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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요즘 가짜뉴스가 판치고, 딥페이크가 사람을 홀리는 세상에 무엇이 사실이고 허구인가를 가려내는 능력이 무척 중요해졌습니다. 바로 가짜의 속임수와 농락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 하는데, 이 능력을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라고 합니다. 미디어 메시지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고,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어떤 메시지를 수용할 것인가를 판단하고 가짜를 가려냅니다. 무엇이 진짜이고 사이비인지 알아야 남의 조종을 받는 꼭두각시가 되지 않습니다. 깨어있어야 거짓에 선동되지 않는 자유인이 되어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진짜 인재가 될 수 있습니다. 과연 요즘 학생들이 이 중요한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나요? 아니면 온종일 스마트폰 자극에 반사반응만 하는 좀비처럼 지내고 있나요. 아주 오래전에는 학생이 나무 그늘 밑에서 책을 느긋하게 읽었고, 1,000페이지가 넘는 톨스토이의 장편소설 전쟁과 평화도 읽었습니다. 글을 음미하고 사색하고 성찰하고 판단하며 읽었습니다. 장면들을 상상하고 감상하느라 페이지 한 장 넘기는 데 몇 분씩 걸렸습니다. 요즘 학생들은 읽기 대신 봅니다. 스마트폰 화면에는 글보다 그림과 영상물이 주를 이룹니다. ‘그림 한 장이 천 마디 말보다 낫다’라는 영어표현에 따른다면 메시지의 농도가 1,000배 더 높은 셈입니다. 그마저도 동영상이나 ‘짤’로 이루어졌으니 1,000배가 아니라 천만 배라고 해야겠지요. 그럼에도 화면을 넘기는 손가락은 초 단위로 움직입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보는지 알 수 없습니다. 생각이 아예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메시지를 누가 만들었고, 누가 보냈는가, 어떻게 나의 주의력을 끌었는가, 다른 관점이 존재하는가, 다른 사람은 어떻게 인식하는가, 메시지에 어떤 가치관이 내포되었는가, 왜 메시지를 보냈을까. 메시지를 접할 때 이러한 질문들이 동반되어야 하는데, 생각 없이 즉각 반응하고 마는 겁니다. 미디어 메시지(내용물)를 접하고 소비하면 끝입니다. 판단과 평가는 오로지 메시지를 접한 후 말미에 ‘좋아요, 싫어요’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후기를 달아도 주로 한 줄 댓글이며, 이마저도 생각이라고 할 수 없고, 대체로 감정적 반응입니다. 감정을 색깔로 비유한다면 256 색채를 느끼지 못하고, 그냥 흑백으로만 구분하는 셈입니다. 아이는 내용을 소화해서 자신의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으로 만드는 생산자가 못되고, 그냥 일회용 빨대로 단물만 빨아들이고 내버리는 소비자로 전락하고 맙니다. 사실 생각으로는 메시지의 진위를 따지기 어렵습니다. ‘맞다, 틀리다’는 생각의 영역이지만, 아쉽게도 생각은 합리화를 참 잘합니다. 내가 비판적 생각으로 따진 후에 ‘맞고 틀림’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게 아니라, 먼저 ‘맞고 틀림’에 대한 본인의 선입견이나 편견에 따라 메시지를 해독합니다. 즉 믿고 싶은 내용을 더 강화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합리적’과 ‘합리화’를 혼동하면 안 됩니다. 합리적이라는 것은 생각의 최고 특성을 동원하여 정보를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반면 합리화는 이미 내린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유를 만들고 논리를 거꾸로 동원하는 방식입니다. 사고력을 악용하는 경우입니다. 자신을 스스로 속이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생각은 해야 하지만 생각만으로는 진위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감정도 개입되어야 합니다. 메시지에 대해서 ‘좋아요, 싫어요’ 같은 감정적 반응이 나올 때 그 메시지를 대하는 자신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고 성찰하면 육감(六感)에 해당하는 직감 또는 영감을 만나게 됩니다. “아,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확신이 들지 않지만, 낌새가 좋지 않습니다. 이게 진위에 대한 촉이며, 기미이며, 작은 징조입니다. 촉은 직감과 영감 또는 직관으로 나타납니다. 직감은 희미합니다. 가끔 강하게 다가오는 경우도 있지만, 흔히 직감은 순간적이고 흐릿하고 가물가물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직감을 무시해 버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직감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오감은 메시지 내용과 메신저 신상에 좌우되지만, 직감은 내면에서 무엇이 맞고 틀렸는가를 속삭여줍니다(흔히 하는 표현에서 “감정에 충실해야 한다, 감정은 속이지 않는다” 등은 오감을 초월한 직감에 국한해야 합니다). 직감이 ‘아니다’라고 속삭이면, 일단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고 생각을 동원해야 합니다. ‘감’의 집결지인 내 심장이 브레이크를 걸었는데, 그럴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은 머리가 해주어야 합니다. 그러니 생각과 감정이 협력해야 합니다. 이성과 감성이 합쳐져야 합니다. 논리와 심리가 합쳐진 상태가 합리적이고, 그 마음이 결정한 바에 따르는 게 사려 깊게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참고로 사려의 사(思)는 생각(田은 머리를 뜻하기도 함)과 감정(心은 오감의 집합지임)이 합쳐진 표현입니다. 직감·직관·영감을 동원하는 능력이 바로 사회·정서역량(SES, socio-emotional skills)입니다. 저는 사회·정서역량을 마음지능이라고 부르며, 이를 갖춘 사람이 진짜 인재라고 믿습니다. 마음지능은 가짜뉴스만 감별하는 것이 아닙니다. 살다보면 긴가민가한 상황이 매우 흔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확신이 서지 않는 경우가 많지요. 배우자를 선택할 때, 집을 사고팔 때, 진로를 고민할 때가 그렇습니다. 생각대로 했다가는 미처 알지 못하거나 잘못 알고 있는 정보 때문에 오판하게 됩니다. 반면 기분대로 했다가는 낭패하기 일쑤입니다. 기분은 사라지고 변하는 요소이니까요. 이럴 때도 마음지능에 의지하는 게 좋습니다. 세계 최고 여성 갑부이며, 미디어 여왕인 오프라 윈프리는 “직감을 믿어라. 거짓말하지 않는다(Trust your instincts; intuition doesn’t lie)”라고 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세상에 유일하게 가치 있는 게 직감(The only real valuable thing is intuition)”이라고 했습니다. 스티스 잡스는 스탠퍼드대학교 졸업식에서 “자신의 마음과 직관을 따를 용기를 가져라(Have courage to follow your heart and intuition)”라고 했습니다. 일반인들도 영감에서 뜻밖의 깨달음을 얻는 경우가 흔합니다. 까막눈이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듯이 아둔하게 살아가다가 갑자기 혜안이 생겨서 지혜로움을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직관·직감·영감을 활용하는 방법을 아이들에게도 전해주세요. 모든 아이에게는 마음지능이 있습니다. 단지 온갖 정보와 스트레스 자극에 오감이 강하게 요동치니 직감이 잘 느껴지지 않을 뿐입니다. 오감이 시끄러운 소음이라면 직감은 정말 잔잔한 음악입니다. 소음을 꺼야 잔잔한 음악이 들립니다. 내면의 소리를 듣고,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서 스트레스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마음이 건강해야 마음지능이 제대로 활약할 수 있습니다. 외부 세상이 가짜인지 진실인지를 알아차리려면 내가 먼저 마음이 건강하여 거짓이 없고 참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탁한 그릇에 물을 담그면 그 물이 깨끗한지 탁한지 알 길이 없습니다. 긍정심리학은 진짜로 살아가는 사람을 ‘authentic person’이라 칭합니다. 우리도 학생도 바로 그런 사람, 자신의 내면과 소통하며 진짜로 살아가는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온갖 가짜가 판치는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잡고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우리 다 함께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고 마음지능을 높여주는 진짜 학교를 만들어갑시다. 그래야 우리 모두 진짜 인재로 잘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I)의 급격한 발전은 우리 사회와 산업 구조 전반에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구글의 뤼미에르(Lumiere) 프로젝트에서 오픈AI의 달리(DALL-E)나 소라(Sora)로 이어지는 이미지 생성 분야의 AI 혁신은 콘텐츠 산업의 기존 권력구조를 해체하고, 크리에이터(Creator) 중심의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기에 충분합니다. AI가 만들어내는 시각적 진정성과 몰입감은 이제 사용자들에게 더욱 생생하고 매력적인 가상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디지털 영역에서의 다양한 활동과 참여를 장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기술의 발전을 넘어서, 콘텐츠 생성의 민주화 과정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광범위한 자원과 기술적 전문지식이 필요했던 고품질의 가상 자산과 경험이 이제는 누구나 생산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특히 웹 3.0 시대에 들어서면서, 개인은 AI를 이용해 막대한 권한과 기술적 기회를 손에 넣게 되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자신만의 창의력을 표현하고,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커진 권한에 비례하여, 우리가 이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에 대한 교육과 인식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인터넷의 등장 초기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인터넷은 당시 가장 민주적이고 강력한 미디어로 환영받았으나, 그로 인한 정보 접근의 불평등과 사회적 격차가 점차 심화되면서 심각한 국가적 해결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이를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라 부르며, 많은 국가가 이를 해소하기 위해 대대적인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AI의 비약적 발전 속에서 유사한 문제를 목도하고 있습니다. 개인에게 부여된 막대한 권한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남용될 경우, 인터넷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불평등과 윤리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딥페이크의 확산: 인공지능 기술의 어두운 면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딥페이크(Deepfake)입니다. 딥페이크는 AI가 인간의 얼굴·목소리·행동을 학습하여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기술로, 최근 몇 년간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단순히 기술적 혁신을 넘어, 사회적 윤리와 법적문제를 야기하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딥페이크 범죄의 중심지로 주목받고 있으며, 해외 언론들은 한국을 딥페이크 성범죄의 온상으로 보도할 정도입니다. 딥페이크는 허락받지 않은 타인의 얼굴이나 영상을 조작해 사실처럼 보이게 만들고, 이를 악의적으로 활용하여 명예훼손, 초상권 침해, 사기, 정치적 조작, 성범죄까지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 기술이 청소년들에게 쉽게 노출되면서 발생하는 피해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청소년들은 기술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새로운 트렌드에 익숙해지기 때문에 딥페이크 기술을 손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딥페이크 제작에 필요한 도구들이 점점 간편해지고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누구나 애플리케이션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청소년과 딥페이크: 유혹과 위험 청소년들이 딥페이크에 특히 취약한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우선 딥페이크는 청소년들에게 일종의 ‘디지털 놀이’처럼 여겨지기 쉽습니다. 친구나 자신 혹은 유명인들의 얼굴을 딥페이크로 변형하여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고, 이를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는 활동은 청소년들이 쉽게 매료될 수 있는 요소입니다. 딥페이크를 통해 만들어진 영상이 친구들의 관심을 끌고, ‘좋아요’나 댓글 등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 그들은 더욱 주목받고자 하는 욕구에 휘말리게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청소년들은 이러한 행동의 윤리적·법적 측면을 깊이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딥페이크 기술이 단순한 장난 이상의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인식이 부족하고, 그로 인해 발생할 법적 책임에 대해 경각심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해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딥페이크 범죄 피의자 중 75.8%가 10대 청소년이었으며, 피해자 역시 절반 이상이 청소년이었습니다. 이는 딥페이크가 특히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큰 유혹으로 작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통계입니다. 딥페이크 성착취물의 제작과 유포 문제도 심각합니다. 웹사이트에 대상의 인스타그램 링크만 입력해도 성착취물을 자동으로 생성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며, 심지어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 툴이 개발되어 이를 이용해 가상화폐 거래까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딥페이크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범죄의 도구로 악용되어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규제의 미비: 법적 대응의 한계 딥페이크 기술의 확산에 따라 사회적 문제도 커지고 있지만, 한국의 법적 대응은 여전히 미비한 상태입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딥페이크 등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한 법안은 20여 건 가까이 발의됐으나, 대부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폐기된 바 있습니다. 또한 현재 22대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안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지만, 언제 이러한 입법 공백이 제대로 메워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그러다 보니 피해 규모에 비해 실제 기소 건수는 매우 작으며, 단순 소지자는 처벌 대상도 아니어서 가해자들이 법망을 쉽게 피해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반면 영국은 올해 4월부터 딥페이크 음란물을 제작한 것만으로도 유포 여부와 상관없이 처벌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했습니다. 미국도 딥페이크와 관련된 법적 규제를 강화하는 중이며, 최근 캘리포니아주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제작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딥페이크 속 인물이 실존 인물이 아니더라도 처벌이 가능하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해 가해자들을 강력히 제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응은 한국에서도 절실히 필요합니다. 플랫폼의 자율 규제: 변화의 필요성 딥페이크 영상은 주로 보안이 강화된 텔레그램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고 있으며, 이러한 플랫폼에서 가해자들은 익명성을 이용해 가상화폐 거래까지 병행하고 있습니다. 텔레그램과 같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은 사용자 수가 많을수록 광고 수익이 증가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딥페이크 유통을 막기 위한 적극적 개입이 현재로서는 잘 이루어지지 않아 보입니다. 플랫폼 기업들의 자율 규제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이유입니다. 미국 연방의회는 메타(Meta)와 엑스(X, 구 트위터) 등 주요 기술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을 소환해 딥페이크 문제해결을 위한 청문회를 개최한 바 있습니다. 딥페이크 규제는 단순한 법적 제재뿐만 아니라, 플랫폼이 스스로의 역할을 인지하고 적절한 자율 규제를 시행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시대,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딥페이크는 단순한 기술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윤리와 법적책임을 담고 있는 복잡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는 앞으로 딥페이크 이상의 더 다양한 형태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갈등의 시작에 불과합니다.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문제는 물론, AI 기술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위험한 방향으로 전환되는 문제까지 우리는 더 심각한 사회적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국가적 차원에서 적절한 규제와 법적 대응이 시급히 요구됩니다. 동시에 개인 차원에서도 AI 기술을 선한 방향으로 활용하고, 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역량을 키우기 위한 교육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 AI 리터러시(AI Literacy) 교육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청소년들이 딥페이크와 같은 기술의 위험성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윤리적 책임을 이해하도록 돕는 교육이 강화되어야만 합니다. 결론: 도전과 기회를 맞이하는 인공지능 시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무수한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예상치 못한 사회적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딥페이크는 그 대표적인 예로, 개인에게 주어진 권한이 제대로 사용되지 않을 때,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나아가 이러한 기술의 남용이 가져올 더 큰 문제들을 우리는 대비해야 합니다.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더욱 발전함에 따라, 이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적절한 법 규제 정비,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자율 규제 노력, 그리고 사회 전체가 참여하는 AI 리터러시 교육이 필수적인 대응책으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AI를 올바르고 광범위하게 활용하여 모두가 그 혜택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우리 모두가 풍요롭고 진일보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알파고 이후 줄곧 21세기에는 무엇을 가르치고 배울 것인가를 고민해 온 필자는, 먼저 핵심역량을 익히는 핵심 프로젝트를 제안한 바 있다. 이어서 AI(GPT)가 등장하자 필자는 AI가 ‘나는 잘 못해요’라고 답하는 것들을 엄선해 제안해 보았다. 즉 지능혁명 시대에 인간은 다음 8가지 영역(8 learning pillars: 영성수련, 메타획득, 핵심탐구, 글로컬시야 장착, 직접경험 강화, 집단지 창출, 건강체 단련, 선의 연단)의 능력을 수련함으로써 그 고유의 역량을 발휘하여 AI(GPT)로봇을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를 더블 다이아몬드 모델로 그려낼 수 있다. 다이아몬드의 안쪽이 더 중요하고, 특히 영성수련·메타학습(hyper-order thinking)·핵심탐구(inquiring cores)를 통해, 즉 고차원 학습을 통해 학생들은 급속하게 성장·성숙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인간은 AI를 개발·활용·관리·수리·개선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길러져야 한다. AI를 능가하는 사람, 그를 다스리는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21세기 학습의 타당성 있는 기준이 된다. 아래에서 그림과 간단한 설명을 덧붙인다. 첫째, 영성수련(Cultivating spirituality)이다. 인간의 ‘존엄성’은 어디에서 유래하는가? 인간이 다른 피조물과 달리 ‘신성(神性)’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 아래 누구나 평등하다는 만민평등의 천부인권설(天賦人權說)은 근현대사회의 기반이었다. 영성수련은 매슬로우(A.Maslow)가 말하는 인간의 욕구 위계 중 최고단계인 제8단계 ‘자기초월’과도 상통한다. 이는 인류 최고의 선생들이 추구해 온 바이다. 장차 교육은 누구나 성인(saints)이 될 수 있다는 높은 이상을 지향해야 AI로봇을 다스릴 수 있다. 분주한 인간이 인생의 방향을 잡으려면 한 발짝 떨어져 명상·성찰·기도해야 할 것이다. 영성은 두 가지 방향으로 길러진다. 한 길은 부처와 공자처럼 수양을 통해 신인(神人)합일의 경지에 이르겠다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이고, 다른 한 길은 인간은 선한 존재가 아니기에 절대자의 은혜와 섭리로 구원을 얻어야 한다고 보는 탑다운(Top-down) 방식이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선악을 분별할 수 없다. 분별하려고 ‘오만’을 부려서도 안 된다. 인간사에서 실명의 게마인샤프트(Gemeinschaft)에서는 관용·배려·용서가 이루어지지만, 익명의 게마인샤프트에서는 계약·법령이 적용되어 배신을 방지하려고 애쓴다. 그러므로 인간사의 영성수련은 탑다운 방식이 더 맞다. 둘째, 메타학습(Learning meta)이다. 메타는 인간의 사고와 인지에서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한다. 메타인지(meta-cognition)를 중심으로, 메타감성과 메타기능을 체득하는 것이다. 이는 사고와 인식, 감정 일체, 기능과 기술 자체에 대한 더 높은 수준에서 종합성찰하고 방향을 교정하는 능력이다. 가치관·세계관·인생관(자아관·생사관)·역사관(국가관)·자연관·이재(理財)관 등을 세우는 것을 말한다. 메타활동은 인생사 전체를 가장 높은 수준에서 아우르는(조망하는) 능력(hyper-order thinking/trans-disciplinary)이다. 메타는 영성수련한 인간의 세상사 행위원칙이다. 수련된 영성 위에 메타를 획득하는 것은 세상을 실제적으로 다스리는 최고 ‘헌법’을 갖는 것이다. 아마도 AI는 상당 기간 이를 체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메타인지는 우리의 사고와 인식에서는 아는 것과 모르는 것,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분별하는 사고와 인지 상태에 대한 평가능력이기도 하다. 태어난 복된 인생을 세상사 잡다한 야망을 추구하다 마치기보다, ‘갈매기 조나단’이 되어 높고 넓은 시야로 세상을 조감하며 살 일이다. 이것은 고대부터 고매한 철학자·사상가·이론가들이 추구해 온 바이다. 이로써 인간은 AI장착로봇보다 한 수 위에 서게 된다. 메타는 다음에 나올 분야별 핵심을 종합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셋째, 인간의 메타활동을 돕는 각 분야의 핵심탐구(Inquiring cores)이다. 해당 분야의 핵심개념 이상은 핵심개념을 포함하여 그 원리·이론·법칙을 모두 망라한다. 핵심에는 가치·개념·기능·역량이 있다. 핵심가치는 학습의 방향과 목적을 가리키고, 핵심개념과 핵심기능은 교육내용과 활동이며, 핵심역량은 실제상황에서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종합적인 능력이다. 이는 21세기형 인지교육이고, 가치·개념·기능·역량에서 핵심은 새로운 교양과 상식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유·초등교육에서는 핵심적인 것의 전형적인 실례를 가르치게 될 것이다. 초·중등학교 교육이 아무리 기초·기본이라고 하여도 현재 초등학교 3·4학년 지역화 학습단원에서처럼 불필요한 잡다한 것(miscellaneous facts)을 가르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이는 학습할 것이 너무 많아진 속에서 학습의 줄기를 잡아보려는 노력이다. 각 분야에서 핵심을 취득하는 것은 수련된 영성과 최고의 헌법인 메타적 관점 아래 구체적인 법령으로 AI로봇과 교류하는 것이다. 핵심가치로 문명 변화의 방향을 잡고, 핵심개념과 기능을 구체적으로 갖추어, AI로봇을 개발·활용·관리·수리·개선하는 핵심역량을 발휘하는 것이다. 각 분야의 핵심역량을 익히는 지름길은 핵심 프로젝트를 찾아 수행해 보는 것이다. 핵심 프로젝트 찾기는 교수자의 가장 중요한 업무일 수 있다. 넷째, 개인과 집단을 넘어 국가 이상의 세계적인 시야를 장착하기(Acquiring glocalism)이다. SNS로 인해 사람들은 점점 확증편향에 빠지고, 선입견과 편견을 통해 ‘편하게’ 살아간다. 베이컨(F. Bacon)이 말한 종족·동굴·시장·극장의 우상을 섬기는 것이다. 더구나 외둥이들은 대가족제도에서 가졌던 기본적인 사회성을 익히는데 제약을 받는다. 이들을 더 보편적이고 넓은 세계로 끌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입력정보의 편향으로 AI로봇도 일정한 편향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스마트폰이 충전되면서 아이들의 뇌는 방전된다. 적어도 고교 이전에는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절제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국제적으로 일어나고 그 해결은 국지적으로 해야 하는 스트레스 높은 세상이다. 이는 국민국가(國民國家, nation state)1의 국민이 글로벌 관점을 가지고 그 이념과 가치와 관점을 체득하여 살아가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유엔에서 SDGs로 17개 목표와 169개 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국민국가의 정체성·정통성·지속발전성을 추구한다면, 헌법을 기준으로 국제외교안보·정치·경제·과학기술·산업·사회문화·윤리도덕 등에서 추구할 만한 이념과 지향점을 만들어서 모든 국민들이 그 가치와 이념 및 관점을 공유하고 애써 실천하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국가와 지구촌과 같은 더 큰 공동체를 지향함으로써 알고리즘이 추천한 개인관심사와 확증편향과 상대주의에 빠진 현대인을 구출하는 것이다. 국민은 지구촌 인류의 사해동포가 실현되기 전까지 국가라는 가장 큰 공동체의 이익과 함께할 수밖에 없다. 인류의 관점이 국가이익을 고려하여 국제적일 때, 국제적 시야에서 국내적 이익을 조율하는 능력을 갖출 때, 인간은 AI로봇보다 애국적인 인류애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가상경험과 간접경험에 대응해 직접경험을 강화(Experiencing natures)한다. 종교개혁과 산업혁명부터 직업에서 분업과 전문화가 가속화되었고, 획기적으로 높아진 생산력과 무역으로 복지와 풍요가 이루어졌으며, 신문·라디오·TV를 통한 간접경험이 보편화되었으며, 오늘날 정보화로 가상경험이 VR과 AR을 통해 학생들의 실재감과 집중력을 더 많이 앗아가고 있다. 이에 대응하려면 자연을 직접 접하여 오감을 만족·발달시키고, 그 이치와 원리를 탐구하여 그 신비와 경외감을 느낄 일이다. 또한 사회적·제도적 차원의 경험도 직접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시장에서 거래하고, 함께 지역사회문제를 푸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며, 기획하여 정원도 가꾸고, 기기를 수리해 보며, 요리하기·옷 짓기·집짓기 등도 직접 해볼 일이다. 직접경험은 인간의 온갖 다중지능(MI) 발달에 자극을 준다. 교육에서는 유치원에서 고교까지 직접체험을 고도화하기 위한 기획을 새롭게 해야 할 것이다. 신체와 근육의 발달은 스마트폰을 만져서 얻는 즐거움과는 다른 차원을 제공해 준다. 우리는 다음 세대가 다른 세대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직접체험(만들기, 느끼기, 방문하기, 탐사하기, 관찰하기, 관측하기, 실험하기, 체험하기, 작물재배, 가축과 어류 사육 등)을 엄선하고 계열화하여 제공해 주어야 한다. 이런 오감 만족과 발달, 자연의 신비와 경외감 체험, 지역사회 문제해결 프로젝트 참여는 인간의 특권이기도 하다. 3D 산업에서 우리는 AI로봇을 우리를 돕는 ‘비서와 머슴’으로 부릴 수 있다. 여섯째, 문무겸비의 건강체 단련(Fitting body)이다. 영양이 좋아지고 의술이 발달하여 과거보다 현대인의 기대 수명이 높아졌으나, 그것이 강인하고 건강한 삶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고대 올림픽이나 화랑도에서도 강인한 체력을 강조하였다. 현재는 좁아져서 문·이과 융합정도를 따지지만, 사실상 문무(文武)겸비가 최고의 덕목이다. 강건한 체력단련은 현대인이 가장 먼저 해야 할 기초공사와도 같다. AI로봇의 PT서비스를 받고 육아와 노년기의 돌봄을 받아 인류는 더욱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노년에는 건(健)·린(隣)·사(事)·천(天)이 우선이다. 죽음에 임박해서는 천(天, 사후세계)을 생각하고 대비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곱째, 협력적 집단지성의 창출(Creating co-intelligence)이다. 개인의 고립화와 상대화는 인간사회의 비극을 초래한다. 인간은 사회적 단결과 협동을 통해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인터넷에 접속한 고립된 외로운 늑대는 반사회성을 띨 수 있다. ‘We are better than me.’ 협력적 집단지성은 더 많은 선한 가치를 우리 사회에 가져올 수 있다. 집단지성은 일부 구성원의 AI로봇을 이용한 선하지 못한 음모를 제지할 수도 있다. 인류는 단결하고 협력함으로써 고립과 상대화를 막고, AI로봇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새로운 문명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주도성과 협동성은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의 기본 자질이다. 유·초·중등학교에서 함께 하면 나아지는 협력과 선의의 공정한 경쟁의 경험을 충분히 만끽하도록 해야 한다. 여덟째, 위에서 정립한 이념과 가치를 기필코 실현하겠다는 선한 의지의 연단(Training virtues)이다. 좋은 일 하기를 결심하고, 인내를 갖고 실천하는 것이다. 5천 년 역사상 우리는 처음으로 이웃나라들보다 더 좋은 나라를 만들었다. 과학기술공학은 중립적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제시한 방향과 입력한 정보대로 그들은 따라 할 것이고 출력할 것이다. 우리는 AI로봇에게 선하고 의로우며 아름다운 정보를 먹이고 입혀야 한다. 태안 앞바다에서 기름유출을 닦아내고, 각종 재난에서 직·간접적으로 봉사활동을 한 경험을 다음 세대도 충분히 해봐야 할 것이다. 이점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창체의 봉사활동이 약화된 것은 개악된 것이다. 결론 교육은 문명의 변화를 읽고, 그에 적응하며, 나아가 문명변화를 주도하는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사람을 사람답게 키우고, 사회를 사회답게 가꾸며, 국가를 국가답게 세우는 일이다. 21세기 문명사적 대전환이 도래했다. 그간 우리 교육은 구한말 교육개국, 일제하 교육구국, 해방 후 교육입국, 6.25 때 교육호국, 산업발전기에 교육흥국, 민주화기에 교육보국을 성공적으로 실천하여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데 기여해왔다. 이제 선진일류교육을 추진할 때이다. 선진일류교육은 최대 다수의 포용, 최고의 잠재력 발현, 최적의 내용과 활동, 최신 방법과 도구의 사용, 최선의 교육성과를 지향하는 ‘5최 만족의 교육’을 말한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교육에서처럼 사람을 써먹을 인력으로 키우지 않는다. 이 교육은 처음부터 지향할(aim) 목적이 원대하고 그 이상이 높다. 개념학습이 가능해지는 초등 고학년부터 시작부터 높은 이상을 향해, 고매한 인품의 성자를 길러내는 데로 향해야 선진일류교육이 된다. 미래 선진일류교육은 교학상장과 청출어람으로 공자를 키우고, 석가를 기르며, 소크라테스를 배출하여, 그들이 인류와 지구촌의 장래를 논하게 될 것이다. 교육자들이 이 방향으로 함께 노력할 때 우리의 참되고 선하며 의롭고 아름다운 꿈은 이루어질 것이다.
강은희 대구교육감 겸 제10대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이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를 앞두고 “현 교육감 선출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지난달 세종시에서 교육부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직선제는 개인의 선거부담이 크고 좋은 교육감을 선출할 수 있는지 고민이 존재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러닝메이트제나 선거공영제 등이 검토된 바 있지만 부작용이 있다”고 털어놨다. 대입제도 개편과 관련해서는 오지선다형 수능은 한계에 봉착했다고 지적하고, 대입에서 논·서술형평가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청의 주요 수입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논의에 대해선 “교육청 재정을 세부적으로 분석해 논의할 기구나 조직이 있어야 한다”며 교육부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에 취임했는데 소감은. “생각보다 일은 좀 많다. 사안들이 많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정부에서 하는 일과 각 시·도교육청에서 하는 일 등을 계속 모니터링한다. 시·도교육정책도 대입이라는 특수 메커니즘이 있다 보니 지역마다 너무 과도하게 달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시·도마다 여건이 다르고, 지향점도 다른 만큼 합의할 문제들이 많다. 어느 특정교육청이 특별한 시스템을 도입해서 교육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마지막엔 입시에서 걸리니까 조율이 필요하다.” 국가교육위원회에서 2028 대입개편안을 의결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2028 대입은 고교학점제 등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반영한 대입이다. 국가교육위원회 논의과정에서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려면 절대평가를 해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현실적인 부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절대평가를 했을 때 학교별, 그리고 평가하는 교원별, 시·도교육청별의 마더레이션(moderation)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병기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심화수학을 넣느냐 마느냐도 고민했지만, 사교육에 의존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배제했다.” 최근 국교위 일각에서 수능 이원화 등 새로운 대입안을 공개한 바 있다. “개인적으로 오지선다형 수능은 더 이상 오래가기 어렵다고 본다. 다만 학교현장이 어느 정도 준비가 돼 있느냐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오지선다형 평가를 대입에서 시행 안 할 수는 없다. 어떤 지식이든 단순하게 물어서 확인할 게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논·서술형평가를 도입해 오지선다형 수능의 한계를 보완해야 한다. 학령인구도 많이 줄고, OCR(종이 위에 쓴 글을 텍스트 데이터로 치환하는 시스템)로 평가시스템이 진일보한 만큼 대입에서 이제 논·서술형평가를 실시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가야 수업도 바꿀 수 있다.” 딥페이크 사건 이후 교육현장에 파장이 크다. 교육청별로 성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성폭력 예방교육이 잘 안되고 있다는 지적인데. “저도 많이 놀랐다. 사건 이후 대구교육청은 모든 학교홈페이지에 딥페이크 관련 자료를 다 수록했다. 학부모 문의가 갑자기 많이 들어오고 해서 경찰청이랑 공조 중이다. 다만 성교육·성희롱 예방교육이 과거자료를 가지고 계속 무한반복 하다 보니 아이들 시각에 맞는 예방교육이 실제적으로 안 되는 면이 있다. 그래서 콘텐츠 업데이트가 필요한데 교육자료에 글자 하나만 잘못돼도 논란이 되니까 만들고 나면 바꿀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다.” 유보통합에 대한 입장도 궁금하다. 유보통합의 핵심은 기초지자체에서 갖고 있던 보육예산이 교육청으로 넘어올 것이냐 하는 부분인데 이걸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나도 걱정된다. 기초자치단체에서의 보육은 복지나 시민들의 편익 측면에서 좋은 제도이다.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정책이다 보니 기초자치단체에서 예산만 교육지원청으로 넘길까 의문이 든다. 예민한 문제다. 기초자치단체장님들과 잘 타협할 필요가 있다.” 최근 교육계 안팎에서 교육감 직선제 개선 목소리가 나온다. 현 정부 초반에는 대통령이 직접 러닝메이트제 필요성을 언급했는데 어찌 생각하나. “교육감 선거를 해 보니까 재선이나 3선으로 가는 상황은 다소 부담이 덜 한 부분이 있다. 인지도가 높아져 있고, 한 일에 대한 평가를 받을 수도 있어 유리한 면이 있다. 반면 처음 진입하는 교육감의 경우는 우선 시민들이 후보의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현행 제도를 개선할 필요는 있다. 선거 경비도 경기나 서울은 너무 광역권이어서 개인이 부담하기에 버겁다. 지금과 같은 제도로 훌륭한 교육감을 선발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래서 여러 가지 대안 중에 러닝메이트를 비롯하여 완전 선거공영제 등이 있다. 개인적으로 이 문제를 오랫동안 고민해 봤는데 참 어렵다. 어느 쪽도 각각의 장단점과 부작용이 있어서다. 최근에는 정책연대를 통해 뽑자는 내용도 나왔다. 그러나 이 역시 후보자가 어떤 사람인지는 선명하게 해줄 수는 있어도 선거 경비 등은 개인이 움직여야 한다. 결국 교육명망가들이 교육감이 될 확률은 여전히 어렵다는 이야기다. 제도 변화는 강력히 필요하나, 모든 부작용을 제거한 아주 괜찮은 제도는 아직 없다.” IB 교육 관련해서는 대구가 가장 활발하다. 문제는 대입과 연계 부분인데 어떻게 보나. “제가 IB를 선택한 것은 IB 시험문제를 보고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으로 있을 때부터 수능을 마치고 나면 문제들을 풀어봤다. 출제 경향을 알아보기 위해 과목별로 다 풀어봤다. 한 10년쯤 풀었는데 답이 헷갈리는 게 너무 많았다. 학생들은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내는지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물었더니 수십 번의 문제풀이 훈련을 통해 찍는 듯이 감각적으로 푼다고 하더라. 반면 IB는 다르다. 예컨대 ‘작품을 읽고 작가 주장을 두 가지 이상의 견해로 논하라’ 등과 같은 유형의 문제를 낸다. IB는 전혀 다른 유형 문제를 공통으로 풀 수 있도록 문제를 주고 그중 한 개를 쓰게 하는 경우도 있다. 수학이나 과학도 마찬가지다. 답은 틀렸어도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맞춘 부분까지 점수를 준다. 가령 문제풀이에서 50%는 정상적으로 풀었다면 거기에 합당한 점수를 주는 것이다. 100점 만점이면 50점 이런 식이다. 그래서 IB식 채점방식을 굉장히 합리적이라고 보고 있다. IB식 채점이 학교수업에 반영된다면 학생들이 호기심을 갖고 도전적으로 수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정부는 지난 7월 류혜숙 전 국립국제교육원장을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신임 상임이사로 임명했다. 류 상임이사의 임기는 2년, 공단의 조직·인사·예산을 비롯하여 급여사업·복지사업, 중장기 기금운용계획 등을 사실상 총괄한다. 제33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교육행정 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 교육과학기술부 인재정책총괄과장, 울산광역시 교육청 부교육감, 광주광역시 교육청 부교육감, 교육부 학생지원국장 등을 거쳐 국립국제교육원 원장을 역임했다. 풍부한 행정경험으로 ‘작지만 튼실한 조직’ 사학연금의 야전 사령관이 됐다. ‘유리천장’을 깬 사학연금 최초의 여성 상임이사 기록도 세웠다. 그는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새로운 50년을 내다보는 성장동력 발굴과 내부 혁신을 통해 회원들의 노후를 든든히 보장하는 사학연금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사학연금은 사립학교에 근무하는 교직원 및 가족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위해 1974년에 설립된 공공기관. 올해 현재 총 자산 27조 원, 회원은 33만 명에 이른다. 취임 3개월이 지났는데 소감은. “사학연금이 올해로 창단 50주년을 맞았다. 지난 50년간 선배 임직원 여러분들이 축적해 온 빛나는 역사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 50년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것이 주어진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마침 지난 5월 사학연금의 위상에 걸맞은 최신식 42층 빌딩인 TP(Teachers’ Pension) Tower를 개관했다. 이를 자산운용의 전진 기지로 삼아 새로운 50년을 내다보는 지속가능한 연금기관으로 재도약해 나가고자 한다.” 사학연금 최초의 여성 상임이사다.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 “잘 해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밖에 있을 땐 잘 몰랐는데 막상 들어와 보니 상임이사에게 주어진 책무가 많더라. 연금자산의 운용과 관리, 교직원 복지사업, 부담금 징수와 제급여 결정·지급 등 주요 사업을 수행한다. 또 중장기 전략 및 사업계획, 기금운용계획을 수립하고 대정부·대국회 협력업무는 물론 예산·결산, 조직·인사관리 등을 총괄하는 자리이다. 특히 최근에는 연금개혁의 주체로서 개혁방안 마련을 위한 전략 구상 등 막중한 역할까지 주어졌다. 믿고 맡겨준 만큼 34년 공직생활의 경험과 지혜를 모아 후회 없이 일할 생각이다.” 국민연금 개혁안 발표도 있고 해서 사학연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나. “우리 사학연금공단은 사학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개혁방안을 연구 중에 있다. 회원들의 안전한 노후보장을 위해 오래도록 안정적으로 연금을 운영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아울러 다양한 교육정책 변화에 따른 신규회원 확보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연금기금의 재정과 향후 재정운용 전망을 정확히 추계해 기존의 연금가입자와 수급자들의 권리가 보장되는 최적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학령인구감소는 사학연금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 저출생 여파가 현재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 입학 자원 감소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립학교 법인들의 경영 위기, 연금 부담금 체납, 폐교 리스크 등이 연금 운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사학연금 법률 및 시행령 개정 등 보완 조치가 요구되고 있다. 국회 및 관련부처와 협력을 지속해 나갈 생각이다.” 경기침체 등 다양한 위기요인에도 불구하고 사학연금은 지난해 기금운용 수익률 13.5%, 운용수익 2조 8,400억 원을 기록, 창립 이래 최고 성과를 거뒀다. “사립교원들이 안심하고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기금관리를 잘하는 것이 우리 공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급변하는 금융시장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자산군별 자금운용프로세스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나온 좋은 결과라고 본다. 실제로 사학연금은 높은 기금운용 수익으로 연금재정을 안전하게 지탱하고 있다. 튼튼한 사학연금이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사학연금은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경영관리본부를 책임지는 상임이사로서 운영기조는 어떻게 잡고 있나. “경영관리본부는 연금사업본부와 자금운용관리단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지원 역할을 한다. 따라서 크게 세 가지 기조를 가지고 운영할 생각이다. 첫째, 기획조정실 전사 전략기획 기능을 강화하여 경영환경 변화에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응하고자 한다. 둘째, 이러한 기획 기능이 효율적으로 실행되고,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고유한 업무 프로세스를 존중하되, 혁신이 필요한 경우 과감하게 조직과 인력 운영의 변화를 도모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성과에 대한 합당한 평가와 이에 대한 공정한 보상체계를 마련해 일하고 싶은 직장, 나아가 구성원 누구나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사학연금이 되도록 하겠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사학연금이 전남 나주에 위치하고 있어 저도 그렇지만 가족과 떨어져 혼자 생활하는 직원들이 꽤 있다. 따라서 직원들을 위한 ‘몸과 마음이 건강한 힐링경영’은 매우 중요하다. 마라톤·등산·걷기·문예모임·독서 등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이나 활동을 통한 건강한 조직문화와 명상수련이나 템플스테이 등을 통해 몸과 마음이 힐링되도록 꼼꼼하게 챙겨주고자 한다. 특히 MZ세대들에게는 첫 직장이니만큼 조직생활에 만족하고 출근길이 행복한 일터를 함께 만들어 가고 싶다. 직원들과 자주 소통하기 위해 마련한 브레인스토밍, 즉 ‘말랑 톡 투게더’를 시작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소중한 의견들을 모아서 한 명의 직원도 소외되지 않고 개개인이 존중받는 사학연금을 만드는 데 힘쓰겠다.”
코히마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은 먼지와 급커브다. 해발 2,000m의 산자락에 들어선 이 도시의 모든 도로는 공사 중이었고, 언제나 수많은 차들로 정체 상태였다. 차들은 전부 뽀얀 먼지를 쓰고 있고, 사람들은 마스크를 쓴 채 길을 걸었다. 인도 동북부 끄트머리, 히말라야 자락에 자리한 마니푸르(Manipur)주의 임팔공항에 도착했을 때 여행자를 반긴 건 맑은 공기였다. 미세먼지 가득한 한국의 공기와 질이 달랐다. 목마른 사람이 생수를 벌컥벌컥 들이켜듯 게걸스럽게 심호흡을 했다. 상쾌한 나무향기가 나는 것도 같았다(하지만 불행하게도 맑은 공기는 여기까지였다. 곧 엄청난 먼지를 마시게 된다). 임팔공항에서 만난 가이드 에이프릴은 나갈랜드(Nagaland)주의 가장 큰 도시인 코히마(Kohima)까지는 차로 약 4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그런데 거리는 고작 150km. 이 말은 도로상태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뜻. 실제로 나갈랜드주를 여행한 사흘 동안 포장도로는 10km도 달려보지 못한 것 같다. 지금도 코히마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은 먼지와 급커브다. 해발 2,000m의 산자락에 들어선 이 도시의 모든 도로는 공사 중이었고, 언제나 수많은 차로 정체 상태였다. 차들은 전부 뽀얀 먼지를 쓰고 있고, 사람들은 마스크를 쓴 채 길을 걸었다. #01 코히마 나갈랜드는 인도 동부에 자리한 주로 미얀마 북서부에 접하고 있다. 주도는 코히마. 주 전체 인구는 220만 명으로 우리나라 충남 인구와 비슷하다. 이 가운데 코히마에 90만 명 정도가 살고 있다. 몽골로이드계 민족인 나가족이 많이 거주하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인도인과는 생김새가 많이 다르다. 우리와 비슷하게 생겼다. 한때 아삼주에 속했지만, 나가족이 꾸준히 분리독립운동을 한 결과 1963년 나갈랜드주가 만들어졌다. 늦은 밤 코히마에 도착해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욕실 문을 열었을 때, 온수기가 달려있는 것을 보고는 뭔가 예감이 이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더운물은 나오지 않았다. 프런트에 말하니 양동이에 더운물을 담아 왔다. 방도 너무 추웠다. 후드 재킷을 입고 모자를 눌러쓰고 잤다. 자면서 내일 아침엔 씻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여긴 인도니까 하루쯤 안 씻어도 되지 않겠어.’ 코히마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시내에 자리한 나갈랜드 박물관. 10시 반에 도착했는데 박물관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안내판에는 9시 반에 문을 연다고 분명하게 쓰여 있었다. 뭐, 여긴 인도니까. 박물관 앞마당에는 교복을 입은 다섯 명의 소녀가 모여 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다. “학교 안 가고 뭐 해요?” “오늘 저녁에 시험이에요.” “그럼 시험공부해야지.” 소녀들을 입을 가리고 까르르 웃었다. 가이드 에이프릴은 이들을 보자마자 전부 다른 부족이라고 했다. 인사말도 다 달랐다. “나갈랜드에는 모두 16개 부족이 있고 언어가 다 달라요.” 에이프릴은 이렇게 설명했다. 그러고 보니 학생들이 말한 인사말도 다 달랐다. 공용어는 힌두어와 아삼어가 섞인 나가믹스어와 영어라고 했다. 실제로 코히마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찾은 식당에서 물고기 요리 이름을 주인에게 물었더니 주인은 조금 난처한 표정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부족마다 이 물고기를 부르는 이름이 달라요. 그러니까 모두 열여섯 개의 이름이 있는 셈이죠. 그냥 나가 스타일 피시라고 하시죠.” 박물관은 훌륭했다. 과거 원주민의 물건과 생활상을 재현해 놓은 미니어처들이 있었는데 볼 만 했다. ‘나가(Naga)’는 벌거벗은(Naked) 혹은 귀에 뚫은 큰 구멍을 뜻하는 ‘낭카’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이들은 아주 호전적인 민족으로 아이들은 태어날 때 바구니를 하나 받게 되는데 이 바구니는 전쟁에서 머리를 담기 위한 용도로 쓰인다. 코히마 시내 한 가운데 시장이 있다. 식재료와 생활용품 등을 판다. 그런데 식재료 코너에서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애벌레였다. 에이프릴에게 먹는 거냐고 물어보니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어. 나도 좋아해. 먹어볼래?” “아니, 그러고 싶지 않아.” “근데 저기 벌집은 뭐지?” 꼬물거리는 노란색 애벌레 옆에 하얀 스티로폼 같은 벌집이 가득 놓여있었다. “그것도 먹는 거야.” “꿀은?” “꿀도 먹고 벌집 속의 애벌레도 먹지.” 에이프릴은 하나를 빼서 권했다. 그래, 먹어보자. 그래야 뭐라도 쓸 거리가 생기니까. 애벌레 하나를 집어 입속에 넣었다. 혀 위에 놓인 애벌레가 꿈틀거렸다. 차마 씹지는 못하고 꿀꺽 삼켰다. 근데 목구멍 안쪽에 깊숙이 걸린 애벌레는 한 번에 넘어가지 않았다. 여전히 살아서 꿈틀대고 있었다(여러분 여행작가는 이런 직업입니다. 한 줄 문장을 쓰기 위해 애벌레도 먹어야 한답니다). #02 자카마 코히마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자카마(Jakhama) 마을이 있다. 1,400명 남짓의 앙가미(Angami)족 사람들이 전통집 모룽(Morung)을 짓고 살아간다. 에이프릴은 자기도 앙가미족 후손이라고 했다. 앙가미족은 16개 부족 중 가장 인구가 많다. 마을 이름 마지막에 ‘마’가 들어가면 앙가미족의 마을이다. 마을은 평화로웠고 한적했다. 아이들은 마을 한 가운데 자리한 공터에서 축구를 하고 있었다. 길에서 배드민턴을 치던 소녀는 이방인이 나타나자 부끄러운 듯 라켓을 거두어 얼굴을 가렸다. 마을 한 가운데는 공동 우물이 있었는데 마을 사람들은 그곳에서 머리도 감고 빨래도 했다. 노인들은 처마 그늘에서 오래된 책을 읽거나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앙가미족의 전통 가옥 구조는 간단하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커다란 쌀독이 있는 창고가 먼저 나타난다. 이 쌀독이 많을수록 부자다. 창고를 지나면 부엌. 화덕이 있고 컵과 냄비 등이 그 옆에 놓여 있다. 여자들은 작은 의자에 앉아 요리를 한다. 건너편은 침실이다. 침대 하나가 단출하게 놓여 있다. 쌀로 만든 이곳 전통주를 맛볼 수 있었는데 시큼하고 텁텁한 맛이 막걸리와 비슷했다. #03 코노마 코노마(Khonoma)는 코히마에서 두 시간 정도 떨어진 마을이다. 450여 가구 2,000여 명이 모여 산다. 집과 집 사이로 난 작은 골목을 들여다보며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는데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이 마을의 명물은 다랭이논. 산비탈을 일궈 만든 논이 마을 앞에 펼쳐져 있다. 여행자들은 이 다랭이논 사이로 트레킹을 즐기고 홈스테이를 하며 마을 문화도 체험한다. 작은 마을이지만 에코투어리즘 여행상품이 잘 갖춰져 있다. 마을을 걷다 잔치 준비에 한창인 어느 가정을 방문했다. 노인들이 모여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낯선 이방인에게 따뜻한 차와 음식을 내어주었다. “나가랜드의 결혼식은 보통 사흘 동안 열려요. 하루는 남자의 집에서 또 하루는 여자의 집에서 잔치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에는 교회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파티를 벌이죠.” 에이프릴이 설명했다. 마을 광장에 자리한 공동 창고에서는 남자들이 소와 돼지를 잡아 뼈와 고기를 해체하고 있었다. 보통 결혼식에 5~8마리를 잡는다고 한다. 갓 잡은 소와 돼지의 대가리가 문 앞에 찡그린 얼굴로 걸려 있었다. 창고 안에는 날고기 냄새와 피 냄새로 가득했다. 해 질 무렵, 에이프릴이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작은 공터로 안내했다. 거기에는 전통 옷을 입은 앙가미족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나와 또 다른 한 여행자 단 두 명을 위해 전통춤을 추었고 노래를 불러주었다. 여자들의 목소리는 높아서 골짜기 너머로 멀리 날아갔고, 남자들은 낮은 목소리로 후렴을 넣었다. 여자들의 얼굴에는 낯선 사람들 앞에서의 공연이 아직은 어색한 듯 부끄러움이 묻어 있었다. 가사를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마음속에서 뭔가 일렁이는 것 같았다. 따뜻한 물에 손바닥을 대는 듯한 느낌이었다. 코히마로 돌아와 하룻밤을 묵었다. 방은 추웠다. 더운물도 나오지 않았다. 씻을 엄두가 나지 않아 물티슈로 대충 닦고 후드티를 입고 청바지를 입은 채로 잤다. 지금까지 여행을 하며 한 번도 덮지 않았던 옷장 속의 담요를 꺼내 덮었다. 닭과 트럭 소리가 잠을 깨웠다. 방음이 하나도 되지 않았다. 마치 길바닥에 누워 있는 것 같았다. 호텔 현관 앞에서 햇볕을 쬐었다. 방보다 거리가 따뜻하다. 바다 이구아나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체온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었다. 내 앞으로 학생들이 지나가고, 트럭이 경적을 울리며 지나가고, 자욱하게 먼지가 인다. 짓다 만 건물들이 어색하게 서 있다. 이렇게 서 있으면 내가 지금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난 여기에 왜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든다. 모르겠다. 뾰족한 해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여행을 왔기 때문에 여행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서울에서도 우린 이렇게 살고 있지 않은가.
지난 추석, 달을 보며 어떤 소원을 비셨나요? 설날·대보름·추석 등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하늘을 우러러 ‘가득 차오른 달’에 소망을 빌며 살아왔죠. 낮에 빛나는 태양과는 달리 어두운 밤하늘에 빛나는 달은 그 자체로 희망과 깨달음의 상징이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초승달부터 보름달까지 차올랐다 다시 사그라지는 달의 ‘변화’에 상상력을 덧붙이며 문학·예술에서도 정서적·심미적 상징의 중심이 되었죠. 이번 달에는 우리의 삶 속에 매우 큰 의미가 있는 달의 과학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Q1. 달은 원래부터 있었나요? 달은 어떻게 만들어졌어요? 달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가장 유력한 가설은 화성 크기 정도의, 즉 지구보다 약 3배 정도 작은 ‘테이아’라는 소행성이 지구를 때리고, 거기서 떨어져 나온 엄청난 양의 파편들이 지구 주변에서 뭉쳐서 오늘날의 달이 되었다는 가설입니다. 사실 공룡을 멸종시킨 엄청 큰 소행성의 크기도 15km 정도였어요. 그런데 지구보다 3배 정도 작다는 건 대략 지름이 6,000km 이상의 소행성이라는 거고, 이렇게 엄청난 소행성이 지구를 때려 박았으니, 지구도 산산조각이 날 수밖에 없었던 거죠. 그래도 달은 우리에겐 참 고마운 존재입니다. 왜냐하면 달이 처음 형성되었을 당시엔 달이랑 지구랑 엄청 가까웠고, 그 덕분에 달의 인력으로 지구의 파도가 아주 심하게 요동쳐서, 생명체가 만들어질 확률이 매우 높아졌거든요. 게다가 격투기 선수가 턱을 때리면 턱 돌아가듯이, 우리 지구도 테이아한테 맞고 턱이 돌아가는 바람에 지구의 자전축이 23.5도 돌아갔는데, 이것 덕분에 계절이 생겨났고 이런 변화무쌍한 날씨가 생명체 탄생을 촉진해 주기도 했죠! Q2. 에이, 그건 단순히 상상 아니에요? 진짜 지구가 테이아한테 맞았다는 증거가 있어요? 쌍방 아니고 일방폭행 맞아요? 맞아요! 이건 아직 가설에 불과해서 진짜 이게 사실이라는 걸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테이아가 지구 자체를 때렸을 때 물론 거기서 맞고 떨어져 나온 파편이 달이 되었겠지만, 분명히 지구에 그대로 파묻혀버린 파편도 있을 것이다’라는 가설을 세우고, 그 파편을 찾기 위해 노력했어요. 우리가 사는 지구는 지각 그 안에 맨틀, 외핵, 내핵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게다가 맨틀은 모두 비슷한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거기서의 자기장 세기나 파장의 움직임 등이 모두 균일해야 하는데, 맨틀 성분이 균일하지 않고 뭔가 이상한 이물질 같은 것이 맨틀 속에 파묻혀 있는 겁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아, 이건 100% 지구 원래의 것이 아니라, 지구를 때린 테이아 파편들이 지구에 남겨졌다가 맨틀 내부에서 서로 뭉쳐진 결과구나!’라고 생각했던 거죠. 그러다가 최근에 아이슬란드 화산이 폭발하지 않았습니까? 화산 폭발한 지역이 바로 이 맨틀 속에 이상한 이물질이 들어있는 지역 바로 위쪽이었고, 덕분에 맨틀 속에 파묻혀 있던 테이아 파편 후보물질들이 분출되었어요. 분석을 해보니 일반적인 맨틀에 비해 훨씬 높은 밀도를 이루고 있었고, 생성 시기 또한 일반적인 맨틀이랑 달랐지요. 즉, 이를 통해 처음 지구를 때린 테이아 파편들이 지구 내부 속에 묻혔다는 증거를 찾았다고 볼 수 있는 거죠! 뿐만 아니라 아폴로 탐사선이 달에서 가져온 달의 토양을 분석해 보니 역시나 지구 내부 성분과 굉장히 유사했습니다. 이를 통해서 ‘달은 원래 지구의 일부였다가 떨어져 나온 파편이구나!’라고 유추할 수 있었던 거죠! Q3. 이렇게 떨어져 나와서 달 형태의 원형을 갖추는데 적어도 몇만 년은 걸릴 것 같은데 고작 3시간여 만에 달이 만들어졌다고요? 믿기 어렵지만 지구가 대충돌을 한 후, 불과 3시간 만에 달이 만들어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어요.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술의 발달로 수억 개 조각의 각각의 움직임까지도 예측할 수 있게 되었는데, 바로 SWIFT라는 소프트웨어입니다. 수억 개 수준의 파편을 일일이 추적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은 쉽게 얘기해서 레고 블록 10개로 무언가를 만드느냐, 100만 개의 블록으로 만드느냐에 따라서 섬세함이 천지 차이가 나는 것처럼, 파편 조각이 많을수록 더욱더 그때 당시와 비슷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겁니다. 과거에는 컴퓨터 성능과 기술력의 한계로 많아 봤자 10만 개 정도만 추적이 되었지만, 이제는 수억 개까지 가능하게 된 거죠. 세밀한 시뮬레이션 결과 두 개의 파편이 나왔고, 지구랑 가까운 하나는 곧바로 지구로 재흡수되었고, 남은 파편은 오늘날의 달이 되었으며, 이 과정이 불과 3.6시간 만에 모두 이뤄졌다는 결론을 얻게 된 것입니다. Q4. 달이 태양이랑 지구 사이에 와서 달의 그림자가 지는 걸 개기일식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태양이 달보다 훨씬 클 텐데, 어떻게 달이 태양을 다 가릴 수 있는 거죠? 태양과 달의 크기는 엄청나게 다르죠. 태양의 반지름은 지구 반지름의 약 109배나 되고, 달의 반지름은 지구 반지름의 1/4 정도로 작으니까요. 그런데 어떻게 지구에서 보는 달과 태양의 크기가 똑같아 보일까요? 이유는 소름 돋을 정도로 놀라운 우연의 일치 때문입니다. 즉 태양은 달보다 지름이 400배 크고,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보다 지구에서 태양까지 거리가 정확하게 400배나 더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달과 태양은 겉보기에 똑같은 크기로 보이고, 이로 인해 개기일식 때에 태양이 완벽하게 달에 가려지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는 것이죠. 쉽게 비유를 들자면, 우리 손바닥이 태양보다 훨씬 작지만 바로 내 눈앞에 손바닥을 대고 있으면 하늘이 다 가려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Q5. 하늘에 떠 있는 달에 비해서 지평선이나 산에 걸쳐있는 달은 엄청 커 보이던데 이것도 과학적인 이유가 있나요? 같은 달이라고 하더라도 지평선 근처에 있는 달이 훨씬 크게 보이는 건 착시현상입니다. 이걸 처음 발견한 심리학자 폰조의 이름을 따서 폰조착시라고 부릅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비교하려고 해요. 그런데 지평선 끝은 아주 멀리 떨어져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지평선 근처에 달이 떠 있으면 아주 멀리 있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달이 이 정도로 보여? 엄청 커 보이네’라고 착각을 하는 거예요. 반대로 하늘에 덩그러니 떠 있는 달은 비교 대상이 없잖아요? 그래서 밤하늘은 생각보다 자신과 가깝게 있다고 착각을 해요(실제로 실험을 해보니 사람들은 지평선이 하늘 정중앙에 비해서 4배 정도 더 멀게 느낀다고 합니다). 즉 가까이 있는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은 상대적으로 작게 보는 거죠. 이런 폰조착시효과를 무시하고 객관적으로 달을 보고 싶다면, 달을 등지고 서서 다리를 벌린 후 다리 사이로 고개를 넣어서 달을 쳐다보면 달이 다시 작아지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Q6. 가끔 뜬다는 슈퍼블루문은 왜 슈퍼블루문인가요? 달은 지구를 계란 형태처럼 타원형으로 돌아요. 그러다 보니 지구랑 비교적 가까워질 때가 있고, 이때는 달이 더 커 보이겠죠? 이렇게 달이 실제 거리가 가까워져서 커 보이는 현상을 ‘슈퍼문’이라고 해요. 블루문은 달이 파랗게 보여서가 아니라, 예전 고어 중에 ‘belewe’라고 불길하다는 뜻에서 블루가 유래되었다고 해요. 통상 한 달은 30~31일이잖아요? 그런데 보름달이 뜨고 다음 보름달이 뜨기까지는 약 29일밖에 안 되니까, 결국 보름달은 매달 같은 날짜가 아니라 하루에서 이틀 정도 빨리 뜨게 되죠. 이렇게 점점 날짜가 단축되다 보면, 어느 달에는 한 달에 보름달이 2번 뜰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8월 1일에 뜬 달이 8월 30일에 또 뜰 수도 있겠죠? 이렇게 한 달에 보름달이 2번 뜨는 현상을 블루문이라고 해요. 한 달에 보름달이 2번 뜨는 걸, 과거에는 불길하게 여겼다고 하더라고요. Q7. 추석에 휘영청 밝은 달을 보면서 사진을 찍곤 하잖아요. 그런데 내 눈으로 보는 거랑 다르게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항상 콩알만 하게 나온단 말이죠? 왜 눈으로 보는 거랑 다르게 작게 찍히나요? 스마트폰 사진의 목적은 풍경을 찍거나 함께 사진을 찍는 용도지, 내 모공을 찍는 목적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스마트폰의 카메라는 시야를 넓게 찍을 수 있는 광각렌즈를 씁니다. 따라서 달을 우리 눈에 보이는 것처럼 크게 담으려면 광각렌즈가 아닌 좁은 시야를 고화질로 찍을 수 있는 표준렌즈나 망원렌즈를 써야 해요.
황소자리는 가장 오래된 별자리 중 하나이다. 구석기시대 유적지인 프랑스 라스코 동굴벽화에도 황소자리와 비슷한 그림들이 새겨져 있을 정도이다. 황소자리에 얽힌 신화 역시 제우스가 등장한다. 페니키아왕 아게노르의 딸 에우로페(Europe)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한 제우스는 커다란 흰 소로 변해 접근했고, 잘생긴 흰 소를 발견한 에우로페 역시 다정하게 어루만지면서 등에 올라타고 놀았다. 그때 흰 소가 갑자기 바다로 뛰어들어 크레타섬까지 그녀를 납치한 후, 사랑을 나눈다. 특이한 점은 제우스의 다른 정부들과 달리 헤라에게 해코지도 당하지 않고, 한 나라의 여왕도 되어 잘 살았다는 점이다. 에우로페는 유럽이라는 지명의 기원이기도 하다. 황소자리는 제우스가 자신이 흰 소로 변신한 것을 기념해 만들었다고 한다. 황소자리는 하늘에서 눈에 잘 띄는 커다란 별자리다. 토러스(Taurus, 황소자리)는 황소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타우루스(Taurus)’에서 유래한다. 황도 12궁에 속하는 황소자리는 가장 오래된 별자리 중 하나이며, 2세기 그리스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가 분류한 48개의 별자리에도 들어 있다. 황소자리는 고대부터 매우 중요하게 취급되었다. 기원전 12,000~15,000년경의 구석기시대 유적지인 프랑스 라스코 동굴벽화나 기원전 9,600년 무렵 고대 터키 유적지 괴베클리 테페 건축물의 돌기둥에서도 황소자리 비슷한 그림들이 새겨져 있다. 뮌헨 대학의 미하엘 라펜글뤽 연구팀은 라스코 동굴의 황소가 황소자리를 표기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일찍이 선사시대 사람들도 황소자리를 알고 있었던 것이 된다. 그러나 이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오리온자리의 북서쪽에 있는 황소자리는 오리온자리와 마찬가지로 겨울철에 볼 수 있는, V자 모양의 별무리다. 오리온자리를 향해 뿔을 내미는 황소 앞모습의 형상이다. 옛사람들은 이 별자리에서 황소의 모습을 상상하고 이름 붙였지만, 구성하는 별들이 많은 것은 아니어서 소의 전체가 아닌 머리에서 앞발까지의 형태로만 만들었다. 황소자리 머리 부분에는 알파별인 1등성 알데바란(Aldebaran)이 오렌지색으로 빛나는데, ‘황소의 눈’ 부분이다. 황소자리는 유명한 오리온 허리띠 부분인 삼태성 덕분에 쉽게 식별할 수 있다. 3개의 별을 오른쪽으로 연장하면 아주 밝은 별을 하나 찾을 수 있는데, 이 별이 바로 알데바란이다. 그 주변에는 히아데스성단이 있다. 알데바란은 ‘뒤에 따라오는 자’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이는 알데바란이 플레이아데스성단 바로 뒤에서 떠오르기 때문이다. 황소자리에 있는 천체들 황소자리에는 플레이아데스성단·히아데스성단·게성운 등의 천체가 포진해 있다. 아름다운 푸른빛의 플레이아데스성단(Pleiades star cluster, M45)은 황소의 어깨 부분에 있다. 대부분 그 나이가 약 5천만 년밖에 되지 않은 젊은 별들이어서 온도가 매우 높고 푸른빛을 띤다. 좀생이별, 혹은 일곱 자매별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고대 바빌로니아에서는 ‘서쪽 하늘 별들의 지도자’로, 헤브라이에서는 ‘신의 눈’으로 불렀다. 이 성단은 수백 내지 수천 개의 별들이 허술하게 모여 있는 별들의 집단인 산개성단이다. 지구에 가장 가까운 산개성단 중 하나이며, 밤하늘에서 육안으로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성단은 그리스신화의 거인 아틀라스(Atlas)와 바다 요정 플레이오네 사이에서 태어난 일곱 명의 플레이아데스 자매들과 연관된다. 히아데스성단은 황소자리 방향으로 153광년 떨어진,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산개성단이다. 지구에서 볼 때 히아데스성단은 황소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이며, 이 자리에서 성단의 밝은 별들은 보다 밝은 알데바란과 함께 ‘V’자 모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밤하늘에서 매우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알데바란은 이 산개성단의 구성원이 아니다. 우연히 같은 시선 방향에 있어서 그렇게 보일 뿐이다. 이 성단은 티탄 신족 아틀라스와 맑은 상공의 여신인 오케아니스 아이트라의 다섯 딸인 물의 요정 히아데스(Hyades)와 연관된다. 다섯 명의 자매는 남동생 히아스가 사냥 사고로 죽은 후 슬픔에 잠겨 흐느끼다가 하늘로 올라가서 별들이 되었다. 신들이 자매들을 하늘에 올려놓고 영원히 슬픔을 쏟아붓게 했는데, 이 때문에 이들은 이후 비와 연관되었다. 잉글랜드 지역 사람들은 이 성단을 4월에 내리는 소낙비와 연결시켜 ‘4월에 비를 내리게 하는 자(April Rainers)’라고 불렀다. 게성운(Crab Nebula)은 황소자리에 있는 초신성 잔해다. 게성운이란 이름은 19세기 영국 천문학자인 로스 백작이 이 성운을 관측한 뒤에 스케치하면서 지은 것이 유래다. 게와 별로 닮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게성운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가운데의 모체에서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는 것이 게의 등딱지와 거기에 붙은 다리처럼 생겼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영어로 ‘암’을 의미하는 ‘cancer’도 원래 게자리를 일컫던 말이다. 암의 종양이 여기저기 가지치기하듯 뻗어나가는 것이 게 등딱지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에우로페를 사랑한 흰 소, 흰 소를 사랑한 에우로페 황소자리는 여러 신화와 연관돼 있지만, 가장 잘 알려진 것은 그리스신화의 제우스와 에우로페 이야기다. 화창한 봄날, 페니키아왕 아게노르의 딸 에우로페(Europe)가 시녀들과 함께 바닷가에서 놀고 있을 때, 지상을 산책하던 제우스가 그녀를 보고 그 아름다운 모습에 반하게 된다. 늘 변신술로 여인들에게 접근하곤 했던 제우스는 이번엔 커다란 흰 소로 변해 왕의 소 떼에 섞여 공주 일행에게 접근했다. 소의 무리에서 잘생긴 흰 소를 발견한 에우로페는 곁으로 다가가 다정하게 어루만지고 등에 올라타며 놀았다. 그때 흰 소가 갑자기 바다로 뛰어들어 크레타섬까지 그녀를 납치한다. 크레타에 도착한 제우스는 에우로페에게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목걸이를 선물하며 구애에 성공해 사랑을 나눈다. 섬에 유배된 공주는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미노스를 비롯한 삼 형제를 낳았고, 이후에는 크레타의 왕 아스테리오스와 결혼해 여왕이 된다. 제우스의 다른 정부들과 달리 헤라에게 해코지도 당하지 않고, 한 나라의 여왕도 되어 잘 살았으니, 운이 좋은 여인이었다. 에우로페(영어식으로는 유로파)는 유럽이라는 지명의 기원이기도 하다. 이는 크레타 문명, 나아가 유럽 문명이 에우로페와 우주의 통치자 제우스의 결합을 통해 이루어진 고귀한 문명임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제우스는 자신이 흰 소로 변신한 것을 기념해 황소자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에우로페 이야기는 티치아노·베로네세 등 르네상스 화가들에서부터 현대 화가들에 이르기까지 수 세기 동안 유럽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화가들은 에우로페의 납치를 다채로운 장면으로 묘사했다. 파올로 베로네세(Paolo Veronese)는 티치아노의 영향을 받아 정교한 구성과 화려한 색채의 작품을 그린 16세기 베네치아 화파의 대가다. 호화로운 장식적 특성과 풍부한 색상은 다음 세대 바로크 양식에 유용한 자산을 제공했다. 1570년 작 에우로페의 납치에서 두 시녀가 에우로페가 황소에 앉도록 돕고 있다. 에우로페의 표정은 다소 혼란스럽고 불안해 보인다. 화가는 황소가 이제 곧 바다로 뛰어들어 멀리 납치하기 직전의 순간을 묘사하고 있다. 에우로페의 노란 망토와 벨트가 땅바닥에 떨어져 있어 그녀가 부분적으로 옷을 벗고 있음을 암시한다. 황소는 욕정을 참지 못한 듯 그녀의 발을 핥고 있다. 베로네세는 드라마의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는 등장인물들의 에로틱한 성적인 긴장감을 팽팽히 표현하려고 한 듯하다. 시몽 부에(Simon Vouet)는 루이 13세의 궁정 화가이자 리셜리외 추기경 등 부유한 후원자를 위해 종교화·역사화·초상화·프레스코화·태피스트리 등 다채로운 작업을 한 17세기 프랑스의 거장이다. 밝고 화려한 프랑스풍 바로크 양식을 발전시켰다. 1640년 작 에우로페의 납치는 에우로페가 황소의 뿔 주변에 화관을 씌우고 등에 앉으려고 하는 순간을 묘사한다. 에우로페는 순하고 아름다운 황소에게 완전히 마음을 놓은 듯하며, 옆에서 시녀 하나가 그녀의 팔에 꽃 화환을 매주고 있다. 에우로페의 드러난 한쪽 가슴이 그림의 중앙을 차지하고 있어 관람자의 시선을 끈다. 화가는 노련한 솜씨로 파랑·노랑·빨강의 기본 색조로 인물의 튜닉과 망토를 채색했다. 황소의 흰색과 전경에 있는 두 여성의 창백하고 빛나는 밝은 피부색은 하늘을 배경으로 그린 짙고 어두운색의 나무들과 대비를 이룬다. 부에는 황소의 주둥이에서 흘러내리는 침과 다소 음탕한 표정을 통해 성적 욕망을 암시하고 있다. 18세기 로코코 화가 프랑수아 부셰(Francois Boucher)의 에우로페의 납치는 한층 더 강탈의 주제를 미화한다. 작품에서는 납치당하는 여성의 어떤 불안이나 고통도 보이지 않는다. 에우로페는 애교스럽게 살짝 몸을 비틀어 앉아 상냥한 미소를 짓는 사랑스러운 여인의 모습이다. 이 작품은 가볍고 경쾌한 로코코풍 회화의 특징을 충실하게 보여준다. 로코코는 바로크 양식에 이어 1700년경부터 프랑스에서 등장해 루이 15세 치하 귀족사회의 취향을 저격했고, 18세기 말까지 유럽을 휩쓴 미술양식이다. 강력한 왕권과 장엄한 문화양식을 확립한 루이 14세 사후, 귀족들은 베르사유에서 파리로 근거지를 옮기고 자유롭고 감각적인 삶의 기쁨을 추구했다. 로코코 미술양식은 이런 귀족들의 취향에 부합해 남녀 간의 사랑과 같은 유희적 소재를 중심으로 경쾌하고 쾌락적인 스타일을 발전시켰다. 특히 부셰의 작품은 삶의 즐거움과 관능에 중점을 두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에우로페 소재의 작품들은 대부분 납치와 강간이라는 주제를 에로티시즘, 혹은 남녀 간에 일어나는 로맨스로 묘사했다. 강제로 제우스에게 납치되는 순간에도 에우로페는 그다지 공포심을 느낀다거나 필사적으로 저항하지 않는다. 심지어 즐겁고 행복한 분위기로 묘사된다. 오랫동안 미술사에서는 ‘에우로페의 납치’뿐만 아니라 ‘레다와 백조’나 ‘사빈느 여인의 강탈’과 같은 ‘강간’ 주제의 미술작품들이 있었다. 예술가들은 강간·성폭력을 에로티시즘, 혹은 성애의 측면으로 그리고 조각했다. 사람들은 미술작품들 속에 예술의 이름으로 숨겨진 성폭력적 요소도 알아채지 못했다. 오랫동안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성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성문화, 왜곡된 성의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아시아 최고·최대의 영화축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이사장 박광수, 집행위원장 직무대행 박도신)가 10월 2일부터 11일까지 부산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열린다. 국고보조금은 절반으로 줄었지만, 영화는 작년보다 늘어난 279편을 상영한다. 영화의전당, CGV 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등 7개 극장 28개 스크린에서 상영하고, 편수가 증가함에 따라 영화진흥위원회 시사실을 상영관으로 추가 확보했다. 올해 특히 주목할 부분은 영화의 심장인 영화제를 침공한 넷플릭스의 달라진 위상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 넷플릭스 영화 전,란을 개막작에 선정하면서 아시아 3개국 시리즈도 처음으로 초대했다. 3개의 특별기획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교사들이 특별히 관심을 가질 만한 ‘10대의 마음, 10대의 영화’는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10대 성장영화 중 아시아 10대 성장영화를 선보인다. 지난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고(故) 이선균 배우의 대표작들을 상영하는 특별기획 프로그램 ‘고운사람, 이선균’도 마련해 이선균 배우의 마지막 모습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도록 했다. 그랜드 투어로 올해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미겔 고메스 감독을 위한 특별기획 ‘미겔 고메스, 명랑한 멜랑콜리의 시네아스트’에서는 그의 장편 전작 8편을 상영하고, GV를 열어 그의 작품세계와 영화관을 조명한다. 공로상을 수상하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도 신작 두 편을 들고 부산을 찾는다. 선선한 가을, 부산으로 영화여행을 떠날 때다. 아시아 최고·최대 영화제의 심장 점령한 넷플릭스 아시아 최대의 영화축제인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은 넷플릭스 영화 전,란(감독 김상만)이다. 세계적 거장 박찬욱 감독이 제작과 각본에 참여하면서 제작단계부터 이미 ‘한국 대표 영화인들이 완성해 낸 매력적인 사극 대작’이란 평을 받았다. 전,란은 임진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선조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차승원·김신록·진선규·정성일 배우까지 호화 배역진이 만들어내는 캐릭터들의 조화도 매력적이다. 종종 숨기지 않고 본능처럼 튀어나오는 박찬욱식 유머코드도 재미있고, 굵직한 갈등과 대결의 국면으로 설계해 낸 이야기도 긴장감 넘친다. 무엇보다 시종일관 박력 있게 부딪히며 나아가는데, 그 박력이 눈길을 끈다. 그뿐만 아니다. 2021년 부산국제영화제 ‘온스크린 섹션’에서 최초로 소개되면서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연상호 감독의 지옥 시즌2도 드디어 베일을 벗고 부산에서 관객을 만난다. 계속되는 지옥행 고지로 더욱 혼란스러워진 세상, 갑작스레 부활한 새진리회 정진수 의장과 박정자를 둘러싸고 소도의 민혜진 변호사와 새진리회·화살촉 세력이 새롭게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넷플릭스가 공들이고 있는 아시아 국가 작품 중 일본과 대만 시리즈도 최초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일본 시리즈 이별, 그 뒤에도(연출 쿠로사키 히로시)는 죽은 남자친구의 심장을 이식받은 남자와 그 남자에게 끌리는 여자라는 익숙한 설정이지만, 풍성한 디테일을 통해 재미를 배가시킨다. 운명으로 얽힌 두 사람에게 다가온 가슴 아픈 기적을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의 아리무라 카스미와 남은 인생 10년의 사카구치 켄타로가 주연을 맡아 팬들을 가슴 설레게 한다. 대만 시리즈 스포트라이트는 나의 것(연출·각본 옌이원)은 살벌한 연예계에서 꿈과 성공을 향해 질주하는 최고의 두 여배우와 스무 살의 씩씩한 배우 지망생의 여정을 따라 치열한 쇼비즈니스 속 여성들의 멋진 연대를 그린다. 셰잉쉬안·양진화가 주연을 맡았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3개국의 넷플릭스 작품이 나란히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넷플릭스의 강화된 위상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확인해 보자. 청소년 이야기 다룬 ‘10대의 마음, 10대의 영화’ 2024년 국제 영화계가 가장 주목하는 아시아의 뛰어난 10대 성장영화들도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다. 10대 청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아시아 신작들을 모은 특별기획 프로그램 ‘10대의 마음, 10대의 영화’를 기획했다. 2023년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대상 수상작 호랑이 소녀, 2023년 베니스영화제 ‘오리종티’ 부문 남자배우상을 받은 바람의 도시를 비롯해, 2024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소개된 마이 선샤인, 베니스영화제 ‘오리종티’ 부문에 초청된 해피엔드, 선댄스영화제 관객상을 받은 걸스 윌비 걸스, 상하이영화제 뉴탤런트각본상을 받은 피쉬본 등 지난해와 올해 주요 국제영화제에서 각광을 받은 작품들이 총망라됐다. 또한 두 편의 월드 프리미어 신작 우리들의 교복 시절과 내가 처음 본 바다도 올해 부산에서 처음으로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이번 특별기획 프로그램은 최근 아시아에서 뛰어난 10대 성장영화가 많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기획됐다. 에드워드 양의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허우샤오시엔의 동년왕사와 연연풍진,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아무도 모른다, 야마시타 노부히로의 린다 린다 린다, 이와이지의 릴리 슈슈의 모든 것, 기타노 다케시의 키즈 리턴 등 전통적으로 대만과 일본이 좋은 10대 성장영화를 양산해 왔지만, 최근 이런 흐름은 아시아 다른 나라까지 확장하고 있다. 한국에서 벌새, 우리들, 남매의 여름밤 같은 영화가 주목받은 데 이어 말레이시아 영화 호랑이 소녀, 몽골 영화 바람의 도시, 인도 영화 걸스 윌비 걸스 등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10대들의 영화가 성장하고 있다. 삶의 진솔한 모습, 감춰진 세상의 진실을 10대의 눈을 통해 바라보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영화들이다. 또한 10대의 성과 사랑을 때로는 발칙하게 드러내고, 때로는 아련하게 추억하며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국제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흐름을 제시하는 ‘10대의 마음, 10대의 영화’는 교사라면 절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놓치면 안 될 프로그램이다. 현재의 거장 미겔 고메스, 부산 찾는다 세 번째 장편 타부(2012)부터 전 세계 시네필과 평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포르투갈의 거장 미겔 고메스 감독이 올해 부산을 찾는다. 이제 그의 영화는 포르투갈을 넘어 유럽 영화계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올해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은 이미 예상된 결과라는 평. 그의 장편 전작을 소개하고, 감독의 독창적인 영화세계를 조명하는 특별기획 프로그램에서는 감독이 본인 최고의 작품으로 꼽았던 첫 장편 네게 마땅한 얼굴(2004)을 비롯해 그의 장편 전작 여덟 편을 상영한다. 픽션과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허물며 깊은 정서적 울림을 주는 친애하는 8월(2008)을 비롯해 대서사극 천일야화 3부작을 상영한다. 2015년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됐던 천일야화 3부작은 상영장의 모든 관객이 기립 박수와 함께 엔딩 타이틀 음악의 리듬에 맞춰 신명나게 어깨춤을 춘 영화 같은 순간으로 남아 있다. 특히 현장에서 미겔 고메스 감독이 더 트스거오 다이어리(2021)의 공동연출자이자 감독의 동반자 모린 파젠데이로 감독에게 반지를 건네며 청혼 세리머니를 펼친 일은 국제영화계에서 유명한 일화다. 팬데믹 시기에 완성한 더 트스거오 다이어리도 2년 만에 다시 관객과 만난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미겔 고메스에게 감독상을 안겨준 그랜드 투어는 갈라 프레젠테이션으로 상영한다. 더불어 감독의 영화관과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마스터클래스도 진행될 예정이다.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포르투갈 특유의 멜랑콜리와 유머를 함께 지닌 이 시대의 거장. 댄디하고 다정한 유럽의 시네아스트 미겔 고메스와의 만남은 전 세계 곳곳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쓰이고 있는 영화사의 한 현장을 체험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민락수변공원, 다대포에서 즐기는 ‘2024 동네방네비프’ 평범한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제가 식상하다면? 2021년부터 부산국제영화제가 ‘일상에서 즐기는 지역 친화적 영화제’를 표방하며 야심차게 시작한 ‘동네방네비프’가 제격이다. 지역과 문화, 세대와 미래를 잇는 동네방네비프 올해의 키워드는 ‘잇다(connect)’이다. “정말 이런 곳에서 정말 영화를 튼다고?”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역 구석구석까지 과감하게 영화제를 확장했다. 부산 최고 야경 명소인 황령산 봉수대 야외공원,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영도 봉산마을 등이 부산의 숨은 매력을 보여준다. 또 일몰 풍광과 꿈의 낙조분수가 있는 다대포해수욕장, 회동수원지의 땅뫼산 황톳길은 ‘어싱’(Earthing, 땅과의 접촉을 뜻하는 용어) 열풍 속에 부산을 맨발걷기 성지로 거듭나게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개폐막일을 제외한 3일부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도모헌(열린행사장), 사하구 다대포 꿈의 낙조분수, 연제구 황령산 봉수대 야외공원, 금정구 회동수원지, 영도구 베리베리굿 봉산센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격리대합실, 기장군 고리스포츠문화센터에서 열리고, 마지막 날인 10일에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으로 자리를 옮겨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는다. 지역의 감독에게 영화 제작 교육을 받고 완성한 단편영화를 커뮤니티비프에서 처음 공개하는 ‘마을영화만들기’도 4년째 이어진다. 올해는 장애인 2팀, 다문화가족 1팀을 포함해 총 7개 제작팀이 7편의 단편영화와 4편의 메이킹 다큐를 제작한다. 시민의 영화제 동네방네비프는 부산 온 동네를 영화의 거리로 바꾸고, 개성과 고유성을 기반으로 도시의 정체성과 미래를 그려 나가는 생활밀착형 영화제로 진화 중이다.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일’로 만드는 법칙 (이헌주 지음, 갈매나무 펴냄, 256쪽, 1만8,500원) 인생의 방향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의 ‘고유성’을 찾아야 한다. 저자는 고유성을 인생의 나침반에 비유하며 두 축을 이루는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중 철저히 좋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후자는 외부 평가에 달렸지만, 전자는 그와 상관없이 지속 가능해서다. 나의 소소한 강점을 빛나는 탁월함으로 성장시킬 ‘계획된 우연’을 만날 방법을 제시한다. 우리 반에 자폐 학생이 있다면 (엘렌 노트봄 지음, 허성심 번역, 한문화 펴냄, 196쪽, 1만3,000원) 자폐 학생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그들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생각하는 방식, 사회적 미묘함에 대한 이해, 감각 등 여러 면에 분명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자폐 자녀를 독립적인 성인으로 키워낸 저자는 백 명에 가까운 전문가들과 소통한 경험 등을 바탕으로 자폐 학생이 교사에게 바라는 점을 알려준다. 내 아이를 위한 어휘력 수업 (최나야·정수지 지음, 로그인 펴냄, 288쪽, 1만8,000원) 문해력의 핵심은 어휘력이다. 모국어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히리라 생각하지만, 어휘가 부족하면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이 책은 아이들이 어떻게 어휘를 배우고, 그에 따라 부모가 어떻게 어휘 지도를 해야 하는지 아이의 성장 시기별로 알려준다. 어휘력이 높은 아이로 키우기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담았다. 프랭클린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번역, 어크로스 펴냄, 484쪽, 2만2,000원) 인쇄공으로 시작해, 발명가·언론인·사업가·독립운동가·스파이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치며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으로 불리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발자취를 통해 삶의 지혜를 모색한다. 인생의 난관 앞에서도 매 순간 자신의 삶을 진단하고 더 나은 길을 모색한 자기계발의 대명사 프랭클린을 100달러 지폐 대신 책에서 만나보자. 법 쫌 아는 10대 (김나영·김택수 지음, 방상호 그림, 풀빛 펴냄, 172쪽, 1만3,000원) 청소년들이 엄숙하게 느끼기 쉬운 ‘법’의 이모저모를 10대 자녀와 아버지의 대화를 통해 가볍게 풀어냈다. 법의 탄생부터 근대사회의 수립과 권리 보호에 미친 영향 등 법이 필요한 이유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법이 추구하는 목적과 형벌 등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보도록 유도한다. 삽화와 주요 사건, 아이들에게 밀접한 학교폭력과 같은 예시로 이해를 돕는다. 청소년을 위한 기후변화 에세이 (남성현 지음, 해냄출판사 펴냄, 244쪽, 1만6,800원) 기후변화의 현상·원인·해결책 등을 총 4장에 걸쳐 체계적으로 알려준다. 기후변화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후난민 같은 사회적 문제와 재생에너지·기후공학 등 기술적 해법, 위장환경주의까지 폭넓게 설명한다. 지구과학·지리 교과목과 연계한 논술·토론수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고양이 산책 (사라 룬드베리 지음, 어린이작가정신 펴냄, 66쪽, 1만8,000원) 주인공과 고양이는 늘 함께 산책을 나간다. 언제나 주인공이 정한 길로 가고, 같은 곳에 멈춰 서서, 늘 하던 놀이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고양이가 던진 한마디. “왜 항상 네가 다 결정해?” 고양이는 이제까지 한 적 없는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고양이가 다 정하기로 한다. 지금까지와 다른 길을 향하는 둘의 산책길에는 어떤 일이 펼쳐질까? 조선, 무엇이든 법대로 (윤지선·이정환 지음. 마음이음 펴냄, 196쪽, 1만5,000원) 500년간 이어진 법치국가 조선의 법 제도를 동화처럼 풀어 설명한다. 이야기를 따라가면 과거의 신분·복지·환경·사법·병역·외교 등 다양한 분야의 제도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에 맞춘 생활사 중심의 서술은 독자를 조선인들의 삶 깊숙한 곳으로 안내한다. 곳곳에 일기·팩트 체크·인터뷰·돌발퀴즈 등 다양한 코너를 배치해 지루함을 덜어냈다.
“10월의 긴 휴일이 충전의 시간이 되려면” 우리에 갇힌 짐승은 정형행동(stereotypic behavior)에 빠지곤 한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은 나머지 무의미한 동작을 거듭한다는 뜻이다. 고개를 흔들거나, 짧은 거리를 끝없이 왔다 갔다 하는 식이다. 선생님들도 다르지 않다. 교사의 하루는 일과에 얽매어있다. 수업과 업무로 촘촘하게 짜인 시간표를 벗어나기는 어렵다. 결강과 결근은 학생과 동료들에게 바로 피해를 주는 탓이다. 그래서인지 선생님들에게도 정형행동 비슷한 모습이 나타나곤 한다. 공강시간, 하릴없이 스마트폰을 습관적으로 뒤적이거나, 할 일은 산더미인데 고민에 짓눌려 무의미하게 인터넷 서핑에 빠져 있는 시간을 떠올려 보라. 이 점에서 10월의 긴 연휴는 반갑다. 갇힌 일상에서 벗어날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한결 숨통이 트인다. 하지만 교사의 마음은 휴일에도 여전히 학교를 벗어나지 못한다. 힘겨운 학생과의 줄다리기, 동료와의 갈등이 머릿속에 계속 떠오를 테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면 버거운 상황과 다시 마주해야 하는 까닭이다. 그래서 고민을 감싸안은 채 휴식 같지 않은 휴식으로 안절부절못하며 연휴를 보내기 일쑤다. 학교에 복귀할 즈음에도 피로와 무력감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을 테다. 긴 휴일이 쉼과 재충전의 시간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상에는 매듭짓기가 필요하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기. 기력을 찾기 위한 비법(?)이다. 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근심이 가득한 채로 입맛 좋게 먹고, 편안하게 잠들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먼저 고민부터 내려놓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인류학자인 디미트리스 지갈라타스(Dimitris Xygalatas)는 의식(ritual)의 중요성을 일러준다. 지갈라타스에 따르면 마음을 가볍게 하는 데는 의식이 큰 역할을 한다. 그는 장례식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누군가 죽었다고 해보자. 사정이 생겨 장례식을 치르지 못했다면 어떨까? 사람들은 그이를 일상에서 놓아버리지 못한다. 망자(亡者)도 죽은 자 사이에 자리 잡지 못해 애매한 처지에 놓인다. 제대로 예를 갖추고 난 후에야 비로소 죽은 자도, 산 자도 제 갈 길을 간다. 죽은 이는 기억하고 그리워할 대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우리는 이제 그이가 다시 오지 못함을 받아들이며 일상을 다잡는다. 이렇듯 의식은 때마다 매듭을 지어주며 의미를 새기고 관계를 정리해 준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의례가 ‘쓸데없는 번거로운 짓’으로 여겨질 뿐이다. ‘의식 줄이기’는 업무 간소화에서 빠지지 않는 항목이지 않던가. 입학식과 졸업식은 간단하게 치르고, 개학식과 방학식 같은 행사는 아예 생략되기도 한다. 지갈라타스에 따르면, 의식이 사라지는 분위기는 현대 문명의 전반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의례는 왜 필요 없어졌을까?” 의례는 불안감을 줄이고, 소속감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해가 뜨고 지며, 계절이 흘러간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반면 삶은 변화무쌍한 일들의 연속이다. 이런 현실에서 거듭되는 의례는 그 자체로 안정감을 준다. 삶을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지갈라타스는 앞일이 가늠하기 힘든 불안한 처지일수록 사람들이 의례에 매달리게 된다고 말한다. 운동선수를 예로 들어보자. 이기고 지는 데는 실력만큼이나 운도 큰 영향을 끼친다. 행운과 불운은 내가 어쩌지 못한다. 그럴수록 자신만의 의식, 리추얼에 매달리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 경기할 때마다 똑같은 양말을 신는다든지, 독특한 동작으로 자신의 운동도구를 매만지고 신발을 다듬는 식이다. 이렇게 ‘자기만의 징크스’를 가진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떠올려 보라. 의례를 치를 때는 같은 동작을 정확하게 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어긋나게 했다면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으리라는 찜찜함이 사라지지 않는 탓이다. 그렇지만 예상대로 진행되는 일에는 이런 강박에 가까운 의식이 자리 잡지 않는다. 옛날에는 언제 폭풍우가 닥칠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긴 뱃길을 나설 때마다 온갖 의례가 펼쳐지곤 했다. 기상예보가 정확해진 지금은 이런 풍습들이 미신으로 여겨질 뿐이다. 선진국일수록 사회는 합리적으로 움직인다. 그만큼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예측 가능한 분야도 늘어난다. 이럴수록 불안해하며 마음 졸일 일도 줄어든다. 의례가 우리 현실에서 점점 사라지는 이유다. 나아가 의례는 공동체를 일구는 역할을 한다. 자부심이 높고 소속감도 강한 집단들은 ‘통과 의례’가 힘든 경우가 많다. 신병 선발과 훈련이 힘든 부대일수록 구성원들 사이의 관계가 끈끈하고 단결이 잘되지 않던가. 버겁지만 마땅히 치러야 할 절차를 함께 겪을 때, 사람들은 공동의 기억을 만든다. 이러면서 ‘우리는 하나’라는 믿음도 자리 잡는다. 하지만 공동체는 이제 내 삶의 든든한 울타리라기보다, 오히려 족쇄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스마트폰과 SNS 등은 개인 맞춤형으로 나의 아쉬운 부분들을 채워 주지 않던가. 공동체가 굳이 필요 없는 순간이 점점 많아지는 셈이다. 이럴수록 공동체를 일구고 소속감을 가꾸는 일, 이를 위해 치러야 할 각종 의식도 점점 필요 없게만 여겨진다. “의식은 불안과 외로움을 달래준다” 과연 우리가 의식에 이렇게 소홀해져도 될까? 불안하지 않고 외롭지 않다면 이래도 된다. 그렇지만 연휴에도 온갖 걱정이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는 선생님들은 어떨까? 점점 혼자라는 생각에 교무실에서도 외로움이 올라온다면? 이렇다면 의식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되살려야 하지 않을까? 지갈라타스는 인간은 ‘의례적인 종(種)’이라고 잘라 말한다. 삶의 의미와 가치가 의식을 통해 맺어진다는 뜻이다. 학교의 일상은 온갖 의식들로 가득하다. 학급의 하루는 조회로 시작해서 종례로 끝난다. 매주 혹은 매달 교직원회의가 있으며, 학급자치활동이 있다. 입학식과 개학식으로 학년도를 시작해서 졸업식과 종업식으로 한 해를 매듭짓는다. 이 사이에 여러 기념식과 행사들이 때마다 거듭된다. 온갖 의례가 계절의 순환처럼 우리의 삶을 끌고 가는 셈이다. 이쯤 되면 연휴에도 좀처럼 머리가 맑아지지 않는 이유가 분명해질 듯싶다. 제대로 휴식을 누리기 위해서는 질척거리는 일상을 매듭지어 주는 의례가 있어야 했다. 나아가 긴 휴일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갈 때 마음을 상쾌하게 하는 의식도 분명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런 의식이 누군가에 의해서 억지로 주어졌을 때는 별 효과가 없다. 게다가 이제는 바람직해 보이지도 않는다. 떼로 모여 구호를 외치고, 때마다 집회를 열며, 감동(?)을 되새기는 전체주의 사회의 풍경은 전혀 아름답지 않다. 그렇다면 나의 삶을 스스로 다잡는 의례를 선생님 스스로 가꾸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까?” “나는 어느 부분에서 무너져 버렸을까?” “이 아픔과 고통을 통해 나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긴 휴식 기간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올 때 나는 무엇이 바뀌어 있어야 할까?” “올해의 마무리까지 나는 어떤 모습을 갖추어야 할까?” 뜻한 대로만 흘러가는 인생은 없다. 삶은 언제나 흔들리며 조금씩 어긋난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일상을 가다듬으며, 삶의 중심점을 바로잡아야 한다. 위의 물음은 삶의 매듭마다 주어지는 의식에서 빠지지 않는 물음들이다. 의미 깊은 의례에서는 좋은 삶을 가다듬는 근본 물음이 빠지지 않는다. 이런 질문이 사라진 채 이루어지는 의식은 ‘허례허식’일 뿐이다. 불안과 외로움에 시달리는 선생님에게는 심지를 굳게 다잡아 주는 자신만의 의례가 필요하다. 위의 물음을 되새기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가져보시길 바란다. ‘다시 시작하기’를 활용하자 입학식·개학식 등은 특별하다. 질척거리는 과거에서 벗어나 리셋(reset)될 기회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매월 1일, 매주 월요일도 새출발을 위한 소중한 순간이 될 수 있다. 10월의 연휴도 그렇다. 연휴가 끝나는 날, 나는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지갈라타스의 주장대로라면 휴일도 인류 사회를 꾸리는 의례의 일부다. 휴일과 명절은 일상의 흐름을 끊음으로써 우리에게 다시 태어날 기회를 안긴다. 불안과 헛헛함에 시달리는 선생님에게는 의식이 필요하다. 의미를 되찾는 10월의 연휴가 되셨으면 좋겠다.
들어가며 9월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생성 AI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의존성과 중독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인지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청소년이 교사가 요청한 과제를 수행하면서 AI에 의존할 경우에는 뇌 발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필요한 지식과 역량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게 될 가능성 또한 크다. 특히 대입에 영향을 미칠 고등학교 수행평가 과제의 경우에는 학생이 AI를 활용하고자 하는 유혹이 아주 클 것이므로 학교와 교사는 더욱 세심하게 대비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입시에 영향을 주는 수행평가와 일반 보고서 과제를 부과하는 방법 및 평가방법 그리고 허용되지 않은 방식으로 AI를 활용했을 경우의 처벌 방향 등을 제시하고자 한다. 중·고등학교의 수행평가 대학생들이 보고서 수행과정에서 AI를 활용한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례가 지속적으로 적발되고 있다. 서울 사립대 A 교수는 각자 집에서 온라인으로 중간고사를 보면서 각종 자료를 참고할 수 있도록 했더니,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인 ‘챗GPT’가 알려준 내용을 그대로 답안지에 적어낸 학생이 상당수 있었음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래서 기말고사는 대면 방식으로 변경했다고 한다. 이 경우에는 챗GPT를 사용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만 손해를 보게 되어, 학생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조재현, 2023). 이러한 문제는 우리나라 고등학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자기소개서 항목이 폐지되고, 그 결과 수행평가 점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어서 고등학교의 ‘AI 커닝’을 포함한 수행평가 공정성 문제는 향후 커다란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막기 위해 중·고등학교 수행평가는 수업시간에 학생이 직접 작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태블릿PC 등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면서 챗GPT 답변을 참고하는 것까지 막을 수 없는 실정이라고 교사들은 하소연한다(고은이, 2024). 교사들이 이러한 하소연을 하는 이유는 ‘AI 커닝’에 대한 학교 차원의 상세한 기준과 처벌 등이 명시적으로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령 ‘수행평가시간에는 모든 전자기기를 소지할 수 없다. 만일 이를 어기고 전자기기를 소지하고 있거나, 이를 활용하다가 적발될 경우에는 수행평가 무효처리뿐만 아니라 학칙에서 정하고 있는 시험 부정행위에 준하는 처벌을 한다’는 등의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어 있다면, 교사들은 어려움을 하소연하지 않을 것이다. 수능의 경우에는 전자기기 소지를 금지하는 명시적 규정과 처벌기준이 있기 때문에 감독관들이 이 문제를 하소연하지 않는 것과 같다. 현재 수행평가만이 아니라 독후감·경진대회 등에서도 챗GPT를 활용하는 학생이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할 때 챗GPT를 포함한 생성 AI를 활용했는지 여부를 감별해 주는 AI도 등장했다. 실제로 고양국제고·미추홀외국어고·서울과학고·청심국제고 등 수행평가가 중요한 특목고들이 ‘GPT 킬러’를 도입했다(고은이, 2024). 이처럼 생성 AI를 활용했는지 여부를 판단해 주는 프로그램이 있기는 하지만, 업체 홍보와는 달리 학생들이 이의를 제기할 경우 그 프로그램 판단결과를 ‘AI 커닝’ 근거로 제시하기에는 오류 비율이 너무 높다. 교수들이 이러한 프로그램 활용을 금하는 미국 대학이 늘고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학생들도 보고서를 제출하기 전에 자기 학교가 사용하는 ‘GPT 킬러’를 활용하여 자신의 보고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활용 확률이 높다고 표시되면 학생들은 일부 내용을 변형시켜 활용 확률을 낮춘 후 제출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원래 의도와는 달리 AI 커닝은 잡아낼 수 없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려면 각 교육청 차원에서 수행평가 관련 ‘AI 커닝’ 판단기준과 처리방침 등에 대한 큰 원칙을 만들어 각급학교에 내려보내야 한다. 각급학교는 교육청 지침을 근거로 교사와 학생들이 숙의하여 학교 상황에 적합한 구체적인 판단기준과 처벌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일차적인 목적은 AI 커닝을 줄이는 것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학생들이 AI에 의존하거나 중독되는 것을 막기 위함임을 학생들에게 알려야 한다. 이렇게 하면 AI 커닝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자신의 뇌를 활용해 과제를 처리함으로써 기본지식을 제대로 습득하게 하고, 나아가 고급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일반 과제평가 학생들이 혼자서 공부하다가 동영상이나 교재 내용 중에서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 혹은 스스로 궁금한 점을 찾아볼 목적으로 생성 AI를 활용한다면 공부할 내용에 대한 이해도는 더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생성 AI에게 의존하여 과제를 수행할 경우에는 과제 수행과정을 통해 길러주고자 했던 학생의 이해력·논리적 사고력·분석력·비판력·창의력 등의 다양한 역량은 길러지지 않게 될 것이다. 교실에서 교사의 감독하에 과제를 수행하도록 하지 않는 한, 과제 수행과정에서 AI 활용을 금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학생이 자력으로 과제를 수행했다고 가정하여 이를 평가하고, 피드백해 주는 것이 무의미해진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보고서를 부과하고 평가할 때, 학생역량 발달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이하 글은 박남기(2024)의 생성 AI 시대 교수법 내용을 발췌하여 수정·보완한 것이다. 과거에도 그러했지만, 생성 AI 시대에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답을 짜깁기할 수 있는 수준의 보편적인 과제 부과는 더욱 무의미해졌다. 따라서 반드시 AI가 해낼 수 없는 부분이 포함된 과제를 부과해야 한다. 수업 중에 배웠던 지식을 토대로, 교사가 제시하는 아주 구체적인 상황과 조건에 부합하는 해결책이나 아이디어를 제시하도록 하는 과제가 그 예이다. 프로젝트학습 및 문제해결학습을 포함해 이미 초·중·고와 대학에서는 그러한 유형의 과제를 부과하고 있기는 하다. 학생 자신의 느낌을 포함하고, 주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연구가 포함되는 과제도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직접 체험하고 이를 기술하게 하며, 그때 느낀 점을 서술하게 하고, 그 과정을 찍은 동영상이나 사진도 첨부하게 하면 학생들이 생성 AI에만 의존하지 않고 과제를 부과한 교사가 목표한 역량을 기르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제를 평가할 때, 보고서에 포함된 분석틀이 생성 AI에게만 의존한 것인지 아니면 학생 스스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만든 것인지를 알려면 분석틀을 만든 과정을 상세하게 기술하도록 하면 된다. 과제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에 ‘AI와의 협업 및 공존역량 강화’를 추가할 필요도 있다. 생성 AI 활용을 막을 수 없다면, 생성 AI가 내놓은 답을 예시로 제시하고, 그 답을 뛰어넘는 답을 작성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스스로 노력하기보다는 생성 AI에 단어나 수식어를 바꾸어 입력하며 교사가 예시로 보여준 생성 AI의 답을 보완하려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보편적인 질문이 아니라 최근에 발생한 구체적인 사건 혹은 지역사회·학교의 특성 등이 반영된 구체적인 과제를 해결하도록 유도할 필요도 있다. 생성 AI와의 협업이 가능한 과제일 경우에는 먼저 학생의 생각을 정리하고, 인터넷 검색 기능을 통해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생각을 추가한 후, 생성 AI가 제시한 답까지 활용하여 종합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 경우에는 생성 AI가 제시한 방안에 대해 느낀 점까지 포함하는 것도 권장할 만하다. 과제 수행과정에 어떤 방식으로 생성 AI를 활용했는지 상세히 기술하게 하고, 생성 AI를 사용할 때와 사용하지 않을 때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를 기술하게 하는 것도 방안이다. 이 과정에서 생성 AI에게 던진 질문과 받은 결과물을 부록으로 제시하도록 할 필요도 있다.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면 생성 AI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학생들의 역량이 급속도로 저하되는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외에 여러 가지 대안들이 있다. 가령 학생들이 협업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는 과제를 부과하고, 그 보고서 완성까지의 협업과정을 상세히 기술하게 하면 생성 AI에만 의존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보고서 자체를 평가하기보다는 수업 중에 보고서를 발표하게 하고 이를 평가하는 것이다. AI가 학생 대신 발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발표할 때와 질의응답을 할 때 가능하면 자료를 보지 못하게 한다면 발표하는 내용에 포함된 보편적인 지식을 자기의 것으로 소화시켜 준비해야 하기에 기초·기본지식을 습득하는 데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 발표평가를 위해서는 발표평가에 활용할 기준표(rubrics)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평가기준표는 생성 AI를 활용하면 쉽게 만들 수 있다. 과제명·과제목표·과제내용과 길러주고자 하는 역량, 평가대상 학생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기대에 부합하는 평가기준표를 얻을 수 있다. 생성 AI가 제시한 평가기준표를 수정·보완하여 학생들에게 미리 제공하면 학생들이 발표 준비를 할 때 보탬이 될 것이다. 아울러 원하는 역량도 기르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보고서에 포함된 지식과 인용 구절에 대해서는 반드시 출처만이 아니라 이 자료를 어떻게 찾았는지까지 밝히게 하면, 스스로 자료를 찾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학생들을 괴롭히기 위함이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관련 자료를 찾아 읽으면서 깊이 있는 지식을 쌓아가고, 생각의 폭과 깊이를 더하게 하고자 함임을 강조해서 이야기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보고서를 평가할 때도 그러한 역량을 보이는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국어·영어 혹은 사회시간에 특정 주제에 대한 글쓰기 과제를 부과하고자 한다면, 교사가 먼저 다양한 방식으로 생성 AI를 통해 답을 구한 후, 학생들이 제시한 과제와의 유사도를 검토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AI에게 보고서 작성을 시키면서도 이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판단될 때는 일차적으로 ‘ZeroGPT’, ‘GPT 킬러’ 등을 활용해 기본 검사를 해볼 수도 있다. 만일 활용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 학생과의 상담을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감점할 것임을 사전에 공지하는 것도 방안이다. 맺는말 학습이란 인간이 자신의 뇌를 활용하여 사유한 결과물이다. 과제 수행 시 AI에 너무 의존하면 학생의 뇌가 아니라 AI만 발달할 것이다. 학생들로 하여금 공부의 궁극적인 목적 그리고 해당 과제 수행의 목적을 명확히 깨닫도록 하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야 한다. 수업시간에 기회가 될 때마다 학생이 자신의 뇌를 활용한 독창적인 작업을 해야만 자신의 아이디어와 기술 개발에 도움이 됨을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또한 공부하고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정직과 독창적인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학문적 정직성 유지 문화를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과제 수행에 어려움을 겪을 때 생성 AI가 아니라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도록 격려할 필요도 있다. 때로는 불시에 생성 AI를 활용하지 못하는 교실상황에서 직접 주어진 주제에 대한 글쓰기를 하게 할 것임을 미리 알려주고 시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리하면 생성 AI에 의존하여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결국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학교와 교사가 이상의 제반 노력을 기울여야만, 생성 AI가 학생 교육과 학생들의 학습 자세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경상북도 경산시 백천동 백자산 자락에 위치한 문명고등학교는 학문적 성취와 인성의 조화를 지향하는 사립학교이다. 다양한 교과활동 및 풍부한 비교과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돕는다. 아울러 다양한 인문·과학·예술·체육 프로그램을 갖추고 체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학교다. 문명고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하이컨셉 콘서트’는 학생들의 연구와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공유하는 자리로, 학년을 넘어 다양한 주제에 대한 열정적인 토론과 협업이 이루어지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선생님과 함께하는 다양한 사제동행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진로탐색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의미 있는 배움의 장으로 발전하고 있어 지역 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올해 처음 선·후배 멘토링 도입 … 큰 인기 하이컨셉 콘서트는 창의융합 인재양성을 위한 3학년 자율교육과정의 일환으로 매년 열리는 행사다. 올해 행사에서는 3학년 학생들이 3년 동안 연구하고 실험한 성과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주목을 끈 것은 하이컨셉 콘서트 이후에 진행된 선·후배 멘토링. 3학년 학생들은 1·2학년 후배들에게 발표 내용을 공유하고, 후배들은 원하는 주제를 선택해 선배들에게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멘토로 참여한 3학년 조성재 학생은 “연구내용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질의응답을 통해 많은 조언을 줄 수 있어서 좋았다”며, “특히 1학년 때 탐구주제 설정에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이 있어 책임감을 가지고 행사에 임했다”고 말했다. 박재욱 학생은 “하이컨셉 활동을 통해 1·2학년이 얻어갈 수 있는 것이 상당히 많다”며, “관심 있는 분야의 연구발표를 보며 본인이 하고 싶은 연구주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정민 학생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결과를 후배들과 공유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고, 나에게도 큰 자신감을 주었다”며 “멘토링을 통해 후배들에게 영감과 도움을 줄 수 있어 정말 뿌듯하고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제4회 하이컨셉 콘서트와 멘토링 활동은 학생들에게 깊이 있는 학습과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학교 측은 이러한 행사를 통해 학생들이 창의성과 학문적 성취를 동시에 키워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드림 사이언스 캠프’ 만족도 최고 하이컨셉 콘서트와 함께 학생들의 인기를 끄는 것이 ‘드림 사이언스 캠프’다. 1·2학년 학생들이 생명과학과 화학실험을 교내 과학실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캠프 첫날, 현미경 사용법을 배우고, 직접 현미경으로 양파 표피세포 등 다양한 세포분열 과정을 관찰했다. 학생들은 간기-전기-중기-후기-말기에 걸친 세포분열을 눈으로 확인하며, 어려운 개념을 차근차근 이해해 나갔다. 캠프에 참여한 2학년 김민수 학생은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직접 관찰하니 훨씬 쉽게 느껴졌다”고 했고, 같은 학년 이한솔 학생은 “교과서에서만 보던 장면을 현미경으로 보니 신기했다”며 “중기 때 염색체가 모이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둘째 날에는 경북대 화학교육과 학생들이 학생 교사로 참여한 화학실험이 진행됐다. 1학년은 아스피린 합성, 2학년은 카페인 추출 실험을 진행했으며, 6명씩 팀을 이루어 실험을 수행했다. 캠프를 기획한 정정환 교사는 “방학 중 학생들의 생명과학 및 화학실험에 대한 요구가 많았지만, 학기 중에는 제한이 많아 이번 캠프를 기획했다”며 “앞으로 물리·지구과학뿐만 아니라 미생물 실험과 같은 전문적인 프로그램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 하는 ‘시울림학교’ 문명고는 또 매년 사제동행 문화탐방 행사를 진행한다. 올해는 도서부와 건축동아리 학생 약 22명이 대구 중구의 근대골목에서 역사와 문화를 탐방했다. 학생들은 2개의 팀으로 나누어 3·1만세운동길과 청라언덕·계산성당·경상감영공원 등을 돌아보고, 대구문학관·향촌문화관·한국전선문화관·대구근대역사관 등에서 근대 역사와 문학 작가들의 흔적을 탐구했다. 또한 북성로 기술예술융합소 ‘모루’, 독립서점 ‘더폴락’, 복합문화공간 ‘대화의 장’ 등을 방문해 문화와 예술·기술이 융합된 다양한 공간을 경험했다. 이경희 사서교사는 “도서부 북큐레이션을 위해 다양한 주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 것은 물론, 학생들에게 도서관이 복합문화공간임을 알리고자 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참여한 학생들은 대구 근대골목의 다양한 역사적·문화적 장소를 탐방하며 그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문학·예술·기술이 융합된 공간에서 창의적인 사고를 확장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2학년 이상협 학생은 “서점 탐방과 활동을 통해 책과 더욱 가까워지고 지역의 역사와 교훈을 얻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학생들의 따뜻한 마음, 어르신들과의 특별한 만남 사제동행 프로그램은 이뿐 아니다. 문명고는 지역 어르신들에게 생활필수품을 전달하는 뜻깊은 기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사제동행 기부 행사는 지난 3월 임준희 교장 취임식 때 받은 쌀을 뜻깊은 곳에 사용하고 학생들에게 헌신과 봉사정신을 가르치려는 학교장의 고민 끝에 만들어졌다. 학교 축제기간 동안 학부모에게 쌀을 판매해 모은 수익금으로 학생들과 함께 시장에서 생활필수품을 구입, 직접 포장해서 저소득 노인 가정에 전달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찾아가 말벗이 되어드리고, 생필품을 전달하는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봉사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교내 메디케어(의료) 봉사단은 최근에 지역의 복지관과 연계해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의료상담을 제공하는 의료봉사활동을 실시했다. 봉사활동에 앞서 학생들은 혈압과 혈당을 체크하는 법, 기본적인 응급처치방법 등을 배우며, 실제 현장에서 의료지식을 활용하는 경험을 쌓았다고 한다. 임준희 교장은 “학생들이 봉사와 기부를 통해 어려운 이웃의 삶을 이해하고, 현재 자신의 풍족한 삶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러한 경험이 앞으로 지속적인 봉사활동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 교장은 경북 안동 출신으로 안동고, 연세대 행정학과, 연세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89년 제33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펜실베이니아주립대로 유학해 교육행정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이후 30여 년 동안 주로 교육부에서 대학생 국가장학금 지원, 유치원·어린이집 누리과정비 지원 등 주요 국가정책을 담당했다. 대구·경남교육청 부교육감 등 요직을 거쳤다. 경북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이후 동양대 초빙교수로 활동하다 올해 문명고 교장으로 취임했다.
지난 호부터 학교에 대한 민원인의 정보공개청구가 있을 때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알아보고 있다. 지난 호에서는 「정보공개법」에 따른 ‘정보’는 공공기관이 직무상 작성 또는 취득하여 관리하고 있는 문서(전자문서 포함) 및 모든 형태의 매체 등에 기록된 사항이고, ‘공개’란 이렇게 만들어져있는 문서 등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사본을 제공하는 것을 말하기 때문에(「정보공개법」 제2조) 학교에서 보유하고 있지 않은 자료라면 ‘부존재’로 처리할 수 있음을 설명하였다. 이번 호에서는 민원인이 요청하는 자료가 학교에서 보유하는 정보라고 하더라도 ‘비공개 대상 정보’일 경우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비공개 대상 정보 민원인이 요청하는 자료가 학교에서 보유하는 정보라고 하더라도 「정보공개법」은 이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어렵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교육행정지원시스템인 나이스에서 공문을 기안할 때 표시하는 제1호~제8호 체크박스가 이에 근거하는 것으로, 사실 교원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일 중 하나이다.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에 따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는 정보 학교에서의 처리 예시와 방법 위와 같은 비공개 사유를 잘 익히고 있다고 하더라도 개별 청구에 대해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난감하다. 하나의 문서라고 할지라도 내부에 포함되는 정보가 다수 있으므로 여러 비공개 사유가 혼합되어 있을 수도 있고, 공개할 수 있는 부분과 비공개해야 하는 부분이 복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먼저 비공개 사유가 혼합되어 있는 경우에는 여러 비공개 사유 모두를 근거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 공개가 가능한 부분과 공개가 불가능한 부분이 혼합되어 있다면 분리하여 부분 공개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정보공개법」 제14조). 학교로 자주 청구되는 자료들과 그에 대한 예시를 살펴보도록 하자. 가. 학교의 각종 위원회와 관련된 회의록 학교에는 교육행정 관련 의사결정을 위한 다수의 위원회가 존재한다. 대표적으로는 학교운영위원회, 학교폭력 사안을 다루는 전담기구, 평가와 성적 등을 다루는 학업성적관리위원회가 있다. 학교의 위원회들은 법상 의무로 되어 있는 것들도 있지만, 내부규칙이나 필요에 따라 임의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런 위원회에서 위원들의 발언이 담긴 회의록에 대한 공개가 청구되는 경우 이를 공개해야 할지, 공개한다면 어디까지 해야 할지 고민될 것이다. 회의록의 특정 내용을 공개할지는 알 권리와 공개로 침해될 이익을 비교하여 결정해야 한다. 특히 회의록은 각 위원 개인의 이름과 발언내용이 기록되어 있어 회의록이 그대로 공개된다면 각 위원이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과 여러 시시비비에 휘말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결국 이 때문에 위원회의 공정한 업무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크게 방해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회의록에 기재된 내용에 따라 회의록 전체를 비공개할지, 혹은 개별 위원의 성명 부분만 비공개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다만 회의록 전체를 비공개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는데, 예를 들어 학교운영위원회와 같은 법정 위원회의 경우 회의록 작성과 공개가 의무사항이기 때문이다(「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59조의3) ● 위원회 회의록에 발언자명을 비공개하는 경우 [공개 내용] 개별 위원의 발언 내용을 포함한 ○○위원회 회의록(다만, 발언자의 성명은 제외) [비공개 내용 및 사유] 1. 비공개 내용: 회의록 내용 중 발언자의 성명 2. 비공개의 법적근거: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5호·제6호 3. 구체적 사유: 청구된 회의록에는 각 위원 개개인의 성명과 발언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회의록이 그대로 공개되면 위원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방해될 수 있으므로 비록 심의가 종료되었다고 하더라도 외부에 공개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위원들의 각 발언 부분이 확인되면 개인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습니다. 이에 비공개로 결정합니다. 나. 교원의 승진 등 절차에서의 다면평가 등 평정자료 교육공무원의 승진에 관해서는 「교육공무원법」과 그에 근거한 대통령령인 「교육공무원승진규정」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교육공무원승진규정」 제26조는 평정대상자의 요구가 있을 때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본인의 최종 근무성적평정점을 알려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최종 근무성적평정점에 이의가 있는 경우 더 구체적인 평정자료를 요구하는 일들이 종종 벌어진다. 이에 대해 법원은 교원에 대한 평가에는 교사의 자세, 품성, 동료와의 관계, 열정 등 평가자의 주관적 평가요소도 함께 포함되어 있는데 이를 공개할 경우 교장·교감 및 다면평가위원들은 근무성적평정 및 다면평가평정을 함에 있어 불필요한 부담이나 부당한 심리적 압박을 받아 합리적이고 자유로운 평가를 할 수 없게 되어 평정제도의 근간을 뒤흔들게 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비공개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하였다(수원지방법원 2010.6.23. 선고 2009구합12656 판결 참조). 다. 교직원의 인적사항 제6호에 따른 성명·주민등록번호 등은 비공개 대상이지만, 공무원의 성명·직위는 공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별다른 고민 없이 공개로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공무원의 성명·직위는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에 한정되므로, 학교에 소속된 모든 교원의 인적사항이 무분별하게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 학교에 소속된 교원의 성명과 담당 업무에 대한 비공개 1. 비공개 내용: 학교에 소속된 모든 교원의 성명과 담당 업무 2. 비공개의 법적근거: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6호 3. 구체적 사유: 공개의 대상이 되는 공무원의 성명과 직위는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을 말하므로, 특정한 업무를 처리한 공무원이 아닌 기관에 소속된 모든 공무원의 성명을 공개하는 것은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입니다. 이에 비공개로 결정합니다. 라. 학교폭력에 관한 자료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학교폭력과 관련한 자료를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하고, 그 범위에 대해서 관련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비롯하여 외부로 누설될 경우 논란을 일으킬 우려가 있음이 명백한 사항을 포함하고 있다(「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1조, 같은 법 시행령 제33조). 따라서 정보 제공을 요청한 사람이 관련 학생이거나 그 보호자라고 할지라도 해당 학생과 보호자가 직접 작성한 확인서(진술서)를 제외한 상대방 학생이나 목격학생과 관련된 자료는 비공개할 수 있다. ● 학교폭력에 관한 자료 [공개 내용] - 청구인의 자녀가 작성한 학생확인서 - 청구인이 작성한 보호자확인서 [비공개 내용 및 사유] 1. 비공개 내용: 위 공개 내용을 제외한 나머지 학교폭력과 관련된 자료 2. 비공개의 법적근거: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1호·제6호,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1조, 같은 법 시행령 제33조 제1호·제2호·제3호 3. 구체적 사유: 학교폭력 관련 법령에서 관련 자료에 대한 비밀누설금지 의무가 있어 공개할 수 없습니다. 또한 상대방 학생 등 다른 학생들의 진술을 공개하는 것은 그들의 사생활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입니다. 이에 비공개로 결정합니다. 마. 학생 상담기록 학생에 대한 상담기록을 제3자가 청구한 것이라면 제6호를 근거로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상담의 대상이 된 학생의 보호자가 청구하는 때에는 난감함이 있다. 상담 내용 중 보호자의 아동학대나 가정폭력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다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나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비밀엄수 등의 의무가 있어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비공개의 근거가 마땅하지 않다. 상담사의 윤리에 따라 내담자에 대한 비밀보장 의무가 있으나, 이는 법령에 근거한 것은 아니어서 제1호를 근거로 하기는 어렵다. 학생에 대한 상담은 학교생활기록부의 기초자료가 될 가능성이 있고, 내담자의 진술 외에도 상담자의 평가가 들어가는 부분이 있다. 제5호에 따른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비공개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만 하다. 결국 상담기록에 얼마나 예민한 부분이 포함되는지에 따라 공개에 대한 고심이 필요하다. ● 학생 상담기록 [비공개 내용 및 사유] 1. 비공개 내용: 청구인의 자녀에 대한 Wee클래스 상담기록 2. 비공개의 법적근거: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5호·제6호 3. 구체적 사유: 학생 상담기록은 학교생활기록부의 기초가 되거나 상담자 개인의 학생에 대한 평가와 판단이 기재되어 있어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발생시킬 수 있고, 상담자 개인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습니다. 이에 비공개로 결정합니다. 바. 학교의 외부업체 계약과 관련된 자료 학교에서 진행하는 공사·급식업체 등 외부업체 계약 관련 과정에서 선정되지 못한 경쟁업체가 선정된 업체와 관련된 정보를 요청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또 학교와 거래하는 업체와 채무 관계에 있는 사람이 관련된 정보를 요구하기도 한다. 제5호나 제7호를 검토해 비공개할 수 있다. ● 학교의 외부업체 계약과 관련된 자료 [비공개 내용 및 사유] 1. 비공개 내용: 학교와 계약한 ○○업체가 사용하는 금융기관과 계좌번호 2. 비공개의 법적근거: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7호 3. 구체적 사유: ○○업체가 사용하는 금융기관과 계좌번호는 해당 업체의 영업상 비밀과 관련된 것으로, 공개될 경우 법인의 영업상 지위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에 해당합니다. 이에 비공개로 결정합니다.
호봉재획정이나 호봉획정 업무가 타 기관으로 이관되는 과정 등에 기존에 획정된 호봉이 잘못된 것이 확인된 경우 호봉정정을 하게 됩니다. 호봉정정은 호봉재획정과 달리 잘못된 호봉발령일자로 소급해 정정하면서 해당 기간 동안 과다 또는 과소 지급된 급여에 대해 환수되거나 돌려받게 됩니다. 심지어 퇴직 시점에 이르러 호봉정정이 이뤄지는 경우에는 환수 금액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본인의 호봉이 제대로 획정됐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호봉획정 시에 제출했던 경력증명서 등 관련 자료는 추후 정정 사유 발생 시 증빙에 필요할 수 있으니 보존해 두는 것을 권합니다. 호봉정정 근거 및 지침 1. 「공무원보수규정」 제18조(호봉의 정정) ① 호봉의 획정 또는 승급이 잘못된 경우에는 그 잘못된 호봉발령일로 소급하여 호봉을 정정한다. ② 제1항에 따른 호봉의 정정은 해당 공무원의 현재 호봉획정 및 승급시행권자가 하며, 필요하면 종전의 호봉획정 및 승급시행권자에게 호봉정정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 2. 공무원보수 등의 업무지침(인사혁신처 예규) ① 현재 호봉획정 또는 승급시행권자가 시행하되, 호봉정정의 사유 및 근거를 명확히 하고 이를 호봉승급대장에 준하여 관리하여야 한다. ② 당초의 잘못된 호봉발령일자로 소급하여 정정한다. ③ 호봉정정에 따른 급여정산도 호봉발령일자로 소급하여 정산한다. ④ 호봉정정에 따른 보수는 보수지급일 현재의 소속기관에서 정산한다. ※ 필요시 종전의 호봉획정 및 승급시행권자에게 호봉정정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 호봉정정과 호봉재획정의 차이 호봉정정의 효력은 호봉의 획정이나 승급이 잘못된 호봉발령일자로 소급해 잘못 지급된 전(全) 기간의 급여에 대한 차액을 정산하게 됩니다. 반면 호봉재획정은 새로운 경력을 합산하거나 적용되는 호봉획정 방법이 변경되는 경우 등에 호봉재획정일 이후부터 새로운 호봉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게 됩니다. 봉급의 과소 또는 과다 지급된 경우 처리 1. 과소 지급된 경우 호봉정정 발령일로부터 향후 3년 이내에 행사하지 않으면 봉급의 청구권 소멸(「민법」 제163조, 급료의 단기소멸시효) 2. 과다 지급된 경우 국가가 개인에게 보수 반환을 청구하며, 소멸시효는 호봉정정 발령일로부터 5년 이내(「국가재정법」 제96조) 예시 _ 2000.3.1.부터 호봉획정이 잘못돼 이를 2024.6.1.자로 호봉정정한 경우 (1) 급여가 과소 지급된 경우: 개인이 국가에 대해 2027.5.31.까지 보수지급 청구 가능 (2) 급여가 과다 지급된 경우: 국가가 개인에게 2029.5.31.까지 반환 청구 가능 호봉정정 QA Q. 초임 호봉획정 시에 제출하지 못한 경력증명서를 추후에 제출하였을 경우에는 호봉정정으로 처리할 수 없나요? A. 초임 호봉획정 시 반영되지 않았던 경력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나중에 제출하는 경우는 「공무원보수규정」 제9조(호봉의 재획정)의 ‘새로운 경력을 합산하여야 할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해당 자료를 제출해 경력합산을 신청한 날이 속하는 달의 다음 달 1일에 호봉재획정을 하게 되고, 그 이후부터 새로운 호봉에 맞춰 급여를 지급하게 됩니다. Q. 2월에 정교사 1급 자격증을 발급받았습니다. 학교가 공문을 통해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3월 1일 자로 호봉재획정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반영되지 않아 3월 중순에야 호봉재획정 서류를 제출해 4월 1일 자로 호봉재획정이 됐습니다. 3월 1일 자로 호봉정정을 할 수 없는지요? A. 「공무원보수규정」, 「공무원보수 등의 업무지침」에 새로운 경력을 합산하는 경우에 경력합산을 신청한 날이 속하는 달의 다음 달 1일에 호봉이 재획정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이에 대해 소속기관의 호봉재획정 신청 안내 의무가 있다고 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에 따라 법령에 대해 알지 못했다거나 학교의 안내가 미흡했다는 이유만으로 호봉재획정을 위한 경력 합산 신청의 책임이 면제되거나 호봉정정의 사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호봉정정은 불가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Q. 4월 1일 자 정기승급 대상자를 사무 착오로 7월 1일자로 정기승급 발령하였을 경우에 어떻게 처리되나요? A. 호봉획정 또는 승급이 잘못된 때에는 그 잘못된 호봉발령일자로 소급해 호봉을 정정합니다. 따라서 4월 1일자로 소급해 호봉정정을 하고 3개월 동안의 보수차액에 대해 지급해야 합니다.
정부가 의과대학 학생들이 이번 학년도 미 복귀 학생에 대해 2025학년도 시작에 맞춰 복귀하는 것을 전제로 제한적 휴학 승인 대책을 마련했다. 교육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안)'을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 2월부터 지속된 의대 학생들의 대규모 휴학 신청, 수업 거부 등의 대안으로 마련됐다. 정부와 대학의 탄력적 학사 운영 조치에도 의대 학생의 수업 복귀는 여전히 저조한 상황이다. 대학 현장에서는 동맹휴학 불허에 대한 공감대를 유지하면서도, 집단 유급 가능성 등 학생들의 불이익을 우려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청하고 있다. 우선 교육부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목적으로 진행된 집단 동맹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아니므로 앞으로도 허가되지 않도록 관리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런 원칙하에 대학으로 하여금 이번 학년도 내에 학생들이 복귀할 수 있도록 개별 상담을 통해 설득한 뒤 미 복귀 시 휴학 의사 및 휴학 사유를 확인하고 2025학년도 시작에 맞춰 복귀하는 것을 전제로 동맹휴학이 아닌 휴학을 승인하기로 했다. 대학은 2024년도 휴학 승인 시 2024학년도 및 2025학년도 교육과정 운영 계획을 수립해 교육부로 제출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2024학년도에는 정상 이수 학생 및 복귀학생에 대해 학습권이 최대한 보호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하도록 하고, 휴학생이라 하더라도 2025학년도 복귀 연착륙 및 의료 역량 강화를 지원할 수 있도록 특별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대학별 정원 증원, 복학 규모, 교육 여건 등을 고려해 교육과정을 운영하되 2025학년도 신입생 대상 수강신청 및 분반 우선권 부여, 집단행동 강요행위 등으로부터의 보호 조치 등 별도 방안 마련, 2024년 정상 이수 학생 및 2학기 복귀 학생 등 학습권 보호 대책 마련 등도 지원한다. 대학 본부와 의대가 협력해 고충 상담, 기출문제 및 학습지원자료(속칭 ‘족보’)를 공유하고 지원하는 (가칭)의대교육지원센터도 마련할 수 있다. 교육부는 국가가 인력수급상 인재 양성 규모를 정하는 의료인 양성 관련 모집단위의 경우, 대학이 교육의 질과 여건 등을 고려해 휴학과 복학 규모를 관리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법 시행령 및 학칙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학기(학년도)별 교육여건, 탄력적 교육과정 운영, 대학 전체의 인적․물적 자원 활용 등을 고려한 ‘정원을 초과해 최대한 교육할 수 있는 학생 수’를 학칙에 반영하고, 해당 학생 수를 초과해 학사가 운영되지 않도록 관리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2개 학기를 초과해서 연속적으로 휴학하는 것을 제한하는 규정을 학칙에 추가해 의료인력의 예측 가능성 및 안정성을 제고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단, 교육을 받기 어려운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총장의 허가를 받아 휴학 연장 또는 추가 휴학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보완 규정을 마련할 수 있다. 또한 대학 현장과의 협력을 통해 원활한 의료인력 양성 및 수급을 위한 교육과정 단축 및 탄력 운영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통해 의사 국가시험 및 전공의 선발 시기 유연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생은 “마지막까지 학생 복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정부와 대학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각 대학은 동맹 휴학이 아닌 개인적 사유가 있음을 확인해 휴학을 승인하는 경우에도 복학 이후의 학사 운영을 사전에 준비하여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 인력을 양성하는 의과대학의 특수성을 고려해 학생들은 의과대학 정상화를 간절히 희망하는 환자들과 모든 국민을 생각해 책임 있는 결정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2022년 12월, 당시 교총은 교육부 장관과의 첫 단독면담 자리에서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절절히 쏟아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행정업무로 교원의 본질적 교육활동이 침해된다는 것이었다. 장관은 그 자리에서 교육부가 준비하던 교원 행정업무경감종합대책을 즉시 백지화하고, 교총과 원점에서 다시 만들 것을 주문했다. 이후 교총 교육정책연구소는 비본질적 행정업무의 이관 및 폐지를 위한 연구에 돌입했다. 동시에 전국 교원을 대상으로 5차에 걸친 조사를 통해 이관·폐지·경감·효율화해야 할 행정업무과제를 집대성했다. 교총은 지난해 12월 교육부와의 교섭 제1조를 비본질적 행정업무 이관으로 합의하면서 교육부에 행정업무이관·폐지 종합방안을 공식 전달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5월 교육부는 ‘학교 행정업무 경감 및 효율화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엔 비본질적 행정업무 중 학교 내에 반드시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행정업무는 학교 밖으로 보내는 학교지원전담기구의 법제화 및 예산 지원 계획이 담겼다. 이후 학교채용인력에 대한 범죄경력 조회업무 이관 및 관련 법률 발의 등 종합방안 속 과제들이 하나씩 이뤄지고 있다. 특히 교육부가 9월에 발표한 ‘교육지원청 제도 개선 방안’에 들어있는 학교지원전담기구 관련 내용은 그동안 들어오기만 하고 나가지 않던 학교내 비본질적 행정업무들에 대한 출구가 법적 근거를 갖고 제도화된다는 점에서 교원 행정업무 이관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다. 법적 근거로업무경감 전환점 맞아 교육청의 적극적 의지로 이어져야 기존에 교육청(지원청) 단위에서 운영됐던 학교지원센터 등은 법적 근거가 없었고, 이 기관들은 교육감 관심과 정책적 의지에 따라 격차가 매우 컸다. 특히 학교 업무가 다양하고 관내 학교 업무를 하나씩만 이관받아도 업무 폭증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인력이 충분하지 못해 교육청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던 학교지원센터는 모두가 피하는 부서가 됐다. 이에 교총은 교육부와 동 제도를 설계할 당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가동할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 투입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를 반드시 담보할 것을 강력히 주문한 바 있다. 이는 학교지원전담기구라는 공식적 제도의 법제화 계획과 함께 인건비와 특별교부금을 증액 편성해 시·도교육청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는 부분으로 실현됐다. 이제 중앙부처의 몫인 법제화와 예산 지원의 틀은 갖춰졌다. 남은 것은 교육청의 제도 운영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다. 교육부가 학교 행정업무 경감 종합 계획 발표 시 시·도교육청 요구에 따라 예산을 최대한 지원하기로 약속한 만큼, 교육청은 전담기구에 필요한 인력을 최대한 배치하고 예산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또 학교에서 이관됐거나 앞으로 이관이 예상되는 업무의 증가로 인해 전담기구 내 인력에 과중한 부담이 발생하고, 전담기구 배치를 피하는 실정을 감안해야 한다. 이를 위해 충분한 인센티브 제도 마련 등 전담기구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출구 없는 학교행정업무로 고통받는 것은 비단 교사만이 아니다. 공무직과 행정실 모두 이미 맡은 바 업무를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힘겹다. 여기에 계속 더해지는 업무로 고통받아왔으며, 이는 학교 내 업무분장에 대한 갈등으로 이어졌다. 학교지원전담기구가 그 명칭처럼 온전한 역할을 다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학교가 행정업무 처리기관이 아닌 가르침과 배움의 본질이 살아있는 곳으로 되살아나길 기대한다.
배우기 쉽고, 글자 원리는 매우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우리글 한글이 578돌을 맞았다. 한글로 공부하는 아이들을 만난 지 30년이다. 8년 6개월의 재외한국학교 시절엔 현지인들과 한글학교, 한국어학당에서 아이들과 함께 공부한 소중한 경험이 있다. 습득력이 빨랐던 조선족 아이들 처음엔 중국 천진과 소주의 재외한국학교에서 만났다. 주중엔 교민 자녀들과 한국 교육과정을 공부하고, 주말엔 한글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한글학교 문턱을 드나드는 아이들은 한국인으로 정체성을 지니기 위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려고 온다. 이들과 배우는 한글학교 교육과정은 한국어 중심이다. 우리 글에 대한 애착도 깊고, 우리 글로 된 독서도 아주 많이 한다. 때론 이들의 글쓰기 실력도 아주 좋다. 부모를 따라 한국으로 귀국할 가능성이 높아 우리 말과 글은 필수 중의 필수다. 중국 현지 아이가 한국어를 배우려는 경향은 아주 드물었다. 한국어를 공부하러 오는 아이일 경우는 조선족이다. 조선족은 글을 읽고 쓸 줄을 모르기에 공부하러 온다. 가정에서 부모가 한국어 말을 쓰기에 금방 한글 배움에 익숙해진다. 조선족 아이들이 한글학교에 오면 아주 반갑다. 이 아이들은 중국인이라는 정체성이 더 짙지만, 우리 말과 글에 관심이 깊다는 것만으로도 느슨한 유대감이 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도 2년간 생활했다. 하노이로 밀려드는 한국인을 수용할 한국국제학교는 포화상태였다. 국제학교와 로컬로 간 아이들은 주말이면 한글학교로 몰려왔다. 2018년 하노이 주말 한글학교는 학년별 다섯 반이 넘쳤다. 그렇게 한글학교에서는 한글을 공부하고자 하는 열의가 가득했다. 한국국제학교 내에 마련된 한글학당에는 기초반에서 심화반까지 한글을 배우려는 베트남인으로 넘쳤다. 그들이 한국어학당으로 몰려오면 운동장은 베트남 젊은이들이 타고 온 오토바이로 넘실거렸다. 베트남인들이 가장 큰 열정을 보여줄 때는 한국어능력 시험날이다. 취업, 결혼 등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이 시험에 모든 열정을 쏟아붓는다. 그들이 시험을 무사히 마치도록 온 학교 직원이 동원돼 오전 오후에 시험을 치른다. 주경야독 모습에 감동하기도 한국어학당에서는 아이 아빠는 복도에서 아이를 업고 있고, 엄마는 교실 안에서 공부하는 감동적인 상황도 볼 수 있었다. 일주일에 두어 번 와서 한국인에게 직접 배우는 한국어는 그들에게 참으로 귀한 주경야독의 시간이다. 이처럼 베트남인들은 한국어 실력을 높이기 위해서 열정을 쏟는다. 하노이에 있는 지인 이야기로는 아직도 한글 배우기 열정이 거침없다고 한다. 실제 베트남인들은 몇 주 배우고 나면 제법 우리 말을 잘 알아듣고, 쓰기도 한다. 소중한 우리 한글, 외국인들이 취업의 시장을 넘어서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 소중한 수단으로 세계 곳곳으로 널리 퍼지길 바란다. 또한 한글을 접한 그들의 유창성이 날마다 좋아지길 간절히 바란다.
교육부가 지난달 27일 ‘교육지원청 학교 현장 지원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 중 반가운 내용은 바로 교육지원청 설치·폐지 권한을 시·도교육청으로 이양한다는 것이다. 지역 상황에 맞는 맞춤 교육 요구돼 현장 수요 밀착 지원을 위해 교육지원청의 관할구역과 명칭·위치 등을 교육청 조례로 정하고, 교육감이 지방의회 및 주민, 학부모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교육지원청의 설치·폐지·통합·분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인구·학생 수에 비례해 과·센터 수 등을 제한해 온 교육지원청 기구 설치 기준도 폐지한다. 이번 발표로 인해 학생 개인별 맞춤 교육을 할 수 있도록 1개 시·군별로 1개 교육지원청을 설치해야 한다는 각 지역 주민의 바람이 드디어 현실로 다가왔다. 이는 각 지역별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학생을 대상으로 더 좋은 교육활동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통합 시·군으로 운영되고 있는 6개 교육지원청 분리에 대한 요구가 계속돼 왔다. 교육자치가 시작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도내 31개 시·군의 현실이 다름에도 통합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은 지역교육 협력을 통한 특색있는 교육과정 운영에 어려움을 초래해 왔다. 이러한 통합 운영은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맞춤형 교육 서비스 제공에 한계를 두었으며, 신도시 개발에 따른 교육 서비스 수요 충족 및 교육의 질과 형평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다행히 이번 계획으로2020년부터 통합교육지원청 미분리에 따른 대책으로 설치 운영 중인 교육지원센터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양질의 교육 행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통합교육지원청 분리는 시·도교육청이 강조하고 있는 ‘균형’의 원리를 실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기초학습 부진아 및 교육적으로 낙후된 지역에 대한 선제적 지원이 가능하고,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교육 격차 문제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그리고 유보통합·교육발전특구 등 지역 단위의 적극적이고 자율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과제에 탄력적으로 접근할 것이다. 교육 수요자들의 요구를 충족하고 지역교육의 특수성을 이해한 전문적인 지원을 통한 교육의 질 향상도 기대된다. 교육 격차 해소에도 효과적 이러한 변화는 지역 주민들의 기대와 필요에 부응하는 교육 행정으로 발전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교육정책에 대한 지역사회의 의견을 반영하고 소통을 강화해 학교와 지역이 함께 하는 교육자치를 통해 ‘자율’의 기조를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다. 학생들이 인성과 역량을 갖춘 미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미래교육 실현을 위한 변화에 깊은 환영을 표한다.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 우리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윤동주 시인의 시를 가르칠 때 ‘연민’ 뜻을 몰라서 작품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학생이 대다수였어요. 황진이 시조를 가르칠 땐, ‘기생’이 무슨 뜻이냐고 질문하는 학생도 많았죠." "수업하다가 ‘사건의 시발점이다’라고 했더니, 어떤 학생이 ‘왜 선생님이 욕을 하냐’고 하더군요." "‘2+3’처럼 간단한 수식으로 된 문제는 풀면서 ‘사과 2개와 바나나 3개를 모두 합하면 몇 개인가’와 같은 문장제 형태는 풀지 못하는 학생이 많습니다. 교과에 상관없이 문제의 문장이 길다고 느껴지면 읽는 걸 포기하거나 의미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도 늘고 있어요." 학교 현장에서 체감하는 학생 문해력의 현주소다. 글의 맥락과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단어를 몰라서 수업을 따라가기 버거운 학생이 많다는 게 교사들의 설명이다. 한국교총이 전국 초·중·고교 교원 5848명을 대상으로 학생 문해력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2%(5372명)가 ‘과거에 비해 학생들의 문해력이 저하됐다’고 답했다. 제 학년에 맞는 문해력을 갖추지 못한 학생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르치는 학생 10명 중 2~3명이 ‘해당 학년 수준 대비 문해력이 부족하다’고 답한 교원이 28.7%로 가장 많았다. 이어 10명 중 1~2명이라고 답한 교원은 26.7%였고, 3명 이상이라는 응답은 19.5%였다. 문해력의 토대가 되는 어휘력도 부족하다고 인식했다. 학생 10명 중 3명 이상이 ‘어려운 단어나 한자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응답한 교원이 34.4%였고, 10명 중 2~3명이라는 응답도 32.7%로 조사됐다. 요즘 학생들의 문해력이 저하된 주요한 원인(2개 선택)으로 ‘디지털매체 과사용’(36.5%)을 꼽았다. ‘독서 부족’(29.2%)이 뒤를 이었다. 교원들은 디지털매체 과사용과 독서 부족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봤다. 스마트폰으로 숏폼 등을 주로 소비하면서 교과서, 책 등 활자 매체를 거부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독서 부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설문에 참여한 한 교사는 "짧게 요약된 내용을 영상으로 접하는 게 익숙하다 보니, 글이 조금만 길어도 읽으려고 하지 않을뿐더러 주요 내용을 찾아내지도 못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3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청소년 10명 중 4명(40.1%)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학생들의 디지털매체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생들의 문해력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글이나 책을 읽고 이해하는 활동, 독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원들이 학생들의 문해력 개선 방안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2개 선택)은 ‘독서 활동 강화’(32.4%)였다. 또 ‘어휘교육 강화’(22.6%), ‘디지털매체 활용 습관 개선’(20.2%)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교총은 "문해력 저하는 학습 능력을 떨어드릴 뿐만 아니라 대인 관계와 향후 성인이 된 이후 사회생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전체 문맹률은 1~2%대로 매우 낮지만, 이것을 문해력이 높다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며 "학생 문해력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진단·분석부터 시작하고 디지털기기 과의존·과사용 문제를 해소할 법·제도 마련, 독서, 글쓰기 활동 등을 강화하는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생 문해력에 대한 교원 인식 조사’는 지난달 20일부터 26일까지 온라인(모바일 및 PC)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28%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