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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남기재 | 대구 청구고 교사 사회 각 분야에서 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의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이에 대한 순기능 못지않게 역기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여러 가지 역기능 중에서도 개인 신상에 관한 정보의 유출이나 오·남용은 매우 위험한 것이다. 개인정보 유출 및 오·남용은 당사자에게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도 매우 심각한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 평소 대부분의 웹 사이트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기본적인 정보나 신상정보가 공개됨으로써 심한 정신적인 불안감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경제적 손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개별적인 손해액은 적더라도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개인정보 침해행위가 이루어질 경우 사회 전반적으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는 파급속도가 매우 빠르며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타 종류의 피해와는 차별성을 갖기 때문에 이를 보다 신속·간편하게 구제하는 장치가 시급하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 심각 청소년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한 대표적인 피해자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대표적인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청소년이 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지켜가면서 정보화 시대의 핵심주체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과 교육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의 개인정보 활용에서의 피해(문제) 사례와 해결방안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온라인게임 사이트 피해 사례를 들 수 있다. 온라인 게임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게임 서비스 제공자의 웹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하여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만 14세 미만 아동의 경우는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있어야만 가입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그렇지만 사이트 관리가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어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로 쉽게 회원가입을 할 수 있다. 그 결과 게임에 흥미를 느끼게 된 아동은 자제력을 잃고 게임에 빠지게 된다. 학교 공부 소홀은 물론이고, 많게는 수백만 원의 요금을 부모가 물어내야 하는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 둘째, 청소년들이 주민등록번호 생성기를 이용하여 타인의 주민번호를 도용하여 상대방에게 경제적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다. 특히, 성인대상 온라인 서비스의 경우(음란사이트 회원가입 또는 성인대상 게임 이용을 위한 회원인증)도 많다. 셋째, 게임 및 전자우편 확인시 자동로그인 또는 아이디, 비밀번호 저장기능의 편리성 때문에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넷째, P2P 파일공유 프로그램의 이용에 있어서 개인정보 유출 사례가 있다. 냅스터와 같이 네티즌간에 MP3 등 음악 파일만을 공유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던 P2P 파일공유 프로그램은 최근에는 모든 종류의 파일을 공유할 수 있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P2P 프로그램인 ‘카자(kazza)’는 2003년 기준으로 약 450만 명의 동시 접속자를 기록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P2P 이용자는 계속 증대되어 왔다. P2P 프로그램을 통하여 검색되는 파일 중에는 매우 방대한 양의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는 것도 있어 심각한 개인정보유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섯째, 2003년부터 개인에 관한 일기, 사진, 파일 등을 공개하는 미니 홈페이지에 대한 사용이 급증하고 있고 청소년들도 이러한 사이트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자신의 일기, 디지털사진 파일 등을 무분별하게 공개함에 따라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들의 사생활과 개인정보가 공개되고 있다. 학교·가정·사회가 합심하여 교육해야 이와 같은 피해(문제) 사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학교현장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첫째, 개인정보의 개념과 청소년의 개인정보의 피해사례를 적극 홍보하여 청소년 스스로 개인정보 보호의 필요성에 깊은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둘째, 개인정보의 보호를 위해 현행 법령상 부여된 각종 법적 권리에 대한 교육이 선행되어야 하겠다. 개인정보에 관한 이용자의 권리인 동의권과 동의 철회권, 자신의 개인정보의 내용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열람 및 정정 요구권, 14세 미만의 아동들에게는 법정대리인의 진정한 동의를 구해야 하는 법정대리인의 권리, 이용자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불법적인 행위나 부당한 개인정보 침해로 인하여 경제적·정신적 손해를 입었을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 요구권 등이 그것이다. 셋째, 가정에서 부모님들의 각별한 관심을 통해 청소년 스스로 컴퓨터 게임을 선용할 줄 아는 자제력을 길러 나가도록 지도해야 한다. 아울러, 성인대상 온라인서비스에 대한 건전한 비판의식과 윤리교육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청소년들이 21세기 정보화 사회의 건강하고 당당한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학교·가정·사회 모두가 합심하여 올바른 정보통신교육에 노력해 나가도록 하자. 명실상부한 21세기 정보강국(情報强國) 한국이 되기 위하여 시급히 이뤄져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윤흠재 | 서울 단대부고 교사 역사가 마르크 블로흐는 현재에 의한 과거지배는 안 된다고 하였다. 현재를 지배하기 위하여 과거를 장악하려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오늘날 어떤 국가나 정권 또는 정치가가 현재를 장악하기 위하여 과거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것은 분명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과거 일제에 의한 임나일본부, 대동아공영권 등 역사왜곡이 저질러졌고, 요즘은 중국이 FAX CHINA를 꿈꾸며 추진하는 동북공정(東北工程)으로 고구려사 왜곡이 우리 눈앞에서 보란듯이저질러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요즘, 분단 상황에서 하나로 뭉쳐도 부족한 판에 반쪽인 한반도 남쪽은 남남갈등으로 두동강이 나서 분열과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100년 전과 비슷한 주변 강대국과의 역학관계를 생각한다면 우리의 방향을 분명히 해야 할 시점이다. 한심한 우리의 역사(국사)교육 현실 주변국들이 역사논쟁(전쟁)을 벌이는 이 시점에 우리의 역사교육 현실은 한심하기 그지 없다. 7차 교육과정을 보면 중·고등학교 국사 과목은 사회영역에 포함되어 있고, 국사를 단순히 시대구분만으로 개항 이전(흔히 대원군 집권) 시기, 즉 전 근대사만 국사로서 필수 과목으로 하고, 불행하게도 아주 중요한 개항 이후 근대(현대)사는 한국근·현대사 과목으로 하여 선택 과목으로 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국사와 근·현대사를 한 과목(대폭 줄여 선택과 집중으로 꼭 필요한 내용)으로 합쳐서 필수 과목으로 하든지, 국사, 근·현대사를 각각의 필수 과목(역시 내용을 줄여 정제)으로 하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그리고 고등학교에서 밀려난 세계사 과목을 가르쳐야 한다. 국사가 둘로 나뉘어지면서 중요한 부분은 선택이 되어 버렸는가 하면 세계사는 그야말로 사라지게 될 운명에 처해졌다. 올해 6월 수능모의고사에서 국사를 선택한 학생은 전체 수험생의 26%뿐이었고, 근·현대사는 31%, 세계사는 5%정도만이 선택하는 현실을 고려해 보면 고등학교에서 역사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대학에서도 국사 과목을 필수로 지정해야 한다. 유일하게 서울대만 국사가 필수로 되어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상위권 학생들이 국사를 선택하게 되고 나머지 중·하위권 학생들은 국사를 선택하고 싶어도 국사선택집단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대학에서 표준점수로 성적반영)에 있어 좋은 표준점수를 받지 못할 것이 예상되므로 국사과목 선택을 기피하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고등학교 학생들은 입시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국사 과목을 대학에서 필수로 하도록 교육부는 지도와 설득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중국이 우리의 고구려사를 훔치고 왜곡하는 현실에서도 미래를 책임질 우리 2세들이 중·고등학교에서 어떻게 국사교육을 받고, 어떠한 현실에 처해 있는지를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 국민 여론 절대다수가 국사교육 강화를 원하고 있다. 다만 잘못된 정책을 입안하고 있는 사람이나, 과목 이기주의에 빠져 있는 사람들 때문에 우리에게 닥친 주변 민족과의 역사논쟁(전쟁)과 분단극복 등 민족적 과제가 많은 상황에서 우리의 2세들이 우리 역사를 소홀히 하고 내팽개치고 있는 현실이다. 대학에서의 역사교육은 전공과 관련된 학생들에게만 교육이 이루어지고 그 밖에는 전무한 상태다. 오히려 도구 과목이라고 할 수 있고, 학원에서도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는 영어나 컴퓨터 과목이 필수 과목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와는 판이한 외국의 역사교육 미국의 역사 과목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필수 과목으로 지정되었고 사회 과목의 중심으로 되어 있다. 미국의 사회 과목은 바로 미국사이다. 미국만큼 역사교육을 철저하게 하는 나라가 없고, 미국의 역사교육은 바로 세계전략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을 세계의 한 가운데에 놓고 사고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도 세계사 속에서 프랑스사를 중심으로 가르치고 식민지경영 경험을 바탕으로 이집트, 그리스, 로마, 근대유럽사를 공부하고 있다. 한편 영국, 일본, 중국은 역사 과목이 사회 과목에서 분리되어 독립 과목으로 되어 있는 현실이다. 우리도 하루빨리 「역사」를 사회에서 독립시켜야 한다. 국사교육을 강조한다고 국수주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주변국이 우리 역사를 심하게 왜곡하고 있고, 분단극복이 우리 민족의 지상과제임을 생각할 때 무너진 역사교육을 시급히 바로 세워야 한다. 냉전시대 북한은 고구려를, 남한은 신라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이제는 분단극복을 위해서 남북이 협력하여 주변 민족의 역사왜곡에 공동으로 대처해야 한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잠시 흥분하다가 곧 잊어버리는 태도는 사건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국민의 애정 어린 관심 속에 정부당국은 우리의 국사교육을 바로 세워 국적 있는 교육을 강조하고 국가관, 민족관을 바로 세울 때 바로 애국심이 들불처럼 번질 것이다.
윤종혁 | 한국교육개발원 학교제도연구실장 1. 서 론 2000년 이후 일본은 공교육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차원에서 여러 측면의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 중에 새로운 유형의 초·중등학교를 만드는 기초 작업으로서 공교육을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바로 ‘연구개발학교’를 확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최근 일본 교육에서도 큰 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학생의 학력 신장과 교육의 형평성 문제를 적절하게 조화시킬 수 있는 차원에서 가장 현실적인 개혁 정책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2. 교육과정의 개선·개발과 연구개발학교 역할 일본의 연구개발학교는 문부과학성이 제안하는 학습지도요령의 개선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기존의 연구지정학교 혹은 연구위촉학교와 유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지정학교 혹은 연구위촉학교는 학습지도요령의 범위 안에서 교육과정 및 교육방법을 개선·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문부과학성에서 장려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교육행정기관이 학습지도요령을 개선하기 위하여 특정 학교를 지정 혹은 위탁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방식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연구지정학교 및 연구위촉학교는 학습지도요령의 범위 안에서 이를 개선시키고자 하는 연구활동인 것이다. 그런데 연구개발학교는 학습지도요령의 틀을 탈피하여 실험적·개발적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독자적인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연구개발학교는 학습지도요령의 개선을 포함하는 교육개혁을 유도하고, 이를 선도적으로 시행하는 성격을 포함한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연구개발학교 제도는 교육실천 속에서 제기된 여러 가지 과제와 학교교육에 대한 다양한 요청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교육과정, 지도방법을 국가 기준과 다른 차원에서 재편성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연구개발학교는 1971년 중앙교육심의회 답신 ‘향후 학교교육의 종합적인 확충·정비를 위한 기본적인 시책에 대해’속에서 처음으로 공식 제도화하는 방안을 모색하였다. 당시 답신은 유치원, 소학교 저학년 중심의 4년제 학교, 중·고 일관학교 등 현재도 일부 수용되고 있는 새로운 학교제도의 특례로서 선도적으로 개혁을 추진하는 학교에서 실험적으로 교육과정 등의 연구개발을 실시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에 따라서 1976년 학교교육법 시행규칙 속에 새로운 규정을 설치하여 연구개발학교 제도를 명확하게 하였다. 동 시행규칙은 새로운 규정으로서, “소학교의 교육과정과 관련하여 이를 개선하는 데 필요한 연구를 해야 하거나, 또는 아동의 교육을 위해 적절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문부대신이 별도로 정하는 바에 따라서, 동 시행규칙 제24조 제1항, 제24조의2 또는 제25조의 규정을 따르지 않을 수 있다”(제26조의2)는 항목을 추가하였다. 이 규정에 의해 교육과정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로서 학습지도요령에 따르지 않으면서도 교육과정을 편성·실시할 수 있는 것이 특례로서 인정되었다. 3. 지역에 근거한 연구개발 쟁점 1971년 당시 중앙교육심의회 답신에 따른 최종보고는 연구개발학교에 대해, “연구개발학교를 지역에서 지정할 수 있도록 확충하고, 지역과의 연계·제휴를 도모하면서 새로운 활동을 실시하는것”으로 언급하고 있다. 여러 가지 전후 사정과 최종 보고서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볼 때, 연구개발학교의 핵심 영역은 ‘지역에서 지정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개발학교는 학습지도요령에 구애받지 않고 교육과정을 실험하거나 연구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개혁에 기여하는 것을 본질로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연구개발학교는 교육과정 등에 관계된 정책을 형성하기 위한 데이터를 주로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물론 해당 학교가 연구를 종료한 후에도 지금까지 시행해 온 교육활동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학교로서 존속할 수도 있으며, 자체적인 실험 성과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새로운 교육목표에 따르는 학교로 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정책을 형성하기 위한 연구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는 역할을 이행한 이후의 사항인 것이다. 현재 연구개발학교로 되려면 학교가 응모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일본교육 전문가들은 이런 절차는 형식일 뿐이고 사실상 특정학교를 지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평가한다. 이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가 벌써 연구개발학교의 사명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더구나, 학교 자체적으로 연구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그에 따라 자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때, 연구 성과도 기대할 수 있고 주체적으로 연구를 추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각 학교가 현재 처하고 있는 교육현실과 환경을 보면, 이 속에서 연구 과제를 발견하고 이를 수행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어려운 실정이다. 이상과 같이 연구개발학교의 취지와 제도를 생각해 보면, ‘지역에서 지정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중앙집권화하고 있는 교육개혁 자체를 지방이나 학교의 재량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현재 일본의 학교경영개혁은 ‘학교의 자주성·자율성을 확립’하는 것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이는 참가형 학교경영 방식을 도입하여 학교활동에 지역 사회의 요구와 의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연구개발학교를 ‘지역에서 지정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학교의 자율성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4. 지역 중심 연구개발학교의 과제
박영환 | 부산 다대고 교감 여학생들은 옆자리 ‘짝’을 좀더 친근하게 표현하여 ‘짝지’라고 부르고 있다.(부산 지역에서 특히 그렇게 부르고 있다.) 그들은 ‘짝지’란 말을 입으로 부르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부르고 행동으로 부른다. 그들에게 있어 짝지는 그들의 정서이고 문화이다. 또 좋은 토양이며 거울이다. 그들이 짝지를 따르고 위로하고 보호하는 모습은 보기가 좋다. 때로는 찡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선생님 짝지가 너무 아픕니다.” 짝지가 아플 때, 마음이 아파, 눈시울 붉히며 친구의 입이 된다. ‘짝’이 이름 그대로 옆자리에 앉는 학생이라면, ‘짝지’는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 단짝 짝꿍을 말한다. 어떤 의미에서 ‘친구야’하거나 이름을 부르는 것보다 ‘짝지야’하고 부르는 것이 훨씬 더 정겨우며 티 없이 맑아 보이기도 한다. 여학생들은 누군가에게 의지하려는 일면이 있는가 하면 또 누구를 보살펴 주려는 모성애적 자질이 있다. 이 양면적 품성이 짝지에게 유감 없이 발휘된다. 짝지는 항상 그림자가 되어 어려운 자리를 풀어 준다. 등·하교시에 손을 꼭 쥔다. 선생님 책상 위에 꽃을 꽂을 때도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 주고, 들킬세라 망을 봐 준다. 그리고 꽃을 두고 간 사람이 짝지란 것을 선생님께 넌지시 알려주는 몫도 짝지가 한다. 식당에 가기 싫어도 짝지가 간다면 따라 간다. 친구가 빵을 먹고 나면 껍질이라도 버려 주는 것이 짝지의 임무이다. 화장실 앞에서도 악당이 침범할세라, 문고리 꼭 잡고 가슴을 졸인다. 여학생들은 짝지와 걸어가면 발이 아주 잘 맞는다. 마음이 맞으니 발이 맞을 수밖에. 아름답고 정겨운 풍경이다. 학창시절에 ‘짝’은 매우 중요하다. 인연이란 가까운데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니 짝이 된다는 것은 친해질 확률이 매우 높은 것이다. 그러나 짝이 된다고 모두가 감동적인 선연(善緣)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상하게 호흡이 맞지 않는 경우도 꽤 있다. 어떤 아이는 자기 짝과 하루 내내 말 한마디 건네지 않는다. 며칠이 지나도록 이름도 모를 정도로 냉담하다. 그가 어떤 아이인지, 무엇을 하는지 전혀 관심이 없다. 그 아이의 앉은 자세도 밉고 목소리를 듣는 것도 싫다. 공책 등 학용품 따위가 경계선을 넘기 무섭게 밀어낸다. 숙제를 물어도 건너편 아이에게 묻는다. 점심시간에 식판을 들고 다른 자리로 옮겨간다. 소독을 한다든지 청소를 하느라고 짝지의 의자가 책상 위에 올려져 있어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자기 의자만 내려놓고 책을 들여다본다. 짝지의 의자를 좀 내려주라고 하면 이내 입이 부어오른다. 이런 짝지는 어쩔 수 없이 자리만 같이 하는 그야말로 ‘짝’에 불과할 뿐이다. 이것은 분명히 악연(惡緣)이다. 대부분 우연하게 짝이 되는 수가 많다. 신학기가 되면 담임은 새로운 자리 배정을 한다. 기준을 정한다. ‘선착순은 안 된다. 추첨도 안 된다.’ 더러는 이를 허용하는 담임도 있지만 대부분의 담임들은 비교육적이라고 생각한다. 선착순은 엄청난 과열 경쟁의 단초가 된다. 꼭두새벽부터 잠을 설치며 자리다툼을 하는 것은 볼썽사나운 일이다. 공연히 자리 때문에 시기하고 증오하는 마음이라도 생기면 곤란하다. 추첨도 선착순 이상으로 부작용이 많다. 추첨은 사행성이 짙다. 학교에 다닐 때부터 추첨을 하여 행운을 잡는다는 것은 곤란하다. 그리고 추첨도 불공평하기는 마찬가지다. 기회만 같이 준다고 공평한 것은 아니다. 학교에 가면 정해진 자리가 있어야 한다. 정해진 자리가 없다면 출발부터 부담감을 가진다. 이런 저런 것을 고려하다 보면 담임들은 너무나 보편적이며, 일종의 원시적인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 번호순 배정. 키가 큰 학생은 뒤로 가고 작은 학생은 앞에 앉는다. 그 중에 시력이 나쁘거나 청각 상태가 나쁜 학생들에겐 가청(可聽), 가시권(可視圈)에 배려한다. 그러나 이것 역시 불합리하기는 마찬가지다. 그저 편의에 의한 객관성일 뿐이다. 이렇게 자신의 뜻과 관계 없이 만난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 쉽게 융화되는 것을 보면 무척 기특하다. 그러나 개중에 어떤 짝은 내내 냉냉하게 평행선을 유지하기도 한다. 이는 결국 서로의 마음이다. 마음을 열거나 닫는 데도 알 수 없는 힘이 작용하겠지만 마음은 빨리 열수록 좋은 것이다.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구애를 하거나 두 쪽 모두 자존심 싸움을 하듯이 등을 돌리는 것은 서로에게 조금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마음을 열면 어떤 미운 사람도 없게 마련이다. 열 여덟의 내게 왼손잡이 안향숙이 캔디를 한 상자 건네준다. 갑자기 웬 캔디? 열 여덟의 나, 안향숙을 의아하게 바라본다. 그녀가 내게 미안한 듯이 속삭인다. “너, 계속 나와 짝하자.” 왼손잡이 안향숙은 열 여덟의 나보다 나이가 넷이나 위다. 안향숙보다 그저 한 살 많은 미서와 짝이 되고 싶었던 열 여덟의 나는 대답을 안하고 가만있다. -신경숙 ‘외딴방’- 작품 속의 ‘나’는 지난 해 같은 짝이었던 향숙이가 싫다. 그녀는 왼손잡이기에 글을 쓸 때마다 서로 팔꿈치가 부딪친다. 그러는 그가 천박해 보인다. 그녀보다는 나이도 비슷하고 사려가 깊은 미서가 짝이 되었으면 했다. 그러나 향숙이가 다시 짝이 되고 만다. 처음에는 좀처럼 마음을 열 기분이 아니다. 그러나 그녀가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한다. “미안해서 말야, 너는 이제 익숙해져서 괜찮지만 다른 사람하고 짝하면 또 글씨를 쓸 적마다 부딪쳐야 되구, 구경 당해야 되구 그렇잖니.” ‘나’는 그녀의 울먹이는 모습을 보며 마음을 고쳐먹는다. 마음을 열고 보니 그녀의 좋은 점만 보인다. 진작 그녀에게 따뜻한 정을 주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사람을 사귀기 전에 미리 선입관이나 편견 등으로 문을 걸어 잠그는 것은 금물이다. 위의 ‘나’도 계속 거부감을 가지고 짝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비록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한 걸음 물러서서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짝의 만남은 우연일지 몰라도 사귀는 과정은 우연이 아니다. 노력이 필요하다. 참다운 우정이란 열매는 보물찾기나 복권 추첨처럼 완성품으로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서로가 진실 되게 마음으로 부르고 행동으로 찾으며 좋은 토양과 거울이 될 때 비로소 향기로운 열매로 나타나는 것이다. 나는 오늘도 모든 짝지들이 아름답고 행복한 미소를 나눌 것을 바라며 교문에 들어선다.
김영춘 | 한국교총 교권옹호국 Q. 곧 쌍둥이를 출산할 교원입니다. 이럴 경우, 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육아휴직기간과 그 휴직기간을 호봉과 경력에 있어서 인정받을 수 있는지와 각 자녀에 대한 육아휴직수당의 지급 여부가 궁금합니다. A. 여교원이 쌍둥이를 임신하거나 출산할 경우 교육공무원법 제44조 제1항 제7호에 의거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때 쌍둥이 자녀의 경우, 각각의 자녀에 대하여 육아휴직이 가능합니다(단, 휴직신청 당시 1세 미만의 자녀에 한한다). 즉, 쌍둥이 자녀 중 첫 번째 자녀를 대상으로 육아휴직을 신청한 후, 다른 쌍둥이 자녀가 만 1세가 되기 전에 첫 번째 자녀에 대한 육아휴직 복직원을 제출함과 동시에 다른 자녀에 대한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일반적인 육아휴직과 마찬가지로 각각의 자녀에 대한 1년 이하의 최초 휴직기간은 호봉 승급 및 경력에 100% 산입되며, 각각의 자녀에 대해 최대 1년 동안 월 40만 원(2004년 2월 25일을 기준으로 공무원수당등에관한규정 개정)의 육아휴직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자녀의 범위에는 친생자는 물론 양자도 포함되며, 이혼한 경우에는 양육권을 가진 자녀에 한합니다. 재혼한 경우에는 배우자에게 양육권이 있는 자녀도 포함됩니다. 휴직 신청 당시 1세 미만의 자녀란 휴직신청일 현재 자녀의 연령이 1세 미만인 경우를 의미하며, 휴직기간을 휴직 가능한 기간 범위 내에서 연장할 때에는 1세를 초과하게 되는 경우도 휴직연장이 가능합니다. 참고로 법정휴직기간은 1년이지만 여교원의 경우에 한해 2년 범위 내에서 연장 가능합니다. 휴직기간은 법정휴직기간 내에서 본인의 희망에 따라 기간을 정하여 운영하되, 가급적 학기단위로 휴직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최초 1년의 범위 내에서는 출산 전 임신사유로 휴직을 하고 복직한 후 출산시 출산휴가를 받고, 다시 양육사유로 인한 휴직이 가능합니다. 단, 출산 후에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 그 기간이 1년 이내라 하더라도 1년을 모두 사용한 것으로 간주하고, 복직 후 재휴직은 불가능하며, 총 2년의 범위 내에서 연장만 가능합니다. 휴직기간중 다른 자녀의 임신·출산·양육 등으로 계속 휴직하고자 할 때에는 복직 후 다시 휴직신청을 해야 합니다.
신동호 | 월간 편집장 dongho@donga.com 후각은 분위기와 감정을 좌우한다 흔히 우리는 냄새를 잘 맡는 사람을 ‘개코’라고 부른다. 개는 후각신경 세포의 숫자가 사람보다 훨씬 많아 약 1백만 배나 냄새에 예민하다. 사람의 코는 개뿐 아니라 대부분의 포유류나 파충류의 코보다 못하다. 사람도 동물처럼 기어다닐 때에는 코가 좋았지만 진화과정에서 꼿꼿하게 서서 걷게 되면서 코의 성능이 형편 없게 퇴화됐다. 대신 눈이 발달했기 때문에 우리 뇌에서 후각중추가 차지하는 비율은 뇌 전체의 0.1%밖에 안 된다. 그러나 인간의 후각은 오감 가운데 가장 신비롭고 은밀하다. 시각은 냉철한 감각인 반면 후각은 분위기와 감정을 좌우한다. 사랑할 때도 후각은 결정적인 중매자 역할을 한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은 홍차에 적신 과자의 냄새에 이끌려 어린 시절 고향을 찾아 시간 여행을 떠난다. 그래서 냄새가 분위기와 추억을 이끌어 내는 것을 ‘프루스트 현상’이라고 한다. 실제로 2001년 미국 모넬 화학감각연구센터의 레이첼 헤르츠 박사는 이 현상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연구팀은 사람들에게 사진과 특정 향을 함께 제시한 다음, 나중에는 향만 맡게 했을 때 사진을 볼 때의 느낌을 훨씬 더 잘 기억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므로 어린 시절 뇌에 입력된 마들렌 과자의 냄새 기억은 당시의 다른 여러 기억들과 함께 하나의 사건에 대한 기억으로 연결돼 있었는데, 냄새 기억이 자극되자 이와 연결돼 있는 다른 기억들이 연결되면서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난 것이다. 거꾸로 다른 기억을 자극하면 그와 연결된 냄새 기억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실험결과도 있다. 역(逆) 프루스트 현상인 셈이다. 영국 런던대 제이 고트프리드 교수는 헤르츠 박사팀에게 사진과 특정 향을 함께 보여준 뒤, 나중에 향 없이 사진만 보여줬을 때도 사람들의 뇌에서 냄새를 처리하는 부위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트프리드 박사는 “이번 연구는 하나의 기억으로 연결된 시각, 청각, 후각 정보가 한데 모여 있지 않고 뇌 여러 곳에 흩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므로 뇌에 분산돼 있는 하나의 감각 기억만 자극해도 이와 연결된 전체 기억이 재생되는 것이다. 최근 뇌과학의 중심 연구 주제는 뇌의 각 부위에 흩어져 있는 여러 기억들을 연결시켜 하나의 온전한 기억으로 만드는 주체가 누구인지, 그 메커니즘은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밝혀낸다면 자아의 정체나 사고의 본질을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냄새는 어떻게 분위기를 좌우할까? 비밀은 연상학습에 있다. 예를 들어보자. 수술을 받았던 환자 중 나중에 병원 냄새만 맡아도 불안해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병원의 포르말린 냄새가 수술을 기다리면서 불안 ·초조했던 감정과 함께 학습됐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병원 냄새만 맡아도 조건반사처럼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코의 냄새 신경세포는 뇌의 변연계에 존재하는 편도체와 해마에 연결돼 있다. 편도체는 감정을 만들어 내고 해마는 연상학습을 담당한다. 다른 감각은 이처럼 감정과 연상학습을 담당하는 뇌 부위와 연관되어 있지 않다. 오로지 냄새만이 감정과 추억을 자극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후각 유전자 활성화 정도 달라 세계 각국 어디를 가도 그곳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과 취향이 다르다. 그만큼 냄새에 대한 선호도는 문화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도 후각의 독특한 특징이다. 미국에서는 ‘노루발’풀이 캔디의 민트 향으로 많이 쓰이기 때문에 미국인은 이 향을 매우 좋아한다. 반면 영국인에게는 과거에 이것이 진통제로 쓰였던 경험이 있어 별로 유쾌한 느낌을 주는 향이 아니다. 냄새는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에도 영향을 준다. 좋은 냄새가 나는 환경에 있게 되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고, 역겨운 냄새가 나는 환경에서는 객관적인 판단 능력을 잃게 되며 욕구 불만 상태에 빠지게 된다. 냄새는 무드, 일의 능률, 행동 패턴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것이다. 후각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개인마다 편차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개성만큼이나 취향도 다양하다. 실제로 유럽의 조향사들이 맡을 수 있는 화학물질 냄새를 한국의 조향사는 맡지 못하는 경우가 꽤 있다. 한국인은 황진이가 즐겨 썼다는 사향노루 향 즉 머스크 향을 유난히 좋아한다. 하지만 머스크에 대해서는 ‘취맹’이 있어 향수회사들은 조향사를 채용할 때 매우 까다로운 냄새 테스트를 거친다. 식물의 아로마 향은 서구에서는 대중적이지만 한국에서는 특별한 부류만 좋아한다. 이스라엘 와이즈만 과학연구소 도론 란셋 교수는 2003년 유전학 잡지 에 왜 이처럼 사람마다 후각에 큰 차이가 있는지 규명해 논문으로 발표했다. 사람의 코로 들어온 분자 형태의 냄새와 향은 콧속의 후각 수용체가 감지해 뇌에 전달한다. 후각 수용체를 만드는 유전자는 종류가 1000개나 된다. 각각의 수용체는 제각각 다른 냄새에 대해 반응한다. 따라서 인간은 1만 가지나 되는 냄새를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후각 수용체 유전자 가운데 절반 이상은 사람의 후각이 퇴화하면서 지금은 쓰이지 않고 있다. 인간이 네 발로 기어 다니다가 두 발로 서서 걷게 되면서 후각 유전자의 스위치를 꺼버린 것이다. 란셋 교수는 사용중인 나머지 후각 유전자 가운데 50개 가량은 개인에 따라 활성화 정도가 저마다 달라 똑같은 후각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인체에는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는 유전자 집단이 여럿 있다. 시각 유전자, 생체시계 유전자, 청각 유전자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후각 유전자처럼 개인에 따라 유전자의 활성도에 큰 차이가 나는 유전자 집단은 드물다. 물건에 제각각 다른 바코드가 찍혀 있듯이 사람도 취향의 바코드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란셋 교수는 또한 후각 유전자의 활성화 패턴, 즉 취향이 개인뿐 아니라 민족 집단 간에도 큰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화장품, 향수, 음식, 음료 회사에는 냄새 평가사와 조향사가 있어 이들이 소비자를 대신해 매일 냄새를 판단한다. 란셋 교수는 앞으로 이들 회사는 DNA칩으로 조향사나 냄새 평가사의 후각 유전자를 분석해 채용하고, 개인의 취향에 맞는 ‘맞춤식 상품’을 개발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보고 있다. 냄새는 사랑을 이끌어 내는 묘한 마력이 있다 지나가다 우연히 지나가는 여인의 향수 냄새를 맡았을 때 자신의 연인에 대한 감정이 솟구쳐 오르는 것도 바로 냄새의 강력한 기억 효과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화장품과 향수는 사랑에서 빠질 수 없는 조미료 같은 존재다. 향수나 화장품을 선택할 때 중요한 것은 냄새의 일관성이다. 향수, 로션, 분, 크림 등이 일관성 있는 비슷한 계열의 향을 지니고 있어야 파트너에게 혼란을 주지 않는다. 생물이 만들어 내는 가장 강력한 냄새인 페로몬은 극미량으로도 성 행동을 유발한다. 암나방의 페로몬 몇 그램이면 전세계의 수나방을 모두 끌어들일 수 있을 정도로 페로몬의 힘은 강력하다. 페로몬을 감지하는 콧속의 서골비기관의 신경을 마비시킨 수컷 쥐는 발정 난 젊은 암컷들에게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암컷들의 신호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동물적인 감각이 사람에게도 존재할까? 사람이 페로몬을 분비하는지 또는 이를 감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 여성들이 함께 생활하면 생리 주기가 비슷해지는 등 페로몬의 영향으로 볼 만한 증거들은 꽤 있다. 실제로 페로몬을 사용하면 여성의 성적 행동이 눈에 띄게 증가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 맥코이 교수는 페로몬이 들어간 향수를 사용한 여성의 대부분에게서 키스나 성교의 횟수 등 성적 행동이 3배 이상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를 2002년 에 발표했다. 실험 결과 페로몬 향수를 사용한 여성의 경우 74%가 성적 행동이 증가한 반면 가짜 페로몬을 이용한 여성은 23%에 그쳤다. 한 여성은 페로몬 향수를 사용하기 전에는 1주일에 하루 정도 남성과 키스나 애무를 하던 것이 사용 후에는 무려 6일로 증가했다. 또한 남성의 땀 냄새가 여성의 기분을 편안하게 해 남성과 관계를 맺기 쉽게 한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모넬 화학감각연구센터 조지 프레티 박사는 남성의 겨드랑이에서 나온 땀에서 페르몬으로 추정되는 성분을 추출한 뒤 여성들에게 냄새를 맡게 했다. 여성들은 남성의 땀 냄새를 알아차리지 못했으나 땀 냄새를 6시간 동안 맡은 여성들은 실험을 하기 전보다 기분이 편안해지고 긴장이 많이 풀렸다. 긴장이 풀어진 여성들은 남성과 관계를 맺기가 더 쉬우며 배란을 앞당겨 임신을 더 쉽게 하게 된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떻게 페로몬 신호를 받아들일까? 미국 록펠러 대학 피터 몸베르츠 교수팀은 페로몬 수용체의 유전자를 찾아내 2001년 과학 잡지 에 발표했다. 이 유전자가 실제 사람의 후각 점막에서 발현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페르몬의 정체 연구중 과연 사람의 페로몬은 정체가 무엇일까? 아직 정확히 밝혀진 것은 없는 상태다. 그 동안 많은 연구자들은 사람의 몸을 샅샅이 뒤져 페로몬 후보물질들을 탐색해 왔다. 겨드랑이나 생식기 주변의 땀, 오줌, 질 분비물 등에서 찾아낸 각종 후보물질들만 수십 종에 이른다. 그 결과 이 중 일부는 사람의 생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여자의 겨드랑이에서 얻은 땀을 코밑에 바를 경우 월경 주기가 바뀐다는 연구 결과가 1998년 과학 잡지 에 실려 인간 페로몬의 실체를 과학계도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뿐만 아니라 정자도 냄새를 맡고 난자가 있는 곳을 향해 돌진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독일 루르 대학 마르크 스퍼 교수팀은 정자도 냄새 수용체를 갖고 있어 이 ‘화학 센서’의 도움으로 유인물질을 향해 헤엄쳐 간다고 미국의 과학 잡지 에 2003년 발표했다. 시험관에 인공적인 유인물질을 주자 정자들은 이 물질이 많이 있는 방향으로 마치 벌이 꽃을 향해 날아가듯 일제히 헤엄쳐 갔다. 이 유인물질이 정자의 냄새 수용체와 결합하게 되면 정자는 칼슘이온을 외부에서 더 많이 받아들여 왕성하게 섬모 운동을 하게 된다. 정자에서 발견된 냄새 수용체는 코의 감각세포에 있는 수용체와 비슷해 이것이 페로몬의 신비를 푸는 하나의 단서가 될 지도 모른다.
곽해선 | 경제교육연구소 소장(www.haeseon.net) 매달 해외로 1조 원 빠져나가 올 들어 7월까지 내국인이 해외관광과 유학, 연수 등에 쓴 돈이 월평균 1조 원이 넘었다. 그런가 하면 일부 내국인은 거액을 해외로 빼내 미국 로스앤젤레스나 중국 칭다오 등지에서 부동산을 사재고 있다. 간접투자시장에서는 해외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 상품이 고수익을 좇는 국내 부동자금을 끌어들이기에 열심이다. 소비와 투자에 걸쳐 해외 씀씀이가 골고루 커지자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해외 소비를 이젠 좀 자제해야 한다거나 정부가 나서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신문 사설도 나온다. 이런 류의 우려 가운데서도 얼른 듣기에 내용이 심각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 바로 ‘자본탈출 위기론’. 가뜩이나 내수가 침체한 마당에 국내에서 쓰여야 할 돈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가니 이대로 가다가는 ‘자본탈출’ 위기가 빚어질지도 모른다는 주장이다. 자본탈출 위기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그리고 지금과 같은 자본유출 기세가 자본탈출 위기를 걱정할 만한 정도인지 가늠해보자. 자본탈출, 아직은 아니다 자본탈출(capital flight)이란 어느 나라 경제에 끼여 돌아가던 국내외 자본이 어느 순간 다가온 손실 위험을 감지하고 단기간에 국외로 이동하는 것. 국내에서 각종 사업과 투자에 쓰이던 거액 자금이 말 그대로 갑자기 해외로 탈출하는 사태다. 보통 자본탈출은 특정국 경제에 쌓여 있던 국내외 자본이 전쟁이나 정권교체 같은 정치사회적 위험이나 해당국 통화가치의 급락,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 같은 경제적 위험을 피하기 위해 단기간에 국외로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유출되는 자본은 다소 수익성을 희생하더라도 안정성을 제일로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1980년대 초 중남미 각국에서는 자본이 대거 미국 등 선진권으로 이탈하는 바람에 경제위기가 가속됐다. 러시아 경제도 2000년대 초 자본탈출을 겪었다. 우리나라도 지난 1997년 말 외환위기 때 자본탈출을 직접 겪었던 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자본탈출이 나라 경제에 파괴적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비교적 익숙하다. 지금 그런 위기가 다시 오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고 말한다면 사태를 과장하는 것이다. 자본유출 규모가 커진다는 것만 갖고 자본탈출을 논하기는 이르다. 어느 나라에서의 자본유출이 자본탈출이라고 부를 정도가 되려면 그 나라의 국제수지 가운데 자본수지, 자본수지 중에서도 투자수지 부문에서 자금의 유출이 유입에 비해 큰 폭으로 급하게 일어나야 한다. 지금 그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면 우리나라는 자본탈출 위기를 만난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위기를 만난 것이 아니다. 이런 평가를 제대로 하려면 그 전에 국제수지에 대한 이해부터 필요하다. 자본수지, 투자수지란 무엇인가 자본수지니 투자수지니 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우선 ‘수지’ 개념부터 밝혀두자. ‘수지(收支, balance)’란 수입과 지출을 종합한 것이다. 그러니까 수지란 하나의 금전출입계산표라고 생각하면 된다. 흔히 가계나 기업이 장부에 수입과 지출을 적어 한 달 혹은 한 해 사이 돈이 얼마나 들고 났는지 따져보듯, 국가도 국민경제에 돈이 얼마나 들고 났는지 알려면 수지를 집계해봐야 한다. 국민경제의 수지란 그 나라가 다른 나라들과 경제적 교류 혹은 거래를 하면서 발생하는 수지다. 이렇게 하나의 국가가 외국을 상대로 상거래를 벌여 얻는 수입과 지출 곧 국제거래에 따른 수지는 국제수지라고 부른다. 대외거래수지 혹은 국제거래수지(international balance of payments)라고도 한다. 전에는 종합수지 혹은 전체 국제수지라고 불렀다. 우리나라의 국제수지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집계한다. 한국은행이 한 해 동안의 대외거래를 집계한 결과 국제수지가 흑자로 나오면 우리 국민경제가 국제거래로 돈을 벌었다는 뜻이다. 국제수지가 적자면 반대로 돈을 잃었다는 뜻이다. 가계나 기업의 장부가 여러 가지 세부 항목에 걸친 수입, 지출로 이루어지는 것처럼 국제수지도 여러 가지 세부 항목으로 구성된다. 자본수지니 투자수지니 하는 것들은 모두 국제수지를 구성하는 세부 항목들이다. 국제수지를 세분하면 크게 경상수지(經常收支 current accounts)와 자본수지(資本收支 capital accounts), 두 토막으로 나뉜다. 경상수지란 어느 나라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외국과 매매한 결과다. 상품수지, 서비스 수지, 소득수지, 경상이전수지 등 크게 네 개의 더 작은 부문 수지로 이루어진다. 상품수지는 외국에 상품을 수출해 번 돈에서 상품 수입 대금을 뺀 결과다. 전에는 ‘무역수지’라고 불렀다. 98년 1월 한국은행이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을 따라 국제수지 편제를 바꾸면서 상품수지가 공식 명칭이 됐지만 아직도 흔히 무역수지라고 부르곤 한다. 상품수지에서는 서비스의 거래 실적은 제외한다. 서비스 수지를 따로 집계하기 때문이다. 서비스 수지는 외국과 서비스를 거래한 결과로 운수와 여행 서비스 수지 등을 합계한 것이다. 운수 서비스 수지는 한국 국적 비행기·배 등이 상품이나 여객을 실어나르고 해외 업자에게서 받은 운임을 모두 더하고, 한국 국적 여행객·화물이 외국 비행기·배 등을 이용한 대가로 외국업자에게 지불한 운임을 뺀 것이다. 여행 서비스 수지는 외국인 관광객이 우리나라로 여행 와서 쓴 외화액을 더하고, 한국인 관광객이 외국으로 여행 가서 쓴 외화를 뺀 것이다. 통신·보험 서비스, 특허권, 기술 로열티 등 각종 서비스 사용료, 경영컨설팅 서비스 등 사업 서비스, 정부 서비스 부문의 수지도 모두 서비스 수지에 넣는다. 소득수지에는 국내에 본사를 둔 기업 등이 해외투자를 해서 얻은 이자를 더하고, 외국에 빚을 져 지불한 이자액을 뺀다. 해외에서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가 국내로 송금한 금액은 더하고, 외국인 근로자가 우리나라에 와서 일해 번 돈을 자국으로 보낸 금액은 뺀다. 급여나 투자소득의 수지도 계산에 넣는다. 국제수지 편제가 바뀌기 전에는 서비스 수지와 소득수지를 합해 무역외수지라고 불렀다. 경상이전수지란 상거래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국제송금의 수지다. 외국인이 국내로 송금한 금액을 더하고, 우리나라 국민이 외국인에게 보내준 금액을 뺀 것이다. 민간인·종교단체 등의 송금이나 기부금, 정부간 무상원조 등의 수지가 포함된다. 전에는 이전(移轉) 수지라고 불렀다. 자본수지는 자본거래로 생기는 수지다. 자본거래란 국내에 본점을 둔 기업 혹은 금융기관이 다른 나라 기업·금융기관과 서로 자금을 융통하는 거래다. 자본수지는 투자 목적의 자본거래 결과인 투자수지, 그리고 해외이주 등에 따른 자금거래로 발생하는 기타자본수지로 이루어진다. 경상수지는 흑자 행진중 이제 국제수지 개념을 대략 파악했으니 최근 국내에서 해외로 빠져나가는 돈이 국제수지 가운데 어떤 부분에 해당하는지 짚어볼 수 있다. 올 들어 7월까지 내국인이 해외관광과 유학, 연수에 쓴 돈이 월평균 1조 원이 넘는다고 했다. 내국인이 쓴 해외여행, 유학, 연수비용은 모두 합해져 여행수지 부문의 대외지급액이 된다. 여행수지는 운수 서비스 수지 등 다른 서비스 부문 수지와 합해져 서비스 수지를 구성한다. 여행수지의 대외지급액은 올 들어 7월까지 누계 65억2071만 달러였다.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 약 9억 달러가 늘었다. 연말까지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연간 여행수지 대외지급액은 100억 달러를 훌쩍 넘을 전망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만 갖고 돈이 너무 많이 해외로 빠져나간다던가 국민들이 국내에서 써야 할 돈을 해외에서 너무 쓴다고 지적하기는 이르다. 여행수지는 서비스 수지의 일부이고, 서비스 수지는 상품수지, 소득수지, 경상이전수지 등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여러 부문 수지의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행수지가 적자를 크게 내면 서비스 수지도 적자를 내기 쉽다. 그리고 서비스 수지가 적자를 내면 아무래도 서비스 수지와 상품수지 등을 합산하는 경상수지 역시 나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럼 실제는 어떨까. 최근 한국은행이 집계한 국제수지 동향을 보자. 올해 들어 7월까지 대외지급액 누계가 65억 달러에 이른 여행수지를 포함한 서비스 수지의 누적 적자가 41억6천만 달러, 상품수지 누적 흑자가 231억 달러이고, 서비스 수지와 상품수지 소득수지 경상이전수지를 모두 합한 경상수지는 164억 달러 정도 누적 흑자를 나타내고 있다. 경상수지는 7월에도 32억 달러 흑자를 보여 15개월 연속 흑자 행진중이다. 여행수지 대외지급액이 서비스 수지 적자를 유발하고, 서비스 수지 적자가 상품수지와 경상수지의 흑자를 갉아먹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우리나라 국제수지가 여행수지 적자 때문에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흔들릴 정도로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서비스수지 적자폭은 올해 6월과 7월 사이, 작년 1~7월과 올해 1월~7월 사이 다소 줄었다. 더구나 경상수지가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한 여행수지와 서비스 수지의 적자는 어떤 의미에서는 불가피한 면이 있다. 지금처럼 글로벌 경제 시대에 상품이든 서비스든 흑자만 내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최근 자본수지 적자로 돌아 그렇다면 자본유출을 걱정할 만한 구석은 어디인가. 바로 자본수지다. 앞서도 말했듯이 어느 나라에서의 자본유출이 자본탈출이라고 부를 정도가 되려면 그 나라 국제수지 가운데 자본수지, 자본수지 중에서도 투자수지의 자금 유출이 유입에 비해 큰 폭으로 급하게 일어나야 한다. 투자를 목적으로 한 자본이 국내 경제사회적 리스크와 거시경제 건전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가장 빨리 움직이는 속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자본수지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2001년(33억9000만 달러 적자)을 제하면 줄곧 흑자였다.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가 늘고 직접투자도 활발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지난 5월부터 심상치 않은 흐름을 나타냈다. 5월에 16억5270만 달러 적자, 6월에 22억1580만 달러 적자, 7월에 11억8천만 달러 적자를 각각 기록한 것이다. 작년 초부터 7월까지는 42억 달러 정도 누적 흑자를 냈는데 올 들어 7월까지는 17억 달러 이상 누적 적자를 보이고 있다. 최근의 자본수지 적자 행진에는 내국인의 해외투자 증가가 한몫 한다. 내국인의 해외투자액은 2000년 73억 달러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104억 달러로 급증했고 올 상반기에만 171억 달러 수준에 달했다. 이처럼 투자 활동에 관련된 자금의 유출이 전보다 큰 폭으로 늘어나고는 있지만 선진 각국과 비교해보면 결코 크지 않다. 경제규모(GDP)에 비춘 내국인의 해외투자액 비중은 지난해 1.7%로, 프랑스나 영국, 독일 등 선진 각국에 크게 못 미친다. 더욱이 최근의 자금유출은 ‘탈출하는’ 자본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수익성을 희생하더라도 안정성을 찾으려 하는 급박한 동기보다는 더 높은 수익을 좇아 나서는 성격이 더 두드러져보인다. 무엇보다 해외투자자금의 국내로의 유입 역시 비슷하게 늘어나고 있어서 최근의 자금유출을 대규모의 일방적 자본탈출로 평가할 수는 없다. 경상수지 흑자 범위 내 자본수지 적자는 환율 관리에 편리 정부도 최근의 자본유출 문제를 그리 심각하게 보지 않는다. 경상수지에서 흑자가 나는 한 적절한 규모의 자본수지 적자는 환율 관리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커지면 국내에 달러가 늘면서 원화가치 상승 압력을 받게 되는데, 원화가치가 오르면 수출에 어려움이 생긴다. 수출과 경상수지 확대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원화가치 상승 압력을 피하기 위해 정부는 외평채 발행이나 한국은행 차입자금으로 달러를 사들이는 방법을 쓰는데 이렇게 하면 외평채 발행의 경우 조달금리보다 운용금리가 낮아 외평기금에 손실을 가져오는 부작용이 따른다. 한은 차입방식도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별도의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 회수해야 하기 때문에 이자지급 부담이 생겨난다.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는 데 따르는 비용을 줄이는 유력한 방안의 하나가 적정 규모의 자본수지 적자를 용인해 국제수지 밸런스를 조절하면서 원화가치 상승 압력을 줄이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개방경제를 운영하는 국가에서 경상수지 흑자와 자본수지 적자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다. 중장기적으로는 외환보유고가 충분하고, 투자환경이 개선되며, 거시경제적 안정성이 유지되는 한 해외로의 자본유출, 자산이전을 백안시할 일은 아니며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지금 당장 자본탈출 위기가 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내수가 위축되고 국내 자산시장이 침체한 가운데 산업 경쟁력이 후발국의 도전을 받고 우리 경제의 미래가 의심받는 상태에서는 마음을 놓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자금유출이 계속된다면 자본수지 적자구조가 굳어지면서 자본탈출 위기가 빚어질 수 있다. 최근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로 국내 금리와 국제금리간의 디커플링(De-coupling, 국내 금리는 낮아지고 해외 금리는 높아지는 쪽으로 방향이 엇갈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것도 불리하다. 국내외 금리차가 커질수록 자본유출이 많아져 자본수지를 나쁘게 만들기 때문이다.
김옥주 | 경북 구미여중 교사 참으로 오랜만에 하는 서울 나들이다. 몇 녀석들에게 문자를 날렸다. “나 보고 싶은 사람 서울역에 모여” 고속열차(KTX) 환승을 위해 구미에서 차지한 자리를 내놓고 대전역에 내렸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전화가 왔다. “선생님, 저 춘옥이에요.” 춘옥아! 그 날은 끔찍하게 더운 어느 여름날이었다.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플랫폼의 열기보다도 더 뜨거운 너의 목소리가 귓전을 울렸다. 20여 년을 못 본 그리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었지. “선생님! 너무도 뵙고 싶었어요.” 울음이 묻어나는 목소리를 들으며 너의 마음깊이를 헤아렸다. 내가 대전역에 잠깐 머문다는 것을 진작 알았더라면 대전역으로 달려 나왔을 기세였거든. 너의 안타까운 발자국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처럼 느껴지더구나. “그래, 내려오는 길에 내 너를 보러 가마. ” 춘옥아, 내가 조금의 주저도 없이 그 자리에서 신탄진행을 약속할 만큼 그리도 네 목소리가 절절했었다.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되어 있는 너였다. 그맘때 어머니의 하루해가 얼마나 짧은 줄 익히 아는 나다. 며칠 후 신탄진역에서 나는 눈물 글썽이는 너를 직접 만났지. 우리들 얘기 속에는 옛날과 지금이 끝없이 이어지고 엉키고 풀리며 시간은 잘도 흘렀다. “선생님, 제 거는 장롱 면허증이에요. 제가 운전이 자유로우면 우리 어머님 모시고 좋은 곳을 얼마나 많이 다닐텐데요.” 춘옥아, 네 얘기에는 비 온 뒤 맑은 물 머금은 풀잎 빛깔을 띠고 종종 어르신이 등장하더구나. 그 호숫가의 그림 같은 음식점에서 산들거리는 바람을 맞으면서도 시어머님을 떠올렸고, 맛난 음식을 먹으면서도 어머님을 모시고 와서 같이 드시게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더랬다. 어여쁜 들꽃을 보며 우리 어머니가 꽃을 무척 좋아하신다는 얘기를 들려 주었고, 선생님 뵈러 가는데 혹여 늦을까봐 걱정하셨다고 호호거렸다. 춘옥아, 그 시절 네 또래아이들은 어른처럼 담배 농사 걱정하고, 모내기 철이면 시험 기간이라도 농사일 거드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었지. 세월은 그 마음 그대로 너를 감싸안았고 네 마음밭에 고우신 어르신의 마음이 무르녹았던 게지. 네 마음 그대로 보듬어 주시고 정성 쏟게 한 그 어르신이 보고 싶어졌다. 네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도 직접 보고싶고 해서 집으로 갔을 때 어르신 하시는 말씀, “난 청주로 도망가려 했거든요. 아, 글쎄, 에미가 ‘선생님이 가정방문을 하면 학부모가 극진히 선생님을 맞이해야 한다’고 해서 꼼짝 못하고 기다리고 있었지요.” 뭐 맛있는 걸 해드려야 한다며 고부간에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다가 깻잎에 찹쌀풀을 묻혀 베란다 볕에 말리는 모습을 보며 가슴 뭉클함을 느꼈다. 어르신께서는 볕이 따끈하지 않아 제대로 마르지 않았다고 아쉬워하시며 며느리인 너와 함께 세 살 박이 어린애까지 딸린 채 결국 5일장을 봐 오셨지. 춘옥아, 어르신은 그런 분이시더구나. 어디 멀리 외출하셨다가도 아프면 제일 먼저 네 얼굴부터 떠오른다고 하시던 어르신. 당신 며느리가 이뻐서 며느리 친구까지도 소중해 하고, 중학교 3학년 시절 담임 선생님의 때늦은 가정방문에 가슴 두근거리며 청국장 끓이시고 깻잎 부각 만드시는 그런 분이셨다. 그 어르신 병환이 중하심에도 곱고 온화한 얼굴에는 온통 정겨움과 평화가 가득하셨다. 정훈이 에미 덕분이라고, 모두 네 덕분이라는 말씀을 되풀이하시는 어르신을 뵈면서 봄 산의 진달래를 보는 듯, 가을 들녘의 황금벌판을 보는 듯 곱고 넉넉하여 세상살이의 고단함조차도 저만치 접어둘 수 있었다. 춘옥아, 어머니 모시고 예쁜 마음 나누며 사는 네 모습이 너무도 곱다. 네 얼굴에 끊이지 않고 피어나는 웃음꽃의 뿌리는 모두 어르신의 소망인 듯하구나. 네 살가운 목소리며 투명하고 높은 웃음소리에 너의 알뜰한 정성과 어르신의 깊은 사랑이 피어올랐다. “시골에서 애들 외할머니가 종종 전화를 하셔요. 애들 잘 데리고 살아달라고. 내가 애들 데리고 사나요, 애들이 나를 데리고 살지. 쟤가 반찬은 잘 하는데 밥을 잘 못해요. 오늘도 죽밥이나 안 하나 몰라요.” 스스럼 없이 며느리 흉을 보시는 어르신을 보며 왜그리 콧등이 찡했는지 모른다. 사람 사는 맛이란 그런 것이겠지. 잘 차려 놓은 세간이나 주렁주렁 걸친 명품 치장엔들 그런 귀한 맛이 배어 있으랴. 언제 양보하고 언제 고집 피울지를 아는 두 사람의 슬기로움이 온 집안을 빛나고 기름지게 만들고 있었다. 어르신도 너도 다가가고 물러서는 때를 잘 헤아리는 덕분에 제 자리의 귀한 맛을 소담스레 누리고 있었다. 춘옥아, 손수 기른 귀한 상황버섯을 보낸 선배의 사랑이 괜한 것이었겠느냐. 매실의 알짜배기만 모아 만든 달콤한 물이 어디 매실 제것만이었겠느냐. 중한 병환중이신 어르신의 얼굴에 한 점 그늘 없이 잔잔한 행복이 끊이지 않음은 진정 네 마음 속에 샘솟듯 흐르는 사랑의 힘이리라. 춘옥아. 그냥 가만히 있을 네가 아닌 줄은 알고 있었다만, 너의 메일이 잇달았구나. 선생님 좋아하시는 송편도 못 드렸다고, 시골 아낙네가 손수 만든 찐빵도 못 내놓았다고, 선생님과 친구 만나러 서울 가는 날 어머니가 주신 하얀 봉투 자랑도 미처 못했다고……. 이 녀석 울보야, 또 눈시울이 뜨거워졌겠구나. 춘옥아, 어르신께 꼭 전해다오. 어르신 손부 보시는 날, 춘옥이 네가 어르신처럼 며느리를 볼 때, 내 그 날 어르신께 인사를 드릴 수 있도록 건강하게 오래오래 꼭 네 곁에 계셔 달라고. 그때까지 깻잎 부각의 사각거림을 기억할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