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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논술 작성은 논리적 사고와 체계적인 글쓰기가 요구되는 중요한 과정이다. 그 사람의 어휘력과 표현력 등을 확인할 수 있거나 인식구조와 가치관도 함께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활용하기도 한다. 논술은 다양한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인 관계로 많은 전형에서 활용하고 있다. 본 기고에서는 논술의 일반적·이론적 의미는 간략하게 다루기로 하고, 교육전문직원 전형에 필요한 실천적 관점에서 논술 대비 과정을 중심에 두고 설명을 하며, 월간 연재 형식의 기고문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논술 작성방법으로는 기존의 일반적인 논술방식(서론-본론-결론)을 활용하는 것이 주가 되었으나. 다소 변화된 논술방식(MASA, 필자의 새로운 주장)을 활용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주로 두 가지 형식을 비교하면서 논술을 설명해 보고, 논술작성의 기본과 더불어 작성역량을 높이고자 한다. 논술방식 가. 일반적인 논술방식 서론-본론-결론 방식을 갖는다. 서론에는 주제 제시 및 논점을 설정한다. 다음으로 본론에는 주장과 근거 제시, 반대 의견 반박을 제시한다. 결론에는 논점 정리와 제언을 하고 마친다. 일반적인 논술체계의 특징은 간단하고 직관적인 구성으로, 주장을 명료하게 전달한다. 서론-본론-결론 방식은 단순한 논리적 구조를 통해 이해가 쉽고 명료한 장점이 있다. 서론-본론-결론의 사고과정은 논점을 중심으로 주장과 근거를 제시하고 설득력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주로 의견대립이나 주장의 타당성 검증에 초점을 맞춘다. 서론-본론-결론 방식은 논리적 설득으로 상대방을 이해시키고자 하는 것이 주목표이다. 나. MASA 논술방식 변화된 논술방식으로는 MASA 논술방식1이 있다. 문제상황을 관리 → 분석 → 해결 → 실행 → 평가단계로 체계적으로 접근한다. 단순한 주장을 전달하는 것만이 아니라 관리(Management) → 분석(Analysis) → 해결(Solution) → 실행(Action)의 흐름을 통해 독자의 설득력과 실행력을 높이는 데 활용하는 방식이다. 특징으로는 문제해결과정을 구체적으로 나누어 사고의 흐름을 명확히 드러낸다는 점이다. MASA 방식은 문제해결과정을 상세히 나누어 구조화된 사고를 보여주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합하다. 문제를 과제 분석 → 원인 분석 → 해결방안 탐색 → 실행 및 평가의 과정으로 구분하면서 사고과정을 강조하기도 한다. 단순한 주장보다 문제해결과정과 실천방안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 MASA 방식은 문제해결과정과 실행력을 강조하며, 실질적인 실행계획과 환류과정까지 고려한다. 다만 MASA 방식은 아직 일반화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은 생소한 방식이다. 따라서 구체화하여 예시와 함께 설명하는 것이 이해도를 높일 수 있어서 추후 연재에 이어 나가도록 하겠다. [PART VIEW] 교육전문직원에게 논술의 의미란? 교육전문직원을 뽑는 데 논술이 왜 필요한지를 안다면 논술 전형의 방식과 그 내용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것이다. 우선 교육전문직원은 어떤 의미를 가진 자리인지 살펴보자. 법령상 특정직 교육공무원에는 교원과 교육전문직원이 있다. 교육기관에는 교원이나 교육행정직(공무직 포함)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교육기관에 교육전문직원을 두는 이유가 있다. 교육전문직원은 교원 자격을 가진 자 중에서 공개전형을 거쳐 선발한다. 시·도교육청마다 경력은 다소 다르지만, 12~15년 경력을 가진 자로 되어 있다. 이 정도 경력이면 학교현장에서 초임교사와 부장교사를 거쳐 어느 정도 중견의 자격을 가진다. 조금씩 교육적 식견이나 통찰력 등도 가질 수 있는 교직 생애주기에 해당한다. 교육전문직원은 대한민국 교육부 및 각급 교육청 및 교육지원청, 그 외의 교육부 및 교육청 산하기관에 근무하며 교육행정업무와 교육정책의 계획·수립·조정 및 민원 업무처리를 총괄 또는 주관하는 장학관·장학사·교육연구사·교육연구관 등을 통틀어 부르는 명칭2이다. 법령상의 역할은 그렇지만 실제로는 학교에서 실천 경험과 교육청이나 교육부 정책의 연계를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3을 한다. 만약 교육전문직원이 없다면 교육청과 학교의 간극(교육정책 입안과 실행)은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즉 교육전문직원은 그 간격을 줄이고 시행착오를 줄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교육정책이 기획·입안되어 학교현장에 내려오면, 학교 시스템을 거쳐 교실이라는 공간을 통해 학생들에게 다가간다. 이때 입안된 정책이 학생에게 잘 스며들게 하려면 학교와 교실이라는 상황변수를 이해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따라서 교육청 등에서는 정책 기획과 입안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교육현장 경험이 있는 교육전문직원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래서 교육전문직원에게 있어서 논술은 단순히 글쓰기 능력보다는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교육적 식견과 통찰력 그리고 내재된 역량과 바른 인성을 갖췄는지 확인하는 가치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상과 같이 교육전문직원에 있어서 논술은 사고력과 통찰력 등이 잘 기획되어 내재된 역량으로 표출하는 장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교육전문직원 전형에서 중요한 관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사교육의 과열4로 인하여 그런 과정을 생략하자고 하는 경향도 있지만, 1차 지필고사 형태가 아니더라도 면접과 역량평가에서 활용할 수밖에 없는 지표임은 분명하다. 전형을 통과하여 교육전문직원으로 입성하였을 때, 교육정책을 기획하거나 입안을 하게 된다. 교육정책의 방향·기획·기안·결재·예산·홍보·안내·평가 등 전 과정을 거치는 역할과 책임을 다하게 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바로 논술역량이 지대한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있다. 가령 ‘교실에서 학생들이 잠을 잔다’, ‘잠자는 교실을 깨운다’ 등의 기본적인 교육문제 상황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교육기관의 중요한 과제이다. 교육전문직원은 논술역량을 가진 사람으로 이 문제배경에서 논제를 찾고, 이에 대한 문제점과 원인을 찾으며, 해결방안을 강구하는 사고과정을 거치면서 기획이 이루어진다. 실행기획을 하거나 정책을 학교현장에 안내하거나 홍보할 때 그 논술역량이 어떻게 작동하여 발휘하는가가 중요하며, 일련의 과정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 교육전문직원의 논술 기본 전제 이번 호에서는 교육전문직원의 논술에 대한 기본적인 전제 내용을 주로 다루고, 이후 세부적인 내용을 다루면서 교육전문직원 논술 전형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논술 연재를 안내하고자 한다. 가. 기본적인 문장 구성요건을 확인한다. 논술의 기본 문장은 독립(투입)변수와 종속변수로 이루어진다. ‘잠자는 학생을 깨우기 위하여(종속) 질문이 있는 교실을 운영(독립)한다.’ 또는 ‘질문이 있는 교실을 통해(독립) 잠자는 학생을 깨우도록(종속) 한다.’ 이처럼 논술의 기본은 주로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 교육기관이나 교육청의 기획은 한 단어나 문장에서 시작한다. 교육에서 중요한 현상적 문제를 인식하면서 이를 해결하려는 절박함이 배경으로 존재한다. 독립변수인 ‘질문이 있는 교실’을 가지고 자세한 내용을 다루며 이를 확장하여 나갈 수 있다. 이 문장 안에는 ‘질문’과 ‘교실’로 다시 구체화된다. ‘질문’ 또한 다양하게 확장 또는 세분화되어 나갈 수 있는 변수가 된다. 변수를 줄이거나 늘리는 등 자유롭게 한다는 의미는 단어와 문장 그리고 단락이 만들어진다는 의미와 연결이 된다. 결국 한 단어를 가지고 문장으로, 문단으로 한 주제의 글이 만들어진다. 반대로 한 주제의 글을 한 문장으로 또는 한 핵심단어로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은 논술역량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시피 논술의 내공은 문장력·어휘력·통찰력·교육적 식견 등이 쌓여서 자리 잡기 때문이다. ‘위기학생 발생’이나 ‘학교에서는 위기학생이 많아지고 있다’라는 교육현안으로 시작하여 기획이 이루어진다면 ‘위기학생’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학교’라는 상황을 이해할 때 논술의 깊이가 더해진다. 단순히 어휘력·문장력만으로는 이 현안을 다루기 힘들며, 통찰력과 교육적 식견 등이 필요한 논제이다. 이런 기본 문장을 전제로 시작하고, 나아가서 상황변수·통제변수·매개변수 등이 제시되어 확장한다는 것도 이해가 필요하다. ‘잠자는 학생을 깨우기 위하여서 질문이 있는 교실을 운영한다’에서 ‘잠자는 학생을 깨우기 위하여서 초·중·고 학교급 상황에 맞게 긍정적 수업분위기를 통해 질문이 있는 교실이 활성화하도록 한다’와 같이 초·중·고 등 학교급 상황변수나 긍정적 수업분위기 등 매개변수를 넣어서 논술 문장이 확산하게 된다. 학교급이라는 상황변수 외에도 학생·교사·학부모 차원 또는 학교·교육청·교육부 차원과 같은 상황변수도 있다. 어떤 논제에 대하여 차원이라는 변수를 놓고 고민하게 되는 부분도 논술에서 중요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문장 구성에서 중요한 또 다른 하나는 두괄식 작성과 미괄식 작성이다. 두괄식은 중심 문장을 먼저 제시하여 명확하게 이해하게 하고, 보조 문장을 제시하여 세부적인 설명을 하는 방식이다. 미괄식은 세부적인 설명을 먼저하고, 마지막에 정리하여 중심 문장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기술하는 방식과 선호에 따라 호불호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교육의 논술이나 기획에서는 두괄식으로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와 관련한 문장 구성은 좀 더 많은 예시자료 등이 있어야 이해에 도움을 줄 것이다. 다음 호에서 더 자세하게 다루도록 하겠다. 나. 논술역량은 기획과 더불어 과정 및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앞에서 교육정책의 방향·기획·기안·결재·예산·홍보·안내·평가 등 일련의 과정에서 논술역량이 지대한 영향을 준다고 하였다. 다시 한번 언급하자면, 논술의 내공은 문장력·어휘력·통찰력·교육적 식견 등이 쌓여서 더욱 단단해진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논술역량은 기획안이 문서로 만들어질 때만 발휘되는 것이 아니다. 관계자에게 설명하는 언어로 표현할 때도 논술역량이 작용한다. 특히 행사 진행과 언론 보도에 필요한 홍보게재문 작성과 기관장의 인사말 작성 등에도 논술역량은 빛을 발한다. 다. 논술 주제는 새롭게 만들어진다. 그해 교육현안을 중심으로 논술 주제가 만들어진다. 이는 논술을 외워서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며, 새롭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교육현안의 배경·필요성·해결방안에 대한 내재된 고민과 역량이 전형 순간에 발휘된다. 시·도교육청의 주요업무방향과 더불어 그해 교육현안을 놓고 다양한 논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중요하며, 실제 작성과정도 중요하다. 시간 안배를 확인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여유를 가지도록 한다. 작성은 종료 5분 전으로 하고, 남은 5분은 교정 및 수정 보완할 수 있도록 연습한다. PC 워드로 작성한다면 타자 속도가 영향을 주기도 하며, 워드 작성이 주는 장점을 잘 이용할 수도 있다. 라. 우선순위로 핵심 아이디어를 정하도록 한다.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중언부언보다는 핵심을 중심으로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전문직원들은 이 핵심을 담은 문장을 일명 ‘꼭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가령 ‘질문이 있는 교실’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의 변화, 수업방법 개선, 교사의 수업역량, 학생의 태도, 학부모의 협조, 사회의 인식 등이 핵심이 될 수 있다. 6가지에서 어떤 것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하는지 정하는 것이 논술의 중요한 역량이 된다. 6가지 모두를 말할 수도 있지만, 분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우선순위에 따라 4가지 정도를 담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나가는 말 교육전문직원 전형 문제는 늘 새롭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논제를 만들어보고 시뮬레이션해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논제에 대한 거시적인 부분과 미시적인 부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한 단어, 한 문장도 중요하고 확대된 단락과 전체 맥락도 중요하다. 혼자 하기 어렵다면 팀을 만들어 함께한다면 좀 더 효율적일 것이다. 끝으로 학교업무가 바로 논술의 주제라는 생각을 강조하고 싶다. 출장이나 연수 등이 겹쳐서 계획하였던 논술 작성을 연습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그 연수나 그 업무로 논술 주제를 연습하는 기회로 삼아보자. 이런 생각이 바로 교육적 식견이고, 교육전문가로서 내공이다. 예를 들어 생활부장 연수가 갑자기 잡혔다면 그것을 기회로 교육청의 생활교육 방향을 이해하고, 나는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본다면 실천적 역량까지 더욱 깊어질 것이다. 또한 학교행사나 학부모에게 인사말을 써야 하는 업무가 있다면, 솔선수범하여 작성해 보자. 논술작성 연습은 물론 동료교사와 관리자에게 인정받는 일거양득이 될 것이다.
10월호부터 지금까지 교육공무원의 임용을 살펴보고 있다. 교육공무원의 임용①에서는 임용의 개요·채용·승진·전직·파견·겸임·겸직에 대해 살펴보았고, 교육공무원의 임용②에서는 원로교사의 임용, 시간선택제교사 임용, 직위해제, 퇴직과 면직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마지막으로 교장·교감·수석교사의 임용을 살펴본다. 1. 교장·교감·수석교사의 임용 가. 교장의 임용 1) 교장은 교육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용함. 2) 교장의 임기: 4년(1차에 한하여 중임 가능). 다만 공모에 따른 교장으로 재직하는 횟수는 이에 포함하지 아니함. 3) 1차 임기 종료자는 중임 심사를 거쳐 교장으로 재임용(중임). 4) 교장의 임기가 학기 중에 끝나는 경우 임기 만료일이 3월~8월이면 8월 31일, 9월~다음 해 2월이면 다음 해 2월 말일을 임기 만료일로 함. 5) 정년 전에 임기가 끝나는 교장으로서 교사로 근무할 것을 희망하는 사람은 수업 담당 능력과 건강 등을 고려하여 원로교사로 임용할 수 있음. 6) 교장 임용 제청 추천 자격1 - 승진후보자명부에 등재되고 승진 순위 해당자, 교장에서 교육전문직원으로 전직 임용된 자, 장학관·연구관 전직 후 2년 근속한 자, 교육전문직원 3년 이상 재직한 자(교육 및 교육행정 경력이 22년 이상인 자) 7) 교장 승진임용 제한2 - 징계의결 요구 및 징계처분·직위해제·휴직 중인 경우 - 강등(18개월)·감봉(12개월)·견책(6개월) ※ 단, 4대 비위 징계처분인 경우 6개월 가산 나. 교장 중임 심사 1) 1차 임기가 만료되는 교장에 대해서는 「교육공무원 인사관리규정」 및 「교장임기제 실시 업무처리지침」에 의하여 중임 심사 절차 이행 2) 인사위원회의 심의사항(「교육공무원 인사관리규정」 제31조) 가) 신체·정신상의 건강상태 나) 학교관리능력상의 결함 유무 다) 그밖에 교장 중임에 부적격한 사유의 유무 라) 교원의 4대 주요비위(금품·향응 수수, 상습폭행, 성폭행, 성적조작) 관련 여부 3) 교육부장관의 임용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 4) 교장임용 제청 제외 가) 교장 중임 임용대상자 중 성추행 및 성희롱 등 성 관련 비위자는 교원의 4대 비위에 준하여 처리(임용 배제, 소급적용) 나) 교장 중임 임용대상자 중 징계기록미말소자는 교장임용 제외. 단, 징계기록 말소(견책 3년, 감봉 5년, 정직 7년) 후 중임 심사를 거쳐 임용 [PART VIEW] 다. 교장공모제 1) 교장공모제 운영 학교 지정 원칙 가) 교장 결원 사유(정년퇴임·중임만료·공모만료·정기전보(4년) 등)로 학교장 후임 발령이 필요한 학교 중 학교구성원 의견 수렴 및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교장공모제 신청서를 제출한 학교 중에서 지정 나) 자율학교는 공모유형을 내부형(A) 또는 내부형(B) 중에서 선택하여 신청하며, 학년도별 내부형 신청 학교수의 50% 범위에서 교장자격증 소지 여부와 관계없이 교육경력 15년 이상인 교원이 공모에 참여할 수 있는 내부형(B) 유형 지정 2) 공모교장 임용 자격 요건 가) 서울시교육청 소속 교육공무원(서울시교육청에서 교육부 및 소속기관으로 전출된 자 포함)으로서, 교장 공모유형에 따라 「초·중등교육법」 제21조 제1항에 따른 자격이 있는 자(교장자격증 소지자) 또는 「교육공무원임용령」 제12조의6 제1항에 따른 자격기준에 해당하는 자 나) 공모유형 및 공모교장 지원 자격기준 다) 지원 자격 제한 •정년 잔여기간이 4년 미만인 자 ※ 교육공무원 중 교장자격증을 소지한 자로서 교장으로 처음 임용되는 경우는 정년 잔여기간이 2년 이상 4년 미만인 자도 지원 가능 •「국가공무원법」 제33조(결격사유) 및 「교육공무원법」 제10조의3(채용의 제한) 등 법령상 임용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자 •「교육공무원법」 제21조(전직 등의 제한)의 제한 요건에 해당하는 자 •「교육공무원임용령」 제16조(승진임용의 제한)의 제한 요건에 해당하는 자 •징계 말소기간 미경과자 ※ 단, 교원 4대 비위자(금품·향응 수수, 상습폭행, 성비위, 성적 조작)는 징계 말소 여부와 관계없이 배제 •임용예정일 기준 현 재직교 근무기간이 2년 미만인 교장 •현 재직교에는 지원 불가 •전임교에 지원할 경우에는 임용예정일 기준으로 전보된 후 3년 미만인 자 •임용예정일 기준으로 타 학교 공모교장 임기가 만료되지 않은 자 •현임 수석교사(「교육공무원법」 제29조의4 제4항) •공모교장 임용예정일 기준 휴직 또는 파견 중인 자 •(지원일 기준) 교육지원청 근무 교육전문직원의 소속 지원청 내 학교 공모 금지 3) 공모교장의 임기 가) 공모교장 재직 횟수는 교장 1차 중임제한의 횟수에 미포함 나) 교장으로 근무 중인 자가 공모교장으로 임용되는 경우, 공모교장 임용 이전의 교장 임기 잔여기간은 소멸됨. 다) 공모교장은 임기 중 인사 조치를 제외하고는 전보할 수 없음. 4) 공모교장의 임기 중 인사조치 가) 공모교장으로 임명된 자는 임기기간 동안 다른 직위로 전직할 수 없음(2021.3.1.부터 적용, 기존 공모교장 임용자 포함). 나) 공모교장이 당해 학교에 계속 근무할 수 없는 객관적이고 명백한 사유가 있는 때는 학교운영위원회가 심의를 거쳐 임용권자에게 공모교장의 직을 해제하는 인사조치를 요청하거나, 임용권자가 직권으로 본인의 소명 절차 및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공모교장의 직을 해제할 수 있음. 다) 공모교장이 임기 중 일신상의 사정 등으로 직무수행이 어려워 학교운영위원회에 ‘인사조치 심의 요청’을 하였을 때는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임용권자에게 공모교장의 직을 해제하는 인사조치를 요청할 수 있음. 5) 임기 만료된 공모교장의 인사 가) 공모교장의 임기가 끝나는 경우 공모교장으로 임용될 당시 교육공무원이었던 사람은 공모 교장으로 임용되기 직전으로 복귀함. 다만 임용되기 직전의 지위가 교장인 사람으로서 중임한 사람은 교장으로 복귀하지 않음(「교육공무원법」 제20조의3 제6항). 나) 공모교장의 임기가 끝난 경우(공모교장 임기 만료 전에 직을 해제한 경우 포함) 공모교장에 임용될 당시의 직위로 복귀하여야 함. 다만 공모교장 임용 당시 교감 또는 교육전문직원은 공모교장 평가 결과 등에 따라 교장임용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교장으로 승진 임용하거나, 교육전문직원으로 전직 임용할 수 있음. 다) 교장중임을 마치고 공모교장으로 임용된 후 정년 전에 교장 임기가 만료된 경우에는 교장으로 임용될 수 없으며, 동 교원이 교사로 근무할 것을 희망하는 경우 「교육공무원법」 제29조의2 제5항 및 제6항에 의한 원로교사로 임용될 수 있음. 라) 공모교장 임기가 끝난 경우 다른 학교의 공모교장으로 재임용 가능함. 마) 공모교장 관련 인사의 예 •교장(초임) ⇒ 교육전문직원 ⇒ 공모교장 ⇒ 교육전문직원 또는 교장 중임 •교장(중임) ⇒ 공모교장 ⇒ 원로교사 또는 교육전문직원 •교육전문직원 ⇒ 공모교장 ⇒ 교육전문직원 또는 교장 초임 •교감 ⇒ 공모교장 ⇒ 교감 또는 교장 초임 •교사 ⇒ (내부형) ⇒ 교사 또는 공모교장(내부형·초빙형) 6) 공모교장 임용 절차 공모교장 시행 안내(임용권자) ⇒ 학교구성원 의견 수렴 및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후 교장공모제 신청(학교) ⇒ 교장공모제 운영 학교 지정(임용권자) ⇒ 교장공모 공고(학교·임용권자) ⇒ 공모교장 지원자 접수(학교) ⇒ (학교)공모교장심사위원회 심사(서류전형·설명회·면접 등) 후 3배수 추천 ⇒ (교육청)공모교장심사위원회 심사(서류심사·면접 등) 후 학교 심사결과와 합산하여 3배수 추천 ⇒ 단수 임용 추천(임용권자) ⇒ 임용 제청(교육부장관) ⇒ 공모교장 임명(대통령) 7) 공모교장 표절심사위원회 운영 가) 심사기구: 교육청(본청)에 공모교장 표절심사위원회를 구성 나) 심사대상: 응모자 전원의 자기소개서와 학교경영계획서 다) 표절처리: 표절로 판정되는 경우 공모교장 자격 박탈, 임용추천 취소, 징계(행정처분) 조치, 향후 공모교장 지원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고 추후라도 징계 등 엄중 조치 8) 공모교장의 평가는 2년 차(중간평가), 4년 차(최종 평가)에 실시함. 라. 교감 임용 1) 임용자격: 교감자격증 소지자 가) 교감 승진후보자명부에 등재되고, 「교육공무원임용령」 제14조 제1항의 규정에 의거 승진 순위에 해당하는 자(단, 정년 잔여기간 1년 미만인 자는 제외) 나) 교감에서 교육전문직원으로서 전직 임용된 자 다) 교육전문직원으로 5년 이상 재직한 자 마. 수석교사의 임용 1) 수석교사는 교사의 교수·연구활동을 지원하며, 학생을 교육함. 2) 수석교사 지원 요건 가) 지원자격: 교육경력 15년 이상인 교사 나) 추천·임용 제한 •「교육공무원임용령」 제9조의7(수석교사의 임용 제한 등) 해당자 •교원의 4대 비위 관련자 및 징계 처분(불문경고 포함) 후 징계기록 말소 기간 미경과자 •징계의결 요구 및 징계처분·직위해제 또는 휴직 중에 있는 자 •정년 잔여기간이 4년 미만인 자 •교육적 자질이 현저히 부족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 •선발단계에서 교육전문직원 전직 예정자 및 파견 예정자 •임기 중 퇴직·전직·파견·공모교장 응모 예정인 자 •초빙교사 임기 미완료자는 학교운영위원회 동의를 얻은 자에 한함. 3) 수석교사는 교육부장관이 임용(「교육공무원임용령」 제3조 5항 3호에 따라 임용권을 교육감에게 위임) 4) 수석교사는 최초로 임용된 때부터 4년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적평가 및 연수실적 등을 반영한 재심사를 받아야 하며, 심사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수석교사로서의 직무 및 수당 등을 제한할 수 있음. 5) 수석교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수업부담 경감, 수당 지급 등에 대하여 우대할 수 있음. 6) 수석교사는 임기 중에 교장·원장 또는 교감·원감자격을 취득할 수 없으며, 「교육공무원 승진규정」 제2조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함. 7) 수석교사의 원활한 활동 지원을 위하여 수업시간 수를 학교별 교사 1인당 평균수업시간 수의 2분의 1로 경감하되, 학교 여건을 고려하여 조정할 수 있음. 8) 수석교사에게는 예산의 범위 내에서 연구활동비 지급(월 40만 원). 9) 수석교사의 재심사(4년 단위)는 교육공무원인사위원회의 심의를 받음. - 4년 간의 업적평가 및 연수실적평가 결과 - 신체·정신상의 건강상태 - 금품·향응 수수, 상습폭행, 성폭행, 성적 조작 비위 관련 여부 - 기타 수석교사로서의 부적격한 사유의 유무 10) 수석교사의 임지 배치 및 전보 가) 수석교사 정기전보 주기는 4년으로 함. 나) 교육지원청 배정은 교육감, 근무교 배치는 해당 교육지원청 교육장이 시행함. 다) 현임교 1년 이상 근무자로서 부득이한 사유에 한하여 비정기 전보할 수 있음. 라) 신규 임용 수석교사는 가급적 원소속교에 배치, 재임용 수석교사는 전보 배치함.
17개 시·도교육청과 교육부의 기출문제로 집단면접의 다양한 주제와 유형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다. 기출문제를 풀어 보면 교육정책과 현안 문제의 접근방법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최근 교육이슈와 관련해서도 생각해 볼 내용들이 기출문제 속에 많이 들어 있다. 그래서 자세하게 살펴보고, 중요한 내용들은 따로 정리하는 것이 좋다. 출제 본부에 들어가 본 경험으로는 출제자 그룹에게 최근 3~5년 정도의 기출문제를 제공해 준다. 기출문제와 비슷한 문제를 출제하는 것을 방지하고 출제자들이 논리적 오류가 없는 문항을 명확하게 기술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수년간의 기출문제를 살펴보니 교육현안에 대한 접근방식이 비슷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교육환경이 변화하고, 교육정책이 바뀌어도 핵심가치와 정책의 흐름은 유사한 경우가 많다. 교육청 정책이나 업무추진 방향은 해마다 바뀌는 것이 아니라, 확대·심화되거나 국가 전체 방향과 보폭을 맞추어 추진한다. 따라서 기출문제 답안을 작성해 보고, 예상문제를 만들어 연습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다. 최근 집단면접 평가방법을 보면 시·도별로 조금씩 바뀌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전년도와 2년 전 문제 정도는 그 방식대로 연습해보면 다른 방법으로 변형되더라도 대처하는데 용이하다. 기출문제의 중요성도 알고, 기출문제를 통해 문제 출제 경향성과 유형도 파악했다면 다음엔 무엇을 해야 할까? 바로 예상문제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기출문제 연습 교육전문직을 준비할 때 가장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이 바로 기출문제를 통해 연습하는 것이다. 기출문제를 통해 제시문 분석, 정확한 문제인식, 시간과 방법 등의 제한사항들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스터디에서 기출문제로 실제 평가장의 환경과 조건을 구성하여 연습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먼저 기출문제가 어떻게 나왔는지 살펴보자. 코로나19가 나타난 지 3년이 되어가던 2022년에는 코로나 이후 미래교육 대전환, 고교학점제에 관한 문제들이 나왔다. 아래의 문제와 메모카드 양식을 활용하여 개인 또는 스터디에서 직접 연습해 보기를 권한다. [PART VIEW] ● 집단면접(토의) 연습 - 집단면접(토의) 메모카드 양식 또 다른 집단토의 문제도 예시로 제공하니 참고하여 최근 교육이슈와 연관 지어 연습하기 바란다. - 집단토의 문제 예시 ● 집단면접(토론) 연습 - 찬반토론 문제 예시 ● 기출문제 연습(2022년 인천) 다음으로 기출문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 2022년 인천의 기출문제를 자세히 살펴보자. 이러한 문제가 나왔을 때 정확한 이해를 위해 ▲첫째, 핵심개념인 ‘교육결손, 기초기본교육, 미래사회 대비, AI 융합교육’을 찾아야 한다. ▲둘째, 두 개의 방안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정한다는 조건을 찾는다. ▲마지막으로 그렇게 결정한 이유와 구현 방안에 대해서 언급해야 한다. ● 문제이해도가 낮은 경우 먼저 문제이해도가 낮은 경우를 살펴보자. 코로나19로 인해 학교교육이 어렵다는 것에 공감한 후, 자신이 아는 사례를 넣어 길게 얘기한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결손과 비대면교육의 확대를 위해 기초기본교육과 AI 융합교육이 다 중요하다고 언급한다. 학교현장의 어려움에 대해 공감도 하고 해결방안도 그럴듯하게 말한 것 같지만, 높은 점수를 받기는 어렵다. 왜 그런지 채점기준과 비교하여 설명하면 이렇다. 이 문항에 대한 일반적인 채점기준(20점)은 다음과 같다. ● 소견 발표 - 두 개의 방안 중 하나를 정하여 자신의 입장 발표를 분명하게 했는가?(2점) - 결정한 방안의 이유에 타당성·논리성·다양성이 있는가?(2점) ● 토론과정 - 학교교육과정에 구현할 수 있는 방안을 논리적으로 전개하였는가?(4점) - 구현방안의 근거에 타당성·논리성·다양성이 있는가?(4점) - 경청·존중의 토론 태도(3점) - 전달력·어조·음성 등 발표자세(3점) ● 최종 발표 - 논지와 논거 중심 최종 입장 발표(2점) ● 높은 점수를 얻기 받기 위한 방법 문제의 조건에서 한 가지를 정하라고 했다. 그러면 제시문에서 나타난 학교현장의 어려움을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방안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학교교육과정에 구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타당하고 논리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채점기준에서도 구현 방안의 논리적 전개과 근거의 타당성에 가장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미 제시문에 드러나 있는 코로나19로 인한 학교교육의 어려움을 자세히 언급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리고 최종 입장 발표 시 두 개의 방안을 융합해서 다 좋다는 식의 두리뭉실한 견해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토론 후에도 자신의 입장이 논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어떠한 측면에서 타당한지를 강조해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 기출문제 재연습 출제자 입장에서 어떤 것들을 고려하여 답변을 정리해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보며, 앞에서 살펴본 기출문제를 다시 한 번 연습해보자.
요즘 학생들은 주제를 제시하고 글을 써보라고 하면 “어려워요”라고 하거나, 너무 간단하게 글쓰기를 마치는 경향이 있어서 논리적 글쓰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아가 독자적 글쓰기나 글 완성하기를 어려워하며 주저하는 학생도 있어 친구들과 함께 쓰는 ‘협동 글쓰기’를 기획하게 되었다. 글 쓰는 과정과 모둠 글쓰기를 하면서 역할 분담하는 방법이나, 또래들과 제안하는 까닭(근거)을 정리하면서 정보의 양과 수준을 높이는 기회도 되어 학생들의 글쓰기 결과물 수준은 혼자서 글쓰기 결과물보다 무척 높게 나타났다. 단원 재구성하기 ‘협동하여 제안하는 글쓰기’ 활동은 4학년 1학기 8단원 ‘이런 제안 어때요’를 재구성하여 진행하였다. 본 단원은 우리 주변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의견이 드러나게 제안하는 글 쓰기 능력을 기르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 먼저 제안하는 글의 특성을 알고 문제상황과 제안하는 내용, 그런 제안을 하는 까닭을 생각하도록 했다. 그리고 제안하는 글을 쓰는 방법과 과정을 익혀 글에 들어갈 내용을 생성하고 정리해 보는 활동을 한다. 이 단원의 국어과 교과역량은 ‘비판적·창의적사고역량’이다. 여러 문제상황을 주체적인 관점에서 해석하고, 독창적이면서도 설득력 있는 해결방안을 제안하는 능력을 기르게 한다. 이런 글쓰기 프로젝트를 통해서 학생들은 우리 주변의 문제상황을 인식하고 문제해결방법을 찾아 이를 실천함으로써 민주시민으로 성장해 가리라 기대한다. [PART VIEW] •단원명: 4학년 1학기/ 8. 이런 제안 어때요 •단원 목표: 제안하는 글을 쓸 수 있다. •단원의 계열 ‘협동 모둠 글쓰기’ 주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 각자 제안하는 글쓰기를 한다. 우리 주변의 문제상황(킥보드를 길 아무 곳에 놓기, 담배꽁초 버리기, 흡연 장소, 복도에서 뛰는 문제, 수업시간 지키지 않기, 학교폭력 문제 등)을 자유롭게 제시하고 우리 모둠, 또는 우리 학급의 주제를 정한다. 모둠별로 각자 쓴 제안하는 글을 발표한다(네 편의 글 읽기: 정보 확장). 하나의 주제로 각자 제안하는 글을 쓰고, 모둠원들이 돌려 읽기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보 확장을 경험할 뿐만 아니라 친구의 글을 읽고 포스트잇에 댓글 달아주기를 한다. 상호평가한다. 포스트잇에 긍정적인 면에 대하여 댓글을 달아주면 상호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다. 계획을 세운다. 함께 쓸 제안하는 모둠 글의 제목을 정하고, 네 편의 글을 모아서 우리 모둠이 제안하는 글을 한 편만 적도록 A3 종이를 주고 계획을 세운다. 모둠 글의 제목을 정한 후 문제상황 → 제안하는 내용 → 제안하는 까닭의 내용을 정한 후 문장을 다듬으며 쓴다. 이때 용지는 A4 용지를 확대한 A3 용지에 적도록 한다. 역할을 정한다. 모둠활동을 하는 이유는 서로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게 하는 목적도 있지만, 서로 협력하는 과정을 경험케 하는 목적을 가지고도 있다.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아이디어는 어떻게 만들어 가고 다듬어지는지를 경험하는 일은 협력적 협업역량과 의사소통역량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초안을 작성한다. 모둠원이 어떤 내용을 담을지, 근거와 자료 제시를 어떻게 할지 의논한다. 글의 처음-가운데-끝부분에 쓸 내용을 정하고, ○○○ 학생은 글씨를 쓰고, △△△ 학생은 제안하는 내용과 관련 있는 그림을 그리고, □□□ 학생은 내용을 읽어보며 부분 수정 하는 역할을 맡아 협력해 간다. A3 용지에 모둠별 협동하여 제안하는 글을 쓰고 완성한다. 글씨는 유성펜을 사용하여 크고 정자체로 쓰되, 가시성을 살려 글씨를 크게 쓰거나 색펜을 이용하여 내용을 강조하기도 한다. 수정 및 보완한다. 글을 다 쓴 후 틀린 글자나 내용은 수정하여 다시 쓰도록 한다. 여분의 종이를 준비하여 붙여서 부분 수정을 하면 좋다. 친구들과 관람한다. 주제와 관련된 그림을 그려서 붙이고 복도에 전시하여 친구들과 관람한다. 제안하는 글과 관련된 내용의 그림을 색칠하여 전시할 종이의 여유공간에 붙여 내용을 더 강조하거나 이해를 도울 수 있다. 이때 역할을 분담하여 그림을 잘 그리는 학생은 그림을 그린다. 교사는 큰 대형 포스트잇을 준비하여 복도나 교실 전시공간에 학생들의 작품을 붙여 전시한다. 이는 학생들에게 협동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을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쓴 글이 전시되어 있을 때의 성취감을 느끼게 하며, 학생들에게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의식을 갖게 한다. 협동 모둠별 제안하는 글쓰기 교수·학습과정안(9~10차시) 협동 모둠 글쓰기로 얻은 결과 협동 모둠 글쓰기로 얻은 결과는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제안하는 글의 형식(문단의 뜻, 문제상황 → 제안하는 내용 → 제안하는 까닭)을 알 수 있다. 글의 형식, 즉 문장과 문단을 이해하면 어떤 형식의 글을 쓰는 것도 자신감을 갖고 쓸 수 있다. 둘째, 모둠 주제를 정하고 각자 글을 쓰고 돌려 읽은 후, 모둠별로 하나의 협동 글을 쓸 때 처음 부분과 가운데 부분, 정리 부분을 서로의 글을 먼저 읽고 알맞은 내용으로 편집하려면 협력과 이해, 의사소통이 바탕이 되어야 활동할 수 있으므로 상호존중과 협력을 바탕으로 실천할 수 있다. 셋째, 우리 주변에서 해결하고 싶은 문제(환경·질서·인권·흡연·폭력 등)를 찾는 문제인식, 주변 사람들과 의사소통하면서 자신의 문제해결방법을 찾아가는 과정, 함께 생활 주변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기를 수 있다. 넷째, 학년 복도에 게시하여 제안하는 글의 작품을 보는 안목과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다섯째, 협동하여 글쓰기를 하면서 의사소통역량과 협업역량을 기를 수 있다.
지난 호에서는 질문 만들기가 왜 중요한지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기초·핵심·심화질문과 성찰질문을 개인별·모둠별로 만드는 작업을 소개했다. 이번 호에서는 이렇게 만들어진 기초·핵심·심화질문과 성찰질문을 서로 풀어보고 공유하면서 어떻게 학생들의 삶에 녹아들면서 성장시키는지 이야기해 보기로 한다. 기초-핵심, 심화질문 풀어 공유하기 기초질문과 핵심질문을 공책(학습지)에 적어 모둠토의로 질문을 푼다. 심화질문은 학생들이 만들기도 어렵고 풀기도 어려우므로 다시 질문을 만들어 풀기를 한다. 공유하는 방법은 둘 가고 둘 남기, 월드카페·갤러리워크·패들렛 등의 도구를 활용할 수 있으나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라고 볼 수 있는 4절지에 적어 게시하고 발표로 공유하기와 순서를 정해 발표로 공유하기 등 두 가지를 먼저 적용할 수 있다. ● 4절지에 적어 게시하고 발표로 공유하기 모둠별로 4절지에 답을 작성한 뒤 게시판에 붙인 다음 순서를 정해 모둠의 한 학생이 발표한다. 전체 발표가 끝나면 발표한 내용에 대해 학생 또는 교사가 수정·보완할 내용을 말한다. 수정·보완 내용을 들으며 학생들은 자신의 공책에 쓴 답을 수정·보완한다. 심화질문을 다시 한번 만들어 본 뒤, 미흡할 경우 교사가 심화질문을 수정·보완하여 제시한다. ● 순서를 정해 발표로 공유하기 이 방법은 기본적인 경청태도가 형성되어 있고, 학습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 때 진행한다. ㉠ 발표자 정하기 모둠발표 순서 정하기는 플래시(모둠발표)나 번호 뽑기 플래시(개인 발표)를 활용하거나 수행평가 체크리스트 등을 활용하여 모둠이나 개인을 정한다. 모둠의 경우 모둠 안에서 정한 순서대로 발표한다. [PART VIEW] ㉡ 발표하기 전에 경청하여 전체 공유가 될 수 있도록 수업분위기를 정리한다. 작성을 미처 다하지 못한 학생들이 토의하거나, 핵심질문을 다 풀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의 잡담 등으로 어수선할 때는 교사가 “발표를 들어 봅시다. 들을 준비가 되었나요?”라고 해서 발표에 집중하여 전체 공유가 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학생은 발표에 익숙하지 않아 목소리가 작거나, 분명하지 않거나, 빠르게 말하는 경우가 많다. 어수선하고 집중되지 않으면 전체 공유가 잘 안되므로 수업 진행이 어렵다. ㉢ 교사는 학생들의 발표 내용으로 연결짓기를 한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30~70% 정도의 내용을 발표한다. 이럴 경우에는 다음 모둠 발표 학생을 지명하여 ‘연결짓기’, 즉 ‘반복하고 덧붙여’ 발표하도록 한다. 이때 덧붙여 발표하여도 내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전체 학생 중에서 스스로 발표할 학생을 찾고, 발표한 학생에게는 수행평가 가산점을 주도록 한다. 핵심질문에 대한 답이 발표에서 나오지 못하는 경우에는 교사가, 또는 전체 토의로 발표를 진행하고 먼저 푼 모둠에 수행평가 가산점을 주도록 한다. ㉣ 연결짓기를 할 필요가 없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처음 발표하는 학생이 질문에 대한 답을 모범답안처럼 발표하였다면 연결짓기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한 번 듣는 것으로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이럴 경우에는 듣기(경청)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다른 학생을 지명하여 들은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발표하도록 하여 다시 한번 발표 내용을 전체 공유한다. ㉤ 교사는 연결짓기로 질문의 답이 완성되어 발표한 뒤에 무작위로 학생을 선정하여 다시 한번 발표하고 경청하게 하여 전체 공유한다. 성찰질문 만들기와 풀기 러닝 퍼실리테이션 수업에서는 자기결정성과 자기주도성을 강조하는데 이와 연결되는 것이 성찰이다. 성찰을 통해 배움의 내면화, 삶의 학습전이가 이루어지고 더 높은 수준으로 성장을 도모하게 된다. 학생들은 자신을 평가하는 것이 서툴다. 성찰이라고 하면 자신이 잘못한 것, 즉 반성을 떠올린다. 고칠 점과 개선해야 할 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성찰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였다. 평가는 크게 타인이 하는 평가, 자신이 하는 평가로 나눌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타인이 하는 평가와 객관적인 평가, 즉 잣대를 들이대어 ‘잘했다, 못했다’라고 평가하는 데 익숙하고 이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특히 1등부터 줄을 세워 몇 등 하느냐가 정말 중요한 목표였다. ‘몇 등이냐’라고 하는 것이 ‘잘했다, 못했다’의 기준이 되었다. 그러나 삶에 있어서 몇 등이냐, 잘했느냐, 못했느냐가 중요하지 않을 때가 많다. 특히 배움을 통한 성장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사람은 맛있는 것을 먹을 때, 좋아하는 것을 할 때 행복을 느끼지만 자신이 성장했다고 느낄 때,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 느낄 때 더 질 높은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자신의 성장을 몇 등이냐, 잘했느냐, 못했느냐로 따지기는 어렵다. 성찰은 자신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일이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어 했는지, 무엇이 나아졌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하였는지 등과 같이 어디에, 어떻게 자신이 성장하고 있는지 살피는 것이다. 성찰질문 참고자료를 활용하여 성찰질문을 만드는 것이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2024년 1학년 환경수업에서는 첫 성찰질문으로 ‘배·느·실’을 제시하였다. 먼저 성찰의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정하는 학습목표 러닝 퍼실리테이션 수업에서 학생들의 자기결정성·자기주도성·집단지성을 잘 반영할 수 있는 학습활동은 ‘학습목표 정하기’ 활동이다. 진정한 학습, 깊이 있는 학습이 이루어지려면 학습자들이 학습목표를 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학습에 능동적 참여가 이루어지려면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학습초기에는 학습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학습목표를 세우기 어렵다. 학생들의 학습목표는 학습자료 시각화하기 이후부터 할 수 있으나 핵심역량을 기를 수 있는 깊이 있는 학습이 되려면 핵심질문 풀기 다음 과정에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 중1 환경수업에서는 심화질문 풀기 이후에 학습목표 정하기 활동을 하였다. 학생들이 수업의 학습목표를 정해본 경험이 거의 없으므로 역량이 무엇인지 먼저 설명하고 국가수준의 성취기준을 제시하여 지식·기능·태도와 가치를 찾아보며 설명한 뒤 학습목표 정하기를 하였다. 역량이란 무엇을 해낼 수 있는 힘을 뜻하는 말인데 여기서는 보다 복잡한 일을 해내는 능력을 뜻한다. 예를 들면 줄넘기를 잘하는 것, 자전거를 잘 타는 것의 역량을 넘어서 환경캠페인을 잘 해내는 것, 빵 100개를 잘 판매하는 것과 같이 좀 더 복잡한 일을 해내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역량이 중요한 이유는 21세기의 시대 변화 때문이다. 21세기를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하기도 하고, ‘뷰카(VUCA) 시대’라고도 한다. 디지털과 AI(인공지능)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간의 역할은 달라지고 있고, 변동성(Volatile)·불확실성(Uncertainty)·복잡성(Complexity)·모호성(Ambiguity)이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있는 ‘뷰카(VUCA) 시대’에서는 문제해결능력과 창의성을 갖춘 사람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학생들에게 ‘물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잡는 방법을 가르쳐라’라고 했지만, 이제는 학생들이 물고기 잡는 방법을 자신에게 맞게 개발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역량은 21세기라는 새로운 시대를 잘 살아가기 위한 기초 체력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역량에 대한 여러 가지 견해가 있지만 교육계에서는 대체로 역량은 지식·기능·가치·태도로 구성된다고 본다. 지식은 물고기, 기능은 잡는 방법, 가치와 태도는 물고기를 잡으려는(잡는 방법을 개발하려는) 의지에 비유할 수 있다. 역량을 구성하는 이 세 가지 중 어느 것을 더 중요하게 다룰 것인가 하는 문제는 교육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학습자 입장에서 어느 것이 우선하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학습의 목적이 학교 성적과 성적을 통한 합격이라면 지식을, 어떤 일을 성공시키는 능력을 바란다면 기능을, 삶에 대한 의미와 가치관을 통한 행복을 바란다면 가치·태도가 우선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어떻게 하는 것이 학습성취와 역량을 통한 성장을 도모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가치·태도가 우선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학공부를 잘하려고 하는 경우 수학에 대한 지식, 수학문제를 푸는 기능이 높아지려면 수학에 대한 태도와 가치가 확고하고 진정성이 강해야 할 것이다. 역량이 높아지려면 태도와 가치의 수준이 높아야 하고 이는 학생의 학습에 대한 사고 수준과 연결된다. 사고 수준을 높이는 방안으로 학생이 하려는 것에 대한 질문 만들기 활동을 적극 권장한다. 학생들의 역량을 키우는 학습목표 정하기 활동을 위하여 학생들에게 학습단원의 성취기준과 과제 예시를 나누어주고 성취기준을 하나씩 읽으면서 지식·기능·가치·태도를 찾아보는 활동을 하였다. 그다음 공책에 1. 알고 싶은 지식은 무엇인가요?, 2. 익히고 싶은 기능은 무엇인가요?, 3. 하고 싶은 과제(가치와 태도)는 무엇인가요?, 4. 학습목표 작성하기를 3줄 간격을 두고 적게 한 뒤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하도록 하였다. ‘3. 하고 싶은 과제(가치와 태도)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제시한 이유는 국가수준의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보면 가치와 태도가 적다. 가치와 태도는 과제를 실행할 때 잘 드러난다고 보고, 과제를 선택하여 실행 계획서를 작성할 때 가치와 태도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하였다. ‘4. 학습목표 작성하기’는 1·2·3번 질문에 대한 답을 문장으로 구성하도록 하였다. 과제 실행계획서 작성 및 발표하기 학생들이 선택한 과제를 쪽지에 써서 칠판에 붙이고 유목화하여 하고 싶은 과제를 선택하게 하여 모둠을 구성하였다. 실행계획서는 ‘1. 무엇을 어떻게(누가·언제·어디서·무엇을 어떻게·얼마나 많이)’, ‘2. 왜’, ‘3. 예상되는 문제점과 해결방안’, ‘4. 기대효과’ 이렇게 네 가지 항목을 공책에 적게 한 다음, 모둠(3~4명)별로 과제 실행계획서를 작성하도록 하였다. 모둠 토의로 작성한 과제 실행계획서는 4절지에 적어 발표하여 전체 공유하고 모둠별로 계획서를 수정·보완하도록 하였다. 사진의 실행계획서는 2023년 중1 환경수업에서 한 것이다. 과제 실행하고 결과 발표하기 과제를 실행하고 그 결과를 패들렛에 올려 발표하였다. 다음 사진의 실행 결과는 2023년 중1 환경수업에서 한 것이다.
올해 재밌었던 수업들이 있다. 같은 주제, 다른 교과, 다른 결과물이 나온 도서관 협력수업이다. 도서관 협력수업이란, 사서교사가 교과교사와 수업 준비부터 진행, 나아가서는 평가까지 함께 협력하여 진행하는 수업이다. 나는 주로 준비부터 진행까지 협력하는 수업을 하고 있다. 창체 진로독서수업을 맡고 있긴 하지만, 사서교사 단독수업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도서관 수업이 협력수업이다. 협력수업을 하고 나면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정보활용교육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과교사에게 학교도서관의 역할과 사서교사의 역할 및 필요성을 제대로 각인시켜 줄 수 있어 어떤 면에서는 단독수업보다 보람이 크다(실제로 학교도서관 홍보나 활성화에도 협력수업이 더 도움이 됐다). 올해는 ‘미디어 비평하기’를 주제로 두 교과와 협력수업을 하게 됐다. 1학기에는 3학년 사회문화교과에서, 2학기에는 1학년 국어교과에서 실시했다. 수행평가 이름은 같지만 교과도 다르고 활용하는 정보원도 다르기에 결과물도 다르다. 미디어 정보의 홍수 속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는 이 시기에 두 가지 방법의 미디어 비평하기 수업을 소개한다. 3학년 사회문화, 미디어 비평하기 사회문화교사는 도서관 협력수업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작년에 도서관 협력수업을 진행한 국어교사의 추천으로 일단 도서관으로 왔다며, 같이 하고는 싶은데 사실 어떤 걸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그래서 우선 도서관 협력수업의 장점과 과정을 설명했다. [PART VIEW] 도서관 협력수업의 가장 큰 장점을 꼽자면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자료를 직접 탐색하며 교과내용 심화학습을 할 수 있고, 학생들의 과제수행과정을 수업시간 중에 교사가 직접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장점으로는 교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소로 옮겨 환기가 되고, 강의식 수업에서 벗어나 학생이 직접 참여하는 수업활동 덕에 수업시간에 낙오되는(자거나, 의도적으로 다른 행동을 하는) 학생들이 적다는 것이다. 사서교사 입장에서는 학생들에게 수업시간을 통해 정보활용교육(문제해결에 필요한 정보를 직접 선택하고 탐색하여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을 지도)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도서 정보원을 활용한 수업을 할 땐, 학교도서관에 부족했던 자료를 협력수업을 하며 채워 넣어 학교도서관 목적과 학교교육과정에 맞는 양질의 도서를 점검 및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장점들과 내가 제공할 수 있는 정보원들, 지금까지 실행해 온 협력수업 예시들을 설명했다. 한 달 후, 사회문화 담당교사는 ‘문화와 미디어’라는 단원을 수업하며, 학생들이 미디어 비평을 직접 하게 하고 싶다는 주제를 정했다. 주제가 정해지면 사서교사는 주제에 맞게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보원들을 찾는다. 이번 수업은 영상매체들을 살펴보고 문화다양성을 왜곡하거나 대중들에게 편견을 심어줄 수 있는 매체들을 비평하는 것이었다. 수업일정을 조율하고 총 4차시로 도서관 협력수업을 실시했다. 3학년 학생들은 작년에 이미 정보활용교육을 통해 논문 활용, 인터넷 정보검색 팁 등을 익혔으므로 그 내용을 상기시키면서 과제수행을 할 때 작년에 배운 것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설명했다. 첫 도서관 협력수업을 마친 사회문화교사는 도서 및 자료검색 안내 시 사서교사의 지도로 학생들이 좀 더 쉽게 관련 내용을 탐구할 수 있었으며, 수업설계과정에서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어 좋았고, 한 차시 끝날 때마다 피드백을 함께 할 수 있어 다음 수업설계에 도움이 되었다는 의견을 주었다. 이후 경제수업도 도서관 협력수업으로 진행하고 싶다고 하여 경제기사 분석하기 수업도 함께 하게 됐다. 1학년 국어, 미디어 비평하기 작년에 언어와 매체수업으로 ‘미디어 비평’, ‘언어탐구생활 보고서 쓰기’ 등 총 두 번의 도서관 협력수업을 진행했던 선생님이 올해도 국어수업으로 미디어 비평 수업을 도서관에서 하고 싶다고 요청하였다. 사실 작년에도 미디어 비평을 도서관 협력수업으로 진행하긴 했지만, 그땐 단순협력단계로 진행해서 사서교사가 과제해결에 도움이 될 참고도서만 제공했었다. 올해는 진로독서 정보활용교육 수업을 듣는 2학년이 아니라 1학년 대상 수업이고, 도서 정보원이 아닌 기사를 통해 미디어 비평을 하고 싶다고 하여, 정기간행물과 빅카인즈 사이트(www.bigkinds.or.kr)를 통해 기사들을 살펴보고 기자의 관점, 표현방법들을 분석하는 수업을 하기로 했다. 이 수업도 4차시로 진행되었다. 이미 도서관 협력수업을 함께 한 동료교사라 수업설계부터 밀접하게 협의하여 진행했다. 교과교사에게도 익숙하면서 학생들이 참고하기 좋은, 이런 정보원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정보원을 골랐다. 그리고 난 후 어떤 활동을 할지 구체적으로 의논했다. 모둠활동이 나을지 개별활동이 나을지, 기사를 한 개만 볼지 여러 개를 볼지, 구술평가문제들은 난도의 차이가 있진 않은지. 함께 협의하여 활동지까지 완성한 후 협력수업을 시작했다. 미디어 비평 도서관 수업을 두 번 마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이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교과융합으로 교육과정 내에 녹아 있으면 단계적으로 심화하면서 진행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교과끼리 교과융합을 위해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을 수 있다. 대신 사서교사가 교과별 교육과정과 평가계획을 좀 더 관심 있게 지켜본 후 교과교사에게 제안하는 것은 어떨까. 1학년 국어시간에 기사를 활용해 미디어 비평 수업을 실시한 우리 학교 학생들은 내년 2학년 언어와 매체 수업시간에 다른 미디어를 활용한 도서관 협력수업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심리상담사들이 아동·청소년의 문제행동이 나날이 심각해지고, 연령대가 낮아진다고 한탄합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죽고 싶다”고 호소하는 중학생들이 가장 큰 문제였지만, 요즘에는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초등학생들이 있다고 합니다. 머리털이 곤두설 정도로 섬뜩하고 아찔합니다. 도대체 아이들한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최성애, (사)감정코칭협회 추계학술대회 기조강연, 2024.11.8.). 실로 아동·청소년의 마음 건강 추세가 몹시 암울합니다. 아동·청소년 우울증 진료 인원은 2020년도 2.3만 명이었는데, 2년 만에 3.7만 명으로 급증했습니다(연합뉴스, 2023.9.7.). 청소년 자살은 2017년에 인구 10만 명당 7.7%에서 2020년에는 11.1%로 상승했습니다(통계청). 촉법소년 범죄접수가 2017년에 7,897명에서 4년 만에 12,502명으로 증가했습니다(대법원). 아동·청소년의 정신 건강도 위태롭습니다. ADHD 환자 수가 2018년과 2022년 사이에 무려 2.4배 증가했습니다. 정신질환 환자 수는 2018년과 2021년 사이에 24만 명에서 30만 명으로 올랐습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아이들의 몸 건강도 심각합니다. 과체중·비만학생 비율이 2017년에 23.9%에서 2022년에는 30.5%로 증가했습니다(질병관리청). 소아당뇨 환자 수도 2020년도에 11,500명에서 불과 2년 만에 14,500명으로 수직 상승했습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몸과 마음과 정신 건강이 동시다발로 나빠지는 게 우연일까요? 이러한 현상은 비록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을 포함한 31개국의 공통 현상인데, 과연 이러한 글로벌 현상이 우연일까요?(WHO, 2024.10.24.) 아닙니다. 몸과 마음과 정신 건강은 저변에 공통분모가 있어서 서로 연계되어 있다는 사실이 방대한 과학적 연구로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문제해결에 대해 몸 건강 따로, 마음 건강 따로, 정신 건강 따로, 각각 별도의 정책과 실천방안들을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화려한 해결책 여럿이 아니라 화끈한 해결책 하나면 됩니다. 공통분모는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작동합니다. 글로벌 시대적 흐름이라는 매크로 차원, ‘세포기관’의 마이크로 차원, 그리고 이 둘 사이에 아동이 피부로 느끼는 실생활 차원입니다. 극과 극으로 다른 차원들이지만, 놀랍게도 ‘단절화’라는 하나의 개념이 관통합니다. 가장 먼저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의 눈높이에서 벌어지는 ACE(Adverse Childhood Experience, 아동기 부정적 경험)라는 현상을 이해해야 합니다. 너무 많은 아동이 가정의 불화로 가시방석 같은 집에서 의지할 데 없이 불안하고, ‘온종일 죽은 듯이 꼼짝 말고 앉아 공부해야 하는’ 억압적이며 단절된 상태에서 살고 있고, 패스트푸드와 기름진 음식으로 혼자 끼니를 때우고 있습니다. 노골적으로 학대받거나 방치되는 경우만이 아니라 종일 잔소리를 듣는 것도 부정적 경험에 포함됩니다. 무시당하는 게 싫어 방문을 닫고 걸어 잠그고 스스로 단절하기도 합니다. ACE는 발달적 트라우마이며, 극심한 스트레스 반응(PTSD)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폭력성·도피성 그리고 무기력성이 나타납니다. 곧바로 나타나지 않았다고 안심할 수 없습니다. 후유증이 일 년 후, 10년 후, 20년 후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직장의 여러 세대 중에 Z세대 직원들이 스트레스로 인한 결근을 가장 빈번하게 한다는데 20년 전 영유아 때 겪은 애착손상의 후유증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20년간 멀쩡해 보이더라도 후유증이 잠재되어 있기에 ‘숨겨진 트라우마’라고도 합니다. 두 번째로 글로벌 사회·경제적 매크로 차원을 이해하면 위 문제를 개개인의 탓으로 치부할 수 없음을 알게 됩니다. 대가족이 핵가족·혼족을 거쳐 이제는 탈가족화(아침에 모든 가족이 흩어지고 저녁에 다시 모이는 현상)로 이어지면서 정서적 단절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 대신 온라인 접속으로 사이버 연결이 활발해졌습니다. 하지만 아동의 경우, 사이버 연결에서 인간관계적 혜택은 거의 없고, 게임과 SNS에 종속되는 ‘사이비 연결’이 판칩니다. 정서적 단절과 마음의 빈곤에서 스트레스받는 아이들은 ‘잘못된 연결’과 물질적 보상에서 위안을 찾습니다. 게임과 연결, 술과 연결, 마약과 연결은 더 심각한 인간관계의 단절에 돌입하게 만들고 결국 단절의 악순환이 가속됩니다. 잘못된 연결상태에서 몸·마음·정신이 건강할 리 없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단절화’가 진행되는 한국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이 발생하는 게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로 차원은 미토콘드리아라는 세포기관이며, 이 역시 ‘단절화’가 치명적입니다. 고등학교 생물학 시간에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호흡을 통해 ATP라는 에너지를 생성하는 ‘세포의 에너지 공장’이라고 배웠는데, 미토콘드리아의 추가 기능에 대한 팩트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 9월 23일, 미국 국회 정신·마음건강(mental health)에 대한 청문회에서 하버드 의대의 크리스 팔머 교수가 최신 연구결과를 근거로 새로운 정신건강 정책수립을 강력하게 요구하였습니다. 미토콘드리아는 평소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와 세포의 유지·보수에 필요한 에너지를 조달합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모든 에너지가 위기관리를 위한 각성 반응에 소비되고, 세포 유지·보수에 투입되지 못합니다. 마치 한정된 국가 예산이 국방비에 지출되면, 사회 인프라 유지와 복지에 돌아갈 돈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공음식에 포함된 온갖 화학품·방부제·농약·살충제·성장호르몬·약품이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발전을 저해합니다. 이들은 추가로 몸의 마이크로바이옴 생태계를 교란합니다. 오장육부의 세포나 뇌의 뉴런 세포 둘 다 동일한 미토콘드리아 에너지 조달 메커니즘을 통해 세포의 활동과 건강을 유지합니다. 오장육부의 세포가 유지·보수되지 못하고 병들면 비만·당뇨·심혈관·암이 발병하고, 뉴런세포가 유지·보수되지 못하고 병들면 우울증·조현병·ADHD·치매가 발병합니다. 이제야 눈이 번쩍 뜨입니다. 왜 몸과 마음과 정신의 병이 동시다발로 발병하는지 하나의 메커니즘으로 설명됩니다. 서로 연결된 뉴런은 건강하고, 단절된 뉴런은 죽는다고 합니다(BrainFacts, 2023.1.16.). 즉 연결과 단절이 세포의 생사를 가릅니다. 이와 같은 똑같은 현상이 사람에게도 벌어집니다. 단절감이 모든 연령층에서 죽고 싶을 정도로 불행감을 느끼게 되고(질병관리본부), 서로 연결될 때 가장 큰 만족감을 만나게 됩니다(하버드대 그랜트 연구). 동일 생사 현상은 쉽게 이해됩니다. 우리에게 생기를 주는 미토콘드리아 수는 내 몸 세포 수보다 만 배이며, 우리의 마이크로바이옴을 형성하는 미생물 수는 내 몸 세포 수보다 10배입니다. 그러니 누가 누구한테 붙어사는 건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미토콘드리아와 미생물들이 건강하게 살아야 내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세 가지 차원의 공통점은 ‘단절화’로 인한 스트레스입니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란 표현이 조금도 과장된 게 아닙니다. 실은 이미 우리 다 알고 있었지만, 드디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습니다. 불량음식이 나쁘고, 아동기에 부정적 경험이 위험하고, 단절감과 고독감이 해롭고, 공부하느라 혼자 고립되어 책상에 종일 앉아 있는 게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니라 미래를 깎아 먹는 일입니다. 아뿔싸! 이 모든 게 요즘 한국 아이들에게 다 해당되네요. 왜 아이들의 건강상태가 암울하고 위태롭고 심각한지 이해됩니다. 아하! 그럼 간단한 해결책도 있네요. 우리는 이와 정반대로만 하면 되겠습니다. 건강한 음식을 먹고, 아동기에 긍정적 경험을 쌓게 하고, 연결을 선택하고,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이 역시 우리 다 알고 있지만 이토록 중요한지 미처 몰랐던 겁니다. 너무 화려한 해결책을 찾아 나서지 맙시다. 비록 ‘단절화’가 모든 문제의 근원은 아니더라도 이것 하나만이라도 해결하면 충분히 건강할 수 있다니 참 다행입니다.
만약 초등학생 시절로 돌아간다면 공부만 하는 학생이 되고 싶은가? 타임슬립(Time Slip: 시간여행을 하는 초자연 현상)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는 늘 흥미롭다. 만약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닌 실제로 당신이 타임슬립으로 다시 초등학생이 된다면 안정적인 미래와 부를 위하여 학원에 틀어박혀 공부만 하는 학생으로 살고 싶은지 묻고 싶다. 이미 수십 년을 살아온 성인들은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안정적인 직장을 얻을 확률이 높은 것은 맞지만, 공부를 잘하더라도 바른 인성과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능력, 배려하며 협력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행복한 인생을 살기 힘들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웠다. 올해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첫해였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은 미래 인재가 갖추어야 할 역량 중심 교육, 학생의 삶과 연계된 깊이 있는 학습, 질문과 탐구 중심의 학생 주도적인 수업이다. 우리 교육의 목표는 우리가 삶을 통해 배웠듯이 지식과 암기 위주의 학습이 아닌 학생들이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으로 성장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교육과정이 재정립되어 교육이 대전환되는 이 시점에 아이러니하게도 공교육 밖에서는 여전히 ‘초등의대반’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이 지식 중심으로 학습해야 성공하는 삶으로 교육하고 있다. 초등의대반, 무엇이 문제인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을 중심으로 개설된 ‘초등의대반’은 2~6학년 초등학생들이 의대를 목표로 미적분이 포함된 고등학교 수학을 학습하고 있다. 초등학생들은 학교가 끝나는 3시 이후 학원에 들러 늦은 저녁까지 하루 2~3시간씩 중·고등 수학학습에 몰두한다. 이는 실제 학년보다 6~7년이나 선행학습을 하는 기이한 행태이다. 교육부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여 공교육에서 선행교육을 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으며, 학부모·학생·교원에게 선행교육 및 선행학습 예방교육에 관한 연수를 매년 1회 이상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는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른 영재교육기관의 영재교육 및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조기진급 또는 조기졸업 대상자, 도시 저소득층 밀집학교의 방과후학교 과정 등 선행교육 금지 예외 규정 몇 개를 제외하고는 모든 초·중·고등학교 학생에게 적용되는 법령이다. 하지만 ‘초등의대반’은 공교육 정상(正常)화를 위해 시행된 법령을 무색하게 하였으며, 오히려 공교육이 학습자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강화하고, 사교육을 ‘정상(頂上)화’ 시키고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도입 의미와 현실의 모순 사이에서 교사와 학부모는 어떻게 아이들을 지도해야 할지 혼란에 빠진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주관 ‘2023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에 따르면 ‘의사’는 초·중등학생 희망직업 중 2순위로, 매년 순위가 상승하였다. 2023년 통계청 조사 결과 학생들은 직업 선택 시 가장 중요한 기준 1순위로 ‘수입’을 꼽았고, 한국고용정보원 ‘2020 한국의 직업정보’에서는 2020년 평균 소득이 높은 상위 50개 직업 중 약 30%가 ‘의사’라고 밝혔다. 올해는 특히 의대 정원이 약 1,500명 증원됨에 따라 2025학년도 현재 3,118명을 선발하는 의과대학 수시모집 원서접수에 약 7만 명이 응시하였다. 의대 정원 증원의 영향으로 2024년 초등의대반 홍보물이 발견된 학원은 89곳, 개설된 프로그램은 136개라는 결과를 보니 ‘초등의대반’은 이미 열풍을 넘어 핵폭풍이 된 것 같다. 과연 ‘초등의대반’은 우리 교육방향과 합치하는가? 이 핵폭풍은 학생들의 인지·정서·사회 발달 수준을 무시한 채 국가가 지향하는 교육과정과 정반대로 향하고 있어 교육에 무리한 선행교육이라는 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리나라 초·중등교육과정은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으로 사회 변화와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며 지속해서 개정되었다. 최근 우리는 디지털 대전환, 감염병 유행, 기후위기 등을 갑작스럽게 겪으며 다양한 형태의 문제상황에 직면하게 되었고, 이러한 불확실한 미래사회에서 행위 주체성을 바탕으로 자기주도적으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인재가 되도록 교육과정을 개정하였다. 그렇다면 ‘초등의대반’은 어떤 면에서 우리 교육의 방향과 합치하지 않은지 질문해 보자. 첫째, 초등의대반은 미래사회의 불확실성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자신의 삶과 학습을 스스로 이끌어가는 주도성을 함양시키는가? 둘째, 초등의대반은 학생 개개인의 인격적 성장을 지원하고, 배려하며 협력하는 공동체의식을 함양시키는가? 셋째, 초등의대반은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학습을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적절한 시기에 학습할 수 있도록 학습자 맞춤형 교육과정 체제를 구축하는가? 대답은 모두 ‘NO’이다. 피아제(Jean Piaget)는 기존의 지식에 새로운 지식이 더하는 과정에서 불평형과 조절을 통해 인지발달이 이루어진다고 말하였다. 만약 기존의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새로운 지식이 들어온다면 인지과정은 바르게 작용하지 않게 되어 새로운 지식을 학습할 수가 없다는 뜻이다. 또한 인지발달은 나이와 신체적 성숙, 환경적 경험으로부터 점진적으로 결정되고 특히 아동기는 사람의 발달과정에서 핵심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므로 교육은 아이들에게 단순히 지식을 주입받는 수동적인 학습자가 아닌 스스로 세상을 탐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동적인 학습자로서 자신만의 속도로 경험하고 탐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초등의대반은 구체적 조작기(만 7~11세)에 해당하는 학생들에게 형식적 조작기(만 12세 이후)에서 학습이 가능한 가설적·과학적·체계적 사고의 문제들을 제시하기 때문에 아이가 비록 그 선행학습을 따라간다고 해도 그 개념 자체를 이해했다기보다는 무의미한 모방일 확률이 높다. 또한 동화와 조절이 되지 않은 선행학습으로 기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해 심화학습에 어려움을 겪거나 정서·사회발달에 불균형을 가져올 수 있다. 교육본질 회복 성찰의 기회 삼아야 독일은 선행학습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계속해서 질문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발표와 토론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독일교육에서 선행학습은 학습을 오히려 방해하는 요소이다. 독일도 한때 선행학습을 했었지만, 선행교육이 폭력성과 우월주의를 야기하여 나치와 전쟁으로 이어졌다고 여기기에 다시는 선행학습을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초등교육 또한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모든 평가는 서·논술형, 보고서, 구술, 포트폴리오 등 과정 중심의 수행평가로 진행되며, 같은 반 친구들과 경쟁하는 상대평가가 아닌 학생의 학습결과가 성취기준에 도달하였는지를 측정하는 절대평가로 진행된다. 수업시간은 주제 중심의 프로젝트학습을 통해 친구들과 협력적 소통을 하며 공동체역량을 키우고 질문과 탐구 중심의 깊이 있는 수업으로 변화하였다. 이렇듯 ‘초등의대반’은 우리나라 교육의 흐름을 정면으로 역행하는 행위이자 공교육을 불신하게 하고 교권을 하락하게 만드는 빌런이다. ‘빌런’은 원래 악당이라는 뜻이지만 최근에는 신조어로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도덕적으로는 지탄받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사용된다. 현재 「공교육정상화법」은 ‘첫째, 교원은 지도하는 학생이 사교육에 의한 선행학습으로 학교수업에 영향이 있거나, 신체적 또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 학부모 등에게 필요한 교육적 조언이나 상담을 할 수 있다. 둘째, 학원·교습소 또는 개인과외교습자는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광고 또는 선전해서는 아니 된다’라는 항목으로 사교육 선행학습을 소극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또한 사교육 선행학습을 단속하기는 하지만 처벌기준이 없어 실효성이 없고, 교육청에 정식 등록된 학원만 단속 대상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규제는 어렵다. 이 때문에 한 정당에서는 「초등의대반 금지를 위한 공교육정상화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한 상태이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잃어버린 아이들에게 지금, 이 순간을 돌려주자 매년 학생의 현재 수준을 넘어서는 선행학습을 하지 말라고 배부되는 학교 안내장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는 본인이 경험했듯이, 혹은 내가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 자녀들에게 ‘큰 꿈을 품어봐’라는 그럴듯한 명목으로 정말 소중한 ‘현재의 소박한 꿈’은 꾸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사교육은 학생의 발달수준에 해당하는 교육과정을 잘 학습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미리 결말을 알고 있는 책은 다시 펴보고 싶지 않다. 이미 학원에서 학습을 마친 아이들에게 학교 수업은 재미있지 않다. 친구와 함께하는 학교 수업이 재미있지 않다면, 우리 아이들은 어디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초등의대반’ 열풍은 우리 사회에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한 깊은 성찰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미래를 위한 준비와 현재의 균형 있는 성장 사이에서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해 보인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잃어버린 아이들에게 지금, 이 순간을 돌려주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9년의 의무교육이 시행되고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중학교까지는 학교교육을 받아야 하고, 부득이한 경우라도 유예를 통해 제도권 교육을 보장한다. 그러나 이 의무교육은 오직 9년이라는 물리적 기간과 과정에만 의미를 두고 있다. 출석일수만 채워지면 일정 수준의 학력 성취 여부와는 무관하게 의무교육은 실현된다. 물리적 기간이 아닌 학력 성취 여부가 중요하다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의무교육 9년을 학력수준 도달 여부와 관계없이 완성하는 것이 과연 교육적 맥락에서 타당한지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미래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새로운 교육과정 모델을 도입하는 이 시점에서 일정 학력수준 도달 문제는 사회적 각성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기초학력보장법」이 법제화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기초학력 수준만으로 미래교육을 위한 개정 교육과정과 한창 이슈화되는 IB 교육을 감당해 낼 수 있는지는 고민과 검토가 필요하다. 그래서 기간만으로 한정하는 의무교육 수행을 그에 상응하는 학력보장까지 의무의 병행 요소로 인식하고 제도화하는 ‘학력 의무교육’이 필요해 보인다. 미래교육을 위한 개정 교육과정과 IB 교육의 교실 수업방식은 거의 학생 주도적 배움을 추구한다. 단편 지식보다는 의견과 토론, 수동적 배움보다는 탐구적 터득, 단순 암기보다는 이해와 소통을 통한 배움 등 삶의 능동적 이해과정을 교육방법으로 선택한다. 특히 IB 교육의 평가는 학생이 작성한 에세이로 최종 인증을 받으며, 우리의 새로운 교육과정도 결국은 지식을 스스로 종합하여 적용해 내는 단계까지를 추구한다. 그러나 학생들이 스스로 배워가는 토론·탐구·소통은 일정 수준의 학력이 구비되어 있지 않으면 참여하기 어렵다. 암기·주입·반복·시험(확인)을 통한 기본지식의 재료가 어느 정도는 갖춰져 있어야 하고, 문해력 기반의 면밀한 독서력으로 다양한 경험세계가 보태져야 확산적 배움이 가능하다. 학력 의무교육의 가장 확실한 방안, ‘유급’ 이러한 교육적 상황을 해결할 방법은 기초 학교급인 초등학교의 학력 의무에 대한 교육력 강화에 있다. 기초와 출발의 성향이 강한 초등학교에서는 무엇보다도 학생주도의 배움을 위한 준비과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기초학력보장은 당연히 법으로 지원해야 하겠지만, 미래교육을 위한 그 이상의 학력수준도 의무교육 범주에 넣어야 한다. 초등학교에서 이 과정이 소홀하거나 부족하면, 중학교 과정에서는 배움과 학습이 더 힘들게 되고, 그 이상의 과정은 말할 것도 없다. 현재 성취평가제도는 E 수준이 나오더라도 그대로 확정하고 이수 처리를 할 뿐, 저조한 평가결과에 대하여 조치를 하지 않고 진급시키고 만다. 이러한 실태 개선을 위한 초등교육의 관건은 학력 의무교육에 대한 인식을 토대로 학력보장에 대한 집중과 책임의식을 갖는 것이다. 강력한 보습 책무와 필요시 유급의 필연적 장치가 제도적으로 덧붙어야 한다. 유급이라는 단어에 대하여 불편한 심기를 드러낼 수 있겠지만, 극한의 효율로 사용하면 이것이 학력 의무교육을 병행하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다. 지난 시대의 혁신교육은 미래교육 방법을 확산시켰지만, 이를 적용할 수 있는 원초적 여건인 기초학력 문제를 즐거운 학교로 포장하여 방치했던 아쉬움이 있다. 바탕 학력을 잡아주지 않은 채 자유로운 토론과 소통을 장려했지만, 속 빈 강정의 비난을 자초했다. 멋지게 뛰는 것이 중요하다고만 가르치고 아직 걷지도 못하는 아이들에 대한 걷기 교육을 하지 않는 것과 같다. 어떤 아이들은 자유롭게 잘 뛰고 있는데, 나이를 먹어가도 아직 걷지도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별도의 보습교육 없이, 기죽지 말라고 토닥거리고 학력부진마저도 인권으로 막아서며 무조건 뛰어보라고 권장했던 아이러니가 있었다. 유급제도의 소멸은 얼핏 보면 어린 나이부터 공부 때문에 기가 죽거나 낙인찍히게 되는 것을 막아주는 훌륭한 변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아이들 인생 측면에서의 고려보다는 학부모의 불편한 심리에 따른 민감한 장치였을 가능성이 높다. 일정 수준의 학력을 보장받을 수 있는 초등교육의 시간을 흘려보내게 되면, 상급생이나 성인이 되었을 때 오히려 회복 불능의 진짜 낙인, 즉 낙오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더 크게 생각해야 한다. 학습의 더딤은 가능한 일이므로 그만큼 더 길게 지원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유급 처방은 반드시 유급까지 나오지 않도록 하는 지대한 노력의 과정을 전제한다. 학교·학생·학부모가 함께 노력하는 과정이 없는 유급은 용납될 수 없다. 의무적 노력과 시간적 지원을 통해 기초학력의 4수준 보장, 성취평가 E 수준을 D와 C로 끌어올리는 학력보장을 이루어 내고자 하는 진정한 노력을 전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기간에만 맞춘 의무교육을 시행하고 있을 때 이미 외국의 많은 나라는 유급을 불사한 학력보장을 교사와 학부모의 정당한 의무로 시행하고 있었다. 한 인간의 온전한 인생을 보장하는 인권, 더디더라도 반드시 보장되는 학력과 기간이 병행되는 의무교육 실현의 기본권을 사회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교육을 통한 국력은 바로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문제점을 직시하고 그것을 순발력 있게 수정·보완해 간다면 궁극적으로 학생이 행복하고 미래인재 양성의 효용성으로 국가경쟁력도 확보될 것이다. ※ 외부 필자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년 연속 세수결손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감축 등 재정이 어렵지만, 학교운영비를 비롯 교육복지예산은 차질 없이 지원할 것입니다.” 임종식 경북교육감은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허리띠를 졸라매서라도 교육에 대한 투자를 계속해 따뜻한 학교, 따뜻한 경북교육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내년에 도입되는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해서는 “이미 확정된 2025년은 예정대로 시행하는 것에 찬성하지만, 2026년부터는 운영 결과를 봐가며 적용 과목과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고 속도조절론을 폈다. 「학생인권법」 제정에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말로 우려를 표명했고, 교원정년연장 논의에 대해서도 일장일단이 있다며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955년생인 임 교육감은 1978년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그해 3월 영덕군 달산중학교 교사로 교직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학교현장에서 교사·교감·교장으로 20여 년, 경상북도교육청 등 교육행정기관에서 장학사·장학관·교육연수원장·교육정책국장으로 16여 년을 근무했다. 지난 2018년 6.13 전국지방동시선거에서 제17대 경북교육감으로 당선된 이후, 2022년 재선에 성공했다.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가 AI 디지털교과서(AIDT)입니다. 내년 3월 도입을 앞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데 교육감님은 어떤 입장인지 궁금합니다. “대전환 시기에 AIDT는 수업에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선도학교의 운영사례들을 보면 AI 코스웨어나 에듀테크 활용이 학생들의 성취감과 자기주도학습 능력 향상에 긍정적이고, 교사들은 목표도달도 등을 쉽게 알 수 있어 맞춤형 피드백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평가 등에 드는 시간이 줄어 수업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교사들도 많고요. 문제는 이러한 수업이 가능한 디지털 인프라 구축인데, 우리 경북교육청은 초등학교 3학년 이상 1인 1기기 보급과 무선망 구축을 100% 완료한 상태입니다. 또 22개 교육지원청에 테크센터를 구축해 학교의 디지털기기 및 네트워크 장애에 대응하고, 150명의 디지털 인프라 전담인력을 확보해 학교현장을 밀착 지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2025학년도 수학·영어·정보 AIDT 현장 도입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여깁니다. 다만 2026학년도 적용 교과에 대해서는 2025학년도 3개 과목에 대해 2~3개월간 활용 상황을 봐 가며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2026년도 이후의 적용 과목은 적용 연도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부의 세수결손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감소가 예상됩니다. 교육청은 물론 일선 학교들도 재정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는지요. “2년 연속 세수결손이 발생한데다 AIDT 도입과 늘봄학교의 확대, 학교복합시설 구축 등 다양한 재정 수요가 증가해 부담이 더욱 커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 어느 때 보다 재정상황이 어렵지만 학교기본운영비와 무상급식비·수학여행비·교육급여와 같은 교육복지예산은 차질 없이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약 1,900억 원 규모의 교육시설환경개선기금을 투입할 생각이고요. 학생들에게 안정적이고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만큼은 반드시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학령인구 감소 등 지역소멸 위기가 심각합니다. 경북은 도-농 이음교실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성과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도-농 이음교실은 작은 학교의 공간과 환경을 큰 학교와 함께하는 사업으로 전국에서 처음 시행돼 올해 현재 총 23개 학교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자연친화적 환경 속에서 대면수업을 받는 등 장점이 많아 작은 학교를 살릴 수 있는 우수사례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작은학교 자유학구제는 주소 이전 없이 농산어촌 학교로 전입이 가능하도록 선택권을 주는 제도로, 179개교에 총 585명의 학생이 유입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올해부터는 시(市) 지역 내 과밀 초등학교에서 동일지역 소규모 초등학교로 일방향 전입학이 가능하도록 확대하고, 유입학생이 5명 이상인 경우 예산을 추가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외에 늘봄학교는 올해 2학기부터 도내 모든 초등학교에서 실시하고 늘봄지원실장 등 지원인력을 배치,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라면 누구나 만족하는 경북형 돌봄교실이 운영되도록 하겠습니다.”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학생인권법」 제정을 추진하는 등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교육감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교권과 학생인권이 대립관계에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두 가지 모두 당연히 보호해야 하는 것이며, 어느 한쪽을 강조한다고 해서 반대쪽이 위축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학생인권조례가 제정 취지와는 달리 ‘학생으로서의 내 권리’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교권붕괴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그런 가운데 ‘서울 서이초 사건’이 일어나면서 갈등이 점화된 것이죠. 이후 충남도의회와 서울시의회가 관련 조례를 폐지했고요. 그러자 야당이 「학생인권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학생인권법」은 학생인권조례의 한계를 극복하고 학생인권이 보편적 인권으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방점을 둔 것이죠. 그러나 제 생각은 ‘학교’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시·도교육청 및 학교 여건에 따라 조례 또는 학교규칙 등으로 학생인권을 실현해 나가는 것이 보다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 여깁니다. 이미 「헌법」,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등이 상위법으로 제정되어 있으므로 별도 법률로 제정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교사 친화적 경북 교권보호 … 교사들 악성민원 고통서 해방 교사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교권보호는 여전히 미완의 과제인 것 같습니다. 교육감께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요. “경북의 교권보호는 다양하고 촘촘하면서 교사 친화적이라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먼저 교권보호에 대한 선생님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구미에 위치한 경북교육청연수원으로 교육활동보호센터를 이전 개소했습니다. 이곳에서는 초·중등센터장·교권전담장학사·변호사·주무관·전문상담사가 상시 근무하면서 교권침해상담, 법률상담 및 심리상담을 합니다. 또 긴급지원단과 법률지원단을 꾸려 자문 및 방문상담을 진행하고요. 교사들이 힘들어하는 민원응대는 각급학교에 민원대응팀을 구성하여 학교장 책임 하에 민원대응하도록 하고, 이를 넘어설 때는 교육지원청 통합민원팀이 이관받아 민원을 처리합니다. 피해교원 지원방안으로는 교원안심공제제도가 있습니다. 기간제교사 등 경북의 모든 교원이 가입되어 있는데, ▲배상책임 지원(최대 2억 원) ▲소송비용 지원(심급별 660만 원) ▲재산상 피해비용 지원(100만 원) ▲상해 치료비 지원(200만 원) 등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심리 소진 교원에 대해서는 전문상담사 상담을 통해 치료비용을 최대 100만 원까지 지원하고 있고요. 또 녹음전화기 설치 및 민원상담실 구축 등으로 교원들이 조금 더 안전한 환경에서 민원응대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외에 교원안심번호서비스를 통해 선생님들께서 원하지 않는 시간대에 모르는 번호로 오는 전화는 받을 필요가 없게 됐습니다.” 경북교육의 수장으로서 학교구성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여깁니다. 학생·학부모·교원들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는지요. “어느 초등학교를 방문했을 때 학생이 “학교가 더 따뜻해졌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이 한마디는 제게 큰 울림을 주었어요. 모든 학생이 따뜻하고 행복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경북교육을 만들어 가야겠다는 다짐을 다시금 하게 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후 현장소통토론회 등을 통해 각 교육지원청과 직속기관의 주요 업무를 보고받으며,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업무보고를 넘어 대화와 의견 교환을 통해 어떻게 하면 좀 더 학교현장을 지원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죠. 또 젊은 교사들과 함께하는 교육(공)감 톡이란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외에 경북교육 정책 100+ 토론회도 중요한 소통창구입니다. 매년 학생·교직원·학부모·지역 주민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경북교육의 정책방향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펼치고 있습니다. SNS 소통도 활발해 ‘맛쿨멋쿨TV’를 통해 주요 행사를 생중계하고, 페이스북·인스타그램·카카오톡 제보 채널 등 다양한 경로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 특히 실시간으로 의견을 교환하며 경북교육 현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큰 도움이 됩니다.” 최근 정부와 사회 일각에서 정년연장 논의가 일고 있습니다. 현재 62세인 초·중등 교원의 정년을 더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해외의 교원정년은 국가별로 다르지만, 대체로 60세에서 65세 사이입니다. 미국·영국·독일 등 다수 국가는 65세를 정년으로 하고 있습니다. 교원의 정년연장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고령화사회에서 교원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할 수 있고, 교원의 사기 진작과 교육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청년실업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교원정년연장은 신규교원 채용을 어렵게 만들 수 있으며, 교원의 고령화로 교육현장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처럼 교원의 정년연장은 장점과 단점을 지니고 있으며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이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교육적 측면을 중점으로 한 종합적인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문제입니다. 두레교사제 기초학력 부진학생 맞춤형 교육 경북교육청은 직업계고 해외 우수유학생 유치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유학생들이 잘 적응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배경에서 해외 유학생을 유치하게 됐는지, 현재 운영되고 있는 상황과 함께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해외 유학생 유치는 대학에서 많이 이뤄졌지만, 고등학교는 우리 경북이 처음입니다. 올해 태국 등 4개 나라에서 48명이 8개교에 나눠 입학하였으며, 내년에는 동일한 나라에서 70명이 입학할 예정입니다. 해외에 있는 우수한 학생들을 고등학교부터 한국어와 기술·기능을 가르쳐 우리 사회의 일꾼으로 만들고 함께 살아가며 정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목적에서 시행한 제도인데 좋은 성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경북은 예로부터 학문을 숭상해 온 선비의 고장입니다. 학생들의 학력신장에도 관심이 많으실 거 같습니다. 경북교육청만의 특색 있는 학력신장과 교육격차 해소 대책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우리 교육청은 기초학력보장 시행계획에 따라 체계적인 학력신장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먼저 두레교사제라는 것이 있는데요. 지난 2021년부터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시행한 제도입니다. 기초학력 부진학생 맞춤형교육을 담당하는 기초학력 전담교사 57명을 배치하였고, ‘1수업 2교사제’를 위해 147명의 협력교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학생들을 다중지원하기 위해 기초학력오름학교 136교, 두드림학교 364교, 선도학교 16교 등의 다지원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모든 교육지원청에 기초학력지원센터를 설치해 현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학습결손뿐만 아니라 심리·정서 및 사회성 결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도 지원합니다. 다문화학생 배움-채움프로그램, 탈북학생 맞춤형 멘토링, 학생선수 학습권 보장 프로그램 등을 손꼽을 수 있습니다. 이외에 학생별 상황·특성에 따른 맞춤형 지원과 기초학력 전담교사 순회수업으로 읍·면·도서지역의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훈 학교안전공제중앙회(이하 ‘공제중앙회’) 이사장이 지난 11월 강원 춘천시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제2회 지방자치 균형발전의 날 기념식 및 2024 대한민국 지방시대 엑스포’에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국민교육발전 유공자로서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훈했다. 국민교육발전 유공 포상은 투철한 교육관과 사명감으로 교육 분야에 헌신한 유공자에게 수여된다. 정 이사장은 재임기간동안 학교안전의 중요성을 알려 사회 전반의 안전문화의식을 제고하고, 학교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예방사업을 추진하는 등 교육현장 안전강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정 이사장은 30년간 대학에서 교수·부총장·명예총장 등을 역임하면서 대학교육혁신 및 산학협력·평생직업교육·글로벌교육 발전에 기여했다. 지난해 5월 학교안전공제중앙회 제6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2023년 9월 ‘학교안전 대국민 홍보 캠페인 및 선포식’과 2024년 9월 ‘세계학교안전 콘퍼런스 및 박람회’를 연이어 개최, 국내외적으로 학교안전의 중요성을 알리고 국민의 안전의식을 한 단계 높이는 등 K-안전문화 기틀을 마련했다. 공제중앙회는 학생들이 체험위주 교육과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학생안전체험관을 설립부터 운영까지, 전 단계에 걸쳐 전문적인 설립·운영 지원사업을 추진해 왔다. 특히 정 이사장은 직접 전국 학생안전체험관을 방문하여 점검하는 등 공제중앙회 중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예방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올해 1월 EBS·한화시스템과의 업무협약을 체결해 메타버스·VR(가상현실)를 활용한 안전교육 콘텐츠를 개발하여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학교안전망 구축을 위한 상호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이 외에도 2022년 10월 시행한 ‘대학안전사고보상공제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보다 편리하고 신속한 사고접수 및 보상처리를 위한 대학안전공제 업무처리시스템을 구축·운영하고 있다. 공제중앙회는 권역별 대학안전사고 담당자 대상 사업설명회를 진행하는 등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공제서비스를 제공한 결과 현재 294개 대학으로부터 공제가입을 유치했다. 정 이사장은 수훈 소감에서 “학교가 안전한 울타리 속에 있을 때, 우리 사회의 성장 동력인 학생들이 마음껏 꿈을 키워나가 대한민국의 미래가 더욱 밝아질 수 있다”며 “앞으로도 안전교육에서 소외되는 곳이 없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 등 학교안전과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맡겨진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공제중앙회는 2007년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정에 따라 교육부장관이 설립한 기관으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2만여 개 교육기관 580만 명의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2022년부터는 공제사업 대상을 대학까지 확대해 학교안전망 구축에 힘쓰고 있다.
파키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라자스탄 지역은 인도에서도 가장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모습을 간직한 땅이다. 광대한 타르사막에 둘러싸인 척박한 땅이지만, 메마른 사막 위에 서 있는 거대한 성과 투명한 호수는 여행자들에게는 인도의 어떤 지역보다 화려하고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라자스탄은 ‘라지푸트들의 땅’이라는 뜻이다. 라지푸트는 라자스탄을 지배했던 전사집단이다. 이들은 자부심으로 가득했고 누구보다 용감했다. 승리하지 못하면 차라리 죽음을 택하는 ‘조하르’(Johar)의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여성과 아이들은 화장용 장작더미에 몸을 던지는 ‘사티’(Sati) 풍습을 지켰다. 라지푸트족의 이러한 용맹 때문에 인도 전역을 통일했던 무굴제국도 라자스탄 지역만은 무력에 의한 점령 대신 혼인 등을 통한 타협책으로 그들을 끌어안았다고 한다. 사막 위에 우뚝 선 불가사의한 풍경, 메헤랑가르 라지푸트들은 라자스탄의 수많은 성채와 전설의 주인공들이다. 그들은 거대한 성채들과 귀족들의 저택인 ‘하벨리’(Haveli)를 건축하며, 그들만의 화려한 문명을 꽃피웠다. 라지푸트의 탄생 비화는 이렇다. 예로부터 라자스탄 지역은 인도와 주변 국가로 통하는 군사적 요충지였다. 게다가 페르시아로 이어지는 동서 교역로에 자리했다.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가 빈번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라지푸트들은 평지에 성을 세웠던 인도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절벽에 성을 쌓고 자신들의 소왕국을 세워 군림했다. 자이푸르의 자이가르성(Jaigarh Fort), 조드푸르의 메헤랑가르성(Meherangarh Fort), 자이살메르의 자이살성(Jaisal Castel) 등이 모두 적이 침범하기 힘든 천혜의 절벽에 만들어진 성들이다. 라자스탄에 대한 라지푸트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영국 통치기를 거치면서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거대한 왕궁과 엄청난 토지, 막대한 양의 보석과 문화재를 기반으로 한 경제적 지배력은 여전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던 성들은 현재 훌륭한 관광자원이 돼 여행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이 요새들은 대부분 최고급 호화호텔로 꾸며졌는데,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은 오래된 성곽에서 하룻밤을 머물며 마치 마하라자(인도 왕을 일컫는 말)라도 된 것 같은 호사를 누리곤 한다. 아마도 라자스탄 지역에서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도시는 조드푸르일 것이다. 임수정과 공유가 주연한 로맨틱 코미디 ‘김종욱 찾기’에서 온통 푸른빛으로 가득한 낭만적인 도시로 우리에게 소개된 적이 있다. 조드푸르에서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곳은 메헤랑가르성이다. 여전히 조드푸르의 마하리자가 소유하고 있는 이 거대한 성은 15세기 중엽에 착공하기 시작해 19세기 초에 완성됐다. 125m의 높은 언덕에 웅장하게 선 이 거대한 성은 한눈에 보기에도 인근 왕국들의 침략을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고개를 180도 꺾어야만 바라볼 수 있는 이 성은 사막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불가사의하게 다가온다. 물론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메헤랑가르성에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할 곳이 자야폴(Jayapol)이라 불리는 정문이다. 1806년 마하라자 만 싱(Maharaja Man Singh)이 자이푸르와 비카네르왕국의 공격을 막아 승리한 것을 기념하여 세운 승전문이다. 성문 앞에는 15개의 손바닥 자국이 찍혀 있다. 이것들은 마하라자의 미망인이었던 왕후들이 남긴 것으로 왕의 장례식 때 자신의 몸을 왕의 번제물로 바치는 사티(Sati)의식에 참여한 흔적이다. 사티란 남편인 왕의 죽음에 동참하는 일종의 순종의식으로 인도를 식민통치한 영국정부에 의해 100년 전부터 근절되었다고 한다. 메헤랑가르성은 전체적으로 붉은색을 띤다. 사막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붉은 사암을 자재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사암은 특유의 부드러운 재질 덕택에 세밀하게 조각하기가 쉬운데, 메헤랑가르성의 격자 세공을 한 발코니와 섬세한 조각을 새긴 창틀 등은 사암의 이런 특징을 잘 이용했기 때문이다. 또한 메헤랑가르 성채는 라자스탄의 성채들 중에서 가장 남성미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로처럼 뒤엉킨 성채의 내부를 구석구석 돌아본 뒤에는 성채 꼭대기로 올라가 보자. 커다란 대포가 구시가지를 향하고 있다. 무시무시한 대포의 모습과는 달리 이곳에서 바라보는 조드푸르의 풍경은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벽이 푸른색으로 칠해진 도시는 말 그대로 푸르고 푸르다. 사막 위의 도시 조드푸르가 푸른색에 집착한 이유는 푸른색이 인도의 최상위계급인 브라만의 고유색깔이기 때문이다. 1459년 조드푸르가 마르와르왕국의 수도가 되면서 당시 브라만계급이 다른 계급과의 신분 차이를 나타내기 위해 집에 파란색을 칠했다고 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다른 계급들 역시 신분 상승에 대한 기대감과 염원으로 자신들의 집을 푸른색으로 칠했고, 도시 전체가 푸른색으로 칠해졌다고 한다. 이 때문에 조드푸르는 ‘블루 시티’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메헤랑가드성에서 좁은 골목길을 따라 내려가면 구시가지에 닿는다. 골목은 술래잡기하는 아이들과 담배 피우는 노인들, 소 떼들과 오토릭샤,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여행자들로 북적인다. 그리고 이 골목을 계속 따라가면 사르다르마켓에 닿는다. 이곳은 야채와 향료, 인도과자, 직물, 은, 수공예품을 파는 상점들로 가득하다. 이곳에서 짜이를 마시며 바라보는 메헤랑가드성의 야경도 꼭 한 번 볼만하다. 인도 건축의 정교함을 만나다, 우다이푸르 우다이푸르는 동양의 베니스 또는 라자스탄의 보석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거울처럼 맑은 피촐라(Pichola) 호숫가에 지어진 이 도시는 외부 침입자로부터 도시를 지키기 위해 댐을 건설해 인공호수를 만들고, 산 위에 9km 정도의 산성을 쌓아 도시를 철옹성처럼 만들었다. 우다이푸르는 태양이 떠오르는 도시, 사원의 도시, 라자스탄의 카슈미르, 성스러운 사랑의 도시 등 수많은 수식어가 붙을 만큼 아름다운 도시다. 이 아름다움의 중심에는 시티 팰리스(City Palace)와 레이크 팰리스(Lake Palace)가 있다. 시티 팰리스는 라자스탄에서 가장 큰 궁전군이다. 우다이푸르를 건설한 우데씽 2세가 처음 지은 후 여러 마하라자가 건물들을 덧붙였다. 궁전의 주요 부분은 박물관으로 개방되는데 한 해에 수십만 명이 다녀갈 만큼 인기를 모으고 있다. 네 개의 큰 건물과 작은 건물로 이루어진 궁전은 지붕과 발코니에서 피촐라호수와 아라발리산맥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고, 반대편으로는 시가지를 포함한 주변 경관을 볼 수 있다. 시티 팰리스에서 바라보면 호수 한가운데 하얀색 케이크를 닮은 건물이 떠 있는 것이 보인다. 이곳이 레이크 팰리스로 원래는 왕실의 여름궁전이었지만, 지금은 호화호텔로 이용되고 있다. 대리석 건축물과 내부를 치장한 화려한 실크, 형형색색의 벽화, 화려한 목재가구 등은 이국적이면서도 화려하기 그지없다.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레이크 팰리스를 인도에서 가장 비싼 호텔로 소개하기도 했다. 기본 객실인 2인용 럭셔리룸 이용료는 3만 6천 루피 정도이며, 최상층의 프레지던셜 스위트룸은 60만 루피(약 1,460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1983년 제임스 본드 영화인 옥터퍼시의 주요 무대로 사용되면서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우다이푸르에서 3시간 정도 버스를 타면(50루피 정도) 라낙푸르에 갈 수 있다. 이곳을 방문해야 할 이유는 오직 하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원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자이나교의 사원인 자이푸사원이다. 오래전 서인도 지역은 서방의 침략을 자주 받았는데, 자이나교도들은 전쟁을 피해 주로 깊은 산속에 사원을 지었다고 한다. 자이나교 사원 건축의 백미로 손꼽히는 이 사원은 내부 공간의 변화가 다양하고 대리석 조각이 화려한 것으로 유명하다. 기단 위에 꽉 들어차게 세워진 건물은 거대한 성곽처럼 웅장하게 보인다. 내부로 들어가면 크고 작은 돔으로 이루어진 천장과 화려한 장식의 기둥들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또한 밝고 다채로운 내부공간은 다른 힌두교 사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매우 특이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건물 회랑을 걷다 보면 공간의 변화가 너무나 다양해서 그 구성 솜씨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건축학자 안영배 교수는 이 사원을 힌두교 사원의 첨탑형 시카라와 피라미드형 지붕, 이슬람 건축의 돔 등을 모두 집대성한 인도 건축의 최고 걸작이라 평하기도 했다. 라자스탄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는 푸쉬카르다. 푸쉬카르호수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아담한 이 도시는 힌두교의 성지로 천지창조의 신 브라흐마 손에 들린 연꽃이 지상에 떨어져 호수가 생겼다는 신화를 간직하고 있어, 인도 각지에서 수많은 순례자가 찾아든다. 도시 가운데 자리한 호수를 따라 돌다 보면 가트(Ghat)가 나온다. 성스러운 물에 영혼의 때와 마음의 죄를 씻어버리려는 힌두인들이 말없이 의식을 행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조용히 꽃을 물에 띄워 보내고, 물에 몸을 담그며, 기도를 올린다. 호수를 나오면 좁은 골목이 이어진다. 오래되었거나,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을 파는 작은 가게들이 숨어 있고, 아이들은 깔깔거리며 뛰어다닌다. 릭샤가 이리저리 사람들을 피해 다니고, 장작으로 쓸 나뭇가지를 머리에 인 여인들이 빠른 걸음으로 지나쳐간다. 인도를 물씬 느끼기에 모자람이 없는 골목이다. 인도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나라다. 수많은 종교와 이해불능의 사람들로 가득한 나라, 천 년 전의 생활방식과 첨단의 IT 문화가 공존하는 나라, 뜨겁고 건조한 사막과 코뿔소·하마가 살아가는 열대우림이 공존하는 나라가 바로 인도다. 인도의 이런 불가사의함을 느껴보고 싶다면 라자스탄주로 가보시길. 메마른 모래바람이 불어대는 황폐한 대지 위에 눈부신 성이 우뚝 서 있는 풍경을 직접 확인해 보시길. 신기루처럼 보이는 그 풍경은 직접 보는 그 순간에도 도저히 믿을 수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손으로 촉감할 수 있는 실재다.
사람의 생명은 단 한 번이기에, 죽는 순간과 죽은 후의 세계를 경험한 채 살아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미지의 세계이기에 더욱 궁금한 죽는 순간과 죽은 후의 세계. 이번 호에서는 죽음과 관련된 과학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Q1. 과연 죽을 때 사람은 어떤 기분을 느낄까요? 죽는 순간 우리는 어떤 게 들리고, 보이며, 어떤 경험을 할까요? 한 번쯤은 궁금한 적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죽는 순간이 궁금하더라도 물어볼 수도 없고, 물어봐도 임종 순간에 사람은 말이 없거든요. 그런데 말이 없다고 해서 진짜 의식까지 없을까요? 전 세계에는 실제로 죽는 순간 어떤 경험을 하는지 과학적으로 분석하고자 하는 과학자들이 아주 많습니다. 이들이 연구한 결과를 보면, 사람들이 사망 직전에 심장이 멈춰도 여전히 의식은 수십 분간 계속 지속되고, 말은 못 하지만 청신경이 가장 늦게까지 살아있어서 주변에서 하는 말을 계속해서 들을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보고가 있습니다. 또한 의료현장의 전문가들은 여러 임종 환자가 대화를 듣거나 인지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Q2. 그럼, 과학적으로 의식이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우리가 그 사람이 말하는 건 듣지 못하지만, 간접적으로 뇌파를 이용하면 그 사람이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습니다. 뇌파에는 자기 생각 등이 담겨있고, 이를 패턴화해서 컴퓨터를 무선으로 조종할 수 있는 BCI 기술까지 왔으니, 뇌파를 읽는 건 훨씬 쉬운 일이죠. 뇌파는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물론 이 세 가지 뇌파 외에도 다양한 뇌파가 있지만, 일단 세 가지 뇌파를 살펴보도록 할게요. 일단 델타파는 완전 깊게 잠들었을 때, 세타파는 명상할 때나 쉴 때, 감마파는 고도의 집중이나 의식적인 생각을 할 때 주로 나오는 뇌파입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심장이 멎고 임종에 들 때에는 얼굴이 평온해지면서 모든 뇌 부위가 컴퓨터 전원 꺼지듯이 ‘톡’하고 다 꺼진다고 생각하지만, 연구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납니다. 오히려 특정 뇌파신호가 강해지는 것으로 확인된 거죠. 정말 역사상 딱 한 번 있는 희귀한 케이스가 최근에 있었습니다. 87세 남성이 낙상으로 뇌출혈이 발생해 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는데, 연구진은 87세 환자의 간질 발작을 감지하고 치료를 위해 우선 뇌파검사를 진행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뇌파를 검사하던 와중에 환자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사망해 버린 거죠. 역사상 최초로, 우연히, 죽어가는 사람의 뇌 활동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이죠. 우리는 일반적으로 죽는 순간은 심장이 멎고 뇌에 혈액 공급이 안 되니까 에너지가 공급이 안 되고, 이것 때문에 깊은 수면상태에서 나오는 델타파가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감마파가 아주 많이 증가한 걸 확인했어요. 연구진은 숨을 거두기 전 마지막 순간에 뭔가 말은 못 하지만, 당사자는 고도의 의식적인 생각을 하거나 체험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고 해요. 이러한 결과는 사실 다른 동물들에게도 비슷하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죽는 순간 오히려 감마파, 즉 고도로 집중할 때나 의식적인 행동을 할 때 나타나는 뇌파가 나타난 거죠. 실제 담당 교수는 “죽음에 가까워졌을 때 중요한 삶의 마지막 기억을 회상하는 것일 수 있다”라고 추측하기도 했습니다. Q3. 딱 한 명의 사례로 모든 걸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다른 비슷한 사례는 없나요? 네, 한 달 전쯤 또 다른 사례가 학술지에 게재되었습니다. 바로 미국 미시간대 의대 교수 연구팀이 죽음이 임박한 사람들의 특정 뇌신호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 저널(PNAS)에 게재한 거죠. 이미 심정지로 병원에서 숨진 4명의 환자가 남긴 심박수와 뇌전도(EEG) 뇌파자료를 분석한 내용인데, 매우 흥미롭습니다. 4명의 환자는 모두 자극에 반응이 없는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고, 의학적 치료가 불가능해 가족이 생명유지장치 제거에 동의한 상태였어요. 그래서 가족의 동의를 얻고 생명유지장치를 떼어냈는데, 이때 미리 뇌파를 실시간으로 관찰한 거죠. 그랬더니 놀랍게도, 생명유지장치를 제거하자 심박수가 늘어나며 뇌의 감마파 활동이 급증했어요. 한 환자는 감마파가 약 300배 증가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가장 의식적인 활동과 연관된 뇌 부위인 후두엽·두정엽·측두엽 간 연결부위 쪽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고 해요. 이 연구 담당교수는 이 부위가 활성화됐다는 것은 환자가 무언가를 보고 들을 수 있으며, 감각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을 했어요. Q4. 그럼 혹시 심장마비가 되었다가 극적으로 살아난 사람들에게서도 비슷한 뇌파가 나오나요? 그런 사람들은 어떤 체험을 했는지 정말 궁금한데요? 미국 뉴욕대 그로스만 의대 연구팀은 2017~2020년 심폐소생술을 받은 남녀 567명 중 무사히 살아난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관찰되는 뇌파를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 대상자 중 약 20%는 심폐소생술을 받는 동안 신체로부터 분리되는 인식과 고통, 삶에 대한 깊은 생각 등 독특한 경험을 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실제 국내 뇌과학연구소의 한 박사님은 “세포는 죽기 전 평소보다 더 활발한 신호를 보내는데,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의 세포가 죽으면 기억회상, 시야를 담당하는 부분이라면 환한 빛을 보게 된다”라며 “임사(거의 죽음에 이르는 단계) 경험도 뇌가 극한에 갔을 때 발생한 뇌신호를 통한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Q5. 심장마비가 되어도 뇌세포는 바로 죽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다는 뜻인 거죠? 이제는 심장이 멈추는 것이 아니라 뇌가 완전히 다 죽어야 사망이라고 진단을 내려야겠네요. 조금 잔인한 연구결과이긴 합니다만, 네이처지에 게재된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가 죽음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할 결과가 있습니다. 미국 예일대 의대 연구팀은 육류 가공공장에서 죽은 지 4시간이 지나지 않은 돼지의 머리만 구해서,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혈액을 동맥에 주입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사람이랑 가장 비슷한 동물을 침팬지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돼지가 사람이랑 장기도 비슷하고 아주 똑똑하거든요. 그래서 돼지머리로 실험했는데, 세상에, 뇌세포들이 다시 살아나고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 중 왼쪽이 죽은 뇌세포 사진인데, 죽은 지 4시간 후에 인공혈액을 다시 주입하자 오른쪽 사진처럼 뇌가 되살아나고 엄청나게 활성화가 되었어요. 이러한 활성화는 무려 6시간 동안 지속되었다고 해요. 심지어 뇌 속 혈관도 정상 구조를 되찾았고, 뇌 속 면역세포들도 다시 면역반응을 재개했으며, 신경세포 사이의 접점인 시냅스에서 신호반응도 포착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제약조건 때문에 6시간 뒤 실험을 중단했다. 실험을 계속했다면 좀 더 긴 시간 지속될 가능성도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실험을 통해서 다 알 수는 없지만, 뇌세포가 활성화되었다는 것을 보면 어쩌면 죽었던 돼지가 다시 몇 시간이나마 의식이 돌아왔을 수도 있는 거죠. 이런 점에서 과연 우리가 죽음과 사망에 대한 기준을 무엇으로 잡아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심오한 연구였다라고 볼 수 있겠죠.
여름의 빌라는 백수린 작가가 2016~2020년 발표한 소설 8편을 담은 소설집의 표제작이다. 이 소설집은 2021년 ‘백수린 문학의 한 절정’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한국일보문학상을, 단편 여름의 빌라는 2018년 문지문학상을 받았다. 문학평론가인 고(故)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가 2011년 발표한 작가의 단편 폴링 인 폴을 읽고 “물건 되겠다 싶데”라고 높이 평가한 일화가 유명하다. 여름의 빌라는 주인공이 독일 여성에게 편지를 보내며 회상하는 형식이다. 주인공 주아는 대학시절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다가 독일에서 한스와 베레나라는 중년 부부를 만나 친구가 된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메일을 주고받았고, 남편 지호가 독일 유학을 가면서 5년 정도 더 교류했다. 교살자 무화과나무를 보는 한·독 부부의 시각차 남편이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주아 부부는 삶이 엉망이 됐다. 남편은 교수 임용 심사에서 여러 차례 탈락했다. 부부는 강사료가 적더라도 먹고살기 위해 닥치는 대로 강의를 맡아야 했다. 치솟는 전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 변두리로 이사를 거듭했다. 아이를 낳아 키울 경제적·시간적 여유도 없어서 임신과 출산은 미룰 수밖에 없었다. 남편의 학문적 열정은 식어갈 수밖에 없었다. ‘한창때의 린덴바움 잎처럼 새파랗던 열정’도 시들고 두 사람은 조금씩 지쳐가기 시작했다. ‘린덴바움(Lindenbaum)’은 학창시절 배운 슈베르트 가곡에 나오는 ‘성문 앞 우물곁에 서 있는 보리수’를 말한다. 독일 등 유럽에서 가로수로 심어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다. 베를린에 가면 이 나무를 가로수로 심은 ‘운터 덴 린덴(Unter den Linden; 린덴바움 아래)’이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우리 토종인 보리수나무가 있기 때문에 보리수라고 부르는 것은 맞지 않다. 린덴바움 잎이 보리자나무·찰피나무 잎과 비슷하다고 누군가가 ‘보리수’라고 번역해 생긴 혼선이다. 린덴바움은 피나무의 일종이기 때문에 ‘유럽피나무’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러다 한스 부부가 자신들의 캄보디아 여행에 주아 부부를 초대한다. 주아는 한스 부부와 여행하면 미래에 대한 기대가 있던 독일시절, 그러니까 ‘린덴바움 잎처럼 새파랗던 열정’을 되찾을 것 같은 기대에 한스 부부의 초대에 응했다. 처음에 그들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며칠 지나면서 주아의 마음 한편에선 불편한 마음이 싹튼다. 우기에 수상가옥 마을 등을 돌아보면서 가난한 현지인 일상을 관광하는 것이 불편하게 다가온 것이다. 주아의 남편 역시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사원에서 폐허를 뚫고 자란 거대한 나무를 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거대한 나무가 사원을 뚫고 자란 폐허를 당신들은 아름답게 바라봅니다. 나는 이제 사원들을 바라보는 것이 싫어졌어요. 돌무더기에 핀 이끼와 그 위로 부서지는 빛은 틀림없이 아름다웠고, 무너져 내린 것들 사이를 지탱하는 수백 년 된 나무를 보는 길은 황홀했지만, 그것을 태연하게 향유하는 행위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여행의 마지막 날 밤, 한스가 여행이 좋았다고 하자 술을 좀 마신 주아 남편은 선진국인 독일 사람들은 그럴 말을 할 자격이 없다며 반박하기 시작한다. 얘기 도중 한스가 (동남아 국민들이) 만족하고 살면 그곳이 천국이고 불만족하는 순간 증오와 폭력이 생긴다고 하자, ‘개소리’라는 말을 내뱉는 지경에 이른다. 여행을 어색하게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주아는 베레나의 편지를 받는다. 상처를 주어서 미안하다는 내용과 함께 한스 부부가 여행 6개월 전쯤 테러로 딸을 잃었다는 내용이었다. 2016년 12월 베를린에서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 추종자가 대형 트럭을 몰고 시장으로 돌진해 12명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한스 부부는 아픔을 잊기 위해 동남아 여행을 떠났고, 주아 부부를 초대한 것이다. 베레나는 편지에서 ‘긴 세월의 폭력 탓에 무너져 내린 사원의 잔해 위로 거대한 뿌리를 내린 채 수백 년 동안 자라고 있다는 나무. 그 나무를 보면서 나는 결국 세계를 지속하게 하는 것은 폭력과 증오가 아니라 삶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단다’라고 썼다. 주아 부부에게는 거대한 사원 나무들이 선진국들의 긴 세월에 걸친 폭력으로 비쳤지만, 테러로 딸을 잃은 한스 부부에게는 증오와 폭력 속에서도 살아야 하는 삶의 한 단면으로 보인 것 같다. ‘살벌한 나무’ 對 ‘생태계 유지에 중요한 역할’ 동남아 사원의 폐허 위에서 자라는 ‘거대한 나무’는 어떤 나무일까. 이들은 ‘교살자 무화과나무(strangler fig)’들이다. 이 나무들은 처음에 씨앗이 다른 나무줄기에 붙어 발아한 다음 땅을 향해 뿌리를 내린다. 뿌리가 땅에 닿으면 주변의 모든 물과 영양분을 흡수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이 과정에서 원래 나무는 교살자 나무줄기에 점차 둘러싸여 말라 죽고, 교살자 무화과는 수십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나무로 성장한다. 교살자 무화과나무는 이런 식으로 다른 나무의 표면에 붙어살다가 그 나무를 뒤덮는 속성이 있는 무화과나무를 총칭하는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무화과, 천선과나무와 같은 속(屬·Ficus)이다. 반얀트리(Banyan tree)라고도 부르는 벵갈고무나무가 대표적인 교살자 무화과나무다. 벵갈고무나무는 우리나라에서도 실내 식물로 많이 키우는 나무인데 고향에서는 거대한 나무로 성장한다는 것이 놀랍다. 교살자 무화과나무는 생태계의 악당만은 아니다. 최대 키가 45m에 육박할 정도로 거대하기 때문에 태풍이나 홍수 때 숲이나 건물을 보호하고 풍부한 열매 등으로 숲 생태계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오랑우탄이 먹는 전체식량의 25% 이상이 이 나무들 열매라고 한다. 소설에서 표현한 대로 이 거대한 나무들은 다른 나무를 죽이는 폭력적인 측면도, 숲을 유지하는 생명의 나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동시에 갖고 있는 것이다(책 극한 식물의 세계). 교살자 무화과나무 중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은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건물을 뒤덮고 있는 나무들이다. 태국 아유타야 한 사원에서 뿌리가 불상의 얼굴을 감싸고 있는 나무도 교살자 무화과의 일종이다. 이 나무 안내문에는 ‘보리수나무(Bodhi Tree)’라고 적혀 있는데, 흔히 열대·아열대지역에서 보리수나무는 인도보리수를 가리키는 것이다.
2024년도 벌써 달력 한 장만 남은 12월이다. 한 해 동안 교실에서 아이들과 울고 웃으며 때로는 탄식과 때로는 절망으로 보낸 시간이 벌써 세밑으로 다가간다. 2024년의 마지막 달에는 어떤 영화들이 관객을 기다릴까? 가족 코미디 영화부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역사적 인물이 살았던 당시로 관객을 데려가는 영화까지 기대작들로 가득하다. 연말연시와 성탄절을 앞두고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에 들러서 볼 영화부터,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서면서 새로운 이야기들이 머릿속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화까지! 아귀 김윤석 배우부터 이승기, 데미 무어, 주원, 곽도원, 김성령, 송강호, 현빈, 이동욱까지…. 12월 극장가는 이 배우들이 책임진다는데! 부부 또는 연인의 데이트용으로도, 자녀 또는 학생과 함께 보고 토론할 거리로도 충분한 ‘12월 놓쳐서는 안 될 개봉영화 Top 5’를 소개한다(가나다 순). 대가족(감독 양우석) _ ‘타짜’ 아귀가 38년 만둣집 사장이 됐다! SNS가 없던 시절부터 줄이 끊이지 않던 노포 만두 맛집 ‘평만옥’ 사장 ‘무옥’(김윤석)은 38년을 운영해 온 가게의 대가 끊길까 노심초사다. 대를 이을 줄 알았던 외아들 ‘문석’(이승기)이 갑자기 “승려가 되겠다”고 선언한 뒤 출가해 버렸기 때문이다. 만둣가게를 어찌해야 할지 매일 매일이 고민인 무옥 앞에 어느 날, 꼬마 손님들이 나타난다. 자신들이 문석의 아들이라며. 느닷없이 나타난 손주들로 가문의 대를 이을 수 있다는 희망에 무옥은 그저 행복하다. 그런데 아들 문석은 언제 이런 손주들을 낳은 걸까? 아들이 승려가 되기 전 과거를 되짚던 무옥은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게 되는데…. 2024년 겨울 유일한 가족 코미디 영화 대가족은 ‘출가한 아들 때문에 대가 끊길 위기에 처한 노포 사장에게 갑자기 찾아온 정체불명의 손주들’이라는 설정만으로도 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변호인(2013), 강철비(2017) 등 독특한 소재를 바탕으로 사람 냄새 진하게 나는 영화를 만들어 온 양우석 감독의 컴백작이다(공교롭게도 두 전작에 이어 12월 개봉이다). 만두 맛집 ‘평만옥’ 사장 역은 믿고 보는 배우 김윤석이 맡아 오직 만두만으로 일가를 이룬 사람의 타협 없는 장인정신을 보여준다. 출가한 아들이자 슈퍼스타 주지스님 함문석 역을 맡은 이승기 배우 역시 삭발을 감행하는 파격 변신을 선보이며 “평소 존경하던 김윤석 배우가 출연한다는 소식에 고민의 시간도 짧았고, 삭발에 대해서는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평만옥의 실세 ‘방여사’ 역에는 김성령이, 문석과 과거 CC였지만 이제는 절친이 된 ‘한가연’ 역에는 강한나, 문석의 스캔들을 해결하려는 천덕꾸러기 수행승 ‘인행’ 역에는 박수영 배우가 분했고, 넝쿨째 굴러들어 온 금쪽 손주 민국·민선 남매 역은 김시우, 윤채나 아역 배우가 맡았다. “유기농 대파, 국내산 돼지고기, 손맛 나는 만두피, 이 모든 것을 한 그릇에! 평만옥! 녹두전은 서비스입니다~!”를 외치는 영화 대가족은 과연 잘 빚은 만두처럼 속이 꽉 찬 재미를 선사할까? 12월 11일 개봉. 서브스턴스(감독 코랄리 파르자) _ 데미 무어가 돌아왔다! 주사 한 방으로 젊음을 되찾을 수 있다는데? 한때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고 명예의 거리까지 입성했던 대스타 ‘엘리자베스’(데미 무어)의 현실은 초라하다. TV 에어로빅 쇼 진행자로 근근이 살아가던 그녀는 50세가 되던 날 “어리고 섹시하지 않다”라는 이유로 해고를 당한다. 귀갓길 차 사고로 병원에 실려 간 그녀는 매력적인 남자 간호사로부터 ‘서브스턴스’라는 약물을 권유받는다. 단 한 번의 주사로 ‘젊고 아름다우며 완벽한’ 수(마가렛 퀄리)를 탄생시키지만, 규칙이 있다. 각자 7일간 살면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것. 규칙을 어기면 또 다른 나와 사투가 펼쳐질 수 있다! 영화 서브스턴스는 나, 그리고 더 나은 버전의 나와의 지독한 대결을 그린 논스톱 블러디 스릴러다. 코랄리 파르자 감독은 데뷔작 리벤지에서 보여준 독특한 감각을 서브스턴스에서 확고한 자신만의 작품세계로 구축했다. 제77회 칸국제영화제 각본상과 제49회 토론토국제영화제 미드나잇 매드니스 관객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공포와 유머가 뒤섞인 독창적인 영화 서브스턴스가 열광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두 주인공인 데미 무어와 마가렛 퀄리를 캐스팅한 것이다. 올해 가장 파격적이고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 두 배우는 전라 격투까지 해내며, 누가 진짜 미친 건지 대결이라도 하듯, 관객을 극한으로까지 몰고 간다. 데미 무어는 “촬영 강도가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너무 세서 대상포진에 걸렸다. 그 후 체중이 10kg이나 줄었다.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 연기해야 했다. 내면의 폭력을 외부화해 관객들이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고 전했다. 마거릿 퀄리는 이 영화가 흥미로웠던 이유로 “이렇게 노골적으로 섹시해야 한다는 의도를 가진 캐릭터를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괴짜를 많이 연기했기 때문에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데미 무어의 복귀작 서브스턴스는 한물간 할리우드 스타와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한 여성의 대비로 현대 사회와 할리우드가 가진 여성의 미를 향한 어긋난 집착과 광기를 독창적으로 풀어내 관객들의 비명과 환호를 동시에 끌어낸다. 12월 11일 개봉. 소방관(감독 곽경택) _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 “제가 부름을 받을 때에는 신이시여, 아무리 강렬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저에게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아이를 감싸안을 수 있게 하시고, 공포에 떠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중략)… 그리고 당신의 뜻에 따라 제 목숨이 다하게 되거든, 부디 은총의 손길로 제 아내와 아이들을 돌보아 주소서.” ‘어느 소방관의 기도’로 알려진 이 시는 1958년 미국 소방관 스모키 린이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어린이 세 명이 있음을 창문으로 확인했지만, 결국 구출에 실패하고 자책감에 시달리며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는 소방관들 사이에서 회자했지만, 2001년 3월 4일 새벽 3시 47분 홍제동 다세대 주택에서 방화로 발생한 참사로 인해 대중에게 알려지게 됐다. 소방관은 소방관 6명의 목숨을 앗아간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다.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 친구(2001)로부터 최근 학도병의 장사상륙작전을 그린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2019)까지 실화가 주는 진정성을 담아온 곽경택 감독이 또 한 번 실화 바탕 영화에 도전했다. 촬영에 앞서 홍제동 사건 생존자들을 직접 만난 곽 감독은 “생존자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듣고 구체적인 사건을 그리기보다는, 이분들의 정서를 영화에 녹여보자고 생각했다. 배우들을 실화 사건을 그리는 도구로 쓰고 싶지 않았다. 배우들이 영화에 출연해야 한다는 강력한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소방관을 다뤘던 기존 영화들과 차별점을 주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패기 넘치는 신입 소방관 ‘철웅’ 역에는 주원, 5년 연속 구조대상자 구출 횟수 전국 1등을 기록한 구조반장 ‘진섭’ 역에는 곽도원, 팀원들에게 값비싼 장비는 지원할 수 없지만 최선의 노력으로 구조대를 이끌어 나가는 구조대장 역에는 유재명, 소방대원에게도 지지 않는 체력과 당찬 성격을 지닌 구급대원 ‘서희’ 역에는 이유영, 어떤 현장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고 선두에 서는 소방관 ‘용재’ 역에는 김민재, 목숨이 위험한 현장에서도 강한 정신력을 발휘하는 소방관 ‘효종’ 역에는 오대환, 예비 신랑이자 업무에서 누구보다 엄격한 소방관 ‘기철’ 역에는 이준혁 배우가 분해 화마보다 뜨거운 팀워크를 보여준다. 실제 화재 현장을 방불케 하는 촬영 현장에서 산소마스크를 착용하고 불 속으로 뛰어 들어간 배우들의 열정은, ‘전원 구조’라는 결과를 빚어낼 수 있을까? 12월 4일 개봉. 1승(감독 신연식) _ 승률 10% 감독이 해체 직전 여자배구단과 1승에 도전한다! 퇴출·파면·파산·이혼까지 인생 실패란 실패는 죄다 섭렵한 배구선수 출신 ‘김우진’ 감독(송강호)에게 해체 직전 위기에 놓인 프로여자배구단 ‘핑크스톰’의 감독 제안이 들어온다. 새 구단주 ‘강정원’(박정민)은 “1승 하면 상금 20억을 주겠다!”라고 파격 공약을 하면서, 시즌권을 완판시킨 괴짜 또는 천재다. 1승만 하면 된다는 구단주의 말에 덥석 감독직을 수락했지만, 핑크스톰은 연패 행진을 이어간다. 모두가 주목하는 최약체 구단 핑크스톰은 익숙했던 패배에서 벗어나 그토록 바라던 1승을 거둘 수 있을까? 1승에서 ‘그저 벤치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이 굵직하게 드러나는 배우’라는 찬사를 받는 송강호 배우가, 한때 장래가 촉망됐지만 승리의 맛은 느껴본 적이 없는 ‘김우진 감독’ 역을 맡아 현실감을 자아내는 ‘웃픈’ 루저의 면모부터 진정한 리더로 거듭나는 모습까지 유쾌하게 그려낸다. 최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전,란(감독 김상만)에서 주연을 맡은 박정민 배우가 이길 생각이라곤 전혀 없는 ‘배알못’(배구를 잘 알지 못하는) 구단주를 맡아 송강호 배우와 티격태격 케미스트리를 선보인다. 최근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삼식이 삼촌을 연출했던 신연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신 감독은 아직 국내에서 제작된 적이 없는 배구 소재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한 이유에 대해서 “우승이나 절대 강자가 목표가 아닌, 단 한 번 얻을 수 있는 것,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아 가는 그 ‘감정’에 포커스를 맞췄다. 이 영화를 본 관객이 자기 인생의 1승을 쟁취하는 순간을 맞이하기를 기원한다”라고 설명했다. ‘1등만 기억하는 세상’에서 ‘1승의 기쁨을 나누는 세상’을 스크린에 감동적으로 그리면서, 인생에서 단 한 번의 1승을 바라는 모든 관객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려고 한 것. 국내 최초 배구 소재 영화답게 배구계 레전드들을 스크린에서 확인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배구 여제 김연경이 특별출연하고, 1990년대 ‘좌진식 우세진’으로 삼성화재(현 삼성화재 블루팡스) 배구단에서 실업배구 77연승 및 겨울리그 9연패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김세진, 신진식 감독도 출연한다. 전 국가대표 출신인 한유미, 이숙자 해설위원을 비롯해 포항시체육회·대구시청·수원시청·양산시청 배구단 선수들도 대거 출연한다. 12월 4일 개봉. 하얼빈(감독 우민호) _ 6명의 독립군, 1명의 추격자의 숨 막히는 첩보 드라마! “모든 걸 포기하고 죽으려고 했습니다. 죽은 동지들의 참담한 비명이 귓가를 맴돌고 눈앞을 떠돌았습니다. 그 순간에 깨달았습니다. 나는 죽은 동지들의 목숨을 대신하여 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해야 할 일을 알았습니다. 대한제국을 유린하는 일본 늑대의 우두머리, 늙은 늑대를 반드시 죽여 없애자고.” 내부자들(2015), 남산의 부장들(2020) 등 작품마다 시대를 읽는 깊은 통찰력을 보여온 우민호 감독이 하얼빈으로 돌아온다. 영화 하얼빈은 1909년 조국과 떨어진 하얼빈에서 일본 제국에게 빼앗긴 대한민국을 되찾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독립투사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첩보 액션 대작이다. 가슴 절절한 위 대사를 말한 이는, 모두가 기억해야 할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 의사로 현빈 배우가 분했다. 제49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현빈 배우는 “안중근 의사를 연기하는 것은 부담스러웠지만, 배우로서 위대한 인물을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쉽지 않을 것 같아 수락했다. 하얼빈은 안중근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이 땅에 뿌리를 내린 모든 사람의, 모든 독립군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남겨질 이름보다 나라를 먼저 생각한 독립투사 ‘우덕순’ 역에는 박정민 배우가, 내부자들에서 우민호 감독이 발굴한 연기파 배우 조우진이 독립투사 ‘김상현’ 역을 맡았다. 안중근 의사와 갈등을 겪는 독립군 ‘이창섭’ 역은 이동욱 배우가 맡았고, 독립군 ‘공부인’ 역은 전여빈, 안중근 의사의 조력자 ‘최재형’ 역은 유재명, 독립군을 끈질기게 추격하는 일본군 육군소좌 ‘모리 다쓰오’ 역은 한산: 용의 출현의 씬스틸러 박훈이 분했다. 우민호 감독은 “나치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서양에서 꾸준히 나오듯, 우리나라도 일제강점기에 대한 이야기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이 있는데, 하얼빈을 촬영하면서 되새긴 말이다”라고 전했다. 몽골·라트비아·대한민국에서 극한의 촬영을 이겨 낸 배우들은 실제 115년 전의 독립군들이 느낀 모든 감정을 진심을 다해 담아내, 관객을 처참하고 치열했던 독립운동 현장 속으로 이끌고 갈 예정이다. 12월 중 개봉. 사진 제공 정보 대가족 _ 롯데엔터테인먼트 / 소방관 _ (주)바이포엠스튜디오 / 서브스턴스 _ NEW, 퍼스트맨스튜디오 / 1승 _ (주)키다리스튜디오, ㈜아티스트스튜디오 / 하얼빈 _ CJ ENM
수학 머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조 볼러 지음, 고현석 번역,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368쪽, 1만 9,800원) 수학에 불안감이 있는 사람이 수학문제를 접하면 뇌에서 뱀이나 거미를 볼 때처럼 공포 중추가 활성화한다고 한다. 공포와 불안은 뇌 일부를 무력화해 학습능력을 떨어뜨리므로, 수학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마인드셋과 메타인지 이론을 활용해 수학에 대한 학생들의 접근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전략을 제시한다. 오늘도 너를 응원해 (홍영주 지음, 미다스북스 펴냄, 264쪽, 1만 8,500원) 교직생활을 통해 말 한마디의 중요함을 체득한 중견교사가 동료와 아이들에게 전하는 응원 메시지. 하루 대부분을 학교에서 아이들과 지내며 깨달은 것은 ‘다정하고 따뜻한 말을 들려주어야만 서로 마음이 연결될 수 있다’라는 것. 진심 가득한 응원 사이사이로, 교직생활을 현명하게 풀어가는 데 필요한 실용적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문해력이 자라는 수업 (안녕어린이책연구소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펴냄, 292쪽, 1만 9,500원) 문해력 수업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았다. 책 읽기부터 퀴즈, 인터뷰, 그래픽 조직자, 클로바더빙 등 디지털 미디어 활용까지 다양한 수업을 소개한다. 사례별로 교사의 역할과 상황별로 팁을 꼼꼼히 안내해 실제 수업에서 참고할 수 있게 했다. 실제 수업에 활용한 활동지와 예시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낯선 수업도구를 활용하는 것도 막막하지 않게 도와준다. ADHD 농경사회의 사냥꾼 (톰 하트만 지음, 백지선 번역, 또다른 우주 펴냄, 280쪽, 1만 8,800원) 서구권 아이 중 ADHD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는 비율이 10%에 달한다. 이렇게 사람이 가진 특성을 장애로 치부하는 게 맞을까. 저자는 ADHD 특성이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사냥꾼과 농부’로 바라본 관점을 최초로 제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최신 과학 성과를 반영해 ADHD와 ADHD가 아닌 사람들의 차이를 상세히 설명하고, 사냥꾼이 농부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훈련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중학생의 말 공부 (박미자 지음, 들녘 펴냄, 252쪽, 1만 7,000원) 중학생이 매일 마주하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며, 내 생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현실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수년간의 사례연구와 중학생들과의 만남을 통해 초고를 완성한 후, 10대 청소년과 부모님·선생님들의 피드백을 충실히 반영했다. 일상에서 관계를 좋게 하는 대화법, 사과할 때의 대화법, 거절할 때의 대화법 등 상황별 대화법이 들어있다. 내일도 지구가 안녕하면 좋겠어! (정다빈·권성환·이해인 지음, 맘에드림 펴냄, 320쪽, 1만 6,200원) 지구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공존을 추구하는 생태시민교육을 제안하며, 먹거리·옷·플라스틱·에너지·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의 5가지 주제를 다룬다.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생태시민으로서 꼭 알아야 할 진실을 마주하며 공감·책임감·연결고리·실천의 4가지 자세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해법을 생각할 것을 제안한다. 빨간내복야코 안 읽으면 완전 위험한 과학책 1: 일상이 위기 (박종은 지음, 이영아 그림, 위즈덤하우스 펴냄, 148쪽, 1만 5,000원) 113만 구독자를 가진 빨간내복야코의 초등과학 만화다. 장난기 가득한 야코와 호기심 넘치는 사동은 주변에 끊이지 않고 사건 사고를 일으킨다. 하지만 의외로 풍부한 과학상식으로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간다. 초등 3학년 1학기~6학년 2학기 과학교과와 연계해 다양한 지식을 기를 수 있게 구성했다. ‘야코의 응급처치’ 코너에서는 위기상황 대처방법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설명한다. 세상에서 제일 예의 바른 괴물 봉바르봉 (큐라이스 지음. 봉봉 번역, 미운오리새끼 펴냄, 40쪽, 1만 5,000원) 어느 날 도시 앞 바다에 거대한 괴물, 봉바르봉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혼란에 빠지지만, 놀라울 정도로 공손한 봉바르봉. 시장님을 만나자마자 배꼽인사를 하고, 선물로 참치를 건넨다. 건물에 부딪히지 않게 거대한 꼬리를 조심히 말아 들고 육지로 올라온 예의 바른 괴물 봉바르봉은 어떤 일을 경험하게 될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교사는 감정노동이 심한 직업이다. 교실에서 날이 선 말투, 삐딱한 시선을 보내는 아이가 한 명만 있어도 온종일 마음이 편치 않다. 퇴근하면서 걱정을 학교에 놓고 나오기도 쉽지 않다. 내일 수업 고민, 처리해야 할 업무 등등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탓이다. 그래서 학년 마무리인 12월쯤 되면 선생님의 마음은 너덜너덜해진다. 내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교무실은 벌써 내년도 학교 이동, 부서 배치, 담임 배정 등으로 술렁거린다. 가슴 한편에는 체념과 실망이 스멀스멀 피어난다. 어차피 나는 또 인정 못 받을 거다. 올해의 고생이 내년의 고통으로 이어지겠지. 나의 처지를 배려해 줄 여건도 안 되고, 힘든 업무와 학생 지도를 피할 가능성도 별로 없다. 그래서 연말, 송년회 모임은 상처로 다가온다. 학교 다닐 때 나는 모범생이었고 공부도 잘했다. 이제는 학창시절 뒤처졌던 동창들이 더 잘나가고 행복한 듯싶다. 힘들다고 푸념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다. “안정된 데다 방학까지 있는 선생님이 뭐가 힘들다 그래?”라는 질책(?)만 되돌아 뿐임을 잘 아는 탓이다. 이럴수록 명예퇴직과 이직을 꿈꾸는 일도 잦아진다. 나는 도대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우리는 불가능한 일을 매일 해낸다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1969~)은 이런 아픔으로 어깨 처진 선생님들께 위로를 건네는 철학자다. 그라면 이렇게 말해줄 듯싶다. “아이들이 말 안 들어 속상하시다고요? 수업시간에 산만해서 너무 힘드시다고요? 아니에요, 선생님! 말 잘 듣고 설명 잘 듣는 것이 더 이상한 거예요!” 1만 년 전 숲속을 뛰어다니며 사냥하던 인류나 지금 교실에 앉아 있는 학생들이나 똑같은 호모 사피엔스다. 야생에서 살아가는 호모 사피엔스를 한 시간 가까이 의자에 다소곳이 앉아 있게 한다고 생각해 보라.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매일 거듭하고 있다.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알랭 드 보통의 말을 직접 들어 보자. “어찌어찌 예의 바르게 굴고, 자신의 감정을 설명하고 타협하고 타인의 관점으로 사물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다. 진화의 역사가 가르치는 바에 따르면 우리는 사실 현재 모습보다 더 엉망이어야 한다.” 야생성을 없애고 문명화시키는 작업은 오랜 길들임의 연속이다. 천둥벌거숭이 같은 아이가, 교실이 당장 달라질 리 없다. 그래도 속 썩이던 옛 제자들을 생각해 보라. 대부분은 어른이 되어 그럭저럭 잘 살아간다. 우리는 아이들이 반항과 틀어짐을 겪고, 반성하며, 스스로 사회인으로 거듭나도록 버티며 견뎌주었다. 선생님의 감정노동은 충분히 가치 있고, 보람찬 일이다. 그래도 마음은 여전히 헛헛하다. 교직의 인기는 날로 떨어진다. 자꾸만 친구들과 자신을 견주게 되며, 뒤처지고 초라해지는 듯한 자신이 마음에 안 든다. 알랭 드 보통은 이 문제에 대해서도 그럴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이는 우리 탓이 아니라, 현대 문명 자체가 ‘질병’인 까닭이다. 무슨 말일까? 귀를 막으라. 하다못해 ‘덜’ 들으라 17세기에 양치는 목동이 루이 14세와 자신을 견주며 한숨 쉬지 않았다. 아예 신분이 달랐을뿐더러, 양치기가 왕을 볼 일도, 처지를 비교해 볼 기회도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현대사회에는 비교와 자책이 일상이다. SNS에서는 온갖 멋지고 잘나가는 모습이 넘쳐 나지 않던가. 언론에서는 보기 싫어도 재벌과 유명인의 일상을 끊임없이 알려준다. 이런 처지에서는 멀쩡히 잘 사는 사람도 자기 삶이 초라하게만 느껴진다. 게다가 인터넷 기사를 짬짬이 들여다보는 일은 온종일 자신을 ‘공포의 강물에 목을 적시’는 짓과 같다. 학교폭력과 교권추락에 대한 소식이 하루도 들리지 않던 날이 얼마나 되던가. 우리 기분은 더욱 가라앉는다. 그러나 알랭 드 보통은 실제 현실은 꼭 이렇지만은 않다고 우리를 다독인다. “신문은 대부분 사람이 친절하다는 사실을, 기차는 대부분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사실을, 정부에서도 감동적이고 훌륭한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날은 조용히 별일 없이 지나간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게 만들었다. …(중략)…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뉴스는 용서하고, 반성하고, 음미하고, 감사하고, 고용하고, 친절해야 하는 이유를 말해주는 뉴스다.” 학교 일상도 웃음과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착하고 성실하고 예쁜 아이들이 심장을 뛰게 하는 친구들보다 훨씬 많다. 문제가 도드라지는 이유는 평온한 나날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랭 드 보통은 귀를 막으라고, 하다못해 ‘좀 덜 들으라고’ 조언한다. 언론에서 나오는 사건은 일상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거나 드물게 벌어진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심각한 상황은 결코 ‘일반적’이지 않다. 학교의 일상은 줄곧 평화롭고 따뜻하다. 이런 하루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덜 돋보이고 덜 우러름 받는 곳에서 많은 이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선생님들이 그런 노력을 기울이시는 분들이다. 누구와 비교하며 주눅 들 일이 결코 아니다. 스승의 날, 고마움을 전하는 숱한 이들을 떠올려 보라. 교사는 무척 보람차고 의미 깊은 직업이다. 하찮아지는 연습하기 그렇지만 복닥거리는 일상에서는 이런 위안이 별 도움이 안 된다. 손톱 밑에 박힌 가시는 무척 아프다. 몸의 다른 곳이 모두 멀쩡해도 그렇다. 속 끓이는 아이나 상황이 하나만 있어도 지금까지의 위로는 금세 날아가 버릴 터다. 그래서 알랭 드 보통은 우리에게 ‘하찮아지는 연습’을 권한다. 공원을 산책하다 청둥오리를 만났다고 해보자. 오리는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에 관심이 없다. 묵은 빵을 던지는 이가 권력자인지 거지인지, 멋진지 추레한지는 오리에게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냥 맛있게 받아먹을 뿐이다. 알랭 드 보통은 우리가 자연을 좋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내 눈앞의 문제는 우주의 운명이 걸린 듯 심각해 보인다. 그렇지만 한 발 떨어져 숨을 고르면, 사실 대수롭지 않다. 내 문제가 어떻건 청둥오리는 연못을 평화롭게 거닐고, 길거리 고양이는 햇볕을 즐긴다. 내 앞의 상황이 뒤틀리고 꼬여도 세상은 별 탈 없이 굴러간다. 그러니 너무 애면글면할 필요 없다. 우리가 자연을 보며 종종 숨을 골라야 하는 이유다. 나아가, 종종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라. 머리 위에 펼쳐진 공간의 끝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빛의 속도로 수천 년을 달려도 끝이 나지 않을 크기다. 우주의 역사는 또 어떠한가. 이에 견주면 나의 삶, 나의 문제는 너무나 하찮다. 이런 깨달음은 마음에 평화를 안긴다. 결국은 다 지나간다. 그리고 마침내 깨끗하게 잊힐 터다. 경기가 격해질 때면 감독은 ‘작전 타임’을 외친다. 멈춰서서 숨을 고르면 상황이 객관적으로 정리되는 까닭이다.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며 할 수 없는 일은 무엇인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가 갈래 잡힌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자주 우주의 관점과 역사의 눈으로 삶을 바라보며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12월, 곧 방학이다. 겨울방학은 선생님에게 작전 타임과 같은 시기다. 선생님께서는 이미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셨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별처럼 빛났던 일도, 나락까지 떨어졌던 아픔도 결국은 흘러가고 사라지게 되어 있다. 우주의 눈으로 보면 모든 일은 그냥 스쳐 지나가고 있을 뿐이다. 깨달음과 재충전이 있는 방학 되시기를 바란다. ‘선생님을 위한 마음챙김 철학’ 연재를 종료합니다. 그동안 따뜻하게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내 실수 경험 2024년 7월, 미국 코넬대학교(Cornell University)에서 열린 제18차 세계비교교육학회에서 ‘연구를 위한 생성 AI: 인터넷에서 연구 수행을 위한 일반 대형언어모델의 현 수준’이라는 주제의 논문을 발표했다. 주 저자는 미국 피츠버그대학의 네이싼 옹(Nathan Ong) 박사이고, 나는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내가 담당한 분야는 ‘ChatGPT의 데이터 분석력 실험’이었다. 논문 최종 발표본을 제출하기 전에 옹 박사로부터 내가 담당한 분야를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봐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아울러 최근 ChatGPT 성능이 급속도로 좋아지고 있으니, 과거의 답과 현재의 답을 비교하는 부분도 포함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의 요청에 따라 2023년 10월에 수행했던 실험에서 ChatGPT가 제시했던 답을 다시 살펴보다가 깜짝 놀랐다. 제시된 답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는데 내가 간과했던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커다란 실수를 할 뻔했다. 내가 했던 실험에 사용한 자료는 ‘퀴즈앤’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실시하고 있는 사전인출(가르치기 전에 보는 시험) 결과인 엑셀파일이다. 이 파일을 ChatGPT에 탑재하고, “첨부한 엑셀파일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답하기 어려워하는 문제들의 특성을 분석해 줘”라고 요청했다. ChatGPT가 제시한 분석을 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나름대로 살펴보며 오류가 없다고 판단되어 이를 분석해서 제출했었다. 옹 박사의 요청으로 작년 자료를 다시 꼼꼼하게 살펴보다가 깜짝 놀랐다. ChatGPT가 정답이 ‘X’인 문항의 ‘X’ 개수를 오답 개수로 처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당 문항의 오답률이 높다며 그 원인을 복합적으로 분석하여 제시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조금만 더 꼼꼼하게 살폈더라면 이러한 실수를 범하지 않았을 텐데, 왜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잡아내지 못했을까? 이러한 실수를 잡아낼 수 있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생성 AI가 제시한 답변의 오류가능성 케비어와 그의 동료들(Kabir, Udo-Imeh, Kou, and Zhang, 2024)은 프로그래밍 요청에 대해 ChatGPT가 답변을 제공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문제점과 오류를 식별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할 목적의 연구를 수행했다. 이를 위해 517개의 프로그래밍 질문에 대해 ChatGPT가 제공한 답변의 정확성·일관성·포괄성·간결성을 평가했다. 그 결과 인공지능, 특히 ChatGPT를 활용하여 얻은 프로그래밍 요청에 대한 답변에는 52%의 잘못된 정보가 포함되어 있고, 77%는 답변이 너무 장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는 사용자들이 ChatGPT 답변과 인간의 답변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도 조사하였다. 연구결과, 참가자들은 대체로 인간의 답변이 더 정확하고 유용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ChatGPT 답변의 포괄성과 명확한 언어구조 때문에 ChatGPT 답변을 선호하는 사람의 비율이 3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대규모 언어학적 분석을 통해 ChatGPT의 답변이 인간의 답변과 어떻게 다른지 조사하였다. 그 결과 ChatGPT가 더 공식적이고 분석적인 언어를 사용하며, 부정적인 감정을 덜 나타내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hatGPT의 답변이 완벽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용자가 즉각적인 피드백과 포괄적인 답변 때문에 널리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성 AI가 제시하는 부정확한 정보를 사람들이 간과하는 이유 케비어와 동료들은 사용자가 ChatGPT의 답변을 평가할 때 잘못된 정보를 어느 정도나 간과하는지, 이유는 무엇인지도 조사했다. 연구에 따르면 사용자들이 잘못된 정보를 간과한 비율은 39.34%에 이른다. 간과하는 이유로는 ChatGPT 답변의 포괄성, 잘 구성된 언어 사용 및 인간 같은 통찰력 등을 들고 있다. 이러한 특성들로 인해 ChatGPT가 제공하는 답변이 실제로 오류를 포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들이 그 답변을 신뢰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용자들이 생성 AI가 제공하는 답변의 오류를 인지하지 못하는 주요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이유는 답변의 포괄성이다. ChatGPT의 답변은 필요한 정보를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 답변의 양과 범위에 압도된 결과, 사용자들은 정보의 정확성을 꼼꼼히 따지지 않게 된다. 다음은 언어 구성의 탁월성이다. ChatGPT가 사용하는 언어는 구성력이 뛰어나고 명확하며, 때로는 교과서적인 스타일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문성과 신뢰성이 높아 보인다. 우리말로 답을 받아보면 번역투의 어색함이 있지만, 언어 구성의 탁월성은 부인하기 어렵다. 아울러 답변에는 인간적 통찰력까지 들어 있다. ChatGPT는 종종 인간적인 통찰력과 비슷하게 보이는 답변을 생성하여 기술적 내용뿐만 아니라 그 배경의 이해도 또한 높은 것처럼 느끼게 한다. 이들이 제시한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이유 외에 내가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인간 뇌의 게으름이다. 우리 뇌는 대충 훑어보고 크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면 믿고 싶어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부정적으로 표현하면 게으름이지만, 긍정적으로 표현하면 뇌의 효율성 추구 특성이다. 특히 상대의 전문성에 압도될 때는 더욱 그러하다. 영문으로 된 논문을 생성 AI에 제공한 후, 요약 혹은 특정 부분에 대한 분석을 요청하여 답을 얻었다면, 오류가 없는지 검토해 보는 것이 바른 사용법이다. 그러나 일별해 본 후에 그럴싸하면 별 의심 없이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나하나 검토해야 한다면 굳이 생성 AI를 활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까지 들면서 그냥 사용하게 된다. 지금까지 경험에 비춰볼 때 요약 기능은 오류가 적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프로그래밍을 비롯한 고급 기능, 교수자들이 널리 쓰기 시작한 학생 보고서 평가 등의 경우에는 생성 AI가 제시한 답변을 그대로 사용하기에는 아직 위험성이 크다. 따라서 기계가 제시한 답변의 오류 가능성을 염두에 두며 꼼꼼히 살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사용하는 사람들이 게으른 뇌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생성 AI를 활용하는 교수자들이 게으른 뇌와의 싸움에서 이기도록 돕는 하나의 장치는 ‘언제, 어디서, 어떤 AI에게, 어떤 명령어를 활용해 어떠한 결과를 얻었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자세히 밝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AI 오남용을 줄이고, 사용하더라도 더 조심하게 될 것이다. 생성 AI를 활용하는 교수자들에게 필요한 부차적 역량 위에서 제시한 여러 요인으로 인해 사용자는 ChatGPT 답변이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잠재적 오류를 간과할 가능성이 높다. 오류를 제대로 걸러내지 않은 채 기계가 제시한 답을 그대로 활용하게 되면 잘못된 정보에 기반한 결정 오류를 범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답변의 정확성을 더 효과적으로 평가하고 검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도구의 개발이 필요하지만, 아직은 그러한 도구가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다. 결국은 사용자가 더 꼼꼼하게 검토하는 것이 최선이다. 향후 인터넷에는 생성 AI가 제시한 답변, 즉 오류가 일부 포함되어 있음에도 걸러지지 않은 채 소개되는 글들이 넘쳐나게 될 것이다. 생성 AI 등의 기계를 활용해 자료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은 기계가 제시한 결과물을 그대로 제시하기보다는 반드시 원본과 대조하여 오류를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인터넷에 탑재되어 있는 글을 활용하는 사람들은 그대로 인용하기보다는 그 글이 참고하고 있다고 하는 원본을 확인하는 노력까지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교육과 연구과정에 생성 AI를 활용하는 교수자가 점차 늘고 있다. 수업준비·자료제작·연구와 학생 평가 등에서 생성 AI를 사용하는 교사가 갖춰야 할 중요한 부차적 역량의 하나는 인내력과 집요한 검토 역량이다. 기계가 제시한 답이 아무리 그럴싸해도 인내력을 가지고 집요하게 검토한 후에 사용해야 한다. 특히 시험문제 출제나 학생부 작성 등에 생성 AI를 활용할 때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이와 함께 생성 AI 활용자가 보이게 될 의존성·중독성의 통제 역량도 절실히 필요하다(박남기, 2024). 교사는 자신을 통제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그러한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교육해야 할 책임까지 지고 있어서 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교사 대상 설문·면담과 참여 관찰을 통해 교사 자신의 활용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와 극복을 위해 필요한 역량, 학생 지도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와 이를 예방하기 위해 갖춰야 할 역량 등에 대해서도 연구가 진행된다면 교육자들에게 크게 보탬이 될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불확실성에 대응하며 생태계를 보호하고, 자연과 공존하며 지속가능한 사회를 이어가기 위해 학교에서의 환경교육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증가함에 따라, 학생들에게 환경보호의 필요성과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교육하는 것은 미래 세대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학교는 단순히 학문을 가르치는 공간을 넘어, 지구의 건강을 지키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할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미래교육의 중요한 영역으로서 생태전환교육을 강조하며, 인간과 자연의 공존과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초등학교 환경교육의 바람직한 방향 생태전환교육은 개인의 생각과 행동 양식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문화와 시스템 전반의 전환을 추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생태감수성을 키우고, 환경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습득하도록 하고 있다.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의 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해야 한다는 목표도 2050년에서 2040년으로 낮췄으며, 최근에는 이미 1.5℃ 기온 상승에 도달한 상태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또한 해마다 홍수·폭염 등의 극단적인 기후현상이 늘어나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가 심화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초등학교 환경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먼저 초등학교 환경교육의 바람직한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시해 본다. 첫째, 초등학교 환경교육은 생명존중과 생태감수성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손수건 사용, 물병 갖고 다니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주 1회 채식하기 등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기본적인 기후행동들을 습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작은 행동들이 모여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음을 학생들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둘째, 환경교육은 어려운 용어나 과학적 원리에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한 기후변화 사례를 통해 기후변화에 어떻게 적응하고 대응하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탐색하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과 주산지의 북상과 같은 국내 사례는 기후변화가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민감성을 키워줄 수 있으며, 해외 사례는 기후위기가 전 지구적 문제임을 깨닫게 해준다. 다만 폭염이나 홍수 등의 기후변화 사례를 다룰 때는 초등학생들이 지나치게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며, 우리의 행동으로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실천의지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환경교육은 독서·토론·인공지능·예술·체육 등 다양한 교육과 연계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교사는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와 자신의 교육철학을 반영하여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창의적인 수업을 설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와 관련된 빅데이터를 찾아 경향성을 분석하고, 코딩을 통해 통계자료를 제작하여 토론에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분리배출을 도와주는 로봇 코딩 수업도 시도해 볼 수 있다. 유엔 사무총장은 인공지능이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달성하는 데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에서도 미래 기술의 활용을 강조하고 있다. 넷째, 학생들이 배우고 느낀 내용을 삶 속에서 실천하며 습관화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실천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가정-지역사회와 연계한 교육이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가정·학교·마을은 삶의 터전이면서 세계 그 자체일 수 있다. 따라서 가정·학교·마을에서 실천 분위기와 문화를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통합적 접근을 통해 학생들이 지속 가능한 삶을 실천하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 환경교육의 세 가지 수업사례 이제 초등학교 환경교육의 세 가지 수업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 첫 번째 수업사례 _ 마을 기후행동 전시회 프로젝트 수업 첫 번째 수업사례는 ‘마을 기후행동 전시회 프로젝트 수업’으로, 학생들이 배우고, 느끼고, 행하고, 나누고, 말하는 다섯 가지 생태전환교육 전략을 활용한 프로젝트 수업이다. 이 프로젝트는 뜻이 맞는 다른 학교 교사와 협력하여 진행되었다. 교사들은 수업자료를 공유하고, Zoom을 활용한 합동수업을 통해 학생들과 함께 학습하는 과정을 거쳤다. 국어·과학·미술·사회교과와 창의적체험활동시간을 활용하여 총 7차시의 프로젝트 수업을 구성했다. 먼저 학생들은 기후변화에 대해 배우고, 현재 상황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자료조사와 토론을 통해 나누었다. 학생들은 각자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기후행동을 찾아보고, 이를 실천하는 사진과 소감을 패들렛에 공유하며 서로의 노력을 격려했다. 이 프로젝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학생들은 지역사회와 함께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며, 구청에서 운영하는 마을도서관과 연계하여 기후행동 전시회를 기획했다. 두 학교의 학생들은 자신들이 조사하고 실천해 본 기후행동을 주제로 미술작품을 만들었고, 이 작품들은 도서관 로비에 3주간 전시되었다. 도서관을 찾는 많은 사람이 학생들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볼 수 있었으며, 학생들은 자신의 작품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은 기후행동에 대한 토의를 통해 관련 내용을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하여 더욱 널리 알리기로 했다. 구청 미디어홍보과와 교육지원청 유튜브 채널에 이 활동을 소개하며, 지역사회 전체에 기후행동의 중요성을 홍보했다. 학생들은 가족들과 주말이나 방과후에 도서관을 방문하여 자신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을 보며 큰 흥미와 즐거움, 그리고 보람을 느꼈다. 이 프로젝트의 전시 장소는 주민센터나 구청의 로비가 될 수도 있으며, 온라인 전시회로 패들렛에 작품을 올려 홍보할 수도 있다. 학교 간 협력이 어렵다면, 학년이 서로 다르더라도 같은 학교 내 여러 학급이 힘을 모아 전시회를 개최할 수 있다. 이처럼 생태전환교육은 다양한 형태로 실천할 수 있으며, 학생들은 이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고 실천의지를 다질 수 있다. ● 두 번째 수업사례 _ 물병 사용을 제안하는 ‘용기내 챌린지’ 일일 카페 운영 두 번째로 소개할 수업사례는 학생들에게 물병 사용을 제안하는 캠페인을 일일 카페 운영으로 실천해 본 수업이다. 이 수업에서는 먼저 학생들과 함께 일회용품 사용이 환경에 미치는 부담과 문제점을 조사하고, 다회용기 사용을 권장하는 ‘용기내 챌린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학생들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적절한 다회용기 사용, 기후행동으로 물병을 가지고 다니기’로 정했다. 첫 번째 활동으로 학생들은 다회용기를 가지고 마을 카페를 방문해 ‘용기내 챌린지’를 실천해 보았다. 여기서 한 가지 팁을 주자면, 메뉴는 미리 두 가지 정도로 한정하는 것이 좋다. 학생들이 다양한 음료를 주문하면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업에서는 규정에 맞게 학생 간식비를 활용했다. 다음으로 학생들은 토론을 통해 다른 학생들에게 ‘용기내 챌린지’를 어떻게 경험시키고 홍보할지 논의했다. 그 결과 점심시간에 학교 운동장에서 우리 반이 직접 일일 카페를 열기로 결정했다. 먼저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료를 설문조사하고 이를 그래프로 만들어 상위 3순위의 음료를 구입했다. 홍보자료를 제작하여 전교에 알리고, 교직원들도 참여할 수 있음을 알렸다. 일일 카페 당일에는 다회용기를 가져온 학생들에게 음료를 제공하고, 기후행동 실천의지를 담은 한 문장 쓰기나 짧은 인터뷰 등을 함께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의 평가 결과, 300명이 넘는 학생과 교직원이 즐겁게 참여했다는 점, 더운 여름에 음료를 나누어주며 자연스럽게 기후행동 실천과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학생들은 이번 활동을 통해 더 나아가 2학기에는 마을주민들을 대상으로 학교 근처 놀이터에서 일일 카페를 운영하자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실천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기후행동의 중요성을 알리는 좋은 경험이 되었다. ● 세 번째 수업사례 _ 학교 분리배출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 세 번째로 소개할 수업사례는 학생들이 분리배출을 제대로 실천할 수 있도록 학교시스템을 직접 만들어 보는 프로젝트이다. 이 수업에서는 먼저 분리배출의 중요성과 방법에 대해 배웠다. 학생들은 쓰레기를 어떻게 나누어 버려야 하는지, 그리고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배출’과 같은 법과 제도에 대해서도 탐색했다. 먼저 학생들은 학교 분리배출장을 찾아가 문제점을 살펴보았다. 우리 학교는 플라스틱을 한 곳에 모두 버리고 있어 투명 페트병을 따로 모으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들은 교장선생님께 분리배출장의 정비를 요청하는 글을 써서 전달했다. 교장선생님께서는 교직원회의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수용하여 투명 페트병을 따로 버리는 장소를 마련해 주셨다. 다음으로 학생들은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배출에 대해 더욱 깊이 탐구했다.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으면, 따로 모은 투명 페트병이 분리배출장에서 다시 일반 플라스틱과 합쳐지거나 제대로 재활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투명 페트병이 다시 투명 페트병으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하여 쓰레기 발생 없이 자원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는 ‘보틀 투 보틀’에 대해서도 학습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따로 버린 투명 페트병이 제대로 자원순환될 수 있는 곳에 전달되기를 원했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의 환경단체와 연계하여 제로웨이스트 대표를 수업에 초대했다. 학생들의 제안으로 주기적으로 업체가 학교를 방문하여 학생들이 따로 모은 투명 페트병을 수거해 가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은 자원순환에 대해 배우고 실천하는 것을 넘어, 실제로 학교 내 시스템을 만들어보는 경험을 했다. 학생들은 분리배출의 중요성을 깊이 이해하고,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세 가지 수업사례를 소개했다. 이들은 각각 마을 기후행동 전시회 프로젝트, 물병 쓰기 캠페인을 통한 일일 카페 운영, 그리고 학교 분리배출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다. 이 작은 아이디어들은 다양한 형태로 발전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많은 선생님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학교 환경교육에 대한 제언 마지막으로 학교 환경교육에 대해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환경교육은 이론에 그치지 않고 실천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학생들이 직접 체험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몸소 느끼게 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환경문제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다. 둘째, 학교와 지역사회가 협력하여 환경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지역의 자원과 전문가들을 활용하여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역의 환경단체와 협력하여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환경캠페인을 조직할 수 있다. 이때 지역연계수업이 일회성에 그치거나, 프로젝트를 기획한 교사와 학생들의 요구와 다른 내용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셋째, 환경교육은 다양한 교과와 연계되어야 한다. 국어·과학·사회·예술 등 다양한 교과와 연계함으로써 학생들이 통합적으로 사고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러한 접근은 학생들의 흥미를 높이고, 학습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환경·지속가능발전 교육은 범교과교육의 한 주제로서 다양한 교과와 연계하여 교육할 것이 강조되고 있다. 학교공동체의 요구와 의지가 있다면 학교자율시간을 활용하여 환경교육을 위한 활동이나 교과를 개발하여 운영할 수도 있다. 넷째, 지속적인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 단발성 프로젝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환경교육을 진행하고 학생들의 실천을 격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사들은 꾸준히 환경교육 자료를 개발하고, 교육과정 재구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직접 교사가 본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처음부터 너무 많은 것들을 해보고자 하기보다는 차근차근 하나씩 학생들과 함께 문화의 전환에 도전해 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에 알맞게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학생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주체적인 환경보호 활동을 장려해야 한다. 이는 학생들의 자신감과 책임감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때 교사는 수업의 방향과 학생들의 탐구가 유의미하게 전개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이 글이 많은 선생님에게 영감을 주고, 더욱 풍부하고 효과적인 환경교육을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학교에서의 환경교육이 미래 세대에게 중요한 자양분이 되어,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한 사람을 옛날에는 무엇이라고 했을까요? 두 글자인데….” “학자요.”, “대감이요.”, “선비요.” 여기저기서 손을 들고 대답한다. “맞아요. 선비라고 했어요. 오늘 어린이 여러분을 보니까 자세도 반듯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마치 예전의 선비를 보는 것 같네요. 그럼, 이제부터 선비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행동하고 무엇을 실천했는지 알아볼까요?” 구전동화로 전하는 지행합일 교육 지난 11월, 서울한산초등학교. 오늘은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이하 수련원)의 선비체험교실이 열리는 날. 선비정신 체험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진 ‘어린이 선비’라는 선비정신 교재를 중심으로 지혜공부·정심공부·실습체험으로 진행된다. 이날 2학년 2반 교실에선 서울 강서양천교육장을 지낸 심금순 전 교장이 지도위원으로 나서 어린 학생들에게 선비정신을 주제로 수업을 한다. 심 지도위원이 가장 강조한 대목은 ‘배움의 실천’. 열심히 학문을 익히고, 무술을 연마하며, 예술을 사랑했던 선비들의 생활상과 그들이 엄격하게 지켰던 예절들을 눈높이에 맞춰 알기 쉽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비들이 존경받았던 것은 배운 것을 잊지 않고 실천에 옮겼기 때문이라며, 구전동화를 곁들여 학생들에게 지행합일(知行合一)의 의미를 심어줬다. 수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자유분방하던 교실분위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반듯해져 갔다. 수업이 끝날 무렵, “어쩜 이렇게 의젓할 수가 있죠. 어린이 여러분 정말 대단해요. 이제 진짜 선비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한가지, 예전 선비들은 부모님께 효도하고 선생님을 존경하고 친구에겐 욕도 안 했는데, 여러분도 이제 그렇게 할 수 있죠?” 20여 명의 학생들 입에서 “네~~”라는 합창이 터져 나왔다. 배려의 마음을 깨닫도록 하는 정심투호 비슷한 시각, 2학년 1반 교실. 서울시교육청 장학관을 지낸 류덕엽 전 서울양진초등학교 교장의 지도 아래 학생들의 투호놀이가 한창이다. 류 전 교장은 정년퇴임 이후 선비문화수련원에서 지도위원 교육을 받고, 작년부터 일선학교에서 선비체험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선비교육과 투호놀이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겠지만, 조선시대 선비들이 흐트러진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집중하는 데는 이만한 것이 없다고 한다. 퇴계 이황 선생도 제자들에게 소위 정심투호라고 불리는 투호놀이를 권유했을 정도다. 그러고 보니 학생들이 화살 쥐는 방법부터 자세까지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다. 마구잡이로 던지는 것이 아니라 바르게 서서 호흡을 가다듬은 뒤, 화살의 가운데 부분을 쥐고 통 안으로 명중시키는 것이다. 류 전 교장은 여기서 한가지 규칙을 학생들에게 제시했다. 투호를 하는 동안 방해되지 않도록 학생들에게 조용히 지켜보게 했다. 단순한 분위기 조성이 아니라 이를 통해 배려하는 마음을 깨닫도록 하려는 것이다. 실제 류 전 교장은 정심투호 수업을 하는 동안 배려심을 가장 많이 강조했다. “파리 올림픽에서 신유빈 선수가 최고의 선수로 칭찬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세요? 메달 색깔보다 바로 상대 선수에 대한 배려심 때문이에요.” 칠판 모니터에 신 선수의 얼굴이 나오자, 학생들 눈이 번쩍 뜨였다. “공부 잘하고 똑똑하고 문제 잘 풀어 100점 맞는 사람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배려심·정직함·인내심이에요.” 학생들 눈높이에 맞춘 예시를 들어서일까. 류 전 교장의 한마디 한마디가 귀에 쏙쏙 들어박히는 듯했다. 선비체험교실은 예의범절을 가르치는데도 소홀하지 않는다. ‘바르게 인사하는 어린이’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큰절하는 법, 평절하는 법 등을 가르친다. 전직 교장 출신 정명숙 지도위원은 “처음엔 어색해하지만 금방 우리 전통 인사법에 흥미를 느끼고 잘 따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학생들에게 절을 해 보라고 하면 대부분 남자 절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마 아빠가 절하는 모습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기 때문인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체험을 통해 여자의 큰절(숙배)하는 법을 익힌 학생들이 집에 가서 엄마한테 가르쳐 주겠다고 말할 때 보람을 느낀다”라고 했다. 서울교육을 선도하는 한산초등학교 선비체험교실 수업이 진행된 이후 달라진 학생들의 모습에 만족해하는 학교들이 많다. 앞서 진행된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평소 말썽만 부리던 아이들이 체험교육 이후 확 달라진 모습에 담임교사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주변 교장들로부터 교육효과가 좋다는 말을 듣고 시작했다는 한산초 라민호 교장은 “예절교육 등 다양한 체험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마음을 모아 집중해서 배우는 즐거운 인성교육시간이 됐다”며 만족해 했다. 그는 특히 “요즘 학생들에게 부족하기 쉬운 공동체의식을 심어주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라며 “학교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 가능하면 매년 전교생을 대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1990년 설립된 한산초는 개정 교육과정 연구학교, AI 정보교육 중심학교, 지역연계 중점학교 등으로 지정되면서 서울교육을 선도하고 있다. 이 학교는 학교 교육활동에 대한 교원·학부모·지역사회의 관심이 매우 높고, 각종 교육사업 추진에 적극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또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한 교원의 관심과 미래교육을 위한 교원역량이 뛰어나다. 지역청 교육과정·수업·평가 혁신지원단, AI 에듀테크 선도교원, 교실혁명 선도교원 운영에서처럼 전문성 계발에 힘쓰는 교사들이 많다는 사실은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