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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학교는 좋은 삶의 루틴을 만드는 곳” “당신이 뭘 먹는지 알려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프랑스의 미식가 브리야 샤브랭의 말이다. 이 말은 이렇게도 바꿀 수 있을 듯싶다. “당신 일상의 루틴을 알려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일러주겠다.” 삶은 결국 매일 거듭되는 일상이 쌓여 만들어진다. 직장인에게는 직장인의 루틴이, 프리랜서에게는 프리랜서 나름의 루틴이 있다. 학교는 학생들이 ‘좋은 삶의 루틴’을 갖추도록 돕는 곳이다. 아이들이 매일 학교에 시간 맞추어 오기만 해도,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부지런함을 갖추게 될 터다. 시간에 맞추어 꼬박꼬박 급식을 먹는다면 규칙적인 식사습관이 몸에 밴다. 나아가 학교일과에 꾸준히 참여하여 성실하게 활동을 거듭한다면 튼실한 몸과 풍성한 교양을 갖추게 될 것이다. 코로나 시기에 일상이 무너졌던 상황을 떠올려 보라. 학교는 ‘좋은 삶의 루틴을 갖추게 하는 곳’이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질 듯싶다. 선생님은 학생들이 좋은 일상 루틴에 익숙해지도록 돕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정작 선생님들은 어떨까? 학교의 루틴이 거듭될수록 교사의 삶도 훌륭하고 바람직하게 바뀌어 갈까? 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기란 쉽지 않다. 반복되는 일 탓에 나날이 소진되어 가는 분들이 적지 않은 까닭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불행한 교사가 행복하고 건강한 교육을 펼치기란 쉽지 않다. 선생님 스스로 자기 몸과 마음을 지키기 위해 건강한 일상의 루틴을 갖추어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연수가 효과 없는 이유” 이 물음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기원전 384~322)는 답을 준다. 그는 습관(hexis)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철학자다. 그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이렇게 말한다. “제비 한 마리가 날아왔다고 봄이 오지는 않는다. 또한 하루아침에 여름으로 바뀌지도 않는다. 인간이 진정 행복해지는 것도 하루 이틀 사이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말을 곱씹어 보라. 교원의 그 많은 좋은 연수 강의들이 왜 효과가 없었는지 다가올 테다. 머리로 깨달았다고 내 삶이 한순간에 바뀌지는 않는다. 행복하고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꾸준히 나를 바꾸려 노력해야 한다. 학교의 일과는 쳇바퀴 돌 듯 반복된다. 익숙해지면 무슨 일이건 심드렁해진다. 가슴 뛰는 일, 부푼 기대에 달뜨게 하는 상황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이러다 보면 어느덧, 교실과 교무실에서 그냥 하루를 버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도 있다. 즐겁지 않은 일과가 ‘만성통증(?)’으로 굳어져, 아예 해법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리게 된 셈이다. 운동 방식이 잘못되었을 때는 몸을 움직일수록 상태가 더 안 좋아진다. 삶의 루틴도 그러하다. 학교의 일과는 건강하고 바람직한 삶을 살도록 꾸려져 있다. 그러나 안 좋은 습관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무기력하고 어두워지지 않던가. 선생님들의 삶도 마찬가지다. 무미건조해져 버린 일상의 루틴을 바꾸지 않는다면, 내 교직생활의 미래가 좋아질 리 없다. “뛰어남을 갖추려 노력하는 일상을 살라.” “진정 선하고 나무랄 데 없이 곧은 사람은 삶의 여러 변화를 고상하고 품격 있게 이겨낸다. 그리하여 그들은 평생 행복할 것이다. …(중략)… 선하고 현명한 사람은 인생에 걸친 모든 변화를 훌륭하게 겪어 나가며, 또 언제나 자기 처지를 잘 이용한다. 신발을 잘 만드는 장인은 자신이 어떤 가죽을 갖고 있어도 가장 좋은 신발을 만들 듯이 말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다. 교사인 우리는 어떤 가죽을 갖고 있어도 좋은 신발을 만드는 장인 같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교사인 우리는 살아지는 데로 살아서는 안 된다. 살아져야 하는 대로 우리를 다독이며 만들어 가야 한다. 교사로서의 ‘뛰어남(德, aretē)’을 갖추려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학교의 매일 매일은 비슷해 보인다. 그렇지만 하루하루를 들여다보면 힘겨운 여러 문제가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허둥거리며 문제 하나하나에 매달리지 말라. 이는 나의 체력과 정신을 소진하는 지름길이다. 배의 엔진이 움직이며 흔들린다고 있다고 해서 제대로 항해하고 있다 할 수는 없다. 제대로 뱃길을 헤쳐 가는 배는 방향을 잡고 나아간다. 우리의 일상도 그렇다. 매일, 매번 닥치는 고난과 어려움에 휘둘리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고통이 나를 더 뛰어난 선생님으로 만드는 성장통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다음의 물음을 언제나 거듭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이번 어려움을 통해 나는 무엇을 배우고 느끼며 더 좋은 선생님으로 거듭나게 될까?” 교과의 교육과정은 나선형 상승구조로 설계되곤 한다. 비슷한 수준의 과제를 다루면서도 난이도와 깊이가 조금씩 깊어지면서 학생의 실력이 자라나게 한다는 뜻이다. 선생님에게 주어지는 학교의 거듭되는 상황들을 내가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여겨 보자. 지금 닥친 현실이 너무나 버거울 수 있다. 그렇지만 교실에서도, 교무실에서도 나는 이와 같은 어려움을 이미 겪은 바가 있을 터다. 그때에 견주면 나는 어떤 점에서 얼마나 더 나아졌는가? 더 좋은 선생님이 되려면 나는 지금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물음은 방향을 잃은 교직생활을 다잡아 주는 나침판이 된다. “양극단을 피하고 중용을 찾으라.”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적인 조언을 주는 철학자다. 그는 공허한 논의보다는 구체적인 실천 지침을 안겨 준다. 일상이 버겁고, 생각이 많다면 고민하기보다 일단 움직여 보라. “집을 지어봐야 건축가가 되고, 악기를 연주해 봐야 연주가가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올곧게 행동해 봐야 올곧은 사람이 되고, 절제 있게 행동해야 절제 있는 사람이 되며, 용감한 행동을 해봐야 용감하게 된다.” 삶은 누구에게나 딱 부러지는 답이 없는 문제다. 학교에서 마주하는 상황들도 그렇다. 강하게 처벌해야 하는지 눈 감고 용서해야 하는지, 결연하게 법규와 절차를 따져야 하는지 너그럽고 유연하게 넘어가야 하는지 등등으로 고민이 깊어지는 경우가 한 둘이던가.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이런 상황에서는 머리를 싸매고 있어 봐야 해결책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 ‘마땅한 때에, 마땅한 일에 대하여, 마땅한 태도로 행동하라.’ 현대 심리학의 용어로 바꾸자면, 그는 ‘암묵지(tacit knowledge)’를 쌓으라며 권하는 듯싶다. 이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워도, 오랜 체험을 통해 몸에 밴 지혜를 말한다. 어찌 보면 인공지능에서 말하는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과도 결이 통한다. 상황을 피하지 말고, 거듭 겪으며 경험을 쌓아야 한다. 이러면서 자신이 ‘마땅한 때에, 마땅한 일에 대하여, 마땅한 태도로 행동하고’ 있는지 계속 곱씹어 보라. 물음에 대한 답을 계속 찾으며 생활을 다듬을 때, 흐트러지던 나의 일상 루틴 또한 제대로 성장과 발전의 방향으로 중심축을 잡아갈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마땅한 때에, 마땅한 일에 대하여, 마땅한 태도로 행동’하는 게 무엇인지는 여전히 막막하기만 하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계속해서 현실적인 조언을 안긴다. ‘양극단을 피하고 ‘중용(mesotēs)’을 찾으라.’ 예컨대 용기란 비겁과 만용 사이에 있다. 절제는 인색과 낭비 사이에 있다. 이 사이에 어디가 제대로 된 ‘중용’인지를 찾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는 이를 ‘실천지(智)’라 부른다. “나는 더 훌륭한, 뛰어난 선생님으로 거듭날 수 있다.” 9월은 학년도의 절반 이상이 흐른 시점이다. 아이들의 문제, 교실의 한계가 뚜렷해진 시기이기도 하다. 학기 초라면 바로잡으려 나섰겠지만, 이제는 아무 일 없이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몸도 마음도 지쳤을뿐더러, 애쓴다고 해서 더 나아지리라는 확신도 흐려진 상태다. 물론 아이도, 교실도, 교무실 분위기도 바뀌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교사인 나는 이 상황을 겪으며 더 훌륭한, 뛰어난 선생님으로 거듭날 수 있다. 그러니 ‘마땅한 때에, 마땅한 일에 대하여, 마땅한 태도로 행동하려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 좋은 교사라면 당연히 꾸릴 법한 일상 루틴과 행동을 떠올려 보라. 그리고 부단히 자신을 가다듬어 갈 일이다. 2학기 무르익는 가을의 초엽, 선생님들께 응원을 보낸다.
2024년 5월 스승의 날에 생성 AI 시대 최고의 교수법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이 책의 내용을 기반으로 생성 AI가 교육발전에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는 최대화하고, 부정적인 효과는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향후 몇 번의 글을 연재하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생성 AI를 수업 중에 사용하는 것에 대한 찬반론을 바탕으로 초·중·고에서의 수업 중 사용에 대한 내 생각을 제시하고자 한다. 들어가며 생성 AI가 학교교육에 미치고 있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교사들에게는 수업준비, 학생평가, 생활지도 및 학부모 경영을 포함한 제반 학급경영, 학교행정업무 등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점점 많은 학생이 생성 AI에 의존하여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등 기대 효과보다 활용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가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미국의 절반에 가까운 교육구에서는 학교 기기와 네트워크에서 AI 및 기타 다중모드 대규모 언어모델(LLM)에 대한 접근을 차단했다. 시애틀 교육구 대변인 팀 로빈슨(Tim Robinson)은 ChatGPT-4를 제한하는 이유에 대해서 ‘학생들이 기계에 의존하는 대신 스스로 독창적인 작업과 사고를 하기 바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부 호주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에세이 작성에 챗봇을 사용한 것이 적발되자, 펜과 종이로 시험을 치르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물론 뉴욕교육청처럼 사용금지령을 내렸다가 이를 해제한 경우도 있다. 이 글은 네이처 리서치 커스텀 미디어(Nature Research Custom Media, 2023)가 정리한 ‘ChatGPT가 교육에 줄 수 있는 교훈’에서 얻은 전문가 견해에, 내 생각을 더하여 정리한 것이다. 이하 내용의 핵심 부분은 에듀프레스(박남기, 2023.10.15.)에 정리하여 싣기도 했다. 사용 옹호론 학교에서 사용을 금지하더라도 학생들의 개인적 사용까지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학생들이 창의적으로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교육전략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캘리포니아대학교의 타마라 테이트(Tamara Tate)가 강조하는 AI 활용 효과의 하나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즉각적인 학습 파트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계가 제시한 답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그 답을 평가하도록 하는 등의 활동을 시킨다면 학생들의 분석력·비판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외에도 다양한 장점이 언급되고 있다. 수업 중 사용하는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학생과 다문화 학생들 교육에 보탬이 된다는 것이 테이트의 주장이다. ChatGPT-4는 실생활에 사용되는 어휘를 적절하게 구사하고 문장 구성력도 뛰어나, 기본 어휘력과 문장 생성력이 미흡한 외국인 학생들의 학습에 크게 보탬이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실에서 사용하는 데에는 아직 한계가 많다. 한국어로 질문하면 영어로 번역하여 답을 영어로 한 후, 이를 다시 한국어로 번역하여 제시하다 보니, 오역이 자주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문맥이나 사용하는 단어 역시 부적합한 경우도 종종 있다. 그렇더라도 다문화 학생들 입장에서는 크게 보탬이 될 것 같다. 다만 ChatGPT는 학생들의 의존성을 높이는 속성이 있으므로 실력이 향상되면 차츰 활용 빈도를 줄이도록 지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어 역량 강화에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테이트와 다른 전문가들은 생성 AI가 제시하는 답에는 오류가 많기 때문에 학생들이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관련된 정보검색을 통해 제시된 답을 평가해 보고, 학생들의 생각을 더 해 제시된 답을 수정·보완하게 하면 분석력과 비판력도 향상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생성 AI를 활용하여 질문을 만들어내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도록 교사가 가르칠 수 있다면 기대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가 축적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AI를 활용하여 수업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교육적 성장 결과 비교 분석, 학생 특성별 효과 비교 분석 등등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하지 않은 채 단순히 기대하는 효과만 믿고 수업에 활용한다면 생성 AI가 가지고 있는 중독성과 의존성으로 인해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예외가 있다. 지적으로 뛰어나며 자기통제력도 강한 학생들의 경우 의존성과 중독성의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숙지시키면서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면 긍정적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수업 중에, 그리고 과제를 수행할 때 어떻게 사용하면 생성 AI가 ‘아이언 맨 슈트’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인지를 가르치고 연습기회를 제공한다면, 이들은 더욱 뛰어난 인재로 성장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사용 신중론 생성 AI가 제시한 답에는 오류가 섞여 있을 수 있음은 잘 알려져 있다. 카비어(Kabir 등, 2024)의 연구에 따르면 프로그래밍 요청에 대한 답변 중 절반 이상(52%)에 잘못된 정보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은 잘못된 답이 포함되어 있을 비율이 생각보다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생성 AI가 제시한 답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기초적인 디지털 리터러시를 갖추도록 학생들을 연습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후속 질문을 할 수 있는 역량도 함께 길러줄 필요가 있다. 신중론을 펼치는 사람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의존성과 중독성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고급역량이 제대로 길러지지 못한 어린 학생들이 생성 AI에 노출될 때 발생할 수 있는 중독성과 의존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함께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그 프로그램이 성공적임이 입증될 때까지는 제한된 범위에서 소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문가들은 특히 학습동기가 낮은 학생, 그리고 기초역량이 부족한 학생들은 굳이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는 대신 생성 AI가 제시한 답에 의존하고자 하는 경향이 커서 오히려 이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미 상당수 학생은 프로젝트를 비롯한 글쓰기 과제가 제시되면,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자료를 검색한 후 이를 복사하여 붙여넣기를 하는 방식으로 처리해 왔다. 생성 AI 시대의 학생들은 검색과 복붙 과정마저 필요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 컬럼비아대학교의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및 학습기술 부교수인 파울로 블릭스타인(Paulo Blikstein)도 학생들이 손쉬운 길을 택할 위험성이 과거보다 훨씬 커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한다. 일부 AI 전문가들은 이를 스테로이드 혹은 마약에 비유하기도 한다. 내 생각에는 늘 우리를 유혹하는 값싼 패스트푸드에 비유하는 것이 더 적절한 것 같다. 패스트푸드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아이들은 비만뿐만이 아니라 소아당뇨·고혈압 등 다양한 성인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아이들이 패스트푸드에 접근할 수 없게 하기 어렵다면, 그 위험성을 충분히 알려야 한다. 그리고 야채 등 비가공식품과 함께 섭취해야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음을 지속적으로 교육해야 한다. 가공음식을 비롯한 다양한 식품 과다 때문에 모든 사람이 비만인 것은 아니다. 충분한 음식이 제공되는 상황을 잘 활용하는 사람들은 과거보다 더욱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어린이가 스스로 입에 달라붙는 패스트푸드를 멀리하기는 어렵다. 학교에서의 교육과 함께 가정에서 부모의 지속적인 지도가 필요하다. 생성 AI 활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도 부모가 그러한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학생과 교사만이 아니라 부모에게도 ‘디지털기기 및 생성 AI 활용 기대 효과’와 더불어 ‘활용 시에 나타날 부작용’과 ‘비의존적 활용역량’ 강화 연수를 실시해야 하는 이유이다. 수업 중 사용은 보수적으로 교육자들은 ChatGPT를 비롯한 생성 AI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문제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교육계에서는 생성 AI를 활용한 수업사례를 공유하면서 수업 중 활용을 권장하는 분위기도 있다. 그러나 아직은 수업 중 사용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재로서는 학생들이 ChatGPT를 비롯한 생성 AI를 활용한 과제 수행을 막을 방법이 없다. 사용 여부를 확인하는 AI가 나와 있기는 하지만, 신빙성이 떨어져 미국 피츠버그대학을 비롯한 많은 대학에서는 교수들에게 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과제를 집에서 해오도록 할 경우, 제출한 보고서를 철저히 검증하는 것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최근 교사들의 업무가 증가하고 삶이 더욱 복잡해지면서 학생들이 제출한 보고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할 시간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학생이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서 어떻게 자료를 수집했는지, 특정 문단의 내용을 왜 포함시켰는지, 전체 주장의 핵심은 무엇인지 등등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구두평가를 반드시 해야 한다. 주제를 잘 이해하고 있고,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설명도 잘 해낸다면, ChatGPT 도움을 받으며 보고서를 작성하고 공부한 것을 문제 삼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물론 ChatGPT 사용을 명시적으로 금한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제 교사들은 생성 AI에 대해 더 많은 연수를 해야 하고, 기술발전 상황에 부합하는 평가전략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생성 AI의 답변에 아직은 오류가 많고, 학생들의 의존과 중독 가능성 또한 높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중학교 이하 단계에서는 수업 중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ChatGPT 회사가 13세 이하 아동의 가입을 금하는 이유도 그러한 문제 때문이다. 초등학교에서도 굳이 사용하고 싶다면 5학년 이상에서 ‘모의실험 기반 학습’ 등 극히 제한적 범위에서만 사용하길 권한다. 물론 교사의 지도 및 감독 역량, 과목의 특성에 따라 사용 학년에는 융통성이 있을 수 있다. 고등학교에서도 수업 중에 사용하고자 할 때에는 문제점을 충분히 알리고, 그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계속적인 훈련을 시키면서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대학에서는 관련 문제를 적시하고, 학생들이 그러한 문제에 대해 책임져야 함을 알리면서, 적극적으로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 활용 효과와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한 관련 연구가 세계적으로 다양하게 이뤄지고는 있지만, 아직 확실한 것은 없다. 교수자들은 이 점을 명심하며 수업 중 사용 여부를 결정하기 바란다.
벌써 39년이 지났습니다. 뽀송뽀송했던 햇병아리가 중후한 백발로 변신하여 어색한 몸짓으로 인생 3막의 경로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습니다. 인생 2막의 종착역에 언젠가 도착할 거라는 생각을 막연히 갖고 있었지만, 막상 코앞에 다가오니 참으로 민망합니다. 교대를 졸업하고 조금 늦은 1985년 9월 1일에 서울 변두리 지역의 형편이 어려운 학교에 발령을 받아 오직 초등교육이라는 한 길만을 걸어왔기에 더 어색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처음 선생님이 되어 어린 학생들과 대면하는 일에 설렘 반 긴장감 반으로 정신없이 첫 출근하여 일하던 장면입니다. 너무 쑥스럽고 부끄러워 심장은 마구 뛰고 인사말은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지금의 능청스럽고 뻔뻔한 모습과 대비해 보면 호모 사피엔스의 진정한 후계자로서 그동안 현실에 잘 적응하며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에 스스로를 위로해 봅니다. 요즘과 비교하면 기절할 정도의 수준으로 근무했던 날들 39년 동안의 교직을 되돌아보니 학교와 구성원들이 과거에 비해 너무나 크게 변해 있다는 점에 놀라게 됩니다. 앞만 보고 달려와서 그런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입니다. 되돌아보면 첫 학교에서는 철이 없어서 그런지 비교적 무탈하게 지낸 온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의 시대적 상황은 평범하지 않고 매우 복잡하고 혼란스러웠습니다. 정치적 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고, 교육계에도 선생님들의 대량 해직으로 큰 변고가 있었습니다. 지금과 비교해 보면 39년 전은 다른 점이 많았습니다. 당시에는 초등학교라 부르지 않고 국민학교라고 불렀으며, 학교교육과정도 4차 시기에서 5차 시기로 전환되는 시점이었습니다. 이때까지 만해도 교육과정 개정은 거의 10년 주기로 이루어졌는데 이후 5년마다 개정하더니 급기야 최근에는 수시 변경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일반 직장이 주5일제 근무라 학교도 토요일 오전 4교시까지 수업을 했고, 담임교사는 혼자서 주당 32시간을 어떤 지원도 없이 전 교과목 수업을 담당했었습니다. 교과전담교사와 각종 강사의 지원이 있는 요즘과 비교하면 기절할 정도의 수준으로 근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욱 힘들었던 점은 4지 선다형 중심 전 교과목 시험을 학기별로 중간·기말 두 차례 시험을 치렀고, 학급당 학생수가 대략 50~60명 정도 이상이다 보니 시험지를 채점하는 데 엄청난 시간이 걸려 손가락이 매우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시험문제는 매번 동학년 선생님들이 교과목을 나누어 직접 출제하였고, 당시 ◯◯전과나 ◯◯수련장도 많이 참고하였습니다. 유물로서나 만날 것 같은 추억 돋는 수업기자재 발령 첫해는 소위 땜방 역할을 하는 증치교사를 하면서 병가나 출장 가신 선생님을 대신하여 임시 담임의 역할을 하였습니다. 2년 차 때 처음으로 5학년 학급 담임을 맡았는데 당시 학교 요청으로 외부 선생님들께도 공개하는 갑종수업을 신규교사로서 하였고, 수업지도안 배포를 위해 기름종이에 철핀으로 긁어 등사(소위 가리방)하는 일도 직접 하였습니다. 그리고 평소 수업은 분필과 맨손 중심의 수업을 하였는데 간혹 전지 크기의 괘도나, 사진 슬라이드나, 필름을 확대하여 비추어주는 환등기나, OHP를 자주 사용하였습니다. 괘도·슬라이드·OHP 필름은 선생님들이 각자 직접 제작하였고, 완성되면 동학년과 무조건 함께 사용하였습니다. 요즘은 컴퓨터와 연동된 터치스크린 기능이 있는 전자칠판이나 빔프로젝트를 활용하거나 개인 PC인 태블릿 등이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어 괘도 등의 과거 시청각 기자재는 유물로서나 만날 수 있습니다. 32시간의 수업 이외에도 큰 덩어리의 학교업무도 맡아서 처리했습니다. 시청각계·방송계·보이스카우트·육상부·친목회 등의 업무를 주로 방과후에 추진하였는데 교재연구 시간이 부족하여 매주 경영록은 옆 반 선생님의 것을 카피하여 제출하곤 했습니다. 이런 형태의 학교생활에 대해 불만이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비교적 큰 어려움 없이 잘 지낼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동료 선후배 선생님들이 항상 말없이 도와주거나 자신의 일처럼 자발적으로 협조하여 주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학교는 동료교사들의 어려움에 대해 서로 모르는 척하지 않고, 나의 일과 남의 일을 가리지 않고 함께 하는 소위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매년 가을대운동회가 개최되는데 체육부장이 사전에 알려준 대로 각자의 역할을 알아서 수행하고, 행사가 모두 끝나면 거의 한 명도 빠짐없이 회식에 참여하여 평가회 겸 격려의 자리를 갖곤 했습니다. 요즘처럼 보직교사나 학교업무를 경쟁적으로 거부하거나 회식도 함께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와는 너무 대조적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친목회나 동문회도 가입하지 않는 선생님들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참으로 건조한 분위기라 생각됩니다. 최근의 교권침해 사례와 비교되는 학부모의 무한 신뢰 학생들도 당시는 사교육의 비중이 높지 않아 대부분 학교생활에 집중하였으며, 선생님들의 지도에 대해 매우 수용적이었습니다. 학생들 간 사소한 다툼이나 갈등은 수시로 발생하였지만, 선생님이나 학교가 개입하여 조정하면 대개 잘 수긍하고 따라왔습니다. 아이들 다툼에 학부모가 개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며, 대게는 선생님이나 학교에서 알아서 처리해 줄 것을 기대했습니다. 이는 얼마 전까지 대가족제도 속에서 생활해 왔던 풍습과 충효·예의범절 등 인성을 강조하는 유교적 영향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학부모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선생님들의 판단과 결정에 대해 무조건 신뢰하고 따르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심한 경우 자녀가 학교에서 억울하게 혼났거나 다쳐서 와도 오히려 선생님의 입장을 먼저 두둔하면서 자녀를 더 야단치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아마도 선생님들이 자녀를 잘 되게 하려고 혼내셨다고 생각하고, 먼저 가정에서 부모가 잘못 키워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최근의 교권침해 사례와 비교하면 너무나 큰 인식의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후배들이 겪게 될 교육현실, 선배교사의 해법 고민 최근의 우울한 교육뉴스들을 들으면서 인생 2막 커튼콜에 서 있는 입장에서 교육의 앞날이 암울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작년 서이초 사건 이후로 더욱 부각되고 있는 교권침해 사례 등을 보면서 이런 교육환경 속에서 교육이라는 것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인지 매우 의문스럽습니다. 교육환경이나 교육구성원들의 복지는 39년 전에 비해 엄청 좋아진 것은 사실인데 교육현실은 왜 이렇게까지 반대로 어렵게 되었을까? 이런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보았습니다. 첫째, 우리 사회가 전산화·정보화 등으로 너무 지나칠 정도로 빠른 속도로 변화해 왔고, 교육환경이나 교육과정 내용이나 방법 또한 너무 빠르게 변해 와서 보통의 사람들은 적응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입니다. AI를 활용한 디지털교과서도 내년에 도입한다고 하는데 염려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제는 속도 조절이 필요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면 조금 늦추거나 잠시 중지해서 긴 호흡을 할 수 있도록 여유를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어린이들의 경우 인성이 어느 정도 갖추어질 때까지 인간적 사랑과 친환경적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조성되어야 합니다. 둘째, 최근 코로나 이후 학생들의 정서·행동상의 문제를 가진 경우가 점차 증가되는 경향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는 핵가족화와 맞벌이가정의 증가, 미디어에 대한 과다 조기 노출 등으로 인성의 90%가 형성되는 만 5세 이전에 충분한 가정교육을 받지 못하는 양육환경에서 성장한 상태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정상적인 가정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학부모교육이 필요하며, 범사회적인 노력도 필요한 부분입니다. 셋째, 교육은 상호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이루어지기 위해 최우선 교육주체 간의 신뢰와 존경 풍토를 먼저 조성해야 합니다. 그러나 최근 교육 관련 문제를 통제와 처벌 위주의 법제화를 통해 완성시키려는 노력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교육의 근본적인 원리를 망각해서 나타난 현상이라 볼 수 있습니다. 구성원 간의 노력이 먼저 선행되면서 제도나 정책이 정비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우수한 민족이기에 어떤 어려움과 역경도 잘 이겨왔고, 교육 또한 교육입국이라 칭찬할 만큼 훌륭하게 그 역할을 잘 수행해 왔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있고 수많은 도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변화와 도전 속에서 중요한 흐름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하여 교육도 선제적으로 과제를 설정하고, 장기적인 구체적 실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교육당국을 비롯한 교육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동참하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특정한 기관이나 사람에게만 미룰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파이팅! K-에듀 최고!
서울 서초구 청계산 자락 내곡중학교. 강남에 자리 잡은 학교지만 수려한 경관과 어울려 전원의 정취가 물씬하다. 이 학교에 요즘 고민이 하나 생겼다. 자꾸만 학생들이 몰려온다. 학급당 학생수가 30명대에 육박하는데도 오겠다는 학생들이 는다. 기존 교실로는 수요를 충당할 수 없어 모듈러교실에서 수업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해줘도 먹히지 않는다. 이제 개교한 지 갓 7년째를 맞는 학교인데 교육열 까다롭기로 소문난 강남에서 인기가 치솟고 있다. 이유가 뭘까? 먼저 내곡중은 전국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마을결합형학교다. 마을결합형학교란 학생과 지역주민이 하나의 교육공동체 속에서 어울리고, 지역(마을)의 인적·물적자원 및 콘텐츠를 적극 활용해 평생학습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학교 내에는 지역주민과 학생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동체 교육시설과 도서관 등이 설치되어 있다. 도서관 2층에는 ‘열린소통 도서관’이 들어서 각종 자료실과 자유열람실·다목적교실이 만들어지고, 3층은 ‘커뮤니티 KID'S 도서관’으로 어린이 종합자료실과 시니어 다운카페, 토론방 등이 설치돼 각종 동아리와 학생모임 등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조성되어 있다. 내곡중은 이미 학교와 마을이 하나가 되는 새로운 교육의 대표적 모델로 자리 잡았다. 디지털교육 앞서가는 미래형 학교 이 학교는 또 미래세대 글로벌 리더 양성을 위한 다양한 변화와 도전을 멈추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내곡중은 디지털교육이 일상화된 학교다. 모든 수업이 디지털화돼 있다고 보면 딱 맞는 설명이다. 모든 학생에게 크롬북이 지급되고 수업부터 과제, 교사의 피드백까지 이뤄진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AI 디지털교과서 수업도 이미 준비 완료다. 내곡중의 디지털교육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몰려오던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부터 이미 가상현실(VR) 원격 실시간 교육플랫폼을 활용해 원격수업을 실시했다. 학교에 적용되는 가상현실(VR) 원격 실시간 교육플랫폼을 통해 아바타 기반 가상현실(VR) 가상모임 서비스를 수업에 활용했다. 이와 더불어 디지털수업 플랫폼을 교육과정에 들여와 사용하는 앞서가는 모습을 보였다. 전교생이 구글 클래스룸에 일괄 가입, 구글 클래스룸 활용 영상 탑재, 교과학습방·학생자치방·‘집콕’생활교육방·미디어리터러시 교육방 개설, 크롬북 대여, 구글 공유드라이브에 자료 공유, 구글 클래스룸 활용방법 교사연수 등을 추진하면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했다. 심지어 자유학기제 수업에서도 디지털기기와 AI를 활용한 수업이 진행됐다. 디지털역량이 뛰어난 학교로 소문이 나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내곡중을 찾는다. 버스를 대절해 학교를 찾아오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싱가포르와 대만 등에서 교육당국 담당자들의 방문이 이어진다. 김학경 교장은 “그들 역시 디지털을 활용한 교육을 추구하고 있지만, 맘처럼 쉽지 않은 탓인지 부러움 반 호기심 반으로 찾아온다”면서 “디지털이 일상화된 우리학교 모습에 매우 놀라워한다”고 말했다. ‘지구를 지켜라’ 생태교육도 열심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은 또 있다. 내곡중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환경과 생명의 가치를 알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생태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교과와 연계하여 생태감수성을 함양시킬 수 있도록 하고, 교과융합 생태전환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은 환경위기 극복을 위한 살아있는 교육을 한다. 또 동아리활동을 통해 스스로 텃밭을 관리하고 수확한 작물을 급식으로 먹어보는 활동으로 이어진다. 학생들은 친환경 급식 실천을 통해 우리가 사는 환경과 생태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을 다진다. 학생 친화적 학교공간도 자랑이다. 이 학교에는 7개의 광장이 있다. 1층의 별마당과 만남광장, 2층의 아카데미 광장과 文·藝·香 광장, 3층의 내곡아고라와 Digital Contents 광장, 4층의 Arte 광장 등이 그것이다. 학생들에게 심신의 안정을 주는 것과 더불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꿈과 끼를 발산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공간이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학교가 민주주의와 문화를 꽃피우는 소중한 삶의 공간임을 체험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 공간은 학생의 편의성과 안전을 고려하여 만들어졌다. 2층 중앙 나무계단(文·藝·香 광장)에서는 ‘꿈꾸는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 3층 학생자치실 앞 공간(내곡아고라)에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의견과 다양한 학생회 활동 결과물들이 게시된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개교 7년 만에 서울 강남·서초지역 손꼽히는 학교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교사들의 열정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 이 학교에는 자발성과 동료성을 기초로 모인 교원학습공동체가 활발하다. 학년별·교과별로 학습공동체가 운영되고 있는데 개수가 워낙 많다 보니 교사들조차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모를 정도다. 미래교육·IB교육·생태교육·인문학 등 종류도 다양하다. 학교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IB교육에 관심 있는 교사들은 배낭여행 하다시피 일본의 IB학교들을 방문해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했다. 이런 분위기는 학교가 처음 문을 열 때부터 만들어졌다. 누구 할 것 없이 보다 나은 수업을 위해 연구하고 노력한다. 박윤주 교감은 “교사들 각자가 수업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모든 교사가 365일 수업공개를 하는 등 어마어마한 노력을 기울인다”고 귀띔했다. 그는 “보여주기 위한 수업공개가 아니라 보다 나은 수업을 하려는 교사들의 자발적인 노력의 발로”라고 설명했다. 과학부장을 맡고 있는 장효순 교사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교사들의 노력이 아이들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거들었다. 열정 가득한 교사들 … 우리가 꿈꾸는 학교 학교분위기가 이쯤 되다보니 학부모들의 신뢰도 전폭적이다. 민원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 김 교장의 민원대응법도 독특하다. 한번은 학교급식에 대한 이런저런 민원이 있었다. 그는 해당 학부모를 학교로 초청해 학교급식으로 점심을 함께했다. 조리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고 음식을 식판에 담아 점심을 먹은 학부모는 그날 이후 민원을 제기하지 않았다. 학생자치활동이 활발한 내곡중은 학생들의 만족도 또한 높다. 교원평가 등에서 평균 4점 이상은 거뜬히 넘는다. 실제 교장실이 있는 복도 벽면에는 학생들이 A4용지 한 장에 한 글자씩 적은 감사들의 글이 붙어있다. 여기에는 “교장선생님 덕분에 배우는 즐거움, 나누는 삶, 성장하는 우리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란 내용이 적혀 있다. 지난 5월 스승의날,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붙여놓은 것이라고 했다. 김 교장은 “떼어내야 하는데…”라면서도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김율리 교무부장은 “학생들 입에서는 ‘내곡이어서 너무 좋아요’라는 말이 스스럼없이 터져 나온다”며 “젊은 시절 꿈꿨던 교육을 실현하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 뿌듯할 때가 많다”고 고백했다.
지난 2024년 5월, 한 민원인이 전국의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전교 임원선거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했다는 보도가 화제가 되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2년 전체 정보공개청구가 180만 2,099건 있었는데, 이중 상위 10명의 민원인이 청구한 건수가 57만 9,594건으로 전체의 32%를 웃돈다고 한다. 필자 역시 실무에서 학교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와 관련된 자문을 하다 보면 민원인이 정말 정보 자체가 필요한 것이 맞는지, 학교에 대한 불만이나 괴롭힘의 목적은 아닌지 의문이 드는 일들을 경험하곤 했다. 그러나 정보가 힘인 시대에서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자료를 투명하게 제공하여 국민의 알권리와 참여를 보장하는 정보공개제도의 취지, 국가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기관인 만큼 적절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이 간다. 문제를 축소하거나 은폐한다며 학교행정에 대한 불신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역시 투명한 정보공개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정보공개제도에 관해서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이 규정하고 있다. 이번 호와 다음 호에서는 학교에 대한 민원인의 정보공개청구가 있을 때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알아본다. 이번 호에서는 학교에서 보유하고 있지 않은 자료인 ‘부존재’ 처리의 예시와 방법을, 다음 호에서는 ‘비공개 대상 정보’의 처리 예시와 방법을 살펴본다. 공개 대상이 되는 ‘정보’는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학교로 특정한 통계자료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하는 일들이 다수 있다. 학교는 학생의 교육과 관련된 많은 자료를 가지고 있으므로, 그러한 자료들에 근거한 통계를 산출해 제공해달라는 것이다. 이 중에는 학교가 상급기관에 보고·관리하기 위해 이미 만들어서 보유하고 있는 자료도 있지만, 개별서류들만 보유하고 있을 뿐 별도의 통계자료를 만들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이렇게 별도의 통계자료가 없음에도 민원인이 이에 대해 공개를 원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별자료들을 취합해서 통계자료를 만들어서 제공해야 할까? 「정보공개법」에 따른 ‘정보’는 공공기관이 직무상 작성 또는 취득하여 관리하고 있는 문서(전자문서 포함) 및 모든 형태의 매체 등에 기록된 사항을 말한다. 또한 ‘공개’란 이렇게 만들어져있는 문서 등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사본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정보공개법」 제2조). 따라서 「정보공개법」에 따른 정보공개제도는 공공기관이 보유하는 정보를 그 상태대로 공개하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10.2.11. 선고 2009두6001 판결 참조). 또 공개의 대상이 되는 정보는 학교의 개별 구성원들이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정보가 아니고, 매체에 기록된 사항에 한정된다(대법원 2013.1.24. 선고 2010두18918 판결 참조). 즉 학교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자료의 범위에서 공개하는 것이지 없는 자료를 만들어서까지 제공해야 하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그렇기에 학교에서 보유하고 있지 않은 통계자료를 만들어서 제공해달라고 하는 것은 애초에 「정보공개법」에 따른 정보공개가 아니다. 이 경우는 ‘부존재’로 처리할 수 있다. ‘부존재’ 처리의 예시와 방법 「정보공개법」은 이렇게 공개 청구된 정보가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지 않는 정보인 경우, 공개 청구의 내용이 정보에 대한 공개 요청이 아니라 진정이나 질의 등인 경우에는 민원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한다(「정보공개법」 제11조 제5항). 이에 대한 시행령은 정보공개청구에 따를 수 없는 사유와 민원으로 처리함에 따른 처리결과를 통지하라고 한다(「정보공개법 시행령」 제6조 제4항). 구체적인 서식은 「정보공개법 시행규칙」에 [별지 제4호의2 서식]으로 제공되고 있다. 결국 이 서식에 구체적인 내용을 어떻게 채워 넣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있고, 업무담당자의 어려움이 생긴다. 아래에서는 특히 ‘부존재’의 유형과 작성 예시를 나누어 설명하도록 한다. 가. 공공기관이 청구된 정보를 생산·접수하지 않은 경우 가장 ‘부존재’의 본래 의미에 가깝다. 학교에서 보존하는 기록물과 업무관리시스템에 포함되지 않는 자료, 애초부터 학교의 소관 업무와 관계없는 자료 등이다. 민원인이 공개를 요청하면서 학교가 해당 자료를 보존하고 있다고 볼 근거를 제공하는 예도 있는데, 이때에는 다소 뜬금없는 요청으로 보이더라도 보다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 ● 공공기관이 청구된 정보를 생산·접수하지 않은 경우 예시① 1. 부존재하는 정보: 교원 자녀의 대학 재학 현황 2. 사유: 귀하께서 청구하신 ‘교원 자녀의 대학 재학 현황’은 학교의 소관 업무와 무관하여 별도로 생산·접수하지 않은 정보입니다. 이에 공개할 대상 정보가 존재하지 않음을 안내드립니다. 나. 정보를 취합·가공해야 하는 경우 먼저 예시로 들었던 학교가 보유하고 있지 않은 통계자료도 이에 해당한다. 다만 학교가 별도로 만들어둔 통계자료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개개의 기초정보가 모두 입력되어 있어 간단한 전산처리를 통해 쉽게 분리할 수 있는 경우라면 ‘취합’이나 ‘가공’이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공개의 대상이 되는 점에서 유의해야 한다. ● 공공기관이 청구된 정보를 생산·접수하지 않은 경우 예시② 1. 부존재하는 정보: ○○○에 관한 통계자료 2. 사유: 귀하께서 청구하신 ‘○○○에 관한 통계자료’에 대하여 우리 학교는 이에 관한 개별서류 자체만을 보유·관리하고 있을 뿐 귀하께서 청구하신 통계를 별도로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에 공개할 대상 정보가 존재하지 않음을 안내드립니다. 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보존기간이 경과하여 폐기된 경우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은 공공기관이 업무와 관련하여 생산·접수한 기록물에 대하여 공공기관이 기록물의 보존기간, 공개 여부, 비밀 여부 및 접근 권한 등을 분류하여 관리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기록물관리법」 제19조 제1항). 이에 근거하여 각 시·도교육청은 ‘기록물관리기준표’ 등을 통하여 보유 기록물의 보유기간을 설정하는데, 예를 들어 학교생활기록부는 준영구 보존, 출장이나 초과근무 등의 교직원 복무관리에 관한 사항은 5년 보존이 일반적이다. ●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등의 보존 연한 경과로 폐기된 경우 1. 부존재하는 정보: 2010년 발생한 학교폭력과 관련한 자료 2. 사유: 귀하께서 청구하신 ‘2010년 발생한 학교폭력과 관련한 자료’에 대하여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보존기간이 10년으로 보존연한 경과 등으로 폐기되었습니다. 이에 공개할 대상 정보가 존재하지 않음을 안내드립니다. 라. 정보를 특정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청구한 경우 학교 외부인은 학교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문서들을 보유하고 있는지 알기가 어렵다. 그렇기에 ‘○○○에 관한 자료 일체’와 같이 포괄적으로 청구해 오는 일이 많다. 청구된 내용에 따른 정보의 양이 많지 않아 제공에 어려움이 없다면 포괄적인 청구에도 응할 수 있지만, 공개량이 지나치게 과다하거나 범위의 확정이 어려운 경우에는 처리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이에 대해 판례는 청구대상정보를 기재함에 있어서 사회일반인의 관점에서 청구대상정보의 내용과 범위를 확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함을 요한다고 한다(대법원 2007.6.1. 선고 2007두2555 판결 참조). 이런 때에는 민원인에게 원하는 정보의 내용이나 청구의 취지에 대해 문의하여 학교에서 보유하는 개괄적인 자료의 종류를 소개하고, 이에 대해 특정하도록 보완을 요청할 수 있다(「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제22조). 그럼에도 이에 응하지 않거나 여전히 특정되지 않는다면 부존재로 처리한다. ● 정보를 특정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청구한 경우 1. 부존재하는 정보: 학교가 보유하고 있는 자녀에 관한 서류 일체 2. 사유: 귀하께서 청구하신 ‘학교가 보유하고 있는 자녀에 관한 서류 일체’는 청구내용과 범위가 포괄적이고 특정이 되지 않아 청구의 대상을 확정할 수 없습니다. 이에 공개할 대상 정보가 존재하지 않음을 안내드립니다. 비공개 대상 정보 민원인이 요청하는 자료가 학교에서 보유하는 정보라고 하더라도 「정보공개법」은 이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어렵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교육행정지원시스템인 나이스에서 공문을 기안할 때 표시하는 제1호~제8호 체크박스가 이에 근거하는 것으로, 사실 교원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일 중 하나이다. 다음 호에서는 비공개 사유를 잘 익히고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난감한 개별 청구에 대해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방학 중 1급 정교사 자격을 취득하거나 복직·징계기록 말소로 승급제한기간을 승급기간에 산입하는 경우, 호봉 관련 법령이 개정되는 경우 등에 호봉을 재획정하게 됩니다. 호봉재획정의 사유를 비롯해 시기나 방법 등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호봉재획정 사유 및 시기 1. 새로운 경력합산: 경력합산을 신청한 날이 속하는 달의 다음 달 1일 재획정 가. 재직 중 새로운 경력 합산 사유 발생 - 징계로 승급제한을 받던 교원이 사면을 받은 경우 - 임용 전 대학원을 수료한 자가 교원임용 후 석사학위를 취득한 경우 등 나. 자격 변동 - 임용과목의 상위자격 취득(1급 정교사) 다. 학력 변동 - 연수휴직 후 상위 학교 학위를 취득한 경우 라. 초임 호봉획정 시 반영되지 않았던 경력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나중에 제출한 경우 2. 승급제한기간 산입 - 휴직·정직·직위해제의 경우 복직일에 재획정 - 징계에 따른 승급제한기간은 징계기록 말소기간(징계처분 집행 종료일부터 계산) 경과한 날이 속하는 달의 다음 달 1일에 산입 ※ 징계처분기간은 징계기록 말소 후에도 산입하지 않음. 3. 호봉획정의 방법이 변경되는 경우 - 특수교사가 장학사로 전직 시 특수학교 가산 연수 미적용(전직일에 재획정) - 임용 전 산업체 경력 상향 인정된 실업(전문)계 교원이 과목 변경, 전직·전과·승진 등으로 해당 과목을 담당하지 않는 경우 - 호봉 관련 법령의 규정 변경: 법령의 적용일에 재획정 ※ 법령 개정에 따라 호봉재획정이 필요한 경우 본인이 직접 경력합산신청서, 관련 증빙자료를 제출해 재획정을 신청해야 합니다. 학교에서는 재획정 대상자인지 여부를 모두 알기 어렵기 때문에 이로 인한 불이익이 없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호봉재획정 QA Q. 육아휴직 중인 교원이 복직일에 동반휴직을 시작한 경우 호봉재획정 시기는 언제인가요? A.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라 휴직 중에 있는 자는 승급을 제한하고 복직일에 호봉을 재획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휴직 후 복직명령일과 같은 일자에 또 다른 사유로 휴직 명령이 돼 휴직 상태가 이어지므로 두 번째 휴직인 동반휴직이 만료돼 복직하는 날에 기존에 합산되지 않은 기간을 합산해 재획정해야 합니다. Q. 2급 정교사 자격증을 소지한 교원이 징계로 인한 승급제한기간 중에 1급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경우 자격변동으로 인한 호봉재획정 시기는 언제인가요? A. 징계로 인해 호봉승급제한을 받고 있더라도 자격변동이 발생해 호봉재획정 사유가 발생했다면 자격변동을 신고한 날이 속하는 달의 다음달 1일에 호봉을 재획정해야 합니다. 다만 직전 정기승급일 이후에 재직한 잔여기간은 호봉재획정 시에 제외해야 합니다. Q. 징계에 따른 승급제한기간 중에 휴직을 한 경우에는 승급제한기간이 어떻게 되나요? A. 징계에 따른 승급제한기간은 휴직과 동시에 중단되었다가 복직 후에 다시 진행됩니다. Q. 교원 재직 중 학력이 변동된 경우 변동된 학력으로 호봉재획정을 할 수 있는지요? A. 재직 중 학력 변동은 호봉재획정의 사유에 해당합니다. 다만 재직 중 학력 변동은 학력과 공력의 중복이 되므로 이 중 유리한 1개만 인정됩니다. 따라서 학력 변동에 따른 호봉재획정의 실익이 없어 호봉재획정을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체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여행지는 프라하다. 대부분의 여행자가 프라하만 보고 다른 나라의 도시로 넘어간다. 하지만 프라하 말고도 돌아볼 만한 도시가 많다. 쿠트나호라와 플젠이 대표적인 도시인데, 두 도시 모두 당일치기로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한때 유럽에서 가장 번성했던 도시와 현대 맥주가 시작된 도시에서 뜻하지 않은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움과 그로테스크가 공존하는 도시 쿠트나호라(Kutna Hora)라는 도시가 있다. 프라하에서 기차를 타면 40분 정도 걸리는 한적한 시골마을이다. 해발 254m의 쿠트나호라 고원지대의 브르흘리체 만 급경사면에 자리한 이 도시는 13세기에 엄청난 양의 은이 매장된 광산이 개발되면서 성장한다. 최고로 번성했던 14~15세기에는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가운데 한 곳이기도 했고, 중앙 조폐국에서 최초의 은화인 ‘프라하 그로셴’(Prague groschen)을 주조하기도 했다. 당시 쿠트나호라는 프라하에 버금가는 도시였고, 보헤미아의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였다. 16세기 이르러 은광이 바닥나면서 도시는 쇠락의 길을 걷지만, 15세기 말까지만 해도 도시엔 시청과 거대한 귀족저택이 속속 들어섰다. 블라슈스키드부르 궁전, 성 바르바라 대성당, 성 야고보 성당, 스톤 하우스, 고딕양식의 분수대 등은 보헤미아의 아주 값진 유적들이며, 유럽 건축 양식에서 보석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지금의 쿠트나호라는 마을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조용하다. 관광객으로 넘쳐나는 프라하를 빠져나와 마을 골목길을 여유롭게 거닐다 보면 이곳에서 며칠 정도 숨어서 지냈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쿠트나호라에는 아름다운 건축물이 많은데, 여행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곳은 성 바르바라 대성당이다. 마을 입구에서 보면 멀리 고딕식 첨탑을 송곳처럼 두르고 있는 거대한 성당이 위용을 뽐내며 서 있다. 1380년대에 건축이 시작돼 150년 뒤에 완성된 이 성당은 외관의 웅장함도 보는 이를 경탄케 하지만, 내부의 갖가지 장식도 보는 이를 감탄케 한다. 15세기에 그려진 프레스코화와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등 볼거리로 가득하다. 천장에는 보헤미아 왕가와 길드,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왕국의 문장들이 새겨져 있다. 성 바르바라는 광부들의 수호자다. 성당 건설비의 대부분은 가톨릭교회가 아닌 시민들의 모금으로 건설되었는데, 수호성인이 아닌 광부의 조각상이 서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17세기경 민속의상을 입은 광부가 가스등과 채광도구를 들고 서 있는 그림도 인상적이다. 성당 앞마당의 난간에서 내려다보는 단풍숲으로 둘러싸인 쿠트나호라의 전경도 더없이 매혹적이다. 성 바르바라 성당이 아름다움으로 여행자의 마음을 매혹시킨다면 기이함과 그로테스크함으로 여행자를 홀리는 곳도 있다. 주인공은 일명 ‘해골성당’이라 부르는 코스트니체 세드렉(Koarnice Sedlec) 성당이다. 한창 은광산이 성업 중이던 14세기 무렵 유럽을 휩쓴 흑사병에 이어 후스전쟁으로 수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성당 부근에 매장됐는데, 더 이상 시신 안치가 힘들어지자, 성당의 한 맹인 수도사가 죽은 이들의 뼈와 해골로 만드는 성당을 고안해 낸다. 이후 체코 조각가가 성당 내부에 해골과 사람의 뼈를 정교하게 쌓았고 여러 장식을 덧붙인다. 성당은 으스스하고 오싹하다. 성당 안으로 들어서면 입구부터 사람 키 높이보다 높은 해골 탑이 방문객을 맞는다. 천장에는 해골과 뼈를 엮어 만든 2m 높이의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다. 언뜻 보면 마늘 타래를 엮어 걸어놓은 것 같기도 하다. 해골로 만든 제단도 눈을 의심하게 만든다. 보기만 해도 무서운데 이 모든 걸 일일이 손으로 만든 조각가의 노력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성당 안에 싸인 해골은 모두 4만여 구의 시신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는데, 성당의 종교적인 기운에다 기괴하다는 느낌, 그리고 사람의 뼈로 만든 장식의 화려함이 한데 비벼져서 독특한 느낌을 갖게 한다. 달콤 쌉싸름한 도시, 플젠 프라하에서 가장 인기 있는 근교 여행지는 90km 정도 떨어진 조용한 소도시 플젠(Plzen)이다. 기차로 한 시간 반이면 닿는 이 도시는 체코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맥주인 필스너 우르켈을 생산하는 곳이자 주당들에게는 ‘맥주의 성지’로 불리는 곳이다. 우리는 흔히 맥주 하면 독일을 떠올리지만, 체코는 독일 못지않은 맥주 강국이다. 전 세계에서 개인 맥주 소비가 가장 많은 나라가 바로 체코다. 체코인들의 맥주 사랑은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대단하다. 한국인의 식사에 김치가 빠지지 않듯, 체코인의 식사에는 결코 맥주가 빠지지 않는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술이 물보다 싸고, 그래서 물보다 술을 더 많이 마신다. 체코 맥주의 대표선수는 ‘필스너’다. 라거 계열 맥주를 대표하는 필스너는 전 세계 맥주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맥주인데, 필스너가 처음 만들어진 곳이 바로 이곳 플젠이다. ‘필스너’라는 맥주의 이름은 플젠이라는 지명에서 나온 것으로 프랑스 샴페인 지방에서 처음 만들어진 스파클링 와인(샴페인)처럼 원산지에 대한 표기가 전체 카테고리를 대표하는 명사로 자리 잡은 경우다. 체코인들은 플젠에서 생산된 원조 필스너 맥주의 명성을 보호하고자 오리지널(Original)을 뜻하는 우르켈을 더해 오늘날의 필스너 우르켈이라는 맥주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즉 ‘필스너 우르켈’은 ‘오리지널(원조) 필스너 맥주’라는 뜻이다. 플젠에서 맥주가 처음 생산된 것은 1295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700여 년 전이다. 당시 맥주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도시였던 플젠은 250여 가구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250여 가지의 각기 다른 맥주를 생산했다. 당시 여러 제조공법으로 만들어지던 맥주는 품질이 매우 낮았고 맛은 형편없었다. 그러다 1838년 일대 혁명이 일어나는데, 플젠의 시민들이 맛없는 맥주를 더 이상 마실 수 없다며 약 5,700리터의 맥주를 광장에 쏟아버린 것이다. 화가 난 시민들은 질 좋은 맥주를 만들기 위해 독일 바바리안 지역의 전설적인 브루마스터였던 요셉 그롤을 초빙하고, 요셉 그롤은 필젠 지역의 물·홉·보리를 사용해 낮은 온도에서 발효하는 하면발효식 맥주를 개발한다. 그리고 1842년 드디어 현대 맥주의 시작이자 최초의 라거인 필스터 우르켈이 탄생한다. 필스너 우리켈의 제조과정은 현대화됐지만, 그 제조법은 1842년 처음 탄생된 시점부터 지금까지 동일하게 지켜지고 있다. 병·캔 등 어느 용기에 담기든 전 세계 어디에서나 처음 만들어진 그 맛 그대로다. 굳이 맥주 한 잔 마시러 플젠까지 간다고? 이런 의문을 가진 이들도 일단 우르켈 공장에 들어서는 순간 입맛을 다시기 시작한다. 연간 25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이 공장은 53개국으로 수출되는 필스너 우르켈의 실제 공장이자, 맥주 양조과정을 관람할 수 있는 박물관을 겸하고 있다.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효모가 살아있는 상태 그대로의 맥주를 시음하는 순서다. 필스너 우르켈 지하 터널 저장고에서는 전통방식 그대로 나무통에서 숙성되고 발효된 필스너 우르켈을 맛볼 수 있다. 오크통에서 바로 따라 주는 맥주는 홉의 진한 향과 구수하면서도 상쾌한 맛이 환상적이다. 갓 따른 맥주는 눈부신 황금색을 자랑하며 풍부한 거품은 시간이 지나도 꺼지지 않는다. 한 모금 쭈욱 들이키면 ‘캬아~’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살균도 여과도 하지 않아 효모가 그대로 살아 있고 맛과 향이 풍부하다. ‘아침부터 맥주를?’ 했던 사람도 금세 한 잔을 비우게 된다. 풍성한 거품과 함께 입천장과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쌉싸름한 맥주는 두세 잔째를 청하게 만든다. 로맨틱 프라하를 만나다 그리고 프라하. 유럽에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보헤미아 왕국의 천 년 역사와 로맨틱하면서도 웅장한 건축물로 가득한 도시. 하지만 관광객으로 일 년 내내 북적이는 도시. 연간 1억 명이 찾아든다는 이 도시는 이미 1년 내내 관광객들에 의해 점령되다시피 한다. 다른 대륙은 말할 것도 없고 이웃 유럽국가의 관광객들까지도 가장 매력적인 관광지로 꼽는 곳이니 말해 무엇할까. 프라하를 가장 잘 여행하는 방법은 딱 하나다. 바로 걷기다. 코스도 단출하다. 우리에게 ‘프라하의 봄’으로 유명한 바츨라프 광장에서 출발해 구시가 광장을 거쳐 블타바강을 가로지르는 카를교를 건넌다. 그리고 프라하성까지 건너가면 대부분의 명소를 섭렵할 수 있다. 좁고 구불구불한 구시가의 돌길을 끼고, 은유와 직유가 가미된 장식과 석조물로 화려하게 치장된 수백 년 된 건물 사이를 걷다 보면 마치 중세의 시간 속으로 들어선 듯하다. 그리고 이 코스를 동트는 새벽에 걸어볼 것. 한적하고 낭만적이고 로맨틱한 프라하를 만날 수 있다. 카를교에서는 블타바강 건너 있는 프라하성의 멋진 풍경도 감상할 수 있다. 팁 한가지. 프라하를 방문한 여행자들은 그 아름다움에 반해 꼭 한 번 다시 찾기를 소원한다. 이런 이들은 카를교에 늘어선 30개의 성인상 가운데 별 다섯 개와 광채가 머리를 감싸고 있는 성 요한 네포무크 동상을 찾자. 조각상 밑단에 그의 순교 장면이 묘사된 부조를 만지면 프라하를 꼭 다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 여행정보 ] 프라하 중앙역에서 쿠트나호라 중앙역(Kotna Hora Hlavni Nadrazi)까지 가는 기차를 타면 된다. 1시간 반 동안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지만, 기차로 가는 게 가장 빠르다. 해골 성당은 쿠트나호라 중앙역에서 가깝고, 마을은 메스토역에서 내리면 가깝다. 플젠까지는 프라하역에서 기차로 갈 수 있다. 필스너 공장은 역에서 가깝다. 걸어서 닿을 수 있는 거리다. 체코음식은 고기로 시작해서 고기로 끝난다. 대표적인 전통음식은 꼴레뇨다. 돼지를 만 하루 맥주에 마리네이드해 오븐에서 크리스피하게 만든 음식으로 족발과 비슷하다.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가 없고 담백한 것이 특징으로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다.
매년 7월 말 장마가 끝나면 8월에는 태풍이 한반도와 일본 쪽으로 불어옵니다. 우리나라를 통과하지 않고 일본이나 중국 쪽으로 빠져나가기를, 제발 큰 피해가 없이 지나가기를 기원하며 태풍 이동경로에 촉각을 세우곤 합니다.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9월, 이번 호에서는 편안하게 ‘태풍의 과학’을 살펴볼까요? Q1. 태풍의 눈은 오히려 날씨가 맑다던데 왜 그런 건가요? 태풍 하면 떠오르는 신기한 현상은 ‘태풍의 가장 중심은 날씨가 맑다’는 겁니다. 그 이유는 보통 태풍의 중심을 제외한 모든 지역은 상승기류가 생겨서 수증기가 하늘 위로 올라가서 구름이 두껍게 형성되지만, 태풍의 중심에서는 오히려 공기가 모여서 아래로 내려가는 하강기류가 생겨서 결국 구름 형성이 안 되기 때문에 맑다고 합니다. 심지어 해가 보이는 현상도 목격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인공위성으로 태풍의 눈을 촬영한 사진을 보면 구름이 거의 없어서 아래쪽에 바다까지 보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태풍의 강도 및 크기가 크면 클수록 태풍의 눈은 최대 100~200km의 직경을 가질 정도로 아주 넓게 형성하죠. 그래서 그 지역 사람들은 날씨가 아주 맑고 해가 쨍쨍해서 그냥 갑자기 날씨가 맑아진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Q2. 과거에 태풍의 눈에 들어온 유람선이 날씨가 맑아졌다고 착각해서 큰 참사가 일어난 사건도 있었다면서요? 바로 1954년 일본에서 일어난 토야마루 침몰사건입니다. 비가 퍼붓고 파도가 높아서 운항을 중단하려고 했으나, 갑자기 비바람이 잠잠해지고 파도도 잦아들었어요. 그러나 사실 태풍의 눈 안에 들어와 있어서 날씨가 좋아진 것이지 여전히 태풍 안에 갇혀 있었던 거죠. 인공위성도 없고 통신 사정도 좋지 않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태풍의 눈을 정확히 확인하기 힘들었고, 결국 날씨가 맑아졌다고 착각해서 운항을 다시 속행하기로 결정했던 겁니다. 안타깝게도 태풍의 눈을 벗어난 직후 침몰해서 탑승인원 1,300명 중 1,159명이 사망한 사건입니다. Q3. 동물들은 태풍을 만나면 어떻게 대처하나요? 미국 네브래스카대 링컨캠퍼스 연구팀은 한 생태학저널지에 2011∼2020년 동안 북미로 향한 허리케인 43개 ‘태풍의 눈’을 관측했는데요, 자료를 분석한 결과 모든 태풍의 눈 속에서 새 떼들의 반사파를 확인했다고 합니다. 즉 새 떼들이 태풍을 맞닥뜨리면 생존하기 위해서 오히려 도망치기보단 태풍 속으로 빠르게 들어가서 태풍의 눈에서 목숨을 구하는 현상을 발견한 것이죠. 특히 제비갈매기라는 철새는 태풍의 이동경로와 자기가 이동해야 하는 경로가 항상 겹칩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마치 우리가 각종 위성자료와 슈퍼컴퓨터 계산을 바탕으로 시간별 태풍의 경로를 예측하는 것처럼 제비갈매기도 태풍이 발생한 후 꼭 일주일 정도 뒤에 태풍의 경로를 뒤따라 이동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제비갈매기는 태풍이 언제 어디로 올지 어떻게 아는 걸까요? 알고 봤더니, 새들은 사람 귀에는 들리지 않는 20㎐ 이하의 초저주파를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강한 태풍을 일으키는 100㏈ 이상의 초저주파가 수천㎞ 이상 강도가 줄지 않고 전파되는 것을 새들이 감지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입니다. 즉 동물들도 이렇게 위기에 나름 과학적으로 대처를 잘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Q4. 태풍이 많은 인명피해를 주지만. 그렇다고 없애버리면 오히려 지구가 더 위험해진다면서요? 적도는 태양열을 수직으로 받아서 가장 뜨겁고, 북극과 남극으로 갈수록 비스듬하게 받아서 열전달이 약해집니다. 그래서 그냥 내버려두면 적도는 엄청나게 뜨거워지게 되고, 이러한 불균형이 계속 쌓이면 지구상에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고 합니다. 태풍은 지구의 열평형을 위해서 적도에서 북극과 남극 쪽으로 이동하면서 골고루 섞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열을 적도에서 고위도 쪽으로 골고루 섞어주는 거죠. 태풍이 머금고 있는 이 에너지의 양은 핵폭탄의 최소 1만 배 이상의 위력이라고 하니, 정말 엄청나죠. Q5 . 태풍은 신기하게도 항상 우리나라 쪽으로 올라오다가 일본 쪽으로 꺾이는 이유는 왜 그런 거죠? 항상 태풍 예상 경로를 보면 위도 30도 부근에서 갑자기 오른쪽 위로 꺾여서 일본 쪽으로 틀어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건 바로 각 위도 지역별로 일정하게 부는 바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가 사는 쪽은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로 부는 편서풍이 일정하게 부는데, 이것 때문에 딱 위도 30도쯤 오면 태풍이 이 편서풍의 영향으로 갑자기 일본 쪽으로 꺾여서 가게 됩니다.
물병자리(Aquarius)는 황도 12궁의 11번째 별자리로, 염소자리와 물고기자리 사이에 있다. 이웃한 독수리자리(Aquila)는 제우스의 명령에 따라 소년을 낚아챈 독수리의 별자리다. 그리스신화에서 물병자리는 독수리 혹은 독수리로 변신한 제우스에게 납치된 트로이 왕자 가니메데의 별자리다. 성인 제우스에 의한 미소년 가니메데의 납치는 현대의 가치관으로 보면 매우 불편하지만, 고대 그리스에서는 성인 남성과 소년 간의 동성애는 사회적으로 승인된 문화였다. 여성은 열등한 존재였기 때문에 진정한 사랑은 정신적으로 통하는 남자들과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물병자리에 얽힌 신화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물병자리는 황도 12궁의 11번째 별자리로, 염소자리와 물고기자리 사이에 있다. 2세기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가 정립한 48개의 별자리 중 하나였으며, 국제천문연맹(IAU)이 정리한 88개의 별자리에 속한다. 가을 밤하늘에서 가장 눈에 띄는 페가수스자리의 페가수스 사각형 남쪽으로 희미하게 반짝이는 작은 별들의 무리가 물병자리다([그림 2]). 알파별은 사달메리크로 ‘왕의 행운’, 베타별은 사달수드로 ‘행운 중의 행운’, 감마별은 사다크비아로 ‘은둔자의 행운’이라는 뜻이다. 서양 별자리가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유래한 것이기 때문에 이렇듯 별들의 이름도 아랍어에 기원을 두고 있는 것이 많다. 이웃한 독수리자리(Aquila)는 제우스의 명령에 따라 소년을 낚아챈 독수리의 별자리다. 제우스에게 납치된 미소년 가니메데의 별자리, 물병자리 그리스신화에서 물병자리는 독수리 혹은 독수리로 변신한 제우스에게 납치된 트로이 왕자 가니메데의 별자리다. 그리스인들은 이 별자리를 물병을 들고 있는 가니메데의 모습으로 상상했다. 가니메데는 이다산에서 트로이의 양 떼를 돌보는 미소년이었다. 제우스는 어떤 아름다운 소녀보다도 더 예쁜 가니메데의 외모에 한눈에 반했다. 원래 제우스와 헤라의 딸이자 청춘의 여신인 헤베가 신의 음료인 넥타르와 신의 음식인 암브로시아를 관리하고 있었는데, 발목을 다치는 바람에 가니메데를 데려와 대신 시중을 들게 했다. 제우스는 그에게 영원한 젊음과 생명의 음료 넥타르를 신들에게 따라주는 일을 맡긴다. 물병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남쪽물고기자리의 입으로 쏟아져 들어가는 모양새이지만([그림 3]), 신화로 보면 물병이 아니라 사실은 술병인 셈이다. 물병자리에는 메시에 2(Messier 2)와 메시에 72 등의 구상성단이 위치해 있다. 구상성단(globular cluster)은 구형의 항성모임(성단)으로, 중력에 의해 단단히 묶여 구형의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 허블 우주 망원경이 찍은 이들 구상성단의 모습은 천상의 보석들이 대규모로 우주에 흩어져 있는 듯한 환상적인 광경을 보여준다. 지름이 175광년인 이 성단은 우리에게 알려진 가장 큰 구상성단 중 하나로, 지구에서 약 55,000광년 떨어져 있다. 상황이 좋을 때는 육안으로도 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밝다. 또한 물병자리에는 행성상성운(planetary nebula)인 토성성운과 나선성운과 같은 아름다운 천체가 위치하고 있다. 행성상성운은 행성 모양의 성운이란 뜻으로, 별의 일생에서 마지막 단계에 이른 별이 남기는 잔해들이다. 수명이 다한 중앙의 별이 이온화한 가스를 바깥으로 분출해 고리 모양으로 부풀어 오른 모습이다. 토성성운은 형태가 태양계의 6번째 행성인 토성의 형태와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성운은 장엄하고 아름다운 분홍색과 파란색으로 빛나며 어둠 속에서 거품처럼 나타난다. 나선성운은 지구에서 가장 밝고 가까운 행성상성운으로 ‘신의 눈동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한편 물병자리에서는 아주 화려한 에타 유성우를 볼 수 있다. 유성우는 혜성이나 소행성 같은 소천체들이 지구 공전궤도 근처를 지나면서 남긴 잔해물에 의해 생긴다. 에타 유성우는 4월 21일부터 5월 12일까지 보이는데, 마치 물병자리에서 방사되는 것처럼 보인다([그림 1] 참조). 특히 5월 5일 밤부터 기다리면 5월 6일 새벽 4시경에 밤하늘에서 최대의 에타 유성우를 볼 수 있다. 상황이 좋으면 시간당 최대 50개의 유성을 보기도 한다. 일반 유성우가 생성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수치다. 동성애 코드로 그려진 가니메데 그림들 제우스에 의한 가니메데의 납치는 수 세기 동안 회화와 문학작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재 중 하나였다. 시각예술에서는 신의 구애에 깜짝 놀라는 척하지만, 사실은 행복해 보이는 미소년부터 거대한 새에게 낚아 채여 곧 잡아먹힐 순간에 겁에 질려 울부짖는 어린아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다양한 작품들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작품은 남성의 육체미와 동성애 코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체로 가니메데는 날씬한 몸매, 아름다운 얼굴, 금발의 곱슬머리 소년 혹은 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르네상스부터는 도상학적으로 붉은색 망토가 추가되었다. 가브리엘 페리에(Gabriel Ferrier, 1847~1914)의 그림에서는 가니메데가 여리고 여성스러운 몸매의 청년 모습이다. 화관을 쓴 청년이 오른팔을 독수리의 목에 얹고 왼팔로는 날개를 껴안은 채 그 품에서 평화롭게 잠들어 있다. 같은 주제의 그림 중 가장 ‘납치 같지 않은 납치’ 장면일 것이다. 독수리 역시 맹금류라기보다는 백조같이 우아하게 날개를 펼치고 잠에 빠진 아름다운 얼굴을 다정하게 바라본다. 배경도 환한 햇살이 가득 차 있어 밝고 경쾌한 분위기라 폭력적인 강탈의 주제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독일화가 피터 에드워드 스토일링(Peter Edward Stroehling, 1768~1826)의 그림에서는 좀 더 깊숙한 사적 공간에서 내밀한 욕망이 야릇하게 분출되고 있다. 한 손에 술병을 들어 소년이 가니메데임을 암시하지만, 화가는 올림포스의 연회가 아닌 동굴 속의 허니문 장면으로 연출하고 있다. 아무도 찾을 수 없는 외진 동굴 속 부드러운 불빛이 서로 애무하고 있는 듯한 제우스와 가니메데를 비추고 있다. 동굴 밖 밤이 내린 숲에서는 잔잔한 냇물이 보름달을 비추며 고요히 잠들어 있고, 안으로 스며든 교교한 달빛은 로맨틱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다음 두 작품은 제우스가 어린 소년 가니메데와 함께 있는 모습을 묘사한다. 미성년자와의 성적관계, 혹은 소아성애를 암시하는 그림들이다. 현대의 가치관으로 보면 매우 불편한 상황이다. 그러나 동성애에 대한 사회인식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매우 달랐다. 고대 그리스에서 성인 남성과 소년 간의 동성애는 사회적으로 승인된 문화였다. 동성애는 아테네·스파르타·테베·크레타 등 거의 그리스 전 지역에서 통용되었다. 특히 크레타에서는 소년을 납치하는 풍속이 만연했다. 귀족 남성이 점찍은 소년의 부모와 사전 협상한 후 납치해 성적인 관계를 맺고 소년의 후견인이 되었다. 여성은 열등한 존재로 인식되어 아이를 낳기 위해서만 필요했고, 진정한 사랑은 정신적으로 통하는 남자들과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소아 혹은 미성년자 성 착취를 끔찍하고 잔인한 범죄로 보는 오늘날의 법체계에서는 결코 용납되지 않는 문화다. 안톤 라파엘 멩스(Anton Raphael Mengs, 1728~1779)는 독일 화가다. 로마에 가서 라파엘의 데생과 구성, 티치아노의 색채를 배워 자신의 독창적인 신고전주의 양식을 창조했고, 당대의 가장 위대한 화가로 명성을 떨쳤다. 그림에서는 곱슬머리와 검은 수염을 가진 제우스가 왕좌에 앉아 있다. 그의 어두운 피부색, 근육질 체격과 대조적으로 가니메데의 몸은 여리고 창백한 색채로 묘사해 두 캐릭터의 연령차를 강조한다. 멩스는 하늘을 배경으로 독수리가 가니메데를 강탈하는 진부한 전통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한 손으로 소년의 머리를 사랑스럽게 끌어안고 입맞춤하려는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프란체스코 알바니(Francesco Albani, 1590~1660)는 17세기 이탈리아 볼로냐 출신 화가다. 안나발레 카라치의 조수로 많은 종교 제단화와 신화를 소재로 한 우화를 그렸는데, 우아하고 서정적인 화풍으로 인해 회화의 시인이라고 불렸다. 알바니는 납치 직후 제우스가 변장을 벗고 본래 모습으로 돌아온 후 가니메데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욕망을 고백하는 장면을 그렸다. 알바니 역시 멩스와 마찬가지로, 아마도 한 손으로 소년의 얼굴을 떠받쳐 들고 키스하려는 순간을 묘사한다. 고대 그리스로마신화에서는 소년 납치에 대한 일화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제우스와 가니메데 이야기뿐 아니라 펠롭스를 납치한 포세이돈, 아폴론과 히아킨토스의 동성애 이야기도 있다. 신화 속에는 그 시대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신화는 고대인의 삶과 가치관을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인은 젊은 남자의 육체를 아름다움의 전형으로 받아들였다. 성인 남성은 소년의 육체적 아름다움을 취하면서 그를 최고의 남자로 교육하고 후원하는 것이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남성 동성애는 공공연하게 이루어졌을뿐더러 사회적으로 장려되고 찬양되기까지 했다. 고대 로마에서도 소년과 성인 간의 동성애에 대해 특별한 탄압을 하지 않았으나, 313년 밀라노칙령을 통해 로마제국에서 기독교가 허용되고부터는 동성애에 대한 처벌이 입법화되었다. 이제 동성애는 교회에 의해 죄악으로 간주되었다. 이후 현재까지 동성애자는 대체로 편견과 차별, 집단괴롭힘, 증오범죄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러나 19세기 말부터는 동성애자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법적 권익에 대한 논의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종교계에서는 여전히 동성애를 비정상적으로 생각하고 죄악시하지만, 생물학자들은 이것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본다. 한 시대와 사회가 성을 어떻게 보고 규정하느냐에 따라 성 윤리와 규범도 달라지는 게 아닐까?
달콤 쌉싸름한 여러 모양의 사랑 이야기들! 9월. 폭염과 열대야로 씨름했던 여름이 ‘공식적으로’ 끝나고 새로운 계절 가을로 접어드는 달이다. 예전보다 유독 짧아진 방학 기간으로 교사와 학생 모두 학교와 가정생활의 균형을 잡기 힘들었을 여름이지만, 등하굣길 이마를 부드럽게 스치는 선선한 가을바람이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9월에 개봉하는 잔잔한 영화 네 편으로 가을을 맞이하는 건 어떨까? 보고 싶은 푸바오를 스크린에서 만나보자! 안녕, 할부지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든 신드롬의 주인공 판다 ‘푸바오’. 한국을 떠났지만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국민 판다’ 푸바오와 바오 패밀리의 새로운 이야기가 올가을 스크린에서 최초 공개된다. 안녕, 할부지(감독 심형준·토마스 고)는 선물로 찾아온 만남과 예정된 이별, 헤어짐을 알기에 매 순간 진심이었던 푸바오와 주키퍼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2016년 한국에 온 암컷 판다 아이바오와 수컷 러바오는 자연 번식으로 2020년 7월 20일 푸바오를 순산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최초의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는 세계적인 멸종 취약종으로 태어난 순간부터 전 국민의 관심 대상이 됐다. ‘행복을 전하는 보물’이라는 이름처럼 팬데믹 시기 많은 이들에게 가슴 따뜻한 위로와 힐링을 선사했다. 2023년 7월 7일,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 루이바오와 후이바오가 태어나면서 ‘바오 패밀리 완전체’가 결성됐다. 국외에서 태어난 판다는 생후 48개월 이전에 짝을 찾아 중국으로 이동한다는 ‘자이언트 판다 보호연구 협약’에 따라야 한다. 푸바오 역시 이 협약에 따라 중국 귀환이 결정됐고, 지난 4월 3일 출국일에 인천공항에는 푸바오의 마지막 모습을 눈에 담으러 온 6,000여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안녕, 할부지는 푸바오가 중국으로 돌아가기 3개월 전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아장아장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푸바오가 강철원 주키퍼의 다리를 잡고 매달리더니, 어느새 송영관 주키퍼와 투닥거리며 장난을 치다 토라지는 ‘푸질머리’ 면모를 보일 정도로 성장한 푸바오. 영화는 온 국민의 사랑을 받은 푸바오가 떠나기로 결정되면서 다가온 이별의 순간을 온전히 감내해야 하는 주키퍼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강철원·송영관 주키퍼는 푸바오의 행복을 위해 당연한 과정이 찾아왔다며, 헤어짐을 준비하는데 그 과정을 지켜보는 관객의 마음이 먹먹해진다. 푸바오가 예전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전용 해먹을 설치해 주고, 유채꽃밭도 가꾼다. 하지만 건강상태를 정밀하게 체크하기 위해 검역실을 세팅하고, 푸바오가 타고 갈 케이지를 정비하면서 흔들리는 주키퍼들의 마음이 마침내 영화에 드러나는 순간 관객 역시 마음 깊은 울림과 감동을 받게 된다. ‘푸바오 할부지’로 전 국민적 관심을 받았던 강철원 주키퍼는 모친상을 당한 상황에서도 푸바오의 출국길에 동행했다. “사랑하는 푸바오, 할부지가 너를 두고 간다. 꼭 보러 올 거야”라는 편지를 남긴 채 한국으로 돌아왔다. 편지 속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난관을 이겨 내고 중국에 방문한 강철원 주키퍼가 푸바오와 재회하는 장면만으로 가슴이 따뜻해진다. 심형준 감독은 카메라에 담기지 않은 바오 패밀리의 이야기들을 구현하기 위해 기존 영상 대신 3개의 애니메이션을 접목했다. △어린 시절의 푸바오와 강철원 주키퍼의 이야기 △강철원 주키퍼와 아이바오·러바오의 첫 만남 △아이바오와 러바오의 러브스토리다. 동화책 삽화 같은 느낌의 애니메이션은 바오 패밀리의 따뜻한 분위기를 스크린에 물씬 담았다. 바오 패밀리의 첫 번째 영화! 데뷔 축하해, 푸바오! 9월 4일 개봉. 가장 가깝고도 먼 엄마와 딸 사이 … 내가 널 이해할 수 있을까? 딸에 대하여 홀로 노모를 돌보며 요양보호사로 생계를 꾸려가는 엄마(오민애)의 유일한 희망은 가방끈 긴 딸(임세미)이다. 힘들게 뒷바라지했건만, 딸의 현실은 아직 녹록지 않다. 돌덩이 같은 가방을 메고 전국을 떠돌아다니는 보따리 강사 신세. 어느 날 딸은 엄마에게 목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하지만, 가진 거라곤 낡은 집 한 채가 전부인 엄마는 그럴 능력이 없다. 대출까지 알아봤지만, 그마저도 거절당한다. 그리고 독립했던 딸이 7년째 연애 중인 동성연인과 집으로 돌아오며 영화는 균열하기 시작한다. 자기 몸 누일 공간도, 아이를 낳아 알콩달콩 가정을 꾸릴 남자친구도 없는 딸은 자신의 처지는 나 몰라라 하면서도 부당해고 당한 동료강사를 위한 투쟁에 앞장선다. 두 사람과 불편한 동거를 하게 된 엄마는 요양원의 어르신을 돌보는 데 몰두해 보지만 쉽지 않다. 답답한 마음에 엄마는 딸에게 “너답게 산다는 게 이거야? 금방이야. 뒤돌아서면 마흔이고 쉰 돼. 너희들이 하는 건 그냥 애들 소꿉장난이야!”라며 역정도 내보고 다그쳐도 보고 하소연도 해본다. 하지만 딸과 딸의 동성애인은 오히려 차분하다. “어머님은 딸이 어떻게 살고 싶어 하는지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같이 하는 거, 그거 하나 저희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요”라고 답한다. 내 배 아파 낳은 내 새끼인데, 당돌하게 내 딸을 잘 모른다고 하는 이 낯선 여인을 엄마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화를 낼 수도 없어 그저 “우리 딸은 그런 사람 아니에요”라고 말할 뿐이다. 세상의 부조리를 이해할 수 없는 딸과 세상에 부적합한 딸을 이해할 수 없는 엄마는 같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딸에 대하여는 제36회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김혜진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혐오와 배제의 폭력에 노출된 여성이지만, 소신대로 살고자 하는 캐릭터의 서사를 섬세히 담아낸 원작소설은 82년생 김지영 이후 여성 독자들에게 가장 주목받는 소설로 떠오르기도 했다. 소설은 엄마의 독백으로 빼곡히 채워졌지만, 이를 유려하고도 섬세하면서도 절제된 영상 언어로 옮긴 건 전적으로 이미랑 감독 덕분이다. 이창동 감독의 스크립터 등을 하면서 영화판에 들어온 이 감독은 딸에 대하여로 부산국제영화제 2관왕을 비롯해 국내 주요 영화제를 석권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딸에 대하여를 단순한 퀴어 영화로 정의하기는 모호하다. 영화는 딸을 대하는 모순된 엄마의 모습에서 세상의 편견과 차별을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소수자의 문제를 보편적으로 확장·공감시키기 때문이다. 섬세한 각본과 절제된 연기, 배우를 끝까지 따라가며 지지하는 카메라가 합세해 영화는 딸과 딸의 동성연인 그리고 엄마가 ‘완전한 이해’ 대신 ‘최선의 이해’로 나아간다. 엄마 역에는 돌풍과 파일럿에서 열연한 오민애 배우가, 최악의 악과 여신강림으로 매력을 발산한 임세미 배우가 딸 역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단짝 변호사 친구로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하윤경 배우가 동성연인 역을 맡았다. 여기에 우리들, 우리집, 애비규환 등 서정적인 감성으로 사회문제를 예리하게 들여다봤던 제작사 아토가 나섰다. 9월 4일 개봉. 일본 예술영화 1위 차지한 감성영화, 52헤르츠 고래들 52헤르츠 고래들(나루시마 이즈루)은 마음의 상처를 숨긴 채 작은 바닷가 마을의 외딴집에서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52헤르츠 고래처럼 살아가던 키코(스기사키 하나)가 비 오는 어느 날 자신과 같은 아픔을 가진 어린 소년(쿠와나 토리)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목소리를 잃어버린 소년의 SOS를 알아챈 순간 키코는 예전에 그녀의 SOS를 들어줬던 ‘안고’(시손 쥰)을 떠올린다. 어릴 적부터 엄마에게 외면당하며 외롭게 살던 키코는 영혼의 짝 안고를 만나면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52헤르츠 고래들은 ‘세상에 딱 한 명, 내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라는 믿음으로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희망과 구원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그렸다. 52헤르츠 고래는 북태평양 일대에서 서식하는 고래다. 통상적인 고래가 의사소통할 때 12Hz에서 25Hz 사이의 주파수 대역을 활용하는데, 52헤르츠 고래는 이보다 높은 52Hz 내외의 주파수로 음파를 발신해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라는 별명이 붙었다. 눈 밝은 독자라면 제목에 등장하는 52헤르츠 고래가 익숙할 수 있다. 전 국민적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의 주인공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지고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소통하는 인물이었는데, 바로 52헤르츠 고래를 연상케 했기 때문이다. 특히 우영우의 휴대폰 번호 뒷자리도 ‘5252’로 52헤르츠 고래를 의미해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처럼 신비롭고 아련한 존재인 52헤르츠 고래에 주목한 건 한국과 일본의 작가들만은 아니다. 세계적인 K-POP 그룹 BTS가 과거 외롭고 힘들었던 시절, 자신들의 외로움을 52헤르츠 고래에 비유한 노래 ‘Whalien 52’도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다(화양연화 part 2 수록, 2015년 발매). 52헤르츠 고래들은 일본이 사랑하는 섬세한 문체의 마치다 소노코 작가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소설은 제18회 일본 서점대상을 비롯해 TBS 임금님의 브런치 BOOK 대상 1위, 독서미터 OF THE YEAR 2020 종합랭킹 1위, 제4회 미라이야 소설 대상 수상에 빛나는 화제의 작품이다. 8일째 매미로 제35회 일본 아카데미상 10관왕의 영예를 안았고,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로 한국 직장인 관객들의 무한 공감을 받았던 나루시마 이즈루가 메가폰을 잡았고, 미나미 양장점의 비밀로 한국 관객들에게 얼굴을 알린 스기사키 하나가 상처투성이 영혼 키코 역을 맡아 믿을 수 없는 풍부한 감성 열연을 펼친다. 9월 4일 개봉. 스타워즈 시리즈의 히로인 데이지 리들리의 죽고 싶지만 사랑하고 싶어 “정말 힘들어. 그렇지? 인간으로 사는 거.” 프랜(데이지 리들리)은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조용하고 평범한 일상에서 죽음을 생각하면 어떤 자극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로지 죽음에만 골똘히 몰두하다 보니, 직장동료가 부르는 소리를 놓치는 건 다반사요. 회사에서 열리는 팀원의 생일 파티에서도 ‘one of them’으로 참석해 박수칠 뿐이다. 작은 의미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되풀이되는 어느 날, 프랜의 일상은 새로 입사한 한 남자 로버트(데이브 메르헤예)를 만나며 변화의 기류를 맞이한다. 로버트가 한 번 웃으면 그녀의 마음도 바뀐다. 한 번의 웃음은 곧바로 파이 한 조각, 한 번의 대화, 한 번의 데이트, 미묘한 기류로 이어진다. 죽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던 프랜은 로버트와의 새로운 관계가 싫지 않다. 그런데 죽음에 집착하며 고요했던 자신의 일상과 사랑의 감정이 비집고 들어온 지금의 일상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두 사람의 미래를 가로막는 건, 아니 프랜 자신이 행복해지는 길을 막고 있는 건 어쩌면, 프랜 자신 아닐까? 처음 마주하는 독특한 힐링 로맨스 죽고 싶지만 사랑은 하고 싶어(감독 레이첼 램버트) 역시 관객을 만날 채비를 마쳤다. 스타워즈 시퀄 시리즈의 주인공 ‘레이’역을 연기하며 할리우드 대세 배우 대열에 오른 데이지 리들리가 주연과 함께 영화의 제작을 맡아 화제가 됐다. “내향인들을 위한 섬세한 사랑 이야기의 아름다운 영화”(선댄스영화제), “삶을 향한 작은 발걸음에서 용기를 깨닫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버라이어티), “블록버스터의 폭력에 지쳤다면, 이 영화가 해독제가 될 수 있다”(엠파이어매거진), “데이지 리들리는 자발적인 고립과 새로운 관계 사이에서 갈등하는 프랜을 명확하게 연기했다”(가디언), “프랜의 고독은 현대인의 삶이 어떻게 불안한지 보여주며 죽음에 대한 상상은 얼마나 도전적이며 해방적인지에 대한 우아한 논문과도 같은 영화!”(헐리우드리포트) 등 유수의 언론이 이미 찬사를 보내며 영화가 선사할 공감과 위로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인디와이어 선정 ‘떠오르는 여성 영화감독’ 28인에 선정된 레이첼 램버트가 메가폰을 잡았다. 세계 최대 독립영화 축제인 제39회 선댄스 영화제 US 드라마틱 경쟁 부문, 제27회 판타지아 국제 영화제 카메라 루시다 경쟁 부문에 초청되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낭만적인 영상미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 몽환적으로 그려낸 프랜의 상상과 함께 그녀에게 찾아온 변화에 따른 섬세한 감정 묘사로 관객을 사로잡을 영화 죽고 싶지만 사랑하고 싶어가 던지는 질문 ‘당신도 죽음을 상상하나요?’에 대한 대답은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설 관객들의 몫으로 남았다. 9월 4일 개봉. ● 사진제공 안녕, 할부지 스틸포스터, 바른손이앤에이 / 딸에 대하여 스틸포스터, 영화로운 / 52헤르츠 고래, 목요일아침 / 죽고 싶지만 사랑하고 싶어 스틸포스터, 디오시네마
진화인류학 강의 (박한선 지음, 해냄출판사 펴냄, 308쪽, 1만9,800원) 인간성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진화인류학 개론서. 저자는 과학적 증거에 기반한 진화인류학이 나와 다른 사람을 동떨어진 존재로 폄하하고 사람의 우열을 나누고 싶어 하는 본성을 깨뜨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소개한다. 생존을 위한 진화가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쉽게 설명한다. 비인지 능력의 힘 (모리구치 유스케 지음, 오시연 번역, 길벗 펴냄, 256쪽, 1만7,800원) 비인지 능력은 심리학자들이 ‘무엇이 인간의 행복을 결정짓는가’를 연구해 찾은 개념이다. 주요 능력은 ‘목표를 달성하는 능력’, ‘자신과 마주하는 능력’,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능력’ 세 가지다. 10대는 비인지 능력이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다. 공부와 감정발달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이 시기에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에 대한 구체적 조언을 담았다. 정도전 (이익주 편저, 창비 펴냄, 280쪽, 2만1,000원)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미친 시대의 사상가를 소개하는 한국사상선 첫 번째 책. 조선 건국의 설계자이자 정치 관료 중심의 중앙집권제를 제시한 정도전의 핵심 저작을 정리해 담았다. ‘백성은 국가의 근본이며 임금의 하늘’이라고 천명한 조선경국전과 경제문감, 경제문감별집 등을 통해 왕권을 제약하고 신권을 강화하고자 한 그의 혁명적 정치사상을 살펴본다. 나는 도대체 왜 피곤할까 (에이미 샤 지음, 북플레저 펴냄, 408쪽, 1만9,800원)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만성 무기력증 탈출법. 호르몬의 작용, 면역력 향상법, 올바른 생체리듬 단식과 식단 등 생체리듬을 되돌려 지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노하우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병원에서는 정상이라는 데 컨디션은 항상 엉망이라면, 해답이 여기 있을지도 모른다. 반드시 합격하는 사분면 공부법 (니시오카 잇세이 등 지음, 고정아 번역, 프런티어 펴냄, 240쪽, 1만6,800원) 도쿄대생 300여 명을 설문해 고안한 공부법. 노력은 배신하지 않지만 제대로 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아무 효과가 없다는 콘셉트에서 시작한다. 사분면 안에 ‘좋아하고 잘하는 과목’, ‘좋아하지만 못 하는 과목’, ‘싫어하지만 잘하는 과목’, ‘싫어하고 못하는 과목’을 적고, 분류에 적합한 공부법을 적용하는 효율적 성적 향상법을 가르쳐준다. 센트 아일랜드 (김유진 지음, 한끼 펴냄, 204쪽, 1만5,000원) 대 바이러스 시대를 겪으며 후각을 잃은 사람들이 많아진 사이 전 세계 향기 산업의 핵심으로 센트 아일랜드에 입사하기 위해 노력하는 청춘의 이야기를 담았다. 친구이자 경쟁자들과 예상치 못한 사건·사고 속에서도 서로 열정과 꿈을 나누며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눈부신 모습이 펼쳐진다. “꿈이 있는 자들에게는 꿈 냄새가 나. 꿈이 있는 한 네 몸에 밴 꿈 냄새는 절대 지워지지 않아.” 오늘부터 초등 어휘왕 (최선민 지음, 클랩북스 펴냄, 228쪽, 1만8,000원) 초등 교과과정 성취기준으로 엄선한 한자 100개와 단어 1,000개를 담았다. 한자를 중심으로 한자어로 구성된 우리말 어휘를 제대로 알고, 공통된 한자의 뜻과 음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안내한다. 우리말 난이도에 따라 학년별로 챕터를 구분하고, 아이들에게 친숙한 교과서상의 어휘를 제시해 과목별 단어를 단계적으로 향상시키도록 했다. 꽁꽁꽁 댕댕 (윤정주 지음. 책읽는곰 펴냄, 44쪽, 1만3,500원) 민지 엄마가 냉장고 안에 휴대폰을 두고 나간 사이 학교에서 민지가 다쳤다는 전화가 걸려 온다. 엄마에게 휴대폰을 전달하기 위해 맛있는 냄새로 강아지 꽁지를 유인해 낯선 거리를 내달리는 소시지 삼총사와 셀러리 누나.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나를 아끼고 사랑한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기분 좋은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냈다.
들어가며 19세기 말, 당시의 주요 운송수단은 말(horse)이었다. 1872년에는 지독한 말 독감이 유행했고, 1880년에는 뉴욕시에서 1만 5천 마리의 말 사체가 길거리를 덮을 정도로 사회적 문제였다. 말 배설물의 역겨운 냄새와 가스로 인해 19세기 말에는 ‘말똥 대위기’가 생길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1912년의 뉴욕에는 차량이 말보다 더 많아졌고, 1917년에는 뉴욕의 말 트램이 말 운송 역사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2차 산업혁명 시기에 말이 자동차에 밀려났듯이 인간도 기계에 밀려나지 않을까 걱정하기 시작했다. 1930년대에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는 ‘기술적 실업’1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이러한 위기를 알렸다. 이는 기술발전으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지고, 인간의 노동력이 불필요해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봤을 때, 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직업과 기회를 창출하기도 했다. 따라서 우리는 기술적 변화에 적응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상상력 사전에서 인류 자존심에 상처를 준 세 가지 사건을 이야기한다. 다윈의 ‘진화론’,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그것이다. 만약 AI에게 인간이 진다면 또 한 번의 상처를 주지 않을까? 베르베르의 관점에서 보면, 기술의 발전과 인공지능의 발전은 우리의 자아와 정체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불가피한 것이며,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고 발전하는 데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는 미래를 위해 우리는 융통성 있게 변화에 대응하고,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직업교육 학령인구 감소와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요구가 맞물리면서 중등단계 직업교육이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대한민국은 저출산으로 인해 자녀의 학습능력·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대학 진학을 기본으로 인식하는 사회가 되었지만, 직업계고는 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학교수·학급수·학급당 학생수 감축에 소극적이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직업계고가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업계고는 로봇·반도체·AI 등 신기술을 제대로 가르칠 교사를 양성하지 않은 채, 신입생 유치를 위해 무분별한 학과개편만 진행하고 있다. 쏟아지는 업무로 인해 신기술 변화를 따라잡을 교과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연찬의 기회마저 얻기 힘든 교사들이 신기술 학습역량이 부족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산업체의 요구에 맞는 인력을 양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초학력 부족 상태에서 입학한 직업계고 학생들은 기초학력을 극복하지 못하고 주요 과목에 대한 학습의욕을 잃는 경우가 많다. 전공 분야 실습 위주의 교육을 받아 전공 관련 기능사 자격을 취득하고 졸업하지만, 전공과 무관한 업체에 취업하여 직업계고에서 배운 업무와는 상관없는 단순업무에 지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또한 학력 차별로 힘들어하며 잦은 직장 이동을 하거나, 대학 진학을 선택하기도 한다. 대학 진학 후에는 기초학력 부족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무늬만 대학생이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할 수 없다는 패배감을 느끼기도 한다. 직업계고를 바라보는 참혹한 외부의 시선 직업계고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더욱 참혹하다. 직업계고를 졸업하고 일터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직업계고 출신 작가들이 출판한 책에서 직업계고 출신 직장인이 겪는 편견과 무시를 쉽게 마주할 수 있다. 어떤 영화나 드라마, 소설이나 만화에서도 이십 대는 다 대학생이었고, 직장인은 모두 양복을 입고 있었다. 작업복을 입고 공장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구전으로나 전해지는 동화 같았다. 누군가의 경험담으로 가늠해 보는 게 최선이었고, 그마저도 모호하고 비어있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계속 들어왔다.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직원 사망사고, 2017년 제주 현장 실습생 사망사고,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비극적 사건을 통해서야 그들의 삶은 겨우 신문과 뉴스에 파편화되어 흩어지는 정보로 남았다. - 허태준, 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었다, 2020. 직업계고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편견’으로 가득 차 있다. 대개의 편견이 그러하듯 ‘잘 모름’에서 생겨나고, 그러한 편견은 ‘접촉 없음’으로 강화된다. 현장실습을 나간 직업계고 학생이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직업계고에 다녔다는 것, 자살했다는 것, 두 가지 사실로 사람들은 간편하게 시나리오를 썼다. 가난하고 불행한 환경에서 자랐을 것이고, 부모와 사이가 안 좋았을 것이며, 어둡고 심약한 아이였을 것이라는 말들을 무심히 해댔다. 푸릇한 나이에 왜 죽어야만 했나 질문하지 않고 이래서 죽었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 은유,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2020.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직업계고 정책 제안 교육부는 2027년까지 현재 54개인 산업수요맞춤형고(마이스터고)를 65개로 늘리고, 협약형 특성화고 35개를 지정할 계획이다. 이러한 마이스터고와 협약형 특성화고를 통해 졸업 후 바로 취업할 수 있는 산업인재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협약형 특성화고로 지정되면 마이스터고 수준의 지원(학교당 최대 45억)을 받게 된다. 그 외에도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을 통해 직업계고와 산업체 연결을 쉽게 하는 정책도 진행 중이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이한 직업계고와 관련하여 몇 가지 정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 첫째, 직업계고 적정화 정책 학령인구 감소를 반영하여 연차적으로 직업계고 학교수·학급수·학급당 학생수 감축 정책이 필요하다. 다만 학급수 감축으로 소규모학교가 되었을 때, 교육과정 운영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학급수 감축에 앞서 학급당 학생수 감축부터 해야 한다. 다양한 교육활동이 가능한 직업계고의 적정 학급당 학생수는 16명 정도로 생각한다. 노동시장의 특성, 산업 및 지역 여건, 학교 여건 등을 다각도로 고려하여 효과적인 직업교육이 가능할 수 있도록 거대 학급을 8~10학급 정도의 적정 학급으로 감축해야 하며, 단순 학급 감축이 아니라 노동시장 유연성을 고려하여 탄력적인 학급수 증감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지속해서 현저하게 신입생 충원율이 떨어지는 공립 직업계고부터 연차적으로 통폐합하는 방식으로 학교수를 감축해야 한다. 통폐합으로 생긴 유휴학교는 중학교의 진로교육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고, 상시적인 진로체험이 가능한 곳, 직업계고 학점제 시행으로 필요한 공동실습소, 노동인권교육 등 직업계고 교사의 재교육 공간 또는 직업계고 학생들의 현장실습 공간 등으로 활용하는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좀 더 문턱을 낮춰, 유휴공간을 노동자 재교육 차원의 평생교육 공간, 학교 밖 청소년의 대안 직업교육기관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 둘째, 신입생 선발 정책 현재의 직업계고 입학전형인 미래인재전형(특별전형) 정책은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특별전형은 중학교 내신성적과 무관하게 선발한다. 본인의 소질과 적성을 살려 선발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서열화된 직업계고 상위학교에 지원하여 떨어지면 다음 단계의 학교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용되고 있다. 중학교 3학년 학생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마이스터고와 전통적인 명문 특성화고도 정원을 채우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래인재전형은 소수의 우수 직업계고를 살리기 위해 다수의 직업계고를 황폐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지역의 직업계고는 외국인 학생 유치를 통해 신입생 모집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강원도의 경우, 신입생 모집이 힘든 직업계고 중 한 곳을 ‘국제직업고’로 전환하여 외국인 학생들이 직업교육을 배우고, 졸업 후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여 지역의 인구 증대와 노동력 확보를 도모하고 있다. 머지않아 수도권의 직업계고에서도 외국인 신입생 모집의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을 중등단계 직업교육 대상으로 확대하기 전에 법적·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 우수 신입생 유치를 위해 취업진로직업센터의 기능을 확대 개편하고, 졸업 후 취업정책과 더불어 신입생 유치정책도 강화되어야 한다. 단위학교에서 진로지도란 명목의 중학교 홍보활동은 직업계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며, 다수 교사의 출장으로 인해 2학기 교육과정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교육청 차원에서 중학교 단계의 진로지도를 강화하고, 취업진로직업센터에 신입생 모집을 전담할 별도의 조직을 두어 단위학교에서 하는 비교육적인 홍보활동을 대체할 필요가 있다. ● 셋째, 직업계고 교원정책 현재 직업계고는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명예퇴직을 고민하는 베이비붐세대와 40대 이하 교사 비율이 아주 높다.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의 교사 부족, 특히 남교사 부족은 직업계고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심각하다.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40대 후반 50대 초반 교사들은 각종 업무로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현실이다. 향후 1~2년간 베이비붐세대가 퇴직하는 자리는 대부분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젊은 교사들이 채울 것이다. 결혼과 출산에 따른 휴가·휴직으로 지금도 기간제교사의 비율이 굉장히 높다. 디자인·서비스 계열 등의 직업계고는 이미 기간제교사의 비율이 50%를 넘긴 학교도 있다. 신규교사의 여성화와 더불어 이들의 성장 환경은 직업계고를 선택하는 학생들의 생활환경과 괴리감도 커지고 있다. 2023학년도 서울의 신규 중등교사 대상 교직에 대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신규교사들은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긍지가 0%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이 교직을 선택한 이유는 배우고 가르치는 일(35.3%)이 좋거나 학생과의 만남(35.3%)이 좋아서였다. 안정적이고 정기적인 월급 때문에 교직을 선택한 교사들도 29.4%였다. 월급 받는 안정적인 직장인 교사와 여러 가지 상황으로 늦은 시간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늦게 등교하거나 아르바이트 때문에 일찍 하교해야만 하는 학생 사이의 간극이 더 벌어지고 있다. 학생들을 보듬어 줄 수 없는 교사, 교사들을 적대시하는 학생이 만들어내는 직업계고는 단절되고 파편화된 불통의 공간이 돼 버렸다. 직업계고 교사는 직업계고에 진학하는 학생에 대한 이해, 그들의 부모에 대한 이해, 졸업하고 취업할 산업체의 이해, 노동시장 변화에 대한 이해, 미래 기술혁신 사회에 대한 이해, 인간에 대한 인문학적 이해 등을 바탕으로 미래 교육과정을 편성할 수 있는 전문성 신장이 필요하다. 특히 노동인권교육 강화 정책이 필요하다. 교육청에서는 노동인권교육을 강조하지만, 교육청에서 보내온 각종 노동인권교육 수업자료들은 배부되지도 않고 교무실 쓰레기통 주변에서 뒹굴다 결국 폐기되는 경우도 많다. 애써 만든 노동인권 관련 수업자료가 잘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교육청이 수업료의 50~80%를 지원하는 혁신 전공 대학원, AI 대학원처럼 노동인권 대학원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2022년부터 모든 직업계고에서 고교학점제가 시행되었지만, 단위학교의 현실은 시설 등 인프라 부족, 교사들의 이해 부족, 다(多)교과지도에 따른 교사들의 노동 강도 심화와 그에 따른 수업의 질 저하가 나타나고 있다. 교사들은 직업계고 학점제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학생들의 다양한 선택을 지원할 수 있는 교사 수급 문제에 대한 우려가 크다. 다교과수업으로부터 교사의 노동 강도를 완화하고 수업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교원자격이라는 높은 문턱을 낮추는 방안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 넷째, 취업정책 모라벡의 역설2에 기반한 취업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급진적 기술진보에 따른 노동시장의 양극화는 중간 숙련 일자리를 사라지게 한다. 다수의 졸업생은 저숙련 플랫폼 노동시장으로 진출할 수밖에 없는 미래가 곧 다가올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직시하고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저임금·저숙련, 열악한 근무환경과 사회적 대우 등 직업계고 직업교육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대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고부가가치·고기능 중심의 직업교육을 통해 인식 개선을 도모하며, 우수 신입생 확보라는 선순환의 틀로 전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 ‘미래 신산업의 고숙련 일자리에 적응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직업계고를 개편하는 것’은 희망 고문이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전환은 노동시장 전반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사회적 대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 없이 무한경쟁사회에 직업계고를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최고로 발달한 미국의 경우, 전통적인 배관공·전기공 등이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는 것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취업 지원 인력의 확충과 그들의 노동 안정성 강화 정책도 필요하다. 서울 지역의 경우, 그간 서울시가 지원했던 직업계고 취업지원인력사업이 2023년에 종료됨에 따라 더 이상 예산지원이 없다. 학생들에 대한 취업정보 제공 및 현장실습 등의 행정업무 보조 인력지원이 하던 행정업무를 취업업무 담당부서에 배정된 교사들이 수업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하면서 동시에 취업전문가의 역할을 해야 하는 과도한 업무부담을 겪고 있다. 취업 지원 인력을 주무관으로 채용하여 재학생의 진로개척과 졸업생의 유지 취업률을 증가시키는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취업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경기도교육청은 2023년, 취업전문교사 73명을 선발하여 배치함). 정부와 민간의 취업지원 협력체제 구축을 위한 교육부 차원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우선 정확한 취업률 및 진학률에 관한 DB 구축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정부의 직업계고 취업장려정책이 수립되어야 하고, 민간에게 예측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제공을 통해 민간의 협력을 이끌어야 한다. 신입생 모집을 위한 홍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직업계고 졸업 후 성공적인 모델을 많이 창출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알려내는 것이다. 누적되고 관리된 직업계고 취업 성공사례는 직업계고에 대한 인식개선으로 이어지고, 신입생들과 그들의 부모가 가고 싶고 보내고 싶은 학교가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업계고 졸업 후 체계적인 커리어 관리가 가능한 다양한 경로의 개발과 이를 대국민에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대졸과 고졸의 임금 격차 해소, 노동시장에서 보이지 않지만 강하게 존재하는 학력과 성별 앞에 놓인 유리천장을 없애 학력과 성별이 아니라 능력에 따라 승진되고 평가받을 수 있는 사회문화적 감수성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직업계고 졸업자 고용의 양과 질은 결국 민간의 협력에서 나온다. 고졸 취업 장려는민간의 선의만으로 이루어낼 수 없다. 고졸 채용으로 얻는 기대이익을 충족시킬 수 있는 인센티브 제공이 뒤따라야 한다. 나오며 직업계고 입학자의 60% 이상이 대학 진학을 전제로 직업계고에 진학한다는 사실은 직업계고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이다. 그러나 한동안 직업계고는 ‘선취업 후진학’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선취업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었다. 이로 인해 취업률과 학교 재정이 연동되는 시기도 있었으며, 현장실습업체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무시하며 ‘다음 소희’를 양성하는 데 일조했을 수도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로봇·AI·IoT·빅데이터·반도체 등 고부가가치와 고기능 중심의 직업교육을 위해 많은 학교가 신산업 분야의 학과 재구조화, 융합학과 교육과정의 변화,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인재양성을 위한 미래역량강화사업 추진, 혁신직업교육지구 참여 등을 통해 변화에 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신산업 분야의 교육은 고등학교 교육과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러한 미래 먹거리 산업분야의 전문 기능인을 양성하기 위해 산업수요맞춤형고(마이스터고)가 있다.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직업계고를 선택한 학생 중 상당수는 대학에서 계속 학습을 희망한다. 선취업만을 강요하는 교육과정만으로는 직업계고의 적정화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현재 마이스터고의 취업우선정책은 재고되어야 하며, 평생학습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잠재적 학습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직업계고 적정화와 함께 직업계고 졸업 후 진로 다양성 확보를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 선취업의 틀에 갇히지 않고 진학·창업·취업 등 다양한 진로를 차별 없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 미래 기술 변화와 사회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미래인재를 길러내는 방향이 필요하다. 직업계고 학생들의 대학 진학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서울지역 대학에서도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를 신설하여 직업계고 학생들이 우수 취업처 취업과 대학 공부를 함께할 수 있는 일·학습병행을 적극 장려할 필요가 있다. 소설가 김승옥의 무진기행은 60년대 산업화·도시화의 비가역성을 다루는 소설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만들어 놓을 인류의 앞날도 비가역적일 수밖에 없다. 노동해방의 풍요로운 유토피아일지 아니면 노동 종말의 어떤 곳일지… 두렵다. 그래서 무진기행 소설 속 여주인공 인숙이처럼 그저 지금이 답답하다. 무진의 안개처럼 직업계고를 둘러싼 안개들이 자욱하기 때문이다.
중등직업교육의 위기 중등직업교육이 위기상황에 빠져 있다. 중등직업교육 입학자는 2002년 약 12만 명에서 2012년 약 11만 1,000명으로 완만한 감소세를 보였으나, 2022년에는 약 5만 9,000명으로 급격히 줄었다. 최근 10년 동안 약 47%의 입학자 수 감소가 발생한 것이다. 같은 기간 학령인구 변화가 약 32%였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중등직업교육의 입학자 수 감소는 학령인구 변화 요인 이외에 다른 요인도 상당히 작용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중등직업교육이 교육수요자에게 외면받고 있다는 증거는 졸업생의 노동시장 진출에 관한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분석자료1에 의하면 소규모 특성화고 졸업자 가운데 취업자 비율은 68.5%에서 2021년 52.1%로 낮아졌으며, 무직자나 진로를 알 수 없는 졸업생 비율은 같은 기간 12.0%에서 24.5%로 2배가 되었다. 또한 2023년 교육부가 국정감사에서 강득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특성화고 졸업생 중에서 취업자는 27.1%이었으며, 47.7%가 대학에 진학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이들 특성화고 졸업생이 1년간 유지한 취업률은 64.4%에 불과하여 특성화고 취업자의 직장 정착비율이 상당히 저조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는 특성화고 졸업생의 취업처가 대졸자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통계수치는 한국의 중등교육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급변하는 중등직업교육 환경 향후 가까운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견되는 환경변화도 중등직업교육에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가장 우려되는 변화는 역시 인구구조의 변화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의하면, 학령인구(6~21세)는 2022년 750만 명에서 2040년까지 337만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20년 이내에 지금까지보다 훨씬 가파른 속도로 학령인구가 변화하면 기존의 중등직업교육은 불가피하게 대폭적인 축소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노동시장에서의 변화도 인구구조 변화 못지않게 드라마틱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지하다시피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변화와 이에 따른 작업장에서의 직무변화는 그 어느 때보다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양상은 점점 가속화될 것으로 예견된다. 이에 따라 학교교육을 통해 습득한 기술과 기능의 노동시장에서의 유효기간은 점점 단축될 것이며, 현장과 학교교육 간의 질적 미스매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학령인구 감소를 능가하는 중등직업교육 입학자 수의 감소는 현장과 학교교육 간의 미스매치 확대를 반영하는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우려된다. 현 정부 정책방향에 대한 평가 중등직업교육의 위기가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되었으나, 이러한 위기에 대응한 종합적인 대책을 제대로 시행한 흔적을 발견하기 어렵다. 2023년 8월,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중등직업교육 발전방안’을 내놓았는데, 만시지탄이나 중등직업교육의 발전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종합대책은 ①현장이 원하는 학교 100개 육성(협약형 특성화고 35개 도입 포함), ②학생 기초역량 제고, ③교원의 전문성 강화를 통한 현장성 높은 교육 제공, ④학령인구 감소 대비 직업계고 체제 정비 및 학습자원 발굴, ⑤학교 내 기업 유치 등 실질적 산학협력 추진, ⑥희망자를 대상으로 한 졸업 후 1년간 취업 및 진로설계 지원, ⑦기술인재로의 성장경로 다양화, ⑧국가와 지자체의 직업교육 책무성 강화 등 8대 과제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하나의 과제가 전문가 의견수렴과 포럼 및 토론회, 그리고 현장방문 및 관계기관 간담회 등을 통해 도출되어 큰 방향성에 있어서는 중등직업교육 발전에 필요한 모든 사항이 망라되어 있다고 평가된다. 필자는 이번 대책에서 다음의 두 가지 과제에 주목한다. 첫째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한 정부 정책방향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향후 15~20년 동안은 과거에 비해 더욱 가파른 학령인구 감소가 예상된다. 이 경우 경제적 측면에서는 당연히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여 직업교육기관의 수량적 조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산술적으로만 본다면 2040년까지 학령인구 감소가 약 55% 정도일 것으로 예상되니, 학령인구를 대상으로 한 직업교육기관의 숫자도 이에 비례하여 축소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좀 더 냉정하게 자원배분의 효율성 측면에서만 본다면 현재의 중등직업교육 졸업자의 낮은 노동시장 성과를 고려할 때, 학령인구 감소 비율보다도 더 높은 비율로 중등직업교육기관을 축소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의 정책방향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통한 중등직업교육기관의 축소는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중앙정부 주도의 인위적 구조조정이라는 수단 대신 ▲종합고 및 소규모학교를 캠퍼스형 등 다양한 거점 특성화고 모델로 전환을 유도하고, ▲일반고 희망자 대상 직업교육 위탁과정 확대, ▲지역주민 대상 직업프로그램 운영 확대, ▲이주배경학생에 대한 직업교육 기회 제공, ▲특수교육 대상자 직업교육 확대 등 다양한 직업교육 자원 확대를 통해 학령인구 감소문제를 돌파한다는 정책을 세워놓고 있다. 교육기관에 대한 인위적인 수량 조절이 지역 내에 미칠 사회적·정치적 파장이 매우 클 것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정책방향은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정책방향이라고 평가된다. 다만 이러한 새로운 교육자원 확대와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학령인구 감소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을 것인지, 이러한 노력에도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중등직업교육기관의 과잉현상은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추후 더욱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필자가 주목하는 두 번째 정책과제는 이른바 협약형 특성화고 도입에 관한 정책이다. 지역 기반 산업인재를 위한 소수 정예 학교를 도입하여 집중투자함으로써 중등직업교육이 질적으로 향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협약형 특성화고 도입 정책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정책방향으로 보인다. 특히 특성화고 졸업생은 졸업 후 지역정주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협약형 특성화고 도입을 통한 지역기반 산업인재 양성 내실화는 지역부흥에도 일정정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이 정책은 기본적으로 지역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하고, 특히 지역 산업계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 인력양성 정책에 있어서는 제도적으로나 관행적으로 중앙정부 주도성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어 제대로 된 지역 거버넌스의 작동이 매우 어렵다. 더구나 산업계의 경우 인력양성에 있어서 책임 있는 거버넌스의 일원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의식과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역 거버넌스와의 협약을 통한 협약형 특성화고 도입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는 현재 2027년까지 35개로 계획된 협약형 특성화고 도입의 양적 목표에 너무 집착하기보다 지역 거버넌스의 원활한 작동 여부, 특히 산업계의 적극적 참여 여부와 졸업생의 노동시장 성과 등을 냉정하게 평가하여 정책을 집행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맺음말 중등직업교육의 활성화·선진화는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 이런 점에서 현 정부 들어와 중등직업교육 발전을 위한 종합계획을 마련하여 시행하고자 하는 노력은 평가할 만하다고 본다. 그러나 중등직업교육의 문제는 교육전반의 문제, 노동시장 제도와 관행의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예컨대 초등교육단계에서의 진로교육 문제, 과도한 학벌주의 문제, 직업훈련·평생교육체계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중등직업교육 문제와 얽히고설켜 있다. 따라서 중등직업교육 개혁은 연관된 사회정책 분야에서의 개혁과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정부는 추후 좀 더 포괄적·종합적 시각으로 대한민국의 미래 인력정책의 큰 그림을 완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른 한편으로 중등직업교육의 진정한 발전은 교육현장에서 매일매일 학생들과 고락을 같이하는 선생님들의 헌신과 노력에 기반을 둔다. 그런데 앞으로의 환경변화는 선생님들에게 새로운 역량을 요구한다. 지식·기술·기능을 잘 가르치는 역량은 기본이고, 이제는 더 나아가 산업체와 지자체 등과의 협업능력, 노동시장에서의 기술과 직무변화를 분석하고 이를 교육실무에 적극 반영할 수 있는 역량 등이 새로이 요구된다. 교사들의 역량개발에도 더욱 효과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고교 직업교육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1970년에 거의 절반에 달했던 직업계 고교생의 비중(46.6%)이 지속적으로 감소해서 2023년 현재 14.8%에 불과하다. 직업계 고교생의 비중이 줄어든 것은 중학교 졸업생들이 직업계고등학교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직업계고등학교 중 특히 특성화고의 미충원 문제가 심각하다. 그동안 다른 지역에 비해 미충원 문제가 크지 않았던 서울시의 경우에도(2016년 충원율 99.4%) 2022년에는 79.4%라는 충격적인 충원율을 기록했다. 2023년에는 다시 충원율이 96.9%로 급격히 상승했지만, 이는 모집정원을 2022년 대비 2,200명(2022년 모집정원의 18%에 해당)이나 줄인 영향이 크다. 만약 모집정원이 그대로였다면 충원율은 79.3%로 여전히 2022년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직업계고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 학생들이 직업계고를 선호하지 않는 것에는 수긍할 만한 이유가 있다. 2023년 현재 고졸자의 임금수준은 4년제 대졸 이상 고학력자의 66% 수준에 불과하다. 고용률의 격차도 커서 고졸자는 63.3%로 4년제 대졸 이상 고학력자의 77.1%에 비해 14%P 가까이 낮다. 또한 50% 이상의 직업계고 졸업생들이 전공과 관계없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그 비율은 30%대에 불과한 4년제 대졸자에 비해 20%P 이상 높은 상황이다. 대학을 가야 자기 전공에 부합하는 일을 하고, 취업할 가능성도 높으며, 훨씬 더 많은 임금을 받는 지금과 같은 현실에서는 직업계고에 진학할 유인이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직업계고에 진학한 경우에도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취업한 학생보다 훨씬 많다. 특성화고 졸업생의 절반이 졸업 후 진학하고 있는 반면, 취업자 비율은 졸업생의 1/4 수준에 불과하다. 직업계고에 대한 선호도 감소가 직업계고 교육을 더욱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이다. 신입생 확보를 위해 많은 직업계고에서 학생 선호도를 고려한 학과 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학생 선호도가 높은 전공이 반드시 많은 양질의 일자리와 연계되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학생 선호도가 높아 최근 정원이 늘고 있는 미용·관광·레저·음식조리·식품가공 등의 분야는 블루오션에 해당하는 일자리로 연결되는 전공이 아니다. 학과 조정의 더 큰 문제는 교사와 교과목 간의 미스매칭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학교에서 새로운 학과의 전문교과를 그 분야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기존의 정규직 교사가 담당하거나, 해당 분야를 전공한 기간제교사에 의존하고 있다. 2021년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에서 확인된 바에 따르면, 심지어 어떤 사립학교는 전문교과교사들 전부가 기간제교사로 구성되어 있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담당선생님이 이해가 잘 되게 정확한 설명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프로그램밍같은 경우는 책 보고 컴퓨터로 실습하는데 책 내용이 도움이 안 되는 것 같고 무엇보다도 선생님이 제대로 가르쳐 주시지 않는다”, “단순하게 글만 읽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서 심화과정을 배우는 데 힘이 들었고 이해하기 어려웠다”, “선생님들도 잘 모르고 있을 때가 있다”는 등 교사의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필자가 방문했던 직업계고의 교실풍경을 보면 책상에 엎드려 자는 학생들이 많은데, 이것을 전부 학생 탓으로만 돌릴 일도 아닌 것이다. 보통교과 경시로 기초학력미달학생 증가 직업계고등학교 학생들의 기초학력미달 문제도 우려할 만하다. 당장의 실무능력 배양 위주로 교육이 이루어지다 보니, 보통교과가 경시되고 있는 탓이 크다. 직업계고 학생들의 경우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제외된 대신 직업기초능력평가가 시행되고 있는데, 이로 인해 보통교과 경시 경향이 더욱 심화되었다. OECD 국제학업성취도조사(PISA) 자료를 보면([표 1] 참조), 우리나라 직업계고 학생들의 수학 기초학력미달학생 비율은 2006년의 7%에서 2015년 15%로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이는 독일의 2%, 일본의 4%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한국 고등학교 직업교육의 현장성을 높이기 위해 벤치마킹했던 독일의 경우 수학 수업시간 증가 등의 영향으로 오히려 기초학력미달학생의 비율이 줄고 있지만, 한국은 보통교과의 수업시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대조를 이루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최소한의 학습능력이 요구되는 급변하는 미래 평생학습사회에서 직업계고 졸업생들의 낙오가 우려되는 지점이다. 직업계고등학교는 정규교육의 최종 지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역설적으로 더 기초학습능력이 강조되어야 한다. 그간 누적되어 온 학습결손을 학교교육을 통해 보완해 줄 수 있는 최후의 기회인 것이다.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의 교육여건 격차와 차별 고교 직업교육과 고등교육과의 연계 부족 문제도 우리 고교 직업교육의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이다. 전문대학 입학생 중 직업계고 출신은 22%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전문대학에서의 직업교육이 고교단계의 직업교육을 반복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헤어·미용에 대한 사례 연구결과를 보면, 전문대학에서 직업계고 교육과정이 되풀이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국가적으로도 매우 낭비적인 상황이다. 같은 직업계고 내에서 격차와 차별이 존재한다는 점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고교 직업교육은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 고교 유형 간의 교육여건 격차가 매우 크다([표 2] 참조). 2017년 기준 학교홈페이지에 제시된 학교예산으로 계산했을 때, 전체 직업계고 학생의 9% 정도를 차지하는 마이스터고의 경우 학생 1인당 교육비가 783만 원에 달하지만, 학생수의 90% 이상을 점하는 특성화고의 경우 577만 원에 불과해서 200만 원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교사 1인당 학생수도 특성화고는 10.7명인데 반하여 마이스터고등학교는 6.9명으로 훨씬 적어서 기본적인 교육여건에 차이가 있다. 고교 직업교육, 양적 확대보다 질적 제고에 초점을 이렇게 고교 직업교육이 위기에 처한 현실에서, 일각에서는 고교 직업교육의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OECD 평균으로 직업계고 비중이 45.7%에 달하고 있음에 비해 우리는 OECD 평균의 30%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일견 설득력이 있지만, 현재와 같이 직업계고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수를 늘리게 되면 문제만 더 악화할 뿐이다. 또한 중저도 문제해결능력을 요구하는 일자리는 줄고, 고도 문제해결능력을 요구하는 일자리가 늘어나며, 보다 높은 수준의 스킬과 교육수준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미래 사회가 변화되고 있는 가운데, 고교 직업교육을 늘리는 것은 미래 사회의 변화 방향과 배치될 수도 있다. 물론 고교 직업교육 이수 후 대학에 진학하는 경로의 활성화를 통해 미래의 고숙련에 대한 수요에 대응할 수는 있지만, 현재와 같이 고교 직업교육과 고등교육의 연계가 미흡한 상황에서는 낭비적 요소가 적지 않다. 따라서 우선은 양적 확대보다 질적 제고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며, 고교단계 직업교육과 고등교육·평생교육의 연계를 강화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질적 제고를 위해 오히려 양적 감소를 감수해야 한다. 질적 제고가 달성되면 양적 확대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필자는 특성화고의 절반을 마이스터고로 전환하고, 나머지 절반은 일반고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지역 내의 산업 수요 충족과 미래 신산업 육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특성화고 일부를 적극적으로 마이스터고로 전환하는 것이다. 나머지 특성화고는 일반고로 전환하되, 일반고 학생 중 직업교육을 희망하는 학생에게는 고교학점제를 통해 주변 마이스터고나 전문대학 등에서 직업계고 프로그램을 이수할 수 있게 한다. 이렇게 하면 추가 예산 소요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특성화고 절반을 일반고로 전환할 시 재원 절감 효과가 있고, 그 재원을 나머지 절반 특성화고의 마이스터고 전환 재원으로 활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성화고의 일반고 전환에 따른 시설 장비, 전문교과 교원 등은 마이스터고로 배치하거나 고교학점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학 등에서 활용 가능하므로, 시설 장비나 교원의 유휴화 문제도 크지 않을 것이다. 한편 마이스터고로 전환하는 고교에서는 IB-CP(International Baccalaureate-Career-related Programme)를 적극 도입하도록 한다. IB-CP는 인문교육과 직업교육을 통합하고 직업교육의 지위를 향상시킬 목적으로 고안되었으므로, 우리나라 직업계고의 현재 문제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직업교육도 잘 시키고 기초학력 강화에도 도움이 되어 대학진학과 평생학습시대에도 대비하는 일석이조의 교육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IB-CP는 IB에 대한 일반적 비판으로부터 자유롭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층이 진학하는 직업계고등학교에 적용하는 프로그램이므로 ‘귀족학교’라는 프레이밍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 IB-CP에서 가장 비중이 큰 CRS(Career-Related Studies)는 학교자율운영(물론 외부평가 있겠지만)이므로 교육과정 사대주의에 대한 비판으로부터도 자유롭다. 또한 취업 강조 프로그램이고, 대학 진학 시에도 직업계고 출신은 정시가 아닌 별도전형으로 진학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입시제도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기 때문에 입시제도의 혁신적 변화가 아직 쉽지 않은 우리 교육현실에서도 충분히 확대 여지가 있다. 미래 사회 대비를 위해 우리 학생들에게 무엇이 중요하고 필요한지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면서 고교 직업교육의 혁신을 고민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 서야만 고교 직업교육의 진정한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다.
마음건강이 중요해진 시대입니다. 그래서인지 마음건강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태껏 정신건강을 위한 방법이라던 게 슬쩍 마음건강을 위한 방법이라고 둔갑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이 마음과 정신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틈을 이용하는 게지요. 외국에서 개발된 ‘mind’와 관련 프로그램을 수입하면서 ‘마음’을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번역한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mind’는 ‘마음’이 아닙니다. 흔한 영어표현으로 “Are you out of mind?”는 “정신 나갔어?”, “Be mindful!”은 “정신 차려!”, “Where is your mind?”는 “정신 나갔냐?”입니다. ‘mind’는 흔히 정신을 뜻합니다. 마음이란 뜻으로 쓰일 때가 있기는 합니다. “You are in my mind”는 “넌 내 마음속에 있어”, “I changed my mind”는 “내 마음 바꿨어”입니다. 하지만 더 흔히 마음을 하트(heart)로 표현합니다. 그런데도 서양 논문에 나오는 mind가 거의 일률적으로 마음으로 번역되는 바람에 개념들이 혼탁해지고 이상해졌습니다. 서양에서 흘러들어온 마음건강법은 일단 조심해야 합니다. 마음건강과 정신건강을 구분하지 못하고, 방법들을 가리지 못하고 사용하면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가 평소에 흔히 내뱉는 조언도 조심해야 합니다. 마음이 괴로울 때 흔히 “마음을 비워라”고 조언해 줍니다. 그러나 마음을 어떻게 비울까요? “마음을 단단히 먹어라”, “마음을 좋게 지녀라”라는 조언도 흔히 듣습니다. 그러나 무슨 마음을 어떻게 먹어야 되는지, 어떻게 지녀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마음껏 살아라.” 아니,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마음껏 살란 말입니까. 모순이 아닌가요. 괴로운 마음을 위로해 주고 지지해 준답시고 이런 ‘아무 말 잔치’가 종종 벌어지고 있습니다. 마음이 힘들 땐 생각이 잘 안되니 이런 모순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달콤한 말장난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하지만 그 순간뿐이잖아요. 그 사이에 현실이 달라지지 않았고, 내가 달라지지도 않고, 단지 말장수의 지갑만 두둑해졌겠지요. 우리의 허해진 마음을 이용하는 현란한 말재주에 넘어가지 맙시다. 그 대신 정확한 팩트와 최신 과학적 지식을 통해 마음 개념을 정리해야 합니다. 가장 먼저 2014년도에 개최된 세계 심뇌과학 학술대회(international conference on neurocardiology)를 언급하고 싶습니다. 뇌는 머리에만 있지 않습니다. 심장에도 있습니다. 머리에 있는 뇌를 두뇌라고 하고, 심장에 있는 뇌를 심뇌라 부릅니다. 두뇌는 당연히 생각을 관장하지요. 심뇌는 감정을 관장합니다. 내·외부자극으로 발생되는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 시그널이 총집결하는 곳이 심장이어서 오감의 본거지이기 때문입니다. 두뇌와 심뇌가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지만,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소통하고 있습니다. 이 연결된 상태가 마음입니다. 마음은 생각과 감정이 연결되어 존재합니다. 그래서 마음이 생성되고 작동하는 메커니즘은 상당히 복잡하지만, 세 가지만 알아도 마음건강을 지키는 데에 충분합니다. 첫째, 우리는 오관을 통해서 외부세상을 만납니다. 즉 눈·코·입·혀·피부를 통해서 외부자극이 들어옵니다. 이 자극이 오감을 일으킵니다. 오감은 반사반응이고, 감각이 되어 우리가 알아차리게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0.2초 정도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가 반사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놀람(공포와 분노)·불쾌함(혐오)·좋음(기쁨)·슬픔 등 몇 가지 되지 않습니다. 다윈은 이러한 감정이 인류보편적으로 표정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놀랍게도 조선 성리학의 사단칠정(四端七情)에 명시된 일곱 가지 감정, 희(喜)·노(怒)·애(哀)·구(懼)·애(愛)·오(惡)·욕(欲)과 상당히 일치합니다. 둘째, 반사적 반응은 휘발성이 강해서 자극이 사라지면 곧바로 따라 사라집니다. 하지만 큰 자극으로 인해서 큰 감정이 발생했다면 우리는 기억해 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무의식적으로 그 감정을 유발한 자극에 대한 정보와 함께 묶어서 마음에 저장해 둡니다. 실제로 기억력을 관리하는 해마와 감정을 처리하는 편도체가 서로 바로 옆에 붙어서 함께 작동합니다. 저는 이 저장된 감정과 생각 연결체를 마음이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감정단어는 감정만이 아니라 생각이 포함된 ‘마음단어’라고 불러야 옳습니다. 예를 들어 죄책감·열등감·정의감·고독감·질투심·수치심·허영심 등은 생각이 동반되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감정이지요. 죄라는 개념이 없으면 죄책감이 생기지 않습니다. 남을 의식하지 못하고 우열을 따지지 못하면 질투심과 열등감이 생기지 않습니다. 옳고 그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면 수치심이 발생되지 않습니다. 이렇듯 감정과 생각이 뗄 수 없이 얽혀있고 연결되어 있는 게 마음입니다. 셋째, 우리는 살아오면서 체험한 수백, 수천 개의 좋은 추억과 나쁜 트라우마가 깡그리 다 마음속에 저장되어 뒤섞여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 우리는 자신의 마음속에 어떤 마음씨들이 들어 있는지 잘 알기 어렵습니다. 특히 언어(생각)가 발달되기 전의 아주 어릴 때 체험도 다 마음속에 저장되어 있는데, 의식하지 못할 뿐입니다. 그러나 의식하지 못한다고 없는 것은 아니지요. 비유를 들자면, 내가 옷을 옷장에 넣어두었는데 어디 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옷이 없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아동기 때 어떤 경험을 했는가가 사람의 마음건강을 크게 좌우합니다. 부정적 마음씨가 지배하면 마음이 괴롭고 한스럽고, 긍정적 마음씨가 부각되면 자부심과 자존심이 커집니다. 이 마음을 다스리는 능력이 마음지능입니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한국어 마음이란 단어와 동일한 개념이 아예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 능력을 흔히 사회·정서적역량(SES) 또는 정서지능(EQ)이라고 부릅니다. “학생이 성공하기 위해 어떤 능력이 필요한가?” 물어보면 챗봇이 자신 있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정서지능은 학교·직장·사회생활 등 모든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이며 “행복한 아이가 지닌 지능은 일반적으로 IQ 테스트에서 측정되는 지능과는 다르다”, “행복한 아이는 정서지능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챗봇이 의존하는 빅데이터 베이스에 마음지능이란 개념이 없어서 정서지능이라고 대처했을 뿐입니다. 행복한 아이는 EQ와 IQ 둘 다 필요하며, 이 둘이 서로 연결되어 조화를 이루어내어야 합니다. 이성(IQ)과 감성(EQ)이 서로 연결되어, 생각을 다스리는 논리와 감정을 다스리는 심리가 합쳐져서, 아이가 합리적으로 사려 깊게 행동해야 성공하기 때문입니다. 마음지능은 즐거운 마음상태를 이루는 능력입니다. 구구단 같은 무미건조한 내용은 수백 번 반복해야만 간신히 머리에 기억되는 반면 강한 감정을 유발하는 내용은 자동으로 마음에 기억됩니다. 아마 그래서 공자님도 논어의 첫마디를 ‘학이시습지 불역열호아(學而時習之不亦說乎兒)’라고 학습의 즐거움을 피력했나 봅니다. 즐거움은 학생이 마음의 문을 열게 하고, 학생의 마음을 움직이는 교육이 최고입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아이들에게 공부가 쉽고 재미있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뜻이 전혀 아닙니다. 우리는 교육자이지 엔터테이너가 아니기도 하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됩니다. 남이 즐겁게 해주어서 느껴지는 즐거움과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공부는 어차피 어렵고 힘든 것입니다. 하지만 공부가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성장에 도움이 되면 하루하루가 뿌듯하고 즐겁습니다. 즐거움의 원천이 성장이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강조해야 하는 개념은 성공이 아니라 성장입니다. 이제 우리는 성장을 위한 교육을 해야 합니다. 성장이란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아가게 하고,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나게 하는 창의적이고 즐거운 과정입니다. 행복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행복한 교육이어야 합니다. 행복한 교육이 바로 성공적인 삶을 위한 교육입니다. 이게 바로 아이들의 마음건강을 위한 최고의 예방입니다.
지능혁명 시대, ‘무엇이 가장 가치 있는 지식인가?’ 21세기, 인간은 인공지능에 쫓기고 있다. AI(GPT)를 장착한 로봇이 언제 인간을 잉여로 만들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휩싸여 있다. 학습을 전문으로 했던 인간지능을 능가하여 딥러닝(Deep Learning)으로 인간보다 학습을 빠르게 더 잘하여 일상적·전문적 지식을 생산한다는 강력한 경쟁자를 인류는 만났다. 만물의 영장(靈長) 노릇을 해온 인간으로서는 피조물에 의해 지배당할 수도 있기에 그들을 적절히 제어하길 원한다. 대안으로 하나같이 인간 고유의 것을 연마하여 AI로봇보다 우위를 점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그 구체적인 내용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오늘날은 모든 사물과 자연이 센서를 달고 정보를 송수신하는(IoT) 신물활론(neo-Animism, neo-Hylozoism) 시대인데, 인간은 그 오케스트라 지휘자이고 싶어 한다. 말에서 글로, 다시 글을 벗어나면서 동영상으로, 우리는 새로운 문명사적 전환을 맞고 있다. 영국에서 전승되는 한 시가는 ‘사람이 천년을 살기로 보장받았다면, 뭘 그리 서둘러, 뭘 그리 전전긍긍하며, 알려고 들고, 하려고 들겠는가?’라고 노래하였다. 필자의 전공인 교육과정학은 ‘시한부(時限附) 인생에게 가장 가치 있는 학습경험을 찾아 제공’하는 분야이다. ‘무엇이 가장 가치 있는 지식인가?’ 이것은 1860년 신분제 붕괴 이후 산업혁명과 모든 사람이 자유민주사회의 일원인 보다 평등한 영국에서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의 질문이었다. 그는 온전한 교양생활을 누리기 위해서는, 실증된 과학적 지식에 바탕한, 가장 중요한 지식은 직접적인 자기보전(건강 보건)을 위한 과학적 지식을 최우선으로 하여, 간접적인 자기보전(직업지식), 가정과 육아, 정치시민생활, 예술생활에 필요한 과학적 지식 5가지를 차례로 가장 쓸모 있다고 하였다. 이는 과거 소수귀족이 독점하던 지식의 우선순위를 뒤집은 것이었다. 인공지능에 쫓기는 인간, AI 보다 더 스마트해야 살아남는다 AI 시대와 지능혁명 시대에도 이 질문은 다시 물어져야 한다. 흔히 AI는 대화형·식별형·예측형·실행형으로 나뉘고, 각각 인간을 ‘대체’하거나 ‘보완’해준다. 우리는 산업혁명 초기의 육체노동직(blue collar), 석유와 전기산업기의 사무직(white collar), 20세기 후반 감성지수(마음의 힘)가 높다는 창의적 근로자(gold collar)조차 ‘실업과 잉여’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체력·지력·심력을 갖추고 자기관리하며 대인관계력이 좋은 전인을 원동연(2024)은 다이아몬드칼라(diamond collar)라고 불렀다. 분명한 것은 학습기계가 스마트해지는 만큼 인간은 더 스마트해져야 학습기계를 다스릴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학습기계의 학습영역을 ‘조망(眺望)’할 수 있는 학습영역을 인간이 학습하여 ‘고지(高地)’를 선점하는 것이다. 학교는 ‘배우는 법, 살아가는 법, 일하는 법’을 가르치고 배우는 곳이다. 학교 공부는 ‘건강한 생활’(체육·보건·건강)과 ‘즐거운 생활’(미술·음악 등 예술)을 바탕으로 한다. 이후 ‘바른생활’을 통하여 학생의 바람직한 자세와 태도가 잡히면 ‘슬기로운 생활’로 나아간다. 슬기는 인간과 사회생활의 슬기(외교·정치·경제·사회문화·도덕윤리·역사·지리 등)와 자연과 사물 관련 슬기(수학·물리·화학·생명과학·지구환경과학·기술공학과 AI 등)를 말한다. 사회와 과학은 그 내용과 활동이 점점 복잡다단해지고 있어 그 핵심 줄기나 뼈대를 잡기 어려워진다. 분명한 것은 상대적으로 전자는 사실과 사건에 대한 주관적 이해·의견·판단·주장이 앞서고, 후자는 사실에 바탕한 객관적 정답과 최선답을 추구한다. 후자 위에 전자가 서야 인간과 사회는 안정적으로 발전한다. 오늘날 우리교육의 기조인 ‘민주+평등+감성(감수성)’은 인간감정의 배출구 노릇을 하지만, ‘자유+민주+이성’으로 교육하지 않으면 인격의 고양과 문명사회 발전을 기약하기 어려울 것이다. 학령기 학습은 모두에게 같은 기초·기본 생활교양교육을, 성·인종·언어·지역·언어·계층 등 어떠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기본권으로 그 학습의 과정과 심지어 결과조차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을 넘어서는 심화·특수 전문직업 전문교육은 각 집단별로 차별이 아닌 차이(적성과 진로)에 따라 알맞게 맞춤형으로 교육이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전자는 약점보완형으로 전인교육을, 후자는 전인교육을 바탕으로 한 강점강화형으로 분야별 전문인을 길러내는 일이다. 결국 전인교육 위에 전문교육을 얹는 형식이고, 그 둘의 조화이다. 호랑이에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속담처럼 이런 때일수록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강점강화형 교육을 통해 인간의 능력을 배가시켜야 한다. 인간은 AI장착로봇과는 다른 차원을 살아가야 하고, 다른 게임의 룰 속에서 그들을 통어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그간의 교육내용이나 활동의 상당 부분은 AI(GPT)로봇에게 넘겨야 한다. 인간은 인간답게 드높은 교육과 학습을 실행해나가야 한다. 과거에도 교육을 효과적·효율적으로 하려는 노력이 있어 왔다. 커리큘럼(Curriculum)이라는 용어를 처음 썼다고 알려진 라무스(P. Ramus)는 중세 7자유과를 효과적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방법으로서 나무 모형으로 교과내용을 계열화하였다. 퇴계 이황은 유교공부를 하는 왕도로서 성학십도(聖學十圖)를 그려냈다. 교육과정학의 과학화를 시도한 스펜서(H. Spencer)는 지덕체 3육에서 어떤 지식이 가장 가치 있는가를 물으면서, 인간을 인간답게 할 수 있는 학습의 우선순위를 잡았다. 1960년대 학습의 현대화를 앞당긴 브루너(J. Bruner)는 각 학문의 구조를 강조하였다. 오늘날 IB가 개념탐구를 강조하는 것은 학문의 구조 탐구의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이아몬드형 인간육성을 위한 ‘고공학습’이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AI 등장 이후 인간학습은 이전과는 다른 학습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습할 대상의 타당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학습할 필요가 없는 것을 굳이 ‘알아두면 좋을 것’이라고 여겨 학습시키는 것은 일종의 ‘삽질’을 시키는 것이다. 기회학습이 너무 커서는 곤란하다. 일찍이 원동연은 다이아몬드형 인간육성을 위한 ‘고공학습’을 제안한 바 있다. 이전보다 고도(高度, god)의 고차원학습을 추구해야 한다. 고차원학습은 총론적으로 그리고 각론적으로 가장 중요한, 가장 전이력이 높은, 가장 설명력이 풍부한, 가장 포괄성이 있는, 가장 오랜 기억이 되는, 가장 많이 쓰이는, 가장 추상적인, 어떤 단원의 제목이 되거나 가장 중요한 결론, 해당 분야의 가장 기초·기본적인 것, 가장 높은 수준의 것, 가장 상징적인 ‘개념 이상의 중요 명제·원리·법칙·이론’ 등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인 사실이나 지식은 최대한 삭제하되, 그것들은 핵심적인 개념·원리·법칙·이론의 전형적인 예시(사례)일 경우에만 맥락적 의미를 가질 것이다. 즉 전형적인 사례는 추상적인 공부를 구체화하는 방식이다. 저차원의 지식 내용은 더 상위의 개념·원리·법칙·이론에 붙들려 있을 때 유의미한 고차원학습에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고차원학습 원칙에 따라 현행 교과내용을 재검토하여 대대적으로 솎아내야 한다. 지엽적인 부스러기 지식은 물론, 알면 좋은 것들(worth being familiar with)이나 중요한 지식과 기술(important to know and do)도 대폭 솎아내야 할 것이다. 현재 교육과정에는 지엽적인 것들이 아주 많이 들어와 있어 학생들로 하여금 이것도 공부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중간고사·기말고사·학년말고사에서 ‘구석’에서 내지 않는 한 출제 대상이 못 되는 사실과 지식들을 학교수업에서는 제거해야 할 것이다.
교권5법이 지난해 개정되었음에도 여전히 「아동복지법」은 아이 기분 상해죄, 저승사자법 등 다양한 별칭으로 불리며 교직사회를 힘들게 하고 있다. 「아동복리법」이라는 이름으로 1961년 제정되어 1981년 「아동복지법」으로 바뀌어 63년간 존재해 온 법이지만, 실제로 교원에게 무거운 짐이 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여 년이 조금 넘었다. 2010년도 경기학생인권조례 공포, 전면 체벌금지를 담은 2011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2014년 「아동학대처벌법」 제정을 거치면서 교원의 교육활동과 생활지도, 학교폭력 처리과정에서 「아동복지법」 위반 신고가 급증했다. 물론 과거의 잘못된 체벌문화와 학생인권을 소홀히 하는 구습적 교직문화로 인한 신고사례도 있지만, 점차 정당한 생활지도나 교육활동조차 신고 되는 경우가 늘게 됐다. 문제행동의 학생 증가로 인한 교실붕괴, 교권추락의 심화는 결국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교권을 심각히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기존 「유아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에도 교원의 학생 교육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명시되어 있었지만, 더 명시적으로 교원의 생활지도권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현장교사의 요구가 분출되었다. 이에 교총은 2022년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에게 요청하여 법안을 발의, 2022년 말 「초·중등교육법」이 개정·실현되어 2023년 6월 28일부터 시행됐다. 법이 아닌 교권보호조례나 학칙으로 학생징계를 더 세밀하게 하자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법체제나 대법원 판례를 외면한 주장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2022년 12월 대법원은 학생징계에서의 징계법정주의를 명확히 하는 판결을 냈다. 중학교 3학년생이 수업 도중 휴대전화 무단 사용으로교사에게 적발됐는데도 휴대전화를 제출하지 않았고, 이에 학교는 학칙에 따라 교내봉사 2시간, 그중 1시간은 ‘교사에게 사과 편지쓰기’ 처벌을 내렸다. 이에 학부모는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여 1심 각하, 2심 기각의 판결이 있었으나 법원은 원심을 파기하며 학생·학부모의 손을 들어줬다. 비록 학칙에 사과 편지쓰기라는 징계 근거가 있지만,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상에 없는 징계는 무효하다는, 즉 학생징계에서의 징계 법정주의 명확화를 판결한 사례다. 따라서 학생의 권리 제한, 학생징계 관련해서는 법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을 더욱 절감하게 한 판례였다. 비록 교원의 생활지도권 법제화가 이루어지고, 생활지도 고시를 통해 문제행동 학생 제지·분리 등의 조치가 가능하게 되었지만, 툭하면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는 고통의 강도는 줄지 않았다. 그러는 가운데 지난해 7월 서이초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계기로 12차례에 걸친 교사집회 등 교권보호제도 강화의 요구와 필요성이 들불처럼 번졌고, 마침내 교권5법을 이루어낼 수 있었다. 개정된 아동학대 관련 법 주요 내용과 효과 개정 교권5법은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교원지위법」은 1991년 제정 이후 21차례의 개정이 있었는데 교권보호와 관련해 가장 많이, 가장 강력하게 반영됐다. 특히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관련한 개선 내용도 법 개정에 포함됐다. 「유아교육법」 및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교원의 정당한 학생생활지도에 대해서는 아동학대 면책, 「교원지위법」 개정을 통해 정당한 사유 없이 아동학대 신고만으로 직위해제 금지, 교육감의 아동신고의견서 제출 의무,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을 통해 교원의 정당한 학생생활지도에 대해서는 아동학대 면책, 교육감의 의견서 제출 경찰·검찰 반영 의무화가 반영됐다. 이러한 법률 개정과 시행에 따른 효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실질적으로 아동학대 신고 감소 효과가 있다. 교육부가 올해 7월 17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교육감 의견제출제도가 시행된 9개월(2023.9.25.~2024.6.30.) 동안 교원 대상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553건으로 월평균 61.4건에 달했다. 이는 2022년 1년간 보건복지부의 유·초·중·고 교직원 아동학대 사례 건수 1,702건, 월평균 142건에 비하면 상당히 감소한 것이다. 이러한 신고 건수 감소 효과에 더해 불기소율도 증가했다. 즉 교육청은 교육감 의견제출제도가 시행된 9개월(2023.9.25.~2024.6.30.) 동안 교원 대상 아동학대 신고 553건 중 387건(70%)에 대해 ‘정당한 생활지도’로 의견을 제출했고, ‘정당한 생활지도’로 의견을 제출한 387건 중 수사결정이 완료된 것은 160건이며, 이 중에서 137건(85.6%)은 ‘불기소’ 또는 ‘불입건’ 종결되었다. 교육감 의견제출제도 도입 전인 2022년과 도입 이후를 비교하였을 때 불기소비율은 17.9% 증가, 아동 보호사건 처리비율은 49.2% 감소해 동 제도가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 입증에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둘째, 학부모의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일정 부분 생겼다. 기존에는 생활지도·학교폭력 처리과정에서 불만을 품은 학부모가 아동학대 신고를 ‘전가의 보도’처럼 여기며, 툭하면 신고부터 하는 풍토가 확산하였고, 서이초 교사 사건 및 교권5법 제정 과정을 거치면서 다소 조심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교원 대상 아동학대 신고가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고 있고, 특히 무엇보다 정서학대가 가장 큰 논란을 발생시키고 있다. ‘정서학대’ 등 「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의 문제점 비록 법 개정을 통해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면책권, 정당한 사유 없는 직위해제 금지, 교육감 의견제출제도 등의 도입으로 나아졌다고 하지만 교사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의 위험성과 스트레스는 여전하다. 「헌법」 상 국민의 권리인 고소·고발권 자체를 막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정당한 교육활동이나 생활지도라 하더라도 학생·학부모가 기분이 나빠서, 골탕 먹이려고, 의심이 가서라는 이유로 신고하는 순간 교사는 혐의자·가해자·피고인이 되어 버린다. 아동학대 관련 법이 왜 교직사회의 저승사자법인지, 왜 교사를 힘들게 하는지 법을 보면 알 수 있다. 첫째, 많은 시간이 낭비되고 심신이 피폐해진다. 경찰에서 무혐의 결정을 받더라도 검찰까지 가야 한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이 되었으나 아동학대 사건은 「아동학대처벌법」 제24조(사법경찰관의 사건송치) 조항에 따라 검찰까지 송치하게 되어 있다. 이는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면 많은 시간과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죄 입증도 본인의 몫이며, 무혐의를 받아야 변호사비·소송비도 교육청으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 시간과 비용도 문제지만, 경찰·검찰·교육청·지자체 등 몇 차례의 조사를 받고 신경을 쓰다 보면 교육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이 더 문제다. 둘째, 학부모의 민원이나 문제 제기로 동료·후배교사를 신고해야 한다. 미신고 시 과태료 부과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상존한다. 셋째,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남발자에 대한 처벌이 쉽지 않다. 아동학대는 의심만으로도 신고할 수 있고, 아예 없는 사실을 신고하지 않는 이상 무고죄 처벌도 거의 어렵다. 또 「아동학대처벌법」 10조의2(불이익조치의 금지) ‘누구든지 아동학대범죄신고자 등에게 아동학대 범죄 신고 등을 이유로 불이익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도 있다. 넷째, 모호하고 포괄적인 정서학대 신고의 고통과 불안감이 너무 크다. 법은 명확해야 하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이 정서학대인지’가 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매우 모호하다. 교사가 어떤 말 등 행위를 했을 때 정서학대인지에 대해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학부모의 신고가 남발되고, 신고 후 교육청 조사, 조사·수사기관의 조사, 검찰 수사, 법원 판결로 이어지는 힘든 과정을 오롯이 교사 혼자 해결해야 한다. 비록 무혐의나 무죄가 나와도 신고자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교사는 심신과 재산상 엄청난 피해를 보는 구조다. 또한 유사사례임에도 조사·수사기관과 법원에 따라서, 또 누구냐에 따라서 천양지판의 판단과 결정이 되다 보니 학교현장에서는 여전히 정서학대의 모호성으로 인한 불안감과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교총이 지난해 10월, 전국 유·초·중·고 교원 5,461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응답 교원의 99.4%가 「아동복지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제22대 국회 개원과 교사 출신 의원의 「아동복지법」 개정 발의 올해 5월 30일에 임기가 시작된 제22대 국회에서 교사 출신 여·야 국회의원 3명이 당선됐다. 교총회장 출신인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 초교조 수석부위원장 출신인 백승아 민주당 의원,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다. 교사 출신답게 교육현실과 교단의 어려움을 반영해 정서학대를 명확히 하는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 정성국 의원 발의(2024.6.7.) 「아동복지법」 개정안 정성국 의원 발의 「아동복지법」 개정안 핵심내용은 △교원의 정당한 학생생활지도의 경우 아동학대로 보지 않음, △모호하고 광범위한 정서적 학대 행위의 개념을 구체화하여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방지, △아동학대 범죄 무혐의·무죄의 경우 아동통합정보시스템에 아동학대 행위자 기록 삭제 등 세 가지이다. 특히 정서학대를 폭언·욕설·비방 등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경우로 한정했다. ● 백승아 의원 발의(2024.7.5) 「아동복지법」 개정안 백승아 의원 발의 「아동복지법」 개정안 핵심내용은 △정서학대를 반복적·지속적이거나 일시적·일회적이라고 하더라도 그 정도가 심한 것으로 판단되는 행위로 규정, △아동학대 범죄를 범하지 않았으나 아동학대 범죄를 범한 것으로 신고 된 자에 대하여 그에 관한 정보를 아동학대정보시스템에서 삭제이다. 이러한 교사 출신 국회 여·야의원 법안 발의는 개정 가능성을 높이며 교직사회에 큰 희망을 주었다. 그러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아동권리연대·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이 7월 19일, 아동권리 훼손을 우려하며 반대하자, 7월 24일 제1야당인 민주당이 정서적 아동학대를 구체화하는 내용을 담은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당론에서 제외했다. 이에 교총 등 교직사회는 여·야가 당론으로 채택해 조속히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이 「학생인권법」을 발의해 교권5법을 위협하고 있다. 정서학대 명확화, 「아동복지법」 개정이 이루어지려면 국회 제1당인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고 소극적이면 국회통과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민주당은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에만 경도되지 말고, 50만 교원의 절규와 학교 현실을 헤아려야 한다. 「아동복지법」 개정이 아동인권의 후퇴가 아니라 오히려 정서학대의 명확화와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교사의 교권과 인권을 지키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교육부도 적극적으로 나서 토론과 타협을 통해 결과를 도출하는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교직사회도 국회와 국민 설득을 위한 대동단결 의지와 활동이 필요하다. 교권5법 개정이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절박함과 검은 물결이 이뤄낸 결과물이다. 칭찬 스티커 안 주었다고, 담배 피우는 학생 훈계했다고, 잘 그린 그림만 교실에 전시했다고, 문제행동 지적했다고 정서학대로 신고당해 조사받는 교사가 아이를 사랑하고 수업에 전념할 수 있을까? 이대로 두다가는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교사 개인의 비극을 넘어서 문제행동·교권침해·학교폭력 학생의 잘못된 언행을 방치하게 되는 학교가 될 것이다. 아니 이미 상당수 되었고, 더 되어가는 중이다. 국회와 정부의 결단과 국민의 이해를 기대한다.
문혜영(사진) 제주 탐라중 교사는 지난해 임용된 교직 1년 차이다. 교육부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맞춰 모집한 교육혁명 선도교사에 뽑혀 지난여름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고 교사로서 역량을 기르는, ‘도전하는 교사’가 되고 싶어 교실혁명 선도교사에 지원했다는 그는 이번 연수를 통해 다양한 수업사례를 공유하고 ‘교수평’에 대한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고 만족해했다.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속내도 털어놨다. 학생 개개인의 학습능력을 AI가 파악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개별화 학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문제풀이 학습에 그치지 않도록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교실혁명 선도교사에 지원한 이유는? “2025 교육과정은 ‘학생 중심의 맞춤형교육’과 ‘개념 기반 학습’을 특히나 강조하는데, 사실 학교현장에서 교사와 학생의 교수·학습방법을 살펴보면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디지털을 접목한 진짜 학생 중심의 학습이 이뤄지는 방법을 탐구하고 싶었다. 교직경력이 짧은 나에게 교실혁명 선도교사 연수는 매우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여러 선생님을 만나며 다양한 수업사례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뜻깊은 경험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AIDT를 실제 수업에 적용하기 위해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 것인지, 또 수업은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을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 이번 연수가 교사로서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됐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이번 연수를 통해 AIDT에 대한 기본적이면서도 심도 있는 이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또 ‘에듀테크를 활용한 수업’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수업목표를 세울 수 있었고, 수업설계부터 평가까지 함께하다 보니 다른 선생님들의 아이디어와 덧대어져 내가 가진 생각보다 훨씬 확산적 사고를 할 수 있었다.” 교육현장에 에듀테크 바람이 거세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특별교과실이 아닌 각 학급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데 여러 대의 노트북을 연결하다 보니 와이파이(WiFi)가 끊기거나 속도가 느려지는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에듀테크를 활용한 수업은 대부분 실시간이며 즉각적인 피드백이 주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이 부분은 개선이 시급하다. 정부가 진심으로 AIDT 등 디지털 활용수업을 하려 한다면 학생들에게 지급되는 디지털기기나 인터넷망 개선에 더 투자해야 한다고 본다. 스쿨넷 회선 자체가 10기가는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AIDT 프로토타입을 사용해 봤을 텐데 어떻게 평가하나. “솔직히 처음엔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현장에 적용하는데 거리가 있지 않을까 회의적이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접해보니 예상보다 훌륭했다. 학생 각각의 학습데이터를 분석해 어느 정도로 성취했는지를 교사가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또 학생 개인의 학습능력을 AI가 파악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개별화 학습도 기대를 갖기에 충분했다.” AI 디지털교과서가 학생들의 학습격차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교육부는 주장한다. 동의하나. “도입단계라 단언하기 어렵지만,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이 AI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한다고 해서 동기부여가 되고 학업성취도가 오를 것으로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본다. 학습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완전히 부인하기 어렵다. AI 디지털교과서가 문제풀이 학습에 그치지 않도록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외에 교사로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 “학생이 기본적으로 활용방법 자체를 익히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이는 간단한 활동부터 시작해 점차 활용도를 넓혀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 ‘메타인지이동’이 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기기를 활용하는 수업이다 보니 수업의 내용적인 측면보다 기기 활용 자체에만 몰입되지 않게 교사의 적극적인 지도가 필요하다. 기존에 하던 수업과의 괴리감이 없도록 교사로서 많은 연구가 요구된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9월 모의평가 직후 난이도에 대한 설문에서 다수 수험생이 ‘대체로 쉽게 출제됐다’고 답했다. EBS에 따르면 4일 평가 종료 후 EBSi 사이트(www.ebsi.co.kr)에서 체감난이도를 묻는 설문조사의 중간 집계 결과(4일 20시 기준) 전반적인 난이도를 묻는 물음에 대한 답변 비율이 ‘어려웠다’ 보다 ‘쉬웠다’가 더욱 높았다. ‘어려웠다’고 답한 비율은 30%에도 못 미쳤다. ‘보통이었다’가 33.6%로 가장 많았고, ‘약간 쉬웠다’가 27.0%로 그 뒤를 이었다. 특히 국어·수학·영어 3개 영역에서 지난해 시행된 2024학년도 수능이나 올 6월 평가보다 쉽게 출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어의 경우 ‘약간 어려웠다’나 ‘매우 어려웠다’를 택한 설문 참가자가 20%가 되지 않았다. 수학 역시 이 비율은 25% 정도에 머물렀다. 영어·한국사·사회탐구,·과학탐구 등 나머지 영역에서 ‘어려웠다’는 답변 비율이 모두 30~45%에 형성된 것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영어 영역에서의 ‘어려웠다’ 답변 비율은 40%대로 국어·수학에 비해 높았으나 지난 6월 평가에 비하면 조금 쉽게 출제된 것으로 관측된다. 당시 영어 영역 1등급 비율은 1.47%에 그칠 정도였다. EBS 강사들의 평가 역시 이전보다 쉽게 출제됐다고 입을 모았다. 국어 강사인 한병훈 충남 천안중앙고 교사는 “전체적인 난이도는 2024학년도 수능, 올해 6월 모의평가보다 쉬운 편”이라고 했고, 수학 강사인 심주석 인천하늘고 교사는 “올 6월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697명이었는데, 이번에는 1000명 내외로 형성될 것 같다”고 평했다. EBS는 1등급 커트라인에 대해 국어 영역의 경우 ‘언어와 매체’ 95점, ‘화법과 작문’ 98점으로 예상했다. 2문제 정도만 틀려도 2등급으로 떨어질 수 있는 수준이다. 수학의 경우 ‘미적분’ 92점, ‘기하’ 93점, ‘확률과 통계’ 95점으로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9월 모의평가가 쉽게 출제됐다고 해서 오는 11월 본 수능에서도 비슷한 난이도로 예상하면 안 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의대 증원 영향으로 상위권 성적의 ‘n수생’들이 다수 도전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다소 어렵게 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의평가는 수험생의 수능 준비도를 진단하고 보충하는 목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6월 평가는 문제 유형에, 9월 평가는 출제 난이도에 초점을 두고 출제된다. 전문가들은 “본 수능은 어렵게 출제될 것을 목표로 학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 장애학생 e-축제가 3~4일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가운데 4일 FC 온라인 축구 결승전이 열리고 있다. 전국 장애학생 e-축제가 3~4일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4일 체험프로그램 부스에서 e-스포츠 게임을 체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