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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최연중 | 충북 충주 용산초 교사 1. ‘생각 키우기’ 지도 자료의 개발 ‘생각 키우기’ 지도 자료란 창의성 관련 요소를 배합 구성하여 새로움에 도달하기 위해 일정 시간에 지도하도록 하는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접근을 하여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기존의 생각에 새로운 생각을 추가하도록 개발한 지도 자료이다. ‘생각 키우기’ 지도 자료 개발 절차는 먼저 창의성 관련 이론을 분석한 후 지도할 창의성 기능을 추출하여 학년별 창의기능 요소별 내용을 선정하여 개발하였다. 선정된 창의기능으로는 민감성, 유추성, 유창성, 융통성, 독창성, 정교성, 상상력 등으로 이 기능 요소에 맞는 많은 지도내용들을 추출하여 생각 키우기 지도 자료를 개발하였다. ‘생각 키우기’ 지도 자료는 재량활동 시간에 학습할 생각 키우기 지도자료 주제에 대하여 가정이나 학교에서 가족, 친구들 또는 혼자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여 해결하는 주간 과제로 다음 주에 있을 생각 키우기 지도 자료에 밑바탕이 될 과제인 창의 신바람 활동과 기존의 학습지 위주의 창의성 교육을 지양하며, 범교과적 활동 중심으로 개발한 ‘생각 키우기’ 지도 자료로 구분하였다. 생각 키우기 지도 자료를 효과적으로 지도하기 위하여 창의적 사고를 길러주기 위한 구체적 수업 상황에서 활용 가능한 ‘창의적인 문제 해결 수업 모형’을 개발하여 활용하고 있다. 창의적인 문제 해결 수업 모형은 ①곤란의 상태와 사실 발견을 창의적 세상보기 단계로 ②문제 발견, 아이디어 발견을 창의적 생각 열기로 ③해결안 발견을 창의적 생각 만들기로 ④수용안 발견을 창의적 생각 펼치기 단계로 적용한 학습모형이다. 2. 창의성 신장을 위한 자기표현의 기회 제공 창의성 신장을 위해서는 학습 프로그램을 개발·적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창의성 개발을 유도하는 학교환경 조성과 활동도 뒤따라야 한다. 따라서 본교에서는 창의적 환경 조성과 활동에 노력했다. 1) 창의적 사고 활동장 조성 생활 속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다양하고 기발한 생각들을 촉진하기 위한 창의적 환경과, 어린이 스스로 체험 위주의 창의적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하여 계단의 모서리 공간을 이용한 창의성 공간인 ‘창의 쉼터’를 조성하였다. 창의 독서 코너, 조각 그림 코너, 퍼블 코너, 카프라 코너, 고누놀이, 칠교놀이, 같은 그림, 공간도형놀이, 바둑 등을 이용하여 어린이들의 여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어린이들의 창의성을 길러나갔다. 2) 다양한 창의적 교육활동 전개 먼저 학년 창의 마당을 운영하였다. 생활 속에서 어린이들의 창의적 사고를 촉진시키기 위하여 학년별로 복도에 창의 마당을 제작·설치하여 창의적인 탐구 주제를 제시하고 어린이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였다. 격주마다 새로운 주제를 주고 해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둘째로 학급 담임 창의성 시상제를 운영하였다. 셋째로 창의적 산물 찾기 운동 전개로 창의성 기능을 습득시키기 위하여 방송매체, 신문·잡지, 인물·자연 사진, 광고 등 우리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정보들 중에서 기발한 생각이 담긴 내용을 골라 자신의 의견과 배울 점 등을 기술하고 스크랩 하거나, 일상생활 속의 불편함이나 새롭게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설명한 내용 등을 스크랩 해보는 활동을 실시하였다. 넷째로 발명하고 싶은 물건 생각하여 광고문 만들기로 어린이 생활본에 창의성 기법의 하나인 연화기법을 이용한 ‘자기가 발명하고 싶은 물건 생각하여 광고문 만들기’를 부록으로 삽입하여 어린이들의 생각을 열어주도록 하였다. 이렇게 생각 키우기 지도자료 적용을 통한 창의성 신장이라는 주제로 뒤를 돌아볼 때, 먼저 다양한 창의성에 대한 연수는 교사, 학부모에게 창의성에 대한 폭 넓은 이해를 가져왔고 이를 바탕으로 생각 키우기 지도 자료를 개발하여 어린이들의 창의성 신장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둘째로, 학부모 연수, 가정통신문 발송, 학부모와 함께 하는 날 운영, 홈페이지를 통한 연수, 학부모·어린이·학교 간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학교와 연계된 창의성 교육을 할 수 있었으며 학교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이해와 신뢰를 높이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다양한 체험을 통하여 새롭고 창의적인 해결방법을 모색하기 위하여 자기표현의 기회를 제공한 결과 어린이들의 사고의 폭을 넓히고 심화시켜 창의적 사고에 대한 욕구와 자신감이 향상되었다. 그러나 반성해야 될 점 또한 많다. 그 실례로 학습 장면 이외에도 우리의 생활환경과 풍토가 창의적 사고를 촉진할 수 있도록 변화되어야 하겠으며, 무분별하게 개발된 검증되지 않은 창의성 지도 자료의 적용이 오히려 창의성을 저해하므로 어린이의 발달단계와 창의기능을 고려한 체계적이고 인증된 지도 자료의 보급과 효율적인 적용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끝으로, 지금 우리들이 하고 있는 창의성 교육은 일련의 교육활동으로 당장 눈에 보이게 창의성이 급격히 신장되리라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단지 밭을 갈고 씨앗을 정성껏 심고 가꾸는 농부의 마음처럼 부단한 자기연수와 전문성 신장에 노력한다면 멀지 않아 탐스런 열매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류미경 | 경북 포항제철동초 교사 ‘아동 각자에게 잠재되어 있는 능력을 어떻게 하면 극대화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 교사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나 역시 이런 고민을 가지고 창의성 연수를 시작했었고, 6학년 40명의 아동들과 함께 창의성 교육을 실천해 왔다. 변해 가는 아동들의 모습을 보며, 교사들의 고민의 무게에 따라 교육효과가 비례한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1. 창의성 교육의 선결과제 창의성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창의 교육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허용적인 학급 분위기를 조성하고 자기 주도적인 학습 습관을 갖도록 하는 것을 선결과제로 선정하고 해결해 나갔다. 가. 허용적인 학급 분위기 조성 “내 마음대로 생각해도 100점이예요. 그래서 재미있고 신나요.” 창의성 수업이 어떠냐는 인터뷰 장면에서 나온 아동의 대답이다. 이런 대답은 ‘틀릴 수 있는 지적 자유’를 부여함에서 오는 결과일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정답을 말해야 하는 강박관념에 길들여 있는 듯하다. 틀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자신의 생각을 맘껏 말할 수 있도록 하는 허용적이고 개방적인 분위기 조성은 창의 교육의 기본이라 본다. 호기심, 자기 확신, 상상, 인내, 집착, 유머감, 독립성, 모험심, 개방성 등의 창의성 요인들은 허용적일 때 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자기 주도적인 학습습관 형성 창의성은 자기 주도적인 학습습관 형성으로 자발적인 동기와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하다. 설문을 통한 분석에 의하면 학원이나 과외, 학습지 등을 4개 이상 다니며 너무나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영어, 수학은 선수 학습을 주로 하고 있었으며 다른 과목은 학교에서 배운 것을 다시 학원이나 학습지를 통해 공부함으로써 많은 시간을 공부함에도 성취도는 낮고 수동적인 학습태도가 형성되어 있었다. 수동적·타율적인 학습에 지쳐 있는 아동들을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함이 창의성 교육을 위한 선결과제라고 생각하여 ‘One Page 학습방법’을 구안·적용함으로써 ①교과 특성에 따른 학습 방법 및 수업시간에 집중하여 참여 하는 방법, 예습·복습방법을 중점 지도하여 학습에 자신감을 갖도록 하였고 ②일주일 단위로 주간학습 계획을 세워 실천함으로써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하였다. ------- 6-3 이재윤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가 점점 힘들었었는데 이 공부 방법을 실천하면서 공부는 해볼만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원칙대로 공부하니까 스트레스도 받지 않아 좋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계획적으로 공부하니까 시간이 남아서 내가 하고 싶은 과학 공부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2. 창의성 교육의 실제 창의성 교육의 실제에서 교과수업을 통한 창의성 교육, DESK 창의 모형에 따른 창의성 교육, 진로 교육을 통한 창의성 교육 등을 실천하였다. 가. 교과 수업을 통한 창의성 교육 1) 기법 중심의 창의성 교육 수업시간에는 단위 시간의 ‘교과목표’를 성취하는 과정에 간접적으로 창의성 교육을 하고자 하였다.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법을 적용하였으며 필요시에는 창의 요인에 의해 교재를 재구성하여 지도하였다. 이 기법 중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은 브레인스토밍 기법으로 비판이나 평가받지 않는 분위기에서 자유분방하게 말하고 아이디어를 결합하여 좋은 의견을 도출할 때 많이 활용한다. 많은 창의 기법들은 이 기법을 기초로 한 것들이 많기 때문에, 이 기법의 활용을 정확하게 지도하면 다른 영역이나 기법으로 전이가 쉽다고 생각한다. 2) 창의적 평가를 통한 창의성 교육 교사와 또래 집단 간의 상호 작용에 의하여 창의성을 스스로 계발하기도 하고 영향을 받도록 하였다. 교과시간에 수업 진행 과정이나 창의적인 산출물(시, 짧은 이야기, 작품이나 그림, 문제 해결 전략, 발명품, 작곡, 안무, 역할극 등)을 평가할 때 아동들의 창의적 활동을 부각시킴으로써 창의적인 관점에서 사고하도록 하였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다른 사람과 다른 독특한 생각을 표현해서 좋습니다” 라는 등 자연스럽게 창의적인 관점에서 말하는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 DESK 창의 모형에 따른 창의성 수업 임선하의 DESK 창의성 모형을 각 교과의 창의적인 교과활동 시간을 활용하여 적용하고 있다. 이 모형은 창의성 교육의 내용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으며 기초적인 창의성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즉 창의성 내용의 4개 영역을 24개 요인으로 다시 114개의 요소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순서(창의성의 내용구조와 위계성 고려)지워 가르치는 것이다. 다. 진로 교육을 통한 창의성 교육 창의성은 신나고, 재미있고, 스스로 하고 싶을 때 극대화된다고 한다. 이는 어릴 때부터 자기 이해에 따른 올바른 비전 확립과 진로 교육을 요구하며 자기가 흥미를 가지고 전력질주할 수 있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함을 시사한다. 따라서 다중지능이론을 토대로 창의 재량 3시간을 활용하여 진로 교육을 함으로써 자신이 하고자 하는 비전을 확립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 결과, 스필버그 같은 영화감독이 되겠다며 만화를 잘 그리는 동현이, 탤런트가 되겠다는 연극을 잘하는 영우 등등 아이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흥미를 가지고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전 확립과 진로지도를 통해 특별활동과도 연계하여 지도하고 있다. 지금의 특별활동 운영은 교사의 특별활동 지도 영역이 정해진 후에 아동들이 그 중에서 부서를 선택하기 때문에 아쉬움이 있다. 가능한 범위에서 자원봉사나 지역사회와 통합하여 아동들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함도 앞으로의 과제이다. 안철수 씨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에서 우리 모두가 우리 자신의 CEO가 되어야 한다고 젊은이들에게 고하고 있다. 창의성 교육은 지식기반 사회에서 자신의 CEO가 되어 자기 주도적으로 자신을 이끌어 나가도록 하는 일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이렇게 중요한 창의성 교육으로 아동들이 생활 속에서 창의성을 발휘할 뿐 아니라 자신의 고유 빛깔을 찾아 특정 전문영역에서 창의성을 발휘하기를 기대하며 ‘창의성 안테나’ 세우기를 계속하고 있다.
김종숙 | 서울 세검정초 교사 이 세상에서 가장 창의적인 일을 하는 직업은 무엇일까? 나는 감히 그 대답을 교사라고 한다. 제일 창의적인 움직임, 창의적인 작품이 나오는 곳은 어디인가? 바로 학교가 아닌가? 창의적이어야 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두 말 할 것도 없이 학생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창의성이 학교 현장에 필요하다고 야단일까? 오히려 학교현장이 창의적인 것과 거리가 멀어져 있는 탓이 아닐까? 그러나 내 교실에서만큼은 창의적인 발걸음을 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실천하고 있다. 공책의 제목은 스스로 붙이게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해서 학교라는 곳에 처음 적응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교사들은 어떤 서비스를 하고 있는가? 공책을 나누어 주고 모두 제목을 일제히 달아 준다. ‘창의성 교실’ ‘창의력 주머니’ ‘나의 하루 일기’ ‘알고 싶어요’ ‘그림일기’ 등등. 나름대로 좋은 제목이라고 이름을 붙여서 컴퓨터에서 똑같이 뽑아서 공책에 깔끔하게 붙여서 나누어 준다. 사물함에는 똑같은 스티커를 붙여 주고 나름대로 사물함 뚜껑을 잘 이용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먼저 아이들과 만나 새로운 시작을 할 때 여러 가지 공책이나 주변의 모든 것들에 대해 제목도 스스로 붙이고 관심을 가지게 하면 좋다. 3학년인 우리 반 어린이가 작년에 일기장에 붙인 제목에 으뜸을 뽑자면 ‘나의 하루 경사났네’이다. 제목 옆에는 예쁘게 오선 악보를 그려 놓았다. 버금가는 제목은 ‘새로운 하루’였다. 아이들은 자신이 지은 제목을 통해서 자신의 창의성을 발견해 낼 수 있다. 자기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자발성도 생기고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에서 벗어나는 개방성도 생길 수 있다. 사물함 명패도 나름대로 정하도록 했다. 올해는 특히 눈에 띄는 제목을 찾지는 못했지만 ‘나의 문방구 창고’라든지 ‘나 말고 건드리지 마’ 등의 제목으로 아이들은 자신만의 새로움을 추구하며 노력할 수 있었다. 파일도 교실마다 예쁘게 정리해서 제목까지 똑같이 출력하여 잘 붙여놓곤 한다. 그러한 일들은 컴퓨터만 있으면 교사가 아닌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 파일 제목을 스스로 붙이고 표지 그림도 자신이 그리게 하면 좋다. 교실환경에서 아이들의 작품도 선생님들이 예쁘게 붙여 주어야 직성이 풀리고 관심이 있는 교사로 보인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이 자기의 결과물을 스스로 떼고 붙일 수 있는 공간과 자유로움 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보기에 좀 정돈되어 보이지 않고 느낌이 거북스러울지도 모르지만, 아이들에게 자신의 손으로 소중하게 자신의 작품을 만지고 감상하고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교사의 마음이 더 중요하다. 적어도 아이들이 하는 행동은 하루하루 새로운 것이다. 그것이 특별히 독창적이거나 그런 것은 아니라 해도 늘 새로움을 향한 발자국을 떼고 있고 새로운 몸짓, 새로운 생각으로 끊임없이 발전해 나가고 있다. 혹시나 그런 아이들 앞에서 우리가 잘 인도해 준다고 하면서 그들의 사고와 창의성을 막고 서 있는 것은 아닐까? 아이들의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창의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들을 창의적으로 가르쳐 보려고 시도하게 되고 아이들의 창의성이 보인다. 수업중에 아이들은 때로 종이를 돌돌 말아서 교사를 쳐다본다. 그러면 나는 예전에는 당장 내리라고 했다. 그러나 이젠 아이의 그 순간의 시각을 먼저 생각한다. 그 아이의 호기심, 민감성, 유창성, 융통성, 독창성, 상상력을 생각하며 미래에 그 아이가 창조해 낼 세상도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에게 물어 본다. “그렇게 보니까 뭐가 다르게 보이니”라고. “스티븐 스필버그도 남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아서 그렇게 멋진 작품을 만들었지. 그렇지만 지금은 그걸 내리고 나를 바로 보아라” 하고 말한다. 아이들의 서투른 작품 하나도 우습게 보이지 않는다. 그 아이의 머리와 손이 애써 만들어 놓은 어떤 작품에서도 최대한 그 아이가 본 세계를 발견해 보려고 애쓰고 독려해 줄 수 있다. 컴퓨터가 교실에 들어오고 프로젝션 TV가 모든 학교에 보급되어 ICT 교육이 잘 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교사들이 그것을 오용하고 있지는 않는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들의 교실에서 컴퓨터가 아이들의 사고과정과 작용을 막거나 대신하고 있는 점은 없는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어느 날 아이가 집에 와서 툴툴거렸다. “우리 국어 선생님은 프로젝션 TV에 정답을 써 주고 베끼라고 해. 그런 건 아주 재미없어. 생각을 할 수가 없잖아.” 학교에 와서 정답을 베끼고 지식을 충족시키던 시대는 지났다. 그런 것은 이제 특별한 자격이 없어도 누구든지 할 수 있게 되었다. 컴퓨터가 있고 온갖 미디어들이 존재하고 정보의 홍수라고 할 만큼 지식검색은 어디서라도 풍부하게 할 수 있다. 이제 교사가 전문성을 내세우려면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창의성이란 어떤 특별한 사람에게 있는 것도 특별한 상황에 있는 것도 아니다. 바로 우리들의 학교 현장이 창의성의 보고이다.
추병완 | 춘천교대 교수 오늘날 우리는 정보 혁명의 시대 속에 살고 있다. 정보 사회의 화두인 새로운 미디어로서의 인터넷은 우리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학생들은 인터넷을 통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가운데 새로운 지식을 능동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 학생들은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다양한 동호회 활동을 통하여 사이버 공동체 의식을 함양시켜 나가고 있다. 또한 학생들은 인터넷을 통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탐색하는 가운데 진지한 자아 발견의 실험을 하고 있다. 나아가 학생들은 전자 상거래를 통하여 사이버 공간에서 경제 활동의 주체가 되고 있으며, 여러 가지 정치적 의견 개진을 통하여 자신의 정치 참여 욕구를 실현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이 학생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만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지면서 우리의 학생들은 지금까지 성인들만의 소유였던 비밀스러운 삶의 부분에 그대로 접속하고 있다. 섹스, 폭력, 도박 등 학생들에게는 금기시되었던 삶의 부분들에 대한 접근이 이제는 아무런 여과 장치 없이 언제 어디서나 가능해졌다. 인터넷은 성인과 아동의 경험을 많은 부분에서 동질화함으로써 성인과 아동의 간극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 또한, 인터넷은 학생들에게서 현실 공간에서의 놀이를 비롯한 여러 가지 형태의 건전한 상호작용을 빼앗아감으로써 인터넷에 중독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인터넷의 순기능을 제고하고 역기능을 예방함에 있어서 정보윤리교육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리는 지난 2000년부터 학교에서의 정보윤리교육을 강화하여 왔다. 그러나 최근 고교생의 집단적인 수능시험 부정행위에서 볼 수 있듯이, 정보통신 기기를 사용하는 기본적인 윤리적 자세의 결여는 지금까지의 정보윤리교육이 구체적 실천이 아닌 단순한 구호에 그쳐 왔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모든 교육이 그렇듯이 정보윤리교육은 구호로 끝나서는 결코 안 되며 구체적인 행위를 통해 실천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학교에서의 정보윤리교육을 강화하기 위하여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첫째, 학교에서의 정보윤리교육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교육에 임하는 사람들이 정보윤리교육의 성격을 분명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정보윤리교육은 그 속성상 기본교육(basic education)이다. 우리는 흔히 정보윤리교육은 도덕과나 컴퓨터 관련 교과에서 다루어야 할 교육과정의 부수적인 한 분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절반의 진리에 불과하다. 정보윤리교육은 기존의 교육과정에 새롭게 덧붙여져서 부담스럽게 행해져야 할 교육이 아니라, 학교 교육과정의 모든 측면에서 다루어져야 할 기본교육이다. 둘째, 정보윤리교육은 그 내용에 있어서 균형교육(balanced education)이 되어야 한다. 정보윤리교육은 네티켓 및 정보윤리의 기본 원리(존중, 책임, 정의, 해악 금지)에 대하여 아는 것, 믿는 것, 행동하는 것의 조화를 추구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즉, 정보윤리교육은 정보 기술이 수반하는 윤리적 문제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하고, 정보윤리의 기본 원리에 입각하여 행동하려는 열망을 지니며, 정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려는 자세를 심어주는 데 초점을 맞추는 균형교육이 되어야 한다. 셋째, 정보윤리교육에서는 새로운 삶의 공간인 사이버 공간의 특징과 의미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아동 및 청소년들은 사이버 공간의 특징에 대하여 잘 알고 있지 못하다. 그러므로 교사는 정보윤리교육을 통하여 사이버 공간의 특징과 의미를 학생들에게 분명하게 인식시켜 줄 필요가 있다. 사이버 공간은 모든 인류의 행복과 자유, 평등이 실현되는 새로운 전자 공간이다. 사이버 공간은 한 개인이 마구 남용하거나 오용할 수 있는 사적 자산이 아니라, 모든 인류가 사용하고 보호해야 할 ‘공적 자산’이다. 이 공간의 주체는 바로 우리 인간이기에, 인간관계의 이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결코 ‘도덕적 진공’ 상태가 아님을 교사는 학생들에게 분명하게 인식시켜 주어야 한다. 넷째, 정보윤리교육에서는 사이버 공간에의 지나친 몰입이나 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인격 특성들(자아 통제, 책임, 자기 존중, 확고한 도덕적 자아 정체성과 자기 효능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자아 통제력이 약할수록, 자기 존중감이 약할수록, 현실에서의 자기 효능감이 약할수록 인터넷에 중독되는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러므로, 정보윤리교육에서는 인터넷 중독의 예방에 기여할 수 있는 이러한 긍정적인 인격 특성들의 함양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강신 | 경기 과천문원초 교장 필자에게는 세 자녀가 있다. 그런데 이 셋은 한 가지씩 나름대로의 특기가 있었다. 큰 놈은 손재주가 좋아 무엇이든 손에 닿았다 하면 그럴듯한 작품을 잘 만들어 내 놓았고, 둘째는 노래를 잘해서 초등학교 시절에 모방송국 ‘전국 동요대회’에서 입상해, ‘독수리 오형제’란 만화 주제가를 불렀으며, 여자인 막내는 피아노를 잘 쳐서 초등학교 시절 유수 음악단체가 주최하는 대회에 나가 여러 차례 입상할 정도였다. 그러나 모두에게 공부를 강요(?)했다. 필자가 보낸 학창시절을 돌이켜 보거나, 또 변화하는 교육정책 속에서 직접 아이들을 가르쳐 보았을 때, 기초학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러한 필자의 생각은 30년이 넘는 교단생활에서도 변하지 않았다. 단위학교 교육을 책임진 학교장으로 처음 부임하자마자 ‘기초·기본교육의 실천’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교육과정 운영계획서에 ‘학년 학력완성 인증제’란 특색사업을 교육목표로 삼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실시했다. 그 중 한 교육 프로그램이 전교생이 일제히 실시한 월말, 또는 단원평가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교사들의 반대도 많았다. 그러나 필자는 교사들을 설득시켰고, ‘교사평가위원회’를 구성해서 결정하자는 데 합의했다. 이렇게 해서 학년 대표 교사, 연구부장, 교감 등 10인으로 평가위원회가 구성되었고 첫 회의가 열렸다. 그 날 참석한 교사 중 상당수는 각자 자기 논리를 펼치며 반대했다. “교육부 지침도 연 2회인데 월말평가는 너무 많다” “애들을 너무 힘들게 한다” “학부모들이 싫어한다” 등등 이유도 다양했다. 이에 다시한번 필자의 주장을 펼쳤다. “여러분들이 생각할 때 학교의 존재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왜 학부모들이 학원을 믿고 학원 강사가 때리면 교육벌이고, 교사가 때리면 체벌이라고 하는지 아십니까? 모두가 학교를 불신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교사가 밉기 때문입니다. 귀한 자녀를 학력 올려달라고 학교에 보냈더니 열린교육 한다고 난장판을 만들어 놓으니 어찌 불안하지 않겠습니까? 바꿔 생각해 보십시오. 당신들 자녀라면 걱정이 안 되겠는지요? 그래서 공교육이 이렇게 된 것입니다. 학교의 존재 가치는 학력이 우선 될 때 그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으로 학력을 올릴 수 있을까요? 그건 우리 혼자만으로 안 됩니다. 학부모와 공조를 해야 합니다. 매월 성취도 평가를 해서 그 결과를 학부모에게 보내고, 학부모도 자녀의 성취결과를 알아야 자녀 학력에 대한 처방을 할 게 아닙니까? 지금처럼 자녀가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찌 학력이 향상되고, 또 학부모로 하여금 학교를 믿으라고 할 수 있습니까? 따라서 시시때때 최소한 1개월에 1회 정도, 일제고사를 본 후 그 결과를 가정에 보내기로 합시다.” 우여곡절 끝에 1학년을 제외한 모든 학년이 학년초 진단평가에 이어, 일제히 월말고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각 가정에 내보내 학부모들과 공유, 학력향상 대책에 나섰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먼저 학부모들이 만족해했다. 진단을 정확히 해야 처방을 할 게 아니었었느냐는 게 그들의 항의였기 때문이다. 그것을 해소시켜 준 것이다. 둘째는 교사들도 스스로 만족할 만큼 수업의 질이 향상되었다는 점이다. 교사들이 만족하는 이유는 평가지를 나누어서 출제, 제작하기 때문에 내가 만약 그때 가르쳐야 할 학습목표를 가르치지 않았으면 자기 학급 학생들이 그 문제를 풀지 못하기 때문에, 빼놓지 않고 철저히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업에 충실할 수밖에 없었고, 또 다른 학급과 은연중에 비교가 되어 열심히 가르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셋째, 학력이 학년마다 크게 향상되었고, 99% 이상 학년완성교육이 이루어졌다. 전국 및 교육청단위 성취도 평가 결과 역시 우리 학교의 학생 성적이 크게 앞서 있었고, 학력 지진아가 1% 미만으로 거의 없어졌으며, 교사들 또한 이구동성으로 “몰라보리만치 학력이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넷째, 학교 분위기 자체가 변화되었다. 학부모가 선생님을 존경하고 따르며 선생님들 역시 보람을 느낀다는 점이었다. 특히 학교 분위기가 ‘배움의 도장’같이 변한 것이 성공적이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1년이 멀다않고 교육수장(首長)이 바뀌고, 또 바뀔 때마다 새로운 교육시책이 쏟아져 나왔다. 그 중 하나가 ‘한 가지만 잘하면 대학 간다’였다. 그러나 그 결과가 어찌 되었는가? 실망과 허탈, 그 자체로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어찌 국가를 믿고, 학교를 믿고, 선생님을 존경하겠는가? 따라서 사교육을 줄이고, 바람같이 완전 근절시키려면 학교가 학부모의 바람이 무엇인지 정확히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그 바람이 무엇이겠는가? 뭐니뭐니해도 일단은 학력향상이다. 학력은 마치 권투선수가 되기 전에 복싱도장에 가서 기초 운동을 연습하는 것과 같다. 창의력과 문제 해결력 역시도 결국 기본 학력에서부터이다. 따라서 세상이 아무리 변하고, 또 무엇이 중요하다 하더라도 학교는 교육과정 정상운영과 함께 새로운 학력 향상책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그 학년, 그 시기에 배워야 할 학력을 책임져 주어야 그 책임과 의무를 다 하는 것이다. ‘교육시책은 한낱 큰 바다 위의 파도요, 학력은 깊은 바다 속을 흐르는 바닷물’이다.
김세령 | 서울 장충초 교사 학교평가는 1995년 교육개혁위원회에서 제안한 교육개혁 과제의 하나로서 학교교육의 책무성을 점검하고, 학교교육의 질과 효과성을 증진하며, 학교교육 개선을 위한 지원체제 구축 등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평가의 본질적인 속성상, 모든 평가는 피평가자에게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학교평가 또한 피평가자인 교원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안겨줄 수밖에 없으며 이에 대한 우려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학교평가의 필요성을 촉구하는 학교 내·외의 요구나 시대적 인식을 공감하며 학교평가를 수용한 교원들로서는 학교평가가 학교의 질적 향상이라는 본래의 목적과는 다르게 자칫 표류하거나, 형식적인 행정으로 추락하는 듯한 현상이 엿보일 때 일말의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한다. 평가 목적 불분명으로 불신과 혼란 초래 먼저 초·중등교육법 제9조 제2항을 살펴보면, 학교평가에 대해 ‘교육행정의 효율적 수행을 위한 것’이라고 규정되어 있어 평가의 목적 및 성격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이로 인해 평가항목의 과다, 평가자와 학교의 이해 불일치, 평가항목 및 배점의 일관성 미흡 등의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게 된다. 평가항목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시책사업에 대한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상대적으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소홀히 취급되어 교수-학습이 경시되는 경향이 발생할 수 있으며, 학교의 자율적 운영에 관한 비중이 낮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시·도 교육청 평가에 대해 살펴보면, 매번 평가편람에 의해 주어진 짧은 기간 내에 자체 평가보고서를 작성·제출하고 현장방문 평가가 이어진다. 여기에는 모든 학교가 평가 대상이 되며 격년제로 실시하도록 되어 있으나, 이 또한 평가대상·평가자료·평가기간에 비해 평가준비 및 현장방문 평가시간이 짧은 편이다. 따라서 서면평가로 인해 교육현장에 불필요한 업무가 부가되는 점이 있고 외향적·계량적 평가로 치우치게 되어 교육의 본질에 대한 질적 평가가 어렵게 되는 면이 있다. 아울러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우수 사례를 확산하고 애로사항을 파악하여 지원하는 환류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예산 차등 지원, 우수사례 발표회 정도로만 이루어지고 있어 학교의 질적 향상이라는 근본 목적에 부합하지 못하는 한계성을 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평가추진 체계에 있어 평가위원회의 구성 및 전문성의 확보, 업무 수행의 충실성의 한계를 들 수 있다. 이로 인해 학교평가에 대한 신뢰성 확보에 차질이 생길 수 있으며 평가 결과에 대한 학교현장의 불신과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 학교평가자 전문성 함양과 지원 자료로 개선 교육개혁 과제의 일환으로 실시된 학교평가는 10여 년간의 시행을 거치며 학교의 질적 향상을 위해 불가피한 제도로서 정착되어 가고 있는 반면, 위와 같이 아직도 개선해야 할 문제점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하고 본래의 목적에 더욱더 충실한 학교평가로 발전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필요하다. 첫째, 학교평가는 학교구성원 모두의 의사결정과 반응이 요구되는 항목으로 구성된 자체평가가 중심이 되고 외부평가는 이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먼저 학교풍토나 의식의 변화를 통해 학교평가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학교교육과정 계획부터 실천, 평가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의 참여를 통해 교원의 전문적인 역량을 키우도록 하는 적극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학교와 교원들의 자율성을 신장시키고, 학교평가에 대한 전문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과 학교교육 운영 책임자의 지도성 함양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자체평가가 제대로 구축된다면 일률적으로 시기를 정해 모든 대상 학교를 방문하는 평가는 지양되고 1~4년 가량의 장기적 안목으로 학교평가를 실시하는 방안도 구안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둘째, 학교평가의 환류와 학교 개선에 중점을 두는 체제가 구축되어야 하며 평가위원의 전문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학교평가는 지원을 위한 자료로 쓰여야 하며 개선이 필요한 학교는 행·재정적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평가위원은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이수하여 신뢰성과 전문성을 갖추고, 연중계획에 의해 학교평가를 실시하여야 한다. 평가위원의 구성에 있어 우수사례의 확산과 환류를 위해 평가자와 피평가자가 가능한 한 일치하는 방안도 구상해 볼 수 있겠다. 나아가서는 개별학교의 문제점을 파악해 개선을 위한 전문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평가전담기구의 설립도 제고해 볼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윤종혁 | 한국교육개발원 학교제도연구실장 1. 서 론 일본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아동이 익혀야 할 ‘생활 개척력’의 한 측면으로서 ‘확실한 학력’ 육성을 기본적인 교육목표로 세우고 이를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고도의 정보통신사회가 발전하면서 부가 가치가 높은 지식 서비스를 창출하기 위하여 지식기반사회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와 같은 지식기반사회는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사회경제의 글로벌화가 진전되면서 항상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는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에 기초하여 초·중등교육은 아동이 사회 변화 속에서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초·기본을 확실하게 몸에 익히고, 학습 의욕, 사고력, 판단력, 표현력까지 포함하는 진정한 의미의 학력을 평생 동안 주체적으로 배울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2. 일본 학생의 학력 실태 (1) 국제 수학·과학 교육조사 결과 IEA(국제교육성취도평가학회)가 2003년에 실시한 국제 수학·과학 교육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일본 아동은 지식·기능의 습득 정도는 국제적으로 볼 때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학교 2학년 수학 성적은 싱가포르, 한국, 홍콩, 대만에 이어서 5위를 차지하였으며, 소학교 4학년 수학 성적은 싱가포르, 홍콩에 이어 3위를 차지하였다. 한편 중학교 2학년 과학 성적은 싱가포르, 대만, 한국 등에 이어서 6위를 차지하였고, 소학교 4학년 과학 성적은 3위를 차지하였다. 또한 과거에 실시하였던 수학·과학의 동일 문항에 대한 정답 비율은 약간 떨어지는 경향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반면에 수학·과학에 대한 의식 조사 결과를 보면, ‘수학이나 과학을 좋아 한다’ 혹은 ‘장래 이 과목들과 관련된 직업을 얻고 싶다’는 문항의 반응 비율은 다른 국가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낮은 응답을 보이고 있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2) OECD의 학생 학업성취도 조사(PISA) OECD가 2003년에 실시한 ‘학생 학업성취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 학생들은 지식이나 기술을 실생활 장면에 활용하는 능력에 있어서 국제적으로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수학은 홍콩, 핀란드, 한국 등에 이어서 6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최상위권 학생 집단의 수학 성적은 핀란드에 이어서 한국과 공동 2위를 차지하였다. 그러나 수학의 세부 영역 중 ‘양’ 영역과 ‘불확실성’ 영역은 전체적으로 10위권을 유지하는 등 지난 2000년 결과와 비교해서 다소 부진한 면도 있었다. 읽기 능력은 핀란드, 한국 등에 이어서 9위를 차지하였고, 과학은 핀란드와 함께 공동 1위를 차지하였다. 2003년에 처음 채택한 문제해결능력은 전체적으로 한국, 홍콩, 핀란드 등에 이어서 4위를 차지하였지만, 최상위권 5% 학생만을 볼 때는 1위를 차지하였다. 그런데 일본 학생은 ‘수학 수업의 분위기’는 상당히 좋다고 응답한 반면에, ‘숙제를 하거나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 혹은 ‘컴퓨터 프로그램 및 인터넷 활용 정도’ 등은 국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등 학습 의욕을 고취시켜야 한다는 새로운 과제를 남겨 두었다. (3) 교육과정 실시상황조사 결과 분석 2001년 일본 국립교육정책연구소 교육과정연구센터는 초·중학교 교육과정 실시상황조사를 실시하였다. 이는 1981~1983년, 1993~1995년에 이어서 3번째로 실시하는 전국 단위의 대규모 조사라고 할 수 있다. 이 조사의 목적은 ‘소학교 및 중학교의 학습지도요령(1989년 고시)’에 기초한 교육과정의 실시 상황에 대해 조사·연구하고, 학습 지도상의 문제점을 명확하게 밝혀서 이후 학교교육의 개선 자료로 활용하는 데 있다. 2001년도 조사는 초·중학교의 교육과정 이수 여부에 대한 성취도 달성 검사, 그리고 질문지 조사 등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조사 결과를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기본 교육내용을 충분하게 이수했는가와 관련된 문항별 정답 통과 비율을 보면 소학교·중학교 모두 양호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학교 1학년 및 2학년의 과학 교육은 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또한 2001년도 조사와 1993~1995년 조사의 양쪽에 모두 포함된 동일 문항에 대한 정답 비율을 비교·조사하였다. 이에 따르면 전체 23개 학년·교과 중에서 3개 학년·교과는 성적이 유의미하게 올라간 반면에, 10개 학년·교과는 성적이 유의미하게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예를 들면, 사회와 수학 교과는 중학교 3학년 학생을 제외하고는 모든 학년에서 대체로 3~4% 정도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는 학교 수업을 제대로 이해하는 비율이 소학교 학생의 약 60%, 중학교 학생의 약 40~50%로 조사된 설문조사 결과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PISA 등의 국제학력비교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 아동·학생은 학습 의욕이나 학습 습관 등을 충분하게 몸에 익히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2001년 교육과정 실시상황조사에서도 학습 의식 측면에서 볼 때 ‘공부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공부가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또한 중학교 2학년 학생 이하는 하루의 평균 공부시간이 1시간 미만인 응답자가 절반을 차지하였다. 조사 결과를 보면, ‘공부가 좋다’고 응답한 학생일수록, 그리고 수업시간 이외의 공부 시간이 긴 학생일수록 학업 성취도 검사 점수가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는 ‘수업 시간에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때, 수업이 끝나고 나서 선생님께 질문하러 간다’ 혹은 ‘스스로 조사해 본다’고 응답한 주체적인 학습 태도를 가진 학생일수록 성취도 검사 점수가 높은 것과도 관련이 있다. 즉, 학습 의욕과 학습 습관을 학생이 몸에 익히도록 하는 것이 학력 향상 관점에서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중학교 3학년 학생의 학습 상황은 중학교 1, 2학년에 비해서 양호한 편인데, 이는 고등학교 수험준비가 학습 동기를 부여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고등학교 입시 준비에 관계없이 공부는 대단히 중요하다’고 응답한 아동·학생의 비율도 상당히 높았다. 이와 관련하여 특히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중학교 1, 2학년 학생에 비해 응답 비율이 높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학습을 하는 동기로서 ‘입시 준비에 유용한 것’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것’ 또는 ‘일상생활이나 사회에 나가서 도움이 되는 것’에 관심을 가질수록 성취도 검사 점수가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아동·학생이 장래 직업에 대한 의식을 확실하게 가지고, 장래 직업 및 사회생활과 학습 간의 관계를 이해시키는 것이 향후 과제라고 할 수 있다. 3. 학력 향상을 위한 향후 과제 문부과학성은 2001년 교육과정 실시현황 조사, 그리고 2000년 및 2003년 국제학력비교조사 등의 결과를 분석하여 새로운 학습지도요령을 설계하고, 확실한 학력 향상을 위한 여러 가지 대책을 수립·추진하고 있다. 확실한 학력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2002년 1월 17일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5대 방책(방안)은 ‘학습의 권장’이라는 정책 보고서로 발표되었다. 이에 따른 방책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세심하게 배려하는 학습 지도 활동을 통해 기초·기본을 키우고 스스로 배우면서 사고하는 능력을 몸에 익히도록 한다. 이를 위해 각 학교는 아동의 실태에 따라 개별 지도 혹은 그룹별 지도 등 소수 인원에 기초한 수업, 학습 수준별 수업 등 개인에 따른 세심한 지도를 하며, 기초·기본을 확실하게 정착시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둘째, 발전적인 학습을 통해 개개인의 개성에 따라서 아동의 능력을 더욱 함양하도록 한다. 그래서 학습지도요령은 최저 기준이기 때문에 이해가 빠르고 학습 능력이 높은 아동은 발전적인 학습을 통해 학습 능력을 넓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학생의 학습 달성도별로 능력을 고려하는 수준별 수업 등을 ‘학력 향상 프로그램’으로 채택·적용하도록 한다. 셋째, 배우는 것의 즐거움을 체험으로 알도록 하며, 학생의 학습의욕을 고취시키는 방안을 마련한다. 종합적인 학습 시간 등을 통해서 아동이 배우는 것의 즐거움을 실감할 수 있는 좋은 학교 만들기를 추진하며, 장래 아동이 새로운 학습 과제에 창조적으로 임하는 능력과 의욕을 갖추도록 한다. 넷째, 학습 기회를 충실하게 제공하고, 학습 습관을 익히도록 한다. 방과 후 시간 등을 활용하여 보충 학습을 실시하고, 아침 시간에 독서 등을 추진·장려·지원하도록 한다. 또한 적절한 분량의 숙제 혹은 과제를 부여하여 가정에서도 학습을 충실하게 할 수 있도록 해서 아동이 학습 습관을 몸에 익히도록 한다. 다섯째, 확실한 학력 향상을 위하여 특색 있는 학교 만들기를 추진한다. 학력 향상 프론티어 사업은 주로 학력 향상을 위한 거점 학교를 중심으로 보충학습이나 발전학습 지도를 위한 교재 개발, 개별 지도 방법 및 평가 시스템 개발 등에 중점을 두고 시행하고 있다. 또한 확실한 학력 향상을 위한 특색 있는 학교 만들기 사업으로서 ‘슈퍼 사이언스 하이스쿨’, ‘슈퍼 잉글리시 랭귀지 하이스쿨’ 등의 학교를 구상·실천하고 있다. 이를 위해 문부과학성은 현재 확실한 학력향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교육과정 개선 및 연구개발학교제도를 적용·실천하고 있다.
장옥순 | 전남 구례 토지초 연곡분교장 교사 대숲을 흔드는 초겨울 바람이 빈 교정을 지키는 저녁 나그네를 몽상으로 몰고 가는 늦은 저녁. 날마다 찾아오던 달님이 오늘은 결석이다. 보름달 대신 겨울비에 실려 보낸 겨울바람이 마지막 남은 교정의 단풍잎들을 몰고 가버릴 모양이다. 교과, 특기·적성, 무용 지도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잠시 눈을 들어 나만의 세계로 돌아오는 시간은 늘 해넘이로 어두워진 시각이 되곤 한다. 장소는 달라도 늘 고만고만한 아이들을 보며 살아온 세월이 어느새 25년째. 그래서인지 가끔은 나이를 잊을 때가 있다. 나는 거기 그대로 있는 것 같은데 어느새 훌쩍 성장하여 처녀 총각으로, 직장인으로, 군인 아저씨로, 어엿한 어른의 모습으로 찾아오는 제자들을 보는 일은 즐거움이기도 하지만 잊고 살아온 내 시간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곤 한다. 제자들의 간청으로 몇 번 결혼식 주례를 섰는데, 그 중 다섯 번째였던 점현이가 딸아이의 돌잔치에 초대하고 싶다며 전화를 했다. 1980년 10월 25일, 고흥 가화에서 4학년 48명의 담임으로 교직에 몸을 담았을 때 가르친 제자가 이젠 어엿한 가장으로, 남편이자 아버지가 된 것이다. 이젠 원하진 않지만 기쁘게 ‘할머니’ 소리를 듣게 생겼다. 산길을 돌아 2시간 걸리는 가정 방문 길에 녀석이 다리가 아프다기에 내 등에 업어주기도 했는데, 어느새 열한 살짜리 소년이 서른 살이 넘은 아빠가 되었으니, 내가 할머니 소리를 듣는 것은 좀 억울할지라도 행복한 일이 아닌가? 지난 스승의 날에는 부부가 함께 저녁 식사자리를 주선하여 비싼 화장품까지 안기면서 늙지 말라더니, 이번에는 예쁜 딸아이를 안겨주며 할머니 연습을 하란다. 1980년에도 교사의 수가 모자라서 우리 반 아이들은 석 달 가까이 옆 반과 합반을 하여 96명이 한 교실에서 부대끼며 살고 있었다. 고향에서 3시간 반이나 걸리는 그곳을 찾아가며 스물다섯 살의 처녀 선생은 굽이굽이 비포장 바닷가를 돌아가는 시골 버스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자취방의 문을 열면 비릿한 바다 냄새가 나고 파도 소리가 담벼락을 치던 곳. 바다에서 일하고 온 학부모님이 커다란 게를 보내면 무서워서 만지지도 못하고 민물에 담가놓아 죽은 다음에 삶아 먹던 일, 살아있는 낙지를 보내주면 그것은 더 징그러워 손도 못 대고 그대로 학교로 가져가 남선생님들이 그 자리서 홀랑 잡수시던 모습에 기겁을 했던 일…. 내가 살던 가화면 대통 부락에 살던 우리 반 점현이와 옆 반 아이 두 명은 내 방에 놀러오는 단골손님이었다. 아침 등굣길에도 같이 가고 귀가할 때도 같이 다니던 삼총사 소년들은 밤에도 내 방에 와서 공부를 했다. 추운 겨울 밤길이 위험할 때는 아예 비좁은 내 방에서 이야기하다 잠들곤 했던 철없던 그날의 모습들이 그림처럼 떠오른다. 삼총사 중에 두 아이의 결혼 주례까지 서 주었으니 ‘가르치는 자리’가 얼마나 아름다운 만남을 선물했는지 모른다. 1년 반만에 결혼과 함께 읍내 학교로 떠나던 날, 아이들의 눈물 속에 이임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함께 울어버린 나를 찾아, 아이들은 일요일이면 양동이에 한 아름씩 바지락을 잡아 1시간도 더 걸리는 먼 길을 단체로 몰려오곤 했었다. 그림을 잘 그리던 형진이는 방학 때 보낸 편지에 연필로 내 모습을 그려서 보냈는데 얼마나 잘 그렸는지 놀라웠고, 여자 아이들은 결혼사진이 담겨 있는 앨범을 보내줘 지금도 그리울 때마다 들춰보곤 한다. 어쩌면 아이들과 항상 함께 살고 있는 셈이다. 이젠 인생의 선배, 결혼의 선배, 먼저 부모 된 선배로서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기를 바라는 진솔한 덕담을 준비해야 하겠다. 그리하여 우리 점현이 부부가 결혼의 언덕을, 어버이의 고개를 숨차지 않게 넘을 수 있기를 비는 간절한 기도를 해 주고 싶다. 인생을 보석보다는 생수처럼 살 수 있기를, 조급하기보다는 천천히 살기를, 높게 살기보다는 넓게 살 수 있기를 염원한다. 그리하여 따스한 사람으로, 오래가는 기쁨을 음미하며 향기롭게 살 수 있기를 빌어주고 싶다. ‘점현아! 참 고맙고 감사하구나. 내게 이렇게 오래가는 기쁨을 선사해 주어서…….’
신동호 | 월간 편집장 dongho@donga.com 나는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내가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 퍼뜩 놀라게 된다. 내가 지금 존재하고 있는 것은 부모, 조부모, 증조부모, 고조부모… 이런 식으로 계속 거슬러 올라가 결국 최초의 조상인 아담과 이브 할아버지와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단 한 명도 변을 당해 대가 끊이지 않고 자식을 낳아 잘 키웠다는 것을 뜻한다. DNA 통해 ‘이브 가설’ 입증 과학자들은 인류 최초의 조상인 아담과 이브가 약 15∼20만 년 전에 태어났다고 하니까 나는 아담과 이브의 1만 대 후손에 해당한다. 결국 2만 명이나 되는 직계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있는 것이니 이 분들을 모두 초청하면 아마 장충체육관을 빌려도 모자랄 것이다. 우리의 조상들은 인류사의 99%를 석기 시대 사람으로 살았다. 이 기간 동안 태어난 아기가 야생 짐승에게 잡아먹히거나 전염병으로 죽지 않고 성년인 20세까지 살 확률은 절반에 지나지 않았다. 따라서 내가 지금 이 순간 존재할 수 있는 확률은 0.5를 계속해서 1만 번 곱해야 나온다. 이 숫자는 아마 사막에서 모래 한 알을 찾는 확률보다 낮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1만 세대 가운데 처음으로 아담 할아버지와 이브 할머니가 누구였는지를 알게 된 최초의 세대이다. 우리는 정말 행운아인 셈이다. 모든 현대 여성이 15만∼20만 년 전 아프리카에 살았던 한 여성으로부터 기원했다는 이론을 흔히 ‘아프리카 기원론’ 또는 ‘이브 가설’이라고 한다. 이 학설은 미국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 분자생물학자인 앨런 윌슨 박사가 다양한 인종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해 1987년에 내놓아 ‘다지역 기원론’을 믿어왔던 인류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도대체 어떻게 DNA만 가지고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기원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까? 그 비밀은 미토콘드리아 DNA에 있다. 사람 세포는 핵 속에 인체의 설계도를 담은 DNA를 갖고 있다. 그런데 예외가 하나 있다. 에너지를 생산하는 ‘세포 내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는 1만6500개의 염기로 구성된 자신만의 DNA를 갖고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핵 속의 DNA와 달리 어머니에서 딸한테 모계로만 유전되면서 조금씩 돌연변이가 일어난다. 따라서 현재 지구 전체에 살고 있는 다양한 인종의 미토콘드리아 DNA의 돌연변이 정도를 조사하면 인류 최초의 어머니인 이브가 언제 탄생했는지 알 수 있다. 특이하게도 아프리카 인종 집단 내에서는 미토콘드리아 DNA의 유전적 다양성이 다른 대륙의 아시아인, 백인 집단보다 훨씬 높다. 이를 통해 동부 아프리카인 케냐와 에티오피아에서 처음 인류가 출현해 여러 갈래로 인종 집단이 나뉘고, 이 중 일부 집단이 다른 대륙으로 진출했다는 것을 알아냈다. 남성도 아프리카에서 최초 출현 이어 1995년 미국 애리조나 대학의 마이클 해머 교수팀은 남성을 통해서만 유전되는 Y염색체를 분석해 전 세계 남성이 18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 살았던 한 아버지에게서 유래했다고 발표했다. ‘이브’에 이어 ‘아담’도 찾아낸 것이다. 흔히 현대인을 황인, 흑인, 백인종 등 3개의 인종 집단으로 나누지만 이는 피부색으로 나눈 것일 뿐 유전자로 보면 훨씬 다양하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인류유전학자 브라이언 사이키스 교수는 2001년 ‘이브의 일곱 딸들’에서 전 세계의 미토콘드리아 DNA형을 아프리카에서 기원해 퍼져 나간 33개 집단으로 분류했다. 이중 유럽인은 7개 집단, 아시아인은 6개 집단이다. 그래서 유럽인은 7명의 딸로부터 유래했고, 동양인은 6명의 딸로부터 유래했다고 설명한다. 사이키스 교수는 미토콘드리아 DNA 유전자를 분석해 자신이 러시아 니콜라스 황제와 핏줄이 연결돼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 인물이다. 아프리카 기원론이 나오기 전까지 인류학계에서는 180만 년 전부터 각 대륙에 살던 직립 인간, 즉 호모 에렉투스가 각각 독자적인 진화의 길을 걸어 오늘날의 다양한 인종 집단이 됐다는 다지역 기원론이 대세였다. 하지만 아프리카 기원론이 등장하면서 다지역 기원론은 퇴출 일보 직전까지 몰린 상태다. 인도네시아 자바 섬에서 발견된 수십만 년 전 자바원인의 두개골 화석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현대인의 직접 조상이 아니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필자만 하더라도 수십만 년 전 아시아에 살았던 자바원인이나 베이징원인이 현생인류의 직계 조상이라고 배웠다. 그러나 이들은 우리의 직계 조상이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내려져 가고 있는 것이다. 1856년 독일 네안데르탈 계곡 동굴에서 처음 발굴된 네안데르탈인도 아프리카 기원설이 등장하기 전까지 현생인류의 직계 조상이라고 믿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독일의 인류유전학자인 스반테 파보 박사가 1997년 이 네안데르탈인 화석에서 미토콘드리아 DNA를 추출해 분석한 결과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는 공통점이 없는 전혀 별개의 종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는 50만∼60만 년 전에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사촌지간에 불과했던 것이다. 아프리카에 출현한 호모 사피엔스가 각 대륙으로 대탈출을 시작한 것은 5만 년 전쯤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때 이미 네안데르탈인은 유럽과 중동 지방에 살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네안데르탈인은 어떻게 해서 갑자기 사라진 것일까? 그동안 다지역 기원론을 지지하는 인류학자들은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한 게 아니라 현생인류와 피가 섞이면서 자연스럽게 흡수됐다고 생각해 왔다. 네안데르탈인과 별개인 현생인류 하지만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은 피가 섞이지 않았다는 DNA 분석 결과가 나오면서 네안데르탈인의 몰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과 함께 살던 시기에 네안데르탈인은 꾀바른 현생인류와 대항해 살아남기 위해 매우 복잡한 도구 기술을 급속도로 개발해 낸 흔적도 나타나고 있다. 유럽인들이 천연두를 퍼뜨려 면역성이 없는 아메리카 원주민을 몰살시켰듯,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에게는 면역성이 없는 질병을 퍼뜨려 멸종시켰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최초의 인류는 어떤 모습이고 어떻게 살았을까? 그 모습은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16만 년 전의 가장 오래된 현생 인류의 두개골 화석을 통해 더듬어 볼 수 있다. 미국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 생물학자인 팀 화이트 교수팀은 동부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강가 계곡에서 현생인류의 직계 조상으로 보이는 16만 년 전의 화석을 발견해 어른 2명과 어린이 1명의 두개골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고 2003년 발표했다. 아프리카 기원설의 가장 큰 약점은 DNA 증거는 있지만 화석 증거가 없다는 점이었다. 특히 10만∼30만 년 전의 인류 화석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잃어버린 고리를 드디어 발견한 것이다. 이 중 가장 완벽하게 복원한 남자 어른의 두개골은 현대인과 크기와 모양이 비슷했다. 구인류는 원숭이처럼 눈썹 부위의 뼈가 툭 튀어나와 있지만 이 두개골은 덜 튀어 나왔다. 두개골의 크기는 현대인보다 약간 컸다. 화석은 발견된 지역의 말로 ‘형님’이란 뜻의 이달투를 붙여 ‘호모 사피엔스 이달투’로 명명됐다. 함께 발견한 수백 개의 석기와 물소 뼈를 통해 볼 때 이들은 복잡한 손도끼와 돌날로 하마나 물소의 살을 잘라내 육식을 했고 식물을 이용할 줄 알았다. 그렇다면 한국인은 어디서 기원했을까? 물론 우리의 조상도 아프리카를 탈출한 사람들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흔히 한국인은 순수한 단일민족이고 모두 단군 자손이라고 세뇌 교육을 받는다. 중학교에 다니는 딸의 교과서를 보았더니 지금도 여전히 ‘단군이 홍익인간을 건국이념으로 해서 2333년 고조선을 건국했다’고 쓰여 있다. 신화를 진짜 역사처럼 가르치는 것이 과연 옳은지, 단일민족이란 그릇된 인식을 어려서부터 심어줘 외국인을 배타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바람직한지 되짚어보아야 한다. 한민족은 적어도 두 개 이상, 서너 개의 다른 인종이 융화돼 형성됐다고 보는 견해가 지금은 더 우세하다. 게다가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외국인이 귀화를 했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성씨 중 외국인이 귀화하면서 새로 만든 귀화인 성(姓)은 442개로, 286개인 토착성의 1.5배에 달한다. 공식적으로 집계가 되는 귀화 성씨만 하더라도 중국계를 위시해 여진, 위구르, 몽고, 일본, 베트남, 아랍계 등 의외로 다양하다. 조선 최고의 과학자로 꼽히는 장영실만 하더라도 고려 때 중국에서 귀화한 사람의 후손이다. 과학 기자로 일하면서 한민족의 기원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나는 2002년과 2003년 여름, 국내 고고학자, 유전학자, 지질학자 등과 함께 한민족의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한 북방계 아시아인의 기원지라고 생각되는 시베리아의 바이칼 호 일대와 알타이 산맥을 답사했다. 비행기를 5시간이나 타고 가서 만난 시베리아 원주민이 우리와 구별이 어려울 만큼 얼굴이 비슷한 것을 보고 한민족의 주류가 북방계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부리야트족, 알타이족은 한국인처럼 북방계 몽골리안이다. 다리가 짧고, 두터운 지방층을 갖고 있다. 또 얼굴이 평평하며, 코가 낮고, 입술이 작고, 눈꺼풀이 두텁고, 눈이 가늘다. 이런 생김새는 열 손실이 적고 눈을 보호하기 때문에 추위에 강하다. 서울대 의대 이홍규 교수는 당뇨병을 연구하면서 북중국인, 한국인, 일본인의 유전자와 체질이 유사하다는 데 주목하고 1980년대 중반부터 유전자로 한민족의 뿌리를 찾는 일을 해오고 있다. 이 교수는 ‘추위에 적응된 북방계 몽골리안의 체질’이 빙하기 때 시베리아에서 형성됐다고 생각한다. 1만 년 전 빙하기가 끝나기 전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북방계 몽골리안들은 시베리아의 어디에선가 매우 오랫동안 고립돼 살면서 추위에 적응된 체질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나라마다 민족 건국설화 갖고 있어 시베리아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은 이곳에 사는 소수민족들이 모두 우리의 단군설화나 금와왕 이야기와 같은 민족 건국설화를 저마다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터키에서 중앙아시아, 알타이 산맥을 거쳐 몽골과 만주, 한반도로 이어지는 알타이 문화권에서 말로 전해오는 구비문학이 우리의 전래동화나 민담과 모티브가 매우 유사하다. 알타이어 문화권은 지난 2000년 동안 흉노, 고구려, 돌궐, 몽골, 금, 청, 오스만 같은 대제국을 건설해 유라시아를 동서로 연결하며 대륙의 주인 역할을 해왔을 뿐 아니라 멀리 아메리카 대륙까지 개척했다. 그러나 한국인은 북방에서 온 북방계 몽골리안의 혈통만 이어받은 것은 아니다. 폴리네시아나 인도 등 남방계 아시아인의 유전자도 일부 섞여 있다는 점이 밝혀지고 있다. 사상의학을 창시한 이제마는 한국인의 체질을 네 가지로 구분했는데 이것도 한민족의 혼혈 특성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서울대 의대 이홍규 교수는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민족에게 남방계의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한국인의 미토콘드리아 DNA와 Y염색체를 분석한 서울대 홍성수 박사와 단국대 김욱 교수는 그 비율이 대략 15∼20%라고 생각한다. 홍 박사는 일본 학자들과 함께 서울과 제주에 사는 한국인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했는데, 이 가운데14.5%는 폴리네시아 등 남태평양 토착민에게 나타나는 유전 형질을 지니고 있었다. 이를 보면 한국인은 대체로 ‘북방계’ 몽고인종의 유전자를 이어받았지만, 남태평양 집단의 유전자도 15% 가량 이어받아 결코 단일 민족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한국인 중에서도 북방계 남방계로 나뉘어 북방계와 남방계는 얼굴도 다르다. 미술과 해부학을 전공한 ‘얼굴 전문가’ 서울교대 조용진 교수는 한국인 가운데 80%는 북방계 그리고 나머지 20% 가량은 남방계의 얼굴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남방계는 진한 눈썹, 쌍꺼풀, 짧은 코와 큰 콧방울, 두터운 입술, 많은 수염, 네모난 얼굴, 굵은 머리카락, 검은 피부를 갖고 있다. 반면 북방계는 눈썹이 흐리고, 코는 길지만 끝이 뾰족하며, 쌍꺼풀이 없고 눈이 작으며, 입술이 얇은 게 특징이다. 고 정주영 씨, 정치인 권노갑 씨, 정대철 씨가 전형적인 북방계이고, 김우중 씨, 한화갑 씨는 남방계라고 볼 수 있다. 영화 쉬리에서 연기 대결을 벌인 한석규는 북방계, 최민식은 남방계 특징을 갖고 있다. 남방계나 북방계나 모두 아프리카에서 기원해 아시아로 진출한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남방계는 빙하기 이전에 한반도 등 동아시아에 이미 들어와 살고 있었고, 북방계는 시베리아에서 오랫동안 빙하에 갇혀 있다가 약 1만 년 전쯤 빙하기가 끝나면서 서서히 한반도에 진출해 융합된 것으로 보는 학자들이 많다. 한반도 최초의 주인은 북방계가 아닌 남방계였다는 것이다. 충무 앞바다의 욕지도와 연대도, 통영 앞바다의 늑도 그리고 오키나와의 패총과 유적에서 발견되는 두개골은 실제로 남방계의 특징을 갖고 있다. 서로 다른 인종이 융합됐지만 주류를 이루고 지배층이 된 것은 북방계여서 남방계 혈통은 거의 흡수가 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남방계가 한국인의 유전 형질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만은 분명하다. 환웅이 쑥과 마늘을 먹고 여인이 된 곰과 결혼해 한민족의 시조가 된 단군왕검을 낳는다는 단군신화는 북방계가 남방계 부족을 흡수 통합하는 과정을 상징한다고 보는 학자들도 있다. 수만 년 동안 섬에 고립된 채 갇혀 살지 않는 이상 단일 민족은 만들어질 수 없다. 단일 민족이 좋은 것도 아니다. 인간도 그렇거니와 생물은 한 지역에 오래 고립돼 외부의 유전자가 유입되지 않으면 급격한 환경 변화가 왔을 때 적응하지 못한 채 멸종하는 경우가 있다. 더욱이 인간은 먼 곳에서 인구가 유입되면서 다양한 기술과 문화 그리고 언어를 흡수하게 된다. 한민족이 외부와의 인연을 끊고 고립된 채 살았다면 아마 찬란한 문화를 꽃피우지도 못했을 것이다.
곽해선 | 경제교육연구소 소장(www.haeseon.net) 지난해 우리나라는 재작년처럼 경제가 내내 좋지 않았다. 단, 이렇게만 말하고 지나치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 최근 우리 경제의 부진은 특히 소비가 부진한 데서 비롯되는데, 소비도 국내 소비와 해외 소비로 구분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을 공급자로 놓고 볼 때 국내의 소비, 즉 국내수요(내수)는 매우 부진했던 게 사실이다. 백화점이나 재래시장에서의 판매 상황만 봐도 한눈에 알 수 있지만, 도소매 매출실적이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계속 줄었다. 그러나 해외 소비 쪽은 사정이 완연히 달랐다. 작년에 우리나라 기업으로부터 상품 수출을 요구하는 해외수요는 우리 기업과 정부의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높았다. 산업자원부가 1월 1일 잠정 집계한 ‘2004년 수출입실적’(통관기준)을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무역은 여러 가지 새로운 기록을 낳았다. 작년, 내수 부진 속 수출은 최고 기록 지난해 우리나라는 수출과 수입 실적 모두 사상 최대 기록을 냈다. 에 나타났듯이 수출액은 2542억2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31.2% 증가했고, 수입은 2244억7000만 달러로 25.5% 늘어났다. 연간 수출 2500억 달러대는 캐나다, 중국, 벨기에, 홍콩 등에 이어 세계 12번째이고 지난 95년 수출 1000억 달러를 달성한 이후 9년 만에 2.5배로 늘어난 기록이다. 수출 규모로 순위를 매기면 세계 12번째지만, 우리보다 앞서 2000억 달러대에 들어선 벨기에와 홍콩은 중계무역 비중이 높으므로 이 점을 고려하면 우리는 이제 세계 10대 수출국이다. 지난해에는 또 연간 수출증가액 604억 달러로 종전 최고기록이던 2003년의 313억 달러에 견주어 두 배 가까이 많았다. 하루 평균 수출액도 9억1000만 달러로 2003년의 6억8000만 달러를 훌쩍 넘어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전년 대비 수출증가율 31.2% 역시 우리나라가 이른바 3저(저유가, 저금리, 달러 약세)로 불리는 유리한 해외경제 여건을 맞아 호황을 누렸던 1987년(36.2%)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 흑자도 297억5000만 달러로 전년도 149억9000만 달러의 배에 달했고 1998년(390억 달러) 이후 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렇게 수출이 활약(?)을 해 주었기 때문에 작년에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률은 극심한 내수 부진에도 불구하고 4%대를 유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한 해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2003년에 이어 90%대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경제를 굴려가는 두 개의 바퀴 가운데 내수라는 한쪽 바퀴가 2년 넘게 동력을 잃은 가운데 수출이 나머지 바퀴를 굴리는 견인차 역할을 한 셈이다. 수출이 그렇게 잘 되었다면 체감경기는 왜 여전히 나쁜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여기에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자리한다. 수출은 주로 대기업이 맡는데, 대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고용의 작은 부분을 담당할 뿐이다. 고용의 90% 가량, 압도적인 부분은 중소기업이 맡고, 중소기업은 내수 시장에서 활동한다. 내수가 부진하면 중소기업 경기는 부진할 수밖에 없다. 단, 수출이 잘 되면서 수출경기가 내수시장까지 흘러들어간다면 사정은 나아질 수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대기업을 위주로 수출을 많이 하고 수출경기가 호조를 보이면서 중소기업을 위주로 한 내수시장이 그 덕을 보는 식으로 경기를 이끌어왔다. 그러나 지금은 그같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해외수요와 국내수요의 연결이 끊긴 상태이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 침하, 과대한 가계부채 누적 등으로 내수시장의 구매력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데 있다. 우리나라 무역의존도 세계 70위 그나마 심각한 내수부진으로 작년에 깊이 가라앉을 뻔했던 우리 경제를 연 4%대의 경제성장이라도 유지할 수 있게 해 준 것이 수출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경제는 최근 한층 더 수출, 곧 무역에 의존하게 된 셈이다. 우리 경제에서 무역은 얼마나 중요할까? 어떤 나라의 대외교역, 곧 무역이 그 나라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가리켜 무역의존도(貿易依存度, degree of dependence upon foreign trade)라고 부른다. 무역의존도는 수출액과 수입액의 합계를 명목 국내총생산(명목GDP=경상GDP)으로 나눠 백분율로 나타낸다. 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무역의존도 = (수출 + 수입)/명목GDP 무역의존도가 약 69%라면, 국민경제가 연간 100원을 번다고 할 때, 그 중 69원은 수출액과 수입액을 합한 금액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경제의 무역의존도는 지난 1993년 48.1%로 바닥을 찍고 이후 상승 추세를 지속해 2001년 69.1%를 기록했다. 세계 174개국 중 70위다. 2002년에도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는 66.0%로 OECD 국가 중 7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무역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는 벨기에로 166.2%. 슬로바키아, 체코, 아일랜드, 헝가리 등도 100%를 넘는 수준이다. OECD 국가 중 무역의존도가 가장 낮은 나라는 미국으로 18.2%. 일본도 18.9%로 낮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경제가 무역에 의존하는 정도가 높다. 그런데 무역은 해외 경기 변동을 잘 탄다. 따라서 무역의존도가 높을수록 그 나라 국민경제는 해외 변수에 취약하다. 거꾸로 무역의존도가 낮으면 경제가 무역보다는 국내 경기에 의존하므로 해외 변수의 영향을 덜 탄다. 무역의존도는 수출액과 수입액의 합계가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실은 수출의존도와 수입의존도를 합한 개념이다. 수출의존도는 수출액이 국민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수입의존도는 수입액이 국민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다. 우리나라의 수출의존도는 2001년에 35.6%. 세계 174개국 중 56위다. 1990년대 초 수출의존도는 28%였다. 최근 10년 사이 국내총생산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한층 높아진 셈이다. 수출, 몇 개 시장 의존도 높아 무역의존도와 마찬가지로 수출의존도가 높아지면 그만큼 국민경제가 해외 경기를 타기 쉽고 대외 경제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힘이 약해진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상대인 미국의 경기가 나빠진다 하자. 경기 악화는 미국의 수입 수요를 줄이고 그만큼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은 줄어든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경제 전체에 즉각적인 타격을 받는다. 우리나라의 수출 시장은 크게 미국·일본·EU 등 3대 선진국 시장과 중국·동남아·중동·중남미 시장으로 나눠볼 수 있다. 이 중에서도 미국·일본·EU 등 3대 선진국 시장의 비중이 우리나라가 상대하는 세계 수출시장 전체 가운데 절반이다(1996년 40.7%, 2000년 47.3%, 2001년 45%). 나머지 절반의 수출시장은 중국·동남아·중동·중남미 지역으로 이루어진다. 수출시장을 국가별로 보면,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의 수출을 가장 많이 받아주는 나라는 미국이고 그 다음이 일본이다. 2000년만 해도 우리나라는 미국에 약 376억 달러, 일본에는 약 204억 달러를 수출했다. 이 해 우리나라가 수출을 많이 한 10개국의 수출액 총계는 1184억 달러. 주요 10개국 상대 수출액 가운데 대미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약 32%, 일본은 약 17%다. 두 나라를 상대로 한 수출액이 두 나라를 포함한 10개국 상대 수출액의 절반쯤 된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우리나라의 수출 구조에 특기할 변화가 생겼다. 중국이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상대국이었던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2003년 마침내 제1위 수출시장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젠 우리나라가 무역과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는 중국(홍콩 포함)이다. 그 다음이 미국, 일본, 대만 순이다. 무역을 해서 흑자를 보는 상대국도 주로 홍콩을 포함한 중국, 미국, 대만, 영국 등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무역흑자는 여러 나라와 골고루 무역을 벌여 얻는 결과라기보다 이들 몇 개 나라에서 얻는 결과다. 즉, 소수 국가에 무역흑자를 의존하는 정도가 심한 것이다. 어떤 나라의 무역흑자가 소수 몇 개국을 상대로 한 무역흑자에 의존하는 정도를 무역흑자 편중도라고 부른다. 무역흑자 편중도는 무역흑자가 편중된 일부 국가로부터 얻은 무역흑자 총계가 전체 무역흑자 전체에서 얼마나 되는지를 비율로 나타낸다. 우리나라는 무역흑자 편중도가 높고,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1998년 54.6%이던 것이 1999년 94.6%, 2000년 244.1%, 2001년 273.1% 등으로 최근 들어 한층 큰 폭으로 높아지고 있다. 2001년 일본의 무역흑자 편중도는 214.5%, 중국은 174.2%다. 10대 무역흑자국에 대한 편중도 역시 2001년 한국 340.9%, 일본 253.1%, 중국 190.6%로 3개국 중 우리나라가 가장 높았다. 수출 품목 편중도 갈수록 높아져 무역흑자를 소수 몇 개 나라에 너무 많이 의존하다 보면 그런 나라를 위주로 해외 경기가 침체하거나 주요 무역 상대국과 관계가 나빠질 때 무역에서 낭패를 보기 쉽다. 이런 문제를 줄이려면 평소 수출·무역흑자 상대국을 널리 다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흑자 편중도의 내용도 문제다. 주요 흑자 상대국으로부터 얻는 흑자 비중이 높아져서라기보다 흑자 상대국들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서 얻는 흑자폭이 줄어드는 바람에 편중도가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1998년 이후 5대 흑자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무역흑자는 213억~288억 달러로 200억 달러대에 머물고 있지만 전체 무역흑자는 1998년 390억 달러, 1999년 239억 달러, 2000년 118억 달러, 2001년 93억 달러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무역 상대국뿐만 아니라 수출 품목 면에서도 우리나라는 편중도가 높다. 우리 기업들이 수출하는 품목은 갈수록 반도체, 철강, 컴퓨터, 유화, 자동차, 직물, 선박, 의류, 무선통신, 정밀기기 등 10대 품목으로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수출 상위 품목 가운데는 반도체, 컴퓨터, 무선통신기기 등 정보기술 관련 제품으로 품목이 집중되어 있다. 컴퓨터, 자동차는 경기 변동이 심하고 반도체나 유화제품도 시장가격 등락이 큰 편이기 때문에 전체 수출의 불안정성이 높다. 수출을 여러 품목에 걸쳐 골고루 하는 나라는 국제 경기 변화에 대응하기가 비교적 쉽다. 국제 경기 변화에 따라 수출이 잘 안 되는 품목이 생기는가 하면 수출이 잘 되는 품목도 생기므로 그만큼 경기 변화를 덜 탄다. 그러나 단 몇 개의 품목에 수출을 집중하는 나라는 해외 경기 변동에 대응하는 힘이 약하다. 수출이 집중된 품목의 국제 수요가 줄면 즉시 수출 전체에 타격을 입고 무역수지가 나빠진다. 경제가 수출과 무역에 의존하는 정도가 심화할수록 무역의 체질을 튼튼하게 할 필요성이 높아진다. 무역의 편중도를 낮추는 것이 그 한 가지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