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47,236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도서관으로 올라가는 이층 계단에 하얀 꽃잎 하나가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손으로 주우려는 순간 꽃잎은 나비가 되어 팔랑 눈앞에서 날아갔습니다. 날아가는 나비를 한참동안 바라보면서 꽃잎이라고 생각했던 사물이 나비였다는 사실이 신기하였습니다. 어떤 요정이 꽃잎에 요정가루를 뿌린 것이 아닐까하고 엉뚱한 생각을 하였습니다. 우리들이 무심코 보는 사물에 대해 작가는 상상력을 동원하여 아주 깊은 곳까지 사유하여 쓴 책을 읽었습니다. 『김선우의 사물들』은 숟가락, 거울, 의자, 반지, 못, 걸레 등 어디에나 보이는 일상적인 물건들이 그 소재로 등장합니다. 푸른 감자를 긁던 어머니의 기억에서 시작된 사유는 숟가락이 가지는 본질적인 둥근 부드러움과 섬김으로 이어지면 작가의 추억과 버무려져는 글은 감칠맛을 더하며 읽힙니다. 그곳으로 바람이 들어오고 나뭇잎 몇 장이 쓸려오고 고양이가 걸어가고, 길 잃은 풍뎅이 한 쌍이 의자 밑 그늘 속에서 사랑을 나눈다 해도, 매번 등을 구부려 의자 밑을 확인해보지 않는 한 그곳은 비밀스러운 파동을 유지한다. 게다가 그 비밀스러운 통로는 우리들의 엉덩이 바로 밑에 존재하는 것이다!/의자 스스로를 구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스스로일 뿐이라는 것을 그는 온몸으로 보여준다./쓰레기통 소라 껍데기는 한 채의 집이다. 사랑을 나누고 움직이고 자라던 산 것의 몸이고 동시에 집이다./소라 껍데기 모든 우연은 필연이 몸을 감추는 방식이며, 또한 몸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여행은 땅과 공명하고 사람과 공명하는 여정이다./여행 작가 김선우는 시인의 눈으로 사물의 영역과 경계를 허물고 생각의 범위를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내밀하고 깊은 관찰이 글쓰기의 기본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글을 읽으며 내 주변의 사물에 대해 얼마나 깊이 있게 그리고 따뜻하게 바라보았는지를 반성하였습니다. 그녀의 시 ‘연두의 내부’, ‘단단한 고요’, ‘감자 먹는 사람들‘을 읽다보면 얼마나 사물에 대한 깊은 사유와 성찰로 이어지는지를 알게 됩니다. 그녀의 시에서 보여주던 시적 언어가 다시 산문의 언어로 변하여 꽃잎 같았던 시어는 배추흰나비가 되어 날아다님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처서를 지나고 확연히 달라진 들판 풍경과 확실히 더 잘 들리는 벌레소리들은 큰 걸음으로 다가서는 가을을 느끼게 합니다. 먼 곳에서 시를 쓰는 벗에게 가을이 왔다고 엽서 한 장을 쓰렵니다. 모두 행복한 가을맞이하시기 바랍니다. 『김선우의 사물들』, 김선우 지음, 단비, 2012
교총이 4대 비위 징계자의 교장(감) 승진임용을 ‘영구’ 배제하는 교육부의 ‘교장승진임용제청강화방안’(지침)을 즉각 폐기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교총은 최근 교육부, 시도교육감협의회, 국가인권위원회에 공식 건의서를 전달하고 “징계 시기, 경중, 기록 말소 여부 등을 고려하지 않고 승진제한기간 없이 모두 배제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공무담임권 침해”라고 강조했다. 특히 상위법령인 현행 교육공무원임용령이 승진제한기간을 강화하며 개정 시행일(2011년 11월30일) 이후 비위 징계자에게만 적용하도록 한 데 반해, 교육부가 내부 지침을 통해 징계 시기와 관계없이 영구 배제토록 규정한 것은 헌법상 교원지위 법정주의, 과잉금지, 소급행정입법금지의 원칙 등에 위배된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했다. 교총은 또 “국가공무원 복무․징계관련 예규 상 ‘말소된 징계로 승진 등에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 등에도 반하는 지침”이라며 폐기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고법 행정3부는 2015년 3월 경기도 A교사가 교육감을 상대로 낸 ‘교감승진 임용 제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징계 말소 기간이 지난 후에도 같은 비위 사실로 승진을 제한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지난 2월 판결한 바 있다. 현재 교육청은 대법원에 항고한 상태다. 또 2015년 3명의 교원이 해당 지침에 대한 위헌심판 청구를 제기해 심리가 진행 중이다.
에드워드 H.카는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이 역사의 연장선 일제강점기 수탈의 현장 군산에 보물섬남해독서학교 아이들이 호흡을 같이했다. 말복을 넘긴 다음 날 팔월의 태양에 달구어진 대지는 열을 내뿜는다. 두어 시간여 만에 금강하구와 서해를 보며 군산 시내로 들어선다. 군산은 1899년 5월 1일 일제에 의해 강제로 개항되기 전 옥구군에 딸린 조그만 포구였다. 하지만 강화도조약 이후 일곱 번째 개항되어 호남 곡창의 쌀을 일본으로 실어내는 거점이 됐다. 개항 당시 500명이 채 안 되는 인구는 8,000여 명의 일본인이 건너오고 소작에 나선 조선인들까지 합쳐 북적대는 도시가 됐다. 조금 이른 느낌이 들지만 북적거리는 시간을 피해 바다와 가깝다는 빈해원이란 중국식당으로 첫 일정을 시작한다. 이 집은 군산에서 65년 된 중국집으로 원주인은 대만으로 가고 아들이 운영하고 있는데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 촬영지로 유명세를 탔다. 소박한 중국집이지만 가운데 긴 홀이 있고 홀 양쪽으로 죽 늘어선 이층복도와 아치형 천정은 중세 성당 같은 묘한 느낌을 준다. 점심을 먹고 아이들과 함께 탁류를 집필한 소설가 백릉 채만식 문학관으로 향한다. 채만식은 1902년 전북 옥구에서 태어나 중앙고보를 거쳐 일본 와세다 대학 영문과를 중퇴했다. 흔히 채만식을 풍류 문학가 또는 불란서 백작이라고 부른다. 비록 수중에 돈은 없지만 언제나 곤색 상의에 회색 바지를 깨끗이 입고 모자까지 쓰고 다니는 신사풍의 그를 보고 주위 사람들이 붙여준 것이다. 내성적인 성격과 외곬은 배타적인 면, 한번 잘못 본 사람은 끝까지 미워했다고 한다. 그의 대표작은 장편 소설인 '탁류'인데 부조리에 얽힌 1930년대의 사회상 풍자와 군산을 무대로 일제강점기 시대의 억눌린 서민들의 삶을 기록한 수작이다. 문학관 2층에서 금강하구를 바라본다. 시선이 닿은 곳은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와 금강이 만나는 하구라 짙은 회색빛 펄이 박무 낀 날씨와 닮아있다. “에두르고 휘몰아 멀리 흘러온 물이, 마침내 황해바다에다가 깨어진 꿈이고 무엇이고 탁류 째 얼려 좌르르 쏟아져 버리면서 강은 다하고~.” 탁류의 한 부분이다. 맑던 물도 군산에 이르면 탁류로 변한다는 암시적인 표현을 통해 일제 수탈의 역사가 서린 군산을 말하고 있다. 문학관에서 시대적인 상황을 이해한 아이들은 이영춘 가옥으로 향한다. 이 가옥은 일제강점기 시절 전국 5대 갑부 중 하나인 일본인 대농장주 구마모토가 1920년경 조선총독부 관저와 비슷한 건축비를 들여 만든 초호화 건물이다. 미터법을 사용한 우리나라 최초의 건축물로 외부형태는 유럽식 벽난로와 다다미는 일본식, 침실은 한식 온돌을 설치한 특이한 아름다운 가옥이다. 그리고 1935년 33세의 젊은 나이에 자혜의원 원장으로 부임하여 농촌 의료에 헌신한 한국의 슈바이처라 불리는 이영춘 박사가 해방 직후 구입하여 진료소로 이용하다 지금에 이르고 있다. 좁은 공간에 약간 불편한 면도 있었지만, 아이들은 일본의 토지조사사업과 산미증식계획으로 수탈에 메말라져 간 우리 소작 농민들의 아픔과 고통을 한 장씩 담는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으로 향하는 길은 시내를 통과한다. 차창 밖으로 길게 줄을 선 인파 사이로 이성당 빵집의 상호가 보인다. 이 빵집 또한 일제의 흔적으로 그 시작은 일제강점기 이전 일본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70년을 합치면 족히 100년을 넘는다. 지금은 그 비법을 이어받아 우리나라 사람이 운영하고 있는데 단팥빵과 야채빵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역사의 눈물을 머금은 그 빵이 달콤할지 의문이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일정이 시작된다.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 어느 곳도 일제의 수탈을 피할 수 없었다. 그 모습 하나하나를 모은 곳이 바로 이곳이다. 군산 하면 뜬다리부두가 유명하다. 군산 내항에 있는 뜬다리는 모두 7개였었는데 지금은 3개만 있다고 한다.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 서해안의 물 수 위에 따라 물이 들어오면 수위가 높아지면서 다리가 떠오르고 물이 빠지면 다시 다리가 가라앉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수탈의 편리성 때문에 뜬다리가 만들어졌지만 과학적 원리는 높이 살만하다. 일본은 이 군산 내항을 통해 호남지역에서 생산되는 200만 석이 넘는 쌀을 수탈해갔다. 일본이 그 쌀로 배가 터지도록 먹을 동안에 우리 민족은 먹을 것이 없어서 배를 곯아야 했다. 보릿고개까지 겹치는 계절이 올 때는 고통이 배가 됐을 거란 생각에 숙연해지며 분노에 저절로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토인비는 인류의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기록이라고 했다. 과거의 역사적 사실이야말로 우리가 사는 현재의 거울이자 살아가게 될 미래를 밝혀주는 등불이다.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민족, 계급, 종교와 같은 갈등요소로 첨예하게 대립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역사 인식의 출발점이다. 이번 군산 독서여행을 통하여 미래의 주인인 아이들이 긍정의 역사 관점에 비판 정신을 더하여 혁신과 개선으로 인류 발전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사고의 폭을 넓히는 기회가 되기를 모아본다.
늦은 장마로 유월의 태양은 도심을 달구고 있다. 문을 여는 순간부터 노인 요양병원 특유의 냄새가 온몸을 감싼다. 삶과 죽음이란 양날의 검을 가진 시간은 환자와 방문객의 발소리에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한다. 요양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온기 없이 흔들리는 촛불 같은 삶의 모습이 가슴을 저미게 한다. 의미 없이 중얼거리는 할머니, 서성거리기만 하는 할아버지, 초점 없는 시선으로 천정만 응시한 채 코로 연결된 호스로 음식을 받는 어르신 등 형언하기 어려운 모습이 낯선 거울처럼 비친다.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은 사실이지만 조금 더 편안한 노후를 맞이하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뜻한다고 다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게 우리네 인생이다. 독백을 흔들며 비슷한 상황 속의 장모님께로 시선을 돌린다. 한 달여 만에 방문이다. 반가운 기색은 흥건하게 젖은 눈에서 전해지지만 입술만 파르르 떨린다. 연명의 대가로 말도 못 하고 움직일 수 없는 것은 죽음보다 더한 형벌이다. 지금 당장 나 자신이 이런 상황이라면 어떠할까? 뇌졸중 발병 후 요양병원에 머무른 기간이 사 년을 넘어서고 있다. 그동안 근육은 다 빠지고 반투명해진 살갗은 뼈에 달라붙었다. 뇌졸중은 몸의 우측과 언어를 관장하고 있는 대뇌 피질 좌뇌의 언어광장 브로카 영역을 손상해 인간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을 영원히 빼앗아 고립시켰다. ‘언어 없는 삶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살아있다고 해도 산 것이 아닐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신경외과 의사 폴의 말이 되살아나 가슴을 헤집는다. 삶과 죽음!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의지와는 상관없이 거리가 0에 가까워지는 죽음이란 점근선을 향해 나아간다. 이 기간에 모든 사람은 사연은 다르지만 파란만장한 고개를 무수히 넘나든다. 이런 유한의 과정에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며 죽음을 뒤좇아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똑바로 마주 보려고 한 사람이 폴이었다. 고교 시절 그 당시 유행한 산울림의 ‘청춘’이란 노래를 유달리 애창한 동창생이 있었다. 소풍 가는 날이면 교련복에 커다란 카세트 라디오를 어깨에 메고 노래를 따라 부른 그는 보리가 익어 갈 무렵 억지로 세상을 달리했다. 장례식 날 그의 아버지는 차일 아래서 뜨물 같은 막걸리를 목으로 털어 부으며 낡은 검정 고무신 한 짝으로 땅을 치며 피를 토하는 절규가 메아리 쳤다. 지금도 간혹 묻는다. 그게 제일 나은 선택이었을까? 서른여섯 해 폴의 삶은 짧지만 자신과 가족에 대한 뜨거운 진행형의 숨결이었다. 그는 삶에 있어 고통을 피해 생존을 위한 분투가 없는 것은 줄무늬 없는 호랑이를 그리는 것이라고 했다. 폴은 암 진단 후 다들 포기할 줄 알았지만, 암이 안정세에 들어가자 신경외과 레지던트로서 하루 열여섯 시간의 근무를 시작한다.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다. 그래도 계속 나아갈 거야.’를 외치며 죽음은 단 한 번 일이지만 불치병을 안고 살아가는 것은 계속 진행되는 과정이다. 고뇌에 빠지는 일은 생존 가능성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레지던트로서 뜨거운 삶을 시작한다. 하지만 불가항력이었다. 폴의 숨결이 바람으로 남겨준 것은 무엇일까? 신경외과 의사이며 뇌 과학자로 장밋빛 앞날이 예고된 지점에서 암에 점령당한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만든 것은 바로 인간에 대한 소중함과 가족에 대한 사랑이었다. 폴은 의대생 시절 환자를 서류처럼 대할 것이 아니라 모든 서류를 환자처럼 대하기로 한다. 이 의지를 출발점으로 의사의 의무는 죽음을 늦추거나 환자에게 예전의 삶을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삶이 무너져 버린 환자와 그 가족을 품고 다시 일어나 자신들이 처한 실존적 상황을 마주보고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돕는 것이라 했다. 정말 의사이기 전 인간 본연의 모습이다. 사람은 대개 어려움에 부닥칠 때 두 가지 형태를 보인다. 제일 가까운 사람끼리 서로를 탓하며 증오하다 스스로 자멸해 버리는 경우와 폴의 부부와 그를 둘러싼 가족처럼 모두 하나가 돼 예비 된 시간이지만 값지게 삶을 디자인하며 응원하고 마음을 모아 나아가는 경우다. 죽음은 궁극적으로 본인에게 해당하는지만 관계성으로 보면 부부와 가족으로 얽혀 있다. 지금 우리는 사랑하면서 살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하지만 관계의 사랑을 모르는 우리는 제일 가까운 사람에게 증오의 조각도로 상처를 깊게 새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모두 내 곁의 소중함을 망각한 정신을 놓은 형태이다. 살아간다는 것, 온전한 정신으로 산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다. 미움과 증오보다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더 심어야 한다. 우리는 공기처럼 가까이 내 주변에 있는 것에 사랑하는 일이 인색하다. 쉽고 편안한 길을 선택해 스스로 멸망케 하며 만남이란 소중한 설렘도 사소한 이익 앞에서 스러지는 현실이다. 모두 자신과 자본의 가치만 중요시하는 이 시점에 목적과 의미로 가득한 날들이 소중함을 이 책은 남기고 있다.
EBS가 지난 8월 15일 제72회광복절 특선으로 ‘동주’를 방송했다. 2016년 2월 17일 개봉한 영화이니 1년 6개월 만에 지상파 TV 전파를 탄 셈이다. 비교적 빠른 TV 방송인데, 이제서야 보게 됐으니 지각 관람이랄 수 있다.방송이 낮 12시 10분부터라 점심식사 시간과 겹치는게 부담스러웠지만, 윤동주 생각으로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길 겸 시청을 강행했다. 사실 월간 ‘한울문학’ 3년 연재를 마치고난 후론 영화감상의 날이 그만 무뎌지고 말았다. 그때그때 영화를 보지 않고 그냥 넘어가곤 해서다. 가령 6월 28일 개봉한 ‘박열’을 달포가 지나서 보는 식이다. 감상=집필이란 나름 공식을 견지하다보니 빚어지는 현상이라 할까. 쓰기 위해 영화를 보는 뭐, 그런 경우가 되고만 것이다. ‘동주’는 5억 원 규모로 만들어진 흑백영화다. 이준익 감독은 “막대한 자본을 들여 윤동주에 대한 영화를 만드는게 소박한 삶을 지향했던 고인의 삶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중앙일보, 2016.2.2.)며 저예산 흑백영화인 이유를 설명했다. 아다시피 이준익 감독은 ‘동주’ 직전 해인 2015년 총제작비 96억 원의 사극 ‘사도’를 연출, 흥행했다. ‘동주’는 민족저항시인 윤동주(1917~1945)를 주인공으로 한 최초의 영화이다. 평전이나 연구서가 여러 권 출간된 것에 비하면 일견 의아한 일이다. 이를테면, 오히려 늦은 윤동주 영화인 셈이다. 2016년 3월엔 KBS가 다큐멘터리 ‘불멸의 청년 윤동주’를 제작⋅방송한 바 있다. 그뿐이 아니다. 70주기를 맞아 윤동주에 대한 조명이 활발했는데, 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 공연도 그중 하나이다. 고교에서 윤동주를 가르치던 나도 특별히 유념한 것이 있다. 군산여자상업고등학교나 전주공업고등학고 같은 특성화고 시험에서 윤동주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답이 되도록 주관식 문제를 꼭 냈던 것. 곧바로 사회인이 되는 특성화고 학생들이 그 정도는 교양 차원에서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일까. 서거 70주기를 맞아 복간된 윤동주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두 달 만에 5만 부가 팔렸단다. 그 열기는 영화 ‘동주’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거나 나타났다. 자그만치 117만 5143명을 극장으로 불러들였으니까. ‘동주’의 손익분기점이 27만 명쯤으로 알려졌으니 117만 5143명은 완전 대박인 수치라 할 수 있다. ‘동주’는 28세라는 짧은 생애의 윤동주(강하늘)를 객관적으로 그린다. 1943년 취조 장면으로 시작해 1935년 북간도에서의 중학생 시절을 회상하는 나라따아즈 방식이다. 경성의 연희전문 시절과 일본으로의 유학과 검거, 그리고 후쿠오카 형무소에서의 취조와 죽음이 펼쳐진다. 그 중간중간에 유명한 시 ‘별헤는 밤’⋅‘서시’ 등이 낭송된다. 사실 ‘동주’는 재미와는 거리가 먼 일종의 다큐영화이다. 그런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허구적 인물인 연희전문 여학생 이여진(신윤주)과의 교유나 일본에서 그를 돕는 일본인 쿠미(최희서) 이야기는 그 때문인 듯하지만, 내가 보기엔 윤동주와 상당히 대비되는 사촌 송몽규(박정민)의 삶이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한다. 그만큼 송몽규의 비중이 크게 그려졌다. 공산주의, 혁명, 상해임시정부 등 실천하는 독립운동가인 송몽규와 반대 지점의 윤동주 삶이 현란하게 대비되어 지루할 틈이 없는지도 모른다. ‘동주와 몽규’를 제목으로 해야 맞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때 흑백화면은 엄혹한 일제침략기를 상징하는데 안성맞춤으로 보인다. 송몽규와의 현란한 대비는 윤동주의 부끄러움을 비춘다. “그림자처럼 따라가기만 한게 부끄러워 서명 못한다”는 윤동주의 절규가 가슴을 저릿하게 하지만, ‘개죽음’을 떠올리게도 한다. 송몽규처럼 적극 나서지 못한 자신을 시를 통해 부끄러워하고 있을 뿐인데,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다니! 새삼 일본제국주의의 잔혹함이 전율을 일으킨다.
경기 소안초(학교장 오이영)는 생활경제 교육으로 아이들에게 어려서부터 경제 개념을 심어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시장(가게)놀이, 금융 강사 초청 경제 교육, 금융기관(농협) 방문 등의 체험 경제 교육을 통해경제의기본개념을이해하고생산과소비의과정을쉽게이해할수있도록하고있다. 현장체험학습도 저학년은 키자니아, 고학년은 잡월드를 선택해서 학년별 수준에 맞는 경제 교육을 실시한다. 생활경제교육은 경제의 기본개념 뿐 아니라 진로교육 차원에서도 꼭 필요한 교육이다. 학교 폭력이 없는 행복한 학교, 체험 경제 교육으로 21세기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소안초등학교는 지역의 명문 초등학교로 자리메김하고 있다.
"한국인·일본인 이 사건 잘 몰라… '우키시마마루(浮島丸·우키시마호) 희생자 추모 15년 전부터 강연 하면서 알려요" 해마다 8월 24일이 되면 일본 교토 북부 마이즈루(舞鶴)시에서는 '우키시마마루(浮島丸·우키시마호) 희생자 추모 행사가 열린다. 이러한 행사는 일본인 요에 가쓰히코(余江勝彦·76) 회장이 주도하고 있다. 그는 40년째 우키시마호 침몰 사건의 조선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일본이 패망한 직후인 1945년 8월 21일 오후 10시, 아오모리현 오미나토항에서 조선인 징용 노동자와 가족 등 3735명(일본 정부 발표)이 일본 해군 수송선 우키시마호(4740t)에 올랐다. 일제강점기 비인간적인 생활에서 벗어나 꿈에 그리던 고향에 돌아가는 부산행 귀국선이었다. 그러나 3일 뒤인 24일 오후 5시 20분, 마이즈루 앞바다를 항해하던 우키시마호에서 의문의 폭발이 일어났다. 배는 순식간에 한가운데가 절단된 채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인근 마을 사람들의 구조 작업에도 524명의 조선인과 25명의 일본 승무원이 목숨을 잃었다. 마이즈루시의 한 주민은 "배에서 나온 기름이 바다를 검게 뒤덮었고, 주민들이 엔진도 안 달린 배를 타고 나가 밤늦게까지 사람들을 건졌다"고 전했다. 요에 회장은 지난 1978년 우키시마호가 침몰한 바다가 보이는 곳에 조선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동상을 건립하고 매년 추모 행사를 열고 있다.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하고 마이즈루시에서 미술 교사로 근무하던 그는 "조선인 희생자들을 기리는 동상을 만들어 달라"는 마을 사람들의 부탁을 받고 동상을 만들었다. 그는 "처음에는 우키시마호 사건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며 "동상 제작을 위해 자료 조사를 벌이면서 억울하게 죽어간 조선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역사적 사실을 잊지 않고 전하는 것은 억울하게 희생된 524명의 조선인에 대한 일본인의 책임입니다"라고 힘줘 말한다. 그는 "전쟁만 아니었다면, 식민지 지배와 강제 연행만 없었다면 이런 비참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키시마호 사건이 그냥 잊혀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고 했다. 요에 회장은 "추모 행사는 사상·신조·종교 차이를 초월해 인도적 차원에서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열고 있다"며 "평소 대립각을 세우던 민단과 조총련도 이날은 한마음이 된다"고 했다. 15년 전 그는 퇴직했다. 퇴직한 후에는 일본 곳곳을 다니며 우키시마호 침몰 사건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조선인 징용자들이 일본에 끌려와서 겪은 어려움과 억울하게 죽어간 사연을 담은 작은 그림책도 만들었다. 요에 회장은 "일본 사람은 물론, 한국 사람들도 우키시마호 사건에 대해 잘 모른다"며 "슬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우리 모두가 역사의 진실된 내용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총이 17일부터 진행하고 있는 ‘교원 증원 촉구 및 기간제 교사·강사 정규직 전환 반대’ 청원에 열흘간 10만 5228명이 동참 한 것으로 중간 집계됐다. 교총은 교육부의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시급한 상황임은 인식해 회장과 참여자의 이름으로 청원서를 작성, 28일 청와대와 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에게 전달하고 근본적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다. 교총은 청원서를 통해 “기간제 교사와 강사의 정규직 전환은 교육법정주의에 위배되며, 전환에의 법적 근거도 없다”며 “정규직 교사와 강사의 정규직 전환은 법에서 제시하고 있는 교원이 되기 위한 임용시험을 통해 채용된 교사와 여러 해 동안 교원이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예비교사를 역차별하는 형평성 문제를 야기시킨다”고 지적했다. 또 교원 증원에 대해서도 현재 ‘임용절벽 문제’는 정부의 교원수급 정책의 실패를 예비교사들와 교육 현장에 떠넘기려는 비교육적이고 비정상적인 처사로 규정했다. 이어 교원 1인당 학생 수와 학급 당 학생 수 등 전반적인 교육 여건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수준에 못 미치고 있는 만큼 1만 6000명 증원 약속을 조속히 이행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하윤수 교총 회장은 “불과 열흘 만에 10만 5000명이 넘는 인원이 교총의 청원에 동참한 것은 무엇보다 교육현장에서 교원증원과 기간제교사‧강사 정규직 전환 불가라는 청원과제 실현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청와대와 교육부는 청원에 참여한 전국 교원과 예비교원, 학부모들의 뜻을 무겁게 인식해 문제 조속히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활동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교육부 정규직심의위원회에도 청원에 참여한 전국 10만 5228명의 뜻을 전달하고, 마지막까지 기간제 교사‧강사 정규직 전환 불가 관철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할 계획이다. 한편 정규직전환심의원회는 당초 이달 말까지 회의를 마무리하고 가이드라인은 마련하려 했지만 당사자 간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데다 교총 등을 중심으로 반대 입장이 거세게 일고 있어 심의 기간을 9월 초까지 연장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 서산 서령고(교장 한승택)는 28일 사랑과 봉사를 실천하는 교육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헌혈을 실시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50분까지 전교생과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헌혈에서 총 333명이 적합 판정을 받고 헌혈을 실시해 이웃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실천했다.
20여년전 일이다. 집에서 교회까지 전동 휠체어를 이용해 가려면 20분 가량 걸린다. 평소에는 그렇게 교회에 가는 것이 힘들지를 않았다. 그러나 장애아동 반을 맡아서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사정상 아침 일찍 교회에 가는 날, 혹은 날씨가 추운 날에는 전동 휠체어를 타고 교회에 가는 것이 좀 힘들다. 차를 이용해서 가면 5분이면 춥지 않게 편안히갈 수 있는 거리다. 그러나 차를 이용하면 무거운 전동 휠체어를 가지고 가기가 어려워서 수동식 휠체어를 가지고 가야 하는 데 손에 힘이 약해 휠체어 미는것이 시원치를 않아 아이들 가르치는 데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좀 힘들더라도 전동휠체어를 이용해 아침 일찍 교회에 가야 하는 것이다. 지난 주일 아침은 유난히 추웠다. 다른 데는 두텁게 옷을 입었기 때문에 괜찮았지만 속도 방향 조절기를 조작하는 오른 손은 찬바람에 노출이 되어 있어 한참 가다보니까손이 꽁꽁 얼어붙는다. 양쪽에 조절기가 달려 있으면 손을 바꿔가면서 운전을 하면 한 손씩 호주머니에 넣어가면서 운전을 하면 한결 나을 텐데, 전동 휠체어는 한쪽으로만 조절하게 되어 오른 손만 추위를 타고 있는 것이다. 왼손은 따뜻하게 호주머니에 들어 있고 오른 손만 고생하는 것이 문득 불공평해보였다. 전동 휠체어를 주문할 때 휠체어를 제공하는 회사에서 조절기를 어느 방향으로 달고 싶으냐고 물어왔다. 나는 서슴없이 오른 쪽이라고 대답했다. 나의 오른 손은 불완전하게 손가락만 조금 움직일 수 있을 뿐 다른기능은 소아마비로 인해 거의 다 상실해 버렸다. 팔이 올라가지 않아 일상 생활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를 않는다. 사람들이 악수를 청해 올 때 팔을 내밀지 못해 상대편으로 하여금 조금씩은 무안하게만들어야 했고 글을 쓸 때도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손가락으로 인해 왼손을 이용해야 했다. 우리 나라 글씨는 유난히 왼손으로 쓰기가 어렵게 구조되어 있는것 같다.오른 손을 쓰지 못해 받는불이익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오른 손 하나만 제대로 사용했으면 얼마나 편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오른 손이 더 불편하고 왼손은 좀 나은 편이다. 조절기는 조이스틱 하나만 전후좌우로 가볍게 움직여만 주면 되기때문에 손가락 몇 개만이 움직이는 오른 손으로도 조작하는 데 전혀 불편이 없다. 다른 부분을 왼손을 이용해 처리하기 위해 선뜻 오른 쪽에 조절기를 부착해 달라고말을 한 것이다. 오른 손으로 조작하는 전동 휠체어를 이용하고부터 생활이 훨씬 편리해 졌다. 왼손으로 식당에서 음식을 받아들고 원하는 좌석에 불편없이 갈 수가 있게 됐다. 운전도중 자유로워진 왼손으로 책장을 뒤질 수도 있고 물건들을 손쉽게옮길 수도 있다. 건강한 사람들이야 그런 것들이 사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 같은 장애인에게 한 손을 좀더 편리하게 놀릴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편리한일인지 모른다. 전동 휠체어를 이용하면서 내가 가진 가장 큰 기쁨은 다섯 살 짜리 아들과 손을 잡고 나란히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백화점에서, 공원에서, 여행 중에 아들의 손을 잡고 나란히 걸을 수 있다는 것은 내게는 희열에 가까운기쁨이다.수동 휠체어는 두 손으로 바퀴를굴려야 하기 때문에 손잡고 걷는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아들에게 아빠로서 꼭 해주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번쩍 안아 올려 목마도 태워주고 싶었고 함께 운동도 하고 싶었다. 더욱 간절한 것은 다정한 얘기를 나누며 손잡고 걷는 것이었다. 전동휠체어를 갖게 되면서 그 꿈이 이루어졌다. 처음 백화점에서 아들의 따뜻한 손을 잡고 걸었을 때의 그 감격이가시지를 않는다. 그 기쁨은 요즘에도 계속되고 있다. 틈만 나면 아들과 손을 잡고 걷는 것이다. 전동 휠체어가 준 큰 기쁨 중의 하나다. 그런 편안함을 제공해 주던 오른 손이 아침 찬바람으로 인해 그날은 유난히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생각다 못해 오른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몸을 한편으로 기울인불편한 상태로 왼손을 이용해 운전을 해보았다. 그러나 쉽게 운전이 되어지지를 않는다. 휠체어가 가는 방향이 고르지를 않고 전혀 생각지 않은 방향으로 비켜나가곤 한다. 차도 한편을 이용해 가고 있었던 만큼 잘못하면 교통사고의 위험도있겠다 싶어 운전을 포기하고 잠시 손을 녹였다. 다시 오른 손을 꺼내 운전을 했다. 휠체어가 그렇게 잘 나갈 수가 없다. 나는 새삼 대견스러운 마음으로 오른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래, 너도 너에 꼭 맞는 할 일이 있었구나. 아들아이의 손을 잡고 걸을 수 있는 기쁨, 성경책을 들고 갈 수 있는 기쁨, 두 다리 멀쩡한 사람이 피곤해 하는 넓은 백화점 쇼핑 때도 피곤함없이 조금도 지치지 않고 다닐 수 있었던 것들, 그런 모든 것들이 너의 도움 없이는 힘들었을 거라는 사실을 이제야절감한다. 마음 저 깊은 곳에서 또 다른 기쁨 하나가 고개를 든다. 교회의 장애인 반에 있는 아이들도 마치 내 오른 손처럼 사람들이 보기에는 무능해 보여도 이 사회의 하나의 구성원으로서 우리가 다알지 못하는 한 인간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감당해 내고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장애인 반의 아이들과 가까이하면서 마음이 적잖이 무거웠다. 이 아이들이 이 사회에서 한인간으로서의 역할 면에서 떳떳한 자리매김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은 때로 내게 아픔이상의 무게를 실어주곤 했던 것이다. 왜 이렇게 태어나야 했는가? 이 아이들로 인해 겪는 부모들의 그 처절한 아픔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리고 이 아이들은 사회에 어떻게 적응해 나갈 것인가? 열정에 비해 효과는 지극히 낮은 교사들의 뜨거운 가르침의 의미는무엇인가?무엇하나 명확한 답이 없으면서장애아동을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이 마치 위선, 혹은 무위의 작태인 것처럼 느껴지는 때도 한 두번이 아니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 아이들의 삶의 의미 하나만이라도 명확히 알고일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내게 하나님은 시린 오른 손을 통해 귀한 깨달음을 주신 것이다. 문득 스스로가 부끄러워진다. 이 세상은 가진 자들이 득세하는 곳이다. 권세를 같고, 명예를 갖고, 돈을 같고 높은 지식을 갖는 그런 사람들만이 우러러 보이고 그 외의 사람들은무능해 보이는 곳이 세상이다. 사랑이나 따뜻한 마음 같은 것들은 잠시 좋아 보이기는 해도 그다지 가치가 있어 보이지를 않는 것이다. 그런 편협된 시각으로 본다면 우리 장애인 반의 아이들은 마냥 무능해보일 수밖에 없다. 마냥 무가치해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편협된 생각을 버리고 조금만 크게 마음의 눈을 떠본다면 세상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양분되는 단순구조물이 아니라는것이다.정신에 부담을 줄만큼 어려운환경에서 살아왔고 그에 대한 보상 심리로 삶을 조금 편하게 살 수 있는 '얻음'때문에 혈안이 되어 동분서주하고있지만 그 자체가 삶의 진정한 목적이 될 수가 없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너무 경황이 없어서 그 이상의 가치를 발견하는 데 너무 미숙하다. 앞서 열거한 것들을 인간이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생각을고정시키고 사는 삶은 불행한 삶임에 틀림없다. 세상은 그 이상의 가치를 충분히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좁은 시각으로 하나님의 제일 귀한 창조물인 장애인반 아이들에게 삶의 가치의 잣대를 함부로 들이댄 스스로가 부끄럽고죄스러웠다. 사실 주변의 장애 아동과 부모들을 보면서 눈물겹도록 감동 받은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교실에 도착하면 몸이 불편한 나를 돕겠다고 가방에서 준비물들을꺼내주던 바울이의 그 따뜻한 마음, 누구보다도 다정한 음성을 가지고 있는 세라의 사랑의 말들, 전신이 굳어있는 어린 대영이를 간호하느라 몇 년을 밤잠을 설치면서도 항상 얼굴에 웃음을 잃지 않는 위대한 두분 부모님의 사랑. 그런 것들을 명예, 권세, 혹은 돈 몇 푼과 비교할 수 있을지. 아직도 하찮은 것들에 너무 큰 비중을 두고 있는 편협된 눈을 가진나와 세상 사람들에게 그런 위대한 사랑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 하나님은 세상에 우리반 아이들을 주셨는지도 모른다. 그 동안 내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발견하지 못했던 오른 손의 가치가이제 부각되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세상의 편협된 의식을 깨고 너희들이 주는 그 사랑의 가치가 충분히인정될 수 있는 때가 속히 오기를 기도해 본다.
가을걷이가 한창인 요즈음 일개미들이 정신없이 먹이를 나르는 것처럼 논두렁 한 가운데에 볏 집단을 태산만큼 크게 쌓아놓아야 일이 끝난다. 집에 돌아오면 가을걷이로 수확해 놓은 콩과 팥이며 고추 등을 말리느라 앞마당은 발 디딜 틈도 없이 농작물로 꽉 들어차 있다. 씨받이로 처마 밑에 매달아 놓은 옥수수를 쳐다보면 마음도 풍성해져서 괜히 기분까지 좋아진다. 마당 한 가운데 심어 놓은 감나무에 주렁주렁 빨갛게 익은 감을 긴 대나무에 감을 쉽게 딸 수 있도록 갈고리를 만들어서 따낸 후 큰 항아리에 물을 넣고 우려내면 이튿날 달고 맛있는 감으로 변신한다. 그래도 겨울에 까치가 먹으라고 몇 개는 안 따고 남겨둔다. 호박, 가지, 토란대 등의 나물을 가을볕에 말려야 색과 맛이 오래 보존된다며 햇볕만 있으면 광주리에 담아서 마당 한 가운데에 내놓으신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오면 누가 먼저라고도 할 것 없이 형제들끼리 서로 등목을 해주는데 찬물을 등에 끼얹고 난 후 수건으로 닦을 때의 그 느낌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독특한 시원함과 개운함이 있다. 온 가족이 희미한 등불하나를 켜놓고 마주 앉아 함께 먹는 저녁 맛은 꿀맛이다. 고추를 송송 썰어 새끼 호박 몇 개를 통째로 넣고 어머니께서 손수 끓여주신 된장찌개 맛은 잊을 수 없다.어쩌다가 동네 어르신들이 막걸리 한 잔이라도 거나하게 드시고 흘러간 노래를 부르면 곧바로 마을 노래자랑으로 이어져서 우리 집은 잔치 집이 되어버린다. 농사를 짓는 동네 어르신들은 그렇게 노래와 술로 농사일의 시름을 달래고 다음 날에는 새벽같이 일어나 논밭으로 달려간다. 마을 입구에 우리 집에 있었기에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이자 놀이터다.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 온 가족이 화로 주변에 둘러앉아 고구마를 구워 먹었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언제쯤 익을까?’ 고구마의 껍질을 벗겨내고 노오란 속살이 보일랑 말랑할 때 “호호” 입김을 불면서 총각김치에 턱 걸쳐서 먹으면 정말 맛있다. 고구마를 캐는데도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 우선 고구마 줄기를 낫으로 걷어낸 후 보물이라도 캐듯이 조심스럽게 줄기 주변의 흙을 파낸다. 천천히 고구마 줄기 주변의 흙을 파내다보면 드디어 빠알간 고구마의 정체가 드러난다. 막 캐낸 햇고구마를 씻은 후 큰 솥에 삶으면 자연의 냄새를 흠뻑 느낄 수 있어 더욱 좋다. 설탕이나 잼이 귀했던 시절, 고구마를 가지고 조청을 만들어 조청에 떡을 찍어 먹으면 그 맛이 환상적이다. 무더위가 한창인 여름날, 둘째 형님께서 사오 신 달콤한수박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 맛이 얼마나 달콤하고 좋았던지 그 날 이후로 동네 사람들이 장래 희망이 뭐냐고 물어보면 지체 없이“수박장사 유.”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어린 마음에도 수박 장사를 하면 수박은 실컷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 집은 큰 마당과 사립문이 있었고 동네 친구들의 놀이터였다. 온종일 시끄럽게 뛰노는 아이들에게 "얘들아, 위험한 장난은 하지 마라." 며 크게 개의치 않으신다. 일찍이 홀로 되신 어머니셨지만 마음만은 늘 부자시다. 그래서 우리 집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동네 아주머니, 아저씨들도 ‘마실’(충청도 사투리로 남의 집에 놀러 감을 이르는 말)을 와서 담소를 나누거나 윷놀이를 하신다. 그런 분들 중에는 병수 형 어머니도 계셨다.병수 형 어머니는 몸이 아프셔서 병원에 계시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 병수 형은 우리 집에서 먹고 자면서 농사일 거들어 주시는 날이 많았다. 형님은 어찌나 건강했던지 나를 번쩍 들기도 했고 쌀가마를 옮기는 데도 거침이 없다. 밥도 나보다 두 세배는 더 먹고 덩치도 컸다. 7남매 대식구인데도 늘 친형제처럼 지냈다. 학교 가는 길은 검정 고무신에 책 보따리를 매고 산으로 들로 걷고 뛰어가면 배에서는 ‘꼬르륵 꼬르륵’소리가 난다. “야,오늘 뗀따 할래.” ‘뗀따’는 학교를 안가고 놀다가 하교 시간에 맞춰서 집에 간다는 은어다. 학교를 안 가고 하루 종일 시간을 때우는 것도 쉽지는 않다. 집에서 싸왔던 누룽지는 아침나절 다 먹어버리고 점심때 쯤 되어서는 허기를 달래려고 동네 어른들의 눈을 피해 큰 바위 틈 속에서 생 라면을 부숴먹는다. 한 술 더 떠“ 잎담배 한번 피워볼까?” 바위틈 구석에서 잎담배와 성냥 그리고 종이를 꺼내가지고 오면 잘 피우지도 못하는 담배를 호기심에‘콜록 콜록’ 소리를 내며 피우는데 “이놈들아, 학교 안가고 여기서 뭐하는 겨?” 갑자기 호통을 치는 소리가 있어 조바심 속에 바위 틈사이로 내다보니 동네 아저씨다. 학교 빼먹고 담배 피운 죄로 홀딱 벗고 저녁 늦게까지 동네 우물을 돌고 어머니께 부지깽이로 실컷 얻어맞고학교 안 간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화장실의 구렁이 사건은 잊을 수 없는 대박사건이다. 낮에 밭에서 따온 참외를 많이 먹었던 탓인지 배탈이 나서 한 참 일을 보고 있는데 왠지 화장실 밑바닥이 보고 싶다.그런데 큰 구렁이 한 마리가 금방이라도 내 고추를 물어버릴 모양으로 잔뜩 똬리를 틀고 있다. “으악” 소리를 지르며마당으로 뛰쳐나오고 집안 식구들은 “무슨 일이냐?” 며 한바탕 야단법석인데 큰 형님께서 작대기를 가지고 구렁이를 끄집어내어 처리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등하교 길 친구들과 함께 소꿉장난을 할 때도 도로 양 옆으로 활짝 피어있는 코스모스는 언제나 방긋 웃는 얼굴로 우리들을 반겨준다. 해맑게 웃고 있는 코스모스의 가냘픈 흔들림 속에서 우정의 꽃이 피어났고 신작로 가에 우리들이 심어놓은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서 소담스레 피어오르는 모습을 볼 때마다 기쁨도 가득 피어올랐다. 발이 부르트고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나도 형형색색의 코스모스를 보고 있노라면 피로가 싹 풀린다. 아침 일찍 일어나 마을길도 쓸고 공터에 콩도 심고 마을 입구 행 길 가에 코스모스를 심는 애향단 활동에는 동네 친구들 대부분이 참가한다. 코스모스에 앉아있는 벌을 잡으려다 벌에 쏘인 적도있고 코스모스를 꺾어다가 물병에 꽃아 두고 향기를 맡기도 했다. 어릴 적 모습을 회상해보면 코스모스와 같은 들꽃들과 더불어 사랑을 속삭이며 욕심 없이 살면서 따뜻한 우정을 꽃피웠다. 고향의 추석 풍경은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한 가위 보름달을 바라보며 형님 누님들이 “올 추석에는 어떤 선물을 사 오실까?”하루하루 기다림 속의 흥분과 긴장 속에밤잠도 설친다. 오순도순 행복했던 어린 시절처럼 행복한 사회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특목고 폐지는 학교장의 학교 경영 평가를 높일 수 있다. 지금의 학교장 구성 체계로는 경쟁을 할 수 없는 것 같다. 말 그대로 연공서열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학사로 가는길과 학교 관리자로 가는 길이 구분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서로 경쟁과 견제가 없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꼴을 이루고 있다. 장학사로 가는 교사도 결국은 현장의 교장 밑의 교감으로 임용되니 그 누가 현장 교장의 정책을 객관성 있게 평가할 것이며, 그 누가 현장 학교에 대해 메스를 댈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장애물이 있기에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가 만성화 되고 근절되지 않는 것도 학교 체계의 허상이 한 몫을 하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가 된다. 학교 체제를 경쟁의 체제로 바로 갖추려면 이런 자잘한 학교 현장의 허상을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아야 한다. 특목고 교장으로 누가 가겠는가? 제일 좋은 자리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 교장과 교감으로 나갈 때 행정을 쥐고 있는 장학직에서 맡게 될 것이 아니겠는가? 또 성과급 평가를 받을 때 어느 학교 교장 교감이 더 우수하다고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것이다. 특목고를 폐지해 일반고로 전환시켜 학교 관리자로 가는 길을 공평하게 하고, 학교 관리자의 학교 경영 평가도 엄격하게 받을 때 다크호스 같은 교장이 나타날 것이고, 또 그런 학교에서 다크호스 같은 학생이 배출될 것이 아닌가? 평교사에서 교장으로 가는 길을 열어 놓은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교장의 경쟁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다만 문제가 되어 논란이 많은 부분은 정성적 평가보다 정량적인 평가를 더 강화시키는 정책이 선행되어야 한다. 학교 교육이 해를 거듭할수록 많은 변화를 해 온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교육 기자재가 시각적 효과를 더욱 뚜렷하게 교실에 어필하였으니 대표적이라 할 수 있고, 그 외 학교 교실의 냉난방일 것이다. 그런데 정작 학생을 가르쳐야 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은 예나 지금이나 변화가 미미한 상태다. 어느 학교에서 새로운 안이 나오면 그 안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많은 학교 구성원들이 우수 학교 방문을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정작 학교 부장단이 학교를 방문하면 학교 시설이 잘 된 곳을 보여준다. 우수 학교를 만든 수업을 보여 준다거나 녹화된 새로운 것을 보여 주어 방문 교사들에게 새로운 동기를 불러 일으킬 만한 것은 제시하지 않는다. 흥미 중심 수업이라고는 하지만 그 수업이 대입시에 밀려 일회성에 지나지 않고 흐지부지 되고 만다. 정작 주입식 교육이 새로운 변화를 도모하려고 한다면 그 학교의 교장이 수업 경영의 새로운 마인드를 창안해 내려는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학교에 대한 애착심을 갖도록 이끌어 내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특목고를 일반고로 전환시키고, 장학직과 현장 관리자의 길을 분명하게 구분해 선발할 때 일반계 고등학교의 학교장 경영 평가는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이 아닌가? 또 내부형 교장공모제로 교장이 된 자의 학교 경영 평가 척도도 서서히 수면에 드러나 공모제의 성공 여부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행정 체계에서 견제와 균형이 유지되면, 학교 각종 비리와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학교장은 중임에서 배제될 것이기에 학교장도 긴장하게 될 것이고, 구성원들에겐 새로운 모종의 팁이 부여될 것이다. 학교장과 구성원의 동심일체는 일반계 특목고를 만들어 내는 또 다른 첩경도 될 것이다. 학교 혁신은 교육계가 안고 있는 적폐를 빨리 바꾸어야 일신우일신을 거듭할 것이고, 일반계 특목고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면서 학부모와 학생들이 공교육에 우후죽순처럼 몰려들 것이다.
한국교총(회장 하윤수)이 교원증원 및 기간제 교사.강사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청원서를 28일 오후 청와대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 전원에게 전달했다. 교총은 지난 17일부터 기간제 교사.강사 정규직 전환 반대 서명운동을 진행해 27일 현재 교원, 예비교사, 학부모 등 10만5000여 명이 동참했다고 밝혔다. 전달된 청원서에는 “기간제 교사.강사 정규직 전환은 교육법정 주의에 위배되며, 전환의 법적 근거가 없다”며 정규직 전환 불가 등을 명시하고 있다. 서명운동은 31일까지 진행된다.
충남 서산시가 23일 예천 사거리에 재해예방 전광판을 설치하고 본격 가동한다고 밝혔다. 시 홍보과에 따르면 2억 1천만원을 들여 지난 5월초부터 이달 초까지 가로 6m, 세로 4m의 최신형 전광판을 설치하고 테스트 기간을 거쳐 이번에 본격 가동하게 됐다. 전광판에는 폭염과 집중호우, 태풍 등 각종 재난 발생 시 국민행동요령과 안전수칙을 문자와 동영상을 통해 쉽게 알아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기상특보나 재난상황 발생 시에는 각종 상황 및 대응요령을 전광판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파가 가능하다. 시 관계자는 “재해예방 전광판으로 재난관련 정보를 즉시 제공하고 재난발생 시 신속하게 상황을 전파해 시민의 인명 및 재산피해 최소화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치 이유를 밝혔다. 학교에도 이런 재난을 알리는 전광판을 설치하면 여러 모로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37년의 여정, 고맙습니다""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통은 그리움""고맙고, 행복했던 세월, 소중하게 간직" 8월 말 정년퇴임을 하는 전남 여수화양고 최홍섭 교장이 행복한 동행이란 제목의 책을 내놓았다. 이 책에는 최교장의 37년에 걸친 교단생활에서 인연을 맺은 제자들과 교원, 가족들과 나눈 편지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제자들과 주고받은 편지가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데, 가출했다 돌아온 학생의 글을 비롯해, 사고를 저지르고 참회하는 학생의 반성문, 대학에 진학한 제자와 군복무를 하는 제자, 시집간 제자와 교사가 된 제자 등이 보낸 사연들이 사뭇 흥미롭다. “아버지처럼 따뜻한 포옹과 격려로 힘이돼주신 선생님”이라는 어느 제자의 표현에서 최교장의 교육사랑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또한 교원들과 왕래한 편지에서는 최교장이 벽지와 낙도학교에서 동료 직원들과 얼마나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으며 생활을 했는가를 보여준다. 이민을 가는 동생에게 보낸 편지와 수능시험을 보는 딸에게 보낸 편지 등에서는 그의 각별한 가족애도 느낄 수 있다. 아울러 교직생활 중 승진을 위해 부득이 이산가족이돼야 했던 이야기와 함께 동료교원들과 갈등을 빚었던 고충들도 진솔하게 기록돼있다.가장 눈에 띄눈 부분은 제5부이다. 여기에는 최교장이 노사모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노무현 대통령과 영광과 슬픔을 함께 나눈 사연을 통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최교장의 일면을 발견할 수 있다.최홍섭 교장의 퇴임문집 행복한 동행은 교단에서 숱한 제자들을 기르며 그들과 함께 땀을 흘린 기쁨과 보람과 애환의 기록이다. 민들레 꽃씨가 날리는 책표지의 사진이 그의 교직생애를 압축적으로 표현해주고 있다. 열매를 거두기 위해봄부터 씨앗을 심고 가꾸는 정성이 필요하듯이 아이들을 가슴에 안고 그들 가슴에 뿌린 정성은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이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될 것이다.
나이 60이면 삶이 달라진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 나이에는 공을 들여 키우던 아이들도 자기 가정을 꾸리고 나가서 산다. 이제 자식이 떠난 둥지에서 부부는 허전함과 친구가 돼야 한다. 젊은 시절에 가족 부양을 위해 부단히 달려왔지만, 일도 손에서 놓은 나이다. 이때 비로소 보이는 것이 ‘나’다. 한가롭게 지내다보니 ‘나’를 만난다. 특별히 할 일도 없다보니 오롯이 ‘나’에게 몰입한다. 몸은 예전 같지 않다. 검은 머리카락은 온데간데없고, 흰 머리만 무성하다. 게다가 머릿속은 훤히 비어 볼품이 없다. 순간 아쉬움만 남는다.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집도 한 채 샀다. 공부도 할 만큼 했다. 출세는 못했지만, 직장에서 내 역할을 다했다. 아내와 함께 자식도 올곧게 키웠다. 이만하면 인생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 아닐까. 누구나 청소년기가 있다. 나도 돌이켜보니 그때 힘들게 컸다. 학교 다닐 때 시험 기간이 생각난다. 특별히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고, 그저 어른들이 먹고 살려면 해야 한다고 해서 매달렸다. 공부도 뛰어나게 잘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더 힘들었다. 10등 안에 들어야 하고, 다시 7등, 5등 안에 드는 게 목표였다. 고등학교 때는 마음이 몹시 아팠다. 해서 부모님과 갈등도 많았다. 갈등이 아니라 이상하게 부모님과 의견이 맞지 않았다. 그냥 베도는 것이 일이었다. 이제 출세하겠다는 욕망도 사그라진 지 오래다. 손아귀에 마지막까지 쥐고 있던 승진의 꿈도 접었다. 모든 것을 놓으니 마음이 편해졌을까. 욕심을 놓으면 사는 것이 편해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여전히 삶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몇 해 전 아버님이 돌아가셨는데, 올해는 장안 어른이 세상을 떠나셨다. 아버지는 나를 낳아주시고 키워주셨다. 내가 아이들을 위해 젊은 날을 보낸 것처럼, 아버지도 가족을 위해 힘든 세상을 견디고 이겨내셨다. 내가 어른이 되었어도 늘 자랑스러워하시고, 대견해 하셨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치매를 앓고, 겨울에 기침 몇 번 하시더니 힘없이 가셨다. 아버지는 젊은 날에 큰 산이었는데, 세월 앞에서는 힘을 내지 못하셨다. 장인어른도 내가 하는 일에 늘 앞서서 박수를 쳐 주셨다. 특히 쓴 글을 열심히 읽어주셨다. 생로병사가 우리의 모습이라고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과의 이별은 아픔이 크다. 그렇다. 우리 삶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가족의 건강, 자식 교육, 출세, 돈 벌기. 이 모두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내 몸도 예전과 다르고, 가족들도 뜻하지 않은 병이 올 수도 있다. 나이 먹고 경제 활동을 할 수 없으니, 경제적 어려움도 클 것이다. 우리가 연약한 인간이라서 그런 것도 아니다. 현실이라는 거세게 몰아칠 때는 우리 힘으로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저 흘러가야 할 뿐이다. 우리가 살아봐서 아는 것처럼, 남은 인생도 그리 녹녹치 않을 것은 뻔하다. 즐거움이 있는 듯 하다가 힘든 고갯길을 만난다. 고갯길에서 목이 메는 울음을 쏟아내야 한다. 다행이라면 힘들고 지칠 때 쉬어가면 된다는 지혜를 배웠다. 힘들고 지칠 때 좀 쉬어가면 된다. 고갯길에서 발아래 길을 보면 새로운 삶의 길이 보이다.중년은 서녘 하늘의 노을처럼 쓸쓸하게 가는 길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일을 하지 않다보니, 인생의 끝자락에 있는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우리 삶에서 멈춤이 어디 있고, 쇄락이 어디 있겠나. 사람들에게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는 언제일까?”라는 질문을 한다면, 어떤 답을 할까? 사춘기 시절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청년 시절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수필가이며 철학자인 김형석 교수는 인생의 황금기는 60세부터 75세까지라고 했다. 덧붙여 정신적인 성장과 인간적 성숙은 한계가 없다고 하면서, 노력만 한다면 75세까지는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스스로 60세 이전까지는 모든 면에서 미숙했다고 고백한다. 은퇴 후 무기력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준다. 오랜 삶에서 얻은 이치가 있다면, 인생의 황금기는 어느 특정한 시기가 없다. 오히려 은퇴 후는 쉼이 있고, 그 어느 때보다 삶의 평화를 누릴 수 있는 시기이다. 일을 안 해도 여전히 인생길에서 주역으로 살아야 한다. 삶의 성숙을 위해 노력한다면, 지금이 빛나는 순간이다.
당장 학업 도움 되는 지식보다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 담아“학부모·동료도 함께 읽었으면” 배철호(53·사진) 서울 단대부고(교장 장준성) 국어교사는 현직 작가이기도 하다. 세계일보 신춘문예, 동서문학, 현대시문학, 한국문인 등에서 신인문학상을 받았고 이문열, 김원일, 정호승과 공동 작업을 하는 등 활동을 펼쳐왔다. 그런 그가 제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산문집 ‘내가 준 사랑은 얼마큼 자랐을까’를 이달 초 펴냈다. 30년간 국어 과목 외 글쓰기, 논술지도, 대입 진학지도 등 다양한 통로로 제자들과 함께 해오다, 저자와 독자로 만나기로 한 것이다. 글쓰기를 가르쳐온 스승이 제자에게 직접 시범을 보여준 ‘산교육’ 차원이기도 했다. 22일 단대부고에서 만난 배 교사는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해주고자 고민해오다 국어교사이자 작가로서 책을 통해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대입에 매몰돼 진정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가는 게 아닌가, 이를 곁에서 꼼꼼히 알려주고 깨우쳐주면 좋으련만, 역시 대입이란 거대한 현실 앞에서 미처 다 하지 못한 말들이 많아 아쉬움이 컸다. 그래서인지 책에는 당장 학업에 도움이 되는 지식 전달보다 졸업 후 인생에서 필요한 지혜를 일깨우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눈에 띈다. ‘그리운 밥상머리 교육’, ‘아이 마음에 들어가기’, ‘고전에게 우리가 말을 걸 때’, ‘행복은 가까이 있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사람’ 등 풍요로운 정서함양, 삶의 지혜를 깨우쳐주고자 고려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아예 책의 표지 이면 첫 장, 페이지 번호도 붙지 않는 곳에 나태주 시인의 작품 ‘풀꽃’이 시화와 함께 등장한다. 제자에 대한 사랑을 담은 대표 시를 시작하는 장에 놓은 것만 봐도 책 내용이 어떨지 단번에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시험을 잘 보면 대학은 잘 간다. 그건 나 아니더라도 다른 선생님들이 해줄 수 있다”며 “그보다 필요한 지혜, 다양한 분야의 책읽기나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는 글쓰기 지도 등 역할을 해야겠다고 여겼다”고 털어놨다. 물론 대입을 앞둔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부분도 있다. ‘성적이 좋은 친구의 비결 듣기’, ‘학생부 제대로 알아야 보인다’, ‘선생님이 말하는 학생부종합전형’, ‘잘 쓴 자기소개서, 잘못 쓴 자기소개서’ 등이다. 이에 대해 그는 “학생들이 주로 많이 하는 질문들에 대한 답”이라고 했다. 그러나 손쉽게 준비하도록 요령을 알려주는 여느 학습서와는 다르다. 그보다 어떻게 준비하고 왜 해야 하는지 등 마음가짐, 자세에 대한 코칭이다. 빠르게 가는 방법보다 느리더라도 제대로 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자상함을 엿볼 수 있다. 배 교사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 그것도 그 어느 지역보다 교육열이 세다는 강남 한복판에서 근무하며 느낀 바가 컸다. 지식을 쌓고자 누구보다 치열하게 노력하고 경쟁하며 거액의 사교육비를 쓰며 매달리는 실정인데 아이는 정작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거나, 스스로 진로를 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여서 안타까웠다. 그래서 그는 이 책을 학부모도 함께 보길 희망했다. 아이들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학부모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이고, 자신의 욕심보다 아이를 객관적으로 보는 눈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적지 않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또한 인기교사인 그의 학급운영 노하우, 학생지도·상담 사례들도 생생히 실려 저경력 교사들이 참고할 내용도 많다. 배 교사는 “제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교육 공동체인 학부모, 동료교사들에게 주는 메시지도 담겼다”며 “특히 요즘 일반고의 고민, 수업시간에 잠자는 아이들을 위해 함께 고민해보자는 등 공동연구에 대한 필요성, 권유도 들어있다”고 말했다.
‘EBS 초등’ 콘텐츠는 크게 ‘창의체험’과 ‘교과/교재’ 영역으로 나뉜다. 먼저 창의체험 영역의 간판인 ‘스쿨랜드’ 시리즈는 과학, 인성, 철학, 예술 분야의 관련 지식들을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시하고 실제 장면과 전문가의 명쾌한 정리까지 더해 약 10분 분량의 다양한 주제로 구성돼 있다. 게다가 수업시간에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학년, 교과, 단원, 차시까지 상세히 안내돼 있는 학습지가 탑재돼 있다. 아침시간이나 창체·교과시간에도 활용하기 유용하다. 한 가지 더 눈여겨 볼만한 것은 ‘초등생활 매너백서’다. 매너가 부족한 주인공 주은이가 매너 있는 친구를 좋아하는 원호에게 다가가면서 학교생활, 가정생활,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매너들을 배워나가는 드라마 형식의 콘텐츠다. 인성교육에 안성맞춤인 내용이다. ‘사이틴·시드’ 시리즈는 과학과 관련된 유용한 콘텐츠들이 모여 있다. 그 중 ‘과학 탐정단, 시드’는 따로 시간을 내 지도하기 어려운 과학탐구기초기능인 ‘관찰, 분류, 측정, 추리, 예상, 의사소통’을 사건 해결을 통해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구성돼 있어 3∼4학년 과학 수업 첫 시간에 활용하기 적합하다. 뿐만 아니라 3~4학년 과학 교과와 관련된 다양한 실험들과 관련 지식을 재미있게 엮은 클립영상 ‘과학땡Q’도 7월에 첫 방송을 시작했다. 5∼6학년을 위한 맞춤형 콘텐츠인 ‘달그락 달그락 교과서 실험실’은 과학 교과서의 모든 실험과정을 한눈에 쏙 들어오도록 관찰카메라로 촬영하고 꼼꼼한 원리 설명까지 더했다. 가장 큰 장점은 지속적인 관찰이 어려웠던 실험들을 미속카메라로 촬영해 변화과정을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게다가 각 실험과정과 결과, 원리까지 한 번에 정리할 수 있는 워크북까지 탑재돼 있어 실험관찰의 부족함을 보완하기 위해 별도의 학습지를 제작해 사용해왔던 교사들에게 도움이 될 만하다. 그 외에도 요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코딩’을 애니메이션으로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구성한 ‘소프트웨어’ 시리즈(스크래치, 엔트리)는 꼭 한번 보시길 바란다. 교사를 위한 PDF파일과 PPT파일도 제공하고 있다. ‘교과/교재’ 영역에는 기본 교재인 ‘만점왕’ 시리즈가 있다. 1∼2학년 국어, 수학, 3∼6학년 국어, 수학, 사회, 과학 교과의 개념설명과 문제풀이가 강의로 제작돼 있다. 또한 수준별 학습이 필요한 수학 교과에는 기초 개념 학습을 위한 ‘보이는 수학 원리’, 계산훈련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한 ‘계산왕’, 체계적인 필기를 통해 수학 개념을 학습할 수 있는 ‘수학 필기왕’, 심화 학습을 위한 ‘수학의 자신감’과 ‘수학의 황제’까지 있어 수준별, 맞춤형 학습에 도움을 준다. 다양한 예시 글을 통해 글쓰기를 배울 수 있는 ‘글쓰기 비법’과 독서와 글쓰기 실력을 한 번에 기를 수 있는 ‘책방글방’, 우리나라 역사의 흐름을 재미있는 스토리와 함께 엮은 ‘스토리 한국사’는 교과시간, 창체시간에 활용하기 좋은 콘텐츠다.
교육부, 31일 1·2안 중 확정 예정 개정교육과정에 따른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 최종발표를 앞두고 실시된 한국교총 설문에서 현장 교사들은 논의되고 있는 시안 중 1안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교사들은 주관식 문항에서 학종의 불공정성, 변별력 상실, 전형의 복잡화 등을 우려하는 의견을 많이 제기했다는 점에서 급격한 2안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1안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교육부가 10일 발표한 수능 개편 시안 중 1안은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과학, 제2외국어·한문을 절대평가로, 국어, 수학, 탐구영역은 상대평가로 운영하는 방식이며, 2안은 전과목 절대평가를 적용하는 방안이다. 1안과 2안에 대한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55.9%가 1안을 선택했으며, 2안은 35.1%, 모르겠다는 9.0%에 그쳤다. 1안을 선택한 응답자들은 개편안이 ▲대입 부담 완화(긍정적 45.2%, 부정적 26.5%) ▲고교 교육정상화(긍정적 39.0%, 부정적 30.9%)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사교육비 경감에는 부정적인 입장(38.2%)이 긍정적 입장(28.7%)보다 높았다. 반면 2안 응답자들은 ▲대입준비 완화(긍정적 82.4%, 부정적 7.1%) ▲사교육비 경감(71.1%, 부정적 12.5%) ▲고교 교육정상화(긍정적 80.6%, 부정적 7.9%)에 모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교육학점제와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48.9%가 부정적일 것이라고 답해 긍정적일 것이라는 응답(35.6%)보다 높았다. 이번 설문은 17일부터 23일 전국 고교 교원 1613명을 대상으로 모바일을 통해 진행했으며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서 ±2.44%p다. 설문 결과와 관련해 김재철 교총 대변인은 “교총은 장기적으로 수능이 절대평가로 가야한다는 입장이지만 급격한 입시변화에 따른 불안감과 혼란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현장의견을 반영해 바람직한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유예의견은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는 조속한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24일 이진석 교육부 대학정책실장은 “최근 1년 유예안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교육부에서는 해당 내용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31일 1, 2안 중 하나를 결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교총 “법상 전환 논의 대상 아냐… 무리한 추진시 현장 혼란 초래” 현장의견 정리 해 청와대 전달 한국교총이 전국 50만 교원과 예비교원, 학부모를 대상으로 31일까지 전개하고 있는 ‘교원 증원 촉구 및 기간제 교사·강사 정규직 전환 반대’ 청원 참여자가 10만 명을 넘었다. 교총은 24일 온·오프라인을 통해 진행하고 있는 청원운동 중간집계 결과 10만30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기한이 일주일가량 남은 만큼 참여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최대 20만 명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안의 시급하다는 점에서 청원이 마무리되기 전인 28일 오전까지 현직·예비교사, 학부모들의 청원 결과를 잠정 정리해 청와대에 전달할 예정이다. 교총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수준의 교육환경 조성과 임용절벽사태 해소 등을 위해 교원 증원이 필요함에도 정책 당국은 임용인원 축소와 비정규직의 정규 교사 전환 논의로 교육 현장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며 “학교 현장 혼란과 예비교사들의 불안에도 불구하고‘1수업 2교사제’ 등 설익은 정책을 제시하는 교육 당국에 실망한 교사, 예비교사, 학부모들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명에 참여한 한 중등 임용준비생은 “1만 6000명 교원 증원과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를 약속한 현 정부에 기대가 컸는데 임용절벽사태와 기간제 교사 전환 논의 등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꼈다”며 “예비교사 온라인 모임 등에는 교총 서명 참여와 집회, 1인 시위 등의 적극적인 활동을 독려하는 글이 많이 올라 온다”고 밝혔다. 실제로 세종시 교육부 정문 앞과 서울 광화문광장 등에는 전국교육대학생연합, 전국중등예비교사들의외침, 공정한교사채용을위한모임 등 예비교사와 현직 교사들의 릴레이 1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교총의 청원운동과 현직·예비교사들의 반발이 확산되면서 교육부는 그동안 비공개했던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 운영 현황을 23일 부분 공개했다. 그동안 4차례 회의를 통해 현장실태 파악과 기간제 교사와 스포츠, 영어회화전문 등 7개 강사 직종 당사자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했고, 기간제교사 단체는 정규직 전환을, 강사직종에서는 무기계약 전환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집중 심의를 통해 9월초까지는 시·도교육청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방침이지만 논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각 전문 강사들은 고용안정 차원의 무기계약 전환을 요구하고 있고, 기간제 교사들은 정규직 전환을 주장하고 있지만 형평성 문제와 반발이 커 집중 심의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간제 교사·강사의 정규직 전환의 경우 헌법이 정한 기본권과 교육공무원법상 임용 절차 관련 원칙을 위배한다는 법적인 문제와 함께 최근 내년 신규 교원 선발인원 축소에 따른 예비교사들의 불만 고조, 교총의 청원 등 교육계 반발이 커 논의를 진행하기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와 여당은 기간제 교사·강사의 정규직 전환은 당장 추진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재철 교총 대변인은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는 현행 법상 논의 대상 자체가 아니다”라며 “기본적으로 법이나 원칙은 안정성이 중요하고 예측가능성이 중요한데 정부의 철학과 정책 때문에 법과 원칙을 훼손하면 결국에는 교육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