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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서울 시장 보궐 선거가 끝났다. 선거 다음 날, 언론은 선거 결과에 대한 분석 기사를 쏟아냈다. 20·30대의 표심이 1년 전 총선 때와는 확연히 다른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그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사람을 뽑는 걸까. 시장 선거이니 공약도 보고 정당도 보았을 테다. 그리고 아마도 많은 사람이 이 점에 주목하지 않았을까 한다. 이 후보의 말이 거짓말이냐 아니냐, 저 후보가 하는 말의 끝에는 민주주의가 있느냐 전체주의가 있느냐. 사람보다도 정당이 더 컸던 선거였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언제 피나 과거에는 지금보다도 더 폭력과 권력이 친했다. 나라 안에서도 그랬고 교실 안에서도 그랬다. 오래된 문학작품이나 드라마를 보면, 그 안에 있는 선생님들은 대개 폭력을 권력처럼 휘두르는 학생을 알아보지 못했다.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는 이름처럼 단단하고 매서워 보이는 엄석대가 나온다. 30대 이상(소설은 1987년, 영화는 1992년에 나왔으니 엄석대를 안다면 그것도 중반 이상일 것이다)의 사람들은 급우들 위에 군림하다 몰락하는 엄석대의 모습에서 리더의 자질을 배웠다. 그러나 그 배움은 모델링의 배움이라기보다는 타산지석형 배움이었다. “저러면 안 되는구나.” 무자비하게 폭력형 권력을 휘두르는 리더는 존속하지 못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그러면 어떻게 해야 좋은 리더인지까지는 배우지 못했다. 석대에게 대항하다 결국 석대의 권력 아래 충복이 되어버렸던 병태처럼, 범인(凡人)들 자신도 끝내 리더는 되지 못했다. 20·30대가 학교를 다닌 시절에는 전교 임원·학급 임원도 스펙의 하나였다. 스펙 한 줄의 가치는 알지만 리더십을 모르는 리더들이 대학에 갔다. 그들도, 그들을 뽑았던 학생들도 모두 취업을 위한 리더십을 계발했다. ‘어린 어른’이 된 사람들에게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는 군계일학이 되어야 함, 그뿐이었다. ‘풍요롭고 행복한 공동체’ 같은 이상향은 자신이 태어나기 30·40년 전에 있었다는 새마을운동 같은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소설에서 상처 입고 사라진 ‘일그러진 영웅’은 현실에서도 다시 핀 적이 없다. 리더의 조건 리더십에는 두 종류가 있다. 타인을 이끄는 리더십과 자신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는 리더십이다. 리더십이 있는가를 물을 때는 이 두 가지를 구별하여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한 학생이 전교 임원 선거에 나간다고 하자. 그때 이 학생이 보여주어야 하는 리더십은 전자이기는 하지만 리더로 지내는 과정에서 부딪힐 수많은 난관과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것은 후자의 리더십이다. 오히려 후자에서 전자가 나온다. 자신의 마음을 관리할 수 있는 성찰 능력과 인내 등 내면의 힘이 결국 타인의 마음을 살피며 설득하고 통합시키는 외면의 힘이 된다. 즉, 타인과 자신을 모두 잘 이끌 수 있는 사람이 좋은 리더이다. 안타깝게도 지금 2030세대는 타인을 이끄는 리더로 본보기를 삼을 만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 현실에는 위인전에서 볼 법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들이 아는 영웅, 자신을 성공적으로 이끈 리더는 김연아 선수나 초·중학교 시절 열광했던 히딩크 감독 정도이다. 학교에서는 리더십 교육이라는 것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내가 모델을 보지 못했고 리더가 무엇인지 몰랐으며 되어본 적이 없는데 미래세대에게 어떻게 리더가 되는 방법을 가르치는가? 때가 되면 나라에서 선거를 치르고, 신학기가 되면 임원선거를 하지만 어른이 리더십을 모르고 자랐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다. 최근에 터져 나온 학교폭력 미투는 이런 고질적인 리더십 부재와 무지에 뿌리가 있다. 대부분의 학교폭력 가해자들은 폭력으로 산 권력을 다른 사람에게 휘둘렀다. 또 자신을 사랑하고 스스로 바른길로 이끄는 방법을 몰랐다. 리더십에 무지한 사회에는 자질 없는 리더가 태어나기 마련이다. 자격 없는 사람이 권력을 잘못된 방법으로 잡아 리더행세를 하고, 주변 사람들은 그 모습을 방조하기 때문이다. 늑대에게 배우는 리더십 EBS 지식채널e 영상 중 ‘늑대들의 합창’이라는 영상이 있다. 늑대의 지능은 매우 높고 생존을 위해 공동체생활을 한다. 영상 속에서 늑대들은 실제로 합창을 한다. 먹잇감이 부족한 겨울, 무리를 대표해 홀로 사냥감을 물색하러 나갔던 리더 늑대가 끝내 사냥감을 찾지 못했을 때 걱정과 슬픔을 담아 선창을 한다. 그러면 다른 늑대들이 격려와 위로의 의미를 담아 단체로 울음소리를 내며 응답하는 것이다. 굶은 채로 홀로 3·4일을 정탐하고 온 우두머리의 아픔을 다른 늑대들은 이해한다. 우두머리는 공동체를 걱정하고 슬퍼한다. 흔히들 동물의 세계에서는 가장 힘이 센 자가 리더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늑대사회에서는 난폭하고 싸움에 능한 늑대는 우두머리가 될 수 없다. 다른 늑대들이 공포를 느껴 무리를 떠날 경우 공동체가 무너지고 생존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모두의 동의를 얻어 우두머리가 된 늑대는 무리에서 싸움이 일어나도 힘으로 제압하지 않는다. 싸우고 있는 늑대 중 힘이 센 늑대에게 장난을 걸어 공격성을 줄이는 지혜를 보인다. 마치 사람이 유머로 위기를 넘기는 것과 같다. 진지한 리더십에 부족한 것 창의력 교육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김경희 교수(윌리엄메리대학교)는 저서 틀 밖에서 놀게 하라에서 지도자가 될 아이들의 필수요건으로 유머 감각을 꼽았다. 유머러스한 태도를 가진 아이는 누군가의 비난을 들었을 때 웃어넘길 수 있는 내면의 힘이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 그 어려움에 집착하지 않고 넓고 편안하게 바라보는 마음역량을 발휘하여 고정관념을 극복한 다양한 해결책을 생각해낼 수 있다. 책에서 김경희 교수는 유머러스한 태도를 어릴 때부터 길러주기 위해서는 아이가 많이 웃게 하고, 아이가 다른 사람을 웃기게 하는 여유를 주어야 한다는 팁도 준다. 다른 사람의 농담이나 비난에 화를 내거나 공격적으로 대꾸하는 대신, 웃음으로 받아치는 연습을 하게 해야 한다는데 그러기엔 우리 문화의 어른들은 꽤, 많이, 늘 진지하다. 예의와 체면을 강조하는 문화도 유머와 관대한 리더십이 발휘되기 어려운 환경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의연함과 긍정적인 웃음, 유연함을 유지하게 하는 유머를 나도 갖고 싶다. 그런 염원을 마음에 간직하며 고개를 들어 세상을 본다. 네거티브 공격으로 점철된 선거판과 친구가 임원인 자신에게 ‘대들었다’고 표현하는 어린 학생이 보인다. 누구에게도 잘못은 없다. 다만 진짜 리더는 어때야 하는지, 모두가 제대로 배우지 못했을 뿐이다.
상자 속 친구 (이자벨라 팔리아 지음, 파올로 프로이에티 그림, 김지연 옮김, 이야기공간 펴냄, 32쪽, 13,000원) 평화로운 숲속에 갑자기 나타난 이상한 상자, 구멍이 두 개 뚫린 커다란 상자를 발견한 동물 친구들. 상자 속의 누군가를 밖으로 나오게 하기 위한 동물 친구들의 기다림과 배려, 따뜻한 마음은 진정한 배려와 소통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미래를 바꿔 나갈 어린이를 위한 기후 위기 안내서 (안드레아 미놀리오 지음, 라우라 파넬리 그림, 김지우 옮김, 원더박스 펴냄, 64쪽, 17,000원) 지구 온난화, 해수면 상승, 생물 다양성 감소, 사막화 등 기후 위기의 모습을 15가지 핵심 주제로 나눠 설명하고 있다. 기후 위기의 과학 원리, 사회적 원인부터 진행 과정,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실천해야 할 사항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하나의 주제별로 4쪽에 걸쳐 명료한 글과 인포그래픽을 활용해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나의 첫 주식공부 (이완배 지음, 북트리거 펴냄, 220쪽, 14,500원) 최근 주식열풍이 불면서 주식으로 수천만 원을 벌고, 대기업 주주총회장에 온 초등학생 이야기가 화제다. 더 이상 청소년에게 주식투자가 낯선 단어가 아닌 현실. 그러나 주식의 작동원리, 주식 용어나 차트 읽는 법부터 작전세력의 주가 조작 등을 모른 채 맹목적으로 투자를 할 수는 없다. 종합일간지에서 오랫동안 증권 담당기자로 일했던 저자가 증권사 보고서 한 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던 초보 기자 시절을 떠올리며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주식 초보들이 알아야 할 기본 지식을 풀어냈다.
안녕 나의 우주 (오시은 지음, 바람의 아이들 펴냄, 226쪽, 13,000원) 아빠와 단둘이 낯선 섬에 들어와 살던 열네 살 주인이. 천문학자인 아빠의 갑작스러운 사고사로 홀로 섬에 남게 된 주인이에게 스스로를 외계에서 왔다고 소개하는 어수룩한 남자가 나타난다. 아빠의 죽음으로 어리둥절한 소년은 이 외계인을 돌보고 가르치고 숨겨주는 임무를 맡게 된다. 주인이는 일상생활에서 어린아이보다 무능력한 이 외계인과 함께 지내는 과정을 통해 아빠의 죽음을 받아들이며 자신의 단단한 내면을 알게 된다.
절반의 한국사 (여호규 등 10명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256쪽, 16,500원)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이 들어선 곳이자 가장 광대한 영토를 경영한 고구려와 발해의 발판이 된 곳, 고려와 조선이 외세의 침입을 막고 무역을 하던 역사의 현장인 한반도의 북쪽 지역. 각 분야 전문 학자 10인이 고조선에서 남북 분단기까지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북쪽 역사에서 시대를 대표하는 핵심적이고 흥미로운 주제들을 뽑아 쉽고 명료하게 서술했다. 지금은 직접 찾아볼 수 없는 유물과 지도 자료 등을 다양하게 배치하고 있어 북쪽의 역사를 생동감 있게 접할 수 있다.
온앤오프 연계수업 (참쌤스쿨 지음, 교육과실천 펴냄, 2746쪽, 18,000원) 코로나19로 온라인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이 혼재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블렌디드 수업’이 중요해졌다. 전국 단위의 디지털 교육 콘텐츠 연구 모임인 ‘참쌤스쿨’ 선생님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한 전 과목 수업사례와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교사에게 꼭 필요한 온라인 도구, 프로그램, 앱 등을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자세히 안내해 준다.
신규교사 살아남기 (김수정·최보민 지음, 에듀니티 펴냄, 448쪽, 19,000원) 유튜브 채널 ‘옆 반에 물어봐’를 운영하는 현직 교사 두 명이 신규교사들을 위한 학교생활 ‘꿀팁’을 공개한다. 교육용 인증서를 발급받고 업무포털에 접속하는 것부터 공문 접수, 복무 상신, 학교 용품 구매 등 물어보기는 부끄럽지만 혼자 하자니 어려운 소소한 학교 업무를 비롯해 학생들과의 첫 만남, 학부모 총회, 공개수업,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등 월별 학급운영 방법을 세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저자의 경험담과 실수담까지 담으며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요즘 학교현장에는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교육효과를 높이려는 에듀테크 활용 바람이 불고 있다. 에듀테크는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교육에 활용되는 기술을 의미한다. 국내에서 에듀테크는 오래전부터 활용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그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해외에서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에듀테크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다. 특히 IT 기술력이 발달한 나라일수록 IT를 교육에 접목하려는 노력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에듀테크를 통한 학생 개인별 학력 관리 미국에서는 초·중등학교 졸업률이 우리나라만큼 높지 않다. 특히 고등학교 졸업률이 낮은데 국립교육통계센터(National Center for Educational Statistics)에 따르면 2017~2018년 기준으로 평균 85%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미국의 많은 교육관계자들은 학교 졸업률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그중 조지아주의 포시스 카운티 학구에서는 에듀테크를 이용하여 학생들의 평소 학력을 관리하고 결과적으로는 전체 평균 94%인 초·중등학교 졸업률을 100%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포시스 카운티 교육청에서 학생들의 학력 관리를 위해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학생 개개인의 학력에 관한 기초 데이터를 수집하여 분석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포시스 카운티 학구는 조지아주에서 7번째로 큰 학구로써 40개의 초·중등학교에 5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 개개인의 학력 기초 데이터의 양은 너무 방대하여 이를 분석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포시스 카운티 교육청은 에듀테크를 과감히 도입하여 활용하였다. 포시스 카운티 교육청이 초·중등학생의 학력 빅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도입한 에듀테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Power BI(Business Intelligence)였다. Power BI는 기업용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으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석하여 그 결과를 다양한 형태로 보여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포시스 카운티 교육청에서는 Power BI를 이용하여 학생 개개인별 내신성적, 학업 스케줄, 수상 실적, 징계 이력, 졸업 위험요인 등을 종합 분석하고 다른 학생들과의 상대적 비교를 통해 학생별 대학 및 취업 준비 점수(CCRPI: College and Career Ready Performance Index)를 산출해 향후 학업 및 진로선택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분석결과를 토대로 성적이 떨어지는 추세에 있거나 학력 미달 학생이 발견되면 교육청은 즉시 이 학생에 대한 학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교폭력과 같은 사건의 생활지도를 위하여 학생들의 징계 조치를 추적하고 분석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주요 사건의 발생 실태를 모니터링하고 사건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며, 사건이 발생하면 피해학생을 선제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우수한 기능에 대해 개발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사는 Power BI의 자동화된 기계학습과 방대한 과거 학력 기초 데이터에 의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에듀테크를 통한 비대면 정규 수업 운영 캐나다의 토론토에 있는 TVO는 우리나라의 EBS와 비슷한 교육방송기관이다. TVO는 온타리오 교육청의 파트너 교육기관으로 단순히 교육방송 프로그램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에듀테크 기술들을 이용해 144개의 온라인 학습과정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2만 명 이상의 학생이 등록하고 있다. TVO의 대표적인 학습과정 중 하나로 Mathify가 있는데 이는 6학년부터 10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사와 학생이 일 대 일로 온라인학습을 진행하는 과정이다. Mathify는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수학문제를 언제 어디서나 교사에게 질문하고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시스템과 교사 체제를 갖추고 있다. Mathify의 가장 큰 장점은 실시간 상호작용(interactive) 에듀테크를 개발하여 일 대 일 맞춤학습을 진행하는 것이다. TVO가 개발한 Mathify의 일 대 일 학습기능은 교사와 학생이 실시간으로 필기나 도식을 그리면서 음성과 문자메시지로 학습내용을 설명하고 질문할 수 있는 인터렉티브 화이트보드이다. TVO의 또 다른 우수학습과정으로는 융합교육(STEAM)을 실시하는 mPower 과정이 있다. mPower 과정은 3학년~6학년을 대상으로 운영되며, 교육적 게임이나 실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형태의 흥미있는 학습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평가기능으로 학생들의 학습상태를 분석해 보여주는 개인별 리포트와 학급 리포트가 제공되며, 학구 내 다른 학생의 학습상태와도 비교해 볼 수 있는 커뮤니티 갤러리가 제공되고 있다. 향후 에듀테크 활용 방향 미국과 캐나다의 에듀테크 활용사례를 비추어볼 때, 에듀테크는 첨단기기나 소프트웨어를 교육현장에 제공해 주었던 기존의 교육정보화 사업과는 차이가 있다. 에듀테크 활용은 교육활동에 효과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기나 소프트웨어를 보급해 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효과적인 교육활동이 가능하도록 운영적인 뒷받침까지 이루어져야 한다. 미국과 캐나다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에듀테크 활용의 궁극적인 목표는 학생별 개인화된 학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각 개인별 학습데이터를 방대하게 수집해야 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석하여 개인별 학습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은 단순히 첨단의 기기나 소프트웨어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며, 이를 체계적이고 신뢰성 있게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는 인력과 조직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에듀테크를 의미 있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학생·교사·학부모에게 학생 개개인의 학습상태를 정확하게 분석하여 제공해 줄 수 있는 별도의 지원 조직과 인력이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해외에서는 이미 이러한 역할을 IT 코디네이터라는 전문 인력이 수행하고 있다.
돈을 이렇게 마구 풀어도 될까요? 시중 통화량(M2)이 3,20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그야말로 단군 이래 최대입니다. 미국은 훨씬 더합니다. 바이든 정부가 또 ‘2,500조 원’ 규모의 경기부양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미국은 정부의 빚이 연간 GDP보다 높은 나라입니다(한 해 매출보다 은행 대출금이 더 많은 식당이다). 시중 통화량이 범람해 주가에서 부동산, 심지어 비트코인까지 폭등하고 있습니다. 궁금한 게 있습니다. 그런데 ‘재정’과 ‘통화’는 어떻게 다를까요? 재정이란 정부가 세금을 거둬 쓰는 예산을 ‘(정부)재정’이라고 합니다. 우리 정부의 올해 재정은 555조 원 정도입니다. ‘통화량’은 이를 포함한 시중에 공급된 화폐의 총량입니다. 그러니 ‘통화량’이 ‘재정’보다 훨씬 더 큰 보따리입니다(그러데 국회의원 중에도 이 통화와 재정을 혼재해서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원래 국가(정부)는 세금을 거둔 만큼 예산을 쓰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1929년에 미국에 대공황이 터지고, 케인즈(John Maynard Keynes)라는 경제학자가 정부가 재정을 ‘추가로’ 투입해 경기를 살릴 수 있다는 ‘비법’을 발견합니다. 정부가 빚을 내서라도 댐이나 고속도로를 지으면, 그 돈이 시장으로 흘러들어 또 누군가의 소비를 불러온다는 겁니다(이렇게 당연한 걸 우리는 왜 몰랐지?). ‘토마스는 정부가 (필요하지도 않은) 댐건설 현장에 가서 열심히 일해서 100달러를 벌었다. 그는 이 돈으로 운동화를 사고, 미용실을 다녀왔다. 운동화 가게와 미용실은 그만큼 소득이 늘었다. 운동화 가게와 미용실 원장님은 그 돈으로 또 다른 소비를 한다. 이렇게 소비가 늘어난 만큼 경기가 좋아진다.’ 자, 이 비법을 알아냈으니 이제 ‘재정정책’이 만들어집니다. 대표적인 게 ‘보조금’입니다. 코로나로 위기에 빠진 서민들에게 돈을 직접 지급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 돈이 마중물이 돼 경제가 살아납니다. ‘총수요’가 늘어납니다. 그런데 수요가 너무 늘어 물가가 오르면(인플레이션) 어떡하죠? 그럼 정부가 재정투입을 줄이면 됩니다. 케인즈는 정부를 자동차에 비유해서, 경기를 살리려면 ‘재정투입 확대+세금 덜 거두기’라는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되고, 경기가 너무 과열되면 ‘재정투입 축소+세금 더 거두기’라는 브레이크를 밟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통화란 경제가 발전하면서 정부는 시장에 돈을 공급하는 기관을 따로 두기로 했습니다. 왕이나 대통령이 자꾸 돈을 찍어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돈이 시장의 필요(수요) 이상으로 공급되면 그만큼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합니다. 실제 1940년부터 1980년까지 40년 동안 물가는 400%나 올랐습니다. 그래서 생겨난 게 중앙은행입니다. 영국중앙은행인 영란은행(Bank of England)은 1694년(조선 숙종 때)에 탄생했습니다. 한참 뒤에 탄생한 미국의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위(Fed)는 조금 다른 이유로 만들어졌습니다. 시중에 돈의 양이 잘 통제되지 않고, 그래서 갑자기 멀쩡한 은행이나 기업이 망하는 일이 많아지니까, 로스차일드 가문 같은 억만장자들이 돈을 모아 ‘최후의 대부자(Last lender of resort)’를 만들었습니다. 은행이 돈이 필요하면 급전을 빌려주는 ‘최후의 대부 기관’을 만든 겁니다. 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내려서 시중의 ‘통화량’을 결정합니다. 중앙은행장의 독립은 그래서 철저히 보장됐습니다. 기재부 장관이 금리에 대해 언급만 해도 한국은행에 대한 월권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최근 금융위기가 되풀이되면서, (다 망하게 생겼으니까) 이 원칙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위기가 반복되고, 중앙은행은 금리를 바닥까지 내리고, 이제 더 이상 내릴 기준금리도 없습니다. 시중 통화량은 무한정 늘어납니다. 이렇게 금리를 내리면 시중의 ‘돈값’이 내려갑니다. 1억 원을 대출받아 미용실을 차리려고 했던 찰스도, 8천억 원을 들여 반도체 라인을 증설하려고 했던 반도체회사도 이자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 투자를 결정합니다. 사람을 더 고용하고 월급을 지급합니다. 이 돈이 시장으로 흘러들어 경기를 살려냅니다. 이자율이 낮아지면 돈은 늘 이자율이 더 높은 곳을 찾아갑니다. 만약 미국의 금리가 우리보다 높다면 ‘원화’는 (이자를 더 주는) 미국으로 빠져나갑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낮췄다. 투자자 엘리자베스는 한국에 투자해 놓은 돈을 빼서 금리가 더 높은 미국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한국 외환시장에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인다. 외환시장에 원화를 팔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달러를 사겠다는 사람이 늘어난다. 원화가격은 내려가고, 달러 가격은 올라간다. 원화가격이 내려가면 수출은 더 유리해진다. 이렇게 금리를 낮추면 소비와 투자, 수출이 늘어난다.’ 반대의견도 있다. 밀턴 프리드먼 같은 ‘통화주의’ 경제학자는 정부가 재정을 확대해 경기를 살리는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믿습니다. “정부는 형편없는 운전수야!”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세금을 더 거둬 가면, 주머니가 가벼워진 국민들은 무슨 돈으로 소비를 하나?” 그러니 중앙은행이 중심이 돼 경기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를 망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럼 중앙은행은 언제까지 돈을 풀어 경기를 살려야 할까? 그 기준은 어디일까? 실업률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지만, 보통 물가인상률이 2%가 될 때까지 돈을 풀어냅니다. 우리 한국은행도 그래서 물가인상률 2%가 늘 목표치입니다. 한해 공부를 열심히 해서 한 2% 정도 성적이 오르는 것이 제일 좋다고 보는 겁니다. 그 이상 성적이 올라가면(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부작용이 더 크다고 보는 겁니다. 그런데 코로나19라는 비상상황에서 미 연준(Fed)은 이마저 무시하는 분위기입니다. 연준 의장이 “물가인상 조짐이 보이니 조만간 금리를 좀 올려볼까요?”라고 말하는 순간 세계 금융시장은 얼어붙습니다. 이를 ‘긴축 발작(taper tantrum)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환자가 퇴원한다는 말만 들어도 기절하는 겁니다. 실제 비슷한 언급만 나와도 증시가 폭락 조짐입니다. 그래서 그냥 모른 척하기로 결심한 것 같습니다. 시대가 그렇습니다. 인류는 100여 년 전부터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통해 ‘성장’과 ‘물가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아왔습니다. 하지만 지구인이 전혀 예측 못 한 바이러스의 공격에 경제학 교과서는 모두 수정되고 있습니다. 무한정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고 있습니다. 100년 전 레닌은 자본주의를 망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돈의 타락’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돈을 마구 풀어낸 다음은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그건 일단 바이러스를 이겨내고 생각해보죠.
민들레 무리가 곳곳에서 노란 세상을 만들고 있다. 공터는 물론 보도블록 사이 등 조그만 틈이나 흙만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민들레가 자랄 정도다. 사람들이 흔히 민들레라 부르는 것에는 토종 민들레와 귀화식물인 서양 민들레가 있다.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이 야생화 공부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둘을 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서양 민들레는 꽃을 감싸는 총포 조각이 아래로 젖혀져 있지만, 토종 민들레는 총포 조각이 위로 딱 붙어 있다. 민들레 꽃대를 젖혀 살펴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토종인지 외래종인지 확인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자주 보다 보면 굳이 총포를 살펴보지 않아도 두 민들레를 구분할 수 있는 시기가 온다. 서양 민들레는 꽃 색깔이 샛노랗지만, 토종 민들레는 연한 노란색으로 담백하기 때문이다. 또 민들레는 잎 결각이 덜 파인 편이지만 서양 민들레는 깊이 파인 점도 다르다. 요즘엔 토종 민들레 대신 서양 민들레가 더 흔하다. 서울 등 도심에서는 토종 민들레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서양 민들레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서양 민들레는 1910년쯤 들어온 귀화식물이다. 그런 서양 민들레가 토종 민들레를 밀어내고 세력을 키울 수 있는 이유는 왕성한 번식력 때문이다. 토종 민들레는 4~5월 한 번만 꽃이 피지만, 서양 민들레는 봄부터 초가을까지 여러 번 꽃을 피워 번식할 수 있다. 꽃송이 하나당 맺히는 씨앗의 숫자도 서양 민들레가 훨씬 많다. 토종 민들레와 서양 민들레가 좋아하는 서식지는 비슷할 수밖에 없는데, 서양 민들레가 그 자리를 선점하면서 토종 민들레는 설 자리를 잃은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시골에서도 토종 민들레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하나 다행인 것은 토종 민들레와 서양 민들레는 교차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토종 민들레가 밀려나면서도 순수성을 지켜가고 있는 셈이다. 언젠가 계기를 마련해 토종 민들레가 대대적인 반격을 하리라 믿는다. 꽃 색깔이 하얀 흰민들레도 있는데, 역시 토종이다. 흰민들레는 시골에 가면 좀 볼 수 있다. 약으로 쓴다고 일부러 기르는 경우도 많다. 아무데서나, 눈물겹도록, 노랗게 피어나는 민들레꽃 박완서의 옥상의 민들레꽃은 어린아이 시선으로 한 고급 아파트 주민들의 세태를 바라본 동화인데, 민들레가 생명의 상징으로 나오고 있다. 1979년 샘터사에서 낸 작가의 첫 동화집 달걀은 달걀로 갚으렴에 들어 있는 단편 중 하나다.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궁전아파트에서 할머니 자살 사건이 잇따라 생긴다. 주민들은 대책회의를 열어 사고 방지책을 논의하지만, 아파트값이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할 뿐이다. 이 자리에서 어린 ‘나’는 자살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민들레꽃이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보다 어릴 때 ‘나’는 가족들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줄 알고 죽으려고 옥상에 올라갔는데 옥상에 핀 민들레꽃을 보고 자살을 포기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부분은 다음과 같다. 그때 나는 민들레꽃을 보았습니다. 옥상은 시멘트로 빤빤하게 발라 놓아 흙이라곤 없습니다. 그런데도 한 송이의 민들레꽃이 노랗게 피어 있었습니다. 봄에 엄마 아빠와 함께 야외로 소풍 가서 본 민들레꽃보다 훨씬 작아 꼭 내 양복의 단추만 했습니다만 그것은 틀림없는 민들레꽃이었습니다. (중략) 흙이랄 것도 없는 한 줌의 먼지에 허겁지겁 뿌리 내리고 눈물겹도록 노랗게 핀 민들레꽃을 보자 나는 갑자기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 주인공이 민들레는 옥상의 열악한 환경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곱게 웃으며 꽃을 피우는데, 자신은 생명을 하찮게 여기고 함부로 버리려 한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장면이다. 그리고 ‘나’는 집으로 돌아와 따뜻하게 반겨 주는 가족들의 사랑을 확인했다. 작가는 이처럼 민들레꽃을 통해 어린아이 눈으로 바라본 어른들 모습을 그려내면서 생명의 소중함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다. 무수한 발길에 짓밟힌 데도 민들레처럼 민들레는 국화과 여러해살이풀로, 햇볕이 잘 드는 산과 들, 길가 빈터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동화에서처럼 흙이 조금만 있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 민들레는 꽃대 하나가 한 송이 꽃처럼 보이지만, 실은 수십 개의 작은 꽃송이들이 모여 있는 것이다. 국화과 식물의 특징이기도 하다. 민들레는 친근하고 서민적인 꽃이다. 또 밟아도 밟아도 견디며 꽃을 피우기 때문에 강인한 생명력의 상징이다. 그래서 이 동화에서처럼 여러 예술분야에서 서민과 희망의 상징으로 많이 쓰였다. 민들레라는 이름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2019년 나온 영화 ‘말모이’에서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은 민들레의 이름 유래가 ‘문둘레’라고 말한다. 옛날에 문 둘레에 민들레가 흔해 이 같은 이름이 생겼다는 것이다. 야생화 고수(高手)인 이재능 씨는 책 꽃들이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꽃나들이)에서 ‘문둘레’ 유래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어쩌면 숲도 밭도 논도 아닌 밋밋한 들판 아무 곳에나 피는 꽃, 그러니까 ‘민들에’ 지천으로 피고 지는 꽃으로 봐줘도 그럴싸하지 않은가”라고 했다. 그는 “수백 수천 년을 불러온 꽃 이름의 의미를 알아내기란 50대조 할아버지 초상화 그리기보다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민들레의 영어 이름은 댄딜라이언(dandelion)으로, 사자의 이빨이란 뜻이다. 잎에 있는 톱날처럼 생긴 결각 때문에 붙은 이름일 것이다. 민들레와 관련해 잘못 쓰이는 용어 중 하나가 ‘홀씨’라는 단어다. ‘민들레 홀씨 되어’라는 80년대 대중가요 때문인지 사람들이 흔히 ‘민들레 홀씨’라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홀씨는 식물이 무성생식을 하기 위해 형성하는 생식세포를 말한다. 따라서 홀씨는 고사리 같이 무성생식을 하는 식물에나 맞는 표현이다. 엄연히 수술과 암술이 있는 민들레는 홀씨가 아니라 꽃씨 또는 씨앗이라고 해야 맞다. 민중가요 중 ‘민들레처럼’이라는 노래가 있다. 좌절을 느끼거나 자존심 상해도 참아야 할 일이 있을 때, ‘무수한 발길에 짓밟힌 데도 민들레처럼’, ‘특별하지 않을지라도, 결코 빛나지 않을지라도’, ‘흔하고 너른 들풀과 어우러져 거침없이 피어나는 민들레’라는 대목을 음미하면서 위안을 얻을 때가 있다. 이 노래에는 투혼·해방 같은 직설적인 운동권 용어도 나오지만, 그냥 서정적인 노래로 들어도 괜찮다. 아마 박완서 작가 마음도 이 노래에 나오는 가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새로운 기준과 새로운 방식을 요구하는 뉴노멀 시대를 맞고 있다. 학교교육도 예외가 아니며 오히려 전방위적인 변화의 중심에 학교가 서 있다. 경험을 통해 얻어지던 지혜만으로는 불확실성의 이 시대의 교육을 이끌어 갈 수 없게 되었다. 스마트한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지금 자양고가 그 길로 접어들고 있다. ‘자발과 참여’라는 핵심가치를 가진 교원학습공동체를 중심으로 교사 간 세대를 뛰어넘는 리버스 멘토링, 수업방법과 자료의 공유와 수업나눔 등을 통해 뉴노멀 시대에 학교라는 아름다운 공동체의 정원을 가꾸어가고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 지속가능한 교육을 위하여 코로나19 장기화는 정상적인 학사운영을 매우 어렵게 하고 있다. 최근에는 학생 감염자 발생도 증가하여 긴급하게 원격수업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이는 교육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원격수업 준비를 해야 하는 교사의 업무를 가중시키며 학교급식 등을 연계하여 대응해야 하는 학교로서도 난감하기만 하다. 최근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서울의 고등학생 67.5%와 학부모 70% 이상이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고 응답하였다. 학생들에게는 원격수업 기간 동안 규칙적인 생활과 자기관리가 가장 어려운 점으로 보인다. 자양고는 학생들의 규칙적인 자기관리와 원격수업 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수업의 ‘방법’이 아닌 ‘공간’의 개념으로 받아들인다. 학생들이 등교하면 교실수업으로 진행하고, 원격수업으로 전환되면 ZOOM이나 구글 MEET를 활용하여 온라인수업으로 진행한다. 현재 학급 조회와 모든 교과수업은 100% 실시간 화상수업으로 이루어지는데, 원격수업의 플랫폼은 단일하지만 그 속에서 진행되는 수업내용과 방법은 교과 특성과 선생님마다 추구하는 방식에 따라 다양하게 진행된다. 이제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은 그 경계를 넘어 서로의 장점과 연계성을 강화한 블렌디드 수업으로까지 확장해 가고 있다. 뉴노멀 시대, 스마트 교육 인프라와 함께 자양고는 선생님들의 원활한 원격수업을 위한 스마트 교육환경 구축과 공간혁신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수업을 위해 모든 교과교실에 무선 AP를 구축하고 모든 교사에게 태블릿 PC를 지급하였으며, 2015 교육과정 개편에 맞춰 스마트 정보교실을 구축하고 학생들을 위한 수업용 크롬북 세트를 구비하여 수업시간에 활용하고 있다. 수업방법의 다양화를 위해 서울시교육청과 공동으로 온라인 스튜디오 설렘ON을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진로에 따라 맞춤형 선택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교과교실을 재구조화하였다. 그리고 교사들의 교원학습공동체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수업나눔카페를 개방형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원격수업을 위한 스마트 기기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학생용 태블릿 PC와 학습용 웹캠을 대여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 상황에서도 학교교육계획에 의한 방과후 특화 프로그램이 중단되거나 연기되는 일이 없이 안정적으로 실시될 수 있도록 유튜브를 통한 실시간 스트리밍과 미러링을 통한 소규모 분반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학생들과 학부모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높은 만족도를 나타내고 있다. 배움과 실천, 일상생활 속의 교육으로 자양고는 학교에서의 배움과 일상생활 속에서의 실천이 합치되는 일상생활 속의 교육을 추구해 가고 있다. 보통의 교양있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본적 가치와 인성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반갑게 인사하기, 시간 약속 지키기, 수업시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실천한다. 한편 따스함 속에 엄격함을 교육하고 있다. 본인은 물론 공동체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행동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친구를 힘들게 하는 학교폭력, 선생님께 큰 상처를 주는 교권침해, 자신과 타인의 건강을 해치는 교내외 흡연에는 엄격하다. 자양고의 주인은 학생이다. 학급회와 학생회의 자치활동을 통해 자발적으로 생활규약을 제정하여 실천하며, 자양문화혁신 프로젝트 운동을 통해 자율공동체를 실천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거리두기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학생회가 중심이 되어 기획하고 주관하는 학교 축제인 일출제와 학생들의 학습활동 결과물을 공유하고 나눔을 위한 학술제를 중단 없이 이어가고 있다. 교육문화공동체, 지속적 참여와 혁신의 길로 자양고는 학교운영의 최우선 중심을 교사들의 학생수업에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선생님들을 위한 교육행정의 표준화와 단순화, 교육활동의 자율화와 다양화, 그리고 함께 만들어가는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우선 교사들의 업무경감을 위해 지자체와 협력하여 진로진학종합지원시스템을 도입하였다. 종이 없는 가정통신문 발송, 문자 알림, 방과후 프로그램 공고와 모집 및 관리, 과제물 제출, 자기주도학습 참여 학생의 학부모 자동알림 등 많은 부분에서 선생님들의 업무를 간소화하였다. 또한 위임전결 규정 개정을 통해 권한을 대폭 위임함으로써 결재 단계를 축소하고, 결재선을 단순화하였으며, 주요 업무에 대한 학교 업무처리 간편 매뉴얼을 자체 제작하여 공유함으로써 선생님들의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주요 교육활동 중심으로 교육계획서를 체계화하여 활용도를 높이고, 부서 중심의 학교운영을 통해 학교 속 작은 학교운영을 실현하고 있다. 자양고는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의 시대에도 학교교육이 안정적으로 지속발전 가능한 원동력은 ‘문화공동체론’과 ‘5 to 5’ 혁신론에 있다고 강조한다. 문화공동체론은 다양한 구성원 모두의 장점을 살린 역할론이다. 혁신이란 ‘5 to 5’이다. 5°의 방향 전환과 5%의 전진은 혁신의 성공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고 믿고 있다. 새로운 기준과 새로운 방식이 요구되는 그 변화와 혁신의 길에 자양의 모든 공동체가 함께 참여하고 있다.
#01 _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흑백 모노톤 화면의 텅빈 교실, 낯익은 노래가 흘러나온다. 부드럽고 담담한 음색의 주인공은 가수가 아닌 교사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개학이 미뤄지자 제자들이 보고 싶은 선생님의 마음을 노래에 담아 영상으로 연출했다. #2 _ “어린이는 각종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이번엔 공사현장. 안전모를 쓴 세 명의 출연자가 두 팔로 X자를 그리며 안전사고 위험을 경고한다. 급식 조리실에서는 빨간 고무장갑은 낀 채 음식 준비를 하며 고른 영양섭취를 강조한다. 경기도 광명시 철산초등학교에서 만든 ‘철산어린이 헌장’의 한 장면이다. 교장과 교감선생님이 상황에 맞는 분장을 하고 학교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아이들에게 당부하고 학교가 책임져야 할 내용 열가지를 코믹하게 연출했다. 원격수업으로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지 못하자 보고 싶은 마음에, 또 그들에게 학교가 어떤 곳인지 알려주고 싶은 바람에서 지난해 어린이날을 맞아 제작한 것이다. 영상을 본 사람들은 “학생들이 빨리 학교에 가고 싶겠다” “열연하신 교장선생님, 감동적이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남녘엔 벚꽃이 난분분하던 3월 말, 세월의 단단함이 느껴지는 복도를 따라가다 발길이 멈춘 곳에 ‘철산벅스’란 문패가 보인다. 이곳은 다름 아닌 교장실. 화제의 주인공 송민영 교장을 만났다. 교장실은 ‘철산벅스’ 열린 공간으로 변신 철산 벅스에 들어자 ‘행복이 피어나는 곳, 기쁨으로 환영합니다’란 꽃분홍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그 아래 커피를 비롯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언제든 교장실에 들러 차도 마시고 이런저런 학교 돌아가는 이야기도, 고민도 나눌 수 있는 곳이다. 3월 초엔 새로 전입된 교사들 환영식장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전입 교직원 환영회 날 교장선생님이 많이 망가졌다(?)”고 운을 뗀 나현정 교무부장은 “하트모양 뿔테 안경에 빨간 나비리본을 단 송 교장의 등장에 웃음보가 터지면서 어색했던 분위기가 한순간 사라졌다”고 당시 상황을 귀띔했다. “교사들에게 조금이라도 빨리, 가까이 가려면 교장이 망가져야 해요. 권위는 만들어지는 게 아닐뿐더러 망가진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죠. 저의 친근함이 교사들에게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송 교장은 유독 교사들과의 관계를 중시한다. 교사들이 행복하고 즐겁게 교직생활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교장의 가장 중요한 책무 중 하나라고 했다. “물론 학교의 중심은 학생이죠. 하지만 교육은 교사의 역량에 따라 달라지는 것 아니겠어요. 교사들이 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매우 중요하죠.” 실제 송 교장은 전문직으로 근무하던 당시 교사 안식년제를 앞장서 주창한 인물이다. 교사들에게는 주기적인 휴식이 필요할 뿐 아니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공간이 제공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금도 이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철산초엔 ‘토토데이’라는 게 있다. 1년에 한 차례 학생과 교직원 모두 각자 고마운 사람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서로를 토닥이는 날이다. 토토데이 패들렛에는 ‘맛있는 음식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등등 급식 조리사, 배움터 지킴이, 돌봄 전담사들에게 보낸 학생들의 편지글이 가득하다. 학교구성원 간 서로 아껴주고 배려하는 철산초 교풍은 송 교장의 오랜 교육적 철학이 배경이 되고 있다. 송 교장은 국내 손꼽히는 홀리스틱 교육전문가다. 일찍이 학회 창설을 주도했고 관련 서적을 직접 출간했다. 대학에서 강의도 했다. 경기율곡교육연수원 근무 때는 교장자격연수에 홀리스틱 과정을 포함 시킬 정도로 열정을 불태웠다 이론만 강조하는 게 아니라 직접 실천에 옮긴다. 지난 2019년 철산초는 아시아태평양 홀리스틱 국제학술대회를 치렀다. 세계 10여 개국 40여 명의 학자 및 교육관계자들이 철산초를 찾아 홀리스틱 교육이 현장에서 어떻게 실천되는지 눈으로 보고 확인했다. 당시 행사에서 철산초 4~6학년 학생들이 직접 외국 손님들을 맞았다.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학교소개는 물론 한국문화까지 척척 안내하는 모습에 선생님들조차 깜짝 놀랐다고 한다. 교장이 실내화 심부름도 척척... 권위를 버리자 진심이 통했다 평화와 자연을 사랑하는 홀리스틱 정신은 철산초 교육프로그램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생태교육과 평화교육에도 누구보다 열정을 쏟는다. 생명의 숲 가꾸기 운동을 통해 자연생태를 활용한 체험교육에 열심인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철산초의 대표 브랜드나 다름없는 평화교육도 마찬가지. 지난해 3월 열린 랜선 평화콘서트는 보기 드문 감동을 연출했다. 이날 행사 순서 중 철산중창단이 ‘우리 겨레와 DMZ 동산에서(작사·곡: 최원영)’를 부를 때 가정에서 학생·교사·학부모 모두가 함께 부르며 평화를 기원했다. 지난 2019년에는 DMZ 평화인간띠잇기 운동에 참여, 전교생과 교직원이 참여하는 평화인간띠잇기 캠페인을 실시하고 평화통일의 마음을 되새겼다. 송 교장과 철산초의 인연은 깊고 진하다. 그는 젊은 시절 철산초에서 평교사로 근무했다. 그러던 중 교육전문직 시험에 합격해 경기도교육청과 율곡교육연수원, 평화교육연수원 등을 거쳤다. 그리고 지난 2019년 철산초 교장으로 컴백 했다. 그는 “자신이 가르쳤던 제자가 이제는 어엿한 학부모가 돼 철산초에 자녀를 보내고 있어 더욱 의미가 깊다”라고 말했다. 곰삭은 옛정은 푸근하다. 그는 늘 엄마의 마음, 할머니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침 등교맞이 행사를 거른 적 없다.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교문만큼은 비우질 않는다. 교문 앞은 그가 가장 중시하는 학부모 소통 장소다. 자녀를 바래다주는 학부모와 잠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고충도 듣고 의견 수렴도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실내화 등 준비물을 빠뜨린 아이가 있으면 송 교장이 대신 전달해 준다. 사소한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다 보니 철산초는 어느덧 민원 없는 학교로 정평이 났다. 진심은 통하는 법. 학부모들은 학교를 믿는다. 학교에 가면 자녀가 사랑받는다는 것을 너무 잘 안다. 학부모들은 그런 송 교장에게서 자긍심을 느낀다고 했다. 얼마 전에는 광명 시장까지 찾아와 감사의 뜻을 전하고 갔다. 학교가 지역사회의 중심이 돼 참된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다. 앞서가는 학교 입소문... 학생들이 몰려온다 명문학교란 입소문이 나자 철산초로 학생들이 몰려온다. 송 교장 부임 이후 4학급이나 증가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급수가 줄어들어 고심하는 학교들과는 대조적이다. 아이들의 꿈과 끼를 마음껏 발현할 수 있는 다양하고 우수한 교육프로그램이 즐비한 탓이다. 사실이다. 시대적 흐름을 앞서가는 교육활동이 명성을 얻으면서 철산초는 선도학교로 지정된 것만 10여 개에 이른다. 원격교육 선도학교, 학생참여형 과학수업선도학교, SW·AI선도학교, 무선인프라구축 대상학교, 온라인교과서 선도학교, 예비교사협력 실습학교, 보건교육 거점학교 해오름광명 문화예술클러스터운영학교 등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 학교 정은경 교감은 “학생들에게 풍성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교육과정을 더욱 내실 있게 운영할 수 있다는 게 선도학교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무엇보다 아이들만을 바라보며 묵묵히 최선을 다해준 선생님들에게 특히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배움의 성장을 꽃피우는 행복공동체란 슬로건처럼 철산초 학생들의 얼굴에는 생기가 넘친다. 또 예절 바르다. 학교 측은 인성교육을 중시한 효과라고 설명했다. 특히 실천하는 인성교육 즉, 기부활동도 활발하다. 학생들은 그간 플리마켓 운영을 통한 수익금을 광명희망나눔센터 등에 기부했다. 기부라면 송 교장도 빠지지 않는다. 그는 일찍이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남몰래 후원해 왔다. 과학영재교육담당 장학사 시절,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 어려운 형편 때문에 좌절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후원을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가 다니던 성공회대학교에도 장학사업에 써 달라며 모은 돈 수천만 원을 기부하는 등 아낌없이 퍼준다. 37년 교직에 몸담는 동안 항상 제자들에게 베푸는 삶을 살아온 송 교장. 그는 “아이들과 기쁨을 공유하는 교장, 그들이 늘 보고 싶어 하는 교장이 되고 싶다”며 쾌활하게 웃었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키팅을 꿈꿨던 선생님, 특수학교 아이들과 천천히 함께 걷는 선생님, 생활지도와 학부모상담에 어려움을 겪지만 언젠가는 선배들처럼 존경받는 교사가 되고 싶다는 선생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5월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전국의 2030 세대 선생님들 눈에 비친 교육현장을 좌담회 형식을 빌어 조명해 본다. 소위 MZ세대 불리는 이들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특징을 보인다. 좌담회에는 손경은(28·전남 해남삼산초 병설유치원 교사), 박찬성(30·강원 태백상장초 교사), 조은비(29·세종온빛초 교사), 한지호(29·서울선린중 교사), 신화진(31·부산혜성학교 교사) 교사가 비대면으로 참석했다. 코로나19로 고생들 많으시죠. 학교는 좀 어떤가요? 손경은 많이 아쉽죠. 아이들을 마음껏 안아 줄 수도 없고, 봄날 야외 체험학습 나가기도 힘들어요. 교사와 학생 간 기본적인 상호작용마저 꽉 막혀버린 것 같아 답답합니다. 조은비 학교에서 마스크만 쓰고 생활하니 3월 한 달이 지나도록 반 친구 이름을 다 못 외우는 아이들이 많아요. 여전히 서먹한 분위기가 남아있죠. 학교 교육활동도 가급적 협업을 피하다 보니 활발한 의사소통이 힘들어요. 한지호 중학교 역시 마찬가집니다. 모둠활동이나 실험·실습 등은 가능하면 하질 않아요. 학교교육활동을 통해 사회성을 익혀야 하는데 그게 걱정입니다. 신화진 특수학교도 어려움이 많아요. 등교수업이 진행됐지만 체험학습을 거의 못 했죠. 장애를 가진 학생들의 지역사회 적응을 위해서는 직접체험이 꼭 필요한데 코로나 때문에 학교 밖을 못 나가니 아이들한테 너무 미안해요. 박찬성 한 가지 좋은 점은 불필요한 행정업무가 줄어들었어요. 학교행사들이 축소되거나 폐지되는 바람에 교사들 부담이 가벼워진 거 같아요. 공문은 여전히 많아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말이죠. 어려운 임용시험을 뚫고 교사가 됐습니다. 교직생활을 해 보니 어떤가요. 손경은 이제 갓 2년 차에요. 어려서부터 아이들을 좋아했는데 유치원 교사가 됐어요. 매 순간 즐겁고 행복합니다. 아직 물정을 몰라 그런가요(웃음). 한지호 뭐니뭐니해도 제자들이 찾아올 때 제일 보람 있더군요, 훌쩍 커버린 아이들을 보면 뿌듯하고요. 하나하나 배워가는 과정이니 어렵기는 하지만 그래도 교직을 선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조은비 대학을 졸업할 때 소설 죽은 시인의 사회의 주인공을 꿈꿨습니다. 한 사람을 의미 있게 성장시키는 멋진 선생님이었죠. 그런데 막상 교실에 들어선 날 아이들의 첫 질문은 “오늘 점심 뭐 먹느냐” 이었어요. 그리곤 화장실은 어디 있는지, 사물함은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설명하느라 시간을 다 보냈습니다. 게다가 우유 배식 첫날, 아이들이 우유팩을 열지 못하겠다며 도와달라더군요. 너도나도 우유팩을 들고 오는데 진땀깨나 흘렸죠. 지금은 웃지만 그땐 이러려고 교사 됐나 싶었어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람과 기쁨을 주는 게 교직의 매력이죠. 하지만 남모를 고충도 많습니다. 가장 기억나는 거 하나만 꼽아 볼까요. 손경은 병설유치원은 교사 한 명이 거의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해요. 게다가 촉박한 행정업무는 왜 이리 많은지.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때가 많아요. 교장, 교감선생님께서 도와주지 않았다면 벌써 번아웃 됐을 거에요. 한지호 전 학부모상담이요. 아무래도 인생 경험이 짧다 보니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았습니다. 결혼도 하고 애도 낳아 길러봤으면 학부모와 공감대 형성이 쉬웠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커요. 특히 코로나 상황에 맞춰 원격수업을 하다 보니 학생 파악도 쉽지 않아 더욱 힘들었고요. 박찬성 5학년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아무래도 생활지도가 가장 버거워요.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생활지도를 하고 싶은데 뜻대로 잘 안되더라고요. 아이들이나 보호자들과 소통하는 것도 쉽지 않고요. 어떡하면 잘할 수 있을지 고민스럽습니다. 조은비 다들 비슷하시네요. 교직 5년 차이지만 생활지도는 늘 어렵습니다. 반 아이들 모두 사랑스럽고 예쁘긴 한데 그중에는 말썽꾸러기들이 있기 마련이죠. 맞춤형 해결책이 딱딱 나와주면 좋으련만 그게 쉬운가요. 홀로 가슴앓이 할 때도 많았죠. 학년이 새로 시작될 때마다 로또 번호 고르듯 마음속으로 기도합니다. 올해는 제발…. 신화진 하루는 수업 중 얼굴을 다쳐 피가 났어요, 좀 상처가 심했지만, 특수학교에선 가끔 있는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죠. 마침 금요일이어서 창원 본가엘 갔는데 부모님이 깜짝 놀라며 눈물까지 흘리시더라고요. 그다음부터는 토요일에 본가에 가요. 금요일 오후에 푹 쉬고 컨디션 잘 조절해 최상의 모습만 보여 드리고 있죠. 부모 마음은 다 똑같죠. 오는 5월 15일은 스승의 날입니다. 교사가 되고자 했을 때 꿈꾸는 스승상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떤 교사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박찬성 스승의 날이요? 부담스러운 날이죠(일동 웃음). 스승의 은혜 운운하는 거창함은 가고 이제는 교사들이 더 조심해야 하는 날이 된 거 같아요. 사실 전 매년 하는 다짐이 있습니다. 친절하고 단호한 교사가 되자 입니다. 아이들과 한없이 친하게 지내지만 옳고 그름과 예의범절은 꼭 가르쳐주려 하죠. 살면서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 주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한지호 “그래, 그때 그런 선생님이 계셨지”라며 떠올리는 교사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간혹 학창시절 친구들과 만나보면 그 시절 선생님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속으로 다짐하곤 했죠.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을 만들어준 선생님이 되자고 말입니다. 조은비 ‘덕업일치’하는 교사가 제 꿈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곳에 빠져 그것을 아예 직업으로 한 이들을 보고 ‘덕업일치 했다’고 하죠. 저는 제가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을 아이들에게 전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그림책 읽기 등 제가 좋아하는 것을 아이들과 나누며 함께 배우는 그런 교사였으면 합니다. 손경은 헬렌켈러를 가르쳤던 설리번 선생님을 너무 존경해요. 그분처럼 아이들이 스스로 빛나고 귀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선생님이 될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소위 MZ세대들인데 2030교사는 어떤 특징이 있다고 보시나요? 신화진 워라밸을 중시하는 거죠. 학교에서는 집에 늦게 갈수록 열심히 하는 교사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반대라고 봐요. 출근 후의 나를 위해 퇴근 후의 나를 희생시키려 하지 않죠.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이 행복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래서인지 운동·캠핑·여행은 물론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기는 친구들이 많죠. 조은비 자신만의 강점을 살려 아이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뛰어난 거 같아요. 특히 인터넷 환경에 익숙하다 보니 원격수업 적응력도 빠르고요. 교직관도 전통적인 틀에 얽매이려 하지 않아요. 교사는 전문직이면서 동시에 노동자인 다양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지호 역시 워라밸입니다. 교사로서의 삶도 개인으로서의 삶도 모두 중요하죠.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것 같아요. 박찬성 학교일을 내일처럼 하라고 말씀 하시지만 학교일은 학교일, 내일은 내일이죠. 힘든 일 생기면 ‘남자 선생이 해야지’ 하는 말도 전 동의하지 않아요. 선배교사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세대차이를 많이 느끼시나요? 신화진 학생지도는 물론 학부모상담까지 척척 해내는 노련한 모습을 볼 때면 부러워요. 세대차이를 느끼기보다 난 언제 저렇게 할 수 있지 하는 생각이 앞서는 거죠. 한지호 선배들 수업을 보면 몇 마디 하지 않은데도 아이들의 시선을 확 집중시키는 마력 같은 게 느껴져요. 그게 부러워 노력해보지만 비슷하게도 안 되더라고요. 박찬성 일명 ‘라떼 선생님’들은 좀 기피 대상이죠. 우리 학교 이야기는 아니지만, 본인이 경험했던 일이 정답이고 새로운 의견은 잘못된 것이라며 외면하는 분들을 보면 난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다짐하곤 합니다. 저 또한 후배들이 있어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늘 경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30년 이상 교직생활을 하게 될 텐데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박찬성 앞서 세대차이 말씀하셨는데 저희도 마찬가지에요. 매년 달라지는 학생들 모습에서 제가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까 하는 게 가장 걱정이죠. 학생들과 공감하고 소통하기 힘들어진다고 느껴지는 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 두려워요. 한지호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교사상도 달라지는데 그 흐름에 뒤따라가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것이죠. 낙오하는 선생님으로 남지는 말아야 할 텐데 말입니다. 정년까지 가기보다 기회가 주어지면 제2의 인생도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신화진 전 반대로 정년까지 교직에 있고 싶은데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사실 특수학교는 교사의 체력이 중요하거든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아이들 곁에서 지켜주고 싶어요. 조은비 연금이 불안해요. 자꾸만 줄어든다는 말은 들려오고…. 노후가 걱정이죠. 뭔가 대비를 해야 할 거 같아 재테크에도 눈길을 돌려봅니다. 요즘 2030세대는 재테크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교사들 모임에서도 재테크가 가장 큰 화제라고 하던데요. 신화진 전 얼마 전 주식 사이트에 가입했어요. 큰돈을 벌겠다는 욕심보다 뭔가 세상에 뒤처지는 느낌, 나만 모르고 사는 건 아닌지 하는 압박감 때문이에요, 예전 같으면 열심히 저축해서 돈 모아 집 사는 게 꿈이었는데 지금은 자고 나면 천정부지로 아파트값이 뛰는 판이니, 주식이든 뭐든 해야 할 것만 같았어요. 결혼한 친구들도 이구동성으로 집값·전셋값 걱정이고요. 비트코인으로 얼마 벌었다, 부동산으로 성공했다는 말을 들으면 ‘나는 뭐하나’ 하는 불안감과 박탈감이 몰려오죠. 조은비 저도 최근에 유튜브로 경제공부를 시작했는데 ‘내가 많이 늦었구나, 나만 몰랐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학생들에게도 어려서부터 기초적인 경제지식을 재미있게 가르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박찬성 서울에서 집사는 건 이제 언감생심이고, 공무원연금도 준다고 하니 별수 있나요. 자구책을 찾아야죠. 또 결혼도 해야 하는데 지금 같아선 엄두도 못 낼 일이고요. 노후대비 재테크는 꼭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2030은 고민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세대죠. 교사로서 교육당국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손경은 전에 근무하던 학교에서는 관사에서 생활했어요. 그런데 시설이 낡고 때론 물이 나오지 않은 적도 있어요. 전국 곳곳에 관사에서 생활하는 선생님들이 많은 데 그분들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지호 학교와 교육당국이 손발이 잘 안 맞는 거 같아요. 일률적 지침이 필요할 때는 학교 더러 알아서 하라 하고, 자율이 필요할 때는 획일적으로 규제를 하곤 하죠. 정보과학부에 있다 보니 원격수업을 준비하면서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조은비 행정업무 좀 덜어 주세요. 공문 처리하느라 수업준비를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대기업에 다니다 교직에 들어온 선배 말로는 학교 업무강도가 훨씬 세다고 하더라고요. 저 역시 업무스트레스와 중압감 때문에 학생들에게 쏟아 부을 에너지가 방전되는 경우가 많아요. 세상이 급변하면서 교사들에게 주어진 책임과 업무는 더 늘어 났는데 교육당국만 잘 모르시는 거 같아요. 박찬성 전 인사문제를 언급하고 싶어요. 승진대상자 선정 때 전문직 시험처럼 동료들의 의견을 묻는 문항이 추가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관리자의 능력 중 중요한 게 소통과 공감 아닐까요. 앞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교직에 임하실 건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지호 교육이란 물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다양한 물감이 쓰이듯 저도 아이들이 인생을 그려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물감이고 싶습니다. 그들이 어떤 그림을 그리든 말이죠. 박찬성 화장실에서 휴지가 없을 때 대책을 생각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 어떤 상황에 직면했을 때 그것을 풀어나가는 충분한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고 싶습니다. 신화진 아이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느려도 괜찮아’ 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한다 해도 서두르거나 채근하고 싶지 않아요. 조금 느리면 느린 대로 괜찮아하면서 지켜봐주는 그런 교사이고 싶습니다.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학교구성원 모두가 예측하고 대응하기조차 버거운 한해였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긴 터널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학교는 100년 남짓한 짧은 공교육 역사에서 비대면 온라인수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주했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학교교육의 또 다른 영역으로 정착을 시도하고 있다. EBS와 KERIS는 온라인클래스 서비스 구축을 통해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고군분투했고, 학교 선생님들은 교직 생애 처음 맞이하는 온라인학습에 적응하기 위해 자발적인 연구를 통해 학교를 움직이도록 노력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재난상황에서 학교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와 교육 주체들의 노력의 결과로 볼 수 있다. 교육부도 지난해 9월부터 GS ITM을 온라인수업 플랫폼(LMS) 개발자로 선정하고 5개월의 개발 기간 37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EBS 온라인클래스 플랫폼을 개발하고 2021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당초 개발 목표와 달리 3월부터 접속 불안과 보안성 문제가 발생하며 졸속 개발로 현장의 혼란만 초래했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수업 플랫폼 개발을 맡은 GS ITM은 지주회사인 GS그룹 내 기업자원관리(Enterprise resource planning: ERP)시스템 개발 업체로 대규모 공공 서비스 구축 경험은 물론 학습관리시스템(Learning Management Syste:LMS) 구축 경험도 거의 없어 개발 초기단계부터 서비스 장애는 예견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완성도 떨어지는 학교현장의 플랫폼들 일부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과 같은 해외 기업이 주도하는 온라인수업 플랫폼의 주도권을 탈환하기 위해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자체 플랫폼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시스템과 플랫폼의 국산화가 시급한 과제라면 도입한 지 20년이 지난 나이스 시스템은 왜 보안패치 종료를 앞둔 익스플로러 플랫폼을 벗어나지 않고 있을까? 그리고 학생들의 수업권이 우선인지, 에듀테크 플랫폼 시장 주도권이 우선인지 질문을 한다면 설익은 플랫폼이라도 빨리 개발해서 현장에 적용하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렇게 학교현장에 완성도가 떨어지는 플랫폼을 적용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0년 나이스 시스템부터 2020년 K-에듀파인 서비스를 거쳐 2021년 EBS 온라인클래스에 이르기까지 학교현장은 완성도가 떨어지는 서비스로 인한 학교행정과 교육과정의 마비를 거듭해서 경험했다. 각 시·도교육청은 이미 코로나19 이전인 2017년부터 상용클라우드 라이센스를 구입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온라인수업도 이미 제공되는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 확장과 현장지원만으로 충분했다. 이렇듯 즉시 투입할 수 있는 검증된 자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단기 개발 기간과 최저가 개발 예산으로 만들어진 온라인수업 플랫폼은 계획 단계부터 실패가 예고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온라인 협업 플랫폼 개발 경험이 부족한 에듀테크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기업들이 진입하며 학교현장은 거대한 온라인수업 관련 사업의 박람회장이 되었다. 게다가 정부의 디지털뉴딜사업 일환으로 추진되는 학교 공공와이파이 사업은 기존에 진행되고 있는 학교 무선인터넷 사업과 중복되며 이는 학교교육과정 운영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일선 교사들은 학생들이 등교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모든 교실에 무선 AP를 설치해서 어디에 사용해야 하는지 난감해 했다. 꼭 필요한 기자재와 소프트웨어 라이센스 지원은 인색하고, 학교현장이 필요로 하는 자원이 무엇인지 의견을 제대로 수렵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부와 EBS, 각 시·도교육청, IT 관련 교과연구회, 단위학교는 각자도생 방식으로 온라인수업 플랫폼을 개발하거나 홍보하며 플랫폼을 분산시켰고, 이러한 혼란의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교사에게 돌아갔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는 온라인수업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기존에 지역교육청을 통해 제공되는 상용 클라우드 플랫폼을 도입했다. 학생·학부모·교사를 대상으로 일주일간 연수를 진행했으며, 전역관리자는 학생의 아이디를 개인정보가 아닌 학번으로 일괄 생성했다. 각 교실에 학생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모니터링용·학습콘텐츠를 공유하는 용도로 듀얼 모니터를 설치했으며 4,000필압 이상을 지원하는 필기용 태블렛과 강의용 마이크를 지급했다. 에듀테크 기업 이익에 휘둘려선 안 돼 온라인수업 초기 다소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저학년부터 고학년 학생에 이르기까지 큰 시행착오 없이 온라인수업에 적응했으며, 학년말 교육과정 운영 설문결과 학생과 학부모 모두 80%에 이르는 만족도를 보였다. 세계적인 위기상황에서 배움이 멈추지 않고 학생과 학부모에게 믿음을 심어준 원동력은 가장 검증되고 완성도가 높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자원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수업 플랫폼에 있다. 그 선택 기준은 현재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어서도 아니고, 특정 교과연구회가 추천해서도 아니며, 철저하게 학생과 교사 중심에서 사용자 환경(User Interface: UI)을 비롯한 사용자 경험성(User eXperience: UX)를 분석하고 안정성·확장성·보안성·제조사의 현장 지원성을 비교한 끝에 결정한 것이다. 그 결과 2년 차를 맞는 온라인수업 상황에서 전역관리자의 별다른 유지보수 지원 없이 순항하고 있으며 일대 혼란을 겪은 인근 학교를 지원하는 좋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한 주력 온라인 플랫폼들은 개발자 몇 명을 독촉하며 야근시키면 뚝딱 만들 수 있는 단순한 제품들이 아니다.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철저히 분석하고 시스템을 통해 사용자에게 어떠한 사용환경(User Interface:UI)과 경험(User eXprience:UX)을 제공할 것인지에 대해 치밀하게 설계하고 확장성·유지보수·보안성 검증 등의 수정과정을 수없이 반복하여 만들어 낸 인문학적·공학적 산물이다. 세계 최고의 협업 플랫폼이 부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Team)와 구글의 워크스페이스(Workspace)가 단순히 실시간 수업과 수업 동영상 탑재 기능을 갖추고 전 세계 협업 플랫폼 시장을 선점했을까? 안정성과 확장성이 낮은 플랫폼의 섣부른 도입은 오히려 학교교육과정 운영의 파행과 불신을 초래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학부모·교사의 몫이 된다. 학교는 더 이상 스타트업 기업의 시행착오를 받아주거나 비전문가 또는 어설픈 전문가로 구성된 그룹의 결정을 검증 없이 적용하는 베타 테스트의 장이 아니다. 또한 낮은 품질의 기자재들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구입하며 기업의 이윤을 보장해 주는 곳도 더더욱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학습패러다임의 변화는 기존에 학교가 감수해야 했던 불편과 불이익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도 필요하다. 완성도와 확장성이 높은 학습플랫폼과 최고 성능의 학습기자재를 지원해도 버거운 상황에서 학생보다 보여주기식 실적과 에듀테크 기업의 이익 중심의 정책을 되돌아봐야 한다. 또한 공공와이파이 사업의 디지털 교과서 사업 역시 미래교육의 혁명이라는 성급한 기술 낙관주의 시각에서 벗어나 학생의 신체적·인지적 발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비판적 관점의 연구도 필요하다. 온라인수업 플랫폼 개발과 기자재 도입에 앞서 관계 기관은 소수의 전문가 또는 전문가를 자칭하는 비전문가 그룹의 의견 중심의 의사결정에서 벗어나 학교현장의 의견을 경청하고 철저한 분석과 과감한 투자를 통해 필요한 자원을 적재적소에 지원해야 한다. 또 시간이 걸리고 예산이 소요되더라도 안정성과 확장성이 담보된 장기적 관점의 온라인수업 플랫폼 개발 전략이 필요하다.
2008년 3월 제주교육대학교와 제주대학교가 통합하여 통합 제주대학교가 출범하였고, 그 당시 필자는 제주대학교에 근무하고 있었다. 그 후 전주교육대학교로 자리를 옮기자 주변의 지인들은 “어떻게 통합하는 곳만 찾아가냐?”라는 우스갯소리를 종종 하곤 하였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이후 교육대학교의 통폐합에 관한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와 학령기 아동 감소 추세가 두드러지고, 국가교육회의에서 교원양성체제 발전방안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면서 교육대학교의 통폐합에 관한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였다. 그리고 지난 3월 말 부산교육대학교가 부산대학교와의 통합을 위한 MOU 체결을 가결함에 따라 교육대학교의 통폐합에 대한 논쟁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부산교육대학교의 재학생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사이트에 ‘학생들의 의견을 묵살·묵인한 채 통보 및 추진되는 부산교대-부산대 통합 진행을 고발’하는 청원 글을 올리고 서명을 받고 있으며, 동문 및 상당수의 교수도 통합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전국교육대학교 교수협의회 연합회에서도 부산교육대학교와 부산대학교 간의 통합 관련 MOU 체결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물론 필자가 부산교육대학교의 구성원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 부산교육대학교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짧은 시간을 두고 급진적으로 통합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고, 주요 당사자 중의 하나인 학생들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추진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부산교육대학교의 재학생들이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현재 상황은 통합의 정당성 및 투명성에 큰 의문이 제기된다. 제주교대-제주대 통폐합이 남긴 것 앞서 잠시 언급한 것과 같이, 교육대학교의 통폐합에 관한 논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2000년대 후반 제주교육대학교와 제주대학교의 통합이 이루어졌고(물론, 총장 선출 문제로 인한 장기간의 총장 부재 및 관선 총장 임용을 통해 추진된 제주교육대학교의 경우는 이번 부산교육대학교의 상황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그 이전부터 교육대학교의 개편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들이 제안되어 왔었다. 그 대표적인 방안들은 거점 국립대학과 통폐합, 국립 사범대와의 통합을 통한 종합교원양성대학으로의 개편, 교육대학 간 권역별 통폐합, 교육전문대학원으로의 개편 등이 있다. 이들 방안 중 현재 국가교육회의 등에서 강조하고 있는 초·중등교육의 연계성을 고려한다면 국립 사범대와의 통합을 통한 종합교원양성대학으로 개편하는 방안이 가장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사범대 구성원들의 반대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방안 중 교육대학교를 거점국립대학교로 통합시켜 초등과 중등교사를 양성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교육대학교 통폐합 사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체제라는 것이다. 즉, 현재 우리나라와 같이 별도의 초등교사 양성기관인 교육대학교를 설치하고, 교사를 양성하는 나라는 전 세계를 통틀어 거의 살펴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논리이다. 이는 아주 어처구니가 없는 논리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사실,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대학교는 다른 나라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명감과 목적의식을 가진 질 높은 교사를 양성하고 있다. 이것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좋은 제도를 다른 나라에서 벤치마킹하는 것이 정상이지, 다른 나라에서 하지 않는다고 잘 운영되고 효과가 좋은 제도를 폐지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주장이다. 한국 초등교원 양성 시스템은 독보적 존재 둘째, 학령기 아동의 감소에 따라 교육대학교의 정원 축소 및 초·중등학교 간의 연계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초등학교 상황을 잘 모르는 외부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 주장은 상당히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 주장도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학령기 아동이 감소하기 때문에 교육대학교의 정원 축소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산술적인 계산에 기초한 주장에 불과하다. OECD(2020) 교육지표에 따르면, OECD 국가의 학급당 학생 수는 21명, 유럽연합은 20명, 우리나라는 23명으로 우리나라의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는 OECD 평균에 미치지도 못하고 있다. 물론 2~3년 전 자료에 근거한 비교이기 때문에 현재 상황은 보다 개선되어 있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지만, 선진국들과의 격차 완화 및 교육의 질 개선을 위해서는 교사 정원 및 교대 정원 감축이 아니라 아직 더 많은 충원 및 확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학령기 아동 감소를 내세운 주장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초등학교의 ‘학년과 학급’의 형태이다. 물론 학령기 아동이 줄어들고 있고, 이로 인해 특히 농산어촌의 경우 60명 이하의 소규모 학교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학생이 60명이라고 해서 교사를 3명만 배치할 수는 없는 것이 초등학교의 현실이다. 소규모 초등학교라도 최소한 학년에 따라 1학급, 그리고 그 학급에 학생 수가 5~6명에 불과하더라도 교사 1명이 배치되어야 한다. 심지어는 한 개 학년에 학생이 1명만 있는 경우에도 한 개 학급으로 교사 1명이 배치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초등학교 학령기 아동이 감소한다는 것은 초등학교 교사 감축 및 교대 정원 축소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학령기 아동의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단순한 산술적인 논리로 교육대학교의 학생 정원과 교사 수를 줄이자는 것은 전혀 타당하지 못한 논리이다. 오히려 학령기 아동 감소라는 상황을 정원 감축의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교육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교육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즉,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한 학급당 학생수의 감소를 교육의 질을 높이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도록 예비교사의 교육역량, 특히 수업역량과 생활지도역량을 혁신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계층 배경·학력 수준·문화적 배경·장애 정도 등에 관계없이 모든 학생이 자신에게 필요한 학습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최고의 교육환경과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교육선진국 실현이라는 비전과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박철희 외, 2020). 셋째, 초·중등학교의 연계 강화라는 주장도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연계’의 목적이 무엇인가 의문이 든다. 지금 언급되고 있는 사항들을 종합해보면, 초등학교 5학년과 6학년 교사를 사범대학에서도 양성하겠다는 것이 ‘연계’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초등학교 5~6학년 교사를 사범대학에서 양성하는 것이 과연 연계에 해당하는 것일까? 이것은 현재 엄청난 적체 상태에 있는 중등교사 양성과정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즉, 중등교사 양성체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교육대학교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연계를 위한 교육대학교의 통폐합을 주장하기에 앞서 사범대학의 정원, 교직과정 이수 학생 정원 및 교육대학원 양성 정원을 대폭 감축시키는 등 현재 자격증 과잉 양산 상태에 있는 중등교사 양성기관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또한 지금 언급되고 있는 ‘연계’ 방안은 교육대학교의 통폐합이 아닌 교사자격증 체제의 개편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다. 물론 자격증 체제의 개편도 위에서 언급한 중등교사 양성체제의 문제점이 해결된 이후에야 추진이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만약 현재 상태에서 추진된다면, 이 역시 교육대학교를 희생양으로 삼아 중등교사 양성체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로밖에 볼 수 없다. 따라서 이와 같은 ‘연계’ 방안이 실현된다면 과잉 공급되고 있는 중등교사 양성체제의 문제가 초등교사 양성체제로 전이·확산될 가능성이 높으며, 그 결과 초·중등교사 양성 대학이 모두 제 기능을 못 하게 될 수 있다(박철희 외, 2020). 교육적 논리로 교원양성체제 개편 접근해야 물론 현재 우리나라의 초등교사 양성체제가 문제점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교사 양성을 담당하는 교육대학교의 규모가 영세하고, 이로 인해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 한계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초등교사 양성체제와 교육대학교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상쇄시킬 수 있는 상당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근현대사만큼이나 굴곡이 심한 초등교원 수요에 공급을 맞추기 위해 입학정원의 지속적 감축 등 적지 않은 노력과 희생을 해왔다. 그 결과 교원의 양성과 임용이 긴밀하게 연계성을 지니는 효율적인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노력이 토대가 되어 현행 교육대학교들은 사범대학과 달리 목적 대학으로서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되고 있다. 양성과 임용이 연계됨에 따라 우수 학생들이 입학하여 목적형 교사양성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우수한 초등학교 교사를 배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입 → 과정 → 산출’로 이어지는 시스템의 기능 적합성이 높은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박철희 외, 2020). 현재 우리나라의 초등학교 교사 양성체제가 상당한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인지·인식·인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상당히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적인 측면이나 단순히 현재의 문제해결을 위한 방안이 아니라 교육자들이라면 예전부터 들어 왔던 말 즉, ‘교육 본연의 목적과 방법’이라는 측면에서 교사양성체제 개편 및 교육대학교의 통폐합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지난 일 년, 코로나 거리두기로 봄 꽃맞이를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가 피는 나의 살던 고향에 가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꽃 타령이나 할 때가 아니지요. 지난 일 년, 코로나로 인하여 전 세계 89%의 학생이 학업을 일시적으로 중단하였다고 UN이 보고하였습니다. 유니세프(UNICEF)에 의하면 아동 1억7천만 명은 지난 일 년 내내 아예 등교하지 못했고, 추가 2억 명이 거의 등교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유네스코(UNESCO)는 앞으로 2천3백만 학생이 영구적 학업중단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한국 학교현장도 무척 혼란스러웠고 힘들었습니다. 미숙하거나 아쉽게 대처한 면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전 세계 학교상황에 비교하면 한국은 비대면 온라인교육으로 매우 잘 대처했습니다. 인터넷과 컴퓨터, 모니터 등 ICT 교육 인프라를 전국 모든 교실마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구축해놓은 덕을 이번 코로나 사태에 톡톡히 봤습니다. 모니터 안으로 들어간 교육 우리는 이미 수업내용을 컴퓨터 모니터 안에 넣어서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데에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학생과 선생님마저 다 함께 모니터 안으로 쏙 들어가 버린 것뿐입니다. 그래서 이제 알게 되었습니다. 온라인으로도 수업이 가능하다는 것을요. 더 확실히 알게 된 것도 있습니다. 온라인으로는 훌륭한 수업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요. 하면 할수록 뭔가 아쉽고 미진하고 허전합니다. 우리가 아직 비대면수업에 익숙해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익숙해져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아니지요. 저는 아예 익숙해지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예전 상태로 돌아가고 싶은 타성이 발동되어서가 아닙니다. 단지 온라인수업을 준비하는 게 힘들어서도 아닙니다. 실은 예전에도 수업이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통제가 안 되는 상황이 여기저기 생기고, 마음에 상처를 받는 일도 간간이 벌어졌었지요. 그래도 저는 면대면 수업을 하던 때가 좋습니다. 명함사진처럼 네모 칸에 들어간 학생의 상체만 보이는 게 아니라 몸 전체가 보입니다. 학생 개개인의 모습만이 아니라 학생들끼리 어울릴 때의 모습도 지켜볼 수 있습니다. 면대면 수업이란 단지 얼굴을 서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같은 시공간에 함께 머무는 체험입니다. 시큼한 땀내를 맡게 되고, 삐걱거리는 책상과 걸상 소리가 들리고, 탁한 실내 공기도 느껴집니다. 면대면 수업시간에는 소통이 동시다발이고 쌍방향입니다. 주로 교사가 말을 하더라도 매 순간 학생들도 교사에게 소통합니다. 비록 비구어적이지만 학생들은 지루함, 지겨움, 혼란스러움도 전달해주고 재미남, 신기함, 자신감도 표정으로 나타냅니다. 얼굴 표정만이 아니라 자세와 제스처도 표정입니다. 배고플 때 표정은 배 아플 때 표정과 다릅니다. 짝꿍이 좋거나 싫다는 속마음도 알려줍니다. 표정은 남에게 보이기 위해 존재합니다. 표정은 자신의 마음을 타인에게 알려주는 근본적인 소통방식입니다. 교육이란 마음을 움직이는 것 면대면에서는 확실한 오감만이 아니라 희미한 육감마저 느껴집니다. 온몸과 마음과 정신을 통해서 학생과 교사 사이에 교감이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감정적 교류가 많이 차단된 온라인수업에 결정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감동이 있기 어렵다는 치명적인 단점입니다. 감동 없는 수업을 훌륭한 수업이라고 말하기 어렵지요. 교육이란 지식 전달이 아니라 학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우리가 학생의 마음을 얻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의 마음이 학생의 마음을 만날 때에 드디어 우리는 교사가 아니라 스승이 됩니다. 저는 다 함께 한 현실공간에 모여 그 여리고 선한 마음속을 만났던 때가 그립습니다. 카네이션꽃도 그립습니다. 나의 살던 교실은 꿈꾸는 마음…,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그러나 마냥 예전으로 되돌아갈 날만 기다리지 않겠습니다. 앞으로 언제 코로나가 종식되어 교육현장이 안정될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올 것입니다. 그러나 그날이 오더라도 예전과 같지 않을 것입니다. 분명 많은 것이 변할 것이고 새로운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저는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OECD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 교사의 ICT 기술력과 문제해결능력이 세계 최고입니다. 대학 졸업한 성인그룹보다 교사그룹의 역량이 훨씬 높은 유일한 나라이기도 합니다(사실 대부분의 OECD 국가는 반대로 교사그룹이 일반그룹보다 못합니다). 한국에는 위기대처능력이 우수한 인재풀이 학교에 모여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저는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한국이 또다시 비상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대한민국 교사를 믿기 때문입니다.
01 처음 교회에 나오게 된 사람이 목사님에게 물어보았다. 그는 아직 담배를 끊지 못한 사람이었다. “목사님, 기도하며 담배를 피워도 됩니까?” 목사님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자 그 초보 신자는 이렇게 묻는다. “그러면 담배를 피우는 중에, 기도를 해도 됩니까?” 목사님이 잠시 생각하다가 그에게 되물었다. “꼭 그렇게라도 기도해야 할 사정이 있었나요?” 두 번째 물음 앞에서 목사님은 기도의 형식을 뒤로 물리고, 기도 내용의 진정성과, 그렇게 간구하는 심령의 갈급함을 먼저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나라면 어떤 대답을 주고 싶은가. 교회의 규범을 오래 지켜 온 사람에서부터 자유주의 무신론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이 있을 것이다. 전통적인 기독교인이라면 아마도 이렇게 모범답안을 말해 줄 것이다. “기도는 경건의 자세가 중요합니다. 신을 믿고 받드는 마음을 바탕으로 뉘우침과 다짐과 기원이 간절해야 합니다. 이런 마음에 합당한 몸가짐으로 기도하세요.” 근본 원리인 셈이다. 굳이 따져본다면, ‘신을 믿고 받드는 마음’은 기도의 바탕이다. ‘뉘우침과 다짐과 기원’은 기도의 내용에 속한다. ‘몸가짐과 자세’는 기도의 형식에 속한다. 내용과 형식이 서로에게 잘 녹아 들어가서 ‘경건’을 빚어낼 것이다. 우리가 두 번째 물음(“담배를 피우는 중에, 기도를 해도 됩니까?”)에 대해서 마음을 쓰는 것은, 그 기도 내용에 모종의 진정성이 있음을 헤아리기 때문이 아닐까. 어떤 기도를 올리려 하기에, 얼마나 간절하고 갈급한 기도이기에, 담배 피우는 시간에도 마음은 기도로 향한단 말인가. 새삼 기도는 내용이 중요함을 의식한다. 그런가 하면, 기도의 경건은 그 형식이 반듯한 데서 온다. 이를 굳게 믿는 사람들은 두 번째 물음은 꺼낼 수도 없는 물음이라 말한다. 기도에 어찌 담배가 끼어든단 말인가. 그런 기도에 무슨 경건함이 있겠는가. 형식이 망가진 기도는 이미 기도가 아니다. 기도는 형식이 중요함을 앞세운다. 이 또한 부정할 수 없다. 기도의 ‘내용’과 ‘형식’이 파워 게임(Power Game)이라도 하는 건가. 세상 모든 일에 내용과 형식은 나란히 가는 듯하면서도, 서로 내가 먼저라고 다툰다. 물론 내용과 형식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서로 모순된 관계에 있는 것도 아니다. 인간이 갖는 ‘마음의 경향(Tendency of Mind)’이 그런 다툼을 이끄는 것이리라. ‘내용을 중시하려는 마음의 경향’과 ‘형식을 중시하려는 마음의 경향’이 부딪치는 것이다. 마음의 경향이란 일단 굳어지면, 마치 무슨 이념과도 같은 작용을 한다. 그래서 형식 경향성이 강한 사람을 가리켜 ‘형식주의자(Formalist)’로 부르기도 하고, 또 그 대척에 있는 사람한테는 ‘실용주의자(Pragmatist)’ 또는 ‘실존적 행동주의자(Exisistential Activist)’ 등의 라벨을 붙여 주기도 한다. 물론 이런 ‘마음의 경향’은 내 안에서도 일정치 않다. 나 자신도 때로는 형식주의자가 되기도 하고, 또 어떤 때에는 실용주의자가 되기도 한다. 02 영화 ‘천일의 앤(Anne of the thousand days)’의 끝 장면은 충격적이다. 헨리 8세가 지배하는 궁정을 배경으로, 왕의 탐욕과 끝없는 바람기가 휘몰아가는 음모의 소용돌이에서 죽음으로 내몰리는, 자아가 강한 왕비 앤(Anne)의 처형이 바로 이 영화의 끝 장면이다. 그 처형은 참수의 형식으로 집행한다. 이 영화는 이 장면이 없으면 주제의 깊이를 확보할 수 없다. 긴 여운의 묘미도 느낄 수 없다. 영화는 참수형의 의식을 담담하고 건조한 톤으로 세세하게 보여 준다. 형이 집행되는 전후, 특히 선혈을 뿌린 뒷자리의 모습도 침착하게 보여 준다. 왜 참수형일까. 헨리 8세에게 버려진, 비운의 왕비 앤에게 덮어씌운 죄는 불충과 반역죄, 근친상간의 죄 등이다. 이 죄에 내려진 벌의 내용은 ‘사형’이다. 그 벌의 형식은 칼로 목을 자르는 참수형이다. 집행자는 한칼에 목을 잘라야 한다. 참수하기 전에 사제의 기도도 있고, 집행관의 선언도 있고, 죄수의 최후 진술도 있다. 그리고 처형의 뒷자리를 수습하는 의식도 있다. 이 모두가 참수라는 벌의 형식에 해당한다. 참수라는 형식을 취한 데는 그 나름의 문화적 의미와 이전의 형벌 전통이 가담하고 있을 것이다. 고대 그리스·로마 문화에서는 참수형을 가장 명예로운 죽음의 형태로 여겼다고 한다. 이로부터 유럽 국가들은 귀족과 왕족을 처형할 때 참수의 형식을 써왔다. 그러나 경멸과 모욕의 상징으로 참수형을 행하는 지역이나 문화도 많다. 참수라는 형식은 문명세계에서는 사라졌다. 이슬람 문화권의 일부에서는 아직도 공식적인 처형의 형식으로 남아 있다. 동서고금에 수많은 처형의 형식이 있었다. 사형 집행이 갖는 사회적·정치적 상징은 ‘처형의 형식’을 통해서 드러난다. 사형 집행에 투사되는 지배적 가치도 ‘처형의 형식’을 통해서 드러난다. 종교재판에서 사형을 선고하고, 마녀사냥의 이름으로 행했던 중세 유럽의 ‘화형’이라는 벌은 어떠했는가. 신에게 고하는 형식, 신을 대리한 처벌의 형식이었다. 따라서 엄청난 제의(祭儀. ritual)의 형식을 빌리지 않았던가. 오늘날 형식 요소가 강한 공동체 행동들은 고대의 제의에 그 원형에 닿아 있다. 형식이란 이렇듯 그 역할이 동적이다. 한 사회가 그 기본 가치를 표현하고 보존하고 싶을 때, 그 가치들을 제의 안에 둔다는 것을 우리는 인류학을 통해서 안다(Milgrom, 2004/김근주, ‘레위기’, 2021, p.23, 재인용). 고대나 중세의 제의는 제사의 의식에 집중되었지만, 현대사회는 현대인의 모든 생활 안에 제의 요소가 들어와, 어떤 형식으로 작동한다. 출생·잔치·입학·승진·싸움·소통·화해·투병·연애·결혼·성공·죽음 등등 이 모든 생활 내용에 형식이 관여한다. 생활 속에서 알게 모르게 작동하는 ‘통과 제의’는 더 복잡해졌다. 우리는 그런 삶의 형식들에 이끌려 산다. 눈에 보이는 형식은 사라지는 것 같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내적 형식’은 점점 더 정교해진다. 고리타분한 옛날의 형식들을 다 몰아내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형식을 해체하는 형식이 새롭게 자리 잡는다. 주례를 두지 않는 결혼식을 치르면 형식을 배격한 결혼식을 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주례를 몰아낸 결혼식 자리에 새로운 형식이 어느새 들어와 있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새로운 결혼의 내용을 불러올 것이다. 자녀들과 함께 자유롭게 가족여행을 하지만, 그 안에서 자녀교육의 내적 형식이 작동한다. 봉건적 분위기의 가정교육 형식을 몰아낸 자리에 이런 형식의 가정교육이 들어오는 것이다. 03 “내용이 중요합니까? 형식이 중요합니까?” 내 주변에 가볍게 물어보았다. 대개는 내용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실질이 중요하지, 형식에 얽매이면 본질을 놓치게 됩니다” 하고 부연하기도 한다. 형식이 중요하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젊을수록 그러하다. ‘형식’ 자체가 원래 그런 부정적 뜻을 가진 말일까. 이 형식이란 말을 ‘허례허식’ 같은 부정적 의미 맥락으로 쓰는 사람도 많다. 연배가 든 사람들 가운데 간혹 “살아보니 형식이 중요하다는 걸 느낍니다” 하고 말하는 분을 드물게 만난다. 이분법적 선택을 요구하는 질문이 대개 그러하지만, 나는 이런 질문에 무어라 답을 하기가 어렵다. 내용이든 형식이든 어느 한 편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순간, 나의 답은 나의 인식에 반하는, 불충분하기 짝이 없는 답이 된다. 형식과 내용이 서로에게 작용함으로써, 하나의 전체상이 조화롭게 이루어지는 것이라 믿는 나의 인식은 어디에도 반영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이분법적 선택을 요구하는 심층에는 폭력적인 요소가 있다. 형식에 대한 인식은 근대에 들어 예술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려는 데서 일어났다. 예술, 특히 문학을 문학답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려는 학자들이 문학의 ‘형식’에 관심을 쏟는 데서 발생하였다. 이런 관심은 1910년대 러시아 언어학자들을 중심으로 일어났는데, 문학의 형식으로 작동하는 여러 가지 기법(craft)들을 주목하였다. 그리고 문학예술이 현실의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하기’의 형식으로 드러내는 데서 문학성이 발현된다고 주장하였다. ‘형식주의자’라는 말은 문학의 내용과 이념에 가치를 두던 당시 주류 문학가들이 형식 연구자들을 낮추어 보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문학의 예술성이 생겨나는 기제를 형식의 작동에서 보려는 형식주의자들의 노력은 뒤에 제대로 평가받았다. 문학 내용 연구를 포함한 문학 연구의 발전이 형식주의자들의 도움을 입은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형식주의자를 폄하의 뜻으로 쓰는 사람은 지금은 없다. 형식을 겉치레 모양새 정도로 이해할 것인가. 형식을 외적 꾸밈의 장치로만 이해하는 것은 형식의 본질을 너무 모르는 것이다. 형식은 내용을 담아내어 옮기고, 내용을 견인하고 쇄신하는 힘을 가진다. 형식은 내용을 재탄생시키는 숨은 메커니즘이다. 형식은 운명을 재구성하게 하는 알고리즘으로 이해할 법도 하다. 보이는 형식만이 전부가 아니다. 형식은 숨어 있다. 숨은 형식이 살아 있는 형식이다. 그러하다면 내 삶의 형식은 무엇인가. 내 앞에 놓인 내 운명의 형식은 무엇인가.
학교도서관을 채우고 있는 가장 큰 정보원은 책이다. 책은 종이 대신 양피지를 쓰던 시절부터 형태만 바꾸어 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전통의 정보원이다. 그러나 이 ‘전통의 강호’가 자꾸만 다른 정보원에게 밀리고 있다. 학생들은 스스로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거나 여가를 보내야 할 때 책을 선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책을 읽어야 한다’는 사실만은 분명히 알고 있다. 3년 전, 교원평가 때 학생들이 쓴 주관식 항목에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세요’라는 답변을 보았다. 학생들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알고, 그 이유가 납득할만한 것이라면 스스로 책을 찾아 읽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5학년 1학기 국어과목 독서단원과 연계하여 도서관의 역할과 한국십진분류법(KDC),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수업을 계획하였다. 수업 준비 2020학년도 1학기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전면 원격수업을 실시하였다. 따라서 e학습터에 영상을 제작하여 올리고, 과제를 제시하는 형태의 수업을 계획하였다. 또한 우리 학교의 경우 사서교사 수업이 1학기에는 전체 학년에 2차시씩 배정되어 있기 때문에 비교적 짧게 수업을 구성했다. 수업영상은 PPT에 소리를 녹음하여 제작하였다. 독서자료의 경우 저작권에 문제가 없는 범위 내에서 스캔하고, 내용을 직접 읽고 녹음하여 영상에 넣었다. 학생들과 직접 대면할 수 없기 때문에 과제 역시 구글폼을 활용하여 수업내용을 상기시킬 수 있는 퀴즈를 풀어보고, 학생들이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써서 제출하는 형태로 제시하기로 하였다. 수업 전개 ● 수업의 구성 차시별 수업내용 ● 1차시 1차시는 도서관의 역할과 한국십진분류법(KDC)의 10가지 주제 분야에 대해 알아보았다. 학생들이 흔히 도서관은 책을 읽거나 빌리는 곳으로만 생각한다. 책 역시 문학으로 한정 지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먼저 책과 도서관을 정의하였다. 그다음 한국십진분류법(KDC)을 사용하는 이유와 10가지 주제 분야에 대해 알아보았다. 책과 도서관을 정의할 때 중점을 둔 부분은 두 가지이다. 첫째, 초등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말로 나타내는 것이다. 둘째, 학습독서의 측면에서 책과 도서관을 나타내는 것이다. 책이 단순히 문학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비문학도 포함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도서관은 책을 비롯한 다양한 정보원을 다루고 있으며 책도 정보원의 한 종류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이러한 고민의 과정을 거쳐 내린 정의들은 다음과 같다. [PART VIEW] 책은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적은 것’이다. 여기서 ‘하고 싶은 말’에는 작가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알려주고 싶은 지식 등이 있다. 또한 작가는 자기 생각과 주장,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알려주고 싶은 지식을 글로 써서 사람들에게 알려주지만 글 대신 다른 방법으로 전달할 수도 있다. 같은 내용도 종이로 인쇄하여 엮으면 책으로 만들 수도 있고,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업로드할 수도 있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도서관은 ‘다양한 자료를 통해 내가 알고 싶은 것을 스스로 알아보는 곳’이다. 책을 비롯한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여 내가 알고 싶은 것을 스스로 찾아보고, 정리하여 배우는 곳이 바로 도서관이다. 과거에는 무조건 글과 그림을 종이에 인쇄하여 책으로 만들어야 원하는 바를 전달할 수 있었기에 도서관에 책을 모아두고 필요한 사람들이 알고 싶은 내용을 찾아 배우도록 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전자자료를 활용하여 원하는 내용을 전달하기 때문에 더욱 범위가 넓은 정보원을 도서관에서 제공하기 위해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자료실, 영상 자료실 등을 구비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앞에서 제시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도서관에서는 쉽게 원하는 자료를 찾을 수 있도록 같은 분야끼리 책을 모아두었다. 그리고 같은 분야끼리 책을 모아두는 규칙이 바로 한국십진분류법(KDC)이라고 설명한 후, 학생들에게 한국십진분류법(KDC)의 10가지 주제를 소개하고, 청구기호의 구성을 안내하였다. 이를 통해 도서관에서 스스로 원하는 책을 찾을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배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수업을 마친 후, 도서관에 있는 책 2권을 활용하여 주제 분야를 맞추는 퀴즈를 제시하였다. ● 2차시 2차시는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책을 읽고,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먼저 1차시에서 다뤘던 한국십진분류법(KDC)의 10가지 주제 분야와 도서관의 정의에 대해 다시 한 번 짚어본 뒤, 본 수업에 들어갔다.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은 유은실 작가의 장편동화로 주인공 비읍이가 삐삐 롱스타킹을 시작으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책을 하나씩 읽으며 책을 통해 위로받고, 성장하는 모습을 담은 동화다. 2차시에서는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중 18~33쪽을 스캔하여 읽어주고,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두 가지를 제시하였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중 첫 번째는 상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27~28쪽의 내용을 아래 사진과 같이 제시하며 주인공이 책을 읽고, 상상하면서 행복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는 부분을 강조했다. 그리고 상상력을 기르면 행복한 마음도 가질 수 있지만, 창의성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때 도움이 된다는 점을 제시하였다. 두 번째는 다른 사람의 말을 정확히 이해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유튜브에 있는 영상 중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북튜브)라는 영상을 제시하였다. 시간 관계상 직접 보여주지는 못하였지만, 해당 영상 댓글 중 ‘나는 요즘 TV를 안 본다. 유튜브가 재미있다’라는 영상의 주제와 관계없는 댓글을 보여주었다. 그 후 1차시에서 책을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적은 것’으로 정의한 것을 언급하며 책을 읽으면 작가가 하는 말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스스로 공부를 하거나 새로운 물건을 구입하여 설명서를 읽을 때, 뉴스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될 때, 친구들과 대화를 할 때도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일상생활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또한 수업 후 함께 읽었던 책에 관련된 간단한 퀴즈와 학생들이 각자 생각하는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구글폼에 작성해보도록 하였다. ● 수업 중 활용한 자료 수업 마무리 해당 단원의 목표가 도서관에서 원하는 주제 분야의 책을 직접 찾아보는 것이기에 코로나19로 인해 학교도서관에 가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게 된 점이 가장 아쉬웠다. 대신 학생들 스스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고, 향후 지속적인 독서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도서관 역할을 단순히 책을 읽고, 빌리는 곳이 아닌 스스로 학습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확장시킬 수 있었다. 학생들이 정보요구가 생겼을 때, 학교도서관을 활용하여 원하는 정보를 찾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향후 학교도서관에서 다양한 정보를 검색하고, 종합하여 활용하는 정보활용능력을 기를 수 있는 초석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배움’이란 ‘첫째, 새로운 지식이나 교양을 얻는 것. 둘째,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것. 셋째, 남의 행동·태도를 본받아 따르는 것. 넷째, 경험하여 알게 되는 것. 다섯째, 습관이나 습성이 몸에 붙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배움의 의미는 우리가 교실수업의 변화를 꾀하면서 제시된 가르침 중심의 수업에서 배움중심수업으로 전환되는 기본을 이루었다. 수업의 본질인 학습경험을 통해 학교교육에서 배운 지식이나 교양·기술·태도·경험·습관 등이 학교교육이 끝난 뒤에도 자신의 몸속에 체득되어 평생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본이 되기를 바라는 교육의 방향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다. 교육의 방향이 배움중심수업으로 바뀐다는 것은 수업의 주체를 학생으로 보고 수업을 통해서 학생의 성장과 변화를 성찰하고자 한다. 좋은 수업을 위한 고민 좋은 수업을 위해 교사는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답으로 세 가지를 질문하게 된다.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왜 가르쳐야 하는가?’이다. 수업의 방향이 학생배움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우리는 학생을 주체로 수업에 대해 세 가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학생은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학생은 어떻게 배울 수 있는가?’, ‘학생은 왜 배워야 하는가?’이다. ‘무엇을’에 해당하는 것은 교육과정이다. 교육과정의 기준과 내용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을 결정하여 제시하는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을 지역 실정에 맞는 기준과 학생배움중심으로 이를 반영하여 학교구성원들이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인 학교수준의 교육과정이 설계된다. 학교수준의 교육과정은 교사의 개별 평가권과 교육과정 재구성에 대한 다양한 자율권과 재량권이 반영되어 교사교육과정으로 설계된다.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 교육과정성취기준이다. 교수·학습을 통해 학생들이 ‘알아야 하는 지식’, 혹은 할 수 있어야 하는 기능, 그리고 갖추어야 하는 태도를 구체적으로 기술하여 배움의 도달점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학생의 배움 결과는 어떻게 그려지게 될지, 도달 기준을 알려주는 지점은 어디인지, 그래서 수업목표는 어떻게 설정되어야 하는지에 따라 다양한 수업이 그려지게 된다. 심미적 체험을 바탕으로 하는 문학 수업 설계 과정 ●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분석하여 수업을 그리다 교육과정 성취기준(이하 성취기준)은 번호로 내용을 설명한다. [9국05-01]에서 ‘9’는 중학교 최종학년을 의미하고, ‘05’는 국어영역 중 문학영역임을 표시한다(01은 듣기·말하기, 02는 읽기, 03은 쓰기, 04는 문법, 05는 문학) 성취기준의 내용을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성취기준 분석을 통해 수업은 심미적 인식에 대한 개념과 심미적 체험의 의미를 지적으로 파악하고, 소통 활동으로서 문학작품을 분석하고, 이를 적용하여 자신의 심미적 인식을 체험으로 공유할 수 있는 생산적인 문학활동을 하게 된다. [PART VIEW] ● 교과협의회에서 교과교육과정을 구성하다 성취기준을 준거로 학습요소와 평가요소, 평가방법 등에 대해 분석한 후 시기와 차시를 고려하여 수업을 구성한다. 이는 교과협의회를 통해 공동의 협의를 하면서 어떻게 가르치고 배우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나누게 된다. 교사 교육과정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 학년협의회에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다 교과협의회에서 협의된 학습요소와 평가요소를 공유할 수 있는 학년협의회를 거친다. 동학년 교과를 지도하는 교사들이 모여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배울 것인가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가운데, 공통의 주제를 이끌어 내기도 하고, 중심 교과와 뒷받침 교과로 구성하여 학습의 중복이나 평가의 중복을 효과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협의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교과교육과정과 교육과정 재구성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 평가 기반 수업을 설계하다 성취기준을 학습목표로 제시하고, 평가계획을 먼저 구상하게 되면 수업과정 등이 자연스럽게 설계된다. 평가 기반 역행설계는 학생의 도달점을 목표로 삼고, 평가를 통해 배움에 대한 도달 정도를 측정하는 증거 자료를 얻는다. 수업이 곧 평가가 이루어지는 과정의 결합체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평가에 대한 계획을 구체적인 학생 행동으로 제시한다. 이에 대한 근거는 행동적 교수목표의 종류를 참고하기도 하였다. 심미적 체험을 바탕으로 하는 문학수업 운영 학생에게 기대하는 목표는 심미적 체험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시 쓰기 능력의 향상이다. 이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수업은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하여 블렌디드수업으로 운영하였다. 먼저 원격수업에서 지식에 대한 인식을 키웠다. 심미적 인식에 대한 개념과 심미적 체험에 대한 이해를 하고, 학생의 도달 정도에 따라 반복수업과 피드백을 하였다. 그리고 등교수업에서는 기능을 중심으로 적용학습을 실시하였다. 시를 분석하여 시인의 심미적 체험을 간접 경험하게 하고, ‘도시’에 대한 심미적 인식을 체험으로 공유할 수 있는 시 쓰기와 영상시를 제작하기로 운영하였다.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심미적 인식에 대한 개념 이해하기 → 심미적 체험 및 피드백 주기 → 심미적 체험을 바탕으로 문학작품 분석하기 → 심미적 체험을 바탕으로 시 쓰기 → 다양한 문학활동으로 영상시 제작 및 발표하기 ● 심미적 인식에 대한 개념 이해하기 원격수업에서 학생의 생활 주변에서 ‘아름다움’의 관점으로 바라본 세상에 대해 탐구하도록 하였다. 사진과 함께 대상이 갖는 가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하였다. 결과물은 자연경관이 아름답다에 집중되었고, 다양한 가치를 인식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 반복학습으로 환기한 결과 학생들은 다양한 대상에서 심미적 체험을 하였고, 자신이 바라보거나 겪은 체험 속에서 아름다움의 가치를 발견하게 되었다. ● 문학작품을 읽고 심미적 체험하기 등교수업에서는 원격수업에서 익힌 개념과 탐구를 통해 얻은 심미적 체험에 대해 문학작품을 읽고 분석하는 활동으로 진행하였다. 다섯 편의 시(스며드는 것/안도현, 맹인부부 가수/정호승, 첫사랑/고재종, 갈림길/신형건, 담쟁이/도종환)를 제공하고, 이를 옮겨 적거나 자료를 붙이게 한 후 관찰한 내용과 표현 등을 살펴보면서 심미적 체험을 공유하였다. ● 심미적 체험을 바탕으로 문학활동하기 심미적 체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문학활동은 시 쓰기이다. 하나, 자신의 심미적 체험에 대해 정리한다. 바라본 대상, 대상의 특징, 대상에게서 발견한 가치 등을 정리한다. 둘, 학생은 시인으로서 전달하려는 의도 즉, 주제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고 효과적 표현에 대해 생각해 본다. 자신이 전달하려는 의도를 어떤 표현방식을 활용하여 표현할 때 효과적인가를 생각할 때 1학년에서 배운 비유와 상징, 2학년 때 배운 개성있는 표현을 상기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셋, 형상화의 의미를 설명하고, 단순히 자신의 체험을 설명하거나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시적 형상화에 초점을 맞추어 시를 쓸 수 있도록 한다. 이제 학생들은 자신의 인식과 체험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표현을 활용하여 시를 씀으로써 자기 삶의 모습을 관찰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다양한 표현을 활용하여 생산하는 문학활동을 경험하게 된다. 넷, 시를 쓴 후 친구들과 돌려 읽고, 점검한 후 수정할 수 있도록 한다. 모둠을 구성하여 친구의 시 중에서 ‘도시에 대한 아름다움’을 잘 드러낸 시를 선택하고 함께 영상시로 제작하여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고 이러한 과정에서 학생들의 심미적 인식을 키울 수 있었다.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한 통합 수업으로 확대 ● 교육과정 재구성의 이해 교육과정 재구성이란 교사가 국가수준 교육과정 또는 지역수준 교육과정, 학교수준 교육과정을 교사 자신만의 교육과정으로 구성해 가는 모든 과정을 의미한다. 즉, 교사가 스스로 전문성에 기초해 주어진 교육과정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교육계획 및 교과서의 재조직화·수정·보완·통합하는 등의 활동을 의미한다. 교육과정을 재구성한다는 것은 가르치는 내용의 순서에 변화를 주거나, 주제를 정하고 각 교과의 공통된 내용을 취합하여 새로운 과정을 구성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일부 내용에 더 혹은 덜 비중을 두고 가르치는 것으로 프로젝트 학습과 연계하여 단원이나 교과를 초월해 가르칠 수도 있다. ● 심미적 체험을 통합수업으로 확대 심미적 체험을 바탕으로 문학활동을 하는 이 수업은 교과 간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통합수업으로 설계하였다. 교과 간 지적 이해에 대한 통합뿐만 아니라 연계성을 살려 다양한 교과 전문지식을 학생 스스로 결합하고 연결하여 융합적 사고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였다. 교사는 학교와 학생 상황 맥락을 반영하여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을 실현하고, 학생은 배움을 삶에 적용해 보고 공동체적 삶에 대한 심미적 인식을 키우고자 하였다. ● 배움을 배우다 우리는 늘 수업에 목마르다. 누군가의 수업이 내 수업의 근간이 되기도 하고, 내 수업이 다른 교사에게 희망이 되기도 한다. 교사에게는 교사가 필요하다. 이제 우리는 잘하는 수업에서 잘 나누는 수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교원학습공동체나 교사단 활동을 통해 나눈 수업은 다시 학교로 돌아와 우리 학교를 발전시키고, 나를 변화시킨다. 그래서 수업은 눈덩이처럼 커져가는 살아있는 유기체이다. 살아있기에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성장하면서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 누군가는 교사이며, 학생이며 그리고 우리 공동체라 볼 수 있다. 지금도 누군가의 밤은 수업으로 밝혀질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