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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령고 제64회 졸업식이 2월 14일(금) 오전 10시 30분 실시됐다. 이번 졸업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확산 우려로 교내 3원방송시스템을 통해각 교실에서 조촐하게 진행됐다. 심관수 이사장님을 비롯하여 김영화 교장 선생님, 유택순 교감 선생님, 그리고 전 교직원들이참석한 가운데 296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졸업생 296명을 대표하여 박병규 총학생회장이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졸업장을 받았으며 재학생과 졸업생 간에 송사와 답사 낭독이 있었다. 이어 3학년 담임 선생님들께는 감사의 꽃다발 증정과 졸업생들의 3년간 학교생활을 담은 동영상 상영도 있었다. 이날 졸업식에서는 이사장상, 교육감상, 총동문회장상, 재경동문회장상, 도지사상, 국회의원상, 육군참모총장상을 각각 수여하고 장학금도 전달했다. 이번 졸업식에서 김영화 교장 선생님은 축사를 통해 3년간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에게 격려와 고마움을 표시했으며 불철주야 뒷바라지를 하느라 고생하신 학부모님들께도 노고를 치하했다. 또한 학교 발전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은 동문 및 학부모님들께도 감사를 표했다. 졸업생들에게는 모교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사람이 될 것,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사람이 될 것, 매사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춘 사람이 될 것을 당부했다. 이어 심관수 이사장님께서는 졸업식 축사에서 두 가지를 당부했다. 첫째, 은혜에 보답할 줄 아는 사람다운 사람이 될 것. 둘째, 항상 공부하고 늘 깨어있는 사람이 될 것을 강조했다. 특히 졸업생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엄청난 변화와 수많은 지식과 정보 속에서 살아가야 하므로 끊임없이 공부하고 독서하고 또 부지런할 것을 당부했다. 이 밖에도 많은 분들이 전화와 문자로 졸업을 맞이한 학생들에게 아낌없는 축하와 격려를 보냈다. 이번 졸업식은 예년과 달리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위해 기념사진도 포토존 지역에서만 촬영할 수 있도록 배려했으며, 참석한 학부모님들 또한 마스크를 착용하고 내교했다.
서령고에서 30년넘게 근무하시던 김용호(역사), 한춘우(프랑스어), 조도형(지리) 선생님께서 퇴임하셨다. 세 분선생님의 퇴임식은2월 13일(목) 오전 송파수련관에서 조촐하면서도 엄숙하게 거행되었다. 세 분의선생님께서는 봉직하시는 동안 교육자의 본분이 무엇인지 잊지 않고 몸소 행동으로 보여주셨다. 이번에 명예로운 퇴임을 맞이하신 세 분 선생님의 앞날에 무궁한 영광이 함께 하길 빌며, 전 교직원과 학생들은 학교를 떠나시는 선생님들을 열렬한 박수로 환송했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이 ‘2020 계약제교원 운영지침’을 개정·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기간제 교사의 처우를 개선하고 보직교사와 곤란한 업무 등 맡기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서울교육청의 이 운영지침은 전국 각 시도 교육청에서 준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러한 지침이 단위 학교 경영자인 학교장의 인사권을 제한하고, 정규 교사들의 역차별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올해부터 공·사립 학교에 근무하는 기간제 교사들은 담임 업무, 학교 특성화 업무, 학교폭력대책 업무 등 책임이 무거운 보직교사를 억지로 떠맡지 않아도 된다. 2019학년도에 서울교육청 관내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 52명이 보직교사를 맡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적으로 전국 기간제 교사 가운데 담임교사 비율은 2015년 42.4%에서 2019년 49.9%로 늘었다. 지난 해 서울의 경우, 보직교사 52명 중 절반에 달하는 25명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업무를 담당하는 생활지도부장직을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폭위 업무의 경우 학부모 민원이 많고 당사자 간 분쟁도 잦아 대다수의 교사들이 맡기를 꺼리는 일이다.금학년도부터 중대한 학폭위 업무와 회의 개최 등이 교육청(교육지원청)에 이관됐지만 여전히 학폭위 업무는 일선 학교 교사들이 맡기를 꺼리는 격무 업무다. 서울교육청이 이번에 ‘2020 계약제교원 운영지침’을 개정·발표한 것은 일선 학교에서 정규직 교사에 비해 기간제 교사에게 불리하게 업무를 배정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에 따라 학급 담임도 정규직 교사가 우선 맡도록 하되, 불가피하게 기간제 교사에게 맡기는 경우는 본인이 희망하거나 최소 2년 이상의 교육경력을 가지고 1년 이상 계약된 교사에 한해 허용키로 했다. 2020학년도부터 기간제 교사의 처우도 개선된다. 기존 공무원과 교육공무직 직원에게만 허용됐던 육아휴직을 기간제 교사에게도 부여할 수 있게 됐다.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가진 기간제 교사는 자녀 1명에 대해 최대 1년의 육아휴직 신청이 가능해진다. 공무원, 사립학교 교직원, 교육공무직원, 계약직(기간제) 교원 등이 형평을 이루게 된 것이다. 또한 기간제 교사 채용 시 공고(공채) 기준도 ‘계약 기간 3개월 이상’에서 ‘계약 기간 6개월 이상’으로 완화했다. 재계약이나 계약 연장을 위해 기간제 교사가 3만~5만원의 비용을 들여 제출해야 했던 공무원채용신체검사서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결과통보서로 대체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정규교사에게만 허용되던 1급 자격연수를 기간제 교사도 받을 수 있게 된다. 연수 이수 후 1급 정교사 자격 취득에 따른 호봉 승급도 가능하다. 하지만, 명예퇴직 급증 등으로 교사 부족 및 업무 과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기간제 교사 우대가 현실적인 효과를 거두기는 제한이 따른다. 우리가 계약제(기간제) 교사 우대책에서 고려해야 할 것이 정규 교사와의 형평성이다. 그리고 정규 교원 확보를 위한 순환적 체제 구축이다. 즉 기간제 교사 우대로 정규 교사들이 역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 특히 단위 학교 경영자인 학교장의 인사권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 현재 기간제 교사들은 보수 등 임금면에서 정규 교사들과 별 차별이 없이 지급받는다. 대체로 일선 학교에서는 기간제 교사들에게 담임, 격무 업무를 배정하지 않는다. 다만 ㄷ나위 학교 사정 상 부득이 한 경우 담임, 보직, 학폭위 업무 등을 기간제 교사에게 분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소정의 수당, 가산점 등을 정규 교사와 차별 없이 부여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단위 학교 실정을 가장 잘 알고 학교 경영을 하는 학교장이 충분히 고려하여 업무와 담임, 보직 등을 분장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는 교육 자치와 분권화, 자율화 등과도 일맥상통하는 행정이다. 가령, 정규 교사 중에도 질병, 출산 등으로 담임과 보직 등을 담당할 수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번 지침이 일괄적으로 ‘기간제 교사에게는 격무, 담임, 보직 등을 부여해선 안 된다’는 하달 행정으로 인식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아무리 기간제 교사의 처우를 개선하고 우대한다고 해도 정규 교사의 옥상옥이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기간제 교사는 1-2개월, 3-5개월, 6개월, 1년 등 학교의 결원에 따라 계약 기간이 천차만별이다. 이를 교육청의 행정지침으로 규제하는 것은 무리다. 각 단위 학교 학교장이 법령과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의 지침 등에 따르되, 각 학교의 실정에 따라 기간제 교사의 업무, 인사 등을 관장토록 자율성을 강화하는 게 순리이다. 현실적으로 학교장들은 기간제 교사에게 격무, 담임, 보직 등을 맡기지 않고 정규 교사들이 맡으면 오히려 편하고 걱정이 적다. 하지만, 학교마다 그러한 형편이 안 되니까 기간제 교사들에게도 격무, 담임, 보직 등을 분장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요즈음 학교에서 학생들을 볼 때마다 감정이입을 해 보고자 노력한다. 물론 직접 당사자가 아니기에 피상적일 수밖에 없지만 각종 고민과 불안, 두려움에 살아가는 학생들이 측은하고 미안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늘 가슴속에 부채를 안고 사는 기분이다. 과거엔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거친 언어에 지도교사의 입장만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배움이 약한 그들을 탓하며 이맛살을 찌뿌리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상황에 따른 새로워진 인식 때문이다. “그래, 얼마나 힘들면 욕이라도 하면서 커야 할까. 다 못난 어른들이 너희를 힘들게 하니 입으로라도 스트레스를 풀어야겠지. 이해한다. 그리고 미안하다.” 내면의 소리는 이렇게 바뀌어 간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신중해진다. 삶의 태도가 바뀌어 가는 것이 그 단적인 예다. 자기중심적인 굴레를 벗고 주변의 약자들에 관심과 이해가 깊어진다. 그 바탕에는 ‘역지사지’의 마음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학교현장에서 현 직책의 버거움이 가져다주는 사고의 확장 때문이기도 하다. 학교 업무에서 교감이 관여하지 않는 것은 거의 없다. 모든 것이 교감의 중재가 필요하고 관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머릿속 모든 영역이 서로 촘촘히 연계되어 간다. 학교 안의 구성원들-학생, 교사, 학부모 그리고 일반직 종사자- 모두가 주목의 대상이다. 교사의 힘겨운 일상과 학부모의 걱정스러운 표정, 일반직 직원의 행정업무에 지친 모습, 이 모든 것이 눈에 다가온다. 그렇지만 학생들의 지치고 힘겨운 모습, 그들의 심리적 불안과 고민에 견줄 수 있을까. 필자에게는 이제 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다. 학생 A군, 늘 식당 옆 빈터에 앉아 고민에 찬 모습이었다. 어느 날,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요즘 학교생활이 어때? 많이 힘들지?” 그 말 한마디에 눈물이 핑 도는지 눈시울이 붉어진다. “예, 통학 시간이 너무 길어서 고민이에요. 아침에 1시간 넘는 긴 시간이거든요.” “그렇구나. 아침에 잠이 많이 부족하겠구나. 학교에서는 잘 지내?” “예, 학교가 생각보다 좋아요. 친구들도 착하고 무엇보다 선생님들이 저희를 존중해주니 좋아요.” “그래? 힘들어도 참고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올 거야.” “예, 그래서 전학을 포기하고 여기서 좋은 대학에 가려고요. (…) 오늘 여러 가지 말씀 감사해요. 열심히 해서 이 학교를 빛내는 학생이 될게요.” “그래. 고맙다. 너는 꼭 성공할 것 같구나. 마음이 든든하다. 힘들 땐 교감샘을 찾아 오거라.” “예, 감사합니다. 열심히 할게요.” 그는 20지망으로 공동학군인 본교에 배정받은 신입생이었다. 또 다른 학생 B군. 개인적 안면이 있어선지 어느 날 고민을 실토했다. “교감 선생님, 저는 수시로 대학에 가려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교과를 선택해 공부할 수 있어 좋기는 하지만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많이 몰려서 고민예요. 내신이 좋아야 서울권 전문대학도 갈 수가 있거든요. 저는 전문대학을 가서 빨리 취직해 부모님을 돕고 싶어요. 어떻게 해야지요?” 고교학점제 운영에 따라 학생에게 교과 선택권을 주는 것에도 이렇게 고민을 하는 학생들이 많다. 선택자가 많으면 많아서 또 적으면 적어서 모두가 고민이다. 즐겁게 공부하고 배우도록 그들에게 쉽게 길을 내주지 못한다. 모두가 성적 때문이다. 이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 다소 버거운 아이, 모두가 공통된 현상이다. 그러니 학생이 진심으로 하고 싶은 과목을 선택해서 공부하라고 지도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게 대학진학에 매달려 고민하며 살아가는 요즈음의 아이들이다. 최근에 정부는 정시 확대를 골격으로 또 다시 변경된 대입 전형을 발표했다. 실험실의 대상인 양 늘 어른들의 변심 속에 장단을 맞추며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횡포를 부려도 되는지 그저 미안하고 답답할 뿐이다. 십대의 삶이 불안정하여 고민이 많은 그들에게 어른으로서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고통만 안겨주는 것에 속죄하고 싶은 것은 어제 오늘의 시간만은 아니다. 학생들이여, 정말 미안하다. 할 말이 이것뿐이라 더 미안하다.
2월. 인사 발령과 업무분장으로 마음이 싱숭생숭해져요. 새 학기에는 어떤 학년을 맡을지, 어떤 업무를 하게 될지, 어떤 아이와 어떤 학부모를 만나게 될지. 세상은 온통 알 수 없는 ‘어떤’으로 가득채워지니까요. 설레고 기대된다면 좋겠지만 우리들은 알 수 없는 무언가와 누군가에게 두려움의 색깔을 덧씌우기도 해요. 그래서 설레는 마음보다는 걱정되고 두려운 마음이 더 크게 자리잡기도 해요. 얼마 전, 새 학교로 발령을 받으시는 선생님과 답답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아~ 이번에 옮기는 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하라고 해요. 자리가 그것 밖에 없대요.” “3학년 괜찮지 않아요? 그래도 완전 저학년도 아니고 괜찮을 것 같기도 한데…….” “3학년은 괜찮은데, 그 학년에 아주 막무가내인 학부모가 있대요. 작년에 민원이 엄청 많아서 동학년 선생님들이 두 손 두 발 다 들었대요.” “아~ 그래서 3학년이 비어있었나보네요. 참 답답한 일이네요.” 새 학교로 옮길 때, 가장 큰 단점은 안 좋은 학년, 안 좋은 업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에요. 기득권이 없으니까요. 학교를 옮기시는 선생님들도 막막하지만 기존에 근무하던 선생님들도 다크호스(?)를 만나게 될 가능성이 있어요. 그래서 마냥 안심하고 있기도 어렵지요. 반 배정을 잘 해놓은 것 같았는데도 은근히 시너지가 일어나는 아이들이 한데 모여서 학급을 운영하기 어려운 경우도 우리는 종종 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누구에게나 새 학기를 준비하는 2월은 걱정되는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에요. 우리는 왜 그렇게 걱정하게 되는 것일까요? 어쩌면 통제 불가능한 막연함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의 통제권을 벗어난 인사와 업무분장. 어떤 학생과 학부모를 만날지 모르는 막연한 두려움. 거기에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늘어나는 막무가내인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기억. 시간의 흔적만큼 켜켜이 쌓인 기억은 자라보고 놀란 가슴을 솥뚜껑만 보고도 놀라게 만들기 충분하니까요. 그래서 설렘으로 가득차도 아까운 2월을 걱정하느라 답답한 마음으로 보내는지도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 2월을 무난하게 보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새 학기를 산뜻한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을까요? 고민을 해요. 걱정을 떨쳐버리는 일은 막연함을 걷어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할거예요. 막연함의 정반대, 명확함을 통해서 우리는 막연함으로부터 오는 두려움을 막을 수 있어요. 우리 앞에 어떤 상황이 놓여 있는지 하나씩 구체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하면 눈덩이처럼 불어났던 두려움도 봄볕에 눈 녹듯 사라지지 않을까요? 업무가 부담이 된다면 인수인계를 잘 받아놓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하나씩 차근차근 준비하면 돼요. 힘은 들겠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제대로 알고 있다면 일에만 집중하면 되니까요. 민원을 남발하는 학부모가 있는 학년을 맡았다면 학부모를 대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고민을 해야 해요. 선생님의 말에꼬투리를 잡는지, 교육과정 운영에 대해 민원을 넣는지, 아이들과의 갈등 사항에 피해의식을 가지고 감정소모를 하는지. 여러 모습을 파악한 다음 어떻게 하면 합리적으로 그런 학부모를 대할 수 있을지 대책을 세워보는 것도 좋고요. 혹시 알아요? 그렇게 대비했는데, ‘뽑기’를 잘 해서 피할 수 있을지 말이지요. 두렵고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어요. 내일 걱정은 내일 모레 하라는 말도 있지만 내일 걱정은 지금부터 시작하는 게 사람 마음이니까요. 걱정이 다가오면 그냥 걱정 하세요. 하지만, 걱정을 하는 마음 한편에 상황을 명료하게 보려는 마음도 함께 가져야 할 것 같아요. 명료하게 하나씩 하나씩 구체적으로 생각하다보면 막연함 때문에 오는 더 큰 걱정은 피할 수 있게 되니까요. 새 학기는 아직 오지 않았어요. 우리는 지금, 준비를 하고 있을 뿐이에요. 새 학기 걱정은 새학기에 해 보면 어떨까요? 떨고 있기 보다는 떨리는 마음이라면 새 학기에도 충분히 괜찮을 수 있을테니까요. 우리들의 새 학기가 조금 더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남은 2월 힘내세요. --------------------------------------------------------------------------------------------------------------- 본지는 새 학기를 맞아 이진혁 교사의 ‘선생님도 쉬는 시간’을 연재한다. 힐러(healer)로 나선 이 교사는 누구에게 마음 편히 털어놓을 수 없는 고충과 스트레스에 공감하고, 교사로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힐링 편지’를 전한다. 총 교육 경력 18년 차인 이진혁 교사는 경기 구룡초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연년생 아들 형제의 아빠이기도 한 그는 『아들을 잘 키운다는 것』, 『초등 아들 첫 습관의 힘』을 펴낸 작가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교사들이 겪는 고충과 스트레스에 공감하고 위로하는 강연에 나서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2개월 간 미뤄진 경기교총과 도교육청 간 단체교섭 합의식에 대한 논의가 재개됐다. 경기교총이 관내 교원에게 시급히 필요하다고 여기는 ‘여행자 공제사업’ 도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경기교총 백정한 회장은 경기교총 회장실에서 가진 도교육청 이재정 교육감과의 신년간담회에서 이달 말 단체교섭 합의식 개최를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11일 교섭합의식 당일에 이 교육감의 일방적 서명 거부로 교섭이 결렬된 이후 2개월 만이다. 경기교총은 교섭합의식 당일 교육감의 서명 거부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강하게 반발해왔다. “이런 일은 교섭 30년 역사상 처음”이라며 성명을 발표하고 기자회견도 열었다. 이날 다시 마주앉은 백 회장과 이 교육감은 ‘코로나19 사태’로 국민적 불안이 가중되는 등 국가적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발 빠르게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단체교섭을 조속히 마치고 힘을 합치자는 뜻을 모았다. 학생교육을 위해 서로 한발씩 양보하는 ‘교육적 해결’을 보인 것이다. 특히 이 교육감은 “지난해 말 교섭합의가 원활히 진행되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며 “교섭합의식 진행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몸을 낮춰 합의식 논의가 재개됐다. 그 어느 때보다 학교 안전이 강조되는 요즘, 그 시발점이나 다름없는 경기도학교안전공제회 여행자 공제사업의 사업 시행 여부가 걸려있는 교섭이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합의식 논의 재개에 큰 요인으로 작용됐다. 경기교총 회장단이 경기학교안전공제회의 여행자 공제사업의 조속한 시행을 재차 강조하자 이 교육감은 즉시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그는 “경기학교안전공제회의 여행자 공제사업은 학생안전과 관련된 문제이기에 시행방안을 마련하도록 관련 부서에 지시하겠다”고 답변한 뒤 배석한 담당 국장에게 빠른 시행을 주문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행자 공제사업은 학교가 수학여행이나 체험학습 등 외부활동 시 학교안전공제회가 대형보험사로 하여금 편하고 안전한 여행자보험 상품을 제공하도록 대행해주는 것으로, 학교와 교원의 부담을 대폭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학교에서 수학여행, 체험학습 등 학생의 외부활동 시 반드시 여행자보험을 들도록 규정됐지만, 이에 대한 대책이 전무해 교원이 미성년 학생에게 사설 여행자보험을 대신 가입시켜야 했다. 이는 곧 교원들의 교육력을 앗아갈 만큼 어려운 업무가 됐다. 교원들이 법적 보호자 대신 미성년 신분의 학생에게 보험가입을 대행하려면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따라야 했기 때문이다. 학생 생년월일, 주민등록번호를 파악해야 하고 이에 대해 학부모 동의도 구해야 한다. 외부활동 후 정확한 인원 등을 기입해 사후 정산까지 하는 등 교육에 전념해야 할 교원들이 보험 업무에 시간을 더 빼앗기는 일이 발생됐다. 물론 민간사단법인이 운용하는 여행자보험 상품을 이용하면 편리하지만, 상품을 판매하던 법인과 이사장은 지난해 의정부지방법원으로부터 유사수신행위로 각각 벌금 1000만 원과 징역 6월(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 받았다. 형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학교 측은 이 기관을 통해 상품을 구입하기가 꺼려진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경기교총은 2017년부터 서울에서 시행되고 있는 여행자 공제사업에 주목하고 이를 도입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직접 사업 설명을 들은 뒤 타 시·도에서의 도입 가능여부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마친 경기교총은 지난해 10월말 도교육청에 긴급 추가 교섭요구안으로 제출했다. 경기교총 회장단은 “늦은 감은 있지만 사업이 안착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백정한 회장 “선생님 존중 교육풍토 우선돼야” 하루 종일 햇빛 들지 않는 교실 개선 학교 내 ‘노노갈등’ 해소 마련 주문도 이날 백 회장과 이 교육감은 올해 교육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협의도 약속했다. 이 교육감은 “올해 제 목표는 학교자치와 선생님이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교육기본계획 수립시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닌 학교에서 구성원들이 협의해 먼저 기본계획초안을 만들고 교육청은 이를 바탕으로 기본계획의 뼈대를 삼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하려 한다”고 교총차원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어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 교육이 발맞춰 나가기 위해서는 학교시설도 학급중심이 아닌 학습중심의 교육환경으로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백 회장은 “하루 종일 햇빛이 들지 않는 교실, 난방을 하고도 덧신을 신고 있어야 하는 학교가 의외로 많다”면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학습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학교시설이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선생님을 신뢰하고 존중하는 교육풍토가 우선 만들어져야하고, 학교 내 ‘노노갈등’ 해소를 위한 도교육청 차원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 교육감은 교섭합의식에서 서명을 거부했던 원인이 교육감의 고유 업무인 인사 관련 사안이었던 만큼 교섭 외의 다른 정책적 노력을 통해 개선해나가기로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경기교총에서 백 회장 외에 공창웅 수석부회장, 장병권·이병호·박수자·김신택 부회장이 참석했다. 도교육청에서는 이 교육감 외에 이금재 교육협력국장, 이은광 교육정책보좌관, 최길남 대외협력과장 직무대행, 김석산 사무관, 정민기 장학사가 자리했다.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휴원‧휴교에 맞벌이가정의 자녀돌봄 걱정이 커져가는 가운데, 근로자가 자녀의 가정돌봄을 원할 경우 기존 연차 외에 별도의 유급휴가를 보장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박경미(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근로자의 미성년 자녀가 감염병에 걸리거나, 감염병 유행을 이유로 어린이집이 휴원 또는 학교가 휴교할 때 근로자가 사업주에 ‘감염병 돌봄휴가’를 신청할 경우 이를 허용하도록 하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근로자의 미성년자인 자녀가 감염병에 걸리거나, 휴원‧휴교 또는 개학연기가 있는 경우 또는 휴원하지 않더라도 결석처리 대신 출석인정특례가 인정되는 경우, 맞벌이가정의 근로자 중 한 사람이 사업주에 ‘감염병 돌봄휴가’를 신청하면 격리 또는 휴교 등의 기간 내에서 사업주는 이를 허용해야 하고 ▲이를 유급휴가로 보장하며 ▲고용노동부장관은 예산의 범위 내에서 사업주에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박경미 의원은 “정부가 ‘코로나19’ 대책으로 긴급 돌봄서비스를 지원하거나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외부인이나 집단생활로 인한 감염을 우려해 가정에서 직접 돌보기 원하는 부모들이 많다”며 “‘조부모 찬스’마저 쓸 수 없는 맞벌이가정의 걱정을 덜고자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근로자가 이미 연차휴가를 사용했을지라도 ‘감염병 돌봄휴가’로 대체할 수 있도록 소급적용 규정을 뒀다”고 말했다. 기존의 ‘가족돌봄휴가’의 경우 현행법에서 10일 내로 규정하고 있는데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우 잠복기간이 14일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한계가 있고, 감염병의 경우 유급휴가로 보장할 사회적 필요성이 있어, 별도의 ‘감염병 돌봄휴가’ 제도를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개정안 공동발의에는 권미혁‧김병욱‧김철민‧서영교‧송영길‧안민석‧이용득‧인재근‧조승래‧최운열 의원(가나다순)이 참여했다.
[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이 입법예고안에서 다소 수정된 상태로 이번 주중 개정될 전망이다. 3월 1일부터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이하 심의위) 관련 준비도 진행 중이다. 13일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안에서 일부 변경된 내용으로 차관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18일 있을 국무회의에 시행령 개정안이 상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무회의에 상정될 시행령 개정안에서는 주요 내용이었던 학교장 자체해결 이후 피해학생과 보호자의 심의위 개최요구를 제한한 조항이 빠졌다. 교육부는 향후 이를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에 담아 학교장 자체해결 이후 심의위 개최를 요구할 수 있는 사유를 구체화할 예정이다. 당초 입법예고안은 추가적인 사실이 드러났거나 재산상 손해 복구를 이행하지 않을 때만 심의위 개최요구를 할 수 있게 했었다. 가이드북에도 이와 비슷한 정도의 가이드라인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소위원회 의결 사항을 위원장에게 보고하면 심의위 의결로 갈음할 수 있도록 했던 조항은 권한 위임을 좀 더 명확히 하기 위해 심의위가 소위원회에 권한을 위임하는 것을 명시하는 내용을 추가로 반영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각 교육지원청은 심의위 구성을 완료했다. 교육지원청별 심의위 담당자 발령도 마쳤다. 교육부는 17일 시·도교육청 담당자 연수와 심의위원회 운영 매뉴얼 배포를 할 계획이다. 당초 집합연수로 준비하던 교육지원청 심의위 담당자 400여 명에 대한 연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예방을 위해 동영상 연수로 대체하기로 했다. 원용연 교육부 학생생활문화과장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3월 1일부터 운영되기 때문에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심의위가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장 자체해결제에 대해서도 학교 현장에 안착될 수 있도록 시·도교육청과 함께 지원을 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준비 상황에 대해 김동석 한국교총 교권복지본부장은 “학교 현장에서는 개정된 내용을 반영한 가이드북 배포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개학 전에 충분한 준비를 마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18일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는 즉시 개정 내용을 반영한 학교폭력 사안 가이드북을 제작해 다음주 중 배포할 계획이다. 빠르면 24~25일 학교 현장에 도착할 예정이다. 교총은 또 “향후 심의위 의결을 소위원회에 위임하는 근거와 심의위 개최요구 제한 근거를 법령에 명시하는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정당인도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이 될 수 있도록 단위학교 학운위 규정 개정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지방 의원 등이 대거 학운위 위원으로 들어올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은 5일 ‘서울시의회 의원 요구자료 및 교육부 수요조사 자료 제출’이라는 제하의 공문을 보내면서 “단위학교 학교운영위원회 규정상 ‘정당인 배제 조항’이 있는 경우 3월 정기선출 전 위 조항 삭제”를 추가 안내 사항으로 요구했다. 이번 조치는 2018년 7월 학운위 운영 조례를 개정하면서 위원의 자격 중‘정당의 당원이 아닌 자’를 삭제한 데 따른 조치다. 조례 개정 후 지난해에는 임기가 끝나지 않은 위원이 있어 시행에 유예 기간을 뒀다가 올해부터 전면 허용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마지막 남아 있던 정당인 학운위 참여 금지 지역인 서울까지 정치인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전국의 모든 학교 운영에 정치인이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교총은 이에 대해 “18세 선거법이 교실의 정치장화를 부추긴다면 학운위의 정치인 참여는 학교 전체의 정치장화를 심화하게 될 것”이라면서 “마지막 남은 조례까지 없어진 상황에서 학교의 정치장화를 막기 위해서는 법률에 정치인의 학운위 참여 금지를 명시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인 참여 금지가 없어지면서 학운위 위원의 20%가량이 정치인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선거에 당선된 지방의원 3751명 중 709명(18.9%)이 학운위 위원을 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회에는 현직 정치인의 학운위 참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아 전의원이 대표 발의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지난해 1월부터 1년 넘게 계류 중이다.
소규모학교의 어려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금도 학생 수 감소와 학교 노후화 등으로 인근 학교와 통합되거나 폐교 위기에 놓인 곳이 적지 않다. 자구책을 마련해 소규모학교의 ‘반란’을 꾀하는 곳도 있지만, 한계는 존재한다. 지난해 경북교육청은 소규모학교 살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작은 학교 자유학구제’가 그것이다. ‘작은 학교 자유학구제’는 일정 규모(학생 수 200명) 이상의 큰 학교와 작은 학교(60명 이하, 6학급 이하)를 자유학구로 지정해 큰 학교에서 작은 학교로 입학이 가능한 일방향 학구제다. 주소 이전 없이 작은 학교로 전입할 수 있다. 지난 1년간 경북 지역 초등학교 29개교를 대상으로 자유학구제를 시범 운영한 결과는 고무적이다. 총 113명이 작은 학교 행(行)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1935년 개교한 안동 남후초는 전형적인 시골 학교다. 2013년(6학급)을 기점으로 매년 학생 수가 줄었다. 교원들은 농촌 지역의 인구가 점차 감소하면서 폐교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지난해, 초등학생 10명, 유치원 7명이 늘었다. 이광희 교사는 “학생 수가 감소하면 교사의 수도 줄어들고 학생들의 학습권 문제도 생긴다”며 “학교 구성원들이 같은 마음으로 고민하던 차에 도교육청에서 작은 학교 자유학구제 시범 사업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접했다”고 설명했다. 자유학구제 시범 학교로 지정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홍보였다. 자유학구제가 무엇인지를 소개하고 남후초만의 특색 교육활동을 정리한 홍보지를 만들어기존 학부모와 자유학구로 맺어진 안동 강남초 학부모를 대상으로 발송했다. 교원들이 직접 홍보지를 들고 인근 주거지 돌면서 발품도 팔았다. 작은 학교의 강점을 살린 특색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승마체험 교실과 골프 교실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열 차례 승마체험을 진행하고 유소년 승마단도 창단했다. 9월부터는 교내에 설치한 골프 연습장에서 방과후 골프 수업을 운영했다. 이 교사는 “우리 학교에서 승마 교실을 운영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승마에 관심 있는 학생이 전학을 왔다”며 “승마 교육기관과 협약을 맺어 지원한 결과, 대통령기 전국승마대회에서 두 종목 1위를 거뒀다”고 전했다. 남후초는 최근 승마 시범 학교로도 지정돼 지원을 받을 예정이다. 5월에는 여행 갈 기회가 많지 않은 아이들을 위해 제주도로 체험학습을 떠났다. 사제동행 등산 활동도 나섰다. 스승과 제자들이 함께 걸으면서 소통하고 자연의 변화를 관찰했다. 이 교사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견문을 넓혀주고 새로운 꿈을 꿀 기회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제주도를 다녀온 1학년 학생의 동시 ‘비행기’를 소개했다. ‘제주도 갈 때/바다색 비행기를 탔다.//내 마음은/바다에서 수영하는 것/같았다.//집으로 올 때는/색깔 비행기를 탔다.//내 마음에/예쁜 색깔을 칠하는 것/같았다.’ 학생 수가 늘어난 데는 큰 학교와의 통학 시간이 8분 이내고, 통학버스를 운행하는 점, 맞벌이 가정을 위해 오후 6시 30분까지 돌봄교실을 운영한 점 등도 주효했다. 지역사회와 동창회 등의 지원도 한몫했다. 지상규 교장은 “다른 곳에서는 할 수 없는 것, 우리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선생님들과 함께 고민했다”면서 “학교가 변하니까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노후화 한 학교를 보수하는 데도 공을 들였어요. 지난해 확보한 예산으로 올해 체육관도 지을 예정입니다. 작은 학교 살리기는 모두가 힘을 모아야 가능합니다. 교직원, 학부모, 교육청, 지역사회, 지방자치단체까지 하나로 움직여야 하죠. 작은 학교를 살려야 농촌이 살고, 지역이 살아납니다. 올해는 다양한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우리 학교만의 특색을 살리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경북교육청은 남후초를 비롯해 죽천초, 사방초, 송원초, 창수초, 화양초 등 6곳을 작은 학교 자유학구제 운영 우수학교로 지정하고 각 학교의 사례와 개선점을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작은 학교 살리기는 이어진다. 올해는 초등학교 97곳, 중학교 11곳 등 총 108개교에서 자유학구제를시행할 예정이다.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서울지역의 보건교사, 사서교사, 전문상담교사, 영양교사 등 대체강사의 시간강사 수당 상한액이 1일 11만 원에서 12만8000원으로 인상됐다. 서울교총과 서울시보건교사회 등이 지난 2년 간 서울시교육청과 교섭·협의를 통해 끊임없이 요구해온 사안이 관철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11일 기간제교사 처우개선안 및 채용절차 간소화 계획을 발표했으며 주요 변경 내용에 대체강사 수당 인상이 포함됐다. 서울교총과 서울시보건교사회는 그동안 정책협의와 교섭·협의 등을 통해 교육청에 대체강사의 수당 인상을 요구해왔다. 특히 인천 11만 원, 경기 13만 원에 비해 9만9000원으로 턱없이 낮게 책정된 수당 때문에 갑작스러운 연가나 병가, 직무연수 등이 생길 경우 대체인력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강류교(서울성수초 보건교사) 서울시보건교사 회장은 “학생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보건교사는 업무 특성상 잠시라도 자리를 비워서는 안 되는데, 대체강사를 구하기가 워낙 어려워 연가나 병가, 출장 등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 많았다”면서 “그동안 서울교총과 함께 공문도 발송하고 교육청에 직접 항의방문을 하는 등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뤄낸 결과여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처우개선안에는 이밖에도 △기간제 교사의 보직교사 임용 금지 △기간제교사의 육아휴직 허용 △교육활동 중 발생한 사고로 인한 보호 및 사건처리 정규교사와 동일한 지원 △1급 자격연수 이수 실시 △채용 및 계약절차 간소화 등이 담겼다.
교내 선거운동 금지 골자 총력 관철활동 전개할 것 2월 임시국회서 처리해야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교총이 17일부터 2월 임시국회가 열리는 것과 관련해 ‘학교 선거·정치장화 방지 3법’의 조속한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아울러 대국회, 대정부 총력 관철활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재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은 교총과의 협력을 통해 ‘학교 선거·정치장화 방지 3법’인 ‘공직선거법’, ‘정당법’,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한 상태다. 이 법안들은 교실 정치장화와 학생 피해 방지를 위한 것으로 학교 내에서의 선거운동과 정치활동을 금지·제한하는 내용이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학교 내 선거운동 금지, 후보자의 명함 배부 및 연설 금지가 주요 내용이며 정당법 개정안은 특정 정당 홍보 및 당원 모집 활동을 위한 고교 방문 금지, 교육기본법은 학교 내 학생의 특정 정당·정파 지지·반대를 위한 여타 학생 학습 방해 금지가 골자다. 이처럼 교총이 법 개정을 촉구하고 입법 관철 활동에 나선 것은 국회가 지난해 말 강행 통과시킨 ‘18세 선거법’이 18세 고3 학생의 선거운동과 정당 가입 등 정치활동을 전면 허용한 데 따른 것이다. 단순히 투표 연령만 한 살 낮춘 것이 아니라 정치활동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자칫 교실이 진영 대결의 장으로 변질되고 정치인들이 가세할 경우 학교가 ‘정치 무풍지대’가 아닌 ‘정치 폭풍지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이유다. 이에 교총은 최근 ‘학교 선거·정치장화 방지 3법’을 성안해 의원 입법을 이끌어 냈으며 국회가 총선 전에 반드시 입법을 실현하도록 관철 활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번 2월 임시국회 내에 개정을 실현해 교단 안정과 학습권 피해를 예방하겠다는 계획이다. 교총은 “학교는 교육기관이며 학생의 학습과 생활보호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이러한 학교의 특수성을 공직선거법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회가 나서서 총선 전에 조속히 학교 선거·정치장화 방지 3법의 입법을 실현하고 교육 당국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를 위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대국회, 대정부 관철 활동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신속하고 일관된 적용 기해야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교총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휴업·휴교 혼란과 관련해 수업일수 감축 조건에 ‘감염병’이 포함되도록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총은 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의서를 교육부에 제출하고 향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치명적인 감염병’이 수업일수 감축 조건에 명확히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시행령에는 천재지변, 연구·자율학교인 경우에만 수업일수 감축이 허용돼 있어 차제에 감염병을 포함시키도록 법령을 개정해 신속하고 일관된 적용을 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앞서 교육부는 7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내고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초·중·고·특수학교에서 수업일수의 최대 10분의 1까지 감축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교총은 “이번 결정으로 법정 수업일수 때문에 휴업·휴교에 어려움을 겪는 일선 학교의 고충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이번 교육부의 행정조치를 계기로 해당 법령을 개정해 감염병 관련 내용을 명확하게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장은 학교에 따라 휴업·휴교가 들쭉날쭉할 경우 지역사회 감염 예방에 허점이 생길 수 있고 학부모 불안과 민원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학교가 알아서 하라는 식이 아니라 교육청 등 교육당국이 통일된 지침을 마련하고 신속한 적용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학생은 등교하지 않고 교원만 출근해 감염될 경우, 많은 학생들에게 전염시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예방을 위해 휴업·휴교가 필요할 경우 학생과 교직원 모두 등교와 출근을 정지시키고 최소한의 인력을 운영하는 등 통일된 학사 운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총은 “2015년 메르스 사태는 물론 이번에도 현장의 혼란과 수업일수 감축 요구가 비등한 후에야 행정조치가 이뤄지는 것은 문제”라며 “일관되고 통일된 행정 기준을 미리 마련하는 것은 물론 마스크, 체온계, 손 세정제와 같은 방역물품 확보와 안정적인 공급, 보조인력 한시 지원 등에도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카톡-’ 나른한 주말, 가을 햇살을 받으며 거실 쇼파에 누워있는데, 메시지가 왔다. 작년에 졸업한 제자, 마이크다. 「필승-! 해병 김마익! 쌤- 저 뉴스에 나왔어요 한번 보세요」 첨부한 뉴스 링크를 확인한다. ‘해병대에 자원입대한 외국인 화제’란 기사 그 속에 피부가 유달리 까만 그 아이는 ‘김마익’이란 자신의 이름을 한국식으로 바뀐 이름표를 달고 군복을 입은 채 환히 웃는다. 이제 교정기도 뺏나 보구나. 네 그 모습을 보니 문득 삼 년 전 그날이 떠오른다. 군대를 갓 제대해서 복직했던 내가 너와 처음 교실에서 마주했을 때, 떨리는 마음으로 첫 출석으로 부르려 하는데 유달리 낯선 이름이 있었다. ‘Mike Maurice Gabin’ 그게 너의 이름이었다. 프랑스 선교자인 아버지와 필리핀 어머니 사이의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너는 유달리 모계의 혈통을 받아서인지 피부는 까맣고 쌍꺼풀은 매우 짙은 전형적인 필리피노였다. 이름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순간 아득했다. 그때 넌 손을 맞잡듯 내 눈을 붙잡으며 서글픈 표정으로 말했다. “저. 저의 이름은 마익크 몰리쓰 가뱅이무니다.” “뭐라구...?” 당황에 빠진 초보 교사를 두고 넌 더욱 어리둥절해 하며 “써,썬생님? 아론노 한쿡말 좔 뭘라.” 난관에 봉착했다. 첫 시간 카리스마 있게 학생들을 휘어잡자며 교단에 섰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다시 뛰쳐나가고 싶었다. 그때 넌 환히 웃으며 말했다. “하하 농담이에요 쌤, 그냥 마익이라고 부르세요”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히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님과 함께 교회 전도를 위해 한국에서 살아서인지 그는 웬만한 한국인보다 우리말에 능통했다. 허나 유달리 튀는 외모 덕에 사람들의 시선을 한눈에 받았고, 아직은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이들에 의해 따돌림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마익이는 그때마다 허허 웃으며 그들을 포용하곤 했다. 넉살 좋은 다문화 학생, 그게 너의 첫인상이었다. “선생님이 군함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데 말이야, 갑자기 이따만한 돌고래가~” 특히 모국에는 없는 한국 특유의 허풍 섞인 군대 이야기와 그 병영 문화를 말해줄 때면 입이 헤벌어진 채 집중하곤 했고, 비록 의무복무였지만 군대를 다녀온 나를 동경의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언어적 능력이 뛰어나 한국말과 영어 및 필리핀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했기에, 학교 교육과정에 따른 다양한 심포지엄 및 웅변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었다. 무엇보다 마익이는 운동신경이 뛰어났고 특히 배드민턴에서 발군의 재능을 발휘했다. 하지만 한국어 쓰기 능력에는 취약했기에 난 너의 국문법 코치가 되어주었고, 너는 나의 배드민턴 강사가 되어줌으로써 우리는 교총 사제동행 대회도 참가하며 교학상장을 이루어 나갔다. 그렇게 네가 고3이던 어느 날 수업을 하고 있는데, 옆 반 선생님이 창백한 얼굴로 마익이를 찾았다. 예감이 안 좋았다. 마익이의 어머니가 타지역으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과속으로 뒤따르던 트럭과 추돌사고가 났고, 화재가 발생했는데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셨다고 했다. 죽음에 경중이 있겠느냐마는 참으로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하필이면 프랑스인 아버지는 선교를 위해 외국으로 나가 계셔,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던 때였다. 문득 수만 모금 서글퍼졌다. 병원이 낯선 그 아이는 나를 보고 더욱 울었다. 나 역시 비어져 나오는 설움으로 마익이를 달래줬다. 하지만 한국식 장례문화는 그에겐 생소하기만 했다. 담임인 내가 발인까지 동행하는 수밖에 없단 생각이 들었다. 교무실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모은 성금으로 장례식장을 정하고 삼일장을 진행했다. 그에게 향을 피우는 것과 헌화하는 것, 손님에게 맞절하는 것 등 장례 절차를 알려줬다. 틀린 게 아닌 다를 뿐인 외모에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이리저리 수군댔고, 그럴수록 마익이는 주눅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발인 날, 어머니의 유골이 재가 되어 나오던 화장터에서 아이 같던 마익이는 어른처럼 곡을 했다. 그리고 마익이는 달라졌다. 학교에 매번 지각하기 시작했다. 이유가 없는 무단지각이었다. 그러던 하루는 아예 오지 않았고, 그다음 날도 오지 않았다. 엄습한 불길함에 프랑스인 아버님께 전화를 드렸다. 어설픈 영어로 대화를 나눈 끝에 마익이가 이틀째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체 어디로 간 걸까... 문득 짐작되는 곳이 있었다. 나는 혈기왕성한 남고생들의 담임이기에, 그 열기를 분출시키고자 체험학습 날을 이용하여 학교 근처의 갑천 축구장을 종종 찾는다. 그곳에서 축구 같은 다양한 종목의 우리 반 올림픽을 하곤, 삼겹살을 구워 먹고 김치찌개를 끓여 먹고, 한국문화 골든벨을 하며 한국 사람들의 정을 공유하곤 했다. 한층 흥겨웠던 마익이는 같이 뒷정리를 하던 도중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쌤, 전 그냥 여기 살고 싶어요.” 그곳엔 마침 누울만한 벤치도 있고, 밤마다 길거리 공연도 이루어지는 곳이기에 이런 한국의 거리문화가 맘에 들었나 보다. 처음엔 헤픈 소리로 여겼지만, 혹시... 차를 타고 가보았다. 그 끝엔 잠바로 꽁꽁 싸매고 벤치에 웅크린 마익이가 있었다. 힘들기도 힘들고, 지치는 것도 지친 너와 함께한 그 날 밤은 굉장히 길었다. 마익이는 죽고 싶다 했다. 전에는 이국에서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살고 싶었는데, 이제는 자신의 외모를 놀리는 학교도 가기 싫고 죽고 싶다 했다. 딱지가 채 아물지도 않은 손목의 자해 흔적도 보여주었다. 프랑스인 아버님과 같이 살긴 하지만, 어머님의 죽음 이후 아버지는 우울증에 빠지셨고 어머님을 유난히 빼닮은 자신을 볼 때마다 고통스러워한다 했다. 집은 안식처가 아닌 상처의 진열장으로 돌변하였고, 돌연변이 같은 자신이 죽어도 아무도 모를 거라 했다. 아니야, 그건 아니란다. 너를 응원하지만, 자살을 응원하진 않는다. 자살은 세상에서 너를 지우는 일이야. 선택은 될 수 있지만 돌이킬 수 없는 최후의 선택이다. 비록 당장은 어두운 밤이지만, 이제 곧 말이야 해가 뜰 거다. 원래 멋진 일은 후반부에 일어나거든. 하지만 이런 조언도 삶의 바닥에 선 마익이에겐 그리 와닿지 않는 듯했다. 어쩌다 네 삶은 이토록 여윈 거냐- 잡아줄 손이 필요했다. 그렇게 나는 우울증에 빠진 마익이의 그루터기가 되어주기로 했다. 절망뿐인 네게 희망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처참한 마익이의 마음을 보듬어주었다. 그러던 사이 대입 시즌이 다가왔다. 시선을 한 서린 내면이 아닌 다른 곳으로 돌릴 필요가 있었다. 수많은 선택 중 하필이면 자살을 시도했던 이유는 뭘까. 바로 기댈 곳과 목표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기댈 곳을 조금은 마련해주었으니 이제 삶의 방향을 찾아줄 차례였다. 그날부터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진로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이때는 학교에서 실시한 홀랜드 전공 탐색 검사가 유용했다. 그 결과를 토대로 마익이의 적성을 파악하고, 장점을 공유했다. 크게 두 가지로 진로가 좁혀졌다. 마익이의 관심과 흥미를 고려한 군사학과와, 신체 능력이 우수하며 배드민턴 및 태권도 등을 좋아한다는 점을 고려한 체육대학이었다. 우선 군사학과는 학기 중에 훈련이 많다는 것을 고려하여 현장체험학습 신청 후 학부모님 중 현역 육군 간부로 계신 분과의 인터뷰를 요청할 수 있었고, 군부대에 면회를 신청해 병영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며 실제 군인의 모습을 보았다. 체육대학의 경우 학교에 계신 체육 선생님을 통해 체대의 정확한 입시 과정과 졸업 후 다양한 진로에 대해 탐색해 보았다. 특히 학교 커리큘럼 상 직업인 체험학습이 있었는데 진로 담당 선생님과 협력하여 효율적인 견문이 이루어졌으며, 마익이는 직업군인과 체육지도자 두 가지를 신청하여 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하기도 하였다. 그 결과 가능성을 폭을 넓혀 다문화 학생이라도 군대는 자원입대가 가능하니, 타고난 운동 신경 살려 체육대학에 진학하여 다양한 언어능력을 십분 발휘해 외국인 선수들도 포괄하여 지도할 수 있는 체력 운동 관리자가 되기로 가닥을 잡았다. 그를 위해서는 수능에서 독해력이 다소 떨어지는 탓에, 시험이 있는 정시전형 대신 수시 전형 중 마익이의 강점이 발휘될 수 있는 곳을 샅샅이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외국인 전형으로 면접과 생활기록부만으로 갈 수 있는 학종 전형을 가진 체육대학 운동 건강 관리학과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울음을 딛고 대입을 위한 필승 전략을 짜고 계획을 실행하였다. 그리고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과 외국에서 살다 온 경험이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체육 동아리가 없다는 점에 한계를 느끼고, 필자를 지도교사로 한 자율동아리를 조직하였다. 동아리 이름은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로 인기리에 방영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모티브를 얻어 조직하였으며, 스포츠를 통한 다양한 한국문화 및 한국 언어의 전수에 노력하여 리더십 및 진로를 위한 노력 분야에서도 좋은 인상을 얻고자 하였다. 이러한 학생부 내용 등을 기본으로 기출문제를 가미한 면접 준비를 하였다. 바야흐로 면접 날, 교복이 턱도 없이 작아진 마익이에게 선배들이 놓고 간 말끔한 교복을 드라이클리닝 하여 입혀주었고, 한국 사람들의 인사 문화와 예절에 대해 다시금 알려주었다. 그리고 얼마 후. “쌤 저 합격했어요!” 그렇게 마익이는 어엿한 체대생이 되었다. 그것도 본인이 꿈꾸었던 명문 체대에 말이다. 비록 손목에 자해의 흔적이 바코드처럼 새겨진, 믿었던 어머니마저 잃고, 뒤늦게야 찾아온 프랑스인 아버지는 우울증에 빠진 그런 위기의 아이였지만, 이제 그 누구보다 멋진 삶을 시작하고자 한다. 졸업식 날, 마익이와 사진을 찍으며 아버진 눈물을 보였고, 마익이는 예전의 철부지가 아니라며 그를 닦아드렸다. 그렇게 흘러흘러 오늘이 되었다. 밖에 널린 단풍잎이 작년 그 계절임을 알려준다. 외국에서 겪었을 그 아이의 서러움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 한쪽이 아려온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그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 대학교까지 갔고, 그곳에 머물지 않고 대한민국 군대에 자원입대함으로써 한 서린 대한민국을 지켜주는 그는 나의 자랑이 되었다. ‘한 시간 행복하려면 낮잠을 자고, 일생을 행복하려면 타인을 도와라’는 중국 격언이 있다. 내 삶에 회의가 들 때, 마익이를 도우니 절로 그 아이가 나의 삶을 지켜주었다. 누군가 교직 생활에서 가장 뜻깊었던 제자를 꼽으라면 주저 없는 마익이를 꼽을 것이다. 폰을 들어 그에게 답장을 보낸다. ‘마익아 이제 우리 같이 살자, 너야말로 진정한 한국인이며 나의 자랑이다, 사랑한다.’ ------------------------------------------------------------------------------------------------------------------ 2020 교단수기 공모 - 금상 수상 소감 바람이 불어옵니다. 한숨 자고 나니 겨울이 왔어요. 코끝을 스치는 찬바람에 출근길 옷깃을 여미게 됩니다. 며칠 전 저의 생일이었습니다. 아내가 차려준 미역국을 먹으며 이렇게 세상을 더 살아가는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바뀌는 계절만큼 제 교직 생활도 늘어만 갑니다. 임용을 준비할 때의 패기와는 달리, 점차 현실에 순응하고 나른해집니다. 사명감이 스러진 제 모습에 학생들에게 미안하고, 동료 교사들에게도 염치없습니다. 아쉬움과 자조로 점철된 제 교단에서의 일들 중 유달리 파도가 거셀 때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 일들을 적어보았습니다. 매번 교무실로 교육신문이 올 때마다 이런 글들은 누가 쓰나- 진정한 참 교사분들이시구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제가 수상소감을 쓰고 있네요. 상금으로 장 건강에 좋다는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이나 돌려야겠습니다. 여기까지 글을 읽으신 교육 가족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건강이 최고지요. 급식 짜게 드시지 마세요. 마지막으로 저와 함께 있어 줬던 제자들, 그리고 동료 교사분들. 힘내세요, 그리고 사랑합니다. 모든 게 잘될 거야 아마두~
본지가 주최한 ‘2020 교단수기 시상식’이 11일 서울 한국교총회관 단재홀에서 열렸다. 이번 공모에는 총 150여 편의 작품이 접수됐고, 심사를 통해 대상 1명, 금상 3명, 은상 6명, 동상 10명을 선정했다.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된 교단수기 공모는 교단에서 경험한 희로애락과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얻은 깨우침과 보람 등 교사의 성장 이야기를 모집한다. 이날 시상식에는 대상을 받은 지용기 경북 사곡고 교사 등 수상자들과 가족이 참석했다.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은 “교단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지만, 학생들과 함께 성장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 교육의 희망을 본다”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 심사를 맡은 윤연모 시인(서울 서라벌고 교사)은 “교사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고 교사의 노력이 아이들에게 바람직하게 힘을 미칠 때 학생들이 학교에서, 나아가 사회에서 꿋꿋하게 설 수 있다”며 “이번 교단수기에 공모된 작품 가운데 교사의 사랑과 노력으로 학생과 함께 성장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돋보이는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총평했다. 대상을 받은 작품 ‘사제동행 헌혈 이야기’를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사제동행 헌혈 이야기’는 고교 시절, 위독한 아버지를 위해 담임 선생님이 모아준 헌혈증 덕분에 아버지가 건강을 되찾고, 자신이 교사가 된 후에는 받은 것을 되돌려주기 위해 제자들과 헌혈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사제동행 헌혈 릴레이는 단순히 헌혈에 그치지 않고, 닫혀있던 학생들의 마음을 열고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었다. 지용기 교사는 자신을 가리켜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한 번씩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학생들과 좋은 선생님들 덕분에 힘을 낸다”면서 “좋은 선생님 덕분에 교총을 알게 됐고, 교단수기 공모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좋아하는 일을 아이들과 함께했을 뿐인데 상까지 받아서 감사하다”며 “스스로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느끼게 해준 선생님들처럼 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교단수기 수상작은 본지에 차례로 실릴 예정이다. 교단수기 공모전은 교권 추락, 교실 붕괴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스승과 제자의 사랑, 교사의 성장 이야기를 소개해 ‘존사애제(尊師愛弟)’ 문화를 되살리고 교원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매년 열린다.
11일 오전 하윤수 교총회장(앞줄 오른쪽 다섯번째)이 서울 서초구 우면동 교총회관 2층 단재홀에서 개최된 '2020 교단수기 공모 시상식'에 참석해 수상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우려가 커지면서 개학을 미루거나 휴업에 들어간 초·중·고교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10일 서울가락초등학교가 감염병 차단과 확산 방지를 위해 19일까지 휴업에 들어갔다.
상주여자고등학교(교장 허만헌)는 1·2학년 50명 학생을 대상으로 1월 29일(수)~ 1월 31일(금)까지 서울대학교 재학 중인 대학생 드림컨설턴트 26명과 함께 진로탐색 드림캠프를 실시하였다. 이번 드림캠프는 학교가 석면교체 작업 공사로 인해 교실 사용이 어려워 상주고등학교에서 상주고등학교 학생 50명과 함께 100명이 연합으로 실시하였다. 캠프를 통해 대학생 멘토들에게 진로와 직업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고, 고등학교생활에서 찾아오는 슬럼프와 같은 다양한 장애물 극복방법 그리고 전공 선택 및 학생부 종합전형과 관련된 대입 대비 방법 등을 즐거운 조별활동과 개인 상담과 컨설팅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미래에 대하여 생각하고 고민하는 프로그램 이었다. 또한 최근 입시 종합전형에서 진로가 매우 중요시 되고 있으며, 매년 수많은 학생들이 진로나 적성으로 인해 대학을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학생들은 정확하고 실제적인 정보를 대학에 재학 중인 멘토를 통해 듣고, 자신에게 맞춘 꿈과 진로를 향해 노력하는 계기를 마련해주고자 행사를 기획하고 실시하였으며 더불어 대학생 멘토에게 학교생활과 학습방법에 대한 다양한 조언도 함께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행사에 참가한 두 학교의 학생들 모두 행사 후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며 만족한 반응을 보였고, 행사에 참여한 멘토 대학생들과 연락처를 주고받고, 사진을 함께 찍으면서 2박 3일간의 행사를 마무리 하였다.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의 미래는 행사 후 학생들의 표정만큼이나 밝을 것으로 기대되며 상주여자고등학교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학생들의 꿈이 이루어 질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제공 할 예정이다.
정도전, 그는 천재인가, 사상범인가? -시대를 뛰어넘는 사상가, 정도전 -비운의 2인자 정도전이 말하는 진실한 국가론 -조선의 마키아벨리, 700년 역사를 뒤바꿔버린 조선의 천재 정도전에 대한 나의 편견은 매우 부정적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 까지는. 그것은 그가 죽인 정적 정몽주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절 배운 조선의 역사 시간,선죽교에서 몽둥이로 죽임을 당한 정몽주는 내겐 우국충신으로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1960년대 초등학교에서 가르친 국사 교육은 식민사관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조선 개국의 정당성보다는 고려의 충신을 죽인 정도전에겐 배신의 딱지가 입혀졌다. 같은 스승 아래에서 동문수학한 정몽주를 처참하게 죽인 것은 태종의 지시였지만 조선 개국에 방해가 될 인물을 제거하는데 정도전도 일조를 했으니. 700년 조선 역사의 설계도를 그리고 거의 모든 분야에서 기반을 다진 정도전을 제대로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정몽주는 충신이오, 정도전은 반역을 꾀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곱지 못한 시선을 가졌다. 역사 드라마에 등장하는 정도전의 모습도 부정적 이미지를 강화시키는 데 한몫 했다. 새로운 시선으로 읽게 된 이 책은 인간의 편견이 얼마나 질기고 오랜 것인지 자책하게 만들었다. 그의 높은 도덕성, 학자적 경륜, 문무에 능통한 정치인, 글재주가 뛰어났던 인물. 통섭과 융합의 지식인이었음을 보여주는 사례 앞에서 나는 그에게 참으로 미안했다. 남북문제를 비롯하여 경제적 난국, 산적한 교육 문제를 정도전이라면 어떻게 풀었을까? 그의 혜안이 듣고 싶은 요즈음이다. 중국에서 지방관으로 부임한 수령이 이름 높은 스님을 찾아갔다. "스님, 道가 무엇입니까? " 하고 묻자 스님이 대답하기를, " 道란 착한 일을 힘써 행하고 악한 일은 하지 않는 것입니다." 고 하였다. 아주 고상한 답을 기대했던 관리는 실망하여 다시 묻기를, "아니 그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에 있습니까?" 스님이 답하였다. "예, 그렇습니다. 세 살 먹은 아이도 아는 것이지만 여든 살 노인도 실천하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47쪽 백성을 사랑한 정치가 정도전은 道를 소중히 한 조선의 사상가였기에 조선 역사의 초석을 다질 수 있었으리라. 세 살 먹은 아이도 아는 것, 착한 일을 힘써 행하는 것. 그러기에 그는 " 한 명의 백성을 구하는 것이 조선을 구하는 것이다!" 라고 일갈하며 신분사회 조선에서 민주주의를 꿈꾼 진보적 정치인이었다. 저자는 그런 그를 사상범이라면서 역설적으로 안타까운 그리움을 드러냈다. 성리학을 바탕으로 국정의 기틀을 잡았던 정도전의 사상체계의 시작은 도덕성에 있다. 이는 그가 역적의 죄명을 쓰고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도덕성에 흠결이 될 만한 것은 없다. 겨우 모친의 가계가 유교 사회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집안이었다는 사실만으로 정적들의 화살을 받은 것이 전부다. 정도전은 자신의 유배시절 마음이 묻고 하늘이 답한다는 심문천답이라는 글에서 의로운 자가 곤궁하게 되고 선한 자가 화를 입게 되는 것이 다만 시대를 잘못 만났거나 세상의 정의가 존재하지 않아서가 아니고 오히려 인간 스스로의 지혜와 성심이 부족한 때문이라고 자문자답하고 있다. -387쪽 정도전의 높은 도덕성과 겸손한 구도자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세상 일이 인과응보로 다 설명할 수 없으니. 억울한 사람도 많고 횡재하는 사람도 있으며 별다른 노력 없이도 잘 사는 사람이 있는 가하면 하는 일마다 난관에 봉착하는 사람도 많은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가의 이상향은 늘 올바름을 향해야 하고, 백성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치유할 대안을 모색함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창업한 책략가 장량은 한 고조의 절대적인 신임을 바탕으로 높은 벼슬에 올라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었으나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관직에서 물러났다. 장량은 아들에게 말했다. "살구꽃은 3월에 피고 국화꽃은 10월에 피느니라. 꽃도 스스로 피고 질 때를 아는데 하물며 사람 이 나아가고 물러설 때를 몰라서야 되겠느냐?" 이렇게 물러난 장량은 천수를 누렸다. 그러나 장량과는 달리 한나라를 세우는데 역시 큰 공을 세웠으나 물러설 때를 놓친 한신은 결국 역적으로 몰려 소위 토사구팽을 당하게 된다. -378쪽 물러설 때를 안다는 것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한다는 뜻이니 지혜로운 사람이 분명하다. 만약 정도전이 조선 건국을 다지고 높은 관직에 올랐고 마지막에는 병권까지 쥐는 자리에 있을 때, 장량처럼 자리를 내놓았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그러기에 완벽한 인간이 되기는 어렵고 끝이 좋은 삶을 사는 것은 더욱 어려우리라. 정도전은 사상가요 정치가이다. 그는 단순히 이론에만 밝은 경세가가 아니라 현장을 아는 실천가이기도 했다. 지성과 실천력을 겸비한 인물이라 할 만하다. 수많은 저술을 남긴 유학자요 문인이면서도 무를 겸비한 인물이가도 하였다. 그는 요동정벌을 통해 고구려와 발해의 옛 땅을 회복하고자 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당시의 시대정신을 뛰어넘어 백성의 귀중함을 아는 사람이었고 국왕과 관료는 백성을 위해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백성들에게는 먹는 것이 곧 하늘이므로 농업의 진흥을 통해 백성들의 경제생활을 풍요롭게 하고 세제와 재정제도를 정비하여 백성들을 위한 정치가 실시될 수 있도록 하였다. -371쪽 어느 시대도 편하거나 쉬운 세상은 없었다. 늘 힘들었고 위기는 상존했다. 국가도 한 개인의 삶처럼 반복적인 사건들이 일어난다. 지금 이 나라는 어느 지점에 서 있을까? 성장하고 발전하는 흐름 위에 서 있는지, 아니면 지 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될 운명을 지닌 나라인지. 그의 혜안이 그립다. 아프고 힘든 사람들과 젊은이들의 아우성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모두 각자도생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지, 공생과 상생을 꿈꾸며 천천히 걸어도 좋은지 궁금해질 때 한 번쯤 정도전의 목소리를 들어보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담아 어설픈 독후감을 올립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하여 몸도 마음도한겨울이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봄날이 되시기를!
22개의 불편한 질문에 꽂히다 도발적인 질문으로 뇌세포를 자극하는 책을 만났다. 그것도 현직교사가 쓴 책이다. 제도권 교육에 몸을 담고 있는, 그것도 철학교사라는 그의 글은 가끔 접하고 있었기에 신간을 발견하는 순간 바로 집어들었다. 읽고 싶은 책을 도서관 새책 코너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으니.철학을 전공한 이력답게 매우 진보적이고 도발적인, 생각해 본 적 없는 반론을 담은 질문들이 책장을 넘기는 속도를 늦추게 하는 책이다. 22개의 질문마다 고전과 현대를 넘나드는 작가의 독서력에서 나오는 탄탄한 근거 제시는 설득력까지 갖춘 책이라서 중간에 책을 덮게 하는 일은 없으니 책을 고른 안목에 자부심이 들게 한다. 작가는 다음 4개의 주제 아래불편한 질문 22개를 엮었다. 현실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질문이다. 1부. 우리는 자신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인간을 이해하는 물음 2부. 세상은 내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현실에 눈뜨는 물음 3부. 더 인간답게 살기 위한 고민 -생각의 틈을 메우는 물음 4부. 안개 속에서 길을 찾다 -미래를 준비하는 물음 이미 지면에 발표된 글을 묶어서인지 글을 더 전개해도 좋은 단락에서 끊기는 아쉬움은 독자에게 생각할 여백을 주어 내 생각을 곁들이게 하는 묘미를 느끼게 한다. 크게 어렵지 않은, 전문적인 용어를 삼간 채 인문학을 바탕으로 대학입시를 앞둔 고등학생이 읽어도 좋은 책이다. 책이란 모름지기 쉽게 써서 독자를 힘들게 하지 않아야 한다. 자신의 전문적 지식을 남발하여 독자를 질리게 하는 책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친절과 배려는 인간관계에서만 필요한 덕목이 아니니. 그대, 놀 줄 아는 인간인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가장 큰 고민은 ‘일자리 창출’이다. 인공지능 등의 발전은 급속하게 인간을 일터에서 몰아내고 있다. 정부도 고용 창출에 목을 매는 분위기다. 교육계 역시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어떤 지식과 기술이 필요한지를 놓고 머리를 싸맨다. 그렇지만 과연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사실이 ‘문제’이기만 할까? 오히려 일에서 해방되는 상황은 인류의 오랜 꿈 아니었던가? 경제학자 존 케인스가 1930년에 쓴 우리의 후손들을 위한 경제적 가능성에 나오는 구절이다. "100년 후에는 기술이 발전하여 사람들이 주당 15시간(하루 3시간)만 일해도 먹고 살 수 있다. 때문에 우리의 손자들은 크게 늘어난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 -p.220 네덜란드의 역사학자 하위징아는 인간을 '호모 루덴스'라고 정의 내렸다. 이는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뜻이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유인의 조건으로 '여가'를 꼽았다. 주어진 여가를 꾸리는 능력을 갖추었는가? 이제는 놀 줄 아는 인간을 기르는 것도 중요해졌다. 제대로 놀 줄 모르니 문제를 일으키는 놀이로 인생을 탕진한사람들의 일탈로 세상이 시끄러운 요즈음의 풍경이 그렇다. 혼자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다수에게 씻을 수 없는 놀이 문화라서 문제가 많은 것이다. 놀이 하는 인간은 이제 교육의 목표로 들어와야 할 것 같다. 제대로 놀 줄 아는 인간, 스스로도 즐겁고 다른 사람도 함께 행복한 건전한 놀이 교육은 이제 교육의 몫이 아닐까. 뭐든 배워야 잘할 수 있으니. 아이들은 놀이의 천재다. 수업이 끝나는 시각을 기다려 운동장으로 내달린다. 땀을 뻘뻘 흘리고 더위나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원래부터 인간은 놀이를 좋아한 셈이다. 어른이 되어가면서 노는 것을 죄악시 한 탓이 크다. 날마다 여행할 수도, 날마다 춤을 출 수도 없다. 날마다 맛집을 찾는 것도 힘들다. 이제 놀이가 일상이 되는 삶을 위한 설계도를 작성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으니. 고양이처럼 혼자서도 잘 놀고 싶은데.배부른 이야기 같지만 이것은 바로 요즈음 나의 고민이기도 하다. 인생의 거의 절반을 일로 보내고 이제야 자유인이 되었지만 하루하루 어떻게 지낼지 구체적인 매뉴얼이 없다. 지금 당장은 그동안 하고 싶었던 독서를 하며 책과 열애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중이지만.그렇다고 남은 인생을 책만 보고 살 수 없음을 생각하면 남아도는 여가 시간을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에리히 프롬의 말대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유로부터 도피"하려 하는 모양이다. 일자리가 불안하거나 직장 일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 미움 받을 이야기가 분명하지만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이 시기에 대한 고민은 빠를수록 좋지 않을까.인간은 정말 아이러니한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직장을 얻기 위해 질주해서 얻은 직장. 그곳에선 또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힘들어한다. 그런가 하면 일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면 또 얼마 못가서 지루하고 허무한 삶을 견디지 못해서 또 고민하니. 뭐든 갖기 위해서 달리지만 막상 차지하면 만족하고 안주하지 못하여 다시 다른 걸 찾는다. 마치 우리 집 고양이 같다, 녀석은 새 장난감을 보면 정신없이 달려들어 놀지만 금방 싫증을 내고 얼마 후엔 그 장난감을 돌아보지도 않는다. 40여 년 앞만 보고 달려온 인생이라 일하지 않음에서 오는 불안으로 일년을 보내고 말았다. 정년퇴직 이후에는 어떻게 삶을 꾸릴지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운 게 없으니 습관처럼 책을 읽고 자판 앞에 앉곤 한다. 인간은 늘어난 자유를 제대로 놀 줄 모르니 여가 시간조차 누군가 틀을 짜서 일상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는 세상이 오진 않을까. 이 책덕분에 방학을 앞둔 초등학생처럼 하루 일과표를 만들 수 있게되었다. 생물학적으로 필수 시간인수면 시간 8시간, 좋아하는 책 읽기 4시간, 일기나 서평을 비롯한 글쓰기 4시간, 산책이나 운동 2시간, 집안 일 3시간, 놀이 시간 3시간(음악 감상, 텔레비전 시청, 가족이나 친구 모임 등) 니체는 하루 24시간 중 자기 자신을 위하여 2/3를쓸 수없다면 노예라고 일갈한 철학자다. 내가 해석한 바로는 일하는 것 자체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어야 하고 그 일을 행복하게 한다는 뜻이라고. 단순히 생계유지를 위한 일이라면 일하는 동안에도 행복하기 어려울 테니 노예처럼 살지 말고 인생의 주인이 되어 살아야 한다는 말을 그렇게 어렵게 말한 것이리라. 그럼에도 생계유지를 위한 일자리마저 얻기 힘든 사람들이 넘치는 현실이니 인간의 삶은 니체가 살았던 때보다 한 걸음도 진보하지 못한 건 아닐까. 아니,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어 행복을 만끽하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에 그의 일갈이 오래 회자되는 것이리라. 도발적인 질문을 허용하라 그러나 과연 ‘정상적인 정신 상태’란 무엇을 의미할까? 정신 의학자의 눈으로 보면 모든 사람의 영혼은 우울증, 강박증, 열등감 등등의 질병을 앓고 있다. 나아가 천재들은 광인에 가깝다. 베토벤은 괴상한 성격으로 악명 높았다. 그의 하인들은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불벼락에 전전긍긍했다. 고흐는 격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자신의 귀를 잘랐다. 비트겐슈타인은 생각에 몰두할 때면 괴물같이 날카로웠고, 일이 없을 때는 하루 종일 배회하거나 영화관에서 탈진하듯 쓰러져 영화를 봤다. 이들은 과연 정상적인 정신 상태로 되돌려야 할 환자였을 따름인가? --- p.60 위에 인용한 대목은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질문이다. 작가가 인용한 예술가들의 삶을 보면 정상에서 벗어난 사람, 비정상적인, 광인에 가까운 사람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무언가에 미치지 않으면 이룰 수 없음을 역사를 만들어 간 사람들이 보여준다. 그래서 작가는 정상적인 정신 상태에 대한 질문하기를 멈추지 못한다고 했다. 세상은 긍정적인 발전과 적극적인 진보 사상을 가진 비정상적인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진화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질문이다. 더 좋게 표현하면 창의적이고 기발한 상상력을 뭉개지 않는 교육, 도발적인 질문을 허용하는 문화를 추구하는 수평적 사회를 생각하게 한 책이다. 철학에 대한 고전적 인상마저 현대인의 질문으로 바꾸어 삶의 문장으로 이끈 작가의 탁월한 인문학적 상상력에 빠져들게 하는 공부하는 안광복 선생님의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그의 교실 수업이 궁금하다. 오늘은 어떤 질문으로 학생들의 생각에 도끼를 들이댈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을 위대한 물리학자로 만든 것은 8할이 질문이라고 한다.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노벨상을 탄 사람과 아닌 사람의 가장 큰 차이는 IQ나 직업윤리가 아니라 더 큰 질문을 던지는지 아닌지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할 수만 있다면 단위 시간 수업을 끝낼 때마다, 최소한 한 단원의 학습을 마무리 짓는 공부를 할 때마다 질문하는 선생님들이 많아지면 참 좋겠다. 질문을 하는 학생은 그만큼 학습의욕이 왕성하고 호기심도 강하다. 질문의 내용이 다소 하찮은 것일지라도 최대한 받아주기만 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