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48,037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청소년의 ‘입’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욕이 일상 언어가 아닌가, 착각하게 할 정도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최근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학생 대부분이 초등학교 저학년(22.1%)과 고학년(58.7%) 때 욕설을 배우거나 말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교총이 교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57%가 “학생들이 욕설·비속어·은어 사용하는 것을 거의 매일 보고 듣는다”고 답했다. 한국교총이 교육부, 경남교육청과 함께 건전한 청소년 언어문화 만들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학생 언어문화 개선 사업’이 그것. 이번 사업은 학교 현장·실천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게 특징이다. ‘전국 100개 바른말누리단’ 운영과 ‘언어 방어(가칭) 연구·개발’, ‘언어습관 자가진단 애플리케이션(app·이하 앱) 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우선 교총은 교육의 주체인 학생과 교사가 주도해 언어순화 활동에 나서는 ‘전국 100개 바른말누리단’을 선정, 발표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100개 팀에서는 언어폭력 근절을 위한 교내 캠페인 활동, 학생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로 진행되는 프로젝트 활동 등이 펼쳐진다. 지도 교사를 대상으로 워크숍도 진행한다. 오는 29일 예정된 워크숍에서는 학교별 실정에 맞는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컨설팅 등도 진행된다. ‘언어 방어’는 유형별 언어폭력에 대응할 수 있는 실천법을 안내하는 자료다. 교총은 학교폭력 사건이 많이 발생하는 중학교 2학년생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 피해자용·방관자용 언어 대응법을 개발할 계획이다. 일상생활에 배어 있는 언어 습관을 스스로 진단하고 바로 잡을 수 있는 ‘언어습관 자가진단 앱’도 제작한다. 지난해 개발된 프로그램을 모바일 앱으로 구현해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 학부모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내년 1월쯤 선보일 예정이다. 이밖에도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공익광고 캠페인과 ‘나를 바꾼 한 마디 말’을 주제로 청소년 언어폭력 예방 웹툰 공모전 등 다양한 행사도 펼쳐진다. 한편 교총은 지난 2011년부터 4년째 학생 언어문화 개선 사업에 힘쓰고 있다. 관련 내용과 자료는 공식 홈페이지(kfta.korea.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정폭력 예방 교사연수가 10월 1일(수) 오후 4시30분부터 5시 20분까지 서령고(교장 김동민)진로실에서 있었다. 외부 전문 강사인 엄소일(서산가족상담지원센터) 씨를 초청, 가정폭력 예방 및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실시했다. 엄소일 강사는 가정폭력이란, 가정에서 일어나는 폭력을 대부분 가정폭력이라 정의한다며 물리적인 폭력은 물론이고 거친 말이나 욕설 등도 가정폭력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특히 가정폭력이 발생하면 그 피해는 공부하는 학생들이 가장 많이 받게 되며 그 마음의 상처는 평생을 가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뒷바라지는 부부가 금슬 좋게 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정폭력, 성폭력, 불량식품, 학교폭력을 4대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해서 반드시 근절시키자고 강조했다. 가정폭력 예방을 위한 열 가지 지침 1. 어떤 상황에서라도 폭력은 사용하지 맙시다. 2. 자녀들에게 매를 들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합시다. 3. 평소 폭력적인 말과 행동을 삼갑시다. 4. 남이 폭력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제지합시다. 5. 가족 간의 대화를 통해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도록 합시다. 6. 가까운 경찰서와 가정폭력 상담기관의 전화번호를 메모해 둡시다. 7. 심각한 폭력이 일어나는 위기상황인 경우 바로 경찰에 신고합시다. 8. 가정 내 폭력을 호소하는 가족이나 친구에게는 상담기관을 안내해 줍시다. 9. 경찰은 가정폭력 신고가 들어오면 즉각 출동합시다. 10. 의사나 간호사는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줍시다.
교과 과정·특별활동에 人性 접목 학부모용 교육 워크북 개발하고 지역 인프라 활용한 체험활동도 2일 오전 11시 서울동자초 5학년 3반 교실. 학생들이 색색의 종이에 얼굴을 묻고 무언가를 적느라 열심이다. 십여 분이 흐른 뒤, 이승연 양이 자리에서 일어나 발표를 시작했다. “오늘 아침에 반찬 투정을 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께 미안합니다. 또 학생회장으로서 친구들을 잘 이끌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합니다.” 이 양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일종의 ‘고해성사’였다. 이어 다른 학생들도 차례로 일어나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던 점을 이야기했다.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 박수로 힘을 북돋워주는 학생… 친구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황경화 담임교사는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하는 나·미·남·감 활동”이라면서 “평소 털어놓지 못했던 속마음을 친구들 앞에서 내보이면서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기른다”고 귀띔했다. 서울동자초는 인근에서 ‘인성교육 으뜸 학교’로 이름이 높다. 교과 수업부터 특별 활동까지 어느 하나 인성과 연결되지 않은 게 없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 됨됨이를 가르치는 일에 학교와 가정, 지역 사회가 힘을 모은 점이 눈길을 끈다. 이름 하여 ‘키움·채움·틔움의 동자다움 교육’이다. 지난해에는 학교 문화 개선 선도학교 운영을 통해 다양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인성교육 연구학교로 지정된 올해는 개발한 프로그램을 학교 현장에 적용, 운영 모델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최근 교육부는 이런 노력과 열정을 인정해 ‘인성교육 실천 우수학교’로 선정했다. 인성교육에 힘을 쏟은 건 이종숙 교장의 소신에서 비롯됐다. 이 교장은 “교육의 본질은 바른 인성을 길러 전인교육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맞벌이 가정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학교 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의존도도 그만큼 높아졌다고 볼 수 있지요. 인성교육도 그중 하나입니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학교에서 가장 관심을 갖고 지도해야 할 항목’으로 먼저 꼽은 게 바로 인성이었죠. ‘키움·채움·틔움의 동자다움 교육’은 학교·가정·지역 사회가 바른 인성을 키우고 채우고 틔운다는 뜻을 가집니다.” 학교에서는 인성 덕목을 접목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5학년 국어(읽기) 교과의 3단원 생각과 판단을 공부하면서 친구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감정에 대해 생각해보고 배려와 소통을 배우는 식이다. 김복실 교사는 “모든 학년의 교과 내용을 인성교육과 연계할 수 있는지 분석하고 수업에 적용했다”고 전했다. “수업 못지않게 생활 지도에도 공을 들였어요. ‘1학급 1인성 브랜드’, ‘명상 훈화’가 대표적이죠. 1학급 1인성 브랜드는 학급별 인성 덕목을 정해 실천하는 활동이에요. 학급 회의를 거쳐 결정되는 내용인 만큼 학생들이 책임감을 갖고 행동한다는 장점이 있죠. 명상 훈화는 교사들이 일주일에 한 번, 명사 인터뷰, 동화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인성 덕목 이야기를 들려주는 프로그램이랍니다.” 가족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특별활동도 있다. 학교 텃밭을 분양받아 온 가족이 함께 기르고 ‘수확 축제’도 여는 ‘토요 행복키움교실’, 학부모와 학생이 댄스, 종이접기, NIE, 감정코칭 등 활동을 하면서 소통하는 ‘토요 행복교실’이 바로 그것이다. 김 교사는 “토요 교실이 열리는 날이면, 학교 전체가 가족들의 웃음소리로 가득찬다”고 했다. 가정에서도 인성교육은 계속된다. 서울동자초는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막막한 학부모를 위해 ‘동자다움 가족사랑 워크북’을 제작해 배부했다. 워크북은 교육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완성했다. 크게 ‘가족의 인생 헌장 만들기’ ‘사랑의 편지 주고받기’ ‘나·미·남·감 노트 쓰기’ ‘자녀사랑 스킨십 나누기’ 등으로 구성됐다. 워크북에서 설명하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누구나 인성교육을 실천할 수 있다. 서울동자초의 인성교육이 특별한 건 지역 사회 인프라를 활용한 체험활동을 운영한 점이다. 한 학기에 10번 이상 교육이 진행될 정도로 활발하다. 그동안 월드비전·굿네이버스와 연계한 나눔 교육, 우리역사바로알기 시민연대가 진행하는 나라사랑 특강, 광진 아이윌센터의 올바른 인터넷 사용 교육 등이 진행됐다. 이종숙 교장은 “인성교육 프로그램 운영 노하우와 활동 자료를 학교 홈페이지에 탑재해 공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경기도 화성시 마도면의 작은 시골학교인 청원초등학교는 [Artience! 들꽃어울림 활동을 통한 생명존중 의식의 함양]이라는 주제로 경기도교육청 지정 주제체험학습장을 작년에 이어 2년째 운영하고 있다. 청원초등학교에는 평소 눈여겨 보지 않았던 아기자기한 들꽃부터 진귀한 야생화까지 풀꽃들이 보존되고 있다. 그러한 아름다운 환경을 바탕으로 하는들꽃 체험 학습장에서는 학생과 일반인이 교내의 들꽃을 활용하여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학교 체험학습 프로그램 중에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꽃누르미 활동이다. 꽃 누르미 활동에서 학생들은 학교에서 채취한 들꽃을 활용하여 생활용품과 예술작품을 제작하는데, 이를 통해 자연의 꽃을 자세히 관찰 할 수 있으며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고, 우리 생활과 꽃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어 학생들과 지역사회 학부모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외에도 들꽃 체험학습장에서는 우리나라 꽃들에 대한 기본 지식을 알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들꽃들의 이름을 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화성 청원초 체험학습장에는 이 들꽃들을 체험하기 위해 작년에는 경기도 관내 초중등학교에서 약 1000명 이상이 방문하였다. 청원초가 들꽃 체험 학습장을 운영하는 것은 아티언스교육의 일환이다. 아티언스(Artience)라는 용어는 예술(Art)과 과학(Science)의 합성어이고 과학과 예술을 융합하여 창의성 및 예술적 소양 능력을 기르기 위한 교육의 지표로서 최근에 교육현장에서 크게 이슈화 되고 있다.청원초에서는 이 아티언스를 들꽃에 적용하여 각각 따로 떨어져 있던 과학과 예술 과목이 ‘들꽃’이라는 대 주제 아래에서 한데 어울려 학습 될 수 있도록 하였다. 청원초를 방문하는 학생은 들꽃을 관찰, 탐구하여 과학적 지식과 태도를 함양하고 나아가 꽃누르미 활동을 통해 예술적 표현능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체험 만족도 조사 결과 학생, 학부모, 교사들에게 모두 높은 만족감을 얻고 있다. 또한 들꽃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생명의 소중함을 인식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청원초의 주제체험학습장은 다른 체험학습장과는 다른 차별성이 있다. 그것은 바로 체험 학습이 단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닌, 캠핑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캠핑체험학습장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가족 관계 회복과 자녀 교육의 일환으로 열풍이 불고 있는 오토캠핑활동을 주말에 학교 시설을 개방하여 캠핑장으로 탈바꿈시켜 운영하였으며 가족이 함께하는 프로그램과 제공하여 학교가 학생만의 학습 공간이 아닌, 가족의 여가 공간으로 변신을 시도한 것이다. 캠핑체험학습에 참여했던 수원태장초등학교 최민수 학생은 “가족들과 캠핑을 자주 가는 데 가면 텐트치고 요리해먹고 밖에서 놀 수 있는 것도 좋지만 여기에 와서 꽃을 이용해 재미있는 활동을 하고 가방걸이 같은 것을 직접 만드는 활동을 해서 더 좋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학교 시설을 적극 개방하여 다양한 체험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 일조했던 청원초등학교 구영회 교장은 “본교의 다양한 체험학습 활동을 통해 학생들에게 작은 꽃들의 소중함을 알게 하고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있어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인성 및 감성을 함양하는 데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 것 같아 교육자로서 매우 뿌듯하고 자랑스럽다”라고 말 하였다.캠핑체험학습장 운영활동은 참여했던 많은 가족들에게 가족에 대한 사랑과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하였다. 들꽃을 이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교육가족들에게 질 높은 체험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청원초등학교의 체험학습장은 분명 이전과는 다른 체험학습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으며 작은 시골 학교의 이러한 움직임이 체험학습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며 나아가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에게 꿈과 감성을 심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자유학기제, 학교폭력 예방, 진로특강 실시- 순천동산여중은 29일 2014학년도 2학기 교육과정 설명회 및 진로특강을 개최했다. 이번 연찬회는 자유학기제에 대한 학부모의 이해를 돕고, 학사력에 따른 학교교육과정 운영에 학부모 의견을반영하기 위하여 마련한 것이다. 또한 원도심 지역의 급격한 학생수 감소에 따른 교육력 약화 문제를 극복하고 학교교육의 발전을 위하여 학부모의 적극적 참여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개최한 것이다. 필자는인삿말을 통해 학교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학교란 옛부터 배움의 전당이지만 '지역사회의 꽃'으로 학생들의 실력 향상을 중심축으로 인성교육, 건강교육을 통하여 학생들이 행복한 삶을 살아갈 기초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학교교육의 중요한 네 기둥은 교사와 학생, 시를 포함한 정부의 지원과 학부모의 동행이 조화를 이룰 때 교육력은 살아날 수 있다. 한편 학생들의 생활 상태를 관심있게 살펴보고, 차량으로 등교를 할 때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하여 학교 정문 앞에서 50미터 정도 거리 이상 떨어진 곳에서 하차할 수 있도록 간곡히 부탁하였다. 어서 초빙 강사로 순천교육지원청 소속 박행심 선생님의 자유학기제의 필요성과 미래교육을 연계한 진로지도 특강이 이어졌다. 이어서 강관원 3학년 부장의 3학년생 진학지도를 위한 안내 및 학교폭력 예방 안내가 있었다. 이번 연수에 참여한 1학년 김민경 학부모는 “ 우리 아이가 학교생활을 즐겁게 하고 있으며, 오늘 설명회에 참여함으로 학교에 대한 신뢰가 한층 높아졌다.”고 참가 소감을 밝혔다. 지금까지 학부모의 학교교육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가 낮고 맞벌이 하는 부모가 많아 다수가 참여하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기에,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오후 6시 반시에 시작함으로 생계유지로 인하여 참여가 어려웠던 아버지가 모습을 나타내는 등 참여 열기가 높았다.
⑤마을 죽이는 학교 통폐합 2002년 폐교된 경기 연천의 백학초고랑포분교장. 학교가 문을 닫은 지 12년. 건물 곳곳에는 거미줄이 쳐졌고 아이들이 뛰어놀던 운동장은 무성한 잡초만이 남아 쓸쓸히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학교가 사라지자 사람들도 하나 둘 마을을 떠났다. 주민들은 뒤늦은 후회를 해보지만 이제 마을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기 어렵게 됐다. 학교 앞을 지날 때면 마을의 흉물로 남은 학교의 모습에 주민들의 가슴은 아프다. 연천군 장남면에 위치한 고랑포초는 1999년 10km 가량 떨어진 백학초에 흡수돼 분교장으로 운영되다가 2002년 완전히 폐교됐다. 학교는 현재 개인사업자가 임대해 청소년 수련시설로 사용하고 있으나 방문객이 거의 없어 사실상 방치된 상태다. 고랑포초는 장남면사무소를 비롯해 주민자치센터, 보건지소 등이 몰려 있는 마을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고랑포초 동문인 유모 씨는 “폐허로 남은 학교를 보면 화가 난다”고 했다. “깨끗하게 관리해 달라”는 민원을 넣어 봐도 개인 임대지에 어찌할 도리는 없었다. “그때 왜 반대를 안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후회스럽기만 해요. 학부모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학생 수가 많은 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싶었고, 마을 주민들은 학교가 없어진다 해도 크게 바뀔 게 없다고 생각했죠. 주민들의 반대가 없자 폐교는 일사천리로 진행되더라고요.” 현재 장남면에 거주 중인 초등학생은 15명 남짓이지만 이 구역에는 초등학교가 없는 까닭에 인근의 백학면 백학초와 노곡초, 적성면 마지초로 흩어져서 통학하고 있다. 스쿨버스가 다니고는 있지만 하루 통학 거리만 해도 20km가 족히 넘는다. 학부모 김모 씨도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같은 동네 친구인데, 서로 다른 학교에 다니다 보니 방과 후 마을에서 만나도 어울려 놀지를 못한다”며 “옆집에 살면서도 데면데면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이러다가는 마을의 정체성마저 없어지겠다는 위기의식이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연천지역에는 22개 유‧초‧중‧고교가 있다. 이 중 학생 수 60명 미만인 학교는 6곳이며 3년 후에는 입학생이 없는 학교도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초등학교가 없는 면도 늘어나고 있다. 장남면뿐만 아니라 중면, 왕징면에도 초등학교가 없다. 왕징면과 미산면이 통폐합되면서 남은 왕산초는 현재 학생수 49명으로 역시 통폐합 대상 학교다. 미산면 주민들에게도 고랑포초의 폐교는 반면교사가 됐다. 지난달 초 실시된 통폐합 관련 학부모 설문조사에서 90% 이상 반대 의견을 피력한 것. 이 학교 안선근 교장은 “우리학교는 동문회와 마을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학교 살리기에 나서고 있어 절망적이지만은 않은 상황”이라며 “고랑포초가 사라지고 마을이 황폐화되는 것을 지켜본 주민들은 우리 학교만큼은 꼭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할 수만 있다면 학교를 다시 살리고 싶다는 게 장남면 마을 주민들의 바람이다. 여기에 김중기 백학초 교장이 발 벗고 나섰다. 그는 “마을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학교의 존폐는 결국 마을 고령화를 가속화 시키고 나아가 마을의 존립마저 위협한다”며 “폐교 후 주민들이 계속 줄고 마을 잔치에도 노인들만 가득한 모습 등 지역사회가 위축되는 것을 보면서 학교를, 마을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김 교장과 마을 주민들이 합심해 준비하고 있는 것은 ‘농산어촌 유학’이다. 농산어촌유학은 도시 아이들이 일정 기간 부모 곁을 떠나 농산어촌의 농가 혹은 센터에서 생활하면서 시골학교를 다니며 그 지역을 알아가는 교육이다. 김 교장은 “다시 학교를 개교할 수 없다면 폐허가 된 학교를 고치고 가꿔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지역센터로 운영하고 싶다”며 “고랑포분교에는 기숙형 유학촌을, 백학면에는 하숙형 유학촌을 조성해 농촌유학 단지를 만들면 백학면과 장남면이 동반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청정 자연을 활용한 ‘아토피, 천식예방 학교’를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는 “이밖에도 유학교육뿐만 아니라 다문화가정 어머니들을 초청해 타국 문화를 배우고, 독거노인들을 센터로 모아 식사를 제공하는 등 마을공동체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구심점으로 삼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교장을 비롯한 구성원들은 지난 7월 주민자치위원, 군의원, 마을 주민, 학부모들을 모아 ‘농촌유학 공감토론회’를 가졌고 자주 회의를 개최하며 계획을 진행해나가고 있다. 정연남 연천교육지원청 교육장도 지원에 나섰다. 평소 작은학교 살리기에 관심이 많았던 정 교육장은 지난해 9월 부임 후 ‘접경지 농촌 학교 살리기 프로젝트’를 기획해 학교별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정 교육장은 “고랑포분교장과 백학초가 임대기간이 끝나면 지역마을 공동체가 교육적 차원에서 재임대 해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할 생각이고 마을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 지자체 등에서 지원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장은 “농촌유학센터가 마련되면 12년 전 그때처럼 마을이 다시 북적거릴 것으로 주민들은 기대하고 있다”며 “단기간 농촌 체험이든, 귀농이든 학부모와 학생들이 그리워하고 찾아올 수 있는 최적의 환경과 질 좋은 프로그램으로 학교와 마을을 지켜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강원 춘천의 송화초는 2009년 전교생 15명으로 폐교 위기에 처했던 학교다. 그러나 올해 이 학교 학생은 52명으로 5년 만에 4배 가까이 늘었다. 농촌유학센터를 운영하고부터 생긴 변화였다. 농산어촌유학은 도시 아이들이 농산어촌의 농가 혹은 센터에서 일정기간 생활하며 자연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배려심과 인성, 자존감과 사회성을 길러준다는 측면에서 최근 학부모들에게 관심을 받기 시작한 제도다. 40여 년 전, 도시 아이들에게 자연체험을 주자는 의미로 일본에서 처음 시작됐고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현재 매년 50여 곳에서 1000여 명 정도가 이용하고 있으며 운영을 준비 중인 예비 실행지도 20여 곳에 달한다.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 머물면서 사계절에 맞게 씨앗뿌리기, 모내기, 물고기잡기, 벼 수확, 김장하기 등 자연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두루 체험한다. 송화초와 마을 주민들과 협력해 춘천 별빛 산골유학센터를 설립한 윤요왕 센터장은 “유학생도 27명으로 늘었지만 학교를 보고 귀농한 학부모들도 상당 수 있어 지역 아동도 25명으로 많아졌다”며 “일부 아이들은 2~3년씩 머물기도 할 만큼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밝혔다. 농산어촌유학은 크게 자신의 집을 활용하는 농가형, 마을 내 건물을 활용하는 센터형, 주민들과 협력해 농가와 센터를 오가며 진행하는 마을형으로 구분한다. 센터형의 경우 운영주체가 건물을 임대해 기숙사 형태로 운영하며 마을형은 센터와 농가가 결합한 것으로 활동은 센터에서 하되 숙박은 농가에서 제공한 방에서 하게 된다. 별빛 산골유학센터는 마을형 센터로 학교가 끝나면 유학생들과 지역아동들은 모두 센터로 모여 방과 후 활동을 한다. 저녁 시간이 되면 지역아동들은 각자의 집으로, 유학생들은 지정된 농가로 돌아가 숙박 한다. 농산어촌유학 관계자들은 “센터운영자와 교사, 농가 주민, 교육지원청, 학부모 등 운영주체 간 협력체계를 견고하게 구축하는 것이 성공의 포인트”라고 강조한다. 센터 운영이 민주적이고 투명하지 못하면 자칫 개인사업장화 되거나 마을과의 괴리가 발생해 마찰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센터 설립 전 지역주민과 학교, 교육청 등 관계자들의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윤 센터장은 “근 2~3년 간 전북, 강원, 제주, 충북 경북 등 각 광역시‧도에서 농산어촌유학 지원조례를 제정하는 등 관심이 높아지고는 있으나 아직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가지 않아 운영비 지원, 시설 지원 등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학비는 보통 한 달 60~80만 원 선이다. 도시에서 자녀에게 들어가는 학원비, 생활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부담스럽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아직 저소득가구 등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은 가정에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윤 센터장은 “단순히 학생 수를 늘려 폐교 위기를 모면하겠다는 생각으로만 접근하면 도시 학부모들도 센터를 찾지 않을 것”이라며 “보다 폭넓은 관점에서 지역과 도시의 아이들, 그리고 마을 주민들 모두가 상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북기계공고 동아리는 조금 특별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매년 실시되는 동아리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은 동아리들은 자동 소멸되기 때문이다. 10월에 열리는 동아리발표회에 출품하지 않거나 참가하지 않아도 소멸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평가를 근거로 다음해 예산을 차등 지급한다. 예산이 가장 적은 동아리와 많은 동아리는 4배 가까이 차이 나기도 한다. 예산을 차등지급하고, 활동이 부진한 동아리는 소멸시키는 것이 교육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조금 뒤쳐져도 더 잘할 수 있게 북돋아 주고 평등하게 지원하는 것이 우리 교육이 추구하는 방향이 아니냐’고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결코 사회는 공평하거나 평등하지 않다. 더 많이 노력하고 더 좋은 성과를 낸 사람에게 더 큰 보상이 돌아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다. 지난달 26일 오후. 전북기계공고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에 여념이 없다. 매주 금요일 5~7교시는 동아리 시간이다. 학생들은 각 동아리 방에서 회의를 하거나, 자료를 작성하고 연습을 하는 등 지도교사가 없는 경우에도 자율적으로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동아리 에 열정과 애정을 갖고 있음을 한 눈에 느낄 수 있었다. 전북기계공고 김준영 교감은 “이런 시스템이 학생들을 훨씬 적극적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이스터고인 우리학교 학생들은 졸업 후 곧바로 사회에 투입되는데 동아리가 성과제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사회성과 책임감을 기르는데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전북기계공고 동아리는 모든 것이 학생 중심으로 돌아간다. 10명이 구성되면 원하는 동아리를 개설할 수 있고 지도교사도 학생들이 직접 초빙한다. 동아리 평가도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불만도 없다. 박영훈 창의인성부장은 “3월이 되면 서로 인기교사를 섭외하려고 학교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며 “‘우리 동아리 좀 맡아 달라’며 선물세례도 마지않는 학생들은 이런 과정에서 어른에 대한 공경심과 경쟁논리, 책임감을 배우게 된다. 마이스터고에 딱 맞는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무과․무학년제로 운영되며 동아리원은 학생들이 직접 뽑는다. 고재승(3학년) 군은 “경직되기 마련인 선․후배 관계가 동아리를 통해 돈독해졌다”고 밝혔다. 고 군은 “졸업한 선배들도 후배들을 만나면 사회생활에 대한 팁을 알려주고 좋은 회사를 소개시켜주기도 한다”며 “학교에 대한 소속감이 강해졌다”고 덧붙였다. 더 좋은 평가를 받고, 더 많은 예산을 획득하기 위해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창의성도 쑥쑥 자란다. 동아리 명만 봐도 학생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다. 낚시동아리 ‘Boysfishing’, 요리동아리 ‘요리보고’, 볼링동아리 ‘쓰리핑거즈’, 골프동아리 ‘아이언맨’, 야구동아리 ‘야동’, 기업탐방동아리 ‘박기자’ 등 개성과 특징을 드러낸 이름들이 눈에 띤다. 동아리 개수만 73개에 달한다. 박 부장은 “동아리 평가에는 활동에 대한 에듀팟 기록 여부가 100점 중 35점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도록 설계했다”며 “단순 활동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에듀팟에 정리하고 기록하면서 향후 취업활동에도 도움 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몰랐던 재능을 발견하거나 재능을 더욱 발전시킨 학생도 있다. 원래 발명에 관심이 많았던 권시윤(2학년) 군은 발명동아리에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의견을 내면서 발명에 대한 열정이 더 깊어졌다. 지난해에는 연인이 함께 쓸 수 있는 4등분 젓가락을 개발하고 현재 특허를 준비하고 있다. 로봇동아리 ‘휴머노이드’ 학생들은 지난해 제15회 국제로봇올림피아드 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고 싶은 분야에서 마음껏 활동할 기회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 부장은 “적용 3년째에 접어든 요즘 이 모델을 마이스터고 뿐만 아니라 일반고에서도 각 학교 실정에 맞게 변형하면 충분히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각종 연수 및 발표회를 통해 많은 학교에 전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마음속에 오래도록 풀지 않고 담아두는 이야기가 더러 있다. 밖으로 드러내기에는 가슴이 저린, 태우 이야기가 그러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삭히기 벅찼다. 가끔 태우의 흔적이 담긴 학급문집을 보며 개구진 눈매를 기억했다. 그리고 하늘나라에서는 건강한 모습으로 행복하기를 기원했다. 이제 올해가 지나면 십년, 그래도 밖으로 드러내기는 힘들었지만 용기를 냈다. 어엿한 청년 태우를 상상하면서. 엄마를 위해 회사원이 되고 싶다던 태우, 다 큰 늠름한 모습 속에도 개구진 눈매는 여전하리라. 오늘 따라 다 큰 태우와 열두 살의 왜소한 태우가 오버랩 돼 눈에 어른거린다. 교사인 나의 마음이 이러할 진데, 태우 엄마의 마음은 어떨까. 수상의 기쁨에 앞서 아픈 아이, 장애가 있는 아이를 기르는 이 땅의 모든 장한 어머니들께 힘찬 박수를 보낸다. 그녀들의 눈물과 땀과 애정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녀들의 헌신적인 노고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것임을…. 더불어 오늘도 장애우를 맡아 힘겹게 교육에 임하고 있는 우리 선생님들의 수고 또한 잊지 않기를.
태우는 그날 아침에도 교실 문 앞까지 엄마의 등에 업혀왔다. 아침 회의를 마치고 계단을 올라오는 선생님과 눈이 마주치자 특유의 눈매를 반달로 만들며 선생님 손에 무언가를 쥐어주는 것이었다. 라일락이었다. “선생님, 태우가요, 등에 업혀오다 어디서 향기가 난다며 고개를 들고는 손짓을 하더라고요. 저기라며. 교문 바로 지나서요. 잠깐 향기나 맡으라고 멈춰 섰더니 똑 따는 거예요. 안된다고 하니, 킬킬 웃으며 엎드리더라구요. 선생님, 혼 좀 내주세요.” 태우 엄마의 말을 흘려들으며 손에 쥔 꽃을 코언저리에 가까이 대보았다. 향기로웠다. 짐짓 표정은 향기를 못 맡은 척 “이 녀석” 한마디 하며 눈을 슬며시 흘겨주었다. 태우를 처음 만난 것은 삼월의 둘째 날이었다. 삼월이라 하지만 며칠 전 내린 눈이 바로 녹지 않아 길 곳곳이 질척이고, 쌓아놓은 눈이 구정물을 뒤집어 쓴 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었다. 그런 날 아침, 태우는 엄마의 등에 업혀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아이가 둘러멘 가방의 무게로 엄마는 더욱 힘이 들어보였다. 아이는 심장이 약했던지라 4층까지 혼자 걸어 오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특히 몸의 컨디션이 좋지 못한 날에는 더욱 그랬다. 요즘이야 비상용 엘리베이터시설이 돼있지만 그 때만 해도 그런 실정이 못됐다. 파리한 아이의 입술과는 달리 더운 입김으로 엄마의 입술은 붉은 빛을 띠었고,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5학년 5반. 아이엄마는 푯말을 확인하고 그제야 아이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조용히 교실 뒷문을 열어주었다. 앞 쪽 가까이 비어있는 자리에 그녀가 시선을 던지자 엄마의 눈길을 따라 아이도 그리로 가서 앉았다. 그녀의 뒤를 따르던 나는 ‘아, 저 아이가 태우로구나’ 한 눈에 알아보고 태우 엄마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어머, 일찍 오셨네요. 태우 어머니시죠?” “아! 선생님,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려요. 어려움이 많으실 거예요.” 태우 엄마는 미안한 표정이었다. “도울 일이나 지도에 필요한 일은 언제든 얘기해 주세요. 아이들이 많다보니 미처 신경 쓰지 못하는 일도 있어서…. 어려워 마시고 그때그때 얘기해주세요.” 그렇게 태우와 태우 엄마와의 인연은 시작됐다. 태우는 그녀의 둘째 아이였다. 그런데 출산의 고통은 잠시, 아이에게 복합 장애가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고, 특히 심장이 약해 인큐베이터 신세를 져야만했다. 아이엄마는 닷새 만에 퇴원하면서도 아기는 그대로 병원에 둘 수밖에 없었고, 몸조리할 틈도 없이 한 달 가까이 병원으로 출퇴근을 하고서야 아이를 집으로 데려올 수 있었단다. 그러고도 응급실로 달려가는 일은 잦았고, 약봉지도 그녀의 손에서 떠날 날이 없었다. 태우는 다른 아이들보다 늘 좀 더디기는 했지만, 고개를 가누고, 뒤집기를 하고, 걸음마를 떼고, 명확하진 않지만 웅얼웅얼 말을 배우고…. 그런 가운데도 태우 엄마는 치료 기관 정보를 얻게 되면 가사 일은 제쳐두고 부리나케 달려갔다. 눈물겨운 노력의 대가인지 대여섯 살이 되면서 약을 먹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아이의 말수는 수다스러울 정도로 늘어났다. 그때 그녀는 자신의 간절한 소망대로 좋아지는가 싶어 환희에 들뜨기도 했다. 태우는 장난기 많고 짓궂은 아이였다. 수업 중에도 지루하고 흥미가 없어지면 쇳소리 같은 괴이한 소리를 내며 선생을 골탕 먹이기 일쑤였고, 흥미가 동하면 시도 때도 없이 너줄너줄 끝없이 이야기를 해 듣는 이가 어질어질할 정도였다. 하루는 미래의 직업에 대한 자신의 꿈을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태우는 회사원이 되고 싶다 했고, 넥타이를 매고 출퇴근하며 사무를 보는 것이 멋있어 보인다고 했다. 그리고 돈을 벌면 엄마에게 집이며 자동차도 사주고 싶다고 했다. 선생님은 뭐 좀 안 해주냐고 하니 커피를 사드리겠다고 해 폭소를 자아냈다. 태우는 핏기 없는 창백한 얼굴에 다른 아이들보다 성장이 더뎌 왜소했고, 장도 좋지 않아 실수가 잦았다. 그래서 태우 엄마는 그야말로 ‘5분 대기조’였다.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놓고도 일을 보러 멀리 갈 수 없었다. 실수를 하고는 화장실에서 자신의 휴대폰으로 바로 연락을 취했고 그러면 아이엄마는 옷가지를 챙겨 곧장 화장실로 달려와야 했다. 당시 같은 반 친구들은 휴대폰을 소지한 아이가 두어 명 될까 말까하던 시절이었는데, 아마도 첫 번째 소지자가 태우가 아니었을까 싶다. 체구는 작아도 나이배기인지라 실수한 일로 선생님의 도움을 받는 것은 절대로 안 된다고 하는 아이였다. 교실로 슬며시 아이를 들여보내고 돌아서는 그녀에게 “힘드셔서 어떡하죠?”라고 인사를 건네면, 미안한 표정으로 “저는 괜찮아요. 수업에 방해를 드려서…” 그런 태우 엄마를 보며 교사로서 말썽꾸러기 대여섯 아이를 합쳐 놓은 것보다 더욱 힘들게 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로 순간이나마 품었던 아이에 대한 짜증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치기인가 스스로 되새기게 되고, 부끄러운 마음조차 들었다. 늦가을 태우는 결석하는 날이 잦아졌다. 어쩌다 등교하는 날에는 전에 볼 수 없던 하얀 마스크에 때 이른 목도리까지 둘둘 감고 엄마의 등에 업혀 와서는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힘없이 앉아있었다. 수다 많던 아이의 입술은 더욱 파랬고, 얼굴은 백지장 같았다. 그런 날은 점심도 잘 먹지 못했다. 안쓰러운 나머지 “태우, 이것 좀 먹어볼래?”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런 아이가 신통해 국물에 밥을 축축이 적셔 한 술 떠먹이면 받아먹다 구역질을 하면서도 삼키었다. 그 모습에 눈물이 나오는 것을 애써 참고 “태우, 아기네요!”라고 농담을 건네면 힘없이 씩 웃는 것이었다. 퇴근이 가까울 무렵 잠깐 뵙고 싶다며 태우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얼마 후 교실에 들어서는 그녀의 안색이 무척 어두웠다. 따뜻한 차를 건네며 기다리니 그녀는 마음을 다잡은 듯 입을 열었다. 태우의 심장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이며, 수술을 해도 희망을 갖기 어렵다는 것, 다른 기관의 기능도 좋지 않다는 것, 어려운 가정의 형편 등. 그녀의 인간적인 고뇌가 전율로 전해져 왔다. 듣는 이 조차 가슴이 격하게 흔들려 할 말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 역시 무슨 위로를 들으러 온 것은 아닌 듯싶었다. 다만 아이를 서로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그 공감대가 위로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들었다. 한참을 이야기 하고나서는 “선생님, 선생님이 늘 언니 같았어요. 이렇게 다 말씀드리고 나니 속이 후련해요. 1%의 희망이 있어도 엄마는 수술을 원해야 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저는 접으려하고 있어요. 나쁘지요?” 그런 그녀에게 뭐라 말해주겠는가. 그녀의 손을 잡고 쓰다듬는 일 밖에. 그 해 겨울은 따뜻했다. 지속적으로 병원에 다니는 태우를 위해선 다행이었다. 방학 동안 집에서 형과 놀며 전보다 식사도 좀 한다고 했다. 수화기 저 편에서 들려오는 아이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말수가 는 것으로 좀 좋아졌나 싶었다. 따스한 봄이 어서 왔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얼어붙은 얼음장 밑으로 조심조심 흐르고 있는 물소리가 힘찬 울림으로 바뀌는 그런 계절이. 개학을 하루 앞둔 이월 초순이었다. 태우 엄마로부터 연락이 왔다. 중환자실에 입원해서 개학날 가지 못할 것 같다고, 죄송하다고. 그길로 집을 나섰다. 아이가 입원한 곳은 심장병 치료기관으로 지역에서는 제법 알려진 곳이었다. 가는 길은 복잡했다. 차도 밀렸다. 시간이 길어지니 마음은 더 초조해졌다. 도착해 보니 다행히 면회가 가능한 시각이었다. 이십 여분을 앉아 시간이 흐르길 기다리는 가운데 아이엄마가 침묵을 깨고 약간 흥분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참. 선생님, 태우가 잠깐 반짝 기운이 났는지 입을 꾸물꾸물 움직이기에 귀를 입 가까이 가져갔더니 저더러 고맙데요. 사랑한데요. 기특하지요?” 독실한 종교인이었던 아이엄마, 그녀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달리 없었다. “희망을 갖고 열심히 기도해요”라는 말 밖에. 신앙이 없던 나 역시 그 순간은 빌고 있었으니까. 중환자실에 외로이 누워있는 태우는 산소마스크를 낀 채 할딱할딱 숨을 쉬고 있었다. 언제 들어왔는지 아이엄마가 곁에 와 있었다. “태우야, 선생님 오셨어. 들었으면 손끝을 움직여봐.” 아이엄마가 재촉하자 아이가 오른 손끝을 말았다 폈다. 태우는 듣고 있었다. “태우야, 선생님이야. 잘 이겨낼 수 있지? 힘내야 해. 우리 착한 태우…” 아이는 다시 손끝을 움직였다. 그리고도 두 차례 면회를 더 다녀오는 동안 태우는 여전히 차도가 없었다. 퇴근 무렵 교탁을 정리하고 있는데 태우 엄마에게 연락이 왔다. 오늘 들려주실 수 있냐고. 수화기 저편의 목소리는 이상하리만큼 차분했다. 순간 태우의 상태가 좋지 않음을 직감했다. 아이 엄마와 함께 중환자실로 들어갔다. 전에 없이 눈에는 두 세 겹 접혀진 하얀 거즈가 덮여 있었다. 산소마스크의 들썩거림조차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침대 맡에 놓인 기기를 보니 맥박은 뛰고 있었다. 나는 힘없이 늘어진 아이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속으로 되뇌었다. ‘태우야, 선생님 왔다. 손 좀 움직여줄래? 태우야. 착한 태우!’ 미동도 하지 않았다. “선생님, 이것 좀 보세요. 우리 태우 눈이 감기질 않아요. 그래서 거즈를 덮어 놓았어요. 선생님.” 그러면서 하얀 거즈를 올리는데 아이의 동공은 이미 풀어져 있었다. 눈을 뜬 채로. 눈물이 흘렀다. 주체할 수가 없었다. 사흘 후 아이는 저세상으로 떠났다. 삼월이 채 오기 전에. 해마다 겨울의 끝자락 이월이면 남은 찬 기운 탓인지 가슴은 여전히 시리고 허전하다. 그럴 때면 태우 엄마를 떠올린다. 아픈 아이를 먼저 앞세우고 그래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그녀, 좋은 세상에 갔으리라는 믿음과 희망으로 힘과 용기를 내 생활하는 그녀를.
신자유주의 기조로 교사 권위하락 부채질 功過 따져서 교육발전의 토양으로 삼아야 문민정부시절 탄생, 지난 20여년간 우리 교육의 지향점 역할을 한 ‘신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방안(5․31교육개혁)’은 교육의 양적팽창과 다양성 확보에는 기여했지만 교육격차의 심화, 인성․창의교육 미흡, 교사의 권위하락 등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황우여 교육부장관의 5․31교육개혁 재조명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교총에서 발행하는 월간 ‘새교육’ 10월호가 이 문제를 기획특집으로 다뤘다. 특집은 이신동 순천향대 교수, 안선회 중부대 교수, 한재갑 뉴시스 교육전문기자의 기고와 5․31교육개혁의 산파 역할을 담당한 이명현 전 교육부장관의 인터뷰로 꾸며졌다. 이신동 교수는 “5․31교육개혁이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를 거쳐 현재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우리 교육의 비전을 제시하고, 기틀을 잡는 데 사상적 기초가 됐다”고 밝히면서도 “교육현장에 시장경제의 원리를 도입한 원흉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5․31교육개혁은 비전과 목표가 구체적이지 않아 정부가 바뀔 때마다 자의적인 해석으로 최초의 교육개혁 취지를 잘 살리지 못하게 하는 우를 범했다”는 이 교수는 “중등교육의 다양화 정책은 오히려 대입 명문고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안선회 교수는 “현 정부에는 문민정부 이후 유지돼온 대통령 직속의 교육자문기구조차 없다”며 “5․31교육개혁 이후 국가 발전을 위한 총체적인 중․장기 교육발전 전략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행복교육 공약의 진정한 실천을 기대하고 있다”며 대통령의 교육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한재갑 기자는 황 장관이 5․31교육개혁의 재조명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5․31교육개혁이 우리 교육에 미친 영향이 큰 탓도 있지만 그동안 나타난 문제점도 적지 않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해석했다.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기능을 최대화하고자 하는 신자유주의 기본이념에 대한 시각의 일단을 나타낸 것이다. 한 기자는 “5․31교육개혁은 우리 교육의 고질적인 병폐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교육정책을 쏟아냈지만 교사의 권위하락을 부채질한 정책으로 교원들에게 상당한 ‘개혁 피로감’을 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5․31교육개혁이 교사를 단순한 트랜스미터(전달자)로 전락시켰다”는 안양옥 교총회장의 평소 진단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이명현 전 장관은 인터뷰에서 “교육의 다양화․정보화․세계화를 추진한 것이 5․31교육개혁의 핵심 가치”라고 밝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받으며 교육예산 GNP 5% 확보를 이끌어내는 등 역대 가장 강력한 교육개혁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장관은 “5․31교육개혁을 재조명, 새롭게 발전시키겠다는 황 장관의 발언에 고마움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한편 ‘새교육’ 10월호는 이슈 리포트로 학폭위의 민낯을 해부하고, 스페셜 테마로 창체와 안전교육을 다루고 있다. ‘2014 서울 중등 교육전문직 시험 서술형 평가 기출문제 해설’도 교육전문직을 준비하는 교사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구독문의=02-570-5774
수업시간에 딴짓하고, 소란 피우고, 장난치고, 말대꾸하고, 심지어는 교사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학생들을 보면 화가 절로 납니다. 그들의 미래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신 차리라고 따끔하게 야단치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우리는 동시에 학생들의 얼굴에서 지겨움, 불안감, 우울함, 분노와 절망감을 보게 됩니다. 그럴 땐 어쩐지 학생들이 불쌍하고, 가여워 보이고, 안타까움이 생기면서 야단보다는 따뜻한 보살핌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참으로 이상하지 않습니까? 같은 아이를 보면서도 그들의 ‘행동’을 보는가, 또는 ‘감정’을 보는가에 따라 우리의 반응은 완전히 반대로 나타납니다. 아이들의 미숙한 행동을 보면 불편하고, 걱정되고, 화가 나면서 야단치고 싶어지지만 그들의 여릿한 감정을 보면 측은지심이 생기고 보듬어주고 싶습니다. 즉, 학생을 보는 시각에 따라 반응이 이토록 자연스럽게 달라집니다. 행동에 대한 지적, 비판, 지시 일색인 우리 교육 만약에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분명 아이들을 보살펴주기를 원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흔히 아이들을 야단칩니다. 심지어는 매를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는 다른 방도가 없다거나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선택의 여지가 없지 않느냐는 뜻입니다. 정말로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우리는 행동과 감정, 둘 다 볼 수 있지요. 그러나 우리는 흔히 아이의 감정보다는 행동에 시선을 고정합니다. 아이가 울고 있다고 합시다. 어른들의 반응은 “왜 우니? 또 찔찔 짜냐?! 뚝 그치지 못해!”등 행동에 대한 지적과 비판과 지시 일색입니다. 슬프거나 두렵거나 외롭기 때문에 눈물이 나올 텐데 그 감정들은 죄다 무시되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공부해라, 밥 천천히 먹어라, 떠들지 마라, 숙제 빨리 해라, 게임 하지 말라고 했지…” 어른들이 아이에게 온종일 하는 말은 거의 다 행동에 대한 지적이고, 조언이고, 경고입니다. 결국 아이들을 마치 감정이 없는 기계, 또는 무시해도 되는 동물로 여기는 것입니다. 그 결과, 아이들은 왕따 당하는 친구의 괴로움을 공감하지 못하고 심지어는 두들겨 맞는 후배의 고통마저 전혀 느끼지 못하는 흉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 놓고는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이 공감 능력이 없다고 한탄합니다. 훗날 ‘관심병사’나 사회 부적응자가 큰 사고를 치면 “세상이 어떻게 이토록 흉측해졌냐”며 어리둥절해합니다. 그리고는 군에서, 사고지역에서 허둥지둥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가히 각주구검(刻舟求劍)이라 할 만합니다. 정서기반 학문의 시대 도래… 교육 변해야 왜 우리는 감정을 무시하고 행동을 주시하는 걸까요? 가장 큰 요인으로 1970년대부터 우리의 시각을 지배한 행동주의를 꼽을 수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할 수 있는 요인(즉, 행동)에 초점을 맞추는 과학적 방법이 행동주의란 이름으로 심리학과 교육학에 도입되고 세계적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즉, 현재 어른들은 알게 모르게 행동을 선택하도록 훈련받아온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세상이 변하였습니다. 동물과 육체에 의존했던 농경시대에 이어 기계가 주도한 산업화 시대는 막을 내리고 지식기반시대라는 새로운 세상이 도래하고 있듯이, 분석주의와 행동주의는 저물고 정서기반 학문의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성과 논리와 개인 중심에서 감성과 심리와 관계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옮겨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교육학도 변하고 교사관도 변하고 인재상도 변해야 하지요. 가장 먼저 변해야 하는 게 우리의 시각입니다. 이제 우리는 행동보다 감정을 먼저 보는 시각을 지녀야 합니다. 시각은 세상을 보는 눈이며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를 줍니다. 새로운 가능성은 세상을 새롭게 볼 때에 나타납니다. 아이의 감정을 포착할 줄 아는 시각을 지닌 교사가 있는 곳에 행복한 학교가 있습니다. 시각은 우리 각자의 선택입니다. 그러니 행복도 우리 각자의 선택입니다.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나았다. 환갑을 넘긴 나이지만 얼굴은 50대 초반처럼 부드럽고 탄탄했다. 다부진 몸매에서 뿜어져 나오는 당당함은 거칠 것 없어 보였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우동기 대구시교육감. 교육의 명가(名家) 대구의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 뛰어든 그는 대구교육청을 3년 연속 전국 최우수교육청 반열에 올려놨다. 청렴도 평가 역시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실제로 대구 학교폭력 발생건수는 전국에서 제일 적다. 지난 1년간 학교폭력 사건이 단 한 건도 일어나지 않은 학교가 77곳이나 된다. 대학 진학 등 학력도 전국 최고 수준. 학부모들이 학교나 교육기관에 갖는 만족도, 즉 신뢰도는 교육부 평가에서 2년 연속 만점을 받았다. 비결이 뭘까, 우동기 교육감은 ‘신뢰’라고 대답했다. 학교와 지역사회, 학부모, 교사, 학생 등 교육을 둘러싼 구성원 모두가 교육을 위해 힘을 모으고 아낌없이 희생한 대가라는 설명이다. 우 교육감은 또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교육현안에 대해서는 자신의 소신을 분명히 했다. ‘9시 등교’는 학생들의 안전과 학부모들의 부담을 고려할 때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수능영어 절대평가에 대해서는 높은 교육열과 치열한 입시경쟁 구도 아래서 경쟁 방식만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며 사교육 풍선효과를 우려했다. 논란을 빚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 발행 체계와 관련, 국정보다는 정밀한 검증을 전제로 검정화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감 직선제에 대해서도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우 교육감은 유권자의 무관심, 막대한 선거비용, 정당 정치 개입 등 부작용이 많다며 임명제나 100% 선거 공영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학부모 교육 교재를 만들어 모든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교사를 뽑을 때는 면접 비중을 높여 상담 능력을 평가하는 전국 유일의 교육청. 대구를 대한민국 교육 수도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우동기 교육감. 그가 추구하는 꿈과 희망, 행복이 넘치는 대구 교육의 청사진을 들어본다. - 대구교육청이 3년 연속 전국 최우수교육청으로 뽑혔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교육청은 교육청 평가에서 학교폭력 예방, 교육현장 지원, 교육수요자 만족도에서 전국 최우수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번 결과는 학생을 중심에 두고 대구 교육공동체 모두가 교육의 본질적 가치 실현을 위해 일관성 있게 추진해 온 땀과 열정의 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 쉽지 않은 결과인데 비결이 궁금합니다. “첫째는 교육행정의 기본에 충실했구요, 둘째는 학부모 등 교육공동체의 신뢰를 얻는 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청렴하고 희생적인 교육행정과 교사와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 등 모두가 대구 교육을 위해 믿고 힘을 모을 수 있었다는 게 원동력입니다. 저는 특히 교육구성원들 간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뢰가 없으면 교육도 없습니다. 신뢰를 잃은 학교는 설자리가 없는 것이죠.” - 깐깐한 학부모들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았습니까. “얼마 전 한 학부모 단체 대표 분이 찾아오셔서 대뜸 ‘고맙다’고 하더라구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했더니 이 단체가 만든 촌지고발 창구를 개설한 이래 단 한 건도 접수가 안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해요. 진보성향 단체인데다 촌지 고발로 유명세를 탄 곳이어서 긴장했는데 오히려 칭찬을 들었습니다. 제가 교육감이 된 뒤 일도 많아지고 요구하는 것도 많아 선생님들이 힘드셨을 텐데 이런 믿음을 주셔서 너무 자랑스럽고 감사했습니다.” - 교육청 평가 결과를 보니까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이 0.5%로 전국에서 가장 낮더군요. “올 4월 1일 기준 0.5%입니다. 아마 9월에는 이보다 더 낮아져 있을 겁니다. 학교폭력 발생 건수가 하나도 없는 학교폭력 제로 학교도 77곳이나 돼요. 처음엔 초등학교가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고등학교도 상당수 있습니다. 몇 년 전 불미스런 일이 있었는데 그게 오히려 폭력만큼은 뿌리 뽑자는 강한 결속을 만들어 준 것 같습니다.” - 인성교육에 많은 공을 들이신 것 같은데요. “한 가지만 말씀드리면 우리는 초·중·고교가 월요일 1교시에는 수업을 안 합니다. 대신 담임교사와 학생들이 서로 대화하고 공감하는 ‘사제동행 행복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학생들과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선생님들이 교재연구, 생활지도에 각종 공문처리까지 너무 시간이 없어요. 그래서 아예 한 시간을 빼서 실컷 떠들고 이야기하며 서로 눈을 맞추는 시간을 만들어 준 것입니다.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또 맨입으로만 아이들을 만날 수 없잖아요. 그래서 빵도 사먹고 영화도 보고 하라는 뜻에서 초등학생은 1인당 6000원, 중·고생은 9000원씩 예산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 학생 상담체계도 잘 갖춰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모든 초·중·고교에 상담사를 배치한 교육청은 대구뿐입니다. 또 선생님들을 뽑을 때는 반드시 상담과목을 치르게 합니다. 그래서 대구의 임용시험은 면접 점수 비중이 다른 시·도보다 더 높지요. 요즘 젊은 선생님들의 상담 능력이 예전만 못한 것 같아 양성 과정에서 각별히 신경 써 달라는 의미로 면접에서 상담 비중을 강화했습니다.” - 학교 인성교육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학교 폭력문제에 국한해서 말씀드리면 우선은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 간 교우관계를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둘 생각입니다. 요즘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면 학생들 사이가 원수처럼 달라져요. 잘못한 학생을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고 은폐해서도 안 되겠지만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사이좋은 친구로 만들어주는 데 있다고 봅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운영도 이런 방향으로 갈 계획입니다.” - 대구를 대한민국 교육 수도라고 말씀하셨는데, 다른 시·도가 불만을 갖지 않을까요. “예로부터 대구는 교육도시입니다. 근대 교육의 발상지이기도 하구요. 그 뿐입니까. 학생들 공부 잘하죠, 심성 착하죠, 학부모님들 교육열 좋구요, 교육 인프라까지 잘 갖춰져 있습니다. 수도권 집중 현상 때문에 가려져 있습니다만 대구만한 교육도시가 대한민국에 또 어디 있습니까. 최소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교육에 관한 한 아무 걱정 않는 도시를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우 교육감은 특허청에 ‘대한민국 행복교육의 수도 대구’를 내용으로 상표등록을 출원해놓고 있다.) - 현안 사항 좀 여쭤보겠습니다. 한국교총에서 교육감 직선제 위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교육감 직선제는 폐지돼야 합니다. 유권자의 무관심, 막대한 선거비용, 정당정치 개입 등 분명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번 생각해 보세요. 대통령과 교육부장관, 교육감의 정책 노선이 각각 다르다면 학교가 얼마나 힘들겠어요. 개인적으로 프랑스와 같은 임명제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굳이 직선제를 한다면 100% 선거 공용제로 가야겠지요.” - 교육부가 밝힌 수능영어 절대평가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사교육비를 줄이고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경감하자는 출발은 좋은데 지금과 같은 입시 구도 속에서 이런 경쟁 방법 개편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대학 문은 뻔한데 그 모양이 네모건 세모건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저는 오히려 풍선효과가 걱정입니다.” - 대안이 있습니까? “흔히 말하는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등 주지 과목 순서가 있잖아요. 그런데 뉴질랜드는 우리와 달라요. 그곳에서는 국어가 맨 처음이고 두 번째가 예술입니다. 음악, 미술, 드라마 즉 인문학들이죠. 세 번째는 체육, 네 번째가 소수민족 언어, 그리고 맨 마지막이 수학이더라구요. 이 같은 시스템은 싱가포르와 일본 등이 부분적으로 도입하고 있는데 한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9시 등교 논란은 어떻게 보십니까. “실은 저도 한때 검토를 좀 해봤어요. 그런데 학부모들이 너무 힘들어 하고 불안해하더라구요. 직장에 일찍 나가시는 부모님들은 아이를 7시 좀 넘어 학교에 보내는데 애들이 안전한지 걱정을 많이 해요. 초등학교는 말할 것도 없구요. 그 실상을 보고 현장 적용에 문제가 많겠다 싶어 생각을 접었습니다.” - 대구시민과 학생들은 어떤 교육감을 바라고 있을까요. “우리 대구 학생들은 기대 이상으로 착하고 부모님과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높습니다. 또한, 행복역량 함양에 대한 요구도 큽니다. 저는 우리 학생들이 적절한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도덕적, 지적 역량을 함양하여 ‘진취적이고 개방적이며 따뜻한 사람’으로서 자신들의 꿈과 끼를 가꾸고 펼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얼마 전 한국이 전 세계에서 온 수학자들로 들썩였다. 4년마다 열리는 ‘수학계의 올림픽’, 세계수학자대회가 서울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제 올림피아드에서 우수한 수학 성적을 내면서도 정작 수학에 대한 흥미도 조사에서는 세계 최하위권을 맴돌던 우리나라다. 때문에 이번 대회가 열리는 기간 동안 각종 언론에서는 우리나라 수학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기사들을 연일 쏟아냈다. 한 달이 넘는 취재 기간 동안 가장 흥미를 끌었던 건 한 유학생과의 인터뷰였다. 부모님을 따라 미국에서 공부를 하다 고등학교 때 한국으로 온 여학생이었다. 미국의 학교에서 수학 성적으로는 1~2등을 다투던 우수한 학생이었는데 한국에 오자마자 받은 그녀의 첫 수학 점수는 40점대였다. 가장 적응이 힘들었던 건 한국의 수업 방식이었다. 미국에선 철저히 개념과 원리를 중심으로 수업을 했고 시험도 그렇게 출제가 됐으며 개념 하나를 이해시키기 위해 교사는 다양한 액티비티들을 준비해 왔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 학교에서는 개념과 공식을 짧게 가르치고는 계속해서 많은 문제들을 풀게 했다. 특히, 한국의 시험은 수업에서 배운 것과는 달랐다는 것이 그녀의 전언이다. 공식만 알면 풀 수 있는 예제 위주로 수업을 했지만 정작 시험에는 수업에서 배운 ‘그런’ 문제들이 절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던 수업 내용에 나름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막상 시험지를 받아 들고선 배신감을 느꼈을 정도라고 했다. 더 흥미로운 건 그녀가 어떻게 1년 만에 수학 점수를 98점까지 끌어올리게 됐느냐는 것이다. 그녀의 성공 비법은 철저한 ‘한국식’ 수학공부법이었다. 그녀는 시험을 위해 시중에 나와 있는 거의 모든 수학 문제를 다 풀어봤다고 했다. 공식을 완벽하게 외운 뒤 숫자만 바꾸면 그냥 풀 수 있을 정도로 미친 듯이 문제만 풀어댔다는 것이다. 수학적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기 위한 시간 따위는 아예 접어둔 셈이다. 때문인지 높은 수학 점수에도 그녀는 지금도 자신이 결코 수학을 잘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아이러니한 이야기였지만 씁쓸하게도 나는 왠지 그녀의 말이 이해가 됐다. 우리나라 수학교육의 고질적인 문제라는 ‘문제풀이 위주’의 공부에 대한 지적이 나온 것은 사실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절대적인 수학 학습량이나 수업시수를 둘러싼 논란은 차치하고서라도 수업 시간에 개념은 짧게, 문제는 많이 풀도록 가르치는 현재의 교육방식에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자신감’이다. 취재 중 만난 한 교사는 아이들이 수학 60점을 받고 꼴등을 하는 것과 20점을 받고 꼴등하는 것은 다르다고 했다. [PART VIEW]바로 ‘자신감’의 문제 때문이다. 비록 등수가 낮더라도 60점을 받은 아이는 아쉬워하며 다음 공부를 계속 할 수 있지만 20점을 받은 아이는 다음을 기약하는 게 아니라 아예 수학을 ‘포기’해 버린다는 것이다. 중학생 시기에 ‘수포자’들이 많이 생겨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지 모른다. 갑자기 어려워지는 학습 내용에 절대적인 점수가 내려가면서 아이들의 자신감도 덩달아 바닥을 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고교 진학을 위한 사교육까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아이들은 수학에 대한 흥미마저 잃어버리게 되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이렇게 보면 절반이 넘게 엎드려 자고 있다는 일선 고등학교의 수학수업 풍경도 분명 새삼스러운 현상은 아니다. 올해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필즈상을 수상한 마리암 미르자카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수상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신도 어릴 때 수학을 싫어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스스로 수학을 못한다고 생각하게 되니 자신감을 잃고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됐다는 것이었다. 같은 자리에 있던 국제수학연맹(IMU)의 잉그리드 도비시 회장 역시 한국의 수학교육에 대해 언급하면서 ‘자신감’의 문제를 꼽았다. 그들의 말대로 수학 공부를 하다보면 누구나 도중에 지치고 두려워지는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시 책을 잡고 공부를 계속해 나갈 수 있는 힘은 바로 ‘자신감’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교육과정도, 교과서도, 수업방식도 이제는 최소한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키워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세계수학자대회는 막을 내렸지만 수학교육을 개선해 나가기 위한 우리의 과제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고민은 DOWN! 연구는 UP! “당시 우리 대부분은 10년 이상의 교직 경력을 갖고 있었다. 그쯤 되면 교직 생활에 갈등이 일기 시작한다. 나 또한 교사로서 고민이 깊었다. 스스로 만족하는 만큼 아이들 또한 만족하는지. 그래서 친분이 있던 교사들끼리 같은 고민을 나누면서 모임을 시작하게 됐다.” 대전초등수업방법연구회의 ‘원년멤버’인 김진호 교사(대전 글꽃초)가 연구회에 참여하게 된 이유다. 다른 교사들의 동기도 다르지 않았다. 수업, 궁극적으로는 아이들 교육을 향한 고민이 연구회를 꾸리게 된 핵심 동인이다. 연구회는 이중재 회장(대전 삼성초 교감)을 필두로 2008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6년차를 맞았다. 10명이서 시작해 현재는 32명의 회원이 뜻을 모으고 있다. 처음에는 교수·학습과정안 작성 방법과 자기수업촬영물 분석, 서예와 배구 같은 예체능 활동 등으로 ‘가볍게’ 시작했다. 그러다 연구회에서 공유한 것들을 보다 많은 학교와 교사들이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각종 공모에 참여했다. 2009년에는 연구회가 개발한 ‘대전의 문화유적 체험학습’ 장학자료가 대전광역시교육청역사교육강화 교과교육연구회 공모에 선정됐다. 이 자료는 대전 관내 학교에 배부돼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2010년부터 대전교육과학연구원에서 지원하는 교과연구회에 5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연구회에서는 매년 국어, 수학, 과학, 창의인성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주제를 정해, 연구 및 교육 자료 제작·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2010년부터 꾸준히 연구해 온 ‘실생활 주제중심’ 융합인재교육(STEAM) 연구는 주목할 만하다. STEAM 교육에 대한 관심은 높은 반면 자료가 충분치 않은 학교 실정을 감안해 회원들이 직접 실제 학교에서 활용 가능한 주제들을 선정하고 수업방안을 개발했다. 아이들이 과학기술에 대한 흥미와 이해를 높이고 융합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도록 실생활과 가까운 주제들로 접근한 점이 장점이다. ‘비눗방울 이야기’, ‘우리는 환경 지킴이’ 등 과학교과를 중심으로 한 13가지 주제를 학년별로 나눠 교수·학습과정안 등을 개발해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대전 소재 5개 초등학교 10개 학급 학생을 대상으로 실제 수업에 적용했다. 이상부 교사(대전 글꽃초)는 “과학의 경우 실험과 이론이 분리된 경우가 많아 아이들이 과학교과를 어려워하고 지루해 한다. STEAM 교육자료를 수업에 적용해봤더니 아이들이 상당히 재밌어 하더라”고 전했다. 이 연구는 작년에 한국창의인성재단에서 공모한 전국단위 교과연구에 선정돼 대전지역뿐만 아니라 전국단위로 사례를 발표하는 쾌거를 이뤘다. 끈끈한 유대감으로 뭉친 연구회 교사들 초등학교 교단은 여초현상이 심하다. 학교에서 남교사들이 동료 교사들과 고민을 나누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연구회에 참여한 지 4년째가 된 복장순 교사(대전 노은초)는 “아무래도 학교에 여선생님들이 많다보니 소통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그런데 연구회에는 남자 선생님들만 있어서 평소 수업 방식에 갈증을 느꼈던 부분을 묻고 해소하는 데 수월하다. 선배들이 먼저 걸어 간 길이 후배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연구회는 비단 후배들만 배우고 가는 모임이 아니다. 배움에 있어서 선후배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 연구회 모임의 장점이기도 하다. “오히려 후배에게 배울 게 많다. 교단에 선 지 17년이 됐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고정관념이 생기더라. 그런데 후배들은 창의적이다. 아이들을 다루는 스킬은 선배가 낫지만 후배들의 아이디어는 따라가기 어렵다.” 김대환 교사(대전 산흥초)는 선배와 후배가 서로 윈윈하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실례로 김 교사는 스마트중앙선도위원을 하고 있는 연구회 후배교사에게 스마트 기기를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배워 수업에 적용하고 있다. 선후배 간 배움의 벽이 없는 까닭은 연구회 회원들이 그만큼 동료로서 유대감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적은 수의 교사들이 시작한 만큼 친목 다지기뿐만 아니라 연구에도 뜻을 쉽게 모을 수 있었다. 불어난 회원 수가 반가우면서도 우려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깊게 다져온 유대감이 약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는 32명 회원 전체가 모이는 월 정기모임 이외에 연구 주제별 소그룹을 만들어 각각 상황에 맞게 비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다. 다양한 주제를 포괄하면서도 유대감을 잃지 않기 위해 연구회가 마련한 대안이다. 이중재 회장(대전 삼성초 교감)은 “연구회를 운영하다보면 재정문제에 봉착할 때가 있다. 회비 없이 공모를 통해 받은 지원금으로 운영하고 있는 탓이다. 하지만 이는 단단한 유대감으로 모임이 지속된다면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연구회의 가장 큰 장점인 회원 간 끈끈함을 유지해가며 수업연구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은 5·31 교육개혁이 추진된 지 20년 되는 해이다. 1995년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고등교육이 위기에 직면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문민정부는 5·31 교육개혁을 추진했다. 5·31 교육개혁의 목표는 ‘세계화를 위한 신교육 체제의 구축’으로 압축될 수 있다. 이 교육개혁안을 기반으로 중등교육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특목고와 자립형사립고가 설립되었고, 고등교육에서는 학교설립준칙주의에 입각해서 고등교육의 대중화 시대를 열게 되었다. 지난 20년을 지나오면서 5·31 교육개혁의 일부 내용이 수정되기는 하였으나 본래의 큰 맥락은 그대로 유지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5·31 교육개혁안은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를 거쳐 현재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우리 교육의 비전을 제시하고 기틀을 잡는 데 늘 사상적 기초가 되어왔다. 2015년이면 20년을 맞게 되는 5·31 교육개혁이 현 시점에서 볼 때, 어떠한 성과가 있었고,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를 되짚어보는 일은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5·31 교육개혁의 明 먼저, 5·31 교육개혁의 밝은 면을 살펴보자. 첫째로 꼽을 수 있는 일은 5·31 교육개혁은 우리 교육의 미래를 위한 글로벌 비전을 제시했으며, 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여 놓았다는 점이다. 5·31 교육개혁이 나올 당시의 한국사회에 대해 한 기자는 교육개혁이 불가피한 “교육병리 현상으로 인한 황폐화 상태”라고 언급했다. 급격한 경제발전으로 교육의 양적 성장은 이루었으나 입시위주 교육, 대학 병목현상 심화, 획일적 규제 위주 교육행정, 교육현장의 활력 상실, 교육투자 미흡 등 각종 문제들이 산적해 있었다. 그러나 5·31 교육개혁 이후에 초·중·고 및 대학들은 상당히 달라졌다. 세계에서 최하위 수준이던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2013년 초등학교 15.3명, 중학교 16.0명, 고등학교 14.2명으로 낮아졌고 GDP 대비 교육예산 비율도 5% 이상으로 높아졌다. 이런 데이터에 비추어 볼 때, 5·31 교육개혁은 한국교육의 여건을 한 등급 격상시켜 놓은 것이 분명하다. 둘째, 5·31 교육개혁은 교육의 자율성을 확보해 주는 데 기여했다. 교육개혁으로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교육은 수요자 중심 교육, 책무성에 기초한 교육을 강하게 실천할 수 있게 되었다. 획일적이고 폐쇄적인 측면이 강했던 우리 교육은 5·31 교육개혁을 통해 다양화와 특성화에 대한 강한 요구가 부각되었으며, 종래의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되었다. 통제 중심의 교육에서 책무성에 기초하는 교육으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특히 학교운영위원회가 설치·운영되어 종래 학교의 폐쇄성에서 탈피하게 되었으며,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학교의 주인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셋째, 5·31 교육개혁은 대학교육에도 엄청난 개혁의 바람을 몰고 왔다. 특히 대학 제도의 획기적인 혁신을 가져와 대학정원의 확대와 대학설립준칙주의를 도입해 고등교육의 기회가 크게 확대되었다. 그동안 천편일률적인 줄세우기 대학입시 관행에서 벗어나 수능과 함께 종합생활기록부, 논술, 면접, 실기 등을 다양하게 반영하는 대학 자율 입시제도가 태동하게 되었다. 국·공립대학의 본고사가 폐지되었고, 수시모집을 통한 모집시기의 다양화로 학생들의 선택 폭이 크게 확대되었다. 또한 BK21사업, 교육역량강화사업, 대학특성화사업 등 대학 특성화를 위한 재정지원 사업으로 고등교육의 변화에 촉매 역할을 했다. 5·31 교육개혁의 暗 지난 20년간 지속적인 교육개혁의 기초가 된 5·31 교육개혁은 학교와 대학 현장에 많은 변화와 성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5·31 교육개혁이 교육현장에 시장경제의 원리를 도입한 원흉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대학의 자율과 경쟁을 추구한다는 미명하에 평가연계 재정지원 방식으로 정부가 여전히 대학을 통제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고, 초·중등 교육현장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남아있다. 따라서 5·31 교육개혁이 우리 사회에 파생시킨 여러 어두운 면을 살펴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첫째, 5·31 교육개혁은 비전과 목표를 적절하게 설정하지 못했다. 5·31 교육개혁안은 교육의 결과가 무엇이어야 하느냐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지 않다. 임천순(2005)은 5·31 교육개혁안을 보면, 교육개혁의 비전과 목표가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 대한 대비’라고 말하고 있지만, 21세기 지식기반 사회가 요구하는 바람직한 교육결과가 과거 것과 비교할 때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가를 명확히 제시해주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교육개혁의 성과에 대한 구체적인 성취준거의 제시와 이를 충족하기 위한 단계적 성과지표의 제시가 필수적인데 이들을 제시하는 데도 소홀하였다. 따라서 교육개혁의 추진과정은 비전과 목표가 구체적이지 않아 정부가 바뀔 때마다 조금씩 그 비전과 목표가 달라지거나 자의적인 해석으로 인해 최초 교육개혁의 취지를 잘 살리지 못하게 되는 우를 범하고 있다. 둘째, 중등교육의 다양화·특성화 정책은 교육 격차를 심화시켰다. 5·31 교육개혁의 근간이었던 중등교육의 다양화와 특성화를 이루기 위해 시행한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의 설립은 당초의 목적과는 달리 고교유형 간 학력 격차를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고교 다양화·특성화 정책은 원래 취지에 부합하기보다는 대학입시 명문고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강상진(2011)에 따르면 특수목적고 간 교과영역별 학업성취도의 분포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런 결과는 특수목적고 간 교과과정 운영의 특수성에서 기인한 것이라기보다는 우수한 학생의 선발에서 기인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특수목적고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일반계고 학생들보다 확연히 높은 결과를 보였는데 만일 이런 사실을 정당한 것으로 수용하게 된다면, 대학입학전형에서 특수목적고 학생들의 고교 내신 성적을 일반계고 학생과 동등하게 평가하는 대학입학전형 정책은 모순이라는 주장이 가능하다. 셋째, 일관성 없는 대학입시정책은 고교교육 정상화에 대혼란을 야기했다. 5·31 교육개혁에서 제안된 대학입학정책의 핵심 내용은 기존의 15등급 내신을 종합생활기록부로 대체하고 성적기록방식을 성취기준평가(절대평가)로 전환하면서 학생선발 방식으로는 수시모집을 허용하고, 대학과 전공영역의 특성을 살린 학생선발에 대한 자율권을 대학에 부여한 것이었다. 특히 5·31 교육개혁 이후 특별전형, 추천입학, 특차 혹은 수시모집의 비율이 급격하게 확대되었다. 그러나 5·31 교육개혁 이후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경감을 이유로 여러 차례 계속된 대학입시제도의 개편은 아직까지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김신영 외(2011)에 따르면, 595명의 교사 및 교육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수능이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의견은 4.4%에 불과했으며 현행 대학입시에서 수능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는 의견은 80.1%로 나타났다.[PART VIEW] 5·31 교육개혁은 밝은 면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혹자들은 어두운 면을 더 부각시키려 하기도 한다. 그러나 학령인구의 감소가 예견되고, 과거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훨씬 더 커진 상황에 우리는 서있다. 따라서 지금은 5·31 교육개혁의 정신을 기반으로 다가올 20년을 위한 새 교육개혁을 준비해야 할 때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 취임한 황우여 장관은 취임 직후 교육계에 큰 화두를 던졌다. 황 장관은 지난 8월 8일 취임사에서 “5·31 교육개혁을 재조명하면서 지켜야 할 교육의 기본적 가치는 유지하면서, 새로운 시대변화에 부응하는 교육의 새로운 틀을 모색할 때”라고 밝혔다. 황 장관은 8월 11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도 5·31 교육개혁의 재조명과 새로운 교육개혁 방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또다시 강조했다. 당시 젊은 기자들은 ‘5·31 교육개혁’이 무엇인데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20년 전에 있었던 교육개혁을 화두로 제기했는지 궁금해 했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새로운 교육개혁 방안이 필요하다는 황 장관의 언급은 정치인 출신 교육부장관으로서 예상된 행보라는 얘기가 나왔다. 그렇다면 교육계가 황 장관의 언급을 예상된 것이라고 평가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또 황 장관이 5·31 교육개혁을 언급한 배경은 무엇일까? 교육개혁에 관한 세계의 교육사를 살펴보면 이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독일은 19세기 초 나폴레옹과의 전쟁에서 패하자 훔불트(Humboldt)와 피히테(Fichte)의 지도력으로 교육개혁을 단행했다. 당시의 교육개혁은 다른 나라의 국민교육 제도의 발전에 중요한 모형으로 영향을 미쳤다. 미국도 1929년을 전후해 경제대공황을 겪었을 때 교육이 현실적인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지 못한다고 진단하고, 교육개혁을 추진했다. 당시에 나온 ‘지역사회학교’ 개념은 현대적 학교의 전형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 또 1957년 10월 4일 소련의 스푸트니크(Sputnik) 인공위성 발사에 충격을 받은 미국이 국가 위기의 해법으로 가장 먼저 꺼내든 카드가 교육개혁이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구한말 일본과 서방 국가들에 의해 국운이 풍전등화일 때 ‘갑오경장’이라는 개혁의 일환으로 고종황제는 ‘교육입국조서’를 공포했다. 이를 통해 수백 년간 이어져온 교육제도를 폐지하고 서양식 공교육 제도를 수용해 새로운 국민교육 체제를 수립하고자 했다. 교육개혁, 국가 위기의 돌파구 이처럼 세계의 교육사를 보면 사회가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 위기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교육개혁이 단행됐다. 우리나라도 일제강점기, 미군정기는 물론 역대 정권에서 끊임없이 교육개혁을 추진해 왔다. 지난 1995년 5월 31일 김영삼 정부가 이른바 ‘열린 교육사회(Edutopia)’를 표방하는 교육개혁을 발표한 것도 이런 흐름 속에 있다. 황 장관이 ‘5·31 교육개혁의 재조명’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5·31 교육개혁이 우리 교육에 미친 영향이 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나타났던 문제점도 적지 않았다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5·31 교육개혁이 지닌 원칙과 접근방법, 특징을 볼 때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5·31 교육개혁의 패러다임이 적절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5·31 교육개혁은 교육개혁의 방향으로 ‘신교육 체제’ 구축을 내세웠고, 핵심 내용으로 ‘열린 교육사회, 평생학습하는 사회’의 건설을 추구했다. 그러면서 교육 통제 구조의 개편, 소비자 중심주의, 시장논리 도입, 탈규제정책, 교육기관의 경쟁력 강화 등 방법론적 원칙을 제시했다. 이런 원칙들은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기능을 최대화하고자 하는 ‘신자유주의’를 기본 이념으로 했다. 이런 흐름은 1980년대에서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미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 일본, 호주 등 선진국들이 경제 우선 정책을 배경으로 하는 ‘경제를 위한 교육개혁’을 추진하는 데 공통점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도 5·31 교육개혁에 신자유주의를 반영했지만, 신자유주의 기본이념이 교육개혁의 원칙으로 적용되고 많은 부작용이 초래됐다. 시장논리가 무분별하게 도입되면서 ‘시장의 폭력성’과 ‘경쟁의 폭력성’이 나타났다. ‘신자유주의’ 기치 내건 5·31 교육개혁… 부작용 초래해 교육이 소비자, 공급자 중심 논리로 재단되다 보니 고령교사 1명을 퇴출시키면 신규교사 2.6명을 채용할 수 있다는 폭력적 주장이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제기되고, 결국 정부 정책으로 현실화되었다. 정부는 교원의 정년을 65세에서 62세로 단축하는 과정에서 여론조작을 통해 ‘고령교사=무능교사’라는 등식을 만들어냈고, 이로 인해 많은 교사들이 정년단축으로, 명예퇴직으로 교단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갑작스러운 퇴직 교원의 증가는 공무원연금기금을 위협해 연금법 개정 논란을 촉발해 교단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초래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교원이 안정감을 갖고 학생교육에 전념하기를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와 다를 바 없었다. 교권은 철저히 유린당했고,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정부의 교원수급 정책은 땜질 처방으로 일관했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학교현장이 떠안았고, 그 폐단은 학생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퇴직한 교원이 또다시 기간제 교사로 교단에 돌아와 학교 분위기는 엉망이 되었고, 기간제 교사조차 구하지 못하는 학교는 경품 제공까지 내세우며 교사 구하기에 나서는 촌극도 벌어졌다. 중등교사 자격자를 임시처방으로 초등교사로 임용하는 ‘중초교사’도 남발됐고, 교원 수급 불안정에 따라 지역 간 교육 격차가 심화되는 결과도 초래되었다. 학교에서는 교장의 권위는 물론 교사의 교육권도 위협받았다. 소비자 중심주의 원칙에 따라 학교의 담장을 걷어낸다는 이유로 학교운영위원회가 설치되었고, 교권은 무너져 갔다. 학부모의 폭언과 폭력 등으로 교권이 침해되는 사례가 급증했고, 교사가 학부모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장면이 공중파를 통해 여과 없이 TV 뉴스에 방송되는 일도 일어났다. 또 학부모는 물론 제자들에게 폭력을 당하는 교사에 대한 뉴스도 이제는 심심치 않게 전파를 타고 있다. 5·31 교육개혁 이후 역대 정권들은 교사가 살아야 교육이 산다고 외쳤지만, 교사가 살 수 있는 정책은 외면했고, 교사를 철저히 개혁 대상으로 몰아쳤다. 교육에 시장 경제적 관점이 적용되면서 대학설립준칙주의가 도입되었고, 무분별하게 대학이 양산되어 지금은 대학구조조정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박근혜 정부 이후 정권의 가장 큰 국가적 과제가 대학구조조정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교육의 시장논리는 국가적 고민들을 만들어냈다. 학생, 학부모의 선택권을 강조하면서 다양한 학교를 세웠지만, 평준화의 기본 틀 속에서 외고, 특목고, 자사고 등은 입시 명문학교로 전락했고, 교육의 불평등이 확산되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공교육에 대한 불만족은 여전하고 사교육비 부담도 지속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의 입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학습부담도 늘어나고 있다. 청소년 자살, 학교폭력이 교육문제를 넘어 사회문제로 확산되었고, 학생 안전도 국가·사회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 특히 인성교육이 강조되고 있지만 우리 교육 현실 속에서 인성교육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박근혜 정부조차 ‘창의인성’을 내세우며, ‘창의’가 먼저지 ‘인성’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처럼 5·31 교육개혁은 우리 교육의 고질적인 병폐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교육정책을 쏟아냈지만, 부작용도 상당했다. 또한 경쟁 중심 교육과 인성교육 약화, 학교 불만족, 사교육비 부담 증가 등 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교육은 그동안 많은 성장을 해 왔다. 교육의 양적 성장 측면에서 보면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로 발전을 이뤄냈다. 이런 배경에는 국가의 역할보다는 국민들의 세계 최고 교육열이 큰 역할을 했다. 예전에 대학을 상징하는 ‘상아탑’은 부모가 가정의 재산목록 1호인 소를 팔아 자식 교육에 투자한다는 ‘우골탑’으로, 부모 등골을 휘게 한다는 ‘등골 브레이크’로 이어지며 자녀 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교육을 본받아야 한다고 자주 언급하는 것에도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에 대한 부러움이 담겨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관하는 학업성취도 국제 비교 연구(PISA)와 국제 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가 주관하는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 변화 국제 비교연구(TIMSS)에서 한국 학생들의 평가결과가 세계 최고 수준인 것도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현장 교사들이 성공적 교육개혁의 열쇠[PART VIEW] 그동안 역대 정권은 교육개혁을 추진해 왔다. 교육개혁을 추진할 당시의 정치·사회적 배경을 보면 국가 위기, 사회 위기가 강조되던 시기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두환 정권은 과외 망국론 등 국가 위기를 강조하면서 과외금지조치 등 교육개혁을 단행했다. 5·31 교육개혁이 발표된 것은 1995년이지만, 교육개혁을 한참 준비할 때는 김영삼 정권이 ‘신한국 건설’을 내세울 때였다. 5·31 교육개혁에 ‘신교육 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이라는 명패가 달린 것도 ‘신한국 건설’이라는 정치적 레토릭과 무관하지 않다. 이처럼 교육개혁은 정치와 깊은 관계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역대 정권은 교육개혁을 추진하면서 실제로는 재정 투자에 인색하기 짝이 없었다. 말로만 개혁을 외쳤지 개혁을 실현할 예산 확보는 하지 않았다. 특히 학교 중심 개혁에 치중했지 학교 밖 교육에는 눈을 돌리지 못했다. 특히 교원을 교육개혁의 주체로 세우지 못하고 대상으로 내몰았다. 돈이 없어도 교사들만 닦달하면 학교가, 교사가 교육의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교육개혁을 추진했다. 그러니 교육개혁 얘기만 나오면 학교현장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얘기가 나오는 게 아니겠나. 5·31 교육개혁이 추진된 지 20년이 지났다. 우리 나라 교육은 그동안 많은 공과가 있었다. 학계나 전문가들이 그간의 교육개혁 공과를 평가하고 연구해 축적한 지식도 상당하다. 한국교육은 기로에 서 있다.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정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시대와 사회변화는 교육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교육은 사회변화에 부응하고, 선도할 과제를 안고 있다. 교육개혁 얘기만 나오면 현장 교원들은 ‘개혁 피로증’을 호소하곤 한다. 현장이 움직이지 않는 교육개혁은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 역대 정권의 교육개혁 대부분이 그런 과정을 밟았다. 답은 현장에 있다. 교육개혁이 화두가 된 만큼 각계가 중지를 모아 이번에는 백년대계의 기틀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식민 잔재였던 교육법 재정비… 교육기본법 등 교육 3법 제정 “5·31 교육개혁은 교육의 다양화·정보화·세계화를 추구한 문명사적 도전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미래 한국사회를 이끌어 갈 인재를 기르기 위한 응전으로서의 교육적 처방인 셈이죠. 도덕적이고 자율적이면서 창의성을 갖춘 인간교육, 즉 열린교육 체제로서의 ‘에듀토피아’를 추구한 것입니다.” 지난 1995년 김영삼 정부 당시 5·31 교육개혁을 주도했던 이명현 前 장관은 “산업화 시대를 극복하고 21세기 새로운 문명을 주도하기 위한 새로운 교육 체제가 필요했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 前 장관은 YS 정부의 교육 청사진을 만들었던 교육개혁위원회 상임위원과 교육부장관을 역임, 5·31 교육개혁을 디자인하고 실천에 옮긴 인물이다. 김 前 대통령의 서울대 후배로 각별한 관계였던 그는 YS와 여러 차례 독대를 하면서 교육예산 GNP 5% 확보를 이끌어 내는 등 역대 가장 강력한 교육개혁을 주도했다. 5·31 교육개혁은 발표 당시 뜨거운 반응 속에 등장했다. 유아교육의 공개념 도입, 초·중등교육과정 현실화, 학교운영위원회 도입 등 긍정적 평가와 함께 수요자 중심교육, 수월성 강조, 경쟁과 평가, 성과급 등 신자유주의 교육 강화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평준화와 자율경쟁, 공공성과 시장논리, 기초학문 육성과 산업적 논리 등 모순적 의제들이 과학적 검증 없이 대립되거나 혼합되는 바람에 교육현장에 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건국 이후 한국교육사의 가장 획기적 결단으로 평가되는 5·31 교육개혁은 이후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 교육정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교육법이 없었어요. 일제 식민지 시절 만들어진 교육법을 손질해 쓰는 정도였지요. 그러던 것을 5·31 교육개혁에서 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등 교육 3법을 만들어 교육법 체계를 완전히 우리 것으로 정비했습니다. 법리상으로 보면 5·31부터 교육이 제대로 자리 잡은 셈이죠.” 이 前 장관은 이 같은 법적 기반 아래 교육의 다양화·정보화·세계화를 추진한 것이 5·31 교육개혁 핵심 가치라고 말했다. 교육 다양화·정보화·세계화에 가치… 평생학습시대 준비했다 “교육에 다양화 개념을 도입한 것은 상당한 의미를 지닙니다. 저는 미래의 문명은 다양화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른 것이 아름답다’는 말처럼 다양성은 존중하고 학문의 칸막이를 없애자는 것이죠. 최근 들어 교육부가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을 추진한다는데 5·31 교육개혁안은 이미 20년 전부터 융·복합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ICT 교육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교육정보화는 이 前 장관이 가장 애착을 느낀 정책이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을 보면서 머지않아 우리 생활이 획기적인 변화를 맞게 되겠구나 싶었어요. 지금과 같은 학습 속도로는 미래 사회를 따라 잡을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ICT를 이용한 교육방법의 개선을 준비하자고 했지요. 교육정보화를 기반으로 한 평생교육 시스템을 주문했는데 제 뜻을 알았는지 안병영 前 장관이 교육부에 교육정보화국과 평생교육국을 설치하더군요. 지금 봐도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니뭐니 해도 5·31 교육개혁의 가장 큰 성과는 교육예산의 안정적 확보를 통한 교육여건 개선에 있다. YS 정부는 교육예산 GNP 5%를 약속했고 임기 동안 이를 실천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대통령 지시로 개혁안을 발표했는데 정부 부처 반응이 뜨뜻미지근해요. 특히 예산 확보에는 냉담하다시피 했습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었죠. YS에게 독대를 신청했습니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5% 확보가 어려울 것 같은데 장관 그만 두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어요. 장관에 임명된 지 한 2주쯤 지난 뒤였습니다. YS 얼굴이 확 굳어지시더니 입술을 꽉 깨무시면서 ‘알았어’ 한마디 하시더라구요.” “교육예산 GNP 5% 안주면 사표”에 YS 입술 깨물며 “알았어” 그 후론 일사천리였다. 교육개혁 추진을 위해 총리가 위원장이 되고 10개 부처 장관이 위원 자격으로 참가했다. 이어 5·31 교육개혁안은 대통령령으로 포고됐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교육개혁 방안을 법으로 정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하지만 5·31은 미완의 개혁이다. 정권교체와 IMF가 겹치는 바람에 동력을 잃은 데다 교육현장의 컨센서스를 얻는 데 실패하면서 5·31 교육개혁은 조금씩 잊혀져갔다. 이 前 장관은 “교원양성 체제 개편과 교육자치제 개선, 사립학교 체제 개편 등 핵심 사업을 마무리 짓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교사양성 체제는 주먹구구예요. 중등만 보더라도 사범대학은 왕창 만들어 놨지만 임용은 바늘구멍 아닙니까. 수요와 공급이 전혀 맞지 않으니 인력낭비도 심하죠. 제가 생각했던 것은 교육전문대학원을 만들어 그곳에서 정부 장학금으로 교사를 양성, 배치하고 싶었어요. 질적으로도 우수한 인력을 학교에 보냄으로써 교육의 질도 높이고 수급도 안정시키는 방안이었는데 워낙 (사범대학의)반대가 심해서 결국 못했습니다.” 교육자치제 개선도 의욕적으로 밀어붙였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교육감은 시·도지사가 임명하는 임명제로 하되 교육자치는 시·군·구 기초단위에서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사는 게 비슷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교육자치를 해야 실질적인 자치를 이룰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재정여건이 시·군·구마다 다를 수 있지요. 이 부분은 시·도나 국가가 지원해 주면 됩니다. 피부에 와 닿는 교육자치가 진정한 교육자치죠. 지금처럼 보수와 진보로 갈려 진영싸움이나 하는 교육자치는 자치가 아닙니다.” 교원양성 체제·사립학교·교육자치 개편 마무리 못해 아쉬워 이 前 장관은 특히 교육감 직선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말도 안 되는 제도예요. 시·도지사만큼 큰 게 교육감 선거인데 선생님들이 무슨 수로 그 많은 돈과 조직을 감당할 수 있겠어요. 많은 분들이 감옥에 가고 하는 것도 다 그 때문 아닌가요. 결국 정치꾼들이나 교육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인데 그게 무슨 교육자치입니까 난장판이지.” 그는 굳이 직선제를 하고 싶으면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서 진정한 대표자를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30~40% 받은 사람들이 교육감에 당선돼서는 마치 모든 것을 잡은 것인 냥 행세하는 것은 민의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사립학교 체제 개혁 역시 사학의 반발로 무산됐다고 술회했다. “5·31 교육개혁팀의 구상은 재정자립 능력이 있는 사학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립으로 전환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자립형사립고 정책이 나온 것도 바로 그 때문이죠. 중등 사학 비중이 너무 큰데다 영세한 사학이 많아 정비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는데 결국 실패했습니다.” 이 前 장관은 최근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자사고 문제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불만을 나타냈다. “소위 진보교육감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평준화 정책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걸 보면서 어처구니가 없더라구요. 평준화라는게 뭡니까? 우리나라 산업 일꾼을 길러내는 데 기여하고 국민들의 교육수준을 높이는 역할을 했지만 그것은 산업화 시대의 논리잖아요. 창의성이 교육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되는 지금, 40년 묵은 평준화에 집착하는 것은 시대착오 아닌가요. 교육적 관점에서 보면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보수 꼴통들입니다.” 이 前 장관은 현재 경기도 가평에 거주하면서 한국 철학을 집대성한 저술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5·31 교육개혁을 재조명, 새롭게 발전시키겠다는 황우여 장관의 발언에 고마움을 느낀다”면서 “자신이 이루지 못한 교육개혁을 꼭 완성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교정에 물든 노랗고 빨간 단풍만큼이나 아이들과 선생님의 얼굴이 벌겋다. “자, 박자 잘 맞추고, 하나 둘 셋 넷, 그렇지!”, “둘 둘 셋 넷, 오른쪽으로 돌고, 반대로 돌고….” 힘내서 다시 한 번만 해보자고 아이들을 달래는 선생님과 힘들다고 투정부리는 아이들. 가을 운동장은 학예회 준비로 한창이다. 학예회 준비를 위해 우리 반 역시 맹연습에 돌입했다. 매번 하는 연습인데도 아이들은 할 때마다 흥분하곤 한다. 연습을 하기 위해 책상을 교실 뒤로 밀라치면 아이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마음만 들떠서는 자기들끼리 장난만 치기 일쑤였다. 책상은 제대로 밀어 놓지도 않은 채 교실을 마구 돌아다니다 선생님의 제지를 받고 나서야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곤 했다. 늘 그런 아이들을 진정시키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연습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공부 시간에는 별로 존재감이 없던 아이들도 이 시간만큼은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교사인 나로서는 무대에 올려야 하는 만큼 될 수 있으면 동작이 좀 더 정확하고 시원스럽게 표현될 수 있도록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 어렵지 않은 동작인데도 번번이 틀리는 아이들, 쑥스러운지 자신감 있게 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개별 지도를 하기도 하고, 틀리는 일이 자꾸 반복되면 꾸중을 하기도 하였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정확하게 무용 동작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딸아이가 자기 방 거울 앞에 서서 무엇인가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행여나 엄마가 보고 있다는 것을 알면 안 할까봐 문틈으로 조심스럽게 들여다보니, 자기 학년 학예회 무용 연습을 하고 있었다(저희 아이는 저와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엄마가 보기에는 손동작과 발동작이 좀 더 자신감 있게 쭉쭉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중요한 것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진지하게…. 거울에 비춰 보이며 자신의 동작을 점검하는 아이의 눈빛에는 이미 총기가 있었다. 그 순간 개구쟁이 우리 반 아이들이 떠올랐다. 너희들도 아마 집에서 이러고 있겠지…. 그 후로도 우리 아이는 “엄마, 이제 학예회가 3일 밖에 남지 않았어요.”하며 설레는 감정을 드러냈다. ‘아마, 우리 반 아이들도 그렇겠지!’ “엄마, 제가 무대에서 떨지 않고 잘 할 수 있을까요?”하며 긴장된 마음도 드러냈다. ‘아마, 너희들도 그렇겠지!’ 우리 아이의 모습에서 우리 반 아이들의 모습이 겹쳐졌다. 설레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자꾸 교실을 방방거리며 돌아다녔던 장면들도 떠올랐다. 그리고 비록 동작은 정교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쉴 새 없이 두근거리게 하고, 시키지 않았는데도 하고 싶게 만들고, 그때 만큼은 온 몸의 에너지를 모으는 데 주저함이 없었던 모습이 차례로 지나갔다. 그동안 아이들의 어설픈 동작만 보느라, 어느 때보다 진지했던 그 눈빛과 진심이 담긴 마음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몇 년 전부터 학예회 업무를 담당하면서 늘 업무가 힘겹다고 느꼈었는데, 이를 통해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한결 수월하게 다가오는 것은 물론이고, 보람이라는 값진 경험도 하게 되었다. 그 날 이후 우리 반은 더 신나게 연습을 한다.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면서 서툰 아이들의 동작은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되었다. 대신 학예회 연습을 계기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배웠을 것이다. 마음을 시도 때도 없이 두근거리게 하고, 시키지 않았는데도 자꾸만 하고 싶고, 몸과 마음을 다해 정성을 쏟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을….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나 또한 배움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오늘도 아이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보며 가수 윤도현의 노래가 새삼 떠오른다.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거야,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
‘독소’는 모든 병의 근원이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 병(독소)을 섭취하고 병(독소)을 만들면서, 스스로의 건강을 해치며 살아가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맛을 위해 자연식과 거리가 먼 음식을 만들어 먹고,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생겨나는 독소가 우리 몸속에 잔류하면서 우리 몸 각 부위나 장기를 공격하여 병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해독(detox)이란? 고전에서는 모든 사람은 다 ‘미병(未病)’ 상태라고 말한다. 즉, ‘아직 병들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따라서 ‘건강한 상태’라는 것은 독소를 스스로 만들고 끝없이 섭취하고 있으면서도 아직은 병증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해독(디톡스:detox)’은 중요하다. 쌓아 두었다가 한 번씩 해독하면 되는 게 아니라, 독소가 체내에 유입되는 족족 해독될 수 있도록 평소에 우리 몸을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들 장세척, 장청소를 ‘디톡스’와 같은 뜻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디톡스는 모든 몸의 해독을 뜻한다. 다만, 대장에서 몸속 독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기 때문에 그렇게 이해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독소는 코, 입, 피부를 통해 배출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대장과 항문, 소변을 통해 배출되기 때문이다. 즉, ‘장’은 가장 많은 독소를 만들고 배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최근 대장암 및 직장암, 과민성 대장 증후군 등 대장 질환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를 통해서 쉽게 알 수 있다. 우리 몸속의 독소는 왜 생기는 것일까? 첫째, 먹거리가 주원인이 된다. 많은 식품들은 농약과 화학비료 등으로 길러지고, 계절과 무관하게 생산되며, 생산지 또한 세계화되면서 운송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방부제가 쓰인다. 육류와 어류는 인공사료와 항생제까지 먹여 키우고 있으며, 우리는 이를 알면서도 먹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생식보다는 조리과정을 거치는 대부분의 음식들은 ‘화학반응’을 한번 거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우리는 싫든 좋든 저절로 몸에 해로운 독소를 함께 섭취하게 된다. 항상 바로 조리한 음식이나 신선한 음식을 먹을 수 없기 때문에 다소 산화된 음식을 먹기도 한다. 또 원활한 배변활동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숙변이 쌓이게 되는데, 이 노폐물은 36.5도의 따뜻한 몸 안에서 부패하면서 독소가 발생하고, 다시 몸속으로 흡수되기도 한다. 둘째, 오염된 공기는 우리가 피할 수 없는 독소이다. 사람은 코나 입을 통하여 몸에 해로운 여러 가지 독소를 마시며 살 수밖에 없다. 문명화된 생활을 돌아보면 주변의 모든 이동 수단, 공장, 현대식 건물 등 우리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거의 모든 것들에서 우리 몸을 망가뜨리는 독소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셋째, 잔류 약성분도 치명적인 독소이다. 우리는 많은 약물에 의존하며 살고 있다. 아프면 병원을 가고, 약을 먹고, 주사를 맞는다. 고혈압, 당뇨병, 협심증 등 생활 습관병이나, 자가면역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거의 매일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으면서 살고 있다. 우리가 섭취하는 다양한 약물은 진정 효과를 주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부작용, 즉 잔류 약성분을 우리 몸에 남긴다. 따라서 ‘약은 곧 독’이라고 할 수 있다. 약물 중독 때문에 생기는 것이 바로 합병증이다. 즉, 한 쪽의 효과를 얻기 위해 다른 쪽을 나쁘게 만드는 것이다. 넷째, 우리 몸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는 독소이다. 먹거리 노폐물이 대장에서 부패하면서 만들어내는 독소 또한 우리 몸 스스로 만드는 독소이다. 방귀를 뀔 때나 대변에서 악취가 심하면, 장내 독소가 많고 장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신호이다. 변비나 설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몸을 움직이거나, 머리를 쓰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하는 일상생활에서 꾸준히 만들어 내는 ‘활성산소(free radical)’도 독소에 해당한다. 활성산소는 우리 몸에 침입하는 세균의 살균 작용을 하기 때문에 꼭 필요하지만, 너무 많으면 세포를 공격하여 변형을 일으키면서 병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우리 몸은 화학적으로 중성 또는 약알칼리성일 때가 건강한 상태이다. 그러나 활성산소가 너무 많게 되면 우리 몸은 산성을 띠게 된다. 이는 마치 ‘쇠가 녹이 슨 상태’와 같이 산화되는 것이다. 따라서 활성산소의 신속한 배출을 통해 우리 몸의 산화를 막고, 항상 중성 또는 약알칼리성으로 유지하는 것이 건강의 필수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