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32,335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
교육부가 ‘학교 온라인 민원(소통) 시스템’을 오는 2학기에 개통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달까지 총 8회 정도 현장 의견수렴을 갖고,도출된 내용을 추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교원단체와 노조 의견수렴은 20일 대면으로 진행된다. 5일 교육부에 따르면 현장 적합성이 높은 사용자 중심의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해당 시스템을 사용하게 될 교원·학교 민원대응팀과 교육(지원)청의 통합민원팀, 학부모, 교원단체·노조 등과 순차적으로 만나 학교의 민원 처리와 상담 지원을 위해 필요한 기능과 처리 절차·방법 등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다. ‘학교 온라인 민원 시스템’은 학부모 등 보호자가 학교·교사와 원활히 소통할 수 있도록 상담 예약과 민원 처리를 지원하는 것으로 나이스 학부모 서비스(https://parents.neis.go.kr)와 연계·구축된다. 이는 지난 2023년 8월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의 후속 조치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지난해 12월 초·중등교육법 개정으로 학교 민원을 전자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정보시스템 구축에 대한 법적 기반이 마련되면서 최종 관문을 넘었다. 이에 올해 교육부 주요 업무 추진계획의 주요 과제로 포함되기도 했다. 그동안 학교 내 민원 접수·처리를 위한 일원화된 시스템 등의 부재로 많은 문제가 따랐다. 교원들은 개인 연락처나 소통망(SNS) 등을 통해 접수되는 민원, 예정되지 않은 방문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현장은 개선을 요구해 왔다. 이 시스템을 통해 학교에 접수되는 민원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리하되, 특이 민원 발생 시 학교장과 교육(지원)청이 민원 처리에 개입해 교직원을 보호할 수 있도록 온라인 민원 처리 체제도 마련할 예정이다. 현장 의견을 반영한 후 5월까지 시스템 구축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후 6월까지 시범운영을 거친 뒤 2학기부터 전국 초·중·고 및 특수학교에 적용된다. 고영종 책임교육정책실장은 “학교 구성원 간 소통을 지원하면서도 특이 민원 등으로부터 교직원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사항을 적극적으로 청취하겠다”고 말했다.
학교자율시간의 탄생 배경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초등학교 현장에 적용된 지 1년이 지났다. 2024학년도부터 1~2학년군 적용을 시작으로 2025학년도 3~4학년군, 2026학년도 5~6학년군에 순차적으로 적용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중점은 무엇일까? 다양한 변화가 있겠지만, ‘자기주도적인 사람’을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인간상으로 제시한 것을 꼽을 수 있겠다. 이에 따라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학생의 자기주도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교육과정 ‘편성’이라는 용어 대신 교육과정 ‘설계’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단위학교의 교육과정 자율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초등학교 학교자율시간은 이런 흐름 속에 단위학교에서 ‘지역과 학교의 다양한 여건을 고려하여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실제로 구현하여 운영하도록 지침을 구체화한 것이며,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었음을 단위학교에서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변화이다. 학교자율시간의 개념과 지침 교육부가 발간한 2022 개정 초등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 톺아보기에서는 학교자율시간을 ‘지역과 학교의 여건 및 학생의 필요에 따라 교과 및 창의적체험활동의 일부 시수를 확보하여 국가교육과정에 제시되어 있는 교과 외 새로운 과목이나 활동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시간’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를 더 구체화해서 정리해 보면, 단위학교는 3~6학년 중 최소 1학기 이상 학교자율시간을 편성해야 하며, 학년이나 학기 단위로 운영하고, 연간 34주를 기준으로 1주의 시간을 확보하여 학기 내에 1주의 수업시간을 모두 운영해야 한다. 학교자율시간의 주제, 운영 학년과 학기, 운영형태나 편성 방식 등은 학교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여 학교가 결정한다. 학교자율시간 적용 첫해, 혼란의 연속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는 2023학년도부터 2024학년도까지 2년 동안 ‘2022 개정 초등학교 교육과정 연구학교’로 지정되어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선제적으로 적용해 왔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연구학교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전반을 연구하는 학교이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처음으로 도입되는 학교자율시간이 뜨거운 감자였기 때문에 주로 학교자율시간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2023년 2월, 서울시 교육과정 연구학교 운영 교사들이 서울교육대학교부설초등학교에 모였던 날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막연하게 말로만 들어오던 학교자율시간의 구체적인 실체를 알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모였던 그날, 우리 학교 대표 교사로 참석했던 필자는 첫 모임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가는 내내 학교자율시간을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었다. 다만 무엇인가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만은 확실하게 인지했기 때문에, 기존 교과와는 차별화된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했고, 연구학교 운영회의에서 이 부분을 강조했다. 하지만 함께 연구하는 연구학교 운영 교사에게 “도대체 얼마나 새로워야 하나요?”라는 볼멘소리를 듣기도 했다. 지금 글을 쓰며, 우리 연구팀이 의문을 가졌던 내용을 정리해 둔 기록물을 다시 보니, 그 당시 느꼈던 혼란스러움이 그대로 다시 떠올랐다. 그중 몇 가지를 추려보면 ▲교육과정 재구조화 프로젝트 학습 혹은 창의적체험활동과 학교자율시간의 차이는 무엇인가? ▲학교자율시간의 주제는 학교공동체 특히 학생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반영해야 하는데, 학생들 의견을 그대로 수용할 것인가? ▲학생들의 역량은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학교자율시간 활동은 몇 가지나 운영해야 하고, 몇 시간을 운영할 것인가? 등이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첫해에 느낀 의문점들은 학교자율시간 지침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면 바로 해소될 수 있는 것들도 많았다. 예를 들어 기존의 교육과정 재구조화 프로젝트 학습과 창의적체험활동·학교자율시간의 차이점을 보면 학교자율시간은 기존의 교육과정에 없는 새로운 활동이나 과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선 두 가지는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는 내용으로 기존 교과 및 창의적체험활동의 성취기준이나 내용 등을 근거로 이루어지는 것임에 반해, 학교자율시간 활동이나 과목은 기존 교과에 없는 내용이기 때문에 성취기준을 개발해서 활용해야 한다. 또 다른 예로는 학교자율시간 활동의 개수와 운영 시수가 있다. 연구를 시작한 첫해에는 지침이 확정되지 않은 시점이었지만, 지금은 시·도교육청에서 학교자율시간 운영지침을 제시하고 있어서 이를 준수하여 정하면 어렵지 않다. 시·도교육청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통상 1학기 내에 활동 2개를 넘어가지 않게 하고, 시수도 총 시수÷34주의 결과값을 반영해서 운영하면 된다. 다만 연구 첫해인 2023학년도에는 지침이 정해지지 않아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우리 학교의 경우 첫해에는 1학년과 함께 2학년도 운영했고, 활동도 한 학기 내에 4~5개를 하는 학년도 있었다. 또 시수도 일반적인 3~4학년 운영 시수인 29시간을 훌쩍 넘어 40시간 내외를 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지침이 제대로 정해지지 않았거나 안내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음으로는 학교자율시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대표적으로 학교자율시간 주제 선정에 대한 학생 의견 반영이 있다. 학교자율시간의 도입 취지는 학생의 주도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우리 학교 5학년 연구교사들은 취지에 맞게 운영하겠다는 굳은 의지로 학생들에게 더 배우고 싶은 활동 주제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았다. 결과는 어땠을까? 5학년 학생 중 대략 90% 이상의 학생들이 모두 체육에 몰표를 주는 일이 발생했다. 이후 5학년 선생님들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과연 이 결과를 반영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학생들에게 더 도움이 되는 다른 주제를 일방적으로 정해서 통보해야 할 것인가? 이 문제를 공론화하여 연구학교 운영 교사들과 오랜 시간 논의한 결과, 학생들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교육과정 전문성이 있는 것은 교사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교사가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사전에 학생들과 충분한 소통을 통해 동의를 구하거나, 주제를 구현하는 교수·학습방법이나 실제 활동의 소주제를 정할 때는 학생 의견을 더 많이 반영하는 것이 좋겠다는 쪽으로 의견이 합치되었다. 이 외에도 학생들이 원하는 활동은 예산이 많이 필요한데 예산 확보가 어렵다거나, 너무 많은 활동을 다채롭게 하면서 교육활동을 단순 행사로 인식한다는 점, 교원의 업무가 과다해진다는 것 등이 어려웠던 점으로 제시되었다. 그러나 공모사업을 신청하여 예산을 적극적으로 확보하였고, 교육활동을 성취기준과 연계하여 깊이 있는 학습으로 연계하는 방법을 제시하였으며, 동학년이 함께 협력하는 방법을 만들고, 서로의 어려움을 돕는 방법으로 업무량 증가 등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었다. 2023학년도를 보내며, 연구학교 운영 교사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우선 우리가 찾아보고자 했었던, ‘학교자율시간을 쉽게 운영하는 방법’은 찾지 못했다.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교사가 새롭게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 그리고 학생들이 원하는 바를 구현하기 위해 전문성을 갖추고 노력하는 것은 분명히 쉽지 않았던 작업이었고, 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었다. 다만 모든 교사의 한결같은 반응은 한 가지 있었다. 올해 운영한 학교자율시간 활동들을 학생들이 재미있어했다는 것, 그리고 학생들이 분명한 성장세를 보였다는 것, 그래서 교사로서 뿌듯함을 느꼈다는 것이다. 학교자율시간 적용 두 번째 해, 교사 전문성 확보 큰 소득 우리 학교는 연구학교 운영 두 번째 해를 맞이하면서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왜냐하면 연구학교 1차년도에 치열하게 고민하고 운영해 본 결과, 어려운 점을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한 노하우가 생겼고, 학교자율시간 지침도 구체적으로 정해지면서 운영이 수월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육과정부장인 필자가, 첫 회의에서 연구학교 운영 교사들에게 새로운 제안을 했다. 바로 2차년도에는 학교자율시간을 ‘활동’이 아니라 ‘과목’을 개발해서 운영해 보자고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선택으로 인해 또 우리는 많은 에너지를 사용했고, 힘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교육감 승인 과목’을 개발하고 운영해 보자고 제안한 데에는 확실한 이유가 있었다. 우리 학교의 연구학교 운영 주요 목표 중 한 가지는 학교자율시간을 시작하는 학교가 쉽게 학교자율시간을 운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교육감 승인과목의 경우, 새로운 과목 교육과정을 개발하여 교육감 승인을 받으면 같은 시·도교육청 내에서 개발된 과목의 교육과정을 일반 학교에서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즉 과목 교육과정 개발이 활성화될수록 단위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교육과정도 많아진다. 그래서 처음에는 과목의 교육과정 개발이 힘들기는 하겠지만, 아주 어려운 일이 아니라면 우리 학교가 선제적으로 해 본 뒤, 다른 학교에 방법을 안내해서 많은 학교가 다양한 과목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교육과정을 개발하면서 처음의 생각이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과목을 ‘개발’한다는 것은 국어·수학·사회 등의 교과와 같이 과목 설계의 개요, 과목의 성격과 목표, 내용체계, 성취기준, 성취기준 해설, 성취기준 유의사항, 교수·학습의 방향, 평가의 방향 등을 모두 새롭게 만들어낸다는 것을 의미했다. 또 기존 교과와 내용이 중복되거나 다음 학년 교육과정을 넘어서서 선행학습이 되는 경우를 모두 피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더 많은 교육과정 전문성이 요구되었다. 일차적으로 과목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나서도 교육청 면접(교육과정 개발 의도 등을 설명하는 자리)을 봐야 하고, 3~4차에 걸쳐 수정해야 했으며, 윤문 검토까지 완벽하게 이루어져야 했기 때문에 지친 나머지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에 대한 한탄도 나올 정도였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대학교수들과 과목 전문가에게 컨설팅을 받고, 연구팀원들과 함께 수없이 많은 회의와 공부를 통해 전문성을 높인 결과, 결국 3~6학년까지 총 4개의 과목 교육과정을 개발하여 교육감 승인을 받았다. 교사에게 교육과정은 대단히 중요하지만, 교육과정을 구체적으로 구현한 교과용 도서와 지도서도 그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겨진다. 우리 학교도 개발한 교육과정을 실제로 적용하기 위하여 3~4학년은 각각 29차시의 워크북을 추가로 개발하였고, 5~6학년은 각각 32차시의 워크북을 개발하여 우리 학교 학생들의 수업에 활용하였다. 1차년도에 학교자율시간 운영의 어려움을 경험해 보았기에 공모사업을 신청하여 예산을 확보하고, 교육과정도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학교교육과정에 반영하는 등 충분한 대비를 했다. 물론 과목 교육과정과 교육과정을 구현한 워크북을 개발하는 새로운 어려움을 경험한 2차년도였으나, 또 그만큼의 수확을 얻었다. 먼저 우리 학교 연구학교 운영 교사들의 전문성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어느 학교에 가도 교육과정부장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교육과정 문해력 등 전문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역량을 고려한 새로운 활동·과목을 설계·운영·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뜻깊었다. 그리고 2024학년도 학교평가에서 설문에 응답한 많은 학생이 우리 학교가 개발한 과목의 가치를 알고, 높은 흥미도를 보였다는 점에서도 충분히 의미 있는 교육활동이었다고 생각한다. 학교자율시간 적용, 그 후… 2년 동안 연구학교를 운영하며 어려움도 많았지만,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보상은 넘치게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학교 교사의 교육과정 전문성이 높아졌고, 학생들의 수업 흥미도와 역량이 향상되었으며, 더 많이 소통하는 동학년으로 인해 학교문화가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뿐만 아니라 이런 교사의 노력과 전문성을 인정하는 학부모들이 많아짐으로 인해 학교 신뢰도 역시 높아졌다는 점도 소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많은 학교가 2025학년도 새롭게 적용되는 학교자율시간에 대해 부담감과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예를 들어 3학년만 운영할지, 4학년만 운영할지, 혹은 2개 학년 모두 운영할지 고민하거나 성취기준 개발 방법에 대한 고민, 선생님들의 협조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학교에 앞서 운영해 본 입장에서 교사의 전문성은 그리고 학생과 교육을 생각하는 교사의 마음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확신한다.
올해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면서 본격적으로 학교자율시간이 운영된다. 학교자율시간은 교육공동체가 지역과 학교의 여건 및 학생의 필요를 반영한 맞춤형 프로그램이나 지역연계활동 등 다양하고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기 위해 도입된 교육정책이다(교육부, 2022). 2022 개정 교육과정 초등학교 총론 문서에서는 3~6학년별로 학교자율시간을 편성하도록 제시하고 있으며, 중학교 총론 문서에서는 1~3학년 중 필요한 학년에서 편성하게 되어 있다(교육부, 2022). 초등학교의 경우 교육과정에 제시된 교과 외의 새로운 과목이나 활동을, 중학교의 경우 새로운 과목을 개설하여 운영한다. 현장 교사들에게 작게는 체계를 갖춘 30시간 내외의 활동을, 많게는 과목에 해당하는 교육과정 문서와 교육자료를 개발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 것이다. 하지만 학교현장은 이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을까? ‘굳이 우리 학년·과목에서 할 필요는 없다’ 학교자율시간이 다가온다는 말만 오고 가고 있을 뿐 아직 본격적으로 준비하지 않고 있는 학교가 많은 듯하다. 실제로 시·도교육청에 따라 초등학교를 기준으로 3~6학년 중 1개 학기 이상 학교자율시간을 편성하도록 안내한 지역이 있는가 하면 학년군별 1개 학기 이상 학교자율시간을 편성하도록 하거나 매 학년 편성하도록 한 지역이 있다. 학교자율시간 편성·운영에 대한 현장의 부담을 시·도교육청에서 고려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3~6학년 중 1개 학기와 학년군별 1개 학기를 편성하는 시·도에서는 ‘굳이 우리 학년에서 할 필요는 없는 것’, ‘나중에 해도 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고민을 미루는 현장도 적지 않아 보인다. 중학교 또한 1~3학년 중 필요한 학년에서 편성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2022 개정 교육과정이 모든 학년에 적용되는 시기까지 그 고민을 미루고 있을 것이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이에 대한 로드맵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학교자율시간 편성 학년에 대한 혼란과 더불어 학교자율시간의 과목이나 활동을 ‘관련 교과’에 편성하게끔 한 지침에 대해서도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교과 통합적인 과목이나 활동을 학교자율시간으로 편성할 경우 교과를 하나로 정하는 게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지침은 교과통합형으로 학교자율시간을 운영하고자 할 때 관련도가 큰 교과에 편성하도록 하였으나, 이를 판단하기 어려운 사례들이 있을 수 있다. 특히 학생 주도 탐구형으로 학교자율시간을 운영하면 학생마다 어떤 학생은 자신의 진로에 관해 탐구하고, 어떤 학생은 사회문제에 관해 탐구할 수 있으며, 어떤 학생은 과학적 현상에 관해 탐구할 수 있다. 이처럼 학생 개개인이 탐구하는 주제가 다를 경우 관련 교과를 어디에 편성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창의적체험활동과 같이 별도로 편성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학교자율시간을 학기 단위로 편성하라는 지침 또한 부담이 될 수 있다. 학교자율시간을 운영하는 초등학교의 경우 시수를 학기 단위가 아니라 학년 단위로 유연하게 편성하면 교과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데 부담을 덜 수 있으며, 다양한 주제의 활동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현행 지침은 중학교와의 공통성을 가져가기 위함인지 모르겠으나 학기 단위로만 편성하도록 하여 이러한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해 놓았다. 중학교에서도 학기 단위로 편성한다는 지침이 완화된다면 17시간으로 두 개의 과목을 두 개 학기에 걸쳐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경우에도 운영에 많은 다양성과 유연성을 가져올 수 있으며, 학기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데 부담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자율시간 개발 주체는 전년도 교사인가, 당해연도 교사인가? 위와 같은 편성적 측면에서의 혼란 이외에 운영적 측면에서도 학교현장은 혼란을 겪고 있다. 일단 학교자율시간의 개발 주체가 전년도 교사인가 당해연도 교사인가 하는 문제이다. 초등학교에서 학교자율시간 활동을 편성하기 위해서는 당해 2월에 학교교육과정 심의 시 학교자율시간의 윤곽에 대해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 절차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 심의 내용에 어느 정도의 내용을 포함할지 명확하게 정해져 학교현장에 전달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만약 심의 내용에 학교자율시간의 세부내용까지도 결정하게 한다면 심의 시기상 그것을 결정하는 주체는 전년도 교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실제 그것을 가르치고 배우게 될 교사와 학생의 요구를 반영한 교육과정을 계획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 운영위가 지나치게 세부적인 내용까지 결정한다면 경직성 인해 실행과 운영상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중학교의 경우 과목 개설 기한을 전년도 8월 말로 제한하고 있어서 전년도 교사들에 의해 학교자율시간의 내용이 결정된다. 다른 학교나 시·도에서 개설한 과목을 활용한다고 해도 2월에는 결정되어야 하므로 전년도 교사들에 의해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학교자율시간 내용 결정에 당해연도 교사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고민이 필요하다. 또 초등학교에서는 학교자율시간 활동에 대한 평가에도 고민이 많다. 학교자율시간에 대한 평가를 기존 다른 교과 평가와 동일하게 3월 초 평가계획에 포함하여 수립하는 것인지, 아니면 창의적체험활동과 같은 방식으로 활동을 마친 후 특기사항만 기록하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그 중간의 어느 지점에 있는 것인지 아직 모른다. 만약 당장 3월에 학교자율시간 활동 내용을 개발해야 하는데 평가계획까지 제한된 시간 내에 제출해야 한다면 학교자율시간의 내용과 평가를 만들어 갈 충분한 시간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인가. 중학교에서는 학교자율시간 과목에 대한 인정도서 개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많이 들린다. 일부 교육청은 신설 과목을 승인할 때 인정도서의 개발을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데, 이러한 도서를 개발할 절대적인 시간과 역량은 물론 학교현장에서의 여유 또한 부족하기 때문이다. 과목에 해당하는 교육과정 문서를 개발하라는 것부터 큰 도전인데, 과목에 사용할 교과서까지 개발하는 것은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게다가 많은 시·도가 전년도 8월 31일까지 과목 승인 자료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시간이 빠듯하다. 도전해 보고 싶은 의지가 생기도록 제도적 정책 고민 학교자율시간과 같은 교육과정 정책이 실제 학생의 학습으로 완성되기까지는 여러 재맥락화의 장이 존재한다(Bernstein, 1990; 성열관, 2022). 첫째는 담론 생산의 장으로 학계나 언론 등 교육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사회적 존재들에 의해 주요 담론이 생산된다. 둘째는 공식적 재맥락화 장으로 다양한 담론을 포괄하는 공식적 국가교육과정 문서로 완성된다. 셋째는 교수적 재맥락화 장으로 국가교육과정 정책이 시·도교육청을 거치며 재맥락화되고 세부내용을 결정한다. 각 시·도는 시·도의 상황에 따라 국가교육과정 정책을 해석하여 세부지침을 내놓는다. 넷째는 재생산 장으로 학교와 현장의 교사들이 시·도의 세부적 지침과 안내를 바탕으로 학교와 학급 상황에 맞는 수업과 평가로 만들어낸다. 하나의 장에서 다음 장으로 넘어가면서 각 장의 특성에 따라 재맥락화가 이루어지며, 최종 장에 와서는 다양한 형식과 모습으로 실행된다. 학생에게 가장 유의미한 교수·학습과정이 되기 위해서는 마지막 장인 단위학교와 현장 교사에게 충분한 숙고의 시간과 자원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실제로 교육정책을 실행하는 주체인 학교와 단위 교사들이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2025년이 시작된 지금 합의를 모두 마쳤는지, 그리고 마쳤다면 그것을 학교현장에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지, 학교현장의 자율성과 주도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충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흔히 주도성의 3요소를 선택(Choice)·의견(Voice)·주인의식(Ownership)이라고 이야기한다. 학교현장에서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게 하도록 학교자율시간에 대한 위의 요소들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학교자율시간은 현장 교사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교육공동체와의 민주적 협의를 거쳐 교육과정에 없는 새로운 활동이나 과목을 만들어내는 만큼, 학교현장의 전문성과 주도성을 발휘할 큰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학교자율시간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특히 올해가 중요하다. 올해 먼저 시도하는 학교와 교사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담론과 인식을 피드백하여 다음 해에 더 많은 학교와 교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기회가 될지, 하기 싫은 숙제가 될지는 바로 그 정책이 우리 학교와 교실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현장 교사들의 인식에 달려있다. 교사들이 한 번 실행해 보고 도전해 보고 싶은 의지가 생기도록 국가교육과정 문서가 재맥락화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올해 시도될 많은 학교의 도전사례들을 어떻게 매력적으로 담아 많은 학교와 교사들이 도전해 보고 싶도록 고민해야 할 것이다.
2022년 12월 22일 고시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가장 큰 변화로,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편성 및 운영할 수 있는 ‘학교자율시간’의 등장을 꼽을 수 있다. 초등학교(3∼6학년)와 중학교에서는 학교 여건에 따라 연간 34주를 기준으로 교과별 및 창의적체험활동시간의 학기별 1주의 수업시간을 확보하여 학교자율시간을 운영할 수 있다. 이때 초등학교는 과목 또는 활동을, 중학교는 선택과목을 지역이나 학교 여건 및 학생의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개설 및 운영할 수 있다(교육부, 2022). 이는 경기의 ‘학교 자율과정’, 전북의 ‘학교 교과목’, 충북의 ‘학생 생성 교육과정’과 같은 지역의 교육과정 정책이 국가교육과정 개정에 반영된 사례로 볼 수 있다. 교육부는 이러한 변화를 학교가 주어진 교육과정을 실행하는 역할을 넘어 주도적으로 교육과정을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을 의미한다고 기술한다(교육부, 2023). 우리나라 교육의 주요한 키워드 ‘자율화’ 우리나라의 교육과정 관련 정책은 일관된 변화를 지향해 왔는데, 바로 ‘자율화’이다. 즉 국가가 가지고 있던 교육과정 관련 권한을 지역·학교·교실로 이양하여, 교육현장에 자율성을 줌으로써 지역과 학교, 학부모와 학생이 ‘원하는’ 그리고 지역과 학교, 학부모와 학생에 ‘적합한’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율화는 분권화·지역화라는 키워드와 함께 우리나라 교육의 주요한 변화 방향이 되어 왔다. 그런 점에서 학교자율시간이라는 용어 자체는 새로운 용어이지만, 그 세부내용을 들여다보면 마냥 새롭지만은 않다. 우리나라가 그동안 자율화를 교육 개선 또는 혁신의 주요 방향으로 추진해 온 만큼, 교육과정 개정 또는 새로운 교육과정 정책을 제시할 때마다, 자율화와 관련된 학교재량시간·재량활동·자유학기제 등을 시행해 왔다. 이와 더불어 교과 영역과 구분될 수 있는 창의적체험활동(2009 개정 교육과정 이전까지 특별활동) 역시 상대적으로 학교현장에서 자율성을 구가할 수 있는 영역으로서 제1차 교육과정 때부터 편성 및 운영해 왔다. 더욱이 교육에 있어 자율화가 일관된 방향성으로 작용하면서, 분권화·지역화와 함께 학교현장에서는 나름의 다양한 학교특색사업을 운영해 오고 있다. 즉 학교에서 자유롭게 무언가를 편성하여 운영하는 교육행위를 우리는 끊임없이 이어온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학교자율시간은 학교현장에서 개선 또는 혁신할 수 있는 새로운 변화의 물결로 느끼기보다는 ‘도대체 또 무엇을 자유롭게 하라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감과 의문을 갖게 할 수 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자율’의 의미는 ‘남의 지배나 구속을 받지 아니하고 자기 스스로의 원칙에 따라 어떤 일을 하는 것, 또는 자기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여 절제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이런 자율 본연의 의미를 고려했을 때, 학교현장에 특정 영역과 시간을 부여하고, 자율성을 발휘하라고 하는 정책이 과연 ‘자율화 정책’일 수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학교자율시간과 관련해서는 국가교육과정 문서에서 과목 또는 활동이라는 대상, 지역이나 학교의 여건 및 학생의 필요 반영이라는 조건, 학기별 1주의 수업시간이라는 시간, 다양한 개설 및 운영이라는 결과를 규정하고 있다. 심지어 세부절차나 과정을 각 시·도교육청에 맡기고 있지만 실제 학교현장에서는 시·도교육청이 제시하는 절차를 따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유성열, 2024). 즉 학교현장에서는 또 하나의 의무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무언가가 생긴 것으로 여길 수 있기 때문에 학교자율시간이 교육과정 자율화 정책의 일환으로서 잘 구현된 결과물로 보기에는 어려운 지점이 있는 것이다. 더불어 다음과 같은 쟁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현행 교과·창의적체험활동에서는 자율성을 구가할 수 없는 것인지? 또 학교자율시간이라는 별도의 시간을 주어야만 학교는 자율성을 구가할 수 있는 것인가?라는 점이다 사실 교과와 관련해서 국가는 학생이 달성해야 하는 성취기준만을 제시하고 있고(성취기준에서 수업에서 다루어야 할 세부내용이나 활동을 다루지 않음), 창의적체험활동에서는 하위활동의 성격과 예시로서의 세부활동만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그 외의 국가교육과정 문서의 내용은 교육-일반론적 내용으로 볼 수 있음), 교과나 창의적체험활동을 운영함에 있어 학교 또는 교사가 이미 많은 자율성을 구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학교자율시간에서 학교가 새로운 것을 ‘편성’할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한 특징이다. 학교자율시간에 학교가 새롭게 편성 및 운영해야 하는 것이 초등학교에는 과목 또는 활동으로, 중학교에는 선택과목으로 되어있는데, 사실 중학교는 이미 교과 영역 내의 선택교과 영역에서 새로운 선택과목을 개설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에 학교자율시간의 선택과목이 큰 의미가 없다. 또한 초등학교의 경우 기존 교과에 존재하지 않거나 관련지을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내용을 가지고 과목 또는 활동을 생성한다는 일이 쉽지 않다. 예를 들어 학교자율시간을 실행하고 있는 학교현장을 대상으로 연구한 연구물의 사례(유성열, 2024; 이찬희·이인용, 2024)를 살펴보면, 그 세부내용이 이미 초등학교의 교과에 포함되어 있거나 또는 연결할 수 있거나, 나아가 창의적체험활동시간에 심화 등의 방식으로 다룰 수 있는 내용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생태교육 중점 학교에서의 텃밭 관련 교육 등이 학교자율시간의 활동으로 공식화한 사례가 있었는데, 이는 실과의 농업 관련 영역에서 수업시간에 일부 텃밭을 가꾸고 수확물을 거둘 수 있고, 창의적체험활동에서 다룰 수도 있는 것이다(이림, 2024). 둘째, 학생의 필요를 반영하는 문제이다. 국가교육과정에서는 학교자율시간을 만들 때, 지역이나 학교의 여건과 학생의 필요를 반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이나 학교의 여건을 반영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 지역이나 학교의 여건이 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는 의미 있는 교육이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생의 필요는 조금 다른 문제이다. 공교육 하에서 다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서, 도대체 학생의 필요를 어디까지 수용해야 하는 문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5·31 교육개혁안 이후로 우리나라에서 교육 공급자-수요자 관계가 일반화된 상황 속에서 우리는 종종 ‘필요’를 ‘요구’로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사교육과 다른 공교육에서 학생들의 모든 요구를 수용할 수도, 수용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공교육은 국가적 상황에서 학생이 달성하기를 바라는 분명한 목적이 있고, 특히 초등학교 및 중학교는 일반적으로 공통적인 교육이 탄탄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현장에서 학교자율시간을 편성 및 운영하는데, 필요와 요구를 구분하는 것, 필요를 반영할 시 어느 선까지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공감대가 형성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교육과정 자율화를 교육과정 선진화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즉 학교현장에 자율권을 주면, 그에 맞는 교육의 다양화·개별화가 이루어져, 우리가 선진적이라고 생각하는 학생 맞춤형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이 당연한 가정이 언제나 참이 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교육에서 자율화 그 자체는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교육의 목적인 학생의 배움에 의미가 있을 때에만 자율화는 수단으로서 정당화될 수 있다. 교육과정 자율화라는 이름으로, 국가교육과정 문서 혹은 지역교육과정 문서에 문구 하나, 지침 하나가 추가될 때마다 어쩌면 학교현장은 오히려 자율성을 잃어가는 것일 수 있고, 학교가 그 자율화 문구·지침을 의무적으로 수행하는 과정에서 어쩌면 학생의 진정한 배움이 뒷전이 될 수도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그동안의 학교재량시간·재량활동·자유학기제·창의적체험활동 등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사라지거나 현재 여러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사실들이 그 방증이다. 무조건적 교육과정 자율화 방향에 대해 조금 더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집단토의는 공교육 현장에서 의사소통과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핵심 도구이다. 이번 글에서는 집단토의의 기본 구조와 진행 방식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공교육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과정을 살펴본다. 이를 위해 문제와 예시 답안을 함께 제공하며, 집단토의 각 단계를 체계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2024년 대구 중등 집단토의 문제 집단토의의 기본 구성 집단토의는 크게 세 단계로 구성된다. 가. 기조발언(Introductory Statement) 각 참가자가 문제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간결히 제시한다. 기조발언은 토의방향을 설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모든 참가자가 논의의 기본 틀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나. 자유토의(Free Discussion) 기조발언에서 제시된 내용을 심층적으로 논의하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도출한다. 이 과정에서는 발언 시간과 순서를 지키며 주제를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다. 정리발언(Summary Statement) 논의된 내용을 요약하고, 토의과정에서 도출된 핵심 결과를 정리하며 마무리한다. 이는 논의의 결론을 명확히 하고, 제안된 해결책의 실질적 의의를 강조한다. 기조발언 예시 가. 집단토의 등장 인사 이 단계는 참여자들이 서로를 알아가며, 협력적인 토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간단한 인사는 논의의 시작을 매끄럽게 하고, 참가자들이 논의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안녕하세요, 관리번호 1번입니다. 오늘 토의가 잘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2번 참가자: “안녕하세요, 관리번호 2번입니다. 모두와 뜻깊은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3번 참가자: “반갑습니다, 관리번호 3번입니다. 다양한 의견을 나누길 기대합니다.” 4번 참가자: “저도 반갑습니다, 관리번호 4번입니다. 여러분과 함께해서 영광입니다.” 5번 참가자: “안녕하세요, 관리번호 5번입니다. 오늘 토의에서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6번 참가자: “안녕하세요, 관리번호 6번입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잘 듣고, 저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겠습니다.” 4번 참가자: “모두 인사를 나눴으니 이제 각자 1분씩 기조발언을 진행해 보면 어떨까요?” 3번 참가자: “네, 그런데 우선 자료를 5분 정도 먼저 보고 구상을 한 다음 기조발언을 시작합시다.” [PART VIEW] 나. 집단토의 기조발언 예시 사회자: “기조발언 시작합시다. 기조발언은 1번부터 시작하고 시간은 1분씩입니다.” ● 기조발언 예시❶ “안녕하세요, 관리번호 1번입니다. 자료를 보니 학령인구 감소와 1인당 교육비 부담 증가가 공교육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오늘 토의주제는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여 공교육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교육정책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저는 1인당 교육비 증가에 따라 맞춤형 교육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 개개인의 학습효율을 높일 수 있는 맞춤형 학습시스템을 구축하고, 학습의 다양성과 수준을 고려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발언은 1분 이내로 간결하게 하고, 손을 들어 발언순서를 지키는 방식으로 진행하자는 의견에도 동의합니다. 이 방향으로 논의해도 괜찮겠습니까?” [모두]: “네, 동의합니다.” 이 발언은 공교육의 문제를 명확히 제시하며, 맞춤형 학습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발언의 구조가 논리적이며,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암시함으로써 논의를 심화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 기조발언 예시❷ “관리번호 2번입니다. 자료에서 보듯이, 학령인구 감소와 교육비 부담 증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공교육이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개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기 위한 교육과정 개편이 핵심과제가 될 수 있습니다. 창의력과 문제해결능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제를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하고, 발언할 때는 손을 드는 방식에 좋은 의견이라 동의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의견을 나눠보는 것에 동의하시나요?” [모두]: “네, 동의합니다.” 관리번호 2번의 발언은 미래역량 강화라는 새로운 논의방향을 제시하며, 창의력과 문제해결능력을 강조한다. 발언은 논의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참가자들이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기조발언 예시❸ “관리번호 3번입니다. 오늘 주제인 공교육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데 있어, 교원의 전문성 강화와 지원정책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령인구 감소로 교사 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교원의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현장에 맞는 연수와 지원정책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서로의 의견에 동의 표현을 자주 해주고, 주제에 맞게 이야기하는 방식에 동의합니다. 이런 방향으로 이야기를 나눠도 좋을까요?” [모두]: “네, 동의합니다.” 관리번호 3번은 교사의 역할을 강조하며, 논의의 또 다른 축을 제시하고 있다. 교원의 전문성 강화는 공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핵심과제이며, 실행방안으로 연수와 지원정책을 논의할 여지를 제공한다. ● 기조발언 예시❹ “관리번호 4번입니다. 학령인구 감소와 교육비 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맞춤형 교육지원을 통해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을 키우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AI를 활용한 학습 진단과 개인별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하여, 공교육이 학생 개인의 필요에 더 밀접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발언 시 손을 들어 순서를 유지하고, 서로의 의견에 공감을 표현하는 방식에 좋은 의견이라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제안을 중심으로 논의를 시작해도 괜찮을까요?” [모두]: “네, 동의합니다.” 관리번호 4번의 발언은 다음과 같은 특징과 의의를 지닌다. 1) 문제의 심화 학령인구 감소와 교육비 증가라는 상황을 배경으로,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을 개발하기 위한 맞춤형 교육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공교육의 방향성을 학생 중심으로 설정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제안이다. 2) 구체적 해결책 제시 AI를 활용한 학습 진단과 맞춤형 교육프로그램 도입이라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제시하며, 논의를 심화시킬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공교육을 혁신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의 중심에 두는 역할을 한다. 3) 토의 규칙 강화 발언의 마지막 부분에서 논의의 규칙과 태도를 강조함으로써, 참여자 간 협력적인 토론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논의의 질과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토의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 ● 기조발언 예시❺ “관리번호 5번입니다. 저는 미래 사회에서 필요한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개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획일적인 교육과정을 넘어, 창의적사고와 디지털역량을 키울 수 있는 학습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융합교육과 프로젝트 기반 학습이 필요합니다. 발언을 1분 이내로 하고, 주제를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방식에 저도 동의합니다. 이런 방향으로 의견을 나누어 보면 어떨까요?” [모두]: “네, 동의합니다.” 관리번호 5번의 발언은 논의의 방향을 미래 역량 강화로 이끄는 데 중점을 둔다. 1) 미래 지향적 관점 제시 기존의 획일적인 교육과정을 비판하며, 창의적사고와 디지털역량 강화라는 미래 사회에 적합한 역량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논의의 범위를 확장하며, 교육과정 개편이라는 중요한 과제를 제기한다. 2) 구체적 실행방안 융합교육과 프로젝트 기반학습이라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며, 실행 가능한 방안을 논의의 초점으로 삼고 있다. 이는 다른 참여자들이 추가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3) 협력적 태도 발언을 간결히 하고, 주제를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방식에 동의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논의가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기여한다. 이를 통해 논의의 진행을 원활하게 만드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 기조발언 예시❻ “관리번호 6번입니다. 저는 공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교원의 전문성 강화 및 체계적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청에서 교사들이 최신 교육기술과 교육방법을 학습할 수 있도록 연수기회를 확대하고, 정서적 지원 프로그램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또한 발언할 때 간단히 손을 들어 순서를 유지하고, 동의 표현을 통해 토론을 긍정적으로 이끌어 가는 방식에 좋은 의견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방안을 중심으로 논의해 보아도 좋을까요?” [모두]: “네, 동의합니다.” 관리번호 6번의 발언은 공교육 강화를 위한 교사 지원정책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1) 교사 중심의 문제 제기 공교육의 질적 향상에서 교사의 역할을 핵심으로 보고, 교원의 전문성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이는 교사연수와 정서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공교육 환경개선의 중심으로 교사를 위치시키는 데 기여한다. 2) 구체적 지원방안 최신 교육기술과 교수법 학습 기회를 확대하는 연수 프로그램과 정서적 지원체계라는 실행 가능한 정책방안을 제안하고 있으며, 이는 교육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논의의 초점으로 삼는 역할을 한다. 3) 토의 진행 촉진 발언의 마지막 부분에서 토론을 긍정적으로 이끌어가는 태도를 강조하며, 논의가 협력적이고 생산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다른 참여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더욱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다. 집단토의 기조발언 사회자 마무리 _ 자유 발언 주제 동의 후 확정 “여러분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오늘 논의할 주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어 보입니다. 첫째, 1인당 교육비 증가에 따른 맞춤형 교육지원 강화 둘째, 미래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과정 개편 셋째, 교원의 전문성 강화 및 지원정책입니다. 이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자유토의에서 논의를 진행해도 괜찮을까요?” [모두]: “네, 동의합니다.” 다음 호에서는 자유토의 단계에서 논의될 내용을 중심으로 집단토의를 심화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AI 기반 학습시스템 도입, 교원의 전문성 강화 방안, 교육과정 개편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며, 실질적인 정책 제안을 도출하는 과정을 탐구할 예정이다.
지난 호에는 ‘현재 학교교육에서 쟁점이 되는 위기 등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학생을 위한 학생맞춤통합지원 정책’이라는 주제로 문제를 만들어 보고, 논술을 진술해 나가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이번 호에서는 필자에게 실제로 컨설팅을 요청한 내용과 컨설팅을 진행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담아보려고 한다. 1. 논제 설정 원문 학교예술교육 지원을 통한 예술 향유인 육성 방안을 논하세요. 컨설팅 초안 • 우선 논제는 ‘학교예술교육 지원(투입)을 통한 예술 향유인(결과) 육성’으로 해석하였다. 또한 단순히 논제 지문만 제시하기보다는 논제를 설정하게 된 배경적인 내용을 언급할 필요가 있으며, 구체적인 매개나 제안 변수 등 추가 의견이 필요하다. • 따라서 다음과 같이 컨설팅 초안을 작성하였다. 가) 학교예술교육 지원을 누가 하는가? 교육청 차원과 학교 차원 두 가지를 다 포함해야 한다면 교육청 차원에서는 어떻게 하고, 학교 차원에서 어떻게 한다고 제시하면 어떨까 한다. 나) 논제 초안으로 보아서는 ‘학교예술교육‘을 어떻게 지원하는가로 보인다. 아니면 ‘예술 향유인이 주 논의과제인가’라는 고민이 생긴다. 다) 만약 관련 주제를 새롭게 접근하고 있는 일부 시·도교육청의 ‘협력종합예술의 활성화 방안’이라고 한다면 ‘협력종합예술의 가치와 의미를 설명하고 학교 단위에서 활성화하는 방안에 대하여 논하시오’라고 문제가 만들어질 것 같다. 라) 이런 논제도 가능할 듯하다. ‘감성과 정서를 함양하는 예술 향유인을 육성하기 위한 교육청 차원의 학교예술지원 방안에 대하여 논하시오.’ 컨설팅 후 수정안 학교예술교육은 개인의 올바른 감성과 정서 발달에 큰 영향을 준다. 최근 개인의 고유성과 더불어 공동체성을 가지는 예술교육의 가치로도 정책적인 의미가 크다. 이에 ‘학교예술교육 지원을 통한 예술 향유인 육성 방안을 교육청 차원에서 논하세요.‘ 2. 서론 작성 원문 예술을 품은 학교! 예술은 학생들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예술적 감성을 통해 인간의 고유성을 함양하고, 공동체성과 개별성을 통해 함께 또 다르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청은 제2기 학교예술교육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학교예술교육을 통해 현장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본 글에서는 학교예술교육 지원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이를 위한 지원방안을 논하고자 한다. 컨설팅 초안 • 서론에서 시대적 상황과 배경을 잘 나타내고 있으며, 길게 설명하거나 논제에서 벗어나는 내용이 없고, 간략하면서도 앞으로 기술 내용을 잘 안내하고 있다. 따라서 서론 부분은 그대로 잘 살려 나갔으면 한다. • 다만 다음 세 가지 정도의 수정 사항이 발견되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컨설팅 초안을 작성하였다. 가) 첫 문장의 ‘예술을 품은 학교!’라는 용어가 왜 사용되었는지 궁금하다. 만약에 이 용어를 쓴다면 설명이 필요하며, 그러다 보면 서론이 장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나) ‘개인의 예술 감성 세계’에서 ‘함께 하는 공동체의 예술’로 변화할 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배경에 담겼으면 한다. 다) 문단은 나누어서 제시하여 가독성을 높이는 것과 몇 가지 글자의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PART VIEW] 컨설팅 후 수정안 예술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인공지능이 지식 정보를 대신해 줄 수는 있어도 창의력과 상상력은 예술을 통해 길러지기 때문이다. 최근 K팝 한류나 문학작품·영화 등에서 세계적 작품이 탄생하게 된 것도 인간만의 창의력과 상상력 덕분이다. 예술적 감성을 통해 인간의 고유성을 함양하고, 공동체성과 개별성을 통해 함께 또 다르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개인 중심의 문화에서 자라나는 학생들이 서로 함께 소통하고 협력하는 방식을 습득하는 것만으로도 예술은 큰 의미를 지닌다. ○○교육청은 ‘예술과 함께 생활하고 예술과 함께 성장하는 학생’ 비전하에 예술 향유인을 기르는 학교예술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위한 학교예술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지원방안을 논하고자 한다. 3. 본론 작성❶ 원문 학교예술교육의 방향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학교예술교육을 통해 학생 삶을 풍요롭게 하는 감성역량을 키워야 한다. 둘째, 교육과정에 기반한 학교예술교육을 통해 예술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는 미래형 예술교육의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넷째, 학교를 넘어 지역과 연계한 예술협력 선진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컨설팅 초안 여기서는 ‘예술 향유인’보다는 ‘학교예술교육’의 관점으로 작성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이 관점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중장기 발전계획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언급하면 좋겠다. 그리고 한 문장(중심 문장)으로 제시하여서 전 글에서 중요성이 약해 보이는 것으로 각 항목에서는 문장에 대한 설명(보조 문장)을 붙였으면 한다. 컨설팅 후 수정안 예술 향유인 육성을 위한 학교예술교육의 방향성(○○교육청 중장기 발전계획, 학교예술교육의 가치와 의의)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함께 상생하고 공존하는 상호 협력적 교육과정 변화가 필요하다. 개인의 능력에 의존하는 소수를 위한 예술을 넘어, 관계 속에서 서로 협력하고 연대할 때 삶은 다채로워지고 인간 내면의 예술성도 유연해지기 때문이다. 둘째, 학생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예술 감성을 촉진해야 한다. 기능 중심의 예술교육을 넘어 학생 한명 한명이 가진 저마다의 개성과 끼를 살려줄 때 기발한 아이디어가 표출되고 예술적 영감도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셋째, 미래형 예술 표현방식을 경험하는 예술 장르의 다양화를 촉진한다. 디지털 기술은 학생들의 예술공유 방식을 바꾸고 있으며, 핸드폰 하나로 기발한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 창작자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넷째, 학교 밖의 마을자원을 연계하는 생활 속 예술교육을 확대한다. 지금의 학교는 커뮤니티 학교로 변화하고 있으며, 예술교육 역시 학교 밖을 넘어 삶을 실천하는 예술로 변화해야 한다. 4. 본론 작성❷ 원문 학교예술교육을 위한 지원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학생의 예술적 감성역량 함양을 위한 학교예술교육 인프라를 구축한다. 예술을 즐기고 예술과 함께 더불어 살아갈 때 인간의 감성은 풍부해진다. 이를 위해 예술교육 전용 공간 예술 꿈담터 사업을 확대하고, 학교공간 재구조화와 연계한 복합문화공간 구축을 지원한다. 예술적 감성역량 증진을 위한 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하여 현장이 요구하는 예술 감성 프로그램을 발굴·확산한다. 이를 위해 학교예술교육 운영 및 개선 방안을 설문하여 그 결과를 학교예술교육 정책에 환류한다. (…중략…) 나아가 중학교처럼 모든 초등학교에서 협력종합예술활동을 실시하도록 안내하여, 예술을 품은 학교로의 변화를 추구해 나간다. 둘째, 교육과정에 기반한 학교예술교육을 지원한다. 분절된 비교과 중심 교육으로는 내실 있는 학교예술교육을 실현하기 어렵다. 따라서 교육과정과 연계한 학교예술교육을 위한 재구성 자료집을 구축·배포한다. 학년군별 예술교육 수업모델을 제시해 주고, 교육과정 재구성과 연계한 학교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한다. (…중략…) 나아가 ○○창의예술교육센터와 연계한 (가칭) 학교로 찾아가는 예술 창작소를 구축하여, 교육과정을 통해 예술을 누리도록 지원한다. 셋째, 시대 변화에 대비하는 미래형 예술교육 경험을 지원한다. 비대면 예술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미래형 예술교육의 조응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예술몽땅’ 등의 온라인 플랫폼을 지속해서 리뉴얼한다. AR과 VR 둘을 결합한 XR 등 실감형 첨단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예술교육, 인공지능을 활용한 청각장애·시각장애 학생을 위한 맞춤형 예술교육을 위한 기술협약을 지원한다. (…중략…) 장기적으로는 ○○형 학교예술교육 종합 플랫폼을 구축하여 학생 맞춤형 미래형 예술교육의 토대를 다져 나간다. 넷째, 지역과 연계한 예술협력 선진화 생태계를 구축한다. 앎·삶·함의 일치를 통한 예술 향유인의 양성은 지역과 연계한 교육이 이루어질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학생 악기 하나 사업 내실화를 위해 지역예술인 협회와의 MOU를 통해 악기 무상 대여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때 교육 후견인 제도와 연계하여 지역의 예술인과 학생을 1:1로 결합하는 맞춤형 예술 멘토사업을 지원한다. 지역사회와 연계한 ○○학생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활성화하고, 협력과 나눔이 있는 예술숲 페스티벌 동아리 발표회를 지원한다. 나아가 ○○창의예술교육센터의 추가 건립을 통해 예술교육의 거점 컨트롤타워로 정립하고, 센터의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확충하여 지역연계 예술협력 선진화를 높여 나간다. 컨설팅 초안 • 전체적으로 학교예술교육의 방향성과 연계하여 작성하는 전체 진술에 일관성이 필요하다. 사업명을 나열하는 나열식에서 내용을 정리하여 진술의 타당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성하도록 한다. • 세부적인 수정 사항은 다음과 같다. 가) ‘첫째, 학생의 예술적 감성역량 함양을 위한 학교예술교육 인프라를 구축한다’라는 문장이 너무 포괄적이어서 모호하다. 또한 중심 문장의 ‘학교예술교육 인프라 구축’과 보조하는 문장의 ‘협력종합예술활동의 연결성’이 약한 부분도 있다. 나) 또한 우선순위에서 인프라 구축이 높은지 아니면 교육과정이 높은지를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학교교육에서는 교육과정을 가장 우선순위로 다루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이유는 학교에서는 교육과정이 학교교육의 바이블이며, 어떤 정책도 교육과정과 수업을 통해서 학생에게 가야 하기 때문이다. 다) 그리고 만약 교육과정 영역을 다루었다면 이 교육과정 부분은 교육과정 총론, 교과, 창체(최근 학교자율시간) 등을 다루고 학교·학년 또는 최근의 경우와 같이 교사 단위에서 어떻게 설계하고 구축하는 것인가를 주로 다루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라) 수업을 별도의 꼭지로 넣는 방법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여기 교육과정에서 반드시 수업의 설계·방법·평가 등의 이야기를 언급하여야 할 것 같다. 마) 각 꼭지마다 교육청 사업이 너무 나열식으로 되어있어서 정리가 안 된 느낌을 준다. 실제로 작성 때 각 사업명을 모두 기억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중요 사업명을 쓰고 ‘~등’으로 표현하도록 한다. 컨설팅 후 수정안 예술 향유인 육성을 위한 교육청 차원에서 학교예술교육 지원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상호 협력적 예술교육을 위한 교육과정 연계를 강화한다. 개인의 엘리트 중심의 예술이 아니라, 함께 협력하고 공존하는 보편적 예술교육이 확장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과정과 연계한 협력예술교육을 위한 재구성 자료집을 구축·공유한다. 학년군별 협력예술교육 수업모델을 제시해 주고, 교육과정 재구성으로 창의적체험활동·학교자율시간 등과 연계한 협력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한다. 교육과정 연계 협력예술교육 콘텐츠를 보급하고, 예술자원목록 자료를 제공하여 일상에서 예술을 공유하도록 돕는다. 방과후학교 프로그램과 연계한 협력예술 프로그램 확대로, 일상에서 누구나 예술을 향유하는 보편적 기회를 제공한다. 나아가 ○○창의예술교육센터와 연계한 (가칭)오감 협력예술창작 교실을 구축하여, 교육과정 연계 협력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간다. 둘째, 예술 감수성 함양을 위한 학교예술교육 인프라를 구축한다. 획일성을 넘어 다양한 공간이 구축되면 창의적 예술수업이 가능해지고 아이들의 상상력도 유연해진다. 이를 위해 예술전용 공간 예술 꿈담터 사업을 확대하고, 학교공간 재구조화와 연계한 창의·예술 감상실 설치 등 복합문화공간 구축을 지원한다. 예술 감성교육의 컨트롤타워-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하여 현장이 요구하는 예술 감성프로그램을 발굴·확산한다. 현장에서 좋은 반응을 보여준 5·6학년 대상 우리 반 예술 프로젝트를 전 학년으로 확대하여 예술 감성을 품은 학교로의 변화를 지원한다. 나아가 중학교 예술정책의 성공 경험을 반영한 협력종합예술활동을 초등학교 전 학년 필수과정으로 확대하여, 창의성과 상상력을 키우는 예술 기반을 확장해 나간다. 셋째, 변화하는 예술 장르를 경험하는 미래형 예술교육을 강화한다. 온라인 예술영역이 급격히 확장되면서 새로운 예술표현 방식 및 실험적 도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온라인 플랫폼을 리뉴얼하고 유튜브를 통해 콘텐츠 형식 예술작품을 공유할 수 있도록 온라인 예술 경연 공모의 기회를 제공한다. 온라인 예술 통합지원단을 구성하여 저작권 문제 등 원스톱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저작권 문제를 지원한다. AR·VR과 이를 결합한 XR 등 실감형 첨단기술을 활용하여 청각장애·시각장애학생을 위한 미래형 첨단예술이 가능하도록 기술협약을 지원한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예술로 떠나는 미래 플랫폼’을 구축하여 기술과 예술이 만나는 가상현실 수업을 지원한다. 넷째, 생활 속 예술교육을 위한 민-관-학 거버넌스의 성숙과 확장을 지원한다. 삶이 곧 예술이고 예술이 곧 삶이 되기 위해서는 마을공동체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역예술인 협회와 MOU를 통해 ○○학생 악기 하나 사업을 내실화한다. 교육 후견인 제도를 벤치마킹하여 지역의 예술인과 학생이 1:1로 만나는 맞춤형 예술후견인 제도를 지원하고, 대학과 연계한 아르떼 교육활동을 시수 제한 없이 전문강사 인력풀이 제공되도록 지원범위를 확대한다. 지역과 만나는 정기협연을 통해 ○○학생필하모닉오케스트라 활동을 촉진하고, 지역의 박물관과 미술관 연계교육을 위한 자원목록을 제공하며, 체험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여 마을에서 예술이 생활화하도록 돕는다. 나아가 ○○창의예술교육센터의 추가 건립을 통해 마을의 예술교육 거점을 확대해 나간다. 5. 결론 작성 원문 샤갈은 ‘예술은 삶의 본질 그 자체’라고 하였다. ○○학생들이 예술과 함께 생활하고, 예술을 통해 성장해야 하는 이유이다. 따라서 학생들이 학교예술교육 통해 창의적이고 상상력 가득한 예술을 품은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 이에 교육청은 백만 개의 교실에서 예술이 학생 성장을 지원하는 ○○교육의 든든한 디딤돌이 되어야 할 것이다. 컨설팅 초안 • 우선 전체 작성에 관한 요약 내용이 언급되어야 한다. • 새로운 용어나 개념 등을 언급하면 결론이 모호해질 수 있다. ‘교복 입은 예술가’ 등이 그런 경우이다. 만약 본문에 있다면 그것을 언급하는 것은 가능하다. • 지금까지는 개인 문화 감성의 예술교육으로 접근이 강조되었다면 이제는 협력 예술을 보다 강조하여 언급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컨설팅 후 수정안 이상으로 학교예술교육을 교육청 차원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결국 학교예술교육은 공감과 성장을 위한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보편적 예술교육을 통해 자기 내면을 성찰하게 되고, 인간만의 감성으로 관계적 성장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청은 학교예술교육을 위한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여 교실에서부터 예술과 만나도록 해야 한다. 특별히 지금까지는 개인 문화 감성의 예술로 접근이 강조되었다면 이제는 협력예술을 보다 강조하여 접근하는 것이 우리 교육의 중요한 몫이다. 이처럼 협력예술교육을 통해 교실과 학교에서 예술교육으로의 변화로 우리 학생과 ○○교육의 미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실제 컨설팅 사례를 중심으로 논술 작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지난 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논제는 학교현장에 필요성이 있고, 시급한 현안으로 설정된다. 논술 작성의 내용은 문장 구성 하나하나에 고민이 담겨야 하며, 본인의 교육적 경험을 녹아내고 싶은 성찰에서 진취적인 생각이 나타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각 단락에는 중심 문장과 보조 문장이 잘 드러나고, 중언부언하지 않도록 하는 등 ‘꼭지’의 의미를 잘 살렸으면 한다.
기획과 글쓰기(서술 방법과 개요 작성) 모든 글은 문단들의 연결로 이루어지며, 하나의 문단은 하나의 중심 생각을 갖는다. 문단은 하나의 중심 생각, 즉 소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연결된 문장들의 단위다. 하나의 문단은 하나의 소주제문과 뒷받침 문장으로 구성된다. 소주제문은 한 문단의 중심 생각을 드러내는 문장이다. 각 문단의 소주제가 모여 글 전체의 주제를 구성한다. 핵심어(Key word)로 소주제를 간략하고 명료하게 드러낼 수 있다. 소주제문의 위치에 따라 두괄식·미괄식·양괄식·중괄식 문단이 된다. 뒷받침 문장은 소주제문 내용을 뒷받침하여 전개하는 문장이다. 풍부하고 정확한 뒷받침 문장을 써야 하는데, 뒷받침 문장은 ▲상술(소주제문이 추상적일 때 뒷받침 문장에서 근거를 들거나 상세히 서술하여 구체화함), ▲이유(소주제문이 주장이나 결과를 드러낼 때 그 이유와 원인을 밝힘), ▲예시(소주제문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예시를 들어 서술함)의 방식으로 서술한다. 문단은 통일성·완결성·긴밀성을 가져야 한다. 뒷받침 문장은 ▲소주제와 관련 있는 내용을 서술해야 하고(통일성), ▲소주제를 충분히 전개해 하나의 문단을 완결해야 하며(완결성), ▲문단을 구성하는 문장들은 논리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한다(긴밀성). 각 문단은 반드시 첫 칸을 들여쓰기한다. 글을 본격적으로 서술할 때는 설명·논증·묘사·서사의 진술 방식을 활용하여 내용을 전개한다. 글의 종류·주제·내용에 따라 효과적인 진술 방식을 택하여 서술한다. 설명은 사실 정보와 지식을 전개하는 서술 방식이다. 예시와 인용, 비교와 대조, 정의, 구분과 분류, 분석 등의 방식이 있다. 비교는 대상 사이의 비슷한 점을 근거로 설명하는 방식이고, 대조는 대상 사이의 차이점을 근거로 설명하는 방식이다. 정의는 개념과 뜻을 서술하는 방식이며, 기본적이고 객관적인 개념인 ‘사전적 정의’와 사회 문화적으로 변화된 개념인 ‘확장된 정의’가 있다. 구분은 일정한 기준에 따라 전체를 몇 개로 갈라 나누는 것이고, 분류는 종류에 따라 가르는 것을 의미한다. 구분은 상위개념(유개념)에서 하위개념(종개념)으로 나누어 가는 반면, 분류는 그 반대로 서술된다. 분석은 사물과 현상을 여러 부분이나 요소로 나누어 서술하고 이를 종합하는 방식이다. 논증은 주장·판단·관점·신념 등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서술 방식으로 논증하는 글에는 명제·논거·추론이 필요하다. 명제는 필자의 주장·판단·관점·신념을 드러내는 문장으로 ▲사실명제(사실 내용을 서술하는 명제), ▲정책명제(설득력 있는 주장을 전개하는 명제), ▲가치명제(윤리·사상·예술작품 등의 가치판단을 표현하는 명제) 등이 있다. 논거는 명제를 전개하기 위해 필요한 논리적 근거로서 ▲사실논거(객관적인 사실, 통계자료와 수치, 관련 규정, 대표적 사례 등), ▲소견근거(전문가나 권위자의 소견이나 의견, 경험자의 증언 등)가 있다. 추론은 이미 승인된 사실을 근거로 다른 생각을 도출하는 논리적 사고과정이다. 그중 연역논증은 전제가 참이면 결론이 참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닌 논증이고, 귀납논증은 전제가 참이라도 결론이 거짓일 수도 있는 논증이다. 묘사는 형상·이미지·행위·인상 등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서술 방식이다. 대상을 정확하게 재현하는 ‘객관적 묘사’와 주관적 인상과 느낌을 서술하는 ‘주관적 묘사’가 있다. 서사는 사건이나 행위를 시간 순서에 따라 서술하는 방식이다. 글의 화제와 주제가 정해지고, 자료수집과 정리가 끝났다 하더라도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가 쉽지 않은 것은 글을 쓰기 위한 구체적인 설계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글을 어떻게 시작하고, 어떤 내용으로 전개하고, 어떻게 끝맺을 것인가에 대한 계획 없이 글을 쓴다면(설계도가 없다면), 글은 논지에서 벗어나기 쉽고, 불필요한 내용을 중복하거나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 빠지는 등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개요는 글의 내용과 구조를 조직하기 위한 설계도다. 개요를 작성하면 좋은 점은 다음과 같다. [PART VIEW] 첫째, 글의 전체적인 흐름을 유지할 수 있다. 주제가 명확할지라도 내용들이 논리적으로 잘 조직되어 있지 않으면 전하고자 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없다. 설계도 없이 글쓰기에 몰입하다 보면 내용이 의도하는 것과 다른 곳으로 흐르는 경우가 있는데, 개요는 이를 방지할 수 있다. 둘째, 중요한 내용을 빠뜨리거나 중복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초고를 쓰다 보면 중요한 내용을 빠뜨리거나 중복된 내용을 써서 글의 통일성과 논리성을 떨어뜨리는 실수를 할 때가 있다. 미리 개요를 작성하면 글의 전체적인 흐름이 명확해져서 내용을 빠뜨리거나 필요 없는 내용을 쓰지 않게 된다. 셋째, 글을 쓸 때 사용할 자료를 미리 정할 수 있다. 개요를 작성하면 어느 부분에 어떤 자료를 사용할 수 있는지 미리 정할 수 있어서 자료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부족한 자료가 무엇인지도 알 수 있어 자료를 보충해서 더 좋은 글을 쓸 수도 있다. 넷째, 글의 각 부분 분량을 적절하게 배분할 수 있다. 개요를 작성하지 않고 글을 쓰면 글의 앞부분은 자세하게 쓰지만, 글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점점 내용이 부실해지는 경우가 있거나, 중간 혹은 본론의 일부분이 부실할 수 있다. 개요를 작성하면 문단 간의 분량이 적절한지 점검할 수 있으며, 적절하게 분량을 배분할 수 있다. 알찬 기획안 작성 관점 언어는 항상 변화한다. 시간의 흐름, 시대 상황, 기술 변화와 문화 흐름의 빠른 변화 등이 그 이유이다.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너무나도 다양하고, 그 단어들의 뜻 또한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단어를 선택하여 쓸 것이냐는 그 자체가 하나의 도전이고 기회이다. 재능 있는 기획자들에게 언어는 감정의 표현과 미묘함과 멋들어진 글 쓰기를 위한 무한한 도구상자이다. 기획안의 목적은 특정한 사람으로 하여금 특정한 종류의 실행과정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기획안은 시간이 매우 귀한 독자들이 기안자의 시각을 통해 프로젝트를 볼 수 있도록 꾸며야 하며, 구체적인 실행과정을 설명한다. 기획안은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 혹은 프로젝트를 둘러싼 모든 객관적 사실과 추론·상황을 간결하게 표현한다. 기획안은 동의를 얻어내기 위한 것이므로 설득력 있는 언어를 사용하되, 간결하고 정확해야 하며,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활용한 문장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기획안의 제목은 기획 주제를 가장 간단하게 나타내는 것이다. 읽는 사람에게 기획안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 즉시 알려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간결하면서도 정확한 내용을 제공해야 한다. 제목은 완전한 문장이 될 필요는 없다. 제목이 두 줄이면 간결성을 떨어뜨리고 자리도 많이 차지하므로 가급적 한 줄로 표현한다. 제목의 글자 포인트는 글자의 수에 따라 10~12포인트가 적당하며, 기획안의 본문 포인트와 차별화되어야 한다. 제목은 설명하는 기능이 아니라 제안하려는 주제를 알려주는 상표기능을 하므로, 얕은수를 쓰거나 추상적으로 표현하면 독자를 매혹시키지 못할 위험성이 있다. 기획안에서 목표는 기획안의 의도를 밝히는 부분이다. 스티븐 코비는 목표를 ‘끝을 가지고 시작하기’라고 했다. 어디에서 끝낼지 모른다면 어디에서 시작하는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가장 좋은 목표는 기획자와 독자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키는 개요를 그리는 것이다. 목적을 나타내고 하나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목표’ 부분은 의도라고 해도 무방하다. 명백한 언어로 기획안이 성취하려는 바를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안을 접한 사람들의 질문인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 ‘이 기획안을 통해서 어떤 일을 성취시키고자 하는가?’에 대한 대답이 목표에 표현되어야 한다. 실행하고자 하는 프로젝트가 무엇이든 목적은 거의 한 가지 이상일 것이다. 목적이나 장점을 나열하는 것은 축적된 효과를 가져온다. 기획안에서 중요한 논리적 근거는 주장과 설득이다. 기획자가 누구이며, 어떤 지식을 갖추고 있는지 알게 하며, 기획안의 내용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적절한 근거와 상황을 제시한다. 기본적으로 자신이 호소하고자 하는 바의 기초를 세우고 기획안의 내용이 합당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기획안의 문체는 단순성·직접성·명확성을 받쳐 주어야 한다. 제안하고자 하는 바를 설득력 있게 말하고 오해의 여지가 없는 문장으로 명확히 제안해야 한다. 명확성은 같은 단어의 반복 사용을 피할 때 가능하다. 예를 들어 ‘강 근처에서 건축물을 짓는 것은 이점이 있다. 첫 번째 이점은 강 근처에서 건물을 짓는 것으로 얻어지는 경제성으로 고려된다’란 문장은 ‘강 근처의 건물은 건축의 경제성을 제공한다’로 표현하면 그 뜻이 명확해진다. ‘건축물의 한쪽 옆에 부속 건물이 세워질 것이다. 그리고 이 부속 건물은 컴퓨터실로 쓰이게 될 것이다’는 문장은 ‘부속 건물이 세워져 컴퓨터실로 쓰일 것이다’로 표현하는 게 낫다. 동의어의 반복적 사용도 지양한다. ‘오늘날 현대 산업의 문제점’에서 ‘오늘날’은 삭제하고, ‘위에서 지적했던 요점을 다시 반복한다면’에서 ‘다시’는 삭제하는 것이 좋다. 이처럼 세심한 단어 선택은 단어 수를 줄이는 데 매우 도움이 된다. 문제는 정확성이다. 생각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명사·동사·형용사를 선택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을 효과적으로 도와줄 것이다. 한 개의 단어가 여러 개의 단어를 대신하면서도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표현하는 방법을 고민하도록 한다. 기획의 실제 _ 정책기획안 분석·적용 이번 호에는 서울특별시교육청의 ‘2024학년도 학교도서관 진흥 시행계획’을 분석해 본다. 학교도서관이 미래 사회 변화와 시대적 요구에 따른 교육과정·교육방법·환경 등에 얼마만큼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어떻게 교육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것인지, 디지털 사회에서 필요한 역량을 독서교육을 통해 어떻게 체득시킬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해 본다. 소개하는 기획안에서 강조하는 핵심개념·단어·내용 중 고딕으로 표기한 단어에 친숙할 수 있도록 하여 기획안 작성 시 충분히 활용하도록 해 보자. 학교도서관 진흥 시행계획 Ⅰ. 추진배경 •(변화와 도전에 직면) 미래 사회 변화와 시대적 요구에 따른 교육과정·교육방법·환경 등의 변화로 학교도서관에서 본연의 기능인 학생과 교원의 교수·학습활동을 능동적으로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 •(독서교육의 중요성 부각) 디지털 사회에서 필요한 역량을 기르고, 소통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독서교육의 중요성 부각 •(질적성장을 위한 기반 조성) 도서관의 관리 운영에 집중하기보다 교육적 가치와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전환 필요, 교육현장을 중심으로 학교도서관 진흥과 독서교육이 통합적 관점에서 발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기반 정비 Ⅱ. 추진내용 1. 학교교육에 집중하는 학교도서관 1) 수업지원 서비스 체계화 •‘학교도서관 운영계획’ 등에 학교도서관의 교수·학습지원에 관한 사항을 반영하여 체계적 지원 •교육과정 운영에 필요한 장서 등을 교과교사 등과 협력하여 개발하고, 수요자 중심의 다양한 교수·학습 정보매체 수집 확대 •교육과정 운영 및 수업활동 등에 필요한 교수·학습자료의 전문성·시의성·편의성 확보 - 학교여건에 따라 수행평가·수업 등 교육과정 지원 자료로 긴급을 요할 경우 일정 절차를 거쳐 적기에 활용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장서관리 기준 마련, 운영규정에 포함 2) 학교 내 수업방법 개선을 위한 연수 운영 지원 •학교도서관 활용(협력)수업에 대한 학교구성원의 이해도를 제고하고, 학교 내 확산을 위하여 교직원연수 개최 및 수업사례 공유 - ‘함께하는 학교도서관 활용수업’ 자료지원, 협력수업 등 사례 공유 - 2024 독서·토론·쓰기수업 및 활동 실천사례집 도서관 협력수업 실천사례 공모 및 우수사례 공유 2.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지원하는 독서교육 1) 교육과정 기반 독서교육 체계화 •‘한 학기 한 권 읽기’ 등 교과 독서수업이 학생 독서활동 실천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교과 기반 독서교육을 학교교육과정 운영계획에 반영 - 교과시간·창의적체험활동·학교자율시간 등과 연계하여 독서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다양한 독서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아침 책 산책 프로젝트’ 등 학생 주도형 자율 독서의 여건을 조성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독서역량 및 창의융합역량 제고를 위하여 학교급을 고려한 서울형 독서·토론 기반 프로젝트 수업 및 서울형 심층·쟁점 독서·토론 프로그램 활동 지원 2) 학습자 특성을 고려한 독서교육 지원 •학습자 성장단계를 고려한 서울 학생 첫 책 활동 제공 - 서울 학생 첫 책 만나기-쓰기-되기: 초·중·고 학생 성장단계에 따라 책이랑 놀고, 책을 쓰고, 사람책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독서·인문 교육과정을 체계화해 책 속으로, 삶 속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독서·인문 교육 구현 3) 디지털 미디어 문해 역량 강화 지원 •학교 밖 미디어 교육시설 등과 교류·협력을 강화하여 학생들의 독서·문화콘텐츠 창작활동 지원 ※ 학생들이 허위정보·사이버 역기능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 발굴·안내 •학생들이 다양한 매체를 학습과 성장을 위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전자책 무료 구독 지원
프로젝트 수업의 가장 큰 장점은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유연한 사고를 키우고, 지식이 삶에 전이되는 과정을 경험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프로젝트 수업은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긴 호흡의 설계와 집중을 요구하며, 협력 환경이 잘 갖춰지지 않은 학교에서는 실천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작은 학교나 동료교사와 협업이 힘든 상황에서도 지속가능한 수업은 없을까? 이 질문 속에서 나는 탐구학습에 주목하게 되었다. 탐구학습은 수업모형에 익숙해지면 1년 내내 지속적인 실천이 가능하며, 동료와 협력하지 않아도 혼자서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다. 특히 대구교대 조용기 교수님의 ‘포괄적 문제해결학습’을 접하며 탐구학습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수업은 과학과가 중심이고,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탐구와 발견학습을 경험시키기 위해 수업을 재구성하여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수업의 철학은 듀이가 말한 발견학습의 개념이다. 듀이는 자신의 저서 민주주의와 교육 12장에서 학교 환경이 주입식 학습이 아니라 발견학습에 적합해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발견학습이 교사의 가르치는 스트레스를 덜어주거나 학생들이 지적 창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학교 환경에 적합한 것이 아니다. 물론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어떤 생각이나 아이디어도 아이디어로서는 한 사람으로부터 다른 사람에게 전달될 수 없다는 데 있다. 지식이 전달되면 전달받는 사람에게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또 하나의 사실에 불과하다.” 이처럼 아무리 좋은 개념이라도 교사가 일방적으로 알려주는 순간, 그것은 학생들에게 단순한 정보에 불과해질 위험이 있다.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을 통해 몰입하고 탐구하며 개념을 발견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이 수업의 철학이다. 올해 3학년을 맡으며 과학교과를 처음 접하는 학생들을 위해 탐구학습을 재구성해 보았다. 과거 프로젝트와 포괄적 문제해결학습을 지속적으로 실천한 경험이 바탕이 되어, 저학년 학생들에게 적합한 탐구수업모형을 설계할 수 있었다. 그 이야기를 이곳에서 나누고자 한다. [PART VIEW] 탐구수업, 왜 질문으로 시작해야 하나? 우선 탐구학습의 정의를 알아보자. 탐구기반학습(Inquiry-based_learning)은 교육자료에서 정보를 암기하는 것을 중시하던 전통적인 교육형태에 대한 대응으로 개발된 교육학적 방법을 말한다. 박성익(1997)2은 탐구학습을 ‘학생들이 교수·학습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여 학생들에게 지식·정보를 획득하고 조직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데 근본 취지를 두고 있는 교수·학습활동’이라고 밝혔고, 이홍우3 외(1995)는 탐구학습을 ‘교사가 학생들에게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그 사실의 의미를 보도록 하는 방법’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학생들이 탐구를 시작한다는 것은 탐구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학습을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습의 주도권을 학생이 갖고 몰입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지점을 발견하는 것이 우선이다. 탐구수업을 설계하고자 하는 교사는 그 지점을 찾기 위해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학생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질문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교사는 탐구의 지점을 발견하고, 학습의 주도권을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넘겨줄 수 있다. 탐구수업, 어떻게 진행하는가? 가. 탐구주제와 관계 맺기 3학년은 과학교과를 처음 접하는 학년이다. 이런 학생들에게 처음부터 질문을 만들게 하거나 교사가 질문을 던지는 것은 아이들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깨달았다. 그래서 고학년과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했다. 우리 반 아이들을 자세히 관찰하니, 아이들은 자신이 조금이라도 알거나 경험한 부분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었다. ‘아이들이 과학단원에 들어가기 전에 관련 주제와 관계를 맺도록 해줘야겠다.’ 이것이 나의 결론이었다. 과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배경지식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방법은 어떤 것이라도 괜찮다. 교사가 자신 있는 방법으로 아이들과 즐겁게 ‘관계 맺기’를 하면 된다. 나는 평소 아침활동으로 아이들에게 15분 동안 ‘책 읽어주기’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책 목록을 과학단원과 관련된 책으로 구성하였다. 관련 도서를 찾기 힘든 단원은 실물 자료와 디지털 자료를 활용했다. 나. 탐구질문으로 수업 열기 이렇게 주제와 ‘관계 맺기’를 하고 나면 아이들은 탐구주제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높아진다.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궁금증이 생겨나며, 이를 놓치지 않도록 종이에 적게 한 뒤, 교실에 전시하였다. 아이들의 질문은 매우 귀중하다. 특히 강요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질문은 더욱 가치가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궁금한 점이 생길 때마다 포스트잇에 적어 교실 한쪽 벽에 붙이도록 했다. 교실 벽면에 붙인 이유는 친구들의 질문을 함께 보고 공유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생각은 눈에 보일수록 효과적이다. 서로의 생각을 보면서 배우는 것이 있으며, 포스트잇에 적는 과정에서 생각이 구체화되기도 한다. 이러한 질문 중에는 수업 중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도 있지만, 해결하기 위해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도 있다. 아이들이 많이 궁금해하거나 탐구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질문은 탐구질문으로 선정해 2~3차시를 집중적으로 활용해 탐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 친구와 함께 탐구하기 탐구학습은 반드시 협동학습을 전제로 한다. 저학년은 집중력이 약하기 때문에 1학기에는 짝 활동으로 시작하여 점진적으로 모둠활동으로 확장했다. 본격적인 탐구가 이루어지는 이 시점에서 교사가 할 일은 잘 듣고, 질문하며, 적절한 추가자료를 제시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잘 듣는다는 것은 모둠을 순회하며 학생들의 이야기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들어야 학생들의 사고 흐름을 이해하고, 오류를 발견할 수 있다. 학생들이 토론하는 동안에는 섣불리 끼어들기보다는 조용히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학생들이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묵묵히 듣다 보면 교사가 반드시 교정해야 할 오개념이나 학생들이 혼란스러워하는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때 교사의 역할은 질문을 통해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개념을 알려주는 것은 학생들의 탐구 동기를 꺾을 수 있다. 학생들이 스스로 발견하고 깨닫는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교사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며 적절한 질문으로 사고의 흐름을 유도해야 한다. 또한 교사는 학생들이 자신의 가설을 세우고 근거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진과 같은 자료를 여러 장 준비해 각 모둠의 수준과 필요에 따라 선별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모든 모둠에 동일한 자료를 제공하기보다는, 각 모둠의 탐구단계에 맞춰 적절한 자료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어떤 모둠은 기초적인 자료가 필요할 수 있지만, 다른 모둠은 자료가 거의 필요 없거나 최소한의 도움만으로도 탐구를 이어갈 수 있다. 이처럼 교사는 글보다는 사진·그림자료를 활용해 학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각 모둠에 필요한 자료를 적시에 제공하여 탐구를 지원한다. 라. 개념 발견하고 공유하기 발표시간에는 학생들이 탐구를 통해 찾은 질문에 대한 답을 공유한다. 이때 교사는 발표하는 학생들의 답을 먼저 인정하며, 듣는 친구들에게는 “참 좋은 생각입니다”라고 긍정적으로 반응하도록 안내한 뒤, 궁금한 점을 질문하게 한다. 비록 아직 미숙한 부분이 있지만, 학생들은 자신만의 탐구결과를 발표하는 과정 자체를 즐거워한다. 또한 다양한 답이 나오는 발표를 들으며 서로 귀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질문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여준다. 교사가 탐구수업을 설계하고 진행했을 때, 수업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하지만 나는 학생들이 얼마나 더 많은 질문을 생성하는가를 성공의 주요 지표로 삼는다. 탐구수업이 즐겁고 그 안에서 성장이 이루어졌다면, 수업이 끝난 후에도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질문들이 생겨난다. 이처럼 질문하고 탐구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발견하는 것은 탐구수업의 핵심이자 성공적인 학습의 증거라고 생각한다. 탐구수업을 처음 시작해 보고자 하는 선생님들에게 미래 사회는 ‘생각의 힘’이 중요한 시대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가르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 역시 교사라면 누구나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처음에는 실패해도 괜찮고, 미흡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교사가 아이들을 믿고, 아이들이 스스로 발견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교사의 믿음을 느끼고, 스스로 성장해 나간다. 탐구수업을 처음 시작하는 선생님께 몇 가지 실천 팁을 제안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탐구질문은 간단하면서도 흥미롭게 만든다. 탐구질문은 학생들에게 흥미를 자극하는 주제로 선택한다. 예를 들어 “이 모자의 주인은 누구일까?”와 같은 질문은 학생들이 스스로 탐구하고 싶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둘째, 주제와 관계 맺기 활동을 설계한다. 과학교과를 처음 접하는 학생들에게는 주제와 친숙해지는 과정을 먼저 만든다. 책 읽어주기, 놀이자료 활용, 디지털 자료 탐색 등 교사가 자신 있는 방식으로 시작한다. 셋째, 학생들의 질문을 경청하고 기다린다. 질문하고 탐구하는 과정에서 실수나 오개념이 드러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교사는 이를 바로잡기보다는 학생들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질문을 통해 사고를 유도한다. 넷째, 실천에서 오는 성장을 믿는다.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자체를 가치 있게 여긴다. 실패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교사와 학생 모두가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이다. ‘믿는 만큼 자라는 것이 아이들’이라는 말처럼, 교사가 아이들을 믿고 도전하면 아이들은 그 믿음 속에서 성장해 간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시작해 본 경험 자체이다. 오늘도 교사로서 성장하고자 노력하는 모든 선생님을 응원한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장례식 중계방송을 시청하였습니다. 남의 나라 일이어서 우두커니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너무나 부러운 모습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 모습이 우리나라의 모습이 아니어서 슬펐습니다. 전현직 대통령 5명이 나란히 앉아 있는데, 분명 수십 년간 정적이고 앙숙으로 서로 대립하며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던 사이지만, 이날만큼은 언제 그랬냐는 듯 어깨가 맞닿도록 옹기종기 모여 있었습니다. 심지어 최근 대선에서 서로 강한 비판을 날렸던 오바마와 트럼프 대통령이 친구처럼 다정하고 환하게 웃으면서 환담을 나누는 모습이 여러 번 화면에 잡혔습니다. 전현직 대통령들이 시시비비를 따지는 법정이 아니라, 영성을 만나는 성당에 모인 것만도 부러운 데, 정파를 떠난 정다운 모습에 그만 눈물이 나왔던 것입니다. 언제쯤 우리나라에서 이런 의연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날이 올까요. 더 놀랍고 경이로운 모습은 수천 명이 모인 대규모였고 거의 4시간이 넘게 장시간 진행된 국가적 행사였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사회자의 말 한마디 없이 진행되었다는 점입니다. 총 6명의 추모자가 등장했지만, 소개하는 사회자나 방송 하나 없었습니다. 그 대신 지팡이를 든 집사가 무언으로 근엄하게 일반 좌석에 앉아 있는 추모자를 한 명씩 단상으로 안내하였습니다. 심지어 추모자 중 한 명이 현직 대통령 바이든이지만, 조금도 달리 대하지 않았습니다. 장례식은 오로지 망자에게 집중하였습니다. 안내 멘트 하나 없지만, 절도가 있고 질서가 있는 진행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자유분방한 미국인, 총기사건과 범죄가 넘치는 미국 도시, 다양한 인종과 다문화가 공존하는 미국 사회가 아니던가요. 우리가 아는 혼란스러운 미국 안에 또 다른 질서정연한 미국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언제쯤 우리나라에도 자유와 자율이 공존하는 날이 올까요. 하나가 더 부러웠습니다. 비록 사랑하거나 존경하던 사람을 떠나보내는 슬픈 날이지만, 그래서 추모객은 다 어두운 색깔의 옷을 입고 있고 얼굴에 비장함과 엄숙함이 묻어 있지만, 행사 중간중간에 웃음꽃이 만발하였습니다. 추모사가 유머러스했기 때문입니다. 망자의 드높은 인격을 회상하고, 그가 남긴 거대한 업적을 기리는 중간에 지극히 인간다운 모습도 언급했고, 모두가 공감했습니다. 유머는 그냥 웃기는 말이 아닙니다. 유머는 슬픔과 고통에서 순간적으로 초월하게 하는 힘입니다. 부정성에 매몰되기 쉬울 때 유머는 잠시나마 여유를 찾고 긍정성을 만나게 해주는 회복탄력성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유머감(sense of humor)은 정의감(sense of justice)과 쌍벽을 이루어야 하는 능력입니다. 유머감이 있어야 함께 불의와 고난을 이겨내고 갈등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유머는 리더가 필시 지녀야 하는 최고의 덕목 중 하나입니다. 리더는 남의 슬픔과 고통을 이용하고 확대하는 게 아니라 따뜻하게 어루만져주어 포용하고 치유해 주어야 합니다. 리더는 힘들어도 시민 앞에서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아야 합니다. 반대로 환상적 시나리오로 진실을 호도하지 말아야 합니다. 고통을 묵묵히 견디어내는 게 아니고, 초월해 내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절망적이 순간이더라도 희망을 선물할 줄 알아야 합니다. 언제쯤 우리나라 리더에게 유머감과 공감력을 기대할 수 있을지요. 공과 사를 구별하고, 자유를 누리되 자율을 실천하고, 진중함과 유머감에 조화를 이룬 리더는 하늘에서 뚝 떨어져 내리는 게 아닙니다. 리더십은 타고난 성품이 아니라, 교육의 결과입니다. 어릴 때부터 시작한 훈육과 초·중·고 시절 다져진 기본교육으로 양성되는 것입니다. 저는 미국에서 30년 넘게 살면서 이러한 교육이 미국에서 이루어지는 모습을 뚜렷이 목격했습니다. 미리 확실하게 말씀드립니다. 저는 미국을 찬양하지 않습니다. 장례식에 모인 대통령 5명과 부통령 3명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모습도 보였고, 서로 눈길을 주고받지 않는 사이도 있었습니다. 최고위층에 유색인도 몇 있고 추모사를 낭독한 6명 중에 흑인 인사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초대받은 추모객의 압도적인 대다수가 백인인 점에서 미국이 인종 사이에 차이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도 뚜렷했습니다. 평소에 은행이나 상점에서 직원을 보면 너무나 느려 터져서 답답하기 짝이 없습니다. 병원에 가면 전쟁터가 따로 없습니다. 길거리에 노숙자와 마약중독자가 넘치고, 총기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빈부격차가 한국보다 훨씬 심합니다. 저는 미국교육도 찬양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평균 교육은 우리보다 훨씬 뒤처져 있기 때문입니다. 공립학교는 시설만 낙후된 게 아니라 실력 없는 교사가 허다합니다. 그냥 느낌이 아니라 팩트입니다. 3년마다 전 세계 교육을 비교하는 PISA 연구는 미국 교사의 역량은 미국 성인의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학생 학업성취도 역시 미국 학생이 한국 학생보다 월등하게 낮습니다. 하지만 상위 15% 학생들만 따지면 미국 학생들이 한국 학생보다 더 우수합니다. 미국이 수많은 사회문제를 안고도 세계 최강국 지위를 유지하는 힘은 리더 그룹이 우수하기 때문입니다. 리더를 양성하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발전하는 이유는 평균이 우수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국이 힘든 것은 사회 리더 그룹이 허약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리더를 양성하는 교육을 실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대한민국인재상 수상자, 삼성전자 미래인재상 수상자, 영재교육원과 영재학교의 영재들을 두루 만났습니다. 저는 미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수상자와 영재도 만났습니다. 지적 우수함에는 둘 다 비슷하겠지만, 극명한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생기의 정도입니다. 사회·정서적역량 면에는 너무 큰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 영재들은 생기발랄합니다. 우쭐거리는 것도 없지만, 우물거리는 것도 없습니다. 그들이 보이는 호기심과 도전정신과 당돌함에 오히려 제가 멈칫하게 됩니다. 그들과 말하다 보면 왠지 제가 초라해질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국 영재들은 뭔가 소심하고 주눅 들어있어 보였습니다. 스트레스에 찌든 모습도 역력하였습니다. 그들과 대화해보면 미래에 대한 설계가 아니라 공부에 대한 하소연과 주변 어른에 대한 불평을 듣게 됩니다. 그들이 뿜어내는 어두운 기운에 제 마음마저 무거워집니다. 국가 리더들도 직접 만나보았습니다. 똑똑함과 다부짐과 추진력에는 차이를 느끼지 못했지만, 비전의 폭과 마음의 깊이에 차이가 보입니다. 국익과 공익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것에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도 리더 그룹에 대해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험한 풍파 속에 믿고 기댈 수 있는 선장과 선원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교육이 바로 서야 하겠습니다. 학교와 집에서 아이들에게 맞고 틀리는 것에 앞서 옳고 그른 것을 가르쳐야 합니다. 지식과 함께 지혜도 전달해 주어야 합니다. 주어진 미션에 성공하는 방법과 더불어 원대한 비전을 갖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미국은 혼란스러운 사회를 엘리트 리더 그룹이 잘 이끌어가고 있는 것 같고, 한국은 정반대로 일반 시민이 혼란스러운 리더 그룹을 잘 버텨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는 한국 리더 그룹도 최소한 시민의 수준에 맞추도록 교육받아야 하겠습니다.
신규교사의 교직적응, 교사 정체성 형성에 영향 신규교사 적응을 돕기 위해 실습학기제·수습교사제 등의 지원방안이 학교현장에서 시행되고 있거나, 시행을 앞두고 있다. 낯선 근무환경에 새롭게 진입하는 구성원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은 비단 교직사회에만 해당하는 상황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신규교사의 적응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 양성교육에서 습득한 이론과 학교현장의 실제 간 간극이 언제나 존재하지만, 교사를 위한 체계적인 입문 과정이나 사회화 과정이 부재하다는 점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신규교사는 학교에서 근무하는 첫날부터 경력교사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불공정한 처지에 놓여 있어, ‘현실충격’이라고 표현될 만큼 학생에서 교사로 급격한 역할 전환이 이루어진다. 그동안 교직적응의 과업은 교사 개인의 시행착오와 경험의 축적에 맡겨져서 신규교사에게 과도한 개인적 비용과 책무가 지워졌다. 고립된 교실에서 ‘가라앉거나 혹은 헤엄치면서’1 홀로 고군분투하지만, 동료교사들의 도움이나 지원을 받기도 쉽지 않다. 이 과정에서 교직사회의 관행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답습하거나, 무조건적으로 동화되지 않고 자신의 교직활동을 성찰하며 적응 방식을 찾아가기도 한다. 이처럼 신규교사의 교직적응은 그 과정에서 직업적 좌절이나 회의감을 가질 수도 있으나, 학교변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동력이자 기반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교직 초기의 적응 경험은 향후 어떤 교사로 성장할 것인가, 즉 교사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주며, 궁극적으로 학생의 학업성취 향상과 학교 혁신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2는 점에서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신규교사의 교직적응 양상을 분석한 결과를 제시하고, 이들의 교직적응을 지원하는 정책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고군분투형·무난순탄형·내적고심형 … 신규교사 교직적응의 다양한 양상 신규교사의 교직적응은 ‘불안 → 탐색 → 조정 → 정립’의 네 단계를 거쳐 연구하고 적용해 보는 반복의 과정에서 교육실천 방향을 정립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각각의 단계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거나 길어짐에 따라 교직적응의 유형은 다양하게 나타났다. 행정업무 부담이 매우 과중하나 학교의 지원을 받기 어려워 홀로 고군분투하는 유형, 수업에 대한 막막함과 행정업무 부담 그리고 생소한 조직문화에 대한 불편감을 느끼면서 문제상황을 최소화하거나 회피하는 내적고심형, 학교의 자체적인 배려로 부담이 적은 업무를 맡고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여 교육활동을 충분히 고민하고 있는 무난순탄형 등으로 유형화할 수 있었다. 신규교사를 대상으로 한 초점집단면접에서 나타난 교직적응의 유형은 양적자료(TALIS 2018)를 활용한 분석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교수·학습, ▲학급경영 효능감, ▲교사협력, ▲교직만족, ▲직무스트레스의 다섯 가지 기준으로 잠재 프로파일 분석을 실시하였으며, ▲부적응형, ▲성장형, ▲무난순탄형, ▲고군분투형의 4개 유형이 도출되었다. 먼저 부적응형은 교수·학습 효능감, 학급경영 효능감, 교사협력, 교직만족에 있어 모두 평균보다 낮으나 직무스트레스는 상대적으로 높았다. 두 번째로 성장형은 부적응형과 반대되는 경향을 보였다. 교수·학습 및 학급경영 효능감과 교직만족도가 높으며, 동료교사와의 협력활동의 빈도도 높았지만 직무스트레스는 낮았다. 무난순탄형은 교수·학습 및 학급경영 효능감, 동료교사와의 협력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대체로 평균에 가깝고, 평균적인 수준에서 높은 교직만족과 낮은 직무스트레스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고군분투형은 상대적으로 높은 교수·학습 및 학급경영 효능감을 보여 직무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높지만 교직만족 정도가 낮고, 직무스트레스가 높게 나타났다. 신규교사 대상의 인식조사 결과와 면담 결과는 모두 신규교사의 교직적응이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점을 보여준다. 교직수행 중에 당면한 문제의 정도와 수준, 문제해결을 위한 전략의 다양성, 그리고 학교 내외의 지원 정도에 따라서 교직적응은 매우 다양한 양상을 보였다. 교사 개인이 처한 상황과 맥락, 환경적 요소를 고려하여 적응을 돕는 것이 필요하다. 신규교사 교직적응 지원을 위한 정책방안 신규교사의 교직적응은 교사가 되어 가는 첫 번째 단계이자 가르치는 것을 배우는, 즉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교직적응이 기존 교직사회의 관행과 규범에 순응하는 통과의례에 머무르지 않고, 긍정적인 경험을 축적하여 교육전문가이자 학교 혁신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긍정적 교사 정체성 형성을 위한 신규교사 지원 파이프라인 구축’을 정책적 지원방안으로 제안한다. 지원 파이프라인은 교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예비교사가 입직 초기의 3년을 보낸 이후에 긍정적인 교사 정체성을 형성하여 성장할 수 있도록 원활한 경로를 설정하는 데 초점이 있다. 그리고 각기 다른 상황과 맥락에서 상이한 방식으로 적응하고 있는 신규교사에게 맞춤형으로, 적시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지향한다. 신규교사 지원 파이프라인은 예비교사에서 입직 후 경력 3년의 현직교사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포괄하고 있다. 가르치는 방법을 이론적·기술적으로 배우는 교사양성교육의 단계, 교사로 임용되어 학교에 배치받기 이전까지 적응을 지원하는 입직적응 단계, 1년간의 학사운영을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는 입직 이후부터 1년까지의 단계, 그리고 낯선 교직환경에 적응하고 긍정적 경험을 축적하면서 교사 정체성을 형성하는 경력 3년까지의 단계로 구성된다. 신규교사는 각 단계를 통과하면서 체계적으로 교직사회에 적응할 수 있으며, 교사를 둘러싼 학교 내외의 다양한 체제로부터 총체적인 지원을 받아 교직에 적응한다. 그리고 제도적·정책적인 지원 기제는 파이프라인을 거치는 신규교사가 하나의 단계에 오랫동안 머무르지 않고 원활하게 통과하여 다음 단계로 진입할 수 있도록 압력을 주어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구체적으로 교사양성교육의 단계는 교사에게 필요한 역량 및 전문성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고, 입직적응의 단계에서는 개별 신규교사의 특징과 요구를 체계적으로 진단하여 개별화된 맞춤형 적응활동을 지원한다. 입직 후부터 1년까지의 단계에서는 처음으로 학년의 시작과 끝을 경험하면서 부딪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즉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며, 학교 내외 구성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도록 지원한다. 이후 경력 3년까지의 단계에서는 입직 전·후로 수행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축적한 지식을 학교에서 실천하고 체득하면서 자신의 전문성을 내면화할 수 있도록 한다. 이와 같은 단계를 거쳐 교직에 적응한 교사는 궁극적으로 ‘긍정적 교사 정체성을 형성한 교사’로서, 학생의 성장에 기여하고 교직사회 및 학교조직의 혁신을 선도할 수 있는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AI 디지털교과서 등 교육현장의 디지털 도구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디지털 도구로 인해 기초학력이 향상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딥페이크나 사이버 폭력 등 디지털 윤리 측면에서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전망이 맞서고 있다. 교육현장에서 디지털 도구와 디지털 윤리가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학생들의 디지털 윤리 현주소를 바탕으로 교육현장에서의 디지털 윤리교육 과제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디지털 윤리교육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학생들의 디지털 윤리 현주소 한국 학생들이 남보다 빠르게 성취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은 예전부터 계속 이어지던 현상이다. 사회는 점차 불안정성이 강해지고 있고, 수많은 정보 속에서 학생들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이 해결하기 어려운 스트레스와 불안감 같은 역기능적 정서를 디지털 안에서 해소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이를 통해 디지털 윤리의 현주소를 대략 확인할 수 있다. ● 첫째, 디지털 과몰입이다. 예를 들어 다수의 짧은 영상을 장시간 시청하면서 현실 세계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즉각적으로 해소하려는 행동을 들 수 있다. 디지털 세계에 대한 몰입이 지나치면 현실 윤리를 벗어난 역기능적 디지털 정체성 형성, 디지털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 둘째, 역기능적 디지털 정체성 형성이다. 여기에서의 정체성은 현실 세계의 정체성과 괴리가 있는 정체성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사진이나 영상 필터 앱 등을 통해 SNS로 타인이 선호할 수 있는 모습만 드러내면서 현실 세계에서의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행동을 들 수 있다. ● 셋째, 디지털 폭력이다. 예를 들어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서 특정인을 혐오하는 발언을 하면서 현실 세계에서의 스트레스와 불안 등이 특정인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논리로 자신의 부정적 정서를 특정인에게 전가하려는 행동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경향들이 모여 딥페이크 성범죄와 같은 디지털 범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디지털 세계에 과몰입한 이들이 현실 세계에서는 수용될 수 없는 디지털 정체성을 형성하고, 딥페이크 기술과 같이 발전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일종의 놀이이자 문화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따라서 교육현장에 도입되는 디지털 도구는 기초학력 향상뿐 아니라 디지털 윤리 측면에서의 부작용을 해소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교육현장에서의 디지털 윤리교육 과제 디지털 도구를 통한 맞춤형 학습은 기초학력을 향상시킴으로써 학생들의 스트레스나 불안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하지만 스트레스나 불안의 감소가 학생 스스로에 의한 것이 아니라 디지털 도구의 도움에 의한 것이라는 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상적인 디지털 도구는 학생의 수준을 진단하고, 수준에 맞는 문제를 제공하며, 문제를 맞혔는지 등에 따라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은 학습에 에너지를 집중하며 교사나 동료들과 상호작용하는 수업에 비해 사회적·정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 모습의 이면에는 예상하지 못한 모습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디지털 시대 윤리교육의 과제를 확인할 수 있다. ● 첫째, 문해력 저하이다. 학생들이 학습 시 디지털 도구에 의존하는 상황은 삶의 문제에 대응해 다양한 해결방안을 도출하는 문해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 있다. 학생들이 디지털 도구가 제공하는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갖게 된다면 이는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제공된 맞춤형 콘텐츠까지도 무비판적으로 수용함으로써 디지털 과몰입이나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반향실 효과에 기반한 허위 정보 유포로 이어질 수 있다. ● 둘째, 윤리성 저하이다. 디지털에 기반해 새롭게 형성되는 정체성은 교실 안에서도 유효하다. 생성형 AI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빠르게 다양한 지식을 생산해 낼 수 있고, 나아가 다양한 지식을 생산해 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 학생들이 디지털 기술 활용과정에서 필요한 정직성·투명성의 가치를 망각한다면 이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디지털 기술을 윤리적으로 활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윤리적 침식에 기반한 역기능적 디지털 정체성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셋째, 공감력 저하이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의사소통은 대면 의사소통에 비해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므로 더 높은 주의력이 요구된다. 학생들이 대면 의사소통 기술을 충분히 습득하지 못한 상황에서 교사의 관리를 벗어난 디지털 의사소통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디지털 폭력을 일종의 유희로 여기는 문화를 재현함으로써 디지털 의사소통 상황에서 서로가 자신이 피해자고 상대가 가해자라고 주장하는 갈등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이 이러한 원인을 자기 자신과 관련짓지 못하고 디지털 기술만의 탓으로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기 자신이 마주한 문제에 대한 책임감이 저하됨을 의미한다. 따라서 교육현장에 도입되는 디지털 도구는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디지털 윤리교육과 균형을 이루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사회정서역량’을 키우는 디지털 윤리교육 방안 디지털상에서는 익명성을 바탕으로 임시의 정체성을 형성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않고 타인에 대한 공감 없는 의사소통 등 책임감 없는 행위를 한 후, 해당 정체성을 폐기하고 또 다른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시대 윤리교육의 핵심은 학생들이 디지털상에서 바람직한 정체성을 형성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주목해야 할 것 중 하나가 ‘사회정서역량’이다. 이는 개인이 삶을 성공적으로 살기 위해 필요한 역량으로 자신에 대한 인식과 관리를 바탕으로 타인에게 공감하고 타인과 소통함으로써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이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정체성의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 다만 사회정서역량이 대면 상황뿐만 아니라 디지털상에서도 효과적으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디지털 윤리교육을 지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첫째, 디지털 안전의식과 연계한 디지털 윤리교육이다. 디지털 윤리교육이 디지털상에서 윤리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에티켓 준수와 저작권 보호 등의 주제를 다룬다면, 디지털 안전의식은 디지털 과의존 예방, 개인정보 보호, 그와 관련된 디지털 범죄 예방 등의 주제를 다룬다. 안전의식과 윤리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디지털상에서 자신과 타인을 안전하게 보호하지 않으면 윤리적으로 소통하는 데에 한계가 발생할 수 있고, 디지털상에서 윤리적으로 소통하지 않으면 자신과 타인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 역시 한계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이 자신의 디지털 안전의식과 연계한 디지털 윤리에 대해 인식하고, 디지털상에서 자신의 행동을 관리하는 교육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 둘째, 인공지능 윤리교육을 강조하는 디지털 윤리교육이다. 인공지능 윤리교육의 초점 중 하나는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과 그에 대한 성찰이다. 인공지능 기술은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디지털 안전의식 및 윤리에 새로운 논쟁을 촉발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우리가 디지털에 과의존하게 하고, 허위정보를 생산해 타인과 윤리적으로 소통하지 못하게 한다면 이를 누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등 인공지능 기술로 인한 질문에 쉽게 답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이 인공지능 기술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공감하고, 타인과 협력적으로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교육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 셋째, 학생이 주도해 기술과 융합하며 문화를 조성하는 디지털 윤리교육이다. 교육현장에서의 디지털 윤리교육은 ‘학생이 문제를 일으킬 만한 행동을 할 경우 원하지 않는 상황에 놓일 수 있으므로 문제를 일으킬 만한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는 학생이 문제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는 데에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앞으로 계속 이어질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윤리를 만들어 나가는 존재로서의 정체성’을 갖도록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학생들이 학습한 디지털 윤리를 자신의 언어로 변환해서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 공유하고, 디지털 기술에 적용하며, 디지털 시대의 윤리적 문화를 조성함으로써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내면화하는 교육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소양교육에 대한 교육적 관심을 바탕으로 많은 교원연수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각 연수 커리큘럼에 있는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수업, 개별화 교육, 업무 노하우’ 등과 같은 키워드 속에서 ‘디지털 윤리’를 찾는 것은 아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윤리’라는 키워드가 매력적이지도, 혁신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않은 데다 ‘디지털’과 연계되면서 더 복잡해지기만 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각 연수에서 디지털 소양교육의 출발점이 디지털 윤리교육임을 강조하고, 이를 활성화해야 한다. 학생들은 여건만 된다면 학교 밖 교육기관을 통해 디지털기기를 활용한 문제해결역량을 높일 수 있지만, 각 교육기관의 경제적 이익과 관련성이 적은 디지털 윤리의식을 높이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오직 학교에서만 디지털 윤리교육을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디지털 시대에 휩쓸리지 않고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윤리성을 가진 존재로서 살아가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푸른 뱀의 해가 밝았다. 하지만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혼돈의 정치 상황 때문에 암울하다. 무력감에 시달린다.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 분노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전 국민이 머리를 맞대면 해결이 가능한 문제일까? ‘기본을 바로 세우고, 교육을 통해 예방하자.’ 이는 사회 변화의 변곡점을 맞을 때마다 우리가 되뇌었던 기본 전제이다. 과연 실천되었을까? 기본이 바로 세워지고, 교육이 그 역할을 감당했을까? ‘기본이 바로 선 나라, 대한민국’은 요원한 꿈일까? 기본에서 이탈된 고난의 시간이 닥쳐도, 우리는 희망을 노래하며 고난을 극복해 왔다. 그 중심에는 항상 국민이 있었다. 학교가 혼자 무소의 뿔처럼 나아갈 수는 없다. 학교·정부·사회 전체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초등교육이 바로 서야 우리나라 교육이 바로 설 수 있다 기본이 바로 선 나라를 위해 학교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예방적 차원의 교육을 위해 정부, 즉 교육부와 교육청은 어떤 교육정책으로 학교현장을 지원해야 할까? 학부모를 포함하는 사회구성원은 어떤 인식을 가져야 학교의 교육적 실천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까? 학교, 특히 초등학교는 국가 구성원 모두의 전인교육을 담당하는 장(場)이다. 인성교육·정체성 교육은 물론 국가관·역사관 등을 포함하여 학생의 전인적 성장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곳이다. 창의성과 사고력 신장이 결정적으로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초등교육이 국가의 근간을 담당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이유이다. 교육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의 사례를 살펴보면 초등교육의 중요성이 얼마나 국가 차원에서 강조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독일 ‘기억의 문화’ 교육이 대표적인 예이다. 초등교육과정부터 나치 시절의 역사를 은폐하지 않고 직면하게 한다. 부끄러운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정체성 교육과 시민교육을 병행하여 실천한다.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책임감 증진을 돕는다(김동조, 2020). 핀란드는 더 적극적이다. 초등교육의 중요성이 국가 차원의 홍보 캠페인과 정기적 학부모교육 워크숍을 통해 논의되고 있다(이은주, 2023). 우리는 어떠한가? 기본을 바로 세우기 위한 초등학교의 교육적 실천은 이대로 충분할까? 현재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방향은 초등교육의 가치를 온전히 반영하고 있을까? 사회구성원은 초등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을까? 사회와 학부모에게 초등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질문을 직시하자. 충분히 잘하고 있다면 박수를 보내고, 부족하다면 더 힘을 쏟고 노력하면 된다. 대부분의 난제가 그러하듯 답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 초등교육이 바로 서야 우리나라 교육이 바로 설 수 있다. 독일처럼 부끄러운 역사라 할지라도 회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게 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핀란드처럼 초등교육의 가치와 필요성을 사회와 학부모에게 정확하게 전달하자. 이를 위해서는 교육정책의 방향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등교육정책이 교육현장에서 환영받기 위해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할까? 첫째, 전인교육 실천의 장(場)으로서 초등학교의 정체성을 인정해야 한다. 초등학교는 인간의 근간을 이루는 다양한 측면에서의 교육에 있어 결정적 시기이다.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초등교육의 중요성은 그 본연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학교의 목적과 평가에 관한 인식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학교는 학생을 줄 세우고, 선발하는 곳인가? 학생이 성장하는 곳인가? 이상적으로는 ‘학생의 성장’이 거론되지만, ‘줄 세우기와 선발’이라는 현실적 요구와 충돌하면서, 평가는 학생을 줄 세우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는지도 모른다. 자녀가 줄의 어디쯤 위치하는지 알 수 없는 평가 결과를 통지하는 초등학교는 학부모로부터, 사회로부터 무시당하기 시작했다. ‘학생의 성장 가능성에 방점으로 두고, 부정적인 언급은 삼가라’는 교육부의 지침이 그 출발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교사의 평가권은 교직 전문성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교직 전문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이런 식의 교육정책이나 지침이 더 이상 현장에 제시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강국으로 불리는 핀란드와 독일이 어떤 방식으로 초등교육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전인교육을 체계적으로 반영하고 있는지, 어떻게 초등교육의 가치와 필요성을 효과적으로 학부모와 사회에 알리는지 참고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의 공익광고·교육포럼 그리고 전문가 강연 등 적극적 홍보방식이 필요하다. 초등교육정책은 탁상공론이 아니어야 한다. 초등학교를 적극적으로 부양해야 한다. 둘째, 정치적 영향이 배제되고, 균형 잡힌 정책이 절실하다. 초등의 경우 늘봄과 인공지능디지털교과서(이하 AIDT)에 예산이 과도하게 집중되어, 다른 영역의 교육지원은 고갈되고 있다. 교육을 위한 백년대계는 어려울지라도 꾸준한 예산지원과 관심은 전인교육을 위한 기본이다. 일본의 초등교육정책은 정치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 특징이다(한국교육개발원, 2024). 전통문화 체험과 독서교육을 중요시한다. 기초학습·예술·체육·감성교육에 이르기까지 고르게 예산을 편성한다. 특히 IB 교육의 경우, 정권교체가 되더라도 교육이 힘을 잃지 않도록, 정치의 영향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 초등교육정책도 학습의 다차원적 접근을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 지원이 요구된다. 초등학교의 설립 목적은 교육이다. 돌봄이 아니다. 특정 기술과 장비 도입에 예산을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한 교육영역에 공정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초등교육의 근본 가치를 실현하는 길은 멀지 않다. 교육정책 수립과정에서 정치는 배제되어야 한다. 셋째, AIDT가 학생의 포괄적 참여를 보장하는 확실한 대안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상징적 상호작용론자들은 게임에 은유하여 수업을 설명한다. 상대방 행위자에 의해 유의미한 파트너로 인정을 받을 때 게임은 시작된다. 게임이 지속되려면 특정 규칙 속에서 게임 파트너 간의 상호존중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교육학자들은 수업이라는 게임에서 학생이 존중받고 참여하는, 유의미한 파트너로 인정받는 경험이 교육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수업이라는 게임 속에서 존중·참여·인정 없이 소외된 채, 게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학생이 있다. 교사의 난제이기도 하다. 정부는 AIDT가 대안임을 내세워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과연 그러할까? 코로나 팬데믹으로 교육 선진국들은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학습방식을 전면적으로 도입했다. 결과는 나빴다. 학생들의 학업동기가 감소하고, 디지털 학습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이 늘어나면서, 교육기회의 불평등은 더 심화되었다. 결과적으로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학습이 학생 간 학습격차 심화라는 부작용을 낳았다(양준석, 2024).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은 경험을 했다. 세계 최초 AIDT 도입 국가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AIDT가 아니라, 학습동기이며, 교실의 질서와 문화를 다시 세우는 방식의 수업설계에 관심을 기울이는 교사이다.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이 교실에서 어떤 정체성을 부여받고 있는지, 수업이 학생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든 학생이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기능해야 하는지, 교사와 함께 논의하고 방법을 찾는 교육정책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넷째, 교사는 누구인가? 교사의 정체성이 재구성되도록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학생은 세대 계약의 결과에 따라 교육적 모라토리엄(Moratorium) 상태이다(성열관, 2018). 사회로부터 교육받는 기간 동안 일정한 의무를 담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유예를 받은 상태를 의미한다(전상진, 2004). 이는 교사의 인식에 따라 계몽주의적 모라토리엄과 낭만주의적 모라토리엄으로 구분된다. 이 구분은 학생을 바라보는 인식과 관련한다. 계몽주의적 모라토리엄은 사회화의 대상으로, 낭만주의적 모라토리엄은 능동적 존재로 학생을 인식한다(성열관, 2018). 계몽주의적 교사의 인식과 태도는 억압·통제·훈육·표준화를 지향한다. 하지만 청소년은 정보통신혁명의 영향을 받아 자율·성장·개별화를 통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계몽주의적 모라토리엄을 관철시키려는 교사와 낭만주의적 모라토리엄을 지향하는 학생은 교실에서 충돌한다. 양자 간 패러다임 충돌은 교실붕괴를 낳았다(전상진, 2004; 조한혜정, 2002). 교실붕괴는 실추된 교권을 회복할 계기를 만들어 주는 사건이 아니라, 학교가 학생 중심으로 재구조화되어야 함을 알리는 신호이다. 교사와 학생 간의 상이한 인식으로 인한 통제권과 주도권의 각축에 관한 관점과 논의가 없다면, 교실에서의 교권 회복은 교사의 이기심으로 치부될 뿐 여전히 요원하다. 교사는 더 이상 계몽적 모라토리엄에 근거하여 ‘말 잘 듣는 모범생’을 기대하면 안 된다. 수업에서 소외당하는 학생에 대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문제시해야 한다. 학생과 함께 교실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교사 정체성의 재구성이다. 교사는 과연 누구인가? 교사는 ‘단지 가르치는 사람’인가? 가르치는 것은 뇌를 변화시키는 기술이며, 21세기 교사는 뇌를 변화시키는 사람이라고 새롭게 정의되기도 한다(이찬승, 2024). 혹은 협력적으로 교실문화를 학생과 함께 설계해 나가는 사람일 수도 있다. 우선 교사 스스로 자신의 업(業)에 대해 재정의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리고 교사 정체성에 관한 재구성 결과가 사회구성원에게 적극적으로 공유되는 방법이 포함되어, 교육정책 방향이 설계되어야 한다. 다섯째, 교사를 교육의 주체로 인정하는 교육정책이 제안되어야 한다. 객관주의에서 구성주의로의 교육 패러다임 변화는 전 세계 주요 국가의 교육분권화를 불러왔다(조영달, 2001).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교사는 권한과 자율의 증대와 더불어 더 큰 책임도 부여받았다(Sahlberg, 2011). 교육체제 분권화는 ‘교육의 주체는 교사다’라는 명제에 관한 교사 자신의 확신이 요구된다. 이때 우리는 질문에 봉착한다. 교사는 과연 주체적 존재인가? 교사는 수업의 혁신을 이야기할 때 늘 비판 속에서 대상화되었고, 교육적 논의에서 소외되었다. 교사만 소외된 것은 아니다. 교사는 교육혁신의 과정에 수동적 존재로 소외되었고, 학생은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면서 소외되었다. 관리자 또한 교사와 협력적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거나, 공허한 목소리를 가진 존재로 현장에서 소외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학교 조직 문화, 역사적 맥락, 시대적 요구, 사회 풍토 등 다양한 측면과 관련이 있다. 교사의 노력만으로 극복 가능하지 않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자율화와 분권화를 기본 슬로건으로 한다. 2025학년도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실천이 3·4학년까지 확대되는 해이다. 올해는 교사가 교육정책 속에서 통제나 변혁의 대상으로 전락하지 않기를, 교육실천가인 교사가 교육의 주체로 우뚝 서 있기를 바란다. 탁상공론! 교육정책을 향한 흔한 비판 중 하나이다. 교육정책이 탁상공론이라고 희화화되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교육실천가인 교사에게 길을 열어주고, 교육실천에 날개를 달아주며, 실천을 위한 날갯짓이 더 씩씩해져서 날아오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제발 2025학년도 초등교육정책은 탁상공론을 벗어던지고, 정치에 휘둘리지 않으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충무로가 또 한 명의 매력 넘치는 여배우를 얻었다. 바로 박지현 배우 이야기다. 2017년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로 데뷔한 후 이듬해 공포영화 곤지암(감독 정범식)의 주연을 꿰차며, 제39회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에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다. 이후 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을 비롯해 재벌집 막내아들 등으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그래도 대중들에게는 뚜렷한 한 방이 느껴지지 않는 20대 여배우 중 한 명이었다. 그런 박지현 배우를 대한민국에 각인시킨 작품은 작년 11월 개봉해 1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히든페이스(감독 김대우)였다. 조여정 배우와의 투 샷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연기를 선보였고, 송승헌 배우와의 파격적인 베드씬으로 내내 화제가 됐다. 부담스럽지 않았느냐는 언론의 질문에 박지현 배우는 “노출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시나리오가 너무 탄탄해 어떡하면 나만의 캐릭터를 창조할 수 있을지가 너무 설렜다”고 대답했다. 채 두 달이 지나지 않았는데, 또 다른 영화 동화지만 청불입니다(감독 이종석)로 돌아왔다. 동화 작가를 꿈꾸지만, 낮에는 음란물 단속 공무원으로, 밤에는 성인 웹소설 작가로 이중생활을 하는 MZ세대 ‘윤단비’ 역할을 맡았다. 코미디 연기의 대가 성동일 배우와 멋짐과 망가짐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최시원 배우가 합을 맞춰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섹시’를 벗고 ‘코미디’로 풀 장착한, 늘 코미디 연기를 하고 싶었다는 박지현 배우는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자신이 지금 하는 일이 진정으로 원해서 하는 일인지 돌아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솔직담백했던 박지현 배우와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일단 철판을 깔았습니다. 배우 박지현도, 영화 속 캐릭터 윤단비도 그렇게 사람들이 얼굴을 붉힐 만한 말들은 들어보지 못했을 테니까요. 얼굴에 철판을 깔고, 단비는 부끄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부끄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이건 내가 아니다’라고 자기 최면을 걸면서 뻔뻔함을 탑재하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웃음) 동화지만 청불입니다에서 성인 웹소설 작가로 분한 박지현 배우는 영화 속에서 쉴 새 없이 야한 대사를 쏟아낸다. 퇴근 후 늦은 밤, 혼자 야한 상상을 할 때도 박지현 배우는 외설적인 단어를 독백으로 해야 했고, 귀엽게 인사를 건네던 동물 캐릭터들은 검은 그림자 CG로 처리되면서 신음소리를 낸다. 특히 공무원 선배 역할로 나온 최시원 배우와 포장마차 장면을 찍을 때는, 그를 둘러싼 수많은 조연 배우들 사이에서 민망한 단어를 쉴 새 없이 뱉어내며, 술에 취한 연기를 해야 했다. 촬영이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뻔뻔함을 장착할 수밖에 없었다’며 웃었다. “왜 글재주가 이런 데 터지냐고!” 영화 속 윤단비는 신춘문예 대상을 받고 동화 작가로 데뷔한 아버지에 이어, 동화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인 청년이다. 하지만 데뷔까지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하기 위해 공무원이 된다. 출근 첫날 그의 업무가 불법 음란물 단속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좌절한다. 성인 웹소설 회사 황 대표(성동일)의 클래식카를 ‘박살’ 내고 수리비 1억 원이 부족해 성인 웹소설을 쓰기로 ‘악마의 계약’을 맺게 되면서 단비의 이중생활이 펼쳐진다. 힘들어하던 단비에게 친구들과 공무원 선배가 도움을 주고, 어느덧 그는 몰랐던 ‘성스러운 재능’에 눈뜬다. 설정이나 플롯이 어디선가 본 듯하기도 하고, 성동일·최시원이라는 코미디 전문 배우가 나오니 그냥저냥 볼만한 영화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영화 재밌다. 윤단비 역을 맡은 박지현 배우가 털털하면서도 순수하고, 매력적으로 톡톡하게 살려내는 연기의 맛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데뷔 초부터 인터뷰 때마다 코미디 연기를 하고 싶다고 밝혀왔다는 박지현 배우는 평소 애드리브를 치거나 개그를 짜서 주변 사람들을 웃기는 데 진심이다. 코미디의 첫 번째는 자신감이요, 둘째는 뻔뻔함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그녀는, 하지만 다소 차가워 보이고 도회적인 외모 때문에 코미디 장르에 캐스팅된 적이 없었다. 2025년을 여는 영화 동화지만 청불입니다로 생애 첫 코미디 배역에 도전한 박지연 배우는 왜 그렇게 코미디 연기에 목말랐을까? 이번 작품으로 코미디 연기에 대한 갈증은 어느 정도 해소됐을까?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가치는 ‘웃음’이에요. 물론 감동이나 다른 감정들도 중요하지만, 웃음은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잖아요. 그만큼 타인을 웃게 만드는 연기는 더 힘들다는 것도 알아요. 그런데 제가 평소에도 주변 사람들을 웃기려는 욕심이 좀 많아요. 웃기면서 희열을 느끼기도 하고요. 코미디 연기에 대한 열정은 강했는데, 제 이미지가 그렇지 않다 보니 그런 작품을 만나지 못했어요. ‘어디 한 작품만 들어와 봐라’하고 벼르던 차에 이번 영화를 만난 겁니다. 이 작품을 계기로 앞으로 코미디 쪽으로 길이 좀 열리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죠. 코미디에 대한 갈증이 아직 많이 남았거든요!”(웃음) “배우는 천직 …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파” 동화지만 청불입니다에서 영화 후반부로 가면서 단비는 신춘문예에 탈락하고 고향집으로 간다. 꿈에서 만난 과거의 아버지는 단비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라고 말한다. 그리고 어머니한테서 들은 비밀 하나. 신춘문예 대상을 받으며, 동화 작가로 등단한 아버지의 꿈은 동화 작가가 아닌 야설 작가! “동화를 쓰는 아빠가 제일 멋있어! 나도 커서 동화 작가가 될 거야!”라고 말하는 어린 단비의 말에, 아버지 역시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었던 것이다. 눈물을 흘리며 꿈속의 아버지와 화해하고 자신을 찾아가는 단비처럼, 과연 박지현 배우는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을 살고 있을까? “저는 정말 운이 좋게도, 제가 커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어렸을 때, 남들보다 좀 더 일찍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그 꿈을 실행할 용기도 있었던 거 같고요. 운 좋게 지금까지 연기로 먹고살 수 있게 된 것이 저는 진짜 천운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요즘 굉장히 행복해요. 문제는 이 연기를 언제까지 할 수 있느냐는 거겠죠. 최대한 오랫동안 연기하고 싶은 게 제 바람입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겠지만, 죽을 때까지요!”(웃음) 그러면서 박지현 배우가 관객에게 한 마디를 덧붙였다. “동화지만 청불입니다의 단비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동화 작가라고 어렸을 때부터 생각했어요. 수입이 불안정할 테니 등단할 때까지만 공무원을 하겠다고 해서 청소년 보호팀에서 일하게 됐고요. 거기서 만난 선배가 단비를 지켜본 후 단비는 성인 웹소설을 쓸 때 더 즐거워 보이고, 재능도 뛰어난 거 같다고 조언해 주죠. 동화 작가는 아버지의 꿈이었다고 하면서요. 영화를 보실 관객도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꿈이 무엇인지, 또 자신이 지금 하는 일이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건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면 정말 좋겠어요.” 2017년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로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조금씩 이름을 알리고 얼굴을 대중에게 각인시키며, 드디어 지난해 영화 히든페이스로 100만 관객을 돌파한 배우가 됐다. 아직 연기 인생이 채 10년을 지나지 않았지만, 박지현 배우는 자신에게 배우란 ‘천직’이란 걸 오래전부터 알았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역할극 놀이를 너무 좋아했어요. 제 방에서는 정말 온갖 소리가 다 들려와요. 언니가 제발 조용히 하라고 할 정도로요. 제가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배우들을 따라 하거든요. 최근에는 케이트 블란쳇이 주연한 시리즈 디스클레이머를 정말 몰입해서 봤어요. 당연히 연기를 따라 했고요. 지금도 저는 그게 너무 재밌어요. 아무래도 천직을 택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데뷔 8년 차지만, 그는 죽을 때까지 연기하기를 바란다. 모든 배우가 다른 답을 주겠지만, 박지현 배우만의 오래도록 연기하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물었더니, 이제 막 서른을 넘긴 사람보다 한참 더 지혜로운 대답이 돌아왔다. 발이 지면에 단단히 고정된 느낌으로. “배우는 항상 선택받아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대중의 선택은 당연하거니와 함께 일하는 스태프·배우·연출자·제작자 등 관계자들에게도 선택받아야 하는 입장입니다. 그러니 좋은 연기를 해서 관객들에게 선택받는 건 물론이고요. 그보다 현장에서 함께 일하고 싶은 배우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늘 해요. 네, 저는 늘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차기작은 넷플릭스에서 천만 배우 김고은과 투톱!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처럼 어느덧 충무로 대세 배우가 된 박지현의 차기작은 올 상반기에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은중과 상연(감독 조영민)이다. 파묘(감독 장재현)로 천만 배우로 등극한 김고은 배우와 투톱을 맡아 동경과 질투, 애정과 증오로 얽힌 두 친구로 분해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을 선보일 예정이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신인 감독과 신인 배우로 만났던 인연이 다시 이어진 작품으로도 눈길을 끈다. “조영민 감독님이 같이 또 작품 하자는 말에 보람을 느꼈어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촬영할 때 감독님이 저보고 ‘너는 나중에 꼭 코미디를 해야 해!’라고 말씀하셔서 코미디 작품에 불러주실 줄 알았는데, 이렇게 진지한 작품에 캐스팅하셨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이 작품을 찍으면서 삶을 대하는 가치관이 달라졌을 정도입니다.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사진 ● 동화지만 청불입니다_ (주) 미디어캔 / 히든페이스 _ 스튜디오앤뉴·쏠레어파트너스(유)·NEW
나의 두 번째 교과서 X 나민애의 다시 만난 국어 (나민애 지음, 페이지2북스 펴냄, 320쪽, 1만 9,800원) 문해력 저하는 성인도 예외가 아니다. 시험에 메어 학창 시절 진짜 국어 공부를 놓쳤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어른들에게 독서와 친해지고, 국어를 즐겁게 공부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문학의 아름다움과 읽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추천작 수십 편을 수록했다. 서울대 학생들에게 최고의 강의로 평가받은 글쓰기 수업도 만나보자. 철학의 은유들 (페드로 알칼데·멀린 알칼데 지음, 기욤 티오 그림, 주하선 번역, 단추 펴냄, 60쪽, 2만 5,000원) 고대부터 현대까지 24명의 철학자가 은유를 통해 철학적 통찰을 어떻게 전달했는지 탐구하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다. 철학자들이 세계를 보고 이해하는 방식을 응축한 은유를 통해 철학자의 핵심 사상을 조망하며 철학의 흐름을 짚는다. 독창적인 색감과 감성을 담은 그림이 더욱 깊고 감각적인 이해를 돕는다. 미라클 모먼트 (이노우에 히로유키 지음, 오정화 번역, 동양북스 펴냄, 192쪽, 1만 6,800원) 마음먹기에 따라 뭐든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자기계발서. 자신이 가진 약점을 억지로 강점으로 바꾸려 하기보다는 그 안에서 장점을 찾아낼 것을 권한다. 예컨대 일을 빨리 처리하지 못하는 사람은 안정적이고 친근하다는 장점이 있듯 약점을 그 자체로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대체 불가능한 ‘나다움’을 가꿀 수 있다는 것이다. 헌법의 탄생 (차병직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 824쪽, 2만 8,000원) 헌법정신의 탄생이라고 볼 수 있는 영국의 대헌장, 인간의 권리를 명시한 프랑스 인권선언, 헌법 제정과 동시에 탄생한 최초의 국가인 미국의 독립선언 과정, 대한민국과 북한, 라틴아메리카와 이슬람 문화권 등 세계 곳곳의 헌법 탄생 과정을 다룬다.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을 통해 인간의 권리와 국가의 탄생 과정을 전개하며, 현대의 모습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보여준다. 나는 꽤 괜찮은 내가 될 거야 (이승욱 지음, 생각학교 펴냄, 240쪽, 1만 5,000원) 10대의 눈높이에서 자기이해란 무엇인지 소개하고, ‘괜찮은 내’가 되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세상이 정해놓은 가치나 완벽한 만족감을 맹목적으로 쫓기보다는 부족함에 나의 노력을 보태 만족을 만들어 갈 것을 권하며, 그 과정에서 포기하거나 실패해도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응원한다.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여러분은 괜찮을 겁니다. 그러니 스스로에게 조금만 더 시간을 주세요.” 지붕 뚫고 홈런 스포츠 과학 (고호관 지음, 곰곰 펴냄, 212쪽, 1만 6,700원) 과학의 시선으로 스포츠를 즐기는 방법을 제안한다. 돔구장의 지붕에서는 트러스 구조를, 농구 골대의 백보드에서는 압축력과 인장력으로 깨지지 않는 강화유리의 원리를, 수영장 레인에서는 물 위에 잘 뜨게 해 주는 인체 중심의 특징을 알려준다. 가상의 스포츠센터를 설계한 건축가가 방문객들과 센터 곳곳을 탐방한다는 설정으로 재밌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왜 미래가 불안할까? (호소카와 텐텐 지음, 황진희 번역, 위즈덤하우스 펴냄, 40쪽, 1만 7,000원)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미래를 구체적으로 개념화하고, 미래를 대하는 긍정적 자세와 불안을 이기는 법을 알려주는 그림책이다. 부드럽고 따뜻한 그림과 만화식 구성, 다정하지만 두루뭉술하지 않은 문답 글로 명쾌한 해법을 제시한다. 살아가면서 경험이 쌓일수록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무민 골짜기와 무민의 첫 겨울 (토베 얀손 원작, 이유진 번역, 어린이작가정신 펴냄, 40쪽, 1만 2,000원) 매년 겨울잠이 들면 이듬해 4월까지 일어나지 않던 무민이 잠에서 깨어버렸다. 다른 가족들은 모두 잠든 상황, 다시 잠들지 못하는 무민 앞에는 겪어보지 못한 추위와 처음 보는 눈이 가득하다. 이제껏 자신이 알고 있던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아 가는 무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들어가며 탄핵 사태가 지속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끝 모를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모두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며 바른길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지만, 나타나는 모습은 극한의 갈등과 대립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더 밝은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 교육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탐색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태를 바라보는 관점, 생각하는 해결책이 극단으로 나뉘는 이유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서로를 이해하며 공감대를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이를 위해 교육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호와 다음 호 2회에 걸쳐 우리가 갇혀있는 ‘순진한 실재론(naive realism)’의 관점에서 그 대안을 탐색해 보고자 한다. 정치적 견해 차이에 대한 해석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2024년 12월 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5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즉시 하야 혹은 탄핵으로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켜야 한다는 의견은 74.8%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40대(83.9%)와 30대(85.2%)에서 즉시 하야·탄핵해야 한다는 의견이 80%를 넘었다. 50대(78.1%), 만 18∼29세(73.9%), 60대(71.2%), 70세 이상(52.8%) 순이었다(이동인, 2024). 이를 바탕으로 어떤 교수는 고령층의 정치문해력이 낮다고 결론짓고 있다. 나아가 ‘한국의 평생학습 참여율을 지금보다 두 배 이상 올리지 않는다면, 특히 중고령층의 정치문해력 저하로 인한 정치분열을 지속적으로 감내해야 할지 모른다’고 주장한다. 국제개발협력기구(OECD)의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2주기 결과 우리나라 성인(16~65세)의 언어능력 평균점수가 OECD 평균보다 낮고, 특히 중고령층(1958~1968년생) 언어능력 점수가 낮은 것을 주장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한숭희, 2024).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런데 연령이 아닌 이념과 지역을 기준으로 보면 그의 해석에 동의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에 따르면 이념 성향별로는 정치적 이념을 진보로 밝힌 응답자 안에서는 92.0%가 즉시 하야·탄핵에 찬성했고, 중도층은 83.0%, 보수층은 43.0%였으므로 보수층의 정치문해력은 아주 낮은 것으로 해석된다. 지역별로 보면 광주·전라 지역민(즉시 하야·탄핵 83.9%, 질서 있는 퇴진 10.5%)의 정치문해력이 가장 높고, 대구·경북 지역민(즉시 하야·탄핵 73.2%, 질서 있는 퇴진 17.4%)과 부산·울산·경남 지역민(즉시 하야·탄핵 60.1%, 질서 있는 퇴진 23.8%)은 상대적으로 상당히 낮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고령집단과 보수집단 및 특정 지역의 하야와 탄핵 반대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가 정치문해력 탓이 아니라 신념체계가 달라서라고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우리 모두 애국자 나라가 백척간두에 서 있는데 양측 모두 자기 진영에 유리한 논리만 앞세우며 싸움에 몰두하고 있다. 솔로몬의 재판에서는 다행히 친모가 있어서 아기를 살릴 수 있었으나, 지금의 여당과 야당의 싸움을 보면 어느 쪽도 친모가 아닌 것 같다는 의심이 들 정도이다. 탄핵에 찬성하는 다수는 이러한 주장을 양비론으로 치부하고, 그래서 당신의 입장은 무엇이냐며 몰아붙일 것이다. 내가 바라는 것은 우선 죽음에 직면한 아기를 살리는 것이다. 어느 한쪽이 막강한 힘으로 다른 쪽을 제압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하여 아이를 살려내길 바란다. 그러나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국민의 깨어있는 의식, 자신과 타인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기 위해 노력하는 열린 마음이다. 나만이 아니라 상대방도 국가의 미래를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고, 후손들에게 더 나은 대한민국을 물려주고 싶어 한다는 점을 서로 믿기 바란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6월 30일, 미주리주 인디펜던스에서 행한 연설에서 “이라크전쟁에 반대한 사람들도 애국자이고, 이라크전쟁을 지지한 사람들도 애국자이다”라는 말을 했다(cbs news).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 바탕에는 애국심이 깔려있음을 믿는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 열린 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서로 상대를 파멸시키려 할 것이고, 그 결과는 공멸이 될 수도 있다. 우리의 목적은 아이를 살리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상대를 어떻게 해야 이해할 수 있을까? 나를 먼저 돌아보고, 이어 우리가 갇혀있는 ‘순진한 실재론(naive realism)’의 관점에서 해결책을 찾아보고자 한다. 양 정당만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길 간절히 소망하며 내 생각을 나눈다. 이를 선도적으로 할 수 있는 집단이 교육자 집단일 것이다. 교육자들이 자신만이 아니라 자신과 연을 맺고 있는 학생들, 그리고 학생들을 통해 그 부모들도 열린 마음을 갖게 된다면 우리가 꿈꾸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나 돌아보기: 중립적 제3자 지향 대학 시절을 제외하고는 특정 이념집단이나 정치집단에 속해본 적이 없다. 누군가는 멀리에서 현상을 관찰하고 이해하려는 학자의 역할을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그 역할을 자임해왔다. 내가 가진 편견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하겠지만, 이를 의식하며 극복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 왔다. 다행히 내가 활동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독재정부가 들어서지 않았기에 대한민국과 세계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어느 정부든 도움을 요청할 때 기꺼이 내 시간과 노력을 나누었다. 그리고 국립대 교수로서 내 소임에도 최선을 다했다. 개개인이 자기 소임을 다할 때, 그리고 정부로부터 도움을 요청받은 사람들이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며 정부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울 때, 대한민국호의 미래가 더 밝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왔다. 정치집단이 서로 싸우며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야당이 여당을 지속적으로 공격하며 실패하도록 하려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정당의 특성상 자연스러운 행태이다. 민주화 이후 모든 정권하에서 이러한 행태는 반복되었다. 야당 입장에서는 현 정권이 실패해야만 자신들의 집권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정부가 제 역할을 해 주어야 국가의 미래가 밝고, 국민도 행복해질 수 있다. 정치집단의 이전투구로 인해 경제를 비롯한 사회 제반 부분이 무너져가고 있는데 정당의 패싸움에 끼어들어 국민들까지 어느 한편에 서서 싸운다면 그 나라의 미래는 암울해질 것이다. 국민이 각자의 자리에서 소임을 다하면서도 정치집단의 싸움을 냉정하게 지켜보고 바른 판단을 해 주어야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향유하고, 후손들에게도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싸우며 국가를 위기로 몰아가는 야당이 아니라, 잘못된 집권당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할 때 야당의 차기 집권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면, 야당도 당연히 그러한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그러나 정당은 지역분열, 세대분열, 성 간의 분열 등 각종 분열을 조장하는 손쉬운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렇게 분열시켜 놓아야 제3당이 훌륭한 후보를 내더라도 그를 찍지 않고 양당의 하나를 찍게 된다. 싫어하는 쪽이 당선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지하는 정당이 정국의 주도권을 잡도록 하기 위해, 지지하는 정당이 내세운 후보가 설령 무능하고 문제가 많더라도 찍게 될 것임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당 내에서의 권력 암투가 정당 간의 싸움보다 더 비열하고 잔인하다는 말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결국은 정치권의 편 가르기에 놀아나지 않는 깨어있는 국민들이 늘어나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아질 것이다. 이것이 교육이 미래의 희망인 이유이기도 하다. 애석하게도 우리 사회를 비롯하여 자유시장 자본주의가 극으로 치닫고 있는 사회에서는 애덤 스미스(Adam Smith, 1969)가 말한 ‘중립적 제3자’, 혹은 공정한 관찰자의 비율 급감이라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그 대신 중립적 제3자를 가장한 어느 한쪽 사람들, 아니면 매수된 ‘가짜 중립적 제3자’가 늘어나고 있다. 드러내놓고 세 싸움을 하는 사회에서는 중립적 제3자는 양쪽으로부터 매도당하기 때문에 설 자리가 없어서 아예 목소리를 내지 않거나 결국 어느 한쪽에 속하게 된다. 이러한 사회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사회의 비극은 이처럼 공정한 관찰자가 설 자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데에서도 비롯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중립적 제3자로 살아가는 것은 힘들고 외로운 일이 되고 있다. 어떻게 해야 이를 막을 수 있을까?(다음 호 계속)
들어가기 ● 질문=발광체, 인공지능=반사체 대화형 생성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질문만 잘하면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질문은 사람의 능력을 나타내는 도구(척도)로 발전하였다. 필자 역시 최근에 어느 소도시의 평생교육 축제에서, 지금은 질문의 시대라는 것을 실감하였다. 중학생들이 그림을 그려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부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 실체가 궁금하던 차에 체험을 신청했다. 중학생이 “어떤 그림을 그려 드릴까요?” 묻길래 이렇게 말했다. “뿔난 고양이를 그려주세요.” 오래 기다리지 않아 몇 장의 사진이 화면에 떴다. 사진을 보자마자 필자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어, 이게 아닌데”, 이렇게 내뱉었다. 그러자 중학생은 당황하면서, “이게 아니에요?”라고 되물었다. 그래서 필자는 다시 고쳐 물었다. “두 개의 뿔이 난 고양이를 그려주세요.” 그러자 인공지능은 필자가 원한 ‘뿔(corn)이 달린’ 그림을 그려주었다. 인공지능은 필자의 처음 요구(질문)에서 ‘뿔난’의 의미를 ‘화(anger)가 난 것’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여기서 인공지능이 갖고 있는 무궁무진한 정보도 사람이 제대로 질문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란 걸 체험하였다. 결국 사람의 질문이 발광체이고, 인공지능은 반사체에 불과하다. ● 질문하는 능력, 질문이 직업이 되는 세상 해가 바뀔 즈음에 새해의 소비경향을 분석하여 제시하는 김난도 교수팀은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 호모 프롬프트(Homo promptus)를 맨 앞자리에 놓았다. 호모 프롬프트는 인간을 의미하는 호모(Homo)와 사용자의 지시와 명령어를 뜻하는 프롬프트(Promptus)를 합친 말로,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능숙하게 부릴 줄 아는 인간의 능력을 강조하는 신조어다. 즉 인간이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에 따라 AI가 내놓는 결과물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다루는 인간의 능력이 더 중요함을 나타낸다. 한편 대화형 생성 인공지능이 등장하고, 각 분야에서 이를 도입하기 시작하자 프롬프트 엔지니어(promptus engineer)가 새로운 직업군으로 생겨났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란 AI 조련사라 부르기도 하는데, 인공지능에서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하여 다양한 목적의 프롬프트를 제작하고, 테스트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리고 그 일을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 한다. 학습자의 생각 끌어내기 ● ‘나’를 끌어내는/ ‘내’가 끌고 가는 학습을 위한 수업 인공지능 시대가 되기 전부터 점수 따기 경쟁, 성적 중심의 학생 평가에서 벗어나자고 외쳐댔지만, 경쟁 중심의 교육상황에서는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대화형 생성 인공지능의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이 불확실한 미래를 주도적으로 헤쳐 나가는 힘을 기르도록 하려면, 이제 밀어 넣는(push) 학습에서 벗어나도록 지원하는 수업을 해야 한다. 더 적극적으로 말하면, 인공지능의 시대에 맞는, 스스로 끌어내는(끌고 가는, pull) 학습을 촉진하는 수업을 해야 한다. ‘나’를 끌어내는(내가 끌고 가는) 학습은 내 생각을 키우고, 학습방법을 스스로 찾아내어 실천하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학생들이 이렇게 학습하는 가장 적확(的確)한 방법은 질문하면서 학습(공부)하는 것이다. 그래야 학생들이 학습과 수업에서 주체적 행위자(agent)가 되고, 삶의 과정에서 주도성을 실천할 수가 있다. 이것들의 원동력은 교사의 발문(發問)이다. ● 과정 처리 발문과 대화형 생성 인공지능 교사의 수업 전문성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발문이다. 분명 교사는 발문의 전문가이다(이어야 한다). 학생의 생각을 끌어내는 발문(아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에게 묻는 것)은 늘 강조되어 왔다. 때문에 이 글에서는 그것의 중요성이나 일반적인 원리·기법을 생략하겠다. 그 대신에 대화형 생성 인공지능의 원리에 비추어, 과정 처리 발문기법을 중심으로 학습자의 주도성을 키우기 위한 수업전략을 제안하겠다. 과정 처리 발문이란 ‘교사의 핵심 발문(첫 질문)에 대한 학생의 반응을 보완하고 개선하기 위한 발문(재반응)’을 말한다. 깊이 파고 들어간다고 해서 탐색 발문(probing)이라고도 한다. 핵심 발문은 발문의 내용과 사고 기능을 확인시켜 주는 최초의 교사 발문이다. 어느 수업의 한 장면 ❶에서, 교사가 “부패한 우유를 고르는 방법(질문 내용)을 말해볼까요(사고 기능)?”라고 한 것이 핵심 발문이다. 교사의 핵심 발문에 학생①이 “우유팩이 부풀어 오른 것은 먹으면 안 됩니다”라고 대답(반응)하였다. 그리고 수업장면❶에서 학생②가 질문한(밑줄 친) 내용으로 (교사가) 학생들에게 다시 발문했다면(수업장면❷-교사), 그것이 바로 과정 처리 발문이다. 앞서 필자가 체험한 ‘뿔난 고양이 그리기’와 대칭시켜 과정 처리 발문의 의미를 충분하게 이해할 수 있다. 과정 처리 발문 전략 ● 부추기기(고쳐 묻기) 교사의 핵심 발문에 학생이 “잘 모르겠다”고 말하거나 그런 신호를 할 때, 다시 묻는 것이 부추기기(고쳐 묻기, prompting)다. 호모 프롬프트에서 ‘프롬프트’가 여기서도 쓰였다. 고쳐 묻기를 잘하는 요령은 다음과 같다. • 기대되는 사고 수준(반응)을 자극할 수 있도록 분명한 용어와 내용으로 고쳐 묻는다. • 정답이나 적절한 응답의 단서가 되는 어구나 표현을 추가한다. • 하나의 질문을 두 개의 질문으로 나누어 제시한다. ● 명료화 명료화(clarification)는 핵심 발문에 대한 학생 반응이 부정확한 경우보다 정확하게 답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이때는 힌트나 단서를 주어서는 안 된다. 학생이 스스로 정보를 보충하거나 의미를 추가하도록 한다. 명료화는 어휘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되며, 핵심 발문이나 재발문에도 적용할 수 있다. ● 정교화 정교화(elaboration)는 핵심 발문에 답하였지만 너무 단순한 경우, 더 자세하게 응답하거나 예를 들게 재질문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상위수준에서 사고하도록 촉진할 수 있다.정교화와 명료화가 잘 구분되지 않을 수도 있다. 명료화는 정확하지 않게 대답했을 때 재발문하는 것이고, 정교화는 대답을 맞게 하기는 했으나, 빈약하거나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유도하는 재발문이다. ● 방향 다지기 방향 다지기(redirecting)는 하나의 핵심 발문에 대해 여러 학생이 돌아가면서 한 가지씩 서로 다른 대답을 하면서 함께 학습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학습방향을 향해 함께 갈 수 있고, 다양한 관점과 지식을 공유할 수 있다. 핵심 발문: 일제가 우리나라를 동화시키려고 한 일이 무엇이었는지 한 가지씩 말해볼까요? 유건 반응: 우리나라 말(조선어)을 못 쓰게 했어요. 광수 반응: 우리 이름을 못 쓰게 하고, 일본 이름으로 바꾸라 했어요. 영석 반응: 남자들에게 단발령을 내렸습니다. 매듭짓기 교사가 수업과정에서 자주 과정 처리 발문을 하면, 학생들은 높은 수준에서 사고하고, 메타인지 능력을 기를 수 있다. 그리고 시험문제를 예상하면서 학습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다. 이에 덧붙여 학생들이 서로 짝이 되어 과정 처리 발문을 실천하도록 수업을 설계하면 협력적 주도성(co-agency)을 기르는 효과가 있다. 불확실한 세상에서는 하나의 정답만을 쫓아 살아갈 수는 없다. 지금 학생들이 디지털 네이티브를 넘어 인공지능 네이티브의 삶을 잘 살려면 질문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생각을 끌어내는 학습을 하는 것이 ‘학습과 삶을 스스로 이끄는 주도성’을 키우는 첩경이자 인공지능 시대의 생존전략이다. 과정 처리 발문을 중심에 두는 수업이 중요한 이유다.
필자는 과거부터 학교에서 진행되던 교권보호위원회를 교육지원청에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는 당시 교육지원청에 근무했던 필자가 스스로 업무량을 늘려달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었고, 당연히 동료들에게도 눈치가 보이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줄곧 이관을 주장한 이유는 학교현장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계속해서 봐왔고, 해결을 위해서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비단 이런 생각을 가진 것이 필자뿐만은 아니었는지 2024년 3월 28일 시행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교원지위법’)에서 교권보호위원회의 교육지원청 이관을 현실화하였다. 현재는 지역교권보호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곧 첫돌을 맞이한다. 이번 호에서는 지역교권보호위원회의 1년을 주제로 이야기해 본다. 심의 건수가 늘어나야 정상이다. 더 늘어야 할 필요가 있다 2024년 10월에 있던 국정감사 과정에서 나타난 통계에 따르면 교권보호위원회 이관이 교권침해 사안의 감소에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는 취지의 보도를 봤다. 전국적으로 매일 평균 15건 이상이 심의되었으며, 오히려 학교에서 진행하던 때에 비해 산술적으로 늘어났다는 내용이다. 혹자는 이러한 통계를 보며 교권보호위원회 이관이 실패한 제도라는 견해를 내놓기도 한다. 교사는 교육활동 침해 피해가 있어도 이를 공식적으로 처리하기 어려워한다. 학생이나 보호자가 학교에 대해 민원을 퍼붓거나 소송을 예고하는 등으로 압박하는 일도 있고, 교권보호위원회 결과에 수긍하지 못해 하는 것도 빈번하다. 학교로서는 교권보호위원회 개최 이후 학생이나 보호자에게 아무런 긍정적 변화가 없음에도 적법한 절차를 위해 온갖 행정력을 쏟아부어야 했고, 피해교원도 이러한 학교의 어려움을 알았다. 더 나아가 피해교원은 학생과 보호자에게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었다는 것에 대한 보복을 걱정해야 했다. 이러한 이유로 피해를 보더라도 그냥 넘어가는 일들이 많았던 것이다. 지역교권보호위원회는 이와 같은 현장의 어려움에 대한 보완책으로 나온 제도다. 교권보호위원회와 관련된 행정과 결과에 대한 불복과 민원을 교육지원청이 책임지도록 한다. ‘교육청’이라는 기관이 침해학생이나 보호자에게 주는 인상도 학교와 다르다. 교원들과 학교가 부담 없이 교육활동 침해 사안에 대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따라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실효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그간 어려움이 있어도 참고 지내던 피해교원이 있다면 꼭 지역교권보호위원회에 도움 구하기를 바란다. 지역교권보호위원회 제도가 안착하기까지 심의 건수는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나야 할 것이다. 침해학생에 대한 조치가 과거보다 솜방망이라는 의견도 있다 아직 명확한 통계자료를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지역교권보호위원회에서 결정하는 침해학생에 대한 조치들이 과거에 비해 솜방망이라는 의견들도 들었다. 학생 수가 많은 학교라고 하더라도 학교교권보호위원회는 연간 10건 안에서 개최되었을 것이다. 그 와중에 인사이동 등으로 인한 위원의 변경도 있을 것이고, 기본적으로 위원들의 경험치가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 때문에 같은 학교 내에서 일어난 비슷한 사안일지라도 학생에 따라 조치가 지나치게 낮거나 지나치게 높을 수 있었다. 특히 담임교사나 주요 과목의 교사에 대한 교육활동 침해라면, 학교로서는 분리를 통한 소속 교원의 보호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을 것이고 학생에 대한 학급교체와 같은 높은 수준의 처분이 비교적 쉽게 내려지기도 했다. 반면 지역교권보호위원회에서는 해당 교육지원청 관할 학교의 모든 교육활동 침해 사안들을 다루고, 고정된 위원들이 임기 내에서 사안을 다수 접하게 되었으며, 인적 구성에서도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 들어오게 되었다. 유사한 사안에 대한 침해학생 조치들이 비슷한 수위로 형성되고, 그런 과정에서 침해학생 조치의 결정이 보수적으로 변했다고 느낄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이유로 과거에 비해 사안의 특수성이나 학교의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지적된다. 사실 이는 현행 규정에서 기인하는 부분도 있다. 침해학생에 대한 조치는 ‘교육활동 침해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점수제 판단이 이루어진다. 이런 점수제 판단 형식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감경이나 가중의 유연한 적용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그런데 위 고시에서는 ‘교육활동 침해학생이 장애가 있는 경우’를 감경 사유로, ‘피해교원이 임신하거나 장애가 있는 경우’를 가중 사유로 한정적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권보호위원회 위원들이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한 결정을 내리기가 곤란하다. 조금 더 유연한 결정이 가능할 수 있도록 고시가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분쟁조정이 활성화되었으면 한다 교원 중에는 교사로서 지도하는 학생을 교육청에 신고하고 불이익을 입힌다는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분들도 있다. 보호자 중에서도 자녀의 잘못은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교사가 이럴 수 있냐며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있다. 교권보호위원회가 침해학생이나 침해보호자에 대한 조치를 결정하여 그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일을 주로 하는 기구인 건 사실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지는 않다. 교권보호위원회를 통해서 교육활동 관련 분쟁조정 역시 가능하기 때문이다(「교원지위법」 제18조 제2항 제4호 참조). 학교폭력에 관해서도 이런 분쟁조정 절차가 마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실무상 잘 사용되지 않는다. 분쟁조정은 분쟁당사자 사이에 의견이 합치되어야 가능한 것인데, 학교폭력 사안은 학생들 사이 갈등의 골이 깊고 학교폭력 사실관계에 대해서도 서로의 주장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피해학생 입장에서는 가해학생이 커다란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견 합치가 사실상 어렵다. 반면 교육활동 침해 사안에서는 교원과 학생이 사제지간이고 교육활동 침해 사건의 특징상 다수의 목격자가 있는 등 사실관계에 대한 증거가 뚜렷한 편이다. 피해교원들도 학생에 대한 처벌보다는 다시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교육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는 때가 많다. 이런 이유로 분쟁조정의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또한 분쟁조정의 취지에 대한 설명을 들은 학생의 보호자들도 조치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 안심하고 화해와 재발 방지를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필자도 실제 조정절차에 참여해 학생에게 교원의 권한에 관해 설명하고, 잘못된 점을 지적해주거나 보호자에게 학생에 대한 구체적 지도계획을 마련하도록 하는 등 조언할 수 있었다. 물론 이미 학교에서도 충분히 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학교가 아닌 교육지원청이라는 공간에서 엄정한 절차와 엄숙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지니 학생과 보호자 역시 긴장한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다행히 그날은 조정이 성립되어 해당 장소에서 학생이 재발 방지 서약문을 작성하고 피해교원 앞에서 읽게 하는 과정이 진행되었다. 적어도 그 순간에는 학생과 보호자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교권보호위원회는 이렇게 사과와 반성, 재발 방지라는 교육적 목적에 더욱 부합할 수 있는 분쟁조정 시스템이 있고, 활성화될 여지가 있다. 특히 경미한 수준의 교육활동 침해 사안에서 학생 지도를 위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본다. 학교의 부담을 줄여주는 운영이 되었으면 한다 교육활동 침해와 관련된 매뉴얼이나 관련 서적들은 주로 ‘어떠한 행동이 교육활동 침해인지’에 대해 큰 비중을 두고 설명한다. 물론 이 역시 중요한 부분이지만 교육활동 침해 해당 여부는 지역교권보호위원회에서 결정하므로, 사실 학교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교육활동 침해 사안에 대한 조사와 보고서 작성이다. 이때 교육활동 침해행위자가 학생이라면 확인서를 작성하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면 된다. 그런데 교육활동 침해행위자가 보호자일 때는 어려움이 발생한다. 현행 매뉴얼 등에서는 사안 발생 경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학교가 침해보호자의 의견서를 받게 되어 있다. 그런데 보호자 본인이 직접 교육활동 침해행위를 했을 정도라면 사안 조사에도 협조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보호자는 학교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도 아니기에 의견을 묻는 방법도 제한적이고, 조사 과정에서 다른 마찰을 발생시킬 가능성도 상당하다. 「교원지위법」에 따르면 교육활동 침해보호자에 대한 조치를 결정하기 전에는 보호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는 등 적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그 구체적인 방법이나 시기는 정하지 않고 있다(「교원지위법」 제26조 제3항). 따라서 지역교권보호위원회가 개최될 때 보호자에게 참석안내문을 발송하고, 참석하여 발언할 수 있다는 권리를 설명하는 것으로도 사실 충분하다고 본다. 그렇기에 보호자의 교육활동 침해 사안에 있어서 학교가 침해보호자의 미협조로 의견 청취에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이를 위해 지나치게 고생해야 할 필요는 없다. 또한 학교를 대신하여 교육지원청에서 침해보호자에게 의견서 서식을 보내는 등으로 절차를 보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행 매뉴얼 등이 교육지원청 이관의 취지에 적합한지, 실무상 학교현장의 어려움이 어떠한지를 점검하고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방향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
국제 에듀테크 박람회에서 우리나라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 완성품이 세계 최초로 모습을 보이자 전 세계인이 주목하고 있다. 일부 국가로부터 한국의 AIDT에 대한 자국 학생 제공 여부 등 문의가 들어와 ‘K-에듀’ 수출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2~2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엑셀센터에서 열린 에듀테크 국제 박람회 ‘벳쇼’(BETT Show)를 찾은 전 세계 교육 관계자들이 한국의 AIDT에 관심을 보였다. ‘BETT Show’는 ‘British Educational Training and Technology Show’를 줄인 말로 세계 최대 규모의 에듀테크 박람회로 통한다.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은 4개 부스 규모(35㎡)의 한국관을 공동으로 꾸려 절반 정도를 AIDT 해외 홍보에 활용했다. 정부 측은 ‘500만 명의 학생에게 500만 개의 교과서를’ 이라는 홍보 문구를 내걸었다. AI를 통한 학생 개별 맞춤형 학습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올해 실제 교육 현장에서 적용되는 완성본이 공개되는 만큼 해외 진출 등 지원에 나섰다. 지난해 검정을 통과한 천재교육, 금성출판사·팀모노리스, 비상교육·엘리스 등이 벳쇼에서 교육 현장에 적용되는 완성본을 공개했다. 지난해 벳쇼에서 시제품까지만 전시한 만큼 완성품으로의 진화 과정은 외국 관계자에게 흥미로운 대목이었다. 비상교육의 통합수업 플랫폼 기술은 벳쇼의 결선작인 ‘파이널리스트’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이들 3사의 AIDT 시연장에 유독 각국 정부 관계자들의 방문이 잦았다는 후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 교육부 관료, 태국 정부 관계자 등이 한국 AIDT를 자국 공교육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고 말했다. AIDT 업체들은 현지 최적화 작업만 잘 이뤄지면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해외 에듀테크 업체들은 AIDT가 콘텐츠 중심인 만큼 자국이 보유한 기존 플랫폼 기술을 접목하는 등 여러 사업 모델에 대한 제안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는 국내의 불안정한 상황 때문에 해외 진출에 더욱 힘쓰고 있다. 올해 전면 도입을 앞두고 불거진 교육자료 격하에 따른 불안감으로 AIDT에 몰두하기보다 다른 신기술을 앞세워 해외 진출을 노린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비상교육은 교육부가 마련한 AIDT 전시 공간 외에 부스를 한 곳 더 운영했다. 비상교육 관계자는 “AIDT보다 수출용으로 만든 통합수업 플랫폼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AIDT 교육자료 격하 법 개정을 주도한 야당은 정부의 재의 요구와 관련해 표결 절차 일정을 잡지 않고 있어 장기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AIDT 지위 문제가 조속히 마무리돼야 교육 현장이 안정될 수 있다”며 “사실상 교과서 지위 유지를 전제하에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현장에서의 불안감은 좀처럼 풀리지 않아 조율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성격장애(Personality Disorder)는 자신 및 타인, 그리고 사건을 지각하는 방식인 인지와 정서, 대인관계, 그리고 충동조절이 개인이 속한 문화에서 기대되는 것에서 벗어나 있어 현저한 고통을 초래하는 개인의 성격특징이다. 성격장애는 청소년기나 성인기 초기에 발병해 보통은 19세경에 진단되지만, 어린 시절부터 서서히 발달하여 드물게는 아동이나 청소년에서도 진단될 수 있다. 더욱이 청소년기의 성격병리는 성인기의 성격장애와 유사한 형태로 나타난다는 보고가 많아 청소년의 성격장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실제로 임상현장에서 자주 만날 수 있다. 성격장애는 증상의 유사성에 따라 A, B, C의 3가지 군으로 분류된다. A군에는 편집성, 조현성, 조현형 성격장애가 속하며, 괴상하고 편벽된 특징을 보인다. B군에는 반사회성, 경계성, 연극성, 자기애성 성격장애가 속하고, 극적이고 감정적이며 변덕스러운 특징을 보인다. C군에는 회피성, 의존성, 강박성 성격장애가 속하며, 불안하고 겁이 많은 특징을 보인다. 대인관계·정서 불안정, 충동적 특징 기질과 환경 문제의 상호작용이 원인 이 중 경계성 성격장애는 B군에 속하며 대인관계, 자아상 및 정서의 불안정성, 그리고 현저한 충동성을 주된 특징으로 한다. 학교와 가정에서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경계성 성격장애는 선천적으로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기질과 같은 개인이 지닌 취약성과 어린 시절의 애착문제, 정서적 학대 및 방임, 충격적인 외상경험 등의 심리사회적 요인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부모 또한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성격 특질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경계성 성격장애의 원인을 이해하고 개입의 방향을 잡는데 중요한 정보이기도 하다. 경계성 성격장애는 실제 혹은 상상 속에서 버림받지 않기 위해 미친 듯 노력한다. 때문에 이들은 환경적 상황에 매우 민감하다. 누군가와의 이별이나 거절, 그리고 상실 등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것을 감지하면 자아상, 정서, 행동상에 심각한 변화를 보인다. 가령, 가까운 사람이 자신과의 약속에 늦거나 약속을 취소하는 경우 혹은 자신과 만난 후에 시간이 다 돼 헤어지려고 할 때와 같이 아주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강렬한 공포와 분노를 경험한다. 또한 혼자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항상 자기 주변에 누군가가 있어 주기를 바라며, 그런 사람을 찾아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만나려 시도하며, 버림받음을 피하기 위해 자해나 자살시도 등의 충동적인 행동을 한다. 청소년 내담자 중 한 명은 유치원 때부터 친구들과 잘 지내는 것이 어려웠다. 초등학교 때도 친구나 선생님이 자신에게 호감을 갖지 않고 때로는 싫어하는 것 같은 모습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시작하면서 적응은 더욱 어려웠다. 이 사실을 부모님께 말하고 싶었지만 그런 사실을 알게 되면 부모님도 자신을 싫어하고 거부하지 않을까 두려워 혼자 힘든 나날을 보냈다고 했다. 이후 중요한 관계 대상에게 버림받음에 대한 공포는 반복됐다. 이러한 공포를 극복하고 버림받음을 피하기 위해 자해 및 자살시도를 지속하던 중 상담실을 찾게 됐다. 경계성 성격장애는 불안정하고 격렬한 대인관계 양상을 보인다. 사람을 한두 번만 만나고서도 대단한 존재로 이상화하고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 원하며 관계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사적인 내용을 모두 공유하기를 요구한다. 하지만 충분한 시간을 자신과 함께 하지 않는다고 느끼게 될 때는 상대를 이상화하던 태도에서 평가절하는 태도로 돌변한다. 이처럼 이들의 대인관계는 상대에 대한 이상화와 평가절하의 극단적 태도를 오가며 불안정한 양상을 나타낸다. 이들은 교사나 부모, 연인 등 가까운 사람에게도 이러한 태도를 나타내 상대를 지치게 하고 옴짝달싹 못하게 만든다. 경계성 성격장애는 자기 자신에 대한 자아상이 불안정한 정체성 장애를 보인다. 자아상의 급작스러운 변화는 삶의 목표와 가치, 학업 및 직업적 포부 등에서 잦은 변화로 나타난다. 이에 학교 및 직장 등 주요 영역에서 업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다. 어느 때는 무엇이든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과 큰 포부로 이일 저일을 벌이고 뛰어 들었다가 어느 순간에 아주 작은 일이 자극이 돼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멍청한 자신의 모습에 극도로 실망하고 수치심을 느낀다. 때문에 일을 벌이지만 마무리하지 못하고, 한때 노력하다가도 순식간에 놓아버려 실제 성취는 저조하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이른 시기에 학교를 자퇴하거나 학원 등의 교육과정을 끝까지 이수하지 못한다. 빠르게 친해졌다 급돌변하는 관계양상 교사·부모·친구 등 주위 사람 지치게 해 경계성 성격장애는 자신을 손상시킬 수 있을 정도의 충동성을 보인다. 과도한 쇼핑이나 도박 등 무분별한 소비 행동을 하고, 폭식 및 물질남용, 위험한 운전, 난잡한 성행위, 자살기도 및 자해 등의 행동을 보인다. 반복적인 자살 기도나 자해 등은 타인의 도움을 청하기 위해 나타나며, 특히 자해는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감각을 확인하고,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해소해 안도감을 느끼기 위해 반복된다. 경계성 성격장애는 강렬한 불쾌감, 분노, 공황, 절망, 불안 등 불안정한 정서를 경험한다. 이들의 핵심 정서인 만성적 공허감으로 고통을 받고, 쉽게 지루함을 느껴 늘 무언가 자극을 찾는다. 일상의 잔잔함도 지루함과 공허감으로 여기며 자극이 없는 순간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공허함을 채워주고 지루함을 벗어나게 해줄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한 청소년 내담자는 인터넷에서 만나 잠깐 이야기 나눈 사람에게서 특별한 사랑의 감정을 느껴 돌연 먼 지역까지 그를 찾아 나서 부모를 걱정시켰다. 또한, 부모와 연인에게 심하게 화를 내고 비난하는 등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이러한 감정 폭발을 나타낸 후에는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끼곤 했다. 실제로 이런 감정표출은 부모나 연인으로 하여금 자신을 비난하거나 떠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해 불안정성이 심화되기를 반복했다. 성격장애의 치료는 성격을 유연하게 만들어 사회적 적응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에 목표를 두고, 구체적으로는 인지, 정서, 대인관계, 충동조절 영역을 변화시키는 데 초점을 둔다. 하지만 성격은 자신에게 매우 익숙한 특정이자 패턴이기 때문에 자신의 성격으로 인한 불편감과 고통을 느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성격을 변화시키려는 동기가 부족하기 때문에 성격을 변화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오랜 기간 지속적인 심리치료를 통해 궁극적 치료가 가능하다. 특히 경계성 성격장애 내담자들은 그들의 특성상, 상담자에게 강렬한 애증의 감정을 보이며, 극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으로 상담자를 힘들게 하기 때문에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경계성 성격장애를 대하는 부모나 교사 등 가까운 사람들은 이들의 극단적 감정과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며, 이들로 인해 자신도 피해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불안도 경험할 수 있어 적극적 도움을 주기가 어렵다. 더 나아가 경계성 성격장애가 타인과 지나치게 정서적으로 관계하는 것에 비해 상호공감을 기반한 애착관계 형성은 어렵기 때문에 상대로 하여금 거리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이러한 관계양상은 경계성 성격장애자의 호전을 위한 안정적 사회적 지지를 얻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버림받을 것’이라는 오류 신념 교정하고 적절한 정서반응·표현의 소통법 익혀야 궁극적으로 이들이 극단적 감정과 충동적 행동을 조절하고, 자기성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회복을 위한 안정된 관계경험이 중요하다. 상담자를 위시해 이들을 돕기 위한 조력자들과의 관계에서 불안정한 대인상과 자기상을 회복하고 정서가 안정되는 경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안정된 관계 속에서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핵심인지를 중심으로 이들이 지니고 있는 자신 및 타인에 대한 독특한 신념과 사고방식을 교정한다. 또한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감정과 행동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야 상대가 알아줄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무력화하고 적절한 정서반응과 표현 행동으로도 충분한 공감적 소통이 가능하며 일관된 안정적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음을 경험하도록 돕는다. 그러한 과정에서 안정된 관계 경험은 확장되고, 그 경험이 계속해서 축적될 수 있도록 꾸준한 개입이 매우 중요하다.
이달 중 교육계에 큰 파장을 미칠 판결이 예정돼 있다. 2022년 11월 속초 체험학습 학생사망 사고 인솔 교사 2명에 대한 1심 판결 선고가 11일에 있다. 18일에는 학부모 몰래 녹음 관련 특수교사 아동학대 혐의 2심 판결이 나온다. 지난달 21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체험학습 인솔 교사 모두 과실의 책임이 있다며 각각 금고 1년을 구형했다. 또 특수교사에 대해서는 징역 10개월에 취업제한 3년을 구형했다. 1심에서는 벌금 200만 원의 선고유예 판결이 있었다. 교육자로서의 진정성 외면하면 혼란 가중돼 교총이 같은 날 춘천과 수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솔 교사 선처 호소와 특수교사 무죄를 촉구한 이유는 현장 우려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학생의 유가족에게 위로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 그런데도 예측 불가능한 사고로 제자를 잃고 괴로운 심리적 고통에 더해 금고 1년이라는 법적 처벌은 너무 가혹하다는 교직 여론이 있다. 이러한 비극과 판례가 단지 두 교사에게만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도 있다. 유죄판결이 나온다면 현장 체험학습에 대한 거부 정서가 더욱 강해질 것이다. 비록 6월부터 ‘교원이 예방 및 안전조치 의무를 다했다면 민사상·형사상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라는 개정 학교안전법이 시행되지만, 선언적인 효과에 머물 것이다. ‘예방 및 안전조치 의무를 다했다’는 증명 책임도 교원에게 있고, 이번 사건처럼 학생이 죽거나 다치면 인솔 교원에 대한 도덕적·형사적 책임이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법과 제도, 사회가 보호하지 않는 현장 체험학습을 굳이 앞장서 하고자 하는 교사는 없을 것이다. 선언적인 면책조항만으로는 교사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없다. 교육적 목적을 위해 이뤄진 현장 체험학습 과정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가 교사의 형사처벌로 귀결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학부모에 의한 몰래 녹음이 증거자료로 채택되는 판결도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해 1월 대법원은 제3자에 의한 몰래 녹음은 불법행위로 증거자료가 될 수 없다는 판결을 했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만에 수원지법은 장애 학생이라는 이유로 학부모가 자녀의 외투에 넣어둔 녹음기로 몰래 녹음한 내용을 증거자료로 인정했다. 이러한 판결이 2심에서도 인용돼 교사가 처벌받는다면 교실은 불신의 장이 되고 몰래 녹음의 판도라가 열릴 것이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어리다는 핑계로 몰래 녹음이 합법화되고 전체적인 맥락이 아닌 부분적으로 녹음돼 정서적 아동학대로 교사에게 돌아올 것이다. 이번 사건은 교사와 해당 학생과의 평소 관계, 학생의 학교폭력 가해 이후 문제 발언이 이루어진 맥락, 지속성, 심각성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명확성·예측 가능성 위한 제도 보완도 시급 특수교사는 최후 진술을 통해 "천만번을 생각해도 저는 아동학대범이 아니다"고 호소했다. 처벌 여하를 떠나 교육자로서의 양심고백이다. 정서학대의 모호성과 광범위성은 법의 생명인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을 약화하고 있다. 조속히 아동복지법 개정을 해야 할 이유다. 교권 5법이 지난해 3월 본격적으로 시행되었지만, 여전히 학교는 힘들다. 교원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교육감 의견제출 제도 이후에도 여전히 월평균 63.1건, 1일 2건 이상의 신고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두 사건 판결에서 교육자로서의 노력과 진정성, 교육에 미칠 영향이 깊이 참작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