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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는 향이 없다. 곧고 속이 비어 허심탄회한 정서가 대나무의 향을 대신할 뿐. 그러기에 향 없는 향을 가진 대나무는 차와 가장 잘 어울리는 나무로 꼽힌다. 차 문화의 수도라 불리는 경상남도 진주. 그곳에 대나무마냥 향으로 차를 혼탁하게 하지 않는 찻집 ‘죽향’이 있다. 담담하고 맑은 ‘참사람’이 그리울 때면 찾고 싶은 곳. 차(茶)로 드는 길이라면 굳이 문이 없어도 되는, 바로 그곳. 세상 만물은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이치를 지니고 있다. 그 이치를 하나씩 추구해 들어가면 마침내 앎에 이른다. 그리하여 직접 몸으로 다가드는 수고로운 행이 있고 난 후에야 사물의 참된 모습을 밝혀 깨달을 수 있는 것들. 그것을 일러 격물치지(格物致知)라 했던가. 차를 아는 것도 그것과 같아서 ‘죽향’을 운영하고 있는 김형점(55)・김종규(59) 부부 내외의 행보는 언제나 이롭다. 청소년수련관이 자리하고 있는 옛 진주시청 건물 맞은편의 ‘죽향’.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고요하고 맑은 선방(禪房) 느낌의 차 문화 공간이 펼쳐진다. 계단을 사이에 두고 좌측은 대추자나 생강차와 같은 대용차실, 우측은 다도를 즐기거나 다구를 구입할 수 있는 ‘아정(雅亭)’이라는 공간으로 나뉜다. 이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윽하게 풍기는 차향과 다구들이 즐비해 있는 고졸한 멋에 압도당하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닐 터. 흡사 고대 유물 속을 들여다보는 듯 저 머나먼 세계의 신비한 기운이 감동으로 다가오던 것이다. 진주시민들은 물론 일찍이 전국의 내로라하는 재야인사들이 숱하게 몰려오던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김형점・김종규 부부 내외가 이곳에서 찻집을 시작한 지는 20년 세월이 훌쩍 넘었다. 지금이야 ‘죽향’의 사장 직함은 남편인 김종규 씨가, 죽향차문화 원장 직함은 부인인 김형점 씨가 맡고 있지만 애초에 시작은 김형점 씨로부터였다. 전생에 해온 일처럼 끌림 느껴 대학생 시절부터 대개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세련된 커피숍보다는 은은한 전통찻집을 드나들던 형점 씨였다. ‘전생에 내가 해온 일이구나’ 여겨질 만큼 생사 너머의 끌림이 있었던 것일까. 따로 배워 익히지 않아도 다식 만드는 법이며 찻물 내리는 것이 저절로 손에 익어 나오더란다. 결혼생활은 형점 씨를 차의 세계로 더욱 깊숙이 끌어당기는 계기가 된다. 현실에 안착하는 느낌이 들어 답답하기만 했던 시집살이. 밤에 홀로 차를 대하는 시간이야말로 유일한 도피처이자 낙이었다고 형점 씨는 말한다. 그러다 형점 씨는 녹차 한 잔을 들고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 차가 이렇게 맑고 경이로운 것이구나, 차 한 잔이 이리도 향기로울 수 있는 것이구나. 그때 형점 씨가 느낀 차에 대한 생각은 경이를 넘어 신이함에 가까운 것이었다. 전생에 해결되지 않은 것까지 다 해원되는 것 같은 그 느낌을 뭐라고 해야 하나. 세포 하나하나에 스미어 있는 모든 묵은 것들이 말끔히 씻겨 나가도록 울음을 쏟아낸 뒤, 형점 씨는 비로소 세상 참 살아볼 만한 거라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이 세상에 온 이유조차 모르고 살다가 죽는 것을 되풀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던가. 오는 곳도, 가는 곳도 분간 못한 채 오고 가야 하는 우매한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 이것은 당연한 일 같지만 인간에게 가장 큰 약점이자, 모순이며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형점 씨는 그 밤, 비로소 자신의 가야 할 길을 발견하게 된 셈이다. 그렇게 크게 비우고 크게 깨닫고 나서 소원하던 전통찻집 ‘죽향’이 탄생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형점 씨가 아침 이슬이자 햇살과 같은 것이라고 느꼈던 차 한 잔. 그리고 선의(善意)요 심오한 지혜이며, 무한한 진리이고, 동시에 끊임없이 탐색해야 할 비적(秘籍)인 그 차 한 잔은,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같이’ 해야 한다는 것을 거듭 알게 된다. 이때부터 남편 종규 씨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편승해 지금껏 함께 해오고 있다. 본래 대나무의 굵기는 죽순의 크기와 같아 죽순이 굵으면 대도 굵은 법이다. 형점 씨가 찻집을 열던 1997년 당시에는 세간의 전통차에 대한 관심은 그리 호락한 것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굶어 죽을 일 있냐”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차에 대한 고집 하나로 오랫동안 ‘죽향’이 진주의 명물이 될 수 있었던 데는, 애초 지고 나온 부부의 굵은 대 때문이었을 거라. 옛 사람들이 먹으로 대를 칠 때처럼 오래된 잎과 어린잎이 구별되고, 음과 양이 뒤섞인 그 오묘한 진리가 ‘죽향’을 일군 것이다. 형점 씨의 말대로 차에는 큰 에너지가 있어서 오롯이 믿을 수 있었던 것도 한 몫을 거들었으려나. 사실인즉 모든 물질에는 저마다 고유의 에너지가 있다. 성품이라 말할 수도 있는 참으로 깊고 오묘한 차의 그 에너지가 인연 따라 이루어져서 이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미묘함이 나오는 문이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고요하여 움직이지 않지만, 지구가 움직이는 것과 같은 거대한 힘을 지니고 있다 해야 할까. 차선일미 경지 승화…죽향차선법 “대저 차는 깊고 두터운 경지의 것이어서 미묘합니다. 그만큼 차 문화는 심오해서 평생 알아도 알 수 없어요. 차는 한 번 두 번 우려 마시며 내 삶을 되짚어보는 반추의 시간을 제공해 줍니다. 그 속에서 참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차는 도(道)입니다.” 형점 씨가 하는 죽향차선법은 행차(行茶)의 전 과정을 호흡과 일치시킨다. 안(眼)・이(耳)・비(鼻)・설(舌)・신(身)・의(意) 육근(六根)을 관찰 대상으로 삼아 일상을 초월로 이끌어내는 정념수행. 즉 일상에서 차 마시는 일을 참선으로 대입시켜 차선일미(茶禪一味)의 경지로 승화시킨 차의 행법이라고 볼 수 있다. 차를 마시는 사람치고 차와 선을 말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오늘날 음차인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산란한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해 마음이 공적(空寂)한 본체에 들어가는 것. 자신의 본체인 본성이 움직이기 전의 정정(定靜)의 정도를 깊이 수련하는 것이 이곳 ‘죽향’이 차를 대하는 자세인 것이다. 다시 말해 자기 조화의 도(道)를 안으로 닦는 것. 그리하여 차를 안다는 것은 선(善)도 아니고 악(惡)도 아니며, 생도 멸도 아닌 온갖 상대 세계가 끊어진 중도의 자리이자 공의 자리를 아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삼라만상과 내 마음속에 함께 존재하는 생명의 근원처. 자신의 본체이자 천지자연과 합일되는 이 자리야말로 누구든 회복하여야 할 숙명과 같은 것일 거라. 차 문화의 발상지 비봉루를 잇는 공간 하동의 차는 민족의 영산 지리산의 맛을 품고 있다. 산등성이에 심어진 차나무들도 은은한 향을 품은 찻잎을 키워낸다. 그러나 ‘차는 지리산 하동에서 나오고, 그 차를 마시는 곳은 진주’라는 얘기가 있다. 그만큼 진주의 차 문화는 아득하고 오래됐다. 현재에도 진주시청에 등록된 차인회만 28개, 미등록까지 합하면 50여 개의 차인회가 활동 중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차인들이 활동하는 차 문화 활성화 도시인 셈이다. 물론 진주가 차 문화의 발상지라는 말이 나온 데는 ‘비봉루(飛鳳樓)’의 역할이 크다. 비봉루는 비봉산 서쪽 기슭에 있는 누각으로, 1969년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진주차인회, 당시에는 진주차례회가 발족됐다. 그렇게 사천 다솔사의 최범술 선생과 진주의 박종환, 정명수, 김창문, 최규진 선생 등에 의해 결성된 진주차인회가 전국차인회의 시발점이 된 것이다. “음식은 육신을 살찌우고, 차는 정신을 살찌웁니다. 때문에 차는 귀족 중심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억지로 대중화하려고 하다 보면 차의 격(格)이 낮아집니다. 때문에 차 문화는 획일화가 아닌 다양성이 인정되어야 하는 거죠. 차를 마시는 사람의 나이와 연륜에 맞게 표현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차 맛은 정성이고, 차는 물처럼 부드러워야 한다. 기질적으로 좋은 차는 차를 모르는 사람이 마셔도 좋다. 그것이 좋은 차의 요건이다. 하여 부부는 차를 마시고 난 전과 후는 분명히 달라야 한다고 말한다. 본체의 마음으로 돌아가 보다 청정함을 지닐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것이 노동 음료이자 대중사교 음료인 커피와 다르게 휴식과 여여함을 찾을 수 있는 힐링 음료인 차 문화의 특징이란다. 한마디로 ‘죽향’을 알고자 한다면 문(門), 행(行), 득(得)의 길을 거쳐야 한다. 문이 있어서 들고, 행해서 얻는 것. 물론 그 과정에서 중정(中正)을 잃지 않는다는 천리원칙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차 자체가 삶이 되어버린 이곳 사람들처럼, 적당한 양의 차를 알맞게 우려 적당한 시간에 편안한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따라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죽향’은 그 깊은 철학을 토대로 비봉루에 이어 오랜 시간 동안 진주의 차 문화는 물론 문화예술의 중심에 있었다. 땅 위로 뻗은 가지 길이보다 땅 밑 뿌리가 깊은 차나무처럼 깊은 속을 지닌 찻집으로 말이다. 2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차는 차일 뿐이라고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게 된 것도 그 뿌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차를 더 깐깐하게 고집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죽향’이 차 문화계 대부분의 차인들이라면 다 아는 명소가 된 것만큼 부부에게 차는 이제 사유나 소통으로서의 것 이상의 의미가 됐다. 상대에게 차가 펼쳐지는 것을 아는 나이, ‘차 파는 늙은 매다옹’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물을 보는 데에서 시선을 넓혀 물이 지닌 본질과 본성, 생성은 물론 물의 본체적인 요건 모두를 알아볼 수 있는 나이. 다능취인하필주(茶能醉人何必酒), 차가 능히 사람을 취하게 할 수 있는데 하필 술이랴 / 서역향오불수화(書亦香吾不須花), 글이 역시 나를 향기롭게 만들 수 있는데 꼭 꽃을 탐하랴. 당나라 어느 시인의 시구마냥 넓고, 높고, 깊고, 고요한 차 한 잔이 그리워지면 진주에 가 볼 일이다. 거기, 연 따라 유유히 사는 차선(茶禪) ‘죽향’이 있을지니.
초여름으로 접어들었지만 코로나19의 기승은 여전하다. 고3, 고2에 이어 고1까지 등교했고 중학교와 초등학교 및 유치원도 속속 등교를 마무리하고 있다. 특히 대입을 목전에 둔 고3 학생들은 5월 20일에 등교해 벌써 4주차에 접어들고 있다. 학교 수업도 서서히 정상화 단계로 접어들면서 교실마다 마스크를 낀 선생님들의 열강으로 활기가 넘치고 있다. 그러나 고3의 경우 한 달 가까이 수업을 진행한 선생님들의 체력 저하에 따른 극도의 피로감으로 교과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집단 감염의 우려 때문에 철저한 방역지침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학생이나 교사 모두 교실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학생들도 하루 8시간 넘게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업을 듣는 것은 엄청난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지방의 한 고교에선 고3 학생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업을 듣다 실신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문제는 여름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방역 지침에 따라 에어컨 사용을 최소화하고 가동을 하더라도 창문을 열어야 한다. 1시간 수업에 흥건히 젖어 교사들은 교과지도, 생활지도, 진학지도에 각종 공문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방역업무까지 맡고 있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라 이해는 한다. 그렇지만 교사의 본질인 수업지도에 어려움을 느낄 만큼 피로가 누적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하는 것은 보통 고역이 아니다. 성능이 가장 좋은 KF94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업을 해 보니 온전히 한 시간을 마칠 수 없었다. 학생들에게 목소리 자체가 작게 들리는 것은 그렇다 쳐도 말할 때 내뱉은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지 못해 금방 숨이 차올랐다. 게다가 비말이 쌓이며 통과하지 못한 수분으로 입 주변이 흥건해졌다. KF80 마스크도 차이는 크지 않았다. 덴탈 마스크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고 비교적 호흡이 편한 천마스크를 쓰면 상황이 개선되기는 하지만 한 시간 수업만으로 천이 흠뻑 젖는 현상이 나타나 시간마다 교체할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천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그나마 피로도를 줄일 수 있지만 비말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고 몇 시간 수업을 하면 목소리가 쉬는 현상이 나타난다. 숨을 들이마실 때는 산소가 약 21%, 이산화탄소는 약 2.23% 정도다. 그런데 숨을 내뱉을 때는 산소가 17% 줄어들고 이산화탄소는 4%로 높아진다. 마스크를 쓰고 숨을 내쉴 때 이산화탄소가 제대로 배출되지 못해 농도가 3%가 넘으면 숨이 차고 4%를 넘기면 어지럼증이나 두통, 실신의 원인이 되고 10% 이상이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교사 건강권도 생각해야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면 원격수업처럼 수업 내용을 미리 제작해 방영하고 마무리 부분에서 학생들의 질문을 받는 방식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19가 완전히 사라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교육현장에서의 마스크 착용은 마치 옷을 입고 다녀야 하는 것처럼 일상이 될 것이다. 장기화에 대비해 수업 시간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강의를 진행하는 교사들의 건강권도 생각해야 한다. 마스크 강의로 피로가 누적되면 그만큼 학생 지도와 방역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교직 생활을 중학교에서 시작했고 고등학교에서도 근무한 적이 있어서 제자들이 모두 십대 청소년들이었다. 귀여운 중1부터 새침한 여고생들, 덩치가 크고 억센 남고생들까지 십대 초반부터 후반에 이르는 다양한 학생들을 지도했다. 그래서 마음속에 내 자식이 십대가 되면 그들을 가르쳤던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런데 건강상의 문제로 교직을 떠나 자식 교육에 전념하는 엄마가 돼보니 전심전력을 다하는데도 자녀 교육이 쉽지 않았다. 중1까지는 심성 곱고 성실한 아이여서 호흡이 척척 잘 맞았는데 사춘기가 되면서 부모에게 반감을 드러내고 남처럼 냉정하게 행동했다. 교직에 있을 때 수많은 사춘기 학생들을 가르쳤건만 엄마로서 사춘기 자식을 대하기가 그토록 힘들 줄이야…. 사춘기 시작단계의 제자들, 절정에 이르러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던 제자들, 그리고 끝단에서 숙연해진 제자들…. 사춘기 청소년들과 함께 한 세월이 얼만데, 내 자식 하나를 감당하지 못해 야단치고 다투면서 갈등하게 될 줄은 몰랐다. 자식에 대한 욕심·집착 때문 교사 출신 엄마로서 자녀 교육을 잘 할 것이라고 주변에서도 기대했고 본인 자신도 철석같이 믿었는데 현실은 너무도 달랐다. 자식의 돌변한 행동과 태도를 도저히 이해도 납득도 할 수 없었고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하고 서운해 하면서 훈계하고 다그쳤다. 그러나 이런 훈계는 아무런 소용도 없었고 오히려 갈등이 더욱 심화됐다. 원인이 무엇일까? 전적으로 자식의 태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부모가 자식에 대해 품어 왔던 욕심과 집착 때문일 것이다. ‘내 자식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 해’ 혹은 ‘엄마가 교사 출신인데 우리 아이의 행동이 반듯해야 하고 공부도 잘해야 하고’ 등 자식에 대한 높은 기준을 마음속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이가 사춘기가 돼 자기 주관이 생기고 독립을 갈구하며 간섭과 감시를 거부하면서 부모의 눈에 차지 않는 행동을 하자 기대가 무너지고 실망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자식의 입장에서는 기대와 기준이 너무 높은 부모에게 부담감과 갑갑함을 느끼고 더욱 반항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야단·훈계보다 긍정적 수용을 자식과 숱한 갈등을 겪고 난 후에야 뒤늦게 깨달은 것이 있다. 사춘기에 변해 버린 자식의 행동과 반항적인 태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에 대한 엄마로서의 반응이 문제였음을. 자식이 자유를 갈구하고 부모의 간섭이나 잔소리를 극도로 거부할 때에, 아이에게 자유의 범위를 좀 더 넓혀주면서 너그럽게 대해 주었어야 했다. 사춘기 자녀와의 갈등에서 우리 부모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바로 이점이다. ‘너의 행동이 내 마음에 들지 않고 나를 화나게 해. 너 때문에 가정불화가 생겼으니까 네가 바뀌어야 해’ 라는 사고방식으로는 절대로 갈등을 완화시킬 수 없다. 자식의 행동을 원래의 모범적인 모습으로 되돌리려고 야단치고 훈계할 것이 아니라 우리 부모가 먼저 변해야 한다. 자식에 대해 품었던 욕심과 집착을 내려놓고 자식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부모가 자식을 긍정적으로 수용해 주면 반항적이던 자녀의 태도가 조금씩 누그러지고 소원했던 사이가 회복될 것이다.
연평균 약 3000건 이상 교권침해사건이 발생한다. 교원에 대한 폭언과 폭행, 악성 민원 등 그 유형과 침해 양상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교총이 사활을 걸고 개정을 추진한 교원지위법, 학교폭력예방법, 아동복지법 등 소위 ‘교권 3법’의 법제화가 마무리됐다. 아동복지법은 5만 원의 벌금형만 받아도 교단에서 영구 퇴출토록 했던 독소조항을 법원 판결 시 사건의 경중 등을 고려해 취업제한 여부와 기간을 함께 선고토록 개정됐다. 학교폭력대책위원회의 지역교육청 이관, 경미한 학교폭력 사안의 학교장 종결제 도입이 반영된 학교폭력예방법도 올 3월부터 시행됐다. 특히 교권보호의 기본법령이라 할 수 있는 교원지위법 시행령도 지난해에 이어 지난 2일 다시 개정됐다. 신체·정신상 4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중대한 교권침해는 교육감이 즉시 장관에게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도서·벽지 근무 교원의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을 위해 정기적으로 실태조사도 하게 된다. 또, 교총이 줄기차게 요구한 고교 교원의 교육연구비 지급근거도 마련됐다. 과거 중학 교원연구비 미지급 사태를 해결했던 교총이 이번에는 선제적으로 해결한 것이다. 큰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정교한 법 체계 갖게 돼 돌이켜 보면, 교권침해 예방과 피해 교사에 대한 보호 장치는 부족했고, 사건이 발생하면 교육 당국은 민원인의 시각에 치우친 행정처분으로 현장의 많은 원성을 산 것도 사실이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중대한 교권 사건도 교육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는 등 사건을 축소하려는 경향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교육활동 침해 행위 고시를 통해 가해 학생을 봉사, 특별교육, 출석정지, 학급교체, 강제전학할 수 있도록, 고교의 경우 퇴학까지 가능토록 규정했다. 교권 3법의 정교한 법제화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교육법정주의 확립을 통해 교권보호의 안정성을 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률이 집이라고 한다면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집을 꾸미는 장식과 같다. 보이는 모습뿐만 아니라 실제로 사는 데 편리해야 좋은 집이다. 그간 집이 허술해 교원들은 정상적인 교육활동조차 어려웠고 사기가 꺾였다. 학생을 전학 조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폭언과 폭행, 성희롱까지 당한 피해 교원이 되레 가해 학생을 피해 다른 학교로 전근까지 가야 했다. 입법화 과정은 매우 험난했다. 교총은 이를 극복하고 교권보호 제도화를 완성했다. 이제부터 모두가 학교현장에 뿌리를 내리도록 힘써야 한다. 현장 착근 위해 노력해야 첫째, 교육감부터 우선 ‘교권 지킴이’가 돼야 한다. 교원지위법은 교육감에게 ▲법률지원단의 구성 및 운영 ▲교권 실태조사 실시와 교원치유지원센터 지정 ▲피해 교원치유와 교권 회복 조치 ▲중대 교권 사건의 교육부 장관 보고 의무화 등 교권보호 책무를 지우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학생 인권과 교권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보고 정책을 펴야 한다. 각종 민원으로 시달리는 학교와 교원의 시름도 덜어주고, 피해 교원이 요청하는 경우 관할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등 교권보호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 둘째, 교권침해 예방과 대응에 학교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교원지위법상 학교장은 ▲교권 사건의 은폐나 축소금지 ▲교직원, 학생, 학부모 대상 연 1회 이상 예방 교육 실시 ▲교육활동 침해 학생에 대한 조치는 물론 학부모, 지역사회의 각종 민원으로부터 학교와 교사를 보호할 책임이 있다. 아무리 사소한 교권침해사건이라도 쉬쉬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사건을 원활히 해결하는 데 걸림돌이 될 우려가 크고, SNS나 인터넷,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질 경우, 되레 책임은 커지고 수습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셋째, 학생, 학부모의 교권에 대한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교권을 보호하는 것이 곧 자녀와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는 것이다’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교육구성원이 함께 학칙을 마련해 숙지하고 반드시 지킨다. 지키지 않을 경우는 정한 기준에 따라 반드시 처벌하거나 제재한다. 서로의 권리를 보장하되 의무를 지켜야 학교분쟁을 막을 수 있다. 넷째, 교원 스스로가 교권을 지켜야 한다. 부여되는 교권은 한계가 있다. 교원은 학생에 대한 사랑과 교육 열정에 더해 깨끗한 교직 윤리를 실천하고 당당하게 교권보호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험난한 파고를 해치고 어렵사리 마련한 교권 3법이 학교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교육구성원 모두의 세심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코로나19 관련 교육당국 지침이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는 사례가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방역인력 지원, 그리고 자가진단 매뉴얼과 보건소에서의 적용이 다른 점이 대표적이다. 우선 교육부가 학교방역인력을 4만 명 가까이 지원해준다는 발표가 나온 이후 보름 정도 지난 시점, 현장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지원이 아니라 짐”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류세기 전국시·도교총회장협의회 회장(경북교총 회장)은 “교육부 장관이 각 학교에 방역인력을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는데 현장에서는 인력배치가 된 적은 없다”며 “다만 도교육청 공문에 월 120만 원 정도의 금액 중 교육청 30%, 학교 70%로 비용을 부담하도록 했는데, 방역물품 등을 구입하는 데도 예산이 너무 많이 들어 인력을 채용할 여력이 없다”고 털어놨다. 불용 목적사업비의 학교 운영비 조기 전환이 시급하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과 서울교총이 연이어 교육당국에 요청 및 건의를 한 상황이지만, 당국은 ‘일단 원칙대로’ 금액이 더 필요하면 추경을 통해 내린다는 입장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학교는 하루가 다르게 발생되는 새로운 문제의 연속이다. 교육당국의 전향적인 검토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인력 채용 자체를 학교가 아닌 지자체가 주도해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장에서는 해당 방역인력의 채용, 연수, 교육 및 관리의 주체를 두고 혼란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원자 대부분이 의료 전문성이 떨어지는 하루 3시간 미만의 ‘초단기 파트타임’ 인력이고, 대부분 60세가 넘는 고령자들이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오히려 학교에 실질적인 도움보다는 업무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경기교총은 2일 성명을 내고 “방역인력을 지자체 주도로 채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증상 학생 발생 시 119구급대가 해당 학생을 선별진료소로 이송해 진료한다는 대책 가운데 보호자가 부재중일 경우 다시 학교로 이송토록 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추가 감염’이 우려된다. 또한 학교가 교육부 자가진단 매뉴얼대로 보건소에 진료를 요청했음에도 별다른 이유 없이 거부당하는 경우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이는 보건소에 따라 편차가 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매뉴얼대로 잘 응대해주는 곳이 있는 반면, 정반대 반응을 보이는 곳 등 천차만별이다. 자가진단 매뉴얼에 따라 기침, 인후통, 호흡곤란 등 어느 하나의 임상증상이 나오면 선별진료소 검사를 받도록 돼있다. 그러나 “이런 증상으로 왜 왔느냐”며 학생 등을 돌려보내는 곳이 적지 않다. 이런 경우 학부모는 학교에 민원을 넣기 마련이다. “학교가 아무리 잘 해도 욕먹고 있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박성은 경기 은행중 보건교사는 “지금 같은 위기상황 때 담당자의 판단에 따라 매뉴얼이 각기 다르게 적용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한국교총은 교육부에 온라인수업 교권침해 증가에 따른 ‘사이버 교권침해 매뉴얼’ 마련을 건의했다. 교총에 따르면 이달 초 교육부 교육정책과에 온라인수업 장기화에 따라 증가하고 있는 각종 교권침해와 관련해 ‘사이버 교권침해 매뉴얼’ 제작·보급을 요청했다.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초유의 개학연기 및 온라인 개학에 따라 종전에 볼 수 없었던 형태의 사이버 교권침해가 드러나는 만큼, 이에 따른 온라인 수업시대에 맞는 적절한 매뉴얼이 제작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성재 교총 교권강화국장은 “사이버교권침해 예방을 위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홍보 강화가 요구된다”며 “사이버 교권침해로 교육자의 정당한 교육지도활동에 대한 위축이 없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학생의 경우 원격수업으로 인해 우려되는 사이버 교권침해 사례로는 △교사의 강의내용 등에 대해 단톡방 또는 SNS 소통방에서 험담하는 행위 △온라인 강의방에서 교사를 대상으로 한 욕설 행위 △출석 확인 및 댓글달기 과정에서 교사에 대한 명예훼손 또는 모욕 행위 △강의 중인 교사의 얼굴을 캡쳐 후 합성 유포해 모욕 또는 성희롱하는 경우 △교사의 강의 활동을 녹음 및 녹화해 다수에게 유포한 후 이를 비방하는 행위 등으로 파악되고 있다. 학부모의 경우에는 △교사의 가치를 폄훼·우롱하는 언행 △수업 방해 등 부당한 교육활동 간섭 행위 △강압적 위협이나 언어폭력 등이 발생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한국교총에 접수된 ‘사이버 교권침해 사례’를 보더라도 이와 유사한 일은 재발될 가능성이 높다. A고에서 학생이 교사 사진과 이름을 사용해 폐이스북 계정을 만들고 학력과 생년월일, ‘동성애’ 등을 허위로 기재하는 일이 발생됐다. B중에서는 학생이 학교실명을 거론하며 네이트 게시판에 체육교사가 보건교사와 보건실에서 성행위를 했다는 허위 글을 올렸다. C초에서는 6학년 남학생 3명이 안티방을 만들어 SNS 상의 교원 얼굴사진, 그리고 남편사진을 이용해 모욕하는 동영상을 제작했다. 학부모가 카카오톡 단체톡방에서 선생님의 수업을 평가하며 ‘선생님 실력이 없다’는 등 메시지를 돌리기도 했다. 모 유튜버는 교원에게 초등학생 때 촌지를 주지 않아 피해를 봤다는 영상을 올려 1심에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300시간의 선고가 이뤄진 사건도 있었다. 이 같은 영향 때문에 한국교총이 올해 발표한 ‘2019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 실적’ 보고서에도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 비율은 전년도에 비해 16.9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석 교총 교권본부장은 “미투 운동, n번방 사건 등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학생 및 학부모에 의한 사이버 교권침해에 대한 적절한 대응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교생실습도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국 시·도교육청과 양성기관 등에 따르면 교육부 ‘교육실습 운영 협조’에 따라 예비교사들은 협력학교와 함께 비대면 온라인 실습으로 진행 중이다. 경인교대 4학년생들은 1일부터 26일까지 경기도교육청 관내 협력학교로 지정된 11개교에서 4주 실습에 돌입했다. 2주는 비대면, 2주는 대면으로 ‘2+2 실습’으로 진행된다. 서울교대 예비교사들은 지난 달 18~29일 2주간 비대면 실습을 가졌다. 이들은 지도교사와의 온라인 교육을 통해 학생 지도, 상담, 교수학습 과정안 짜는 법 등을 배웠다. 광주교육청은 광주교대 4학년 48명의 실습생을 대상으로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9일까지 4주 동안 비대면 교생실습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올해 1학기에 한해 온라인 개학에 맞춰 교육실습생이 원격수업을 참관보조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지침을 각 대학에 통보한 바 있다.
주춤하던 코로나19가 서울 이태원 클럽발 집단 감염으로 재확산하자 다시 불안한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긴급재난지원금 등 사상 처음인 일들을 겪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듯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바꿔 놓은 괴물이다. 보이지 않는 적인데다가 백신이나 치료제가 아직 없어 방역 수칙을 지키며 조심, 또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코로나19가 바꿔 놓은 것은 극장가도 마찬가지다. 신작들의 줄줄이 개봉 연기는 물론 오래 전 개봉되었던 재난영화를 소환해내고 있다. 일례로 ‘컨테이젼’은 영화진흥위원회 주문형비디오(VOD) 주간 박스오피스 최신 집계(2월 17~23일)에서 이용건수 4만 2,034건으로 4위에 올랐다. ‘감기’도 같은 집계에서 17위를 차지했다. 2013년 8월 14일 개봉한 ‘감기’는 바이러스 감염을 소재로 한 재난영화다. ‘감기’의 최종 관객은 311만 7859명인데, 이 영화를 볼 때만 해도 바이러스 감염이 그렇게 무서운 질병인 줄 몰랐다. 그저 여름철 더위를 싹 가시게 하는 상업적 오락영화의 하나로 즐기는 정도였다고 할까. 다만, 닭ㆍ오리ㆍ돼지처럼 사람도 ‘살처분’될 수 있음에 오싹했던 기억이 살아나긴 한다. ‘컨테이젼’(감독 스티븐 소더버그)은 2011년 9월 22일 개봉한 영화다. 극장 관객 수는 22만 8,899명이다. ‘감기’보다 2년 앞서 개봉했는데, 거의 관심을 받지 못한 재난영화임을 알 수 있다. 2009년 신종플루 난리를 한바탕 겪었는데도 대중일반이 바이러스 감염병에 따른 공포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긴커녕 거의 의식하지 않은 ‘컨테이젼’ 관객 수라 할까. 단, ‘컨테이젼’은 6,000만 달러 제작비로 그 두 배 이상인 1억 3545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컨테이젼’을 SBS가 정규 프로인 ‘더 킹: 영원의 군주’를 결방한 채 지난 29일 밤 특선영화로 방송했다. SBS측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한순간에 일상이 급변하고 불안과 공포가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 영화를 통해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인류의 모습을 조명하고 경각심을 환기하고자 마련했다”고 밝혔다. 배우와 제작 관계자들조차도 보도를 통해 결방 사실을 알게 되는 등 “시청률에 목멘 SBS의 ‘꼼수’가 아니냐”는 구설에 오른 ‘더 킹: 영원의 군주’ 결방이지만, ‘컨테이젼’이 나름 의미 있는 특선영화이긴 하다. 물론 ‘더 킹: 영원의 군주’를 본방사수하던 시청자 입장에서다. 어떤 제약이나 조건 없이 뉴스 보듯 볼 수 있는 지상파 방송 최초의 ‘컨테이젼’이라서다. 그러나 ‘컨테이젼’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4.4%(2부)로 나타났다. ‘더 킹: 영원의 군주’보다 낮은 시청률이다. 난데 없는 ‘더 킹: 영원의 군주’ 결방으로 구설에 오르기까지 하며 내보낸 특선영화치곤 실망스러운 결과라 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전국 기준보다 높은 수도권 시청률 5.2%다. 원래 다른 프로들도 수도권 시청률이 더 높게 나오긴 하지만, 그곳이 코로나19 재확산 지역인 점을 감안하면 그럴 듯해 보이는 조사 결과다. ‘컨테이젼’은 홍콩 출장을 다녀온 베스(기네스 팰트로)가 아들과 함께 연달아 죽는 걸 토마스(맷 데이먼)가 겪는 등 코로나19보다 더 심각한 바이러스 감염에 노출된 세계 각지의 상황을 보여준다. 미국은 물론 중국ㆍ영국ㆍ일본ㆍ홍콩의 도시들에서 사람들은 그야말로 어찌해볼 수조차 없이 죽어 나간다. 최일선에 선 질병관리센터는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주의를 줄 뿐이다. 그 주의는 지금의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방역 당국의 소리와 같다. 예컨대 사람과 접촉하거나 말하지도 말라는 식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겪는 와중에 본 ‘컨테이젼’이라 그런지 영화의 장점이 두드러진다. 박쥐와 돼지가 옮긴 과정의 시물레이션 등 뉴스를 통해 단편적이거나 피상적으로 알 뿐인 바이러스 감염병에 대한 것들을 비교적 세세하게 보여준다는 점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선량한 시민들의 마트 점거, 차량 약탈이라든가 치료제와 맞바꾸기 위한 오랑테스 박사 납치 등도 오싹한 느낌을 준다. 극한상황과 맞닥뜨린 인간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모습으로 다가와서다. 신종플루에 대한 과잉 대응이라든가 누군 죽어 나가고 누구는 떼돈을 버는 상황 묘사도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코로나19와 다른 것은 치료제가 만들어져 안정을 찾는 점이다. 또 전 세계적으로 감염자가 8백만 명에 이르는 감염병인데, 대통령은 지하벙커로 피신하는(실제 그런 장면은 없다.) 등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미온적이거나 무능한 정부 대응도 코로나19와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오랑테스(마리옹 꼬띠아르)ㆍ치버(로렌스 피시번)ㆍ미어스(케이트 윈슬렛) 박사 등 의료진들을 중심으로 한 전개도 그렇다. ‘컨테이젼’은 비교적 스피디한 전개로 바이러스 감염병에 대한 경고 내지 환기를 하고 있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가령 베스의 사체 해부중 뇌속을 들여다 본 의사가 조수에게 다들 들어오라고 했는데, 후속 장면이 이어지지 않는 등 다소 성긴 구성을 들 수 있다. 결말에서 감염 경로가 밝혀지는 경로도 너무 매칼없이 이루어져 싱거운 느낌마저 안겨준다.
임곡중학교 학생들이 ‘도담길재비’ 멘토들에게 사랑의 마스크 전달식을 4일 개최했다. 사랑의 마스크 전달식은 임곡중학교 학생회를 중심으로 마련됐다. 학생들은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멘토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후원받았던 장학금 중 일부를 모아 마련한 면 마스크와 함께 ‘고맙습니다. 도담멘토!’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손편지를 멘토들에게 전달했다. ‘도담길재비 프로젝트’는 임곡중학교 교직원과 지역주민 및 학교 동문이 1인 1구좌 1만원을 내어 마련된 장학금으로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워 진로를 찾는 데 도움을 주거나, 즐거운 학교생활을 위한 정서적, 경제적 지원이 2019년 12월에 시작되어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평소 멘티 학생과 지속적인 소통을 나누고 있던 ‘도담길재비’ 한 멘토는 “임곡중학교는 광역시에 위치하지만 현재 전교생이 14명 뿐인 작은학교이다.”며 “후원은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을 갖자는 취지로 시작됐고 임곡중학교에 애정 어린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곡중학교 동문 및 지역주민들은 “작은 학교 임곡중학교가 주소지와 상관없이 모든 학생이 지원할 수 있는 자유 학구제 같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곡중학교 3학년 나O엽 학생회장은 “사랑의 마스크 전달식은 멘토들께 받은 사랑을 다시 나눌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우리 임곡중학교가 널리 알려저 많은 신입생들이 입학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임곡중학교 김성률 교장은 “이번 활동을 통해 장학금을 지급받는 모든 임곡중학교 학생들이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도 자신의 학업과 진로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격려와 응원이 되길 바란다.”며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일월공원 내에 있는 정원 ‘꽃보다 아름다운 행복놀이터’(수원시/송순옥)가 산림청이 선정한 「2020 아름다운 정원 콘테스트」공모전에서 100개 정원의 경쟁 결과 장려상(한국정원협회장상)을 수상했다. 산림청은 지난 2일, 금상 1개소, 은상 2개소, 동상 4개소, 장려 6개소를 선정 발표했다. 이번 공모전에는 나의 정원 57점, 우리 정원 43점 등 총 100점이 응모했다. ‘꽃보다 아름다운 행복놀이터’는 1차 서류심사를 통과하고 5월 26일 2차 현장 심사를 받았다. 행짓사(해와 달 행복을 짓는 사람들 약칭) 회원은 일월정원을 방문한 정원 분야 교수, 정원종사자, 정원정책자문위원, 정원작가 등 전문가 심사위원 7분을 맞이해 실사를 받았다. 이번 공모전은 산림청이 일상생활에서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꾸는 정원문화 확산을 위하여 개인단독주택, 아파트, 연립주택, 마을의 숨은 정원 등을 찾았다. 개인 단독주택의 마당, 옥상, 벽면 등 실외공간에 조성된 나의 정원과 아파트, 연립주택, 마을, 공공기관의 유휴공간에 조성된 우리 정원을 대상으로 정원의 개인 소유주와 공동체 대표가 신청하였다. 공모전에는 취미부터 전문가 수준까지 다양한 작품이 출품되었으며 심미적 가치와 더불어 식물의 특성에 따른 배식과 유지관리가 뛰어난 작품이 많았다고 심사위원회는 밝혔다. 심사기준은 ▲디자인 및 심미성 ▲ 창작성 및 독창성 ▲정원식물의 다양성 ▲ 정원의 완성도 ▲정원의 유지관리 실태 ▲주변 환경 및 문화의 조화성 ▲합리적인 공간계획 ▲외부공간과의 연계성 여부 등이다. 이번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은 상장과 상금 및 부상으로 아름다운 정원을 인증하는 동판이 주어질 예정이다. 금상은 농림축산식부장관 상장과 상금 2백만 원, 은상은 산림청장 상장과 상금 1백만 원, 동상은 국립수목원장 상장과 상금 50만 원이 각각 지급되며 장려상은 주관기관인 사)한국정원협회, 월간가드닝, 서울경제신문 대표의 상장이 수여된다. 수상 작품의 시상식과 전시회는 순천만국가정원에서 열리는「2020 대한민국 정원산업 박람회 (10.16∼10.25)」기간에 개최될 계획이다. 금상을 수상한「숲새울 정원」(남양주시/신재열)은 20여 년 동안 정원을 정성껏 가꾸며 주변 환경에 어울리면서 휴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귀촌형 정원 모델로 인정받았다. 특히, 다양한 정원식물과 인근 자연환경과 어울리는 디자인과 나눔을 통한 정원 가꾸기 문화를 확장하는데 노력한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우리 정원’ 분야의 은상은「도란도란 이야기가 있는 정이 넘치는 정원」(구리시/김선미)이 수상했다. 심미성과 생태성을 고려한 교관목의 배치 등 정원 작품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아파트 입주민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아파트에서 쉽지 않은 정원문화 활동에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모범사례로 평가받았다. 장려상을 수상한‘꽃보다 아름다운 행복놀이터’는 송손옥 대표(전 수원시농업기술센터 소장)가 주민들과 함께 작년부터 가꾸어 왔다. 달빛정원, 추억정원, 들꽃정원, 하늘정원, 무지개정원, 뿌리정원, 채소정원, 바람정원, 아이리스정원 등 10개의 테마정원이 있다. 행짓사 회원 20명은 매주 금요일 모여 정원을 가꾸고 있다. 지난 달 15일에는 정원 푯말만들기 실습으로 아름다운 푯말을 꽂았다. 연간 활동으로는 허브식물을 이용한 벌레퇴치제 만들기, 허브 음료 허브 까나페 만들기, 허브를 이용한 향신료 만들기, 허브 샴푸 만들기, 팜 파티, 허브 요리 만들기, 꽃 사진 콘테스트 등을 계획하고 있다. 송 대표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일월정원이 전국에 숨은 명소로 알려지게 되었다. 시민 누구나 매주 모여 꽃과 나무를 가꾸면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만들고 산책객에게도 행복을 선물했으면 좋겠다”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나은 성적을 얻을 수 있도록 더욱 아름답고 풍성한 정원을 가꾸겠다”고 말했다. 산림청 김원중 정원/조경팀 설립 TF팀장은 "이번 공모전을 통해 전국의 아름다운 숨은 정원을 발굴해 정원관광 기반을 확충하는 계기가 되었다"라며 "이번에 수상한 작품은 민간정원에 등록시켜 정원문화가 더욱 확산하는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앞으로도 민간의 참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Q. 원로수당 지급 대상은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나요? A.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 제14조(특수업무수당) [별표 11]에서 교직수당 가산금 1호(통칭 원로수당)의 지급 대상으로 ‘고등학교 이하의 각급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원 중 매달 1일 현재를 기준으로 30년 이상의 교육경력(「유아교육법」 제20조제1항, 「초·중등교육법」 제19조제1항, 「고등교육법」 제14조제1항 내지 제4항에 규정된 교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고 55세(만 55세를 의미) 이상인 교사 및 수석교사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Q. 2020년 6월 3일에 55세가 되고, 교육경력은 이미 30년 이상인 교사의 경우 원로수당이 언제부터 지급되나요? A. 매달 1일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므로 6월 3일에 지급 요건이 충족됐다면 다음 달 1일인 2020년 7월 1일부터 교직수당 가산금이 매월 5만 원씩 지급됩니다. Q. 교장이나 교감의 경우에는 원로수당을 지급받을 수 없나요? A. 원로수당의 지급 대상은 교사 및 수석교사로만 정하고 있어 교장이나 교감, 교육전문직원에 대해서는 해당 수당이 지급되지 않습니다. Q. 사립학교에서 근무한 기간도 30년 교육경력에 포함되나요? A. ‘30년 이상의 교육경력’은 ‘「초·중등교육법」 제19조제1항에 규정된 교원으로 근무한 경력을 말한다’고 되어 있고, 「초·중등교육법」 제19조제1항에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고등공민학교·고등기술학교 및 특수학교에는 교장·교감·수석교사 및 교사를 둔다’고 돼 있어 사립학교에서 교원으로 근무한 경력도 ‘교육경력 30년’에 포함됩니다. Q. 교육경력에 기간제 교원으로 근무한 기간도 포함되나요? A. 교원으로 근무한 경력을 말하고 있어 임용 전 기간제 교원 경력은 30년 교육경력에 포함합니다. 그러나 시간강사 경력이나 대학 조교 경력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Q. 육아휴직 기간도 교육경력에 포함되나요? A. 원로수당은 학교에서 교원으로 실제 근무한 장기 교육경력에 대한 보상적 성격으로 지급하는 교직수당 가산금으로 휴직기간에 대해서는 제외합니다. 육아휴직 기간은 교육경력 평정을 위한 경력에는 포함되지만, 해당 수당에서는 제외됩니다. 다만 공무상 질병휴직, 「재외국민의 교육지원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3호의 ‘한국학교’ 근무를 위한 고용휴직, 법률상 의무수행을 위한 병역휴직(임용 전 군경력은 미포함)의 기간에 대해서는 원로수당 지급을 위한 30년 교육경력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Q. 교육청으로 파견 근무한 기간은 교육경력에 포함되나요? A. 초·중등교육법 제19조1항의 학교로 파견된 기간에 대해서는 30년의 교육경력에 포함하고 있지만, 학교가 아닌 교육행정기관 등으로 파견 근무한 경력에 대해서는 포함하지 않습니다. 교육전문직원으로 근무한 경력에 대해서도 포함하지 않습니다. Q. 직위해제를 당한 기간은 교육경력에서 제외되나요? A. 직위해제나 정직으로 인해 실제 근무하지 않은 기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견책, 감봉 등 징계로 실제 근무가 이뤄진 경우, 이 기간에 대해서는 인정됩니다. Q. 원로수당은 어떻게 신청하나요? A. 본인이 지급대상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먼저 확인하고 교감에게 지급대상자에 해당되는지 경력 확인을 요청합니다. 지급 기준에 부합할 경우에는 대상자 선정 내부결재를 시행하고, 급여 담당자에게도 공람 등을 통해 안내해 수당을 지급하면 됩니다.
똑같은 스마트폰이라도 사용자에 따라 활용도는 다르다. 어떤 앱(Application)을 깔고, 그 앱을 어떻게 활용하며, 주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지에 따라 스마트폰의 운명이 갈리고, 삶의 편리성은 극대화된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떤 방법으로 해결해야 하며, 무엇을 어떻게 바꾸고 발전시켜야 할지 ‘어른다운 어른의 손길’이 닿았을 때, 비로소 ‘올곧은 성장’이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우리 교사들은 Z세대라는 스마트폰에 어떤 앱을 깔도록 돕고, 어떻게 활용하도록 지도하며, 업그레이드하도록 독려할 수 있을까? ‘꼰대’ 아닌 ‘멘토’가 되자 요즘 ‘꼰대’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Latte is horse(라떼는 말이야)’라며 영어로 비웃기도 한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라떼향 풍기며’ 이야기하는 어른들이 많다. 듣다 보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 그러니 내 말대로 하라’는 느낌의 충고에 고마움보다는 거부감이 밀려온다. 부모님의 잔소리가 나중에 생각해 보면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지만, 그 순간 듣기가 싫어지는 것처럼. 그렇다면 Z세대는 ‘잔소리’나 ‘충고’를 싫어할까? 아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요즘 아이들 또한 따끔한 충고와 현실적 조언을 간절히 원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경험이 부족하고 문제해결 방법이 미숙하다 보니 자기 생각과 판단이 옳은 것인지, 이대로 하면 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손가락만 한번 클릭해도 수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오지만, 그런 정보가 자신에게 맞는 정보인지조차 알 수 없는 아이들에겐 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담 상대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결국, Z세대 아이들에게도 여전히 ‘멘토’는 필요하다. 다만 꼰대가 싫을 뿐이다. 다행히 학교에는 인터넷 초록 창의 지식인과는 견줄 수 없는 검증된 정보와 아이들이 잘되기를 바라며 진심 어린 충고를 해주는 다양한 연령층의 ‘멘토’가 많다. 하지만 아이들 생각은 조금 다른가 보다. 교사들을 꼰대라며 거부한다. 교사의 진심이 아이들에게 닿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꼰대가 아닌 멘토로 다가서기 위한 방법을 알아보자. 갬성 충만 Z세대의 마음 사로잡기 ‘이걸 왜 굳이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모르면 안 하면 된다. 이유도 모르는 힘든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모르면 안 하면 된다’, Z세대의 가장 기본적인 사고방식이다. 즉, 자신이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 행동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은 ‘가심비’처럼 Z세대는 한번 마음이 움직이면 시간과 비용을 아낌없이 투자한다. 따라서 Z세대의 행동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타이밍 인생도 타이밍이고, 조언도 타이밍이다. 사람들은 항상 조언에 목말라하지 않는다. 빗대어 보자면 꼰대는 자신이 물을 주고 싶을 때 주는 사람이고, 멘토는 상대방이 물을 간절히 원할 때 주는 사람이다. ‘물’을 주는 행위는 똑같지만,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은 전혀 다르다. 어쩌면 교사라는 직업은 꼰대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교정 반사’의 심리적 작동 기제가 자동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다 너를 위해 하는 말이야’라며 충고한다면, 아이들은 이렇게 받아들일 것이다. ‘뭐래. 누가 위해달래? 짜증나.’ 반대로 아이들이 도움을 요청하거나 필요할 때 건네는 진심 어린 충고는 가슴 깊이 새겨져 ‘삶의 방향’을 바꾸는 한마디가 되기도 한다. 둘의 차이는 ‘타이밍’ 즉, ‘마음의 준비’이다. 자기 마음대로 ‘훅’ 들어가 충고하기보다는 상대방이 요청해오거나 그런 시그널을 줄 때, 아낌없이 조언한다면 ‘꼰대’가 아닌 ‘멘토’가 된다. #TMI #갬성이미지 어느 세대나 어른들의 ‘TMI’는 거부대상이다. 특히 TV 프로그램도 재미있는 부분만 2~5분 정도로 엮어놓은 짤방을 ‘자신이 원할 때, 원하는 장면만’ 선택해서 보고, 어려운 고전소설이나 철학서도 TV 프로그램을 통해 압축해서 읽는 Z세대에게 일장 연설은 충고가 아닌 그저 꼰대의 잔소리일 뿐이다. 게다가 Z세대는 영상미디어 세대이다. 직관적 이미지가 백 마디 말보다 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장황한 설명과 ‘나 때는 말이야’라는 진부한 이야기 대신, 1~2분 내외의 짧은 영상으로 감동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할만한 유명인의 글귀나 유명 웹툰의 대사를 인터넷에서 찾아 제시하면 아이들의 반응이 뜨겁다. 카톡 프로필 사진이나 상태 메시지에도 자신의 각오를 적고 매일 보라고 조언하면 멋진 말들을 기가 막히게 찾아온다. 시대가 변했다. 싫으나 좋으나 아이들과 함께 생활해야 하니 교사의 충고 방법도 ‘말’에서 ‘이미지’로 변해야 한다. #공감 #쌍방통행 #선이해 후지도 아이들은 ‘결국 답은 정해져 있다. 아무도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어른들은 ‘좋은 말로 타일렀으니 알아먹었을 것이다. 곧 행동이 바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착각이다. 아무리 좋은 말도 자기 생각만 자기 방식대로 강요하거나, 명령하듯 얘기하는 ‘일방통행식의 충고’는 행동을 변화시킬 ‘힘’을 갖지 못한다. 섣부른 조언보다 상황 이해(공감)가 우선이다. 이해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듣기(경청)이다. 교사들은 해주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TMI) 듣기를 잘 못한다. 하지만 ‘입’은 닫고, ‘귀’는 열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의 ‘행동’이 바뀐다. 아이들의 말을 중단시키지 않고 다 들어주는 것은 고단한 일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교사가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준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치유가 된다. 이해받고 있다고 느낀다. 그다음이 중요하다. 아이의 마음이 풀어졌을 때쯤, 잘못된 부분만 간략하게 이야기하고 앞으로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에 대해서 지도한다. 객관식 찍기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자,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라는 물음에 눈만 끔뻑거릴 뿐 즉각 대답을 못 한다. 이럴 땐 교사가 3~4가지의 대안을 객관식으로 제시해주고 본인이 도전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도록 하면 도움이 된다. 칭찬과 격려도 ‘즉시’, ‘확실하게’, ‘앞에서’ 리액션 해줘야 한다. Z세대에겐 마음으로 뒤에서 챙겨주는 것은 안 챙겨주는 것과 동의어이다. #슈드비 콤플렉스 #내가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가끔 ‘내가 이 아이의 잘못된 습관을 바꾸고야 말겠다’며 의욕을 불태우는 교사를 발견한다. 얼마 안 가서 변하지 않는 아이의 모습에서 교사로서의 무능감을 발견하며 힘겨워하곤 한다. 하지만 이런 ‘슈드비 콤플렉스(should be complex)’는 아이에게도 교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로 감정만 상하고 지쳐갈 뿐이다. 세상에 내가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행위의 빈도수를 늘리거나 줄일 수는 있어도 완전히 없애기는 힘들다. 변화의 속도가 느리더라도, 당장 나타나지 않더라도 상심하지 말자. 아이들이 미워서 혼내는 것이 아니라 올곧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진심은 느리더라도 분명 닿을 것이다. ‘교사다움’의 완성은 학생들의 마음을 얻는 것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TV 드라마 속에서 ‘의사다운 의사’를 만난다. 실력이 뛰어나 수술을 척척 해내는 것은 기본이고 환자의 마음까지도 어루만져 치유해준다. 권위적인 모습을 찾아볼 수 없지만, 환자도 후배도 모두 존경하며 따른다. 현실에서는 만나본 적 없고, ‘과연 있을까?’라는 의심까지 들지만, 어느새 진정한 ‘의사다움’에 감동한다. ‘슬기로운 교사 생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의 영원한 에너지원인 학생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물질적 풍요 속에 정신적 빈곤을 느끼는 Z세대에겐 심리적 만족, 자신의 감정이 매우 중요하다. 교사다운 교사, 꼰대가 아닌 멘토가 되어 ‘교사다움’을 완성해보자.
학교생활기록부는 학생의 학업성취도와 인성(人性)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평가하여 학생 지도 및 상급학교의 학생 선발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로 학교의 장이 작성·관리하는 문서이다.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는 항목은 다음과 같다(초·중등교육법 제25조). ‘제7호 그 밖에 교육목적에 필요한 범위에서 교육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은 다음과 같다(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 제21조 제3항).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사항의 대부분은 객관적, 정량적 내용으로 작성자의 주관적 평가가 개입될 여지가 적다. 다만,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은 작성자(담임교사)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가장 크다.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은 수시로 관찰하여 누가 기록된 행동특성을 바탕으로 총체적으로 학생을 이해할 수 있는 종합의견을 담임교사가 문장으로 입력한다. 담임교사는 학생의 학습, 행동 및 인성 등 학교생활에 대한 상시 관찰·평가한 누가기록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의 구체적인 변화와 성장 등을 종합적으로 기재한다.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은 해당 연도에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내용을 확인할 수 없고 학년말에 입력을 완료하여 학교생활기록부가 마감된 이후에 비로소 확인할 수 있다.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에 “규칙을 준수하지 않는다”, “주의가 산만하다”, “성적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교사에 대한 태도가 불손하다”는 등의 표현이 기재되어 있으면 학생 측은 해당 내용의 수정을 요구하고, 학교가 수정을 해주지 않으면 민원을 제기하고 결국은 소송까지 제기될 수 있다. 이하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 정정과 관련한 몇 가지 쟁점을 살펴보자. 1. 소송의 대상은 학교장의 거부처분이다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는 사실행위다. 사실행위는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행정소송은 예외도 있으나 ‘처분’의 취소나 부작위에 대하여 다투는 것이 일반적이다. 처분이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 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 및 행정심판에 대한 재결을 말한다(「행정소송법」제2조 제1호). 예를 들어 어떤 이유로 담임교사에게 혼난 것은 처분이 아닌 사실행위다. 반면 학칙을 위반하여 생활교육위원회(선도위원회)에서 받은 징계는 처분이다. 담임교사에게 혼난 것이 억울하더라도 혼난 것에 대해서는 이는 처분이 아닌 사실행위이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 것이다.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행위 자체는 처분이 아닌 사실행위이므로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사항을 정정하거나 삭제하라는 내용으로 바로 소송을 제기할 수는 없다. 학교생활기록부 정정을 위한 행정소송은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개최한 후, 정정 거부처분을 상대로 제기하여야 한다. 학생(또는 학부모)이 학교에 학교생활기록부의 정정을 요청하면, 학교는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 제19조에 따라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개최한다. 객관적인 증빙자료가 첨부되어 학업성적관리위원회가 정정을 결정한다면 문제가 없으나, 정정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으면 학교장이 학생에게 정정 거부처분을 한다. 이에 불복하는 학생은 정정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2. 학교생활기록부는 객관적 증빙자료가 있을 때만 정정이 가능하다 학년도별 학교생활기록의 작성이 종료된 이후에는 해당 학교생활기록의 내용을 정정할 수 없다. 다만, 정정을 위한 객관적인 증명자료가 있는 경우에는 정정할 수 있다(「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 제22조 제4항). 교육부 훈령인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 제19조 제2항은 “객관적인 증빙자료가 있는 경우에만 정정이 가능하며, 정정 시에는 반드시 정정내용에 관한 증빙자료를 첨부하여 정정의 사유, 정정내용 등에 대하여 학교 학업성적관리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거친 후 학교생활기록부 정정대장(별표 10의 1조)의 결재 절차에 따라 정정 사항의 발견 학년도 담임교사가 정정 처리해야 한다. 다만, 제7조의 인적·학적사항의 학생정보는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심의를 생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성적이나 봉사활동 시간과 같은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항목은 학생이 객관적 증빙자료를 제시하여 정정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은 인성이나 행동특성과 같은 담임교사의 정성적 평가를 기재하므로 학생이 객관적인 증빙자료를 제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담임교사가 악의적으로 학생에 대해서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고 보이지 않는 한, 학생이 객관적 증빙자료를 제시하여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의 기재사항을 정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인다. 3. 관련 하급심 판례 가. 수원지방법원 2017구합69404 판결 ① 사실관계 ② 판결의 요지 나. 서울행정법원 2017구합68349 판결 ① 사실관계 ② 판결의 요지 다. 부산지방법원 2017구합22184 판결 ① 사실관계 ② 판결의 요지 이상과 같이 법원은 담임교사에게 학교생활기록부의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의 기재에 관한 넓은 재량권을 인정해주고 있다. 담임교사가 특별히 고의적, 악의적으로 기재했다는 사정이 엿보이지 않으면 학교생활기록부 정정 거부처분은 적법한 것으로 판시하고 있어 아직까지 소송에서 정정 거부처분이 위법하다는 판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담임교사는 절대 감정적, 주관적으로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을 작성하여서는 안 되고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자세로 기재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추후 발생할지 모르는 분쟁에 대비하여 반드시 기재의 기초 자료(근거)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인간의 욕심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되는지,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에 대해 다양한 차원에서 생각하게 한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과도한 욕심과 오만이 새로운 바이러스의 합성을 낳았고, 첨단 과학기술이라면 어떤 문제든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던 인간의 오만이 사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영원할 것처럼 오만했던 미국과 유럽이 적절한 대응책을 못 찾고 허우적거리는 것 또한 주목할 대목이다. 일선 학교로 시선을 돌리면, 이 정도로 상황을 안정시킨 공로는 수많은 혼란을 온몸으로 막아낸 현직 교사들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다. 아쉽게도 교육당국의 오만함과 무책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임진왜란 초반 무기력했던 관군을 생각한다면 지나친 비유일까.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영웅들 일리아스 서두에서는 갑작스럽게 창궐한 전염병에 트로이에 원정 온 그리스 연합군이 고통받는 장면이 등장한다. 역병은 아가멤논의 탐욕에 대한 아폴론의 징벌이다. 아가멤논은 그리스 연합군의 총대장이자 부인을 트로이에 뺏긴 메넬라오스의 친형이다. 헬레네가 트로이 왕자 파리스에게 납치당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명분이었을 것이다. 역사를 썼던 헤로도토스의 말처럼 여자 한 명 때문에 대군을 이끌고 10년 동안 전쟁을 했을 것 같지는 않다. 명분은 무엇이 되었건 이면의 속내는 식민통치를 위한 정복 전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스 연합군의 총사령관 아가멤논과 용장 아킬레우스는 전리품으로 납치한 여자 하나를 놓고 서로 갈등한다. 아가멤논은 트로이 인근 도시를 약탈한 후 전리품 분배 과정에서 소외되자 아킬레우스의 전리품을 뺏어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위대한 인물이라는 영웅들의 행태가 사실은 탐욕스럽고 졸렬하기 그지없다. 여러 이유로 플라톤은 일리아스 같은 작품을 읽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호메로스는 왜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남겼을까. 구비전승으로 시작되었을 이 서사는 어떻게 오늘날까지 전해지게 되었을까. ‘화려한 영웅들의 서사’라는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영웅을 자처하는 자들의 졸렬한 행태와 그로 인해 고통 받는 백성들의 이야기가 숨어있다. 표면이 아닌 이면을 읽어내려고 해야 한다. 호메로스가 아가멤논의 이야기를 남긴 이유가 무엇일까?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가 서구 문학의 불멸의 고전이라는 생각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여러 가설을 세워볼 수 있겠지만 호메로스가 영웅들을 진심으로 영웅으로 평가했을지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 전투에서 쓰러질 운명의 노잡이들에게 영웅들의 탐욕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메로스가 영웅들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긴 것은 어떤 의도였을까. 아가멤논은 예언자 칼카스가 단 한 번도 자신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해주지 않는다며 맹비난한다. 칼카스는 아가멤논을 위한 예언자이고 지혜의 전달자인 예언자가 아가멤논에게 아부해야 할 이유는 없다. 칼카스는 아킬레우스에게 여자를 돌려주라고 설득하지만, 아가멤논은 거절한다. 99개의 선물을 가진 자가 1개의 선물을 받지 못했으니 동료의 선물을 뺏어야겠다고 생떼를 쓰고 있다. 목숨을 걸고 싸웠던 아킬레우스는 더이상 전투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일리아스의 이야기는 아킬레우스가 느낀 분노의 연속이다. 그 분노는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이기도 하고 타자에 대한 분노이기도 하다. 아가멤논의 졸렬함이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일으켜 그리스 연합군은 수난을 겪는다. 오디세우스를 비롯한 많은 영웅이 부상으로 이탈하여 진지가 함락될 위기에서도 아킬레우스는 꿈쩍하지 않는다. 보다 못한 파트로클로스가 나타나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빌려 입고 트로이 병사들을 밀어낸다. 파트로클로스의 죽음 후 아킬레우스는 자신에 대한 화를 참지 못하고 전장에 복귀해 트로이의 대장 헥토르를 죽인다.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아킬레우스는 헥토르를 모욕하고자 전차에 매달아 시신을 훼손하려고 한다.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가 아킬레우스에게 머리 숙여 아들 헥토르의 시신을 인도받아 장례를 치른다. 헥토르를 모욕하고 시신을 훼손하는 것은 아킬레우스의 오만이다. 호메로스를 비롯해 우리는 모두 앞으로 전개될 아킬레우스의 죽음을 알고 있다. 아킬레우스 본인만이 자신에게 허락된 시간의 한계를 모를 뿐이다. 하지만 그의 삶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서 헥토르와 별반 다르지 않을 상황이 될 것을 알았을까. 아킬레우스가 프리아모스와 함께 망자를 위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면 고대인들이라고 해서 역지사지의 능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아가멤논과 아킬레우스 모두 고대인답게 자신에 대한 지나친 애착으로 자신과 타자를 힘들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작품 전체에서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살육의 묘사가 일리아스에 담겨 있는 것은 그것이 영웅들의 가치관에 부합하기 때문이었다. 오디세이아의 데모도코스가 그랬듯, 가인들은 영웅들의 집에서 잔치가 무르익었을 때 흥을 돋우기 위해 노래를 불러야 했다. 따라서 일리아스의 내용은 영웅들의 위용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영웅들은 자신들이 아킬레우스처럼 널리 이름을 알릴 불멸의 존재로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영웅들의 구미와 기호에 맞는 내용은 작품의 표면이 되어 오늘날까지 일리아스를 남아있게 하는 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호메로스가 단란한 헥토르의 가족, 안드로마케와 아스티아낙스를 비춰주는 장면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우리는 이미 결과를 알고 있다. 아스티아낙스는 트로이의 함락 직후 죽을 것이고 안드로마케는 전리품으로 끌려가 아킬레우스의 아들에게 농락당할 운명이다. 헥토르와 같은 강력한 영웅들의 삶이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음을, 그들 또한 고뇌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평범한 존재라는 사실이 구전되고 기록되어 영웅에 대한 환상을 걷어내게 되었다. 신들의 가호가 없는 영웅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인식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리아스는 형식상으로는 영웅들의 서사처럼 보이지만 통상적인 영웅 서사와는 다른 반전이 남아있다. 삶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는 고전 일리아스가 서사문학이라면 서사는 자아와 세계의 대결이 되어야 하고 그것에 작품 외적 자아가 개입해야 한다. 일리아스가 영웅 서사라면 동명성왕 주몽의 일생에서 확인되듯 비범한 출생 때문에 차별받던 주인공이 갖은 역경을 이겨내고 하늘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과정이어야 한다. 아니면 헤라클레스나 테세우스가 그랬던 것처럼 고난을 이기고 대업을 성취하는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혹은 오디세우스처럼 자아와 타자 때문에 고생하게 된 주인공이 귀향에 성공해서 구혼자를 물리쳐야 한다. 일리아스는 그 어느 면에서도 전형적인 영웅 서사와는 구별된다. 오히려 일리아스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나타나 삶에 대한 각자의 시선을 드러내는 장면이 확인된다. 테르시테스는 그리스 연합군에서 가장 못생기고 말 많은 사람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영웅들은 부유하고 지체 높은 미남들이다. 테르시테스가 못생겼다는 뜻은 그가 낮은 신분의 평범한 사람이었음을 의미한다. ‘마음속에 무질서한 말들로 아르고스인들을 웃길 수 있다고 생각되면 공연히 왕과 시비하려고 했다’는 말은 그가 영웅들의 관습을 따르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같은 반골 기질의 평민이 아킬레우스와 오디세우스 같은 귀족들의 미움을 산 것은 당연하다. 테르시테스는 아가멤논을 마구 비난한다. 99개를 가진 사람이 하나를 포기하지 못하고 여자 하나를 더 갖기 위해 최고의 명장을 모욕하여 전선을 엉망으로 만드는 자를 위해 과연 어떤 사람이 희생할 수 있을까. 병사들이 도시를 약탈할 때마다 바친 미녀들에 만족하지 못하고 기어코 자신의 우월함을 드러내야 하는 소위 영웅들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이다. 아가멤논의 탐욕을 조롱하며 무의미한 전쟁을 멈추고 고향으로 떠날 것을 제안하는 테르시테스는 평민들의 정서를 대변한다. 아킬레우스와는 달리 지혜로운 오디세우스는 테르시테스를 비난하며 매질한다. 겉으로는 오디세우스가 테르시테스를 정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테르시테스의 바른말에 사람들은 속으로 공감하며 괴로워한다. 매질을 한 오디세우스 역시 귀향을 바라는 존재였음은 오디세이아에서 잘 드러난다. 오디세우스는 태형(笞刑)으로 군기를 다스리는 동시에 테르시테스의 의중을 전달해준다. “아트레우스의 아들이여! 이제 아카이오이족은 모든 필멸의 인간들 앞에서 왕이여! 그대를 가장 멸시받는 인간으로 만들려 하고 있소이다. 그리고 그들은 말을 먹이는 아르고스에서 이리로 오는 동안 튼튼한 성벽으로 둘러싸인 일리오스를 함락하고 나서 귀향하게 해주겠다고 그대에게 약속했건만, 이제 와서는 그 약속조차 이행할 뜻이 없는 모양이오. 그들이 마치 어린아이들이나 과부처럼 저희들끼리 울며불며 고향에 돌아가고 싶어 하니 말이오(Iliad, II. 284-298).” 겉으로는 아가멤논에게 일부 병사들이 무례를 범했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색에 빠져 전쟁을 파국으로 몰아넣는 아가멤논을 비난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트로이를 함락 시켜 전리품을 나눠주겠다는 약속을 병사들이 했을 리 없다. 아가멤논이 설득과 강제의 방법을 동원하여 병사들의 마음을 사 왔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따라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아킬레우스와 감정싸움 하고 있는 아가멤논이 실제 비난의 대상이다. 테르시테스의 반란을 일단 힘으로 제압한 오디세우스가 특유의 언변으로 병사들을 다독거리고 적절한 보상을 통해 상황을 수습하고 있는 것이 대화의 형국이다. 신들에 대한 제사가 끝나자 “일이 끝나자 음식을 차려 먹었는데 공평한 식사로 마음에 부족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는 표현은 테르시테스의 반발이 효과적이었음을 보여준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가 서구 교육의 교재로 쓰였고, 서구 사상의 고전이며 지금도 서구 고전교육의 핵심이라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고전이 지녀야 할 보편성과 시의성이 있냐고 물어본다면 영웅들의 졸렬한 대결이나 불쾌한 전투 장면은 그다지 대단한 교육적 의의를 가지지 않는다. 전투 장면은 표면적인 쾌락을 통해 작품을 후대에 전승하는 데 기여했다면, 칼카스와 테르시테스의 고발은 은연중 강자의 오만함과 약자의 지혜를 의미한다. 고전은 누구나 읽어야 할 가치가 있다는 책이라고 하지만, 그 고전의 기준을 만드는 것은 우리가 지향하는 삶과 교육의 가치관에 있다.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는 기존 관념을 걷어내고 새로운 방식으로 모든 사물을 바라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두려워도 괜찮아 (밀라다 레즈코바 지음, 민혜숙 옮김, 홍순범 감수, 상수리 펴냄, 192쪽 1만5000원) 무서운 꿈을 꾼 날, 이유 없이 불안한 날, 학교 가기 두려운 날…. 불안하고 무서워하고 걱정하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아이들이 친근하고 이해하기 쉽게 풀었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캐릭터화해서 마치 친구처럼 이야기를 들려주며 두려움이 누구나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임을 알려준다. 또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두려움 극복 방법까지 담았다.
머릿속에 쏙쏙! 미생물 노트 (사마키 다케오 편저, 김정환 옮김, 시그마북스 펴냄, 230쪽, 1만5000원) 인간에게 유익한 미생물부터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바이러스까지! 작지만 강력한 미생물의 세계를 한 권에 담았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인간과 미생물의 공생관계부터 우리 주위에 가득한 미생물 정보, 실용적이고 재미있는 미생물 상식까지 과학을 잘 모르는 어린이들이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 도표, 그래프 등과 사례까지 담았다.
유튜브에 빠진 너에게 (구본권 지음, 북트리거 펴냄, 208쪽, 1만4000원) 우리나라 중고생 95% 이상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고 하루 평균 2시간 넘게 사용한다. 유튜브로 먹방 보고 페이스북 메신저로 수다 떨고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올리는 요즘 세대 청소년들을 위한 미디어 활용법 안내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통해 청소년들이 건강한 미디어 사용 습관을 다잡도록 도와준다.
청소년을 위한 고전소설 에세이 (류수열 지음, 해냄출판사 펴냄, 256쪽, 1만5800원) 영화 ‘장화 홍련’, 드라마 ‘쾌걸 춘향’ 등 우리에게 친숙한 옛이야기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만화, 영화, 드라마 등으로 끊임없이 재탄생하고 있다. ‘고전’이라 불리는 옛이야기들은 왜 세월이 지나도 그 생명력을 잃지 않을까. 류수열 교수는 이 책에서 한국의 대표 고전 24편을 해설하면서 훌륭한 옛이야기가 어떻게 시간을 뛰어넘어 현재 우리에게 말을 걸고, 지금 마주한 문제에 대한 해답과 삶의 지혜를 주는지를 풀어냈다.
조선 그림과 서양명화 (윤철규 지음, 마로니에북스 펴냄, 378쪽, 1만8000원) 걸작〈모나리자〉가 그려질 때, 우리나라에서는 누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었을까? 이런 궁금증에서 시작한 이 책은 동시대에 그려진 동서양의 그림을 색다른 관점에서 분석했다. 보티첼리·다빈치·미켈란젤로·세잔·마네·모네 등 유명 서양화가와 함께 안견·정선·김홍도·신윤복·김정희 등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들이 등장한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같은 시대를 살아온 화가들의 공통점과 차이점, 시대적 배경들을 분석해보면서 보다 풍성한 미술사를 다시 만날 수 있게 해준다.
이기는 몸 (이동환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352쪽, 1만6000원) 일찍 자고 쉬었는데, 왜 다음날 일어나기 힘들고 피곤할까? 적게 먹고 운동하고 다이어트하는데 왜 살이 안 빠질까? 병에 걸리지 않고 오래 살려면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 할까? 코로나19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요즘, 저자는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우리 ‘몸’이라는 시스템을 제대로 알고, 원리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질병과 바이러스로부터 우리 몸을 지켜낼 수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