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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서울 북부교육지원청은 3일 관내 ‘차범근 축구교실’에 참여하고 있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다 함께 더 신나게 어울리기 차범근축구교실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이 행사는 관내 교육복지우선지원 학교 간 공동사업으로 8개 초등교에서 학생 200여명에게 제공되는 차범근 축구교실 참여 학교 간 축구 토너먼트 형식의 ‘가을 잔치’로 열린다. 페스티벌은 축구교실에 참여해온 학생들로 하여금 한 해 동안 닦아온 축구 실력을 뽐내게 하는 한편 협동심을 증대시키자는 차원에서 매년 열리고 있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시민공원 내 ‘차범근 축구교실 운동장’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에는 8개교 14팀 223명이 1~2학년, 3~4학년, 5~6학년으로 나눠 토너먼트를 통해 결승전을 치러 우승팀을 선정한다. 경기 결과나 승패보다 아이들이 가족과 함께하는 나들이 겸 가족 축제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 올해는 학생과 가족 등이 500여 명에 이를 전망이다. 부상 없이 안전한 경기운영을 위해 퇴직소방관으로 구성된 북부교외활동 안전지원단 4명도 동행한다. 북부교육지원청은 모든 참가학생에게 축구스타킹과 메달을, 우승 학교에는 우승컵을 전달할 계획이다. 북부교육지원청의 차범근 축구교실은 전문 기관과 연계한 양질의 스포츠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2009년부터 민·관·학 연계 협력을 통해 마련되고 있다. 북부교육지원청은 연간 운영 및 기획을, 차범근 축구교실 측에서는 지도자 파견·학생지도를, 아디다스코리아에서는 유니폼과 음료수 등 물품지원을 담당한다. 또한 학교는 학생 선정·관리와 장소 제공 등을 맡는다. 2009년 당시 초·중학생 대상으로 출발했으나 2012년부터는 초등생 중심 운영으로 변경됐다. 매년 3월 정기 간담회를 통해 연계 협력, 지원 등을 검토한 뒤 4월부터 10개월 정도 열리고 있다. 선종복 교육장은 “우리 아이들이 차범근 축구교실을 통해 건강하게 성장하는 모습에 흐뭇하다”며 “양질의 전문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자존감 향상에 좋은 기회가 되고, 특히 페스티벌에서 그동안 쌓은 실력을 발휘하고 공동체의식을 더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감사 시즌이 돌아왔다. 이번 달 11일부터 29일까지 19일간 국회 교육위원회 소관 63개 기관에 대한 국감이 진행된다. 국감을 통해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아 현장의 애로를 해소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국감은 현장의 기대보다는 우려의 존재였다. 시즌만 되면 쏟아지는 자료 요구로 수업은 뒷전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교육청이나 시도의회 행정감사 요구자료 등 공문서 처리로 힘이 드는데 당일 요구, 당일 보고 자료로 난감한 경우도 많았다. 과거 여고에 군 입대 예정자수 파악보고 요구는 현장을 허탈케 했다. 그간 교총 등 교육계의 강력한 요구로 국감자료 요구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똑같은 자료 요구나, 수년치의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지난해까지 국회 교육위는 9년 연속 파행 국감으로 인해 ‘비교육적이다’라는 오명을 받았지만 이제는 씻어야 한다. 몇 달을 고생해 수감준비를 하고 하루 종일 기다리다 파행으로 허탈해하는 수감기관의 모습도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 정책 국감을 통해 그간 대입개편, 학생부개선, 유치원 방과 후 영어 등 정책혼선에 대한 원인 규명과 개선책도 모색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교육비전과 교육재정 확충, 대학의 위기 진단과 극복 방향, 고교학점제 및 고교무상교육의 실현성 검토 등 다양한 난제 또한 국감대상이다. 또 추진된 정책에 대한 효과성도 제대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자유학기제, 혁신학교, 9시 등교제, 야간 자율학습 폐지(꿈의 대학 설치), 선행학습금지법 시행에 따른 정책 효과성도 살펴봐야 한다. 실험적으로 온갖 정책을 정권과 교육감이 바뀔 때 마다 추진되어 성과를 내세우지만 정작 그 효과성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교육정책의 방향과 속도 또한 가늠할 수 있기 바란다. 의례적 국감보다 현장에 희망을 국감이 희망이 아닌 현실이 돼야 한다.
거센 반발을 불러왔던 ‘학교장 양성 아카데미’ 정책 추진이 사실상 철회됐다. 처음부터 권한도 법적 근거도 없었던 경기도교육청은 국회 법 개정 사항이라는 이유를 들어 정책 추진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신 ‘미래교육 교원리더십 아카데미’라는 새로운 정책을 내놨다. 2일 시행계획 공고를 내고, 교사 35명 내외, 교감 35명 내외 최종 대상자를 11월 23일까지 선발해 내년 3월부터 1년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인사정책 설명회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되는 등 성토장 분위기였다. 우선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리더십 아카데미 출신자에 대해 특혜를 주지 않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내부형 자격증미소지자 대상 교장공모제 시행 시 인력풀로 활용될 가능성 등 여러 방식의 특혜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는 것이다. 선발과정도 문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심사과정에 대해 교육청을 믿어 달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최근 서울지역 두개 학교 무자격교장공모제 심사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졌고, 명확한 해명 없이 ‘교장공모제 추천대상자 없음’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외부적 요인이나 정치적 고려 등을 과연 정직하게, 또 공정하게 피해 나갈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선발인원과 예산 대비 정책적 효과도 의문이다. 10만이 넘는 경기 초·중·고 교원 중 70여명을 뽑아 1년간 출장, 연수파견 형식으로 리더십을 교육한 후 반드시 교장으로 뽑지는 않겠지만 리더십만은 확산할 수 있도록 아카데미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이 과연 온당한 것인지 의문이다. 현행 승진제도가 문제라면 개선하면 되는 문제인데, 현장에서 헌신하고 있는 다수의 보직교사·교감들을 외면하고, 특혜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정책을 추진하려는 이유가 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보직교사 우대 방안, 교감자격 연수 시 리더십 연수 강화 방안 등을 연구해 시행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경기도교육청의 ‘학교장 양성 아카데미’ 계획이 철회됐다. 학교장 양성 아카데미는 지난해 도교육청이 교육경력 20년 이상의 교사에 400시간 연수인 아카데미 과정을 이수하면 공모교장 지원 자격을 부여하겠다는 계획이 골자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10월 교원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공청회를 여는 등 새로운 인사제도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일선의 거센 반발은 당연한 결과 이로 인해 당시 학교 현장에서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 일선 학교 현장의 교장, 교감은 물론 다양한 경력을 가진 승진 직전의 부장교사들을 중심으로 현행 승진 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아주 편향된 나쁜 정책이라는 비판과 함께 강력한 서명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결국 도교육청은 얼마 전 공모교장 자격을 부여하는 안을 배제한 ‘2019년 미래교육 교원 리더십 아카데미’라는 새로운 계획을 내놓았다. 이는 공모교장 자격 부여 대신 교육경력 20년 이상의 교사와 교감의 리더십 함양에 초점을 맞추고 이 아카데미의 운영 시수를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10월부터 교사와 교감 35명씩 선발해 시범운영에 나서겠다고 한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기존 계획의 변질이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학교장에게는 학교경영을 위한 특별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국·공립학교 교원은 국가공무원으로서 경력직 공무원에 속한다. 이중에서 교원은 법관, 검사, 경찰, 군인 등과 같이 특정직 공무원에 속한다. 학교장을 일정한 연수과정을 거친 뒤에 임용하겠다는 발상은 위의 특정직 공무원들에게 일정한 연수를 시켜서 법원장, 검사장, 경찰서장, 사단장 자리에 앉히겠다는 발상과 다르지 않다. 학교 현장에 있는 많은 교원들이 이런 납득할 수 없는 발상에 반발하였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는 학교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데서 기인한 것이다. 특수성을 갖고 있는 현장 교원들의 정서를 이해하고 배려해 주어야 교단이 안정될 수 있다. 앞으로 학교나 교원 관련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 학교 현장 밀착형 정서에 근거하여 올바르게 착근될 수 있는 정책들이 시행되어야 한다. 학교장에게는 수십 년의 교사 및 부장교사 경력과 다년간의 교감 경력이 필요하다. 현행 인사제도는 수십 년간 축적되고 보완 개정되어온 객관성과 투명성을 가진 가장 합리적인 제도다. 이런 필요조건의 경력들이 밑받침되기에 학교장에 대한 정서적·전문적인 권위가 확보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학교에서 학교장 역할을 수행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은 학교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면 모두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교육의 질이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듯이 학교경영의 수준은 학교장의 질을 결코 넘어설 수 없다. 학교에서 학교장만큼 학교와 교육 발전을 위해 고심하는 사람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현장 특수성 감안한 정책 나와야 교육당국은 더 이상 학교장들의 권위와 위상을 흔들고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 작금에 학교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불미스런 일들은 학교의 자율적 학교경영과 책임경영 체제가 확립되지 못한 데서 온 결과들이다. 다만, 학교장에게 잘못이 있을 경우 엄중하게 그에 대한 책임을 물으면 된다.
학생들이 신체적 및 정신적인 손상 없이 건강한 교육활동을 하도록 돕는 것은 학교의 중요한 책무이다. 그러나 학교안전사고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학생 수는 계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반면 사고건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교육방식 및 제도 정비 시급 지난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건을 계기로 국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 분야 안전종합대책을 세우고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학교안전법)을 개정했다. 학교안전사고 예방체제 구축, 체험중심의 안전교육 강화, 학교 구성원의 예방능력 강화, 안전한 교육활동 여건 조성, 안전한 학교풍토 조성을 주요 과제로 하는 2016 학교안전사고 예방에 관한 기본계획은 학교 현장에서 안전교육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다. 이러한 변화는 교육과정에도 영향을 미쳐 과학, 기술·가정·체육 등 관련 교과에서 실생활 맥락의 실천 중심 안전교육이 가능한 내용이 구성됐고, 저학년부터의 체계적인 안전교육을 위한 교과서(안전한 생활)와 교수·학습 자료(학교안전교육 7대 표준안) 및 콘텐츠가 개발 보급됐다. 그리고 학교안전 7대 영역이 확정되고 학년별 학생 안전교육의 시간(51시간) 및 교사의 안전교육 연수 이수(3년마다 15시간)가 법적으로 의무화됐다. 그러나 학교 현장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일부 개선이 필요하다. 첫 번째, 안전교육 방식의 변화다. 안전교육은 이론도 중요하지만 교육의 효과가 실천 및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 체험을 통한 교육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연간 51차시의 안전교육을 교육과정과 연계해 진행해야 하는 자체가 교사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이에 지진대피훈련, 소방훈련 등의 재난안전 영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영역에서 교재와 동영상을 중심으로 법정이수시간에 얽매여 형식적인 안전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이다. 교사의 부담을 줄이면서 효과적인 안전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수요자 중심의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두 번째, 법적 제도의 정비이다. 학교안전교육은 아동복지법, 학교보건법, 그리고 학교 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과 그 시행령 및 시행규칙 등을 통해 법적 의무가 부여되고 있다. 그러나 각 법령에는 중복되는 내용들과 일관되지 않은 내용들이 산재해있어 학교현장에서 혼란의 소지가 있다. 따라서 안전교육 시수 및 횟수를 일원화하기 위한 법률의 정비가 요구되고, 이를 학교현장에 명확히 안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실습위주의 교원연수 필요 세 번째, 교원 연수의 강화다. 2016년부터 교직원들은 3년마다 15시간의 안전교육 연수를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원격연수를 통한 강의식 교육을 받고,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체험식 안전교육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교사의 안전교육 연수는 학교안전교육의 주체로서 전문성이 뒷받침돼야 하기에 ‘난이도, 중요도, 빈도’를 반영한 체험과 실습위주의 세분화된 과정이 절실하다. 현재 2차 학교안전사고 예방에 관한 기본계획(2019~2021)이 수립 중에 있다. 1차 계획에서 뿌리를 내렸다면 2차 기본계획은 내실 있는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학교 현장의 현실적인 목소리들을 담아 더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를 만드는 데 일조해주기를 바란다.
일상생활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욕, 말하는 동시에 가장 먼저 듣고 쓰는 동시에 가장 먼저 보며, 스스로 자신의 뇌에 상처를 입히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정보의 발견’의 자료에 따르면, 욕을 하는 이유로 습관적으로(25,7%), 남들도 하니까(18.2%),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17%), 남들이 만만하게 볼까봐(8.2%), 누군가를 무시하거나 비웃기 위해(4.6%) 등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28일 교육부가 발표한 '2018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초4~고3) 학생들의 ‘학교폭력 경험 및 인식’에서 피해유형별로 학생 천 명당 피해응답 건수는 언어폭력(8.7건), 집단따돌림(4.3건), 스토킹(3.0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유형별 비율은 언어폭력(34.7%), 집단따돌림(17.2%), 스토킹(11.8%) 등의 순이며, 학교급별 공통으로 언어폭력, 집단따돌림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언어폭력이 34.7%로 가장 높은 피해유형으로 파악되었으며, 언어폭력이 학교폭력과 연계되어 발생하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어서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볼 수 있다. 욕에 관한 흥미로운 실험 결과가 있다. 실험참가자들에게 총 12개의 단어를 제시하고 잘 듣고 기억나는 단어를 말하게 했는데, 제시되는 단어에는 긍정단어, 부정단어, 금기어(욕), 중립단어로 주어졌다.(자유, 청춘, 이기다, 퇴화하다, 잔인함, 우울, *같다, *발, 지*하다, 항만, 주변, 걸다) 총 12개의 단어 중 어떤 단어를 기억하는지 질문을 던졌는데, 대부분의 실험 참가자들이 “단어를 잘 기억하려고 하다가 욕이 나오는 순간 앞 단어가 잊혔다”라고 답했다. ‘욕’은 다른 단어들보다 4배나 강하게 기억되며, 분노, 공포 등을 느끼게 하는 ‘감정의 뇌’를 강하게 자극하며 ‘이성의 뇌’의 활동을 막는다. 화를 내고 욕을 할 때 만들어지는 갈색의 침전물을 모아 쥐에게 주사했더니 쥐가 죽었다고 한다. 이처럼, 욕은 인간의 뇌를 자극하고,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 그렇다고 일선 학교에서 욕하는 학생들을 방관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잘못하면 학교폭력으로 연결되어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학생과 교사 모두의 언어순화교육이 필요하다. 학생들은 부모와 교사의 언어를 듣고, 쓰고, 보고, 느끼면서 생활을 하게 되는데, 교사가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학생들의 욕설을 해소할 수 있다. 언어폭력을 예방하는 스마트한 지도방법도 필요하다. 시대가 변해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학생들은 실시간으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욕설을 사용하고 있다. 학교는 학생들이 실시간으로 주고 받는 문자나 통화내용이 언어폭력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인지하고 대처해야 한다. 부모의 가정교육(밥상머리교육)이 학생의 건전한 언어사용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부모가 욕을 사용하면 자녀도 욕을 사용하게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자녀의 올바른 언어습관을 위해 부모는 순화된 말과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또한, 학교는 학생 체험위주의 언어순화 운동과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학생이 스스로 실천하고 행동하는 교육이 진정한 교육이기 때문이다. 선플달기운동본부에서 실시한 언어순화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0%이상이 본인의 언어순화와 학교폭력감소에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지랄 총량의 법칙’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호응을 받고 있다. 사람에게는 타고난 지랄의 총량이 정해져 있는데, 사춘기에 다 떨고 가는 사람, 뒤늦게 떨고 가는 사람도 있지만 어쨌든 죽기 전까지 반드시 남은 양을 다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부모들은 애써 태연해하고 위안을 찾는다고 한다. 허나, 바람직하지 못한 언어사용은 결국 모든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임을 명심해야 한다. 매년 10월 9일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한글날이다. 학교폭력의 시발점은 올바르지 못한 언어사용에서 비롯된다. 언어폭력을 해소하는 언어순화교육은 학교현장에서 정착되고 촉진되어야할 인성교육이며, 지속적인 한글사랑 교육이다.
06:30 게스트하우스에서 저절로 눈이 떠진다. 동쪽 창문을 여니 녹차밭이 보인다. 아침 샤워를 하고 집 주위를 둘러보니 무화과가 한창이다. 무화과 열매는 보관이 힘들어 바로 먹어야 한다고 한다. 앞마당 무화과 나무는 가꾸지 않았는데도 열매가 무성하다. 익은 열매 하나를 맛보니 당도가 높다. 주위 밭을 보니 고추가 붉게 익어간다. 밭사이에서 일할 수 있게 바퀴달린 이동식 작업대가 있다. 식사 전 가까이 있는 강진다원을 찾아가니 그 규모가 놀랍다. 회사 소유의 ‘설록다원 강진’이라는 표시가 되어 있다. 33.3ha(10만 평) 규모인데 보성 녹차밭보다 이름이 덜 알려져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녹차의 새순 연두색이 싱그럽다. 하얀 꽃잎에 노란수술의 녹차꽃을 처음 보았다. 녹차밭 곳곳에 세워진 전봇대에는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다. 저 용도는 무엇일까? 바람이 많아 발전기 인 줄 착각했다. 알고 보니 방상(防霜) 팬. 지상의 찬 공기가 서리가 되어 냉해를 입지 않게 공기를 순환시켜 막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조금 가니 울창한 숲이 나타난다. 대나무, 동백나무 숲이 우거져 어둡다. 조금 가니 백운동 별서정원이 나타난다. 바람이 부니 낙엽은 굴러다니고 옛 건물은 있는데 인적이 끊기니 스산하기만 하다. 조선 중기 선비들의 은거문화를 엿볼 수 있다. 이곳은 담양 소쇄원과 함께 호남 3대 정원의 하나인데 다산, 초의선사, 이사현 등이 교유하던 곳이라 한다. 도로를 따라 이동하니 무의사가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극락보전을 보았다. 단청을 하지 않아 고풍스럽기만 하다. 여기엔 국보 2점과 보물 4점이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삼존불 뒤에 있는 벽화를 보았다. 보전 주위에 무더기로 피어난 꽃무릇이 인상적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보수 시기가 달라서인지 기와색이 통일 되지 않고 차이를 보이고 있어 문화재 보전에 세심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09:00. 다시 숙소로 돌아와 아침식사를 하였다. 주인장의 정성이 담긴 호박된장국, 두부부침, 계란말이, 참외나물을 비롯해 10여 가지 반찬으로 식탁이 풍성하다. 햅쌀밥에는 윤기가 흐른다. 특히 조기구이는 직접 조기를 구입하여 소금에 절여 저온창고에서 말렸다는데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말았다. 게스트 하우스를 배경으로 가족 추억사진을 남겼다. 10:30, 우리가 향한 곳은 본격 월출산 등산을 위한 금릉 경포대(鏡布臺). 이곳에서 만난 전직 지리교사 출신이라는 국립공원 직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요약하면 “월출산은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맥반석이라 철분이 많아 기(氣)가 세다. 따라서 벼락을 맞기 쉬운데 그것을 줄이고자 산이름을 음(陰)에 해당하는 월출산이라 하였다” 그는 묻지도 않은 해발과 고도의 차이점과 기준점을 설명해 준다. 우리는 경포대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을 택해 약수터, 경포대능선 삼거리를 지나 사자봉(668m)으로 향하였다. 계단이 많은 정상 천황봉(809m)은 500m를 앞두고 보는 것으로 만족하였다. 강진의 최남단 마량항 대신 등산 도전을 하였으나 다리에 무리가 와 좀 더 쉬운 코스를 택한 것이다. 구름다리를 거쳐 천황사 탐방안내소로 내려왔다. 산행시간은 무려 6시간 30분. 직원 안내를 받으니 올해가 월출산 국립공원 지정 30주년이라 한다. 기념엽서에서 깃대종으로 남생이와 끈끈이주걱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제2일 숙박 장소는 월출산온천관광호텔. 등산의 피로도 풀 겸 무릎 통증을 치료하려는 것이다. 온천에 가니 우리나라 유명온천의 성분 비교표가 있고 이곳은 미네랄과 게르마늄 성분이 우수하다고 한다. 뜨거운 욕탕에 몸을 담그니 피로가 저절로 가시는 듯하다. 저녁 메뉴로는 갈낙탕(갈비와 낙지탕 준말). 단백질 섭취와 맛을 기대하고 갔으나 1인당 19,000원 가격에 미치지 못하였다. 아내는 짱뚱어탕으로 먹더니 추어탕과 맛이 비슷하다고 말한다. 제3일차, 호텔 미역국 아침식사를 마치고 왕인 박사 유적지를 찾았다. 왕인 박사는 5세기 초 일본 응신천왕의 초대를 받아 논어 10권과 천자문 1권을 가지고 기술자 40명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태자의 스승이 되었다. 왕인은 일본문화사상 성인(聖人)으로 야스카 문화의 원조가 되었다 하니 오늘의 일본 문화가 있게 한 스승이다. 왕인의 목표가 ‘일본 문명화와 대국화’라고 하니 일본의 스승이 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다시 처음 왔던 나주로 향한다. 첫날 아쉽게도 맛보지 못했던 점심 나주곰탕이다. 4대 60년 역사의 나주곰탕 원조라는 식당을 찾았다. 금성관 앞의 어느 식당은 손님이 20m 정도 줄을 서 있다. 여기 곰탕골목집이 왜 유명한가? 다른 곳의 곰탕은 소뼈를 우려내는데 여기에선 양지나 사태 등 좋은 고기를 삶아 국물을 만든다고 한다. 곰탕(9,000원)과 수육곰탕(12,000원)을 먹었는데 아들 표정을 보니 맛에 감탄하고 있다. 나주목의 지방궁궐 금성관(錦城館)에서는 망화루, 중삼문을 지나 뒷마당에 있는 650년 된 은행나무 두 그루를 보았다. 나주 향교에선 태조 이성계가 심었다고 전해지는 600년 은행나무를 보았다. 나주목사 내아 금학헌(琴鶴軒)엔 행운과 소원성취를 가져다주는 500년 된 팽나무가 있다. 1980년 벼락 맞은 팽나무를 묶어 살려낸 나주시민들의 의지를 보았다. 이곳은 지금 한옥 숙박체험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2박3일간의 여정 마무리다. 영수증을 챙겨보니 모두 24장이다. 택시 승차 영수증이 10장으로 가장 많다. 3인 가족 여행 비용 총액은 84만원. 1인당 28만원을 쓴 셈이다. 수원역에 비치된 철도여행 상품 가격을 보니 남도맛집 여행은 1박2일에 25만원에서 30만원 선이다. 우린 2박3일이니 가격 대비 성공한 여행이다. 나의 사진 촬영 포즈를 흉내 내는 아들, 한자 시(詩)와 사(寺/社)를 수첩에 적어가면 차이를 설명해 주는 나. 영암호텔방에서 세 식구가 누워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바라보던 장면은 잊을 수 없다. 가족 추억 만들기 부지런히 하자. 여행, 다리 떨리기 전에 주저 말고 떠나자. 일상의 일탈과 힐링이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
최근 성적조작 의심을 받고 있는 S시 S고 문제로 일선 학교 성적관리지침이 대폭 강화되었다. 이에 따라 서산 서령고는 2018학년도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 및 학업성적관리시행 지침에 대한 전달 연수를 실시했다. 생활기록부 기재 요령에서 가장 눈여겨 보아야할 부분은 불필요한 용어 삭제, 애매모호한 용어 수정부터 출결관리, 대회관련 수정사항이다. 첫째, 대회와 관련하여 대회의 명칭을 단순한 행사로 변경하여 입력하는 행위는 올해부터는 불가하다. 즉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포함하여 수상경력 이외의 학교생활기록부의 어떠한 항목에도 입력해서는 안 된다. 둘째, 자율동아리활동으로 실시한 봉사활동은 인정하지 않는다. ‘학교’와 ‘개인’ 구분은 봉사계획 ‘주체’에 따라 입력한다. 셋째, 2015 개정 교육과정 현장 적용에 따라 1학년 선생님들이 보셔야하는 부분은 각종 교내외대회 경시대회, 인증시험 참여 사실이나 성적, 논문 등재, 도서출간, 해외 활동실적, 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 암시, 구체적인 대학명 기관명, 상호명, 강사명은 기재할 수 없다. 학교생활기록부 서술형 항목에 기재될 내용을 학생에게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하는 행위는 금지이다. 특히 모 학교에서 학생의 생활기록부를 보고 불만이 생겼던 학부모가 교사의 누적기록 근거를 건의사항으로 내어 문제가 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생활기록부의 증명 발급은 담임이 나이스에서 [학생부] 메뉴 사용보다 행정실 [민원] 메뉴를 사용하여 출력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중간과정에서 생기는 사소한 마찰이나 민원을 줄일 수 있다. 학업성적관리 연수 내용은 수행평가의 비중이 60% 이상인 교과에 한하여 서답형(서술형 포함) 평가의 비율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재시험을 치르는 방식, 수행평가 관련 사항, 인정점 부여 방법, 교외체험학습 인정점 변화, 필기평가 양식 및 보관과 채점에 관한 내용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앞으로 공정한 평가를 위해 시험지 보관실도 철문으로 대폭 강화했다.
“교사에게 수업권과 평가권을 돌려줘야 한다.”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지난해 11월 1일 제9대 원장에 취임하면서 가장 강조한 대목이다. 교실에서 어떤 내용과 방식으로 수업을 할지, 또 그에 따른 학생 평가를 어떻게 할지 결정할 권한이 개별 교사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의 발언이 알려지자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성 원장은 지난 8월 30일 새교육과 가진 인터뷰에서 창립 20주년을 맞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의 비전과 함께 교육과정 개정, 수능제도 개선, 교육격차 해소, 고교학점제 정착 방안 등 주요 교육 현안에 대해 거침없는 소신을 밝혔다. 특히 현 정부 교육정책에 대해서는 가치와 기준점이 불분명하다 보니 백가쟁명이 난무하고 우왕좌왕 시간만 허비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새 교육부 장관은 맺고 끊는 것을 분명히 해 정부가 추구하는 교육적 가치를 명쾌하게 제시해 달라”고 주문했다. 성 원장은 또 “우리 사회가 교육에 너무 많은 책임을 지우고 있다”며 “교사들에게 희생만 요구할 게 아니라 그들이 전문성을 발휘하고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고교학점제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의 꽃’으로 평가하면서 강한 애착과 확신을 드러냈다. 고교학점제야말로 초·중등교육은 물론 대학입시제도를 변화시키는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국가 대사인 수능을 총괄하는 성 원장은 “올해 수능은 무사히 치러질 것으로 자신한다”면서 “다만 수능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지나쳐 오히려 비교육적이란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경남 창녕 출신인 성 원장은 서울대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교육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문화정책개발원 책임연구원, 한국교육개발원 교육 정책연구원,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정책연구소장, 경기도중앙교육연수회 위원장, 경기도 율곡교육연수원장, 가톨릭대 교수 등을 역임했다. 편집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원장으로서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지난 1998년 설립됐으니 올해로 꼭 20년이다. 그동안 교육과정과 평가에 과학적 접근을 시도하는 중추기관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또 수많은 외국 대학 및 연구 기관들과 네트워크를 맺으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연구기관으로 성장했다. 실제로 동아시아권에서 교육과정 및 평가와 관련된 체계적인 연구기관은 ‘한국교육과정 평가원’이 유일하다. 많은 국가로부터 ‘어떻게 하면 한국처럼 국가수준 성취도 체계 를 갖출 수 있느냐’는 문의가 온다. 우리가 공적개발원조(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사업을 펼치고 있는 캄보디아, 라오스, 방글라데시, 몽골 등에서 관심을 보인다. 아마 그들도 국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통일된 교육과정과 교과서, 평가체계를 갖추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우리의 역량을 필요로 하는 제3세계 등에 전문적 지식과 경영 노하우를 전수할 계획이다. 남북 화해시대를 맞아 남북 간 교육교류를 선도하는 기관으로 영역을 넓혀나갔으면 하는 바람도 갖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등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평가원의 기능과 역할에 기대가 커지고 있는데. “교육환경이 많이 변했다. 교육부가 쥐고 있던 권한이 교육청을 거쳐 단위학교 교사에게까지 넘어가고 있다. 이런 교육 거버넌스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가 평가 원에 주어진 과제다. 교과서도 마찬가지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미래 핵심역량 을 길러내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 가르치는 내용은 작은 교과서에 픽스돼 있다. 이건 곤란하다. 지금은 검인정체제지만 자유발행제까지 검토해봐야 하지 않을까. 아울러 예전엔 고등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지금은 중학교나 초등학교 단계에서 배운다. 쉽게 말해 어제 가르친 것과 오늘 가르친 것이 달라지는 세상이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는 탄력적 교육과정에 대한 연구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평가부분에서는 성장 중심 평가 방식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한날한시에 시험을 치러 순위를 매기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또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시행되는 평가들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한 단계다.” 교육과정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일부에서는 2020 교육과정을 이야기한다. 새로운 교육과정에는 어떤 어젠다를 담아야 한다고 보는가. “학교는 사람을 사람답게 가르치고 인성과 도덕을 가르치고 세상 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치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교육과정은 지식을 가르칠 뿐 지혜는 가르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역량중심 교육과정을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기존 교육과정에서 카테고리 분류만 조금씩 다르게 한 것에 불과하다는 냉정한 평가도 있다. 강력한 전공주의 벽을 깨지 못한 탓이다. 앞으로 개정될 교육과정도 ‘교과 간 통합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논의를 하지 않으면 한 걸음도 더 나가지 못할 것이다. 엄청난 갑론을박이 있겠지만 적어도 핵심적인 주제나 경험이나 역량들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과 같은 분권형 교육과정은 시대적 추세에 따라 점차 흐려질 것이다.” 수능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엔 포항 지진으로 수능이 1주일 연기되기도 했다. 지금 심경은? “작년에 워낙 큰 사건이 터져서인지 내성이 생겼다. 수능과 같은 국가 대사는 한 치의 틈도 없어야 한다. 수험생과 학부모도 긴장하겠지만 평가원도 오래전부터 철저히 준비하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올해는 시험출제 및 검토 인원이 750명으로 늘어나고 합숙기간도 42일로 연장돼 보안과 관리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지금까 지 진행 상황은 매우 좋다.” 수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단순한 문제풀이시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가장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험이라는 평가도 있다. 원장 생각이 궁금하다. “수능이 제일 공정하다는 말은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모든 전제조건을 다 풀고 동일한 조건에서, 동일하게 공부하고, 동일하게 시험을 치렀을 때 변별할 수 있는 검사로써 수능이 공정하다는 말은 맞다. 다만 이 주장이 갖는 한계는 분명하다. 우리 사회는 교육적 논리보다 교육 밖의 변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너무 많다. 그것들을 고려하지 않고 수능이 제일 공정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일까? 수능이 객관적이고 공정하다는 평가는 그렇게 가야 한다는 사람들의 기대와 수능의 공정성을 높이려는 정부의 노력이 신뢰를 얻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싶다.” 어쨌든 문제풀이시험이란 비판을 받던 ‘학력고사’와 지금의 수능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수능이 25년 됐다. 어떤 시험이든 시간이 지나면 간파되는 게 있다. 그걸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워낙 많지 않은가. 몇 해 전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에서 신입생들을 8학군과 비8학군으로 나눠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입시제도가 바뀌면 그해에는 8학군 출신 신입생 비율이 떨어졌다. 그러다 2년쯤 지나면 8학군 출신들이 늘어났다. 제도가 바뀌면 일시적으로 하락했다가 다시 증가하는 일종의 지그재그 형태를 보인 것이다. 문제풀이시험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은 수능의 장단점이 완전히 해부됐다는 반증으로 봐야 한다.” 그렇다면 수능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것 아닌가. “그렇다. 다만 수능시험 변화를 위해서는 매우 긴밀하게 오래전부터 준비해야 한다. 지금처럼 ‘어떻게 할래?’하는 식으로 문제 던지고 투표로 결정하듯 해선 안 된다. 매우 많은 연구와 준비를 해야 하고 교육과정과도 연동이 돼야 한다. 교육과정을 시대적 요구에 맞게 개편하고 이어 교수-학습과 평가가 같이 연계돼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레 수능의 변화는 따라오게 돼있다. 교육과정에 대한 고민 없이 수능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한다는 것은 마치 꼬리가 몸통을 좌우하는 격이나 다름없다.” 평소 교육격차 해소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복안이 있다면. “여러 데이터를 종합해 보면 갈수록 교육격차가 벌어지는 것이 눈에 보인다. 지역간, 남녀 간, 그리고 다문화 시대에 따른 인종 간 교육격차가 크다.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 요하지만, 그중 하나로 대학입시에서 소수자를 우대하는 정책을 좀 더 강화하면 어떨까 싶다. 공부에는 개인차가 있어 돈을 지원하고 교사를 지원한다고 해서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차라리 소외 계층이나 지원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경쟁 트랙을 별도로 만들어 특수교육대상 자처럼 정원외 입학을 허용하는 등 입시나 교수-학습에서 특단의 조치들을 취해줘야 한다. 문제는 톨레랑스(tolérance)란 말처럼 우리가 관용의 폭을 얼마큼 허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5%로 할지 10%, 50%로 할지는 우리 사회의 성숙도나 철학에 따라 결정할 문제다. 우리 모두가 협업하고 공동체를 꾸려나가는 통합된 사회로 가려면 누구든지 그 사회로부터 소외당하지 않는 정책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교육격차 해소가 교육의 힘만으로 가능하다고 보는가. “물론 교육만으로 해결될 수는 없다. 그래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교육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을 학교에 너무 많이 요구 해왔다. 예컨대 사회 불평등 문제를 지적하면서 교육 탓을 했다. 불평등을 해소하려면 소득배분정 책을 바꾸거나 세금정책을 바꿔야 하는데도 교육에 책임을 씌우고 본다. 교육이 동네 북이 된 이유는 간단하다. 정책을 추진하는 사람들에게 교육만큼 면피성 좋은 게 없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나 도덕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사건이 터지면 일단 교육이 잘 못됐다고 한다. 경제 불황이나 실업률이 높아도 교육에 손가락질한다.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어불성설이고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교육은 사람을 사람답게 기르는 것이 목표인데 본말이 전도됐다.” 문재인 정부가 보여준 교육적 성과에 대한 평가는 박하다. 하다못해 박근혜 정부는 자유학기제라도 했는데 이 정부에선 공론화 외엔 생각나는 게 없다.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은 입시제도 개혁, 그중에서도 고등학교 교육 개혁에 포인트를 두고 있다. 초등의 경우 혁신학교 정책을 필두로 성공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중학교는 자유학기제를 통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제는 고등학교 교육이 변할 차례다. 다들 우리 교육이 변해야 한다고 하지만 대학입시가 강고하게 버티고 있는 현실에서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 아닌가. 대학입시를 바꿔야 하는데 그러려면 고등학교 교육부터 달라져야 한다. 그래서 나온 것이 고교학점제다. 고교학점제는 정해진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도록 폭을 넓히는 것이다. 다만 백화점식으로 마구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필수교과가 60~70% 정도이고 나머지 30~40% 를 가지고 학생들이 선택한다. 고교학점제는 현행 입시에서도 유리하다. 현재 수시가 75% 정도 되는데 수시 입학자의 절반 정도는 교과성적 이외의 것으로 대학에 들어간 다. 이 경우 고등학교에서 일찌감치 자신의 진로에 맞는 교과를 선택해 공부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비교하면 전자가 훨씬 유리하다. 어릴 적부터 전공준비를 해온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이 있다고 가정할 때 대학의 선택은 불보듯 자명한 것 아닌가. 혹자는 정시가 늘어나기 때문에 고교학점제가 물 건너갔다고 하는데 이 말도 잘못된 해석이다. 개인적으로 고교학점제는 이번 정부 교육정책의 꽃이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성공하도록 최선을 다해 뒷받침하겠다.” 교육부 장관이 교체됐다. 새 장관에게 거는 기대가 있다면. “교육정책을 좀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부 출범 이후 1년 반 정도 지났으니 이제는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어줘야 한다. 또 당장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꼭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마스터플랜이라도 짜야 한다. 그게 정부의 역할 이다. 그런데 지금은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모두 교육에 대해 불평한다.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일관된 메시지가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로 보 여진다. 정부가 추구하는 가치와 기준점이 불분명하다 보니 백가쟁명이 되고 사람들은 교육이 어디로 갈지 몰라 우왕좌왕한다. 정책 우선순위를 정리하고 대대적인 개편을 통해 국민들의 교육열을 잘 담아내는 그런 그릇을 만들었으면 한다.” 새교육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궁극적으로 많은 권한이 교사들한테 가야 한다. 지금 교사들은 차 떼고 포 떼이는 바람에 아무런 권한이 없다. 학부모는 교사를 불신하고 정부의 교권보호정책은 미흡하다. 그뿐 아니다. 학교 교실에서 어떤 내용과 방식으로 수업을 할지, 또 그에 따른 학생 평가를 어떻게 할지 결정할 권한이 개별 교사에게 대폭 넘어가야 하는데 이 부분 역시 지지부진하다. 경기도율곡교육연수원에서 근무할 때 우리나라 교사들의 열정과 도전정신에 많이 놀랐었다. 자발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전문적인 학습공동 체를 만드는 등 정말 열과 성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교사들의 이런 열정을 어떻게 잘 키우고 살릴 건가는 정책담당자들의 몫이란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게, 교사에게 끊임 없이 희생만 요구할 게 아니라 그들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지원하는 게 교육 당국의 책무이다.”
우크라이나를 여행했다. 우크라이나 흑해 연안의 항구도시 오데사(Odessa)에서 문학문화교류 행사가 있었는데, 나도 발표자로 참석했다. 그 곳에 간 김에 나는 우크라이나의 소도시 '자포로제(Zaporozhye)’에 가 보기로 했다. 용병 코사크(Cossack)족이 만든 요새이며 군사·정치 공동체인 ‘시치(Sich)’가 있는 곳이다. 자포로제는 오데사에서 북동쪽으로 400km를 가야 한다. 내가 탄 기차는 느린 속도로, 시골 정거장에 30분씩 정차해 가면서, 15시간을 간다. 불편은 해도, 나는 차창 밖 우크라이나의 대평원과 시골 풍경들에 내 마음을 내어준다. 7월의 우크라이나 평원은 허허로울뿐더러 아득히 넓다. 밀 베어낸 자리가 빚어내는 황금빛깔 무한 대평원이다. 더러 숲이 지나고, 강이 지나고, 아주 간간히 촌락들이 지나간다. 단조롭지만 그 단조로움이 이 풍경의 매력이다. 그런데 이 단조로움 사이로 정감 가득한 풍경이 나타난다. 해바라기밭이다. 그것은 풍경으로 치면 일대 사변(事變)이다. 그냥 해바라기밭이 아니었다. 끝도 한도 없이 펼쳐지는 해바라기밭이었다. 광대무변으로 펼쳐진 해바라기의 행렬을 보았다. 해를 바라보면서 피어 있는, 수만 해바라기 꽃의 군집이라니! 그런데 이 느낌은 무엇인가. 이 해바라기밭이 낯설지 않다. 도대체 지금의 이 강한 기시감(旣視感)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들 해바라기밭을 어디서 보았던가. 내 기억의 촉수들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아! 맞다! 영화 ‘해바라기(Sunflower)’가 있었다. 1980년대 초에 보았던 영화 ‘해바라기’! 바로 이 해바라기밭이, 바로 이 해바라기의행렬이 그 영화에 있었다. 그래, 그때 영화 ‘해바라기’를 연민 가득 보았었지! 마음에 오래 남는 옛날 영화는, 아프게 헤어진 연인처럼, 영화를 떠올릴 때마다 마음에 비를 내리게 한다. 영화 ‘해바라기’도 그렇다. 신혼부부인 안토니오(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분)와 지오반나(소피아 로렌 분)는 밀라노에서 평화롭게 산다. 결혼 며칠 후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진다. 남편 안토니오는 러시아 전선으로 징발된다. 젊은 아내는 불안한 기다림의 세월을 보내지만, 어느 날 남편의 전사 통지서를 받는다. 고통의 시간을 보내며 전쟁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전쟁에 나간 군인들이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안토니오는 돌아오지 않는다. 지오반나는 귀환 군인들을 찾아다니며 남편의 생사를 확인한다. 우여곡절 끝에 안토니오와 같은 부대에 있었던 군인을 찾는다. 남편은 죽음 직전에 눈 속으로 도망쳤다는 말을 듣는다. 지오반나는 남편의 생존을 본능적으로 믿는다. 그리고 멀고 먼 러시아로 그를 찾아간다. 우크라이나를 지나 모스크바까지 가는 그녀의 행로는 고달프다. 그녀가 지나가는 우크라이나의 대평원에는 해바라기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영화는 이 장면을 길게 이어가며 주제 음악을 잔잔하고 슬프게 깔아나간다. 묻고 물어서 모스크바 북쪽 변두리 이탈리아인들이 모여 살고 있다는 곳을 찾아간다. 그녀는 마침내 남편을 찾게 된다. 그러나 남편은 ‘마샤’라는 러시아 여인과 함께 살면서 아이까지 있다. 게다가 남편은 전쟁 후유증으로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다. 이 망연자실함은 또 어떻게 한단 말인가. 지오반나는 슬픔에 잠겨, 안토니오를 떠나 돌아온다. 작별의 장면을 연기한 명배우 소피아 로렌의 눈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돌아오는 길에도 해바라기는 무한대로 펼쳐져 있다. 이탈리아로 돌아온 지오반나는 남편을 잊기로 마음먹는다. 공장 일꾼 ‘에토’와 결혼하여 가정을 꾸민다. 이들 사이에서 아들이 하나 태어난다. 세월이 흐르고, 기억상실증에서 회복된 안토니오가 고향과 지오반나를 찾아온다. 지오반나는 충격과 번민으로 고통을 받는다. 안토니오는 이미 재혼을 한 지오반나와 재회한다. 두 사람은 말이 없다. 지오반나는 안토니오를 돌려보낸다. 안토니오는 발걸음을 돌린다. 말없이 운명의 작별을 하는 두 사람의 눈빛을 카메라는 오래 각인시킨다. 그것은 내가 열한 살 되던 해 오월쯤에 일어난 일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일은 너무도 무섭고 놀라운 일이었다. 마을 전체가 어떤 공포와 저주에 잠기는 분위기이었다. 60여 호의 마을은 농촌 마을이었다. 마을 입구 방앗간 옆 함석집에는 인근 A 중학교의 선생님 가족이 살고 있었다. 선생님은 테가 굵은 안경을 쓰셨는데, 점잖고 반듯하셨다. 아들만 둘이었는데, 큰아들은 8세, 작은아들은 6세이었다. 우리 형제와 함께 놀며 어울리곤 했었다. 그해 5월 어느 날, 저녁 해가 이울 무렵, 선생님의 집에 어떤 아주머니가 찾아오셨다. 집 안으로 들어간 이후, 선생님 집에서는 싸움소리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여자들 소리만 들렸다. 선생님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그 아주머니는 기차를 타고, 도시에 있는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그 아주머니가 갔다고 해서 조용해진 것은 아니었다. 그날 저녁에는 선생님 내와간에 말싸움이 오래도록 벌어졌다. 이 싸움 역시 부인의 목소리만 높았고, 선생님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 집 아들들도 좀체 집 바깥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사흘 후, 예의 그 아주머니가 선생님의 집에 또 나타났다. 선생님이 퇴근해서 들어오자, 또 싸움이 시작됐다. 역시 두 여자의 목소리는 높고, 선생님의 목소리는 조금도 들리지 않았다. 밤새 싸움 소리가 불규칙하게 흘러나왔다. 그리고 아침 일찍 그 아주머니는 기차를 타고 가버 렸다. 그날 밤에는 선생님 부부가 싸움을 하는 것도 이전과 꼭 같았다. 부인의 목소리만 높고, 선생님은 묵묵부답으로 응하는 것도 꼭 같았다. 이런 일은 그 아주머니가 올 때마다 3, 4일 간격으로 반복됐다. 마을 사람들의 수군거림도 더 많아졌다. 6월 중순경 어느 날 아침, 자고 일어나 보니 동네가 발칵 뒤집어졌다. 선생님 내외가 극약을 먹고 자살을 했고, 아침에 주검이 발견됐다. 아들이 울면서 소리쳐 이웃에 알렸다. 동네에 상여 두 대가 나란히 나가던 날,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혀를 차면서, 슬픔과 연민으로 선생님 내외를 보냈다. 어린 아들들은 보육원으로 보내졌다. 사연은 이러했다. 선생님은 이북에서 살다가 6.25 전에 남한으로 오셨다. 북에서 결혼하여 부인이 있었는데, 먼저 남한에 자리를 잡고 이내 곧 데리러 오겠다고 했단다. 6.25 전이므로 그게 가능했던 때였다. 그러나 6.25가 터졌다. 이후는 북으로 돌아가는 길이 완전히 불가능했다. 고민을 거듭하다가 어쩔 수 없이 남한에서 다시 결혼을 하였다. 아마도 자기 생애에 북의 부인을 다시 만나기가 어렵다고 생각했겠지. 실제로 현실이 그러했으니까. 그런데 북에 있던 부인도 6.25 전쟁 중에 온갖 어려움을 뚫고 남으로 넘어왔다. 오로지 ‘남편 상봉’ 일념만으로 온 것이다. 통신과 정보가 원활치 못한 시절, 남편을 찾아 전국을 헤맨 지 10년, 천신만고 끝에 찾아온 남편이 바로 우리 마을에 사는 선생님이었던 것이다. 지난 한 달간 이 집에서 벌어진 일의 연유를 이제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해바라기’의 여주인공이 더 딱한가. 남편 잃은 아주머니가 더 딱한가. 꼬이고 꼬인 인생의 상처와 참을 수 없는 ‘부조리의 인연’이 가슴을 먹먹하게 울리기도 하고, 형용할 수 없는 분노를 상승하게도 한다. 둘 다 ‘절대 아픔’에 도달한 것들이다. 어느 것이 더 딱하다고 견주는 일 자체가 의미 없다. 서럽고 안타까운, 그래서 한이 맺힌 인생을 대면하면, 나를 어떻게 결정해야 할까. 그때의 ‘나’는 운명이라는 것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나. 자아가 운명 바깥에서 운명과 싸운다고 생각하는 것도 운명이다. 그 반대로, 운명 안에서 운명에 순종하는 자아, 그것도 운명이다. 운명과 싸우면 의지가 있고, 운명에 순종하면 의지가 없는가. 때로는 순종에 더 큰 의지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절대 아픔의 자리에서는 ‘나’가 ‘운명 그 자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운명이 가해 오는 작별, 이런 작별일수록 기술(skill)이 필요하다. 그것으로 인하여 더 가혹하게 우리의 삶과 정신이 망가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것으로 인하여 안으로 성숙의 벽돌 하나를 더 쌓기 위해서 ‘작별의 기술’이 필요하다. 최상의 기술은 반드시 그 안에 덕성(virtue)을 품는다. 그냥 테크닉(technic)만으로 되어 있는 기술은 언제나 이류의 기술이다.
논쟁 수업으로 시작하는 민주시민교육(넬 나딩스·로리 브룩스 지음) 쟁점에 대한 탐구가 비판적 사고력 신장과 건강한 인간관계 형성에 도움을 주고, 나아가 사회적으로는 참여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데 유용함을 알려준다. 학생들을 교육적인 논쟁에 참여시키고, 이를 통해 교실을 활기차게 바꾸는 방법을 소개한다.(정창우·김윤경 옮김, 풀빛 펴냄, 400쪽, 2만2000원)
송샘의 아름다운 수업(송형호 지음) 1984년부터 35년간 교단을 지켜온 송형호 교사가 명예퇴직을 결정하고 그간의 학교생활을 정리했다. 학생 교육은 물론 온・오프라인 강의와 SNS를 통해 교사・학부모 대상 연수에도 힘을 쏟았던 그의 노하우와 교직생활에 대한 소회, 교육을 위한 당부를 이 한 권의 책에 오롯이 담았다.(에듀니티 펴냄, 318쪽, 1만6000원)
학교폭력으로부터 학교를 구하라(왕건환 외 4명 지음) 학교폭력이 터지면 학교 구성원들은 많은 상처를 입는다. 사건 그 자체도 충격이지만 처리 과정에서 많은 갈등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현상의 원인이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의 엄벌주의에 있다고 지적하며, 학교폭력예방을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글항아리 펴냄, 280쪽, 1만5000원)
유치원 학급운영 어떻게 할까?(뿌리 깊은 유치원 교사 연구회 지음) 졸업 후 교육현장에 첫발을 디딘 교사들은 대학에서 배운 이론과는 너무 거리가 먼 현장의 모습에 좌절감을 느낀다. 더구나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는 어린아이를 가르쳐야 하는 유치원 교사들의 고민은 더욱 크다. 이 책은 이런 교사들을 위한 학급운영 방법을 제시한다.(사람과교육 펴냄, 304쪽, 1만8000원)
마르크스 씨, 경제 좀 아세요? (이완배 지음) 위대한 경제학자 18명의 삶과 사상을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풀어냈다. 경제학자들의 삶과 그들이 살았던 시기의 시대상을 먼저 소개한 뒤 주장한 내용에 대해 살펴보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재미있는 삽화와 에피소드가 사이사이 들어 있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북트리거 펴냄, 272쪽, 1만4500원)
심리학자 아버지가 아들딸에게 보내는 편지(김동철 지음) 10대 성장기 자녀와 부모가 소통하며 함께 성장해나가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지침서다. 급격한 사회의 변화 속에 점점 커져만 가는 세대 간의 간극을 극복하고 진심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편지글로 소개한다. 10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져봄 직한 고민에 대한 해법을 부모가 제안하는 형식으로 구성했다.(메이트북스 펴냄, 292쪽, 1만5000원)
어린이를 위한 미술관 안내서(김희경 지음, 안은진 그림) 어린이들이 미술관을 유익하게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하는 미술관 입문서다. 미술관에 대한 정의부터 가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과 마음가짐, 작품 감상법 등을 단계별로 알려준다. 약 20편의 명화와 예술작품도 들어 있다.(논장 펴냄, 48쪽, 1만3000원)
발명왕들의 기발한 발명이야기(백명식 글·그림)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여러 발명품의 원리와 그것을 만들어낸 발명가에 대해 소개한다.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발명이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 준 데는 많은 사람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선글라스, 주전자 뚜껑 등 93가지 발명품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가문비어린이 펴냄, 208쪽, 1만2000원)
부버의 ‘만남’ 철학의 사상적 뿌리인 유대교 하시디즘(Hasidism)에서 특히 강조하는 것은 인간의 독특성, 개별성 그리고 평등성이다. 모든 개인은 저마다 남과 다른 독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독특성은 개별화의 전제조건이 되기도 한다. 인간교육의 가장 중요한 과업 중 하나는 각 개인이 지닌 독특성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동시에 인간은 누구나 독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모두 동등하다고 본다. 말하자면 빈부·귀천·성별 등의 차이에 전혀 관계없이 누구나 똑같이 자신의 일을 신성하게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교육은 어느 곳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 부버는 인간세계의 두 가지 근본적인 질서를 ‘나-너’의 관계와 ‘나-그것’의 관계로 파악했다. 즉, ‘나-너’의 근원어에 바탕을 둔 참대화가 이루어지는 인격공동체와 ‘나-그것’의 근원어에 바탕을 둔 독백만이 이루어지는 집단적 사회가 그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사회는 점점 더 ‘나-그것’의 세계로 치닫고 있다. 이런 현대사회의 비극적 상황 속에서 ‘나-너’의 관계회복을 통해서 전체로서의 인간성을 회복하고자 함이 부버 사상의 요점이다. 이처럼 부버는 관계의 개념으로 인간의 위치 및 본질을 파악하고자 한다. 따라서 참다운 인간존재는 고립된 실존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관계형성을 통해서 나타나며, 사회적으로 실존하는 것이다. 결국 부버에게 있어서 인간이란 관계를 통해 그의 실존을 형성해 나가는 창조자로 파악된다. 그러므로 부버의 교육적 중심은 자연과의 관계, 인간과의 관계, 정신적 존재와의 관계를 통해 학생들의 인격을 계발하고 실현하는 데 있다. 다시 말해 부버의 철학적 인간학은 ‘인간의 전체성(the wholeness of man)’에 관한 탐구이기 때문에 그의 교육론의 주조음(主調音)도 ‘학생의 전체성’에 관한 탐구 즉, 전인교육론이라고 볼 수 있다. 부버에 의하면 우리는 모든 것 그리고 모든 사람으로부터 배울 수 있다. 따라서 교육은 어느 곳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 즉, 우리가 마음의 문을 개방하면 세계가 그 속으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의 삶과 정신 형성에 영향을 주는 두 가지 근본적인 방법이 있는데, 그것을 프로파간다(propaganda)와 교육(education)이라고 했다. 전자의 경우 자신의 정신적 행위가 정말로 독특하다는 식으로 타자에게 자기의 의견과 태도를 강요한다. 후자의 경우 자기 자신의 내면에서 정당하다고 인식한 것을 타자의 영혼 속에서 발견하고 촉진하는 것이다. 그것이 정당한 것이기 때문에 개방될 필요가 있는 하나의 잠재력으로서 그리고 여러 가능성 중 하나의 가능성으로서 타자 속에 살아 움직여야 한다. 이 때의 개방은 강의를 통해서가 아니라 ‘만남’을 통해서 이뤄져야 하며, 방향을 발견한 자와 방향을 찾고 있는 자 간의 실존적 교통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 전인교육이란 감춰진 다양한 능력을 개발하는 것 부버의 교육론은 한 마디로 전인을 지향하는 인간교육론이다. 이를 몇 가지만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아동을 무한한 가능성과 창조성을 지닌 하나의 현실(reality)로 본다. 고결하고도 무한한 가치를 지닌, 역사창조에 이바지하는 존재가 아동이다. 아무리 퍼내도 샘물처럼 솟아오르는 가능성이 바로 아동이라는 현실성이다. 이같이 아동이 ‘현실성’이기 때문에, 교육도 ‘현실성’이 돼야만 한다. 전인교육이란 아동 속에 감춰져 있는 다양한 능력들을 개발해 주는 것이며, 이러한 것은 교육이 아동의 ‘현실성’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성’인 아동은 누구나 창작자 본능(originator instinct)을 가지게 되는데 이것은 자율적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동들은 항상 무엇인가를 창작하려고 하며, 그 과정 속에 자기 자신을 참여시키기를 갈망하고 또한 그 과정에 있어서 자신이 주체가 되려고 한다. 따라서 아동의 이같은 창작자 본능은 활짝 피기를 기다리는 꽃봉오리와 같은 것으로서 환경의 여건 조성에 따라 활짝 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획일화된 오늘날의 교육을 지양하고, 교육은 아동의 창작자 본능을 촉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교육이란 결국 우리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개발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버는 진정한 교육이란 이런 창작자 본능이 자율적으로 개발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본다. 그러므로 이러한 본능을 해방시키는 것이 교육력(educative forces)이 아니고, 해방된 본능과의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 교육력이라는 것이다(Buber, 1954a: 86). 이러한 힘은 인간의 자발성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진정한 교육에서는 인간의 자발성을 억압하지 않는다. 따라서 교육의 주요 목적은 아동의 창조력을 해방시켜 주는 것이라고 부버는 역설한다. 이런 점에서 그는 교육은 끝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 세계 자체가 우리의 교사이다 둘째, 세계 자체를 하나의 교육장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하나의 개인에게 인격을 형성시키는 것은 세계이다. 다시 말해 세계 즉, 자연과 사회라고 하는 환경 전체가 인간을 교육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계 자체가 우리의 교사가 되는 것이다. 세계는 때때로 자연으로서 혹은 사회로서 아동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며, 아동은 이러한 여러 요소에 의해 교육을 받게 된다. 즉, 한 폭의 그림·동식물의 생태·웅장한 산 등 여러 요소들에 의해 아동은 교육을 받게 된다. 따라서 학교 교사는 이런 여러 교사 중 단지 조그마한 한 요소에 불과하게 된다. 따라서 교사는 겸손해야 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학교 교육에서 지적 교육에 치중하고 있는 교사의 비중이 절대적인 것임을 생각하면 현대교육의 위기가 그대로 눈에 드러나고, 인간교육의 상실을 생각하게 한다. 지적(知的) 교사들로 가득 찬 오늘날의 학교에서 인간교육이 상실되어 갈 것이라는 메시지다. ● 학생과 교사가 ‘서로 만남’을 했을 때 참다운 교육 작용이 일어난다 셋째, 교육은 비(非)에로스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버에 의하면 에로스는 선택을 의미하며, 기호(嗜好)에 의해 취해진 선택인데 이것은 교육이 아니라는 것이다. 에로스를 사랑하는 사람은 그가 사랑하려는 사람 즉, 대상을 취사선택하게 되는데 이는 교육의 본래적 정신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현대의 교육자들은 자기 앞에 앉아 있는 다양한 학생들을 접하게 되는데 바로 이같은 비에로스적 상황 속에서 부버는 현대 교육자의 위대성을 발견하게 된다고 역설한다. 즉, 교사가 교실에 들어갔을 때 그는 그가 선택한 학생들을 향해 들어간 것이 아니다. 학생들은 교사의 선택권 밖에 있는 존재들로서 천차만별의 학생들이 그 학급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창조된 세계의 현재 모습 그대로이며, 인간세계의 축소인것이다. 그렇지만 교육자는 그들 모두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부버는 교사를 신의 대변자라고 평가한다. 또한 기호에 의한 선택을 배제해야 한다는 점에서 교육에는 금욕주의(asceticism)가 존재한다. 다시 말해 우리에게 맡겨진 학생들의 삶에 대해 철저한 인격적 책임을 가지고 감수해야 할 금욕인 것이다. 오늘날의 교육은 에로스적인 교육을 비에로스적인 교육으로 방향을 전환시키는 것이 그 과제 중의 하나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누구나 인격적 존재이며, 서로가 동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사가 학생을 취사선택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보며, 단지 동등한 인격자로서 ‘서로 만남(sichbegegnung)’을 했을 때 참다운 교육 작용이 일어난다고 본다. 이런 의미에서 교사의 편애라든가 학교의 퇴학제도 등은 학생을 취사선택 한다는 점에서 에로스적인 교육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교육현장에서 쉽게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점들은 인간교육적 차원에서 재고돼야 할 것이다. ● 교육의 과업은 결국 학생들에게 인격적 책임을 일깨워 주는 것 넷째, 성격교육(education of character)을 가치 있는 교육으로 강조한다. 부버는 인격(personality)과 성격(character)을 구분하고 있다. 즉, 인격은 본질적으로 교사의 영향력 밖에서 성장하는 것이며, 성격은 인격도야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파악한다. 따라서 교사의 최대 과제는 바로 이 성격교육에 있는 것으로, 이것이 교육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대한 성격의 소유자란 그의 행위와 태도로써 전 존재를 건 반응을 하기 위해 깊은 준비성을 가지고 상황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사람이며, 동시에 그의 행위와 태도의 총체성이 책임의식을 가지고 그의 존재의 통일성을 표현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이런 사람은 격률(格率)이나 관습체계로 이해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는 전존재로 행동하는 자이며, 주어진 상황의 독특성에 조화롭게 반응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사람이 우리가 바라는 인간상인 것이다. 위대한 성격의 소유자는 틀에 박힌 반응 즉, 획일적 반응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날의 획일화된 시대에서는 틀에 박힌 반응들이 일상적인 규칙이 돼 있다. 현대인들은 틀에 박힌 반응을 함으로써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인격적 책임으로부터 도피한다. 그런데 인격적 책임을 벗어난 삶은 무의미하다고 부버는 주장한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교육의 과업은 결국 학생들에게 인격적 책임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인격의 통일에 대한 갈망은 인류의 통일에 대한 갈망으로 확장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위대하고도 풍부한 관계는 부를 수 있는 성격과 응답할 수 있는 성격 즉, 대화적 성격 사이에서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참다운 성격교육은 곧 공동체를 위한 참된 교육인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참된 관계회복을 통한 비인간화 현상의 극복 이상에서처럼 부버는 교육의 본질이 훼손되는 것은 교육작용이 점차 비인격적 관계인 ‘나-그것’의 관계로 타락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면서, 인간의 내재적 능력을 전체적인 입장에서 전반적이고도 조화롭게 계발시켜야 한다는 ‘전인교육론’을 피력했다. 또한 교육은 인격적 삶 그 자체를 통해 이뤄져야 함을 강조하기 때문에 교사의 인격적 모범을 무엇보다도 강조한다. 그러나 학생이 교사의 인격적 모범을 그대로 모방하면서 따르라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교사나 학생 모두가 독특한 개성적 주체이므로 각자 자기 나름대로의 독특한 삶의 방식 즉, 삶의 길(way of life)을 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시디즘의 한 일화는 이 상황을 잘 나타내고 있다. 하시드(Hasid)회(會)의 지도자(tzaddik)이 “왜 당신은 당신의 스승이 행한 모범(example)을 따르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대답하기를 “그와 반대로 나는 스승의 모범을 따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나의 스승이 그의 스승을 떠난 것처럼 나도 나의 스승을 떠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하시디즘에서는 정형화・ 체계화를 거부한다. 부버도 삶의 흐름(stream of life)을 강조하면서 그 자신의 사상이 체계화되는 것을 거부했다. 이것은 인간의 삶(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인간의 삶)을 하나의 틀로써 묶어둘 수가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요컨대 인간의 전체성을 강조하는 부버가 중시한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참된 관계회복을 통한 비인간화 현상의 극복이었다. 오늘날의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가 바로 이러한 비인간화 현상이라고 한다면, 비인간화 현상의 극복을 위한 사상적 노력들이 교육 속에서 재음미되고, 구체화돼야 할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사회에서 직업교육은 ‘실업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경시되어 왔다. 직업교육을 일반교육과 구별하는 실업교육이나 진학 실패자에게 하는 기능교육 정도로 바라보는 인식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직업교육을 하지 않는 교육기관이 얼마나 될까? 올 6월 말 기준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10.5%에 이르고, 청년취업자의 30%는 전공과 일자리 간 미스매치를 겪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와 4차 산업혁명에 의한 인구 구조 및 산업구조의 급변도 예상된다. 때문에 전문직업인을 양성하는 특성화고의 역할과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2019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앞두고 마련한 특성화고 교사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직업교육이 최고의 복지정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좌담회에는 김민용 서울 강서공고 교감, 김윤진 서울 선일이비즈니스고, 진선미 서울 동구마케팅고 교사가 참여했다. 해마다 입시철이면 특성화고들은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올해 전망은 어떤가요? 진선미 특성화고의 2학기는 늘 전쟁터죠. 올해도 예외는 아닐 것 같아요. 특히 특목고와 자사고 신입생 선발이 후기에 한꺼번에 이뤄지는 바람에 오히려 더 불리해졌다고 생각됩니다. 김윤진 저 역시 신입생 유치가 걱정입니다. 학벌주의 폐단을 없애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정작 내 자식만큼은 대학에 가야한다는 이율배반의 논리가 여전해 설득이 쉽지 않죠. 김민용 전 좀 긍정적으로 보는데요. 학령인구가 줄고 신입생 모집도 갈수록 어려워지는 추세지만 4차 산업혁명에 맞춘 학과 개편과 선취업 후진학 확대, 현장 실습개선 등 긍정적 요인도 많아 기대를 걸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자녀를 특성화고에 보내고 싶어도 선뜻 내키지 않은 ‘찜찜한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인데요. 김민용 그런 분위기가 있다는 것 잘 압니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 보세요.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등골 휘도록 교육비 투자했지만, 대학 나와 제대로 밥벌이하는 친구가 몇이나 됩니까. 열심히 공부해 대학 갔어도 결국 취업 준비하는 기간만 늘어난 것 아닌가요. 반면 특성화고는 직업 중심 학교입니다. 그래서 대졸자보다 직업을 갖는 데 유리하죠. 그뿐 아니라 직장을 다니면서도 대학에 진학하는 길이 얼마든지 열려 있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특성화고를 전체 고등학교의 50%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만성적인 청년 실업 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요. 김윤진 입학상담을 하다 보면 학생보다 학부모 설득이 훨씬 쉬울 때가 있어요. 처음엔 내키지 않아 하지만 입학부터 교육과정, 졸업 후 취업까지를 설명하면 ‘믿고 맡길 테니 잘 가르쳐달라’고 부탁하는 분들이 많아요. ‘일찌감치 직장도 잡고 원하면 대학에도 갈 수 있으니 일반고 보다 낫다’는 말씀들을 종종 하십니다. 일반고와 특성화고 사이에서 고민하는 중학생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해주시나요. 김윤진 어린 학생인줄만 알았는데 막상 만나보면 매우 현실적인 사고를 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때 의식주는 해결할 수 있는지, 자신의 적성과 소질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그래서 입학설명회 때면 선배들의 취업 실적에 가장 귀를 쫑긋 세웁니다. 진선미 저는 ‘선진로→선취업→후진학’이라는 로직(logic)으로 접근합니다. 일반고든 특성화고든 하고자 하는 진로를 명확히 하고, 비전을 세운 후에 선택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줍니다. 대학이 먼저가 아니라 직업이 먼저임을 강조하죠. 김민용 무엇보다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고교 진학이 이뤄져야 합니다. 일찌감치 자신에 맞는 진로를 탐색해 볼 수 있다는 것이 특성화고의 가장 큰 장점 아닐까요. 설사 실패한다 해도 얼마든지 회복할 시간은 충분하니까요. 특성화고 선생님 중에는 중학교를 상대로 한 홍보활동에 고충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진선미 대부분 선생님들은 잘 도와주십니다. 하지만 간혹 특성화고 선생님들을 영업사원이나 잡상인 취급하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아요. 흔한 말로 문전박대는 물론이고 아예 학생들에게 특성화고를 선택하지 않도록 강요하는 분도 있다고 해요. 사실 특성화고 홍보는 단순한 신입생 모집 차원을 넘어 학생들의 진로 선택 폭을 넓혀주고 합리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데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무작정 귀찮아만 하실 때면 같은동료교사로서 마음에 상처도 받습니다. 김윤진 솔직히 입장 바꿔보면 중학교 선생님들도 부담스러울 것이란 생각은 듭니다. 학교마다 홍보한다고 찾아오지, 학사 업무 몰리는 시기여서 일은 많고, 학생들 진학 지도까지, 힘든 상황이라는 거 잘 압니다. 하지만 저희 입장에서는 홍보 기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달리 방법이 없어요. 다양한 홍보기회를 주는 학교도 있지만 반대로 형식적으로 해치워버린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적잖이 있거든요. 김민용 유럽에서는 70%의 학생들이 청소년기에 직업교육을 받고 있고, 이를 토대로 적극적인 진로지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나치게 일반계 선호도가 높고 학생보다는 학부모들이 진로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죠. 중학교 선생님들께서도 이점을 눈여겨보시고 학생의 적성과 흥미가 진로와 미스매치가 일어나지 않도록 도와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학부모들은 잘 모르는 특성화고만의 ‘숨겨진’ 매력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김윤진 특성화고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취업이 잘된다는 것입니다. 취업 실적을 보면 깜짝 놀라는 학부모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대부분 특성화고는 자격증 취득을 위한 방과후학교, 전문가와 함께하는 프로젝트 학습, 기업체 면접 연수, 리더십 캠프, 해외연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무료로 실시하고 있어 내실이 탄탄하죠. 진선미 저는 두 가지만 말씀드릴게요. 하나는 아이들이 행복하게 학창시절을 보낸다는 겁니다. 선생님들이 직접 상담을 통해 모집하다 보니 고교 3년간 학생 한 명 한 명에 대해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쏟습니다. 또 고교 취업 장려금, 취업연계장학금, 고졸 후 학습자 장학금 등 지원사업이 많아요. 산학일체형도제학교에 진학하면 재학 중에 급여를 받고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는 길도 열려있고요. 어려움이 많은 만큼 보람도 크실 것 같습니다. 특별히 기억나는 학생들이 있으면 말씀부탁드립니다. 김민용 제가 공고 교사로 있을 때 3학년 학생이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당시 20명을 뽑았는데 고졸자는 이 친구 한명이었어요. 9급 공무원으로 임용된 후 군대도 다녀왔고 서울시내 유명 대학에 진학해 졸업장도 받았습니다. 얼마 전 7급으로 승진 했다며 연락을 해왔더군요. 이른 나이에 직장을 잡고 승진에 대학졸업장까지 손에 쥔 모습을 보니 기특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진선미 우리학교는 주로 금융권 진출이 많은데 은행 중에는 대학과 MOU를 맺고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곳이 있어요. 실제로 한 학생은 모 시중 은행에 들어 간지 1년 만에 등록금 전액을 지원받으며 대학생활을 하고 있더라고요. 김윤진 특성화고는 직접 경험해 봐야 진가를 알 수 있는 곳입니다. 중학교 때 성적이 하위권이던 아이가 열심히 공부해 공기업에 취업하는 사례가 종종 있어요. 또 언니가 특성화고에 다닐 경우 동생도 같은 학교에 진학하는 케이스도 많고요. 입소문 효과를 톡톡히 보는 셈인데 겉보기와는 달리 정말 알찬 곳이 특성화고 입니다. 학생 모집 못지않게 취업에 대한 고민도 크실 것 같습니다. 김윤진 고졸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능력 중심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비록 학력은 낮을지 몰라도 실력만큼은 어디 내놔도 손색없으니 공정하게 평가해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진선미 한 가지 덧붙인다면 기업체에 근무하면서 대학에 진학하는 특성화고 출신들에게 출퇴근에 대한 인센티브를 줬으면 합니다. 일과 학업을 병행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은 것이어서 기업체의 배려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민용 조심스럽지만 병역 면제 혜택과 같은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성화고 졸업 후 취업한 학생들에게 병역 면제와 같은 특례가 주어진다면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특성화고 교사들의 근무여건은 좀 어떻습니까. 진선미 사실 ‘교사 반, 영업직 반’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학생들을 위해 여기저기 부탁해야 하는 입장이니 어쩔 수 없잖아요. 씁쓸할 때도 있지만 학생들 장래를 생각하면 ‘을’이 되는 것도 참고 견뎌야죠. 김윤진 저는 한때 일반고에 근무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당시와 비교해 보면 특성화고 업무량이 훨씬 많습니다. 중학교에 나가 홍보하는 것, 기업체를 알아보는 것, 개인별로 자기소개서와 면접 지도를 해주는 것, 취업 후에 이뤄지는 추수지도, 그리고 다양한 사업과 프로그램 실시에 따른 서류 작업 등 일반고에서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이 많습니다. 또한 전문교과의 경우에는 보통교과와 달리 산업 수요의 변화에 따라 가르치는 과목과 내용이 바뀌는 어려움도 있고요. 업무량이 많아지면 수업의 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특성화고의 학급당 인원수를 감축하거나 교사 정원을 늘려 교사에게 가해지는 업무 부담을 줄였으면 좋겠습니다. 김민용 공립과 사립 교원 간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공통적으로 보면 특성화고 교사들의 수업 시수 경감 및 행정 업무 축소가 시급하다고 봅니다. 아울러 우수한 교사들이 특성화고 근무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근무개선 방안 마련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특성화고를 중심으로 한 직업교육은 어떻게 달라져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진선미 직업교육이 교육의 최고목표가 돼야 합니다. 학교 교육목표의 끝은 한 사람이 잘 먹고 잘살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데 있기 때문이죠. 특성화고는 직업교육의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보다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지지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김윤진 바라던 기업에 취업해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특성화고가 학생들의 성공적인 길라잡이가 될 수 있게 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김민용 고졸 취업자에 대한 지원 대책을 좀 더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묻지마 진학’과 같은 낭비를 해소할 수 있어요. 교육 당국도 말로만 지원 운운할 게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