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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김영화(홍익대 교수) 정부는 지난 6월 9일 ‘대안교육 기회의 확대 및 내실화 추진방안’을 마련, 각계의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임을 발표하였다. 이 안에 의하면 정규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대안교육 시설에 다니거나 대안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정규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으며, 학교부적응 학생들은 소속 중·고등학교에 학적을 둔 상태에서 학교 밖의 대안교육시설에서 수업을 받거나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소속 학교의 졸업장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우리 나라에서 대안교육이 시작된 시기는 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대안교육이 특히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세기의 전환기를 즈음하여 학교교육의 위기와 붕괴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이다. 종래 대안교육은 제도권 밖에서 이루어지는, 학교교육에 대한 대안적 형태의 교육이라는 의미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학교중도탈락생의 증가 등 학교부적응 문제가 심화되면서 언론의 집중 조명 및 정책적 관심을 받게 되었으며, 1998년부터 소수의 기존 대안학교가 특성화고등학교라는 이름으로 제도권에 편입되었다. 특성화고등학교제도의 도입은 자율학교, 자립형사립고등학교제도의 도입과 함께 현재 고교평준화정책으로 인해 획일화·경직화되어 있는 공교육의 문제를 극복하고자 하는 정책적 시도라 할 수 있다. 대안교육 기회의 확대 역시 학교교육에 대한 대안적 형태의 교육기회를 확대한다거나, 일부 부적응 학생에게 재적응을 위한 교육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접근하기보다는 학교교육을 다양화하고자 하는 시도 중 하나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정부가 대안교육 기회를 확대하려는 취지의 무게중심이 학교부적응 학생이나 중도탈락생들에게 재적응 기회를 제공하고자 함에 기울어져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단순히 기존 공교육 부적응 학생들이나 탈락생들에게서만 창출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초기의 제도권 밖의 대안학교나 제도권 내에 편입된 대안형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의 상당수는 학교부적응 학생들이었던 반면, 최근에는 기존 학교에 정상적으로 적응하고 있는 학생들의 자발적 선택 입학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 서울·경기 지역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조사대상 학부모의 60% 정도가 자녀의 대안학교 입학·전학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하였는데, 이 가운데 자녀의 학업수준이 하위권인 학부모보다 중상위권인 학부모가 대안교육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응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대안교육 수요가 다양한 계층으로 점차 확대될 것임을 시사해 주고 있다. 대안교육을 이와 같이 학교교육의 다양화 차원에서 확대시켜 접근할 때 당연히 자립형사립고등학교의 도입을 둘러싸고 제기되었던 쟁점과 동일한 쟁점들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즉, 학교의 다양화는 결과적으로 교육부문의 시장화를 촉진하고 이로 인해 공교육의 파행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대안교육 기회의 확대에도 적용된다. 최우선의 과제는 기존의 공교육을 개선하는 것이지, 기존 공교육은 위기 상황에 놓아둔 채 대안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공교육을 더욱 황폐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PAGE BREAK]그러나 최근 급증하고 있는 다양한 교육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개방적 교육체제의 구축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다. 명칭은 ‘대안’교육이지만 공교육과 대립된다는 의미의 교육보다는 공교육과 기능적으로 ‘상호보완’하는 교육의 의미로 접근해야 할 것이며, 공교육의 정상적 운영을 저해하기보다는 오히려 촉진할 수 있는 장치로서의 역할을 기대해야 할 것이다. 다양한 교육수요를 탄력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기존의 공교육에 다양성에 대한 과다한 압박을 가하기보다는 기존의 공교육은 질 높은 기본교육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고, 대안교육은 다양한 독자적인 교육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학교부적응 학생에 대하여 정규 학교에 적을 둔 채로 대안교육시설에 위탁교육하는 형태는 공교육과 대안교육의 상호보완적 기능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안교육이 기존의 공교육에 대하여 상호보완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기 위해서는 먼저 대안학교 또는 대안교육 프로그램이 명확한 독자적인 설립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 일반 학교교육과는 차별화된 설립 이념과 철학에 따라 특성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설립 근거는 부적응 청소년 등 특정 유형의 청소년을 위한 교육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찾을 수도 있으며, 독자적인 교수-학습 방법, 교육과정, 학교경영방식 등 다양한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단, 대안학교가 귀족형 대학입시준비교육기관으로 변모할 가능성을 피할 수 있도록, 학생 선발에서부터 교육과정 운영 및 학교 평가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또한 대안교육 프로그램 이수자들도 학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기초학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대안교육 프로그램은 가능한 한 정규교육과정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학교급에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기초공통교육도 아울러 이루어져야 하므로 학력 기준을 설정하여 모든 학생들이 이 기준을 성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무리 학생들의 흥미와 적성을 중시하는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대안교육의 주요 과제라 하더라도 기본적인 의사소통과 셈하기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청소년들을 양산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정규 학교와는 달리 필수 교과 이수를 요구하기보다 최소한의 졸업능력기준에의 도달 여부를 평가하는 절차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대안학교는 일반적으로 규모가 작고 특성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때문에 경비가 많이 소요되는 만큼 사립 대안학교에도 정부의 공공 재정 지원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대안학교에 대한 공공 재정 지원은 교육재정배분의 형평성 차원에서 원칙적으로 일반학교의 학생 1인당 공부담 교육비를 초과하지 않는 수준에서 책정되어야 할 것이며, 설립 및 운영에 드는 경비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대안학교들은 지역사회의 인적·물적 자원을 최대한으로 활용하고, 대안학교간 네트워크 구축을 통하여 시설을 공동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추가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은 수업료 및 산업체를 비롯한 지역사회 각계 각층의 협조와 발전 기금으로 충당해야 할 것이지만 지원금은 가변성이 크므로 외부 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학교는 지원금이 없어지면 생존하기 어렵다.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통하여 경비를 절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안교육의 확대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안학교의 설립·운영 과정에서 정부의 관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도한 국가 관여는 대안교육을 표준화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하고 모니터링 하는데 그 역할을 제한시켜야 할 것이다.
이승길(서울 경신고 사서교사) 우리는 지식정보사회로 대표되는 문명사적 변화의 세기를 살아가고 있다. 지식정보사회는 경제, 교육, 문화 등 전사회 분야에서 지식 및 지적 자본이 생산요소의 핵심을 차지하는 사회를 말한다. 지식정보사회에서는 지식경영에 따라 그 어떤 생산자원보다 인적 자원이 중요시되고 있다. 따라서 교육에서는 지식정보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서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및 창의적 인재육성이 중요시되고 있다. 이렇게 변화하는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가 지녀야 할 능력으로서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독서능력이다. 국민의 독서력은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킬 것이며 지식정보사회로 발전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다. 독서능력을 향상시키는 기관으로서 도서관이 중심에 있다는 점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미래 인재를 육성하는 학교 현장에 있는 학교도서관은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학교도서관은 이제 독서력을 신장시키는 중심역할을 요구받고 있으며, 또한 학생과 교사들에게 다양한 참고정보원을 제공하는 교수-학습 정보센터로서 역할해 주기를 요구받고 있다. 선진국의 사례만 보더라도 학교도서관이 잘 운영되고 있어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를 육성하는데 많은 공헌을 하고 있으며, 도서관을 통하여 생산되는 지적 자본을 바탕으로 세계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학교도서관 현실은 암담하다. 그 동안 학교도서관은 그야말로 방치되어 왔다. 도서관이 없는 학교가 많았으며, 있다 하더라도 학교에서 가장 어둡고 구석진 곳에 위치하고 그나마 문이 닫혀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문을 열고 있는 도서관도 책 창고로 전락해서 문학서적 위주의 교양서적을 대출해주는 역할에 머물러 있었다. 예산이 부족해 새 책을 구입할 수 없었으며 기증도서와 문학전집이 자료의 대부분이었다. 도서관은 학교의 심장이라고 하는데 심장이 죽어있었던 것이다. 이제 죽어있는 학교도서관을 살려야 한다.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지식정보사회로 발전하는데 필요한 기초는 학교도서관의 발전에 있다. 또한 다양하고 많은 자료가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들에게 있다. 제7차 교육과정 시행에 따라 학교도서관은 교수-학습 정보센터로서 교사와 학생들에게 독서자료와 학습자료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학교도서관이 이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첫째, 학교도서관 관련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그 동안 학교도서관 관련정책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교육부, 문화관광부, 기획예산처, 행정자치부 등 부처간에 유기적인 협조 아래 학교도서관을 만들고 발전시킬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학교도서관 발전의 핵심은 정책을 만드는 일이다. 둘째,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 도서관을 만들고 자료를 구입하고 전산화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필요하다. 초기 투자비용은 다소 들겠지만 향후 운영과 기존의 도서관을 운영하는데는 많은 예산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단위 학교 경상운영비의 5%만 확보해도 도서관은 눈부시게 발전할 수 있다. 셋째, 낡은 도서관 시설을 정비해야 한다. 대부분의 도서관이 교실 1칸 규모에 머물고 있다. 자습실을 도서관으로 바꾸고 시청각실을 도서관과 통합하여 충분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도서관 운영에 필요한 전산 장비와 비품을 학교도서관 설비기준에 맞게 설치해야 한다. 넷째, 다양하고 충분한 양의 자료가 확보돼야 한다. 더불어 시대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교수-학습에 필요한 참고정보원으로서 비디오, CD-ROM, E-BOOK, 디지털 자료 등을 도서관 자료로 구성해야 한다. 다섯째, 도서관 운영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전담 운영자를 배치해야 한다. 예산, 시설, 자료 등 모든 조건이 충족되었다 하더라도 전담자가 없다면 학교도서관은 빈 껍데기뿐일 것이다. 교과목을 수업하면서 업무분장으로 도서관을 관리하는 담당교사의 형태로서는 한계가 있다. 현재 사서교사 배치율은 0.25%에 불과하다. 다행히 근래 들어 정부와 시민단체에서 학교도서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일시적이고 부분적인 관심에 그치고 있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학교도서관을 살리기 위해서는 앞서 거론했던 다섯 가지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학교도서관 문제는 학교교육의 전체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학교도서관에서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정보, 자신의 수준에 맞는 정보를 가지고 자유롭게 학습하고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찾아오기를 바란다. 학교도서관을 통하여 학생들은 자신의 미래를 찾고 행복을 느끼며, 도서관을 통하여 평생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중요 기관으로서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윤재열(경기 수원 장안고 교사) 내가 사는 동네는 참으로 삭막한 곳이다. 20층이 넘는 고층 아파트들이 수도 없이 늘어서 있고 덩치가 커다란 상가 건물들이 옥수수 밭을 연상할 정도로 빽빽하게 서 있다. 대단위 택지 개발 지역이기 때문에 사방을 둘러봐도 아파트와 상가 건물만 울창하다. 이 곳은 택지 개발지역이라고 해서 동네가 바둑판처럼 정확하게 구획 정리가 되어 있지만, 내게는 이런 것도 마음에 안 든다. 아파트 건물을 지을 때도 남향으로 짓다보니 들어앉아 있는 건물이 모두 엉덩이는 서쪽으로 하고 얼굴은 남쪽을 바라보고 있다. 구역별로 다른 회사가 시공했지만, 겉모습은 모두 똑같다. 내가 보기에는 단지 내에 심은 나무들도 모두 똑같다는 느낌이다. 헤아려 보지는 않았지만, 담 밑에 심은 장미 덩굴 숫자까지 똑같을 것이다. 굳이 다른 것을 찾아본다면 아파트 출입구에 버티고 있는 무슨 무슨 아파트라는 간판뿐이다. 하지만, 간판 글씨를 모두 번쩍번쩍하는 금빛으로 치장한 것이며 그 옆에 아파트 시공 회사에서 설치해준 조각품 등이 모두 적당히 규격화되어 있으니, 엄밀히 말하면 간판도 다른 것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런 아파트를 두고 많은 사람들은 부러워 어쩔 줄 모른다. 이 지역에서는 드문 택지 개발지역이기 때문에 투자 가치가 높다. 전철역이 가깝다. 가까이 명문 고등학교가 있어서 아이들 교육 환경이 좋다. 아파트를 사 두기만 하면 몇 년 사이에 엄청난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야단들이다. 이런 말이 내 귀에는 당연히 들어오지 않는다. 우선 이 아파트는 우리 가족이 살기 위해서 장만한 것이지, 투자 목적으로 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아파트라는 건물 자체가 정감이 가지 않는다. 조그만 집은 지을 때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집을 짓지만, 이처럼 커다란 아파트는 웅장한 기계가 콘크리트를 쏟아 붓고 지은 집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아담한 집은 주춧돌을 놓을 때부터, 집에서 살 사람들의 습관까지 고려해서 지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큰 아파트는 그런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다. 사각형으로 만들어진 뼈대에 대충대충 살을 부치고 공사 기일에 마쳐서 빨리 빨리 만들어낸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성인도 ‘여세추이(與世推移)’라고 한 것처럼, 새로운 환경에 순응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 내 인생의 몫인 걸. 그래서 내 마음의 그릇에 아파트에서도 사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담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가장 먼저 정을 붙인 것이 베란다이다. 처음 아파트에 이사와서 단독주택처럼 손바닥만한 뜰이라도 있었으면 하면서 헤맨 적이 있었다. 그 때 허전한 가슴을 재워준 것이 베란다이다. 베란다에 앉아있는 화분들은 낮에는 낮대로 햇살을 받고, 밤에는 밤대로 달빛을 먹고 자라서인지 가슴들도 한껏 부풀어올라 숙녀티들을 내고 있다. 고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보는 시내 밤 풍경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신비스러운 분위기도 자아낸다. 저 멀리 회색 아파트 건물들도 밤에는 깊은 산에 빽빽이 들어찬 나무들로 보이게 한다. 간혹 직장에서 마음이 상한 일이 있으면 아파트 베란다에 서서 마음의 두레박을 올렸다 내렸다 하다보면 맑게 씻어지는 듯하다. 아파트에서 사는 즐거움을 더욱 부추긴 것은 반상회 참석 때부터이다. 날이 따뜻해지면서 우리 아파트는 관리 사무소에서 하던 주민 총회를 아예 밖으로 옮겼다. 부지런한 부녀회장이 술자리까지 준비했다. 특히 매번 여자만 모이는 주민 총회에서 부부가 함께 모이는 총회로 한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참석을 하지 않는 세대는 아파트 발전 기금 마련을 위한 벌금을 물린다는 으름장까지 써 놓으면서. 물론 우리 부부는 사람을 그리워하던 차라 제일 먼저 자리에 나갔다. 그리고 하나둘 들어오는 이웃들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런데 얼떨결에 이름과 손을 건네면서 초면인사를 끝내고 앉아있는데, 가만히 뜯어보니 남자들은 모두가 낯익은 얼굴들이다. 저 사람은 출근길에 내차 앞에 가로질러놓은 차 때문에, 차를 빼달라고 전화를 해서 본 얼굴이고, 저 양반은 언젠가 출근길에 슈퍼에서 담배를 사갔고 나오다가 마주쳐 내 어깨에 멍까지 새긴 적이 있다. 아니! 저 여자는 아파트 앞 우회전 도로에서 내 차 앞으로 새치기를 해서 하마터면 접촉 사고를 낼 뻔했던 여자가 아닌가. 그 때 화가 나서 뒤따라가 멱살이라도 잡으려고 했던 여자가 분명하다. [PAGE BREAK]흰머리가 제법 많아 보이는 듯한 사람은 아무리 여겨보아도 낯설다. 내심 다행이라 생각했다. 연로하신 분과 악연이라도 갖고 있다면, 이 자리에 앉아 있기가 곤혹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양반이 내게 술잔을 가장 먼저 권하면서 “윤 선생님“하는 것이다. 순간 나를 아는가(?), 아니겠지(!). 요즈음 모두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것이겠지 했는데, 당신의 형님 딸이 3학년 4반 누구란다. 아뿔싸! 아뿔싸! 며칠 전 감기라고 해서 “여름에 무슨 감기냐, 넌 꾀병이다”라고 물리쳤던 아이의 큰아버지라니. 풋감 먹고 얹힌 얼굴이 되어 앉아있는데 손이 촉촉했다. 술이 넘친 것이다. 술은 초물에 취하고 사람은 훗물에 취한다더니,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주고 받다보니 모두가 법 없이도 살 사람들이라 생각했다. 처음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땅도 밟지 못하고 사는 새장이니, 닭장 같으니 하면서 푸념 속에 살았다. 뿐만 인가 처음 입주할 때부터 콩알만한 간에 호박덩이 만 한 경계심을 달고 살았다. 옆집이 이사를 가고, 위층에 함이 들어와도 알음 할 생각이 애초에 없었다. 서로 척 지은 것도 없으면서 문을 꼬오옥 닫고, 혹 그들과 인연의 끈이라도 맺어질까봐 피해가면서 살았다. 그런데 오늘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아파트에 사는 우리야말로 한 지붕 아래 모여서 사는 가족 같은 사람들이라는 것이었다. 위층, 아래층에서 하는 소리가 다 들리고 옆집하고는 얇은 벽을 사이에 두고 나누어져 있다. 전기선은 서로 실핏줄처럼 연결되어 있고 수도관, 가스관도 함께 쓰고 있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다. 그런데 이런 이웃간의 삶을 간혹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나보다. 반장 아주머니가 우리 위층으로 주민 총회 불참 건에 대해 벌금을 받으러 갔단다. 그랬더니 그 집 안주인이 말하기를 우리는 이 아파트에 살지 않는다고 생각하라면서, 아파트 주민 총회에 참석할 의사도 없고 그렇다고 벌금을 낼 생각도 없으니 앞으로는 찾지 말라고 했단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그 여자는 뒤늦게 방송통신대학을 다니는 학구파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개인의 행복추구권’ 운운하면서 반장 아주머니를 문전박대를 했나본데, 혼자 살면 개인의 삶이 보장되고 행복이 넘치는지 묻고 싶다. 이 아주머니에게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고리타분한 이야기보다는, 오래 전에 유행했던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그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의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 물위에 떠오르고, 그놈 살이 썩어 들어가 연못 속에는 아무 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라는 노래이다. 이 노래는 제목이 ‘작은 연못’이라고 기억되는데, 이는 연못의 이야기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즉 이 노래 통해서 우리의 삶의 자세를 유추할 수 있다. 이 노래에서 들려주듯이 우리가 혼자 살려고 한다면, 같이 죽게 된다. 마찬가지로 위층 아주머니는 더불어 사는 사람들을 귀찮아하고 있지만, 과연 그들이 귀찮은 존재일까. 주위에서 술이 오른 아저씨가 빈정거리듯 벌금도 안 내니 좋겠다고 했지만, 그 집 여자는 벌금 5000원보다 더 큰 인심을 잃은 것이 분명했다. 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는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아침 출근길에도 주민 총회에서 만난 이웃을 보면 엘리베이터에서 인사를 건네지만, 그 여자는 누구인지를 알지 못하고 지내고 있다. 엄마, 아빠를 따라나온 꼬마 녀석들은 나를 보면 함박꽃 웃음을 보내면서 인사를 건네는데, 그 여자는 이렇게 예쁜 아이들의 인사도 못 받을 것이다. 늘 거센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산 정상에서 굳게 서 있는 나무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산에 사는 나무는 이처럼 늘 바람에 시달리면서 산다. 그래서 산 정상에 있는 나무는 스트레스를 받아 성장 호르몬이 더디게 나온다. 당연히 나무의 줄기는 짧아지고 뭉툭해진다.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산 정상에서 살아가는 데 큰 장점이 된다고 한다. 키가 작을수록 강한 바람이 불어와도 줄기나 가지가 잘 꺾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생물도 환경에 따라 자신의 몸을 유리하게 적응시키면서 살아간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어떻겠는가. 아파트에서 살아야 한다면 아파트에서 사는 문화를 만들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 인간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라도 문을 활짝 열고, 이웃과 함께 사는 아름다운 문화를 만드는 주역이 되어야 할 것이다.
서춘수(조흥은행 재테크 팀장) 퇴직금 투자의 첫째 조건은 안전성이다. 퇴직금은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최후 보루'이기 때문이다. 두번째 조건은 수익률이다. 현재 은행 정기예금 수익률은 세금을 제하고 나면 연 4%대까지 떨어져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즉시 연금신탁'은 노후를 대비해 퇴직금이나 여유자금을 투자할 수 있는 매우 적절한 실버형 금융상품이다. 이 상품은 1000만원 이상 목돈을 한꺼번에 넣어두고 원금과 이자를 5년 이상 연금식으로 나눠 지급을 받는 실적배당 신탁상품이다. 원리금 보장으로 안전성 담보 '즉시 연금신탁'의 장점은 신탁상품이면서도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1인당 5000만원까지 보장을 받는다는 점이다.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지만 원금보장을 받는다는 점도 장점이다. 즉, 즉시 연금신탁도 주식형 수익증권이나 채권형 수익증권처럼 운용실적에 따라 배당을 받지만 은행이 투자를 잘못해 원금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최소한 원금만은 은행에서 보장을 해주는 실적배당 상품이다. 예를 들어 주식이나 일반 채권간접투자 상품은 금융기관이 투자를 잘못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면 가입한 고객이 100% 손해를 보게 되지만 즉시 연금신탁은 아무리 많은 손해가 발생해도 최소한 원금은 은행이 보장을 해주는 것이다. 그만큼 안전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가입액의 10%까지 주식에 투자를 하는 주식형 즉시 연금신탁도 당연히 예금자보호와 원리금 보호를 받는다. 비과세와 세금우대 가입 가능 연령에 따라서 비과세와 세금우대로 가입할 수도 있다. 65세 이상은 이자소득세(주민세 포함 16.5%)가 완전 면제되는 생계형 저축으로 200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으며 55세 이상 여자와 60세 이상 남자는 6000만원까지 세금우대(이자세율 10.5%)로 추가 가입이 가능하다. 65세 이상 부부라면 생계형 저축으로 4000만원, 세금우대로 1억200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어 1억6000만원까지 절세형으로 가입이 가능한 셈이다. 가족명의를 모두 활용해 절세형 상품으로 가입한다면 세후 수익률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주식안정형 가입도 권해 볼만 즉시 연금신탁은 채권과 유동성 금융상품에 모두 투자하는 채권형과 신탁재산의 10% 이내에서 주식 및 주식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주식안정형이 있다. 안전한 투자가 목적이라면 채권형에 가입을 해야겠지만 향후 주가상승이 예상되고 보다 높은 수익률을 원한다면 주식안정형에 가입할 필요가 있다. 연금지급 기간은 최소 5년 이상이어야 하며 연금지급주기는 매월, 3개월, 6개월, 1년 중에서 선택이 가능하므로 퇴직 후 본인의 경제활동에 맞게 연금지급 기간과 연금지급 주기를 선택 선택하면 된다. 연금신탁 가입시에 주의할 점 즉시 연금신탁에 가입한 후 1년 이내에 해지를 하면 중도해지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중도해지 수수료는 3개월 미만 해지시 신탁이익의 70%, 3개월 이상 6개월 미만 해지시 신탁이익의 50%, 6개월 이상 1년 미만시에는 신탁이익의 30%를 적용한다. 따라서 최소한 1년 이상 장기여유자금으로 가입을 해야 한다. 또한 주로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므로 시중금리가 상승할 때 가입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가격이 떨어져 배당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별로 배당률은 연 4.6∼8.0% 수준으로 은행별로 차이가 있으므로 가입금융기관 선택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