이트를 끊어내면서 구순기를 탈피했다 하더라도 아이들은 종종 위기의 순간, 특히, 자기 성장의 확신이 흐릿해질 때 다시 무언가를 빠는 행위, 어머니의 젖을 다시 파고드는 행위, 구순기로 퇴행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눈여겨볼 또 하나의 부분은 마지막 통나무를 내려오는 잭과 쫓아오는 거인의 모습, 그리고 이것에 대처하는 제삼자인 어머니의 상황이다. 우리 주변에서 보이는 책들에서는 정확히 표현되고 있지 않지만 그림 형제의 원 판본을 보면 나무를 내려오다 위험에 빠진 잭이 어머니에게 도끼를 가져오라고 소리치는 장면에서 “어머니가 거인의 ‘거대한 다리’를 보고 얼어붙어 버린다”는 표현이 나온다. 이 상황에서 어머니는 도끼를 떨어뜨리고 하는 수 없이 잭이 그 도끼를 다시 집어 나무를 베고 거인이 추락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것은 심리성적 발달 단계, 특히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이겨낼 힘은 그 누구도 아닌 잭, 즉 아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어머니가 아들의 여자가 될 수 없듯이 어머니는 거인을 대신 죽일 수도 없다. 그것은 오로지 아이만이 할 수 있는 것이고 그 죽음은 자기 속의 모든 근친상간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스스로 잘라내는 것, 거인으로 보이는 아버지의 형상마저 스스로 잘라내는 것만이 아이가 온전히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이겨내는 길이란 얘기다. 스스로 자기 속의 위험을 베어내는 것, 처벌하러 내려오는 거인이 된 아버지마저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과정, 그 속에서 드디어 온전한 남자, 잭이 태어나는 것이다. 다음 호에서는 남아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는 여아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동화를 살펴보자.
비유와 사례는 설명과 설득의 왕 밖에서 동양철학 특강을 많이 합니다. 단발성으로 할 때도 있고, 10강 이상의 연속 강의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런 강의를 시작할 때 도입부에 “오늘은 묵자의 어떤 사상에 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오늘은 손자의 문제의식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라는 식으로 시작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러면 강의 집중도가 떨어집니다. 그렇게 시작해 나아가면 졸거나 다른 생각하시는 분들이 보이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특정 이야기로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제 주변 이야기나 요새 흥행 중인 영화 이야기, 드라마 이야기, 시사 이야기 등 사례를 갖고 이야기하면 초롱초롱한 눈빛을 하고 따라오는 경우가 많지요. 연속 강의야 대다수가 공부할 의지로 충만하신 분들이니 어떻게 시작을 해도 좋지만, 단발성 특강일수록 될 수 있으면 이렇게 구체적인 사례를 들면서 시작하려고 합니다. 자, 설명과 설득의 왕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있습니다. 글쓰기와 강의에서 생명이기도 하고요. 바로 말씀 드린 ‘사례의 제시’입니다. 사례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사례를 갖고 이해시키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설득을 하든, 지식을 전달하든 사례 제시가 정말 중요합니다. 특히 학생들을 가르칠 때 사례를 드는 게 정말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누군가를 가르치고 지식을 전달하고 설득할 때 사례만큼이나 중요한 게 바로 비유입니다. 사례도 중요하고 비유도 중요합니다. 특히 강연과 수업 때 재미있는 비유와 사례가 많으면 학업성취도가 늘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스승이고 교육자라면 다양한 비유와 사례로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청출어람 “군자들이 말한다. 학문은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라고. 푸른 물감은 쪽 풀에서 나왔지만, 쪽 풀보다 더 파랗다. 얼음은 물로 이뤄졌지만, 물보다 더 차다.” 자, 청출어람이란 말 유명하지요. 모르시는 분들 없을 겁니다. 무슨 뜻이지요? 제자가 열심히 노력하면 스승보다 나은 사람,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뜻이지요. 상식에 가까운 말입니다. 하지만 이 말의 원저작자가 누군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말의 원저작자는 순자입니다. 순자 텍스트의 시작인 권학(勸學) 편 서두에 실린 말입니다. 순자 텍스트를 펴자마자 나오는 말이지요. 열심히 공부하라는 말인데 거기에 덧붙이길 얼음은 물로 이뤄졌지만, 물보다 더 차다고 했습니다. 역시나 학문을 독려하기 위해 한 말이지요. 권학(勸學)은 말 그대로 학문을 권하는 장입니다. 여기서 순자는 학문의 중요성을 열거하는데 청출어람만이 아니라 계속 다른 사례와 비유를 들어서 학문의 중요성,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역설합니다. “높은 산에 올라가 보지 않으면 하늘이 높은 것을 알지 못하고, 깊은 계곡에 가까이 가보지 않으면 땅이 두터운 것을 알지 못한다. 높은 산에 올라가야 하늘이 높은 것을 알고 깊은 계곡에 가야 땅이 두터운 것을 안다”고 했습니다. 높은 산과 깊은 계곡은 학문을 말하는 것이죠. 공부를 더욱 열심히 해서 높은 곳에 올라가야 하늘의 높이를 실감할 수 있고, 깊이 있게 들어가야 큰 세계를 마주할 수 있다고 한 것입니다. 순자는 또 권학 편에서 이런 말도 했습니다. “나무는 먹줄에 따르면 곧아지고, 쇠는 숫돌에 갈면 날카로워지는 것처럼 군자도 널리 배우며 매일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고 살피면 앎이 밝아지고 행동에 허물에 없을 것”이라고요. 먹줄로 곧아지는 나무처럼, 숫돌에 갈아 날카로워지는 쇠처럼 외부의 것을 배워 자신을 변형시켜 늘 어제와 다른 나, 성장하는 자신이 되라는 것인데, 공부의 중요성을 사례와 비유를 들어 역설한 것이지요. 순자는 늘 사례와 비유를 듭니다. 사례와 비유로 설명하면서 쉽게 이해시키고 설득하고 자신의 주장을 각인시키는 것이지요. 앞서 말한 청출어람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마중지봉(麻中之蓬)도 있습니다. “쑥대가 삼대 밭 속에서 자라면 부축해주지 않아도 곧으며, 흰 모래가 개흙 속에 있으면 모두 함께 검어진다.” 마중지봉은 환경의 중요성을 역설해주는 비유로 유명하지요. 좋은 환경에서 자라고 살아야 한다는 것인데 쑥과 모래 말고 난초 이야기도 했습니다. “난괴(蘭槐)의 뿌리는 바로 향료가 되는데 그것을 구정물에 적셔두면 군자도 가까이하지 않음은 물론이요, 범인들도 그것을 몸에 지니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역시나 환경의 중요성을 사례와 비유를 가지고 설명한 것이죠. 순자는 이렇게 사례의 왕이고 비유의 왕입니다. 그래서 순자의 주장을 읽다 보면 쉽게 이해가 가고 순자의 생각이 어렵지 않게 수용이 됩니다. 순자의 텍스트에 가득 찬 비유와 사례, 특히 사례들을 보면 단순히 설득과 수용, 기억만 잘 되는 게 아니라 어떤 느낌을 받습니다. 바로 이 사람은 정말 교육자라는 느낌. 사례와 비유를 반복한 교육자 순자 책을 읽으신 분 중에 이런 분들이 계십니다. 순자가 같은 이야기를 조금, 아니 너무 반복해 종종 지루할 때가 있다고. 그때 제가 말씀드립니다. 그건 순자란 사람이 단순히 철학자나 사상가가 아니라 교육자라서 그렇다고요. 그래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하는 거라고 말을 합니다. 사실 그렇잖습니까? 교육이란 게 반복해서 말하고 거듭해서 말하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 아이들이 그러잖아요. “우리 엄마 아빠는 맨날 한 이야기 또 하고 또 해, 지겹도록.” “우리 담임선생님은 똑같은 잔소리 계속 해.” 아이들이 늘 그러곤 하는데 원래 교육이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순자는 거듭해서 이야기하고 반복해서 말하고 그러지만, 단순히 반복에 그치는 것은 아닙니다. 기가 막힌 사례와 비유를 활용하고 또 그것을 바꾸고 달리해서 여러 개의 사례로 설명하고 이해시킵니다. 다 순자가 교육자라서 그런 겁니다. 사상가이고 철학자이기 전에 스스로 스승이라는 생각을 해서 그런 거지요. 어떻게든 이해시키고 꼭 기억하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그런 겁니다. 그래서 전 순자를 공부할 때 다른 걸 떠나 순자가 스승이고 교육자라는 자의식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 순자와 그의 텍스트를 이해하는 데에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보지요. 충실하게 준비한 주제별 강의 사실 비유와 사례 말고도 순자 텍스트를 읽다 보면 이 사람은 천생 교육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일단 텍스트부터 주제별 강의록이에요. 주제별 논문집이라는 사람도 있고, 더 나아가 논문의 특성이 강해 서구식 글쓰기와 유사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강의록입니다. 예론(禮論)은 예에 대한 강의. 악론(樂論)은 음악에 대한 강의, 부국(富國)은 경제에 대한 강의, 의병(義兵)은 국방이란 주제에 대한 강의고, 군도(君道)는 임금의 도에 대한 강의이며, 신도(臣道)는 신하의 도에 대한 강의입니다. 이렇게 주제별로 순자가 강의한 것을 제자들이 기록했고 그걸 모아서 순자 텍스트가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주제별 강의록이 아니라 주제별 논문집이라고 해도 순자가 교육자라는 사실과 조금도 모순되지 않을 것입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대학자가 주제별 논문을 쓰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니까요. 총 32편의 글로 이뤄진 순자의 텍스트를 보면 참 감탄하게 되는 것이 한 편 한 편을 보면 즉흥적으로 쓴 게 아니라 하나하나 치밀하게 사전에 준비해서 만들었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충실한 강의를 위해 사전에 준비를 많이 했거나 논문을 써내기 전에 논문 계획서와 개요부터 완성도 높게 만든 다음에 시작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강의 혹은 논문의 집필을 위해 사전에 충실히 준비를 하고 노력을 했다는 것인데 역시 교육자 냄새가 많이 나지요. 순자의 위, 스승의 역할 순자에게 선생님다운 모습이 보이는 부분은 그 외에도 많습니다. 여러 개념과 단어의 정의와 뜻에 대해서 최대한 명쾌하게 정의해서 알려주려는 모습, 독려하고 격려하는 모습, ‘할 수 있다, 노력하면 될 수 있다, 누구든 훌륭한 사람 될 수 있다’고 강하게 격려하는 모습이 아주 많이 보입니다. 독려와 격려의 말뿐만 아니라 스승의 역할과 비중을 여러 차례 강조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그 부분에서 교육자로서 자의식이 가장 강하게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번약(繁弱)과 거서(鉅黍)는 옛날의 좋은 활이다. 그러나 활을 바로잡아 주는 활도지개가 없다면 스스로 올바르게 될 수 없다. 제나라 환공의 총(蔥), 주나라 태공망의 궐(闕), 주나라 문왕의 록(錄), 초나라 장왕의 홀(忽), 오나라 임금 합려의 간장(干將), 막야(莫邪), 거궐(鋸闕)은 모두 좋은 칼이다. 그러나 숫돌에 갈지 않으면 날카로워질 수 없다. 화류(??), 기기(騏驥), 녹이(綠耳)는 모두 옛날의 좋은 말들이다. 그러나 앞에서는 반드시 재갈과 고삐로 제어하고 뒤에서는 채찍으로 혼을 내며, 조보 같은 이가 몰아야만 비로소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말이 될 수 있다.” 순자의 성악 편에 나오는 말입니다. 이처럼 늘 순자는 좋은 벗과 훌륭한 스승을 강조했습니다. 올바로 이끌어 줘야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그중에서도 훌륭한 스승의 역할을 강조했고, 스승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거듭 힘주어 말했습니다. 스승의 가르침을 받고 스승에 의해서 교정이 되고 스승의 가르침을 따라 자신을 변화시켜가는 것을 순자는 ‘위(僞)’라고 했습니다. 흔히 순자의 위(僞)하면 성악설과 연관 지어서 많이 이야기하죠. 인간이 타고난 성품이 나쁘니 위(僞)라는 후천적 노력으로 교정받아야 한다고들 개론서에서 많이 소개합니다. 그런데 교정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죠. 꼭 스승이 있어야지요. 순자는 스승에 의한 교정을 강조한 것입니다. 스승을 따르는 후천적 노력으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고요. 또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낙관하기도 했는데, 스승의 비중에 대해 거듭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위의 예문처럼 순자답게 사례와 비유를 들어서요. 순자가 말하는 후천적 노력인 위(僞)라는 것에는 스승의 역할이 결정적인데 이렇게 스승의 비중과 역할을 강조하는 것만 봐도 순자는 교육자라고 단언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자 다시 청출어람 이야기로 돌아가지요. 많은 분이 알고 있지만 누가 처음으로 말했는지 모르는 이야기, 사자성어 청출어람. 그것만으로도 사실 이야기가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네가 노력하면 스승인 나보다 나은 사람 될 수 있다! 너희가 열심히 공부하면 이 스승보다 훌륭한 사람 될 수 있다!” 청출어람이라는 말 자체가 순자가 교육자라는 가장 큰 증거 아닐까요? 교육자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그런 말을 처음으로 생각해서 말할 수 있었겠습니까? 열심히 노력해서 정진하고 거듭나고 그래서 스승보다 훌륭하게 되는 제자, 그런 제자를 만나 키울 수 있는 것, 교육자로서 정말 큰 보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청출어람을 누가 먼저 말했다? 바로 순자입니다. 그리고 순자는 뭐다? 단순히 철학자, 사상가가 아니라 교육자다. 교육자로서 자의식을 가진 사람이다. 네 그렇습니다. 교육자 순자 꼭 기억하시기를 바랍니다.
1980년대는 1980년 우리나라의 5·18 민주화운동으로 시작해 1989년의 중국 천안문사태와 독일 베를린 장벽의 붕괴로 마감된 10년의 기간이다. 대한민국은 갑자기 등장한 신군부 독재 권력 아래에서 민주화를 지향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외침과 움직임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런 와중에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로 선진국 진입을 독려하는 메시지가 난무했다. 성장을 과시하고 싶었던 시대 1980년대의 문을 연 새교육 1980년 신년호의 첫 글은 흥미롭게도 ‘교통안전을 위한 교육과정연구’였다. 필자는 사회교육을 전공하는 서강대 차경수 교수였다. 이 글은 1968년에 6만여 대이던 전국의 자동차 보유 대수가 1977년에 27만대에 이르렀고, 1981년에는 58만대, 1986년에는 220만대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시작한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과 삶의 질 개선을 자랑하고자 했던 당시 사회의 꿈틀대는 과시욕을 드러내는 흔한 사례였다. 1977년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4000여 명으로 하루 평균 16명이었고, 우리나라의 자동차 한 대당 사고비율은 외국의 평균치와 비교해 발생 건수는 23배, 사망자 수는 31배, 부상자 수는 22배에 달한다는 충격적 사실도 소개됐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에서는 1970년을 고비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줄어드는 추세라는 것을 함께 소개함으로써 우리도 이제는 이런 서구 선진국과 비교 대상이 됐다는 것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다. 물론 이 글의 목적은 교통안전교육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것이었지만, 동시에 1980년대 초반 당시 우리 사회가 서구적 근대사회에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은 욕망에 가득 찬 글이었다는 것을 잘 드러내고 있다. 1986년의 아시안게임과 1988년의 서울올림픽은 이런 욕망 분출의 정점이었다. 성장과 발전을 드러내고 자랑하고 싶은 욕망은 1980년 신년호의 특집 ‘한국교육 1980년대의 과제’에도 드러난다. 이 특집은 1980년대를 “선진국의 대열에 진일보하려는”, “웅비를 약속하는” 시간으로 묘사하고 있다. 1인당 GNP 성장을 1986년에 2363불, 1991년에는 7731불까지 약속하는 풍요한 고등 산업사회의 여명이 밝아오는 시점에 교육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획일화의 극복과 다양성의 추구, 학제를 비롯한 교육제도의 개편, 교직의 전문성 강화와 교원처우의 개선을 들었다. 경제성장으로 위기를 맞은 교직사회 1970년대의 고도경제성장이 낳은 대기업 중심 고소득 일자리의 증가는 현직 교원의 교직 이탈을 가속했다. 교직은 잠시 들렀다 떠나가는 정류직업(stationary job)이 됐다는 자조적인 표현이 등장한 것도 이 당시였다. 1970년대 전반에 년 2~5%였던 현직 교원의 이직률이 1970년대 후반에 이르러 10% 가까이에 이르렀다. 사립중등학교의 경우에는 15%에 달했다. 사범대학이나 교육대학 졸업자는 복무 연한을 마치지 않으면 ‘교원 자격증이 박탈’되고 면제받았던 ‘수업료를 변상’해야 하는 벌칙에도 불구하고 1978년 사범대학 졸업자의 교원자격증 박탈자가 자격증 발급자의 27.64%에 달했다. 당시 한 조사에 의하면 교직의 경제적 지위는 초등이 27위, 중등이 24위로 개인택시 기사(17위)나 전기 기사(21위)보다 낮았다고 한다.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의 결과 국민들의 욕망이 분출하는 가운데 교육의 근본인 교직사회는 무너지고 있었다. 대한교련은 1980년 5월 2~8일 제28회 교육주간을 맞아 각종 행사를 벌였는데 그 주제가 ‘교육의 위기, 이대로 좋은가’였다. 1980년 6월호에서는 교육주간 주제해설을 통해 우리 교육의 위기 상황을 상세하게 밝혔다. 그것은 크게 교육의 질과 재정의 위기, 교육의 자율성과 전문성 위기, 사학교육의 위기, 그리고 사회적·문화적 위기로 요약됐다. 1980학년도 대학입시를 지켜본 이돈희 서울대 교수는 새교육 1980년 3월호에서 “우리 사회의 교육적 질병들은 개별적으로 치료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고 그 심각성을 지적하며 “지금은 한국교육을 종합적으로 진단”할 것을 제안했다. 이렇듯 당시 교육이 위기 상태라는 것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자율적으로 강제한 과외단속 이런 공감대에 대한 정치적 반응으로 나온 것이 1980년 7월 30일에 신군부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전두환)에서 발표한 ‘교육정상화 및 과열과외 해소방안’이었다. 10만 명이 넘는 대학입학 정원의 증가, 대학입학 본고사 폐지, 대학졸업 정원제, 고교 내신제, 초·중·고교 교과통합, 교육방송 시행, 방송통신대학 확충, 교육대학의 이수 연한 확대, 교육재정의 확충 등을 핵심으로 하는 이 조치는 말 그대로 혁명적이었다. 일류대학 입학을 향한 지식 중심의 암기 교육과 끝없는 사교육 경쟁을 종료시키고 인격교육과 전인교육을 실천하겠다는 신군부의 선언에 일부 전문가들과 교육자들은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일반 국민들은 지지하는 태도를 보였다. 새교육 또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1980년 10월호에 실린 ‘교육혁신에 거는 기대’에서 차경수 서울대 교수는 이 방안이 새로운 시기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시했다. 새로운 시기의 교육은 지식교육을 대체한 전인교육과 인격교육이 중심인 교육이었다. 1980년 10월호는 ‘교육정상화 및 과열과외 해소방안’ 전문과 함께 문교부에서 시달한 ‘학교정화운동 추진계획’과 ‘과외단속 시행지침’을 게재했다. 문교부는 학교정화운동을 강력히 추진할 것을 시달했는데 그 방침 중 첫 번째는 이 운동을 자율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자율적으로 추진하되 운동이 부진하거나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는 당해 교육행정 기관장 또는 학교장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것, 자율적으로 추진하되 모든 교직자, 학부모, 학생이 참여하여야 한다는 것, 자율적으로 추진하되 학원의 비리가 완전히 제거될 때까지 계속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자율적으로 추진하되 명칭은 반드시 ○○학교정화추진위원회로 할 것도 지시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강제하겠다는 매우 신기한 지침이었다. 정화대상자의 처리 지침도 시달했다. 지침에 따르면 불량학생은 원칙적으로 학교에서 선도하되, 상습적이고 조직적인 불량학생으로서 순화 불능 학생은 관계 기관에 고발 조치해야 했다. 정화대상 교직자는 당해 학교 정화추진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교육계에서 스스로 떠나게 하고 이에 불응할 때는 고발하도록 했다. ‘과외단속 시행지침’도 강력했다. 각급 학교의 학교 수업 이외의 수업을 받는 일체의 교습 행위는 장소, 시간, 주체, 내용, 목적을 불문하고 단속 대상이었다. 과외 수업은 입학시험을 목적으로 하거나 아니거나를 구분하지 않았다. 불법 과외를 행한 학부모는 신분이 공직자이면 파면, 기타 학부형은 그 명단을 신문지상에 공개하고, 세무, 금융, 인허가 등 가능한 모든 행정권을 발동해 제재하도록 했다. 직장인의 경우에는 소속 고용주에게 통보해 면직하도록 하며, 만약 불응 시 당해 업체를 규제하도록 했다. 인가받지 않은 과외활동을 한 현직 교사는 파면과 함께 형사 입건 또는 세무조사 등의 제재를 하도록 했다. 국가 공권력을 동원한 특별 단속반을 대대적으로 조직했고, 전국에는 과외 행위 신고센터를 운영했다. 말 그대로 과열과외의 뿌리를 뽑을 태세였다. 실패한 강압적 교육개혁 1980년 11월호에서는 특집으로 ‘교육개혁의 과제와 전망’을 다뤘다. ‘교육정상화 및 과열과외 해소방안’이 발표됨으로써 “교육정도의 길은 보다 밝아졌다”고 단언한 후 개혁의 배경과 과제를 조망했다. 9월 1일 취임한 전두환 대통령의 취임사 중 교육에 관한 부분을 발췌해 게재하기도 했다. 취임사는 “교육이 단순히 지식의 주입에만 치우치지 않고 앞으로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 향상, 인격 함양, 확고한 안보의식의 정립, 창의력 계발에 역점을 둔 전인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민주시민 교육, 창의력 교육, 전인교육을 외치고 학부모는 지식교육, 암기교육, 입시교육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은 당시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았다. 신군부의 강압적 교육개혁 노력은 결국 실패했다. 교육은 정상화되기는커녕 비정상화로 치달았고, 과외 금지조치는 몰래바이트(숨어서 하는 고액과외)를 초래했으며, 졸업정원제는 유명무실화를 거쳐 폐기됐다. 대학의 서열화와 서울집중은 더욱 거세졌다. 교육개혁은 힘이나 권력으로 성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쉬운 교훈을 얻는데 긴 시간과 많은 고통을 견뎌야 했다. 준비 없는 욕망의 과잉이 가져온 참극이었다. 1980년대는 20세기 세계 교육사에서 교육개혁의 시간이었다. 미국은 1983년에 대통령 직속 미국교육수월성위원회에서 ‘위기에 선 국가: 교육개혁을 위한 긴급제언(A Nation at Risk : The Imperative for Educational Reform)’을 발표해 미국 교육의 위기를 선언하고 21세기에 대비해 더욱 강화된 교육기준을 정립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일본도 1984~1987년 총리대신이 주도하는 임시교육심의회를 운영한 결과보고서에서 세계 속의 일본인을 양성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보고서가 나오자 일본 언론은 일본이 이 보고서와 함께 이미 21세기를 시작했다고 평했다. 미국과 일본은 희미해진 교육열을 되살리는 개혁이었다면 우리나라는 타오르는 교육열을 잠재우기 위한 개혁이었다. 이후 한 세대 동안 우리나라의 교육개혁은 교육열을 잠재우기 위한 묘안 찾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거듭되는 교육개혁의 실패를 보며 이제는 묻고 싶다. 대학이 서열화돼 있고, 일류대학 졸업장이 주는 프리미엄이 이렇게 큰 나라에서 자녀를 그곳에 입학시키려는 학부모들의 노력이 왜 비난받아야 하는지. 왜 서민들의 과외 욕구를 해소하려 하는지. 1980년 7·30 교육개혁의 실패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온갖 업무에 시달려서 여유가 없는데, 어떤 방법으로도 깨우기 어려워 보이는 학생들을 보면 교사도 무기력해지기에 십상이다. 그렇게 학교에 다니다가 졸업한 학생과 얼마 전에 연락돼, 예전 기억을 되살려 본다. 그런 학생들이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는 학생들일까? 송형호 서울 천호중학교 교사의 걸그룹 블로그 운영 학생 이야기는 이미 유명해졌다. 매일 학교에서 무기력하게 자는 학생이 알고 보니 하루 방문객 수천 명, 누적 백만 명이 넘는 팬 블로그 운영자였다는 일화다. 이 정도 재주와 기획력이면 졸업해서 뭐라도 하면서 살 것이다. 다만 그 기획력을 바람직한 곳에 쓰도록 하는 것이 교사의 임무일 것이다. 그런 학생이 ‘불법 성인 사이트’ 운영자가 될지, ‘부가가치와 공익성 높은 사이트’ 관리자가 될지는 교사의 가르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다. 당시 그 학생은 담임교사와 친구들에게 인정을 받고 자존감을 회복해 이내 블로그 운영을 중단하고 공부해서 전문대 컴퓨터학과 갔다고 한다. 고등학교 1학년 내내 전교 꼴등이었는데 말이다. 우리 교실에도 그런 아이들은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어, 공부 안 하고 그림만 그리는 아이는 ‘멍청한 아이’가 아니라 ‘그림에 재능이 있는 아이’일 수 있다. 강의식 수업이면 교사가 진도 나가느라 바쁠 텐데, 아이들에게 과제를 부여하고 모둠별로 서로 협동해서 가르쳐주거나 스마트폰을 검색해 답을 찾아가는 방식을 활용해보니 아이들 한 명씩 신경 써줄 여력이 예전보다 늘었다. 공부 잘하는 친구가 못하는 친구에게 알려주고, 교사는 아이들이 잘하고 있는지 돌아다니면서 격려해준다. 학생들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살짝 발판을 마련해준다. 이런 수업이 정착되자, 이전에는 신경 써주지 못하고, 수업 방해하지 말고 잠이나 잤으면 좋겠다 싶었던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필자는 이전에는 수업시간에 자는 학생들을 깨우지 않았다. 임용시험 합격 전 기간제 교사 시절에 수업 중에 교장이 들어와 자는 학생을 지목해 깨우라고 하는 바람에 그 학생을 혼낸 적이 있다. 알고 보니 부모가 이혼한 후 아버지는 새벽시장 나가시고, 학생은 아침에 못 일어나니까 학교 지각 안 하려고 필사적으로 밤을 새우고 학교에 와서는 잠을 못 이겨 계속 자는 딱한 아이였다. 그 후로 자는 아이들을 함부로 깨우지 않게 됐다. 그러다가 어느 날 교과서도 없이 매일 자는 녀석에게 말을 붙여봤다. 물론 방식은 ‘너 자면 안 돼’라며 이유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질문을 던지면서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것이었다. 아래는 당시의 대화를 기록해둔 것이다. 교사 : 친구야, 어제 잘 못 잤어? 학생 : 네. 교사 : 교과서는 어디 있어? 학생 : 옆에 친구가 책 없어졌다고 해서 빌려줬는데요. 저는 어차피 수업 안 들으니까요. 교사 : 뭐하다 늦게 잤어? 학생 : 밤새 그림 그렸어요. 웹툰 연재하거든요. 학교에선 못 그리게 하니까 잠자고, 그릴 시간이 모자라서 밤새도록 그려요. 교사 : 그림 보여줄래? 학생 : 제가 가지고 있던 탭 뺏겨서 못 보여드리는데요. 교사 : 탭은 어쩌다 뺏겼어? 학생 : 새벽 3시에 일어나서 그리려고 알람 맞췄는데, 오후 3시에 울린 거예요. 수업 중 알람이 울려서 그 수업 선생 님께 1주일 압수당했어요. 교사 : 아. 정말 아깝네. 시간 잘 맞춰놓지. 타격이 크겠다? 학생 : 집에 가서 그리면 돼요. 교사 : 컴퓨터로 그려? 그럼 샘 휴대폰 빌려줄 테니까 보여줄래? 학생 : 네… 여기요. 교사 : 이건 무슨 그림이야? 학생 : 에반게리온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아스카라는 캐릭터예요. 교사 : 와~! 선생님도 네 나이 때 이거 되게 좋아했었는데, 잘 그리는데? 이거 하면 돈도 받냐? 학생 : 한 장에 3만 원 정도 받아요. 웹툰에 들어갈 그림 그리는 거예요. 교사 : 헐. 대박. 잘 그리는데? (주위 아이들을 둘러보고 자던 학생을 칭찬하며) 여기 얘만큼 재주 가진 학생 있어? (다시 학생과 대화) 그럼 자퇴하고 집에서 편히 그림만 그릴 수도 있을 텐데, 학교는 매일 자면서 무엇 때문에 오는 거야? 학생 : 그래도 졸업장은 필요하다고들 해서요. 교사 : 졸업장에는 무슨 의미가 있는데? 그래도 고등학교 교육은 받았다는 걸 말해주는 거 아니야? 그런데 수업 안 듣고 잠만 자는 학생한테 학교에서 졸업장을 줘야 할까? 학생 : 아……. 교사 : 부모님은 네가 이렇게 학교생활 하는 거 인정해 주시니? 대학 갈 생각은 있어? 학생 : 부모님도 인정해 주시고요. 미술 관련된 곳으로 가고 싶긴 한데, 공부를 전혀 안 하니까 힘들 것 같아요. 그래도 고등학교 졸업장은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 교사 : 웹툰에 어울리는 좋은 그림을 그리려면 시나리오나 작품과 관련된 배경지식에 대해서도 이해가 있어야 할 텐데? 학생 : 그래서 시나리오도 따로 공부하고 있어요. 교사 : 다른 시간에도 다 자? 미술 시간에도 자니? 학생 : 미술 시간에는 안자고 그래도 좀 그려요. 교사 : 학교에 힘들게 와서 7교시 내내 자면 학교 오기 참 힘들겠다. 그래도 졸업장을 받았다는 건 뭐라도 배웠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닐까? 학생 : 네. 교사 : (문학 교과서를 펼치며) 이런 그림들도 그려볼 수 있겠어? 나중에 그림으로 돈 벌고 먹고 살려면 이런 것들도 할 줄 알아야 할 텐데? 선생님이 교재 만들려고 하는데 거기 그림도 그려줄 수 있겠어? 그러면 생활기록부에 도 좋게 써주고 대학이나 취직할 때도 유리할 텐데? 학생 : (미소와 함께) 네. 그러면 좋죠. 교사 : 시나리오 따로 배울 것 없이 선생님 시간에 수업 들으면 이게 시나리오 배우는 건데. OO이랑 가장 연관성 높 은 과목이 미술 다음에 문학인 것 같은데? 학생 : 네. 교사 : 게다가 좋은 그림을 그리려면 작품과 관련된 배경지식이 많아야 할 텐데. 예를 들면 역사 만화 그리려면 역사 를 알아야 하고. 고등학교에서는 여러 가지 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필수지식만 가르쳐 주는 거거든. 이 정도 기본은 배웠다는 걸 증명해 주는 게 졸업장이고. 선생님 얘기 알겠어? OO이가 좋은 재주를 가졌는 데,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서 아까워서 그래. 선생님 얘기가 조금 들을 만했니? 학생 : 네. 정말 감사합니다. 교사 : 수업시간에 너무 피곤하면 엎드려 있어도 되는데, 그래도 귀는 열고 있었으면 좋겠다. 알았지? 학생 : 네. 담임교사에게 물어보니 부모가 모두 노래방 경영을 하고 있어 밤늦게 집에 들어오고, 외동아들이라 거의 집에서 외톨이로 그림만 그리는 학생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학생 심성이 착하고 그림을 좋아해서 비행의 길로 가진 않았다는 것 정도였다.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보니 이 학생이 어떻게 커가나 지나가면서 한마디씩 물어봐 주며 신경을 쓰게 됐다. 이런 일이 있었던 이후 학습 내용을 전체 학생들과 정리할 때 보니 매일 자던 이 학생이 끝까지 깨어서 내 수업을 듣고 있었다. 수업 내용은 전기 양식을 빌려 돈을 의인화해서 교훈을 주는 고려 시대 작품인 ‘공방전’이었다. 이 친구는 이후로도 깨어 있는 시간이 많았다. 교술 문학(敎述文學)의 특징 수업 하면서 이 학생이 의식되니까 괜히 예를 들 때도 ‘그림, 화가, 만화’ 관련 예들이 튀어나왔다. 그러고는 수업 끝나고 기억에 남는 게 뭐냐고 물어봤다. “교훈을 주려는데 직접 가르쳐주면 재미가 없고 효과가 떨어지니까 가전(假傳)이라는 방식을 썼어요. 흥미나 재미랑 교훈성을 동시에 갖춰야 좋은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요.” 비교적 본질을 잘 이해하고 있는 대답을 했다. 부담을 느낄까 봐 다른 아이들에게 말을 걸고 얘기하다가 이 학생 근처까지 와서 보니, 학습활동 1번을 아주 그럴듯하게 잘 써놨다. “와! 정확히 찾아냈는데? 2번은 □□와 관련해서 본문에 어떻게 나와 있는지 일단 밑줄 쳐보고 그거 정리해서 써보면 된다”고 하고 한 바퀴 돌고 다시 와보니 학습활동 2번까지 풀고 있었다. 수업 끝나고 나가기 전에 또 뭐가 기억 나냐고 물어보니 기가 막힌 대답을 했다. “좋은 작품을 만들려면 작가의 인간성이 좋아야 해요. 작가의 인간성이 좋아야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어요. 나쁜 생각을 가진 작가가 그린 그림은 안 좋아요.” 학습목표가 ‘작가의 가치관이 작품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말할 수 있다’는 것이었고, 신기한 경험이라 주위 교사들과 나눠봤다. 필자와의 일화가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는지는 잘 알 수는 없으나, 이후로 이 학생은 지각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1년 후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학생은 위탁교육생으로 직업전문학교에 가서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그림을 원 없이 그릴 수 있게 됐다. 그 후 수도권의 예술대학에 진학했으며 학업과 애니메이션 회사 일을 병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 학생 덕에 다들 어떻게든 자기 밥벌이는 하게 마련이니, 좋은 인성을 갖도록 격려와 따뜻한 관심으로 씨앗을 뿌려 놓으면, 어느새 잘 성장해 있으리라 믿게 됐다. 이 학생 덕에 다들 어떻게든 자기 밥벌이는 하게 마련이니, 좋은 인성을 갖도록 격려와 따뜻한 관심으로 씨앗을 뿌려 놓으면, 어느새 잘 성장해 있으리라 믿게 됐다.
올해 3월 20일 자로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이 개정되면서 남성 교원도 육아시간을 사용할 수 있게 됐고, 연간 2일의 범위에서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주최하는 행사나 교사와의 상담을 위해 휴가를 낼 수 있도록 ‘자녀돌봄휴가’가 신설됐습니다. 이처럼 복무 관련 규정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음에 따라 변경된 복무 제도를 정리함과 동시에 관련 질의가 많이 들어오는 휴가제도의 내용을 안내해드리겠습니다. 1. 남녀교원 구분 없이 육아시간 활용 가능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개정(2017. 3. 20)에 따라, 생후 1년 미만의 유아를 가진 여성공무원뿐만 아니라 남성공무원도 1일 1시간의 육아시간 활용 가능 ○ 육아시간의 허가는 근무상황부에 사용 기간과 매일의 사용 시간을 기재해 일괄결재로 처리하고, 사용시간이 변경될 경우에는 다시 결재 후 사용 ※ 예시 : 1시간 또는 30분 늦게 출근, 1시간 또는 30분 일찍 퇴근, 근무시간 중 1시간 활용 등 ◎ 적용례 남성인 A교사가 2017년 5월 4일 출생한 자녀의 양육을 위해 1시간 육아시간을 신청할 수 있으며, 육아시간은 본인의 신청에 따라 수업 등 학생지도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근무시간 중의 적절한 시간을 선택해 자녀가 만 1년이 되기 전인 2018년 5월 3일까지 사용 가능 2. 자녀돌봄휴가 신설 ○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개정(2017. 3. 20)에 따라, 자녀가 재학 중인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등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주최하는 행사(장기자랑, 체육대회, 체험학습 등) 또는 교사와의 상담을 목적으로 연간 2일의 범위에서 자녀돌봄휴가 활용 가능 ○ 자녀돌봄휴가는 자녀의 수와는 상관없이 교원 1명당 연간 2일의 범위에서 사용 ◎ 적용례 ① 자녀가 4명인 A교사가 2017년 5월 18일, 고등학생인 첫째 자녀의 대학 진학 상담을 위해 자녀돌봄휴가를사용하고, 2017년 5월 30일, 넷째 자녀의 어린이집 체험학습 행사인 ‘숲학교나들이’에 참여하기 위해 자녀돌봄휴가 사용 ② 자녀가 1명인 B교사가 2017년 4월 3일, 초등학생인 자녀의 체육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자녀돌봄휴가를 사용하고, 2017년 6월 2일 담임교사와 자녀의 진로상담을 위해 자녀돌봄휴가 사용 ※ A, B교사는 자녀의 수와 상관없이 2017년 자녀돌봄휴가 2일을 전부 사용해 2017년에는 더 이상 자녀돌봄휴가를 사용할 수 없고, 2018년에 새롭게 2일의 자녀돌봄휴가 사용할 수 있음. 3. 교권침해 시 공무상 병가의 활용 ○ 「교원휴가업무처리요령」(교육부예규 제20호, 2015.1.30, 일부개정) ‘나. 병가 - (4) 공무상 병가제도의 운영상 유의사항 - (나)’에 따르면 ‘6일 이내의 단순 안정만을 요하는 경미한 질병·부상의 경우’ 허가권자가 공무상 질병·부상 여부를 판단해 공무상 병가 허가 가능 ○ 이 제도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공무상 요양의 신청·승인 없이 관리자인 교장의 권한으로 6일까지 공무상 병가 허가를 가능케 하므로 교권침해 사건 발생 시 피해교원의 초기 보호장치로 적극적인 활용 가능 ◎ 적용례 A교사가 4월 3일 교권침해사건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 학교장이 4월 4~11일 6일간(토요일 및 공휴일 제외) 공무상 병가를 허가 4. 퇴직 준비 교원의 연가 활용·공제 ○ 2013년 7월 1일, 교원의 퇴직준비휴가제 폐지 이후 마땅한 대체재가 없었으며, 교총의 지속적 교섭 요구 결과, 교육부에서 ‘퇴직준비 교원 연가 허가 관련 사항 통보(교원정책과-1250, 2016.2.25)’ 공문을 통해, 정년(명예)퇴직 준비 교원의 경우 퇴직 직전 학기 중 연가 사용이 가능하도록 일부 개선 ○ 이때, 퇴직예정인 교원은 퇴직시기와 상관없이 해당연도에 부여된 연가를 공제 없이 모두 사용 가능(재직기간 6년 이상이면 최대 23일) ◎ 적용례 ① 2017년 8월 31일 정년퇴직예정 교원은 최대 23일(재직기간 6년 이상 기본 21일에 전년도 병가를 사용 안 했을 시 1일 추가, 전년도 연가 실시 일수가 3일 미만일 경우 1일 추가)의 연가를 2017년 1학기와 방학 중에 사용 가능 ② 2018년 2월 28일 정년퇴직예정 교원은 2017년 최대 23일의 연가를 2017년 2학기와 방학 중에 사용할 수 있으며, 2018년 최대 23일의 연가가 새롭게 생성돼 1월 1일~2월 28일의 기간 동안 사용 가능 ※ ①과 ②의 경우 모두 연가는 허가사항이기 때문에 복무감독권자의 허가가 난 이후에 시행하며, 복무감독권자는 수업결손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 조치를 시행해야 함. 5. 휴직 예정자의 연가 공제 ○ 휴직 예정자라고 해도 휴직의 사유로 연가를 공제할 수 없음. 즉, 2018년 3월 1일 자로 휴직 예정인 교원이 3~12월까지 10개월 동안 근무를 하지 않을 것이 예정됐다 하더라도 자신에게 부여된 연가일수(최대 23일)는 모두 사용 가능 ○ 휴직 후 복직 시에는 복직교원 개인에게 부여된 연가일수에서 월할 공제(휴직 기간 중 15일 이상은 1월, 15일 미만은 미산입, 소수점 이하는 반올림) ○ 법정의무수행휴직, 공무상질병휴직의 경우는 복직교원 개인에게 부여된 연가를 공제 없이 모두 사용 가능 ◎ 적용례 ① A교사는 2017년 9월 1일 자로 육아휴직 예정이며, 4월 5일 현재 잔여 연가가 19일이면, 9월 1일 휴직 전까지 19일 전일 사용 가능 ② 재직기간이 6년 이상인 B교사가 2016년 9월 1일 질병휴직 후, 2017년 3월 1일 자로 복직했으면 B교사의 2017년 연가는 21일 중 2개월분을 공제한 18일 사용 가능(B교사는 2016년도 병가를 시행하고, 연가 시행 일수가 3일 이상) ③ 재직기간이 6년 이상인 C교사가 2016년 9월 1일 공무상질병휴직 실시 후, 2017년 3월 1일 자로 복직하였으면 C교사의 2017년 연가는 21일을 공제 없이 전부 사용 가능(C교사는 2016년도 병가를 시행하고, 연가 시행 일수가 3일 이상) 6. 부모 생일과 다른 일자에 생일 기념을 위한 연가의 사용 ○ 「교원휴가업무처리요령」(교육부예규 제20호, 2015.1.30, 일부개정)상 연가일수가 9일 이상인 교원은 부모의 생일에는 학기 중이라도 연가 사용 가능 ○ 부모의 국외거주, 실제 생일과 주민등록상 생일 불일치, 친지 방문 등의 일정 조정, 회갑 기념 여행 등 특수한 사정의 경우 복무감독권자인 학교장의 허가를 받아 특정일에 연가 실시 가능 ○ 다만, 연가는 기본적으로 허가사항이므로 위에서 제시된 경우라 할지라도 무조건 연가 사용이 가능한 것이 아니며, 복무감독권자가 제도의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 적절한 증빙을 요구하거나 판단에 따라 연가허가 여부를 결정 가능 ◎ 적용례 A교사의 아버지가 2017년 4월 20일이 칠순 생일이지만, 형제자매 등 친척 간의 일정을 조정해 4월 14~17일까지 칠순 기념 해외여행을 가기로 함에 따라 A교사는 연가를 신청했고, 학교장은 해당 교원과 부모·형제 등 가족의 항공권 예약사항 등 칠순을 기념하기 위한 가족여행임을 확인하고 경로효친사상 고양 목적의 연가를 허가
시 쓰기 지도하기 시 쓰기 지도는 학생들의 감성 속에 숨어있는 보물을 찾는 작업이다. 숨겨진 감정을 찾을 수 있도록 경험을 상기시켜 주는 일이다. 이런 활동이 구체적일수록 경험을 수면 위로 떠올려 볼 수 있다. 이렇게 상기한 경험을 나만의 독특한 경험으로 만드는 창의적인 활동이 시다. 여기에 더해 오감을 통한 지도법을 생각해 본다. 학생들은 집에서나 학교에서, 또는 거리에서 온갖 사물을 만나고 만지기를 좋아한다. 그러면서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경로로 그 곳에 있으며, 그것의 용도는 무엇인지를 생각한다. 학생들이 자각하는 사물들은 일상생활에 가득 차 있다. 기발하게 상상하고 엉뚱한 이미지로 만드는 일도 일상생활에서 이뤄진다. 그런 면에서 시는 일상생활의 특수한 사용이다. 시는 일상생활에 없는 그 무엇이 아니다. 시 창작 활동에 흥미를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가 일상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줘야 한다. 학생들의 경험에서 나온 언어의 회화적 요소들, 즉 사물의 형태, 감촉, 질감, 무게를 비롯해 거기에서 느낀 이미지와 일상생활 속에서 찾아낸 여러 가지 리듬과 같은 언어의 음악적 요소 등을 시로 만들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시 창작 지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비유와 상징, 이미지와 운율을 기본으로 하는 회화적 요소와 언어의 반복적 배치나 유음(流音) 등을 활용하는 음악적 요소라는 시의 두 요소를 이해하고, 이를 창작 지도와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궁극적으로 시는 언어 예술이다. 시는 일상 언어의 회화적 요소와 음악적 요소를 긴밀하게 함축, 변용한 언어 예술이다. ① 주변 사물을 관찰하는 눈 가지기 시의 첫 단계는 관찰하는 눈을 갖게 하는 것이다. 관찰은 사물의 이면을 보는 것이다. 새로운 깊이와 넓이를 체험하고,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통로다. 관찰은 사물에 대한 학생의 호기심을 일깨우는 길이며, 호기심은 일상적인 시선에서 독특한 눈으로 대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자극이 된다. ② 상상한 것을 낱말과 연결하기 그 다음은 상상한 것을 낱말과 연결하는 활동이다. 시 창작은 기존의 것과는 다른 무엇을 만드는 데 그 가치가 있다. 그 가치가 만들어지는 일은 다른 사람이 보거나 느끼지 못한 것, 생각하지도 못한 것을 발견하는 데서 출발한다. 여기서 시의 언어가 일상생활의 언어와 구별되기 시작한다. 상상은 머릿속에서 그려지고 생각하는 활동으로 새로운 언어적인 덩어리가 태어나는 과정이다. 거기에는 의미뿐만 아니라 감정, 감각, 소리까지 어우러진다. ③ 체험을 벗어나지 않는 시 쓰기 자신이 체험한 것을 가급적 꾸미지 않고 진솔하게 쓰는 자세는 시를 비롯한 문학 창작 지도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본 그대로 쓰고 가식적으로 꾸미지 않고 쓰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④ 자신이 쓴 시를 노래로 불러 보기 시에서는 언어의 회화적 측면과 더불어 음악적 측면도 대단히 중요하다. 낱말의 반복적인 변화나 유음 등의 사용을 통한 운동감은 시를 매우 생동감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시 창작 지도에서는 음악성을 구현할 수 있도록 동일한 낱말이나 의성어 의태어를 포함한 유음을 사용하게 하는 것이 좋다. 시 창작 지도를 위한 접근법 문학 창작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먼저 학생들의 상상력, 즉 창의력을 증진시켜야 한다. 상상력을 증진해 세계를 남과는 다른 눈으로 폭넓게 볼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PART VIEW] ① 기존 사고방식 허물기 ‘아, 그렇게도 볼 수 있겠구나’라고 인정해 주는 것을 비롯해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 다양한 반응을 유도하거나 활동을 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② 주변 관찰을 통한 낱말 모으기 가능하면 자신이 평소에 잘 쓰지 않는 낱말을 모으게 한다. 신문이나 책,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해 자신이 쓰지 않는 낯선 낱말을 모으게 한다. ③ 시보다는 시적인 것을 통해 접근 시를 쓰게 하기보다는 시적인 것 속에서 시와 놀게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것은 시고 저것은 시가 아니라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아니라 틀에 박히지 않은 시적인 것에 초점을 두자는 말이다. 창의성 계발 학습 모형을 적용한 시 창작 지도의 실제 ▶ 모형의 특징 창의성 계발 학습 모형은 창의적 국어사용 능력을 계발하는 데 초점을 두는 모형이다. 사고의 유창성, 독창성, 융통성, 다양성을 강조하는 모형이라고 할 수 있다. 유창성은 풍부한 사고의 양을, 독창성은 사고의 새로움을, 융통성은 사고의 유연함을, 다양성은 사고의 폭넓음을 강조한다. 따라서 학습자의 독창적이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담긴 문제해결 방법을 존중한다. ▶ 모형의 절차 첫째, 문제 발견하기 단계에서는 학습 문제를 확인하고, 학습 문제 해결을 위한 주어진 학습 과제를 이해하고 분석한다. 둘째, 아이디어 생성하기 단계에서는 아이디어를 생성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 아이디어를 생성해본다. 셋째, 아이디어 선택하기 단계에서는 다양하게 생성된 아이디어를 검토해 최선의 것을 선택한다. 마지막으로, 아이디어 적용 단계에서는 선택한 아이디어를 실제 상황에서 적용해 보고 평가하면서 이를 수정, 보완, 확정한다. ▶ 모형의 활용 창의적 계발 학습 모형은 창의적인 아이디어 생성이나 적용이 많이 요구되는 표현 영역, 비판적 이해 영역, 문학 창작 및 감상 영역에 적합한 모형이라고 할 수 있다. 창의적 계발 학습 모형을 적용하는 교사는 허용적인 수업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어야 한다. 학습자의 아이디어 생성과 적용 과정을 일방적으로 주도하거나 지나치게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디어 생성이나 적용하기 단계에서는 모둠 활동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저학년에서는 풍부한 아이디어를 생성하기에 초점을 두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차적으로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다듬어 가는 단계에 이르도록 한다. 사고를 촉진할 수 있는 발문이나 과제를 미리 준비하는 것도 좋다.
우리 교육의 사회적 목적은 올바른 인성을 가진 창의적인 인재 육성이다. 인성을 수업 속에 녹여내기 위한 학습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다. 유대인이 적은 인구로 노벨상 수상자의 23%를 차지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로 많은 연구자가 대화하고 질문하며 토론으로 이어지는 ‘하브루타’ 학습을 꼽는다. 대화, 토론하는 과정에서 사고력 확장은 물론이고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시민 의식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기 때문에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시도해 봤다. ① 혼자 하는 공부가 아닌 함께하는 공부 질문이 적은 우리 학교의 현실에서 학생들에게 질문하는 방법을 가르칠 수 있고 대화하는 기법을 알게 할 수 있는 좋은 학습법이라고 생각해 짝과 함께 질문하고 대화하며 토론할 수 있는 ‘하브루타’ 교육방법을 적용했다. 교사가 학습 활동이나 신문 기사에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내용을 찾아 학생들이 토론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했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짝과 함께하는 학습을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개인학습에 익숙하고 협력학습은 서로 의견을 듣고 말하는 상호소통 과정이 요구되기 때문에 귀찮아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특히 개인적으로 성취 능력이 우수한 학생일수록 상대를 무시하고 시간 낭비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상호소통하면서 가르치는 과정에서 인간의 뇌가 활성화되는 집단연구 실험 영상을 보여주면서 협력학습이 우수한 학생에게도 좋고 대화와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식하게 했다. ②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는 학습 태도 갖기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면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상호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에 문제해결력도 향상될 수 있다. 사회에서 갈등이 생기는 것은 다른 사람과 소통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가 많고, 점차 고립되는 개인들이 많아지므로 인성교육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학습 과정에서 ‘릴레이 말하기’로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하며 친구의 말을 경청하는 학습 태도를 형성하고 있다. 수업 시작과 동시에 전시 학습 상기 부분에서 릴레이 말하기를 하게 했다. 지난 시간에 배웠던 내용을 열이나 행으로 차례대로 발표하는데, 앞에서 발표했던 내용을 똑같이 말하면 안 되고 내용을 보충하든지 다른 내용을 말해야 하는 게임이다. 릴레이 말하기는 똑같은 내용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다른 사람의 발표를 귀담아 들어야 하고 보충하기 위해서는 사고를 확장하면서 준비해야 한다. 사회과 5·6학년 역사 수업에서는 릴레이 말하기를 꾸준히 하다 보니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복습하는 습관까지 형성됐다. 또 사건이나 인물로 시대를 파악하며, 역사 흐름에 대한 이해력이 좋아지고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태도 형성에도 매우 효과적이었다. 도덕 수업에서는 학생들의 자존감과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 다행·감사 일기를 릴레이 말하기로 하고 있다. 긍정적인 생각 습관의 회로를 만들어 주기 위해 자신의 주변을 성찰하며 감사하고 다행스러운 일들이 많음을 스스로 찾아보는 습관을 갖게 하는 활동이다. 예를 들어 ‘나는 오늘 엄마가 해 주신 맛있는 밥을 먹고 올 수 있어서 감사하다’, ‘나는 오늘 늦잠을 잤는데 지각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등. [PART VIEW] ③ 토의·토론 학습 강화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민주시민의 자질 갖추기 토의·토론 활동은 자신의 주장을 드러내고 나와 다른 생각의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고 여러 가지 문제를 바람직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조율해 갈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훈련이 바로 교육의 힘이다. 생각이 달라도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민주 시민의 자질을 키우는 목적에 가장 좋은 학습법은 토의·토론이다. 가정, 학교, 사회 등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토의는 학생들에게 좋은 경험이 된다.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토론은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면서 계획하고 논리를 만드는 힘을 키워준다. 협동의 배움 수업의 실제 지금까지 설명한 세 가지 수업 변화를 적용해 아래와 같이 교수·학습 과정안을 설계하고 수업을 했다. 내·고·들 프로그램 요즘 학생 자살과 왕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각 학교에서도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적용하면서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내 말에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공감하며 지지해주는 한 사람만 있어도 세상은 살 만하다. 내 마음의 상태를 말하는 것만으로도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하고 고민을 이겨낼 힘을 갖게 한다. 내 고민을 친구들이 경청하고 그에 대한 질문으로 고민을 풀어가기 위해서 실시한 프로그램이 내·고·들((내 고민을 들어줘!)이다. 짝수 달 네 번째 주에 진행했다. 학생들끼리 서로 대화와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고 알아가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① 현재 자신이 겪고 있는 고민이나 걱정을 A4용지에 간단히 솔직하게 기록한다. ② 자기 자신의 고민을 풀어놓을 발표자(희망자)가 나와서 교실 앞 의자에 앉는다. (핫시팅 기법) ③ 발표자는 A4 용지에 기록한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의 고민이나 심정을 토로한다. ④ 발표자(고민자)의 이야기를 듣고 청중은 질문으로만 소통한다. 단, 공격하거나 비난하는 질문은 금하고 발표자가 대답하기 곤란한 것은 대답하기 곤란하다고 솔직히 말한다. ⑤ 친구에게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잘 들어주고 공감하는 마음이 전해지는 말을 한다. ⑥ 한 명의 발표자에게 10분 정도의 소통 시간을 부여한다(1시간 수업에 3명 정도). ⑦ 소통(문답) 후 발표자는 뒤돌아서게 하고 청중들에게 고민의 공감 정도를 거수로 알아본다(거수 학생 수가 공감 지수). ⑧ 모든 발표를 마치고 오늘의 발표자에게 고민에 대한 용기와 격려의 말을 해준다. (예시 : “친구야. 힘내, 내가 널 응원할게.” “걱정하지 마. 곧 네 고민은 해결될 거야.”) 질문으로 대화를 이끌어가는 내·고·들 프로그램 시행 후 질문을 다양하게 만들어 갈 수 있는 능력을 신장시켰다.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이어가면서 하나의 주제로 심화시키는 대화의 기술도 알게 됐다. 이런 과정을 통해 상대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지 않고는 질문을 이어갈 수 없으므로 다른 사람의 말에 집중해서 귀 기울이는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또래 친구들의 고민거리도 비슷하므로 공감대가 형성되자 적극적인 질문 태도를 갖게 됐다. 처음에는 쭈뼛거리면서 발표를 안 하려고 빼던 학생들이 서로 발표시켜 달라고 아우성쳤다. 교과서에 의존하거나 교사가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도덕과 학습이 아닌 자신들의 경험 속에서 수업의 제재를 찾아 흥미롭게 참여를 유도한다면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배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