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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강원교총(회장 정덕화)과 강원도교육청은 지난달 25일 2012~2014년도 교섭·협의 합의서에 조인했다. 지난 2012년 조인식이 불발된 이래 2년 만이다. 지난해 11월 교섭·협의를 재개한 후 올해 5월 말까지 11차에 걸친 소위원회를 개최한 끝에 총 67개 항으로 구성된 합의서에 사인했다. 주요 합의 내용은 △전문직 교원단체 활동 보장 △교육정책 수립 시 학사일정 고려 △보건 보조인력 확대 배치 △교무행정사의 비교과 교사 업무 지원 △수업 보결에 따른 보결수당 인상 △통합학급 담당 교사 사기진작 방안 강구 △명예퇴직 대상자 2개월 전 확정 등이다. 교섭이 이뤄짐에 따라 도교육청은 앞으로 중·고등학교 보건선택학교 및 과대학급(30), 초등학교 30학급 이상 과대학교에 보건실 지원 인력을 확대하고 교무행정사가 비교과 교사의 고유 업무 이외의 업무를 지원하도록 했다. 공문은 교원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간결하게 작성하고 자료 제출기간을 최소 5일 이상 확보, 시행하기로 했다. 또 교직원이 공무원 여비 업무 지침상의 공무를 수행할 때 부득이한 이유로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교통비를 실비로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 강원교총은 “모든 교섭·협의 과제 합의는 교육 및 학교 행정 개선과 교원 복지 증진, 근무 부담 경감, 교원인사제도의 합리성 확보에 초점을 맞춰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는 9월쯤 2015년 교섭·협의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교총 새교육개혁포럼이 한국교육정책연구소‧서울시교육청과 공동으로 1일 교총회관에서 현장 교원이 직접 참여하는 올해 첫 ‘국가교육과정 포럼’을 개최했다. ‘입시위주 교육정책에서 탈피! 인성이 진정한 실력이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관 주도의 ‘톱다운(Top-down)’ 국가교육과정 개정을 탈피하고 현장 중심의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의 전환에 의미가 있다. 또 9월 발표 예정으로 교과별 각론 개발이 진행되는 시점에서 수업의 주체인 교원들이 시안의 현장성을 검토하고 개선의견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안양옥 새교육개혁포럼 상임대표(교총 회장)는 환영사에서 “지난해 현장포럼을 통해 총론 주요사항이 많이 반영된 데 이어 올해도 5차례 포럼을 통해 교과별 각론에 대한 현장교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의 연구실천 행위는 교육을 살아나게 하고 학교를 변화시키는 가장 근본적 활동”이라며 “교육 연구의 문화가 학교 현장에 퍼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포럼은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발에 입각해 국어, 영어, 수학 시안을 논하는 세션Ⅰ과 인성교육 강화를 위한 음악, 미술, 연극, 체육교과 시안을 토론한 세션Ⅱ로 나뉘어 진행됐다. 세션Ⅰ에서는 김창원 경인교대 교수(국어), 임찬빈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선임연구위원(영어), 박경미 홍익대 교수(수학)가, 세션Ⅱ에서는 이경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선임연구위원(음악), 양윤정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선임연구위원(미술), 오세곤 순천향대 교수(연극), 유창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체육)이 각각 주제발표를 맡았고 현장 교사들이 토론자로 참석해 교과별 논의를 이어갔다. 토론 교사들은 “교과 교육과정을 재해석해 학생들을 학습시키는 주체는 결국 교원”이라며 “소수의 교육학자가 주입하거나 외우게 하는 방식이 아니라 교육과정 개정의 중심에 현장 교원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릇은 비어 있기 때문에 제 구실을 하며 집은 빈 공간이 있어야 사람이 살 수 있다. 모든 사물은 비어 있는 공간이 있어서 가치를 얻는다. 이것이 ‘무의 쓰임(以無爲用)’이다. 비어 있음의 무는 채워짐의 유에 의해 쓰임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비어 있음이라는 무형에 의해 만물은 그 가치를 확보한다. 곧, 유는 비어 있음이라는 무에 의해 이로움이 되는 것이다. 무가 없이는 현실의 사물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는 것이다. ‘노자’에 “30개의 바퀴살이 하나의 바퀴 축으로 모여드는데, 그 가운데 바퀴통이 비어있기 때문에 그 수레의 쓰임이 있게 된다. … 그러므로 있음이 이롭게 되는 것은 없음이 그 쓰임이 되기 때문이다(三十輻共一轂 當其無 有車之用…故有之以爲利 無之以爲用)”라 했다. 왕필은 주석(注釋)에서, “모든 것은 비어있기 때문에 쓸 수 있는 것이다. 비어 있는 것은 있는 것을 이롭게 하기 위해 있으며, 있는 것은 없는 것에 의지하여 그 쓰임이 있게 된다(皆以無爲用也 言無者 有之所以爲利 皆賴無以爲用也)”라 말했다. 수레바퀴가 제 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바퀴살과 양쪽 수레바퀴를 연결하는 굴대 축(軸), 그것이 들어갈 수 있도록 구멍 뚫린 바퀴 통(轂)이 있어야 한다. 만일 바퀴통에 빈공간이 없다면 수레와 수레를 연결할 수 없어 수레바퀴로써 제 구실을 할 수 없게 된다. 그 속이 비어 구멍 뚫린 바퀴통이 있어야 바퀴와 바퀴를 연결할 수 있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학교 교육에서도 비움과 배려의 미덕이 필요하다. 교사 가운데 비움의 미덕을 소유한 사람은 자기의 생각을 비우고 학생들의 생각을 수용하며 배려를 기반으로 가능한 허용적인 분위기 속에서 즐겁게 수업을 진행한다. 또 학생들의 미숙함과 유치함에 대해 충분히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그들의 실수나 잘못을 비움의 아량으로 포용해 창의성과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유도한다. 학급을 운영할 때 규칙에 초점을 맞추거나 규칙을 어긴 결과, 즉 벌칙에 집착하는 경우는 이 ‘무의 쓰임(以無爲用)’으로 볼 때 학생의 생각을 막는 행위다. 훌륭한 교사는 자기의 생각을 비우고 학급 학생들의 생각을 발양시켜 그들 스스로 ‘희망’을 품게 한다. ‘희망’은 곧 인간이 채워야할 빈 공간으로 사람이 끊임없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다. 비어 있음의 무는 채워짐의 유에 의해 쓰임이 되는 것처럼, 교사는 비움의 미덕을 통해 학생 스스로 희망이라는 유를 품게 해야 한다. 교사가 무의 가치를 모른다면, 소중한 교실 공간이 희망이 없는 죽어있는 공간일 수 있다. 학기 초 교사는 자기의 생각을 비우고 학생 스스로 희망의 유를 수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희망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수립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미래지향적으로 수립할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인지에 달려있다. 교사는 늘 학생들이 스스로 ‘희망’이라는 공간 속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자극하고 격려하는 교실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것이 학생을 위한, 그리고 교사 자신을 위한 가장 훌륭한 교육 방법일지 모른다.
재능문화가 초·중·고등학교 교사 대상 시낭송 지도법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한국교총이 후원하는 이번 연수에선 교사들에게 시의 교육 효과를 알리고 실질적인 시 낭송 지도방법을 가르친다. 시인 문정희와 ‘시낭송 교실’의 저자 김성우 명예시인 등 전문 시낭송가가 강사로 나선다. 연수는 실습 중심 수업으로 구성되고 오는 8월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서울 혜화동 재능교육 소극장에서 진행된다. 전국 초·중·고 교사 50명을 모집하며 오늘(6일)부터 선착순 마감이다. 참가비는 무료다. 더 자세한 내용은 재능문화 사무국 (02-3670-0239)으로 문의하면 된다.
학생복지 정책이 강화되면서 우리학교에도 양호실이 생기고 보건교사가 새로 배치되었다. 전에는 보건실이래야 교무실 장탁자 옆에 소독약과 붕대 몇 개가 들어있는 구급상자가 고작이었는데 정말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다. 화요일 아침. 임시 직원회의가 열리고 교장선생님께서 새로 오신 보건선생님을 소개해주셨다. 지난달까지 인근 고등학교에서 근무하시다 우리학교로 전근 오셨다고 했다. 부임하자마자 행정실을 드나들며 보건실에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하시는 모습이 매우 열성적이셨다. 학생들을 위한 냉온풍기 설치, 급수시설 설치, 각종 기구 구입, 응급 비상약품 구입 등 준비하는 품목들도 다양하고 완벽했다. 웬만한 사설 약국에 버금갈 정도로 보건실의 위용이 차차 갖춰지기 시작했다. 리포터가 가끔 보건실에 들러 구경이라도 할라치면 분주한 중에도 언제나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안녕하셔요?”라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몸이 찌뿌둥해서 감기약이라도 타러 가면 친절하게 약도 챙겨주시고 뜨거운 물까지 받아 탁자에 놓아주는 등 지극정성을 잊지 않는 것이었다. 가끔 수업을 끝내고 보건실 옆을 지나칠 때면 “고생하시네요.”라며 커피까지 타주셨다. 뿐만 아니라 학교의 궂은일 일에도 늘 솔선수범해서 참여했다. 사람 됨됨이가 반듯하니 하는 행동마다 다 예뻐 보였다. 요즘은 선생님들마다 모두가 바쁘고 너무도 많은 업무에 시달리다 보니 앞도 옆도 바라볼 여유조차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교직원 상호간에 대화도 부족하고 정도 멀어지는 느낌이다. 이제는 오가는 길목에서 반갑게 인사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던 시대가 아득한 추억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어찌 사람 사는 세상에 일만이 최선일 수가 있겠는가. 아무리 바빠도 잠시잠깐의 여유를 갖고 복도에서 마주칠 때 “안녕하세요?”라며 상냥하게 인사를 주고받는다면 이 각박한 세상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7월 1일 10시부터 청암대학교 청암홀에서 유치원 원장과 초,중 학교장을 대상으로 한 협의회가 있었다. 이번 협의회는 전반기 순천교육지원청의 교육 전반에 대한 반성과 다가오는 방학을 앞두고 학교장이 어떻게 대비하여야 하는가를 중심으로 협의가 이뤄졌다. 신경수 교육장은 인삿말을 통하여 순천지역 학교장들의 학교교육 발전에 대한 의지는 매우 높아 지역교육청 평가에서 2년 연속 우수교육청의 영예를 안았다. 학교 교육력 향상을 위하여서는 교사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매우 중요함을 강조하면서 교사들의 가려운 부분이 어디인가를 먼저 찾아 그 부분을 해결함으로 교사들의 사기가 진작될 것이다. 시도교육청 평가는 행,재정적 지원과 직결됨을 인식하고 평가지표를 잘 보고 어렵다고 사전에 포기하지 말고 가능한 곳까지 실행하면 못할 것이 없음을 강조하였다. 한편, 모든 일은 욕구의 강렬함에 있다면서 간절히 바라면 안 될 것이 없다는 평소의 소신을 강조하였다. 한편, 여수에서'2015 대한민국 행복학교박람회’가 오는 16일부터 18일까지 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 전국 교육과정 우수학교 155개교가 참가한 가운데 열린다. 교육부가 주최하고 전남도교육청(교육감 장만채)이 주관해 열리는 것이므로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여 교육효과를 높여 주기를 바라면서 태풍, 홍수 등 자연재해가 많은 여름철이 돌아오게 됨으로 학교장은 주인의식을 가지고 대비하여 줄 것을 당부하였다. 또,부서별 주요 과제 설명이 이뤄졌다. 이어서 조충훈 시장의 지역발전과 교육의 중요성을 연계하면서 순천만 정원이 체험학습의 최적지이므로 이를 잘 활용하면 서울의 강남보다 더 좋은 정원이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워내는 자원이 될 것이다. 내고장 학교 보내기에 중학교 교장 선생님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줄 것을 강조하였다.
민아야, 네가 입학한 지 벌써 4개월이 지나고 이제 기말고사를 보는 시점에 이르렸구나. 누군가 세월은 흐르는 것이라 했지만 인간에게는 축적되는 것이 아니겠니? 이번에 최원남 선생님께서 실시한 솔리언또래 상담자 교육을 잘 마치고 수료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우리 주변에는 같은 학급에서 공부를 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하여 친구들과 소통이 잘 안 되고, 공부 등 학교생활에도 잘 적응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있을 것이다. 네가 이런 학생들을 도울 수 있도록 20시간이나 공부하였다니 참 좋은 기회를 가진 것이다. 이런 경험이 쌓여서 네가 나중에 성인이 되어 훌륭한 상담가가 되면 좋겠다. 우리학교에는 Wee클래스가 있어 여러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데 네가 선발되어 앞장 서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가니 아주 자랑스럽다. 현재 우리학교는 큰 어려움 없이 수업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선생님들이 가르치기 힘든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에 한 학교를 방문하여 들은 이야기이다. 소통이 잘 되어야 할 교실에는 아무 생각없이 앉아 있는 학생 7명, 살살 눈치를 보면서 잡담하는 학생 3명, 열심히 듣는 것 같지만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 8명, 제대로 따라오면서 질문하고 답하는 학생 13명으로 분류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선생님은 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 어깨에 힘이 빠진 것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하여 교사를 계속 할 것인가 아니면 그만 둘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수동적인 학생들 숫자가 늘어간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이 선생님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중학교 교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 되었다. 이런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좋은 친구관계이며, 이를 도와줄 좋은 친구이다. 친구를 통하여 자기 스스로가 공부하는 이유에 대하여 알고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학습 전략을 배우고 그 전략을 실천하여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런 습관을 갖기 위해서는 과거와는 다른 사고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네가 이와 같은 친구들을 발견하여 친구들에게 긍정적 마인드를 갖도록 적절한 자극을 주면서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갖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인류 역사 발전은 '왜"라는 질문을 하면서 발전했다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왜 학교에 가는가? 왜 공부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는 상태에서는 학교를 다녀도 배움이 일어나지 않는다. 너를 비롯하여 학생들이 “왜?”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으면 몸속 깊은 곳에서 잠자고 있던 동기가 꿈틀대면서 열정이 생길 것이다. 바로 이러한 동기가 있어야 공부를 즐겁게 만들 것이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은 아이들을 사랑해도 대신 공부를 해 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일 먼저 학생 스스로가 '나는 누구지?'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에 흥미가 있는지, 무엇을 잘 하는지를 생각하고 자신만의 목표를 세워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한마디로 자아성찰, 자아탐색이라 할 것이다. 공부의 시작은 자아탐색으로부터의 출발이어야 한다. 너도 지금부터 친구들을 만나면서 이러한 고민과 이야기 한 것들을 잘 정리하여 보기 바란다. 이 정리한 것이 내용이 쌓이면 정말 좋은 책이 될 것이다. 올해 졸업한 한 언니는 3년간 정리한 것을 발표하여 최우수상도 받게 되었단다. 학교에서 새롭게 배운 것들을 네가 친구들과 만나 잘 실천하면서 잘 기록하기 바란다. 참고로 네가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되는 책으로 오정환이 쓴 내 인생 최고의 버킷 리스트, 책쓰기다를 소개한다. 이 책을 잘 읽어보고 방학동안 시간을 활용하여 쓰는 연습을 하여 보기를!
놀 시간이 없단다. 함께 놀 아이들도 없단다. 학교가 끝나면 장소만 달라졌지 책상 앞에 앉아있기는 매 마찬가지인 아이들. 몸을 움직일 틈이 없다보니 당연히 체중은 늘어나고, 체력은 떨어진다. 아이들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지는 오래다. 더 이상 안타까워만 하고 있을 수 없다고 결심한 전북지역 초등체육교사 12명. 이들은 체육시간조차 움직이는 것을 귀찮아하는 아이들이 즐겁고 흥미롭게 한판 잘 놀아볼 수 있는 게임이 없을까 고민했고, 네트형 운동경기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전북 초등체육교과연구회 ‘네트너머로’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땀 흘리기 싫어하는 사춘기 여학생도, 네트 게임을 어려워하는 초등학생도 모두모두 즐겁게 체육활동을 할 수 있다는 ‘네트너머로’의 흥미로운 체육수업 이야기를 들어본다. ‘네트너머로 수업연구회’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다면. ‘네트너머로’는 배구, 배드민턴, 탁구 등 기존 ‘네트형 운동경기’의 규칙과 도구를 변형시켜 학년, 성별, 학교 규모 등에 관계없이 쉽게 적용 가능한 게임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초등체육교과연구회입니다. 아직 초등학생들은 공을 다루는 네트형 게임을 어려워합니다. 신체발달도 아직 덜 되었고, 공 다루는 기술도 부족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어떻게 하면 네트형 게임을 아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할수 있을까 연구해보고 현장에 적용해 보기 위해 2014년 연구회를 만들게 되었습니다.처음 시작 당시에는 10명이었지만 올해는 2명이 더 연구회에 뜻을 같이하기로했습니다. 초등교사 경력이 적게는 4년, 많게는 18년까지 연령대 또한 다양하여 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교육활동에 도움이 되곤 합니다. 연구회 이름이 독특합니다. '네트너머로'가 어떤 의미인지요. 그리고 연구회의 목적에 대해도 말씀해주세요. ‘네트너머로’는 우선 다양한 네트형 게임을 연구하는 교과모임으로서의 의미가 있습니다. 네트 너머에 있는 상대방 혹은 상대팀의 표정이나 움직임을 읽으며 그에 따른 전략을 창의적으로 세울 뿐만 아니라 자신의 네트 안에 있는 팀끼리의 협동심을 기를 수 있기 때문에 ‘네트너머로’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죠. 그리고 네트를 넘어 아이들과 자유롭게 소통하자는 의미도 담겨있습니다. 연구회의 목적은 학생들이 체육시간 및 여가 시간에 다양한 네트형 경쟁 활동을 어떻게 하면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지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는 데 있습니다. 실제 학생들에게 지도하기 위하여 연구회 회원들이 기술 및 방법을 직접 익혀보고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체격은 커지고 체력이 아주 약하다는 말이 있는데요,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는 어떠한가요. 요즘 6학년 아이들은 성인만큼 덩치가 큰 친구들도 많습니다. 영양상태가 좋아지는 만큼 아이들 체격이 부쩍 커졌는데요. 체력은 전보다 훨씬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여러 선생님의 이야기와 통계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원인에 대해서 연구회 선생님들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아이들이 뛰어놀 시간이 없다. 많이 앉아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체중은 늘어나고 체력은 떨어진다.”, ‟아이들이 조금만 힘들어도 금방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학원과 공부에 치이는 아이들이 안타깝다는 선생님도 계셨습니다. 매주 모임을 갖는다고 들었습니다. 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가나요? 주로 아이들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네트형 게임을 가르쳤던 경험이나 노하우를 함께 나누기도 하고 선생님 개인의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이야기도 나눕니다. 또 개인적인 이야기나 학교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합니다. 실제로 체육교과과정에 적용한 사례가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남학생의 경우에는 체육을 좋아하고 신체 능력이 좋은 학생들이 많아 곧잘 활동하지만, 여학생의 경우 큰 공을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발로 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런 학생들도 모두 즐길 수 있도록 배구와 족구를 결합하여 경기방법을 바꾸어 보았습니다. 배구는 공을 잡게 되면 홀딩으로 반칙이 되고 땅에 닿으면 실점이 되지만, 족구와 결합하여 라인 안의 땅에 한 번은 닿아도 되고 손으로 잡아서 던져도 되도록 말이죠. 이러한 방법으로 체육교과과정에 적용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나 보람이 있었다면. 2014년에 농산어촌 소인수학급 담임을 맡았습니다. 학생 성비가 남학생 2명에 여학생이 8명이다보니, 여학생들의 성향에 따라 학급 분위기가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교실을 벗어나는 체육시간을 기다리기도 했지만 고학년 여학생 들은 땀 흘리는 체육시간을 마냥 기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활동적인 체육활동이 되기 힘들었죠. 그런데 배구와 족구를 결합하여 경기방법을 바꾼 네트형 경쟁 게임으로 체육교과활동을 운영하자, 그렇게 땀을 흘리기 싫어하던 사춘기 여학생들이 땀을 흠뻑 흘리며 재미있게 활동을 하더니 체육시간만 되면 그 게임을 하자고 난리였습니다. 이후에 다른 체육활동에도 조금씩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현재 저희 ‘네트너머로’는 12명밖에 되지 않고 조직된 지도 2년째인 신생 연구회입니다. 하지만 가능하면 매주 모여서 어떻게 하면 체육수업을 더욱 즐겁고 신나게 만들어 갈 수 있을지 열정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비록 아직은 미미한 단계이고 실제 수업에 적용시키며 일반화시키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다른 동료교사들과의 모임들을 통하여 여러 게임을 만들어 내려고 합니다. 더불어 저희가 연구한 성과가 교육현장 곳곳에서 사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해마다 5월 중순이면 사회적 이목이 교육 혹은 교사에게 잠깐 집중된다. 교육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근간이라며 학교교육 혹은 교사 및 학생문화에 큰 관심이라도 있는 듯 언론매체마다 교육문제를 다투듯 조명하고 지나간다. 그렇다. ‘잠깐’이다. 그렇게 지나가면 그만이다. 그러다 교육현장에서 무슨 문제라도 하나 발생하면 벌떼처럼 달려들어 누적된 학교교육의 문제, 교사들의 문제라며 소리 높여 지적하고 한탄하기 일쑤다. 교사들이여, 과연 행복한가? 우리 국민 모두와 무관하지 않는 교육. 현재만이 아니라 미래의 국민 행복과 국가 발전까지 직결된 교육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할 말 많은 우리 교육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속적으로 고민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하루도 현장을 떠나지 않으며 온몸으로 교육적 문제들과 맞닥뜨리고 있는 교사들만큼 진정성이 있는 사람들이 있을까? 다른 지역, 다른 학교에서 발생하는 일도 우리 학교, 우리 교실, 바로 내 문제일 수 있다는 높은 관심과 체감으로, 그 문제에 대해 고심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이 교사가 아닐까 싶다. 교육현장에 있는 교사들은 과연 행복한가 묻는다. 우리 사회의 관심은 교육적 ‘문제 상황’이지 교사의 행복지수엔 별 관심이 없음을 알면서도 말이다. 긴 시간 치열하게 준비하여 그토록 바라던 교사가 되었지만, 우리나라 교사들이 학교현장에 들어서서 자신의 능력과 자질에 대한 확신을 체감하는 자기효능감은 안타깝게도 OECD 국가 중 최하위이다(2009, OECD 교육지표). 교사의 직업만족도나 자기효능감은 ‘보수’가 아닌 ‘생활’의 문제이다. 교사와 교사, 교사와 학생이 만나고, 관계 맺고, 소통하는 학교에서의 일상이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고, 함께 배우는, ‘아름다운 관계’라면 자기효능감이 그렇게 낮을 수는 없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무엇보다 매일 만나는 제자들한테 존경받으며, 따뜻한 만남과 협력적 배움이 있어 매일이 즐거운 일상이라면 결코 직업만족도가 낮을 리는 없다. 교사의 위기는 곧 교육의 위기이다 해마다 많은 교사들이 명예퇴직을 신청한다. 그것을 어찌 공무원연금법 개정 때문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교사로서의 삶이 행복하면 얼마간 차이 나는 연금 때문에 퇴직을 신청하진 않을 것이다. 교사들의 자존감에 생긴 상처와 비례하여 매년 명예퇴직 신청이 증가하는 건 아닐까? 교사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경험이 많은 교사가 존경받기보다는 외면당하고 무력감을 느끼는 교단, 쉽게 사회적 질타의 대상이 되고 무슨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위축되는 교사, 직접 가르치는 교사가 아니면 인사조차 하지 않는 학생들, 이렇듯 존중받지 못하는 교권에서 ‘교사의 위기’를 본다면 확대 해석일까? 퇴임 권하는 사회…상처받는 자존심 자존감에 상처입고 힘들어하는 교사들의 문제가 각 개인의 문제뿐일까. 내・외적으로 퇴임을 권하는 사회가 아니라 관리자가 되지 않아도 교육현장에서 행복한 정년을 맞는 교사가 많은 교단을 꿈꾼다면 욕심일까? 젊은 교사만큼 순발력은 없지만, 오랜 교육경력만큼 누적된 교육노하우가 많은 선배를 인정하고 존경하는 교단이 되기는 어려운 걸까?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이 외면하고 점점 설 자리를 잃는 선배교사들의 상처는 남의 일이 아닌 곧 우리 모두의 미래이다. 신규교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 이상으로 30년 이상 한결같은 걸음을 걸어온 교사들의 내면을 치유하는 정책이 필요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래도록 교단을 지켜온 교사들의 행복한 미소를 찾아보기 어려운 교육현장.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서지 못 한다’는 말로 교사의 끊임없는 담금질을 유도했던 이 사회에 그러면 ‘교사의 위기는 곧 교육의 위기가 아니겠느냐’고 묻고 싶다.
‘따르릉, 따르릉’ 자리에 앉자마자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 "감사합니다, 00교육지원과 장학사 000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수화기를 들고 첫인사를 하기가 무섭게 시작되는 민원인의 흥분된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사무실 전체에 전달된다. 특수학급에 다니는 학생의 학부모인데 집에서 가까운 특수학교로의 전학을 원하는 민원이다. 장애를 가진 학생들의 숫자에 비해 이들을 교육할 학교나 학급이 부족하여 생기는 일이다. 민원인의 요구를 충분히 들은 후 특수학교 학생배치 방법에 대해 안내하고 담당자 연락처를 남기는 것으로 전화를 마무리하며 시계를 보니 1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특수교육 관련 업무는 교사 때도 해보지 않았던 업무다. 장학사가 되어서야 접하게 된 업무 중 하나이다. 서둘러 업무관리시스템을 열고 담당배정이 된 공문을 확인하니 영락없이 수북이 쌓여 있다. 당장 학교에 보내 자료를 받아야 할 공문과 급하지는 않으나 중요한 공문, 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공문 등으로 분류한 후 일을 시작한다. 본청에서 지역청을 거쳐 학교에 내려 보내는 공문은 다시 가공을 해야 한다. 본청에서는 해당 지역청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반적인 내용을 담아서 내려 보내므로 지역청 특성에 맞게 다시 일부 수정을 해야 한다. 학교에서 이해하기 쉽도록 수십 번 수정한 후 공문을 보낸다. 그렇게 보내도 학교에서 들어오는 내용은 제각각이다. 수합된 자료를 다시 정제하여 정리한 후 본청으로 보낸다. 여기서 끝나면 다행이지만 중간에 본청에서 급하게 수정 공문을 내려 보내면 지역청에서는 대략 난감이다. 학교에 이미 공문을 뿌려서 수합하는 중에 이런 일이 벌어지면 더욱 난처하다. 그래도 상황을 수습하고 일을 처리한다. 초임 장학사인 경우 학교에 보내는 공문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일이 다반사다. 공문의 내용을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정확하게 표현한다고 해도 그 내용을 받는 입장에서는 달리 해석될 수 있다. 학교에 공문을 보내고 전화가 몇 통화가 오느냐에 따라 ‘잘 된 공문’ ‘잘 못된 공문’으로 분류한다. 그것이 곧 장학사의 역량으로 평가된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가독성, 이해도를 고려하여 공문을 다듬지만 워낙 많은 공문을 처리하다보면 미처 내용을 훑어보지도 못하고 내려 보내는 일이 다반사다. 본청 각 과의 장학사나 주무관들이 보내는 공문이 하루에도 수십 건이다. 본청 해당 부서에는 5~6개를 보낸다고 하지만 그것이 20개 과에서 보낸다면 하루에 쏟아지는 공문의 수는 이내 100개를 넘게 된다. 물론 그 공문이 모두 한 사람의 업무는 아니지만 현재의 업무 구조가 그러하다는 것이다. 장학사로 발령을 받아 임지에 부임한 순간부터 장학사는 주어진 업무의 전문가여야 한다. 민원인들은 교육청의 장학사가 신규인지 경력자인지 알지 못한다. 모든 업무를 제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전화를 하는 것이다. 어제는 교사로 학급을 운영하고 학교의 작은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었지만, 장학사가 된 순간부터 교육청 모든 정책을 가장 최일선에서 수행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그리고 그 임무에 대해 정통해야 한다. 특히, 당해 연도의 교육정책 중 가장 핫한 이슈가 되는 업무를 맡게 되면 각종 민원 및 언론의 요구자료, 시의회, 국회 요구자료 작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된다. 처음 장학사가 되었을 때 그 많은 공문을 처리하면서 장학사가 아니라 단순 행정업무를 하는 행정직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학교예산이라고는 10만 원도 써 보지 않았던 교사로 살다가 관내 학교에 사업별로 수천만 원 씩 교부하는 일을 하고, 그 결과를 다시 수합하는 일을 하면서 이것이 장학사의 업무인가 하는 고민을 수십 번 했다. 본청에서 내려오는 공문을 학교에 보내고, 학교에서 보내온 자료를 정제하여 본청에 다시 보내는 작업을 하면서 그 어떤 전문적 지식도 필요 없는 일련의 과정들 속에서 장학사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하는 장학사의 정체감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고민은 시간이 흘러도 마찬가지이다. 업무의 재구조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장학사의 정체감에 대한 고뇌는 계속 될 것이다. 경력이 쌓이게 되면 인사업무를 맡게 된다. 교원의 정원 관리, 휴직, 복직 관리, 교원의 평정, 전보, 호봉, 퇴직, 표창, 성과상여금, 강사 관련 업무 등이 인사업무들이다. 일반 장학업무와 달리 인사업무는 정확성을 가장 필요로 한다. 지역청 규모에 따라 교원 수는 다르지만 학교급 별로 2,000명이 넘는 교원들의 수급을 관리한다. 인사에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특히, 전보업무를 맡게 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된다. 숫자 하나가 사람 한 명을 의미하므로 혹시 한 명을 덜 카운트했거나 더 카운트했는지 모를 일이기 때문에 그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9월부터 이듬해 2월 전보가 발표될 때까지 단 하루도 초과 근무를 안 한 날이 없었다. 그리고 그동안 주말을 단 하루도 쉰 적이 없다. 그렇게 해도 전보는 본전이다. 어느 학교에 한 명이 덜 배정된 것은 차라리 문제가 아니다. 신규교사를 배치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숫자를 잘못 기록하여 한 학교에 한 명을 더 배치하게 되면 이것처럼 골치 아픈 일은 없다. 그 중의 누구를 다른 학교에 배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도 보람이 있었던 것은 학교를 지원했던 일이다. 교생실습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학교를 방문하여 교생실습을 담당하는 교사들의 수업을 참관한 후 그들과 함께 수업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일. 교사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장학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동료 장학사들과도 함께 토론했던 일. 교사들이 원하는 연수를 교사들과 함께 기획했던 일, 학생들의 토론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독서캠프를 운영했던 일 등 현장과 함께 고민하고 실행했던 일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것이 보람으로 남는 것은 장학사의 역할이 바로 현장을 춤추게 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교사가 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에 비유할 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장학사는 그렇게 선발된 교사 중에서 긴 시간 치열한 공부 끝에 엄청난 경쟁을 통해 선발이 된다. 그렇게 선발이 되었기 때문인지, 혹은 장학사 개인의 성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많은 장학사들은 업무상 실수에 대해 스스로에게 절대 관대하지 않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업무의 실수가 마치 자신의 능력의 부족을 나타내는 척도인 양 실수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 그리고 이를 결코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인사 업무를 하던 시절 A학교에 발령공문을 내면서 공문 내용에 B학교로 표기해서 내보낸 적이 있다. 꼼꼼히 본다고 해도 자신이 작성한 공문에서 실수를 찾기란 매우 어렵다. 그렇게 발송된 공문을 수정발송하면서 얼마나 자신을 탓했는지 모른다. 끝없이 자학하고 자학했다. 그때 한 교감선생님께서 ‘누구나 실수한다. 나도 수천 번의 실수를 했다. 그런데 그 실수 때마다 마음을 다치면 이 업무를 못한다. 실수를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나도 실수할 수 있다는 너그러움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산다.’ 라고 하신 말씀이 두고두고 위로가 되었다. 물론 그 말씀은 실수를 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누구나 실수할 수 있으므로 그로 인해 너무 자신을 상하게 하지 말라는 소리이다. [PART VIEW] 교육청에서 근무하면서 과연 장학사로서 얼마나 성장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늘 따라 다녔다. 끝없이 내 안의 능력을 끌어내기만 하지 채우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자기 연찬을 위해서는 스스로가 쪽잠 같은 시간을 내어 노력하는 것 외에는 자기 성장의 기회는 없다. 물론 업무를 통해 배우는 것도 있다. 그러나 그 업무가 장학사의 본연의 역할에 맞는 업무인지는 고민해봐야 한다. 과거 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의 장학사는 학교의 교장선생님을 긴장하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온 교실을 청소하게 한 사람이었다. 아이들이 복도에서 소리 없이 가만가만 걷게 한 사람이었다. 그건 과거의 얘기다. 지금은 그러지도 않지만 그래서도 안 된다. 이제는 그런 장학사도 없다. 학교 현장이 어려움을 겪을 때 가장 먼저 달려가 지원해야 하는 사람이 장학사이고 교육청이다. 장학사의 업무가 아무리 힘들고 처리할 공문이 많고, 상대해야 할 민원인이 넘쳐난다고 해도 학교보다 힘들지는 않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학교만큼 어려운 곳은 없다. 그게 내가 처음 장학사가 되었을 때 느낀 첫 감정이고 그 마음은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 아이들의 소리가 그립고, 다시 가르치고 싶은 생각에 마음이 울렁이곤 한다. 장학사의 일이 과연 학교를 춤추게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이 생겨날 때는 더욱 그러하다.
"장학사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가요?"라고 교사들에게 묻자 "글쎄요. 그냥 뭘 해준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부담이에요. 가급적이면 학교에 대해 간섭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차가운 반응이 돌아왔다. 최근 장학사들은 과거에 비해 친절하며, 겸손해졌고, 학교를 존중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장학사가 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교육현장에서 장학사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각기 다양하겠지만, 본청과 지역청 장학사를 해본 경험과 교감으로서 4년여간 교육현장에서 근무하며 느낀 것을 바탕으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교육에 관한 행정보다는 교육을 위한 행정을 해주기 바란다. 현재 교육청 문화는 교육보다는 행정에 많이 치우쳐 있다. 최근 5・31교육조치이후 학교책임경영을 도입하면서 학교가 짊어진 책임에 대한 충분한 지원과 공동의 노력을 고민하기보다는 학교 간, 교사 간, 지역청 간 성과평가로 학교에 경쟁적 책무성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각종 통계자료, 설문조사, 실적자료와 보고서 제출 등의 행정 업무를 학교에 많이 요구하고 있다. 교육현장에서는 올해의 교육과정지침과 장학계획을 채 이해하기도 전에 ‘업무관리시스템’으로 시시각각 새롭게 제시되는 정책과 긴급 사안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작년에는 학교폭력 온라인 설문조사로 교육부에서 지역청 평가를 하고, 본청은 지역청 국장을 평가한다고 하며, 성과상여금 및 학교 평가 지표로 응답률을 넣고 지역청 장학사들이 학교에 일일이 전화를 해서 90% 이상으로 응답률을 높이라며 사정을 했다. 또 긴급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7일 이상의 시한을 두고 공문을 발송하라는 지침이 있지만 장학사는 하루 이틀만 기한을 두는 긴급 공문을 계속 보내고, 교육부나 의회 요구라 어쩔 수 없다며 학교에 무언의 강요를 한다. 그래도 미안해하면서 사정을 하면 그나마 괜찮다. 위 기관에서 시키는 거니 내가 어찌하겠느냐며 무책임성의 답변을 하기도 한다. 비정상이 정상이 된 격이다. 행정을 위한 교육이 된 격이다. 다시 말하지만 효율성, 성과, 면피의 행정이 아니라, 진정 이 행정이 교사와 학생의 교육에 도움이 되는지, 지장을 주지는 않는지에 대한 치밀한 고민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처음처럼’의 마음으로 장학사의 뿌리인 교사와 학교, 학생의 입장에서 행정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일하는 용기가 장학사에게는 꼭 필요하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진정성 있는 교육을 위해 자신의 삶과 철학을 투영하는 교육인 ‘가르칠 수 있는 용기’를 실현해야 하는 것처럼, 장학사들은 온갖 행정 일변도의 압력으로부터 교사들의 ‘가르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워주는 ‘교육현장을 지원하고 있다는 용기’로 일하기 바란다. 둘째, 교육의 가치와 사회적 역할, 역사적 인식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연구하는 자세로 업무를 추진해주기 바란다. ‘명품수업’, ‘교사가 브랜드다’, ‘3Up, Best, Top’ 등의 어느 나라 교육인지, 학교인지, 시장인지 알 수 없는 용어가 간혹 교육청의 발간자료와 공문에서 발견된다. 브랜드는 기업전략용어로 상품가치를 나타내며, 원어는 소유를 나타내기 위해 가축에 찍는 도장을 뜻하는 것이다. 교사를 가치에 따라 누구의 소유로 만들기 위한 브랜드인가? 교육의 가치, 영혼의 가치가 담긴 용어를 우리에게 전해주기 바란다. 교육청에서 잘못 사용하는 편협한 용어가 교사들을 돈의 가치로 평가하는 일이라는 문화와 착각, 오류를 줄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또 일부 교육지원청은 교감의 성과 평가 기준에 교육청 업무 지원을 점수에 넣어 평가함으로써 학교 지원보다는 교육청업무지원에 방점을 두는 평가 지표를 만들어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교육청이 학교를 관리하기 쉬운 입장에서 지표를 만들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청이 학교를 위해서 무엇을 했는지 스스로 평가하는 지표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장학사들이 만드는 용어와 지침은 그 자체가 역사이며 문화이다. 이것이 교육의 본질에 맞는 것인지, 교육이 지향하는 철학에 부합하는 것인지에 대한 혁신교육적인 마인드를 기르기 위해 노력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많이 갖기 바라며, 폭넓은 현장의 반응과 소리에 귀 기울여주기 바란다. 셋째, 교육 본래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외부의 간섭을 막아주는 교육 현장의 울타리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교육은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담고 있어야 한다. 집단적 이익이나 기득권의 횡포, 정파적 견해에 따라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본질적 역할을 유지할 수 있도록 비교육적 간섭과 침해로부터 적극적으로 막아주는 역할을 최일선에 있는 장학사가 해주어야 한다. 특히 공교육은 기회의 평등을 주는 과정으로 일부 집단과 기득권에 떠밀리지 않고 인류 공영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간을 육성해야 한다. 언젠가 학교 담장을 다 없앴다가 외부 침입자 사고가 많이 발생하자 다시 담장을 쌓고 보안관을 배치한 것처럼 교육청은 교육의 울타리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언제라도 교육적 판단에서 필요하면 문을 열고 환영하되 무방비 상태로 교육을 침해하는 것(몇백 건의 교육외부기관 협조 및 보고 공문, 악의적 민원, 정규수업에 지장을 주는 업무, 명예훼손과 무고 등)을 방지하지 못한다면 학교 현장을 지원하는 장학사로서의 존재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교육(교권)을 보호하는 지침과 근거를 잘 알고, 적극 적용하고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해주기를 바란다. 또한 장학사들이 상부의 지시를 그대로 받아 학교로 이첩하고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입장을 외부 기관에 설득하고 교육현황을 알리는 노력을 해주기를 바란다. 국가가 어려움이 있더라도 희생을 무릅쓰고 국민을 지켜줄 때 신뢰와 믿음이 생기는 것처럼, 교육청 장학사도 학교에 지장을 초래하는 간섭과 무리한 요구로부터 학교를 지켜줄 때 그 존재가치가 있고 신뢰가 생기는 것이다. 넷째, 상선약수(上善若水)와 같은 진정성과 봉사의 리더십을 발휘하기 바란다. 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에 나온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는 말의 의미처럼 교육의 가장 낮은 곳, 교실 속 교사들의 입장, 어둡고 힘든 곳의 입장에서 뜨거운 열정을 발휘해주기를 바란다. 교사는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서는 풀과 같다. 교사들은 쉽게 부러지지도 않으며 함부로 몸을 세워 드러내지도 않는다. 아무리 정책이 바뀌어도 학교는 교사 자신이 갖는 철학과 경험을 가지고 학생을 매일 마주하며 하루하루 교과와 지혜를 가르치는 삶을 이어간다. 교사는 교육의 민초이며 물이다. 이러한 교사에 대한 진정성과 존중심을 바탕으로 일하기 바란다. 장학사들이 잘못된 행정과 공문에 대한 교육현장의 이견 제시나 질문을 눈앞에서는 친절하게 듣는 척만 하고 뒤로는 이를 귀찮게 여기며, 가식적이고 중립적인 용어로 방어적, 책임 회피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당구공같이 부딪히는 만남이다. 예의와 절차에 가려진 허구는 오래가지 못한다. 머리가 하나이고 손가락이 열 개인 것은 아는 것보다는 실천이 중요하다는 의미라는 것처럼 머리로만 생각하고 실천하지 않는 장학사, 현장과 직접적인 일을 하지 않고 현장의 손을 빌리고 본인은 머리만 쓰려는 행위로는 감동을 줄 수 없다. 그 결과는 학교와의 관계성을 잃어버리게 되는 길이다. 일부 장학사들은 복잡한 업무만 생기면 학교 교감과 교사들을 불러서 일한다. 정말 불러야 할 일인지 아닌지 고민하고 업무 지원 요청을 하기 바란다. 장학사 선에서 충분히 고민하고 열정을 가지고 해도 안 되는 일에만 불러야 하지 않을까? 끝으로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자세로 업무를 추진해주기 바란다. 다름을 인정하고 화목하게 지내되 의(義)를 굽히면서까지 조직문화와 상관의 지시에 무작정 따르지 않아야 할 것이며, 아무리 필요한 것이라도 획일적으로 일을 처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조직 문화가 있으니 장학사 개인의 주장만 할 수는 없으나 화합하되 올바른 삶과 교육의 기준을 버리지 말고 소신 있게 일을 해야 할 것이다. 처지에 눈이 달린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얼굴에 눈이 달린 것이 아니라 발에 눈이 달린다는 옛말이 있듯이 사람들은 많은 경우 처해진 입장에 따라 생각이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 갇힌 교육청 우물 안에서 바라보는 시야는 다양한 학교와 변화하는 현장의 모습을 담기가 힘들다. 교육청에서만 보는 잣대로 학교를 일반화, 동일시하려 하고 각종 우수사례를 가지고 그대로 끼워 넣으려고 하지 않기를 바란다. 학생들마다 모두 상황이 다르듯이 학교에 대한 정책을 수행할 때 그 처지와 입장이 다름을 충분히 포용해야 할 것이다. ‘낯선 거리의 임자 없는 시체가 되지 마라’라는 말이 있다. 장학사들은 너무 바쁘게 일하다 자기들만(장학사, 교장, 교감 등)의 만남을 위주로 생각을 고정하는 경향이 있고, 교육현장과는 무관하게 피곤하게 일만하다 보람 없이 몸과 마음을 상하는 경우도 많다. 교육현장과의 진정성 있는 만남과 신뢰가 무너진 곳에서 장학사들은 존재 의미와 정체성을 잃고 흔들리는 것이다. 교육현장과의 신뢰 있는 관계성 회복을 위해 ‘다름’을 포용하면서도 올바른 사회적 인식과 책무성으로 현장 속에서 실천하며 소신 있게 일해주기를 기대한다. 본인도 장학사 시절 나름대로 소신을 가지고 노력해보았지만 쏟아지는 업무와 동굴 같고 거대한 함선 같은 교육청 문화와 틀에 갇혀 순응하던 시절이 있었기에 장학사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안타깝게 생각하면서도 이러한 제언을 하는 것은 장학사들에 대한 동병상련의 마음이며 행정을 맡은 교감으로서의 다짐이기도 하다. 또 장학사들 대부분이 매우 성실하며 좋은 성품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기에 기대를 가지고 하는 것이며, 교육청과 사회에서 이러한 장학사의 위상을 함께 정립하는 문화가 조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몇 자 적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소신 있게 교육의 발전을 위해 교사와 학생을 존중하며 힘들고 복잡한 많은 일을 마음고생 하며 일하고 있을 장학사들에게 힘찬 신뢰의 박수를 보낸다.
장학사의 조건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교육부-시도교육청(교육지원청)-학교장-교사-학생으로 연결되는 시스템에 의해 움직여진다. 따라서 주로 교육부나 교육청에 근무하는 장학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정책이나 사업을 계획하느냐에 따라 교육의 방향이나 교육적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 장학사가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조건들은 무엇일까. 첫째, 전문성이다. 장학사를 Supervisor라고 부르는 것은 높은 위치에서 넓게 볼 줄 아는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장학사의 전문성이란 교육의 각 영역(교육과정, 수업, 교육연구, 생활지도, 학교경영, 교육행정, 교육법 등)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과 함께 미래교육을 내다볼 수 있는 거시적 안목까지를 포함한다. 장학사의 권위는 그의 자리가 아니라 그의 전문성에 서 나온다. 논어에 있는 ‘學而不思則罔思而不學則殆(배우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둡고, 생각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라는 말처럼 스스로 전문서적을 읽고 연구하며 폭넓게 관련 자료나 정보를 모으고, 바른 교육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할 때 장학사의 전문성이 높아진다. 둘째, 창의성이다. 창의성은 남다른 차이를 만들어가는 것이며, 블루오션(Blue Ocean)을 개척하는 것이다. 장학사의 주요업무인 정책수립이나 장학활동은 교육청마다의 특색을 살리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교육부의 시・도교육청 평가도 이러한 관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장학사는 남의 뒤를 쫓는 추격자(Fast Follower)가 되지 말고, 남보다 앞서가는 선도자(First Mover)가 되어야 한다. 시대 변화는 빠르게 진행되는데 수주대토(守株待兎) 하듯 과거에 안주하여 새로운 변화를 주저하게 되는 경우, 그것은 곧 정지가 아니라 후퇴이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고, 교육 시스템을 바꾸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창의성이야말로 장학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우리 교육의 미래까지 바꿀 수 있다. 셋째, 행정업무 능력이다. 장학사는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많은 공문들을 접수하고 생산하면서 각종 사업이나 행사 등을 담당하게 된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계획서나 보고서 작성, 공문 생산, 서류 검토, 행사 진행, 각종 평가 등을 하면서 일의 경중과 전후를 가릴 줄 아는 판단력도 있어야 하고, 시급한 일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신속성과 함께 질적 우수성을 담보할 수 있는 문서나 자료 생산 능력도 갖추어야 한다. 예산이나 회계, 감사 등 비교적 생소한 부분에서도 전문성을 발휘할 때 장학사에 대한 냉소적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넷째, 대인관계 능력이다. 장학사는 교육부나 학교, 의회, 언론사, 노동조합,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등의 많은 사람들을 상대한다. 따라서 그들과 원만하게 대화를 나누고 소통하며, 소속 기관의 방침이나 계획 등을 무리 없이 전달하고, 그들의 질문에 답변해야 하며 필요할 경우 그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소통지수(communication quotient)가 높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고와 함께 진정성 있고 설득력 있는 화술과 세련된 매너, 상대방에 대한 친절, 자연스러운 어울림 등이 필요하다. 다섯째, 공정성이다. 장학사의 일 가운데 선택이나 결정을 요구하는 것들이 많다. 각종 선정이나 평가, 심사나 추천, 의뢰 등이 그것이다. 이런 일에 있어 관련 규정이나 지침을 무시하고, 개인적인 친소관계를 중시하거나 외부의 청탁 등을 받아들이다 보면 공정성에 금이 가게 된다. 그것은 곧 장학사에 대한 불신을 넘어 교육청과 교육감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공정하기 위해서는 외로워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말이 있는데, 도덕적인 균형 감각과 청렴한 생활 자세야말로 장학사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장학사의 역할 장학사의 역할은 장학사가 속한 기관의 성격과 부서의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장학사는 위계상 대부분 장학관의 아래에 있고, 위로는 부서장으로부터 기관장이나 교육감에 이르기까지 계선조직으로 묶여있다. 따라서 장학사의 역할은 기관이라는 조직체 속에서 행정적인 기획자와 집행자, 그리고 장학활동을 하는 평가자와 지원자로서의 역할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기획자로서의 역할이다. 장학사는 교육청의 주요업무와 각종 사업 계획 등 여러 가지를 기획한다. 한마디로 교육의 방향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바람직한 기획을 위해서는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와 함께 교육적인 필요성, 효과성, 현장 파급성, 시의성 등을 충분히 검토하여야 한다. 전시행정의 성격을 띠거나 효과성을 잘못 예측할 경우, 그리고 학교 현장에 대한 고려나 시의성이 떨어질 경우 소기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교육은 학생이라는 ‘살아있는’ 대상을 상대하기 때문에, 교육적 실패는 원상회복이 어렵다. 따라서 기획하는 데 신중함이 필요하다. 둘째, 집행자로서의 역할이다. 장학사의 일은 상부기관의 지시나 외부기관의 요청, 교육청의 자체 계획에 따라 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집행은 공문시행이나 회의,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기계적인 것보다는 학교 현장에 대한 배려와 학교와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리무진 안에서는 소비자의 마음을 읽을 수 없다’라는 말도 있고,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이라는 말도 있다. 모두 소통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말이다. 학교 현장의 필요(Needs)와 요구(Wants)를 충분히 고려하여 추진할 때, 고객중심의 ‘감동 경영(Wowing Management)’이 가능하고, 교육청이 탁상행정을 한다느니 ‘그들만의 리그’를 한다느니 등의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셋째, 평가자로서의 역할이다. 장학사는 학교를 움직이고 사업의 결과를 피드백하고, 여러 가지 대상을 선정하기 위해 자주 평가나 심사를 한다. 평가는 서로간의 경쟁을 유발하고, 평가 결과에 따라 처우가 달라지기 때문에 해당 부문에 대한 전문성과 공정성이 요구된다. ‘프로는 몰라서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죄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전문가로서 심사나 평가를 잘 하기 위해서는 해당 영역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각종 청탁이나 학연, 지연 등을 물리칠 수 있는 용기와 양심이 필요하다. 공정성이 무너지면 신뢰도 무너지고 그와 더불어 권위까지 무너지기 때문이다. 넷째, 지원자로서의 역할이다. 요즘은 장학사가 학교나 교사들을 대상으로 컨설팅하거나 각종 문제들에 대하여 상담과 조언을 해주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장학사 본연의 역할로서 장학사의 확실한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장학사의 전문성과 함께 장학사의 몸가짐이 자주 이야기 된다. 사람들과의 대화에 있어 내용보다 태도를 중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직적 관점에서의 권위의식을 버리고 충분한 사전 준비와 함께 친절한 표정과 성의 있는 경청, 상황에 대한 공감, 현실성 있는 대안 제시 등을 할 때 학교 현장으로부터 환영받는 장학사가 될 수 있다. 들은 말 가운데 평생 기억되는 말이 있는 것처럼 장학사의 따뜻하고 의미 있는 말 한마디가 학교를 바꾸고 교사들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한다. 장학사의 꿈[PART VIEW] “장학사님의 꿈은 무엇입니까?”라는 물음에 “빨리 학교로 나가는 것입니다”라고 답하는 장학사가 있었다. 장학사의 현재가 어렵기 때문에 회피하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말이라고 이해했다. 실제로 장학사의 하루는 바쁨 그 자체이다. 그러나 장학사의 꿈은 학교가 아닌 지금의 일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매슬로우(A. H. Maslow)의 욕구 위계설을 빌리지 않더라도 장학사는 어려움을 피해 학교로 가고 싶다는 현실적인 욕구보다 장학사 스스로 지금의 자리에서 자아성취를 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은 자기가 지금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그 일의 성과에 승부를 거는 것이다. 그것이 장학사의 자존감을 높인다.‘We Sell Hope.’ 미국의 어느 화장품 회사의 입구에 걸려 있다는 문구이다. 장학사의 현재가 어렵고 힘들지만 그 일을 누군가가 해야 하고 할 수밖에 없다면 그것은 결국 장학사의 몫일 수밖에 없다. 그가 계획한 정책이나 사업들이 학교에 희망을 주고, 교사들의 무거움 짐을 덜어 주며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바를 알려주는 것이라면 장학사도 아름다운 희망을 팔고 있는 것이 아닐까? 즐거운 마음으로 희망을 파는 장학사들이 많을 때 장학사의 위상도 높아지고 무엇보다도 우리 교육의 미래가 더욱 밝아지게 될 것이다.
대통령 스승의 날 기념식 참석 … 교사 자긍심 살리는 계기 지난 5월 15일, 한국교총은 교육부와 제34회 스승의 날 기념식을 공동 개최했다. 이날 기념식은 스승의 날이 1982년 정부기념일로 부활된 후 대통령이 역사상 처음으로 참석했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의미가 컸다. 여기에서 한국교총 안양옥 회장은 교원 스스로 자긍심과 교권을 높이 세우는 즉, 학교・사회・세계를 향한 ‘새로운 교원상’ 정립운동을 제안하면서, 전국 50만 교원의 자발적인 동참을 호소했다. 국가와 사회가 교원을 공경하고 전문성을 존중하는 시대는 사실상 지나갔다는 점에서, 정부・정치권・사회에 기대어 교권을 지켜달라고 요구하기보다는 스스로 주체가 되어 교권을 확립하자는 것이다.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꿔 교원 스스로 새로운 교원상을 정립하고, 교육과 교직의 본질적 가치를 지켜나감과 동시에, 교권과 교육발전을 위해 분연히 일어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9일 시진핑 주석은 중국 ‘스승의 날(교사절)’을 하루 앞두고 베이징사범대를 방문해, “훌륭한 스승은 도덕성과 지조를 갖추고 학생들이 올바른 길을 걷도록 도와줘야 한다. 특히 청소년 학생들이 인생의 단추를 잘 끼우도록 지도해야 한다”며 교사의 역할을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교사 처우의 획기적 개선을 통해 교사를 사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직업으로 만들겠다는 약속도 했다. 고도의 경제성장과 초강대국으로 발돋움한 중국이 미래국운을 교육에 걸고, 교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뿐만이 아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첫 당선 당시부터 재선 이후까지 교육에서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교사’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한국의 교육을 누차 칭찬하며 높은 교육열과 우수한 교사를 배울 점으로 꼽았다. “부모 다음으로 교사들은 학생들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에서는 교사가 국가건설자(nation builder)로 불리고 있다”는 그의 말에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스승 존경 문화와 우수한 교사에 대한 부러움이 담겨 있다. 이처럼 선진국 정상들이 교사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며, 처우 및 자질 개선에 나선 이유는 명료하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보편적 진리를 재발견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어려운 국가여건 하에서 교육에 헌신하는 교원에 대한 특별한 존중 인식을 지니고 교권을 강조하였다. “제자가 스승을 우습게 여기는 교권 없는 학원에서 진정한 교육은 이루어질 수 없다(1966.1.12, 대통령 연두교서)”, “교육의 질과 성과는 교사들에 의해 결정된다(1982.1.22 대통령 국정연설)”고 강조하곤 했다. 교원의 사회적・경제적 지위와 교권을 존중하면서, “교원은 각종 행사나 회의 시 직위나 기관 간의 서열과 관계없이 특별히 우대하고, 교권침해사례는 엄벌하겠다(1988.6.3)”고 밝히곤 했다. 단임정부 선언적 교원정책이 오히려 교권추락 초래 하지만 미국, 중국 등 선진국들은 과거 대한민국의 교사존중 정신을 본보기로 삼아 교사를 교육의 핵심주체로 상정하고 있는데, 우리는 오히려 교원존중의 전통이 약화되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1995년 5・31교육개혁 이후, 수요자중심 정책기조와 교원책무성 제고 정책이 트렌드가 되면서 교원에 대한 존중과 교권 확립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치는 거의 사라져 가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 교육입국(敎育立國)을 표방하면서, 교직발전종합방안, 교육여건 개선계획, 학교교육력 제고 사업을 비롯한 수많은 교육여건 개선 정책, 그리고 교권 존중 공약들이 제시되었지만, 제대로 이루어진 것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선언적이고 일회성의 형식적인 교원사기진작책과 교권대책들만 제시되어왔고, 정부의 정책 추진에 대한 의지 부족이 크게 작용하면서, 결국에는 용두사미로 끝이 났다. 그리고 교권 존중의 사회적 여건 조성을 기하기보다는 오히려 교원을 변화시켜야 할 대상으로 바라봄으로써, 대다수 훌륭하고 우수한 교원들의 교직에 대한 열정과 열의를 잃게 하고, 교권 추락이라는 부정적 효과가 나타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점에서 교원 스스로 새로운 교원상을 정립하여 사회적 지지를 이끌어 내고 교권을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 시대적 소명이 되었다. 국가나 사회가 교원을 공경하고 전문성을 존중해주던 시대는 사실상 지나갔다. 더 이상 사회나 정치권 및 정부에 기대지 말고, 교원 스스로 교권을 지켜나가야 할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수요자 중심, 학습자 중심 교육으로 인해 그간 잃어버렸던 교원상을 교원 스스로의 손으로 새롭게 세워 실천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원 스스로 학생, 학부모와 신뢰관계를 구축・협력하면서, 학교 안에 머무르지 말고 학교 밖까지 손을 뻗어 사회적 봉사활동을 실천하고, 더 나아가 세계로 나아가는 진취적인 교원상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먼저, 교원은 학교 속에서 스스로 변화의 중심이 되어 교육공동체간 대립과 갈등구조를 극복하고 신뢰와 협치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학부모와 한 마음이 되어, 동일한 교육관을 갖고 학생을 위한 공동 노력을 하는 ‘학사모일체운동(學師母一體運動)’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교원과 학생이 함께 가는 사제동행(師弟同行)과 학부모와 한뜻이 되는 사모동행(師母同行)이야말로 교권침해의 원천적 차단책이 될 수 있다. 진정한 교권은 제도와 법보다, 학교 문화의 전환을 통해 확립될 수 있다. 이를 위한 실천적 활동으로 교사가 먼저 감사 편지를 보내는 등 ‘마음의 촌지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질적 촌지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교사로부터 시작하는 마음의 편지 및 문자 쓰기 운동을 하고 학생과 사회, 국민을 향해 변화의 메시지를 던져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사회로 나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새로운 교원상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시야를 학교 밖으로 넓히고, ‘1교사 1사회 공헌활동’ 등 사회참여 확대를 통해 교원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시켜 가야 하는 것이다. 이는 학교와 지역 사회와의 간극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스승존경 풍토 조성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사회봉사를 통해 나타나는 교사의 솔선수범하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 자연스럽게 학교 안에서 인성교육의 역할 모델로서 작용할 것이다. 교사 스스로 새로운 도덕과 공동체 의식, 세계시민의식을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는 노력을 다할 때 자연스럽게 국가와 사회가 교원의 자긍심을 세워주고 교권을 보호해야겠다는 인식의 전환이 가능할 것이다. 세계화 시대에 부응하는 진취적인 대한민국 교원상도 정립해 나가야 한다. 방학이나 연구년제를 통해 개발도상국 학생들에 대한 봉사활동으로 세계교육에 기여하고, 돌아와서는 그 경험을 살려 대한민국 교실을 세계 속의 교실로 만들어 가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미국의 평화봉사단처럼 가칭 ‘평화교육단’을 만들어 세계 여러 나라 교육현장의 봉사와 교육활동을 통해 대한민국 교육과 교원의 우수성을 우리 스스로 전파하고, 글로벌 역량을 구축해나가야 한다. 진취적 교원상 정립, 국민에게 감동 주는 교사 돼야 저는 지난 2013년 6월 교총회장을 연임하면서부터, 연구하는 교직상(象)을 확립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지속된 5・31 교육개혁의 수요자 중심의 정책기조로 인해 교직이 급속히 기능직화, 노동직화 되어가고 교원 스스로도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 전문직이라는 교직정체성을 명확히 확립하기 위해서이다. 이 시대의 교원은 지식의 소극적 전달자가 아닌 능동적 생산자, 탐구하는 전문직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교직이 전문직으로 인정받고 교원이 전문가로 우뚝 설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원 자신의 교육활동과 수업에 대한 체계적이고 반성적인 탐구를 통해 실천적 지식과 통찰력을 내면에 쌓으면서, 연구하는 교직문화를 확산해가야 한다. 가르침에 대해 스스로 연구하면서, 인성 등 학생의 전인적 성장에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는 주체적인 교원의 역할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교원의 위상을 제대로 세우고 교권을 굳건히 확립하는 정도(正道)이자, 가장 빠른 지름길일 것이다.
[한국교총 회장-현장교사 좌담회] • 좌담 참석자 I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 서정현 경기 성남 내정초 교사 이혜인 서울 신창중 교사, 이이찬 서울 삼성고 교사 • 일시 및 장소 I 2015년 6월 16일 한국교총 회장실 '새로운 교사상'은 무엇?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은 지난 34회 스승의 날 기념사에서 교원 스스로 자긍심과 교권을 높이 세우는 즉, 학교와 사회, 세계를 향한 새로운 교원상 정립운동을 제안했다. 국가와 사회가 교원을 공경하고 전문성을 존중하는 시대는 사실상 지나갔다는 점에서 정부 및 정치권, 사회에 기대어 교권을 지켜달라고 요구하기보다는 교원 스스로 주체가 되어 교권을 확립하자는 의미다. 이와 관련, 교원 스스로 새로운 교원상을 정립하고 교육과 교직의 본질적 가치를 지켜나감과 동시에 교권과 교육발전을 위해 교사들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를 논의해 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6월 16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한국교총 회장실에서 열린 현장교원 좌담회에는 안양옥 회장을 비롯해 서정현(38) 성남 내성초 교사, 이혜인(28) 서울 신창중 교사, 이이찬(46) 서울 삼성고 교사 등이 참석했다. 학교는 행정조직으로 전락...교사가 변혁의 주체 돼야 안양옥 | 요즘 많이 힘드시죠. 그 어느 때보다 교사의 역할, 교사의 존재감이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오늘 좌담회에 20~50대 교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만큼 각 세대를 대표하는 마음으로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면서 세계 속의 교실을 만드는 새로운 교사상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이이찬 |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교사가 교과 전문가로서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교육정책 실천가로서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이 둘이 조화를 이룰 때 우리 교육은 긍정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이혜인 | 교직 2년 차여서 교사상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못 해봤습니다. 다만 학교에서 배운 것과 실제 교육현장에서 교사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것을 느끼는 정도입니다. 안양옥 | 저도 20대 때 교사 생활을 했습니다. 당시엔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주위에서 미쳤다고 할 정도로 아이들하고 같이 생활을 했어요. 저는 교사가 아이들하고 하나가 되는 일체감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65일, 하루 24시간 아이들을 생각하고 그들의 고민은 무엇인지, 특성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교사는 일종의 ‘점쟁이’가 돼야 하는 것이죠. 또 교사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합니다. 다시 말해 학부모와 한마음이 되어, 동일한 교육관을 갖고 학생을 위한 공동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제가 ‘학사모일체운동(學師母一體運動)’을 주장한 바 있습니다. 서정현 | 최근 들어 교직사회가 급격히 무력해진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주변 동료나 후배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사실 학교에는 우수한 재원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는데 문제는 그들의 열정과 끼를 펼칠 데가 없다는 점이에요. 얼마 전 서울교대를 갔더니 행정고시 동아리가 생겼더라고요. 학교에서는 넘치는 실력을 풀 길이 없으니 교사보다는 직업 관료가 되는 게 낫다는 것입니다. 선배들 생활하는 걸 보니 답답하게 여겨졌던 모양입니다. 어쨌든 지금 교직사회는 교장, 교감으로의 승진 외에는 통로가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교사가) 거대한 국가 정책에 끌려 다니는 서비스 요원이 된 것 같다는 자괴감을 토로하는 분들이 주위에 많습니다. 안양옥 | 제가 안타깝게 여기는 부분이 바로 그 점입니다. 학교 가 교육기관이 아니라 교육행정기관이 돼 버렸다는 것입니다. 교사가 학생들의 특성을 파악해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기보다는 행정조직 요원처럼 생활하게 된 것이죠. 이제라도 ‘교사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학교는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합니다. 학교를 향한 사회의 요구는 거대한 쓰나미가 돼 몰려오고 있습니다. 과도한 체험교육은 득보다 실… 학생들 부담만 키운 건 아닌지 이이찬 | 한국 교육이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교사들의 열정과,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지금보다 더 좋은 교육을 해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교육에 매진한 결과가 아닐까요. 안양옥 |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나 시진핑 중국 주석은 한국 교사들을 국가 건설자인 ‘네이션 빌더’(Nation Builder)라고 칭송하고 우리의 존사(尊師) 정신을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는 오히려 교권 존중의 전통이 약화되고 교권이 무시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멀리 보면 5·31 교육개혁 이후 몰아닥친 수요자중심 정책기조와 단임 정부의 선언적이고 일회성의 형식적인 교원사기진작 대책, 그리고 정부의 의지 부족이 크게 작용하면서 대다수 훌륭하고 우수한 교원들이 교직에 대한 열정과 열의를 잃어버렸습니다. 교권 추락이라는 부정적 현상도 갈수록 심해졌고요. 사회 | 학교 안에서 교사의 위상이 갈수록 약화되는 모습입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안양옥 | 과도한 체험중심과 수요자중심 교육이 교사의 입지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나치게 체험교육을 강조하다 보니 교육을 학교가 아닌 외부 기관과 인력에 의존하고 그런 상황에서 교사들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죠. 방과후 교육도 결과적으로 교사를 (외부강사와) 비교 대상에 올려 신뢰를 흔드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이혜인 | 시대의 변화에 따라 학교 현장에서 요구되는 교육의 측면도 다양해지기 마련입니다. 지금처럼 교사 한 명에게 팔방미인적인 모습을 요구하는 것으로는 변화에 맞서기 어렵다고 봅니다. 안양옥 | 제 말씀은 모두를 교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무분별한 체험교육 과잉 현상을 지적한 것입니다. 교사는 교육의 주체여야지 방관자가 돼서는 안 됩니다. 또 체험교육이나 자유학기제 등이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워준다고 하지만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이고요. 법원으로 병원으로 아이들 보내서 판사 의사를 꿈 꾸게 하지만 실상 이것이 아이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이혜인 | 올해 처음으로 담임을 맡았는데 학부모들과의 관계가 가장 어렵습니다. 학부모님들의 요구를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아요. 안양옥 | 최근 메르스 사태 때 학교 휴업 여부를 학교장 자율에 맡겼더니 ‘휴업하라’는 학부모들의 요구가 빗발쳤잖아요. 학부모들이 학교 문을 닫아버리는 현상이 발생한 것입니다. 우리가 헐벗고 굶주릴 때도 학교 문은 열고 교육을 시켰는데 이제는 ‘내 자식 내가 가르칠 테니까 학교는 적당히 하고 보내라’ 뭐 이런 식이 된 것이죠. 그들에게 교권 확립을 요구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에 맞는 교사상 정립 시급 이이찬 | 그런 측면에서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에 맞는 교사상 정립이 시급하다고 보이는데 안 회장님께서 주창하신 ‘새로운 교사상’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안양옥 | 국가나 사회가 교원을 공경하고 전문성을 존중해주던 시대는 사실상 끝났습니다. 심지어 교사들을 단순한 기능인이나 직장인 취급을 하고 방학을 즐기는 유한 직종으로 여기는 시각도 있어요. 이런 잘못된 고정관념을 깨뜨리지 않는 한 교원 존경 풍토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교원을 존중해 달라며 사회나 정부에 호소하기 이전에 교원 스스로 교권을 지켜나가야 할 시기가 된 것이죠. 그간 잃어버렸던 ‘존사애제’(尊師愛弟)의 교원상을 교원 스스로의 손으로 새롭게 세워 실천해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원 스스로 연구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자기성찰과 사회공헌활동, 그리고 학교 안에 머무르기보다는 세계로 나아가는 진취적인 교원상을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교원이 변혁의 주체가 돼야 하는 것입니다. 서정현 | 그 말씀에 동감합니다. 교육은 창조적 가치를 추구하는 일이잖아요. 교사들이 용기를 갖고 사회적 편견과 한계에 도전하는 한편 우리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안양옥 | 교사는 굉장히 고통스러운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그에 상응하는 예우와 보상이 필요합니다. 우리 교사들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네이션빌더라며 칭송할 만큼 우수한 분들 아닙니까. 저는 우리가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교사들의 열정과 초등학교 의무교육 시행을 들고 싶습니다. 우수한 교사와 초등의무교육은 대한민국이 교육 강국이 될 수 있는 결정적 원동력이 됐습니다. 문맹에서 벗어나면서 지식이 발전하고 인성교육이 이뤄지기 시작한 것이죠. 지난 5월에 열린 세계교육포럼에서 많은 개발도상국가는 우리 교사들의 능력과 교육 시스템을 가장 부러워했습니다. 서정현 | 저 역시 한국의 교육열과 교사의 전문지식이 모여, 교육이 낙후된 지역과 멘토-멘티를 맺어 책임 있는 교육을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렇게 되면 세계화 시대에 교사로서의 자긍심과 자부심도 가질 수 있을 것 같고요. 안양옥 | 개발도상국에 학교를 지어주고 다리 놔주고 하는 게 원조가 아닙니다. 우리의 우수한 교사들이 해외로 나가 교육을 지원하는 것이 더 중요하죠. 또 세계로 뻗어 나가 교육한류를 전파하고 글로벌 인재를 키우기 위해 국제적인 안목을 가진 교사가 되자는 것이죠. 지난 5월 15일 스승의 날 기념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미국의 평화봉사단처럼 가칭 ‘평화교육단’을 만들어 세계 여러 나라 교육현장의 봉사와 교육활동을 통해 대한민국 교육과 교원의 우수성을 알리고 글로벌 역량을 구축해나가야 한다”고 말씀드렸죠. 박 대통령께서도 “외국 순방 때 현지에서 우리나라 교사를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며 일화를 말씀해주시더군요(스승의 날 기념식에서 안 회장의 교사 해외파견 주장이 나온 직후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개발도상국에 교사를 파견하는 국제개발협력사업(ODA) 계획을 발표했다). 사회 |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씩 부탁드립니다. 이혜인 | 교사의 가장 주된 업무인 수업보다 과도한 행정업무에 시달리는 현상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제 경우 행정업무를 하느라 일과 중 수업 준비를 못 해서 퇴근 후 수업 준비를 하는 날이 많습니다. 일과 후에도 쉬지를 못하니 스트레스가 쌓이고, 업무 만족도도 크게 떨어졌어요. 어떤 때는 ‘내가 정말 교육자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학교에 존재하는가’ 하는 회의에 빠질 때도 있어요. 교사가 수업과 생활지도에만 집중할 수 있을 때 교사의 자긍심도 살아날 거라고 봅니다. 이이찬 | 요즘 사제지간의 우정은 무너지고, 학생과 교사의 신뢰도 무너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학생들을 이해하고, 학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접근을 한다면 학생들도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올 것이며, 이러한 믿음이 쌓인다면 교사에 대한 신뢰감도 높아질 것입니다. 안양옥 | 대한민국 교사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집단입니다. 그들은 천부적 능력으로 한국교육의 원동력이 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사회와 정부, 그리고 잘못된 교육정책이 교사들의 의욕을 꺾고 우수한 인재들을 둔재로 만들고 있습니다. 미래의 대한민국이 기대할 것은 오직 교육뿐입니다. 이제라도 정부가 교원의 위상을 제대로 세우고 교권을 굳건히 확립하는 정도(正道)를 걸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합니다.
한국 사회는 20년 전 만들어진 ‘5・31 교육개혁안’의 한계에서 벗어나, 진화된 대한민국의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5월 30일 한국교총 회관에서 열린 ‘5・31 교육개혁 20주년 평가 세미나’에서는 정부주도의 교육개혁에 대한 평가와 분석을 통해 향후 대한민국 교육패러다임의 방향을 모색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단임 정부 성과주의가 빚은 톱다운식 교육개혁의 한계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은 이날 기조강연에서 “5・31 개혁은 세계화, 정보화의 무한경쟁 시대에 대비하고 한국 교육의 질적 성장을 추구한다는 명분 아래 신자유주의 해법을 교육에 적용한 정부 주도의 하향식 개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교원은 공급자, 학생・학부모는 수요자로 대별시킨 시장 경제적 접근으로, 교원의 책무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바람에 교원들의 자율적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 했다”며 한계를 지적했다. 안 회장은 5・31 교육개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 성과지향의 톱다운 방식 탈피 ▲ 초정권적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 교육정책 입안 때 반드시 국민대토론회 개최 및 교육구성원 참여 보장 ▲ 학생과 교원, 학부모가 같은 교육관을 형성하는 학사모일체(學師母一體) 운동 전개 ▲ 1교사 1사회 공헌활동 등 ‘새로운 교원상’정립을 제안했다. 기조강연 이후 안선회 중부대학교 교수,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수, 최의창 서울대학교 교수, 김성렬 경남대학교 교수가 차례로 주제 발표에 나섰다. 교육재정 GNP 5% 확보 성과 있지만 사교육비 증가 등 부작용 커 안선회 중부대 교수는 ‘5・31 교육개혁이 학교교육에 미친 영향’이란 주제 발표에서 ‘학교혁신을 위한 타당한 개혁정책과 학교내부의 구조와 문화, 교수학습을 위한 구체적이고 적합한 추진전략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5・31 교육개혁은 지방교육과 단위학교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증진시키고 교육의 다양화・특성화를 추진하는 성과가 있었지만 고등학교 서열화, 내신 경쟁심화, 교원의 사기 및 학생 지도력 약화 등의 문제점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교육개혁 정책과 관련, 안 교수는 교육재정 GNP 5% 확보, 선택교육과정 확대, 고교 다양화, 학생부 중심 대입제도 개선, 학교운영위원회 구성, 방과후교육 활동 확대, 인성・창의성 중심교육 등을 성공사례로 들었다. 그러나 교원평가제 도입을 계기로 교원의 사기와 열정 및 학생지도력을 약화시킨 점과 고교서열화 등 경쟁교육이 심화돼 사교육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은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998년 학생 1인당 월평균 6만 원이던 사교육비가 2014년 24.2만 원 수준으로 크게 오른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고 강조했다. 교육계에 대한 따끔한 지적도 내놓았다. 5・31 교육개혁이 교원을 개혁 대상으로 내몰았다는 교육계의 불만에 대해, “교원이 교육개혁의 주체는 맞지만 (교원이) 교육개혁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교원 스스로가 교육개혁의 대상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현실감이 없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어 “(교사에게) 책임교육이 강조되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국가 세금을 가지고 교육 하면서 (교사가)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건 당연하며, 책무성은 학교에 꼭 필요한 가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높은 교육열 원동력 삼아 교육개혁 판 새롭게 짜야 ‘학교교육 혁신의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두 번째 발표에 나선 광주교대 박남기 교수는 “교육이 특정 정파에 좌우되지 않도록 초정권적 국가교육위원회를 구성하고 학교혁신 의제 설정 때는 교육전문가인 교사에게 최종 결정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육의 경우 학생의 실력 향상을 위해 학교 현장에서 열정을 갖고 헌신하는 선생님이 바로 전문가”라며 “학생을 직접 상대하고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는 교사가 학교혁신 정책의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우리 국민의 높은 교육열과 학습열을 에너지원 삼아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홍익인간의 이념을 세계시민교육으로 재정립,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는 새로운 교육개혁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학부모의 교육열과 학생의 학습열을 잘 활용하면 교육개혁의 새로운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교육열과 학습열은 핵(核)과 같은 존재여서 한꺼번에 폭발하면 재앙이 되지만 이를 잘 제어하면 인류의 미래를 밝히는 에너지원처럼 교육개혁의 자양분이 된다”는 논리를 펴 주목을 끌었다. 그는 이어 우리의 교육이념인 홍익인간을 계승 발전시켜 세계시민교육의 가치로 삼아야한다고 주장했다. ‘홍익인간’을 우리 교육의 진정한 이념으로 부활시켜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을 구분 짓는 교육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고 가르치면서 성장하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박 교수는 5・31 교육개혁의 실패 요인으로 ▲ 정부가 교사를 공급자로, 학생은 수요자로 구분해 양자 간 갈등을 초래한 점과 ▲ 경기 불황으로 청년 일자리가 줄어든 것을 학교교육의 잘못으로 책임 전가한 점 ▲ 교육대통령을 표방하면서도 교육을 정책 우선순위에서 제외한 정부의 이중적 행태를 각각 예로 들었다. ‘교원을 개혁대상으로’ … 5・31 교육개혁 결정적 패착 교원정책에 포커스를 맞춘 최의창 서울대 교수는 교원정년단축과 교원평가 도입, 교원 잡무증가. 교권 추락 등 5・31 교육개혁이 교사들에게 미친 부정적 영향을 날카롭게 제기했다. 최 교수는 “5・31 교육개혁 이후 교원의 근무여건 및 복지가 향상된 측면이 있지만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전문성 신장 정책 부재로 교권 위상 하락 등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교원의 질을 높인다며 추진한 정년단축은 사실상 경제논리에 충실한 것이었고 각종 교원 연수 역시 교원들이 자질과 능력이 부족하다는‘결핍모형’에 기본을 둔 것이 대부분이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교원평가제 시행으로 교직사회는 경쟁적인 문화가 형성되고 평가 척도의 공정성 논란이 일면서 교원의 사기를 더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교원이 전문인으로 존경과 신뢰를 받지 못하고 학부모와 교원 간 ‘능동적 불신’이 증가하는 등 교권 실추를 초래한 것을 가장 큰 실책으로 평가했다. 5・31 교육개혁에서 드러난 교원정책의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최 교수는 ‘교사학습 공동체 활성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교사에게 주어지는 과도한 수업 부담과 행정업무 경감을 덜어주고 교사증원 및 행정보조요원을 확충하는 지원 방안을 통해 교직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교원평가 결과를 성과급에 연계하거나 교직 퇴출 기준으로 적용해서는 안 되며 교원 연수 역시 교원 스스로 전문성을 신장할 수 있는 기법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권확보와 관련해서는 교권보호법을 조속히 제정, 교권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최근 빈발하고 있는 교사에 대한 각종 폭력 행위에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필요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또 수업내용 편성권, 교재선택권, 성적평가권, 생활지도권, 징계권 등 교육활동과 관련된 학습권의 보호 영역을 법률적으로 구체화. 교사의 교육권을 확실히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교직경력 8~10년 차 중견교사들의 전문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둔 교직구조 재구조화를 통해 이들 연령대 교사들이 교직사회의 주축이 될 수 있는 다양한 트랙이 제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교장의 리더십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교장연수원’을 신설, 교장후보자들에 대한 교육 훈련을 실시하는 한편 교장 임용 때 교육경력 상향 및 현장 교육경력과 연구능력을 엄격히 평가하는 심사 기준 강화 방안도 제안했다. 학교자율성 높이고 학교장 리더십 등 역량 강화해야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김성렬 경남대 교수는 ‘학교 교육혁신을 위한 교육행정체계의 구축’이란 주제를 통해 학생들의 특성에 맞는 수업 프로그램 적용과 단위학교의 자율성 확대를 학교 혁신의 핵심 과제로 꼽았다. 김 교수는 “도전감 없는 쉬운 과제로 공부하면 학생들이 곧바로 싫증을 느낄 수 있고 너무 어려운 과제는 좌절감을 가지게 한다는 점에서 그들의 특성에 맞는 적합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교과 내용의 성격과 학습자의 특성에 적합한 다양한 교수방법을 활용하도록 해야 하며, 수업을 진행할 때 교과내용만을 잘 가르치려고 할 것이 아니라, 학습자를 인간으로서 존중하려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러면서 “교사는 지식의 전달자만이 아니라 코치로서, 상담자로서, 학습관리자로서, 참여자로서, 지도자로서, 학습자로서, 교과개발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어야 진정한 교육자”라고 강조했다. 학교장에 대해서는 리더십과 의사소통 능력을 길러 학교교육 혁신에 앞장서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학교장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 높은 비전 ▲ 끈질긴 노력 ▲ 학생에 대한 긍정적 기대 ▲ 교사의 역량강화 노력 ▲ 공동체문화 조성 ▲ 지역사회와 학부모 협력 촉진 ▲ 안전하고 질서 있는 환경 조성 ▲ 구성원 간 활발한 의사소통 지원 ▲ 학습시간 보장 ▲ 참여민주주의 실천 등을 각각 꼽았다. 시・도교육청과 단위학교의 자율역량 강화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단위학교가 교육행정기관으로부터 보다 확대된 자율성을 가질 때 학교단위의 교육혁신이 촉진되기 때문에 학교 중심의 자율경영체제를 구축해야 하며 교육행정기관이 가지고 있는 권한은 ‘적절하게’ 단위학교로 이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위학교의 자율역량강화를 위해서는 ▲학교장의 분명한 위상설정 ▲학교운영위원회 중심의 참여적 의사결정체제 구축 ▲단위평가와 투명한 학교정보 공개 등이 뒷받침 돼야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또 “학교 중심 자율경정체제는 학교단위 교육혁신의 시작이고 지속 가능한 조건”이라고 전제한 뒤 “이를 통해 교육수요자의 교육적 관심과 요구를 충족시켜 교육만족도를 높이는 데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방향의 총론은 ‘지식정보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융합 형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기반 마련 필요, 범교과 공통 기반의 핵심 역량 중심 교육과정, 학습자 체험 중심의 현장형 교육과정’ 등에 그 핵심이 모아진다. 또한 각론에서 이전까지의 교과별 시수가 정해지면 해당 시수에 맞춰 각 교과가 알아서 교육과정을 개발한 방식에서 벗어나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개정방향은 교과 교육과정이 교과 전문가들의 독점적 영역이 아니라 모두의 공동 관심 영역으로 전환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학습자들의 교과 간 연계성을 강화한 융합형 교육과정의 구성으로 필요한 부분이라 하겠다. 이런 총론, 각론에 따라 국어교과 측면의 개정 방향은 ‘범교과 공통 학습기반의 핵심 역량 함양을 위한 국어과 교육과정 구성, 학년(군)/교과목 간 내용 연계성 및 통합성이 강화된 국어과 교육과정 구성, 공통 교과와 선택 교과의 연계성 강화와 중복 지양, 교육과정에 대한 다양한 요구 수렴’ 등이다. 중학교 국어의 경우 자유학기제 등에 대비한 교육과정인 학습자 체험 중심의 현장형 교육과정의 시대적인 요구에 발을 맞추었다고 생각된다. 특히 총론의 핵심 역량인‘자기관리능력, 창의·융합 사고능력, 정보처리능력, 의사소통능력, 공동체의식, 심미적 감성능력’등의 국어교과 개정 방향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2015 국어 교육과정을 현실적으로 실현시키기 위한 몇 가지 선결 과제가 남아있다. 첫째, 개정된 국어 교육과정이 요구하는 학습량이 주어진 시간에 현실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적정한 분량인지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국어교과는 많은 학습량으로 인한 현장 교사들과 학생들의 고충이 많았다. 특히 중학교 국어의 경우 모든 교과의 도구 과목이라는 인식 아래 교사나 학생들이 주어진 학습량을 모두 소화하지 않은 경우 민원 제기 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물론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중학교 국어교과의 성취 기준 수 및 학습량의 경우는 시간 배당 기준 대비 80%의 내용으로 성취 기준을 설정하고 20%의 시수는 교사가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였다. 중학생인 7~9학년의 경우는 성취기준 수가 55개에서 개정의 51개로 4개가 줄었다. 그러나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단지 성취기준의 개수 증감을 중요시하는 것보다는 학생활동 중심의 국어수업에서 현실적인 학습량의 적정화에 관심이 많다. 특히 자유학기제의 본격적인 실시를 앞둔 중학교 대다수 국어교사는 현재 팀티칭 융합수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런 점에서 2015 개정 교육과정이 국어교사들의 교육과정의 자유로운 재구성을 통한 타 교과 간의 연계 및 통합 수업에서 학습량의 적정화가 큰 관심거리에 해당한다. 둘째, 국어교과 교육과정 개정이 소수의 핵심 원리와 이론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지 주목하고 싶다. 중학교 국어교과가 소수의 핵심 원리와 이론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경우 교사들의 학습에 대한 자율권은 확대되어 학생중심의 창의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수업이 가능하게 된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방향의 총론인 ‘지식정보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기반 마련 필요’를 중학교 국어교사들이 성취하기 위해서는 교수·학습법의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 된다. 셋째, 시대적인 요구인 창의·융합과 학습자 체험 중심의 국어 교육과정으로 개발되는지 주목 하고 싶다. 교육과정의 개발에서 현장의 요구를 최대한 고려해서 개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시대적인 요구도 있고, 지역 현장의 특수성도 포함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교육과정 개발과 교육현장과의 상호호응도를 높여 국어 교육과정의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넷째, 논술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어 교육과정이 이루어지는지 주목하고 싶다. 지금까지의 교육과정은 논술형을 집중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학습량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도 대부분의 교사들이 논술은 국어교과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이 남아있는 현실에서 이번 국어 교육과정의 개정은 ‘논술’이라는 분명한 명칭의 사용과 함께 학습의 중심 영역으로 국어교과에서 다루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이번 개정의 내용 중에 [부록 1] 2015 국어과 교육과정 개정 시안의 진한 글씨는 논술을 간접적으로 다루고는 있다. 바로 ‘주장하는 글(근거의 타당성과 풍부성)’이란 부분으로 논술을 다루고 있으나 이것은 다양한 종류의 글을 설명하는 방편으로 주장하는 글(논술)을 다루고 있어 형식과 내용보다는 현실의 최적성 부분에서 미흡할 수밖에 없다. 현재 중학생들은 평소에 논술경기대회, 논술형 평가 등을 통해 논술이라는 명칭에 익숙해 있다. 또한 모든 교과에서 서술, 논술형 평가 35% 이상을 출제하고 평가 방법에 따라 답안의 분량도 500자~1,000자 정도가 되고 있어 현장에서 논술의 중요도가 매우 높다. 고등학교에서도 마찬가지로 논술은 논술형 평가, 논술경시대회, 대입논술 등에서 매우 중요하다. 현재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논술 관련 조사에 의하면,초등학교 때 모든 학생들이 논술을 써본 적이 없다고 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2015 국어 교육과정에 ‘주장하는 글’과는 별도로 논술 작성법 등 현실적인 내용이 들어갔으면 한다. 다섯째, 학생들이 능동적, 창의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교육과정으로 개정됐는지 주목하고 싶다. 요즘의 국어 수업은 다양한 부분에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암기 위주의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현장 체험 등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여 맞춤형 학생중심 수업도 진행되고 있다. 교사와 학생들이 개념과 원리에 자신의 체험 등과 관련지어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탐구를 중시하는 국어 교육과정이 담겨야 한다. 여섯째,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재미있는 교과서가 될 수 있는지 주목하고 싶다. 어려운 한자어 등을 피하고 쉽고 간단한 것만을 교과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는 수긍할 수 없다. 그러나 소수의 핵심 원리를 제시하고 그것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학생 자신의 적성, 체험 등과 관련지어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게 재미있게 구성하는 것도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또한 중학생들의 평소 관심사를 폭 넓게 사례로 수용하여 교과서의 내용을 구성하되, 교과 간의 통합과 융합 등을 통한 재구성이 효율적으로 가능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필자의 사례에 의하면, 중학교 국어교과에 미술교과의 그림을 통합수업을 한 경우 많은 학생들이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재미있게 참여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특히 2015 국어 교육과정 총론이 ‘지식정보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기반 마련 필요’ 등 이라면 재미있는 교과서 구성을 위한 필요는 융합수업과 관련지어 더욱 증대되리라 생각한다. 요즘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을 교과서에 집중하게 하려면 교과서가 스마트폰보다 재미있어야 한다"라는 자조 섞인 말이 떠돈다. 단순한 그림 등을 통한 교과서의 시각적인 편집상의 변화보다는 학생 자신의 체험 등과 자연스럽게 관련 지을 수 있는 맞춤형 학습활동이 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이번의 개정이 ‘배움의 즐거움을 일깨워주는' 국어교과 교육과정으로 재탄생되기를 기원해 본다.
수학교과 핵심역량의 강조 교육과정의 변화는 교사들의 수업과 평가를 통해서 나타난다. 교실수업에서 교육과정의 구현을 위해 학생들이 왜 이 수업을 듣는지, 무엇을 가르치고 배울 것인지, 어떻게 가르치고 배울 것인지, 학생들의 배움의 넓이와 깊이에 따른 활발한 상호작용을 위해 교수·학습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지, 그리고 학생들에게 일어난 배움을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에 대해 교사들이 고민하고 나눌 수 있는 시간 확보와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학생들의 핵심 역량을 기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역량기반 교육과정은 그에 합당한 평가 방법을 요구한다. 사실상 교육과정의 성패가 어떤 방식의 평가가 제공될 수 있느냐의 여부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런 맥락에서 역량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 학생들의 다양한 학습경험과 역량, 잠재력을 평가하는 적합한 평가방법을 개발하여 적용할 때 역량기반 교육과정이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학습부담 경감 실현 학습부담 경감이 최근 여러 번의 교육과정 개정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강조되었던 것은 학교 현장에서 학습부담 경감을 체감하지 못한 이유라고 본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실제 내용을 삭제하여 다소 줄어든 느낌이 있지만 핵심성취 기준 진술로 성취기준의 개수를 줄이는 것은 실제 수업 장면에서 학습부담 경감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이번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학습부담 경감의 정도가 극히 미미하고, 이전에 삭제된 부분이 오히려 추가된 것도 있어서 학습부담 경감 의지가 제대로 실행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수학 교과역량을 강조하며 ‘수학교육을 통해 학습자가 길러야 할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능력’으로 문제해결, 추론, 창의·융합, 의사소통, 정보처리, 태도 및 실천을 선정했는데 이러한 것들이 의도한 대로 수학수업에서 구현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교과서는 너무 두껍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것을 모두 담으려면 얇은 수학교과서를 기대하는 것은 더욱 어려울 듯하다. 내용의 재구성을 말하기도 하지만 진도를 맞추기가 쉽지 않아 늘 조바심이 따라다닌다. 수학교과는 교육과정의 특성상 이전단계에서 결손이 생기면 다음단계의 학습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수포자’가 생기는 것이다. 게다가 수학과 교육과정은 이전단계의 ‘완전학습’을 전제로 현재단계를 진행하기 때문에 특히 수학의 진도가 빠른 우리나라 학생들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필자는 학습 부담 경감을 내용 감축과 연계성 강화, ‘평가상의 유의점’ 관점에서 교수·학습 방법 개선의 세 가지 방향에서 접근해 본다. 첫째, 내용 감축 차원에서 최대공약수와 최소공배수의 활용, 도수분포표에서의 자료의 평균, 원주각의 활용을 삭제한 것은 학습내용의 삭제이므로 당연히 학습부담의 경감을 가져올 것으로 본다. 그러나 방정식, 부등식, 함수에 대한 활용 관련 성취기준들을 삭제하는 대신 교수·학습상의 유의점에만 언급하는 것으로 학습부담이 경감된다고 보지 않는다. 그리고 어려운 활용문제가 학습부담을 가중시키고, 활용문제가 유형화되면서 유형 암기가 이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시중에 유행하고 있는 유형문제집을 의식해서 교육과정을 바꾼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주객이 전도된 듯한 생각이 든다. 또한 실생활 맥락에서의 유용성이라는 수학교과의 핵심역량 강조와도 상충되므로 실생활과 관련된 활용 성취기준 삭제는 제고되어야 한다. 연계성 강화와 관련하여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1학년에서 연이어 다루는 원기둥의 겉넓이와 부피를 중학교에서 다루도록 일원화한 것과 더불어 각기둥이나 각뿔의 관찰까지 포함되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중학교 2학년의 곱셈공식과 3학년의 인수분해 공식을 3학년으로 통합한 것은 내용의 연계상 바람직하나 4·4·3 단위의 편성시수를 생각할 때 3학년 학습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둘째,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은 내용 자체에도 있지만 평가 문항을 통한 난이도의 상승에서 기인하는 면도 있다. 이미 교육현장에서는 교육청 단위로 수학과 교육과정 및 진도계획표 그리고 출제문항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고, 교육과정을 벗어나는 학교시험에 대한 점검이 있어 왔으나 여전히 난이도에 따른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교육과정의 각 학년별, 영역별로 ‘평가상의 유의점’을 신설하여 교육과정을 벗어난 심화된 내용을 평가하지 않도록 안내하여 평가 문항의 범위와 수준을 제어함으로써, 실제적인 학습부담 경감을 실현하리라 본다. 또한 교육과정의 학습내용과 그것을 구현하고 있는 교과서개발 지침에 세부적인 내용을 추가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교사들의 교과서에 대한 높은 친밀감과 의존도를 고려할 때 교육과정의 수시 개정에 대한 현장교사의 피로도를 최소화하는 전략 중 하나는 교과서의 내용을 줄이는 것이다. 교과서가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것을 모두 담으려다보니 분량이 너무 많고 두꺼운 것이다. 교과서개발 지침에 학습부담 경감 방안을 명시함으로써 실제적인 경감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면, 학습내용의 기본적인 개념을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예제 문제에 따른 학습내용 숙달을 위한 문제가 거의 모든 교과서에서 4개씩 제시되고 있는데, 개념을 다지고 풀이과정에서 왜 그렇게 되는지를 생각해 볼 여지가 없이 기계적으로 4단계(?)의 문제를 풀게 된다. 따라서 문항 수를 2개로 줄이고 의사소통 또는 토론, 생각나누기 등을 통해 친구들과 함께 학습한 내용을 되짚어보는 활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교과서에 담긴 문항 수의 실질적인 감축을 통해 학습경감과 더불어 수학과 핵심역량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학습자의 정의적 측면 강조 PISA와 TIMSS와 같은 일련의 학업성취도 국제 비교 연구결과에서 보여주는 인지적 측면과 정의적 측면의 심각한 불일치는 수학교육 최대의 과제로 인식되고 있고 수학교육의 문제점을 이야기할 때 단골로 제시되는 자료이다. 이러한 결과는 너무 많은 지식을 오랜 시간 반복적으로 암기하게 하고 문제 풀이를 통해 시험을 준비하게 하며 시험이 끝나면 잊어버리는 학습을 하기 때문인 것이다. 정의적 영역의 성취를 높이려면 우선 수업이 바뀌어야 한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고 넣어주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배움의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수학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박사가 사랑한 수식’문명의 근원으로서 수학을 이야기한 ‘다큐 문명의 탄생’, 그리고 2차원, 3차원 세계에서 도형들의 이야기를 다룬 ‘플랫랜드’ 등의 영상 자료와 EBS MATH의 동영상 자료를 통하여 학생들의 수학교과에 대한 가치인식을 향상할 수 있을 것이다. 교사의 참여가 교육과정 성패의 핵심이다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이 아무리 잘 만들어져도 교육과정의 성패 여부는 학교 현장에서 교육과정을 구현하는 ‘교사’에게 달려있다. 교육과정을 받아들이고 현장에서 실천하는 교사들이 교육과정의 취지와 방향에 대해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속해서 양질의 실천에 주력할 수 있는 여건과 시간을 확보해주는 것이 교육과정 실현의 전제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교육현장의 참여와 합의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접근하여, 형식적인 절차로서 이루어지는 포럼이 아니라 현장교사들의 의견수렴 및 논의의 과정이 충실히 반영되어, 교육과정의 실천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교육과정이 아닌 신뢰와 실천 의지를 이끌어내는 교육과정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교육부는 ‘행복교육, 창의인재’라는 기조 하에 교육 정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시대의 흐름을 충실히 반영할 수 있는 미래 교육의 청사진을 만들기 위해 ‘개인 맞춤형 진로설계 지원’을 핵심 국정과제로 설정하였으며, 학생들이 자신의 꿈과 끼를 살려 소질과 적성에 맞추어 진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모델을 개발하여 정책을 펼쳐나가고 있다. 그 동안 학교 진로교육은 창의적체험활동 도입, ‘진로와 직업’ 선택 교과의 확산, 진로진학상담교사 배치 확대, 초・중・고 학교급별 진로교육 콘텐츠 및 프로그램 개발·보급·확산 등 진로교육 전반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하였다. 이러한 학교 진로교육 영역의 확대와 함께 현장의 학생・학부모・교사・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등 진로교육 수요층 확대는 ‘진로교육법’ 제정 요구로 이어져, 올해 5월 29일 진로교육법 제정안이 발의된 지 2년 만에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진로교육법 통과는 교육가족 모두에게 커다란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국가, 지자체, 학교가 공동체가 되어 개인 맞춤형 진로설계 지원 ‘진로교육법’은 학생에게 다양한 진로교육 기회를 제공하여 변화하는 직업세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최대한 실현하여 개인의 행복한 삶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진로교육법은 총칙, 초・중등학교의 진로교육, 대학의 진로교육, 지역사회의 진로교육 지원 등 총4장 제23조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총칙에는 진로교육의 목적, 주요 용어에 대한 정의, 기본방향,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와 진로교육 관련 현황 조사 등의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진로교육은 급변하는 세계에 대응할 수 있게 학생들의 진로개발역량 함양을 목표로 학생의 참여와 직업에 대한 체험을 바탕으로 하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협력과 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취약계층에 대한 진로교육 시책 마련을 위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의 의무를 부여하고, 학생의 발달단계 및 소질과 적성에 맞는 진로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 등의 기관에서 진로체험 제공을 의무화하고 있다. 제2장은 학교에서 직접적으로 실시하는 진로교육과 관련되는 사항으로 진로교육 목표와 성취기준 설정, 진로전담교사 및 지원 인력의 배치, 진로심시검사 실시, 진도상담 제공 및 진로교육 집중 학년・학기제 등 학교 진로교육 내실화를 위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진로교육의 구체적인 성취기준을 정함으로써 초・중・고 학교급별 진로교육의 계열성과 다양성을 확보하며, 초・중・고별 진로교육 교수・학습 내용 및 각종 콘텐츠 개발의 준거로 활용할 수 있다. 초・중・고 모든 학교에 진로전담교사가 배치됨으로써 학생들은 초등학교단계에서부터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진로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학생의 발달 단계에 맞는 진로심리검사가 이루어지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게 되어 학교・지역 간 차이로 발생하는 진로심리검사 불균형 해소의 계기가 마련되었다. 일과 중에도 진로상담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 학생의 진로상담권을 보장하고 진로상담의 수업시수 인정 근거를 마련하였다. 또한 다양한 형태의 진로체험을 수업으로 인정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지역사회 및 직업세계의 참여와 연계를 통하여 진로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하였고 진로교육 집중학년・학기제를 규정하여 중학교만이 아닌 초・중・고 모든 학교급에서 학기 또는 학년 단위로 실시할 수 있게 되었다. 제3장에서는 대학에서의 진로교육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현행 법령상 고등교육의 진로지도는 고등교육의 근거법이 되는 ‘고등교육법’보다는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 ‘직업교육훈련촉진법’ 및 ‘고용정책기본법’ 등 여타 직업교육 관련 법령 내 일부 조항에 포함되는 형태로 분산적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통일적이고 체계적인 고등교육 진로교육에 한계가 있었다. 진로교육에 있어서 기본법이 되는 ‘진로교육법’에서 고등교육 기관에 대한 진로교육을 규정함으로써 통일적이고 체계적인 진로교육 정책 추진 및 지원의 근거를 마련하였다. 또한 초등학교와 중학교 및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대학까지 진로교육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전 생애에 걸친 진로교육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제4장에는 초・중등학교와 대학 현장에서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규정하고 있다. 우선 진로교육 지원 시스템 관련 조항으로는 진로교육센터, 지역진로교육센터와 지역진로교육협의회 등의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진로교육센터는 국가수준의 진로교육지원기관으로서 진로교육목표 및 성취기준 개발, 국가진로정보망 구축 및 운영, 진로심리검사개발, 진로상담지원, 진로체험프로그램개발, 진로교원연수 및 진로교육 현황조사 등의 사항을 담당할 예정이며 아울러 시・도단위에서도 진로교육을 지원할 수 있는 지역진로교육지원센터를 설치・운영을 규정하여 지역단위의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진로교육이 내실있게 추진되기 어려우므로 교육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대학 및 지역사회단체 등이 참여하는 지역진로교육협의회를 구성・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였다. 또한 학부모 등의 학교 진로교육 참여를 활성화하여 진로교육에 대한 책임을 학교의 울타리를 넘어 학부모와 지역사회로 관심의 범위를 확대하고 사회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학생들에게 무료로 진로체험을 제공하는 진로체험기관 중 우수기관에 대해서 인증을 해주어 안전하고 수준 있는 진로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도록 하여 학교 현장의 진로체험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교사와 학생 등 일선 학교에서 손쉽게 진로 체험처를 찾아 볼 수 있도록 국가 등은 진로체험을 제공하는 기관에 정보 제공 시스템을 구축하고 체험처를 적극 발굴해야 하는 등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진로교육법’이 발효됨으로써 개인의 소질과 적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진로를 창의적으로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성숙한 민주시민으로서 행복한 삶을 준비할 수 있도록 다양하고 체계적으로 국가 및 지방수준에서 진로교육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다. 올바른 정착 위해 학부모, 교사, 지자체 적극 나서야 ‘진로교육법’이 시행되면 국가, 지방자치단체 나아가 학교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체계적이고 넓은 범위에서 진로교육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은 다양한 진로・직업 체험활동을 통해 스스로 자신의 흥미와 적성, 나아가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는 진로탐색활동이 보다 활성화될 것이다. 학부모가 참여할 수 있는 진로교육 및 연수 기회가 확대되고 자녀지도에 활용될 수 있는 진로교육 콘텐츠가 풍부하게 제공됨으로써 학생들의 진로교육에 학부모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이다. 학교의 측면에서도 학생들의 진로 및 진학지도를 할 수 있는 담당교사의 배치로 학생들의 진로상담 및 진로지도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학생들의 ‘꿈’과 ‘끼’를 체계적, 지속적 나아가 연속적으로 지도할 수 있음으로 학생들의 직업가치관 변화, 자아정체성 함양의 변화 등 진로선택함양 능력이 월등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나아가 진로교육법 시행 전후의 교육변화는 우리 사회 전반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진로교육이 정착되고 확산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예산, 인력 등의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동법의 취지를 이해하고 지원하는 방안 등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며, 교사, 학부모, 사회단체 등이 적극적으로 진로체험 데이터베이스 구축, 진로교육 인프라 확충 등을 위해 적극 참여하고 협력하도록 유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교육이 가진 힘은 매우 강력하다. 교실에서 시작된 씨앗이 자라,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나무가 되는 것이다. 교육부의 역할은 학생 개개인의 ‘꿈’과 ‘끼’라는 씨앗이 학교 현장에서 무럭무럭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진로교육이 교육정책의 구심점 역할을 하도록 발전시켜 나가고 능력중심사회를 구현해 나가는 원동력으로 이어지도록 내실 있는 정책을 추진하여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정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아갈 것이다.
복싱 격언 중 ‘넘어져 봐야 일어서는 법을 배운다’는 말이 있다. 패배와 실패에 굴복하지 말라는 의미다. 그러나 그녀는 ‘이기기 위해 복싱을 한다’고 말했다. 결코 좌절하지 않겠다는 당찬 각오다. 지킬과 하이드, 링 위에 오르면 달라지는 이중생활 낮엔 분필을 잡고 밤엔 권투 글러브를 끼는 여교사가 있다. 다이어트도 하고 호신술도 배울 겸 복싱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생활의 일부분이 됐다. 잽, 잽, 라이트 훅에 이어 왼손 어퍼컷까지. ‘쉭 쉭~’ 허공을 가르는 숨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여성복서 김밝음 교사(사진). 노력하지 않는 자에게 사각의 링은 가혹한 무대 일 뿐이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경험한 것일까. 그녀는 복싱을 가장 정직한 스포츠라고 정의했다. 땀 흘린 만큼 정직하게 실력으로 보상을 해준다는 것이다. 김 교사를 만나기 전, 찢어진 눈매, 다부진 어깨, 거친 주먹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맴돌았다. ‘권투하는 초등학교 여선생님’이란 부자연스런 이미지가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간 오후 3시, 부천심곡초등학교 4학년 4반 교실 문을 연 순간 감색 반팔 원피스 차림의 ‘앳된 선생님’이 일어섰다. 서울에서 부천까지 한 시간 동안 상상했던 ‘여성복서’는 그 자리에 없었다. 대뜸 주먹을 보자고 했다. 꽉 쥔 모양새가 다부져 보이기는 했지만 고운 손이었다. “손은 그대로 네요?”, “ 글러브끼고 하는 것이니까 거칠어 질 이유가 없어요.” “펀치는 센 편인가요?”, “전 인파이터예요. 스트레이트 연타가 특기죠.” “보기에는 평범한 여선생님인데요.”, “여긴 학교잖아요. 링에 오르면 달라져요. 호호” 그러고 보니 잠시 대화하는 동안 그녀의 눈동자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지난 2013년 겨울, 교원임용고시를 준비하던 그녀는 면접을 앞두고 권투 글러브를 처음 잡았다. 공부 스트레스도 풀고 면접에서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였다. 처음엔 그저 살이나 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막상 샌드백을 두들기다 보니 묘한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아마추어 복싱대회에 출전할 만큼 강한 파이터로 변신했다. 생활지도에서도 복싱 효과 '톡톡' “상대방 얼굴에 펀치가 꽂힐 때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죠. 죽을 만큼 힘들다가도 순간의 짜릿함에 글러브 끈을 다시 조이게 됩니다.” 김 교사는 매일 한 시간씩 복싱 도장에서 운동을 한다. 조만간 있게 될 아마추어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복싱의 성패는 체력. 줄넘기와 근력운동에 집중하는데 요즘 같은 날씨에는 땀을 비 오듯 쏟는다. “학교에 출근한 첫날, 복싱을 한다고 했더니 선배 선생님들이 엄청 놀라시더라고요. 친근한 운동도 아니고 여자가 하기에는 거친 면도 있어서겠죠. 무엇보다 얼굴 다칠까봐 걱정들 많이 하셨어요. 이제는 다들 응원해 주세요.” 여교사와 복서의 이중생활(?)이 때론 힘들지만 김 교사는 학생지도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자신이 가르치는 반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호신술을 가르치는 등 복싱을 응용한 실생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남자든 여자든 자기 몸을 스스로 지키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복싱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호신술을 알려줬더니 여학생들이 무척 좋아 하더군요. 자신감도 생기는 것 같았고요.” 그 뿐 아니다. 말썽 많은 개구쟁이들과의 기싸움에서도 복싱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학기 초에는 학생들이 선생님을 시험하곤 하잖아요. 하지만 제가 복싱을 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녀석들이 움찔하더라고요. 두 주먹 불끈 쥐고 섀도 모션(shadow motion)을보여주면 부러움 반 신기함 반으로 절 쳐다봐요.” 김 교사 반에서는 왕따나 학교폭력은 찾아볼 수 없다. 제법 덩치 큰 아이들도 그녀 앞에서는 얌전한 학생 일 뿐이다. 복서로서의 꿈? 교사로서의 꿈? ‘진정한 챔피언’ 복서로서의 꿈? 김 교사는 챔피언이 되는 것이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복싱을 그만두는 순간까지 챔피언을 향해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왜 챔피언이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이기고 싶어서" 라고 대답했다. 그녀의 속내를 다시 짚어봤다. “누구나 승리를 원한다, 그러나 모두 승리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패배는 실패인가?” “그 뜻이 아닙니다. 어떤 난관에도 굴하지 않는 도전정신을 보여주고 싶어요. 학생들에게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 제가 챔피언에 도전하는 이유입니다.” 그녀가 필리핀의 복싱영웅 파퀴아오 선수를 존경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빈민가에서 태어나 피땀 어린 노력으로 세계 챔피언을 여덟 체급이나 석권한 그에게서 ‘노력하면 반드시 이뤄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았다는 것이다. 교사로서의 꿈은 무엇일까? “학생들이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사실 초등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 체육입니다. 하지만 체육수업은 일주일에 고작 2~3시간에 불과해 우천으로 야외 수업이 취소되면 아이들이 얼마나 서운해 하는지 몰라요. 에너지는 넘치는데 체육활동은 못하고…. 하루에 5분이라도 매일 매일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했다. 교직 2년차 새내기 교사이지만 남은 교직생활 동안 ‘행복한 교육, 행복한 학생'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진정한 챔피언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교육벌 : 스스로 만들고, 지키며 책임감 키우기 묵호중은 학교생활규정 개정을 위한 간담회가 수시로 열린다. 간담회에서 학생대표들은 학부모와 교사와 마주한 자리에서 재미있는 수업, 행복한 수업을 위해 자성(自省)의 일환으로 교육벌을 제안한다. 수업을 방해하면 스스로 벌을 달게 받겠다는 약속을 한다. 충분한 논의과정을 거쳐 지난해보다 업그레이드된 안을 내놓는다. 이 제안에 따라 수업을 방해한 학생은 방과 후에 자신이 받을 벌의 종류를 선택하고 최선을 다해 이를 실행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아이들이 가장 쑥스러워 한다는 벌은 원어민 선생님과 프리토킹, ‘사랑 합니다’라고 말해요 등이고, 태극기 닦기처럼 나라사랑의 마음을 키우는 벌에서부터 창의력을 자극하는 유형의 벌도 있다. 사물의 새로운 용도를 30가지 쓰세요와 같은 방식이다. 이 같은 벌을 경험한 학생들은 다른 친구들이 수업을 방해하면 자신이 느꼈던 곤란함을 들려주며 제지하는 등 든든한 ‘수업도우미’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표-1]) 학생부장은 “욕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 30가지를 적으면서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하고 싸운 아이들이 함께 도미노 쌓기를 하면서 화해를 하거나 협동심을 키우게 된다”면서“‘이게 벌이야’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벌 받는 학생들이 차라리 맞는 게 낫겠다고 할 정도니 체벌보다 확실한 벌이다. 또 수십 가지 항목 중에서 자신이 선택해 벌을 받기에 아이들의 불만도 없다. 그래서 선생님들과 반목도 없다. 이보다 더 특별한 벌이 있을까 여겨질 만큼 영양만점, 효과만점인 셈이다. 게시판은 소통의 장 : 하복 반바지도 "오케이!" ‘학생의 소리’라는 게시판도 흥미롭다. 처음엔 ‘남녀공학을 만들어주세요’ 같은 장난스런 요구도 많았지만 ‘진지하게’ 답변을 달아주니 아이들도 진지해 졌다. 게시판 요구 중에서 가장 많았던 것은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 액세서리 착용, 교복과 체육복 반바지 착용 등의 요구였고 대부분 받아들여졌다. 교복도 원하면 반바지로 입을 수 있고, 학생들의 희망으로 삼겹살도 점심 메뉴에 추가됐다. 들어주기 어려운 요구도 충실하게 답변을 달아 준다. 박병태 교장은 “복장이나 두발 문제로 교사와 학생이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소모일 뿐”이라고 쿨(!)하게 정리한다. 게시판이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 것은 교장선생님의 민주적 리더십에 힘입은 바 크다고 학생과 교사들은 입을 모은다. 자생적 동아리와 학교폭력 잡는 '피스메이커' 2013년 10개에 불과했던 자생동아리가 이제는 밀리터리 모형 조립반, 개그 동아리반, UCC 제작 동아리반, 프로그래밍반 등 21개의 자생동아리와 9개의 교사 주도 동아리로 확대됐다. 이들의 활동모습은 UCC로 만들어져 축제의 시작 프로그램으로 활용,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동아리활동은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이 서로 공감하고 소통하는 가운데 학교생활 만족도까지 높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주향숙 교감은 “지역 특성상 1년정도 근무하고 강릉으로 전근이 많아 교사중심 동아리는 지속성이 떨어지는 약점이 있었다”면서 “학생들이 동아리를 조직하고 교사를 위촉하는 형식으로 운영하니 훨씬 활기가 넘친다”고 말했다. 이동수 학생부장도 “처음엔 저도 잘 모르는 ‘플로어볼’이라는 동아리를 아이들이 맡아 달라고 해 힘들기도 했지만 좋은 자극이 됐다”고 덧붙였다.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교사라도 아리지도를 맡아 여행코스를 만들고 안전 등을 살피는 지원을 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피스메이커’ 역시 자생동아리의 하나다. 어떤 방법으로도 잘 되지 않던 학교폭력이나 왕따 등의 문제들이 묵호중에서 사라진 데는 이 학생들의 역할이 컸다. ‘피스메이커’는 전 학년 각 반에 한두 명씩 있으며, 학생자치회에서 추천하거나 자원하면 심사를 거쳐 선출된다. 이 중에는 속칭 문제아였던 학생들도 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 ‘피스메이커’는 모든 아이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왕따 당하는 아이가 없도록 도와준다. 삼위일체로 학교변화 이끈 학생, 교사와 학부모 박 교장은 “묵호중학교의 이런 변화는 지금은 졸업한 한 학생의 의견에서 시작됐다”며 학교를 변화시킨 모든 공을 학생들의 공으로 돌렸다. 하지만 정말 그렇기만 한 것일까. 학생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소통하는 교장선생님의 민주적 리더십이 없었다면, 3D 업종이라며 꺼리는 학생부장을 5년째 맡아 아이들을 이끌어주는 교사가 없었다면, 전근이 많은 지역 특성에도 불구하고 전입 교사들이 학교의 방침대로 연수 등에 잘 참여할 수 있도록 살피는 교감선생님이 없었다면, 학부모들이 학교의 교육방침에 깊이 공감하며 함께 노력하지 않았다면, 오늘의 묵호중을 이루어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이들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교육벌 도미노 쌓기와 퍼즐 맞추기처럼 한 조각이라도 빠지거나 아귀가 맞지 않으면, 즐겁고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내지는 못했을 테니 말이다. 거창한 인성교육을 표방하지 않아도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가 신뢰하고 존중하는 문화 속에서, 그렇게 인성은 아이들의 마음에 자생적으로 자라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