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99,732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양금석 |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사무총장 청소년폭력 사건이 방송과 신문지상에 연일 보도되고 있다. 이른바 ‘왕따 동영상’이 한 교장선생님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목포 모 중학교의 한 학생은 집단 폭행에 의한 뇌경색으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얼마 전 부천에서 검거된 성인폭력 조직에서 밝혀졌듯이 중·고교 음성 서클과 연계되어 회식비, 활동비 등을 제공하고 학교를 졸업하면 조직원으로 흡수되는 이른바 폭력 조직의 재생산 구조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파이터 클럽’이라 하여 온라인에서 회원을 모집하여 인적이 드문 공터 등에서 일대일 격투기를 통하여 싸움의 기술을 전수받는 등 청소년폭력의 양상이 갈수록 조직화·다양화·저연령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학교폭력을 이기지 못해 전학을 가더라도 이미 여러 가지 통신수단과 경로를 통하여 전학 간 학교에 알려지고, 그 곳에 가서도 집단 따돌림이나 왕따가 계속 이어진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최근 한 조사에 의하면 초·중·고생 41%가 학교폭력에 대해 심각한 수준이라고 응답하였고, 폭력피해로 교사나 학부모에 도움을 요청한 경우 문제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를 조사한 결과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응답이 39%로 가장 많았다. 오히려 보복을 당했다는 답변도 25%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에 대한 교사나 학부모들의 폭력 불감증과 학교폭력의 심각성이 극에 달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 볼 수 있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그 동안 교육계·청소년계뿐만 아니라 사회 각계에서 수많은 원인 분석과 대책이 있어 왔지만 일시적인 일과성으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어느 한 개인이나 단체가 주장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폭력에 대한 불감증이 사회 전반에 걸쳐 만연되어 있는 상황에서 다행스러운 것은 학교폭력 전문 청소년 단체와 시민단체가 여러 해 동안 주장을 해왔던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이 지난 해 12월에 제정된 일이다. 이 법의 주요 골자는 교육부내에 ‘학교폭력대책기획위원회’를 설치하고 각 시·도교육청에는 이와 관련한 전담부서를 설치토록 하였을 뿐 아니라 각급 학교에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설치·운영하도록 한 것이다. 각급 학교의 장은 학교폭력예방 상담실과 전문상담교사를 둘 뿐만 아니라 학교폭력문제를 담당하는 책임교사를 선임하도록 되어 있다. 현재 이 특별법과 관련하여 교육부에서 시행령을 제정 중에 있다. 이 특별법이 제대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시행령의 제정 과정에서 학부모·교사·학생·청소년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각 위원회에 청소년전문가가 필수적으로 참여될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 한다. 학교폭력의 문제가 커다란 사회문제로 대두된 이면의 원인을 살펴보면 학교와 교육계의 폐쇄성이 자리하고 있다. 학교폭력의 문제가 커다란 사건으로 비화되는 이유는 학교 내부의 문제로만 국한시켜서 처리하고 숨기기 급급하여 문제의 원인과 해결점을 제대로 찾지 못하는데 있어 왔다. [PAGE BREAK]따라서 이 특별법 시행령에는 각 위원회에 청소년관련 전문가 등 외부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겨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학교폭력 문제의 원인과 해결점을 찾고 개입하는데 있어서 보다 더 전문성과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고 문제를 올바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법과 제도가 만들어진다고 학교폭력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학교폭력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에 특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첫째, 사회 전체적으로 학교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도록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고 이미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학교폭력 문제를 단절하기 위한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청소년 안전망’을 구성하여 학교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학교·가정·경찰서·청소년 단체 등이 연계하여 문제 유발 가능지역에 대하여 순찰을 강화하고 문제 발생시 해당 전문가들이 즉시 개입할 수 있는 네트워크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학교폭력의 문제는 개개인의 인격과 인간으로서의 가치가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따라서 학교의 정규 교과과정에 인권교육을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약자에 대한 배려와 인격적 존중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학생과 학부모·교사 간의 자유로운 의사소통 채널이 확립되어야 한다. 교사와 학생 간의 단절, 교사와 학부모 간의 단절, 자녀와 부모 간의 단절 그리고 학생과 학생 간의 단절은 학교폭력 문제 해결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와의 의사소통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다면 학교폭력 문제를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학교폭력 문제는 어느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공동으로 인식하고 노력할 때 비로소 그 실효성을 거둘 수 있으며 이를 통하여 성숙한 사회로 거듭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구자억 |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2004년 1월 14일 중국대학평가과제팀은 2003년의 대학별 실적을 평가하여, 중국의 대학순위를 전체 순위, 계열별 순위, 학과별 순위 등으로 나누어 발표했다. 다음 내용은 중국대학평가과제팀의 武偉連 연구원 등이 중심이 되어 연구한 것을 「21세기 경제보도」라는 책자에 발표한 것이다. 1. 중국 대학의 전체 순위 중국 대학 전체 순위로 보면 청화대학이 232.56점을 받아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북경대학 196.35점으로 2위, 절강대학이 173.44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뒤로 4위 복단대학, 5위 화중과기대학, 6위 남경대학, 7위 무한대학, 8위 길림대학, 9위 상해교통대학, 10위 사천대학으로 나타났다. 사천대학은 금년 처음으로 10위 안에 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기할 만한 것은 연구 방면에서 청화대는 자연과학분야 1위, 북경대학은 사회과학 분야에서 1위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그러나, 인재양성면에서는 학부의 경우 길림대학이 1위, 대학원의 경우는 청화대학이 1위로 나타났다. 한편, 중국대학평가과제팀은 15개의 중국 일류 대학을 평가하여 내어놓았다. 여기서 말하는 일류 대학이란 중국최고의 학술 수준을 가진 대학을 말하고 있다. 일류 대학에 들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조건 즉, 첫째, 공학의 경우 전체 대학 중에서 6등 이내, 이학, 의학, 관리학, 문학은 3등 이내, 농학, 경제학, 법학은 2등 이내, 역사학, 교육학 1등이어야 한다. 둘째, 연구형 대학이어야 할 것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 이런 조건을 고려해서 북경대학, 청화대학 등 15개 대학을 2004년 중국의 일류대학으로 선정하고 있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은 와 같다. 2. 중국의 연구형 대학 순위 연구팀은 중국내의 전체 대학의 연구성과를 득점순으로 배열하여, 득점이 일정 수준(대개 60%이상)에 달한 학교를 연구형 대학으로 선정하고 있다. 2002년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일반대학 중 연구형 대학은 40개였으나, 2003년에는 37개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에는 36개 대학이 연구형 대학으로 나타나 지난해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결과를 보면 청화대학, 북경대학, 절강대학, 복단대학, 화중과기대학, 상해교통대학 등이 자연과학영역에서 강점을 가진 연구형 대학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북경대학, 복단대학, 남경대학, 무한대학 등은 사회과학영역에서 강점을 지닌 연구형 대학으로 나타나고 있다.[PAGE BREAK]이러한 중국의 연구형 대학은 대체로 중국의 일류대학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3. 중국 대학의 계열별 순위 2004년 중국대학의 계열별 순위를 사회과학계열과 자연과학계열로 나누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중국에서 사회과학계열은 법학, 철학, 경제학, 역사학, 관리학, 교육학, 문학 등 7개 학과를 통칭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속에 120개의 전공영역이 포함되어 있다. 자연과학계열과 비교해서 사회과학계열은 교원수, 학생수가 적은 편이다. 평가결과에 따르면 사회과학계열의 대학순위는 북경대학 1위, 중국인민대학 2위, 복단대학 3위 등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자연과학계열은 이학, 공학, 농학, 의학 등 4개 학과를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이 속에 146개의 전공영역이 포함되어 있다. 사회과학계열과 비교하여 교원수도 많고, 학생수도 많다. 중국에서 수여하는 자연과학 방면의 학사수는 전체 학사수의 67%를 차지하고 있으며, 박사수의 83%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자연과학계열의 대학순위는 청화대학 1위, 북경대학 2위, 절강대학 3위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4. 중국 대학의 학과별 순위 중국에서는 학과를 크게 사회과학계열의 법학, 철학, 경제학, 역사학, 관리학, 교육학, 문학, 자연과학계열의 이학, 공학, 농학, 의학의 11개로 구분하고 있다. 가. 사회과학계열 학과의 순위 법학은 법학, 마르크스주의 이론, 사회학, 정치학, 공안학 등 5개 학과에 12개 전공을 포함하고 있으며, 2004년 중국대학 중 법학 분야 우수학교는 1위 북경대학, 2위 중국인민대학, 3위 무한대학으로 나타났다. 경제학은 경제학 1개 학과에 4개 전공을 포함하고 있으며, 2004년 경제학 분야의 우수학교는 1위 중국인민대학, 2위 복단대학, 3위 상해재경대학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관리학은 관리과학과 공정, 공상관리, 공공관리, 농업경제관리, 도서관당안학 등 5개 학과에 18개 전공을 포함하고 있으며, 관리학 분야의 우수 학교는 1위 서안교통대학, 2위 절강대학, 3위 청화대학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철학은 철학 1개 학과에 3개 전공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 분야의 우수학교는 1위 북경대학, 2위 중국인민대학, 3위 남경대학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문학은 중국언어문학, 외국언어문학, 신문전파학, 예술 등 4개학과에 66개 전공을 포함하고 있으며, 문학 분야의 우수학교는 1위 북경대학, 2위 복단대학, 3위 남경대학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역사학은 역사학 1개 학과에 5개 전공을 포함하고 있으며, 역사학 분야의 우수학교는 1위 남경대학, 2위 북경사범대학, 3위 북경대학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교육학은 교육학, 체육학 등 2개 학과에 9개 전공을 포함하고 있으며, 교육학 분야의 우수학교는 1위 북경사범대학, 2위 화동사범대학, 3위 화남사범대학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PAGE BREAK] 나. 자연과학계열의 학과순위 농학은 식물생산, 목초학, 삼림자원, 환경생태, 동물생산, 동물의학, 수산 등 7개 학과에 총 16개 전공을 포함하고 있으며, 농학 분야의 우수대학은 1위 중국농업대학, 2위 남경농업대학, 3위 서북농림과기대학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학은 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과학, 천문학, 지질학, 지리과학, 지구물리학, 대기과학, 해양과학, 역학, 전자정보과학, 임료과학, 재료과학, 환경과학, 심리학, 통계학 등 16개 학과에 31개 전공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학 분야의 우수대학은 1위 북경대학, 2위 남경대학, 3위 중국과학기술대학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공학은 광산, 재료, 기계, 토건, 수리, 화공, 교통 등 21개 학과에 79개 전공을 포함하고 있으며, 공학 분야의 우수대학은 1위 청화대학, 2위 절강대학, 3위 상해교통대학 등으로 나타났다. 의학은 기초의학, 예방의학, 임상의학과 의학기술, 구강의학, 중의학, 법의학, 간호학, 약학 등 8개 학과에 16개 전공을 포함하고 있으며, 의학 분야의 우수대학은 1위 중국협화의과대학, 2위 북경대학, 3위 복단대학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5. 종합 중국은 다양한 방법으로 대학들을 평가하여 그 순위를 발표해 오고 있다. 여기에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대학구성원의 논문 게재수와 인용수의 학교별 순위, 중점학과 수의 대학별 순위, 다음 세기 우수인재계획 입선학교 순위, 대학 중점교원수 순위 등 다양하다. 최근 발표한 중국의 대학순위를 종합해 볼 때, 종합순위는 청화대학, 북경대학, 절강대학의 순으로 나타났지만, 학과별로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학과별 최우수대학은 법학, 철학, 문학, 이학의 경우 북경대학, 경제학은 중국인민대학, 관리학 서안교통대학, 역사학은 남경대학, 교육학 북경사범대학, 농학은 중국농업대학, 공학은 청화대학, 의학 중국협화의과대학 등으로 나타나 중국의 대학들이 특성화가 비교적 잘 되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북경대학은 법학, 철학, 문학, 이학 등 4개 학과 영역에서 최우수를 차지해 중국 최고의 명문대학임을 짐작케 하고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전체 순위가 우수한 대학들이 대부분 중국의 15개 일류대학에 포함되고 있으며, 학과별 평가에서도 우수한 학과를 많이 배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종근 | 미국 유타주립대 교환교수·전 한국국·공립고등학교장회장 합리적인 문화는 국가발전의 동력 몇 년 전 일본의 한 지방대학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의 일이었다. 일본정부의 장학금으로 유학 온 한 인도 학생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1년간 일본 학생들과 같이 공부하면서 느낀 것은 일본이 어떻게 해서 이렇게 다른 나라보다 부강한 선진국이 되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같이 공부하는 일본인 학생들은 우리보다 별로 우수한 것 같이도 보이지 않은데 말입니다. 교수님, 일본이 잘 사는 비결은 무엇입니까?”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한 나머지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설명하면서 어려운 답변을 대신하고 말았다. “일본사람 개개인을 후진국 사람들과 개별적으로 비교해 보면 반드시 특별히 우수하다고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본사람들 모두가 공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문화의식은 후진국 사람들의 것과 다르며 그 것이 일본을 다른 나라보다 부강한 나라로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후진국에서 유학 온 학생이 새로운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는 것은 몇 년 또는 10년 안에 이루어 낼 수 있을지 모르나 자기 국민의 문화의식을 바꾸는 것은 몇 세대 또는 세기가 소요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유학 온 우수한 후진국 학생들이 자기보다 크게 우수하지 못한 일본의 지방대학 학생들과 매일 같이 공부하면서 위와 같은 회의를 갖게 되었다는 것은 진지한 생각을 가진 학생이라면 당연히 느낄만한 일로 이해할 수 있다. 좀 더 깊게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도 있다. 어느 특정한 민족이나 국민이 다른 민족이나 국민보다 선천적으로 우수하고 부지런하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이상 모든 민족의 구성원은 적어도 태어났을 때만은 동일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가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현재와 같은 민족간·국가간의 발전 격차가 발생했을까를 되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우리 인간이란 주어진 어느 사회에 태어나면 그 사회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문화 속에서 자라나게 되며 그 문화에 동화되면서 그 구성원으로 성장한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인정하는 상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민족과 국가의 발전을 결정적으로 좌우하게 되는 민족문화란 도대체 어떤 것일까? 그것은 수천 년의 역사와 더불어 이어져 온 민족사의 결과물이자 기후나 지리적 자연여건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아온 우리의 생활양식과 의식구조, 그리고 관습과 제도 등을 비롯해서 그 사회가 이룩해 온 유형무형의 모든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PAGE BREAK]따라서 진취적이며 생산적인 제도를 갖추어 합리적으로 운영해 갈 수 있는 문화와 고도의 기술을 유지 발전시켜 온 경험을 쌓아온 사회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회에서 출생한 사람들에 비해 별다른 특별한 노력 없이도 기존의 문화를 흡수하여 계속 잘 살아가게 되어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라 볼 수도 있다. 이와 같은 현실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부족한 유학생이 위와 같은 의아심을 갖게 되었음은 그 젊은 학생의 통찰력이 가상할만함을 말해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공정한 평가 돼야 공정한 경쟁 가능 최근 미국 경제학자들이 경제성장을 위한 다음 세 가지 요인 가운데 어느 요인이 가장 중요한 역할과 영향을 미쳐왔는가를 연구하여 발표한 바 있었다. 즉 첫번째 자연적인 요인으로는 기후, 자연자원의 유무, 국토가 바다에 면해 있는지의 여부와 같은 지리적 위치 등을 포함시켰으며, 둘째 요인으로는 국가의 효율적이며 적절한 경제정책의 시행 여부를, 셋째 요인으로서는 국민경제를 뒷받침하는 관행, 관례, 법령 등 각종 제도(institutions)가 합법적이며 공정하게 운영되고 있는지의 여부를 꼽았다. 여러 나라의 실례를 비교 분석해 본 결과 셋째 요인인 바람직한 제도의 운영이 경제성장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보도되었다. 제도화된 관행, 관례, 법령 등이 경제성장에 적절하며 그것이 법에 따라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된다는 것은 다름 아닌 그 국가나 민족의 문화의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특정한 개인의 지식이나 의식은 짧은 기간 안에 발전 내지 변화될 수도 있으나 전체 국민이나 민족의 문화의식은 한 세기 또는 수세기가 걸려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 발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세계가 국가간의 무한경쟁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이다. 그리고 경제성장을 비롯한 모든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우수한 인적자원의 개발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우수한 인적자원의 육성은 당연히 교육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교육의 효율성은 국제경쟁에서의 승패를 좌우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경제성장과 국제경쟁에서의 교육의 중요성은 우선 다음과 같이 두 가지 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교육은 그 나라 기술수준 제고를 위해 결정적인 기여를 해야 한다. 그리고 둘째는 앞에서 언급한 경제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던 ‘바람직한 제도와 공정하고 효율적인 그 운영’을 뒷받침 해 주는 국민문화를 보급 발전시켜 나가도록 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자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시장경제체제의 장점과 활력은 공정한 자유경쟁에서 생긴다고 우리 모두가 믿고 있다. 그런데 공정한 경쟁이란 공정한 평가가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공정한 평가란 평가를 하는 사람과 평가를 받는 사람과의 사이에 필요한 사회적이며 법적인 관계가 확립되어 있어야 하며 또한 그 평가 결과를 사회가 인정하고 존중해 주어야만 가능하다. 다시 바꾸어 말하면 공정하고 건전한 평가문화가 정착되어 있는 사회에서만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다는 결론이다.[PAGE BREAK]되풀이하면 바람직한 평가문화가 정착되어 있는 사회에서만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며, 공정하고 활발한 경쟁이 보장된 나라가 경제성장을 비롯한 모든 분야의 국제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다. 따라서 국제경쟁에서의 우위는 물론 또한 나라발전의 중요한 요인인 효율적인 교육의 발전도 건전한 평가문화에 기반을 둔 활발한 자유경쟁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교육 분야에서의 공정하고 건전한 평가문화란 피교육자에게도 중요하나 더욱 중요한 것은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육자, 교육행정가 그리고 교육을 직접 간접으로 관장하는 각급 교육기관에서 더욱 더 중요함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수 년 전 미국 하와이대학에서 있었던 한 강연에서 인도인 원로교수는 미국문화를 인도문화와 대비해서 성공지향적(成功指向的)인 문화라고 규정하면서 양국 문화의 차이를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필자가 가 있는 미국대학 내의 영어교육원의 교사도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미국문화를 소개할 때 “미국의 학교교육은 어릴 때부터 서로 경쟁하면서 자라고 경쟁결과를 존중하도록 일관된 경쟁유도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전해들은 바 있다. 미국의 힘의 근원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고 보장하되 경쟁결과는 공정한 평가를 통해서 사회가 존중해 준다는데 있다고 생각된다. 이는 다른 분야뿐만 아니라 교육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평가와 경쟁과의 관계를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면 경쟁지향적인 문화와 공정한 평가문화는 서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라고 하기보다는 미국문화란 한 종합적이며 통일된 문화의 양면을 이루면서 서로 보완해주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사실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 평가를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조직체 내의 상하간의 관계가 엄격하고 또한 장유유서를 존중해 온 동양사회에서는 어른과 어린이 사이에서는 물론 연장자와 연하인 사람들 사이에서도 존대(尊待)말과 하대(下待)말을 구분해서 사용하는 관습에 익숙해져 있다. 그런데 동양문화권의 사람들이 문화가 확연하게 다른 미국사람들의 언어관행과 행동거지를 보고 미국사회의 실체(實體)를 오해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는 것이다. 동양 사람들의 오해를 자아내기 쉬운 그들의 관행 가운데 우선 한 가지 예를 든다면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는 관습을 꼽을 수 있다. 누구나 잘 알고 있는바와 같이 미국사람들의 이름은 보통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있다. 첫째이름(first name) 가운데이름(middle name) 그리고 마지막이름(last name, 즉 성)으로 나눠져 있으며 처음의 두 부분이 우리의 이름에 해당하며 마지막 부분이 우리의 성에 해당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딱딱한 분위기가 아닌 사적인 모임 등에서 미국사람들은 친근감이나 친밀감을 표시하기 위해서 자기의 상사나 연장자를 첫째이름 그것도 애칭(愛稱)으로 부른다는 것이다. 즉, 로버-터(Robert, 남자이름)를 밥(Bob), 수-잔(Susan, Susannah, 여자이름)을 수-지(Suzy, Suzie)라고 부르면서 부드러운 분위기를 조성하곤 한다. 그리고 가정에서 내외간에도 서로가 이 애칭으로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PAGE BREAK]그리고 사적인 모임에서는 부하들이 앉는 자세에서부터 대화하는 태도에 이르기까지 상사와 연장자에 대한 그 행동거지가 동양 사람들에게는 불손하게 보일 경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같은 호칭의 사용이나 상사에 대한 태도 등은 아직 전통적인 우리 사회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임에 틀림없다. 이상과 같은 표면상에 나타난 미국사람들의 생활문화를 처음 보게 되는 외국인은 미국이야말로 자유분방하고 상하관계란 제약이 전혀 없는 진정한 자유평등의 나라라고 착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의 조직체나 사회의 운영실태를 면밀히 관찰하면 ‘누가 방침을 결정하고 또 명령을 내리며, 누가 그 정한 방침에 따르고 명령을 준수해야 하는가는 분명한 것’이 미국사회이란 것을 알게 된다. 아니 이 같이 일을 위한 상하간의 역할분담과 구분 그리고 그 권능(權能)의 명확한 구분은 현재의 우리 사회보다 더 분명하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미국제도나 문화를 모방하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고도 잘못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겉보기와는 달리 미국 사회의 모든 조직체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엄격한 상하간의 역할분담과 함께 구성원간에 권능과 책임의 구분이 엄연히 존재한다. 이와 같이 구성되어 있는 조직체 안에서는 엄정한 평가와 이를 존중하는 평가문화가 정착되어 있어 이것이 바로 그들을 세계 최강대국으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인간사회에는 지도자가 있고 그에 따르는 일반대중이 있는 것처럼 모든 조직체는 의사를 결정하고 명령을 내리는 사람과 이에 따라 집행하는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와 같이 다른 권능을 기반으로 한 상하간의 인간(사회적인) 관계는 조직체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라고도 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어떤 조직체가 생산적으로 발전하려면 구성원의 업적을 공정하게 평가하고 이를 존중해주는 바람직한 평가문화가 정착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활발한 자유경쟁을 통해 발전의 활력을 지속해 가려면 건전한 평가문화가 자유경쟁을 뒷받침해 줄 수 있어야함은 물론이다.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일반적으로 인간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구분하여 평가해주지 않으면 경쟁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며 공정한 경쟁이 없으면 발전이 없다는 인간사회의 현실을 우리는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되풀이해서 강조하면 조직사회의 바람직한 상하관계, 공정한 평가문화의 정착, 공정한 자유경쟁의 보장, 생산성과 국제경쟁력의 제고 등이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는 사실을 깊이 새겨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경쟁력도 공정한 평가서 출발 이상과 같은 맥락에서 볼 때 국제경쟁에서의 승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인 교육의 발전과 효율성도 바람직한 평가문화에 바탕을 둔 공정한 자유경쟁의 보장에 달려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학교교육의 평가문화가 우리와 어떻게 다른가를 비교해 봄으로써 우리 나라 교육의 깊은 문제점을 확인하는 것은 시급하고도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미국 유타 주의 인구 약 6만 정도의 작은 도시의 공립고교 졸업식을 참관하고 우리 나라 교육문제에 관해 많은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PAGE BREAK]같은 시내에 있는 유타주립 대학의 실내체육관을 빌려 오후부터 진행된 졸업식은 축제처럼 진행되었다. 계단식 관람석에 앉자마자 무엇보다 첫눈에 특이하게 보인 것은 단상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한국에서처럼 학교장, 육성회회장단, 참석한 각급 기관장이 아니라 학생회 간부와 성적이 우수한 졸업생들이란 것이었다. 단상의 좌측 좌석은 학생들이 차지하고 단상의 우측 좌석에는 학교장 교육구청장과 그 간부가 앉아 있고 졸업식도 학생 주도로 진행되고 있었다. 배부된 졸업식 관련 유인물의 첫 페이지는 식순이며, 둘째 페이지에는 졸업반의 학생회 간부이름이 맨 위에 있고 그 다음에는 성적최우수자(top scholar), 그 아래에 졸업식에서 고별연설을 하는 졸업생 총대표(valedictorian)의 두 사람의 이름이 인쇄되어 있었다. 이어서 성적평균 4.0이상을 취득한 우등생(4.0 scholars) 8명의 성명이 잇달아 적혀져 있는데 모두 크고 진한 글씨로 인쇄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 페이지에는 개근상, 졸업생 명단, 다른 상의 수상자 이름의 순으로 실려 있었다. 학교장은 졸업장만 수여하고 한국처럼 회고사(回顧辭)는 하지 않고 그 대신 교육구청장이 축사를 했다. 그리고 식순의 마지막에 있었던 사은사(謝恩辭)는 학생회장과 개근상을 받았든 두 학생이 각각 담당하는 것을 보았다. 졸업식 안내장에 대서특필로 기재된 성적이 우수한 학생 세 명이 졸업식의 다른 행사를 사이사이에 두면서 각자가 연사(speaker)란 이름으로 영광스러운 연설을 하게 한다는 것은 이들이 더욱 돋보이도록 한 것으로 우리 졸업식과는 전혀 달랐었다. 신기한 생각이 들어 며칠 후 교육위원회를 통해 학생들의 연설원고를 전해 받아 보았더니 내용이 교훈적일 뿐만 아니라 졸업 후에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계속 열심히 노력하자는 다짐과 서로를 격려하는 좋은 내용이었다. 우리 나라 고교졸업식에서도 우등상이 있고, 최우수 학생은 전체 졸업생을 대표해서 학교장으로부터 졸업장을 받으러 연단 앞으로 나가기도 하고 사은사를 읽기도 한다. 그러나 졸업식의 처음부터 끝까지 단상에 자리를 하면서 연단에 서서 연설을 할 수 있는 영광에 비길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이 같이 성적이 가장 우수한 졸업생이 졸업식장에서 연설할 기회를 가지는 것은 대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유경쟁을 거쳐 우수한 성적을 얻은 학생들을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것은 학교교육에서도 평가의 문화가 정착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최근에 와서 성적이 가장 우수한 졸업생을 가능하면 너무 크게 부각시키지 않으려는 우리 나라 고교의 분위기와는 사뭇 대조를 이루고 있었으며 이는 두 나라 사이의 평가문화의 차이에서 온 현상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이 고등학교는 입학시험으로 학생을 선발하지 않고 해당 지역의 모든 입학희망자를 성적에 관계없이 모두 받아들이는 일반 고등학교란 것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따라서 학생들의 성적 격차가 심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일부 우수한 학생은 대학에 진학했을 때 이수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과목을 미리 고교 재학 중에 이수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우리 나라 고교에서는 위화감을 조장시켜 교육적으로 나쁘다는 이유로 능력별 반편성은 물론 난이도가 다른 교과목을 능력과 적성에 따라 선택하는 제도를 채택하는 것까지도 어렵게 되어 있는 우리의 사정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타고난 재능과 각자의 노력이 자유경쟁을 통해 공정하게 평가받고 그 결과를 서로가 인정하고 존중하는 평가문화가 사회전반에 정착하지 않으면 능력에 맞고 적성에 맞는 교육을 한다는 말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PAGE BREAK]군(county) 교육구청에서는 매년 업적보고서(performance report)를 작성하여 공개하고 있었다. 관내 모든 초·중·고교의 각종 표준화된 시험성적의 연도별 대비, 주 전체의 평균과의 대비 등 학부모들이 자기 학교의 교육활동의 성과와 수준을 다른 학교 또는 지역과 대비해 볼 수 있도록 하는 좋은 자료가 되어있다. 또 이 보고서에는 학교시설 및 교원 현황, 학생 현황, 교육과정, 성적, 재정실태와 지원업무(support services) 등이 상세히 실려 있다. 그리고 군 전체에서 선발된 군의 그해 우수교사(teacher of the year) 한 사람과 각 학교마다 선정된 1명씩의 우수교사 성명이 이 보고서에 포함되어 있기도 했다. 최근 보도된 바에 의하면 이웃 일본 동경의 어느 교육구청에서도 불원간 이 제도를 시행한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이와 같은 보고서가 학교간의 과열경쟁을 부추기게 된다고 반대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면담한 군 교육구청의 부구청장에게 업적보고서를 공개하면 학교간의 과열경쟁을 유발하게 되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군민(郡民)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교육이니 만큼 당연히 군민에게 평가결과나 실태를 보고해야 되지 않으냐”고 반문하였다. 그리고 이 업적보고서는 이 교육구청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어 누구라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 교육의 활력소는 공정한 평가와 이를 철저히 공개하는데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좋은 기회가 되었다. 공정한 평가와 철저한 공개는 필수 다음으로 평가문화와 관련하여 필자가 가있는 대학의 실태를 몇 가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 대학은 학생 수 약 2만 3000명의 주립대학으로서 졸업식에서는 고교의 경우처럼 각 단과대학별로 그해의 우수교수(professor of the year)가 발표되고 그 결과는 교무처 앞 복도에 액자에 넣은 사진과 함께 연도순으로 게시하고 있다. 그리고 수상자 본인의 연구실에도 같은 사진(상패)을 게시하고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평가결과를 모든 사람들이 존중하고 수상자 자신도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대부분의 우리 나라 대학은 이와 같은 교수 표창제도에 관한 의식 내지 문화가 미국 대학과 다르고 실제로 평가에 대한 냉소적인 분위기가 있어 그 실시가 불가능하다고 한 한국인 교환교수는 말했다. 그리고 우리 나라에서도 대부분의 대학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는 것처럼 모든 과목의 강의는 학기말에 학생들의 평가를 받게 된다. 그런데 이 평가의 요약이 대학의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할 때 참고토록 교무처 앞에 비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학생과 교수 모두에게 평가문화가 얼마나 깊게 정착되어 있는가를 말해 준다고 할 수 있다. 이 대학의 학과장은 소속 교수를 평가하며 또 소속교수는 자기 학과장을 평가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단과대학장도 5년마다 업무수행에 관한 종합평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더욱 놀랄만한 사실은 자기 대학의 평가결과도 철저히 공개한다는 것이다. 이 점을 발견하고 평가에 관한 의식이 우리와 너무 다르다는 것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즉 입학희망자들이 가장 많이 참고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대학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유에스뉴스앤월드리포트(U.S. News & World Report)지의 연례 전국대학 평가에서 이 대학이 3등급(삼류대학이란 판정)을 받았다고 명확하게 기록 공개하고 있다는 것이다.[PAGE BREAK]더욱이 같은 사이트에는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대학들 가운데는 2등급인 대학과 또는 4등급의 평가를 받은 대학의 이름도 게재하고 있는 것을 보고 평가문화가 우리와 판연하게 다르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이 대학이 3등급에 속한다는 것을 인터넷에 공개하면 지원자가 줄어들지 않으냐”고 한 미국인교수에게 물어 보았더니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만약에 3등급에 속하는 대학이라는 사실을 숨기려 한다면 사람들은 이 대학을 더욱더 불신하게 될 것입니다”라고. 이 점이 공정한 평가문화가 정착되어 있지 않은 또는 미국과는 다른 형태의 평가문화를 가진 한국 사람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대학은 정착된 평가제도에 따른 평가결과를 존중할 뿐만 아니라 수요 공급에 따라 상품의 시장가격이 결정되는 것처럼 교수의 봉급도 전공 분야의 수요 공급에 따라 연봉이 달라지는 것을 감수하고 있다. 동일한 경력의 회계학 교수의 연봉이 사회학과 교수의 꼭 2배가 되는 것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회학과 교수보다 봉급이 더 적은 영문과 교수와 회계학과 교수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공과대학 교수의 연봉 차이는 더 클 것이란 이야기를 듣고는 양국간의 문화의식의 차이라고 넘기기보다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는 대학에서도 공정한 평가와 자유경쟁 하의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가 교수들의 보수체계에서도 잘 반영되고 있다는 한 단면을 볼 수 있는 한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정서로서는 이런 현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할 것이나 미국사람들은 이를 잘 참고 실천해 가고 있는 것이다. 뉴스위크(Newsweek)지는 2003년 6월 2일자에서 ‘미국 내의 가장 우수한 100개의 고등학교’ 명단과 그 순위를 대서특필로 보도하면서 학교간의 경쟁과 높은 수준의 시험에 도전하는 고교생들의 이야기를 싣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보도를 문제 삼는 사람들은 없었던 것 같다. 미국에서는 이 같은 평가는 생산적이며 긍정적인 경쟁을 촉진시킨다고 받아들이는 반면에 우리 나라에서는 우수한 학생 우수한 학교를 높이 치켜세우는 것을 마치 사회에 위화감을 조장시키는 반사회적인 행위로 보는 경향이 있다면 이는 나라 발전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교육현장의 공정한 평가문화 절실 한국 유학생에 관한 추천서를 믿지 않는 미국대학이 늘어나고 있으며 그리고 한국학생의 토플(TOEFL)점수도 믿지 못해 전화 인터뷰를 요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걱정하는 한 한국인 교수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해 주었다. 일부 한국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작성해 오는 추천서에 교수가 서명만 해서 그 추천서를 바로 학생 본인에게 교부하게 되며 또한 추천의 대상인 본인이 자기가 희망하는 미국대학에 제출 내지 송부하도록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추천을 받는 사람이 자기 추천서의 내용을 작성한다는 것과 그것을 바로 본인에게 다시 교부한다는 것 모두가 미국의 관례에서는 비정상적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국의 소위 ‘족집게 토플 학원’의 훈련을 받아 취득한 고득점은 그 점수에 상응하는 영어구사능력이 없다고 미국대학 당국이 감지한 것 같다고 씁쓸한 이유를 말해 주었다.[PAGE BREAK]한 사회의 사람들이 자기가 속해 있는 장소(거주 지역 포함), 직업, 계급 등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난이도(難易度) 즉 사회이동성(social mobility)이 경직되지 않고 유연성을 유지하고 있어야 그 사회는 건전하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교육의 자유경쟁을 통해 상위 계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즉 계층간의 이동이 쉬워야 사회정의 구현의 기반이 선 사회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학생이 속해 있는 가정의 사회경제적인 사정이 학생의 교육성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많이 논의되어 왔다. 그렇다고 학교에서 개인의 적성과 능력을 무시한 획일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본말을 전도한 처사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자유 시장경제체제를 채택하는 이상 다소의 빈부격차는 있게 마련이며, 학교교육에서 공정한 평가를 통한 자유경쟁을 유도하지 않고 오히려 제도적으로 이를 억압 내지 획일화함으로써 빈부의 격차를 막으려 하거나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빈부의 차를 교육현장에서만은 가리려고 하는 것은 모순된 논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빈부격차의 문제는 사회경제적 정책의 문제인 동시에 정치적 결단의 문제이지 교육현장에서 이를 지나치게 문제 삼는 것은 모순된 사리일 뿐만 아니라 문제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음은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다. 아울러 우리 나라 학부모의 자녀교육에 대한 과열현상과 사교육비의 과다지출 및 대학입시경쟁의 과열 등은 좀 더 깊이 생각하면 공정하고 올바른 평가문화가 정착되지 못한데 그 원인의 일부가 있으며 나아가서는 자유경쟁의 부재 내지 그 결과를 존중하지 않는데서 오는 부분도 많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본래 자기의 편안함, 이득, 권리 등은 곧잘 주장하되 남으로부터 평가받는 것은 싫어하는 본성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조직체에는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과 이를 집행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공정한 평가가 없으면 자유경쟁이 불가능하며 자유경쟁이 없으면 열심히 일하지 않으려는 것이 우리 사회 구성원 대부분의 지배적인 경향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전 인류역사를 통해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는 이상경(理想境)을 갈구해 온 인간의 몸부림에서 보면 유감스러운 일일뿐만 아니라 서글픈 현실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는 현실사회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현실에 바탕을 둔 인간의 꿈을 이루어 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본다면 교육현장에서 공정한 평가문화가 정착하여 합리적인 자유경쟁이 이루어져야만 국가발전의 원동력인 교육이 발전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된다. 특히 다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 나라 교육에서의 평가문화의 정착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이며 공정한 평가에 바탕을 둔 자유경쟁을 존중하는 풍토가 정착해야 교육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식 시장경제체제란 인류가 끊임없이 추구해온 자유와 평등이란 소중한 두 개의 가치를 구가하는 한편 다른 한편에서는 공정한 평가문화에 바탕을 둔 합리적이며 활발한 자유경쟁을 보장한다는 것이 그 체제의 요체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재삼 새겨야 한다. 달리 말하면 미국 체제의 강점은 엄정한 평가와 냉엄한 자유경쟁을 통해서 인류의 오랜 꿈인 자유와 평등을 실현하려는데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이 될는지 모른다. 그리고 우리 교육의 발전도 교육 그 자체뿐만 아니라 교육을 직접 간접으로 담당하는 사람과 기관 모두가 얼마만큼이나 공정한 평가문화를 정착시키며 또한 자유경쟁을 활성화해 가는가에 달려 있음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곽해선 | 경제교육연구소 소장 환율은 무엇이고 어떻게 움직이나 환율이란 서로 다른 나라의 기업, 정부, 개인이 거래를 위해 자국 돈(화폐, 통화)을 상대국 돈과 바꿀 때 적용하는 교환비율이다. 즉 ‘외환(외화·외국 통화·외국 화폐)의 교환비율(換率, foreign exchange rate)’이다. 미 달러를 프랑스 프랑과 바꾸는 비율도, 일본 엔화를 독일 마르크화와 바꾸는 비율도 환율이다. 그런데 국내 보도매체가 전하는 경제기사에서는 ‘환율’하면 아무 설명 없이 원화와 미 달러의 교환비율을 가리키는 뜻으로 쓸 때가 많다. 왜 그럴까? 첫째, 미 달러가 상품과 외환을 포함해 국제 거래의 중심이 되는 화폐 곧 ‘기축통화(基軸通貨, key currency=중심통화)’이기 때문이다. 둘째, 우리 나라에서 환율을 문제삼을 때는 원화와 미 달러의 교환비율을 가리키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세계에는 많은 나라가 있는 만큼 각국이 주로 쓰는 통화도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미국 달러가 중심화폐로 쓰이는 이유는 뭘까?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미 달러에 화폐로서의 안정된 값어치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만약 유럽이 미국을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압도한다면 유로(Euro)가, 중국이 미국을 압도한다면 위안이 기축통화 자리를 뺏을 수도 있을 것이다. 환율은 수시로 오르내린다. 어느 나라 돈의 환율이 변한다는 것은 그 나라 돈의 대외가치(대외시세)가 바뀐다는 얘기다. 우리 나라 돈 즉, 원화의 환율이 달러 당 1100원에서 1000원으로 변했다고 하자. 달러 한 단위당 원화의 교환비율은 1100원에서 1000원으로 수치가 낮아졌다. 그만큼 환율은 ‘내린’ 것이다. 이때 원화 가치는 달러 가치에 비해 어떻게 변했을까? [PAGE BREAK]전에는 미화 1달러를 손에 쥐려면 원화로 1100원을 내줘야 했다. 하지만 환율이 변해 이젠 1000원만 주면 된다. 외화 한 단위를 사는 데 치러야 하는 원화 액수가 100원 적어진 것이다. 그만큼 원화는 달러 한 단위에 대해 가치(값어치, 평가)가 오른 셈이다. 외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이 내리면 외화 한 단위를 사는 데 치러야 하는 원화 액수는 적어진다. 그만큼 원화는 외화에 비해 가치가 오른다. 즉 환율이 달러 당 원화로 얼마인지 따질 때, 원화의 대외가치는 환율과는 반대로 움직인다. 환율이 내리면 그만큼 원화는 대외가치가 오른다. 반대로 환율이 오르면 그만큼 원화 가치는 떨어진다. 원화 가치가 오르는 경우를 두고 흔히 원화가 ‘평가절상’됐다(원화의 평가가 절상됐다)고 말한다. 원화 가치에 대한 평가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이렇게 말하면 될 것을 절상(切上), 평가절상(平價切上)이라는 일본식 한자어를 써서 말하는 경우가 많다. 환율이 내리는 경우와는 반대로 환율이 오르면 통화의 대외가치는 떨어진다. 원화의 달러 대비 환율이 오르면 원화는 가치가 떨어지므로 ‘평가절하’ 되었다고 말한다. 환율은 어디서 어떻게 정해지나 환율은 외환이 거래되는 현장에서 주로 외환의 수요와 공급이 언제 얼마나 많이 이뤄지느냐를 따라 결정된다. 달러 수요가 다른 나라 돈에 비해 높을 때는 달러 가치가 오르고, 원화 수요가 외화에 비해 높을 때는 원화 가치가 높아진다. 외환이 매매되는 현장은 외환시장(foreign exchange market)이라고 부른다. 시장이라지만 남대문시장이나 청과물시장처럼 거래자들이 모이는 곳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외환거래가 이루어지는 곳이면 어디든 외환시장이다. 은행의 외환거래 취급 창구, 환전상 창구, 은행간 외환거래 현장 등이 모두가 외환시장이다. 외화는 세계 도처에서 교환되므로 외환시장은 세계 각국에 있는 셈이다. 외환 거래가 특히 많은 곳은 국제교역의 중심지인 선진국 주요 도시다. 뉴욕, 런던, 도쿄 등이 주요 외환시장으로 꼽힌다. 외환(외화)의 시세, 곧 환율은 주로 주요 외환시장으로 꼽히는 이들 국제도시에서 외환거래가 이루어지면서 형성하는 시세를 따라 결정된다. 그래서 경제 기사가 전하는 외환시세에는 이들 주요 시장에서 교환되는 주요 통화(달러, 엔, 파운드, 마르크 등)간 환율 정보가 빠지지 않는다. 환율이 각국 통화의 수급에 따라 자유로이 정해질 수 있는 것은 세계 각국이 그런 환율 결정 방식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즉, 오늘날 대부분의 나라는 자국 통화와 외환의 환율이 통화·외환 수급에 따라 자유로이 정해지게 하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런 방식의 환율결정제도를 ‘변동환율제도(floating exchange rate system)’라고 한다. 변동환율제는 지난 1973년이래 세계 각국에 대세가 됐다. 우리 나라도 마찬가지다. 다만 중국 등은 ‘고정환율제(fixed exchange rate system)’를 운영한다. 고정환율제란 자국 통화와 외화 간 환율을 ‘1달러에 얼마’ 식으로 고정시키는 제도다. 중국은 자국 통화인 ‘위안’의 환율을 미 달러 당 8.28 위안으로 고정해 두고 상하 0.3% 안에서만 외환 수급 사정에 따라 변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PAGE BREAK]외환 시세도 나라 힘이 세야 오른다 외환시세·환율을 결정하는 기본 요인은 각국 통화에 대한 수요·공급이다. 수요가 높은 나라는 돈 가치가 높아진다. 외환 수요가 높은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다른 나라에서 필요로 하는 상품을 많이 갖고 있는 나라다. 국산 승용차가 인기를 끌어 해외 수입판매업자가 수입한다고 하자. 국내 수출업자는 외국 수입업자에게서 자동차 판매대금을 외화로 받아 은행에서 원화로 바꾼다. 때로는 외국 업자에게 아예 원화로 대금을 지불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외국 수입업자나 국내 수출업자가 외화를 원화로 바꾸면 그만큼 외환시장에서는 원화 수요가 많아진다. 원화 수요가 많아질수록 원화는 대외가치가 높아진다. 결국 어느 나라의 돈 가치란 그 나라의 국력만큼 높아진다. 국력은 경제, 군사, 정치, 사회문화 각 방면의 역량이 국가적으로 결집되어 나타난다. ‘자동차나 가전제품은 일제가 좋다’고 세계에 정평이 나면 그만큼 세계의 엔화 수요도 커지고 일본의 국력도 강해진다. 미 달러가 국제거래의 중심통화가 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미국의 국력이 강해서다. 환율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환율은 경제에 큰 영향을 준다. 우리 나라처럼 대외무역에 경제 성장의 큰 부분을 기대는 소규모 개방경제에는 특히 결정적이다. 최근 원화의 달러 대비 환율은 점진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지난 2월 6일 달러 당 1168원 하던 환율은 3월 18일 현재 1157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환율이 내리면 국내 수출기업들은 불리해지는 게 보통이다. 수출기업들이 지금 환율 하락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알아보자. 2월 6일 달러 당 환율이 1168원일 때 수출하던 국내기업은 3월 18일엔 수출대금 1달러어치를 환전하면 1157원을 얻는다. 그만큼 원화로 환산한 수입이 줄어, 채산성이 나빠진다. 수출품 판매가를 올려 이전과 같은 수준 이상으로 판매를 해야 전과 같은 수준의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출상품 판매가를 올리면 가격경쟁 때문에 수출 자체가 어려워진다. 수출상품 판매가를 올리면 해외 수입업자는 거래처를 다른 데로 돌리기 쉽다. 일단 거래가 끊어지면 나중에 거래를 재개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거래를 유지하기 위해 당분간 환율 인하로 손해가 나더라도 기존 판매가로 수출해야 한다. 그래서 환율 하락 초기에는 기업들이 한동안 울며 겨자먹기로 출혈 수출을 하곤 한다. 출혈 수출은 여건이 다시 나아지기를 기대하며 오늘의 악조건을 견디는 수출이다. 환율이 다시 오를 때까지는 최대한 생산비를 줄여 출혈 수출에 따른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사업을 계속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빚을 내든지 남는 생산시설을 팔든지 해서 버텨야 한다. 만약 기업들이 환율 하락을 버티지 못하고 수출품 판매가를 올린다고 해보자. 경쟁이 치열한 해외시장에서 판매가를 올리고도 전과 같은 수준의 매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무래도 판매가 줄기 쉽다. 수출이 줄고, 그러면 수출기업은 생산을 줄여야 한다. 생산이 줄면 고용이 줄어 실업이 늘어난다. 그만큼 가계 소비가 위축되고 내수 판매와 생산 위축을 심화해 국내 경기를 나쁜 방향으로 몰고 간다. 환율 하락은 이런 경위로 경기를 가라앉힐 수 있다. [PAGE BREAK]지금 국내 수출 기업들은 모처럼의 세계 경기 회복세를 타고 수출을 늘리고 있다. 잘만 되면 수출 확대를 통해 침체할 대로 침체한 국내 경기를 회복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우리의 희망은 환율 하락이 진행되면서 먹구름을 만나는 형국이다.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환율 하락이 빠르게 진행되면 수출마저 꺾여 경기가 더 침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정부 당국(재경부)은 환율이 너무 빨리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막는 방향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정책을 견지하고 있다. 환율 하락, 저지할까 용인할까 최근 우리 정부의 환율 대응 정책 기조는 하락세를 저지한다는 것이지만 이 같은 정책 대응은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해 있다. 물가 안정을 위해 원화 환율 하락 추세를 용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환율과 수입물가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도 오르고, 환율이 내리면 수입물가도 내린다. 이렇게 환율의 등락이 수입물가를 올리고 내리는 현상을 환율의 수입물가 전가(pass-through) 현상이라고 부른다. 우리 경제는 원유·원자재의 수입 비중이 높다. 2003년 기준으로 전체 원유·원자재의 48.2%가 수입에 의존한다. 그만큼 환율의 수입물가 전가도도 높다. 환율 등락에 따라 기업들이 생산에 필요로 하는 원자재 값도 함께 오르내리고 그 결과 생산자물가도 따라서 오르내린다. 중국이 앞장서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 지금 단기적으로 각종 생산물자 수급이 핍박되어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다. 이런 움직임이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의 상승률을 높여 국내 업계의 우려를 낳고 있다. 원자재 가격 폭등세와 맞물려 우리 경제의 물가 안정 기조가 흔들리는 게 사실이라면 정부 당국이 물가 안정을 위해 환율 하락을 유도하는 정책을 펴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런 정책은 경기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환율 하락을 막아야 한다는 또 다른 정책 요구와 모순된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해답의 실마리는 소비자물가지수 추이에 있다. 지금 생산자물가가 오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물가는 안정세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1월, 전년도 같은 달 대비 3.4% 증가해 계절적 요인을 제외하면 2003년 한 해 추이와 비슷하거나 느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부분적으로는 물가가 오르지만 경제 전반에 걸쳐 물가 안정 기조가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물가 안정 기조가 흔들리지 않은 상황에서 물가 상승 압력을 해소하기 위해 환율 하락을 용인하거나 유도하는 정책을 쓸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다.
김영춘 | 한국교총 교권옹호국 Q 얼마 전 신규임용된 교사입니다. 임용전에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교대에 입학하여 졸업을 하였는데 현재 호봉에 반영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 경우 동등 정도의 학교 인정에 의해 두 번째 대학에서 수학한 기간을 호봉에 반영하여 호봉 정정을 신청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A호봉의 변경에는 호봉 정정과 호봉 재획정이 있습니다. 차이점은 호봉 정정은 호봉 획정이나 승급의 잘못으로 인해 보수가 과소 지급된 전 기간에 걸쳐 소급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에, 호봉 재획정은 누락 경력 등재, 자격 변동, 승급 제한기간의 산입 등의 사유로 인해 행해지며 과소 지급된 보수는 소급되지 않습니다. 선생님의 경우 초임호봉 획정과 관련하여 동등 정도의 학교 인정(8할)을 위해 인사기록카드에 관련 사실을 기재하고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합니다. 즉, 증빙서류 제출의무가 선생님에게 있었는데도 선생님께서 제출하지 않았었다면 호봉 정정이 아닌 누락 경력 등재로 인한 호봉 재획정이 될 것입니다. 이때 호봉 재획정이 이뤄지므로 과소 지급된 보수의 소급지급은 어렵다고 사료됩니다. 그러나 관할 교육청의 명백한 잘못으로 인해 선생님이 불이익을 당했다면 그 귀책사유가 관할 교육청에 있으므로 호봉 정정을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이때, 과소지급된 보수를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은 호봉정정 발령일로부터 향후 3년(민법163호, 급료의 단기소멸시효) 이내에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됩니다. 인사기록카드 등재와 관련 증빙자료 제출과 관련하여 선생님과 교육청의 주장이 엇갈리는 경우 교육공무원보통고충심사제도를 활용하실 수 있습니다. 교육공무원이 봉급, 수당 등 보수와 관련하여 고충이 있을 경우에는 교육공무원법 제49조에 의거 보통고충심사위원회에 고충심사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신청방법은 별도의 절차가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겉봉에는 ‘고충심사의뢰용’이라고 쓰시고 수신인은 관할 교육청의 교육감으로 하시면 됩니다. 기재 사항으로는 주소, 성명, 생년월일, 소속기관명 및 직급, 청구의 취지 및 이유 등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심사결과에 불만이 있으시면, 중앙고충심사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수신인은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되며, 보통고충심사위원회의 결정서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청구해야 합니다.
이명언 | 공주대 교수 추운 어둠의 계절 겨울은 가고 다시 새 봄이 도래했다. 허나 화사한 처녀의 여심(女心) 같다는 이 봄이 어쩐지 하늘에 낮게 드리운 구름처럼 을씨년스럽고 쌀쌀하기만 하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고나 할까? 그리운 님이 찾아오는 반갑고 넘치는 기쁨 대신 어쩔 수 없는 사시(四時)의 순환이라는 사이클을 타고 그냥 우리에게 회색 빛 하늘처럼 다가온 느낌이다. 오늘도 우리들은 도처에서 싸우고 있다. 싸움이 우리의 삶인 양 서로 네 편, 내 편 갈라서 죽기 살기로 싸우고들 있다. 무슨 미움과 한이 마음속에 그리도 많을까? 조선조의 유생들처럼 ‘나는 희고 너는 검다’는 식의 이분법적 흑백논리로 서로 목청을 높여가며 싸우고 있는 우리들의 자화상…. 정말 우리를 슬프게 하는 모습들이다. 남의 말에는 귀를 막고 그저 나만 옳고 잘 낫다고 우기는 모습에서 무슨 가능성이 나올 수 있을까? 좋게 말하면 ‘독불장군’이요, 솔직하게 말하면 ‘우물안 개구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들 거개가 자신의 이해와 편익만을 위해서 재주껏 팽이처럼 돌아가면서도 우리는 왕왕 ‘남을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 산다’고 치장들을 한다. 그래서 결백성향 말의 유희가 바람처럼 시세를 탄다. 생각하고 책을 읽는 일이 거의 쓸모 없어진 사회, 나를 포함해서 모두가 찰라적 한탕주의와 같은 물신주의에 빠져서 허우적대면서 우리는 정녕 어디로 떠내려가고 있는 걸까? 그 지겹던 ‘보리 고개’가 우리들을 생존의 최저선에서 전율케 했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건만 이제 우리들은 그 처절했던 배고픔의 아픔을 거의 잊은 듯하다. 허나 둘러보면 아직도 우리들 주변에는 끼니를 때우지 못하는 딱한 노인들이나 결식아동들이 적지 않음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반세기가 넘도록 ‘이팝과 고깃국’이라는 신기루에 홀린 듯 살아온 저 북한 주민들보다는 우리가 먹고사는 일은 월등히 잘 하고 있음은 확실하다. 그런데 물질적으로는 많이 좋아졌건만, 우리들의 정신적 가치나 모랄(moral)은 왜 나날이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을까? 슬픈 일이지만 인간이 어디까지 타락을 할 수 있을까를 시험하듯 우리는 ‘좁은 문’대신 저 나락의 ‘넓은 문’을 향해서 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 민족이 생래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일본인들은 그래도 나름대로의 ‘사무라이’ 기질이 있다. 원래 백제의 전사를 뜻하는 ‘싸울아비’가 일본으로 넘어가서 ‘사무라이’라는 검객을 뜻하는 말이 되었건만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책임감은 그들의 무사도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일본인들이 우리보다 50배 이상 책을 읽고 메모를 생활화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PAGE BREAK]내가 미국 유학시, 여름에 머리가 하얀 남녀 노인네들이 대거 조지아주에서 플로리다 주립대로 비행기를 타고 여름학기에 등록하려고 찾아온 일이 있었다. 그때 나도 모르게 “노인네들이 무엇 때문에 이렇게 공부하러 왔느냐?”고 그들에게 물었을 때 그들은 나를 전혀 이해가 안 된다는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체질화된 한국식 사고 방식에 나도 모르게 그런 질문을 했던 것 같다. 평생교육이라고 일평생 책을 읽고 공부하는 미국인들, 천혜의 땅에서 마음껏 공부하고 늘 웃으면서 자기 일을 하면서도 기쁜 마음으로 남을 도우려고 애쓰던 미국인들, 나는 홀로 미국 대륙을 짧은 방학동안 돌아다녔어도 외롭지 않았다. 달리는 그레이하운드 고속버스 속에는 ‘성조기여 영원하라!’는 미국 국가가 사운드 트랙으로 끊임없이 흐르고 있었다. 평소 자유분방하게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면서 살아가다가도 위기가 닥치면 하나같이 일심(一心)으로 단합하는 그들의 ‘화이부동(和而不同;unity in diversity)’ 정신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허나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 국민은 어쩌면 개성과 자아가 강해서 잘 단합하지 못하고 서로 싸우기를 잘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특히 오천년 역사 동안 근 1000회의 외침과 내우외환 속에서 시달려오고 주변 강대국에 둘러 쌓여서 생존 자체가 위협을 받아왔기에 우리의 국민적 에너지는 늘 밖으로 뻗어나가기보다는 내재화(內在化)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같은 국민끼리 서로 싸우고, 가슴속에 숙명처럼 한을 품고 ‘화병’이란 특이한 마음의 병을 앓고 살아온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우리 국민이 개인적으로는 뛰어난 머리와 재능이 있음은, 더구나 한 번 시동이 걸리면 엄청난 저력을 보이는 뛰어난 국민임은 거의 공지(公知)의 사실이 아닌가 한다. 다만 어둡고 추운 겨울도 새 봄이 오면 봄눈처럼 물러가듯이 우리도 가슴속에서 미움과 부정과 한을 버리고, 긍정과 희망의 심상(心狀)으로 새 봄을 맞이해야 되지 않을까 한다. 있는 것이라곤 사람밖에 없는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그저 먹고, 마시고, 뛰지만 말고 성(誠)으로 일하고, 책을 읽고, 생각하는 국민이 되어보자. 가슴속에 시기와 미움이라는 어둠의 마음을 버리고 워즈워드나 버지니아 울프처럼 꿈과 희망이라는 빛을 가슴속에 안고 애써 살아가 보자. 그러다 보면 우리도 진정 잘 살게 되고 선진국으로 다가설 수 있지 않겠는가? 양수리 근처 운길산 꼭대기에 세조대왕이 왕명으로 세웠다는 수종사에서 내려다보았을 때 두 한강물이 서로 한데 몸을 섞는 그 벅찬 감동의 풍광처럼 우리들도 이제 서로 돕고 화합하는 상생의 새 봄을 고대해보자.
김영화 | 서울 영중초 교사 예로부터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라는 말이 있다. 나는 어려서부터 어린아이들을 좋아했고, 또한 나의 가장 큰 꿈이 교사가 되는 일이었기 때문에 내가 교사가 되기 전에는 이런 말이 이해가 정말 되지 않았다. 남을 가르친다는 일은 누가 보아도 좋고 쉬운 일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내가 초등교사의 꿈을 이루고 나서 기쁜 일도 많았지만 마음 아픈 여러 순간들을 경험했었다. 5월이 되면 ‘가정의 달’이라고 해서 행복한 가정, 사랑이 싹트는 가정을 흔히 이야기 하지만 내가 본 아이들 중에는 이러한 행복과는 거리가 먼 학생들이 많았다. 오히려 이런 학생들에게는 해맑게 웃는 아이의 모습과 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부모님의 모습이 이루어 질 수 없는 꿈처럼 느껴질 것이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슬픈 일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초등학생들은 너무도 어려서 부모님께 의존하고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못하는 아이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나 자신을 탓하며 속상해 한 적이 많다. 내가 교육대학교 3학년 때 서울의 어느 초등학교로 실습을 간 적이 있다. 대학시절 4차례의 실습이 있었는데, 그 당시 학교까지의 거리가 너무도 멀어 새벽 5시 30분쯤 일어나 준비를 해야 했던 나에게는 꽤나 스트레스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한 내가 갔던 실습학교는 프로그램이 매우 빡빡하여 동기들이 지원을 꺼려하던 학교였다. 나는 교생으로서 학급 전체의 학생들에게 사랑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시간도 짧고 실습 중에는 매우 바쁜 일정이라 쉽지 않았다. 그래서 첫날 교실에 가면 학급의 학생 중에서 가장 어려워 보이는 학생이나 그 동안 담임교사에게 인정을 받지 못한 아동을 찾아 2주 동안 남다른 관심을 보여주며 사랑을 주려고 노력했다. 이는 사랑을 받는 학생에게도 기쁨이겠지만 나의 사랑을 받고 밝은 표정으로 변화되어 가는 학생을 바라보는 나에게도 큰 보람이 아닐 수 없었다. ‘이번 실습에서는 어떤 아이를 만날까?’하는 기대를 가지고 들어간 교실에서 처음 만난 학생들의 표정에는 기대가 비쳤고, 이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도 설레기 시작했다. 이번 실습에서 만난 나의 사랑을 받을 아이는 바로 ‘영혜’라는 남자아이였다. 영혜는 표정이 밝지 못하고 남들 앞에 나서는 것도 매우 쑥스러워 하는 아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며칠동안 영혜를 지켜보며, 참 너무 예쁜 아이인데 준비물도 제대로 챙겨오지 못하고 숙제 또한 잘 챙기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영혜에게 관심을 보여주었고 이를 아는지 영혜도 나에게 조금은 마음을 여는 것 같았다. 영혜는 내가 교생선생님이라 편해서 그랬는지 가끔은 “선생님, 피아노도 못 쳐”라든지 “선생님이 글씨도 못써”라는 식의 반말을 하곤 해 나를 당황하게 했다. 실습이 끝날 쯤 알게 된 사실인데, 영혜네 가정은 어머니가 얼마 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그 교통사고의 보상 문제로 바쁘게 지내셨고, 영혜와 어린 동생들은 제대로 보살펴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PAGE BREAK]실습이 끝나기 3일전 아침이었다. 나는 영혜에게 “선생님 좀 도와달라”며 음악실에 단둘이 학습자료를 챙기러 간 적이 있다. 평소 아침도 먹지 못하고 오는 영혜가 너무 안쓰러워 집에서 챙겨온 작은 초코파이를 영혜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리곤 다른 아이보다 덩치가 작은 영혜를 무릎에 앉히고 영혜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 때 영혜가 늘 기가 죽어 있는 모습이 안타까워 “영혜는 너무도 씩씩하더라. 영혜 같은 아들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했었다. 교생실습이 끝날 쯤 영혜는 나에게 편지 2통을 주었다. 한 통에는 나에게 했던 이야기를 기억하는지 ‘선생님께 반말을 해서 미안하다’는 말과 ‘나중에 아들을 낳으면 자기처럼 씩씩하게 꼭 키우라’는 부탁(?)의 말들이 들어 있었다. 실습을 마치고 눈물을 흘리며 학교를 떠나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영혜에 대한 걱정과 미안함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차라리 영혜에게 정을 주지 않았으면 하고 후회를 하기도 했다. 더 오랫동안 같이 있어주질 못하면서 정만 들인 것 같아서 너무도 마음이 아팠다. 나중에 실습이 끝난 후 다시 한번 교실을 찾을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그토록 보고싶던 영혜는 교실에 없었다. 영혜 아버지가 아이들을 돌보기 힘들어 큰집에 아이들만 보냈다는 것이었다. 아마 지금쯤 영혜는 씩씩하게 자라서 중학생이 되어 있을 것이다. 사실 요즘도 가정이 어려운 학생을 만나면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너무도 없다는 사실에 속상할 때가 많다. 그런 학생일수록 학습상태가 좋지 못하여 학교에서도 인정을 받지 못하고 가정에서 또한 돌봐 줄 사람이 없다. 그런 학생에게 교사가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올해 교사로서 4년차에 접어든 나는 5학년을 담임하게 되었다. 학기초가 시작되면 학생들의 가정환경을 알아보기 위해 학생들에게 자신의 가족이야기를 적도록 한다. 물론 여기에는 가족의 직업, 나이, 이런 것들이 주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놀아주는 사람은?’, ‘우리가정의 고민거리는?’, ‘밥먹는 시간은?’과 같이 아주 평범한 내용을 적는다. 5학년쯤 되면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과 면담을 통해 가정 환경을 파악하는 것 자체가 학생에게 상처가 될 수 있어서 가급적 이런 내용은 묻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또한 교사가 학생들의 환경을 알려고 해도 학생들이 이미 마음을 닫아버린 경우가 많아 이러한 사실을 알기가 어렵다. 올해는 가정 환경이 어려운 학생이 많아 더욱더 마음이 쓰였다. 우리 반에는 현철이라는 아이가 있다. 현철이는 엄마가 집을 나가 어려서부터 아빠와 할머니에 의해 길러졌다. 다행히 현철이 아버지는 현철이에게 다정다감한 분이신 듯하다. 하지만 현철이에게는 항상 현철이 아버지가 피우시는 지독한 담배 냄새가 배어 있다. 현철이는 유치원 때 엄마가 딱 한번 자기를 보러 왔었다고 한다. 그 때 엄마의 얼굴을 처음 보았고 그 얼굴을 평생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현철이는 자신의 생각을 글로 잘 표현하여 우리 반에서 글을 제일 잘 쓰는 학생이다. 하루 일과중 내가 우리 반 아이들 일기검사를 하는 동안 ‘오늘은 우리 현철이가 무엇을 적어왔을까?’ 하는 기대로 나에게 큰 즐거움을 주고 있다. 준영이는 자폐와 우울증이 겹쳐 4세 수준의 사고력을 가진 아이인데, 교사로서 나에게 여러 가지 고민들을 안겨 주었다. 하지만 준영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학급에 잘 적응하고 있고, 우리 반 학급 친구들은 준영이를 평범한 친구로 대해주는 것을 목표로 삼아 학급 활동에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급식을 먹고 자기가 스스로 치우는 일, 친구들과 청소를 함께 하는 일, 체육시간에 줄을 맞춰 서는 일 등 남들에게는 너무도 평범한 일을 준영이가 잘 해내고 있는 것이다.[PAGE BREAK]우리 반 아이들의 이런 상황은 나에게 무언가 열심히 해야 할 의지를 안겨주었다. 오랜 고민 끝에 교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아이들에게 현재보다는 나은 미래에 대한 꿈을 꾸도록 만들어 주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현재 학급에서 마음 편하게 생활하며 학습 능력이 향상되도록 도와줄 수만 있다면 더욱 좋겠다. 하지만 이런 것은 정말 한계가 있다. 가정에 돌아가면 제자리이고, 또한 1년이 지나 나와 헤어지면 가끔 만나 안부를 묻고 애정을 표현하는 일뿐이니 말이다. 이러한 아이들을 위해 올해에는 유네스코에서 운영하는 CCAP라는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되었다. 학기초라 너무도 바빠 제대로 계획서를 작성하지 못해 포기한 나에게 행운처럼 기회가 찾아 온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 나라에 있는 여러 외국인 자원봉사자가 수업을 해주는 것으로 캐나다인, 영국인, 일본인 등 총 6명의 선생님이 오셔서 더 넓은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게 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외국인 선생님을 만날 생각을 하며 환호성을 지른다. 벌써부터 캐나다에 관한 책들을 읽고 다음에 오실 선생님을 정하는 등 모두 너무도 즐거운 고민에 빠져 살고 있다. 1년이 지나 우리 아이들에 어떤 생각의 변화를 겪을지 기대된다. 이러한 경험들이 쌓여 미래에 대해 긍정적이고, 더 넓은 세상에 대해 알게 되기를 기대한다. 훌륭한 교사는 따로 있지 않다고 본다. 학생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학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때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 학년 동안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또 다른 부모’로 남는 것이다. 사실 학년이 끝나면 내가 옛날 제자들의 부모가 되는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의 새 선생님은 더 좋은 분이시기를 간절히 기대하며 또한 새 담임 선생님께 내가 학부모가 된 것처럼 부탁의 말들도 잊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헤어질 때마다 이런 말들을 해주곤 한다. 아마 부모님 다음으로 너희를 사랑하고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선생님일 거라고.
최홍숙 | 충남 공주 학봉초 교사 20여 년 전, 6학년 담임을 하던 때의 일이다. 학생들을 하교시키기 직전 교무실에서 우리 반 철수를 호출해 갔다. 사전에 아무 연락을 받은 적이 없어 그 애가 왜 불려 갔는지 몰랐다. 철수는 금방 돌아왔다. 책가방을 챙겨 보내려고 하는데 녀석의 가방 속에서 닳고닳아 짤막해진 부엌칼이 교실 바닥으로 뒹굴어 나왔다. 어딘가에 갈고 갈아 자기 손안에 들어올 만하게 만든 것 같았다. 시선이 철수한테 집중된 터라 나와 반 애들 모두 한순간 흠칫 놀랐지만 캐묻지 않았다. 녀석은 흘끗 눈을 치떠 담임인 나의 눈치를 한순간 살피더니, 얼른 가방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 그 날은 아무 말 없이 하교시켰다. 그 때, 내가 다니던 그 학교는 전통(?)적인 좀도둑 조직이 있었다. 중간놀이나 운동회 연습차 운동장에 나가면 돈을 잃어버리는 선생님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래서 아예 핸드백을 갖고 나가거나 교무실에 맡기고 나가곤 했었다. 교실에 잘 둔다는 것은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녀석들은 캐비닛의 자물쇠 장치를 뜯어내고 선생님들의 지갑을 털어 갔다. 모두가 운동장에 나가 있었으니 재학생을 의심하긴 어려웠다. 근처 불량배의 소행이라고 생각하기 쉬웠지만 분명 내부에도 내통하는 자가 있었다. 가정환경이 안정되지 못하거나 부모님이 생업에 종사하느라 바빠 방임상태의 학생들이 불량친구의 꾐에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어수선한 환경 속에 있었던 한 녀석이 철수였다. 교무실에서 전해준 이야기는 여러 명이 남의 집 창문을 타고 넘어가 저금통 훔치기, 목욕탕 엿보기 등의 좀도둑질을 했단다. 저금통은 한두 집이 털린 것이 아니라 꽤 여러 집이 피해를 보았다는 것이다. 경찰관이 조사하러 와서야 모두가 알게 됐지만, 당장 내일 그 녀석을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하였다. 녀석은 비쩍 마르고, 작고, 내성적이고, 말이 없었다. 이튿날 하루 일과는 숨가쁘게 팽팽 돌아갔고 녀석은 흘끔거리며 내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마땅히 계획을 세우지 못한 채 점심시간이 되었다. 그 무렵엔 모두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니던 때였다. 나는 도시락을 녀석의 책상에 갖다 놓고 마주 앉았다. “철수야 선생님하고 점심 같이 먹자.” 녀석은 꼼짝없이 숨을 죽이며 할 수 없이 도시락을 내놓고 같이 먹기 시작했다. 침묵이 싫으니까, 나는 당연히 이것저것 물었다. 어제 일만 빼고…. 식구는 몇이니? 부모님은 뭐하시니? 네가 좋아하는 과목은? 뭘 잘 먹니? 커서 뭐가 될래? 부모님은 시장에서 옷가게를 한단다. 누나가 하나 있는데 중2란다. 도시락은 누나가 싸주었단다. 아마 밤늦게 들어오신 부모님이 도시락까지 챙겨주진 않으셨나 보다. 그래도 반찬이 맛있다며 내 꺼 한번, 녀석 꺼 한번, 번갈아 가며 도시락을 비웠다. 반찬은 짜디짠 무 장아찌였지만 참 맛있다고 해 주었다. 그 때 맛있다고 했을 때, 녀석이 살짝 미소지었다. 그리고 이튿날도 그 이튿날도 나는 장아찌 반찬을 먹으며 녀석과 친해졌다. 좀도둑 사건은 발설하지 않았으므로 반 친구들도 몰랐고, 그 녀석도 나도 그 사건을 모르는 것처럼 되어 버렸다. [PAGE BREAK]그럭저럭 시간이 흘러 그 해 크리스마스날이었다. 우리 집 편지함에 우체국 마크가 찍히지 않은 편지가 꽂혀 있었다. 보니까 녀석이었다. 선생님의 사랑에 고마워하며 나쁜 짓 하지 않고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는 내용이었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그 때 무렵엔 학생들이 담임 선생님 집에 무척이나 놀러 오고 싶어했었다. 그 뒤로 몇 해가 바뀌는 동안 걸어와서 넣어 놓고 간 편지가 들어 있었다. 4∼5년 계속되다가 아주 끊어졌다. 보낸 이의 주소가 없으니 답장을 할 수 도 없고 그렇게 녀석은 내 가슴속에 지금도 남아 있다. 철수야 어디 있니? 떳떳하게 선생님 앞으로 나오렴, 선생님 집까지 왔으면서 왜 들어오지 못하고 도망치는 거니? 너 중·고등학교 다닐 때 몰래 와서 편지 넣어 놓고 갔었지? 그리고 너 군대 갔을 무렵부터는 편지가 없더라. 휴가 올 때 들어오지 그랬어. 작고 말랐던 네가 무지하게 컷을 거야. 지금 애 아빠가 되어 있거나 여자 친구가 있겠구나? 데려와 같이 들어오너라. 네게 딸린 식구들에게 선생님한테 사랑 받고 학창시절을 보냈노라고 자랑하렴. 벨만 누르면 되는걸…. 철수야 네 모습이 정말 보고 싶다. 기다릴게. 나는 그 때 그 철수가 보고 싶어 이렇게 수신인 없는 편지를 허공에 날린다.
박만춘 | 충남 보령 한내초 교사 “성현아, 그렇게 하고 싶어하던 배구를 왜 그만 두었니?” “엄마가 공부 못 한다고 하지 말래요.” 성현이는 중증도 비만이다. 서른 여섯 명 친구들 중 유일한 비만 친구이다. 다행이 키도 커서 비만이 지나치게 부담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 학교 특색은 초등배구여서 담당선생님의 눈에 성현이가 뽑혔다. 성현이는 싱글벙글 좋아하며 방과후에 다른 선배들과 동료들이 함께 모여 배구를 하게 되었다. 공 다루기를 무척 좋아하는 성현이는 형들의 멋진 경기를 눈여겨보고, 즐겁게 따라 하면서 잘 적응해 나갔다. 그 모습이 담임인 내가 보기에도 무척 예뻤다. 그런데 열흘쯤 지난 뒤 돌연 연습을 빠지는 것이 아닌가? 이유인즉슨 엄마가 공부 못 할까봐 하지 말라고 말리기 때문에 하고 싶은 배구를 할 수 없다는 성현이의 처지가 안쓰러웠다. 배구는 성현이의 큰 몸매에 걸맞고 본인도 좋아하건만 운동하는 아이는 공부를 못할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그 뚱뚱한 몸이 교실의 딱딱한 의자에만 붙잡혀 있게 된 것이다. 요즘 운동만이 건강의 지름길이라는 붐이 일어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아침저녁으로 뛰는 운동을 하는 인구가 많아졌다. 꼭 달리기가 아니더라도 배구를 하면 성현이의 비만 관리에도 도움이 되고 동료들과 정도 들어 학교 다니는 즐거움을 하나 더 느낄 수 있을 것이고 거기다 오랜 훈련 끝에 대외 경기에서 우승이라도 하면 성취감에 기쁘기도 하련만 부모님의 뜻에 따라 아이의 욕망이 좌절되어 아쉬움을 금할 수 없었다. 아이는 부모님으로부터 독립된 또 다른 인격체라고 말하면서도 흔히 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강요하여 부담을 주는 경우가 많다. 아이의 소질이나 특성을 바르게 파악하여 그에 합당한 취미를 기르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는 반 편성을 할 때 아이의 특성을 고려하여 문예반, 수학반, 과학반, 미술반, 서예반, 기타반, 만화그리기반, 축구반, 발명반 등으로 분반하기를 권한다. 다소 인기 있는 반에 지원자가 몰리는 경우에는 적절히 두 번째의 취미 반으로 들어가도록 하여 조절하면 된다. 현재 주 1회 정도 특별활동 시간에 취미반을 찾아가는 수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는 시간이 너무 적어 효과가 적다. 선생님의 숨은 재주를 마음껏 활용하기에도 적절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예를 잘 하시는 선생님과 또 서예를 지속적으로 배우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한 반을 이룬다면 학생과 교사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서로 정열을 기울여 배우고 익히며 학습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매일 한 시간씩 시간을 배정하면 실력이 늘고 친구들의 모습을 거울삼아 자기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며 친화감을 조성하게 될 것이다. 담임교사는 정해진 한 시간 외에도 적절히 아침자습 시간이나 방과후의 시간을 이용하기도 수월할 것이다. [PAGE BREAK]어떤 직업이든지 남모르는 고충이 있기 마련이다. 36명 내외의 어린이들이 한 반으로 생활하면 갖가지 태도가 다 나오는데 이때 모두의 태도를 다 좋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 말로 좋게 타이르고 잘 따라주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지만 자아가 형성되어 가는 성장기 어린이는 신체 발달의 겉모습만큼이나 마음의 키도 다양하다. 칭찬을 받을 때도 있고 꾸지람을 받아 마땅할 때도 있다. 어린이와 학부모 입장에서는 자기 아이가 칭찬만 받기를 원하는데 문제가 생긴다. 되도록 칭찬만 받을 정도로 학교생활이 즐거우려면 어린이가 좋아하는 과목을 많이 배우는 취미반 편성이 매우 필요하다. 공통의 정서를 가진 교사와 학생들 간에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바가 더 깊고 융화도 잘 될 것이다.
신천호 | 한의사 (1)면의다찰(面宜多擦) : 얼굴은 많이 문지르는 게 좋다. 두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면 얼굴이 불그스레해지고 윤기가 나며 광택이 있게 된다. (2)발의다소(髮宜多梳) : 머리카락은 많이 빗는 게 좋다. 열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빗어주면 피로를 없애고 머리를 맑게 할 수 있다. (3)목의상운(目宜常運) : 눈은 항상 움직이는 게 좋다. 눈을 감고 눈알을 왼쪽·오른쪽으로 9번씩 돌려준다. 또 눈을 감고 조금 있다가 갑자기 눈을 크게 뜨는 운동을 하면 간(肝)의 기운이 맑아지고 눈이 맑아진다. (4)이의상응(耳宜常凝) : 귀는 늘 뭔가에 집중하고 있는 게 좋다. 두 손으로 귀를 가리고, 머리를 낮추었다가 들었다가를 5∼7번씩 하면 머리가 맑아지고 잡념이 사라져서 머리가 빙빙 도는 듯한 병을 없앨 수 있다. (5)치의상고(齒宜常叩) : 이는 늘 두드려주는 게 좋다. 매일 아침잠에서 깰 때마다 이를 36번 두드려주면 치아가 견고해진다. (6)구의상폐(口宜常閉) : 입은 늘 다물고 있는 게 좋다. 매일 입을 다물고 숨을 고르게 하며 혀로 입천정을 핥고 호흡을 부드럽고도 고르게 하면 인체의 기운이 잘 통하고 진액이 저절로 생긴다. (7)기의장제(氣宜長提) : 기(氣)는 오래 두는 게 좋다. 코로 기를 들이마시는 데 따라 가볍게 항문을 드는 동작을 하여 잠시 멈추었다가 천천히 기를 내쉰다. 이렇게 오래 하면 몸이 건강해지고 병을 막을 수 있다. (8)심의상정(心宜常靜) : 마음은 늘 고요하게 가지는 것이 좋다. 항상 머리를 맑고 고요하게 하며 잡념을 없애야 한다. 이렇게 하면 기(氣)를 조절하고 신(神)을 기를 수 있다. (9)신의상존(神宜常存) : 정신은 늘 잡아두는 게 좋다. 언제나 정신과 의지를 안녕되게 하고 정서는 억눌림 없이 잘 통하게 해야 한다.[PAGE BREAK]또한 지나친 생각을 하지 말고, 번뇌·걱정·원망이 없도록 하며, 항상 낙관적인 정서를 유지함으로써 칠정(七情)으로 인한 병의 발행을 줄일 수 있으며, 몸을 건강하게 할 수 있다. (10)배의장난(背宜長暖) : 등은 오래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등은 신맥(腎脈)이 있는 곳이며, 태양방광(太陽膀胱)이 머무는 곳이다. 사람이 풍한(風寒)을 맞는 것은 대개 등으로부터 시작하므로 따뜻함을 유지하면 감기를 예방할 수 있고, 신(腎)을 튼튼하게 하며, 허리를 강하게 할 수 있다. (11)복의상마(腹宜常摩) : 배는 늘 문질러주는 게 좋다. 식후에 손으로 배를 문지르면 소화를 도와서 배가 팽팽해진 것과 변비를 치료할 수 있다. (12)흉의상호(胸宜常護) : 가슴은 늘 보호하는 게 좋다. 항상 손으로 가슴을 마찰하면 가슴이 넓어지고 기가 가지런해지며 심폐기능을 증강시킬 수 있다. (13)낭의상과(囊宜常 ) : 음낭은 늘 감싸는 게 좋다. 두 손으로 음낭을 감싸고 입을 다문 채 숨을 조절하면 신기(腎氣)가 길러지고 신(腎)이 견고해지며 허리가 강해진다. (14)언어의상간묵(言語宜常簡默) : 언어는 늘 간결하거나 침묵하는 게 좋다. 말이 많으면 기가 소모되고, 간결하거나 묵묵하면 기가 길러진다. 그러므로 말은 많은 게 좋지 않다. (15)피부의상건목(皮膚宜常乾沐) : 피부는 늘 마른 목욕을 하는 게 좋다. 두 손을 비벼서 열이 나면 그걸로 온몸의 피부를 목욕하듯이 비비고 문질러주는 게 좋다. 그러면 온몸의 기혈이 잘 통하고 근육이 펴지며 피가 활성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