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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SNS 이벤트·교육공로자 표창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한국교총이 스승의 날을 맞아 11일부터 17일까지 제68회 교육주간을 운영한다. ‘위기를 넘어 함께하는 교육’을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교육주간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함께 노력해온 교원, 학부모, 학생 등 교육가족이 함께 교육적 신뢰와 협력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또 교육을 통해 사회통합에 기여하고 교육현장에서 헌신하는 교사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전함으로써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범국민적 관심 및 지원 기반을 구축하자는 뜻도 담겼다. 교총은 이를 위해 11일 주제해설집을 간행하고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 메시지를 발표하는 한편 SNS 이벤트 등 다양한 행사도 마련한다. 특히 이번 교육주간은 온라인 수업 등 코로나19에 따른 비상 상황인 점을 고려해 오프라인 이벤트나 공모전은 지양하는 대신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 이벤트를 다채롭게 진행한다. ‘교육가족 칭찬 릴레이’ 이벤트는 평소 활력 넘치는 학교 만들기와 교육 발전, 특히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함께 노력해온 교육가족이 서로 감사와 격려, 칭찬을 주고 받으며 앞으로도 교육적 신뢰와 협력을 다 하자는 의미로 마련됐다. 이벤트 페이지에는 현재 학생과 동료교사, 학부모 등 서로를 칭찬하는 댓글들이 속속 달리고 있다. “우리 3학년 1반 친구들, 낯선 온라인 수업을 맞이해 서툴지만 선생님이 제시하는 미션에, 학습에 성실히 참여해 줘서 너무 고마워요.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너희들이 있기에 선생님도 더욱더 힘을 내본다. 우리 앞으로도 지금처럼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자꾸나.”(강원A초 임00 교사) “우리 반 학부모님들을 칭찬합니다. 온라인 개학을 한 지 벌써 3주가 돼 가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학습꾸러미와 자료를 제공한다고는 하지만 초등 저학년 특성상 가정에서 부모님 지도가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매일 2회씩 체크하는 출석과 독서록, 과제 등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시는 학부모님들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학생-교사-학부모가 함께하는 모습을 통해 곧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길 바랍니다!”(서울B초 김00 교사) 이벤트 페이지에는 제자와 학부모들을 칭찬하는 글은 물론 등교 개학을 위해 한마음이 돼 제반 준비를 하고있는 동료 교사들에 대한 칭찬,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희망 노래를 제작한 스토리와 참여 학생들에 대한 칭찬까지 다양한 사연과 관련 사진들도 달리고 있다. 참여 방법은 한국교총 페이스북(www.facebook.com/koreakfta) 및 인스타그램(www.instagram.com/koreakfta)에 ‘좋아요’와 ‘팔로우’를 누른 후 교총 SNS 이벤트 페이지에서 댓글로 칭찬 메시지를 쓰면 된다. 심사를 통해 선정되면 본인 및 칭찬 대상에게 모바일 기프티콘 1만원 권(300명)을 발송할 예정이다. ‘제68회 교육주간 주제 포스터’ SNS 공유 이벤트도 진행된다. 교총 홈페이지 및 SNS 이벤트 페이지에 게재된 ‘제68회 교육주간 포스터’를 본인 SNS 매체에 공유하면 된다. 필수 해시태그는 ‘#제68회교육주간’, ‘#위기를넘어함께하는교육’이다. 당첨자에게는 모바일 기프티콘 2만원 권(100명)을 발송한다. 두 이벤트는 교원, 학부모, 학생 등 교육 가족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17일까지 진행되고 당첨자는 25일에 발표한다. 매년 개최됐던 스승의 날 기념식은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는 의미로 ‘제68회 교육공로자 표창’으로 대체한다. 15일 열리는 표창 수여식에서는 △특별공로상 △교육공로상 △교육가족상 △교육명가상 △독지상에서 분야별 대표자 1명씩을 초청해 수여식을 진행한다.
1. 특별휴가 제도 개선 1) 임신검진휴가 확대 - 임신기간 동안 검진이 필요한 시기에 맞춰 자율적으로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당 조항 신설 □ 기존 : 임신한 공무원이 검진을 위해 매월 1회의 여성 보건 휴가 사용 가능 □ 변경 : 임신기간 중 검진을 위해 10일의 범위에서 임신검진휴가 사용 가능 ○ 임신검진휴가 최초 신청 시 신청자는 임신 확인서 등을 제출하여야 함 ○ 임신검진휴가는 반일 또는 하루 단위로 신청할 수 있으며, 3일 이상 연속하여 사용할 경우에는 임신 검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증빙하여야 함 - 임신 확인서 등에 기재된 출산예정일과 달리 출산한 경우 잔여 휴가 일수가 있어도 실제 출산한 날 이후부터는 임신검진휴가를 사용할 수 없음 - 임신 중에 임용된 공무원의 경우 남은 임신기간에 걸쳐 10일의 임신검진휴가를 사용할 수 있음 ○ 기관장(승인권자)은 소속 공무원의 임신검진휴가가 임신 검진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위해서 사용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기관장(승인권자)은 필요 시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음 2) 유산휴가 · 사산휴가 일수 확대 □ 기존 1. 임신기간이 11주 이내인 경우 : 유산하거나 사산한 날부터 5일까지 2. 임신기간이 12주 이상 15주 이내인 경우 : 유산하거나 사산한 날부터 10일까지 □ 변경 1. 임신기간이 15주 이내인 경우 : 유산하거나 사산한 날부터 10일까지 ※ 휴가 기간은 유산 · 사산한 날부터 기산하므로 유산 · 사산한 날이 지난 후에 휴가를 신청하면 그만큼 휴가 가용일수가 단축됨. 3) 배우자 유산 · 사산 남성 공무원 휴가 부여 - 배우자가 유산 또는 사산한 남성 공무원이 신청하면 3일의 범위에서 휴가 부여 - 국가공무원복무규정에서 정한 임신 기간에 따른 유산·사산 휴가 기간 중에 사용해야 하며, 1회에 한해 분할사용 가능 (예시①) 임신한 배우자가 15주 이내에 유 · 사산한 경우 : 유·사산한 날로부터 10일 내에 3일의 휴가 사용 (예시②) 임신한 배우자가 16주∼20주 이내에 유 · 사산한 경우 : 유·사산한 날로부터 30일 내에 3일의 휴가 사용 4) 자녀돌봄휴가 가산일수 적용 자녀 기준 완화 □ 기존 : 연간 2일(16시간), 자녀가 3명 이상인 경우에는 3일(24시간)의 범위 □ 변경 : 연간 2일(16시간), 자녀가 2명 이상인 경우에는 3일(24시간)의 범위 ※ 자녀 1인당 연간 2일의 자녀돌봄휴가가 부여되는 것은 아님. 5) 배우자 출산휴가에 대한 분할 사용 가능 - 경조사 휴가는 그 사유가 발생한 날을 포함하여 전후에 연속하여 실시하는 것이 원칙임. 토요일, 공휴일로 인하여 분리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분할하여 사용할 수 없음. -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제83호, 2020년 1월 20일 시행)」에 배우자 출산휴가의 경우에는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90일 이내의 범위에서 1회에 한정해 나누어 사용 가능하도록 명시됐음. 이 경우 휴가 사용 시 마지막 날이 90일 범위 내에 있어야 함. 2. 주기적 복무실태 점검 및 교육 실시 -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소속 공무원에 대해 연 1회 이상의 근무시간, 출퇴근, 당직, 휴가, 출장 등 복무 실태 점검 - 점검 결과에 대한 감사기구 후속조치 - 3회 이상 위반행위가 적발된 소속 공무원에 대한 징계 의결 요구. 이 경우 위반행위는 국가공무원법 제83조의2제1항(징계 의결 등의 요구는 징계 등의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3년이 지나면 하지 못한다)에 따른 기간 내에 있는 것이어야 함. -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제83호, 2020년 1월 20일 시행)」에 따르면 ‘적발’이란 행위 기준이 아니라 적발 시점이 기준임. 예를 들어 과거 5회 복무 위반 행위가 있는 공무원이 기관 감사에서 최초 적발된 경우 1회 적발에 해당됨. 3회 미만이라도 위반 사실이 극히 불량한 경우에는 적발 횟수와 관계없이 징계의결의 요구 등의 조치를 할 수 있음.
‘자식 맡긴 죄인’은 학부모의 오래된 넋두리였다. 하지만 요즘 학부모들은 다르다. 자녀가 혼났거나, 수업내용에 불만이 생기면 가차 없이 이의를 제기한다. 학교 운영에 전권을 부여하고, 교사의 학생지도에 순응했던 과거 학부모와는 다르게 담임교사와의 관계도 수평적이기를 원한다. 교사의 전문성을 인정하기보다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인다. 더이상 ‘자식 맡긴 죄인’이 아니라 ‘당당한 학교공동체 구성원’으로서 학교의 전반적인 운영에 영향력을 발휘하고자 한다. ‘감 놔라, 대추 놔라’ 시어머니 노릇하는 ‘센 학부모’ 물론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학교에 부는 ‘치맛바람’은 거세다. 하지만 학부모가 되어 돌아온 X세대의 영향력은 조금 결이 다르다. 과거의 치맛바람이 촌지를 찔러주며 ‘우리 아이만 잘되면 된다’는 이기적 치맛바람이었다면, 지금의 치맛바람은 학부모 커뮤니티나 학교운영위원회 같은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보다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공동체적 치맛바람’이다. ‘내 아이가 잘되기 위해서는 학교가 잘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학부모끼리 커뮤니티를 꾸려 끊임없이 정보를 찾고 토론하며, 방법을 모색하고 시도한다. 학교운영위원회에서 발언권을 높이는 것은 물론 학교 교육에 다양한 의견을 내고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새벽부터 학교에 나와 급식모니터링을 하고, 점심시간에는 학교폭력이 일어나는지 순찰을 돌고, 시험 감독도 마다하지 않는다. 문제가 생기면 막무가내로 큰소리치기보다는 청와대나 교육청 민원실에 요목조목 따져가며 힘을 모은다. 자사고 폐지나 농산어촌 학교 통폐합 등 학교에 위기가 찾아오면 교육청으로, 언론사로 쫓아다니며 학교 살리기에 ‘올인’하기도 한다. ‘위기의 학교’가 ‘학부모의 열정’ 덕분에 되살아났다는 일화도 심심찮게 회자된다. 학교는 이런 학부모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오히려 자주 찾아와 하나부터 열까지 간섭하며 시어머니 노릇을 하는 ‘센 학부모’들이 부담스럽다.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학부모 커뮤니티의 빠른 정보력은 교사의 정보력을 뛰어넘은 지 오래고, 고학력 전문직 학부모의 증가로 특정 영역에서는 교사보다 더 전문성을 발휘하기도 한다. 담임교사와 자녀교육에 관해 사소한 부분까지 공유하기를 원하며, 충족되지 않을 경우 ‘교사의 역할’을 운운하며 서운함을 표출한다. 학부모의 세대교체…X세대가 부모로 돌아왔다 학부모 역시 교사가 탐탁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시대가 변했는데, 자신들이 교육받던 그때와 별반 다를 것 없는 교육상황과 교사의 ‘꽉 막힌’ 사고방식이 답답하다. ‘학교와 교사가 변하지 않으면 아이의 미래도 없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내 아이만 잘 봐달라는 것이 아니라, ‘교사라면 모든 아이를 소중하고, 세심하게 돌봐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당당히 교사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한다. 교사도 사람이고, 혼자서 30명의 아이를 챙기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하면 ‘핑계’라고 말한다. 도대체 X세대 부모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기에 학생도 학부모도 모두 상대하기 힘든 것일까? ‘Z세대’를 키우고 있는 ‘X세대’는 이전 세대가 겪어보지 못한 획기적인 삶의 변화를 학창 시절과 20대에 온몸으로 경험한 세대이다. 1983년 시행된 교복 자율화로 교복을 한 번도 입어보지 못한 유일한 세대, 민주화 항쟁을 겪었던 386세대 교사에게 진보적 사회의식을 배웠던 전교조 1세대,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 제정을 시작으로 남녀평등사상을 대학에서 배우기 시작한 1세대, 88올림픽 이후 ‘세계화’ 물결을 타고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배낭여행 1세대, 1994년 학력고사 대신 수능 제도로 대학에 입학한 수능 1세대, 1994년 대학자율화 정책으로 대학진학률(특히 여성의 대학진학률)이 급속도로 증가한 고학력 1세대, 1995년 ‘5.31 개혁안’을 통해 열린 교육으로 수업받기 시작한 이해찬 1세대, 1995년 ‘윈도 95’와 함께 개인용 PC가 보급되고, 천리안으로 무선통신을 처음 시작했으며, 삐삐와 휴대전화(셀룰러폰) 등 정보기기를 처음 사용한 정보통신 1세대, 1997년 IMF로 인해 ‘대학 졸업=취업’이라는 공식이 깨진 고학력 청년실업 1세대, 그리고 1998년 역사상 첫 정권교체가 이뤄졌던 국민정부 1세대…. 이처럼 X세대는 한국인의 삶과 가치관이 가장 크게 변화된 1990년대를 관통한 세대이다. 즉, 한국의 새로운 시대를 연 ‘신세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X세대로 불렸던 요즘 40대 부모들은 이전의 40대와는 다르다. 학부모의 세대교체가 시작된 것이다. 가족 구성원의 재구조화…엄마의 영역이 사라졌다 X세대 엄마가 이전 세대와 구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은 ‘활발한 사회생활’ 즉, 대학 졸업 후 결혼이라는 공식을 깨고 ‘커리어 우먼’으로 사회에 진출했다는 점이다. 일하는 엄마가 많아지면서 아빠도 변했다. 집안일은 물론 공개수업·일일교사·급식 봉사·청소·교통 도우미 등 학교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아이들 역시 엄마에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 해결’했다. 부모는 자녀의 의견이 사회통념상 아주 그릇된 것이 아니라면 자녀의 뜻을 존중해주기 시작했다. 이처럼 엄마의 사회진출은 일방적 부부관계에서 서로 돕는 수평적 부부관계로, 수직적 부모·자녀 관계에서 수평적 부모·자녀 관계로 ‘가족 구성원’의 관계 재구조화를 가져왔다. 그래서 X세대 부모들은 학교에서도 학생과 교사, 학부모와 교사의 관계가 수평적이기를 원한다. 자신들이 자녀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것처럼 교사도 학생의 상황을 이해하고, 수용하며, 학생 편에서 생각해주기를 원한다. 혹은 자신이 바빠서 해주지 못하는 ‘돌봄’ 기능까지도 학교에서 정성스럽게 해주기를 기대한다. 자신의 부모처럼 살지 않는 첫 세대…X세대 엄마, 아빠 두 번째 차이점은 ‘더이상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X세대 엄마들은 출산이나 양육만큼 사회적 성취도 중요하며, 아이 때문에 일을 소홀히 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한다. 이것은 자식을 사랑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남편보다는 내가 제일 소중하기 때문이라고 당당히 말한다. 한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온 ‘답답하고 가여운’ 자신의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아빠 역시 마찬가지다. 늘 엄한 가르침으로 대하기 어려웠던 무서운 아버지, 가족을 위해 밤낮없이 일했지만 결국 가족과는 정서적으로 멀어진 바쁜 아버지가 아닌 ‘친구 같은 아버지’로 관계가 설정되기 시작했다. ‘친구 같은 아빠’와 ‘자기 계발하는 엄마’는 생활지도에서 치명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다. 자녀가 원하는 것을 잘 들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훈육’이 따라줄 때 아이들은 사회적 규칙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고,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조절하면서 책임감이나 타인에 대한 배려심도 몸에 익힐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방관에 가까운 부모의 양육으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지 않는 ‘멋대로인 학생’이 많아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학급에서 문제를 일으켰을 때, 우리 아이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혹은 집에서는 전혀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데), 담임교사가 우리 아이를 미워하기 때문(혹은 엄마가 자주 학교에 찾아가지 않으니까)이라고 항변한다. “사실 우리 아이가 담임선생님의 차별 때문에 오랫동안 학교생활을 힘들어했다”는 비수와 같은 말과 함께. 사교육 시장을 키운 대학 만능주의…X세대 엄마, 아빠 세 번째 특징은 남다른 교육열이다. 어느 시대에나 부모의 교육열은 뜨거웠지만, X세대는 자녀의 대학진학에 이상하리만큼 집착한다. X세대가 대학에 진학할 무렵, 전국에는 ‘듣도 보도 못한’ 대학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고, 너도나도 대학에 가면서 대학진학률은 80%까지 치솟았다. 상고와 공고는 ‘공부를 못하거나, 가난한 집 아이가 공돌이·공순이가 되기 위해 가는 학교’로 전락했고, 인문계고를 나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하지만 윗세대가 대학 졸업과 동시에 탄탄대로의 성공 가도를 누린 것과 달리 IMF 경제위기와 국제금융위기로 취업은커녕 졸업조차 힘들어졌다. ‘대학 졸업이 곧 좋은 취직’이라는 공식이 깨진 첫 세대이다. 그래서 자녀가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를 희망하고, 대학은 꼭 나와야 한다고 고집 피우며, 아이들을 사교육으로 밀어 넣는다. 아무리 특성화고등학교가 변하고, 많은 혜택을 줘도 ‘인문계고등학교’를 고집한다. 고학력 청년실업률이 해마다 늘어나도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라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다. 세상을 살아가는 너무나 많은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녀의 진로지도는 여전히 1990년 ‘장밋빛 미래’에 사로잡혀 있다.
학교폭력 피해학생이 가해학생에게 할 수 있는 법적 절차는 ①학교폭력 신고, ②형사고소(진정), ③민사소송(손해배상청구)이다. 오늘은 학교폭력과 관련한 민사소송의 쟁점과 학부모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손해배상액에 관해서 알아보자. 민사소송의 목적 민사소송은 가해학생으로부터 입은 손해를 가해학생에게 청구해서 금전으로 배상을 받는 절차이다. 학교폭력은 사건 발생 이후에 사건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는다, 거짓말을 한다, 우리한테 책임을 전가한다는 등의 이유로 감정적 갈등으로 소송이 시작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서 소송을 제기하는 피해학생 측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고 진심 어린 사과, 상대방이 거짓말 한 것을 소송을 통해서 명명백백히 밝히기를 원한다고 한다. 하지만 소송은 상대방에게 진정한 사과를 강제할 수 없고, 상대방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밝힐 수도 없다. 소송이 진행되면서 조정을 통하여 진심이 담긴 사과 편지를 보내고 소를 취하하는 방법으로 소송을 종결하거나, 상대방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손해배상의 요건과 관련되어 다른 증거에 의하여 거짓말이라고 밝혀질 수는 있으나 민사소송의 목적은 손해를 금전으로 보전받는 것이므로 피해학생이 원하는 모든 것을 법원이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소송은 피해학생이 손해배상액을 정해서 법원에 청구하고, 법원은 청구금액 중 어디까지 인정할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민사소송이 진행되면서 법원은 피해학생이 청구한 청구금액을 확정하는데 필요한 사실관계는 당부를 판단하지만, 그 외 상대방이 진심 어린 사과를 했는지나 거짓말을 했는지 등은 판단하지 않는다. 소송은 모든 시시비비를 가려주지 않는다. 민사소송의 요건 학교폭력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은 ①불법행위(학교폭력), ②손해의 범위, ③인과관계가 주된 쟁점이다. 불법행위는 보통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종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학교폭력으로 인정되어 가해학생, 피해학생으로 조치를 받은 사실 또는 형사절차에서 폭력이 인정되어 처분(보호처분 포함)을 받은 사실로 인정한다. 민사소송에서 학교폭력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처음부터 가리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보통 민사소송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또는 형사고소의 결과를 가지고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의 학교폭력은 물리적인 폭력보다는 보이지 않는 은밀한 폭력, 사이버 폭력, 관계적 폭력의 비중이 크다. 이에 손해의 범위가 인과관계와 함께 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이다. 손해는 적극손해(치료비 등), 소극손해(일실수입 등), 위자료로 나뉜다. 병원 진료비나 약값, 입원료, 심리치료비 등이 적극손해에 해당하고, 학생은 수입이 없으므로 일실수입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치료비는 객관적 근거가 분명하므로 별문제가 되지 않는데 정신적 손해인 위자료는 정해진 기준이 없어서 가장 애매한 부분이다. 대법원은 불법행위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액수에 관하여는 사실심 법원이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확정할 수 있다고 한다(대법원 1999. 4. 23. 선고 98다41377 판결 등 참조). 학교폭력 사건에서는 정신적 위자료를 참작할 수 있는 사정으로는 학교폭력의 경중, 경위, 관련 학생들의 연령, 피해의 정도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보통 위자료는 피해학생 이외에 부모도 별도로 청구한다. 인과관계는 심리치료비나 피해학생 부모가 받은 치료비 등이 문제 된다. 학교폭력의 정도가 심하지 않거나 피해학생에게 원래 교우관계의 문제, 정서적인 문제가 있었는데 피해학생이 학교폭력을 이유로 장기간 심리치료를 받고 이를 청구하면 가해학생 측에서는 학교폭력과의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것이다. 민사소송 사례 가. 사례1 ● 사실관계 ● 청구금액 피해학생은 가해학생들에게 1억 2천만 원, 부모에 대한 위자료로 각 1천만 원을 청구함 ● 법원이 인정한 배상액 치료비 : 5,021,690원 향후 치료비 : 2,426,800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학교폭력의 관여도 : 75% 원고 측의 과실 비율 : 40%(부모가 주의를 기울이고 피해학생을 관찰했다면 상황을 파악하여 손해의 확대를 줄일 수 있었음) 위자료 : 피해학생에게 150만 원, 부모에게 각 70만 원 총액 : (5,021,690 + 2,426,800) × 0.75 × 0.6 + 1,500,000 + 700,000 + 700,000 = 6,251,820원 나. 사례2 ● 사실관계 ● 청구금액 치료비 등 8,929,338원, 위자료 50,000,000원(피해학생) + 5,000,000원(보호자) ● 법원이 인정한 배상액 치료비 : 1,642,600원 인정하지 않은 금액 : 병원에 다니면서 지출한 유류비, 고속도로 통행료, 보호자 인건비, 전학으로 인한 생활비 위자료 : 7,000,000원(피해학생) + 2,000,000원(보호자) 총액 : 1,642,600 + 7,000,000 + 2,000,000원 = 10,642,600원 다. 사례3 ● 사실관계 ● 청구금액 : 정신적 위자료로 31,000,000원을 청구함 ● 법원이 인정한 배상액 - 위자료 : 1,000,000원 가해학생 측은 피해학생 측에서 처음부터 돈을 원해서 이미 계획을 세워놓고 학교폭력 신고를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피해학생이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며, 가해학생이 초기에 진정한 사과를 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소송을 하면 명확한 기준에 의해서 배상액이 정해질 것으로 생각하지만, 손해배상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위자료는 명확한 기준 없이 법원이 직권으로 정하므로 천차만별이다. 민사소송은 손해를 당한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제기할 수 있는데, 학교에서의 절차와 형사절차가 끝나고 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학교폭력이 발생한 시점으로부터 꽤 지난 후 소송이 제기되는 경우가 많다. 소장을 받은 가해학생은 이미 조치도 받고, 경찰에까지 신고해서 형사처분도 받았는데 다시 민사까지 제기하는 것은 너무하다고 억울해하고, 피해학생은 학교폭력으로 인한 고통은 치유되지 않고 아직까지도 고통스러워하므로 당연히 가해학생 측에게 손해배상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사소송까지 제기된다면 결국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겠지만 학교폭력 발생 직후에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여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모두에게 이득이다.
'레트로(Retro)'에 주목하는 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환경에 지친 현대인들이 아날로그 감성을 찾고 있다. 다시, 인문학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작은 동네 서점들에서 인문학 도서가 인기를 끈다. 아마도 인간만이 지닌 ‘온기’를 다시금 느끼고 싶은 까닭일 듯하다. 교육현장에서 오랫동안 인문학 발전에 힘을 쏟아온 우한용 서울대 명예교수가 교육현장의 감각을 살려 인문학을 소설로 조명한다. 첫 회는 ‘우주적 존재인 인간’의 의미를 추구했고, 제2화 접촉하는 인간, 제3화 희망하는 인간, 제4화 이야기하는 인간을 주제로 엮어냈다. 이번 호는 마지막회로 교육적 인간을 주제로 흥미있게 풀어냈다.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내 존재를 인문학적으로 성찰하는 소설을 만나보자. 편집자 치통도 사라질 때는 서운하다, 그런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한참 걸렸다.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렸던 신천강은 자가 격리가 끝날 무렵에야 그 말을 이해하는가 싶었다.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그 문턱에 서 있는 자신은 그림자가 길었다. 태안고등학교 박민경 선생이 할아버지 49재를 끝내고 다부동에 가기로 했는데 같이 갈 생각이 있는지 물어왔다. 전에 조지훈의 ‘다부원에서’라는 시를 읽어드리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 게 떠올랐다. 49재는 ‘태안사’에서 열렸다. 신천강은 거기 참여해서 시를 읽었다. ‘일찍이 한 하늘 아래 목숨 받아/ 움직이던 생령들이 이제/ 싸늘한 가을바람에 오히려/ 간 고등어 냄새로 썩고 있는 다부원’ 박민경 선생의 부친이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진실로 운명의 말미암음이 없고/ 그것을 또한 믿을 수가 없다면/ 이 가련한 주검에 무슨 안식이 있느냐’ 목탁을 두드리던 스님이 목탁 치기를 멈추고 나무아미타불을 거듭 외었다. 다부동 전적지에서 장 루이라는 프랑스 젊은이를 만났다. 자기 할아버지가 한국전쟁 때 다부동 전투에 참여해서 팔을 하나 잃었다고 했다. 주차장에서 전시관으로 올라가는 오른편 길옆 초가집만 한 바위에 ‘다부원에서’라는 시가 새겨져 있었다. 루이는 그 앞에 서서 시를 읽고 있었다. 신천강이 다가서자 악수를 청했고, 인사를 하고는 버럭 끌어안았다. 정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라고 매일 방송을 해대는 중이었다. 간 고등어, 루이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물었다, 고등어가 어디로 간 겁니까? 신천강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외국인에게는 ‘간 고등어가’ 그렇게 읽힐 수도 있는 모양이라고 짐작을 하면서였다. 아니, 솔티드 매크럴! 위, 마끄로 살레, 메르시 비앙. 염장 고등어라는 걸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루이와 식사를 같이 하고 비주 인사를 하면서 헤어졌다. 무심히 지내면서 학교 출근도 하고, 인터넷 강의를 준비하면서 지냈다. 그런데 3월 중순이 되면서 열이 나고 기침이 심했다. 태안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 코로나바이러스라는 것이었다. 스페인, 이탈리아를 이어 프랑스에서도 확진 환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중이었다. 컴퓨터와 책 몇 권을 들고 격리치료소에 들어갔다. 학교 개학은 연이어 뒤로 미뤄지고 있었다. 3월이 거의 지나갈 무렵, 4월 들어 온라인 개학을 한다는 발표가 났다. 인터넷이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통로였다. 학교에서는 이런저런 소식이 끊임없이 날아들었다. 우선, 박민경 선생이 마치 자기 때문에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리게 되기라도 한 것처럼 걱정해 주었다. 동료들의 문병 전화도 끊이지 않았다. 한솔희 선생은 자기가 연주한 피아노곡을 보내주었다. 임이랑 선생은 ‘키스의 철학’이라는 우스개를 적어 보내기도 했다. 코로나로 인해서, 마누라랑 있어도 키스하자고 덤비지 않아 살겠다는 누군가의 이야기였다. 그게 왜 철학인지는 알 수 없었다. 신천강은 ‘코로나바이러스=죽음’ 그런 등식을 마음속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 생각 자체가 바이러스였다. 교감 선생은 직접 찾아와서 관리인을 통해 책을 하나 전해주었다. ‘이 책은 끝까지 보아야 합니다. 독서가 바이러스 이기는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 문자를 보내주었다. 박외서 산문집 언어적 인간 인간적 언어는 ‘주제가 있는 에세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었다. 박외서 교수가 신천강이 공부하는 대학원에 특강을 나온 적이 있었다. 잠재태를 가능태로 바꾸어주는 인류의 위대한 기획이 교육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교육은 결국 ‘자기교육’으로 귀결된다면서 학생과 더불어 성장하는 교사라야 삶을 마무리하는 장면에서 한숨을 쉬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교감 선생이 왜 책을 끝까지 보아야 한다고 이야기했을까 의문이 들었다. 책을 앞부분만 대강 읽다가 접어두는 버릇을 들킨 것 같아 좀 민망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이야기의 진의가 금방 확인되었다. 책 끝에 ‘발문’을 쓴 사람이 이인문으로 되어 있었다. 끝까지 읽는 게 아니라 발문부터 읽게 되었다. 이건 사뭇 외람된 일이다. 은사 선생님의 책에 발문을 쓴다니. 그러나 생각해 보면 고마운 일이다. 평소 선생께서 그렇게도 강조하던 소통을 실천하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화답 시를 쓰는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 내가 교사를 위한 인문학이란 책을 냈을 때, 그 서평을 써서 ‘전국교육신문’에 실어 주는 은덕을 입었다. 공부하는 교사를 추어주시던 일도 기억에 새롭다. 선생께서는 제자들과 많은 공저를 냈다. 선생께서 공저에 이름을 올려준 덕으로 대학에 자리 잡은 젊은 학자들이 여럿이다. 그런 책을 읽을 때마다 나는 학문을 매개로 하는 사제 간의 정리(情理)가 얼마나 부러웠던지 모른다. 당신이라고 단독저서를 내고 싶지 않았을까. ‘언어적 인간’이 하는 일 가운데 노동강도가 가장 높은 게 책 쓰기 아니겠는가. 그 언어 노동판에 팔 걷고 나서서 후학들과 어울리는 일은 헌신과 희생을 각오해야 하는 성스러운 과업이다. 인간이란 도무지 해명이 안 되는 존재다. 따라서 ‘인간적 언어’라는 것 또한 풀리지 않는 화두가 아니겠는가. 인간적이라는 말 자체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는다. 인성이니 인간성이니 하는 말은 우리가 이상형으로 생각하는 개념적 인간을 상정한다. 따지자면 공자와 도척은 둘 다 인간적이다. 해명이 안 되는 존재를 해명하기 위해서는 사유의 ‘폭발’이 있어야 한다. 이 책은 낮은 목소리로 말하지만 사유의 폭발로 가득하다. 인간적 언어를 뒤집어본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해명되지 않는 인간을 교육한다는 것, 그것은 필연적으로 예술 행위를 지향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교육학을 모색하는 일이야 일러 무엇하겠는가. 그런데 선생은 평생 교육자로 살아왔다는 점을 이따금 환기한다. 그리고 교육자가 언어를 다루는 학문에 관여하며 살았다는 점도 간간이 적어 놓았다. 인간 - 교육 - 언어, 이 세 항목은 등급을 매길 수 없는 아포리아다. 더구나 이를 연구하는 학문에 종사하는 일이 어찌 호락호락 품에 안겨 올 수 있겠는가. “위대한 학문적 사유들은 어떤 점에서 예술과 비슷하다. 그것은 폭발과도 같이 출현한다.” 유리 로트만의 말이다. 선생은 “예측 불가능한 장소에 폭약이 매설된 평원”에 서 있으면서도 “봄철의 상쾌하게 흘러가는 강물”을 마주하고 선 듯 웃는 낯으로 ‘내 맘의 강물’을 노래한다. 교육은 궁극적으로 ‘자기교육’을 지향한다. 자기교육이란 주체와 대상의 공진화를 뜻한다. 교육은 교사와 학생의 공진화는 물론이고, 자기 안의 타자와 함께 존재 상승을 도모하는 기획이다. 자신의 존재를 깨닫고 그 깨달음을 실천하는 제반 과정에서 맛보는 환희와 좌절이 모두 언어와 연관된다는 지적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선생의 책이 말의 힘과 마음의 힘을 깨닫고, 마음 밭을 가꾸면서 인성을 발양하여 결국은 이상적인 소통의 생태학을 모색하는 것은 그 구조 자체가 하나의 세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 세계의 가장 높은 자리에 ‘소통의 생태학’이 자리 잡는다. 거기까지 도달하면 ‘말에게 무슨 죄를 물을까’ 하는 우려는 저절로 자취를 감출 것이 아닌가. 아무쪼록 이 책이 선생께서 일구어가는 생애 서사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책이 나오면 맑은 술 한잔 올려야겠다. 신천강은 이인문 교감 선생에게 전화하고 싶었다. 발문이 책을 읽고 싶게 하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말로 소모할 게 아니라 실천으로 다가가기로 하고 핸드폰을 접었다. 전에 누군가가 그런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작품은 후경으로 밀려나고 비평만 무성한 시대가 되었다고. 실체로 다가가기. 다가가 맞대면하기. 머리가 아프고 좀 가라앉았던 열이 다시 오르는 것 같았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실체를 드러내는 중이었다. 우선 판피린 두 알을 먹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벚꽃잎이 눈처럼 날렸다. 문득 루이라는 친구 생각이 났다. 프랑스에 돌아가서 아무 일이 없을까. 아직 죽음을 생각할 나이는 아니었다. 두통이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신천강은 책상에 앉아 언어적 인간, 인간적 언어를 펴놓고 메일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박외서 교수님! 이인문 교감 선생님께서 전해주셔서 교수님 쓰신 책을 읽고 있습니다. 전에 우리 학교에 특강 오셨을 때, 교육이 아직은 계층상승의 문턱이라고 하시는 말씀을 듣고, 겁도 없이 교육은 계급의 재생산에 기여하는 이데올로기 구도일 뿐 아니냐고 어깃장을 놓았던 신천강입니다. 기억하시나요? 아니, 이러면 안 되지요. 어떤 선언보다 강력한 언어 에너지를 지닌 화행이 물음입니다. 물음 중에 가장 무거운 게 아마 존재물음일 겁니다. 저는 지금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을 앓고 있어요. 제가 보내는 이 메일이 이승에서 내가 보낼 수 있는 마지막 메시지가 될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존재물음 앞에서 당당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교수님 책 읽으면서 안정하고 지내면 코로나바이러스도 물러갈 거라고 믿고 있으니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교수님은 평정심이 있으신 분 같습니다. 말의 힘만 강조하지 않고 그걸 마음의 힘과 마주 놓아 평형추를 마련하고 계시네요. 그런데 다시 보니 생각이 달라져요. 말의 힘이 곧 마음의 힘이고 마음의 힘은 말의 형상으로 나타나잖아요? 둘이 맞물고 돌아가는 것을 갈라놓는 건 아닌지요? 또 진정한 힘은 보이지 않는다고요? 그럼 진정하지 못한 가짜 힘만 보이는 건가요? 생텍쥐페리의 어느 구절을 변용한 것 같은데, 본질과 형상이 맞물고 돌아가는 거라면, 이런 이분법은 좀 안이한 발상 아닌지요? 죄송해요. ‘눈썰미’ 이야기는 서사가 갖추어져 있어서 잘 읽히네요. 플라톤이 그 꾀까다로운 이야기를 왜 모두 서사로 처리했는지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말을 안다는 것’은 세계를 안다는 것이고, 세계를 안다는 것은 ‘세계-내-존재’로서 나를 형성하는 일. 따라서 그게 교육의 궁극적 지향이 아닐까 싶네요. 제 별명이 어깃장이거든요. 용서하세요. 마음 밭은 언어 아닌가요? 의미장이라고 하는 세만틱 필드, 그게 마음 밭일 거예요. 교수님은 듣기가 어렵다면서 듣기를 참 잘하시는 분 같습니다. ‘욕의 품격’이나 ‘길을 막고 물어봐’ 그거 우리 선배님한테 듣던 얘기거든요. 교수님도 아마 그 선배님 이야기 듣고 그 글 쓴 거 같아요. ‘인생 최고의 시절’은 전적으로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내가 존경하는 어느 소설가는, 당신의 대표작이 뭐냐고 물으면, 죽기 전에 쓰려고 한다면서 의뭉을 떤대요. 그렇겠지요. 인간의 가능성이 끝을 알 수 없다는 믿음이 교육의 본질일 테니 말이지요. ‘언어와 인성 사이’에 붙은 화두 ‘사람 냄새가 나는 사람을 찾습니다’는 웃기는 내용 아닌가요? 사람은 누구나 자기 냄새가 있지 않나요? 그 냄새가 조금씩 다를 뿐인데 말이지요. 사람 냄새 좋아하는 건 드라큘라 족속일지도 몰라요. 우리 어머니는 나 인간 냄새 지긋지긋하다, 그렇게 머리를 내둘렀거든요. 사람 너무 갈라보지 마세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왜 인물을 그렇게 많이 설정했겠어요? 죽도록 고생하면서 말이지요. 인간을 총체적으로 보자는 작가의 의욕이 그런 설정을 했을 건데요. 거기 누구 없어요? 제가 지금 그런 심정입니다. 불안에 떨다가 다시 잘 되겠지, 그렇게 믿다가, 다시 머리가 아파지면 정말 죽으려나, 죽기 전에 무슨 기도를 하지? 그렇게 시간을 견뎌내는 중이거든요. 그런데 저는 못 죽을 거 같아요. 저렇게 꽃잎이 흩날리면서 지는데, 또 금방 산벚꽃이 함성처럼 피어날 거잖아요? 그리고 프랑스 루이가 잘 견디는지도 궁금하고요. 웃어야지요. “표정은 한 사람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가장 섬세하고도 역동적인 증거이다.” 정말요? 우거지상이나 죽상 그런 것도요? 노상 아이구 죽겠네 하는 그런 말도요? 내가 왜 이러나 모르겠습니다. 제가 로고홀릭, 언어에 미친증이 나나 봐요. 그럼 안 죽을 거예요. 코로나바이러스 지나가면, 교감 선생님과 술 한잔 드리러 갈께요. 내가 1,400명 사망자 가운데 안 들어 있음을 보고함. 파리에서 루이. 신천강은 핸드폰을 접어두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건너편 산에 봄과 이별을 알리는 산벚꽃이 녹음과 더불어 화사하게 피어나고 있었다.
사태는 진정되지 않고 사람들은 지쳐가고 있다. 앞으로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고 모든 것이 불확실해지고 있다. ‘개학’은 사람들이 미뤄뒀던 모든 일을 하는 시발점이 되어버린 탓에 그 사회적 의미가 너무나 커져 버렸다. 온라인 개학은 일상 회복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까. 마스크 없이 봄볕을 누릴 수 있는 일상의 소중함에 우리는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본다. 영웅들은 나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들이다. 외모, 힘, 돈, 지혜 여러 면에서 보통 사람들을 압도하고 그들의 도움이라면 세상의 많은 문제가 일거에 해결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영웅의 도움이라면, 갈망했지만 지지부진했던 문제들도 손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항상 영웅을 기대하고, 한때 영웅인 줄 알았던 평범한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감추지 않는다. 어린 시절 평범한 삶을 살겠다는 포부를 가진 사람들은 많지 않다. 학교에서도 꿈은 크게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자연스럽게 부와 명예를 누리는 사람들에게 쉽게 매료되고 남들에게 인정받는 화려한 삶의 주인공을 꿈꾼다.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연예인, 돈과 인기를 긁어모으는 유튜버들이 요즘 선망의 대상이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허락된 행복이 아니라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봐도 명백하다. 인기는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모두가 인기를 누리려고 하면 누구도 인기를 얻을 수 없다. 모두 리더가 되려고 하면 진정한 리더는 보이지 않는 법이다. 고향은 고통에서 벗어나는 이상적 공간 영웅들은 모험을 즐기면서 많은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다. 얼핏 보기에 오디세이아는 모험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모험은 보물섬처럼 신대륙을 향하는 여정이거나 80일간의 세계 일주처럼 그 누구도 시도해보지 못했던 일에 도전하는 일이 아니다. 오디세우스의 목표는 단 하나뿐이다. 아름다운 마녀 키르케가 마술로 위협하고, 칼립소는 7년 동안이나 그를 붙잡아두지만, 고집을 꺾지는 못한다. 나와 같이 결혼하면 불사의 신이 될 수 있다는 제안조차 뿌리치고 고행길을 나선다. 오디세우스의 왕궁에 황금이 가득하고 페넬로페가 천하제일의 미녀여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이타케가 토지가 비옥하고 물자가 풍부하다는 말은 애향심의 발로였을 것이다. 진정 이타케가 풍족한 땅이었다면 오디세우스의 부친 라에르테스가 농사일에 매진할 리 없다. 내가 살던 곳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다. 자신이 내놓은 계략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했던 고향으로 귀환하고 싶은 것이 오디세우스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반겨주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머니의 죽음은 키르케 덕분에 저승에서 이미 확인했고, 살아있는 아버지는 언제 명을 달리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구혼자들의 구애에 시달리고 있다는 아내가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일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실제로 트로이 전쟁을 함께 했던 아가멤논은 귀향 후 원수 아이기스토스와 간통한 부인 클리타임네스트라의 손에 죽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은 단순히 지리적 공간으로의 귀환은 아닐 것이다. 아마 전쟁이라는 고통스러운 기억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이상화된 공간일 것이다. 헤로도토스가 역사에서 말하듯 여자 하나 때문에 그리스 전역이 참여하는 전쟁을 시작했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명분이 무엇이건 간에 전쟁은 과연 무엇을 남겼을까. 돌이켜보면 부와 명예가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한 여자를 구출하기 위해 그리고 영웅들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무 상관 없는 무수한 사람들이 희생당했고, 승자 없이 패배자만 남은 전쟁이었다. 오디세우스가 수많은 전리품으로 명예를 높인다고 해도 20년의 세월, 그리고 덧없이 죽은 자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의 귀향은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기억이 중첩되어, 기억으로 남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기억의 이정표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선한 의지와 행동에서 오는 인간의 훌륭함 파이아케스 족의 도움으로 천신만고 끝에 이타케에 도착하지만, 고난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이타케 전역에서 구혼자들이 나타나 텔레마코스를 죽이려 하고 페넬로페에게 청혼하며 난장을 벌이고 있었다. 구혼자들은 주인 없는 집에 들어와 환대를 요구하며 주인의 살림을 탕진한다. 오디세우스 혼자의 힘만으로는 왕궁에 들어갈 수도, 100명이 넘는 구혼자들을 모두 제거할 수도 없었다. 고향에 돌아온 오디세우스는 가장 낮은 신분의 거지가 되어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구혼자들은 영웅을 자처하지만, 오늘날의 표현이라면 ‘양아치’가 가장 적절할 것이다. 영웅들이 두루 갖춰야 할 미모와 무력은 없고 실제로는 아무것도 아닌 주제에 허세와 허튼수작을 부리고 있다. 하지만 양심 없고 이해타산에 밝은 평범한 소인배들을 유혹할 만큼의 힘은 있어서 동조자들을 구할 능력은 된다. 때문에 페넬로페는 구혼자들을 속여오던 묘책을 더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되고 어쩔 수 없이 떠밀려 재혼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흘러가는 시간은 영웅의 황혼과 함께 새로운 영웅을 예고한다. 새로운 영웅은 오디세우스의 분신이자 지난 세월의 모든 것을 전달해 줄 수 있는 존재이다. 이타케의 주인이 고향을 떠난 지 20년 만에 새로운 주인으로 성장한 텔레마코스는 오디세우스에게 구혼자들의 악행을 낱낱이 고발하고 직접 창을 들어 그들을 제거한다. 처음에는 구혼자들의 만행에 대책 없이 분노만 삭이고 있었지만, 막상 자신의 존재를 깨닫게 되자 오디세우스의 활시위에 화살을 얹을 수 있음을 알아차린다. 모든 것이 달라졌지만, 과거를 기억하고 과거와 미래를 연결해주는 증인들 덕분에 오디세우스는 외롭지 않았다.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와 유모 에우뤼클레이아는 지체 낮은 백성들이었지만 주인에 대한 충성심을 한결같이 유지하고 있었다. 오디세우스와 함께 성장했고 그를 길렀던 사람들은 신분과 상관없이 가장 믿고 의지할 수 있었던 존재들이었다. 인간의 훌륭함이 신분과 계급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선한 의지와 행동을 지속할 수 있는 꾸준한 마음과 행동에 있음을 오디세우스가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삶의 목표 오디세이아는 오디세우스의 모험이라기보다는 10년간의 시련기를 맞게 된 한 영웅의 변화와 각성의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과거 계략으로 상대의 힘을 빼는데 익숙한 영웅은 자신의 지혜와 용맹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10년간의 유랑생활을 하는 동안 모든 병사를 잃어버리고 혈혈단신으로 오귀귀 섬에 유폐되어 바다를 보며 눈물만을 흘리는 미미한 존재로 전락한다. 트로이 전쟁이 끝난 후 이타케로 향한 오디세우스의 희망찬 여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외눈박이 괴물 폴리페모스를 만나 병사들을 잃었고 가까스로 도망치는 데 성공했지만, 오디세우스가 불필요하게 자신을 드러내면서 폴리페모스의 저주를 받게 된다. 괴물의 아버지 포세이돈은 아들의 저주에 응답했고 포세이돈은 전심전력으로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방해한다. 오디세우스는 위풍당당했던 함대를 모두 잃고 우여곡절 끝에 마녀 키르케의 섬에 도착한다. 키르케의 섬에서 1년 동안 생활하다 다시 여정에 나섰지만, 고비를 넘지 못하고 난파당한다. 자신의 호기심 때문에 불필요한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써버렸고, 만신창이가 된 병사들이 헬리오스의 섬에 정박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키르케는 헬리오스의 섬을 피하라고 신신당부했지만, 인내심이 바닥난 병사들은 오디세우스의 경고를 듣지 않는다. 그들을 지치게 만든 원인에는 오디세우스의 호기심과 오만도 한몫했으니 사실은 자업자득이었다. 한배를 탔고 가장 믿을만한 친척이었던 에우릴로코스까지 반기를 든 상황에서 영웅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병사들과 함께했던 오디세우스는 당당했고 지혜로웠으며 동시에 오만했다. 그는 자신의 계략이라면 쉽게 위기를 돌파하고 괴물을 무찌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혹독하고 절망적이었다. 그는 무엇을 위해 전쟁에 나섰는가, 전쟁을 통해 무엇을 얻었는가, 그리고 무엇을 앞으로 해야 하는가. 귀향을 향한 여정과 칩거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평범한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그 삶의 목표였음을 확인하게 된다. 플라톤의 국가 10권에서 저승에 있는 오디세우스의 영혼이 평민의 삶을 선택했다는 신화적 비유는 오디세이아의 메시지를 잘 읽어내고 있다. 파이아케스 섬에서 나우시카아의 도움으로 알키노오스 왕의 환대를 받게 된 오디세우스는 심금을 울리는 시인 데모도코스의 공연에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다. 회한에 젖은 과거는 드러내고 싶은 성공의 사례가 아닌 숨기고 싶은 과거일 뿐이다. 문학의 주인공 오디세우스가 아닌 인생의 주인공 오디세우스는 화려하지도 영웅답지도 않다. 각종 금은보화와 함께 금의환향을 꿈꿨던 병사들은 하나둘씩 스러져 저승으로 향했고, 그 자신은 거지와 다름없는 꼴로 불청객이 되어 주인의 환대를 바라는 초라한 처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일상은 평범한 사람들의 몫 오디세우스가 구혼자들을 무찌르는 장면은 영웅의 귀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허세와 오만으로 점철된 자들에 대한 징벌에 가깝다. 권선징악을 이뤄낸 진짜 영웅들은 오디세우스를 기다리고 있던 텔레마코스와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이었던 돼지치기, 소치기, 유모였다. 지체가 낮고 차별받던 신분이 실제로는 인간사의 윤리와 도덕을 견지하고 있었고 무엇이 중요한지 알고 그것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던질 줄 알았다. 그런 점에서 오디세이아는 병사들을 잃고 혼자 된 영웅이 새로운 조력자를 얻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과거를 기억하고 올바름을 추구할 수 있었던 사람에게 오디세우스의 귀환은 평범한 일상의 승리를 보여주는 장면이었을 것이다. 구혼자들이 사라졌고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오디세우스는 고향에 머무를 수 없다. 그는 다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 오이디푸스의 진실을 말했던 예언자 테이레시아스의 조언에 따라 그는 자신을 저주했던 포세이돈과 자신의 결정 때문에 희생당했던 많은 사람의 영혼을 달래야 하는 새로운 화두를 안게 되었다. 다시 고향을 떠나 정처 없는 길을 가다 ‘자유’의 상징이었던 노(櫓)를 땅에 묻고 제사를 지내는 의식은 오디세우스에게 방황이 아닌 정착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것은 대결이 아닌 화해를 지향하고 있다. 오디세우스의 새로운 고향은 라에르테스와 페넬로페가 반겨주는 이타케가 아닌, 모든 영혼이 평화와 안식을 거둘 수 있는, 갈등 대신 평화와 환대에서 출발하는 공간이 되기를 희망하며 여정을 준비한다. 오디세이아는 영웅의 화려한 무용담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이면에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숨어있음을 느끼게 한다. 우리가 강요받고 있는 지금의 현실은 어떤 모습일지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그 모양이 어떻든지 간에 상황을 안정시키고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내는 힘은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몫이다.
마음이 예뻐지는 동시, 따라 쓰는 동시 (이상교 지음, 이상교 그림, 어린이나무생각 펴냄, 152쪽, 1만2800원) 동시를 소리 내어 읽고 한 글자씩 따라 쓰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의 내면에 따뜻함과 풍요로움이 가득 차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윤동주, 강소천, 권태응, 이오덕, 권정생 등 유명 작가들의 동시와 동요들을 수록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삽화가 동시의 맛을 살려준다.
초록 커튼을 심자 (루리코 지음, 엄혜숙 옮김, 노구치 요코 그림, 시금치 펴냄, 44쪽, 1만1000원) 덩굴식물이 자라 여름 햇볕과 더위를 막아주는 모습을 초록 커튼에 비유한 그림책이다. 혼자서는 곧게 자라지 못해 이웃 식물에 의지해 자라는 덩굴식물의 모습을 통해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더불어 사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심고 돌보고 수확하는 과정에서 한해살이 식물의 한살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식스팩 (이재문 지음, 자음과모음 펴냄, 264쪽, 1만3000원) 어릴 때 사고로 한쪽 다리에 화상을 입은 주인공이 리코더 동아리방을 지키기 위해 스포츠부 리더와 철인3종경기를 펼치는 이야기. 남들은 초등학생이나 쓰는 악기라고 무시하지만, 자신에게는 소중하기에 주인공은 그동안 감추기 급급했던 다리를 세상에 내놓고 몸을 단련한다.
MT 심리학 (손강숙 지음, 청어람주니어 펴냄, 264쪽, 1만3000원) 청소년의 진로 선택과 연계한 심리학 도서다. 심리학과에 진학하면 배울 수 있는 열다섯 가지 분야를 살펴보고 우리 실생활에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알려준다. 심리학과 관련 직업과 필요한 자질, 심리학의 전망 등에 관한 정보도 제공한다.
위안부 문제를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칠까? (히라이 미쓰코 지음, 윤수정 옮김, 생각비행 펴냄, 208쪽, 1만3000원) 일본 우익에게 공격을 받으면서도 20년간 꿋꿋이 ‘위안부’ 문제를 가르쳐 온 오사카부 공립중학교 교사의 이야기다.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위안부 문제를 가르친 첫 수업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교육자로서의 소신이 담겨 있다.
느려도 괜찮아 빛나는 너니까 (장누리 글·그림, 홍림 펴냄, 304쪽, 1만4500원) 미술치료사이자 삽화 작가로 일하는 워킹맘이 발달장애를 가진 딸과의 생활을 솔직 담백하게 풀어냈다. 아이의 장애를 받아들이는 것조차 힘들었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여러 사람과 교류하며 소통의 장을 넓히고 있는 모녀의 이야기가 장애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완벽하지 않을 용기 (우치다 타츠루 지음, 박동섭 옮김, 에듀니티 펴냄, 348쪽, 1만5000원) 2013년부터 매년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 고베여학원대 우치다 타츠루 명예교수가 지난 6년 간 한국의 교사들과 나눈 이야기를 모은 교육 담론집이다. 저자는 아이들은 완벽하지 않은 어른들 속에서 성숙한다며 완벽하지 않은 것을 떨쳐내려 하기보다는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라고 조언한다.
유리로 된 아이 (미하엘 빈터호프 지음, 한윤진 옮김, 쌤앤파커스 펴냄, 260쪽, 1만5000원) 제멋대로 행동하는 아이들과 이를 방치하는 부모의 행태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된다. 이 책의 저자는 더 늦기 전에 아이들에게 흔들리지 않는 원칙과 질서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단한 내면을 가진 아이로 키우기 위한 ‘건강한 타율성’은 과연 무엇일까?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계동에 있는 무양서원은 중국 3대 기행문으로 손꼽히는 금남표해록을 쓴 탐진 최씨 최부 선생 등을 모신 서원이다. 탐진(耽津)은 전라남도 강진의 옛 이름이다. 최부 선생은 33살(1486)에 과거에 합격하여 정5품 벼슬 홍문관 교리를 거쳐 34살(1487)에 도망간 노비를 잡아들이는 추쇄경차관의 임무를 맡아 제주도에 갔다가 섣달그믐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상복을 갖춰 입은 최부 선생은 정월 초하룻날, 초상을 치르려는 급한 마음에 풍랑이 심해 배를 띄울 수 없는데도 강제로 배를 띄웠다. 그런데 최부 선생 일행이 탄 배는 추자도 근처에서 큰 파도에 휩쓸려 먼바다로 빨려 들어가 돛이 부서지고 물이 스며드는 등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겼다. 풍랑이 멈추고 바다가 잔잔해지자 배에 탄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불평하였다. “뭍에서 제주로 갈 땐 광주 무등산과 나주 금성산에 제사를 지내고, 제주에서 뭍으로 나올 땐 이도동의 광양당, 고산리 차귀당, 용담동 내왓당 등에서 제사를 지내고 뱃길을 나섰는데 경차관은 큰소리치며 신을 믿지 않아서 우리가 이렇게 죽을 고생을 하고 있다.” 최부 선생은 이들을 달래며 제주도 남쪽의 동중국해를 떠돌다가 중국의 저장성 영파에 도착하여 뭍에 오르려 하자 사람들이 말을 하였다. “경차관께서 상복을 벗고 관복을 입어 조선의 관리로서 위엄을 보여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를 함부로 하지 않을 것입니다.” “바다를 떠돌게 된 것은 하늘이 시킨 일이고,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는 것도 하늘이 시킨 일이다. 부친상을 당한 내가 어찌 거짓으로 행동할 수 있겠는가?” 최부 선생은 상복을 입은 채, 명나라 관청을 찾아가 도움을 부탁하였고 그들의 안내로 북경으로 길을 잡았다. 그런데 가는 곳마다 상복을 입고 장례 예절을 지키는 최부 선생 등 조선 사람들을 보려고 많은 사람이 모여들고, 이것이 이야깃거리가 되어 명나라 황실까지 알려지자 영종 황제가 자금성으로 불러 이를 칭찬하게 되었다. “황제 폐하를 뵙게 되면 큰 선물을 내릴 것이니 관복으로 바꾸어 입으시오.” “나는 상복만 겨우 입고 바다로 나와서 다른 옷은 없고 또 상을 당하여 다른 옷을 입는 것도 예절에 맞지 않습니다.” “명나라에서는 상복을 입고 황제 폐하를 뵐 수 없소. 그러니 상복을 벗고 황제 폐하의 은혜에 보답하며 절해야 하오.” “조선에서는 부모의 장례는 정성을 다해야 하는데 화려한 옷을 입으면 부모님을 위한 일에 어긋나니 어찌 상복을 벗을 수 있겠습니까?” “명나라에서는 황제 폐하께서 선물을 보내면 초상 중이더라도 반드시 옷을 갈아입고 대궐에 들어와 절하고 나와서 상복을 다시 입소. 당신은 여기서 관복을 입고 들어가 절을 하고 다시 이곳에서 상복을 입으면 되오.” 최부 선생은 제주도를 떠나 136일 동안 8,800여 리를 걸어 무사히 돌아와 조선 선비의 학식과 행동을 명나라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들의 풍습을 기록한 책을 쓰니 이것이 ‘금남표해록(錦南漂海錄)’인 것이다. 무양사(武陽祠)는 굳세고 보배로운 햇볕이라는 뜻으로 광주의 옛 이름 무진(武珍之陽)에서 따온 것이다. 호남지역 향교의 특징은 대성전과 명륜당이 마주하는데 무양사와 이택당도 마주하고 있다. 이택당(以澤堂)에는 이택당(麗澤堂) 현판도 걸었는데 여러 개의 못물이 오가며 맑아진다는 뜻으로 친구들과 함께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리(麗)는 고울 ‘려’가 아니고 붙어 있다는 뜻의 ‘리’로 쓴 것이다. 늘 정확하게 하라는 유정유일(惟精惟一)과 크고 강하며 마음이 곧은 기운이라는 태화원기(泰和元氣) 글도 함께 걸었다. 끝없이 노력하라는 성지재(誠之齋)에는 형제의 정이 있고 높은 관직에 오르라는 자형황율(紫荊黃栗)과 때를 놓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라는 급시면학(及時勉學) 글이 있다. 공부는 즐거운 것이라는 낙호재(樂乎齋)에는 봄에 꽃향기를 멀리 보낸다는 춘산방화(春山芳華)와 평상에 앉아 단풍을 구경한다는 노상추수(老床秋樹) 글이 보인다. 이곳에는 연꽃을 새긴 돌, 탑의 지붕돌 등을 주춧돌로 사용했는데 아마 절집을 옮겨와 지은 것은 아닐는지? 주련 중 장사는 고창군 무장읍의 옛 이름으로 무장현감을 지낸 유희춘으로 해석하였다. 소무는 소무목양(蘇武牧羊)에서 나온 것으로 ‘소무가 양을 기른다’는 뜻이다. 소무는 한나라의 사람으로 흉노에 사신으로 갔다가 붙잡혀 큰 움 속에 갇혀서 혹독한 굶주림에도 굴복하지 않고 한나라의 신하로서 굳건한 태도를 보였다. 오경박사는 시·서·주역·예기·춘추 등 다섯 가지 경전에 능통한 분을 두어 제자를 가르치고 유교를 보급하는 제도였다. 청나라 건륭황제가 지은 시는 모두 34,160여 수로 중국에서 가장 많은 시를 남겼으며 세계에서도 가장 시를 많이 쓴 시인이다. 무양사 扶綱常於欲墜之地 存社稷於旣亡之秋 - 부강상어욕추지지 존사직어기망지추 豊功偉業終不可泯 淸德大義久而益揚 - 풍공위업종불가민 청덕대의구이익양 明洞冶牧仗義松岳 乙巳網羅皆知宗匠 - 명동야목장의송악 을사망라개지종장 志邁羲農韜跡光山 長沙芬苾大振文風 - 지매희농도적광산 장사분필대진문풍 瀋陽抗節蘇武畵圖 海東有光乾隆詩句 - 심양항절소무화도 해동유광건륭시구 跋涉死地亦能華國 力扶大義竟成仁域 - 발섭사지역능화국 역부대의경성인역 도덕이 땅에 떨어진 이때 삼강오륜을 세우고 나라의 존망이 중요할 때 왕실을 굳게 지키네. 넉넉한 공과 큰 업적은 사라지지 않고 맑고 어진 성품과 큰 의로움은 오래도록 전하는구나. 고려의 야은 길재와 목은 이색은 개성에서 선비의 의로움 지켰고 1927년 을사년에 누구나 아는 성리학의 스승들을 이곳에 모셨네. 뜻을 멀리 복희와 신농황제에 두니 감춘 자취는 광산 고을이오 무장현감 유희춘을 모시니 학문을 존중하는 풍습이 크게 일어나네. 심양에서 꿋꿋한 태도를 보인 ‘소무’는 초상화를 그렸고 조선에도 빛나는 글 있으니 청나라 건륭황제의 시와 같네. 죽음을 밟아 헤치고 다니면서도 조선의 이름을 빛냈고 큰 의로움 세워 마침내 어짊을 실천하는 나라로 만들었네. 이택당 丕顯元精五星南聚 用扶吾道百川東流 - 비현원정오성남취 용부오도백천동류 采術規模金管銀管 會同朋友南蘭北蘭 - 채술규모금관은관 회동붕우남란북란 淵源有來洙泗濂洛 講誦無斷禮樂詩書 - 연원유래수사렴락 강송무단예악시서 크고 맑은 별 다섯이 남쪽으로 모이니 좋은 일이 있고 우리의 유교는 모든 하천이 동쪽으로 흐르듯 함께 하네. 모아서 쓴 글들은 서로서로 문화가 잘 어울렸고 같은 생각을 한 친구들이 남쪽과 북쪽에서 모여드는구나. 유교의 근원은 공자로부터 주돈이와 정호·정이 형제로 이어졌고 예절과 음악, 시와 글씨 등 익히고 외우는 것이 끊임없이 이어지네. 松寒竹翠四時感觀 山高水長一辭歎詠 - 송한죽취사시감관 산고수장일사탄영 永世克禋丹心靡懈 俊義相襲靑域以寧 - 영세극인단심미해 준의상습청역이령 겨울에도 변치 않는 대나무와 소나무의 푸름을 늘 바라보며 강보다 길고 산보다 높음을 한마디로 감탄하여 노래하네. 정결히 제사 지내는 일은 정성을 다해 어긋나지 않게 하고 뛰어난 분의 의로움을 이어받아 조선이 평안하게 되었네. 성지재 曰仁曰義前後同揆 地靈攸毓相得英才 - 왈인왈의전후동규 지령유육상득영재 天秩惟叙自任斯道 自東自西遠近畢來 - 천질유서자임사도 자동자서원근필래 어짊과 의로움은 선배와 후배가 지키는 것이고 좋은 땅에서 서로 뜻이 맞는 뛰어난 인재 기르는구나. 하늘의 질서에 법이 있으니 유학의 도리를 스스로 지키고 동쪽과 서쪽, 가깝고 먼 곳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모이네. 낙호재 喬嶽泰山擧世景仰 同墜遺緖於萬於千 - 교악태산거세경앙 동추유서어만어천 惟欽先謨弗三弗二 光風霽月曠代相傳 - 유흠선모불삼불이 광풍제월광대상전 태산같이 높은 산처럼 세상 사람들이 존경하고 남겨 주신 배움을 천년만년 동안 함께 전하리. 선생의 가르침을 존경하여 다른 길로 가지 말고 맑은 날 바람과 달처럼 비교할 수 없어 대대로 전하네. 삼오문 天下共由之路 古今同得之理 - 천하공유지로 고금동득지리 하늘 아래 사람들이 같이 가야 할 길은 예나 지금이나 함께 터득한 도리뿐이구나. 서원 밖 詩書遠慕殷周日 絃誦定知鄒魯風 - 시서원모은주일 현송정지추노풍 先生在座咺譁息 弟子入門揖讓同 - 선생재좌훤화식 제자입문읍양동 시와 글은 멀리 은나라와 주나라의 것을 따르고 음악과 글 읽는 소리는 맹자와 공자가 즐기던 것이라. 선생님이 계시면 시끄럽게 않게 조용히 하고 학생들이 공부하러 오면 서로 인사하며 도와주네.
풍차, 튤립, 히딩크 감독 등... 네덜란드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다. 네덜란드는 우리에게 꽤 익숙한 나라이다. 하지만 ‘유럽 여행’의 목적지로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을 꼽는 경우는 많아도, 네덜란드를 목적지로 하는 여행은 드물다. 네덜란드를 여행한 이들도 대부분 암스테르담에 잠시 레이오버(Layover) 하는 경우이다. 하지만 자신만의 여행 테마와 네덜란드가 잘 맞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유럽 국가들보다도 네덜란드 여행이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해양박물관과 하링, 황금기로의 시간여행 17세기에 종교의 자유를 찾아 스페인과의 독립전쟁을 벌인 끝에 독립한 신생국 네덜란드는 이내 세계의 패권 국가로 거듭났고, 이 시대를 일컬어 황금기(Golden Age)라고 부른다. 동인도회사를 중심으로 세계적인 해양 무역 네트워크를 형성했고, 그 네트워크의 허브 역할을 하면서 부를 축적하였다. 황금기의 해양 무역의 역사에 특히 중점을 둔 해양박물관(Het Scheepvaartmuseum)을 소개하려 한다. 이곳에 가려면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걷거나 버스를 타면 된다.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있는 몇 안 되는 박물관이어서 반가웠다. 전시실에는 해군 제독 및 지도자들의 초상, 당시 해양 무역을 통해 거래되었던 물자, 식민지 개척에 대한 이야기들이 중심이었다. 특히 인상 깊은 전시실은 지도 코너이다. 황금기 네덜란드에서 지도 제작은 부를 거머쥐는 사업으로 여겨졌다. 해양 무역에 종사하는 수많은 사람이 세계의 최신 지리정보를 알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지도를 보면서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지리 교사였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망상에 빠져 보았다. 혹시 네덜란드의 황금기를 경험하고 싶지만, 박물관이 지루할 것 같다면 가까운 마켓으로 가서 ‘하링(herring)’을 먹으면 된다. 하링은 소금에 절인 청어 음식을 일컫는 말이다. 17세기 네덜란드 어민들은 북해에서 청어를 잡아서 어선 위에서 내장을 제거하고 염장을 한 뒤, 바로 유럽 각지에 판매해서 부를 축적했다고 한다. 즉 하링은 그냥 전통음식이 아니라, 네덜란드의 황금기의 토대가 된 효자 음식이다. 나는 국립미술관에서 가까운 알베르트 카위프(Albert Cuyp) 시장의 한 수산물 가게에서 하링을 먹었다. 네덜란드인들은 하링만 먹는다고도 하는데, 나는 채소와 빵을 곁들여 샌드위치처럼 먹는 것을 택했다. 조금 비린 맛이 났지만 나름 별미였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김치를 처음 먹을 때 이런 기분일까 상상해 보았다. 운하를 보아야 암스테르담이 보인다 암스테르담 도심에는 수많은 운하가 거미줄처럼 놓여 있어, 어디서도 운하를 쉽게 마주칠 수 있다. ‘물의 도시’는 꽤 많지만, 이 정도로 운하가 도시 경관에서 지배적인 곳은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이외에는 거의 없을 것이다. 무역 상인들이 모여서 만든 도시라서, 대부분의 집이 물자 운송을 위해 운하와의 접근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작은 유람선을 타고 도심 곳곳을 누비는 관광 상품을 통해 암스테르담 무역 상인들의 삶을 상상해볼 수 있다. 유람선 위에서 보면, 옆으로 좁고 위아래로 길쭉한 전면이 운하 쪽과 맞닿아 있는 수많은 건물을 볼 수 있다. 건물들은 대부분 17세기 황금기에 만들어졌고, 당시의 경제적 호황을 짐작할 수 있다. 이곳 오래된 시가지와 운하는 모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암스테르담 시내에는 여러 유람선 투어가 있고, 암스테르담 중앙역, 안네프랑크 하우스, 국립미술관 등에서 이용 가능하다. 유람선만 1시간 정도 타는 것부터, 선내에서 피자와 맥주를 마시는 것까지 다양한 상품이 있으니 취향별로 즐기는 것을 권한다. 유람선으로 운하를 둘러보았다면 운하 박물관(Het Grachtenhuis)을 꼭 들려보길 권한다. 암스테르담의 운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은 작은 박물관이다. 지도, 디오라마, 영상을 통해 흥미로운 방식으로 운하 중심의 도시 경관 형성과정을 보여준다. 유람선 투어에 이어 운하 박물관까지 경험하면, 암스테르담이라는 도시가 우리에게 한 걸음 성큼 다가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미술의 나라 네덜란드를 감상하는 법 네덜란드는 유명한 화가를 많이 배출한 미술의 나라이고, 그래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Rijksmuseum) 방문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은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화가인 렘브란트(Rembrandt)의 작품 야경을 비롯하여 여러 미술 작품과 문화재들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상단에는 2/3는 구름이 가득한 하늘, 그리고 하단에는 들판과 풀밭, 풍차, 운하 등이 배치된 수많은 17세기의 풍경화들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수많은 관람객 중 인상 깊은 장면은, 미술관 체험활동을 나온 학생과 교사가 함께 작품 앞에 앉아서 교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우리에겐 교과서에나 보던 작품을 실제로 눈으로 보면서 배우는 과정이 부러웠고, 또 교사와 학생이 왁자지껄 대화를 나누면서 공부하는 것도 좋았다.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학생 무리 중에서 한 학생이 작품 앞에서 친구들에게 설명하는, 소위 ‘갤러리 워크’를 하는 장면도 실제로 보니 재미있었다. 한편 고흐 미술관과 국립미술관 등이 모여 있는 이곳을 미술관광장(Museumplein)이라고 부르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Iamsterdam’이라는 도시 브랜드 조형물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관광객 급증으로 도시 거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여 철거된, 여행자 입장에서는 아쉬운 사건이 있으니 참고하여야 하겠다. 국립미술관 바로 앞에는 세계 최대의 고흐(Vincent van Gogh) 작품의 컬렉션인 고흐 미술관이 있다. 꽃피는 아몬드 나무, 해바라기, 감자 먹는 사람들 등 고흐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인터넷 예매 없이는 몇 시간을 대기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책이나 인터넷으로 접한 적이 있는 작품을 실제로 미술관에서 만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반신반의하면서 미술관으로 갔지만, 이러한 걱정은 나의 기우였다. 방금 붓으로 그린 듯 유화 물감의 질감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작품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작품 하나하나에 대해 편안하게 감상하니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우울한 삶을 살았던 고흐이지만, 평범한 농민들의 삶에 관심을 가졌거나 조카를 위해 아름다운 꽃 그림을 그려줬다는 이야기들이 흥미를 끌었다. 해변 풍경을 그린 작품은 유화 물감 내에 모래가 끼어 있다는 오디오 가이드의 설명은 놀라웠다. 미술관 내에서는 사진 촬영을 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네덜란드에 온 이상 고흐의 작품을 만나는 것을 놓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고흐의 삶과 작품에 매료된 사람이라면 크뢸러 뮐러 미술관(Kröller-Müller Museum)에도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곳은 고흐의 작품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아서, ‘반 고흐의 두 번째 집’으로 불리기도 한다. 고흐의 유명한 밤의 카페 테라스, 우체부의 초상화 등의 작품은 이곳에서 만날 수 있고, 이외에도 여러 화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암스테르담에서 동쪽으로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면서 2시간 이상 가야 하는 곳이라 접근성은 떨어진다. 하지만 고생해서 방문한 만큼 특이한 경관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미술관은 호헤 펠루베 국립공원(Hoge Veluwe National Park) 내부에 위치하여, 숲, 모래언덕, 풀밭 등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야외 설치미술까지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좋은 입지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베르메르를 만나는 고즈넉한 소도시 델프트 네덜란드 여행에서 굳이 인구 10만의 작은 소도시 델프트를 방문한 것은 우선 베르메르(Johannes Vermeer)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베르메르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라는 대중적으로 유명한 작품을 그린 17세기 화가이다. 그런데 델프트의 베르메르 센터(Vermeer Centrum Delft)에는 사실 베르메르의 작품이 한 점도 없다. 베르메르의 작품은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과 헤이그의 마우리츠하위스(Mauritshuis) 미술관에 있거나, 미국, 독일, 오스트리아 등 전 세계 유명 미술관에 흩어져 있다. 복제본만 전시되어 있어서 흥미가 떨어질지 몰라도, 이곳은 어떤 곳보다도 베르메르라는 인물의 생애 및 그의 모든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깊이 있게 안내하고 있다. 델프트의 풍경 그림을 보면서 세계 곳곳에서 귀중품과 지리 정보가 쏟아져 들어오는 17세기 델프트를 상상해볼 수 있다. 창가에서 편지를 읽는 여인을 통해, 먼바다로 떠난 남편의 소식을 고작 편지 한 장으로 접하면서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하는 당대 아내들의 삶에 감정 이입해 볼 수 있다. 물론 장교와 웃는 소녀, 여인과 두 남자와 같이, 아내가 반드시 절개를 지키기보다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를 외치며 돌아설 수도 있다는 발칙한 상상을 불러오는 작품도 재미있었다. 델프트에는 베르메르 말고도 여러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은근히 많다. 델프트도 암스테르담처럼 도심 곳곳에서 운하를 만날 수 있다. 베르메르의 묘가 있는 구교회와 운하가 함께 보이는 풍경이 특히 아름답다. 도심 광장에는 신교회가 있는데, 신교회에는 17세기 스페인과의 독립 전쟁을 이끈 지도자로서 네덜란드의 ‘국부’로 추앙받는 오라녜 공(Willem van Oranje)의 묘가 있다. 신교회의 상징인 거대한 탑의 계단을 10분 넘게 고생해서 올라가니, 델프트 도심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높은 건물이라곤 이곳 신교회, 그리고 서쪽에 있는 구교회 건물뿐이다. 종교의 자유를 찾아 독립한 네덜란드로 수많은 신교를 믿는 ‘종교 난민’들이 각국에서 피난을 왔고, 구교회와 신교회 건물이 공존하고 있는 네덜란드적인 풍경이 흥미로웠다. 에필로그 네덜란드 여행에서 조심할 점은 자전거이다. ‘사람보다 자전거’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네덜란드는 자전거 중심의 교통 체계가 정착되어 있다. 자전거 전용 통로를 지날 때는 주위에 자전거가 쌩하고 오지 않을지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네덜란드는 대마초와 성매매가 합법화된 것으로 유명한데, 정작 현지인들은 그런 부정적 이미지가 관광객들 때문에 형성되었다며 달갑지 않게 여긴다고 한다. 최근 암스테르담에서는 과도한 관광객의 수를 줄이기 위해 대마초와 성매매를 규제하는 제도를 시행하려 한다니 참고하면 좋겠다.
경제위기, 하면 ‘IMF 외환위기’가 떠오릅니다. 그때(1998년) 우리 경제는 -5%나 성장률(국내 총생산)이 뒷걸음질 쳤습니다. 경제가 휘청했습니다. 잘나가던 친구들마저 우수수 직장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골드만삭스가 다가오는 2분기 미국의 성장률을 -25%로 전망했습니다(심지어 JP모건은 -30%로 전망했다). 우리 앞에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외환위기란? 외환(달러)이 부족해서 생긴 위기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달러를 많이 벌어오지 못했으니까요. 고성장을 거듭하던 우리 경제에 96년 빨간불이 커졌습니다. 수출보다 수입이 너무 많아진 겁니다. 96년 무역적자가 무려 23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성장에 익숙한 우리 기업들은 거침없이 빚을 내서 투자를 이어갔습니다(그러니 투자 많이 하는 게 꼭 좋은 건 아니다). 그런데 대우그룹처럼 몇몇 기업이 빚을 갚지 못하자, 해외 투자자들의 의심이 시작됩니다. ‘한국 기업들 돈 못 갚는 거 아냐?’ 그러자 늘 돈을 빌려주던(채권을 인수해주던) 해외 투자자들이 갑자기 대출에 신중해졌습니다. 그럼 자금시장이 경색됩니다. 채권 만기가 되면 당연히 연장(차환)해주던 투자자들도 연장을 안 해줍니다. 특히 일본의 은행 등 채권단이 1년 미만 단기채권의 차환을 막자, 기업들의 돈줄이 갑자기 꽉 막혔습니다. 투자자들은 떠나면 자기 나랏돈(달러)으로 바꿔 떠납니다(당연하다. 캘리포니아 집에 돌아가면서 아무렴 한국 돈 들고 갈까~). 서울 외환시장에서 다들 갖고 있던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입니다. 그럼 달러값이 오르고 원화값이 떨어집니다(시장에서 배추 많이 팔면 배춧값 떨어지는 것과 똑같다). 우리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원화의 평가절하) 우리가 갚아야 할 달러 빚의 크기가 그만큼 더 늘어납니다. 마치 소금장수가 물에 들어간 것처럼 경제는 더 무거워집니다. 경제의 균형추가 급격하게 기울어집니다. 은행은 비가 오면 우산을 뺏어가는 곳입니다. 한국 정부가 또 한국 기업들이 돈을 못 갚을지 모른다고 하자, 국채나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아집니다. 정부가 돈을 융통할 방법이 막히는 겁니다. 그리고 기업들의 도산이 이어집니다(한 달 새 3,300여 개의 기업이 도산했다). 결국 IMF(국제통화기금)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1997년 12월 3일(날짜도 안 잊어버린다), 우리는 결국 IMF에 210억 달러 등을 빌리고, 대신 우리 경제에 ‘감 놔라 배 놔라 권리’를 IMF에 주는 계약을 체결합니다. 2020년 3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바이러스로 인해 경기가 꽁꽁 얼어붙고 있습니다. 3만 선을 유지하던 미국 다우존스(Dow Jones)지수는 며칠 만에 2만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미국 기업 가치의 1/3이 날아가 버린 겁니다(29년 대공황 때도 이런 정도는 아니었다). 우리 대표기업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며칠 새 100조 원가량 사라졌습니다. 45달러 정도 하던 국제유가는 20달러까지 폭락했습니다. 전 세계가 유례없는 긴급 재정 확대 조치(재정보강)를 내놓고 있습니다. 미국은 2조 달러(어림잡아 2,500조 원 정도) 정도의 재정을 시장에 풀 계획입니다. 우리나라 5년 치 예산입니다. 정말 경제위기가 올까?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는 특이하게 사람을 만나지 못하게 만듭니다.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소비가 줄어듭니다. CGV 매출은 80%가 줄었습니다. 매출이 줄어든 기업은 곧 종업원들을 내보낼 것입니다(미국은 이미 실업급여 신청액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남편이 언제든 해고될지 모르는 상황이 되면 부인은 지갑을 닫습니다. 경제위기는 이렇게 찾아옵니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 주식을 팔아 치웁니다. 그렇게 남은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입니다. 이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1,300원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우리 돈의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이러다 대기업 계열사 한 곳이 1차 부도가 납니다. 시중은행들은 서둘러 자금줄을 조입니다. 회사채와 CP시장이 얼어붙습니다. 아무도 돈을 빌려주지 않고 회사채 이자율이 치솟습니다. 실제 IMF 위기 때는 대우의 회사채 수익률이 30%까지 치솟았습니다(대우의 회사채에 1천만 원을 투자하면, 1년 이자를 300만 원 준다는 뜻이다. 물론 대우가 부도가 나면서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신용이 불안한 기업의 자금줄이 막히고, 부도가 나지 않을 기업마저 넘어갑니다. 무디스(Moody’s) 같은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국가신용도를 크게 낮춥니다. 원화값이 더 폭락합니다. 기업들의 도산이 결국 은행으로 이어집니다. 현실은? 하지만 우리 경제는 97년보다 매우 튼튼해졌습니다. 일단 규모가 3배 이상 커졌습니다. 감소추세긴 하지만 경상수지 흑자 폭도 세계적인 수준입니다(한국이라는 기업이 장사를 잘하고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달러가 넉넉합니다. 외환위기 당시 39억 달러까지 줄었던 우리 보유 외환은 지금 4천억 달러가 넘습니다. 정부가 재정으로 사놓은 달러 저수지가 제법 든든하다는 뜻입니다. 또 삼성전자 같은 우리 민간 기업들이 수출하고 벌어오는 달러도 천문학적입니다. 기업들은 이 돈을 벌어와 우리 돈 원화로 바꾸기 때문에 외환시장에 꾸준히 달러화와 원화의 균형이 유지됩니다(이는 정부가 운영하는 달러 저수지도 넉넉하고, 민간 대기업들이 벌어오는 달러비도 자주 내린다는 뜻이다. 그러니 논이 마르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게다가 미 연준(Fed)과 600억 달러 규모의 스와프도 체결했습니다. 언제든 급할 때 600억 달러를 미국중앙은행이 빌려준다는 뜻입니다(글로벌 환투기 세력에게 우리 뒤에 달러 찍어내는 부자 형님이 버티고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 근본적으로 500%를 넘나들던 우리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지금은 105%(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기준) 정도밖에 안 됩니다. 우리 기업들의 체격과 체력이 모두 탄탄해졌습니다. 정부도 일단 돈이 급한 중소기업 등에 29조 원을 지원하는 등 100조 원 규모의 탄환을 마련했습니다. 미리 준비한다면 미증유의 바이러스가 가져온 경제위기는 미리 막을 수 있습니다. 특히 경제는 심리입니다.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이기면 경제 심리를 되살리기도 그만큼 쉬워집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경제 살리기’의 첫 단추인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참고로 우리는 IMF로부터 빌려온 210억 달러를 당초 만기인 2004년보다 3년이나 빠른 2001년에 모두 갚았습니다. IMF 역사상 조기상환은 사상 처음이었습니다. CF에 나오더군요.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4~5월 산기슭이나 밭 가에서 흰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는 꽃이 있다면 조팝나무꽃일 가능성이 크다. 서울 청계천 등 공원이나 화단에서 새하얀 가지들이 너울거려도 조팝나무꽃이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조팝나무는 우리나라 전역의 산과 들에서 흔히 자라는 나무다. 흰색의 작은 꽃이 다닥다닥 피어 있는 가지들이 모여 봄바람에 살랑거리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흰 구름이나 솜덩이처럼 생겼다. 봄에 시골길을 가다 보면 산기슭은 물론 밭둑에도 무더기로 피어 있고, 낮은 담장이나 울타리를 따라 심어놓기도 했다. 풍성한 꽃이 보기 좋아 공원에 조경용으로 심어 놓은 것도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바람이 불 때 함께 오는 조팝나무 꽃향기는 참 좋다. 조팝이라는 이름은 하얀 꽃잎에 노란 꽃술이 박힌 것이 좁쌀로 지은 조밥 같다고 붙였다는 설이 유력하다. 영어로는 ‘신부의 화관(Bridal Wreath)’이라는 멋진 이름을 가졌다. 그러고 보니 조팝나무꽃을 보고 하얀 드레스를 입은 5월의 신부를 연상할 수도 있겠다. 이팝나무도 꽃이 피면 꼭 이밥(쌀밥)을 얹어놓은 모양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옛사람들은 조팝나무에서나 이팝나무에서나 밥을 연상한 모양이다. 작가 이혜경의 단편 피아간(彼我間)에서는 조팝나무꽃이 인상적으로 그려져 있다. 이 소설은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 틈새 수록작 중 하나로, 2006년 이수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소설은 주인공 경은이 주위에 불임 사실을 숨긴 채 입양 신청을 해놓고 임신한 것처럼 꾸미는 것이 주요 줄거리다. 주인공은 자신이 낳은 것처럼 꾸미기 위해 개월 수에 맞게 위장 복대를 차면서 남편을 제외한 주위 사람들을 속인다. 여기에 주인공 아버지의 임종을 전후로 드러나는 가족들의 이기적인 모습이 교차하면서 핏줄 또는 혈연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경은은 결혼 전에 격주로 주말에 장애인 시설에서 봉사할 정도로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했다. 구색 맞추듯 아이까지 꼭 낳아야 한다는 생각도 갖지 않았다. 결혼을 앞두고 남편을 장애인 시설에 데리고 간 것은 ‘어디에 머리 두고 살아가는지’, ‘내 가족, 내 핏줄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만 안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경은은 장애인 시설을 나오면서 동행에 대한 답례로 남편에게 조팝나무 향기를 선물한다. 목을 감고 대롱대롱 매달리는 아이들을 떼어놓고 타박타박 걸어 나오는 봄날, 야산 어귀엔 조팝나무가 축복처럼 하얀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경은이 문득 걸음을 멈췄다. 여기예요. 여기가 향기가 가장 짙은 곳이에요. 야산이 들길과 만나는 지점, 그곳에만 이르면 무슨 세례라도 주는 듯 맑은 향기가 끼쳐왔다. 인류에게 고마운 식물 봄바람이 불어올 때 밀려오는 조팝나무꽃 향기는 상쾌하면서도 달콤하다. 남편은 꽃향기를 깊이 들이마신 뒤 감동한 듯 “우리, 나중에 아이 낳아 키우고 나면, 시간 날 때마다 이런 아이들 돌보러 다니는 것도 좋겠다”고 말했고, 경은은 비로소 그와의 결혼을 현실로 받아들였다. 이처럼 경은은 나름 바르게 살려고 하면서, 주위 사람들의 이기적이고 가식적인 모습에 냉소를 보내지만, 불임의 여파는 경은 자신도 주위 사람들과 별로 다른 게 없도록 만든다. 계속되는 유산에 입양을 원하지만, 어른들의 완강한 반대로 거짓 임신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경은은 ‘생명이 아니라 거짓을’ 키워야 하는 자신의 상황이 괴롭다. 더구나 입양을 신청할 때 ‘험한 일 겪은 게 아니라, 서로 사랑해서 생겨난 아이였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대목에 이르면, 경은도 속물적 기대와 우려에서 벗어나지 않았음을 드러나고 있다. 경은의 생각들이 하얀 조팝나무꽃이 시들듯이, 현실 속에서 점차 빛이 바랜다는 것이다. 조팝나무는 대개 큰 무리를 이루지만, 작은 꽃송이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다섯 장의 꽃잎과 노란 꽃술을 볼 수 있다. 꽃이 질 때는 마치 눈이 온 것처럼 땅을 소복하게 덮는 것도 보기 좋다. 조팝나무의 번식은 주로 삽목을 이용하고, 또 심으면 금세 큰 포기로 자라나므로 포기나누기도 할 수 있다. 고전소설 토끼전에도 조팝나무가 나오는데, 자라가 토끼 간을 구하기 위해 육지에 올라와 처음 경치를 구경하는 대목에서다. ‘소상강 기러기는 가노라고 하직하고, 강남서 나오는 제비는 왔노라고 현신(現身)하고, 조팝나무에 비쭉새 울고, 함박꽃에 뒤웅벌이오.’ 무엇보다 조팝나무는 인류에게 매우 고마운 식물이다. 전 세계 인구가 하루 1억 알 넘게 먹는다는 진통제 아스피린은 ‘아세틸살리실산’이라는 물질로 만드는데 이 성분이 바로 버드나무와 조팝나무에 들어 있다. 1890년대 독일 바이엘사는 조팝나무 추출물질을 정제해 아스피린을 만들었다. 아스피린이라는 이름은 조팝나무의 속명(屬名) ‘스파이리어(Spiraea)’와 아세틸의 머리글자인 ‘아’를 붙여 만든 것이다. 조팝나무를 시작으로 초여름까지 조팝나무 자매들이 차례로 핀다. 진한 분홍빛 꽃이 꼬리처럼 모여 달리는 꼬리조팝나무, 흰 꽃잎에 가운데만 연분홍색인 참조팝나무, 15~20송이가 모여 반원 모양으로 꽃이 피는 산조팝나무와 공조팝나무 등이 있다. 산조팝나무와 공조팝나무는 꽃 모양이 비슷한데, 산조팝나무 잎은 둥글둥글하고 공조팝나무 잎은 길쭉하다. 공조팝나무는 중국 원산으로, 원예용으로 공원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공원에서는 일본조팝, 삼색조팝나무도 흔히 볼 수 있다. 활처럼 휘어진 줄기에서 꽃이 줄지어 피는 모습이 마치 말의 갈기 같은 갈기조팝나무도 인상적이다. 작가 이혜경은 조팝나무꽃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작가의 다른 단편 작은 골짜기에도 중년 남자가 고등학교 때 마음을 둔 여학생을 ‘꿈결 같은 조팝나무꽃’에 비유하는 대목이 있다. 이혜경은 문단에서 ‘웅숭깊은 시선과 곰삭은 문체’로 개인들이 겪는 상처를 따뜻하게 어루만진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의 글을 읽으면 묘사가 섬세하고 수없이 다듬은 흔적이 역력하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신발만 보면 물어뜯고 싶어 하는 강아지처럼 내가 쓴 글만 보면 뜯어고치려는 본능으로 문장을 고치고 제목을 고친다”고 했다. 필자가 사는 곳 인근에서도 해마다 봄이면 조팝나무꽃이 몽글몽글 피어나고 있다. 바람 잔잔할 때 사진이라도 몇 장 찍어야겠다. 경은이 속물적이지 않은 삶을 다짐하며 장래 남편에게 선물한 조팝나무꽃 향기도 다시 음미해보고 싶다.
처음 이뤄지는 온라인 개학으로 교육행정기관, 학교, 그리고 선생님들이 분주하다. 초점이 온라인 개학에 필요한 기기 확보, 선생님들의 온라인 교육 역량에 주로 맞춰지고 있는데 그 이외에도 고려할 것이 많다. 온라인 학습의 효율성 확보를 위해 중요한 것은 학생의 온라인 학습 역량과 부모의 지원역량, 그리고 방치 학생 문제이다. 온라인 학습 효율성과 방치 학생 문제의 핵심 온라인 수업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학습 역량이나 흥미도가 낮은 학생들을 온라인 수업에 적극 참여시키는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학습장애를 비롯한 특수교육대상학생,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에게서는 학습 효율성 문제가 더 심각하게 드러날 것이다. 온라인 학습 시, 이 학생들은 학습 도우미가 필요하므로 부모, 선생님, 그리고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 학습 효율성 확보에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또 다른 집단이 있다. 한부모 가정, 조손가정, 저소득 가정, 맞벌이 가정 등의 취약계층 자녀이다. 학습은 연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특정 기간 학습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그 기간만의 결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수학을 비롯한 여러 과목은 전 단계 내용을 제대로 학습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 학습이 어렵다. 온라인 학습 효율성 제고 방안과 방치 학생 문제 해결 방안을 함께 마련하지 않으면 배울 내용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학생이 급증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오프라인 개학을 하더라도 선생님들께서 가르친 내용을 다시 가르쳐야 하는 어려움에 봉착한다. 그리고 학습 결손을 경험한 학생들은 대면 개학 이후에도 학습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이는 이들의 학습 흥미도 저하로 이어져 지속적인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 방치 학생 문제 완화 방안 ● 소규모 농어촌학교의 등교 허용 검토 전남은 전체 학교의 40%가 60명 이하의 소규모 학교이다. 이러한 학교 학생 중에는 한부모 가정,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출신이 많고, 학습장애,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도 아주 높다. 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등교를 하면서 그 책임을 각 가정이 지도록 하는 것은 취지와 달리 학생 방치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학부모가 그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나 여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학생들의 비율이 높은 소규모 학교에서는 부모들이 원하고, 시설 공간 여력도 충분하다면 학교장, 교사, 학교운영위원회가 만나서 오프라인 등교를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대도시 대규모 학교 특별 돌봄 확대 아이가 집에 방치될 가능성에 대한 여부는 담임선생님이 가장 잘 안다. 각급 학교 선생님들은 현재 온라인 등교를 대비하여 개별 면담을 실시하여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그 결과 온라인 등교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판단된 학생들은 학부모와 학생이 원할 경우 특별돌봄 대상에 포함시켜 등교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방안을 채택할지 여부는 학교장, 교사, 학운위 등이 협의하여 결정할 수 있도록 교육부와 교육청이 조처를 할 수 있게 허용해야 할 것이다. 특별돌봄 교실에는 당연히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고,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한 제반 조치를 철저히 해야 한다. 아울러 온라인 학습이 가능하도록 설비를 갖추고, 돌봄 역할을 하는 분이 온라인 학습 도우미 역할을 해야 한다. 특별돌봄 책임을 교사에게 지우려고 하면 교사들은 소극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 임시 특별돌봄 담당자를 긴급 채용하거나 그 역할을 맡게 된 교사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추가 지원을 해줘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리고 교육청과 학운위가 제시한 절차를 따랐음에도 불구하고 혹시라도 감염이 발생한다면 이는 학교나 교사의 책임이 아님을 명확히 해야만 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다. ● 특수교육 대상자 오프라인 등교 실시 사회역학(Social Epidemiology)의 개척자인 고려대 김승섭 교수의 주장처럼 일반인들에게는 안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고립된 사회적 약자들에겐 큰 위협이 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특수교육 대상자들에게 시급한 건 ‘사회적 거리 좁히기’이다. 일반 학교 학생들과 달리 특수학교 학생들에게는 등교를 허용하고, 이에 필요한 추가 방역 조치와 인력, 예산 등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지역사회의 지원 만 9세 이하 아동을 가진 부모에게 시행되고 있는 하루 2시간 육아시간을 초등학교 자녀가 있는 전체 부모 대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에 필요한 추가예산이 있다면 국가가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별돌봄 대상이 되지 못하고, 육아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여건도 되지 못하지만, 교사가 판단할 때 방치될 가능성이 큰 자녀의 경우에는 부모가 아침 1시간, 오후 1~2시간 정도 자녀의 온라인 등교를 도울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할 손실을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중소기업이나 개인 사업자에게 보전해주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니면 조퇴로 인한 수입 손실을 해당 개인에게 직접 보전해주는 것도 방안일 것이다. 이는 생계지원 못지않게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지원이다. 바이러스 퇴치, 생계 곤란 지원에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듯이 온라인 등교로 인해 발생할 학습 효율성 저하와 방치 아동 문제 해결에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 필요한 인력지원, 공간지원, 예산지원은 어느 지원보다도 국가와 지역사회 미래를 밝히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물론 가장 기본은 선생님들이 담당 학생들의 학습 결손은 자신이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방치되는 학생들이 없도록 관심을 갖고 나서는 것이다.
올해로 개교 10주년을 맞이한 경기 신천고등학교는 최근 뛰어난 교육 성과를 거두면서 신흥 명문고로 주목을 받고 있다.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로서 시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1인 1악기 교육을 실시, 인성과 지성을 겸비한 인재 육성에 힘쓰고 있다. 특히,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서울대 등 유명대학에 합격생을 다수 배출하는 등 우수한 실적을 거둬 ‘신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역사회에서 독보적이다. 지난 2018년 부임한 윤영벌 교장은 ‘큰 꿈을 안고 도전하는 진취적인 학생 육성’을 목표로, 학생의 특기와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교육과정 구성에 중점을 두고, 새로운 신천고를 만들어왔다. 학생들의 다양한 학습 선택권을 보장하고, 시대변화에 대응한 미래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올해부터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정보과학융합 중점학교를 운영한다. 가장 먼저, 기존 학교 유휴시설을 활용해 홈베이스, 학생 휴식공간, 교과교실 등의 시설 확충을 위해서 노력했으며, 소수의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들을 수 있도록 인근 학교와 교육과정 클러스터를 통해 프랑스어 회화, 프로그래밍, 국제경제를, 주문형 강좌로 심리학과 보건학을 개설했다. 올해 1학년부터는 프로그래밍, 정보과학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심화 교육을 받을 수 있어 중학교 코딩교육과 연계된다는 장점도 있다. 학습능력 외에도 예술적 감각을 키울 수 있도록 주문형 강좌를 통해 1인 1악기를 배우고 있다. 학생들은 무학년제로 바이올린, 첼로, 플롯, 클라리넷, 통기타 등을 배우며, 오케스트라 공연도 할 정도로 실력이 향상됐다. 또한, 미국·캐나나 등 국제교류 현장체험을 활성화시켜 글로벌 인재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했다. 윤 교장은 “학생들에게 꾸준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꿈과 야망을 가지고 도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문형 강좌·클러스터 운영, 학습 선택권 넓혀 경기도교육청이 2022년 고교학점제 도입을 앞둔 가운데, 신천고도 올해부터 ‘빅(B. I. C) 브릿지 모형 적용을 통한 고교학점제 운영’을 주제로 연구학교로 운영된다. B(Base)는 고교학점제 운영을 위한 기반 구축, I(Individual)는 개인별 맞춤형 진로설계, C(Choice)는 학생 선택을 존중하는 커리큘럼을 말한다. 이를 통해 미래교육으로 향하는 다리(브릿지)를 건너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목표에 따라, 신천고는 유휴공간이 많지 않다는 단점을 극복하고, 시설 확충부터 앞장섰다. 기존 학생 휴게 공간 및 카페테리아, Free 와이파이존, 진로진학코너 등으로 활용하고 있던 공간을 재구조화해 학생들의 휴식과 모둠학습이 가능한 홈베이스를 조성한다. 또한, 유휴교실을 리모델링해 선택과목 확대에 따른 소인수 과목 수업 교실 및 다양한 교과 수업 구현을 위한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학생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진로와 적성을 기반으로 본인 희망에 따라 과목을 개설하는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으로 편성·운영하고 있다. 소인수 과목을 개설하기 위해 ‘주문형 강좌’와 ‘교육과정 클러스터’를 도입했다. 2학년 대상 주문형 강좌로 심리학과 보건학을, 인근 4개교와 함께 진행되는 클러스터에서는 프랑스어 회화Ⅰ, 프로그래밍, 국제경제를 운영한다. 5월 중에는 ‘나의 진로 디자인 씽킹’이라는 진로캠프를 운영해, 학생들이 배우고 싶은 과목 수요를 조사한다. 이를 통해 1학년이 2학년 진학 시 원하는 교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여름방학 전에 조사를 완료해 내년도 교육과정 구성에 이를 반영할 계획이다. 예술·정보과학 등 다양한 교육과정 구성 신천고는 지난해부터 학교 교육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많은 고민을 했다. 교사들은 ‘변화’에 초점을 두고 ‘인공지능’, ‘프로그래밍’, ‘드론’, ‘3D프린팅’, ‘자율주행차’ 등 정보과학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출했다. 이에 따라 신천고는 지난해부터 교육과정을 개편했고, ‘정보과학융합’ 교과중점학교로 운영될 수 있도록 경기도교육청에 신청했다. 그 결과 올해 신입생부터 2학년 진로선택과목에서 프로그래밍 관련 영역을 선택해 배울 수 있으며, 중학교 코딩교육에 이어 심화된 내용을 학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SW 선도학교로도 운영되는 만큼, 로봇, 영상 촬영전문 드론, 스마트자동차, 3D프린터 등 기자재를 마련해 교육활동에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학생들이 예술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도록 주문형 강좌를 통해 바이올린, 첼로, 플롯, 클라리넷, 통기타 등 1인 1악기를 무학년제로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주문형 강좌를 통해 7개 강좌를 운영하는 학교는 그리 많지 않다. 학교에서 이 같은 프로그램을 개설하지 않는다면, 쉽게 경험하기 어렵다는 것이 취지다. 그만큼 신천고가 학생들이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몰두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교장선생님은 만능 바리스타…색소폰 연주도 일품 직접 만나본 윤영벌 교장은 솔선수범이 몸에 배어 있었다. 신천고에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이 직업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2016년부터 ‘다온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바리스타, 제과·제빵 등 외식 서비스업과 관련된 교육을 받고, 실습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 윤 교장은 직접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따면서, 교육과정 중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은 없는지 몸소 체험했다. 그뿐만 아니라 1인 1악기 교육을 위해 직접 색소폰을 배우며 학생들과 소통한다. 발표회 때는 학생들과 합주를 하기도 하며, 독주도 했다고. 그는 “직접 해봐야 어려움을 안다”며 솔선수범하는 교육 철학에 대한 자부심을 보였다. 최근에는 하반기에 있을 합창대회에 교가를 4부로 직접 편곡하는 등 예술 분야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부터 경기도국·공립고등학교장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윤 교장은 단위학교 경영 철학과 목표를 존중하며 교육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교장회 회칙 중 교육현장의 연구와 자료수집, 교육발전을 위한 정책대안의 개발 제시, 장학협의회 및 연찬회 개최, 각종 교육에 관한 문헌 출판과 정보교환, 모범 및 선행학생에 대한 표창, 국내외 교육교류 및 교육현장 탐방 등을 중점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미국, 호주 등 국제교류로 미래교육 길 넓혀 신천고가 최근 1년 간의 변화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에서 대입지도를 빼놓을 수 없다. 기본적인 진로진학상담 외에도 학생, 학부모 대상 학생부 분석, 학교생활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학교생활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각 대학의 입학사정관, 입시관계자를 초청, 대학별 부스를 마련해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대해 상담할 수 있는 대입박람회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서울 우수 대학으로 진학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가 두드러졌다. 올해로 개교 10주년을 맞이하는 만큼, 신천고는 국제교류 분야를 확대할 계획이다. 2018년부터 2년간 특색사업으로 ‘국제교류 해외 체험학습’을 진행해왔다. 희망 학생 20명이 미국 동부지역, 캐나다 일원을 탐방하면서 현지 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고, 유명대학 캠퍼스 투어 및 UN본부를 방문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직접 방문이 어려워진 만큼, 호주 교수진과 화상 영어수업 및 몽골국제학교 학생들과 프로젝트형 협력수업을 진행하는 ‘드림멘토링’을 운영할 계획이다. 유네스코(UNESCO) 학생동아리 20여 명이 중심이 돼, 세계시민의식을 키우게 된다. 아울러 윤 교장은 다문화사회에서 학생들이 더 많은 언어를 접할 수 있도록 스페인어를 개설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는 “중국어·일본어 등 동양어뿐만 아니라 서양어도 중요하다”며 “북유럽 문화를 배울 수 있으면서 실용적인 독일어, 스페인어 등을 배울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