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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역설 _ 왜 다시 ‘읽기’와 ‘쓰기’인가? AI가 시를 쓰고 코딩하며, 단 0.1초 만에 최적의 정답을 내놓는 첨단시대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교육부는 ‘2026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핵심 과제로 ‘학교 기반 독서·토론·글쓰기 교육 강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문해력 저하가 국가적 과제로 부상한 지금, 공교육이 독서를 통해 사교육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의지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의문은 남는다. 모든 것을 기계가 대신해 주는 시대에 왜 우리는 다시 고전적인 ‘읽기’와 ‘쓰기’에 매달려야 하는가? 역설적이게도 답은 그 ‘첨단’ 속에 있다. 유발 하라리의 말처럼 AI는 대답에 능숙하지만, 질문은 오직 인간의 몫이다. 정답을 찾는 일에 12년을 바치는 교육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알고리즘이 이끄는 영상에 매몰되어 비판적 사고 없이, 순응하는 삶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역사가 증명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악의 평범성’을 보여준 아이히만처럼, 사유하지 않는 인간은 시스템의 부속품으로 전락하기 쉽다. 지금의 독서교육은 단순한 성적 향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술에 종속되지 않는 ‘인간 주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어야 한다. ‘공부’로서의 독서는 필패한다 _ 세 학생의 사례가 주는 교훈 입시·사교육·부동산이라는 대한민국의 3대 난제 중, 사교육 문제를 과연 독서로 풀 수 있을까? 필자는 39년의 교육 현장 경험을 통해 한 가지 확신을 얻었다. 독서를 ‘평가’와 ‘스펙’을 위한 ‘공부’로 접근하는 순간, 그 정책은 필패한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지켜본 세 유형의 학생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학원에서 내신에만 올인하며, 독서를 멀리한 A 학생은 상급 학년으로 갈수록 문해력의 한계에 부딪혀 성적이 하락한다. 부모의 철저한 계획하에 학원에서 ‘모범답안’ 쓰는 법을 익힌 B 학생은 내신성적이 최상위권에 수려한 글을 쓰지만, 자기만의 색깔이 없다. 반면 어릴 때부터 스스로 좋아하는 책을 탐독한 C 학생은 처음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결국 탁월한 자기주도학습 능력으로 역전하며 자기만의 독창적인 글을 써낸다. ‘날것의 맛’이 살아있는 글이다. 이는 사교육으로 훈련된 기술이 아니라, 독서의 사유에서 우러난 통찰의 산물이다. 독서가 문해력을 높여 성적이 오르는 것은 본질에 충실했을 때, 따라오는 ‘덤’일 뿐이다. 독서를 다시 ‘점수’나 ‘생활기록부’로 박제한다면, 아이들은 책의 즐거움 대신 형식적 읽기의 피로를 먼저 배우게 될 것이다. 독서 조기교육의 본질 _ ‘의도’를 숨긴 ‘놀이’ 많은 이들이 조기교육을 경계하지만, 독서만큼은 조기교육이 필요하며, 효과적이다. 다만 방법이 문제다. ‘4세 고시반’, ‘초등 의대반’ 같은 문제풀이식 교육은 조기교육이 아니라 부모의 욕심이 부르는 ‘조기 학대’다. 진정한 독서의 조기교육은 부모의 ‘교육적 의도’가 철저히 숨겨져야 한다.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그림책을 읽어주는 행위는 공부가 아니라 ‘사랑의 교감’이자 ‘놀이’여야 한다. 글자를 짚으며 읽어가는 부모와의 놀이로 아이는 자연스럽게 통글자를 인식하게 된다. 아이가 글자를 깨치는 과정은 과자 봉지의 글자와 책 속의 글자가 일치함을 발견하는 ‘유레카’의 순간이어야지, 강요된 낱글자 학습으로 아이를 질리게 해서는 안 된다. 존 스튜어트 밀의 사례는 이를 뒷받침한다. 3세에 그리스어를 시작으로 철학과 논리학 등, 그의 혹독한 천재 교육 뒤에는 ‘답을 가르쳐주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게 한’ 독서를 통한 아버지의 질문법이 있었다. 비록 지나친 지성 위주의 교육으로 정신적 위기를 겪기도 했으나, 그 파도를 넘게 해준 든든한 닻 역시, 시(詩)와 소설이라는 문학적 독서였다. 독서의 힘은 인생의 좌절을 극복하는 회복탄력성의 근원이 된 것이다. 관점의 전환 _ 아이를 바꾸려면 어른이 먼저여야 한다 우리는 흔히 교육의 대상을 ‘학생’으로만 한정 짓는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면서 정작 거실에서 스마트폰만 보는 부모, 행정업무에 치여 책 한 권 손에 들지 못하는 교사와 교장의 모습은 모순적이다. 독서교육이 성공하려면 ‘문화’가 먼저다. 교장이 인문학적 리더십을 발휘하고, 교사들이 ‘교원학습공동체’를 통해 먼저 독서의 즐거움을 나눌 때, 그 철학은 수업과 학급 운영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이때 학생들은 비로소 독서의 가치를 삶으로 체득하게 된다. 사교육은 공부 기술을 가르치지만, 공교육은 독서를 통해 ‘삶의 지혜’와 알고리즘에 쉽게 종속되지 않는 ‘사유의 근육’을 길러주어야 한다. 이것이 교육의 본질이다. 현장의 사례 _ 정답을 넘어, 나만의 색깔을 찾는 ‘사유의 공동체’ 독서가 하나의 ‘문화’로 정착하려면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같은 리듬으로 움직여야 한다. 가정마다 독서 슬로건을 만들고, 학급마다 개성 있는 독서급훈을 정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4월 과학의 달이면 부모와 자녀가 함께 과학도서를 읽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독후활동을 즐긴다. 학생 자치로 ‘스마트 프리(Smart-Free)’ 학교를 선언하며, 아침 10분 독서를 정착시킨다. 중앙현관에는 아이들이 읽은 책의 자취를 남기는 ‘사유의 나무’가 자라고, 복도는 아이들의 시(詩)와 작품들로 채워진 인문학 거리가 된다. 이 모든 활동의 밑바탕에는 ‘학교교육의 뿌리는 독서’라는 흔들리지 않는 철학이 있다. 특히 인간을 능가하는 기계와 함께 살아가는 현대는 더욱 필요하다. 다음은 각 교육구성원이 만든 슬로건 사례다. ● 가정 - 거실이 서재가 될 때, 아이의 미래는 숲이 된다. - 질문하는 아이 뒤에는 함께 읽는 부모가 있다. ● 학급 - 아침 10분, 책장과 함께 성장하는 시간! - 스마트폰 사탕보다 달콤한 독서 뿌리를 키우는 교실! ● 학교 - 정답은 AI가 찾지만, 질문은 우리가! - AI가 답하지 못하는 가치, 우리의 책 속에 있다. ● 마을 - 독서, AI를 이기는 가장 인간다운 저항 - 한 권의 책은 한 사람을 자신 삶의 주체로 만든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자기 삶의 주인이 된다. 각종 행사와 시험 주간 슬로건을 학생들이 직접 만들고, 점심시간에는 스마트폰 대신 다양한 동아리활동과 독서토론을 즐긴다. 특히 고사 3주 전부터 운영되는 ‘멘토-멘티 스터디 주간’은 압권이다. 혼자 외우는 공부를 넘어, 친구들과 함께 배우고 토론하는 스터디그룹은 ‘앎과 삶’이 일치하는 공동체 학습을 실천한다. 이는 106세 현자, 김형석 교수의 가르침과 궤를 같이한다. 그는 지금의 자신을 만든 것은 독서라고 단언하며, AI에게 답을 얻는 행위를 ‘사탕 하나를 얻어먹는 것’에 비유했다. 잠시는 달콤할지 모르나, 내 몸을 키우는 근육은 되지 못한다. 학원이 요약해 준 지식을 암기하고 모범답안을 써내는 ‘사탕 독서’로는 AI 시대의 파도를 넘어갈 수 없다. 스스로 고통스럽게 읽고 사유하며 얻은 답만이 진짜 지식이 되어 영혼을 키운다. 만약 성장이 멈추는 것이 노화라면, 스스로 읽기를 멈춘 아이는 이미 정신적 노화의 길에 접어든 것이나 다름없다. 책 읽는 전철, 사유하는 시민, 품격 있는 ‘K-독서국가’를 꿈꾸며 필자에게는 소박하지만, 원대한 꿈이 있다. 출퇴근길 전철 안에서 모두가 스마트폰에 시선이 박제된 모습 대신, 각자의 손에 책을 들고, 깊은 사유에 잠긴 풍경을 보는 것이다. 시민의 신체 건강을 위해 ‘손목닥터 9988’이 걷기를 장려하듯, 시민의 정신건강과 사유의 근육을 위해 일명 ‘K-독서닥터’를 운영하며 국가 차원에서 읽기를 장려하면 어떨까? 이는 단순히 책을 권하는 것을 넘어, 성숙한 민주시민의 품격을 국가적 자산으로 키워나가는 인문학적 투자이자 장치가 될 것이다. 유치원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주기별 독서 체계가 구축된 ‘K-독서국가’야말로 스마트폰의 파편을 넘어 인문학의 깊이로 연결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또한 독서는 겸손과 타인의 맥락을 이해하는 ‘공감의 기술’을 가르치며, 우리 사회의 증오와 혐오를 치유하는 해독제가 된다. 독서라는 요술봉이 단번에 사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질문하는 힘’을 돌려주고, 어른들에게 ‘공존의 지혜’를 일깨워준다면, 우리 사회는 사교육의 굴레를 넘어 집단지성이 살아 숨 쉬는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아이의 손에 문제집 대신 책을 쥐여주는 용기, 그리고 그 곁에서 함께 책을 펼치는 어른들의 뒷모습에서 대한민국 교육의 새로운 희망을 본다. 사유하는 아이는 결코 길을 잃지 않으며, 읽는 학교는 아이들의 가장 밝은 등대가 된다!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주고, 좋지 않은 것을 좋게 생각해 주고, 싫은 것도 잘 참아주던 사람. 언제나 학생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그저 관심과 사랑으로 학생을 보듬어 주던 참 스승. 나에게는 해마다 스승의날이 다가오면 매번 찾아뵙는, 사랑의 정을 듬뿍 주신 고마우신 선생님이 계신다. 초등학교 시절 나는 체격이 왜소하여 다른 학생에 비해 특출나게 잘하는 능력이 아무것도 없었고, 공부도 잘하지 못해 학업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4학년이 끝나가도록 모든 과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교과성적 및 학교생활에 큰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좋지 않아 학교생활에 힘겨움을 느꼈다. 그런데 초등학교 4학년이 끝나고 5학년에 올라가자, 4학년 때 담임선생님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사실 4학년까지는 매년 담임선생님이 바뀌었기 때문에 담임선생님에 관하여 크게 관심이 없었다. 처음으로 2년 연속으로 같은 담임선생님을 만나게 되자 내 마음은 설렘과 걱정이 동시에 나타났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지내다가 지나간 4학년 생활을 되돌아보게 되자 나의 학교생활이 정말 부끄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공부도 잘하지 못했고, 그렇다고 다른 친구들보다 운동도 잘하는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수업태도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2년 연속으로 나를 맡은 담임선생님께 더 이상 실망을 드리지 않기 위해 새롭게 마음을 고쳐먹고 학교생활을 성실하게 해나가기로 굳게 다짐하였다. 어떻게 하면 담임선생님께 나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한참 고민하다가 문득 공부는 잘하지 못해도 선생님이 힘들어하는 청소일을 성심성의껏 도와드리고 선생님께서 내주신 숙제를 잘 작성해서 수업시간에 발표만 잘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쉬는 시간에 주번 학생이 칠판을 지우지 않아도 내가 스스로 칠판을 지우는 일이 많아졌고 이렇게 남이 하기 싫은 일부터 조금씩 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렇게 청소하는 모습을 담임선생님께서 우연히 지켜보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담임선생님이 “우진이는 주번이 아닌데도 칠판 청소를 이렇게 깨끗하게 해줘서, 정말로 기특하구나. 덕분에 수업이 잘될 것 같아”하고 칭찬해 주셨다. 처음으로 담임선생님께 칭찬받고 집으로 돌아와 기분이 좋아 담임선생님께서 내 주신 ‘속담 조사’에도 열과 성을 다해 노력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 저녁 늦게까지 국어사전을 일일이 찾아가면서 평소 말의 중요성과 관련된 여러 가지 속담을 조사했다. 다음 날 수업시간에 다른 학생들이 발표할 때 내가 찾은 속담을 수업시간에 발표하자 친구들이 나에 관해 궁금해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선생님께서는 “우진이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속담을 잘 찾았네. 참 잘했구나”라고 친구들 앞에서 칭찬을 듬뿍 해주셨다. 그 작은 칭찬으로 인해 담임선생님의 수업시간이 늘 지루하지 않았고, 수업시간 내내 기분이 매우 좋아 발표를 할수록 점점 잘하기 시작했다. 느티나무 아래 흐르던 통기타 선율과 소풍의 추억 그 당시에 담임선생님은 늘 학생들에게 작은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고, 특히 선생님께서는 항상 동요 책과 통기타를 들고 다니시면서 즐거운 음악시간과 야외 소풍을 갈 때도 아이들에게 좋은 동요와 포크송을 가르쳐 주셨다는 점이다. 따뜻한 봄이 오면 경북 상주시 남장사 주변에 있는 갑장사 계곡으로 소풍을 갔었고, 아름다운 단풍이 물드는 가을에는 경북 구미시 무을면에 있는 수다사로 소풍을 갔었다. 봄소풍과 가을소풍을 가면서 보물찾기 게임과 수건돌리기 게임도 물론 재미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선생님께 즐겁게 노래를 배운 것이 가장 행복했다. 선생님께서는 늘 학교에서 즐거운 음악시간에 학교의 교목인 시원한 느티나무 아래에서 ‘나는 못난이’, ‘조개껍데기’ 노래를 직접 기타로 연주하시면서 노래를 가르쳐주셨고, 소풍에서는 ‘아카시아 이파리 똑똑 따면서’ 노래를 가르쳐 주셨다. 그때 당시에 친구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가위바위보를 외치며 아카시아잎을 똑똑 떨어뜨리는 것이 내게는 너무나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었다. 벌써 30년이 훨씬 지났지만 내게는 초등학교 담임선생님께 배운 동요와 포크송이 아직도 내 머릿속에 생생하게 기억이 나고, 너무나 즐겁고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5학년이 끝나갈 무렵에 담임선생님께서는 경북 김천으로 전근하신다고 말씀하셨다. 이제 담임선생님께 조금씩 칭찬을 받고 학교생활에도 자신감이 붙어 열심히 생활하고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전근 가시면 어떡하지? 하는 고민이 생겼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바로 고개를 넘으면 금방 도착할 정도로 가까운 학교로 옮기기 때문에 언제든지 고민이 있으면 편지를 써도 된다고 말씀하셔서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었다. 그래서 6학년으로 올라가자마자 담임선생님께 편지를 보냈다. 방학 때는 선생님께 편지를 보내고, 1주일 뒤에 매일 오전 11시 무렵이 되면 앞마당으로 나와 정겨운 집배원 아저씨를 기다리곤 했다. 집배원 아저씨의 익숙한 오토바이 소리를 듣고 쏜살같이 달려 나가 “집배원 아저씨, 오늘 저한테 편지 온 것 없어요?”라고 묻는 것이 학창 시절의 아주 커다란 기쁨이었다. 경북 상주와 김천(금릉)은 아주 가까운 거리였지만 선생님과 이렇게 매년 여러 번 편지와 엽서, 그리고 크리스마스카드와 연하장으로 반가운 소식과 안부를 주고받았다. 학창 시절을 거쳐 대학 생활, 졸업 이후 군 복무까지, 그리고 현재 교단에 서기까지 이 모든 것이 선생님께서 내게 정성스럽게 써 주신 고마운 편지와 반가운 엽서 속에서 베풀어 주신 사랑과 격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15년의 세월, 편지로 이어진 스승과 제자의 시간 선생님께서 15년 동안 정성스럽게 써주신 손 편지의 답장에는 작은 칭찬으로 시작하고 진심으로 걱정하고 격려하는 글이 뚜렷했다. “그러고 보니 옥산 생각이 나는구먼. 우진이가 5학년 때 아주 착실하게 행동했던 행동들이. 우진이를 4학년 때부터 알았는데 정말 4학년 때는 우진이를 잘 몰랐어요. 그런데 2년 동안 보니 기특하더군요. 그러나 한가지 흠은 사교성이 문제입니다. 친구들과 사귀는 것, 그것도 큰 재산이에요. 좋은 일 궂은일에도 찾을 수 있는 것은 친구들이랍니다. 마음을 펴고 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하세요. 그러면 우진이의 가치가 한층 더 돋보일 것 같답니다. 그리고 그전처럼 열심히 노력도 하고요.” “선생님은 바로 여남재 너머에 있으니 언제든지 어려울 때 편지하거나 전화하세요. 나중에 우진이의 삶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몰라요.” 대학교 입시 때문에 많이 고민하고 있었을 때는 “편지에 수능시험을 걱정하였는데, 우진이와 같은 나이에 있는 학생이면 모두가 그렇게 걱정이랍니다. 그러나 누구나 겪어야 할 일이니 항상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겠지요. 예전처럼 열심히 노력도 하고요. 그러면 가장 멋있는 잔을 높이 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답니다.” 대학교 입학 이후 군 복무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을 때 편지에서 “선생님은 늙지 않는 것 같았는데, 우진이는 벌써 군대를 논하니, 세월은 역시 흐른 모양이구먼. 붙들지 못하는 것이 세월이라 하였던가? ROTC 이야기를 했는데 그것도 잘했습니다. 어차피 가야 할 ‘군’이라면 장교로 갔다 오는 것도 좋답니다. 단지 그 많은 것을 하려면 남보다 더 많이 뛰어야 한답니다. 여름이 다 지나가도 여름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그리고 미래를 위해 남은 대학 생활을 열심히 알차게 보내도록 노력하세요. 그저 시간 죽이기식의 대학 생활은 나중에 커다란 후회를 얻게 됩니다. 우진이는 노력형이라 꼭 해낼 수 있다고 믿어요.” 이렇게 늘 학창 시절에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정든 손 편지와 엽서는 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나침반이 되었다. 늘 선생님께서는 편지에서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는 인생이랍니다. 세상을 적극적이고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세요. 아울러 공부함에도 게으름을 피우지 말고, 무엇이든지 열심히 하면 된답니다. 부지런한 농부가 좋은 열매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라고 내게 끊임없는 칭찬과 격려를 해주셨다. 선생님께 배운 사랑을 다시 아이들에게 전하며 나는 존경하는 선생님께 편지를 쓰는 것 하나만으로도 학창 시절을 즐겁게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득 학창 시절에 전근 가신 담임선생님께 처음으로 편지를 썼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 담임선생님께 처음으로 편지를 써서 답장이 왔을 때 그 짜릿함은 정말로 잊을 수 없는 행복한 기쁨이었다. 어릴 적 문방구에서 예쁜 편지지를 사고, 편지 쓰는 방법을 손수 가르쳐 주셨던 자상한 아버지처럼 이제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기에 어릴 적 아버지가 자주 편지 쓰는 모습을 생각하며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이제는 그때 그 시절로 되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지만, 그래도 학창 시절에 소중한 추억을 선물해 주신 담임선생님께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매년 담임선생님 댁을 찾아뵙고 안부 인사를 여쭙고 있다. 벌써 30년이 훨씬 지났지만, 지금도 나의 마음속에는 소중한 담임선생님과의 예쁜 추억이 담긴 편지와 엽서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갖고 싶으면 모든 것을 얼마든지 가질 수 있는 요즘의 풍요로운 세상이 된 지금에, 손 편지는 내 마음속에 소중하게 간직한 담임선생님과의 멋진 추억이자 과거로 되돌아가고 싶은 아름다운 향수이다. 그래서 학창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늘 학생을 소중한 인격체로 생각하고 비록 공부는 잘하지 못하더라도 작은 일에도 열심히 참여하는 학생에게 작은 칭찬과 격려를 해주고 있다. “참 잘했구나. 열심히 했구나. 장하다. 실수는 누구나 있는 법이야. 괜찮아.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단다. 다음에 잘하면 되지. 열심히 생활하는 네 모습이 참 보기가 좋구나.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단다.” 이렇게 담임선생님께 배운 것을 응용하여 학생들에게 결과보다는 열심히 참여하는 과정에 초점을 두고 칭찬과 격려를 해주고 있다. 학생들에게 작은 칭찬과 격려, 관심을 베푸니까 학생들도 교사인 나를 잘 따라주어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학생들의 다양한 표정, 사소한 몸짓과 행동, 그리고 비언어적인 행동일지라도 섬세하게 읽어내는 마음이 넓고 가슴이 따뜻한 교사가 되고 싶다.
학교폭력이 줄지 않는다. 가해학생을 대입은 물론 고입까지 반영해 탈락시키는 일이 벌어지지만, 피해학생은 늘어나고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다. 교육부가 공개한 지난해 학교폭력 통계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경우 5.1%가 학폭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각각 2.4%, 1.0%로 나타나 학교폭력의 저연령화가 뚜렷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제7기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이재명 정부의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을 논의했다. 교육부 학폭대책위에 참여한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과 전문의는 “학교폭력이 줄지 않는 배경으로 SNS 확산에 따른 폭력의 일상화와 처벌 중심 정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처벌이 아닌 관계 회복과 예방 중심의 교육적 접근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재명 정부의 학교폭력 대책이 이전 정부와 비교해 가장 달라지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변화는 ‘처벌 중심’에서 ‘회복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됐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기록과 징계 같은 결과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피해자의 일상 회복과 관계 회복에 방점을 둡니다. ‘관계 회복 숙려제’처럼 갈등을 교육적으로 풀어가는 과정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교사의 역할 변화입니다. ‘전담조사관제’를 통해 교사를 조사 업무에서 분리하고, 피해학생에게는 전담 지원을 연결하는 등 사안 처리보다 맞춤형 지원체계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여러 차례 강력한 학교폭력 대책을 내놓았지만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우선 통계적으로 줄지 않는 이유는 과거보다 은폐가 줄고, 사안이 투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으로는 처벌 중심 접근의 한계가 커요. 처벌이 강화될수록 폭력이 사라지기보다 더 교묘해지는 경향 때문이죠. 여기에 SNS 환경의 영향으로 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낮아진 점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또 교사들이 민원과 신고 부담으로 적극적인 생활지도를 하기 어려워지면서 초기 갈등을 제때 조정하지 못하는 구조도 원인 중 하나라고 봅니다. 결국 단순한 처벌보다 공감 능력과 관계 회복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근 청소년들의 정서나 행동 양식에서 과거와 비교해 많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요즘 청소년들은 무결점에 대한 강박, 실패를 삭제하고 싶은 완벽주의적 불안이 특징입니다. 과거에는 청소년기가 성장통을 겪으며 단단해지는 시기였다면 지금은 단 한 번의 실수도 인생의 오점이 되는 박제와 낙인의 시대입니다. 예전처럼 엎어지고 깨지고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서는 삶보다 어릴 때부터 잘 관리해서 한 점 결점 없이 깨끗하게 살고 싶어 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SNS를 통해 타인의 하이라이트 영상과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입시와 디지털 기록이 결합되면서 ‘완벽하지 않으면 실패’라는 극단적 이분법에 빠집니다. 마찬가지로 사과를 성찰이 아닌 자신의 무결함이 깨지는 패배로 인식하거나, 갈등을 유연하게 풀기보다 끝까지 부인해 새로운 관계 맺기를 포기하는 방어적 무기력으로 이어집니다.” SNS 영향을 지적하셨는데. “요즘 청소년들에게서 알고리즘이 만든 윤리적 마비 현상도 나타납니다. 자극적인 디지털 환경에 과도하게 노출되면서 타인의 고통을 현실이 아닌 콘텐츠로 소비하는 경향이 뚜렷해졌습니다. 숏폼과 알고리즘은 공감 영역을 무디게 만들고, 탈감작 현상이 나타납니다. 일탈 행동이 조회수를 얻기 위한 챌린지로 둔갑하고, 죄책감 대신 ‘좋아요’라는 보상 기제가 작동합니다. 보편적 윤리가 아니라 알고리즘이 만든 비뚤어진 기준을 도덕으로 받아들이는 현상입니다. 지금 아이들은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과 고통에 무감각한 디지털 환경 사이에서 정서적 길을 잃었습니다. 결국 정서적 유연성과 공감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이 절실합니다.” 최근에는 AI와 상담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 점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장단점이 있죠. 장점을 꼽으라면 생성형 AI는 공감을 잘해 줍니다. 부모님한테 말하자니 혼날 것 같고 친구한테 털어놓자니 뒷담화로 들릴 수 있고, 또 밤늦은 시간이라면 AI가 최적화된 상담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을 달리해서 누군가에게 불만이 있거나 싸우고 싶은 경우라면 AI가 말리기보다 싸우는 법을 알려줄 수도 있는 거죠. 질문 내용에 맞춰 답해주는 AI의 높은 충성도가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입니다.” 자살하는 학생이 지난 1~2월 두 달 동안 28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살 예방 정책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기존 정책은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로 연계하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물론 성과도 있었지만, 낙인감 때문에 도움을 회피하는 문제가 여전했고 고위험군 발생 자체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특정 학생을 선별하는 단계를 넘어, 모든 학생의 정서적 대응 역량을 높이는 ‘생태계적 접근’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사회정서교육(SEL)을 일상화해 아이들이 갈등을 스스로 다스리는 힘을 키워주고, 교사가 전문가팀과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결국 자살예방은 위험군을 찾는 활동뿐 아니라, 누구나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학교문화’를 만드는 일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거죠.”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미국은 정신건강권 보장과 보편적 교육을 중심으로 Mental Health Days를 제도화해 심리적 휴식을 출석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CASEL 기반 사회정서학습을 교육 전반에 통합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SOS 발신 교육’을 통해 도움 요청을 능력으로 가르치고, 정신과 전문의가 학교에 직접 개입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영국은 Mental Health Lead를 중심으로 학교와 의료체계를 연결하고, 호주는 Headspace를 통해 학교 밖에서도 통합 지원을 제공합니다. 공통적으로 낙인 제거, 연속적 케어, 보편적 교육이 핵심입니다.” 학폭 사건이 발생하면 자칫 교사가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는 독박 현상도 심심치 않게 일어납니다. 이 때문에 교사들의 교육적 지도를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하는데요. “그렇습니다. 민원과 신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교사들의 적극적 개입이 어려워지고, 초기 대응 실패로 이어집니다. 또한 책임이 개인에게 집중되면서 교사는 고립되고 정신건강에 위협을 받습니다. 이는 결국 학생 보호 기능 약화로 이어집니다. 교육청 등 기관 중심의 공동 책임 구조로 전환해야 합니다.” 최근 촉법연령 하향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데 어떤 입장인가요. “강력 범죄의 저연령화로 인한 국민적 불안과 피해자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고, 이에 따른 엄중한 책임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만 전문의로서 볼 때 청소년기는 충동 조절을 담당하는 뇌 발달이 아직 미성숙한 시기입니다. 단순히 처벌 연령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범죄 억제에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고, 오히려 조기 낙인이 아이들을 범죄 생태계에 고착시키는 악순환을 낳을 우려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연령 하향이라는 제도적 처방보다, 위기 신호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적으로 개입하는 ‘치료적 사법’ 시스템의 구축입니다. 아이들을 교도소로 더 빨리 보내는 것보다, 더 나은 시민으로 회복시켜 사회로 되돌려 보내는 것이 우리 공동체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쇼츠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스마트폰에서 15초 분량의 짧은 영상부터 2분 이내의 숏폼 드라마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책을 읽지 않고, 신문을 읽지 않는 시대라고 간간이 터져 나왔던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사치처럼 느껴진다. 이미 우리의 시선은 영상, 그중에서도 짧은 영상들에 잠식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아이들, 초·중·고 학생들은 얼마나 영상에 눈을 빼앗기고 있을까? 청소년 하루 평균 온라인 영상 시청 시간은 3시간 20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최근 발표한 ‘2025년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전국 17개 광역시 초등학교 4~6학년 및 중·고등학생 2,674명 대상) 결과를 보면, 현재 아이들의 미디어 소비가 숏폼 중심으로 얼마나 깊게 자리 잡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청소년의 하루 평균 온라인 영상 시청 시간은 약 3시간 20분에 달했다. 중학생이 3시간 53분으로 가장 길었고, 고등학생 3시간 46분, 초등학생 2시간 23분 순이었다. 중학생의 경우 깨어있는 일과 시간 중 무려 4시간 가까이를 영상 시청에 쓰고 있는 셈이다. 영상의 형식을 들여다보면, ‘롱폼’에서 ‘숏폼’으로의 완벽한 이동이 눈에 띈다. 청소년 10명 중 5명(49.1%)이 ‘숏폼 콘텐츠를 매일 본다’라고 응답했는데, 2022년 조사 당시 숏폼 이용률이 급증하기 시작한 이후, 일상으로 완전히 굳어진 수치로 보인다. 과거에는 긴 길이의 유튜브 영상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1분 미만의 숏폼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는 선호 플랫폼의 변화 양상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가장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1위가 ‘인스타그램 릴스(37.2%)’로 나타나면서 부동의 1위였던 유튜브(35.8%)를 2025년 처음으로 추월했다. 그 뒤는 유튜브 쇼츠(16.5%), 틱톡(8.0%) 순으로, 사실상 상위권 대부분이 숏폼 전문 플랫폼이었다. 광고·마케팅 전문 기업 메조미디어가 발표했던 ‘2024 타겟 리포트: 10대’에서도 10대의 전체 동영상 시청 시간 중 ‘순수 숏폼 시청 시간’만 일평균 64분으로 집계됐다. 20대(55분)·30대(35분)·40대(41분) 등 전 연령대 중에서 압도적으로 가장 긴 시간이다. 초·중·고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화를 공부하는 대학생들도 장편영화 한 편을 끝까지 감상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는 보도도 있다. 미국 매체 디 애틀랜틱(The Atlantic)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학생들이 장편영화에 집중하지 못하는 현상이 심해졌다. 아키라 미즈타 리핏 남가주대 영화·미디어 연구교수는 “최근 학생들은 니코틴 중독자처럼 (영화) 상영 중에도 스마트폰을 확인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아카데미의 풍토 변화를 전했다. ● 질문: 귀하가 지난 일주일 동안 이용한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중 가장 자주 이용한 것은 무엇인가요? 적극적으로 사고하기보다 즉각적으로 주어지는 도파민 통계가 보여주듯, 현재 초·중·고 학생들은 하루 평균 3~4시간의 영상 시청 중 상당 부분을 릴스·쇼츠·틱톡 같은 숏폼을 보는 데 소비하고 있다. 아이들이 두 시간짜리 영화는 지루해하면서, 쇼츠는 몇 시간씩 넋을 잃고 보며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니다, 질문을 바꿔야 한다.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쇼츠에 열광하는 게 아니라 쇼츠라는 시스템에 몰입을 ‘강요’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뇌과학 측면에서 그 이유를 살펴보자. 영화와 쇼츠는 서사 전략이 완전히 다르다. 영화는 기승전결이 있다. 후반부의 하이라이트와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위해서 영화는 천천히 캐릭터들의 서사를 쌓아가고, 배경을 초·중반부에 녹인다. 영화는 선형적인 구조로 2시간 동안 진행되는데, 이 과정을 견뎌낸 관객들은 ‘지연된 보상’을 얻게 된다. 반면 쇼츠는 15초에서 1분 안에 자극의 절정만을 보여준다. 쇼츠 안에는 서사가 없다. 중년 남자가 젊은 여성에게 한눈에 반하고, 합석에 성공하고 나니, 첫사랑의 딸이었다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의 영상들이 손가락으로 화면을 한 번 쓱 넘길 때마다 새롭고 더 자극적인 내용으로 전환된다. 뇌에서는 쾌락 호르몬으로 알려진 도파민이 분비된다. 그러니까 아이들의 뇌는 힘든 2시간의 기다림 대신,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즉각적으로 쾌락을 주는 도파민 분비 방식에 강하게 끌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서 뇌의 작동 방식도 눈길을 끈다. 영화를 보려면 앞의 내용을 기억해야 하고, 주인공과 조연들의 감정선을 유추하며 영화 전체의 맥락을 이해하는 등 뇌가 적극적으로 에너지를 써야 한다. 반면 쇼츠는 앞서 말했듯 복잡한 맥락이나 서사가 없이, 그저 직관적이고 강렬한 자극만 제공한다. 뇌의 입장에서는 에너지를 적게 쓰면서도 큰 자극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쇼츠는 인지적 노력을 최소화하는 가성비 좋은 오락거리인 셈이다. 쇼츠에 ‘열광’하는 게 아니라, 쇼츠 몰입을 ‘강요’ 당하는 현실 위에서는 뇌의 작동 방식을 살펴보면서 개인의 절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환기했다면, 시스템 자체에 대한 비판적 사고도 필요해 보인다. 영화는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좋아하는 멜로·액션 장면을 볼 수 있지만, 자신의 취향이 아닌 부분도 견뎌내야 결말을 볼 수 있다. 반면 쇼츠·유튜브 플랫폼은 아이가 해당 영상을 몇 초 동안 보고 넘겼는지, 또 어떤 영상에 ‘좋아요’를 눌렀는지 등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오로지 아이의 시선을 붙잡을 만한 영상을 맞춤형으로 추천한다. 그래서 쇼츠나 유튜브를 일단 시작하면, 웬만한 자제력 없이는 멈추기가 쉽지 않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알고리즘에 통제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쇼츠 플랫폼이 말할 수 있다면 “이게 네가 좋아하는 영상이지? 무한대로 제공할 테니, 계속 봐”라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 1~2초 단위로 화면이 전환되고, 화려한 자막 효과와 쉴 새 없는 효과음이라는 과도한 시청각적 자극을 주는 것이 숏폼 콘텐츠의 전형적인 편집 방식이다. 여기에 자신이 눌렀던 콘텐츠를 즉각적으로 분석해 비슷한 영상을 끊임없이 제공하는 알고리즘 기술까지 결합되면, 사용자는 자신이 선택한 콘텐츠를 보고 있다는 이유로 이 영상을 능동적인 선택을 통해 소비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결국 숏폼 플랫폼은 영화와 지향점이 다르다. 채널을 고정하게 하되, 깊이 감상하면서 생각하거나, 분석하거나, 침잠하게 만들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빨리 다음 영상으로 넘어가게 만드는 것이 릴스·쇼츠·틱톡 등 숏폼 플랫폼이 추구하는 목표다. 무작정 신기술 배척하기보다 잘 활용하는 지혜 필요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날 인터넷으로 전 지구가 연결된 사회를 이미 ‘텔레마틱 사회’로 예견한 체코 출신 매체철학자 빌렘 플루서(1920~1991)는 기술의 발전을 통해 인간은 ‘마술’적인 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간이 단순히 기술이라는 도구를 사용하는 호모 파베르(Homo Faber)를 넘어 기술 발달로 인해 유희를 즐길 수 있는 호모 루덴스(Homo Ludens)로 거듭나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아이들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학교·학원 뺑뺑이에 지친 아이들은 귀가해 자기만의 휴식 시간을 보내기 원한다. 야근을 끝내고 귀가한 어른 역시 아무도 없는 골방에서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고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며 에너지 충전하기를 원한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 돌아볼 틈도 없는 고된 하루 뒤의 보상에는 쇼츠만 한 것도 없다.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며 맥락 없는 서사, 과장된 캐릭터, 화려한 시각 효과와 배경 음악이 끊임없이 제공되는 쇼츠를 보고 ‘큭큭’ 웃음을 터트리며 휴식을 취한다. 정신분석학자 라캉이 말한 것처럼, 상징계의 대타자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생길 때, 우리의 육체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충동을 만족시키기 위해 어떤 행위를 반복하는데 라캉은 이를 ‘주이상스(jouissance)’라고 부른다. 쇼츠를 시청하는 행위도 그렇다. 주이상스를 부정적 개념으로만 인지할 수 없는 것이 쇼츠를 대하는 오늘날의 현실이다. 어른들도 넷플릭스에서 영화 한 편을 고르다 지쳐서 결국 유튜브 쇼츠를 보는 시대다. 하물며 충동 조절과 깊은 사고를 담당하는 뇌의 전두엽이 아직 덜 발달한 청소년들이 이 강력한 숏폼 플랫폼 시스템을 자제력만으로 이겨내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우리 아이 집중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이 생길 수 있지만, 이토록 치밀하게 설계된 숏폼 시스템이라는 강적 앞에서는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속수무책이다. 그러니까 몇 시간째 넋 놓고 쇼츠에 빠진 아이들에게 “너 당장 핸드폰 꺼”, “너 폰 사용 시간 줄일 거야”라고 아무리 다그쳐도 효과는 없을 것 같다. 관계만 나빠질 뿐. 짧은 자극에 길들여진 뇌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디지털 기기 사용 원칙을 정해 부모부터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면 어떨까? 쇼츠라는 기술의 진보가 주는 정신적 즐거움을 누리되, 쇼츠가 삶을 잠식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현대인이 기수라고 생각하고, 기술이 경주마(릴스·쇼츠·틱톡 등)라 생각했을 때, 자신에게 잘 맞는 경주마를 타야 잘 달릴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현대인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시스템이 만들어둔 경주 트랙을 달리고 있다는 인식 아닐까? 그것이 2시간 영화를 견디지 못하는 인간이 다시 긴 사고를 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회복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일 것 같다.
‘얼죽신’은 ‘얼어 죽어도 신축’의 줄임말이다. 다소 과장된 표현이지만, 주택 선택에서 신축 여부를 중요한 기준으로 생각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같은 조건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새 아파트를 선택하고자 하는 마음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특정 시기의 유행이라기보다 오랫동안 반복되어 온 선택 기준에 가깝다.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새것에 끌린다. 새 차를 좋아하고, 새 가전을 선호하며, 새 옷에 기분 좋아지는 것처럼 집에서도 유사한 심리가 작동한다. 쾌적하고 깔끔한 환경에서 살고자 하는 욕구는 보편적이며, 신축이 주는 만족감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가치이다. 결국 ‘얼죽신’이라는 표현은 새롭게 등장한 유행어일 뿐, 그 이면의 현상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것이다. 새 아파트가 주는 심리적 만족감과 생활의 편의성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요소이며, 이러한 경향이 반복되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얼죽신’, 얼어 죽어도 신축에 살고 싶은 이유 사람들의 주거에 대한 기대 수준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위치와 면적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의 질과 생활의 편리함까지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재택근무 확산과 여가시간 증가, 생활 반경의 변화 등은 주거 공간의 역할을 더욱 확장시켰고, 보다 쾌적하고 효율적인 환경에 대한 요구를 자연스럽게 키웠다. 주거는 더 이상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라 삶의 만족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신축 아파트는 높아진 기대를 충족시키는 직접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 넓은 수납공간과 효율적인 평면구조, 충분한 주차공간, 화려한 조경과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 등은 구축 아파트에서 쉽게 갖추기 어려운 요소들이다. 건축과 조경 기술의 발달로 상품성의 차이는 점점 뚜렷해지고, 이는 실제 거주 만족도 차이로 이어지면서 신축 선호를 강화한다. 자산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비슷한 입지라면 신축 아파트가 가격 상승 흐름에서 더 빠르게 움직이고, 상승 폭도 더 크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흐름을 시장 참여자들이 학습하면서, ‘신축이 살기도 편하고, 자산 가치 상승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여기에 서울과 수도권의 공급 부족 흐름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공사비 상승은 신규 공급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정비사업 규제 역시 신축을 더욱 희소해지게 만들고 있다. 장기적으로 공급이 줄고 있으니, 선택 가능한 새 아파트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인식 속에서 높은 분양가에도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더 높은 가격을 내더라도 신축을 선택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서울 수도권 주요 입지 분양가는 인근 단지의 준신축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아도 완판되는 모습을 보인다. 신축만 고집했을 때 빠질 수 있는 함정 신축 선호가 합리적인 선택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신축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 흔한 오류는 입지보다 상품성을 우선하는 판단이다. 새 아파트라는 이유로 생활 인프라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지역이나 수요 기반이 약한 지역, 주요 일자리로의 출퇴근이 어려운 지역 등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부동산의 본질적 가치는 결국 사람이 모이는 위치에서 결정된다. 즉 땅의 가치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아파트는 토지와 건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건물의 가치는 감가상각으로 감소하고 결국 남는 것은 땅의 가치다. 아무리 새 아파트라 하더라도 입지 경쟁력이 부족하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적인 매력은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신축이라는 이유만으로 입지 위계를 간과한다면, 시간이 흐른 뒤 과거의 선택을 후회할 수도 있다. 가격 측면에서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신축 아파트는 이미 높은 기대감이 반영된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향후 상승 가능성까지 현재 가격에 미리 반영되어 있다면, 실제 상승 여력은 기대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 특히 시장의 흐름이 둔화되는 시기에는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질 수 있으며, 같은 자금으로 더 나은 입지를 선택할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따라서 입지 좋은 구축과 입지가 덜 좋은 신축 사이에서 현명하고 균형있는 판단이 필요하다. 게다가 신축 프리미엄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약해진다. 입주 초기에는 희소성과 새것이라는 장점이 부각되지만, 주변에 신규 공급이 이어지면 경쟁력이 점차 희석된다. 그러면 오히려 입지 좋은 구축 대비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결국 신축이라는 이유만으로 장기적 가치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신축 여부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며, 입지와 수요, 가격 수준 등 기본적인 기준 위에서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얼죽신’ 시대의 새로운 투자 공식 ‘얼죽신’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판단 기준이 단순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신축 선호가 강해질수록 어떤 신축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신축보다 구축을 고르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이제는 단순히 신축 여부를 넘어, 입지와 상품성, 가격의 균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결국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신축 여부’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수요가 유지될 수 있는가’이다. ● 첫 번째 공식 _ 상품성보다 입지의 지속성을 고려하라 연식은 상품성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신축 아파트는 분명 우수한 상품성을 갖추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결국 준신축이 되고 구축이 된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상품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노후화되는 특성을 가진다. 반면 사람들이 선호하는 입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축적되는 경우가 많다. 교통·학군·생활 인프라는 물론 일자리 접근성까지 잘 갖춰진 지역은 시간이 지나도 더 많은 수요가 유입되거나, 수요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현재의 상품성보다 앞으로도 수요가 유지·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입지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주거 선호는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할 수 있지만, 사람들이 모이는 위치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특히 일자리 중심지와의 접근성이 우수하거나 교통 편의성이 높은 지역, 생활 편의시설이 밀집된 지역은 시간이 흐를수록 선택지가 줄어들기 때문에 희소성이 강화된다. 즉 입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라는 뜻이다. 실제 시장에서도 입지가 우수한 구축 아파트가 입지가 상대적으로 열위인 신축 아파트보다 높은 가격을 형성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이 단순히 새 아파트라는 이유만으로 선택하기보다, 장기적인 수요 기반을 더 중요하게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얼죽신’의 흐름 속에서도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요소는 신축 여부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이 계속 찾게 될 위치’인가 하는 점이다. ● 두 번째 공식 _ 신축과 구축 사이, ‘준신축’ 구간의 전략적 가치 ‘준신축’이란 일반적으로 입주 후 약 5~10년 사이의 아파트를 의미한다. 경우에 따라 15년 차까지 포함하기도 하지만, 통상적으로는 신축의 쾌적함이 크게 훼손되지 않으면서도 시장에서 한 차례 가격 평가를 거친 시기를 준신축으로 본다. 이 시기의 아파트는 주차·평면구조·커뮤니티 시설 등 기본적인 상품성이 현재의 주거 기준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며, 생활 불편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얼죽신’ 흐름이 강해질수록 역설적으로 ‘준신축’의 가치가 부각되기도 한다. 신축에 많은 수요가 집중되면서 신축 가격에는 기대감이 크게 반영된다. 반면 준신축은 이미 실수요를 통해 가격이 형성된 상태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과도한 기대가 덜 반영된 경우가 있다. 이로 인해 신축과 준신축 사이에 가격 괴리가 발생하고, 그 틈이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시장 흐름을 보면, ‘얼죽신’ 선호가 강해질수록 신축 가격이 상승할 때 준신축 역시 빠른 속도로 가격 격차를 좁히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신축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면 동일 생활권 내에서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한 준신축으로 수요가 이동하는데, 이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대했던 가격 메리트가 생각보다 짧은 시간 안에 줄어드는 것이다. 즉 준신축이 항상 ‘저렴한 대안’으로 남아 있지는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선택의 순간에는 빠르게 판단하는 순발력 또한 중요하다. ● 세 번째 공식 _ 그냥 ‘구축’이 아니라 ‘신축이 될 구축’을 선택하라 신축 가격이 상승하면 그다음 움직이는 것은 준신축,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구축으로 수요가 옮겨간다. 시장은 항상 상대적인 선택 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다만 구축은 신축이나 준신축에 비해 가격 상승 폭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상품성 차이로 인해 동일한 상승 흐름 속에서도 선호의 강도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구축이라는 이유로 접근하기보다, 향후 상품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는 구축을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현재는 구축이지만 장기적으로 신축으로 전환될 수 있는 자산을 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도심 내 정비사업’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재건축과 재개발은 노후 주거지를 새로운 주거 환경으로 바꾸는 과정으로, 입지와 상품성이 동시에 개선될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특히 정비사업 대상지는 과거 도심 형성 시기에 개발된 경우가 많아, 교통과 생활 인프라, 업무지구 접근성 측면에서 이미 검증된 입지를 갖춘 경우가 많다. 반면 최근 공급되는 신규 택지는 외곽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아 입지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열세일 수 있다. 결국 정비사업 대상지는 건물은 낡았지만, 입지는 이미 검증된 상태라는 특징을 가진다. 여기에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신축 주거환경이 더해질 경우, 입지와 상품성이 결합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이는 수요와 선호도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정비사업은 단순한 투자가 아니라 하나의 사업에 가깝기 때문에 다양한 변수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사업 속도, 정책 변화, 조합 이슈 등에 따라 일정이 지연되거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전략은 기대감만으로 접근하기보다 충분한 정보 확인과 신중한 판단이 전제되어야 한다. 결국 ‘신축이 될 구축’을 선택하는 전략일수록, 더 많은 공부와 준비가 필요하다. ● 네 번째 공식 _ 공급 사이클을 고려하는 접근 정비사업과 함께 반드시 살펴볼 요소는 ‘공급의 흐름’이다. 신축의 가치는 단순히 새 아파트라는 점에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희소한가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동일 생활권 내에서 향후 얼마나 많은 신축이 추가 공급될 수 있는지는 가격 흐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신규 공급이 꾸준히 이어지는 지역에서는 특정 단지의 신축 프리미엄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 택지 개발이나 대규모 주거지 조성이 이루어지는 곳에서는 일정 기간 새 아파트가 계속 등장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현재의 신축이 갖는 희소성이 생각보다 빠르게 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도심의 주요 입지처럼 신규 공급이 제한적인 지역에서는 신축의 희소성이 장기간 유지되기도 한다. 이미 개발이 상당 부분 이루어진 지역일수록 추가 공급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재건축·재개발과 같은 방식이 아니면 대규모 신축 공급이 어렵기 때문에 그만큼 신축의 가치는 높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서울이 대표적인 예이다. 결국 ‘얼죽신’ 시대일수록 단순히 신축 여부를 보는 것에서 나아가, 앞으로 주변에 얼마나 많은 신축이 추가 공급될 수 있는 환경인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같은 신축이라도 추가 공급이 이어지는 지역과 공급이 제한적인 지역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가격 흐름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축 선호가 강한 시장일수록 공급의 차이는 곧 희소성의 차이로 이어진다. 아파트 연식이 아니라 아파트의 본질을 보라 부동산 시장에서는 ‘신혼에는 절대 신축에서 살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첫 주거 선택이 이후 주거 이동 경로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이다. 처음부터 편의성이 높은 새 아파트에 익숙해지면, 이후 더 나은 입지로 이동하기 위해 주거 수준을 조정하는 선택이 심리적으로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새 아파트가 주는 쾌적함과 편의성은 분명한 장점이다. 그러나 부동산 가치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꾸준히 선택하는 ‘입지’에서 만들어진다. 부동산 가격은 수요가 만들어내는 결과이며, 이러한 수요는 직주근접, 교통 편의성, 교육 인프라와 같은 입지 요소로 만들어지고, 이는 장기적인 가격 흐름을 결정짓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아파트의 연식이 아니라, 그 자산이 지속적인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가이다. ‘얼죽신’의 시대일수록, 그 본질을 놓치지 않는 시각이 필요하다.
학교에게도 스승이 필요하다 (최성조 지음, 깊은나무 펴냄, 272쪽, 2만 원) 고전 논어를 통해 교육의 본질을 묻는 성찰의 기록이다. 과거로 회귀가 아닌, 고전을 통해 현재를 더 깊이 이해하려는 시도다. 책은 ‘교사’, ‘학생’, ‘교육행정가’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교육공동체 전체를 조망한다. 생성형 AI가 학교생활기록부 문장을 대신 써주는 현실 앞에서도 ‘아이를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은 결코 대체될 수 없음을 강조한다. 완벽한 교육은 없지만, 질문을 멈추지 않는 태도가 교육을 다시 숨 쉬게 한다는 것이 중심 메시지다. 이향인 (라미 카민스키 지음, 최지숙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264쪽, 1만 6,900원) 사람의 성격을 내향인과 외향인이라는 이분법적 틀을 벗어나 ‘이향인(Otrovert)’이라는 새로운 인간 유형을 제시한다. 이향인은 사람을 싫어하지도, 사회성이 부족하지도 않다. 사고의 출발점이 ‘우리’가 아니라 ‘나’인 사람이다. 모두가 옳다고 할 때 한 걸음 물러서서 왜 옳은지 묻는 사람, 타인의 박수보다 자기 기준을 더 신뢰하는 사람을 말한다. 집단주의에 지친 이들에게 ‘다른 방식으로 나답게 살아도 된다’는 위로와 함께, 당당히 삶을 꾸려가는 법을 안내한다. 읽는 교실 (조병영 지음, 해냄출판사 펴냄, 644쪽, 3만 3,000원) 생성형 AI의 등장과 디지털 기기 의존 심화로 위기에 처한 학생들의 문해력 문제를 다룬다. 문해력의 가치부터 읽기 발달 과정, 구체적인 교실 활동 및 평가 방안까지를 총 5부에 걸쳐 상세히 안내한다. 특히 어휘력 논란과 독서율 저하 등 현장 고충을 반영해, 유창한 읽기, 어휘 학습, 독해 전략, 다문서 읽기, 교과 읽기, 쓰기 활동 등 실질적 수업전략을 풍부하게 담았다. 성향 기반 중학 진로 로드맵 (진승호 지음, 초록비책공방 펴냄, 264쪽, 1만 9,000원) 대입 개편과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이라는 거대한 변화를 마주한 중학생의 진로설계를 돕는 가이드북이다. 저자는 성적만으로 대학을 가는 시대는 끝났다고 진단하며, 진로설계의 출발점을 아이의 ‘성향’ 파악에 둘 것을 강조한다. 흥미나 유행하는 직업을 쫓는 대신, 학생의 사고방식과 몰입 대상을 분석해 적절한 전공과 입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향 분석부터 진로탐색, 몰입 경험 설계, 구체적 전략 수립으로 이어지는 로드맵을 제시한다. 101 에코과학 (정종우 지음, 들녘 펴냄, 336쪽, 1만 9,000원) 통합과학 개편에 발맞춰, 생태학적 관점에서 과학적 원리와 인문학적 소양을 연결한 교양서. 수능 비문학 지문이나 대입 논술 면접의 핵심 소재로 활용되는 생태 분야의 맥락을 꿰뚫는 힘을 길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생명과 생물다양성, 진화와 계통 등 기초 원리부터 기후 위기와 인수공통감염병 등 최신 이슈까지 101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기술이 바꾼 일상의 역사 (연유진 지음, 날 펴냄, 264쪽, 1만 7,500원) 수렵채집 시대부터 인공지능 시대에 이르기까지, 기술 혁신이 인류의 먹고사는 문제와 일상을 어떻게 바꿔왔는지 추적한다. 농경·화폐·항해술·인쇄술 등 인류 역사의 변곡점이 된 핵심 기술의 파급력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기술이 선사한 풍요를 단순히 찬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면의 그림자를 함께 드러내 균형 있는 이해를 돕는다. 5학년 3반 예쁜 말 도둑 (김연희 지음, 이경석 그림, 지구별아이 펴냄, 148쪽, 1만 6,800원) 아이들에게 ‘말을 고르는 힘’을 길러주는 성장 동화다. 교실에서 사라진 ‘다정한 진심’을 찾는 과정을 통해, 무심코 내뱉은 거친 말이 친구 관계와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어그러뜨리는지 생생히 보여준다. 사회정서학습(SEL)을 바탕으로 구성된 열 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공감과 자기 조절 능력을 키우는 법을 안내한다. 각 이야기 뒤에 실린 부록 ‘체포하라! 예쁜 말 도둑’은 나를 지키고 상대를 살리는 구체적인 말 연습을 돕는다. 미야옹 마음 분식점 2: 바다거북 구출 대작전 (주미 지음, 안병현 그림, 지구별아이 펴냄, 112쪽, 1만 4,800원) 친구의 배신 등으로 마음의 상처를 안고 바닷가 마을로 이사 온 주인공 해수가 신비한 분식점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동화다. 주인공의 모험을 따라가며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자기 인식과 자기관리 방법 등을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구성했다. 나아가 바다 쓰레기의 심각성과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문제와 같은 사회 이슈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도록 안내한다.
또다시 스승의날이다. 화려한 꽃다발보다 칠판에 꾹꾹 눌러쓴 ‘선생님 사랑해요’라는 글귀와 아침부터 불어 놓은 풍선에 마음이 흔들리는 날이다.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도 교사는 아이들에게 상처받고, 아이들에게 감동하며, 교직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아이들은 어떨까? 아이들 역시 선생님들에게 상처받기도 하지만, 한 마디의 격려와 자신을 알아봐 주고 믿어주는 선생님에게 힘을 얻으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삶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적 계기를 만나기도 한다. 가수 아이유는 인생의 결정적 터닝포인트로 중학교 체육대회를 꼽았다. 수업 중 장난을 치던 아이유에게 벌로 노래를 시켰던 체육 선생님이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축제 무대에 설 기회를 건넸고, 조명과 시선의 황홀함을 느끼며 가수의 꿈을 굳혔다. 스티브 잡스 역시 문제아였던 자신을 인격적으로 대하며 학습의 재미를 알려준 힐 선생님을 만났기에 세상을 바꿀 수 있었고, 박찬호 또한 그의 재능을 믿어준 지도자가 있었기에 메이저리그라는 불가능에 도전할 수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처음부터 특별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믿어준 특별한 ‘한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로버트 브룩스(Robert Brooks)는 아이의 삶을 지탱하는 ‘결정적 타인’을 카리스마틱 어른(Charismatic Adult)이라고 불렀다. 특별한 ‘단 한 사람’, 카리스마틱 어른 카리스마틱 어른은 흔히 떠올리는 카리스마, 즉 강한 리더십이나 사람을 휘어잡는 매력적인 사람이 아니다. 아이가 정서적으로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는 단 한 명의 어른, 언제든 돌아와 쉴 수 있는 ‘심리적 안전기지’가 되어주는 어른을 뜻한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거칠고 차가운 현실 속에 놓인 주인공에게 버팀목이 되어 줬던 어른처럼 말이다. 이들은 특별한 능력을 갖춘 특별한 사람은 아니지만, 관계를 맺는 방식이 다른 사람들이다. 그리고 바로 그 관계의 방식이 아이의 삶을 지탱하는 구조를 만들어낸다. ● 조건 없는 긍정적 존중 _ 존재와 행동을 구분하는 태도 인본주의 심리학의 거장 칼 로저스(Carl Rogers)가 평생에 걸쳐 강조한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Unconditional Positive Regard)은 카리스마틱 어른의 가장 핵심이다. 이들은 아이의 성취나 결과, 혹은 사회적 기준에 부합하는지와 상관없이 존재 자체를 온전하게 받아들인다. 우리는 흔히 아이가 잘했을 때는 칭찬하고, 기대에 못 미칠 때는 차가운 눈빛을 보낸다. 말을 잘 듣고, 뭔가를 잘할 때만 인정받으며 자란 아이는 ‘나는 잘해야 괜찮은 사람’이라는 위험한 신념을 형성한다. 이 신념은 실패의 순간마다 자기 비난으로 이어지고, 결국 도전을 회피하게 만든다. 반대로 무조건적 존중을 경험한 아이는 ‘나는 실패해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기준을 갖게 된다. 이 기준은 실패를 자기 부정이 아닌 경험으로 해석하게 만들고, 바로 이 지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 즉 심리학에서 말하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형성된다. 실패 이후에도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는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네가 어떤 모습이든 나는 네 편’이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경험한 관계 속에서 서서히 만들어지는 것이다. 결국 카리스마틱 어른은 단순히 좋은 어른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방식, 즉 ‘자기 인식 구조(Self-structure)’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결정적인 한 사람이다. ● 정서적 가용성 _ 해결사보다 동반자가 필요한 이유 카리스마틱 어른은 문제를 즉각 해결하려 하기보다, 감정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심리적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정서적 가용성(Emotional Availability)이라고 부른다. “그때 기분이 어땠어?”라는 질문은 단순한 정보 수집이나 대화가 아니라, ‘너의 감정은 이해받을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이다. 정서적 가용성이 높은 어른은 아이의 불편한 감정을 서둘러 교정하거나 제거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그 감정을 함께 견디며, 그 감정이 자연스럽게 지나갈 수 있도록 묵묵히 기다려 준다. 이 경험이 반복될 때, 아이는 비로소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거나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다스리는 법, 즉 정서 조절 능력을 터득한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을 제시하는 완벽한 조언이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는 ‘해결사’가 아니라, 감정이 지나갈 때까지 함께 머물러 줄 ‘동반자’이다. ● 일관성 _ 예측 가능한 관계의 안정감 아이의 내면을 안정시키는 핵심은 예측 가능성이다. 어른의 태도가 상황에 따라 흔들릴 때 아이는 끊임없이 눈치를 보게 된다. 반대로 일관된 관계 안에서는 긴장을 내려놓고 자신을 드러낼 수 있게 된다. 카리스마틱 어른은 감정 기복이 크지 않고, 언제 만나도 비슷한 태도를 유지한다. 이 예측 가능한 관계는 아이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고, 스스로를 탐색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든다. ● 가능성을 보는 시선 _ 기대를 포기하지 않는 태도 카리스마틱 어른은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내면에 잠재된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무조건적 따뜻함만 존재하는 관계는 자칫 방임으로 흐르기 쉽고, 성취에 대한 기대만 앞서는 관계는 숨 막히는 압박으로 작용하지만, 카리스마틱 어른은 이 두 가지를 분리하지 않는다. 받아들이되 포기하지 않고, 기대하되 압박하지 않는다. “넌 할 수 있다”는 말은 단순한 낙관적 격려가 아니다. 지금의 모습이 아니라, 아직 드러나지 않은 미래의 가능성을 향해 보내는 시선이다. 아이들은 자신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을 거울삼아 자신을 정의한다. 그리고 그 시선이 반복될 때, 비로소 타인의 평가를 넘어 단단한 자기 인식으로 굳어진다. 결국 기대를 포기하지 않는 태도는 아이가 스스로를 믿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자극이 된다. ● 관계의 지속성 _ 반복이 빚어내는 내면의 목소리 카리스마틱 어른의 영향력은 단발적인 사건이나 화려한 언변에서 나오지 않는다. 한 번의 위로는 순간의 감정을 달랠 수 있지만, 반복되는 태도는 자기 인식을 바꾼다.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을 판단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누군가가 오랫동안 자신을 어떻게 대해왔는지를 내면화(Internalization)한 결과에 가깝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저 사람이 나를 그렇게 본다’는 인식으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나는 그런 사람이다’라는 믿음으로 바뀐다. 이렇게 형성된 내면의 목소리는, 아이가 홀로 서야 하는 순간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붙잡아 주는 기준이자,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영화 굿 윌 헌팅에서 상담가 숀이 윌에게 “네 잘못이 아니야(It’s not your fault)”라고 끊임없이 반복했던 장면은 내면화를 잘 보여준다. 머리로만 알고 있던 말이 반복되는 관계 속에서 비로소 마음에 닿는 순간, 상처는 ‘이해된 경험’으로 전환되기 시작한다. 결국 카리스마틱 어른은 아이의 곁을 떠난 뒤에도 아이의 내면에 남아 스스로를 지탱하게 만드는 ‘관계의 이름’이다. 회복탄력성 _ 무너지지 않게 하는 힘의 정체 회복탄력성은 흔히 ‘멘탈이 강한 사람’으로 오해하곤 한다. 그러나 심리학에서 말하는 회복탄력성은 혼자 버티는 고립된 힘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 심리적 구조에 가깝다. 회복탄력성을 지탱하는 두 가지 핵심 축은 내가 실수해도 나를 포기하지 않는 누군가가 있다는 확신과 내가 언제든 돌아가 쉴 수 있는 관계가 존재한다는 안정감이다. 이 두 가지 경험이 쌓일 때, 사람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결국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은 타고난 강인함으로 버틴 것이 아니라, 무너지려 할 때마다 자신을 붙잡아 준 관계를 경험한 사람들이다. 따라서 아이의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것은 훈련이 아니라, 교사와 부모가 제공하는 흔들리지 않는 관계 그 자체이다. 회복탄력성은 개인의 성격이 아니라 관계가 남긴 흔적이다. 40년 기록이 말해주는 한 사람의 증거 _ 카우아이 연구 이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에미 워너(Emmy Werner) 교수의 카우아이 종단 연구이다. 그는 하와이 카우아이섬에서 태어난 아이들 833명을 출생부터 성인기까지 40년간 추적했다. 연구 대상 중 상당수는 빈곤과 가정불화 등 열악한 환경에서 성장했고, 학교 부적응이나 사회적 부적응을 겪을 것으로 예측되었지만, 결과는 달랐다. 약 3분의 1의 아이들이 예상을 깨고 안정된 직업을 가지고, 관계를 유지하며, 사회적으로 잘 적응된 삶을 살아갔다. 연구진은 이 아이들을 ‘회복탄력성이 높은 집단’으로 분류한 후, 원인을 탐색했다. 연구진이 발견한 원인은 단순했다. 그들에게 최소한 한 명 이상의 카리스마틱 어른이 있었다. 반드시 부모일 필요는 없었다. 어떤 아이에게는 교사였고, 또 어떤 아이에게는 친척이나 이웃이었으며, 때로는 지역사회 구성원이기도 했다. 이처럼 스트레스 상황에서 개인을 보호하는 요인을 심리학에서는 ‘보호요인’이라고 부른다. 그중 사회적 지지는 가장 강력한 보호요인으로 꼽힌다. 사회적 지지는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존재 여부가, 누구냐가 아니라 관계맺음 방식이 더 중요하다. 자신을 이해하고 지지해 주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을 때, 우울·불안, 충동적 행동은 유의미하게 감소한다. 핵심은 숫자가 아니라 ‘단 한 사람’의 존재이다. 카우아이 연구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아이를 성장시키는 것은 위험 환경이 사라거나 문제가 해결되는 환경의 완벽함이 아니라, 그 환경 속에서도 끝까지 관계를 유지해 주는 단 한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환경이나 수많은 관계가 아니라, ‘끝까지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단 한 사람이 남긴 것 우리는 아이들을 위해 늘 더 많은 것을 하려고 애쓴다. 더 많이 가르치고, 더 많이 지도하고, 더 많이 책임지려고 한다. 하지만 아이를 변화시키는 것은 화려한 말이 아니며, 아이를 지탱하는 것 또한 완벽한 환경이 아니다. 아이들은 자신을 믿어주는 단 한 사람의 말을 마음속에 반복해서 새기며 자라기 때문이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한 아이를 절망에서 건져 올리는 데에는 단 한 사람의 진심이면 충분할지 모른다. 그 한 사람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끝까지 같은 태도로 그 자리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스승의날을 맞아 우리가 생각해 볼 것은, 얼마나 많은 것을 가르쳤는지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어떤 사람으로 남았는가이다. 오늘도 그 ‘단 한 사람’으로 남기 위해, 카리스마틱 어른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면, 우리는 이미 한 사람의 세계를 지켜내는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때로는 외롭고 버거운 길일지라도, 우리가 건네는 진심 어린 시선 하나가 한 아이의 생애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보호요인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며, 오늘도 단단하게 이 자리를 지켜내 보자.
최근 학교에서는 과거에는 경험하지도 못했고,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들이 자주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학교장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이 노력한다. 그러나 문제 해결 과정에서 의지할 멘토를 찾기란 쉽지 않다. 선배 학교장들도 지금과 같은 문제는 처음 경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도 충분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학교장들은 해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쉽게 답을 얻지 못한다. 결국 혼자 결정을 내려야 하며, 그에 따른 책임도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는 현실이 학교장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한다. 이처럼 오늘날 학교장 자리는 난제를 혼자 끌어안은 채 끙끙 앓아야 하는 힘겨운 자리로 변해가고 있다. 물론 시중에는 성공한 CEO들의 노하우와 경험을 담은 경영서가 많다. AI 시대와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경영인들에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참고서적이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작 학교 사례를 중심으로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 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학교장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질적으로 참고할 만한 책이 부재한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것은 학교장 스스로 문제의 답을 찾아야 함을 의미하기에 학교장에게 독서는 더욱 필요하다. 진정한 독서는 감성을 자극하고 고정관념을 깨뜨리며, 잠들어 있던 사유를 일깨우는 강력한 경험이다. 카프카는 책이란 내 안에 있는 얼음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책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내 안의 얼음 바다를 깨뜨릴 용기를 준다. 진정한 독서는 학교장에게 지식뿐만이 아니라 굳어진 사고와 감성을 깨뜨릴 생각의 전환이라는 선물도 선사한다. 앞서 언급한 바처럼 최근 학교는 소위 ‘듣보잡’ 문제들이 자주 발생하지만, 과거 경험의 유용성과 효용성이 한계를 보인다. 과거의 경험에만 의존하는 얼어붙은 사고방식과 낡은 관습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이처럼 혼돈의 환경에 처한 학교경영을 위해서는 새로운 경영기법이 절실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독서’와 ‘경영’을 접목한 ‘독서 경영’이다. 독서 경영의 정의와 의의 조영탁 휴넷 대표는 독서 경영을 ‘창조성의 기본이 되는 개인의 독서학습이 조직으로 확산·공유되어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이끄는 경영 기법의 하나’로 정의한다. 독서 경영은 오늘을 이해하고 내일을 준비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세계적인 리더들에게 성공과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는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아 왔다. 독서 경영은 조직 구성원의 독서활동을 단순한 개인의 취미나 복지 프로그램 차원이 아니라, 조직의 경영목표와 연계하여 체계적으로 설계·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는 ‘책을 읽게 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독서를 통해 구성원의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높이고, 조직의 소통방식과 일하는 문화를 개선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 글에서는 일반적인 독서 경영과 달리 변화의 주체와 대상을 경영자에게 한정하고자 한다. 경영자 스스로 독서를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고, 이를 배움과 성찰의 도구로 실천한다는 점에서 기존 논의와 차별성을 지닌다. 독서 경영의 사례 ● 워런 버핏의 사례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의 성공 비결이 끊임없는 학습과 독서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혹자는 그를 평생에 걸친 학습기계(learning machine)로 평가한다. 버핏은 일과 시간의 80%를 독서에 투자한다고 알려진 소문난 독서가다. 자신이 하루에 500페이지씩 책을 읽을 때도 있다고 말할 만큼, 독서는 그의 삶에 중요한 축을 이루었다. 버핏은 2010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등과 함께 집필한 함께 일하는 방법에서 ‘내 직업은 본질적으로 더 많은 사실과 정보들을 수집하는 것에 불과하며 간혹 이들이 행동으로 연결되는지 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평소 여러 분야의 지식을 폭넓게 받아들이는 ‘다학문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위한 독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과거 한 연설에서는 “산발적인 정보만으로는 훌륭한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지식은 다양한 아이디어와 폭넓은 분야에서 얻어야 하며, 그래야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고 했다. ● 우리나라 사례 #01 _ 경영인의 독서 사례 초격차의 저자 권오현 삼성전자 고문이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끊임없는 독서라고 했듯이 독서는 경영자에게 든든한 길잡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경영자 상당수는 책을 통해 영감을 얻고 있다. 실제로 권오현 고문은 연평균 100권가량의 책을 읽는다고 한다. 다독가로 잘 알려진 이기형 ‘인터파크’ 회장은 출판사 ‘반니’를 세울 정도로 책에 관한 애정이 깊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저서 멀리 보려면 높이 날아라에서 자신의 독서법을 소개할 정도로 누구보다 책을 좋아하고 사랑한다. #02_ 행정에서의 독서 경영 성공 사례 우리나라의 독서 경영 성공 사례로 전라남도 장성군을 들 수 있다. 2004년 전에는 장성군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전라남도의 작고 평범한 외진 마을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제는 지방자치나 학습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장성’을 떠올린다. 이는 독서를 바탕으로 한 경영을 도입하고 ‘장성아카데미’를 통해 공무원과 군민 모두가 큰 변화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10년에 걸친 지속적인 학습과 교육은 공무원 사회에 경영 마인드를 스며들게 했다. 홍길동 캐릭터 제작과 생가 복원 작업을 통한 군 이미지 브랜드화, 문화 자원을 활용한 선진적인 관광사업, 미래를 내다본 환경 농업의 체질화는 다른 어느 지자체보다 앞선 장성군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독서를 통한 경영 마인드 도입은 실질적인 성장으로 이어졌다. 2004년에만 장성군에 29개의 공장이 들어왔다. 실질적인 부가가치가 공무원에 의해 창출된 것이다. 규율과 원칙의 틀에 갇혀 있던 공무원들이 이제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지식근로자’로 거듭난 것이다. 장성군의 변화 과정은 혁신을 통해 성장을 이뤄낸 대표적 사례일 뿐 아니라, 성공적인 지방자치의 모습을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시금석이다. 학교 조직의 특성과 독서 경영 ● 교사의 마음을 이해하는 학교경영 학교는 다른 조직과 구별되는 여러 특성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특징은 교사를 통해서만 학생 교육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는 학교장이 학교경영을 할 때 가장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다. 따라서 학교장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교사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다. 학교경영의 핵심은 교사의 마음을 얻는 데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인간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는 인문학적 통찰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사과가 떨어지는 현상도 과학과 동양의 지혜는 다르게 해석한다. 과학이 그것을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설명한다면, 동양의 지혜는 ‘때가 되어 떨어졌다’는 자연의 섭리로 읽어낸다. 이러한 해석은 사람과 세상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학교장 역시 겉으로 드러난 교사의 욕구를 넘어 마음속 깊은 열망과 가치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인문학적 사고가 학교경영에 필요한 이유다. 그리고 이러한 인문학적 통찰을 기르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 독서다. ● 인간에 대한 이해 최근 학교에서는 헌팅톤(Samuel P. Huntington)이 언급한 문명의 충돌과 유사한 문화의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전후세대와 MZ세대 간의 문화충돌로 나타난다. 전후세대의 수직적 문화와 MZ세대의 수평적 문화, 전후세대의 집단 우선의 문화와 MZ세대의 개인 우선의 문화, 전후세대의 양적·질적 중심의 성실 문화와 MZ세대의 효율성 중심의 열심히 문화, 전후세대의 미래 추구형 승진 문화와 MZ세대의 현재 추구형 워라밸 문화 등이 학교 조직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충돌하고 있다.3 특히 공정성에 대한 MZ세대의 높은 민감성은 전후세대에게 큰 거부감을 주고 있다. 학교경영의 핵심은 인간 욕망 간의 거친 충돌과 세대 간 가치관의 부딪침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할 것인가이다. 즉 인간에 대한 이해다. 교육행정학에서는 전통적으로 학교 조직 속의 인간을 이분법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는 종교적 영향 아래 선한 인간과 악한 인간으로 구분하는 것과 유사하다. 교육행정학에서도 이러한 인간 유형을 바탕으로 X 이론과 Y 이론이 발전해 왔다. 이 이론은 인간을 비교적 단순하고 명확하게 설명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를 실제 학교경영에 적용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교장이 나를 ‘선한 인간’으로 보지 않으면, 나는 당연히 ‘악한 인간’이 되고, ‘성실한 인간’으로 보지 않으면, 곧 ‘게으른 인간’이 되고 만다. 이처럼 이분법적 인간관은 학교경영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오늘날의 학교경영에서는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인간관이 요구된다.이는 독서를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와 탐구를 끊임없이 이어가야 하는 이유이다. ● 패러독스 경영과 독서 경영 _ 질문을 통한 설득의 힘 현재의 학교는 패러독스 경영을 요구한다. 조금이라도 수업을 적게 하려는 교사와 양질의 수업을 기대하는 학부모, 모든 학생을 공평하게 대하려는 교사와 내 자녀에게 특별한 관심을 원하는 학부모, 1시간도 수업을 공개하지 않으려는 교사와 최대한 수업을 공개하라는 학부모의 기대가 첨예하게 맞선다. 이처럼 학교는 상반된 요구들이 공존하며 긴장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학교장은 매일 겪는 패러독스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질문은 창의적 사고의 출발점이며, 창의적인 학교경영 또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학교장에게는 독창적이고 다양한 질문을 만드는 능력이 중요하다. 뉴턴은 수많은 사람이 무심히 지나쳤던 사과가 떨어지는 현상을 보며 ‘왜 떨어지는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그 결과 만유인력의 법칙을 정립했다. 또한 생명의 위협이 상존하던 디아스포라의 삶 속에서 유대인들은 ‘현금 소지의 불안을 없앨 방법은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졌고, 은행과 수표를 창안했다. 질문이 인류문명과 생활방식을 발전시켜 온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하는 힘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질문하는 능력은 이해를 넘어서는 충실한 독서와 꾸준한 연습을 통해서 길러진다. 최근 다수의 경영인이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과 지혜 등을 경영에 적용하는 독서 경영을 도입하고 다수의 성공 사례를 다룬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 학교장의 독서도 불확실성의 시대, AI 시대를 헤쳐 나갈 경영 해법을 제시하고 학교의 생존과 성장을 돕는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교 구성원 모두가 생각을 함께하며 동일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장 혼자만의 독서만으로는 충분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학교장에게 뜻이 있더라도 함께 실행할 교직원들이 같은 방향과 생각을 갖지 않는다면, 학교는 앞으로 나아가기보다 오히려 끌려가는 형국에 놓일 수 있다. 이제 학교도 책을 매개로 생각을 나누고 비전을 함께 세워 가는 ‘독서 경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때다. 최근 학교장들이 힘들어 명퇴를 많이 한다는 보도를 보면서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앤디 듀프레인이 한 대사가 떠올랐다. “희망은 좋은 거예요. 어쩌면 제일 좋은 것일지도 몰라요. 그리고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그렇다. ‘독서 경영’은 경영에 지친 학교장에게 절대 사라지지 않는 한 줄기 희망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성(性)적인 언행은 사람의 원초적인 본능을 자극하여 인류 보편적 유머 코드로 쓰이기도 한다. 특히 성적인 호기심이 많을 나이인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은 음담패설을 소위 ‘섹드립’으로 많이 소비하기도 한다. 교사는 수업 중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며, 재미있는 예시를 사용하거나, 혹은 신체적 접촉 등으로 학생의 직접 참여를 유도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위와 같이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성적인 함의가 담긴 유머나 행동이 사용되는 일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수업이라는 것은 다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하기에 그 중 불편을 느끼는 사람이 생길 수 있고, 농담으로 했더라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진다면 교사의 발언 의도와 무관하게 성희롱으로 문제 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이번 호에서는 수업 중 성희롱이 문제 된 사례들을 살펴보자. 성희롱은 어떤 범죄가 되나 흔히 성범죄라 하면 강간이나 강제추행과 같은 신체적 접촉을 동반한 심각한 수준의 범죄를 떠올리거나 혹은 카메라를 이용한 촬영이나 최근 자주 발생하는 딥페이크를 통한 사진 합성 등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실제 성희롱은 형법상 독립된 범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수업 중 성희롱은 미성년자인 학생을 대상으로 하므로, 「아동복지법」에 따른 아동학대라는 범죄가 성립된다. 「아동복지법」은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이를 매개하는 행위 또는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라고 하여 이를 금지하고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기 때문이다(「아동복지법」 제17조, 제71조). 또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역시도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 정의에 위 「아동복지법」 위반을 넣어두었다(「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특히 교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자이므로 교사가 행한 아동학대범죄는 그 형이 2분의 1까지 가중된다는 문제도 생긴다(「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7조). 결국 교원의 수업 중 성희롱은 범죄가 되며, 무겁게 처벌될 수 있다. 관련된 사례들을 찾아보면 본격적으로 ‘스쿨미투’가 전개된 2018년과 2019년 발생한 일들이 다수 확인된다. 수업 중 성적인 농담이나 발언, 수업자료의 선정 관련 사례 1 2018년 중학교 국어 및 한문 과목을 담당하던 교사가 ① 수업 중 상형문자를 설명하면서 ‘남자는 허리가 생명이니까 허리가 건강해야 한다’라는 취지로 말한 부분, ② 수업 중 한 학생이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말하자 칠판에 남성의 성기 모습을 그리며 ‘야한 생각을 해봐라. 남성의 성기 구조는 발기하면 오줌이 잘 안 나온다’라는 취지로 말한 부분, ③ 수업 중 가슴과 엉덩이의 윤곽이 드러나는 옷을 입은 여성이 자전거 타는 방법을 가르치는 내용의 동영상을 시청하도록 한 부분이 성희롱 등 성적 학대라는 것으로 기소되었다. 해당 교사는 허리 건강의 중요성이나 남성의 신체에 대한 해부학적 설명을 한 것이고, 자전거 안전사고 예방교육 과정에서 영상이 사용된 것으로 발언의 경위나 취지가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제1심법원은 피해자인 학생이 중학교 2학년으로 만 13세에 불과하여 성에 민감한 시기로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못한 나이라는 점, 교사의 언행이 상당한 성적불쾌감과 혐오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이라며 유죄로 인정하고 600만 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교사는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게 되었다. 제2심법원은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 및 피해아동의 의사·성별·연령과 피해아동의 성적 가치관, 판단 능력, 서로의 관계, 경위, 행위의 내용 등을 고려하여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교사의 발언 당시 학생들의 분위기와 해당 또래 학생들의 성적인 지식, 문제 된 영상의 수위와 전체 학생들의 반응 등을 고려해서 성적 학대로 보기 부족하다는 취지로 무죄 판결했다. 이렇게 무죄로 판결하면서도 법원은 해당 교사의 발언과 사용된 영상이 학생들의 성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부적절한 것이라고 수차 언급하였고, 결과적으로 본 사안과 관련된 징계를 피할 수는 없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견책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발언 경위에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고, 그 발언의 수위가 지나치게 높다고 할 수 없다고 보이며,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흥미 유발이라는 목적에서 이루어진 점에 따르면 통상적인 교육과정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로 이해될 수 있다고 생각되는 면이 있다. 결과적으로 무죄가 선고되어 다행한 일이겠지만, 제1심과 제2심의 판결이 엇갈렸고, 수사나 재판과 같은 과정에서 오랜 시간 고생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생활지도와 학생들과의 농담 과정이 문제 된 사례 2 2019년 고등학교 2학년의 담임이자 정치와 법 과목 담당교사가 ① ‘내가 이전 고등학교에 있을 때 어떤 여자애가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생리 때문에 빠진 적이 있어서 너희도 그럴까 봐 못 믿겠다. 너희들도 생리로 조퇴하려면 보건실에 가서 확인증을 받아와라’라고 남학생들이 듣고 있는 상황에서 말한 부분, ② 한 학생의 이름에 성(姓)을 바꿔 부르며 ‘내가 성을 바꿔 불렀으니 내가 너 성희롱한 거네. 성폭행했다’라고 말한 부분, ③ 윤리와 사상 과목을 언급하며 ‘윤리와 사상. 아 윤락과 사상. 사상과 윤락 들어라’라고 말했던 부분이 성희롱 등 성적 학대라는 것으로 기소되었다. 법원은 ‘생리’는 여성의 월경을 의미하는 용어로써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라는 점, 생리통으로 인한 조퇴를 악용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는 점, ‘성희롱·성폭력’이라는 단어는 성범죄의 유형을 표현하는 단어로 그 단어를 사용하였다고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농담의 취지에서 이루어진 발언이라는 점, ‘윤락’은 일반적으로 성매매의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인데 그와 같은 단어가 만 16세 또는 만 17세 학생들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들어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교사의 발언이 변화하는 시대에서 요구되는 ‘성인지감수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경솔하고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평가할 수는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담임교사와 소속 학생 사이의 관계가 좋다 보면 서로 간 농담을 할 수도 있고, 선을 넘는 발언 등이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 이 사건에서 교사에게 무죄가 선고되었으나, 마찬가지로 상당한 시간 고생했을 교사를 생각하면 성적인 내용의 농담에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신체접촉, 외모에 대한 평가 관련 사례 3 2019년 고등학교에서 3학년 역사 과목을 담당하던 교사가 ① 동아시아사 수업 중 설명을 위한 재연을 하면서 학생에게 ‘후궁 이리와요’라고 하며 손으로 학생의 왼쪽 팔 부위를 잡고 주물렀다는 부분, ② 수업 중 맨 앞줄에 앉아 있던 학생에게 ‘자네는 생각이 어때요’라고 말하며 손으로 왼쪽 팔 부위를 잡고 주무른 부분, ③ 수업 중 학생에게 ‘너는 윗입술을 까뒤집어야겠다’라고 한 부분, ④ ‘귀걸이가 예쁘다. 나는 이런 거를 보면 뜯고 싶은 욕구가 듭니다’라고 한 부분, ⑤ ‘졸업생들이 결혼 주례를 부탁하러 오는데 그때 여자애들이 삐쩍 말라서 온다’라고 하며 학생을 가리키며 ‘이런 애들이 삐쩍 말라서 오기도 하고, 삐쩍 마른 애들이 이렇게 되어서 오기도 한다’라고 한 부분이 문제 되었다. 조금 구체적으로 보면 신체적 접촉 관련 부분은 성적 학대로, 나머지 발언 부분은 정서적 학대로 기소된 것이다. 해당 사건에 대해 법원은 ②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고 교사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②가 무죄 선고된 이유는 해당 부분 신체접촉 대상이 된 피해학생이 만 18세가 넘은 나이였기에 아동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사건 유죄의 주요 근거는 교사의 과거 발언들이었다. 기소된 발언 이외에도 학생들은 해당 교사가 ‘나는 남성우월주의자이므로, 남학생과 여학생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더라도 이해하라’, ‘남자는 목욕탕에 들어가게 되면 발기가 되는데, 여자들은 어디가 흥분되냐?’, ‘청바지 광고를 보면 모델이 왜 서양 사람인 줄 아냐. 동양 사람들은 바닥에서 자서 엉덩이가 눌려있고, 서양 애들은 침대에서 누워서 자기 때문에 굴곡이 있다’라는 등의 성적 비하나 성차별적 발언을 여러 차례 반복해 왔다고 하였다. 신체적 접촉에 대하여 교사는 수업 중 ‘전쟁이 났는데 어떤 왕은 여자부터 챙기더라’라고 예시를 들며 발언과 신체적 접촉이 일어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 이외에도 여러 번의 신체접촉이 있었고, 굳이 민감하지 않은 부위를 두드리는 방식이 아닌 팔뚝을 감싸 쥐어 끌어당기고, 학생이 순순히 응하는 상황도 아니었으며, 학생에게 후궁 배역을 맡기면서 다른 학생들이 보는 가운데 있었던 행위의 경위 등에 비추어 유죄로 판단했다. 직접적인 신체적 접촉이 문제가 되었다는 부분에서 앞서 무죄가 선고된 사례들과 차이가 있다. 또한 무죄가 선고된 사례들에서 교사들의 발언이 대부분 학급 학생 다수에 대해 한 발언이었던 것에 비하여 이 사건에서는 특정 학생을 지목하여 외모를 평가했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교육부 장관에게 현장 체험학습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대통령은 학교에서 소풍과 수학여행 등 체험학습이 줄어든 현실에 대해 “혹시 구더기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장독을 없애버리면 안 된다”, “책임을 안 지려고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의미 있는 언급이다. 또한 대통령이 교육의 본질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내각에 지시한 것도 환영할 일이다. 학교 현장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 장관이 직접 나서서 해결하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는 말이 들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장관 답변은 학교 현장의 답답함을 해소하기에 미흡했다. 문제의 원인과 근본적인 대책에 대한 핵심을 보고하고 관련 부처에 협조도 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학생 기회 빼앗는 제도 그 이유는 첫째, 소풍 등 체험학습은 학생에게 제공해야 하는 의무 사항이 아니다. 초·중등교육법에서 규정한 학교장의 재량 사항이다. 학교의 여건상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갈 수도 있고, 다른 활동으로 대체하거나 안 갈 수도 있다. 만약 더 많은 학교와 학생이 현장 체험학습을 하도록 하려면 국가가 여건을 조성하고 법적·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 학교와 학생의 소풍 기회를 빼앗은(?) 것은 교육부와 행안부, 기획예산처, 보건복지부, 법무부 등 국가다. 둘째, 대통령의 구더기와 장독 이야기는 지극히 옳다. 다만 구더기와 장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장관들이 제대로 파악하고 대통령과 국민에게 보고해야 한다. ‘구더기’는 현장 체험학습 중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에게 민·형사상의 책임을 전적으로 묻는 국가 사법 시스템과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대한 교육감의 소극적인 대응이다. ‘장독’은 학생의 안전과 학습을 위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교사들이 있는 학교 현장이다. 즉, 대통령이 지적한 구더기는 잡히면 죽을 수도 있는 ‘무서운 호랑이’이고, 장독은 안전한 학습을 제공해야 하는 ‘학교와 교원’이다. 그러므로 국가는 호랑이로부터 교원을 지켜야 하며, 그 궁극적인 목적은 학생의 학습권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이 차에서 내린 후 해당 버스 운전기사의 부주의로 인해 후진 중에 학생 1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법원은 인솔 교사에게 주의의무 소홀을 이유로 금고형의 유죄를 판결했다. 교사의 직을 박탈하는 중한 처벌이다. 버스에서 내려서 잘 따라오라고 한 후 20여 미터를 이동하는 동안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다. 도대체 몇 미터 이동할 때마다 뒤를 한 번씩 보아야 주의의무를 다한 것이 되는가. 부모는 관광지에서 자녀들 2~3명 데리고 이동하기도 쉽지 않다. 교사에게 20여 명의 학생을 인솔하라고 하고 안전사고 시 고의나 중과실도 아닌데 유죄라고 판결하는 국가 시스템은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 ‘장독’ 보호 시스템 구축 기회 셋째, 학교에 비용을 지원하고 안전요원을 추가 채용하는 것은 체험학습 운영에 도움이 되지만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강원도 하급심 판결에서 학생 대열의 후미에 있던 보조교사에게는 안전관리 책임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무죄가 인정됐다. 법적 책임이 없는 안전요원을 늘린다고 교사 책임이 완화되지 않는다. 정규 교사를 늘려서 체험학습이나 교육 활동 침해로 휴가 사용 시, 장애학생 통합교육 실시 등 학교의 교육활동에 교사를 추가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기획예산처와 행안부 등은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오히려 교원 수를 줄이고 있다. 같은 논리라면 인구 감소에 비례하여 공무원 수, 공공기관 직원 수 등도 줄여야 하는지 의문이다. 국가가 교사 홀로 위험을 감수한 채 수십 명을 인솔해 의무사항도 아닌 소풍을 가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아이들의 안전도 위협하는 일이다. 대통령은 내각에 아이들을 위해 장독을 보호하라고 지시했다. 내각은 맹호 같은 국가 시스템을 개편하고 교원과 학교가 민·형사상 안전을 체감할 수 있는 여건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 정규 교원 확보를 포함한 행·재정 지원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안전한 소풍 기회가 제공되기를 바란다. 교사가 안전해야 학생도 안전하다. 대통령도 교권과 학생인권은 제로섬이 아니라고 언급하고 실질적 교권 강화 방안을 주문했다. 교육 당국은 이번 기회를 잘 살리기 바란다.
인문사회 기반의 인공지능(AI) 융합 인재 양성을 위한 대학 간 협력체계가 구축됐다. 수도권과 지역 대학이 참여하는 연합 컨소시엄도 출범했다. 서울시립대는 지난달 27일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인문사회 융합인재양성사업(HUSS)’ 추진을 위해 경북대, 인하대, 중앙대, 한남대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대학 간 공유·협력을 기반으로 인문사회 중심의 융합교육 체제를 구축하고, 미래 사회 문제 해결 역량을 갖춘 융합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추진됐다. 5개 대학은 연합 컨소시엄을 구성해 ▲융합 교육과정 공동 개발·운영 ▲학사제도 개편 및 공유 체계 구축 ▲교수 및 교육 자원의 공동 활용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인문사회 전공 기반의 AI 융합 교과목을 공동 개발해 학생들의 교육 선택권과 수업 운영 유연성을 확대하기로 했다. 원용걸 서울시립대 총장은 “인문사회적 통찰과 디지털 이해를 함께 갖춘 융합 인재 양성은 대학의 중요한 책무”라며 “대학 간 경계를 허문 협력을 통해 새로운 교육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주관 대학 사업단장을 맡은 전인한 교수는 대학 간 학사제도 공유와 개방을 통해 학생들이 소속 대학을 넘어 다양한 융합 교육을 이수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협약은 수도권과 지역 대학 간 협력을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융합교육 생태계를 구축하고 교육 격차 해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독감 증상에도 출근을 이어가다 숨진 경기 부천의 사립유치원 교사에 대한 직무상 재해 인정 여부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보류됐다. 급여심의회에서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며 재심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6일 유족과 교육계 등에 따르면 사립학교교직원연금관리공단은 최근 ‘사립학교 교직원 연금 급여심의회’를 열고 20대 유치원 교사 A씨의 직무상 유족급여 지급 여부를 심의했으나 결정을 보류했다. 심의위원 표결 결과 직무상 재해 인정 여부를 두고 찬성과 반대가 동수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학연금공단은 오는 8일 같은 위원들로 구성된 급여심의회를 다시 열고 해당 안건을 재심의할 방침이다. 직무상 재해로 인정될 경우 유족보상금과 유족연금이 지급된다. A씨는 지난 1월 27일 B형 독감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이후에도 사흘간 근무를 이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증상이 급격히 악화해 같은 달 30일 조퇴했고, 중환자실 치료를 받던 중 2월 14일 숨졌다. 유족 측은 A씨가 집단감염 위험이 큰 유치원 환경에서 근무하다 독감에 감염됐고, 병가 사용이 어려운 근무 여건으로 인해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이 공단에 제출한 자료에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해당 유치원 원아 120명 가운데 43명과 교사 2명 등 총 45명이 독감에 걸린 것으로 집계됐다. 동료 교사들의 진술과 카카오톡 메시지 등도 함께 제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측은 특히 소규모 사립유치원 특성상 대체 인력 확보가 어려워 교사들이 병가 사용에 부담을 느끼는 구조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A씨 역시 고열 증상 속에서도 정상 근무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 개인 질병 문제가 아닌 학교 현장의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치원과 소규모 학교의 경우 교사가 자리를 비울 경우 즉시 대체할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워 아파도 쉬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한편 한국교총과 경기교총은 3월20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교사가 마음 편히 쉴 수 없는 학교 현장의 단면이 드러난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유치원은 규모가 작아 교사 공백을 메울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며 교육청, 교육지원청 차원의 보결교사 인력풀 상시 운영과 보결 전담교사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학교 현장체험학습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교사에게 집중된 책임 구조가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단순한 운영 문제가 아니라 법·제도 차원의 구조적 한계가 교육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안전하고 교육적인 현장체험학습 운영·지원을 위한 법적 제도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현장체험학습은 교육과정의 필수 활동임에도 불구하고사고 발생 시 책임이 교사 개인에게 집중되는 구조로 인해 운영 부담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현행 제도를 ‘사실상 무한 책임 구조’로 분석한다. 고의나 중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결과 책임이 교사에게 전가되는 경향이 지속되면서교사들은 교육적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운영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책임 구조가 행정 부담과 결합돼 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는 계약 체결, 보험 가입, 차량 및 시설 안전 점검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무까지 교사가 직접 수행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교육활동 외 업무 부담이 확대되면서 수업과 학생 지도에 집중하기 어려운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구조는 제도 공백에서 비롯된 것으로 지적된다. 현행 법령은 현장체험학습의 개념과 운영 기준, 교사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지 못하고 있으며, 면책 기준 역시 구체성이 부족해 현장에서 실질적인 보호 장치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면책 관련 규정이 도입됐지만 적용 기준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체감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현장체험학습 운영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을 핵심 대안으로 제시했다. 교사의 직무를 교육과정 기획과 학생 생활지도 중심으로 재정립하고, 행정과 안전 관리는 국가와 전문기관이 담당하도록 역할을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고의·중과실이 없는 경우 교사의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는 규정을 명문화하고, 사고 발생 시 교육청이 수사기관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법적 보호 장치를 강화할 필요성이 강조됐다. 이는 교육활동 위축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안전장치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교육지원청 단위 통합지원센터 설치, 안전 보조인력 배치, 민간 체험기관 인증제 도입, 데이터 기반 위험도 평가 시스템 구축 등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이를 통해 현장체험학습을 교사 개인 책임이 아닌 공적 관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논쟁의 핵심은 체험학습 자체가 아니라 책임 구조 재설계에 있다는 분석이다. 교육활동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교사에게 집중된 책임을 분산하고, 국가와 제도가 이를 뒷받침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현장체험학습은 학생 성장에 필수적인 교육활동이지만 현재 구조에서는 안정적 운영이 어렵다”며 “책임 분산과 공적 지원 체계 구축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장체험학습을 둘러싼 교사 부담과 안전 책임 문제가 지속되면서 제도 개선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교총이 교사 보호 강화와 행정업무 경감을 핵심으로 한 개선 방안을 제시하며 국가 책임 확대와 지원 체계 정비를 촉구했다. 교총은 최근 ‘안전한 학생, 보호받는 선생님을 위한 현장체험학습 개선’ 입장을 내고 “현장체험학습은 법적 의무사항이 아닌 만큼 학교 내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시행 여부를 결정하되 교사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특히 “인솔 교사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 추진은 금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교총은 무엇보다 교사 보호 대책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현행 학교안전법은 사고 발생 이후 사후조치 이행 여부를 기준으로 면책이 인정되는 구조로 실질적인 보호 기준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며 “면책 기준을 보완하는 방향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행 제도가 사고 이후 대응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예방 조치와 사전 대응 기준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했다. 또 “현장체험학습 과정에서 발생하는 민·형사상 소송에 대해 국가가 책임지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소송비 지원을 비롯해 전 과정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교육청 차원의 안전관리 전담팀 구성 등 지원 체계 강화 필요성도 함께 제시했다. 교총은 현장체험학습에 대한 현장 교원들의 부담도 함께 언급했다. 교총 설문조사에서는 현장체험학습 사고로 인한 학부모 민원이나 고소·고발이 걱정된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으며, 실제 민원이나 소송을 경험했거나 주변 사례를 접했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보조인력 지원 확대도 주요 과제로 제안했다. 교총은 “보조인력 배치 기준과 방법이 시·도별로 편차가 커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학교 현장 의견을 반영해 기준을 구체화하고 교육청이 인력풀을 구축해 요청 시 배치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보조인력 운영이 학교의 또 다른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교육청이 책임 있게 운영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과도한 행정업무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교총은 “현장체험학습 매뉴얼이 지나치게 복잡해 교사에게 과도한 행정과 안전관리 부담을 지우고 있다”며 “교육 전문성과 무관한 행정업무와 안전관리 업무는 교육청 전담부서로 이관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현장체험학습 안전관리 의무 범위와 교사의 책임 한계를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숙박형 체험학습의 경우 교사가 준비해야 할 서류가 40여 종에 달하는 등 부담이 과중하다”며 “수업과 병행하기 어려운 수준의 행정업무를 구조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했다. 계획 수립부터 계약, 안전점검, 사전답사까지 학교 현장에 집중되는 업무 부담도 현장체험학습 기피 원인 중 하나로 언급했다. 프로그램 운영 방식 개선도 제안했다. 교총은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가 개발하거나 검증한 안전한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운영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이 경우 현장답사 등 일부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해 행정 부담과 안전관리 부담을 동시에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총은 “현장체험학습은 교육적 필요성과 안전 확보가 함께 고려돼야 하는 영역”이라며 “교사의 책임과 부담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제도적 지원과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대학 인공지능(AI) 교육 혁신을 위한 ‘AI중심대학’ 7개교를 선정했다. 소프트웨어 중심 교육체계를 AI 중심으로 전환해 산업 현장의 AI 인재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일 ‘2026년 AI중심대학’ 참여 대학 10곳 가운데 기존 소프트웨어(SW) 중심대학에서 전환하는 7개교 선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선정 대학은 가천대·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순천향대·숭실대·연세대다. AI중심대학 사업은 기존 SW 교육 기반을 활용해 대학 교육체계를 AI 중심으로 고도화하는 사업이다. AI 기술을 전문적으로 개발·활용할 수 있는 전문 인재뿐 아니라, 각 전공 분야에 AI를 접목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선정 대학에는 최장 8년간 대학당 최대 240억원이 지원된다. 연간 지원 규모는 30억원 수준이다. 선정 대학들은 AI 교육혁신과 제도 개선, 산업 수요 기반 특화 교육과정 운영, AI 전환 및 창업 활성화, 지역사회 AI 가치 확산 등 4대 핵심 과제를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대학들은 총장 직속 AI 전담 조직을 구축하고, AI·AI전환(AX) 교육을 총괄 운영할 계획이다. 전교생 대상 AI 기초·활용 교육을 확대하고, 전공 간 융합을 위한 브릿지 교과목 개설도 추진한다. 산업계 연계도 강화된다. 대학들은 기업과 협력해 문제 해결형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학생 주도형 창의 과제를 확대할 예정이다. AI 기반 창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제도 마련과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 운영도 함께 추진된다. 정부는 AI 교육혁신 성과를 대학 전반으로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내 57개 대학이 참여 중인 AI·SW 중심대학 협의회를 통해 교육 성과를 공유하고, 사업 참여 대학 외 대학으로도 AI 교육 체계를 확산할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이와 별도로 SW 중심대학이 아닌 일반 대학을 대상으로 AI중심대학 3개교를 추가 선정해 6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은 “AI가 산업과 일상 전반에 빠르게 확산되면서 대학 교육도 AI 중심으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대학이 축적해 온 SW 교육역량을 바탕으로 AI 교육혁신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중소벤처기업부·지식재산처와 기업의 문제를 직업계고(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들이 참신한 발상(아이디어)으로 해결하는 ‘제16기 지식재산(IP, Intellectual Property) 마이스터 프로그램’의 참가자를 7일부터 모집한다. ‘지식재산(IP) 마이스터 프로그램’은 직업계고 학생들이 기업의 문제 해결 방안을 구체화·고도화하고 이에 대한 시제품 제작부터 특허 출원까지 지원하는 사업으로 2011년 시작됐다. 지난 15년간 IP 마이스터 프로그램을 통해 총 1만5673건의 발상이 제안돼 특허 출원된 887건 중 70%에 해당하는 총 618건이 특허로 등록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 중 26%에 해당하는 164건은 산업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받아 기업에 기술이전 됐다. 이번 대회는 기업이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해결 발상을 제안하는 수요 기반 문제해결형 과정인 ‘주제(테마)과제’ 외에도 생활 속 모든 분야에 대해 새로운 발상을 제안할 수 있는 등 총 4개 분야로 나뤄 접수한다. 산업 현장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주제(테마)과제’는 대기업 및 공기업·중견·중소기업 등 총 35개의 기업이 다양한 분야의 과제를 제시했다. 참여를 희망하는 직업계고(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은 팀(2~3인, 지도교사 1인)을 구성해 28일 18시까지 발명교육포털(www.ip-edu.net)을 통해 제안서를 제출하면 된다. 이후 지식재산 전문가, 과제 제안 기업 등이 제안서를 심사해 60팀을 최종 선정한다. 선정된 60팀은 제안서의 발상이 가치 있는 발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6개월간 전문 변리기관의 상담(컨설팅) 등을 지원받는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기업의 난제를 참신한 발상으로 해결하며 청년 창업가의 꿈을 키워나갈 인재를 발굴‧육성하는 IP 마이스터 프로그램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앞으로 IP 마이스터 프로그램이 더 많은 직업계고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중소벤처기업부·지식재산처와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가정의 달 5월,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을 앞두고 한 사람의 ‘기록’ 이야기가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사)더불어사는사람들 이창호(71) 대표가 펴낸 『아버지의 일대기』는 단순한 가족사가 아니라, 한 세대의 삶과 가치, 그리고 다음 세대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은 기록이다. 1955년생으로 3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이 대표는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해왔다”고 담담히 말한다. 그러나 그의 행보는 결코 가볍지 않다. 2012년부터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무이자 대출 사업을 이어오며 약 1만 명에게 44억 원 규모의 지원을 실현했고, 비대면 상환율 약 90%라는 성과를 통해 신뢰 기반의 나눔 모델을 만들어왔다. 기부자의 참여로 이어진 이 활동은 ‘함께 사는 사회’라는 이름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 그가 펴낸 『아버지의 일대기』는 그가 평생 마음에 품어온 ‘가족’에 대한 책임과 사랑의 결실이다. 책은 부모님 사진과 가족 기념우표를 시작으로, 아버지의 생애를 중심에 두고 선대 자료, 조부모와 부모 세대의 사진, 편집 후기, 그리고 마지막 가족사진까지 이어진다. 단순한 회고를 넘어 한 집안의 계보와 삶의 흔적을 체계적으로 담아낸 구성이다. 이 대표가 163페이지에 걸쳐 아버지의 삶을 정리하며 가장 먼저 떠올린 장면은 ‘근면과 절약’이었다. 아버지에게 그것은 선택이 아닌 삶의 방식이었다. 더불어 조상의 삶과 죽음을 소중히 여기며 기록으로 남기는 태도 역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책을 쓰는 과정에서 그는 ‘몰랐던 아버지’를 새롭게 발견했다. 자식에게는 엄격했지만, 친척과 주변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베풀었던 모습, 그리고 4대 봉사(奉祀)를 지키며 조상에 대한 예를 다했던 삶이 그것이다. 어린 시절 기억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여름방학이면 교외선 기차를 타고 송추나 일영, 안양 유원지로 물놀이를 떠나던 시간들. 그는 “나 역시 자식을 키우며 비슷한 시간을 만들려 했지만, 아버지에 비하면 부족했다”고 돌아본다. 그 기억은 단순한 추억을 넘어, 부모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다시 묻는 계기가 되었다. 이 대표는 이번 작업을 통해 ‘기록의 힘’을 절실히 느꼈다. 그동안 몰랐던 친척들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경주이씨 익제공파 계보를 정리해 7촌 조카까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했다. 그는 이를 “가장 큰 보람”으로 꼽는다. 그는 “가족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면 그것이 집안의 뿌리가 되고, 공동체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고 강조한다. 출생률 감소와 가족 구조 변화 속에서, 이러한 기록은 단순한 과거 정리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나침반이 된다. 이 대표는 『난중일기』를 예로 들며, 개인의 기록이 시간이 지나 사회적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가정의 이야기가 쌓이면 그것이 곧 사회의 역사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책을 집필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어린 시절의 기억에 의존해야 했고, 무엇보다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에 함께 기록을 남기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건강하실 때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면 더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그의 말에는 깊은 여운이 담겨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그는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아들로서 느낀 아버지는 말없이 자식을 걱정하고 성장만을 바라는 존재였고, 기록자로서 바라본 아버지는 가족과 공동체를 지탱한 삶의 주체였다. 이 대표는 부모뿐 아니라 ‘스승’의 의미도 강조한다. 특히 고등학교 시절 담임이었던 이순목 선생님과의 인연은 그의 삶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이삿짐을 도와드리겠다고 먼저 나섰던 제자, 그리고 십 수년 간 신문 기사를 스크랩해 스승에게 헌정한 제자의 이야기는 오늘날 보기 드문 장면이다. 그는 현재우리나라 교육 붕괴의 해결책은 “예산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말한다. 담임교사와 학생이 1:1 개인상담 등 더 가까이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든다면, 존경과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제안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스승은 우리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식과 지혜, 인간관계를 가르쳐 주는 분입니다. 그래서 더 소중합니다.” 『아버지의 일대기』는 한 아들이 아버지에게 바치는 헌사이자, 다음 세대에게 건네는 질문이다. 우리는 과연 우리의 뿌리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그리고 그 이야기를 남길 준비가 되어 있는가.이창호 상임대표의 기록은 말한다. 삶은 결국 기억으로 남고, 기록될 때 비로소 다음 세대의 길이 된다고. 한편 (사)더불어사는사람들을 운영하고 있는 이 대표는 금융 소외계층에게 무이자, 무보증, 비대면으로 착한 대출을 10만~300만 원까지 하며 아름다운 제3의 인생을 살고 있다.
청소년 우울·불안 등 정신건강 문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학교 중심의 예방·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정서교육과 전문가 지원을 제도화해 학생 정신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소속 윤영석 의원(국민의힘)은 지난달 30일 학생 정신건강 증진교육과 전문인력 지원 체계를 신설하는 ‘학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학교보건법’은 흡연·음주 등 신체 건강 중심 관리에 머물러 있어 학생 정신건강에 대한 체계적 지원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위기청소년 10명 중 3명이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우울을 경험하고, 21.5%가 자해를 시도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상황이다. 이에 개정안은 학생의 정신건강 증진과 사회·정서 역량 함양을 위한 교육 실시를 의무화했다. 교육 내용에는 정서조절, 스트레스 관리, 우울·불안 예방, 생명존중 및 자살 예방, 또래 관계 및 의사소통 능력 향상 등이 포함되도록 했다. 또 교육감이 정신건강 전문인력을 지정해 학교에 지원하고, 교육지원청 단위로 순회 지원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인력은 정신건강전문요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임상심리사, 관련 경력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다. 아울러 정신건강 교육은 기존 보건교육과 연계해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전문인력 배치 기준과 운영 방식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학교 현장에서 학생 정신건강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 중심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윤영석 의원은 “학생 정신건강 문제는 학업중단과 학교폭력 등 다양한 교육 문제와 연결돼 있다”며 “학교 중심의 예방·조기개입 체계를 구축해 학생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신건강 교육과 전문가 지원을 통해 보다 촘촘한 학교 보건체계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학교민주시민교육법안’에 대해 한국교총이 반대 의견을 국회에 전달했다. 교총은 지난달 30일 해당 법안과 관련한 검토 의견서를 고 의원실에 제출하고 “민주시민교육은 이미 학교 교육 전반에서 핵심 가치로 다뤄지고 있는 만큼 이를 별도의 법률로 제정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총은 민주시민교육의 성격과 위치를 강조했다. “민주시민 양성은 공교육의 핵심 목표로, 교육과정과 각 교과를 통해 충분히 구현되고 있다”며 “교육기본법에서도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기르는 것을 공교육의 기본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제도적으로 자리 잡은 내용을 별도 법률로 다시 규정하는 것은 중복 입법 성격이 강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별도 법률 제정이 가져올 수 있는 정책적 방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민주시민교육만을 별도의 법 체계로 분리할 경우 교육 내용과 방법, 체계 전반을 국가가 관리·통제하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별도 교과 신설 등 특정 제도 변화가 추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와 같은 변화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함에도 현재로서는 그러한 기반이 충분히 형성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논쟁적 수업 운영에 대한 보호 장치 부재도 핵심 문제로 제기됐다. 교총은 “선거, 사회 갈등, 혐오 문제 등은 본질적으로 논쟁적 성격을 지닌 사안”이라며 “이러한 주제를 다루는 민주시민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명확한 기준과 실질적인 보호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과거 일부 교육청과 단체가 선거교육을 명분으로 실제 후보자를 대상으로 모의투표를 실시하고 결과를 공표해 논란이 된 사례도 있었다”며 “교육과 정치의 경계가 흐려질 수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엄격한 기준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현행 제정안은 교원이 준수해야 할 원칙만을 나열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민원이나 분쟁으로부터 교사와 학교를 보호할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장치는 부족하다”고 보고 “이 경우 교사들이 교육활동 과정에서 부담을 느끼고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시민교육위원회 설치 계획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교총은 “위원 위촉 기준이 법조계·종교계·언론계·문화계 또는 시민단체 추천 등으로 규정돼 있으나, 선정 기준이 모호하고 객관성이 부족하다”며 “별도 위원회를 설치해야 할 필요성과 당위성 역시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학교 운영 측면에서도 부담 증가 가능성이 언급됐다. 교총은 “학교장이 매년 민주시민교육 계획을 별도로 수립·운영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학교 교육활동의 자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현장에 또 다른 행정 부담을 추가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교총은 이번 의견서를 통해 “민주시민교육은 특정 교과나 법률로 분리하기보다 전 교육과정 전반에서 통합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현장 여건과 교원 보호를 충분히 고려한 신중한 입법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배경학생 상당수가 이주배경학생과 유사한 교육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지원 정책은 여전히 분리돼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학생의 실제 교육적 필요를 중심으로 정책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최근 발간한 KEDI BRIEF 제6호 ‘북한배경학생은 어떠한 교육을 경험하는가?’에 따르면 북한배경학생은 본인이나 부모 중 한 명 이상이 북한이탈주민인 초·중·고 재학생으로 2025년 4월 1일 기준 전국에 2915명이 재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구성도 변화했다. 정책 도입 초기에는 북한 출생 학생이 중심이었지만 현재는 제3국 및 국내 출생 학생이 전체의 90.1%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주 경험, 한국어 학습, 문화 적응 등에서 이주배경학생과 유사한 특성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학습 측면에서도 격차가 확인됐다. 북한배경학생과 이주배경학생은 일반 학생에 비해 수업 이해도와 학업성취 수준이 낮은 경향을 보였으며 특히 제3국 출생 학생과 초등학생 집단에서 한국어 지원 요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은 개별 학습지도, 중·고등학생은 상대적으로 학습지와 보충교재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진로 영역에서도 지원 필요성이 두드러졌다. 북한배경학생은 여러 영역 중 진로 지원 요구가 가장 높았으며 특히 북한 출생 학생과 고등학생 집단에서 요구 수준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제3국 출생 학생은 진로 탐색 수준이 낮아 별도 지원이 필요한 집단으로 제시됐다. 심리·정서 측면에서는 초등학생의 또래 관계 지원 요구가 높았고 제3국 출생 학생은 상담 지원과 가족 관계 개선 요구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는 가정 환경의 취약성과 함께 가족 단위 지원 필요성을 보여주는 결과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정책 구조다. 학교 현장에서는 북한배경학생 지원과 이주배경학생 지원이 제도적으로 분리돼 학생의 필요에 따른 지원이 제한되는 사례가 확인됐다. 일부 학교는 한국어 교육과 방과후 학습, 통역 등을 통합 운영하고 있었지만 다른 학교에서는 정책 범주에 따라 지원이 나뉘는 모습이 나타났다. 특히 한 사례에서는 전교생의 약 80%가 제3국 출생 북한배경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제도적으로 이주배경학생으로 분류되지 않아 관련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확인됐다. 이는 정책 대상 구분이 학생의 실제 교육적 필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북한배경학생 지원 정책을 이주배경학생 지원과 분리하기보다 ‘이주’라는 경험을 중심으로 통합적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다문화교육, 한국어 교육, 지역사회 연계, 전문인력 확충 등에서 정책 간 연계·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탈북 과정에서의 트라우마, 가족 해체와 재구성, 사회적 편견 등 북한배경학생의 특수한 맥락을 반영한 맞춤형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가 학생의 필요에 따라 예산과 정책을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안도 과제로 제시됐다. 연구진은 “북한배경학생 교육 지원은 이주배경학생 지원과 연계하되, 북한이탈의 특수한 맥락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