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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통일교육주간(5월 넷째 주)에 지원하겠다고 제시한 초·중·고교 평화통일교육 도서목록에 북한을 지나치게 미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부적절한 교육 자료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이 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 교실로 온(On) 평화통일’ 활동 꾸러미 목록 가운데 북한체제, 근대사, 국가 간 외교 등을 편향적으로 기술한 책들이 포함됐다. ‘2021 교실로 온(On) 평화통일’은 시교육청이 5월 24일부터 7월 16일까지 초·중·고 40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통일교육 프로그램으로 목록은 도서 36권, 교구 22개 등으로 구성됐다. 이 중 학교가 희망 꾸러미를 선택하면 시교육청이 100만 원 이내에서 지원해준다. 꾸러미들 가운데 ‘우리는 통일 세대’ 책의 경우 표지부터 북한을 자유와 민주주의가 구현되는 나라로 그리고 있다. 책 내에도 ‘북한은 무상으로 집을 주고 거주 이전의 자유가 있는 곳’, ‘종교의 자유가 있는 곳’ 등의 표현이 등장한다. 자본주의는 틀리고 사회주의가 옳다는 등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듯 여겨지는주장도 나온다. ‘통일이 분단보다 좋을 수밖에 없는 12가지 이유’에는 미국과 일본이 우리나라와 북한의 관계를 갈라놓고 있다고 묘사한 삽화와 설명이 첨부됐다. ‘렛츠통일:치유와 통합’에는 제주 4·3사건이 남로당 폭동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고, 이승만 정부가 무고한 사람들을 좌익으로 몰아 학살한 것으로 서술됐다. ‘우리, 함께 살 수 있을까’에는 우리나라 분단의 원인이 미국 측에만 있는 것처럼 그려지고 있다. 교구 중 보드게임과 카드게임에는 ‘레즈비언 초등교사’가 등장하는가 하면, ‘군사훈련’을 부정적으로 보고 ‘핵실험’을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농후한 자료가 포함되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교육계는 북한의 실제 현실과 다른 내용, 편향된 근대사 기술 등이 어린 학생들에게 부적절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한민국역사지킴이 등 시민단체들은 3일 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교육청의 사상주입 학교교육을 규탄하고, 교실에 배포한 거짓평화 통일교육 불온도서들을 당장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시교육청 측은 ‘꾸러미 목록’에 대해 학교에게 다양한 관점의 선택을 보장하기 위한 사전 목록으로, 최종 검토 후 부적절하다고 판단된 도서의 경우 제외될 가능성을 다. 민주시민생활교육과 관계자는 “꾸러미 목록은 타 시·도교육청의 우수사례를 참고하고 현장지원단의 검토를 거쳐 작성된 참고용 목록”이라며 “평화교육 및 다양한 관점에서 교육할 수 있는 자료 구성으로 특정 이념을 강요하는 교육 자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교육신문 이상미 기자] 한국교총은 스승의 날을 맞아 10일부터 16일까지 제69회 교육주간을 운영한다. 이번 교육주간은 ‘교육격차 해소로, 코로나 시대를 넘어 미래 교육으로!’를 주제로 진행된다. 이번 교육주간의 주제인 ‘교육격차 해소로, 코로나 시대를 넘어 미래 교육으로’는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한 교육격차 심화 문제를 극복하고, 위기를 기회 삼아 미래 교육을 활짝 열어가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담긴 선언이다. 교육주간 주제해설을 맡은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코로나로 인해 더 심각해진 교육격차 발생의 근본 원인을 짚어보고, 이를 극복해나가는 것이 미래 교육을 향한 첫걸음임을 보여주는 주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아가 코로나 시대의 제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가 새롭게 열어가야 할 미래 교육을 함께 탐색하자 하는 뜻이 담겼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윤수 회장도 특별메시지에서 “교육격차 해소는 우리 교육이 미래로 도약하기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다”며 “국가적으로도 적시에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다음 세대에게 더 큰 사회적·교육적 비용을 지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초학력은 국가의 기본 책무이자 국민의 최소한의 기본권”이라며 “이번 교육주간이 기초학력 보장과 교육격차 해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고, 좋은 해결방안이 도출되는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교총은 이번 교육주간을 위해 주제해설집 및 e-포스터 배포, 사진 공모전, 사진공모전 SNS 홍보 이벤트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14일에는 교총회관에서 스승의 날 기념 제69회 교육공로자표창식이 진행된다. 교원의 노고에 대한 감사와 위로를 전하기 위해 마련된 표창식에서는 △교육공로상(2,330명) △특별공로상(36명) △교육가족상(3가족) △교육명가상(4가족) △독지상(10명) 다섯 부문으로 나눠 표창이 수여되며. 코로나19로 각 부문 대표자만 표창식에 참석한다. 올해 제69회를 맞는 교육주간은 한국전쟁으로 피폐해진 국가를 교육으로 재건하고, 교육자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품게 하며, 사회에 교육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교총 대의원회 의결로 1953년 시작됐다. 매년 교육주간 주제는 우리 교육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 해결과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왔다.
코로나가 막 유행하기 시작했던 2020년 초, 어느 교수가 자신의 SNS에 공유한 이미지에는 냉소주의적 유머감각이 물씬 묻어나는 편지글이 적혀있었다. 의료계 전문가들에게. 요즘 주변 사람들이 당신의 일에 관해 이래라저래라 오지랖을 많이도 부려대지요. 정말 유감입니다. 그리고 각종 매체가, 자기들은 이 분야에 관해 전혀 아무런 훈련도 받지 않았고 경험도 없으면서, 여러 이론을 떠들어대는 꼴을 보아야 하죠. 이 역시 유감입니다. 우리는 당신의 괴로움에 깊이 공감합니다. 그럼 이만. 교사들 씀. 위 편지글은 물론 농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현실과도 일정 부분 맞닿아 있기도 하다. 교직은 전문직이다. 그러니까, 교사는 교육전문가이다. 그러나 교육학적 배경이 없는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교사의 업무에 관해 말을 얹고 평가를 한다. 또한 방송 프로그램은 교육에 관한 진지한 통찰보다는 자극적인 내용을 좇는다. 마치 자신들이 당사자이며 전문가인 교사들보다 더 많이 안다는 듯이 말이다. 교직은 그 어느 직종보다 일반인들의 삶 가까이에 있다. 우리는 아플 때 병원에 간다. 하지만 일 년의 절반 이상 병원에 가 하루에 몇 시간씩 의사와 소통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TV나 온라인 동영상서비스를 통해 각종 영상매체를 접한다. 하지만 영상매체의 제작자나 편집자와 직접 소통하는 일은 드물다. 학교는 어떨까? 우리나라는 의무적으로 몇 년 동안 등교를 해 매일 몇 시간씩 학교에 머문다. 그리고 교사와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직접 소통한다. 그래서일까? 어떤 사람들은 자신도 별다른 수련 없이 교사가 하는 일을 곧잘 수행해낼 수 있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기도 한다. 밖에서 본 교사, 안에서 본 교사 미국의 저명 교육학자인 로티(Lortie)에 의하면, 학생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적지 않은 시간 동안 교사와 직접 소통하고 교사의 업무 중 하나인 교실수업을 근거리에서 관찰한다. 그러면서 상당히 직관적인 방식으로 교직에 대한 이해를 쌓아나간다. 하지만 이러한 직관적 이해는 불완전하다. 왜냐하면 교실수업은 교사의 여러 업무 중 하나일 뿐 아니라 교실수업 중 교사의 교수활동에 대하여서도 학생들은 활동의 이면에 대해 생각하거나 활동을 교육학적인 관점에서 해석할 역량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교사와의 면담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교사들은 자신이 이 직업을 선택한 데에는 어린 시절 은사님의 영향이 있다고 하면서도, 막상 교사가 되기 위해 수련을 받고 교직을 수행하다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렵고 힘들었다고 한다. 즉, 어린 시절 교사와 몹시도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일종의 도제식 관찰(apprenticeship of observation)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관찰은 필연적으로 교직을 단순화시킨다는 명백한 한계가 있는 셈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수학교사가 되려면 무엇을 알아야 할까? 가르칠 내용인 수학을 알아야 함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수학만 알면 누구나 수학을 가르칠 수 있을까? 그것은 아니다. 어릴 적 옆자리 친구에게 수학문제를 설명해 준 경험이 있다고 해서 수학교사를 할 수 있지는 않다. 부모님의 어깨를 주물러드린 경험이 있다고 해서 물리치료사로 활동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학교라는 조직에서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기 위해서는 수학내용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학생들이 제시하는 다양한 풀이를 바탕으로 학생의 사고를 추론해낼 수 있어야 하고, 각각의 풀이가 강조하는 수학적 개념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특정 수학내용이 전체 교육과정 상 어디에 위치하고 있으며, 해당 내용 학습 시 학생들이 흔하게 겪는 어려움이 무엇이고, 그 어려움을 효과적으로 해소해주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야 한다. 또한 학생들이 수업에 적절히 참여할 수 있게 이끌어주어야 하고, 효과적인 학습공동체를 형성해야 하며, 학생들의 보호자와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평가를 활용해 차시 수업을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3 그러니까, 수학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수학내용에 대한 지식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학창시절 교실에서 교사를 관찰할 때 교사가 가진 수학적 지식에는 쉬이 주목했을 것이다. 그러나 교사가 수학적 지식 외에도 다양한 지식을 갖고 있으며, 교실 안팎에서 여러 활동을 통해 학습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은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이러한 도제식 관찰의 한계를 인지할 기회가 많지 않아 보인다. 이 점이 안타까운 이유는, 교사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그렇기에 외부로부터 부과된 역할기대를 온전히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역할기대가 비전문가들에 의해 부과된 것일지라도 말이다. 여기서 생각해보아야 할 점은 과연 외부의 역할기대를 모두 수용하는 것이 교육의 질 제고에 얼마큼이나 도움이 되느냐 하는 부분이다. 우리는 종종 비전문가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교사의 이야기를 접한다. 그리고 마음 아프게도 교사의 이러한 고군분투는 비전문가의 역할기대를 만족시키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교육의 질 향상은 불러오지 못하고 여기서 오는 내적갈등은 온전히 교사 혼자 감당해야 하는 몫이 되어버린다. 외부로부터의 시선이 교직이라는 전문직에 대해 제한적으로만 파악하고 있고 이러한 제한적인 이해가 때때로 교사의 교수활동에 걸림돌이 된다면, 그런 역할기대를 거부할 책임도 있지 않을까? 외부의 기대를 수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교육 전문가들이 나서서 대중이 교직에 대한 적절한 이해를 가질 수 있게 이끌어줄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때 발언의 주체는 물론 교사들이어야 한다. 교직은 전문직이라는 선언 하에 교사들이 모여 무엇이 교직을 전문직으로 만드는지 당사자들이 직접 목소리를 낸다면 어떨까? 그리고 교육행정가 및 연구자들이 동참해 교사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면, 그것이야말로 항구적인 교육의 질 제고를 이룩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지 않을까 싶다. 교직은 전문직이다. 이것은 흔들리지 않는 진실이며 모두가 알아야 하는 상식이다.
교원의 보수체계 실태와 문제점 일반적인 공무원의 봉급체계와 마찬가지로 유·초·중·고의 교원들은 재직 중에 공무원 보수규정에 따른 본봉과 각종 수당 등을 합한 급여를 받게 된다. 이 중 본봉은 인사혁신처에서 매년 발표하는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교원 등의 봉급표’에서 호봉에 따라 월 지급액으로 정해놓은 봉급을 말하는데, 2021년도의 봉급표를 보면 1호봉 약 167만 원부터 40호봉 약 549만 원까지 호봉별로 봉급액을 제시하고 있다. 교원의 호봉은 교육대와 사범대 졸업자를 기준으로 9호봉으로 시작하는데, 이는 교원만 특별히 높은 호봉을 적용받고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1970년대에 교원수급이 안정화되기 전까지 역대 정부는 임시교원양성소를 통해 교원을 배출하곤 했는데, 이를 통해 배출된 교원의 호봉과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교원자격증을 받은 사람을 모두 호봉으로 정해 교원의 봉급표에 규정했던 것이 4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개정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이다. 반면 국립대학 교원 등의 봉급표는 1호봉부터 33호봉까지로 정해져 있다. 유독 유·초·중등교원 등의 봉급표만 1호봉부터 40호봉까지로 정해진 것은 현직에 있지도 않은 임시교원양성소 출신 교원의 호봉부터 나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직에 있는 교원 입장에서는 9호봉부터 31년간 적용받을 뿐이라 본봉을 기준으로 여러 수당이 결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불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 따라서 국립대학 교원의 경우를 고려하여 최소한 1호봉부터 33호봉, 또는 평균적인 근무 연수를 감안하여 그 이상의 호봉까지로 시급히 재조정되어야 한다. 교원의 급여를 구성하는 또 다른 한 축은 수당이다. 이 중 정근수당이나 명절휴가비는 본봉을 기준으로 지급되며, 연차가 쌓일수록 높아지는 점은 타직종 공무원과 마찬가지이다. 또한 정액급식비나 가족수당, 시간외근무수당 등은 대개 비슷한 금액으로 정해져 일반 공무원과 같은 기준을 적용받는다. 문제는 교원연구비·직급보조비·교직수당·교원성과급 등과 같이 직책이나 업무의 특성이 반영되는 수당 등에서 나타난다. 우선 교원연구비의 경우 기본연구비와 교재개발연구비가 포함되는데, 교직의 특성에 따라 대학교수나 초·중등교원 모두 소득세법 시행령 제12조에 따라 월 20만 원까지 비과세된다. 그런데 대학교수의 경우 연구비가 월 급여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데도 불구하고 90년대만 해도 연구비의 50%까지 비과세했다(지금은 월 20만 원 비과세). 초·중등교원은 오랜 세월동안 월 6만 원씩을 교원연구비로 지급받고 있다. 사실 월 20만 원의 비과세 법정 한도의 1/3도 안 되는 돈으로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 상황이니,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직급보조비는 더 큰 문제이다. 일반 공무원의 경우 근무 연한을 채우면 직급이 올라가고, 그에 따라 직급보조비를 받고 있다. 하지만 교원의 경우에는 교장은 일반직 공무원의 4급(국가직 공무원 과장)에 준해서, 교감의 경우 5급(국가직 공무원 계장)에 준해서 각각 직급보조비를 받는다. 현실적으로 학교에서 중간 관리자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보직교사는 자격이 아니라 업무수행 상 보직만 부여한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직급도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보직교사에 대한 직급보조비 규정도 아예 없고, 수십 년째 보직교사 수당으로 월 7만 원만 받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직교사는 다들 기피하는 직책이 되어버렸다. 결국 학교에서 교장·교감 이외에는 모두 평교사인 셈이다. 심지어 교원의 승진체계를 다양화하여 교수직으로 진출하는 경로를 보장한다는 취지로 등장했던 수석교사조차도 직급은 존재하는 것으로 인사기록카드에는 등재되어 있지만, 그에 맞는 직급보조비는 없다. 단지 실비 보상 성격의 활동비로 월 40만 원 지급받는 게 고작이다. 아울러 외부 강연료처럼 연금과 무관한 기타 소득으로 처리돼 과세되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교직의 특성을 고려하고 교직을 우대할 목적으로 정한 수당들이 교원의 성취동기를 부여하는데 그다지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모든 교사가 동일하게 받는 교직수당 월 25만 원, 담임교사에게 주는 담임수당 월 13만 원은 수년째 같은 금액이니 잘하든 못하든 자리를 맡고만 있으면 똑같이 받는 수당이 돼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연 1회 지급되는 교원성과급에 있어서도 교장은 일반직 공무원의 4급(국가직 공무원 과장)에 준해서, 교감의 경우 5급(국가직 공무원 계장)에 준해서 지급하는 것을 또다시 명시하고 있고, 교사에 대해서는 학교마다 각자 합리적인 기준을 세워 배분하도록 하고 있다. 게다가 학교마다 어떤 업무를 성과급에서 높은 점수를 줄 것인가 문제로 수시로 논쟁이 벌어지도록 만드는 갈등요인마저 되고 있다. 오죽하면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2019.11.)에서 교원성과급의 단계적 폐지 및 수당으로의 전환을 교육부에 건의하기도 했겠는가. 교원의 보수체계는 어떻게 개편되어야 하나?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는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를 보자. 우선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이 교대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교재개발과 수업연구에 교사의 집단적 노력이 많이 필요하게 되었다. 게다가 일반계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학생 과목선택제가 실시되면서 교사는 자신의 전공과목 개설을 위해 학생들에게 어떤 수업과 평가를 할 것이라고 홍보도 해야 하고, 때로는 인접과목을 여러 개 가르쳐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에 부응하여 미래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학교조직과 교원급여체계를 어떻게 정비해 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개별 교사의 입장에서 볼 때 수업연구와 교재개발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교원연구비 월 20만 원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고 본다. 학생의 성장을 돕는 학습촉진자로서, 온라인수업용 플랫폼 도구들이 유료화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합리적인 교원연구비 보장은 너무도 당연하다. 이뿐 아니다. 현재 학교현장에서 교사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담임교사와 보직교사 기피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년째 월 13만 원인 담임수당은 30여 명의 학생들을 1년 내내 관리해야 하는 부담에 비해 너무나 가혹한 처우가 아닐 수 없다. 정상적이라면 월 30만 원 이상으로의 인상이 시급하다. 아니 그 이상 인상된다 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본다. 아울러 보직교사의 수당문제도 담임교사 수당문제와 함께 다루어져야 한다. 과거와 달리 요즘의 보직교사는 관리직으로의 승진과 별 상관없이 학교의 사업별 업무추진을 위한 중간 관리자 역할만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라 많은 교사들이 과중한 업무부담에 시달린다. 따라서 보직교사 수당 월 7만 원을 그대로 두거나 인상폭이 너무 적으면 학교에서는 보직교사 공백으로 부서별 업무처리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담임교사 수당과 보직교사 수당을 최소 월 30만 원 이상으로 동일하게 보장하는 전향적인 노력이 시급하다. 한편 최근의 교육여건 변화와 더불어 일선 학교에서는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교과나 학습활동중심의 교원조직을 강화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교사의 집단지성을 이끌어갈 대표 교사를 중심으로 교원조직을 재정비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로 인해 교원의 수당체계에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해지고 있다. 예를 들면 학교조직의 혁신 노력을 지속할 수 있도록 아예 현재의 보직교사 개념을 벗어나 일정기간의 경력에 따라 교직수당이 단계별로 상승하는 방식을 채택한다든지, 학교혁신을 위한 리더로서의 역할에 따라 여러 단계의 직급이 구간별로 보장되는 제도를 도입하여, 경력과 더불어 능력에 따라 직급도 인정받고 직급보조비도 지급받는 ‘선임교사’를 새로이 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일정기간 선임교사 경력을 거친 후에는 ‘교감-교장으로의 관리직 진출’과 ‘수석교사로의 교수직 진출’을 선택하도록 할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재 공무원 수당 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교장·교감의 대우 수준에 대한 문구를 전면 수정해야 할 것이고, 각각의 직급별로 그에 걸맞은 직급보조비에 대한 근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급여체계의 기본은 일에 대한 합리적 보상성에 있고, 인간은 이러한 합리적 보상에 따라 자신이 경제적·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우리는 대개 급여가 오르는 경우 경제적으로 인정받는다고 느끼고, 조직에서 지위나 직급이 오르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다고 느끼게 된다. 문제는 사회 전체가 경제적 보상이 사회적 직급에 연동되어 그 직급별 격차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교직사회는 수십 년간 경제적 보상이 동결돼 있어 어느 교원도 자신이 우대받고 있다거나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말할 수 없는 실정이다. 결국 교직에 들어와 수많은 연수와 실천 경험을 처음부터 잘 쌓아나가면 수업 전문성과 평가 전문성을 많이 높일 수 있을 것이고 이에 따라 일정한 직급과 경제적 보상이 따를 것이라는 점을 신규교사에게 알려줄 수 있는 사회가 우리가 그려나갈 미래가 아닐까?
교장공모제 시행이 10년을 넘어서면서 제도적으로는 안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지지 집단과 반대 집단으로 양분되어 정책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교장공모임용제를 제도로서 평가하고, 정책적 정당성에 입각하여 판단하기보다는 ‘교장자리’를 두고 대립하는 입장들만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정책이 정책으로서 자리를 굳히기 위해서는 특정 집단의 이익이 아닌 공정성에 입각하여야 하며, 좋은 교육을 실천하려는 철학을 근간으로 삼아야 한다. 공모교장제가 공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학교조직을 혁신하는데 긍정적이라면 우리는 이 제도를 가꾸고 보듬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한계와 문제점이 있다면 집단이기주의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숙의과정을 통해 이를 인정하고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교장임용제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교장임용방식을 확대하는 방안과 기존 교장임용제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안이 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 전에 왜 교장임용제에 대한 개선 요구가 높은지 살펴보고자 한다. 교장은 교사만큼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코로나로 인하여 우리의 미래는 더욱 예측하기 힘들어졌다. 교사들에게 디지털 리터러시가 필수역량으로 요구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대면교육의 필요성이 절실해지는 이중적 딜레마에 처해 있다. 교사들에게 시대에 맞는 역량과 전문성 성장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교장의 조직경영역량도 함께 성장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반성과 성찰을 교사들에게 요구하기 전에 교장인 우리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교사만큼 성장하려고 애쓰고 있는 교장인지, 역할수행에 긴장감을 갖고 있는 교장인지, 학교조직관리에 적극적 행정을 하고 있는 교장인지 되새겨볼 일이다. 교장의 역할에 고도의 전문성과 역량, 그리고 열정이 요구된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과연 교사들이 ‘나도 교장할 수 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일반승진 교장의 역할수행과 리더십이 조직 내에서 인정을 받았다면 교장자격증의 권위와 위상은 높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교장 자격증이 조직 안팎에서 신뢰받지 못한다면 그것은 필자를 포함하여 교장 자격 소지자들에게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사회의 그 누구도 젊고 유능한 의사를 발굴한다는 명분으로 의사 자격의 문턱을 낮춰도 된다거나 무자격 의사가 더 진료를 잘할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자격증이란 직종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경력과 역량, 전문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국가(사회)로부터 부여받는 것이다. 교장 자격증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면 그것은 교육계가 함께 자기성찰을 해야 할 때이기도 하다. 정책의 프레임은 건강한가? 공모교장제는 젊고 유능한 인재를 교장으로 발굴하자는 목적에서 시작하였다. 역량 있는 인물을 교장으로 발굴하자는 것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교장은 학교경영의 최고책임자로서 역량이 있는 인물일 때 공공에 이롭다. 다만 젊고 유능한 인재는 자격미소지자이고, 일반승진 과정을 거친 사람은 무능한 자격소지자라는 인식을 유도하는 것은 상호 간의 품격을 저해하는 모습이다. 유능한 교사가 곧바로 유능한 교장이 될 수 있을까? 교사의 역할이 교육과정운영과 생활지도라고 한다면 교장은 교사보다 더 많은 역할과 책임을 지는 경영책임자의 자리로 그 역할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와 교장의 유능함을 동일시해서는 안 되며 직위가 내포하는 유능함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도 분명히 해야 한다. 교감 직위에서 교직원 인사와 학교를 아우르는 역할은 중요한 경험치이다. 즉, 교감으로서 학교경영의 철학을 배우고 다지는 시간은 좋은 교장이 되기 위한 준비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 역시 교장 역할을 하는데 두려울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교육전문직 4년 6개월, 교감 경력이 4년, 총 8년 6개월의 경험이 그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탄탄한 바탕이 되어주고 있다. 교직에서의 다양한 경험들이 단순히 연공서열이라고 폄하될 정도로 하찮은 것은 아니며 어떤 일이든 충분한 준비기간을 두고 배우고 익히는 것은 근간을 다지는 일이다. 이제 시선을 좀 넓혀 교장공모제를 바라보자. 내부형을 확대하느냐 마느냐가 문제의 쟁점이 아니다. 그보다 먼저 민주적인 학교, 혁신적인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교장임용제의 개선방안을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시스템을 잘 구축한다고 해도 교장이 바뀌면 무너지는 것이 학교시스템이다. 중요한 영향력이 있는 교장의 직위를 진영 논리나 조직의 이기주의로 접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공모교장제가 더 나은 학교문화를 실천하는데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몇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공모교장 근무기간을 교장 재임기간에 포함 공모교장 근무기간을 교장 재임기간에 포함시킨다면 교장공모제가 교장임기를 연장시키는 수단이 된다는 비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공모교장을 둘러싼 과열된 경쟁구도는 구성원들 간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학교 교육력을 소모시키는 경향이 있다. 공모교장을 승진의 발판으로 삼거나 지나치게 오랫동안 ‘교장자리’에 머무르지 못하도록 관련 법 개정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공모교장제가 교장임용제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승진 구도를 만들어 현장을 경쟁시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되는 모습이다. 공모교장 선발과정에 현재 근무하는 학교의 동료평가 추가 공모교장제는 해당 학교구성원들의 1차 심사와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2차 심사로 운영되고 있으며, 학부모 모바일 심사에서부터 학교경영발표·심층면접심사 등 다소 복잡한 과정을 통해 심사결과의 신뢰도를 높이고자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는 현재 근무하고 있는 동료들의 평가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현재 교육계는 이미 평가의 객관성을 위해 교육전문직 응시, 수석교사 업적평가, 교감 업무평가, 교장 중임평가에도 동료평가를 확대하고 있다. 공모교장제도 지원자의 역량, 관리자로서의 자질과 품성, 리더십은 함께 근무하고 있는 동료들로부터 검증받아야 할 것이며 이는 공모교장 선발을 둘러싼 인맥이나 네트워크의 부작용을 줄이고 공정함을 더할 수 있는 방안이다. 교장의 리더십과 역량을 개발하는 생애연수 강화 공모교장 학교들이 어떤 강점과 약점이 있는지 아직까지 제대로된 평가가 부족한 것 같다. 다만 교장임용제의 문제를 공모교장제로 제한하지 않고,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 승진교장제을 통해 문제해결을 시도해보면 어떨까. 우수한 교장을 발굴하는 것이 교장임용제의 목적이라면 공모교장 선발에 들이는 예산과 행정력을, 다수를 차지하는 일반승진 교장들의 역량 강화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왜 어렵게 자격증을 소지한 많은 일반승진 교장들의 역량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강화하는데 적극적인 정책을 수립하지 못하는지 안타깝다. 자격증을 없애고, 다른 사람이 쌓은 다양한 경력을 폄하하는 것은 교육계의 건강한 문화가 아니다. 교장자격연수 뿐만 아니라 교장 임용 후 엄격하고 체계적인 생애연수로서 리더교육을 강화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평가는 엉키고 수당은 묶이고, 발목잡는 교원정책 한국의 교원정책은 한편으로는 교원의 분발을 촉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양면적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 목표들 사이의 균형이 깨어질 때에는 혼돈을 경험하게 된다. 그 혼돈은 대개 현장 교원의 거부와 저항, 개혁정책 자체에 대한 피로감의 증대를 가져왔고, 정부당국에서는 개혁정책을 일관되게 집행하지 못하고 정책기조의 전환 혹은 후퇴를 시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원들이 보이는 거부의 양상은 다양하다. 특정 교원정책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명멸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바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식의 ‘회피’ 반응을 보인다. 또 교원평가와 성과급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현장의 협조가 없이는 어떤 교원정책도 성공할 수 없다’는 교훈을 주기도 한다. 따라서 교원정책은 장기적 안목에서 치밀한 집행계획을 수립하고 점진적인 방법으로 집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무리 내용상의 합리성을 갖춘 정책이라 하더라도 상황에 적절하지 않고 현장 교원에 의해 수용되지 않는다면 그 정책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없다. 정책의 과정적 대응성이 중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내용적 합리성과 과정적 대응성이 겸비되지 않은 정책은 결국 실패한다는 것이 우리가 얻은 결론이다. 이번 호는 1995년 5.31 개혁 이후 등장한 교원정책의 일단을 평가하고 진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우선 근무성적평정과 교원능력개발평가, 교원성과상여금평가 등 3원화된 평가체제의 적절성과 효과성을 분석하고 개선안을 모색한다. 단일호봉제로 운영되는 교원 보수체계의 적절성과 각종 수당책정의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본다. 담임교사 수당과 보직교사 수당의 현실화 방안도 함께 찾아본다. 아울러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내부형 교장공모제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바람직한 교장공모제 방안은 무엇인지 현장 교원의 시각에서 살펴 보고자 한다. 이외에 궁극적으로 이같은 교원정책들이 교사의 전문성 신장에 도움을 주고 있는지, 교사의 전문성은 진정 존중받고 있는지 실태를 점검해 보고 바람직한 대응 방안을 찾아보는데 초점을 뒀다. 교원정책이 어떤 점에 실패하고 있는가를 아는 것은 어떤 점에 노력을 집중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소중하다. 입안된 정책이 현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고, 그 정책이 적용되는 상황적 적절성을 수시로 점검하면서, 장기적 전망을 가지고 점진적·단계적으로 문제를 보완하는 꾸준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우리나라의 교원평가는 교원근무성적평정·교원성과상여금·교원능력개발평가의 3원 체제로 실시되어 왔다. 각각의 평가는 시작 시기와 도입 목적은 다르지만, 평가 자체가 갖는 거부감과 3원 체제의 복잡성으로 인해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2016년 이후에는 교원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원능력개발평가와 교원 업무성과 향상을 위한 교원업적평가(근무성적평정+다면평가)로 간소화되었다. 하지만 교원평가를 둘러싼 교육계 내외의 갈등과 비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교원평가를 평가 주체 중심으로 살펴보면 관리자에 의한 평가(교원근무성적평정의 일부), 교원협의에 의한 평가(교원근무성적평정, 교원성과상여금 및 교원능력개발평가의 일부) 그리고 학생·학부모에 의한 평가(교원능력개발평가의 일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학교현장 책임자의 시선으로 교원평가를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교원평가를 둘러싼 학교 내외의 갈등을 어떤 원칙으로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언급과 함께 교원평가 개선을 위한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제구실 못하는 각종 교원평가들 현재 3원 체제로 실시되는 교원평가는 각각의 평가목적에서 상당히 벗어난 형태로 실시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교원의 업무성과 향상을 위한 교원근무성적평정은 극소수의 승진 관심 교원에 대해서만 평가의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같은 목적을 지향하는 교원성과상여금 역시 높은 근무성과를 유인하기보다는 다분히 조직 안정을 위한 어정쩡한 합의를 지향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교원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원능력개발평가 역시 평가 참여자의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의 이유로 그 본래의 취지가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각각의 교원평가가 그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는 이유를 평가 주체 측면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관리자에 의한 평가는 교원근무성적평정에만 작용함으로써 승진희망자 이외의 교원에 대하여는 업무성과 향상을 위한 유인을 제공하지 못한다. 교원의 협의에 의한 평가는 교원근무성적평정과 교원능력개발평가보다는 교원성과상여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동료평가가 갖는 인간적 관계로 인하여 엄정한 평가보다는 조직 내 평화와 순응을 지향하는 경향이 있다. 교원능력개발평가에 적용되는 학생·학부모에 의한 평가는 교원의 전문성 향상을 지향하기보다는, 학부모가 교육수요자로서 공급자에 대한 항의의 기제로 활용되는 측면이 상당하다. 교원 또한 학생·학부모에 의한 평가를 자기발전의 계기로 삼기보다는 무조건적인 거부감 또는 단순히 수요자 취향에 부합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교원평가 개선 방향을 논하기 전에 개선 방향의 원칙을 살펴보는 것이 실효성 있는 대안을 찾는 관점이라 생각한다. 첫 번째 고려할 원칙은 교원평가의 근본 취지가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평가는 평가의 양편에 선 사람의 이해가 상충될 수밖에 없어 어느 일방의 압력으로 평가의 도입 취지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교원평가에서 학생·학부모와 교원의 이해가 충돌할 때 정부와 교육청은 제도의 근본 취지를 지키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고려할 원칙은 갈등관리 측면이다. 교원평가 자체가 긴장과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제도이지만, 가능하다면 갈등을 최소화하고 제도 운영과정에서 갈등을 감소시킬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의미있는 일이다. 오늘날 학교는 외부의 압력과 내부갈등으로 인해 학교에 요구되는 교육기능을 수행하는 것 자체가 벅찬 현실이다. 이 점을 고려할 때 교원평가에서의 갈등관리는 중요하게 생각해 볼 측면임이 분명하다. 세 번째 고려할 원칙은 교원평가가 공교육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교원평가의 근본 취지를 지키고 학교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교원평가가 운영되면서도 교원평가가 장기적 측면에서 교원의 성장과 직업적 성취를 북돋아 주고, 교육기관으로서의 학교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는 방향으로 순기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교원 성과상여금 다면평가 재고해야 그러면 교원평가가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인가? 현재 학교 내외에서 제기되는 이견에 대한 필자의 생각과 단기적 관점에서 현행 교원평가에서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점 및 장기적 관점에서 교원평가를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현재 크게 이슈화되는 교원능력개발평가 폐지 내지는 유보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교육계 내부에 있는 필자로서 그런 주장의 이유와 상당한 타당성을 이해하지만, 교원능력개발평가의 근본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교원의 전문성 향상이 외적 여건의 어려움으로 인해 중단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더군다나 교원능력개발평가의 2년 연속 유보는 평가의 다른 한 편에 선 학생·학부모의 입장을 고려할 때 학교 내 갈등은 줄일지 몰라도 사회 전체의 갈등을 증가시킬 수 있다. 다만, 학생과 학부모의 교원에 대한 평가에 상당한 일치성이 있는 점과 학부모의 수업 참관을 실시하기 곤란한 점을 감안하여 올해만이라도 학부모에 의한 평가를 중지하고 학생에 의한 평가만을 실시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단기적 관점에서 성과상여금에 반영되는 다면평가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현재 상당수 학교에서 다면평가에서 정성평가를 최소화하고 정량평가를 쉽게 합의 가능한 쉬운 요소 중심으로 반영하고 있다. 이 결과 학교에서 기피하는 업무를 담당하거나 부여된 업무의 수행 정도 여부는 다면평가에 반영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와 같은 현상을 해결하기 위하여 몇몇 기피업무에 대한 가산점을 인정하고 맡은 업무의 수행정도를 평가하여 가산점에 승수배하는 방식으로 교원의 책무성을 제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교원근무성적평정은 현재의 기능을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승진희망자의 기득권을 존중하되 승진제도 자체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제시하고자 한다. 교사에서 교감·교장으로 승진하는 코스는 교원근무성적평정에 의한 승진과 교육전문직을 경유하는 승진 그리고 공모교장제도를 이용하는 승진이 있다. 교원근무성적평정에 의한 승진은 제도의 안정성과 이 제도를 활용하여 승진을 준비하는 교사에 대한 정책의 신뢰 차원에서 큰 틀에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교육전문직을 경유하는 승진은 일단 교육전문직이 되면 아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교감·교장으로 승진(전직)하기 때문에 선발에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아울러 공모교장제 취지 자체를 허무는 담합 등의 불공정한 행위는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잃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말 많고 탈 많은 교원평가 외부기관에 맡기면... 장기적 측면에서 교원평가를 교원 자신이나 학생·학부모는 물론이고 기존 교육행정기관으로부터 독립적인 기구에서 담당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오랜 한국의 교육전통에 비추어볼 때 교사들이 학생·학부모로부터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협의에 의한 동료평가 또한 한국적 풍토에서 엄정하게 실시되기 힘든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프랑스의 교원평가시스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외부의 별도기관에서 주관하는 교원평가제도를 도입하여 승진과 보수에 반영하는 방안이 교원평가에 대한 사회적 갈등을 감소시키고 정실에 의한 평가를 지양하며 교육계 내외의 합의를 가능하게 하는 방안도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또한 외부의 별도 기관에서 주관하는 교원평가를 통해 기관으로서의 학교평가도 함께 실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요즘 ‘타락’이란 의미를 자주 생각한다. 사전적 의미로 타락은 ‘올바른 길에서 벗어나 잡되고 나쁜 길로 빠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교육에 관하여 그 목표달성을 위한 협동적·조직적 단체행동을 조성하는 작용을 교육행정이라 할 때 교원평가가 교육행정의 일부이라면 ‘교육행정의 타락’은 교육목표 달성을 위한 협동적·조직적 단체행동이 올바른 길에서 벗어나 잡되고 나쁜 길로 빠지는 현상이 아닐까 한다. 어려움을 회피하고 작은 개인적 이익을 탐하고 싶은 욕구를 누르고 누군가는 그리고 어딘가는 시퍼런 눈으로 제도의 본질을 지키려는 결의를 다져야 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 아닌가 싶다.
선생님들의 QA Q. 징계를 받게 되면 이후 승진이 불가능하거나 불리해지나요? A. 「교육공무원징계 등 기록말소제 시행지침」에 따라 징계처분 등의 말소된 기록을 이유로 승진 임용 심의 또는 전보 등 임용권을 행사함에 있어 불리한 대우를 행할 수 없습니다. 다만 「교육공무원승진규정」에 의하여 경력평정기간에서 제외되는 직위해제 및 정직처분기간은 평정기간에서 제외하고 있는바, 이는 동 처분으로 인하여 사실상 직무에 종사하지 아니한 사실을 근거로 하는 것이므로 동 처분기간을 경력평정기간에 포함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4대 비위(금품 및 향응 수수 · 상습폭행 · 성폭행 · 성적조작)로 인한 징계처분의 경우 교(원)감 승진 임용제한, 교(원)감 자격연수 대상자 지명 제외 및 4대 비위 관련 징계의결이 요구된 자는 교(원)감 자격연수 진행 중 지명 철회가 가능합니다. Q. 징계를 받아도 명예퇴직이 가능한가요? A. 징계를 받아도 징계처분으로 인한 승진임용제한기간이 지나면 명예퇴직이 가능합니다. 단 4대 비위에 따른 징계처분의 경우는 각각 6개월을 더한 기간이 가산됩니다. Q. 4대 비위 관련으로 정직 1개월을 처분받았다면, 징계가 말소된 후에도 승진에 제한을 받게 되나요? A. 2014년에 발표된 교육부의 교장임용제청기준 강화 지침에 따라 4대 비위로 징계를 받은 경우 경징계 · 중징계 여부와 관계없이 징계기록이 말소된 뒤에도 교장 승진이 제한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시 · 도교육청별로 이를 교감 임용에도 적용해 4대 비위에 따른 징계 처분자에 대해 승진을 제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Q. 징계를 받은 후 휴직을 내면 휴직의 기간도 포함이 되나요? A. 말소제한 기간은 제도의 취지상 직무에 종사한 기간을 의미하므로 휴직기간은 제외하여야 합니다. 그러나「국가공무원법」제71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휴직 중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재직경력이 인정되는 휴직에 한하여 그 기간은 포함됩니다. Q. 징계의 말소기간이 지나면 기록이 사라지게 되나요? 감봉처분을 받았을 경우 말소기간이 지나면 감액된 보수나 승급제한기간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나요? A. 말소된 징계라 할지라도 징계기록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위 기록의 말소’로 나이스상에 표시되어있습니다. 징계처분으로 인해 관계법령에 따라 받은 불이익은 회복되지 않으므로 감액된 보수를 돌려주거나 승급제한기간이 다시 회복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후 승진 · 전보 시 인사운영 전반, 서훈 및 포상대상자 선정, 징계양정결정시, 전력조사 및 경력증명, 근무성적평정에 있어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직위해제란 징벌적 제재인 징계는 아니지만 직위해제 처분을 받은 자는 직무에 종사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승급·보수 등에 있어서 불이익 처분을 받게 되므로 인사상 불이익에 해당한다. 직위해제의 요건·효과와 최근 직위해체 처분이 취소된 사례를 통해 직위해제에 관해서 알아보자. 직위해제 요건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 3은 직위해제의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제5호는 고위공무원에 해당하는 것으로 교원 또는 교육공무원과 관련이 없으므로 직위해제는 ①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나쁜 자(제2호), ②파면·해임·강등 또는 정직에 해당하는 징계 의결이 요구 중인 자(제3호), ③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자(제4호), ④수사 중인 자(제6호) 등 네 가지 경우에 가능하다.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나쁜 자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나쁜 자’로 인한 직위해제는 3개월의 범위에서 할 수 있으며 3개월이 지나도 능력 또는 근무성적의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인정하면 임용권자는 직권면직을 할 수 있다(「국가공무원법」 제70조 제1항 제5호).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나쁜 자’란 정신적·육체적으로 직무를 적절하게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의 현저한 부족으로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한 때를 의미하고,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명령 위반, 직무상의 의무 위반 또는 직무태만 및 공무원으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 등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1986. 3. 11. 선고 85누663 판결). 따라서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나쁜 자’란 징계의 사전 조치로 할 수 없으며 낮은 평점, 동료와의 인화 부족, 직무 태만, 상관에 대한 명령 불복종 등으로도 할 수 없다. 파면·해임·강등 또는 정직에 해당하는 징계의결이 요구 중인 자 중징계에 해당하는 파면·해임·강등 또는 정직의 징계의결 요구 중인 자에 대하여 직위해제를 하는 것으로 징계의결이 되거나 징계의결이 취소될 때에는 직위해제 처분은 효력을 상실한다.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는 약식기소가 아닌 정식기소된 자를 말한다. 약식기소란 검사가 판단하기에 사안이 경미하여 벌금형이 적당하다고 보는 경우 법원에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청구하는 것이다. 법원은 검사의 약식기소가 타당하다고 판단하면 약식명령을 발부하고, 정식재판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정식재판에 회부한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되었다는 사유로 직위해제 처분을 한 경우 대법원은 “구 「국가공무원법」(1994.12.22. 법률 제482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3조의2 제1항 제4호에 의한 직위해제 제도는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아 당연퇴직되기 전 단계에서 형사소추를 받은 공무원이 계속 직위를 보유하고 직무를 수행한다면 공무집행의 공정성과 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해할 구체적인 위험이 생길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바, 헌법상의 무죄 추정의 원칙이나 위와 같은 직위해제 제도의 목적에 비추어 볼 때,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직위해제 처분을 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고, 당사자가 당연퇴직 사유인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1항 제3호 내지 제6호에 해당하는 유죄판결을 받을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지 여부, 당사자가 계속 직무를 수행함으로 인하여 공정한 공무집행에 위험을 초래하는지 여부 등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그 위법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면서 직위해제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보았다(대법원 1999.9.17. 선고 98두15412 판결). 따라서 임용권자는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직위해제를 정당화할 수 없고 유죄판결을 받을 고도의 개연성이 있거나, 직무를 수행함으로 인하여 공정한 직무집행에 위험을 초래하는지 여부 등을 따져 타당한 사유가 있을 때에만 직위해제 처분을 할 수 있다. 수사 중인 자 수사 중인 자에 대한 직위해제는 성범죄가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2015년 5월 16일 법률 개정(2018.11.19. 시행)으로 신설되었다. 모든 범죄로 수사 중인 경우에 직위해제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대통령령인 공무원임용령에 규정된 범죄로 수사 중인 경우에만 직위해제를 할 수 있다. 직위해제를 할 수 있는 수사 중인 범죄는 법 제78조의2 제1항 각 호의 행위(금전·물품·부동산·향응·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공한 경우, 횡령(橫領)·배임(背任)·절도·사기 또는 유용(流用)한 경우), 성폭력범죄(강간·유사강간·강제추행·미성년자 등에 대한 간음·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간음·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등), 성매매, 품위를 크게 손상한 경우(언론보도 등) 등이다. 수사란 ‘수사·공판절차를 가리지 아니하고 범죄 혐의의 유무를 확인하고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 범인을 발견·확보하며, 증거를 수집·보전하는 수사기관의 활동 일체’를 말하는데 실무적으로는 입건이 되면 수사가 개시된 것으로 인정된다. 입건되면 사건번호가 부여되고, 공무원인 경우 소속 기관으로 수사개시 통보가 된다(「국가공무원법」 제83조 제3항). 교육청으로 수사개시 통보가 된 사건이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 3 제1항 제6호의 직위해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교육청은 해당 교원에 대한 직위해제 처분을 하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이다. 교원이 성범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수사개시 통보가 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므로 그때까지는 공가 또는 연가를 활용하여 출근을 정지하기도 한다. 직위해제의 효과 직위해제 기간은 근무기간에 산입되지 않는다. 또 직위해제로 인하여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는 일수는 당해 연도의 잔여연가 일수에서 공제한다. 직위해제 기간 중에는 승급도 허용되지 않는다. 직위해제 기간 중에는 담당직무가 없으므로 직무수행의 의무가 없으며, 직무수행을 전제로 한 출근의무도 없다. 다만 대기명령을 받고 과제를 부여받은 경우에는 임용권자 등의 교육훈련 또는 특별한 연구과제 부여 등의 조치에 응하기 위하여 출근하여야 할 의무는 있다.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3 제1항 제2호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나쁜 자로 직위해제를 받으면 봉급의 80%가 지급되고, 나머지 사유는 50%가 지급된다. 다만 3개월이 지나도 직위를 부여받지 못하면 그 후부터는 봉급의 30%만 지급된다. 직위해제가 교원소청에서 취소된 사례 지난 3월 24일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전라북도부안교육지원청이 故송경진 교사에게 한 직위해제 처분을 취소하였다. 전라북도부안교육지원청은 2017년 4월 22일 전라북도지방경찰청으로부터 송경진 교사에 대한 사건을 내사종결한다는 구두통지를 받았음에도그해 4월 24일 송경진 교사에게 직위해제 처분을 하였다. 직위해제 사유는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3 제1항 제2호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나쁜 자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2017년 5월 21일 송경진 교사는 직위해제 처분에 대한 소청심사를 청구하였고,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2017년 7월 27일 심사기일(2017.8.10.)을 통지하였다. 하지만 송경진 교사는 2017년 8월 5일 극단적인 선택을 하여 2017.8.10. 소청심사는 열리지 않았다. 2017년 7월 3일 전라북도 학생인권심의위원회가 송경진 교사의 행위를 성폭력(성희롱)으로 결정하였고, 이어진 도교육청 감사에서도 학생들은 조사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 송경진 교사는 성폭력 가해자라는 누명을 벗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행정소송을 통해 송경진 교사의 죽음이 공무상 재해로 인정되었고, 송경진 교사의 미망인이 소청심사 지위를 승계하였다. 결국 지난 3월 24일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송경진 교사에 대한 직위해제 처분을 취소하였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재결서에서 “피청구인이 청구인에 대해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3 제1항 제2호에 따라 그 직위를 해제하면서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학생들의 신체에 접촉하였다는 사유로 청구인이 교사로서 정상적인 직무수행을 기대하기 어렵다고만 판단하였을 뿐, 청구인이 정신적·육체적으로 직무를 적절하게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현저하게 부족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확인된다. 그렇다면 이 사건 피청구인이 청구인에 대해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3 제1항 제2호에 의해 직위해제 처분을 한 것은 법리를 오해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직위해제는 징계를 하기 전에 선행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며, 직위해제를 받은 자는 이후 징계 절차에서 배제 징계(해임·파면)를 받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사실상 징계와 다를 바가 없다. 최근 학교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직위해제는 제6호 성폭력으로 인한 수사이며, 이로 인한 직위해제는 수사 절차에서 혐의가 인정되어 기소되면 대부분 배제 징계로 이어진다. 수사를 통해 혐의가 벗겨지면 직위해제가 취소될 것으로 생각하고 직위해제 처분에 대하여 다투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수사가 장기화되고 직위해제가 길어지면서 정신적·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공무원이 직위해제 처분에 대한 불복은 30일 이내에 소청을 제기하는 것뿐이므로(사립학교 교원은 기간의 제한 없는 민사소송 제기가 가능함), 직위해제 처분을 받으면 반드시 소청을 제기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이에요. 대학을 다니다 교사가 되고 싶어 수능을 다시 봤습니다. 얼마 전에 교대 면접준비를 하면서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보게 되었어요. 선생님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보고 싶어요.” 2월의 어느 저녁, 고등학교 3학년 때 우리 반이었던 졸업생 아이로부터 오랜만에 받은 문자메시지였다. ‘생활기록부에 뭐라고 쓰여 있길래….’ 궁금증이 일었다. 며칠 뒤 아이가 들고 온 생활기록부에는 화려한 문장이나 특별한 이야기가 적혀 있진 않았지만, 그 당시 아이와 상담하며 나누었던 이야기, 학부모님과 상담했던 일, 학급에서 있었던 소소한 일들이 떠올랐다. 평소 아이와 했던 대화내용과 학교생활에 임하는 자세, 공부하는 모습 등을 생활기록부에 담고자 했던 노력 덕분이었을까. “너 치과의사 되고 싶다고 했었는데 섬세하고 배려심이 강해서 교사가 잘 어울릴 것 같았어.” “3학년 때 허리 아파서 앉아있는 것이 힘들 정도였는데 ○○가 많이 도와줬던 것도 기억나시죠?” 아이와 생활기록부를 보며 한참을 이야기했다. 나에게는 3학년 5반의 추억이고, 그 아이에게는 한 번뿐인 고3 시절을. 학생생활의 기록, 학·생·부 한 사람의 고등학교 재학 기간의 삶의 기록인 생활기록부에는 명칭 그대로 그 학생의 학교생활이 쓰여 있다. 초등학교·중학교 교사들에게도 그러하겠지만 특히 고등학교 교사들에게 생활기록부 작성은 수업을 잘하는 것만큼 신경 써서 해야 하는 일이다. 교수학습역량과 더불어 평가역량도 교사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이고,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는 대입 전형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게 여겨진다. 1년 혹은 한 학기 동안 관찰한 뒤 주관적인 언어로 학생들을 평가하고 기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교사들은 여름·겨울방학을 생활기록부 작성을 하며 보내곤 한다. 스스로 부족한 어휘력을 자책하며, 더 시간을 내어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서툰 작문 실력이 학생의 잠재력과 역량을 가리지는 않을지 우려하며 단어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선택하곤 한다. 나는 문장 표현보다 수식(數式) 표현이 편한 과학 교사인데, 지난 겨울방학도 정말 힘든 시기였다. 2학기에 가르친 200여 명의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입력하느라 엄청난 창작의 고통(?)을 겪었다. 대입 전형자료, 학·생·부 학교생활기록부는 명칭만 보면 학교생활을 기록하는 장부 정도로 이해할 수 있지만, 법에서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초·중등교육법」제25조 1항, 학교의 장은 학생의 학업성취도와 인성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평가하여 학생지도 및 상급학교의 학생 선발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를 교육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작성·관리하여야 한다.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는 대입 전형자료 중 하나이다. 대입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이 대폭 확대되면서 학생들은 정량화된 성적뿐 아니라 정성평가 되는 생활기록부 기록에도 신경 써서 학교생활에 임하고 있다. 생활기록부에 기록되는 활동에 유의미하게 참여하려 하고, 학교 수업에서도 앉아서 교사의 설명을 듣기만 하는 입장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발표하고, 토의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려고 하는 등 주도적인 학습자로서의 모습을 보인다. 많은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지만, 일반고등학교에서 대입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에 문제점도 있었다. 사설업체의 관리 혹은 도움을 받아 더 나은 기록을 만들고자 하는 학생들에 관한 이야기는 언론에서 자주 다루는 뉴스거리 중 하나이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발생했다. 생활기록부에 기록이 되는지 안 되는지에 따라 학생들의 태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작년 8월 우리 학교에서 교내 과학대회를 개최하였을 때 한 고3 아이가 찾아왔다. “선생님 대회 결과가 언제쯤 나오나요?” “9월 이후에 나올 거야. 왜?” “아, 그럼 상을 받아도 수시 생활기록부에는 기록이 안 되겠네요.” “그렇긴 하지. 하지만 학교생활기록부가 대입 전형자료로서의 가치만 있는 것은 아니잖아. 대입에 활용하지 못하더라도 네가 노력하고 성과를 거둔 것은 너의 학교생활에 대한 기록이 되겠지.” “아…. 네, 그렇긴 하죠. 생각해 볼게요. 샘.” 그 아이는 결국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대입제도공정성강화방안의 도구, 학·생·부 2018년 대입제도공정성강화방안이 발표되어 2019학년도 입학생부터는 대입 전형자료에 학기당 한 개의 수상경력만 포함된다(그 이전부터도 생활기록부 기재에는 많은 제재가 있었다). 여러 대회에서 수상하면 모두 생활기록부에 기록되고 대입자료에 제공이 되지 않을 뿐이지만 한 번 수상한 뒤에는 이후에 실시하는 대회에 참가하지 않으려는 학생들이 나타났다. 2021학년도 입학생부터는 교내수상 경력이 대입 전형자료에 포함되지 않는데, 그 결과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다양한 과학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한 교내 과학 관련 대회 참가율은 저조함을 면치 못했다. 2021학년도 입학생부터는 독서활동상황도 대입 전형자료에 포함되지 않는다. 아이들의 독서 관련 경험은 어떻게 될까? 역시 대입제도공정성강화방안의 일환으로 2021년 대입부터 고교정보블라인드 평가가 시행되어 생활기록부에 학교명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을 모두 정정해야 했다. 코로나와 상관없이 예전부터 계획되어 있던 일이었으나 갑작스럽게 원격수업을 하며 방역업무까지 더해져 한창 바쁜 학교에 업무가 추가되었으니 달가워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생활기록부를 정정해야 하는 담임교사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고등학교는 대입에 너무 종속된 것 같아. 고등학교에서 생활기록부 기록하는 것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대학에서 전형자료를 생성할 때 대입에 맞게 하면 안 될까?” 한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하지만, 학생 성장의 기록, 학·생·부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는 대학에서 학생 선발에 활용하는 자료 중 하나이지만 전형자료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의 삶의 기록이다. 하지만 지금의 학교현장에서는 대입 전형자료로서의 가치만 남은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 대입에 의미 있는 활동만 참여하려 하고 기록할 수 없는 활동에는 소극적인 학생들을 만들어냈다. 교육부조차 대입에 공정성을 기한다는 이유로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에 온갖 규제를 하고 있다. 과학 교사로서 학생들을 지도하여 과학전람회 등의 교외대회에서 성과를 거두고 교과 공부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과학적 탐구의 경험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학생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큰 기쁨이었다. 하지만 이제 더는 교외대회에 출전하려고 하는 학생들이 없다는 사실이 서운하기만 하다. 언론에 보도되었던 한 교사의 메모가 떠오른다. ‘학생은 성장하려고 하고 교사는 그것을 도와주려고 하는데 정부가 막고 있다. 도대체 교육부가 원하는 성장은 무엇인가?’ 생활기록부는 교사의 평가이자 학생 성장의 기록이다. 교사들은 단지 대입을 위해서가 아니라 마땅히 학생의 성장을 끌어내고, 지켜보는 사람으로서 기록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느낀다. 교사로서의 보람이 무엇이겠는가? 학생들을 성장하게 하고, 그 성장과정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 학생들의 삶의 일부분을 함께할 수 있도록 허락되었다는 것. 그래서 학생들의 기억 속에 남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몇 년 전 졸업식에 참석한 우리 반 학부모님이 나에게 말씀하셨다. “선생님을 만나고 우리 아이가 1년 동안 참 많이 성장했어요.” 나도 학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싶었다. “저도 ○○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어요.” 학교는 그런 곳이다. 구성원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모두가 성장하는 곳. 교사의 사명감을 녹여, 학·생·부 2021학년도부터 나이스(NEIS)에서 생활기록부 특기사항을 입력할 때 기재 금지된 용어를 검색하고, 기재 금지된 용어를 포함하여 입력하는 경우 경고메시지가 뜨는 기능이 생겼다. 대학·논문·대회 등 예전부터 기재가 불가능했던 단어들을 포함해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책·발표·참여·선정·수필 등까지 2만 5천여 개의 단어들이 기재금지어 목록에 포함되어 있다. 해가 갈수록 생활기록부에 기재할 수 없는 단어나 표현들이 늘어난다. 몇 년 전, 특기사항에 글자 수 제한이 생긴 뒤로 제한된 글자 수 안에서 학생을 더욱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 문장을 수십 번 읽고 쓰고 고치기를 반복했다. 그때처럼 교사들은 제한된 단어만으로도 학생들의 모습이 잘 나타나게 하려고 몇 번이고 썼다, 지웠다 하면서 생활기록부를 작성해 나갈 것이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소중한 기록이라는 것을 알기에. 나는 오늘도 학생들을 사명감을 갖고 관찰한다. 학생 성장과정을 지켜보고 기록하기 위해.
서울 시장 보궐 선거가 끝났다. 선거 다음 날, 언론은 선거 결과에 대한 분석 기사를 쏟아냈다. 20·30대의 표심이 1년 전 총선 때와는 확연히 다른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그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사람을 뽑는 걸까. 시장 선거이니 공약도 보고 정당도 보았을 테다. 그리고 아마도 많은 사람이 이 점에 주목하지 않았을까 한다. 이 후보의 말이 거짓말이냐 아니냐, 저 후보가 하는 말의 끝에는 민주주의가 있느냐 전체주의가 있느냐. 사람보다도 정당이 더 컸던 선거였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언제 피나 과거에는 지금보다도 더 폭력과 권력이 친했다. 나라 안에서도 그랬고 교실 안에서도 그랬다. 오래된 문학작품이나 드라마를 보면, 그 안에 있는 선생님들은 대개 폭력을 권력처럼 휘두르는 학생을 알아보지 못했다.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는 이름처럼 단단하고 매서워 보이는 엄석대가 나온다. 30대 이상(소설은 1987년, 영화는 1992년에 나왔으니 엄석대를 안다면 그것도 중반 이상일 것이다)의 사람들은 급우들 위에 군림하다 몰락하는 엄석대의 모습에서 리더의 자질을 배웠다. 그러나 그 배움은 모델링의 배움이라기보다는 타산지석형 배움이었다. “저러면 안 되는구나.” 무자비하게 폭력형 권력을 휘두르는 리더는 존속하지 못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그러면 어떻게 해야 좋은 리더인지까지는 배우지 못했다. 석대에게 대항하다 결국 석대의 권력 아래 충복이 되어버렸던 병태처럼, 범인(凡人)들 자신도 끝내 리더는 되지 못했다. 20·30대가 학교를 다닌 시절에는 전교 임원·학급 임원도 스펙의 하나였다. 스펙 한 줄의 가치는 알지만 리더십을 모르는 리더들이 대학에 갔다. 그들도, 그들을 뽑았던 학생들도 모두 취업을 위한 리더십을 계발했다. ‘어린 어른’이 된 사람들에게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는 군계일학이 되어야 함, 그뿐이었다. ‘풍요롭고 행복한 공동체’ 같은 이상향은 자신이 태어나기 30·40년 전에 있었다는 새마을운동 같은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소설에서 상처 입고 사라진 ‘일그러진 영웅’은 현실에서도 다시 핀 적이 없다. 리더의 조건 리더십에는 두 종류가 있다. 타인을 이끄는 리더십과 자신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는 리더십이다. 리더십이 있는가를 물을 때는 이 두 가지를 구별하여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한 학생이 전교 임원 선거에 나간다고 하자. 그때 이 학생이 보여주어야 하는 리더십은 전자이기는 하지만 리더로 지내는 과정에서 부딪힐 수많은 난관과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것은 후자의 리더십이다. 오히려 후자에서 전자가 나온다. 자신의 마음을 관리할 수 있는 성찰 능력과 인내 등 내면의 힘이 결국 타인의 마음을 살피며 설득하고 통합시키는 외면의 힘이 된다. 즉, 타인과 자신을 모두 잘 이끌 수 있는 사람이 좋은 리더이다. 안타깝게도 지금 2030세대는 타인을 이끄는 리더로 본보기를 삼을 만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 현실에는 위인전에서 볼 법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들이 아는 영웅, 자신을 성공적으로 이끈 리더는 김연아 선수나 초·중학교 시절 열광했던 히딩크 감독 정도이다. 학교에서는 리더십 교육이라는 것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내가 모델을 보지 못했고 리더가 무엇인지 몰랐으며 되어본 적이 없는데 미래세대에게 어떻게 리더가 되는 방법을 가르치는가? 때가 되면 나라에서 선거를 치르고, 신학기가 되면 임원선거를 하지만 어른이 리더십을 모르고 자랐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다. 최근에 터져 나온 학교폭력 미투는 이런 고질적인 리더십 부재와 무지에 뿌리가 있다. 대부분의 학교폭력 가해자들은 폭력으로 산 권력을 다른 사람에게 휘둘렀다. 또 자신을 사랑하고 스스로 바른길로 이끄는 방법을 몰랐다. 리더십에 무지한 사회에는 자질 없는 리더가 태어나기 마련이다. 자격 없는 사람이 권력을 잘못된 방법으로 잡아 리더행세를 하고, 주변 사람들은 그 모습을 방조하기 때문이다. 늑대에게 배우는 리더십 EBS 지식채널e 영상 중 ‘늑대들의 합창’이라는 영상이 있다. 늑대의 지능은 매우 높고 생존을 위해 공동체생활을 한다. 영상 속에서 늑대들은 실제로 합창을 한다. 먹잇감이 부족한 겨울, 무리를 대표해 홀로 사냥감을 물색하러 나갔던 리더 늑대가 끝내 사냥감을 찾지 못했을 때 걱정과 슬픔을 담아 선창을 한다. 그러면 다른 늑대들이 격려와 위로의 의미를 담아 단체로 울음소리를 내며 응답하는 것이다. 굶은 채로 홀로 3·4일을 정탐하고 온 우두머리의 아픔을 다른 늑대들은 이해한다. 우두머리는 공동체를 걱정하고 슬퍼한다. 흔히들 동물의 세계에서는 가장 힘이 센 자가 리더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늑대사회에서는 난폭하고 싸움에 능한 늑대는 우두머리가 될 수 없다. 다른 늑대들이 공포를 느껴 무리를 떠날 경우 공동체가 무너지고 생존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모두의 동의를 얻어 우두머리가 된 늑대는 무리에서 싸움이 일어나도 힘으로 제압하지 않는다. 싸우고 있는 늑대 중 힘이 센 늑대에게 장난을 걸어 공격성을 줄이는 지혜를 보인다. 마치 사람이 유머로 위기를 넘기는 것과 같다. 진지한 리더십에 부족한 것 창의력 교육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김경희 교수(윌리엄메리대학교)는 저서 틀 밖에서 놀게 하라에서 지도자가 될 아이들의 필수요건으로 유머 감각을 꼽았다. 유머러스한 태도를 가진 아이는 누군가의 비난을 들었을 때 웃어넘길 수 있는 내면의 힘이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 그 어려움에 집착하지 않고 넓고 편안하게 바라보는 마음역량을 발휘하여 고정관념을 극복한 다양한 해결책을 생각해낼 수 있다. 책에서 김경희 교수는 유머러스한 태도를 어릴 때부터 길러주기 위해서는 아이가 많이 웃게 하고, 아이가 다른 사람을 웃기게 하는 여유를 주어야 한다는 팁도 준다. 다른 사람의 농담이나 비난에 화를 내거나 공격적으로 대꾸하는 대신, 웃음으로 받아치는 연습을 하게 해야 한다는데 그러기엔 우리 문화의 어른들은 꽤, 많이, 늘 진지하다. 예의와 체면을 강조하는 문화도 유머와 관대한 리더십이 발휘되기 어려운 환경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의연함과 긍정적인 웃음, 유연함을 유지하게 하는 유머를 나도 갖고 싶다. 그런 염원을 마음에 간직하며 고개를 들어 세상을 본다. 네거티브 공격으로 점철된 선거판과 친구가 임원인 자신에게 ‘대들었다’고 표현하는 어린 학생이 보인다. 누구에게도 잘못은 없다. 다만 진짜 리더는 어때야 하는지, 모두가 제대로 배우지 못했을 뿐이다.
상자 속 친구 (이자벨라 팔리아 지음, 파올로 프로이에티 그림, 김지연 옮김, 이야기공간 펴냄, 32쪽, 13,000원) 평화로운 숲속에 갑자기 나타난 이상한 상자, 구멍이 두 개 뚫린 커다란 상자를 발견한 동물 친구들. 상자 속의 누군가를 밖으로 나오게 하기 위한 동물 친구들의 기다림과 배려, 따뜻한 마음은 진정한 배려와 소통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미래를 바꿔 나갈 어린이를 위한 기후 위기 안내서 (안드레아 미놀리오 지음, 라우라 파넬리 그림, 김지우 옮김, 원더박스 펴냄, 64쪽, 17,000원) 지구 온난화, 해수면 상승, 생물 다양성 감소, 사막화 등 기후 위기의 모습을 15가지 핵심 주제로 나눠 설명하고 있다. 기후 위기의 과학 원리, 사회적 원인부터 진행 과정,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실천해야 할 사항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하나의 주제별로 4쪽에 걸쳐 명료한 글과 인포그래픽을 활용해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나의 첫 주식공부 (이완배 지음, 북트리거 펴냄, 220쪽, 14,500원) 최근 주식열풍이 불면서 주식으로 수천만 원을 벌고, 대기업 주주총회장에 온 초등학생 이야기가 화제다. 더 이상 청소년에게 주식투자가 낯선 단어가 아닌 현실. 그러나 주식의 작동원리, 주식 용어나 차트 읽는 법부터 작전세력의 주가 조작 등을 모른 채 맹목적으로 투자를 할 수는 없다. 종합일간지에서 오랫동안 증권 담당기자로 일했던 저자가 증권사 보고서 한 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던 초보 기자 시절을 떠올리며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주식 초보들이 알아야 할 기본 지식을 풀어냈다.
안녕 나의 우주 (오시은 지음, 바람의 아이들 펴냄, 226쪽, 13,000원) 아빠와 단둘이 낯선 섬에 들어와 살던 열네 살 주인이. 천문학자인 아빠의 갑작스러운 사고사로 홀로 섬에 남게 된 주인이에게 스스로를 외계에서 왔다고 소개하는 어수룩한 남자가 나타난다. 아빠의 죽음으로 어리둥절한 소년은 이 외계인을 돌보고 가르치고 숨겨주는 임무를 맡게 된다. 주인이는 일상생활에서 어린아이보다 무능력한 이 외계인과 함께 지내는 과정을 통해 아빠의 죽음을 받아들이며 자신의 단단한 내면을 알게 된다.
절반의 한국사 (여호규 등 10명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256쪽, 16,500원)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이 들어선 곳이자 가장 광대한 영토를 경영한 고구려와 발해의 발판이 된 곳, 고려와 조선이 외세의 침입을 막고 무역을 하던 역사의 현장인 한반도의 북쪽 지역. 각 분야 전문 학자 10인이 고조선에서 남북 분단기까지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북쪽 역사에서 시대를 대표하는 핵심적이고 흥미로운 주제들을 뽑아 쉽고 명료하게 서술했다. 지금은 직접 찾아볼 수 없는 유물과 지도 자료 등을 다양하게 배치하고 있어 북쪽의 역사를 생동감 있게 접할 수 있다.
온앤오프 연계수업 (참쌤스쿨 지음, 교육과실천 펴냄, 2746쪽, 18,000원) 코로나19로 온라인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이 혼재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블렌디드 수업’이 중요해졌다. 전국 단위의 디지털 교육 콘텐츠 연구 모임인 ‘참쌤스쿨’ 선생님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한 전 과목 수업사례와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교사에게 꼭 필요한 온라인 도구, 프로그램, 앱 등을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자세히 안내해 준다.
신규교사 살아남기 (김수정·최보민 지음, 에듀니티 펴냄, 448쪽, 19,000원) 유튜브 채널 ‘옆 반에 물어봐’를 운영하는 현직 교사 두 명이 신규교사들을 위한 학교생활 ‘꿀팁’을 공개한다. 교육용 인증서를 발급받고 업무포털에 접속하는 것부터 공문 접수, 복무 상신, 학교 용품 구매 등 물어보기는 부끄럽지만 혼자 하자니 어려운 소소한 학교 업무를 비롯해 학생들과의 첫 만남, 학부모 총회, 공개수업,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등 월별 학급운영 방법을 세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저자의 경험담과 실수담까지 담으며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요즘 학교현장에는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교육효과를 높이려는 에듀테크 활용 바람이 불고 있다. 에듀테크는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교육에 활용되는 기술을 의미한다. 국내에서 에듀테크는 오래전부터 활용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그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해외에서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에듀테크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다. 특히 IT 기술력이 발달한 나라일수록 IT를 교육에 접목하려는 노력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에듀테크를 통한 학생 개인별 학력 관리 미국에서는 초·중등학교 졸업률이 우리나라만큼 높지 않다. 특히 고등학교 졸업률이 낮은데 국립교육통계센터(National Center for Educational Statistics)에 따르면 2017~2018년 기준으로 평균 85%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미국의 많은 교육관계자들은 학교 졸업률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그중 조지아주의 포시스 카운티 학구에서는 에듀테크를 이용하여 학생들의 평소 학력을 관리하고 결과적으로는 전체 평균 94%인 초·중등학교 졸업률을 100%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포시스 카운티 교육청에서 학생들의 학력 관리를 위해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학생 개개인의 학력에 관한 기초 데이터를 수집하여 분석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포시스 카운티 학구는 조지아주에서 7번째로 큰 학구로써 40개의 초·중등학교에 5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 개개인의 학력 기초 데이터의 양은 너무 방대하여 이를 분석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포시스 카운티 교육청은 에듀테크를 과감히 도입하여 활용하였다. 포시스 카운티 교육청이 초·중등학생의 학력 빅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도입한 에듀테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Power BI(Business Intelligence)였다. Power BI는 기업용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으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석하여 그 결과를 다양한 형태로 보여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포시스 카운티 교육청에서는 Power BI를 이용하여 학생 개개인별 내신성적, 학업 스케줄, 수상 실적, 징계 이력, 졸업 위험요인 등을 종합 분석하고 다른 학생들과의 상대적 비교를 통해 학생별 대학 및 취업 준비 점수(CCRPI: College and Career Ready Performance Index)를 산출해 향후 학업 및 진로선택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분석결과를 토대로 성적이 떨어지는 추세에 있거나 학력 미달 학생이 발견되면 교육청은 즉시 이 학생에 대한 학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교폭력과 같은 사건의 생활지도를 위하여 학생들의 징계 조치를 추적하고 분석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주요 사건의 발생 실태를 모니터링하고 사건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며, 사건이 발생하면 피해학생을 선제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우수한 기능에 대해 개발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사는 Power BI의 자동화된 기계학습과 방대한 과거 학력 기초 데이터에 의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에듀테크를 통한 비대면 정규 수업 운영 캐나다의 토론토에 있는 TVO는 우리나라의 EBS와 비슷한 교육방송기관이다. TVO는 온타리오 교육청의 파트너 교육기관으로 단순히 교육방송 프로그램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에듀테크 기술들을 이용해 144개의 온라인 학습과정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2만 명 이상의 학생이 등록하고 있다. TVO의 대표적인 학습과정 중 하나로 Mathify가 있는데 이는 6학년부터 10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사와 학생이 일 대 일로 온라인학습을 진행하는 과정이다. Mathify는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수학문제를 언제 어디서나 교사에게 질문하고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시스템과 교사 체제를 갖추고 있다. Mathify의 가장 큰 장점은 실시간 상호작용(interactive) 에듀테크를 개발하여 일 대 일 맞춤학습을 진행하는 것이다. TVO가 개발한 Mathify의 일 대 일 학습기능은 교사와 학생이 실시간으로 필기나 도식을 그리면서 음성과 문자메시지로 학습내용을 설명하고 질문할 수 있는 인터렉티브 화이트보드이다. TVO의 또 다른 우수학습과정으로는 융합교육(STEAM)을 실시하는 mPower 과정이 있다. mPower 과정은 3학년~6학년을 대상으로 운영되며, 교육적 게임이나 실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형태의 흥미있는 학습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평가기능으로 학생들의 학습상태를 분석해 보여주는 개인별 리포트와 학급 리포트가 제공되며, 학구 내 다른 학생의 학습상태와도 비교해 볼 수 있는 커뮤니티 갤러리가 제공되고 있다. 향후 에듀테크 활용 방향 미국과 캐나다의 에듀테크 활용사례를 비추어볼 때, 에듀테크는 첨단기기나 소프트웨어를 교육현장에 제공해 주었던 기존의 교육정보화 사업과는 차이가 있다. 에듀테크 활용은 교육활동에 효과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기나 소프트웨어를 보급해 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효과적인 교육활동이 가능하도록 운영적인 뒷받침까지 이루어져야 한다. 미국과 캐나다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에듀테크 활용의 궁극적인 목표는 학생별 개인화된 학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각 개인별 학습데이터를 방대하게 수집해야 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석하여 개인별 학습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은 단순히 첨단의 기기나 소프트웨어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며, 이를 체계적이고 신뢰성 있게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는 인력과 조직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에듀테크를 의미 있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학생·교사·학부모에게 학생 개개인의 학습상태를 정확하게 분석하여 제공해 줄 수 있는 별도의 지원 조직과 인력이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해외에서는 이미 이러한 역할을 IT 코디네이터라는 전문 인력이 수행하고 있다.
골목길 사진 한 장에 끌려 페스에 가고 싶어졌다.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낡고 오래된 풍경. 사람이 산다면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지 걸어보며 만나고 싶었다. 카사블랑카에서 버스를 타고 페스에 도착했다. 숙소로 가려면 캐리어를 끌고 시장을 지나쳐야 했다. 길은 울퉁불퉁했고 음식물 쓰레기를 피하다 물웅덩이를 지나기도 했다. 첫인상이 썩 좋지는 않다. 숙소에 도착했는데 입구가 보이지 않는다. 똑 부러지게 생긴 남자에게 숙소 이름을 보여주니 반대편 좁은 길로 나를 안내했다. 이미 등엔 땀이 흥건했다. 좁은 골목을 지나 좁은 문을 통과하니 넓고 높은 공간이 나타났다. 어둡고 좁은 골목과 사뭇 다른 풍경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럭셔리한 소파에 앉아 직원이 준비해준 민트 차를 마셨다. 방에 짐을 두려고 올라가 보니 골목 넓이보다 더 큰 가구들이 방을 채웠다. 좁디좁은 페스 골목길에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마음이 급해졌다. 페스 골목은 좁고 벽이 높아서 스마트폰의 지도 어플이 제대로 작동 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작동으로 발품을 더 팔게 될까 싶어 안 보기로 했다. 터미널에서 걸어온 길은 외곽으로 나가는 길이라 반대편으로 걸었다. 다양한 냄새가 다가왔고 다양한 상점들을 지나쳤다. 아무 생각 없이 계속 걸었다. 골목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방향을 잃지 않으려고 직진을 했는데 양옆으로 매력적인 길들이 마구 유혹해왔다. 잠깐 시선을 던지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 유혹에 빠지면 나는 영영 길을 잃을지도 몰라.’ 가장 번화한 길을 따라 계속 걸어 내려오니 광장이 나왔다. 좁은 골목과 대조적인 아주 넓은 광장이었다. 좁은 길뿐인 마을에서 광장은 주민들에게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이었다. 아이들은 공놀이를 하고 바퀴 달린 것을 타느라 정신이 없었다. 길거리 공연을 하는 사람들, 약 파는 사람들 주변으로 구경꾼들이 둥글게 모여 있었다. 도시에서 자주 들었던 소음도 광장 주변에 얼씬거리고 있었다. 광장에서 지도 앱을 열었다. 미로 같은 지도를 확대해서 보고 돌려 보고 숙소까지 가는 길을 머릿속에 그려 넣었다. 그리고 다시 골목으로 걸어 들어갔다. 숙소로 가는 길은 오르막길이다. 내려올 때 봐두었던 샛길로 들어섰다. 발은 땅을 밟고 있고 손은 벽에 닿았다. 마주 오는 사람이 보였다. 걸음을 늦추고 눈인사를 나누고 몸을 옆으로 틀었다. 간혹 내 팔을 툭툭 치며 지나가는 어르신도 있었다. 좁은 길도 있지만, 몸을 낮추거나 고개를 숙이고 걸어야 하는 길도 나왔다. 매일 이런 길을 걷는 주민들은 다소 피곤하겠지만 여행자에게 한 번 걷는 일은 유쾌했다. 어쩌다 페스에는 이런 길이 생기게 되었을까? 질문을 던지며 걷다 보니 땀이 별로 나지 않는 걸 알아차렸다. 골목 바깥은 영상 35도를 넘는 무더위인데 좁고 빽빽한 골목은 햇볕이 드는 걸 막았다. 심지어 인공위성에서 쏘는 신호마저 막아버린 골목이다. 걷는 일이야 어깨를 좁히고 머리를 숙이면 되지만 이곳 사람들은 이사를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졌다. 보려고 애쓰지 않아도 창 너머로 집 안쪽이 보였다. 햇살도 닿지 않은 방안에 보이는 거라곤 암흑뿐이었다. 제법 커다란 가구가 보였는데 모조리 해체하지 않았을까. 이사하는 일이야 서두르지 않아도 될 일이지만, 만약에 이곳에 불이라도 나면 이 깊은 골목길에서의 탈출이 쉬워 보이지 않았다. 무더위와 적을 피하기는 좋겠지만 정작 삶과 연결시켜 보면 많이 불편해 보이는 페스의 골목. 그동안 걸었던 다른 나라들 골목하고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특이했다. 개인적으로 살짝 경사진 굽은 길을 좋아하는데 페스에 그런 길이 곳곳에 있었다. 페스에는 올드타운이 있고 그 안에는 다양한 시장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다. 페스에만 있는 무두질 골목은 악취가 나기로 유명하다. 페스 아랫마을에 있는 무두질 골목을 향했다. 도시 가장 낮은 곳에 가죽 손질하는 공방들이 자리했다. 도시 지도를 펼쳤을 때 무두질 하는 곳 아래로는 집이 없어 보였다. 가죽 썩는 냄새가 솔솔 나는 것으로 보아 근방에 왔나 보다. 향수의 향기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그 냄새가 코를 찌른다. 지도를 보지 않고 냄새를 따라가니 가죽 공방이 나타났다. 상점 주인은 모로코 민트 잎을 건네며 콧구멍을 막으라고 했다. 옥상을 보고 내려오면서 제품 구매를 하라는 친절한 설명이 이어졌다. 옥상에 올랐다. 빽빽한 골목과 달리 무두질하는 공간은 꽤 넓었다. 둥그런 욕조가 바둑판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고 앙상한 체구의 남자들이 가죽 덩어리와 씨름 중이었다. 본인 몸보다 무거워 보이는 가죽 덩어리를 연신 데치고 씻어내고 물들이고 있었다. 콧구멍에 꽂아 둔 민트 잎이 우스워 잠시 뺐다. 갑자기 코 안으로 훅 들어오는 가죽 썩는 냄새는 세상 어느 악취와도 비교가 되지 않았다.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일하는 작업자 심정은 어떨까. 냄새에 괴로워하는 내 표정을 혹여나 그들이 볼까 얼른 옥상에서 내려왔다. 그들의 근무 환경을 보고 내려오니 가죽 상점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다른 상점보다 비싸다는 걸 알았지만 가죽 실내화를 두 켤레 구입했다. 입소문에 이끌려 이리저리 다녔다. 숙소 주인은 올드타운 안에 있는 가장 큰 모스크에 가봤냐고 물었다. 대답도 하기 전에 그는 그곳에 꼭 가봐야 한다며 지도를 펼쳤다. 이름만 적어 들고 모스크에 간다고 나와서 정처 없이 걸었다. 보이지 않는 실타래가 풀리면서 나를 숙소와 이어주었다. 맘 편하게 반대편 마을까지 걸었다. 여행자보다 마을주민이 대부분이었다. 간혹 주민들이 다가와 길을 잃었냐고 묻기도 했고, 숙소 주인이 말하던 그 모스크를 찾는지 묻기도 했다. 관광객이 없는 지역이라 그런 반응이 재미있었다. 다리가 막 아파올 즈음, 불이 환하게 켜진 이발소가 눈에 들어왔다. 안을 슬쩍 들여다보니 사진 소재가 될 만한 공간은 아니었다. 순간 눈이 마주친 청년 하나가 상점 문을 열고 내 팔을 잡았다. 외국인이 왔다고 소문이라도 났는지 좁은 이발소는 청년들로 꽉 찼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서 걱정이고, 그나마 이발소 하는 청년 사장도 벌이가 변변치 않은지 이발소 문을 닫을 생각이라고 했다. 한국도 청년들이 취업에, 결혼에 힘들어하는데 지구 반대편 모로코 페스 청년들하고 고민거리가 이렇게 비슷할까. 이발소를 나와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모로코 청년들의 미래와 불혹 넘긴 여행자의 미래가 어쩌면 닮은 것도 같았다. 숙소로 가는 길목에 사우나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이 초행길인 여행자라면 그냥 지나쳤을 성의 없는 간판이었다. 숙소에 가서 샤워해도 되지만 페스 함맘(목욕탕)에서는 어떤 인연과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함맘 문턱을 넘었다. 자욱한 안개가 얼굴을 감싼다. 모로코 사우나 사용 방법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받고 옷을 갈아입고 사우나 안으로 들어섰다. 김이 가득해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하얀색 천으로 하의를 만들어 다니는 사람들 사이에서 여행자는 존재감이 없었다. 현지인들 사이에 스며드는 기분이 좋았다. 사우나는 온도에 따라 방이 세 개 있었다. 중간 방 적당한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한국 목욕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플라스틱 의자가 없다. 돌바닥에 앉아 바가지에 따스한 물을 담아 정수리부터 부었다. 페스 골목에서 쌓인 먼지가 씻겨 내려갔다. 탕이 없어서 열기로 몸이 달구어졌다. 저온 방으로 옮겨 갔다. 김이 많이 빠져 있어 사람들 얼굴이 잘 보였다. 문득 눈이 마주친 남자가 인사를 건넸다. “알라이쿰 살람”이라고 대꾸를 하니 그가 “아랍어 할 줄 아세요?”라며 한국어로 물어왔다. “내가 한국인인 줄 어떻게 알았어요?” 머리스타일도 방금 이발하고 와서 모로코 스타일이고, 옷이라고는 천 하나 두르고 있는 게 전부인데 신기했다. “저는 아시아 관광객을 상대로 일하고 있는 가이드입니다.” 그는 한국어 말고도 일본어를 잘했다. “아저씨는 왜 함맘에 왔어요? 오래되고 냄새나는 이런 곳에…. 이 함맘에 다닌 지 오래됐는데 외국인을 만나기는 당신이 처음입니다.” “여기 오면 모로코 사람들을 볼 수 있고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가지 않을까 싶어 왔어요. 누군가 만날 거라 예상했는데 당신을 만났네요.”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그때의 사람들과 풍경들이 나의 시선으로 카메라에 남겨져 있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그 잔상을 바라보다 그리움이 너무 커지는 날이면, 혹시 비슷한 모습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오늘도 짐을 꾸려 골목길을 걸어갈 준비를 하는 지도 모른다.
돈을 이렇게 마구 풀어도 될까요? 시중 통화량(M2)이 3,20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그야말로 단군 이래 최대입니다. 미국은 훨씬 더합니다. 바이든 정부가 또 ‘2,500조 원’ 규모의 경기부양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미국은 정부의 빚이 연간 GDP보다 높은 나라입니다(한 해 매출보다 은행 대출금이 더 많은 식당이다). 시중 통화량이 범람해 주가에서 부동산, 심지어 비트코인까지 폭등하고 있습니다. 궁금한 게 있습니다. 그런데 ‘재정’과 ‘통화’는 어떻게 다를까요? 재정이란 정부가 세금을 거둬 쓰는 예산을 ‘(정부)재정’이라고 합니다. 우리 정부의 올해 재정은 555조 원 정도입니다. ‘통화량’은 이를 포함한 시중에 공급된 화폐의 총량입니다. 그러니 ‘통화량’이 ‘재정’보다 훨씬 더 큰 보따리입니다(그러데 국회의원 중에도 이 통화와 재정을 혼재해서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원래 국가(정부)는 세금을 거둔 만큼 예산을 쓰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1929년에 미국에 대공황이 터지고, 케인즈(John Maynard Keynes)라는 경제학자가 정부가 재정을 ‘추가로’ 투입해 경기를 살릴 수 있다는 ‘비법’을 발견합니다. 정부가 빚을 내서라도 댐이나 고속도로를 지으면, 그 돈이 시장으로 흘러들어 또 누군가의 소비를 불러온다는 겁니다(이렇게 당연한 걸 우리는 왜 몰랐지?). ‘토마스는 정부가 (필요하지도 않은) 댐건설 현장에 가서 열심히 일해서 100달러를 벌었다. 그는 이 돈으로 운동화를 사고, 미용실을 다녀왔다. 운동화 가게와 미용실은 그만큼 소득이 늘었다. 운동화 가게와 미용실 원장님은 그 돈으로 또 다른 소비를 한다. 이렇게 소비가 늘어난 만큼 경기가 좋아진다.’ 자, 이 비법을 알아냈으니 이제 ‘재정정책’이 만들어집니다. 대표적인 게 ‘보조금’입니다. 코로나로 위기에 빠진 서민들에게 돈을 직접 지급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 돈이 마중물이 돼 경제가 살아납니다. ‘총수요’가 늘어납니다. 그런데 수요가 너무 늘어 물가가 오르면(인플레이션) 어떡하죠? 그럼 정부가 재정투입을 줄이면 됩니다. 케인즈는 정부를 자동차에 비유해서, 경기를 살리려면 ‘재정투입 확대+세금 덜 거두기’라는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되고, 경기가 너무 과열되면 ‘재정투입 축소+세금 더 거두기’라는 브레이크를 밟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통화란 경제가 발전하면서 정부는 시장에 돈을 공급하는 기관을 따로 두기로 했습니다. 왕이나 대통령이 자꾸 돈을 찍어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돈이 시장의 필요(수요) 이상으로 공급되면 그만큼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합니다. 실제 1940년부터 1980년까지 40년 동안 물가는 400%나 올랐습니다. 그래서 생겨난 게 중앙은행입니다. 영국중앙은행인 영란은행(Bank of England)은 1694년(조선 숙종 때)에 탄생했습니다. 한참 뒤에 탄생한 미국의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위(Fed)는 조금 다른 이유로 만들어졌습니다. 시중에 돈의 양이 잘 통제되지 않고, 그래서 갑자기 멀쩡한 은행이나 기업이 망하는 일이 많아지니까, 로스차일드 가문 같은 억만장자들이 돈을 모아 ‘최후의 대부자(Last lender of resort)’를 만들었습니다. 은행이 돈이 필요하면 급전을 빌려주는 ‘최후의 대부 기관’을 만든 겁니다. 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내려서 시중의 ‘통화량’을 결정합니다. 중앙은행장의 독립은 그래서 철저히 보장됐습니다. 기재부 장관이 금리에 대해 언급만 해도 한국은행에 대한 월권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최근 금융위기가 되풀이되면서, (다 망하게 생겼으니까) 이 원칙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위기가 반복되고, 중앙은행은 금리를 바닥까지 내리고, 이제 더 이상 내릴 기준금리도 없습니다. 시중 통화량은 무한정 늘어납니다. 이렇게 금리를 내리면 시중의 ‘돈값’이 내려갑니다. 1억 원을 대출받아 미용실을 차리려고 했던 찰스도, 8천억 원을 들여 반도체 라인을 증설하려고 했던 반도체회사도 이자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 투자를 결정합니다. 사람을 더 고용하고 월급을 지급합니다. 이 돈이 시장으로 흘러들어 경기를 살려냅니다. 이자율이 낮아지면 돈은 늘 이자율이 더 높은 곳을 찾아갑니다. 만약 미국의 금리가 우리보다 높다면 ‘원화’는 (이자를 더 주는) 미국으로 빠져나갑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낮췄다. 투자자 엘리자베스는 한국에 투자해 놓은 돈을 빼서 금리가 더 높은 미국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한국 외환시장에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인다. 외환시장에 원화를 팔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달러를 사겠다는 사람이 늘어난다. 원화가격은 내려가고, 달러 가격은 올라간다. 원화가격이 내려가면 수출은 더 유리해진다. 이렇게 금리를 낮추면 소비와 투자, 수출이 늘어난다.’ 반대의견도 있다. 밀턴 프리드먼 같은 ‘통화주의’ 경제학자는 정부가 재정을 확대해 경기를 살리는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믿습니다. “정부는 형편없는 운전수야!”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세금을 더 거둬 가면, 주머니가 가벼워진 국민들은 무슨 돈으로 소비를 하나?” 그러니 중앙은행이 중심이 돼 경기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를 망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럼 중앙은행은 언제까지 돈을 풀어 경기를 살려야 할까? 그 기준은 어디일까? 실업률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지만, 보통 물가인상률이 2%가 될 때까지 돈을 풀어냅니다. 우리 한국은행도 그래서 물가인상률 2%가 늘 목표치입니다. 한해 공부를 열심히 해서 한 2% 정도 성적이 오르는 것이 제일 좋다고 보는 겁니다. 그 이상 성적이 올라가면(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부작용이 더 크다고 보는 겁니다. 그런데 코로나19라는 비상상황에서 미 연준(Fed)은 이마저 무시하는 분위기입니다. 연준 의장이 “물가인상 조짐이 보이니 조만간 금리를 좀 올려볼까요?”라고 말하는 순간 세계 금융시장은 얼어붙습니다. 이를 ‘긴축 발작(taper tantrum)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환자가 퇴원한다는 말만 들어도 기절하는 겁니다. 실제 비슷한 언급만 나와도 증시가 폭락 조짐입니다. 그래서 그냥 모른 척하기로 결심한 것 같습니다. 시대가 그렇습니다. 인류는 100여 년 전부터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통해 ‘성장’과 ‘물가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아왔습니다. 하지만 지구인이 전혀 예측 못 한 바이러스의 공격에 경제학 교과서는 모두 수정되고 있습니다. 무한정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고 있습니다. 100년 전 레닌은 자본주의를 망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돈의 타락’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돈을 마구 풀어낸 다음은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그건 일단 바이러스를 이겨내고 생각해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