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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신문 김명교 기자] 한국교총의 변호사 동행 지원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교총은 변호사 동행 지원비 3·4호 수혜자를 선정하고 30만 원을 지원했다. ‘변호사 동행 보조금’은 교총이 운영하는 대표적인 교권 침해 사건 대응 지원제도다.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으로 초기 경찰 조사나 수사단계가 중요해진 데 착안했다. 최근 교원을 대상으로 한 고소, 고발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 피소 등 사례가 증가하면서 더욱 촘촘한 교권 보호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김동석 교총 교권본부장은 “경찰서에 가본 적 없는 교사가 소환조사 연락을 받으면 막막한 심정으로 교총에 문의한다”면서 “교총은 초기 교권 보호시스템인 경찰서 동행 변호사비 지원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교육활동 침해(형사)로 경찰 조사를 받는 교총 회원(교원)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사건 당 변호사 동행 보조금 30만 원을 지원받고, 동일인·동일 사건에 대해서는 3회까지 가능하다. 신청은 각 시·도교총에 하면 된다. 문의 교총 교권지원국 02-570-5613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경찰이 부산시교육청의 합격 통보 오류로 인해 10대 특성화고 학생이 안타깝게 숨진 사건에 대해 수사한다. 2일 부산시경찰청은 해당 사건을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합격자 명단 오류가 발생한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비리가 있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기 위해 이 같이 결정했다. 숨진 수험생의 유족은 지난달 30일 시교육청 공무원 시험과 관련된 공무원들을 직무유기와 자살방조 등 혐의로 부산진경찰서에 고소한 바 있다. 유족은 수험생의 필기시험 성적보다 낮은 점수를 기록한 다른 지원자가 면접에서 더 좋은 점수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숨진 수험생은 지난달 26일 오전성적조회 시스템을 통해 ‘합격을 축하한다’는 문구를 확인했으나 이내 곧 불합격으로 뒤바뀌자 큰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수험생은 당일 시교육청을 방문하고도 ‘행정적 실수’라는 설명을 듣고 귀가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교육청은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합격자 발표 때 실수로 불합격자에게도 합격 문구를 띄웠다고 해명하고 있다. 시교육청 감사관실은 이번 사건 원인규명과 제도개선 방안 등에 대해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해 올해 2월 감사관의 피의사실 공표 이후 세간의 비난을 받던 5급 공무원이 세상을 떠난 부분도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 직원 죽음이 이번 사건처럼 ‘오류’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시교육청공무원노조 측은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직원의 뇌물수수가 사실인 것처럼 공식 발표하는 초유의 오류로 직원 죽음까지 이어졌지만 여전히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며 “이번 공무원 시험 합격 오류 사건 감사에서도 직원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교육청 의혹' 국민청원 제기 유족은 지난달 29일 ‘부산광역시교육청의 불성실한 대응과 공무원 채용 과정 속 부실한 면접 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보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을 제기했다. 수험생의 사촌누나라고 밝힌 청원인은 부산시교육청 웹사이트에서 합격 창이 불합격 창으로 변경된 1시간 동안 일어난 일에 대한 납득될만한 설명, 면접에 대한 감사, 그리고 면접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불합리성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게시물에서 청원인은 “대신 합격한 D씨는 저희 동생보다 필기 점수가 10점이 낮은 219점이었고 면접까지 올라간 5명 중 5등의 성적을 가지고 있었다. 제 동생은 필기점수에서 10점을 앞섰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전형인 면접에서 점수가 더 낮았다는 이유(제 동생은 5명 중 2등)로 불합격 처리가 된 것”이라며 “면접은 10분 정도 진행됐기에 이렇게 면접으로 결과가 뒤집힌 것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경기도교육청 소속의 한 간부 공무원이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한 술자리를 벌이고 여직원 성추행까지 확인돼 퇴출될 기로에 놓였다. 도교육청은 최근 인사위원회를 열고 모 교육지원청 K과장을 감염병예방법 위반과 성비위 등을 사유로 해임 징계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징계에 대한 이의제기 기간을 거친 뒤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K과장은 지난달 5일 관사에서 직원 7명과 함께 저녁 회식을 하며 술을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해당 지역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으로 5인 이상 사적 모임은 금지였다. K과장은 또 다른 직원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여직원을 강제로 껴안는 등 추행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자리를 떴던 직원들이 돌아와서 이를 목격하고 저지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K과장은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직원의 신고를 접수한 도교육청은 감사 직후 K과장을 직위 해제했다. 도교육청은 당시 회식 자리의 방역지침 위반에 대해 방역당국인 지역 보건소에 알렸고, 술자리 참석자 8명 모두 과태료 10만원 처분을 받게 됐다. 성추행 건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반대 의견을 밝혀 수사기관 신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입추를 앞두고 있지만 작열하는 팔월의 태양은 땅 위의 모든 것을 불사를 기세이다. 마스크를 쓰고 한 걸음 옮기면 등줄기를 타고 탐이 비 오듯 흘러내리고 숨쉬기가 힘들다. 그래도 계절의 흐름은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듯 해넘이가 지나자 산과 들을 스친 녹색 바람이 서늘함을 풀어 놓고 귀뚜라미 우는소리 청아하게 깔린다. 입추는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다. 한 해 24절기 중 열세 번째 절기로 올해는 양력 8월 7일이다. 이날부터 겨울에 드는 양력 11월 7일 입동 절기까지를 가을이라고 한다. 농촌의 입추 무렵은 ‘발등에 오줌 싼다’할 만큼 바빴던 농삿일들이 끝나고 잠시 한가해지는 시간이다. 벼가 한창 무르익어 가는 이때 고려사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며 흰 이슬이 내리고 쓰르라미가 운다는 입추 절기 이후의 계절변화가 기록돼 있다. 또한 앞전에는 한창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대서 절기가, 뒷전에는 더위가 물러가고 해가 진 밤에는 서늘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다는 처서 절기가 있다. 옛사람들은 이렇게 입추와 처서, 백로로 이어지는 가을맞이 절기의 흐름을 '어정칠월 건들팔월' 이라고 했다. 이는 칠월과 팔월이 어정어정, 건들건들하는 사이에 지나가 버린다는 뜻으로 농촌에서는 김매기도 끝나 호미씻이를 한 뒤여서 잠깐의 망중한을 누리는 휴식의 시간이기도 하다. 이 무렵 농촌의 대표적인 전경은 땡볕에 고추를 말리는 풍경으로 수채화처럼 곱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을 타고 온다는 처서(處暑)이다. 처서는 24절기 가운데 열넷째 절기로 여름은 가고 본격적으로 가을 기운이 자리 잡는 때이다. 처서라는 한자를 풀이하면 ‘더위를 처분한다’라는 뜻이다. 이 시기에 예전에 부인들은 여름 동안 장마에 눅눅해진 옷을 말리고, 선비들은 책을 말렸는데 그늘에서 말리면 음건(陰乾), 햇볕에 말리면 포쇄라 했다. 특히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사고에서는 포쇄별감의 지휘 아래 실록을 말리는 것이 큰 행사였다고 한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속담도 있다. 이 이야기는 처서에 창을 든 모기와 톱을 든 귀뚜라미가 오다가다 길에서 만났다. 모기의 입이 귀밑까지 찢어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란 귀뚜라미가 그 사연을 묻자 ‘사람들이 날 잡는다고 제가 제 허벅지 제 볼때기 치는 걸 보고 너무 우스워서 입이 이렇게 찢어졌다네.’라고 대답한다. 그런 다음 모기는 귀뚜라미에게 자네는 뭐에 쓰려고 톱을 가져가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귀뚜라미는 ‘긴긴 가을밤 독수공방에서 임 기다리는 처자, 낭군의 애(창자) 끊으려 가져가네.’라고 말한다. 참 재미있는 이야기다. 이처럼 한여름을 거쳐 입추와 처서, 백로로 이어지는 가을맞이 절기의 흐름을 옛사람들은 어정칠월 건들팔월로 불러왔지만, 지금의 농촌 현실과는 꼭 맞지 않다. 처서 무렵에는 날씨도 중요하였다. 벼 이삭이 패는 때이기에 한 해 농사의 풍흉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였다. 무엇이 한꺼번에 일어나는 것을 견주어 이를 때 처서에 장벼(이삭이 팰 정도로 다 자란 벼) 패듯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처서 무렵의 벼가 얼마나 쑥쑥 익어가는지 잘 보여주는 속담이다. 그리고 처서에 오는 비를 처서비라고 하는데, ‘처서비 십 리에 천 석 감한다.’라고 하거나 ‘처서에 비가 오면 독 안의 든 쌀이 줄어든다.’라는 말이 있다. 올해 처서에는 처서비가 내리지 않아 풍년이 들었으면 좋겠다. 처서 무렵이 되면 세상의 나무들은 여름내 부지런히 길어 올렸던 물들을 내리기 시작하고 한해살이풀들은 서서히 생을 마무리할 채비를 시작한다. 때를 알고 스스로를 비울 줄 아는 순한 초록 목숨들의 지혜로움을 생각하면 탐욕에 눈먼 욕망에는 한계가 없는 인간이란 사실이 못내 부끄러워진다. 아침저녁 더위가 가시면서 찬바람이 인다. 여름을 주름잡았던 애절한 능소화는 꽃 덩어리로 채 무너져 내린다. 가을이 파란 하늘 저편으로 번져오고 있다. 여름은 떠날 채비에 마음이 바쁘고, 가을은 지상 가까이 내려오느라 몸이 분주하다. 처서엔 대지가 가을을 느끼고, 다시 보름 지나 백로엔 사람이 가을을 느낀다 하였다. 가을엔 모든 존재들이 어떤 형식으로든 결실을 맺는다. 나는 올가을에 어떤 결실을 맺을지 며칠 남지 않은 팔월의 여름에 생각해본다. 어정칠월, 건들팔월이란 말처럼 시간 보내기를 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시간은 언제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유행중에도 가을은 오고 있고 내일의 태양은 또다시 떠오른다. 그러나 2021년을 사는 지금의 팔월은 사는 동안 영원히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각자에게 주어진 남아 있는 시간을 어떻게 끝을 맺을지를 생각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 모두의 숙제이다. 모두가 남은 날들을 결실을 위한 시간들로 채워 나가고, 한 두 번 찾아올 태풍과 더불어 코로나19도 밀어내주었으면 좋겠다.
예비교사 네트워크 ‘폴짝’은 2일~3일 전국 30곳에서 이틀간 과밀학급 해소를 촉구하는 전국 동시다발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학급당 학생 수 28명을 기준으로 과밀학급을 해소한다는 교육부의 계획은 매우 안일한 기준”이라며 정규 교원을 확충해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낮추라고 주장했다. 또한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음에도 교육부가 안전한 학교현장을 마련하지 않은 채 '전면 등교 원칙'만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폴짝’은 교육의 변화를 향해 공부하고 실천하고자 모인 교대생들의 단체로 전국교육대학생연합 소속 7개 교대와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에 지부를 두고 있다.
Q. 임용 전 대학원 학위를 미취득한 채 교사로 임용 후, 재직 중에 대학원 학위를 취득할 경우 임용 전 다녔던 대학원 기간도 호봉재획정 시 산정이 되나요? A. 해당 경우는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라 호봉재획정의 경우로 새로운 경력을 합산하여야 할 사유 중 ‘교육공무원의 경우에는 자격이나 학력 또는 직명(대학이나 전문대학만 해당한다)의 변동이 있는 경우를 포함한다’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학위취득 시 임용 전 다녔던 수학기간을 포함하여 석사의 경우 대학원에서 학칙으로 정한 최저 수업연한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경력과 학력의 중복인 기간에 대해서는 그중 유리한 경력 하나에 대해서만 인정받게 됩니다. Q. 5학기제 교육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경우 마지막 학기에 기간제교사로 근무하였다면 호봉획정 시 기간제교사 경력은 인정받지 못하는 건가요? A. 대학원의 학위취득 경력은 석사의 경우 각 대학원에서 학칙으로 정한 최저 수업연한을 인정하며, 학기제를 달리하는 대학원 및 계절학기제 대학원의 석사학위는 최대 2년의 범위에서 인정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학기가 2년의 범위를 넘어 학위 취득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기간제 교사로 근무한 것은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경력과 경력이 중복된 경우에는 그 중 유리한 경력 하나에 대하여만 인정됩니다. Q. 군경력과 대학교 경력이 중복됨에 따라 중복된 학력을 제외하고 호봉이 재산정되어 돈을 반환해야 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하지만 「공무원보수규정」 제15조(승급기간의 특례)에 따라 군경력은 승급기간에 산입하고 있으므로 군경력과 학력이 중복될 경우 중복인정이 가능한 것 아닌가요? A.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라 경력과 경력이 중복될 때에는 그중 유리한 경력 하나에 대하여만 계산해 호봉획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학교 경력과 군경력이 중복된 경우 이 중 하나만 계산해야 하며, 문의하신 15조(승급기간의 특례)의 경우 임용 후 군경력에 대한 부분으로 임용 전 군복무와는 무관한 내용입니다. Q. 나이스 상 등록되어있던 학위가 법이 개정됨에 따라 경력환산율이 변경되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이스에는 이미 등록되어있었는데 이런 경우 경력을 포함시켜 호봉정정을 요청할 수 있을까요? A. 「공무원보수 등의 업무지침」에 따르면, 규정의 개정 등으로 호봉재획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대상이 되는 교원 본인이 직접 경력합산신청서를 학교의 호봉 담당자(교감)에게 제출토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나이스 상의 기록만으로 자동으로 대상자가 선정되어 호봉재획정이 이뤄질 수 없으며, 당사자 본인이 별도의 호봉재획정을 위한 경력합산신청서 제출이 필요하며 호봉정정의 사유로 볼 수 없습니다. Q. 호봉정정 시 과소 또는 과다 지급받은 보수에 대해 소급 적용은 언제까지 가능한가요? A. 호봉에 따른 과다 또는 과소 지급된 금액에 대한 급여정산기간은 전 기간이 됩니다. 다만 호봉획정권자인 임용권자 등이 호봉을 정정하여 효력을 발생하는 때로부터 진행이 됩니다. 과소 지급된 보수에 대해서는 「민법」 제163조(3년의 단기소멸시효)에 따라 3년의 기간 안에 납부 받을 수 있으며, 과다 지급된 보수는 「국가재정법」 제96조(금전채권·채무의 소멸시효)에 따라 호봉정정 발령일로부터 5년의 기간 안에 납부하실 수 있습니다. 이때 해당금액 또한 당초 잘못된 호봉 발령일자부터 호봉정정 발령일까지 전 기간 동안 실제 호봉과 잘못된 호봉의 보수 차액이 됩니다. Q. 대학원 석사 경력으로 1급 정교사 연수를 대체하고 싶습니다. 대학원 경력을 호봉으로 인정받은 경우는 1급 정교사 연수를 대체할 수 없나요? A. 「교육공무원승진규정」 제33조 4항에 따라 자격연수성적으로 평정된 석사학위 취득실적은 연구실적평정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즉, 학위취득실적으로 1정 연수를 대체했다면 연구실적으로 이중 평정이 불가합니다. 다만 선생님께서 교원으로서 근무한 경력과 대학원 경력이 중복될 경우 이 중 유리한 하나만 경력으로 인정되어 호봉에 반영될 수 있으므로 해당 내용은 소속 시·도교육청 인사과에 문의해보시기 바랍니다.
사진첩 가득 아이들 핸드폰 앨범에 들어가 보면 여느 때와 다름없이 경고알림이 뜬다. 이유는 용량부족. 128GB라는 나름 넉넉한 공간이 있음에도 지난 2년 동안은 늘 허덕일 수밖에 없었다. 나의 사진보다도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의 사진이 가득 담겨 있다. 반은 자의, 반은 타의에 의해서다. 1년 반이라는 짧지 않았던(이제는 일반적인) 발령대기 시기를 보내고 2019년 9월에 발령을 명받았다. 다행히 수업은 예나 지금이나 어렵지만 재미있고, 아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해맑지만 부산스럽다. 사진은 나만 볼 수밖에 없는 아이들과의 찬란한 순간을 담아보려는 목적으로 찍게 됐다. 내 기대를 뛰어넘거나 벗어나는 일이 다반사인데 그 모습을 일회성으로 날려버리는 게 참으로 안타까웠다. 용량위기가 생길 때 필요 없는 사진을 삭제하기 위해 제일 처음으로 올라가보지만, 그때마다 이제는 나를 잊었을 아이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쉽게 삭제버튼을 누르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내내 쌓여가고만 있던 수업의 순간들을 정리하기로 마음먹는다. ‘적자(write)생존’의 중의적 의미를 가득 담아 구글 드라이브에 폴더를 만들어 사진도 정리하고, 한 주차 수업을 정리하는 용도로 교단일기 블로그도 시작하고, 교사용 인스타그램도 만들었다. 물론 지금은 손을 놓은 상태다. 하고 싶은 것, 하면 좋은 것은 많으나 아직 나에게는 무리다. 하루를 ‘온전하게’ ‘아이들과’ ‘의미 있게’ 보내는 것. 그것이 나의 최선이기 때문이다. 빨간색 운동화 지난 2020년 나는 발령 후 첫 담임을 맡게 되었다. 열정이 차고 넘쳤던 3월, 코로나19로 인해 개학 연기를 맞게 된다. 처음에는 ‘이러고 있어도 되나?’ 눈치가 보였다. 두 번째는 ‘나만 심심해?’ 몸이 쑤셨다. 세 번째는 ‘나의 청춘이여…’ 시간이 아까웠다. 다행스럽게도 함께 같은 길을 가는 대학시절 룸메이트였던 친구들이 내 옆에 있었다. 한 친구의 권유로 컵타를 소재로 한 유튜브 채널을 만들게 되었다. 함께 살던 방 번호를 따 ‘301room’ 으로 채널명을 정했다. 그런데 동아리와 학예회용으로 잘 활용해보려고 만든 채널에 지금은 약 5,700여 명의 구독자가 방문한다. 지난 한 해, 유튜브도 나도 생각지도 못한 길을 걷게 되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대구지역 교사들이 ‘학교가자.com’이라는 자체 학습사이트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진심을 담은 응원과 감사 메시지를 남겼다가 오히려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유튜브 활동을 하고 있는 걸 보고 합류제안이 들어온 것이다. 우리 채널을 제대로 보셨다면 그런 제안이 들어올 수 없었을 텐데 슬쩍 보신 게 분명했다. 덕분에(?) 방향성을 잃고 배회하던 열정이 뭐라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학교가자’는 비대면으로 운영되었고, 화상회의와 구글 도구를 그때 처음 경험하게 되었다. 모든 것이 낯설고 그저 신기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역을 골라 파트분배가 이루어졌는데 나한테 있는 거라곤 당시 영상 3개 정도 보유하고 있던 유튜브 채널이었다. 컵타와 유일하게 연결 지을 수 있는 파트는 ‘오늘의 미션’밖에 없었다. 컵타를 일주일 동안 매일 학년별로 난이도를 달리하여 미션으로 제시해줬는데 생각지도 못한 아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그 사랑과 관심에 힘 입어 학교현장에서 필요로 할 만한 콘텐츠를 정말 아무거나 다 제작했다. 살면서 이렇게 몰입해본 순간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1년 동안 만든 콘텐츠를 세어보니 100개가 넘었다. 코끼리 코를 돌다가 바닥에 나자빠져 새로 산 빨간색 운동화가 화면 가득 빛나고 있던 그 순간 나는 ‘해피융쌤’이 되었다. 기회비용 요즘 글을 주기적으로 쓰고 있다. 아는 지인들이 모여 만든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실제로 본 적은 없고 완벽한 비대면 모임이다. 각 주차별 주제에 맞게 글을 쓰고, 서로 답글을 달며, 소통한다. 현재는 나만의 미니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저마다 다양한 주제로 기획연재 중이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솔직한 자기소개서’라는 가제로 한 번쯤 꿈꿔봤던 직업에 지원하는 상황을 상상하며, 매주 모두가 치를 떠는 자기소개서를 연재 중이다. 문득, 잠시 접어두었던 나의 지난 꿈들을 회상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원래 나의 꿈은 방송 쪽에 있었다. EBS에 입사하여 교육과 관련된 방송이나 다큐멘터리를 제작해보고 싶었는데 입시에 막혀 오히려 나에게 더 맞는 길을 찾았다. 하지만 이유 모를 갈증은 있다. 다른 일을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 어느 샌가 잘 그려지지 않고, 사람이 직업에 점점 맞춰진다는 걸 깨달았다. 가끔 다른 직종에 있는 친구들과 만나고 나면 이런 갈증이 더 심해진다. 다닌 지 1년도 안 된 거 같은 직장을 관두고 더 좋은 조건을 내세운 회사로 이직하는 친구, 반차를 내고 모처럼 아침에 여유를 즐긴다는 친구, 자신을 전면에 내세워 개성이 강한 유튜브 활동을 하는 친구까지. 학교 밖에 다양한 삶이 존재한다는 걸 잠시 잊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물론 상대적이고 순간적인 잣대임을 알기에, 내게 주어진 삶에 늘 감사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내 속 안에 어떤 잠재력이 아직 빛을 보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은 멈출 수 없다. 교사의 품위 훼손에 일조하지 않았는지 확인하느라 점점 소심해지고 작아지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면 더욱 그렇다. 비대면 글쓰기 모임을 시간 들여 굳이 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그 속에선 사람들이 나를 신기하게 보고 나도 그 사람들이 신기하다. 같은 시간 속 서로 다른 삶을 함께 공유하다 보면 오히려 불안함이 잠재워지고 하나의 개체로서 인정받고 존중받는 느낌이다. 내가 하는 일을 동사로 표현해본다면? 영화 타임 투게더에 아들이 아빠의 직업을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빠의 직업은 ‘헤드헌터’인데, 아들은 아빠가 ‘다른 아빠들이 일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 그래서 가족을 지킬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라고 ‘동사’로 표현한다. 그 장면을 보고 문득 궁금해졌다. 선생님, 교사라는 명사가 아닌 어떤 동사가 내가 하고 있는 일을 표현해낼 수 있을까? 내 주변 또래교사들은 보통 이 시기에 대학원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대학원을 진학하는 친구들을 보며 관성을 느꼈다. 입시·임용고시·학위·승진…. 그다음은? 그리고 그 끝엔 무엇이 있을까? 나는 아직 대학원을 진학하지 않았다. 관심분야는 늘 있으나 그중 하나를 꼽아 진득하게 일과 병행하면서까지 할 자신이 없었다. 모두 젊을 때, 결혼하기 전에 석사는 따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직 때가 아니다. 지금은 아이들과 있는 시간을 최대로 늘리고 나만의 수업스타일과 학급분위기를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 결심을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올해 세 가지를 실천 중이다. 첫째, 교내 교육력제고팀에 합류했다. 현재 재직 중인 작은 학교엔 교육복지학생·탈북학생·기초학력대상 학생들이 많다. 작년 한 해 코로나19로 등교도 못 하고 학부모님의 도움도 받지 못하며 학습결손은 물론 마음의 고통이 깊어져 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나의 역할에 대한 고민도 시작됐다. 쉽게 끝나지 않을 팬데믹 상황 속에서 교사는 그저 누구나 해줄 수 있는 위로보다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올해 소규모학교에 적용된 전면 등교를 십분 활용하여 회복탄력성 함양을 도와줄 프로그램을 열심히 개발하고 적용 중에 있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물론 나도 더욱 긍정적이고 단단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둘째, 서울시 에듀테크선도교사단에 지원하여 활동 중이다. 원격수업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아이들의 저조한 참여율이었다. 카메라를 켜지 않는 것은 물론 누워서 수업에 임하는 학생도 있었다. 초등학생은 특히 원격수업을 수업이라고 인식하지 않았다. 학교에 등교했을 때와 다름없는 실재감을 느낄 수 있도록 수업연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학교가자.com’을 함께 만들어간 선생님들께 상호작용 도구를 배우기도 하고 연수도 찾아서 들으면서 하나씩 수업에 시도해보았다. 새로운 형태의 수업에 재미를 느낀 건 다름 아닌 나였다. 기존 교육현장에 존재한 문제점과 한계점을 어디까지 보완해줄 수 있을지 알아보고 싶었고, 그렇게 선도교사단에 지원하게 되었다. 전면등교임에도 우리 반에선 블렌디드가 일반적인 풍경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필요한 순간에만 적용한다. 태블릿보다는 서로의 얼굴을 맞대고 지내는 경험을 주고 싶다. 셋째, 아침독서시간에 교탁에서 신문을 펴놓고 읽는 모습을 보여준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텐데 내 옆에 앉아 함께 읽는 아이들이 몇 명 생겼다. 신문을 읽는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다. 신문은 지면이 커서 함께 읽는 게 가능하다. ‘이게 뭐에요?’라고 물어보면 열심히 설명해주는 편이고 ‘저도 이거 알아요!’라고 아는 척을 하면 함께 대화하려고 유도하는 편이다. 또 아이들에게 독서하라고 잔소리하는 것보단 교사가 교실 중앙에서 조용히 텍스트를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효과적이라 생각했다. 신문을 펴지 않았을 때보다 폈을 때가 확실히 아침 분위기가 차분하다. 그리고 신문에 있는 내용을 수업시간에 접목시킨다. 최근에는 신문을 활용하여 수학의 비율그래프, 사회의 우리나라 경제발전, 실과의 소프트웨어, 국어의 논설문을 지도했다. 학교 밖의 사회와 아이들은 연결되어야 한다. 단순히 교과서대로 배우러 학교에 오는 것이 아니라 교과서 속에 사회를 담을 줄 아는 아이들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그 연결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학교는 매일 바쁘다. 하루가 다르게 무섭게 변하는 세상에서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아이들이 저마다의 길을 찾도록 기회를 열어주고 기다려주고 응원해줘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할 수 있도록 늘 아이들을 보고 있다. 지난주에는 학교 텃밭에서 아이들과 감자를 수확하는 활동을 했다. 출근 준비를 하며 목장갑·팔토시·모자를 챙겼고 점심시간에 맞춰 혼자 분주히 뛰어다니며 수확한 감자를 삶아서 아이들을 먹였다. 맛있게 잘 먹어서 기분이 좋았다. 내가 하는 일은 이런 거다. 내가 하는 일은 결코 하나의 동사로 표현할 수가 없다. 요즘 슬기로운 의사생활2를 재밌게 보고 있다. 극중 한 인물이 ‘빌런’이라는 뜻을 ‘열심히 빌고 열심히 런(run)하며 일하는 사람’으로 잘못 알고 ‘최고의 빌런이 될 거야’라며 뿌듯하게 외치는 장면이 있다. 실제로 빌런은 악당 또는 무언가에 집착하거나 평범한 사람과 다른 행동을 보이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사용된다. 나는 이 두 가지 의미 모두 마음에 든다. 열심히 교직에 몸을 담아 전문성을 지닌 초등교사로 성장하고 싶고, 학생들로부터 ‘저 선생님 조금 특이한데?’라는 말을 듣고 사는 개성 있는 초등교사가 되고 싶다.
학교폭력 사안 인지 초등학교 2학년 담임 A 교사는 5교시를 마친 뒤 학생의 귀가 전 알림장을 쓰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내일 봐요~.” 학생들이 가방을 싼 뒤 선생님에게 인사하며 뒷문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B 학생은 머뭇거립니다. 평소였으면 1등으로 뛰쳐나갔을 텐데 말이죠. A 교사는 B 학생에게 다가갑니다. “B야 무슨 일이 있니?” B 학생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합니다. 애들이 괴롭힌답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A 교사는 B 학생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묻습니다. 같은 반 C·D·E·F·G 그리고 다른 반 H 학생이랑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요새 무슨 이유인지 학교에서 C·D·E·F·G·H 학생 모두 자기랑 안 놀아주고, 가끔씩 쉬는 시간에 자신을 향해 험한 말을 한다고 합니다. A 교사는 언제부터 그랬냐고 묻습니다. B 학생은 손가락을 세어 보더니 몇 달 되었다고 합니다. 관련 조항_ 「학교폭력예방법」 제16조(피해학생의 보호) ① …(중략) 다만, 학교의 장은 학교폭력사건을 인지한 경우 피해학생의 반대 의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지체 없이 가해자(교사를 포함한다)와 피해학생을 분리하여야 하며, 피해학생이 긴급보호요청을 하는 경우에는 제1호·제2호 및 제6호의 조치를 할 수 있다. …(하략) 해당 사례의 경우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폭예방법」)」 제16조 제1항에는 ‘즉시 분리’ 및 ‘피해학생에 대한 조치’가 있습니다. 해당 조항을 보면, 2021년 6월 23일 이후 학교폭력사건을 인지한 학교의 장은 ‘피해학생의 반대 의사가 없으면 지체 없이 가해자와 피해학생을 분리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부분은 ‘인지’를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위 사안에서 최초 발생은 몇 달 전이지만, A 교사가 이 사안을 알게 된 것을 기준으로 하므로 해당 법률의 적용 대상입니다. A 교사가 즉시 조치하였어야 할 관련 조항_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 제17조의2(가해자와 피해학생 분리 조치의 예외) 법 제16조 제1항 각호 외의 부분 단서에서 ‘피해학생의 반대 의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별한 사정’이란 다음 각호의 경우를 말한다. 1. 피해학생이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경우 2. 가해자 또는 피해학생이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2조 제4호에 따른 교육활동 중이 아닌 경우 3. 법 제17조 제4항 전단에 따른 조치로 이미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분리된 경우 해당 사안의 경우 위 사안의 경우, ‘쉬는 시간에 험한 말을 하는 언어폭력이 발생하였다’고 신고한 사안입니다. 이는 교육활동 중인 사안이기에 즉시 피해학생에게 ‘가해관련학생’과의 분리를 희망하는지의 여부를 명시적으로 물어보아야 합니다. 만일 분리를 희망할 경우, 그리고 명시적으로 대답을 하지 않는 경우 등 ‘분리를 반대하지’ 않는 모든 경우에는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을 물리적으로 최대 3일간분리하여야 합니다. 그 분리의 방법은 학교 내 별도 공간을 마련하여 가해학생을 해당 공간에 일정시간동안 상주하게 하여, 피해학생과 대면하는 것을 방지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 공간에는 별도의 관리자가 해당 학생들을 관리·감독하여야 하며, 학습권 보장을 위하여 원격수업 혹은 수업자료를 별도로 마련하여야 합니다. 즉시 분리 공간을 어디로 하지? A 교사는 B 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곧장 교감을 찾아갑니다. 이러이러한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였고 보고합니다. 학교폭력 담당교사인 K 교사를 인터폰으로 호출한 교감선생님. “K 부장.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해?” A 교사에게 이미 어느 정도 이야기를 들은 K 교사는 학교폭력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교감을 향해 이야기 합니다. “법률이 바뀌어서요. 즉시 분리를 해야 해요.” “즉시 분리라면 어떻게 하라는 거야?” “별도 공간에 가해학생을 두는 거예요.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을 같이 두지 말라는 취지죠.” 이야기를 듣는 교감은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아니 그런데 K 부장. 다른 애들은 분리하는 게 맞다 하더라도, H는 다른 반이잖아. H도 분리해야 해? 평소엔 마주치지도 않는데?” 교감 말에, K 교사는 교육부 지침프린트를 이리저리 찾아봅니다. “어…, 피해학생 의사를 물으라고 하는데…. 누구는 분리하고, 누구는 분리 안 하고 이렇게 할 수는 없어요. 그러므로 원칙상 피해학생이 ‘분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상’ 다른 학급 학생도 분리해야 해요.” K 교사의 말에 교감은 다시 A 교사를 쳐다봅니다. “아니 그럼 가해학생이 도대체 몇 명이야?” “6명이예요.” 뒤에서 이야기를 듣던 Y 교무부장이 한마디 거듭니다. “그런데 지금 가해학생이 다수잖아요. 학교에 유휴공간이 모자란데…. 한 장소에 넣어도 되는 건가요? 거기다가 지금 코로나인데 한 곳에 애들 여럿 넣어두면 문제되지 않을까요?”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 갑니다. 교감은 K 학교폭력 담당교사에게 묻습니다. “이럴 때 어떻게 하라는 지침이 없어?” K 교사는 프린트를 뒤적이며 이야기합니다. “어, 일대 다수 사건에서는 피해자를 분리조치하는 걸 우선으로 하고…, 공간은 학교 내에 별도 공간을 마련하라고만 나와 있는데요.” “그게 말이 되나. 피해학생보고 별도 공간에 가라고 하고, 가해학생보고 학교 교실로 오라고 하면(피해학생 측에서)받아 들일 리가 없잖아.” Y 교무부장도 혀를 찹니다. “유휴교실 없는 학교가 얼마나 많은데…, 우리 학교도 (유휴교실이)없잖아요.” “그럼 교내에 유휴교실이 없으면 뭐라고 해?” “그건 말이 없네요. 그냥 학교현장에서 별도의 공간을 만들라고 합니다.” “코로나 의심환자 일시관찰공간이 있는데 거기 쓰면 어떨까?” “만약 코로나 의심환자가 발생하면 어디에 일시 관찰하죠?” “그렇지? 그럼 보건실에 가해학생을 두는 것은 어때 보여요?” “아휴, 거긴 아픈 아이들 가는 곳인데 하루 종일 누군가가 있기 적절하지 않을 것 같아요.” “정 안되면 (가해학생들) 교장실로 보내죠?” “K 부장. 그거 좋은 생각이다. 어,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해당 사례의 경우 현재 해당 사례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다른 학급 학생도 의무적으로 분리를 해야 하는지 여부입니다. 현재 교육부 지침에 의하면 피해학생의 의사에 의하여 가해학생을 즉시 분리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학급이 다를 경우라도 피해학생이 명시적인 ‘분리 반대’를 하지 않는 이상 분리를 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위 사안처럼 같은 학급, 다른 학급 학생이 섞여 있는 사안의 경우에는 즉시 분리 여부를 학생별로 따로 할 수는 없기에, 피해학생의 반대가 없는 이상 가해학생을 분리하여야 합니다. 두 번째로는 해당 사례처럼 일대 다수의 사건인 경우의 처리방안입니다. 교육부 지침에 의하면 피해학생 보호를 위하여 피해학생을 분리보호조치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주요 사례 사례 ❶ _ 1명의 피해학생이 학교급 내 다수 학생들을 학교폭력 가해자로 신고한 경우 ⇒ 동 제도가 피해학생 보호에 목적을 두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피해학생 의사를 확인한 후에 피해학생 분리보호를 위한 조치를 신속히 시행 사례 ❷ _ 학급이 다른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분리여부 판단 ⇒ 피해학생의 의사에 따라 판단해야 함. 즉, 피해학생이 ‘즉시 분리’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경우에는 ‘즉시 분리’를 시행하지 않아도 되나, 그 외에 피해학생 보호를 위한 조치는 검토해야 함. 선생님. 우리 애도 피해자예요. 이후 A 교사는 B 학생 부모에게 학교폭력신고 접수상황에 대해 전화를 합니다. 그러면서 B 학생을 우선 분리하는 것에 대해 정중히 말씀을 드려봅니다. 아니나 다를까. B 학생 학부모는 단칼에 거절합니다. “왜 우리 애가 학교에서 따로 나가야 하냐”며, 나머지 가해학생을 분리해 달라 적극적으로 말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A 교사는 가해학생 부모에게 학교폭력 사안 발생에 대해 전화를 하면서 가해학생인 C·D·E·F 학생은 오늘부터 최대 3일간 등교 시 별도 공간에서 분리조치를 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전달합니다. 예상대로 가해학생 부모들도 반발합니다. B 학생이 얼마 전에 우리 애를 체육시간에 밀었다. 우리 애도 B에게 욕을 들었다. B가 우리 애 뒷담화를 하고 다녀서 정말 마음속으로 삭히고 있었다…. 특히 C·D 학생 학부모는 B 학생이 자기 아이를 민 것에 대해서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학교폭력신고를 할 테니 사안처리를 해 달라고 합니다. “사람이 좋게좋게 가만히 있으니 가마니로 보이냐”며 B 학생에 대한 원망을 어마어마하게 쏟아 냅니다. 그 와중에 H네 반 담임에게서 소통메신저가 날아옵니다. “B가 H한테 등교시간에 BB탄 총을 쏜 적이 있나 봐. 이거 (학교폭력) 신고하실 거래.” A 교사는 머리가 어질어질합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해당 사례의 경우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 14p를 보면, 심의위원회가 마치기 전에는 ‘가·피해 여부를 임의로 나누지 말 것’을 권유하고 있습니다.이 취지는 대부분의 학교폭력사건은 쌍방사안일 가능성이 크고, 또한 학생에 대한 선입견을 배제함으로써 학교폭력을 교육적으로 해결하고자 함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해당 법률 개정에서는 사안 발생과 사안 인지 즉시 가·피해 여부를 학교에서 규정하여 가해학생을 분리조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만일 가해학생으로 규정되어 일방 분리조치가 되었다가 추후 심의위원회에서 가·피해가 뒤바뀐다든지 혹은 ‘학폭 아님으로 조치 없음’으로 결론이 나면 가해학생 측에서 학교와 업무담당교사를 대상으로 민원을 제기하거나 또 다른 분쟁으로 발전할 소지가 큽니다. 또한 위 사안과 같이 학급 내 다수의 학생과 연관된 사안에서 가해학생 여러 명을 분리조치하면, 그것은 피해관련학생인 B에게 다른 낙인이 찍힐 우려가 큽니다. 그리고 가해학생을 하나의 별도 공간에서 분리조치한다면 학교 내 감옥 혹은 영창과 같은 이상한 격리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A 교사에게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권유합니다. A 교사와 학교는 피해관련학생 혹은 가해관련학생 ‘모두’에게 「학교폭력예방법」 제 16조 제1항 혹은 동법 제17조 제4항에 따른 학교장 긴급조치를 시행할 것을 강력히 권유합니다. B 학생에게는 1·2호, C·D·E·F·G에게는 5·6호 처분을 할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 개정 취지는 피해관련학생과 가해관련학생의 분리조치를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출석을 정지하는 것 혹은 기타 특별교육을 Wee클래스 혹은 관내 Wee센터에서 받게 하는 방법으로 물리적인 분리조치를시행하는 것이 학교에 분리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는 것보다 훨씬 현실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사안 관련 학생 ‘전원’이 학교가 아닌 가정이나 그 외 기타 특별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게 하는 것은 추후 ‘가해학생’에 대한 일방적인 분리에 따른 ‘가해학생 측’의 민원, 그리고 ‘피해학생 측’에서 다른 학생들에 대한 2차 피해가 발생할 확률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마치며 이상에서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에 따른 학교폭력 사안처리에 대한 내용을 각색하여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학교폭력 사안에서 외면되기 쉬운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을 즉시 분리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것을 통하여, 피해자를 중심으로 한 사안처리에 좀 더 도움을 추구한다는 법률 개정 취지에는 절대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나 가해 여부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임의 분리를 시행하였을 때 가해학생에 대한 학습권 침해 가능성, 코로나19로 인해 상당히 분주한 학교에서 분리를 위한 별도 공간을 구비하고 관리교사를 지정하여야 하는 행정적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또 가·피해 여부가 심의과정에서 뒤집힐 경우 가해학생 측의 학교폭력 담당교사 및 학교장을 향한 민원의 가능성, 그리고 가·피해학생 측의 극단적인 감정적 법률 대응 등의 우려가 예상됩니다. 따라서 교육당국의 제고 및 지침의 확립이 요구된다 할 수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현재 교육부에서는 ‘7월 말까지 학교현장의 어려움을 수합하여 교총 등 교원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어,이에 대한 긍정적 개선을 기대합니다.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일은 몸과 마음과 머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사람들은 몸과 마음과 머리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되면, 나를 나답게 만들어가는 일을 좀 더 잘할 수 있다. 우리말에서 몸과 마음과 머리가 무엇을 뜻하는 말인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몸 우리말에서 ‘몸’은 ‘모, 모두, 모이다, 모으다’에 바탕을 둔 말이다. ‘몸’은 낱낱의 ‘모’이면서, 하나인 ‘모두인 것’이고, 하나로 ‘모인 것’이고, 하나로 ‘모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모’는 낱낱인 하나하나의 것을 가리키고, ‘모두’는 여럿이 모여서 하나의 ‘모’가 된 것을 가리키고, ‘모이다’는 갖가지 것들이 모여서 하나의 ‘모’를 이루는 것을 가리키고, ‘모으다’는 임자가 갖가지 것들을 모아서 하나의 ‘모’가 되도록 하는 것을 가리킨다. 사람들은 ‘나’를 ‘이 몸’으로 일컬어왔다. 예컨대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라고 말할 때, ‘이 몸’은 ‘나’를 일컫는다. 이두(吏讀)에서는 ‘이 몸’을 ‘의신(矣身)’이라고 쓰고, ‘이 몸’으로 읽었다. ‘이 몸’은 ‘나의 몸’으로서, 내가 ‘나’를 일컬을 때, 쓰는 말이다. ‘이 몸’은 아버지 쪽의 몸과 어머니 쪽의 몸이 하나로 모여서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몸은 다시 할아버지 쪽의 몸과 할머니 쪽의 몸이 하나로 모여서 생겨난 것이다. 이런 까닭으로 나의 몸은 모든 할아버지 쪽과 모든 할머니 쪽의 몸이 하나로 모여서 생겨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몸’에는 팔·다리·배·가슴·목·머리·마음과 같은 것들이 모여 있다. 이런 것은 다시 손·발·창자·위·허파·눈·코·귀·입·혀·이빨·느낌·알음·기억과 같은 것들이 모여 있다. ‘나’는 이러한 ‘몸’으로써 느끼고, 알고, 바라고, 이루는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내가 나고, 살고, 죽는 일은 나의 몸에 달려 있다. 나는 몸으로 숨을 쉼으로써 살아갈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죽는다. 나는 살아가기 위해서 끊임없이 몸으로 쉬고, 먹고, 놀고, 자는 일을 해야 한다. 마음 우리말에서 마음의 옛말은 ‘’이다. ‘’이 ‘’으로 바뀌고, ‘’이 다시 ‘마음’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이 ‘’을 거쳐서 ‘마음’으로 바뀌어온 과정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마음’이 어떠한 바탕을 갖고 있는 말인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마음의 옛말인 ‘’은 ‘’와 뿌리를 같이 하는 말이다. ‘’는 사람이 어떤 것을 잘게 부수어서, 낱낱의 알갱이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는 ‘다’와 같은 뜻으로 쓰였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는 쓰이지 않게 되었고, ‘다’는 ‘부수다’로 바뀌어서 오늘날에도 쓰이고 있다. 한국 사람이 ‘마음’을 ‘잘게 부수어서 낱낱의 알갱이로 만드는 것’으로 여기게 된 것은 눈, 코, 귀, 혀, 살과 같은 것을 가진 임자가 느끼고, 알고, 바라고, 이루는 일에서 그러한 까닭을 찾아볼 수 있다. 세상에 널려 있는 모든 것은 함께 어울려서, 온통 하나를 이루고 있다. 작은 것은 작은 것대로, 큰 것은 큰 것대로 모두가 함께 어울려 있다. 그런데 눈·코·귀·혀·살과 같은 것을 가진 임자는 온통 하나를 이루고 있는 것을 낱낱으로 잘게 부수어서 느끼고 아는 일을 한다. 사람들은 이러한 임자가 느껴서 알게 된 온갖 것을 낱낱의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곳을 ‘마음’이라고 불러왔다. 임자가 느껴서 알게 된 온갖 것을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마음은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다. 마음은 임자가 저마다 나름으로 만들어가는 ‘알음알이’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마음을 바탕으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생겨나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어떤 것을 느끼고, 알고, 바라고,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일어나게 된다. 한국 사람은 ‘마음을 쓴다’ ‘마음을 준다’ ‘마음이 움직인다’ ‘마음이 넓다’ ‘마음이 따뜻하다’ ‘마음이 좋다’ ‘마음에 든다’ 따위로 말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마음이 끌리는 대로 하는 것을 ‘마음대로’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에서 마음을 잘 쓰고, 마음을 잘 주고, 마음을 잘 움직이고, 마음이 넓고, 마음이 따뜻하고, 마음이 좋고, 마음에 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머리 우리말에서 머리의 옛말은 ‘마리’와 ‘머리’이다. ‘마리’와 ‘머리’가 함께 쓰다가, 때가 흐르면서 ‘머리’만 쓰게 되었다. ‘머리’의 뜻을 알아보려면, ‘마리’와 ‘머리’를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마리’와 ‘머리’에서 ‘마리’는 오늘날 한 마리, 두 마리, 실마리와 같은 말에서 볼 수 있는 ‘마리’이다. 옛사람들은 ‘마리’를 ‘마리 두(頭)’, ‘마리 수(首)’로 새겼다. 이러한 ‘마리’는 ‘말다’와 뿌리를 같이 하는 말이다. ‘말다’는 내가 마주하고 있는 무엇이 하나의 어떤 것으로서 자리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너는 밥을 먹지 말아라” “너는 밥을 먹고 말았다”에서 ‘말다’는 내가 마주하고 있는 네가 ‘밥을 먹지 않은 것’이나 ‘밥을 먹은 것’으로서 자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것을 바탕으로 삼아서 “너는 밥을 먹지 말아라” “너는 밥을 먹고 말았다”와 같은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마리’와 ‘머리’에서 ‘머리’는 ‘멀다’와 뿌리를 같이 하는 말이다. ‘멀다’는 어떤 것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임자는 머리에 있는 눈·귀·코·입과 같은 것을 가지고서, 몸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무엇을 하나의 어떠한 것으로서 느끼고 아는 일을 한다. 임자는 이렇게 함으로써 몸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갖가지 것을 느끼고, 알고, 바라고, 이루는 대상으로 삼을 수 있게 된다. ‘머리’는 멀리 있는 것을 어떤 것으로서 느껴서 알아보도록 한다. 예컨대 ‘머리’에 있는 눈은 빛을 안으로 들여서 멀리 있는 것을 알아보도록 하고, 귀는 소리를 안으로 들여서 멀리 있는 것을 알아보도록 하고, 코는 냄새를 안으로 들여서 멀리 있는 것을 알아보도록 하고, 입은 소리를 밖으로 내어서 멀리 있는 것이 알아보도록 한다. 한국 사람은 “머리가 돌아간다” “머리를 굴린다” “머리를 쓴다”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머리가 잘 돌아가고, 머리를 잘 굴리고, 머리를 잘 쓰는 사람을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머리가 좋은 사람’이 되어서, 살아가는 일에 필요한 온갖 것을 잘 느끼고, 잘 알고, 잘 바라고, 잘 이룰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한국 사람은 “사람이면 다 사람이냐, 사람이 사람다워야 사람이지”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사람다움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다. 사람들은 이런 열망을 바탕으로 나를 나답게 만들어보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서 사람들은 몸을 튼튼하게, 마음을 어질게, 머리를 똑똑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나를 나답게 만드는데 필요한 갖가지 일을 야무지게 해낼 수 있다.
호박벌 봄멜, 환경 지킴이가 되다 (브리타 사박, 마이테 켈리 지음, 시금치 펴냄, 48쪽, 1만 4000원) 어린 호박벌 봄멜이 친구들에게 힘을 합쳐 건강한 지구를 만들어가자고 제안한다.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후변화와 환경문제, 자연의 소중함을 전하면서 지구를 지키는 좋은 행동 20가지를 주제별로 싣고 있다. 멸종 위기 생선을 자주 먹지 않기, 자연보호단체나 사람들을 후원하기, 제철 음식 먹기 등 어린이들도 일상생활에서 실행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친구 주문완료 (신은영 지음, 한솔수북 펴냄, 136쪽, 1만 원) 2070년 미래 세상, 바이러스 위험으로 학교는 사라지고, 아이들은 마음대로 집 밖에 나가 놀거나 또래친구를 만나기 어려워졌다. 어느 날, 열 살 해솔이는 TV에서 로봇 친구를 빌려주는 홈쇼핑을 보고 친구들을 빌리게 된다. 그런데 로봇 친구들 가운데 진짜 아이가 섞여 오고, 그 아이는 로봇인 척 연기를 한다. 아이들에게 좋은 친구와 우정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십대를 위한 미래사회 이야기 (박경수 지음, 메이트북스 펴냄, 228쪽, 1만 4000원) 트위터 창업자인 잭 도시가 15년 전에 올린 트윗 한 줄이 33억 원에 이르는 가상화폐로 팔리는 세상, 가상세계에서 연예인의 팬 사인회가 열리는 세상. 이같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다양한 기술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미래사회에 대비해 청소년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그림책으로 시작하는 철학연습 (권현숙 외 3인 지음, 맘에 드림 펴냄, 228쪽, 1만 4000원) 현직 교사 네 명이 함께 쓴 책으로, 그림책 읽기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동시에 그림책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게 도와준다. 나·너·이웃·미래사회를 다룬 주제에 따라 54권의 그림책을 들여다보면서 자기 안의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넓은 안목을 키우도록 하고 있다.
1980년대생, 학부모가 되다 (김기수 외 2인 지음, 학이시습 펴냄, 136쪽, 1만2800원) 밀레니얼세대인 1980년대생들이 초등학교 학부모로 대거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구시대적 관행들이 잔존해 있는 학교문화와 충돌하기도 한다. 저자들은 이들 세대의 특성과 학교에 기대하는 사항, 학교 참여형태 등을 살펴보고 학부모의 학교 참여방식을 학부모 주도형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지난해 연구, 발표한 ‘1980년대 초등학교 학부모의 특성’에 기반하고 있다.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 (진동섭 지음, 포르체 펴냄, 184쪽, 1만5000원) 똑같이 배워도 더 빨리 습득하는 공부머리는 문해력에서 나온다는 것이 요즘 화두다. 국어뿐만 아니라 모든 과목의 기초역량이 되고 성인이 돼 직장생활을 할 때도 문해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문해력을 키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꾸준한 독서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문해력의 목표를 제시하고 초·중·고 학년별로 책을 고르는 방법, 독서습관을 들이는 방법, 올바른 독서방법 등을 알려준다.
학부모상담 119 (송형호 지음, 지식의날개 펴냄, 216쪽, 1만4000원) 최근 한국교총 설문조사에서 교원들이 느끼는 교직생활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가 꼽히고 있다. 35년 경력의 전직 중등교사인 송형호 선생님이 학부모와의 신뢰 형성을 위해 가정통신문·전화연락 등 일상적 소통부터 학교폭력과 민원 발생 등 위기 시의 소통까지 직접 겪은 사례를 바탕으로 세심한 전략을 제공한다. 교사와 부모가 한편이 되어 학생들의 성장을 돕기 위한 방법을 찾아볼 수 있다.
60세 이상 74세 미만의 백신 접종이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200만 명이나 신청을 안 했습니다. 부작용이 걱정되나 봅니다. 여전히 코로나 사망자의 95.1%가 60세 이상에 몰려있습니다. 집단면역은 아직 멀리 있습니다. 백신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나뿐 아니라 주위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방법이 있습니다. 정부가 강제로 맞게 하면 어떨까요? 국가는 어디까지 ‘규제’할 수 있을까요? 그 기준은 어디일까요? 정부는 소득과 재산을 계산해 상위 20%는 재난지원금을 주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이 20%라는 기준은 어디서 왔을까요?(이 질문에 대한 기획재정부장관의 답변은 “면밀히 분석해서 내린 결정”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어디까지 국민의 삶에 개입할 수 있을까요? “지난 100년은 시장과 정부의 투쟁의 역사다” - 다니엘 예르긴, 시장 대 국가(The Commanding Heights)에서 시장에는 정부가 만든 원칙이 넘쳐납니다. 바로 ‘규제(regulation)’입니다. 3세기 말 로마의 왕들은 하나같이 화폐를 남발했습니다. 당연히 그때마다 물가가 치솟았습니다. 디오클레시아누스는 1,387개 제품의 가격상한선을 발표했습니다. 그 이상 가격을 받는 상인은 엄벌하겠다고 했습니다. 결과는 물론 실패했습니다. 가격상한이 발표된 제품의 생산이 줄었고, 암시장에선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그래도 국가가 규제하는 항목은 수천, 수만 가지가 넘습니다.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왔을 때는 보행자가 건너지 말 것’부터 ‘수도권에는 더 이상 굴뚝이 있는 공장을 짓지 말 것’까지 정부가 다 결정을 해줍니다. ‘12개월 일한 근로자에게 한 달 치의 퇴직금을 줄 것’ ‘동일한 일을 하는 파견직노동자는 정규직 직원과 동일 임금을 받도록 하는 것’도 모두 정부가 정한 원칙입니다. 정부의 규제 중 가장 중요하고 무서운 게 있죠. 바로 세금을 매기는 것, ‘과세’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 정부는 연소득이 10억 원을 초과하는 구간에 대해서는 45%의 소득세를 물립니다(2020년 개정). 10억 이상 소득이 있는 국민은 억울할 법도 한데, 현실은 10억 이상 소득이 있는 사람의 소득증가세는 매우 가파르기 때문입니다. 규제 … 정부와 시장의 투쟁의 역사 내가 번 돈을 절반 가까이 가져가는 정부가 못할 게 뭐가 있을까요? 젊은이들이 워낙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습니다. 정부가 의무화시키면 어떨까요? 결혼이나 출산을 안 하면 벌금을 매기거나, 과세를 하는 건 어떨까요?(실제 군인 한 명이 절실했던 로마는 독신세를 부과한 적이 있다. 중국은 2명 이상 아이를 낳으면 막대한 벌금을 물려왔는데, 가족의 구성원 수까지 정부가 규제한 셈이다.) 잘못하면 지나친 정부 만능주의로 이어집니다. 이러다가 ‘가족끼리는 하루 5번씩 웃으며 인사한다’는 규제까지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이 시장과 정부의 ‘투쟁의 역사’는 특히 1929년 미국이 대공황을 겪으며 본격화됐습니다. 1929년 가을, 치솟던 증시가 폭락하고 자본시장이 붕괴되자 미국 정부는 막대한 재정을 들여 ‘하지 않을 공사’까지 마구 벌였습니다. 파산위기의 개인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보장해줬습니다. 신기하게도 이 ‘뉴딜정책(New Deal)’은 마법처럼 국민들의 소득을 높이고 일자리를 만들어 냈습니다. 경기가 살아났습니다. 케인즈(John Maynard Keynes)의 비법이 통했습니다. 닉슨 대통령이 그 유명한 “우리는 모두 케인지언이다”라는 말을 남긴 때도 이 무렵입니다. 그런데 이때부터 정부 기능이 너무 커집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말은… 정부가 쥔 칼이 계속 커집니다. 마구잡이로 생겨난 여객노선으로 항공사들이 일시에 망하자, 미국 정부는 1930년대부터 항공사와 항공노선을 정부가 허가해 주기로 합니다. 그러다 항공권의 가격까지 정부가 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경쟁도 할 수 없는 항공사들은, 결국 예쁜 승무원과 맛있는 기내식 경쟁으로 겨뤄야 했습니다(이렇게 큰 정부를 주장했던 케인즈가 태어난 해는 1883년이다. 공교롭게 정부가 모든 것을 다 하자고 주장했던 마르크스는 1883년에 죽었다.) 커져만 가는 정부에 브레이크를 건 것은 레이건과 대처정부였습니다. 1981년, 레이건대통령은 유세장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말이 있죠? 정부에서 나왔습니다. 당신을 도와주려고요!” 그는 다시 시장을 살리고 정부 권한을 줄이겠다고 약속합니다. 이른바 ‘신자유주의’의 시작입니다. 정부 기능을 축소하고 다시 시장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은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에 의해 완성됩니다. 시카고학파(1970년대 이후 노벨경제학상은 대부분 시카고대학의 시장주의 교수들에게 돌아갔다)의 대부인 그는 케네디의 유명한 취임사 “조국이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지 묻지 말고, 당신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지 물으십시오”를 인용해, “조국이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요구하지 말라. 당신도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요구하지 말라”(그의 책 자본주의와 자유 중에서)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이 무렵 바다 건너 영국에서는 대처수상(Margaret Hilda Thatcher)이 총대를 메고 시장의 권한을 강화합니다. 1979년 노동당을 제치고 수상이 된 이 ‘철의 여인’은 지긋지긋한 공공부분의 파업이 싫었습니다. “나는 합의가 아닌 대결을 원한다”고 선언하고 상당수 공기업을 시장에 팔아버립니다. 정부보다 시장을 너무 믿었던 이 결정으로 영국은 이제 멀쩡한 제조업이 하나도 없는 나라가 됐습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영국의 복지도 유명무실해졌습니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은 시장은 망가지기 쉽습니다.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한 시장은 멈춰버립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약자들에게 돌아갑니다. 그러니 시장경제는 시장과 정부 역할의 가운데 지점을 찾는 과정입니다. 오늘도 추경의 규모와 재난지원금의 분배를 놓고 갈등입니다. 노동자가 일하다 죽었을 때 기업 총수를 처벌하는 「중대재해법」도 논란입니다. 정부는 어디까지 나서야 할까요? 그 정답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이 고민 자체가 시장이고 경제입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이렇게 수만 년 동안 그나마 가장 나은 제도 ‘시장경제’를 발전시켜왔습니다.
평균의 종말 (토드 로즈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324쪽, 2만 원) 하버드 교육대학원 교수이자 교육신경과학 분야 최고 권위자인 토드 로즈는 성적 미달과 ADHD 장애로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인정받지 못했던 자신만의 고유한 재능을 발견했고, 스스로 공부해 자신만의 길을 찾았다. 저자는 ‘평균’이라는 기준 자체가 잘못된 허상에서 비롯됐음을 과학적 이론을 통해 지적한다. 평균주의가 망친 교육을 다시 설계해 아이의 개개인성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배낭을 짊어지고 라틴아메리카를 한 달 정도 일정으로 다녀왔다. 인아웃 티켓만 끊어 놓고 자유롭게 다니는 여행이었다. 페루 리마로 들어가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아웃하는 일정이었다. 현지 여행지에서 사람들과 교류하며 그들이 추천해주는 곳을 찾아 다음 교통편과 여행지를 결정했다. 그래도 꼭 가고 싶은 여행지는 몇 곳 있었다. 페루의 마추픽추와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은 꼭 다녀오고 싶었다. 여행을 다녀오고 벌써 8년이 지났다. 지금 기억에 남는 곳은 마추픽추와 우유니 소금사막이 아니라 파타고니아 고원 일대이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너무나도 황홀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파타고니아는 남위 40도 부근의 네그로강 이남 지역의 라틴아메리카 최남단을 가리키는 지리적 영역이다. 파타고니아는 칠레 남부와 아르헨티나 남부에 걸쳐 있고, 서쪽으로는 험준한 안데스산맥이 있으며, 동쪽으로는 고원과 낮은 평원이 자리한다. 파타고니아는 지금보다 추웠던 시기 대부분 빙하로 덮여있었다. 그래서 이곳의 지형 형성에는 빙하의 전진과 후퇴가 큰 영향을 미쳤다. 현재는 남극과 가까운 고위도 지역이라 해발 고도에 비해 빙하가 넓게 분포해 빙하 관련 지형과 이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지역이다. 최근에는 파타고니아라는 지역 이름을 딴 의류 브랜드가 인기를 얻으면서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볼리비아 여행을 마치고 곧장 칠레의 수도인 산티아고로 향했다. 산티아고에서 근교 도시인 발파라이소를 먼저 다녀왔다. 항구도시에서 해산물을 먹으며 휴식을 취한 뒤 비행기를 타고 푼타아레나스로 향했다. 푼타아레나스는 배를 타고 남극 근처를 돌아볼 수 있는 곳이다. 잠시 남극행 배를 타볼까 고민했지만, 우유니 소금사막에서 어느 여행자에게 들은 파타고니아의 토레스 델 파이네로 향하기 위해 푼타아레나스는 잠시 스쳐 지나갔다. 공항에서 바로 버스를 타고 푸에르토 나탈레스에 도착했다. 푸에르토 나탈레스는 파타고니아의 관문 도시쯤 되는 곳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트래킹코스, 토레스 델 파이네 푸에르토 나탈레스는 적막감이 감도는 평온한 도시였다. 한적한 동네에 마을 주민들과 듬성듬성 보이는 여행객들이 배낭을 짊어지고 움직이는 게 전부였다. 이곳의 특징은 곳곳에서 트래킹 용품을 빌려주는 가게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가게들이 푸에르토 나탈레스의 특성을 나타낸다. 파타고니아를 들르면 토레스 델 파이네를 꼭 가봐야 한다. 토레스 델 파이네는 세 자매 봉이 유명하다. 빙하가 깎아내린 아찔한 절벽과 에메랄드빛 호수가 펼쳐지는 그곳은 잠시지만 넋을 잃고 지켜보기에 충분히 아름답고 경이로웠다. 토레스 델 파이네는 짧은 코스로 가도 하루를 꼬박 투자해야 하는 곳이다. 그래서 많은 여행객이 푸에르토 나탈레스에 들러 휴식을 취하며 트래킹을 준비한다. 그런데 토레스 델 파이네를 세 자매 봉만 보고 떠나기엔 아쉽다. 이곳은 전 세계 여행객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트래킹코스로 알려진 곳이다. 어떻게 코스를 짜느냐에 따라 3박 4일에서 9박 10일까지도 가능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떠나는 비행기 편이 예약되어 있기에, 3박 4일 코스를 선택했다. 이 코스는 흔히 W트랙으로 불린다. 시간이 부족한 여행객이 토레스 델 파이네의 진수를 짧고 굵게 경험할 수 있는 일정이다. 토레스 델 파이네를 도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배낭에 텐트와 먹을 것을 챙겨 백패킹을 하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배낭에 옷가지만 챙기고 식사와 숙소는 중간중간 있는 산장에서 해결하는 방법이다. 백패킹은 고되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기에 백패킹과 산장 숙박을 적절히 섞어서 3박 4일 일정을 짰다. 여행을 다녀와서 드는 생각인데 전체 일정을 산장에서 묵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든다. 워낙 압도적인 경치가 펼쳐지는 곳이라 몸이 조금만 더 편했다면 자연을 온전히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그래도 힘들었던 것도 그 나름대로 추억이 되었다. 압도적 경치가 펼쳐지는 곳, 페리토모레노 빙하 트래킹 토레스 델 파이네를 돌면 한쪽으로는 빙하가 녹아서 만들어낸 에메랄드빛 호수가 펼쳐지고, 다른 한쪽에선 빙하가 깎아낸 험준한 산지가 눈앞에 들어온다. 감탄의 연속이다. 3박 4일쯤 걸으면 익숙해질 만도 한데, 매시간 다채로운 경관이 슬라이드 쇼처럼 들어와서 따분해질 겨를이 없었다. 백패킹으로 가든, 산장 예약으로 가든 내가 머무를 자리는 사전에 예약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여행을 떠나기 최소 6개월 전에 국립공원 사이트에 들러 산장을 예약하고 여행 일정을 계획하길 추천한다. 토레스 델 파이네 여행을 마치고 파타고니아 빙하의 정수를 느끼기 위해서 아르헨티나의 엘 칼라파테로 향했다. 엘 칼라파테는 페리토모레노 빙하를 체험하기 위해서 꼭 들러야 하는 전초기지이다. 빙하는 위험해서 반드시 현지 업체의 가이드를 받아야 한다. 토레스 델 파이네의 산장만큼은 아니지만, 이곳 또한 예약이 치열하기에 여행을 떠나기 전에 예약해두길 추천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파타고니아 여행은 사전에 계획했던 것이 아니었다. 정말 운이 좋아서 두 곳 모두를 다녀올 수 있었다. 현지 업체에 빙하 트래킹을 예약하면 숙소 앞까지 새벽 일찍 버스가 픽업을 온다. 버스를 타고 새벽 공기를 뚫고 페리토모레노 입구에 도착한다. 눈에 보이는 광경이 정말 압도적이었다. 그동안 수많은 여행을 다니며 빙하를 보았지만, 이렇게 커다랗고 역동적인 빙하는 처음 보았다. 전망 데크에서 빙하를 관찰하고 있으면 집채만 한 빙하가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빙하가 호수에 떨어지며 일으키는 소리는 천둥소리와 비슷했다. 빙하 위를 걷는 것은 위험하다. 빙하의 ‘하’는 한자어로 강을 의미한다. 빙하는 얼음이 흐르는 지형이다. 그래서 유동적이고 고체지만 천천히 깨어지고 있다. 빙하에는 곳곳에 틈이 있다. 이를 크레바스라 부른다. 크레바스에 빠지면 아무리 안전장비를 튼튼히 갖추고 있어도 몸이 성하기 힘들다. 그래서 가이드의 인도 아래 서로가 서로의 몸을 줄로 연결하고 조심스럽게 탐험을 한다. 정말로 이곳은 탐험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곳이었다. 빙하 위를 한참 걸으니 남극대륙 한가운데 서 있으면 이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극보다 위도가 높은 곳이라 훨씬 덜 추웠지만, 주위에 펼쳐지는 경관은 남극이라 생각해도 괜찮을 정도였다. 가이드를 따라 걸으면 다양한 빙하 미지형을 관찰할 수 있다. 빙하 투어가 끝나면 위스키에 빙하 얼음을 띄워서 한 잔씩 나눠준다. 추웠던 몸이 알코올에 사르르 녹으며 오감을 만족하는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파타고니아의 하이라이트라 불리는 토레스 델 파이네와 페리토모레노만 다녀온 짧은 여행이었다. 전체 여행 일정을 이곳에 투자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까지 들었다. 학교에서 근무하며 파타고니아 상표가 달린 옷을 입은 학생들을 종종 만난다. 그럴 때면 “선생님은 파타고니아에 직접 다녀와 봤어요”라고 자랑을 하곤 한다. 멀리서 파타고니아가 그려진 옷을 볼 때면 그때의 여행이 떠올라 추억에 잠기곤 한다. 코로나를 이겨내고 해외여행이 다시 자유로워진다면 파타고니아로 떠나고 싶다. 지난 여행에서 다녀오지 못한 파타고니아 구석구석에서 새로운 추억을 만들고 싶다.
벌개미취는 이르면 7월부터 연보라색 꽃을 본격적으로 피우기 시작해 8월에 가장 볼만한 꽃이다. 원래 벌개미취는 심산유곡에 사는 야생화였다. 햇빛이 잘 들고 습기가 충분한 계곡이나 산 가장자리가 벌개미취가 좋아하는 서식지다. 그러나 요즘은 산보다 서울 등 도심 화단이나 도로가에서 더 흔히 볼 수 있다. 연보랏빛 꽃잎과 노란 중앙부의 꽃망울이 크고 풍성한 데다 자생력도 강하고, 이 나라 특산종이라는 것이 널리 알려지면서 전국으로 퍼졌기 때문이다. 한 번 심으면 뿌리가 퍼지면서 군락을 이루어 따로 관리가 필요 없다는 점도 장점이다. 촘촘한 뿌리가 경사진 곳 흙이 무너지지 않게 막아 주기 때문에 금상첨화다. 벌개미취는 다 자라면 키가 50~80㎝ 정도다. 진한 녹색 잎 사이에서 줄기와 가지 끝에 한 송이씩 피는 꽃이 시원하다. 벌개미취는 한두 포기가 아닌 군락으로 피어야 더 아름답다. 개화 기간도 길어 7월부터 10월쯤까지다. 벌개미취가 피기 시작하면 곧 가을이 온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벌개미취를 ‘가을의 전령’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가을의 전령, 벌개미취 벌개미취가 전국으로 퍼진 계기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이었다. 당시 두 가지 국가 중대사를 앞두고 전국적으로 국토 가꾸기 사업이 벌어졌다. 도로변에 루드베키아·페튜니아·메리골드·샐비어 등 외래종들을 심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 김창렬 한국자생식물원장은 기왕이면 우리 고유의 꽃으로 도로를 장식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떠올린 꽃이 벌개미취였다. 두 행사가 모두 가을에 열렸는데, 벌개미취가 대표적인 가을꽃인 점도 감안했다. 김 원장은 경남 지리산 자락에서 벌개미취 씨앗을 얻어 증식했다. 김 원장은 1985년 대관령 싸리재에 벌개미취 무리 5만 본을 처음 대규모로 심었다. 가을이 오자 이 일대는 연보라색 장관을 연출했다. 한 야생화 전문가가 싸리재에서 이 벌개미취 무리를 보고 “야, 우리 꽃 중에도 이런 꽃이 있구나!”라고 감탄할 정도였다. 그 길은 많은 사람이 일부러 찾는 꽃길로 유명해졌다. 이어 강원도 태백시가 1987년부터 벌개미취를 시 외곽 길가 60㎞에 조경화로 심어 적응시키는 데 성공했다. 벌개미취는 해마다 새로 심지 않아도 자연 번식하기 때문에 별다른 관리가 필요 없어서 가로(街路) 조경용으로 안성맞춤이었다. 태백시 성공 사례가 널리 알려지면서 벌개미취 무리는 전국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전국에 피어 있는 벌개미취 무리 중 상당수는 한국자생식물원에서 분양받은 것이다. 자생식물원이 벌개미취의 친정 또는 종가인 셈이다. 벌개미취가 서울시에 대규모 진출한 것은 2013년 봄 355만 가구에 꽃과 나무를 심자는 ‘서울 꽃으로 피다’ 캠페인이 계기였다. 이때 서울 7개 한강시민공원과 안양천·양재천·중랑천 등에 벌개미취 무리 200만 본을 심었다. 이제는 강원도 평창 휘닉스파크 등 벌개미취가 대규모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도 전국에 한두 곳이 아니다. 벌개미취는 햇빛이 잘 드는 벌판에서 자란다고 벌개미취라는 이름을 얻었다. 취는 어린 순을 나물로 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개미’라는 이름이 왜 붙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땅에 사는 개미와는 관련 없는 것이 확실하다. 벌개미취의 학명 ‘Aster koraiensis Nakai’ 중에서 속명 ‘Aster’는 희랍어 ‘별’에서 유래했다. 꽃 모양이 별 모양을 닮았다고 이런 속명이 붙었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벌개미취를 별개미취라고 부른다. 벌개미취를 고려쑥부쟁이라 부르는 지방도 있다. 우리나라 특산종이라 영어 이름이 자랑스럽게도 코리안 데이지(Korean Daisy)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벌개미취가 제주도와 경기도 이남에 분포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전남과 경남 지리산 지역에서 경기·강원 지역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산림이 안정된 지역에 자생한다. 강원도 지역에서 왕성한 생육상을 보이는 것을 보아 중부지방 이하로는 어느 곳에서나 잘 자랄 것으로 보아진다’고 써 놓고 있다. 자생지에서 보면 도심 화단에서 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다. 그러나 아직 필자는 자생지에서 벌개미취를 보지 못했다. 야생화 고수들에게 물어보아도 벌개미취를 자생지에서 본 적은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하고 있다. 개나리처럼 한국 특산이면서도 자생지를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걱정도 든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들국화는… 사람들은 흔히 벌개미취를 들국화라 부른다. 들국화라 불러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들국화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은 없다. 참나무라는 나무가 없듯이 들국화도 야생의 국화를 통칭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가을에 산이나 공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보라색 계통의 들국화는 벌개미취와 쑥부쟁이, 구절초가 대표적이다. 이 셋만 잘 구분해도 가을 산행이나 나들이할 때 눈이 밝아질 것이다. 셋 중 구절초는 대부분 흰색인 데다 잎이 쑥처럼 갈라져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구별하기가 쉽다. 벌개미취와 쑥부쟁이는 둘 다 연보라색인 데다 생김새도 비슷하다. 잎을 보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벌개미취는 잎이 길고 잎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있지만, 쑥부쟁이는 대체로 잎이 작은 대신 ‘굵은’ 톱니가 있다. 가을 야생화의 보라색은 진하면 진한 대로, 연하면 연한 대로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가 없다. 들국화라고 부르는 꽃 중에는 노란색 무리도 있다. 산과 들에서 피어나는 노란 들국화 중에서 꽃송이가 1~2㎝로 작으면 산국(山菊), 3㎝ 안팎으로 크면 감국(甘菊)이다. 이렇게 다섯 가지가 대표적인 들국화다. 출퇴근길이나 공원을 걷다가 반가움과 함께 깜짝 놀라는 경우가 적지 않다. 땀 흘려 찾아간 심산유곡에서 본 꽃인데 공원 화단에 심어져 있는 것을 볼 때다. 돌단풍·매발톱·할미꽃·금낭화·자란 등도 이제 도심 화단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다. 벌개미취처럼 야생화에서 관상용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꽃들이다. 어떻든 벌개미취는 늦여름부터 가을까지 가장 사랑받는 꽃이다. 이제 7~8월 공원이나 화단에서 벌개미취를 찾은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벌개미취가 30년 만에 야생화에서 관상용으로 가장 성공적으로 변신한 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우리 땅에는 역시 우리 꽃이 가장 적합하다는 사실을 벌개미취가 증명하기도 했다. 어느새 외래종 코스모스 대신 자생종 벌개미취가 가을꽃을 대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