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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내년 3월 새학기부터 서울지역 고교로의 전학신청을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으로 접수한다. 서울시교육청은 11일 고교 신입생의 선호학교 전학을 위해 매년 학기초 학생과 학부모들이 3∼4일씩 교육청앞에서 노숙을 해가며 줄을 서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접수를 할 수 있도록 전학신청 방법을 개선키로 했다고 밝혔다. 전학신청 방법은 3월1일부터 6일까지 서울시교육청 인터넷 홈페이지의 별도 코너(http://www.sen.go.kr/junhak.html)에 접속한 후 신청양식에 희망학생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의 사항을 입력하면 접수번호를 부여받게 된다. 해당 학생은 다시 3월3일부터 6일까지 접수 번호별로 지정된 일자에 서울시교육청을 방문해 새로운 학교를 배정받으면 된다. 교육청은 신청자가 일시에 몰려 인터넷 서버가 다운되는 상황에 대비, 4000여명이 동시에 인터넷에 접속하는 상황을 가정한 모의실험을 4차례 실시했으며 추후 서버의 용량도 증설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내년부터는 입학식을 거치지 않았더라도 고교 입학등록만 마쳤으면 전학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해 입학식 날짜가 늦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보는 경우가 없도록 했다. 다만 온라인 접수는 고교 신입생에 한해 지정된 4일간만 실시되고 이후에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교육청을 직접 방문해 배정을 받아야 하며 고교 2,3학년도 종전과 같은 배정방식이 그대로 적용된다.
정부가 인적자원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교육부를 교육인적자원부로 개편했지만 정작 인적자원개발을 위한 투자는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특수교육에 대한 투자는 지난해의 경우 거의 전무한 실정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사실은 교육부가 최근 발간한 '교육투자 실태분석 및 투자방향 재검토' 연구보고서에서 밝혀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6년부터 2001년까지 교육인적자원부 소관예산은 총 18조 848억 원(지방교육재정지원 예산 제외). 이중 대학교육부문에 42.5%가 투자됐고, 다음으로 인건비와 기본사업비 및 직속기관비로 35.1%가 투자됐다. 전 국민 인적자원개발비에는 불과 0.9%만이 투자됐다. 공교육내실화를 위한 초·중등교육투자는 11.6%이며, 산학연계 및 직업교육투자는 7.6%, 소외계층 교육기회 보장을 위한 투자가 2.3%로 나타났다. 공교육 내실화를 위해 초.중등교육 부문에 지난 6년 동안 2조 918억원을 투자했다. 기초학력 내실화를 위한 투자는 줄어드는 추세이며, 특수교육의 경우 1997년을 기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해 2001년에는 국가의 특수교육에 대한 투자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보고서는 "소외계층의 교육기회 확대에 주력해온 정부가 대표적인 소외부문인 특수교육에 대하여 투자를 소홀히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교원에 대한 투자의 경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사업이 사립학교 교직원 연금지원사업이다. 사도장학금은 1999년부터 줄어들고 있으며, 초.중등교원 국외연수 지원사업도 2000년부터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교원노조 관련 투자가 2000년부터 시작됐으며, 2001년에 특수학교 직업담당교사에 대한 지원사업이 새롭게 시작됐다. 사도장학금과 국외연수지원사업이 끝나면 교원에 대한 투자는 사립학교 교직원 연금 지원사업 정도만 남을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대학교육에 대한 투자는 교육인적자원부 소관 예산사업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지난 6년간 총 7조 6944억 원이 투자됐다. 하지만 국립대학 시설비, 운영비(2조 1008억 원)와 국립대학 병원 지원비(3486억 원)를 제외하면, 대학교육 일반을 위한 순수한 투자규모는 5조 2450억원(연평균 8742억 원)에 불과했다. 고교 직업교육 관련 사업은 1998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하여 2001년에는 1997년 예산의 50%에 불과하다. 일반계 고교 직업교육 사업은 2001년에 많이 축소되었으며, 공고 2.1 체제 운영사업은 1998년까지 종료된 사업이다. 전문대학에 대한 지원 사업비는 1997년부터 대폭 증가하였으며 최근에 신규 사업이 많이 시작되었다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실업계 고등학교에 대한 지원은 줄어들고 전문대학에 대한 지원은 늘어나 산학연계 직업교육을 위한 투자 규모는 1997년 이후 변동이 거의 없이 유지되고 있다. 정부가 인적자원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교육부를 교육인적자원부로 개편했지만 정작 교육인적자원부의 인적자원개발을 위한 투자는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인적자원개발의 범주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많지만 인적자원개발 계획수립, 교육정책 및 여성교육정책 추진, 재외동포교육 및 교육국제교류 사업추진, 평생교육진흥 등의 예산이 연간 300억 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대학교육에 대한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으며 인적자원개발을 위한 투자와 직업교육을 위한 투자에 우선 순위를 두는 방안에 대해서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교육정보화 사업의 경우에는 하드웨어 투자와 함께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도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밖에 교육재정을 GNP 대비 5% 이상으로 확대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더불어 효율적 투자를 위한 구조의 조정, 우선 순위의 재검토, 낭비요인 제거 등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랑은 불편합니다. 매혹, 혼란, 겹침, 파국, 그리고 망각으로 이어지는, 사랑의 일련의 과정과 그 반복이 끔찍하다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망각만 하지 않는다면 다시는 사랑을 하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 폐허가 된 마음의 산성 밭은 다시 사랑을 꿈꿉니다. 하지만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사랑을 갈망하는 내게 사랑은 또다시 파국만을 선사할 뿐입니다. 베니스가 선택한 영화,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는 사랑 영화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영화를 보는 동안 마음은 내내 불편했습니다. 사랑을 불편하다고 느껴서? 아니, 그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제 안에 들어 있는 숨기고 싶은 편견과 야비한 욕망을 영화가 자꾸 밖으로 끄집어내어 부끄럽게 만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뇌성마비 장애인인 한공주(문소리 분)를 나라면,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은 선택이 아니라 돌발적인 사건이라고 애써 위안하려해도 장애인을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홍종두(설경구 분)가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더군요. 장애인을 동등하게 대우하고 차별하지 않는 것과 장애인을 사랑하는 것은 분명 다른 일인데도, 왜 나는 부도덕하게 느껴지고 그 것으로 인해 불편해지는 것일까요. 그렇다고 홍종두라는 인간이 절대적 선인(善人)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는 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망나니이며 전과자일 뿐인데…. "진정한 사랑은 집단의 동의 없이 사랑에 빠진, 결혼이 아닌, 번식의 목적성이 배제된 철저하게 반사회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은밀하게 살아가는 삶의 한 방식이다"라고 파스칼 키냐르는 '은밀한 생'에서 말했지요. '오아시스’는 그러한 사랑의 상징입니다. 사랑은 오아시스처럼 사회로부터 은밀하게 감추어져 있으니까요. 이창동 감독이 장애인과 전과자의 사랑을 설정한 것도 진정한 사랑의 비사회적인 속성을 좀더 극명하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을 겁니다. 그들은 일상 속에서 마치 섬처럼 소외를 앓고 있으니까요. 종두는 사람들 ‘사이’에서, 공주는 사람들과 완전히 ‘격리’된 자신의 방에서…. 이제 영화를 보며 느꼈던 불편함의 진정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건 도덕적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진정한 사랑의 자리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마술 같은 사랑의 힘으로 그들의 상처받은 실존은 인간다운 위엄을 회복하게 되었지만 나는 어쩔 수 없이 사랑의 외곽에서, 사랑의 대척점인 이 사회에서 불편하게 그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가장 사랑해야 할 가족끼리도 아옹다옹 싸우고 적당히 속임수를 쓰며 이용할 수 있다면 이용하고, 그렇게 조금 더 안락(安樂)을 위해 달리며 여유를 얻으려면 더 많은 '재물'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 한 진정한 사랑은 영원히 나를 외면할 테니까요. 나무그늘 아래서 잎새사이를 비추는 햇살의 모양을 가늠해보는 여유를 그들은 '사랑'으로 얻었습니다. ‘사막’같은 세상에서 사랑은 진정 '오아시스’인가요. 그 속엔 정말 생의 은밀한 비밀이 숨어 있는 걸까요. 아니면 사랑이 사막을 횡단하게 만드는 것인가요. 가만, 그런데 생각해보니 ‘오아시스’라네요. 잠깐 목을 축이고 쉴 수는 있겠지만, 그 앞에는 여전히 황량한 사막이 펼쳐져 있는…. 건널 것인가, 머물 것인가. 사랑은 역시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것!
부채. 여름 다 갔는데 웬 부채냐고? ‘바람을 일으키는 도구’의 용도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면 당신의 상상력 빈약함을 탓할 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화정 박물관에서 29일까지 열리는 '유럽과 동아시아 부채’전에 가보면 제의적 도구, 얼굴 가리개, 연애의 매개체, 심지어는 광고 매체로까지 사용됐던 부채의 여러 얼굴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된 부채들은 한빛문화재단 소장품 300여 점 및 한광호 재단이사장의 개인소장품 800 점 중 200여 점을 선별해 소개했다. 화려함이 돋보이는 유럽의 채색접선을 비롯해 중국의 단선과 브리제 부채, 단아한 한국의 접선, 기교를 한껏 자랑하는 일본의 부채 등 세계 부채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르네상스 이후부터 여성의 필수 액세서리로 애용됐던 유럽에서는 17∼18세기 미리 정한 부채암호로 은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일종의 ‘부채 언어’도 유행했다. 부채를 떨어뜨려 상대에게 따라오라고 암시하는 건 기본, 런던과 파리에는 부채 언어를 가르치는 특별아카데미가 설립되기도 했다. 예컨대 왼손으로 부채를 만지작거리는 건 ‘누군가 우리를 감시하고 있어요’, 부채를 접어서 상대에게 내미는 건 ‘저를 사랑하세요?’, 오른손으로 부채를 만지작거리는 건 ‘나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어요’등이었다. 추석선물로 선이 고운 부채 하나 접어 내밀어 보면 어떨까요. 관람시간은 오전 10시~ 5시(월요일 휴관), 입장료는 무료. 문의 02-798-1954
손안에서 뱅뱅 돌아가는 모습 새알 같고/ 손끝에서 하나하나 주무르는 모양 백합조개 입술과 비슷하다/ 다 만들어 금반(金盤) 위에 쌓아 올리니 묏부리 천봉이 첩첩이요/ 젓가락으로 집어올리니 반달이 넌즈시 떠오는구나. -김삿갓 #제일 먼저 수확한 올벼로 송편 만들어 #청태콩 송편은 궁중 태교음식 중 으뜸 열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조물거려 만드는 송편은 수확의 기쁨을 알리는 추석에 먹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추석에는 제일 먼저 수확한 올벼로 송편을 만들었는데, 이를‘오려송편’이라고 한다. 송편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사서(史書)를 통해 내려온다. 조선시대 숙종이 밤에 남산으로 미행을 나갔는데 어디선가 낭랑한 소리가 나 따라가 보니 한 오두막에서 젊은 선비가 책을 읽고 있었다. 들창 사이로 엿보고 있었는데, 잠시 후 선비가 책을 덮으며 출출하다고 하니 부인이 벽장에서 주발 뚜껑에 담긴 송편 2개를 꺼내와 선비가 하나 먹고 남은 하나를 입에 문 채 부인에게 권하였다. 부인은 거절하지 않고 부부의 오붓한 정을 나누며 받아먹었다. 왕은 부러운 마음으로 궁궐에 돌아와서는 송편이 먹고 싶다고 나인을 통해 중전에게 전갈을 보냈다. 왕이 특별히 주문한 것이라 궁중에서는 온통 부산을 떨며 송편을 만들어 큰 푼주에 수북이 담아 전후좌우로 옹위를 하며 대령하는 것이 아닌가. 왕은 전날 밤의 환상이 깨지며 화가 울컥 치밀어 ‘내가 돼지냐’며 푼주를 내동댕이쳤지만 그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푼주의 송편이 주발뚜껑에 담긴 송편보다 못하다’는 말이 생겼다 한다. 청태콩으로 속을 채운 송편은 궁중 태교 음식으로도 으뜸이었다. 송편을 먹으면 소나무처럼 건강해지는 끈기가 생기고 절개와 정조가 강해진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솔잎의 주성분인 ‘테르펜’은 호르몬 분비를 돕고, 파란 청태콩에 함유된 ‘레시틴’은 뇌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은 입증된 사실이다. 송편은 지방과 시기, 재료에 따라 다양한데 조개 모양의 조개송편, 조그만 골무송편, 색스럽게 빚은 오색송편, 꽃 모양을 붙인 꽃송편 등과 재료에 따라 칡송편, 송기송편, 모시송편, 쑥송편, 감자송편 등이 있다. 또 추석뿐 아니라 2월 초하루, 속칭 노비일에 농사를 시작하는 머슴들을 격려하기 위해 주먹만한 노비송편을 나이 수만큼 만들어주었고, 아이의 백일상에도 속이 꽉 찬 사람이 되길 기원하며 오색송편을 올렸다. 이름대로 송편은 연한 참솔잎을 사용해 켜켜이 넣고 찐다. 올 추석엔 직접 손바닥 굴리고 굴려 새알(鳥卵)을 빚어 손가락 끝으로 낱낱이 조개 입술 한 번 붙여 보시지요. 솔잎 향 배어들어 은은하고, 멥쌀의 쫄깃한 질감과 함께 밤, 콩, 팥, 깨 등 각양각색의 소를 맛보는 재미가 한층 더할 테니까요.
사라졌다. 미물이 날개가 있어서 날아 간 것도 아닐 테고, 초능력을 발휘해 기어간 것도 아닐텐데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재물대와 실험대 위며, 심지어 현미경을 들어 그 바닥까지 살펴보았지만 보이지 않는다. 조금 전 분명 내가 샬레에서 핀셋으로 건져내어 유리판 위에 얹어 두지 않았던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다시 한번 실험대 아래를 살펴본다. 수현이의 빈 의자만 눈에 들어온다. 몸을 일으키자 참관인의 굳은 표정이 보인다. 참관인들의 눈길은 아이들 머리통과 무릎 위에 놓인 종이 사이를 부지런히 오간다. 손은 하얀 종이 위에서 좌우로 움직이기에 바쁘다. 그들은 의식적으로 내게 눈길을 주지 않지만 굳게 다문 입과 침묵이 끈끈하게 내 행동을 간섭해 온다. 나는 입술을 깨물며 쥐고 있던 분필을 연방 분지른다. 창 밖 화단에 늘어선 해바라기 꽃이 눈앞으로 다가선다. 내리쬐는 햇볕에 지친 꽃은 가는 목을 꺾고 있다. 아이들의 웅성거림과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가 동시에 날아온다. 내 시선이 참새조인 성태를 일별하자 연필로 실험대를 두드리던 그의 손짓이 멈춘다. '성태 녀석, 이 녀석은 왜 제멋대로 실험 대열에서 벗어났을까. 입으로 배설하는 모습이 아무리 보고 싶어도 그렇지. 실험에 열중했더라면 플라나리아는 지금쯤 샬레의 물 속에 조각난 채로 가만있을 텐데.' 나는 밖으로 나오려는 말을 입안으로 밀어 넣는다. 성태가 실험 대열에서 벗어났더라도 그냥 얼버무리고 넘어갈 수는 없다. 유리판 위에 놓아두었던 플라나리아를 찾아야 한다. 죽었을지도 모른다. 죽었더라도 흔적은 남아 있을 것이 아닌가! 교사용 지도서를 두 번이나 읽었지만 유리판 위에서 삼십 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플라나리아가 사라진다고 적힌 곳은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정말 어디로 간 것일까? 실험대 서랍을 열고 푸른 색, 붉은 색의 리트머스 시험지를 살펴본다. 직육면체 상자에서 비어져 나온 하얀 거름종이 사이를 되작이는데 서늘한 감촉이 와 닿지만 그 흔적은 보이지는 않는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실험의 마무리 단계다. 끝내 찾지 못 하리라는 생각으로 그 자리에 주저앉을 것만 같다. 난감해진 나는 힘없이 의자를 끌어당겨 앉아서 접안 렌즈에 얼굴을 들이댄다. 물방울 흔적만 간신히 남은 유리판은 하얗게 비어 있다. '머저리 같은 수현이 녀석.' 무심히 뱉으려다가 나는 그 욕설을 삼킨다. 어제 퇴근할 무렵 과학실 북쪽 창가에서였다. 수현이는 다슬기가 기어다니는 수조를 기울여 플라나리아가 들어 있는 어항 속에다 쏟아 부었다. 나는 그때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오늘 아침에 혹시나 싶은 마음에서 어항을 살펴보았을 때 여남은 마리나 있어야 할 플라나리아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배가 불룩한 다슬기는 쉴 새 없이 분비물을 품어내며 매끈한 유리 면을 기운차게 기어다녔다. 아마 다슬기가 플라나리아를 잡아 먹었나보다. 겨우 세 마리만 남은 플라나리아가 작은 돌과 물풀 사이로 몸을 웅크리고 있을 뿐이었다. 할 수 없이 비둘기조는 두 마리를, 참새조는 한 마리만 나누어주었다. 하필 한 마리만 배당 받은 참새조의 플라나리아가 유리판 위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아침의 그 조짐을 예감하고 수업 시간에 실험 진행 상황을 철저하게 점검했더라면 이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실험을 막 시작할 무렵이었다. 참새조의 성태가 현미경의 회전판을 돌리고 있었다. 반사경에 비치는 햇볕 때문에 눈이 부셨다. 허리를 펴고 접안 렌즈에 왼쪽 눈을 가까이 대고 열심히 관찰하던 성태가 외쳤다. "선생님, 하얀 배에 있는 입이 항문 같아요." "플라나리아는 배에 입이 있으나 항문은 없습니다. 먹은 것을 어디로 배설할까요?" "입으로 배설할 것 같아요." 순간 와르르 자갈 쏟아지는 소리가 교실을 가득 메웠다. '입으로 배설하는 모습이 보고 싶어도 계속 유리판 위에 두지 마세요. 공기 중에 오래 있으면 죽을 수도 있으니까요.' 나는 그렇게 못을 박아야 했다. 아이들을 믿어서는 안 된다. 특히 실험실에서 아이들은 더욱 믿을 게 못된다. 조그만 부주의로 위험한 일에 부닥치거나 돌발적인 상황이 일어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실험진행 상황을 철저하게 점검했어야 했다. "플라나리아는 재생력이 매우 강한 하등동물입니다. 세로로 두 도막, 가로로 세 도막으로 나누어도 재생됩니다. 몸이 둘 혹은 셋으로 나누어져 무성 생식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유성 생식할 때도 있습니다." 설명이 끝난 후 비둘기조에서는 날카로운 면도날을 이용하여 유리판 위에 놓인 플라나리아의 몸을 세로로 두 조각 내고 있었다. "선생님! 이상해요, 잘라도 피가 나지 않아요." 비둘기조는 실험에 열심이었다. "도막 낸 플라나리아는 물이 담긴 샬레에 넣도록 하세요. 플라나리아가 담긴 샬레는 어둡고 차가운 곳에 두고 꾸준히 관찰해야 합니다. 이삼 일 간격으로 플라나리아가 재생되어 가는 과정을 관찰하고 두 주일 후에 조각나기 전의 플라나리아의 모습과 비교해 보세요." 내가 막 관찰에 대한 설명을 끝내려는 순간이었다.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참새조에 앉아 있던 호기심 많은 성태가 당황해서 소리를 내질렀다. "선생님! 유리판 위에 있었던 플라나리아가 없어졌어요." 참새조에서는 플라나리아를 가로로 세 조각 내기로 되어 있었다. 섬광이 터졌다. 순간, 아찔했다. 시청각 담당 선생이 카메라 셔터를 연거푸 눌러대고 있었다. 교육용으로 찍힌 사진 속에서의 내 모습은 참교육을 실천하는,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일 것이다. 그럴듯한 명목으로 공개 수업을 하라는 지시가 있을 때마다 보이지 않는 힘에 등 떠밀려 무대에 올랐다는 석연하지 않은 마음이 어깨를 짓눌렀다. 집단장학지도를 나온 장학사들, 그들도 저항할 수 없는 거대한 힘에 밀려 여기 산골까지 왔을 것이다. 아이들은 허름한 차림과는 다른, 말끔하게 차려 입은 장학사라는 이유만으로 반쯤 얼어 버렸지만, 나는 플라나리아를 잡으러 갈 때만 해도 수업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어제 오후였다. 아침에 한 차례 내린 소나기로 한낮의 갑사리의 숲은 푸르게 빛났다. 풋풋한 푸나무와 대나무의 검푸른 숲을 감돌아 온 계곡 물은 유난히 맑았다. 수정처럼 투명했다. 하얀 돌과 흰모래와 흔들리는 물풀 사이로 손을 넣었다. 찰랑거리며 부서지는 물결이 산천어 비늘처럼 반짝였다. 주먹만한 돌을 여남은 번쯤 들추었을 때 플라나리아 한 마리가 겨우 눈에 띄었다. 플라나리아는 산천어나 열목어, 빙어와 함께 일 급수 청정수역 아닌 곳에서는 잘 살지 못한다. 최근에는 계곡 물마저 오염되어 플라나리아나 산천어의 수도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손바닥만한 돌에 붙어서 기어다니는 플라나리아를 붓으로 쓸어 투명한 사각 수조에 담았다. 아이들이 자두만한 돌을 수조에 집어넣기도 했다. 돌 틈에 물풀도 심었다. 음성 주광성(走光性)인 플라나리아는 돌멩이와 물풀 사이로 몸을 숨겼다. 나는 검은 천으로 사각 수조를 둘러쌌다. 복도 쪽에서 조심성 없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뒤이어 반쯤 열려 있던 교실 문이 화들짝 젖혀진다. 커다란 눈, 부릅뜬 눈, 게슴츠레한 눈들이 일시에 뒷문 쪽으로 몰린다. 비둘기조의 빈 의자 주인인 수현이가 손톱을 물어뜯으며 문으로 들어서고 있다. 아이들과 참관인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수현이는 놀란 듯 마룻바닥을 울리며 걷다가 장승처럼 우뚝 선다. 느닷없이 몸을 돌린 수현이가 형준의 검은 머리채를 움켜잡고 의자에서 끌어내린다. 노란색 티셔츠를 입은 형준인 머리를 바닥에 붙박은 채 가쁜 숨을 몰아 쉰다. 전부 다 모여도 열 명도 안 되는 아이들이 수현이의 주변으로 우르르 모여든다. "제가 왜 저래……." "젠 낯선 사람이 나타나기만 하면 아무에게나 달려들어." "저러다가 얻어터지기나 하면서." "무슨 일이야." 참관자의 굵직한 목소리가 아이들의 목소리에 섞여 다급하게 들린다. 나는 잽싸게 수현이의 두 손을 덮쳐 잡고 "이 손 놔! 이 손 놔!" 하고 연거푸 외치다가 얼떨결에 "반장!" 하고 소리를 질렀다. "생활지도가 엉망이군." 따위의 험악한 소리가 참관자의 입에서 터져 나올 것 같은 분위기다. 급히 다가온 반장은 수현이의 손목을 잡아당긴다. 수현이는 형준이를 한껏 누른다. 반장은 주먹으로 수현이의 어깻죽지를 내리친다. 억, 수현이가 신음 소리를 낸다. 내가 그만두라는 말을 뱉어내기도 전에 반장은 수현이의 어깨를 잡아당기더니 힘껏 밀어버린다. 덩치 큰 반장의 힘에 밀린 수현이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옆으로 나동그라진다. 땅에 엎드려 있던 형준이는 씩씩거리며 얼굴이 시뻘개져서 두리번거리다가 사기 컵을 덥석 쥐고 수현이에게 다가선다. 반장이 머리 위로 높이 쳐든 형준이의 손을 붙잡는다. "똑똑한 사람이 참는다. 넌 수현이보다 똑똑하잖아." 듬직한 면이 있던 반장은 평소 내가 아이들에게 자주 쓰던 말을 그대로 형준이에게 한다. 평소 수현이는 별 이유도 없이 힘이 약하거나 자기보다 힘 센 아이에게 달려들었다. 때문에 힘이 약한 아이들을 많이 울리기도 했고, 센 아이에겐 얻어터지기 일쑤였다. 수현이의 얼굴 상처는 아물 사이가 없었다. 난장판이 된 교실에서 코피가 터지도록 맞붙어 싸울 땐 나로서도 말릴 재간이 없었다. 오히려 두 사람의 힘에 떠밀리거나 수현에게 발길질을 당할 때도 있었다. 힘이 센 아이에게 수현이가 당하고 있을 땐 "똑똑한 사람이 참는다. 넌 수현이 보다 똑똑하잖아."라고 말하면 대부분 아이는 슬그머니 수현이를 놓아주었다. 그러나 약한 아이가 수현이에게 잡혔을 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수현이가 창가에 놓아둔 난 화분을 던지던 날 나는 반장에게 넌지시 일렀다. "수현이가 잘못을 저지르거나 약한 아이를 괴롭힐 때마다 윽박질러 버려! 그러면 수긋해질꺼야. 기압을 주거나 주먹을 사용해서는 안 돼." 내가 거칠게 대하면 수현이는 나를 피하고 결국 학교에 나오지 않게 될 것이다. 계곡물이 오염되면 산천어나 플라나리아, 빙어를 볼 수 없게 되는 것 같이 수현이도 곧장 사라지고 말 터이다. 사람도 환경의 지배를 받는 만큼 수현이에게는 청정 일 급수 같은 터전이 필요하다. 오늘도 여전히 가정에서나 학교에서 아이들은 민들레 홀씨처럼 사라지기도 한다. 거칠기 이를 데 없는 험한 세상에 던져진 아이들은 뒷골목을 누비기도 하고 보육원이나 소년원 문전을 제집처럼 드나들면서 어떻게든 살아갈 것이다. 동생처럼. 나는 단 하나의 혈육인 동생에게 청정 일 급수 같은 환경이 되어줄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내 주변의 사람들은 하나씩 사라졌다. 예전 어느 날 동생은 집을 나갔었다. 나는 일년만에 보육원과 소년원을 드나들면서 때와 장소도 가리지 않고 간질을 앓던 동생을 겨우 찾아 데려왔다. "형준아, 넌 똑똑 하잖아!" 반장이 다시 한 번 말한다. 반장에게 잡힌 팔을 빼내려고 애를 쓰던 형준이는 어쩔 수 없이 팔을 내린다. 반장은 형준이의 손에서 컵을 받아 쥔다. 형준이는 수현이 보다는 똑똑하단 소리를 듣고 싶었을 터이다. 더 이상 분을 드러내지 않고 팔뚝으로 이마에 맺힌 땀을 쓱 문지르며 제자리로 돌아간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수현이도 네 자리에 가 앉아라."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혀 차는 소리가 들린다. 참관자의 얼굴이 젖은 종이처럼 구겨졌다. '도대체 생활지도가 되어 있지 않군.' 하는 말이 그들의 입에서 튀어나올 것만 같다. "가까이 하지 마세요. 그래봤자 괜한 고생이지. 정서 장애아인데다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했던 충격으로 거칠어져 전학 오기 전의 학교인 특수학교에서도 마다하는 아이랍니다. 담임인들 별수 있어요." 금년 봄. 가정 방문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최 선생이 하던 말이 떠올랐다. 수현이를 처음 만난 그 무렵 나에겐 나름의 꿈이 있었다. 학년 초. 기대와 설렘 속에서 만난 아이들의 머릿수가 기록상의 숫자와 차이가 났다. 생활기록부를 뒤져보았다. 설수현, 남, 9세, 일 년 전 특수 학교에서 전학 왔음. 출결석란에 출석 안한 날의 숫자가 더 많았다. 새 학년이 되어도 수현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도록 그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나는 망설이다가 가정방문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수현이의 고모 집 대문 안으로 들어섰을 때, 수현이는 평상에 엉덩이만 걸친 채 소반 앞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4학년에 비해 덩치가 작은 수현이가 돌아다보면서 왼손을 들어 이마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하얀 이마가 내 눈에 들어왔다. 왠지 낯설지 않았다. 아낙이 펌프질을 하여 막 씻은 상추를 자배기에서 건져 올리고 있었다. 나와 아이들을 본 아낙은 머리에 둘러쓴 수건을 풀어 들고 일어섰다. 이마를 덮은 머리카락 사이로 시원스런 눈이 웃고 있었다. "선생님이, 여기까지……." 쑥스러운 듯 머뭇거리던 아낙은 수건으로 평상 위를 닦으며 앉을 자리를 마련했다. 수현이는 아무 말도 없이 돌아앉은 채 밥을 먹고 있었다. 나는 입을 열었다. "수현이는 원래 저렇게 말이 없어요?" 수현이를 돌아보며 그녀가 말했다. "매일 혼자 지내서 그렇지요. 저들끼리 놀게 해줘야 하는 건데……." 생활 지도를 하려면 알아두어야 할 사항인지라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왜 고모님이 수현이를 데리고 있나요? 아버지가 읍내에 살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말없이 쳐다보는 그녀의 눈길에는 별 것 다 물어 본다는 속내가 묻어 났다. "죄송합니다. 학생들의 신상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하겠기에." 그녀는 잠시 주저하다가 입을 열었다. "몇 년 된 일이지요. 수현이 어머니를 잃어버리고 곧 데려 왔어요. 정붙이기 어려워요……. 수현이 아버지와 어머니가 밤낚시 놓다가 거룻배가 뒤집혀서 그만……." 그녀는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울먹이더니 다시 얘기를 이었다. 수현이 아버지가 직장을 잃은 후, 민물낚시 하러 다니다가 그만 생떼 같은 마누라마저 물귀신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아마 그녀 자신이라도 집으로 들어가기 싫었을 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니 어디서 뭐를 하다가 맘이 내키면 집이라고 들어와서는 "아이구 내 자슥!" 하면서 아들을 끌어안은 채 뒹굴다가 술을 마셔댔고 결국 인사불성이 되어 빈 술병처럼 방구석을 구르다 휑하니 나가 버린다고 했다. "그러니 그 어린 게 꼴이 되겠어요. 그래서 내가 데려 왔지요." 술로 세월을 보내며 제 자식도 돌보지 않는 하나뿐인 남동생이 미웠던지 그녀는 엉두덜거렸다. 가정방문을 끝내고 돌아오는 한갓진 두렁길에는 벌써 어둑발이 내리고 있었다. "지금쯤 아마 잉어나 자라, 가물치 판돈으로 소주에 절어 있던지, 아니면 호수 바닥을 후비거나 강물에 엎드려 있을지 모르지요." 수현의 고모가 했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아서 어둑시근한 밭둑을 걷는 다리가 자꾸만 허청거렸다. "설수현, 서 있지만 말고 네 자리에 가서 앉으라고 했잖아!" 수현이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내 말이 안 들리나!" 말이 끝나자마자 쉬는 시간을 알리는 음악소리가 교실 안으로 울려 퍼진다. 나는 수현이 곁으로 다가갔다. 뒷벽에 걸린 거울에 뒤통수가 부스스한 수현이의 모습이 담겨 있다. 창 너머로 장학사의 얼굴이 잠깐 비췄다 사라진다. 청소를 대강 마치고 아이들을 돌려보냈다. 빈 교실은 아직도 어수선하다. 책상을 비추는 햇살 속으로 먼지가 떠다닌다. 나는 등받이에 몸을 기댄다. 몸이 뒤로 기울어진다. 얼마 전 의자에서 넘어진 일이 있었다. 높지막이 박힌 대못에 학습자료를 걸려고 의자 위에 깨금발을 하고 서 있는데 슬몃 다가온 수현이가 의자를 빼 버렸다. 나는 뒤로 넘어지면서도 팔을 옆으로 뻗어 수현이의 바지 가랑이를 움켜잡았다. 수현이가 의자를 집어 던졌다. 순간적으로 나는 팔로 얼굴을 막았지만 나무의자의 뾰족한 발끝이 입술을 찔렀다. 입안으로 끈끈한 액체가 흘러들었다. 입가를 훔치는 손에 피가 묻어 났다. 창가에 놓인 난이 눈에 들어온다. 등교한 첫 날부터 수현은 줄곧 나를 힘겹게 했다. 가정방문을 한 그 이튿날 수현은 처음 학교에 나왔다. 나는 밝은 교실 벽에 유채꽃이 노랗게 타오르는 달력을 걸었다. 솜씨자랑 판에 그림을 붙이고 공작품으로 진열대를 꾸몄다. 교실 뒤의 빈 공간은 모빌로 장식했다. 나는 창 쪽엔 물기를 머금은 싱그러운 난 화분을 놓았다.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두고 정성껏 들여다봐야 꽃을 피우는 난처럼 수현이를 성의껏 보살핀다면 밝게 자랄 것이라 믿었다. 수현이는 누구에게도 말을 하려 들지 않았다. 수현이의 자리를 교실 중간쯤의 위치에서 교탁 앞으로 옮겨준 지 사흘 뒤에야 나는 그 사실을 알았다. 벙어리도 아닌데 말을 하지 않았고 글은 읽지도 쓰지도 못했다. 정서 장애가 그 지경이었으니 학교생활에서 지켜야할 최소한의 예절이 몸에 배어있을 리가 없었다. 수업시간에 소리를 지르거나 학용품을 빼앗든지 책을 찢거나 시비를 거는 것이 다반사였다. 쉬는 시간이면 곧잘 아이들에게 달려들었다. 학교에 오지 않았을 때 마음껏 나돌아다니던 습관이 남아서일까? 아니면 정서불안 때문이었는지 아이들과 맞붙어 싸울 적마다 체격이 크지 못한 나는 제대로 말리지도 못하면서 마음은 늘 조마조마했다. 때로는 차돌을 움켜쥔 주먹으로 반 아이들의 등을 후려치기도 하고 긴 손톱으로 할퀴어 얼굴에 상처를 내 놓기도 하였다. 나는 새파래져서 달려온 학부형과 교장 선생님 앞에서 거듭 사과를 해야만 했다. 체육 시간에 나무 위에 올라앉았던 수현이가 슬그머니 내려와 체조를 하고 있는 내 등뒤로 다가와 주먹으로 옆구리를 쥐어박고 도망쳤을 때도 나는 불쑥 웃음이 나왔었다. 나는 수현이가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나아진 것은 아무 것도 없지 않은가. 정서적인 장애도 여전하다. 어쩌면 처음부터 무모한 시도였는지도 모른다. 이젠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동화책을 읽어주는 일도 앞으로는 없을 것이다. 수현이에게 읽어주었던 동화. 풀안경, 춤추는 눈사람, 치르치르와 미치르. 수현이가 동화 듣기를 좋아한다는 것도 알았다. 지능이 낮은 정서장애아를 출석하게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하던 나한테는 동화 듣기에 흥미를 보인 수현이의 태도는 나를 설레게 했다. 오전 수업뿐인 수요일의 방과후나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나는 수현이에게 동화 읽어주는 일을 4월부터 넉 달째 계속하고 있었다. 구연동화를 처음 시작한 며칠 동안은 반복해서 들려 주다보니 목이 부어 올랐고, 말을 할 때마다 아팠다. 생각 끝에 나는 시내 서점 몇 군데를 뒤져서 동화책 한 권에 테이프가 두 개씩 달린 책을 구입했다. 그 후부터는 연필로 글씨를 짚어가면서 녹음 테이프로 동화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자주 새로운 책을 사러 읍내에 드나들었다. 동화를 듣는 수현이는 여느 아이보다 얌전했다. 그러나 녹음기로 동화를 들려주면서 내가 학습 업무나 쉴새 없이 밀려드는 잡무를 보려고 하면 수현이는 잠시도 못 참고 다급하게 소리를 내질렀다. 그럭저럭 2, 3주가 지나니까 수현이는 그제야 제 먼저 녹음기의 전원 플러그를 꽂고 동화책을 펼쳐놓은 다음 나를 기다리기도 했다. 점심시간이지만 입맛이 간 곳 없다. 성큼성큼 교실 안으로 걸어 들어온 수현이는 교사용 책상 뒤의 캐비닛에서 녹음기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나는 얼른 눈길을 창 밖으로 돌린다. 녹음기의 플러그를 꽂고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갑자기 녹음기에서 들려오는 높은 대화 소리가 오늘따라 귀에 거슬린다. 나는 일어서면서 정지 버튼을 누르고 플러그를 뽑아 버린다. 의아해 하는 수현이를 일으켜 세우고 손을 잡아당겨 문으로 끌고 간다. 문밖으로 밀어내고 문을 닫는다. 문이 덜컹거린다. 나는 두 손으로 문을 꼭 잡는다. 문을 열려는 완력이 느껴진다. 나는 한참이나 버틴 후에 발자국 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소리를 듣는다. 갑자기 몸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텅 빈 교실은 적요하다. 의자에 기대앉아서 열 맞춰 놓인 책걸상을 본다.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들리는 듯하다. 눈을 감는다. 왁자지껄한 소리가 되살아난다. "얼레리 꼴레리, 또 쌌어요." 화단 앞에 예닐곱 개의 고만고만한 머리 가운데에 솟은 수현이의 머리가 보였다. 그 둘레로 몸집이 큰 아이들이 코를 막고 지나갔다. "왜, 무슨 일이야?" "얼레리 꼴레리, 반편이 보세요." 일이 학년 꼬마들에게 둘러싸인 수현이는 다리를 엉성하게 벌리고 천치가 되어 버린 듯 서 있었다. 엉거주춤 선 수현이의 바짓가랑이가 노랗게 젖어들었다. 산천아, 나는 그때 처음으로 그의 별명을 불렀다. 형언하기 어려운 막막함이 밀려온다. 나는 의자의 등받이를 꽉 잡는다. 눈을 반쯤 감은 상태에서도 뒷벽 솜씨자랑 판에 매달린 종이 반죽으로 만든 탈이 눈에 들어온다. 주홍색 입술에 퍼머넌트 웨이브를 한 탈, 검은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얼굴에 가느스름한 눈. 동생을 닮은 탈이 나를 보고 있다. 다섯 살 터울의 동생이 떠오르자 갑자기 머릿속이 부예진다.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어머니의 꽃상여가 떠나려는 참이었다. 하얀 눈이 마당을 덮고 있었다. 문 앞에서 한참이나 울던 동생의 얼굴이 하얘졌다. 나는 동생의 손을 이끌고 대문 밖으로 나왔다. 뒷산은 소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져서 숲을 이루었다. "집에 갈테야." 동생이 흐느꼈다. "울지 마!" 나는 마른 울음을 삼켰다. 검은 숲이 웅크리고 있었다. 우리는 사잇길로 들어섰다. "언니, 추워. 가자." "저기 빈집이 보이지, 거기 가면 따뜻할 거야." 나는 보퉁이와 주머니 속의 성냥을 만져보았다. 눈발은 굵었다. 소나무 잔가지 위에 눈이 무겁게 얹혔다. 가지가 흔들리며 풀썩 눈뭉치를 떨구었다. 동생의 머리 위로 눈가루가 떨어졌다. 나는 동생의 눈을 보며 입을 뗐다. "조금만 참아!" 언덕바지에 자리잡은 빈집까지 가기에는 이미 늦었다. 동생의 발작 기미를 알아챈 나는 서둘러 눈 위에 외투를 벗어 넓게 펼쳤다. 검은 외투를 펼치자마자 동생은 외투자락에 머리만 반쯤 걸친 채 힘없이 쓰러졌다. 백태 낀 눈동자가 뒤집어진 채 허공을 응시했다. 웅크린 채 몸을 떨었다. 아래로 뻗은 다리의 근육이 심하게 요동쳤다. 발부리로 흰 눈과 언 땅을 문대며 신음과 함께 이를 갈아붙였다. 손수건을 말아 동생의 입에 물렸다. 노란 수건 사이로 허연 거품이 묻어 났다. "채련아!" 나는 동생의 가슴을 흔들었다. 회색구름이 밀려나고 숲이 환히 드러났다. 나는 눈꽃 가지 사이로 뚫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눈이 부셔 얼굴을 돌렸다. 햇살이 채련의 몸과 팔, 얼굴에 내려앉고 있었다. 나는 씰룩이는 동생의 볼과 입을 닦은 수건을 눈 위에 내던졌다. "채련아! 얼른 집에 가자." '어머니가 꽃상여를 타고 떠나갔을지도 모른다. 차마 이런 네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 줄 수 없었다.'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창백한 동생의 얼굴은 얼어 있었다. 동생은 눈을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수업 참관 협의가 열릴 시간이 임박해서야 나는 텅 빈 교실을 둘러보며 일어선다. 수업의 뒤끝은 언제나 어수선하다. 그 허탈감은 내 몸과 마음을 휘청거리게 한다. 나는 의자를 정리하고 교실을 빠져 나온다. 협의 장소인 이 학년 교실에 들어가려다 말고 주춤 멈춰 선다. 발길을 가로막은 것은 바로 옆 교무실에서 쏟아져 나온 언성이었다.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겠어요?" 작은 체구지만 당차게 생긴, 목소리가 굵직한 장학사였다. "교육과학 연구원에서 실시하는 자연과 사전 실험 연수회도 참석하지 않았단 말입니까?" 장학사의 목소리는 좀더 커졌다. "최 선생이 참석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본교에서 온 교감의 낮은 목소리다. "사전 연수도 없이 단 위에 올라서서 어쩌겠다는 건지!" "박 선생은 발령 받은 지 몇 해되지 않습니다. 교직 경력이 겨우 삼 년입니다. 수업발표 지시가 내려 올 때마다 그에게 수업이 맡겨졌습니다.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장학사의 질책에 답변을 하고 있는 젊은 분교 부장의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다. 나는 뒤돌아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리고 싶었다. 슬몃 다가온 최 선생이 말했다. "박 선생, 안 들어가고 뭐해요?" 나는 제일 먼저 협의회 장소를 빠져 나왔다. '수업자'라고 궁체로 쓰인 장방형의 손바닥만한 하얀 종이가 가장자리에 붙여진 책상 앞에 앉았었다. 공개 수업을 한 사람으로서 학습지도와 인성지도, 생활지도는 평소 어떻게 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나는 무슨 말로 어떻게 설명했는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장학사들과 본교 교장, 교감 교사들의 쏟아지는 그 외의 질문 공세에도 무슨 답변을 했는지도 떠오르지 않는다. 떠오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내심 떠올리기 싫을 터이다. 말문이 막힌다. 공개 수업이 끝날 때마다 자질과 능력 문제, 성과 여부로 번번이 저울질을 당한 것 같다. 아, 자꾸 허방을 짚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들, 실적이나 성과 위주의 제도 앞에서 겉옷이 들추어져서 속옷이 들어 난 채 서 있는 것 같았다. 자신과 세상에 대해서 늘 할 말이 많았는데. 수많은 말들이 꽉 다문 이빨 안에 갇혀서 우우 거릴 뿐 한 마디 변명도 하지 못했다. 온 몸에 기운이 빠져나갔다. 매미 울음소리가 들려 온다. "박 선생님, 어디 가십니까?" 매미소리를 들으며 화단에 줄지어 핀 해바라기 꽃 곁을 걷는 등뒤로 최 선생의 말이 날아온다. "늦으면 안 됩니다. 저녁때 천 씨 집으로 오세요. 회식에 참석해야 합니다." 부친상을 당하여 특별휴가로 일주일만에 출근한 최 선생에게 인사도 못했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지만, 나는 못들은 채 그대로 걷는다. 게양대 끝을 올려다본다. 까마득하다. 국기가 바람에 조금씩 흔들린다. 게양대 아래 수현이의 모습이 보인다. 한 줄기 더운 바람이 운동장에서 서성이다가 후끈 얼굴에 끼쳐온다. 텅 빈 운동장에는 이따금씩 바람에 흔들리는 그네와 철봉이 햇살에 반짝인다. 나는 내처 운동장을 가로질러 걷는다. 회색 돌기둥의 교문에 그림자를 드리운 소나무의 우듬지가 하늘에 맞닿아 있다. 우듬지 아래 낮달처럼 부연 수은등(燈)이 창백하다. 어디로 발을 옮겨 디뎌야 할지 잠시 망설이다 교문을 나선 나는 둑길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강둑을 걷는다. 시원한 바람이 마구 불어온다. 누군가가 소리를 죽이며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돌아보지 않아도 발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안다. 발을 빠르게 옮겨 놓는다. 따라오는 발걸음이 빨라진다. 나는 멈춰 선다. 발자국 소리가 멈추더니 슬그머니 다가와 내 손을 잡는다. 나는 손을 뿌리치며 발걸음을 더 바삐 옮긴다. 사랑을 받아 보지 못한 사람은 남에게 베풀어 줄 사랑도 없는가 보다. 수현이가 오늘따라 이토록 지겹게 느껴질 수가 없다. 녀석은 나를 좀처럼 혼자 두지 않는다. 교무실이나 사택으로, 마을 거리로 그림자처럼 따라 붙는다. 등으로 진땀이 흐른다. 시지프스의 신화처럼 무거운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하는 형벌이 되풀이되는 게 견딜 수 없다. 나는 다시 발걸음을 옮겨 놓는다. 되돌아 간 것일까?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나는 고개를 돌려본다. 저녁놀을 받으며 가방을 멘 수현이가 저만치에서 이를 드러낸 채 웃고 있다. 숲을 이루며 푸르게 타오르는 과수원 길을 지난다. 긴 강물 위로 새들이 하늘을 가르며 어지럽게 날고 있다. 빈 나룻배 한 척이 눈에 들어온다. 수현이가 나룻배를 향해 달음질친다. 알 수 없는 불길함에 사로 잡혀 엉겁결에 수현이의 뒤를 쫓는다. 수현이가 먼저 나룻배에 올라앉더니 노를 잡는다. 빙긋이 웃는 웃음에 자신감이 들어 있는 듯 하다. 수현이 아버지가 민물고기 낚시꾼이었다니까 어쩌면 자식인 그도 노를 잘 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리며 나는 나룻배에 올라탄다. 뱃머리를 등지고 앉은 수현이와 마주 보며 앉는다. 나룻배가 천천히 나아간다. 노을이 길게 누운 강물 위로 내려앉는다. 수현이의 얼굴이 노을 빛으로 물든다. 빠르게 노를 젓는다. 숲을 이룬 넓은 옥수수 밭이 점점 멀어진다. 어느덧 노을은 잦아든다. 철썩철썩 솨아, 뱃머리에서 갈라지는 두 물줄기가 흰 물거품이 되어 부서지며 소리를 낸다. 구름을 헤치고 나온 은색 달빛이 강물 위로 산천어의 은비늘처럼 부서져 내린다. 수현이의 하얀 옷에 그윽한 달빛이 배어든다. 수현이의 어깨가 일렁이는 물결을 따라 뱃전과 나란히 오르내린다. 노 젓는 소리가 들려온다. 물방울이 날아와 콧등을 적신다. 물 냄새, 모래 냄새가 비릿하게 난다. 수현이는 느리게 머리를 앞으로 숙인다. 배가 일렁일 때마다 코가 무릎에 닿으려 한다. 순간 불에 댄 듯 화들짝 고개를 든다. "설수현" 나는 가만히 한 정서장애아의 이름을 불러본다. 그러나 눈을 감은 채 여전히 느린 고갯짓을 반복한다. "산천아" 산천이가 고개를 들고 웃는다. 산천이의 하얀 이마 위로 동생의 얼굴이, 얼어붙은 땅과 흰 눈을 발부리로 후비며 간질을 앓던 동생의 얼굴이 겹쳐진다. 그리운 얼굴이다. 구름이 달을 가린다. 강물에 어둠이 내려앉는다. 철썩철썩, 뱃전을 두드리는 물결 소리가 가슴을 친다. 차고 습한 어둠이 전신을 휘감는다. 탱자나무 울타리로 둘러싸인 사택이 어둠 속에 낮게 엎드려 있다. 빛이라고는 반딧불을 닮은 담뱃불 하나다. 두 개의 계단을 밟고 올라서며 수현이의 손을 잡아끈다. 수현이는 말없이 올려다본다. 문 앞에 섰다. 문 옆에 매달려 있는 스위치를 누른다. 먼지투성이 모노륨 방바닥이 갑자기 밝아진다. 덩그렇게 놓여 있는 조립식 미니 옷장 문을 열고 고개를 디밀고 들여다본다. 깊은 어둠이 고여 있다. 꿰어 신었던 양말을 벗어 구석으로 던진다. 갑자기 배가 고파진다. 그때서야 하루 종일 먹은 게 없었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라면이라도 끓일까. 번거롭다는 생각이 든다. 맞은편에 산천이가 힘없이 앉아 있다. 하나 남아 있던 라면을 끓여 내놓는다. 산천이는 볼이 미어지게 라면을 입안으로 밀어 넣는다. 국물마저 달게 훅 들이킨다. 입가로 국물이 흘러내린다. 손등으로 입을 문지르고 빈 냄비 바닥을 들여다보며 입맛을 다신다. 티슈를 뽑아 산천이의 입술과 손등을 닦아준다. "산천아, 나도 배고프다." 미안한 듯 산천이가 냄비 바닥에 남아 있던 김치조각을 들고 내 입에 갖다댄다. 입을 벌리고 받아먹으며 산천이를 바라본다. 가는 눈과 넓은 이마는 동생을 닮았다. 그리운 동생의 얼굴을 떠올려본다. 아슴아슴하다. 꽃 그늘이 지는 계곡 물에 손을 담그고 헤엄쳐 다니는 산천어를 바라보았을 때처럼 마음이 고요하고 편안해진다. 정신도 맑아지는 것 같다. 지금까지 나는 산천이를 보호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이 순진무구한 자폐증에 시달리는 아이로부터 적잖은 위안을 받은 건지도 모른다. 나는 김치 조각을 집어 산천이의 입에 넣어 준다. "산천아, 너는 물고기를 닮았어, 정말. 맑고 깨끗한 곳에서만 사는 산천어를." 김치를 삼키다가 웃는 산천이를 따라 나도 웃는다. 갓 떠오르는 태양이 맑고 투명한 빛을 운동장 가득 뿌리고 있다. 나는 교문 안 소나무 그늘로 들어선다. 재잘거리며 등교하는 아이들과 함께 뚜벅뚜벅 뒤따라오던 푸른 남방을 입은 최 선생이 내게 살며시 다가서며 아침인사를 건넨 후 말을 잇는다. "박 선생님, 사라졌어요. 정말 신기했어요. 샬레의 물 속에 있던 플라나리아는 그대로 있는데 유리판 위에 둔 플라나리아는 삼십 분도 되기 전에 사라졌어요. 실험하기 직전에 먹은 노란 계란 한 점과 물방울 자국을 유리판 위에 남긴 채 간데 없이 사라졌어요. 박 선생님이 그걸 보셔야 했는데……." 최 선생은 잠시 나를 쳐다보다가 다시 말을 한다. "시간이 지나면 나프탈렌은 형체도 부피도 없이 사라지듯이, 연체 동물인 플라나리아가 고체 상태에서 기체로 변하여 없어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삼십 분도 채 되지 않는답니다. 그런 내용은 왜 교사용 지도서에 기록하지 않았을까요?" 그는 안타까운 듯 나를 보다가 흥분해서 입을 연다. "몇 십 분전까지만 해도 먹고 기어다니던 생명체가 환경이 맞지 않아서 죽은 뒤 눈앞에서 분해되는 것은 충격이었어요. 그 짧은 시간 내에 생명체가 눈앞에서 공중 분해된 사실이 믿어지지 않더군요." 나는 벙어리 마냥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듣고만 있었다. "사람도 환경이 맞지 않으면 결국 사라지겠지요. 유리판 위에 둔 플라나리아처럼. 물론 플라나리아보다는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사람은 죽으면 흙, 물, 불, 바람이 되어 흩어진다는 말을 들었는데, 왠지 믿고 싶어지는군요. 박 선생님, 정말 미안합니다. 나 때문에. 진작 선생님들께 사전(事前) 실험 연수회에 다녀온 결과를 전달했어야 하는 건데. 진작 전달 연수를 했더라면 그런 일은 없었을 텐데……." 최 선생은 모친상으로 특별휴가를 마치고 어제 출근했다. 두 주전에 다녀온 자연과 사전 실험 연수 결과를 동료 직원에게 미처 전달하지 못했다. 최 선생은 큰 실례를 저지른 사람처럼 안타까움이 진득하니 배어 있는 말을 남기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간다. 맑은 햇살이 그의 어깨로 내려앉는다. 소나무 가지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계곡의 푸른 숲이 문득 시선을 끈다. 그 위로 새 한 마리가 눈부신 날개를 펴고 소리 없이 날아오른다. (끝)
오는 11월6일 실시되는 200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원서 접수를 10일 마감한 결과 지난해보다 6만3천370명이 줄어든 67만5천759명이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교차지원 억제의 영향으로 자연계열 지원자 비율이 작년보다 늘었고, 재수생 비율은 약간 높아졌다. 11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올 수능 지원자는 재학생 48만2천75명(71.34%), 졸업생 17만9천733명(26.60%), 검정고시생 등 기타 1만3천951명(2.06%)으로 모두 67만5천759명이었다. 이는 73만9천129명이 지원해 사상 최소였던 작년보다 더 줄어든 것으로 고3 재학생수 감소 등의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4년제 대학정원과 수능응시인원 중 대학 지원율을 감안한 단순 입학경쟁률은 1.33대 1로 작년의 1.53대 1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재학생 대 재수생 비율은 71.34% 대 26.60%로 작년(73.2%/25.15%)보다 재수생 비율이 다소 늘었다. 인문, 자연, 예체능 계열별 비율은 54.13%, 30.30%, 15.57%로 작년(56.37%, 26.91%, 16.70%)보다 자연계가 3.4% 포인트 증가한 반면 인문계는 2.3% 포인트, 예체능계는 1.1% 포인트 각각 감소했다. 이는 대학들이 올해부터 인문계 수능응시자의 자연계열 학과지원 등 교차지원을 적극 금지하거나 불이익을 주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성별로는 남학생이 52.7%인 35만6천282명, 여학생이 47.3%인 31만9천477명이었다. 선택과목인 제2외국어는 수험생의 25.26%인 17만717명이 지원해 작년(28.06%)보다 지원비율이 또다시 낮아졌다.
교육부와 관련기관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가 오는 16일부터 20일 일정으로 시작된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특히 2년전 감사를 받은 서울대가 국립대 가운데 유일하게 피감대상에 선정돼 대학 교육 전반에 대한 감사를 받게 됐으며,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감사 일정도 처음으로 잡혀 눈길을 끌었다. 국회 교육위원회(위원장 윤영탁)는 5일 올해 국정감사 피감기관 선정과 감사 일정을 최종 확정했다. 채택된 감사일정을 보면 오는 16일 교육부에 대한 감사를 시작으로 17일 서울특별시 교육청, 18일 인천광역시교육청 등이며 대한교원공제회와 사립학교교직원연금관리공단 등 2개 기관에 대한 감사가 오는 24일로 잡혔다. 김사일정에는 또 올해 첫 피감 대상에 포함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오는 27일 감사를 받게 됐으며, 2년전 감사를 받은 서울대가 국립대학으로는 유일하게 대상기관에 선정돼 눈길을 끌었다. 대교협 감사시에는 특히 국·공립대 총장협의회와 사립대총장협의회 회장도 참고인 자격으로 배석하게 됐다. 그러나 교육위원회의 이번 국정감사 일정에는 22개 감사대상기관 가운데 경남교육청과 강원교육청은 수혜 복구 문제로, 부산교육청과 제주교육청은 아시안게임과 전국체전 준비의 어려움을 감안해 대상기관에서 제외했다. 당초 감사계획에 포함됐던 서울대병원과 전남대병원, 창원대 한밭대, 현대청운고교와 상산고교 등 일부 국·공립대와 자립형 사립학교에 대한 현지 시찰도 수혜지역인 점과 특별 현안이 적다는 이유 등으로 취소됐다. 2002년도 교육부 및 대상기관 감사 일정(국회 교육위원회) 9/16(월) 교육인적자원부, 현지 9/17(화) 서울특별시교육청, 현지 9/18(수) 인천광역시교육청, 현지 9/24(화) 대한교원공제회, 사립학교교직원연금관리공단, 현지 9/25(수)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학술진흥재단,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국회 9/26(목) 대구광역시교육청, 울산광역시교육청, 현지 9/27(금)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회 9/30(월) 서울대학교, 현지 10/1(화) 광주광역시교육청, 충청북도교육청, 현지 10/2(수) 전라북도교육청, 충청남도교육청, 현지 10/4(금) 교육인적자원부, 국회 < >는 배석기관.
금년도 정기국회가 9월 4일 개원되었다. 정기 회기는 법적으로는 회기가 100일간인 12월 10일까지 실시해야 하나, 연말 대선일정을 고려하여 30일정도 단축해 11월 초순경 폐회될 계획이다. 이 기간동안 국정감사, 대정부 질의, 각종 법안 심의, 예산안 심의 등의 활동을 해야 하므로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을 듯하다. 여기에 세칭 병풍, 공적자금, 대형비리, 대북정치, 총리임명동의안 등 산적한 현안들이 맞물려 있기 때문에 의사일정은 더욱 복잡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례대로 각 당은 정책·민생·예산 국회 등을 표방하고 있지만, 모든 정치활동이 대선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공산으로 끝날 가능성이 많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 심의과정에서도 연말 대선과 연계하려는 선심성 행태가 재연되리라는 우려도 있다. 선심성 지역개발 예산확보 경쟁 등 비효율성이 개입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추어 볼 때 소모적인 정치공방으로 예산심의 과정에서의 본말이 전도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우리는 여기서 비효율적인 정치행태를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러한 과정에서 교육부문이 희생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교육부문만큼은 당리당략의 산물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교육은 여야를 초월한 초당적 견지에서 논의되어야 하는 사안으로 여야가 한목소리로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각종 정치현안에 밀리거나 간과되어 교육의 발전을 지체시키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논리는 예산심의 과정에서도 그대로 견지되어야 할 것이다. 선심성 위주의 가시적 예산의 확보를 위해 결코 교육부문의 예산이 삭감되어서는 안된다. 교육부문의 예산은 비가시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선거민심과 거리가 멀다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오판일 수도 있다. GDP 6%의 교육재정 확보 공약을 기반으로 출범했던 국민의 정부지만 아직 5%도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다.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이러한 상황적 여건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교육을 한차원 높게 승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서울대학교가 2005학년도 입시 전형안에서 학교생활기록부의 교과성적 반영방식으로 교과별 최소이수단위제를 설정함으로써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안이 확정되어 적용된다면, 현재의 1학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제7차 교육과정과 여러면에서 상충하고 있어 전국의 모든 고교에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대학입시에서 대학의 자율권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하고, 각 대학의 특성에 따른 다양한 학생선발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면서 이의 조속한 실현을 촉구해 왔다. 이번에 발표된 서울대의 새 전형안도 기초학력의 저하나 입시과목만 공부하는 기형적인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한 고육책이라는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대학입학 전형방법이 고등학교를 비롯한 각급 학교에 끼치는 영향력이 지대한 우리 나라의 현실 풍토속에서는 고교교육의 정상화라는 과제를 심도 깊게 고려하고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일 역시 매우 중요한 것이다. 특히 다른 대학의 입시요강에 현실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서울대의 경우는 더욱 신중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서울대가 이번에 발표한 최소이수단위제안의 문제점은 여러 면에서 지적될 수 있지만, 무엇보다 새교육과정인 선택중심교육과정의 편성 운영을 매우 어렵게 하여 학생들의 진로와 적성을 살리기 어렵게 할 것이란 점이다. 뿐만 아니라 고교의 자율권을 크게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둘째로 고교의 편법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유도하고 교원 수급에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적지않다. 셋째로 수학과와 제2외국어의 이수에도 상당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서울대학교가 새 전형요강에 대한 각계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 합리적인 조정안을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 오랜 연구와 검토를 거쳐 확정되었고 이제 적용을 위한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는 새 교육과정의 근본정신과 골격은 살려 가면서 학계, 교육계, 특히 일선 고등학교의 교원, 학부모,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교과별 이수단위 기준을 축소 조정하는 일을 포함한 좀 더 바람직한 대안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고교교육의 정상화와 대학의 자율성이 신장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교육개혁 핵심사안의 하나인 평생교육체제의 원활한 발전을 위해 최근 발족한 사단법인 한국평생교육평가원 신진기 초대 이사장을 만나봤다. -평생교육평가원은 어떤 기관인가. "평생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현행 헌법에도 이것이 명시돼 있고 직업 3법 등 관련 법규가 제정된 바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만족할만한 평생교육 시스템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평생교육평가원은 평생학습을 통한 지식정보화시대의 교육발전을 목표로 사단법인 비영리 단체로 발족했다. 앞으로 평생학습에 관한 분야별 학습능력 평가 실시, 평생교육 실태조사, 정책자료 연구 개발, 각종 경시대회 개최, 교직원 연수, 장학사업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최근 일선학교에서도 특기적성교육을 강화하는 등 평생교육 차원의 교육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는데... "당위성에 비해 아직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다고 본다. 교재의 부족, 전문강사 확보 문제 등. 이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행-재정 지원방안이 마련되어 학교교육의 내실화를 이끌면서 아울러 평생교육 체제와 연계되는 합리적 교육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이에 대한 평생교육평가원의 역할은. "우리는 이와 관련 일선학교에서의 특기적성교육에 대한 평가사업으로 KP자격검정프로그램을 개발해 이달중 시행하기로 했다." -KP자격검정이란 어떤 것인가. "자격기본법 등에 근거해 초중고생의 학습능력을 분석하고 자료를 제공해 능력개발을 촉진하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개발중이거나 보급단계에 있는 KP프로그램은 영어 자격검정(KET), 한자자격검정(KCLT), 수학자격검정(KMT), 중국어자격검정(KCT) 등 4분야다. 특히 영어자격검정은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단계 급수별로 회화능력을 테스트할 수 있는 전국 초유의 프로그램이다. 전국적으로 희망자를 접수해 11월중 테스트를 실시할 계획이다." -KP자격검정에 응시해 통과되면 무슨 혜택이 주어지나. "영어의 경우 8단계의 등급별 자격증이 부여된다. 출제는 관련학회나 연구소 등에 소속된 현직 교수 및 교사 등이 맡아 공신력을 높였다. 또 매 검정시마다 종목별, 등급별 문항수를 충분히 확보해 문제은행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취득한 자격증은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자료가 될 뿐만 아니라 취업이나 진학시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특히 11월부터 시행되는 CBT영어회화 시험은 듣기, 말하기를 인터넷으로 실현한 국내 초유의 평가방식이다."
교육부는 강남지역을 제외한 수도권 지역의 교육여건 개선대책을 마련, 지역간 교육여건 격차를 줄여나가기로 했다. 이에 따르면 우선 수도권 지역에 특목고, 자립형 사립고의 설립 확대를 추진하고 외국인학교를 적극 유치하는 등 고교 평준화정책을 보완해 나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부천지역에 경기예술고를, 성남 용인지역에 대안학교를 내년도에 설립키로 했다. 또 2004년에 의왕지역에 정원외국어고를, 2005년에는 경기 북부지역에 제2경기과학고를 설립키로 했다. 이와 함께 지차체가 요구할 경우 특목고 유치를 적극 지원하고 자립형사립고도 시범기간이 끝나는 2005년 이후에 확대하기로 했다. 그리고 서울 강북지역과 경기도 평준화 지역의 교육시설 확충, 교원 증원, 근무여건 개선, 학교도서관 확충 등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수도권지역에 주택건설을 실시할 경우 학교부지가 사전에 확보될 수 있도록 관련법령을 개정하고 용지확보를 위한 지방채 발행을 추진하며 향후 신도시 추진시 강남지역의 주거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 정도의 여건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밖에 우수한 강사요원을 확보해 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한 원격교육을 강화하고 사설학원의 불법행위 단속 등을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교원의 직무영역과 내용을 구체화하는 '직무수행기준'을 제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이 달 중 초안을 작성한 뒤 일선 여론을 수렴하기로 했다. '직무수행기준'은 교원의 직무분석 결과를 토대로 학생교육 및 관리, 전문성 신장, 교육과정 운영 및 편성, 복무 등 세부 항목별로 기준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직무수행기준에는 직무 내용분석과 함께 수행기준 제시안이 포함되는 것으로, 수행기준은 교사 보직교사 교감 교장 등 직급별, 보건교사 사서교사 상담교사 실기교사 등 자격종별로 나눠 작성된다. 교육부는 직무수행기준 마련을 2001년 7월 교직발전종합방안 발표시 '검토후 추진과제'에 포함시킨바 있다. 교육부는 지난 99년 교육개발원 박영숙 박사팀이 작성한 '교원 직무수행기준안 연구보고서'를 토대로 이 달 중 초안을 마련해 교직단체, 시·도교육청, 전문가 집단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기준의 제정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교육부 관계자는 "직무수행기준이 자칫 교원들의 책무성만 강조하는 잣대가 되리란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충분한 여론 수렴을 거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9월 1일자로 1128명의 교장, 전문직 인사를 실시했다. 대통령 발령사항인 교장 및 전문직 전직, 직위승진은 1103명이다. 교장의 경우 신규임용은 608명이며 교장초빙은 33명, 교장중임은 225명이다. 교장 신규임용은 전남이 102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서 경기(72), 강원(68), 경남(54), 경북(42), 전북(40), 서울(39), 부산(35)명 순이다. 초빙교장은 경기가 12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서 인천 5,강원 4, 부산 충남 3, 대구 2, 광주 울산 전북 전남이 각각 1명씩이다. 교장이나 교감에서 전문직으로, 전문직에서 교장 교감으로 전직한 경우는 205명이다. 이밖에 장관 발령사항인 전보는 25명이다.
교육부는 교원성과상여금을 추석전 일괄 지급하기로 중앙인사위와 최종 합의하고 이를 6일 열린 시·도교육청 관계자회의에서 통보했다. 최종 확정된 성과상여금 지급안은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4단계 차등 지급안의 문제점을 줄기차게 지적하고 균등지급방안을 제시해온 교총의 투쟁성과의 하나로 풀이된다. 교총은 특히 지난 7월, 교육부와의 교섭협의에서도 교직의 특수성을 살린 성과상여금 제도개선을 합의한 바 있다. 교육부가 이 날 회의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지급방법과 대상은 상여금 예산의 90%를 전 교육공무원에게 능력개발지원비로 균등지급하고 10%는 차등지급하되 그 방법은 ▲보직.무보직 ▲수업 시수 ▲ 교육경력(호봉) ▲담임·비담임 ▲포상실적 등을 고려해 교육감,교육장,교장이 정하도록 했다. 교육부는 차등지급의 경우 위에서 예시한 방법중 한 가지,또는 2,3가지를 혼합해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10% 차등지급의 경우 S등급(상위 10%)은 100%, A등급(10%초과 30%이내)은 70% B등급(30초과 70%이내)은 50%, C등급(하위 30%)은 35%를 지급하도록 했다. 특히 논란의 대상이었던 교육전문직 성과상여금 지급방법은 교총의 의견이 받아들여져 일반 공무원 대상방법이 아닌, 교원 대상방법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성과상여금 지급액은 90% 균등지급의 경우 교사(장학사, 연구사)는 26호봉 기준 65만4390원, 교감(무보직 장학관, 연구관)은 30호봉 기준 74만6560원, 교장(보직 장학관, 연구관)은 35호봉 기준 86만5460원, 국가기관근무 무보직 장학관(연구관)은 23호봉 기준 78만 9280원, 국가기관근무 보직장학관(연구관)은 27호봉 기준 91만3580원 등이다.
논란을 빗고있는 일선학교의 '대안교과서' 채택 사용과 관련, 국사편찬위원회가 문제지적을 하고 나서 주목된다. 국사연구와 기술에 관한 최고 수준의 국가 기관인 국사편찬위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답변자료를 통해 국사 '대안교과서'인 '살아있는 한국사'가 이른바 편중된 민중사관을 바탕으로 하고있고 서술이나 용어사용의 혼란, 비교육적 표현, 편향된 시각, 전거의 부재, 근현대사의 지나친 할애 등의 문제점이 있어 현장교사들이 사용하거나 학생들에게 권하기에는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편위는 한나라당 김정숙, 황우여 의원 등이 질문한 대안 역사교재에 대한 서면답변에서 이같이 밝혔다. 국편위는 '살아있는 한국사'를 사실의 오류, 사관의 문제, 서술의 문제 등의 측면에서 분석한 결과 120여개 부분에서 문제점이 지적되었다고 밝히고 보완방안을 제시했다. 그 구체적 실례로 6·25 당시 북한군은 인민군으로, 국군은 남한군으로 표현해 북한측 서술양식을 따르고 있는 점, 공산당이 일으킨 '제주도 4.3사건'을 '4.3항쟁'으로 표기하며 공산주의자 박헌영의 사진을 게재하고 있고 '내릴 수 없는 투쟁의 깃발',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 '국군은 베트남에서 베트남인 4만 명을 사살하고' 등의 표현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국편위는 결론적으로 '살아있는 한국사 대안교과서'가 교과서란 용어를 사용하고 '살아있는'이란 표현을 쓰고있는 점은 오해의 여지가 크다고 거듭 강조한 뒤 역사책을 편찬하는 것은 국민의 자유이지만 '대안교과서'를 표방하고 이를 교사들이 이용하거나 학생들에게 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못박고 있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구독을 강요해서는 안되며 단지 참고자료로나 활용되길 바란다고 답변하고 있다.
- 인터넷 중독이 특히 청소년에게 위험한 이유는 무엇인가. "학교나 가정으로부터 많은 갈등을 겪는 청소년기에는 현실 도피 수단으로 인터넷에 몰입하기가 쉽다. 인터넷에 빠지게 되면 알콜이나 마약처럼 점점 내성이 증가하고 금단현상, 강박적 의존성이 생겨 시간조절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특히 이성이 정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은 공격성, 폭력 등이 현실세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 센터에서 실시하는 인터넷중독 전문상담사 학교 파견사업은 어떤 것인가. "정보통신부와 정보문화센터의 기획으로 올해 3월부터 국내 최초로 전문상담사 양성과정을 개설했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96%가 게임 이용층으로 분류되며 이들의 10% 정도는 병리적 중독증세를 보인다. 이들을 위한 '찾아가는 상담'으로 각 학교에 인터넷중독 전문상담사를 파견키로 했다. 신청학교 중 30개교를 선정하고 이 중 상담이 필요한 학생들을 결정, 게임사용 조절을 위한 집단상담을 8회 실시하게 된다. 스스로 사용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과 스트레스 대처능력, 학습의욕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 지금까지 파견사업의 성과를 평가한다면. "이번 여름방학이 첫 파견이라 아직 결과자료가 나오지는 않았다. 다만 지난 5∼6월에 걸쳐 서울 공항중에 상담사를 파견, 10명의 학생들을 상담한 적은 있다. 이들 중 절반은 하루에 5시간 이상씩 게임을 하고 있었으나 상담을 마친 후에는 사용시간이 1, 2시간씩 줄었고 아예 흥미를 잃고 중단한 학생도 있었다. 시범실시였지만 학생들의 게임사용시간이 줄었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 각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중독 예방책은 무엇인가. "부모들이 먼저 인터넷 사용에 대해 배워야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다. 특히 강제로 인터넷 사용을 막아버리면 아이들이 PC방을 찾거나 오히려 인터넷에 몰입하는 동기를 제공하게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가정 내에서 컴퓨터 이용규칙을 만들어두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정해진 시간에는 자율권을 부여하고 이를 어길 경우 사용시간을 제한하는 등 적절한 상벌도 줘야 할 것이다" - 일선 학교 교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교사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상담자 역할과 학생, 학부모의 중간자 역할을 함께 해줘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학생들의 인터넷 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물론 중독 자가진단법 등을 미리 알려줘 아이들이 자신의 상태를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문화센터에서 실시하는 교원연수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교사들이 인터넷 사용을 건전한 방향으로 유도, 학생들의 능력을 발전시켜줄 수 있기를 바란다"
'인터넷 강국'이라는 명성답게 우리 나라 국민들의 인터넷 이용률은 세계 수위를 자랑한다. 그러나 이에 따른 폐해도 심각하다. 작년 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자의 6.5%가, 전체 국민의 4.8%가 인터넷 중독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인터넷 중독자 가운데는 한 가지에 빠져들기 쉬운 청소년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국정보문화센터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의 38.2%가 인터넷이나 사이버 게임에 대한 중독현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인터넷 중독이 수면부족, 체력저하, 우울한 기분, 대인 기피경향 같은 가벼운 증상에서부터 우울증, 강박증, 사회공포증 등 심각한 정신질환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일부 청소년들은 인터넷 중독으로 인해 학업에 대한 의욕을 상실할 뿐 아니라 '사람이 만나기 싫다'며 등교를 거부하기도 한다. 지난 7월 서울가정법원 소년자원보호자협의회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우리 나라 청소년들의 인터넷 사용은 위험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청소년의 60% 이상이 매일 인터넷을 사용하며, 1회 사용시간이 1시간 이상인 이들이 전체 인원의 80% 가량을 차지했으며, 4시간 이상이라고 답한 이들도 8%에 달했다. 사이버 머니로 인한 현금 지출도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이버 머니란 인터넷 상에서 아바타 꾸미기, 게임 이용 등에 사용되는 사이버 공간의 돈을 의미한다. 사이버 머니는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 서비스로 제공받는 경우도 있고 현실세계의 돈을 지불해 충전할 수도 있다. 휴대전화나 신용카드 결제 등을 통한 청소년들의 사이버 머니 충전이 늘면서 그 부작용이 실생활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화요금 고지서에 엄청난 금액의 정보이용료가 청구되거나 부모들의 휴대전화·신용카드 사용금액이 갑자기 몇 배로 뛰는 일이 발생하는 것. 온라인상에서 다른 사람의 사이버 머니를 훔치는가 하면 사이버 머니나 게임 아이템을 구걸하는 아이들도 있다. 일부 청소년들은 자신이 가진 인터넷 게임의 아이템을 사이버 머니로 바꾸고 그것을 다시 다른 사람에게 팔아 용돈을 마련하기도 한다. 게임을 그만하라는 어른들을 향해 "인터넷 게임을 열심히 해서 아이템을 팔면 수십만원을 벌 수 있다"며 "그렇게 평생 돈벌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아이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사이버중독정보센터나 인터넷중독치료센터 등 관련 사이트의 상담실에는 '동생이 하루 종일 PC방에만 갇혀 지낸다', '매일 몇 시간씩 인터넷 게임을 하는데 도저히 멈출 수 없다, 제발 도와달라'는 청소년들의 사연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미 인터넷에 빠져든 아이들을 되돌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섣불리 인터넷 사용을 막아버릴 경우 오히려 집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거나 숨어서 인터넷을 하게 되는 등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인터넷 중독과 관련된 전문단체들이 늘고 있는 만큼 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인터넷 중독에 시달리는 청소년을 위한 대표적인 사이트로는 △청년의사 인터넷중독치료센터(netmentalhealth.fromdoctor.com) △사이버중독정보센터(www.cyadic.or.kr) △인터넷중독온라인상담센터(www.psyber119.com)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www.iapc.or.kr) 등이 있다. 이들은 인터넷 중독자들을 위한 상담실은 물론 인터넷 중독의 증상과 경험담, 자가진단과 극복방안 등을 제공하고 있어 인터넷 중독을 미리 예방하는 데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학교와 가정 등에서 청소년에게 올바른 인터넷 사용에 대해 교육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부모나 교사들이 평상시 아이들이 어떤 사이트를 주로 이용하며 어떤 활동을 하는지 등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학교나 지역사회 차원에서 인터넷 활용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것도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을 막기 위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을 하고 싶은 마음을 줄어들게 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인 만큼 청소년들이 다른 흥미거리를 찾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다. 청소년들이 인터넷 이외에 여가를 보낼 수 있는 다양한 취미활동을 경험해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전국단위 교육행정 정보 시스템의 본격적인 운용을 앞두고 말들이 많은 것 같다. 원래 본 시스템 개발의 목적은 교육행정의 효율적 정보화로 교육행정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교육행정 기관의 업무를 경감함으로써 교육행정서비스의 획기적 개선을 통한 국민 만족도를 제고하고자 함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정확한 통계 수치는 말할 수 없을지라도 대부분의 일선 교원들의 의견은 긍정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필자도 조금은 억울한 생각이 든다.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C/S 서버 사용자 교육을 받기 위해 그 바쁜 와중에도 일방적으로 연수에 불려 다녀야 했는데, 그 연수가 체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번엔 교육행정정보 시스템 연수로 불려 나가야 했다. 수없이 많은 버그들을 해결하기 위해 시도 때도 없이 패치 프로그램을 설치해야했고 설치해도 생기는 오류를 해결하기 위해 담당자와 수없이 통화를 시도했는데 이제 겨우 알듯하니깐 그 서버는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새로운 시스템 사용 방법을 배우라고 한다. 물론 보다 나은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필요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교사로서 가르치는 주 업무가 아니라 부수적인 문제이기에 더 억울한 느낌이 든다. 기왕에 개발되어 꼭 활용해야만 하는 시스템이라면 지금이라도 이러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공동의 사고가 필요하리라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염려되는 마음들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 첫째, 현재 19개의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는 응용시스템들은 과연 각종 학교의 업무의 흐름이 제대로 반영되고 있으며 특히 교무 학사 시스템 업무 처리의 주된 책임자는 교원들이 될 수밖에 없는데 현재의 내용들이 꼭 시스템을 통해 처리되어야만 하는 것이며 왜 그렇게 해야만 하는가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학교교육과정 편성 관리를 왜 꼭 전국단위 행정정보시스템만을 사용해서 관리해야만 하는 것인가? 단위 학교에서 얼마든지 잘 관리되고 있는 것을 굳이 시스템에 탑재했을 때 과연 어떠한 점이 편리하며 효율적인가? 하는 것이다. 둘째, 시스템 개발자들은 과연 학교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든지 또는 그 업무를 담당하여 업무 처리에 능통하고 있는가 묻고 싶다. 물론 개발자들이 다 그럴 필요는 없지만 만약 몇몇의 전문가 의견들만 듣고 실제 처리해 보지 않고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라며 우리는 또 수없이 많은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 개발자들이 하라는 대로 따라다녀야만 할 것이다. 셋째, 시행 시기의 문제이다. 너무 서두르는 것은 아닐까? 교과서도 새로 만들면 실험 사용 기간이 있는데, 과연 시스템은 완벽한가? 종 더 많은 사용자들에게 실제와 같은 연수를 실시해서 보다 완벽한 시스템이 되었을 때 시작하면 안될까? 담당자들은 이제 지난번 C/S와 같이 두 번 세 번 같은 일을 반복하거나 오류를 수정하고 싶지 않아서 해 보는 염려이다. 넷째, 무엇보다 염려되는 것은 시스템 사용과 동시에 나타난 문제점들이 마치 사용자들의 사용 능력 부족으로 비춰지는 것이다. 장비나 사용 프로그램은 좋은데, 마치 사용자들의 능력이 부족해서, 의욕이 부족해서 잘 안 되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은 이젠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서이다. 과연 사용자들의 능력이 부족해서였을까? 오히려 학교라는 시스템을 정확하게 분석하지 못한, 학교의 업무 담당 체계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때문은 아니었을까? 다섯째, 필자도 그렇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아직까지 본 시스템에 대한 확실한 이해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몇몇 담당자들에게 국한된 업무 처리 공문이나 홍보 책자 몇권으로 본 시스템에 대해 누구나 그 필요성을 인식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큰 오산일 수밖에 없다. 여섯째, 모든 학교에 보급되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본 시스템 구축이 나머지 학교에 C/S 서버를 구축하는 비용보다도 더 저렴하다는 주장을 그대로 인정하더라도 이미 보급된 학교의 C/S 서버에 들어간 예산은 왜 필요했던 것인가? 또 거기에 투자한 수많은 시간들은 교육 현장에서 너무나 흔한 또 하나의 연습이었던가? 누구하나 책임질 담당자가 없다. 세간에 떠도는 이야기처럼 현장의 의견을 좀 더 수렴하여 실질적으로 교원들의 업무를 줄여주는 방안을 생각해서 교육행정 정보시스템이 아닌 교육활동 업무 지원 시스템으로 거듭나 주길 바라며 도대체 처리해야할 일의 양이 얼마인지 잘 헤아려서 업무 처리에 따른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며 본 시스템 활용 계획을 사용자 편에 서서 좀 더 단계적이고 구체적인 시행 계획을 수립 추진하여 누구나 공감하게 해 주기를 바란다.
이른바 '아폴로 눈병'으로 불리는 급성 출혈성 결막염이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눈병에 감염된 학생수는 전국적으로 약 29만여명에 이르고 있으며 하루만에 감염 학생이 11만명 이상 늘기도 하는 등 매우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감염 학생이 발생한 학교는 전국 초·중·고교의 60%선에 이르고 눈병으로 인해 휴교에 들어간 학교도 160여곳을 넘어섰다. 아폴로 눈병이 본격적으로 번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말부터다. 8월 30일에는 4천여명(4개교 휴교)에 불과했던 7천여명(10개교 휴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으며 지난 4일에는 28만명(141개교 휴교)을 넘어서는 등 감염 학생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경북지역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70여개교가 휴교에 들어갔으며 특히 포항 동지중 등 3개교는 전교생의 절반 이상이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시·도교육청에서는 전염을 막기 위해 개인위생교육을 철저히 하고 감염된 학생은 즉시 등교중지 조치를 내려 격리시키도록 했다. 또 각급 학교에 단체활동을 줄이고 감염 학생이 늘어날 경우 휴교 조치를 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5일에 각각 눈병 확산방지를 위한 긴급 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대구시교육청은 방역소독을 철저히 하고 의사회 등에 의뢰, 감염 학생이 신속한 치료를 받도록 할 계획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재학생 30% 이상이 감염됐을 경우 휴교를 적극 검토케 하는 한편 고의적으로 환자와 접촉을 시도하는 학생들이 없도록 긴급 생활지도에 나서기로 했다. 대전시교육청과 충남도교육청에서는 눈병으로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학생들에 대해 수수료가 필요한 진단서 대신 진료소견서를 제출토록 해 학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그러나 수해가 심한 지역이 많아 환자들의 치료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강원도교육청에 따르면 3일까지 700여명에 불과하던 관내 감염 학생이 4일에는 2천여명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수해가 심각한 속초, 강릉 등에도 감염자가 발생, 눈병이 확산될 우려도 높다. 경남도교육청은 경남도와 협의해 이날부터 고성군 등 환자가 많고 안과의원이 없는 지역에 공중보건의를 배치했고 창녕, 합천 등에는 보건지소의 안과전문의를 활용해 눈병이 유행하고 있는 학교를 대상으로 순회진료를 벌이기로 했다. 이처럼 눈병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이번 눈병의 전염성이 매우 강한데다 대부분 학교들의 개학시기와 맞물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시·도교육청에서 법정전염병이 아니라는 이유로 느슨하게 대처한 결과라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전염성이 강한 이번 눈병의 특성을 감안할 때 환자 발견 즉시 해당 학생에 대한 단축수업이나 휴교 등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했는데도 대부분의 학교에서 등교중지만 지시한 채 수업을 강행하다 대규모 감염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눈병에 걸린 학생들은 등교가 중지됐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에 비해 수업이 뒤쳐질 수밖에 없다. 특히 입원으로 장기간 수업을 빠지게 된 학생도 상당수 있어 이들이 정상적으로 수업을 따라가기까지는 학생과 학교측 모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