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47,470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광주 광일고(교장 조영운) 수학여행단 150여명이 제주 마라도에서 환경정화활동을 했다. 지난달 26일 오전 마라도에 입도한 광일고 2학년 학생자치회 학생들은 ‘수학여행의 참뜻을 실현하고 더 나은 체험과 추억을 만들자’는 의미에서 즉흥적으로 제안했고, 다른 학생들과 인솔교사가 뜻을 같이하면서 이 활동이 이뤄졌다. 활동은 마라도 올레길를 돌며 그 곳의 쓰레기를 줍는 등 90분 동안 실시됐다. 활동을 제안한 학생회 부회장 안진식(2학년) 학생은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마라도가 너무 아름답다"며 "친구들과 함께 이 곳의 환경을 지키기 위해 작은 노력이라도 보탠 것이 너무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준영(2학년) 학생은 "봉사활동을 단지 입시를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했다"며 "이번 활동이 나와 친구들의 생각이 바뀐 좋은 계기가 됐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 국토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라도 주민들은 "최근 탐방객들로 쓰레기가 많이 쌓여 있었는데, 학생들이 치워주니 너무 흐뭇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학생들을 인솔한 박태용 교사는 "학생들 스스로 단순히 보고 즐기는 여행의 개념에서 벗어나, 봉사활동을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실천하는 전 과정이 참 대견했다"며 "이번 여행이 학생들에게 유익하고 생생한 체험이 됐을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성률 교감은 "수학여행 이후에도 활동들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소감문 작성과 UCC 제작 등을 통해 뜻깊은 시간을 되새기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마간산식의 여행에서 탈피해 학생들이 참된 체험을 할 수 있는 수학여행이 되는 방향으로 맞추어가겠다"며 참여형 수학여행을 계속 추진할 뜻을 밝혔다.
경북 문경교육지원청(교육장 엄재엽)은 1일 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2017 문경전통찻사발축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고 쾌적한 축제환경 조성을 위해 문경새재도립공원 행사장 일원에서 관광객 및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반부패 청렴 캠페인 및 국토청결운동을 실시했다.이번 캠페인은 청렴한 문경교육지원청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직원들의 봉사활동을 통한 모범적인 공직자로의 자세확립과 지역축제에 대한 직원들의 관심 제고를 위해 실시됐다.문경교육지원청 직원들은 '부패 없는 청렴한 세상 문경교육지원청과 함께'라는 구호의 어깨띠를 두르고 행사장 주변 쓰레기를 줍고 근로자의 날을 맞이하여 문경새재를 찾는 관광객 및 지역민들에게 청렴문화 확산하기 위한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힘썼다.엄 교육장은 “이번 반부패 청렴 캠페인을 통해 청렴과 나눔, 소통의 가치를 전파하고, 앞으로도 문경교육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내실 있는 청렴 문화 확산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5월 가정의 달. 감사하고 고마움을 표해야 할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감사의 마음이 지나쳐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경우, 주고받는 사람 모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난 9월 청탁금지법 시행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스승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일까? 스승의 날을 앞두고 청탁금지법과 관련하여 도교육청 공문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거기에 따른 해석도 제각각이다. 학교 차원에서 중간고사 기간을 활용하여 교직원 대상 청탁금지법 연수가 있었다. 기존 위반 사례를 바탕으로 자칫 교사가 범하기 쉬운 내용의 사전 연수이기도 했다. 연수가 끝난 뒤, 많은 교사의 질문 중의 하나가 스승의 날 학생들이 주는 카네이션 꽃이 청탁금지법에 해당하는가였다. 학생 대표(학생회장, 학급반장 등)가 교사에게 주는 꽃은 청탁금지법과 무관하나, 학생 개개인이 교사에게 주는 꽃은 청탁금지법에 위배된다는 국가권익위원회의 애매모호(曖昧模糊)한 해석이 교사의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눈에 보이는 위반 사례보다 암암리에 행해지는 금품 수수 내지 선물 공세가 더 큰 문제라고 연수에 참여한 교사들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중요한 것은 서로에게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안 주고 안 받는 운동'이 전개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다가오는 스승의 날(15일), 스승을 공경하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잘못된 관행으로 퇴색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학생들로부터 존경받아야 할 스승의 날이 부정 청탁으로 얼룩지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무엇보다 청탁금지법이 빠른 시일 내 정착하기 위해서는 한시적이 아닌 지속적인 관리 감독으로 부정 청탁 그 자체를 발본색원(拔本塞源)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교사와 학생 나아가 학부모 모두가 청탁금지법의 취지를 분명히 인식하고 부정 청탁을 근절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문득 연수를 마치고 나온 최 선생이 지나가면서 한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부정청탁 근절은 마음을 비우는 것부터 시작돼야 합니다."
충남 서산시가 그동안 흉물로 방치된 옹벽에 산뜻한 그림을 그려 넣는 ‘옹벽 가꾸기 사업’으로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부춘산 북부외곽도로 내 1구간 옹벽과 동문2동 일원, 공용버스터미널과 서산초 주변, 삼일주택, 예천동 종합사 회복지관 옹벽 등 총 9개소 120m에 걸쳐 회색 콘크리트 담장에 밝고 화사한 그림을 그려 넣고 있다. 그동안 해당 지역은 각종 광고지와 낙서로 도배돼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었는데 이번 사업으로 밝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재탄생해 시민들의 정서함양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주로 미대 재학생들의 자원봉사와 지역 전문 화가들의 노력으로 칙칙했던 옹벽이 예술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그림의 주제로는 서산9경과 특산품, 아름다운 경치들로 구성되어 외부인에게 서산을 홍보하는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석림동 김희선 주부는 “광고물로 도배된 옹벽거리를 지날 때마다 눈살이 찌푸려졌는데 이번 옹벽 단장으로 깨끗해져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는 소감을 밝혔다. 시 관계자는 “이번 사업으로 삭막했던 옹벽이 서산시의 특색을 살린 예술의 공간으로 재창조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지역주민과 한마음이 되어 쾌적하고 아름다운 도시환경조성사업을 적극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내 고향.........” 나훈아 씨의 구성진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빨리 고향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많다. 유행가 가사에도 등장할 정도로 옛날에는 흔한 꽃이 코스모스였다. 신이 세상을 만들 때 가장 먼저 만들었다는 코스모스, 흰색은 소녀의 순결, 붉은 색은 소녀의 순애를 상징한다는 코스모스의 꽃말은 '순정, 순결, 진실, 애정'이다. 아마 신이 가장 먼저 이 꽃을 만든 이유도 우리 인간들이 서로 사랑하고 진실하게 살아가라는 오묘한 섭리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어릴 적 초등학교 등하교 길에도 코스모스가 있어서 심심하지 않았다. “얘들아, 우리 술래잡기 하자.” 친구들과 함께 놀이를 하고 소꿉장난을 할 때도 도로 양 옆으로 활짝 피어있는 코스모스는 언제나 방긋 웃는 얼굴로 우리들을 반겼다. 신작로 가에 서서 해맑게 웃고 있는 코스모스의 가냘픈 흔들림 속에서 우정의 꽃이 피어났고 신작로 가에 우리들이 심어놓은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서 소담스레 피어오르는 모습을 볼 때마다 기쁨도 가득 피어올랐었다. 발이 부르트고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도 형형색색의 코스모스를 보고 있노라면 피로가 싹 풀렸다. 그 때는 ‘애향단’이라는 활동이 있었는데 아침 일찍 일어나 마을길도 쓸고 때로는 빈 공터에 콩도 심었고 마을 입구 행 길 가에 코스모스를 심기도 했다. 코스모스에 앉아있는 벌을 잡으려다 벌에 쏘인 적도 있었고 길가에 피어 있는 코스모스를 꺾어다가 물병에 꽃아 두고 향기를 맡기도 했다. 어릴 적 모습을 회상해보면 코스모스와 같은 들꽃들과 더불어 사랑을 속삭이며 욕심 없이 살면서 친구들끼리 변함없는 따뜻한 우정을 꽃피웠던 것 같다. 벌써 교직 생활을 시작한지도 26년의 긴 세월이 흘렀다. 요즈음 아이들은 무엇한 부족한 게 없고 풍부하지만 어릴 적 내 모습과 비교해보면 왠지 행복하지 않아 보인다. 들로 산으로 마음 껏 뛰놀고 부대끼며 지냈던 어린 시절이 마냥 행복했는데 입시위주의 교육이 초등학교까지 영향을 미친 것 같아 안타깝기만하다. 아이들에게 자그마한 행복이라도 보장해주려고 몇 해 전부터 5교시에는 가급적 바깥놀이를 실시하고 있다. 1, 2학년의 통합 교과 영역을 재구성해 아이들에게 놀이시간을 확보해주려는 의도에서다. OECD 국가 중에서 우리 아이들의 놀이 시간이 가장 적다고 한다. 교직생활을 하는동안 초등학교 저학년에서나마 아이들에게 놀이 시간을 보장해주고 다양한 놀이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
경기 수원 원천초(교장 김형미)는 제95회 어린이날을 기념해 4월 28일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함께 하는 ‘가온누리 먼내골 한마당 잔치’를 개최했다. ‘함께 배우고 함께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행복배움터를 지향하는 원천초등학교 교육공동체가 하나 되는 축제의 한마당’이라는 기치 아래 열린 이번 행사는 사전 준비 과정부터 행사 진행까지 학생, 학부모, 교사가 마음을 모아 함께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전교 학생 자치회와 교사가 함께 현수막을 만들고, 교육공동체가 함께 모이는 자리를 마련해 행사 프로그램에 관해 의논하며 더욱 풍성한 ‘가온누리 먼내골 한마당 잔치’가 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했다.이번 행사는 사물놀이부의 신명나는 공연을 시작으로 전교생이 신나는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몸 풀기 댄스와 카드 뒤집기, 풍선 기둥 만들기, 박 터트리기 등 학생과 학부모가 호흡을 맞춰 함께하는 각 학년별 경기, 개인달리기, 청홍팀 계주, 학부모 및 조부모 경기 등으로 진행됏다. 이번 잔치에 참여한 한 학부모는 “아이들과 함께 웃고 즐기며 행복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고, 행사 진행과정 에 학부모로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던 점이 특히 좋았다”고 말했다. 김형미 교장은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하나의 교육공동체를 이루어 ‘가온누리 먼내골 한마당 잔치’를 함께 만들어 나간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원천초 교육공동체가 함께 좋은 학교를 만들어가며 행복한 원천교육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은 1일 2017년 본예산 보다 1조 8911억 원 증액한 13조 9435억 원 규모의 ‘2017년 경기도교육비특별회계 제1회 추가경정 세입·세출 예산안’을 도의회에 제출했다. 이번 추경예산안에는 본예산에 3개월분 밖에 편성되지 않았던 누리과정사업비 9개월분 7359억 원, 인건비 부족액 1713억 원, 학교 신증설(증개축) 사업비 1530억 원, 지방채상환 2964억 원, 특별교부금 사업 2614억 원 등이 포함됐다. 또한 소방시설, 급식 시설, 학교 석면 텍스 교체, 교실 LED등 설치, 냉난방 기기, 장애인편의시설 설치 등 학교 교육환경 개선 사업에 2234억 원을 투입하고, 학생종합안전체험관 건립에 180억 원을 편성했다. 특히 그동안 보건교사 없이 순회교사에 의존하던 120교에 모두 보건교사를 배치해 1교 1보건교사 체제를 구축해 학생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혁신공감학교 추가 운영비 12억 원, 2015 개정 교육과정 과학교과 교구 구입비 87억 원, 특수학급 교재교구 지원 7억 원, 산업현장 중심의 특성화고 학과개편 지원 50억 원, 특수교육 지도사 및 사서 충원 10억 원을 편성해 교육활동을 지원하고, 사립유치원 교원의 처우개선을 위해 담임수당을 11만원에서 13만원으로 2만원 인상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번 추경 예산의 주 세입은 중앙정부 이전수입 1조 3293억 원과 지방교육세전입금, 시도세전입금, 학교용지부담금 등 지방자치단체 이전수입 4545억 원 그리고 전년도이월금 1694억 원 등이다.
“이 책은 어른을 위한 성장소설입니다. 우리는 과연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있을까요? 어른이 된다는 것은 끊임없는 시련과 방황을 계속하면서도 자기만의 ‘보물’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는지요.”우광훈 대구들안길초 교사가 최근 자전적인 소설 ‘나의 슈퍼히어로 뽑기맨’으로 제7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이 소설은 허리를 다쳐 실직한 뒤 뽑기왕을 꿈꾸는 아버지와, 아버지의 ‘웃픈’ 뽑기 역정을 함께하는 중학생 딸의 이야기다. 가족문제와 노인과 같은 타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뽑기 기계, 힙합, 일본만화 ‘원피스’와 같은 대중문화를 유쾌하게 그렸다.우 교사는 실제 2013년 신경뿌리 손상이라는 극심한 허리 통증으로 학교를 휴직했다. 30분 이상 앉아 있을 수 없었고, 하루 종일 집에서 맨몸운동을 하며 따분한 나날을 보내던 중 우연히 인형뽑기 기계에서 딸과 함께 ‘원피스’ 피겨를 뽑게 된다. 그렇게 우 교사는 인형뽑기에 빠져들었고 그 안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된다. 그는 기계의 특성을 연구하고 ‘원정’을 다니며 뽑고 또 뽑으며 열광했다.그는 “무언가에 중독되는 것은 그 사람이 ‘아프다’는 방증”이라며 “육체가 고통스러우니 정신적으로도 위축되고 괴로웠는데, 뽑기에 몰두하면 그 순간만큼은 나의 아픔, 슬픔, 절망, 좌절을 잊게 됐다”고 밝혔다. 뽑기가 그에게는 위로가 됐으며 순간의 재미가 켜켜이 쌓이면 행복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뽑기는 상처를 치유하는 하나의 도구였을 뿐 근원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말한다.“‘뽑기왕’을 꿈꿨던 소설 속 주인공도 자신이 현명한 길로 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이제 방황을 끝내고 자기만의 원피스(보물)를 찾을 때가 됐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이 없어요. 아마도 주인공은 앞으로도 계속 실수하고 고통을 잊기 위해 다른 것에 몰두하게 될 겁니다. 그러다가 문득, 이게 나의 원피스일까 반문하고 또 나아가는 것이 바로 인생이 아닐까요.”우 교사는 소설을 통해 가족에 대한 사랑도 이야기한다. 아빠를 이해하고 옆에서 알뜰살뜰 챙기는 딸과 달리 소설 속 엄마는 아빠의 고통을 무덤덤하게 대한다. 그는 “사람마다 사랑법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엄마는 아빠가 스스로 아픔을 딛고 당당하게 일어설 때까지 거리를 두고 지켜봐 주는 것으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1997년 ‘유쾌한 바나나 씨의 하루’로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 등단한 우 교사는 1999년 ‘플리머스에서의 즐거운 건맨 생활’로 제23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해왔지만 2008년 이후 절필을 생각했다. 독자와 소통이 안 된다는 느낌이 컸기 때문이다. 그는 “뽑기를 만난 후 다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복직 후 틈틈이 쓰기 시작해 1년 만에 소설이 나왔다”고 밝혔다.최근 뽑기 열풍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자신이 빠져들었던 것처럼 학생들이 뽑기에 열광하는 것이 이해되면서도 솔직히 아이들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방법을 모르면 돈을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학생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취미죠. 하지만 제가 아플 때 뽑기의 짜릿함에 중독됐던 것처럼 학생들도 학업스트레스를 마땅히 풀 곳이 없기 때문에 뽑기나 동전노래방을 찾게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풀고 자신을 치유할 수 있는 건전한 문화를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몫이라고 봅니다.”
토요일 오후, 오랜만에 가족들과 시내 모(某) 식당에서 외식하였다. 점심때가 지난 식당은 가족으로 보이는 몇 명의 사람들이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었을 뿐, 손님은 거의 없었다. 주문한 음식이 나와 식사를 막 하려는 순간, 학생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우리 식탁으로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처음에는 식당 직원일 것으로 생각하고 개의치 않았다. 그런데 얼굴이 왠지 모르게 아주 낯익어 보였다. 그 얼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2학년 ○반의 ○○였다. 녀석을 시내 이곳에서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모름지기 녀석도 부모와 함께 식사하러 온 모양이었다. 내심, 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학교 선생님인 내게 인사하러 온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녀석의 손에 영어 교과서가 쥐어져 있는 것이 이상했다. 녀석은 교과서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 다짜고짜 모르는 내용이 있다며 가르쳐 달라고 요구했다. 순간, 학교생활을 하면서 평소 말 한마디 하지 않을 정도로 얌전한 녀석의 돌발 행동에 당혹스러웠다. 가끔 학교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녀석은 늘 혼자였다. 그때마다 녀석의 손에는 영어 단어장이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녀석은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을 때가 많았다. 그것 때문일까? 아이들이 녀석에게 붙여준 별명이 있었다. '생각하는 로댕'. 본인도 그 별명이 마음에 드는지 아이들이 별명을 부를 때마다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녀석은 주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모르는 내용이 있는 교과서 페이지를 펼쳐 놓고 질문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가진 가족의 외식이 녀석의 등장으로 망치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최대한 빨리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변해 주었다. 다소 분위기는 어색했지만 말이다. 내 설명에 그제야 녀석은 '유레카'를 외치며 좋아했다. 그리고 자신의 경솔한 행동에 죄송했는지 옆에서 식사를 못 하고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우리 가족에게 정중히 사과했다. 그러나 녀석의 향학열만큼은 후한 점수를 주고 싶었다. 내게 감사 인사를 한 뒤, 뒤돌아서 가는 녀석에게 월요일 시험에 최선을 다할 것을 주문했다. 녀석이 돌아가고 난 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우리 가족은 하지 못한 식사를 계속했다. 식사 내내 우리 가족은 그 아이의 돌발 행동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녀석의 월요일 영어 시험 성적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그나저나 월요일 녀석이 맞게 될 영어 성적이 궁금해진다.
생생지락(生生至樂)은 세종대왕의 어록으로 경제적으로 넉넉하고 사람마다 풍족해 예의를 지켜 평화로운 태평시대를 열어간다는 의미로 금당초등학교는 生生至樂의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 여주 금당초는(교장 김경순)는 태평시대를 열어갈 미래 꿈나무들의 행복한 삶을 실현하고 자치활동을 강화하고자 4월 28일 금당초 만의 특별한 다모임 체육대회를 실시했다. 타 학교 운동회와는 달리 5, 6학년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전체적인 경기 규칙, 팀 이름, 경기종목 등을 계획하고 학년별 경기가 아닌 전 학년이 섞여 진행하는 모둠중심의 체육대회이다. 올해는 닭발과 족발 팀으로 재미있는 팀 이름을 만들었다. 최선을 다해 즐기라는 교장선생님의 말씀을 시작으로 축구, 피구, 신발던지기를 했다. 15분 간 남학생은 축구, 여학생은 피구를 하고 시간이 다 되면 점수를 이어 받아 종목을 바꾸어 진행햇다. 운동장 한 켠에서는 유치원, 1, 2학년 학생들이 과녁 안에 신발을 던져 넣는 경기를 진행했다. 두 번째로는 킨 볼과 카드 뒤집기를 했다. 바람이 세게 불어 킨 볼이 멀리 도망가고 잡기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금당초 학생들은 이리저리 움직이며 열심히 경기에 임했다. 쉬는 시간에는 오미자 음료와 가래떡을 나누어 먹으며 서로를 격려하면서 어린이날을 자축했다. 꿀맛 같은 휴식도 잠깐 2부 경기가 시작됐다. 2부 첫 경기는 미션달리기와 인간 윷놀이로 학생들이 가장 기대하는 경기 중 하나였다. 토끼뜀으로 달리기, 꽃 이름 5가지 말하고 가기, 농구공 튀기며 달리기 등의 미션을 통과한 뒤 높이 매달려 있는 과자를 따먹고 결승선으로 달려야 해서 자신이 달리기를 잘 못해도 모두가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경기였다. 인간 윷놀이 경기에서는 저학년 키만 한 윷을 하나 씩 던지고 직접 말이 돼보았다. 유치원 학생들이 윷놀이를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서로 도와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학생자치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은 런닝맨(꼬치 떼어내기)와 자신의 키 보다 훨씬 큰 공을 굴려 반환점을 돌아오는 큰 공굴리기를 마지막으로 팀 경기가 끝났다. 운동장 가득 웃음꽃이 피었고 닭발과 족발이는 멋진 팀 이름과 함께 학생 스스로 계획하고 추진한 다모임 체육대회로 금당초에서는 행복한 추억 하나가 더했다.
충남도교육청은 학생들의 학교적응력을 높이기 위한 맞춤형 사제동행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4월 28일(금) 충남교육연구정보원 3층 대회의실에서 중·고등학교 교사 72명으로 구성된 ‘으랏차차! 아이사랑 지원단’ 발대식을 가졌다. 으랏차차! 아이사랑 지원단은 학교현장에서 자신감이 부족해 또래로부터 거부당하고, 의사표현도 못하는 소심함으로 자존감을 상실한 채 무기력과 우울, 불안과 두려움으로 나 홀로 학교생활을 하는 학생들에게 관심과 사랑, 지지를 통해 용기를 주는 코치역할을 하는 교사들의 자발적 모임이다. 아이사랑지원단 교사들은 1~4명 정도의 소수 학생을 대상으로 이름 불러주기, 칭찬한마디, 마음나누기, 카톡하기 등 마을을 여는 활동을 통해 학생들에게 버텨내는 용기를 줄 예정이다. 아울러 휴일 또는 방학을 이용해 하이킹, 등반, 캠핑, 극기, 힐링, 티처홈스테이 등으로 구성된 마음나눔 캠프를 실시해 학생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정서적 안정감과 회복탄력성을 증진시킴으로써 건강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수호깨비이다. 수호깨비는 우리나라의 전통 민담, 설화 속에 등장하는 긍정과 행복, 사랑, 기쁨, 힘, 에너지의 상징인 도깨비로 아이들에게 긍정적 힘과 에너지를 전해주는 아이사랑 지원단의 캐릭터이다. 김지철 교육감은 “교사는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평온한 성정과 따뜻한 만남, 배움에 대한 결핍을 채워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사제 간의 깊은 신뢰감과 친밀감은 결국 스승존경, 제자사랑 문화로 확산돼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부산과역시교육청이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창의융복합형 인재와 미래핵심역량을 갖춘 인재로 기르기 위해 2018학년도부터 초등학교의 객관식 평가를 전면 폐지하고 주관식 서술형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우선 교육계와 일선 교육 현장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 동안의 우리 교육과 학교 평가 방식이 정답 맞히기에 치중돼 있는 상황인지라 선택형 객관식을 폐지하는 실험도 한 방법으로 보는 것이다. 일선 교육 현장의 전반적 분위기도 초등학교 교육 평가 방식 전환이 크게 문제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현재 우리나라 초등학교 교육평가는 1990년대 중·후반 수행 평가가 도입된 이후 학생들의 성취도를 다양하게 평가하고 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점수 성적 평가, 평어 평가(수우미양가) 등은 사라진 것이 학교 현장의 평가 형태다.하지만, 부산교육청의 이번 초등학교 교육평가 방식 대전환은 신중하게 시행돼야 한다. 기본적으로 "객관식 찍기 시험으론 스티브 잡스같은 인재 못키운다"는 취지지만, 중요한 것은 교육과정의 네 영역인 교육목표, 교육내용, 교육방법, 교육평가 중에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특히 관심을 갖고 주목하는 것은 교육평가의 결과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객관식 평가와 문제를 무조건 없애는 건 학생들의 특성에 따라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현재 외국에서도 객관식 평가를 완전히 배제한 국가는 많지 않다.주관식에 약한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잃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실제로 주관식 평가문제로만 출제하면 백지로 시험지를 내는 학생들이 적지 않을 경우의 수가 우리 학교의 현실이라는 우려가 많은 것도 현실이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의 교육 평가에 우려가 크다.모름지기 교육평가는 객관식, 단답형, 서술형 등 주객관식 문제를 복합적으로 활용해야 제4차 산업혁명기의 창의적 사고력, 자기 주도적 문제해결력을 기를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편식을 해선 사고력을 다양하게 기를 수 없다.도농 학교별로 학급당 학생수도 천차만별인데, 객관식 문제가 아예 폐지되면 학생 교육 평가를 효율적으로 시행하기 어렵고, 나아가 주관식 서술형 문제를 평가하는 채점 기준을 확보하는 문제도 있다.우리가 부산교육청의 객관식 평가 문제 배제에 대해서 숙고해야 할 점은 이와 같은 초등학교 평가 방식의 급격한 전환이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공교육의 위기를 초래하고 또 다른 사교육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객관식 문제 출제와 평가 배제가 창의적 교육을 위해서 좋은 방안인 것 같긴 한데 새로운 상황에 맞는 사교육을 초래의 상황이 우려되는 것이다.수년 전 논술이 교육과 학교에서 도입돼 학교에서 큰 혼란이 야기될 때, 논술학원이 큰 성황을 이룬 현실과 비견될 수 있는 것이다. 당시 학생들이 논술학원에서 찍어준 예상 주관식 ‘모델(model)답안’을 외워서 적어내는 ‘학원식 논술’ 열풍이 불었었다.요즘 초등학생들은 논술이나 독서 등을 중심으로 하는 사교육을 많이 받기 때문에 사교육 의존도가 더욱 늘어날 우려가 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학교 평가와 성적이 관심이 높기 때문에 객관식 배제 주관식 중심 평가로 평가 방식이 전환되면 그에 따라 학원, 교습소, 개인지도 등 맞춤형 사교육으로 방향을 틀게 될 것이다.부산교육청은 그동안 교사들에게 서술·논술형 문제 제공, 서술식 평가연수를 위한 전문가 양성, 학교의 수행평가 비중 상향 조절 등을 진행해 왔다. 추후에는 공청회 등 여론 수렴과 학부모 연수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이번에 발표된 부산교육청의 초등학교 객관식 평가 배제는 총론적으로 취지는 동의한다. 하지만, 교육평가는 초등학교에만 한정된 교육활동이 아니다. 이후 단계인 중·고·대학과 밀접하게 연계된 중요한 교육과정의 단계다.아울러 객관식 평가가 무조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논리도 합리적이지 않다. 객관식 평가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전통적 평가 방식이다. 나름대로 강점도 있는 평가 방식이다. 주관식 평가만이 제4차 산업 혁명 시대의 창의적 사고력, 자기 주도적 문제해결력을 겸비한 융복합 인재를 기를 수 있다는 논리도 완벽한 논리는 아니다.결국 부산교육청은 이번 초등학교 객관식 평가 배제 정책을 성급하게 결정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원과 학부모 연수, 매뉴얼 제작, 초·중·고·대학의 학제 관계 고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평가 방식, 사교육 증대 우려 등 종합적인 분석 후에 최종 확정해야 할 것이다. 시기를 정해 놓고 졸속으로 결정하면 교육공동체 동의도 어렵고 여타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점도 고려하기 바란다.
경기 여주 금당초등학교(교장 김경순) 과학 특성화반 학생들은 미래 사회 새로운 산업으로 자리잡을 곤충을 관찰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여주곤충박물관과 협약을 통해 학교내 곤충생태관을 조성했다. 실외곤충생태관은 무궁무진한 곤충의 세계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공간으로 장수풍뎅이, 잠자리, 수서곤충 3종류의 서식지로 조성하고 있으며 유치원학생 및 전교생이 실내에서 장수풍뎅이의 한 살이 과정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도록 실내에 대형 관찰 사육함 2개를 조성하였다. 이곳은 장수풍뎅이와 애벌레를 직접 만져보고 왜 장수풍뎅이가 곤충의 세계에서 돋보이는 힘 꾼인지 알 수 있는 공간이 될 예정이다. 실외곤충생태관은 날씨가 따뜻해지면 톱밥 속에서 열심히 꿈틀거리던 장수풍뎅이애벌레가 성충이 되어 강한 생명력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 주변에서 항상 날아다니고 있는 여러 종류의 잠자리를 채집 사육을 통하여 관찰할 예정이다. 금당생태(곤충)과학 교육은 교육과정안에 녹여 학년별로 20시간씩 교과와 창체시간에 운영된다. 학년별 수준에 맞게 곤충관찰노트로 탐구할 예정이다. 김동현 학생은 “처음에는 장수풍뎅이 애벌레가 너무 징그럽게 보였는데 용기를 내여 만져보니 표면이 너무 부드러웠다”라고 큰 덩치에 맞지 않게 웃으며 소감을 말했다. 김경순 교장은 “현재 동물 사육으로 환경이 많이 오염되고 있으며 가축들이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병들어가고 있다. 미래에는 곤충이 먹거리의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오동꽃이 산기슭에 두둥실 피어나는 오월의 어느 날입니다. 들판에는 청보리의 물결이 싱그럽고 향기롭습니다. 이맘 때를 옛어른들은 춘궁기라고 합니다. 얼굴에 버즘이 꽃처럼 피어난 아이들이 쑥과 달래를 찾아 산과 들을 헤매고 찔레 순을 벗겨 달큰한 맛으로 배고픔을 잊었겠지요. 사월을 장식하던 분홍과 노랑의 아름다운 꽃들이 가뭇없이 사라진 오월이면 서늘한 색감의 꽃들이 사위를 메웁니다. 수북한 쌀밥 같은 이팝나무, 포도송이처럼 탐스러운 등꽃, 달콤한 향내의 수수꽃다리 그리고 모란과 작약은 황홀한 꽃보라색으로 계절의 여왕이 됩니다. 이런 날 오후에는 저도 가만히 혼자 앉아 웃고 싶습니다. 수도승처럼 글을 읽고 쓰는 장석주 시인의 신간을 서점에서 샀습니다. 탁월한 시인이자 출판인으로, 수없는 서평을 생산하던 그가 어느 날 서울 생활을 접고 시골로 들어가 칩거하며 글을 씁니다. 안성의 수졸재에서 침잠하며 지낸 삶의 오후 이야기는 수려한 문체와 깊이 있는 내용으로 온종일 그의 책을 놓을 수 없게 하였습니다. 풍경을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본다는 것은 지각 작용의 시작입니다. 이 북유럽의 나라에서는 자작나무 숲을 빠져나가면 홀연 아름다운 공원이 나오고 파란 호수가 나타납니다. 풍경은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이런 장소의 펼쳐짐이고, 우리는 그 장소의 펼쳐짐에 눈을 빼앗깁니다. 풍경이 건네는 것은 그 물질적 외관의 아름다움보다는 드물게 만나는 정적과 사색의 순간이지요. 풍경은 외부의 것으로 엄연하지만 내 안에 들어와 정신적인 것으로 변화하면서 비로소 완성됩니다. 보는 것은 물질로 빚어진 외관입니다. 그 장소란 시간과 포개진 그 무엇입니다. 장소가 펼쳐내는 공간의 무한함은 시간을 삼키고 다시 내뱉으며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풍경은 시간의 유동성에 의한 추격과 변화를 떠아나으며 만들어진 총체인 것이니까요. 풍경은 응고된 물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 즉 기운생동(氣韻生動)의 결과를 반영하는 상(象)입니다. P 23~24 그 책을 읽으며 걷기를 좋아하고 황홀하게 책을 읽으며 깊은 사색을 사랑하는 사람임이 드러납니다. 그는 끝없이 옛사람과 대화하고 세상의 풍경에 말을 걸고 아름다운 것에 전율하는 타고난 시인입니다. 산이 자지러지게 푸른 오월에는 꽃구경보다는 푸른 숲이 보이는 숲속에서 그처럼 멋지게 고전을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책 읽기 좋을 때란 딱히 정해진 바가 없다. 날이 서늘하든 따뜻하든, 가을이든 겨울이든, 좋은 책만 있다면 언제라도 책 읽기에 좋은 때다. 반면 걷기는 분명 맞춤한 때가 있다. 걸으려면 먼저 시간과 장소를 정해야 한다. 장대비가 쏟아지거나 폭풍이 올 때는 분명 좋지 않다. 날이 맑고 선선한 바람이 불 때나 벚꽃들이 하르르 지는 봄밤이나 은하수가 흐르는 가을밤이 걷기에 좋다.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보고, 당신이 들은 것을 나도 듣는다. 우리는 풍경이 베푸는 지복들, 빛과 어둠, 비와 바람, 나무들의 아름다움과 위엄, 공기중의 방향들, 오만 가지의 크고 작은 소리들, 계절의 순환이 일으키는 멜랑콜리한 감정들을 함께 나누며 걷기라는 행위의 공모자가 되는 것이다. P 240 며칠 전 잠시 도시의 한 가운데 있는 작은 절집엘 다녀왔습니다. 초파일 즈음이어서 어두운 절집 위로 등불이 꽃처럼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어둠 속을 밝히는 그 등불들 하나하나마다 작은 이름들이 달려있었습니다. 누군가의 소원과 간절한 바램이 둥실둥실 피어나는 풍경을 절 마당에서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종교를 떠난 간절한 바램의 모습은 참 아름답습니다. 장석주 시인의 글 한 구절이 다시 생각났습니다. ‘저 대지에 드리운 어둠은 불을 켜라는 신호다. 밤은 불을 켜는 시각이다.’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 누군가의 마음에 등불을 켜주는 그런 오월 되시기 바랍니다.
교총과 교육부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16 교섭협의 조인식’을 갖고 교권침해 행위의 법령 상 명문화 및 처벌 강화 등 총 76개항에 대해 합의했다. 최근 3년 간 교권침해 사건이 1만 3천여 건에 달하는 상황에서 교총 회장단이 최우선 과제로 요구한 결과다. 이로써 교권침해 학생에 대한 강제전학, 학부모 과태료 부과 등을 담은 ‘교원지위법’ 처리가 탄력을 받게 됐다. 현장 갈등과 위화감만 조성해 폐지 여론이 들끓는 성과급 제도에 대해서도 새 방안을 찾기로 했다. 8월 퇴직자 성과급 지급방안도 조속히 마련하기로 했다. 성과급 문제는 2차례 교섭소위와 8차례 실무협의 과정에서 교총이 격론을 벌일 만큼 전면 개선을 요구했다. 이밖에 교(원)감 ‘직책수행경비’ 신설과 보직교사수당 인상, 1급 정교사 자격연수 대체방안 마련, 퇴직준비 연가 사용 활성화를 위한 ‘예규’ 개정, 사립교원 간 인사교류 활성화 등 현장 밀착과제들이 다수 포함됐다. 타 공무원과의 역차별 해소를 위해 간병휴직 요건 대상자도 조부모, 손자녀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 내용에는 교총 신임 회장단이 전국 학교를 세바퀴 반 돌며 ‘손톱으로 바위에 글을 새기는 심정’으로 수렴한 현장의 목소리가 대부분 포함됐다. 따라서 합의 이후 교육부의 실행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육부 차원에서는 먼저 소관 훈령․예규를 바로 손질하고, 시도교육청과는 조속한 의견조율을 통해 합의내용이 바로 체감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성과급, 처우 개선, 교권 강화 등은 타 부처와 국회를 어떤 식으로든 설득해내야 한다. 그저 타 부처 소관 사항이라는 이유로, 또 예산 문제라는 핑계로 자칫 합의사항에 대한 이행을 소홀히 한다면 이는 50만 교원과의 약속을 깨는 것과 다름없다. 교육부는 정치적 상황에 좌고우면(左顧右眄) 말고, 오로지 학교 현장만을 바라보며 합의사항을 과감히 실행에 옮겨야 한다.
작약이 피고 수국이 피면 어느덧 오월이다. 꽃의 향연으로 시작하는 오월은 유난히 마음이 먼저 들뜬다. 영산홍처럼 붉은 날짜들이 많아서인지 모른다. 석가탄신일과 어린이날, 그리고 나머지 날짜를 학교장 재량휴업일로 정해 9일간 단기 방학에 들어가는 학교도 많다. 게다가 9일이 대통령선거일이니 8일도 재량휴업을 한다면, 4월 29일(토)부터 5월 9일(화)까지 무려 11일간의 휴업일이 생긴다. 가정의 달을 위한 배려 학생에 대한 수업을 고려한다면 파행이겠지만 어차피 5월 한 달은 이래저래 학교 행사와 맞물려 교실에서 차분한 수업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그런데 문제는 학교가 휴업일로 쉬면 맞벌이 부모 등 여건이 맞지 않는 환경의 아이는 사각지대에 놓인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경기도교육청에서는 8일 만큼은 재량휴업일로 정하지 말기를 권고한 상태다. 여하튼 특별휴가를 열흘 정도 누린다는 것은 학생이나 교사에게 재충전의 시간임은 분명하다. 이렇듯 즐거운 샛바람이 불어오는 5월. 아이들이 무절제한 생활을 하지 않도록 부모와 함께 교사는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가정에서의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다면 학교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주변 도서관에서 책을 보며 유익한 시간을 보내도록 관리해줘야 할 것이다. 정부에서는 이 시기를 가정의 달로 정했다. 어린이날이 있고 어버이날, 부부의 날이 있어서다. 어린이날에 즈음해서는 11개 항으로 돼 있는 ‘어린이 헌장’을 교사가 먼저 읽어볼 필요가 있다. 그 헌장을 읽다 보면 눈물 글썽임을 참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과연 어린이 헌장에 맞게 아이들을 대했던가’ 하는 반성의 시간도 될 수 있다. 어버이날을 앞두고는 교사가 감사의 카네이션 만들기 또는 편지쓰기 시간을 가져야 한다. 감사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것처럼 소중한 일은 없다. 편지를 쓰더라도 진심을 담아 쓰도록 지도하고, 결손가정의 아이가 있다면 마음 다치지 않게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할 것이다. 체력도 교사의 몫 학교마다 다르지만 5월에 체육대회를 하는 학교가 많다. 교사는 이날만큼은 아이들이 마음껏 공을 차고 달리고 응원하도록 지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요즘은 ‘김영란법’ 때문에 일절 생수 한 병도 받을 수 없다. 아이들은 얼굴이 벌겋게 그을리고 목이 말라서 수돗물을 들이켜는데 그 광경을 우두커니 지켜보기에는 참 딱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학교에서 지원하는 학생활동비가 있으니 그 예산으로 생수 한 병과 빵 하나씩은 사줄 수 있다. 아니면 까짓것 교사가 호주머니를 털어 시원한 ‘사이다’ 한 병씩 나눠주면 얼마나 행복하랴. 5월에는 체격검사와 체력측정(PAPS)이 있다. 몇몇 학생은 별로 반기지 않지만 서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담임이 잘 설명해줘야 한다. 그리고 교사는 학급별로 이동하는 측정 과정에서 학생들이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잘 인솔해야 한다. 아울러 호흡곤란과 같은 안전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준비운동과 아이의 컨디션, 건강 상태를 잘 살펴야 한다. 공부도 등한시할 수 없어 수업공개를 하는 달도 5월이다. 대부분 학교에서는 실내외 청소를 깨끗이 하고 평소 수업하는 모습을 꾸밈없이 그대로 보여준다. 청소 말고도 특히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교사의 애정이 드러나는 수업이다. 평소대로 수업한다고 정말 밋밋하게 수업을 한다면 부모는 금방 눈치를 채고 학생이 왜 엎드려 자는지 이유도 알 것이다. 이러한 상황까지는 가지 말아야 할 것이다. 초록의 축제가 펼쳐지는 5월에는 각종 교내 경시대회와 대외 경시대회들이 진행된다. 예전 같으면 여러 협회와 단체에서 백일장 대회를 개최했겠지만, 요즘에는 고등학교 학생생활기록부에 그 내용을 기재할 수 없다는 이유로 행사가 많이 줄었다. 하지만 학생이 특기자 전형으로 대학진로를 정한 경우라면 대회에 관한 각종 정보를 챙겨주는 것이 필요하다. 인터넷 사이트 가운데 ‘엽서시 문학공모’와 같은 커뮤니티는 연간 청소년대회 일정이 망라돼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 이 밖에도 발명경진대회, 수학경시대회, 각종 UCC 공모전 등이 수시로 있기 때문에 학교로 오는 공문을 잘 챙기는 것도 교사의 몫이다. 아울러 대학에서 고등학생을 위한 논술모의고사가 시작되는 시점도 5월이다. 2018년도 논술을 시행하는 대학은 31개교이므로 본인이 원하는 대학의 일정을 찾아 준비해야 한다. 2018학년도 수시 비중이 2017학년도의 69.9%에서 73.7%로 많이 증가했다. 이 때문에 교과 성적과 교내수상에 욕심을 내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일부 학교에서는 1차 지필고사가 끝났겠지만, 고사를 시작하는 학교도 있다. 황금연휴에 아이들이 생채기 날 정도로 뛰노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공부를 등한시하지 않도록 채근하는 것도 교사가 챙겨야 할 부분이다. 요즘은 가족과의 체험학습이 늘어 자칫 학업에서 손을 떼고 놀러 다니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체험활동은 교육과 안전이 최우선 5월의 학사일정을 보면 대부분 학교가 현장체험과 학급별 테마체험을 계획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안전이다. 운전기사의 안전운전, 학생들의 질서 지키기 등 기본 안전수칙을 숙지하도록 하고 교사는 항상 학생과 함께 있어야 한다. 아울러 탐방하는 곳에 대한 자료를 나눠주고 보고서를 제출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체험활동이 놀이공원에 다녀오는 식의 놀이문화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반드시 교육적 목표를 설정하고 다녀와서는 교사끼리 모여 평가회를 해야 한다. 진로직업인 초청 체험활동을 하는 경우라면 학생들의 호응도를 파악해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 역경과 고난을 이기고 자신의 꿈을 이룬 극적인 인생경험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떤 직업인이라도 상관없다. 그러나 말주변이 없는 분이나 시의원, 시장 등 정치적 속내를 가지고 자신을 홍보하려는 이가 있다면 엄정하게 차단해야 한다. 5월 중순에 있는 안전대피훈련 중심의 재난대응훈련은 대통령 선거로 하반기로 일정을 변경했다. 5월의 정점은 스승의 날 이렇듯 5월은 무슨 행사가 이리 많은지, 가정폭력 예방의 날이 있고, 성폭력 연수가 있으며, 생명존중 자살예방교육이 있다. 이런 교육도 자주 하다 보면 지루해지게 되는데 현대사회의 역기능이라 생각하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학생들에게는 위기에 대한 대응방법을 분명히 가르쳐야 한다. 생명의 전화는 전국공통 1588-9191, 폭력 사건은 학교 전담 경찰관의 번호를 알려주면 된다. 쑥스럽지만 5월의 정점은 스승의 날에 있다. 예전 같으면 옛날 선생님께 애틋한 손편지도 보냈었는데 지금은 언감생심, 감사는커녕 학생들은 저희끼리 떠들기에 신 난다. 커피 한 잔도 받으면 고발당하는 나라. 스승이 스승의 날을 없애자는 말이 참 역설적이다. 사실 뇌물 챙기는 것은 일부 정치인인데, 뭔가 누명을 잘못 뒤집어쓴 기분이다. 아무튼 스승의 날에는 학생 대표들이 선생님 가슴에 카네이션 정도는 달아드려야 한다. 그리고 전체 방송을 통해 스승의 은혜에 감사의 마음을 느끼게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교사 스스로도 스승의 자격이 있는지 성찰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5·18 기념일은 잊지 말아야 할 날이다. 어떻게 진행됐고 지금은 어떻게 끝났는지 역사를 설명해주는 것도 중요한 민주시민교육이다. 만약 특별교육이 불편하다면 당시를 다룬 영화를 보여주는 것도 한 방편이지 않을까. 계절의 여왕, 5월을 준비하면서 초록초록 자라는 아이들과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다.
“고교 1학년 담임입니다. 학기초 상담 시간에 형이 중학생 때 자살한 이야기를 끄집어내서 저로서는 위로 말고는 뭘 더 어찌해 줘야 하는지를 모르겠더군요.” “중3 담임인데요, 우리 반 아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란에 ‘살기 싫다. 내가 살면 짐이 되는 거 같다’ 이런 식으로 써 놓았네요. 담임이 어찌 대처해야 할까요?” 저경력 담임교사들이 털어놓는 학급 운영의 어려움 중 일부이다.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8.7명으로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애석하게도 2003년부터 현재까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 자살률도 높다. 통계청 자료로는 청소년 10만 명당 자살률은 13명으로 집계된다. 청소년들의 자살에는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요인이 작용한다. 청소년기는 신체·인지·정서적인 면에서 급격한 변화를 겪으면서 많은 혼란을 경험하는 시기다. 여기에 경제적 부와 사회적 명예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학생 각자의 재능과 적성을 무시하고 이른바 명문대와 대기업을 향한 줄서기를 시키는 풍토가 우리 청소년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더군다나 출산율 저하는 가족 구성원 수의 감소를 초래해, 가족 내에서의 사회적 관계 경험이나 실생활에서의 배려·공감·위로의 과정이 과거와 비교하면 현저히 줄었다. 우울증 대처법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일반적으로 청소년의 자살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장 큰 위험요소로 우울증을 들기도 한다. 우울증의 가장 심각한 증상은 자살 시도로, 우울증 환자의 3분의 2가 자살을 생각하고 10~15%는 실제로 시도한다고 알려져 있다. 우울증의 핵심 증상은, 우울감과 삶에 대한 흥미와 관심의 상실이다. 외국의 경우 우울증의 증상이 대개 의욕 저하와 우울감으로 나타나는 것에 반해, 우리나라 환자들은 주로 두통, 소화불량, 불면증, 불안감, 어깨 결림, 근육통 등으로 나타나서 우울증을 의심하거나 진단하기 어려운 상태를 띠는 경우가 많다. 즉,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우울증 증세를 철저히 숨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결과 유달리 우리나라 환자들은 자신이 우울증인 것을 알지 못하고 심각한 다른 질환이 상당 부분 진행된 이후에야 자신의 기분에 대해 언급하기 때문에 우울증을 진단해 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청소년기의 우울증은 더 그렇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청소년의 우울증이 대부분 ‘가면우울증’의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한다. 청소년의 우울증은 그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고 몸 안에 내재된 채로 병증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치료를 요할 정도의 우울증은 아동기보다는 청소년기에 많이 나타나는데, 유병률이 5% 정도다. 청소년들은 자신이 우울증에 걸려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른 채 자신의 우울을 가면 뒤에 꼭꼭 숨기고, 가정·학교에서 친구·교사·가족에게 비수와 같은 말을 꽂으면서 자신의 우울과 화를 표출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학교폭력이나 게임·약물 등 중독의 구렁텅이에 빠져들거나, 끝내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행동의 메커니즘을 한마디로 정리해, ‘자신이 받았던 마음의 상처가 자신을 향하면 우울증이 되고, 외부로 향하면 학교폭력이 된다’고 한다. 필자가 오랫동안 청소년들과 부대끼고 생활하며 관찰한 결과 이 가설은 상당히 의미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우리 교사들에게 유용한 자살·우울증 대처법은 학생들의 마음 상처를 찾아가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전문의의 진료, 전문가의 상담과 더불어 가족·교사의 따뜻한 시선에서 출발하는 ‘상처 찾아주기’는 문제의 절반 이상을 해결해 주는 소중한 열쇠로 작용할 것이다. 또 연구에 의하면, 신체적 활동과 운동이 우울증 증상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걷기, 달리기, 농구, 축구 등 학생이 즐기면서 자신의 에너지를 소비할 만한 신체적 운동도 적극적으로 권장된다. 학교폭력 피해자 대응 최근 들어 우리의 이목을 끄는 청소년 자살 요인은 학교폭력이다. 갈수록 학교폭력이 흉포화, 저연령화, 음습화하면서 아이들의 정신력만으로는 감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필자가 상담한 사례를 예로 들면, 고교 2학년 여학생이 학급 아이들로부터 따돌림과 사이버 괴롭힘을 받아 서너 번의 하혈 증세를 겪었고 쇼크로 인해 갑자기 쓰러져서 구급차로 여러 번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이 상황을 잘 모르는 전입생이 이 여학생과 친하게 지내려 하자 이마저도 교류를 끊도록 종용해 크나큰 정신적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 여학생 역시 수차례 자살을 염두에 뒀다고 한다. 어른들은 이해가 잘 안 가지만, 아이들은 자기 친구들이 자기를 버리면 온 우주가 자기를 버리는 것으로 인식한다고 한다. 그래서 친구들이 자기를 괴롭히고 따돌려도 부모나 교사에게 말하지 못하고 계속 그 상태가 계속되면서 자그마한 학교폭력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최악의 경우에는 자살을 시도하기도 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종종 있다. 여기서 우리가 반드시 알아둬야 할 사항이 있다. 자살을 시도하거나 선택하려는 사람에게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고 위로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자살을 선택하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그 역할은 가족이 일차적으로 해야 하지만, 그것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교사가 그 역할을 해주거나, 학급 친구들이 유사한 역할을 하도록 훈련하고 분위기를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그 학생을 비난하고 외면하더라도, 단 한 사람만이라도 남아서 ‘너는 좋은 친구야!’, ‘너의 행동은 옳았어’ ‘널 사랑해’라고 엄지를 치켜세워 주고 토닥여 준다면, 그 학생은 희망을 잃지 않고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얻을 것이다. 청소년 자살의 특징, 구조신호 또한 자살을 시도하려는 청소년의 사전 행동에 대해 알아 둘 필요가 있다. 그들은 자살 전에 자신의 의도를 직·간접적으로 친구나 가족 등에게 알리는 경우가 많다. 우연히 이런 행동을 발견했을 때, 이를 소홀히 여기면 안 된다. 어른들의 자살이 삶의 포기라면, 청소년들의 자살에서는 자신을 가족·친구가 구조해주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 이때 이들의 구조신호를 알아차리고 손을 잡아준다면 자살의 위기를 넘길 수 있다. 자살과 관련해 전설 같이 내려오는 실화가 있다. 미국에서 경찰학교를 졸업하고 첫 발령을 받은 초임 경찰관이 강물에 뛰어든 자살사고 신고를 받고 출동하였다. 자살 시도자는 강물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는데, 경찰관들은 구명동의를 던져주고 그것을 잡으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자살 시도자는 ‘나는 죽으려는 사람이니 안 잡겠다’고 버텼다. 경찰 근무 첫날 당황한 경관은 사고자의 반항을 접하고 나서, 허리춤의 권총을 꺼내 그를 겨누고선, ‘구명동의를 잡아라. 안 잡으면 쏜다’고 외치고 말았다. 이미 죽으려는 사람에게 또 죽이겠다니, 이 무슨 아이러니이며 황당한 망발인가? 경찰관의 경고를 들은 자살 시도자의 반응은 더욱 가관이다. ‘자신은 죽어야 한다’면서 안 잡고 버티던 구명동의를 결국 잡고야 말았다. 이 사례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자살 시도자는 죽으려 하는 의지도 있지만, 마음속의 다른 편 한구석에는 살고자 하는 의지도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죽고자 하는 마음이 살고자 하는 의지를 넘어섰기 때문에 자살을 감행한 것이다. 그래서 자살하려는 사람의 마음속에 숨어 있는 살고자 하는 의지를 주목해야 한다. 그것을 북돋아 주고 용기를 심어주고 그의 어깨를 쓰다듬고 보듬어 준다면 그의 마음속에 있는 삶의 의지가 자살 의지를 이겨 낼 수 있을 것이다. 활용해야 하는 내·외부 네트워크 맨 앞의 사례처럼 담당 학급 학생이 직·간접적으로 자살을 언급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상담내용은 모두 비밀로 해야 한다. 그러나 자살과 관련된 경우는 예외다. 이런 경우 담임교사는 그 말이 90% 이상 농담이나 과장이 섞였더라도 절대로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또 절대로 혼자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학교 상담교사나 상담사에게 통보한 후 상담을 거쳐 교감·교장에게 보고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보호자와의 상담은 두말할 것도 없거니와, 상담교사-보건교사-생활지도부 교사-교감 등 내부 네트워크와 Wee센터-청소년상담복지센터-정신건강증진센터-병·의원 등 외부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아이가 어떤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지 살펴줘야 한다. 필자는 이 경우에 Wee센터 담당자와 통화해 학생의 상황을 설명하고 긴급 상담을 의뢰하고 2~3일 안에 상담 날짜를 잡을 수 있었다. 학생은 주저했지만, 부모님과 협의해 반드시 Wee센터 상담에 참가하도록 했다. 추후 이 학생은 자신을 귀찮게 한 상대방 학생이 겁을 먹게 하려고 홧김에 내뱉은 말이었음을 알게 됐지만, 교사는 이럴 때 조금 불편할지언정 반드시 이와 같은 복잡한 과정을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일부 지자체에서는 아동·청소년 자살 및 정신건강에 관한 지원 서비스를 하고 있으니 가정과 학교에서 요긴하게 활용할 만하다. 서울의 경우 서울시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학생 정신건강을 위한 교사 상담전화’ 스쿨라인(1577-7018)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자살사고 이후의 사후중재프로그램 ‘희망의 토닥임’도 운영하고 있으므로 자살 사안 발생 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다른 지역도 각 시·도의 광역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노이로제’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1970년대 중반이다. 요즘 많이 사용하는 표현인 스트레스(stress)가 오래가면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 심리적 증상인 신경증(Neurosis)의 독일어 표현인 ‘노이로제(Neurose)’를 당시에 그렇게 많이 사용했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많은 사람의 입에서 ‘노이로제’라는 말이고 쉽게 튀어나오던 시절이었다. 정치 분야에서 큼직큼직한 사건이 요즘만큼이나 자주 언론에 등장했던 것이 1970년대를 ‘노이로제 시대’로 만든 배경의 하나였던 것 같고, 죄 없고 뒷배경 없는 국민들의 ‘노이로제’가 모여서 충돌하고 폭발하는 장이 교육이었다. 정치적 불안의 시대 ‘노이로제 시대’의 출발은 1972년 10월 유신의 선포였다. 1971년 8월, 분단 후 최초로 남과 북이 한 테이블에 마주 앉은 남북적십자 회담이 열렸고, 이듬해인 1972년 7월 4일에는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됐다. 그러나 남과 북의 적대적 공생관계는 오래가지 않았다. 1972년 8월 미군의 베트남 철수는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감을 증식시켰고, 박정희 대통령은 10월 17일에 유신을 발표했다. 대통령 간선제와 중임제한 폐지를 골자로 하는 유신 헌법에 대한 국민투표에 이어 12월 27일에 박정희는 체육관 선거를 통해 제8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1973년도 평화롭지는 않았다. 8월 8일에는 김대중이 납치됐다가 풀려나는 사건이 벌어졌고, 그해 12월에는 에너지 파동으로 TV 아침 방송이 일체 중단됐다. 1973년에는 소설가 펄 벅, 화가 피카소, 그리고 영화배우 이소룡 등 시대를 상징하던 문화 예술인들이 세상과 이별했다. 1974년의 시작을 알린 것은 긴급조치였다. 1월 8일에 발표된 긴급조치 1호는 헌법에 대한 반대, 부정, 비방을 일절 금지했다. 4월 3일에 공포된 4호는 학교 내외의 모든 집회, 시위, 농성 등을 금지하는 동시에 이를 위반한 경우 최고 사형에 처하도록 했다. 미국에서는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닉슨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후 사임을 한 것이 이해 8월 9일이었으며, 바로 일주일 후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가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재일교포 문세광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북한은 이해 9월 16일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가입했다(1994년 6월 탈퇴). 광복 30주년이 되는 1975년도 암울했다. 4월 30일에 월맹군이 사이공을 함락시킴으로써 베트남 전쟁이 종결됐고, 대한민국이 제출한 UN 가입안은 8월 6일에 부결됐다. 이런 불안한 시대에 대처한다는 명분에 따라 학도호국단이 9월 2일에, 민방위대가 9월 22일에 창설돼 병영사회로 한발 한발 진입했다. 1976년은 희망과 불안이 교차한 해였다. IT 분야에서는 획기적인 해였다. 4월 1일에는 애플이 창립됐고, 우리나라 최초의 로봇 애니메이션 태권V가 개봉된 것도 이해 7월 24일이었다. 중국에서는 타이완의 지도자 장제스가 전년 4월에 사망한 데 이어 대륙의 지도자 마오쩌둥이 9월 9일에 사망했다. 8월 18일에 벌어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으로 남북, 북미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타임스나 뉴스위크 같은 외국 잡지는 검열을 통해 여러 페이지가 검은 매직으로 읽을 수 없게 덧칠해진 상태에서 배포됐으며 시내 곳곳에서는 경찰들이 시민들의 가방을 뒤지고 긴 머리와 짧은 치마를 단속했다. 승공과 애국 교육 새교육도 시대의 흐름에 저항하지 못했다. 10월 유신이 선포된 직후에 발간된 1973년 신년호에는 “10월 유신의 대과업이 전 국민의 가슴 속에 메아리치는 시기를 맞아 600만의 학생들을 진정으로 조국을 사랑할 줄 아는 한국인으로 키우는 보람을 영원히 간직하자”는 신년사가 실렸다. “우리의 주체성을 확립 강조하는 한국적 교육(박일경 명지대 헌법학 교수)”이 돼야 한다거나 “국가교육과정 개정의 기본 방향 또한 국민교육헌장의 이념 구현(정세문 음악교육자)”이어야 한다는 등의 애국적 주장도 지면 다수를 점령했다. 신년호의 특집은 1972년에 이어 또 ‘새마을 교육의 실적과 전망’이었고, ‘한국적 민주주의 우리 땅에 뿌리박자’와 같은 구호가 큰 글씨로 잡지의 이곳저곳에 마치 깃발처럼 나부꼈다. ‘새마을 교육 대상 입선작’이 실리고, 소개된 교육자료는 ‘10월 유신을 위한 사회과 교사용 지침’이었다. 편집자의 말대로 1972년을 ‘새마을의 해’라 불러도 지나친 말은 아니었고, 새교육은 제호일 뿐 내용은 새마을교육으로 변하고 있었다. 1973년은 ‘유신의 해’였다. 2월호의 권두언에서 김성식 충남도교육감은 ‘유신 정신 구현을 위한 학교교육의 혁신’ 방안을 제시했고, 김은우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교육자들에게 나라와 민족을 위해 소아를 버리고 대아를 살리는 결단을 요구했다. 그는 심지어 “정열적인 조국애와 민족애가 새로운 윤리의 척도”가 돼야 하고 교육내용과 제도도 이 기준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등교육과정 개정(2월 공포) 직후 간행된 3월호 특집 ‘새 교육과정에 따른 교육방향’에서는 심지어 산수과의 경우에도 ‘한국적 산수교육’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시됐다(이정실 서울시립농대 교수). 1974년 8월 15일에 있었던 대통령 저격미수(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으로 교육은 반공을 넘어 승공을 위한 수단이 되고 있었다. 1974년 10월호는 ‘승공교육의 강화’ 특집으로 꾸며졌다. 승공교육의 강화 구현 방안, 승공교육 자료 개발 계획 시안, 승공교육 학습지도안 등이 실렸다. 해외 교포에 의한 대통령 저격사건으로 인해 ‘교포교육 강화를 위한 교육자 앙케트’가 시행됐고, 김인회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교육경쟁은 제3의 전쟁임을 명심”하고 교포교육을 강화할 것을 주장했다. 초등학교 교사 정춘모는 “민족주체성 확립을 위한 미술교육”의 필요성을 외쳤다. 산수(수학)조차 한국적이어야 하고, 미술교육도 민족주체성을 지향해야 하는 슬픈 시대였다. 주체성을 강조한 나머지 한국적 물리학이나 한국적 과학이 있다고 주장하는 자들의 어리석음을 지적하는 용기 있는 학자는 찾아보기 힘든 시대였다. 이런 어둡고 침울한 환경 속에서 청소년들이 정신적으로 건강할 수는 없었다. 새교육 1975년 4월호에 인용된 한 보고서의 내용으로는 1970년대 중반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2/3가 ‘노이로제 현상’에 시달리고 있었다. 대담자 차경수 교수는 원인을 부모가 주도하는 입시 경쟁이 청소년들의 심신을 괴롭혔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국가가 강요하는 애국 활동과 애국 교육도 청소년들에게 이중의 부담이 됐을 것이다. 1970년대 ‘노이로제 시대’의 교육을 상징하는 현상 중 하나는 재수생 문제, 특히 대입 재수생 문제였다. 재수 자체가 문제가 될 수는 없다. 원하는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 1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며 용기의 산물이기도 하다. 역사 속에 알려진 인물 중에도 물리학자 아인슈타인, 생물학자 루이 파스퇴르 등의 과학자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같은 문학가도 재수를 통해 자기의 꿈을 실현했으며, 이순신 또한 4수 끝에 무과에 합격했다. 문제는 재수생의 규모와 사회적 비용이었다. 4월호의 대담을 보면 1975학년도 대학 입시의 경우 입학 정원이 5만 7000명인데 재수생이 무려 16만 5000명에 달했다. 1975년 입시에서 예비고사에 응시한 학생이 22만 명이었고, 이 중 11만 명이 합격했다. 예비고사 합격자 중 5만 7000명만이 본고사에 합격했고, 나머지 5만 3000명은 불합격해 재수의 길을 가게 됐다. 예비고사 불합격자 11만 명 중 6만여 명이 재수를 선택했기 때문에 1975년 한 해에 재수생 11만 3000명 발생한 셈이었다. 재수생 중 74%, 거의 4명 중 3명이 낙방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대학을 비롯한 유명대학의 재수생 합격률이 입학생의 40% 전후를 차지한다는 것이 재수를 부추기는 배경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일류대학이 문제였고, 재수생 프리미엄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이런 사회적 환경과 교육적 여건 속에서 국가와 부모를 만족하게 해야 하는 청소년들에게 ‘노이로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비정상인 시대였다. 당시 통계에 의하면 가계비의 50% 이상이 교육비로 지출되고 있었으니 이 또한 정상은 아니었으며, 재수생들에 의한 풍기문란도 항상 비판의 대상이었다. 대담자 이상갑 여의도고 교사의 표현대로 “비생산적인 교육, 비생산적인 지식은 오히려 무식보다 해롭다”는 격언이 실감 나는 시절이었다. 1970년대 중반의 ‘노이로제 시대’가 탄생시킨 ‘노이로제 교육’은 사회적 낭비이며 비극이었다. “사모아에는 학교는 없으나 훌륭한 교육은 있다”는 마거릿 미드의 표현이 그리운 시대였다.
지난해 봄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 사이에 벌어진 세기의 바둑 대결 이후 우리 교육계는 교육제도와 틀, 교육내용과 방법 등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듯하다.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제4차 산업혁명은 기존 학교교육의 빠른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고 외부에서 학교교육의 혁신을 강제하려고 들어서는 안 된다. 물론 학교가 외부의 변화에 대해 더디게 반응하는 측면이 있음은 분명하다. 학교 ‘밖’에서는 그것을 깨우치고픈 욕심과 조급증에서 교육의 변화와 혁신안을 만들고 학교에 강제하고픈 유혹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그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 위기의식과 조급증은 학교구성원들을 개혁의 대상으로 삼고 그들을 교육개혁의 과정에서 소외시킬 수 있다. 그럴 경우에 학교개혁과 변화는 오히려 어려워지고 교육의 위기는 심화될 수 있다. 교육개혁을 주장하는 정치가나 기업가, 교육운동가들은 교육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될 수 있는 것처럼 얘기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그러나 교육문제는 결코 한꺼번에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가 기대하는 이상적인 교육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교육개혁에 대한 역사적 연구들은 교육의 혁신과 변화는 사회의 변화와 발전 속도에 비해 매우 더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예컨대, 앨빈 토플러가 지적한 사회 각 부문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 속도의 지체를 떠올리면 곧바로 이해할 수 있다. 앨빈 토플러는 기업의 변화 속도와 비교해 너무나 느린 교육의 변화 속도를 지적하면서 그것을 극복해야 할 문제로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의 다른 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린 교육의 변화 속도는 교육의 본래적 속성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의 개혁과 변화는 ‘이상향’을 향해 ‘땜질식’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이상향을 향한 학교교육의 변화는 더디게 이뤄지는가? 한 세기의 미국 교육개혁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두 가지 대답이 가능하다. 하나는 외부나 위에서 강제하는 교육개혁 추진과정은 교사들을 교육개혁의 대상으로 삼고 학교 교육개혁에서 소외시켰기 때문이다. 교육개혁을 외부에서 강제하는 사람들은 교육의 변화가 교실의 변화에서 이뤄지고, 그것은 이 일에 헌신하는 교사들의 열정과 경험 그리고 소망에 의해 가능하다는 점을 잊어버린다. 다른 하나는 교사들이 교육개혁을 대하는 태도 때문이다. 교사들은 교육위기의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교육개혁 방안들이 학생들을 지적·도덕적으로 성숙한 사람들을 길러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없을 경우 외부로부터 불어오는 개혁의 소용돌이에 대해 ‘이것도 곧 지나가리라’고 자위하면서 대응한다는 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뤄진 교육개혁 연구들은 교육자들의 반성적인 노력이 학교교육의 혁신을 가능하게 했음을 증명하고 있다. 우리도 체험적으로 이를 확인하고 있다. 분명 학교장과 교사가 학교교육을 혁신하면서 교육의 위기에 대응하는 주체다. 교육위기에 대응하는 교육개혁은 학교에서 실천되고, 교육의 위기는 학교현장에서 극복된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개혁 운동가나 정치가들은 학교가 변화하고 혁신하는 데 있어서 속도가 더디더라도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학교 없는 교육개혁은 없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교육개혁과 혁신을 실천하는 주체는 학교장과 교사를 비롯한 교육자들이다. 교육자들이 자발적으로 학교혁신에 나서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학교장과 교사가 없는 학교개혁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 교육의 위기를 극복하게 하는 것은 학부모와 학생, 정부로부터 지지를 받는 탁월한 역량을 가진 교원들의 존재와 열정임을 기억해야 한다.
유력 대선후보들이 앞다퉈 교육부 폐지를 교육분야의 주요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물론 내용을 뜯어놓고 보면 실제로 교육부를 아예 폐지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의 기능을 대폭 축소한 채로 두고 초·중등교육은 지방교육감에 대폭 이양하고 대학은 대학에 맡기고 초정권적 중장기 교육정책은 국가교육위원회를 신설해 맡긴다는 식이다. 선거 때마다 나오는 쌍둥이 공약 교육부 폐지와 국가교육위원회 신설은 최근 대통령 선거 때마다 빠지지 않고 고개를 내미는 쌍둥이 공약이다. 실제로 2008년 이명박정부 출범 초기 과학기술부와의 융합을 통해 출범한 교육과학기술부는 처음에 그 이름을 인재과학부로 하려 했다가 교육계의 거센 항의에 부딪혀 ‘교육’을 부처명에 유지한 바 있다. 물론 처음부터 교육부를 폐지하려는 의도는 아니었고 단지 김대중 정부에서 바꾼 ‘교육인적자원부’라는 난해했던 명칭을 21세기적 목표를 명료화하려는 뜻에서 제안했기 때문에 여론을 바로 수렴했던 것이다. 국가교육위원회 방안도 시도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고 민간부위원장 실무 책임 아래 중장기 교육과정정책 심의기능을 부여받은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가 있었다. 물론 기대에는 못 미친 채 운영이 종료됐지만 분명한 국가교육위원회의 실험형이었다. 흥미로운 일은 이명박정부 초기 일부 언론이 교육부를 폐지하려 한다는 추측성 기사를 내며 비판했지만, 행간에서는 오히려 교육부를 왜 폐지 않느냐는 반간계를 드러내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교육부 폐지론은 실현이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악마의 유혹처럼, 두더지처럼 잊을 만하면 고개를 쳐들곤 해왔다. 폐지는 대안이 아니라 현실 도피일 뿐 이유는 간명하다. 대한민국이 교육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세계 최고인 교육국가이며, 교육부에 대한 기대가 높은 만큼 실망도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정치의 계절이 올 때마다 교육개혁의 소망들이 합리적 대안으로 담아지지 못할 경우 일종의 현실 도피성 대안으로 제시되곤 하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한 일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나 그를 대통령으로 추대한 공당의 공약이 이와 같은 도피적 유혹에 춤을 춘다는 것이다. 어쩌면 실천 가능한 일이 아님을 알면서도 ‘마녀사냥’ 식으로 교육부 폐지를 말하는지도 모른다. 정말 교육부 폐지가 불가능할 수도 있음을 모른다면 후보를 내고 정책 공약을 낼 자격도 없는 집단이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폐지가 아니라 똑바로 할 일을 하는 것이며, 새 대통령의 교육부는 무슨 일을 똑바로 할 것인가에 대한 청사진을 보여 달라는 것이다. 위중지경의 2017년 대한민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재론의 여지없이 교육국가 대한민국의 재건이며 그 견인차 역할을 할 교육부가 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다문화 등 과제 산적 우리는 교육부를 폐지할 핑계보다는 교육부 폐지가 절대 불가한 이유를 찾아야 한다. 이유는 셀 수 없이 많겠지만 다음의 10가지도 그 이유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교육부가 4차 산업혁명의 지휘부가 돼야 한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에서 교육모델을 앞서 찾아 나서야 할 교육부라는 선장이 있어야 한다. 더는 우왕좌왕할 시간이 없다. 둘째, 교육부는 정치로부터 교육을 보호하는 보루가 돼야 하므로 폐지할 수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뀌는 교육정책은 학교와 대학을 정치적 흥정물로 만들었고 교육감 직선제는 설상가상이 돼 학생과 학부모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셋째,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부를 대신할 수 없다. 위원회는 책임 없는 회의체일 뿐이어서 내각기구인 교육부가 국민에 대한 교육 책무를 감당해야 한다. 넷째, 교육부가 당장 직면한 과제는 통일과 다문화 시대를 위한 교육정책이다. 탈북민과 해외이주민 자녀가 학교로 급속히 유입되고 있음에도 적절한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 급작스레 닥칠 통일시대가 되면 혼란은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정치 실험과 대결 막을 책무도 다섯째, 당장 위기의 유아교육을 구할 수 있는 것은 교육부밖에 없다. 최근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교육부와 시·도교육감 간에 있었던 볼썽사나운 정쟁은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 유아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야 한다. 여섯째, 교육부는 마음을 굳게 먹고 시·도교육감의 갈지자 행보를 막아야 한다. 크지도 않는 나라에서 17개 시·도교육감이 각각의 목소리로 재선·삼선을 위해 학부모, 학생, 교사를 정치적 실험 무대로 내모는 일을 막아야 할 책무가 교육부에 있다. 그래야만 미래 국민의 기본인권인 기초교육력을 보장할 수 있다. 일곱째, 단체와 정치 성향에 따라 찢어진 교직사회를 봉합하지 않고 위대한 대한민국 교육의 보루였던 선생님들의 자긍심을 다시 세울 수 없다. 교육부는 교직사회의 활력을 살려낼 방법을 찾기 위해 진력해야 할 책임이 있다. 교육부 스스로 교육정책 개혁해야 여덟째, 질식 직전의 대학 통제를 결자해지해야 할 책임이 교육부에 있다. 벌써 대학입시를 또 바꾼다고 난리법석이며, 심지어는 입학보장제와 같은 황당한 제안까지 나왔다. 교육부의 무책임에 모든 일이 엉킨 탓이다. 아홉째, 교육부는 다시 한 번 GDP 6% 교육재정 의제를 되살려야 한다. 대한민국 교육정책의 꽃은 안정적 교육재정의 확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통령 선거 때마다 앞다퉈 GDP 5% 공약을 내걸었고 7%까지 공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OECD 주요국의 평균도 확보하지 못한 부끄러움을 잊어버린 지 오래다. 열째, 무엇보다도 명심해야 할 사실은 교육개혁은 교육부 스스로만이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개혁은 그 스스로 주체가 될 때 가장 효과적이다. 교육이 백년대계인 것은 잘못된 것을 되잡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발 함부로 교육부 폐지를 입에 담지 않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