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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에듀테크 관련 법령 정비하고 클라우드 공공플랫폼 개발도 학생 개별 피드백 시간 늘려야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코로나19 사태는 전통적인 면대면(面對面) 수업 방식에 전환점을 불러왔다. 등교 개학 연기로 시작됐던 온라인 원격수업이 걱정과는 달리 수많은 학교들이 성공적인 운영을 자랑하면서 ‘K-방역’처럼 한국형 원격수업인 ‘K-클래스’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에듀테크가 IT강국인 대한민국의 교육과 미래에 새로운 과업이 된 것이다. 온라인 수업과 관련해 원격교육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한국형 원격교육 및 에듀테크 산업의 중장기 발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한국형 원격교육 중장기 정책방향 토론회’가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마련했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이은상 서울 창덕여중 교사는 ‘현장의 원격교육 경험과 미래학교 확산을 위한 제언’에 대해 발표했다. 2015년부터 서울시교육청 지정 미래학교 연구학교로 운영되고 있는 창덕여중은 코로나19보다 한발 앞서 유비쿼터스 학습환경을 구축한 학교다. 학교 전 구역에 무선인터넷 환경이 마련돼 있으며 태블릿PC, 스마트폰, 아이패드 등 학생당 1기기를 보유하고 있는 수준이다. 이 교사는 “우리 학교는 블랜디드 러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학습플랫폼에 접속해 다양한 기록을 남기면 교사가 피드백하고 부족한 부분은 재도전하는 게 어느 정도 일상화 됐다”며 “예전에는 수업 준비시간보다 수업을 실행하는 시간이 많았다면 지금은 준비시간이 늘어나고 학생 개별 피드백 시간이 월등히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에듀테크는 단순히 학교로 들어오면 끝인 것이 아니라 왜 필요한지, 교사들은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교육과정과 학교문화, 학습환경 등 총체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종합적인 작업”이라며 “교사의 교육과정 상 자율권은 어디까지인지, 출결과 평가는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등 관련 법령을 정비해 적극적인 활동을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형 원격교육 발전 전략’에 대해 발제한 황대준 성균관대 교수는 “미래 교육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의 장점을 각각 녹여서 구현할 수 있다면 여러 가지 혁신적인 사례들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기술발전과 교육환경의 변화에 따른 유연한 통합교육환경 구축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이를 위해 민간-정부-공공기관 및 교육 이해 당사자 간의 적극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민간이 참여하는 한국형 클라우드 공공플랫폼을 개발을 제안했다. ‘에듀테크 산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제언’을 주제로 발표한 임재환 유비온 대표는 “앞으로는 학교에 결정권과 예산을 충분히 주고 자율적으로 하도록 할 경우 오히려 에듀테크 생태계를 둘러싼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의 경험이 목표보다 앞당겨졌는데, 생각보다 많은 선생님들이 획기적인 결과를 낸 것이 그 증거라는 것이다. 임 대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업무 자동화로 교사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학생들에게만 쏟을 수 있게 되는 것이 우리가 말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에듀테크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고경욱 경기 신성고 교사는 “최근 몇 달 간의 원격교육을 뒤돌아보면 교육현장에 새로운 틀과 도구의 혁신적인 도입이라는 두드러진 변화가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내용적인 면에서는 기존의 전통적인 지식전달 위주의 교육방식이 원격수업이라는 틀로만 변환돼 전달되는 형태가 대다수였다”고 짚었다. 그는 “앞으로 교사들의 역할은 학습결과에 대한 개별 피드백 및 학생들이 원하는 지식과 탐구 방법을 안내하는 조언자로서의 능력을 길러야 한다”며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지식을 재구성하고 자신의 관심 분야를 확장시켜 나갈 수 있도록 수업의 패러다임 또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전북교총(회장 이기종)은 10일 미래농업포럼(이사장 이귀재)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지역 및 광역네트워크 체계를 구축, 협력기관의 지속적이고 성공적인 발전을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측은 △미래농업발전을 위한 산학연 전문가 교류 및 협력 △학교현장에 농생명관련 콘텐츠 및 프로그램 협력 △학교와 교육활동에 필요한 업무 지원 △교총 회원의 복지증진과 힐링 프로그램 지원 △기타 양 기관의 발전을 위해 상호 협력하게 된다. 전북교총 이기종 회장은 “이번 미래농업포럼과의 협력을 통해 학교현장에 농생명 관련 콘텐츠와 프로그램 개발․보급으로 교육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농업포럼 이귀재 이사장은 “학교현장에서 미래농업 발전을 위해 산학연 교류를 강화하고 교육활동에 필요한 업무 지원에 적극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미래농업포럼은 농생명산업의 위상 정립을 위해 산·학·연·관의 긴밀한 협력, 전문가 집단의 미래 농업발전 방향성 정립을 위한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논의를 하는 단체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전북교총(회장 이기종)은 9일 원광대 전주한방병원(병원장 송용선)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교총 회원가족의 건강 증진과 복지 향상을 위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원광대 전주한방병원은 한방종합병원과 양방을 동시에 개설한 한·양방 협진병원으로, 이번 협약을 통해 교육가족을 대상으로 차별화된 원스톱 진료서비스 및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원광대 전주한방병원 송용선 병원장은 ”교육가족 등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북교총 이기종 회장은 ”교총 회원들의 건강한 삶과 복지 향상 및 의료복지 혜택 제공을 위해 이번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앞으로도 회원들에게 폭 넓고 다양한 복지 혜택이 제공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말이면 가까운 숲으로 갑니다. 해가 산허리를 넘어서면 배낭에 물통과 빵 한 조각을 넣고 복실이 간식도 몇 개 챙겨 집을 나섭니다. 산자락에 사는 덕에 금방 무학산 완월공원을 지나 산불초소에 도착합니다. 벤치에 앉아 신발을 벗어 넣고 맨발로 천천히 산을 오릅니다. 비가 내려 찐득하고 붉은 흙이 발가락 사이로 비집고 올라옵니다. 등산로를 천천히 걸으며 온몸으로 산의 기운을 느낍니다. 푸른 차나무와 꽝꽝나무, 산벚꽃나무, 상수리나무, 밤나무가 반깁니다. 소나무의 넘실거리는 붉은 줄기가 용비늘처럼 같습니다. 숲 친구들과 웃으며 눈인사를 나눕니다. 숲은 하얀 때죽나무꽃으로 장식하고 저를 반깁니다. 별처럼 하얗게 빛나는 그네들을 만나는 산길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합니다. 하얗게 빛나는 별 모양의 꽃들이 은하수처럼 흩뿌려져 있습니다. 밟고 지나기에 너무 아깝습니다. 우수수 밤하늘의 별들이 떨어지면 저 모양일까요? 그런데 무심한 사람들이 밑창이 두꺼운 등산화로 으깨어 밟습니다. 하얀 꽃송이들이 안타까워 자리를 뜨지 못하고 혼자 동동거립니다.^^ 이 좋은 시간을 함께하는 벗이 둘 있습니다. 첫째 벗은 아파트에서 지내다 주말만 애타게 기다리는 우리 집‘복실이’입니다. 몇 년 전 어느 낚시점에 버려진 녀석을 남편이 데려왔습니다. 또 한 명의 벗은 무학산 지킴이 ‘백구’입니다. 소문으로는 산 근처에 살던 주인이 이사면서 두고 갔다는 진돗개 혼종입니다. 이 녀석은 매일 산불초소 옆에 앉아 있습니다. 순둥순둥하고 착한 백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매일 물과 음식을 가져다줍니다. 산 입구에 다다르면 우리 집 복실이의 소리를 듣고 백구가 번개처럼 다가와 인사하며 놉니다. 그러고는 약수터까지 오르는 길에 벗이 되어 줍니다.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는 복실이와 다르게 험한 길에는 넘어질세라 제 옆에서 기다리고 가끔은 천천히 함께 발을 맞추어 갑니다. 얼마나 점잖고 멋진지 저는‘백구파’가 되어버렸습니다. 천천히 살아있는 대지의 기운을 느끼며 때죽나무꽃이 종소리를 내고 별처럼 뿌려진 길로 걸으면 제 옆에서 두 벗은 점잖게 혹은 간살맞게 발을 맞춥니다. 대한민국 맨발학교 교장 권택환 교수는 자연에서 길러지는 지능을 자연 지능이라고 말합니다. 컴퓨터나 교실 환경 등 제한되고 밀폐된 환경을 떠나 자연을 접해봄으로써, 스스로 길러지는 사색의 힘입니다. 자연지능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우치고 우리가 자연을 일부임을 느끼고 회복하는 일이라 말합니다. 그 말에 동의합니다. 주말이 가까워졌습니다. 산언저리에 앉아 기다릴 벗과 매일매일 제 등산배낭만 바라보는 또 한 명의 벗과 산을 오를 것입니다. 제 맨발에 숲과 땅과 바람의 영혼이 깃드는 시간입니다. 『자연지능』 권택한 지음, 북크크, 2020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기에 경기 여주 금당초(교장 김경순)에서는 급식활동 중 안전한 거리두기 실천을 위해서 급식실 바닥에 거리두기 표지판을 설치하고, 효율적인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어 많은 교육가족의 호응을 얻고 있다. 거리두기 안전 표지판을 이용한 심정택 학생은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바라보았는 데 표지판의 의미를 알고 이용해 보니 서로 겹치지 않고 거리두기를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하였고, 다른 학교에 없는 시설을 우리가 처음으로 만들어 이용한다는 데 대하여 자부심을 느낀다고 하였다. 이러한 제안은 급식실 박미선 주무관의 제안과 코로나19 안전 담당자인 보건 교사와의 협업으로 이루어져 금당초가 지향하고 있는 세종처럼 생각하고 실천하여 자기만의 생각을 만드는 금당 교육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금당초는 세종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생생지락의 집현전 교육으로 다가오는 4차산업시대에 어울리는 미래형 인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의문형 학습 문제 제시와 자기만의 생각을 정하여 수업에 참여하는 해피 아이 학습법, 자기 생각과 도전 경험을 말하는 다사리 모임, 자연과 어울리는 곤충사육장, 승마를 통해 배우는 전통 24반 무예의 방과후 활동으로 2017년과 2018년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경기도 우수교육과정으로 선정되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학교방역 대표교원들과 원격 간담회에 앞서 영상으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서울시교육청은 대원·영훈국제중에 대해 특성화중 지정 취소 결정을 내렸다. 해당 학교들은 “폐지를 위한 억지 평가”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그동안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국제중을 폐지시키겠’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10일 시교육청은 특성화중 운영성과 평가결과 기자회견을 열고 관내 국제중에 해당하는 대원·영훈국제중 두 곳 모두 재지정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만큼 청문 등 지정 취소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시교육청은 9일 특성화중 이들 두 학교와 서울체육중에 대한 지정·운영위원회 심의를 열고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서울체육중은 특성화중 지위를 유지했다. 시교육청은 지정 취소 절차에 들어가는 학교에 대해 청문 절차를 거친 뒤 교육부에 지정 취소 동의를 신청할 예정이다. 교육부가 동의할 경우 해당 학교들은 2021학년도부터 일반중학교로 전환되지만 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은 졸업 때까지 특성화중 학생 신분을 유지하게 된다. 일반중 전환이 확정되는 학교는 별도의 재정을 지원받을 수 있다. 학교가 희망하면 ‘세계시민교육 특별지원학교’ 등으로 우선 선정해 최대 3억 원의 예산 지원이 가능하다. 이번 평가에서 청문 대상이 된 두 학교에 대해 시교육청은 “운영상의 문제 뿐 아니라 학교 교육과정 운영에서 학사 관련 법령 및 지침을 위반해 감사처분을 받은 것이 감점 요인”이라고 밝혔다. 특히 국제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노력, 교육격차 해소 노력이 저조한 점은 지정 취소의 주요 이유로 작용했다. 또 이들 학교는 의무교육 단계인 중학교에서 연간 평균 1000만 원 이상의 학비를 부과함에도 불구하고 ‘학생 1인당 기본적 교육활동비’와 ‘사회통합 전형(기회균등전형) 대상자 1인당 재정지원 정도’ 등에서도 저조한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해당 학교들은 ‘탈락을 위한 평가’라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실제 이번 평가에서 기준 점수는 종전 60점에서70점으로 상향 조정됐고,감사 지적사항 감점은 5점에서 10점으로 늘어났다. 정성평가 또한 증가했다. 갑자기 상향된 기준 점수와평가 항목 변경으로 인해 학교는 속수무책이었다는 것이다. 조 교육감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국제중의 일반중 전환에 대해 여러 차례 거론해온 것도 이 같은 ‘폐지 수순’을 뒷받침한다는 반응이다. 조 교육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중학교 의무교육 단계에서 국제중은 모든 학생에게 균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하고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며 “소위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 특성화된 학교 체제가 필요한지 수없이 자문해 봤지만, 그 필요성을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국제중의 존재는 지정 목적과 달리 일반학교 위의 학교 체제로 인식돼 이를 위한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 부모의 경제력이 의무교육 단계의 우리 학생들을 분리하고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학교는 조 교육감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정치적 목적’이 다분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그리고 해당 처분 취소를 요청하는 행정소송도 제기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들 학교는 11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교육청은 정치적 논리 속에 국제중 취소를 위한 방안만 만들어냈다”며 “소송 등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조승래 국회의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공동 주최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포스트 코로나19시대, 한국형 원격교육 중장기 정책 방향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9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포스트 코로나19시대, 한국형 원격교육 중장기 정책 방향 토론회'가 열리기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앞줄 왼쪽 네번째)을 비롯한 주요내빈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한국형 원격교육 중장기 정책 방향 토론회'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9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한국형 원격교육 중장기 정책 방향 토론회'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 윤영덕 의원이 9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한국형 원격교육 중장기 정책 방향 토론회'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 박정 의원이 9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한국형 원격교육 중장기 정책 방향 토론회'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 서동용 의원이 9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한국형 원격교육 중장기 정책 방향 토론회'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9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한국형 원격교육 중장기 정책 방향 토론회'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
올해 우리 반에는 특별한 아이가 하나 있었다. 조금 생소하긴 하지만 어찌 보면 지극히 평범할 수도 있는 아이, 바로 탈북 학생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북한 출생은 아니지만 북한 사람인 어머니가 중국으로 탈북하고 거기서 만난 조선족 아버지와 함께 낳은 아이라서 법적으로 탈북 학생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정민(가명)이는 남학생으로 중국에서 태어나 다섯 살까지 살다가 우리나라에 온 탈북민이었다. 외모는 한국인과 전혀 다른 점이 없었고 우리말도 잘했다. 단지 글자를 잘 쓰지 못했고 학업 성적이 많이 낮았다. 그 외에는 다른 학생과 다를 바가 없었다. 어쨌든 탈북 학생을 처음 만나 조금 긴장되었는데 교감 선생님의 전화가 왔다. “김 선생님, 학급에 탈북 학생이 하나 있지요? 그 학생이 탈북민인 걸 다른 학생들이 절대로 알게 해서는 안 됩니다. 어머니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어요.” 그 말을 듣자 긴장이 더욱 커졌다. 마치 대단한 특수임무를 맡은 기분이었다. 어쨌거나 엄청난 비밀유지와 보안을 요하는 일이 하필이면 내게 떨어진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누구를 원망할 일도 아니었다. 우려했던 일은 없었다. 학생들은 늘 정민이를 자신과 똑같은 한국인이라고 생각했다. 교우관계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학부모 상담주간이 되어 다른 어머니들과 달리 상담 신청에 묵묵부답이었던 정민이 어머니께 먼저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정민이 담임입니다. 정민이 어머니 되시죠?”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며 정민이의 학습 상황에 대하여 말씀을 드렸다. “그런데 정민이 기초 학력 평가 결과가 조금 낮게 나왔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방과 후에 공부를 좀 하면 어떨까 해서요.” 기초 학습 부진 학생은 방과 후에 학습 코치를 받을 수 있어 거기에 참가하면 좋겠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어머니의 반응이 예상 밖이었다. “정민이는 초등학교 졸업하면 중국에 다시 와서 살까도 생각합니다. 그래서 별로 공부 못해도 신경 안 씁니다.” 억센 북한 지방 억양으로 그런 말을 들으니 조금은 두렵기도 하고 당황스러웠다. 몇 번을 간곡하게 보충 학습이 필요하다고 설득하였으나 어머니는 완고했다. 결국 내가 두 손을 들어야 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며칠 후 다문화 학생 대상 대학생 멘토링 공문을 받았다. 정민이에게 좋은 기회다 싶어 알아보고 있는데 정민이 작년 담임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대학생 멘토링, 저도 작년에 참 좋아 보여서 신청하려고 전화드렸는데 결국 거절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자 지난번 전화에서 보충 학습을 거절당한 일이 떠올랐다. 그때는 ‘나머지 공부’ 같아서 싫다는 말에 결국 지고 말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나는 솔직히 약간 오기가 생겼다. ‘그래, 이번에는 꼭 설득을 하고야 말겠어!’ 두려움과 망설임을 누르고 다시 전화기를 들었다. 그런데 정민이 어머니는 몸이 불편한 아버지 대신에 외지 직장에 머물며 특히 야간에 일을 많이 하시는 형편이라 낮에는 전화가 잘 안 될 때가 많았다. 결국 퇴근 시간을 한참 넘겨 연결이 되었다. 이번에도 처음은 비슷했다. “선생님, 저는 다른 아이 안 하는 특별한 것을 정민이한테 시키고 싶지 않아요.” 그러나 나는 이번에는 지지 않았다. 마치 중요한 시험처럼 예상 질문과 답변을 작성해 옆에 놔두고 보면서 통화를 이어갔다. 전날 교육청 담당자에게 전화해 대학생 멘토링의 장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이다. “정민 어머님, 이건 나머지 공부가 아닙니다. 보통 학생들도 학원 다니고 과외 많이 합니다. 돈을 많이 주면서 대학생 과외를 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런데 이건 그렇게 좋은 대학생 과외를 학교에서 더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하는 거예요. 돈 주고도 배울 것을 공짜로 하니 얼마나 좋은 기회입니까?” 길고 끈질긴 설득 끝에 마침내 동의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마음을 열기 위해 진심 어린 상담을 이어가다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선생님, 선생님이 우리 정민이를 위해 정말 많이 수고해주시고 제 입장을 잘 이해해주시니까 드리는 말씀인데요.” 원래 탈북민이고 소득이 많지 않아 정민이네는 기초수급대상자에 해당되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중국에서 들어온 정민이 아버지가 복잡한 사정으로 인해 불법체류자 신분이 되어 신청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고심 끝에 어머니는 아버지와 서류상 이혼을 결심하고 정민이에게 어머니의 성을 따르게 했다는 것이다. 즉 아버지와 함께 살고 부부 사이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불법체류자인 아버지 때문에 지원을 하나도 못 받고 남들처럼 아버지의 성을 따르지도 못해 답답함과 억울함이 크다고 했다. 그리고 이제까지 학교에서 각종 혜택이나 신청을 권하면 혹시라도 아버지의 신분이 탄로날까 두려워 모두 거절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뭔가 퍼즐이 연결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탈북민이라는 사실을 절대로 알리고 싶지 않았구나! “저를 믿고 어려운 말씀 해주셨으니, 반드시 기대에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대학생 멘토링이 시작되었고 뒤이어 한국교육개발원에서 탈북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상담 공문이 왔다. 이번에는 조금 홀가분한 마음으로 전화기를 들었다. 지난번 통화 이후 신뢰 관계가 좋아진 정민이 어머니는 나를 믿고 정민이의 상담에 흔쾌히 동의를 했고 전문 상담사가 정민이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나도 무언가를 해야 했다. 해마다 학생들과 책 쓰기 동아리를 하며 학생들의 책을 만들어왔기에 올해는 정민이와 함께하리라 마음먹었다. 어머니의 동의를 얻어 정민이를 책쓰기 동아리에 넣고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정민이가 싫어했고 어려움도 많았다. 또래 남자애들처럼 활동적인 정민이는 방과 후에 동아리 활동하는 것도 싫고 글쓰기도 죽기보다 싫다고 했다. 나는 그런 정민이를 설득하며 책에 재미를 붙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법을 썼다. 만화책을 좋아해서 만화책을 구해다 주고, 만화책으로 인해 책을 조금 더 친숙하게 생각하게 되자 글밥이 적고 재미가 있는 ‘윔피키드’,‘39층 나무집’ 같은 책을 추천했다. 그러면서도 계속 동시집을 같이 읽혔고 동시 쓰기에 대한 것도 가르쳤다. 물론 예산을 편성하여 정민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최대한 많이 사주며 즐거운 경험을 늘리도록 했다. 중국 태생인 정민이 입맛에 맞는 가지밥을 먹으러 가기도 했다. “시라는 게 특별하고 대단한 게 아냐. 그냥 평소에 늘 보고 듣고 느끼는 것에 ‘번쩍님’만 오면 그게 시가 되는 거야.” 문학적 창작 영감을 나는 ‘번쩍님’이라고 했고 그 말이 재미있다고 생각한 다른 아이들처럼 정민이도 차츰 시의 재미에 물들어갔다. 그리하여 정민이와 함께 우리 반 아이들과 일 년 동안 써온 작품을 모아 책을 만들기로 했다. 올해는 인성교육 중에서도 특히 효도에 관한 것을 교육하여 그에 관한 시를 써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기 때문에 효도 작품집으로 결정했다. 결국 우리 반 작품집 『효도, 어디까지 해 봤니?』를 출간하게 되었다. “김 선생님, 아이들이 너무나 자랑스러운 일을 해냈으니 내가 직접 격려를 좀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교장 선생님은 우리 반 아이들을 교장실로 불러 직접 책을 건네주시고 준비한 간식도 나눠주셨다. 그러면서 아이들 작품을 하나하나 낭송하게 하시고는 여러분이 작가라고,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셨다. 아이들은 교장 선생님의 칭찬을 받고 부푼 마음에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걱정과 두려움으로 맞았던 탈북 학생, 그러나 정민이와 함께하면서 내가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소중한 비밀을 지켜주며 내가 할 수 있는 테두리 안에서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것. 그리고 그 비밀이 만든 보물이 여기에 있다. 작은 노력이지만 교사로서 해야 할 일을 했고 그 결과로 아이들에게 기쁨을 주었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하다. 그리고 정민이 덕분에 내년에도 해야 할 일이 생겼다. 바로 우리 반 책을 또 만드는 것이다. ----------------------------------------------------------------------------------------------------------------- 2020 교단수기 공모 - 은상 수상 소감 다산 선생의 가르침을 따라 할 일을 하겠습니다. 감사한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우선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모든 것인 정민이를 비롯하여 소중한 비밀을 주신 정민이 어머니, 아들이 철없는 불혹이 된 것도 못 보고 가신 나의 어머니, 그리고 책 만든다고 밤을 샐 때마다 지치지도 않고 야식을 만들어주는 고마운 아내, 눈에 넣기에는 좀 큰 두 딸, 인생의 은사이신 서울교대 이재승 교수님, 대구교대 양선규 교수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안타까운 것은 코로나 때문에 주인공인 정민이도 아직 만날 수 없어 기쁜 소식을 전하기만 하고 작은 보답도 하지 못해서 가슴에 빚이 남은 것입니다. 이렇게 목이 빠지게 기다릴 줄 몰랐던 개학이 오면 정민이를 찾아가서 “네 덕분에 쌤이 큰 상을 탔다!”며 꼭 안아주고 싶은데 그때도 사회적 거리로 2미터 떨어져야 하면 어떡하나요? 마스크 안 쓰고 가지밥도 같이 먹을 수 있을까요? 그런 날이 과연 오기나 할까요? 가난한 사람의 가난하고 초라한 글이 큰 상으로 돌아와 부끄럽기 그지없지만 길고긴 교직 생애에 다시없을 기쁨이자 크나큰 격려라고 생각하며 고맙게 받겠습니다. 늘 해오던 일인데다 살신성인을 보여주시는 위대한 선생님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상까지 타니 정말 과분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이 상을 받을 때 우리 대구 출신 세계적인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상을 휩쓰는 쾌거까지 같이 겹쳤으니 대구가 이렇게 대단한 곳임을 세계에 드러내는 데 저도 한 몫 한 것 맞겠죠? 앞으로도 또다른 ‘정민이’를 수없이 만날 것이고 제가 할 일도 비슷할 것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만든 책이 쌓여가면서 계속 이 길을 가겠다고 다짐을 합니다. 거기에 이 상으로 더 큰 힘을 불어넣어 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제자들과 함께 책 만들고 글쓰고 기뻐하며, 그렇게 초당의 다산 선생을 따라 걷겠습니다.
녹음도 지치면 타오르는 불길이 된다. 오월과 칠월 사이에 있는 유월은 돌, 개천 이끼가 그렇듯이 비렁마다 찬연한 옥색 융단으로 깊은 부드러움을 느끼게 한다. 서산에 해가 한 발이나 남았다. 길어진 산 그림자는 산을 내려와 논밭을 덮고 노을을 물감처럼 흘린다. 나지막한 산길을 도는 짧은 산책길에 산 밭이 나온다. 수국은 흐드러지게 유월 속에 합창을 하고 수수한 웃음 흘리는 감자꽃과 다섯 장의 꽃잎을 펼친 찔레꽃이 소담스럽다. 여름으로 들어서는 이때 많은 여름꽃을 본다. 그리움이 묻힌 접시꽃, 화려한 양귀비꽃, 앙증스러운 망초꽃, 코끝을 훔쳐 현기증을 일으키게 하는 밤꽃, 치자꽃 등이 있다. 모든 꽃에 다양한 사연이 있겠지만 한걸음 느리게 살펴보면 아픔과 슬픔의 사연이 있는 꽃도 많다. 그 사연을 대표하는 유월의 꽃이 감자꽃과 찔레꽃이 아닌가 한다. 감자꽃의 꽃말은 ‘당신을 따르겠습니다’이다. 감자는 춘궁기 때 허기를 달래주는 구황작물이었다. 감자가 알이 들고 바람 따라 보리가 물결을 이뤄 누렇게 익어갈 즈음을 보릿고개라고 불렀다. 먹거리가 귀했던 시절 아이들은 가끔 학교 갔다 돌아오는 길에 보리 목을 꺾어다가 그슬려 먹기도 했다. 불김이 스쳐 간 통통한 햇보리 알이 씹히던 그 맛을 어찌 알 수 있을까? 옷이랑 입에 검댕이 칠을 해 돌아와 어머니에게 야단맞던 기억도 아련하다. 하지만 알이 굵어가는 감자밭은 손을 대지 못했다. 감자꽃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순수함이 있다. 엷은 꽃잎은 새색시 같은 수줍음이 묻어나고 꽃술의 아련함은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잔잔한 햇살이 저녁노을을 타고 감자밭에 머무르는 시각 꽃은 더 환해진다. 꽃은 언제나 감성에 젖게 하고 마음을 넉넉하게 한다. 감자꽃과 더불어 유월의 꽃은 비탈진 언덕과 돌무더기 사이에 피는 찔레꽃이다. 은은한 향과 더불어 그 새순의 맛은 배고픈 시절 어머니 손맛이지만 따끔한 가시를 숨기고 있다.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배고픈 날 가만히 따먹었다오/엄마 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 찔레꽃 이란 노랫말의 일부이다. 찔레꽃을 흔히 들장미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산야 어느 곳에서나 피어나는 꽃이다. 장미가 정원과 온실에서 순탄하게 피어나는 꽃이라면, 찔레꽃은 비바람과 뙤약볕을 받으며 어느 곳이든지 가리지 않고 흙내음과 바람 속에서 순백의 꽃을 피운다. 녹색이 짙어가는 오뉴월 천지의 산야가 심심하지 않게 녹색에 지치지 않도록 우리의 눈을 환하게 밝혀주고 향기롭게 해주는 꽃이 찔레꽃이다. 찔레꽃을 자세히 살펴본다. 작지도 않은 다섯 장의 순백의 꽃잎을 펼쳐 질박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꽃은 유난히 흰색을 좋아하는 우리 민족의 정서와 잘 어물리는 토종 꽃이다. 바람에 실려 오는 진한 향기 따라가다 보면 틀림없는 그 근원은 찔레꽃이다.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 가난했던 시절 찔레꽃은 아름다움이나 향기를 탐하기엔 배고픔이 더 절박해서 어린 찔레순을 꺾어 먹던 슬픈 기억으로 남아 있는 꽃이다. 봄과 여름의 징검 달인 유월, 진초록을 향해 달음질하는 계절이지만 짙은 초록의 물결 속을 살펴보면 천만 가지의 초록으로 넘실거리고 있다. 번데기를 벗고 막 기어 나온 듯 햇빛 속에 꿈틀거리는 붉은 기운이 섞인 연둣빛이 있는가 하면, 어떤 것은 파릇파릇, 푸르므레, 푸르초롬, 푸르스레, 프르딩딩하게 제각각 초록의 경연을 펼친다. 산색은 온통 초록 잎새의 향연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럴 때 산길을 걷노라면 새소리도 초록에 맞는 음색으로 화답을 하고 녹색 바람도 신바람의 물결을 이룬다. 조용한 화음이 넘치는 조화로운 유월의 숲속에서 거머쥐려고 발버둥 치는 우리의 모습을 보며 인간의 교양 수준은 자연보다 훨씬 뒤떨어짐을 알게 된다. 우리는 자연의 일상 속에서 어느 것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늘 거슬리려 애를 쓴다. 해거름에 나선 발걸음은 개구리 울음소리를 뒤로한다. 감자꽃, 짤레 꽃은 언제나 단아한 모양새로 시골 처녀 같은 천진하고 아리잠직한 모습을 지녔다. 유월의 노을이 내리는 마을 둘레길 오후의 풍경은 빗살무늬 토기처럼 호젓하다. 우리는 행복을 원한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 머무를 수 없는 찰나이다. 감자꽃, 찔레꽃 또한 잠깐 피었다 돌아가는 모습으로 보는 이에게 짧은 행복과 감동을 줄 뿐이다. 바람은 꽃향기의 길이고 꽃향기는 그리움의 길이다. 부드럽고 조용한 유월, 감자꽃 찔레꽃의 수순함이 모든 이의 마음을 덮었으면 좋겠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에 대한 담론이 한창이다. 코로나의 충격으로 사회 변화는 예측하기 힘든 상황으로 가고 있다. 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교사와 학생이 마주 보고하던 교육 형태가 흔들리고 있다. 인터넷으로 원격 수업을 진행하는 비대면 수업이 더 많아진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등교 개학이 어려워졌다. 이때 등장한 것이 온라인 교육이다. 온라인 교육은 생소했다. 교사나 학생이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도 많았다. 그런데 기우였다. 학생과 교사가 잘 적응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도 학교 시간에 맞춰 수업하고 있다. 활동 결과물을 제출하고 평가도 한다. 채팅방을 통해 실시간으로 질문을 하고, 답이 온다. 교실에서 부끄러워하던 아이들은 오히려 질문을 자유롭게 하며 수업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디지털 기술과 콘텐츠에 대한 경험이 많다. 교사들은 온라인 수업을 위해 동영상을 제작하거나 미디어 활용을 하는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가 높다. 학생들도 교육방송에서 학습 경험을 했기 때문에 수업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학습 속도에서 차이가 오고, 집중력이 떨어져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들도 있다. 이 문제도 콘텐츠를 흥미롭게 꾸며 동기 유발을 한다면 차츰 해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 방역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것처럼, 교육 분야에서 탁월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여기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교육 당국은 아직도 곰팡내 나는 20세기의 잣대로 교육 현장을 통제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교사의 유튜버 겸직이 논란이 되었다. 세상의 모든 지식이 유튜브로 모이고 있는데, 교육부는 교사의 유튜브 활동을 제지하였다. 다행히 교사의 겸직을 마지못해 허락했지만, 그 역시 조건부 허용으로 씁쓸한 부분이 많다. 경기도 내 학교는 카톡, 사설 메일 사용이 불가능하다.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와의 소통·교류·공유 등을 위하여 이용이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 개별적으로 사용 신청을 받아야 한다. 차단 이유는 중요 업무자료가 유출되는 보안사고 예방을 위해서다. 이는 교사를 정보유출의 예비 범법자로 취급하는 격이다. 학교는 와이파이도 안 된다. 이 역시 같은 이유이다. 수업은 수시로 인터넷과 접속이 필요하다. 특별실에만 설치된 와이파이는 전교생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디지털 시대에도 학교는 사이버 세상과 차단되어 있다. 보안사고 예방 등은 연수로 가능하다. 음주 운전 등을 막는다고 개인 차량으로 출퇴근을 불허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교사들은 최고의 윤리성과 책무성을 지닌다. 교사를 믿고, 외부세계와 관계를 자유롭게 열어 줘야 한다. 학생 교육을 위해서도 그 길이 최선이다. 미래 교육에서는 리더십도 중요하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보듯이 강대국이라 믿었던 미국은 감염병 하나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부끄러운 나라로 전락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통령의 리더십이 신뢰를 주지 못한 결과다. 학교에서도 리더십은 교육의 효과를 좌우한다. 여전히 교장, 교감이 교사들을 연가나 조퇴를 불편하게 하고, 학사 운영에서 강압적인 횡포를 일삼는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은 과거의 모습에서 머물러 있게 된다. 미래 학교의 핵심 교육 내용은 친절, 겸손, 배려, 희생, 감사 등이 될 것이다. 이런 덕목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교육이다. 학교에서 지식을 배우는 것도 그것으로 사회에서 성공하려는 것도 이런 것을 성실하게 실천해서 얻는 결과여야 한다. 이런 교육을 위해서는 민주적인 학교 운영이 답이다. 교육은 결과만큼이나 과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상호존중과 수평적인 민주적인 소통의 과정이 있을 때 교육의 결과도 왜곡되지 않는다. 학교 조직이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지시로 움직인다면, 수업 문화는 바람직한 정착을 하지 못한다. 실제로 수업컨설팅을 가보면 선생님들이 수업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학교 문화 때문인 경우가 많다. 학교 문화가 경직되고 고압적이다 보니 수업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관리자의 시각으로 수업을 강조하다 보니 외부로 드러난 교사의 행위에만 초점을 둔다. 수업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관리자는 감시자로 느껴지고, 그들이 하는 충고 역시 불편하기만 하다. 결국, 수업을 강조하는 지시만 있을 뿐 창의적인 수업 문화는 생산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교사 개인 능력과 상관없이 수업은 어려워진다. 코로나19 사태로 급작스럽게 온라인 개학을 했다. 그 과정에 걱정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선생님들은 비교적 차분하게 인터넷 강의를 해냈다. 교육 당국과 현장의 관리자들이 지원하고, 담당 교사들이 사명과 헌신으로 몰입한 결과다. 교사들은 전문가다. 지원을 하면 얼마든지 가치와 목적에 맞는 큰 성과를 낸다. 미래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 역시 사람이다. 인공지능보다 사람이 해낼 것으로 믿는다. 예산을 들여 시스템을 갖추고, 랜선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학교의 리더인 관리자들은 자기 성찰을 통해 의식을 고양하고 학교의 큰 모습을 조망하는 능력이 있는 것처럼, 교사들 역시 시대의 문제를 고민하고 스스로 대처하고 성장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 연결보다 학교 구성원이 소통하고 공감하는 연결이 필요하다. 이들이 경험에서 얻은 지혜와 통찰력을 나눌 때 미래 교육에 장밋빛 전망이 보인다.
저는 현재 교육경력이 39년 6개월 된 고교 교장입니다. 1981년 3월에 신규교사로 발령받아 교직을 시작한 이후 주로 고등학교 교사와 교감, 교장 그리고 교육청의 장학사, 장학관으로 근무했습니다. 그동안 40년 전 초임교사 때의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학교에서 학급담임과 부장교사를 하면서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했습니다. 이후 장학사, 장학관 시절을 거쳐 학교 관리자인 교감, 교장 재직 시에도 학생·학부모·교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학교의 명품교육을 위한 학교경영 활동으로 바쁘게 생활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가는 학교마다 좋은 구성원들을 만나 원했던 교육철학을 펼칠 수 있었기에 그 점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매일 아침 일찍 학교에 나갔다가 학생들이 하교하고 교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후에 학교에서 퇴근하고 있습니다. 저는 오는 8월 말로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습니다. 퇴직을 앞두고 마지막 학기인 만큼 3월 신학기에 학생들과 희망차게 생활하면서 교직 생활을 의미 있게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예기치 않은 코로나 감염병으로 3월부터 학생들이 없는 가운데 지금까지 긴 시간이 흘러가고 말았습니다. 얼마 전 고3부터 개학을 시작했습니다. 이제 연차로 2학년, 1학년이 개학을 합니다. 그러나 3개 학년 전체가 학교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이 어려울 것 같아 걱정입니다. 학교에서 생활한다고 해도 코로나 감염 우려 때문에 교직원과 학생들과의 생활이 예민해 무척 불편하고 힘들 것 같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교직을 잘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이런 상황 속에서 잘 할 수 있을지 불안한 마음이 매우 큽니다. 또 매일 같이 나가던 학교를 나가지 못하게 되었을 때 저에게 닥쳐올 상실감, 좌절감 등 퇴직 후의 일상을 생각하니 심히 걱정되고 두렵습니다. 퇴직은 또 다른 시작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익숙한 생활에서의 단절, 갑작스러운 박탈감, 단절감, 상실감은 저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퇴직 후의 새로운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걱정이 많이 됩니다. 좋은 의견 있으시면 도움 주시기 바랍니다.(62세·남) 40여 년간의 긴 여정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삶의 시작을 목전에 둔 선생님의 감회가 어떠실까 상상해봅니다. 오랜 세월,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학생들과 함께 해 오셨으니 마치 습관처럼, 의식 없이, 자연스럽게, 안 하면 오히려 이상한 정도로 익숙하게 해왔던 일이었겠지요. 하루 중 대부분 해왔던 일들이 어느 순간 통째로 사라지고, 예기치 않게 텅 빈 시간들을 대면하게 될 때, 때로는 막막한 걱정과 불안이, 때로는 묵직한 상실감과 박탈감이, 때로는 깊은 외로움과 세상과의 단절감이 밀려올 수 있습니다. 이는 은퇴를 앞두었거나 은퇴를 한 후에 많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은퇴 후의 삶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지난 삶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남은 삶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맞이하면 좋을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인생 후반부의 방향키-지난 삶 돌아보기 은퇴 후, 즉 인생의 후반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인생의 전반부를 차분히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선생님의 글을 참조해 인생 후반부의 방향키를 잡는데 도움이 될 몇 가지 질문을 드려봅니다. 학생, 학부모, 교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좋은 구성원들과 교육철학을 펼쳐오며, 명품교육을 위해 학교 경영에 매진하였던 지난 교직생활은 선생님에게 어떤 가치와 의미를 지니며, 선생님의 어떠함을 말해주는 것일까요? 지난 교직생활을 돌아볼 때, 아쉬웠던 점이나 개선이 필요한 점은 무엇일까요? 교직생활을 하는 동안, 개인적인 삶에서 중요하지만 놓쳤던 주요 영역(가족 및 대인관계, 여가, 취미, 건강, 교직 관련 외의 자기계발 등)은 무엇일까요? 교직생활을 의미 있게 마무리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지난 삶 동안 개인적인 꿈은 무엇이었으며, 그 꿈은 이루어졌나요? 지난 인생 동안 성취하고 싶었지만 이루지 못했던 것은 무엇인가요? 그것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충분한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준비하셨다면, 어떠한 방해도 없는 조용한 장소에서 위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천천히 써 내려가 보십시오. 며칠이 걸려도 좋습니다. 충분한 여유를 갖고 작성해 보시고, 작성한 내용들을 천천히 읽어 내려가 보세요. 아마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입니다. ‘아하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나에게 이런 꿈이 있구나…’, ‘나는 이것을 잘 할 수 있구나…’, ‘이러한 부분을 놓치고, 하지 못했던 건 아쉽구나…’ 등 떠오르는 많은 생각들을 단초로 인생 후반부를 어떻게 살아갈지 설계하신다면, 인생 전반부보다 더 나은 인생 후반부를 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생 후반부 삶의 목적-의미와 가치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은퇴를 불안해하는 이유는 직업적 생활이 전부인 줄 생각하고 직업생활 중심의 제한된 삶을 사느라, 은퇴 후에 갑작스레 주어지는 여가에 당황해하고 어쩔 줄 몰라 하며, 급기야 외롭고, 무의미하며, 공허한 삶을 살게 되기 때문입니다. 은퇴 후의 삶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까요? 은퇴 후의 삶은 크게 두 가지 형태일 수 있겠습니다. 하나는 쉽고 편안한 쉼이 있는 삶일 수 있고, 또 다른 하나는 가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도전하고자 하는 삶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둘 다 일 수도 있겠지요. 성공한 각계 리더들의 후반부 삶을 지원하고 돕는 일에 매진한 밥 버포드(Bob Buford)는 그의 저서인 ‘하프타임’(Halftime)에서 ‘인생의 후반전은 직업적 성공을 넘어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밥 버포드의 견지처럼 은퇴 후에도 꾸준히 자신을 계발해 끊임없이 성장하며, 개인의 삶에서 이타적인 삶으로, 타인 및 지역사회의 문제에 기여하는 확장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은퇴 후의 삶에는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질 것입니다. 교직생활에 할애했던 많은 시간들이 줄어들면서 더 많은 시간적 여유가 생길 것입니다. 그 시간을 더이상 교직생활을 할 수 없는, 공허한 시간으로 보지 말고, 교직생활 동안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일, 중요하지만 놓쳤던 삶의 영역들을 재건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으로 보면 좋겠습니다. 인생의 전반부는 직업적 성공을 위해, 직업생활 중심의 삶을 살았다면, 인생의 후반부는 의미 있는 삶과 가치를 위해 살아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성공적인 인생 후반부를 위해 인생 후반부의 성공적인 삶을 위해서는 첫째, 지극히 평범한 일에 만족할 수 있는 마음의 변화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은퇴는 직업적 활동과 자신의 역량발휘를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전환하는 것입니다. 교직생활을 유지하고, 교직생활 속에서만 삶의 의미와 자기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교직생활 동안 발견했던 선생님의 가치와 열정을 떠올려 보시고, 그동안 쌓아온 선생님의 강점과 재능,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지역사회와 더 큰 세계를 위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영역에 도전해보시면 어떨까요? 그것은 꼭 경제적인 창출을 낳는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같은 목적과 뜻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조직을 결성해 지역사회에 인적자원들을 발굴하고 촉진하며 성장시키는 일이거나 지금까지 해왔던 일과 관련하여 후배 교사들을 지원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완전히 새로운 영역에서 봉사하는 일일 수도 있겠지요. 만일 선생님께서 교직생활 외의 취미나 여가생활로 꾸준히 계발해 온 영역이 있다면, 그것과 관련된 일들일 수도 있겠습니다. 둘째, 부부, 자녀, 손주, 가족, 친구 등 이전에 소홀했던 대인관계를 재건해보세요. 직장에서 업무에 관련한 대화상대를 찾는 것은 쉬울 수 있지만,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우정의 관계를 맺는 것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제 직장이 아닌 다른 공동체에서 인간적이고 개인적인 관계를 맺는데 집중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인생을 함께 할 친구가 있다는 것만큼 가슴 벅찬 감격과 축복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셋째, 건강을 위해 시간을 투자해보세요.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 누구나 알지만, 참 절감하기 어려운 말인 것 같습니다. 열심히 달려온 젊은 날을 떠올려 보면, 건강보다는 일에 무게를 두고 ‘바쁜 것만 끝나면…’, ‘이것만 이루고 나면…’ 등의 말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살피는 일은 미뤄 두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바쁘게 달려온 사람들일수록 은퇴 후에 급격히 저하된 체력과 건강상의 이상 징후들을 감지하면서 우울 및 불안을 호소하는 경우가 빈번하지요. 이것은 건강을 염려하고 건강에 집착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우리가 간과하기 쉬웠던, 건강한 삶이 주는 기쁨과 활기를 누려봐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넷째, 내려놓음을 연습해보세요. 지금까지 지도자의 자리에서 의지대로 역량을 발휘하고 성취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리더로서의 힘을 거둬들이고, 미완을 받아들이는 수용의 자세를 계발해야 하는 때인 것 같습니다. 최근의 발달심리학적 관점은 인간의 발달을 전 생애발달로 봅니다. 즉 과거에는 인간의 인지, 정서, 사회성 등에서의 발달이 성인기 이전까지로 국한된 것으로 봤다면 이제는 노년기까지 인간은 발달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단지, 무엇이 발달하고 무엇이 쇠퇴하느냐의 문제이지요.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제는 경쟁과 성취를 위해 모험하고 도전하던 것에서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에 도전하며, 삶의 지혜를 획득해가는 성장과 성숙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중 은퇴를 앞둔 시점에서 내려놓음과 수용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보화와도 같은 것입니다. 이제, 기꺼이, 새로운 희망과 도전으로 인생 후반부에 진입할 준비가 되셨을까요? 전반부보다 더 성공적인 후반부를 응원합니다.
대나무는 향이 없다. 곧고 속이 비어 허심탄회한 정서가 대나무의 향을 대신할 뿐. 그러기에 향 없는 향을 가진 대나무는 차와 가장 잘 어울리는 나무로 꼽힌다. 차 문화의 수도라 불리는 경상남도 진주. 그곳에 대나무마냥 향으로 차를 혼탁하게 하지 않는 찻집 ‘죽향’이 있다. 담담하고 맑은 ‘참사람’이 그리울 때면 찾고 싶은 곳. 차(茶)로 드는 길이라면 굳이 문이 없어도 되는, 바로 그곳. 세상 만물은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이치를 지니고 있다. 그 이치를 하나씩 추구해 들어가면 마침내 앎에 이른다. 그리하여 직접 몸으로 다가드는 수고로운 행이 있고 난 후에야 사물의 참된 모습을 밝혀 깨달을 수 있는 것들. 그것을 일러 격물치지(格物致知)라 했던가. 차를 아는 것도 그것과 같아서 ‘죽향’을 운영하고 있는 김형점(55)・김종규(59) 부부 내외의 행보는 언제나 이롭다. 청소년수련관이 자리하고 있는 옛 진주시청 건물 맞은편의 ‘죽향’.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고요하고 맑은 선방(禪房) 느낌의 차 문화 공간이 펼쳐진다. 계단을 사이에 두고 좌측은 대추자나 생강차와 같은 대용차실, 우측은 다도를 즐기거나 다구를 구입할 수 있는 ‘아정(雅亭)’이라는 공간으로 나뉜다. 이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윽하게 풍기는 차향과 다구들이 즐비해 있는 고졸한 멋에 압도당하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닐 터. 흡사 고대 유물 속을 들여다보는 듯 저 머나먼 세계의 신비한 기운이 감동으로 다가오던 것이다. 진주시민들은 물론 일찍이 전국의 내로라하는 재야인사들이 숱하게 몰려오던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김형점・김종규 부부 내외가 이곳에서 찻집을 시작한 지는 20년 세월이 훌쩍 넘었다. 지금이야 ‘죽향’의 사장 직함은 남편인 김종규 씨가, 죽향차문화 원장 직함은 부인인 김형점 씨가 맡고 있지만 애초에 시작은 김형점 씨로부터였다. 전생에 해온 일처럼 끌림 느껴 대학생 시절부터 대개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세련된 커피숍보다는 은은한 전통찻집을 드나들던 형점 씨였다. ‘전생에 내가 해온 일이구나’ 여겨질 만큼 생사 너머의 끌림이 있었던 것일까. 따로 배워 익히지 않아도 다식 만드는 법이며 찻물 내리는 것이 저절로 손에 익어 나오더란다. 결혼생활은 형점 씨를 차의 세계로 더욱 깊숙이 끌어당기는 계기가 된다. 현실에 안착하는 느낌이 들어 답답하기만 했던 시집살이. 밤에 홀로 차를 대하는 시간이야말로 유일한 도피처이자 낙이었다고 형점 씨는 말한다. 그러다 형점 씨는 녹차 한 잔을 들고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 차가 이렇게 맑고 경이로운 것이구나, 차 한 잔이 이리도 향기로울 수 있는 것이구나. 그때 형점 씨가 느낀 차에 대한 생각은 경이를 넘어 신이함에 가까운 것이었다. 전생에 해결되지 않은 것까지 다 해원되는 것 같은 그 느낌을 뭐라고 해야 하나. 세포 하나하나에 스미어 있는 모든 묵은 것들이 말끔히 씻겨 나가도록 울음을 쏟아낸 뒤, 형점 씨는 비로소 세상 참 살아볼 만한 거라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이 세상에 온 이유조차 모르고 살다가 죽는 것을 되풀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던가. 오는 곳도, 가는 곳도 분간 못한 채 오고 가야 하는 우매한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 이것은 당연한 일 같지만 인간에게 가장 큰 약점이자, 모순이며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형점 씨는 그 밤, 비로소 자신의 가야 할 길을 발견하게 된 셈이다. 그렇게 크게 비우고 크게 깨닫고 나서 소원하던 전통찻집 ‘죽향’이 탄생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형점 씨가 아침 이슬이자 햇살과 같은 것이라고 느꼈던 차 한 잔. 그리고 선의(善意)요 심오한 지혜이며, 무한한 진리이고, 동시에 끊임없이 탐색해야 할 비적(秘籍)인 그 차 한 잔은,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같이’ 해야 한다는 것을 거듭 알게 된다. 이때부터 남편 종규 씨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편승해 지금껏 함께 해오고 있다. 본래 대나무의 굵기는 죽순의 크기와 같아 죽순이 굵으면 대도 굵은 법이다. 형점 씨가 찻집을 열던 1997년 당시에는 세간의 전통차에 대한 관심은 그리 호락한 것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굶어 죽을 일 있냐”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차에 대한 고집 하나로 오랫동안 ‘죽향’이 진주의 명물이 될 수 있었던 데는, 애초 지고 나온 부부의 굵은 대 때문이었을 거라. 옛 사람들이 먹으로 대를 칠 때처럼 오래된 잎과 어린잎이 구별되고, 음과 양이 뒤섞인 그 오묘한 진리가 ‘죽향’을 일군 것이다. 형점 씨의 말대로 차에는 큰 에너지가 있어서 오롯이 믿을 수 있었던 것도 한 몫을 거들었으려나. 사실인즉 모든 물질에는 저마다 고유의 에너지가 있다. 성품이라 말할 수도 있는 참으로 깊고 오묘한 차의 그 에너지가 인연 따라 이루어져서 이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미묘함이 나오는 문이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고요하여 움직이지 않지만, 지구가 움직이는 것과 같은 거대한 힘을 지니고 있다 해야 할까. 차선일미 경지 승화…죽향차선법 “대저 차는 깊고 두터운 경지의 것이어서 미묘합니다. 그만큼 차 문화는 심오해서 평생 알아도 알 수 없어요. 차는 한 번 두 번 우려 마시며 내 삶을 되짚어보는 반추의 시간을 제공해 줍니다. 그 속에서 참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차는 도(道)입니다.” 형점 씨가 하는 죽향차선법은 행차(行茶)의 전 과정을 호흡과 일치시킨다. 안(眼)・이(耳)・비(鼻)・설(舌)・신(身)・의(意) 육근(六根)을 관찰 대상으로 삼아 일상을 초월로 이끌어내는 정념수행. 즉 일상에서 차 마시는 일을 참선으로 대입시켜 차선일미(茶禪一味)의 경지로 승화시킨 차의 행법이라고 볼 수 있다. 차를 마시는 사람치고 차와 선을 말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오늘날 음차인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산란한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해 마음이 공적(空寂)한 본체에 들어가는 것. 자신의 본체인 본성이 움직이기 전의 정정(定靜)의 정도를 깊이 수련하는 것이 이곳 ‘죽향’이 차를 대하는 자세인 것이다. 다시 말해 자기 조화의 도(道)를 안으로 닦는 것. 그리하여 차를 안다는 것은 선(善)도 아니고 악(惡)도 아니며, 생도 멸도 아닌 온갖 상대 세계가 끊어진 중도의 자리이자 공의 자리를 아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삼라만상과 내 마음속에 함께 존재하는 생명의 근원처. 자신의 본체이자 천지자연과 합일되는 이 자리야말로 누구든 회복하여야 할 숙명과 같은 것일 거라. 차 문화의 발상지 비봉루를 잇는 공간 하동의 차는 민족의 영산 지리산의 맛을 품고 있다. 산등성이에 심어진 차나무들도 은은한 향을 품은 찻잎을 키워낸다. 그러나 ‘차는 지리산 하동에서 나오고, 그 차를 마시는 곳은 진주’라는 얘기가 있다. 그만큼 진주의 차 문화는 아득하고 오래됐다. 현재에도 진주시청에 등록된 차인회만 28개, 미등록까지 합하면 50여 개의 차인회가 활동 중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차인들이 활동하는 차 문화 활성화 도시인 셈이다. 물론 진주가 차 문화의 발상지라는 말이 나온 데는 ‘비봉루(飛鳳樓)’의 역할이 크다. 비봉루는 비봉산 서쪽 기슭에 있는 누각으로, 1969년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진주차인회, 당시에는 진주차례회가 발족됐다. 그렇게 사천 다솔사의 최범술 선생과 진주의 박종환, 정명수, 김창문, 최규진 선생 등에 의해 결성된 진주차인회가 전국차인회의 시발점이 된 것이다. “음식은 육신을 살찌우고, 차는 정신을 살찌웁니다. 때문에 차는 귀족 중심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억지로 대중화하려고 하다 보면 차의 격(格)이 낮아집니다. 때문에 차 문화는 획일화가 아닌 다양성이 인정되어야 하는 거죠. 차를 마시는 사람의 나이와 연륜에 맞게 표현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차 맛은 정성이고, 차는 물처럼 부드러워야 한다. 기질적으로 좋은 차는 차를 모르는 사람이 마셔도 좋다. 그것이 좋은 차의 요건이다. 하여 부부는 차를 마시고 난 전과 후는 분명히 달라야 한다고 말한다. 본체의 마음으로 돌아가 보다 청정함을 지닐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것이 노동 음료이자 대중사교 음료인 커피와 다르게 휴식과 여여함을 찾을 수 있는 힐링 음료인 차 문화의 특징이란다. 한마디로 ‘죽향’을 알고자 한다면 문(門), 행(行), 득(得)의 길을 거쳐야 한다. 문이 있어서 들고, 행해서 얻는 것. 물론 그 과정에서 중정(中正)을 잃지 않는다는 천리원칙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차 자체가 삶이 되어버린 이곳 사람들처럼, 적당한 양의 차를 알맞게 우려 적당한 시간에 편안한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따라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죽향’은 그 깊은 철학을 토대로 비봉루에 이어 오랜 시간 동안 진주의 차 문화는 물론 문화예술의 중심에 있었다. 땅 위로 뻗은 가지 길이보다 땅 밑 뿌리가 깊은 차나무처럼 깊은 속을 지닌 찻집으로 말이다. 2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차는 차일 뿐이라고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게 된 것도 그 뿌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차를 더 깐깐하게 고집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죽향’이 차 문화계 대부분의 차인들이라면 다 아는 명소가 된 것만큼 부부에게 차는 이제 사유나 소통으로서의 것 이상의 의미가 됐다. 상대에게 차가 펼쳐지는 것을 아는 나이, ‘차 파는 늙은 매다옹’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물을 보는 데에서 시선을 넓혀 물이 지닌 본질과 본성, 생성은 물론 물의 본체적인 요건 모두를 알아볼 수 있는 나이. 다능취인하필주(茶能醉人何必酒), 차가 능히 사람을 취하게 할 수 있는데 하필 술이랴 / 서역향오불수화(書亦香吾不須花), 글이 역시 나를 향기롭게 만들 수 있는데 꼭 꽃을 탐하랴. 당나라 어느 시인의 시구마냥 넓고, 높고, 깊고, 고요한 차 한 잔이 그리워지면 진주에 가 볼 일이다. 거기, 연 따라 유유히 사는 차선(茶禪) ‘죽향’이 있을지니.
초여름으로 접어들었지만 코로나19의 기승은 여전하다. 고3, 고2에 이어 고1까지 등교했고 중학교와 초등학교 및 유치원도 속속 등교를 마무리하고 있다. 특히 대입을 목전에 둔 고3 학생들은 5월 20일에 등교해 벌써 4주차에 접어들고 있다. 학교 수업도 서서히 정상화 단계로 접어들면서 교실마다 마스크를 낀 선생님들의 열강으로 활기가 넘치고 있다. 그러나 고3의 경우 한 달 가까이 수업을 진행한 선생님들의 체력 저하에 따른 극도의 피로감으로 교과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집단 감염의 우려 때문에 철저한 방역지침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학생이나 교사 모두 교실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학생들도 하루 8시간 넘게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업을 듣는 것은 엄청난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지방의 한 고교에선 고3 학생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업을 듣다 실신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문제는 여름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방역 지침에 따라 에어컨 사용을 최소화하고 가동을 하더라도 창문을 열어야 한다. 1시간 수업에 흥건히 젖어 교사들은 교과지도, 생활지도, 진학지도에 각종 공문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방역업무까지 맡고 있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라 이해는 한다. 그렇지만 교사의 본질인 수업지도에 어려움을 느낄 만큼 피로가 누적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하는 것은 보통 고역이 아니다. 성능이 가장 좋은 KF94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업을 해 보니 온전히 한 시간을 마칠 수 없었다. 학생들에게 목소리 자체가 작게 들리는 것은 그렇다 쳐도 말할 때 내뱉은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지 못해 금방 숨이 차올랐다. 게다가 비말이 쌓이며 통과하지 못한 수분으로 입 주변이 흥건해졌다. KF80 마스크도 차이는 크지 않았다. 덴탈 마스크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고 비교적 호흡이 편한 천마스크를 쓰면 상황이 개선되기는 하지만 한 시간 수업만으로 천이 흠뻑 젖는 현상이 나타나 시간마다 교체할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천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그나마 피로도를 줄일 수 있지만 비말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고 몇 시간 수업을 하면 목소리가 쉬는 현상이 나타난다. 숨을 들이마실 때는 산소가 약 21%, 이산화탄소는 약 2.23% 정도다. 그런데 숨을 내뱉을 때는 산소가 17% 줄어들고 이산화탄소는 4%로 높아진다. 마스크를 쓰고 숨을 내쉴 때 이산화탄소가 제대로 배출되지 못해 농도가 3%가 넘으면 숨이 차고 4%를 넘기면 어지럼증이나 두통, 실신의 원인이 되고 10% 이상이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교사 건강권도 생각해야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면 원격수업처럼 수업 내용을 미리 제작해 방영하고 마무리 부분에서 학생들의 질문을 받는 방식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19가 완전히 사라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교육현장에서의 마스크 착용은 마치 옷을 입고 다녀야 하는 것처럼 일상이 될 것이다. 장기화에 대비해 수업 시간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강의를 진행하는 교사들의 건강권도 생각해야 한다. 마스크 강의로 피로가 누적되면 그만큼 학생 지도와 방역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교직 생활을 중학교에서 시작했고 고등학교에서도 근무한 적이 있어서 제자들이 모두 십대 청소년들이었다. 귀여운 중1부터 새침한 여고생들, 덩치가 크고 억센 남고생들까지 십대 초반부터 후반에 이르는 다양한 학생들을 지도했다. 그래서 마음속에 내 자식이 십대가 되면 그들을 가르쳤던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런데 건강상의 문제로 교직을 떠나 자식 교육에 전념하는 엄마가 돼보니 전심전력을 다하는데도 자녀 교육이 쉽지 않았다. 중1까지는 심성 곱고 성실한 아이여서 호흡이 척척 잘 맞았는데 사춘기가 되면서 부모에게 반감을 드러내고 남처럼 냉정하게 행동했다. 교직에 있을 때 수많은 사춘기 학생들을 가르쳤건만 엄마로서 사춘기 자식을 대하기가 그토록 힘들 줄이야…. 사춘기 시작단계의 제자들, 절정에 이르러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던 제자들, 그리고 끝단에서 숙연해진 제자들…. 사춘기 청소년들과 함께 한 세월이 얼만데, 내 자식 하나를 감당하지 못해 야단치고 다투면서 갈등하게 될 줄은 몰랐다. 자식에 대한 욕심·집착 때문 교사 출신 엄마로서 자녀 교육을 잘 할 것이라고 주변에서도 기대했고 본인 자신도 철석같이 믿었는데 현실은 너무도 달랐다. 자식의 돌변한 행동과 태도를 도저히 이해도 납득도 할 수 없었고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하고 서운해 하면서 훈계하고 다그쳤다. 그러나 이런 훈계는 아무런 소용도 없었고 오히려 갈등이 더욱 심화됐다. 원인이 무엇일까? 전적으로 자식의 태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부모가 자식에 대해 품어 왔던 욕심과 집착 때문일 것이다. ‘내 자식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 해’ 혹은 ‘엄마가 교사 출신인데 우리 아이의 행동이 반듯해야 하고 공부도 잘해야 하고’ 등 자식에 대한 높은 기준을 마음속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이가 사춘기가 돼 자기 주관이 생기고 독립을 갈구하며 간섭과 감시를 거부하면서 부모의 눈에 차지 않는 행동을 하자 기대가 무너지고 실망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자식의 입장에서는 기대와 기준이 너무 높은 부모에게 부담감과 갑갑함을 느끼고 더욱 반항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야단·훈계보다 긍정적 수용을 자식과 숱한 갈등을 겪고 난 후에야 뒤늦게 깨달은 것이 있다. 사춘기에 변해 버린 자식의 행동과 반항적인 태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에 대한 엄마로서의 반응이 문제였음을. 자식이 자유를 갈구하고 부모의 간섭이나 잔소리를 극도로 거부할 때에, 아이에게 자유의 범위를 좀 더 넓혀주면서 너그럽게 대해 주었어야 했다. 사춘기 자녀와의 갈등에서 우리 부모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바로 이점이다. ‘너의 행동이 내 마음에 들지 않고 나를 화나게 해. 너 때문에 가정불화가 생겼으니까 네가 바뀌어야 해’ 라는 사고방식으로는 절대로 갈등을 완화시킬 수 없다. 자식의 행동을 원래의 모범적인 모습으로 되돌리려고 야단치고 훈계할 것이 아니라 우리 부모가 먼저 변해야 한다. 자식에 대해 품었던 욕심과 집착을 내려놓고 자식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부모가 자식을 긍정적으로 수용해 주면 반항적이던 자녀의 태도가 조금씩 누그러지고 소원했던 사이가 회복될 것이다.
연평균 약 3000건 이상 교권침해사건이 발생한다. 교원에 대한 폭언과 폭행, 악성 민원 등 그 유형과 침해 양상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교총이 사활을 걸고 개정을 추진한 교원지위법, 학교폭력예방법, 아동복지법 등 소위 ‘교권 3법’의 법제화가 마무리됐다. 아동복지법은 5만 원의 벌금형만 받아도 교단에서 영구 퇴출토록 했던 독소조항을 법원 판결 시 사건의 경중 등을 고려해 취업제한 여부와 기간을 함께 선고토록 개정됐다. 학교폭력대책위원회의 지역교육청 이관, 경미한 학교폭력 사안의 학교장 종결제 도입이 반영된 학교폭력예방법도 올 3월부터 시행됐다. 특히 교권보호의 기본법령이라 할 수 있는 교원지위법 시행령도 지난해에 이어 지난 2일 다시 개정됐다. 신체·정신상 4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중대한 교권침해는 교육감이 즉시 장관에게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도서·벽지 근무 교원의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을 위해 정기적으로 실태조사도 하게 된다. 또, 교총이 줄기차게 요구한 고교 교원의 교육연구비 지급근거도 마련됐다. 과거 중학 교원연구비 미지급 사태를 해결했던 교총이 이번에는 선제적으로 해결한 것이다. 큰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정교한 법 체계 갖게 돼 돌이켜 보면, 교권침해 예방과 피해 교사에 대한 보호 장치는 부족했고, 사건이 발생하면 교육 당국은 민원인의 시각에 치우친 행정처분으로 현장의 많은 원성을 산 것도 사실이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중대한 교권 사건도 교육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는 등 사건을 축소하려는 경향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교육활동 침해 행위 고시를 통해 가해 학생을 봉사, 특별교육, 출석정지, 학급교체, 강제전학할 수 있도록, 고교의 경우 퇴학까지 가능토록 규정했다. 교권 3법의 정교한 법제화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교육법정주의 확립을 통해 교권보호의 안정성을 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률이 집이라고 한다면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집을 꾸미는 장식과 같다. 보이는 모습뿐만 아니라 실제로 사는 데 편리해야 좋은 집이다. 그간 집이 허술해 교원들은 정상적인 교육활동조차 어려웠고 사기가 꺾였다. 학생을 전학 조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폭언과 폭행, 성희롱까지 당한 피해 교원이 되레 가해 학생을 피해 다른 학교로 전근까지 가야 했다. 입법화 과정은 매우 험난했다. 교총은 이를 극복하고 교권보호 제도화를 완성했다. 이제부터 모두가 학교현장에 뿌리를 내리도록 힘써야 한다. 현장 착근 위해 노력해야 첫째, 교육감부터 우선 ‘교권 지킴이’가 돼야 한다. 교원지위법은 교육감에게 ▲법률지원단의 구성 및 운영 ▲교권 실태조사 실시와 교원치유지원센터 지정 ▲피해 교원치유와 교권 회복 조치 ▲중대 교권 사건의 교육부 장관 보고 의무화 등 교권보호 책무를 지우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학생 인권과 교권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보고 정책을 펴야 한다. 각종 민원으로 시달리는 학교와 교원의 시름도 덜어주고, 피해 교원이 요청하는 경우 관할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등 교권보호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 둘째, 교권침해 예방과 대응에 학교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교원지위법상 학교장은 ▲교권 사건의 은폐나 축소금지 ▲교직원, 학생, 학부모 대상 연 1회 이상 예방 교육 실시 ▲교육활동 침해 학생에 대한 조치는 물론 학부모, 지역사회의 각종 민원으로부터 학교와 교사를 보호할 책임이 있다. 아무리 사소한 교권침해사건이라도 쉬쉬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사건을 원활히 해결하는 데 걸림돌이 될 우려가 크고, SNS나 인터넷,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질 경우, 되레 책임은 커지고 수습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셋째, 학생, 학부모의 교권에 대한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교권을 보호하는 것이 곧 자녀와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는 것이다’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교육구성원이 함께 학칙을 마련해 숙지하고 반드시 지킨다. 지키지 않을 경우는 정한 기준에 따라 반드시 처벌하거나 제재한다. 서로의 권리를 보장하되 의무를 지켜야 학교분쟁을 막을 수 있다. 넷째, 교원 스스로가 교권을 지켜야 한다. 부여되는 교권은 한계가 있다. 교원은 학생에 대한 사랑과 교육 열정에 더해 깨끗한 교직 윤리를 실천하고 당당하게 교권보호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험난한 파고를 해치고 어렵사리 마련한 교권 3법이 학교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교육구성원 모두의 세심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코로나19 관련 교육당국 지침이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는 사례가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방역인력 지원, 그리고 자가진단 매뉴얼과 보건소에서의 적용이 다른 점이 대표적이다. 우선 교육부가 학교방역인력을 4만 명 가까이 지원해준다는 발표가 나온 이후 보름 정도 지난 시점, 현장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지원이 아니라 짐”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류세기 전국시·도교총회장협의회 회장(경북교총 회장)은 “교육부 장관이 각 학교에 방역인력을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는데 현장에서는 인력배치가 된 적은 없다”며 “다만 도교육청 공문에 월 120만 원 정도의 금액 중 교육청 30%, 학교 70%로 비용을 부담하도록 했는데, 방역물품 등을 구입하는 데도 예산이 너무 많이 들어 인력을 채용할 여력이 없다”고 털어놨다. 불용 목적사업비의 학교 운영비 조기 전환이 시급하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과 서울교총이 연이어 교육당국에 요청 및 건의를 한 상황이지만, 당국은 ‘일단 원칙대로’ 금액이 더 필요하면 추경을 통해 내린다는 입장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학교는 하루가 다르게 발생되는 새로운 문제의 연속이다. 교육당국의 전향적인 검토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인력 채용 자체를 학교가 아닌 지자체가 주도해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장에서는 해당 방역인력의 채용, 연수, 교육 및 관리의 주체를 두고 혼란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원자 대부분이 의료 전문성이 떨어지는 하루 3시간 미만의 ‘초단기 파트타임’ 인력이고, 대부분 60세가 넘는 고령자들이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오히려 학교에 실질적인 도움보다는 업무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경기교총은 2일 성명을 내고 “방역인력을 지자체 주도로 채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증상 학생 발생 시 119구급대가 해당 학생을 선별진료소로 이송해 진료한다는 대책 가운데 보호자가 부재중일 경우 다시 학교로 이송토록 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추가 감염’이 우려된다. 또한 학교가 교육부 자가진단 매뉴얼대로 보건소에 진료를 요청했음에도 별다른 이유 없이 거부당하는 경우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이는 보건소에 따라 편차가 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매뉴얼대로 잘 응대해주는 곳이 있는 반면, 정반대 반응을 보이는 곳 등 천차만별이다. 자가진단 매뉴얼에 따라 기침, 인후통, 호흡곤란 등 어느 하나의 임상증상이 나오면 선별진료소 검사를 받도록 돼있다. 그러나 “이런 증상으로 왜 왔느냐”며 학생 등을 돌려보내는 곳이 적지 않다. 이런 경우 학부모는 학교에 민원을 넣기 마련이다. “학교가 아무리 잘 해도 욕먹고 있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박성은 경기 은행중 보건교사는 “지금 같은 위기상황 때 담당자의 판단에 따라 매뉴얼이 각기 다르게 적용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한국교총은 교육부에 온라인수업 교권침해 증가에 따른 ‘사이버 교권침해 매뉴얼’ 마련을 건의했다. 교총에 따르면 이달 초 교육부 교육정책과에 온라인수업 장기화에 따라 증가하고 있는 각종 교권침해와 관련해 ‘사이버 교권침해 매뉴얼’ 제작·보급을 요청했다.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초유의 개학연기 및 온라인 개학에 따라 종전에 볼 수 없었던 형태의 사이버 교권침해가 드러나는 만큼, 이에 따른 온라인 수업시대에 맞는 적절한 매뉴얼이 제작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성재 교총 교권강화국장은 “사이버교권침해 예방을 위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홍보 강화가 요구된다”며 “사이버 교권침해로 교육자의 정당한 교육지도활동에 대한 위축이 없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학생의 경우 원격수업으로 인해 우려되는 사이버 교권침해 사례로는 △교사의 강의내용 등에 대해 단톡방 또는 SNS 소통방에서 험담하는 행위 △온라인 강의방에서 교사를 대상으로 한 욕설 행위 △출석 확인 및 댓글달기 과정에서 교사에 대한 명예훼손 또는 모욕 행위 △강의 중인 교사의 얼굴을 캡쳐 후 합성 유포해 모욕 또는 성희롱하는 경우 △교사의 강의 활동을 녹음 및 녹화해 다수에게 유포한 후 이를 비방하는 행위 등으로 파악되고 있다. 학부모의 경우에는 △교사의 가치를 폄훼·우롱하는 언행 △수업 방해 등 부당한 교육활동 간섭 행위 △강압적 위협이나 언어폭력 등이 발생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한국교총에 접수된 ‘사이버 교권침해 사례’를 보더라도 이와 유사한 일은 재발될 가능성이 높다. A고에서 학생이 교사 사진과 이름을 사용해 폐이스북 계정을 만들고 학력과 생년월일, ‘동성애’ 등을 허위로 기재하는 일이 발생됐다. B중에서는 학생이 학교실명을 거론하며 네이트 게시판에 체육교사가 보건교사와 보건실에서 성행위를 했다는 허위 글을 올렸다. C초에서는 6학년 남학생 3명이 안티방을 만들어 SNS 상의 교원 얼굴사진, 그리고 남편사진을 이용해 모욕하는 동영상을 제작했다. 학부모가 카카오톡 단체톡방에서 선생님의 수업을 평가하며 ‘선생님 실력이 없다’는 등 메시지를 돌리기도 했다. 모 유튜버는 교원에게 초등학생 때 촌지를 주지 않아 피해를 봤다는 영상을 올려 1심에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300시간의 선고가 이뤄진 사건도 있었다. 이 같은 영향 때문에 한국교총이 올해 발표한 ‘2019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 실적’ 보고서에도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 비율은 전년도에 비해 16.9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석 교총 교권본부장은 “미투 운동, n번방 사건 등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학생 및 학부모에 의한 사이버 교권침해에 대한 적절한 대응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교생실습도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국 시·도교육청과 양성기관 등에 따르면 교육부 ‘교육실습 운영 협조’에 따라 예비교사들은 협력학교와 함께 비대면 온라인 실습으로 진행 중이다. 경인교대 4학년생들은 1일부터 26일까지 경기도교육청 관내 협력학교로 지정된 11개교에서 4주 실습에 돌입했다. 2주는 비대면, 2주는 대면으로 ‘2+2 실습’으로 진행된다. 서울교대 예비교사들은 지난 달 18~29일 2주간 비대면 실습을 가졌다. 이들은 지도교사와의 온라인 교육을 통해 학생 지도, 상담, 교수학습 과정안 짜는 법 등을 배웠다. 광주교육청은 광주교대 4학년 48명의 실습생을 대상으로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9일까지 4주 동안 비대면 교생실습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올해 1학기에 한해 온라인 개학에 맞춰 교육실습생이 원격수업을 참관보조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지침을 각 대학에 통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