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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선생님도 힘들어요.” 대전시교육청 3층에는 ‘에듀힐링센터-Tee센터’라는 간판이 걸린 작은 방 하나가 있다. 이 곳은 선생님들이 마음 놓고 울며 이야기할 수 있는 해우소다. 마음 다친 교원 ‘해우소’ 필요 학부모가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욕설을 퍼부어도 한 마디 대꾸 없이 듣기만 한 A교사, 장난이라며 던진 돌에 맞은 B교사, 교권 침해로 학생을 마주하기가 무서운 C교사는 센터를 찾아와 큰 소리로 엉엉 울기도 하고 그저 훌쩍이다가 마음의 위로를 받고 돌아갔다. 일주일에 한 번씩 다녀갔을 뿐이다. 상담가는 “그랬군요, 힘드셨겠네요”라는 말만 했을 뿐인데 선생님들은 환한 얼굴로 자신감을 회복해 가고 있었다. Tee센터(Teacher education emotion center)는 대전교육청이 운영하는 교원심리상담센터의 이름이다.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 않는다’는 말은 사라진 지 오래다. 선생님에 대한 사회적 예우는 교육 서비스 요구나 학생 인권에 밀려 그저 직업인으로 취급될 뿐이다. 이런 교사들을 보면서 마음 터놓고 말할 수 없는 문제들을 함께 풀 수 있는 방안을 생각했다. 2013년 전문직으로서 교육청 차원에서 에듀힐링센터의 설치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해 파일럿 검사를 실시했다. 학교급별로 나이와 성별을 고려해 ‘온라인심리검사-면대면상담-치유’의 원스톱상담을 진행한 결과 97.9%의 높은 만족도를 얻었다. 하지만 Tee센터는 2015년에서야 교육감을 비롯한 구성원들의 의지와 공감대 형성으로 빛을 보게 됐다. Tee센터를 1년여 운영하면서 교권침해를 당한 C교사의 눈물을 함께했다. 학부모, 학생, 관리자에게 느끼는 분하고 서운한 감정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Tee센터에서 상담가를 만나고, 변호사에게 법률 자문도 했다. 내면의 자기애를 바탕으로 치유가 시작됐다. 교권침해 학생에 대한 처벌이 왜 그리 미약하냐고 흐느끼던 D교사의 마지막 결정은 ‘용서’였다. 학생들을 차마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출근을 꺼리던 그 젊은 교사가 거듭 나는 동안 센터는 그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 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지했다. 치유지원센터 활성화해야 지난 2월 ‘교원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고 8월 4일부터 시행된다. 그 중 ‘교원치유지원센터 지정·운영’이 법제화 돼 교권침해 교원을 위한 심리상담 및 의료지원이 보장될 전망이지만 당장 센터를 지정·운영해야하는 17개 시·도교육청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Tee센터는 관내 대학이나 상담센터 등 여러 기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다. 센터는 교원과 상담가를 연결하는 창구이자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별도의 공간과 인력이 없어도 가능하기 때문에 각 시·도교육청이 벤치마킹하기에 적절한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이상적인 학교는 교육의 3주체인 학생·학부모·교원이 소통과 공감으로 학생의 바른 성장을 돕는 것이다. 교사뿐만 아니라 학부모 상담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학생·학부모·교원의 마음이 단단해지는 그날까지 응원할 것이다.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없는 창의융합 인재 양성을 위해 무학년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교육학회는 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지능정보사회 대비 미래 교육정책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교육정책 포럼을 개최했다. 교육계도 ‘알파고 쇼크’를 창의적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기 위한 계기로 삼고 미래 교육의 청사진을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정제영 이화여대 교수는 "미래 교육에서 길러내야 할 인재는 창의성과 인성을 가진 학습자인 만큼 산업화 시대의 경직된 학교 제도에서 탈피해 사회 변화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미래형 학교로 변화돼야 한다"며 "12개 학년으로 구분하지 않고 학생의 학습 수준에 맞춘 무학년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표준화된 교육과정에 따라 모두가 동일한 성취목표를 이뤄야 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성취 목표를 세우고 자기주도적인 학습 역량을 키워나가는 학습자 맞춤형 교육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학생 집단을 학년이 아니라 교육과정 단위로 단계별로 표시해 학생 능력에 맞는 과정을 이수토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학습자의 약 95%가 주어진 학습 과제의 90%이상을 완전히 습득하는 완전 학습을 이뤄야 한다는 목표다. 정 교수는 또 미래 교육을 구상하는 범사회적 미래교육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역대 정부가 한시적으로 운영하던 교육개혁 자문기구는 단기적인 교육 현안에 대처하는 데 급급했던 만큼 상설기구를 통해 안정적인 교육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토론에 나선 김승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도 미래 인재 양성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한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 했다. 김 이사장은 "세계경제포럼이 ‘직업의 미래’ 보고서에서 향후 5년간 710만개의 직업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며 "인공지능의 진화에도 대체 불가능한 고도의 창의성과 사회성이 필요한 직업군을 창출할 수 있는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미래세대가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풀어나가기 위해 수학과 과학,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영역을 체계적으로 연결하는 융합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화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원장도 인공지능에 대비해 창의적 사고력과 사회성, 공감능력을 갖춘 인재 육성을 강조했다. 그는 "융합적 접근이 가능한 주제별 수업, 사회성과 소통을 증진할 토론·협력학습을 활성화하고 교사 교육도 교과지식이나 교수법 중심에서 벗어나 학생 심리, 상담, 사회성 관계 형성 능력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지구촌시대, 해외 개척할 인재 길러내야 全교과에서 창의적으로 통합수업 가능 교사 국제교류, 연수, 선도교사 육성 지원 교총과 교사 파견 국가, 인원 확대 협력 “세계시민교육을 학교 현장에 활성화시키기 위한 열쇠는 결국 교원 역량에 있습니다.” 5일 서울 구로구 집무실에서 만난 정우탁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이하 아태교육원) 원장은 주저없이 말했다. 지난해 인천 세계교육포럼에서 세계시민교육을 교육 목표로 설정하는 데 매진한 아태교육원이 교원 연수나 교사 교류 사업 등에 특히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국경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세계, 어느 나라든 여행을 가고 전쟁이나 정치적·경제적 상황에 따라 난민과 이주노동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나 다른 나라에서 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데 정 원장은 주목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국가 간 경계를 전제로 문화의 다양성을 가르치는 국제이해교육을 했다면 이제는 지구공동체에서 살아 갈 세계시민으로 아이들을 길러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교원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시민교육이 무엇인가. “세계시민교육은 지난 2012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세계교육우선구상’을 제안하면서 주창한 개념이다. 학문적으로 통일된 정의가 있지 않은 포괄적인 개념이다. 이전부터 진행돼 오던 국제이해교육, 평화교육, 인권교육, 다문화교육 등을 총괄한 대표선수 격 이름으로 보면 된다. 영어로 소통을 잘하고 외국 매너를 잘 익히는 것은 부차적인 개념이고 휴머니티를 강조한 것이다. 유네스코도 평화, 인권, 문화의 다양성, 지속가능한 발전 등 남을 배려하고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포괄적 가치로 보고 있다.” -인성교육과 어떤 차이가 있나. “외국에도 Character Education이라는 개념을 통해 ‘learning to be(인간 교육)’가 중요하다는 취지의 교육을 하고 있다. 우리 같은 유교 문화권 내에서 인성교육이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같은 개인 내면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면 세계시민교육은 세계 공동체 내에서의 삶에 중점을 두고 있어 접근법이 반대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인천 세계교육포럼 이후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계교육포럼에서 아태교육원을 세계시민교육 중심기관으로 삼아 각국에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그 뒤 11월에는 유네스코 본부에서 특별연설을 통해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를 계기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관심이 높아졌다. 그동안은 정치, 안보, 경제 외교였는데 최초로 교육을 글로벌 어젠다로 제시했고, 자국의 이익과는 무관한 인류 보편적 가치를 주창한 것이다.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이 세계적으로 존경받고 영향력이 있는 것도 바로 이익을 좇지 않고 보편 가치를 추구해 왔기 때문이다. ” -세계시민교육은 왜 필요한가. “ODA(공적개발원조)사업도 세계시민의식이 없으면 누가 하려고 하겠는가. 현재 한국에는 이주노동자도 많다. 애국심뿐만 아니라 세계시민으로서 다층적 정체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세계 환경 문제도 이제는 자기 나라만 잘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미세먼지나 황사 문제는 중국, 몽골과 협력해야 하는 시대다. 글로벌 마인드를 갖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면 학교 교육에서 세계시민교육이 강조돼야 한다.” -학교에서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대한민국 교육은 정답을 제시하는 교육인데 사실 세계시민교육은 그것과는 반대다. 그래서 오히려 우리 교육방식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변혁적 페다고지(pedagogy)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정답이 있는 것을 해설해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토론을 통해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다. 호주에서 철새 이동 경로를 파악하며 지나는 국가들의 문화를 조사, 발표하는 수업을 본 적이 있다. 환경수업이지만 세계시민교육이 접목된 것이다. 이처럼 어떤 교과에서도 할 수 있고, 그 만큼 교사들의 창의적인 수업이 필요하다.” -그럼 교사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데. “어떤 교과, 단원에서 세계시민교육을 연결할 수 있는지 교과서를 분석하며 수업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또 교수법이나 현장 적용 사례에 대해 교원 연수도 강화하고 있다. 중앙선도교사를 지난해에는 36명, 올해는 72명 선정해 연수를 하고 각 시도에서 다른 교원들에게 전달토록 하고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중앙교사연구회도 조직해 확산시키려고 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우간다, 콜롬비아, 몽골, 캄보디아에서도 세계시민교육을 하기 위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원들과 협력해 커리큘럼 개발이나 교원 연수를 지원하고 있다. -오는 9월 한국교총이 비아세안 국가 최초로 한·아세안교육자대회(ACT+1대회)를 개최한다. 아세안 국가들이 아태교육원에 세계시민교육과 관련한 특별세션을 요청했다. “그동안 아태교육원은 아세안 국가와 몽골 등에 교사교류 사업을 진행해왔다. 몽골,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의 교사들이 한국 교사와 서로 상대국 학교에서 3~4개월 정도 수업을 하는 것이다. 세계시민교육의 일환이다. 이 사업으로 아세안 국가와 몽골에서 아태교육원의 인지도가 높아졌다. 몽골에서는 한국과의 교사교류가 자국의 교육개혁에도 긍정적 영향을 줬다며 몽골교육부장관이 작년에 공로상을 주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아세안 국가들의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특별세션에서도 이같은 아세안 국가와의 교사교류 사업에 대해 알릴 것이다. 지금은 다문화가정이 많은 국가를 우선으로 하고 있는데 앞으로 중앙아시아로도 확산시킬 계획이다.” -우리 교사와 아시아 국가 교사가 일대일 교환수업을 한다는 게 독특하다. “선생님들에게 일회성으로 연수해봐야 그 때뿐이다. 3개월 정도 해당 국가에 가서 수업도 하고 생활해보면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확실히 짧은 기간 관광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시설은 열악하지만 사람들의 인간적인 모습, 순수한 학생들을 통해 오히려 한국 학교에서 입었던 상처를 치유받고 재충전하고 간다는 분들이 많다. 한국의 선진 교육법을 알리는 것이 목표였지만 개도국에 가서 도움을 받고 오는 것이다. 동남아 국가 교사들도 한국의 교육 여건을 보고 자극을 많이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교재 외에 다양한 부교재가 있는 것을 보고 놀란다. 또 한국 교원의 사회적·경제적 지위를 보면서 자국 교원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을 많이 한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교육부 담당자들은 한국의 교육상황을 보고 교사 처우 개선을 시작으로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교총도 교원 해외 파견에 관심이 높다. “교총과 협력을 강화하고 싶은 부분이다. 현재 아세안 국가뿐만 아니라 호주 등도 한국 교원과의 교류를 원하고 있다. 현재 아태교육원에서는 현직 교원들만 대상으로 하고 있다. 예산이 뒷받침된다면 교총에서 강조한 것처럼 퇴직교원이나 예비교사, 미발령교사로 확대하고 싶다. 실제로 3년 동안 몽골교사 교류 프로그램 협력학교 교장이셨던 분이 퇴직 후 코이카를 통해 몽골에서 봉사를 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교원 양성이 어려운 국가에서 우리 교원들의 역량이 발휘될 수 있었으면 한다.” -교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앞으로 미래 인재는 외부지향적으로 키워야 한다.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선생님이다. 선생님들께서 외국에 대한 차별, 편견을 없애고 해외로 나가 도전할 수 있는 학생들을 기르는데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주셔야 한다.” ▶정우탁 원장 약력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정책사업본부장 ▲서강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국제이해교육학회 이사 ▲제4·5대 아태교육원장
휴직 전에는 남은 연가를 모두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사실을 잘 몰라 피해를 보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2014년 2월 경기 A중 B교사는 혈액 내에서 적혈구가 과도하게 파괴돼 발생하는 빈혈인 ‘용혈성 빈혈’ 판정을 받았다. 용혈성 빈혈은 일종의 혈액암으로 매일 수혈을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로워 질 수 있다. 더 이상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없게 된 그는 3월부터 두 달 간 병가를 썼다. 이후 4월 말부터 21일치 연가를 모두 사용한 후 6월부터 1년간 질병휴직을 냈다. 문제는 9개월이 지난 2015년 3월에 발생했다. 행정실장이 “지난해 휴직을 6개월 했으니 연가도 반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10일은 무단결근으로 간주된다”고 한 것이다. B교사는 결국 연가일수 초과에 따른 급여 환수금 137만원을 내야 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판단이었다. 휴직 전에는 근무 기간에 상관없이 부여된 연가를 모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휴직 후 복직한 경우에는 교원휴가업무처리요령에 따라 휴직기간을 월로 환산한 만큼 연가일수가 공제된다.(당해연도 휴직기간/12월*당해연도 연가일수) 이 사례는 교총이 휴직 전 연가 사용에 대한 민원을 해결하던 중 밝혀진 것으로 현장에서는 관련 규정을 잘 몰라 혼란을 겪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B교사는 이 달 환수금 137만원을 반환받을 예정이다. 그는 “만약 열흘이 무단결근인 것을 알았다면 질병휴직을 곧바로 신청했을 것”이라며 “연가를 쓰는 시점에서 앞으로 휴직을 얼마나 하게 될지 모르는데 전부 다 써야할지 반만 써야할지 알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올 2월 퇴직한 경기 C유치원 D교사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퇴직 전 남은 연가를 모두 사용하려고 했는데 원감이 “아직 2월밖에 안됐으니 연가도 이틀만 사용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물은 것이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로 D교사는 퇴직 전 연가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정승길 교육부 교원정책과 주무관은 “향후 휴직할 예정이라 할지라도 연가를 내는 시점에서 미래의 일을 예측해 연가일수를 공제할 수는 없다”며 “법령에 의한 의무수행이나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한 휴직을 제외하고는 휴직 전에 모든 연가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주무관은 “퇴직 전도 같은 맥락에서 남은 연가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교총은 “관련 규정을 잘 몰라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독이다. 열심히 종자돈을 모아 투자하기에도 어려운 현실 속에서 빚을 내고 투자한다는 것은 그저 요행이나 투기다. 금융기관도 수익을 올려야 하기에 한국은행에서 기준 금리를 아무리 인하해도 예금 금리와 달리 대출 금리는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어떤 형태로든 대출은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하며 결국 이자를 뛰어넘는 수익률을 올려야 하는데 대출금 상환이라는 압박과 조급함은 현명한 투자가 아닌 위험한 투기로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주식에서도 빚을 내면 안정된 장기 투자는 꿈도 못 꾼다. 오로지 값싸고 부실한 작전 주를 찾아 헤매거나 오늘 사서 내일 파는 단기 투자밖에 할 수 없다. 빚과 그에 따른 이자는 주가가 오르고 내릴 때 인내할 여유와 시간을 앗아간다. 빚을 내서 투자하고 손실된 부분을 다시 빚으로 막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그래서 개인의 경우 빚을 내거나 투기로 주식을 하다 가산을 탕진한 사례가 많고 이는 우리 사회가 주식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된 원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평생 빚을 지지 말고 살아가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쩔 수 없이 대출을 받아야 한다면 최대한 금리를 낮춰 이자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 먼저 주택 구입 관련 대출을 살펴보자. 부부 합산 연소득 6000만 원 이하라면 초저 고정금리를 적용받는 ‘내 집 마련 디딤돌대출’을 눈여겨보면 된다. 주택담보 가치의 최대 70%, 2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주관하며 신청은 일반 은행에서 하면 된다. 단 주택가격이 6억 원을 넘거나 주택면적 85제곱미터 초과 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디딤돌대출 자격 요건이 안 될 때는 9억 원 이하 주택으로 특별한 소득 제한 조건이 없는 보금자리론을 선택하면 된다. 새로 분양 받았다면 신규 아파트 분양자를 대상으로 하는 집단 대출이 유리하다. 대출한도가 크고 금리가 일반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매우 낮으며 등기 비용이나 각종 수수료 혜택도 있다. 돈이 급하게 필요할 때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간편하게 돈을 빌릴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이자가 20% 이상 되는 고금리다. 현금 서비스를 굳이 사용하려면 조금 번거롭더라도 카드사 장기카드대출(카드론)이 좀 더 이자율이 낮다. 은행에서 직종에 맞춰 적용하고 있는 직장인신용대출은 카드사보다 금리가 훨씬 낮다. 특히 교직원이라면 공무원연금대출과 한국교직원공제회 대출을 활용하는 것도 괜찮다. 은행에 예금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라면 예금담보대출을 이용하면 된다. 은행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본인의 예금 금리에 1~1.5%의 금리를 가산하면 대출 금리가 된다. 요즘 같이 예금 금리가 낮은 시기에 급하게 필요한 경우라면 은행 예금담보대출이 금리 면에서 가장 매력적이라 하겠다. 주거래 은행에서 마이너스 대출도 꼭 설정해두자. 금리는 매우 낮으면서도 통장에서 자동으로 대출이 이루어지다보니 카드사 현금서비스보다 오히려 간편하다. 보통 5~6% 금리를 적용받지만 은행 및 신용등급 관리가 잘 된 교사를 포함한 전문직이라면 3000만 원 내외로 3%대의 초저금리도 가능하다. 요즘 국가적으로 해마다 늘어만 가는 천문학적 액수의 가계부채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라면 당연히 빚을 지기도 하고 대출도 받아야한다. 문제는 재테크를 위해 빚을 내서 무리하게 투자하는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투자는 절약과 저축으로 목돈이 마련된 이후에 안정적이고 계획적으로 해야 한다.
교육부가 4일 발표한 제2차 진로교육 5개년 기본계획(2016년~2020년)에 충분한 전담교원 배치 방안이 포함되지 않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초등은 진로진학상담교사를 배치하지 않고 부장교사가 전담하도록 해 체계적인 진로상담·관리가 힘들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마저도 학교별 보직 수를 늘리는 게 아니라 기존 부장교사에게 추가 임무를 부여하는 방식이어서 업무 가중에 대한 우려도 크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매년 2000명씩 3년간 총 6000명의 교사를 연수시켜 전문성을 높일 계획이지만, 매년 보직교사가 바뀌는 학교 현실상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A초 교장은 "전담교사 추가 배치 없이 기존 부장을 연수시켜 업무를 맡기면 당연히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부장이 2~3명밖에 되지 않는 소규모학교에는 업무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등의 경우 2020년까지 진로진학상담교사의 학교 수 대비 배치율을 100%로 높일 방침이지만, 현장에서는 학교당 1명 정도로는 충분한 진로교육이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또 지난해 배치율이 95.3%인 점을 감안하면 전국을 합쳐 매년 고작 50여명을 늘리는 수준에 불과해 진로교육 활성화 대책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불만도 나온다. 인천 B고 진로진학상담교사는 "34개나 되는 학급을 혼자 감당할 수 없어 2~3학년은 일반 교과교사가 진로수업을 맡고 있다"며 추가 배치를 주문했다. 또 "학생부 전형이 강조되면서 상담을 요청하는 학생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도 당국이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로진학상담교사 정원을 별도로 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행 규정상 진로진학상담교사는 주당 8시간 이상 진로상담을 하는 대신 수업은 주당 10시간 이내로 맡게 돼 있다. 그럼에도 정원은 교과교사에 포함시켜 관리하다보니 진로진학상담교사의 수업이 줄어든 만큼 다른 교과교사의 수업부담이 늘게 된다. 그래서 일부 학교에서는 진로진학상담교사가 규정된 시수 이상의 수업이나 각종 행정 업무를 떠맡고 있는 형편이다. 교육부 관계자도 이런 문제점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진로진학상담교사 정원을 별도 배정하고, 초등에도 배치하는 게 맞지만 기재부 등 관계 부처의 반대로 실현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학부모회조례가 시행 초기부터 현장 반발이 심하다. 일선 의견을 무시하고 강행한 결과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조례 공포를 앞두고 학교 현장에선 법적 심의기구인 학운위가 엄연히 있는 상태에서 역할과 권한이 충돌할 수 있고 지원 학부모 부족으로 실질적 운영이 어렵다는 문제 등이 제기됐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학운위조례에 포함된 ‘정당 당원 제한’이 빠져 더욱 ‘나쁜 조례’가 됐다. 예견됐던 문제들이 고스란히 벌어지고 있는 만큼 당장 폐지하거나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현장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총선에 출마한 정당 소속 정치인이 임원으로 선출돼 학교 정치화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의 경우 학운위 조례에서는 정치인들은 위원 자격을 줄 수 없도록 하고 있는 반면 학부모회 조례에는 정당인 배제 조항이 없어 정치인이 입성할 수 있었다. 이래서는 앞뒤가 맞지 않는 정치적 조례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또 시교육청은 학부모회 임원 구성까지 강요해 교사에게 쓸데없는 부담을 줬다. 대다수 학교의 경우 임원에 나서는 학부모가 없어 교원들이 개별적으로 전화하고 부탁하는 등 가뜩이나 바쁜 새 학기에 학교는 더 힘들었다고 호소한다. 녹색어머니회, 도서관어머니회 등 기존 어머니회 임원에게 학부모회도 맡아달라고 읍소까지 했다고 하니 도대체 누구를 위한 교육청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조직구성 자체가 어려운 마당에 실질적인 역할은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정치인들의 놀이터를 만든 건 아닌지 교육청은 대답해야 한다. 물론 교육이 학교, 교원만으로 이뤄지는 시대는 아니다. 학부모와 학교, 교육청, 지역사회가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는 교육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문제는 학부모회를 조례로 강제한다고 해서 그런 문화가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교 별 여건을 반영한 자율적인 학부모회 구성이 보다 효과적이다.
아동학대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자 ‘교사 가정방문’이란 대안이 나왔다. 그러나 요즘은 맞벌이, 한부모 가족도 흔하고 조부모와 사는 경우도 적지 않아 사실상 담임이라는 이유로 가정을 방문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교사 가정방문’만으로는 한계 사실 2년 전 필자도 가정방문을 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냈었다. 학생들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정서 상태 등을 알고 싶은 마음이 나름 간절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학부모님들께 말씀드려 동의를 얻고자 했지만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주변 선생님들 의견을 들어보니 요즘 부모들은 대부분 맞벌이로 밤늦게 귀가하는 경우가 많아 당장 다음날 출근 걱정 때문에 담임의 방문을 반갑게 맞이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차라리 가정방문 대신에 전화통화를 여러 번 하거나 휴대전화 문자, 모바일메신저 등으로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조언이었다. 여교사의 경우는 안전에 대한 문제도 따른다. 이에 대해 경찰이나 공무원이 동행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경찰 등이 동행하는 방식은 사회적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공권력과 연관되는 것 자체에 대한 인식이 별로 좋지 않아서다. 담임이 경찰을 대동하고 가정방문을 한다면 이웃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안 봐도 뻔하다. 그렇잖아도 좋지 않은 분위기의 가정일 텐데 불쑥 찾아가는 게 노출된다면 그 가정의 회복력은 더 저하될 수도 있다. 일단 가정의 자체 정화 능력에 맡겨야 하고, 웬만한 가정은 그런 능력이 있기에 공권력이 동행하는 가정방문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부모들이 건강한 가정을 이끌고 회복할 수 있도록 더 근본적인 지원 방안을 강구하는 게 시급해 보인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대부분의 부모는 생계를 책임지는 경제적 역할에 치우쳐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가정교육의 1차 책임자로서 부모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아동 학대 등이 발생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도 여기에 있다. 이제 더 이상 부모들이 학교와 학원 선생님들에게 모든 것을 맡겨 버리도록 방임해서는 안 된다. ‘돈’이면 다 된다는 인식을 아이들에게 심어주는 부모들에게 진정한 역할과 가정의 의미를 교육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부모교육, 상담 활성화 나서야 또한 학교의 상담기능에 대해 보다 장기적인 실천계획을 세우고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전문상담교사 배치가 바로 그것이다. 지금까지 교육당국은 담임으로는 한계가 있는 상담 업무를 위해 전문상담 인력을 양성해 왔다. 하지만 전문상담교사 배치는 여전히 부족하고 담임에게 과중한 부담이 안겨져 있다. 아동학대, 부적응 문제 등에 대한 해결책으로 이미 선진국에서는 학교의 상담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적인 상담인력을 학교에 배치하거나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냥 일선 교사들에게 더 많은 짐을 지우면 교육이 정상화 될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정책을 입안하는 분들은 제발 현장 의견을 충실히 담았으면 좋겠다. 자신의 아이를 맡겼다고 생각하면서 현장에 직접 찾아오는 진정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학교 현장도 정책에 수긍하고 적극 호응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도전은 더욱 탄력 받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우주 강대국들의 경쟁 속에서 2020년 달 탐사 계획을 시작으로 우주시대를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우주를 향한 꿈’은 인류의 시작과 함께 계속 되어왔다. 우주는 신의 영역으로 그려졌고,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태양력을 사용했으며, 목동들은 별자리를 만들었다. 1957년 인류사상 첫 인공위성이 발사되면서 ‘우주로의 진출’이 시작된 이래, 우주는 더 이상 동경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지구의 환경문제가 악화되면서 우주는 ‘확장된 삶의 터전’이라는 생각으로 바뀌고 있다. 실제로 네덜란드의 기업이 ‘화성으로 이주할 사람’을 모집하자 많은 사람이 지원했다고 한다. 여전히 우주는 미지의 영역이지만, ‘화성으로 수학여행’ 가는 것은 꿈이 아닐지 모른다. 우주의 모습을 그린 영화는 많다. 과거에는 막연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면, 최근의 영화들은 과학적 원리를 기반으로 제작되고 있다. 한 편의 영화가 개봉된 뒤 과학적 오류를 제시하는 기사들이 나오는 것만 봐도 상당 부분 타당성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가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이론을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서 흥행에 성공했다면, 영화 마션은 지구와 가장 유사한 환경을 가진 화성을 소재로 한 단계 더 현실적인 우주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마션 속에 담겨 있는 다양한 이야기와 함께 우주로 떠나보자. 교육적 접근 영화 마션을 교육적으로 접근해보자.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남기 영화 속 주인공처럼 화성에 홀로 남겨진다면 어떨까? 식량도 얼마 남아있지 않고, 물도 없으며, 기지 밖은 산소 농도가 달라 호흡이 어렵다. 무엇보다 자신의 생존 사실을 지구에 알릴 수 없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하지만 극한의 상황 속에서 ‘삶을 포기하지 않고’ 기지를 발휘해 살아남는 주인공의 모습은 우리에게 ‘삶의 의미’와 ‘인간의 의지’를 생각하게 한다. 일상의 소중한 발견 어떤 사회문화 평론가는 영화 마션을 ‘화성판 삼시세끼’라고 표현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추수감사절 기념 음식’을 위해 준비해 놓은 감자를 발견한다. 그리고는 아무것도 없는 척박한 화성의 흙을 가져다 감자를 키우기 시작한다. 물을 얻기 위해 과학적 지식을 총동원하는 모습은 일상에서 너무도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화성과 지구의 다른 점(과학적 분석) 화성은 태양계 행성 중 지구와 가장 유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생명체의 생존이 가능한 곳으로 생각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구와는 상당한 차이를 갖고 있다. 영화 속에 그려지고 있는 모습을 분석하며 그 내용이 과학적으로 객관적인 것인지 어떤 오류가 있는지 확인해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어려운 과학 내용에 쉽게 접근해볼 수 있다. 수업 활용 [PART VIEW]극한 상황에서 생존한 이야기는 큰 흥미를 준다. 로빈슨 크루소, 퀘스트 어웨이, 김씨 표류기 등은 서로 다른 상황이지만 오늘 살펴본 마션처럼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들이다. 관련된 작품들을 함께 살펴보면 더 많은 도움과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작품 관련 토론 영화 속에서 ‘아레스 호’ 승무원들은 화성 탐사 당시 죽은 줄 알았던 주인공의 생존을 확인한 후, 지구에 착륙하지 않고 다시 화성으로 돌아갈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힌다. 이 내용을 토론 주제로 활용하여 어떠한 근거로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지 활동해 본다. 쟁점:아레스 3호의 대장이 내린 결정, 다시 화성으로 돌아갈 것인가 반대:또 다른 대원들의 희생이 있을 수 있는 만큼 무모하다고 볼 수 있다. 찬성:가능성이 희박할지라도 생존이 확인된 이상 구조하러 가야한다. 지도 방법 지구로 귀환하는 우주선이라는 상황을 가정하여 상황극 형태의 수업으로 진행할 수 있다. 영화 속 주인공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찬성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합리적인 선택의 차원으로 논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토론을 유도한다. 또한 각각의 선택이 어떠한 가치에서 결정된 것인지에 대해 충분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논술문항지 ※ 다음 (가)~(다)를 읽고, 조건에 맞춰 논제에 관하여 논술하시오. (가) 지구도 우주의 한 구성이므로 넓은 의미로는 인간의 생활역사를 우주공간의 여러 현상과 독립해서 볼 수는 없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수천 년 전에 정밀한 천체관측을 기초로 하여 태양력(太陽曆)을 만들어 이용하였다. 그것을 개선하여 BC 45년에 제정한 것이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역(曆)의 기초가 된 율리우스력이었다. 16∼17세기에 이르러 N.코페르니쿠스, G.갈릴레이, J.케플러 그리고 I.뉴턴 같은 위대한 과학자들이 나타나 우주과학의 기초를 확립했다. 20세기 들어 각종 공학적 수단이 도입되면서 우주공학은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1957∼1958년에는 전 세계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실시한 국제지구물리관측년(International Geophysical Year)을 통해 지구와 지구 주변 환경의 입체적인 과학관측이 세계적 규모로 실시되어 우주과학에 일대 혁명을 가져왔다. 1957년 10월 4일 인류사상 처음으로 소련이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면서 우주로의 진출이 시작되었다.- 두산백과 사전, ‘우주개발’에 대한 설명 (나) 가장 과학적으로 보이는 우주탐사는 실은 가장 정치적이다. 우주탐사 기술의 비약적인 진보는 냉전체제 속에서 이뤄졌다. 구소련이 세계 최초의 소형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자 미국은 우주 경쟁에 뛰어들었고, 이듬해 나사(미 항공우주국)가 탄생했다. 경쟁은 치열했다. 미국은 아폴로 11호를 달에 착륙시켰고, 소련은 우주정거장을 만들었다. 천문학적인 세금이 투입되는 우주 프로젝트가 잇따라 발표됐다. 그러나 소련이 해체되고 냉전이 종식되면서 경쟁은 시들해졌다. 우주개발은 인류의 위대한 진보나 위험을 불사하는 도전정신으로 포장됐지만, 당시 강대국의 우주 경쟁이란 과학이 아닌 ‘안보’의 차원이었다. 미국의 우주계획을 바라보는 몇 가지 견해의 첫 번째는 과학적 가치가 전혀 없는 ‘세금 먹는 하마’라는 것이다. 국제우주정거장 덕분에 새로 알게 된 과학적 지식은 하나도 없으며, 유인 우주계획이란 대통령과 나사의 유치한 합작품이라는 게 이쪽 편에 선 이들의 주장이다. 다른 의견도 있다. 유인 우주계획의 추진 과정에서 지구과학, 태양물리학, 행성과학 분야에서 개발한 것들의 훌륭한 경제적 가치에 주목하는 쪽이다. 이를테면 나사의 연구를 토대로 상용화된 GPS, 신장투석기, 유해가스 감지장치, 에너지절약형 건설자재, 라식수술 같은 것들이다. 여기다가 일자리라는 경제적 이득도 있다. - 닐 타이슨, 스페이스 크로니클 (다) 우리 정부가 2016년 달 탐사 예산 200억 원을 편성한 가운데 세계적인 우주기업들이 잇달아 발사체 회수에 성공했다는 낭보가 이어지면서 공공분야와 민간분야의 우주개발 경쟁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 엑스(SPACE X)’사는 2015년 12월 21일 위성 11개를 탑재한 ‘팰콘 9(Palcon 9)’을 발사하고 상공 200㎞에서 위성을 궤도에 올린 뒤 파손 없이 지상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에 앞서 지난 11월 23일 미국 민간 우주기업 중 하나인 ‘블루 오리진(BLUE ORIGIN)’은 상공 100㎞까지 올렸던 로켓 ‘뉴 셰퍼드(New Shepard)’를 회수하는데 성공했으며, 탑재했던 위성을 성공적으로 궤도에 올렸다. 지금까지 발사체의 임무는 위성을 궤도에 올리기 위해상공까지 올라가는 것이고, 이후 발사체를 파손 없이 회수하는 기술은 확보되지 않았다. 이런 로켓 재사용 기술은 기존 6000억여 원에 달하던 로켓 발사비용을 600억 원으로, 1/10 수준까지 절감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스페이스 엑스의 CEO인 엘론 머스크와 블루 오리진 CEO이자 세계적 물류업체 아마존의 CEO인 제프 베조스 등 세계적인 두 거부가 우주라는 블루오션을 두고 펼치는 본격적인 우주개발 경쟁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 대전일보 2015.12. ● ?논제 (가)와 (나)를 통해 우주개발의 가치에 대해 밝히고, (다)를 바탕으로 우리 우주개발의 미래에 대해 논술하시오. ● ?조건 1) 서론-본론-결론의 완성형으로 작성할 것. 2) 1,500 내외로 작성할 것. 3) 구체적인 예시 자료를 제시할 것. 제시문 (가)는 우주개발에 대한 개념입니다. 우리 인류가 어떤 이유로 우주개발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역사는 어떠한지를 밝히면 되고, (나)를 통해 우주개발의 가치를 조명해보도록 합니다. 다음으로 (다)를 통해 우리의 우주개발에 대해 짚어보고 미래를 그려보도록 합니다. 우리 우주개발의 미래에 대해서는 정해진 답 없이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 자유롭게 논술하도록 지도합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3월이면 어김없이 ‘스승과 제자’라는 이름으로 만남이 시작된다. 시인 김춘수의 말처럼 나에게 꽃이 되고 의미가 되는 ‘첫 만남’이다. 학생들은 선생님이라는 꽃을 만나고, 선생님들은 학생이라는 꽃을 만난다. 수업은 서로에게 꽃이 되는 매개체이다. 서로에게 꽃이 되고 의미가 되는 것은 행복이다. 어떻게 하면 선생님과 학생들의 만남의 시작이자 끝이기도 한 수업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 두려움 극복할 용기 키워주자 ‘용기와 두려움은 한이불을 덮고 잔다’는 말이 있다. 용기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힘이다.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은 “두려움은 필시 적과 아군을 구별치 않고 나타난다. 만일 그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만 있다면 그 용기는 백배 천배 큰 용기가 되어 나타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누구나 마음 어딘가에 두려움은 있다. 공부 걱정, 취직 걱정, 집 마련 걱정, 건강 걱정…. 조금이라도 걱정이 없는 사람, 작은 두려움이라도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 교실에도 가슴 어딘가에 두려움이 자리한 학생들이 있다. 학교 오는 것 자체가 두려운 학생들도 있고,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이 두려운 학생들도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기초·기본 학습력이 부족하거나, 친구들과 협력학습이 어려운 학생들도 있다. 이런 학생들에게 선생님이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나무람과 질책, 교훈적인 말이 아닌 바로 학생들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기초·기본 학습력을 신장시키고, 자기의 생각을 말하게 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게 해야 한다. 선생님들의 가슴에도 용기가 가득했으면 좋겠다. 또한 그 용기가 학생들의 가슴과 가슴에 전해지길 소망한다. 아무리 먹어도 ‘배탈’ 걱정 없는 선생님의 사랑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가장 많이 사용한 낱말은 ‘사랑’이었다. 충청북도 음성군 꽃동네를 방문한 교황은 자신과 눈을 맞추지 않은 채 줄곧 손가락만 빨고 있는 한 어린 아이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는 아이의 손목을 잡고 살며시 당겨 손가락을 뺀 후, 자신의 손가락을 아이의 입에 넣었다. 교황은 엄마의 젖꼭지 대신 자신의 손가락을 물려주고는 침 묻은 손가락을 닦지도 않은 채 한동안 아이를 바라봤다. 우리 교실에도 사랑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이 많다. 어떤 학생은 선생님의 엄지손가락이 필요하고, 어떤 학생은 새끼손가락이 필요하다. 또 어떤 학생은 오른손 전체를 필요로 할 수도 있고, 심지어 선생님이 두 팔로 보듬어야 할 학생도 있다. 선생님들의 사랑은 아무리 넘쳐도 홍수가 나지 않고, 배탈도 나지 않는다. 학생들이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능력, 그것은 사랑에서 비롯될 것이다. “선생님, 왜 수업을 하십니까?” 수업은 ‘어떻게’라는 방법이 아니라 ‘왜’라는 철학이다. 방법적인 것은 조금 서툴러도 괜찮다. 필자는 교사로서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동안에는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초점을 두었다. 직접 수업을 하지 않는 교육전문직과 교감이 된 지금은 ‘어떻게’ 보다 ‘왜’라는 물음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순서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것을 우선순위에 두느냐의 차이는 크다. [PART VIEW]‘어떻게’는 수업의 방법적인 문제이며, ‘무엇을’은 가르치는 내용이다. ‘왜’는 가르치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다. 따라서 가르치는 내용과 방법을 생각하기 전에 ‘왜 가르치는가’에 대한 질문이 먼저이다. ‘왜’는 수업철학과 이어진다.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각자 자신의 수업철학이 있으며, 교수·학습지도안을 작성할 때 자신의 이름을 쓴 후, 수업철학을 적는다. 필자의 수업철학은 ‘절차탁마(切磋琢磨)’이다. 절차탁마는 옥을 ‘자르고(切), 썰고(磋), 쪼고(琢), 가는(磨)’ 네 가지 가공 과정이다. 수업은 저절로 좋은 수업이 되지 않는다. 절차탁마야말로 좋은 수업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내 수업을 많이 보여주고, 남의 수업을 틈틈이 참관하며 수업 기술을 공유하고, 다양한 수업이론을 접하는 등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처럼 ‘왜’는 가르칠 내용과 방법을 생각하기 전에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또한 학생들이 품고 있는 두려움을 용기로 바꿔 낼 관심을 지니게 한다. 결국 ‘왜’는 학생들이 수업에서 행복을 만날 수 있는 섬돌이 되어 준다. 수업, 매일 먹는 건강한 ‘집밥’ 학생들은 학교생활 대부분을 수업과 함께한다. 따라서 수업은 특별한 날 먹는 ‘외식’이라기보다 늘 먹는 ‘집밥’과 같다. 수업방법인 ‘어떻게’ 역시 선생님 자신과 주변에 있는 자료가 가장 좋은 학습 자료이다. 책상 배치만 조금 바꿔도 수업은 바뀐다. 덩달아 수업 분위기도 달라진다. 최신 수업이론을 받아들일 때도 처음에는 이론 그대로 적용할지라도 우리 학교, 우리 반에 맞게 재해석하여 적용해야 한다. 가장 좋은 수업방법은 선생님과 학생들, 학생과 학생 간의 상호작용이 활발한 수업이다.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교육부의 인성교육중심수업, 대구광역시교육청의 협력학습, 서울특별시교육청이나 광주광역시교육청의 질문이 있는 교실, 경상남도교육청의 배움중심수업, 경상북도교육청의 학생활동중심수업 등의 수업철학(또는 수업 동향)이 행복한 수업으로 가는 길이 될 것이다. 이런 수업의 시작과 끝은 선생님과 학생들 간의 눈 맞춤이다. 이순신 장군 같은 용기를 주는 눈 맞춤, 프란치스코 교황 같은 사랑의 눈 맞춤만 있다면 교사와 학생이 모두 행복한 수업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은 학교에 오는 것이 즐겁고 행복할까?’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어떤 배움을 만들어 갈까?’ ‘수업에서 궁금한 내용은 없을까? 왜 질문을 하지 않는 걸까?’ 수업이란 ‘교사와 학생이 함께 참여하여 만들어가는 종합 퍼포먼스(performance)’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학생의 능동적 참여나 호기심은 없고, 교사의 ‘참여 독려’만이 있을 뿐이다. 교사들은 무기력한 학생들의 모습을 마주하면서 ‘어떤 수업이 학생에게 가장 좋은 수업일까?’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해결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연수에서 배운 교수법을 적용해보지만, 효과는 지속적이지 못하다. 따라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교사의 교수법 향상보다 학생 자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학습자의 내적 동기를 발현시키지 못하면 수업은 늘 그 자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많은 교사는 학생을 수업에 참여시키기 위해서 ‘교육이론’에 대한 깊은 성찰보다는 수업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실제나 예시자료 등을 갈망한다. 물론 이런 요구를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며,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좀 더 좋은 수업을 위해서는 교육이론을 기반으로 한 관점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제 핵심내용을 교사가 알려주는 수업이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찾아가는 수업으로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사는 학생이 수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성취기준에 맞는 ‘핵심 질문’을 갖고 수업에 임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그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학생들은 교사의 믿음에 따라 행복한 배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교사에게 성취기준 중심의 책무성을 강조하는 위긴스와 맥타이(Wiggins McTighe)의 백워드 수업설계(backward design), 샌들러(Sandler)의 5단계 그림 분석 전략, 블룸(Bloom)의 평가척도 등과 같은 교육이론을 살펴보기로 한다. 위긴스와 맥타이의 백워드 수업설계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학생들이 교수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다. 하지만 ‘평가’를 준비하면서 수업 준비를 하는 교사는 많지 않다. 위긴스와 맥타이는 ‘교과서 중심 혹은 흥미 위주의 활동중심 수업은 단원 전체에서 추구하는 큰 개념 혹은 나무는 보나 숲을 보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순히 교과서 내용을 전달하거나 그저 흥미 중심으로 재미있게 가르치면서 방향 없는 수업을 진행한 결과, 학생들은 교과서를 다 배우고 나서야 중요한 개념이나 원리들을 겨우 깨닫는 매우 비효율적인 수업이 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위긴스와 맥타이는 교사가 핵심 질문을 사전에 준비하여 수업시간에 학습자들에게 질문함으로써 학습 목표에 도달시키는 ‘평가에 기반을 둔 수업’을 주문했다. 즉, 교사에게 성취기준 중심의 책무성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위긴스와 맥타이는 백워드 설계모형(backward design)을 근간으로 절차적으로는 타일러(Tyler)의 행동목표모형을, 교수방법 원리는 브루너(Bruner)의 지식 구조에 바탕을 둔 수업설계를 제시한다. 또한 교육내용은 단원 차원에서 영속한 이해(enduring understanding)가 대상이 되며, 학생이 교육과정의 세부적인 사항은 잊어버리더라도,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아이디어(big idea)나 큰 개념(big concept)을 6가지 다중적 이해(multi understanding)를 통해 다양한 상황과 맥락에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Wiggins McTighe, 2007). 교사는 학습 목표를 확인하고 핵심 질문을 만들어 수업에 임해야 하며, 수업 중 ‘교사-학생’ 협력이나 ‘학생-학생’ 협력 상황에서 교사가 미리 만들었던 핵심 질문을 중심으로 협력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PART VIEW]● 단계별 질문 만들기(교사가 학생에게 하는 질문) 이때 중요한 핵심 질문(essential questions)은 학습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방법이 되며, 학생에게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 존재하는 학습 내용의 중요 개념·주제·이론·이슈·문제 등을 탐구하는 안내 지표로서 작동하게 된다. ● 그림을 활용한 질문 만들기(학생이 질문 만들기) 샌들러의 그림 분석 5단계를 학생에게 주고 질문을 만들어 보는 연습을 시켜서 호기심을 갖게 한다. 이해중심 수업설계 이해중심 수업은 ‘의도된 결과를 명확히 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해중심 수업설계는 ‘바라는 결과 설정 → 수용 가능한 성취 증거 설정 → 학습 경험 계획’이라는 3단계로 되어있으며, 진행 과정이 체계적이며 일관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이때 교사는 교육과정 설계 ‘개발자’로서 기능하며, ‘무엇을 학습의 증거로 볼 것인가’라는 평가의 기능을 고민하게 된다. 위긴스와 맥타이는 이해의 측면을 ‘설명, 해석, 적용, 관점, 공감, 자기인식’의 6가지로 구분하여 제시하고 정의하였다. 그리고 학생들이 이해해야 할 핵심적 지식은 본질적 질문을 통해 더욱 정교화할 수 있다고 하였다. 여기서 본질적 질문(essential questions)은 학습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방법이 되며,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 존재하는 학습 내용의 중요 개념·주제·이론·이슈·문제 등을 안내하는 질문을 의미한다. 본질적 질문은 우선적 탐구질문과 주제적 탐구질문으로 구분된다. 우선적 탐구질문(overarching essential questions)은 단원을 가로지르는 큰 개념과 관련된 질문이며, 주제적 탐구질문(topical essential questions)은 단원의 내용 이해를 증진시키며 학습주제와 관련된 질문을 의미한다. 질문을 이용한 수업 적용의 예 ● 단계별 질문 만들기 ● 그림을 활용한 질문 만들기(학생이 질문 만들기)
학교 교육이 ‘우등생도 잠자게 하는 교육’, ‘잠자는 교실’*이라는 말을 들은 지도 꽤 오래되었다. 교육 당국은 여러 가지 공교육 정상화 사업으로 학교 교육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교실 수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다. 문제의 열쇠는 수업이다. 교실 수업부터 변화·개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르치는 교사들에게 변화가 일어나게 해야 한다. 교실 수업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좋은 수업을 하는 교사들이 늘어나야 한다. 좋은 수업을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들이 자사 제품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명품 브랜드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처럼, 교사는 자신만의 고유한 수업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교사는 자신의 수업을 하나의 예술작품을 만드는 과정으로 생각하고, 학생과의 원활한 소통으로 활기 넘치는 학생 중심의 수업을 해야 한다. 브랜드가 있는 수업이란? 브랜드가 있는 수업이란 어떤 수업일까? 이는 교사가 자신 있게 내놓고 공개할 수 있는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수업의 기본과 응용이 병행되는 특색 있는 수업, 학생들의 변화와 욕구를 반영한 수업이다. 브랜드가 있는 수업에는 교사의 열정과 교과 지식에 대한 전문성, 교육 방법상의 기술이 함께 들어가 있어야 한다. 이는 교사들이 기존의 교실 수업방식을 깨는 변화로부터 가능하다. 학생들이 교실에서 토론, 문제해결 등을 하는 ‘거꾸로 수업(Flipped Learning)’도 교사가 촉진자, 조력자로서 학생들을 격려해주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주는 브랜드 있는 수업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학생과 학생, 학생과 교사 간의 활발한 소통과 토론 과정을 통해 지식의 창조와 형성 과정이 일어나도록 하는 ‘배움중심 수업’*도 브랜드 있는 수업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가 있는 수업을 위해 가장 필수적인 것은 가르치는 교과와 학생들에 대한 교사의 열정이다. 모름지기 교사라면 학생들에 대한 사랑과 교육 열정이 있어야 한다. 교사의 열정은 학생들로 하여금 마음을 열게 하여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에 활발한 소통을 가능하게 해준다. 학생들은 수업을 받아들이기 전에 교사의 열정 어린 마음을 먼저 받아들인다. 교사의 열정은 교사의 학생들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 관심과 이해, 수용하는 마음자세로부터 나온다. 열정적으로 가르친다는 것은 학생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고, 가르치는 태도의 명확함이고, 가치 지향적이고, 적합한 교수·학습방법을 활용하는 것이다. [PART VIEW]● 브랜드가 있는 수업은 수업 설계가 잘 되어 있는 수업이다. 수업 전개에 있어 도입-전개-정리 과정은 물론, 전시 학습 상기, 학습 목표 제시, 본시 학습 전개, 정리, 형성평가, 차시학습 예고가 잘 이루어지는 수업이다. 수업은 기본 과정을 밟아가는 디자인 과정이라 할 수 있다. ● 다양한 변화가 있는 수업이다. 변화의 중심은 교사이다. 그러므로 수업 과정에서 교사의 변화된 모습이 필요하다. 읽기·쓰기·말하기 등의 다양한 활동, 교사의 목소리 변화, 적절한 몸짓이 있어야 한다. 교사의 변화 있는 얼굴 모습은 학생들의 하품과 졸음을 없애준다. 교사의 넥타이, 머리핀 하나의 변화가 학생들의 기분을 새롭게 해줄 수 있다. ● 필요한 것은 수업 시작 전 교사의 충분한 준비이다. 좋은 수업에는 수업 준비를 위한 교사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 있다. 교사의 준비성은 교재 연구나 자료 준비에 잘 나타나 보인다. 교사의 학생을 향한 사랑과 교육 열정은 수업 준비를 잘하도록 해준다. 교사는 학습 목표, 학습 자료, 발문 준비를 하고, 학습동기를 어떻게 유발할 것인지, 어떻게 재미있는 수업을 할 것인지를 준비해야 한다. 교사는 수업 시작부터 학생들을 사로잡아야 한다. 수업 시작 전에 줄 맞추기, 휴지 줍기, 교과서 검사를 하는 것으로 학생들을 수업에 집중시키고, 수업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스프링클러(Sprinkler)처럼 고른 시선을 주어야 한다. 뒤에 있는 학생, 산만한 학생까지 챙기고 배려해야 한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제한된 시간 안에 많은 것을 학생들에게 쏟아 부으려고 한다. 그러나 학생들을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주입해도 되는 믹서기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브랜드가 있는 수업에는 어느 정도 여유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수업 중 잠시의 쉼(pause)과 잠깐의 침묵도 필요하다. 스트레칭으로 학생들의 기분을 전환시키고, 1분 개그, 1분 퀴즈, 리듬 박수치기, 삼행시 짓기 등 변화가 있고, 여유가 있는 수업이어야 한다. 농구처럼 스폿 타임(spot time)을 갖고 여백의 시간을 운용하는 수업이 좋다. ● 학습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학습 강화를 위한 적절한 자극을 주는 수업이다. 학습은 적절한 보상과 처벌 등 강화에 대한 반응 과정에서 일어난다. 학습 강화를 주기 위해 학생 수준에 맞는 적절한 발문과 기다림, 주고받기 문답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사는 학생들 사이를 순회하면서 잠시 머물기도 하고, 학생의 이름을 불러 주고, 학생이 읽고 찾게 하고, 말하게 하고, 풀고 쓰게 해야 한다. ● 교사의 적절한 칭찬과 격려가 있다. 칭찬이야말로 학생의 마음속에 ‘선생님’을 심어주는 묘약이다. 학생에게 평소 웃어주기, 관심 가져주기, 어깨 두드려주기, 말 걸어주기, 사진 같이 찍기 등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가 선생님의 마음을 심어주면 좋다. 선생님의 이런 마음 심기는 학생의 주변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칭찬은 학생이 진정성을 느끼도록 구체적이고 특색 있게 해야 한다. 수업 중 학생들을 자주 자극하고 칭찬 거리를 찾아 조그만 일도 칭찬할 것을 권한다. 칭찬은 학생과의 거리를 좁히고, 더 잘하려는 마음을 갖게 하여 조는 학생을 없애준다. ● 졸리지 않게 하는 수업이다. 단 한 명도 졸지 않는 수업이 가능할까? 졸리지 않는 수업을 위해 교사는 평소 학생들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어 놓고 있어야 한다. 학생들의 이름을 아는 것은 물론, 대화를 통해 친근하게 소통하고 있어야 한다. 아울러 교사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와 시각으로 학생을 바라보고 가르쳐야 한다. 가르치기 힘들더라도 바로 이 학생이 ‘내가 가르치는 학생’, ‘나를 필요로 하는 학생’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공부 못한다고 절대로 학생을 무시하거나 나무라지 말아야 한다. 일단, 수업 시작종과 함께 교실에 들어서면 학생들의 졸음을 몰아내기 위해 수업 시작 전에 엎드려 자는 학생을 깨우고, 분위기 전환을 위해 책상 줄을 맞추는 등 새롭게 수업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다음 적절한 발문, 색다른 시청각 자료, 현실적인 관심사로부터 학습 목표를 끌어내 보자. 이어지는 도입과정에서 수업 관련 사진, 신문 기사, 재미있는 이야기로 호기심을 자극하고, 전개 과정에서는 ‘왜’, ‘어떻게’라는 발문을 자주 하고, 자료 활용, 퀴즈, 스트레칭 등으로 수업에 변화를 주자. 특히 수업과 관련된 표정이나, 익살스런 제스처로 수업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중간중간 주의를 집중시키고 강조할 때 말의 변화를 두자. 졸리지 않는 수업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학생들의 웃음이다. 웃음은 지루함을 쫓아내는 묘약이다. 이를 위해 교사의 다양한 몸짓과 표정이 필요하다. 가끔 남의 목소리나 흉내로 웃음을 만들어 내어 주의를 집중시켜주어야 한다. 평소 유머를 준비해 두었다가 가끔 학습 내용이나 교육적인 내용과 결부시켜 인용하거나 걸맞게 사용하면 좋다. 졸리지 않는 수업을 위해 교사는 연극배우가 되어야 하고, 때론 수업을 즐겁게 하는 엔터테이너가 되어야 한다. 수업은 교과 전문가인 교사가 디자인하고 만드는 예술 작품이다. 좋은 수업은 학생들이 지적 호기심을 갖고 기다리는 수업, 참여와 소통이 있는 학생 중심의 수업으로 브랜드가 있는 수업, 졸리지 않는 수업이다.
나는 한국전쟁 직후 시골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중학교에 진학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고,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고등학교 진학 역시 꿈도 꾸지 못했다. 만약 형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지금쯤은 고향에서 촌부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나는 막내다. 막내여서 다른 형제에 비하여 누린 혜택이 많았다. 바쁜 농사철에 주로 힘든 농사일보다 심부름을 많이 했다. 일하는 분들의 점심과 새참을 위하여 막걸리를 사가지고 오는 일, 새참과 점심을 배달하는 일 등이 배당되었다. 물론 가족끼리만 농사일을 할 때는 손 하나가 아쉽기 때문에 일을 해야만 했다. 일을 하다가도 간혹 힘든 일은 면제되는 경우가 있었다. 논에 김을 매는 일을 할 때면 형님들의 사랑 덕분에 논둑에 있는 피를 하천에 옮기는 가벼운 일을 하곤 했다. 산에 나무를 하러 가면 주로 죽은 나뭇가지를 주어오는 일 등이 내가 담당하는 일이었다. 지난 연말 TV 프로그램에 7명의 가족이 출연하여 노래와 연주를 하는 것을 보았다. 가장 큰 누나가 22살이고, 막내가 5살이었다. 아나운서가 가족들에게 식구가 많아서 좋은 점과 불편한 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한 아이가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 다섯남매 중 넷째였다. 형제들이 심부름을 늘 자기한테만 시키는 것이 불만이라고 했다. 서열로 따지면 막내가 있는데도 유독 자기만 심부름을 하는 것이 꽤나 억울했던 모양이다. 예나 지금이나 가족 중에서 막내는 조금은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 아마도 가장 약하다는 생각때문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교육행정 기관에서는 어떤가? 교육행정기관을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면 학교는 가장 막내에 해당한다. 교육부, 교육청, 교육지원청 등이 형이요 누나 뻘이다. 우리나라는 교육과 관련하여 무슨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바뀌지 않는 ‘불변의 진리’가 하나 있다. 먼저 교육부가 언론을 통해 교육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추진계획을 발표한다. 이어 얼마쯤 지나면 교육부에서 구체적인 대책이 나온다. 대책에는 각급 학교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분 아래 보통은 ‘○○ 매뉴얼’이 친절히 포함돼 있다. 또한 이 매뉴얼에는 촘촘하게 체크리스트가 들어있고, 보고해야 할 내용에 관한 것들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 이러면 교육부의 종합대책은 완결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부터다. 이렇게 잘 짜여진 대책들이 정작 학교에서는 공교육 정상화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매뉴얼은 각종 감사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현장 교사들은 수업 시간을 희생시켜서라도 교육당국이 내려보낸 대책의 매뉴얼을 따라 하느라 진땀을 흘린다. 일반적으로 수업을 열심히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벌은 교사로서의 양심의 가책으로 귀결되지만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내려보낸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으면 감사에서 지적 사항이 되기 때문이다. 감사에 지적을 받게되면 위반 내용에 따라 신분상의 행정벌이 부과될 뿐만 아니라 상급자인 교감, 학교장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교사들은 최우선으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이처럼 현장의 실정을 정확히 모르고 만들어지는 대책들은 일선 학교의 교육력을 저하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비근한 예로 학교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을 근절시키겠다며 각 학교에는 학교폭력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대도시 초등학교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역기능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학교폭력대책 매뉴얼은 사건발생과 처리에 대한 절차가 상세하게 규정되어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 교사들은 심한 경우가 아니면 학교폭력대책위원회 개최를 꺼린다. 교사로서 문제가 된 학생을 바른 길로 선도해야겠다는 소명의식이 앞선 탓이다. 또 하나는 우리 반 학생이 학교폭력의 대상자, 특히 가해자가 된 것을 교사의 능력 부족과 학생에 대한 사랑의 부족으로 여기는 경향이 많다. 또 실제로 많은 교사들은 학교폭력대책위원회 규정이나 절차를 잘 모른다. 담당 교사조차 규정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교사들은 학교폭력 사건의 행정처리에 골머리를 썩힌다. 학부모들간 이해가 대립되면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10번 이상 개최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심지어 서울 모 초등학교에서는 교감이 실신하는 지경에 이른적도 있다. 해당 초등학교는 단 한 차례 학교폭력 사건으로 인해 수 개월 동안 교사들이 정상적인 교육활동에전념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었다. 이런 일이 비단 이 초등학교만의 일일까? 불행하게도 이런 예는 너무나 많다. 초등학교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진 일로 학교 측이 '학교폭력' 제재를 내리고 해당 학부모는 이에 불복해 송사로 다투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교육당국은 또 어떤가. 학교폭력에 대처하는 학교와 교사의 고충을 이야기하면 ‘교사로서의 윤리의식이 모자란다.’, ‘책무성이 없다.’는 등으로 몰아세운다.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행정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우선인지 학생에 대한 인간적 선도가 우선인지 혼돈스러울 뿐이다. 교육부 입장에서야 정부 정책에 군소리 없이 따라 오는게 제일 좋을지 모른다. 하지만 학교의 목표는 정책의 충실한 수행이 우선이 아니다. 교사와 학생간 교감이 가장 중요하다. 정부가 원하는 틀만을 고집하는 것이 경우에 따라서는 학교교육력을 위축시키고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교육당국에 두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 가칭 ‘교육정책의 교수?학습영향 평가제’ 실시를 제안한다. 지금까지는 교육부 관료들이 교육정책을 수립할 때, 이 정책이 학교 현장의 교실에 있는 교사들의 수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와 학생들의 학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평가가 없었다. 앞으로는 가칭 ‘교육정책의 교수·학습영향 평가제’ 실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둘째, 교육정책의 시범운영 확대를 제안한다. 지금도 일부 교육정책의 경우 예비 검증 과정을 거치고 있으나 좀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모든 교육정책을 다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그 범위를 교육정책의 내용이 매우 중요하거나, 일선 학교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정책으로 한정하면 된다. 물론 행정부 입장에서는 단시일내 가시적 성과를 내야하는 구조적 한계 때문에 교육정책을 결정할 때, 즉시성에 우선을 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즉시성 못지않게 교육정책의 현장 적합성도 중시되어야 한다. 교육정책은 결과보다 과정과 절차가 더 중요할때가 많다. 단박에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이 교육현장을 지배하면서 일선학교에서 교육 본질인 교수?학습이 경시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다. 얼마 전 인천에서 발생한 아동 학대 사건과 여중생 사망사건은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역시 새로운 교육정책인 ‘사흘간 결석하고 소재 파악이 안 되면 의무적으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는 장기결석 학생 매뉴얼이 등장했다. 바람직한 일이다. 새로운 교육정책 실시가 다시는 과거와 똑같은 우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다만 한 가지, 무작정 책임을 학교 탓으로 돌려 정책을 쏟아 붓기보다는 교육행정기관의 막내인 학교를 좀 더 아끼고 사랑해 줬으면 좋겠다. 아울러 위로는 청와대부터 교육부와 교육청, 교육지원청까지 교육행정기관의 막내인 일선 학교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귀를 기울였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알파고 충격’은 단순히 컴퓨터와 인간의 대결 때문만은 아니다. 1997년 5월 체스 세계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가 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에게 패했을 때도, 2011년 퀴즈쇼 ‘제퍼디!’에서 IBM의 ‘왓슨’이 세계 챔피언을 꺾은 것을 보면서도, ‘언젠가는 컴퓨터가 인간의 영역을 대체하겠구나’하는 막연한 생각을 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10의 170승’ 우주에 있는 원자의 수보다 많다는 무한대 경우의 수를 펼치는 고도의 마인드 스포츠 바둑이 주는 느낌은 달랐다. 지난 3천여 년의 세월을 거치며 연마한 인간의 직관과 통찰력이 그저 5개월여 ‘딥러닝(Deep Learning)’을 통해 키운 기계의 능력 앞에서 너무도 쉽게 한계를 보이는 듯하여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위협받는 인류의 직관과 통찰력 구글은 ‘인공지능을 만든 인류의 승리’라며 축하하고 있지만, 세계의 과학기술자들은 복잡미묘한 심경에 휩싸였다. 왜일까. 속도 때문이다. 과학기술자들은 컴퓨터가 인간의 사고를 넘어서는 지력을 지니려면 족히 십 년은 걸릴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소위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이라는 딥러닝을 통해 무섭게 진보했다. 인간의 뇌, 신경망의 작용을 응용해 만들었다는 인공지능 컴퓨터는 전원과 인터넷만 작동하면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경험을 주고 학습하면서 진화한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그 지적 능력이 무한대가 되는 것이다. 알파고가 작년 10월 판후이 2단과 대국을 끝낸 후만 해도 인류는 ‘그저 흥밋거리’로만 생각했을 뿐,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알파고는 5개월 동안 기보 3천만 건, 한 달에 백만 건의 대국을 치르면서 마치 살아있는 생물이 점점 좋은 방식으로 진화하듯 유전 알고리즘을 통해 더욱더 막강한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심지어 지치지도 않고 24시간 학습이 가능한 알파고의 한계는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그 짧은 5개월 만에 ‘신의 한 수’들을 변화무쌍하게 두는 알파고를 보며 우리는 이전의 막연한 불안감이 아니라 ‘곧 기계가 인간을 대체 하겠구나’라는 위기감이 들었을지 모르겠다. 더욱이 연초 세계경제포럼(WEF)이 낸 보고서에서 이미 아주 가까운 미래(50년도 아닌 5년 만에) 인공지능 등의 기술 혁신으로 무려 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를 하지 않았던가. 벌써 석학들 사이에서는 인간의 삶을 위협할 인공지능 개발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우려 섞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역사는 잠시의 퇴보는 있었을지언정 늘 진보하며 결과적으로 계속 발전해 왔다. 과학기술은 특히나 그랬다. 컴퓨터가 등장한 지난 반세기 남짓 동안, 그 이전 모든 시기를 통틀어도 미치지 못할 만큼의 기하급수적인 발전과 혁명적 변화를 이루어왔다. 따라서 많은 사람의 일자리가 위협받는다고 해도 ‘발전의 급류’를 막지는 못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급류에 휩쓸려 어쩔 수 없이 생존까지 위협받아야 하는가? 인공지능, 결국 인간 상상력과 창의력의 산물 공상과학(SF) 영화계의 거장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지금으로부터 약 반세기 전인 1968년에 선보인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컴퓨터 ‘할(HAL-9000)’의 모습은 지금 봐도 손색이 없을 만큼 그럴듯하고, 놀라우리만큼 예견적 상상력을 보이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경악하는 인공지능도 결국 인간 상상력의 산물인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이 창조한 기계와 힘으로 겨루며 좌절하지 말자. 달리는 사람이 자동차와 겨루지 않고, 디자이너가 대량생산 방직기계와 겨루지 않는다. 이미 만들어진 기능과 성능을 경쟁적으로 고도화하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의 자리를 기계와 다툰다니 의미 없는 일이다. 예술하는 컴퓨터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얼마 전 가디언지에 보도된 AI 트위터봇(Twitterbot)은 신경망을 이용해 사진들을 고흐 풍의 그림으로 바꾸어 준다. 미국 예일대에서 개발한 AI 쿨리타(Kulitta)는 악보와 음계의 조합을 분석해 작곡한다. 그러나 기계가 고흐의 모든 그림 패턴을 익혀 예술품을 만들고, 바흐 곡의 모든 특징을 학습해 바흐 느낌이 나는 작곡을 한다고 한들, 고흐 미술 데이터를 넣은 기계가 바흐 풍의 음악을 작곡하진 않는다. 물론 ‘경험을 통해 능력이 향상되고 매 순간 진화’해 결국 인간의 감성까지 지니게 된 영화 의 ‘사만다’ 같은 게 나온다면 어찌 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상황은 미래학자이자 구글 엔지니어링 담당 이사인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 말한 인간과 기계가 융합하고, 더 이상 미래변화를 예측할 수 없을 것이라는 ‘특이점(Singularity)’이 도래했을 때 생각해 볼 일이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 기함할 창조의 산물들은 모두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성의 결과물이란 것이다. 인간의 창의성은 제약과 한계 상황이 올수록 비약적 발전의 돌파구를 찾는다. 1970년 달을 향해 지구를 떠난 아폴로 13호가 9시간 12분 만에 산소탱크 폭발로 우주미아가 될 위기에 처했을 때, 아폴로 13호의 대원 3명과 우주센터 직원들은 생환을 위한 모든 방안 찾기에 혼신의 노력을 했다. 그 결과 4일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해법을 찾았고, 3명의 대원은 무사히 지구로 귀환할 수 있었다. 이처럼 한계상황과 제약요건(constraints)은 인간의 창의성을 자극하고 발전시킨다. 방직기계가 19세기 초 노동자들을 대체했지만 인공지능의 시대를 맞기까지 번영해 온 것처럼, 인공지능이 21세기의 고급 직종까지 대체할 수 있으나 또 다른 돌파구를 찾을 것이다. 결국 관건은 이러한 창의성을 개발·육성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지속가능한 행복을 위해 혁신하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그래서 역량 함양의 과정과 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더해지는 것이며 전 세계가 창의교육으로 교육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PART VIEW] 맹목적으로 학원으로 내몰 것인가 기계도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시대이다. 기계조차 사람의 정보 주입(input)은 이제 구식(outdated)으로 치부하는 빅데이터의 시대이다. 똑똑함(smart)을 넘어 현명함(wise)까지 갖춘 기계를 보고 있노라면, 기계를 다루는 사람이 주입식으로 외우고 풀고만 있는 현실은 한심하기 그지없다. 인공지능이 의사의 진단과 변호사의 판단을 더 잘하게 되는 시대에 우리는 여전히 아이들을 의사와 변호사로 키우기 위해 학원으로 내몰 것인가. 알파고를 창조한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는 컴퓨터 게임에 미쳤던 이단아였다. 만일 그가 우리 사회에서 자랐다면 평범한 의사나 교수가 되었을지 모른다. 아직까지 우리 교육은 학습이 지나치게 ‘맹목적’이다. 기계가 너무도 많은 것을 대신하는 시대에 ‘자아정체성’ 찾기와 ‘삶의 의미 발견’은 교육에 있어 그 무엇보다 우선적이고 중요한 일이다. 아울러 기계가 갖출 수 없는 능력인 인간 사이의 깊은 상호작용과 공감, 공동체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능력, 급변한 세상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기본 역량 등을 키우도록 안내하고 격려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이 시대에 진정 필요한 핵심 역량 교육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국가교육과정은 좀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아울러 삶의 환경이 되어버린 디지털 문화 속에서 디지털 리터러시와 컴퓨팅적 사고능력을 갖추고 아이디어와 기회를 현실로 바꾸며, 적극적으로 삶과 일에 도전하는 자세를 키우는 것 역시 급변한 시대에 긴요한 역량일 것이다. 두려워 말고, 돌파구를 찾아 도약하자 기계가 나를 대체한다고 두려워하지 말고, 내 삶의 지속가능한 행복과 공동체 번영을 위해 맞닥뜨린 문제들을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교육하자. 이미 많은 나라가 현실 문제를 기반(PBL : problem/project based learning)으로 주체적인 시각을 갖고, 자기주도학습 및 팀별 활동과 탐구를 통해 다양한 문제해결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지식이나 기술은 ‘필요(need)’를 발견하고, 무엇인가를 이뤄 보겠다는 욕구(motivation)가 강하면 자연스레 습득하고 연마될 수 있다. 교사는 학생에게 수단을 가르치기보다 내면의 욕구를 발현시키고 목표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나아가 나의 행복만이 아닌 모두의 행복과 번영을 위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들을 끊임없이 찾고 어려워도 시도해 볼 수 있는 용기를 북돋워 주는 것, 이것이 기계 시대를 이끌어가는 창의적 인재양성을 위해 필요한 교육의 역할 아니겠는가. 경제마저 저성장의 늪에 빠져 우울한 지금, 알파고가 준 충격이 경종이 되어 온 사회가 다시 한 번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학교란 어떤 의미일까? 아마도 그저 대학 진학을 위해 거쳐야만 하는 하나의 과정이지 않을까. 초·중·고 12년간 ‘대학입시’ 하나만 바라보며 교육이 진행되는 지금의 학교 교육은 이미 정상이 아니다. 최근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교육부 간부들과 대학 혁신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대학 신입생을 1년에 두 차례 선발하는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한 바 있다. 대학원처럼 봄(3월), 가을(9월) 1년에 두 차례 뽑아 입시 부담을 분산시켜 보자는 발상이다. 교육당국은 공식적 검토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입시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발언임은 틀림없다. 수능에 목숨 거는 학생과 학부모는 일단 ‘찬성’ 분위기 1년에 두 차례 입시를 치르자는 아이디어의 기본 취지는 ‘수험생들의 입시 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이다. 12년간의 공부가 단 한 번의 시험으로 결정되는 ‘잔인함’과 ‘고통’은 수험생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크다. 대학입시에 실패한 수험생은 1년을 기다려야 다시 기회를 얻게 되며, 그 사이에 경제적 비용과 정신적 부담은 만만치 않다. 또한 수능시험 당일의 컨디션이나 운에 영향을 받는 경우도 있어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따라서 학생과 학부모는 매년 한 차례가 아니라 연 2회로 실시해서 그중 우수한 성적을 반영하자는 이 방안을 찬성하는 분위기이다. 수능 문제에 ‘난이도 조절’과 ‘신뢰도 확보’가 선결 조건 하지만 수능 첫해인 1993년, 8월과 11월 연 2회 실시의 실패를 경험한 교사들의 의견은 다르다. 11월에 시행된 2회 시험의 참여율은 생각보다 저조했고, 1차 수능시험 난이도와 2차 수능시험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면서 학생들의 대학 진학에 혼선이 초래되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이듬해부터 오늘날까지 수능시험은 11월에 단 한 번만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수능시험 난이도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매년 반복되고 있다. 따라서 ‘연 2회 수능’을 실시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수능 난이도 조절과 수능 문제에 대한 신뢰도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즉, 매년 논란이 되는 수능 문제 오류를 없애고 적절한 난이도 확보로 수능 시험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만, 연 2회 실시가 수험생들의 부담을 줄이면서 공정하게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PART VIEW] 수능 시기에 따라 학교 교육이 무력화될 가능성 커 수능을 치르는 시기를 선택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대학입시를 고등학교 3학년 1학기에 한 번, 2학기에 한 번 치른 후, 그중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입시를 진행할 경우를 생각해보자. 3학년 1학기에 수능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교육과정이 2학년 2학기까지 마무리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육과정에 연계된 탐구과목 선택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선행학습이 크게 성행하고, 고교 3년의 교육과정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기 힘들어 지금보다 학교 현장이 더 무력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수능을 2학기에 두차례 실시하면 어떨까? 9월에 수시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현 상황 속에서 10월, 12월 또는 10월, 11월에 수능이 시행된다면 수시 선발을 위한 대학별 고사 진행은 어려워질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 수시 선발에 대한 큰 틀의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사교육 시장의 확대 가능성 무시 못 해 수능을 치르는 사회적 비용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연간 2회 운영으로 소모되는 사회적 비용도 문제지만, 더 큰 우려는 사교육 시장의 확대 가능성이다. 사교육 시장은 분명 1차 시험이 끝난 후 2차 시험에 대한 예측 분석과 함께 ‘속성 수능 2차 대비반’ 등과 같은 교육과정을 발 빠르게 운영할 것이다. 또한 3년 과정을 2학년까지 끝내야 하는 학습량 부담으로 지금보다 더 많은 학생이 사교육 시장으로 발길을 옮길 것이다. 또한 일 년에 두번 치러지는 수능과 대학입시, 입학 전형을 위해서는 더 많은 진학 컨설팅과 대입 준비가 필요할 것이며, 학생과 학부모의 ‘욕구’도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다수의 학생을 담당해야 하는 교사가 과중한 진학부담을 감당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외부 사교육이 중심이 되는 컨설팅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현 입시제도 틀을 유지하는 한 ‘불가능’ 1학기때 대입 수시합격자가 나옴으로써 공교육이 공백기를 초래했던 수시모집 초기를 생각해보자. 수시 합격생들은 모두 학원이나 자신이 합격한 대학의 예비학교 과정에 참여함에 따라 학교에 남겨진 학생들의 상실감과 부담감은 이루말할 수 없이 컸다. 따라서 대학 신입생을 3월과 9월 두 차례 입학시키자는 ‘연 2회 대학입시’는 지금의 대학 전형 틀 안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앞서 말한 바 있듯이 3년 과정을 2학년까지 마무리 지어야 하는 학습량 부담은 오히려 지금보다 더 일찍 대입을 포기하고 학교 교육과정을 이수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입 제도의 개선은 필요하다. 지금의 1회 수능실시와 대학입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 교육자들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논의해야 한다. 하지만 기본적인 대학입시의 틀을 변화하지 않고는 어렵지 않을까. 수능 시험은 일종의 자격고사 의미로 축소하고, 대학의 학생 선발권이 확보되고, 대학의 고등학교 교육과 평가에 대한 신뢰가 구축되어야만 수능에서 벗어난, 다양한 방식으로의 학생 선발과 대학입시가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고등학교의 교육과정 역시 정상적으로 돌아올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일반직 승진 인사문제로 홍역을 치뤘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인 문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시행된 일반직 5급 승진평가에서 관리번호 사전 누출 등의 의혹에 휘말렸고, 공무원노조에서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그러나 이후에 시행된 교육전문직 인사는 적잖은 이들이 코드·보상·의리 인사를 의심할 수 있을 정도로 원칙없이 단행됐다. 진보성향 교육감의 무원칙 인사, 도를 넘었다 통계청 조사결과 지난해 초·중·고등학교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24만4000원으로 정부에서 사교육비를 조사한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최근 3년간만 비교했을 때 사교육비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전북이었고, 이어서 경기, 충남, 서울, 인천 순이었다. 이른바 진보교육감들이 수장으로 있는 지역들이다(조선일보 2016.2.17.). 사교육비 증가는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학력저하에 대한 학부모의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렇듯 교육의 근본이 흔들리고 있음에도 진보교육감들은 법과 규정을 교묘히 활용하면서 자신들의 입지를 넓혀가는 것에만 주력하고 있는 느낌이다. 멀리 볼것도 없이 당장 무상급식 도입으로 교육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으며, 누리과정 예산확보를 두고 교육부와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는 등 학교 현장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여기에 올해 3월 1일 자 교원인사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처사로 많은 교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문제는 이같은 행태가 학교의 자율성은 물론 교육의 본질마저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사교육비 증가는 물론 교육재정부터 인사까지 진보교육감이 수장인 시·도 교육청에서만 논란이 불거지고 있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무상급식 전면시행으로 교육재정이 악화되고 있으나 근본적인 처방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교육예산을 아낀다며 학교운영비 중 일부를 절반으로 삭감했다. 올해도 학교운영지원비는 증액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학교들은 우중충한 환경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으며 공공기관 중 가장 환경이 열악하다는 평가마저 받고 있는 실정이다. [PART VIEW] 선거 공신들 파격 승진, 대다수 교원들에게 박탈감 안겨 교원인사도 마찬가지다. 모든 인사는 법과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조직의 안정과 신뢰는 공정한 인사가 전제돼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꺼번에 몇 단계씩 뛰어넘는 인사라면 비록 절차에 어긋남이 없다 하더라도 다수의 교사들이 쉽게 납득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지난 3월 인사에서는 평교사가 혁신학교의 외부 평가를 무력화시키고 자체 평가를 이끌어냈다는 공로로 연구관으로 파격 승진했다. 일선 교원들의 의욕을 꺾어버린 인사는 또 있다. 실명을 밝히기는 곤란하지만 평교사가 전문직의 꽃인 교육청 교육국장에 임명되고 사립교원 특채과정에서 물의를 빚어 징계를 받은 적이 있는 교원이 산하 기관장으로 영전한 사례도 있었다. 기존의 상식을 뛰어 넘는 파격인사는 시도간 경계마저 허물어 버렸다. 지방의 한 교육청은 기관장을 공모하면서 응모 대상을 전국단위로 확대, 타 시도 교원노조 간부 출신을 임용하는 ‘용단(?)’을 내렸다. 교육공무원법과 인사관리규정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지역 교원들에게 박탈감을 안겨준 것 만은 분명하다. 교육감 측근 인사들의 광폭 인사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대목이다. 교육감비서로 활동하던 파견교사 모 씨는 지난 3월 인사에서 공모교장에 임용됐다. 또 다른 시도교육감 비서실장은 관내 산하단체 기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능력 있고 교사와 학부모가 원해서 기관장과 공모교장에 오를 수 있었겠지만 교육감의 후광과 영향력을 의심하는 눈초리도 따라 다닌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의 가능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코드인사 또는 내사람 봐주기니 하는 구설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학교 현장에서는 교감이 되기 위해 0.001점을 두고 교사들끼리 다투고 있다. 0.001점 때문에 승진의 명암이 엇갈리는 것이 현재의 승진구조다. 승진문제로 자살까지 불사하는 교사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가 교육연구관으로 두 단계나 승진하는 것은 전쟁에서 무혈입성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교육감 잘 만나서 두 단계를 뛰어넘는 교사가 나온 것이라면 누가 열심히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을까. 교장은 더더욱 어렵다. 교사 출신으로 교장이 되기 위해서는 교감경력을 최소한 6~7년 쌓아야 한다. 평교사에서 교장까지는 30년 정도의 긴 시간 동안 각고의 노력을 해야 가능하다. 그것도 극히 일부의 교사들만 교장까지 승진할 수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더라도 막상 교장으로 임용되면 학교경영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드가 같고 선거에서 도움을 주었다고 보상인사를 밀어 붙인다면 이것은 명백한 인사권 남용이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교육부에서는 지난해 교육공무원임용령을 개정하였고, 서울시교육청은 이에 맞게 인사관리원칙을 개정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또다시 규정을 무시하면서 평교사를 산하기관 연구관으로 승진시킴으로써 논란을 촉발시켰다. 교묘한 인사 규정으로 교육부 제재 벗어나 현행 ‘장학관, 연구관은 교장, 교감 관리직 경력 1년 이상인 자로 임용(교육공무원임용령 제9조의 2)’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인사는 ‘교육공무원임용령’*을 반영해 서울시교육청이 개정한 ‘2016학년도 중등학교 교원 및 교육전문직 인사관리원칙**’의 제17조 1항’(2016년 3월 1일 자 시행)을 스스로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시교육청은 박사학위 소지자이기에 가능했다는 해명을 하고 있지만 그런 조건이 충족된다 해도 서울시교육청의 인사관리원칙에는 그런 조항이 없다. 경위야 어찌됐든 교사가 관급으로 전직한다는 것은 수많은 교사에게는 특별한 ‘널뛰기 승진’으로 비쳐질 뿐 어느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인사가 되고 말았다. 만에 하나 이들이 교육감 당선에 일등공신 역할을 한 교사라면, 그리고 그런 사실이 인사에 영향을 미쳤다면 이것은 공직선거법에 저촉될 수도 있다. 교육전문가들은 교육감이 선거 논공행상으로 파격인사를 일삼는다면 이것은 국가공무원법 제65조(정치 운동의 금지) 및 공직선거법 제9조(공무원의 중립의무 등) 위반에 해당된다고 한다. 승진이나 전보등에서 혜택을 본 교사는 물론 보상인사를 실시한 교육감 모두 예외가 아닌 것이다. 인사횡포 막을 교육감 선출방식 개선 필요 교육감의 인사 전횡은 교육감의 막강한 권한에서 찾을 수 있다. 일반직과 전문직 인사의 전권을 모두 교육감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막강한 권한을 견제할 만한 마땅한 장치도 없고, 설사 제재 수단이 있다 하더라도 쉽게 적용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폐단을 없애기 위해 교육감직선제를 개선하자는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이제 직선제는 교육감 선거에서만큼은 장점이 거의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인사는 물론 정책수립에서도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직선제를 그대로 둔다는 것은 원칙 없는 교육정책의 반복적인 추진을 지켜보아야 한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직선제 옹호론자들의 주장처럼 직선을 통해 다수결로 선출하는 것이 항상 옳은 방법이 아니기에 개선되어야 한다. 직선제를 폐지하고 간선제로 가는 것이 무조건 옳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현행처럼 선거 과정에서 불법이 난무하고, 교육계 수장이 정치에 휘말리고, 인사에서 횡포를 일삼는 행위 만큼은 최소한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을 흔히 듣는다. 이 말은 능력 있는 인재를 발굴해 적재적소에 앉혀야 조직이 잘 굴러가고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잘못된 인사로 조직에 해가 되거나 인사권자의 능력이 평가절하될 때는 ‘인사(人事)가 망사(亡事)’라는 말로 깎아내리기도 한다. 따라서 인사와 관련해 공직자의 중립성과 권위를 보장하면서 인사 청탁은 철저히 배제하고 누구나 공감하고 예측 가능한 인사를 단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사 원칙은 공정성과 투명성에 있다. 공정하지 못한 인사는 설득력이 떨어져 결국 조직의 힘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인사는 만족도가 30%에도 못 미칠 정도로, 잘해도 못해도 욕먹는 일이다. 혜택을 받은 사람이 있으면 반대로 불이익을 당했다는 쪽이 있어 인사는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도 나온다. 선거공신들의 청탁을 배제하고 주민여론을 정확히 파악해 ‘탕평인사’를 함으로써 균형적인 인사시스템이 자리를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인사의 원칙을 세워서 하는 일들이 시스템화된다고 해도 정작 중요한 것은 이를 실행하고 결정하는 인사권자의 의지이다. 교육 발전을 향해 멋지고 원활한 항해를 이끌 인사권자의 혜안(慧眼)을 기대해 본다.
서울시 노원구 중계동에 위치한 미래산업과학고등학교는 2010년 발명특허 특성화고등학교로 지정되면서 STEAM by RSP(Reverse Science from Products)라는 독창적인 교육방법론을 개발했다. 신입생이 입학하면 모든 학과가 공통으로 1년 동안 STEAM by RSP 교육을 받는다. 제품 속에서 과학적 원리를 배우고, 그 원리를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하면서 발명마인드를 갖도록 하는 수업방법이다. ‘발명가를 만드는 수업이냐’고 오해할지 모르지만 발명은 단지 도구일 뿐, 이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창의성 교육 즉,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교사에겐 ‘찬사’, 학생에겐 ‘꿈’, 학교에 ‘생기’ STEAM by RSP 수업방법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선생님 존경합니다. 최고입니다.”라는 학생들의 찬사와 “우리 아이가 고등학교에 와서 학교생활을 너무 재미있게 지내서 행복하다.”는 학부모님들의 격려일 것이다. 과거의 방식으로 가르쳤을 때는 들어본 적이 없었던 칭찬이었다. 학생들이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의 독창적인 생각에 고무되어 매 수업마다 한 명의 낙오 학생 없이 즐겁게 참여한 덕분에 들을 수 있었던 칭찬이었다. 두 번째 변화는 ‘꿈’이 생긴다는 것이다. 발명특허과 2학년에 재학 중인 강현지 학생은 중학교 때만 해도 국·영·수 기초가 부족해서 학교 다니는 것이 재미없어 방황을 많이 했다. 하지만 이 학교에 입학하면서 180도 달라졌다. 머리 아픈 영어, 수학을 못 해도 전공과목인 발명관련 과목이 너무 재미있고, 수업 중에 친구들로부터 기발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잘하는 친구라고 인정을 받으면서 모든 것에 자신감이 생겼다. 복도에서 만나면 “선생님 다음 시간에는 어떤 과제해요?”하며 수업을 기다리는 이 학생은 졸업 후 변리사가 되겠다는 꿈을 품었다. 세 번째 변화는 학교에 ‘생기’가 돈다는 것이다. STEAM by RSP 수업을 1학기 동안 진행하고 나면 2학기 때는 학생들의 얼굴이 발랄해지고, 자신감에 찬 모습으로 변한다. 복도에서 만나면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하고, 수업에 열정적으로 참여한다. 무기력 했던 학교에 놀라운 변화가 생긴 것이다. STEAM by RSP 수업 과정 수업은 보통 3시간 연속으로 진행되며, 분반 수업으로 한 반에 13명이 참여한다. 모든 과정은 2인 1조를 기본으로 한다. [PART VIEW] 체험시간 1단계 : 2인 1조가 독자적으로 하나의 제품 제작해보기 _ 20분 제품 제작을 시작하기 전에 완성된 작품을 동영상으로 1분간 보여 준 후, 20분 동안 제품을 완성하도록 한다. 20분이 지나면 완성도와 관계없이 모든 작업을 마치게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학생들에게 제작 절차와 방법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엄청난 고민을 통해 직접 원리와 제작 방법을 찾아내도록 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어떻게 하라는 거야”, “아! 짜증 나” 등 난리를 친다. 심지어 “선생님은 만들 수 있어요? 한번 해 보세요?”라며 도전적인 말까지 내뱉곤 한다. 하지만 교사가 할 수 있는 답변은 하나이다. “두 사람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봐.” 인내를 갖고 같은 말만 되풀이하면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이 1교시 처음 20분 동안 교사가 해야 할 일이다. 2단계 : 7개 팀별로 ‘멘토’ 되어 토의하기 _ 30분 나머지 30분 동안은 완성도가 낮은 팀의 작품을 먼저 골라 다 같이 문제해결을 위한 토의를 시작한다. 이때 완성도가 높은 학생들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문제해결방법을 제시한다. 물론 정답이 아닐 때가 많다. 이럴 때는 교사가 “이럴 경우 문제가 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라며 모든 학생에게 질문을 던지고, 각자의 생각을 서슴없이 제시하면서 스스로 해답을 찾도록 조력한다. 또한 학생들이 제시한 의견의 장점과 기발성, 참신성 등을 칭찬하고 격려한다. 이런 과정으로 2∼3개 팀을 진행하면 학생들은 자기 팀의 작품에 대한 문제점과 문제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게 된다. 1교시 체험시간을 거치는 동안 학생들은 비록 작품을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의미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또한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을 즐길 줄 알게 되며, 뭔가 직접 해냈다는 성취감을 만끽하게 된다. 탐구시간 3단계 : 작품 속에 숨어있는 과학적 원리 탐구하기 _ 20분 2교시에는 작품 속에 숨어있는 핵심적인 과학적 원리를 20분 정도 간략히 소개한다. 4단계 : 원리를 이용한 제품 50가지 소개하기 _ 30분 원리 이해를 마친 후에는 이러한 원리를 이용한 제품 50가지 정도를 PPT 영상으로 보여준다. 각각의 제품이 어떤 목적으로 발명되었고, 발전 원리는 어떤 것인지 다 같이 토의하면서 진행한다. 2교시 탐구시간은 과학적 원리가 응용되어 있는 다양한 제품들을 살펴보면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창출해 내기 위한 시간이다. 실제로 STEAM by RSP 수업 결과 매년 많은 학생이 각종 창의 및 발명대회에서 입상하고 있으며, 졸업할 때까지 최소 1개 이상 특허출원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 학교에서 기업과 기술을 거래한 실적은 4건이고, 그중 상품화 된 것은 2건이다. 토의 · 발표시간 5단계 : 팀별로 아이디어 고안하기 _ 30분 2인 1조로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제품 아이디어를 고안하도록 한다. 인터넷을 활용하여 자료 수집을 하거나, 상호토론을 통해 최종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한다. 도출된 아이디어는 화이트보드에 도면으로 작성하고, 발명 동기와 발명 내용, 기대효과 등의 내용을 작성한다. 6단계 : 팀별 발표(영어 우리말) 및 질문하기 _ 20분 아이디어 작성이 끝나면 7개 팀에게 각각 1분씩 발표시간을 준다. 2명이 서로 번갈아 가며 한 명은 영어로, 다른 한 명은 우리말로 발표한다. 물론 영어가 서툴러서 구글번역기를 사용하기도 하고, 학생 수준에 따라서 콩글리시와 바디랭귀지로 의사전달을 시도할 때도 있다. 하지만 영어 실력보다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데까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자신의 생각을 풀어 놓는다는 것에 자체가 교육이다. 발표가 끝나면 각 팀당 2분씩 질문시간을 준다. 교사는 학생들이 부정적 내용의 질문이나 상대를 폄하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지도한다. 또한 가장 기발하고 창의적인 질문이나 답변에 대해서 격려하고, 개선 방향을 조언한다. 학생의 아이디어가 충분히 시장가치가 있고 향후 관련 분야에 관해 더 많이 공부한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조언도 빼놓지 않는다. 생각하게 만드는 교육, 이것이 수업의 키워드다.
우형식 춘천한림성심대학 총장이 지난 2013년 금오공대 총장직을 훌훌 벗어버렸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사람들은 놀랐다. 엘리트 관료 출신으로 탄탄대로를 달리던 그가 지방의 조그만 전문대학으로 자리를 옮길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탓이다. 봄꽃이 앞 다투며 꽃망울을 터뜨리던 3월, 대학캠퍼스에서 만난 우 총장은 여전히 활력이 넘쳤다. “행복합니다. 학생들한테 뭔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현실이 너무 행복합니다.” 소외되고 위축된 학생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그는 말했다. 한림성심대학은 지난해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최우수대학으로 선정될 만큼 알짜 대학이다. 대학 재단도 튼튼하고 학생들 취업률도 최상위권이다. 우 총장의 트레이드마크는 거침없는 돌직구. 언제 어디서건 할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교육부가 친정이지만 관료주의 폐단을 따끔하게 지적하고 전문대학이 처한 현실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새교육과 가진 인터뷰에서 “말로만 직업교육 활성화니 청년 실업 해소니 하지 말고 전문대학에 관심 좀 가져 달라”고 호소했다. ‘전문대학이 강해야 나라가 강해진다’는 말이 오래도록 귓전에 남았다. 지난해 교육부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됐습니다. 우리 대학은 학생평가, 현장실습교육, 학습역량 지원, 진로 및 심리상담 지원, 취·창업 지원, 학생충원율, 졸업생 취업률, 현장중심교육 등 학생이 꿈을 설계하고 그 꿈을 실현시키는 취업 분야에서 만점을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학생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교육을 제대로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취업률은 어느 정도인가요? 한 75%쯤 됩니다. 서울 등 수도권 전문대학들이 대략 60% 수준인 것에 비하면 높은 수치지요. 사실 학생 취업은 당사자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해당 지역의 산업인프라가 얼마나 갖춰져 있느냐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예컨대 산업단지 주변 대학들은 한 5~6% 더 먹고 들어가는 셈이지요. 강원도처럼 산업 시설이 빈약한 곳에서 이 정도 취업률을 보인 것은 평가받을만하다고 자부합니다. 단언컨대 우리 학교 학생들 정말 공부 열심히 합니다. ‘책임교육’ 방식을 도입,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들었습니다. 우리는 작년부터 교수와 학생을 멘토와 멘티로 묶어 졸업 이후까지 관리하는 평생지도교수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교수들이 신입생들을 n분의 1로 나눠 맡아 책임교육을 실시합니다. 자신이 담당하는 학생은 졸업하고 취직한 이후까지 계속 관리하는 시스템입니다. 학생들 숟가락 숫자까지 알 수 있도록 항시 만나고 소통하면서 좋은 직장에서 오래도록 근무할 수 있게 도움을 주자는 것이죠. 교수들이야 일이 많아지니까 힘들고 괴롭겠지만 학생들은 무척 좋아합니다. [PART VIEW] 인성교육 잘하는 학교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뭐 특별한 거 없어요. 학생들이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용기와 희망을 주는 데 주력하고 있을 뿐입니다. 상위권 대학 학생들이야 그냥 내버려둬도 뭐든 잘하지요. 성취동기도 강하고요. 하지만 하위권에 있는 학생들은 정반대입니다. 제가 이 학교에 와보니까 경제적으로 어렵고 공부도 썩 잘하지 못해 심리적으로 위축된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이 친구들한테 희망을 심어주고 대한민국 국민으로 자랑스럽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북돋워 주고 싶었습니다. 리더십캠프와 레벨 업(Level up) 등 특별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함께 영화 관람도 하면서 자신감을 끌어 올리는 데 주력했습니다. 단 한 명의 낙오자도 없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 제 꿈입니다. 전문대학 경영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요. 정부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중요한데 현실은 안타까울 뿐 입니다. 걸핏하면 직업교육이 중요하고 청년실업 해소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정작 직업교육에 대한 정부지원은 빈약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전문대는 고등직업교육기관이죠. 그런데 교육부 예산은 연간 3천억 원 정도가 전부예요.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한국폴리텍대학은 같은 직업교육기관인데도 전문대에 비해 40배 정도 더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말로는 직업교육활성화 한다고 하면서 막상 예산심의할 때 보면 서울대나 카이스트 등 명문대에는 (예산을) 펑펑 쏟아붓는데 전문대에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아요. 현장 기능인을 양성하는 전문대가 건강해야 나라가 건강해지는 건데…. 교육 당국이건 정치권이건 교육에 대한 철학이 너무 없어요. 전문대학 재정이 얼마나 어려운가요? 한마디로 재정위기를 넘어 재정절벽에 부딪혀 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전문대학 정원이 평균 3~4천 명 정도 돼요. 대부분 대학들이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데 학생 수는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또 반값등록금이다 뭐다 해서 동록금이 동결되다 보니 결손액이 적게는 3억, 많게는 7억 원 정도에 이릅니다. 매년 적자는 누적되는데 인건비 등 운영비는 늘어나는 추세이고, 숨이 턱턱 막히는 실정입니다. 웬만한 전문대학들 모두가 적자 경영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우리 학교도 예외가 아니죠. 학생들에 대한 교육서비스는 늘려야 하는데 돈은 없고, 결국 올해 초 학교 청소를 해주시는 몇 분을 해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자리에 근로 장학생을 둬 청소를 대신하게 했어요. 가슴 아픈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그래서 대학들이 교육부 재정지원사업에 매달리는 거군요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말 그대로 정부 재정지원사업에서 탈락하면 끝입니다. 대학마다 죽기 살기로 하는 거죠. 우리 대학을 예로 들면 한 해 등록금 수입이 180억 원가량 됩니다. 그런데 링크(LINK)사업이나 특성화사업을 따내면 40억 정도 예산이 들어와요. 얼마나 큰 액수입니까. 이것으로 실험실습 장비 구입하고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 운영하고…. 교육 질을 높이는 데 요긴하고 쓰고 있습니다. 만약 이게 끊어진다면 끔찍한 일이죠. 정부만 쳐다볼 것이 아니라 대학도 수익 다변화를 모색하는 등 뭔가 자구노력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전문대학에 누가 돈을 주겠습니까. 정부도 외면하는 실정인데. 재벌이 돈을 주겠어요, 그렇다고 학부모들이 기부를 하겠습니까. 또 설사 기부를 허용한다 해도 ‘빈익빈 부익부’처럼 명문대에 쏠리지 지방 전문대를 쳐다나 보겠어요. 어설프게 수익사업을 벌였다간 털어먹기 십상인 데다 대부분 사학은 법인부담금조차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영세합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수익사업을 요구한다는 것은 현실을 전혀 모르는 난센스입니다. 결국 뼈를 깎는 아픔을 감내하고서라도 매달릴 데는 정부뿐인 것이죠. 대학 숫자가 너무 많은 것 아닙니까? 너무 많죠.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대학을 없앨 수도 없는 실정이죠. 해당 지역에 주는 충격도 있고 법적 쟁송의 대상이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입게 되니, 하는 수 없이 모든 대학이 정원감축을 해가면서 고통분담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방식도 한계가 있어요. 규모가 작은 대학들이 언제까지 정원을 줄여나갈 수 있겠어요? 제도개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현재 국회 계류 중인 대학구조개혁 법안이 통과돼 유지 경영이 어려운 대학들은 스스로 문을 닫을 수 있게 퇴로를 열어주는 출구전략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대학관계자들을 만나면 입버릇처럼 대학에 대한 규제가 너무 심하다고 합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볼게요. 링크(LINK)사업이라는 게 있어요. 교육정책과 취업률 제고를 위해 산학협력 모델을 창출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인데 이것을 담당하는 사업단장 임기가 5년입니다. 교육부가 훈령으로 못을 박아 둔 것이죠. 한사람이 오래 해야 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교육부 논리인데 말이 안 돼요. 실적이 나빠도, 경영에 문제가 발생해도 총장이 단장 교체를 못 합니다. 몸이 아파 도저히 업무를 수행할 수 없거나 연구년 등으로 1년간 쉬어야 할 때를 빼고는 교체할 길이 없는 것이죠. 교육부가 주는 링크 사업비가 5억 원 정도 돼요. 시쳇말로 돈 5억 주면서 총장인사권을 차단해 버린 것입니다. 대학 보직교수의 평균 재임 기간이 2년인 것에 비춰보면 형평에도 맞지 않습니다. 이런 과잉 규제가 어디 있습니까. 창피한 일입니다. 왜 이런 기형적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죠? 교육부가 ‘총장들이 인사권을 전횡한다’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한쪽(교수들) 말만 듣고 행정을 하다 보니 이 지경까지 왔네요. 대학자율화 문제를 안 여쭤 볼 수 없습니다 교육부가 추구해야 할 변치 않는 가치가 있어요. 대학자율화와 대학경쟁력 강화가 그것입니다. 다시 말해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대학의 자율성이 반드시 전제돼야 하는 것입니다. 미국대학들이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했기 때문입니다. 유럽의 대학들이 왜 추락했을까요? 정부의 규제 때문이에요. 지금 교육부 관료들이 대학구조조정이니 반값등록금이니 하는 정책들 때문에 대학을 평가하고 일정 부분 규제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대학자율성은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는 핵심 철학을 꼭 간직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 마음가짐 없이 행정을 한다면 한국교육은 결코 선진국 수준으로 뛰어오를 수 없을 것입니다. 교육부에 아쉬운 게 많은가 봅니다 현장에 와 보니 교육부가 왜 고생을 하고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는지 알 것 같아요. 책상에서 아무리 열심히 해도 현장에선 난센스 취급받는 게 많거든요. 공무원들이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일해야 하는데 그 점이 부족해요. 대학들 속옷까지 규제하려 들것이 아니라 문제 예측력과 대응능력을 기르고 국민들이 원하는 니즈(needs)를 찾아 정책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교육현장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초·중등 교육현장에서는 교육부와 소위 진보성향 교육감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교육감직선제가 문제라는 지적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왜 직선제 폐지론이 대두됐을까 생각해보면 교육문제가 너무 이념대결로 치닫기 때문 아닌가 싶어요. 교육감들이 끼리끼리 모여서 연대하고 1인 시위를 하던데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아이들 교육은 뒷전으로 미룬 채 이데올로기 공방을 벌이는 것을 보면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 참 힘들고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처럼 갈등과 분열이 계속된다면 교육감 직선제가 능사는 아니라고 봅니다. 새로운 방법을 고민해야겠지요. 오랜 공직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경계하고 곁에 두는 좌우명은 무엇입니까? 서산대사가 지은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란 시를 좋아합니다. 눈 내린 들판을 걸을 때 함부로 어지럽게 걷지 말라는 내용인데 바르고 열심히 살아가라는 말씀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의 시작, 입학사정관제 그리고 교육이력철 학생부종합전형은 입학사정관전형으로부터 시작된다. 입학사정관전형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자. 그 시작은 2005년 교육혁신위원회에 닿아 있다. 위원회는 ‘2008 대입시 개선안’을 만들면서 교육개혁 핵심 정책으로 ‘교육이력철’과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제시한다. 교육이력철은 수능 중심의 대입전형 선발을 탈피하기 위해 제시된 핵심 전형자료였으며, 교사가 관찰하고 파악한 ‘학생 성장을 담은 기록물’의 개념이었다. 문제는 당시 이런 교육이력철 기록을 정성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대입전형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위원회는 대학이 교육이력철 기록을 전문적으로 사정할 수 있도록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했다. 즉, 교육이력철과 입학사정관제는 중등교육 개선과 대학입시전형이 밀접하게 연관된 정책이었다. 그러나 교육이력철은 많은 반대에 직면하여 진행되지 못했고, 입학사정관제만이 시범 도입 정도에 그쳤다. 이명박 정부 들어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입학사정관제를 정규 대입전형으로 도입했다. 해가 거듭될수록 주요 대학 중심으로 전형은 급속히 확대되었다. 심지어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내 대입전형을 100% 입학사정관제로 시행하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입학사정관제를 반대하던 이들은 “입학사정관제의 급격한 확대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던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로 서열화된 상위권 고교의 내신 불리함을 해소하려는 조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로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특목고 특혜 시비가 끊이질 않았다. 특히 더 본질적인 문제는 바로 교육이력철이 없는 입학사정관제의 도입, 그 자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 시기의 입학사정관제는 학교와 학생에게 일부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하면서 대입전형에 연착륙을 시도했다. 이때 의미가 있었던 입학사정관전형의 장점을 세 가지로 살펴본다. 입학사정관전형의 세 가지 장점 첫 번째 장점은 당시까지 객관성과 공정성만을 중시했던 대입전형에 다양한 평가 방식을 접목시킨 것이다. 입학사정관제 도입으로 전국의 학생을 수능, 그것도 표준점수와 백분위, 등급까지 사용해서 한 줄로 세워 대학에 보내야 공정하고 객관적이라는 오랜 믿음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내신 점수가 떨어져도 다른 비교과활동을 통해 더 적격자로 평가되면 선발이 되는 정성적인 평가가 시행되었는데 이는 놀라운 패러다임의 변화였다. 둘째는 비교과활동이 중시됨으로 학교의 다양한 활동이 살아났다는 점이다. 독서·봉사·리더십?체험·동아리활동은 당시까지 고등학생에게는 금지된 활동이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비교과활동을 열심히 하는 학생은 대학을 포기한 학생이거나 모든 것을 잘하는 슈퍼맨 같은 극소수의 학생이었다. 그런데 입학사정관전형 도입으로 이 다양한 활동의 의미가 살아났다. 학생회장이 되고 싶다는 학생은 공약을 내걸고 선거운동을 벌였다. 예전에는 진로 고민을 하면 일단 수능부터 잘 보라고 얘기했지만, 입학사정관전형 도입으로 학교에서 적극적인 진로체험활동이 강조되었다. 이를 통해 많은 학생이 적성과 소질에 따른 진로를 결정할 수 있었고, 구체적인 꿈을 갖고 진학하는 학생도 훨씬 늘어났다. 셋째는 미약했지만 수업과 평가의 혁신이 가능하게 되었다. 당시까지는 다양한 수업 방식과 논술평가를 하는 교사를 아무도 좋아하지 않았다. 오로지 수능을 대비한 일제식 설명 수업을 잘하는 교사만이 유능하다고 인정받았다. 그런데 입학사정관전형의 도입으로 학교생활기록부의 교과별 특징란에 ‘뭔가를’ 메꿔 넣어야 했다. 특히 다양한 수업과 좋은 평가를 하는 교사는 그 과정을 통해 학생의 교과별 특징을 세밀하게 살필 수 있었고, 이를 학교생활기록부에 담았다. 교과성적보다 교육활동이 중시되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세 가지 장점과 낮은 선발 비율로 입학사정관전형은 큰 무리 없이 교사·학생·학부모에게 받아들여졌다. 문제는 입학사정관전형이 학생부종합전형으로 급격히 확대 개편되면서 생겨났다. 취지는 좋았으나 가장 본질적인 문제인 중등교육의 개선 없이 비교과 영역만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비교과를 중시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의 세 가지 단점 첫 번째 단점은 특목고와 자사고가 학생부종합전형에 눈을 돌리면서 비교과 영역 강조가 전형의 공정성을 해치는 문제로 불거진 것이다. 앞서 학생부종합전형이 공정성과 객관성을 넘어 타당성의 정신을 구현할 수 있다고 했는데, 비교과 영역을 지나치게 중시함으로써 오히려 공정성 논란에 불을 지피는 상황으로 변질되고 말았던 것이다. 또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되면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수능이나 논술전형에 주력하던 특목고와 자사고가 적극적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면서 전반적인 비교과 활동의 질과 양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비교과 영역이 학교의 여건, 학생의 경제적 능력에 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비교과의 과도한 경쟁을 막고자 학교 내 활동으로 제한했지만, 그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학교 간 차이도 문제지만 더 직접적인 관건은 어떤 담임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는 점이다. 아무리 뛰어난 학생도 불성실한 담임교사를 만나면 학생부를 채울 방법이 없다. 반면에 학생 활동을 잘 조직하고 기록에 뛰어난 교사는 학생의 활동을 잘 포장하고 의미를 부여하여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매우 유리하게 만들어줄 수 있었다. 둘째, 본질적인 교과 영역 개선 즉, 수업과 평가와 기록의 개선에 대해 학생부종합전형은 태생적인 한계를 보인다. 교육이력철과 분리된 상태에서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는 바람에 정작 학생의 학습능력을 평가할 내용이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또 비교과 활동을 강조한 것이 초반에는 학교에서 다양한 활동이 살아나는 장점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모든 것이 스펙으로 변질되었다.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공부밖에 하지 않는 고등학생이 언제 그 많은 활동을 다 하겠는가? 학생은 다방면에서 슈퍼맨이 되기를 강요받고, 고통은 가중되었다. 비교과 영역은 물론 교과 영역까지 모두 준비해야 하는 교사와 학생의 상황은 안중에도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셋째, 이 전형의 드러나지 않는 심각한 문제는 학생과 교사를 위선자로 만드는 것이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초·중·고 12년 동안 배움의 시간을 보내고 그 결실로 대학에 진학하여 마음껏 학문 탐구와 다양한 자아실현 기회를 얻어야 할 학생들이 합격을 위해 거짓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한 것이다.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의미도 모르고 기억도 나지 않는 수많은 활동에 이것저것 의미를 부여하고, 면접에서 물어볼까봐 자신의 활동을 외우고 있는 학생들. 그런 학생을 잘 포장해주면 유능한 교사로 인정받는 역기능이 교육현장 곳곳에서 발생했다.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모습은 없고, 만들어준 각본대로 면접을 치르며 진학하고, 그마저도 기회가 없어 낙방의 고배를 마셨던 학생은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말도 안 되는 인재상을 강요하는 촌극이 교육현장 곳곳에서 벌어졌다. 학생부종합전형전형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학생부종합전형은 갈림길에 섰다. 도입 초기의 신선한 충격과 이에 따른 학교·학생의 변화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비교과 영역의 강조로 인한 불공정성과 학생?교사의 어려움만 커졌다. 학생부종합전형에 지친 이들이 수능 100%, 아니면 예전의 학력고사로 돌아가자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의 전인적 능력이 공정하게 평가되고 대학의 특성이 반영된 학생이 선발된다면 학생부종합전형은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가장 큰 특징은 통합과학 신설이다.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이 하나로 묶여 단일교과로 운영된다. 그런 교과목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린 것이 ‘멸치’다. 중·고등학교 과학교사모임인 인천과학사랑교사모임(이하 인과사)는 통합과학에 가장 적합한 실험주제로 멸치를 꼽았다. 학교에서 흔히 쓰는 개구리나 붕어는 해부에 초점이 맞춰져 다른 교과와 연결고리가 빈약한 반면 멸치는 다양한 동물의 장기 모양부터 해양 생태계까지 광범위한 학습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안필헌 교사(인천 숭덕여고)는 “멸치는 탄산칼슘이 산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빛의 굴절에 따라 달라지는 수정체는 어떤 모습을 띠는지, 그리고 플랑크톤 등 해양 생물의 먹이사슬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최고의 교재”라고 말했다. 인과사는 이 점에 착안, 지난해 교육과정 개편 때 교육부를 설득하여 멸치해부를 실험 주제에 포함시키는 성과를 올렸다. 교사들이 직접만든 실험 도구 … 학생들 호기심 자극 올해로 22년째를 맞는 국내 최대 과학교사 모임인 인과사. 실험연수를 통해 교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활동중심수업으로 과학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를 높이는 데 목적을 두고 지난 1994년 출범했다. 그들의 수업은 조금 독특하다. 학교수업은 이론적인 학습보다 실험을 통해 학생들의 흥미와 창의성을 자극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예컨대 액체 질소에 과자를 담갔다가 꺼내 먹으면 코 안에서 하얀 증기가 뿜어 나오는 모습을 연출하는 일명 ‘용가리 수업’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한 인체 기관인 뇌의 특성을 설명할 때는 석고를 부어 만든 뇌 모형에 부위별로 색을 칠하게 함으로써 현장감 있는 생생한 수업을 진행한다. 교사들이 직접 고안하고 제작한 실험·실습 기구를 수업에 활용하는 것 또한 이 모임의 특징이다. “음식 레시피처럼 정해진 틀에 맞춘 실험으로는 학생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할 수 없어요. 실험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한현진 교사(인천 안남고)는 “번거롭고 신경이 많이 쓰이지만 교사가 조금만 노력하면 창의적 실험으로 높은 학습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베테랑 과학교사이지만 처음 교직에 들어섰을 때 그녀는 실험 수업이 가장 두려웠다. 교과서대로 실험이 안 되면 어떡하나 하는 조바심부터 수업 중 발생하는 안전사고까지 걱정이 마를 날이 없었다. 대학 시절 실험을 안 해 본 것은 아니지만 막상 수업시간이 되면 겁부터 덜컥 났다. 그러던 중 우연히 친구의 소개로 인과사 실험연수에 참여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어떤 실험 도구를 써야 안전하고 학생들이 흥미를 느끼는 포인트는 무엇인지, 알토란같은 수업노하우를 습득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우리 모임이요? 나누고 배우고 연구하는 곳이죠.” 인천 숭덕여고 과학실에서 만난 박현우 교사(인천 해사고)는 “학생들에게 과학수업의 재미를 알려주기 위해 다양한 실험 기법을 연구하다가 뜻을 같이하는 교사들을 만나면서 인과사를 결성했다”고 소개했다. 처음에는 외국 서적을 뒤적여 가면서 새롭고 흥미 있는 실험에 도전했다. 과학수업에 필요한 교재는 직접 만들어 동료나 후배들에게 나눠줬다. 입소문이 나자 인천, 경기지역에서 과학에 관심 있는 초·중·고 교사들이 몰려왔다. 당시 연수에 참가한 교사들은 끝날 때쯤 수업에 필요한 각종 과학교재를 한 보따리씩 가지고 돌아갔다. “해외교육 봉사 때 우리말로 수업해도 다 알아들어요” 인과사는 지난 2007년부터는 여름방학을 이용, 해외 과학캠프를 시작했다. 동티모르를 비롯해 마다가스카르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 낙후지역에서 봉사활동을 벌여왔다. 우리나라가 어려울 때 외국의 의료봉사, 교육봉사가 큰 도움이 됐듯이 이제 우리도 다른 나라에 교육봉사로 빚을 갚아야 한다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흔한 플라스틱 빨대를 잘라 피리만 불어줘도 신기해하고, 긴 풍선을 묶어 강아지 모양을 만들어주면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죠.” 한영숙 교사(인천 초은중)는 “나뭇잎에 구멍을 뚫어 광합성 작용을 우리말로 설명해주는데 신기하게도 알아듣더라”면서 “처음엔 말이 통하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많았는데 막상 가보니 언어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을 다녀온 교사들은 “현지에서 얻은 생생한 경험을 학교 수업에 활용할 수 있어 도움이 크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융합교육, 중학교선 가능해도 고교는 어려울 것 [PART VIEW]4월은 과학의 달, 과학교사들은 우리 과학교육의 현주소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키워드인 융합교육에 대한 생각이 궁금했다. 교사들은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는 중학교에서는 어느 정도 시도를 해볼 수 있겠지만 고등학교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기 힘들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신설되는 고교 ‘통합과학’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컸다. 김희성 교사(인천 만수고)는 “수능시험 과목으로 채택되면 흔히 말하는 ‘물·화·생·지’ 네 과목 모두를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로서는 학업스트레스가 더 많아질 것”이라며 “이 때문에 학생들이 과학을 어려운 과목으로 인식해서 흥미를 잃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실험실습 여건이 열악한 것도 시급히 해결돼야 할 과제로 꼽았다. 교사들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과학실험실무사 인원을 줄이는 것은 큰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사 한 명이 30여 명 되는 학생들과 실험을 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 한 일”이라며 “실험 도중 안전사고 발생했을 때 교사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교육현장에서 실험 수업을 기피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우리는 과학자를 만들자는 게 목표가 아니에요, 학생들이 과학을 재미있고 실생활에 도움 되는 친근한 과목으로 여기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김석중 교사(인천 만월중)는 “지난 20여 년간 과학교사로 근무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교직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은 제대로 된 과학수업 한번 해보자는 일념으로 뭉친 인과사 교사들이 가장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과학교사가 된 것이 인생에 가장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그들은 올 여름 캄보디아와 베트남 오지 마을로 또 봉사활동을 떠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