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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규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회장이 6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교육대전환을 위한 영유아보육·교육 통합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하늘이 말갛게 갠 가을날, 기다란 둑길 따라 죽 늘어서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를 보며 ‘천천’에 들어섰습니다. 천천. 하늘 천에 내 천. 말 그대로 풀이하자면 ‘하늘내’입니다. ‘세상에는 참 이쁜 이름을 가진 고장이 있구나!’ 했습니다. 후에 들으니 산지가 높아 하늘을 찌르는 형국으로 물줄기가 하늘에 닿는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합니다. 드높은 곳이어선지 찌는 듯 불볕더위엔 아랑곳없이 지내지만, 겨울은 남쪽 지역에선 기온이 가장 낮아 혹독한 추위와 싸우며 견뎌야 합니다. 산이 깊어 골골이 연출되는 절묘한 구름의 파노라마는 덤으로 누리는 선물이기도 합니다. 조금 먼발치 떨어져 주변과 어우러진 학교 전경을 볼라치면, 너무 평화롭고 잔잔하여 문젯거리라곤 손톱만치도 없어 보입니다. 하나 정말로 그리하다면 이 세상살이가 아닐 겁니다. 마치 고고한 자태로 수면에 떠 있는 백조의 부단한 물밑 발짓처럼, 여일한 일상 가운데 곧잘 마주치는 크고 작은 문제와 숙제들에 마음 졸이며 뒤척이기 일쑤니까요. 매일 아침 등굣길, 교문에 들어서면 아이들은 일단 운동장을 두어 바퀴 천천히 걸어 돌고서 교실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항상 맨 나중에 젖은 머리인 채, 운동장도 돌지 못하고서 헐레벌떡 교실로 뛰어들어가는 아이가 눈에 띄었습니다. 여러 날 지켜보다 담임선생님께 여쭈니 ‘서영채, 우리 학교에서 제일 마음을 써야 할 아이’라 말합니다. 가정이 해체되면서 도시로 나갔다가 다시 시골로 돌아와 할머니와 함께 지내는 아이로, 감정의 기복이 날씨 변화만치 심하다 합니다. 점차 아이들이 모인 속에서 늘 볼 빨간 젖은 머리 영채를 찾게 되고, 어쩐 일인지 아이들과 섞이지 못한 채 겉도는 아이의 그늘진 모습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때때로 친구들과 있기보다는 선생님 곁을 더 맴돌기도 합니다. 언젠가는 하교 후 길에서 펑펑 울고 있다는 제보에 한달음에 달려나갔지만, 못 만나고서 걱정만 안고 돌아왔는데, 다음 날 언제 그랬냐는 듯 젖은 머리로 해맑게 나타나 가슴을 쓸어내린 적도 있습니다. 그랬던 영채의 머리가 갑자기 고슬고슬해졌습니다. 긴 머리를 말리지 않고 오니 냄새가 난다며 아이들이 더 거리를 두기에 선생님께서 강력 헤어드라이어를 선물했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영채와 아이들의 거리가 좁혀진 건 아닙니다. 한 번 벌어진 틈은 자꾸만 벌어져 결국 표면에 모습을 드러나고야 말았습니다. 이를테면 자유 조별 수업의 경우 여학생 모두가 한 테이블에 앉고 영채 혼자 테이블에 덩그러니 남겨지는 바람에 선생님이 개입하여 억지로 조를 재편성해야 하는 상황이 이런저런 활동 중에도 빈번히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마지못해 꼴찌로 느릿느릿 오던 아이가 점점 여기저기가 아프다고 둘러대며 핑곗거리를 찾아내어 결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영채에겐 학교가 단지 오기 싫은 곳 정도가 아닌, 너무나 괴롭고 힘겨운 곳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건 정말 보통 일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미묘한 여자아이들의 갈등 상황에서 어른들의 섣부른 개입 역시 무척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선뜻 개입하여 화해나 사과를 유도했다가 겉으론 됐다 싶었지만, 풀리지 않은 마음이 되레 덧나 역효과가 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아이들의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 모든 선생님이 나서기로 했습니다. 이 문제를 두고 여러 차례 머리를 맞대고 많은 정보를 수집하며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틈의 시작은 의외로 골이 깊어, 초등학교 때부터 묵혀온 감정의 고리가 사단이었습니다. 시골 소수의 아이는 아주 어릴 적부터 한동네에서 쭈욱 같이 자라 같은 유치원에, 초등학교, 그리고 중학교까지 줄곧 함께입니다. 끈끈하게 좋을 땐 한 없이 좋지만, 한 번 상처를 입거나, 관계가 틀어지면 계속 함께 가야 하는 입장에서 엄청난 괴로움이 됩니다. 그래서 그 힘겨운 마주침을 피하고자 아예 딴 곳으로 이사까지 가는 안타까운 일도 있습니다. 요번 일도 그와 마찬가지의 경우입니다. 초등학교 때의 영채는 활발하고, 춤도 곧잘 추고, 주장도 강하고, 에너지도 넘쳐 친구들에게 함부로 거칠게 대하기도 하고, 더러 소외시키기도 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머리가 굵어지면서 이젠 그런 게 잘 통하지 않게 된 데다가, 상황마저도 확 달라져 그때와 정반대의 입장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우선 시시비비를 가린다거나 눈에 띄는 직접적 개입은 배제키로 했습니다. 그보다는 서서히 시간을 두고 에둘러 접근하여 아이들의 건강한 생각과 마음을 튼튼히 키워 자신들의 상처도 치유하고 친구에게도 너그러워지도록 하는 간접적인 개입을 시도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잘 알고,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심하며 실마리를 풀어 이끌어내 주실 좋은 전문가 선생님도 어렵게 모셨습니다. 여러 달 지속적으로 자체 집단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서 마친 후엔 전문 선생님과 전체 선생님들이 함께 모여 의견을 교환하면서 지도 방향을 조금씩 수정해 나갔습니다. 선생님들께서는 교과 융합 수업을 통해 몸으로 부대끼며 함께하는 공동체 어울림 활동을 끊임없이 병행하기도 했습니다. 가끔은 삼겹살 파티도 열었습니다. 표면적으로나마 조금 누그러져 보인다 싶던 어느 날 아침 일입니다. 역시 맨 꼬리로 터벅터벅 등교하는 영채의 뒤를 앙상하게 마른 노랑 줄무늬 고양이가 따라오고 있습니다. 영채도 싫은 눈치가 아닙니다. 내가 다가가도 다른 길고양이와 달리 사람을 피하지도 않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한쪽 눈에선 진물이 흐르고, 목 언저리는 상처가 심합니다. 안쓰러운 마음에 가진 먹거리를 조금 주니, 좀 경계하면서도 날름 잘 받아먹습니다. 그게 끝이려니 여겼는데,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그 시간이면 어김없이 떡 하니 진입로 한가운데를 통과하여 등교하듯이 나타납니다. 하는 수 없이 아예 고양이 먹이를 준비해 교정 뒤편에서 주기 시작했습니다. 어쩔 땐 일찌감치 와 기다리다 멀리서도 내 차를 단박에 알아보고 막 달려 나오기도 합니다. 때마침 캣맘이신 순회보건 선생님이 오실 적마다 고양이의 눈과 상처를 치료하시고 항생제도 주십니다. 쉬는 시간이면 영채랑 아이들도 하나둘 간식을 가져다주면서 놀아주기 시작했습니다. 고양이와 장난하며 노는 그때만큼은 적어도 어떤 가식도 흉허물도 없이 순수하게 모두가 하나가 되는 순간입니다. ‘천천이’. 아이들이 붙여준 녀석의 이름입니다. 유연한 움직임의 천천이를 중심으로 흔들이 장난감을 요리조리 흔들며 경쾌하게 뛰노는 아이들 모습은 꼭 까르르 웃음소리에 맞추어 빙글빙글 돌며 원무를 하는 것만 같습니다. 아이들도 생명이 있는 무언가와 교감을 하며, 돕고 나눈다는 사실이 뿌듯한가 봅니다. 어찌 보면 천천이를 거두어 돌보며 도움을 준다기보다는 오히려 천천이로부터 더 많은 즐거움과 위로를 받는 것 같기도 합니다. 내친김에 아이들과 함께 박스 두 개를 겹쳐 앞쪽에 둥근 출입구를 내고, 푹신한 캥거루 그림 양털 방석을 깔아 집도 마련하여, 볕이 잘 드는 한적한 곳에 놓았습니다. 지난여름엔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연일 퍼부어댄 폭우로 인해 천천이의 집도 그만 폭삭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스티로폼 상자로 약간 높여 안전장치를 하고 재건축을 해야 했습니다. 어떨 땐 들고양이들의 공격을 피하지 못한 천천이가 온몸에 물리고 할퀸 선명한 상처를 내고서 절룩거리며 나타나 울상이 된 아이들이 캣맘 선생님께 긴급출동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모두의 사랑 속에 깡말랐던 천천이는 비록 한쪽 눈은 잃었지만, 제법 살이 오르고 귀여운 본모습을 회복하면서, 학교 귀요미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때마침 ‘우리 학교’를 주제로 하여 교내 사진전이 열렸습니다. 국화꽃 만발한 교정 사진, 학교급식 상차림 사진, 아름드리 우뚝 솟아 정렬한 전나무들, 기타 등등의 사진들 가운데 학교 한구석을 차지한 천천이 모습도 앵글에 포착되어 떡하니 걸려있습니다. 손뼉을 치며 다가가 보니 제법 많은 심사스티커가 붙어있습니다. 천천이는 이제 어엿한 우리 학교의 일원이자 인기 최고 마스코트인 셈입니다. 그러고 보면, 아이들의 얼었던 마음을 따스하게 녹이는데 천천이의 온기도 조금쯤 보탬이 된 듯합니다. 11월 초. 학생의 날 행사를 간단히 마치고, 학생회에서 선생님께 감사의 이벤트를 준비했다며, 자신들이 직접 만든 향초와 선생님 특징 잡은 얼굴을 그린 그림 위에 간단한 감사의 메시지를 적어 부끄럼 빛내며 전해주었습니다. 커다란 꽃바구니 한가운데엔 ‘선생님들은 좋겠다. 우리가 제자여서’란 깜찍한 메모가 꽂혀 있습니다. 이렇듯 아이들은 세상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이 산골의 자연과 동물과 선생님을 사랑하며 저마다 제 빛깔에 맞는 마음 바탕을 채색해가고 있습니다. "요즘 학교생활 어떠하냐?"는 물음에 "나쁘지 않습니다"라 답하는 영채는 오늘도 ‘천천이와 함께 춤’으로 하루를 마무리 짓고서 집으로 돌아갑니다. 정말이지 천천골엔 천천이와 함께 춤을 추는 아이들이 있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나의 길고 길었던 교직 생활도 이제 서서히 저물어 갑니다. 이 끝자락에서 만났던 영채를 비롯한 착한 악동들, 또 천천이와 이곳의 풀 한 포기까지도 아주 오래도록 그리워할 것입니다 . -------------------------------------------------------- 수상 소감 소중한 순간들에 안녕을 고하며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글로든 사진으로든 남기고 싶은 삶의 얼굴이 있기 마련이라고 합니다. 저도 긴 교직 생활을 마감하며 이 마지막 무대에서의 따스한 이야기를 그저 시간 속으로 흘려보내기 아쉬워 마무리하듯 글로 적어 보았습니다. 뜻밖에 당선의 선물까지 뒤따라 기쁨과 함께 감사한 마음이 배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교육 현장에서 동행했던 선생님들, 반짝이는 아이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웃고 울었던 수많은 일이 영화 속 장면들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참으로 귀한 시간을 고마운 분들에 힘입어 행복감 많이 느끼면서 지내 온 것 같습니다. 이제 그 소중했던 순간들에 안녕을 고하며, 이 모두에게 아주 특별한 의미의 애정을 담아 거듭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무자격 교장공모제(내부형B)’ 전형 과정에서 응시자가 원하는 문제를 사전에 전달받아 출제한 혐의로 기소된 도성훈(사진) 인천시교육감의 전 보좌관 등 연루자전원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한국교총과 인천교총 등 교육계는 “비리 연루자에 대한 단죄를 넘어 범법으로 얼룩진 무자격 교장공모제 자체에도 실형을 선고한 것”이라며 제도 폐지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인천지법 형사14단독 박신영 판사는 3일 선고 공판에서 공무집행방해와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교육감 보좌관 출신의 A(52)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교장공모제 응시자인 모 초교 교사 B(52)씨에게도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다. 같은 혐의 등을 받은 나머지 공범 4명은 징역 6개월∼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공범 중에는 도 교육감의 또 다른 전직 보좌관을 비롯해 교장 공모제를 주관한 시교육청 간부와 초등학교 교사 등도 포함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9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4년을 구형한 바 있다. A씨는 지난해 12월 시교육청이 교장공모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출제위원으로 참여해 B씨로부터 사전에 전달받은 문항을 면접시험 문제로 낸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당시 현직 초교 교장 신분으로 출제 위원을 맡아 B씨가 원하는 문제를 2차 면접시험 때 출제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지난해 자신이 교장공모제를 통해 인천 모 초교 교장이 될 당시에도 ‘셀프 예시답안’을 만드는 등 똑같은 방식으로 교육청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교장공모제는 교장 임용방식 다양화 등의 취지로 2007년 처음 도입됐다. 그러나 코드인사 등에 악용되고, 관련 범행 사례가 이어지면서 교육계는 제도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교총은 6일 입장을 내고 “교장공모제 비리가 이번뿐만 아니라 이전부터 이어져왔다는 사실에 개탄스럽다. 무자격 교장 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런 과정을 거쳐 교장이 됐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어 우려스럽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무자격 교장공모의 절차, 내용, 결과에 비리나 불공정이 없었는지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매년 임용되는 무자격 공모교장 중 대부분이 특정노조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미 공정한 제도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현장으부터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올해만 해도 전체 48명 중 30명이 특정노조 출신 교원이었다. 교총은 “능력있는 평교사 임용은 허울일뿐, 이미 지역에서는 공모 때마다 교육감 측근이 내정됐다는 등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는 자조가 끊이지 않는다”면서 “대다수 교원을 들러리 세우고 온갖 비리, 폐해의 온상이 된 무자격 교장공모제는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교육시민·학부모단체들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녀 조민 씨의 한영외고 시절 학생부 제출을 위법하게 막았다는 이유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고발했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이하 법세련)와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 27개 시민단체들은 6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조 교육감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발 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연 뒤 고발장을 접수시켰다. 이들은 “시교육청은 초중등교육법을 들어 조 씨의 학생부를 제출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같은 법 제30조의 6에는 ‘그밖의 관계 법률에 따라선 제 3자 동의 없이 학생부를 제공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며 “한영외고가 고려대에조 씨 학생부를 제출하려는 것을시교육청이 막은 것으로, 이는 직권을 남용해 한영외고의 학생부 제출 권리행사를 방해한 경우에 해당한다. 또 위력으로 고려대의 학사운영 및 대학입학 관리운영 업무를 방해한 것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한 조 씨의 학생부 정정과 관련해 “항소심이 사실심의 최종심인데 조 씨의 입시서류 위·변조 사실은 항소심에서 결정된 것이므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릴 이유 없이 학생부를 정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법원은 조 씨의 모친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2심 재판까지 조씨가 고려대와 부산의학전문대학원 등에 제출한 모든 입시서류가 허위라고 판단했다. 이에 고려대는 입학취소를 처리하기 위해 지난 8월 31일 한영외고에 조 씨 학생부 사본을 제출할 것을 요청했지만 조 전 장관 측이 학생부 제출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사를 한영외고 측에 전달했다. 이에 한영외고는 시교육청에 학생부 사본을 제공해도 되는지 여부를 질의했다. 결국 시교육청은 지난 1일 ‘학생과 학생의 부모 등 보호자 동의 없이 제3자에게 학생 관련 자료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초·중등교육법 조항에 따라 본인 동의 없이 학생부 사본을 제출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런 상황에 대해 시민들은 정유라 씨의 경우판결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즉시 퇴학처리 됐는데, 지나치게 정치적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종배 법세련 대표는 “시교육청은 지난 4월 항소심이 진행 중이라 학생부 정정이 어렵다고 하더니, 이제는 대법원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하는 등 끊임없는 말 바꾸기로 조 씨의 입학취소를 거부하고 있다. 입시비리를 발본색원하는데 앞장 서야할 시교육청이 오히려 입시비리를 감싸는 모습에 학생과 학부모들은 아연실색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입학취소는 형사처분이 아니라 행정처분이므로 항소심으로 입시비리 사실이 확정된 이상 입학취소를 진행하는 것이 적법한 절차임에도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겠다고 시간을 끄는 것은 직무유기를 넘어 정의와 공정을 짓밟는 것이자 학생과 학부모를 배신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이라고 강조했다.
충북교총(회장 서강석)은 4일 경북 안동에서 역사·문화체험 연수를 진행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 개최된 대면행사로81명의 교원들이 참석했다.이들은 안동 하회마을과 도산서원을 돌아보며강의를 듣는 등시간을 가졌다. 주최측과 참석자들은 방역등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켜가며 조심스럽게 일정을 소화했다.
교육공무원의 경력을 떠올리면 흔히 호봉경력에 한하여 많이 생각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경력산정의 목적(전보 시 경력, 교육경력 등)에 따라 인정되는 내용이 각각 다르고 구체적인 인정내용은 소관법령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000경력은 교육경력으로 인정되나요?”라고 질문하기보다는 “000경력은 승진임용 시 인정되나요?”라고 질문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답변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이번호에서는 경력산정에 대하여 많이 질문하시는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선생님들의 QA Q. 퇴직포상을 위한 재직경력에 군경력과 임용 전 회사에서 근무한 경력은 포함되지 않나요? A. 퇴직포상을 위한 재직경력 산정은 ‘교원으로 근무한 경력 + 공무원으로 근무한 경력 + 군인(병역의무복무기간 포함)으로 근무한 경력’을 합산합니다. 이에 따라 병역의무복무기간은 재직경력 산정에 포함되지만 회사근무 경력은 제외됩니다. Q. 휴직기간 중 연금을 납입하면 연금산정을 위한 재직기간에 포함되나요? A. 휴직의 종류에 따라 달라집니다. 육아휴직, 병역휴직, 공무상질병휴직, 고용휴직, 노조전임자휴직, 법정의무휴직은 휴직 전 기간을 연금산정 기간으로 인정하지만, 기타 휴직은 1/2만 인정을 하고 있습니다. Q. 육아휴직은 교육경력에 포함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신을 쓸때도 포함이 되나요? A. 육아휴직 시 교육경력은 모든 기간을 산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계시지만, 해당휴직에서 명시하는 교육경력은 내신에 산입되는 교육경력이 아니며 승진반영경력에 포함되는 교육경력에 들어갑니다. 내신에 관한 교육경력은 휴직기간을 제외한 실제 해당학교에서 근무한 기간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해당내용은 시·도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내신과 관련한 교육경력에 대해서는 관할교육청에 문의해보시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Q. 자율연수휴직에서 말하는 재직기간은 어떤 기준의 기간을 말하는 것인가요? A. 자율연수휴직의 재직기간 기준은 「공무원연금법」제25조에 따른 재직기간입니다. 재직기간의 충족여부는 공무원연금공단에 문의하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 육아휴직 시 휴직기간이 승진경력에 전 기간이 반영되나요? A. 육아휴직기간 중 승진경력의 산정에는 전 기간이 반영됩니다. 승급경력(호봉인정경력)에는 첫째·둘째자녀 최초 1년, 셋째 이후 자녀 휴직 전(全) 기간이 반영됩니다. Q. 원로교사수당에 대한 재직경력은 어떻게 계산해야 하나요? A. 원로교사수당에 관한 교육경력은 「유아교육법」제20조제1항, 「초·중등교육법」제19조제1항 및 제19조의2제1항,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제25조제1항 또는 「고등교육법」제14조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교원으로서 전임으로 근무한 경력을 말합니다. Q. 승진에 필요한 경력이 산입되는 휴직은 어떤 게 있나요? A. 공무상질병휴직, 병역휴직, 법정의무수행휴직, 육아(입양)휴직, 노조전임자휴직의 경우 해당기간이 100% 반영되며 유학휴직, 연수휴직, 고용휴직(비상근)의 경우 50%의 경력이 인정됩니다. Q. 군인으로 근무한 경력 모두가 승진경력에 들어가는 것은 아닌가요? A. 「병역법 」그 밖의 법률에 의한 의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징집 또는 소집되거나 근무한 경력만 승진경력에 산입됩니다. 자발적 지원에 의한 군 복무경력은 직업선택에 의한 경력으로서 평정대상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이다. 법치주의란 좁게는 행정, 넓게는 국가가 법에 의해서 지배된다는 국가의 기본 원리이다. 이에 국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는 반드시 국회가 제정한 법률로만 이루어진다. 국회는 입법권을 가지고 법률을 제정하고 개정하면서 행정부의 정책을 실현하기도 하고, 행정부를 통제하기도 한다. 21대 국회(2020~2024)에서는 1만 2,432건의 법률안이 발의되었는데 그중 3,114건의 법률안이 처리(법률안 반영 2,925건, 미반영 189건)되었다. 법률 중에는 2015년에 제정되어 학교와 공무원 사회를 완전히 바꿔놓은 청탁금지법처럼 국민의 실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법률도 있으나 이런 법률이 있다는 것을 일반 국민은 알지도 못하는 법률도 있다. 우리나라는 법률의 내용과 관계없이 입법 건수가 국회의원의 실적으로 연결되므로 구체성 없는 선언적 내용의 법률도 있으며, 현장과 동떨어진 법률도 있다. 이하에서는 교육 또는 학교와 관련되어 있으나 일반 교사들이 잘 알지 못하는 법률을 몇 개 소개해보고자 한다. 1. 인성교육진흥법 교육기본법 제2조는 대한민국의 교육이념으로 “교육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9조 제3항은 “학교교육은 학생의 창의력 계발 및 인성(人性) 함양을 포함한 전인적(全人的) 교육을 중시하여 이루어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학교는 교과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전문적 지식을 습득하게 하고, 생활지도를 통해 인격을 도야하고 인성을 함양시킨다. 하지만 기존의 학교 교육만으로는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문제 인식으로 2015년 인성교육진흥법이 제정되었다(2014년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고 사회 전체에 비리와 부패가 만연했다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만장일치로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인성교육진흥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성교육진흥법에 따라 교육부는 2020년 제2차 인성교육 종합계획(2021~2025)을 수립하였으며 교육부는 매년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인증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2019년 교육부가 인증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하지만, 인성교육진흥법이 제정되고 2년 후인 2017년 한국교총이 교사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교사의 46%가 인성교육진흥법을 알지 못한다고 답할 정도로 인성교육진흥법은 제정 취지와는 다르게 학교 현장과 괴리되어 있다. 인성교육은 법 제정 이전에도 학교 현장에서 기본적으로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이었으며, 인성교육은 법률로 강제할 수 없고 학교의 교육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체득해야 한다는 점에서 교사들은 인성교육진흥법의 존재 이유를 수긍하지 못하며 인성교육진흥법으로 인한 학교의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2.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 2020년 대한민국의 자살(고의적 자해)에 의한 사망자는 1만 3,195명이고, 사망률(10만 명당)은 25.7명이다. 10대, 20대, 30대의 사망률 1위가 자살이라는 점에서 자살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에서 2012~2017년까지 자살률 1위를 할 정도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자살공화국이다. 이에 국가의 체계적인 예방대책을 마련하기 위하여 2011년 자살예방법이 제정되었다. 자살예방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자살예방시행계획에 따라 게이트키퍼 교육, 자살학생 발생학교에 대한 컨설팅, 정신건강전문가가 학교를 방문하여 상담 등의 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단위학교는 생명존중위원회 구성, 학생·교직원·학부모 연수 실시(학생 연간 6시간, 교원 연간 4시간, 학부모 연간 1회), 정서행동특성검사 우선관리군 강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3.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2 공교육정상화법은 사교육을 통한 선행학습을 금지하여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하여 2014년 제정되었다. 이에 따라 학교는 국가교육과정 및 시·도교육과정에 따라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하며, 편성된 학교교육과정을 앞서는 교육과정을 운영해서는 안 된다. 또한, 입학전형을 실시하는 학교는 입학전형에 학교 입학단계 이전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교육과정 운영 및 선행교육 또는 선행학습 유발행위 여부를 심사하기 위하여 교육부장관 소속으로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 교육감 소속으로 시·도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를 둔다. 대부분의 선행학습이 학교가 아닌 학원, 교습소 등에서 사교육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공교육정상화법은 학원, 교습소 등에 대해서는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광고 또는 선전을 금지하는 데 그친다는 점에서 공교육정상화법이 선행학습을 억제하고 있는지 논란이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교 교육과정 범위와 수준을 넘는 ‘킬러문항’을 금지하도록 공교육정상화법에 수능도 포함하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하였다. 인성교육진흥법, 자살예방법, 공교육정상화법이 법률의 제정 목적에 맞게 작동하는지, 실제로 우리 사회나 학교 현장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 이를 꼭 법률로 강제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하지만 국가와 지자체, 교육청, 학교의 역할과 관심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므로 교사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법률이다.
“셀소합니다” 글이 또 올라왔다. 이번에는 어떤 사람인가, B는 호기심에 이끌려 게시물을 클릭해본다. ‘셀소’는 셀프소개팅의 줄임말이다. 자기가 자기를 소개하는 소개팅 말이다. 직장인들의 익명커뮤니티 ‘블라인드’뿐만 아니라 교사 커뮤니티에도 ‘셀프소개팅’ 하겠다는 글이 자주 등장한다. 글에는 댓글이 수십 개씩 달린다. ‘보기 좋다, 응원한다’는 긍정적인 반응의 댓글이 다수다. 코로나 시대에도 짝을 찾는 이들은 스스로 길을 찾아간다. 아직은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의 새로운 시도 ‘셀프 소개팅’이라는 제목의 글이 커뮤니티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몇 년 되었다. 필자도 2년 전, 한 교사 카페에 올라온 글로 처음 셀프소개팅이라는 신(新)풍속을 접했다. 자신의 근무여건과 신상에 관한 정보를 올리고 자신과 만날 여자 선생님을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그 글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았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여기가 그런(!) 곳입니까?” 같은 댓글이 이어졌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소개글도 더 자주 올라오고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반응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지켜보던 ‘자칭 결혼선배’가 “셀프소개팅 글을 보니 내가 다 설레고 응원하게 된다”는 응원글을 쓰기도 한다. 2020년, 2030 남성은 연애를 포기하고 여성은 결혼을 포기했다는 기사가 나왔다.대면 만남이 어려운 코로나 시국이 상황을 더 심화시켰다. 그런 슬픈 현실 속에서도 길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청춘의 고군분투기를 어여삐 여기는 결혼선배들의 응원인지, 아니면 실제로 자신은 포기했으나 포기하지 않은 동료를 응원하는 마음인지는 알 수 없지만 셀프소개팅에 대한 시선이 바뀐 것은 분명하다. 셀프소개팅을 소개합니다 셀프소개팅 글에는 자신의 직업, 키, 외모와 성격에 대한 간략한 설명, 종교, 현재 살고 있는 지역, 연애 가능한 지역 범위, 원하는 이성상 등이 포함된다. 남사스럽게 어떻게 이런 걸 직접 쓰고 ‘연락주세요’로 마무리하냐고? 2030 중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많은 사람이 이미 자기 것은 자기가 챙기는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교사는 우리 사회에서 특히 남의 시선과 평판, 명예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 익명이 보장된 비대면 환경은 교사들에게 용기를 내게 했다. 실제로 만남이 성사되지 않는 이상, 내가 누군지 누가 알 수 있단 말인가? 직업을 인증하고 가입할 수 있는 소개팅앱도 많다. 커뮤니티는 동종직업이나 같은 취향 등 유사점이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익명의 공간이니 더 좋다. TV나 신문에서 볼 수 있는 결혼중개업체처럼 경제적인 비용을 내야 하거나 횟수 제한, 암암리에 매겨져서 데이트 상대 매칭에 쓰이는 A급, B급 등의 레벨도 없다. 셀프소개팅과 일반소개팅의 차이가 의미하는 것 셀프소개팅은 참여자의 자발성이 없으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스스로 최대한 객관화하여 소개말을 적어야 하며 자신이 올리지 않으면 만남은 없다는 점에서 일반 소개팅(주선자가 있는 소개팅을 편의상 여기서는 일반 소개팅이라고 하자)을 하는 사람들과는 다른 준비과정을 거친다. 이런 부담과 성찰과정을 겪은 만큼, 자신이 올린 셀프소개팅 글을 읽고 접촉해오는 상대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기 마련이다. 일단 자신의 조건이 그 사람의 마음에 들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셀프소개팅이란 어찌 보면 ‘내 조건을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만 만나겠다’는 안정감을 바탕으로 하는 도전이기도 하다. 본인이 선택하기보다는 선택받기를 선택하는 심리적 기저에는 만남에 조건이 중요해진 시대에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마음 또한 자리하고 있다. 셀프소개팅 문화가 보여주는 사회의 변화 소개팅 문화의 변화는 사회의 변화를 보여준다. 주선자가 빠진 개인 사이에 비대면으로 만남이 결정되고 대면 만남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온오프 블렌디드 수업 못지않게 온오프 병행 인간관계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자기 길은 자기가 찾아야 한다는 인식이 만남까지 확장되었다는 점, 객관화가 불가능한 자기소개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문화가 생기고 있다는 점도 ‘PR시대’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한, 분명한 변화다. 실제로 모 데이트 매칭앱에서는 단순한 프로필이 아니라, 아주 성의 있는 자기소개서를 요구한다니 앞으로는 인간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온라인상으로라도 부단한 자기성찰과 객관화, 글쓰기 기술이 필수겠다는 씁쓸한 예감이 든다. 셀프소개팅은 또한 주선자가 개입될 경우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이 없다는 점에서 훨씬 간편하고 부담이 덜한 선택이다. 주선자가 있으면 ‘주선자 얼굴을 봐서’ 피상적으로라도 있었을 ‘예의 표현’이나 형식적인 행위가 필요 없다는 말이다. 원하지 않는 감정소모, 시간소모가 적고 정리도 빠를 수 있다. 실제로 20,30대 젊은 교사는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선배 교사들을 통해 소개팅을 주선받을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주선자와의 관계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소개팅을 주선했는데 후배가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다면 이런 사회상의 변화도 이유가 될 수 있다. 사람 사이의 만남에 직업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셀프소개팅 앱이나 커뮤니티에서 직업 인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소개글에는 직업과 연봉, 복지, 미래 전망까지 적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부모님은 부부교사여서 노후 대비도 문제없다”고 부모의 직업과 재산까지 소개하는 글이 많다며, 부모의 직업과 노후 준비도 만남을 위한 ‘스펙’이 되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온라인 만남은 깊이가 없다는 선입견 셀프소개팅을 하는 사람들은 보통 쪽지나 댓글, 메신저 등을 통해 외모 사진도 주고받는다. 만날 만한 사람인지 소개말로 1차 평가(?)를 하고 사진으로 2차를 통과한 후 만나니 실제 소개팅이 성공할 확률이 더 클까? 수많은 커뮤니티에 최근 많이 등장하는 ‘셀소후기’들을 보면, 그것도 아닌 듯하다. ‘조건에 근거한 평가’가 소개말이나 외모 사진으로는 발견할 수 없는, 직접 만나서 시간을 보낼 때만 발견할 수 있었던 매력이 발굴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한계를 만든다. 그러나 ‘온라인 만남은 인스턴트다, 책임감과 깊이가 없다’는 말은 이제는 선입견일지 모른다. 만 2년을 채워가는 코로나 시대, 이제 대학교 2학년이 된 첫 코로나 시대의 새내기들은 랜선 조모임, 랜선 새터 등 온라인 공간에서의 만남이 너무나 익숙하다. 할 수 있는 만남이 대부분 비대면, 랜선 만남인데 그중에는 분명 진심이 담긴 만남도 있지 않겠는가. 온라인으로 시작된 만남이 늘 피상적이고 무책임하다면 온라인으로 하는 수업과 학급경영, 사제관계에는 어떤 기대를 걸 수 있을까. 이미 학생들은 온라인상으로 관계맺기에 익숙해지고 있다.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에게 인연을 글과 앱으로 찾는 행위는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미래의 어른인 그들이 그러하고, 이미 어른으로 살고 있는 2030 교사들도 변화한 사회에 적응 중이다. 교사 커뮤니티의 인기글 중 하나가 ‘셀소합니다’라면, 혀를 찰 것인가? 이것은 이미 인간의 관계맺기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일지 모른다. 온라인 만남은 모두 인스턴트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
과학이 톡톡 쌓이다! 사이다 ①∼④ 시리즈 (정원영, 정은경, 박대영, 김선자 지음, 상상아카데미 펴냄, 각 권 164쪽, 각 1만 4000원) 국내 최대 과학관인 국립과천과학관의 과학자 네 명이 각각 ①바다 탐험×인어공주 ②인공지능 ③태양계×어린왕자 ④바이러스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어린이들이 궁금해하고 알아야 할 최신 과학 정보와 지식을 재미있는 동화와 만화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101가지 쿨하고 흥미진진한 한국사 이야기 (황인희 지음, 유아이북스 펴냄, 208쪽, 1만3800원) 선사시대부터 대한제국까지의 굵직한 역사적 사건 중에서 흥미로운 이야기 101가지를 뽑아내 담고 있다. 치아 개수로 대결해 왕이 된 사연, 신라에 살았던 아랍 상인, 세종이 읽지 못한 단 한 권의 책 등 호기심을 갖게 하는 주제에 재미있는 설명이 더해져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역사에 대한 지식을 쌓아갈 수 있도록 했다.
이제는 대학이 아니라 직업이다 (손영배 지음, 생각비행 펴냄, 332쪽, 1만6000원) 명문대- 대기업- 정년퇴직으로 이어지는 이상적인 진로 선택의 시대는 오래 전에 끝났다. 저자는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춰 직업을 찾고, 직업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진짜 공부’를 시작할 때라고 강조한다. 대기업, 외국계 회사를 거쳐 특성화고 교사가 된 저자는 고교 졸업 후 취업, 창업 후에도 학습을 이어가는 제자들의 사례를 수록했다.
10대를 위한 한줄과학 (알렉시스 로젠봄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208쪽, 1만3000원) 저자는 유명한 과학자들이 남긴 간결한 명언을 중심으로 과학사를 정리하고 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명언에 숨겨진 과학 이론을 과학자의 이야기와 엮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했다. 각 꼭지별로 해당 이론, 과학자와 관련된 깊이 있는 내용을 알고 싶을 때 ‘함께 읽으면 좋은 책’도 소개하고 있다.
14가지 빛깔의 그림책 수업 (그림책사랑교사모임 지음, 교육과실천 펴냄, 332쪽, 1만8000원) 14가지 수업 방법과 14가지의 주제에 따라 선생님들이 실천한 그림책 수업에 대해 구체적인 방법을 안내해준다. 그림책 창작, 연극, 미술, 음악 창작, 시와 자서전 쓰기부터 게임과 놀이를 접목한 수업, 온라인 협력 수업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인권과 생명존중, 평화, 협력, 정의 등의 주제를 풀어낸다. 수업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그림책 목록들도 제시하고 있다.
질문으로 자기주도성 UP! 과학탐구 프로젝트 수업 (남현정, 강창원 지음, 북랩 펴냄, 206쪽, 1만5000원) 전국과학전람회에 10여 년 동안 학생지도와 교원연구로 참여해 국무총리상과 장관상을 9차례나 수상한 두 교사가 수상작 중 다섯 가지를 추려 책에 실었다. 학생의 사소한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했던 질문들이 과학탐구 프로젝트 수업으로 이어지고, 그 프로젝트들이 전국과학전람회 출품작이 돼 각종 상을 휩쓸게 됐다. 과학탐구를 지도하는 교사들과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시로 여는 한 학기 한 권 읽기 (최규홍 외 4인 지음, 꿈과희망 펴냄, 208쪽, 1만3000원) 2021 대구광역시교육청 책쓰기 프로젝트에서 선정된 책으로, 최규홍 진주교대 교수와 4명의 초등 수석교사가 모여 시를 활용해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을 진행하기 위한 준비 과정부터 실제 수업 현장의 이야기, 수업 후의 성찰까지 담아냈다. 시와 연극이 함께 하는 읽기 수업, 시와 이야기가 함께 하는 읽기 수업, 동시집과 함께 하는 읽기 수업 등 다양한 수업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메타버스 교육 프로젝트 (변문경 외 3인 지음, 다빈치북스 펴냄, 250쪽, 2만2000원) 교육에도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적용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은 접근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 책은 쉽게 만들 수 있고 유지 비용도 들지 않는 플랫폼인 게더타운을 교육에 활용해볼 것을 권한다. 게더타운은 줌(Zoom)에 아바타를 더한 메타버스 구축 플랫폼이다. 게더타운을 통해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고 수업공간을 구성해 수업을 진행하는 방법, 교육행사를 기획·운영하는 방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1. 몸과 머리와 마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사람들은 어떤 말을 배우고 쓰느냐에 따라 머리를 굴리는 것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이를테면 한국말을 배우고 쓰는 사람과 영국말을 배우고 쓰는 사람과 중국말을 배우고 쓰는 사람은 말이 달라서 머리를 굴리는 것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그리고 머리를 굴리는 것이 달라짐에 따라 마음을 쓰는 것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이제까지 사람들은 어떤 말을 배우고 쓰더라도 머리를 굴리는 것과 마음을 쓰는 것이 같거나 비슷할 것으로 생각해왔다. 이런 까닭으로 사람들은 이런 말과 저런 말이 서로 다른 바탕을 갖고 있더라도 그것을 배우고 쓰는 것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일이 많았다. 이를테면 한국말은 상대에 따라서 말을 높이고 낮추는 말이 매우 많아서, 어떤 사람이 한국말을 배우고 쓰게 되면, 무엇이든 위아래로 차려서 바라보는 버릇을 갖기 쉽다. 그러나 영국말은 상대에 따라서 말을 높이고 낮추는 말이 매우 적어서 어떤 사람이 영국말을 배우고 쓰게 되면, 무엇이든 나란히 차려서 바라보는 버릇을 갖기 쉽다. 이런 까닭으로 한국말을 배우고 쓰는 사람과 영국말을 배우고 쓰는 사람은 머리를 굴리는 것과 마음을 쓰는 것에서 다름이 생겨날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러한 것을 매우 가볍게 생각해왔다. 사람들이 어떤 말을 배우고 쓰느냐에 따라서 머리를 굴리는 것과 마음을 쓰는 것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살펴보려면, 사람들의 몸과 머리와 마음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지알아보아야 한다. 몸은 내가 온갖 것과 함께 하는 일을 통해서 살아가는 일을 이루어가는 나의 기틀을 말한다. 내가 나로서 나고 살고 죽는 것은 온갖 것과 함께 하는 나의 기틀인 몸이 나고 살고 죽는 것을 말한다. 머리는 나의 몸이 살아가는 일을 할 수 있도록 갖가지 것을 부리는 나의 재주를 말한다. 나는 머리가 돌아가는 일을 바탕으로,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서, 몸이 살아가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나간다. 마음은 내가 몸과 머리를 써서 만들어나가는 나의 세계를 말한다. 나는 몸을 움직이고 머리를 굴려서 나의 안에 마음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나는 마음의 세계를 갖게 됨으로써, 마음의 밖에 있는 사물의 세계를 마주하여, 내가 나로서 살아가는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사람들은 몸과 머리와 마음을 아우르는 하나의 임자를 ‘나’라고 말한다. ‘나’는 기틀이 되는 몸의 임자이면서, 재주를 부리는 머리의 임자이면서, 나름으로 나의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마음의 임자이다. 2. ‘어떤 것’을 ‘어떠한 것’으로 느껴서 알아보는 것 한국사람은 나라는 임자가 몸을 바탕으로 머리를 굴려서 마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것을 ‘것’, ‘늧’, ‘느끼다’, ‘얼’, ‘얼이다’, ‘말’, ‘넋’, ‘녘’, ‘녀기다’, ‘알’, ‘알다’와 같은 말로써 풀어왔다. 한국말에서 ‘것’은 임자가 마주하는 모든 것을 담아내는 말이다. 임자는 ‘어떤 것’을 마주하는 일을 함으로써 내가 ‘어떤 것’을 ‘어떠한 것’으로 느끼거나 여겨서 알아보는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임자가 마주하는 ‘것’에서 냄새, 맛깔, 빛깔, 소리, 모양과 같은 ‘늧’이 일어난다. ‘늧’은 ‘것’이 임자에게 느낌이 일어나게 만드는 감각 자질이다. 사람들이 ‘느닷없이’라고 말할 때 ‘느닷’은 ‘늧앗’으로서 ‘늧’의 ‘씨앗’을 말한다. ‘늧’의 ‘씨앗’이 흐릿한 상태에서 갑자기 어떤 것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느닷없이’라고 말한다. ‘것’에서 비롯하는 ‘늧’이 몸으로 들어오면, 머리에 ‘어떤 것’에 대한 ‘어떠한 얼이’가 얼이게 된다. 사람들은 이러한 ‘얼이’를 마음에 비추어 보고서 ‘어떤 것’을 ‘어떠한 것’으로 느껴서 알아보는 일을 한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어떤 것에서 비롯하는 노란 빛깔이 눈으로 들어와서 머릿속에 노란 빛깔을 가진 어떤 것에 대한 ‘얼이’가 얼이게 되면, 이러한 ‘얼이’를 마음에 비추어 보고서 ‘어떤 것’을 ‘노란 빛깔의 것’이라고 느껴서 알아보는 일을 하게 된다. 사람들이 ‘것’에서 비롯하는 ‘늧’으로써 ‘어떤 것’을 ‘어떠한 것’으로 느껴서 알아보는 것을 지각(知覺)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지각은 나비, 돼지, 멸치, 침팬지, 사람과 같은 것에서 두루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나비, 돼지, 멸치, 침팬지와 다르게 말로써 생각을 펼친다. 사람들은 말로써 생각을 펼치게 되면, 늧으로 느껴서는 알 수 없는 것까지 깊고 넓게 알고, 바라고, 이룰 수 있다. 이로써 사람들은 온갖 것을 살려서 살아가는 살림살이의 임자로서 설 수 있다. ‘말’은 임자가 어떤 것에 대한 뜻을 소리에 담아서 생각을 펼쳐내는 것을 말한다. 사람들은 말을 배우게 되면, 낱낱의 말을 이리저리 엮어서, 온갖 종류의 생각을 펼쳐서 더불어 함께 뜻을 주고받는다. 한국말에서 ‘말’은 ‘말다’와 바탕을 같이하는 말로서, 두 가지 뜻을 하나로 아우르고 있다. 첫째로 말은 ‘~지 말라’고 하는 것으로서, 무엇이 어떤 일을 멈추어서 끝을 맺는 것을 일컫는다. 이를테면 “너는 밥을 먹지 마라”에서 ‘마는 것’은 네가 밥을 먹는 일을 그대로 멈추어서 끝을 맺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고 말았다’라고 하는 것으로서, 무엇이 어떤 일을 이루어서 끝을 맺는 것을 일컫는다. 이를테면 “너는 밥을 먹고 말았다”에서 ‘마는 것’은 네가 밥을 먹는 일을 그대로 이루어서 끝을 맺는 것이다. 사람이 어떤 것을 어떤 말에 담는 것은 어떤 것을 어떤 말로서 끝을 맺도록 하는 일이다. 이를테면 “이것은 꽃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이것’을 ‘저것’이나 ‘그것’이 아닌 ‘이것’으로 끝을 맺게 하는 일이고, ‘꽃’을 ‘돌’이나 ‘물’이 아닌 ‘꽃’으로 끝을 맺게 하는 일이고, “이것은 꽃이다”를 “이것만 꽃이다”나 “이것도 꽃이다”가 아닌 “이것은 꽃이다”로 끝을 맺게 하는 일이다. ‘말’은 무엇이 무엇으로서 끝을 맺게 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무엇에 대한 말을 가지고, 무엇에 대한 생각을 함께 펼칠 수 있고, 함께 나눌 수 있다. 한국사람은 말을 배우고 쓰는 것과 함께 나의 안에서 생각을 펼치는 줏대인 ‘넋’이 생겨나 자리하는 것으로 보았다. 말을 배우지 않은 단계에서 사람은 그냥 개나 돼지처럼 늧으로 느껴서 아는 일을 하다가, 말을 배우게 되면서 ‘넋’으로써 생각을 펼치는 것으로 보았다. 옛사람들은 이러한 ‘넋’을 ‘혼(魂)’이나 ‘백(魄)’으로 새겼다. 한국말에서 ‘넋’은 ‘녘’과 ‘녀기다’와 바탕을 같이 하는 말이다. ‘넋’은 사람들이 말로써 생각을 펼쳐나가는 줏대를 일컫는 말이고, ‘녘’은 사람들의 생각이 온갖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것을 일컫는 말이고, ‘녀기다’는 사람들이 말로써 생각을 펼쳐서 어떤 것을 어떠한 것으로 녀겨서 알아보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이런 까닭으로 사람들은 ‘넋’이 나가거나 ‘넋’을 잃으면, 생각이 온갖 것으로 뻗어나가서, 어떤 것을 어떠한 것으로 여겨서 알아보는 일이 일어날 수 없다. 이렇게 볼 때 사람들이 ‘것’에 바탕을 둔 ‘늧’으로써 어떤 것을 어떠한 것으로 느껴서 알아보는 지각의 경우에는 모든 사람들이 두루 함께 하는 것으로 말할 수 있는 반면에 사람들이 ‘말’에 바탕을 둔 ‘넋’으로써 어떤 것을 어떠한 것으로 여겨서 알아보는 생각의 경우에는 어떤 말을 배우고 쓰느냐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말할 수 있다. 이러니 우리는 한국말, 영국말, 중국말과 같은 말이 어떤 점에서 같고 다른지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것이 필요하다.
하늘 높은 곳에 밝은 빛이 있어 온 세상을 비추는 형상 최근 언론에서 자주 듣는 단어중의 하나가 ‘화천대유’이다. 이는 주역(周易) 64괘(卦) 중의 하나인 화천대유괘(火天大有卦, )에서 나온 말이다. 주역(周易)에서는 3개의 양효(陽爻, )로 이루어진 건괘(乾卦, )를 부지런히 움직이는 태양 또는 하늘로 상징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태양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부지런히 강건하게 움직인다. 겉에는 2개의 양효(陽爻, )가 있으나 속에는 1개의 음효(陰爻, )가 있는 리괘(離卦, )는 ‘밝음’ ‘불[火]’ ‘문명(文明, 文彩가 나고 分明함)’ 등을 상징한다. 밝게 타는 촛불을 보면 속의 온도가 겉의 온도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것과 같다. 이상의 괘(卦)들은 우리나라의 태극기에 모두 나오는 것이다. 화천대유괘(火天大有卦, )는 아래에 하늘을 의미하는 건괘(乾卦, )가 있고 위에는 불을 의미하는 리괘(離卦, )가 있으니, 하늘 높은 곳에 밝은 빛이 있어 온 세상을 비추는 형상이다. 사람들이 어둡고 추운 동굴에서 나와 따뜻한 빛을 쬐기 위해 모여드는 것과 같다. 사람이 모이니 재물 역시 많이 소유할 수 있어 크게 형통(亨通, 온갖 일이 뜻대로 잘됨)하다. 사람으로 비유하면 얼굴에 화색이 돌고 부지런한 경우에 해당된다. 일이 잘 풀리고 재물과 사람들이 모이니 몸과 마음이 좋지 않을 리가 없다. 이러한 화천대유괘에 대하여 공자(孔子)는 어떻게 이해하였을까? 첫째, 유순(柔順)한 사람이 존엄한 자리에 있어 다른 사람들이 모두 따르는 것이라고 보았다. 남자 9명과 여자 1명이 있으면 여자가 상대적으로 귀하기 때문에 대접을 더 받는 경향이 있고, 남자 1명과 여자 9명이 있으면 남자가 상대적으로 귀하기 때문에 대접을 더 받는 경향이 있듯이, 유일한 음효(陰爻, )를 5개의 양효(陽爻, )들이 받들고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 더군다나 음효(陰爻)가 있는 자리는 예전의 기준으로 보면 임금에 해당되니, 선생님·회장님· 핵심인물·지도자·큰손·가장(家長)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지도자의 권한은 그렇지 않아도 막강한데 그러한 지도자가 강경하게 사람들을 대하면 사람들이 진심으로 잘 따를까? 겉으로는 따르겠지만 심복(心腹)하지는 않을 것이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일수록 유순하면서 인자하게 사람을 대하여야 사람들이 잘 모이고 순종하게 될 것이다. 권한이 많은 지도자일수록 유순하여야 결과적으로 대유(大有, 크게 所有함)할 수 있음을 공자(孔子)는 지적한 것이다. 둘째, 중(中, 中道에 맞음)이 아니라 대중(大中, 크게 中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일반적으로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중도(中道)를 잘 지키는 것이다. 재물(財物)이 많아지면 그로 인한 분란이 일어나기 쉽다. 따라서 어느 모임이나 단체에서 회장·총무·재무 등은 반드시 신뢰가 있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상식이다. 흔히 재산이 많은 집안에서는 상속할 때 분란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고, 상속할 재산이 없는 집안에서는 오히려 형제간에 우애가 더 좋은 경우가 많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항상 중도(中道)를 지켜야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공자(孔子)는 대유(大有, 크게 所有함)한 때일수록 대중(大中, 크게 中함)하여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셋째,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잘 호응(呼應)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소유한 것이 많아지고 사람들이 많이 모일수록 상사와 부하가 서로 잘 응(應)하여야 불협화음이 일어나지 않는다. 재물이 많아질수록 사심(私心)이 더 생겨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많아질 수 있음을 경계하였다. 구성원 사이에 서로 의심하기 시작하면 이득의 분배에서 반드시 분란이 일어나는 것이 상례이다.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믿고 일을 시켜야 하고,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믿고 따라야 모두 대유(大有, 크게 所有함)할 수 있다. 넷째, 화천대유괘(火天大有卦, )는 아래에 강건(剛健, 剛하고 굳셈)함을 의미하는 건괘(乾卦, )가 있고, 위에 문명(文明, 文彩가 나고 分明함)을 의미하는 리괘(離卦, )가 있다. 따라서 공자(孔子)는 대유(大有, 크게 所有함)하기 위해서는 강건(剛健)하면서 문명(文明)하여야 함을 강조하였다. 강건(剛健)하면 매사에 성실하게 행동하게 되므로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문명(文明)은 문채(文彩, 무늬)가 밝게 빛난다는 의미인데 동물적인 삶이 아닌 인간이 마땅히 지켜야할 도리를 지키는 것이다. 이는 곧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다. 진리를 깨달으신 부처님에게 광배(光背)가 있듯이 공부를 열심히 하거나 도(道)를 깨우치거나 어느 분야에 전념하다보면 그 사람에게서 광채가 나서 얼굴이 밝아 보인다.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그 사람이 우울하고 어두워 보이고, 일이 잘 풀리고 신이 나면 얼굴이 밝아 문채(文彩)가 나는 법이다. 문명(文明)의 본래의 의미는 자동차·휴대전화·로켓 등과 같은 과학의 발달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제대로 지키는 것이었다. 재물을 열심히 모았는데 이를 인간의 문명(文明)을 밝히는 데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만의 쾌락을 위하거나 다른 사람을 고통스럽게 한다면 이는 제대로 대유(大有, 크게 所有함)한 것이 아니다. 열심히 성실하게 굳건한 삶을 살면서 문명(文明)을 밝히면 저절로 대유(大有)하게 될 것이다. 다섯째, 하늘의 뜻에 맞추어 시행(時行, 때에 맞춰 行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겨울이 오는데 얇은 옷을 입거나, 여름이 오는데 두꺼운 옷을 입으면 이는 하늘의 움직임과 역행하므로 몸이 고생할 가능성이 높다. 마찬가지로 모든 백성이 원하면 그것이 곧 하늘의 뜻이므로 순응하면 옳고 역행하면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 하여도 한증막에 들어갈 때는 옷을 벗어야 하고, 따뜻한 실내에 있을 때는 두꺼운 옷을 벗는 것이 상례이다. 물론 추운 한데에서는 당연히 따뜻한 외투를 입어야 얼어 죽지 않는다. 이와 같이 자신이 처한 여건과 때에 따라 제대로 행동하여야 대유(大有)하여 크게 형통(亨通)할 수 있다고 공자(孔子)는 강조하였다. 때에 맞춰 잘 행(行)하여야 대유(大有)한다 이러한 화천대유괘(火天大有卦, )에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어떠한 지혜를 얻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첫째, 지도자가 유순(柔順)하게 사람을 대하여야 대유(大有)한다고 하였는데, 이는 운동을 하거나 식이요법 등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경직되지 말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한데, 체질별로 보았을 때 태양인(太陽人)은 목표를 세우고 실천함에 있어서 너무 급박한 마음이 앞서기 쉬우며 자신이 대장이 되어 이끌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향이 있으므로 좀 더 부드럽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좋다. 소양인(少陽人)은 호승지심(好勝之心, 이기기를 좋아하는 마음)이 강하기 쉬우므로 승부에 너무 연연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태음인(太陰人)은 은근히 겁심(怯心, 怯나는 마음)이 있기 쉬우므로 경직되지 말고 편하게 대처하는 것이 좋다. 소음인(少陰人)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속으로 불안한 마음을 가지기 쉬우므로 유순한 지도자를 만나도 믿고 따르는 것이 좋다. 둘째, 대중(大中, 크게 中함)하여야 대유(大有)한다고 하였는데, 이는 건강유지에 있어서 기본이다. 일상생활에 있어서 일과 휴식의 균형이 잘 잡혀야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듯이, 술이나 음식을 먹더라도 기분이 좋을 정도로 적당히 먹어야 하며, 운동도 근육이 파열될 정도로 지나치게 하거나 너무 안일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기분이 좋을 정도로 적당히 하는 것이 좋다. 몸과 마음이 적당히 편안해야 진정으로 대유(大有)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상하(上下)가 잘 호응(呼應)하여야 대유(大有)한다고 하였다. 예전부터 사람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승화강(水升火降, 腎水는 올라가고 心火는 내려감)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심장(心臟)의 화(火)는 위로 올라가기 쉬우며 신장(腎臟)의 수(水)는 아래로 내려가기 쉬운데, 이렇게 되면 위에 있는 기운과 아래에 있는 기운이 서로 만날 일이 없어 사람의 기(氣)가 흩어진다고 보았다.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만나 소통을 하면 좋고 서로 만나지 않고 각자 자신의 길만 고집하면 불화(不和)가 심해지는 법이다. 우리가 흔히 족욕(足浴)을 하여 발을 따뜻하게 하고 머리는 시원하게 하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넷째, 강건(剛健, 剛하고 굳셈)하고 문명(文明, 文彩가 나고 分明함)하여야 대유(大有)한다고 하였다. 초등학교 학생이 아는 건강 상식만 잘 지켜도 건강을 잘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알지만 제대로 실천하지 않고, 열심히 실천을 하지만 엉뚱한 건강 상식에 바탕을 두기 때문에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 자신에 맞는 건강유지 방법을 반드시 제대로 공부하고 검증된 전문 의료인과 상의한 다음 이를 성실하게 실천하는 것이 좋다. 다섯째, 때에 맞춰 잘 행(行)하여야 대유(大有)한다고 하였다. 천지자연의 흐름에 맞추어 생활을 하지만 경직되지 말고 상황에 맞추어 시의적절(時宜適切, 알맞은 때에 잘 맞춤)하게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곧 건강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운동을 할 때 그날의 몸 상태에 따라 약간 더 할 수도 있고 덜 할 수도 있도록 유연하게 하여야 한다. 무엇을 하든 무리하지 말고 즐겁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 곧 건강유지비법인 것이다. 이상과 같이 화천대유괘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건강하게 화천대유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힘피에서 맛 본 350원의 아침식사 호스펫에서 함피(이곳 사람들은 현지인들이 거주하는 신시가지인 호스펫을 뉴 함피, 유적지가 있는 곳을 올드 함피라 칭한다)로 가기 위해선 릭샤나 택시 혹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숙소는 현지인들이 살고 있는 호스펫에 잡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함피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를 탈 수 있는 곳을 찾아 나선다. 인터넷 지도를 따라 길을 걷는데, 버스정류장 맞은편에 바나나 잎에 얹어 파는 거리표 음식을 현지인들이 많이 사 먹고 있었다. 아침 식사를 하지 않고 나왔던 터라 기웃거렸더니, 주인 사내가 음식을 건넨다. 이곳에는 거개 후불제. 처음엔 그 음식이 무엇인지 몰랐다. 대표 음식 중 하나인 ‘도사’다. 왼손으로 바나나 잎을 받쳐 들고, 오른손으로 크레페나 팬케이크 같은 빵을 찢고, 그 위에 뿌려진 소스인 처트니(chutney)를 적당히 발라서 손가락으로 오므려 먹는 거다. 내 먹는 모습이 현지인들에겐 볼거리였나 보다. 호기심으로 혹은 알 수 없는 미소로 자꾸만 쳐다본다. 개의치 않고 씩씩하게 식사를 끝내고 가격을 물어보니 20루피란다. 우리 돈 350원 정도의 아침식사. 버스 스탠드(버스터미널을 인도에선 이렇게 부른다)에서 경비원에게 함피행 버스를 물었더니, 친절하게도 그 버스 앞까지 나를 데려다준다. 티켓팅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기웃거렸지만, 어디에도 표 파는 곳이 없다. 버스에 올랐더니, 세상에나 차장이 있어 일일이 손님에게 와서 돈을 받고 영수증을 주는 시스템이다. 골목을 하나 도는데 M형이 손을 들어 버스에 탄다. 버스 안에 탄 현지 주민들의 눈이 두 사람에게로 분산되니 눈빛의 무게가 반으로 줄어드는 것보다 더 반가운 건, 사실 잔돈이 없었던 이유였다. 2000루피는 고액권이라(우리 돈 3만 5000원 정도) 잔돈 교환 때문에 사용이 어렵다. 좀 전 거리표 음식을 먹을 때 몹시 당황했다. 지갑과 주머니를 다 열어보니 10루피 한 장과 동전 두 개가 있을 뿐 20루피를 채울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 옆 가게에 가서 물 한 병 사려고 2000루피를 내밀었더니 안 된단다. 마찬가지, 거리표 음식 주인도 내가 2000루피 지폐와 남은 잔돈을 모두 보였더니 잔돈만 가져가며 오케이라 말했다. 20루피짜리 아침을 깎아서 15루피 정도 낸 셈이다. 그러니, 16루피인 버스비야 또 말해 무엇하랴. 멀리 함피가 보인다. 함피를 처음 만난 사람 모두 비슷한 느낌을 가지지 않았을까? 거기 부려진 산언덕과 그 언덕 위에 얹힌 황톳빛 화강암 바위들이 우주를 유영하다가 미지의 혹성에 불시착한 곳 같다는 느낌. 함피는 14세기에서 17세기 사이 남인도에서 한때 100만 명의 용병을 고용할 정도로 번성한 힌두 왕조 비자야나가르왕국의 수도였다. 그러나 북쪽 무슬림 연합국의 침략을 받아 왕조가 망하면서 폐허가 되었다. 하지만 그 폐허 사이로 그때의 번영을 웅변하는 유적지와 화강암 바위들이 어우러져 다소 비현실적인,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풍경(디 콘티)’이란 말을 낳게 된 곳이기도 하다. 이 낯섦이 주는 신선한 충격이 바로 여행의 진수가 아닐까? 함피의 첫인상과 강렬함은 이것에서 출발한다. 그래서인지, 함피 주변의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오랫동안 이곳에 느긋하게 머물면서 낯선 세계가 주는 어떤 충만한 느낌에 몸 담그는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함피 바자르에 내리자마자 길게 회랑처럼 이어진 고뿌람을 지나면 웅장한 비루팍샤 사원이 나타난다. 모두 3개의 고뿌람이 있는데, 그중 가장 큰 것은 9층으로 높이가 48미터에 이른다. 밧탈라 사원과 함께 함피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웅장한 사원이다. 또한 수많은 힌두 순례자들이 찾는 곳이고 예배 의식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살아 있는 사원이기도 하다. 첫날은 이동 중간에 버스 한두 번을 이용하고, 나머지는 걸어서 이동을 했다. 그늘에선 딱 알맞은 남국의 기온이지만 햇빛은 강렬하고 따갑다. 그리고 지나는 오토바이와 릭샤와 택시들이 지나며 일으키는 먼지와 매연들이 힘겨웠지만, 그래도 혼자 타박타박 걸으며 폐허와 일부 남겨진 유적들 사이를 유영하며 어마어마하게 번성했을 왕조시대를 상상해 본다. 그러다, 늦은 오후 무렵 일몰 명소라는 마팅가힐에 오른다. 해지는 풍경에 함피라는 신들의 정원 전체가 장엄하게 펼쳐진다. 누군가의 장난스러움이 겹쳐놓은 듯한 바윗돌들이 위태롭게 언덕을 채우고 있는 너머로 드문드문 사원과 기둥만 남은 흔적들이 사방으로 보인다. 이튿날은 로터스 마할을 거쳐 밧탈라 사원에 이르렀다. 밧탈라 사원과 로터스 마할은 거리가 다소 떨어져 있기 때문에 처음엔 오토바이를 빌리려 하였으나, 오토바이는 이미 대여가 끝났단다. 로터스 마할과 밧탈라 사원 입구까지는 오토릭샤를 이용했고, 그다음부터는 다시 도보로 다닌다. 열대의 뜨거움에 다소 적응이라도 된 듯, 짜증스러움보다 즐거운 걸음이다. 역대 왕들의 정자 역할을 했다는 로터스 마할은 인도식 건축과 이슬람식 양식이 조화된, 그야말로 한 송이 연꽃같이 소담스러운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반면, 밧탈라 사원은 압도적이라고 할까. 비록 미완의 신전이라곤 하지만, 약탈과 도굴 등으로 폐허로 남았던 함피에선 그래도 그나마 원형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사원 중의 하나다. 화려하고 섬려하면서도 웅장하다. 본당에는 56개의 돌기둥들을 뮤직 팔라(음악기둥)로 만들어 실제 다른 음색을 내게 만들었다. 그리고 사원 한가운데는 힌두교 3신 중 하나인 비슈누신이 타고 다니던 새 가루다(Garuda)를 아주 정교하게 형상화한 돌로 만든 전차가 단연 눈길을 끈다. 밧탈라에서 함피 바자르까지는 걸어서 이동을 했다. 2km 남짓한 그 길에서는 가이드북에 소개조차 되지 않은 수많은 신전과 기둥과 터가 즐비하다. 터와 기둥만 남아 있는 흔적들을 보면서 그 옛날 비자야나가르왕국의 시간들을 상상해 보면서 걷는 시간이 내내 즐거웠다. 여행은 낯선 세상과의 새로운 만남이다. 내가 살고 있던 곳에서도 쉬이 만날 수 있는 익숙함이라면 굳이 먼 길의 고생을 자초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여행은 내가 미처 꿈에서도 꾸지 못했던 세상의 다른 모습을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면에서라면 함피는 낯선 즐거움에 흠뻑 젖어들 수 있는 곳이다. 코로나로 빗장이 꽁꽁 걸려 있던 세상. 하지만 서서히 위드 코로나가 진행되고 있고, 다시 세상으로 나가는 문이 활짝 열리게 될 날을 많은 사람들이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오랜 우울의 그늘에 갇혀 있던 우리에게 위로가 될 좋은 선물이 없을까? 그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여행이 될 수 있으리라. 낯선 세상에 몸담아 자신의 내면과 만남을 주선해 주는 일은 스스로에게 해 줄 수 있는 인생 최고의 선물 중 하나가 될 것이라 믿는다. 낯선 즐거움을 주는 곳이 어디 한두 곳이랴만. 코로나 이전에 다녀왔던 인도의 남쪽, 남인도에서도 가장 이채로웠던 ‘함피(Hampi)’를 한번 권해보고 싶다.
노란 더듬이를 가진 푸른 나비 2016년 77세 작가 한승원은 ‘달개비꽃 엄마’라는 장편소설을 냈다. 등단 50년을 맞은 작가가 99세에 별세한 어머니 이야기를 소설로 쓴 것이다. 소설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하고 있다. 무덤 앞에 엎드려 절을 하고 났을 때 (중략) 금잔디를 밟고 선 내 발 앞으로 국숫발같이 오동통한 달개비 덩굴 한 가닥이 기어나왔다. 그 덩굴의 마디마디에서 피어난 닭의 머리를 닮은 남보랏빛 꽃 몇 송이가 나를 쳐다보며 웃고 있었다. (중략) 그 오동통한 달개비 풀꽃처럼 강인하게 세상을 산 한 여인, 나의 어머니를 위하여 이 소설을 쓴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달개비꽃에 비유한 것이다. 그 많은 잡초 중에서 강인하면서도 어여쁜 달개비를 고른 것은 탁월한 선택인 것 같다. 달개비 꽃은 7월쯤 피기 시작해 늦가을인 10월까지 피는 꽃이다. 밭이나 길가는 물론 담장 밑이나 공터 등 그늘지고 다소 습기가 있는 곳이면 전국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 꽃은 작지만 자세히 보면 상당히 예쁘고 개성 가득하다. 우선 꽃은 포에 싸여 있는데, 포가 보트 모양으로 독특하다. 남색 꽃잎 2장이 부챗살처럼 펴져 있고 그 아래 노란 꽃술이 있는 구조다. 이 모습을 이유미 국립세종수목원장은 책 ‘한국의 야생화’에서 “마치 노란 더듬이를 가진 푸른 나비를 보는 듯하다”고 표현했다. 꽃이 지고나면 생기는 밥알 모양 열매는 어릴 적 소꿉놀이할 때 쌀 대용으로 사용한 것이다. 달개비라는 이름은 꽃이 닭의 볏을 닮았다고 붙인 이름이다. 이 풀의 정식 이름은 닭의장풀인데, 이 식물이 주로 닭장 주변에 자란다고 붙은 것이다. 6월에 흰색 또는 옅은 보라색으로 피는 소박한 꽃 박완서의 대표작을 고르라면 당연히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일 것이다. 그런데 몇 권을 더 고르라면 ‘엄마의 말뚝’ 연작도 빠지지 않을 것 같다. 박완서는 1981년 ‘엄마의 말뚝2’로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이 두 작품은 비슷한 대목이 많기도 하다. ‘그 많던 싱아’는 박완서가 고향(박적골)을 떠나 서울 생활을 시작해 대학생으로 6·25를 맞기까지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엄마의 말뚝’은 이 과정을 엄마의 관점에서 그린 소설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겹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꽃으로 소설을 읽는 것, 소설에서 주요 소재 또는 상징으로 나오는 꽃을 찾아 그 의미를 알아보는 것은 필자의 오랜 관심사였다. 박완서 문학에서 ‘엄마의 말뚝’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해 이 소설도 한번 다루어보고 싶어 열심히 소설 속에 나오는 꽃을 찾은 적이 있다. 그러나 몇 번 읽었지만 마땅한 꽃을 찾지 못했다. 소설 초반에 살구나무·토종국화 등이 나오긴 하지만 고향 박적골의 상징으로는 몰라도 엄마의 상징은 아니었다. 한참 후에야 ‘엄마의 말뚝’이 아닌 다른 소설에서 엄마를 상징할 만한 꽃을 찾았다. 바로 ‘그 많던 싱아’에서였다. 소설에서 6·25 발발 직전 박완서와 엄마가 오빠가 근무하는 고양중학 사택을 둘러보러 갔을 때 장면이다. 엄마는 집은 보는 둥 마는 둥 먼저 텃밭으로 들어갔다. 한참이나 밭고랑에 쭈그리고 앉았기에 나는 엄마가 거기서 오줌을 누는 줄 알고 일부러 딴 데를 보았다. 한참 있다가 돌아다보았더니 어린애처럼 흙을 주무르고 있었다. 나하고 시선이 마주치자 감자꽃처럼 초라하고 계면쩍게 웃으면서 중얼거렸다. “난 하루라도 빨리 여기 살고 싶구나. 땅이 어쩌면 이렇게 거냐? 세상에 이 좋은 땅을 이대로 놀리다니.” 이 장면 바로 뒤에 6·25가 터지면서 이사를 포기했을 때 ‘나는 불현듯 텃밭 사이에서 감자꽃처럼 웃던 엄마 생각이 나면서 가슴이 깊이 아렸다’는 문장이 있다. 이런 대목들로 볼 때 감자꽃은 엄마를 상징하는 꽃으로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감자꽃은 6월에 흰색 또는 옅은 보라색으로 피는 소박한 꽃이다. 장미에 모성애를 담아낸 절묘한 조화 신경숙의 베스트셀러 ‘엄마를 부탁해’ 표지는 강렬한 빨간색에 밀레의 ‘만종’에 나오는 듯한 여자가 기도하는 그림이다. 실제로는 밀레의 ‘만종’에서 모티브를 얻어 살바도르 달리가 그린 그림을 쓴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엄마를 부탁해’ 일본어판 표지는 장미 사진으로 뒤덮여 있다. ‘엄마를 부탁해’가 장미와 무슨 연관이 있어서 이런 표지를 쓴 것일까. 일본 출판사에 문의해본 것은 아니지만, 소설에서 장남이 서울에 처음 집을 장만했을 때 엄마가 담장 옆에 장미를 심어주는 내용에서 착안한 것이 확실하다. 그가 집을 갖게 되고 처음 맞이한 봄에 서울에 온 엄마는 장미를 사러 가자고 했다. 장미요? 엄마의 입에서 장미라는 말이 나오자 그는 잘못 듣기라도 한 듯 장미 말인가요? 다시 물었다. 붉은 장미 말이다, 왜 파는 데가 없냐? 아뇨 있어요. 그가 엄마를 구파발에 쭉 늘어서 있는 묘목을 파는 화원으로 데리고 갔을 때 엄마는 나는 이 꽃이 젤 이뻐야, 했다. 엄마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장미 묘목을 사와서 담장 가까이에 구덩이를 파고 허리를 굽혀가며 심었다. (중략) 엄마의 그 모습이 낯설어 그가 담과 너무 가까이에 심는 거 아니냐고 하자 엄마는 담 바깥에 사람들도 지나다님서 봐야니께, 했다. 그 집을 떠나올 때까지 봄마다 장미는 만발했다. 어렵게 집을 장만한 자식의 행복이 장미 향기처럼 세상에 퍼지기를 바라는 엄마의 심정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자신은 그렇지 못했지만 자식들은 화려하게 살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도 담겨 있을지 모른다. 화려한 장미와 시골에서 올라온 엄마는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이처럼 장미에 모성애를 담아내면서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엄마를 부탁해’는 잃어버린 후에야 깨닫는 엄마의 사랑, 그리고 자식들과 남편의 때늦은 후회를 담고 있다. 엄마를 잃어버린 후에야 자신들이 얼마나 무심했는지, 어머니의 사랑은 얼마나 컸는지 깨닫는 것이다. 에필로그에서 큰딸은 바티칸시티에 갔다가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라에 가거든 장미나무로 만든 묵주를 구해다 달라고 말한 것을 기억해낸다. 그리고 장미묵주를 사서 피에타상 앞에 내려놓고 ‘엄마를, 엄마를 부탁해’라고 말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처럼 이 소설에서는 장미가 엄마의 상징으로 선명하게 나오고 있다. ‘달개비꽃 엄마’, ‘엄마의 말뚝’,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면 누구나 읽는 내내 어머니를 떠올릴 것이다. 필자도 위 소설들을 읽으며 어머니 이야기를 쓴다면 어떤 꽃에 비유하는 것이 좋을지 오래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