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98,723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인터넷 사이트에 '촌지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네티즌은 교사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1일 노량진 경찰서에 따르면 동작구 교육청의 의뢰로 지난달 31일부터 IP 추적을 벌인 결과 인터넷에 글을 올린 사람은 무직인 26세 여자로 드러났다. 노량진경찰서 내사 진행보고에 따르면 접속지를 추적해 신병을 확보한 후 게시 경위를 조사한 결과 교사 및 교육청 관계 공무원이 아님이 확인됐다. 경찰서는 "대상자 주변인물 중 현재까지 교원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나 허위진술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이며 명예훼손 혐의의 유무를 판단해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여성은 지난달 29일 '다음미즈넷(http://miznet.net)에 동작구 한 초등학교의 5학년 담임(교사 3년차)이라고 밝힌뒤 '학부모들이 때만 되면 알아서 챙겨오면서 왜 교사를 욕하느냐'는 등의 글을 올렸었다. 이밖에 '촌지 안줘서 불이익 받는 것 인정한다. 그런데 학교에만 촌지가 있느냐?', '담임선생님 찾아오지 않는 학부모의 자녀는 예절교육도 엉망이더라', '억울하면 조기유학을 보내든지, 아이를 낳지 말아라'는 등의 글도 함께 게시됐다.
師道는 人道보다 우선해야할 상위개념 계율 어길수 없다 혜원(慧遠)이라는 고승이 계셨다. 많은 제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종을 하고 있었다. 안타까워하는 제자들이 술이라도 조금 드시고 기운을 차리십사하고 여쭈었다. 술은 불도의 계율을 어기는 것이니 연명하고 싶어 계율을 어길수는 없다며 거절했다. 이에 제자들은 굳이 그러하시다면 ‘미음으로도 드셔 기운을 차리셔야 합니다’하고 미음상을 드려 간곡하게 청했다. 그 시점이 정오를 지났던지 스승은 출가한 자는 정오를 넘어 식사를 하지 않는다 하고 미음상을 물리는 것이었다. 다급해진 제자들은 굳이 그러하시다면 꿀물이라도 입안을 적셔야 하옵니다고 하자 혜원은 병중에 꿀물을 먹지 말라는 계율의 유무를 몰랐던지 찾아보고서 먹던말던 하겠다면서 경서를 갖고 오도록 시켰다. 갖고 온 경서를 뒤적이다가 스승은 임종을 하고 만 것이다. 이 이야기는 스승의 고지식한 일면을 빗댈때 곧잘 인용되는 고사이기도 하고 스승의 길이란 세속의 일이나 죽고 사는 인생사보다 웃도는 상위 개념이라는 것을 말할 때 인용되기도 한다. 사도는 인도에 우선돼야하며 그 권위나 위신은 이치나 사리에 어긋나더라도 지켜져야한다는 전통적 인식은 우스개 이야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옛날 서당은 한 마을의 문화센터였고 그 서당 훈장은 아이들에게 글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대체로 문맹인 마을 사람들의 편지를 써주고 외지에서 온 편지를 읽어 주었으며 이사하고 장담글 날받이를 해주고 또 결혼단자나 제사축문을 써주는 일까지 도맡았었다. 어느 날 한 마을사람의 장모제사를 당해 축문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훈장은 책을 뒤져 장모 제사 축문을 써주었는데 자칫 실수를 하여 친어머니 제사때 읽는 축문을 써주었다. 모두들 엎드리고 축문을 읽어내려가 누군가가 그 축문이 좀 이상하다는 말이 나왔다. 제사를 중단하고 훈장한테 달려갔다. 축문 잘못 읽으면 제사 지내나 마나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서 이 대목이 장모가 돼야하는데 친어머니로 됐다고들 한다하여 다시 써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훈장은 휭 돌아앉으며 이렇게 말했다. “야 이사람아 자네 장모가 틀리게 죽은 것이지 내가 틀릴리 있나” 스승은 몰라서도 안되고 틀려서도 안된다. 몰라도 모른체 말아야 하고 틀려도 틀린체 말아야 한다. 심지어 제자 앞에서 스승은 뭣인가를 먹거나 졸거나 뒷간에 가서는 안되었다. 곧 짐승이 하거나 여느 사람이 하는 짓을 스승이 해서는 안된다는 발상은 스승이 대행하는 진리와 도리는 그같은 짐승이나 사람들의 보편성으로 오염시켜서는 안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감정을 억제 못해도 스승으로서 결격이었다. 몰라서도 안되고 조광조(趙光祖)가 회천에서 김굉필(金宏弼)에 사사하고 있을 때 일이다. 어머니에게 보내드리고자 말리고 있는 굴비를 고양이라는 놈이 물고가는 것을 김굉필이 보고 ‘저놈의’하고 화를 냈다. 이를 곁에서 보고있던 조광조가 그 흠을 아뢰었고 김굉필은 그 실수를 자인했던 것이다. 스승되기가 그토록 어려웠던 전통사회였다.
이대영 | 서울시교육청 공보담당관 장학사 Ⅰ. 학력신장방안, 왜 추진하게 되었나 21세기 지식기반 경쟁 사회에서 교육 경쟁력 제고는 시대적 요구이고 학교교육의 질이 지식기반사회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지식기반사회에서는 사고력, 문제해결력 및 창의력 등과 같은 고등정신능력을 배양해야 하는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단순 지식의 암기·재생보다는 새로운 지식을 생성할 수 있는 창의력이 중요시되기 때문이다. 기존의 정보와 지식을 새롭게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정보와 지식의 가치를 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력이 중요시된다. 따라서 서울시교육청은 지식기반사회를 주도할 실력과 인성을 갖춘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고 학교 교육력 제고를 통한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며, 질 높은 수업을 통해 학생·학부모의 만족도를 제고하고자 학력제고방안을 마련·시행하게 되었다. Ⅱ. 학력신장방안 무엇을 담고 있나 서울학생 학력신장 방안의 주요 내용은 책임지는 수업, 충실한 평가, 수업개선을 위한 장학 및 환경조성 2개 영역에 7개의 추진과제로 책정하였다. 책임지는 수업, 충실한 평가를 위한 추진과제로는 ①학생 맞춤식 교수-학습 전개 ②사고력·문제해결력 중심 평가 ③서울학생 기초학력 책임지도 ④교과와 연계한 독서 교육 강화 등의 추진과제를 설정하여 추진한다. 수업개선을 위한 장학 및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①교실수업 개선 중심의 교과장학을 실시하고 ②교원연수와 연구지원 체제를 혁신하며 ③학생들이 공부하고 싶은 학교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주요 과제별 추진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학생 맞춤식 교수-학습 전개 1) 수준별 이동수업 내실화 지원(중, 고) 교사용 수준별 이동수업 시범 교재를 개발하여 보급하고(2005년 고1 수학 3종, 2006년 고1 영어 3종), 수준별 이동수업 교과 관련 직무연수를 실시한다. 수준 세분화에 따른 학급 추가 편성을 위한 강사비를 지원한다. 수준별 이동수업 우수교사팀을 선정해 연구비를 지원하고 국내외 연수 기회를 부여한다. 수준별 이동수업 정책연구학교(고 1교), 시범학교(중·고 각 1교), 중점학교(중 11교, 고 10교)로 각각 운영한다. 수준별 이동수업을 2005년에는 40%, 2006년에는 50%, 2007년에는 60%로 확대해 나간다. 수준도 2005년에는 2수준 이상에서 2006년도에는 3수준 이상으로 높여나간다. 2)학생의 진로·적성을 반영한 교육과정 편성(중·고) 학생 희망에 의한 과목선택 기회를 확대하고, 국민공통기본교과 미이수 학생이나 소수 학생이 희망하는 과목은 교육청 주관으로 개설·운영한다. 기존의 진로정보센터를 확대·개편해 운영하고 진학 및 진로정보를 제공함은 물론 학생 주도의 다양한 진로·직업 탐색 활동을 지원(프로그램 개발 및 지원)한다. 상담교사단을 구성하여 사이버상담 및 대면상담을 실시한다. 3) 교수-학습 및 평가 계획 사전예고제 실시 교과별 학습 및 평가 계획을 학년초에 가정통신문, 학교홈페이지를 통해 예고하며, 교과담당교사에 의한 연간 학습 및 평가 계획을 사전에 안내한다. 4) 수월성 교육 강화 영재교육 인원을 2004년 0.9%(14,200명), 2005년 1.0%(15,000명), 2006년 1.1%(16,500명), 2007년 1.2%(18,000명)로 확대해 나간다. 영역도 점차 확대해 나가되 초등의 경우 2004년 수학, 과학에서 2005년에는 수학, 과학 대상학년을 확대하고, 2006년 예술, 정보, 2007년 언어, 창작으로 점차 확대해 나간다. 중등의 경우 2004년 수학, 과학, 정보, 예술에서 2005년 예술 분야를 확대하고, 2006년 언어, 창작, 2007년 인문 사회로 확대해 나간다. 영재교육 대상 인원 중 25%는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계층에서 선발(예술 우선 실시)하고, 영재교육 지원센터를 운영해 판별도구 및 교수-학습 자료 개발·보급을 담당하게 한다. 담당교원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국내외 연수를 2005년 440명, 2006년 520명, 2007년 600명씩 실시한다. 특히 심화학습이수인정과정(AP)을 연차적으로 도입한다. 5)‘사이버가정학습 지원체제’구축·운영 사이버가정학습 포털시스템을 구축 운영하며 2005년부터 사이버가정학습 콘텐츠(contents)를 제작·탑재한다. 6)‘좋은 수업 분위기 만들기’ 운동 전개 학생 스스로 규칙 정하기, 자율적 실천 운동을 전개하되, 학부모의 참여를 통해 분위기를 확산하고 교권 확립을 위한 교사 존경 풍토를 조성한다. 2. 사고력·문제해결력 중심 평가 1) 서술형·논술형 평가 확대(중·고)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고등정신능력 함양을 위해 교과 학습 평가는 서술형·논술형 수행평가를 30% 이상 실시하고, 다른 유형의 수행평가와 지필평가의 비율은 학교 자율로 결정하게 한다. 대상 교과는 국어, 사회, 수학, 과학, 영어부터 적용하되, 대상 학년은 2005년 중1·고1, 2006년 중2·고2, 2007년 중3·고3까지 연차적으로 적용한다. 배점 비율을 30%부터 연차적으로 10%씩 증가하여 50%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한다. 특히 채점 결과를 즉시 공개하고, 이의 신청 기간을 설정·운영하여 채점의 공정성을 확보한다. 국어, 사회, 수학, 과학, 영어 이외 교과는 교과별 특성을 고려하여 적정한 방법 및 비율을 학교에서 결정하도록 한다. 수행평가의 내실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되, 과제물 위주의 수행평가를 지양하고 정기고사 직전, 학기말 등 특정 기간에 수행평가를 집중 실시하는 것을 지양한다. 2) 초등학교 학업성취도 평가 방법 개선 학교별로 학업성취도 평가를 자율적으로 실시하되, 대상학년·시기·평가방법에 대해 교원,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하여 자율 결정, 실시토록 한다. 학년별·과목별 평가 예시문항을 지역교육청별로 개발·보급토록 한다. 특히 각종 경시대회 실시를 지양한다. 학업성취 결과 통지방법을 개선하되, 교육청에서 학교현장의 의견수렴을 거쳐 다양한 통지양식 예시자료를 안내할 예정이다. 통지양식은 교과별, 영역별 성취수준을 알기 쉽고 자세하게 통지하도록 구성하고, 통지 횟수, 시기, 내용, 양식 등은 학교단위에서 자율 결정하며, 우수한 통지방법은 학교 간에 공유토록 한다. 3) 학교단위 평가 관리 지원 평가 관리 및 환류 체제를 개선한다. 교과(학년)협의회를 통해 평가 계획을 수립하고 공동 관리토록 한다. 또 학업성적관리위원회의 기능 및 역할을 강화하고, 학업성적관리의 공정성·투명성·객관성을 강화하며 평가 관련 교원의 책무성을 제고한다. 문제은행을 구축·운영한다. 학교급별·교과별 교원으로 ‘문제은행지원단’을 구성하여 운영하고 교사의 평가 전문성 신장을 위해 우수 평가문항을 탑재한다. 2005년에는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서, 2006년에는 중학교에서 실시한다. 검증된 우수 문항,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개발 문항 등을 탑재하되, 문제은행 자료의 질 관리를 위한 모니터링제를 운영한다. 중학교를 대상으로 교육청이 주관하는 학력평가를 실시한다. 3학년을 대상으로 연 1회 표집평가(10%)를 실시하되, 평가 결과를 수업개선 자료 및 장학자료로 활용한다. 고등학교 전국연합 학력평가를 1·2학년은 연 3회(6, 9, 11월), 3학년은 연 5회(3, 4, 6, 9, 10월) 실시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적응력 신장 및 진학지도자료로 제공하고, 다양하고 구체적인 성적 자료를 산출하여 제공한다. 3. 서울학생 기초학력 책임지도 1) 학습부진학생 책임지도 기초학습 부진학생(초3, 중1, 고1)을 대상으로 읽기·쓰기·기초수학(한국교육과정평가원 개발 문항) 과목에 대해 진단평가를 실시한다. 이 때 초등은 표집평가(3%)와 학교 자체 평가로 구분 시행하고 중등은 자율 실시하여 초등 3학년 수준의 읽기, 쓰기, 셈하기 능력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을 판별한다. 특히 중1의 경우 ‘진단평가’를 2005년 3월 초에 교육청이 제작한 문제지로 국어, 수학, 영어 과목 진단평가를 학교별 계획에 의거 자율 실시한다. 단 개인별 성적 통지는 하지 않는다. 2) 학습부진학생 담임교사 책임지도제 운영 초등학교의 경우 저학년 단계부터 학습결손을 방지하기 위해 학급담임교사의 책임 하에 우수지도사례집, 보정교육 자료 등을 활용해 지도한다. 중·고등학교는 교과담임교사 책임 하에 수준별 자료를 활용한 맞춤식 지도를 한다. 특히 교대·사대생 봉사활동을 유치하고 도우미 제도를 활성화한다. 기초학습 부진학생 제로 운동을 전개하여 초등학교는 2004년 1.2%에서 2008년 0.6% 이하로, 중학교 2004년 0.5%에서 2008년 0.25% 이하로, 고등학교 2004년 0.17%에서 2008년 0.01% 이하로 낮춘다. 3) 학습부진학생 책임지도 지원 학습부진학생 성취동기를 진작하기 위한 상담기법을 지원하고 2005년부터는 초·중학교용, 2006년에는 고등학교용 학습 상담기법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한다. 이와 함께 학습상담 프로그램 운영학교를 위한 방문 연수를 지원하고, 학업 성취동기 향상 상담 프로그램을 활용한 우수 사례를 발굴·보급한다. 4. 교과와 연계한 독서 교육 강화 1)‘독서지도 매뉴얼’개발·보급 국민공통기본교과를 중심으로 개발하되, 초등은 2005년에 학년별로 통합 개발(저·중·고학년용)하고, 중등은 2005년에 7개 교과(국어, 도덕, 사회, 국사, 수학, 과학, 영어), 2006년에 4개 교과(음악, 미술, 체육, 기술·가정)에 대한 독서지도 매뉴얼을 개발·보급한다. 독서지도 매뉴얼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하여 각 지역 교육청별로 교원 연수를 실시하되, 대상인원은 초등 558명(교당 1명), 중등 6600명(교과당 1명)으로 한다. 2) 독서와 교과를 연계한 수업 활성화 교과별로 연간 독서지도계획을 수립·시행하며, 교과별 도서목록을 홈페이지에 탑재한다. 교과별 도서관 활용수업 확대, 책 읽는 학교 만들기, 책 읽는 서울 만들기 운동 등 다양하고 창의적인 독서 교육 활동을 전개한다. 3) 학교도서관 활성화 지원 학교도서관을 설치하거나 리모델링하여 2007년까지 1교 1도서관 설치를 완료하고(2005년 122교, 2006년 156교, 2007년 139교), 디지털 자료실을 설치한다(2005년 11교, 2006년 18교, 2007년 18교). 학교도서관 운영 지원책으로 모든 공립 초등학교 학교도서관 전담 인력 근무일수를 점차적으로 확대해 나간다(2005년 150일 → 2006년 180일 → 2007년 220일 → 2008년 298일). 중·고등학교는 사서교사 정원 확보를 추진한다. 또 정독, 남산, 양천, 동대문, 강서도서관 5개 공공도서관과 연계해 순회사서제(44명)를 운영하고, 지역 공공도서관과 도서자료 등의 정보를 교류하도록 하는 체제을 구축한다. 학부모 및 지역주민에게 학교도서관을 개방하되 지역주민 독서교실을 운영하거나 학부모 대상 도서 대출을 권장한다. 5. 교실수업 개선 중심의 교과장학 실시 1) 교과장학 활성화를 위한 기반 조성 본청 중등교육과 장학관제를 변경하여 ‘교과교육담당장학관제’를 운영한다. 교과 관련 수업장학 기능을 강화하고, 교과 관련 장학업무를 체계화(인문·사회·외국어 교육 분야)하며, 교과별 교수-학습 및 평가 우수교사 인재풀을 확보·관리한다. 학교급별로 5개 교과(국어, 사회, 수학, 과학, 영어)에 걸쳐, 총 15개(초 5, 중 5, 고 5)의 ‘수업개선 지원단’을 구성·운영하여 수업시연, 자료개발 및 활용 소개, 평가도구 및 문항 개발, 수업관련 Q&A 및 토론, 본청·지역교육청 수업장학 요원 연수 실시 등을 지원하게 한다. 2) 단위학교 자율장학 활성화 단위학교 ‘교실수업개선팀’ 운영을 지원한다. 교육환경이 열악한 중·고등학교를 우선 지원(중 55교, 고 38교, 학교당 1000만 원)하되, 연구 주제는 학교 자율로 결정하게 한다. 전문성 신장을 위한 방법으로 자기장학 및 동료장학을 활성화한다. 교과동아리, 상호 수업참관 등을 통해 우수 교과지도 방법을 공유하게 한다. 교사 수업 및 평가 관련 세미나, 워크숍 등을 통해 교직원 자체 연수를 강화한다. 3) 종합장학과 학교평가의 통합 운영 교원의 수업전문성 신장과 효율적 학교교육 지원행정을 구현하기 위해 고등학교의 경우 2006년 이후에는 종합장학·학교평가를 통합하여 3년 주기로 실시한다. 초·중학교는 지역교육청에서 세부 추진 계획을 수립·실시한다. 4) 학력신장 중점학교 운영 교육 여건이 열악한 학교를 우선 지원하여 지역간 교육격차를 해소하되, 교과별 학력 신장, 기초학력 책임지도, 수준별 이동수업 등의 영역에 걸쳐 총 30개교(중 17교, 고 13교)를 공모를 통해 선정·운영한다. 선정된 학교에 대해서는 인건비 및 운영비 지원(학교당 2000만 원), 다양한 교사 동기 부여 방안 등 행·재정적 지원을 제공한다. 6. 교원 연수·연구 지원체제 혁신 1) 교원 희망을 고려한 맞춤식 연수 실시 팀 단위 연수방식을 도입하되, 팀 단위 연수개설 요청시 장소, 강사 및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2005년부터 학교 단위, 학년 단위, 교과 단위로 연간 13과정을 개설한다.(초등 4과정, 중등 4과정, 추수 5과정) 연수방법 및 프로그램을 다양화한다. 토의, 토론 학습방법 등을 적용한 실습 중심 워크숍 형태의 연수를 확대하고 인터넷을 통한 원격연수를 활성화하며, 집중식 및 분산식 등 연수 방법을 다양화한다. 연수원 분원 설치와 지역별 공공도서관 및 평생학습관을 활용해 교원 연수를 권역별로 분산 실시한다. 2) 중등교사 교과교육 연수 주기적 실시 교원의 체계적인 교과교육 전문성 신장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중등교사 교과교육 연수를 주기적으로 실시한다. 1급 정교사 자격 취득 후 주기적으로 교과 관련 직무연수를 실시하되, 60시간 이상의 참여식 연수 프로그램을 개발해 적용한다. 3) 교원의 연구활동 지원 확대 교과교육연구회 운영을 지원하되 2005년에는 158개 회에 대해 연간 활동 실적평가에 따라 7단계로 차등 지원(200만 원~800만 원)한다. 학교 단위 연구팀의 프로젝트를 지원하고(85팀, 팀당 500만 원), 수업 개선 교과교육연구팀 공모제(79팀, 팀당 600만 원), e-러닝 콘텐츠 연구팀 공모제(14팀, 팀당 1000만 원) 등을 실시한다. 교과연구실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간다. 7. 공부하고 싶은 학교 만들기 1) 학습 환경의 선진화 학급당 학생수를 지속적으로 감축해 나간다. 초등학교의 경우 33.1명(2005년), 32.2명(2006년), 31.4명(2007년)으로, 중학교는 35.0명(2005년), 34.9명(2006년), 34.1명(2007년)으로, 고등학교는 34.2(2005년), 34.1(2006년), 34.0(2007년)명으로 줄여나간다. 과학 실험실을 현대화하고 컴퓨터·영상장치 등 교육정보화 기기 보급을 확대하며, 정부의 연기금을 활용한 노후 교사 개축, 특별교실 환기정화장치 연차적 설치, 교실 조도시설 개선, 판서 시설의 현대화, 냉난방 시설 확충, 학생 체격등위를 고려한 책·걸상 교체 등을 통해 쾌적한 교실환경 조성에 힘쓴다. 자연친화형 학교 공원화 사업을 추진한다. 2)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근무 여건 지원 과학 실험보조원을 배치하고 학교당 1명씩의 전산보조원을 확충하며, 교무 행정보조원, 실업계 고교 실습보조원의 근무일수 확대를 추진한다. 교원의 행정업무 경감을 위해 공문서 유통량 감축을 위한 모니터링 제도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각급 학교에 전자결재시스템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과 전결권 확대를 검토한다. Ⅲ. 각계의 비판과 우려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에서 발표한 ‘서울학생 학력신장 방안’의 핵심 요체는 다름 아닌 ‘잘 가르치고 잘 평가하자’는 것이다. ‘잘 가르치고 잘 평가하자’는 것은 2세 교육에 임하는 우리 모두가 지향하고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이기도 하다. ‘잘 가르치고 잘 평가하자’ 서울학생 학력신장 방안과 관련하여 경계해야 할 부분은 자칫 그 방안이 담고 있는 전체적인 의미보다 어느 특정 부분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마치 그 내용이 전부인 양 호도되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학생 학력신장 방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대부분 지금껏 해오던 교육활동의 내용을 보다 구체화하고 체계화시켜서 내실 있는 학생들의 학습지도가 이루어져 학생과 학부모가 만족하고 교사가 가르치는 보람을 느끼는 학교문화 구축에 있는 것이다. 즉, 학생을 정성껏 가르쳐서 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 수 있도록 교육의 내실을 기하고자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며, 학력신장 방안을 추진하는 배경이 되는 것이다. 혹자는 서울학생 학력신장 방안이 마치 평가와 성적통지방법만을 담고 있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 이런저런 입장 차이를 떠나서 냉철히 살펴보면 교사가 학생을 잘 가르치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업 전에 학생들의 수준을 알아야 하는 것이 기본 상식이고 교육의 기본원칙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되었든 교사는 학생의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서 수업 시작 전에 진단평가를 반드시 실시하여야만 한다. 또한 학습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하여 형성평가를 실시해서 그 결과에 따라 수업 방법이나 수준 등을 학습자의 수준에 맞추어가며 효율적인 수업을 실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업의 최종 효과를 알아보기 위하여 성취도 평가를 실시하여 학생과 학부모에게 학생의 성취수준을 쉽고 정확하게 알려주어야 만 할 의무가 있다. 불필요한 오해 없었으면 다만 평가의 방법에 있어서 비교육적인 면이 있다면 그것을 올바르고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수정하여 적용하면 되는 것이다. 서울학생 학력신장 방안의 내용을 보면 그 특징 중의 하나가 관 주도의 일방적 실시에 관한 내용이 없다는 점이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모두가 합의하여 단위학교 차원에서 학교공동체 구성원간의 합의를 통하여 실시하도록 되어 있다. 평가 방법 또한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일제고사는 절대 실시하지 않도록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이러한 방안이 일제고사를 실시하고 학교서열화를 매기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불신에서 오는 현상으로 치부하기에는 안타까운 면이 많다. 무엇이든 지켜보고 기다려 주는 미덕이 필요할 때이다. 이 기회에 각급 학교에서도 정말 일제고사가 아니라는 것을 사회에 보여주고 확인시켜서 교육행정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어떠한 경우든 학력신장 방안 중 관심이 집중되는 진단평가를 포함한 모든 내용의 시행은 단위학교에서 자율적으로 학교의 여건에 맞게 실시하고 학교와 학생을 서열화하는 등의 불필요한 오해를 받는 일 없이 원래의 목적대로만 운영될 것이다. 인성 교육 계속 강화할 터 서울시교육청은 그간 우리가 몇 년 동안 실천해 오고 있는 인성교육에 대해서도 역점을 두어 추진할 것이며, 그 근간 위에서 교과교육 측면에도 내실을 기할 수 있도록 지원행정을 펴나갈 것이다. 자칫 인성교육은 도외시하고 교과수업만 강조하는 것처럼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서울시교육청에서 가장 역점을 두어 추진하고자 하는 학력신장 관련 내용 중 주목할 것은 성적 부풀리기 방지와 독서 교육이다. 현 교육감이 가장 비중을 두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인 것이다. 성적 부풀리기 방지 대책도 서울시교육청이 우선하여 발표한 뒤 각 시·도 교육감과의 협의를 거쳐 단속 기준을 수정한 바 있다. 이와 같이 항상 필요한 경우에는 언제든지 새로운 의견과 대안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항상 산하기관 및 학교의 교육가족 모두가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을 최대한 조성하여 정책을 시행하고, 학교 성적의 신뢰도 제고를 통해서 공교육의 정상화를 이룩하고자 한다. 설사 비판이 있더라도 다수가 인정하고 그 결과가 긍정적인 쪽으로 지향되는 것이라면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것이 2세교육의 덕목일 것이다. 추진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계획의 수정보완은 있을 수 있어도 판단을 내리지 못하여 시간을 허비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주용국 | 충남 아산 동덕초 교사 서울시교육청 학력신장방안의 핵심 쟁점인 초등학력평가 부활 문제는 학교 공교육 기능의 회복과, 학력저하 문제의 해결을 위해 고심 끝에 마련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긴 하지만 현재 수많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의 학력 저하의 문제가 매스컴의 표적이 된 지도 벌써 여러 해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계는 그동안 뾰족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왔던 게 사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서울시교육청의 방안은 내용의 적부(適否)를 떠나 학력저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보려는 교육적 소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믿고 싶다. 어떤 교육 방책도 문제는 있기 마련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한다.’가 아니라 문제점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고 해결방안은 무엇인지를 찾아 교육발전에 힘을 보태는 것이 교육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취해야 할 태도가 아닌가 한다. 이에 초등학력평가 폐지 이후 드러난 초등교육의 문제점이 무엇이고, 초등학력평가를 부활했을 때 예견되는 역기능은 무엇이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초등 교사의 시각에서 의견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학습력은 약화, 학교 불신은 심화 수요자 중심교육이 강조되면서 초등학교에서 체벌이 금지되고 학력평가가 자취를 감추게 된 지도 벌써 여러 해가 되었다. 그 결과 교육현장에는 체벌 대신에 학생의 흥미와 요구에 맞는 다양한 교육방법이 활용되고 학력평가 대신에 수행평가라는 새로운 평가 방식이 도입되면서 학교교육은 학문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인간중심 교육의 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으나 동시에 많은 문제점을 떠안게 되었다. 가장 심각하게 느껴졌던 문제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생의 학습력이 약화되고 있다. 정기적으로 학력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가 점수화되어 가정에 통지되었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의 학생들의 학교 학습태도는 진지함과 절실함에서 이전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그 이유에는 교사의 수업방법이 아직도 학생들의 흥미와 요구에 적절히 부응하지 못한 데 일차적인 원인이 있겠으나, 초등학교에서 학력평가가 폐지된 이후 학생들의 객관적인 학력이 공식적으로 평가되는 일도 없고, 계량화된 성적이 가정에 통지되는 일도 없기 때문에 과거처럼 평가의 결과에 대해 칭찬을 받거나 반성하는 피드백 기회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평가를 하지 않으니까 공부를 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둘째, 학부모의 학교교육에 대한 불신이 심화되고 있다. 학생들을 학력에 따라 서열화·점수화하는 것을 방지하고 평가 방식을 다양화하기 위해 도입되었던 수행평가는 평가 절차의 복잡성과 과도한 업무 부담, 그리고 서술식 결과 통지 방법의 비효율성 등으로 학생에 대한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오히려 적당히 칭찬 위주로 가정통신문을 작성하여 보내는 일이 보편화되고 있다. 그 결과 학부모들은 자녀의 학력실태가 어떤지 정확히 모르게 되었으며, 칭찬 위주로 제공되는 자녀의 학력에 대한 학교의 정보 제공을 불신하게 되었고,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학원에 갈 필요가 없는 자녀들까지도 학원으로 보내게 만드는 등 사교육비 증가의 한 원인을 제공하기도 하였다. 셋째, 학교 공교육에 대한 경시 풍조가 확산되고 있다. ‘학교는 노는 곳이고, 학원은 공부하는 곳이다.’ ‘학교에서 체벌하면 난리지만, 학원에서 체벌하면 조용하다.’ 공교육기관인 학교와 사교육기관인 학원을 직접 비교하는 아이러니한 이야기이다. 누가 만든 이야기인지는 모르지만 학교 교육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불만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인식 속에는 학교 공교육의 무력감이 짙게 배어 있다. 학교가 현실과 괴리된 교육 담론으로 시간을 보낼 때 학생 교육의 중심축은 이미 사교육으로 기울었고, 공교육 붕괴라는 말들이 전혀 낯설지 않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교육비 증가, 주입식교육 확산 우려 초등학력평가 폐지 이후 드러난 문제점들을 보면 현행 학력평가 시스템을 개선하여 학력을 높여보고자 하는 서울시교육청의 방안이 나름대로 타당성과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학력평가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인성교육을 중시하고 전인교육을 지향하는 초등학교에서 성적중심 교육을 조장할 우려가 있는 학력평가를 부활하는 것은 또 다른 교육적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다. 이에 예견되는 역기능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인성교육이 위축되고 비행 청소년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다. 초등학력평가의 부활은 인간중심교육을 표방해 온 현행 초등교육의 시계를 10년 이전의 과거로 돌려놓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지식보다는 인성과 창의성을 중시하던 초등교육의 기반이 붕괴되고, 학생들은 과중한 학습 부담과 경쟁으로 고운 심성과 특기를 기르는 전인적 성장 발달의 기회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협동하고 배려하는 공동체 의식이 퇴조하고 남을 딛고 일어서는 과도한 경쟁심리가 지배하여 인성교육에 악영향을 미침은 물론 학교교육에 대한 염증을 유발하여 비행 청소년 문제도 더 급속하게 확산될 것이다. 둘째, 학부모의 사교육비가 급격히 증가할 것이다. 학력평가 실시로 자녀에 대한 성적 불안감이 현실로 다가오면 지금의 막연한 불안감에서 학원에 보내는 정도가 아니라, 학부모가 원하는 수준까지 성적을 올리기 위해 더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하게 될 것이다. 가정교육도 인성보다는 성적 중심으로 바뀌게 되고, 학생들은 피어보지도 못하는 꽃처럼 공부하는 기계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셋째, 주입식 교육이 교단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초등학력평가의 부활로 학생들의 학력수준이 서열화되면 학부모는 자녀의 성적이 높아질 수 있는 교육을 시켜 달라고 학교장에 압력을 가할 것이고, 학교장은 학부모의 요구에 부응하는 수업을 교사에게 강요하게 되면 성적 위주의 주입식 교육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 교사의 교육철학과 수업 자율성은 위축되고, 그 동안의 노력으로 쌓아 왔던 학습자 중심 교육은 퇴조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넷째, 학교간 과다한 학력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학력평가 결과 우리 학교 학생들의 성적을 다른 학교 학생들과 비교해 보려고 하는 시도가 일어날 것이다.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특히 학교장은 학교 교육의 성과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타 학교와의 비교를 하게 되고, 학부모 역시 타 학교와 비교하여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성적이 저조하면 거센 항의를 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국 학교 간에 과다한 성적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섯째, 학력평가 성적을 학력의 전부인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고착화될 것이다. 학생들의 학력은 시험 성적으로 모두 대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력평가의 객관성과 권위성으로 인하여 시험 성적이 학력의 전부인 것처럼 인식될 우려가 있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은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공부만을 하게 되고 여타 과목이나 영역은 소홀히 취급하는 경향이 발생하게 된다.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 발달을 촉진할 수 있도록 학력 개념의 균형 있는 정립이 요구된다. 평가예고제 등으로 부작용 줄이자 이상에서 살펴본 학력평가 부활의 역기능들에 대한 여론의 비판을 불식하고 학력저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그 동안 학력 신장에 관심을 갖고 지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단편적으로나마 의견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학력평가 점수만이 아닌 종합적인 학력의 개념과 도달 수준을 정립하는 일이다. 학력평가 성적만을 학력의 전부인 것으로 인식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학력평가로 측정할 수 없는 실기 영역의 내용을 포함한 종합적인 학력의 개념과 수준을 학년별 교과별로 사전에 명확하게 규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학력평가 점수의 도달 정도에 따라 우수학력(90% 이상), 기본학력(70% 이상), 기초학력(60% 이상), 미달학력(60% 미만) 등으로 평정하고, 아울러 교과별로 이수해야 할 필수 실기요소의 성취 정도에 따라 우수학력, 기본학력, 기초학력, 미달학력 등으로 세분하는 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어느 학년의 국어과 학력을 평정할 때 학력평가 점수가 90% 이상이고, 필수 실기요소의 성취율이 90% 이상인 학생을 우수학력으로 평정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된다면 지식중심의 평가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고, 교육과정 전 영역을 고르게 평가하는 전인적 성장 발달을 균형있게 다루는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사전에 평가계획을 알고 미리 대비하여 공부하도록 평가예고제를 실시하는 일이다. 서울시교육청의 방안에도 평가예고제가 계획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평가예고제는 평가를 평가 자체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학력 신장과 연계시킬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된다.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학력평가를 부활하려는 근본 취지가 학생들을 공부의 장으로 끌어들이려고 하는 데에 있는 만큼 학생들이 사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언제,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평가할 것인지 사전예고제를 시행하면 학생들의 자율적 노력을 촉진하게 되어 효과적으로 학력 신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셋째, 평가예고제 운영을 위한 사전 여건 조성을 보다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 평가예고제가 실질적인 학력신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가정에서도 평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인터넷을 활용한 안내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또한 미리 평가에 대비하여 학생 스스로 실력을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도록 문제은행 시스템과 사이버 가정학습 시스템이 제공되어야 한다. 문제은행을 통해 실력을 진단하고 부족한 학습 영역을 사이버 가정학습 시스템을 통해 보충할 수 있는 사이버 학습 운영체제가 사전에 준비되어 있어야 평가예고제가 본래의 취지에 맞게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에듀넷 홈페이지의 성취도 평가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사이버 상에서 문제를 풀고 어떤 문제가 틀렸는지 그 결과를 즉시 알 수 있게 되어 있는데, 바로 이러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문제은행 시스템이 교과별 단원별로 구축되어야 한다. 사이버 가정학습 시스템은 현재의 에듀넷 학습 시스템이 교과별 단원별로 체계적으로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그대로 활용만 하면 될 것이다. 다만 에듀넷의 속도가 느린 점은 좀 개선할 필요가 있다. 넷째, 수업과 학력평가 점수를 직접 연계하는 일은 가급적 자제되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의 방안을 보면 ‘평가 관련 교원의 책무성 강화’ 라는 대목이 나온다. 이 말을 해석하면 학력평가 결과 점수가 낮으면 교사에게 수업을 잘못했다고 문책하겠다는 뜻이 되는데 이는 무척 잘못된 접근 방법이다. 학력평가의 결과를 교사의 수업에 관련짓기 시작하면 교사의 수업은 점수 올리기 수업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물론 수업의 질을 향상시키면 성적이 향상되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당연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음을 과거의 경험으로 알 수 있다. 점수 올리기 주입식 수업을 하면 보다 쉽게 성적이 향상되는데 굳이 어렵게 수업방법을 개선하려는 교사가 어디 있겠는가? 수업은 현행과 같이 학생의 흥미와 요구에 맞게 즐거운 수업으로 진행되도록 계속 격려하는 것이 타당하다. 수업방법의 개선은 교육전문가인 교사의 양심과 자율에 맡기는 것이 좋겠고, 학력 신장은 학생의 자율적 노력을 어떻게 격려하고 고취시킬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으로 본다. 교사는 흥미 있는 수업으로, 학생은 자기 노력으로, 학교는 여건 조성으로, 학부모는 격려와 동참으로 학력 신장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점수가 낮다고 교사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학력평가 부활의 취지를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다섯째, 학생들의 자율적 노력으로 획득하는 학력인증제를 도입하는 것이 좋겠다. 학생들은 수동적 입장에서 평가를 받을 때보다 능동적 입장에서 평가에 참여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중간평가나 기말평가를 실시할 때의 학생 분위기와는 달리 줄넘기 급수제, 워드 급수제 등을 운영해보면 학생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더 높은 급수를 얻기 위해 서로 경쟁하면서 자율적으로 노력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학습과 평가도 바로 이런 학생들의 심리적 특성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정기적인 학력평가와 병행하여 학생 스스로 학교에서 정해 놓은 교과목의 학력 급수를 획득해 나가게 하고 그 결과를 학업성적에 반영하는 학력인증제도를 도입하면 일방적인 평가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할 수도 있고 학생들의 능동적인 학습 태도를 형성시켜 학력신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학생의 자발성 유도에 초점 맞춰야 지금까지 서울시교육청의 학력신장방안과 관련하여 초등학력평가를 부활하는 문제를 중심으로 학교 현장의 실태와 예견되는 문제점, 그리고 해결 방안을 살펴보았다. ‘말을 물가로 데려갈 수는 있어도 억지로 물을 먹일 수 없다.’는 말이 있다. 학력신장의 요체는 열심히 가르치는 것 못지않게 학생들이 자율적인 노력이 중요한 변수이다. 학생들의 가슴에 공부의 불씨를 심어줄 수만 있다면 눈덩이가 굴러가며 커지듯 학력은 점진적으로 신장될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추진하는 초등학력평가 실시가 여러 가지 교육적 부작용을 극복하고 학력신장에 기여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학생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이끌어 낼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어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21세기 국제 경쟁사회에서는 민주적인 인간육성도 중요하지만, 빌 게이트처럼 장차 수많은 국민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실력 있는 인재 양성도 중요하다. 서울시교육청의 학력신장방안이 학교 현장에 뿌리를 내려 학생들의 학력 저하 문제가 획기적으로 해결되기를 교육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기원한다.
권영출 | 서울 강현중 교사 세계 각국이 학력 높이는 데 주력 21세기를 과학 기술의 시대요, 지식 정보화의 시대라고 한다. 정보와 지식 사회에서 학력은 곧 국가 경쟁력을 결정지을 수 있기 때문에 새삼스레 교육이 중요한 화두에 오르게 되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비교 대상이 되는 미국의 경우, 부시 대통령이 서명한 공교육개혁법 ‘어떤 아이도 낙오되지 않게 (No child left behind)’는 학력 저하를 국가의 위기로 단정하고 학력 중시정책으로 궤도를 수정한 것으로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이 법에 따르면 각 주(州) 정부는 공립학교 3~8학년 학생의 읽기와 수학에 대해 2005년부터 의무적으로 매년 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학부모에게 통보해야 한다. 특히, 이 시험에서 학교의 평균성적이 2년 연속 ‘적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학부모는 교육당국에 자녀의 전학을 요구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때 통학 비용은 교육당국이 부담해야 하며, 3년 연속 미달할 경우에는 학교선택권에 성적이 나쁜 학생들의 보충수업비와 과외교습비까지 주어야 한다. 4년 연속 적정 수준에 미달할 경우 해당 학교의 교직원 교체 및 학교 경영권의 축소 등과 같은 강력한 제재 조치를 받게 된다. 미국은 1965년 초중등교육법 제정 이후 공교육 개선을 위해 13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지만, 계층간, 집단간 학력 격차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며, 이대로 방치할 경우 미국의 장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의 반영이라고 보인다. 아시아 각국도 교육개혁에 국운을 걸기는 마찬가지다.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대만 등의 국가도 교육개혁 방안을 발표하면서 경쟁력 강화에 돈을 투자하고 정책의 방향을 맞추어가고 있다. 예를 들면, ‘동아시아 교육허브’를 국책 차원에서 구축하겠다는 각오를 발표한 싱가포르의 경우, 미국 MIT와의 공동 운영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데에만 7년간 2억 달러를 쏟아 부었을 정도. 그 결과 외국인 유학생이 5년만에 50%나 늘어났고, 인시아드 MBA 프로그램은 지난 1월 24일 발표된 파이낸셜타임스의 세계 1백대 MBA 프로그램 순위에서 당당히 8위에 올랐다. 중국의 경우 ‘211 공정’이 가장 대표적인 교육개혁이라 할 수 있다. ‘211 공정’은 21세기에 100개 대학과 중점 학과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육성한다는 것으로, ‘211 공정’의 출현 배경은 중국이 산업화되면서 고급인력이 많이 필요하다는 필요성 때문이다. 즉 이론 위주였던 대학교육에서 벗어나 경제발전과 학문을 조화시킬 수 있는 인재를 전략적으로 양성하자는 개혁 프로그램이다. 학력차 해소와 기초학력 신장 계속돼야 2004년 4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이화여대가 주최한 ‘남·여학생의 학력 차이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성별 수학·과학 학력 차이 실태 및 원인 해소방안에 대한 논의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력차 실태는 지난 1995년과 1999년 38~41개국의 초등4년 및 중2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된 ‘수학·과학 성취도 국제비교(TIMSS)’와 2000년 32개국의 고1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행된 ‘OECD 학업성취도 국제비교 연구(PISA)’ 결과를 토대로 분석됐다. 수학의 경우, 남녀 학생 점수 차이는 1995년 17점(588~571점), 1999년 5점, 2000년 27점이었다. 2000년 조사 대상 국가 중 한국 학생의 수학 전체 순위는 2위, 남녀 차이 순위도 2위였다. 과학의 경우, 남녀 학생의 점수차는 25점, 15점, 20점으로 격차가 일정하게 컸다. 2000년 한국 학생의 과학 전체 순위는 1위, 남녀 차이 순위는 2위였다. 연구진은 한국 학생들이 전체적으로 수학과 과학을 잘하지만, 남녀 점수 차이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2003년 10월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전국 초등학교 3학년의 3%인 545개 교, 2만556명을 표집해 실시한 ‘2003년 초등학교 3학년 국가수준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영역별 평균점수(100점 만점)는 읽기 91.05점, 쓰기 92.64점, 기초수학 91.77점이었고, 기초학력에 도달했는지 여부를 따지는 기준 점수는 읽기 66점, 쓰기 76점, 수학 75점이었다. 2002년도 자료와 비교할 때, 읽기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남 4.50%, 여 1.80%로 남학생이 2.5배 많았고, 쓰기의 기초학력 미달자는 남학생(5.70%)이 여학생(1.56%)의 3.7배였으며 수학은 남학생(미달 비율 5.36%)이 여학생(미달 비율 4.96%)보다 조금 뒤떨어졌다. 전체적으로 기초 학력 미달 비율에서 읽기와 수학은 줄어들었고 쓰기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모든 영역에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중·소도시가 가장 적고, 그 다음이 대도시, 읍·면지역 순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전체적인 학력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남녀간, 지역 간의 격차가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남녀간, 지역 간의 격차를 해소하면서 학력을 높이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부정할 수 없는 ‘학력 신장’ 2005년 2월 ‘서울학생 학력 신장 방안’이 일선학교로 전달되었다. 거기에서는 ‘학력’의 개념을 “교육을 통해서 학생들이 얻게 되는 지식, 기능, 태도, 가치관 등을 포괄하는 능력과 성향을 일컫는다. 학습의 결과이며 교육목표의 달성도로서 학습을 통해 습득한 교과 지식뿐만 아니라 사고력, 문제해결력, 창의력 등의 지적 능력과 성취동기, 호기심, 자기관리 능력 등의 정의적 능력까지를 포함한다.”라고 정의했다. 교육관련 모든 당사자가 원하는 것을 모두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학력을 갖춘 학생을 길러내자는 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제 1영역은 책임지는 수업, 충실한 평가이며, 제 2영역은 수업 개선을 위한 장학 및 환경 조성이다. 제 1영역이 교사 몫이라며, 제 2영역은 교육청이 담당할 몫으로 구분되어 상호협력을 이루어서 ‘실력과 인성을 갖춘 창의적인 인재 육성’이라는 목표에 도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책임지는 수업과 충실한 평가를 위한 과제를 4가지로 제시했는데, 첫째, 학생 맞춤식 교수-학습 전개 둘째, 사고력·문제 해결력 중심 평가 셋째,, 서울학생 기초학력 책임 지도 넷째, 교과와 연계한 독서교육 강화로 되어 있다. 제 2영역은 수업 개선을 위한 장학 및 환경 조성으로 첫째, 교실 수업 개선 중심의 교과장학 실시 둘째, 교원 연수·연수 지원체제 혁신 셋째, 공부하고 싶은 학교 만들기로 되어 있다. 추진 배경도 간결할 뿐 아니라 하위 과제들 역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적절한 항목들을 담고 있다. 세계 일류 기업들의 제품은 ‘리콜 제도’가 기본이고, 그 기간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점을 본다면 교육에서도 피드백은 반드시 필요하며 힘들어도 담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은 실력을 갖춘 교사로도 인정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잘 가르쳐서 수업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지도’할 수 있도록 압박해 오고 있다. 스스로도 고통스럽고 두려운 일이지만 피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다. 총론을 무색하게 만드는 각론 그러나 과제1(‘학생 맞춤식 교수-학습 전개’)을 해결하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수준별 이동 수업의 내실화’ ‘영재교육’ ‘사이버 가정학습 지원체제’가 제시되고 있다. 수준별 이동수업은 이미 7차 교육과정이 실시되기 시작한 이래 시범학교 운영을 통해 성공과 실패 사례가 인터넷에 많이 공개되어 있다. 비교적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S고교의 경우도 ‘교사들의 열의, 학부모의 신뢰, 합리적인 시스템이란 3박자가 갖춰져야 수준별 수업이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시범학교를 실시할 때는 예산과 가산점 등 당근이 많이 주어지기 때문에 불편해도 참아내지만, 교사 수가 부족하고 교재 개발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현장교사의 반발이 예측된다. 문제는 현장 교사의 반발을 교사의 사명감 부족 정도로 치부하며 밀어붙이려는 교육 관료의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 아직도 학부모들은 자신의 자녀가 열반에 속해서 학습하는 것을 동의하지 않으려 하고, 과외를 시켜서라도 우반에 넣고 싶어 한다. 또한 평가에 대해서도 신뢰가 구축되어 있지 않다. 동일한 맥락에서 영재교육과 엘리트 교육의 개념이 혼용되어 있으며, 교육열 1위의 학부모들은 영재로 인정받기 위한 사교육비 부담을 해야 할 것이다. 총론에는 찬성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 보면 항상 이런 식이다. S고교 교감이 지적했듯이, ‘교사들의 열의’가 담보되려면 자발성, 자율성, 유연성이라는 토양과 생태 환경을 만들려는 노력을 먼저 했어야 한다. ‘공문으로 내려 보내고, 불러다 연수하고 교장과 교감을 닥달하면 하는 거지 별 수 있나!’라는 사고로 세부 계획을 만들었다면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교사가 창의성과 자율성으로 넘치지 못한다면 그런 학생들을 길러 낼 수 없는 법이다. 진정으로 교육이 우리의 미래요, 경쟁력이라면 교육 관료들은 철저하게 섬기고 봉사하고 지원하는 위치에서 일하고 사고하는 태도로 변해야 한다. ‘학생 맞춤식 교수-학습 전개’ 과제를 제대로 수행해 내는데 얼마나 많은 양의 ‘열정과 헌신과 땀’이 필요한지 계산해 보았다면, 수준별 우수 교사팀에게 국내외 연수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썰렁한 제안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국내외 연수라는 것이 ‘논공행상’식으로 주어지는 것이라면, 연수 본래의 목적과도 위배되는 것이다. 변화를 강조하고, 변화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자신들은 결코 변화하지 않은 관료주의와 행정편의주의적 사고는 ‘위로부터의 개혁’이 갖는 한계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사이버 가정학습 지원체제에서는 사이버학습 콘텐츠 개발을 통해 풍부한 학습자료를 제공하려고 한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사이버상에서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현재 교육방송에서도 많은 교과의 내용을 송출하고 있으며, 언제든지 다시 보기를 통해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콘텐츠의 종류가 다양해져서 소비하는 학생 입장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환영한다. ‘좋은 수업 분위기 만들기’운동은 식상하는 느낌을 준다. 세부 실천계획이라는 것도 초등학생들에게는 적용 가능할지 모르지만, 중·고등학교 학생에게 공허한 구호가 될 가능성이 많다. 건국 이래 수없이 많은 종류의 ‘운동’이라는 것이 학교 현장으로 내려 왔지만 제대로 정착되어 뿌리를 내린 경우가 몇이나 되는가.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라는 부분에 대한 구체적 대안이 없다. 그저 환경 미화 자료로 게시판에 붙여지는 것으로 끝날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현장 실정 무시한 평가방법 개선안 과제 2는 ‘사고력·문제 해결력 중심의 평가’이다. 당연히 서술형·논술형 문제를 늘려가야 할 것인데,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문항 개발과 평가 기준이 얼마나 힘든 작업인지 고려해야 한다. 서술형·논술형 수행평가를 30% 실시해야 하는 과목 중 사회, 수학, 과학의 경우 주당 3시간인 학년의 경우 적어도 7반, 약 260여 명 이상의 문제지를 읽고 채점해야 한다. 또한 공정성 확보를 위해 채점 즉시 공개하고 이의 신청 기간을 설정해서 운영한다는데, 매우 당연한 조치임에도 불구하고 시간 소모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 과목들은 수준별 이동수업을 실시해야 하기 때문에 평소 수업부담도 많은 교과라 지치기 쉽다. 이런 문제점 해소를 위해, 교육청은 다양한 문제 유형과 평가 기준을 개발하여 현장에 보급해 주어야 할 것이며, 기간제 교사 대신 정규교사로 발령해야 할 것이다. 기간제 교사에게는 책임있는 교무 분장을 주지 못하다보니 학급수가 적을 경우, 몇 가지 업무를 함께 맡아야 하는 경우도 많다. 교육청, 지역교육청, 학교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업무가 개별적으로는 적은 듯하지만 모아져서 한 사람의 교사에게 쏟아지면 업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학급수가 적은 초등학교의 경우, 공문서 처리를 하느라 수업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학부모들은 부장교사가 담임이 되는 것을 꺼리는 것이 현실이다. 초등학교 학업성취도 평가는 이미 일간 신문 등에서도 지적했듯이 분명한 기준을 갖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언론에 당당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학교별 학업성취도 평가 자율 실시라고 했지만, 속내까지 자율인지 의심하는 교사들이 많으며, 소신 없는 교장들은 ‘교장회의’ 등을 통해 일치된 행동을 취하므로 다수 속에 숨으려 할 것이다. 학교별 자율이 그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는 현장의 교사들이 거의 없다는 것을 정말 모르는지 의심스럽다. ‘수업개선지원단’ 긍정적 효과 기대 ‘수업개선을 위한 장학 및 환경 조성’부분을 언급해 보자. 영역1과 2는 수레의 두 바퀴처럼 균형있게 짜여지고 굴러간다면 서울교육의 학력을 증진시키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 확신한다. 과제5(‘교실수업 개선 중심의 교과장학 실시’)에서 추진하려고 하는 ‘교과교육담당장학관제’나 ‘수업개선지원단’을 운영하는 것을 바람직하다고 보며, 특히 교육청에 신설되는 직제는 현장을 지원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지 성과 결과물 보고를 받거나, 지나치게 감독·평가에 중점을 둔다면 옥상옥이 되어 현장을 부담스럽게 만들 수 있다. 평가도구, 문항 개발, 수업관련 Q&A 그리고 수업 시연 등은 계획대로만 진행된다면 ‘수업개선지원단’ 운영이 분명 현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교육 여건이 열악한 중·고등학교를 우선적으로 선별하여 예산지원을 통해 단위 학교 자율 장학이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공감한다. 그리고 교직원 자체 연수를 강화하여 실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방향 전환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이러한 학교 풍토가 조성될 수 있도록 ‘눈에 보이지 않은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동안 거론됐던 다양한 대안들을 잘 구조화했으나, 단위학교마다 선별적으로 선택하여 중점적으로 운용해 볼 수 있는 재량권을 주어서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실천.’했다는 자긍심을 심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설문조사를 해보면 금방 알 수 있겠지만, 종합 장학을 통해 도움을 받았다고 느끼는 교사가 몇 퍼센트나 될까? 교사와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 현재와 같은 종합 장학은 시간과 인력의 낭비가 되기 쉽다. 교사 목소리 반영된 연수 체제 혁신 과제6의 ‘교원 연수·연구 지원 체제 혁신’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혁신’이라고 불러도 될 듯하다. 그동안 연수 체제에 대한 교사들의 일관된 목소리가 상당 부분 반영되었다고 느껴진다. 여기서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연수 점수를 승진 점수에 반영하는 제도 때문에 본말이 전도된 연수가 너무 많았다. 어린아이가 노른자만 먹고 계란의 흰자위를 버리는 것과 같다. 점수를 통해 연수의 집중도를 높이고 참여를 강화시키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지나친 점수 경쟁으로 치닫고 있어서 투입된 비용 만큼의 효용성이 떨어지고 있다. ‘공부하고 싶은 학교를 만들기’ 과제7에서도 ‘학급당 학생 수의 지속적 감축’에 대한 청사진이 제시되어 있어서 신뢰성이 가지만, 감축률이 현장의 바람보다 너무 적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근무여건 지원에 있어서 ‘수업 및 사무보조원 배치’ 계획은 형식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교원의 업무 경감은 오랜 숙원 사업의 하나이며, 교사에게 책무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도 화급히 구체화시켜야 할 것이다. 전쟁에서 보병이 진군하여 영토를 차지 못하면 완전한 승리가 아니듯이, 학생과 만나고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선에 교사가 서 있다. 교육은 눈에 보이는 ‘휴대 전화’나 ‘냉장고’를 만들어 내는 생산 현장이 아니고, 학력, 사고와 인성, 가치관 등과 같은 추상적이고 고등한 대상을 다루는 곳이다. 짚불로 고구마를 구워먹던 어린 시절에 껍데기가 시커멓게 타면 고구마가 잘 익었겠지 하고 성급하게 먹곤 했다. 그러나 겉이 시커멓게 탈 정도가 되었더라도 속이 익지 않은 고구마를 많이 보았다. 역사의 교훈 반추해 볼 때 2월 달에 교감과 교무부장 회의를 통해 각 교육청마다 ‘서울학생 학력신장 방안’에 대해 연수를 실시했는데, 전달하는 방식에도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교육감이 바뀌었고 이런 정책이 나왔으니 일선 학교에서는 세부 계획을 세워서 실천해야 한다는 방식을 탈피할 수는 없을까? 사전예고제라는 것도 있지 않을까? 현장이 이런 사고를 공유하기 전에 계획을 세우고 뭔가 해야 하는 압박감에서 출발하게 되면 어떻게 유연한 사고, 자율적 사고가 길러지겠는가? 서울시 교육청은 과제까지만 제시하고 ‘교사 중심의 기획팀’을 공모하여 세부 실천 계획을 짜게 했더라면 훨씬 현장의 가슴에 와 닿는 대안이 나오지 않았을까 한다. 교육공동체가 되도록 많이 함께 참여할수록 복잡해지고, 지연될 것이란 구습도 벗어야 되지 않을까. 교육청의 장학사들도 과거에는 교사였다. 이런 교육 방안이 성공적으로 수행되어 한국 교육의 개혁에 견인차 역할을 하기 원한다면, 모든 계획의 시작부터 교사의 참여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8년간 서울 교육을 책임져 왔던 유인종 전 교육감은 2004년 8월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서울 교육을 선진적으로 변화시키려 노력했는데 30%가량 목표를 달성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현장 교사들이 느끼는 성취도와 많이 차이가 나는 것 같다). 8년이란 긴 시간동안 줄기차게 부르짖던 ‘서울교육 새 물결 운동’이 역사 속으로 그리고 교사와 학생들의 기억 속에서도 사라지고 있다. 그냥 몇몇 통계자료만 서류 창고에 보존될 것이다.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자는 그 역사를 되풀이해서 살아야 한다’는 선현의 말이 다시 한 번 떠오른다.
전병삼 | 중앙대 부속고 교사 학력 신장은 필연적 선택 교육의 본질과 핵심은 두 말할 필요 없이 학생들의 학력 신장이다. 여기에서 학력이란 교육을 통해서 학생들이 얻게 되는 지식, 기능, 태도, 가치관 등을 포괄하는 능력과 성향을 말한다. 학력은 학생들의 학습 결과이며 교육목표의 달성 정도로서, 학생들이 학습을 통해서 습득하는 교과 지식이나 기술뿐만 아니라, 이를 적절히 활용할 줄 아는 사고력, 창의력, 문제 해결 능력 등의 고등 정신능력과 더 나아가 학업의 성취 동기, 지적 호기심, 자기 관리 능력까지를 포함한다. 따라서 학교교육은 이러한 능력을 두루 제고하고 함양하는 데에 맞추어서 시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광복 이후 60년간의 근·현대적인 교육 과정을 돌이켜 보건대, 과연 이러한 학력의 신장을 제대로 성취해 왔는지 교육 내외적인 관점에서 근본적으로 반성해 보아야 한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농경사회, 산업사회, 정보사회의 급변하는 추이 과정을 숨고를 겨를 없이 겪어 왔다. 이런 와중에서 우리의 교육은 그 본질마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교육 외적인 정치적·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편으로만 이용돼 왔다. 또한 그럴듯한 서양의 교육이론이란 이론은 있는 대로 국적에 관계 없이 마구잡이로 들여오다 보니, 교육 관련 당국의 수장들이 바뀔 때마다 교육과 관련된 정책도 정신없이 바뀌었다. 7차에 걸친 교육과정의 수정과 개선을 위한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올바른 학력신장방안을 제대로 정착시키지 못하였다. 15차례에 걸쳐서 대학입시 제도의 큰 틀을 바꾸어 보았어도 학생들의 균형 잡힌 학력 신장은 미흡하기 그지없다. 이제 21세기는 지식·정보·통신이 생활의 발전과 변화를 주도하는 사회로 급속히 전환되면서, 바야흐로 지식기반의 무한경쟁 사회로 돌입하고 있다. 그러므로 세계의 선진국들마저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교육개혁과 함께, 학력 신장을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에 우리도 새로운 시대에 세계를 선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창의적인 인재들을 양성해 냄으로써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고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고자 함은 적절하고도 필연적인 선택이다. ‘학력 신장 방안’ 무엇을 추구하는가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창출하여 무한 경쟁의 지식 사회를 주도해 나갈 수 있는 창의적인 인재란, 기초적인 학력을 바탕으로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 자기 주도적인 학습능력을 고루 갖추고, 참신한 지식을 창출함으로써 시대를 이끌어가는 인물이다. 그러한 인물들을 제대로 육성해 내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교육이 추구하는 체육·덕육·지육이 온전히 수행되어야 한다. 체육이란 건강한 신체를 유지케 함으로써 덕육과 지육을 축적함에 부족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요, 덕육이란 자기 자신을 바르게 수양하고 책임감을 바탕으로 남을 위해 헌신하는 인성을 배양해 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체육과 덕육을 바탕으로 해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곧 지육인 바, 이를 구체화하면 곧 학력의 신장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라고 학생들의 학력 신장을 위해서 체육이나 덕육 활동에 비해 일선 학교의 교사나 학생들이 결코 소홀히 한 것이 아니건만, 금학년도에 들어서 서울시 교육청을 비롯한 교육 관련 부처에서 부쩍 학력 신장과 관련한 정책과 방침을 다양하게 내세우고 있다. 그들이 일선 중·고등학교에 실천을 요구하고 있는 추진 과제들을 개괄해 보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첫째가 수준별 이동 수업의 확대 실시다. 이는 중학교 의무 교육과 고등학교 평준화 교육으로 인한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학습 욕구를 진작시켜 보고자 하는 궁여지책으로 이해가 된다. 우선은 중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수학과 영어 중심의 2단계 또는 3단계의 맞춤식 교수-학습을 전개하라는 것이다. 이의 효율적인 시행과 정착을 위해서 관 주도로 교재를 개발하여 보급하고, 교사들에 대한 직무 연수 등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둘째가 학생들의 사고력이나 문제 해결 능력을 배양시키기 위해서 서술형이나 논술형 수행평가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 또한 우선 중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하여, 국어, 사회, 수학, 과학, 영어를 중심으로 실시하되, 배점 비율은 30%에서 연차적으로 10%씩 증가시켜서 50%까지 확대하고, 2007학년도까지는 중학교 3학년이나 고등학교 3학년까지를 대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셋째가 학습 부진 학생에 대한 책임 지도이다. 앞으로 중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매 학년 초에 학습 부진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진단 평가를 일괄적으로 실시하여 학습 부진 학생으로 평가된 학생들에 대한 별도의 기초학력 신장을 위한 교육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당 교과 담임 교사의 책임 하에 수준별 자료를 활용한 맞춤식 지도를 실시하거나 사범대 학생들의 봉사 활동을 유치하여 그들을 지도토록 하고, 그들에게는 일정 학점을 인정받도록 제도화하겠다고 한다. 넷째가 교과와 연계한 독서 교육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교육은 단순히 교과서 중심의 나열식 지식 주입에 그침으로써 심도 있는 학력 신장에 한계가 있으므로, 앞으로는 국민공통기본 교과를 중심으로 독서 지도 매뉴얼을 개발·보급하고 학교 도서관 운영 지원을 확대하며, 교과별 독서 지도 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토록 함으로써 다양하고 창의적인 독서 교육 활동을 전개한다고 한다. 그 밖에, 학생들의 학력 신장과 교실 수업의 개선을 위해서 교과 중심의 장학과 환경 조성 등의 제도적 지원을 강화한다고 한다. 교사들의 자기 장학과 동료 장학을 활성화하고, 교사들의 교과 교육 관련 연수를 주기적으로 실시함으로써 교사들에게 전문성 신장 기회를 더욱 확대토록 하겠다는 방침도 제시되고 있다. 또한 교사들이 행정 업무에 시달리지 않고 연구와 수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근무 여건 개선과 함께, 학생들이 공부하고 싶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 학습환경 선진화와 쾌적한 교실환경을 마련할 수 있는 예산적인 뒷받침을 경주하겠다는 내용도 제시되고 있다. 수준별 이동 수업 오랜 준비작업 필요 교육의 핵심인 학생들의 학력 신장에 저해가 되는 그릇된 제도나 방법은 확인되는 즉시 수정하거나 개선해야 한다. 그런데 획기적인 각성을 통해서 교육 관청 주도로 새삼스럽게 추진하려고 하는 학력신장방안들에서도 시행의 지속성과 기대 효과 면에서 상당한 의구심을 갖게 하는 점들이 발견된다. 첫째로 수준별 이동 수업의 효과 여부다. 기초반, 표준반, 심화반 등의 수준별 학급을 재편성하고 수업을 전개함에 있어서는 비록 시간표 작성이나 공간적 이동의 번거로움이 있더라도 시행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 시행 과정에서 파생될 수 있는 문제점들이 그리 만만하지 않다. 우선 수업을 전개하는 교사들의 위화감 조성의 우려를 짚지 않을 수 없다. 자칫하면 기초반 지도 교사는 실력 없는 교사, 표준반 지도 교사는 그저 그런 교사, 심화반 지도 교사는 실력이 막강한 교사로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에게 오인될 수 있다. 또한 교사들끼리도 어느 누가 가르치기 힘든 기초반을 맡으려 하겠는가? 심화반을 맡게 되는 교사가 오판적 자만감을 갖게 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그뿐만이 아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시절을 보내는 학생들이 우열 의식으로 인해 입게 되는 상처가 얼마나 크겠는가? 평가에는 더 큰 문제가 있다. 공정한 내신성적을 산출해야 하는 관점에서는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학습한 내용 중에서 문제를 출제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다 보면 분반 수업을 통해서 이루어진 학습 내용은 출제에서 배제할 수밖에 없다. 수행평가의 시행에도 똑같은 문제가 수반된다. 이와 같은 문제점들을 원만히 해결할 수 없다면 수준별 수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에서 꼭 실시해야 한다면, 먼저 즉시적인 효과를 기대하지 말고 최소한의 시간(과목당 주당 1시간)만을 시행할 수밖에 없다. 또한 교사별 평가 제도를 앞당겨서 시행해야 한다. 실제로 수업을 담당한 교사가 가르친 내용을 가지고 가르친 학생들을 평가함으로써 학생들의 성적을 산출토록 해야 한다. 둘째로 효율적인 서술형·논술형 평가를 시행하는 일이다. 이 또한 문제를 개발하고 출제하는 데에는 그리 큰 어려움이 없다. 그런데 평가를 함에 있어서는 두 말할 나위 없이 공정성·객관성·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서술형이나 논술형 평가에 있어서 이러한 점을 100% 견지하기란 불가능하다. 아무리 채점 기준을 정해서 공동채점 형태를 취한다고 해도 오류는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그 결과로 인해서 교육 수요자들로부터의 불신을 면할 수 없다. 0.1점 차이로 내신 석차와 등급을 달리 매겨야 하고, 그로 인해서 대학의 합격과 불합격이 좌우되는 시점에서 50%까지를 서술형·논술형 평가를 하라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버티기 힘든 교사들의 신용이나 권위 따위는 아예 포기하라는 것이다. 대학입시 전형 과정에서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논술·구술 평가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서도 미세한 차등만을 산출하고 있는 중·고등학교의 논술형이나 서술형 수행평가에는 더 없이 예민한 것이 학생과 학부모들이다. 이러한 점들을 얼마 만큼 감내하고 그래도 기필코 이를 시행하겠다면, 현행 수준 정도를 유지토록 하거나 오히려 점수 비중을 20% 정도로 낮추고, 점수 격차를 다양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초학력 부진 원인은 학습의욕 부진 셋째로 학습 부진 학생들의 학력을 신장하는 문제다. 중학교까지의 의무교육은 가정의 교육비 부담 경감이라는 긍정적인 면에 비하여, 어쩌면 학생들의 학력 저하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했는지 모른다. 특히 고등학교 평준화를 시행하는 대도시의 경우, 학생 수의 감소로 인해서 중학교 졸업생의 거의 대부분이 마음만 먹으면 모두 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런 여과 장치 없이 상급 학교로 진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심지어 고등학생 수보다 많은 대학 정원이고 보니, 대학생들의 기초학력 부진마저 우려되는 심각한 상태에까지 이르렀다. 이를 원천적으로 해결하려면 학제의 과감한 개편과 함께, 고등학교와 대학의 피라미드식 정원 감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당면하고 있는 기초학력 부진 학생들에 대한 학력 제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고심 끝에 찾아낸 방법엔 상당한 한계점이 있다. 이미 학습 부진 학생에 대한 방과 후 지도나 방학 중 지도를 시행해 보았지만, 학생들의 극히 부진한 참여도와 더불어 실질적인 교육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심하게 말하면, 예산만 낭비하는 데에 그치고 말았다. 그런데 아직 교수법이나 상담법 등이 능숙하지 못한 대학생들에게 그들을 지도하게 하겠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극단적이긴 하지만 과거 군국주의 시대에 있었던 낙제 제도를 도입하여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졸업에 이르기까지 2,3차례 정도 시행한다고 하면 학생들이 오히려 의욕을 갖고 학습에 정진하려고 할 수도 있다. 학습 결과가 부진한 가장 큰 이유가 학생들의 학습 의욕 부진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학교별 특수학급의 편성과 운영을 의무화하거나, 근래에 확산되고 있는 대안학교를 정책적으로 더 많이 설립하여 그들을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지도·교육할 수도 있다. 이는 학습 부진의 또 다른 이유가 학교생활에 대한 부적응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교교육의 신뢰성 회복 전제돼야 넷째로 독서 교육의 활성화에 대해서 검토해 보고자 한다. 정보화 시대의 주역으로 살아가고 있는 학생들의 사고는 완전히 디지털화 되었다. 그들의 두뇌는 거의 온라인화 되어 컴퓨터에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그들은 필요한 대부분의 정보와 지식을 인터넷을 통해서 얻으려고 한다. 물론 그것이 결코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러한 방법은 지나치게 간편성과 순간성의 경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복합성과 지속성을 필요로 하는 지식의 섭렵에는 지대한 한계가 있다. 이러한 점들을 극복할 뿐만 아니라, 교사의 일방적이고 나열적인 주입식 교육을 탈피하여 탐구 중심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학습 능력을 신장하기 위해서 교과와 연계시킨 독서 교육을 강화한다는 것은 일단 대단히 긍정적이다. 또한 시설이나 시간의 제약으로 인해서 교사들이 확보할 수 없는 독서 매뉴얼을 개발하고 보급함도 상당히 고무적이다. 그러나 한편, 이미 교육 당국들에서 우려하고 있는 바와 같이 교사들이 얼마 만큼 전문성을 갖고 효율적으로 독서 교육을 시행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 학생들의 다원적인 사고력과 창의력을 신장시키기 위한 독서 교육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새로이 도입하는 제도인 만큼 처음부터 너무 과욕을 부리지 말고 점차적으로 추진해 나갈 때에 자연스러운 독서 교육이 정착될 것이다. 끝으로 이러한 학력 신장 방안과 교수-학습의 질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교육 당국에서는 다양한 지원과 장학을 실시하겠다는 의욕을 다각도로 밝히고 있다. 더불어서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학습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스스로 탐색하고 사고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한다. 이 또한 그 동안의 전시적 효과를 의식하고 강조했던 애매모호한 교육활동을 반성하고 교육의 본연인 학생들의 학력 신장을 우선시하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진정한 실력과 인성을 두루 겸비한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일선 학교 교육이 공교육으로서의 제 자리를 찾고 신뢰를 회복하도록 해야 한다. 즉, 학생들의 학력을 신장함에 있어서도 획일적인 정책이나 방법만을 지나치게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어느 정도는 교수-학습 활동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는 단위 학교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실질적으로 보장해 줌으로써 학교 나름대로 독창적이면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학력 신장을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야 한다. 교사·학생 자발적 참여가 성공 관건 학생들의 학력을 올바르게 신장하려면 시대적인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정부 차원에서나 교육 당국의 정책적이고 제도적인 장치나 방법도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나 그의 실질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이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일선 학교의 교사와 학생들의 신념과 의지이다. 교사들은 교육자로서의 본분과 사명감을 바탕으로, 질 높은 수업과 전문성 함양을 위한 연찬에 진력해야 할 것이며, 정성과 열의를 다하여 학생들을 지도함으로써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사회로부터도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교사상을 확립해야 한다. 또한 학생들은 스스로의 행복과 삶의 질을 고양하기 위해서 학생 본연의 의무감을 망각하지 말고 교사들의 지도에 순응하면서도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도전하고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을 신장해야 하며, 자발적으로 학교 수업에 참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또한 아무리 획기적인 학력신장방안을 제시하여 추진하려고 해도 교사나 학생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받지 못하면 도로(徒勞)에 그치고 말 뿐이다. 관 주도의 지나친 간섭과 통제는 교육 주체들의 반감과 저항을 초래하게 된다. 금학년도부터 교육의 본질에 입각해서 적극적으로 실천하려고 하는 학력 신장 방안들도 교사들과 학생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검토와 개선을 반복함으로써 점진적인 정착 과정을 통하여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한다. 부연컨대, 교육과정의 편성·운영과 대학입시 전형제도는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의 학력 신장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침을 지적코자 한다. 그러나 현행의 교육과정과 대학입시 전형 방법은 오히려 균형 있는 학력 신장의 저해적 요인을 가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개정하여 운용할 교육과정은 이러한 점을 제거할 수 있도록 교육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여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2008학년도부터 새로이 적용하려는 내신성적과 대학수학능력시험의 9등급제 위주의 전형 방법도 시행 이전에 충분히 보완할 것을 촉구한다.
박효종 | 서울대 교수·국민윤리교육과 광복 60주년을 맞이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대한민국이 ‘성공’보다 ‘좌절’이 압도한 국가라고 믿어야 한다면,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우리의 미래세대는 중·고등학교에서 교과서와 참고서를 통하여 대한민국이 잘못 태어났고 성장에 극심한 장애를 겪고 있는 국가라고 배우고 있다. 배울 뿐만 아니라 시험도 치고 평가도 받는다. 과연 대한민국의 ‘역사’는 잘못된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역사쓰기’가 잘못된 것인가. 축구와 한류에서 자부심을, 기업 활동에서 생동감을 느끼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유독 역사에서는 고개를 숙이고 자괴감을 가져야 하는가. 또 얼굴에는 태극무늬를 그리고 자랑스럽게 “대~한민국”을 외치면서 축구를 응원하는 청소년들이 학교의 역사 시간에는 대한민국을 채찍질해야 하는 모순된 상황에 빠져야하는가. 만일 그렇다면, 청소년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이른바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상황을 강요하는 일일 것이다. 무릇 우리의 역사뿐만 아니라 어떠한 나라의 역사에도 자랑스러운 부분과 부끄러운 부분이 혼재되어 있다. 개인의 삶에 수많은 도전과 응전이 있고 따라서 성공의 이야기와 실패의 이야기가 혼재되어 있듯이, 대한민국의 현대사에도 자랑스러운 추억도 있고 그렇지 못한 슬픈 추억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에겐 부끄러운 역사를 압도할만한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으며 또한 자부할만한 것들이 많다는 점이다. 또 회한을 불러일으키는 추억을 압도할 만큼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추억이 있으며, 감동적인 ‘비사(秘事)’들이 많다는 것이다. 적어도 대한민국의 현대를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들의 체험이 그러하고 우리의 과거를 기억하고 있는 다른 나라 사람들도 대한민국의 역사를 그렇게 평가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후손, 특히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부끄러움 못지않은 자랑스러움과 감동이 넘쳐흐르는 조국의 역사뿐만 아니라 역사관도 물려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냈고 평화적 민주화도 이룩했다. 인권, 민주화, 산업화, 복지제도 등 어떤 기준을 들이대어도 대한민국은 ‘미션 임파서블’을 이루어내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입장이 되었다. 세계적으로 대한민국은 제3세계에서 성공한 국가의 대표적 사례가 된 것이다.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꽃필 수 없는 것처럼,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할 수 없다.”고 한 서구인들의 암울한 전망을 우리는 평화적 민주화에 의하여 보기 좋게 반증했다. 또 한국에서 고속도로는 불가능하고 제철공장도 성공할 수 없다고 진단한 비관적 전망을 우리는 행동과 실천으로 통쾌하게 반증했다. 압축성장이 그 비결이다.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정신으로 뭉쳤고 지금은 나름대로 부국화(富國化)를 향해 항해중이 아닌가. 이러한 민주화와 산업화의 성공은 북한의 민주화의 부재나 산업화의 부재와 현격한 대조를 이룬다. 북한에 인권이 있는가, 북한에 정부를 비판할 자유는 있는가, 북한 주민의 삶은 어떤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국가’의 역사학도들이 ‘성공한 국가’와 ‘실패한 국가’를 등치시키면서 ‘성공한 국가’에 대한 성공의 평가에 극히 인색하고 오히려 모순과 상처를 들추어내는 반면, ‘실패한 국가’에 대해서 ‘사회주의 가꾸기’로 이해와 동정을 표시한다면, 그것은 ‘겸손한 사관’일까, 아니면 ‘자기비하의 사관’일까. 그것은 사실에도 충실하지 못한 왜곡된 사관이며, ‘매조키스트(masochist) 사관’이 아닐 수 없다. 민주화를 이룩하고 빈곤을 빈곤이 아닌 것으로 바꾸며 세계적인 한국 기업들이 부상한 것도 ‘사실’이고 ‘리얼리즘’일 터이다. 산업화와 민주화에서 대한민국이 성공한 국가이고 북한이 실패한 국가라는 것도 ‘사실’이고 ‘리얼리즘’이 아니겠는가. 아무리 ‘역사쓰기’가 자유로운 아카데미즘의 결실이라고 해도 ‘역사쓰기’에는 사실과 사실을 확인하는 것에 대한 엄숙함이 있어야 한다. ‘사실’이 왜곡되고 ‘리얼리즘’이 빠진 창백한 ‘역사쓰기’야말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아닐까. 특히 중·교교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라면 이 엄숙함은 더욱 강도높게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세대는 언제까지 “죄많은 나라에 태어났다”는 원죄의식을 교실에서 스폰지처럼 빨아들여야 하는가. 역사는 바로 세울 수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 역사란 우리가 살아온 삶의 발자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못된 역사관은 바로 세워져야 한다. 이 경우에 비로소 대한민국의 자라나는 세대의 정체성이 올곧게 세워질 수 있을 것이다.
제갈 정 |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흔히 우리나라는 술에 대해 비교적 관대하고 허용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18세 이상 성인의 80%, 대학생의 96.2%가 지난 1년간 음주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인간관계에서 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경우가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문제는 이러한 음주문화가 청소년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에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의 청소년 중 74.4%가 적어도 한 번 이상 술을 마신 경험이 있으며, 31%가 지난 한 달간 술을 마신 경험이 있고, 48.4%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주기적으로 술을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음주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보편적이며 심각한 문제임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44.8%가 술을 직접 구입해 본 적이 있고, 35.4%는 술집에 출입해 본 경험이 있으며, 술을 구입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는 청소년이 73.1%에 이르는 것을 보면 어른들의 무관심 내지 방치 수준도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평소 학생들에게 청소년의 음주는 절대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 교사는 34.6%에 불과하며, 42.4%는 어른들과 함께라면 혹은 어쩌다 한두 번쯤은 괜찮다고 이야기 하는 것으로 나타나 우리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청소년 음주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거나,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할 것 같다. 청소년 음주는 그 자체로도 문제가 되지만 음주 후 또 다른 약물이나 청소년 비행으로 가는 ‘통로약물’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청소년 비행의 대부분이 음주 후에 이루어지고, 특히 폭력행위의 대부분이 음주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알코올이 자제력을 약화시키고 공격성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청소년 음주문제 예방을 위해서는 청소년의 술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알코올 정책과 예방교육이라는 두 가지 방법을 동시에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판매금지 정책과 TV, 라디오 등에서의 주류 광고 제한과 같은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만으로는 그 효과를 거두기 어려우며 반드시 예방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음주문제 해결을 위한 예방교육은 일찍 시작하면 할수록 그 효과가 크다고 한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유치원에서 고등학생까지 연령별 발달단계에 따른 다양하고 체계적인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음주예방교육 프로그램이나 프로그램을 실시할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등의 흔히 제기할 수 있는 문제뿐만 아니라 예방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합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청소년들을 위한 음주예방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학교의 협조를 구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부딪치는 문제 중의 하나가 공연히 아이들에게 술에 대해 알려줌으로써 호기심만 불러일으킨다는 오해이다. 청소년에게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는 것이 술에 대한 잘못된 상식과 오해를 갖게 하기보다는, 술을 마실지 말지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점을 간과한 데서 오는 오해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으로 많이 부딪치는 문제가 음주예방교육은 음주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우리 학교에는 술 마시는 아이들이 없다거나, 어쩌다 한두 잔 마시는 정도이지 문제를 가진 아이들은 없다고 거부하는 것이다. 각 가정마다 장식장에 양주 한 두병 정도는 자리를 차지하고, 술에 취한 어른들을 보는 것이 다반사인 우리나라 청소년은 자연스럽게 어른들의 음주문화를 내면화하게 된다. 그래서 학교에서의 예방교육은 문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2차, 3차 예방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1차 예방, 보편적 예방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음주예방교육의 적기가 언제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중학생들은 호기심이나 또래의 압력으로 술을 마시기 시작하는 시기이지만 고등학생처럼 일상적이고 주기적인 음주로 발전하지는 않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본다면 중학생 시기가 음주예방교육의 적기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여러 가지 문화적·현실적인 문제를 감안하더라도 늦어도 중학교 때부터 음주예방교육은 시작되어야 한다. 이미 우리보다 앞선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음주예방교육의 효과가 단시간에 나타나지는 않는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교육, 그리고 청소년 음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찾아내어 그 요인들을 해소할 수 있는 교육이 요구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1회성이며 일방통행식인 강연이나 비디오 시청으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려우며 의사결정능력, 의사소통기술 훈련, 대처기술 훈련 등의 사회기술 훈련과 리더십 증진을 통해 술을 마실지 말지를 스스로 결정하고, 결정을 행동으로 옮기고, 내면화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물론 이러한 교육은 학교와 지역사회, 교사, 부모 모두의 합의와 노력이 있어야만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음주문화는 청소년들을 통해서 바꾸어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문화를 바꾸어 나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인식과 태도, 행동이 바뀌어야 가능하며,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바로 지금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미숙 | 미 콜럼비아대 교원연구소·교육철학박사 들어가는 말 ‘천치’ ‘바보’라는 의미의 ‘idiot’이라는 단어의 어원을 보면 민주주의의 근원지인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폴리스(polis)의 생활에 있어 공무(public affairs)에 관심을 두지 않는 개인을 의미한 것이었다고 한다. 이런 맥락에서 시민교육을 ‘천치의 훈련 (training of idiots)’이라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 있어 국민의 대표적인 의무이자 권리라고 할 수 있는 국민투표에 특히 젊은 계층의 저조한 참여율은 현재 전 세계적인 경향이라 할 수 있다. 무식의 소산인가 아니면 무관심인가 하는 논쟁은 시민적 지식 전수의 의무가 학교교육에 있다는 관점에서 보면, 결국 학교에서의 시민 교육이 정치에 대해 부실한 정보를 제공한 것인가 아니면 정치로부터 젊은 계층을 유리시킨 것인가 하는 문제로 귀결될 수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와 시민성에 대한 지식, 기술, 태도에 대한 국제평가연구(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the Evaluation of Educational Achievement Civic Education Study, 1999; 2001)’가 미국과 홍콩을 포함한 27개 유럽 국가의 14세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폴란드, 그리스, 홍콩, 미국, 이탈리아, 체코, 헝가리 등이 국제 평균보다 높았으며, 시민 기술 영역에서는 미국이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 지식 영역에서는 미국보다 체코가 더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국가의 민주주의 체제 및 구조에 대한 관심에 있어 전 공산체제 시민과 일반 서구 민주주의 시민 간에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권, 법과 교육에서의 형평성, 민주주의 구성 및 장치에 대한 지식이 전 공산체제의 동유럽뿐만 아니라 대부분 미국 및 서유럽의 시민성 교육에서 다양한 형태로 간과되고 있는 것이 문제점으로 제기되었다. 이러한 결과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서유럽의 시민교육 전문가들은 동유럽의 공산체제 붕괴 이후의 시민성 교육에 대한 관심을 두게 되었다. 특히 체코의 시민교육에 대한 새로운 시도와 노력은 미국 및 서유럽의 시민교육뿐만 아니라 한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의 실현에 초석이 될 한국의 통일교육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 배경 체코는 수세기 동안 국영화 체제였으며 시민적 사회화에 있어서도 교회나 유대기독교적 가치의 영향이 가장 약해서, 현재에도 유럽에서 가장 세속적인 국가로 알려져 있다. 최근 ‘유럽의 가치체제에 대한 연구(European Value System Study)’에 따르면, 체코 전체 인구의 72%가 그들의 삶에 있어 종교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젊은 세대일수록 종교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다고 한다. 또한 1989년 공산정권 붕괴 이후에 법, 경제, 공공 체제 등이 아직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새로 도입된 민주적인 사고방식과 태도는 언제든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체코의 교육은 공산정권 하에서뿐만 아니라 그 이전에도 철저한 중앙집권적 국가 교육과정과 교과서 체제에서 매우 세분화된 내용과 지정된 개념의 암기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을 교육시켜 왔다. 체코의 국민은 오직 당과 정부만이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생활을 주도할 수 있다는 믿음을 지난 40년 동안 강요당했었지만, 공산체제의 붕괴로 민주주의적 의식 전환뿐만 아니라 하룻밤 사이에 시민교육에 대한 개념을 바꾸어야만 했다. 공산정권 붕괴 당시 사범대학 졸업생들은 학교 현장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임무를 수행해야 했다. 이들 스스로가 교사로서 새로운 민주주의 원칙과 시민사회에서의 정부의 역할에 관한 새로운 해석을 배워야 했던 것이다. 교사들 자신이 변해야 할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에게도 마르크스주의-레닌주의의 잘못된 해석을 알려야 했다. 당시 교사들은 나름의 정직한 노력을 시도했지만, ‘시민의 자유’ ‘인권’ ‘서구와 동구의 경제적 차이’ 등과 같은 민감한 주제는 피하고 있었다. 한편 많은 교사들은 자신들이 공산정권 하에서 배웠던 이념적 개념과 설명의 허위성을 인식조차 못하기도 했다. 1990년에 국가 교육과정은 전 학년의 교과에 시민성 교육을 필수 과목으로 포함시켰으며, 공무, 기관 및 제도, 사회 정치적 체제 및 장치에 대한 실질적인 지도력을 제공하는 시민교육을 시도했다. 교사들은 사회 정치적 행동을 위한 독립적인 사고력을 강조하면서 학생의 가치체계를 개발하는 교육에 주력했다. 그러나 한 조사에 따르면 4%의 학생들만 학교에서의 시민교육이 시민적 정치 활동의 참여를 권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67%의 학생이 시민교육을 반드시 암기해야 하는 자료에 근거한 강의로 이해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학생이 선거와 국민투표의 중요성에 대해 학교에서 부실하게 가르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체코의 시민교육 전문가들은 ‘시민성 국제평가 연구’에서 체코 학생이 국제 평균 이상의 점수와 특히 시민 지식에 있어서는 높은 성적을 보인 것을 민주주의 원리와 원칙에 대한 사실적 지식을 강조하고 있는 학교교육의 결과로 보고 있다. 시민 지식에 대한 암기가 학생들을 민주시민으로 준비시키는 충분한 교육은 아닌 것이다. 학생들의 시민교육에 대한 관심은 권리로서의 개인의 견해가 공공생활에 실제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시민교육에 대한 학습에서뿐만 아니라 실제적인 시민적 활동에도 대부분의 학생이 여전히 소극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시도와 쟁점 시민교육에 대한 새로운 시도의 성공은 교육과정, 교과서, 교사의 전문성 개발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교육과정에 대한 교사의 자율적 재량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체코의 시민교육 전문가들은 새로운 내용뿐만 아니라 학교와 교실 문화에 근거하여 운영되는 교수-학습 과정의 분위기 전환이 시민교육의 근본적인 변화를 유도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에는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자료뿐만 아니라 국가교육과정 틀에 근거하되 현장 교사들의 융통적인 운영에 주안점을 두는 비정부기관에 의해 개발된 대안적인 교육과정이 허용되고 있다. 이 교육과정은 민주주의 제도나 역사적인 자료만을 열거하기보다는 주제별 그룹 읽기와 토론을 강조하는 수업을 권장하고 있다. 예를 들면, 개인의 인성과 태도의 발달과 같은 주제를 다루는 ‘가족교육’과 같은 내용을 가르치기 위해 사회적 훈련 방식을 적용한다. 대안적인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실질적인 시민 기술을 개발할 수 있고, 교사들이 보다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인기가 있고 많은 학교들이 채택하게 되었다. 그러나 1996년 이후에는 20%의 학교만이 이 교육과정을 활용하고 있었고, 현재까지 그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학교가 국가 교육과정에서 제시하고 있는 시민교육으로 되돌아가고 있는데, 그 주원인은 사실적 지식에 근거한 전통적인 대학입시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대안적인 교육과정에서 강조하고 있는 시민 활동과 기술을 대학입시에서 측정하고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동안 대학에서도 교사들의 전직교육에 새로운 내용의 프로그램을 제공해 왔지만, 계속 지적되는 문제점은 민주주의의 기초가 단순히 책과 강의를 통해서 습득될 수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이론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교수들은 직접 학교 현장에서 학생과 학부모를 상대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시민교육에 대한 개념적인 접근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대학에서는 민주주의적 행동을 예시화하여 미래의 교사들이 완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하여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 구안에 노력하고 있다. 시민교육학과에서는 역사학과와 철학과에서 수행하고 있는 체코 역사의 재조명이나 재발견 내용을 반영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교사 전직교육 프로그램을 재구조화하고 있다. 그리고 시민교육 관련 전문 교수 인력의 부족에 대한 해결책으로 서구에서 교육을 받은 체코 인력을 채용하거나, 현지 학자를 초빙하고, 대학원생의 외국 교환 프로그램 참여를 권장하면서 우수한 인력 공급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대학에서는 전직교육 수준에서뿐만 아니라 비영리 단체들과 제휴하여 1989년 이전 졸업생인 현직 교사를 위한 연수교육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저조한 지원과 무관심으로 제한된 숫자의 현직 교사들만이 이러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교육부의 자체 조사 발표에 따르면, 학교 현장에서 이러한 연수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부족해서 더 많은 예산의 지원을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대부분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자비를 들여서라도 이러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한다. 교사들은 정부에서 제공되는 예산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학교 현장의 관리자들도 교사들의 연수 참여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어려움을 표하고 있다. 새로운 교육과정에서 시민교육 내용과 방법에 대한 어느 정도의 융통성을 허용한 덕분에 뜻있는 교사 주도의 단체들을 중심으로 시민교육 프로젝트가 개발되고 있다. ‘시민교육과 민주주의 연합(Association for Civic Education and Democracy)’은 이들 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로, 일반 대중에게 학교 교육에서의 시민교육의 필수성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어려운 자금적인 상황이 이들 단체들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에 프라하 주재 서구 대사관이나 국제 재단들의 도움은 이들의 활동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제적인 차원에서는 자금지원과 더불어, ‘국제독서연합(International Reading Association)’과 같은 기관에서는 ‘비판적 사고를 위한 읽기 쓰기’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학습에 대한 공평한 기회와 민주주의적인 행위를 권장하는 ‘구성주의’ 교수법을 교사들에게 훈련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미래의 민주시민의 역량으로서 개인적인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 상호 존경과 나누는 삶, 협조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외에도 체코 사회의 시민성을 향상하기 위한 교사교육 프로그램이 독립기관들에 의해 제공되기도 하는데, ‘Dokazu to! (내가 관리 할거야!)’ 라는 프로그램은 그 중 하나이다. 이 프로그램은 심리학자에 의해 개발된 것으로 ‘사회 치료’ 모형을 근간으로 교사와 학생 간의 정직하고 형평적인 관계 형성을 도모하고 있다. 교사를 대상으로 자긍심 향상, 자아와 타인에 대한 존중, 적극적인 의사소통 등을 향상시키는 활동으로 시작해서, 전체 학교가 한 팀으로 참여하는 다양한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맺음말 현재 체코의 시민교육에 대한 새로운 노력은 체코 사회의 민주주의 현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공산정권 하에서 교육받은 학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시민교육 교사들도 필연적으로 전체주의 이념의 영향을 받았다. 전체주의자들과 투쟁하는 과정에서 체코는 영적으로 성숙하기도 했지만, 반세기 동안 책임 회피와 피상적인 해결책으로 조종당해 온 이들에게 있어 서구의 민주주의적 산물이 여전히 낯선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현재까지도 많은 시민들은 공공 생활과 경제 문제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적 이상에 대해 회의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산실인 서구의 시민교육을 수용하지 않고는 체코의 시민교육 내용과 방법에 대한 시민의 요구에 부응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인권이나 민주주의 원칙이 누구에게나 공통적이라고 해서 서구의 모델을 그대로 단순히 적용하는 것이 체코의 시민교육에 대한 바람직한 접근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미국의 시민교육의 경우에도, 미국 우월주의나 국수주의를 강조하는 전통적인 접근을 지양하고, 다양한 사회 문화적 계층의 필요에 근거한 다문화적 접근으로서의 민주 시민적 가치와 세계평화의 개념을 통합한 시민중심 비전을 강조하고 있다. 체코는 공산 독재의 억압 속에서도 나름의 독자적인 정체성을 유지했던 것처럼, 민주 시민의 정체성을 공고히 할 서구 시민교육의 토착화가 필요할 것이다.
강미숙 | 북제주 신창초 교사 지난 2월 22일은 걸스카우트 세계우애일이었다. 세계우애일은 스카우트 운동의 창시자인 B-P경과 그의 부인이자 걸스카우트 세계단장인 올러브 베이든 포엘 여사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날이다. 이 날은 전 세계의 모든 걸스카우트가 세계적인 운동체인 걸스카우트 세계연맹의 일원임을 다시 한 번 인식하면서 걸스카우트를 위해 새로운 기능을 익히고 활동할 기회를 갖는 걸스카우트 축일이다. B-P경은 1928년 헝가리 파라드에서 처음 걸스카우트세계연맹이 결성되었을 때 “나의 소망은 가장 가까운 장래에 세계에서 그 누구도 보지 못했던 선(Good)을 위해 걸스카우트 운동체가 활동하는 것을 보는 것입니다. … 여러분 앞에는 향후 세계 평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중요한 발걸음을 시작할 책임과 기회가 놓여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제 B-P경의 소망은 이루어져 걸스카우트는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조직체로 성장하였고 더 평화로운 세계를 위해 활동하는 대표적인 운동체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걸스카우트와 함께한 시간도 어언 22년의 세월이 흘렀다. 내가 교단에 선 시간과 같다. 처음 교직에 발을 내디디면서 아이들과 함께 들에서, 산에서 자연을 벗 삼아 호연지기를 키우며 미래의 세계를 이끌어 나갈 꿈나무들과의 만남을 허락한 시간들이었다. 선서와 규율을 생활하며 적어도 하루에 한 가지 착한 일을 해야 하는 일일일선(一日一善) 표방이 너무 매력적인 요소로 끌려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기본 지도자 훈련 과정을 마치고 성인 대원으로서 첫 선서할 때의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그때 나는 타오르는 촛불을 바라보며 이렇게 기도하였다. 미래의 세계를 이끌고 나갈 젊은이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심에 감사하다고. 그리고 젊은이들을 인도할 수 있는 지혜와 인내를 허락해 달라고 기도하였다. 주마등처럼 아련한 추억들이 잔잔하다. 처음 유녀대를 맡아 한라산에서 야영을 할 때이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피해 표고밭에서 온밤을 지새웠던 일은 제일 힘든 야영으로 기억된다. 요즘은 시설에서 갖추어진 프로그램에 의해 전문 지도자가 진행하는 것이 대부분이다(지금도 일 년에 한 번은 제주 연맹 자체 프로그램에 의해 진행되기도 함). 혼자 40여 명의 대원들을 데리고 깊은 산속에서 야영을 할 수 있었다는 게 아직도 대견하게 느껴진다. 어디서 그런 열정과 배짱이 나왔을까? 그런데 이렇게 좋은 추억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시골 학교에 있을 때이다. 뒷뜰 연합야영이 끝나고 주변 정리도 거의 마무리될 쯤, 쓰레기 소각장에서 야외용 부탄가스버너가 폭발하는 사고가 났다. 마침 쓰레기를 버리러 근처에 서있던 걸스카우트 대원 한 명이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은 것이었다. 물론 옆에 있던 동료 교사도 얼굴과 목 등에 심한 화상을 입어 인근 병원에 수송하여 장기간 치료를 받은 사고였다. 보험처리로 치료비는 해결되었지만 향후 얼굴에 생기는 흉터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학부모 요구 앞에 정말 몇 달간은 학교 출근하기가 두려웠었다. 다행히 지역 학부모님들의 적극적인 이해와 협조로 무사히 마무리되었지만 그때 당시는 왜 내가 이런 단체 활동을 맡아 고생을 사서 하는지 무척 후회가 되었고 다음에는 맡지 않겠다고 다짐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걸스카우트의 상징인 ‘초록의 물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슨 미련이 있는지…. 지금은 연맹소속의 훈련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 동안의 다양한 노하우로 이제는 어떤 상황에 처해 있어도 두려움 없이 개척해 나가는 용기와 지혜가 생겼다. 미래는 도전하고 개척하는 자의 몫이다. 가장 낮은 자세로 엎드려 땅의 기운을 느끼며 여명 속에 서서히 빛나는 새벽안개 풀잎에 머금은 영롱한 이슬을 세어보지 않고, 타오르는 화톳불 속으로 여름밤의 열기를 사르며 밤하늘의 별을 헤어보지 않은 자는 야영의 참 묘미를 모른다. 세상을 창조한 조물주와의 신비한 속삭임으로 내 영혼을 씻을 수 있었다. 나는 특별히 운동을 한다거나 몸에 좋다는 음식을 일부러 가려 먹는 생활은 하지 않는다. 나의 영혼과 육체의 건강한 삶의 비결은 바로 대자연에서의 호연지기를 가꾸며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들이 있었음에 가능하였다. 답답한 일상들을 정리하고 다시 새롭게 미래를 계획하며 진정 나를 돌아볼 수 있는 나만의 여유로운 시간들을 만끽하였다고나 할까. 이제는 더욱 고귀한 시상(詩想)을 얻는 매개체가 되니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인연이 되었다. 그리고 자라나는 아이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나의 행복이니 이런 나의 걸스카우트 ‘초록 사랑’은 교단을 떠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세계우애일을 맞이하여 규율초와 단원 선서초가 타오르는 촛불 행렬을 보며 행복감에 젖었던 순간을 회상해 본다. 우애일 주제가 ‘음식’인 만큼 기아의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그날 하루 기아체험에 도전해 보았다. 이는 바로 책임 있는 세계시민으로 한걸음 나아가는 모습이 아닐까. “음식이 우리를 건강하게 만들고 기쁨과 즐거움을 주듯이 걸스카우트의 활동도 음식체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한국걸스카우트 조선형 총재님의 말씀을 되새기며 제2의 비상을 준비하는 대원이자 지도자가 되리라 다짐한다. Happy World Thinking Day!
박경민 | 역사 칼럼니스트 cafe.daum.net/parque 본격적인 신석기 시대에 접어들자 지구마을에는 대충 네 개의 큰 강을 중심으로 최초의 문명이 일어났다. 즉 지혜의 산물이 문명으로 표출되었던 것이다. 신석기인들이 이렇게 논과 밭을 갈고 가축을 기르면서 촌락을 형성하고 공동체를 일구며 대략 5000년 전부터 문자기록을 남기기 시작함으로써 역사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다. 청동기 발견은 수확량 증대 최고(最古)의 문명을 이룬 곳은 하나같이 하천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기후가 온난하다는 지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인류가 이루어낸 최초의 산업, 즉 농경문화에 있어서 절대적이다. 여기에 농업혁명이 일어났다. 치수사업과 신소재인 청동의 발견이 바로 그것이며 신석기인들은 땅 위에서 나는 소출에 만족하지 않고 땅을 파헤치고 자연을 이용하려는 최초의 시도를 하였는데, 당시 그 작업은 노동집약적이어서 씨족에서 부족, 그리고 부족국가로의 사회구조 변화를 가속화시켰다. 신석기인들이 석기를 만들기 위해서 돌을 가져다 작업을 하는데 돌이 갈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석기를 망쳐놓는 것이었다. 화가 난 어느 석기인은 그 돌멩이를 불구덩이에 던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불구덩이에서 뭔가 붉은 물이 흘러나오더니 땅 위에서 굳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들이 아무 쓸모 없다며 불구덩이에 던져버린 돌에서 뭔가 흘러나와 굳더니, 돌보다도 훨씬 단단하며 경우에 따라 그 모양을 변형시킬 수 있는 이상한 물질이 생겼다. 바로, 인간이 청동을 발견해 낸 것이다. 하지만 청동으로 도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복잡한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에 맞는 직업의 분화를 가져왔다. 다시 말해서 대장장이라는 인류 최초의 엔지니어 집단이 탄생하였다. 그들은 청동을 다루면서 축적한 노하우를 이용하여 나중에는 철은 물론 여러 가지 광물을 이용할 수 있는 첫 계단을 쌓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리 간단한 제품이라도 정교한 석기를 만드는 것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힘이 많이 들었으므로 일상생활에서 쓰는 도구나 무기를 처음부터 청동으로 만들 수 없었다. 따라서 청동기 시대의 유물 가운데 청동제 도구보다 간석기가 많이 발견된 것도 석기가 계속 사용되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하지만 청동기 시대의 석기는 신석기 시대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더욱 정교해지고 종류도 다양해짐으로써 농경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게 되었는데 땅을 더욱 깊게, 그리고 넓게 팔 수 있었으므로 자연히 농경지의 증대를 가져왔으며 작업도구의 발달은 수확량의 증대로 이어졌다. 지배 계급과 피지배 계급의 출현 이와 같이 농경이 발달하고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안정된 정착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는 복잡해졌다. 즉 인간관계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는 뜻이다. 농업혁명으로 생산량이 크게 증가하자 곡물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문제가 중요한 사회문제로 등장하였다. 신석기 시대에는 사유재산 개념이 생기고 계층이 분화되자 힘 있는 자가 곡물을 사유화하고 그것을 자기의 곳간에 쌓아두고 분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지위를 높여나갔지만, 청동기 시대에 접어들어서는 단순한 지도자가 권력을 가진 지배자로 바뀌게 되었으며, 4대 강 유역의 통치자들은 주민들을 고분고분하게 길들일 필요가 있는 데다가 마구잡이로 노동력을 착취할 대상이 절실해졌다. 힘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시기였던 만큼 힘 있는 부족이 약한 부족을 무력으로 흡수통합하면서 고대국가의 틀을 갖추어 가는 과정에서 다수의 피지배층, 즉 노예들을 양산하게 되어 지배계급과 피지배 계급이라는 극단화된 사회계급은 나중에 계급투쟁의 불씨를 일으켰으며 피를 먹고 사는 민주주의 쟁취사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인간 불평등’은 단순히 육체적으로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단순논리가 아닌 사회구조에서 파생되었기 때문에 혁명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두고두고 대물림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 하에서 4대 문명권에서 지배계층에 속했던 극소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절대 다수의 민중들을 쥐어 짤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병 주고 약주는 식’으로 치수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렇게 주장하였다. “이번 공사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너희들을 먹여 살리기 위함이니 불평하지 말고 노역에 나와라!” 당시로서는 치수 관개사업 등이 최대의 현안문제여서 얼마 만큼의 소출을 거둘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관심거리였다. 그런데 문제는 좋은 말로 해서는 아무도 자발적으로 공사장에 나서지 않는다는 데에 있었다. 그래서 최고 지배층은 대규모의 공사에 지도 감독자를 내세우는 한편, 노역에 동원된 사람들을 관리하는 중간 지배계층을 세워 놓았다. 다시 말해서 ‘규모가 큰 사업을 지휘하고, 관리해 나가기 위해서는 강력한 전제권력과 그것을 뒷받침할 만한 관료구조가 필수적’이었으며 4대 강 유역의 고대사회에는 전제권력과 신권정치가 공통적이었다. 교역 발전으로 성문법 탄생 서양사의 모태가 되는 지중해 동남쪽에 지금으로부터 약 9000년 전(기원전 7000년~5000년 경) 인류 최고의 문명이 메소포타미아에서 일어났다. 그곳은 일찌감치 신석기시대를 졸업하고 금속기를 사용하였으며 같은 오리엔트 문명권이지만 이집트와는 달리, 여러 민족이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흥망성쇠를 거듭하였다.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줄기를 따라 도시를 중심으로 국가를 형성한 것이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특징이라면 ‘바빌론’은 그들이 건설한 주요 도시 가운데 하나이며 오리엔트 세계의 정치적 중심지였다. 메소포타미아의 지리적 특성이 개방적이었으므로 주민들은 농사를 짓는 일 이외에도 다른 지역과의 교역을 통해서 국제무역을 중개하였으므로 그들의 도시는 자연히 교역의 중심지가 되었다. 그래서 물물교환의 교역형태가 아닌 화폐경제 시대를 다른 문명권에 비해 일찍부터 맞이하였다. 도시간의 교역은 활발한 인적교류를 가져왔는데,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지자 사회구조가 복잡해지기 시작하였다. 걸핏하면 이해관계로 다투기 일쑤였다. 특히 다변화된 주변 여러 지역과의 교역은 관련법 제정을 서두르게 함으로써 법제가 발달하여 최초의 성문법이 나왔고 종교적으로는 자연물을 숭배하는 다신교적 신앙생활을 하였다. 그리고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더불어 오리엔트의 한 축으로서 그리스 문명을 꽃피우게 한 이집트 문명은 알파벳의 기원이 되는 상형문자를 발명하였다. 강력한 왕권을 바탕으로 피라미드를 세우고 그들의 영화를 파피루스에 기록하였으며 생명의 불멸을 믿어 미라를 만들었다. 같은 오리엔트 문명권이지만 이집트는 메소포타미아와 여러 면에서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4대 문명 가운데 가장 오래 지속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이다. 이는 기원 전 3100년 경부터 기원 전 331년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연속성이 이어졌기 때문이며 메소포타미아의 흥망사와 인더스 문명의 분열사, 그리고 중국의 왕조교체 등을 비교해서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나일강의 지리적 특성이 외부의 범접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나일강의 혜택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구약성서에 있다. 즉 셈어계 유목민에 속하는 헤브라이 인들이 전 오리엔트 지역을 강타한 대기근을 피해서 이집트로 들어갔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잘 정비된 계획도시로 유명한 인더스 문명은 서북방에서 들어온 아리아인에게 파괴되고 말았다. 아직도 해독되지 못한 문자를 남기고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 선주민이 과연 누구였는지 여전히 의혹으로 남아있지만 새롭게 인더스의 주인이 된 아리아인은 계속해서 인도에 고대 문명을 전개해 나가면서 힌두교의 뿌리인 브라만교와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카스트 제도를 만들어 갔다. 인더스 문명이 다른 문명권에 비해서 특이한 점은 까마득한 고대의 사회제도와 종교가 오늘날까지 인도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 달리 앞에서 이야기한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는 유물과 유적으로만 존재할 뿐, 종교나 사회제도는 모두 이슬람화가 되고 말았으며 중국의 황하 문명도 고대와 현대의 연결선이 단절되었다. 그러나 인도 대륙은 여전히 브라만교에 뿌리를 두고 있는 힌두교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종교로 자리잡고 있으며 아리아인들이 선주민을 정복하고 정착하는 과정에서 만든 신분과 계층분화가 지금도 인도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카스트 제도로 남아 있다. 인도의 국토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구 소련을 제외한 전 유럽의 면적과 거의 비슷하며 그 곳에는 유럽 인구의 거의 두 배인 9억 수천만 명이 살고 있다. 더욱이 인종적으로는 네 가지 계통이며 언어는 수백 가지나 된다. 다시 말해서 인도는 유럽과 같은 작은 세계를 이루고 있으며 유럽이 크리스트교 문화권을 형성하고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지역이 이슬람 문화권을 이루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도는 오늘날에도 인더스 문명과 브라만교, 그리고 카스트 제도라는 힌두 문화권을 이루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뿌리 깊은 힌두 문화권이 싫어 영국에서 인도가 독립할 때 이슬람 교도들이 파키스탄으로 따로 독립하여 나왔지만 말이다. 동북아시아에도 기원전 5000년에서 4000년경부터 중국 최초의 농경문명이 황하 유역을 중심으로 일어나 삼황오제(三皇五帝)의 신화로 시작되는 중국의 역사가 이때부터 열리게 되었으며 치수사업은 역대 중국 왕조의 현안 사업이었다. 중국의 건국신화에 따르면 그들의 조상으로 받들고 있는 황제(黃帝) 이전에 천황씨(天皇氏)·지황씨(地皇氏)·인황씨(人皇氏) 또는 복희씨(伏犧氏)·신농씨(神農氏)·수인씨(燧人氏)라는 삼황(三皇)이 있었는데, 이들은 인간이라기보다는 신적인 존재였고 각기 역할을 분담하여 중국의 문명적 기반을 닦았다고 한다. 중국인들은 그들의 조상으로 황제(黃帝)를 받들고 있다. 황제는 동이족(東夷族)과 싸워 중원(황하의 중류)의 비옥한 평원을 정복하여 중국 최초의 농경사회를 열었으며 문자와 역법, 화폐와 수레 등을 발명·보급한 당대의 영웅이라 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느 개인이라기보다는 당시의 지배집단 전체가 황제라는 특정인물로 묘사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렇게 당시의 중국인들은 소수 지배집단의 지도로 황하강을 수리(水利)를 최대한으로 이용하면서 문명을 일구어 나갔다. 아무튼 황제(黃帝)의 뒤를 이어 소호→전욱→ 제곡→요→ 순으로 이어지는 다섯 명의 임금이 중국을 다스렸으며 이를 오제(五帝)라 한다. 사기(史記)에서는 소호를 빼고 그 자리에 황제(黃帝)를 넣기도 하지만 학자들은 삼황을 신화로 보는 데에 일치하면서도 오제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하다. 즉 오제를 실존인물로 보는 사람과 단지 신화적 인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말이다. 유교적 왕도정치를 이상으로 생각했던 공자가 ‘요·순’으로 대표되는 선양의 미덕을 높이 평가했지만 요(堯) 임금이 혈통에 상관 없이 덕망이 높았던 순(舜) 임금을 발탁하여 그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순 임금 역시 우(禹) 임금에게 왕위를 넘겼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세습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왕권이 약했다는 점 이외에 그들 모두 치수사업에 큰 공헌을 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곽해선 | 경제교육연구소 소장(www.haeseon.net)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 제조업은 200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의 18.9%가 종사하고 국내총생산(GDP)의 33.8%를 만들어내며 총수출의 84%를 차지하는 핵심 수출 산업이다. 국내 산업의 생산성 향상과 연구개발 투자를 주도하고 경제의 공급 역량과 경쟁력을 키우는 근간이기도 하다. 제조업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962년 14.4%를 기록한 이래 상승세를 지속해 1988년 31.9%로 정점을 쳤다.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한 고도성장이 제조업 확대의 원천이었다. 1989년 이후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하락세로 돌아서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는 GDP의 30% 선을 밑돌았지만 2000년에 31.3%로 오른 뒤에는 3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제조업이 산업과 수출의 중심 역할을 하기는 다른 나라도 대개 마찬가지인데, 우리나라는 특히 전체 산업 중 제조업 비중이 선진국보다도 크다. 광업까지 합한 제조업, 즉 광공업이 국내총생산을 만들어내는 데 기여하는 비중은 2000년 현재 34.6%로 미국(19.5%), 일본(24.5%), 독일(23.6%) 등 선진국보다 크게 높다. 제조업뿐 아니라 건설업(2000년 GDP의 8.2%)과 농림어업의 비중(4.6%)도 높다. 반면 선진국에 비하면 우리나라 산업의 생산구조는 서비스업 비중이 낮은 게 특징이다. 제조업 주력 업종 10년 주기로 바뀌어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의 열쇠를 쥔 제조업은 대략 10년 주기로 주력 업종을 바꿔왔다. 지난 1960년대에 본격 경제개발이 시작될 때는 경공업을 위주로 출발했다가 1970년대에는 철강·기계 등 중화학공업으로, 1980∼1990년대 초반까지는 가전·자동차 등 조립가공 산업으로,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IT 산업으로 중심축을 옮겨왔다. 1960년대에 주력 산업이었던 섬유, 의류는 생산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모두 1970년대 이후 하락세다. 1970년대 주력 산업 중에서는 철강 산업의 경우 1980년대 이후 생산·수출 비중이 하락세로 들어섰다. 하지만 기계 산업은 생산자동화가 확대되면서 지금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1980년대 주력 산업 중에서도 가전 산업은 1990년대 들어 생산·수출 비중이 모두 하락했다. 하지만 자동차는 수출 비중이, 조선은 생산·수출 비중이 여전히 상승세다. 1990년대에 주력 산업으로 떠오른 반도체와 휴대폰을 주력으로 하는 통신기기, 컴퓨터 등 IT 산업은 이제 우리나라의 핵심 산업이 됐다. IT 산업은 90년대 전반에는 반도체가, 후반에는 통신기기와 컴퓨터의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2000년대 들어서도 높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IT 관련 제품의 생산 비중은 1990년 8.4%에서 2000년에는 18.3%로, 수출 비중은 18.0%에서 34.1%로 급격히 높아졌다. 21세기 들어 우리나라 산업의 주력은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컬러 티브이를 주력으로 하는 가전, 휴대폰, 개인용 컴퓨터(PC : Personal Computer)를 주력으로 하는 컴퓨터, 철강, 석유화학, 섬유 등을 들 수 있다. 수출액 기준으로 자동차, 전기전자, 철강, 섬유 등은 최근 꾸준히 세계 5위권 안팎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고 IT 관련 품목 중에서는 DRAM 반도체와 조선이 시장 점유율 세계 1위다. 그동안 주력 산업을 바꿔가며 열심히 수출한 결과 1970년에 고작 8억 달러에 불과했던 우리나라의 수출은 1995년에는 25년 만에 100배가 넘는 1000억 달러 규모를 달성했다. 이어 2000년에는 다시 200배인 1723억 달러를 기록해 수출액 규모로 세계 12위가 됐다. 그리고 지난 2004년에는 수출이 마침내 2000억 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1000억 달러 고지를 점령한 지 9년 만이다. 질 좋은 노동력 강점, 청년 실업 큰 문제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의 강점은 무엇보다 질 좋은 노동력에 있다. 경제활동인구 중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많아, 노동력의 질이 외국에 비해 좋은 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경제활동인구 중에서도 15~54세의 청장년층이 많아 노동력이 젊다. 경제활동인구 중 청장년층의 비중이 74.1%(2001년 기준)로 미국(71.0%), 일본(65.3%)을 크게 웃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는 청년층 실업이 많아서 우수한 청년 노동력을 사장시킴으로써 경제성장 잠재력에 손실을 보고 있다. 2002년 10월 현재 국내 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자는 2224만 2000명. 일자리를 원하나 얻지 못한 실업자가 60만 5000명이다.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의 비중, 곧 실업률은 2.6%를 차지하고 있다. 실업률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청년 실업자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 20대 청년 실업률은 1997년 5.4%에서 1999년 10%를 넘었고 2002년 3/4분기에는 5.7%로 낮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2002년 조사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가운데 실업자가 24만 2000명, 학교를 다니는 등 교육훈련을 받지 않으면서 무직 상태(비통학, 비경제활동인구)로 있는 사람들이 108만 7000명으로 전체 청년층 유휴인력은 학교 졸업·중퇴자의 25.4%인 132만 9000명에 이른다. 학교를 마친 청년 4명 중 1명을 놀리고 있는 셈이다. 특히 여자가 96만 명으로 남자 36만 9000명에 비해 2배 더 많다.(한국노동연구원, 청년층 노동시장의 구조변화, 2002. 12. 18.) 이대로 청년 실업이 계속된다면, 전통적으로 질 좋은 노동력을 활용해 성장할 수 있었던 우리나라 산업의 강점이 퇴색하게 될 것이다. 앞 선 정보화 기반, 중국 인접성 강점 우리나라 산업의 또 한 가지 강점은 21세기 디지털경제 시대를 이끄는 통신·인터넷 같은 정보화 기반 면에서 선진국에 비해 우위에 있다는 점이다.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인터넷이나 이동전화 보급률도 미국, 일본을 앞선다. 21세기 세계의 주도 산업으로 떠오른 IT 산업이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명목국내총생산에서 IT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8.1%로 미국(8.3%)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불변가격 기준으로는 우리나라가 15.6%로 미국(1998년 9.1%), 일본(1999년 11.4%)보다 훨씬 높다. 중국이라는 거대 잠재시장에 근접해 무역을 쉽사리, 많이 할 수 있다는 지리적 이점도 강점이다. 중국은 명목국내총생산이 2000년 현재 아직 일본의 22%, 미국의 11% 규모지만 무려 1조 달러를 넘는다. 1인당 국내총생산도 아직 낮지만, 고소득층 인구가 전체 인구의 5%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보다도 많은 6000만 명이나 되는 거대한 내수기반을 갖고 있다. 중국 경제는 지난 1978년 개혁·개방 노선을 채택한 이래 2000년까지 연평균 9.5%, 2001년부터 2003년 사이에도 전년 대비 평균 8% 전후의 고성장을 지속했다. 앞으로도 중국은 7∼8%대 성장을 지속해 2010년대에는 미국을 위협하는 경제대국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그 사이 그리고 장기적으로 중국은 우리나라 제품의 주요 수요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 산업의 최대 취약점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핵심 기술이 없고 연구개발 투자가 크게 부족한 데 있다. 연구개발 투자가 미흡한 결과 국내 주력 산업의 외형은 선진국 수준에 근접했지만 기술경쟁력은 취약하다. 생산기술만 선진국 대비 90% 이상의 기술력을 갖고 있을 뿐 기술개발, 표준화, 정보화 능력은 대부분의 산업에서 선진국의 60∼80% 수준에 불과하다. 그래서 매년 기술도입액이 기술수출액을 초과한다. 2000년 기술수출액은 기술도입액의 6.5%에 불과해, 미국(275%), 일본(239%)은 물론 다른 선진국과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그 결과 기술 수출액과 기술 도입액의 차이, 곧 기술수지도 큰 적자를 내고 있다. 기술수지 적자폭은 지난 1990년에는 11억 달러였으나 2000년에는 29억 달러를 기록, 매년 적자폭이 확대되는 추세다. 기술 경쟁력이 약한 까닭에 우리나라 산업의 경쟁력은 후발 개발도상국(이하 개도국)의 추격에 날로 취약해지고 있다. 기술력·임금경쟁력·서비스업 약점 우리나라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끌어내리는 데는 임금 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싼 것도 한몫한다. 우리나라는 한때 저임금 제조업을 산업 경쟁력의 근간으로 삼았다. 지금도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하면 임금 수준이 낮다. 하지만 개도국 등 주요 수출경쟁 상대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이미 상당한 고임금 국가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임금 수준은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 등 개도국은 물론 대만, 홍콩 같은 경쟁국보다도 높다. 그만큼 수출할 때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국내 제조업의 평균임금은 월 1415달러(2000년 기준)로 싱가포르보다는 낮지만 대만, 홍콩보다는 높다. 말레이시아, 태국, 중국 등에 비하면 4∼25배나 높다. 그래서 국내 산업은 상대적 저임금을 우위로 삼은 저가형 제품 부문에서 중국과 ASEAN 각국의 추격을 당하는 처지이다. 저가형 제품 시장에서 개도국의 추격을 받아 경쟁하기 버겁다면 고가품 시장으로 옮겨가는 것이 손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고가품 시장에서는 기술력을 요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경쟁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기술력이 취약해 그러기도 쉽지 않다. 서비스 산업 발전시켜 경쟁력 강화해야 서비스 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것 역시 현재 우리나라 산업이 안고 있는 큰 약점이다.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먼저 외부경제 창출 효과(어떤 경제 활동이 다른 경제 주체·부문에 공짜로 경제적 이득을 안겨주는 효과)가 큰 물류 산업, 통신 산업, 금융·보험업 같은 공공재 성격의 서비스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서비스 산업이 발전하면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국민경제 균형을 이뤄 발전시키는 효과도 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서비스 산업이 국내총생산(명목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기준으로 52.6%로 50%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GDP의 65∼75%대인 선진국에 비하면 크게 낮다. 서비스 교역이 상품 수출입을 포함한 전체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9%로, 세계 전체 평균(18.1%)에 못 미친다. 서비스 산업에 대한 투자비중도 낮고, 업계 생산성도 낮다. 서비스 산업의 1인당 부가가치도 제조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일본과 영국은 제조업의 약 75%이고 미국은 제조업과 거의 차이가 없다. 이같은 서비스 산업 부진은 장차 우리나라 제조업의 발목을 잡고 국민경제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신동호 | 월간 편집장 dongho@donga.com 사회는 인간의 본성이 빚어낸 조각품 대체로 후진국에서는 좌, 우의 극단주의자가 득세해 사회를 갈등의 낭떠러지로 몰고 간다. 한국 전쟁은 그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선진국이 될수록 극단론자들은 설자리를 잃고 온건한 좌파와 온건한 우파가 대중의 지지를 받는다. 대화가 가능한 온건한 좌와 우가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할 때 사회적 갈등을 제도적으로 해소할 수 있고, 발전된 사회 제도가 도입된다. 이제 우리나라도 과거 냉전 시대에 극단론자들이 만들어 낸 낡은 이데올로기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생각해 볼 단계에 이르렀다. 사회를 계급 갈등의 관점에서만 보는 데서 벗어나 경쟁과 협동의 관점에서 사회와 정치·경제 문제를 바라보자는 것이다. 우파는 공정한 경쟁을, 좌파는 진정한 협동을 만들어 내는 데 노력해야 한다. 왜냐하면 경쟁과 협동이야말로 인간의 본성에 가장 가까운 행동 원리이기 때문이다. 흔히 사회학자들은 사회를 인간의 본성과는 동떨어진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크게 잘못된 시각이다. 사회는 인간이 합리적으로 만든 발명품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인간의 본성이 빚어낸 조각품이라고 하는 말이 더 진실에 가깝다. 레닌, 스탈린, 마오쩌둥, 폴 포트, 김일성 같은 공산주의자들은 사회 환경이 바뀌면 인간의 본성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혁명을 하고 세뇌 교육을 해도 자신의 이익보다 사회의 이익을 더 중시하는 인민을 창조해 내지 못했다. 이것이 공산주의 몰락의 근본적 원인이었다. 구소련 사람들은 공동 소유인 집단농장에서는 대충 일을 했지만, 자기 집 앞마당에 심은 야채와 과일은 애지중지 가꾸었다. 그러니 사회가 유지될 리 만무하다. 지구 위의 마지막 공산주의 국가인 북한도 토지의 사적인 사용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했다. 인간의 이기적 본성을 지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공산주의자의 결정적 착오였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동안 진화론은 협동보다는 경쟁을 강조해 왔다. 진화론하면 누구나 ‘적자생존’, 즉 경쟁과 도태를 연상시킨다. 19세기 중반 다윈의 진화론이 나왔을 때 당시 산업 자본가들은 자유 경쟁과 도태를 진화의 원리로 설명한 다윈을 구세주처럼 생각하고 환호했다. 그러나 적자생존이라는 용어는 1850년대에 스펜서가 처음으로 사용한 말이지 다윈이 만든 말이 아니다. 다윈은 적자생존과 자연선택 못지않게 동물 사회의 협동과 공생 같은 상호 의존적인 관계의 발전도 진화의 중요한 원천이라고 생각했다. 동물과 인간은 먹이와 번식 상대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지만 늘 경쟁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과 동물의 세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동맹 관계를 맺고 서로 돕고 사는 시간이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로 종류가 다른 박테리아들은 상대편 박테리아가 버린 노폐물을 먹으면서 청소부로 함께 산다. 작은 물고기들은 한꺼번에 떼를 이루어 다녀 더 크고 위협적으로 보이게 함으로써 포식자에게 덜 잡아먹힌다. 벌이 꽃가루를 옮기는 식물과 곤충의 공생 관계, 뿌리혹박테리아가 식물의 뿌리에 살면서 영양분을 빨아들이기 쉽게 해주는 공생 관계도 협동이 행동의 기본 원리다. 동식물 세계에도 협동과 공생 존재 동물 사회 집단 내부의 협동 행동도 호혜적 이타주의에 기반하고 있다. 가축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흡혈박쥐도 굶주린 동료에게 피를 나누어 준다. 제인 구달은 탄자니아에서 고아가 된 아기 침팬지를 떠맡아 기르는 침팬지 집단을 자주 목격했다. 내가 죽어 우리 아이가 고아가 됐을 때 다른 챔팬지들이 나의 아이를 키워 줄 것이라는 기대가 침팬지 사회에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1964년 뉴욕에서 세계무역박람회가 열렸을 때 개미가 전시된 적이 있다. 당시 이 코너에는 “2000만 년 동안 개미 집단이 진화를 못한 것은 사회주의자였기 때문이다.”라는 자유무역주의자의 글귀가 붙어 있었다. 그러나 이는 고도로 분업화된 개미 사회의 협동 체계에 대한 지식 없이 개미를 맹목적으로 일만 하는 존재로 착각한 데서 나온 발상이다. 이처럼 자연계에 존재하는 많은 협동 사례에도 불구하고 좌파는 다윈주의와 진화론을 우파의 나팔수처럼 혐오해 왔다. 미국의 좌파는 사회생물학을 창시한 하버드 대학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 교수에 대해 생물 세계의 자연도태 원리를 인간 사회에 적용한 자본주의의 앞잡이라고 공격했고 윌슨 교수에게 계란을 던져 강의를 방해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생물학자들이 경쟁만을 강조한 것은 결코 아니다. 윌슨도 자신의 인생 후반기에는 협동과 희생이 동물 사회에서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에 대한 연구에 몰두했다. 또한 사회생물학의 토대 위에 새로운 학문으로 등장한 진화심리학은 영장류 등 고등한 생명체일수록 호혜적 이타주의가 진화하고 복잡한 사회를 만들어 산다는 것을 밝혀냈다. 1980년대에 등장한 ‘사회적 지능 가설’은 복잡한 사회생활에 필요한 계산 능력 때문에 영장류와 인간의 두뇌가 진화했다고 본다. 실제로 영장류는 집단생활을 하면서 호혜적 이타 행동에 기반한 동맹 관계를 자주 형성한다. 호혜적 이타 행동이 가능하려면 내가 베풀었을 때 자신도 보답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 개체들과의 상호 관계를 기억하고, 상대의 마음을 읽으며, 교환 가치를 계산하고, 상대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언어가 발달해야 한다. 인간은 두뇌가 커지면서 언어가 생겨났고 정교한 분업, 협업, 동맹처럼 호혜적 이타주의에 기반을 둔 사회적 지능이 발달했다. 인간의 협동은 초기에는 사냥한 고기를 나눠 먹고, 상대방의 털을 골라 벼룩을 잡아 주는 것 같은 행동을 통해 진화했다. 큰 짐승을 잡아 혼자 먹겠다고 해보았자 다 먹지도 못할 뿐더러 나중에 다른 사람이 먹거리를 들고 왔을 때 얻어먹지도 못한다. 일단 베풀고 나중에 그 사람에게 도움을 받는 게 서로 이익이다. 생물학자인 윌리엄 해밀턴과 미시간 대학의 정치학자인 로버트 액설로드는 베푸는 자와 배반자를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컴퓨터 토너먼트 게임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실험에서도 베푸는 것이 배반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이익이라는 게 증명됐다. 그렇다면 인간 사회에서는 잘 베풀면 돌아오는 것도 많은 것일까? 물론 배신자도 있다. 베풀어도 상대가 배신을 하면 어떻게 할까? 이를 ‘무임 승차자 문제’라고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동물은 결속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집단을 이루어서 살 수 없다. 복잡한 서열과 동맹 관계를 가진 사회 집단을 이루는 영장류는 무임 승차자 문제를 처벌과 보상을 통해 해결했다. 침팬지 사회에서도 자기 것만 챙기는 이기적인 존재는 린치를 당하는 등 처벌을 받는다. 인간은 상대의 얼굴을 잘 기억하고, 상대의 마음을 잘 읽고, 내가 이렇게 했을 때 상대가 나에게 이렇게 해주었다는 경험을 잘 기억한다. 우리의 뇌가 무려 34년 동안 얼굴을 기억하는 것도 네가 나를 도우면 나도 너를 돕겠다는 상호주의에 기반을 둔 일종의 ‘은인 기억 메커니즘’이다. 사람의 뇌는 건물이나 풍경을 기억하는 데는 둔하지만 얼굴을 기억하고 구분하는 능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발전돼 있다. 인간이 고도로 분업화된 복잡한 사회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베푼 것보다 상대가 계속해서 적게 베풀 경우 협력을 거부함으로써 무임 승차자를 응징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진화시켜 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무임 승차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인간이 600만 년 전 침팬지처럼 50명 정도의 집단을 이루어 살 때에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15만 년 전 출현한 호모 사피엔스는 약 150명 정도의 집단을 지어 살았고 집단이 커지면서 집단생활에서 발생하는 문제도 더욱 복잡해졌다. 이 과정에서 정교한 사회적 지능이 발달해 요즘에는 수억 명이 집단을 이뤄 사는 국가가 탄생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상대의 마음과 행동을 읽은 심리학적 기술, 상대가 하는 얘기가 거짓말인지 판단하는 기술을 진화시켰다. 심리학자들은 인간이 연역적 추론 능력을 갖게 된 것도 상대의 속임수 찾아내기를 통해 발달했다고 보고 있다. 상대의 얘기와 행동이 거짓인지 진실인지 가설을 세우고, 상대의 행동과 과거의 경험을 분석해 가설이 틀린지 맞는지 확인하는 일을 되풀이하면서 연역적 사고 능력이 생겼다는 것이다. 베푸는 사람은 건강을 유지하며 장수한다 이기적인 이익 추구, 사회적 계급, 성적 질투심이 어떤 사회에나 보편적으로 존재하듯이 인간의 본성에는 상대를 도움으로써 협동 관계를 구축하고 상호 의무를 다 하는 본성이 존재하는 게 분명하다. 물론 개인적 이익 추구도 무시할 수 없다. 이익 추구는 인간의 가장 강력한 욕구이기 때문이다. 만일 협동만 하고 개인의 이익 추구를 무시한다면 무임 승차자가 많이 생겨 사회가 유지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손익 계산을 따져 이익이 된다고 생각될 때만 남을 돕는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타 행동이 단지 계산된 행동이 아닌 본능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에모리 대학 그레고리 번스 박사는 사람이 서로 이타적 행동을 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도우면 뇌가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이란 것을 실험을 통해 2002년에 밝혀냈다. 실험자를 상대로 협력 또는 배신을 하도록 하는 상황 실험에 참가하게 한 후 이들의 뇌를 자기공명장치로 촬영했다. 그 결과 서로 협력할 때 사람의 뇌에서는 즐거움을 느끼는 부위가 최고조로 활성화됐다. 맛있는 디저트를 먹을 때나 귀여운 얼굴을 보았을 때 또는 돈을 보거나, 흥분제 따위를 복용했을 때 활성화되는 부위가 협력을 할 때에도 활성화됐다. 인류학자들은 인간이 협동심을 키워 왔던 것은 과거 인류의 조상이 사냥 몰이를 하거나 농작물을 경작할 때 서로 돕지 않으면 생존에 불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사회학자들은 서로 돕고 협력하는 것이 사회적 필요성의 산물이라고 주장해 왔다. 법이나 약속을 어기면 처벌하는 것도 그중의 하나다. 그러나 인간은 단지 처벌이 두렵거나 보상을 받으려고 이타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즐겁고 쾌감을 일으키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또한 베푸는 사람은 행복을 느끼기 때문에 오래오래 건강하게 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미시건 대학 스테파니 브라운 교수팀은 다른 사람들을 돕는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들보다 장수한다는 조사 결과를 2003년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1987년부터 디트로이트 근교에 사는 노인 423쌍의 사망률을 조사했다. 그 결과 다른 사람을 돕지 않은 노인은 친구, 친척, 이웃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많이 준 사람이나 배우자를 정성껏 돌본 노인보다 사망률이 2배가 높았다. 반면 많은 사회적 지원을 받은 노인은 지원을 받지 못한 노인과 사망률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은 사람 사이의 인간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데에도 상당한 역할을 하는 게 밝혀진 것이다. 흔히 우리는 도움을 받으면 오래 살 것으로 생각하지만 오히려 도움을 주는 사람이 오래 사는 것이다. 선행을 하면 뇌가 즐거우니 오래 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경쟁과 협동이 발전의 원동력 그러나 모든 사람이 남에게 베풀기만 한다면 발전이 없다. 결국 인간의 의욕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꿈과 욕망을 채우려는 데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능사는 아니다. 요즘 많은 기업들이 사원들 간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사업본부, 인센티브 같은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그 폐단도 많다. 다른 부서가 잘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협력을 해주지 않는 것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부서 간 장벽을 뛰어넘는 매트릭스 체제가 도입되고 있다. 또한 숱한 정책 실패를 가져온 고질적인 부처 이기주의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 내에는 위원회가 만들어져 각 부처의 정책을 조율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는 늘 경쟁하면서 협동 관계를 만들어 낸다. 분명한 것은 개인이 경쟁과 협력 어느 것을 택하든 사회 전체로 볼 때 손해보다 이익이 커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사회가 발전한다. 어떻게 하면 선의의 경쟁을 유발할 수 있을 것인지, 협력을 할 경우 이를 어떻게 보상해 줄 것인지 고민하는 건강한 보수와 건강한 진보 세력이 있을 때 한국은 살기 좋은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좌우의 날개가 아닌 경쟁과 협동의 날개로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