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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이 회장, 조직강화 연수회서 주장 이군현 교총회장은 지난달 25∼26일 176개 시·군·구교련회장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조직 강화 연수회에서 "교원 정치활동에 대한 교원들의 기대는 높은 반면 국민들과 정치권은 학습권 침해를 우려하는 입장"이라며 "교원들의 정치활동 참여가 각 정당에 양질의 정책 입안을 유도해 결과적으로 학습권을 증진시킨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적극 알리는 활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또 "교원 정치활동은 기본권이며 외국에서는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권리이지만 궁극적으로 어린이들의 교육에 유익하다는 국민들의 성원 속에서 추진돼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조만간 교원 정치활동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현행 관련 법률의 위헌 소지와 교원 정치활동을 위한 법률 제·개정안을 연구하고 각 정당의 정책을 평가하는 기준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연수회에서 시·군·구교련회장들은 이 회장의 교원 정치활동 참여 선언에 강력한 지지를 표명하고 앞으로 이의 보장을 촉구하는 대규모 교육자대회 개최, 정치 후원금 모금운동 전개 등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함께 했다.
각종학습자료 공유합시다 구직·구인란도 활용을 교총 홈페이지(www.kfta.or.kr)에 접속하는 교원들이 늘어나면서 교총은 업무 추진은 물론 학습자료 공유 등 실제 교직생활에 이를 유용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총이 우선 착안하고 있는 것은 교원들의 e-mail 주소 확보이다. 교총은 교원들의 e-mail을 적극 활용해 각종 교육정책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고 다양한 활동을 벌여나갈 방침이다. 현재 교총 홈페이지 회원정보에 자신의 e-mail 주소를 등록한 회원은 5000여 명 정도. 교총은 조만간 전 회원의 e-mail 주소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교총은 e-mail을 활용해 업무를 수행할 경우 △경비 절감은 물론 △각종 교육정책에 대한 교원들의 여론을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수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시각각 교총의 활동사항을 회원들에게 직접 알릴 수 있으며 또한 △회원의 인적사항 변동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총은 또한 교원들이 개발한 학습지도안과 평가지 등 각종 학습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교총 홈페이지에 구인·구직 코너를 마련 기간제 교사나 특기·적성 강사 희망자와 이들을 원하는 학교의 등록을 받고 있다. e-mail 주소는 교총 홈페이지 회원정보변경 코너에서 등록하면 되며, 각종 학습자료는 학습자료 코너에 올리면 된다.
한국보이스카우트연맹이 연중 벌이는 `2001 사랑해요! 선생님'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다. 스카우트가 주축이 돼 선생님에 대한 사랑과 존경심을 함양하는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사제의 정을 회복하고 선생님들의 사기를 진작하자는 게 이 캠페인의 취지다. 5월을 스승 존경의 달로 정해 `사랑해요 선생님' 로고 만들기 행사, 선생님께 편지 보내기, 학용품·컴퓨터·차량 스티커 배포, 뱃지 달기 운동을 벌여 온 보이스카우트는 지난달 25일 이를 주제로 대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 달에는 보이스카우트 홈페이지(scout.or.kr)에 소속학교 출신들이 활동할 수 있는 동문 방과 우리 선생님 자랑 코너를 개설하고 존경하는 선생님과 사랑하는 제자에 대한 칭찬릴레이, 사랑해요 선생님 7행시 짓기, 선생님과 함께 하는 즐거운 사진 활동전를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전국 보이스카우트 도반장, 영조장, 보장 훈련 때 `사랑해요 선생님' 실천 활동을 안내하고 있다. 사제동행 달리기, 등산, 콜라텍에서 스트레스 풀기, 봉사활동 체험, 역할극 체험, 학급신문 만들기, 사랑의 대화시간 가지기 등 선생님과 함께 하는 활동들과 선생님께 인사 잘하기, 스스로 칠판 닦기, 수업시간에 떠들지 않기, 사랑해요 선생님 뱃지 달기, 선생님께 사랑의 편지 보내기 등 학생들 스스로 실천하는 활동을 권장하고 있다. 보이스카우트연맹은 이 같은 실천운동을 다른 청소년단체들과 연대해 벌이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교육개혁이 일면 필요성과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교직사회의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지 않아 `교육위기' `공교육 파탄'의 지경에 이르렀다. 교원을 주체로 함께 부둥켜안고 갔어야 할 교육개혁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일관한 나머지 교원들의 지지와 행동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개혁피로 현상만을 가중시켰다. 그렇다면 정부정책에 대한 교단의 심리적 이반 현상은 어디에 기인하는가. 일차적으로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에 있다. 교원 정년단축시 정부는 고령교사 1인을 퇴출시키고 신규교원 2.59명을 채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부족한 교원을 채우려고 기간제 퇴직교사를 다시 끌어들였다. 금년에도 교육부는 5000명을 충원하겠다고 했지만 겨우 2116명을 채용하는데 그쳤다. 교원의 자질문제를 거론하면서 고령교원의 무능함을 강조하고 `개혁의 대상'으로 퇴출시킴으로써 교직에 대한 자괴감을 증폭시킨 것도 큰 원인이다. 이 과정에서 교원정책은 교원 대상의 합리적 정책이어야 함에도 국민 대상의 정치적 행위로 변질돼 교단 위기를 자초했다. 수요자 중심교육의 지나친 강조는 교직을 탈전문직화하기도 했다. 교사는 더 이상 교육전문가가 아니라는 인상을 국민과 학생들에게 심어 줘 교권을 추락시키고 나아가 교사, 학생간의 심리적 이질감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끝으로 개혁과제가 우리의 문화배경 위에서 실증적인 검증 없이 추진됐을 뿐만 아니라, 개혁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부르짖은 교사들의 의견이 번번이 차단됨으로써 교단을 `개혁냉소주의'에 빠지게 만든 것이다. 현 시점에서 해야 할 일은 개혁의 성과를 홍보할 일이 아니라 학교현장에서 진정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경청하는 것이다. 무능한 교원을 퇴출시켜야 한다는 위협보다는 교사들이 학생지도를 위해 연구하고 헌신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 줘야 한다. 교직사회가 열심히 연구하는 교사를 존중·우대하는 분위기로 전환된다면 자질향상 및 교재개발에 소홀하고 학생지도에 불성실한 교사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거취를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교원단체의 쓴 소리에 귀 막지 말고 밀어붙이기식의, 관리위주의 개혁에서 하루속히 벗어나야 한다. 정부는 교사들이 교직에 대한 높은 자긍심을 갖고 학생을 지도할 수 있도록 힘 실어주기(empowerment) 정책을 조속히 제시·실천해야 한다. 교직에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교육을 살리는 일은 일차적으로 교사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교총이 내년 대선 등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반대하는 정치활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은 교직단체의 정치활동은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라며 과민반응을 보였다. 하기야 교원들은 해방 후 지금까지 법 위반이라는 이유 때문에 자신의 의사표시를 거의 하지 못했다. 교사들이 정치에 참여하면 교육현장이 갈등과 대립으로 치닫고 학생들을 선동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그건 기우일 뿐이다. 무엇보다 요즘 학생들이 교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예전과는 판이하다. 초등학생만 해도 교사가 자신의 생각과 다른 얘기를 하면 절대 지나치지 않고 반론을 펼친다. 하물며 중고생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교사도 학생들을 선동할 하등의 이유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하물며 교육기본법에 교원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해 `학생을 지도·선동'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교사들이 명백한 위법행위인줄 알면서 과연 법을 위반하겠는가. 교총에서 주장하는 정치활동은 교육에 관한 각 정당과 그 후보자들의 정강정책, 그리고 업적 등을 토대로 선거 기간 중에 지지·반대 의사를 표시하겠다는 것이다. 교사들도 사회 구성원이기 때문에 정치의 현장에서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고 반영시키려는 것은 민주주의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권리다. 또한 이제껏 교원들이 자신의 입장과 주장을 강력히 표시하지 못함으로써 국가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항상 교육 문제는 힘을 갖지 못하고 뒤로 밀리기만 했던 것이 아닌가. 지금의 교육현실을 보는 데에도 교사와 정부는 큰 차이가 있다. 정부는 지금의 교육현장을 개혁의 과도기 정도로 보고 있지만 교사들은 현장이 황폐화 되고 있다는데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공교육 정책이 교사나 국민에게 전혀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있고 교육황폐화에 대해서도 정부가 전혀 책임을 질 줄 모르는 이 상황이 교원의 정치참여를 선언하게 된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교사나 교원단체가 중립을 지키라는 의미는 교원들이 교육활동을 수행하는 범위에서 학생에게 정치적 편향 교육을 하지 말라는 것이지,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 정치활동을 하지 말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현행법을 개정해서라도 교사들이 힘을 모아 정치인 중에서 옥석을 가려낼 수 있게 되길 강력히 촉구한다.
한 차례 수시 모집을 치르고 나니 문제점이 많이 눈에 띄었다. 우선 백 수 십 여 개의 대학마다 구비서류와 전형이 다르니 담임의 부담과 혼란이 너무 크다. 그럼에도 학생과 학부모는 모든 대학의 입시요강을 묻기 마련이며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면 무능한 교사로 치부되기 쉽다. 추천서와 자기소개서까지 함께 작성하느라 밤을 지새는 일도 허다하다. 수업과 학생 생활지도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다. 이 추천서와 자기소개서는 객관성에도 문제가 있다. 대부분 부풀려지기 때문이다. 내신 부풀리기로 평균 점수가 90에서 99점에 이르는 과목이 드물지 않은 실정인데다 학생의 진학률을 높이고 학부모의 비난을 면하기 위해 추천서 내용도 한껏 부풀려진다. 공부 안 해도 성적이 잘 나오고 수업시간을 소홀히 해도 추천서를 잘 써주니 학생들의 학력은 저하되고 공교육이 무너진 것이다. 하지만 추천서를 잘 써달라는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를 거절할 담임교사가 어디 있겠는가. 심지어 학원의 유명 강사에게 추천서나 자기소개서를 부탁하면서 많게는 100만 원의 사례비를 준다니 공교육의 기강이 흔들려도 이만저만 아니다. 이런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각 대학이 입시요강을 어느 정도 통일하거나 간소화하고, 추천서나 자기소개서는 없애거나 모든 대학이 간소하게 통일해야 한다. 이미 학생부에 학생의 정보가 자세히 담겨 있는데 그것을 다시 추천서와 자기소개서로 재작성하는 것은 낭비다. 그리고 추천서와 자기소개서의 객관성 확보에 대학이 좀더 대안을 제시했으면 한다. 대학측이 전화만으로 담임교사에게 확인하는 절차는 그야말로 미봉책에 불과하다. 그리고 성적 부풀리기를 못 하도록 석차백분율을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 공교육이 바로 설 수 있다. 일부 부유층이 고액의 추천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각 고교에 추천서와 자기소개서 작성을 지도하는 전문교사를 두는 방안을 검토해 볼 만하다. 성실한 학생들이 집안이 가난해 추천서나 자기소개서를 대행 업체에 의뢰하지 못하고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다면 이는 크나큰 교육의 파행이기 때문이다.
대학 입시제도에 실업계 특별전형이 생기면서 능력 있는 학생들에게 고등교육의 기회를 부여하게 되었는데, 이 때부터 실업계 교육은 진학에 부적합한 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획일적으로 운영되는 교육과정에다 6개월 이상의 현장실습 등은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에게 불리하게 작용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3개년 과정에서 총 이수해야 할 수업시수가 216단위에서 5차 교육과정에서는 공통필수 이수 단위가 최고 102단위로 줄었고, 6차에서는 70단위로, 7차에서는 56단위로 크게 축소됐다. 여기에다 6차에서 공통필수였던 윤리과목을 공통과정에서 빼고, 국어와 체육 등 일부 과목의 단위 수를 줄이는 한편, 일반 선택으로 돼 있던 기술, 가정이 공통필수로 됐다. 이를 실업고에서는 `전문교과의 기초가 되는 과목을 선택 이수할 경우 공통 교과의 이수로 간주한다'는 편성의 융통성을 이용, 기술 가정 과목 대신 기초 전문교과를 편성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문교과만 늘어나게 돼 버렸다. 하지만 이렇게 전문교과의 편성비율을 높이는 것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전국의 실업고 583개교가 전문대와 연계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더 많은 학교는 대부분 3학년 과정에서 국영수를 편성하지 않으면서도 수능시험을 준비한다. 얼마 전 모임이 있었던 실고 교장선생님과 전문대 학장님들이 동일계 진학의 폭을 넓혀 달라는 건의에 난색을 표방했다는 것은 이를 잘 대변해 주는 것이다. 실업고가 완성교육과 함께 계속교육을 효과적으로 하려면 보통교과의 선택 폭을 넓혀 진학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진학과정과, 기초적인 전문과정과 기능·기술을 익혀 산업시장에 적응할 수 있는 취업과정이 자유롭게 편성 운영되도록 이원화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25년 만에 용인 시골 학교에서 졸업시킨 제자 자근이에게 안부 전화가 왔다. 고생 끝에 어렵사리 의정부에서 카센터로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자근이 생각만 하면 지금도 수학여행 때의 기막힌 사연이 떠오른다. 당시 시골학교 수학여행 하면 으레 서울로 갔지만, 내가 6학년을 맡고서는 경주나 부여로 가는 간 큰 모험을 했다. 경주 여관방에서 아이들을 배정하고 하루 지난 이튿날 이른 새벽, 자근이와 같은 방을 쓰던 한 녀석이 헐레벌떡 우리 방물을 두드렸다. "선생님! 자근이가 오줌이 안 나온대요" "뭐? 오줌이 왜 안 나와?" 황당한 이야기에 부랴부랴 화장실로 향했다. 자근이는 고추를 움켜잡고 아프다며 펄쩍펄쩍 뛰고 있었다. 이것저것 볼 것 없이 얼른 자근이의 팬티를 내렸다. 과연 고추가 터질 듯이 팽팽하게 부풀어 있었다. `이게 뭔 일이다냐…' 그런데 고추를 자세히 살펴보니 이상한 게 보였다. 아이고! "누가 고추를 실로 묶었어?" 그랬다. 고추는 굵은 무명실로 친친 감겨있었다. 오줌이 나와 탱탱 차 있으니 얼마나 아플 것인가. 재빠른 손놀림으로 자근이의 고추 앞에서 무명실을 풀었다. 그러자 오줌이 내 얼굴로 속사포처럼 쏟아졌다. 아닌 밤중에 웬 오줌벼락인가…. 틀림없이 그 방 녀석들 소행이었다. 이놈 저놈 수소문한 끝에 평소에는 게집애 같던 문하라는 녀석이 한 짓임이 밝혀졌다. "이 녀석아! 묶을 게 없어서 고추를 묶어?" 따끔하게 야단을 치고 해프닝은 끝났다. 그 날 이후 아이들은 한동안 자근이를 `구××'라고 놀려댔다. 전화를 받은 나는 자근이에게 "너, 구××로구나" 했다. 그랬더니 자근이는 "그걸 아직도 기억하세요?"라며 약주를 대접할 테니 그만 잊어달라고 했다. 그 아이를 졸업시킨 지 어느덧 25년이 지났다. 우리 반에서 가장 키가 작은 땅꼬마였던 그 아이가 지금은 불혹의 문턱에 있다니….
중국은 매년 1000만 명 이상의 고등학교 졸업생이 대학입학통일시험에 응시하고 있다. 그런데 대학선발인원은 응시인원수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니 시험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는 대학입학통일시험을 보는 7월 달을 `흑색의 7월'이라는 말로 부르고 있다. 이 시기만 되면 대입수험생을 둔 부모들은 모두 전쟁을 치른다. 집안에서도 수험생의 생활에 방해가 되는 행동은 일체 삼간다. 각종 언론매체들도 앞다투어 시험 관련 내용을 보도하거나 방영한다. 또 시험보기 며칠 전부터 학교근처의 호텔은 수험생들로 만원을 이루기도 한다. 그런데 대학입학시험만 그런 것은 아니다. 고교입학시험도 그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중국에는 중점학교라는 것이 있는데, 이 중점학교는 사회적으로 명성이 높고, 대학진학률도 높아서 귀족학교라고 불리기도 한다. 당연히 이런 중점학교의 입학경쟁 또한 대단히 치열하다. 중국에서 상급학교 진학경쟁이 치열해지기 시작한 것은 1978년 개혁개방과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한 이후부터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모들은 오직 하나뿐인 자녀가 좋은 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 바로 사교육이다. 한 학부형은 입학시험에서 1점을 더 얻는데 인민폐로 만원(우리의 )을 써야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중국에는 우리 나라처럼 학생들이 다닐 수 있는 학원이 충분치 않다. 따라서 중국에서 사교육하면 대부분 `가교'(家敎)라고 불리는 가정교사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가교(家敎)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직교사가 겸직형태로 실시하는 경우이다. 중국에서는 교사가 가정교사를 하는 것이 인정되고 있다. 따라서 많은 교사들이 본업인 교사직 외에 밤에는 과외교사로서 적지 않은 부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정교사를 소개하는 대규모의 인터넷사이트가 중국에만 수 십 개가 있다. 이런 인터넷사이트에는 가정교사를 구하는 쪽과 원하는 쪽의 신상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어, 각자가 원하는 상대를 고를 수 있도록 되어있다. 필자가 한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1169명의 현직교사가 가정교사직을 구한다고 신청하고 있었다. 물론 이런 사교육의 성행은 교육격차를 유발시키는 요인으로 지적 받아 사회일각의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가정교사제도가 쉽게 없어지리라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왜냐하면 통일시험에 지원하는 사람은 1000만 명이 넘는데 대학의 모집인원은 많아야 300만 명이기 때문이다. 또 대학졸업자와 초등학교 졸업자 사이의 임금격차도 상급학교진학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 해남도의 한 신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졸자와 초등학교졸업자 사이의 임금격차가 8대1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상급학교 입학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사교육이 양산되는 반면 공교육이 부실해지고 있으며, 사회적으로 교육 불평등을 조장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공평한 교육기회가 부여돼야 할 사회주의 국가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중국정부는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학입학통일시험을 `3+X제'로 바꾸는 등 입시제도의 개선을 통해, 학교교육을 정상화시키고자 하고 있다. 여기서 `3'은 어문, 수학, 외국어 등 모든 학생이 필수로 치르는 시험과목이며, `X'는 대학 전공분야의 필요에 의해 치르는 통합과목(정치, 역사, 지리, 물리, 화학, 생물을 통합해 하나의 과목으로 시험문제를 출제하거나 문과, 이과별로 통합해 출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중국정부의 이러한 노력이 학교교육을 정상화하는데 기여할지 아니면 학생들의 부담만을 가중시키고, 사교육을 더 극성부리게 만들지는 두고보아야 할 것 같다.
경기 장호공고 교과전용교실제 도입 `수학실' `국사실'…25학급 특성화 교과자료 풍성, 좌석배치도 맘대로 교사들 "연구하고 수업할 맛나네요" 1학년 2반 신 준(15) 군은 등교 후 담임선생님이 계신 수학 1실로 향했다. 출석확인과 전달사항을 들은 김 군은 복도에 있는 라커룸에서 사회책을 꺼내 공통사회 1실로 이동했다. 원형으로 책상이 배치된 교실에 앉아 선거제도에 대한 토론을 벌이다가 인터넷으로 정치인의 연설을 들었다. 끝 종이 울리고 2교시 국어가 든 신 군은 교과서를 바꾸어 들고 운동장 벤치에 앉았다. 국어 1실은 바로 옆이기 때문에 시간 여유가 생겨서다. 시작종이 울리기 직전 신 군은 국어1실로 들어갔다. 오후 4시 정규 수업을 모두 마친 신 군은 자신의 구역을 청소하고 다시 수학 1실에서 담임선생님의 전달사항을 듣고 귀가했다. 대학 신입생의 하루처럼 보이지만 이 같은 풍경은 경기 장호공고에서 이미 일상화된 일과다. 올해부터 `교과전용교실제'가 도입되면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기 위해 전용교실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과별 전담교실을 둬 수준별 학습자료를 갖추고 교실환경도 획기적으로 재구조화 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수준별 개별화 학습' `교사의 전문성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교과전용교실제 도입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백승범 교장의 주장이다. 올초 교과전용교실제추진위원회를 구성한 장호공고는 2001학년도 주당 수업시수를 교육과정 시간 기준표에 따라 산출하고 전 교실을 대상으로 한 교실배정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그 결과 490시간의 주당 총 시수가 나왔고 25개 교실이 `×학년 ×반'의 꼬리표를 떼고 `국어실' `수학실' `사회실' `실습실' `전자1실' 등 전용교실 팻말로 바꿔 달았다. `자기 교실'을 갖게 된 교사들에게 발등의 불은 역시 교실의 특성화. 효과적인 수업안을 짜고 수준별 학습지와 각종 수업 보조자료, 기자재를 갖추는 일로 교실은 밤늦도록 불이 꺼질 줄 몰랐다. 방과후 중고시장을 돌며 책장·자료보관함을 구입하고 창고에서 잠자던 시청각 자료와 집에 있던 전공서적, 비디오테잎이 교실로 옮겨졌다. 당장 필요한 교구들은 사비를 들여서까지 마련했다. 김일구 교사(국사1실)는 "주머니 돈으로 슬라이드 환등기와 스크린, 필름자료를 샀지만 보다 풍성하고 재미있는 수업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슬라이드 자료를 위해 주말마다 카메라를 메고 전국의 유적지를 찾아 나서기도 했다. 이밖에 무선마이크와 앰프, 켐코더, 전축까지 들고 와 설치한 최형근 교사(국어 ), 합판으로 반 아이들의 사물함을 만드느라 열흘 동안 밤 11시를 넘긴 박홍선 교사(전자1실) 등 전용교실에 쏟는 교사들의 열정이 남달랐다. 그 때문에 전용교실은 자료형 수업과 수준별 수업이 가능한 `맞춤교실'로 탈바꿈했다. 기존 학급에서는 엄두도 못 내던 그룹별 좌석배치와 소집단 개별화 수업, 활발한 토론-협력 학습이 자리잡은 것이다. 김상순 교사(수학 2실)는 "우수 부진 학생이 한 조가 돼 수준별 학습지와 자료를 이용해 협력학습을 하고 소집단으로 나눠 선수 보충학습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동택 교사(영어 1실)도 "ABC도 모르는 학생들은 기존의 학급편제에서 소외되기 쉬웠다"며 "지금은 다양한 시청각 자료로 수준별 모둠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교실 환경이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수업 효과는 당연히 높아졌다. 임병준 교사(국어 2실)는 "스스로 답을 찾고 토론하는 수업을 하면서 3개월간 자는 학생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며 자랑했다. 김태현(1학년) 군은 "무엇보다 다양한 자료와 학습지로 진행하는 수업이 흥미롭고 자료를 찾아 도서관에 가거나 질문이 있을 때 해당 선생님을 찾아 헤맬 필요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쉬는 시간 교실마다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수업 설계와 자료 제작에 몰두하는 교사들의 모습도 전용교실제가 낳은 새로운 문화. 개인 컴퓨터와 프린터, 교과관련 자료, 대형 모니터 등이 갖춰진 교실은 `개인연구실'로 손색이 없다. 이천종 교감은 "수업안과 학습지를 제작하고 교과 홈페이지를 구축하는 한편 빈 교실에서 수업 시나리오를 짜 예행연습까지 하는 교사도 있다"고 말했다. 장호공고는 이 달 15일 모든 학생에게 개인사물함을 설치해줄 예정이다. 또 잦은 이동을 막기 위해 2시간씩 수업을 묶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 문초진 교사(연구주임)는 "학생생활지도 등 보완할 과제가 많지만 교과전용교실제는 질 높은 수업과 교사의 전문성 제고 큰 효과가 있다"고 제언했다. /조성철
등급별 시험 특징, 내년쯤 국가공인 해마다 토익, 토플시험을 치르는 응시생 만도 수 십 만 명. 현대인에게는 생존자격증과 같은 것이기에 엄청난 로열티가 새 나가도 감수해야 할 뿐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영어 검정시험도 국산품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사단법인 `한국 외국어·사무서비스 자격평가원'이 개발한 등급별 영어검정 시험인 `CeLP'(Certificate of Foreign Language Proficience)가 곧 정부로부터 `국가공인 민간자격검정'으로 공인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CeLP는 수준에 따라 초등영어(1∼3급)와 실용영어(1∼5급)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따라서 초등생은 초등영어에, 중·고·대학생과 일반인은 실용영어에 응시해 등급에 따른 자격을 딸 수 있다. 한편 CeLP는 1차 시험(어법, 독해, 어휘, 듣기평가)에 이어 2차 말하기(초등영어 제외) 능력 테스트까지 통과해야 자격증이 주어지므로 실력을 객관적으로 공인 받아 취업 시에도 우대 조건이 되고 있다. 1990년부터 지금까지 CeLP에는 총 100만 명이 응시해 40만 명이 자격증을 획득했다.
문화재청 산하 4년제 특수 국립대학인 한국전통문화학교(총장 김병모)가 2002학년도 신입생 모집요강을 확정,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중요무형문화재 전수교육보조자나 문화재수리기술자 등에 대한 우대와 함께 한문을 필기시험 필수과목으로 추가한 점이 특징이다. 아울러 한문고전 중 `논어' 해독이 가능한 지원자와 영어 능력 우수학생을 특기자로 모집하기로 했다. 학과별 모집인원은 전통미술공예학과가 40명이고 2002학년도에 신설되는 문화유적학과, 보존과학과를 포함한 나머지 5개 학과는 각 20명이다. 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 성적과 필기시험 성적을 합산해 1차 합격자를 선발하며 2차로 면접시험을 치른다. 응시원서는 오는 8월 8∼11일 대전과 서울에서 접수하며 필기시험은 9월 16일 대전에서 치르게 된다. 자세한 모집요강은 한국전통문화학교 홈페이지(www.nuch.ac.kr)를 참조하면 된다.
`교원 2만2000명 증원' 난색 담임·보직수당 인상 어렵다 교직발전종합방안을 최종 확정하기에 앞서 관계부처간 이견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열린 민주당 공교육종합발전특별위원회(위원장 장 을병)에서 교육부가 보고한 교종안 주요내용에 대해 행자부나 기 획예산처 등이 이의를 제기해 논란을 빚었다. 2만 2000명의 교원 정원 증원과 관련, 관계부처는 정부의 공무 원 정원 동결방침과 `작은 정부'에 의한 국가 인력관리 기준 등 을 들어 난색을 표명했다. 참석자들은 5월중 관계부처 실무팀들이 조사한 교원관리 실태 분석을 토대로 교원정원 증원규모를 이달말까지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기획예산처는 또 교종안에 포함돼 있는 처우개선 관련사 항중 담임수당·보직수당 등 교원수당 인상에 대해서도 "어렵다" 는 의견을 제시했다. 참석자들은 이밖에 대통령령인 `교원예우규정'을 격상시켜 `교 원의 사회적 예우 및 지위향상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논의를 했 다. 또 교사의 자율연수 휴직제를 도입하고 경력 15년 이상인 교사 가 국내외 교육기관 등에서 연수휴직할 경우 휴직기간중 현재 보 수의 50%만 지급할 수 있는 것을 백%(교육부안은 70%) 인상 지급키로 했다. 이날 이재정의원은 "교종안을 최종 확정하기에 앞서 민주당과 교직단체간 협의과정을 다시 한번 거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초 5월말이나 6월초 확정 발표될 예정이었던 교종 안은 이달말로 발표 시점이 늦어질 듯 하다. /박남화
정년단축에 고령·무능 딱지 붙여 교육붕괴 "교육을 잘 모른다고 생각한 군사정권 하에서는 이렇게까지 교육을 무너뜨리지 않았다. 교육이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오히려 투쟁하던 사람들이 정권을 잡은 후부터다. 이들은 교육과 교원을 얕잡아 보고 투쟁하던 사람 아무나 교육부장관에 앉혀놓고 교육에 투쟁논리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주삼환 교수(충남대)가 발언수위를 높였다. 주 교수는 21일 충남교육사랑회(회장 송원섭)가 '저하된 교원의 사기 어떻게 진작시킬 것인가'라는 주제로 주최한 제3회 교육현안문제 공청회에서 "현 정부가 개혁의 주역이 될 교원을 개혁의 대상으로 삼아 교육에서 교원을 구경꾼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주 교수는 '교원은 존경과 명예를 먹고산다'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 "어느 여교사의 콤팩트와 손수건 몇 장(이른바 촌지기록부 사건)을 들춰내 그때부터 이 나라 모든 교원은 촌지교사·체벌교사의 죄인 취급을 받게됐다"며 "교원의 사기는 고사하고 쥐구멍을 찾아야 할 신세가 됐으니 교원들이 이때처럼 비참하게 된 적이 역사상 없었다"고 밝혔다. 주 교수는 또 "학생과 학부모에게 불법과외 교사를 신고하라고 신고센터까지 마련했었다"며 "자기 선생을 고발하라고 하는 나라가 우리 나라 말고 지구상 또 어느 나라가 있겠는가, 이 때에 교원의 사기는 만신창이가 되었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교원 사기를 바닥으로 떨어뜨린 '훈장감'은 국가가 교원을 배신하고 정년을 단축시킨 것이라는 논리도 폈다. 주 교수는 "어느 날 갑자기 고령교사, 무능교사의 딱지를 붙여 쫓겨나는 신세가 됐으니 교육이 붕괴되고 교원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며 "형식적으로라도 정중하게 설득하는 체라도 했어야 하는데 고령교사 1명 대신 젊은 피 2.59배를 수혈한다고 국민과 교원에게 사기를 쳤으니 교원들의 사기는 고꾸라지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교직발전종합방안' '교원사기진작방안' 등으로 사기가 올라가겠느냐"며 "교원들은 그 동안 너무 많이 사기를 당해 이제는 웬만한 사기에는 잘 안 넘어 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토론자로 나선 장기상 교장(강경고)은 "교원의 사기를 진작시켜주겠다는 전제아래 성과급이라는 미명으로 선생님들이 수행한 업무를 계량화하고 서열을 정하는 치졸한 방법으로 돈 몇 푼 더 준다고 하여 떠나버린 교심(敎心)이 과연 다시 불타오르겠느냐"고 반문했다. 장 교장은 "이제는 진정으로 정부나 국민 모두가 진지하게 교육을 사랑하고 교육의 주체인 선생님들 곁에 다정히 다가가서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고 힘겹게 계단을 오르는 선생님을 부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을 맺었다. 또 다른 토론자인 이태연 교사(천안신용초)도 "학부모들이 지켜주지 않고 사회가 세워주지 않는 교권 속에서 아무리 소신껏 지도해봐야 성과를 기대하기란 사상누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낙진
공정거래위원회가 교복 품질기준 등을 정한 '교복 공동구매 활성화 방안'을 마련, 내년도 동복 시즌부터 적용키로 한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이는 교복 업체들이 공동구매 때 낮은 품질의 교복을 공급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다. 공정위는 이 방안에서 교복 공동구매 때 교복가격이 낮아지는 만큼 교복업체들이 질 나쁜 교복을 공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산업자원부와 협의, 교복 품질기준을 만들기로 했다. 또 교복 공동구매 때의 방해 및 담합행위에 해당하는 사례와 해당되지 않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열거한 지침서를 만들어 교복업체와 소비자단체에 배포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 지침에 따라 매년 동복과 하복 시즌에 공동구매 방해 및 담합행위를 철저히 감시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교복 공동구매를 위한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해 지금처럼 신입생이 입학일부터 바로 교복을 입지 않고 한두 달 후부터 교복을 입을 수 있도록 교복착용 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교육부와 협의,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학교측이 공동구매를 위한 입찰실시와 치수재기, 교복배포 등에 필요한 장소를 제공하고 공동구매 참여를 위한 통신문 발송과 대금수납 등 각종 지원을 하도록 교육부에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오늘의 교실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교사들이 '학생 훈육이 교사의 권리이자 책임'이라는 인식을 확실하게 갖고 좌절감과 무력감 같은 심리적 장애를 극복해야 합니다" 18일 부산교련(회장 강정호)이 주최한 '위기의 학교 교실,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교육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최청일 교수(동아대)는 교사의 자신감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교사의 교과 전문성 확보, 학생존중을 토대로 한 상담능력 향상 등이 교실위기 극복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토론자로 나선 정광식 교사(좌천초)는 "세계화·국제화를 지향하는 교육은 신자유주의 경쟁논리와 경제논리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식과 바르고 참다운 인성교육으로 기초를 다져야한다"며 "제7차 교육과정이 성공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교원 확보를 위한 재정 확보, 교원 정년단축 환원, 급당 학생수 감축 등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적절한 교육정책으로 인한 공교육 부실화'를 주제로 토론에 나선 조금세 교장(동아중)은 "교원의 사기진작과 학교 교육의 내실화가 절실하다"며 "우수교원확보법 제정, 수석교사제 도입, 정년환원, 우수교원 유인체제 확립, 교원의 잡무경감, 제7차 교육과정의 수정·보완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일광초등교 학운위원장인 손현숙씨는 "학생들의 정서안정을 위해 기장군 같은 특수지에서 근무하는 교사의 근무연수(현 2년)를 연장하는 한편 그에 따른 특혜를 더 부여하고 학교 예산을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현실적으로 상향조정하는 정책 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퇴직 중등교장들의 모임인 한국중등교장평생동지회가 교총의 정치활동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평생동지회 오영환 회장은 22일 교총에서 열린 시·도 대의원 세미나 인사말을 통해 "우리는 교육과 교원에 불이익을 주는 국회의원·정당에 반대하거나 지지하는 등 건전한 NGO로 나서야 한다"며 "선비정신을 갖고 옳은 것은 옳다하고 옳지 않은 것에는 목숨을 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또 "교총의 정치참여 선언은 매우 적절한 것"이라며 "대학 교원의 정치활동은 허용하고 초·중등 교원은 제약하는 것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오 회장은 특히 "정부는 2년전 원로교사 1명을 퇴출하면 2.5명의 신규교원을 채용할 수 있다는 논리에 '무능하다' '파렴치하다'는 등의 말까지 덧붙여 우리를 내몰았다"며 "교육자를 무시하는 상황을 더 이상 좌시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부산】부산시교육청은 22일 시교육청 교육금고인 부산은행으로부터 지원 받는 교육사업지원금 전액을 상대적으로 낙후된 강서지역 학교에 투자, 지역간·학교간 균형발전을 도모키로 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말 전국에서 처음으로 경쟁입찰을 통해 교육금고를 선정했으며 올해부터 2003년까지 교육금고로 선정된 부산은행은 총 4억5000만원을 교육사업지원금으로 3년간 분할·지원하기로 했다. 시교육청은 이에 따라 우선 올해 지원 받는 2억원을 시와 비교적 원격지인 강서구 소재 28개 학교에 교당 700만원씩 일괄 지원키로 했다. 이들 학교에서는 이 지원금을 학교발전기금으로 접수, 학운위 심의·의결을 거쳐 학교회계에 편입하여 사용하면 된다. 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교육금고 선정과정을 공개함으로써 교사, 학생, 학부모들로부터 신뢰감을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했으며 특히 부족한 교육재정에 보탬은 물론 민간인 및 지자체 등의 투자유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시교육청은 69년부터 지방은행인 부산은행에 교육금고 운영을 맡겼으나 지난해 시교위가 경쟁입찰 주장을 펴자 설동근 교육감이 이를 받아들이고 '교육금고선정심의위'를 구성, 부산·한빛·주택·농협 등 4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제한경쟁방법을 통해 교육금고를 선정했다. 당시 시교육청은 심사기준으로 교육사업 추진에 대한 지원 능력, 자금운영의 수익성, 학생·학부모·학교·교직원 이용의 편의성, 교육금고 업무처리 능력, 재무구조의 건전성, 예금자 보호대책 등을 제시했었다.
부전공 연수가 위헌이라는 내용의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헌법재판소 등에 따르면 김 모씨 등 제주대 컴퓨터교육과 졸업생 및 재학생 5명은 교원 부전공 연수 제도를 명시한 교원자격 검정규정이 헌법상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16일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부전공 자격 연수는 교원수급 불균형 해소 등을 위해 중·고교 현직 교사의 전공 과목에 관계없이 방학 등을 이용, 45∼65일 정도의 단기 연수를 실시해 부전공 자격증을 준 뒤 해당 과목을 가르치도록 하는 제도다. 김씨 등은 "부전공 연수 제도는 현직 교사에게만 연수 기회를 주고 우선 임용하는 특혜성 제도로 교사가 되고자 하는 사범대 졸업자들에게 교사가 될 기회를 박탈,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 등은 "교사의 전공과 관계없이 방학동안 단기간 실시되는 부전공 연수로는 전문 지식과 안목을 갖추기 어려워 학생들로선 학습권을 침해당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덧붙였다. 한편 부전공 자격 연수로 자격증을 취득한 교사는 97년 이후 4년간 전국적으로 1만6837명에 달하며 올해와 내년중 부전공 자격 교사로 예정된 인원도 1만2783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녀의 일기 속에 끼어 든 배추흰나비 애벌레와 지렁이 배 경 숙 열어 놓은 거실 창문으로 들어온 5월 오후의 햇빛이 코발트 색 바닥에서 잘게 부서진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자니 치맛자락을 휘돌아 감듯 금빛 너울이 일렁인다. 그녀는 눈을 몇 번 깜박이고는 책장 정리를 하다 찾아낸 빛 바랜 일기장을 열었다. 먼지가 매캐하게 피어오른다. 볼펜으로 또박또박 쓴 글씨에서 기름이 배어 나와 있는 것이 20여 년의 세월 저편의 이야기를 그녀에게 한 번 더 들려줄 준비를 하고 있던 것 같다. 그녀는 소파에 등을 대고 편히 앉았다. 19○○년 4월28일 두 손을 깍지를 끼고 등뒤로 올려 크게 하품을 했다. 왼쪽 검지손가락에 낀 묵주반지도 함께 하품을 한다. 눈가에 묻은 눈물을 손가락으로 찍어내던 나는 창가 쪽 그늘진 구석에 놓아둔 사육상자에 시선이 붙들렸다. 무 잎 한 장만 덜렁 들어 있지만 잎 뒤쪽에는 배추흰나비의 알이 다섯 개나 붙어서 생명을 키워가고 있다. 어제 아침에 강 선생이 낳은 지 3, 4일 됐을 거라면서 돋보기로 관찰해 보라고 해서 들여다봤을 때 깨알만큼 작은 보송보송한 연두색의 알을 보았다. 알이라니까 그런가보다 하지 꼭 만화책에 나오는 총알을 붙여 세워 놓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옆의 수조에 삼분의 일쯤 담긴 흙 속에는 문제의 지렁이가 몸을 숨기고 있을 터였다. 지렁이, 시뻘건 살덩이, 길고 눈도 없는 것이 아무 데나 마구 기어다니고. 어제는 둘째 시간부터 다섯째 시간까지 3학년이 지렁이의 생김새를 관찰하는 수업을 하는 날이었다. 다행히 지렁이는 강 선생이 준비한다고 해서 나는 그 외의 실험기구만 준비해 주면 됐다. 그런데 수업이 다 끝나고 과학실에 들어왔을 때 나는 그만 소리를 꽥지르고 말았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엄지손가락 굵기 만한 지렁이 한 마리가 교실 바닥에서 몸을 뒤채고 있는 게 아닌가. 강 선생한테 도움을 청하자 강 선생은 지렁이를 버리는 대신 수조에 담아 사육상자 옆에다 놓았다. 강 선생은 작은 생명에 대해 아는 것도 많은 것 같다. 내가 사육상자 안을 들여다보는걸 보더니 이렇게 이야기를 해줬다. "5일 째가 되면 노란색으로 변할 거요. 검은 색으로 변하면서 애벌레가 나올 준비를 할 때가 일주일 정도가 됐을 때입니다. 애벌레는 나오면 알껍질을 먹어요. 강한 생명력이지요."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다. 나는 콧노래를 부르다가 수조를 툭 건드려 보았다. 아무 기척이 없다. 피부가 촉촉해야 산다는 녀석이 어제 마루바닥에서 괴로웠을 거라는데 생각이 미치자 나는 바싹 마른 흙 한쪽에다 물을 한 컵 가만히 부었다. 습기가 적당한 곳을 찾아 살겠지. 19○○년 4월 30일 어느 새 벽시계가 4시 30분을 가리킨다. 오늘 저녁은 성당에서 청년미사가 있는 날이라서 누구 말대로 '땡! 교문 출발'을 하려고 퇴근 준비를 서둘러야했다. 시내버스를 타고 퇴근해서 저녁만 먹고 성당에 가는데도 여차하면 늦기 일쑤이니까 그럴 수밖에. 그 때 노크 소리와 함께 강 선생을 흘낏 바라보기만 했다. 아무 말 없이 창가로 가 담배를 피워 무는 강 선생의 뒷모습이 만져질 듯이 들으며 책상 위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썼다. '당신은 누구세요?' "지렁이가 말이요." "녜?" "보면 볼수록 사람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 "자웅동체인데도 두 마리가 만나야만 새끼를 낳을 수 있는 것이 외로움을 타는 남자의 속내 같고 눈도 없는데 빛과 어둠을 가리는 능력을 가진 것도 그렇고...." "....." "어젯밤에 꿈을 꿨는데 지렁이 녀석이 점잖게 모자까지 쓰고 나와서는 고맙다고 합디다. 아름다운 곳에서 살게 해 줘서. 그런데 뭐가 아름답다는 건지 통 모르겠더라구요." 강 선생의 눈빛이 부딪쳐왔다.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나의 무엇을 보고 있는지 정신이 아뜩해져서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때 구원의 퇴근 종이 울렸다. 나는 서랍을 열어 핸드백을 꺼내고 퇴근 준비를 서둘렀다. 그런데 강 선생은 두 팔을 번갈아 휘두르며 종희 얘기를 꺼냈다. "또 쓰러졌어요. 올해 벌써 세 번짼데 녀석 날이 갈수록 몸무게만 늘어서 나를 이렇게 골탕을 먹입니다." 나는 입술 양끝을 올려 웃어 보였다. 덩치가 큰 종희를 안고 2층 보건실로 뛰었을 강 선생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다. "쓰러지는 횟수가 느는데도 정확한 병명을 모른다니..." "걱정이겠네요." 그런데 내 말에 대꾸를 않던 강 선생이 몇 발짝 문을 향해 걷다가 돌아서서 "저녁에 시간 있어요?" 하고 물었다. 나는 순간 이상한 경험을 했다. 성당에 가야한다고 말을 하려는데 말이 되어 나오지 않는 것이다. 본드라도 붙인 것처럼 말이다. "바쁘면 늦게라도 슬슬 나와봐요. 시 도서관에서 논문 자료를 찾아야되는데 신 선생이 옆에 있어주면 잘 될 것 같아서...." 이번에는 손까지 떨렸다. "밤을 꼬박 세워야 하거든요. 게으름을 피웠더니...." 강 선생이 뚜벅뚜벅 여덟 발자국을 걸어서 문을 열고 나갔다. 나는 그제서야 입을 열고 숨을 내쉬었다. 미사만 겨우 마치고 도서관에 도착했을 때 강 선생은 두꺼운 책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옮겨적고 있었다. 내가 다가앉자 씩 웃더니 하던 일을 계속한다. 많은 사람들이 책과 눈씨름을 하고 있고 책장 넘기는 소리와 외우는지 가끔 웅얼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조용하기만 했다. 라운드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강 선생에게서 샴푸 냄새가 났다. 앞머리가 푸스스 이마로 흘러내린 강 선생이 처음 보는 사람처럼 낯설었다. 옆에 내가 앉아 있다는 걸 잊었을까? 19○○년 5월 2일 아침에 출근해 보니 까맣게 만지면 휘어질 것 같은 털이 온몸을 뒤덮은 애벌레 한 마리가 머리를 휘두르며 알 껍질을 먹어대고 있었다. 일 껍질을 다 먹으면 무나 배춧잎을 먹고 자란다니 내일부터는 시장을 돌아서 출퇴근을 해야겠다. 어린것은 귀엽다던데 영 맘에 드는 구석이 없다. 털을 보면 볼수록 온몸에 스멀스멀 뭐가 기어다닐 것만 같다. 수조 속 지렁이의 옆구리가 보였다. 어느 땐가는 머리인지 꼬리인지 모를 부분이 눈에 띈 적도 있다. 녀석이 가끔 빨갛고 길쭉한 끈으로 보이기도 하고 움직임이 때로는 경쾌하다는 느낌도 든다. 그런데 오늘 정말 하고싶은 얘기는 지금부터다. 중간놀이 시간에 종희가 쓰러지면서 머리를 다쳐 강 선생이 안고 인근 병원으로 옮겼는데 여덟 바늘이나 꿰매야 하는데 마침 양호선생이 출장 중이라 내가 강 선생과 교대를 했다. 강 선생은 말없이 내 손을 잡았다. 땀으로 흠뻑 젖은 손이 왜 눈물에 젖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종희 할머니가 정말 검사를 해 봤을까요?" "......" "언젠가 종희 할머니를 본 적이 있어요. 부모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데 정말 대학병원 가서 검사를 했을까요?" 강 선생은 자신과 종희를 동일시하는지도 모른다. 할머니와 외롭고 가난하게 사는 종희의 아픔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게 하는지도. 먼 빛으로 본 교사이면서 대학원생인 강 선생은 나의 숲이다. 가까이 들여다보니 숲의 속살이 군데군데 보이기는 하지만 나는 그 숲의 한 그루 나무이고 싶다. 강 선생이 힘들면 쉬어갈 수 있는 편안한 둥지이고 싶다. 19○○년 5월 6일 끝내 다른 알속에서는 애벌레가 깨어나지 않았다. 환경이 갑작스레 바뀌는 바람에 부화하지 못한 것 같다는 강 선생의 말을 들으며 누르스름하게 말라붙은 알의 흔적을 본다. 얼마 더 지나면 그것마저도 사라지리라. 마음이 물밑으로 가라앉는다. 어제까지만 해도 검은 색을 많이 띄던 애벌레는 무 잎을 먹기 시작하면서 녹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용케도 애벌레는 줄기만 돌려놓고 부드러운 잎만 잘도 갉아먹는다. 겉모습도 빌로드 천 같이 부드러워 보인다. 그녀는 출근하면서 얻어온 배춧잎을 한 장 사육상자 안에 넣어주고 나서 문을 채웠다. 지금 누가 나더러 보물이 뭐냐고 물으면 '배추흰나비 애벌레 한 마리'라고 하면 몇 사람이 고개를 끄덕여줄까? 나비가 될 때까지 잘 자라주기를 기도하면서 6학년 실험 수업 준비를 하느라 부산스레 움직이는데 강 선생이 들어섰다. 면도를 하지 않은 꺼칠한 얼굴로 습관처럼 담배를 피워 물고 창가에 선다. "종희 할머니가 붙잡고 웁디다." "...." "어쩌면 사는 꼬라지가 나보다 더할 수가 있단 말이요. 지하 단칸 셋방에서 그나마 파출부일이라도 하니까 사는 거지..." 나는 마음이 또 가라앉았다. 꼬라지, 지하단칸셋방, 파출부가 가슴 한가득 추가되어 매달렸다. 그런데 왜 그 순간 추가 왼쪽 검지손가락에 끼운 묵주반지를 건드리며 지나갔는지는 지금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강 선생의 입에서 놀람인지 탄성인지 모를 소리가 터져 나온 건 그 때였다. "거참, 이상하다." 강 선생은 지렁이가 담긴 수조 앞에 서 있었다. "전 반에는 내가 수조를 돌려놔 보기도 했는데 또 이쪽이네?" 웃었다. 강 선생의 목소리가 밝아져서. "외로움, 그럴까요?" 또 웃었다. 지렁이가 알까, 외로움을? "에라. 사랑이라고 해두죠." 나는 끝내 쿡쿡 소리내 웃었다. 강 선생도 하하 웃었다. 강 선생은 들어올 때보다 한결 나아진 기분으로 실험실을 나갔다. 나도 전염병처럼 번진 나아진 기분으로 수조 앞에 섰다. 애벌레는 열심히 배춧잎을 갉고 있는데 지렁이가 애벌레 쪽에서 몸을 꿈틀댄다. 녀석은 내가 제 하는 양을 훔쳐보고 있는 줄 죽을 때까지 모를 거다. 투명이라는 단어를 모를 테니 흙 위로만 아나오면 아무도 못 보는 줄 알 거다. 음흉한 녀석. 눈도 코도 없는 녀석이 감히 머리, 가슴, 배로 나뉜 고등동물을 좋아하다니. 저는 겨우 강모나 있는 주제에 다리가 8쌍이나 있고 녹색 빌로드 외투를 입은 예쁜 애벌레 옆을 얼찐거리다니. 그런데 나는 지금 일기를 쓰다가 애벌레도 지렁이의 존재를 알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얼핏 스쳤다. 그렇다면 멋진 사랑 이야깃 감이 되지 않을까? 19○○년 5월 8일 "박 선생이 병가요. 이틀이지만 우리 학교는 전출입생이 많으니 신 선생이 맡아서 생활기록부 전산망을 관리해 주시오. 부탁합니다." 교감 선생의 말에 나는 기어드는 소리로 대답을 했다. 입이 쑥 나왔다. 일손이 달린다고는 하지만 엄연히 사무가 구분되어 있는데 박 선생의 일이 또 내 몫으로 떨어졌다. 하긴 평소 우리들의 관계를 생각하면 딱히 입을 내밀 일도 아니다. 전산보조원인 박 선생과 과학조교인 나는 교사의 사회에서 열외인 기분을 떨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부담이 되는 것은 박 선생만큼 컴퓨터를 만지는 일에 자신이 없어서일 것이다. 나는 뾰족한 수 없이 서류철과 디스켓, CD를 들고 전산실로 들어갔다. 전산실에는 덜렁 컴퓨터 한 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키도 크고 예쁜 박 선생과 방이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 '자기의 방은 자기의 냄새가 나도록 꾸며야한다'는 교장 선생의 말도 들을만한 것 같다. 컴퓨터를 켰다. 커서가 몇 번 깜박이고,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초기화면이 떴고 나는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그래,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는 거야. 이틀뿐이잖아.' 전산실은 외딴섬처럼 조용했다. 조용하다못해 고즈넉했다. 지나다닐 사람이 별로 없는 한 쪽 구석에 있어서 박 선생을 평소에 자주 볼 수 없었나 보았다. 창문께로 다가앉으니 다행이 운동장 한 조각이 내려다보인다. 소리는 정지한 채 햇살만 가득 운동장에서 춤사위를 벌이고 있었다. '얼마나 아름답고 고마운 햇빛입니까? 돈 한 푼 내지 않아도 에너지를 만들어 1분 1초도 쉬지 않고 우리에게 보내주고 있으니. 햇빛 에너지로 옷을 만들어 입고 잘 난척하는 저 녹색 애벌레를 봐요. 4, 5일 동안 실컷 먹고 잠을 잘 때도 햇빛 에너지를 받으면서 자라지요. 먹은 만큼, 잠 잔 만큼, 허물 벗은 만큼 자라지요.' 노크도 없이 문이 드르륵 열렸다. 나는 햇빛에 강 선생의 기억에 취해서 천천히 뒤를 돌아 보았다. 그런데 거기에는 강 선생의 놀란 얼굴이 나를 마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순간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강 선생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어쩐 일이요? 신 선생이." "선생님은요?" "전출생이 있어서요. 박 선생 어디 갔어요?" 박 선생이 결근을 해서 내가 전출입생 때문에 오게 되었다고 하자 강 선생은 주먹을 부르쥐며 분개했다. 하루 이틀 미룬다고 큰일나는 것도 아닌데 꼭 이렇게 해야하느냐는 것이었다. 침묵도 긍정이니 말을 해서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하며 얼굴이 벌겋도록 교장교감 선생을 성토했다. 나는 괜찮으니 아무 말도 말라고 애원하다시피 해서야 강 선생은 돌아갔다. 전출생 이야기를 빼먹은 채. 다시 생각해도 참 따뜻하다. 따뜻한 사람이다. 참 저녁을 잘 못 먹어서 식중독에 걸렸다는 박 선생은 뭘 먹었을까? 이틀씩이나 병가를 내려면 얼마나 아파야 할까? 19○○년 5월9일 강 선생이 나른한 오후 햇살을 몰고 과학실에 들어섰다. 내가 사육상자 앞에서 세 번째 깊은 잠을 자고 있는 애벌레를 훔쳐보고 있을 때 강 선생은 얼굴에 온통 웃음을 머금은 채 옆에서 함께 애벌레를 훔쳐봤다. 지렁이 녀석도 함께. '지금이 몸이 자라는 때요." 내 귀에 대고 강 선생이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눈앞이 깜깜해져서 나는 고개만 주억거렸다. "봐서 알겠지만 이 번 잠에서 깨면 허물을 벗고 한 번 더 열심히 먹어댈거요. 마지막으로 잠을 자고 허물 벗고 그 다음에는 번데기가 되어서 나비가 될 준비를 하지요." 나는 건성으로 대답을 하면서 지렁이와 애벌레를 번갈아 내려다보았다. 자나깨나 자기만 쳐다보는 지렁이 녀석을 애벌레가 눈치를 챘을까? 첫 번 째보다 두 번째보다 세 번째 잠자는 애벌레의 침대가 지렁이와 더 가까운 것은 우연일까? 나는 눈가가 후끈해지는 걸 느낀다. 그래 식물도 감정이 있다는데 하물며 움직이는 동물인데, 느낌이 없겠나? 느낌. 강 선생의 옆얼굴을 보니 '느낌을 말해 보라구. 그 남자가 풍기는 냄새 같은 거.' 하고 다그치던 친구가 떠올랐다. '음, 어두운 것 같으면서도 밝고, 주변 사람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그리고 생명을 사랑해. 지렁이도 애벌레도... 또 많은 여자들이 그를 좋아해.' '그 남자가 좋아하는 게 아니고?' '아니야, 그 사람은 누구에게나 다 친절해.' '바람둥이의 전형이구나.' 웃었다. 강 선생은 다른 처녀 선생들도 많은데 나를 좋아한다는 걸 잘 아니까. "천신만고 끝에 나비가 되어서 세상에 살러 나오면 햇살이 젖은 몸을 말려줘요. 나비는 그 다음에 어떻게 할까요?" "날아가겠지요. 멀리." 강 선생의 눈에 얼핏 물기가 어렸다. "아침마다 잠자리에서 눈을 떴을 때 신 선생을 볼 수 있으면 참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해요." "...." "나를 똑바로 봐요." 강 선생이 내 손을 잡으면서 얼굴을 가까이 댄다. 눈빛이 눈부시다. "보기 싫소?" 고개를 저었다. 슬픔이 가슴 밑을 흐른다. 찢어지게 가난해서 어렸을 때부터 철들도록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들 속에서만 살았다는 강 선생은 그래서 벌레와 친해졌다고 했던가. 강 선생에게 잡힌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강 선생은 기다렸다는 듯이 내 손가락에 천천히 입맞춤을 했다. 정확히 말하면 묵주반지에 대고 눈을 감은 채 입을 맞췄다. "옆에만 있어 준다면 나는 신 선생의 그 분 앞에 무릎도 꿇을 거요." 강 선생의 말이 귀 안을 울렸다. 몸 구석구석에 퍼져 있는 모든 세포가 곤두서서 방망이질 을 한다. 강 선생이 와락 끌어안았다. 가슴 뛰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서 그대로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골마루에서 다다닥 뛰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팔을 푼 우리는 서로 등을 대고 돌아섰다. 강 선생이 문께로 나가며 "저녁에 전화 할 건데 괜찮지요?" 하고 머리를 긁는다. 나는 고개만 끄덕거렸다. 저녁 내내 나는 박 선생의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강 선생은 전화로 감미로운 G선상의 아리아를 들려주면서 사랑한다고 속삭였지만 먼저 걸려온 박선생의 차분하다못해 울림통을 울려 나오는 웅얼거림 같은 전화목소리 때문에 심사가 꼬인 실처럼 비틀려 있었다. 박 선생은 저녁에 꼭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가 찻집에 다다른 것은 약속 시간보다 30분이나 지난 뒤였다. 박선생은 창백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10시가 조금 넘었는데도 찻집에는 연인인 듯한 젊은 남녀 한 쌍이 어깨를 편안히 기대고 앉아 있을 뿐이었다. 나는 굳어지려는 마음을 풀어볼 양으로 물을 홀짝 마셨다. "G선상의 아리아, 들으셨어요?" '녜?" "강 선생님..." 박 선생의 눈이 반짝하고는 빛을 잃는다. "뭐라구요?" 모든 감각기관이 박 선생을 향해 열렸다. 온 신경을 팽팽히 당긴다. "분위기가 디카프리오 같지 않아요?..... 나는 그를 사랑한다고 생각했었어요." 귀 안으로 벌떼가 몰려든다. 수십 마리, 아니면 수백 마리가 날아들면 이런 소리가 날 것이다. "...... 다른 사람도 아닌 그에게서, 내가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그 남자에게서 직접 들었으면...아니예요. 이렇게 엄청난 이야기는 직접 들으나 누구를 통해서 알게 되더라도 변할 수 없는 사실이니 마찬가지겠죠." 나는 와들와들 떨리는 몸을 주체하기가 힘들어 물을 마셨다. 젊은 두 남녀는 마주보고 입맞춤을 하는가. '눈앞에서 싹 꺼져버려!' "왜 저한테 강 선생님 이야기를..." 박 선생의 입가에 미소가 떴다 사라진다. "그 사람 다음 순례지가 신 선생님이라는 걸 진작에 알았어요. 그런데 그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 거예요. 그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제가." 박 선생 이전에 또 어떤 곳을 거쳤을까? 그런 남자에게 순례자라는 말은 얼토당토않다. 나는 절대 강 선생의 순례지가 아니다. 숨을 깊이 마셨다가 천천히 코로 내 쉬었다. 가슴이 꽉차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허전하지도 않다. "그 사람 할머니 뵈었나요?" 고개를 흔들었다. "할머니도 병의 흔적을 갖고 계세요. 약하긴 하지만. 한.센.병." 박 선생이 한. 센. 병. 하고 꼭꼭 찍어 말을 하면서 내 눈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한센병. 전에 어디선가 읽은 기억은 있는데. 어감이 부드럽다. 이런 이름의 병도 내가 환절기 때마다 의례적으로 앓곤 하는 감기몸살처럼 온몸이 쑤시고 아플까? 그런데 왜 박 선생은 '할머니도'라고 할까? "소록도에 그 사람 부모님도 살아 계세요." 나를 지탱해주던 마지막 보루마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젊은 남녀가 부둥켜안은 채 바닥으로 통나무처럼 뚝 떨어진다. 실제로 나는 그 순간 옆으로 쓰러졌었나 보았다. 박 선생의 외마디 소리를 들은 것도 같고 그냥 보얗게 앉아 있는 걸 본 것도 같다. 19○○년 5월10일 따끈한 커피 잔에서 나오는 향내를 맡으며 책상에 엎드려 어젯밤의 꿈을 헤집어 보았다. 강 선생이 밤새도록 뭉그러진 손으로 나를 잡으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강 선생을 피해 다니느라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는데 이번에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다가오는 얼굴이 뒤틀린 여자가 막무가내로 내 옷을 잡아당겼다. 소리를 지르려고 해도 말이 되어 나오질 않는다. 그런데 마이크처럼 뭉그러진 손에서 소리가 났다. '내 곁에 있어줘요.' '사랑해요.' 귀를 막았다. 이번에는 'G선상의 아리아.' 머리를 흔들며 다 식은 커피를 입에 가져가는데 행진곡이 울렸다. 5월의 아침 햇빛을 받으면서 행진곡이 아이들을 운동장 가운데로 불러모은다. 조기 꼬불꼬불 늘어선 아이들은 1학년일 테고 고 옆이 2학년 그 옆이 아! 3학년. 강 선생님. 그녀는 늘어진 어깨로 자리에 와 앉았다. 나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저린데. 강 선생님은 분명히 박 선생에게 사랑한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결혼 하자고는 않고 부모님 이야기를 먼저 했다고 했지. 강 선생은 자신이 미감아 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한 도구로 나를 선택한 건 아닐까? 애벌레가 식성 좋게 배춧잎을 먹어댄다. 이번이 마지막 먹음일 텐데 지렁이는 애벌레 쪽에서 꾸물댄다. 저 빨간 살덩이가, 저 하등동물이 사랑을 알면 어쩌겠다는 건다. 애벌레는 나비가 되어 날아가면 그 뿐인데. 사람인 나도 이렇게 복잡해진 머리와 가슴으로, 창백해진 믿음으로 앉아 있는데. 박 선생은 단칼에 무 자르듯 돌아섰다고 했다. 지금은 정상인으로 살아가지만 무서워서 싫다고 했단다. 자식이 잘못될까봐 싫다고 했다던가. 그리고는 씩씩하게 산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몸살을 앓는 것 같다고. 아니 멀쩡한 남자에게 상처를 줘서 벌을 받는 것 같다고. 박 선생은 끝내 그녀의 앞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사랑했다고. 강 선생은 처음부터 신 선생에게 마음을 두고 있었는데 자기가 유혹했었다며 욕해도 달게 받겠노라고도 했다. 전산실에서 본 강 선생의 얼굴이 모자이크처럼 찢어졌다 일그러졌다 붙는다. 행진곡이 귀청을 때릴 듯이 울린다. 황급히 몸을 운동장 쪽으로 내밀었다. 아이들이 이리저리 엉긴 채 교실로 들어가는데 먼지도 보얗게 따라 나선다. 나는 카메라가 훑듯 운동장을 눈으로 훑는다. 없다. 얼굴에 열이 오른다. 왜 강 선생을 찾는가? 분명히 나는 그를 사랑하는 게다. 벌떡 일어났다. '강 선생님. 지금 내가 가요. 그러니 말 해줘야해요. 내게 바라는 게 뭔지.' 아이들이 교실에서 떠드는 소리가 왁자하게 나고 왔다갔다하는 것을 보니 아직 강 선생은 안 들어온 게 분명하다. 나는 떨리는 마음을 추스르려고 복도를 어슬렁거렸다. 골마루 판자 바닥 위로 개미가 줄지어 간다. 도대체 저 개미는 학교에 무슨 먹이가 있다고 자리를 잡았을까. 바보들. "신 선생님."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드니 강 선생이 복잡한 얼굴로 앞에 서있다. 순간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불쌍한 사람. 나는 왜 이렇게 이기적일까? 저 사람은 얼마나 건강한가. 아무 데서도 한센병의 흔적을 찾아낼 수가 없잖은가. 강 선생은 담배를 물고 운동장 쪽을 내다보며 혼잣말을 했다. "한참 기다렸어요 과학실에서. 나를 만나러 여기까지 온 줄도 모르고." "...." "그런데 왜 울어요. 설마 어젯밤 내내 생각하느라 눈이 짓무른 건 아닐테고." 나는 울다가 웃었다. 강 선생은 내 어깨를 툭 치며 "수업 끝나고 갈게요. 할 얘기가 있어요." 하고는 교실로 들어갔다. 아이들의 소리가 문을 여닫는 것을 따라 와악하고 퍼지다 도로 갇힌다.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할 얘기가 하, ㅏ, ㄹ, o, ㅒ, ㄱ, ㅣ로 분해되어 온 몸에 내려 앉는다. 발자국을 땔 때마다 비그르르 웃으며 따라온다. 어지럽다. 봄에 느낀 아지랑이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다면. 과학실로 돌아와 2차시에 있을 4학년 실험 수업 준비를 했다. 어렸을 적에 하늘을 나는 꿈을 꾼 적이 있었다. 소리라도 지르고 싶을 만큼 좋은데 떨어질까 봐 뱃속이 간질간질 했었지. 나는 구름 위를 걷듯이 4층으로 걸어 올라가 전산실 문을 열었다. 그런데 어디에도 기댈 곳 없이 을씨년스럽다. 어제의 박 선생이 하얗게 바랜 얼굴이 새삼 떠올랐다. 차가운 마음으로 앉아 있었을 박 선생. 박 선생이 마셨을 공기를 흠뻑 들이 마셨다. 박 선생이 걸었을 교실 바닥을 이리저리 걸어보았다. 박 선생이 만졌을 창틀을 만지고 벽에 기대어 생각에 잠겼다. 그래 이건 아니다. 아니야. 나는 강 선생을 좋아하지 않아. 아니 그런 적도 없었고 앞으로도 나는 그를 좋아하지 않아. 사랑이라니, 그런 터무니없는 말을. 나는 강 선생으로부터 자유롭다구. 얼마든지 자유로울 수 있어. 박 선생처럼 씩씩한 척을 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씩씩할 수 있어. 컴퓨터를 켰다. 컴퓨터는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꺼버릴 듯이 눈을 부라린다. 비밀 번호라. 어제도 켰는데. 비밀번호. 비밀번호. 한하운 시인이 어떤 시를 지었더라? 한 고개 넘어서 손가락 하나 묻고 한 고개 넘어 또 한 개의 손가락을 묻었다던가. 그 옆에만 가도 살 썩는 냄새가 날거야. 행진곡이 울리면서 방송으로 남자선생의 목소리가 꽝꽝 울린다. 오늘부터 중간놀이를 하니까 빨리 운동장으로 나오란다. 그녀는 전출생디스켓을 만들기 시작했다. 햇살은 벌써 따가울 텐데. 나는 골방에서 살 썩는 이야기나 기억해냈다. 흐흐흐. 손등을 이빨로 물어뜯었다. 아, 피, 이건 피, 썩은 살이 아니라도 살은 뜯긴다. 썩은 살이 아니라도 냄새가 난다. 비릿한. 생리. 반쯤 마른 오징어. 점심 시간이 되어서야 과학실로 내려왔다. 아이들이 정리를 했다고는 하나 실험기구며 교실 바닥이 어지럽다. 오후에 수업할 준비를 대충 해놓고 교무실로 디스켓을 가지고 갔다. 교무실은 텅 비어 있었다. 보통 때는 주번교사가 지키는데 오늘은 동굴 속 같다. 갈 수도 없고 서성대는데 전화가 때르릉 울렸다. 새삼스레 교무실을 둘러본 나는 천천히 수화기를 들었다. 전화기 저편에서 된 숨을 몰아 쉬었다. "초등학교입니다." '나 교감이요. 교장선생님 교무실에 안 계십니까?" "안 계십니다." "교장 선생님 뵈면 강 선생 상태가 안 좋다고만 전해 주시오. 종희는 괜찮고." 전화가 끊겼다. 한센병은 잠복기간이 10여 년이고 발병은 갑자기 되는게 아니라던데. 종희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3학년 교실로 올라갔다. 3학년1반 아이들은 벌써 책가방을 메고 교실을 나서고 옆 반 아이들도 집에 갈 준비로 부산하다. 나는 옆 반 교실로 무조건 들어갔다. "강 선생님이 어떻게 됐어요?" 돋보기 쓴 선생님의 대답이 커다란 망치처럼 내 귀를 두드렸다. "나도 잘 모르지 종희를 안고 가다 교통사고가 났다는 것 밖에는." 간신히 교실을 나왔다. 상태가 안 좋다. 교통사고가 나서. 종희는 괜찮다. 애벌레가 움직임이 둔하다. 벌써 때가 되었나? 흙 위로 나온 지렁이가 사랑의 몸짓을 한다. 뭄부림을 친다. 바보 지렁이, 바보 종희, 바보 강 선생님, 바보 나. 지렁이는 한참동안 제 몸을 부비다가 애벌레를 넘겨보다가 저 혼자 늘어져 있다가 천천히 흙 속을 파고든다. 아주 천천히. 애벌레는 가만가만 지렁이를 흘깃거리다가 지렁이가 흙 속으로 완전히 꼬리를 감추자 배춧잎을 부지런히 먹어댄다. 너희들 서로 사랑하는구나. 말 안해도 알아. 그리고 슬퍼하는 거지? 아서라. 서로 갈 방향이 다르잖니. 너는 기다리고만 있어도 날개에 금가루 은가루를 묻히고 하늘을 날 수 있어. 너를 부러워하는 것들이 많단다. 이 세상은 넓고 참 아름답고 멋진 곳이야. 그런데 지렁이를 보렴. 눈도 코도 입도 없어. 화려한 날개는커녕 다리도 없지. 어둠 속에서 축축한 습기를 즐기며 사는 너보다 훨씬 못난 동물 같지 않은 동물이야. 5시에 울리는 차임벨 소리를 들으며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 과학실 문을 열고 닫고 그리고 계단을 내려와 교문을 나섰다. 햇살이 따갑다. 해가리개를 만들어 하늘을 봐도 해가 보이지 않았다. 일기는 여기서 일단 끝나는 듯했다. 벽시계가 어느 새 11시를 가리키고 있다. 그녀는 일기장을 소파 위에 둔 채로 일어났다. 주전자에 물을 담아 원두커피 몇 알을 띄워 가스 렌지 위에 얹고 불을 약하게 켜 두었다. 집안 구석구석 커피 향이 배는 걸 그도 그녀도 좋아해서 가끔 그렇게 한다. 그녀는 다시 소파 위의 일기장을 집어들었다. 분명하진 않지만 뭔가를 더 적어 놓았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몇 장을 넘기니 그녀의 기억대로 날짜도 없이 휘갈겨 쓴 몇 장의 글이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날짜는 없지만 앞의 날짜를 짐작해서 그녀 나름대로 날짜를 눈으로 적어가며 읽었다. 19○○년 5월11일 나는 지렁이의 안내를 받으며 흙 속을 헤치고 걸어갔다. 숨을 못 쉬면 어쩌나 하는 생각과는 달리 공기는 쾌적하고 새벽의 동틀 무렵처럼 적당히 감춰진 햇빛 탓인지 모든 사물이 아름답게 보였다. 마을은 사람이 사는 곳과 아주 흡사해서 흙 속 나라에 온 것 같은 기분이 전혀 들지 않았다. 지렁이는 간편한 옷을 입고 모자까지 쓰고 있어서 흉하다기보다는 전부터 잘 알던 것 같은 친근함 마저 들었다. "아가씨. 부탁이 있어서 초대를 했습니다." 지렁이는 여름날 앉는 들마루로 나를 안내한 다음에 입을 열었다. "눈치채셨겠지만 저 애벌레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나는 알고 있다며 웃었다. "그런데 곧 갈 거라면서..." 말을 잇지 못하는 지렁이를 차마 쳐다 볼 수가 없어서 손가락만 만지작거렸다. "가지 말라고 했더니 자연의 법칙이니 어쩔 수가 없다고... 나는 그딴 것 모르니 가지 말라고 했더니... 울면서 죽고 싶다고... 제발 부탁입니다. 애벌레더러 잡지 않을 테니 죽지는 말라고 전해 주세요. 꼭." 지렁이가 주춤주춤 내 무릎께로 다가앉았다. 어느 새 뻘건 살덩이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뒤로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자갈길도 달리고 시냇물도 휙휙 뛰어넘었다. 그런데 앞에서 달려들어오는 또 다른 뭉그러진 살덩이., 아, 살, 아, 있, 는 살덩어리들. 나는 손을 잡는 다른 손에 두 손이 잡힌 채 눈을 떴다. 어딘가, 처음 보는 천정이다. "정신이 드냐?" 엄마다. 집은 아닌데. 크레졸 냄새와 함께 간호사가 내려다보며 링겔병을 만지고 나갔다. "디 큰 딸년 묻는 줄 알고 며칠 못 잤더니. 인제 됐다." 엄마가 머리를 쓸어 올려 주며 눈물을 글썽였다. "엄마, 강 선생님." "쯧쯧, 박 선생한테 얘기 들었다. 이런 말해서 안됐다만 참 나쁜 사람이다. 어째 그런 사람이 멀쩡한 처자를 넘보는 거냐 그래." "얼마나, 어떻게 됐어요 엄마." "많이 상했다더라. 사람노릇 할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만." 나는 그 자리에 도로 누웠다. 강 선생이 살아있다. 감사합니다 하느님.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지요. 강 선생만 있으면 개똥이 아니라 더한 곳이라도 괜찮아요. 19○○년 5월 13일 병원에 달려갔을 때 강 선생은 반 토막의 몸으로 내 앞에 나타났다. 종희를 안고 쓰러지면서 대형트럭의 바퀴에 두 다리가 그 자리에 절단되었는데 종희는 타박상만 입었다고 했다. 강 선생은 내 얼굴을 아예 보려고도 않고 고개를 벽 쪽으로 돌려버렸다. 강 선생의 할머니는 병원에 오지도 못하고 몸져누웠다고 했다. 불쌍하신 분. 끄트머리에 붙이는 글은 일기장의 끝 부분에 휘갈겨 쓴 것인데 어떻게 날짜를 적어볼까 하다가 그냥 읽기로 한 부분이다. 20여 년이 지났지만 그 때의 놀라움이 되살아난다. 나는 그 후로 학교에 꼭 두 번 갔다. 한 번은 강 선생이 1차 수술을 끝내고 바로 강 선생의 물건을 정리하러 3학년 1반 교실에 갔었고 한 번은 내 짐을 꾸리러 갔었다. 짐이랄 것도 없지만 과학실에 있는 교사용 책상 서랍을 정리해 쇼핑백에 담아 나오던 나는 습관처럼 사육상자 앞에 섰는데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지 못한 채 죽어 있었던 것이다. 먹이가 모자랐는가하고 살펴보았지만 누렇게 말라 바닥에 뒹구는 배춧잎을 발견하고 말았다. 나는 그만 불가사의한 사실 앞에서 입을 틀어막은 채 울고 말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단 말인가. 웃는 듯이 그렇게 죽어 있었다. 죽어서 썩은 것이 아니라 파랗게 말라 있었다. 마른 누에처럼 아름다운 미이라로. 그녀는 등을 소파에 깊숙이 묻고 눈을 감았다. 애벌레와 지렁이의 일이 어제의 것처럼 가슴 한켠이 아려온다. 그 뒤로 지렁이와 애벌레를 어떻게 했나 생각은 없지만 참으로 아름다운 사랑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코끝에 커피 향이 배어든다. 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 마셨다. 천천히 내뱉는다. 가슴 가득 세월이 남는다. 휠체어를 타지만 자상한 강 선생과 두 딸의 따뜻함이 가슴이 터질 듯이 차 오른다. 그녀는 살며시 눈을 뜨고 거실바닥에 에너지를 쏟아 붓는 햇살을 보며 일기장을 덮었다. -끝- 충북 청주 남평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