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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지난해부터 친정과 시댁 부모님이 많이 편찮으셔서 집안 분위기가 우울했는데 단비와도 같은 당선 소식에 모처럼 가족들과 함께 웃고 행복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부쩍 드는 생각이지만 내게 아이들은 존재 이유이며 비타민이다. 지난 겨울에는 독감 유행으로 보건실이 전쟁을 치렀다. 밀려드는 독감 의심 환자들과 학부모 상담으로 지병인 천식까지 재발돼 많이 아팠다. 그런데 독감이 다 나아서도 6학년 학생들이 보건실에 밀려오기 시작했다. 이유인즉, 6학년 국어 교과와 관련해 이번 독감으로 보건샘이 고생 많이 하시며 우리 학교를 잘 지키셨으니 뉴스 인터뷰로 수행평가 발표를 하겠다는 것이다. 모세기관지염까지 겹쳐 목소리가 갈라지고 기침발작이 시작돼 말하기도 힘들어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지만 반짝반짝 눈을 깜박이며 사정을 하는 녀석들에게 거절을 할 수 없어 마스크를 착용하고 인터뷰를 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하는 생각으로. 그런데 한 팀이 가고 나서 2일 내내 반을 바꿔가며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어떤 학생은 해줬는데 누구는 안 한다 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8번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영상을 보면서 키득키득 웃는 녀석들, 보건샘 얼굴 저작권 보호를 해야 한다며 캐릭터 이모티콘 처리를 상의하는 녀석들, 보건샘 흰머리 많다며 뽑아주고 가는 녀석들, 기념사진 찍자며 어깨동무하는 녀석들, 사랑한다며 문 앞에서 손 하트 하고 가는 녀석들 때문에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내가 너희 때문에 울고 웃는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앞으로 너희를 많이 사랑할게. 고맙구나.
오늘은 월요일,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하고 출근했다. 보건교사로 일하다 보면 월요일은 보건실이 아픈 아이들로 북새통을 이룬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나 또한 경력이 쌓일수록 월요일은 늘 긴장되고 두렵기까지 하다. 주말 내내 놀거나 어디 다녀와서 아픈 경우가 대부분인데 주말이니 꾹 참았다 월요일에 병원을 가든지 보건실로 오기 때문이다. 또한 주말동안 이완된 몸이 새로운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에 미처 적응하지 못해 작은 실수도 큰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2층 보건실로 올라오니 역시나 아이들이 이미 문 앞에 줄서 있다. 아, 월요일이었지. 마음을 다잡고 보건실 문을 열자 아이들이 우르르 들어와 앉는다. 그런데 오늘은 좀 이상하다. 한 아이에게 여러 명이 몰려서 시끄러운 것이다. 어디 많이 다쳤나 싶어 그 아이에게 다가갔다. 그 아이는 아주 조심스럽게 양손을 가슴에 붙이고 있었다. 가만 보니 고사리 같은 2학년 남자아이 손 안에 참새가 있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를 뻔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참새 다리가 이상했다. 그제야 그 아이는 "보건 쌤, 참새 치료해주세요" 한다. 참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종민아, 나는 사람을 치료하는 보건 쌤이지 새를 치료하는 사람이 아니야.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하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종민이는 "보건 쌤은 학교에서 우리 다 치료해주잖아요. 학교 오다 참새가 다쳐서 데려왔어요. 참새도 환자잖아요. 도와주세요." 이러면서 우는 게 아닌가. 순간 가슴이 철렁하면서 종민이와 친구들의 얼굴을 보았다. 다들 잔뜩 실망과 기대가 섞인 얼굴들로 묘한 표정들이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경력 15년을 넘어가면서, 그리고 1200명이 넘는 학교에 근무하면서 나는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고 심신은 피곤에 절어 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보건실에 아이들이 그렇게 많이 오는 줄 모른다. 간단한 상처부터 집에서 키우는 동물(햄스터, 개, 고양이 등)에게 물려서 오는 아이, 감기나 각종 질병, 학교 부적응, 우울, 애정결핍, 성 고민, 이성문제 상담은 물론 옷에 실수를 하거나 바지가 뜯어져 바지 ‘응급처치’를 해달라는 경우까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그런데 종민이의 그 말에 나는 뭔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내가 종민이의 동심을 짓밟았구나’ 하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려 들 수 없었다. 그래서 바로 "어디보자, 종민아 보건 쌤이 참새 고쳐볼까? 아깐 미안해"라고 사과를 하고 참새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누런 코를 흘리며 울던 종민이의 울음도 뚝 그쳤다. 새를 치료해 본 적은 없지만 아이들이 쳐다보고 있어 나는 비장한 각오로 새를 진지하게 살폈다. 참새를 자세히 살펴보니 오른쪽 다리가 골절돼 절름이며 날지 못하는 상태였다. 통증으로 바들바들 떨면서 상처에서는 피도 나고 있었다. 나는 침착하게 그리고 천천히 다리를 소독하고 아이들에게 하듯이 부목(두꺼운 박스종이)을 댄 후 붕대를 감아줬다. 부목을 댄 다리가 무거워서 힘들지 않게 세심한 손길이 필요했다. 그런데 치료를 하면서 아이들의 얼굴 표정을 살짝 살펴보니 참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표정이 점점 환해지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숨소리까지 죽이며 보고 있는 모습들이란! 순간 월요일부터 우르르 몰려온 아이들에게, 사람도 아닌 참새를 치료해달라고 온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고 퉁명스럽게 말한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치료가 다 끝나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아이들이 새를 날려보란다. 아이들의 호기심이란 정말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치료는 했지만 과연 새가 다시 날지 자신이 없었다. 만약 날지 못하면 마치 내가 치료를 잘 못해서 그럴 거라고 생각할거고 애들 앞에서 망신을 당할 것 같기도 했다. 계속 고민하는데 아이들은 계속 오고 더 이상 어찌할 방법도 없어 그냥 날려보기로 했다. 그래서 보건실 창문을 열고 두 손에 참새를 소중히 올려놓은 다음 스스로 주문을 외웠다. "참새야, 이제 치료했으니 넌 날 수 있어. 훨훨 멀리 날아가거라!" 하늘을 향해 손을 올리고 새를 날렸다. 그런데 새가 처음에 좀 기우뚱하더니 날아가는 게 아닌가! 순간 나와 아이들은 너나할 것 없이 일제히 "와~난다 날아"라고 소리를 질렀다. 종민이는 한 술 더 떠서 "거봐요, 보건 쌤은 할 수 있다고 했잖아요"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그 말을 듣는데 왜 이리 가슴이 쿵쿵거리면서 울컥하는지 아직도 그날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천천히 그렇지만 열심히 날갯짓을 하며 산 쪽으로 날아가는 참새를 우리들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다 같이 바라보았다. 당시 나는 읍소재 학교에 근무했었다. 학교 주변이 논과 산으로 둘러싸인 시골학교로 의료시설도 적었다. 그래서 더욱 보건실로 오는 아이들이 많았고 대부분 세심한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었다. 부모님들은 대부분 공장에서 밤늦게까지 일하기 때문에 아파도 병원에 데려가지 못해 한 번 아픈 아이는 나을 때까지 보건실에 오는 게 당연했다. 시간이 흘러 나는 인구 100만이 넘는 도회지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여전히 수많은 아이들과 보건실에서 지지고 볶는다. 자식을 낳아서 힘들게 키워보니 아이들의 마음을 알 수 있었고 한 명 한 명이 소중했다. 이제 아무리 아이들이 많이 와도 학생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변했다. 난 참새도 치료한 보건 쌤이니까. 아이들이 오면 치료하면서 간혹 참새 치료이야기를 해준다. 그럼 아이들은 기특하게도 "와~ 우리 보건 쌤 짱이다"하며 탄성을 지른다. 2009년부터 국가교육과정에 의해 보건교과서를 가지고 아이들과 정규 응급처치교육을 한다. 이 수업을 할 때면 참새가 다쳤다고 응급처치를 해달라던 사랑스런 코흘리개 종민이와 친구들이 생각난다. 그러면서 문득 ‘내일은 참새 다쳤다고 데려오는 녀석이 없을까’ 하고 은근히 기대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며 놀란다. 종민아, 고맙다. 그때 네가 "보건 쌤은 할 수 있다"고 말해줘서 나에게 정말 큰 힘이 되었어. 앞으로도 네가 말한 것처럼 너희 뿐 아니라 동물도 사랑으로 꼭 치료하는 보건 쌤이 될 거야.
10일 65주년 개교기념식을 개최한 경기 동두천여중(교장 강미자) 식장에는 다소 특별한 장면이 연출됐다. 오세창 동두천시장을 비롯해 장영미 시의장, 임완택 교육장, 남병근 경기북부경찰청 차장 등 지역 인사 300여명이 함께한 것이다. 이처럼 지역 유력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이유는 단순히 동두천여중의 65주년 축하라기보다, 이 학교가 자랑하는 ‘수용성교육(5차원 전면교육)’ 20주년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이날 동두천여중은 기념식을 주관하며 수용성교육의 결과를 보고하는 시간도 가졌다. 지력·심력·체력·자기관리·인간관계 5요소를 골고루 기른 학생들은 고교 진학 후 사교육 없이도 수도권 4년제 대학에 붙는가 하면, 교내 학교폭력은 대폭 감소하는 등 긍정적인 열매를 맺었다. 이를 경청한 이들마다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동두천여중이 수용성교육을 처음 접한 것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동연 KAIST 미래전략연구위원회 위원장이 1997년부터 중국, 몽골 등에서 가시적 성과를 낸 후 동두천여중에 소개했다. 동두천여중은 일단 2년 간 방과후학교에서 기초학력미달학생을 위주로 일부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그 결과 눈에 띄는 효과가 나타났다. 도저히 학업 근처에 얼씬도 안 할 것 같던 아이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기적 같은 일이었다. 이에 전교생에게 적용하기 위한 교육과정 재구성에 들어갔다. 학생 대부분이 사교육을 받기 힘든 상황에서 교육의 본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강미자(61) 교장은 “눈앞에서 믿기지 않는 일을 목격한 교사들이 수용성교육을 접목시키기 위한 연구에 돌입했고, 이후 모든 교사들이 받아들이게 됐다”며 “모든 교사가 똘똘 뭉친 끝에 중학교 교육과정에 알맞은 수용성교육을 일궜다”고 설명했다. 2002년부터 수용성교육을 전면 시행한 이후 학생들이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싹트기 시작했다. 학교폭력은 대폭 줄어든 대신 성적은 고공행진이었다. 동두천여중 학생 대부분이 입학하는 동두천고는 2009년부터 대입진학 성과가 ‘비포 앤드 애프터’로 나뉠 정도가 됐다. 전교생 약 200명 중 15% 정도가 4년제 대학을 진학하던 것이 2009년부터 50%로 껑충 뛰었다. 최근에는 인근 특목고 보다 높은 80% 진학률을 올리기도 했다. 특성화고교인 한국문화영상고에 진학한 동두천여중 학생들은 늘 솔선수범하며 취업률을 향상시키고 있다. 동두천여중의 수용성교육은 이렇다. 등교 후 5분 간 교실에서 체조를 한 후(체력) 안구훈련으로 속해 능력을 기른다(지력). 안구훈련을 통해 보다 빠른 속도로 독서할 수 있는 능력과 더불어 집중력도 향상된다. 속해능력이 올라가니 자연스럽게 교과서 이해도 빨라 학업에도 도움이 된다. 안구훈련 후에는 ‘전면적 인성교재’를 통해 ‘5차원 자기경영서’를 작성한다.(심력) 간단 일기쓰기와 주간계획을 점검한 뒤, 좋은 글을 3분 간 묵상하고 느낌 및 적용할 점도 글로 남긴다. 총 20분의 짧은 시간이지만 매일 조금씩 쌓여 학생의 전인격 성장을 일군다. 강철(54) 교감은 “인류애, 선행, 상식 등을 묵상주제로 주고 있다”면서 “아이들 중 묵상하다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런 카타르시스가 수업에서 좋은 효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교과서도 전부 ‘5차원’ 향상에 맞춰 새 교재를 만들어 교육방법도 바꿨다. 교사 전원이 아이들의 전인격 향상을 위해 수업 전·중·후 모두에 적용하는 방법을 모색하러 방과 후와 방학 중 연수, 연구를 거듭했다. 그 결과 주요 교사들은 수용성교육 전문가가 돼 전국을 다니며 강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경기도교육청 직무연수 등을 개설해 현재 전국 1만5000명의 교사에게 노하우를 전파했다. 사실 수용성교육은 전인격을 위한 교육법으로 인성의 변화가 먼저 나타나게 된다. 학교폭력은 최근 7년 간 2건에 불과하고, 화장을 하거나 교복을 지나치게 변형시키는 등 ‘겉멋’을 부리는 아이들도 타 학교에 비해 눈에 띄게 적다. 학부모들이 동두천여중 입학을 더욱 선하는 이유다. 2014년부터는 5요소 측정 기준을 만들어 종업 시즌에 5단계 컬러의 ‘다이아몬드 배지’와 인증서를 수여하고 있다. 1~3단계는 재적생 절반 정도가 달게 되지만 4단계부터는 각 1~2명에 그칠 정도로 난이도가 높다. 그래서 5단계 화이트컬러 배지는 영예의 상징이다. 3학년 이경희 양은 “체력이 약한 편이어서 지난해 4단계 달성에 머물렀는데 올해 화이트배지를 달고 싶어 체력 증진에 힘쓰고 있다”며 “수용성교육 덕분에 공부에만 매몰되지 않고 인성을 기르며 서로 정을 나누는 학교 분위기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원동연(63·사진) KAIST 미래교육연구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미래교육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는 ‘수용성교육(5차원 전면교육)’의 창안자다. 수용성교육이란 그가 20년 전 중국 연변과학기술대학교 부총장 시절 처음 선보인 교육법으로 지력(Intellectual power), 심력(Mental power), 체력(Physical power), 자기관리능력(Self-management), 인간관계능력(Human relations) 5요소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방법이다. 원래 명칭은 ‘5차원 전면교육’이었으나 KAIST 미래전략연구센터가 올해 초 ‘대한민국 국가미래교육전략’을 펴내면서 ‘수용성교육’이란 이름으로 소개했다. 아무리 좋은 지식, 정보가 있더라도 이를 제대로 분별하고 받아들일 능력이 없다면 손실만 따를 뿐이다. 특히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상이 불가능한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인류에게 끼칠 영향을 먼저 고려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수용성을 길러야 한다는 의미에서 이 같이 이름을 붙였다. 11일 서울 송파구 소재 ‘디아(DIA)글로벌아카데미(수용성교육 대안학교)’에서 만난 원 위원장은 수용성교육을 땅을 갈아 밭을 만드는 것에 비유했다. 씨앗이 싹을 틔우고 나아가 열매까지 맺으려면 밭이 좋아야 가능한 일이다. 밭이 옥토냐 황무지냐에 따라 열매의 품질이 결정될 수밖에 없는데 상당수 학부모들이 이 부분을 놓쳐 교육에 실패한다는 것이다. 원 위원장은 “밭이 망가진 상황에서는 그 어떤 좋은 씨앗을 뿌려도 열매가 맺히지 않는다”며 “학생도 마찬가지다. 학생의 뇌 상태가 지식을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로 깨져 있다면 아무리 잘 가르쳐도 머릿속에 저장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밭을 갈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위에서 언급한 다섯 가지 요소다. 5요소가 골고루 상승하면 수용성도 좋아지게 된다. 이에 대해서는 널빤지를 이어 붙인 원형 물통을 빗댈 수 있다. 다섯 개 널빤지 중 하나라도 빠지면 물은 줄줄 샌다. 한두 가지에 치우친 교육보다 전인격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증명하는 셈이다. 이 같은 교육을 전개한 결과 지난 20년 간 기적 같은 성과를 냈다.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 몽골, 라오스 등 전 세계 12개국에서 교육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던 아이들의 인성, 성적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큰 힘을 발휘했다. 중국 연길시의 한 중학교 10개 반 중 최하위 학급에 이 교육법을 적용해 1년 만에 1등을 차지했다. 몽골에서는 길거리 아이들의 교육기관인 ‘밝은미래종합학교’가 1997년부터 수용성교육을 도입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었다. 이렇다 보니 전국 도서벽지는 물론 전 세계에서 수용성교육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이를 위해 원 위원장은 원격화상교육까지 구축해 이제 어디서나 수용성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동두천여중, 동두천중, 한국문화영상고, 동두천고 등 일반학교 교육과정에 수용성교육을 성공적으로 접목시키면서 미래교육을 위한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용성교육이 학생 뇌파 개선에 좋은 효과가 있음을 증명하는 연구 또한 잇따라 도출됐다. 원 위원장은 “20년 간 쌓인 수용성교육의 데이터가 교육의 성패요인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면서 “대안학교 뿐 아니라 일반학교에서의 사례는 수용성교육의 일반화 가능성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10시간을 교육하는 것보다 1시간을 줄여 수용성교육을 도입하면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수용성교육이 더욱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일들이 도래하는 상황 속에서 수용성이 뛰어난 인재야말로 인류를 선하게 이끌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인간이 인간을 먼저 생각하고 사랑하는 인재를 길러야 한다”며 “초연결 사회,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 속에서 이를 자칫 잘못 이용한다면 재앙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해가 많이 짧아졌다. 아침에도 6시가 되면 밝지를 않다. 갈수록 밤은 깊어가고 낮은 짧아지겠지. 그럴수록 내면의 삶이 더욱 깊어지면 좋을 것 같다. 좋은 선생님? 양질의 문제를 출제하는 선생님이다. 지금은 중간고사를 실시하는 때이다. 선생님은 문제 출제하는 것이 가르치는 것 이상으로 힘들다. 한 유명대학을 졸업한 젊은 선생님이 가르치는 것보다 문제 출제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한 문제를 출제를 해도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출제하는 것이다. 이런 선생님에게는 가르치는 것 이상으로, 교재연구 이상으로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노력하는 것이다. 문제를 출제해 놓고 오답이 나온다든지 지문이 틀렸다든지 할 경우가 나온다. 이러지 않도록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검토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보안유지를 잘하는 선생님이다.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해 있고 스마트폰이 있기 때문에 문제 유출 가능성이 더 높아져 있다. 이것을 방지하는 방법은 문제를 철저히 보안하는 것이다. 컴퓨터에는 암호장치를 해야 하고 USB 등 저장장치를 소홀히 다루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한 문제라도 유출이 되면 전교생이 다시 재시험을 치러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를 뿐만 아니라 많은 불평을 생산하게 된다. 시험 감독을 잘하는 선생님이다. 선생님들이 힘들게 문제를 출제해서 평가를 하는데 시험 감독이 허술해 부정행위가 나오게 하면 안 되는 것이다. 출제 이상으로 힘든 게 시험 감독인 것이다. 학생들은 공부를 열심히 하여도 모르는 것이 나오게 되어 있다. 그러면 자기의 양심을 제어하지 못해 눈을 돌리게 되고 부정한 방법으로 시험을 치르려고 한다. 그런 학생이 나오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지도가 참 중요하다. 부정행위자를 적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전에 부정행위를 차단하는 것이다. 이것 또한 선생님의 노력이 필요하다. 학생들은 용케도 어느 선생님이 감독을 적당하게 하는지 잘 안다. 그것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런 학생이 나오지 않도록 잘 지도해야 하는 것이다. 정확히 채점을 하는 선생님이다. 요즘 객관적인 문제는 채점기가 있어 큰 문제가 없지만 주관식을 그렇지 않다. 개인의 주관이 개입되면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 객관성을 확보해서 누구나 다 수긍할 수 있는 채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성적통지문의 발송을 적절한 때에 하는 것이다. 학생들과 부모님들은 성적의 결과를 궁금해하고 있다. 성적통지문의 발송이 늦어지면 안 되는 것이다. 언제나 학생과 부모님의 입장을 생각해서라도 적절한 때에 성적통지문을 발송해서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이 평가의 마무리가 될 것이다. 평가 후 자신이 출제한 시험 문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것이다. 이것을 토대로 교재연구도 하고 학습자료도 만들고 출제빈도를 조절하고 난이도를 조정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선생님은 너무나 잘 안다. 그런데 실천이 잘 안 된다. 시키든 안 시키든 개의치 않고 문제에 대한 재검토를 하는 선생님은 좋은 선생님이다.
강마을의 들이 조금씩 비어갑니다. 노란 들판이 네모난 색종이처럼 한 장씩 비어갑니다. 서늘한 공기가 아침저녁으로 제법 차게 느껴집니다. 안개라도 무성한 날이면 아이들은 어깨와 목을 움츠리고 학교에 등교합니다. 여학생들은 치마 밑으로 허연 다리를 드러내고 춥다고 걸중겅중 걷습니다. 추우면 스타킹을 신을 것이라고 혀를 차지만, 또 그러지는 않네요. 호호 들판의 곡식들은 풍성하고 그 곡식들이 우리를 살리는 밥이 됩니다. 하지만 끼니를 제대로 챙겨먹은 것이 우리 역사에서 몇 십 년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어렵고 힘든 시기에 한국의 명문가에서는 집밖에 가마솥을 걸고 나라가 하지 못하는 가난을 구제하였습니다. 이런 멋진 삶을 산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일은 즐겁습니다. 저는 경주에 가면 꼭 최부자집엘 들렀다 옵니다. ‘과거는 보되 진사 이상의 벼슬을 하지 마라. 흉년에는 땅을 사지 마라, 사방 백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며느리는 시집온 3년 간 무명옷을 입게 하라,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재산은 만석이상 가지지 마라.’ 삼 백 년 이상 가문을 유지해온 비결이었을 것입니다. 일제강점기에는 백산 안희제 선생과 함께 백산상회를 통해 독립자금을 지원하였던 경주 최씨 가문! 늘 감동을 받고 옵니다. ^^동양학을 연구하는 조용헌 선생의 책을 읽는 것은 참 즐겁습니다. 읽는 맛이 다르고 읽고 난 후 깊은 사색을 하게 만듭니다. 『조용헌의 명문가』를 읽으며 일부 고위층과 재벌가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갑질을 일삼던 사람들이 기억났습니다. 이런 부끄러운 사람들만 우리에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당 이회영 집안은 서울을 대표하는 소론 명문가였습니다. 재상을 열 명 이상 배출하고 3만석 이상의 부잣집이지만 구한말 나라가 망하자 이 집안은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3만석 이상의 재산을 팔아 만주로 가 독립군을 양성하는 신흥무관학교를 세웁니다. 안동의 고성이씨 집안은 영남을 대표하는 양반가문이지만 만주로 갔습니다. 초대 임시정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이 바로 그 종손이라고 합니다. 석주 이래 모든 손자가 독립운동을 하는 바람에 그 후손은 고아원에서 커야만 하였습니다. 우리는 이런 멋진 명문가 집안을 가진 민족입니다. 노블레스 오브리주[noblesse oblige]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입니다. 배운 사람은 그 배운 값을 해야 합니다. 사회 고위층의 경우 반드시 도덕적인 책임감과 의무를 행해야 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노블레스 오브리주를 행한 명문가 이야기를 읽으며 먹먹한 자부심이 밀려왔습니다.가을이 참 예쁩니다. 낱알을 튼실하게 품은 곡식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여름내 가꾸고 지킨 알곡들을 이제는 아낌없이 내어줍니다. 그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이 가을 동안 가꾸어가야겠습니다. 바람결에 찬 기운이 배어있습니다.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조용헌의 명문가』, 조용헌 지음, 랜덤하우스, 2009
이번 추석을 전후한 한국의 연휴는 역사상 가장 긴 기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공항을 통해 해외로 나가기에 공항은 북적거렸다. 필자도 9월 27일 부산을 출발해 나리타에 갔다. 치바에서는 저녁에 오래 전부터 교류하던 일본인 현직 교사들과 식사를 하면서 한일교류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는 등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9월 28일(금) 오후에는 도쿄한국학교에서 연구부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특강을 하고 인근 기독교회관에서 선생님들과 연수에 관한 의견 교환의 시간을 가졌다. 이후 아들 집에 들러 새로 이사한 집을 둘러보고 3일간 함께 지내다가 도중에 코베에서 내려 외국인 거류지를 관광하고 히로시마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미야지마를 관람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곳에도 역시 많은 외국인들이 북적거렸다. 히로시마에서 1박을 한 후 아침 일찍부터 미야자키역까지 많은 시간을 기차로 달렸다. 미야자키의 아오시마는 전에 가 본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 여유있게 시간을 갖고 바닷물이 빠진 현장을 둘러 볼 좋은 기회가 된 것이다. 섬에 들어가 다시 한번 자연 그대로의 신비로움을 느끼는 시간이 됐다. 짐을 맡긴 장소에서 81살이 된 할머니를 만났는데 작년에 남편을 잃었다면서 부부가 살아있을 때 즐거운 시간을 많이 보내라는 당부도 귀에 남아 있다. 큐슈의 최남단에 위치한 가고시마는 예전에 교통이 매우 불편한 곳이었으나 큐슈신간센이 개통되면서 많이 개선됐다. 이곳은 과거 시마즈 영주가 지배한 지역으로 막부 말기에는 일본 최초로 서양문물을 받아들인 곳이다. 다네가시마는 포루투갈에서 처음으로 총이 들어온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오스미반도에 있는 우치노무라 로켓센터와 함께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야쿠시마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고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그중에서도 조문스기나무는 7200년이라고 전해지는 야쿠시마의 상징물이 되고 있다. 가고시마시의 높은 곳에 자리잡은 시로야마 관광호텔에서는 분화를 거듭하는 사쿠라지마가 눈 앞에 보인다. 이곳에서는 임진왜란 때 일본에 끌려간 심수관의 15대 후손이 대를 이어가면서 만든 도자기를 전시하고 있어서 관람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 도자기의 원산지는 한국이지만 이처럼 15대를 이어가면서 도자기를 발전시키는 문화는 일본인의 위대한 인내심의 산물이 아닐 수 없다. 가고시마에서 숙박을 하고 큐슈의 최남단 관광지인 이부스키에 도착했다. 이곳은 1993년에후쿠오카에서 자동차를 이용해 가족과 방문한 경험이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아직도 검은 모래 찜질을 하는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10월 5일, 모래찜을 마치고 온천에서 몸을 푼 후 열차 시간이 많지 않아 저녁 식사를 하고 오후 7시 48분 기차를 타고 이부스키역에서 가고시마중앙역을 향하는 시간이었다.일본에서 여러 지역을 다녀봤지만 지금까지 보지 못한 일본 고등학생들에게 자리잡고 있는 문화를 발견했다. 학생들의 겉 모습으로 보아 운동부에 소속된 학생들이었는데 같이 통학하는 차 안에서 운동부 후배 학생이 먼저 하차를 하기 전에 선배가 앉은 자리에 찾아가서 정중히 인사를 하는 것이다.이 시간이 오후 8시가 넘은 때라 손님도 많지 않았지만 가방은 전차 의자에 놓지 않고 차 바닥에 놓은 것을 보니 철저하게 사람이 앉아야 할 곳이라는 것을 지키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것에서 한국인의 시각에서 보면 참 융통성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행동과 달리 차 안에서는 떠드는 소리가 전혀 없고, 휴대전화는 걸지도 않고 받지도 않았다. 남을 존중하고 차 안이 모두의 공간이라는 점을 잘 이해하고 공중도덕을 지키는 모습에서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하면 9시가 넘을텐데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서 운동을 하는 것이 일본 학생들의 일상이다. 이처럼 일과는 끝났지만 학생들이 학교에 있으니 당연히 선생님도 학교에서 함께 하는 것이다.
저는 삶을 기적이라고 믿는 사람입니다. "삶을 사는 데는 두 가지 방법만 있을 뿐. 하나는 기적이란 없는 양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인 것인 양 사는 것이다. 나는 후자를 믿는다. " 라고 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말에 적극 공감합니다. 이 삶이 기적이 아니라면 설명할 방법을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광대한 우주 공간에 지구라는 행성에 존재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완벽한 생명체로 살아 숨 쉬며 자유 의지로 살고 있으니! 소멸될 운명임을 알면서도 그 길을 묵묵히 가고 있지만 비관하거나 미리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것이 모든 생명체의 피할 수 없는 운명임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환생을 믿거나 윤회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단 한 번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그것도 사색하는 인간으로 살 수 있는 축복, 대한민국이라는 좋은 나라에 태어난 행운, 가난함 속에서도 열심히 노력한 결과 얻은 공무원과 교직 생활 40년! 이 모든 결과는 기적이라는 말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학급 담임을 충실히 맡아온 덕분에 1500명이 넘는 제자를 길러낸 그 오랜 세월도 축복이 분명합니다. 세상이 아무리 척박해졌다고 해도, 바깥 세상에서 선생님을 흔들어도 결코 기죽지 않고 자신을 지켜내며 이 자리에서 당당한 선생으로 살아온 길. 평생 배움의 道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한 제 자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지막 걸음을 향해 가는 중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시작보다 끝이 중요하듯, 교직도 마무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저의 진심과 다르게 달을 가리킨 내 손가락만 보고 나를 오해했던 사람 때문에 아팠던 순간도돌이켜 생각하니 더 고운 열매를, 진주를 만들게 하는 계기가 되었기에 오히려 더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나를 거쳐간 제자 중 단 한 사람도 문맹자를 만들지 않으려고 매달렸던 순간들이 가장 소중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1학년 때 한글을 다 깨우치지 못한 제자는 2학년이 되어서도 아침마다 내 교실로 오게 해서 책을 읽어주고 다독이며 글을 읽어내는 기쁨을 찾게 했던 일이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6학년 때 만난 특수교육 대상 학생도 반 학기만에 한글을 다 깨우쳐 음악 책을 보고 노래를 부를 수 있었던 날의 희열은 어제 일처럼 감동을 안겨줍니다. 초임지에서 만난 4학년 아이들은 48명 중에 15명이 책을 읽지 못했습니다. 늦가을에 만난 그 아이들을 데리고 해가 질 때까지 책을 읽어주고 읽게 하고 받아쓰기를 시키며 글을 알게 하던 그 가을은교직을 시작하며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아픈 손가락이었던 그 아이들과 함께 했던 그 순간들이 어제 일처럼 또렷한 까닭은 아직도 문맹을 걱정하는 현실 때문입니다. 영리한 학생을 가르치며 받았던 그 많은 상장과 등급 표창보다 더 귀한 진주들입니다. 4학년 때 내 무릎에 앉혀놓고 한글을깨우친 초임지의 제자는 아직도 그날의 추억을 새기며 행복한 전화를 걸어옵니다. 성공한 제자들이 수십 년 무심하게 무소식을 희소식으로 알고 지내는 것에 비하면 아들처럼 따스한 목소리가 참 반갑습니다. 문맹은 뜻 있는 선생님이 있는 교실이라면, 관심을 가진 학교장이 있는 학교라면, 어떻게든 탈출구 마련해 줄 수 있습니다. 다만 시간이 걸릴 뿐입니다. 현재 제가 근무하는 담양금성초(교장 최종호)에는 단 한 명의 문맹자도 없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늦게 글을 깨친 아이들을 위해서 독해력 향상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학력 향상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글을 모르는 아이들보다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많아서 가슴이 답답하고 아픕니다. 거짓과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 속에서 가장 하층부에 자리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피해자로 남았기 때문입니다. 파괴된 가정에서 설 자리를 잃고 울던 아이들은 이제 마음의 문을 닫고 세상을 향해 분노의 불길을 태우고 있습니다. 가난과 가족의 부재는 그 아이들에게서 사랑 받을 권리와 보호 받을 안식처를 앗아가고 말았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아픈 손가락입니다. 이는 그동안 억눌렸던 목소리, 사회의 아픈 현실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과도기라서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쌓인 적폐 현상이 학교도 결코 예외일 수 없음을 인정하고 함께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분노를 표출하는 그들 가슴에 응어리진 진짜 목소리와 아픔을 들여다 보려는 노력이 먼저일 때 해결할 방책도 분명히 있다고 확신합니다.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이 과격하고 비인간적인 겉모습만 보고 낙인을 찍지 않아야 합니다. 그들은 지금 살고 싶다는 언질을 그렇게 표현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관심을 받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그렇게 부정적으로 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탓입니다. 우리는 감정을 제대로 표출하는 방법을 배우지도 가르치지도 못했음을 시인하고 이제부터 배우고 가르쳐야 합니다. 저에게 남아 있는 교단의 시계 소리가 유난히 크고 빠른 요즈음, 더 빨리 출근하고 더 많이 일하고 아이들의 눈을 들여다 봅니다. 석양이 아름다운 해넘이처럼 마지막을 향해가는 교실의 하루하루가 어느 때보다 귀하고 소중한 순간들입니다. 선생님에게 대들고 함부로 말하는 학생들이 있다고 예서제서 걱정하고 힘들어하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시골 학교도 예외는 아니어서 걱정이 많습니다. 아침독서 시간에 도서관에서 만나는 아이들과 눈맞춤을 하며 웃어주는 작은 몸짓 하나만으로도 닫혀 있는 아이의 가슴을 열게 하는 시작임을 믿습니다. 말은 하지 않고 엄지척을 해주는 손짓 하나만으로도 관심을 표현해 줄 수 있습니다. 어디선가 누군가는 걱정해주고 아끼고 있음을 알게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선생님들이 많아지기를! 아파하는 아이들이 내지르는 분노의 화살이 도와달라는 목소리라고 해석해주시기를! 환자에게 의사가 필요하듯 마음이 다친 아이들에게 한 번 더 눈맞춤을 하는 하루가 되기를 빕니다. 교직은 선택을 넘어 아름다운 소명임을 뒤늦게 깨달은 무명교사의 고백입니다. 그 소명은 '사랑'이 시작이고 끝임을!
화전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세 번째 탐방 학습 『섬진강 체험길 걷기와 토지 문학관 둘러보기』가 시월 한 가운데에서 열린다. 가을비 그친 다음 날 파란 하늘을 보듬은 하동 평사리 무듬이 들판의 짙은 겨자색 가을이 남해 아이들의 가슴에 가을동화로 물들기 시작한다. 섬진강을 따라 오른다. 무듬이 황금 들판엔 말라져 가는 콩 이파리가 바람에 수런거리고 곳곳엔 바람의 흔적이 실루엣으로 남아있다. 무엇을 새기려고 했을까? 물결치듯 그리움은 ‘우우우~’ 가을로 익어간다. 이 평사리 들판에 아이들의 웃음은 청아하게 날아올라 구름에스며 하얀 문장을 새긴다. 남해아이들! 섬이며 마늘농사에 바쁜 남해에서 넘실거리는 넓은 가을 들판을 보고 거닐기는 어려운 일이다. 시선을 발끝에서 위로 옮기면 진한 노랑, 군청색 산, 코발트블루 하늘과 하얀 구름이 아련한 그리움으로 자리 잡는다. 가을 햇볕 아래 넉넉함이 아이들의 얼굴에 배어난다. 그늘이 없다. 공부, 학원, 스마트폰에 시달린 몸과 눈이 숨표와 쉼표를 찍는다. 넓은 들길은 엄마의 품 안이다 형제봉을 바라보며 부부송과 동정호를 지나는 동안 아이들의 걸음은 느려진다. 소금기 머금은 바람에 익숙해진 후각은 지리산 자락에서 풀어내는 산바람과 에돌아 감는 섬진강 바람을 낯설게 만난다. 눈은 더 풍요로워 진다. 태양을 등지고 들판을 보면 역광일 때와 또 다른 부드러운 노란 물결이 진하게 발목을 잡는다. 가을 들판이 물든 얼굴에 해맑은 웃음이 시를 쓰기 시작한다. 친구끼리 도란도란 가을 이야기도 나누고 유리알보다 투명한 물길도 보고 앞서가는 친구의 어깨도 건드려 본다. 빠름이 잦아드니 모든 게 여유롭고 행복하다. 오늘 아이들은 무듬이 들 가을 무대에 주연이 된다. 허수아비가 늘어선 들길을 지난다. 익살스러운 표정을 보며 까르르 웃는 웃음이 옥구슬처럼 메아리친다. 샹그릴라가 따로 있을까? 조금 더 가을 들판을 거닐고 싶지만 아쉬움을 달래며 박경리문학관으로 향한다. 이제 낮은 곳에서 젖은 마음을 높은 곳에서 조망하며 달래고 정리해야 할 시간이다.경사진 길 양옆에는 배꼽부터 붉게 번져가는 대봉감이 주렁주렁 반기고 있다. 주여 가을 햇살을 더 놓아 주소서 떫은맛에 단맛이 깃들 수 있도록! 릴케의 가을날이 발효로 일어서고 한창이었던 코스모스는 씨앗이 여물고 아직 지지 않은 몇 송이는 떠나는 가을 하늘을 부여잡고 한들거린다. 우리 아이들 마음이 참 예쁘다. 구부러진 허리에 홍시 감 함지를 들고 가는 할머니의 부탁을 들어준다. 한 녀석은 떨 채를 든다. 잠시 뒤 풍겨오는 단내와 시큼함. 할머니가 주셨다며 홍시 감을 먹으며 걸어오고 있다. 그래 저 모습이 시골 아이 모습이다. 이틀 전 일이 떠오른다. 네 명의 아이들과 함께 텃밭에 심은 목화에서 어린 다래를 따왔다. 이미 벌어진 다래에서 솜도 뽑았다. 다래가 이런 맛이라며 맛을 보자고 했다. 어린 다래 속살을 잎에 넣자 달착지근하면서도 약간 떫은맛이 유년의 기억을 불러온다. 하지만 아이들은 금세 뱉어버리며 이게 무슨 맛이냐 한다. 먹거리 많고 인공 감미료에 길든 요즘 아이들의 입맛이 안타까웠다. 이제 이런 기억은 영원히 잊힐 것이다. 설령 이뿐일까? 소설 토지 1부 2권에 간난 할멈의 장례식 날 열두 상두꾼이 멘 상여의 상두채에 올라서서 앞소리 하는 서서방의 상두가도 들을 수 없다. “어하넘 어하넘/ 어나라 남천 어하넘~” 시대의 조류에 따라 삶이 변하는 것을 어찌 탓하랴만 도시화와 간편함, 빠름을 추구하다 보니 장례식장 이용이 일상화되었고 상엿소리는 단지 채록된 글과 녹음을 통하여 들을 수 있다. 박경리문학관과 최참판댁에서도 가을은 진하게 배어난다. 느림을 추구하는 취지에 맞게 아이들은 자유롭게 이곳저곳을 넘나든다. 최참판댁 사랑채 담에 기대니 무덤이 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넓게 보려면 조금 더 높은 곳에서 여유를 가져야 한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박경리의 말이 의미 있게 다가선다. 아직 아이들에게는 걸맞지 않지만 토지를 탈고하기까지 이십육 년 쉼 없이 달려온 작가의 고통이 그대로 묻어있다.푸기 어린아이들은 별당, 안채, 사랑채를 거닐며 소설 속 배경에 빠진다. 안채에서 사랑채로 통하는 담장 가에 물들기 시작하는 주홍빛 감잎이 주름진 기와지붕 용마루 뒤 솟아난 미루나무 꼭대기 뒤로 물러선 파란 잉크 빛 하늘에 대비되어 아련한 문신으로 남는다. 앞날은 이 아이들의 무대이다. 가까이 보면 빨라지고 수평선과 지평선보고 달리면 너른 마음이 된다. 이 마음은 서로를 감싸주고 보듬게 한다. 이게 느림의 미학으로 만나는 길 위의 인문학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바래길, 산길, 무듬이 들길을 걸은 기억이 남해 아이들의 마음을 넓게 하고 빠름과 느림이 필요한 순간을 아는 비교의 감성으로 싹이 트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교총은 교육부(사회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상곤), 경남교육청(교육감 박종훈)과 공동으로 13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소재 교총회관 2층 다산홀에서 ‘2017년 학생언어문화개선 우수 사례 시상식’을 개최했다. 플래시몹 대회는 경북 영천여고 등 6개교가 수상했고, ‘나를 바꾼 한마디 말’을 주제로 공모한 웹툰 부문에서는 경기 성보경영고 정연수 학생이 대상인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다. 교총은 2011년부터 청소년들의 올바른 언어 사용 습관 형성을 위해 학생언어문화개선 사업을 전개해왔다. ‘2017년 학생언어문화개선’ 우수 사례는 학생언어문화개선 홈페이지(kfta.korea.com)에 탑재해 전국 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대입 수시모집 비중이 높아졌지만 수능 점수는 아직 중요 변수로 남아있다. 마지막 한 달, 학생들은 컨디션 조절과 최종 점검에 집중하고 있다.
오랜만에 일본영화를 감상했다. 독도나 위안부 문제 등 전범(戰犯)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아베정권을 맹렬히 질타하는 입장이지만, 그 때문은 아니다. 내가 오랜만에 일본영화를 본 것은 한국시장에서 맥을 못추고 있어서다. 일본영화는 그들의 만화처럼 결코 세계적이지 않다. 한국영화 보기도 바쁜데, 부러 극장까지 찾아가 일본영화를 볼 필요성을 못느낀 것이라 할까. 그런데 추석특선 TV영화표를 보다가 ‘바닷마을 다이어리’(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눈에 들어왔다. 마침 고레에다는 한국 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감독이다. 2013년년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은 그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12만 5324명을 동원, 일본영화로선 나름 흥행한 영화로 기록되기도 했다. 방송시간도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보게 하는데 한몫했다. EBS ‘금요극장’ 전파를 탔는데, 평소 고정적으로 보던 어떤 프로나 다른 방송사 추석특선 영화들과도 겹치지 않았다. 편성전략은 좋았지만, 그러나 좀 생뚱맞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가 평소 ‘금요극장’에서 방송하는 고전영화들과 너무 다른 최신작이기 때문이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2015년 12월 17일 개봉한 영화다. 일반극장 개봉 전 제20회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으로 상영된 바 있다. 그때 영화제에 참석한 고레에다 감독은 한겨레(2015.10.7.) 인터뷰에서 “송강호와 언젠가는 꼭 영화 찍고 싶다”는 다짐을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그런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제20회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가 추천한 6편의 영화에 들어있다. 75개국 304편이 상영작이었으니 자그만치 5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대단한 영화라 할 수 있다. “부모없이 오순도순 살아가는 자매 이야기는 슬픈 듯하지만, 한편으론 샤방샤방한 영화. 뛰어난 흡인력은 고레에다 감독이 왜 거장인지를 보여준다”(한겨레, 2015.9.30.)가 추천의 말이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한 마디로 이복자매의 한 가족 되기 영화이다. 장례식이 시작과 끝을 장식하지만, 영화 전체적으로 밝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것은 그래서다. 사치(아야세 하루카)⋅요시노(나가사와 마사미)⋅치카(가호) 세 자매는 15년이나 안본 아버지 부음 연락을 받고 찾아간 장례식장에서 이복동생 스즈(히로세 스즈)를 만난다. 스즈는 아버지 두 번째 부인의 딸이다. 아버지 임종을 맞은 지금의 부인은 세 번째이기에 스즈와 아무 관계도 아니다. 따라서 가련한 신세의 스즈다. 아버지 첫째 부인의 소생인 세 자매는 가련한 처지에 놓인 스즈를 별다른 거부감없이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그냥 받아들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진심으로 정성을 다한 동생 받아들이기다. 가령 술 취해 잠든 스즈를 세 자매가 다소 신기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장면은 뭔가 찡한 여운을 안겨준다. 아주 보기 드문 장면으로 신선해 보인다. 그것이 그런 느낌을 주는지도 모른다. 바람이 나 조강지처와 자식들을 버리고 집을 나간 아버지조차 “저런 여동생을 남겨줬으니까” 구제불능이었지만, 정말 다정한 사람이었을 것이라 긍정한다. 그런 이복자매의 한 가족 되기는 가족의 소중한 의미를 환기 또는 전달한다. 스즈를 통해 기억 희미한 아빠 추억하기에 나선 치카, 뱅어 토스트 먹으며 아버질 떠올리는 스즈, 할머니 옷들을 들어올리며 냄새까지 맡아보는 세 자매들이 그렇다. 할머니, 아버지로까지 이어지는 가족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다. 불운한 가족사 영화이면서도 어둡거나 슬프지 않은 이유다. “가끔은 남의 말도 들을만하다니까”라든가 “괜찮은 여자일수록 비밀이 많다는 것 몰라?” 등 기억해둘만한 대사와 다르게 좀 아니지 싶은 것도 있다. 우선 “내 존재만으로도 상처받는 사람이 있다”며 괴로워하는 스즈가 그렇다. 과연 15살 중학생이 할 수 있는 생각일까? 유부남일망정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도 되게 씩씩한 사치 역시 좀 아니지 싶다. 어찌된 일인지 사치 생모가 떠나가는 기차역엔 다른 승객은커녕 역무원조차 없다. 세세한 일상적 디테일이 박진감을 안겨주는 영화의 전반적 인상과 동떨어진 것이어서 좀 아쉽다. 대사 없이 생김새나 쌀 씻고 빨래 걷는 사치 네 자매 모습만 보면 그들이 일본 배우임을 깜박 잊게 된다. 영락없는 한국 배우란 느낌이 되게 신기하다.
아이들의성장을 보기에 '학습코칭'을 '비효율적 학습으로 시간낭비'하는 학생들이많아 많은 학생들이 성장과정에서 중학교에 진학한 후 의식의변화를 겪게 된다. 열 살에 신동, 열다섯 살에 수재, 스무살이 되면 보동 사람이 된다는 말이 있다.상당수 학부모들은 초등학교 때는 성적이 좋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성적이 떨어져 고민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이같은 배경에는 평가의 관점이 달라지는데 이를 부모들은 파악하기가 어렵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단순 암기하는 평가가 주류이지만 중학교 후반부터는 이와는 달라지기에 성적의 변동이 심해지는 것이다. 항상 암기에만 의존하는 암기 중심의 공부법에 의존하면 더 이상 학력이 향상되지 않아 낙오자가 되는 쓰라린 경험을 맛보게 될 것이다. 이러한 성적 향상의 부진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공부하는 방법의 개선이 필요하다. 즉 암기중심의 정리 방식에서 정리 중심의 정리 방식으로 날마다 수업에서 배운 중요하고 많은 내용을 정리해 가는 방식으로의 전환이다. 많은 선생님들이 "노트를 보면 그 학생의 성적을 알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이를 증명하고 있다. 한 학생이 지금까지는 공부에 대한 감각이 별로 없었는데 이번 시험을 앞두고 변하는 모습을 나에게 보내왔다. 새벽 1시가 넘었는데 이렇게 카톡으로 보내온 내용이다. 어제, 오늘 2일 동안 공부한 것인데 무작정 공부를 시작하려다 보니까 너무 정리가 안 됐네요 ㅠ. 그래도 선생님 덕분에 한발씩 나아가는 저를 보면 한편으로는 대견하기도 하고 성취감이 들어 더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정말 많이 듭니다. 더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감사해요. 선생님!! 정말 감사드려요 진짜. 저는 지금까지 공부에 흥미도 없고 공부를 항상 억지로 하는 편이었는데.. 사실 억지로 하는 것도 아니고 하는 척(?) 하였습니다. 하지만 진짜 이번 기회로 공부의 재미를 깨닫게 되고 제 자신이 더 커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진짜 감사합니다. 16년 동안 이렇게 재밌게 공부해 본 적이 처음인 거 같아요. 다 선생님 덕분입니다. 저 중학교 졸업하고 나서도 제 선생님 해주세요. 진짜 ㅠㅠㅠ.. 부탁입니다. 선생님 ㅜ. 어떤 것이 방아쇄가 되어 각성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이 학생은 각성의 단계를 지나 공부의 맛을 느끼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면서 예전에 내가 선물한 볼펜을 다 썼다면서 돈을 드릴테니 사 달라는 부탁을 할 정도로 나와 가까워졌다. 이처럼 변화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기에 지금도 아이들의 학습코칭을 돕는 것이 나의 일과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공부의 핵심인 수업 시간을 소홀히 하고 학원에 가서 더 높은 점수를 기대하는 학생들이 많아 공부시간은 많지만 학습성과는 낮은 비효율적 학습에 시간을 낭비하는 학생들이 너무나 많아 아쉽게 느낀다.
아름다운 가을은 너무나 가치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가을을 지키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겨울이 슬슬 비집고 들어오려고 한다. 가치가 있는 것은 비록 기간이 짧아도 그 가치는 영원토록 기억하게 되고 오래 머릿속에 머문다. 좋은 선생님은? 불평이 없는 선생님이다. 학교의 환경이 좋은 학교는 신설학교 아니고는 없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가 노후가 되었고 여러 가지 불편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불평하면 아니 된다. 불평은 더 큰 불평을 불러온다. 불평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기에 어떤 환경과 조건 속에서도 불평이 없어야 할 것 같다. 환경 개선에 대한 관심은 가지되 불평이 되고 불만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 모두에게 좋다. 감사가 넘치는 선생님이다. 선생님이 되고자 하는 이는 될 때까지 책상에 앉아 공부하고 있음을 늘 기억하면서 선생님이 된 것만으로도 감사하는 선생님이 되어야 할 것 같다. 그러면 모든 것이 감사도 다가오게 된다. 자연을 봐도 감사하게 된다. 푸른 하늘에 붉은 단풍으로 물드는 것을 보면서도 감사하게 된다. 감사가 넘치면 기쁨이 따라온다. 감사가 없는데 기쁨이 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툭 치면 나올 것 같은 것이 바로 감사이어야 하겠다. 잘 적응하는 선생님이다. 적응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가 교통상 불편해도 잘 적응해야 하고 학교의 시설이 노후되어 있어도 잘 적응해야 하는 것이다. 적응을 잘하는 선생님은 더 열악한 환경을 만나도 이겨낼 수가 있지만 적응을 잘못하는 선생님은 더 좋지 않은 환경을 만나면 불평이 사라지지 않는다. 응답하는 선생님이 좋은 선생님이다. 반응을 잘하는 선생님이 되어야 애들이 좋아한다. 애들의 질문에도 쉽게 반응을 하고 어떤 대화를 해와도 반응을 잘해야 좋은 선생님이 될 수가 있다. 자극이 있는데도 반응이 없다. 결국은 죽고 만다. 물속에 있는 개구리에 불을 천천히 가하면 따뜻하다고 하면서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 뛰쳐나오려고도 않는다. 그러면 결국은 죽고 만다. 권태를 느끼지 않는 선생님이 좋은 선생님이다. 권태에 빠지면 안 된다. 권태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이런 권태를 이기는 비결은 활동량이 많아지는 것이다. 가을에는 독서의 계절이다. 독서의 양을 늘려 두뇌의 활동을 활발히 해야 권태를 물리칠 수가 있다. 한 주가 힘차게 시작되고 있다. 권태를 물리치도록 육체적인 움직임도 넓혀나가야 할 것 같다. 아름다운 가을은 권태를 물리치는 계절이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
당뇨·알레르기 쇼크로 학생이 응급상황일 때, 앞으로는 보건교사가 투약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보건교사의 투약(주사 등)처치 허용을 골자로 한 학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이에 따르면 법 제11조에 ‘학교장은 사전에 학부모 동의와 의사의 자문을 받아 보건교사로 하여금 제1형 당뇨로 인한 저혈당쇼크 또는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인한 위급학생에게 투약행위 등 응급처지를 제공하게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의료법 위반(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이 경우 보건교사 등에 대해 의료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또 응급조치로 발생한 사상 등에 대해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했다. 아울러 질병, 장애가 있는 학생의 관리·보호를 위해 보조인력을 둘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이번 법률 개정은 응급 학생을 보건교사가 적극 조치하도록 하되, 대상 질병의 범위를 명확히 하고 적절한 투약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면하도록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교총과 보건교사회의 대국회 활동이 반영된 결과다.당초 법 개정안은 투약행위 대상 질병을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내용이었다. 또 투약 시 의료법 위반을 해소할 조항이 명시되지 않았다.이에 교총과 보건교사회는 교문위원 면담과 건의서 전달을 통해 “대통령령 위임은 처치 범위를 광범위하게 만들 수 있어 부담을 초래하고, 사고 위험도 높일 수 있다”며 당뇨·아나필락시스 쇼크에 한정할 것을 요구했다. 또 적절한 투약조치에 대해서는 사고 시 면책조항을 두고, 보건교사의 투약이 의료법 위반이 되지 않도록 법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지금 이 세상은 약육강식의 싸움터가 됐다. 세상은 나 개인의 의지와 별 상관없이 움직이고 있다. 그러면 이 세상을 움직이는 큰 힘은 무엇인가? 우리나라가 주권국가이고 민주국가인 이상 국민들이 바탕을 이루고 주권을 정치가에게 맡긴, 곧 현 정부 지도자들의 역량에 의해 세계는 평가를 하게 될 것이다. 김훈은 '남한산성'을 통해 치욕의 역사를 기록했다. 그의 소설도, 최근상영된 황동혁 감독의 영화도그 아픔을 생생하게 스크린에 옮겨 전하는 요즈음이다.원작과는 다른 내용으로 김상헌은 '백성들의 새날을 위해서는 나와 채명길과 임금마저 포함된 모든 낡은 것들이 무너져야 한다'고 말한다. 적들에게 둘러싸여 삶과 죽음의 계곡에서 불가항력의 고통에 내몰리는 성 안의 현실은 오늘의 한국적 상황이나 큰 차이가 없어보인다. 14일 오후 2시 반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친구 장남의 결혼식 참여를 마치고 지인들과 차 한 잔을 나눈 후, 가까이 있는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대학로 거리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하는 군중들이 가득 메웠다. 19세기 말 조선이 제대로 갈 길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 하던 시절에 이 나라의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했기에 조선이 망국으로 이끌었는가를 깊이 짚어봐야 한다. 그 때도 명목은 통상을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변화의 시점에 강하게 밀려오는 세력은 일찌기 근대화를 이룬 일본이었다. 지금까지 조선을 지배해 온 청과의 관계를 부인하면서 마침내 강화도 조약을 맺고 조선을 침략하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이후 조선을 둘러싼 열강의 각축은 더욱 심해졌다. 이 무렵 러시아를 비롯한 서양 열강의 이권 침달이 심해지면서 나라의 위상이 크게 손상됐다. 이 때 서재필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독립신문을 창간하고 개화파 관료들과 함께 독렵협회를 설립했다. 그 의미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청나라 사신을 맞이하는 영은문 자리에 독립문을 건설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 정권을 잡은 자들은 황국협회를 만들어 독립협회를 탄압하고 군대를 동원해 만민공동회를 해산했다. 이후 독립협회의 활동은 애국계몽운동으로 계승됐다. 하지만 총체적으로 국력을 갖추지 못한 대한 제국은 청일전쟁, 러일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국권이 강탈됐고, 이 과정에서 많은 의병과 애국지사들이 독립운동을 외치다 잡혀가 옥살이를 한 곳이 바로 서대문형무소이다. 서대문 형무소의 역사실에는 일제의 폭압적인 식민지 운용 실태, 해방 이후의 독재정권과 민주화 탄압 실태 관련 자료를 전시하고, 관련 기록 영상을 상영하고 있다. 모진 고문 속에서도 다행히 목숨을 건지고 살아난 지사들의 증언을 귀로는 들을 수 없는 가혹한 고문이었다. 나라없는 설움을 눈물을 삼키며 참아낸 선열들의 모습이 가슴을 파고 들어온다. 전쟁의 참상을 알지 못하고 나라 잃는 설움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들에게 '나라가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는 교육장에 많은 사람들이 발길을 옮겨 가슴으로 느껴보기를 기대해 본다.
박재련(사진) 대한사립중고등학교장회 회장은 12~13일 전남 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 엑스포홀에서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 최현규 사학법인연합회 회장 등을 포함해 회원 600여명이 참석했다. 이명웅 한국사학정책포럼 공동대표(변호사)가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에 관한 헌법적 논의’를 주제로 특별강연한데 이어, 본회의와 오상훈 럭스로보 대표의 ‘제4차 산업혁명과 코딩교육’ 강연 등이 진행됐다. 박재련 회장은 인사말에서 “교육계 변화에 따른 대처를 위해 서로 간 정보를 교류하고 대응할 방안들을 논의한 자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윤수 교총 회장은 축사를 통해 “한국교육의 발전은 사학의 역사와 궤를 같이 했으며, 교총의 강력한 동반자였다”며 “사학의 발전을 위해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한국교총이 2019~2020년도 현장교육연구운동 대주제를 공모한다. 시대 변화에 부응한 교실연구의 새 방향을 설정하고 연구대회의 개선·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교총 회원이면 누구나 응모할 수 있으며 교총 홈페이지(www.kfta.or.kr)에서 응모신청서를 다운받아 작성한 후, 11월 10일까지 이메일(kfta11@kfta.or.kr) 또는 팩스(02-572-0292)로 접수시키면 된다. 결과 발표는 11월 24일 홈페이지를 통해 할 예정이며 최우수·우수·장려상 수상자에게는 문화상품권이 수여된다. 2017∼2018 대주제는 ‘연구하는 선생님, 배움이 있는 수업, 생동하는 교실’이다. 교총은 1952년 전국현장교육연구대회를 시작으로 매년 전국교육자료전, 전국초등교육연구대회를 개최하며 수업 개선과 교사들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아들러 심리학을 사람들에게 잘 소개한 책으로 ‘미움 받을 용기’가 있다. 이 말과 관련한 아들러의 용어는 ‘courage to be imperfect’다. 그런데 이를 ‘미움 받을 용기’라고 말하기는 것은 아들러의 의도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영어를 그대로 직역한 ‘불완전할 용기’가 훨씬 더 적합하다. 의역하면 ‘불완전한 존재가 될 용기’ 또는 ‘불완전한 존재임을 받아들일 용기’로 표현할 수 있다. 아들러는 우리 모두가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현재 모습 그대로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이라고 격려한다. #초등 3학년 미술 전담교사 K가 겪은 일이다. 그는 수업 내내 그림 그리기를 힘들어하다 끝내 자신의 작품을 반으로 접어 풀을 발라버린 B와 쉬는 시간 상담실에 마주 앉았다. “상준아 오늘 미술 시간 어땠어?” “별로였어요.” “인기 과목인 줄 알았는데.” “차라리 수학이 나아요. 수학은 그냥 풀면 되는데 미술은 답이 없어요. 생각대로 안 그려지니까 짜증나요.” K교사는 B가 완벽한 그림을 그리지 못해 힘들어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B에게는 ‘불완전할 용기’가 필요한 것이었다. K교사는 완벽히 못 그려도 미술이 행복하도록 돕고 싶었다. “아~그렇구나. 그럼 마음 속 그리기 정답과 똑같이 그릴 수 있는 사람은 누굴까? 친구 현성이는 할 수 있을까? 그림 잘 그린다고 소문난 남주는 할 수 있을까?” “글쎄요. 걔들도 못하겠지요.” “그래도 그 친구들은 미술시간을 좋아하잖아.” “공부 안 하는 시간이니까 그냥 좋아하는 거예요.” “그러면 그 친구들은 왜 자기 작품을 자꾸 칠판에 붙여 달라고 하지? 그냥 그린 건데?” “마음에 드나 보지요.” K교사는 문득 창운이가 생각났다. 창운이는 그림에 별로 소질은 없지만 미술시간에 늘 즐거워하고 그림을 칠판에 붙여 달라는 아이였다. “그럼 잘 그리는 아이들만 자기 그림을 좋아하는 것 같아?” “꼭 그렇지는 않아요. 창운이는 못 그려도 그림 붙여 달라고 하잖아요.” “그래, 창운이는 그렇지. 그럼 창운이는 마음 속 정답 그림하고 똑같이 그려서 그렇게 자신만만할까?” “에이, 그럴 리가요.” “그럼, 창운이는 미술시간이 안 즐거울까?” “아니요. 창운이는 엄청 즐거워 보여요. 그림을 별로 못 그려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 창운이를 보면 어때? 한심하게 보여?” “아니요. 마음껏 그리고 못 그려도 신경 안 쓰니까 좋겠어요.” “선생님도 창운이가 재미있고 귀여워. 열심히 하는 모습이 좋아 보이고. 어쨌든 B야, 네가 일류화가처럼 마음 속 정답 그림과 똑같이 그릴 수 있으면 좋겠다.” “전, 과학자가 꿈인데요.” “아, 그래? 그럼 일류화가처럼 잘 그리지 않아도 되겠네?” “뭐, 그렇지요.”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B의 얼굴이 아까와는 달리 밝고 편안해 보였다. 교사와의 짧은 대화를 통해 불완전할 용기를 얻은 듯 했다. K교사는 완벽한 그림을 그리려는 B에게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도 충분하다고 격려했다. 완벽하고자 하는 욕구는 발전을 주기도 하지만 엄청난 스트레스와 긴장을 유발한다.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미술 시간이 힘들기만 하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활동에서 완벽을 요구하는 교육은 학생들에게 진정한 배움의 즐거움을 주지 못한다. 교사는 학생의 현재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완벽을 장려하지 말고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자기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는 학생들을 격려해야 한다. 불완전할 용기에 대한 격려가 학생들에게 성장과 배움을 맛보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많은 교사들은 스스로 제 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 의심하며 하루하루 전전긍긍하며 생활한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고 있는 교사의 실수는 학생들에게 불완전할 수 있는 용기의 모범이 된다. 완벽하진 않지만 노력하고 있는 교사의 모습은 실수에 관대하고, 있는 모습 그대로 서로를 존중하는 교실 분위기를 만드는데 큰 몫을 할 것이다.
진보 교육감들의 기본 공약이고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이자 교육정책인 혁신학교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의 혁신학교 확대에 대한 우려의 경종이 울렸다. 2016학년도 전국 고교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결과 혁신학교가 일반학교에 비해서 기초 학력 미달 비율이 현저히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혁신고교 40% 정도가 보통 학력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혁신학교는 정규 교육과정의 틀 안에서 교육 내용과 방법 등을 단위학교가 자율적으로 시행하여 교육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학교다. 혁신학교는 지식 중심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교교육과정의 자율화, 다양화 등으로 교육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데 초점이 있다.주지하다시피 혁신학교 확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자, 국정 과제다. 현재 진보 성향 교육감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초 691개교·중 353개교·고 120개교·기타 13개교 등 전국적으로 1177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돼 학교당 연평균 1억원 안팎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그런데 이러한 혁신고교 학생의 '기초 학력 미달' 비율이 전국 고교 평균보다 세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은 혁신학교가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반증이라고 해석할 수 잇다. 기초 학력 미달은 100점 만점에 20점 미만으로 공부 포기자라고 혹평을 받는 등급이다.사실 혁신학교는 2009학년도 경기교육청에서 현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교육감 재임 시절 도입했고, 서울교육청에서는 2011학년도에 도입한 학교 모델이다. 현재는 전국 모든 시ㆍ도의 초ㆍ중ㆍ고교에 도입ㆍ적용하는 학교 혁신 모델이다.아울러 진보 성향 교육감이 대거 당선될 당시인 2014년 진보 교육감 후보들이 공약을 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후보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에서 혁신학교의 획기적 확대를 제시한 바 있다.교육부가 이번 국회의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한 '혁신학교 학업 성취 수준' 자료를 분석하면, 2016년 전국에서 치러진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기초 학력에 미달하는 혁신학교 고교생은 11.9%였다. 전국 고교 평균은 4.5%의 2.6배 수준이다. 혁신학교 중학생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5%(전국 평균 3.6%)여서 중학교보다 고교에서 학력저하 현상이 뚜렷했다. 초등학교 역시 혁신학교의 기초학력이 일반학교의 기초학력이 낮을 것으로 유추되고 있다.한국교육과정평가원(KICE)에 주관하여 매년 시행하는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는 학업 성취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중3과 고2를 대상으로 치른다. 평가 결과 성적에 따라 '보통 학력'(100점 만점에 50점 이상 수준) '기초 학력'(20~50점) '기초 학력 미달'(20점 미만)로 구분한다. 아무리 혁신학교가 한 줄 세우기 교육이 아니라 함께 어울리는 교육을 지향한다고 하지만, 무릇 학교는 기본적으로 배우고 익혀야 할 기본적 ‘배움’을 수행하는 곳이라는 점도 유념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전제하면 기초 학력 미달 수준은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는데 학교 교육의 초점을 모아야 하는 것이다.문재인 정부는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 시행 규모를 기존의 중3, 고2 학생 전수에서 표집으로 바꾼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과시 대상이 전수건 표집이건 교육과 배움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학교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가르치고 배워야 할 본질(지식, 인성, 생활을 포함한 지적, 기능적, 정의적 영역)이 있는 것이다. 경쟁 배제라고 해서 한 줄 세우기 교육을 지양하고, 협동 추종이라고 하여 어울림 교육에만 치중한다면 절름발이 교육인 것이다.혁신학교 학력 수준이 시·도 단위별로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타까운 점은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기초 학력 미달자(20% 미만)는 수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자, 시험 볼 의지가 거의 없는 자, 공부를 포기한 자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또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 규모와 대상이 전수 평가에서 표집 평가로 전환된다고 해서 교육과 배움의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지난해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고교 혁신학교는 '보통 학력' 이상 비율이 59.6%로 전국 평균(82.8%)보다 낮은 반면, 하위권으로 분류되는 기초 학력 비율은 28.5%로 전국 평균(12.7%)의 2배 이상이었다. 기초 학력 이하(미달자 포함) 학업 성취도를 보인 혁신학교 고교생은 10명 가운데 4명꼴인 40.4%에 달했다.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도 충북 혁신학교 22.3%(전국 학교 평균2.0%), 인천 19.5%(3.2%), 전북 16.3%(4.5%), 서울 15.3%(7.6%), 경남 11.6%(5.0%) 등으로 현저히 높게 나타났다. 한편, 교과별 학업 성취도에서도 고교 혁신학교의 기초 학력 미달자 비율이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영어는 혁신학교 미달자 비율이 14.4%(전국 학교 평균 5.1%), 수학은 12.9% (전국 평균 5.3%)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충북 지역 혁신학교의 기초 학력 미달 비율이 충북 지역 전체 평균(2%)의 11배 수준인 22.3%로 가장 높았다. 이어 인천 19.5%, 전북 16.3%, 서울 15.3%, 경남 11.6% 순이었다.수학과 기초 학력 미달률 역시 전국 고교 평균이 5.3%인데, 혁신학교 평균은 12.9%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2015~2016년 전국 고교의 기초 학력 미달 비율은 4.2%→4.5%로 소폭 늘어난 데 반면, 혁신학교는 7.9%→11.9%로 크게 증가 했다.일부에서는 혁신학교는 경쟁 위주의 '줄 세우기' 교육을 벗어나자는 취지로 도입된 만큼 단순한 교과 성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특히 혁신학교는 댜부분 교육 여건과 환경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학교들이 지정되는 경우가 많아 기초 학력 미달자가 많을 수 밖에 없다는 논리를 들이댄다. 하지만, 경쟁 위주의 '성적 줄 세우기' 교육 여파로 기초 학력 미달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나아가 원래 혁신학교에 정상적 학습 능력이 부족한 학생이 많아 기초 학력 미달 학생들이 과다하다는 논리도 군색한 변명이다.문재인 정부는 앞으로 혁신학교를 획기적으로 확대한다고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보듯이 혁신학교 확대는 심각하게 재고해야 한다. 무조건 혁신학교의 양적 확대에 주력하기보다는 질적 수준을 높일 정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혁신학교는 국가 수준 교육과정, 지역 수준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한 학교교육과정의 토대 위에서 교육 내용, 교육 방법 등을 다양화, 자율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가르쳐야 할 것과 배워야 할 것을 반듯하게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 게 본질이다.혁신학교에 교장공모제를 적용하고 학교장 권한 내려 놓기를 강조한다고 해서 가르칠 것을 가르치기 않고 배워야 할 것을 배우지 않는 것이 절대 아니다. 따라서 혁신학교라고 해서 경쟁 위주의 한 줄 세우기를 지양하니, 협동 중심 어울림 위주의 교육만 하면 그만이라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 절대 아니다.앞으로 혁신학교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교원 연수와 재교육, 교사학습 공동체 활동 활성화, 교육공동체의 역할과 교육 전문성 강화, 집단지성을 통한 교육과정과 교육활동 의사결정 등이 병행돼야 한다. 현재 혁신학교는 전국 각 시ㆍ도에서 행복 나눔학교, 행복 공감학교, 행복 씨앗학교 등으로 칭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하교의 교육이 교육의 본질을 가르치고 배우는데 등한시 한다면 그 운영 체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특히 이들 혁신학교가 이름 그대로 혁신, 행복 등과 등치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닌지 고려해야 할 것이다. 모든 학교는 분명히 가르치고 배워야 할 본질적 교육 내용이 있다. 이는 학교의 숭고한 권리이자 책무다. 이 명백한 사실은 혁신학교라고 해서 면제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작년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의 기초 학력 미달자 비율 증가는 혁신학교 교육과정과 교육 방법, 학교 경영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