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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한나라당과 민주당은 4일과 5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공교육을 살려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인식을 같이했으나 해법은 사뭇 달랐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공교육의 실패 때문에 유명 사설학원이 모여있는 특정지역의 집 값이 폭등하는 어이없는 사태에 국민은 지금 허탈하다"며 공교육 붕괴현상을 개탄하고 "우리 당은 공교육 투자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교원정책을 개선해 학교를 정상화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또한 이 총재는 "고교평준화 정책의 개선은 고등학교의 질을 높이는 정책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을 확대하되 교육재정을 집중적으로 투입함으로써 자녀를 안심하고 고등학교에 보낼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김근태 상임고문은 "정말로 공교육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우리교육의 패러다임이 변해야' 함을 강조했다. 김 고문은 "20세기 산업화 시대의 획일적 교육을 탈피 21세기에는 창의적 인간을 키우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며 "단 한차례의 시험만으로 개인의 일생이 좌우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15일 교육부가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고한 2002년 연두 업무보고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교수·학습 지원센터'지정 운영=시·도 교육청별로 여건에 맞게 '교수·학습지원센터'를 설치해 자료개발·보급·활용체제를 정비한다. 올 3월중 대도시, 중소도시, 농어촌 지역 등 3개 교육청을 지정해 시범운영할 예정이다. ▲학교시설관리공단 설립 운영=7·20교육여건 개선사업의 하나로 시설관리공단을 설립해 학교 신축용지의 매입, 설계, 건축 및 감리 등 전과정의 책임 경영체제를 강화한다. 교원공제회 등을 통해 자본을 유치하며 일정기간 임대료를 징수한 뒤 매각한다. ▲전국단위 교육정보시스템 구축='전자종부구현'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추진한다. 교육부와 16개 시·도교육청, 일선학교 등일 인터넷으로 연결해 학사, 인사, 재정 등 교육행정업무를 전자적으로 연계해 처리한다. ▲수능시험 출제체제 개선=수능시험 상시 출제 전담기구의 설치 및 전문인력 보강, 현직교사의 출제 참여 확대, 수능 모의평가 실시 및 가채점 점수 발표 등을 추진한다. ▲평준화제도 보안=논란이 큰 고교 평준화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특성화·다양화된 교육과 영재교육 확대 방안을 상반기중 마련한다. 또 자립형 사립고와 자율학교 운영을 추가로 확대하는 등 고교 평준화제도를 보완한다. ▲교수 계약임용제 시행 및 재임용 절차 개선=올부터 임용되는 국·공립 대학교원의 경우 근무기간, 급여, 근무조건, 업적, 재계약조건이나 절차 등을 정해 임용한다. 이와함께 부당한 재임용 탈락의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직중인 대학교원의 재임용 절차를 크게 개선한다. ▲이공계 진출 촉진 종합대책=정확한 원인진단과 함께 다양한 대책을 세분화해 수립키로 했다. ▲여성 임용목표제 도입=현재 8% 수준인 국·공립대 여교수 및 여교장·교감의 비율을 단계적으로 상향조정한다. 이를 위해 서울봐 부산은 30%, 나머시 시·도는 20%로 목표율을 정해 추진키로 했다.
본사와 한국교총 교육정책연구소는 매월 교육정책 현안을 주제로 공동기획 좌담회를 개최합니다. 이 공동기획 좌담회는 `현장교원이 만들어 가는 교육정책'을 구현하기 위한 것으로 교육정책에 현장성을 가미하고 교육의 주체인 교원들이 교육정책에서 소외되는 잘못된 풍토를 개선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 좌담회 내용에 대해 의견이 있으신 분은 본지 홈페이지(www.hangyo.com) 또는 교총 홈페이지(www.kfta.or.kr) 게시판에 글을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남광우 수원 수성고 교사 ▲이만기 인천 문일여고 교사 ▲임근수 충북 청주고 교사 ▲정석성 강원 홍천여고 교사 ▲황인표 서울 보성고 교사 ▲사회 조흥순 교육정책연구소장 직무대행 ◇조흥순=2002학년도 대학입시 결과부터 논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느 때보다 혼란이 심했다고 보는데요. ◇이만기=혼란은 정부가 주도했다고 봐야겠지요. 아무 대책없이 총점누적분포표를 제시하지 않아 사설입시학원에 농락당한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하향 지원 추세가 두드러졌고 지방대학을 기피하고 전문대학을 선호하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입시의 축이 전문대학으로 기울어진 것이 특징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정석성=공부가 아니더라도 한 가지만 잘하면 대학 간다고 했었는데 지금은 특기적성, 내신, 수능 모두를 잘 해야 합니다. 좋은 대학일수록 이런 만능인의 요구는 더욱 심하구요. 특기·적성교육을 입시로 몰고 가면 진정한 특기적성 교육이 되지 못합니다. 전국단위 대회, 도 대회, 중앙 일간지 주최 대회에서 입상한 경력만 인정하므로 특기적성을 위해 개인적으로 노력한 결과는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사설학원에서 전국대회를 개최할 정도니까요. 성적 이외의 다른 요소 반영은 지방 학생들에게 불리합니다. ◇임근수=2002년 입시를 통한 핵심 정책은 학벌타파, 한 줄 세우기에서 여러 줄 세우기로의 전환이었습니다. 정시모집에서는 총점위주의 선발을 지양하고 수시모집에서는 다양한 전형을 실시해보자는 교육부의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됐다고 봅니다. 문제는 그러한 결과를 얻기 위해 대다수 수험생들의 혼란을 빚었다는 것이다. 이제 대학입시 관련 정책당국은 수시모집, 정시모집에서 어떻게 해야 고교 교육이 정상화되는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조흥순=수시 모집 제도는 어떻습니까? ◇이만기=수시 모집은 가진 자를 위한 제도라고 봅니다. 어릴 때부터 외국에 나가고, 토익 토플시험, 경시대회 모두 참가하고 추천서가 꽉 차는 학생이라야 명문대학 수시모집에 합격할 수 있습니다. 외국에서 오래 거주한 학생의 경우 수능 점수는 거의 중하위권이지만 외국어 특기로 여기저기 다 붙었습니다. 이를 지켜보는 아이들은 자괴감을 느낍니다. 1차 수시모집 발표 후 교실은 축하보다는 반목과 질시하는 분위기가 사실입니다. ◇남광우=수시 모집 1학기는 폐지돼야 합니다. 일선 학교의 부담이 많고 합격자를 위한 프로그램도 없습니다. 수시 합격자는 대학에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해야 한다. 일찍 뽑기만 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정석성=수시모집 지원자의 추천서와 학업계획서 작성에 1명당 3일에서 1주일씩 걸립니다. 대학에서 알아서 뽑아야지 고교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됩니다. ◇황인표=입학전형의 다양화라는 정책에 동조한다면 수시모집이 활성화돼야 합니다. 다만 전형방법상의 보완이 필요하겠지요. 수능시험의 일관성 부재는 정말 문제입니다. 수능 도입이후 쉽게 출제하면서 자격시험화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올해 수능은 여론몰이에 밀려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는데 수능이 통과 관문으로 되어 예전의 예비고사 형식으로 가야 합니다. 선발의 다양화는 대학이 맡아야 고교 부담이 줄어든다고 봅니다. ◇조흥순=수능을 바라보는 시각의 문제인데 교총은 가급적 수능은 자격제로 되어야 한다고 보고, 선발은 대학에서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선발권도 사실은 몇몇 주요 대학이 장악한 것입니다. 다양한 입학제도의 운영으로 학교의 기능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그것이 공교육 불신으로 이어졌습니다. 농어촌 지역에서는 학부모들이 자율. 보충학습을 요구하지만 정부에서는 불허 방침을 갖고 있으니 결국 학교 무용론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황인표=수시모집은 큰 흐름에서 찬성하지만 부분적으로 문제점이 있습니다. 프로그램이 학교 정상화를 위해 계속적으로 보완되어야 합니다. 찬성 이유는 대학 선발권의 다양화 측면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대학에서 일찍 선발해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되겠지요. 지금 당장은 문제점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우리가 수능에 매여있지 않으려면 수시모집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조흥순=제7차 교육과정 전망과 이에 따른 2005 수능 개편안에 대해 짚어볼까요. ◇이만기=준비는 하고 있지만 실제 움직임은 없습니다. 비관적인 전망이지만 7차 교육과정이 입시 준비를 위한 교육에 더 유리하다고 봅니다. 드러내놓고 입시 준비를 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입니다. 선택과목별 반편성은 자연스럽게 우열반 편성이 이루어지고 있고 수능에 적용되는 과목, 비과목을 잘 섞어서 선택과목 시간표를 정한 후 비과목 시간에 수능과목을 가르치는 방법도 동원될 것으로 보입니다 ◇남광우=교실여건도 큰 문제입니다. 학급당 학생수 감축을 위해 가건물로 교실을 지었는데 안전사고 위험이 큽니다. 100m 코스가 안되는 운동장을 또 잘라서 교실을 짓고 있는 형편입니다. 학교가 황폐화되고 있는 거지요. 기간제 교사로 교사 수급을 해결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수준별 수업을 운영하면 우수반에 들어가려고 학원을 다니게 되고 결국 사교육 부담을 가중시킬 겁니다. ◇조흥순=수능 개편안은 매우 졸속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공청회 한번 거친 후 최종안이 만들어졌습니다. 공통과정이 평가영역에서 제외되었는데 공통과정 교육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그리고 교과 편중 현상, 교육과정의 입시 종속 현상, 그와 관련된 학교 운영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임근수=수능 개편안은 학교의 문제를 고민하지 않은 결과겠지요. 공청회에서 나온 방안들을 절묘하게 조합한 타협안으로 철학이 없습니다. 이 안에 따르면 진로선택이 일찍 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학생들은 토목공학과에서 건축공학과로 바꾸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의대에서 법대로 진로를 바꾸고 있는 현실입니다. ◇정석성=학생들이 배우지 못한 과목을 선택해야 하는 문제도 발생합니다. 소수 학생들이 선택한 과목을 개설할 수 없고 학생들로 하여금 학교가 선택한 과목으로 바꾸게 하는 수밖에 없으므로 자율권 부여가 되지 않습니다. 소규모 학교에서는 아예 시행이 불가능합니다. 순회교사제를 활용할 수 있지만 소규모 학교는 여러 명의 순회교사가 와야 하고, 수업 후 학생 지도의 책임 한계가 생깁니다. 교육은 교사, 학생이 함께 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에게만 초점을 두어선 안 되지요. ◇이만기=직업탐구영역 신설로 실업고가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모두 입시교육을 할 것입니다. 내신으로 대학가는데 수능으로는 경쟁하기 어렵거든요. 현재 학생들은 성적으로 진로를 결정하고 있는데 일부과목만 선택해 응시하지는 않을 겁니다. 모든 과목을 응시해 잘 나온 것으로 입학전형에 제출할 것입니다. 결국 모든 영역을 준비하는 거지요. 고교 1학년의 특기적성교육은 모두 국·영·수 공부에만 충당될 것이고 2.3 학년에서 선택과목 일부를 골라서 하고, 내신도 일부 과목만 반영하니 좋은 점수 나오는 것만 고르게 되겠지요. 대안으로 전 영역에서 골고루 필수 선택, 심화선택을 두어 특정학과는 특정과목을 이수해야 한다는 식으로 사전 예고됐으면 합니다. 내신성적은 전과목 석차 백분율 반영, 내신 반영 비율 의무화 등을 규정해야 합니다. ◇조흥순=기본적으로 정부의 수능개편안이 확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문제의 최소화를 위해 개선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봅니다. 제도상의 보완해야 할 과제 운영상에 필요한 보완 방안을 생각해보기로 하지요. ◇황인표=대학원과정에서 진로를 선택하는 나라들도 많은데 우리는 중학교 때부터 진로 선택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빨리 빨리 선택하게 해서 원하는 공부만 한다는 것은 반드시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수능은 고교교육을 정상적으로 받았으면 풀 수 있도록 교과서 내에서 시험을 출제해야 사교육 문제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교과서를 조금 더 어렵게 만들더라도 그 안에서 출제해야 합니다. 7차에서 교과 내용을 줄이고 학습부담을 경감시키는 것은 세계적으로 학생들의 실력 향상을 강조하는 추세에 배치된다고 봅니다. ◇임근수=이론상 수능의 비중이 정시모집 70% 수시모집 30%를 차지하는데 수능 위주의 입시 제도가 존재하는 한 개선 가능성이 없어 보입니다. 전체 대학의 약 85%가 수능 점수의 반영 비율이 지나치게 높습니다. 고교 등급제는 특히 시골 학생들에겐 이유없이 차별을 가하는 것입니다. 고교 등급제보다는 차라리 본고사, 지필시험이 타당합니다. 지필고사를 볼 수 있는 자율권을 대학에 주어야 합니다. ◇정석성=대학입시를 시행하면서 문제점을 보완하면 되는데 제도를 너무 바꿔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학에서 고교등급제를 시행하는 증거가 뚜렷합니다. 입시제도 바꿀 때 교원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임=교사들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추천서 쓰기 힘드니까 없애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됩니다. 감정적으로 치우치지 말고 이성적, 논리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합니다. 고등학교 교육 정상화에 문제가 되면 교사들이 나서야 합니다. ◇이만기=대학입시만의 문제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고등학교 학사제도 자체를 개편해야 합니다. 수능시험일을 11월 5일로 본다면 그 이전에 고교 학사를 종료하고, 11월 1일∼2월 말까지를 입학 전형 기간으로 하면 대학과 고교 교사가 부담을 느낄 이유도 없습니다. 수시 모집은 현재와 거꾸로 하면 됩니다. 면접이 합법적인 편견의 장소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남광우=전 과목 내신 반영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체육을 못하는 아이가 사회생활, 학문 활동에 문제가 있습니까. 특정 과목 하나 때문에 대학 입시에 영향을 받는 것은 문제라고 봅니다. 면접 날짜가 겹치지 않도록 대학간 조정이 필요하고 면접 장소도 지방에서 할 수 있는 배려가 필요합니다. ◇황인표=내신의 평어 반영은 성적 부풀리기 초래하는 원인입니다. 석차 백분율 도입해야 합니다. ◇정석성=동의합니다. 학생들 수준이 전체적으로 떨어지는 때가 있는데 금년이 그 경우라고 봅니다. 대학은 고교를 믿고 석차 백분율로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조흥순=또한번 이상과 현실의 갈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계속적 공감대 형성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학입시제도의 개선 방향을 세우는데 현장 선생님들의 의견이 꼭 반영돼야 합니다. 오랜 시간 토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역사만큼이나 오랜 교실은 아무리 조심스레 발걸음을 떼어도 삐걱삐걱 불협화음이 울려 퍼지곤 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가을 녘이면 '고엽'이라는 제목의 노래를 풍금에 맞춰 부르곤 했지요. 무척이나 음악을 좋아하시고 합창지도도 열심히 하셨던 담임선생님 덕분에 6학년 수준으로는 분에 넘치는 가곡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자주 가졌습니다. 그 날도 '이슬 내린 언덕길에 너와 마주서 설운 이별 서로 나눌 때…'하면서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슬픈 듯한 아련히 옛 추억이 떠올라 코끝이 시큰해질 것 같은 그러한 가사와 멜로디에 취해 우리는 참으로 열심히도 노래를 불렀습니다. 우린 가사만큼이나 비밀스러움을 간직한 채 어엿한 모습으로 성장을 했지요. 참으로 열심히 선생님의 뜻에 부응하며 학교생활을 했습니다. 항상 우리에게 꿈을 갖도록 해 주셨고 풍부한 정서를 갖도록 배려해 주시던 이상득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우리가 따뜻한 마음을 갖고 살도록 당신의 삶에서 얻은 진솔한 이야기들을 자주 들려 주셨고 어쩌다 힘이 빠진 우리들을 격려하는데도 결코 인색하지 않으셨습니다. 선생님, 정말 뵙고 싶습니다. 선생님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교단에 신선한 엔실리지로 자리하시길 간절히 희망합니다.
꿔거꺼엉, 다복솔이 우거진 학교 뒷산에서 꿩 울음소리가 골짜기를 들썩거리며 내려왔다. 박 선생과 공 선생은 코를 박고 열중하던 바둑돌을 쓸어 담고 숙직실을 빠져나왔다. 교문을 지나자 언덕길 너머로 부풀어오른 바다는 저녁 노을에 물들어 불그스름하게 빛났다. 언제 보아도 눈이 시리도록 곱고 황홀한 바다였다. 그 오색 찬란한 바다에 둘러싸인 섬 여자중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은 행복한 표정을 지어야 마땅했다. 그러나 공 선생은 심기가 매우 불편한 얼굴이었다. 입이 석 자나 불거져서 툴툴거렸다. "그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냔 말이여? 나 참 기가 막혀서......." 가까운 학부모한테서 귀띔을 받았단다. 학교에 변고가 생긴 것이 모두 공 선생 탓이라고 원망한단다. 공 선생 꿩 잡아먹고 구렁이 잡아먹은 일 때문에 동티가 났다고 수군대더란다. 도대체 이 개명 천지에 꿩 잡아먹고 구렁이 잡아먹은 일하고 학생들 아픈 일하고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이냐고, 무지몽매한 섬 학부모들이 생사람 잡게 생겼다고 공 선생은 펄쩍 뛰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공 선생을 힐끗 훔쳐보면서 박 선생은 가만히 입술에 웃음을 머금었다. 물론 박 선생도 공 선생 꿩 구렁이 잡아먹은 일하고 학생들 아픈 일하고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걸핏하면 용왕님의 진노로 바다에 나간 선원들이 떼죽음을 당하기 일쑤인 섬사람들로서는 매사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으니까 그들의 원망을 꼭 미신이라고 가볍게 웃어넘길 수만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것도 멀쩡한 꿩을 잡아먹었더라면 그토록 험한 구설수에 휘말리지는 않았을는지 모른다. 유리창을 빈 허공인 줄로 오인한 장끼가 한껏 매력적인 몸매를 뽐내며 유유히 날다가 그만 와장창, 유리를 박살내며 펑, 복도로 나동그라지자 뒤늦게 나타난 공 선생이 북적거리는 여학생들을 비집고 들어가 아직도 날갯죽지를 실룩거리는 그 훌륭한 술안주감을 슬그머니 들어올렸던 것이다. 그 뒷일은 물어볼 필요조차 없었다.. "선생님, 그 꿩 어찌하셨어요?" 학생들이 궁금해하자. "응, 선생님들하고 볶아먹었지." 공 선생은 씩 웃으며 태연하게 대답했다. 꿩을 볶아먹는 자리에는 박 선생도 한 자리 끼게 되었다. 어쩐지 좀 께름칙하기는 했지만 다들 맛나게 먹는데다가 공 선생이 하도 권해서 억지로 몇 점 먹기는 먹었다. 참새 한 마리만 교실로 날아들어도 함성을 지르는 여학생들이 그 희한한 사건을 그냥 지나칠 리 만무였다. 집에 가자마자 식구들에게 어쩌고저쩌고 쫑알거렸을 것이 분명했다. 아침 햇살에 힘이 뻗쳐 뛰어오르다가 잘못하여 뱃전으로 떨어진 장작만큼 굵은 숭어도 먹으면 재수에 옴 붙는다고 다시 바다로 살려 보내는 섬사람들이 정식으로 총을 쏘아 떨어뜨린 꿩도 아니고 실수로 유리에 부딪혀 떨어진 꿩을 얼씨구나 볶아먹은 공 선생을 곱게 보았을 리 있겠는가.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구렁이까지 말썽이었다. 학교 뒤 언덕에 서 있는 소나무로 기어오르던 구렁이를 발견한 여학생들이, "선생님, 저기, 저기, 구렁이가......" 쪼르르 교무실로 달려와 숨 넘어가는 소리로 호들갑을 떨자 주섬주섬 노끈을 챙긴 공 선생이 잽싼 걸음으로 현장에 도착하였던 것이다. 공 선생은 한참 동안 작대기로 구렁이 몸뚱이를 여기저기 들쑤신 끝에 나무 밑으로 떨어뜨리는 데에 성공했다. 목에 올가미를 씌워 묶은 다음 잡아당기자 시커먼 먹구렁이는 몸을 비비꼬고 혀를 날름거리며 끌려왔다. 꺄악, 엽기적인 광경에 질린 여학생들이 소름끼치는 비명을 질러대도 공 선생은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자루에 넣어서 음침한 곳에 숨겨 두었다가 학생들이 하교하자 공 선생은 숙직실 연탄불에 솥을 걸고 구렁이를 푹 고았다. 기름이 둥둥 떠올랐다. 몸보신에 그만이란마시. 공 선생이 한사코 함께 먹자고 권했지만 박 선생은 소름이 돋아 줄행랑을 놓았다. 그래도 몇몇 선생들은 기어코 밤이 이슥하도록 마지막 국물 한 방울까지 끝장을 봤다는 후문이었다. 물론 그 소문 역시 학생들 입을 통하여 학부모들에게 전해졌을 터였다. 학부모들이 공 선생의 잇따른 만행에 낯을 찌푸렸을 것은 뻔한 이치였다. 그러던 차에 학교에 괴질이 나돌았으니 공 선생이 입살에 오르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허무맹랑한 미신이라고 섬사람들만 나무랄 일이 아니었다. 그랬다. 그건 참으로 괴상한 질병, '괴질'이었다. 며칠 전, 쉬는 시간에 교무실 문이 드르륵 거칠게 열리며 뛰어든 학생이, "선생님! 순미가 죽어가요!" 째진 목소리로 날카롭게 외쳤다. 순미의 담임을 맡은 처녀 선생이 놀라서 허둥지둥 이층으로 뛰어올라 갔을 때, 이층 복도에서는 전대미문의 해괴한 동작이 연출되고 있었다. 마룻바닥에 주저앉은 순미는 신이 내린 무당처럼 두 팔을 허공으로 치켜올린 채 부들부들 떨면서 비명을 질렀다. 손가락은 덜덜 떨리고, 이빨은 덜그럭덜그럭 마주치고, 눈알은 희번득 돌아갔다. 으으으으, 괴성을 터뜨리고 경련을 일으키는 순미를 지켜보며 공포에 질린 여학생 구경꾼들은 엉엉 울었고, 난생 처음 보는 무서운 광경에 놀란 처녀 선생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학생들과 함께 발을 동동 굴리며 울었다. 고통에 찬 비명과 함께 무섭게 경련을 일으키던 순미는 급기야 넋을 잃고 쓰러졌다가 몇 분 후에 천만다행으로 정신을 되찾았지만, 놀라운 소식은 순식간에 복도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달려갔다. 그 소문 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그 날 오후가 되자 여기저기 몸이 아프다는 학생이 스무 명을 넘어섰다 그때까지만 해도 교사들은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보리를 벨 시기였다. 학교에서는 늘 그래왔듯이 예년과 비슷한 날짜에 교복을 동복에서 하복으로 갈아 입혔다. 그런데 뜻밖에도 기온이 뚝 떨어졌다. 긴소매를 반소매로 갈아입은 연약한 여학생들은 아침저녁으로 읍내에서 뚝 떨어진 학교까지 얇은 옷을 입고 먼 거리를 오가는 탓으로 팔에 소름이 돋고 으슬으슬 한기를 느꼈을 터였다. 콧물이 흐르는 학생도 있고 오한이 드는 학생도 있을 수 있었다. 아프다는 학생이 불어난 것은 다 그런 감기 기운 때문이겠거니 짐작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순미가 한바탕 소란을 피운 다음날에는 첫째 시간부터 몸이 아프다는 학생이 속출했다. 누구는 배가 아프다고 했고, 누구는 머리가 아프다 했다. 더러는 목이 꽉 잠겨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했고, 더러는 손가락이 오그라져서 잘 펴지지 않는다 했다. 누군가는 골치가 깨지도록 지끈거리고, 누군가는 눈알이 빙빙 돌 정도로 어지럽다 했다. 또 누군가는 갑자기 다리에 힘이 쏙 빠진다고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여중학교에는 양호 교사도 양호실도 없었다. 어지간히 아픈 학생은 뜨끈한 숙직실에 가서 잠시 누워 쉬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런데 기묘한 일은 아프다는 친구를 숙직실까지 부축하여 눕혀 놓고 돌아온 학생이 자기도 어지럽다며 맥없이 복도에 쓰러져 버린 사건이었다. 그 소문이 나돌자 학교는 벌집을 쑤셔놓은 듯 소란해졌다. 쉬는 시간마다 교무실에는 아프다는 학생들이 꾸역꾸역 몰려들었다. 담임 선생 앞에는 어김없이 서너 명의 학생들이 진을 치고 우는소리를 했다. 박 선생도 학생들과 입씨름을 벌이느라 진땀을 뺐다. "야, 이슬이! 너 방금 내가 수업 들어갔을 때까지도 멀쩡했잖아?" 학생들은 꽉 짜인 학교 생활에 지쳐 있었다. 학생들에게 학교는 늘 빡빡하고 딱딱하고 팍팍한 곳이었다. 더군다나 공부는 '공' 자만 들어도 골치가 아팠다. 아무리 재미있게 가르쳐 주어도 수업 시간은 지루하고 답답하고 갑갑하기 마련이었다. 박 선생은 학생들의 짜증을 덜어줄 요량으로 수업 도중에 우스운 이야기를 곧잘 해주었다. 방금 전 국어 시간에도 이야기 주머니를 끌렀다. 예전에 박 선생이 초등학교 근무할 때의 이야기였다. 한 번은 일학년을 맡았는데 여학생 한 명이 신발을 잃어버렸다. 아무리 찾아 봐도 신발이 보이지 않자 하는 수 없이 박 선생은 그 꼬마숙녀를 집에까지 업어다주기로 작정했다. 아무리 꼬마라지만 숙녀는 숙녀였다. 업혀 가지 않겠노라고 심하게 앙탈을 부렸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등에 업혔지만 뒤늦게 사태의 진상을 깨달은 꼬마숙녀는 교문을 나설 무렵부터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서 당장 내려놓으라고 보채기 시작했다. 그래도 못 들은 척 계속 업고 달리자 약이 오른 꼬마숙녀는 박 선생의 옆구리를 사정없이 꼬집어 뜯었다. 그래도 모른 척하자 이번에는 박 선생 등짝을 고사리주먹으로 쿵쿵 두들겼다. 그래도 모른 척하자 이번에는 약이 잔뜩 올라 욕설을 퍼부어 댔다. "놔야, 놔, 이 새끼야! 안 놀래?" 세상에! 선생이 제자한테 욕을 얻어먹은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 이야기를 듣던 학생들은 꼬마숙녀가 선생 옆구리를 꼬집어 뜯는 장면부터 입이 슬그머니 벌어지다가 욕설을 퍼붓는 장면에서는 깔깔 까르르르 신나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슬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내숭을 떠느라 입을 살짝 가리고 호호, 점잖게 웃기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거의 눈물이 쏟아질 정도로 쿡쿡 웃어댔다. 그렇게 웃던 아이가 뒤돌아서는 길로 금방 또 아프다고 찾아왔으니 박 선생으로서는 어안이 벙벙했다. "너 아까 꼬마숙녀 이야기 들으면서 막 웃고 즐거워했잖아? 네가 나라면 아프다는 말 믿을 수 있겠어?" "맞아요, 아까까지 멀쩡했는데 갑자기 창자가 꼬이는 것처럼 아파요. 교실에 있는 소화제 먹었어도 소용없어요." "다 큰 처녀 배를 만져줄 수도 없고 어쩌겠냐? 병원에라도 가 보아라." 이슬이가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다음 순서는 경심이었다. 덩치가 크고 볼딱지에 뒤룩뒤룩 군살이 엉겨붙은 경심이는 꼬마 숙녀가 선생에게 욕설을 퍼붓는 대목에서 얼마나 신이 났던지 꺄악, 쇳소리를 지르며 금방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는데, 이제는 풀이 폭삭 죽어 울상을 지으며 뭐라고 뭐라고 못 알아들을 소리로 중얼거렸다. "허허, 숭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뛰더라고 이제는 아플 사람이 없어서 너까지 아프단 말이지?" 옛날 소년들은 유난히 방귀를 뽕뽕 갈겨대면서 '방귀 잘 뀌는 사람 신체 건강해'라고 억지를 썼는데, 경심이도 신체가 건강한 탓인지 뽕뽕 방귀를 잘 뀌어댔다. 다른 여학생들은 부끄러워서 설령 방귀가 마렵더라도 참으려고 애쓰거나 살그머니 해결하기 마련이지만 경심이는 전혀 조심하거나 꺼리는 법이 없었다. 선생에게 들리거나 말거나, 친구들이 찡그리거나 말거나 끙, 힘을 주어서 뿌우우웅, 시원스럽게 내갈겨 버리고는 개운한 표정을 짓기 일쑤였다. "어휴, 냄새." 그럴 때마다 학생들은 코를 쥐고 손사래를 쳤다. "선생님, 경심이 좀 복도로 내보내세요." "니 빤쓰는 다 삭았겄다." 그러면 또 박 선생은 경심이의 무안을 덜어줄 속셈으로 점잖게 달랬다. "나 어렸을 적에는 말야, 방귀 잘 뀌는 사람은 신체 건강하다고 했지." 박 선생은 방귀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박 선생이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 전쟁 끝난 지 얼마 안 되어 나라 살림 집안 살림이 모두 어려웠을 때, 못 먹고 굶주린 아이들은 별의별 것을 다 먹고 온갖 희한한 소리와 냄새가 나는 방귀를 뀌어댔다. "여러분, 삼대 방귀라고 들어봤어요?" "아니요." 학생들은 일제히 합창하듯 외치며 박 선생의 입에서 무슨 이야기가 쏟아질지 벌써부터 호기심이 가득 어린 눈초리로 키들거리기 시작했다. 박 선생은 칠판에 커다랗게 '삼대 방귀'의 명칭을 썼다. --보리 방귀 --무시 방귀 --다마네기 방귀 '보리 방귀'는 보리밥을 먹으면 나오는 방귀였다. 지금이야 흔해 빠진 것이 쌀밥이지만 그 시절에는 쌀밥은커녕 보리밥이라도 끼니를 거르지 않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집은 잘 사는 축에 들었다. 보리밥을 먹으면 쌀밥보다 방귀가 훨씬 자주 나왔다. 너나없이 보리밥으로 끼니를 때우다 보니 걸핏하면 여기에서 뿡, 저기에서 뿡, 방귀 소리가 그칠 날이 없었다. 보리 방귀는 엄청나게 큰 소리에 비하여 냄새는 그리 독하지 않아 견딜 만했다. 우렁찬 방귀 소리가 교실에서 울리면 아이 들은 그것이 보리방귀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다. 물론 범인도 쉽사리 찾아낼 수 있었고. "무 알지요? '무시'는 무의 사투립니다. '여시'는 여우의 사투리고." 곯은 배를 불리고 입도 즐겁게 해 줄 간식거리가 턱없이 모자랐던 소년들은 밭을 지나갈 때면 '무시'를 뽑아 먹는 일이 흔했다. 흙을 털만큼 털고 손톱이나 이빨로 껍질을 도려낸 다음 아그작아그작 베어먹는데 초록빛이 도는 대강이 쪽은 시원 달콤 맛이 괜찮지만 하얀 꼬리 쪽으로 내려갈수록 싱겁고 지리고 매캐했다. 그런다고 꼬리 쪽을 던져버리는 일은 드물었다. 대개는 그것도 아까워서 간당간당 뿌리만 남을 때까지 끝장을 보기 마련이었다. 물론 방귀에서도 어김없이 '무시' 냄새가 났다. '무시' 방귀는 보리 방귀에 비하여 뽀오옹, 소리는 길고 가늘지만 냄새는 훨씬 더 매캐하고 독해서, 이웃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면 방귀를 뀐 학생은 얼굴이 빨개져 고개를 푹 수그렸다. "다음은 '다마네기' 방귀인데, 그 시절은 일제 시대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어른들이 양파를 일본말로 '다마네기'라고 부르니까 아이들도 '다마네기'라고 한 겁니다. 이게 얼마나 냄새가 지독하던지 코가 썩을 지경이랍니다." 입이 궁금한 아이들은 무처럼 양파도 날로 잘 먹어댔다. 한번 입에 댔다 하면 마지막 속알맹이가 사라질 때까지 매워서 눈물을 질금질금 흘리면서도 결코 손에서 놓는 법이 없었다. '다마네기'를 자주 먹으니 '다마네기 방귀'도 자주 나올 수밖에. '다마네기' 방귀는 '피잇' 소리가 나다 말아서 '피시 방귀'라고도 불렀는데 소리가 거의 없는 대신 맵고 썩은 냄새가 천지를 진동해서 한번 터졌다 하면 원자탄이 터진 것처럼 교실에 난리가 났다. "어떤 새끼가 '다마네기 방구' 뀌었냐?" 매캐하고 썩은 냄새가 교실에 퍼지면 아이들은 저마다 코를 싸매 쥐고 욕설을 퍼부었다. '다마네기' 방귀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으므로 범인을 찾아내기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방귀 이야기를 마치자 학생들은 배를 쥐고 깔깔거렸지만 오직 방귀를 잘 뀌는 경심이만은 성난 눈초리로 박 선생을 흘겨보았다. 박 선생으로서는 위로한답시고 꺼낸 이야기였지만 경심이로서는 자기를 놀리는 이야기로만 들렸던가 보았다. 이번에도 경심이는 왜 건강한 너마저 아프다고 나서느냐는 힐책에 앙칼진 눈매로 박 선생을 노려보며 더운 눈물을 좌르르 쏟아냈다. "억울해요, 억울하당게요." "억울하긴 뭐가 억울해?" "저라고 아프지 말란 법 있당가요?" "어디가 아픈데?"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잘 모르겠당게라우. 정신이 하나도 없고 몸이 공중에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랑게라우." "야, 거 참 부럽구나, 부러워. 비행기 표도 안 끊고 공중에 둥둥 떠다닌다니 얼마나 신통한 일이냐. 너 혹시 공부하기 싫어서 꾀병 부리는 것 아니지?" "그럼 미진이는 왜 왔다요?" 경심이 뒤에는 공부 잘하는 모범생 미진이가 고개를 푹 수그린 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경심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하는 수 없다는 듯 미진이는 죄인처럼 땅바닥을 내려다보며 미적미적 박 선생 앞으로 다가섰다. "너도 아프냐?" "네에, 배하고 머리가......." "허허 참, 잠깐 기다려 봐라." 미진이를 세워 둔 채 박 선생은 평소에 친형처럼 따르는 대선배 공 선생한테 갔다. 바둑도 함께 두고 낚시도 함께 다니고 술도 함께 마시는 터라 언제나 답답한 일이 생기면 박 선생은 허물없고 만만한 공 선생을 찾아갔다. 공 선생 앞에도 역시 세 명의 학생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공 선생님,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습니까? 어째 좀 수상한 냄새가 나는데요." "선생질 이십 년에 나도 처음일세. 전무후무한 일이야."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글쎄, 거짓말인 것도 같고, 아주 거짓말은 아닌 것도 같고...... 집단적으로 미리 짜고 벌이는 일이 아닌 것만은 확실한데..... 어디 한 군데가 아픈 것도 아니고, 증상을 종잡을 수 없으니...... 전염병도 아닌 것 같고....... 좀더 두고 보더라고.......나도 지금 요술에 놀아나는 기분이네." "지금 당장 저렇게 아우성들이니 어떡합니까?" "할 수 없지 어쩌겠는가. 꼬치꼬치 따지지 말고 대강 처리해 버리게. 눕고 싶다면 숙직실로 보내고, 병원에 가고 싶다면 조퇴시켜 주게나. 직원회의라도 열어야 할 것 같아." 그때였다. 아까부터 교무실 이곳저곳을 잔뜩 못마땅한 눈으로 흘겨보던 학생주임 최 선생이 발딱 일어나더니 버럭 고함을 질렀다. "요것들이 지금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뻔한 꾀병 가지고 엄살을 피워? 조퇴라니, 어림없는 소리 말어. 아직 덜 맞아서 그러지? 꾀병 부리는 놈들한테는 그저 몽둥이 찜질이 최고야. 몽둥이 맞고 싶은 놈들 있으면 이리 나와! 빨리 안 나와? 한 대씩 맞으면 정신이 번쩍 들 거다. 선생님들, 안 되겠어요. 모두 교실로 돌려보내세요. 아파도 책상에 엎드려 있고, 울어도 교실에서 울엇! 지금부터 셋 셀 때까지 교실로 돌아가지 않는 놈은 각오한다. 하나, 둘, 셋!" 그러자 마치 공습 경보라도 울린 듯 학생들이 우르르 달아났다. 학생주임 최 선생은 호랑이 선생으로 악명이 높았다. 무슨 일이든지 일단 트집이 잡혔다 하면 인정사정 없이 조져댔다. 한번 화가 났다 하면 뺨이고 종아리고 남아나지 않는지라 학생들은 복도 끝에 최 선생의 그림자만 얼씬거려도 오금을 펴지 못하고 벌벌 떨 지경이었다. 그 최 선생이 오기가 잔뜩 실린 깐깐한 목소리로 셋을 세고 나자 교무실은 텅 비었다. 학생들은 한 명도 남지 않고 깡그리 교실로 달아나 버렸다. 담임 선생들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최 선생을 바라보았다. "그러면 그렇지, 제깐 놈들이 별 수 있을랍디여? 다 엄살이라니까요. 벗 따라 강남 가더라고 괜히 공부하기 싫으니까 연극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최 선생은 자기의 엄포가 먹혔다고 얼굴 가득 득의의 미소를 띠었다. 그러나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최 선생도 오후에는 꿀 먹은 벙어리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어 최 선생의 으름장 정도는 씨알이 먹히지 않을 지경이었다. 병원에 간 학생이 겁에 질려 주사도 맞기 전에 내뺐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조퇴를 하고 교문을 나선 학생이 길 옆 비탈로 굴러 떨어졌다는 소식도 들어왔다. 여중학교에 원인을 알 수 없는 괴질이 발생했다는 소문이 돌자 학교에서 이 킬로쯤 떨어진 읍내는 벌집을 쑤신 듯 소란해졌다. 그처럼 흉흉한 소문이 읍내를 한 바퀴 도는 데에는 채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자기 딸이 정체불명의 질병에 걸렸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몸을 떨면서 학부모들은 일감을 내팽개치고 허둥지둥 학교로 몰려들었다. 어떤 학부모는 택시를 타고 쫓아왔고, 어떤 학부모는 다급한 나머지 지게를 지고 달려오기도 했다. 딸이 아프다면 지게에다 지고 갈 심산인가 보았다. 교무실과 교실은 당황한 학부모들이 미덕아, 영미야, 딸의 이름을 외치며 수선을 피우는 바람에 마치 부상당한 군인들이 쓰러져 신음하는 야전 병원처럼 어지러웠다. 소문을 들은 보건소 직원 역시 헐레벌떡 출동하여 수업 중임에도 불구하고 이 교실 저 교실 책상과 걸상, 그리고 쓰레기통까지 구석구석 들쑤시고 다녔지만 의심할 만한 증거는 아무 데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래도 미덥지 않았던지 그는 마스크를 쓰고 약통을 걸머진 다음 교실마다 철커덕 철커덕 쉬익 쉬이익, 크레졸 소독약을 뿌옇게 뿌리고 돌아갔다. 학부모한테서, 교육청에서, 주재 기자한테서 전화가 빗발쳤다. 어찌 된 노릇인가? 도대체 무슨 병인가? 왜 무슨 병인지도 모르는 병이란 말인가? 증세는 어떠한가? 머리가 아프면 머리만 아프고 배가 아프면 배만 아파야지 왜 황당하게 여기도 아팠다 저기도 아팠다 종잡을 수가 없단 말인가? 몇 명이나 아픈가? 우리 딸은 괜찮은가? 아픈지 안 아픈지 모르면 빨리 교실에 가서 확인해 알려주어야 할 것 아닌가? 그러나 사태의 진상을 명쾌하게 설명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애꿎은 교감만이 전화통을 붙잡고 예, 예, 그게 아니고, 그렇게 걱정할 정도는 아닙니다, 너무 염려 마세요, 무슨 병인지 아직 모릅니다, 그게 좀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쩔쩔 맬 따름이었다. 박 선생은, "갈수록 태산이군요. 어째 좀 요상한 냄새가 나지 않습니까?"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여 또 공 선생에게 물어보았지만, "모르겠어, 나도 이런 이상한 일은 처음이라니까."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 따름이었다. 예년보다 기온이 내려가 비교적 쌀쌀하게 느껴지는 날씨에 하복 반소매를 입고 다니다가 감기 증상을 보이는 학생도 몇 명 나올 수는 있었다. 그러나 전교생 600여 명 가운데 100여 명 이상이 조퇴를 한 현상을 감기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전염병도 아니었다. 전염병이라면 고열이나 반점, 설사 등 나름대로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야 하는데, 아프다는 학생들에게는 공통된 증상이 없었다. 물론 식중독도 아닌 것 같고, 꾀병도 아니었다. 꾀병이라고 호통을 치던 학생주임 최 선생이 오후 들어 벙어리가 되었다시피 그 괴질의 증상에는 꾀병으로서는 도저히 설명하기 어려운 그 무엇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심리적인 것일까. 알 수 없는 공포나 두려움이 확산되는 것일까. 그럴 것도 같기는 한데 꼭 집어서 심리적인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웠다. 아리송했다. 무언가 석연치 않으면서도 교사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 더 이상 괴질의 원인을 명확하게 끄집어낼 수 없었다. 오후 수업은 군데군데 빈 책상이 수두룩하여 분위기가 엉망으로 흐트러진 가운데 지나갔다. 엄벙덤벙 수업을 마치고 학생들이 돌아간 다음 교무실에서는 긴급 회의가 열렸다. 급히 교육청에서 파견된 장학사가 입을 떼었다. "이번 괴질에 대해서는 저보다 선생님들께서 더 잘 아실 테니까 그 원인이나 대책에 관하여 좋은 의견들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장학사님! 괴질 괴질 하시는데 그 명칭이 괴상하고 흉측한 느낌이 듭니다. 다른 이름으로 바꾸어 불렀으면 합니다만." "무슨 좋은 이름이 있습니까?" "글쎄요, '원인 미상의 질병'이라든지, '알 수 없는 현상'이라든지......." "저도 괴질이라는 이름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만 지금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니까 대책 부터 강구해 보도록 하지요." 교사들은 머리를 맞대고 향후 대책을 논의한 결과 급한 대로 몇 가지 결정을 내렸다. --사흘 후에 실시할 예정이었던 농번기 보리 베기 가사 조력을 앞당겨 내일부터 실시한다. 이 사실은 비상 연락망을 통해 부락별로 학생들에게 전달한다. --학급별로 환자 명단을 작성하여 이를 다시 부락별로 분류해서 내일 오전에 교사들이 부락을 나누어 맡아 방문해서 환자 학생들의 경과를 살핀다. --내일 정오에 다시 학교에 모여 추후 대책을 논의한다. 다음 날 아침 박 선생은 망석리 열두 명의 환자 명단을 받아들었다. 거기에는 경심이와 미진이의 이름도 끼여 있었다. 망석리는 삼사십 호가 모여 사는 바닷가 마을이었다. 박 선생이 털털거리는 구닥다리 완행 버스에서 내렸을 때 마을 앞 초록빛 바다는 무수한 물비늘에 휩싸여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었다. 산비탈에는 노랗게 익은 보리 이삭이 물결치고, 간간이 보리를 베는 농부들도 눈에 띄었다. 어디선가 탈곡기 돌아가는 소리가 왱왱 쏴아 쏴아 정적을 깨뜨렸다. 돌담길을 돌아서자 골목에서 고무줄놀이를 하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에는 경심이도 끼여 있었다. 경심이는 포대기로 동여맨 아이를 업고 고무줄을 넘다가 박 선생을 발견하자 깜짝 놀라 얼굴이 빨개졌다. "다 나았니?" "예." "언제부터 괜찮았니?" "엊저녁이요." "거 참 요상스럽다, 잉? 어째서 학교에서는 아프다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낫는다냐? 혹시 꾀병 아니다냐?" "아니랑게라우, 선생님. 그때는 정말로 정신없이 아팠당게라우." "허허, 내가 도깨비한테 홀렸는갑다." 경심이도 쑥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등에 아이를 업은 채로 경심이를 앞장세우고 박 선생은 열두 명의 환자 학생 집을 일일이 찾아다녔다. 그러나 감기 기운으로 몸져누운 한 명을 빼고는 모두 집에 붙어 있지 않았다. 밭에 나가거나 개펄에 나가거나 아니면 마당에서 놀고 있었다. 모두들 언제 아팠느냐는 듯이 말짱한 눈으로 배시시 겸연쩍은 웃음만 흘릴 따름이었다. 밭일을 나간 미진이는 박 선생이 방문했다는 소식을 들었던지 발그레 상기된 얼굴로 씩씩하게 달려왔다. 교복을 벗고 아주머니 옷을 입으니 영락없는 농부 아낙네 형상이었다. "선생님 오셨어요?" "응, 왜 누워 있지 않고 찬바람 쐬고 다니느냐?" "이제는 괜찮아요. 걱정 끼쳐 드려서 죄송해요." "너는 왜 아팠는지 짐작 가는 데라도 있냐?" "모르겠어요." "허허, 거 참, 요상도 하지. 아무튼 다들 나았다니 됐다. 이제 가 볼란다." "안 돼요. 아버지께서 곧 오신다 했어요. 점심 잡숫고 가시라고요. 모처럼 오셨으니 막걸리라도 한 잔 대접하시겠다고 했어요." "고맙지만 지금 바쁘다. 학교에 가서 회의를 해야 하거든. 아버님께는 죄송스럽다고 전해 드려라." "그냥 가시면 안 되는데......" 출장을 나갔던 선생들이 차근차근 돌아왔다. 어느 부락이나 사정은 엇비슷했다. 몇 명을 빼고는 한결같이 멀쩡하더라는 보고였다. 대책회의고 뭐고 머리를 맞댈 필요조차 없어져 버렸다. 무슨 전무후무한 선물이라도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는지 방방 떠서 결전을 앞둔 야전군 사령관처럼 교장실로 교무실로 부산나게 들락거리던 장학사는 교사들이 빈손으로 돌아오자 허탈하고 맥풀린 얼굴로 학교를 떠났다. 별 탈 없이 괴질이 사라졌다니까 안도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찜찜한 얼굴이었다. 찜찜하기는 선생들도 마찬가지였다. 다 나았다니까 학생들이 계속 아프다는 것보다는 다행이라고 만세라도 불러야 옳을 일이었지만 호되게 시달리던 사건치고는 너무나도 뒤끝이 허망하고 감쪽같아서 아이들의 집단 요술에 놀아난 느낌이었다. "내가 뭐랍디여? 그래 봤자 모조리 꾀병 아니랍디여? 그저 몽둥이가 약인디 선생님들이 너무 부드럽게 대해 주니까 이놈들이 어른 상투를 잡고 뒤흔든 거 아닙니까?" 학생주임 최 선생은 화풀이라도 하듯 밥그릇에 난폭하게 수저를 꽂고 소주잔을 쭈욱 들이켰다. 점심을 마치자 선생들은 우르르 숙직실로 몰려가 바둑을 두고 한 쪽에서는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그 일은 그렇게 마무리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학생들의 괴질이 꼬리를 감추자 이번에는 공 선생이 새삼 부아가 치미는지 붉으락푸르락 성깔을 부렸다. 바둑을 끝내고 교문을 빠져 나오자 갑자기 시부렁시부렁 투덜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다 끝났다니까 하는 말인데, 나 참 더러워서, 글쎄 학생들 아픈 것이 내 탓이라고 수군거렸다더라니까. 구렁이 잡아먹은 것하고 아이들 아픈 것하고 무슨 상관이 있냐고?" 복도로 날아든 꿩을 잡아먹어서, 학교 뒷산 소나무로 기어오르던 구렁이를 잡아먹어서 학생들이 아팠다더라는 것이었다. 학생들이 아프다고 소동을 벌이던 때에는 이렇다 저렇다 변명도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느라 마음 고생이 심했던가 보았다. 얼굴이 벌개진 공 선생을 박 선생은 좋은 말로 위로했다. "못 되면 조상 탓이더라고 무슨 말인들 못 할랍디여. 이제 그만 잊어버리고 어디 가서 소주나 한 잔 꺾으입시다." "그러세, 잡것! 술이나 실컷 마셔 버려야 분이 풀릴랑가." 바다는 점점 암청색으로 어두워가고 있었다. 그날 밤, 공 선생과 박 선생은 접대부까지 등장한 술집에서 거나하게 한 잔 꺾었다. 술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공 선생은 취기가 오르자 바락바락 악을 쓰며 노래를 불렀다. 한바탕 태풍이 지나가듯 그렇게 괴질은 원인도 밝혀지기 전에 흐지부지 꼬리를 감추고 말았다. 공 선생의 분노도 잿불 사그라지듯 차츰 희미해졌다. 까마득히 잊고 있던 괴질의 진상이 밝혀진 것은 그로부터 반년쯤 지난 뒤였다. "박 선생, 여기 봤소? 아이들 아픈 것 말이요. 몽둥이가 특효약이라지 않소?" 학생주임 최 선생이 의기양양하게 신문을 디밀었다. "예, 저도 아침에 집에서 봤습니다." 박 선생은 잠자리에서 배를 깔고 신문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박 선생이 근무하는 여중학교에서만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 해 봄 제주도에서 강원도까지 열 개가 넘는 학교에서 똑같은 현상이 벌어졌단다. 그것도 거의 여자중학교에서만. 내노라하는 의사, 교육학자, 심리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원인을 찾아본 결과 중세 유럽에서도 똑같은 증상이 있었다는 사실을 문헌에서 찾아냈다는 보도였다. 괴질의 명칭은 '집단 전환 반응'. 육체적이라기보다는 심리적인 증상인데 의도적인 꾀병은 아니지만 한 사람이 아프면 다른 사람도 무의식적으로 아프고 싶다는 반응을 일으켜 결국 통증이 집단적으로 옮아가는 현상이란다. 그 문헌에는 치료법도 적혀 있었는데, 환자의 등뒤에서 갑자기 공포탄을 장전한 권총을 발사하거나 몽둥이로 등짝을 세차게 후려치면 깜짝 놀라면서 멀쩡한 정신으로 되돌아온다는 설명이었다. 박 선생은 무릎을 쳤다. 표현을 못해서 그렇지 막연하게나마 그가 짐작했던 바와 거의 일치하는 진단이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아침에 읽어봤다 했는데도 최 선생은 신문을 억지로 떠맡기다시피 들이밀고는 당당하게 자기 자리로 돌아가 버렸다. 아마 자기가 치료법을 적중시킨 것이 자랑스러워서였는지도 몰랐다. 그러나 봉사 문고리 잡기로 등짝을 몽둥이로 후려치는 처방을 알아맞혔다지만 곰곰 따져보면 최 선생은 도리어 학생들에게 괴질을 유발시키는 원인을 제공한 사람일 수도 있었다. 그랬다. 곰곰 생각해 보면 '집단 전환 반응'뿐만 아니라 학교의 상공에 맴도는 온갖 괴질은 늘 학교라는 제도나 교사들이 학생들을 억압하고 찍어누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집단 발작이나 다름없었다. 어찌 보면 학교는 학생들에게 빡빡하고 딱딱하고 팍팍하고 지루하고 갑갑하고 답답한 강제수용소나 다름없었다. 숙제 안 해 온다고 조지고, 깜지 안 썼다고 조지고, 성적 떨어졌다고 조졌다. 늦게 온다고, 떠들었다고, 유리창 깼다고, 싸웠다고, 복장이 불량하다고, 말 안 듣는다고, 삐딱하다고,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걸리기만 하면 꾸중이요 벌이요 매질이니 억울하고 분통 터져서 심사가 뒤틀리고 배배꼬이지 않을 학생이 몇이나 되겠는가. 짜증나고 지치고 피곤하고 수고롭지 않은 학생이 몇이나 되겠는가. 차라리 아파서 덜컥 드러눕고라도 싶지 않은 학생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런 까닭으로 한 학교도 아니고 열 학교가 넘게, 제주도에서 강원도까지 방방곡곡에서 연약한 여학생들에게 괴질이 창궐했던 것이 아닌가. 그러니까 온갖 괴질을 예방하자면 학교를 자유와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학문의 전당, 기쁘고 즐거운 삶의 도량, 살 맛 나는 삶의 터전, 아침에 눈만 비비고 일어나면 달려오고 싶은 곳, 다정한 삶의 공동체로 만들어야 바람직할 텐데 과연 그런 학교로 바꿀 비결은 무엇인가. 최 선생이 던지고 간 신문을 저만큼 밀어놓으며 박 선생은 깊은 고뇌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꿔거꺼엉, 다복솔이 우거진 학교 뒷산에서 꿩 울음소리가 골짜기를 들썩거리며 내려왔다.
전국 130개 교육대학원 중 90 여개 교육대학원장들의 모임인 전국교육대학원장협의회는 지난달 31∼1일 제27차 세미나 및 정기총회를 열었다. 이 세미나에서 강인수 수원대교육대학원장(협의회 회장)은 `교육대학원 교육의 질 관리를 위한 과제' 주제 발표를 통해 "교직발전종합방안에는 전문박사학위 과정을 두기 위해 교육대학원을 전문대학원으로 개편할 것을 조건으로 하고 있는데 이 방안은 재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 원장은 "법·의학 전문대학원은 전문직업 분야의 신규 인력양성을 목표로 하는 반면 교육전문대학원은 재교육 기능을 주로 담당하는 차이가 있으며, 전문대학원은 주간수업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현직 교원들은 주간 수업을 할 수 없으므로 야간 또는 계절제 수업을 하는 교육대학원 체제가 적합하다"고 밝혔다. 그는 "교육대학원을 전문대학원으로 개편해 박사과정을 설치할 수 있게 하는 방안과 현재의 교육대학원에 법정 전임교원을 확보하게 하고 교육시설을 확충하게 해 조건을 충족하는 대학원의 전공별로 박사학위 과정을 설치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비교 검토해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면서 "교육대학원을 전문대학원으로 개편하지 않고 현재의 교육대학원 중에서 여건이 구비된 교육대학원의 학과에 전문박사학위 과정 설치를 인가하는 방안이 새로운 제도를 수립하는 방안보다 실질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강 원장은 교육전문대학원 신설의 문제점으로 "교직의 유인체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졸업 후에도 2년간의 추가교육을 받아야 하는 교육전문대학원은 우수한 학생을 유치할 수 없으며 결국 우수교원을 양성한다는 이 제도 도입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준상 연세대교육대학원장은 "2003년부터 의학전문대학원이 설립·운영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교육대학원도 전문대학원 설립을 위해 준비와 계획이 필요하다"면서 "교육대학원을 교육전문대학원으로 개편하는 일이 당장은 쉽지 않더라도 평생학습사회에 대비한 교육대학원 교육의 질 향상과 명실상부한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교육대학원 기능을 재점검하는 일이 분명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 원장은 "교육대학원이 새로운 학습공동체로서 기능하기 위해 여러 교육대학원이 하나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이버 교육대학원을 운영할 수도 있다"며 "사이버 교육대학원이 운영될 경우 단기 주말강좌나 분기별 강좌, 계절제 강좌 등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다양한 학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교총은 1일 이상주 신임 교육부총리가 2년 전 펴낸 `학교가 무너지면 미래가 없다'는 책에서 밝힌 소신을 국정에 반영할 것을 주문했다. 이 부총리는 2000년 4월 이돈희 전 교육부장관, 김신일 서울대교수 등 20명이 공동저술한 이 책의 `무리하게 밀어붙인 교육개혁'이란 글에서 현 정부의 교육실정을 비판해 교육계의 공감을 산 바 있다. 이 책에서 그는 △정부가 교육개혁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해 학교붕괴를 초래했다 △최근의 교육개혁은 정부가 교육개혁의 문제점을 예상하고도 무리하게 밀어붙인 `권력의 오만성'에서 발생한 것이 많다 △개혁의 당위성만을 내세워 밀어붙인 결과 아래로부터의 개혁을 강조하면서도 하향식 개혁을 일방적으로 추진해 교원들의 불만을 초래했다 △개혁성향의 교육부장관(이해찬)이 취임하자마자 `촌지를 받지 않습니다'라는 플랭카드를 교문에 내걸고 교원정년 단축으로 나이 많은 교사들을 무용지물로 내몰아 교원들의 사기가 크게 위축됐다 △체벌금지 조치로 교칙을 다반사로 위반하고 일탈행위를 일삼는 학생들을 야단치기 어려워져 결과적으로 체벌이 더 요구되는 학교를 만든 꼴이 됐다 △다른 교원단체(한국교총)와 상의 없이 노사정위원회에서 교원노조를 합법화해 교직사회에 분열과 대립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신임 교육부총리는 평소 공교육의 핵심인 학교와 교육자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며 "교원정년단축 등 시장경제논리의 정책기조를 시정하고 원칙과 전문성 그리고 교원을 중시하는 정책을 폄과 동시에 공교육 강화 정책을 통해 학교가 국민적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달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교총은 "현 정부는 교육장관을 일곱 번이나 교체하는 등 장기적 계획과 국민적 합의를 전제하지 않은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국민적 혼란을 야기했다"면서 "올해는 지난 4년 동안의 잘못된 정책을 스스로 바로 잡겠다는 결자해지의 정신으로 교육본질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총은 2003∼2004년 현장교육연구운동 주제를 `학습과 삶을 연계하는 지식기반사회의 교육 구현'으로 설정했다. 다음은 곽병선 교육개발원장의 주제 해설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지식기반사회에서의 삶의 의미와 학습력, 한국교육의 과제를 설명하고 있다. △지식기반사회에서의 삶의 의미=한 국가, 사회공동체의 진운은 그 구성원들이 만들어가는 역사의식의 총화에 달려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상황은 지역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세계의 다른 지역과 달리 여전히 자국 중심적 이해와 대립으로 갈등하고 있다. 한국인이 지식기반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다음 과제들을 유념해야 한다. 첫째 상황주도력을 기르는 것을 우리교육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즉 자주적 공동체 형성에 참여할 창조적 시민자질 함양, 통일사회를 건설할 도량 있고 관용성 높은 화합적 사회구성원 형성, 동북아 문화권의 중심이 되겠다는 의식을 가진 창조적 문화인 형성, 지구적 생존 문제에 앞서가는 발상과 자기혁신을 지속할 수 있는 세계시민 양성이다. 이는 이 지구상에서 가장 훌륭한 시민을 양성하는 것을 우리 교육의 목표로 삼자는 것이다. 최상의 것을 목표로 삼지 않고서 상황주도력은 길러지지 않을 것이다. 둘째 우리 의식에서 식민화를 배제해야 한다. 희망의 상실이나 무력감, 어느 특정 체제나 인식을 절대적으로 믿도록 하는 문화의 폭력, 특정 문화권의 동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 의식에 있어서 식민화의 나쁜 점은 창의력, 상상력과 같은 자발적 사유의 잠재가능성을 제한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어떤 교육정책이나 개혁프로그램이 특정 이념적 노선을 배경으로 삼고있다는 이유로 반대에 부딪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그 노선이 무엇이든 그것에 너무 묶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시민역량의 제고이다. 역사적으로 통찰할 때 시민공동체 사회를 배경으로 발전한 국가들이 대외 자립, 경제 발전, 체제 안정 등 어떠한 도전에도 우위를 지켜왔다. 넷째 지식교육에 있어 지식생성교육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기존의 지식과 정보 가운데 기초가 되는 것을 습득하는 학습과 아울러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가는 경험을 쌓도록 해야 한다. △학습력, 인간생존의 핵심요소=우리는 우수한 학습력이란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국가관리 지필 시험 위주의 인재선발 정책이 가져온 역기능을 학습력이라는 관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두 가지 치명적 한계가 있다. 하나는 선발 기준을 기존 학설과 질서체계에 둠으로써 새로운 세대의 창의를 억제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학습을 자극하는 동기가 시험에서의 고득점을 올리는 데 두게 함으로써 학습과정이 시험에서의 고득점 요령을 훈련시키는 수단으로 전락돼 학습의 근본이 소홀히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정답주의에 빠진 지식 수용 교육의 관행을 탈피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그것은 문제 제기 능력을 기르는 쪽으로의 전환일 수밖에 없다. 정답교육에서 문제형성교육으로 지식수용 교육에서 지식생성교육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한국교육의 과제=한국교육은 한국 사회의 특수 상황으로부터 가장 의미있는 교육적 소명과 과제를 설정해야 한다. 지식기반사회의 도래는 한국의 교육적 소명에 대해 보다 긴장하고 교육의 본래적 사명에 충실해야 함을 요구하고 있다. 그것은 한국이 미래의 어떠한 상황에서도 주도력을 발휘할 수 있을 만큼의 역량을 그 사회구성원들에게 갖추도록 하는데 있어서의 지식생성력을 길러내야 하는 것이라면 그러한 교육은 바로 세계 수준의 교육을 의미하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새로운 지식을 앞장서서 창출하고 그것을 삶의 중요한 원리로 이용하는 교육이 되지 못한다면 우리는 과거 조상들이 그랬던 것처럼 외래의 지식과 기술을 베껴다가 사용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주변적 위치의 삶을 살지 않으면 안된다.
한국교총과 교육부는 지난달 28일 2001년 하반기 교섭 소위원회 1차회의를 열고 `100개 안건'를 협의하기에 앞서 이제까지 합의된 사항의 이행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교총 교섭위원들은 교원자녀 대학 학비보조수당, 연가보상비, 초과수업수당 등 이제까지 교섭을 통해 합의했으나 이행이 되지않은 사항들의 실현을 위해 교육부가 보다 성의있게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교섭위원들은 "이행 가능성이 없는 것은 합의 자체를 하지 않았을 것이나 예산이나 법령관계는 진행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있다"며 "기획예산처 등 타부처를 설득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나 교육현안과 관련 공유된 인식이 결핍돼 있어 반영이 잘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육부 측은 "해당부서별로 교총이 요구한 100개 교섭과제에 대해 면밀히 검토했는 데 수용여지가 그렇게 많지 않다"며 교섭과제를 줄여줄 것을 요구했다. 이어 양측은 상호 입장조율에 필요한 교섭 실무협의를 한 후 금명간 2차 교섭소위를 개최키로 했다. 이날 교섭소위에는 교총에서 고학곤 초등교사회장, 윤만섭 대의원, 우재구 교권정책본부장이, 교육부에서 박경재 교원정책심의관, 이기훈 교원복지담당관, 이근우 교원정책과장, 이중흔 교원양성연수과장이 참석했다.
교직사회는 매년 말 교원평가의 일종인 근무성적평정이 이루어진다. 이는 승진 등을 위한 자료로 직접 활용되기 때문에 교사들의 초미의 관심사항이 되고 있다. 교원평가는 교원 개개인의 근무수행능력과 실적에 대한 모종의 가치를 판단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좋든 싫든 간에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될 소지는 언제나 열려있다. 작년에는 교원성과상여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평가체계의 문제점들이 그대로 노출돼 교원들간의 반목과 갈등을 초래하기도 했다. 교원평가 과정을 왜곡하는 문제는 어느 사회 어느 조직을 막론하고 있을 수 있는 보편적인 현상이기도 하지만 우리 교직사회의 경우는 사회·문화적 풍토에 기인하는 점이 상당하다. 따라서 올바른 교원평가를 위한 첫걸음은 교원평가 논의에 앞서 아래와 같은 교원 평가과정의 왜곡요인을 분석하고 제거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첫째, 교직사회의 평등주의적 의식구조다. 나눌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똑같이 나누고, 나누기 어려운 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차례가 올 때까지 돌아가며 주고받는 것이 공평하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다. 평가자가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승진 목전에 있는 교사를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평가해 승진후보에서 탈락시킬 경우, 상하좌우로부터 각종 저항과 비난이 쏟아지게 될 것은 자명하다. 이러한 풍토는 평가자로 하여금 관행을 따르도록 하는 압력요인이 되고 있다. 둘째는 만연한 온정주의 정서다. 평가자들은 특정 교사가 승진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그의 근무성적이 다소 부족하다고 하여 내가 좋지 않은 평점을 주어 남의 앞길을 가로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정서다. 셋째는 평가자의 책임의식 결여다. 교직사회에서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한다는 것 자체는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통일성과 획일성이 중시되는 관료주의 행정체계에서 남과 다르게 행동하는 것은 매우 힘들뿐만 아니라 자칫 사회적 물의가 빚어질 경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평가자는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함으로써 다수로부터 비난받거나 소수라 하더라도 비난의 정도가 심하여 자칫 물의라도 빚어지게 되면 그런 일을 하지 않은 것만 못한 것으로 판단하여 관행적으로 처리하게 된다. 넷째는 평가결과에 대한 비밀보장의 취약성이다. 교원평가는 평가과정에 평가자와 피평가자 간의 의사소통을 요구하지도 않고 그 결과 또한 비밀에 부치도록 하고 있다. 평가 결과의 비공개는 사회·문화적 관습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잡음을 제거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의적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문화풍토상 비밀보장이 어렵다. 교사가 자신의 평가결과를 알려고 한다면 쉽사리 알 수 있어 교감과 교장은 교사의 기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다섯째는 평가개념에 대한 합리적인 인식 및 전문성 결여다. 교원평가제도의 합리적 운영을 위해서는 평가자뿐만 아니라 피평가자도 평가 개념에 대해 바르게 이해해야 한다. 평가의 개념과 전문 지식이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다면 평가에서 정작 중요시돼야 할 요소보다 그렇지 않은 요소들을 더 많이 반영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여섯째는 교원평가의 변칙적 운영을 용인하거나 조장하는 시스템이다. 현실적으로 평가자는 법규상의 원칙보다 기존 방식대로 평가하는 것이 개인적 합리주의와도 부합된다. 평가자는 이러한 변칙적 운영의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고, 그 결과와 관련한 아무런 불이익이 생기지 않는다. 평가자가 교사의 근무성적평정의 결과가 어떻든 그로 인해 누가 승진을 하든 평가자와는 별 상관이 없는 일이다. 연공서열상 승진을 기대하는 교사들에게는 평점은 사활의 문제이다. 교감과 교장이 이러한 상황을 모른 체 한다는 것은 온정주의가 통용되는 우리의 정서상 칭송보다는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교원평가가 평가로서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평가방법론상의 요건을 구비하는 것 못지 않게 평가과정을 왜곡하는 요인들을 제거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아울러 교원평가가 교직사회에서 올바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교원평가체제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교원평가 인프라 구축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중국 연변의 조선족 학생들도 서울 강남에 못지 않은 입시전쟁에 시달리고 있다. 위장 전입, 고액·불법 과외가 기승을 부리고 새벽부터 밤늦도록 계속되는 야간자율학습이 바로 그것. 리혜선 연변작가협회 주임작가가 최근 월간 `강원교육'(12월호)에서 소개한 연변의 고교 입시경쟁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이에 따르면 연변 조선족은 중국 내에서 대입합격률이 가장 높을 만큼 최고의 교육열을 자랑한다. 2001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전국 수험생의 평균 합격률은 60%지만 연변지구 조선족 응시생의 대학진학률은 80%에 달할 정도다. 그런데 연변에서는 특이하게도 대입시보다 고중(우리의 고교) 입시경쟁이 더 치열하다. 대학에 가려면 전일제 국립 고중에 진학해야 하는데 연변에서는 고중에 응시한 30%의 초중(중학교) 학생만이 합격되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대학과 상관없는 직업고중을 알아봐야 한다. 특히 조선족 최고 고중인 연변 제1고중은 타지역 학생도 실력만 있으면 입학이 가능한 전국 중점고중이기 때문에 입시 경쟁이 치열하다. 여기에 입학하면 중국 중점대학의 입학 티켓을 딴 것으로 인정된다. 이 때문에 가정, 학교 할 것 없이 과열 입시경쟁을 벌이고 있다. 연변의 초중들은 전학년 30등 이내 학생들로 입시반을 편성해 따로 공부를 시킨다. 연변 제1고중 입학률이 그 초중의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또 연변의 연길시 내 초중들은 한 학년에 600∼700명씩 되는 학생들을 각 학년별로 120등까지 끊어 반마다 경쟁을 시킨다. 120등 안에는 들어야 전국 중점고중, 성급 중점고중에 붙을 가능성이 있다. 소학교 학부모들은 연변 제1고중 입학률이 높은 중학교에 자녀를 붙이려고 안달이다. 연길시 3초중, 13초중이 명문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해당 지역 친척을 수소문해 아이의 호적을 1년 전에 옮기는 일이 다반사다. 유치원 학부모들도 연길 중앙, 신흥소학교 구역으로 자녀의 호적을 옮기고 있다. 이 때문에 학년초 각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호적을 검사하는 해프닝이 벌어진다. 좋은 학교 부근은 셋집 값도 치솟는다. 이유는 야간자율학습과 등교시간 때문. 9시면 교통이 끊기는 상황이라 늦게까지 자녀를 자습시키기 위해 이삿짐을 싼 학부모들이 학교 근처로 몰리고 있다. 부모들은 자기의 집을 세주어 그 돈으로 학교 부근에 세를 잡고 있다. 또 대다수 초중의 등교시간이 6시 30분이어서 학생들은 새벽 5시면 기상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더 자려면 이사를 해야 할 형편이다. 전면 금지사항인 과외는 첩보작전을 방불케 한다. 방학중 과외를 하다 면직된 교사들이 늘고 있지만 생활고에 찌든 교사와 입시전쟁에 내몰린 학생들은 검사원의 미행을 피하며 과외를 하고 있다. 학생들은 교재를 두 권씩 사서 한 권은 교사 집에, 한 권은 집에 둔 채, 가방조차 메지 않고 과외를 받으러 다닌다. 위험수당이 붙어 과외비가 치솟는 건 우리와 똑같다. 연길의 경우, 20일 동안 하루 한 시간 반씩 한 과목 과외를 받으려면 초중은 100∼150원, 고중은 200원 정도다. 연변 공무원의 월급이 평균 9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여러 과목을 과외할 경우 가정 경제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한편 중국은 대학뿐만 아니라 고중에서도 기부금입학제가 활성화 돼 있다. 연변 제1고중도 8개 과목 총점 680점에서 618점을 `입학점수선'으로 잡아 그 이상의 점수를 받으면 무료로 입학시킨다. 반면 578점을 `수금입학점수선'으로 정해 578∼617점을 받은 학생들은 1만 8000원(한화 300만원 정도)의 수금액(기부금)을 낼 경우 입학시킨다. 연변의 다른 고중들도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입학점수선과 수금입학점수선을 둬 1만 2000원(한화 200만원)∼1만 4000원(한화 234만원)의 기부금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돈은 일반 근로자나 공무원에게도 큰 돈이어서 수금점수선에 들었다해도 돈이 없어 더 낮은 고중으로 가거나 고중 공부를 포기하는 학생들이 생기고 있다.
최근 7차교육과정 도입 등과 관련, 과원교사의 부전공연수를 통한 타교과 교사 임용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합헌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말 제주대 사대 컴퓨터교육과를 졸업하고 전자계산과 중등 2급 정교사자격증을 취득한 김모씨와 이 학교 졸업예정자인 송모 학생 등이 제출한 교원자격검정령의 부전공 자격증 부여에 관한 사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청구인들은 비전공교사가 21학점의 부전공연수만으로 해당 과목 교사로 임용될 경우, 이 과목을 전공한 사범대 졸업생은 그만큼 교원 임용기회를 박탈 또는 제한당하게 돼 헌법의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또 부전공연수를 통해 자격인정을 받은 교사에 의해 특정과목을 배우는 학생은 헌법이 정한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나 교육의 전문성 보장조항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자격증 부여와 교원 임용은 별개의 문제로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교직기회 취득에 대한 차별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 자체가 부적합하다면서 재판관 전원의 각하 결정을 내렸다.
고교생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전국단위 수능시험 모의고사가 시·도교육청 주관으로 금년중 고 3학년은 4회, 고1·2학년은 각 2회씩 모두 8회 실시된다. 그 대신 사설 입시기관이 시행하는 모의고사는 학교 내에서 계속 금지된다. 일선 고교에서의 사설기관 시행 모의고사가 98년부터 제한된 후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이 주관하는 학력평가를 권장, 지난해 서울시교육청과 부산시교육청 주관으로 학력평가가 실시되었으나 일부 시·도만 참여하는 등의 이유로 수험생들에게 전국단위 평가자료로 활용되지 못했다. 또 평가문항의 질이나 분석결과의 신뢰도 등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교육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불식시키기 위해 올부터 전국단위 수능 모의고사를 연 8회 실시키로 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 같은 모의고사 운영비용 78억2700만원을 특별교부금으로 시·도교육청에 지원키로 했다. 학력평가의 출제나 결과분석 등 구체적 시행방법은 시·도간 협의에 의해 결정해 시행하되 수능시험과 동일한 형태의 서비스(영역별 점수, 변환점수, 백분위점수 및 등급, 종합 등급 등)를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수능시험과 마찬가지로 총점기준 전국석차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이와 함께 중3 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력평가도 연1회 실시키로 했다.
90년 이전 국립 사대를 졸업하고 아직 미발령 상태인 교사들의 교직부여 요구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90년 10월, 헌법재판소가 `국립 교·사대 졸업자를 교육공무원으로 우선 채용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하자 그 당시 국립 사대를 졸업하고 발령대기중이던 7600여명의 예비교사들은 임용이 취소된 채 사립 사대 졸업생들과 마찬가지로 임용고사를 통해 교사로 임용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국립 교·사대 졸업자에 대한 국가 의무발령제가 폐지된 후, 13년이 지난 현재까지 교단에 서지 못하고 있는 국립 사대졸업 예비교사들은 지난해 6월 `임용후보 명부등재 미발령교사 완전발령추진위원회(약칭 `미발추' 위원장 강대중·36)'를 구성하고 교직진출을 주장하고 있다. `미발추'소속 예비교사들은 90년 이전, 당시 국립사대 졸업자의 국가 의무발령 제도을 믿고 국립사대에 진학해 임용후보자 명부에까지 올라 교단에 서기를 기다렸는데, 헌재결정에 따라 교직기회를 박탈당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립사대 졸업 미임용 교사들은 그 동안 수차례 헌법소원이나 법정투쟁을 벌여왔으나 그때마다 패소나 각하 등 이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근 `미발추'소속 예비교사들은 90년 이전 상황에서 기득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특별법 제정을 통해 교단에 설 수 있도록 하기위해 여·야 의원들을 대상으로 입법추진 활동을 벌여나가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관계자는 "관련 예비교사들의 고충은 이해하지만, 90년 헌법재판소의 `국립 사대 출신자의 우선 임용은 위헌'이란 결정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특별법이 제정된다 해도 헌법재판소 결정을 번복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또 현재 중등 교사자격증 소지자의 교원임용율이 20%도 안되는 상황에서 또 다른 문제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통일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재량활동 시간을 이용해 통일수업을 진행하는 학교가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마땅한 교육자료가 없다는 게 큰 고민거리다. 이와 관련 최근 통일교육원이 주관한 제2회 학교통일교육우수사례 공모에서 각각 통일부장관상을 수상한 안해연(서울양화초)·김언중(충남 근흥중) 교사의 수업사례는 가상공간에 통일교실을 짓고 활용한 점에서 꽤 돋보인다. ▲`통일배움터' 안해연 교사는 통일교육용 홈페이지 `통일 배움터'(tongilnara.org)를 제작해 활용한 경우다. 각종 통일교육 자료를 탑재해 아이들의 방문을 기다리는 홈페이지는 물론 아니다. 교실 컴퓨터와 프로젝션 TV를 연결시켜 통일교육용 홈페이지를 그대로 프로젝션 TV 화면에 옮겨 바로 수업할 수 있는 시청각 수업용 홈페이지라는 게 특징이다. `통일 배움터'는 초등 4∼6학년 재량활동 중 통일교육을 위해 철저히 디자인됐다. 홈페이지는 `통일학교' `통일 열차' `통일 방송국' `통일 도서관' `홈지기집' `선생님집' `이웃집' 등 7개 메뉴로 이뤄졌는데, 이중 `통일학교'와 `선생님집'이 일제수업용 메뉴다. `통일학교'를 클릭하면 `분단의 과정과 6·25전쟁' `북한사회의 이해' `통일 상상화 그리기' 등 모두 9차시의 수업주제가 TV화면에 뜨고 차시별로 `동기유발' `학습문제' `내용전개' `학습정리' `평가' `차시예고' 코너가 있어 그대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선생님집'에서 각 차시별 교수-학습지도안을 다운 받아 활용하면 더 효과적이다. 이밖에 `통일 열차' 메뉴에서는 북한의 학교·생활·문화 등 9개 주제와 관련된 200여장의 사진을 볼 수 있고, `통일 방송국'을 클릭하면 10개 채널에 탑재된 북한의 어린이 만화와 TV방송을 골라 볼 수도 있다. 안 교사는 "마우스 클릭만으로 플래시 무비가 TV모니터에 풀 화면으로 보여져 생동감이 넘치는 데다 30여 개의 동영상, 다양한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이용할 수 있어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손끝으로 여는 통일교실' 김언중 교사도 사이버 상에 `손끝으로 여는 통일교실'을 구축·활용한 점에서 안 교사와 비슷하다. 하지만 `교실수업용'이 아닌 학생들이 직접 찾아와 학습하고 토론하는 `탐구용' 학습관이라는 점이 다르다. 김 교사는 개인 홈페이지와 학내망 개인폴더에 `손끝으로 여는 통일교실'을 개설하고 `북한의 교육관'(5월), `북한의 경제관'(8월), `북한의 인권관'(11월) 등 매월 다른 테마의 학습관을 설정하고 테마에 맞는 동영상, 문서자료 등을 지원했다. 각각의 학습관은 해당 테마와 관련된 `동영상 감상' `관련 웹사이트' `관련 문서' `학습과제' `사이버토론' `학습지 작성' 코너로 구성돼 학생들이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지난해 5월에 운영했던 `북한의 교육관'에 들어서면 유치원·인민학교·대학 교실과 교육환경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고, `관련 문서' 코너에서는 북한의 교육제도·정책·교과서와 학생들의 생활이 자세히 설명된 자료가 즐비하다. 더 알고 싶으면 `관련 웹사이트'를 클릭하거나 `묻고 답하기' 코너로 가 교사와 전문가로부터 궁금증을 해결하면 된다. 김 교사는 매달 학생들에게 `모둠학습지'를 제출하도록 해 자발적인 학습을 유도했다. 각 학습관에 제시된 학습과제를 한 달 동안 탐색한 내용으로 해결해 모둠별로 작성하게 하고 수행평가 점수를 주는 것이다. 김 교사는 "학습결과를 공유하고 모둠별 협력학습을 통해 학생들의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며 "올해는 별도의 홈페이지를 마련해 좀 더 알차고 다양한 자료를 보완해 다른 학교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는 3월부터 저소득층 만5세 자녀의 유치원·어린이집·놀이방 교육·보육비가 지원된다. 교육인적자원부와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31일 밝힌 만5세아 무상교육·보육비 지원내용에 따르면 ▲법정 저소득층 및 농어촌 지역 기타 저소득층 ▲도시지역 기타 저소득층 등 두 부류에 따라 지원액이 조금 다르다. 우선 법정 저소득층과 농어촌 지역 기타 저소득층은 유치원에 만5세 자녀가 취학할 경우 국·공·사립 구분 없이 입학금과 수업료 전액을 지원 받고, 어린이집과 놀이방에 보낼 경우도 공사립 구분 없이 월 11만9천 원을 지원받게 된다. 이와 달리 도시지역 기타 저소득층의 만5세 자녀는 국·공립 유치원에 가면 입학금·수업료 전액을, 국·공립 어린이집, 놀이방에 갈 경우 월 8만 6000원을 지원 받게 된다. 사립 유치원과 사립 어린이집·놀이방에 보내면 월 10만원 이내를 지원 받는다. 한편 보건복지부가 올해 기타 저소득층의 범위를 지난해보다 다소 확대해 수혜 대상이 더 늘어나게 됐다. 복지부가 정한 기타 저소득층의 기준은 ▲3인 이하 가구는 월소득 140만원 이하면서 재산 4600만원 이하 ▲4인 가구는 월소득 160만원 이하이면서 재산 5000만원 이하 ▲5인 이상 가구는 월소득 180만원 이하면서 재산 5400만원 이하인 경우이며 1500cc 이상의 승용차를 소유한 가구는 제외했다. 지원을 받으려면 학부모가 주소지 읍면동사무소에서 학비지원대상자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고 월급명세서, 소득증명서, 전월세 계약서 등 관계서류를 자녀가 다니는 유치원, 어린이집, 놀이방에 제출하면 된다. 지원금은 개인에게 지급되지 않고 정부가 해당시설에 직접 지급하게 된다. 이와 관련 국공립유치원 무상교육비 평등지원을 주장해온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는 "국공립유치원의 수업료에는 차량비운영비와 급식비가 포함되지 않아 학부모가 부담을 떠 안은 반면 사립은 모든 것이 포함된 채 지원을 받게 됐다"며 "벌써부터 원아 미달로 존폐기로에 선 공립유치원이 속출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토요일 오후. 퇴근을 해야하지만 그는 집 아닌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15분을 걸어서 도착한 곳은 덕성 토요 노인대학. 그는 이곳의 학장이다. 본업은 부산 명덕초등교 교장. 이원우 교장은 교사 시절이던 86년부터 10여년간 노인대학을 운영해오고 있다. 지난 토요일로 830회를 기록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지금까지 한 번도 거른 날이 없다. 이곳에서 그는 노인 학생들에게 우리 민요와 흘러간 옛 노래, 옛 시조를 가르친다. 노래를 섞어가며 전래동화도 구연한다. 월요일엔 무용 교실, 화요일엔 한글 교실을 따로 운영한다. 특히 한글 교실은 매회 30명 이상이 모여든다. 늦었지만 글자를 깨우치려는 노인들의 열기가 어느 학교 수업 못지 않다. 처음 시작할 땐 20평짜리 초등학교 교실 한 칸을 빌려 시작했다. 매회 100명 이상의 노인들이 수업을 받기엔 교실이 비좁게 되자 몇 년전 정부에서 특별교부세 1억3900만원을 들여 지금의 장소를 마련해줬다. 수업에 지장이 없도록 자비를 들여 에어컨과 복사기도 구입했다. 딸이 쓰던 소중한 피아노도 교실로 들여놓았다. 이밖의 비품과 집기들도 그의 손에서 나왔다. 최근에는 구청에서 노래방 기기도 지원했다. "초등학교가 교육의 시작이라면 노인대학은 그 끝이라고 할 수 있지요. 배운다는 것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고 조그만 보탬이 되고자 시작했지요" 병원장, 작곡가, 군인 등 전문직 자원봉사자 20여명이 그를 돕고 있다. 강사료도 챙겨주지 못해 늘 미안하지만 그들은 이교장의 든든한 동지들이다. 한글만 겨우 깨우친 노인들이 전국의 아동 문학가들에게 편지로 책을 부쳐달라고 호소해 지난 1월까지 500부 이상의 신간 도서가 모아진 것은 노인대학을 운영하며 얻은 보람중의 하나다. 노인들은 앞으로 2천부를 목표로 이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재직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었다. 어린이들이 수시로 노인 학교에 나가 각종 재롱으로 노인 학생들을 위문한다. 경로 효친 정신을 은연중에 함양하게 된다는 이 교장의 설명이다. 양쪽 학교 학생들이 모여 한 자리에서 옛 시조 외기 대회도 앞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우리 것 기리기에 대한 이 교장의 애정도 각별하다. 누구든지 출입이 가능한 교장실은 웬만한 전통 찻집을 능가하는 다구로 가득하다. 창가에는 화분에 심어 놓은 10그루의 차나무가 얹혀져 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클럽 활동 부서로 다도부를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시조 창작 분위기 조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창작된 시조 가사를 '시조창'으로 해 보기, 민요인 '노랫가락으로 부르기' 등은 그의 독창적인 교육 방법이다. 방송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직접 민요를 가르치기도 한다. 토요일 아침 훈화를 할 때나 직접 만들어 보내는 주 1회의 인성 함양을 위한 가정통신문에도 이런 우리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항상 채워넣는다. 민요 합창부는 그가 학교 자랑 1호로 내세울 만큼 애정을 기울인다. 이교장은 "우리 것을 올바로 아는 것이 제대로 된 교육"이라며 "앞으로도 학교 교육과 우리 것 체험이 연계되는 프로그램 운영에 힘쓸 생각"이라고 밝혔다.
올해부터 고등학교 1학년에 적용되는 7차 교육과정의 법교육 내용으로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 함양이라는 목적 달성이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부산외국어대 정용상 교수는 최근 한국법학교수회보에 기고한 논문에서 7차교육과정의 법교과 내용이 보완돼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정교수는 "7차 교육과정 국민공통기본교과목인 사회 과목에서의 법 교과내용은 6차 교육과정상의 공통사회보다 월등히 그 내용이 빈약하다"며 "대부분의 고교생들이 사회과목 정도의 법 교과내용을 이수해서는 법치사회에서의 제반 거래상 권리·의무관계가 동반되는 법률행위에 능숙하게 적응하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함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정교수는 따라서 "심화과목 선택 여부와 관계없이 사회 과목의 법교과내용이 6차 교육과정의 공통사회 과목의 양과 질을 능가하는 정도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화선택과목의 문제점도 제기됐다. 정교수는 "법 교과가 `법과 사회' `정치' 2과목에 산재돼 있다"며 "관련 과목을 선택하기 꺼리는 현실에다 내용마저 흩어져 종합적 법률지식 습득의 기회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정교수는 또 "`법과 사회'과목에서도 기본법영역 중 기업생활과 법에 대한 영역이 빠진 이유는 이해하기 어렵다"며 "상법, 어음·수표법 등의 내용이 포함되는 것은 물론이고 심화과목의 경우 지적재산권법, 국제분쟁, 국제금융 등에 관한 기초적 법지식의 편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수·학습 방법에서도 정교수는 ▲이론중심의 강의보다 세미나식 혹은 판례소개 등 다양한 사례위주의 강의방법을 도입 ▲강좌의 성격(국민공통, 일반선택, 심화선택)에 따라 적정한 규모의 수업단위 편성을 위한 행정지원체계가 구축 등을 제안했다.
제2의 베토벤이나 운보, 스티븐 호킹이 될 수 있는 싹들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다. 유아단계의 특수교육대상자들이 교육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것. 이들은 정부의 무관심과 부모의 인식 부족으로 조기교육을 받을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다. 교육기관과 전문교사역시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특수학급은 정원마저 채우지 못한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 유아특수 공교육을 받고 있는 원생수는 모두 1749명. 교육을 받아야 할 대상자가 몇 명인지는 아예 모른다. 한번도 조사를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국립특수교육원은 만6∼11세까지의 아동을 조사한 결과 장애인 출현율이 2.71%라고 발표했다. 이 수치를 만3∼5세의 아동들에게 적용할 경우 유아장애인수는 5만 4564명 정도 될 것이라고 추정된다. 따라서 대상자 31명 중 1명만이 특수교육을 받고 있는 셈이다. 유아 특수학급수는 모두 322개(유치원 특수학급 65개 특수학교 특수학급 267개). 전문가들은 "교육대상자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수학급당 평균 학생수는 4명. 12명 정원(도별로 다름)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유치원에 특수학급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이석무 교장(교남학교)은 "입학 시기가 되면 선생님들이 동사무소나 가정을 찾아가 학생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미선 연구사(국립특수교육원)는 "특수교육진흥법에 장애인 조기발견을 규정하고 있으나 시행령 및 시행규칙이 미비해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며 미국에 비해 장애자 발견 시기(미 콜로라도주 10.6월, 한국 18월)가 늦어 적절한 교육 시기를 놓치고 있다고 설명한다. 더욱이 많은 학부모들은 자녀를 특수학급에 보내기조차 꺼려한다. 송문용 장학사(경기도교육청)는 "자녀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 할 뿐 아니라, 사설 클리닉에서 치료를 시키면 초등학교 입학 때쯤 일반학급에 보낼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반면 "왜 학생 모집을 대대적으로 하지 않느냐?" "학교에서 학생 모집을 꺼리는 게 아니냐?"는 식의 항의를 하는 학부모도 적지않다. 또 "장애아동이 취학연령이 되어 교육청에 찾아가면 특수교육위원회가 설치돼 있지 않아 수소문해서 특수학급이 설치된 학교를 찾아야 한다"고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전문교사도 절대 부족하다. 유치원 특수학급 교사 중 유아 특수교육 전공자는 찾기 힘들다. 유아교육이나 특수교육 전공자, 특수교육 연수를 받은 일반 교사가 대부분이다. 현재 유아 특수교육학과는 4개 대학(대구대, 나사렛대, 천안대, 우석대)에 설치돼 있으나 대구대에서 2001년 2월에 첫 졸업생이 배출됐다. 교육환경과 시설도 열악하다. 특수학급은 장애학생들이 이동하고 생활하기 편리한 곳에 있어야 하지만 지하와 반 지하, 2층 이상 등 비 적절한 장소에 설치된 곳이 절반을 넘는다. 유치원특수학급 중 승강기가 설치된 곳은 단 1군데에 불과하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특수학급의 교육여건 미미가 지적을 받았다. 교육부 총 예산 대비 특수교육비는 2001년도 2.0%에 불과하다. 정부는 장애유아의 조기교육 기회 확대를 위해 2004년까지 180개 유치원 특수학급을 증설 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한 특수교육 전문가는 "가장 기본이 되는 장애아 출현율 조사도 제대로 못하는 실정에 계획대로 예산이 확보될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정동영 연구사(국립특수교육원)는 "특수교육은 자폐나 정서불안 등 제2의 장애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등 범정부 차원의 대국민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학부모들이 특수교육에 대한 거부반응을 감안해 일반유치원에서 특수교육을 실시하는 방안과 병원치료비를 보전해 주는 바우처제도 도입을 검토할 만하다"고 제안한다. ◇특수교육대상자 선정=유·초·중학생은 교육장이 시·군·구 특수교육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선정한다. 고등학생은 교육감이 시·도특수교육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대학은 대학의 장이 선정한다. 제도에 따라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되면 입학금, 수업료, 교과서 비용을 정부가 전액 지급한다.
서울시교육청공무원직장협의회가 지난달 30일 오후 교육청 강당에서 회원 2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창립총회를 열고 직장협의회준비위원장 박일제(6급·행정관리담당관실)씨를 초대회장으로 추대했다. 이날 박 회장은 "근무환경 개선과 업무능률 향상, 회원의 권익보호에 힘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시교육청공무원직장협의회는 본청과 본청소속 각급 학교 및 5급 이하의 기관장이 속한 95기관이 대상이며 가입 대상 인원은 715명이다. 서울시교육청산하공무원직장협의회 구성은 영등포도서관에 이어 두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