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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옥=오랜만에 뵙습니다. 교육감님 스케줄도 분 단위로 잘라야 할 만큼 정신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저 역시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의 날씨를 즐길 틈이 없습니다. 좋은 이슈들이 많으면 좋겠는데, 올해 최고의 뉴스는 ‘학교폭력’이지 않겠습니까. 지난주 전수조사 보고서가 각 학교로 발송되고, 주요 내용이 교과부 홈페이지에 탑재되는 등 ‘학교폭력을 숨기지 말고 드러내자’는 정부의 학교폭력 근절의지가 뚜렷합니다. 울산교육청은 대책지원을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요. 김복만=먼저 교총이 힘써주셔서 정보공시를 연기해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학교가 노력한 부분에 대한 반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저희 교육청에서는 예방교육을 위해 전 교직원에게 직접 예방연수를 실시하고, 학생 대상 담당교사가 면대면 수업을 통해 존중의식과 함께, 사소한 괴롭힘도 범죄라는 의식전환 교육 및 수업머리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예방인프라 구축, 조기발견 체제구축을 위한 설문조사 년4회 실시, 지역사회 공조구축을 위해 1학교1경찰지구대 연계 등 교육청-경찰청 간 협력도 강화하겠습니다. 김종욱=교원의 한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서도, 교원 입장에서 한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정부는 학교폭력에 대한 책무성을 강화하고 생활지도를 잘하는 교사를 우대하겠다고 합니다만, 교권회복 없이는 이런 제도들이 제 역할을 하기 어렵습니다. 교사들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학생을 지도할 수 있도록, 교육적 체벌허용과 교원을 존경하는 사회 전반적 분위기 조성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안양옥=맞습니다. 교총은 교육주간을 맞아 ‘학생 생명살리기 캠페인’과 함께 교권강화 방안을 정부 차원에서 만들어 줄 것을 여러 경로를 통해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관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현장에서는 주5일수업제로 인한 업무과중을 이야기하십니다. 울산의 경우 토요기숙학원 적발이 많았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교총은 지자체 연계프로그램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김종욱=그렇습니다. 학교는 매주 토요참여율 조사 등 각종 보고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내실화보다 참여율에만 연연하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합니다. 주5일수업의 취지는 ‘학교를 가지 않고 다양한 체험과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기르고 가족 유대감을 높이는’데 있습니다. 본 취지가 확산되도록 학교는 물론 가정, 지자체, 행정안전부 등 유관기관이 함께 노력해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예산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복만=학교의 고충 잘 알고 있습니다. 지적하신대로 지역사회가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체험활동 기관과 장소, 프로그램 확충에 앞장서는 것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그러나 학교 밖 활동기회가 확대될 때까지는 우리 선생님들이 학생들이 토요일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단위학교 프로그램 활성화도 현 시점에서 추진해야 할 과제이기에 다소 힘이 들더라도 당분간은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교육청에서는 향후 지자체 참여의지 촉구를 위한 ‘권역․대상자별 토론회’를 통해 지자체 참여활성화를 유도할 계획이며, 시청과 긴밀한 네트워크구성 및 지원청 차원의 구‧군청 MOU 체결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안양옥=교원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을 잘 알고 계신만큼 지자체 협력에 더 박차를 가해주실 것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좋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울산스포츠과학중‧고교 사업추진이 가능하게 됐다는 보도를 접했는데요. 교총에서도 전문계중(특성화중)학교의 필요성을 주창하고 연구하고 있어, 이렇게 물꼬를 터 주신만큼 역할정립을 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성교육측면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만, 어떤 구상을 가지고 계시는 지요. 김복만=체육 특성화학교 설립을 열망하는 시민들의 성원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기존 엘리트스포츠 인재양성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합니다. 울산스포츠과학중‧고교는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교육과정을 운영, 글로벌 스포츠인재를 양성하겠습니다. 말씀하신대로 학교폭력 해결방안 중 하나로 스포츠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협동심, 양보심, 헌신성, 준법성 등 건전한 인성함양을 위한 여러 항목을 스포츠를 통해 배울 수 있지 않습니까. 공부하는 학생선수의 모델로 성공적 정착은 물론 일반학교의 스포츠클럽활동의 롤 모델로도 기여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김종욱=중3담임선생님들께 체육관련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에 안타까웠다는 말씀을 들었는데, 교육감님의 선거공약이 이뤄진 점 축하드리고 계획대로 학교설립이 진행되면 좋겠습니다. 안양옥=다시 좀 어두운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4.11 총선에서도 그랬지만, 무상급식 등 복지정책 강조로 인해 교육재정 곳곳에 빈틈이 생기고 있습니다. 울산의 경우도 올해부터 무상급식 시행으로 어려움을 겪으셨다 들었습니다. 교육감님께서 교육청의 재정여건과 지자체 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저소득층부터 단계적 시행을 강조하셨고, 그렇게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선을 앞둔 정당들이 교육공약을 내놓을 텐데요. 복지포퓰리즘을 넘어서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복만=그렇습니다. 알고계신대로 저희 교육청에서는 올해 무상급식을 저소득층자녀와 생활환경이 열악한 농어촌학교, 다문화가정자녀를 우선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울산의 급식관련 총예산이 335억원입니다. 이는 전체 예산중 경직성경비를 제외한 가용재원 2329억원의 14.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교육청마다 무상급식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무상급식을 비롯한 교육복지문제는 재정이 뒷받침 될 수 있느냐를 먼저 판단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무상급식을 무리하게 시행하면 경상경비와 다른 필수사업을 축소, 교육복지의 역현상이 나타날 우려가 있습니다. 모든 복지정책은 반드시 비용과 연계돼야 하고, 재정적 여건을 고려해 점차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종욱=지당하십니다. 정당의 일방적 공약은 얼핏 교육지원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풍선효과’입니다. 그 런 점에서 교육감님의 무상급식 단계적 지원 정책을 지지합니다. 울산교총에서도 선거를 의식한 교육복지 정책공약 남발은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건전한 교육정책 제시는 물론 시민홍보활동에도 앞장서겠습니다. 안양옥=정말 잘 하셨습니다. 김 회장님께서도 교육감님을 지속적으로 지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국교총도 본질이 흔들리지 않는 정책 관철을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 교육감님께 축하말씀을 드리는 걸 잊었습니다. 지난 2월에 방송대에서 교육학 학사학위를 받으셨지요? 초‧중등교육을 알아야 한다는 교육감님의 만학(晩學)이 여러 생각을 하게 합니다. 교수 출신인 교육감님이 대학과 초‧중등교육의 차이를 그만큼 실감하셨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교육감이 초중등교육을 관할하는 ‘직’이라는 점을 강하게 시사하기도 합니다. 교총은 교육감선거제도 변화의 필요성과 더불어 교육경력폐지 움직임을 바로잡을 생각입니다. 김복만=몰래 했는데 들켜서 쑥스럽네요. 초중등교육에 대한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학사편입을 했으나 학업을 계속하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교육감이라고 봐주지 않더라고요.(웃음) 그래도 참 많은 것을 얻은 것 같습니다. ‘교육조직에서 구성원들의 갈등해소 방안에 대한 연구’ 졸업논문을 냈더니 지도교수께서 현직 교육감으로서 더 실질적 주제를 잡아보라는 말씀에 추가과제를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과 방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기회를 갖게 된 큰 소득이자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교육감이 될 사람 즉, 지역 교육수장이 교육경력이 없는 사람이 됐을 때 과연 지역 교육을 올바르게 이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조차도 대학교육에만 몸담았다가 교육감 직을 수행하기 위해 초․중등교육을 다시 공부하지 않았습니까. 저의 경우를 비춰 보건데 교육경력은 반드시 필요하며 나아가 행정경험, CEO자질도 갖춰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김종욱=말씀하신대로 제19대 국회에서는 교육감 선거제도 혁신과 교육경력 삭제, 교육위 일몰제 등의 문제점을 가진 지방교육자치법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정치권의 이해에 따라 교육이 흔들리지 않는 진정한 교육자치 실현을 위해 교육감 후보자격에 교육경력 5년 조항을 되살려야 합니다. 교육의 헌법적가치가 부정되고 교육자치가 기능을 상실하면, 온전한 교육과 아이들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교육감의 교육경력과 관련한 소모적인 논란이 재현되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안양옥=두 분 말씀을 들으니 속이 다 시원합니다. 19대 교과위 구성을 비롯해 법 개정을 반드시 이룰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교육감님께서도 많이 지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아쉽지만 마지막 말씀을 들어야겠습니다. 더불어 김 회장님께서는 울산교총의 새 수장이 되셨는데, 회원 및 교원들에게 한국교육신문을 통해 인사 한 번 하셔야지요. 김종욱=지금 현장에서는 교권실추는 물론이고 생활지도 부담으로 명예퇴직을 희망하는 교원이 늘고, 담임까지 맡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또 사회전반적인 문제마저도 책임을 학교와 교원들에게 전가되고 있습니다. 미래의 희망인 우리 아이들을 위해 어렵고 힘들더라도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울산교총은 교권확립과 권익신장을 위해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을 다짐합니다. ‘희망과 감동을 주는 행복 울산교육’을 위해 힘을 모아 최선의 노력을 다하도록 합시다. 김복만=갈수록 교원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보면서 참으로 마음이 아픕니다. 스승과 제자가 없어지고 교사와 학생만이 남는 삭막한 교단이 찾아오는 것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작정입니다. 힘들어 하는 교원과 학생 모두에게 희망과 활기를 주는 학교를 만드는 그날까지 최선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 김복만 교육감=울산 토박이로 고향에서 초‧중‧고교를 나온 뒤 한양대에서 박사(산업공학) 학위를 받고 울산대 교수로 재직했다. 울산광역시 승격추진위 실무위원장과 울산시 정무부시장 등을 역임했으며, 울산상공회의소 고문도 맡고 있다. ▨ 김종욱 회장=지난 3월 울산교총 회장 임기를 시작한 김 회장(송종초 교장)은 진주교대를 졸업한 후 한국방송통신대에서 행정학 학위를 취득했다. 울산교총 1~4대 이사, 5~6대 부회장을 지내는 등 교총 정책개발에 적극 참여했다.
참담한 교실…여중생 폭행, 교사 실신 교총 “출교 등 강력한 조치 필요” 한국교총이 19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교권보호법 제정을 위한 총력전에 나선다. 교총은 지난 1일 발생한 부산 여중생의 여교사 폭행사건 관련 논평에서 "학생에 의한 교사 폭행이 연이어 발생하는 등 교권침해의 심각성이 도를 넘었다"며 "19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교원의 교육활동보호법 제정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안양옥 회장은 “교육당국이 이번 사건을 일회성으로 무마하려 해서는 안 된다”며 “교권은 학생교육의 원동력이자 마지막 보루인 만큼 교원을 보호할 수 있는 출교조치 및 대안학교 위탁 등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침해를 넘어 유린까지 당하는 교권사건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데 학교가 취할 수 있는 조치가 고작 출석정지 열흘이라니 말이 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1일 부산의 한 중학교에서는 여중생이 40대 후반의 여교사를 폭행, 교사가 실신하는 충격적 사건이 발생했다. 더구나 사건 과정에서 여교사를 폭행한 학생 외에 다른 학생도 가담해 주위 학생들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공포분위기를 만들고 폭행을 옆에서 거드는 등 사실상 집단폭행을 자행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갑작스런 폭행에 충격을 받은 교사는 실신했고 학교 측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교사는 특별한 외상은 입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 교감은 “선도위원회를 열어 가해 학생에게 출석정지 10일의 징계를 내리고 기간 동안 학교에서 별도 격리교육을 받도록 했으며, 상담치료를 위해 Wee센터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교육관계자는 “학교는 가해학생의 권고전학을 검토하고 있으나 마땅한 학교가 없어 고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교총은 이 같은 교원 폭행사건이 극소수 학생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지역, 학교급과 상관없이 일상화되어버렸음에도 마땅한 대처수단이 없다는 데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소위 '일진'의 존재가 이미 공개된 상황에서 이에 대처할 실효성 있는 대안이 학교와 교사에 주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가해학생은 부산 금정경찰서가 지난달 초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진' 설문조사에서 이름이 거론된 바 있으며, 초등학생들로부터 금품을 빼앗아 촉법소년(14세 미만 형사 미성년자)에도 등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생 곁에서 욕을 하며 학생들에게 위압감을 준 가담 학생 역시 '일진'으로 지목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발생한 중학교는 올 초 교과부가 실시한 학교폭력전수조사에서 "일진이 있다"고 답한 학생 비율이 50%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주영 부산가정법원 소년1단독 판사는 “가해학생이 지속적인 비행경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최고 소년원 송치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판사는 그러나 “우발적인 비행을 저지른 경우는 수강명령, 사회봉사 명령, 보호관찰관의 보호관찰 등의 처분이 내려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부산시교육청과 협력해 ‘통고제’를 활용해 학교를 적극적으로 돕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안양옥 회장은 “교총이 지난해 접수·처리한 교권사건 287건 중 115건이 교사 폭언‧폭행인 점을 감안할 때, 심각성은 이미 도를 넘은 것이 분명하다"며 ”교총은 회원을 넘어 교원 모두의 교권사건을 끝까지 책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교폭력과 왕따는 한국의 문제만은 아니다. 최근 미국에서도 학교 총기 난사 사건들이 사회적인 관심사가 됐다. 지난 2일 한국인 고모씨가 캘리포니아주 기독교 사립대학에서 총기 난사 사건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언론이 한동안 떠들썩했다. 이민부적응, 가정불행, 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동료학생들의 무시와 따돌림에 대한 분노가 범행동기였다. 2월 27일 클리브랜드시 오하이오주에서도 고등학교 총기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범인인 티제이 레인(17)의 총기난사 의도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학교에서 심한 따돌림을 당했다고 한다. 이렇게 학교폭력 피해자가 가해자가 된 상황에서 가해자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부모의 양육 책임을 묻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를 위한 해결책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겠다. 가장 우선적인 것은 안정적인 가정환경이다. 가정 환경에서 중요한 요소는 물질적 풍요보다는 정서적 안정이다. 하지만 모든 가정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따스한 환경을 마련해주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유아기 교육의 중점을 지식이나 인지 발달보다는 사회정서발달에 두는 방안이 필요하다. 친사회적 기술을 발달시키는 것은 장기적으로 학교폭력 감소에 기여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대안적 사고 촉진 프로그램(PATHS) 등 유아교육 시기부터 사회정서발달을 돕기 위한 컬리큘럼들이 있다. 가장 직접적으로는 학교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간의 상호관계와 각 교실의 정서적 기후를 측정하는 피안타 교수의 학급 상호작용 척도는 미국에서 널리 쓰인다. 정서적 기후는 학교 폭력 예방은 물론 학생들의 학업적 관심과 성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함께 정의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공동 프로젝트가 관심을 끌고 있다. 학교문화의 변화는 교사들의 애정어린 관심에서부터 시작한다. 국내 언론에서 학생 선도 사례가 소개된 성주초 송현숙 교사는 “문제학생을 사고만 치는 아이로 보지 않고 뭔가 인정을 받고 싶은데 그게 안돼서 그런다는 것을 알면 그 아이에게 기회를 주고 도울 방법을 찾게 된다”며 “교사의 시선이 관심어린 관점으로 변하자 아이의 태도와 폭력행동도 협력적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넷째, 학생이 자랄수록 가정과 학교를 제외하고도 폭력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들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 학생들이 시간을 많이 보내는 기관이나 단체에서도 함께 고민하고 예방에 협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책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경제적 위기로 심한 스트레스와 가정불화를 겪을 가능성이 높은 저소득층 가족들에게 정부의 다양한 보조금을 통해 안정적인 가정 환경을 이끌어가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 교사 연수과정에서부터 사회정서적 발달과 정신 건강, 안정적인 정서적 기후를 이끌어나가는 방책, 학교 생활 관계 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는 요소들에 관해 고민하고 배워나갈 수 있는 교육정책도 시급하다.
‘학교식물’ 관찰·배우며 애교심 키워 언어·정서순화, 밝고 긍정적으로 변화 지난달 27일 서울신화초(교장 최덕찬) 4학년 4반 교실. ‘수목이름 맞추기 대회’가 한창이다. 이은주 담임교사가 실제 식물 사진과 학교 화단에서 촬영한 사진을 동시에 보여주며 문제를 낼 때마다 ‘아!’, ‘아싸!’ 하는 탄성 소리와 함께 학생들은 ‘쥐똥나무’, ‘영산홍’, ‘수국백당’, ‘엄나무’, ‘산수유’, ‘꽃사과’ 등 수목의 이름들을 자신 있게 적어 나갔다. 학교 화단에서는 5학년1반 학생들이 ‘봄꽃 관찰하고 꽃의 구조 조사하기’ 활동에 열심이다. 호기심 가득한 학생들이 저마다 모둠을 지어 식물 관찰에 여념이 없다. 양현준(11) 학생은 “꽃, 나무 냄새도 너무 좋고 돋보기로 보니 모양도 특이해 재미있다”며 “식물 이름을 잘 모르시는 엄마, 아빠께 설명해 드려야겠다”고 신나했다. 신화초는 지난해 최덕찬 교장이 부임하면서부터 우이천변에 자리한 지리적 이점과 ‘그린스쿨’인 학교 특성을 살려 친환경교육을 시작했다. 학교 화단에 구획을 나눠 학년, 반을 지정하고 학생들이 직접 조사하도록 해 식물의 특성을 살린 푯말을 설치함으로써 아이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도했다. 이렇게 준비된 52개의 식물 사진이 담긴 책받침을 전교생에게 배부해 수시로 식물의 특징을 이해하도록 했다. 또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우이천변에서 생태체험학습을, 도봉산 숲 체험학습을 하는 등 집약적으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다. 매월 셋째 주 금요일을 ‘가족과 함께 실천하는 그린스쿨 실천 교육의 날’로 정해 온 가족이 함께 체험하는 등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최 교장은 “컴퓨터에 빠져있는 도시 아이들은 자신만을 생각할 뿐 마음의 여유가 없다”며 “아름드리나무가 많은 학교 환경을 보고 아이들의 마음을 순화시킬 친환경교육을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그는 “자연친화 교육으로 식물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키워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인정이 넘치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다”고 강조했다. 친환경교육을 실시하면서 학교 분위기가 달라졌다. 남다른 애교심이 생기고, 친구들과의 관계가 돈독해지는 등 학생들이 밝고 긍정적으로 변했다. 이은주 교사는 “학생들이 식물에 대해 알게 되면서 ‘우리 학교 꽃이 이렇게 예쁜 줄 몰랐어요’, ‘선생님 나무가 너무 아름다워요’라는 등 학교 주변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감성이 풍부해졌다”며 “자연스럽게 언어순화가 이루어졌으며 식물을 돌보고 사랑하는 예쁜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장계영(4학년·10) 학생은 “처음에는 수목이 뭔지도 몰랐는데 선생님이 주신 ‘우리 학교에 이런 식물이 있어요’ 책받침으로 학교 화단을 보고 공부하면서 식물들이 너무 좋아졌다”며 “친구들과 수시로 꽃과 나무를 살펴보는 데 재미를 붙였다”고 말했다. 몸에 밸 때까지 반복 “日 기초교육 배워야” 오사카 영사 지낸 최덕찬 교장 “학교폭력, 왕따, 따돌림 등 학교의 대부분의 문제들은 민주시민을 기르는 초등학교에서의 기초교육만 제대로 이루어져도 해결될 수 있습니다. ‘공부’보다 남을 배려하는 ‘예쁜 마음’을 키우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합니다.” 최덕찬(60·사진) 교장은 ‘몸에 밸 수 있는’ 기초·기본교육을 강조했다. 그의 이런 소신은 신화초 교육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구호에만 그치는 교육을 지양하고 교사 스스로 모범을 보이는 교육을 하고 있는 것. 예를 들면 질서교육을 할 때도 복도·계단에서 뛰지 않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교사가 먼저 시범을 보이고 학생들이 생활 속에서 보고 배울 수 있도록 실천하는 것이다. 2003년부터 일본 교토·고베 한국교육원장을 거쳐 외교통상부 파견으로 지난해 2월까지 주오사카대한민국총영사관 영사로 근무한 독특한 이력의 최 교장은 11년간의 일본 생활을 통해 느낀 바가 많다고 했다. “기본생활교육에 충실해 남을 배려하는 것이 몸에 배도록 세밀하고 반복적으로 지도하는 일본의 기초교육을 벤치마킹해 우리도 적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제로 ‘기본’을 갖추는 일은 어렵기 때문이죠. 학생들이 작은 행동부터 생활화될 수 있도록 학교와 교사가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정성을 쏟아야 합니다.”
흥선대원군의 통상수교거부정책을 한·미 FTA와 비교해보고, 우리나라 국호가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바뀐 이유를 탐구해 보는 역사수업이라면, 재미없고 지루하다는 편견이 싹 날라 가지 않을까. ‘우당 청소년 토요역사교실’에서 역사 수업으로 교육기부를 실천하고 있는 서울 양정고 이두형(52·사진) 교사는 이렇게 운을 띄웠다. “역사를 ‘외우는 과목’으로 생각하고 시험을 위해서만 공부하는 많은 학생들에게 다른 강의를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는 이 교사는 “우리역사교육연구회 회원들과 2년간 준비해온 프로그램을 현실화 시킬 수 있는 기회를 준 우당역사교실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처음에는 일반 학교수업과 비슷할 것이라 생각했던 학생들도 이제 독도, 동북공정 등에 대한 특강을 따로 열어달라는 요청을 할 정도로 열의 높게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며 “‘진도’에 맞춰가는 수업에서 포인트를 바꾼 것이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사는 “우리나라 역사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식민사관’에 젖어 암울하고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역사에도 멋지고 긍정적인 면이 많다”며 “역사 속 우리 민족이 대처했던 상황과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까’를 생각하게하면 자연스럽게 시야를 넓힐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우당역사교실’은 우당기념사업회와 우리역사교육연구회가 공동 주관하는 프로그램으로 총 12차시로 구성되며 3차시의 현장답사가 포함돼 있다. 3월 시작된 1기에는 38명의 학생이 수강했으며, 수업과정 중 소논문 공모전도 열어 서울 중산고 박진우 학생이 ‘독립운동가 우당을 통해 얻은 마음가짐’으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오는 12일부터는 4주 일정으로 2기 역사교실이 운영되며, 수강료는 무료다. 문의=우당기념관 홈페이지(www.woodang.or.kr)
어린이날을 앞두고 아이들에게 부모님으로부터 바라는 것을 조사해 보니‘잔소리하지 않기’,‘핀잔주지 않기’,‘잘못한 점 너그럽게 용서해주기’와 같이 주로 대화에 관련된 것들이 많았고, 자녀들로부터 부모님들이 가장 받고 싶어 하는 것은 ‘자녀의 1등 성적표’였다고 한다. 이렇듯 자녀와 부모 간에 기대하는 바가 어긋나는 시대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자녀들이 해맑은 웃음 속에 밝은 미래를 이야기하며 살길 원하지만, ‘언어폭력=학교폭력’으로 이어지는 등식은 5월을 맞이하는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가 되었다. 최근 한국교총과 교과부에서는‘학교폭력, 언어문화 개선을 통해 극복하자’는 취지로 발대식과 워크숍을 가지고 학교의 언어문화를 선도하기 위한 교육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그 필요성과 방향에 대하여 전적으로 공감하며, 학교폭력 문제를 사회전반에 걸친 언어문화의 개선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이러한 노력이 효과를 거두려면 그 출발점은 가정에서의 대화 회복이 되어야 하며, 특히 삐뚤어진 자녀들의 말투를 바로잡는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야, 이거 치워!” “남이야 치우든 말든…” “이게 콱, 한 대 맞을래, 두 대 맞을래?” “뭐? 네가 뭔데 난리야” “됐거든.”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흔히 듣게 되는 이러한 말투를 들을 때마다 그러한 언어 입력에 대한 책무성에서 가정과 학교는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가정은 결정적 시기에 자녀의 말투가 형성되는 기초 공간이 되며, 학교는 또래 활동과 문화를 통해 상호작용의 언어를 습득하는 공간이다. 각 가정마다 사용빈도가 높은 언어 목록이 있다. 그리고 주로 등장하는 말투에 따라 가정의 언어문화가 결정되어진다. 담임학급을 지도하던 때에, 필자는 학생들과 함께 그들이 하루 동안 사용한 대화 목록을 적어보게 하였다. 학생들이 제출한 대화의 목록을 살펴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가정과 학교에서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가 서로간의 이해와 배려의 통로가 되기보다 다툼과 갈등을 일으키는 문제의 씨앗이 되고 있었다. 필자는 문제를 일으킨 대화글을 재구성하여 역할극으로 연출하고, 대안적인 대화법을 지도하기도 했다. 그때 생각깊은 어린 제자가 던진 말을 잊을 수 없다. “선생님, 차라리 한마디도 하지 않고 하루를 지내면 그런 다툼은 없지 않을까요?” 상호 이해와 존중의 도구가 되어야 할 언어가 분쟁의 도구가 되고 있음을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될 때이다.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는 기본 목적은 이해와 필요의 충족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서로간의 존중이 바탕이 될 때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대화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기술을 갖추는데 무관심하다. 우리는 통제되지 못한 감정 표출과 상대방 제압의 도구로 언어가 폭력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앞뒤를 가리지 않는 공격적인 말투에 심각하게 습관들여져 있다. 부모나 교사가 사용하는 말투는 그것이 좋거나 나쁘거나 기억이 유지되는 한 아이에게는 지워지지 않을 영향력을 발휘한다. 링컨을 위대한 지도자로 만든 힘도 히틀러를 세기의 전쟁광으로 전락하게 만든 것도 그 바탕에는 그들의 인격을 조성한 특유의 말투가 있었다. “내가 성공을 했다면 오직 천사와 같은 어머니의 덕이다.” 링컨에게는 그의 인격을 빚어주기 위한 사랑이 대화의 상대자로서 어머니가 있었던 것이다. 자녀의 언어가 건설적인가 아니면 파괴적인가에 따라 인간관계 기술이 달리 형성되어 진다. 자녀의 대화를 주의 깊게 모니터해 보면, 대화 속에 담긴 생각을 읽을 수 있으며,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 언어는 시와 사랑을 읊어내는 평화의 도구가 되기도 하지만, 온갖 악한 말과 나쁜 행동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대화의 고삐를 바로 잡아야 한다. 우리의 말(言)이 결국 통제하기 어려운 야생의 말(馬)이 되지 않게 하려면 먼저 입의 말을 통제하는 대화의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부모들의 높은 교육열은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부모들의 교육열은 학교교육에 만족하지 않고 사교육이라는 경쟁적인 교육을 만들었다. 그 결과 우리 국민의 높은 학력과 경제성장은 세계가 부러워할 만큼 주목을 받고 있다. 교육은 한 인간의 삶의 질뿐 아니라 국가 성장의 원동력이므로 모두가 관심사인 것이다. 이러한 교육은 그 변화에도 민감하며 모든 국가가 교육 개혁을 위해 앞을 다투고 있다. 즉 다가올 미래사회를 예측하고 이에 능동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창의력을 가진 인간을 육성하기 위한 교육 프로젝트 개발은 보이지 않은 전쟁이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시작된 디지털 혁명은 인터넷 붐을 일으켰고, 각종 전자 기기의 대중화는 정보화 시대를 열었다. 이러한 디지털은 국가산업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에도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를 몰고 왔다. 스마트(smart)화, 인공지능화, 상호 연결성, 맞춤화, 개방화 등을 그 본질적인 속성은 제2의 디지털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스마트 시대, 세상은 분명히 변화하고 있다. 스마트 기기, 스마트 사회, 스마트 경영 등은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 각 분야를 막론하고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말이 바로 ‘스마트’다. 휴대폰에서 시작된 스마트 혁명은 단순히 전자 기기의 컨버전스(convergence)와 다양한 컨텐츠(scontents)·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의 이용이라는 차원을 넘어 국가 산업,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큰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삼성과 LG는 이러한 분야에 기업의 명운을 걸고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요즘 우리 교육의 새로운 컨셉(concept)인 정보통신기술(ICT)의 결합에 의한 스마트교육이다. 스마트 교육이란 쉽게 말해 물리적인 공간과 가상적인 공간이 통합되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시대의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여 방대한 양의 정보나 자료를 접할 수 있고 시공간을 초월하여 교실 안으로 끌어들여 학습할 수 있으며, 학습자의 수준에 맞게 가공하여 사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스마트교육은 모든 학습자의 요구와 수준, 그리고 흥미를 고려한 수준별 맞춤형 교육과 질 높은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미래와 사회 변혁을 위해 필요한 가치, 행동, 삶의 방식을 배움으로써 행복한 사회를 지향하는 교육이라고 수 있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질 높은 교육을 위한 스마트 ESD(Education Sustainable Development) 교육 역량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지금까지 우리 교육은 세계가 부러워할 만큼 높은 성과도 많았지만 그에 따른 문제도 없지 않다. 이를테면 교육의 획일화, 입시 위주의 교육, 과다한 교육열과 경쟁, 진로나 적성교육의 부재, 오로지 한길만 원하는 사회적 시스템, 인성교육의 부족 등이다. 특히 산업사회에 필요로 했던 대량 생산을 위한 교사 중심의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은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경쟁적인 대학입시의 과도한 지식 교육은 대내외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어오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주입식 교육을 ICT 및 스마트 기술을 활용하여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는 ICT 강국답게 매우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우리 사회에는 스마트폰이 2,000만대 이상이 보급되었으며, 아이패드, 갤럭시탭 같은 태블릿 PC도 학교 현장에 보급될 준비를 하고 있다. 애플에서는 디지털교과서 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발표했고, 정부도 2015년부터는 모든 교과의 디지털교과서를 전학교에 전면 보급하려는 등 사회가 급박하게 변하고 있다. 이에 우리 학교현장에 있는 교사와 관리자, 학생, 학부모를 비롯한 교육공동체의 마인드가 스마트 교육에 적합한 패러다임을 갖추어가고 있다. 곧 다가올 스마트 시대 교육환경은 까다로워지고, 교육수요자의 니즈는 다양화와 개별화로 더 복잡해질 것이다. 따라서 스마트 교육을 위해 학교에서는 어떤 준비를 하고 대비해야 할 것인가. 첫째는 스마트 교육을 위한 교육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스마트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스마트 기기 활용을 위한 기본적인 시설이 마련되어야 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삼성전자 '갤럭시탭'과 애플 시리즈 등 높은 하드웨어 사양을 내세운 100만원 가까운 고가 제품들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지난해 말 아마존 '킨들 파이어'가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올해부터 국내에도 10만~20만원대 태블릿 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어 스마트 교육을 위한 시설비가 보다 저렴하게 된 것이다. 둘째는 스마트 교육을 위한 교육과정의 개발이 필요하다. 교육은 교육환경이 마련된다고 바로 이루어질 수 없다. 국가가 고시한 교육과정에 의해 교사가 학생을 교육하는 것이다. 따라서 스마트 교육은 스마트 교육과정과 콘텐츠가 뒷받침될 때 가능한 것이다. 셋째는 학생들의 스마트 학습을 지도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스마트 기기의 차별적 특징 중 하나는 동일한 하드웨어 기기를 사용하면서도 소프트적인 요소인 컨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을 학생 개인별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해, 학생들이 자신만의 맞춤화된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그러므로 스마트 교육은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의 욕구에 맞는 학생중심의 자기주도적인 학습이다. 이러한 스마트학습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학생 혼자서 하기 어려운 학습과정을 객관적이고 진단하고, 이를 기초하여 자신에게 맞는 맞춤형 학습을 수행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이 필요한 것이다. 넷째는 학생지도의 교과내용, 교수방법에 대한 교사의 끈임 없는 전문성 개발이 필요하다. 스마트화 시대에 강조되고 있는 트렌드는 바로 ‘개방’이다. 스마트폰의 차별성을 가져 온 결정적 요인이 개방된 앱 스토어(apparatus store) 구축을 통해 방대한 컨텐츠·애플리케이션 공급 풀(pool)을 확보함으로써, 사용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선택·이용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이다. 이러한 것으로 볼 때, 교사의 지도 내용이 자신이 지도한 학생만이 아니라 모든 반, 모든 학교 학생들에게까지 공유됨으로 지도내용이나 방법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고 자기 브랜드화를 만들어야 좋은 교사, 훌륭한 교사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교사 자신이 브랜드화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자신이 가장 열정을 가지고 있는 일에 올인 해야 자신의 핵심역량을 구축하여 영역에서 1인자가 되면 자신의 브랜드가 형성된다. 작은 일이라도 열정의 불이 붙으면 위대한 일로 바뀐다는 것이다. 다섯째는 스마트 기기 활용에 대한 윤리교육이 필요하다. 스마트 교육은 우리 교육에 주는 긍정적인 이점도 많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많다. 최근에도 페이스북(facebook)이나 트위터(twitter)등에서 특정인에 대해 무차별적인 공격의 폐해는 이미 도를 넘은 상태로 심각하다. 마찬가지로 스마트 교육에서도 철저한 컴퓨터 윤리교육 없이는 자칫, 학생 교육의 역효과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스마트 교육은 우리의 선진화된 ICT 기술과 교육이 융합한 교육이며 학생중심의 개별화 교육이다. 따라서 학교와 교사는 이러한 스마트 시대에 대비한 교육환경을 만들어야 새로운 교육변화를 충격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스마트 교육이 진정한 교육적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생 개개인이 존중받고 학생중심의 자율적이고 선택적인 배움이 일어나는 특성화된 학교교육 프로그램이 개발되어야 하는 것이다.
아내는 아까부터 위험하다며 나와는 멀리 떨어진 곳 안전한 곳으로만 다녔다. 나보다 산행을 즐겨하지만 워낙 경사진 절벽에 아까부터 겁을 잔뜩 집어 먹고 몸을 움츠리고 산행을 하는 모습으로 보아 무척 위축이 되어 산행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나는 평소에 월류봉 산행을 간절히 원하였던 곳으로 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던 곳이기에 고향 산천의 아름다움과 정겨움에 흠뻑 빠져 있었다. 그 흔한 나무계단 하나 없이 아직 인간의 때가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산행길이기에 더욱 애착이 갔다. 땀이 쏟아지고 숨이 턱에 와 닿았지만 고향산천의 추억이 스린 정겨움에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스마트폰과 사진기로 연신 바꾸어 가며 사진 촬영하는 데 정신이 없었다. 월류봉은 어릴 때부터 내가 늘 보고 자라왔던 곳이다. 우리 동리는 황간에서 추풍령 쪽으로 2Km 정도가면 오른 쪽 들 가운데 보이는 마을이다. 이름은 광평리라고 하지만 실은 넓은 땅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영남에서 한양으로 가는 길이 크게 문경세재와 추풍령을 들 수 있다. 문경세재는 선비들이 주로 이용을 하였지만 추풍령은 그렇지 못하였다. 이는 추풍령이란 가을바람에 낙엽 지듯 과거시험에 낙선한다는 인식으로 과거를 보러가는 선비들이 이 길을 회피하였을 것이라는 추측을 한다. 고갯길 또한 좁은 곳이기에 경부선 열차와 고속도로 및 국도가 나란히 지나가는 곳이다. 이러한 곳에 들판이 넓은 광평리는 남쪽으로는 물한계곡으로 향하는 넓은 계곡 사이의 뜰과 서쪽으로 확 트인 황간 향교 앞 가학루와 월류봉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음을 볼 수 있어서 넓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뿐이다. 나는 이곳으로 초등학교 4학년 때 이사를 오면서부터 살게 되었다. 외가댁이 면내에서 가장 잘 살았기 때문에 우리 집도 외가댁 농사를 많이 지으며 살았기에 일거리가 늘 많았다. 나는 칠남매의 셋째로 부모님 따라 일하러 자주 다녔다. 일하기는 싫었지만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보고 마지못하여 일을 하는 것이었다. 일하다말고 늘 바라보는 곳이 황간 가학루와 월류봉 이었다. 우리가 사는 곳에서 보면 확 트인 실개천과 아련한 들판을 따라 서쪽에서 비치는 아름다운 월류봉의 석양은 그야말로 한 폭의 동양화였다. 절벽위에 우뚝 서 있는 황간 향교 앞의 가학루는 한 마리의 학이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모습과 왼쪽으로 보이는 월류봉이 황혼에 물들기 시작하면서 철새들이 이동하는 모습을 볼 때면 그야말로 오래도록 늘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는 아름다운 명화로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작품이었다. 초등학교 다닐 때 소풍가는 곳은 항상 월류봉으로 정해져 있었다. 월류봉에는 황간면 소재지에서 걸어 3Km 정도 되어 조금 멀기는 하였지만, 그 당시에는 친구들은 늘 월류봉으로만 소풍간다고 투덜거렸다. 그래도 월류봉으로 가는 길에 볼 것이 많았다. 월류봉 가는 길에는 용암으로 기암괴석이 능선을 이루는 장면을 볼 수 있었고, 능선이 끝나는 부분에 그림같이 다리가 놓여 있었다. 이 원천교 아래로 백화산에서 휘돌아 내려오는 맑은 물 석천이 흐른다. 물한계곡의 장교천과 추풍령에서 내려오는 소라천이 황간 금상구에서 합천을 하여 황간면 소재지를 지나, 월류봉 입구에서 석천과 합수를 하여 초강천이 월류봉 절벽 아래로 휘돌아 내려가는 것이다. 다리를 건너 원촌리 마을을 거쳐 나오면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깎아지른 절벽이 보이고 그 아래쪽으로 강물이 휘돌아 내려가는 강변 넓은 자갈 모래밭이 소풍지였다. 깎아지른 절벽을 올려다보면 절벽에 기묘하게 기암괴석 위에 자리 잡은 소나무와 새들이 오르내리는 모습은 어린 나에게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하였던 것이다. 절벽 아래로 흐르는 물가에 넓은 모래벌판과 자갈 그리고 큰 돌이 한데 어우러져 넓은 백사장으로 펼쳐져 있다. 월류봉 절벽 아래쪽으로 큰 굴이 있는데 이굴은 금광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내 어릴 때는 이곳으로 갈 수 있도록 연결이 되어 있는 구름다리는 월류봉과 어우러져 동양화에서나 볼 수 있는 색다른 풍경을 자아냈던 곳이다. 그래서 근동에서는 황간 월류봉이 아름답다하여 영동에서는 물론 경북김천에 이르기까지 이곳으로 소풍을 오기도 하는 곳이다. 내가 결혼을 하고 얼마 되지 않아 여름에 온 가족이 피서를 한 곳이 바로 월류봉이다. 부모님 모시고 형제들이 트럭에 음식을 잔뜩 싣고 이곳 월류봉 모래사장 강변에 솟 걸어놓고 음식을 해 먹으며 물에 들어가 다슬기도 줍고 고기도 잡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던 곳, 부모님이 건강하시고 함께 맑은 강물에 들어가 수영도 하고 물장구치며 즐겼던 곳이다. 아침부터 해가 지도록 어떻게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그냥 자연이 아름다워서 가족이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마냥 즐거워하였던 곳이다. 그날 이후 부모님 모시고 월류봉에 간일은 없었다. 사는 것이 무에 그리 바빴는지 그냥 고향 가는 길에 먼발치로 둘러보기만 하고 다닌 지 이순이 넘었다. 고향친구들을 만나기만 하면 우리는 고향에서 산행을 하자며 약속은 하였지만, 모두가 같은 시간을 만들기가 어려워 약속만 하고 실행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동네친구들과 월류봉과 가까운 백화산을 등산하자는 제의를 듣고 백화산에 오른 일이 있었다. 그 때만 하여도 월류봉에는 깎아지른 암벽으로 등산로가 없어서 산행을 할 수 없는 것으로만 알았다. 백화산은 우리 고향에서 꽤나 높은 산이다. 겨울철에 눈이 쌓이면 백화산은 연꽃모양으로 맑고 투명하다 하여 아름답다는 소문으로 등산객이 자주 찾는 곳이다. 친구들은 백화산에 올라 고향의 모습을 보며 옛날이야기로 옛 추억을 먹으며 즐거워하였다. 하산을 하고 찾아 간 곳이 월류봉이었다. 월류봉 절벽 맞은편에 송시열 선생이 후학을 위해 강론을 하셨다는 한천정사가 있고 옆에 한천가든이 있다. 친구들과 이곳에 들렸을 때 이 아름다운 곳에 식당을 인가해준 행정처사에 모두가 못마땅하다며 한 마디씩 입을 삐죽거리던 곳이다. 모처럼 고향친구들과 만나 옛 추억에 기분이 좋은 친구가 매운탕과 와인을 쏘겠다며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 바람에 모두가 술을 거나하게 먹게 되었다. 아름다운 월류봉에 걸린 달과 친구들이 권하는 술잔 안에도 달이 떠 있다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이곳에 다시 와서 밤새 달과 함께 노닐다 가겠노라고 다짐만 하고……. 어릴 때 고향마을에서 고향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놀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달은 서편 월류봉에 걸려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달은 손톱마냥 봉우리에 걸려 늘 내 마음을 애초롭게 하였던 곳이 월류봉이다. 한천가든 주인장에게 물어 보았다. 월류봉에 걸려있는 달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 언제인가 하였더니 보름쯤이란다. 보름날 이곳에 와서 밤새 달과 노닐다가 가겠노라 벼르고 벼르던 1박 2일, 오늘 이렇게라도 월류봉을 등산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이제 친구들은 머나먼 세상으로 가기도 하였지만, 건강상의 문제로 이 아름다운 곳을 오르지도 보지도 못하니 이를 슬퍼하는 것이다. 아! 아름다운 월류봉 내가 정상에서 부르짖은 것은 이 한마디였다. 아름다운 월류봉 낮에 오르니 금수강산 아름다운 내 조국의 형상이 눈앞에 전개되고, 밤이면 아름다운 산수에 취해 달이 봉우리에 머물고 있는 내고향 월류봉의 아름다움을 혜당 양연화는 『한천정사』에서 아래와 같이 노래하였다. 월류봉 절경 아래 법화천 흐르고 칠월 녹음 높은 산 덮어 바라보는 이 안을 듯하니 그 앞에 선 내가 비경의 일부 같네 천 년 머물던 달은 또 천 년 머물 텐데 오늘 잠시 흐르는 내(川)는 보름 밤 월류봉 절경에 취해 산허리 멈춰 떠나지 못하는 달님 마음 헤아릴 수 있겠네 여명에 초강천 물안개 피고 월류봉 계곡마다 운무 덮이면 토방 앞 툇마루 서서 법화천 월류봉 한 눈에 담던 우암 선생 살아 숨 쉬는 산수화 한 폭에 차라리 말문 닫고 상념 접어 사군봉(使君峯) 월류봉(月留峰) 산양벽(山羊壁) 용연대(龍淵臺) 냉천정(冷泉亭) 화헌악(花軒嶽) 청학굴(靑鶴窟) 법존암(法尊菴) 한천정사 팔경의 주련만 남겼네
얼마 전 교육과학기술부 연수원에서의 일이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교장, 교감 선생님들과 함께 교원노사관계 선진화과정 연수를 받았다. 학교 현장에서 부딪힐 수 있는 갈등문제에 대하여 효과적인 접근 방안을 모색하는 연수내용도 유익했지만, 쉬는 시간에 삼삼오오 모여서 나누는 이야기도 의미가 매우 컸다. 노후 생활을 위한 재테크, 건강관리, 심지어는 주름살 관리 등 다양한 화제들이 나왔다. 그 가운데에는 연수를 마친 지 두어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내 가슴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기 위해서 매주 머리를 염색합니다.” 머리카락의 색깔이 유난히 검고 윤이 나는, 그리고 2대 8로 단정하게 가르마를 한 어느 교장선생님이 ‘자연머리냐’는 물음에 답한 내용이다. 오십이 되기 전에는 새치 하나 없었는데, 오십을 넘기자마자 봄비에 새잎 피어나듯 흰 머리가 가득 나기 시작해서 염색을 했다는 것이다. 필자도 사십 초반부터 흰머리가 하나 둘 나기 시작하더니 그 뒤로 얼마 지나지 않아 염색을 하게 된 지가 10년 이상 된 것 같다. 경험이 있는 독자들은 다 아는 이야기지만 염색은 매우 번거로운 일이다. 조금만 부주의하면 염색이 머리카락만 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수건과 세면대 그리고 침대와 베개까지도 더럽히고 만다. 염색 약 냄새도 고약하여 머리가 지근거리는 경우도 있고, 체질에 맞지 않은 사람들은 며칠씩 피부염으로 고생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시력도 크게 떨어진다고 한다. 습관적으로 늘 염색을 해오고 있지만, 필자도 어느 때부턴가는 흰 머리 그대로 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선 염색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고 싶었고, 다음으로는 백발 자체의 중후함을 만끽하고 싶어서다. 오다가다 백발이 잘 어울리는 사람들을 보면 그런 마음이 더 간절했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속담처럼, 백발은 가끔 남의 손에 쥔 떡처럼 내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였다. 하얀 머리카락에서 느껴지는 경륜과 중후함, 딱히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 대단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필자는 가끔은 백발이 매우 잘 어울릴 것이라는 착각을 하기도 하였다. “백발이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백발에서 은은하게 풍기는 그 중후함이 멋있잖아요. 시력까지 나빠진다는데 꼭 염색할 필요가 있어요. 이젠 교장선생님도 되셨으니 그냥 백발로 지내세요.” 우리들 중 누군가가 그렇게 말하자 흑갈색 머리로 산뜻하게 염색하고 다니시는 그 교장 선생님이 빙그레 웃으면서 이야기한 요지는 다음과 같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서 멋을 내지만, 교육자는 학생들을 위해서 멋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학생들과 어울리고 소통하기 위해서란다. 요새 아이들이나 학부모들은 나이 먹은 선생님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보듯, 백발은 아이들과 소통하고 어울리는 데 장애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디시 말하면, 아이들은 백발에서 중후함이나 카리스마를 느끼기보다는 현격한 세대 차이를 연상한다는 것이다. 그 교장선생님의 말을 그대로 빌리면 백발은 아이들과 정서적으로 소통할 수 없게 하는 금줄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은 아이들과 어울리고 소통하기 위해서 흰 머리카락이 한 오리도 드러나지 않도록 염색을 정성들여서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중후함이나 카리스마로 조직을 이끌고 운영하는 시대는 지났다. 그 교장 선생님에게 염색은 학생들과 어울리기 위한 친교의 메시지, 낮춤과 어울림의 메타포가 된 것이다. 어린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학생의 눈높이로 자신을 낮춰야 하고, 젊은 학부모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의 마음으로 자신을 낮춰야 한다. 또한 교사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고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교사의 눈높이로 자신을 낮춰야 한다. 염색 자체가 그리 대단한 영향을 미칠 지는 여전히 의문스럽다. 그러나 정성들여 염색을 하는 것이 상대방만큼 자신을 낮추고 함께 어울리고자 하는 열린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할 때, 그 낮춤과 어울림의 리더십은 우리의 가슴속에 신선한 자극으로 오래 남아 있을 것이다.
지난해 정부는 ‘5세 누리과정’을 발표하고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교육비를 만 5세아 전체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초·중학교 9년 의무교육에 1년을 추가·확대해 10년 의무교육 시대를 열었음을 의미한다. 지난 1월에는 누리과정을 만 3~4세로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하였다. 이는 유아교육제도가 모든 어린이의 보편교육을 향해 나아가려는 것이며, 2012년부터 시작한 만 5세 누리과정은 초등학교 의무교육과 마찬가지로 보편교육과정화 한다는 것이다. 유아교육기관도 변해야 산다 이런 흐름 속에서 유아교육기관도 변해야 함을 느낀다. 유치원 교사들도 학급경영, 교수법, 교육행정에 있어서 변화를 추구해야 하며 교사의 이미지 변화와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21세기는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시대다. 때문에 유아교육기관의 변화 요구는 교사의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교사로서 올바른 인성 함양, 전인적 인간 양성을 목표로 잘 가르치는 데에만 주력할 것이 아니다. 유아교육기관은 기업 마인드와 서비스 정신이 절실히 필요하게 됐음을 인식해야 한다. 유치원 교사 역시 유아, 학부모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정신으로 교사의 이미지 변화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경쟁력을 갖춘 21세기형 교사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교사가 사람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교사가 하는 일의 가치를 담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아주 무서운 말이기도 하다. 단순히 지식을 많이 알려 주는 것 이상으로 아이들의 미래에 피어날 꽃에 물과 영양분을 뿌려 심신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교사가 되기 위해서 어떤 자세를 갖추어야 할지 다시금 되새겨야 할 때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나의 삶은 어떤 의미성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긍정적인 답을 가진 교사만이 좋은 교사, 행복한 교사, 발전하는 교사로 살아갈 수 있다. 열악한 환경을 받아들일 힘이 없다고 느껴질지라도 그 산을 넘어가는 용기를 가져보자. 그 산 너머에는 찬란한 의미의 빛이 반드시 존재할 것이다. 공교육화를 위한 제도개혁 제안 이제 정부는 만 3~5세 모든 아이들을 위한 양질의 교육을 책임지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하였다. 초등 의무교육이 완성되는 데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보편적인 유아교육을 위한 제도, 법, 재정은 참으로 놀랍게도 1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만들어졌다. 그러나 교육과정, 교원, 장학, 관리체제 등의 질 관리 측면에서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다. 질 높은 선진화된 유아교육제도가 정착될 때까지 국가가 모범적으로 보편교육의 책무를 다하며 전체 유아교육을 이끌어가야 할 책임이 있음을 생각하며, 유아교육의 공교육화를 위한 몇 가지 제도개혁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유치원’이란 명칭을 ‘유아학교’로 변경하자. ‘교육기본법 제9조 제1항’에서는 유아교육, 초등교육, 중등교육 및 고등교육을 위해 ‘학교’를 두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아교육법 제2조’에서는 유아교육법에 따라 설립·운영되는 학교를 ‘유치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둘째, 유아교육의 공교육화를 위한 제도개혁이다. 우선 영·유아시스템 일원화가 요구된다. ‘3세 미만 영·유아지원은 보건복지부로 일원화’, ‘만 3~5세 유아지원은 교육과학기술부로 일원화’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유아교육은 동일 연령대의 교육을 교육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가 동시에 주관하는 이원행정체제로 돼 있어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만 3~5세 유아교육담당 교사의 양성체제를 4년제로 일원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치원교사는 전문대 이상의 학력을, 보육교사는 고졸 이상의 학력을 요구하는 양성체제로 인한 평균학력격차로 교육의 질 담보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시도 교육청 유아교육과 신설·확대 및 유아교육전문직 100% 확보도 보육시설에 대한 교육력 제고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겠다. 셋째, 국·공립유치원 종일반 내실화를 위해 정교사 100% 확보, 종일반 시설환경개선비 지원 확대, 사립유치원교사 처우 개선 등 유아교육 질 제고를 위한 교육환경 및 유아교사 처우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처음 초등교사 생활을 시작한 것은 2009년 가을, 나는 담임교사가 아닌 영어교과 전담교사로 처음 아이들 앞에 섰다. 대학생활 중 영어에 소홀했던 것을 후회하며 발음 교정에 열중하던 어느 날이었다. 외국에서 어학연수를 3년 마치고 이제 막 귀국한 한 남학생이 전학을 왔다. 낯선 학교생활이 힘겨워 보이던 그 아이 얼굴에 유일하게 웃음꽃이 피는 시간은 영어시간. 정형화된 교실영어와 활동으로 버티던 내게 이 전학생의 존재는 공포 그 자체였다. 실력에 자신이 없어 안절부절 못하다가 몸과 마음의 병이 나를 덮쳐 시름시름 앓던 어느 날, “Any question?” 수업을 마무리하려는 찰나였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나지막한, 하지만 또렷한 목소리 “Your English is not lively.” 순간 돌처럼 굳어버린 나는 더 이상 구겨지고 싶지 않은 마지막 자존심으로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Thank you, See you next class.” 한동안 그 충격에서 헤어날 수 없었고 그 날 이후 난 교사의 지시를 잘 따르지 않는 말썽쟁이들의 일상적인 언행조차 나를 무시하는 것 아닌가 예민하게 반응하곤 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고 내게 교사로서의 자격이나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며 잔뜩 웅크려 겨울을 지냈다. 달콤 살벌한 퍼즐 맞추기 초등교사는 전 과목을 다 가르쳐야 하고 심지어 가끔은 영어나 예체능과 같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과목을 맡기도 한다. 때로는 가르치는 내용뿐 아니라 가르치는 기술, 수업 이외 업무에 대한 능력, 학생과 학부모 상담, 생활지도 등 광범위한 영역 속에서 과연 나는 그 무엇 하나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 ‘지적 권위도 예전 같지 않고 그렇다고 타고난 카리스마도 없는 경우 교사로서의 권위를 과연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슈퍼맨이 아니야, 열심히 하면 되는 거야!’라며 스스로 위로해 보지만 언제나 낙엽 떨어지는 가을마냥 쓸쓸한 교실이 못내 아쉽다. 그렇게 2009년이 지나고 이듬해 나는 담임이 되었다. 처음 만난 제자들은 너무나 귀여웠다. 담임 업무가 교과전담 교사에 비하면 월등히 많았지만 그래도 백배는 더 즐거웠다. 아이들은 너무 귀엽고 순수하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좋다. 말썽쟁이들이 화나게 하기도 하고, 가끔은 위험한 사고가 심장을 쿵 내려앉게 하기도 하지만 아이들 문제로 투정하고 고민하고 또 기뻐하는 내가 스스로 자랑스럽다. 가끔 아이들이 다른 선생님께 칭찬을 듬뿍 받은 날이면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하고 하루 종일 구름 위를 날아다니기도 한다. 아이들이 가고 난 교실 곳곳에 귀염둥이들이 몰래 쓰고 간 쪽지들이 숨어있을 때도 있다. ‘선생님 힘내세요! 내일 봐요♡’ 어느 하늘에서 이런 천사들이 뚝 떨어졌을까 싶은 마음에 아이들을 맘껏 안아주기도 한다. ‘선생님이 되고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자잘한 사건들만 떠오를 뿐 말로 표현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 자잘한 조각들 하나하나를 보면 모두 나의 제자들이 주인공이다. 나는 해마다 내 편이 되어주는 30명의 제자를 만난다. 그리고 나 또한 누구보다 그 아이의 편에서 격려해주고 지지해준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자잘한 추억의 퍼즐조각을 함께 맞추고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희망의 나라는 학교에서 시작 학교는 폐쇄적인 공간이라 가장 나중에 변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가끔 흠칫 놀라곤 한다. 교육과정뿐 아니라 행정적인 부분마저도 급변하는 학교 모습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불필요한 변화는 과감하게 줄이고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정책의 실현이 정착되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정책을 결정하든 실현하든 간에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보다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효과보다는 효율을 잣대로 평가하고 실적 위주의 활동이 지속되다보면 우리네 학교의 미래는 결코 밝지 못하리라 생각한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 만큼 교사와 학생·학부모 간 관계 정립에 있어서도 믿음을 더욱 쌓아가야 할 것이다. 여기까지는 ‘학교교육’이고 저기까지는 ‘가정교육’이라며 선을 그을 수는 없다. 교사는 학교에서의 엄마 아빠이고, 부모는 가정에서의 선생님이다. 모두가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길은 서로에 대한 믿음에서 시작한다. 행복한 학교에서 자라는 아이들, 그리고 그 안에서 가르치는 기쁨을 느끼는 교사가 가득한 내일이 열리길 기대한다.
어느 누군가가 나에게 “너는 대한민국 교사여서 자랑스러운가?”라고 묻는다면 “그렇다. 나는 대한민국 교사여서 자랑스럽다”라고 말하고 싶다. 그것도 큰 소리로. 나의 교직생활을 가만히 돌이켜 본다. 내가 교사가 된 지도 어언 26년이 됐다. 군대를 제대하고 파릇파릇한 나이였을 때 나는 아주 한적한 어느 시골 고등학교에서 교직생활을 하게 되었다. 나이가 많이 들어 학교에 온 아이들과는 불과 서너 살 밖에 차이가 나질 않았다. 사건은 부임하던 날부터 거의 쉬지 않고 터졌다. 경찰서에서 전화가 오면 아이들을 데리러 가고 어떻게든 아이들에게 다시는 그러한 일이 없도록 지도하겠다고 사정하여 데리고 나왔다. 학교를 졸업할 때는 내가 졸업했던 것보다 더 기뻤던 기억이 난다. 당시 나는 초임이고 젊었기 때문에 열정이 있기도 했겠지만 그보다는 천성적으로 아이들을 좋아하는 성격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사의 열정과 관심은 학생 인생도 바꾼다 그 후 중학교로 전직해 근무하게 되었는데 시골 아이들을 위해 몇몇 선생님들과 함께 방학 때 무보수로 가르쳤던 열정도 그러한 것이었다. 시골에서의 가정방문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주어야만 하는가를 깨닫게 했다. 그 시절만 해도 시골엔 학원도 없었고 있다 하더라도 학원에 갈 여력도 없는 아이들이 많았다. 우리들의 저녁 시간은 함께 밥을 하고 찌개를 끓여서 먹고 설거지를 하는, 그야말로 매일매일 야영생활이었다. 그 아이들이 고등학교 진로를 상담하고 자기 길을 찾아갈 땐 내 일처럼 늘 뿌듯하고 보람 있었다. 직업 선택에는 자신의 관심과 적성을 고려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번은 제자가 “서울의 어느 명문 대학에 수시합격을 할 수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상담을 해왔다. 정말 욕심나는 학교였지만 제자의 성격과 적성, 주변 상황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교육대학을 권해 주었다. 후에 그 아이와 부모는 “결정하기 어려웠을 때 길을 잘 안내해 주어서 현재 아이가 너무너무 행복해하며 선생님의 길을 가고 있다”며 “적성에 잘 맞는 길인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었다”고 몇 번이나 감사의 말을 했는지 모른다. 또 다른 제자는 공부도 열심히 하고 착한 아이였다. 그러나 할머니와 지내며 가정 형편이 너무 어려워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할 정도였다. 나는 그 제자가 장학금을 받을 수 있고 무료로 기숙사를 제공해 주는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도왔다. 지금은 교원대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그 학생을 보며 교사로서 얼마나 큰 보람을 느끼는지 모른다. 교사로서 열정만 있다면 제자들을 제도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늘 많았다. 시골 학교의 내신성적이 도시와 농어촌의 교육 격차 해소에 도움이 되었고 방과후학교 자유수강권은 어려운 학생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주었다. 교육방송의 내실화와 사이버가정학습 운영 등도 사회적, 정책적 뒷받침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교사가 학생을 품어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학교 한편으로 이런 교육적 열정이 교사와 학생 간의 신뢰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교육은 학생과 교사 간 상호 존중을 전제로 할 때에만 가능한 일이 아닐까? 가정에서도 부모와 자녀 간에 충분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일수록 부모의 의견을 따르고 부모를 존경하는 아이들이 많은 편이다. 요즘 우리 청소년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 부담의 늪에 빠져 있다. 이런 현실에서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성적과 경쟁의 압박에 눌려 살아가고 있 다. 교사들 역시 이런 현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지금 우리의 학교가 과연 학생들에게 배움의 즐거움을 줄 수 있고, 학교가 교사들에게 가르침의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곳일까?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교 현실이 이러한데 과연 교사와 학생이 서로를 존중해 주는 것이 가능할까? 교사와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가 모두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한다면 나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TV드라마 ‘해품달’에서 주인공은 ‘달’이었다. 나는 ‘교품학’이란 말로 대신하고자 한다. 교사가 학생을 품어 학생이 주인공이 되는 학교로 만들었으면 한다. 부모 중에 가장 현명한 부모는 ‘현명하면서 게으른 부모’라고 한다. 이것은 학생들에게 안내자의 역할을 하면서 뒤에서는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지켜보고 격려하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는 부모라는 것이다. 교사도 인내와 끈기를 가지는 조력자가 되어주길 간절히 바래본다.
원주의료고는 정부의 고급기술인력 양성계획에 따라 탄생한 국내 유일의 의료기기분야 마이스터고다. 2년간의 준비를 거쳐 2010년 3월 개교했지만 원주정보공고에서 마이스터고로 전환되면서 교육시설, 실습기자재 등 교육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의료고로 바뀌면서 새 학교에 대한 꿈을 안고 몰려든 학생들의 꿈을 꺾을 수는 없었다. 시설이나 실습장비는 교사들의 열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지만 우리 교사를 바라보는 학생들을 위해서 교사들이 마음과 마음을 합쳐 신념을 가지고 학생들을 지도했다. 그리고 지난해에 그렇게 바라던 교육 인프라를 대폭 확충할 수 있었다. 열정과 신념이 빛을 발해 새로운 학교로 일신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되자 마이스터고 교사로서의 역할에 더욱 충실하게 되었다. 어느덧 마이스터고에 입학한 학생들이 3학년이 되었고 결실을 맺을 시기가 가까워졌다. 이제 우리를 보고 찾아온 학생들이 희망의 날개를 펼칠 시간이 된 것이다. 열정과 신념으로 가르친 학생들 의료기기는 사람의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사용되는 기기인데 사람마다 진단이나 치료 방법이 달라 전반적으로 다양성이 존재한다. 때문에 우리는 학생들이 이러한 다양성 기술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융합교육에 많은 힘을 쓰고 있다. 의료기기와 연관된 기계와 전자, IT기술, 기술혁신을 이룰 수 있는 창의성을 포함한 교육과정과 관련 기업체와 협력해 산업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특히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대한치기재협회와 MOU를 체결하여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의료기계과와 의료전기·전자학과의 교육과정을 세우기 위해 많은 기업체를 방문해 자료 조사과정을 거쳐 직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의료기기 기업에서 요구되는 기본지식에서부터 의료기기실무, 전문적인 기술 능력 등을 교육과정에 도입할 수 있었다. 이에 학생들이 졸업 후 의료기기 산업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쟁사회 속에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학생들을 위해 전문적인 업무능력 함양은 물론 인성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기본적으로 필요한 프리젠테이션 제작과 발표, 엑셀과 문서작성 실무능력을 교육하고 학생들이 자격취득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많은 기업들이 전문 직무기술뿐만 아니라 업무능력을 갖춘 인재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꿈을 향해 나아간다 인성교육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매달 1회 이상 꿈을 실현한 명장, 명사를 초청하여 강연을 듣고 학생 스스로 꿈을 갖고 동기의식을 높이도록 한다. 또, 지역문화행사 참여와 작품성 있는 영화감상, 대자연과 호흡하는 등산 등 다양한 인성교육프로그램을 병행하고 있다. 교사들은 이를 통해 이미 진로를 결정하고 목적을 갖고 온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키우며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고,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친구 같은 선생님이 돼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올해는 마이스터고에 입학한 학생들이 3학년이 되는 해, 교사는 이들이 3년간 이룬 땀을 모아 결실을 맺게 해주어야 할 책무를 가지고 있는데 올해 들어 벌써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그동안 노력이 결실을 맺어 삼성전자, 한국수력원자력, 한전 등 우수 일자리에 23명의 학생들이 최종 합격했고, 양질의 일자리와 비전을 갖춘 기업들의 취업의뢰가 많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는 이 시기에 학생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은 그들에게 희망과 꿈을 안겨 주는 것이어서 무엇보다 보람을 느낀다. 원주의료고가 의료기기 마이스터고로 개교하면서 주변에서는 많은 기대와 함께 걱정과 우려도 있었다. 학교체제가 바뀌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새로 시작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결실을 이룰 수 있었던 데에는 이른 아침부터 밤 9시까지 맞춤형 교육과정 개발, 교재 개발, 학생 기숙사 관리 등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이제 원주의료고는 과거보다는 지금이, 지금보다는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학교로 의료기기분야 전문기술자 양성 마이스터고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다만 지금의 성과는 교사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이 아님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재정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성과다. 따라서 교육당국에 마이스터고 운영에 필요한 재정지원을 지속해줄 것을 건의하고 싶다.
오늘날 우리나라 대학과 대학교육의 문제는 많아도 너무 많다고들 한다. 근래 들어 반값 등록금의 문제로 촉발된 대학을 향한 사회의 질타는 비록 대학교육 문제의 본질에서는 비켜나가 있지만, 연구와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 사회에 진지한 성찰의 기회를 준 것이 사실이다. 대학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 교수와 학생과의 관계 설정, 연구와 교육과의 상관관계 혹은 우선순위, 국가의 대학교육 철학과 정책 전반 등에 대한 검토와 패러다임을 고민할 시기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 아닌가 싶다. 공생하는 대학 서열과 학생 서열 우리나라 대학교육 문제의 핵심은 각 대학이 역량이 우수한 학생 선발에 대부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데에 있다. 평범한 학생을 뽑아서 우수한 학생으로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서열화 되어 있는 대학의 순위는 입학생의 성적 순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주지하는 바이다. 대학교육협의회 같은 공적 기관이나 일간지 등의 민간 기관이 시행하는 대학 평가는 교수충원률, 연구 성과, 사회적 평판 등 다방면의 지표를 활용해서 시행한다. 하지만 그 결과를 종합해 보면 결국 고등학생들이 매겨 놓은 순위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우수한 학생이 지원하는 대학이 더 좋은 대학이 되고, 때문에 대학은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경쟁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물론 우수한 학생을 더 특별한 학생으로 만들면 좋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일정 부분 맞는 말이다. 우수한 학생의 존재는 교수들이 연구 성과를 더 많이 내도록 만드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좋은 교육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심지어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대학 사회에서 그런 생각이 지배적 도그마가 되면 고등학교와 중학교 등으로 퍼져 나가고, 급기야 미혼 남녀들까지 좋은 유전자를 가졌다고 평가되는 상대를 고르기에 여념이 없는 세태를 만든다. 우수한 자원을 뽑아 우수한 졸업생을 배출하는 것은 누구나, 어느 대학이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서열 상위권의 대학이 더 좋은 교육을 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진정한 교육은 잠재된 가능성을 깨워주는 것 누구나 문제가 많다고 말하는 대한민국 교육의 변화는 이 지점에서부터 풀어가야 한다. 진정한 교육자는 좋은 학생을 선발하려는 노력보다는 자신이 맡은 학생을 그 수준대로 인정하고 잘 가르치려는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 당장 급여를 주고 일을 시켜 성과를 내야 하는 기업이라면 우수 인재 선발에 집착할 수 있다. 또 당장의 연구 성과를 내야 하는 연구 중심의 대학원 과정이라면 우수한 학생 선발에 전력하는 일이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학교는 아니다. 대학 공부를 위한 기초 능력을 가진 학생이라면 누구나 받아들여 그들을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우수 인재로 육성하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고 본다. 영국으로 유학을 갔을 때 경험한 일이 있다. 그곳 교수들은 석사 과정에 있던 나를 학생으로 부르지도 않고 그렇게 취급하지도 않았다. 같이 연구하는 동료이자 스태프로 대우했다. 그들에게 학생은 학부생까지만 해당한다. 대학원생들에게는 연구의 질적·양적 성과를 요구하는 동시에 전공 지식을 전수하는 데서 머물지 않고 학생 개개인의 학업 수준과 능력에 맡는 학업 지도, 인생 카운슬링을 주 업무로 삼고 있었다. 물론 대개 학부 학생 10명에 전임 교수 1명 정도인 교육 환경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우리의 교육 현실과 비교했을 때 참으로 부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경험은 나로 하여금 한국 대학교육의 문제를 보는 데 하나의 시사점을 던져 주었다. 대학 사회에서 진정한 의미의 스승과 제자 관계는 학생의 수준과 능력에 관계없이 개개인의 능력과 처지에 맡는 지식 전수와 지도가 이루어질 때 성립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이때의 경험에서 비롯했다. 교수로서 학생을 교육 소비자 정도로 생각하고, 학생으로서는 교수를 지식 공급자로 생각하는 지금의 세태에서 참스승과 참제자라는 관계 정립은 불가능하다. 교수들이 최소한의 수학 능력을 갖고 있는 평범한 학생을 우수한 인재로 변화시키는 일이 대학 교육의 본질이라는 생각을 전제해야 한다. 국가의 대학교육 정책 방향 또한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할 때 대한민국 교육의 전반적인 문제는 긍정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교육은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교육하는 존재이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교육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신뢰’다. 교사와 학부모, 학생은 서로 믿고 의지해야 하는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신뢰가 무너진 지금, 우리 모두는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체벌금지와 학생인권조례 도입으로 많은 선생님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일부 학생들은 이러한 상황을 악용해 선생님들에게 이전에는 하지 못했던 행동들을 서슴지 않고 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교육은 상호작용이기 때문에 선생님이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추며 ‘우리 반 아이들이 누구와 친한지,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 장래 희망은 뭔지’ 인간적 소통을 하며 아이들에게 비전을 제시해 주면 좋겠다. 또 학부모와 선생님이 아이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도록 학교를 개방하면 좋겠다. 학생 생활지도도 가정과 학교가 연계해 함께 협력할 때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고 소통이 활발해지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 자살, 집단 따돌림 등의 사건이 발생하고 난 후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소통할 걸’하고 후회하는 일은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에게 너무 과도한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겠지만, 어떤 지위에 있든 그 지위에 맞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선생님은 단순한 지식전달자가 아니라 미래세대를 올바르게 성장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요구사항도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학부모는 그 어떤 선생님보다 학교 선생님을 최고 순위로 두고 있다. 예전보다는 교권이 많이 추락했지만 그래도 그 어떤 사교육 선생님보다 공교육 안에 있는 선생님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가장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존재라 여기고 있다. 선생님들도 이점을 분명히 인식했으면 좋겠다. 오늘도 교단에서 우리 아이들을 향해 가슴 뜨거운 사랑을 펼쳐 보이며 우직하고 묵묵히 학교현장을 지켜내고 있는 선생님들이 있기에 우리 교육이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선생님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선생님은 이 사회의 힘입니다.”
오늘날 대한민국 교육은 많은 문제와 맞서고 있다. 열정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바른 길을 걷게 하려고 노력하는 선생님들이 많지만 각종 교직원 비리가 뉴스를 장식하고, 학교폭력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교권추락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학생이 선생님에게 욕설을 하거나 심지어 폭행까지도 서슴지 않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용인될 수 없는 행위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교권이 침해되는 보도를 접하면 선생님들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보다 선생님들의 자존심과 권위가 무너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어 더욱 가슴이 아프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교육계가 학생인권조례에서 비롯된 자유의 개념을 너무 무책임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미국은 학생들이 자유를 보장받고 있어도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대한 책임은 확실하고 엄격하게 진다.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졌기 때문에 올바른 자유의 정착이 가능했다. 이런 상황에서 증가하는 학생들의 교권침해 행위에 대해 지금처럼 안일하게 대처하면 떨어지는 교권을 다시 세우긴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엄격하게 학생을 지도할지, 대한민국만의 교육 제도를 개척할지, 또는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교권을 만들 것인지는 학부모나 학생들보다는 대한민국 모든 교육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교권 없이는 교사와 학생의 상호존중이란 있을 수 없다. 학생이 잘했을 때는 자상하게, 잘못했을 때는 엄격한 처벌을 내리는 중용의 길이야말로 선생님과 학생이 상호 존중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나는 올해 고등학교 3학년으로, 우리나라 미래를 책임질 세대의 일원이다. 나는 미래 세대가 선생님을 우습게 생각하는 세대가 아니었으면 한다. 어떤 나라의 국민이든지 선생님을 우습게 생각하는 사고는 선진국은 커녕 후진국으로 퇴보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학생이 미래를 이끄는 존재라면 선생님은 미래를 책임질 학생들을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한다. 미래를 책임지는 주체는 학생뿐만이 아니다. 학생들을 지도하는 선생님 역시 미래를 이끄는 주체로서 시대적 사명과 열정을 가지고 계시리라 믿고 싶다.
2007년 나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16좌를 등정한 산사나이가 됐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8년 엄홍길 휴먼재단을 설립하고 내가 히말라야에서 가장 먼저 도전했던 에베레스트 산자락에 위치한 해발 4060m 팡보체 마을에 학교를 짓기 시작했다. 그동안 수차례 산을 오르면서 수없이 많은 것을 배우고 인생의 스승이라고 생각하는 산으로부터 받은 모든 것을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목표는 16개의 휴먼학교를 짓는 것이다. 히말라야 16좌 완등과 같은 숫자다. 지난 3월 벌써 네 번째 학교인 안나푸르나 8091m 산자락 초입에 위치한 비레탄티 학교 기공식을 가졌다. 휴먼학교를 통해 현지 아이들이 실제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학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지난 4월부터는 강북구와 함께 청소년 등산교실을 시작했다. 지역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산행과 인공암벽등반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방학에는 캠핑도 함께할 계획이다. 산을 오르며 자연 속에서 호흡하는 과정을 통해 도전정신, 진취적 기상, 자기 자신 극복력을 배우며 올바른 인성을 형성하고, 성취감과 공동체정신을 기르는 것이 등산교실의 목적이다. 나는 산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대한민국 선생님도 모두 산과 같은 선생님이 돼 주기를 희망한다. 산을 오르며 정상이라는 꿈을 세우고, 산길을 걸으면서 인성을 바로 잡고 꾸준히 노력하는 것을 배우며, 정상에서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교육이 학생들에게는 필요하다. 산을 오르면서 흘리는 땀과 학생들에게 쏟는 열정으로 흘리는 땀, 그리고 그런 교육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산과 같은 선생님의 가르침은 학생들을 인생의 정상으로 올곧게 인도할 것이다. 사회 전반에서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잘못에 대해서 얘기들을 한다. 힘든 현실이지만 이런 때일수록 선생님들이 산과 같이 듬직하게 중심을 잡고 아이들의 안내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 갈 인재를 양성해야할 책무를 가진 선생님들이 산과 같은 높은 존재가 돼주길 기대한다.
일본에서 문부과학성 교원연수생 신분으로 체류하던 기간 동안 일본인을 제외하고도 자국에서 교직에 종사하는 외국인을 여럿 만날 기회가 있었다. 본고에서는 필자가 일본에서 겪은 직·간접 경험을 토대로 일본과 싱가포르 교원들의 지위와 위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한·일 양국 및 싱가포르에서 겪은 직·간접 경험 및 사적인 견해는 각국의 초등학교 및 초등교원의 실태를 기준으로 하고 있음을 밝힌다. [PART VIEW] 일본 ‘작은 학교’ 정책, 교원에겐 업무 부담 일본 교사들은 한국 교사들과 놀라울 정도로 흡사한 제도적 환경 아래서 일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유사점이 많다고 해서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 교육 전반에 걸쳐 한국과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부분을 생각해 보면, 가장 먼저 지방자치적 성격이 매우 강하다는 점이다. 지역차가 있다 해도 정부의 국가정책과 방침이 전국 구석구석의 일선 공립학교까지 실시간으로 영향을 주는 한국의 시스템에 비해 일본은 광역지자체만 생각해 보더라도 47개의 도도부현과 여러 곳의 정령지정도시를 합하여 60곳이 넘는 지자체가 존재하며 각 기초·광역지자체 단위의 교육위원회가 상당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또한 통계적 교육지표에서 중요한 수치 중 하나인 학교 및 학급당 학생 수, 교원 1인당 학생 수 등에서도 숫자만 보면 한국과 일본은 매우 비슷한 양태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큰 차이가 있다. 일본은 ‘작은 학교’ 정책을 실시하고 있어서 소규모 학교 통폐합이 진행 중인데, 폐교가 속출하는 우리나라와는 정책의 출발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NHK 방송의 다큐멘터리에서 도쿄도 고토구 토요스에 고층아파트가 새로 생겨 전교생이 1000명이 넘었다며 학급 증설과 교실 증축을 근심하는 초등학교 교장을 본 적이 있다. 도쿄 부도심지이자 인구 초밀집 지역에서도 전교생이 1000명이 넘는 것은 드문 일인 것이다. 한국의 서울과는 매우 대조적인 풍경이다. 그런데 필자의 체감으로는 일본의 학급당 학생 수를 보면 초등학교의 경우 농어촌산간지역을 제외하고는 35명 이하 학급이 눈에 잘 띄지 않을 정도로 다인수학급이 많다. 그러나 통계상으로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일본이 한국보다 훨씬 적은데, 이는 일본의 학교 숫자와 교원 숫자가 절대적으로 많은 데다 특수교육대상인 학생 2명당 교원이 1명꼴로 배치되어 있는 특별지원교사(특수교사)가 통계에 포함되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소규모 학교일수록 교원 1인당 업무량이 많은 것이 통념이듯, 단위 학교 규모는 작은데 학급당 학생 수는 많은 일본 특유의 현실이 일본의 교원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안겨주는 근무 조건이라 할 수 있겠다. 한 일본인은 교사의 사기 진작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장 먼저 학급당 학생 수 감축, 그 다음으로 문제를 가진 학생을 돕고 보조할 수 있는 인력의 확충, 업무경감을 순서대로 꼽았다. 한국의 1급 정교사와 비슷한 지위인 ‘교유’가 된 이래 정해진 퇴근시간에 퇴근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학부모 “교원의 높은 윤리성은 급여 무관” 인식 일본의 공립학교 교사들은 모두 공무원이다. 다만 한국처럼 특정직 교육공무원이라는 별도 직렬에 위치하는 것은 아니고 핀란드와 비슷하게 해당 지역의 지방공무원이다. 일본은 지역에 따라 최저임금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일본 교원이 어떤 대우와 복지 혜택을 받는지에 대해 일반적으로 아우르기는 어렵다. 게다가 일본뿐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든 직무상 근무여건 및 급여 등 복리후생에 관련된 사항은 아무리 개인적으로 친하더라도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질문은 아니기 때문에 오직 편린만 엿볼 수 있을 뿐이다. 전체적인 경향을 살피자면, 미국이나 영국 등을 비롯하여 각 지역 교육위원회가 교원의 임면을 결정하며 급여와 계약조건이 천차만별인 국가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일본, 싱가포르, 몽골 등 아시아 여러 국가들은 대개 자국 교원들에게 공무원의 지위와 고용안정성을 보장하고 있고 공립학교 교원의 급여와 기타 수당을 국고에서 부담한다. 또한 한국과 일본은 승진이 어려운 교직의 급여손실분 보전을 위해서 같은 호봉의 일반직 공무원보다 보수를 우대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한일 양국을 제외한 국가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사례이다. 교원 우대와 관련해서는 일본 문부과학성의 2006년 ‘교원의식조사 및 보호자의식조사’ 결과 중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다.
중국에 머물고 있는 북한이탈주민(탈북자)의 강제송환문제가 다시 현안으로 떠올랐다.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 식량난에 따른 대규모 탈북이 이뤄진 이후 탈북자 문제는 ‘북한문제’의 한 축을 차지해 왔다. 오랜 기간 탈북자 문제가 제기돼왔지만 지금까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데는 영토주권문제, 인권문제, 외교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영토, 국민, 주권은 국가를 구성하는 3대 요소다. 이와 관련한 문제는 신성불가침 영역으로 타협이 불가능하다. 탈북자 문제 역시 영토와 국민에 관한 문제로 해당국가의 주권과 관련한 민감한 문제다. [PART VIEW] 南 “헌법상 북한주민도 대한민국 국민” 우선 우리는 탈북자를 대한민국 국민으로 보고, 자유의사에 따라 우리나라로 입국할 수 있도록 중국 등 체류국이 협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도서이기 때문에 헌법상 북한주민들도 우리 국민에 해당한다. 따라서 북한을 이탈하여 중국에 머물고 있는 주민들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헌법논리에 따라 국내로 입국을 희망하는 탈북자는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와 대다수 국민의 주장이다. 한편 북한과 혈맹관계를 유지해온 중국은 북한이 유엔에 가입한 주권국가로 중국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한다. 중국은 탈북자 문제를 자기 영토에 불법으로 들어온 범법자로 취급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는 중국은 탈북자를 식량을 구하러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온 ‘유민(流民)’으로 규정하고, 체포할 경우 북한으로 강제 송환하고 있다. 탈북자는 북한 국민이기 때문에 북한으로 송환해서 북한법에 따라 처벌받아야 마땅하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입장인 것이다. 北 “탈북자 송환은 주권국가의 정당한 활동” 탈북자 강제북송문제에 침묵을 지켜온 북한은 최근 탈북자 송환이 주권국가의 정당한 활동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 대남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2월 24일 논평에서 “국경지대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모든 위험요소로부터 자국민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응당한 의무”라고 밝혔다. 북한은 탈북자 증가를 급변사태와 연결 짓는 외부 시각 등을 의식해서 탈북자를 막기 위해 내부 통제를 강화해 왔다. 김정은 체제가 출범하면서 북한은 중국 등지에 떠돌고 있는 탈북자 검거에 주력하고, 검거된 탈북자의 강제북송을 서두르고 있다. 국제인권단체들은 탈북자 문제를 인권차원에서 다루면서 탈북자를 ‘난민’으로 규정하고 자유의사에 따라 정착할 곳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같이 탈북자 문제는 주권, 인권, 외교문제 등이 얽힌 복합한 문제다. 그 복잡성 때문에 지난 정부들은 ‘조용한 외교’로 일관하면서 포괄적 해결방안을 찾기보다는 사안별로 해결하는 외교적 노력을 지속해 왔다. 북한 ‘급변사태론’을 펴왔던 이명박 정부도 최근 탈북자 북송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하기 전까지는 조용한 외교로 일관해 왔다. 북한이 붕괴하면 탈북자 문제도 일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탈북자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기 말 선거를 앞두고 쟁점으로 부각돼 씁쓸하다. 그동안 탈북자 문제해결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여론에 밀려 뒤늦게 중국에 할 말은 한다는 식으로 강경발언을 쏟아내는 정부의 ‘공개 외교’도 매끄럽지 못한 것 같다. 북·중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중국이 우리 정부의 요청을 모두 수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탈북자 문제를 국제 여론화할 경우 중국 정부도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와 시민사회가 역할분담을 해서 시민사회는 국제여론화에 힘쓰고 정부는 외교적 해결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 조용한 물밑 외교가 답일 수도 탈북자 강제북송에 대해 중국도 일정한 부담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인권문제, 티베트문제 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그동안 굴하지 않고 그들 식으로 해결책을 모색해 왔다. 한국의 압력에 중국이 굴복했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 우리가 원하는 방식의 탈북자 처리를 하려면 다차원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2만 3000여 명의 탈북자들이 우리 사회에 정착하기까지는 중국의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예를 들면 황장엽 노동당 비서의 입국은 북한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한국행을 지원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공개외교로 밀어붙일 경우 중국은 대국의 위신을 내세우고 반발할 것이다. 한국의 압력으로 탈북자 북송을 막았다고 할 경우 중국은 그들의 국제적 위신이 실추된 것으로 간주할 지도 모른다. 중국과는 탈북자 이외에 핵과 장거리 미사일 등 북한문제 해결에 협조해야 할 일들이 많다. 때문에 탈북자 문제만을 내세우는 단선적인 접근보다는 북한문제 전반을 해결하는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언급한 대로 탈북자 문제 해결에는 조용한 물밑 외교가 효과적일 수 있다. 최근 탈북자 강제북송과 관련해서 국내 공론화와 국제 여론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강제북송을 막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탈북자 중에는 정치적 이유를 가진 난민도 있고, 경제적 이유, 즉 식량을 구하러 넘어온 불법월경자인 유민도 있다. 북에 가족을 두고 있는 탈북자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여러 사정을 고려해서 처리해야 할 것이다. 탈북자 모두를 한국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치적 이유에 의한 난민 중심으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유엔 난민기구(UNHCR) 등을 통해서 중국에 압력을 넣고, 유엔과 중국이 탈북자에 대한 공동조사를 실시하여 난민지위 부여 대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탈북자 네트워크 차단되는 일 없도록 탈북자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할 문제로는 남북공존과 화해협력을 진전시켜 북한의 내부 경제사정이 나아지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탈북자가 줄어들게 하는 방법과 또 다른 방법으로 제재와 압력을 지속하면서 경제를 어렵게 해서 오히려 탈북자 수를 늘려 급변사태를 유도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 경험으로 볼때 제재와 압력으로 북한을 붕괴시킨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것으로 판명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탈북자 문제를 다룸에 있어 주의해야 할 또 다른 문제가 있다. 탈북자 문제가 부각될 경우 북한 당국이 북에 남아있는 탈북자 가족에 대한 내부통제를 강화해서 네트워크가 단절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에 정착한 탈북자 중 일부는 북에 있는 가족들에게 송금하고 소식을 주고받는 연결망을 가지고 있다. 경제난에 따른 북한 당국의 묵인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김정은 체제의 공고화를 위해 북측이 사회통제를 강화할 경우 탈북루트가 봉쇄되고 남과 북의 탈북자 연결망도 붕괴될 것이다. 탈북자 네트워크는 북의 변화를 추동할 작은 통로다. 중국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의 강제송환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탈북 통로와 연결망이 막히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회운동차원에서 탈북자문제를 여론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정부차원에서는 대중국외교, 대북전략 차원에서 차분하고 주도면밀하게 대책을 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탈북자 정착지원은 ‘통일예행연습차원’에서 탈북자의 인권문제는 이념과 체제를 떠나 해결해야 할 인류보편의 가치임에는 분명하다. 북송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으로 들어온 탈북자들의 정착에도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탈북자를 껴안고 함께 살아갈 동포로 인식하기보다는 소수자로, 사회적 약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탈북자를 같은 민족, 통일역군으로 보기보다는 이주민으로 본다는 것이다. 탈북자 정착 시설이나 관련 학교를 짓는데도 이웃주민들의 반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북한이탈주민들은 북한의 획일화된 사회주의체제 하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다원주의 사회에 적응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탈북자의 정착지원은 ‘통일예행연습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탈북자들의 성공적인 정착이 향후 통일과정에서 중요한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탈북자 지원에 정성을 쏟아야 할 것이다.
동아시아 지역의 해양이 시끄럽다. 남중국해 중부에 있는 남사군도(南沙群島)를 둘러싸고 중국, 대만,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브루나이 사이에 다년간 영유권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센카쿠 제도를 둘러싸고는 대만, 중국, 일본이 영유권 분쟁을 계속하고 있다. 일본의 홋카이도와 러시아의 캄차카 반도를 잇는 쿠릴 열도 20개 도서 중 최남단 4개 섬을 둘러싸고는 일본과 러시아가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영토분쟁에 휘말려 있는 상태다. 최근에는 제주도 남쪽해역에 위치한 이어도에 대해 중국이 관할권을 주장하며 한국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류츠구이(劉賜貴) 중국 해양국장은 지난 3월 3일 ‘쑤옌자오(蘇岩礁·이어도의 중국 명칭)가 중국의 해양관할구역에 있으며 정기적인 순찰범위에 속한다’고 밝혔다. 이에 우리나라 외교통상부에서는 중국대사를 불러 중국이 공식적으로 이어도에 대해 관할권을 주장해도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동아시아 지역 해양을 둘러싼 분쟁은 중국의 급부상과 밀접히 연계되어 있는 국제정치문제이며, 풀기 어려운 고차 방정식이 될 것이다. [PART VIEW] 일본 고지도에서도 독도는 한국 땅 이어도 문제로 한·중 간에 시끄러운 외교적 공방이 이어지던 와중에 3월 27일에는 우려한 대로 일본 정부가 독도를 일본영토로 주장하는 고등학생용 교과서를 검정에서 통과시켰다.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의 독도 기술 특징은 7종의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기술이 새로 추가되는 등 이전에 비해 일본 정부의 영유권 주장이 강하게 반영되었다는 점이다.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것은 일본 정부의 독도 영유권에 대한 주장의 근간을 이루는 것으로,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 ‘다케시마 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10개의 포인트’에서도 5개 항목이 이와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 정부가 독도를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우기는 와중에 이 주장을 부정하는 일본의 고지도가 지난 3월 28일 동북아역사재단에 의해 공개됐다. 동북아역사재단이 공개한 지도 중 특기할 만한 것은 다음과 같다. 국내 최초로 공개된 오노에이노스케(小野英之助)의 ‘대일본제국지도(大日本國地圖, 1892년)’의 경우 일본 영토를 황색으로 채색한 반면, 울릉도와 독도는 채색이 되어있지 않아 독도가 일본 영토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 시마네현 관내를 정교하게 그린 고토 츠네타로(後藤常太郞)의 ‘대일본분현지도(大日本分縣地圖, 1895년)’ 역시 독도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하마모토 이사오(濱本伊三郞)의 ‘극동일로청한사 국대지도(極東日露淸韓四國大地圖, 1904년)’는 울릉도와 독도를 강원도와 동일한 연한 보라색으로 채색했다. 100여 년 전 지도에는 분명 독도를 일본 영토가 아닌 조선의 영토로 표시했음에도 일본이 자꾸만 독도를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우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에 들어 왜 이렇게 일본이 집요하게 독도문제에 집착할까?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국내외적 환경 변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냉전기 ‘일국평화주의’에 취한 일본 국민의 국경 무관심 일본은 제국주의 전쟁에서 패하고 난 후, 외교·안보 면에서는 미국일변도정책으로 일관하면서 오로지 경제문제에 전념하였다. 일본 외교사학계에 ‘요시다 독트린’론이 회자되고 있음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한국전쟁과 냉전기의 특수성에 힘입어 1960년대에 벌써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일본은 냉전이 끝나는 1980년 말까지 이웃나라 중국이나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경제대국으로서의 호황을 누렸다. 전후 일본 국민은 전전의 제국주의적 국가주의의 폐해에 대한 반성과 경제적 호황에 힘입어 일국평화주의적인 내부지향적 성향의 국민성이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섬나라의 지리적 특성이 더하여 일국평화주의에 물든 일반국민들은 국경에 대해 무관심하게 되었고, 자연히 본토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섬들의 영유권에 대해 거의 무관심하였다. 한편, 바다를 가운데 두고 국경을 맞대고 있는 주변국 중국은 냉전기 동안 국내문제의 해결이 선결과제였으며 국경문제는 대륙 국가들과 국경선문제 해결이 시급한 과제였기 때문에 해양경계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고 하겠다. 중국은 센카쿠제도 밑 바다 속에 막대한 양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음이 확인된 1960년대 말부터 센카쿠제도에 대한 영유권을 지속적으로 주장하면서 간간이 일본 정부와 마찰을 빚어 왔지만 국내문제에 함몰되어 있던 일본 국민들에게 이 섬은 관심을 끌지 못했다. 전 세계가 경제발전과 더불어 부각되고 있는 에너지 문제로 인해 해양자원으로 눈길을 돌리게 되고 해양자원개발과 관련한 에너지탐사기술이 발전하기 전까지는 석유 등 막대한 에너지자원을 품고 있는지 알 수 없었던 섬들, 게다가 본토로부터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는 무인도들이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맥락에서 독도영유권문제도 최근 5~6년 사이에 한일간 외교문제로 부상하여 시끄러워지기까지 일본 국민들에게 거의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국가주의’ 부추기는 일본 국내외 환경 변화 그러나 중국이 2000년대 들어 중국이 급격한 경제발전과 더불어 G2로 회자되며 지역패권국가로, 나아가 세계패권국가로의 야망을 드러내면서 동중국해와 센카쿠제도에서 일본과 마찰이 급증하게 되었다. 세계패권국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태평양으로의 해군력 확장은 불가피하다고 인식하는 중국이 제1열도선 영역 내에 속하는 센카쿠제도를 ‘핵심이익’으로 규정하면서 일본의 위기의식은 영토문제에 별 관심이 없던 일반 국민들에게까지 스며들게 되었다. 일본 국민들이 위기의식을 피부로 느낀 결정적 계기는 2010년 9월 센카쿠제도에서 일본 해상보안청 경비선을 들이받은 중국어선 선원들과 선장을 체포하여 기소함으로써 일·중 간 외교마찰이 험악한 지경에 이르렀던 사건이었다. 중국 정부의 외교적 압박에 굴복하는 형태로 선장에 대한 기소를 중지한 민주당정부의 외교는 실패로 규정되고 많은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 내에서는 국경문제에 대해 관심과 위기의식을 갖게 되었으며, 이러한 여론은 독도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가 지금까지 유약한 대응을 하여 온 것이 중국 정부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주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오랫동안 애국심을 강조해온 우익들의 주장을 국가주의자라며 비판하던 일본 국민들이 앞의 사건을 계기로 일본 정부가 국경문제에 대해 좀 더 강력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오늘의 일본 사회 속에 우익들이 주장해 온 국가주의가 점차 탄력을 받고 있는 우려스러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조지 부시 정부 시절 백악관 일본담당보좌관을 역임했던 마이클 그린은 워싱턴 사무실에서 가졌던 인터뷰에서 ‘일본이 독도문제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은 한국에 대한 열등감의 표출’이라는 견해를 보여주었다. 일본이 탈냉전 후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적인 경제적 침체로 인해 자신감을 잃어가는 반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이 중화주의를 내세우며 급부상하고 있고, 한국 역시 ‘한류’ 현상 등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국제적 위상을 높여가고 있는 현실을 두고 초조감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 일본 ‘국가주의’의 대두라는 것이다. 일본이 최근 독도문제에 집요함을 보이는 것은 독도영유권 주장이 이러한 일본 국내외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연결되어 있고, 일본에게 있어 독도문제는 일본이 안고 있는 복수의 영토분쟁과 연계되어 있는 복합적인 문제인 만큼 어느 날 갑자기 해결의 실마리가 나타날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반론 펼 수 있는 압도적 지식·논리 무장 필요 그렇다면 독도(및 이어도) 문제는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먼저 학술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독도에 대한 ‘일본 고유의 영토’론을 혁파할 수 있는 지속적인 자료 발굴과 함께 학술행사 등을 통하여 동아시아 지역 영토분쟁의 전체상을 이해하고, 독도문제 해결에 유리한 환경조성을 위한 논리를 개발하여 축적해 나가는 것이다. 둘째, 장기적인 호흡으로 우리 학생들이 독도에 대해 정확한 지식과 논리를 갖도록 교육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독도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 학생들을 능가할 정도의 압도적인 지식과 논리를 한국 학생들이 갖는다면 자신감을 바탕으로 일본의 영유권 도발에 대해 냉정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