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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주춤하던 코로나19가 서울 이태원 클럽발 집단 감염으로 재확산하자 다시 불안한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긴급재난지원금 등 사상 처음인 일들을 겪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듯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바꿔 놓은 괴물이다. 보이지 않는 적인데다가 백신이나 치료제가 아직 없어 방역 수칙을 지키며 조심, 또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코로나19가 바꿔 놓은 것은 극장가도 마찬가지다. 신작들의 줄줄이 개봉 연기는 물론 오래 전 개봉되었던 재난영화를 소환해내고 있다. 일례로 ‘컨테이젼’은 영화진흥위원회 주문형비디오(VOD) 주간 박스오피스 최신 집계(2월 17~23일)에서 이용건수 4만 2,034건으로 4위에 올랐다. ‘감기’도 같은 집계에서 17위를 차지했다. 2013년 8월 14일 개봉한 ‘감기’는 바이러스 감염을 소재로 한 재난영화다. ‘감기’의 최종 관객은 311만 7859명인데, 이 영화를 볼 때만 해도 바이러스 감염이 그렇게 무서운 질병인 줄 몰랐다. 그저 여름철 더위를 싹 가시게 하는 상업적 오락영화의 하나로 즐기는 정도였다고 할까. 다만, 닭ㆍ오리ㆍ돼지처럼 사람도 ‘살처분’될 수 있음에 오싹했던 기억이 살아나긴 한다. ‘컨테이젼’(감독 스티븐 소더버그)은 2011년 9월 22일 개봉한 영화다. 극장 관객 수는 22만 8,899명이다. ‘감기’보다 2년 앞서 개봉했는데, 거의 관심을 받지 못한 재난영화임을 알 수 있다. 2009년 신종플루 난리를 한바탕 겪었는데도 대중일반이 바이러스 감염병에 따른 공포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긴커녕 거의 의식하지 않은 ‘컨테이젼’ 관객 수라 할까. 단, ‘컨테이젼’은 6,000만 달러 제작비로 그 두 배 이상인 1억 3545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컨테이젼’을 SBS가 정규 프로인 ‘더 킹: 영원의 군주’를 결방한 채 지난 29일 밤 특선영화로 방송했다. SBS측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한순간에 일상이 급변하고 불안과 공포가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 영화를 통해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인류의 모습을 조명하고 경각심을 환기하고자 마련했다”고 밝혔다. 배우와 제작 관계자들조차도 보도를 통해 결방 사실을 알게 되는 등 “시청률에 목멘 SBS의 ‘꼼수’가 아니냐”는 구설에 오른 ‘더 킹: 영원의 군주’ 결방이지만, ‘컨테이젼’이 나름 의미 있는 특선영화이긴 하다. 물론 ‘더 킹: 영원의 군주’를 본방사수하던 시청자 입장에서다. 어떤 제약이나 조건 없이 뉴스 보듯 볼 수 있는 지상파 방송 최초의 ‘컨테이젼’이라서다. 그러나 ‘컨테이젼’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4.4%(2부)로 나타났다. ‘더 킹: 영원의 군주’보다 낮은 시청률이다. 난데 없는 ‘더 킹: 영원의 군주’ 결방으로 구설에 오르기까지 하며 내보낸 특선영화치곤 실망스러운 결과라 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전국 기준보다 높은 수도권 시청률 5.2%다. 원래 다른 프로들도 수도권 시청률이 더 높게 나오긴 하지만, 그곳이 코로나19 재확산 지역인 점을 감안하면 그럴 듯해 보이는 조사 결과다. ‘컨테이젼’은 홍콩 출장을 다녀온 베스(기네스 팰트로)가 아들과 함께 연달아 죽는 걸 토마스(맷 데이먼)가 겪는 등 코로나19보다 더 심각한 바이러스 감염에 노출된 세계 각지의 상황을 보여준다. 미국은 물론 중국ㆍ영국ㆍ일본ㆍ홍콩의 도시들에서 사람들은 그야말로 어찌해볼 수조차 없이 죽어 나간다. 최일선에 선 질병관리센터는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주의를 줄 뿐이다. 그 주의는 지금의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방역 당국의 소리와 같다. 예컨대 사람과 접촉하거나 말하지도 말라는 식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겪는 와중에 본 ‘컨테이젼’이라 그런지 영화의 장점이 두드러진다. 박쥐와 돼지가 옮긴 과정의 시물레이션 등 뉴스를 통해 단편적이거나 피상적으로 알 뿐인 바이러스 감염병에 대한 것들을 비교적 세세하게 보여준다는 점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선량한 시민들의 마트 점거, 차량 약탈이라든가 치료제와 맞바꾸기 위한 오랑테스 박사 납치 등도 오싹한 느낌을 준다. 극한상황과 맞닥뜨린 인간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모습으로 다가와서다. 신종플루에 대한 과잉 대응이라든가 누군 죽어 나가고 누구는 떼돈을 버는 상황 묘사도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코로나19와 다른 것은 치료제가 만들어져 안정을 찾는 점이다. 또 전 세계적으로 감염자가 8백만 명에 이르는 감염병인데, 대통령은 지하벙커로 피신하는(실제 그런 장면은 없다.) 등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미온적이거나 무능한 정부 대응도 코로나19와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오랑테스(마리옹 꼬띠아르)ㆍ치버(로렌스 피시번)ㆍ미어스(케이트 윈슬렛) 박사 등 의료진들을 중심으로 한 전개도 그렇다. ‘컨테이젼’은 비교적 스피디한 전개로 바이러스 감염병에 대한 경고 내지 환기를 하고 있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가령 베스의 사체 해부중 뇌속을 들여다 본 의사가 조수에게 다들 들어오라고 했는데, 후속 장면이 이어지지 않는 등 다소 성긴 구성을 들 수 있다. 결말에서 감염 경로가 밝혀지는 경로도 너무 매칼없이 이루어져 싱거운 느낌마저 안겨준다.
임곡중학교 학생들이 ‘도담길재비’ 멘토들에게 사랑의 마스크 전달식을 4일 개최했다. 사랑의 마스크 전달식은 임곡중학교 학생회를 중심으로 마련됐다. 학생들은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멘토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후원받았던 장학금 중 일부를 모아 마련한 면 마스크와 함께 ‘고맙습니다. 도담멘토!’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손편지를 멘토들에게 전달했다. ‘도담길재비 프로젝트’는 임곡중학교 교직원과 지역주민 및 학교 동문이 1인 1구좌 1만원을 내어 마련된 장학금으로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워 진로를 찾는 데 도움을 주거나, 즐거운 학교생활을 위한 정서적, 경제적 지원이 2019년 12월에 시작되어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평소 멘티 학생과 지속적인 소통을 나누고 있던 ‘도담길재비’ 한 멘토는 “임곡중학교는 광역시에 위치하지만 현재 전교생이 14명 뿐인 작은학교이다.”며 “후원은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을 갖자는 취지로 시작됐고 임곡중학교에 애정 어린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곡중학교 동문 및 지역주민들은 “작은 학교 임곡중학교가 주소지와 상관없이 모든 학생이 지원할 수 있는 자유 학구제 같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곡중학교 3학년 나O엽 학생회장은 “사랑의 마스크 전달식은 멘토들께 받은 사랑을 다시 나눌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우리 임곡중학교가 널리 알려저 많은 신입생들이 입학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임곡중학교 김성률 교장은 “이번 활동을 통해 장학금을 지급받는 모든 임곡중학교 학생들이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도 자신의 학업과 진로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격려와 응원이 되길 바란다.”며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일월공원 내에 있는 정원 ‘꽃보다 아름다운 행복놀이터’(수원시/송순옥)가 산림청이 선정한 「2020 아름다운 정원 콘테스트」공모전에서 100개 정원의 경쟁 결과 장려상(한국정원협회장상)을 수상했다. 산림청은 지난 2일, 금상 1개소, 은상 2개소, 동상 4개소, 장려 6개소를 선정 발표했다. 이번 공모전에는 나의 정원 57점, 우리 정원 43점 등 총 100점이 응모했다. ‘꽃보다 아름다운 행복놀이터’는 1차 서류심사를 통과하고 5월 26일 2차 현장 심사를 받았다. 행짓사(해와 달 행복을 짓는 사람들 약칭) 회원은 일월정원을 방문한 정원 분야 교수, 정원종사자, 정원정책자문위원, 정원작가 등 전문가 심사위원 7분을 맞이해 실사를 받았다. 이번 공모전은 산림청이 일상생활에서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꾸는 정원문화 확산을 위하여 개인단독주택, 아파트, 연립주택, 마을의 숨은 정원 등을 찾았다. 개인 단독주택의 마당, 옥상, 벽면 등 실외공간에 조성된 나의 정원과 아파트, 연립주택, 마을, 공공기관의 유휴공간에 조성된 우리 정원을 대상으로 정원의 개인 소유주와 공동체 대표가 신청하였다. 공모전에는 취미부터 전문가 수준까지 다양한 작품이 출품되었으며 심미적 가치와 더불어 식물의 특성에 따른 배식과 유지관리가 뛰어난 작품이 많았다고 심사위원회는 밝혔다. 심사기준은 ▲디자인 및 심미성 ▲ 창작성 및 독창성 ▲정원식물의 다양성 ▲ 정원의 완성도 ▲정원의 유지관리 실태 ▲주변 환경 및 문화의 조화성 ▲합리적인 공간계획 ▲외부공간과의 연계성 여부 등이다. 이번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은 상장과 상금 및 부상으로 아름다운 정원을 인증하는 동판이 주어질 예정이다. 금상은 농림축산식부장관 상장과 상금 2백만 원, 은상은 산림청장 상장과 상금 1백만 원, 동상은 국립수목원장 상장과 상금 50만 원이 각각 지급되며 장려상은 주관기관인 사)한국정원협회, 월간가드닝, 서울경제신문 대표의 상장이 수여된다. 수상 작품의 시상식과 전시회는 순천만국가정원에서 열리는「2020 대한민국 정원산업 박람회 (10.16∼10.25)」기간에 개최될 계획이다. 금상을 수상한「숲새울 정원」(남양주시/신재열)은 20여 년 동안 정원을 정성껏 가꾸며 주변 환경에 어울리면서 휴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귀촌형 정원 모델로 인정받았다. 특히, 다양한 정원식물과 인근 자연환경과 어울리는 디자인과 나눔을 통한 정원 가꾸기 문화를 확장하는데 노력한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우리 정원’ 분야의 은상은「도란도란 이야기가 있는 정이 넘치는 정원」(구리시/김선미)이 수상했다. 심미성과 생태성을 고려한 교관목의 배치 등 정원 작품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아파트 입주민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아파트에서 쉽지 않은 정원문화 활동에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모범사례로 평가받았다. 장려상을 수상한‘꽃보다 아름다운 행복놀이터’는 송손옥 대표(전 수원시농업기술센터 소장)가 주민들과 함께 작년부터 가꾸어 왔다. 달빛정원, 추억정원, 들꽃정원, 하늘정원, 무지개정원, 뿌리정원, 채소정원, 바람정원, 아이리스정원 등 10개의 테마정원이 있다. 행짓사 회원 20명은 매주 금요일 모여 정원을 가꾸고 있다. 지난 달 15일에는 정원 푯말만들기 실습으로 아름다운 푯말을 꽂았다. 연간 활동으로는 허브식물을 이용한 벌레퇴치제 만들기, 허브 음료 허브 까나페 만들기, 허브를 이용한 향신료 만들기, 허브 샴푸 만들기, 팜 파티, 허브 요리 만들기, 꽃 사진 콘테스트 등을 계획하고 있다. 송 대표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일월정원이 전국에 숨은 명소로 알려지게 되었다. 시민 누구나 매주 모여 꽃과 나무를 가꾸면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만들고 산책객에게도 행복을 선물했으면 좋겠다”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나은 성적을 얻을 수 있도록 더욱 아름답고 풍성한 정원을 가꾸겠다”고 말했다. 산림청 김원중 정원/조경팀 설립 TF팀장은 "이번 공모전을 통해 전국의 아름다운 숨은 정원을 발굴해 정원관광 기반을 확충하는 계기가 되었다"라며 "이번에 수상한 작품은 민간정원에 등록시켜 정원문화가 더욱 확산하는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앞으로도 민간의 참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Q. 원로수당 지급 대상은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나요? A.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 제14조(특수업무수당) [별표 11]에서 교직수당 가산금 1호(통칭 원로수당)의 지급 대상으로 ‘고등학교 이하의 각급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원 중 매달 1일 현재를 기준으로 30년 이상의 교육경력(「유아교육법」 제20조제1항, 「초·중등교육법」 제19조제1항, 「고등교육법」 제14조제1항 내지 제4항에 규정된 교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고 55세(만 55세를 의미) 이상인 교사 및 수석교사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Q. 2020년 6월 3일에 55세가 되고, 교육경력은 이미 30년 이상인 교사의 경우 원로수당이 언제부터 지급되나요? A. 매달 1일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므로 6월 3일에 지급 요건이 충족됐다면 다음 달 1일인 2020년 7월 1일부터 교직수당 가산금이 매월 5만 원씩 지급됩니다. Q. 교장이나 교감의 경우에는 원로수당을 지급받을 수 없나요? A. 원로수당의 지급 대상은 교사 및 수석교사로만 정하고 있어 교장이나 교감, 교육전문직원에 대해서는 해당 수당이 지급되지 않습니다. Q. 사립학교에서 근무한 기간도 30년 교육경력에 포함되나요? A. ‘30년 이상의 교육경력’은 ‘「초·중등교육법」 제19조제1항에 규정된 교원으로 근무한 경력을 말한다’고 되어 있고, 「초·중등교육법」 제19조제1항에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고등공민학교·고등기술학교 및 특수학교에는 교장·교감·수석교사 및 교사를 둔다’고 돼 있어 사립학교에서 교원으로 근무한 경력도 ‘교육경력 30년’에 포함됩니다. Q. 교육경력에 기간제 교원으로 근무한 기간도 포함되나요? A. 교원으로 근무한 경력을 말하고 있어 임용 전 기간제 교원 경력은 30년 교육경력에 포함합니다. 그러나 시간강사 경력이나 대학 조교 경력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Q. 육아휴직 기간도 교육경력에 포함되나요? A. 원로수당은 학교에서 교원으로 실제 근무한 장기 교육경력에 대한 보상적 성격으로 지급하는 교직수당 가산금으로 휴직기간에 대해서는 제외합니다. 육아휴직 기간은 교육경력 평정을 위한 경력에는 포함되지만, 해당 수당에서는 제외됩니다. 다만 공무상 질병휴직, 「재외국민의 교육지원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3호의 ‘한국학교’ 근무를 위한 고용휴직, 법률상 의무수행을 위한 병역휴직(임용 전 군경력은 미포함)의 기간에 대해서는 원로수당 지급을 위한 30년 교육경력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Q. 교육청으로 파견 근무한 기간은 교육경력에 포함되나요? A. 초·중등교육법 제19조1항의 학교로 파견된 기간에 대해서는 30년의 교육경력에 포함하고 있지만, 학교가 아닌 교육행정기관 등으로 파견 근무한 경력에 대해서는 포함하지 않습니다. 교육전문직원으로 근무한 경력에 대해서도 포함하지 않습니다. Q. 직위해제를 당한 기간은 교육경력에서 제외되나요? A. 직위해제나 정직으로 인해 실제 근무하지 않은 기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견책, 감봉 등 징계로 실제 근무가 이뤄진 경우, 이 기간에 대해서는 인정됩니다. Q. 원로수당은 어떻게 신청하나요? A. 본인이 지급대상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먼저 확인하고 교감에게 지급대상자에 해당되는지 경력 확인을 요청합니다. 지급 기준에 부합할 경우에는 대상자 선정 내부결재를 시행하고, 급여 담당자에게도 공람 등을 통해 안내해 수당을 지급하면 됩니다.
똑같은 스마트폰이라도 사용자에 따라 활용도는 다르다. 어떤 앱(Application)을 깔고, 그 앱을 어떻게 활용하며, 주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지에 따라 스마트폰의 운명이 갈리고, 삶의 편리성은 극대화된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떤 방법으로 해결해야 하며, 무엇을 어떻게 바꾸고 발전시켜야 할지 ‘어른다운 어른의 손길’이 닿았을 때, 비로소 ‘올곧은 성장’이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우리 교사들은 Z세대라는 스마트폰에 어떤 앱을 깔도록 돕고, 어떻게 활용하도록 지도하며, 업그레이드하도록 독려할 수 있을까? ‘꼰대’ 아닌 ‘멘토’가 되자 요즘 ‘꼰대’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Latte is horse(라떼는 말이야)’라며 영어로 비웃기도 한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라떼향 풍기며’ 이야기하는 어른들이 많다. 듣다 보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 그러니 내 말대로 하라’는 느낌의 충고에 고마움보다는 거부감이 밀려온다. 부모님의 잔소리가 나중에 생각해 보면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지만, 그 순간 듣기가 싫어지는 것처럼. 그렇다면 Z세대는 ‘잔소리’나 ‘충고’를 싫어할까? 아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요즘 아이들 또한 따끔한 충고와 현실적 조언을 간절히 원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경험이 부족하고 문제해결 방법이 미숙하다 보니 자기 생각과 판단이 옳은 것인지, 이대로 하면 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손가락만 한번 클릭해도 수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오지만, 그런 정보가 자신에게 맞는 정보인지조차 알 수 없는 아이들에겐 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담 상대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결국, Z세대 아이들에게도 여전히 ‘멘토’는 필요하다. 다만 꼰대가 싫을 뿐이다. 다행히 학교에는 인터넷 초록 창의 지식인과는 견줄 수 없는 검증된 정보와 아이들이 잘되기를 바라며 진심 어린 충고를 해주는 다양한 연령층의 ‘멘토’가 많다. 하지만 아이들 생각은 조금 다른가 보다. 교사들을 꼰대라며 거부한다. 교사의 진심이 아이들에게 닿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꼰대가 아닌 멘토로 다가서기 위한 방법을 알아보자. 갬성 충만 Z세대의 마음 사로잡기 ‘이걸 왜 굳이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모르면 안 하면 된다. 이유도 모르는 힘든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모르면 안 하면 된다’, Z세대의 가장 기본적인 사고방식이다. 즉, 자신이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 행동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은 ‘가심비’처럼 Z세대는 한번 마음이 움직이면 시간과 비용을 아낌없이 투자한다. 따라서 Z세대의 행동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타이밍 인생도 타이밍이고, 조언도 타이밍이다. 사람들은 항상 조언에 목말라하지 않는다. 빗대어 보자면 꼰대는 자신이 물을 주고 싶을 때 주는 사람이고, 멘토는 상대방이 물을 간절히 원할 때 주는 사람이다. ‘물’을 주는 행위는 똑같지만,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은 전혀 다르다. 어쩌면 교사라는 직업은 꼰대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교정 반사’의 심리적 작동 기제가 자동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다 너를 위해 하는 말이야’라며 충고한다면, 아이들은 이렇게 받아들일 것이다. ‘뭐래. 누가 위해달래? 짜증나.’ 반대로 아이들이 도움을 요청하거나 필요할 때 건네는 진심 어린 충고는 가슴 깊이 새겨져 ‘삶의 방향’을 바꾸는 한마디가 되기도 한다. 둘의 차이는 ‘타이밍’ 즉, ‘마음의 준비’이다. 자기 마음대로 ‘훅’ 들어가 충고하기보다는 상대방이 요청해오거나 그런 시그널을 줄 때, 아낌없이 조언한다면 ‘꼰대’가 아닌 ‘멘토’가 된다. #TMI #갬성이미지 어느 세대나 어른들의 ‘TMI’는 거부대상이다. 특히 TV 프로그램도 재미있는 부분만 2~5분 정도로 엮어놓은 짤방을 ‘자신이 원할 때, 원하는 장면만’ 선택해서 보고, 어려운 고전소설이나 철학서도 TV 프로그램을 통해 압축해서 읽는 Z세대에게 일장 연설은 충고가 아닌 그저 꼰대의 잔소리일 뿐이다. 게다가 Z세대는 영상미디어 세대이다. 직관적 이미지가 백 마디 말보다 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장황한 설명과 ‘나 때는 말이야’라는 진부한 이야기 대신, 1~2분 내외의 짧은 영상으로 감동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할만한 유명인의 글귀나 유명 웹툰의 대사를 인터넷에서 찾아 제시하면 아이들의 반응이 뜨겁다. 카톡 프로필 사진이나 상태 메시지에도 자신의 각오를 적고 매일 보라고 조언하면 멋진 말들을 기가 막히게 찾아온다. 시대가 변했다. 싫으나 좋으나 아이들과 함께 생활해야 하니 교사의 충고 방법도 ‘말’에서 ‘이미지’로 변해야 한다. #공감 #쌍방통행 #선이해 후지도 아이들은 ‘결국 답은 정해져 있다. 아무도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어른들은 ‘좋은 말로 타일렀으니 알아먹었을 것이다. 곧 행동이 바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착각이다. 아무리 좋은 말도 자기 생각만 자기 방식대로 강요하거나, 명령하듯 얘기하는 ‘일방통행식의 충고’는 행동을 변화시킬 ‘힘’을 갖지 못한다. 섣부른 조언보다 상황 이해(공감)가 우선이다. 이해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듣기(경청)이다. 교사들은 해주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TMI) 듣기를 잘 못한다. 하지만 ‘입’은 닫고, ‘귀’는 열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의 ‘행동’이 바뀐다. 아이들의 말을 중단시키지 않고 다 들어주는 것은 고단한 일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교사가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준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치유가 된다. 이해받고 있다고 느낀다. 그다음이 중요하다. 아이의 마음이 풀어졌을 때쯤, 잘못된 부분만 간략하게 이야기하고 앞으로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에 대해서 지도한다. 객관식 찍기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자,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라는 물음에 눈만 끔뻑거릴 뿐 즉각 대답을 못 한다. 이럴 땐 교사가 3~4가지의 대안을 객관식으로 제시해주고 본인이 도전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도록 하면 도움이 된다. 칭찬과 격려도 ‘즉시’, ‘확실하게’, ‘앞에서’ 리액션 해줘야 한다. Z세대에겐 마음으로 뒤에서 챙겨주는 것은 안 챙겨주는 것과 동의어이다. #슈드비 콤플렉스 #내가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가끔 ‘내가 이 아이의 잘못된 습관을 바꾸고야 말겠다’며 의욕을 불태우는 교사를 발견한다. 얼마 안 가서 변하지 않는 아이의 모습에서 교사로서의 무능감을 발견하며 힘겨워하곤 한다. 하지만 이런 ‘슈드비 콤플렉스(should be complex)’는 아이에게도 교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로 감정만 상하고 지쳐갈 뿐이다. 세상에 내가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행위의 빈도수를 늘리거나 줄일 수는 있어도 완전히 없애기는 힘들다. 변화의 속도가 느리더라도, 당장 나타나지 않더라도 상심하지 말자. 아이들이 미워서 혼내는 것이 아니라 올곧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진심은 느리더라도 분명 닿을 것이다. ‘교사다움’의 완성은 학생들의 마음을 얻는 것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TV 드라마 속에서 ‘의사다운 의사’를 만난다. 실력이 뛰어나 수술을 척척 해내는 것은 기본이고 환자의 마음까지도 어루만져 치유해준다. 권위적인 모습을 찾아볼 수 없지만, 환자도 후배도 모두 존경하며 따른다. 현실에서는 만나본 적 없고, ‘과연 있을까?’라는 의심까지 들지만, 어느새 진정한 ‘의사다움’에 감동한다. ‘슬기로운 교사 생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의 영원한 에너지원인 학생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물질적 풍요 속에 정신적 빈곤을 느끼는 Z세대에겐 심리적 만족, 자신의 감정이 매우 중요하다. 교사다운 교사, 꼰대가 아닌 멘토가 되어 ‘교사다움’을 완성해보자.
학교생활기록부는 학생의 학업성취도와 인성(人性)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평가하여 학생 지도 및 상급학교의 학생 선발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로 학교의 장이 작성·관리하는 문서이다.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는 항목은 다음과 같다(초·중등교육법 제25조). ‘제7호 그 밖에 교육목적에 필요한 범위에서 교육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은 다음과 같다(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 제21조 제3항).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사항의 대부분은 객관적, 정량적 내용으로 작성자의 주관적 평가가 개입될 여지가 적다. 다만,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은 작성자(담임교사)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가장 크다.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은 수시로 관찰하여 누가 기록된 행동특성을 바탕으로 총체적으로 학생을 이해할 수 있는 종합의견을 담임교사가 문장으로 입력한다. 담임교사는 학생의 학습, 행동 및 인성 등 학교생활에 대한 상시 관찰·평가한 누가기록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의 구체적인 변화와 성장 등을 종합적으로 기재한다.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은 해당 연도에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내용을 확인할 수 없고 학년말에 입력을 완료하여 학교생활기록부가 마감된 이후에 비로소 확인할 수 있다.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에 “규칙을 준수하지 않는다”, “주의가 산만하다”, “성적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교사에 대한 태도가 불손하다”는 등의 표현이 기재되어 있으면 학생 측은 해당 내용의 수정을 요구하고, 학교가 수정을 해주지 않으면 민원을 제기하고 결국은 소송까지 제기될 수 있다. 이하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 정정과 관련한 몇 가지 쟁점을 살펴보자. 1. 소송의 대상은 학교장의 거부처분이다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는 사실행위다. 사실행위는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행정소송은 예외도 있으나 ‘처분’의 취소나 부작위에 대하여 다투는 것이 일반적이다. 처분이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 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 및 행정심판에 대한 재결을 말한다(「행정소송법」제2조 제1호). 예를 들어 어떤 이유로 담임교사에게 혼난 것은 처분이 아닌 사실행위다. 반면 학칙을 위반하여 생활교육위원회(선도위원회)에서 받은 징계는 처분이다. 담임교사에게 혼난 것이 억울하더라도 혼난 것에 대해서는 이는 처분이 아닌 사실행위이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 것이다.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행위 자체는 처분이 아닌 사실행위이므로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사항을 정정하거나 삭제하라는 내용으로 바로 소송을 제기할 수는 없다. 학교생활기록부 정정을 위한 행정소송은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개최한 후, 정정 거부처분을 상대로 제기하여야 한다. 학생(또는 학부모)이 학교에 학교생활기록부의 정정을 요청하면, 학교는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 제19조에 따라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개최한다. 객관적인 증빙자료가 첨부되어 학업성적관리위원회가 정정을 결정한다면 문제가 없으나, 정정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으면 학교장이 학생에게 정정 거부처분을 한다. 이에 불복하는 학생은 정정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2. 학교생활기록부는 객관적 증빙자료가 있을 때만 정정이 가능하다 학년도별 학교생활기록의 작성이 종료된 이후에는 해당 학교생활기록의 내용을 정정할 수 없다. 다만, 정정을 위한 객관적인 증명자료가 있는 경우에는 정정할 수 있다(「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 제22조 제4항). 교육부 훈령인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 제19조 제2항은 “객관적인 증빙자료가 있는 경우에만 정정이 가능하며, 정정 시에는 반드시 정정내용에 관한 증빙자료를 첨부하여 정정의 사유, 정정내용 등에 대하여 학교 학업성적관리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거친 후 학교생활기록부 정정대장(별표 10의 1조)의 결재 절차에 따라 정정 사항의 발견 학년도 담임교사가 정정 처리해야 한다. 다만, 제7조의 인적·학적사항의 학생정보는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심의를 생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성적이나 봉사활동 시간과 같은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항목은 학생이 객관적 증빙자료를 제시하여 정정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은 인성이나 행동특성과 같은 담임교사의 정성적 평가를 기재하므로 학생이 객관적인 증빙자료를 제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담임교사가 악의적으로 학생에 대해서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고 보이지 않는 한, 학생이 객관적 증빙자료를 제시하여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의 기재사항을 정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인다. 3. 관련 하급심 판례 가. 수원지방법원 2017구합69404 판결 ① 사실관계 ② 판결의 요지 나. 서울행정법원 2017구합68349 판결 ① 사실관계 ② 판결의 요지 다. 부산지방법원 2017구합22184 판결 ① 사실관계 ② 판결의 요지 이상과 같이 법원은 담임교사에게 학교생활기록부의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의 기재에 관한 넓은 재량권을 인정해주고 있다. 담임교사가 특별히 고의적, 악의적으로 기재했다는 사정이 엿보이지 않으면 학교생활기록부 정정 거부처분은 적법한 것으로 판시하고 있어 아직까지 소송에서 정정 거부처분이 위법하다는 판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담임교사는 절대 감정적, 주관적으로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을 작성하여서는 안 되고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자세로 기재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추후 발생할지 모르는 분쟁에 대비하여 반드시 기재의 기초 자료(근거)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인간의 욕심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되는지,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에 대해 다양한 차원에서 생각하게 한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과도한 욕심과 오만이 새로운 바이러스의 합성을 낳았고, 첨단 과학기술이라면 어떤 문제든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던 인간의 오만이 사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영원할 것처럼 오만했던 미국과 유럽이 적절한 대응책을 못 찾고 허우적거리는 것 또한 주목할 대목이다. 일선 학교로 시선을 돌리면, 이 정도로 상황을 안정시킨 공로는 수많은 혼란을 온몸으로 막아낸 현직 교사들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다. 아쉽게도 교육당국의 오만함과 무책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임진왜란 초반 무기력했던 관군을 생각한다면 지나친 비유일까.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영웅들 일리아스 서두에서는 갑작스럽게 창궐한 전염병에 트로이에 원정 온 그리스 연합군이 고통받는 장면이 등장한다. 역병은 아가멤논의 탐욕에 대한 아폴론의 징벌이다. 아가멤논은 그리스 연합군의 총대장이자 부인을 트로이에 뺏긴 메넬라오스의 친형이다. 헬레네가 트로이 왕자 파리스에게 납치당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명분이었을 것이다. 역사를 썼던 헤로도토스의 말처럼 여자 한 명 때문에 대군을 이끌고 10년 동안 전쟁을 했을 것 같지는 않다. 명분은 무엇이 되었건 이면의 속내는 식민통치를 위한 정복 전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스 연합군의 총사령관 아가멤논과 용장 아킬레우스는 전리품으로 납치한 여자 하나를 놓고 서로 갈등한다. 아가멤논은 트로이 인근 도시를 약탈한 후 전리품 분배 과정에서 소외되자 아킬레우스의 전리품을 뺏어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위대한 인물이라는 영웅들의 행태가 사실은 탐욕스럽고 졸렬하기 그지없다. 여러 이유로 플라톤은 일리아스 같은 작품을 읽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호메로스는 왜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남겼을까. 구비전승으로 시작되었을 이 서사는 어떻게 오늘날까지 전해지게 되었을까. ‘화려한 영웅들의 서사’라는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영웅을 자처하는 자들의 졸렬한 행태와 그로 인해 고통 받는 백성들의 이야기가 숨어있다. 표면이 아닌 이면을 읽어내려고 해야 한다. 호메로스가 아가멤논의 이야기를 남긴 이유가 무엇일까?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가 서구 문학의 불멸의 고전이라는 생각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여러 가설을 세워볼 수 있겠지만 호메로스가 영웅들을 진심으로 영웅으로 평가했을지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 전투에서 쓰러질 운명의 노잡이들에게 영웅들의 탐욕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메로스가 영웅들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긴 것은 어떤 의도였을까. 아가멤논은 예언자 칼카스가 단 한 번도 자신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해주지 않는다며 맹비난한다. 칼카스는 아가멤논을 위한 예언자이고 지혜의 전달자인 예언자가 아가멤논에게 아부해야 할 이유는 없다. 칼카스는 아킬레우스에게 여자를 돌려주라고 설득하지만, 아가멤논은 거절한다. 99개의 선물을 가진 자가 1개의 선물을 받지 못했으니 동료의 선물을 뺏어야겠다고 생떼를 쓰고 있다. 목숨을 걸고 싸웠던 아킬레우스는 더이상 전투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일리아스의 이야기는 아킬레우스가 느낀 분노의 연속이다. 그 분노는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이기도 하고 타자에 대한 분노이기도 하다. 아가멤논의 졸렬함이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일으켜 그리스 연합군은 수난을 겪는다. 오디세우스를 비롯한 많은 영웅이 부상으로 이탈하여 진지가 함락될 위기에서도 아킬레우스는 꿈쩍하지 않는다. 보다 못한 파트로클로스가 나타나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빌려 입고 트로이 병사들을 밀어낸다. 파트로클로스의 죽음 후 아킬레우스는 자신에 대한 화를 참지 못하고 전장에 복귀해 트로이의 대장 헥토르를 죽인다.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아킬레우스는 헥토르를 모욕하고자 전차에 매달아 시신을 훼손하려고 한다.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가 아킬레우스에게 머리 숙여 아들 헥토르의 시신을 인도받아 장례를 치른다. 헥토르를 모욕하고 시신을 훼손하는 것은 아킬레우스의 오만이다. 호메로스를 비롯해 우리는 모두 앞으로 전개될 아킬레우스의 죽음을 알고 있다. 아킬레우스 본인만이 자신에게 허락된 시간의 한계를 모를 뿐이다. 하지만 그의 삶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서 헥토르와 별반 다르지 않을 상황이 될 것을 알았을까. 아킬레우스가 프리아모스와 함께 망자를 위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면 고대인들이라고 해서 역지사지의 능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아가멤논과 아킬레우스 모두 고대인답게 자신에 대한 지나친 애착으로 자신과 타자를 힘들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작품 전체에서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살육의 묘사가 일리아스에 담겨 있는 것은 그것이 영웅들의 가치관에 부합하기 때문이었다. 오디세이아의 데모도코스가 그랬듯, 가인들은 영웅들의 집에서 잔치가 무르익었을 때 흥을 돋우기 위해 노래를 불러야 했다. 따라서 일리아스의 내용은 영웅들의 위용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영웅들은 자신들이 아킬레우스처럼 널리 이름을 알릴 불멸의 존재로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영웅들의 구미와 기호에 맞는 내용은 작품의 표면이 되어 오늘날까지 일리아스를 남아있게 하는 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호메로스가 단란한 헥토르의 가족, 안드로마케와 아스티아낙스를 비춰주는 장면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우리는 이미 결과를 알고 있다. 아스티아낙스는 트로이의 함락 직후 죽을 것이고 안드로마케는 전리품으로 끌려가 아킬레우스의 아들에게 농락당할 운명이다. 헥토르와 같은 강력한 영웅들의 삶이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음을, 그들 또한 고뇌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평범한 존재라는 사실이 구전되고 기록되어 영웅에 대한 환상을 걷어내게 되었다. 신들의 가호가 없는 영웅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인식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리아스는 형식상으로는 영웅들의 서사처럼 보이지만 통상적인 영웅 서사와는 다른 반전이 남아있다. 삶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는 고전 일리아스가 서사문학이라면 서사는 자아와 세계의 대결이 되어야 하고 그것에 작품 외적 자아가 개입해야 한다. 일리아스가 영웅 서사라면 동명성왕 주몽의 일생에서 확인되듯 비범한 출생 때문에 차별받던 주인공이 갖은 역경을 이겨내고 하늘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과정이어야 한다. 아니면 헤라클레스나 테세우스가 그랬던 것처럼 고난을 이기고 대업을 성취하는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혹은 오디세우스처럼 자아와 타자 때문에 고생하게 된 주인공이 귀향에 성공해서 구혼자를 물리쳐야 한다. 일리아스는 그 어느 면에서도 전형적인 영웅 서사와는 구별된다. 오히려 일리아스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나타나 삶에 대한 각자의 시선을 드러내는 장면이 확인된다. 테르시테스는 그리스 연합군에서 가장 못생기고 말 많은 사람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영웅들은 부유하고 지체 높은 미남들이다. 테르시테스가 못생겼다는 뜻은 그가 낮은 신분의 평범한 사람이었음을 의미한다. ‘마음속에 무질서한 말들로 아르고스인들을 웃길 수 있다고 생각되면 공연히 왕과 시비하려고 했다’는 말은 그가 영웅들의 관습을 따르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같은 반골 기질의 평민이 아킬레우스와 오디세우스 같은 귀족들의 미움을 산 것은 당연하다. 테르시테스는 아가멤논을 마구 비난한다. 99개를 가진 사람이 하나를 포기하지 못하고 여자 하나를 더 갖기 위해 최고의 명장을 모욕하여 전선을 엉망으로 만드는 자를 위해 과연 어떤 사람이 희생할 수 있을까. 병사들이 도시를 약탈할 때마다 바친 미녀들에 만족하지 못하고 기어코 자신의 우월함을 드러내야 하는 소위 영웅들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이다. 아가멤논의 탐욕을 조롱하며 무의미한 전쟁을 멈추고 고향으로 떠날 것을 제안하는 테르시테스는 평민들의 정서를 대변한다. 아킬레우스와는 달리 지혜로운 오디세우스는 테르시테스를 비난하며 매질한다. 겉으로는 오디세우스가 테르시테스를 정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테르시테스의 바른말에 사람들은 속으로 공감하며 괴로워한다. 매질을 한 오디세우스 역시 귀향을 바라는 존재였음은 오디세이아에서 잘 드러난다. 오디세우스는 태형(笞刑)으로 군기를 다스리는 동시에 테르시테스의 의중을 전달해준다. “아트레우스의 아들이여! 이제 아카이오이족은 모든 필멸의 인간들 앞에서 왕이여! 그대를 가장 멸시받는 인간으로 만들려 하고 있소이다. 그리고 그들은 말을 먹이는 아르고스에서 이리로 오는 동안 튼튼한 성벽으로 둘러싸인 일리오스를 함락하고 나서 귀향하게 해주겠다고 그대에게 약속했건만, 이제 와서는 그 약속조차 이행할 뜻이 없는 모양이오. 그들이 마치 어린아이들이나 과부처럼 저희들끼리 울며불며 고향에 돌아가고 싶어 하니 말이오(Iliad, II. 284-298).” 겉으로는 아가멤논에게 일부 병사들이 무례를 범했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색에 빠져 전쟁을 파국으로 몰아넣는 아가멤논을 비난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트로이를 함락 시켜 전리품을 나눠주겠다는 약속을 병사들이 했을 리 없다. 아가멤논이 설득과 강제의 방법을 동원하여 병사들의 마음을 사 왔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따라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아킬레우스와 감정싸움 하고 있는 아가멤논이 실제 비난의 대상이다. 테르시테스의 반란을 일단 힘으로 제압한 오디세우스가 특유의 언변으로 병사들을 다독거리고 적절한 보상을 통해 상황을 수습하고 있는 것이 대화의 형국이다. 신들에 대한 제사가 끝나자 “일이 끝나자 음식을 차려 먹었는데 공평한 식사로 마음에 부족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는 표현은 테르시테스의 반발이 효과적이었음을 보여준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가 서구 교육의 교재로 쓰였고, 서구 사상의 고전이며 지금도 서구 고전교육의 핵심이라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고전이 지녀야 할 보편성과 시의성이 있냐고 물어본다면 영웅들의 졸렬한 대결이나 불쾌한 전투 장면은 그다지 대단한 교육적 의의를 가지지 않는다. 전투 장면은 표면적인 쾌락을 통해 작품을 후대에 전승하는 데 기여했다면, 칼카스와 테르시테스의 고발은 은연중 강자의 오만함과 약자의 지혜를 의미한다. 고전은 누구나 읽어야 할 가치가 있다는 책이라고 하지만, 그 고전의 기준을 만드는 것은 우리가 지향하는 삶과 교육의 가치관에 있다.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는 기존 관념을 걷어내고 새로운 방식으로 모든 사물을 바라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두려워도 괜찮아 (밀라다 레즈코바 지음, 민혜숙 옮김, 홍순범 감수, 상수리 펴냄, 192쪽 1만5000원) 무서운 꿈을 꾼 날, 이유 없이 불안한 날, 학교 가기 두려운 날…. 불안하고 무서워하고 걱정하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아이들이 친근하고 이해하기 쉽게 풀었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캐릭터화해서 마치 친구처럼 이야기를 들려주며 두려움이 누구나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임을 알려준다. 또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두려움 극복 방법까지 담았다.
머릿속에 쏙쏙! 미생물 노트 (사마키 다케오 편저, 김정환 옮김, 시그마북스 펴냄, 230쪽, 1만5000원) 인간에게 유익한 미생물부터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바이러스까지! 작지만 강력한 미생물의 세계를 한 권에 담았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인간과 미생물의 공생관계부터 우리 주위에 가득한 미생물 정보, 실용적이고 재미있는 미생물 상식까지 과학을 잘 모르는 어린이들이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 도표, 그래프 등과 사례까지 담았다.
유튜브에 빠진 너에게 (구본권 지음, 북트리거 펴냄, 208쪽, 1만4000원) 우리나라 중고생 95% 이상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고 하루 평균 2시간 넘게 사용한다. 유튜브로 먹방 보고 페이스북 메신저로 수다 떨고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올리는 요즘 세대 청소년들을 위한 미디어 활용법 안내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통해 청소년들이 건강한 미디어 사용 습관을 다잡도록 도와준다.
청소년을 위한 고전소설 에세이 (류수열 지음, 해냄출판사 펴냄, 256쪽, 1만5800원) 영화 ‘장화 홍련’, 드라마 ‘쾌걸 춘향’ 등 우리에게 친숙한 옛이야기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만화, 영화, 드라마 등으로 끊임없이 재탄생하고 있다. ‘고전’이라 불리는 옛이야기들은 왜 세월이 지나도 그 생명력을 잃지 않을까. 류수열 교수는 이 책에서 한국의 대표 고전 24편을 해설하면서 훌륭한 옛이야기가 어떻게 시간을 뛰어넘어 현재 우리에게 말을 걸고, 지금 마주한 문제에 대한 해답과 삶의 지혜를 주는지를 풀어냈다.
조선 그림과 서양명화 (윤철규 지음, 마로니에북스 펴냄, 378쪽, 1만8000원) 걸작〈모나리자〉가 그려질 때, 우리나라에서는 누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었을까? 이런 궁금증에서 시작한 이 책은 동시대에 그려진 동서양의 그림을 색다른 관점에서 분석했다. 보티첼리·다빈치·미켈란젤로·세잔·마네·모네 등 유명 서양화가와 함께 안견·정선·김홍도·신윤복·김정희 등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들이 등장한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같은 시대를 살아온 화가들의 공통점과 차이점, 시대적 배경들을 분석해보면서 보다 풍성한 미술사를 다시 만날 수 있게 해준다.
이기는 몸 (이동환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352쪽, 1만6000원) 일찍 자고 쉬었는데, 왜 다음날 일어나기 힘들고 피곤할까? 적게 먹고 운동하고 다이어트하는데 왜 살이 안 빠질까? 병에 걸리지 않고 오래 살려면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 할까? 코로나19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요즘, 저자는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우리 ‘몸’이라는 시스템을 제대로 알고, 원리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질병과 바이러스로부터 우리 몸을 지켜낼 수 있다고 말한다.
산만한 아이의 특별한 잠재력 (이슬기 지음, 길벗 펴냄, 276쪽, 1만4800원) 같은 말을 여러 번 해야 알아들을까 말까 하는 아이, 규칙을 자꾸 어겨 친구들하고도 잘 못 어울리는 아이, 여기저기 부딪혀 늘 멍투성이인 아이, 바로 산만한 아이다. 미국 정신과 의사 윌리엄 도슨에 따르면 이런 산만한 아이는 또래에 비해 부정적 언어를 평생 2만 번 이상 듣는다. 그러나 늘 지적만 받는 산만한 아이는 억울하다. 이 책은 아이의 산만함을 ‘고쳐야 할 것’이 아니라 ‘다뤄야 할 것’으로 접근해 이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에 주목할 수 있도록 했다.
특수교사 119 (원재연 지음, 에듀니티 펴냄, 280쪽, 1만7000원) 20여 년 동안 학생을 지도하며 수업자료 개발에 연구까지 열성으로 해온 특수교사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특수학급 운영 노하우를 한 권에 담았다. 수업은 기본이고 생활습관지도, 진로·직업지도에 행정업무까지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하는 특수교사들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특수교사들이 궁금해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집어내 속 시원히 답해준다.
어느 날 독일에 간 친구가 유학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말을 전해 왔다. 그래서 나는 친구가 돌아오기 전 그곳을 가보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다시는 그곳에 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급하게 겨울방학 시즌에 독일로 가는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탄 나는 독일 남부의 뮌헨에 도착해 약 1주일간 뮌헨, 퓌센, 뉘른베르크, 밤베르크, 로텐부르크 등 남부 독일의 유명 관광지를 둘러본 후, 친구가 사는 북독일의 킬(Kiel)이라는 곳으로 갔다. 그렇게 친구와 함께 보낸 북독일의 모습과 경관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킬(Kiel) - 북독일을 관통하는 운하의 도시 킬은 독일의 가장 북쪽에 해당하는 슐레스비히-홀슈타인(Schleswig-Holstein) 주의 주도이고, 인구 약 25만 명의 그리 크지 않은 도시이다. ‘슐레스비히-홀슈타인’이라는 긴 이름이 그리 낯설지 않은 사람이라면, 아마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인 이재성 선수가 현재 소속된 팀이 ‘홀슈타인 킬’이라는 것을 들어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킬이라는 도시는 독일 북부 발트해 연안에 위치한 항구도시이자, 유틀란트 반도를 가로지르는 킬 운하가 지나는 교통의 요지로서의 중요성이 더 크다. 킬 항구는 발트해 크루즈 선의 중간 기착지이며, 이곳에서 배를 타면 바다 건너 스칸디나비아 국가인 스웨덴의 예테보리, 노르웨이의 오슬로에 갈 수도 있다. 노르웨이의 피오르에 가보는 것이 꿈이었던 나는, 노르웨이로 향하는 크루즈 선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는 것으로 그 아쉬움을 달래 보았다. 세계지도를 보면 알 수 있지만, 독일 위에는 덴마크라는 국가가 있는데 덴마크가 위치한 땅은 북쪽을 향해 튀어나온 유틀란트 반도이다. 독일의 북동부와 북서부 사이에 이 반도가 위치하고 있어 두 지역의 물류를 위해 이 반도를 동서로 관통하는 운하가 바로 킬에서 시작한다. 처음엔 강인 줄 알았던 곳이 친구의 설명을 듣고 운하라는 것을 알고 나는 매우 놀랐다. 그것을 알고 배가 지나가는 모습을 다리 위에서 보니 운하의 선명한 모습이 나에게 다가왔다. 킬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친구의 기숙사에서 지내면서 내가 처음 당황한 것이 있다면 화장실 변기의 높이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한국 사람이라면 변기에 앉았을 때 발이 닿지도 않은 정도의 높이였는데,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평균 신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키가 189㎝로 큰 편인 나는 국내에서는 다른 사람의 키로 인해 시야가 가려지는 경험을 거의 하지 못했는데, 이곳에서는 길을 걸어가며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경험을 많이 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북독일 인근 덴마크와 네덜란드의 평균 신장이 1.83m 정도 된다고 하니 이 지역의 평균 신장도 비슷했을 것이다. 남부 독일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놀라운 경험이었다. 실제 독일 남부 지역은 라틴 민족의 영향을 많이 받아 북부 지역보다는 평균 신장이 작다. 뤼베크(Lübeck) - 한자동맹의 여왕 내가 뤼베크라는 도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중학생 때 미친 듯이 빠진 어떤 게임 덕분이었다. ‘대항해시대’라는 이름을 가진 이 게임은 15~16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유럽 여러 국가의 다양한 주인공이 배를 타고 전 세계를 누비는 게임이다. 나는 특히 네덜란드의 지도제작자 캐릭터를 많이 했었는데, 배를 타고 전 세계를 누비며 각종 지리정보를 모으고 다녔다. 이 게임을 통해 전 세계의 지도를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익히게 되었고, 나중에 고등학교에서 세계지리를 배울 때 세계지도를 다 알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도움 되는지 실감하게 되었다. 그 게임에는 배경이 되는 시대의 여러 도시가 등장했는데, 그때 본 도시 중 하나가 뤼베크였다. 그 도시가 어떤 특징을 가진 곳인지 몰랐지만, 그 이름을 기억했고, 이 기회에 직접 그곳에 가보게 된 것이다. 뤼베크는 ‘한자동맹의 여왕’이라고 불린 발트해의 교역 중심지였다. 한자동맹은 13~17세기에 독일 북쪽과 발트해 연안에 있는 여러 도시 사이에서 이루어졌던 상호교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연맹이다. 당시 발트해에서는 청어가 많이 잡혔는데, 뤼베크 시의 상인들은 청어의 가치를 일찍이 눈치챘다. 염장한 청어를 유통하며 뤼베크는 많은 부를 축적했고 이를 통해 한자동맹의 중심도시가 되었다. 염장을 위해 소금이 많이 필요했는데 뤼베크 남서부의 뤼네부르크(Lüneburg)의 암염 산지에서 공수한 소금을 창고에 보관했고, 도적으로부터 이를 방어하기 위해 도시를 둘러싸고 성을 쌓았다. 현재 뤼베크를 대표하는 홀슈텐 문은 그 성의 입구에 해당한다. 양쪽의 통통한 둥근 몸체가 인상적인 이 성문에는 ‘안으로는 화합, 밖으로는 평화’라는 의미의 CONCORDIA DOMI, FORIS PAX라는 글귀가 남아있다. 뤼베크의 구시가 전체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중세풍의 여러 건물과 오래된 범선은 과거의 영광을 보여주었다. 그중 특히 나에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마리엔 교회 벽 옆에 있던 악마의 동상이었다. 두 개의 뿔과 긴 턱수염, 그리고 꼬리를 가진 귀엽게 생긴 악마상이 교회 옆 벽에 있었는데, 여기에는 오랜 이야기가 있다. 술을 좋아하는 악마가 교회 건물이 술집인 줄 알고 건물 짓는 것을 도와주었는데, 나중에 교회인 것을 알고 건물을 다 부수려고 하니, 어느 시민이 주변에 술집을 다시 지어준다고 하여 부수려는 것을 참았다는 전설. 알고 보면 그다지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서 실소를 금할 수 없지만, 그런 스토리로 인해 작은 악마상에 더 큰 의미가 부여되고, 이를 통해 도시의 매력이 한층 더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쥘트(Sylt) -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내가 독일행 비행기를 예약하고 여행을 준비하면서, 친구에게 가장 추천할 만한 곳이 어딘지 물었더니 친구는 큰 고민 없이 ‘쥘트’라는 이름을 말했다. 흔히 우리는 독일이라면 베를린, 뮌헨, 쾰른 등 유명한 도시들을 떠올리는데 왜 이 생소한 이름을 말했냐고 물어보니, 자신이 독일에서 만난 지인들과 여름 휴가를 다녀왔는데 그 풍광이 끝내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과연 어떤 곳인지 한국에서부터 기대를 하고 있던 곳이 바로 쥘트였다. 쥘트는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주의 북서쪽에 있는 섬으로 독일의 최북단에 해당하는 곳이다. 남북 길이는 35km에 달하지만, 폭은 1km밖에 되지 않는 좁고 긴 섬으로 지리학 용어로는 사주(砂洲, sand bar)라고 부른다. 섬이지만 내륙과 기차로 연결되어 있었고, 우리는 후숨(Husum)이라는 도시에서 기차를 한 번 갈아타고 그리 어렵지 않게 쥘트 섬에 들어올 수 있었다. 유럽의 북쪽, 영국과 독일 사이의 바다를 북해라고 부르는데, 북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그대로 맞이하는 이 섬의 서쪽에는 모래 해안이 길게 뻗어있었다. 킬에서 이 섬으로 오는 기차를 타고 오며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낯설었다. 육지에서 섬에 오기까지 바다를 건너야 하는데, 창밖의 바다에는 풍력발전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이를 통해 이곳에는 바람이 많이 분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풍력발전기의 소음 및 환경 파괴의 이유로 바다 위에 풍력발전기를 짓는 경우가 세계적으로 많다는 것을 볼 수 있는 좋은 사례였다. 기차가 종착역에 도착한 후 우리의 눈에 역 앞에 있는 조형물이 들어왔다. 여러 거인상이 서 있는데, 바람이 얼마나 부는지 몸이 기울어 있었고 머리가 휘날리고 있었다. 이곳에 바람이 많이 분다는 것을 저런 조형물을 통해서 알려주는 것이 재미있었다. 역 주위에는 자전거 대여점이 많았는데, 우리도 자전거를 빌려서 섬을 둘러보기로 했다. 겨울이라 바람이 더 세게 불었지만, 자전거를 타고 둘러보는 이 섬의 매력은 대단했다. 갈대밭이 펼쳐지고, 드문드문 갈대로 만들 전통 가옥들이 있었다. 나는 그 풍경이 흡사 꿈속에서 보는 것 같아 연신 사진을 찍었다. 바닷가로 가니 바람은 더 강해졌고, 그 바람에 모래가 날리는 것이 눈에 보였다. 모래 해안 뒤로는 높이가 10m는 넘어가는 거대한 모래언덕이 있었는데, 그 언덕이 모두 바람에 날린 모래가 쌓인 사구(沙丘, sand dune) 지형이었다. 우리나라 충청남도 태안에 있는 신두리 해안사구가 같은 원리로 만들어졌는데, 이곳은 그 규모가 더욱 커서 눈에 잘 들어왔다. 자전거를 타고 가며 중간중간 보이는 하늘과 바다의 풍경은 독일에서 본 가장 강렬하면서도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플렌스부르크(Flensburg) - 독일과 덴마크의 경계 도시 플렌스부르크는 독일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 작은 도시로 덴마크와의 경계에 있다. 사진과 같이 시내 곳곳에 독일과 덴마크의 국기가 나란히 걸려있는 모습에서 이곳 가까이에 국경이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역에서 내린 우리는 플렌스부르크의 구시가지를 향해 천천히 걸었는데, 곧 바다와 항구가 보였다. 고풍스러운 배가 정박해 있는 항구의 모습에서 나는 평화로움을 느꼈다. 구시가지의 입구에는 오래된 성문이 있었다. 북문이라는 의미의 ‘Nordertor’라는 이름을 가진 이 문은 1595년에 지어졌다고 하며, 이 도시의 랜드마크이다. 그 문을 들어서면 플렌스부르크 구시가지의 메인 스트리트가 나오는데, 특이하게 길 중간중간 하늘을 보면 신발 여러 켤레가 걸려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나중에 찾아본 바로는 대학생들이 졸업 축하의 의미로 신발을 던져 걸던 것이 전통이 되어 이어졌다고 하는데, 나중에 플렌스부르크를 기억할 때 도시의 상징이라고 했던 북문보다 신발이 마구잡이로 걸려있는 그 모습이 먼저 떠올랐다. 구시가지의 오래된 집들과 골목들을 걷다 보니 다양한 물건을 파는 가게를 만날 수 있었다. 그중 우리는 럼주를 파는 가게에 들어갔다. 나는 대항해시대 게임을 통해 오랜 항해를 할 때나 해적들이 즐겨 마시는 술의 이름이 럼(rum)이었고 그것이 꽤 비싸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술의 생김새나 향 또는 맛을 알지는 못했다. 그랬던 내가 시음으로 나온 럼주를 마시곤 독한 맛에 깜짝 놀랐다. 사실 럼주는 사탕수수를 빚어서 만든 증류주로 도수가 매우 높은 술인데 최소 40도부터 시작한다고. 독일 북부는 사탕수수가 나오지도 않는데 이 술이 유명하다는 것 자체가 과거부터 교역을 많이 해왔다는 증거였다. 나는 기념으로 럼주를 한 병 사왔지만, 독한 맛이 떠올라 귀국 후에도 오랫동안 그 병을 따지 못했다. 독일은 ‘맥주순수령’이 있을 정도로 맥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나라이다. 독일 여행을 하는 동안 거의 매일 저녁 맥주를 사 마셨는데, 도시나 지역별로 다양한 맥주가 있어 단 하루도 같은 맥주를 마시지 않았을 정도였다. 대부분의 맥주가 가격도 저렴한데다 맛도 기가 막혔다. 나는 플렌스부르크에서 맥주 공장에 들렀다. 본래 계획에 없던 곳이었는데 기차역에 내리니 바로 인근에 ‘Flensburger’라는 맥주 공장이 있었고 견학하는 시설도 있어 가보기로 했다. 가볍게 둘러본 후 그 공장에서 막 생산된 6종의 맥주 세트를 샀고, 킬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맥주를 마셨다. 기차의 창밖으로 펼쳐지는 북독일 평원과 손에 쥐어진 갓 만든 맥주는 나를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여행자로 만들어 주었다. 에필로그 킬에 있는 친구의 자취방에서 숙식하며 지내는 동안, 하루는 친구의 후원자인 독일 아저씨의 집에 놀러 갔다. 때마침 그날은 아저씨 딸 산드라의 약혼 파티가 있었다. 멀리 한국에서 후원 학생의 친구가 왔다고 꼭 같이 불러오라고 하셨단다. 아주머니는 나에게 주기 위해 손수 뜬 빨간 목도리 선물을 만들어 놓으셨다. 돼지 뺨 고기로 만들었다는 주요리로 식사를 하고 축하주가 돌았다. 술을 곧잘 마시는 나에게 다들 다양한 와인과 맥주를 건네주시길래 주는 대로 받아마셨더니 나는 어느 순간 정신을 잃었다. 눈을 뜨니 다음 날 아침이었고 친구의 자취방이었다. 친구의 말을 빌리면 그날 저녁, 내가 그들과 같이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며 가관이었단다. 멀리 타국의 어느 가정 약혼 파티에서 동양의 처음 보는 남자가 와서 필름이 끊기는 순간이라니. 그때는 부끄러웠지만 지나고 보니 나는 보통 사람들이 쉽게 하기 힘든 엄청난 경험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독일에서 보았던 어떤 풍경보다 그들이 더 그립다. 내가 다시 독일에 간다면 그들을 만나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누군가 그랬다. 어딘가에 물건을 두고 오면 다시 그곳에 가지 않을 수도 있는데, 사람을 두고 오면 다시 가야만 한다고.
현재 지구인에게 검증된 경기를 살리는 방법은 크게 2가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입니다. 미 연준(Fed)은 금리를 2단계나 내렸습니다(굳이 예정에 없는 회의를 열어 더 극적으로 금리를 인하했다). 금리(이자율)가 내려가면 A씨는 대출을 받아 미용실을 개업합니다. B기업은 공장을 신설합니다. 그만큼 소비가 늘고 이는 곧 누군가의 소득으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우리는 또 부동산 열풍이 불 수 있어서 이렇게 기준금리를 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사실 더 내릴 금리도 거의 없다). 결국, 방법은 재정정책. 국가(정부)가 돈을 더 쓰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이 방법은 2가지 단점이 있습니다. 재정을 확대하려면 세금을 더 거둬야 하니 그게 그거라는 겁니다(Crowding-Out Effect). 틀린 말은 아닙니다. 정부 재정은 세금, 다시 말해 국민이나 기업의 주머니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재정을 확대하면 당장 가난한 곳에 돈이 들어가고, 세금은 나중에 부자가 더 내야 합니다(우리 급여생활자, 자영업자의 절반은 이미 1년에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그러니 재정지출이 늘면 중산층과 부자들의 부담이 커집니다. 반대로 시중에 돈을 풀기 위해 세금을 덜 거두면(감세) 부자나 대기업이 먼저 이익을 봅니다. 그런데 감세를 주장하는 분들은 이 말을 잘 안 합니다. 또 하나 단점, ‘재정건전성’이 훼손됩니다. 나라 곳간이 부실해집니다. 더이상 국민에게 세금을 거두기 어려운 정부는 국채를 발행해 돈을 꿔옵니다. 우리 후손들이 언젠가 갚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 국채를 누구에게 발행하는가를 살펴봐야 합니다(누가 우리에게 돈을 빌려주는가?). 정부 부채 이해하기 우리 일반부채(정부 빚)는 800조가량 됩니다(우리 정부의 한 해 예산이 500조 원가량 되니, 대한민국이라는 식당이 한 해 매출이 5억 원이라면 식당 운영을 위해 낸 빚이 8억 원 정도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부가 발행한 국채의 87.5%를 우리 기업이나 국민이 갖고 있습니다(2018 회계연도 일반정부 및 공공부문 부채 실적/기획재정부). 다시 말해 우리 정부가 10년, 20년 후에 우리 국민이나 기업에 빚을 갚는단 뜻입니다. 이는 1) 우리 기업이나 국민의 부가 정부에 돈을 잔뜩 빌려줄 만큼 매우 커졌다는 뜻이고, 2) 나중에 빚을 갚으면 그 돈이 다시 우리 국민과 기업에 돌아간다는 뜻입니다. 나랏빚(정부부채를 의미한다. 국민의 가계부채와 다른 개념이다)은 적을수록 좋습니다. 당연합니다. 하지만 전 세계 우리만큼 또는 우리보다 잘사는 나라(인구 5천만 명이 넘는 나라 중에는 다섯 나라밖에 없다) 대부분이 천문학적인 나랏빚을 각오하고 재정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형편이 넉넉해 재정을 확대하는 게 아닙니다. 독일이나 프랑스, 영국, 미국, 일본 모두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80%에서 200%(일본)를 넘습니다. 우리는 41% 정도입니다(사실 미국은 답이 있다. 달러를 찍어내면 된다). 올 1분기 우리 경제는 이미 -1.4%의 뒷걸음질을 쳤습니다. 만약 올해 우리 경제가 -1% 역성장을 한다고 가정합시다. 그것은 1) 우리 국민이 1년 우리 국토 안에서 100조를 소비하다가, 99조만 소비했다는 뜻입니다. 누군가의 소비는 누군가의 소득입니다. 2) 다시 말해 우리 소득이 100조였는데 99조로 줄었다는 뜻입니다. 이는 우리 국민 A 씨가 1년에 1억 원을 벌다가 소득이 5,000만 원으로 줄었다면, 누군가는 4,950만 원을 더 벌었다는 뜻입니다. B 씨가 1,000만 원을 벌다가 올해 직장을 잃어 한 푼도 못 벌었다면 누군가는 990만 원을 더 벌었다는 뜻입니다. 소득재분배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재난기본소득을 어떻게 줘야 할까? 세계 각국은 아주 간단한 방법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현금이나 바우처를 직접 국민에게 주는 겁니다. 논란은 ‘국민 모두에게 줄 것인가, 아니면 몹시 어려운 계층을 찾아 더 줄 것인가’로 요약됩니다. 당연히 어려운 계층에게 먼저, 또 많이 지급하면 좋습니다. 그런데 그 기준을 정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무급휴직으로 직장을 떠나야 하는 직원의 급여 80%를 정부가 석 달간 대신 지급하기로 했다고 가정한다면, 그 직원은 어디까지 포함할까요? 정규직? 무기계약직? 연봉 계약직? 파견직? 이 기준을 정하고 나면 이제 그 대상을 찾아야 합니다. 이것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영세 상인을 월 매출 1,200만 원 이하로 가정하고, 이들 사업자의 가족 종사원까지 1인당 50만 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다면, 일주일에 두세 번 와서 가게를 봐주는 큰형수님은 대상에 넣을까요, 말까요? 그 조사는 누가 어떻게 하나요? 가게주인이 가족 종사원이 7명이나 있다고 하면 어떡하죠? 그래서 나온 게 기본소득식 지원입니다. 일단 전 국민에게 다 지급하고, 나중에 세금을 다시 거두면 결국 고소득자는 지원받은 금액의 대부분, 중산층은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다시 내게 된다는 겁니다(세금은 비정한 세상을 건널 수 있는 위대하고 간단한 방법이다). 논란 끝에 우리도 4인 가족 100만 원 정도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이렇게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기본소득 논의의 시작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모든 국민에게 일정액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면 안 될까? 하는 고민이 전 세계적으로 시작됐습니다. 물론 막대한 예산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아동수당이나 어르신들 드리는 기초연금 같은 다른 복지수당을 모두 합쳐서, 기본소득으로 매월 모두에게 지급하자는 논의입니다. 가난한 사람, 중산층, 부자 가리지 않고 매월 일정액이 지급되는데, 이렇게 부자에게 지급된 돈은 물론 소득 구간별 과세로 다시 회수되는 구조입니다. 그 돈이 가난한 사람에게 긴급생활자금이 되고, 중산층에겐 여가나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입니다. 경제위기가 찾아왔습니다. 누군가는 또 넘어지고, 누군가는 또 낭떠러지에 설 것입니다. 국가는 소중한 재정을 어디에 얼마나 쓸지 결정해야 합니다. 위기는 격차를 더 키울 겁니다. ‘나라의 부가 어느 정도 커졌다면 국가가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나눠줄 수 있을까?’ 기본소득 논의는 이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멀고 먼 꿈일지라도.
6~7월 전국 산이나 공원에서 마치 공작새가 연분홍색 날개를 펼친 듯 화사한 꽃이 핀 나무를 볼 수 있다. 길이 3㎝ 정도의 붉은 명주실을 부채처럼 펼쳐 놓은 것 같기도 하다. 자귀나무다. 명주실처럼 가늘게 생긴 것은 자귀나무 수꽃의 수술이다. 이 수술이 25개 정도 모여 부채처럼 퍼져 있고, 각각의 끝에는 작은 구슬만 한 것이 보일 듯 말 듯 달려 있다. 윤후명의 중편소설 둔황의 사랑엔 ‘자귀나무 꽃빛의 홍조’라는 매혹적인 표현이 나온다. 필자가 찾은 자귀나무꽃에 대한 표현 중 단연 최고다. 소설 주인공인 ‘나’는 연극 연출가인 친구로부터 ‘둔황의 사랑’이라는 제목의 희곡을 써보라는 권유를 받는다. 신라 시대 혜초의 책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된 둔황 석굴을 배경으로, 혜초의 사랑과 구도의 길을 그리는 희곡을 써보라는 권유였다. 둔황은 베이징에서 서쪽으로 4,000km 떨어진, 사막 한가운데 있는 불교 유적지다. 소설 전개 과정에서 서역에서 건너온 것으로 알려진 고대 악기 공후 얘기가 나오고 있다. ‘나’는 주간지에 근무할 때 공후를 켰다는 노인을 취재하러 간 적이 있다. 세종문화회관 벽면에 새겨진 비천상 천녀가 가슴에 안고 있는 악기가 바로 공후다. 그러나 노인은 이미 사망한 후였고, 대신 그 손녀를 만나 할아버지한테 배웠다는 고조선의 노래 ‘공후인’을 듣는다. 자귀나무 꽃빛 홍조는 이 대목에서 나오고 있다. 소녀는 단정히 앞으로 손을 모으고 한 번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입을 벌렸다. 무슨 노래일까, 우리는 귀를 기울였다. (중략) 볼에 발그랗게 홍조를 띠고 있었는데, 첫소리가 나올 때, 그 긴장과 흥분을 말해 주듯 목청이 바르르 떨렸다. (중략) 작은 손수건을 미리 뒤로 동여맨 동그란 얼굴은 연두빛 블라우스 위에 마치 얹혀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뺨에는 자귀나무 꽃빛의 담홍색 홍조가 물들어 있었고, 코에는 땀방울이 송송 배어 나와 있었다. 그리고 입을 벌릴 때마다 가지런한 잇바디 사이로 나타나는 빨간 혀끝. (중략) 그리고 자귀나무 꽃빛의 홍조가 두 볼을 물들이고 떨리는 그 노랫소리가 새어 나왔다. 자귀나무꽃을 눈여겨본 사람이라면 그 홍조가 얼마나 예쁘면서도 자극적일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진분홍색에서 아래로 갈수록 밝은 미색으로 변해가는 꽃잎의 그러데이션(Gradation·한 색에서 다른 색으로 점진적으로 변해 가는 것)이 일품이다. 그 모습이 마치 붉은 명주실 실타래를 풀어낸 듯하다고 영어 이름이 비단나무(Silk Tree)다. 자귀나무는 어린 시절 고향의 야산이나 마을 입구 또는 집 마당에서 흔히 보아서 친근감을 주는 나무다. 꽃이 피면 엷게 퍼지는 향기도 맑고 싱그럽다. 꽃송이를 코끝에 가져가 보면 부드러운 감촉도 좋다. 서울 시내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는 아니지만, 청계천에도 몇 그루 심어놓았고, 경복궁 향원지 근처에도 꽃 색깔이 붉은색에 가까운 화려한 자귀나무들을 볼 수 있다. 자귀나무는 박범신 장편소설 소금에도 나오고 있다. 주인공이 여자친구 시우의 임신 사실을 아는 대목에 “달이 떴는지, 자귀나무 그림자가 창에 어른거리고 있었다. 밤이 되면 대칭을 이룬 잎사귀들이 오므라들어 포개지기 때문에 부부 금실을 상징하는 합환수(合歡樹)로 불리는 나무였다. 우희의 마지막 모습이 자귀나무에 겹쳐 떠올랐다”는 글이 있다. 작가가 자귀나무를 등장시킨 것은 주인공과 시우가 나중에 결합할 것이라는 복선을 깔아놓은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자귀나무는 밤이 오면 양쪽으로 마주 난 잎을 서로 맞댄다. 그래서 합환수(合歡樹), 합혼수(合婚樹), 야합수(夜合樹) 등 별칭을 갖고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신혼집 마당에 심어 부부 금실이 좋기를 기원했다. 소가 잎을 잘 먹는다고 소밥나무, 소쌀나무라고 부르는 지방도 있다. 자귀나무 잎이 붙은 현상을 수면운동이라고 부른다. 자귀나무가 수면운동을 하는 것은 낮에는 최대한 잎 면적을 넓혔다가, 밤에는 수분과 에너지 발산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한 전략이다. 가을에는 길이가 한 뼘쯤인 콩깍지 열매가 달린다. 이 열매가 바람이 불면 여자들 수다처럼 시끄럽다는 뜻으로, 자귀나무를 여설수(女舌樹)라고도 부른다. 꽃 색깔이 진분홍색이 아니라 노란색에 가까운 왕자귀나무도 있다. 왕자귀나무는 자귀나무보다 귀해서 어쩌다 보면 한번이라도 더 눈에 담고자 자주 뒤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주로 남부지방과 서해안에서 볼 수 있다. 자귀나무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 ‘잠자는 데 귀신 같다’에서 온 것이라는 견해, 자귀(나무 깎아 다듬는 연장의 하나)의 손잡이를 만드는 나무라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이동혁 풀꽃나무 칼럼니스트는 “잎의 수면운동에서 비롯한 것으로 추정되는 별칭 중 하나인 좌귀목(佐歸木)에서 유래한 이름”이라며 “좌귀목이 ‘좌귀나무’가 되었다가 지금의 자귀나무로 변한 것”이라고 했다. 윤후명(1946년생)은 시인으로 출발해 소설을 함께 썼고, 화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2003년 100여 가지의 꽃·나무에 얽힌 사연을 엮은 산문집 꽃-윤후명의 식물이야기를 펴내기도 했다. 이 책 ‘작가의 말’에서 그는 “꽃에 바친 시간은 참으로 길다. ‘태어나면서부터’라고 말하고 싶을 지경인데, 그럴 수 없으니 ‘철들면서부터’라고 말한다”고 했다. 그는 또 “꽃의 빛깔, 향기, 모습에 황홀하다”며 “아울러 생명의 신비에 몸을 떨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학창 시절 그는 문예반이 아닌 원예반 활동을 했고, 그의 꿈은 시인·소설가가 아닌 식물학자였다. 그래서인지 그의 소설 곳곳에는 꽃과 나무에 대한 내공을 느낄 수 있는 묘사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둔황의 사랑에서만 해도 ‘그녀(금옥)의 어머니는 두 눈이 겨우살이 열매처럼 빨갛게 익어 있었는데’, ‘산이스랏나무를 타고 칡덩굴의 새순이 길게 뻗고 있었다’, ‘시든 나팔꽃 같은 얼굴이 나를 쳐다보았다’와 같은 다양한 식물 표현들이 나오고 있다. 겨우살이는 다른 나무에 기생해 사는 나무로, 콩알만 한 연노란색 열매를 맺지만, 붉은색 열매를 맺는 겨우살이도 있다. 산이스랏나무(산이스라지)는 산앵두나무라고도 하는데 우리나라 각지의 낮은 산에서 자라는 나무다.
미래는 대체로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의 교육 방법은 여전히 남아 있을까?’, ‘인공지능이 우리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막연한 기대와 우려를 동반한다. 미래의 주역이 될 학생들과 미래 기술의 혁신과 적용을 연구하고 있는 대학교수와의 만남을 통해 미래 교육의 모습을 그려본다. 박정현 한국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의 사회로 열린 이번 좌담회에는 김병필 교수(KAIST 기술경영학부)와 차현진(인천 영종중 2), 황민기(서울 윤중중 2), 김규리(경기 이매중 1) 학생이 각각 참여했다. 박정현 한국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이하 사회)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죠. 수업도 온라인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어떻게들 지내시나요? 김규리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하게 돼, 무척 설레고 기대도 많이 됐는데, 한 번도 학교에 가지 못해서 아쉬워요. 예쁜 교복도 맞췄는데 집에서만 입어보고, 속상해요. 차현진 우리 학교는 구글 행아웃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쌍방향으로 선생님과 친구 얼굴을 만나고 있는데 컴퓨터와 웹캠을 미리 준비해서 문제는 없었어요. 황민기 우리는 EBS 온라인 클래스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영상 수업을 듣고 선생님께서 제시해주시는 과제를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사회 온라인 개학이 낯설긴 하지만 각 학교에서 잘 준비되고 있군요. 교수님, 대학도 온라인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죠? 중학교와는 다른 모습일 것 같은데요. 김병필 네, 대학에서도 수업과 회의가 모두 온라인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요. 교수님들에 따라서 다르긴 한데, 연구실에서 강의를 촬영해 업로드하시는 분도 있고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토론 형태의 수업을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사회 오늘 우리가 함께 이야기 나눠 볼 첫 주제가 바로 ‘AI’입니다. ‘인공지능’을 학생 여러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황민기 인간과 닮아가는 기계라고 생각해요. 인간이 가진 능력과 생각을 할 수 있는 기계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이러한 것이 바로 인공지능인 것 같아요. 차현진 저도 비슷하게 생각하는데요. 사람처럼 배우고, 생각할 수 있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이 인공지능이라고 생각해요. 김규리 사람들의 일을 도와주는 기계가 인공지능 아닐까요. 그래도 인간의 고유 영역은 있을 거 같고요. 김병필 네, 거의 정확하게 맞췄어요. 사실 인공지능을 뭐라고 정의하기는 어렵습니다. 100명의 학자가 있으면 100개의 저마다 다른 정의가 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래도 공통적인 부분을 뽑아보면 여러분이 말한 것처럼 ‘사람처럼 배우고 판단하는 기계’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사람처럼’이라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보면 또 복잡해지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지?’, ‘사람과 똑같다’라고 하는데 사람과 같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깊이 들어가면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됩니다. 크게 두 가지 정도의 기준을 세워볼 수 있는데요. 우선,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는 것, 다음으로 ‘논리적인 근거를 갖는다’를 사람의 판단과 사고 과정으로 설정하고 여기에 얼마나 닮았는가를 봅니다. 사회자 조금 재미있는 상상을 해볼까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미래의 기계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차현진 ‘내가 모르는 것을 바로 알려주는 선생님 기계’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포털사이트에 궁금한 것을 묻지만 제대로 된 답을 얻기는 어렵거든요. 모르고 있는 부분을 정확히 찾아주는 기계가 있었으면 공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김병필 2016년 한국기술정보원에서 ‘EXO 브레인’이라는 장치를 만든 적이 있어요, 퀴즈 대회에 나가 우승하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는데요. 미국 IBM의 왓슨은 훨씬 이전에 우승하기도 했죠. 참 똑똑해 보이는 기계들인데 아직은 한계가 있어요. EXO 브레인이나 왓슨의 공통점은 아주 짧은 키워드를 답하는 문제에서는 압도적인 능력을 보여줬지만 긴 사고 과정을 처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죠. 질문이 무슨 질문인지를 이해하고, 가장 가까운 답을 찾는 것이 핵심적인 기술이에요. 사회 그런 기계가 나오면 선생님도 사라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김병필 많은 분이 그런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지식 전달보다는 안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에 선생님의 역할은 더욱 커집니다. 황민기 저는 사람의 생각을 글로 표현해줄 수 있는 기계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몇 개의 키워드만 주면 알아서 의도에 맞게 글을 써줄 수 있는 그런 기계를 생각해봤어요. 김병필 새로운 생각이 더해지는 것,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 이상의 것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에 대해 많은 과학자가 연구하고 있어요. ‘인간하고 같은 수준 아니 인간 수준을 넘어가는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죠. 슈퍼 인텔리전스라고 하는데요. 현재 학자들은 ‘2080년 정도에 가능할 것이다’라는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50년 전에는 ‘불가능하다’로 봤기 때문에 기술 발전의 속도에 따라 훨씬 단축될 수도 있어요.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은 먼저 배워서 새로운 것을 접목했을 때 가능한 것이죠. 예를 들어, 휴대용 컴퓨터와 전화기를 결합하여 스마트폰을 만든 것처럼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을 수 있어요. 세상에 있는 것을 다양하게 조합하는 것을 새로운 것으로 본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들이에요. 김규리 저는 미녀와 야수에 등장하는 ‘말하는 옷장’이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어떤 옷을 입을지 정해주고 입혀까지 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김병필 규리가 아주 중요한 인공지능의 핵심을 찾아주었어요. 바로 ‘빅데이터’와 관련한 것인데요. 사람들이 요즘 어떤 옷을 선호하고 있는지, 오늘 날씨에는 어떤 옷이 좋을지, 평상시에 입던 옷이나 선호하는 색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추천해주는 것이죠. 이렇게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하는 과정이 인공지능에 있어 정말 중요한 기술이 됩니다. 사회 이제 주제를 학교로 옮겨 보겠습니다. 미래의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요? 황민기 학교라는 공간이 오프라인에서 없어지지 않을까요? 홀로그램, VR 같은 방식으로 집에서도 함께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차현진 저는 생각이 좀 다른데요. 학교는 있을 거예요. 집에서 학습에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학교의 의미는 공부가 전부가 아닌, 사람을 만나는 공간이기 때문에 기술로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학교는 ‘가장 처음 만나는 사회’라는 말처럼 직접 만나서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많아요. 김병필 재미있는 질문을 하나 해볼게요. 홀로그램으로 출석하는 것처럼 모습을 바꾼다면 어떨까요? 자신의 실제 모습으로 해야 할까요? 황민기 결국 인간의 정신과 실체는 분리되고 정신만 남지 않을까요? 차현진 그렇게 되면 자기 자신에 대한 애정이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 돼요. 김규리 저는 자신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조금 바꾸는 것은 괜찮을 것 같아요. 더 예쁘게 꾸밀 수도 있고요. 사회 굉장히 철학적이고 어려운 문제일 수 있겠는데요. 과연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가? 정신인가, 아니면 가상으로 만들어진 존재인가? 긴 시간을 두고 고민을 해볼 문제인데요. 이러한 가상현실이 학교에도 많은 영향을 주겠죠? 김병필 가상현실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기업이 페이스북인데요. 가상현실 기술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요. 학습에 대한 패러다임도 바뀔 텐데요. 학교에서의 수업도 이러한 기술들을 적용할 수 있을 거예요. 사회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는데요. 여러분의 꿈과 인공지능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차현진 저는 법률 전문가가 되고 싶은데 걱정이에요.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다고 해서 이 꿈을 계속 갖고 있어야 하나 여쭤보고 싶었어요. 김병필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영국의 직물공장이 생겼을 때 많은 사람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노동자 수는 줄지 않고 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고용이 더 늘었어요. 법률가 역시 마찬가지예요.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인공지능이 처리할 수는 있지만, 사람이 판단해야 할 부분이 훨씬 많거든요.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고 할 수 있어요. 꿈을 버리지 말고 저처럼 인공지능과 법률의 관계에 대해 고민해보면 좋을 거 같아요. 황민기 저는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았는데 오늘 말씀을 들으면서 인공지능 개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병필 저도 초등학교 때 프로그래밍을 처음 배웠어요. 간단한 내용을 입력하는데도 엄청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지금은 굉장히 짧은 연산만으로도 처리가 가능해졌어요. 이 모든 것이 빅데이터에 관한 처리로 가능해졌는데, 민기도 이러한 분야를 공부해 본다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김규리 저는 원래 어린아이들을 좋아해서, 아픈 아이들이 없도록 소아과 의사가 되고 싶어요. 그런데 인공지능이 사람들의 병을 모두 고치면 의사라는 직업도 없어지는 건 아닌가요? 김병필 왓슨이라는 의료용 인공지능이 있어요. 한때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었고 우리나라 병원에서도 도입했었는데, 한계가 있어 철수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진단에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의사라는 직업을 대체할 수는 없을 거예요. ‘인간을 대체하는 기술보다는 인간을 보조하는 기술로 방향이 늘고 있다’라는 이야기 기억나죠? 사람들이 실수하는 부분을 인공지능이 줄여주면서 그만큼 더 많은 에너지를 환자 치료에 쏟을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바뀔 겁니다. 사회 교수님 말씀처럼 지금 여러분이 가진 꿈을 잘 키워가고,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가며 더 의미 있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네요. 긴 시간 함께 이야기 나눠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끝으로 교수님께 당부해주고 싶으신 말씀 부탁드릴게요. 김병필 어린 학생들이라 쉽게 설명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이렇게 깊이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어요. 동시에 우리 미래는 굉장히 밝다는 확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미래의 인공지능 때문에 ‘나의 공부와 노력이 쓸모없어질 거다’라는 생각은 위험해요. 지금 우리가 배우는 것들을 인공지능이 모두 대체할 수 없어요.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빨리 변하고 있지는 않다는 걸 기억하며,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상상하며 공부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겁니다.
‘대한민국’의 가운데 두 글자를 딴 한민고등학교는 직업 특성상 이동이 잦은 군인 자녀에게 안정된 교육여건을, 경기도 지역 학생에게 더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2014년 개교해, ‘올바른 국가관과 인성을 갖춘 창의적 인재 양성’이라는 건학이념을 바탕으로 짧은 시간 안에 명문고로 성장했다. 한민고는 전국단위 군인 자녀 70%, 경기도 일반 학생 30%로 구성돼, 전교생이 체계적인 일과에 따라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인문사회·과학·예체능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어, 자사고나 특목고라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파주지역 일반계 고등학교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개교 당시부터 한민고는 교육활동이 학생 중심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구성했다. 동아리나 소모임 등은 물론, 학생들이 문·이과 구분 없이 자율적으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고교학점제 선도학교, 사회교과중점학교, 발명에 관심 있는 학생을 위한 지식재산일반 교과 선도학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위한 학교 시설도 최고 수준으로 갖췄다. 기숙사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 와이파이 사용이 가능해 학생들은 노트북을 활용해 수업에 참여한다. 또한, 400석 규모의 도서관,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한 1,200석의 면학실, 교과별 특성에 맞춘 교과교실이 구성돼 있다. 운동장, 체육관, 간이수영장, 풋살장, 테니스장은 물론 기숙사에는 헬스장이 마련돼 체력단련을 할 수 있으며, 매점, 미용실, 이발소, 휴대전화 사용이 불가함에 따라 스마트 영상 공중전화 등 학생을 배려한 생활환경이 구축돼 있다. 이 외에도 교과간 창의융합수업, 인문사회·과학 주제연구, 1인 2기 핀조인 활동 등으로, 대학 진학률이 매년 높아지고 있으며,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올바른 국가관의 바탕인 자기주도학습 한민고는 ‘올바른 국가관’을 위해 어떤 교육을 지향해야 하는지를 두고 교사들이 여러 차례 논의했다. 그 해답으로 찾은 것이 자기주도학습이었다. 모든 학교 교육이 학생 주도적으로 운영된다면, 창의력을 갖춘 리더로 성장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올바른 국가관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고 본 것이다. 자기주도학습 능력 향상을 위한 부분은 학교 일과표에서도 나타난다.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만큼 시간을 체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진행된다. 학생들은 평일, 주말 모두 오전 6시부터 일과를 시작한다.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아침 체력단련, 수업, 방과후학습, 동아리, 체육활동 등이 시간, 요일별로 구성돼 있다. 김형중 교감은 “학교이면서 가정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일과가 다소 빠듯하게 운영될 수는 있지만,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며 “학생들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적응하며 주도적, 주체적인 능력을 키워나간다”고 말했다. 동아리로 배우는 나라 사랑 정신 한민고의 설립이념과 건학이념을 가장 잘 나타내는 부분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 알 수 있다. 2016년부터 한민고가 유일하게 하고 있는 ‘6·25 참전용사 자서전’은 동아리 ‘한새미로’가 중심이 되어 매년 6월 25일 즈음 발간되고 있다. 언론, 정치외교, 사회복지 등에 관심 있는 학생 5명이 팀을 이뤄 2개월간 참전용사를 만나 직접 인터뷰를 하고, 그 내용을 함께 정리한다. 학생들은 참전용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희생정신을 잊을 수 없다는 감상문을 남기기도 했다. 올해는 지금까지 펴낸 자서전을 묶어 정식 단행본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사관학교나 경찰대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로 구성된 JROTC도 한민고에서 최초로 만들어졌다. 가장 큰 규모의 동아리로, 체력 검정은 물론, 지원동기나 포부, 희망 진로 등을 살펴 학년별로 30명씩 선발한다. 한민고의 색을 가장 잘 드러내는 동아리인 만큼, 신입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많으며, 다른 학교에서도 벤치마킹해 10여 개교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 동아리가 추구하는 핵심은 ‘리더’다. 이를 위해 걸맞은 체력과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예비역 중령이 강의하는 리더십 교육, 군부대와 협조해 3박 4일간의 나라 사랑 국토순례 캠프가 진행된다. 학생들은 마일즈 장비를 활용한 생존 훈련, 천안함 등 역사현장 방문을 통해 리더십과 협력, 나라 사랑 정신을 키운다. 이 외에도 3·1절, 8·15 광복절, 호국보훈의 달 등 역사 관련 행사와 위안부 피해자 돕기 배지를 만들어 판매하는 등 학생들이 자발적인 소모임을 구성해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창의성 키우는 학술제와 융합수업 한민고가 자기주도학습 능력 다음으로 중시하는 것이 ‘창의적 역량’이다. 이 역시 학생 주도적으로 이뤄지며,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한민학술제와 창의융합수업이다. 한민학술제는 인문사회, 과학 등 진로 특성에 맞게 학생들이 주제를 정해 연구하며, 결과물을 소논문 형태로 만들어 발표한다. 심도 있고 수준 높은 주제가 많아, 대학교수들도 놀라워했다고 한다. 특히, 소논문을 요약한 포스터는 학교 로비에 전시돼 모든 학생이 공유하며, 발표를 듣고 난 후 생각이나 질의응답 등을 ‘비평문’으로 정리한다는 점에서 학술제의 차별성이 드러났다. 이창목 교무부장은 “대입에서 이런 활동을 어필할 수 없다는 점이 교사로서는 속상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창의력 발전을 위해서는 필요하기에 매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4년 개교 첫해부터 시작된 1학년 창의융합수업에서도 그 역량이 나타난다. 주제에 대해 각 교과 교사가 교과별로 설명하고, 학생들은 그를 토대로 연구하며, 창의융합대회에서 결과물을 발표한다. 이를 토대로 만들어진 창의융합 교실, 허생전을 파하다라는 단행본은 독특한 소제목에서부터 허생전을 이렇게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할 수 있었나 하는 놀라움을 자아냈다. 졸업생이 말하는 한민고의 저력 다양한 교육과정이 보여주는 한민고의 교육 성과는 졸업생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종종 학교에 방문하는 졸업생들은 “고등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대학에서 많은 도움이 된다”, “사관학교 생활은 마치 한민고 4학년인 것 같다”는 말을 한다고. 몇몇 졸업생 중에는 학생 주도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소프트웨어 활용 역량이 뛰어났던 한 학생은 영상 편집 기술 등을 활용해 학교 홍보물을 만들었으며, 대학에는 진학하지 않았지만, 재능을 활용해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우주항공 분야에 관심이 있던 또 다른 학생은 ‘우주선 연감’을 만들어 대학에 진학했다. 우주선의 역사를 담은 연감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학생은 방학 때 미국, 러시아 등에 관련 기관을 방문해 자료를 수집해 책으로 엮었다고 한다. 동아리 ‘걸어다니는 한민생태도감’도 자랑거리다. 학교 내 양서류 서식장 등 주변 생태를 연구해 자료로 만들어 파주시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생태교육을 동아리 학생들이 직접 지도한다. 생명과학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박재혁 대외협력부장은 “학생들이 선생님들을 괴롭힐 정도다. 학업은 물론, 각자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연구하고 싶어 자율동아리를 만드는 등 주도적이다. ‘공부해라’라는 말을 해본 적이 없다”며 즐거운 고충을 이야기했다. 한민고는 어느덧 개교 7년 차에 접어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는 잠시 학생들의 활기가 줄었지만, 교실 곳곳에서는 온라인 수업으로 학생들을 만나는 교사들의 교육열이 느껴졌으며, 앞으로 어떤 학교로 발전할 수 있을지 기대되기도 했다. 금일철 교장은 “잘하는 학생을 좋은 대학에 진학하도록 지도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우수한 인재를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지를 학교가 고민하고, 책임져야 한다”며 “사교육 없이 상생하는 리더를 키울 수 있는 공교육의 새로운 모델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