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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교육시설재난공제회 9층 대회의실에서열린 '코로나19 관련 2학기 학교 방역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새 학기를 앞두고 갑작스레 코로나19가 불러온 학교현장의 사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니 되레 더 강화된 방역지침과 장기화된 원격수업으로 교사는 교사대로, 학생과 학부모 모두가 누적된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초유의 상황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역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유치원 생부터 인생의 중요한 시기인 고3 학생까지 ‘노심초사’ 이들을 대하는 모든 교사의 정신적, 신체적 피로감은 극에 달했다. 방역지침 준수를 위한 각종 업무는 기본이요,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에 따른 출결 확인, 거리 두기 안전 급식, 긴급돌봄, 그리고 현 상황 하나하나에 대한 민원 대응까지, 이렇게 7개월이 흘렀다. 맘 카페보다 늦은 소위 ‘뒷북 공문’과 불과 1주일 등교했음에도 ‘교복 만족 실태조사’를 하라는 관성적인 공문을 보며 느꼈을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1교시만 수업해도 침과 땀에 흥건히 젖은 마스크에 더해 호흡 곤란과 가슴 통증으로 고통스럽다. 유치원의 원격수업을 빌미로 아예 자녀를 퇴원시켜, 차라리 양육수당이라도 받겠다는 학부모의 처신에 자괴감마저 든다. 상·하위권의 학력 격차는 더 벌어졌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우리 교육시스템이 위기 상황에 얼마나 취약한지 그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나마 학교를 셧다운하고 단순히 학사일정만 늦춘 다른 국가와 달리 이렇게라도 원격수업 등 교육이 이뤄졌던 건 오로지 우리 교사들의 역량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내 자식보다 우리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턱없이 부족한 교구와 지원 속에 개인 돈까지 써 가며 수업 영상을 만들었다. 학생부 작성과 대입전략에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학생 취업을 위해 마스크를 쓰고 백방으로 기업을 찾아다녔다. 혹자는 말한다. 지금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양대 축은 의료진과 이 땅의 교사라고. 위기 때마다 대한민국의 힘이 되어 온 교육선각자처럼 주어진 사명을 묵묵히 다하고 있는 50만 교사에게 응원을 보낸다. 힘내라 이 땅의 대한민국 교사여.
교육공무원징계령과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이 지난 7월 28일 개정·시행됐다. 이에 따라 포상 공적이 있더라도 징계를 감경할 수 없게 제한하는 비위유형에 부정청탁 등이 추가됐다. 징계의결 시 참작사유에 비위와 관련 없는 근무성적은 삭제됐다. 징계시 근무성적 고려 배제 비위 정도에 따라 징계가 결정되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에서 징계 자체와 무관한 근무성적에 대해서는 제외하고, 직급과 비위행위가 교직 내외에 미치는 영향을 추가하게 됐다. 성희롱 정의 확대 비위 유형 중 성희롱에 대한 정의가「양성평등기본법」을 기준으로 하도록 개정됐다. 기존의「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른 성희롱은 협소한 범위로 정의하고 있고 국가공무원에 적용되는 성희롱 기준과 달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가공무원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 이같이 변경됐다. ※ 성희롱 정의 비교 (기존) 국가인권위원회법 -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공공기관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그 직위를 이용하여 또는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 (개정) 양성평등기본법 -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ㆍ지방자치단체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단체(이하 “국가기관 등”이라 한다)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를 말한다. 가.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나.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 중징계 사건 징계의결 요구기관 참석 의무화 등 징계 심의 시 징계의결 요구기관의 참석을 의무화했다. 기존에는 혐의자의 출석과 진술권은 보장됐으나 징계의결 요구기관의 출석은 임의 규정으로 정하고 있어 사실 확인에 한계가 존재했다는 것이 개정 이유다. 성폭력과 성희롱 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 징계 심의가 이뤄지도록 일반징계위원회 회의 구성 시 피해자와 같은 성별의 위원이 1/3 이상 포함될 수 있도록 의무화했다. 또한 부득이한 경우에는 징계위원회 회의를 영상회의로 진행할 수 있는 규정도 신설됐다. 징계 감경 불가 사유에 부정청탁 추가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의 제4조(징계의 감경)에서 공적이 있는 경우에도 징계를 감경할 수 없도록 하는 비위의 범위에 소극행정, 부정청탁, 부정청탁에 따른 직무수행이 추가됐다. ※ 징계 감경 제한 비위 유형 금품 수수 비위, 시험문제 유출 및 성적 조작 등 학생 성적 관련 비위, 학교생활기록부 관련 비위, 성비위 및 성비위 은폐·무대응·2차 가해, 음주운전 및 음주측정 불응, 학생 신체적·정신적·정서적 폭력, 학교폭력 고의 은폐 및 무대응, 재산등록 의무 위반, 부작위·직무태만, 채용 및 승진 등 인사 관련 비위, 소극행정, 부정청탁, 부정청탁에 따른 직무수행, 공직선거법상 처벌 대상 행위
2030 교사들이 전체 교사 인구의 반을 차지하고 있다(2019 학교 기본통계 기준 초등학교 48%, 중학교 39%). 밀레니얼 세대라 불리는 1980년대생 중반~2000년생의 2030 교사들에게는 ‘세상의 변화에 참여하고 리드하는 파워’가 있다. 그런 그들을 이해하고 성공적인 소통을 지속하는 건 학교를 움직이는 힘의 절반을 얻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 그들의 가능성과 능력을 따져보자면, 절반 이상의 힘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학교는 2030 교사들의 변화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들의 생각·행동·선택과 문화·심리·환경의 변화 말이다. 교사가 학생을 이해하는 것은 당연하게 여기는데, 교사가 교사를 이해하는 문화는 아직 낯설다. 그래서 준비했다. 학생들의 변화 이전에 이미 교직사회 내부에서부터 일어나고 있는, 2030 교사들의 새로운 움직임에 대한 이야기를 말이다. 다시 교직에 대해 고민하는, 방황하는 청춘 2030 교사 2030 교사들의 교직경력은 1~15년 차까지 다양하다. 교직생애발달단계로 따지면, 처음 교직에 들어선 혼란스러운 입문기부터, 어느 정도의 적응을 마친 뒤 성장을 추구하는 성장발달기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보인다. 교사생애발달단계에 대한 동서양의 연구를 살펴보면 단계를 나누는 기준이나 명칭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15년 차쯤을 일종의 전환점으로 바라본다. 앞으로 교직생활을 이어나갈 것인가, 말 것인가. 이어갈 것이라면 어떤 교사로 살아갈 것인가 등 진로를 결정하는 시기로 본다. 5년 차쯤 1급 정교사 자격을 받은 이후 부장을 달기 시작하고, 10~15년 차 사이에는 학교의 중책을 맡으며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꿰뚫는다. 그렇게 맞이한 안정 후, 회의와 고민을 겪는 시기가 15년 차쯤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2030 교사들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교직에 대해 알아간 후, 두 번째 진로 결정을 앞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이 젊은 교사들은 선배교사들의 교직생활 뒤의 그늘을 익히 보아왔다. ‘언제 퇴직을 할까’ 고민하는 선배교사의 모습을 보며 ‘나는 얼마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갈수록 행복한 교직생활이 가능할까 싶은 현실에서 ‘어떻게 해야 행복한 교사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자연스럽게 고민하고 방황하는 청춘인 것이다. 그들은 존경받고 존재감 있는 교사로서 미래를 그리며 자신의 브랜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한다. 브랜드란 더 이상 기업에만 통하는 말이 아니다. ‘퍼스널 브랜드’라는 말이 보여주듯이, 살아남아야 할 모든 존재는 브랜드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학창시절부터 선택에 익숙한 사람들 모든 2030 교사가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야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알게 모르게 브랜딩의 압박을 느낀다. 자신들부터가 브랜드를 추구해온 세대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학창시절부터 선택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스스로 믿을 만한 것을 평가하고 선택해서 취하는 데 익숙하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인강’이다. 인터넷강의의 준말인 ‘인강’은 2000년경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2000년에 설립된 인터넷강의 교육업체 ‘○○스터디’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때쯤 유명 입시학원이 줄줄이 온라인기반 강의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지금 30대 중후반인 교사들은 중·고등학생 때부터 자신이 믿고 들을 만한 강사들을 선택해서 배우기 시작했다. 인터넷강의의 시작은 단순히 통신발달에 따른 사교육시장의 변화 현상이 아니다. 학생이 선택권을 가진 최초의 혁명적 경험이기도 하다. 특히나 부모의 결정이 절대적인 사교육시장에서 말이다. 그런 경험이 있는 2030 교사들이기에, 교사가 된 후에 자신이 선택해서 배우는 원격교원연수의 이름과 질은 중요했다. 그저 연수시간을 채워야 하는 의무를 넘어, 이왕이면 듣기에 재미있고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다. 그 과정 속에서 2030 교사들은 자기도 모르게 어떤 선생님의 브랜드를 클릭하고 있다. 교사들 사이에서 ‘그림책은 ○○○선생님’, ‘놀이 학급경영은 ○○○선생님’이라고 통하는 입소문 자체가 교사 브랜드의 존재를 증명한다. 브랜드 있는 선배교사들의 등장 ‘○○쌤의 학급경영’, ‘○○선생님의 놀이수업’, ‘○쌤학교’ 등 자기만의 브랜드를 구축한 교사들은 꽤 많다. 대부분 저서가 있고 신규교사 연수부터 1급 정교사 자격연수 등 후배교사들의 역량강화를 위한 연수에도 자주 초빙된다. 브랜드 있는 선배교사들의 등장의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학생과의 즐거운 수업, 학급 경영을 위해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다 보니 전문가로 발전하여 자연스럽게 알려진 경우도 있고, 승진과 별개로 진로를 결정하며 스스로 브랜딩을 선택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유능한 교사’로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길이 승진 또는 수업 연구대회 등 제도에 한정되었던 과거와 달리 2000년대 이후에는 블로그·SNS·유튜브 등으로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경로가 많아졌다. 그만큼 제도가 증명해 주는 직위나 인증장보다는 콘텐츠가 중요해졌다. 어려서부터 인터넷과 앱 사용이 익숙한 사람들이라는 의미에서 웹제너레이션과 앱제너레이션으로 불리는 2030 교사들은 브랜드 구축의 필수 요소인 앱과 인터넷으로 소문 내기에 특출난 능력도 가지고 있다. 브랜드 있는 선배교사의 탄생 경로가 무엇이든 2030 후배교사들의 ‘스스로 선택하고, 좋은 건 소문 내는 성향’이 큰 바탕이 된 것은 분명하다. 초등교사 대표 커뮤니티인 ‘○○스쿨’과 같은 교사 커뮤니티가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한 시기도 2000년 이후이다. 커뮤니티와 SNS는 입소문의 주 무대다. 브랜딩을 압박하는 환경 신규교사들은 생애 첫 연수에서부터 브랜드 있는 선배교사들을 만난다. 정확히 말하면 선배교사의 브랜드와 그 브랜드의 힘을 만난다. 브랜드의 힘이란 그 선배교사가 유명세를 업고 학교를 좌지우지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선배교사의 ‘독보적인 노하우’로 운영되는 아름다운 학급경영이나 분야의 전문성에 감명받은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자신도 매료된다는 의미이다. 전문적인 데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존경까지 받는 선배교사를 보며 저 경력 후배교사들은 ‘저도 선생님 같은 교사가 되고 싶어요’라는 마음을 새기며 연수를 마치고, 그 후에도 그 선배교사의 책을 사보고, 연수를 챙겨 듣는다. 그리고 그런 일련의 행위는 연차가 더해질수록 자신에게는 그런 브랜드가 있는지 자문하게 만든다. 모든 2030 교사들이 유명인으로서의 브랜딩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마트’의 자체브랜드인 ‘NO브랜드’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무인양품(無印良品)처럼 ‘품질만 있고 이름은 없다(no brand, 無印)’는 의미의 ‘無브랜드’들조차도 제품 그 자체는 좋아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 시대에, 교사로서의 내실을 스스로 따져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인터넷 카페 같은 학부모 커뮤니티가 발전하고, 앱과 인터넷을 통한 밀착 소통이 가능한 시대가 되어 ‘교사인 나’를 만나는 다양한 교육 주체들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환경도 2030 교사들에게는 무거운 압박이다. 2030 교사들의 브랜딩, 자유로운 성장 유명하지 않아도 내공은 있어야 할 것 같은 부담감. 2030 교사들에게 브랜딩이란, 자신만의 학급운영방식이나 수업노하우가 있어 자신의 이름만으로도 학생이나 학부모가 신뢰를 느낄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실제로 브랜딩에는 ‘이미지화를 통해 마음속에 편안함·신뢰감·충성도 등의 감정을 심어줌’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학생과 학부모가 자신을 편안하고, 믿을 만하고, 충성도 있게 바라볼 수 있는가가 2030 교사들이 생각하는 브랜딩의 핵심이다. 이런 브랜딩의 성격은 2030 교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과도 어울린다. ‘○○스쿨’의 ‘밀레니얼 교사 연구 프로젝트’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 교사들은 재미와 의미를 추구하며, 자신의 취향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디지털을 능숙하게 다룬다는 특성이 있다. 실제로 2030 교사들 중 상당수가 억지스러운 브랜딩을 추구하기보다는 이런 자신들의 능력적 바탕을 충분히 활용하며 자연스럽게 내공을 축적해나가는 경향을 보인다. 블로그·인스타그램·유튜브 등에 교사로서, 성장을 추구하는 인간으로서 자신의 독서·여행·어학·예술·학술적 탐구 이력을 기록하고 있는 2030 교사들이 많다. 그들이 유튜브·블로그·SNS에 올리는 콘텐츠는 단순히 교사로서의 삶에 한정하지 않는다. 초등교사이자 래퍼로도 활동하는 달지샘처럼 음악·문학·미술·마술·요리 등 자신의 취미나 특기를 즐기는 모습을 공유한다. 학생들이 나의 취미생활을 보는 게 쑥스럽다는 생각보다는 자기가 좋은 것을 표현하고 경험치를 쌓아간다는 가치가 더 중요한 세대이다. 학생들은 그런 선생님의 모습에서 자유로운 성장을 즐기는 인간의 모습을 배운다. ‘유능한 교사로 살아남기 위한 브랜딩’을 넘어 스스로의 만족을 추구하는 자유인으로서 성찰하고 배우는 2030 교사들. 그들은 선배들과는 또 다른 전문성을 개척하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융합과학기술은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과학, 수학, 기술 및 인문 사회 과학이 융합되는 것을 말한다. 2002년 미국 국립과학재단은 나노과학기술(NT), 생명과학기술(BT), 정보과학기술(IT), 인지과학기술(CS)이 융합되는 NBIC 수렴과학기술을 제시하였으며, 서로 다른 네 가지 과학 기술의 상호작용과 융합으로 인간 삶의 질을 높이고 미래 과학 기술의 궁극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보았다. 융합과학기술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정보과학기술, 그중에서도 소프트웨어는 과학기술을 융합하는 중심에 있다. 공학에 예술과 인문학 등의 이질적인 학문을 접목시키고 있는 세계적인 연구 기관인 MIT 미디어랩은 실제로 기술을 통해 상상을 현실화시키고 있다. 폴더처럼 접을 수 있어 1대의 주차 공간에 3대까지 주차할 수 있는 폴더블카, 전기 자극을 주면 마음대로 모양을 변하게 할 수 있는 콘크리트 등 인간이 상상한 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 MIT 미디어랩이 상징하는 인간 상상의 실현에 “소프트웨어”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무궁 무진한 소프트웨어의 세계 이런 시대적 변화에 말미암아 우리나라에서도 소프트웨어 교육이 의무화되었다. 하지만 정보교과가 아닌 실과의 한 단원으로, 초등학교 6년 교육기간 중 단 17시간이라는 수업 시수는 문제 해결을 위한 사고력을 키워주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코딩의 방법을 익히는 기능 위주의 수업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교육부에서 제시한 소프트웨어 교육의 목표가 단순히 컴퓨팅 사고력(Conputatinal Thinking, 이하 CT)의 신장이라면, 기존의 독립 교과들처럼 소프트웨어 교과도 타 교과와의 융합보다는 개별적으로 분리되어 운영될 우려가 있다. 또한 미래사회에 대비해 학습자 역량을 신장시키기 위한 목표에 도달하기도 어렵다. 소프트웨어 교육에서 컴퓨터 과학(프로그래밍, 알고리즘 등)의 지식과 원리를 이용하여 수학과 과학의 지식·개념을 연계한 CT는 문제 해결 과정에서 분석적 사고, 논리적 사고, 절차적 사고를 포함하는 수렴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다. 이를 통해 인문 영역의 응용을 통합한 정교한 소프트웨어 산출물(창의적 문제 해결의 결과, 실제 물건이 아닌 추상적인 것 포함)을 이끌어낼 수 있다. 특히 기술과 공학 등 타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실생활에서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융합적 산출물을 만들고, 이를 통해 융합적 창의력을 발현할 수 있다. 말로는 이해가 어려우니 수업을 들여다보며 좀 더 깊이 알아보도록 하자. 다음 수업 예시는 Novel Engineering 수업방법을 적용해 인문학과 소프트웨어 교육의 융합을 시도한 프로젝트 수업이다. Novel은 문학작품을 말하며, Engineering은 기존의 것을 새로운 것으로 변화시키는 공학을 의미한다. 미국 Tufts 대학의 CEEO(Center for Engineering Education and Outreach)에서 다년간 연구해 온 프로젝트로 독서교육과 STEM교육, 소프트웨어 교육을 융합한 새로운 교육 방법의 하나이다. Novel Engineering은 도서 선택-문제 제기-해결책 설계-해결책 구현-피드백-업그레이드-이야기 재구성과 같이 7단계로 이루어진다. 1단계 도서 선택에서는 모둠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문제, 우리가 표현하고 싶은 세상과 관련해 원하는 도서를 선택한다. 모둠별로 정한 도서는 온책 읽기 시간 등과 연계를 통해 모두 다 읽도록 한다. 다음은 2단계 문제 제기이다. 이 단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바로 아이들이 선정하는 ‘문제’이다. 문제라고 하는 것은 ‘어떻게 되면 좋겠다(should be)라는 이상적인 모습이 존재하는데, 실제 현실은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두 상태 사이의 차이로 인해 발생한다. 따라서 이 차이를 없애주는 것이 ‘문제 해결’이라 할 수 있다. 학생들은 책을 읽고 그 책 속 주인공 또는 주변인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찾는다. 예를 들어, 한 모둠에서 선정한 주제인 Her story! 그녀의 삶에 들어가다!에서 관련된 책인 유관순의 태극기를 읽었다면 책 속에 있는 많은 사건들 중에서 가장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장면, 또는 해결하고 싶거나 표현하고 싶은 장면을 문제로 선정해야 한다. 3단계는 해결책 설계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알고리즘을 설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앞에서 예시를 든 모둠에서는 가장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장면으로 유관순이 아우내 장터에서 만세 운동을 하던 그날을 선정하였다. 이 장면을 표현하기 위해서 먼저 어떤 인물의 등장이 필요한지, 배경은 어떻게 꾸밀 것인지, 유관순의 움직임과 이를 잡으려 하는 일본 순사는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 가능한 형태로 분해하고, 각각의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나름의 아이디어와 해결 전략을 정했다면 4단계 해결책 구현으로 넘어간다. 교실에서 준비 가능한 다양한 재료와 로봇 등을 토대로 실제 몇 모둠의 결과물을 살펴보면 다음 그림과 같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들을 5단계에서는 서로 공유하는 시간을 가진다. 각 모둠에서 어떤 주제를 어떻게 표현하였는지를 살펴보는 이 시간은 4단계 해결책 구현 단계만큼이나 중요하다.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친구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아이들의 학습 동기를 자극할 뿐 아니라 사고의 확장을 이끌어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서로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6단계 피드백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친구들의 작품에 칭찬도 아끼지 않아야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바꿔도 좋을 것 같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도록 한다. 때로는 교사의 피드백보다 친구 간의 피드백이 더 유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교사와 친구의 피드백을 반영해 작품을 개선하는 시간을 가진다. 위대한 아이디어는 날개뿐만 아니라 착륙 장치도 필요하다. -C.D 잭슨(작가) 거창한 사회문제를 처음부터 융합적인 사고로 해결하는 경험은 초등학생에게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과 공학 등 타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실생활에서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융합적 산출물을 발견하고, 그러한 융합적 창의력을 경험해 보는 기회는 중요하다. 기초 단계이기는 하지만 Novel Engineering을 접목한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책 속에 담긴 사회의 문제를 직시하고, 이를 자신의 수준에서 해결해 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그 과정을 하나씩 밟아가며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안목, 문제를 해결하는 힘, 함께 생각하고 협력하는 방법을 익혀갈 수 있다. 인문학적 상상력을 현실로 만드는 힘, 세상의 문제를 올곧이 바라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자신만의 아이디어 착륙 장치로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보면 어떨까. 복잡다단한 문제를 파헤치고, 다시 얼기설기 엮어 이를 재탄생시키는 과정에 필요한 융합적 사고를 현실화하는 도구이자 방법으로써 소프트웨어 교육은 참 매력적인 무기라는 생각이 든다. 4차 산업혁명 시대라 불리는 첨단 지능정보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만한 무기를 갖추도록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소프트웨어 교육의 현장 안착이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사람들이 불만으로 가득 찬 것은 무더운 날씨 때문만은 아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삶이 내가 생각했던 대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서의 삶에 지쳐버렸다면, 이 모든 것을 일거에 해결해 줄 메시아를 기대해봄 직하다. 세상에 숨어있던 현자 중에 대중의 관심을 끄는 사람이 나타난다. 백성의 절대적인 성원에 힘입어 당선된 지도자는 지지 세력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할 부채를 안고 있다. 기대를 채워준 지도자는 인기에 힘입어 장기집권의 채비를 시작하는 반면 기대를 저버린 지도자는 철저하게 버림받는다. 아테네인들은 어리석음으로 인해 위대한 도시를 돈 욕심에 망쳐 놓으려 한다. 도시를 이끄는 자들의 마음도 불의하여, 저들은 커다란 오만으로 많은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충만함에 족한 줄 모르고, 음식의 즐거움, 손에 쥔 행복함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중략 그들은 신성한 재산이건 공동체의 재산이건 아끼지 않으며, 각자가 사방에서 훔치고 앗아간다. 그들은 디케 여신의 경건한 질서를 존중치 않는데, 디케 여신은 오늘 일과 일어난 일을 침묵으로써 알고 언젠가 이런 죄를 벌하시러 반드시 오신다. 이미 피할 수 없는 상처가 공동체 전체에 퍼졌다. 도시는 급격하고 빠르게 노예로 전락하고 시민들의 불화 가운데 잠자던 전쟁은 깨어나 수많은 피 흘린 삶을 잔인하게 파괴할 것이다. 부자들과 빈자들의 대립은 갈수록 심해지고 시민 중 누구도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한다. 내부의 불만을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외부의 적을 만드는 법이다. 다른 사람, 다른 나라의 재산을 빼앗으려는 자들이 나타나고 새로운 정의로 포장된다. 결국 사람들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은 사회의 불화와 내분, 그리고 살육으로 이어진다. 그 피해를 보는 것은 가장 힘없고 약한 사회의 하층민들이다. 아테네의 개혁을 이끌었던 지도자 솔론(Solon)은 원래 시인이었다. 시인은 사람들의 불만을 대신 전달할 줄 안다. 내가 왜 기분 나쁜지, 내가 느끼는 불만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드러내는 것은 보통의 재주로는 할 수 없다. 형식적으로는 ‘뮤즈’ 여신의 이름을 빌어 이야기를 전달하지만, 실제로는 소시민들이 아고라에서 토로하는 격정을 반영했을 것이다. 불안한 삶에 대한 고민, 혼란스러운 사회에서 갈수록 움츠러 들어가는 소시민들의 처지, 가진 자들의 끝없는 전횡은 언제나 그렇듯이 백성들의 불만이었을 것이다. 아테네 시민들은 새로운 지도자로 솔론을 선출한다. 시인은 철학자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지혜로운 자(sophoi)로 인정받아왔다. 시인의 지혜와 경륜을 통해 모든 아테네 시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국가가 완성되기를 희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라를 ‘잘 다스린다’는 기준을 물어본다면, 그것은 오직 ‘나’를 위한 편익이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은 훔치러 오고, 그들의 기대는 높이 오른다. 왜냐하면 그들은 커다란 재산이 생기리라 믿으며 내가 달콤한 미끼를 던진 후 진의를 드러내리라 믿는다. 그들은 그렇게 헛되이 생각하였다. 이제 커다란 분노로 마치 나를 적으로 대하듯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 신들의 가호로 나는 내가 약속한 바를 이행하였으니 이유 없이 과도하게 하는 것은 잘못이며, 내 보기에 독재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똑같이 선과 악이 비옥한 고향의 땅을 나누는 것도 옳지 않다. 책임을 맡은 지도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자리이다. 그리고 공공의 이익이란 폴리스 내 특정 개인의 이익이 아닌 폴리스 전체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함을 시사한다. 폴리스에 있어 가장 최선의 이익은 폴리스의 존속이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폴리스의 존속이 개인의 이익과 충돌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공직자는 폴리스 전체의 생존을 위해 때로는 개인의 권리나 혜택을 제한하기도 한다. 지도자의 권력 또한 마찬가지이다. 지도자의 권력이 무한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권력이 아닌 권한이며, 그 권한의 사용은 어디까지나 공익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솔론을 선출한 시민들의 기대는 이와 많이 다르다. 부자는 부자대로 자신들의 삶이 유지되기를 바라고, 빈자들은 빈자들대로 삶이 혁명적으로 바뀌기를 바란다. 하지만 공공의 이익을 고려한다면 그 어느 것도 쉽게 이루어질 수 없다. 공동체의 유지와 번영이 그들에게 가장 큰 토대가 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시민들은 공동체 전체를 인식하기에는 근시안적이고 자신의 이익에 충실하다. 다주택자는 폭등을, 무주택자는 폭락을 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법이다. 지도자가 추구해야 할 공익은 시민 개개인이 욕망하는 편익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백성을 공공연히 비난해야 하겠다. 그들은 꿈에서조차 볼 수 없었을 것을, 나의 조치가 있어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땅에 사는 커다란 부자 권력자들은 나를 칭찬하고 친구로 여겨야 할 것인바, 만일 다른 사람이 지금 내가 맡고 있는 관직을 수행했다면 어떻게 달라졌을지 알아야 한다. 그는 백성을 다스리지 않고 끊임없이 뒤엎어 자신이 이익을 얻을 때까지 멈추지 않았으리다. 하지만 나는 나의 자리를 양쪽 당파의 가운데 자리 잡았다. 교사들은 외로운 존재다. 학생들은 권리의 주체로 간주되어 보호받는 문화가 정착되었다. 좋은 변화다. 시기의 문제지 이루어질 일이었다. 하지만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수많은 상황 속에서 모든 판단의 책임은 교사들에게 돌아온다. 책임 없이 누리는 권리는 내가 얻지 못한 수익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진다. 기회비용은 객관적으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얻지 못한 권리와 혜택에 대한 책임을 교사가 져야 한다면 그것은 공익의 사유화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학교 아노미 시대에 교사들은 자기 일이 아닌 일을 자기 일로 생각해야 하는 무한책임을 강요받고 있다. 교사가 학생 한 명 한 명을 모두 만족시킨다는 것이 가능한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바람직한 교육이라는 견지에서 본다면 적절한 일인가?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면, 왜 우리는 학생과 학부모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일까. 교육학은 현장의 모든 문제를 ‘즉시 한 번에’ 해결하는 데에만 활용되어야 하는가? 학문은 일상생활에서 효용성을 지닐 때 좋은 성과를 거둔다. 하지만 그 성과가 과연 적절한 성과인가. 어쩌면 우리는 지나치게 사람들을 그때 그때 만족시켜야 한다는 단기적 목표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것을 또 다른 의미의 성과주의라고 부른다면 지나친 것일까? 공교육의 최일선에서 헌신하는 교사가 견지해야 할 공공성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너희는 차분히 생각하며 가슴속의 마음을 다스려라. 너희는 이미 좋은 것을 실컷 즐겼다. 너희는 적당한 만큼만 마음에 두어라. 왜냐하면 우리는 굴하지 않고 너희에게 전부는 좀처럼 쉽지 않으니 역사에서 모든 것을 가지려고 하다 모두 잃어버린 사례는 적지 않다. ‘중용이 미덕(Metron Ariston)이다’와 ‘돈이 곧 사람(Chremat’ Aner)이다‘는 두 가지 속담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화폐경제에 기초한 아테네 사회는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음을, 동시에 인간 삶에서 나타나는 많은 사회문제와 부조리는 결국 중용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임을 시사한다. 솔론은 극단을 경계하고 중용을 추구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빈자들이 지고 있던 부채를 청산해 줬다. 대신 빈자들이 요구했던 토지의 무상분배는 거절했다. 부자들은 막대한 이자수익을 포기해야 해서 불만이었고, 빈자들은 자영농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좌절되어 불만이었다. 사람들은 과거 자신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지도자를 비난하고 모욕하기 시작했다. 나는 백성들에게 넉넉할 만큼의 권한을 주었다. 나는 그들 권한의 일부를 빼앗지도 보태지도 않았다. 사람들이 보기에 부유하기까지 한 권력자들에게 나는 그들에게 마땅한 것만을 주었다. 일찍부터 화폐경제와 시장을 발달시켜왔던 아테네에서는 재화의 분배를 두고 주기적인 혼란과 반목이 있었다. 솔론은 시민들의 반발에도 휘둘리지 않은 채 자신의 정책을 고수했지만, 백성들이 지도자의 말을 따르게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신들의 힘으로 지도자를 선출했다고 믿는 자들이 현자의 말에 납득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었다. 백성들이 지도자들을 따르게 하매 이것이 최선이다. 그들을 너무 풀어줄 일도 너무 단속할 일도 아니다. 왜냐하면 너무 많은 행복이 최선의 현명함을 갖추지 못한 인간들을 따를 때 그 풍족함은 무도함을 낳으니 솔론은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점유하지 않고 독재자의 길을 거부했다. 하지만 솔론의 개혁에 만족하지 않았던 아테네는 독재자 페이시스트라토스의 집권을 허락한다. 페이시스트라토스는 민중들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선동가였고 그가 시도했던 많은 정책은 사실상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솔론은 페이시스트라토스의 속내를 알아차리고 그를 비판했지만, 아테네인들을 위해 다시 봉사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희생에는 대가가 주어지지 않는다. 성과는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반면 공익을 위한 사익의 희생은 직접적인 피해로 나타난다. 배움을 주도하는 학생들은 자신들에게 직접적인 이익과 혜택이 주어지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그 이익이 과연 제대로 된 이익인지, 자신에게 돌아올 더 큰 만족을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어볼 수 있는 여유는 사라지고 있다. 깊은 고민 대신 재빠른 실천이 부각되는 요즘이다.
금붕어의 여름방학 (샐리 로이드존스 지음, 레오 에스피노사 그림, 이원경 옮김, 보림출판사 펴냄, 40쪽, 1만3000원) 금붕어들이 분수대로 여름휴가를 떠난다고요? 1990년대 뉴욕에서 있었던 실화를 다룬 그림책. 커다란 도시의 작은 집에서 할아버지와 살고 있는 삼 남매는 지루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낡고 오래된 분수대 앞에 이상한 표지판이 등장한다.
여름방학 제주 (전정임 지음, 김혜원 그림, 안녕로빈 펴냄, 152쪽, 1만3000원) 제주의 자연, 역사, 문화, 예술을 느끼고, 배우는 어린이 여행 책. 늘 바쁜 엄마와 둘이 사는 11살 나은이는 여름방학에 제주 양이호텔의 여름 축제에 초대된다. 호텔 직원 테리어 종 개, 테리 씨와 양이호텔 매니저 흰 고양이 양이 씨를 만나면서 나은이의 여행이야기가 시작된다.
색깔의 비밀 (차재혁 지음, 최은영 그림, 논장 펴냄, 40쪽, 1만3000원) 보라색, 파란색, 초록색, 빨간색 안개 속에서 열심히 일하며 살고 있는 네 형제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가장 늦게 일을 끝낸 막내가 어떤 색으로도 물들지 않은 채 돌아온 것. 형제들은 두려움에 휩싸인다. ‘다름’과 ‘변화’에 대해 말하는 아름다운 그림책.
문장짓기 - 아자 이모의 생활 도감 (노정임 지음, 최경봉 감수, 아이들은자연이다 펴냄, 80쪽, 1만2000원) 초등 고학년을 위한 우리말 문법책. ‘문장’이 화자로 등장하여, 문장이 무엇인지, 문장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문장에 담기는 것은 무엇인지 차근차근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림이 없는 대신 한 문장 한 문장 집중할 수 있도록 문장만으로 디자인했다.
변기에 빠진 세계사 (이영숙 지음, 자음과모음 펴냄, 212쪽, 1만3800원) 똥, 오줌, 악취, 목욕, 전염병 등 온갖 지저분한 것들을 통해 세계사의 중요한 사건들 속으로 안내하는 유쾌한 청소년 교양서. 고대사부터 시간 순서대로 흐르는 뻔한 연대기가 아닌 흥미로운 세계사와 세계 문화 이야기를 주제별로 만나볼 수 있다.
시가 나에게 툭툭 말을 건넨다 (장인수 지음, 문학세계사 펴냄, 244쪽, 1만4000원) 기존의 교과서나 참고서가 지니고 있는 문학 작품에 대한 해석의 문제점을 수용론적 관점에서 살펴본 책. 밥 딜런과 황이지에서 백석과 김종해까지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작품들을 학생들의 새로운 생각틀로 두루 살폈다. 학생들의 엉뚱하고 발칙한 질문이 곧 문학의 창의성이라고 강조한다.
우리 아이는 어쩌다 입을 닫았을까 (로스 W. 그린 지음, 허성심 옮김, 한문화 펴냄, 352쪽, 1만5000원) 버지니아 공대 심리학과 겸인교수인 저자는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로 20년 넘게 재직한 아동 심리학자다. 부모로서 역할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아이와 갈등 없이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며, 실제 적용 과정을 통해 공감능력, 수용적 문제해결력, 협동심 같은 인간의 바람직한 특성도 길러준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나라 (루시 크레헌 지음, 강이수 옮김, 지식의날개 펴냄, 360쪽, 1만7000원) 런던 중등학교 교사인 저자가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상위 5개국을 직접 방문하여, 체득한 각 나라의 교육제도를 자세하게 관찰하여 기술했다. 각 나라에서 4주씩, 그중 3주는 방문 학교에서 수업을 하거나 수업 보조를 하며 머물렀다. 저자가 발견한 PISA 상위국의 공통원칙은 무엇일까.
타지키스탄 두샨베를 떠나 징(Zing)마을까지 7시간이 걸렸다. 풍경들이 아름다워 지루할 틈이 없었다. 갈리맛 가족을 다시 만난다고 하니 설렜다. 대부분 차들이 그냥 지나치는 작은 마을 ‘징’. 이곳에 연을 맺은 것은 3년 전에 시작됐다. 매주 토요일 열리는 아프가니스탄 시장에 갔다.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국경을 넘어 시장에 왔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아프가니스탄 사람.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경찰이 다가와 촬영이 금지라고 했다. 우울해 하는 내 앞에 나타난 갈리맛 씨. 이 마을 의사인데 경찰도 어찌 할 수 없는 힘을 가진 사람이었다. 갈리맛 씨 덕분에 사진을 찍을 수 있었고 그의 집에 초대도 받았다. 이번이 갈리맛 씨와 세 번째 만남이고 동행들과 두 번째 오는 길이다. 파미르에는 올 때마다 마음을 다해서 현지 사람들을 만난다. 그런 걸음에 보폭을 맞춰주는 동행들이 많이 고맙다. 이번 방문에는 갈리맛 씨 부인이 디스크로 고생한다고 이야기를 듣고 한약 20kg를 한국에서 챙겨온 동행도 있었다. 그 뿐 아니라 미리 블로그에서 갈리맛 씨 이야기를 보고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챙겨온 분도 계셨다. 이번 여행은 음식에 조예가 깊은 분들이 함께 하면서 한국 음식을 갈리맛 씨와 동네 주민들에게 대접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한국은 7월이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지만 이곳 파미르는 태양만 뜨겁지 그늘에 들어가면 선선하다가 쌀쌀해지기도 하는 그런 날씨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방 불 앞은 예외였다. 두샨베에서 준비한 재료들과 한국에서 공수해간 재료들이 동행들 손에서 마술을 부리고 있었다. 턱없이 부족하고 불편한 주방에서 고생 아닌 고생을 즐겁게 할 수 있었던 것은 큰 눈을 뜨고 음식을 기다리는 갈리맛 씨 아이들과 동네 주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남에게 주방 내주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을 터…. 그 마음에 보답하고자 모두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두어 시간 동안 김밥, 잡채 그리고 계란말이가 준비됐다. 한국에서야 가스불 켜고 뚝딱 만들거나 근처 식당에 가서 쉬이 사올 수 있는 음식이지만 여기 파미르 고원 오지 마을에서 김밥을 만들었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한국 음식이 궁금했던 동네 여자 분은 음식이 만들어지는 내내 옆에서 보고 물어보고 맛보며 우리와 가까워졌다. 음식의 마무리는 플레이트라지만 여기 파미르에서는 널찍한 접시 찾기도 쉽지 않았다. 널찍하고 깨끗한 장판 위에 빵과 고기를 놓고 먹는 문화라서 그런가 주방에는 그릇이 많지 않았다. 음식을 다 내놓고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무언의 칭찬을 하고 있었다. 이제 먹기 시작하면 되는 상황 앞에서 당황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타지키스탄은 무슬림 나라, 남의 여자와 겸상을 하지 않는 문화가 있고 아이들은 어른들과 겸상이 또 쉽지 않다보니 음식 앞에 앉은 사람들은 우리 동행들이었다. 우리가 우리 먹으려고 이 고생을 한 것은 아니잖아. 갈리맛 씨를 부르고 아이들을 부르고 동네 분들을 불러보았지만 오랜 전통을 우리가 깰 수는 없었다. 음식을 따로 담아서 동네 분들에게 드리고 갈리맛 씨 아이들을 부득부득 음식 앞에 앉히고 음식을 맛보았다. 짭조름한 김밥과 야들야들한 잡채를 처음 맛보는 아이들은 연신 손을 멈추지 않았다. 아이들은 잡채가 맛있는지 손으로 마구 먹는 모습이 귀여웠다. 우리도 포크를 내려놓고 아이들과 함께 손으로 먹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갈리맛 씨는 기도하러 갈 시간이라며 자리를 떴다. 아버지가 자리를 비웠다고 밥상 분위기가 이렇게 달라지나. 아이들도 아버지가 없으니 많이 자연스러워졌다. 만드는 건 한세월, 먹는 건 한 순간이었다. 빈 그릇은 아이들이 설거지를 하겠다고 가져가버렸고 우리는 수고한 서로를 칭찬했다. 깊은 골짜기라 해가 빨리 떨어졌다. 잠깐처럼 느껴지지만 2년 동안 갈리맛 씨와 종종 안부를 물었던 일, 동행들과 북스쿡스에서 여행을 준비했던 일, 두샨베부터 여행을 꾸려나간 일, 다음 방문을 준비하는 일을 이야기하며 맛있는 한 끼의 밥상을 마무리했다. 한참을 기다려도 갈리맛 씨가 오지 않아 전화를 걸었더니 그제야 그가 왔다. 자리가 파하길 어디선가 기다렸던 모양이다. 많이 아쉬웠지만 충분히 아름다운 저녁이었다.
나라 곳간, 재정은 늘 부족합니다. 그렇다고 세금을 더 걷기도 어렵습니다. 정부지갑은 늘 빈털터리입니다. 그런 정부가 언제든 화폐를 더 찍어내고 싶습니다. 100여 년 전부터 중앙은행의 독립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만약 돈이 필요한데 중앙은행이 마음껏 찍어낼 수 있다면 어떨까요? 경제는 조폐창 윤전기를 많이 돌릴수록 좋아지겠죠? 그런데 그런 시절이 왔습니다. 혹시 돈 필요하세요? 중앙은행이 찍어드립니다. 미연방준비제도(FED)가 어려움에 빠진 기업들의 회사채를 사들이고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위기의 기업들에게 직접 돈을 꿔주는 겁니다. 일단 4억 달러가 넘는 회사채를 사들였습니다. 월마트, 필립모리스, 코카콜라도 포함됐네요. 중앙은행이 동네 새마을 금고도 아니고...‘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요?’ 연준(Fed)은 지난 양적완화(2008~2014) 때 4,500조 원의 돈을 풀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도 민간 기업의 채권을 인수한 적은 없었습니다. 연준의 무제한 돈풀기가 ‘민간기업에 돈 빌려주기’까지 이어지는 겁니다. 연준의 무제한 돈 풀기는 그야말로 끝이 없습니다. 지난 석 달 만에 우리 돈 대략 3천 조 원 정도(M2 기준)를 더 풀었습니다. 돈의 범람 시대. 이러다 보니 초유의 코로나 위기에 오히려 집값이 오르고 주가가 오릅니다. 희한한 세상입니다. 위기 때마다 으레 중앙은행은 금리를 낮췄습니다. 시중에 돈이 더 돌게 만듭니다. 그렇게 곶감 빼먹듯 금리를 낮추다, 더 이상 낮출 금리가 없습니다. ZERO 금리 시대. 연준은 하다 하다 2022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백화점이 때마다 세일을 하다, ‘이번 세일 앞으로 2년간 계속할께요’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러자 중앙은행은 이제 외계인들이 상상도 못할 만큼 돈을 찍어내고 있습니다. 화폐 가치가 떨어지자 제국은 힘을 잃었다 로마시대부터 왕이 화폐를 초과발행하면 늘 돈의 가치가 떨어졌습니다. 모든 왕은 돈을 더 발행하고 싶어합니다. 이를 막기 위해 갖고 있는 금이나 은만큼만 화폐를 발행하는 금, 은본위제가 수천 년 간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90%가량이던 로마화폐의 은의 함량은 기원후 200년에는 5%까지 떨어집니다(화폐를 20배가량 더 발행한 것이다). 화폐가치가 1/20로 떨어지고 인플레가 극심해집니다. 그러자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는 세금을 화폐 대신 현물로 받기 시작합니다. 화폐의 용도가 끝난 것입니다. 화폐가 시들어지면서 제국의 힘도 시들어졌습니다. (금이나 은의 함유량이 줄어든 화폐가 발행되면 시민들은 스스로 함유량이 높은 화폐를 집안에 보관하고, 함유량이 낮은 화폐를 먼저 사용한다. 결국 시장에는 금은의 함유량이 낮은 화폐만 유통된다. 이를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라고 한다(Bad money drives out good money’) 그런데 연준이 이렇게 돈을 풀어도 좀처럼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돈의 유통 속도가 늦어졌고, 또 그렇게 풀린 돈이 자꾸만 돈이 넘치는 곳으로 흘러가기 때문입니다. 1) 저금리로 돈을 빌린 넉넉한 기업들은 공장을 짓기보다 자사주를 사서 주가를 올리거나, 다른 자산투자를 합니다. 그러니 툭하면 증시나 부동산시장만 뜨거워집니다. 2)돈이 풀리면 근로자의 임금도 올라가야 합니다. 그런데 실업률이 높아서 임금 협상력이 약하고 그래서 임금도 잘 안 오릅니다. 인플레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돈을 풀어도 돈이 잘 돌지 않고, 그래서 돈을 더 풀어야 합니다. 고전적인 화폐의 유통 체인이 망가집니다. 게다가 DOLLAR는 지구인들이 모두 사용합니다. 3)미국 안에서 아무리 달러를 발행해도 좀처럼 미국 내 물가를 자극하지 않습니다. 이를 ‘미국이 인플레를 수출한다’라고 표현합니다. 심지어 달러가치도 잘 안 떨어집니다. 참 희한합니다. 이렇게 풀린 돈은 주로 금융권에 머물거나, 국경을 넘어가는데 갑자기 제3세계의 자산시장에 투자되거나 (또는 갑자기 회수돼) 그 나라 경제를 흔들어 버립니다. (물론 윤전기를 돌려 실제 달러를 찍어내는 것은 아니다. 연준이 채권을 매입하면 시중 은행 장부에 수치만 바뀔 뿐이다. 연준이 채권을 자꾸 사들이면 채권 값이 올라가고 채권 수익률이 떨어진다. 은행과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내려가게 되고, 기업들이 돈을 구하기가 쉬워진다. 사들인 채권이 연준의 곳간에 차곡차곡 쌓이지만 이 역시 모니터상의 숫자일 뿐이다) 세금걷어 나라살림하던 시대는 지났다 중앙은행은 원래 ‘최후의 대부자(The lender of last resort)’입니다. 경제위기가 오고 실물경제가 시중은행으로 전염돼 은행이 망해갈 때를 대비해 중앙은행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위기 시작부터 마운드에 오릅니다. ‘최초의 대부자’가 돼갑니다. 자꾸 돈을 찍어냅니다. 위기가 반복됩니다. ‘그깟’ 세금 거둬서 늘 재정이 부족한 재무부는 이제 중앙은행만 바라봅니다. 정부가 세금 거둬 나라살림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 중앙은행이 마구 찍어냅니다. 한도는? 없습니다. 생각해볼 문제가 몇 개 있습니다. 선출된 권력도 아닌데, 연준(FED)이 위기 기업을 선별할 권한을 누가 줬을까? 갈수록 많은 채권이 연준의 곳간에 쌓입니다. 그 많은 채권의 이자는 누가 가져갈까? (연준은 남는 이익의 상당 부분을 재무부에 반환하고 그래도 남는 이익은 지역 연준의 주주들에게 배당한다. 결국 양적완화의 이익 상당부분이 민간투자자에게 돌아간다) 그 아픈 기업들이 만기가 돌아오면 빚을 갚을 수는 있을까? 그렇게 위기의 기업들이 살아남으면 시장경제에 결국 득이 될까? 한국은행도 결국 사실상의 양적완화(QE)를 시작합니다. 시중은행으로부터 RP(환매조건부채권)를 사들이기로 했습니다. 한국은행이 채권을 사들이면, 대신 현금이 시중은행으로 들어갑니다. 적용 이자율은 0.8%, 사실상 공짜입니다. 이 돈을 시중은행은 약간의 이자만 받고 이 다시 기업들에게 빌려줄 수 있습니다. 기업들이 돈을 조달할 수 있는 이자율을 낮추는 것입니다. 한도는? 없습니다. 물론 한국은행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돈 필요하면 중앙은행이 찍어내면 되는 시대가 열립니다(당백전을 마구 발행한 대원군은 얼마나 억울한가... 무턱대고 발행했다가 급격한 인플레가 터졌다). 하나만 더. 그 돈이 돌고 돌아 마지막엔 어디로 가는지도 좀 지켜봐야겠습니다. 늘 그랬듯이 우리 지갑에는 잠깐 들어왔다 나가거든요.
박완서 소설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는 이혼녀 문경이 상처(喪妻) 한 대학 동창 혁주를 사랑하다가 헤어진 뒤, 싱글맘으로서 겪는 이야기다. 당연히 결혼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혁주는 조건이 더 좋은 여자가 나타나자 문경을 버린다. 문경은 혁주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다. 문경은 사내아이를 낳았고 음식점을 차려 나름 안정을 찾아갈 즈음 혁주네 가족이 찾아온다. 혁주의 아내가 자식을 낳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문경의 아이에 눈독을 들이는 것이다. 혁주의 아내가 아이를 바라보는 대목에 분꽃이 나온다. 큰엄마(혁주의 아내)가 이렇게 푸념하면서 서로 뒤엉킨 모자를 노려보았다. 어떻게든 빼앗아 가지고 싶은 호시탐탐한 눈빛이었다. 문경이는 큰엄마의 그런 눈빛에 전율하면서 아이의 몸과 마음이 그동안 황폐해진 건 저 눈독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 여자가 어렸을 적 저녁 나절이면 한꺼번에 피어나는 분꽃이 신기해서 어떻게 오므렸던 게 벌어지나 그 신비를 잡으려고 꽃봉오리 하나를 지목해서 지키고 있으면 딴 꽃은 다 피는데 지키고 있는 꽃만 안 필 적이 있었다. 그러면 어머니는 웃으며 말했었다. “그건 꽃을 예뻐하는 게 아니란다. 눈독이지. 꽃은 눈독 손독을 싫어하니까 네가 꽃을 정말 예뻐하려거든 잠시 눈을 떼고 딴 데를 보렴.” 혁주의 아내가 아이에게 눈독을 들이는 장면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이처럼 꽃에 비유해 주인공의 심리나 특징, 상황을 적확하고 휠씬 생생하게 그려내는 것이 박완서 작가의 특기 중 하나인 것 같다. 박완서 작가는 2002년 한 독자모임과 만남에서 “무슨 꽃을 좋아하느냐”라는 질문을 받고 분꽃이라고 했다. 그 많은 꽃 중에서 왜 분꽃을 가장 좋아하는지 궁금했지만 더 이상 설명은 없었고, 이제 작가에게 물어볼 수도 없다. 다만 작가가 분꽃에 친근감을 느끼며 이 꽃을 특별히 여긴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산문집 『두부』에서 작가는 구리 노란 집으로 이사한 해 늦은 봄, 심지도 않았는데 분꽃이 모습을 드러냈다고 반가워했다. 그러면서 “내 아득한 유년기로부터 나를 따라다니다가 이제야 겨우 현신(現身) 할 자리를 얻은 것처럼 느껴져 반갑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했다”라며 “오랜 세월 잊고 지냈지만 분꽃은 나하고 가장 친하던 내 유년의 꽃”이라고 했다. “가장 친하던 내 유년의 꽃” 최은영의 중편 『쇼코의 미소』에서도 분꽃이 인상적으로 나오고 있다. 소설은 소유와 쇼코라는 한국과 일본의 두 여고생이 편지를 주고받으며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다. 두 여성은 여고 시절 학교가 자매결연을 한 인연으로 만나 대학, 취업 시기까지 삶의 굴곡과 고민을 나눈다. 할아버지와 같이 사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이 소설에서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는 곳은 소유가 우울증에 걸린 쇼코를 일본으로 찾아가 만나는 장면이다. 이 대목에 분꽃이 나온다. 그곳에는 분꽃을 심어놓은 작은 마당과 반질반질한 나무마루가 있었다. 쇼코는 퓨즈가 나간 것 같았다. (중략) 쇼코는 두 손으로 마루를 짚고 내 옆으로 다가왔다. 나는 쇼코를 쳐다보지 않고 마당에 핀 분꽃에만 시선을 줬다.(중략) 나는 쇼코의 말에 놀라서 노인의 얼굴을 쳐다봤다. 노인은 눈에 도는 눈물을 감추려는 듯 고개를 돌려 분꽃을 보는 척했다. 이 소설에 분꽃이 여러 번 나오는 것으로 보아 작가가 의도적으로 배치한 것은 틀림없다. 분꽃이 의미와 작가의 의도가 분명하지는 않지만, 시든 분꽃이 꿈을 내려놓고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두 청춘의 심경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았다. 젊은 작가의 소설에서 꽃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일이었다. 젊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꽃이라서 그런지 꽃에 대한 관심이 덜해 여간해선 젊은 작가들 작품에 꽃이 나오지 않는다. 최은영은 요즘 주목받는 젊은 작가 중 한명이다. 『쇼코의 미소』도 담담한 필체로 쓴 이야기가 감동적이었다. 두 소설에 나오는 분꽃은 재미있는 점이 참 많은 꽃이다. 마당에 분꽃이 피어 있었다면 해 질 녘임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분꽃은 해가 뜨면 꽃잎을 오므렸다가 오후 4~5시쯤부터 다시 피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어 이름이 ‘4시꽃(Four o'clock flower)’이다. 시계가 없던 옛날에 우리 어머니들은 이 꽃이 피는 것을 보고 저녁밥을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는 나팔꽃과는 정반대다. 분꽃은 한여름 내내 볼 수 있는 꽃이다. 장독대 옆을 지키던 예쁜 분꽃 분꽃의 색깔은 붉은색·노란색·분홍색·흰색 등 다양하다. 한 번은 이 중 노란색이 제일 예쁜 것 같아 노란색 분꽃 씨를 회분에 심어보았다. 그런데 다음 해 기대와 달리 붉은색 꽃 위주로 피어 실망한 적이 있다. 원래 분꽃의 꽃 색 유전은 멘델의 법칙 중 중간유전(불완전 우성) 적용을 받는다. 하지만 우리 주변의 분꽃은 여러 꽃 색 유전자가 섞이면서 한 그루에서 붉은색, 노란색 꽃잎이 나오기도 하고, 심지어 두 색이 같이 있는 꽃잎, 두 색이 점점이 섞인 꽃잎까지 나온다. 가을에 분꽃 아래에 검은 환약같이 생긴 씨앗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분(粉)꽃이라는 이름은 화장품을 구하기 어려운 시절 여인들이 이 씨앗 안에 있는 하얀 가루를 얼굴에 바르는 분처럼 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분꽃 씨앗은 발아율이 아주 높다. 분꽃 씨앗을 심으면 다음 해 봄 십중팔구 싹이 날 것이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 가꾸기도 쉬운 꽃이다. 그래서 가을에 분꽃 씨앗이 보이면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 사람들에게 심어보라고 주기도 했다. 싹이 트면 처음엔 콩팥 모양으로 쌍떡잎이 생긴 다음, 달걀 모양으로 끝이 뾰족한 잎들이 나오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산에 가서 운이 좋으면 꽃송이들이 분꽃처럼 생긴 분꽃나무를 볼 수 있다. 연분홍 꽃 색과 맑은 꽃향기가 참 좋은 나무다. 분꽃은 남미 원산의 원예종 꽃이다. 어릴 적 화단이나 장독대 옆에는 맨드라미, 채송화, 봉선화, 나팔꽃과 함께 분꽃 한두 그루가 자라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꽃은 아니지만 우리에게 많은 추억을 준 꽃이다. 고향 여자애들은 분꽃 아랫부분을 쭉 빼서 귀걸이를 만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분꽃이 17세기 전후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약 400여 년간 우리와 함께 해온 꽃이다. 요즘엔 마당이 줄어서인지 전처럼 흔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분꽃을 보면 고향 친구를 만난 듯 반가운 마음이 앞서는 것 같다.
서울신당초등학교는 세계와 소통하는 글로컬 교육을 실천하고 미래형 명품 인재를 양성하는 학교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세계시민교육의 요람으로 서울 시내 첫손에 꼽힌다. 지난 2007년 개교한 신당초는 2017년 박중재 교장이 부임하면서 글로벌시대에 맞는 인재 양성교육에 본격 나섰다. 유튜브 및 SNS와 교통 등이 빛의 속도로 발전하면서 언제 어디서든 전세계가 하나로 연결된다. 박 교장은 이런 흐름에 맞춰 글로컬(Glocal)이란 단어에 새롭게 주목했다. 글로컬은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에서 유래하는 조어(造語)다. ‘국제화, 세계화와 함께 현지화를 추구함’을 의미하는 명사다. 신당초는 학생 및 교사들의 국제교류를 실시하고 세계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소양과 지식을 교육과정과 연계했다. 또 외국 대사관과 공관원 등 지역사회 인프라를 활용, 마을과 함께하는 다채로운 세계시민교육 활동을 전하고 있다. 미국 및 동남아 국가들과 국제교류 활발 가장 두드러진 것은 미국 및 아시아 학교들과 활발한 국제교류 활동이다. 특히 단편영화 제작을 통한 외국학교와 국제교류는 독창적이다. 산당초는 결연을 맺은 싱가포르 후아민초등학교 학생들과 공통주제로 영화를 만들어 세계시민의식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짧은 분량의 단편영화지만 이를 통해 문화 다양성을 이해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학생들은 각자 만든 영화를 서로 돌려보고 토의하면서 서로의 가치관과 문화, 삶에 대한 인식 폭을 넓힌다. 지난해 주제는 지구를 구하자는 의미의 ‘SAVE THE GAIA’. 유엔이 정한 지속가능발전교육 중 사회영역과 환경영역을 바탕으로 했다. 지속가능한 사회 변혁을 위해 필요한 가치는 무엇이고 어떻게 행동하고 실천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했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후아민 초등학교와 국제교류가 입소문이 나면서 신당초는 싱가포르 교육계에서 인기 학교가 됐다. 실제 싱가포르 초등학교 관계자들의 방문이 줄을 잇는다. 지난해 9월 현재 12개 초등학교가 국제교류를 신청해 왔다. 이웃 미얀마와도 교류가 이뤄진다. 지난 2018년부터 현지 학생들과 한글 이해교육을 함께하는 국제교류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신당초 국제교류 활동은 태평양을 건너 미국까지 폭을 넓혔다. 실리콘 밸리 한국학교와 국제우편 방식으로 교류하고 있다. 손편지가 갖는 따뜻한 매력을 이용,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기회를 제공한다. 편지쓰기가 활동의 핵심이다 보니 의외의 소득도 있다. 학생들의 어학능력 증진에 도움을 준 것이다. 현지 한국학교 학생들에게는 한국어 교육이, 신당초 학생들에겐 영어교육에 도움을 주는 ‘윈윈’ 프로그램이다. 편지쓰기는 1학기와 2학기 두 차례 진행되며 학생들이 작성한 편지는 학교가 수합, 행정실을 통해 상대 학교에 일괄 발송한다. 학교 자랑부터 짝꿍 이야기, 장래 희망 소개, 좋아하는 책, 국경일과 명절 소개 등 내용도 다채롭다. “신나는 학교생활... 배우는 게 즐거워요” 신당초가 글로컬 교육을 선도하는 데는 지역사회 인프라도 한몫했다. 학교가 위치한 서울 중구는 대한제국 시절부터 외국 공관들이 몰려있던 외교의 중심지로, 지금도 각국 대사관이 밀집해 있는 데다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다. 학생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러시아 공사관 등 근현대 유적지를 둘러보고 외국 대사관을 찾아 각국의 문화와 언어를 직접 체험한다. 주말 체험학습프로그램으로는 아프리카 미술체험, 다문화박물관 견학, 이태원 지구촌 축제 참여 등이 있다. 어린이날에는 세계민속놀이 체험 한마당이 열리고 신당 민들레 예술제 때는 세계 각국의 민속 의상 패션쇼를 개최, 눈길을 사로잡는다. “초등학생들이 하면 얼마나 하겠어”라며 반신반의하던 학부모들은 이제 적극적인 후원자로 나섰다. 체계적이고 짜임새 있는 구성과 교직원들의 열정에 학생들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외국인 친구들 만날 생각에 학교 가는 게 즐겁다는 학생들. 그런 모습에 학부모들은 전폭적 신뢰를 보냈다. 자방자치단체도 후원을 약속했다. 실제 서울 중구청은 지난 2018년부터 매년 미래인재육성지원사업 예산을 편성, 신당초 글로벌리더십 함양 동아리 활동을 후원한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세계시민교육자료와 국제교류 활동을 지원하고 APCEIU는 마을과 함께하는 세계시민교육활동에 힘을 보탠다. 학생들 역시 월드비전의 사랑의 빵 모금행사, 희망브리지의 저체온 신생아 지원 희망싸개 캠페인, KOICA의 지구촌 체험관 탐방, MIZY센터의 세계난민구호 활동 등 국제 구호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신당초가 이처럼 활발한 세계시민교육과 국제교류가 가능한 데에는 창의적인 영어교육프로그램이 밑거름이 됐다. 세계시민으로서 역량을 갖추는 데는 의사소통능력이 필수이다. 즉, 영어교육 기초가 잘 다져져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방학 중에는 영어캠프가, 학기 중에는 영어동화발표회와 ‘온라인 영어도서관 팍스스쿨’이 운영되고 있다. 올 여름 방학기간동안 운영된 영어캠프에는 3~6학년 학생들이 대거 참여했다. 한국인 영어교사와 원어민 보조교사의 협력수업으로 교육효과를 높였다. 특히 학년별, 학생 수준별 차이를 고려한 반편성으로 맞춤형 교육을 진행했다. 캠프에 참여한 이은실 교사는 “영어 선행학습 등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에서 흡수, 학교교육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어학교육에 머물지 않고 창의, 인성 활동 체험 프로그램을 병행, 모든 지구인과 함께 살아갈 품성을 함양하는 데에도 힘을 쏟았다”라고 덧붙였다. 매년 가을 열리는 영어동화대회도 인기 폭발이다. 참가 학생들은 영어 윤독 도서 중 한 권을 골라 제한 시간과 횟수에 구애받지 않고 암송하여 발표하면 된다. 영어에 대한 자신감과 성취감을 심어주려는 목적으로 마련됐다. 박 교장은 “영어동화발표회는 학생들이 발표한 모습을 영상으로 녹화, UBS에 담아 기념품과 함께 학생들에게 나눠준다”고 했다. 코로나19로 대면 수업이 어려워진 현실을 감안, 신당초는 지난 4월 온라인 영어도서관 팍스스쿨을 개설, 발 빠르게 대응했다. 오프라인 도서관 이용이 어려워진 학생들에게 영어독서 기회를 제공하고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길러주기 위해서였다. 팍스스쿨에는 영어 동화 500편, 동요 120편, 게임 100편 등이 탑재돼 있다. 3~6학년 학생이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판타지, 학교생활, 우정, 동물 등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주제의 동화들이 실려있어 좋은 호응을 받고 있다. 또 디즈니그룹, 레디투레지시리즈 등 영어권 학습서를 집필한 작가들과 유명 작품에 참여한 성우들의 살아있는 영어표현과 발음을 담아 고급스럽다는 평가다. 스마트폰과 PC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팍스스쿨의 가장 큰 강점이다. 예술, 체육, 어학교육 활발한 신당초 신당초의 특색있는 교육활동은 이뿐 아니다. 독서교육, 문화 예술교육, 체육교육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다. 학급별 학급문고에는 영어동화책이 구비돼 있어 원어민 교사가 수시로 학생들에게 동화를 들려준다. 학부모들은 ‘책 읽어주는 어머니 활동’을 통해 1~3학년 저학년 학생들에게 책 읽어주기 봉사활동에 참여한다. 또 주 1회 도서관 수업으로 학생들의 독서습관을 정착시키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예술교육은 1인 1악기교육이 대표적이다. 1~2학년은 국악, 3~4학년은 바이올린, 5~6학년은 단소를 집중적으로 배우고 전교생 대상 무용교육이 실시된다. 전교생 대상 특별활동 프로그램으로는 수영교육도 있다. 생존수영 교육으로 위기 상황에서 응급대처 능력을 기르고 교내 수영대회를 통해 도전의식과 성취동기를 부여한다. 이외에 1~2학년 대상 스케이트 교실을 운영, 건전한 겨울철 생활체육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신당초가 추구하는 교육은 스스로 노력하는 실력 있는 어린이, 소질과 적성을 키우는 재능 있는 어린이, 몸과 마음이 튼튼한 어린이, 나누고 배려하는 행복한 어린이를 기르는데 두고 있다. 박 교장은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등 모든 교육공동체가 힘을 모아 신나고 당당하고 행복한 신당교육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치러진 서울교총 회장 선거에서 김성일 회장(사진)은 이변을 연출했다. 선거하면 으레 떠오르는 상대 후보 비방이나 인신공격과 같은 네거티브를 일체 하지않고 당선됐다. 선거와 관계없는 내용까지 들먹였지만 대응하지 않았다. 인지상정, 서운하고 속상한 마음이 없을 수 없었다. 우리도 상대를 공격하자는 주변의 건의가 많았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입을 다물었다. 적어도 교육계 선거만큼은 아이들 앞에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소신에서였다. 김 회장은 사립교원 출신이다. 현재 서울창문여고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선친은 서울교총 중흥기를 이끌었던 故 김귀년 선생. 사립교원이 서울교총 회장에 오른 것은 선친에 이어 두 번째, 햇수로 27년 만이다. 인터뷰는 지난 8월 14일 서울교총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선생님을 위한 강한 교총을 만들겠다는 선거 공약은 어떻게 지켜낼까? 취임 3달 만에 확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 서울교총 모습이 궁금했다. 버스와 승용차, 그리고 서울교총 지난 7월 1일 서울지역 시내버스에 서울교총 광고가 등장했다. 기간은 한 달. 동서남북 각 지역별로 가장 이용객이 많은 버스 노선 10여 곳을 선택해 ‘최소비용, 최대효과’를 노렸다. 버스 옆면에 ‘함께 하는 서울교총, 학생과 선생님의 미래는 서울교총’ 이란 문구와 함께 큼지막한 교총 로고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서울교총이 옥외 광고를 시도한 것은 창립 이래 처음 있는 일. 김 회장은 “서울교총을 적극적으로 알려 교원단체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회원들에게 교총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신선하다, 과감하다”는 평가가 가장 많았다. “출근길에 서울교총 광고를 본 순간 가슴이 뜨거웠다”는 회원도 있었다. 버스광고 경비는 김 회장이 선거 기탁금 2000만 원을 전액 기부한 것으로 충당했다. 통 큰 기부는 이뿐 아니다. 교권 침해에 시달리는 회원들을 돕기 위해 업무용 차량(1600만 원 상당)을 기부했다. 업무용 차량은 주로 교권 사건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을 위해 활용된다. 김 회장은 신문로 서울교총 회관 인테리어에도 사비를 쾌척했다. 교권상담실과 회원휴게실 등을 중심으로 산뜻하게 새 단장했다. 칙칙한 외관 조경도 이참에 깔끔하게 정돈했다. 교총회관을 방문하는 회원들에게 좀 더 쾌적하고 편안한 공간을 제공, 찾아오고 싶은 서울교총을 만들겠다는 목적에서였다. 한 직원은 “어림잡아 1억 원가량 사비를 들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김 회장은 “그동안 서울교총이 굵직한 현안에 얽매여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건 아니다 싶어 대대적인 개선에 나섰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교총회관은 회원들의 손길이 닿아야 비로소 완성된다. 찾아오는 교총을 만드는 첫걸음이 이제 시작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현안 산적, 어깨가 무겁다 김 회장의 어깨는 무겁다. 교육부가 학생수 감소를 이유로 교원 정원을 감축한 것은 발등의 불이다. 그는 “학생수가 줄었다는 이유로 교원수를 줄인다는 논리는 교육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무식한 발상”이라고 개탄했다. “인공지능이 수업에 등장하고 온라인 수업을 확대되면 될수록 교사의 역할을 더 중시돼야 한다”며 “한국교총과 힘을 모아 충분한 교원이 확보될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의 경우 과밀학급이나 과대학교 해소가 시급한데도 정부가 이 같은 특수성을 외면한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자사고와 국제중 폐지로 이어지는 사학정책에 대해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교육당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일단 사학을 부정한 집단, 비리집단 등 적폐로 매도해 놓고 시작하는 게 문젭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으니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오겠어요. 게다가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교육감들조차 덩달아 동조하고 있으니 답답하고 화가 납니다.” 김 회장은 모든 사학 관계자를 범법자로 만든 사학법부터 뜯어고치겠다고 했다. 실제 그는 사학의 건학이념을 무시하고 자율성과 다양성을 옥죄는 사학법 개정을 위해 헌법소원을 준비 중이다. “멀쩡한 자사고와 국제중을 왜 폐지합니까. 그런 결정을 내린 사람들도 자녀는 사립학교에 보내고 있잖아요. 부동산도 모자라 교육도 ‘내로남불’인가요?” 지난 3년간 서울교총을 힘들게 했던 상조회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김 회장은 “서울시교육청과 대화가 잘되고 있다. 이른 시일 내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믿고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했다. 당당한 교총, 거침없이 간다 깍듯하면서도 거침없다. 한 시간 남짓 인터뷰하면서 김 회장에게서 받은 인상이다. 그는 만능 스포츠맨. 수영, 핸드볼 등 웬만한 스포츠는 다 섭렵했다. 특히 한국중고펜싱협회장과 서울펜싱협회장을 맡아 펜싱 저변 확대와 질적 수준 향상에 노력하고 있다. “펜싱은 예(禮)와 도(道)의 스포츠입니다. 칼끝이 날카로운 만큼 절제와 배려가 중시되죠. 그러다 보니 펜싱선수들은 인성이 좋아요. 싸움을 잘 안 하죠(웃음).” 상대의 빈틈을 찾아 송곳처럼 찌르지만 함부로 휘두르지 않는 게 펜싱이다. 그래서일까? 지난 6월 당선 직후 조희연 서울교육감과 가진 정책간담회에서 ‘할 말은 하는’ 거침없는 언행으로 화제가 됐다. 코로나19로 교사들이 힘겨워하던 때였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방역과 환자 발생 책임을 학교에 전가하지 말라. 교육청이 학교안전망 확충에 좀 더 노력해야한다. 교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수업과 학생지도에 전념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교육감에게 주문했다. 그러면서 “난 교육청 눈치 보지 않겠다. 그럴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교육을 위해 교총 회원을 위해 필요하다면 손해 보는 일이 있다하더라도 언제든 할 말은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간담회에 배석한 박재열 수석부회장(백석초 교장)은 조 교육감에게 교총 회원인지 전교조 조합원인지를 물은 뒤 어느 단체에도 가입하지 않았다고 대답하자 “그럼 지금 서울교총 회원에 가입하시죠”라고 말하는 강단을 보였다. 2030 젊은 서울교총... 회원 늘려 교총 영향력 강화 김 회장이 추구하는 키워드는 젊은 교총과 뉴노멀이다. 2030 교사들에게 매력 있는 교총으로 변신, 회원 수를 늘리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지금도 서울지역 교원단체 중 가장 많은 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 정도론 성에 안 찬다. 지금보다 더 젊은 교총, 열정 가득한 교원단체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온라인 수업대회를 준비하고 서울교총 앱을 만들어 보급하려는 것도 젊은 교사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다. 온라인 수업대회는 원격수업 역량을 높일 목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입상자에게는 ‘깜짝 선물’도 준비 중이다. 9월에는 스마트폰 앱을 보급,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서울교총을 만날 수 있게 된다. “2030교사들의 패기와 5060교사들의 경험이 조화를 이뤄 서울교총이 명실공히 서울교육의 변화를 주도하는 교원단체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 회장은 주어진 임기 동안 회원확보와 회원복지 증진에 모든 것을 쏟아부을 각오가 돼 있다고 했다. 한국교총과도 역할 분담을 통해 서로 중앙과 지역교총이 윈윈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한국교총은 말 그대로 중요한 교육정책에 대응하고 서울 등 시도교총은 회원 수를 늘려 베이스를 갖추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교총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줘야 회원들의 의사가 정부정책에 반영되고 교단 경시와 같은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논리다. 김 회장은 “그동안 중앙인 한국교총과 시도교총의 역할이 혼재되면서 회원확보도 권익신장도 이뤄내지 못했다”며 “이제라도 협력과 상생의 길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끝 무렵, 오는 2022년 치러질 교육감선거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다.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교육에 보수, 진보가 어딨습니까. 조희연 서울교육감에게도 진보교육감이란 말 쓰지 말라고 했어요. 교육엔 교육이 전부이지 거기에 진보니 보수니 정치 이데올로기를 붙이면 안 됩니다.” 김 회장은 자신 역시 보수나 진보로 분류되기보다는 교육개혁을 실천하는 개척자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초등 돌봄교실은 2004년 시범사업으로 추진되어 현재 전국 초등학교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인지 학교 밖에서는 학교 고유의 업무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실 초등 돌봄교실은 학교 본연의 업무인 ‘교육사업’이 아니라 ‘돌봄사업’이다. 보급의 용이성을 따져 학교에 떠맡겨진 사업이다. 정부는 돌봄 수용 인원을 오는 2022년까지 현재 33만 명에서 53만 명으로 늘리겠다고 한다. 현재 초등 돌봄교실은 거의 모든 초등학교에 설치되어 있고, 대상 학년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외형상으로는 정착단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정부 주도로 학교를 중심으로 도입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학교 입장에서는 정규 교육과정 운영과 관련 행정업무 처리에도 바쁜데 돌봄교실(학교 운영예산 10% 내외) 업무까지 떠안게 된 셈이다. 게다가 돌봄을 원하는 가정의 요구는 점점 증가하고 있어, 이를 수용하기도 벅찬 상황이다. 이로 인해 학교는 본연의 업무인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이는 교육과 돌봄 모두 질적 향상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학교는 교육기관? 돌봄기관? 지난 5월, 교육부는 초등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를 학교에서 운영할 근거를 마련한다는 취지로 초·중등교육법 개정 입법예고안을 내놓았다. 이번 입법예고안 추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동안 학교는 ‘법적 근거도 없는’,‘학교 고유 업무도 아닌’ 초등 돌봄교실을 운영해 온 것이다. 이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교원단체가 집중적으로 항의하였고, 교육부는 관련 입법예고안 추진을 중단한 상태다. 그러나 일단락된 줄 알았던 논란은 일부 학부모 단체의 이의제기로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교사와 학부모는 교육 동반자인데, ‘불합리한 법 적용’으로 양자의 갈등을 촉발한 정부당국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논란은 학교를 바라보는 관점 차이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학교를 '교육기관'으로 보느냐 '돌봄기관'으로 보느냐의 차이이다. 우리나라 법제도상 학교는 교육부 소관으로 '교육기관'이다. 이에 따라 학교는 교육과 이와 관련한 행정업무를 담당한다. 반면, 돌봄교실이나 방과후학교는 법적으로 보면 지방자치법, 정부조직법, 아동복지법, 청소년기본법, 아이돌봄지원법 등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의 담당 업무로 되어 있다. 현행 법상으로 보아도 초등 돌봄교실은 교육기관인 학교 소관 업무가 아님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럼에도 학교는 담당 업무가 아닌 돌봄교실을 여전히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교육에는 교육기관으로서 학교를 무시하고 시행된 사업들이 많다. 그렇다고 교원단체들이 초등 돌봄교실이 학교사업이 아니니, 무작정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라도 법 취지에 맞게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되어 학교와 협력하여 초등 돌봄교실을 운영하자는 말이다. 그래야만 학교가 본연의 업무인 교육활동(교육과정, 수업, 평가, 생활지도, 상담)에 전념하게 되고, 더불어 초등 돌봄교실도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갈등과 오해를 해소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방안은 없을까? 그 해법을 서울시 중구에서 운영하는 ‘중구형 초등 돌봄교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서울시 ‘중구형 초등 돌봄교실’은 현행 법체제에 부합하고, 학교와 지자체가 상호 협력을 통해 교육과 돌봄이 양립할 수 있는 모범사례이기 때문이다. 학교-자자체-교육청 협력 모델 필요 서울시 ‘중구형 초등 돌봄교실’은 2019년 서울시교육청(조희연 교육감)과 서울시 중구청(서양호 구청장)의 협약으로 중구 관내 2개 공립 초등학교부터 시작되었다. 현재 중구 관내 9개 공립 초등학교 중 5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올해까지 나머지 초등학교로 확대할 예정이다. 서울시 ‘중구형 초등 돌봄교실’은 학교는 공간을 제공하고, 지자체는 돌봄교실 운영과 환경 개선에 관한 모든 사항을 책임지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교육청-중구청-학교’가 상호 운영업무 협약(MOU)을 맺고, 이를 근간으로 초등 돌봄교실을 운영해 나가고 있다. 서울시 ‘중구형 초등 돌봄교실’과 기존 ‘학교 초등 돌봄교실’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서울시 ‘중구형 초등 돌봄교실’은 기존 학교 초등 돌봄교실과 비교해 교실당 2명의 돌봄전담사 배치, 무료 급식과 간식, 별도 보안관, 입출입 안내 시스템 운영, 돌봄프로그램 다양화, 쾌적한 교실환경 구축 등에 있어 우수하다. 이에 학교는 돌봄교실 공간 제공, 학생 모집, 학교 시설 사용 등에 협력하고 있다. 특히, ‘1교실 2교사제’ 운영으로 질 높고 안전한 돌봄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여기에 돌봄교실 입급 학생들이 창의성과 감수성을 기를 수 있도록 ‘다양한 문예체 및 과학 프로그램’(칼림바, 오카리나 연주, 그림 명상, 과학 놀이, 음악줄넘기, 야외 신체활동 등)을 수준별로 운영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시 ‘중구형 초등 돌봄교실’은 교육청, 학교, 지자체의 협력 모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현행 법체제 내에서도 질 높은 돌봄교실 운영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서울시 중구형 초등 돌봄교실’은 학부모 만족도가 99%에 이르고 있고, 대통령상, 교육부총리상 수상과 정부혁신 100대 과제에 선정되는 등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 유은혜 교육부총리는 지자체로 초등 돌봄교실 이관을 시사하기도 하였다. ‘한 아이를 기르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처럼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보려면 학교에만 돌봄교실을 맡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서울시 ‘중구형 초등 돌봄교실’처럼 지자체, 마을, 학교가 함께 힘을 합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울시 ‘중구형 초등 돌봄교실’을 시작으로, 지자체의 공공성과 학교의 공동체성을 확장하여 ‘지자체-학교-마을이 상생’하는 ‘교육-돌봄 생태계’가 제대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 초등 돌봄교실 내실 기하려면 지자체와 학교의 상생 모델로 서울시 ‘중구형 초등 돌봄교실’은 다음과 같은 강점이 있다. 우선, 학교의 돌봄교실 관련 업무를 덜어 줌으로써 본연의 업무인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둘째, 지자체는 지역 주민들의 자녀에게 안전하고 질 높은 돌봄을 제공함으로써, 주민 만족도를 높이고 인구 유입의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셋째, 맞벌이 가정에 오후 늦게까지 돌봄 제공하여 생업에 충실히 종사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넷째, 학교 공간 내에 쾌적한 돌봄교실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다. 다섯째, 다양한 특별 프로그램과 급식(간식)을 무상으로 제공하여 가계 부담도 줄이고, 자녀의 재능도 키울 수 있다. 앞으로 학교와 지자체가 상호 협력하는 서울시 ‘중구형 초등 돌봄교실’ 모델이 전국적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정부당국의 적극적인 제도 개선과 지원책이 이어졌으면 한다. 또한, 이미 법적으로 소관 업무가 정해진 초등 돌봄교실에 대한 불필요한 입법 추진으로, 관계자 간 분란을 일으키는 일은 더는 없었으면 한다. 바라건대, 정부당국은 돌봄 관련 현행법 체제를 원칙대로 적용하여 초등 돌봄교실을 내실이 있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