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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칸이 사랑한 ‘블루칼라의 시인’ 두 번 은퇴 선언을 했던 켄 로치 감독(케네스 찰스 로치, 1936~)이 돌아왔다. 나의 올드 오크라는 작품을 들고서. 미안해요, 리키(2019) 이후 4년 만이다. 올해 88세를 맞는 켄 로치 감독이 아직 세 번째 은퇴 선언을 하진 않았지만, 그의 필모그래피를 아는 이들이라면, 시네필이라면, 누구나 짐작하고 있다. 이것이 거장의 ‘마지막 수업’이라는 것을. 한 인터뷰에서 그는 “기억력 감퇴와 시력 저하로 영화 작업이 어렵다. 나의 올드 오크가 마지막 장편 영화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60년간의 작품 활동의 마지막을 암시한 바 있다. ‘블루칼라의 시인’으로 불리는 켄 로치 감독은 누구인가? 영국의 소셜리스트 리얼리즘을 대표하는 거장 켄 로치 감독은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한 후 극단에서 활동했다. ‘BBC’에서 TV 드라마 연출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관료주의 시스템과 홈리스 문제를 꼬집은 캐시 컴 홈(1966)으로 영국 사회를 강타하며 대중에게 자신을 이름을 각인시켰다. 첫 장편 영화 불쌍한 암소(1967)로 데뷔하면서는 노동·빈곤 등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소셜 리얼리즘의 대가로 떠올랐다. 켄 로치 감독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칸 국제영화제다. 신념을 저버리지 않는 굳건한 작품관으로 일찍부터 칸의 주목을 받았다. 노동자 소년과 매의 우정을 통해 현실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계급의 한계를 그린 케스(1969)가 비평가 주간에 초청된 것을 시작으로, 숨겨진 계략(1990), 레이닝 스톤(1993), 앤젤스 셰어: 천사를 위한 위스키(2013)로 3번의 심사위원상을 수상함과 더불어 3번의 국제비평가연맹상(FIPRESCI), 2번의 에큐메니컬상(Ecumenical Jury)을 수상하며 칸에서만 총 10개의 트로피를 석권했다. 칸의 사랑은 유난했다. ‘아일랜드 독립’이라는 역사의 광풍 앞에 놓인 두 형제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그린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2006)과 영국 내 복지 시스템의 허점을 비판한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로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 거머쥐었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2번 받은 감독은 전 세계에서 9명뿐이다. 나의 올드 오크는 그의 칸 영화제 18번째 상영작이자 15번째 경쟁 초청작으로 역대 감독 중 최다를 기록하며 명실상부 ‘칸이 사랑한 거장’ 임을 입증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 미안해요, 리키 이은 북동부 영국 3부작의 완결편 켄 로치 감독은 그간 영국의 역사적 과오가 남아있는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그리고 기회의 땅 미국과 혁명의 불씨를 꿈꾸는 남미 등 전 세계를 배경으로 다양한 삶의 형태를 포착해 왔다. 두 번째 은퇴 선언을 번복하고 돌아오면서부터는 과거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직격으로 맞닥뜨린 영국 북동부 지역에 집중해 왔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에서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찬사를 받는 영국 복지제도가 어떻게 약자를 배제하는지 한 목수를 통해서, 미안해요, 리키에서는 불평등 계약 앞에 놓인 현실을 평범한 행복을 꿈꾸는 택배노동자를 통해서 날카롭게 묘사했다. 이른바 영국 북동부 시리즈 완결편으로 불리는 나의 올드 오크는 2016년 영국 북동부의 한 폐광촌을 배경으로 한다. 오래된 펍 ‘올드 오크’를 운영하는 ‘TJ’(테이브 터너)는 어느 날 마을로 들어선 낯선 버스에서 사진작가가 꿈인 시리아 소녀 ‘야라’(에블라 마리)를 만난다. 마을 주민들은 불쑥 찾아온 야라의 가족을 반기지 않는다. 광산이 문을 닫으면서 동네가 활기를 잃었는데, 난민이 유입되면서 동네가 슬럼화하고 집값도 떨어진다고 불만들이다. 동네 청년이 망가뜨린 야라의 카메라를 고쳐주면서 TJ와 야라는 올드 오크에서 특별한 우정을 쌓아간다. 야라가 카메라를 들고 동네 주민들의 일상을 찍으면서 우울함과 분노로 채워졌던 마을에 조금씩 균열이 일어난다. TJ는 광업이 흥했던 때에 함께 모여 밥을 먹으며 가족처럼 살았던 사진들을 보여준다. ‘함께 나눠 먹을 때 더 단단해진다’라는 구호를 실천하면서 이렇게나 따뜻하게 서로를 챙겼던 시절이 있었지만, 야라를 향한 혐오는 끊이지 않는다. 이제는 TJ에게까지 혐오의 폭력이 이어진다. TJ와 야라로부터 시작된, 난민과 마을 주민들에게 일주일에 두 번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하려고 했던 계획이 누전사고로 불과 일주일 만에 끝나버리고 만 것. 이 모든 것이 공짜냐며 고맙다고 인사를 했던 아이들은 “괜찮아요. 원래 좋은 건 오래가지 않거든요”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간다. 힘들어하는 TJ에게 전해진 충격적인 소식은, 바로 누전사고가 올드 오크 펍의 단골 4인방, 그러니까 TJ의 학창시절부터 친구였던 이들에 의해 ‘고의로’ 일어났다는 사실이었다. 올드 오크 펍을 닫게 된 TJ는 친구를 찾아가서 이렇게 말한다. “찰리, 동네 꼴이 어떤지 좀 봐. 지난 몇 년간 우리가 겪은 일들, 네가 겪은 일들, 내가 겪은 일들, 우리 아버지들이 겪은 일들을. 난민들이 오기 한참 전부터 이미 망가지고 있었어. 넌 멍청한 놈이 아니잖아. 어쩌다가 이렇게 됐어? 삶이 힘들 때 우린 희생양을 찾아. 절대 위는 안 보고 아래만 보면서 우리보다 약자를 비난해. 언제나 그들을 탓해. 약자들의 얼굴에 낙인을 찍는 게 더 쉬우니까.” 지역사회를 지탱하던 산업이 몰락한 후 남겨진 사람들 희망이 피어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절망이 드리운다. 폐광촌의 이야기가 사실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철저한 사전 조사다. 1984년, 당시 영국 총리였던 마가렛 대처는 비효율성을 이유로 국영 탄광을 폐쇄하고, 약 2만 명에 이르는 광산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수많은 광부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2년여에 걸쳐 대규모 파업을 진행했지만, 결국 국가의 승리로 돌아가며 많은 이들은 생계를 잃었다. 나의 올드 오크는 지역사회를 지탱하던 산업의 몰락 이후 사회로부터 단절된 마을과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곳에 남아있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켄 로치 감독은 그와 오랜 기간 협업했던 인권변호사 출신 각본가 폴 래버티와 영국 북동부 더럼주를 배경으로 실제 광산 마을이었던 머튼(Murton)과 호덴(Horden), 이징턴(Easington) 등에서 촬영을 진행했는데, 폴 래버티 작가는 시나리오 단계부터 해당 지역의 실제 거주민들을 만나며 이야기를 발전시켜 나갔다. 2016년이라는 시간적 배경도 의미가 있다. 영국 정부가 시리아 난민을 처음 받기로 결정한 해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시리아 난민 가족들과 폐광촌을 떠나지 못하는 주민들을 만나며 이야기를 들었던 켄 로치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건물과 철강, 탄광을 운송하는 오래된 산업은 저물었고 그들에게 남겨진 것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들만의 전통과 연대 그리고 지역 스포츠와 문화활동으로 자부심이 넘치던 공동체가 위협받은 순간, 광산 마을의 많은 사람들은 보수당과 노동당의 모든 정치인으로부터 잊혔습니다. 많은 가족이 떠났고, 상점들이 문을 닫았으며, 학교·도서관·교회 그리고 다른 많은 공공장소 역시 문을 닫았습니다. 일이 사라진 곳에는 희망이 빠져나가고 소외·좌절·우울이 대신 자리를 채웠습니다. 또 다른 전환점은 영국 정부가 끔찍한 전쟁으로부터 도망쳐온 시리아 난민들을 수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 비하면 몇 안 되는 사람들이 이곳에 도착했지만, 그들은 어딘가로 가야만 했습니다. 이때 북동부 지역이 다른 곳들보다 더 많은 난민을 수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왜냐? 집값이 싸고 미디어가 거의 주목하지 않는 지역이기 때문이었죠.” 그러니까 켄 로치 감독은 폐광촌을 떠나지 못하는 주민이라는 공동체와 전쟁으로부터 도망쳐온 트라우마를 가진 이방인 집단의 이야기를 병치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끌고 간다. 켄 로치 감독은 “‘이러한 힘든 시대에 희망이란 어디에 있는가?’라고 질문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 어려운 질문에 관한 답을 찾아야만 한다고 생각했죠”라며 관객들에게 묻는다. 이 두 공동체는 과연 연대할 수 있을까? 희망을 상상하는 것조차 용기를 내야 하는 이 시대에서 절망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이렇게나 힘든 시대에 과연 희망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라고. “연대는 자선 활동 아닌 모두가 참여하고 모두가 도움받는 것” 제76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마지막 상영 직후 이어진 연설에서 켄 로치 감독은 ‘희망’을 화두로 던졌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 계속 싸우다 보면 결국은 승리하게 될 것”이라고. 언제나 보통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희망을 이야기해 온 켄 로치 감독은 나의 올드 오크를 통해서 각각 다른 이유로 소외된 두 공동체의 이야기를 담으며 ‘함께’의 중요성을 환기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올드 오크의 마지막 장면은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시리아에서 탈출하지 못한 야라 아버지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온 마을이 애도한다. 죽음을 통한 이 눈물겨운 화합의 불씨는 두 공동체에게 서로가 타의에 의해 각자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중요한 건 소수를 구별 짓는 것이 아닌 누구나 소수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는 것이라는 사실도 함께. 켄 로치 감독의 마지막 말이다. “연대는 자선 활동이 아닌 모두가 참여하고 모두가 도움을 받는 것입니다. 물론 어려움과 저항, 연대를 기반으로 한 다른 지역들도 있겠지만, 그것들의 마지막 단계는 우리의 ‘힘’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언젠가 결집되고 단단해져서 그 집단적 연대가 어려움과 투쟁을 모두 끝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기다려왔어요.” 거짓말은 나쁘다. 하지만 북동부 삼부작 완결편 나의 올드 오크가 그의 마지막 장편 영화일 것이라는 소식은 슬프다. 부디 이 영화가 그의 가슴 벅찬 피날레가 아니길. 켄 로치 감독의 마지막 은퇴작이었다는 말이 거짓말이라는 이야기를 곧 들을 수 있길. 그리하여 그의 새로운 영화를 보러, 우리에게 필요한 희망의 메시지를 찾으러 극장으로 달려갈 수 있길.
똑똑한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질문하는가 (이시한 지음, 북플레저 펴냄, 328쪽, 1만9,800원) 항상 각종 콘텐츠에 노출되어 있는 이 시대를 살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과도한 도파민에 중독될 때 사고는 정지된다.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는 것과 생각하는 것은 다르다. 사고력을 키우는 기초는 ‘질문’이다. 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법부터 AI의 생산성을 이끌어내는 질문법 등 질문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회복적 생활교육으로 세우는 회복적 학교 (서동욱 지음, 피스빌딩 펴냄, 508쪽, 2만5,000원) 회복적 학교문화 조성에 필요한 이론과 실천을 담았다. 회복적 생활교육으로 학교문화를 바꾼 사례를 기반으로 개별 학교에서 학교 특색에 맞는 변화를 시도하는데 도움을 준다. 회복적 생활교육이 왜 프로그램을 넘어 궁극적인 목표로서 학교문화의 변화로서 실천돼야 하는지를 자세히 설명한다. 공부머리 대화법 (강환규 지음, 도마뱀 펴냄, 264쪽, 1만8,000원)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시험별·학년별·과목별 성적 향상 솔루션을 제시한다. 주요 과목별로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겪는 어려움에 대한 해결책을 안내한다. 책 전반에서 강조하는 것은 부모-자녀 간의 관계다. 관계가 좋은 아이가 성적도 우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녀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즐겁게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길러줄 것을 권한다. 가르침의 재발견 (거트 비에스타 지음, 곽덕주·박은주 번역, 다봄교육 펴냄, 276쪽, 1만6,800원) 교육철학자 거트 비에스타의 네 번째 교육이론서. 그는 ‘자기주도적 학습’이라는 이름으로 학습의 통제권이 교사에서 학생으로 넘어간 시대가 도래했다고 진단한다. ‘가르침’ 자체가 중요하냐 아니냐가 아니라, 가르침이 어떻게 중요하고, 무엇을 위해 중요한가를 질문하고 재발견해야 한다고 말한다. 갈등이 선물이 될 때 (반은기 지음, 푸른들녘 펴냄, 292쪽, 1만7,000원) 갈등해결에 초점을 맞춰 청소년기 발달의 다양한 측면을 탐구한다. 저자는 다양한 갈등을 ‘문제’로만 여기지 말고 그 안에서 ‘나란 존재’의 참모습을 찾아 정체성을 확인하는 계기로 삼을 것을 권한다. 현장 경험을 토대로 친구나 가족관계에서 오는 복잡성, 학업과 진학에 대한 사회의 압박 등 다양한 고민에 대한 실용적 조언을 제시한다. 공격 사회 (정주진 글, 철수와영희 펴냄, 248쪽, 1만7,000원) 장애, 참사 피해자, 빈곤, 난민, 노조, 외국인 노동자, 탈북민, 기후변화, 젠더 갈등 등 아홉 가지 주제로 피해자와 약자에 대한 공격과 혐오가 일어나는 원인과 문제를 살펴본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약자와 피해자를 공격하는 사람들의 분노와 적대감은 사회의 불공정과 부정의, 사회적 차별에 대한 정당한 분노 표출과는 구별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를 키워 주는 생각의 힘! (노유경 글, 폴아 그림, 소년한길 펴냄, 328쪽, 1만6,800원) 구글 등 미국의 테크산업에서 오랜 기간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불확실성의 세계를 살아갈 어린이들을 위한 문제해결법을 정리했다. 자신의 노하우를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스스로를 관찰하며 공감하기’, ‘해결하고 싶은 문제 고르기’, ‘여러 가지 아이디어 떠올리기’, ‘완벽하지 않아도 빠르게 실험해 보기’, ‘잘되지 않은 부분 다시 고쳐 보기’ 등 5단계로 알려준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편의점 (임지형 글, 김완진 그림, 이지북 펴냄, 84쪽, 1만2,000원) 진열대에 먼지만 쌓여가는 가난한 편의점을 홀로 지키는 동연. 황금파이를 특별한 손님이 찾아오지만, 내놓지 못해 속상함을 느낄 무렵 특별한 친구들이 찾아와 황금파이를 만드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한 번뿐. 이후 계속되는 실패에 서로를 탓하게 된다. 동연이와 친구들은 실패를 딛고 손님에게 황금파이를 내놓을 수 있을까?
2023년 가을학기 강의를 시작할 때, 의대 등 다른 대학 진학을 위해 수능 준비를 하는 학생들이 여럿 있다는 소문이 들렸다. 첫 강의에서 “재수를 생각하는 학생들은 아예 내 수업에 들어오지 말라”고 강하게 이야기했다. 괜히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악영향을 주고, 자신들의 시험공부에도 보탬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를 대었다. 교무처에 연락하여 다른 교수들 수업에서도 이런 학생이 없도록 전체 공지가 나가도록 했다. 내가 담당한 강의 중에서 한 반은 25명 중 7명이, 다른 반은 25명 중 5명이 다음 수업부터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수강신청을 철회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성적을 매기며 보니 이름이 남아 있었다. 모두 F 처리를 했더니, 그 탓인지 몰라도 역대 가장 낮은 강의 평가 점수가 나왔다. 하지만 평가와 무관하게 다음 학기에도 원칙대로 강하게 진행할 생각이다. 강의 평가가 낮더라도 일정 점수 이상만 취득하면 되는 정교수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강사의 경우에는 점수가 낮으면 다음 학기부터 강의를 맡기지 않는 대학들도 있다. 이 때문에 강사들은 학생들의 요구나 반응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를 알고 있는 학생들이 강사를 상대로 수업 부담 감축을 포함한 무리한 요구를 하는 등의 수업권 침해는 대학 내 공공연한 비밀이다. 때로는 정년보장을 받지 못한 부교수나 조교수들도 은근한 압박을 받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교사 대상의 폭력이나 교사의 수업 및 생활지도 어려움은 사회적 관심사가 되고 있지만, 대학 교수의 수업권 침해는 아직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고 있다. 이 글에서는 미국에서 발생한 두 가지 사건을 바탕으로 대학 수업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해보고자 한다. #01_엄격한 수업 진행 교수 해고 유기화학 분야 최고의 권위자이며, 우수강의상 수상은 물론 뉴욕대학에서 가장 멋진 교수 중 한 명으로 인정받았던 메이트랜드 존스(Maitland Jones Jr.) 교수가 2022학년도 봄학기를 끝으로 대학에서 해고되었다. 그는 2007년 프린스턴대학을 은퇴한 후, 1년 단위의 계약직 교수로 뉴욕대학에서 재직 중이었다. 2021년 봄학기에 대면수업을 진행했는데 수강생 350명 중 82명이 그의 해고를 원하는 청원을 대학에 제출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핵심은 가르치는 내용이 너무 어렵고, 그 결과 학점이 너무 낮게 나온다는 것이었다. 이 과목의 낮은 학점 때문에 의전원 진학이 어렵게 된 것이 청원 제출의 핵심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학 학장이 학생들 성적을 조정하거나 소급하여 수강신청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그는 이를 거부했다. 주로 의사가 될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기에 낮은 학점을 주었고, 유기화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훌륭한 의사가 될 수 없으며, 그들이 환자를 치료하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기에 자신의 결정을 철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차제에 가르치는 일을 그만둘 생각인데, “이런 일이 다른 사람에게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20여 명의 화학과 교수들이 그의 해고에 반발하는 탄원서에 서명했다. 그중 한 명인 나타니엘 트라셋(Nathaniel J. Traaseth)은 학생들의 탄원서 제출 경향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려진 이번 조치는 교수들이 엄한 기준에 따라 수업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며, 정년보장을 받지 못한 교수들의 교육활동이 특히 더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Saul, 2022). 이는 우리나라 강사들, 그리고 정년보장 이전의 조교수나 부교수들에게도 적용되는 우려이다. #02_수업 수칙 준수 거부한 학생 때문에 사직서 제출한 교수 2021년 8월에는 미국 조지아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어윈 번스타인이 수업 도중 마스크 착용 때문에 사직하였다. 번스타인 교수는 ‘고급 심리학 세미나’ 강의를 개설하면서 ‘수업 중에 마스크 미착용 학생이 있으면 수업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수칙을 제시했다. 그런데 한 학생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수업에 임했고, 지적하자 다른 학생이 건넨 마스크를 착용했으나 숨쉬기가 힘들다며 코를 내놓았다. 이에 바르게 착용해달라고 재차 요구했으나 듣지 않자 바로 강의를 중단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문지영, 2021). 기사 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니 그의 나이가 88세, 우리 나이로 하면 구순이다. 대응책❶ _ 교수의 수업경영 역량 증진 필요 미국 대학은 종신제이기 때문에 종신을 보장받은 교수는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대학이 해고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고령의 교수들이 많다. 위에서 든 두 사례도 고령의 교수이다. 어쩌면 고령의 교수가 학생들과의 소통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이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 주위의 젊은 교수들마저도 요새 학생들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을 자주 하는 것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정년이 코앞인 한 여교수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20대 때 교수가 되었는데 자신은 늘 하이힐을 신고 다녔단다. 연구실은 계단 옆 3층이고, 강의실은 계단 옆 2층인데 1980년대에는 수업하러 연구실을 나서서 또각또각하는 소리를 내며 몇 걸음만 이동해도 2층 강의실이 조용해지더란다. 1990년대가 되니 거의 강의실 앞까지 도착했을 때 떠드는 소리가 사라지고 강의실이 조용해졌단다. 2000년대가 되니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야 떠들기를 멈췄고, 2010년대가 되니 교탁 앞에 서서 5초 이상 학생들을 바라보고 서 있어야 조용해지더란다. 지금은 강의를 시작할 테니 조용히 하라고 이야기해도 떠들기를 멈추지 않는단다. 교수 권위가 추락하는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총장 시절 수업 중에 강의실을 둘러본 적이 있다. 잠자는 학생들을 그대로 둔 채 강의하고 있는 교수들이 있어서 내게는 충격적이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떠드는 학생들보다는 더 낫기에 그냥 둔다고 했다. 지금은 교수라는 직위가 주는 권위는 사라진 시대이다. 교수가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수업 중에 학생들이 그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제대로 진행하려면 MZ세대에 적합한 수업경영역량을 갖춰야 한다. 과거의 순종적이던 학생을 잊고, 요즈음 학생들을 이해하며, 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주어야 한다. 물론 비교육적인 방식으로 학생들과 타협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이들이 교수의 기대 수준에 맞게 열심히 하도록 교육적 리더십을 발휘하고, 학습동기를 부여해야 하며, 삶을 어루만지는 소통도 해야 한다. 박남기(2017)의 최고의 교수법은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고자 하는 교수(교사)들에게 보탬이 될 것이다. 대응책❷ _ 교수 수업권 침해예방 및 처벌제도 마련 자신의 불안정한 지위, 학생들의 태도를 핑계 삼아 교수가 가르쳐야 할 내용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학생들과 타협하며, 비위를 맞추는 방식으로 수업을 대충 진행하면 학생들은 배워야 할 것을 배우지 못한 채 졸업하게 될 것이다. 포기하면 교수 마음도 편하고 학생도 편하겠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대학 무용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사태 예방을 교수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기보다는, 대학과 정부 차원에서 학생들이 교수들의 수업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어떤 것인지를 명확히 규정하고, 침해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법과 학칙을 정비할 때가 되었다. 교사들은 평가받는 것을 거부하고 있지만, 대학에서는 교수 강의 평가가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그 결과가 성과연봉에까지 반영되고 있다. 강의 평가가 가져온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역작용도 커지고 있다. 현시점을 기준으로 그 효과와 문제점을 재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을 재정립해야만 대학교육이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다.
인성이 경쟁력이다. 아무리 AI 기술이 발전한다 해도 결국 성패는 인성에서 좌우된다. 손흥민 선수가 영국 프리미어 리그 토트넘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주장을 맡을 수 있었던 것도 실력보다 뛰어났던 인성 덕분이다. 누구나 인성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는 것 또한 인성교육. 개념 자체가 포괄적이고 추상적인데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그럼에도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 지역사회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 인성교육의 꽃을 피운 학교가 있다. ‘온·화·함’ 교육으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대전 목상초등학교에서 해법을 찾아본다. 바르고 따뜻한 인성을 가진 실천하는 교육공동체 목상초는 대전시 외곽의 대덕 제3산업단지 내에 위치하고 있다. 한부모 및 다문화가정 비율이 높아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학생이 많은 소규모학교. 특히 3교대 근무를 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보니 불규칙한 생활로 방임되는 학생들 역시 많다. 게다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심리·정서적 지원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늘어난 것도 사실. 고심하던 학교는 지난해 인성교육정책 연구학교를 운영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고, 시행 1년 만에 괄목할 성과를 이뤘다. 비결이 뭘까? 키워드는 온(溫)·화(和)·함(咸)이다. 따뜻하고 부드럽다는 의미의 단어지만, 한자어 개념을 살려 바르고 따뜻한 인성을 가지고 진정한 어울림을 통해 함께 실천하는 공동체를 만들자는 바람을 담았다. 구체적으로 ‘온’은 ▲바른 인성과 아름다움을 알고 실천하기, ▲자신을 이해하고 표현하며 자아존중감 높이기, ▲인성 핵심가치 함양하기 등에 목표를 둔다. ‘화’는 ▲상호존중과 배려를 바탕으로 진정한 예의 알기, ▲건전한 또래문화가 있는 학교 만들기, ▲우정과 협력의 즐거움 체험하기 등이며, ‘함’에서는 ▲학교에서 배움을 실제 삶으로 연결하기,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함께하는 교육공동체 만들기를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바른 인성의 중요성을 알고 내면화할 수 있도록 인성교육 환경을 조성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우선 인성교육 기반을 튼튼히 한 뒤 교육과정을 구안하고 학교수업과 연계를 시도했다. 학년별 인성교육 수업시수를 확대하고, 주제중심 프로젝트를 재구성하여 수업에 적용했다. 인성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하지만 학교의 노력만으로는 힘든 것이 사실. 목상초는 가정과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인성교육 프로그램들을 마련했다. 그 결과 학생들이 달라졌다. 2~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전교육정책연구소에서 실시한 초등 저학년 인성실태조사에서 공동체역량과 자기관리역량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났다. 4~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교육개발원(KEDI) 인성검사에서도 심리적감성역량과 공동체역량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났다고 학교 측은 밝혔다. 어떻게 시행 1년여 만에 이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까? 답은 간단하다. 목상초 학교구성원 모두가 혼신의 힘을 쏟았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재미있게 인성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실생활과 연계하는데 각별히 신경을 썼다. 우선 일종의 인성 실천활동 기록장인 ‘목상행복통장’이 눈에 띈다. 학교 측이 제시한 인성교육 활동에 대해 학생들이 어떻게 실천했는지를 기록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공기놀이 등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하는 놀이활동도 포함돼 있다. 목상초 대표적 인성교육 활동 행복해효(孝) 매달 하나의 주제를 정해 실천하는 행복해효(孝) 역시 목상초의 대표적 인성교육 활동이다. 부모 사랑과 공경으로부터 시작해 가정·이웃·공동체 및 나라를 한 몸으로 여기는 효의 의미를 인성교육이라는 큰 틀에 담았다. 예컨대 3월은 설레여효(孝), 4월 소중해효(孝), 5월 사랑해효(孝), 6월 감사해효(孝) 등을 주제로 정해 활동에 옮겼다. 그달의 주제는 전교어린이회에서 정한다. 이후 주제별 실천내용을 각 학급과 복도에 게시한다. 학교 방송부는 이를 영상으로 제작해 학생들의 이해를 돕는다. 내용도 다양해 어떤 달은 주제에 맞는 드라마를 선보이기도 하고, 따라부르기 쉬운 동요를 제작하거나 영상편지를 만들기도 한다. 지난해 4월에는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보호해요! 동물의 숲’과 ‘높임말 송’을 제작했고, 가정의 달 5월에는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하는 ‘돼지책’ 이야기 영상과 ‘부모님께 보내는 영상 편지’를 제작했다. 이렇게 이뤄진 인성활동은 온화함 소식지를 통해 각 가정에 전달돼 학생들의 학교생활이 가정과 연계되도록 했다. 인성교육 활동 중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친구사랑 라디오 방송 행사다. 친구와 나누고 싶은 기억이나 하고 싶은 마음속 말을 사연으로 적어 보내면 아침시간에 교내 방송으로 사연이 소개된다. 사연이 채택된 반에는 간식이 제공되다 보니 방송시간이면 교실마다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학생들이 보낸 사연은 대부분 채택돼 사실상 모든 학급에 아이스크림 등 간식이 제공된다고 학교 측은 귀띔했다. 라디오에 사연이 뽑힌 한 학생은 “친구들과 아이스크림을 먹어서 좋은 추억을 쌓았다”며 “친구에게 직접 하지 못했던 말을 편지로 써서 전하는 게 너무 신기했다”고 기뻐했다. 이외에 매주 금요일 등굣길에는 전교어린이회와 학급 임원들이 솔선수범해 학교폭력예방 캠페인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6학년 학생들로 구성된 ‘목상수호대’는 매일 아침걷기시간에 고운말 캠페인을 진행하고, 학교장과 만남을 통해 학생참여 지원활동과 또래 고민상담도 한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교사들도 화답했다. 인성교육 관련 수업시수를 늘리고 목상초만의 프로젝트 기반 교수·학습프로그램을 실천했다. 트리(TREE)라고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단계별로 차시 수업안에서 진행된다. 트리(TREE)는 각각 Think, Rethink, Experience, Extende의 앞 글자를 모은 것이다. 한미숙 연구부장은 “Think는 실생활과 관련된 문제상황에 직면하는 단계이고, Rethink는 상황 안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도덕적 가치와 문제해결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인성요소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거나 자신의 생활태도를 성찰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또 “Experience는 소통과 상호작용 활동을 통해 갈등해결을 경험하는 단계이며, Extende는 의사소통능력 및 생활실천을 하는 가치덕목을 내면화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한 부장은 “학교에서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많은 인성 관련 계획 및 행사들이 일회성이 아닌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데 역점을 뒀다”고 덧붙였다. 이뿐 아니다. 교사들은 학년별 6개의 팀으로 구성된 전문적학습공동체와 교육청 지원을 받은 2개의 일상 수업나눔공동체를 통해 동료교사와 수업나눔을 공유하며 인성교육 중심 수업이 확산될 수 있도록 했다. 전문적학습공동체로 인성중심 생활교육 기반 마련 인성교육이 실생활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학교와 가정의 유기적인 관계형성이 관건이다. 목상초는 그간 소통과 존중의 관계형성을 통해 학교·교사·학부모가 학생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가지고 학생 성장을 위해 바른 교육적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또한 지역사회와 인성교육 협력활동도 활발하다. 한밭수목원·한국효문화진흥원 등 15개 이상 지역 유관기관으로부터 물적·인적지원을 받아 인성교육 협력체계를 강화했다. 목상초의 인성교육이 결실을 맺기까지 한영숙 교장의 리더십을 손꼽는 이들이 많다. 그는 매일 아침 등굣길 인사를 통해 학생 및 학부모와 자연스러운 만남을 갖는다. 특히 등교하는 학생들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불러주며 일일이 주먹인사를 나눈다. 친밀감도 높이고 자존감을 키워주기 위해서다. 쑥스러워 못 본 척 지나치던 학생들도 얼마쯤 시간이 지난 후엔 먼저 달려와 인사를 할 정도로 변했다. 학생들과 소통에도 힘을 기울여 교장실에 ‘사랑의 과자’를 마련하고, 학생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 교장실이 있도록 했다. 대학원에서 상담교육을 전공한 한 교장은 교사들의 생활지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교장실을 개방했는데, 이제는 누구에게나 부담없는 목상초의 사랑방이 됐다고 한다. 한 교장은 “선생님들이 열정적 노력으로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 수 있었다”라며 “무엇보다 학부모들의 신뢰를 높일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지역사회와 연계를 더 강화해 인성교육을 확장시키는데 주력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교육발전특구는 지역의 공교육 발전을 통해 저출산 문제해결에 기여하고, 지역의 교육발전을 통한 국가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추진되는 국가 프로젝트이다. 또한 지자체·교육청·대학·지역산업체 등 지역 주체가 지역의 공교육 발전을 위해 협력하고, 지역 우수인재 양성에서 정주까지 지원하는 지방소멸 극복 프로젝트이다. 교육발전특구는 일반행정을 포함한 지역의 모든 주체가 함께 협력하여 지역 특화된 교육혁신을 이끌고, 이를 통해 학교와 지역사회가 동반 성장하는 지역협력과제이다. 즉 교육청과 일반자치단체가 중심이 되고, 대학·공공기관·지역기업 등이 참여하는 일반자치-교육자치 간 협력적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지역 프로그램이다. 교육발전특구의 가능성 교육발전특구는 여러 측면에서 정책적 효과가 기대된다. 우선 지역에서 교육받은 인재가 지역대학에 진학하고, 취·창업하여 지역에서 정주할 수 있는 지역교육생태계 조성을 촉진할 수 있다. 둘째, 지역 교육력 제고를 위한 지방정부의 지원과 책무성을 보다 강화할 수 있다. 셋째, 지역의 수요와 여건에 맞는 상향식 지역교육 전략과 과제를 자율적으로 수립·추진하고 이에 필요한 각종 교육규제를 완화 또는 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다. 넷째, 지역 내 유치원-초등학교-중등학교-지역대학-지역산업체 등과의 연계협력체제를 강화할 수 있다. 교육발전특구는 유아부터 대학에 이르는 종합적·체계적 지역교육 발전전략 구상과 실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선 아이 키우기 좋은 교육과정 및 방과후 과정 내실화를 통해 학부모 수요에 부응하는 양질의 보육 및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둘째, 교육청과 지자체가 협력하여 지역의 좋은 학교 육성을 위해 협력하고, 보다 많은 지자체의 교육경비지원을 유도할 수 있다. 셋째, 학업·진학·과학기술교육·직업교육·예체능교육 및 최신 분야 학습 등 지역 맞춤형교육을 제공하여 개별학생 맞춤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넷째, 지역인재특별전형 확대와 지역대학 경쟁력 강화를 통해 지역인재의 수도권 유출을 방지하고, 지역 정주를 유도할 수 있다. 다섯째, 학교 교육과정 및 교수·학습 혁신을 위해 지역대학과 지역산업체의 우수 인력과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다. 교육발전특구 사례 교육발전특구는 지역마다 그 여건과 상황이 달라서 그 추진전략과 사업이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시범지역 선정과정에서 다양한 특구 유형과 사례 분석을 통해 교육발전특구의 효과적인 모델들을 창출·확산할 필요가 있다. 아래에서는 최근 필자가 연구책임자로 참여한 ‘달성군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 지정·운영연구’에서 제안한 핵심 사업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전술한 교육발전특구의 의의와 효과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 달성군 교육발전특구 전략과 과제 달성군은 대구광역시에 소재한 군 지역이다. 달성군은 대구광역시에서 평균 연령이 적은 지역이며, 청장년층의 인구 유입이 지속되는 지역으로 부모들의 아이 돌봄과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은 지역이다. 이를 위해 달성군은 달성아이통합지원센터를 설립·운영하여 달성군 아이 돌봄 및 늘봄학교를 지원할 거점센터 역할을 담당할 계획이다. 아울러 달성군은 달성복지재단·달성교육재단·지역대학 등과의 협약을 통해 늘봄학교를 위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단위학교에서의 돌봄학교 운영을 지원하거나, 달성아이통합지원센터에서 직접 운영할 계획이다. 달성군은 첨단산업단지가 입지해 있고, 5개 국책연구기관과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지역대학이 상주해 있는 지역으로 기업과 공공기관의 임직원 자녀들을 위한 명품 고등학교 조성이 필수적인 지역이다. 이를 위해 달성군은 대학 및 공공기관 협약형 일반고(자공고 2.0) 추진으로 진로 트랙형 정규교육과정 및 고교학점제 공동교육과정의 운영모델을 개발하여 운영할 계획이다. ● 대학·공공기관 협약형 진로 트랙별 교육과정 운영 예시 자공고 2.0 추진과 함께 달성군은 지역산업체 및 공공연구기관 입지 등을 고려하여 공공기관, 대학협약형 융복합/하이테크 전문연구원 양성 및 취업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도 개발·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달성군은 DGIST, 대구지역 공과대학 및 공공(연구)기관과의 협약을 맺고 특성화고 및 일반고 직업반을 대상으로 융복합 전공교과목, 캡스톤 디자인 및 공공(연구)기관 현장 인턴십도 운영할 계획이다. 달성군은 진로 트랙형 자공고 2.0 또는 융복합/하이테크 특성화고 및 일반계 직업반 프로그램을 초·중학교까지 확대·적용하여 법무 및 프로파일러, 공공의료, AI, 크리에이터, K-컬쳐, 기업경영 및 창업 등 관내 초·중학생 수요 맞춤형 창의적체험활동 및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달성군은 디지털 및 AI 시대를 살아갈 지역 학생들에게 지역대학의 AI 교육센터 등과 연계한 디지털 초등 영재육성을 위한 캠프, 중학생 대상 AI·SW 진로탐색캠프를 개설·운영할 계획이다. 더불어 디지털 관련 1인(학생) 1자격증 취득을 위한 학교 정보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며, 고등학생의 디지털 분야 대학 전공 수강 허용을 통한 AP 과정 또는 고교학점제 과목 이수제 도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달성군은 이주노동자와 가족이 많은 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초·중학교에 중도이주·다문화학생지원센터 설치하고, 대학협약형(예: 계명대 대구경북사회혁신지원단, 대학별 한국어학당 등) 중도입국학생 및 다문화학생을 위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운영과 이주노동자 및 다문화가정 학생 지원을 위한 외국인 대학생 멘토링제 운영을 추진할 계획이다. 교육발전특구는 지방소멸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역 내 유치원-초등학교-중등학교-지역대학-지역산업체 등과의 연계협력체제를 강화하여 지역 교육력 제고와 지역 정주 조건을 구축하는 국가-지역 협력 프로젝트로서 정책적 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만간 정부는 2월교육발전특구를 위한 시범지역을 선정·발표했다. 교육발전특구의 연착륙을 위해 정부는 각 지자체에서 제출한 교육발전특구 기획서를 종합적·체계적으로 분석하여 특구 유형별 모델과 사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은 물론, 시범 지정된 교육발전특구에 대한 전문적 컨설팅과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번 정부에서 추진 중인 교육발전특구사업은 ‘공교육’ 발전을 통해 지역발전을 도모하고, 교육발전은 ‘특구’라는 기제를 통해 지역교육 혁신에 필요한 여러 가지 규제를 혁파함으로써 공교육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지역의 인구유출을 억제하고, 결혼과 출산을 촉진시키며, 지역산업에 요구되는 우수인재를 양성해서 산업체에 공급하고, 나아가 주민들이 그 지역을 떠나지 않고 정주하게끔 하겠다는 것을 정책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도입배경과 정책 메커니즘 그리고 지향하는 목표들은 오랫동안 정책입안자들이 늘 고민해 오던 것이었다. NURI 사업, RISE 사업, 글로컬 사업 등이 특구사업과 같은 문제인식과 정책목표로 추진되었던 것들이다. 그런데 이번 교육발전특구사업은 고등교육 차원에서 더 나아가 K-12 교육 그리고 영·유아교육까지 망라하고 있다. 그래서 이 사업의 파급효과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되며, 이 거대한 정책의 성공에 기대가 크다. 따라서 제대로 성공하고 작동되기 위해서는 정치한 정책설계와 강력한 주도 그룹, 이를 실무적으로 이끌어갈 행정지원체제, 그리고 지역사회의 유기적인 협력체계 구축, 수반되는 재정의 확보·투자계획 등이 필요하다. 지역발전의 두 축과 순환론 지역발전에는 크게 두 가지 축이 있다. 바로 ‘산업(먹거리)’과 ‘사람(인재)’이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의 장들은 국가산업공단을 만들겠다, 대기업을 유치한다, 공공기관을 유치한다, 철도를 건설하겠다, 국도·지방도를 건설하겠다는 등 일자리 마련과 지역경제를 살리는 정책 위주의 선거공약들을 제시했고, 이를 위해 중앙정부·국회 등과 부단히 접촉하고 설득하고 있다. 또 이러한 성과들이 바로 시장·군수들의 가장 큰 업적이 되고 있다. 그런데 지방자치단체의 장들은 정작 우수인재 양성과 지역인재 유출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왜 그럴까? 분명히 인구절벽이니 지역소멸이니 위기라고 외치면서도 지방선거에서는 누구도(?) 아이를 잘 기르고 교육을 잘 시키겠다는 공약을 하지 않았다. 아마도 교육과 인재양성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하고, 또 유권자들에게 어필되지 않으니까 무관심 상태였다고 보여진다. 그리고 일반자치와 교육자치의 법적인 독립과 구분 때문이기도 했다. 필자는 2022년 지방선거에 도교육감 후보로 출마했었다. 도 단위 선거라서 사실 유권자들을 직접 만나서 대화하고, 후보의 정책을 알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필자가 출마한 도 지역 기초지방자치단체장(시장·군수) 후보들과 정책연대를 제안했다. 지역발전에는 산업뿐만 아니라 교육도 중요하니까 교육감 후보의 교육정책 공약에 동의한다면 선거 후 그 시장·군수-교육감 간에 MOU를 체결하고, 그 시·군에 우선적으로 교육투자를 하려고 했다. 지금 교육발전특구 시범사업과 흡사한 모습이었다. 안타깝게도 보수후보든 진보후보든 단 한 명의 후보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지역발전을 위해 ‘먹거리’와 ‘사람’이라는 두 개의 수레바퀴를 장착하면 지역에 많은 사람이 모이고(출생 및 유입), 이들을 우수인력으로 길러서(우수 교육), 그 지역의 산업체에 취업하여, 생산활동(나은 일자리)을 하게 된다. 이제까지 지역산업 인력정책은 다람쥐 쳇바퀴 도는 식의 ‘순환론’에 빠져있었다. 교육계는 ‘일자리 우선론’(좋은 일자리가 있어야 그 지역에 우수한 인재들이 들어오고) 입장이었으며, 산업계는 ‘인재 우선론’(우수한 인력이 없으니까 산업발전이 어려움)이었다. 대학에서 취업 업무를 해보면 알 수 있다. 졸업생들은 근무조건이 열악한 지역의 중소기업에 취직하지 않으려고 한다. 반면에 지역산업체는 우수인력은 모두 수도권으로 올라간다고 한다. 무엇이 우선일까? 대학에서 외국 우수 학자(인재) 유치 업무를 해본 적이 있는데, 자녀교육 여건이 매우 중요했다. 포항에 포항제철을 건설하면서 제철초·제철중·제철고를 만들고, 포항공과대학도 동시에 설립하였다. 우수인재가 그 지역에 유입되고, 정주하기 위해서는 자녀교육 환경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교육발전특구사업은 ‘일자리론’과 ‘인재론’의 순환고리를 하나로 합치는 정책 기제를 만들었다. 지방자치단체·교육청·대학·지역산업체 등 지역 주체가 산·학·관 협력을 통해 지역의 공교육 발전을 위해 협력하고, 지역 우수인재 양성에서 정주까지 지원하여 저출산을 해결하여 지역균형 발전을 하고자 한다. 논리적으로는 타당한 정책으로 보이는 교육발전특구사업이 실질적으로 적합한 정책설계를 하고, 다양한 주체 간 협력체제를 만들어 실제로 정책 효과를 내도록 가동되기에는 더 강력한 추진력(리더십)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교육발전특구사업의 주관과 책임 지역의 행정에는 일반행정(종합행정)을 하는 일반 지방자치단체(시장·군수·도지사 등)가 있고, 교육만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특별지방자치단체(교육감)가 있다. 지방자치단체에 따라서 일부 서로 협력하기는 했으나, 기본적으로 교육행정(정책)은 전문성·자주성 확보라는 이름하에 든든한 장벽을 치고 스스로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칩거했다. 이번 교육특구사업은 기존의 자치법령체계 안에서 이 장벽을 철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누가 중요하고도 큰 역할을 맡을 것인지, 지역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사람은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다. ‘지역발전에 핵심적인 5자간 서로 협력해 봐라’ 그리고 ‘우리 다 같이 모여서 잘해봅시다’라고 해서만은 안 된다. 실제 이끌어갈 총괄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그것도 강력한 권한이 있고, 실제 영향력이 있는 주체 세력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광역·기초)와 시·도교육청, 지역산업체와 대학 등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협력하여야 한다. 그런데 지역의 5주체 중에서 누가 협력발전체제를 이끌고 앞장서야 할까? 어쩌면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시도이다. 사실 지역에서 이 5자가 서로 만나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그리고 지방인구 감소와 지방소멸에 대한 대응책으로 실효성이 얼마나 될까 싶다. 자칫 교육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교육계가 잘못해서 인구감소에 대해 책임을 고스란히 안게 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최근 교육부의 국립대학 사무국장직 폐지 움직임처럼 대학 개혁을 가로막는 것이 마치 사무국장 탓인 것처럼 왜곡되지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필자는 김대중 정부 시절에 국가인적자원개발(NHRD) 업무를 주관한 적이 있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관련 각 부처를 아우르는 국가인적자원개발 부총리를 두어 총괄하게 하였고, 지방에는 지역인적자원개발을 총괄하는 거버넌스를 만들게 했다. 사실 이렇게 했는데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교육발전특구사업은 지역의 관련 주체들이 스스로 논의하고 합의해서 거버넌스를 만들라는 입장이다. 올해는 시범사업 시기이니까 227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지역의 혁신성·창의성·리더십·협력성을 발휘해서 이 사업에 성공하는 시·군·구가 10여 개라도 나와 모델링이 되었으면 한다. 특구로서의 성공요인 우리나라에는 교육분야뿐만 아니라 경제·산업·문화 등에서 각종 특구사업이 많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실효성이 있는 것이 경제자유특구이다. 교육분야에서는 교육복지투자우선사업(교복투)이 그래도 가장 성공적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특구사업의 성공요인은 바로 규제 혁파와 재정 투입이다. 정부예산이든 민간재원이든 그 지역에 투자할 돈을 끌어오는 게 관건이다. 이번의 교육발전특구사업도 여러 교육규제를 풀어주고 교육재정(특별교부금)이든 일반재정(지자체)이든 예산을 지원하겠다고는 한다. 그러나 사실 지역교육 발전을 위해 교육규제를 풀 것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특목고 유치나 자사고 설립, 심지어 국제학교 설립 등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교육부는 이런 형태의 학교 설립은 불허하는 입장이고, 공립학교를 활성화하기 위한 자율형 공립고(자공고)에 초점을 두고 있다. 교육규제를 푼다면 지방자치단체는 왜 공립고 개혁이 아니라 이러한 형태의 학교 설립을 선호할까를 보면 답이 보일 것이다. 다른 한 편으로 특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특별하게 취급한다는 의미이다. 이 특별한 대우는 바로 예산투입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도교육감 선거 당시 정책공약으로 ‘경북형 유보통합’을 제시했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니까 유보통합이 난망하지만, 시·군 단위에서의 유보통합은 시·도교육청 예산만으로도 충분히 재정 충당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유보통합과 영·유아양육 그리고 교육국가책임제만 해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예산이 들어간다. 그런데 지금 교육특구사업을 위한 예산지원 규모는 너무 작다. 물론 이제 시범사업 기간이고, 기획재정부로부터 국비 예산 확보가 어려운 것은 이해하지만, 국가예산 배분은 정부의 의지 문제라고 생각한다. 현재 교육특구사업을 보면 교육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동상이몽인 것 같다. 교육부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더 많은 역할과 재원 부담을 요구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는 반대로 국가로부터 예산(국비) 지원을 희망하고 있다. 그리고 정책 입안과 수행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한 데도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행정력이다. 정책도입단계에서 정책목표가 주어지고 기본 얼개만 던져놓는다고 저절로 도입되고 작동되는 것이 아니다. 실무적인 행정력이 반드시 요구된다. 만 5세 아동의 초등학교 입학정책 사례처럼 필요성도 있고 목표도 타당하지만 어떤 수순으로, 어떤 이해관계집단을, 어떤 논리와 감성으로, 어떻게 설득하고 타협할지도 중요하다. 어쩌면 이 특구사업의 마지막 완성의 방점이 실무적인 추진력과 행정기획력에 있지 않을까? 시대적으로 성공해야 할 사업 교육발전특구사업이 교육적인 목적에서 출발한 게 아니라 인구절벽과 지방소멸에 대한 정치·사회 대책으로 나왔고, 이를 주도하는 곳이 지방시대위원회로서 지역균형발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시대적으로 적절한 문제인식이고 타당한 정책이지만, 종으로는 영유아부터 초·중등교육-고등교육-산학협력을 꿰뚫는 프로젝트이고, 횡으로는 지방자치단체-시·도교육청-고등교육기관-지역산업체-사회단체 등을 엮는 거대한 정책어젠더로서 초유의 시도이다. 요구되는 재정 규모도 제대로 하려면 엄청날 것이다. 그러나 새마을운동처럼 앞서가는 모델이 만들어지면 서로 경쟁하는 모습이 될 것이다. 지방자치의 장점이 좋은 것은 따라 하는 것이다. 너무 조급해 하지 말고 정권과 관계없이 국가를 위해 계속되는 정책이 되길 바란다.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찾아오는 3월이 오면, 누구나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롭게 단장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난다. 특히 학교는 신입생, 전입해 온 선생님들을 맞이하며 긍정적인 변화로 새로운 학기를 시작하고 싶다. 그런 마음은 예전부터 사용하던 가정통신문의 서식을 바꿔본다거나 학교 홈페이지를 새롭게 단장하는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때로는 이런 좋은 마음에서 시작된 일이 뜻하지 않게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가정통신문이나 학교 홈페이지 등에 사용한 ‘폰트(서체)’와 관련된 저작권 분쟁이다. 이런 폰트와 관련해서는 이미 전국 학교가 몸살을 겪은 일도 있었기에 주의해야 한다는 의식은 높아졌다. 그러나 아직도 심심치 않게 학교 현장에서는 서체디자인회사가 선임한 법무법인을 통해 내용증명을 받았다며 걱정 가득한 연락을 받는 일이 있다. ‘폰트’와 ‘폰트 파일’ 먼저 법에서는 이러한 폰트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을까? 판례는 ‘우리 「저작권법」은 서체도안의 저작물성이나 보호의 내용에 관하여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며, 실용적인 기능을 주된 목적으로 하여 창작된 응용 미술작품은 거기에 미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실용적인 기능과 별도로 하나의 독립적인 예술적 특성이나 가치를 가지고 있어서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저작물로서 보호된다(대법원 1996.8.23. 선고 94누5632 판결 참조)’라고 한다. 즉 글씨의 모양을 이용한 예술영역이 아니라 단순히 문서작성을 위해 사용한 서체 자체는 저작권의 보호영역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폰트는 마음대로 쓰면 된다는 말 아닐까? 대체 왜 폰트에 관한 문제가 생기는 것일까? 컴퓨터에서 해당 폰트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폰트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컴퓨터 프로그램인 ‘폰트 파일’이 컴퓨터에 설치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폰트 파일’은 컴퓨터 프로그램이므로 저작권으로 보호받는다(대법원 2001.6.29. 선고 99다23246 판결 참조). 그렇기에 폰트 파일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유료로 구매하거나 혹은 허용된 라이선스 범위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학교에서 유료 폰트 파일을 불법적으로 다운받아 사용하거나, 개인용이라는 라이선스 범위를 넘어 학교 업무용으로 사용한다면 저작권 침해가 되는 것이다. 법원의 판단 사례 이런 ‘폰트’와 ‘폰트 파일’에 대한 법적인 판단에 따라 유사한 사건이어도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01_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가정통신문에 문제가 된 폰트가 사용되었다고 생각해 보자. 가정통신문은 학교에서 작성한 공문서이고, 학교의 정보를 학부모들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니 이를 작성한 사람도 교직원이고, 학교 업무시간 중에 만들어졌을 것이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학교에서 사용하는 컴퓨터 안에 폰트 파일이 다운 및 설치되어 있고, 이를 통해 문제가 된 폰트가 사용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결국 학교가 폰트 파일을 무단으로 이용한 주체가 된다. 위 사례와 유사한 인천광역시교육청과 서체디자인회사 사이의 소송에서 법원은 같은 취지로 서체디자인회사의 손을 들어주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8.1.9. 선고 2017나33081 판결 참조). #02_ 이번엔 다른 예시를 생각해 보자. 학교에서 홈페이지 디자인을 외부업체에 의뢰하였고, 외부업체에서 문제가 된 폰트를 사용해 학교 홈페이지를 꾸몄다. 이렇게 외부업체에서 만들었으므로, 폰트 파일을 설치해서 사용한 것은 외부업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학교는 애초에 폰트 파일을 사용한 사실 자체도 없으니,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와 유사한 사례인 서울특별시교육청과 서체디자인회사 사이의 소송에서 법원은 서울특별시교육청의 손을 들어주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9.10.18. 선고 2019나32013 판결 참조). 결국 폰트에 관한 법적인 분쟁이 발생했을 때 문제가 된 문서의 내용이 어떠한 것인지, 학교 소속 직원에 의해서 작성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이러한 점들을 고려했을 때 학교에서 사용하는 컴퓨터 내에 폰트 파일이 설치되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지에 의해 학교의 저작권 침해 여부에 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종종 서체디자인회사 측은 학생들이나 외부인들과 같은 개인들이 작성한 것이 명백한 학교 홈페이지 글에 대해서도 문제된 폰트가 사용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학교가 저작권을 위반했다는 내용증명을 보내는 일이 있다. 그렇기에 학교는 앞서 설명한 내용을 잘 기억해 적절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 학교가 저작권을 침해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학교가 서체디자인회사 측으로부터 내용증명을 받고, 이를 점검해 보았더니 실제로 교직원이 학교 컴퓨터에서 폰트 파일을 다운받아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 확인되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 서체디자인회사는 학교가 다수의 폰트를 이용할 수 있는 폰트 파일 패키지를 구매하라는 조건으로 합의하자고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막상 학교에서 사용한 문제가 된 폰트 파일은 서체디자인회사가 구매를 요구하는 패키지에 포함된 폰트 파일 중 몇 가지 정도에 불과하고, 이를 이용해 작성한 문서도 극히 일부분인 경우가 대다수이다. 이 때문에 학교로서는 서체디자인회사가 패키지 전체 가격을 요구하는 것이 과도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실제 앞서 소개한 인천광역시교육청과 서체디자인회사의 소송에서 서체디자인회사는 400~500만 원의 금액을 청구하였으나, 법원에서 인정한 금액은 100만 원 정도였다. 사실 이러한 금액적인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학교의 예산은 사용 목적이 정해져 있고, 학교장이라고 하여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서체디자인회사의 합의 요청에 곧장 응하기도 어려움이 있다. 이런 경우 한국저작권위원회로 조정을 요청하는 방법이 가장 공식적인 방법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을 통해 운영되는 곳으로, 저작권과 관련된 분쟁을 조정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다(「저작권법」 제112조·제113조). 다만 학교의 저작권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이와 별도로 교육부가 운영하는 교육저작권지원센터도 있으니, 이곳에 먼저 연락하여 상담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 폰트 저작권 분쟁의 예방 방법 앞서 설명한 교육저작권지원센터는 교육저작권에 대한 상담이나 법률지원 외에도 저작권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특히 2021년부터는 학교 폰트 분쟁 예방을 위한 ‘폰트 점검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제공하고 있으니, 혹여나 학교에서 사용하는 폰트 중 분쟁위험이 있는 폰트가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면 이를 이용해 보도록 하자. 그 외에도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2023년부터는 아예 저작권에 대한 걱정 없이 학교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폰트를 자체적으로 제공한다. 현재 114개의 폰트 234종이 있고, 이 역시 교육저작권지원센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는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특징에 대한 이해는 매우 얕은 것 같다. 때문에 아이들이 산만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기만 하면 ADHD라고 오인하고 낙인 찍으며 정신과 진료를 권유하거나 일반 아이들과 달리 분류해 열외시키는 경우를 심심찮게 만나게 된다. 그로 인해 부모와 아이는 상처를 받고 교사는 무기력해지는 것 같다. 본고는 ADHD의 특징을 알고 진단하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이것을 강조하는 것은 교실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 실효성 있는 개입을 함으로써 별별이가 생활하는 교실이 더욱 나아지고 별별이를 대하는 교사는 더 높은 효능감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실제로 ADHD진단과 그 원인이 무엇이든 관계없이 아이의 부주의하고 충동적인 특징으로 인해 교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들과 그 상황들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에 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아이의 생략된 생각, 이해하고 바르게 표현하는 법 알려줘야 부주의 및 과잉행동 문제를 나타내는 아이들이 수업 중에 하는 질문들은 교사들과 반 학생들을 황당하게 만드는 내용인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막상 당사자는 교사와 친구들이 왜 그 같은 황당한 반응을 보이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스스로 생각할 때 자신의 질문은 합리적이고 정당하며 논리적 개연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아이들의 사고는 그 흐름이 매우 빠르다. 그래서 교사가 수업 중에 던진 내용과 이 아이가 던진 질문 사이에 생략된 생각이 존재한다. 그 생략된 생각은 표현되지 않고, 생략된 생각에 뒤따르는 생각이 수업 중에 표현되면서 공감을 얻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아이의 입장에서만 보자면, 억울할만도 하다. 생략된 아이의 생각이 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교사의 입장에서도 덜 당황할 수 있다. 이때 아이는 생략된 생각을 표현하지 않을 때 상대를 이해시킬 수 없고, 자신은 오해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교사는 아이에게 생략된 생각을 교사에게 말할 수 있도록 끌어내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때는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너는 ~이러한 질문을 했잖아. 별별아~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질문을 하기 전에 어떤 생각을 했을까?”라고 차분히 물어보면, 사고의 연상 과정을 따라갈 수 있다. 교사가 이해되었다면, “별별아~ 앞으로는 어떤 과정에서 그런 질문을 하게 되었는지 말해주면 너의 궁금증이 더 잘 전달되고 더 잘 풀릴 수 있을 것 같아”라고 정리해 주면 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이해시킬 수 있게 되고, 수업의 흐름을 깨지 않을 수 있다. 타인의 입장에서 보는 조망 부족, 의도와 행동간 관계 학습이 중요 부주의 및 과잉행동 문제를 나타내는 아이들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며, 공감이 부족하다 못해 냉혈 인간 같다는 평가를 듣기도 한다. 심리학에서 자기중심성은 이기적인 모양과는 다르다. 자기중심성은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하고 자신의 관점에서만 상황을 보고 행동하는 특성을 의미한다. 즉, 자기중심성이 높은 아이는 의도적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꾀하려 하기보다 본의 아니게 타인의 입장을 볼 수 있는 조망이 빈약하기 때문에 자신의 시각에서만 상황을 보고 판단하며 행동하는 특성을 보인다. 이 점에서 우리는 아이의 부족한 사회적 대응을 이기심으로 보기보다 조망의 협소함으로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부주의 및 과잉행동 문제를 보이는 아이들의 사회적 행동은 자기중심적인 조망과 그에 따른 공감력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이들은 억울해 한다. 좋은 의도로 다가갔지만 돌아오는 것은 의도한 것과 다른 불쾌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 때 교사는 아이의 행동과 결과에만 그치지 않고 아이의 의도를 알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상식적으로 의도-행동-결과가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아이의 의도가 표현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아이는 억울한 마음이 풀리고, 의도와 행동 간의 관계를 적절히 학습할 수 있으며, 결과까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했을 때 양자 간에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경험할 수 있다.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한 객관화 결여 척도화 해 알려주면 조절할 수 있어 한편, 이 같은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이 미칠 결과를 잘 예상하지 못한다. 자신의 행동반경이 얼마나 큰지, 그래서 그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간과하고 과하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더 어린 아이들은 힘 조절, 거리 조절을 하지 못해 툭 치려고만 했을 뿐인데 상대를 때린 것처럼 오인되거나 때리려고 한 경우에도 뜻하지 않게 행동을 과하게 해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이들은 목소리의 크기 조절이 어렵고 말을 할 때 감정적 톤이나 뉘앙스 조절에도 민감성이 부족하다. 왜 그렇게 시끄럽게 말하는지, 왜 그렇게 행동에 조심성이 없는지, 왜 자꾸 폭력적으로 행동하는지 주의를 줘도 아이들의 행동은 개선되기 어렵다. 왜냐하면 자신의 말투, 톤, 억양, 행동 등이 어떠한지 객관화가 잘되지 않고, 따라서 조절하기는 더 어렵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0~10까지 점수로 척도화해 아이의 목소리의 크기, 그리고 행동의 크기와 세기 등을 명확하게 가늠해 보게 하는 것이 좋다. “별별아~ 지금 너의 목소리는 8점 정도야. 그 목소리는 운동장에서 놀 때 적절한 크기지? 교실에서는 6점 정도가 적절한 크기거든. 6점 정도로 소리를 내볼까?”, “별별아~ 지금 그렇게 툭툭 치는 건 10점 정도의 세기야. 만약 친구를 부르고 싶어서 툭 칠 때는 3점 정도의 강도가 좋을 것 같은데 3점 정도 강도로 툭 쳐볼까?”와 같이 아이가 교사와 함께 자신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도록 적절한 크기와 강도를 경험해 볼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렇게 실제적으로 합의된 경험은 아이에게 직접적인 피드백이 될 뿐만 아니라,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행동 개선을 유도할 수 있다. 관계의 속도, 깊이에 대한 어려움 세상을 보는 조망 넓히는 능력 키워야 부주의 및 과잉행동 문제를 나타내는 더 나이 많은 아이들은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과정에서 속도조절에 상당한 어려움을 보인다. 사회적 관계 속에서 적정 거리를 감지하고 적정선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통제하는 것이 어렵다. 관심이 가는 대상이 생기면 친해지기 위해 급속도로 다가가고, 지나치게 사적인 영역을 공유하려 하며, 의도치 않게 상대의 사적인 영역을 침범하기도 한다. 그럴 의도가 분명히 없는데도 말이다. 상대와 깊은 관계냐 얕은 관계냐에 따라 농담의 수위가 달라야 하지만, 관계의 깊이를 상대방과 다르게 진단하기 때문에 그 수위를 정하는 것도 어렵다. 이들은 상대와 자신의 관계가 가깝다고 여겨 일반적으로 친한 친구들과 할 수 있는 농담을 하게 됐다거나 친해지려는 의도로 매일 SNS에 댓글을 달고 대화를 시도하려고 했던 것이지 수치심을 주려고 했거나 귀찮게 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말한다. 상대에게 부담을 주거나 선을 넘는 농담으로 불쾌감을 줘 문제가 발생한 경우 아이의 입장에서는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말하는 사례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이들의 조망은 매우 협소하다. 그렇기 때문에 상황에 대한 해석과 판단에 한계가 있을 수 있고, 이로 인해 인지 및 사고 특성은 상황에 맞지 않는 행동으로 표현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상대에게 오해를 줄 수 있고, 상대로부터 부정적인 피드백이 반복돼 자신은 이해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억울함을 갖게 되기도 한다. 이처럼 이해받지 못하고 의도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자기 경험은 더 부정적인 사회적 관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출발은 이들의 조망을 넓혀주는 것, 그래서 상황 판단을 객관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이러한 방식을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세상을 보는 시각과 사고를 바꿔줘야 하는 본질적인 노력은 아주 구체적인 행동에 대해 경험을 통해 습득할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접근할 때 효과적이다.
교권침해 사건이 발생하면 무엇보다 당사자는 매우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무턱대고 밖으로 드러내기도 힘들뿐더러 학교에 신고해도 속 시원한 해결책을 기대하기 어렵다. 여기에 사건 자체를 축소하려는 분위기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문제가 해결돼도 심리적 아픔은 쉽게 치료될 수 없다. 앞으로는 교권침해 사건을 겪었을 때 이에 대한 신고 및 심리상담, 법률지원, 교원보호공제사업 등에 대해 체계적인 안내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전화로 ‘1395’를 누르면 된다. 각종 민원에 대해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도 만들어졌다. 학교 민원창구 일원화, 특이민원 엄정 대응, 교직원 보호 조치 및 학교 출입 절차 강화 등 체계화된 자료가 학교에 배포됐다. 지난해 교권을 보호해 달라는 교원들의 절박한 호소 결과 교육부가 새 학기부터 시행하는 교권 보호 제도 중 일부다. 학교 현장의 외침이 외면받지 않고 화답받은 것에 대해 반가운 마음이 앞서지만, 제도가 도입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새로운 시도에 따르는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달 말 학교교권보호위원회가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된 이후 교권 피해 교사의 신고, 학교의 지역교권보호위원회 대상 사안 보고 절차에 따른 부담이 늘어서는 안 된다. 보고내용과 양식을 최대한 줄이고 지역교육청에서 보다 자세한 절차를 진행함으로써 부담을 최대한 줄여줘야 한다. 학부모 대상 교권침해 예방 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교권침해 학부모에 대한 특별교육 이수나 심리치료 조치, 과태료 부과 등의 신설된 제도가 또 다른 민원으로 이어진다면 교권침해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제도가 학교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선생님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운영되는 것이 중요하다. 어렵게 만들어진 제도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한국 교육 현장은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앞두고 있다. AI 기술을 접목한 교과서는 기존의 정적이고 단편적인 학습 방식에서 벗어나, 맞춤형 학습 경험을 제공하고 교과서에 본격적인 AI가 도입된다는 면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만큼 큰 기대와 더불어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AI 교과서 큰 변화 이끌 것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기대는 개인별 맞춤형 학습이 가능하고 교사 업무 경감을 통한 교육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학생에게는 개인의 학습 수준, 속도, 학습 스타일을 분석해 맞춤형 학습 콘텐츠를 제공한다. 교사는 실시간 평가 및 피드백을 통해 학습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리고 AI를 통한 실시간 자동 채점, 학습 자료 관리, 학생들의 산출물 관리 등 업무를 자동화해 교사의 업무부담을 줄여주고 학생 생활지도 및 인성 지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시간과 장소에 제약 없는 우수한 교육 콘텐츠로 교육 격차 해소에 이바지하고, 다양한 언어 지원으로 다문화 학생들에게도 맞춤형 학습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반면 우려도 존재한다. 바로 디지털 과잉 의존에 대한 것이다.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사회성, 창의력, 문제 해결 능력 등을 저하시킬 수 있다. 직접 책을 읽고 생각하는 과정이 줄어들고,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짐으로써 학생들의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또 현장 인프라 구축 부족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낙후 지역이나 일부 학교의 경우 인터넷 환경이나 기기 보급 부족으로 인해 디지털 교과서를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향후 기자재 및 인프라 관리에 교사가 투입되는 최악의 경우가 우려된다. 교육 방식 변화에 대한 저항도 예상된다. 기존 수업 방식에 익숙한 교사들이 새로운 교육 방식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새로운 기술 활용에 대한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며, 교사들의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 이 과정은 현장의 의견 수렴과 동의가 우선이며 일방적으로 진행되면 안 될 것이다. 특히 현장 의견 수렴이 중요하다. 디지털 교과서 개발 과정에 전문성을 가진 교사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현장 친화적인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교사들의 실무 경험과 현장 요구는 효과적인 학습 환경 조성에 매우 중요하다. 현장 의견 적극 반영해 추진해야 교사 역량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디지털 교과서 활용 교육을 통해 교사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새로운 교육 방식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 교사들이 디지털 교과서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역량 개발을 위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이 과정도 자율적이고 교사 주도적이어야 한다. AI 디지털 교과서는 교육혁신을 이끌 수 있는 중요한 도구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AI 디지털 교과서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서는 현장의 동의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정부, 교사, 학부모, 학생 모두 협력해 장점을 극대화하고 우려를 최소화한다면, 우리 교육의 미래를 더욱 밝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교사의 현실이 참 어렵다. 학생들의 문제행동이 더 심각해지고, 아동학대 고발이 빈번하고, 민원이 넘쳐나고, 행정업무가 쌓인다. 교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좋은 교육이 이뤄질 리가 없는데도 말이다. 학교 현장이 참 어지럽다. 마치 폭탄 돌리기라도 하듯이 문제행동 학생은 상담사에게, 갈등은 조정전문가한테, 금쪽이 부모는 교감에게, 학폭은 교육지원청에, 돌봄은 학교에 맡긴다. 돌고 돌아봤자 결국 교육 영역 내에서 터질 게 뻔한데도 말이다. 교육 시스템이 절망스럽다. 입시가 문제고, 사교육이 문제고, 무한경쟁이 문제고, 학생 수 급감이 문제임을 우리 모두 너무 잘 안다. 그러나 해결책은 보이지 않고 조금이라도 나아질 기미마저 보이지 않는다. 함께 조율하는 교사상 필요해 그럼에도 교사는 위로 같은 게 필요하지 않다. OECD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 교사의 수준은 세계 최고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교사는 여태껏 잘 해왔고 앞으로도 잘해 나가리라 굳게 믿는다. 단 시각을 조금 바꿨으면 한다. 일단 문제에 집중하지 말아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터널 비전으로 시야가 더 좁아지는 악순환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 대신 우리가 원하는 학교와 학생과 교사의 모습을 그려야 한다. 해결책은 찾는 게 아니라 그려내는 것이다. 우리가 그려야 하는 학교는 더 이상 지식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AI와 챗봇이 일터와 생활을 주도하는 새로운 시대에 암기와 계산하는 것을 공부라 여기는 교육은 수명을 다 했다. 이제 교사는 학생에게 그런 공부시키는 게 아니라 ‘공조’하는 존재여야 한다. 공조(co-regulation)란 ‘함께 조율하기’라는 뜻으로 최근 뇌과학 연구로 막 떠오르는 신개념이다. 절제하고, 자제하고, 집중하고, 공감하고, 배려하는 능력은 저절로 생기지 않고 누군가가 아이에게 모델링을 해줘야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악기가 스스로가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조율되는 이치와 같이 아이의 뇌도 인풋과 아웃풋 사이를 조율하는 학습 과정에 누군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회·정서 역량은 이론 수업이 아니라 개별적이고 지속적이며 긴밀한 코칭과 멘토링 결과다. 새로운 학교 모습으로 이끌어야 우리 세대는 어릴 때 집에서 충분히 공조를 받았으며, 학교에 가서 비로소 읽고 쓰고 덧셈과 뺄셈 공부를 시작했다. 요즘 학생들은 공조 대신 선행 공부만 잔뜩 한 상태에서 입학하니 학교 교육이 파행되는 게 당연하다. 이런 문제를 초래하는 사회 구조를 한탄하기보다는 새로운 학교를 그려보자. 차분하고 편안하고,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을 정도로 자존감과 자부심을 회복한 학생들이 함께 열심히 공부하는 교실을 떠올려 보자. 교사를 존경하고 따르고 닮고 싶어 하는 학생을 그려본다. 이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교사가 공부의 신이 아니라 ‘공조’의 달인이 되는 것이다. 그럴 때 우리가 다시금 스승으로 불릴 것이다. 이 역시 선생님들께서 잘 해내리라 확신한다.
“늘봄지원실장 자격은 초등교원 자격 있는 사람이 맡는 것이 장기적으로 낫겠다고 생각한다. 학교에 너무 다양한 직군이 들어오면 또 다른 갈등이 예상된다. 현재도 직군과의 갈등은 심각하다.”(경기 A초 교감) “초등행정실에는 6·7급공무원이 배치되고 있는데 늘봄지원실장이 몇급, 어떤 사람이 오는지 매우 궁금한 상황이다.”(서울 B초 교감) 교육부의 늘봄학교 추진계획에 따라 학교 현장에서 나오고 있는 목소리다. 물론 정부는 늘봄학교 업무를 학교나 교원과 분리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현재 상황에서는 교직원과의 접점이 완전히 배제되지는 않았다. 사실상 교육 현장에서는 학교와 연관된 인력으로 보고 있다. 그런 만큼 가능하면 교원과 최대한 잘 협조할 수 있는 인원이 배치되길 바라고 있다. 교육부는 늘봄지원실장 자격을 두고 큰 학교에는 일반직 공무원을, 작은 학교에는 교육지원청 늘봄지원센터의 교육전문직이나 일반직이 겸임하는 것으로 결정한 상황이다. 학교 내 비정규직이 더 투입되는 구조도 문제다. 학교는 매년 비정규직 총파업으로 ‘돌봄대란’을 겪고 있다. 학교 비정규직이 특정 대형 노조단체에 대거 가입된 상황에서 이러한 걱정은 늘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기간제 교원을 정원 외로 선발하는 것은 그나마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 역시 갈등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따른다. 실제 일부 학교에서는 늘봄 담당 기간제 교원이 과학실을 사용하면서 과학교사와 갈등을 겪은 사례가 있다. 특히 공간 부족은 가장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늘봄학교에 먼저 공간을 내줘야 하다 보니 기존에 잘 활용되던 공간마저 밀려날 가능성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대전 C초의 경우 디지털 교육 대전환 시대를 맞아 에듀테크 연구회 등의 자체 연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 늘봄학교 때문에 학교 밖 공간을 알아보고 있다. 경기 D초 관계자는 “시범사업을 하면서 장소가 부족해 과학실에서 늘봄학교를 운영했는데 이 과정에서 과학교사와 늘봄 업무 담당자간 갈등을 한바탕 겪었다”고 털어놨다. 3월 신학기에 2700여 곳의 초교에서 1학년생을 대상으로 늘봄학교가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 1학년 교실을 내주는 부분 때문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한 대안 없이 늘봄학교 정책만을 위해 기존 교육이 흔들리는 부분은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은 “교원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늘봄학교의 현장 안착도 가능하다”며 “학교를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해 비정규직 파업 등에서 교육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내년 수학, 영어 등 일부 교과목에 도입될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와 관련해 학생 개인정보와 사생활 보호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 교육문화팀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학생을 위한 안전한 디지털 교육 환경 조성의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NARS 연속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정현선 경인교대 교수(미디어리터러시연구소장)는 발제를 통해 AI와 디지털 기술의 위험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예방 조치가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시급한 보완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학생이 작성한 학습 결과물의 내용을 통해 학생 개인의 이름, 사적인 관계를 포함한 사생활과 기타 민감한 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국어, 사회, 영어를 비롯한 다양한 교과의 학습 결과물에는 학생의 목소리, 얼굴, 표정과 독특한 몸짓이 나오게 되는데 이때 사진과 동영상, 사생활이 유추될 수 있는 글이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정 교수는 “디지털 교과서라 할 때 교과서라는 명칭이 학부모나 학생, 일반인에게 디지털화된 학습자료로 오해하도록 하고 있다”며 “실제로 교육용 플랫폼의 성격과 기능을 갖고 있음을 쉽고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는 안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학생과 학부모의 동의와 철회 과정을 친절한 언어로 설명하고 실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보장돼야 하고 현행 디지털 기반 원격교육 활성화 기본법(원격교육법)에 따른 다양한 예방교육과 보안관리, 이용에 필요한 실제적 교육과 디지털 시민성 교육 등을 필수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주정흔 서울교육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개별 맞춤형 AI 코스웨어의 문제를 제기했다. 학습자 진단과 수준별 학습콘텐츠를 제공하는 AI 기반의 교육과정을 뜻하는 AI 코스웨어 프로그램의 상당 수가 학습과정의 통제권이 시스템에 편중돼 있어 교사의 개입이 어려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교육 시장에서 가정학습용으로 개발된 AI 코스웨어가 많아 교사의 역할이 제한되고 있다고 밝혔다. 주 연구위원은 “진단기능이 없는 제품의 대부분은 정답 확률에 기반한 난이도 맞춤형으로 현재 교육과정 내에서 난이도를 조절해 주거나 틀린 유형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최근에는 교사의 개입을 넣어 설계한 AI 코스웨어가 개발되고 있지만 교사의 역할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상호작용의 도구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디지털시대 교육기회 균등을 주제로 4회에 걸쳐 연속 간담회를 진행한다. 22일 디지털 시대 교육기회 균등의 헌법적 의미와 입법적 과제를 주제로 1차 간담회를 개최했으며, 앞으로 디지털 교육정책의 현황과 이슈(3월 14일),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을 위한 교원과 학생의 역량(3월 22일)을 주제로 간담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새 학기부터 교권침해를 당한 교원이 직통으로 신고하고 상담할 수 있는 번호(1395)가 개설된다. 또 학부모 등이 제기하는 민원은 교사가 아닌 기관이 담당하고 이 중 사안이 심각한 경우 교권보호위원회에서 처리한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은 환영 입장을 내고 실질적인 교권보호 정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 교육부는 2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새로운 교권보호제도가 3월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이에 따라 전국 교원은 누구나 3월 4일 개통되는1395를 통해 교권침해 사안을 신고하고 그 내용에 대해 심리 치료나 법률 지원을 상담할 수 있게 된다. 또 교원보호공제사업 등도 안내받을 수 있다. 일단 3월 17일까지 2주간은 시범 운영한 뒤 이후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그동안 교사의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였던 악성 민원의 대응체계도 변경된다. 교사가 아닌 학교 내 민원대응팀, 교육장 직속 통합민원팀이 이를 담당해 처리한다. 학교 민원대응팀은 학교 대표전화를 응대하고, 접수된 민원을 분류·배분하는 역할을 맡게 되며 학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으로 판단되면 교육지원청 통합민원팀으로 연계해 처리한다. 학교는 법령 등에 따라 민원을 신속·공정·적법하게 처리하지만 특이민원의 경우 공익적 차원에서 엄정 대응한다. 교직원의 직무 범위를 벗어난 사항이나 지속적이고 반복적이며 보복성 민원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하고 종결할 수 있다. 특히 정당한 교육활동을 침해한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교권보호위원회에서 담당해 처리한다. 학교 현장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원이 부당한 피해를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제도도 마련된다. 교원이 아동학대 신고를 당할 경우 교육감이 이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는 제도가 3월 28일부터 법제화된다. 또 교원을 대상으로 한 분쟁이나 아동학대 신고가 발생하는 경우 법률적·재정적 지원을 확대해 분쟁 초기 전문가가 개입해 사안 조정 등 분쟁을 처리하고, 민·형사상 소송으로 진행될 경우 심금별 최대 660만 원까지 지원된다. 아울러 체험활동을 포함해 교육활동 중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는 교원배상책임보험에서 사고당 2억 원 내에서 손해배상 책임 비용을 지급하고 재산상 피해나 심리치료 비용도 지원된다. 이와 관련해 교총은 즉각 논평을 내고 “전국 50만 교원의 염원과 교육부의 적극적인 행정으로 이뤄낸 새로운 교권보호제도가 실질적으로 처음 시행되는 새학기인 만큼 안착될 수 있도록 연수와 안내를 강화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난실 한국교총 회장 직무대행은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교육감 의견서 제출 등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보호 절차가 마련됐지만 여전히 학교 현장에서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며 “교총은 모호하고 포괄적인 정서학대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 등 법개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22대 총선 교육공약 반영활동 등을 통해 지속적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래 희망이 무엇이지?” “공무원이요” “그래? 왜 공무원이 되고 싶어?” “안정적이잖아요. 요즘 세상에 안정된 직업이 최고 아니에요?” “글쎄,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 그런데 공무원 시험이 어렵지 않아?” “예, 그래서 붙을 때까지 공부해서 꼭 합격할 거예요.” 이는 근래, 필자와 중학교 3학년 학생과 나눈 대화다. 아직은 진로 선택의 기로에 선 이 학생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학생들도 공무원이 되고 싶어 한다. 그 이유는 하나같이 안정적이고 신분이 보장되는 소위 철밥통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중에서도 교사가 되겠다는 학생도 상당하다. 그 이유 또한 다르지 않다. 최근 몇 년간 교육부에서 조사한 학생들의 희망 직업 순위를 살펴보아도 여전히 공무원과 교사가 상위권을 차지한다. 물론 경제가 어려운 직접적인 영향이기도 하다. 공무원이나 교사가 되겠다는 것 자체가 나쁜 것도 아니다. 다만 하고 싶은 것이 많을 청소년들에게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말이 무색하다는 것이다. 꿈을 꾸고 도전할 나이에 단지 안정성이란 이유에만 묻혀 ‘우물 안 개구리’ ‘고인 물’이 되고자 한다. 어느 면에서는 꿈을 포기하고, 또 심지어는 꿈꾸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고 거부하면서 살아가려고 한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탓할 수도 없다. 왜냐면 우리 사회의 견고한 틀과 교육이 안정 구조에 맞춰 살기를 강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도 상당히 많은 부모들이 고정된 틀 안에서 다른 생각하지 않고 잘 자라야만 세상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입시킨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받아 온 교육을 그대로 세뇌하고 있다. 그래서 혹시나 아이들이 자신의 의지를 반영하여 틀을 깨고 나갈 것을 선언하면 기겁을 하고 왜 쉽고 편한 길을 놔두고 어렵고 힘든 길을 가려하냐고 면박을 주고, 심지어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악담 내지 협박까지 한다. 그래서 주눅이든 청소년들은 일찌감치 도전보다는 안주를 지향한다. 그러니 실패를 감수하면서 마음껏 시도하고 도전하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아직도 우리 기성세대는 어른들이 권하는 길을 잘 따라가고 만들어준 틀에 잘 순응하면 성공한다는 달콤한 유혹으로 청소년들을 유도한다. 이것이 때로는 우연한 성공 스토리를 창조해 강력한 신화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침소봉대(針小棒大)에 지나지 않는다. 아예 처음부터 청소년에게 실패에는 어떤 가치가 있는지, 또 다른 길은 무엇인지, 하는 물음과 호기심이 존재할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청소년들에게 실패는 충분한 의미와 가치가 있다. 그들에게 실패가 곧 끝이나 다름없다고 간주하거나 실패의 가치조차 언급하지 않는 것은 죽은 사회다. 그렇다면 기존의 틀에 맞춘 삶은 행복을 가져다줄까? 안타깝게도 변화무쌍한 현실 세계에선 딜레마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이를 일찍이 헤르만 헤세는 설파한 바 있다. 그의 성장소설 『데미안』의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하나의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처럼 청소년들은 알 밖의 더 큰 세계의 존재를 깨닫지 못한다.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나중에 틀을 깨고 나가려 도전해 보지도 못했던 자신보다는 자신을 그렇게 틀 속에 가두고 주저앉힌 부모와 사회를 원망하는 것이다. 최근 곳곳에서 혐오와 증오가 난무하며 ‘묻지마 범죄’로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현상도 그 근원은 바로 편협한 가치관 때문이다. 청년들의 무개념적 행동과 각종 살인, 폭행 사건들의 악순환은 결국 정체된 삶을 조장하는 기성세대에게 먼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고 도전에 대한 의식과 용기를 상실한 채 사회가 자기를 버린 것으로 간주하는 사고는 결국 어디에서 연유한 것인지 묻고 싶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54만여 명의 청년들이 부모에게 의지한 채 캥거루족이 되어 그냥 쉬고 있다 한다. 이제 가정, 학교, 사회와 국가가 연대하여 청소년들이 하나의 알을 깨고 알 밖의 세계로 과감하게 투신하도록 교육에 힘쓰고 사회 구조와 각종 제도를 정의와 공정, 나눔과 배려, 원칙과 상식, 도덕과 평등의 정신으로 혁신할 때이다.
학교 현장에는 상담, 돌봄, 치유, 복지 등의 개념이 복합적으로 들어오면서 다양한 직종이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교육청별 교육공무직의 직종 수는 무려 50개에 육박하고, 학교 인력 구성에서도 교육공무직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년 증가해 현재 약 17만 명이 전국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예전에는 비교적 적었던 구성원 간 갈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갈등이 늘어나는 있는 이유는 뭘까? 우선 교육공무직의 경우 일반 공무원처럼 엄격한 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보수 및 근무 여건에서 차이가 있음을 사전에 공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불만을 표출되면서 갈등이 시작된 부분을 간과할 수 없다. 이보다 경찰, 소방 등 행정직공무원처럼 교육공무직의 업무가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교육당국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교육공무직의 세부 운영 지침을 메뉴얼로 제작해 전달하면 되는데, 마치 책임을 회피하듯 소극적인 입장만 취하고 있다. 명확한 지침이 없다 보니 매년 학교 업무 분장시 업무경계의 모호성으로 인한 갈등 사례가 증가하는 것이다. 경찰공무원, 소방공무원, 세무공무원처럼 직종에 맞게 세부 업무를 구체화하고 이를 업무 매뉴얼이나 업무 지침에 반영하는 절차가 꼭 필요한 이유다. 계속해서 교원, 일반직, 교육공무직이 업무로 인한 첨예한 갈등이 지속된다면 우리 교육의 앞날은 암울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교원, 일반직, 교육공무직의 정확한 업무 편람을 만들어 해당 업무를 제대로 부여할 수 있도록 업무를 재조정하는 절차가 필수적이다. 더 이상 학교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의 자세는 지양돼야 한다.
요즘 아이들은 정보를 구할 때 텍스트를 읽기보다는 영상 검색을 선호한다. 짧은 영상과 알고리즘이 이끄는 흥미 위주의 시각적 자극에 반응한다. 과거엔 글을 읽고 생각한 후 문제를 해결했다면 같은 과정을 수행하며 ‘사고’의 과정이 빠진 것이다. 생각하는 힘 길러주는 도구 깊이 생각하며 문제를 분석하고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하는 프로세스는 우리 뇌를 성장시키고 문제해결력을 키워준다. 미래 교육의 기반이 생성형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 환경 등 과학 기술의 집약체가 될 것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그 전에 아이들에게 어떤 것에 대하여 깊게 생각하는 사고(思考)와 사유(思惟)를 가르쳐야 한다. 에드워드 윌슨은 ‘통섭; 지식의 대통합’에서 앞으로 세상은 통섭자가 지배하게 될 것이며 통섭자는 적절한 때에 적절한 정보를 결합하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며 중요한 선택을 현명하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러한 통섭자를 키워낼 방법은 무엇일까? 동서고금의 지식이 집대성된 ‘고전 독서’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 논어, 사자소학 등 고전의 가치는 시대를 뛰어넘어 작용하며 문제해결력과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준다. 햄릿의 “죽느냐! 사느냐!”의 원초적 질문은 올바른 인생에 대한 고민거리를 던지며 사유의 힘을 키워준다. ‘콩쥐 팥쥐’의 선과 악을 나타내는 캐릭터, ‘금도끼 은도끼’가 말하고자 하는 정직이라는 키워드는 올바른 삶에 대한 사고를 가능케 한다. 착한 사람이 복을 받는 권선징악의 서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행한 노력과 성실함에 대한 믿음을 줘 아이들의 뚝심 있고 단단한 성장을 돕는다. 시카고 대학은 ‘위대한 고전 100권(실제 144권)을 달달 외울 정도로 읽지 않은 학생은 졸업시키지 않는다’라는 고전 철학 독서 교육법인 ‘시카고 플랜’을 실시했다. 그 결과 1929년부터 2022년까지 졸업생 및 교원은 97개의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후 세계 대학 순위 10위의 위용을 자랑하는 명문대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과학자 아이작 뉴튼은 “나는 초등학교 시절 지진아였지만 학교에서 고전 교육을 받았다. 후일 케임브리지 대학생이 된 나는 노트의 맨 첫 장에 아리스토텔레스를 필사했다. 그때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나의 친구였다”라고 적었으며, 로스 차일드는 “나의 최상의 즐거움은 매주 토요일 오후마다 학자들과 함께 고전을 읽는 일이다”라고 회상했다. 현대의 발전과 기술 혁신이 우리 세계를 계속 형성하고 있지만 고전 문학의 지혜와 지식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지적 영감을 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해결력·올바른 가치관 심어줘 우리 아이들은 고전 독서를 통해 과거의 지혜를 받아들여 복잡하고 알 수 없는 미래 세계를 대비할 것이다. 또 아이들에게 세상의 복잡성을 탐색할 기회를 주고 기회와 도전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줄 것이다. “곧 다가올 미래, 우리의 일은 바로 인간성을 발명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던 과학 기술 사상가 케빈 켈리의 말처럼 급속도로 혼란한 미래 교육의 해법을 인간 사유를 촉진하는 ‘고전 독서’에서 찾아보기를 제안해 본다.
최근 서울의 한 중학교 영양교사가 복직을 불과 사흘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젊은 선생님의 너무나도 안타까운 선택에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고인은 학교급식을 둘러싸고 국민신문고에 민원이 제기되는가 하면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지속적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교직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되는 선생님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안타까운 선택 이젠 사라져야 학교에서의 급식은 학생의 건전한 심신 발달과 건강한 식습관을 확립하는 교육활동이다. 성장하는 학생들의 영양관리를 통해 미래사회 주역인 우리 아이들 건강권을 보호하는 중요한 사회적 책무 역할을 한다. 또 아이들에게 급식 시간은 친구들과 얼굴을 맞대고 함께 밥을 먹으며 꿈과 희망을 펼치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학교에서 영양교사들은 학생들에게 행복한 급식을 제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균형 잡힌 식단과 올바른 영양교육으로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교육 급식의 소중한 가치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학생의 기호도에 맞춘 ‘맛있는 급식’으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이와 같은 현실 속에서 영양학적 가치를 고려하고, 교육의 일환으로 제공되는 ‘건강한 교육 급식’이 될 수 있도록 이에 대한 인식 전환 및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고인의 학교와 같이 학생 수 1400여 명이 넘는 과대학교에 대한 복무 여건 개선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학교당 평균 급식 학생 수 443명의 3배가 넘는 과대 학교에서는 교실 배식 및 2~3교대 급식으로 식중독 위험도가 높아진다. 이로 인해 학생의 건강권 확보에 어려움이 크고, 급식 인원이 많은 상황에서는 식중독 예방 및 식생활 지도 등의 급식 관리 난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된 업무도 증가해 학생의 영양·식생활 교육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없고, 개별 영양관리에도 한계에 부딪힌다. 결국 학생의 건강권이 침해되는 등 교육 급식의 가치가 퇴색할 우려가 크다. 교육 급식 가치 세우는 대책 필요해 현재 발의돼 있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급식 학교에 영양교사를 추가 배치하는 ‘학교급식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조속한 법안 통과가 절실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육 급식의 가치를 다시금 바로잡고,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어리석은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도 요구된다. 영양교육의 이름으로 영양교사들은 학생의 행복을 불철주야 노력 중이다. 앞으로도 영양교사들은 함께 힘을 모아 더욱 노력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죽음과 마주하는 일이 없도록 서로에게 희망이 되길 바란다.
역사적 사건, 갈등, 죽음, 전쟁, 안락사… 어쩐지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단어들이다. 그러나 이를 직접 대면하고 있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라면, 우리의 일상과 멀지 않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된다. 묵직한 화두로 관객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울림을 남기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연극 그때도 오늘 다양한 시간대를 오가며 과거 속에 존재하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옴니버스 형식의 2인극이다. 작품은 1920년대 경성, 1940년대 제주도, 1980년대 부산, 가까운 미래의 군부대까지 네 곳의 시간과 장소를 오간다. 앞선 세 장소는 우리 역사의 한 장면 속에 살고 있었던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주제소에서 독립군의 심부름꾼으로 역할을 하다 붙잡혀 온 두 청년, 4·3 사건을 맞이하게 된 동네 친구, 술주정 하다 유치장에 갇힌 월남전 참전 용사와 시위하다 붙잡혀 온 대학생. 각자 다른 입장을 가진 두 인물은 대화를 통해 서로를, 또 관객을 이해시킨다. 공연은 이내 시대를 특정할 수 없는 2020년대의 어느 가까운 미래로 향한다. 최전방 부대에서 함께 보초를 서는 친구 은규와 문석은 대화를 나누다 문득 하나의 질문을 마주한다. '우리는 왜 싸우는 걸까?' 이들은 전쟁 자체와 세상 모든 곳에서 일어나는 다툼에 대해 회의를 느끼며, 싸움이 없는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상상을 펼친다. 그러나 이내 장교의 무전이 들려오고, 공상과는 정반대의 심상치 않은 상황이 벌어진다. 연극 그때도 오늘은 역사 속 독립, 평화, 진정한 민주주의를 꿈꿨던 이들의 바람을 현재형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작품은 각자 다른 시간과 공간 속 이야기를 통해 당시의 이야기를 '오늘'에 닿도록 전한다. 이번 작품에는 스크린과 무대를 넘나들며 활약하는 배우 이희준, 차용학, 오의식, 박은석, 양경원 등이 출연한다. 이들은 다양한 지역 사투리의 말맛을 살린 연기로 시대적 배경을 실감 나게 표현한다. 3월 15일~5월 26일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SKON2관 연극 비Bea 28살의 '비(Bea)'는 8년 동안 침대에 갇혀 생활하는 신세다. 정확한 병명을 알 수 없지만 만성적 체력 저하 증상으로, 스스로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고, 제대로 말할 수도 없기 때문. 그러나 내면만큼은 또래 청년들과 다르지 않은, 밝고 춤추는 것을 좋아하는 소녀의 마음이다. 엄마 캐서린은 그런 딸을 위해 동성애자 레이를 간병인으로 고용한다. 레이는 세심한 성격과 탁월한 공감 능력 덕분에, 다른 사람과 소통이 어려운 비의 말을 누구보다 잘 알아듣는다. 비는 그런 레이가 맘에 들고, 도움을 요청한다. 자신이 간절히 원하던 자유와 행복을 위한 계획을 엄마에게 전하기로 하는 것. 연극 비Bea는 '안락사'라는 문제적 소재를 평범한 일상에 담아냄으로써 존엄한 행복과 자유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소재와 달리 작품은 무겁지만은 않다. 존엄, 죽음, 공감 등 결코 쉽지 않은 주제를 밝고 경쾌하게 풀어내 웃음과 눈물을 함께 전한다. 이를 통해 죽음도 삶의 일부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작품은 2019년 공연된 이후 5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며 많은 변화를 거쳤다. 이번 시즌은 원작의 메시지는 유지하면서도, 보다 현실적인 시선으로의 접근이 돋보인다. 이를 통해 세 명의 인물이 처한 현실과 고통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무대는 거대한 회색 벽체와 틈새의 이끼를 통해 비의 감옥 같은 답답한 현실과 고통을 상징한다. 공연 내내 세 명의 인물을 압박하던 거대한 벽체가 사라지면서 진정한 자유를 암시하는 마지막 장면은 오래도록 깊은 울림을 남긴다. 2월 17일~3월 24일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
올해 2학기부터 전국 모든 초교에서 ‘늘봄학교’가 시행된다.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원하는 모두에게 방과 후 돌봄과 교육을 함께 제공한다. 학부모는 물론 일반 국민의 찬성 비율은 높다. 다만 현장 분위기는 다르다. 교원들은 물론 행정직 공무원, 비정규직 노동자들 모두 난색을 보인다. 교육 현장에서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해결점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정부는 늘봄학교를 교육개혁 제1과제로 내세운 초기 단계 때부터 교원 업무 부담 감소를 약속했다. 이후 관련 발표 때마다 이를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그럼에도 학교 현장에서의 의심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나마 거듭 교원 업무 분리 메시지 전달, 구체적인 계획까지 나오면서 교원의 불만은 다소 줄어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달 5일 갑작스러운 정책 선회로 교원들의 불신은 다시 커졌다. 당시 교육부는 교감과 교육전문직의 늘봄학교 업무 투입을 전격적으로 발표하고, 늘봄학교 인력 부족 시 교원 활용 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지난해 한국교총과 교섭·협의에서 늘봄학교 운영과 교원 업무를 분리하는 방안에 대해 양측 대표가 서명했고, 5일 발표 직전까지도 교총 등 교육계는 교원 업무 분리 원칙에서 선회하는 방침을 알 수 없었다. 정부는 진화에 나섰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교총 주재로 7일 전국 교감들과 긴급 간담회를 갖고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 교총은 정부 측과 현장 교원의 만남 주선, 의견 조정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교감 늘봄지원실장 배치는 제외하는 방향이 감지되고 있다. 교육전문직의 늘봄 업무 투입 시 그만큼의 교원을 충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신학기에 맞춰 최종결정안을 학교에 안내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교총 등 교육계는 정부와 교원의 신뢰 회복 차원에서라도 이 같은 사안들은 반드시 원래대로 되돌려야 한다는 반응이다. 최근 교육부는 늘봄학교 1학기 운영 방안을 내놨다. 전국 전체 초교의 절반에 가까운 약 45%가 참여한다. 적지 않은 숫자의 학교에서 운영이 이뤄지는 만큼 그 결과는 신뢰도 높은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의 교원 업무 감소 노력에 대한 평가 역시 곧바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3월 한 달간 현 정부가 내세운 ‘교육개혁 제1과제’의 성패가 결정된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한 초교 교감은 “현재 교감은 30개에 달하는 각종 위원회 운영, 학교 지원 인력 채용·인사·노무 관리, 민원 대응, 학폭 처리·대응 등 업무에 과부하 상태라 늘봄 업무까지 담당한다면 양질의 서비스 제공은 어려울 수 있다”며 “학교와 업무를 분리한 상태에서 늘봄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인력 등의 여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