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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강수경 | 울산 약수초 교사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2월 17일 공교육 정상화를 통한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발표했다. 그에 의거해 각 시·도 교육청 홈페이지를 클릭 할 때마다 사교육비 경감대책에 관한 각종 배너들이 튀어나오고 있다. 공교육을 신뢰하지 못해 이미 바깥으로 눈을 돌린 교육수요자들을 한순간에 끌어들이기에는 교육 이벤트적인 그 무엇인가가 절실한 시점이다. 교육수요자들은 매우 약다. 학원의 적극적인 홍보전략, 학생과 선생의 일대일 지도 방법, 대부분의 초등학교에서 없어진 일제식 평가 방법을 통해 속 시원하게 해주는 학생 학력 수준 제시, 차량에 태우면 모든 것이 안심되는 이동성 등 공교육이 따라잡지 못하는 그 무엇인가에 홀려 수강료를 야금야금 올려도 개의치 않는다. 성적이 저하되거나 수업분위기를 방해한다고 체벌을 해도 학교에서처럼 시퍼런 날을 들이대지도 않고, 교육청이나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비난의 글로 도배하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히 사교육비로 인해 학부모들은 적지 않은 부담을 갖고 있다. 엄청난 사교육비를 지출하면서도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길처럼 계속 그 길로 가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사교육비 경감 대책! 모쪼록 현실성 있게 실시되어 공교육의 위상을 되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7차 교육과정이 도입되면서 창의성과 자기주도적 학습력을 길러야 한다는 이유로 교실은 학습지가 난무하고, 미처 교실에서 갖추지 못한 학습준비물로 아이들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그렇다고 교실수업개선으로 아이들의 학력이 눈에 띄게 향상을 보인 것도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특기 계발로 각종 특기적성교육비가 우리 가계를 더욱 위협하고 있다. 아이들은 몇 개씩 되는 학원에 다니느라 학교에 오면 청소시간조차 거부하고 있다. ‘2. 17 사교육비 경감대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교실의 사정을 적나라하게 알 필요가 있다. 지금 교단에서 교사가 아이들과 할 수 있는 놀이는 사랑과 정성의 게임뿐이다. 그러나 사랑과 정성도 아이들과 교사의 마음을 연 후에야 가능한 일이다. 학부모는 감시의 눈길로 행여 ‘내 아이가 피해를 보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 근래에 와서는 협동을 요하는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한 아이가 건물을 지으면, 한 아이가 나무를 심고, 한 아이는 울타리를 만들고 하는 식의 만들기 풍경은 금방 와해되어 버린다. 모두가 근사한 건물만 짓는 큰 중심 역할만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모두 고자질쟁이가 되어 간다. 칭찬의 말은 인색하고 친구의 잘못을 지적하는 말이 많다. 인성교육을 아무리 강조해도 차창 밖으로 태연하게 담배꽁초를 버리는 어른들 때문에, 빨간 신호등인데도 유유히 길을 건너는 어른들 때문에, 학교 부근까지 밀려들어오는 모텔 때문에 오늘의 선생님들은 얼굴을 바로 들 수 없다.[PAGE BREAK]최근에 발표된 체벌 규정은 교사의 입과 손을 꽁꽁 묶고 있다. 한 아이가 잘못을 하면 다른 아이들이 안 보이는 곳으로 데리고 가서 훈계를 해야 하고, 책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고 해서 함부로 벌을 줄 수도 없다. 우리 아이들은 어린 시절 엄마가 편들어 준다고 언니를 애먹이던 그런 모습으로 교실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래서 교사들의 마음도 냉담해지려 한다. 맹목적으로 사랑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쉬운 길, 외면의 길로 가려는 것이다. 모두가 허울 좋은 사랑이고 정성이다. 오늘의 선생님이 당당하게 설 자리를 누군가가 가로막고 있는 느낌이다. ‘오늘도 무사히!’ 이제 운전석에 보던 문구가 아니라 오늘도 아이들이 내 능력보다 넘치지 않기를, 학교의 울타리 안에서 아무런 사고 없이 돌아갈 수 있기를, 돌아간 후에 인터넷 위에서 내 이름이 거론되지 않기를 기도한다. 갖가지 좋은 정책들이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은 학교가 행복해지는 공간으로, 선생님은 즐거움을 주는 사람이 되는 길을 찾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교사가 공허한 꿈만 꾸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초임교사 시절에 지녔던 열정을 가지고 교육의 중심에 서서 헌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학부모는 학교와 교사를 불신의 눈길로 바라볼 게 아니라 동시대의 어려움과 아픔을 같이 나누며 귀중한 자식을 함께 품고 길러 가는 동반자여야 한다. 교사는 제도가 그대를 속이고 우습게 할지라도 소신을 가져야 한다. 어차피 우리의 교육은 교사들의 노력으로 일구어지는 것이다. 잘못된 길로 접어드는 제자가 있으면 따끔하게 지적하여 바로잡아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교육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피교육자는 일회적인 실험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세상은 한번 살아볼 만한 곳이고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라는 생각을 가진다면 교단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며, 훌륭한 스승은 전설이 아니라 우리의 이웃이 되어 있을 것이다.
윤종혁 | 한국교육개발원 학교제도실장 1. 교원의 적격성 확보와 전문성 확보 위한 제도 가. 교원 채용 및 근무평정 제도 일본의 국·공립학교 교원은 임명권자인 도·도·부·현(都·道·府·縣)·지정도시 교육위원회가 교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지식·기능을 판단하기 위한 학력시험, 그리고 인물을 판단하기 위한 면접시험 등을 중심으로 하는 선발전형을 실시하여 교원으로서 적격성이 있는 자를 교원의 직에 임명하고 있다(교육공무원특례법 제13조). 최근에는 채용 단계에서 교원에 적합한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하여 인물평가 중심의 방향으로 채용 선발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2001년 12월에는 국민의 입장에서 공무원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것을 통해서 행정체제 자체를 개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공무원제도개혁대강(大剛)’을 각의 결정 방식으로 채택하였다. 이 대강은 새로운 공무원 제도로서 능력등급제도의 도입, 능력·직업·업적을 반영한 신급여제도의 확립, 현행 근무평정제도를 대신하여 ‘능력평가’와 ‘업적평가’를 종합한 공정성 중심의 새로운 평가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나. 현직 교원의 적격성 확보 위한 제도 현직 교원의 적격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로서 조건부 채용, 징계, 분한, 타 직종으로서의 전직 등이 있다. 조건부 채용제도는 일반직 공무원 채용을 할 때 6개월간 해당 직에서 조건부 근무를 하고, 그 직무를 양호한 성적으로 수행했을 때 비로소 정식 채용으로 하는 것이다(국가공무원법 제59조, 지방공무원법 제22조). 교원에 대해서는 교육공무원특례법에 따라 조건부 채용 기간을 1년으로 정하고 있다(동 법 제13조의 2). 한편 타 직종으로의 전직은 분한 면직까지의 수준은 아니지만, 아동·학생에 대한 지도가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지방재정 부담 교직원에 대해 연수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는 것이다. 동시에 전직은 아동·학생 지도를 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 시·정·촌(市·町·村)립 학교 교원을 면직한 후, 도·도·부·현 소속 교원 이외의 직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지방교육행정조직및운영에관한법률 제47조의2).[PAGE BREAK]또한 지도력이 부족한 교원은 관찰·지도를 계속적으로 실시하고 연수를 실시하는 체제를 갖추며 필요에 따라 분한 제도를 적절하게 운영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 때문에 문부과학성은 2001년도부터 이와 같은 교원에 대처하는 인사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하여 실천적인 조사연구사업을 모든 도·도·부·현 및 지정도시 교육위원회에 위촉하여 실시하고 있다. 2. 교원의 자질 향상 위한 연수 강화 현재 교원의 자질 향상을 위한 일상 직무 중심의 학교 내 연수를 강화하고 있다. 각 학교별로 교장의 지도력 아래 교수 기법, 교재 연구, 학교·지역사회의 교육과제에 대해 교원 상호간에 평가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동시에 교원이 근무 외 시간을 활용하여 자비 연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자율연수를 장려하고 있다. 각 교원은 연수이력을 작성하도록 하여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한 연수 수료서 및 연수 설명서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교원 자신이 희망하는 학교 신고용으로 사용하는 등 교원평가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교직경험자에 대한 연수는 5년, 10년, 20년 등 일정 시기에 이른 교원 전원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최근 교직 경력 5년의 교원에 대해서는 교과 지도를, 10년 경력 교원에 대해서는 교과 지도와 정보 교육을, 15년 경력 교원에게는 학생 지도 및 교육상담 등을 중요한 연수 내용으로 하고 있다. 또한 관리직에 가까운 20년 경력의 교원을 대상으로 하는 연수는 주로 학교 경영 및 정보 교육을 중점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그 밖에도 독특한 연수제도로서 장기사회체험연수, 대학원 수학휴업제도 등이 있다. 장기사회체험연수는 교원의 시각을 확대하고 대인 관계 능력의 향상을 목적으로 하여 민간 기업, 사회복지시설 등 학교 이외의 시설에 1개월부터 1년 정도 파견하는 방식의 연수이다. 대학원 수학휴업제도는 교원의 자주적·주체적인 연수활동 기회를 확대하기 위하여 2000년 4월에 처음 도입되었다. 이 제도는 국·공립학교 교원이 대학원 등에서 배우는 전수면허장을 취득하기 위하여 1년부터 3년의 기간에 걸쳐서 휴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3. 지도력 부족 교원에 대한 인사관리 시스템 구축 현재 일본의 각 도·도·부·현 및 지정도시 교육위원회는 이른바 지도력이 부족한 교원에 대해 계속적인 지도·연수를 실시하는 체제를 갖추고, 필요에 따라서는 면직시키는 등의 인사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문부과학성은 이와 같은 인사관리 시스템을 촉진하기 위하여 ‘지도력이 부족한 교원에 관한 인사관리’라는 조사연구사업을 실시하였다. 2000년부터 실시한 이 조사연구사업은 2002년까지 모든 도·도·부·현 및 지정도시 교육위원회로 위촉하는 절차를 이미 마친 상태다. 각 도·도·부·현은 이와 같은 위촉사업을 받아서 각 지방교육자치단체간 협력 연구 및 조사를 실시하고, 이에 따라 지도력 부족교원을 대상으로 하는 연수 및 희망퇴직, 조건부 채용제도 등 다양한 방식의 인사관리 시스템을 보완하고 있다. 2003년 4월 1일 현재까지 지도력이 부족한 교원을 인정하는 절차를 다음과 같이 구상하기로 하였다.[PAGE BREAK]①지도력이 부족한 교원을 판정하는 위원회를 설치한 교육위원회는 이미 27곳에 이르고 있고, 앞으로 판정위원회 등을 설치하고자 하는 교육위원회가 32곳에 이르고 있다. ②판정위원회의 구성원과 관련해서는 의사를 포함하고 있는 교육위원회가 22곳, 변호사를 포함하고 있는 교육위원회가 20곳, 학부모를 포함하고 있는 교육위원회가 7곳, 교직원을 포함하고 있는 교육위원회가 4곳이다. 또한 교장경력자, 교육위원회사무국직원, 민간기업에 근무하는 자, 대학교수 등을 구성원으로 하고 있는 교육위원회도 있다. ③판정기준과 관련해서 보면, 이미 판정 기준을 가지고 있는 교육위원회가 32곳, 앞으로 판정 기준을 가지려는 교육위원회가 22곳이다. 또한 지도력 부족교원을 판정할 기준을 가질 계획이 없는 교육위원회도 1년간에 걸쳐서 상세하게 교원 상황을 파악하는 등 신중한 절차를 거쳐서 판단하는 것으로 한다. ④지도력이 부족한 교원으로 판정하는 절차와 관련하여 대상이 되는 교원 본인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를 가지고 있는 교육위원회가 36곳에 이르고 있다. 한편 앞으로 이와 같은 본인의 의견 청취 절차를 가지려고 하는 교육위원회도 20곳이 되고 있다. ⑤지도력이 부족한 교원에 대한 인사관리시스템을 실시하는 것과 관련하여 이미 교장 및 교원에게 관련 사실을 홍보한 교육위원회가 35곳, 앞으로 이런 계획을 홍보하려고 하는 교육위원회가 22곳이다. 위와 같은 절차를 거쳐서 이미 지도력 부족 교원을 판정하고 있는 교육위원회에서 실제 인정하고 있는 지도력 부족 교원의 수는 2000년에 65명, 2001년에 149명, 2002년에 289명이었다. 현재 문부과학성 및 각 도·도·부·현 및 지정도시 교육위원회는 이들 지도력 부족교원으로 판정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원연수, 희망퇴직 및 조건부 채용제도 등의 인사관리 시스템을 다각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 일본은 ‘신뢰받는 학교 만들기’를 위하여 학부모 및 지역사회에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며, 학교 교육에 대해 공감대를 얻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래서 학교장과 교원은 학교 교육에 대한 책무를 다하기 위하여 일상 교육업무에 충실하게 할 수 있는 조직으로서의 학교를 만들고자 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학교와 지역사회·학부모 간 쌍방향 의사소통구조를 확립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 우선 교원은 학교·학급의 교육목표, 수업 진행방식, 아동의 교육성과 등에 대해 학부모에게 충분하게 설명하고 학부모의 교육 요구도 파악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지역 사회로까지 확대하여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수업을 공개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그런 취지에서 지역사회 및 학부모가 참여하는 ‘학교평의원 제도’를 활성화하여 학교 교육운영 방침 및 목표, 교육성과 등에 대한 제언이나 자문을 구하는 것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학교평가 시스템을 확립하고, 이에 따라 새로운 교원평가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곽해선 l 경제교육연구소 소장(www.haeseon.net> 무디스 한국 신용등급 A3 유지 세계적 신용평가업체인 무디스가 우리 나라 신용등급을 종전과 같은 A3로 평가하고 ‘부정적’전망을 유지했다. 2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무디스는 지난 2월11일∼13일에 가진 정부와 연례협의 결과를 토대로 우리 나라의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을 이같이 밝혔다. 무디스는 자체 보고서를 통해 우리 나라는 지난해 북한핵문제와 SK글로벌 분식회계 문제 등으로 부진한 성장을 기록했지만 외환위기를 겪은 동아시아 국가 중에서 가장 활발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올해 5%대의 성장률을 달성하려면 지금의 수출 호조세가 지속돼야 하고 소비와 투자의 회복이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 나라는 국가채무가 안정적으로 관리돼 재정부문 건전성도 양호한 수준인 데다가 6년 연속 경상수지 흑자 등에 힘입어 대외부문 건전성도 좋아 한국투자공사 설립으로 외환보유액이 조금 줄어도 국가신용등급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무디스는 전망했다. 무디스는 이와 함께 LG카드 사태 등으로 비은행 금융 부문의 취약성이 드러났지만 은행의 건전성은 유지되고 있으며 카드사 부실이 은행의 신용등급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4년 4월 2일 경제와 관련해서 말하는 ‘신용(Credit)’이란 돈을 빌려쓰고 제때 갚을 의사와 능력을 뜻한다. 따라서 ‘신용이 좋다’는 이야기는 빚을 진 이가 빚을 제때 갚을 의사가 있고 갚을 능력도 충분하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신용이란 무엇인가 ‘신용이 좋다’고 평가되는 금융 거래자는 빚 갚을 능력이 충분하고 또 빌린 돈을 떼먹을 생각도 없으리라고 인정받는다. 그래서 금융 거래 때 비교적 싼 이자로 쉽사리 자금을 빌릴 수 있다. 신용이 좋지 않다고 평가되는 거래자는 반대다. 빌린 돈을 갚겠다는 의사를 보이더라도 그럴 능력이 못 된다고 평가받거나 처음부터 갚을 의지가 있는지 의심받는다. 그러니까 신용이 나쁘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기 어렵다. 설사 빌릴 수 있더라도 신용이 좋은 거래자에 비해 비싼 이자를 치러야 한다. 신용평가 왜 중요한가 왜 금융거래에서는 돈을 빌려주는 쪽이 신용을 평가해 빌리는 이를 차별할까. 빌려주는 입장에서 볼 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아 득을 보려면 빌려가는 상대가 신용이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신용이 나쁜 상대에게 빌려주었다가는 이자는커녕 원금도 제때 받지 못해 손실을 보는 수가 생긴다. 그러니 돈을 빌려줄 때는 빌려가는 상대가 신용이 좋은지를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빌리는 쪽에서는 신용이 좋으면 쉽게 싼 이자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지만 신용이 좋지 않으면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다. [PAGE BREAK]그러고 보면 신용은 금융 거래의 생명이다. 돈을 빌려주는 쪽은 늘 돈을 필요로 하는 쪽이 원리금을 갚을 의사와 능력, 곧 신용이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있는지 주의할 수밖에 없다. 개인간 거래 혹은 개인과 금융기관의 거래에서도 중요하기는 마찬가지지만, 특히 금융기관이 기업에 돈을 빌려줄 때는 기업 신용을 평가하는 일이 중요하다. 신용이 있다고 평가해 거금을 빌려주었는데 그 기업이 망해서 돈을 떼먹는다면 그로부터 입는 손실 때문에 이번엔 금융기관이 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생기면 해당 금융기관과 거래하는 투자자, 고객들도 큰 낭패를 보게 된다. 그 결과 금융 거래에는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 특히 금융기관 중에서도 보통 수많은 기업, 가계와 거래하는 은행이 쓰러질 지경에 처하면 수많은 기업과 가계가 경제적 파탄에 처하고, 궁극적으로 국민경제 전체의 혼란과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 위기가 잘 수습되지 못하면 정권도 정치적 위기를 겪게 된다. 그런 일이 없이 금융 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평소 금융 거래 때 돈을 빌려주는 쪽이 돈을 빌려가는 거래자의 신용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그런데 금융 거래 당사자가 거래 상대의 신용을 평가하는 일은 간단치 않을 때가 많다. 은행 등 금융기관 같은 금융전문기관에게도 거래 고객 특히, 기업이나 다른 금융기관의 신용을 평가하는 일은 복잡하고 어렵다. 더구나 오늘날에는 세계 각국의 금융시장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고 그렇게 연결된 세계 시장에 각국의 개인, 기업, 금융기관, 정부가 서로 복잡하게 얽혀 거래한다. 때문에 거래자들의 신용에 관한 정보를 광범위하게 모아 제대로 신용평가를 한다는 것이 한층 어렵다. 이처럼 신용평가라는 것이 전문성을 요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 일은 전문 신용평가회사가 맡아 한다. 신용평가, 누가 어떻게 하나 우리 나라에서는 한국기업평가(주), 한국신용평가(주), 한국신용정보(주) 같은 민간 신용평가 전문회사들이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의 신용을 조사·분석해 평가한다. 이들은 신용평가 결과, 곧 신용정보를 기업과 금융회사에 제공하는 대신 평가 수수료를 받는다. 보통 기업이 신용평가를 의뢰하면 그 기업에서 발행하는 채권이나 기업어음의 신용도를 조사해 상환 능력이 높은 순으로 AAA, AA, A, BBB, BB, B…D 식으로 등급을 매겨 평가한다. 신용평가 의뢰를 받지 않았다 할지라도 일정 수준 이상 되는 기업들을 골라서 등급을 매겨 신용도를 평가해 두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평가를 해 등급을 매겨두고 수시 혹은 정기적으로 평가를 다시 해 등급을 조정한다. 반드시 신용평가를 의뢰하는 기업뿐 아니라 투자가의 의뢰를 받아 특정 금융기관이나 기업의 신용 상태를 조사해 알려주기도 한다. 금융기관이나 투자자들은 신용평가회사들이 내놓는 신용평가 정보를 대출과 투자에 널리 활용한다. 기업에 돈을 빌려줄지 말지, 투자를 할지 말지, 혹은 돈을 빌려줄 때 이자는 얼마나 받을지 등을 결정하는 과정에 신용정보를 참작한다. 따라서 기업들로서는 신용평가회사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평가를 받으면 국내외 금융기관이나 투자자로부터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가 비교적 쉽다. 빚을 내더라도 이자 부담이 적어진다. 만약 신용평가회사들로부터 신용등급을 깎이면 국내외 금융기관이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마련하기가 어려워진다. 융자에 따르는 이자 부담이 더 커진다든지, 투자나 융자를 거절당할 수도 있다. 그러니 신용평가회사의 신용평가는 평가를 받는 기업들에게는 부담이 된다. 그렇지만 기업이 채권이나 기업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려 할 때는 그 채권이나 기업어음의 신용도 평가를 전제로 증권을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신용평가는 대부분의 기업들에게는 싫든 좋든 필수다. 설사 개별 기업 중에 혹 신용평가를 꺼리는 곳이 있다 해도 신용평가 자체는 금융 거래 전체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일이다. 신용평가를 제대로 하고 평가정보를 제대로 활용한다면 금융 거래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신용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빌려주거나 투자한 돈을 떼이는 등 금융사고가 자주 생기고 결국 금융거래가 어려워지는 사태를 예방하기 어렵다. 금융거래가 어려워지고 금융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 궁극적으로 기업들도 애를 먹게 된다. [PAGE BREAK]신용평가회사들의 신용도도 다 같지 않다. 우리 나라에도 신용평가회사가 여럿 있지만 신용평가 솜씨를 공정성이나 정확성 면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민간 전문회사로는 미국의 스탠더드앤푸어스(S&P: Standard & Poor’s Corporation)와 무디스(Moody’s Investors Service) 등이 손꼽힌다. 둘 다 뉴욕에 본사가 있다. 유럽에서는 런던에 본사가 있는 유럽 최대 규모의 프랑스계 신용평가회사 Fitch IBCA(Fitch International Bank Credit Analysis Inc.)를 꼽는다. 유럽계 금융기관들이 주로 신용평가를 의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 업체는 평소 세계 각국 금융기관과 기업을 대상으로 장 단기 신용도를 등급을 매겨두고 수시 혹은 정기적으로 신용을 재평가해 등급을 조정, 발표한다. 때로는 특정 투자가의 의뢰를 받고 특정 국가의 금융기관이나 기업의 신용상태를 조사하고 대가를 받기도 한다. 금융기관과 기업뿐만 아니라 각국 국가신용등급(국가신용도 country risk)까지 매긴다. 예를 들면 스탠더드앤푸어스는 2004년 5월 현재 우리 나라 신용등급을 ‘A마이너스’로, 무디스는 ‘A3’로 매기고 있다. 무디스 등 메이저 신용평가회사가 매기는 기업이나 국가의 신용도(country risk)는 세계의 금융기관, 기업, 정부, 국제금융기구 등이 모두 인정하고 융자나 투자에 관련된 판단을 할 때 주요 자료로 활용한다. 예를 들면 스탠더드앤푸어스 평가로는 우리 나라 국가신용도가 다국적 금융기업인 씨티그룹의 신용등급(AA)보다도 낮다. 이 말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씨티그룹이 우리 나라 정부보다 낮은 금리를 치른다는 얘기다. 신용평가회사들이 국가신용도를 평가할 때는 평가를 맡은 직원이 대상 국가의 경제와 정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외환보유액 등 거시경제변수와 금융동향, 정부정책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 분석하고 정부나 주요 민간 기업 관계자들과 면담 혹은 현장 실사를 거친다. 신용평가, 나라 경제 좌우하는 메카니즘 국제적으로 명망있는 신용평가회사가 어느 나라 신용도를 평가하면 그 나라 경제에는 으레 즉각 중대한 여파가 생기곤 한다. 예를 들어 스탠더드앤푸어스 같은 신용평가회사가 어느 나라 신용등급을 급격하게 떨어뜨리면 그것만으로 그 나라에서는 당장 기업과 금융기관의 국제 금융 거래에 어려움이 생긴다. 주가가 폭락하고 외국인 투자가 급격하게 빠져나가 나라 경제 전반이 나빠지기 쉽다. 아무리 신용평가를 한다지만 일개 민간기업의 발표가 이처럼 어느 나라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용평가회사의 신용등급 발표에 따라 국민경제 전반에 걸쳐 자금 조달 비용에 큰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오늘날 각국은 수출입 거래와 금융 거래를 많이 한다. 자금과 재화를 국제적으로 거래하려면 국제 금융시장에서 외화 자금을 융통할 수 있어야 한다. 국제 금융시장에도 국내 금융시장과 마찬가지로 자금을 공급하는 쪽과 수요자가 있고 양자를 연결해주는 이들이 있다. 자금 공급자는 주로 많은 고객들에게서 풍부한 여유자금을 맡아 재테크를 하는 투자은행(investment bank), 보험회사, 연금·기금 등이고, 자금을 필요로 하는 쪽은 주로 각국 정부와 기업이다. 은행 등 금융기관은 자금의 공급자이면서 동시에 수요자로서 금융을 중개한다. 신용평가회사들이 특정 금융기관이나 국가의 신용등급을 낮추면 해당국 정부는 물론 금융기관이나 기업에 대한 해외 금융기관들의 융자조건이 일제히 전보다 까다로워진다. 대출금리를 올린다든지 심지어는 아예 자금 융통을 거절하는 일까지 생길 수 있다. 국가 신용등급이 오르면 반대로 자금 융통 조건이 완화된다. 우리 나라 은행들만 해도 한 군데서 보통 몇 십억 달러씩 외화를 빌려쓴다. 신용등급 한 계단 차이에 따라 연간 수십억 원대의 이자 지출이 왔다갔다한다. 그러므로 신용평가가 나라 경제에 큰 의미를 갖는 것이 당연하다. [PAGE BREAK]좋은 신용평가를 받으려면 어떻게 할까 기업의 대외 거래 규모가 커지고 해외 진출이 확대되면 그만큼 외화자금 수요가 늘어난다. 금융시장의 세계화 추세, 국내 금융시장의 개방 추세를 타고 우리 나라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외화자금을 얻기 위해 국제 금융시장에 의지하는 정도도 예전에 비해 많이 커졌다. 앞으로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그럴수록 우리 나라 기업이나 금융기관, 정부 모두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신용평가회사로부터 좋은 신용을 얻는 것도 갈수록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 분명하다. 신용평가회사로부터 높은 신용등급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은 기업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과 나라 경제를 잘 꾸려서 각종 경제지표가 좋은 실적을 내야 한다. 실무적으로는 신용평가사를 상대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논리적으로 대응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신용평가회사에서 국가신용등급을 결정할 때는 사전에 대상국 경제지표도 챙겨보지만 관계자들과의 면담도 중시한다. 신용평가의 요체는 대상자의 미래 채무상환능력이 얼마나 좋은지 판단하는 일이므로 평가자의 주관이 많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신용평가 담당자들과 면담할 때 정부관료나 민간 기업 관계자들이 장래 전망을 자신 있게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태도도 기술적 측면에서 중요하다. 이를테면 재정적자가 크게 늘어났더라도 그만큼의 재정지출 증대로 경제 성장 잠재력이 커져 궁극적으로 미래 세수(稅收)를 늘린다면 재정적자가 늘어난 사실이 국가신용평가에 반드시 부정적 요인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해석을 신용평가회사를 상대로 논리적으로 전달해 설득하기에 따라서는 면담을 통한 신용평가의 결과를 바꿀 수도 있는 것이다.
김대용 | 충북대 국민윤리교육과 교수 1. 시작하는 말 삼성경제연구소와 성균관대는 2004년 6월 전국의 18세 이상 남녀 1315명을 대상으로 국가 자부심 등을 설문 조사한 결과를 공동으로 발표하였다. 이에 따르면 ‘우리 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우월하다’는 ‘국가 우월감’은 비교 대상 24개국 가운데 중간인 12위로 나타난 반면 민주주의, 정치적 영향력, 경제적 성취, 사회보장, 사회평등 등 구체적인 항목별로 물어본 ‘국가 자부심’의 순위는 20위였다. 국가 자부심의 순위가 국가 우월감에 비해 많이 떨어진 것은 민주주의 운영에 대해 ‘자랑스럽지 않다’(64.6%)가 ‘자랑스럽다’(32.1%)보다 2배 가까이 높게 나타나는 등 정치적 영향력, 경제적 성취, 사회보장, 사회평등의 구체적인 항목들에서 만족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많았기 때문이다.1) 전국의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와 청주 지역에 국한되기는 하지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국가 자부심을 설문 조사한 결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04년 6월 충청북도 교육청이 청주 시내 초등학교 6학년 363명과 중 고교생 713명 등 10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34.2%가 ‘다시 태어나도 한국인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답했고, 33.1%는 ‘한국인으로 태어나 자랑스럽다’고 응답한 반면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을 후회한다’는 답변은 3.3%에 불과했다. 또한 ‘전쟁이 발생하거나 국가적으로 어려운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성금을 내겠다’ 38.5%, ‘자원해 봉사활동을 하겠다’ 32.6%, ‘군대에 지원하겠다’ 16.3%(175명) 등으로 나타나 대부분 국가가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2) 40대 후반인 글쓴이는 국가 자부심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서 어릴 때 한국인을 비하하던 수많은 말들이 생각났다. ‘한국놈들은 맞아야 한다’는 말은 그 대표적인 것으로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 글에서는 교육사를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오늘의 시점에서 국가 자부심과 관련하여 우리 청소년에게 필요한 교육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문제부터 살펴보려고 한다. [PAGE BREAK]2.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비하 발언은 여전히 가끔씩 들을 수 있는 일본의 고위관료들에게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들 내부에도 한국인과 한국사회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2004년 3월 미국을 순회공연하던 서울 팝스오케스트라의 단장 겸 지휘자 하성호씨는 공연중 한국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그는 “미국이 최고다. 음악은 미국에서 온 거다. 미국이 한국에 음악 및 다른 것들을 전파해줘서 너무나 감사하다.”고 했으며 “한국은 5천 년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그게 뭐 어쨌다는 거냐. 미국은 200년 짧은 역사 동안 훨씬 많은 것을 이룩해냈다.”고 말했다.3) 현재 우리 사회에 한국과 한국인을 비난 내지 비하하는 서적들이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에 의해 많이 출간되어 있으며, 그러한 서적들이 널리 읽히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우리를 비하하는 발언들을 자제할 뿐이지 내심으로는 이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4) 한국과 한국인을 비판하는 책을 낸 외국인들이 대부분 신문과 잡지들에서 칼럼니스트 또는 대담자로서 환영받았다는 사실도 우리 사회 안에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비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자 하는 흐름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 출판시장에서 ‘한국·한국인 비판’은 시장성이 있으며, 외국인들이 출간한 책 중에는 이러한 시장성을 이용하여 출간된 것도 적지 않다.5) 모모세 타다시가 토로한 바와 같이 한국인들은 일본인들이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해 관심이 많으며, 여러 출판사들이 이러한 관심을 상업적으로 이용하였다. 예를 들어 이케하라 마모루의 은 일본적인 사고와 관습을 기준으로 한국과 한국인을 비판한 것으로서 객관성과 공정성이 결여되어 있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각없이 우리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한국인이 저술한 책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1997년에 출간된 최준식의 라는 책은 아파트에서 주차 문제로 욕설까지 들었던 자기 아내의 경험을 예로 들면서 ‘한국인에게 문화가 있는가’라는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예로 들었던 사건은 상대방의 잘못만을 지나치게 과장하였으며, 개인적인 경험을 한국인 전반에 걸쳐 확대 해석하였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있다. 그는 자신의 아내에게 욕을 한 남자를 ‘정신적으로 불가촉천민’이며, 남자가 한 욕을 ‘대한민국, 아니 단군 조선 이래로 한국 청사에 길이 남을 만한 말’이라고 규정하였다. 그는 이 사건 이후에 그 남자에 대해 알아본 후 “우리 나라는 명문 학교를 나오고 아이들끼리 같은 학교에 다녀도, 또 바로 옆 동 아파트에 살면서도 아무 것도 아닌 일에 고단위의 욕을 하고 사는 ‘불쌍놈’의 나라가 되었다”고 결론을 내렸다.6) 이처럼 개인적인 경험을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한 그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각으로 한국과 한국인을 제대로 비판하기는 어려웠다. 그가 한국인의 문제로 지적한 내용은 목차에 잘 나타나고 있다. 이 책은 집단을 못 떠나는 한국인, 가족 집단주의와 한국인, 한국인의 우리주의(Weness), 아래위를 따져야 시원한 한국인, 다른 것을 못 참는 한국인, 그래도 멀리 보는 한국인, 신명에 둘째라면 서러운 한국인, 한국의 문화에 나타난 무교의 영향 등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는 한국과 한국인의 긍정적인 모습은 거의 나타나고 있지 않다. [PAGE BREAK]최준식이 한국인에 대해 비판한 내용은 조선일보 논설고문인 홍사중이 쓴 라는 책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가 지적한 한국인의 문제점으로는 화끈하게 놀기를 좋아하며, 양철냄비와 같이 달아오르기도 쉽지만 식기도 잘 하며, 권위주의에 물들어 있으면서도 권위를 중시하지 않으며, 우물 안 개구리로서 시야가 좁고 근시안적이며, 허풍을 떨기 좋아하며, 예의를 모르며, 오만한 졸부 근성 등이 있다. 이러한 근거없는 비판은 미국인 승려 현각이 자신의 구도 생활을 기록한 에서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서 기술한 내용과 대조된다. 현각은 이 책을 통해 한국과 한국인을 사랑하는 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 예로 그는 한국이 IMF의 재정지원을 받게 되었을 때 전국적으로 일어났던 ‘금 모으기’ 운동에 대해서 미국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하면서 너도 나도 한 마음이 되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며, 자신이 한국을 그토록 사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하였다.7)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비판적 인식은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에게도 널리 확산되어 있다. 청소년이 우리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이유 중의 하나는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부정부패이다. 반부패국민연대가 서울 시내 남녀 중고생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하여 2002년 1월 2일 발표한 “청소년 부패-반부패의식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가 부패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51.6%가 ‘매우 그렇다’고 응답하는 등 91%의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가 부패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청소년들은 ‘우리 사회가 부패한 가장 커다란 이유’로 ‘정치권의 부패’(47.9%)를 꼽았으며, ‘부패를 막을 수 있는 법과 제도의 부재’(17%), ‘연고주의’(16%), ‘사회 문화적 환경’(14%)을 그 다음으로 지목했다. 이와 함께 ‘아무도 보지 않으면 법질서를 지킬 필요가 없는가’는 질문에는 41.3%(매우 그렇다 7.4%, 가끔 그렇다 33.9%)가 ‘그렇다’고 답하였으며, 또 ‘부정부패를 목격해도 나에게 손해가 된다면 모른 체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33%의 청소년들이 ‘그럴 것’(매우 그렇다 11.9%, 가끔 그렇다 21.1%)이라고 대답했다. 세계 100개 국가 중 부패순위를 매길 때 청소년의 72.5%가 한국을 ‘부패순위 1~20위군에 속하는 부패국가’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조사 대상의 82%는 ‘내가 어른이 될 때쯤 한국사회의 부패가 더 심해지거나 지금과 별 차이 없을 것’이라고 응답했다.8) 3. 민족 정체성을 강화하는 교육 기성세대는 물론 청소년이 한국과 한국인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우리 사회에 만연된 부정부패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9) 이런 점에서 우리 학교교육에서는 청소년에게 민족 정체성 내지 국가 자부심을 강화할 수 있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민족 정체성 확립과 관련이 있는 대표적인 교과는 ‘국사’이다. 제7차 교육과정에 의하면 국사는 우리 민족이 지금까지 살아 온 삶의 총체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교과목으로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함양시키는 구실을 한다. 제7차 교육과정에서 제시하고 있는 국사교육의 목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 역사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고 민족 정체성의 근원이기 때문에 이를 주체적으로 이해한다. [PAGE BREAK]둘째, 역사는 현재의 뿌리이며 미래를 전망하는 단서이기 때문에 이를 발전적으로 파악한다. 셋째, 역사는 우리 민족의 삶의 총체이기 때문에 이를 종합적으로 파악한다. 넷째, 역사 자료를 분석, 비판, 종합하는 능력을 길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운다. 다섯째, 역사를 삶의 과정으로 이해하여 새 문화 창조와 사회 발전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태도를 가진다.10)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제시한 대로 국사가 우리 민족의 문화 전통을 확인시켜 민족사 전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정신을 기르고, 민족의 저력을 생동감 있게 이해하여 다가오는 21세기를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목적을 가진 교과라고 한다면 국사교육은 그러한 목적에 맞게 강조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7차 교육과정에서 국사교육은 제6차 교육과정에 비해 배당시간도 줄어들고 있는 등 전반적으로 약화되었다. 한국에서 국사교육이 약화되고 있는 것과 달리 오히려 일본과 중국에서는 국사교육이 강화되고 있다.11) 민족 정체성과 국가 자부심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사, 특히 우리의 현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근 현대사 교육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1970년대 후반 중국에서 대외개방이 본격화되면서 미국과 서유럽국가를 맹목적으로 숭배하고 스스로를 비하하는 현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자 1991년 3월 당시 중국공산당 총서기인 강택민이 국가교육위원회 책임자에게 “소학생과 중학생 나아가서 대학생들에게 이르기까지 중국 근 현대사 및 국정교육을 진행하여야 한다.”는 지시를 하였으며, 이후 역사교육 특히 근 현대사 교육이 크게 강화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12) 우리 나라에서도 제7차 교육과정에서 ‘한국근·현대사’라는 교과목이 새로 만들어지기는 하였다. 그러나 이 교과는 고등학교 제2학년과 3학년에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심화선택과목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의도하는 교육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지는 확실하지 않다. 아울러 이 교과의 교육목표에도 적지 않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에서 제시하고 있는 이 교과의 행동영역별 목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10학년의 우리 역사 이해를 토대로 근·현대사의 전개과정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해석하여 종합적으로 인식한다. 둘째, 학습내용을 구조화하여 주제 중심의 시대사로 파악함으로써 우리의 근·현대사를 체계적으로 이해한다. 셋째, 우리의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바탕으로 근·현대사에 나타난 특성을 세계사적 보편성과 관련하여 이해한다. 넷째, 역사의식을 가지고 우리 민족의 현실을 인식하여 당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세를 가진다. 다섯째, 우리 근·현대사의 흐름을 객관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세계사적 관점에서 비교,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 여섯째, 역사 자료를 조사, 분석, 종합하는 기능과 역사 인식을 토대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른다.13) ‘한국근·현대사’의 교육목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중국에서 근·현대사 교육을 통해 성취하려는 목표와 비교해 보면 잘 나타난다. 중국의 근·현대사의 교육목표 중 몇 가지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이 근대에 와서 빈곤하고 낙후하게 된 것은 제국주의가 중국을 정치·경제·문화적으로 침략·약탈한 것과 청 정부 반동통치배들의 부패성이 그의 근원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하여야 한다. [PAGE BREAK]둘째, 근대사에서 제국주의와 중국의 봉건주의가 서로 결탁하여 중국을 반(半)식민지로 전락시킨 과정을 역시 중국인민들이 제국주의 및 그 주구를 반대하여 싸운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하여야 한다. 셋째, 근대사에서 중국의 인민대중과 많은 지사들이 나라를 구하기 위하여 굴함없이 진행한 영용한 투쟁 및 그 가운데서 겪은 좌절과 실패를 알게 하여야 하며, 중국공산당이 창건되어서야 중국혁명은 승리를 이룩할 수 있었다는 것을 인식하게 하여야 한다.14) 중국에서 제국주의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우리는 민족해방을 쟁취하기 위한 한국인의 투쟁과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사회적 모순들이 일제의 식민지배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다. 해방된 지 60년 가까이 흘렀지만 아직도 일제 강점기에 있었던 반민족적 행위조차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이러한 교육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 1948년에 만들어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가 1949년 6월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지시로 불법적으로 경찰에 의해 해체된 후 정부 차원에서 반민족적 문제는 묻혀 있었다. 2004년 3월 초 비로소 국회에서 ‘일제강점하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에관한특별법’이 통과되기는 했으나 법안의 본질이 크게 왜곡되었다는 지적이 많은 것으로 보아 이 법으로 반민족행위를 제대로 규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중국에서 근·현대사를 중시하고 그 목표를 올바로 설정할 수 있었던 데에 비해 우리 사회에서 근 현대사를 올바르게 가르치기는커녕 제대로 된 연구조차 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이다. 해방 이후 우리 사회의 사회적 모순들 중 상당수는 식민지 시기의 유산과 분단으로 인한 모순들이 중층으로 결합된 것이며, 우리들이 갖고 있는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상당 부분은 이러한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많이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해방 이후 정치·경제·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전세계가 놀랄 만한 성과들을 단기간에 성취하였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현재 상태에서 청소년에게 올바른 근 현대사 교육을 하기 어렵다면 우선적으로 해방 이후 한국인이 성취해 온 역사적 성과라도 제대로 가르쳐 민족 정체성과 국가적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일구어낸 역사적 성취에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었던 모순, 그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한국인의 노력, 그리고 앞으로 해결하여야 할 과제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러한 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은 한국과 한국사회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무조건적이고 맹목적인 비난보다는 객관적이고 진보적인 비판을 바탕으로 한 국가와 민족에 대한 자긍심이 우리 사회의 발전을 앞당기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기성세대는 물론 청소년들도 불신하고 있는 정치 분야만 해도 아직 해결하여야 할 과제가 많지만 그 동안 ‘성역’이라고 일컬어졌던 청와대와 국정원에까지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는 등 정치권이 안고 있었던 고질적인 병폐들이 상당 부분 치유되고 있다. 해방 이후 거둔 정치 분야의 대표적인 성과는 평화적 정권 교체이다. 평화적 정권 교체는 민주화의 진전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군부독재정권을 타도하기 위해 엄청난 희생을 감내해야 했다. [PAGE BREAK]민주화와 평화적 정권 교체는 우리 사회의 최대과제였던 것이다. 한국사회는 이 과제들을 성취하면서 사상과 표현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찾을 수 있었다. 제3세계 국가 중 평화적인 정권 교체를 이룩한 국가는 아직도 찾기 쉽지 않다. 경제 분야에서도 우리 사회는 자본과 자원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출발하여 2003년 실질 GDP 경제규모가 세계에서 10위일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였다. 외환위기로 1997년 12월 한국전쟁 이후 최대 국란이라고 표현되는 IMF의 재정지원을 받기도 하였지만 3년 8개월만에 IMF 체제를 졸업하였다.15) 1997년 외환위기를 겪었던 국가들 가운데 처음으로 한국이 IMF를 졸업한 것에 대해 영국의 는 “세계가 자랑할 만한 극적인 성과”라고 하면서 “한국이 개혁과 인내를 통해 이룩한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보도하였다.16) 1983년 외환위기를 겪었던 이스라엘이 A등급의 국가신용등급을 회복하는데 12년이 걸렸지만17) 한국은 4년 3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에서도 우리의 저력은 잘 나타난다.18)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우리 사회는 눈부신 성장을 이룩하였다. 해방 이후 서구, 특히 미국으로부터 생활양식을 구성하는 상당 부분을 수입하였던 한국이 최근에는 문화를 수출하는 국가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일본, 대만, 홍콩 등 아시아에서 불고 있는 이른바 ‘한류’(韓流) 열풍은 전세계에 확산되고 있다. 2004년 칸 영화제에서 ‘올드 보이’가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것을 필두로 최근 한국영화들이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잇달아 수상하고 있는 것에서 나타나듯이 세계 영화계는 한국영화가 보여주는 독특한 개성과 열정을 새로운 에너지로 평가하고 있다. 문화를 대체로 수용만 하던 한국의 문화가 해외에서 광범위하게 주목받고, 수출되는 현상은 우리 역사가 시작된 이래 거의 초유의 일로서 한국인이라면 충분한 자긍심을 가질 만한 일이다. 4. 맺음말 2003년 6월 발표한 17∼39세 남녀 1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제일기획의 P세대 보고서 에 따르면 P세대는 한국사회의 주역으로 부상하였다고 한다. P세대는 월드컵, 대선, 촛불시위 등을 거치며 나타난 세대로 사회 전반에 걸친 적극적인 참여(Participation) 속에서 열정(Passion)과 힘(Potential Power)을 바탕으로 사회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으키는 세대(Paradigm-shifter)이다. 조사대상자의 80%가 ‘내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응답한 것에서 나타나듯이 참여를 통한 사회변화의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19) 사회 변화에 적극적인 P세대는 기성세대들이 우리 사회를 대체적으로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2004년 충청북도 교육청에서 조사한 것에서 나타나듯이 대부분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것에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PAGE BREAK]민족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교육이 성공하려면 국가관과 민족관 등에서 기성세대보다 비교적 건전한 가치관을 갖고 있는 청소년을 포함한 젊은이들이 교육내용을 결정하는 데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그 교육내용의 핵심은 모국어를 사랑하는 교육, 근 현대사를 위주로 한 교육이며, 한국인이 성취한 역사적 성취들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가르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교육이 성공되면 우리 청소년들은 민족공동체 의식, 한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적 모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민족의 역군으로 성장할 것이다.
문경보 | 서울 대광고 교사 참 맑은 하늘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번개가 번쩍이더니,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맑은 하늘 속에 먹구름이 있었고, 비와 바람이 있었습니다.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던 아이들은 한순간 멈칫하다가 장대처럼 굵어진 비 사이를 뚫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땀과 비로 온 몸이 범벅이 되었지만 흥겨운 표정을 지으며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속에 고개를 숙인 채 운동장을 천천히 걸어가는 범진이가 있었습니다. 비에 흠뻑 젖어 체육복 위로 쇄골이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범진이의 모습이 안쓰러워 담임 교사는 우산을 들고 그에게 다가갔습니다. 범진이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사춘기의 열병을 앓기 시작한 친구입니다. 여러 모양으로 어른들의 흉내를 냈고, 소위 몹쓸 짓은 다하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뒷감당은 모두 부모님의 몫이었습니다. 구세주는 의외의 곳에서 나타났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서 범진이에게 푯대를 보여주셨습니다. 조각을 전공하기도 했던 미술 선생님인 담임 선생님은 범진이의 예술적 재능을 발견하시고 용기를 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중학교 3학년 2학기 때는 전국미술대회에서 비록 뒷부분이지만 입상을 하는 성적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그림을 그릴 때 범진이의 눈은 마치 먹이를 노리는 맹수의 그것과 같았습니다. 교과 과목의 성적도 상승하여 전과목에 걸쳐 전교 최상위권으로 진입했습니다. 사건은 담임 교사의 국어 수업 시간에 벌어졌습니다. 고전 작품을 현대어로 해석하고 그것을 수행 평가에 반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범진이는 고전 작품에 나오는 단어의 뜻을 자세히 해석하지 않고 그냥 단어와 단어를 이어서 해석했습니다. 이미 수행 평가에 대한 기준을 알려 준 상황이었기 때문에 담임 교사는 범진이에게 최고 점수를 주지 않고 중간 점수를 주었습니다. 이에 대해 범진이는 항의를 하였고, 담임 교사는 차분하게 기준표를 보여주었습니다. 범진이는 책상까지 손으로 치며 일방적으로 담임 교사가 제시한 기준은 인정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담임 교사는 학생들에게 발표를 한 뒤 동의를 얻어서 결정한 것이라고 이야기했고, 범진이는 그것이 바로 일방적인 것이라고 더욱 흥분하며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담임 교사는 범진이를 교실 밖으로 나가라고 했고, 범진이는 복도에서 무릎을 끓고 앉아 있었습니다. 담임 교사는 범진이가 반항하는 것이 미워서가 아니라 흥분을 가라앉히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생각하길 원했습니다. “선생님이 너에게 복도로 나가라고 한 것이 그렇게 마음이 상했니?” “아닙니다. 사실 제가 점수 때문에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했습니다. 순간적으로 실수를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께서 복도로 나오셨을 때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리려고 했는데 선생님께서 저에게 하신 말씀 때문에 저는 아무런 말씀도 드리지 못했습니다.” “내가 한 말?” “예. 왜 그렇게 자신을 괴롭히고 있냐고 선생님께서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 말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전 중학교 때보다 모든 것을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PAGE BREAK]그런데 어느 날부터 선생님께서 자꾸 저보고 자신을 그만 괴롭히고, 사랑하라고 하셨습니다. 사실 저는 선생님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전 중학교 때 비해서 지금 저 자신을 사랑하며 살고 있고, 이기적인 생활은 중학교 때 충분히 해서 이젠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 “그래, 해답은 얻었니?” “ …….” “범진아! 너는 정말 중학교 때 방황했던 네 삶이 무조건 던져 버려도 될 만큼 가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 “지금 생각하면 유치하긴 하지만 중학교 시절에 네가 방황했던 것이 나름대로 이유가 있지 않았니? 아니,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겉멋에 들떠서, 또는 호기심 때문에 막 살았다고 치자. 그래도 네 삶의 한 부분임은 분명한 사실 아니니? 껴안고 가야지. 버릴 수 없는 삶이잖아. 지금의 너를 있게 한 네 삶이잖아. 그런데 자꾸 과거의 너를 괴롭히고, 과거와 다른 모습으로 살기 위해 현실의 너를 자꾸 괴롭히고 있는 네가 불쌍해서 선생님이 자신을 사랑하라고 이야기를 한 것이란다.” “…….” “범진아, 너의 중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은 내가 생각하기에 존경스럽고 고맙기까지 한 분이다. 너의 방황을 멈추게 하기까지 선생님이 얼마나 마음을 쓰셨는지 누구보다 같은 교사인 내가 잘 알거든. 그런데 말이야, 혹시 다른 사람이 너를 인정해주니까 더 큰 인정을 받기 위해 더 열심히 하는 것은 아니니? 그 열심 속에 너라는 존재가 없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 있니?” “선생님,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을 해 주세요.” “넌 지금 삶을 즐기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해. 체육 점수를 따기 위해 늦도록 운동장에서 슛 연습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점심 시간에 아이들과 즐겁게 축구를 할 수는 없니? 쉬는 시간에 공부하지 말고 매점에 가서 아이들과 빵 한 조각이라도 나눠 먹으면서 즐겁게 이야기를 할 수는 없겠니? 너 자신에게 자유를 선물할 수는 없을까? 잠깐 멈춰서 심호흡을 해. 그리고 주변을 둘러봐. 그러면 즐거운 일들이 많고, 그것을 즐길 수 있도록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너를 보았으면 좋겠어.” “선생님,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사실 저도 언제부터인가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성적이 올라가고 그림이 좋아지니까 주변에서 많은 기대를 하시고, 그게 처음에는 즐거웠지만 조금씩 부담이 되었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서 저에게 분명하게 미래를 보여주신 것처럼 선생님께서 저를 가르쳐 주실 수 없으신가요?” “범진아, 그건 너 혼자 해내야 할 거란다. 미안하지만 그것은 이 세상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싸움이란다. 그러나 선생님이 방법은 알려주마.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 이 두 가지를 갖고 한 번 시작해 보렴. 하루아침에 이뤄지리라 생각하지 말고, 이런 저런 방법을 시도해보고, 많은 친구들과도 이야기를 해 보고, 무엇보다 너 자신과 깊은 대화를 나누어 보렴.”[PAGE BREAK]다음 날부터 범진이는 점심 시간에 공부 대신 아이들과 뛰어놀기 시작했습니다. 쉬는 시간에도 즐겁게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고, 가끔은 텅빈 화폭을 바라보다 방울방울 눈물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범진이는 자신과 대화를 하고, 진정한 자신을 만나기 위해 빈 도화지에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오늘도 범진이가 진정 자신을 찾게 되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조금씩 범진이에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안준상 | 서울 영훈초 교사 아이들의 자발성과 상상을 믿는 어른들은 많지 않다. 아이들의 자발성과 상상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일찍부터 아이들에게 책임을 맡길 만한 용기를 지닌 어른들이 무척 적은 것 같다. 나 또한 ‘그 어른 중에 한 사람이 아닌가?’하는 반성을 해본다. 그러면서도 엄격하게 학급운영을 할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면서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치롭게 여겨야 할 것이 바로 좀 전에 말했던 것처럼 아이들의 자발성과 상상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그 상상력이 큰 꿈으로 이어지고, 꿈을 향해 언제나 참되며, 힘써 노력하는 아이들이 된다면 교사로서 큰 보람을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본다. 3학년 1반은 작은 마을이다. 이 마을에는 법률이 있다. 법률에 따라 꿈쟁이들은 자발적으로 여러 가지 활동들을 주도해 나간다. 마을 주민회의를 이끌어가는 시장이 있다. 시장은 주민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그리고 시장과 함께 마을을 꾸려갈 공무원들이 있다. 경찰, 국세청, 그리고 마을화폐(10냥, 50냥, 100냥 등의 마을화폐)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재정경제부가 있다. 이뿐 아니라 국회의원, 법관, 변호사, 신문사, 출판사, 슈퍼상인, 문구점상인 등 다양한 직업(역할)이 존재한다. 변호사, 판사를 희망하는 꿈쟁이들은 사법시험을 치렀다. 8명의 꿈쟁이가 지원하여 시험을 보았다. “결과는 내일쯤에야 나올 것 같군요. 꿈쟁이들이 쓴 답안지를 꼼꼼이 읽어보겠습니다. 모두 변호사가 되고, 판사가 되면 좋겠지만 판사 1명과, 변호사 3명을 선발하도록 하겠습니다.” 하고는 시험의 기준을 발표하고 안내하였다. 동시에 문구점, 약사, 의사, 신문사기자, 도매상인, 우체국, 은행도 활동이 시작된다. 아침시간과 점심시간만이 이용 가능한 시간이다. 사실, 은행직원은 매우 바빠 교대근무를 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어렵게 사법고시를 치르고 선발된 변호사는 처음엔 고객이 없어 편지지와 꿈쟁이들마을 우표를 제작하여 우편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체국 직원이 모두 3명이 있는데, 서로 역할을 분담하여 효과적으로 수행하려 노력한다. 틈새시간들을 쪼개어 아이디어를 내고 전략을 세워 힘쓰는 꿈쟁이들이 매우 창의적이고 영리하다. 게다가 마을활동을 하면서 개선해야 할 점은 마을 게시판(화이트보드)에 올려 시장과 부시장, 국회의원이 보고, 토요일 주민회의를 통해 바꾸어 보려는 노력도 시도한다. 마을사진사들도 사진기를 가지고 다니며 활동 모습을 찍기도 하고, 기념사진도 찍어준다. 물론 이용료(마을화폐 100냥)를 내야만 가능하다. 선생님의 사진기를 이용하는 사진사는 사진기대여료도 낸다. 수입의 10퍼센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직업활동을 통해 얻은 수입의 10퍼센트를 마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것이다. 재정경제부 소속 국세청 세무담당 공무원은 이를 위해 열심히 세무조사를 실시한다. 세무조사를 위해 모든 상인들은 판매장부(공책)에 기록해야 한다. 바로 우리 교실은 36명의 작은 마을이다. 모두 협력하여 즐거운 교실, 마을로 꾸려나가고 있다. 아침이면 재정경제부 수업수당 담당 공무원은 바쁘다. 마을 꿈쟁이들에게 수업수당을 지급하기 위해 일찍부터 금고 앞에서 정리하고 있다. 수업수당은 2시간당 100냥, 6교시가 있었던 다음 날에는 300냥을 받게 된다. 열심히 공부하고 받는 수당은 언제나 즐겁다. 아참, 수당을 지급할 때, 선생님께도 수당을 주어야 한다. 선생님도 꿈쟁이들 마을의 주민이니까. 동시에 재경부 장관은 아침시간과 점심시간을 이용해 상금 받을 꿈쟁이들의 명단을 선생님께 받아 칭찬받은 꿈쟁이들에게 상금도 전달해 준다.[PAGE BREAK]이때에도 잊어서는 안 될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10%의 세금이다. 꿈쟁이들은 수입의 10%는 세금으로 내야 함이 법률에 나와 있다. 어쨌든 꿈쟁이들 마을 화폐로 세금도 내고, 신문도 구독하고, 운동장자유이용권, 슈퍼, 문구점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이제, 꿈쟁이들 마을의 주민으로서 활기차고 즐거운 생활이 시작되는 것이다. 꿈쟁이들 마을에는 꿈쟁이들마다 신분증이 있다. 두레반 꿈쟁이들 마을 법률에 따르면, 신분증이 없으면 경찰의 검문에 걸려 벌금을 내게 된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선생님, 조금밖에 안뛰었는데, 경찰이 저에게 벌금을 내래요.” 속상해하면서도 꿈쟁이들마을의 법률을 지키려는 꿈쟁이들의 의젓함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안전한 생활을 위해 스스로 생활규칙을 지키려는 꿈쟁이들이 대견스럽기만 하다. 이처럼 경찰들은 마을법률을 어기는 꿈쟁이들에게 경고장을 준다. 그리고 그 경고장은 마을경찰청 벌금담당 공무원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벌금은 기간내에 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2배의 벌금을 내야하니까. 교사도 점심식사 중에 음식을 조금 남겨 법률을 어기면 벌금을 내야 한다. 우리 두레반 꿈쟁이들에게는 암행어사가 있어서 한달에 한 번씩 조선시대 암행어사처럼 임명되고 있다. “특히 박정휘가 눈에 뛰더라고요. 발표도 잘하고, 선생님 말씀도 잘 듣더라고요. 그래서 정휘를 칭찬해요… 꼭 상 좀 주시면 좋겠어요… ” 암행어사의 눈으로 본 칭찬어린이의 모습이다. 이렇게 암행어사들은 아무도 모르게 우리 반을 살펴보고 훌륭한 점을 칭찬하고 좋은 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교실 한켠 조그마한 공간, 점심과 아침시간에 꿈쟁이들 몇명이 모여 있다. 그곳에는 여러가지 재미있는 게임등이 펼쳐진다. 짧은 시간이지만 지능향상에 도움이 될 만한 게임, 흥미있는 게임 등 정휘와 승원이가 매우 열심히 운영해오고 있다. 레고 및 블록, 체스, 바둑(오목), 공기놀이 등 여가시간에 활용할 게임들도 있다. 우리 꿈쟁이들이 쉬는 시간에 이러한 도구들을 활용하여 친구들과 얘기도 나누면서 우정을 쌓는다. 더욱 알차고 재미있게 운영하기 위해 국립놀이연구소도 개원했다. 뒷정리도 더욱 잘하고, 잃어버리지 않도록 관리도 하기로 했다. “오늘 수업수당 받은 거 저금하려고… ” “은행에서도 돈을 바꿀수 있어?” “그렇다면 1000냥을 50냥 몇 장으로 바꿀 수 있을까?” “왜?” “가게에서 과자를 사려고.” 점심시간, 은행원과 주민의 대화다. 은행이 많이 바빠지고 있다. 은행업무는 아침시간과 점심시간을 이용해 틈틈이 하고 있다. 은행금고에 통장과 저축한 마을화폐를 열쇠로 잠금장치를 해두고 발 빠르게 잘 하고 있다. 성훈이와 수란이는 문구점을 운영하고 있다. “연필은 200냥, 지우개 200냥, 풀 500냥, 공책 200냥, 스카치테이프는 …, 하지만 지금은 쉽니다.”라고 꿈쟁이들 마을 문구점 상인이 문구점을 찾아온 꿈쟁이에게 열심히 설명한다. 문구점 상인뿐 아니라 모두가 아침시간과 점심시간이 되면 세금내고, 벌금내고, 사탕 하나 사고, 지능게임 하고, 은행에 들러 통장정리 하고, 문구점에 들러 필요한 게 있는지 구경도 하는 등 나름대로 바쁘게 돌아간다. 언젠가 문구점을 운영하는 수란이가 북한산 약수를 가져와 흥미로운 일을 만들어 주었다. 한 컵에 50냥이라는 가격으로 몸에 좋다는 약수를 작은 병에 담아 온 것이다. 50냥이라는 큰(?) 돈을 내고 마셨던 북한산 약수물은 우리 반 아이들에게 인기만점이었다.[PAGE BREAK]우리 반 신문이 발간되던 날. 신문구독료는 100냥이다. 수업수당 지급할 때, 100냥을 뺀다고 하였더니, 몇몇 꿈쟁이들은 “신문을 꼭 봐야하나요? 신문구독이 법에 나와 있듯이 의무인 것은 너무해요.”하며 선택권을 달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우리나라의 법에도 국민의 의무가 있다. 국방의 의무, 납세의 의무, 교육의 의무, 근로의 의무, 환경보전의 의무 등이 있듯이 우리 꿈쟁이들도 공부해야 할 의무, 납세(세금)의 의무 등 신문구독도 우리 마을에서는 의무이다.”라고 법률을 내세웠지만, 그래도 마을주민회의를 통해 주민투표를 해야 한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은 꿈쟁이들이 있었다. 그래서 토요일 주민회의를 통해 찬성, 반대의견을 들어보고, 협상이나 투표를 해야 할 것 같다. 오늘은 법률에 명시된 대로 구독료를 내기로 하고, 다음엔 더욱 향상된 신문이 나오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렇게 꿈쟁이들의 마을에서 경험하는 작은 사회를 통해 수학, 언어영역, 사회 등의 학습내용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있다. 수업을 통해 아직 배우지 않은 내용들이 많이 있지만 교실에서 생활하면서 백분율, 협상, 토의, 경제, 행정, 법 등에 대한 내용들이 많이 등장하여 이해하는 폭이 넓어질 뿐만 아니라 미래, 자신의 직업에 대한 생각도 조금이나마 할 수 있는 것 같다. 가끔 우리 아이들의 스스로 계획하고 활동하는 노력에 깜짝 놀랄 때가 많다. 마을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계획해서 만든 신문, 연극을 계획하고 연습하는 것, 점심시간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영화사, 보건복지부 공무원들, 복지재단의 북한어린이돕기 기금 마련, 마을주민회의에서 찬성, 반대의견을 자신있게 주장하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들로 창의성이 돋보이는 꿈쟁이들이 바로 3학년 1반 아이들이라는 사실에 자랑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더불어 친구들과 하나가 되어 함께 걱정해주었던 모습도 잊을 수 없다. 공부도 열심히, 독서에도 열심히, 힘써 노력하는 꿈쟁이들이 매우 멋질 뿐이다. ‘3학년!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생긴다.
옥순원 | 충북 청주 풍광초 교사 소연 엄마! 오늘도 출근길에 소연이를 만났습니다. 북적거리는 꼬마들 틈에 끼어 골목을 오가는 행인들을 물끄러미 보고 섰더군요. 멀리서 소연아, 부르니 금방 알아보고 활짝 웃는 모습은 여전히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4년 동안이나 나의 교실에서 자랐던 소연이가 졸업을 하던 지난 2월, 그토록 암담해 하던 소연 엄마의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길 찾기도, 신변정리도 되지 않는 열네 살 딸- 수줍음이 배인 저 미소를 더럽히지 않기 위해 중학교에 입학 유예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던 소연 엄마의 심정을 저는 잘 알지요. 학교 앞 비좁은 문구점에서 장애 딸을 데리고 아침부터 몇 백 원짜리 손님들에게 부대끼는 하루하루가 얼마나 고달플지 능히 짐작합니다. 교사에게 못난 딸을 맡겨서 늘 미안하다고 말하던 사람. 그러나 소연 엄마의 생각과는 달리 저는 행복했습니다. 특수교육을 해보지 않은 교사는 우리 아이들의 서투른 일상 안에 숨어있는 내면의 순수성, 아름다운 정서의 원형을 만나볼 수 없으니까요. 소연 엄마는 이런 표현에 공감할 수 있을는지요. 어쨌든, 저는 우리 아이들에게서 받는 순수한 영적 에너지로 세상 욕심과 교만을 다스려왔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이 주는 자극으로 인해 일반교사들의 장애아 이해에 참고가 될 글도 써낼 수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들과 맺은 인연과 나눈 사랑이 없었더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작업이지요. 소연이의 이야기도 간간이 담긴 수필집이 출간되었을 때 누구보다도 반가와 하며 달려와 안겨주고 간 소연 엄마의 장미다발은 곱게 말라 지금은 교실 벽에 그림이 되어 있습니다. 생각나는군요. 4년 전, 학교를 옮기고 사흘쯤 되었던 날인가요. 우리 교실을 기웃거리던 소연 엄마를 본 날이. “저어… 선생님이… 이번에 오신 분이세요?” 이런 가벼운 인사 끝에 소연 엄마는 매사에 서투른 딸을 맡겨 미안하다는 말을 여러 번 되풀이하였지요. “정신지체에 자폐증까지 있어서요. 그래도 사람 속에 어울려 살라고 일반학교에 보내는데 선생님들에게 너무 폐를 끼치게 되네요. 그래도 특수학교에 보내기는 너무 아까워서….” 갸름한 얼굴에 노루처럼 까만 눈을 가진 소연이가 심한 장애를 겪는다는 사실은 누가 보더라도 안타까운 일이었어요. 안아주려고 해도 “아니야, 아니야”하며 허공을 휘젓던 아이가 벽을 허물고 “선생님!”하고 가까이 다가오게 되면서, 저녁상에 올려진 방울토마토를,“이거 엄마 먹어!”하며 소연이가 내밀었다고 너무 신기하다며 울먹이던 소연 엄마의 전화 음성도 기억납니다. 이런 기쁨은 장애 자녀를 키우지 않는 부모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거예요. 저도 병치레하는 자식을 밤새워 돌보면서 애타는 심정을 겪어보았지만, 평생 동안 자식 걱정에서 벗어날 길 없는 소연 엄마를 보면 아무런 핑계도 댈 수가 없습니다. 특별한 헌신의 길을 가는 소연 엄마는 존재만으로도 평범한 저 같은 사람들에게 삶의 진지함을 일깨우기에 너무 당당한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소연 엄마! 딸의 진학이 좌절되어 무척 고생되었겠지만 이제 조금만 더 기다려보세요. 올해 장애학생의 통합교육을 도울 특수교육보조원이 초등 특수학급에 배치되고 있으니 내년이면 소연이의 등하교와 지도를 도와줄 보조원이 일선 중학교에도 배치될 것입니다. 교육부의 직속기관인 국립특수교육원에서도 다양하고 세심한 배려를 많이 하고 있으니까요. [PAGE BREAK]통합교육의 큰 걸림돌이 되어왔던 교사와 학생들의 장애 인식 개선을 선도하기 위해서 장애이해 사이트가 개설되어 더욱 반가운 마음입니다. 제가 이번에 낸 특수교육 에세이집도 일반 교사들의 장애학생 이해와 지도를 돕는 도서로 자료실에 소개되어 있더군요. 이런 장애이해 사업이 정착되면 소연이가 교실에서 따돌림을 받거나 교사들의 편견이 사라져 장애 자녀를 학교에 맡긴 부모의 근심을 얼마간 덜 수 있을 거예요. 그간에 지켜온 길-고통 속에서도 가장 힘겹게 버텨온 장애 자녀의 부모님들이 먼저 그 눈물과 한숨을 보상받는 날이 어서 오기를 바랍니다.
신천호 | 한의사 기다리는 동안의 건강법 사람을 기다리거나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두 손바닥으로 앞이마를 누르고, 힘을 조금 들여 아래턱까지 문지른 다음 다시 머리 뒤를 향해 양쪽 귀를 문지르고, 정수리를 문지르면서 앞이마로 돌아온다. 십여 차례 계속하면 제양(諸陽)의 상승을 촉진하고 백맥(百脈)이 조화를 이루며 기혈(氣血)이 쇠퇴하지 않게 된다. 전화를 기다릴 때는 입 안에 뭔가를 물고 있는 것처럼 입을 굳게 다물고 두 뺨과 혀로 입 속을 양치질하는 동작을 몇 차례 해서 침이 입에 가득 차거든 세 번에 나눠 삼킨다. 이렇게 하면 입 안에 많이 생긴 침이 소화를 도와준다. 영화나 강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릴 때는 눈에 대한 보건체조를 해서 눈근육의 피로와 근시·원시의 발생을 방지하는 게 좋다. 또 시간이 있으면 두 손으로 요안처(腰眼處)로부터 미려부(尾閭部)까지 힘주어 문질러주고 다시 문지르면서 양쪽 엉덩이가 뒤로 굽은 끝 부분까지 돌아간다. 이렇게 수십 차례 하면 신장기능이 강해져 요통을 막을 수 있다. 개회식 전에 먼저 도착했거나 회의 중 휴식시간에는 두 손바닥으로 양쪽 귓구멍을 세게 누르고, 두 손의 중간에 있는 세 손가락으로 후두부의 침골을 가볍게 10여 번 두드린다. 그런 다음 두 손바닥을 갑자기 뗀다. 이렇게 수십 차례 하면 머리가 깨끗해지고, 기억력과 청간이 증강된다. 줄을 길게 서서 물건을 살 때는 반복해서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손목관절을 돌려주고, 허리와 다리를 돌려주는 동작을 취한다. 이렇게 하면 혈액순환이 촉진되고 관절이 민첩해진다. 오구(五久)를 피하라 앉고, 눕고, 서고, 다니고, 보는 것은 인체의 5가지 중요한 본능이다. 그러나 이 5가지 본능으로 인한 피로가 쌓이면 건강에 손해가 되니 주의해야 한다. ① 오래 앉아 있으면 살(肉)이 상한다. 장기간 앉아 있으면 근육섬유가 위축되기 쉬워서 근육의 힘이 약해지고 몸도 수척해지며 식욕이 감퇴된다.[PAGE BREAK]② 오래 누워 있으면 기(氣)가 상한다. 장기간 침대에 누워 있으면 신진대사가 저하되어 정신력이 부진해지고, 몸이 권태롭고 힘이 빠지며, 움직이면 숨을 헐떡거리는 등의 기허증(氣虛症)이 나타난다. ③ 오래 서 있으면 뼈가 상한다. 오래 서 있으면 다리로 내려간 정맥혈이 되돌아오는 데 어려움이 생겨서 다리가 약해지고, 발이 저리며, 발등이 붓는다. 또 종아리에 있는 정맥이 구부러지면서 불거지고 허리와 다리에 관절염이 생긴다. ④ 오래 걸어다니면 힘줄이 상한다. 나이를 생각하지 않거나 몸이 약한 가운데 먼길을 걸으면 발의 힘줄이 접질리거나 넘어지거나 혹은 심혈관계통에서 의외의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⑤ 오래 보고 있으면 피가 상한다. 보는 시간이 너무 길면 눈이 피로해지고 머리가 어지러우며 심장이 두근거린다. 눈은 간에 속하고, 간은 피를 저장한다. 따라서 간혈(肝血)이 부족해진다.
김영춘 | 한국교총 교권옹호국 Q1. 교육공무원의 정근수당 및 정근수당가산금(구 장기근속수당) 지급을 위한 근무 연수를 계산함에 있어서 학력과 경력이 중복될 경우, 학력과 중복되는 경력 연수를 근무 연수에서 제외하여야 하는지요? 아니면 중복된 학력과 관계없이 경력만으로 근무 연수를 산정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A1. 교육공무원의 정근수당 및 정근수당가산금 지급을 위한 근무 연수는 공무원수당규정 제7조제2항 및 제8조제3항의 규정에 의거 1월 1일, 4월 1일, 7월 1일, 10월 1일 현재를 기준으로 공무원보수규정 교육공무원등의경력환산율표에 의하여 계산하게 됩니다. 이때 학력과 경력이 중복되는 경우에는 본인에게 유리하게 경력(제1류 내지 제7류의 모든 경력)만으로 근무연수를 계산함이 타당할 것입니다. 즉, 학력과 경력이 중복되어 학력을 호봉획정시 반영하여 계산하였다 할지라도 정근수당이나 정근수당가산금 지급을 위한 근무 연수 계산은 경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Q2. 교감 직무대리자에게 직급보조비 등 수당을 지급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A2. 일반교사가 교감직무대리로 지정되어 사실상 교감의 직무를 수행한다 하더라도 이는 직무대리에 불과하므로 교감직위에 따른 직급보조비 등 제수당 지급은 불가할 것입니다. 참고로 공무원수당등에관한규정 제14조 및 에 의한 보직교사수당의 경우에도 일정자격을 갖춘 자가 보직교사로 임용되어 해당업무에 종사할 때 지급하는 것이므로 보직교사 직무대리로 지정되어 사실상 주임교사의 직무를 수행하더라도 이는 직무대리자에 불과하므로 이 경우에도 보직교사수당을 지급할 수 없습니다. 알림 - 지난 새교육 7월호에 게재된 출장비 지급과 관련한 추가 내용입니다. 근무시간 :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토요일), 일요일은 휴일이므로 정해진 근무시간이 없음. 즉, 토요일의 경우 오후 1시 이후에 근무가 예상되어 학교장의 사전 결재를 받았다면 시간외근무수당 지급이 가능합니다. 계산방법은 2시간 이상 시간외근무를 한 경우에 2시간은 공제한 후 4시간 이내에서 매 분 단위까지 합산하면 됩니다. 일요일의 경우에는 근무한 시간만큼 시간외근무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지만 공무원수당등에관한규정에 의해 2시간 이상 4시간 미만을 근무했을 경우 공제없이 매 분 단위까지 인정하고, 4시간 이상일 경우 4시간만 인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