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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나는 체육교사입니다 (김정섭·이정석 외 12명 지음, 성안당 펴냄, 432쪽, 2만4,000원) 최근 대세로 떠오른 스포츠예능, 그 돌풍의 진원에는 도전·경쟁·성장의 키워드가 자리하고 있다. 14명의 체육교사들이 청소년에게 그 메시지를 더욱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힘을 모았다. 다양한 종목의 경험 속에서 삶의 중요한 행복실현을 위해 ‘작은 실천’부터 하길 바라는 스승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선생님의 권리보호와 책임예방 (임종수 지음, 한국학교법률연구소 펴냄, 430쪽, 1만9,500원) 법학박사이자 학교현장에서 40여 년간 근무해온 교육자가 유·초·중·고 선생님의 교직생활 보호를 위한 지침서를 내놨다. 교직생활 중 겪게 되는 신분상 불이익과 사고 책임 등에 대한 대처방안이 담겼다. 교육을 잘 아는 법조인의 교직관련 법적연구는 현직교사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멀다. 가기가 만만찮다. 인천에서 홍콩까지 4시간, 홍콩에서 요하네스버그까지 다시 13시간을 가야 한다. 케이프타운까지는 요하네스버그에서 국내선을 타고 2시간을 더 가야 한다. 환승 시간까지 감안하면 그럭저럭 하루가 걸린다. 그래서 케이프타운은 아시아와 유럽을 웬만큼 다녀본 이들이 찾는다. 자연이 지구에 준 선물 케이프타운 여행은 운이 따라줘야 한다. 많은 여행이 그렇듯 케이프타운 여행의 가장 큰 변수는 날씨다. 케이프타운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테이블마운틴인데, 악천후가 잦은 탓에 정상에 오르지 못하는 날이 많다. 바람이 심하게 불면 케이블카 운행이 바로 중단된다. 이곳을 찾은 60%의 여행자들이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발걸음을 돌린다고 한다. 1주일가량의 일정 동안 테이블마운틴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여행객들도 있다. 1년 중 정상에 오를 수 있는 날은 절반 정도다. 설사 정상에 오르더라도 갑자기 두꺼운 안개가 밀려와 안개만 보고 내려오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 구름을 두고 현지인들은 ‘예수가 테이블 위에 식탁보를 펼쳤다’고 표현한다. 정상 주변에 12개 정도의 봉우리가 솟아 있는데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12명 제자를 상징하는 것이고, 구름이 깔린 것은 이들이 만찬을 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테이블마운틴은 케이프타운을 찾은 여행객들이 가장 먼저 해치워야 할 숙제다. 현지 가이드 윌리엄은 “평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머나먼 남아공까지 와서 테이블마운틴을 못 보고 가는 여행객들은 아무리 좋은 다른 일정으로 대체해도(물론 그보다 더 좋은 일정이 있겠냐만) 컴플레인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날씨가 좋지 않으면 가이드 입장에서 입술이 바짝바짝 타들어 간다”고 했다. 그런데 아뿔싸, 케이프타운에 도착한 첫날부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CNN과 BBC, 뉴욕타임스 등이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도시’ 등 온갖 찬사를 바친 도시, 여행잡지 론리플래닛이 ‘2017년 도시별 최고의 여행지 베스트 10’에서 2위로 선정한 도시 케이프타운. 하지만 폭우가 쏟아지는 케이프타운의 첫인상은 마냥 우울하기만 했다. 이런 불안과 실망의 기색을 눈치챈 윌리엄이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해가 뜨면 모든 게 달라질 겁니다. 내일은 날씨가 좋다고 하니까 걱정하지 말고 푹 주무세요.” 윌리엄은 이렇게 말하며 손을 흔들었다. 그가 타고 온 밴이 폭우 속으로 서서히 사라져갔다. 다음날 정말로 마법이 일어났다. 거짓말처럼 폭우가 그쳤고 쨍한 해가 떴다. 케이프타운은 모든 게 달라져 있었다. 바다는 황금빛으로 찬란했고 야자수는 기분 좋게 잎사귀를 흔들어댔다. 해변은 조깅하는 사람들과 스케이트 보드를 탄 청년들로 넘쳐났다. 바다에는 서퍼들이 바글댔다. “자, 얼른 숙제부터 해치우자고요.” 윌리엄이 이끈 첫 목적지는 당연 테이블마운틴이었다. 우리는 서둘러 케이블카 승강장으로 향했다. 테이블마운틴 정상까지는 케이블카를 타고 간다. 360도로 회전하는 케이블카를 타면 5분이면 갈 수 있다. 테이블마운틴의 높이는 해발 1,086m. 이름 그대로 커다란 책상처럼 생겼다. 정상 부분이 대패로 밀어낸 듯 평평하다. 길이가 동서로 3.2km에 달한다. 축구장의 15배 크기. 8억 5,000만 년 전 바닷물에 잠겨 있던 모래땅이 용암의 분출력과 대륙판 이동에 따른 압력으로 치솟아 올랐다. 그 뒤 오랜 세월 동안 침식과정을 거치면서 정상부가 평지를 이루게 됐다. 정상 곳곳에는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는데 전망대에 서면 ‘아’ 하는 감탄사 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키 작은 관목 사이로 어디가 끝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 아프리카 대륙이 뻗어나간다. 발아래로는 케이프타운 도심이 양탄자처럼 펼쳐진다. 햇빛을 받아 빛나는 대서양은 눈을 뜨기가 힘들 정도로 찬란하다. 도심 왼편으로는 사자 머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라이언스 헤드’, 매일 정오를 알리는 대포로 유명한 ‘시그널 힐’, 악마의 봉우리라는 뜻의 ‘데블스 피크’ 등이 파노라마로 이어진다. 산 위에 쓰인 ‘A gift to the Earth(지구에 준 선물)’라는 문구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대륙의 끝 희망봉 테이블마운틴을 내려와 가는 곳이 ‘희망봉’이다. 테이블마운틴이 케이프타운을 대표하는 명소라면 아프리카 최남단에 자리한 ‘희망봉’은 아프리카 대륙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케이프타운을 벗어나 희망봉까지 해안도로를 따라 달린다. 바닷가의 굴곡을 따라 심전도계 눈금처럼 요동치는 ‘채프먼스 피크’는 400여 번의 굴곡으로 유명한 도로다. 오른쪽 차창으로는 영화에서 본 듯한 화려한 부촌이 잇따라 펼쳐진다. 지중해풍의 호화별장들이 언덕을 따라 늘어서 있다. 대부분의 여행자는 희망봉 가기 전 볼더스 비치라는 곳에 잠깐 들른다. 약 3,000마리의 펭귄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펭귄은 추운 남극에만 산다고 하는 편견이 이곳에서는 여지없이 깨진다. 이 펭귄들은 자카스 펭귄으로 10~20℃의 따뜻한 바다에서 살며 30~40cm까지 자란다. 바다 쪽으로 난 나무 데크를 따라가며 귀여운 모습의 펭귄들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 볼더스 비치에서 한 시간 정도 더 가면 희망봉 자연보호구역에 들어선다. 원숭이와 타조 등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곳으로 차를 타고 가다 보면 멀뚱멀뚱한 눈으로 차를 바라보는 야생 타조를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1938년 자연보호지구로 지정되었고 1998년에는 케이프반도 국립공원으로 정해지면서 보호받고 있다. 보호구역을 지나면 드디어 희망봉이다. 아프리카의 최남단에 있는 이곳은 15세기 유럽인들이 아시아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었다. 1488년 처음 이곳에 도착한 포르투갈의 바르톨로뮤 디아스는 험한 날씨와 폭풍 때문에 ‘폭풍의 곶’이라 이름 붙였다. 1497년 포르투갈의 바스코 다가마가 이곳을 통과하면서 ‘희망의 곶’, 희망봉으로 이름을 바꿔 불렀다. 희망봉이 아프리카 대륙의 최남단 대서양과 인도양이 만나는 곳에 자리한다고 믿은 유럽 선원들이 항해를 마치고 돌아가면서 이 봉우리를 보며 고향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희망을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리학상 아프리카 대륙의 남쪽 극점은 아굴라스곶이다. 일부러 그곳까지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희망곶에서도 무려 2시간이나 떨어져 있고, 주변에 딱히 달리 볼 것이 없기 때문이다. 신나고 맛있는 케이프타운 케이프타운에는 테이블마운틴과 희망봉만 있는 것이 아니다. 워터프런트에서 즐기는 신나는 저녁도 빼놓을 수 없다. 케이프타운 시내에서 가장 번화한 상업지구로 수십 개의 식당·상점·극장·수족관·박물관 등이 몰려 있다. 정식 명칭은 빅토리아알프레드 워터프런트(the Victoria Alfred Waterfront). 워터프런트는 유럽인들이 케이프타운에 가장 먼저 세운 항구로 쇼핑지역으로 재개발되면서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았다. 바로 옆에 있는 항구에서 크루즈선을 타고 바다로 나가 일몰도 감상할 수 있다. 가격은 우리나라 돈으로 3만 원 안팎. 1시간 30분 정도 노을 지는 바닷가를 달리며 달콤한 와인을 맛본다. 연인과 함께라면 꼭 해보기를 권한다. 와인 애호가라면 와이너리 탐방도 지나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남아공은 4,700개의 개인 소유 와인 농장이 존재하는 와인 대국 중 하나다. 와인 역사도 350년이나 됐다. 남아공에서 꼭 맛보아야 할 와인은 피노타지(Pinotage)다. 전 세계에서 오직 남아프리카에서만 존재하는 품종으로 프랑스의 피노누아(Pinot Noir)와 에르미타쥬로 알려진 생소(Cinsault) 품종을 교접해 만들었다. 쉬라즈와 멜롯의 중간 정도 맛을 내며 진한 과일맛과 우아한 기품이 느껴진다. 케이프타운 여행 마지막날 스텔렌보시 지역에 자리한 와이너리 ‘조단’(Jordan)에서 오래오래 와인을 즐겼다. 다양한 와인을 맛볼 수 있는 멋진 테이스팅룸, 맛있는 음식을 내는 레스토랑, 아름다운 자연경관까지 갖춘 완벽한 와이너리다. 남아공 와인 베스트 10을 꼽을 때마다 빠지지 않는 와이너리다. 조단의 야외 테라스에서 와인을 마시다보니 가이드가 “케이프타운에 안 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다”고 했는데 그 말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여행정보 한국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향하는 직항편은 없다. 홍콩을 거쳐 요하네스버그로 가야한다. 아시아나항공과 남아공항공은 공동운항 협정을 맺었다. 인천~홍콩 3시간 40분, 홍콩~요하네스버그 13시간, 요하네스버그~케이프타운 2시간 10분 소요. 시차는 한국보다 7시간 늦다. 남아공 화폐인 ‘랜드’ 환전은 호텔 등에서 하면 좋지만 미화 달러나 신용카드를 쓰는 게 편하다. 아주 적은 돈이라도 신용카드를 편하게 쓸 수 있다.
스태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은 한 끗 차이 ‘요새 증시가 왜 이렇게 안 좋으냐’는 말을 많이 합니다. 인플레이션 시대에는 물가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주식도 같이 올라야 하는데, 왜 부동산·주식은 오르지 못하고 주춤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물가가 너무 빨리 오르는데 반해 경제성장률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근육이 단단해지는 만큼 역기 무게를 올리면서 운동을 해야 더 건강해집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역기 무게는 빠르게 올리면서 근육은 그 속도를 못 따라가는 것이죠. 그럼 몸을 다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몸을 다치면 쉬어야 하니 운동도 하지 못하고 근육도 다시 풀어집니다. 지금의 상황이 그런 모습입니다. 물가 오르는 속도를 늦추거나 경제성장률을 더 끌어올리면 되지만, 쉬운 상황이 아닙니다.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고용과 투자를 장려해야 하는데 결국 돈이 더 풀리면서 물가는 더 오르게 됩니다. 정부가 인위적인 경제부양을 하면 안 되고, 코로나가 끝나고, 공급난이 해소되는 등 외부적인 변화로 경제성장률이 올라가야 합니다. 물가를 낮추는 것도 결국 코로나가 끝나고 공급난이 해소돼야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원래 증시는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무섭습니다. ‘3달만 버티면 됩니다’와 ‘언제 회복될지 모르겠습니다’는 버티는 의지에 큰 차이를 줍니다. 연준의장 파월은 왜 ‘폴 볼커’를 말했을까? 폴 볼커는 1970년대 연준의장으로 엄청난 금리인상을 주도했던 인물입니다. 그런 인물을 언급한 사람이 지금 연준의장인 제롬 파월입니다. 자신을 제갈량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제갈량 같은 계획을 세우고, 조조라고 말하는 사람은 조조 같은 계획을 세웁니다. 파월의 머릿속에 폴 볼커의 정책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 1970년에 어떤 상황이었고, 폴 볼커는 왜 그런 정책을 했는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1960년대 미국은 베트남전쟁으로 재정적자가 심했고, 돈을 마구 찍어내는 바람에 인플레이션 문제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업률은 최저였고, 임금도 오르면서 소비력이 좋은 시기였죠. 자동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부자들은 도시 외곽에 주택을 짓고 살았습니다. 새 집이 늘어나니 가전 같은 소비도 늘면서 나름대로 경제가 좋았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과잉투자·과잉생산을 낳게 됩니다. 물가가 치솟자 닉슨대통령은 2년간 물가를 통제했습니다. 그러나 물가는 정부가 누른다고 해도 일시적으로 눌릴 뿐 결국 다시 제자리로 올라가게 됩니다. 이후에 큰 폭탄을 만든 것이죠. 여기에 1차 오일쇼크가 터집니다. 유가가 순식간에 4배나 올라가죠. 여기서 물가통제를 한 번 더 시도했지만, 이미 쌓였던 인플레이션이 터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물가가 치솟게 됩니다. 이때 등장한 연준의장이 폴 볼커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하루 만에 기준금리를 4% 올리는 일을 단행합니다. 보통 0.25%가 한 단계라고 보면 16단계를 한 번에 올렸으니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줬죠. 그 이후에 금리를 더 올립니다. 기준금리가 21.5%까지 올라갔습니다. 기업들이 문을 닫고, 실업자가 늘어나니 불만이 가득했죠. 그래서 폴 볼커는 권총을 차고 다녔습니다. 이후는 해피엔딩? 강하게 금리를 올리자 물가는 서서히 잡혀갑니다. 금리를 예상보다 더 많이 올리는 이유는 기대인플레이션 제거를 위해서입니다. 금리를 올린다고 물가는 바로 내려가지 않습니다. 다시 금리를 내릴 수도 있고, 제품 가격을 낮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언제든지 임금·재료비가 다시 오를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죠. 그래서 물가가 생각보다 내려오지 않는데 기대인플레이션을 제거해야 물가가 내려갑니다. 실업자가 늘고, 기업이 문을 닫을 때까지 금리를 올려 공포를 심어주는 겁니다. 그 이후에 물가가 잡히면 경기부양을 해서 기업과 고용·소비를 늘려 경기를 살립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피해자들이 나오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스태그플레이션이 무서운 겁니다. 폴 볼커를 언급한 파월 연준의장은 1970년대 악몽을 떠올리게 합니다. 지금은 스태그플레이션이고, 나는 폴 볼커처럼 금리를 많이 올려야 할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 시장에 겁을 준 것이죠. 그리고 5월 기준금리를 0.5% 두 단계를 한꺼번에 올립니다. 한번에 2단계를 올리면 우리는 빅스텝이라고 부릅니다. 6월·7월에도 0.5%씩 계속 올릴 계획입니다. 그럼 3달 만에 금리가 1.5%가 오르게 되죠. 대출이자가 크게 늘어날 겁니다. 기업은 부담스러우니 투자를 줄이고, 서민들은 대출이자가 늘어 물건을 안 사게 될 겁니다.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지죠. 하지만 코로나가 끝나고, 공급난이 감소해서 물가는 떨어지고 소비가 늘어나면 고용이 줄어들까요? 경기도 같이 좋아집니다. 스테그플레이션을 생각했는데 인플레이션이 될 수 있죠. 그리고 금리인상을 빠르게 할 필요도 사라집니다. 그래서 지금은 코로나가 빨리 끝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그 다음이 ‘해피엔딩’이 될지 ‘헬피엔딩’이 될지 예상이 가능합니다.
6월부터 저녁에 달이 뜨면 피었다가, 아침에 일어나보면 시들어 있는 꽃이 있다. 밤마다 밝은 노란색으로 피는 이 꽃은 달맞이꽃이다. 밤에만 활짝 피어서 이 꽃의 진면목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낮에 보면 꽃잎이 축 늘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달빛이 은은할 때 보면 꽃잎이 팽팽하게 펼쳐진 것이 정말 아름답고 싱싱한 꽃이다. 박완서의 단편 티타임의 모녀는 안락한 삶에 흔들리는 운동권 남편을 바라보는 여공 출신 아내의 불안한 심리를 절묘하게 달맞이꽃에 담아내고 있다. 작가가 1993년 발표한 단편이다. 주인공은 고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한 채 공장에서 일하다 최고의 대학에다 부잣집 출신으로 위장취업한 남편을 만났다. 처음 남편이 위장취업자라는 것을 알았을 때 주인공은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남편은 “내가 꿈꾸는 세상이 서로 무시하거나 억압하지 않는 세상”이라는 말로 설득했다. 아들 지훈이를 낳아 서울 변두리 어느 3층집 옥탑방에 살 때가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 집주인이 여러 야생화를 심어놓은 그 옥상엔 달맞이꽃도 피었다. 어느 날 남편은 어떤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아득하고 먼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그이는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중략)… “가만, 가만 저 소리 안 들려?” 나는 입도 뻥긋 안 했건만, 그이는 한 손으로 내 입을 틀어막는 시늉을 하면서 청각을 곤두세웠다. 나는 아무 소리도 못 들었다. 다만 지훈이의 나스르르한 앞머리가 가볍게 나부끼는 걸 보았다. “아아, 달맞이꽃 터지는 소리였어.” 그이가 비로소 긴장에서 해방된 듯 가뿐한 소리를 냈다. 소설에서 남편은 도감을 찾든 어떻게든 꽃 이름을 알아내 아들 지훈이에게 가르쳤다. 들꽃 지식은 남편이 주인공보다 많이 아는 것 중에서 유일하게 주눅 들게 하지 않는 것이었다. 더구나 남편이 들풀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부터 주인공은 어디 가서 남편과 농사지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미래를 꿈꿀 수 있었다. 그러나 아들 지훈이가 옥상에서 떨어지면서 상황이 완전 달라졌다. 남편은 으리으리한 병원에 아들을 입원시켰고, 뇌수술 최고 권위자가 수술을 했다. 그 병원은 남편 집안이 경영하는 병원이었다. 그런데 남편을 포함한 시댁 식구들은 아들의 용태에만 관심이 있고 자신은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것이 참담하다. 아들이 병원에서 퇴원하자마자 가족은 곧바로 옥탑방 대신 대형 아파트에 입주했다. 남편 친구들이 ‘전화위복’이라고 하는 말은 지훈이 회복만을 의미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남편도 ‘어디선가 부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 같다. 한번 안락한 삶으로 돌아온 남편은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남편의 쏠림을 달맞이꽃 필 때 귀 기울이던 모습에 비유하며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를 절묘하게 담고 있다. 달뜨면 피었다가, 아침에 시들어 있는 꽃 달맞이꽃은 바늘꽃과의 두해살이풀이다. 여름에 밝은 노란색 꽃이 잎겨드랑이마다 한 개씩 달린다. 꽃잎은 4장인데 끝이 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꽃은 이름처럼 저녁에 피었다가 아침에 시든다. 저녁에 꽃이 피는 이유는 주로 밤에 활동하는 박각시나 나방 등 야행성 곤충이 꽃가루받이를 도와주기 때문이다. 식물의 꽃은 꽃가루받이를 도와주는 곤충에 맞게 진화한 것을 볼 수 있다. 달맞이꽃 같은 두해살이풀은 가을에 싹이 나서 겨울을 나고 이듬해 꽃을 피우는 생활사를 가졌다. 겨울에 공터 등에 가보면 땅바닥에 잎을 방석 모양으로 둥글게 펴고 바싹 엎드려 있는 식물들을 볼 수 있다. 냉이·민들레·애기똥풀·뽀리뱅이 등이 대표적으로, 그 모양이 마치 장미꽃송이 같다고 로제트(rosette)형이라 부른다. 그중 잎의 가장자리가 붉게 물들어 푸르지도 붉지도 않은 색으로 자라는 식물이 달맞이꽃이다. 이런 형태로 겨울을 견디다 봄이 오자마자 재빨리 새순이 나와 쑥쑥 자라는 식물이다. 달맞이꽃은 어릴 적부터 보아온 아주 친근한 식물이지만 고향이 우리나라가 아니라 남아메리카 칠레인 귀화식물이다. 하지만 일찍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자리 잡고 씨앗을 퍼트려 이제 전국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다. 아주 우거진 숲에는 들어가 살지 못하고 사람들이 파헤쳐 공터를 만들어 놓았거나 길을 만든 가장자리 또는 경사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길쭉한 주머니 같은 열매 속에 까만 씨앗이 들어 있는데, 한때 이 씨앗으로 짠 기름이 성인병에 좋다고 유행을 탄 적이 있다. 요즘에는 낮에 꽃이 피게 개량한 낮달맞이꽃도 주택가 화단 등에 많이 심고 있다. 그냥 달맞이꽃보다 꽃이 좀 더 크다. 낮달맞이꽃은 달맞이꽃과 반대로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닫히기를 반복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생긴 것도 낮달맞이꽃 비슷하고, 낮에 피면서 꽃 색깔은 분홍색인 분홍낮달맞이꽃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제주도에 가면 해안가 모래땅에서 꽃이 작은 애기달맞이꽃도 볼 수 있다. 줄기는 땅에 누워 자라는데 끝부분은 위를 향한다. 달맞이꽃은 달이 뜨는 저녁에 꽃이 피어 사진을 예쁘게 담기가 참 어려운 꽃이다. 소설 티타임의 모녀에 나오는 대로 달맞이꽃이 필 때 실제로 소리가 나는지는 과문한 탓인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어떤 식물책에도 나오지 않는 사실이라 달맞이꽃 피는 밤에 몇 번 확인해보려고 했지만 다 실패했다. 서울 시내여서, 아주 고요한 곳이 아니여서였을까, 아니면 충분히 귀를 기울이지 않아서였을까. 어느 정도 크기의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법정스님 일화에 이 달맞이꽃 피는 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 다음은 동아일보 2003년 7월 28일자 오명철 문화부장이 쓴 글로, 전남 순천 불일암에서 법정스님과 3박 4일 지낸 이야기를 쓴 글의 일부다. 밤 8시경 달맞이꽃의 개화를 지켜보면서 승속(僧俗)은 일제히 탄성을 터뜨린다. 끝물의 꽃 한 송이가 망울을 터뜨리느라 애쓰는 모습을 애처롭게 보다 못한 스님이 “자, 기운 내거라. 밤새 너만 보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순간적으로 ‘툭’ 하고 꽃망울을 터뜨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경이(驚異)’였다. 스님은 불일암에 거처할 때 암자를 찾아온 사람들에게 달맞이꽃 피는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이해인 수녀도 생전 법정스님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어느 해 여름, 노란 달맞이꽃이 바람 속에 솨아솨아 소리를 내며 피어나는 모습을 스님과 함께 지켜보던 불일암의 그 고요한 뜰을 그리워하며 무척 오랜만에 인사 올립니다”(사단법인 ‘맑고향기롭게’ 홈페이지)라고 썼다.
서울 양천구 중앙로 양명초등학교는 이르면 올 2학기부터 전교생을 대상으로 에듀테크에 기반한 디지털 교육을 실시한다. 태블릿을 이용하여 디지털교과서로 수업하고, 맞춤형 교육도 이뤄진다.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수학이나 과학수업도 3D로 쉽게 이해하고 메타버스 공간에서는 다양한 교육활동이 펼쳐진다. 올 여름방학동안 모든 교실이 AI 중점교실로 새롭게 단장되면 칠판과 분필 대신 전자칠판과 마우스가, 교실중심의 강의식 수업 대신 인터넷공간에서 개별화학습이 선보일 예정이다. 학교 측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디지털 교육을 좀 더 일찍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취지에서 결단을 내렸다. “‘현재가 미래를 선택한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아이들에게 어떤 미래가 닥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그 모든 것의 기본은 정보화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우리가 미래교육을 선도해 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김기홍 교장의 결단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고, 코로나19를 맞으면서 진가를 발휘했다. 남들보다 일찍 준비한 디지털 기반 교육 덕에 갑작스러운 원격수업 전환에도 동요 없이 안정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디지털 기술과 문화예술의 만남을 통한 감성교육 그로부터 3년 여가 지난 지금, 양명초는 학년군별 중심의 AI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수업은 학교에 마련된 ‘신나는 AI교실’을 활용해 실습 위주로 실시한다. 정규교과수업 및 방과후수업에 AI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학년별 수준에 맞는 교육이 진행된다. 구체적으로 1~2학년은 언플러그드 코딩, 3~4학년 메타스쿨, 5학년 AI 인공지능 챗봇, 6학년 원탑 사물인터넷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학교 측은 에듀테크를 활용한 디지털 교육시스템이 구축되면 AI를 활용한 융합교육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김 교장은 “이전에도 융합교육이 시도되긴 했지만 좋은 취지와는 달리 정보 인프라 등 기반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데다 사회적 인식부족과 교사들 역량 또한 아쉬운 부분이 있어 기대한 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 메타버스 등을 통해 제대로 된 융합교육을 양명에서 실천에 볼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디지털 기술과 문화예술의 만남을 통한 감성교육도 양명초가 추구하는 교육목표 중 하나다. 실제 이 학교는 문·예·체 교육이 그 어느 학교보다 활발하다. 독서교육과 1인 1악기 교육, 1인 1체육 교육 등이 학년군 중심으로 실시된다. 먼저 인문교육은 독서기반 프로젝트, 토의·토론 글쓰기수업이 중심이다. 학년별 발달단계에 맞는 영역을 선정해 지속적으로 지도하고 학습한 내용을 발표하는 기회도 제공한다. 예컨대 1학년은 독서 기본습관을 기르는데 초점을 맞춘 ‘독서, 참 좋다’를, 2학년은 ‘신나는 독서나라’, 3학년 ‘배우고, 나누고, 성장해요’ 등으로 진행된다. 4학년은 ‘나를 찾아가는 독서여행’, 5학년 ‘다독다독 꿈읽기’, 6학년 ‘독서 만만세’ 등 학생들의 발달단계에 맞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예술교육은 ‘1인 1악기 교육’이 특징이다. 주로 음악수업과 창의적체험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다양한 꿈과 끼를 펼치는 교육이 실시된다. 학년말이면 학교 곳곳에서 음악회나 버스킹이 열린다. 버스킹은 특히 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많다. 코로나 때문에 중단됐는데 올 2학기부터는 가능할 전망이다. 원하는 학생이면 누구나 학교에 마련된 공간에서 30분간 자신만의 버스킹 무대를 연출할 수 있다. 1인 1악기 교육은 1~2학년 칼림바, 3~4학년 우쿨렐레, 5~6학년 기타를 각각 배우는 것으로 구성돼 있다. 이뿐 아니다. 우리 전통음악을 잊지 않도록 3~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악교육도 실시한다. 음악교육에 필요한 악기들은 학교에 모두 비치돼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악기 구입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배려다. 졸업할 때쯤이면 대부분 학생들이 능숙하게 연주하는 모습을 기대해도 좋다고 학교 측은 자신했다. 체육교육 역시 학생 누구나 한 가지 운동 종목은 확실히 익히는 ‘1인 1체육’이 목표다. 예술교육처럼 학년군별로 진행되는데 스포츠클럽 및 유관기관과 연계한 스포츠교실 운영이 특징이다. 1~2학년은 몸의 균형감각과 유연성을 기르는데 도움을 주는 발레를, 3~4학년은 방송댄스를 통해 리듬감과 표현력을 기른다. 5학년 체육종목은 펜싱이다. 수업에 지장이 없도록 펜싱 장비 및 도복은 모두 학교에 비치돼 있다. 6학년은 특정 종목을 정하지 않은 종합체육수업을 진행한다. 스포츠클럽활동은 주로 플로어볼이다. 학생들의 체력향상과 협동심을 기르는데 도움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처음 시도된 양명의회 양명초엔 또 ‘양명의회’라고 불리는 어린이국회가 있다. 전교어린이회 대신 실제 국회처럼 조직을 구성, 상임위원회 중심으로 운영하는 게 특징이다. 의장·부의장은 물론 상임위원장도 있다. 상임위원회는 원하는 학생들이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예컨대 홍보위원회는 학교 홍보 유튜브를 만들고, 인권위원회는 학생인권보장을 위해 활동한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것은 학생들 스스로 의견을 모으고 그들이 결정하고 직접 실천에 옮긴다는 점이다. 학생회가 의견을 제시하면 학교가 검토해서 반영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실제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학교 측이 교문에 플래카드를 내걸 계획이었으나, 양명의회에서 ‘전시성 예산낭비’라며 제동을 거는 바람에 없었던 일이 됐다. 양명의회는 올해 처음 시도됐다. 처음이다 보니 시행착오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교육이라는 게 학교 측의 생각이다. 최영환 교감은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이를 극복해 나가는 것 자체가 교과서만으로는 배울 수 없는 산 교육”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1982년 개교, 올해로 40년을 맞는 양명초. 하지만 외관부터 교실환경까지 산뜻하고 쾌적하다. 학교 측이 지속적으로 추진한 공간재구조화 사업의 결실이다. 대표적인 게 사각지대 활용. 오래된 건물일수록 활용도가 떨어지는 틈새공간이 많다. 하지만 양명초는 이를 학생들의 흥미와 교육을 동시에 잡는 알짜 공간으로 바꿔가고 있다. 실제로 교실과 교실을 잇는 긴 복도 양옆으로 수생식물들이 놓여있다. 자세히 보니 화분 하나하나에 학년과 이름이 적힌 팻말이 꽂혀 있다. 학생들에게 화분을 분양하고 가꾸도록 한 것이다. 도회적 이미지 물씬한 콘크리트 복도에 늘어선 녹색 수생식물들, 숲길을 걷는 착각이 들 정도다. 이와 더불어 틈새공간엔 사격연습을 할 수 있는 실내 사격장과 게임장은 물론 캠핑공간을 설치할 계획이다. 저학년 학생들이 좋아하는 동굴 체험장도 만들어진다. 학교 외곽으로는 둘레길이 조성되고 있다. 직선의 학교길을 굽이굽이 즐거움이 있는 산책로로 바꾼다는 것이다. 최 교감은 “교정 곳곳에 꽃과 나무를 심어, 꽃 둘레길과 나무 둘레길 등으로 테마형 둘레길을 구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운동기구인지 놀이기구인지 구분이 불분명한 놀이터 시설은 동화 속 마을처럼 꾸며 상상력과 창의력을 즐기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학교가 달라지니 학생과 학부모들이 가장 좋아한다. 지난해 학교평가단이 방문했을 때 일이다. 학생들에게 “교장선생님이 왜 좋으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우리가 원하는 것을 다해 주는 교장선생님”이라는 대답이 아이들 입에서 나왔다. 김 교장은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학생들이 마음껏 꿈을 펼치고 생활하는 학교를 만들어 주고 싶었는데 자신의 마음을 알아준 그 한마디가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고 했다. 택배 아저씨로 불리는 교장선생님 김 교장은 학교에서 ‘택배 아저씨’로 불린다. 학교에 도착하는 택배를 교장이 직접 각 교실로 배달한다. 공짜는 아니다. 한 건당 배달료로 500원을 받는다. 그 돈을 모아 교사들에게 커피를 한 잔씩 쏜다.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그렇게라도 해서 교사들과 조금이라도 소통의 시간을 갖고 싶은 마음에서다. 처음엔 교장선생님 택배가 다소 부담스러웠던 교사들도 진심을 이해한 다음부터는 흔쾌히 받아들인다고 한다. 그는 또 자격증 백화점이다. 지금 보유하고 있는 자격증만 147개에 이른다. “무엇이든 배우는 게 즐거워 도전하다 보니 어느 순간 자격증 수집가처럼 돼 버렸다”라고 웃었다. 자격증뿐 아니다. 김 교장은 대학원만 5군데를 다녔다. 전공을 바꿔가며, 대학을 바꿔가며 공부한다. 공부하는 것처럼 즐거운 게 없다고 했다.
“이봐, 한번 해보기는 했어?” 황윤원 중원대 총장이 가장 좋아하는 말 중 하나다. 중원의 개척자답게 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긍정의 의지가 담긴 어록을 즐겨 인용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지역대학들이 어려움에 놓인 지금, 그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뛰고 또 뛴다. 새교육과 인터뷰가 있던 지난 5월 12일. 그는 이날 오후에만 공식일정 7개를 소화했다. 중원대의 또 다른 이름은 ‘학먼대’이다. ‘학생이 먼저인 대학’의 줄임말이다. 황 총장이 취임과 동시에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오직 학생만을 생각하는 대학, 학생을 위한 대학을 만들겠다는 각오가 담겨있다. 또 학교가 최선을 다해 뒷바라지해야 학생들의 자부심도 커지고, 대학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신념에서 나온 말이다. 사실 중원대는 강점이 많은 대학이다. 취업률은 충청지역 4년제 대학 중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학교시설은 우리나라 최고 수준이다. 튼튼한 재단과 넉넉한 장학금은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다. 젊고 유능한 교수진과 인성 좋은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곳. 황 총장은 “머지않아 놀라운 역사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청사진을 펼쳐 보였다. 올해로 개교 13주년이다. 그동안 괄목할 발전을 이뤘는데. “13년이라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법인의 꾸준한 투자와 대학 구성원 모두의 피나는 노력으로 명실상부 명품대학으로 자리 잡았다. 해원상생(解冤相生)의 건학이념을 구현하면서 시대가 요구하는 창조적 전문인, 진취적 개방인, 실천적 봉사인을 길러 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중원대는 작지만 강한 대학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향후 발전구상이 궁금하다. “우리 대학은 중부지방을 대표하는 명문사학이다. 지난 10여 년간 교육부 2주기 대학기관평가인증 획득, 환경부 주관 그린캠퍼스 선정, 중형 국가 RD사업 선정, 취업역량 강화사업 선정, 지역선도대학 육성사업 선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 앞으로 항공우주과 보건의료분야 특성화를 더욱 강화하고 인공지능·스마트운행체·반도체 등 첨단학과를 신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고자 한다. 아울러 세계 각국의 유수한 대학들과 활발히 교류, 글로벌대학으로서 새로운 면모를 보여줄 것이다.” 자신감이 넘치는 데. “많은 사람들이 대학의 위기를 말한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다. 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이봐, 한번 해보기는 했어’라는 말처럼 긍정과 확신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것이다. 남들과 똑같이 보고 똑같이 생각하면 발전할 수 없다.” 중원대의 강점을 꼽는다면. “높은 취업률, 우수한 학생, 탄탄한 재단, 파격적인 장학금, 최고급 학생 편의시설 등은 다른 대학들과 확실히 차별화된다. 또 젊고 유능한 교수진은 산업현장에서 원하는 기술과 직업 트렌드를 정확히 읽고, 신속하게 교과과정에 반영한다. 특히 국내 최초 기숙형대학으로서 ‘생애멘토링교수제(CMP) 등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있다. 머지않아 놀라운 역사가 이뤄질 것이다.” 취업 잘되는 학교로 알려져 있는 데 어느 정도인가. “지난 수년간 충청권 취업률 1위 대학이 우리 학교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공시취업률을 보면 지난 2018년 70.7%로 1위를 차지했다. 이듬해에도 69.6%의 취업률을 기록, 2년 연속 1위였다. 우리는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에 입각한 실용교육, 즉 학생들이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살아있는 지식을 가르친다. 교수들에게도 공허한 이론은 강의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정확하게 현실을 보고 직업인으로서 ‘튼튼한 근육질’을 가진 인재를 만들어야 살아가는데 경쟁력이 있다. 우리 학생들은 인성 좋고 우수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 동기만 부여해 주면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장학금 혜택도 풍부하다고 들었다. “입학하는 순간부터 졸업할 때까지 학비 걱정 없이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학교다. 학생들이 입학하면 기숙사비를 지원한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학업을 중단하는 일이 없도록 입학생 전원이 장학 대상자가 된다. 재학생의 경우 30% 이상 장학혜택을 받는다. ▲글로벌인재육성 장학금 ▲중원우수 장학금 ▲외국인 장학금 ▲체육특기자 장학금 ▲대진문화 장학금 ▲교직원 자녀장학금 등이 ‘키다리 아저씨’처럼 든든한 후견인이 되어준다.” 교문에 들어서니까 골프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학 캠퍼스에 골프장은 처음 본다. “9홀 규모인데 교양필수인 골프과목 실습장으로 활용된다. 수업이 있는 날이면 파란 잔디 위로 멋진 샷을 날리는 학생들 모습이 장관이다. 이뿐 아니다. 인공폭포가 설치된 야외풀장과 국제규격을 갖춘 실내수영장, 호텔급 수준의 학생식당 등 모두 최고급이다. 특히 기숙사는 방 전체가 대리석 세라믹으로 시공됐고, 내부에는 초현대식 스파까지 갖춰져 있다. 중원대 박물관과 사계절 식물원은 충청지역 관광 필수코스로 떠오를 정도로 명소가 됐다.” 중원대 학보를 보니까 ‘학생을 상전으로 모시겠다’고 했던데 무슨 의미인가. “총장 취임 후 줄곧 주장해 온 대원칙은 ‘학생이 먼저인 대학’이다(황 총장은 이를 줄여 ‘학먼대’라고 부른다). 모든 학사행정의 기본원칙은 학생이 먼저다. 대학은 학생의 입장에 서서 학생의 편의를 생각하는 행정을 해야 한다. 수요자 중심의 학생편의주의를 실천, 학생이 만족하는 대학을 만들어 갈 것이다.” 실제로 황 총장은 업무면담 순위도 학생이 먼저다. 학생취업센터나 창업지원센터 등 학생에게 필요한 시설은 가장 접근성이 좋은 곳에 배치했다. 최근엔 취업·창업·상담기능을 수행하는 인재개발원을 신설,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가펴대’ ‘함커대’라는 말도 즐겨 쓴다고 들었다. “‘가펴대’는 자신만만하게 ‘가슴을 펴고 스스로를 굳게 믿고 살아가는 대학’을 만들고자 하는 바람을 담은 말이다. 그렇게 하면 우리 대학의 모든 구성원이 ‘함께 커나가는 대학’, 즉 ‘함커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 중 제1원칙은 ‘학먼대’이다. 제 머릿속에는 오직 학생만 있다.” 최근 지역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총장으로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위기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은 학생수 감소다. 입시와 직결된 고3 학생수가 1989년 76만 7천여 명에서 2021년 44만 5천여 명으로 줄었다. 그런데 90년대 급격하게 늘어난 대학숫자는 거의 변동이 없다. 반면 대학재정은 학생들이 낸 등록금이 전부인데 13년째 동결이다. 게다가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정원을 줄이면서 수도권 대학들은 그대로 두다시피 하고 지방 중소규모 대학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러니 지역대학들이 재정난을 겪지 않을 수 있겠는가. 또 하나, 교육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도 실상은 수도권 유명대학과 지역거점국립대에 편중돼 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명분으로 프로젝트 중심 재정지원을 하다 보니 벌어진 현상이다. 이런 구조가 지속되는 한 지역대학이 고사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교육부 대학정책이 어떻게 달라져야 한다고 보나. “앞서 말한 것처럼 정원 감축 원칙을 바꿔야 한다. 대학정원을 줄일 거라면 서울대건 지역의 작은 대학이건 모두 일정한 비율로 감축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대학이 살고 지역인재들이 물려 지역경제를 일으키는 생태계가 복원될 것 아닌가. 재정지원사업도 선택과 집중이 아니라 고루 균등하게 지원해 줘야 한다. 그래야 지방대학들이 살 수 있다.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이 70%에 이른다. 이 정도면 보편교육이다. 그러면 재정지원도 고루 이뤄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수도권 대학들이 학생이건 재정지원이건 싹쓸이하는 구조는 지금 당장 바꿔야 한다.” 중원대도 여건이 어려운가. “어렵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우리 대학은 튼튼한 재단이 있다. 비록 4년제 대학 중에서는 가장 늦게 문을 연 막내 대학이지만, 어느 대학보다 탄탄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지금의 위기가 우리에겐 기회다. 우리는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지금까지 많은 시련을 극복하며 홀로서기를 잘해 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역대학 살리기를 국정과제로 삼았다. 어떻게 평가하나. “아주 고무적이다. 기대가 크다. 이참에 꼭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대학을 영리기업처럼 경쟁 논리로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생이 없으면 대학도 없어져야 한다는 단순 논리는 곤란하다. 예컨대 지역에 고등교육기관이 없으면 지역의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한다면 그 지역에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다양한 기반을 조성해야 하고, 그 기반의 중심축은 대학이다. 대학은 최우선적으로 배치되어야 하는 공공재인 것이다. 아시다시피 대학은 지역에서 지역인재를 공급하고, 지역발전의 방향을 제시하며, 지역의 경제적·문화적 구심점 역할을 한다. 지역대학이 무너지면 그 주변지역의 상권이 무너지고, 길게 보면 지역이 피폐해지고 주민들의 자존감에도 큰 상처를 주게 된다. 섣부른 지역소멸론을 논하기 전에 먼저 지역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100년 대계를 준비해야 한다. 이제라도 광역자치단체는 물론 기초자치단체까지 지역대학 지키기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하지만 지역에 있는 부실대학까지 국민 세금을 쏟아붓는 것에는 저항이 크지 않을까? “망하게 놔둔다고 능사가 아니다. 대학이 지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퇴로를 열어주고 회생방안을 찾아야 한다. 있는 재산 없는 재산 모아 학교를 세웠는데 부실대학이 됐다고 할 때 설립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법인을 해산하면 별도의 정관이 없는 경우 재산은 모두 국고에 귀속된다. 그러니 누가 쉽게 내놓겠는가. 빈 건물이라도 붙잡고 있으려 하지. 대학도 MA를 허용하거나 설립자가 투자했던 자산의 일부를 돌려주는 방안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시집을 낸 것으로 안다. 한 문예지에 ‘가을국화’란 시가 실려 있던데 “가을국화를 좋아한다. 봄 장미는 온실 속에 피는 꽃이다. 제때에 피는 꽃보다는 비바람 다 맞고 피는 가을국화는 지속가능성이 높다. 농익은 세월의 지혜가 담겨있는 꽃이다. 우리 학생들은 일찍 공부에 취미를 붙이지 못했지만, 가을국화처럼 늦게 피는 꽃들이다. 저도 그렇다.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직업교육을 미리 받았고, 중소기업에서 직공생활을 했다. 말하자면, 남들보다 늦게 핀 꽃이다. 친구들은 이미 퇴직했지만, 저는 아직까지도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우리 학생들도 시련을 이겨낸 가을국화처럼 오래 피는 꽃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지난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했다. 대한민국 교육가족의 한 사람으로 신임 대통령을 통해 교육 때문에 겪었던 재난 수준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윤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교육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의지를 밝혔다. “자유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기초, 그리고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 기회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당당한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공정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강조했던 공정과 상식이 취임사에서도 다시 언급된 것이다. ‘미래’와 ‘공정’이 윤석열 대통령의 교육에 대한 핵심 키워드가 아닌가 한다. 그러면 윤석열 정부가 생각하는 공정한 교육이란 과연 무엇일까? 지난 5월 3일 발표된 110대 국정과제에 그 일단이 제시되기도 하였고, 교육부의 교육정책으로 더욱 구체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교육정책으로 실현될 ‘공정한 교육’을 통해 우리 국민이 국가에서 제공하는 교육을 믿고 신뢰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교육을 실천하고 고민한 교육자로서 이번 정부의 교육정책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두 가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공정한 교육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두 가지 제언 우선 공정한 교육이 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교육 관련 법과 규정에 들어있는 정신과 가치를 교육기관과 모든 교육자들이 공감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항상 교육문제를 꼬리에서만 찾고 있기 때문에 늘 교육에 대한 변화와 개혁을 실패하게 되는 것이다. 지역마다 또 시기별로 교육의 차이가 생기는 것은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는 교육 관련 법률의 가치와 정신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공교육의 근본이 되는 상위 법체제 안에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정체성과 자유민주주의 사회, 글로벌화된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제시하고 있고, 비교적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는 공교육이 어떤 모습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최상위 법은 「헌법」 제31조이다. 제31조는 6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조항 하나하나를 충실하게 준수하려는 노력이 공정한 교육의 첫 걸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헌법」 제3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 이다. 지난 정부에서는 「헌법」의 이 조항 중 뒷부분에 있는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에 치우쳐 그 앞에 있는 ‘능력에 따라’의 교육적 가치와 이념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였다. 지난 정부에서 균등한 교육을 이루기 위한 노력에 방점을 두었다고 한다면, 윤석열 정부에서 우선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능력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교육’의 측면이다. 더욱 글로벌화되고 세계를 선도하는 초(超)선진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능력에 따른 개별화 교육을 통해 창의적인 미래인재를 길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우리의 교육과 관련된 법률 중에서 가장 포괄적·전문적으로 교육을 규정하고 있는 법이 「교육기본법」이다. 「교육기본법」 제2조는 다음과 같다.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완성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공민으로서의 자질을 구유하게 하여, 민주국가 발전에 봉사하며 인류공영의 이상 실현에 기여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대한민국의 공교육기관인 유·초·중·고·대학은 이러한 「교육기본법」에 나타난 정신과 가치를 교육목표에 반영해야 한다.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는 위대한 교육적 가치 그리고 민주국가 발전을 위한 봉사, 인류공영의 이상 실현에 기여하려고 하는 미래지향적 글로벌 마인드를 학교현장에서 얼마나 구현하고 있는지 새 정부는 냉정하게 살피고, 함께 이루어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공정한 교육을 논할 때 대학입시의 공정성만을 다루어서는 안 되며, 우리나라 교육기관에서 길러내려고 하는 인간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국가와 교육기관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에서 길러 내야할 인재는 선진국이 되기 위한 국가의 국민이 아니라, 선진국이 되어 있고 선진국들을 선도하는 세계 속의 한국인 ‘K 세계인’을 육성해야 한다. 공정한 교육을 위해 구현해야 할 것에는 학생·학부모에 대한 교육기관의 책무성도 빼놓을 수 없다. 공교육기관들은 시행하고 있는 교육과정과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가의 교육목표 달성을 위해 다른 나라에 비해 엄격한 국가교육과정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모든 공교육기관은 유아를 위한 누리교육과정에서부터 시작하여 초·중·고등학교에 적용되는 2022 교육과정이라는 국가교육과정으로 교육활동 하도록 되어 있다. 대한민국의 학교는 교육과정적 차원에서 정의를 내린다면 ‘국가교육과정의 기준에 의거하여 지역과 학교 실정에 맞는 학교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는 곳’이다. 국가교육과정체제를 통하여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든 일정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는 큰 장점을 갖고 있다. 각급학교에서 그리고 각 학년에서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해서까지 자세하게 안내되어 있다. 그리고 교육과정 총론과 각론에는 학년별·과목별로 도달해야 할 목표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 학년별로 가르쳐야할 내용과 평가방법까지 안내되어 있지만, 각 학년별로 제시된 최저기준에 도달했는지를 확인하는 시스템이 없고, 미도달자에 대한 공교육기관에서의 보완 프로그램도 구체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교육부에서도 그리고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도 학생들이 교육과정상 도달해야 할 성취목표를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 누구도 문제 삼지 않는다. 성취수준이 낮은 학생이나 학부모가 당당히 요구할 만한데 오히려 위축이 되어 학교에 그 책임을 제대로 묻지도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학부모는 모자란 공부를 보완하기 위해 또는 더 잘 배우기 위해 학원으로, 개인교습으로, 학교밖에서 그 길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불공정 중에 가장 큰 불공정이 아닐까 한다.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문화적인 삶의 기회를 누리도록 하기 위해 국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국민들은 학교에서 배워야 할 또는 배운 내용을 다시 배우기 위해 많은 예산을 사교육에 투입하는 이중부담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빨리 해결해야 할 불공정한 교육의 단면이 아닌가 한다. 공교육의 질을 높여야 사교육을 막을 수 있다는 당연한 원리를 외면하고 다른 곳에서 길을 찾으려 하니 해결되지 않고 사교육비는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인다. 공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공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것은 우리의 공교육기관이 학생들에게 시행하는 교육과정과 교육결과에 대한 책무성을 높이는 것이다. 학생들이 한 학기를 보내면서 선생님으로부터 몇 번의 학습상담을 받았는지, 숙제에 대해서 몇 번의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았는지, 학교가 학생들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부모와 얼마나 회의와 상담을 했는지, 그리고 학습장애가 있거나 학습목표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어떤 서비스를 제공했는지 등 공교육 교육서비스의 질에 대한 책무성을 꼼꼼히 물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문제는 아주 심각하다. 고등학교 교육은 졸업 후 대학 진학을 하든, 직업생활을 하든, 성인사회로 진입하기 전 마지막 교육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학계 고교든, 직업계 고교든 졸업을 하는 시점에서 성인사회에필요한 역량을 제대로 갖추었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성인사회에 진입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고등학교는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2/3 출석만 하면 도달해야 할 최저 수준이 되든 말든 관계없이 진급도 하고, 진학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무책임한 교육시스템이 어떤 제재도 도전받지 않은 채 유지되고 있다. 고등학교에서 배워야 할 내용을 제대로 배우질 않아 대학에서 고교 수준의 교육을 해야 하고, 특성화고에서 배워야 할 기능과 기술을 제대로 배우질 않아 회사에서 다시 가르쳐야하는 비능률·불공정 관행이 이제는 끝나야 할 것이다. 공정한 교육의 출발은 근본이 되는 법 정신 구현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교육을 규정하고 법의 정신과 가치를 충실하게 지켜 교육방향을 바로 세워야 한다. 그리고 무상으로 학교에 다닐 수 있고, 교복도 무상으로 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제대로 배우고 있는지, 제대로 습득하여 내면화가 되었는지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공정한 교육의 모습이어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문제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 무엇이 공정한 교육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 대학입시 등 지엽적인 것에서가 아니라 법의 정신과 가치에서, 우리나라 교육기관의 책무성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공정한 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이 아닌가 한다. 교육에서도 무지갯빛이 펼쳐지길 새 정부에 기대한다.
들어가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가 2022년 5월 3일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그중 교육분야 국정과제는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 모두를 인재로 양성하는 학습혁명, 더 큰 대학자율로 역동적 혁신 허브 구축, 국가교육책임제 강화로 교육격차 해소,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 등 5개(81번-85번)이다. 교육분야 국정과제 총평의 준거로는 교육분야 과제의 큰 방향이 옳은지에 대한 방향성, 방향성에 비춰본 구체 과제들의 타당성, 그리고 꼭 포함되어 있어야 할 과제가 포함되어 있는지에 대한 포괄성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준거에 따라 총평을 할 때 총평자의 주관적인 관점에만 의존하면 개인의 철학과 식견에 따라 총평 결과가 크게 달라지고, 총평자의 관점을 정당화할 근거를 찾기가 어려워진다. 다른 하나의 방법은 국정과제를, 시대의 흐름에 비춰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그러면서 국민이 원하는 미래사회의 모습과 미래사회 구현을 위한 미래교육의 모습에 비춰보는 것이다. 국회미래연구원(2021.12)은 2021년 9월, 국민이 원하는 미래사회를 파악하고자 3,000명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아울러 202명이 참여한 숙의토론형 공론조사도 실시했다. 이를 위해 2020년 11월에 국가적 차원의 중장기적 아젠더를 발굴하고, 미래 이슈를 검토할 국가중장기아젠더위원회를 국회의장 직속 자문기구로 설치하였다. 이들의 논의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 누적된 갈등, 다가올 미래 의제를 바탕으로 13개 분야 설문을 구성하였다. 이 글에서는 집필자의 식견과 동위원회의 조사결과를 총평의 준거로 삼는다. 교육분야 국정과제 분석 교육분야 국정과제는 이해의 편의를 위해 유·초·중등교육 분야와 고등교육 및 평생교육 분야로 나눠 분석한다. 그리고 지면의 한계를 핑계로 핵심적인 것 몇 가지만 짚어보고자 한다. 1. 유·초·중등교육 분야 첫 번째로 제시된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의 주요내용에는 디지털 인재 양성, 교원 SW·AI역량 제고, 초·중등 SW·AI교육 필수화, 디지털 교육격차 해소, 디지털 인재 양성 인프라 구축, 민관협력 강화 등이 포함되어 있다. 첫 번째 과제에는 인공지능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정책들로서 기본방향은 잘 잡혀 있다. 다음으로 제시된 ‘모두를 인재로 양성하는 학습혁명’에는 대입제도 개편, 교육과정 개편, AI기반 기초학력 제고, 융합인재 양성, 사교육 경감 및 학습격차 완화, 학습·경력관리 플랫폼 구축 등 초·중등 부문 교육관련 주요정책이 제시되어 있다. 그러나 첫 번째와 두 번째 과제에서 모두 ‘인재’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교육을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의 수단으로 본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교육분야 국정과제이니 미래사회에 대한 큰 그림, 그러한 큰 그림에 비추어 학교가 길러내야 할 인간상, 그러한 인간상을 전제로 하면서 교육을 통해 길러야 할 디지털역량을 비롯한 다양한 역량을 제시하는 보완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고소득이 아니라 여유를 추구하는 국민의 비중도 45.3%나 되므로(한국행정학회, 2021),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재의 관점만이 아니라 개인의 성장을 중시하는 다원가치의 시대를 염두에 두며, 교육방향을 설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교육의 블랙홀인 대입과 관련해서는 입시비리전담부서 설치와 더불어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대입제도개선위원회를 국가교육위원회 산하에 설치하는 등의 획기적인 정책제시가 필요해 보인다. 이 위원회는 대입 관련 국민대토론회 개최 및 의견 수렴, 기초자료 조사 및 생성 등의 연구, 미래형 대입제도 제시 등의 역할을 해야 한다. ‘다양한 학교유형을 마련하는 고교체제 개편’과 김병준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이 4월 28일에 발표한 학교교육 다양화를 위한 ‘교육자유특구’ 시범운영안 등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논란이 되는 정책은 다양한 시각을 가진 개인과 단체의 참여를 보장하는 과정을 거쳐 수정·보완해가길 기대한다. ‘국가교육책임제 강화로 교육격차 해소’에는 유보통합, 초등 전일제 교육, 교육 사각지대 해소, 교원업무 경감, 평생학습 기회 보장 등이 제시되어 있다. 여러 정책 중에서 윤석열 정부가 이룰 수 있는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유보통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핵심은 유치원과 보육기관의 교원양성, 사립 유치원의 교사 처우개선 등이 될 것이다. 유보통합에서 나아가 유치원 무상교육 혹은 유치원 공교육화에 대해서도 중장기계획 마련이 필요하다. 이 과제에 포함되어 있는 수석교사제도 확대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므로, 반드시 이에 대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교사들이 공감하는 정책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2. 고등교육 및 평생교육 분야 고등교육 분야와 관련해서는 ‘더 큰 대학자율로 역동적 혁신 허브 구축’을 기본방향으로 내걸었다. 핵심과제는 대학규제 개혁, 학사제도 유연화, 대학중심의 창업 생태계 구축, 부실·한계대학 개선 등이다. 인수위의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지균특위원회)가 2022년 4월 27일 발표한 ‘지역균형발전 비전’에 따르면 정부 주도의 획일적 평가를 중단하고, 현재의 사업별 대학지원을 포괄적 지원으로 전환한다. 이는 입법이 필요 없는 정책으로, 대학 자율성 강화라는 큰 흐름에도 부합하고, 대학들도 원하던 바여서 대학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시도를 기획재정부가 반대해왔으므로, 그 반대를 무마할 책무성 확보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실·한계대학 개선을 위해서는 자발적 구조개선을 촉진하도록 「사립대학의 구조개선지원 특별법」(가칭)을 제정할 계획이다. 이는 입법이 필요한데 한계 사립대의 퇴로를 열어주기 위한 입법 시도가 야당 반대로 무산되었던 것을 고려할 때, 야당과 사립대교수연합회 및 사립대학교수노동조합 등과의 깊은 논의를 통해 그들이 우려하는 바를 담아낼 수 있어야 이 법의 제정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거대 야당이 버티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다양한 집단의 이해가 상충하고, 다양한 관점을 반영해야 하는 국정과제는 야당 및 관련 집단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여 수정·보완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구현 및 착근이 가능할 것이다. 교육부 관료의 국립대 사무국장 파견제도를 폐지하고, 대신 국립대 총장이 직접 사무국장을 임용토록 하는 정책은 교육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찬성할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제도가 가져왔던 효과를 어떻게 살릴 것인지에 대한 보완책 마련도 동시에 필요하다. 학사제도 유연화 정책으로는 일반대학의 온라인 학사과정, 학·석·박사과정 통합, 학·석사 패스트트랙, 마이크로 디그리(micro degree) 등 학생 수요에 맞춘 교육과정 운영지원 등을 제시하였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의미 있는 정책들이다. ‘창업교육거점대학’과 ‘실험실 특화형 창업선도대학’ 정책은 지역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응하는 제대로 된 지원책 마련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지방대 지원과 관련해서는 지방대에 대한 행·재정 권한을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위임하고, 지자체·지방대·지역산업체 등이 참여하는 ‘지역고등교육위원회’(가칭)를 설치한다는 안이 포함되었다. 그리고 ‘지역인재 투자협약제도’를 도입해 대학·교육청·지역산업과의 연계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 제도를 시행하려면 이 제도로 인해 심화될 수 있는 지역 간 고등교육 격차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이 함께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일부를 지방대에도 지원할 수 있도록 확대할 예정이다. 이 정책은 법을 바꿔야 하는데 거대 야당이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국정과제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중앙정부 차원에서 반드시 논의해야 할 사안으로는 고등교육재정난 해소를 위한 국가 차원의 특별지원책 마련과 고등교육 무상화를 위한 논의, 과잉 고등교육기관 정리에 필요한 특별재원 마련,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고등교육기관 지역 안배 등이 있다. 평생교육과 관련해서는 대학을 중심으로 산학협력과 평생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 확대, 순환형 대학 평생교육으로 지역밀착형 평생직업교육 강화, 전문대의 평생직업교육 기능강화 등의 정책이 포함되었다. 또한 전 국민의 평생 역량개발을 위한 혁신방안 수립(2022) 및 평생교육바우처 지원대상을 전 국민까지 단계적 확대 검토(∼2027), 이를 위한 성인의 학습·자격·진로 등 경력관리를 위한 ‘(가칭)온국민평생배움터’ 구축 정책이 제시되었다. 100세 시대 도래를 염두에 둔 체계적인 평생학습지원 중장기계획이 수립되기를 기대한다. 향후 밟아야 할 절차 현행 절차에 따르면, 국정과제가 과연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 지를 검증할 기간이 충분하지 않고, 참여하는 사람도 집권당과 집권당의 이념을 같이하는 일부 전문가로 국한되다 보니, 비록 의견을 수렴한다고 하지만 많은 한계를 갖게 된다. 독재시절에는 정치권과 엘리트 관료가 과제를 선정하고 추진하더라도 국민들의 저항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국민의 참여의식이 높아졌고, 계층 간·집단 간 갈등도 심각해진 현재 상황에서는, 반드시 국민들의 관심을 제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제시된 국정과제 중 사회적 이견이 크게 표출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정당과 행정부처 등 정치적 대표, 노사와 지역 등 사회적 대표, 계층·연령·성별·직업 등에 따른 국민의 대표 등이 참여하고 논의하여 자신의 삶과 관련된 문제로서 열정과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국회미래연구원, 2021: 150). 인도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수상 선출 후 공약에 의거하여, 6개월간 국회에서의 논의를 거쳐 여야 합의 형태의 국가발전5개년계획을 발표한다고 한다. 다양한 주체의 참여를 통해 합의된 사항을 바탕으로 국회는 관련 입법을 추진하고, 행정부는 제도적 기반 및 예산 확보방안을 마련할 때, 야당이나 국민들의 반대 및 갈등을 줄여 보다 효율적인 국정운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분야의 경우에는 2022년 7월에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하므로, 이견이 표출되고 있는 안건과 추가 안건 등에 대해서는 동 위원회가 주축이 되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관심을 제고하는 역할을 하도록 절차를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교육분야 국정과제를 이러한 과정을 거쳐 수정·보완하여 집행한다면, 설령 정권이 바뀌어도 그 국정과제는 우리 사회와 교육의 미래를 밝히는 정책으로서의 생명력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
01 나는 ‘선생을 한다’라는 표현이 좋다. 이렇게 말하면 왠지 ‘선생 직분’에 대한 가치가 생기는 듯하다. 옛날 선생님과 요즘 선생님의 근무 생태와 조건도 많이 달라졌다. 어떤 분들은 그래도 옛날에 선생하기가 좋았다고도 하고, 어떤 분들은 옛날의 환경 여건에서는 선생하기가 힘들었다고도 한다. 내 경험상 옛날 선생의 정신적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학교 공납금을 내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납부를 독려하는 일이었다. 의무교육은 초등학교까지였으므로 중학교부터는 돈을 내야 했다. 독려는 또 그럭저럭한다고 치더라도, 끝내 공납금을 내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너 내일부터는 학교에 나오지 말라고 말해 줘야 하는 일은 참 괴로웠다. 내가 근무한 J 여자중학교는 가난한 아이들이 많았다. 우리 반 70명 중 20여 명 정도는 공납금 내기에 어려움이 늘 있었고, 그중 5~6명 정도는 중도에 학업을 그만두어야 했다. 공납금 독려와 미납자 처리가 학교행정의 한 부분인 것은 맞지만, 그 방법이 참 마뜩하지 않았다. 내 초임지의 교장선생님은 월요일 교직원 조례에서 전교 45개 학급의 공납금 납부 실적표를 막대그래프로 제시하고, 그걸 짚어 가며 실적이 부진한 반을 골라내었다. 공납금 이외에 육성회비라는 것도 있었는데, 그것은 아예 담임이 거두어서 행정실에 가져다 내었다. 그런데 새로 교장선생님이 부임해 오셨다. 최옥려 교장선생님, 그 당시로는 드문, 여자 교장이셨다. 이분은 일단 공납금 납부기한을 넘긴 아이들을 행정실로 보내게 하고, 행정실장이 그 납부를 독려하게 했다. 교사가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마침내 더는 어쩔 수 없는 최종기한이 오면, 즉 너는 내일부터 학교에 올 수 없다는 통고를 해야 하는 날이 오면, 최옥려 교장선생님은 해당 학생들을 교장실로 보내달라고 했다. 내일부터 학교에 나올 수 없다는 통고는 담임의 일이 아니라, 학교행정의 책임자인 교장의 책무라고 했다. 미납 학생들에게 규정을 설명하고 학교에 더는 올 수 없음을 교장으로서 알리는데, 교장선생님인들 어찌 괴롭지 않았겠는가. 망연하고 절망감에 빠진 아이들에게 무어라 교육적 말씀을 하셨을 것이다. 그 말씀에 무언가 새로운 동기를 품게 된 아이들도 있었으리라. 그런 다음, 그래도 정말 학교에 오고 싶은 아이들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런 학생은 학교도서실로 와서 자습으로 공부하게 했다. 그렇게 하는 아이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런 사태에서도 도서실로 일주일 넘게 나오는 아이들은 어떤 방책으로든 공납금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최 교장선생님은 애를 썼다. 1975년 기준 우리나라 초등학생의 중학교 진학률이 77.2%였으니, 나라의 가난이 얼마나 아이들에게 회색의 우울을 심었는지를 알 수 있다. 02 내가 오래 교유해 온 C 교수의 이야기이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집안 형편이 갑자기 기울었다. 의기가 소침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공납금을 낼 수 없게 되어 학교에 오지 말라는 통고를 받고, 혼자 도서실에서 자습해야 하는 날들도 있었다. 한참 예민한 청소년기를 우울과 절망감 속에서 학업중단 위기를 일상으로 겪으면서, C는 학업동기가 떨어졌다. 총명하고 지적능력이 뛰어났던 C이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과 자포자기의 심정이 생기면서 성적이 금방 바닥으로 떨어졌다. 담임선생님이 C를 불렀다. 선생님은 C의 의지박약과 학업부진을 꾸짖으며 회초리를 들었다. C는 한때 선생님의 진로 질문에 명문 A대학을 가겠노라 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막연한 포부가 아니라, 나름 단단한 각오였었다. 지금 선생님은 꼴찌에 가까운 C의 성적표를 내어놓고는 다시금 C에게 확인한다. 지금도 명문 A대학을 목표로 두고 있느냐? C는 그렇다고 대답하였다. 선생님은 C에게 눈을 맞춘 다음에 이렇게 말한다. “네가 A대학에 들어가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 C는 선생님의 이 말, 한 마디가 회초리보다 더 아팠다. ‘내 손에 장을 지진다’라는 말은 관용어이다. 본인의 주장과 생각이 틀림없다고 호언장담할 때 쓰는 말이다. 손톱에 불을 달아서 그 불로 장을 지지게 될 때의 고통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인데, 그런 고통을 겪더라도 자기 생각이 옳다는 것을 다짐하듯 확언할 때 쓰는 말이다. C는 담임선생님의 이 말이 자신에 대한 믿음을 몽땅 철수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네까짓 게 그러면 그렇지, 이만한 역경도 못 이기는 못난이였구나. 내가 너를 잘못 보았구나. 선생님이 자기를 그렇게만 알 것 같았다. 오기(傲氣)가 생겼다. 선생님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 선생님이 저를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을 반드시 확인시켜 드릴 겁니다. 한편으로는 가벼운 복수의 마음도 들었다. 목표하는 대학에 들어가서, 선생님! 이제 손가락으로 장을 지지세요,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C는 분을 내어서 노력했다. 오기가 작동한 것이다. C는 그 후 몇 차례 계속해서 성적 진보상을 받았다. 그리고는 마침내 명문 A대학에 보란 듯이 합격하였다. 선생님은 이렇게 될 결과를 내다보고 “네가 A대학에 들어가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라고 했을까. 아니면 정말 현실적으로 전혀 가능성이 없음을 알고 냉정하게 주제 파악을 하라고 한 말일까. 그 마음에 들어가 보지 않았으므로 알 수는 없다. 그런데 뒷날 나는 EBS에서 근무하면서, 강의 출연차 오시는 그 선생님을 가까이서 느껴볼 기회가 있었다. 나의 직관과 촉을 다 동원하여 판단한다면, 선생님은 C를 수렁에서 건져내기 위해서 이런 극약 처방을 쓴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선생님은 C를 알아도 너무 잘 알았다고나 할까. 이런 판단은 뒤에 내가 대학 선생으로 와서 알게 된 이현복(李賢馥) 교수님의 경험담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때 고등학교 교사를 했던 이 교수님이 가르친 제자가 있는데, 알고 보니 나의 지인이었다. 이 교수님은 학업을 등한히 하고 크고 작은 일탈을 일삼던 제자(나의 지인)에게 “네가 대학을 가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라고 했단다. 이 말을 들은 나의 지인도 C와 비슷한 심리적 궤적을 겪으면서 동기를 새롭게 만들었다. 담임선생님의 이 비관적 예언으로부터 도망가려고 분발했다. 물론 그는 소망한 A대학에 합격했고, 뒤에 통일교육 전문가가 되었다. 내가 이 교수님에게 물었다. “교수님, 그 친구(나의 지인)가 이 교수님 말씀을 듣고, 낙담했으면 어쩔 뻔했어요?” “내가 알고 있었지. 그 친구 ‘오기’를 역이용했지. 나는 그 녀석 A대학에 합격할 줄 알았어.” 03 ‘동기의 심리학’은 동기의 발생을 여러 관점에서 제시한다. 행동주의적 관점을 중시하는 학자들은 환경이 유인하는 욕망(자극)이 동기를 만든다고 본다. 신경적 관점에서는 인간 뇌에서 신경전달물질이 방출됨으로써, 어떤 동기가 출현한다고 본다. 문화적 관점에서는 집단이나 조직 또는 국가 등이 동기를 생기게 한다고 본다. 진화적 관점은 유전자와 유전적 재능이 동기 생성의 원천이라고 본다. 정신분석적 관점은 무의식 세계에 새겨진 어떤 요인이 동기를 만든다고 본다. 이들과는 좀 다른 차원에서 동기 생성을 보는 관점도 있다2. 즉 자신이 기대하는 목표나 가치가 어떤 기회를 만나 새롭게 환기될 때, 바로 그때 동기가 생성된다고 보는 ‘인지적 관점’도 있다. 기회란 반드시 좋게 작용하는 기회만을 뜻하진 않는다. 가령 “네가 만약 명문대학을 가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라는 담임선생님의 폭언에 가까운 비관적 예언도 C에게는 동기를 만드는 어떤 기회로 작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간 죽어 있었던 나의 기대나 가치가, 나에 대한 신뢰를 접는 듯한 담임선생님의 비관적 예언을 듣는 순간 새로운 동기로 각성이 되는 것이다. 이는 자신을 잘 인지하고, 또 상황과 환경을 인지함으로써 생기는 동기이다. 그래서 ‘앎(인지)’이 중요한 것이다. 또 C는 자신의 인간다운 성장을 조성하는 데에 눈을 뜸으로써 동기를 강화한다. 이처럼 인본주의적 관점에서도 동기는 생성한다. 오기의 사전적인 뜻은 부정적이다. 능력이 안 되는데도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마음, 또는 잘난 체하며 거만을 피우는 기운 등으로 풀이한다. 그러나 인간의 현실 마음에서 ‘오기’는 꼭 그런 작용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상황은 불리하지만, 지지 않고 싸우겠다는 마음을 ‘나쁜 오기’로 일괄 재단할 수는 없다. 오기 안에는 동기를 발효시키는 오묘한 힘이 들어 있다. 문제는 누가 이 섬세한 심리기제를 발견하고, 이 ‘오기’를 ‘동기’ 쪽으로 건너오도록 건드려 줄 수 있는가. 학생을 오래 깊이 사랑하는 선생이라야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분이 ‘진짜 선생(Great Teacher)’이다.
2015년부터 학생들과 함께 꾸준히 감정을 돌보는 글을 써왔다. 중학생과 3년, 고등학생과 4년을 썼으니 올해로 7년째이다. 본격적인 ‘감정 글쓰기’ 수업은 수현이라는 친구의 편지로부터 시작되었다. 수현이는 ‘선생님 덕분에 시작한 글쓰기가 자신의 삶을 구해줬다’고 말했다. 말로 표현하려니 하다가 막히고,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던 경험들이 누적되어 점점 혼자 상처를 바라보는 바보가 되어가고 있다고 고백했다. 글로 표현하면서 솔직할 수 있었고, 용기가 생겨났다고 했다. 표현하지 않으면 누구도 알아주지 못한다는 것을, 표현함으로써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인식하지 못하는 감정들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나를 만들어간다. 켜켜이 쌓아 올린 부끄러움·열등·분노·두려움 등을 표현하여 객관화하지 못하면, 그것들은 나를 조종하기 시작한다. 부끄러움은 벽을 쌓고, 열등은 타인에게 모욕으로 되갚아주며, 분노는 세상을 두렵게 만들며, 두려움은 뾰족한 가시로 스스로를 찌르는, 그런 친구들을 목격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학생들과 감정 글쓰기를 꾸준히 했고, 괜찮아, 나도 그래라는 책도 발간했다. 더 많은 친구들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길 바랐고, 때로는 친구의 감정 표현을 자기와 동일시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통찰하길 소망했다. 감정 글쓰기란? 감정 글쓰기는 단순히 겪은 일 쓰기와는 조금 다르다. 감정 글쓰기는 자신이 겪은 일을 통해 관계를 조명하고, 생각과 감정을 나눠볼 수 있는 글쓰기이다. 골이 깊은 상처를 오롯이 치유할 수는 없지만, 감정 글쓰기를 통해 마음의 상처가 더 깊어지기 전에 건강하고 튼튼한 마음을 갖게 할 수는 있다. 체력을 기르고 건강한 삶을 위해 운동을 하는 것처럼 심력을 기르고 건강한 삶을 위해 글을 써보는 습관을 만들면 좋겠다. 감정 글쓰기는 그럴듯하게 남들에게 보여주려는 글쓰기가 아니다. 그저 자신의 마음을 생각으로 정리하면서 감정의 언어로 명징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른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먼저 본인의 감정이 아닌 그림책을 통해 다른 사람의 감정에 빗대어 표현하는 연습부터 시작했다. 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을 해보기 위해서였다. 학생들에게 글쓰기가 숙제가 아닌, 카타르시스를 느끼길 바라는 마음을 간절히 담아 감정 글쓰기 수업을 설계했다. 본격적인 감정 글쓰기 전에 자기소개를 통해 수업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은 중요하다. 소속이나 나이를 소개하는 것이 아닌, 무엇을 좋아하는지, 행복·슬픔·자신감을 느낄 때가 언제였는지 떠올려보며 글을 쓰는 경험을 통해 글의 형식이나 완성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전달한다. 이후 한 해 동안 30여 가지의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수업을 한다. 학생들에게 ‘감정’이라는 단어와 ‘글쓰기’라는 단어를 설명할 때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PART VIEW] 감정은? 생각이 엔진이라면, 감정은 가솔린이다(프로이트). 한때 학생부장을 했습니다. 학교폭력이 있었고, 피해학생 측에서는 치료비 외에도 위자료 500만 원을 요구했습니다. 가해학생은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고, 어머니는 암 3기이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두 학생 보호자의 만남은 쉽지 않았습니다. 가해학생 어머니가 아무리 피해학생 어머니를 만나려고 해도 만남이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일주일 뒤, 학폭위가 열렸고, 피해학생은 가해학생이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다며 가중처벌을 원했습니다. 학교는 원칙적으로 중재할 수도 없고, 누구의 편을 들어서도 안 되며 개인정보를 알려줄 수도 없었지요. 피해학생 학부모에게 가해학생 학부모의 연락처를 알려주고 싶어도 동의해주지 않았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해학생 학부모는 학폭위 아침에 쓰러졌고,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피해학생 측에 30만 원을 입금했습니다. 피해학생 어머니는 30만 원을 저에게 가져와 화를 내며 다시 돌려주라고 했지요. 어쩔 수 없이 가해학생 측 사정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고, 가해학생 어머니의 동의를 구해 직접 만나서 가져다 드리는 방법을 권했습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후 치료비도 위자료도 없이 일이 진행되었습니다. 두 어머니는 만났고, 아파하는 상대방을 보며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렸습니다. 피해학생 측 어머니의 어머니도 똑같은 병으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둘은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렸고, 서로의 손을 잡았습니다. 감정은 사람을 움직입니다. 사건은 사람에게 생각을 열어주고, 생각은 감정을 움직이게 합니다. 감정은 타고나지 않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며 주위에서 영향을 받기도 하고, 경험을 통해 감정의 문법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행복’이라는 감정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에 속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감정은 사회적인 영역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경쟁으로 배제당하며 자존감이 떨어지고,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게 만드는 사회. 그러나 마냥 사회 탓만을 할 수도 없지 않겠습니까? 작은 사회인 학교에서도 감정을 정화하며 무너진 자존감과 행복감을 높일 수 있는 비법을 가진 친구들을 보면 희망이 보입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누군가에게 감정을 공유한다는 것이지요. 글은…? 여러분 이오덕 선생님이라고 우리말연구소 대표를 지내셨던 분이 계십니다. 많은 선생님이 존경했던 분이기도 합니다. 학생들을 존중하고, 위하는 삶을 살아온 이오덕 선생님은 학교의 글쓰기 교육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했어요. 오래전에 말씀하셨지만, 아직도 글쓰기 교육은 갈 길이 멉니다. 이오덕 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씀을 옮겨볼게요. 별난 일, 놀라운 일이라야 좋은 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날마다 겪는 평범한 일이 가장 좋은 글감입니다. 날마다 학교에 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보고 듣고 생각하고 겪는 일들, 공부하는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들, 동무들과 어울려 놀거나 청소를 하면서 말다툼하고 싸우고 한 일들, 학원에 갔던 일, 꾸중 들은 일…. 이런 일들 가운데서 가장 쓰고 싶은 것을 골라내어 쓰세요. 그때 겪었던 일을 잘 생각해내어서 차근차근 자세하게 쓰면 재미있는 글이 됩니다. _ 이오덕 말꽃 모음 중에서 우리는 감정 글쓰기를 통해서 이오덕 선생님의 말씀을 실천해보려고 합니다. 감정 글쓰기를 함께 하는 친구들을 만들고,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며, 동카통(동일시, 카타르시스, 통찰)을 하는 경험을 해보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글솜씨도 늘어납니다. 이건 경험상 98% 보장합니다. 내 마음에서 내는 소리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안다면 훨씬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거예요. 내 마음속 복잡한 감정들을 글로 쓰는 순간 감정들이 명료해지는 것이지요. 그럼 덜 혼란스럽게 될 테니까요. 마음이 편해지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글쓰기 실력도 향상된다고 말씀드리면 어떨까요? 감정 글쓰기를 어떻게 지도하면 좋을까요? 감정은 사건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똑같은 사건을 겪어도 다른 감정을 가지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고난을 겪는 사람 중 어떤 사람은 그 고난이 자기에게 주어진 마지막 고난이라고 생각하고 더 용기를 내어 일을 극복하며 환희의 감정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왜 만날 나에게만 이런 고난이 오는지 모르겠다며 좌절하고 슬픔과 패배감을 느끼며 산다. 같은 고난이지만 어떤 이는 즐거움으로, 어떤 이는 슬픔과 패배의 감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사건에 대한 생각의 차이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감정을 떠올리며 사건을 연결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사건과 감정 사이에 생각이 있는데, 그 생각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생각의 생략은 감정을 명료화하지 못하고, 감정을 조절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보자. ● 친구가 약속시간에 늦었습니다. → 사건 ● 저 친구는 집도 가까우면서 왜 늦어? → 생각 ● 친구가 어떤 사정이 있었겠지! → 생각 ● 두 가지 다른 생각은 각기 다른 감정으로 이어진다. 하나의 사건에 꼭 하나의 생각과 감정이 따르는 것은 아니다. 모든 일에는 여러 가지 측면이 있다.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서도 다양한 생각과 감정이 있다. 내가 약속에 늦었다면 ‘상대방에게 미안하다’, ‘친구끼리 이 정도는 기다려줄 수 있지’, ‘나는 왜 이렇게 자주 늦지’ 등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이 복잡하게 얽힐 수 있다. 감정 글쓰기는 빨래하는 세탁기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과 감정은 맞고, 저런 생각과 감정은 다르다고 판단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생각과 감정의 옳고 그름을 구분 짓는 순간 친구들을 편 가르기 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그 순간 들었던 나의 생각과 감정이 모두 맞다고 인정해준다면 타인에 대한 인정도 쉬워질 수 있을 것이다. 감정을 명료화하고,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공감하면서 성장하는 글쓰기를 해보려고 한다. 아니, 감정 글쓰기를 함으로써 사건과 감정을 잇는 생각을 찾아 감정을 명료화하고, 타인의 감정에 동일시하며, 공감하는 능력을 키운다는 표현이 적확할 것이다. 최대한 솔직하고 자세하게 감정을 기록하도록 할 것이다. 친구들이 읽어볼 것이라는 마음에 내 감정을 솔직하게 쓰지 못한다면, 고된 글쓰기를 할 필요가 없다. 솔직한 감정의 표현은 마음 나누기를 통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될 것이다. 감정 글쓰기가 빨래하는 세탁기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빨래는 종류별로 분류하고, 뒤집어진 양말들은 바르게 해서 세탁기 속에 집어넣는다. 오염된 곳을 보이지 않게 뒤집어서 세탁기에 집어넣는다면 깨끗하게 빨래하지 못할 것이다. 내 불편한 감정과 긍정적인 감정을 시원하게 보여주면 훨씬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 당시의 상황·생각·감정들을 글로 명확하게 표현하면 좋다. ‘그 상황에서 나는 이렇게 생각했었지, 그 생각으로 이런 감정이 들었지.’ 글을 쓰다 보면 그 상황에서 왜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을까 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사건·생각·감정으로 나눠 블록을 만들고, 글로 쓴 내용을 공유해본다. ● 1단계: 개요표 작성(A 학생의 개요표) _ 파란색: 사건 / 초록색: 생각 / 빨간색: 감정 ● 2단계: 감정 글쓰기_ 개요표 작성한 A 친구와 함께 간 학생의 글 이틀 전 금요일에 방학식을 했다. 나는 친구들이랑 학교에서 화장하고 옷 갈아입고 야구를 보러 광주에 갔다. 버스를 타고 광주터미널에 도착해 총무를 맡은 나는 막차인 11시 10분 차와 그 앞차인 10시 40분 차를 두고 고민하다 10시 40분 표를 끊었다. 앞으로 이 표가 가져올 사건을 모른 채. 닭갈비를 점심으로 먹고 쇼핑을 하다 야구장에 갔다. 사람이 진짜 많았다. 너무 더웠지만 날이 어두워지면서 야구장 안은 경기에 대한 기대로 생동감이 넘쳤고 흥이 올랐다. 비록 기아가 선전하진 못했지만 즐겁게 경기를 관람한 후 10시 20분쯤 택시가 있을 거란 생각에 천천히 야구장을 빠져나왔다. 콜을 두 번이나 불렀지만 택시가 없단다. 우린 버스를 놓칠까 봐 그 자리에서 냅다 뛰었고 야구장에서 유스퀘어까지 계속 뛰었다. ○○이는 차를 탈 수 있었지만, 나를 포함한 다른 친구들이 시간 안에 도착하지 못해 결국 버스를 놓쳤다. 신발 밑창이 찢어지고 발은 엉망진창으로 까지고 팔다리는 무거웠다. 더욱 화가 나는 건 우리가 출발하고 얼마 안 가서 경기가 끝나버렸다는 것이다. 기아가 졌다. 만약 11시 10분 막차 표를 선택했다면, 친구들에게 11시 10분 막차가 있다는 것을 말해줬더라면 경기를 다 보고 조금만 서두르면 되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잃은 건 많고 얻은 건 쇼핑 때 산 옷 한 벌과 허탈감에서 나오는 헛웃음뿐이었다.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친구들과 사진 찍고 웃어버렸다.
융합팀 구성 본교는 매년 신학년 집중연수기간에 융합팀을 구성하여, 동일한 주제를 토대로 수업을 구상하고 수업연구를 한다. 어떤 과목과 융합수업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는데, 마침 특수과 선생님이 ‘교과를 중심으로 하는 장애이해수업을 해보고 싶다’는 제안을 했고, 도덕 1 단원 중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방법’을 공동 주제로 수업해 보기로 뜻을 모았다. 관련 단원과 성취기준을 토대로 수업 재구성을 시작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두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융합을 위한 융합수업이 아니어야 하고,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수업흐름과 연계성을 고려한다. 둘째,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혜적 태도가 아닌 이해와 공감을 토대로 하는 수업이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고려한 끝에 수업주제를 ‘단순히 장애인을 이해하기 위한 수업’이 아니라 교과서에 있는 ‘사회적 약자의 개념을 배우고 이들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수업’으로 정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사회적 약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하여,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Universal Design)을 해보는 활동으로 프로젝트 수업을 구성하였다. 무엇보다 긴 흐름을 가지고 2월부터 차근차근 주제선정과 교육과정 재구성, 프로젝트 계획, 역할 분담 등을 위해 수시로 회의를 하였다. 특히 여름방학 때에는 클래스룸을 활용하여 자료를 공유하고 논의함으로써 2학기가 시작한 뒤에도 차시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구체적인 본 융합프로젝트의 흐름도(표 1 참조)와 실제 수업의 흐름은 표 2와 같다.[PART VIEW]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해 도덕 1 인간존중 단원에 있는 학습요소 가운데 인권·인간존엄성·사회적 약자의 개념과 정의를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사회적 약자의 어려움에 공감할 수 있도록 수업을 설계하였다. 원격수업에서는 사회적 약자의 사례조사를 하면서 ‘나 자신이 언제든지 사회적 약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공감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등교수업에서는 이를 토대로 모둠원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사회적 약자의 사례를 살펴보고, 사회적 약자가 겪는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논의해보았다. 많은 학생들이 사회적 약자의 범주 가운데 ‘다문화’, ‘장애인’, ‘노약자’를 도움이 필요한 대상이라고 선정하였고, 이를 토대로 모둠을 구성하였다. 학생들은 사회적 약자의 개념과 정의를 조사하여 모둠원과 토의하고,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버리고 자신이 알고 있는 개념을 정교화할 수 있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개념을 바탕으로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생각해보고, 내가 만약 사회적 약자가 된다면 어떤 불편함이 있을지 다양한 문제들을 떠올려보면서 ‘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지’ 깨닫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이러한 고민의 연속선상에서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돕는 방법을 생각해 볼 것’ 임을 강조하여 설명하였다. 왜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보편적 설계)인가 학생들에게 일회성으로 장애이해교육을 실시하고 싶지 않았다. 일회성 장애이해교육은 아무래도 특수교육대상자 또는 장애인에 대한 공감과 이해에 초점이 맞춰지고, 특수교사는 전달자의 입장이 된다. 그러다 보니 진정한 장애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맞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시혜적 태도를 지양하면서 수업에서 함께 다룰 수 있는 주제가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였고, 학생들이 장애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실천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는 주제인 보편적 설계를 선택하게 되었다. ● 유니버설 디자인 설명의 초점 학생들에게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내용을 어렵지 않으면서도 정확하게 알려주고 싶었다. 또한 특수교사가 설명한다고 해서 너무 장애에 초점을 맞춘다면, 도덕과 교육과정에서 가르쳐야 하는 ‘사회적 약자의 이해’라는 주제에 맞지 않을 것 같았다. 따라서 우리가 이 수업에서 전달하고자 했던 했던 시혜적 태도가 아닌 ‘이해와 공감의 태도’라는 수업주제를 견지하면서, 보편적 설계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어떤 한 집단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 모두가 현재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을 활용한 설명을 준비했다. ● 주제 선정 및 활동 구조화 모둠은 ‘다문화’, ‘장애인’, ‘노약자’로 구성하였고, 각 주제에 대해 현재와 미래의 관점으로 두 모둠을 구성하였으므로 총 6모둠으로 활동을 진행하였다. 학생들에게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객관적 이해와 더불어 미래에 내가 사회적 약자가 될 수 있다는 공감적 부분을 함께 고민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모둠을 구성하고 모둠원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이들을 돕기 위한 구체적 주제를 정하고 역할을 분담하였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제작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발표 및 홍보과정, 피드백도 고려하여 계획을 세웠고, 발표와 홍보에서의 역할이나 피드백에 대한 예상 질의응답을 조사해오는 부분도 계획서에 포함시켰다. 우리 ‘모두를 위한’ 디자인 제작 활동 학생들에게 유니버설 디자인과 관련된 자료들을 보여주며 단순히 제품뿐만 아니라 공간·법·제도 등에도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될 수 있음을 설명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도 좋은 의견이지만, 기존의 것에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부분에는 무엇이 있는지 이야기 나누었다. 이런 과정은 학생들에게 ‘내가 사회적 약자라면’에 초점을 맞추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보편적 설계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학생들이 생각한 아이디어들이 어떤 하나의 집단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우리도 활용할 수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한 아이디어가 될 수 있는 방향으로 피드백을 주었다. 그 결과 처음에는 한 집단만을 고려한 아이디어를 내던 학생들도 유니버설 디자인의 원리와 지침을 살펴보며 ‘모두를 위한 디자인’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모둠 대상과 세부 주제에 따라 시설·제품·공간을 디자인하는 활동이 진행되었다. 설계도와 설명서 및 모둠 홍보물을 제작하였는데, 모둠별로 제작 방법은 다양했다. 설계도와 홍보지를 만드는 팀으로 역할을 나누어 진행하기도 하고, 제작팀과 발표팀으로 나누어 진행하기도 하였다. 직접 컴퓨터를 사용하여 PPT로 설계도를 만들거나 직접 손으로 그리고 인쇄물을 활용하는 등 다채로운 방법을 적용하였다. 작품 발표 및 피드백 모둠활동 자체가 ‘발명’과 유사한 활동이기에 어떤 결과물이 도출될지 걱정이 되었다. 수업 전에 사전교육과 조사활동이 있었고, 수업 중간중간 피드백을 주긴 했지만, ‘얼마나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지 좀처럼 걱정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학생들은 기획 아이디어 회의부터 진지하게 참여하였고, 그 결과 노약자를 위한 건강밥 지키미 어플, 다문화의 날 축제 기획, 장애인을 위한 영화관 등 참신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또한 완성된 설계도와 설명서를 홍보하는 방법 또한 PPT를 활용한 프레젠테이션은 물론 초대장·전단지·웹툰 등 톡톡 튀는 각양각색의 방법을 동원하였다. 도덕교사가 학생들에게 전체적인 설명을 하고, 특수교사는 본 수업에서 학생들이 피드백 활동을 잘 해내고 있는지 살폈다. 각 집단과 더불어 모두가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인지, 적절한 피드백을 주고받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았다. 우리가 가장 놀랐던 점은 학생들이 생각보다 더 보편적 설계에 대해서 집중하고 있었고,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주제에 맞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를 돕는다는 관점이 아닌 ‘내가 사회적 약자라면’의 관점에서 같은 주제의 다른 모둠 아이디어를 살피는 모습이 우리가 전달하고 싶은 수업의도와 들어맞았다. ● 1차 작품 발표 완성된 작품을 발표하고 홍보하는 활동은 모둠 대표자가 홍보 마스터로서 다른 모둠을 방문해서 설명하는 방법으로 10분간 이루어졌다. 특히 ‘다문화(현재)’ 모둠은 ‘다문화(미래)’ 모둠을 방문하여 작품을 발표·홍보함으로써 서로의 전문성을 최대한 살리고자 하였다. 질의응답과 피드백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기회가 되었다. ● 피드백 피드백은 포스트잇에 각각 작성하되, 발표를 위해 파견된 대표자가 발표가 종료되면 포스트잇을 수거하여 원래 모둠으로 복귀하도록 하였다. 사전에 피드백이 막연하거나, 형식적으로 제공된다면 보완 및 수정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강조했다. 장점과 제안할 점으로 나누어 작성한 피드백 예시를 통해 어떤 피드백이 도움이 되며, 이러한 피드백을 반영하여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였다. 학생들은 유니버설 디자인의 이론적 개념과 자료수집 과정부터 진지하게 참여한 덕분에 예리한 질문을 토대로 의미 있는 피드백을 제공하였고, 이러한 피드백을 토대로 설계도와 설명서를 어떻게 수정할지 결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 최종 발표 및 성찰 지난 시간에 수정 제안을 받은 피드백 내용을 어떻게 반영하였는지 반 전체 학생들과 공유하면서 소감을 나눴다. 또한 성찰활동지를 작성하면서 자신의 삶에 미친 영향은 무엇이며, 어떤 배움이 일어났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길을 걷다가 신호등을 보거나, 번역기 어플을 사용하면서, 불편함을 느낄 때마다 이 수업이 생각이 날 것이라고 대답하였다. 또한 새로운 기능이 담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활동이 어려울 것이라고 느꼈지만 모둠원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뿌듯함을 느꼈다는 소감을 나누었다.
지난해 코로나로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시간도,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도 적었던 아이들에게 특별한 수업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평소 아침글쓰기로 아이들과 생각을 공유하던 터라 ‘만약 내가 선생님이 된다면 하고 싶은 수업은?’을 글쓰기 주제로 던졌다. ‘성향 토론’, ‘릴레이 글쓰기’, ‘좀비 달리기 수업’…. 평소에 생각지도 못했던 신선한 수업재료들이 아이들의 글에 쏟아져 나왔다.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수업을 묻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로 함께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수업이 진행되면 좋겠는지 물었다. 아이들은 마치 평소에 수업을 구상이라도 해본 것처럼 창의적이고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했다. 특히 ‘아이들이 직접 이 수업을 이끌어 본다면?’이라는 궁금증을 갖게 했고, 이 물음에서 시작된 것이 이 프로젝트다. 하고 싶은 것이 넘쳐나는 아이들, 앞에 서서 아이디어를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 본인이 잘하는 분야를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는 아이들…. 이런 우리 반 아이들 개개인의 특성이 드러나는 ‘개성 강한’, ‘재미있는’ 수업이 만들어졌다. 우리 수업의 목표 ‘국어·수학·과학….’ 단편적으로 진행되는 교과목 수업 대신 ‘특정 교과목에 한정되지 않는 통합적인 수업을 할 순 없을까’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제시하는 아이디어 및 주제를 중심으로 여러 교과를 연계·통합함으로써 깊이가 있는 융합적인 프로젝트 수업을 만들고자 하였다. 또한 진정한 배움이 일어나도록 아이들이 흥미를 갖고 참여하고, 평가할 수 있는 배움 주제를 고민했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배움을 주고 평가하기보다는,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배움을 주고받으며 스스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의미 있는 주제와 활동이 되길 바랐다. 여러 번의 고민과 회의 끝에 주제와 활동을 선정하여 계획→실행→평가 전 과정에 교사와 학생이 함께 참여하며 진정성 있는 배움의 경험이 이루어지도록 하였다.[PART VIEW] 아이들의 갖는 설렘 처음 우리 반 학생들에게 프로젝트를 제안했을 때, 학생들이 느끼는 신남과 설렘을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선생님, 그럼 저희가 진짜 앞에서 수업하는 건가요?”, “그럼 선생님은 학생이에요?” 항상 자리에 앉아 선생님 수업을 듣기만 하던 아이들에게는 다소 두근거리는 제안이었던 것 같다. 학생들은 제안을 듣자마자 자신이 지난 주제 글쓰기에 어떤 주제를 써냈었는지, 또 무엇을 가장 하고 싶었는지 친구들과 재잘거렸다. 이렇게나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프로젝트가 흐지부지 끝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구성과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학생들이 직접 수업주제와 활동, 평가방법을 함께 고민하며, 표 1과 같이 프로젝트 학습을 구성하였다. 주제 선정 및 수업목표 세우기 “선생님이 된다면 서로 조를 짜 토론을 해보고 싶어요. 예를 들자면 좌뇌 대 우뇌 아니면 MBTI에서 T성향 대 F성향으로 나눠서 흥미진진한 토론을 벌이는 거죠! 좌뇌 대 우뇌로 하면 정말 재밌을 것 같지 않나요? 한 팀은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된다! 한 팀은 얼음이 녹으면 따뜻한 봄이 온다!” 주제 글쓰기에 적어낸 우리 반 한 학생의 글을 발견하고는 수업 아이디어를 교사만 생각해낼 수 있다는 것은 나만의 착각임을 깨달았다. 학생들의 무궁무진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을 한데 모아 함께 수업을 진행해보기로 하였다. 우선 학생들은 프로젝트를 통해 진행할 수업을 토의하였다. 자신의 재능을 살려 친구들에게 가르쳐보고 싶은 수업을 꺼내놓기도 하였고, 들어본 적은 있지만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던 수업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두 시간에 걸친 끝없는 토의를 통해 학생들은 스스로 프로젝트를 통해 진행할 수업을 결정하였다. 우리만의 특별한 수업계획하기 주제를 정한 후에는 의미 있는 수업이 될 수 있도록 수업활동을 구체적으로 계획하였다. 학생들이 직접 선정한 주제와 관련된 성취기준을 미리 찾아보고 학생들에게 건네주었다. 도달해야 할 학습목표를 함께 확인해 보며 어떤 활동을 통해 학습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구체적인 활동을 정했다. 학습활동을 정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과연 본인은 어떤 수업의 선생님이 될까 궁금해하며 무척 들떴다. 이 또한 학생들과 함께 논의를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잘할 수 있는 것의 선생님이 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며 학생들 스스로 자신이 이끌어 갈 수업을 선정하게 하였다. 수업자가 정해진 후에는 수업자 모둠끼리 모여 수업자의 의도, 수업의 목적·시기·내용을 구체적으로 계획하며 지도안을 작성하였다. 처음 주어지는 수업권과 자율성에 학생들은 다소 혼란스러워했지만 “이럴 때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 “친구들은 어떤 것을 좋아할까?”라는 질문에 꾸준히 답하고 고민하며 마침내 멋진 지도안을 완성해냈다. 더불어 수업은 활동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며 목표한 성취기준에 도달했는지에 대한 확인과정이 필요함을 덧붙이며 자신과 친구들의 활동 수행과정에 대한 평가방법을 생각해보게 하였다. 그 결과 학생들은 수업 마무리 과정에서 수업자의 수업활동과 학생(친구)들의 활동결과를 확인하며 상호 간 이야기 나눔의 시간, 교사의 피드백 시간을 갖는 것으로 함께 평가를 설계했으며 한 학기를 기준으로 작품 전시를 통해 함께 완성작을 감상하며 수업을 돌아보는 것을 구상했다. 교사로서 성취기준 도달, 수업운영 측면 모두에서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을 돕기 위해 꾸준한 조언적 피드백과 과정중심평가방법 다양화를 계획했다. 학습과정에 초점을 둔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써 모두가 학습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며, 학생들을 적극 지원하고 돕고자 하였다. 뿐만 아니라 교사의 피드백, 평가뿐만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진행하는 평가를 내실화하여 실제 자신의 수행을 개선하는데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자 했다. 실제 수업 1 _ 그림으로 내 마음 알기 성향 토론 ● 단계 1 _ 교육과정 성취기준 분석하기 ● 단계 2 _ 활동내용 구성 및 평가계획 ● 단계 3 _ 본 차시 학습과정 ‘특별한 우리만의 수업’의 첫 시작을 알린 수업팀의 수업주제는 ‘그림으로 내 마음 알기 성향 토론’이었다. ‘여러 가지 테스트’라는 활동명으로 시작했던 이 팀은 지도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실과·국어수업을 연계하며 활동을 구체화했고, 자신의 숨겨진 성향·심리·취미를 알아보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활동(수행과제) 해보기를 세부추진계획으로 삼았다. 그림 심리테스트, MBTI MEME, 좌뇌 vs 우뇌 토론 등이 그 구체적인 활동이며 ‘자기이해하기’와 ‘자아존중감 키우기’를 활동 최종목적으로 설정하였다. 이후 학생들이 자신의 활동과 태도를 평가해보면서 점검해보는 시간을 갖기로 계획하였다. 학생들의 계획을 세우는 수행과정에서 활동에 대한 학생들의 사고를 촉진하기 위해 연쇄 질문을 사용하여 피드백을 제공하였다. 학생들이 활동을 잘 떠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에 실시한 MBTI 검사를 활용하여 어떤 활동을 할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던져 학생들이 스스로 활동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활동계획서(지도안)를 완성한 후에는 1:1 글 피드백을 주었다. 계획서를 바탕으로 수업을 진행할 때 예상되는 어려운 점에 대해 답글을 달아주어 학생들이 이전에 파악하지 못했던 부분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했다. 학생들은 이 답글을 통해 ‘예측하지 못한 그림이 그려졌을 때’, ‘토론할 때 한쪽 입장으로 치우쳐졌을 때’ 등의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의 대처방법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 수행과제❶ _ 자기이해활동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나와 가족관계 및 역할을 이해하는가? 첫 번째 활동 ‘수행과제❶’은 여러 가지 그림 심리테스트를 통해 자기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수업자 학생들은 지붕·길·창문 등을 그려보게 한 후 준비해온 자료들을 활용해 친구들이 그린 그림에 두려움·자기애 등 숨겨진 심리를 세세하게 분석해주었다. 어항의 물고기들을 그리게 하고 가족과 자신의 관계, 스스로 인식하고 있는 가족분위기 등을 해석해 주었다. 그림을 통해 자신의 심리를 간파당한 친구들은 수업자의 설명을 들으며 무척이나 놀라고 신기해하며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였다. 우수한 학습자들에게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학습활동 중에 대화를 나눔으로써 개별 피드백을 제공하였다. “○○이가 그린 그림을 수업자의 해석을 통해 들여다보니 어떠니? 어떠한 너의 생각이 반영되었니?”의 피드백을 통해 좀 더 깊이 자기 자신을 이해할 수 있도록 비계를 세워주었다. 그림에 집착해 완성하지 못해 온전히 학습을 완수하지 못한 친구들에게는 “그림 자체보다는 그리고 난 후 함께 의미를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해”와 같은 참조 피드백을 통해 수업참여 흐름이 깨지지 않도록 도움을 주었다. 친구들에게 그림에 대한 해석을 전달할 때 단어 선택이 적절하여 수업을 이해하기 쉬웠음을 전달하였다. 덧붙여 수업시간 중에 학생들이 무엇을 알고 있고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살펴보면 좋겠다는 조언 피드백을 제공하였다. 두 번째 활동은 ‘MBTI MEME’였다. 학기 초 시행한 MBTI 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여러 상황을 제시하며 MBTI 유형별 반응을 제시하였다. ‘체험학습 가는 버스 안’, ‘선생님께 칭찬을 들었을 때 반응’ 등 다양한 상황과 그에 따른 MBTI별 반응을 설명하였다. 학생들은 수업자 학생들의 설명을 들으며 평소 자신과 친구의 모습을 대입하고 상황에 따라 상상해보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모든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며, 사람에 따라 나타나는 반응이 다를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 수행과제❷ _ 절차와 규칙을 지켜 타당한 근거를 들어 토론하는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태도를 보이는가? 마지막 활동은 ‘좌뇌 vs 우뇌’ 토론으로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학생들을 좌뇌와 우뇌로 나눈 뒤 토론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주제는 ‘선생님에게 어떤 칭찬을 받는 것이 좋은가?’였다. ‘좌뇌형’ 친구들은 대부분 자신이 잘한 것과 못한 것을 구체적으로 칭찬하는 것이 좋다고 발표한 반면, ‘우뇌형’ 친구들은 그저 잘했다는 칭찬이 좋다고 이야기하였다. ‘좌뇌형’ 편에 앉아있던 교사가 ‘우뇌형’ 친구들에게 평소 상황을 예로 들며 반박하자 ‘우뇌형’ 친구들이 교과서에 쓰인 선생님의 멘트를 가져와 재반박을 하며 열을 내기도 하였다. 학생들이 직접 제시한 토론주제로 교사가 학생으로 함께 참여해 토론을 진행하니 평소 발표에 소극적이던 모습을 보이던 학생들은 사라지고 굉장히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의 아이들만 남아있었다. 수행과제❷에 대한 피드백은 주로 국어과 교육과정 성취기준 평가요소에 초점을 두어 진행하였다. 토론을 진행할 때 지켜야 할 절차와 규칙이 무엇인지에 질문하고 학생들은 자기의 언어로 설명함으로써 잘 이해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볼 수 있었다. 더불어 토론과정에서는 “주제와 관련된 경험을 떠올려 보세요”, “어떤 칭찬이 나의 삶에 더 큰 영향을 주나요?” 등의 단계적 질문을 사용하여 심화된 생각을 유도했다. 마무리 과정에서는 수업 진행자에 대하여 구두 및 시연 피드백을 제공하였다. 철저하게 자료를 준비하여 친구들 앞에서 수업을 이끌어 간 모습이 무척이나 대견해하며 ‘설명을 잘해주어 친구들이 이해하기 쉬웠다’는 점과 ‘철저한 수업준비가 바탕이 되어 의미 있는 수업구성이 되었다’는 점에 주목하여 긍정피드백을 제공하였다. 다만 특정 친구들에게만 발표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에서 느낀 아쉬움과 한쪽으로 주장이 치우쳐졌을 때의 해결방법을 언급하며 교사로서 보일 수 있는 모습을 시연 피드백을 통해 전달하였다. 수업이 끝난 후에는 학생들과 ‘자기평가지’를 통한 자기평가, ‘동료 메시지’를 이용한 동료평가를 진행하였다. 수업 진행자는 자신의 수업을 돌아보며 잘한 점과 부족한 점을 평가했고, 수업에 참여한 다른 친구들은 수업 진행자의 수업과 자신의 수업 수행과정을 평가했다. 평가항목도 직접 학생들의 손으로 작성했다. 수업 진행자는 책임감을 가지고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사람임을 강조하며, 수업 전반·중반·후반 전체에 걸쳐 잘했는지 평가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수업준비가 잘 되었는지, 친구들이 재미있어할 만한 활동을 진행했는지, 의미 있는 수업이 되었는지 등 수업 진행자로서 갖추어야 할 태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평가항목을 정하고 평가에 임하였다. 더불어 수업 진행자에게 동료 메시지를 남겨 다음 수업이 더욱 재밌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피드백을 제공하자는 의견도 덧붙였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도 자기 자신의 성취도를 평가하며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고 하며 매 시간 수업 끝에 오늘의 수업목표와 관련한 평가항목을 정하여 점수로 평가하였다. 꾸준히 상호 간의 피드백을 지속하고 반성하면서 더 나은 수업과 적극적인 수업 참여를 다짐하였다. 실제 수업 2 _ A! B! 영자신문 만들기 ● 단계 1 _ 교육과정 성취기준 분석하기 ● 단계 2 _ 활동내용 구성 및 평가계획 ● 단계 3 _ 본 차시 학습과정 ‘특별한 우리만의 수업’의 네 번째 주제는 ‘영자신문 만들기’였다. 평소 영어로 말하는 것과 쓰는 것에 관심이 많은 반 아이들은 영어를 사용하여 자기들만의 작품을 만들어내길 희망했다. 영어 담당교사도 아니었으며, 정규수업시간에 일정 수준 이상의 내용을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섣불리 아이들에게 기회를 줄 수 없었다. 학생들이 직접 지도하는 이 시간을 활용하여 아이들의 학습 열망을 충족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에 수업을 계획하고 추진하였다. 학생들의 계획을 세우는 수행과정에서 ‘영어에 서툰 친구들도 어렵지 않게 활동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와 같은 세부적인 부분을 함께 고민하였다. 교사가 이전에 학습내용 이해를 어려워하는 상황에서 어떤 방법들을 제시했었는지 떠올려보게 함으로써 수업 진행자들이 학습에 어려움을 느낄 학생들을 위한 대안과 활동을 스스로 설계하도록 했다. 수업 담당학생들이 수업 전에 반 친구들에게 관심이 가는 기사문을 찾아오게 하였다. ‘너무 짧지 않을 것’, ‘영문으로 쓰기에 너무 어려운 내용은 아닐 것.’ 교사보다도 섬세하게 수업준비를 해나갔다. 수업이 시작되고 반 아이들은 준비한 기사문을 확인하고 글의 구조에 따라 기사문을 요약했다. 전체 글을 구조화하면서 기사문에 필요한 내용을 정리했다. 자신이 요약한 것에 더 추가하고 싶은 내용을 생각하고, 필요한 자료를 찾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아이들은 자신만의 영문기사를 완성했다. ● 수행과제❶ _ 관심 있는 신문기사를 고르고, 내용을 요약할 수 있는가? 첫 번째 활동 ‘수행과제❶’은 준비한 기사문을 글의 구조에 따라 요약하고 정리하는 것이었다. 한 해 전에 ‘글의 구조’를 이해하고 ‘글을 요약하는 방법’을 배웠어야 할 아이들이었으나 글의 구조가 무엇인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코로나로 인해 원격수업이 진행되어 학원에서 배우지 않는 국어·사회와 같은 과목에서는 수업결손이 더러 발견되었다. 이를 채우기 위해 수업자 학생들이 글의 구조와 기사문의 기본 육하원칙을 설명한 뒤 기사문을 요약하게 했다. 각자가 익숙한 글의 구조화 방법으로 기사문을 요약했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요약과 구조화가 잘 되어 있어야 완성될 기사문의 표현이 매끄러울 수 있음을 강조하여 중간 피드백을 제공했다. 아이들은 자신이 완성할 기사문을 기대하며 기사문의 내용을 정리하고 표현과 단어를 매끄럽고 쉽게 풀어나갔다. ● 수행과제❷ _ 알맞은 언어 표현과 자료를 활용하여 글을 쓸 수 있는가? 두 번째 활동은 직접 기사문을 작성하고 완성한 작품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었다. 모든 아이들의 영어실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보니 기사문을 완성하는 것을 처음에는 어려워하는 아이도 있었다. 그러나 수업자가 설치해 둔 여러 수업장치(수준을 고려하여 조를 구성해 작품 만들기, 사전 사용하기, 수업자의 도움받기 등)가 있었기에 학생들은 점차 흥미를 가지고 작품을 완성하는데 집중했다. 꾸준하게 요약본과 찾아놓은 자료를 참고하여 영문기사를 열심히 써 내려갔다. ‘우리 반 문화’, ‘세계의 동식물’, ‘스포츠계의 핫이슈’ 등 참신하고 재미있는 신문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더 나아가 평범한 기사문을 작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찾은 자료를 활용하여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뉴스를 다채롭게 꾸미고 제작하였다. 이번 수업주제에 대한 피드백은 학생들이 ‘글을 탁월하게 쓰는가’ 보다는 ‘배운 내용을 글에 잘 녹여내는가’에 집중하였다. 영어실력에 따라 평가가 진행되면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교사는 학생 진행자가 수업흐름을 이끄는 동안 지속적으로 아이들을 격려하고 지지하였다. “선생님이라면 이런 방향이었을 텐데, ○○이는 이렇게 했네”와 같은 구체적인 조언적 피드백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기사문을 완성해나갈 수 있도록 했다. 학생 진행자와 교사는 끊임없는 피드백 교류를 통해 수업을 마무리했다. 수업이 끝난 후에는 학생들과 완성된 작품을 발표하면서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각기 다른 분야의 기사문이 완성되었기에 학생들은 자신의 기사문뿐만 아니라 친구들의 기사문에도 큰 관심을 가지며 기사를 읽기 시작했다. 기사문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수업을 진행하면서 느낀 점이나 알게 된 점을 이야기했다. 학생들은 더 나은 기사문을 만들기 위해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무엇이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하였고, 막연했던 기사문 작성을 결국엔 해낼 수 있어서 좋았다며 성취감을 표현했다. 다 완성된 작품은 한데 모아 실제 신문형식으로 제작하였다. 자신들의 작품을 완성본으로 확인하며 더 뿌듯해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프로젝트가 중간까지 진행되었다. 프로젝트가 중간에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기에 아이들이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자신만의 특별한 수업을 만들 수 있도록, 본인이 특별한 수업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학기의 흐름 속에서 꾸준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모두가 함께 노력하였다.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선생님, 다음 시간에는 저희가 수업하는 거 맞죠?” 학생들은 자신들이 수업을 이끌어 갈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교실의 주인공인 학생들이 수업의 주체가 되자 더욱 빛이 났다. 책상에 앉아 그저 교사의 수업을 듣기만 하던 아이들이 친구들 앞에 교사로서 서니 수업에 대한 책임감과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평소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친구들이 호응해주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작은 것에도 기뻐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수업과 평가는 선생님만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던 아이들이 서로 꾸준한 피드백을 주며 함께 부족한 점과 개선점을 스스로 찾아 나서는 모습을 보며 교사로서 뿌듯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아이들에게 수업을 처음 맡길 때는 잘할 수 있을까 막연한 두려움에 얼마만큼의 개입이 필요할까 걱정했는데 막상 학생들은 칠판 앞에 서서 누구보다 훌륭하게 잘 해냈다. ‘수업 주인공은 우리야! 우리의 수업, 우리 손으로!’ 프로젝트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성장하는 시간으로 기록될 것이라 생각한다.
공무원의 봉급체계는 크게 호봉제와 연봉제로 구분된다. 호봉제는 호봉에 따라 봉급이 지급되는 제도로서, 공무원은 매년 정기승급을 통해 호봉이 올라가는 연공급적 성격의 보수체계로 되어 있다. 교원의 호봉은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라 40호봉으로 구분하며, 일반직공무원과 다르게 최고 호봉에 도달한 이후에도 근속연수에 따라 추가호봉을 가산할 수 있다. 교원은 일반적으로 9호봉부터 시작하므로, 경력이 32년 이상 되면 최고 호봉인 40호봉이 되어 경력이 더 쌓여도 호봉을 올리지 못한다. 이를 보전해주기 위해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최대 10호봉까지 근속가봉을 추가할 수 있도록 하였다. 승급이란 일정한 재직기간의 경과나 기타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현재보다 높은 호봉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1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올라가는 정기승급과 주요 업무실적이 뛰어난 공무원에게 호봉을 올려주는 특별승급이 있다. 호봉 획정 및 승급은 법령의 규정에 따른 임용권자 또는 임용제청권자가 시행한다. 이번 호에서는 교육공무원의 호봉과 승급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호봉 개요 1. 근거 법령 위계도 [PART VIEW] 2. 호봉 획정의 종류 3. 호봉 관련 주요연혁 초임호봉의 획정 공무원을 신규 채용할 때는 초임호봉을 획정한다. 공무원의 초임호봉은 공무원의 초임호봉표(「공무원보수규정」 [별표 15])에 따라 획정한다. 이 경우 그 공무원의 경력에 특별승급 또는 승급제한 등의 사유가 있을 때는 이를 가감하여야 하고, 경력과 경력이 중복될 때는 그중 유리한 경력 하나에 대해서만 획정하여야 하며, 통상적인 근무시간보다 짧게 근무하는 공무원의 경력은 정상 근무시간을 기준으로 근무시간에 비례하여 획정하되,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과 한시 임기제 공무원을 포함한다. 1) 대상: 신규 임용되는 교육공무원 2) 시기: 신규채용일 3) 절차 및 방법 4) 교육공무원의 초임호봉 획정 가. 호봉 = 경력+기산호봉 나. 경력 = 환산경력연수+(학령-16)+가산연수 5) 경력기간 계산방법 가. 경력기간의 계산: 연·월·일까지 계산하되, 역(歷)에 의한 방법에 의한다(「민법」 제160조). ※ 역(歷)에 의한 방법이란 기간을 정함에 있어 일(日) 단위로 환산하지 않고 계산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 기간계산에 임용일은 산입하고, 퇴직일은 제외한다. 다만 군복무기간은 퇴직일과 근무기간이 정해진 계약직 공무원(기간제교사 포함)의 계약기간 만료일은 산입한다. 나. 경력환산율: 여러 가지 경력이 있는 경우, 각 경력을 경력환산율별로 계산하여 각각 합산한다. 6) 학령가감 산정 가. 학령: 경력산정 대상자의 법정 수학연한을 통산한 연수 나. 학령가감: 유·초·중·고 교원의 학령을 호봉에 가산하거나 감산하는 것 다. 학령산정 = 초(6)+중(3)+고(3)+대학 수학연수 ※ 복수의 동등 학위를 취득하더라도 학령계산은 1개의 학위에 대해서만 인정하고, 기타 중복되는 동등 학위의 취득기간은 경력기간(80%)으로 인정한다. 7) 기산호봉: 교원의 처우 우대를 위해 교육공무원은 자격별 기산호봉을 적용한다. 8) 가산연수 가. 사범계 가산연수: 교육공무원 중 수학연한 2년 이상인 사범계학교(대학에 설치하는 교육계학과를 포함) 졸업인 자는 1년을 가산한다. ※ 사범계 가산연수는 2개 이상의 사범계학교를 졸업했더라도 1회만 인정한다. 나. 특수학교(학급) 가산연수: 특수학교 교원자격증을 가지고 특수학교 또는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을 담당하는 교원,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근무하는 교원 1) 수학연한이 2년 이상인 사범계학교(대학에 설치된 교육계학과를 포함) 졸업자: 2년 2) 수학연한 1년 이상 2년 미만인 사범계로 인정된 교원양성기관 수료자: 1년 3) 비사범계 학교 졸업자: 1년 정기승급 연령과 근속연수의 변화를 기준으로 승급기간 1년에 대하여 1호봉을 승급시키는 것을 말하며, 매월 1일자로 승급한다. 다만 승급제한을 받는 공무원은 승급제한기간이 끝난 날의 다음 날에 승급한다. 1) 대상 및 요건 가. 재직 중인 공무원으로서 정기승급일이 되어야 한다. 나. 승급요건: 정기승급일 현재 승급제한기간 중에 해당되지 아니하여야 한다. 다. 승급기간: 승급에 필요한 기간은 1년 이상이어야 한다. 2) 시기 가. 정기승급일: 매월 1일(2008.1.1.부터 적용) 나. 승급이 제한되었던 공무원 중에서 승급제한이 만료된 날 현재로 승급기간이 1년 이상 되는 경우 다. 징계처분을 받은 공무원의 징계처분 집행이 종료된 경우 라. 훈·포장 등으로 승급제한기간이 단축된 경우 3) 승급의 제한(「공무원보수규정」 제14조) 가. 승급제한기간 중에는 승급발령을 할 수 없다. 나. 승급이 제한되어 승급시킬 수 없는 기간 - 징계처분·직위해제·휴직(군입대 휴직 포함) 중에는 승급시킬 수 없다. ※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한 휴직은 승급제한 대상이 아니므로,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 휴직자는 재직자와 같이 정기승급일에 포함한다. - 휴직과 호봉승급의 문제는 휴직기간을 승급기간에 포함시킬 것인지와 휴직기간 중에 정기승급을 할 수 있는지의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 병역휴직이나 노조전임휴직은 복직 시 동 휴직기간을 승급기간에 포함시킨다. ※ 공무상 질병휴직은 재직자와 같이 휴직 중일지라도 정기승급일에 승급할 수 있다. 다. 징계에 의한 승급제한과 승급제한기간의 산입 호봉 재획정 공무원이 재직 중 호봉을 다시 부여하는 것으로 새로운 경력을 합산하여야 할 사유가 발생한 경우, 초임호봉 획정 시 반영되지 않았던 경력을 입증할 수 있는 경우, 승급제한기간을 승급기간에 산입하는 경우, 호봉 획정방법이 변경되는 경우 등에 한정된다. 초임호봉 획정의 방법이 변경되어 호봉을 재획정할 때는 다른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초임호봉 획정의 방법에 따른다. 1) 대상: 재직 중인 공무원 2) 요건 가. 새로운 경력을 합산하여야 할 사유가 발생한 경우 나. 승급제한기간을 승급기간에 산입하는 경우 다. 당해 공무원의 호봉 획정방법이 변경되는 경우 호봉 정정 호봉 획정 또는 승급이 잘못된 경우, 당초의 잘못된 호봉 발령 일자로 소급하여 호봉을 정정하는 것으로, 당초의 잘못된 호봉 발령 일자로 소급하여 정정하고, 호봉 정정에 따른 급여 정산도 소급하여 정산한다. 만약 교원이 초임 발령 때부터 1호봉 낮게 획정된 것을 10년 후에 발견해 정정했다면, 10년간 1호봉씩 적게 지급된 전체 봉급을 모두 지급한다. 다만 교원의 귀책사유 없이 담당 공무원 등의 실수로 호봉이 잘못 획정된 것을 바로 잡는 경우에만 해당한다. 초임호봉 획정 시 반영되지 않았던 경력 입증자료를 교원이 나중에 제출한 경우는 안 된다. 또한 자격·학력·직명의 변동, 호봉 획정방법의 변경에 따라 재획정할 때도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1) 대상: 호봉 획정 또는 승급이 잘못된 교육공무원 2) 시기: 호봉 획정 또는 승급이 잘못된 것이 발견될 때 3) 절차 및 방법: 해당 공무원의 현재 호봉 획정 또는 승급 시행권자가 시행하되, 호봉 정정의 사유 및 근거를 명확히 하여야 한다. 가. 당초의 잘못된 호봉 발령일자로 소급하여 정정한다. ※ 호봉 정정에 따른 급여정산도 호봉 발령일자로 소급하여 정산한다. 나. 호봉 정정 후 다음 승급기간에 산입하는 잔여기간을 계산한다. 다. 호봉 정정의 사유 및 근거를 명확히 하여 호봉승급대장에 준하여 관리하여야 한다. 라. 호봉 정정에 따른 보수는 보수지급일 현재의 소속기관에서 정산한다. ※ 필요시 종전의 호봉 획정 및 승급시행권자에게 호봉 정정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 호봉 및 승급 관련 Q A Q1_ 호봉 재획정과 호봉 정정의 차이점은? 호봉 재획정은 재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호봉을 다시 부여하는 것으로 새로운 경력을 합산하여야 할 사유가 발생한 경우, 초임호봉 획정 시 반영되지 않았던 경력을 입증할 수 있는 경우, 승급제한기간을 승급기간에 산입하는 경우, 호봉 획정방법이 변경되는 경우 등에 한정된다. 호봉 정정은 호봉의 획정 또는 승급이 잘못된 경우에 그 잘못된 호봉 발령일자로 소급하여 정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Q2_ 호봉 획정과 관련한 경력기간 계산에서 역(曆)에 의한 방법이란? 기간을 정함에 있어 일(日) 단위로 환산하지 않고 계산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기산일의 전일에 해당하는 날로 만료되는 때는 1월로 계산하되(예: 2.5.∼3.4.), 기산일의 전일에 해당하는 일자가 없는 경우에는 그 달의 말일까지를 1월로 계산한다(예: 1.31.~2.28.). 기산일의 전일에 해당하는 날로 종료되지 않는 경우에는 기산일부터 순차적으로 실제일수를 계산하는데, 이 경우 실제일수가 30일이 될지라도 29일로 산정한다. - 3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 1월 - 3월 1일부터 3월 30일까지 = 29일(실제일수는 30일이나 29일로 산정) - 3월 2일부터 3월 31일까지 = 29일(실제일수는 30일이나 29일로 산정) - 3월 3일부터 3월 31일까지 = 29일(실제일수를 산정) - 2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 1월(2월이 28일까지 있는 경우) - 2월 1일부터 2월 27일까지 = 27일(실제일수 산정) - 2월 2일부터 2월 28일까지 = 27일(실제일수 산정 Q3_ 4년제 대학 졸업 후 교육대학 3학년에 편입한 초등 신규교사의 초임호봉은? 동등 학위일 경우 80% 인정되므로 편입한 2년에 대하여 80% 적용하여 10호봉으로 인정한다. Q4_ 대학원 학위과정을 이수하였으나 학위를 취득하지 못하고 교육공무원으로 임용된 자가 재직 중 학위를 취득하였을 경우 호봉 재획정이 가능한지? 임용 전 재학한 대학원의 학위를 교원 임용 후 취득하였을 경우 호봉 재획정 사유로 인정하며, 호봉 재획정 시기는 「공무원보수규정」 제9조에 의거 경력합산을 신청한 날이 속하는 달의 다음 달 1일이 된다. 대학원 학위과정 이수기간은 휴학 등을 제외한 실제 수학기간에 대해서만 인정한다. Q5_ 교육대학을 졸업하여 초등학교 교원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이 일반대학 진학 후 교직이수를 통해 중등학교 교원자격증을 취득하여 중등학교 교사로 임용된 경우 호봉 획정방법은? 2개 이상의 교원자격증을 소지한 경우에는 실제 임용된 과목의 소지자격증을 기준으로 호봉을 획정하여야 할 것이며, 이때 사범계 가산연수의 적용 역시 임용된 과목의 소지자격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Q6_ 2019.2.21. 대학을 졸업하고 2019.1.20. 회사에 입사한 경우 학력과 경력 중복 여부 판단은? 대학은 2월 말까지 다닌 것으로 계산하고, 회사는 3월 1일부터 근무한 것으로 간주하여 계산한다(2019.1.20.~2019.2.28.은 학력과 경력의 중복이므로 제외). Q7_ 초등교원 부족현상으로 중등학교 교사자격증 소지자를 보수교육 대상자로 모집하여 초등학교 강사로 우선 임용하고 교육대학에서 보수교육을 실시하여 초등학교 2급 자격증을 수여한 후 초등교사로 임용한 경우 초등교사 자격증 수여 전 교육감이 우선 임용한 초등학교 강사경력은 몇 %를 인정함이 타당한지? 당시 교육감이 부족한 초등교사 채용의 시급성으로 인하여 강사로 우선 채용하여 보수를 지급하였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여 「공무원보수규정」[별표 22] ‘비고 1’의 적용으로 호봉 획정 100%의 환산율을 적용할 수 있다. Q8_ 2008년부터 정기승급일이 매달 1일자로 실시되고 있는데, 과거 15일 이상이면 1월로 계산했던 방법을 다시 새로운 방법인 월·일 단위로 재획정해야 하는지? 이는 호봉 재획정 사유가 아니므로 과거 15일 이상을 1월로 계산한 기간에 대해서는 그대로 인정함이 타당하다(문교예규 제187호에 의거 1996년까지는 15일 이상을 1월로 계산하였으나 동 예규가 폐지되고 연·월·일로 계산하는 방법으로 변경됨. 이는 신규임용 및 호봉 재획정 시 적용하도록 하고 있음). Q9_ 호봉 획정 잘못으로 보수의 과다 혹은 과소 지급되었을 경우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공무원보수규정」 제18조에 호봉의 획정 또는 승급이 잘못된 때에는 그 잘못된 호봉 발령일자로 소급하여 정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호봉 획정 잘못으로 과소 지급된 보수에 대해서는 그 결과기간에 관계없이 당초 잘못된 호봉 발령 일자부터 호봉 정정 발령일까지의 전 기간을 대상으로 실제 호봉과 잘못된 호봉의 보수차액을 소급하여 지급받을 수 있다. 이때 과소 지급된 보수를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은 호봉 정정 발령일로부터 향후 3년(「민법」 제163호, 급료의 단기소멸시효)이내에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된다. 반대로 과다 지급된 보수에 대하여는 국가가 개인에게 보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으며, 그 소멸시효는 동 호봉 정정 발령일로부터 5년(「예산회계법」 제96조)이다. 예를 들어 1990.1.1.자부터 호봉 획정이 잘못되어 이를 2000.6.1.자로 호봉 정정 발령한 경우에 1990.1.1.부터 2000.5.31.까지의 과소 지급분에 대하여는 개인이 국가에 대하여 2003.5.31.까지 보수지급을 청구할 수 있고, 과다 지급한 봉급에 대하여는 국가가 해당 개인에게 2005.5.31.까지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들어가며 교사들은 교실에서 자율성을 갖고 가르치게 된다. 그러나 가치 있는 피드백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교사들은 개인의 자율적 판단에만 의존하게 되어 ‘선택의 불확실성’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교사들을 외롭고 불안하게 만든다. 이러한 불확실성·고립·개인주의는 결국 교사들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두렵게 만든다((Andy Hargreaves, Michael Fullan). 따라서 교사는 전문성 신장과 학생들의 학습증진을 위해 협력적으로 배우고 탐구해야 한다. 이러한 집단적 탐구가 적극적이고 실천적으로 운영되었을 때, 수업의 효과성이나 수업개선에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일 것이라는 기대는 당연하다. 더불어 공동의 목적과 비전을 가지고 동료교사와 협력을 통해 서로에게 유용한 정보와 기술을 교환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함께 성장하는 속에서 공동체의 소속감과 개별적 효능감도 높아지게 된다. 교사의 학습은 자유로운 교류와 공유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교직 전문지식을 축적하는 것이 아닌 맥락적인 탐구를 통해 개인의 전문성 신장은 물론 집단 공동의 전문성 신장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이러한 교사 간 협력적 상호작용을 통해 얻게 되는 공유와 성찰은 그들이 처한 맥락과 요구에 부합하는 교육활동을 실행할 수 있게 함으로써 전반적인 수업과 교육활동의 개선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공동의 가치와 비전으로 결집된 교사공동체, 즉 전문적학습공동체의 특성 및 학교 내 활성화 방안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전문적학습공동체의 의미와 특성 전문적학습공동체의 개념 및 의미는 학자에 따라서 다양하게 정의되고 수많은 논의가 이루어져 왔으며, 교사학습공동체나 학습조직과 같은 용어들이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적학습공동체의 핵심주체가 ‘교사’라는 것과 ‘학습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같다고 할 수 있다. 전문적학습공동체의 등장은 교사의 개별적 전문성 신장에 의존했던 교사연수시스템이 학교변화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는 평가와 함께 집단성장과 학교역량 강화 방안의 모색이 필요하게 된 데 따른 것이다. 즉 전통적인 교사연수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으로써 교사전문성 개발을 위한 접근이라는 설명이다. 서경혜(2015)는 전문적학습공동체를 ‘교사전문성 신장과 학생의 학습증진을 목적으로 비판적 탐구 및 협력적 실천을 통해 지속적으로 배우고 실천하는 교사들의 결속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전문적학습공동체를 통해 기존의 전통적인 학교문화를 혁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경기도교육청(2017)은 전문적학습공동체를 교원들의 지속적인 관계 속에서 공동체 목표를 설정하고, 함께 교육문제를 파악하며, 해결책을 모색하는 공동체로 정의했다. 이를 통해 교원전문성 신장뿐 아니라 집단역량을 기르고, 학교조직문화를 개선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제시하였다.[PART VIEW] 정바울(2016)은 ‘전문성’, ‘학습’, ‘공동체’의 개념을 고찰하여 ‘전문성’은 전문직으로서의 교사를 강조하고, ‘공동체’는 좁은 의미인 교사 간 공동체를, 넓은 의미로는 학교교육의 구성원 모두를 포함한다고 했다. 또 ‘학습’은 전문성과 공동체 사이의 매개로서 학습을 강조한다고 정의했다. 드포 이커(DuFour Eaker, 1998)는 전문적학습공동체를 다음 표 1과 같은 여섯 가지 특징으로 제시했다. 전문적학습공동체의 분류 전문적학습공동체는 표 2과 표 3처럼 학교 안, 학교 밖, 학교 간으로 나누어지며 경기도교육청은 ‘학교 안 전문적학습공동체’를 연수학점으로 신청한 경우 직무연수로 운영되고 있다. 학교 안 전문적학습공동체는 학교 내 교원들이 동료성을 바탕으로 함께 교육과정을 연구하고, 함께 대화하고 협의하는 과정에서 동반 성장할 수 있으며, 학교 교육력 제고 및 학교문화를 개선하는데 의미가 있다. 학교 밖 전문적학습공동체는 여러 학교의 교육들이 주제별·교과연구회별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함께 성장하는데 목적이 있다. 전문적학습공동체 활성화 방안 전문적학습공동체가 잘 되지 않은 학교가 겪는 문제점을 살펴보자. 첫째, 행정업무중심과 사업중심의 학교조직문화로 인해 학교비전 공유가 미흡하다. 결국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이 남으면 운영하자’는 식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관료적 학교문화와 운영방식이다. 관료적 문화를 가진 학교는 하향식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수동적인 자세로 참여하게 되고 형식적인 운영의 악순환이 지속되어 의미 없는 형식주의로 흐르게 된다. 셋째, 리더 교사의 역할 및 전문성 부재이다. 리더십이 검증되지 않은 교사가 전문적학습공동체의 리더가 되는 경우 외부강사에 의존하게 되며 관행적으로 운영하게 된다. 넷째, 개인주의 및 이해관계 중심의 잘못된 교직문화가 조성되어 있다. 따라서 이러한 장애요인을 해소하고 전문적학습공동체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단위학교 상황에 맞는 실천전략 수립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가. 리더 교사의 역할 어느 공동체이든 첫 시작 단계에서는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학교 안 전문적학습공동체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열정적이고 포용력 있는 리더 교사가 필요하다. 리더 교사는 친밀한 인간관계를 맺음으로써 구성원들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신뢰를 바탕으로 주변을 아우르는 넓은 마음을 가진 리더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리더 교사는 수업에 대한 열의와 탐구정신을 가지고 전문적학습공동체를 통해 배움의 의지를 키워 나가야 한다. 특히 전문적학습공동체 구성원들의 의견에 개방적 태도를 유지하면서 발전적인 활동이 되도록 촉진자 역할을 할 때, 구성원들 또한 리더 교사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나누면서 공동체 활동의 운영방식을 정해갈 수 있게 된다. 리더 교사는 전문적학습공동체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단순한 친목모임이 아니라 전문적학습공동체 활동이 학교의 긍정적 문화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동력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 신뢰와 소통의 학교문화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학교문화는 교사들이 고립될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이유를 발생시킨다. 그러나 신뢰와 소통의 학교문화가 조성되면 교육과 학교에 대한 가치·비전·철학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가장 큰 긍정적 변화는 교사들의 효능감이 높아지는 것이다. 개방으로 인한 평가의 두려움으로 교실 안에만 있던 교사들도 함께 모이는 공동의 연구를 위해 교실 밖으로 자발적으로 나오게 된다. 그리고 공동실천의 과정에서 나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두려움이 사라지고 가르치는 일을 더 잘해보고자 하는 의욕과 자신감이 생기게 된다. 집단적 효능감은 학교구성원들의 일상적인 관계를 촉진시켜 전문적학습공동체가 더욱 활성화되는 효과를 가져와 개인주의·소극주의적이던 학교가 전문적학습공동체를 통해 교사들의 집단적 효능감이 고양되는 협력적 교직문화로 바뀌게 된다. 다. 학교 차원의 제도적 지원 운영시간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정기적 학습공동체의 날을 지정할 수 있다. 매주, 격주 또는 월단위로 운영하여 운영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교과단위 학습공동체의 경우 교육과정 편제를 조정하여 공강시간을 확보하거나 교과별·학년별 협의회 시간을 전문적학습공동체 시간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교사의 자발성에만 의존하면 협력적 학교문화가 조성되기 어려우며 사적 친목모임이 되기 쉽다. 전문적학습공동체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학교구성원 모두의 참여와 적극적 의지가 필요하며, 이를 지원해주는 학교조직의 학습조직화가 필요하다. 나가며 교육학은 기본적으로 실천학문이다. 교사는 연구한 것을 실천해야 한다. 교사에게는 실천역량이 강조되는 것이다. 교사가 고민한 만큼 교실과 학교는 역동적으로 구현될 수 있다. 그러나 교사 개인의 연구와 실천에는 한계가 있다. 교사의 연구와 실천은 집단적 탐구조직인 전문적학습공동체 안에서 검증되고 피드백되어야 한다. 개인적인 울타리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전문성을 가진 집단이면서 동시에 폐쇄적일 수 있는 학교문화를 생각해 볼 때, 교사들의 전문적학습공동체가 가지는 함의는 크다고 할 수 있다. 교사가 자신의 가치에 따라 의미 있게 살아갈 때 교육적 가치 실현은 이루어질 수 있다. 끊임없는 성찰과 피드백을 통해 성장하고 교육적 역량 및 리더십을 갖출 때 학교의 교육성과는 높아질 것이며, 수시로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학생들이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교육경험을 제공하게 할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정책논술의 작성순서와 서론·본론·결론 진술방법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논술을 작성해보자. 정책논술의 작성순서와 요령 정책논술은 일반적으로 ‘논제 및 논점 파악 → 논지 설정 및 개요 짜기 → 논술하기 → 퇴고’ 순서로 작성한다. 첫째, 논제 및 논점을 파악해야 한다. 논제란 논설·논문·토론 등의 주제나 제목을, 논점은 논의·논쟁 등 중심이 되는 문제점 또는 문제의 중심을 의미한다. 논술작성에서 제일 먼저 다루어야 할 것은 주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그다음으로 주어진 자료나 상황에서 찾을 수 있는 주제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는 선장이 항해를 준비할 때 가장 먼저 최종 목적지를 결정한 후, 가야 할 항로를 선택하는 것과 유사하다. 따라서 논제 및 논점을 파악하는 것은 논술의 다음 단계인 논지 설정과 개요 짜기의 방향을 잡아주는 중요한 작업이다. 또한 사실상 논술의 평가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실제로 정책논술문 채점을 하다 보면 이 부분이 안 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둘째, 논하는 말이나 글의 취지를 밝히는 논지를 설정하고, 대강의 틀을 잡는 개요를 짜야한다. 논제와 논점을 설정했다면 그다음 단계는 이에 대해 논할 것들, 즉 주장할 것들을 논지로 정하는 것이다. 여기서 논지란 세세한 각각의 논할 거리나 주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논제·논점을 분명히 밝히는 큰 카테고리이다. 논지는 논거로 뒷받침할 수 있는 것들로 정하고, 실현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사실상 해당 논제·논점에 대한 자기 생각이나 주장은 논지를 통해서 전달되며, 논지의 객관성·신뢰성·타당성 등에 따라 설득력이 달라질 수 있다. 이후 조각 형태인 논지를 논리 순서나 중요도에 따라 조합하여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대강의 개요를 짠다. 이 경우 글의 흐름이 전체적으로 자연스럽고 단락과 단락의 연결이 조화롭게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논지 설정과 개요 짜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평소 각종 보고서·연수자료·정책 홍보자료 등을 읽으면서 분석적으로 접근하여 주장하는 바에 따른 논지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의 객관성·신뢰성·타당성을 따져보는 일을 자주 실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자료를 요약하여 개요 짜기를 하다 보면, 요약하는 능력은 물론 요약하여 발표하는 능력까지 생겨 향후 교육전문직원이 되었을 때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개요 짜기를 바탕으로 실제로 논술을 해 본다. 논술은 앞서도 얘기했지만, 일반적으로 서론·본론·결론 형태로 소제목을 넣어 진술해 나간다. 서론은 보통 3~4문장으로 진술하되, 어떤 내용을 어떻게 쓸 것인지 안내하는 것이 좋다. 가급적이면 초반부에는 논제·논점과 관련된 최신 사회이슈 등을 제시하여 흥미와 관심을 유발하고, 중반부는 자신이 주장할 핵심내용인 논지·논거내용을 제시하며, 후반부는 본론에 제시할 논점의 내용, 즉 논제에 대한 문제인식을 서술한다. 본론은 내용의 중요도·우선순위·논리·범위 등에 따라 두괄식으로 짧고 간결하게 논지와 논거를 하나씩 제시한다. 결론은 보통 3~4문장으로 본론에서 논의한 내용을 마무리한다. 초반부는 논점 전체를 아우르는 문장으로 요약·정리하고, 중반부는 논점을 좀 더 구체화하는 설명을 하거나, 주제 강조점을 부각한다. 후반부는 자신의 결의 표현, 실천의지 등으로 마무리한다. 이에 대해서는 후반부에 더 자세하게 안내할 계획이다.[PART VIEW] 넷째, 마지막으로 작성한 정책논술문을 다시 읽어 보면서 윤문이나 맥락을 살펴 수정·보완하는 퇴고작업을 한다. 진술해 나가는 과정에서도 전후 맥락이나 오탈자 등을 살피면서 점검하며, 다 쓴 다음에도 서론·본론·결론의 일관된 연결성이 있는지와 맞춤법과 대표 단어 등의 수정 등을 점검하여 보완한다. 서론 진술 요령 서론은 논제가 함의하고 있는 문제인식, 즉 논점이 무엇인지를 밝혀 향후 본론에서 어떤 논지로 말할 것인지 유추할 수 있도록 기술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정책논술의 구조에서 살펴보면 서론은 ‘1단계 관심 환기’, ‘2단계 문제의식 기술하기’이다. 관심 환기는 매우 중요하다.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먼저 궁금해하거나 호기심이 생기도록 해야 집중력과 인내력이 생겨 잘 듣기 때문이다. 이는 수업의 도입단계에서 학생들이 학습목표를 찾을 수 있도록 동기유발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따라서 주어진 문제의 필요성이나 개념, 관련된 시사 내용을 먼저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럼 구체적으로 서론을 어떻게 기술해야 하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첫째, 논제나 논점과 관련된 명언·격언·속담·사자성어·통계자료·주어진 자료인용·개념 정의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둘째, 논제와 관련된 일상생활에서 겪은 경험이나 직접 보고 들은 사실들을 활용하여 기술하는 것도 좋다. 셋째, 논제의 출제배경이 반드시 있으므로 이에 대한 사회적 배경을 설명하는 것도 좋다. 이는 논제나 논점의 출발점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이며, 채점자 입장에서는 수험생이 제시한 문제와 자료에서 제대로 출제자 의도를 파악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넷째, 시사성 있는 최근 사건이나 공감을 형성할 수 있는 내용을 기술한다. 이미 지난 호에서도 얘기했지만, 정책논술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자기 생각이나 주장을 다른 사람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작성해야 한다. 따라서 시사성 있는 최근 사건이나 보편적 소재를 활용한다면 공감 형성이 쉽다. 다섯째, 대상의 의미가 모호하거나 범위를 한정할 때는 용어 개념을 정의하여 기술해야 한다. 주어진 문제나 자료에서 주제·대상·내용이 복잡하거나 혼란스러울 때, 또는 용어가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면 관련 중심 용어의 개념·의미를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이 부분은 출제자의 출제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였는지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에 간과해서는 안 된다. 본론 진술 요령 본론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하고 싶은 내용을 체계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즉 논제와 논점에 맞는 논지를 제시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신뢰롭고 타당한 논거를 함께 제시하여 설득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실제 정책논술 채점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채점기준표의 중요한 내용들은 대부분 본론에 제시되어 있다. 따라서 본론을 어떻게 작성하느냐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준이 된다. 그럼 본론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술하는 것이 좋을까? 첫째, 서론과 결론과의 밀접한 상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이미 알고 있다시피 서론은 논제나 논점을 분명히 밝히고, 어떤 생각이나 주장을 할 것인지 논술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결론은 자기 생각이나 주장을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언급하는 것이다. 따라서 본론은 서론과 본론과의 일관성을 가지고 내용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듯이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논제가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경우는 문제현황, 문제의 원인 분석, 해결책 순으로 정리해야 한다. 정책논술 문제가 ‘주어진 문제의 해결방안을 논술하라’고 지시한 경우 정책논술의 기본형인 서론·본론·결론 형태로 제시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따라서 이 경우는 서론, 본론 또는 문제현황, 결론 또는 해결방안 순서로 전개할 수 있다. 참고로 서론·본론·결론 대신에 대표성 있는 구체적인 제목을 기술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단순히 서론·본론·결론이라는 형태로만 제시하는 것보다 구체적인 소제목이 있는 것이 더 가독성이 있다. 그래서 서론: 소제목, 본론: 소제목, 결론: 소제목과 같은 형태도 나쁘지 않다. 물론 문제해결방안 중심의 논술을 요구하는 문제의 경우는 서론 또는 서론: 소제목, 현황 및 원인 분석, 결론 또는 결론: 소제목을 기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셋째, 논제에 따른 논지는 대상중심·내용중심·혼합형 형태로 진술해 나갈 수 있다. 대상중심으로 논지를 제시하는 것은 학교·교사·학생·학부모·지역사회로 구분하거나 교육부·교육청·교육지원청·학교로 구분하여 그 대상이 할 일을 정리하는 것이다. 내용중심으로 논지를 제시한다는 것은 교육과정 연계지도, 교사역량 강화, 프로그램 개발 및 적용, 지원체제 구축 등과 같이 논지를 내용중심으로 기술해 나가는 것이다. 혼합형은 대상에 따른 역할(내용)을 함께 제시하는 방식으로 교육과정 연계지도 활성화를 위한 교사역량 강화방안, 학생 인성교육 강화를 위한 학부모 및 지역사회 연계 강화, 학교 생태전환교육 기반 조성을 위한 인적·물적 인프라 구축 등으로 제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넷째, 결론을 염두에 두고 서론에서 제기한 문제에 대한 풍부한 논거를 제시해야 한다. 서론에서 제시한 논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논지를 밝히고, 각 논지에 대한 신뢰성·타당성이 있는 논거를 논점중심으로 적절하게 제시해야 한다. 각각의 논지에 대한 논거는 논지의 신뢰성·타당성을 높이는데 결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하여 제시할 필요가 있으며, 제시하는 형태도 조금씩 다르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다섯째, 논거는 주제에 맞게 선정되어야 한다. 객관성·사실성이 확보된, 즉 특수하거나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일반성과 대표성을 갖춘 2~3개 정도를 제시하면 좋다. 논거로서 객관성·사실성이 확보된 교육부·교육청의 주요업무계획이나 초·중등교육계획, 사업별 세부추진계획들의 하위세부사업과 교육부·교육청이 제시하는 통계자료와 데이터들을 활용하는 것이 무난하다. 여섯째, 서론·본론·결론의 분량은 원고지에 작성할 경우와 컴퓨터에 작성할 경우를 구분해야 한다. 원고지 작성은 원고량이 1,000자 이하일 때는 본론 2~3개 단락, 1,000~1,600자 사이는 3~4개 단락, 1,600자 이상이면 5개 정도의 단락으로 제시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런데 요즘 많은 시·도교육청이 컴퓨터로 정책논술을 작성하기 때문에 만약 A4 2매로 작성할 경우에는 제목, 서론과 본론, 결론 사이에 한 줄을 띄고 전체를 4등분하여 서론 1/4, 본론 2/4, 결론 1/4로 나누어 작성하면 된다. 이 경우 본론은 3~5개 단락으로 나누어 작성하면 적절하다. 이에 따라 하나의 논지에 2~3개씩 기술하면 전체적으로 적절한 양의 내용을 기술할 수 있다. 컴퓨터로 작성하면 원고지로 작성하는 것보다 공간적인 여유가 있어 서론과 본론의 문장 수를 더 많이 할 수 있어 좋다. 다만 문장은 중문이나 복문처럼 길게 작성하는 것보다 채점자가 읽기에 너무 길지 않은 형태로 기술되는 것이 일반적으로 가독성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 결론 진술 요령 결론은 정책논술 전반에 걸쳐 보면 자기 생각이나 주장을 최종 정리하여 제시하는 것이다. 채점자 입장에서 보면 많은 양의 정책논술 답안지를 읽는 것은 매우 부담스럽다. 정확한 채점을 위한 부담감 역시 엄청나다. 때문에 대개 처음에는 서론과 결론을 먼저 읽어보고, 그다음에 본론의 논지를 중심으로 살펴보면서 대강의 평가를 하게 된다. 따라서 결론을 잘 기술하는 것은 평가에 있어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기술할 필요가 있다. 첫째, 서론·본론·결론의 흐름에서 일관성을 유지하여 완결하는 게 필요하다. 이는 서론에 제시된 논점에 따라 본론의 논지와 논거, 결론의 주장이나 다짐이 같은 맥락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본론에서 논의된 내용의 골자를 간추려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핵심을 간단하게 요약하거나 정리해야 한다. 결론의 첫머리는 대부분 본론의 내용을 요약·정리하는 형태지만, 동일한 키워드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본론의 논지를 포괄하는 문장으로 표현한다. 본론 내용을 포괄할 수 있는 명언·속담·격언 등을 활용한다면 더욱 인상 깊게 남을 수 있다. 셋째, 수렴적 결론은 본론에서 주장한 내용을 종합하여 짧고 강력한 의지를 표현하고, 확산적 결론은 지금까지의 주장보다 포괄적·보편적·미래지향적인 제언으로 마무리 짓는다. 예를 들어 어떤 문제의 실태 파악과 해결책 제시를 요구하는 논술은 결론을 수렴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따라서 본론에서 주장한 내용을 요약·정리한 후, 이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또는 교육전문직원으로서 어떤 의지·방법으로 실천할 것인지를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반대로 어떤 정책이나 사업을 향후 발전시키기 위해 현재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논술은 확산적 결론이 필요하다. 따라서 본론에서 주장한 주장보다 포괄적·보편적·미래지향적 방향으로 좀 더 넓고 크게 결론을 내리거나 제언을 해도 좋을 것이다. 정책논술 채점 정책논술은 채점기준표로 평가하는 절대평가 성격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비교하여 평가하는 상대평가 성격도 있다. 왜냐하면 정책논술의 채점기준표는 선택형·단답형처럼 분명한 정답을 중심으로 작성되기보다는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어떤 방향으로 체계적·논리적으로 기술하는지 파악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정책논술은 채점기준표에 제시된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내용을 파악하면서, 동시에 틀과 전체적인 흐름 등 형식적인 부분도 함께 평가되는 것이다. 실제 평가과정을 살펴보면 채점자는 먼저 정책논술 문제와 채점기준표를 분석한 후, 수험생 정책논술 답안지 전체를 가볍게 읽어 본다. 이때 점수는 부여하지 않고 채점기준표보다 더 세부적으로 동일한 잣대의 채점기준을 설정하여, 채점자의 컨디션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채점기준이 달라지는 것을 예방한다. 그다음 정립된 세부평가기준에 따라 수험생 답안지 하나하나를 읽어 가면서 답안지의 부족한 점을 중심으로 주요 사항을 메모하며 일단 점수를 부여한 후, 상·중·하로 나누어 분류한다. 이는 두 번씩 보면서 실수로 놓치거나 채점기준을 다르게 적용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함이다. 마지막으로 상·중·하로 분류한 답안지를 각각 하나하나씩 다시 읽으면서 최종적으로 점수를 부여하여 여러 변인에 따른 오류나 착각을 예방하고 조정하는 기회를 갖는다. 실제 답안지를 3번 정도 읽어보아야 채점기준표에 있는 것을 제대로 적용해서 볼 수 있다. 또한 채점자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동일한 정책논술 답안지를 다른 채점자가 똑같은 과정을 통해 평가한다. 채점자 간 격차가 심한 경우 같이 모여서 논의와 조정을 거쳐 최종 점수를 확정한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을 잘 살펴보면, 절대평가 기준에 따라 채점하도록 되어 있지만 일정 부분은 정책논술 답안지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평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정책논술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내용이나 형식적인 면에서 다른 사람과 ‘무엇인가’ 차별화된 기술과 방법이 필요하다. 같은 생각이나 주장을 하더라도 보다 공감이 가고 잘 읽힌다면 보다 설득력이 있으니 높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 추가 질문 : 다음은 인터넷신문 에듀프레스에 실린 ‘코로나 확진에도 수업하는 교사들’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이다. 이 글은 기고문 성격이라 정책논술과는 다소 형식이 다르지만 자기 생각을 체계적으로 주장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서론·본론·결론 부분의 일부 등을 활용하여 그동안 배운 정책논술 작성요령을 바탕으로 A4 용지 두 장의 분량으로 새롭게 작성하여 보시오. 코로나 확진에도 수업하는 교사들 최근 하루 신규 확진자수가 26만 명을 넘어가는 초유의 사태 발생 등 오미크론 확진자 추세가 폭증하는 가운데 교육부의 최근 지침에 따라 2주간 ‘새 학기 적응 주간’을 적용, 3월 초 현재 사실상 많은 학교들은 감염 확산의 위험 부담을 안고 전면등교를 실시하고 있다. 정부는 오미크론 확산의 정점과 개학 시기가 맞물려 있기에 학생 감염이 더욱 확산될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지만, 오미크론의 낮은 중증화율 등을 고려해 학교 자체 방역체계로 전환한다고 선언하였다. 그 결과 학교는 개학과 함께 학부모의 신속항원검사키트 자가사전검사 필수 여부와 가족 감염에 따른 자녀 등교 여부에 대한 전화와 조변석개하는 방역대책에 대한 혼란으로 교직원 간의 확인 등 학교는 희망이 넘치는 신학년이 아닌 오미크론으로 인한 혼란과 갈등의 현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학급과 교과운영에서 결정적 시기에 해당되는 신학년 초에 담임선생님이 확진되고, 이를 보충할 수 있는 기간제교사 구하기도 어려워 학생들이 학년 초에 형성해야 할 학습과 생활의 기본습관 형성에 큰 위협을 받고 있다. 이에 다소늦은 감은 있지만 보다 더 건강한 학교방역을 위해 우리 학교현장을 제대로 지원해 줄 수 있는 방안을 몇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교육청 차원의 문의 전담 대표전화 설치 및 운영이 필요하다. 현재 수시로 바뀌는 등교 가능 수칙이나 격리기간 등으로 문의전화가 학교로 쏟아지고 있다. 지난 2년간 확진자 추세에 따라서 원칙이 수시로 바뀌어 왔고 앞으로 자주 변화가 있을 것이다. 전면등교가 원칙인 상황에서 등교 가능 수칙이나 격리기간에 대한 문의들을 전담할 수 있는 교육청 차원의 대표전화가 있으면 신학년 초에 정신없이 바쁜 교사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고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도 정확하고 신속하게 정보를 제공하여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학교공간에 머무는 시간을 줄이고 동시에 1인당 학교공간을 늘려야 방역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마스크 잘 쓰기와 손 씻기, 거리 두기를 잘 지켜야 한다. 그러나 이를 준수하기란 쉽지 않다. 동선은 겹치게 되어 있다. 식사시간에 시차를 둬도 식당은 비좁다. 특별실(컴퓨터실·과학실·실내 체육관) 방역 조치 후 사용해도 겹칠 수 있다. 따라서 교육부 지침에 포함되어 있는 수업시간 단축이나 밀집도 조정, 원격수업 등을 오미크론 확산이 정점을 지날 때까지는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셋째, 지역방역체제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 학교방역과 지역사회방역이 이원화되어 운영되는 상황에서 학교는 교육활동과 방역활동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예를 들면 지역사회에서도 증가하는 확진자로 인해 많은 한계는 있겠으나 지역사회 병원과의 연계를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 이를 보건교사 혼자 담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학부모들의 문의전화 폭주와 의심 증상 학생 증가 그리고 확진자 발생 시 대처 및 역학조사 등으로 보건실 기능이 마비될 정도이다. 이때 보건소에서 담임교사가 필요할 때 연락과 케어가 가능한 전용 병원 라인에 대한 정보를 학교에 제공해 주었으면 한다. 현재 오미크론에 확진된 교사를 대신할 기간제교사를 갑자기 구할 수 없기에 확진되었음에도 원격수업을 진행하는 교사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자가격리기간이지만 학생들이 있기에 줌(ZOOM)으로라도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당국은 학생의 건강뿐만 아니라 선생님을 포함한 학교공동체 구성원의 건강 챙기기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제 곧 오미크론 종식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라는 감염병 상황에서 교육부와 교육청 그리고 학교가 어떤 대응을 적절히 수행했으며 어떤 노력을 더 해야 했는지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미리 가질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각 기관별 역할과 현장 대응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그동안 미흡했던 점을 보완해 나가고, 그동안 치열하게 노력했던 학교구성원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또한 미래 유사한 상황이 발생해도 임시방편적인 지침과 대응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기획과 기획안의 의미 교육청이나 학교에서 교육행정이나 교수활동을 추진·집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계획을 수립하고, 계획추진을 위한 일련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때 계획과 기획을 명료화할 필요가 있다. 기획(planning)은 계획(plan)을 도출하기 위한 일련의 활동과정으로 절차와 과정에 초점을 두는데 반해, 계획은 기획을 통해 산출되는 결과를 의미한다. 교육행정 이론가인 드로(Dror)는 ‘기획이란 보다 나은 수단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장래의 행동에 관한 일련의 결정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기획은 문제점이나 과제의 현황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검증하여 해결방법을 제시하며,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우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획이 구체적으로 문서화·문건화하여 도출된 것이 기획안이다. 기획의 단계는 ‘문제점 및 개선방안 도출의 필요성 제기 → 문제 및 과제 확인 → 현황 분석 → 해결방안 도출 → 문제·과제해결을 위한 구체적 실행계획 수립 → 기획안 작성’ 순으로 정리될 수 있다. 기획안을 작성하는 것은 문서·기안문·보고서를 만드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기획안은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범주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 기획안을 통해 추진하고자 하는 교육정책이나 교육계획의 취지와 목표, 구체적인 내용, 그리고 기대되는 효과 등을 알리는 공적 문서이다. 따라서 기획안을 접하게 되는 대상자들 모두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개념이나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TIP _ 기획안 작성을 위한 디딤돌 개요는 글의 바탕이다. 글을 쓰기 전에 개요를 작성하는 것은 짜임새 있는 글을 완성하는 지름길이다. 개요를 잘 짜면 이미 글의 절반은 완성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요는 많은 단어(핵심 어구)들로 구성된다. 단어는 총의 탄환, 총알과 같다. 권총은 탄환이 적게 장전되므로 정확하게 조준하여 타깃을 공략해야 하지만, 기관총의 경우 수많은 총알을 장전할 때 위력이 막강해진다. 기획안에서 개요는 경우에 따라 권총의 탄환이나, 기관총의 총알에 비유될 수 있다. 그럼에도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것은 탄환은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다. 머릿속에 많은 단어를 떠올릴 수 있을 때, 기획안의 여백은 쉽게 채워지고 개요는 풍성해진다. 문제는 단어다. 교육청이나 교육부에서 통용되는 교육적 가치가 부여된 단어들을 얼마나 많이 장전하고 있는가에 따라 기획안의 개요를 쉽게 작성할 수 있다. 공문에 포함되어 있는 교육행정의 단어들을 자신의 탄환으로 장전시키는 관심과 노력이 좋은 기획안 작성의 시작이다. 기획안의 작성 알찬 기획안은 창조적·생산적·매력적·동기부여적이어야 한다. 기획안은 문제해결을 위한 창의적 아이디어로 구성되고, 대안을 탐색하고 해결방안을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계획이므로 생산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또한 기획안은 매력적으로 작성되어야 접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으며, 기획안을 통해 업무담당자나 관련자들의 동기나 의욕을 촉발시킬 수 있다. 기획안을 작성할 때 요구되는 능력은 만들어야 할 기획안의 주제·제목을 신속하게 머릿속에 정리할 수 있는 능력, 기획안의 전체적인 흐름·짜임새를 머릿속에 신속하게 구성할 수 있는 능력, 기획안 작성을 위해 필요한 관련 자료(정보)를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는 능력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PART VIEW] 기획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설계도, 즉 ‘무엇을 만들 것인가’라는 밑그림이 그려져야 한다. 기획안을 작성하게 된 의도와 필요성, 담겨야 할 내용 등이 미리 검토되고 구상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Why’ 측면에서 기획의 배경 및 목표, 즉 왜 기획을 하고자 하며 그 목표는 무엇이고, 기대하는 효과는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What’ 측면에서 기획의 내용, 즉 어떤 내용으로 기획안을 작성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How’ 측면에서 기획의 방법을 구상하고, ‘Who’ 측면에서 기획의 대상이 누구인지 생각해야 한다. 교사를 위한 것인지,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지, 기획의 보고(결재) 대상자는 누구인지도 고려되어야 한다. ‘When’ 측면에서 기획의 시기나 기간도 고려해야 하는데, 기획안의 진행시기는 언제이며, 기간은 어느 정도 소요되는지(단기/중기/장기) 등을 반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How much’ 측면에서 기획을 진행하는 데 어느 정도 예산이 소요될 것인지도 감안해야 한다. 이상의 사전 준비들을 철저히 구상한 후, 문제해결을 위한 현황 파악 및 관련 자료 분석, 해결방안의 탐색 등을 정리하여 예시 1과 같은 체제로 기획안을 개요하거나 구체적으로 작성하면 된다. 예시 1 기획안의 구성체제 【제목】제목만으로 보고서의 성격, 전체 내용을 알 수 있도록 작성 【개요】보고서 작성의 배경과 목적, 경위 등을 서술 【현황】문제점, 주요쟁점 등을 정확히 분석하고 대책, 향후 계획, 아이디어 구상 - S.W.O.T 분석: Strength(강점), Weakness(약점), Opportunity(기회), Threat(위협) - 외국의 사례 등 【본론】현 실태 및 문제점, 과거 사례와 대안 분석, 전망 등 필요한 내용을 작성하되, 중요도가 높은 사항을 먼저 기술 【결론】요약 및 대안 제시, 건의사항, 향후 조치사항, 방안의 구체적 기대효과 등을 기술(필요시 참고자료 첨부) 기획안을 작성할 때는 수요자(보고받는 사람) 관점에서 이해하기 쉽게 작성하되, 기획안을 접하는 대상자들이 정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목적이 명료해야 한다. 특히 앞으로 교육청·교육부에 근무하면서 교육기획을 하고자 한다면, 정책결정권자의 입장에서 작성하되, 다양한 관점을 반영하여 분석적·종합적으로 작성하고,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정책결정자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주기 바라는지 분명히 제시하는 방식으로 작성해야 한다. 아울러 표준화된 양식에 따라 간결·명료·효율적으로 작성하여 체계적으로 완결성을 갖추어야 결론적으로 어떤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는지 등이 표출된다. 따라서 서술방식은 가급적 간결하게 작성하고, 전체 문맥은 물 흐르듯 원활하게 기술하며, 가급적 단순한 문단구조로 내용을 압축적으로 표현하도록 하여, 한 개의 문단에는 한 개의 초점(내용)만을 기술하도록 한다. 결론이나 대책·주장 등은 객관성·신뢰성을 유지하도록 각별히 유의한다. 기획안 작성의 실제 예시 2 이상의 논의를 토대로 ‘공존과 상생’의 2022 평화·세계시민교육 기본계획(서울특별시교육청 민주시민생활교육과, 이하 ‘공존과 상생안’으로 명기함)을 세부적으로 분석하면서, 기획안 작성의 구체적 요령을 숙지하도록 한다. ● 예시 2 ‘공존과 상생’의 2022 평화·세계시민교육 기본계획 1. 추진근거 ‘공존과 상생안’은 추진근거로 「교육기본법」 제2조(교육이념)와 「초·중등교육과정 총론」(교육부 고시 제2015-80호)이 추구하는 인간상을 법적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2. 추진배경 및 필요성 ‘공존과 상생안’은 첫째, 단일국가에 기반을 둔 국가 시민성 개념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구촌 사회의 문제해결과 공생방식을 모색하기 위해 세계시민교육(Global Citizenship Education, GCED)의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둘째, 21세기 글로벌 다문화사회에 적합한 새로운 시민교육 모델의 개발과 실천에 대한 요청이 점증하고 있고, 마지막으로 다문화교육을 넘어 세계시민교육을 향한 서울교육 발전방안으로서 ‘정의롭고 평화로우며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지식·기술·가치·태도를 길러주는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 추진배경은 ‘공존과 상생안’을 제시하고 추진하게 된 이유와 현재 상황, 필요성·당위성 등에 대한 설득 논지나 이론적 취지 등을 간략히 기술하면 된다. 다문화교육을 넘어선 세계시민교육의 필요성 측면에서 ‘정의롭고 평화로우며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지식·기술·가치·태도를 길러주는 교육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추진성과 및 시사점 1) 추진성과 가. 세계시민교육 실천학교 운영을 통한 학교 자율 세계시민교육 지원 나. 평화·세계시민교육 교육과정 개발 및 보급 다. 평화·세계시민교육 역량강화를 위한 지원 2) 현황 분석 및 시사점 가. 현황 분석 •한국의 미래세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2030년의 세계를 현재와 비교할 때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는가?’라는 질문에 ‘더 좋아질 것이다’ 35%, ‘비슷할 것이다’ 33%, ‘현재보다 나빠질 것이다’ 32% 응답 •‘2030년, 평화로운 지구촌을 만드는데 가장 우려되는 과제’에 대한 중복응답 질문에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 61%, ‘건강과 질병’ 48%, ‘폭력과 갈등’ 42% 순으로 응답 나. 시사점 •전 인류가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상실을 가장 큰 위험으로 여기는 문제의식과 시각을 공유하고, 이는 국가나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겪는 도전이며, 함께 연대하여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고 인식함 •모든 존재가 더불어 조화롭게 살아가는 세계시민성을 가지고 지구 공동체의 상생과 공존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교실에서부터 시작하는 국제 연대와 실천역량 강화 필요 ▶ ‘3. 추진성과 및 시사점’은 ‘공존과 상생안’에서 그동안 추진해 온 성과·현황 분석·시사점을 정리하면서 정책 홍보의 효과와 함께 이러한 성과를 연계하여 앞으로 정책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방향을 제시하는 데 목적이 있다. ▶현황 분석의 경우 응답결과를 자세히 기술하기보다 응답표를 제시하고 강조할 사항을 간략히 기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예: 미래에 대한 낙관적 인식 35%). ▶ ‘2. 추진배경 및 필요성’과 ‘3. 추진성과 및 시사점’을 통합하여 추진배경·현황·필요성으로 정리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4. 비전 및 추진과제 1) 비전: 지구촌 공동체, 더불어 함께 사는 세계시민 양성 2) 목표 •공존과 상생의 글로벌 역량을 갖춘 민주시민 육성 •평화·세계시민교육에 대한 전문성 및 책무성 강화 •평화·세계시민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 및 실천역량 증대 3) 추진과제 •핵심과제①: 학교별 평화·세계시민교육 자율시행 지원 확대 - 학교교육계획에 따른 평화·세계시민교육 지원 - 세계시민교육 실천학교 운영 - 세계시민 혁신학교 운영 - 자율적 학습동아리 운영 지원 확대 •핵심과제②: 평화·세계시민교육 프로그램 개발 - 평화·세계시민교육 교재 개발 - 평화·세계시민교육협의체 구성 및 운영 - 세계시민교육 국제 수업 교류 •핵심과제③ : 평화·세계시민교육 교원 실천역량 신장 - 교원직무연수 운영 - 선도교사단 및 교사연구회 운영 - 교원학습공동체 운영 - 평화·세계시민교육 네트워크 구축 ▶‘4. 비전 및 추진과제’는 시행안과 같이 도식화하여 그림으로 간결하게 제시하는 것이 시각상 이해도를 높일 수 있음. 이때 비전과 목표의 일관성·타당성이 중요함. ▶추진과제를 핵심과제 3가지로 범주화(category)하고, 각 과제별로 주요 추진과제를 세부적(break down)으로 정리한 것은 매우 좋음. 마치 하나의 우산을 펼쳤을 때, 몇 가지 중요한 우산살이 뒷받침돼 우산이 안정적이고 매우 정교함을 유추할 수 있게 해주는 효과가 있음 ▶추진과제는 바로 연결되는 세부추진계획의 이정표 역할을 해주고, 명료화하여 체계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함 5. 과제별 추진일정(중점 추진과제별 추진 일정표 제시) 과제나 주제의 성격상 생략 가능 6. 세부추진계획 •핵심과제①: 학교별 평화·세계시민교육 자율시행 지원 확대 - 학교현장의 자체 교육계획수립을 통해 평화·세계시민교육 자율운영 지원 - 교육과정과 연계한 특색 있는 평화·세계시민교육 운영 결과 공유 및 학교 간 네트워크 구축 - 자율적인 학습동아리 운영을 통한 학교별 평화·세계시민교육 실천 1-1 학교교육계획에 따른 평화·세계시민교육 실시 지원 •추진방향: 단위학교의 교육계획에 따른 평화감수성·세계시민성·문화다양성 교육실천 지원 •대상: 초·중·고 •추진계획 •학교의 교육과정 전반에 편성, 범교과 학습주제로 제시 •교과협의회를 통한 교육과정 재구성 및 교과 간 융합 교수·학습자료 활용 •교과 및 창의적체험활동 운영 시 평화·세계시민교육 전문기관 연계 활용 •계기교육·교과수업·학급훈화·관련자료 탑재: 서울특별시교육청 홈페이지 세계시민교육(GCED) 자료실 •평화·세계시민교육 컨설팅을 위한 인력풀 구축 및 지원 •평화·세계시민교육 연수과정 개발 및 학교 안내 1-2 세계시민교육 실천학교 운영 •추진방향: 구 평화·세계시민교육 특별지원학교와 유네스코네트워크학교 운영지원을 학교자율사업운영제 3영역(선택영역)의 세계시민교육 실천학교로 통합 운영 •대상: 초·중·고 •추진계획 - 학교별 교육과정과 연계한 세계시민의식·평화감수성·문화다양성 이해를 높이는 특색 있는 프로그램 운영 지원 - 중학교 자유학년제 주제선택 또는 창의적체험활동 운영 지원 - ‘지구촌과 함께하는 세계시민’, ‘평화견문록’, ‘평화교육 길라잡이’, ‘세계시민윤리교육 교재’ 등 교과융합 수업자료 개발 및 보급 - 해외 자매학교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대면·비대면 수업 교류 - 학교별 평화·세계시민교육 우수사례 공유를 위한 워크숍 개최 및 학교 간 네트워크 구축 - 학교 특성에 따른 다양한 평화·세계시민교육 프로그램 개발 구안·적용 지원 - 평화·세계시민교육 체험 장소, 연수프로그램, 전문강사 인력풀 구축, 유관기관 등 관련 정보 제공 1-3 세계시민 혁신학교 운영 •추진방향: 학생·교원·학부모·지역사회가 ‘정의롭고 평화로우며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소통하고 참여하며 협력하는 공존과 상생의 세계시민 양성 •대상: 초·중·고 •추진계획 - 서울형혁신학교 운영방침에 기반하여 학교운영의 자율성과 혁신학교 4대 운영과제(자율과 책임의 학교자치, 교육중심의 학교운영체제, 삶을 가꾸는 교육과정·수업·평가, 내일을 열어가는 미래교육) 추진 - 학교는 서울형혁신학교 운영과제 이외에 세계시민 혁신학교 운영을 위한 특화 과제 중에서 학교 특성에 맞는 과제를 자유롭게 선택하여 운영 - 교육청은 학교가 특화 관계를 추진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개발·보급, 인력풀, 자료 등 지원 - 혁신학교 네트워크와 세계시민교육 네트워크 병행 구축을 통한 혁신학교 성장 지원 및 학교 혁신문화 확산 지원 - 학교현장의 교육과정 내에서 실천하고 있는 세계시민교육 내용을 혁신교육과 연계하여 다양하게 구체화할 수 있도록 지원 - 유관기관과의 네트워크 구축 및 세계시민교육 전문가 인력풀 지원을 통한 다양한 세계시민교육 프로그램 운영 지원 1-4 자율적 학습동아리 운영 지원 확대 •추진방향: 2022 학교자율사업운영제(교육혁신과 일괄 안내) 연계 운영 •대상: 초·중·고 교사 및 학생(110팀) •추진계획 - 2022 학교자율사업운영제(교육혁신과 일괄 안내) 연계, 교사·학생 세계시민교육 동아리별(110팀) 예산 및 평화교육교사연구회 운영 지원 - 학교자율사업운영제 3영역(선택영역) 평화·세계시민·통일교육실천학생동아리 운영 지원 - NGO 연계·지도교사 상설동아리 등 동아리별 자율계획에 따른 활동 지원 ▶세부추진과제는 범주화(category)가 매우 중요하다. 우산을 펼친다 생각하고, 우산 속에 몇 개의 우산살을 집어넣을 것인가? 그리고 각각의 우산살에 어떤 뼈대(frame)로 구성할지를 구상해야 한다. 계획안 본안에서는 ‘핵심과제①: 학교별 평화·세계시민교육 자율시행 지원 확대에 4개의 우산살(1-1~1-4)의 세부과제를 설정했고, 각 세부과제의 추진방향·추진계획 등의 뼈대를 펼쳤다. •추진방향: 추진목표나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방향을 제시하되 개조식으로 간략히 표기 •추진계획: 추진하고자 할 때 고려해야 할 전략·전술 등을 표기하고, 각 추진계획(우산살)에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세부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함 ▶ 교육청·교육부 조직에서 소통되는 전문적 용어 분석 및 활용 연습을 많이 하는 것이 기획안 수립에 용이하고 효율적이다(아래의 밑줄 친 부분). 예 1 교육과정과 연계한 특색 있는 평화·세계시민교육 운영 결과 공유 및 학교 간 네트워크 구축 예 2 •평화·세계시민교육 컨설팅을 위한 인력풀 구축 및 지원 •평화·세계시민교육 연수과정 개발(운영) 및 학교 안내
윤석열 정부 교육정책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디지털 100만 인재 양성이다. 디지털과 AI 등 역량을 갖춘 신산업·신기술 분야 핵심 인재를 적기에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대응하는 SW·AI교육 기반을 조성, 이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국정과제에 따르면 먼저 초·중·고 교육과정에 SW·AI교육이 필수화된다. 이를 위해 교육부 중심으로 정보교육시수를 확대하고, 체계적인 디지털 기반교육을 위해 교육과정을 전면 개정한다. 에듀테크를 활용한 교육콘텐츠를 개발, 학생들의 학습에 도움을 준다. SW·AI 전문인재 양성을 목표로 영재학교 및 마이스터고 지정을 늘린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교원수급과 관련해서는 정보교사를 늘리는 것이 우선이다. 전국적으로 2,100여 명에 불과한 정보교사를 연차적으로 증원하고, 교사들에 대한 디지털역량 강화연수를 확대한다. 이와 더불어 학교시설을 스마트환경으로 전환하고, 디지털 교수·학습 통합플랫폼을 구축하여 학생들의 디지털 경험을 누적·반영하는 디지털 배지 정책도 추진한다. 학교에 설치되지 않는 교과목을 온라인으로 공부하는 온라인 고등학교 신설도 추진한다. 윤석열 정부 교육의 키워드는 디지털 인재 양성인 셈이다. 이번 호 특집은 차기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인재 양성의 핵심이 되는 SW·AI교육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교육구성원들의 관심이 높은 SW·AI교육 필수화는 어떻게 진행되는 것인지, 또 SW·AI교과를 대입 수능에 반영하는 것에 대한 현실성 여부를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한다. 디지털 교육의 새로운 세계로 떠오른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의 미래도 다룬다. 메타버스가 본격 도입됐을 때, 교육현장의 변화된 모습을 가늠해본다. 또 AI가 교사들의 업무효율을 높이는 중요한 보조재로써의 역할을 가늠해 본다. 학교생활기록부 작성에서부터 각종 행정서식까지 AI를 활용, 교사들의 업무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의 현실 타당성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아울러 학생들의 기초학력 증진 및 맞춤형 교육을 위해 AI 보조교사 방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실제 활용 가능한 상황인지, 제대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어떤 선결조건이 요구되는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본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 및 XR(eXtended Reality)로 대표되는 실감기술 등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메타버스(Metaverse)가 다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메타버스는 실감기술이 매개체가 되어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상호작용하는 융합된 세상이다. 메타버스는 이미 30년 전에 언급된 개념으로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다. 과거에도 메타버스와 유사한 서비스들이 있었다. 하지만 기술과 개념 간의 갭 차이가 커 실패했었다. 그러나 최근 IT기술 발달로 이 같은 갭이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실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게임에서 출발한 메타버스 서비스인 XR기술은 이제 산업 전 분야와의 융합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따라서 교육현장의 변화를 주도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다. 메타버스는 1992년 소설 스노우 크래쉬(Snow Crash)에서 컴퓨터로 구현한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하는 용어로 처음 등장했다. 이후 오픈소스 기반의 온라인 가상세계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오픈 소스 메타버스 프로젝트(Open Source Metaverse Project)’가 시발점이 됐다. 새로운 교육환경 메타버스 증강현실·라이프로깅·거울세계·가상세계라는 기존의 메타버스 4가지 유형들은 서로 간의 경계를 허물고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형태의 융·복합 서비스로 진화·발전하고 있다. 메타버스의 활용은 교육현장에도 확산되고 있으며, 특히 초등학교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새로운 소통도구인 메타버스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 취미와 관심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모여 소통하는 ‘사회적 연결’을 가능하게 해 준다. 또 학교에 갈 수 없는 학생들 간, 교사와 학생 간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메타버스의 이러한 사회적 연결은 현실세계의 상호작용과 달리 인간관계가 가벼워진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메타버스에서는 ‘있는 그대로 나’를 보여주기보다는 공유하고 싶지 않은 정보는 삭제하고, ‘보여주고 싶은 나’를 만들어내기 마련이다. 이러한 가상의 정체성으로 맺어진 관계는 즐거운 일만 추구하는 유희적인 관계가 되기 쉽다. 아울러 현실세계의 상호작용에서는 생성되지 않았던 다양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수집되고 처리되는 메타버스 내의 사회적 활동은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점도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용자가 경험한 특정 콘텐츠·경험 시간·교류 상대방·대화 내용·아바타·아이템 등 개인의 특성과 활동정보가 속속들이 수집돼 원하지 않는 마케팅이나 광고에 노출되는 등 다양한 부작용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 같은 부정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메타버스에 열광하는 이유는 메타버스 플랫폼이 제공하는 높은 자유도에 있다. 기존 온라인 서비스는 이용자들이 플랫폼 제공자의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소비하는 구조였다면, 메타버스는 이용자들이 새로운 공간을 원하는 대로 직접 만들고 공감각적 체험을 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이다. 기존의 단순한 가상현실을 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메타버스를 통해 이용자가 가상세계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현실세계처럼 가치 창출과 교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교육현장에서의 메타버스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활성화된 가운데 가상공간인 ‘메타버스’ 활용교육을 시도하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메타버스가 학습자에게 주도성과 능동성은 물론 자아형성 및 주체성 형성에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가상공간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생성해 수업에 참여하다 보면 면대면 수업에서 소극적인 아이들도 적극성을 보인다. 또 학생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무한한 자율성을 토대로 궁금한 점을 스스로 탐색하고, 시공간을 초월해 자기만의 독창적인 답을 찾아가는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능하다. 교사들의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교사들을 메타버스 활용과 관련, “학생들이 수업에 흥미를 느끼고 능동적으로 참여, 자기주도성과 책임의식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라고 밝힌다. 소극적인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변하는 것에 더해 필요한 지식을 외우기보다 스스로 생각하는 창의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물론 “메타버스도 단지 교육계에 몰아닥친 유행일 뿐 교육 그 자체의 대체 수단이 아니다”라는 비판적인 의견도 많다. 비판론자들은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메타버스 서비스인 ‘제페토’, ‘이프랜즈’, ‘게더타운’ 등의 서비스 이용 나이가 18세 이상으로 되어 있어, 현장에 적용하는데 제약조건이 많다는 점을 지적한다. 메타버스의 교육적 활용이 어려운 또 다른 점은 실제 활용 수업사례가 많지 않아 처음부터 끝까지 교사들이 일일이 만들어내고, 관련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관련 기술이 워낙 빠르게 변화하다 보니, 여기에 적응하는 것도 교육현장의 몫이어서 교사들에게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와 더불어 유해 콘텐츠 노출, 개인정보 악용, 피로감과 어지럼증 개선, 과몰입, 장비 및 아이템의 차이, 교사 활용능력의 차이 등도 메타버스 활용 교육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메타버스의 교육적 활용 VR기기와 그래픽 구현 기술이 무서운 속도로 발달함에 따라, 메타버스를 통한 교육적 활용 범주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메타버스의 교육적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메타버스 생태계에서 이루어질 교육콘텐츠와 플랫폼 개발 관련 투자 및 지원, 교육기관과 기업 간의 상생, 현실세계와 가상세계 간 공존을 위한 정책과 제도적 장치 마련이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메타버스를 교육에 활용하고자 하는 교수설계자와 교수자는 메타버스의 각 유형별 기술적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고, 교과의 특수성에 부합하는 메타버스 서비스와 플랫폼을 선택하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또 학생들이 가상세계에서 학습을 현실세계와 연관 지어 성찰하고, 협력적이고, 창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수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즉 기술의 적용이 관건이 아니라, 잘 설계된 수업이 어쩌면 교육적 적용의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일 수 있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제약하기보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지식을 확장시키며, 건설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는 촉매제로서 메타버스 역할이 필요하다. 기성세대와 아이들이 함께 현실 및 가상의 세계에서, 의미 있는 상호작용을 하는 메타버스 교육생태계가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윤석열 정부 교육정책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디지털 100만 인재 양성이다. 디지털과 AI 등 역량을 갖춘 신산업·신기술 분야 핵심 인재를 적기에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대응하는 SW·AI교육 기반을 조성, 이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국정과제에 따르면 먼저 초·중·고 교육과정에 SW·AI교육이 필수화된다. 이를 위해 교육부 중심으로 정보교육시수를 확대하고, 체계적인 디지털 기반교육을 위해 교육과정을 전면 개정한다. 에듀테크를 활용한 교육콘텐츠를 개발, 학생들의 학습에 도움을 준다. SW·AI 전문인재 양성을 목표로 영재학교 및 마이스터고 지정을 늘린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교원수급과 관련해서는 정보교사를 늘리는 것이 우선이다. 전국적으로 2,100여 명에 불과한 정보교사를 연차적으로 증원하고, 교사들에 대한 디지털역량 강화연수를 확대한다. 이와 더불어 학교시설을 스마트환경으로 전환하고, 디지털 교수·학습 통합플랫폼을 구축하여 학생들의 디지털 경험을 누적·반영하는 디지털 배지 정책도 추진한다. 학교에 설치되지 않는 교과목을 온라인으로 공부하는 온라인 고등학교 신설도 추진한다. 윤석열 정부 교육의 키워드는 디지털 인재 양성인 셈이다. 이번 호 특집은 차기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인재 양성의 핵심이 되는 SW·AI교육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교육구성원들의 관심이 높은 SW·AI교육 필수화는 어떻게 진행되는 것인지, 또 SW·AI교과를 대입 수능에 반영하는 것에 대한 현실성 여부를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한다. 디지털 교육의 새로운 세계로 떠오른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의 미래도 다룬다. 메타버스가 본격 도입됐을 때, 교육현장의 변화된 모습을 가늠해본다. 또 AI가 교사들의 업무효율을 높이는 중요한 보조재로써의 역할을 가늠해 본다. 학교생활기록부 작성에서부터 각종 행정서식까지 AI를 활용, 교사들의 업무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의 현실 타당성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아울러 학생들의 기초학력 증진 및 맞춤형 교육을 위해 AI 보조교사 방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실제 활용 가능한 상황인지, 제대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어떤 선결조건이 요구되는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본다. 한때 생소하게만 느껴졌던 ‘에듀테크’라는 단어가 이제는 꽤 익숙해지고 있다. 특히 에듀테크 기술 중 AI는 기존 교육시스템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 나가는 새로운 ‘혁신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우리 교육계는 코로나19로 인해 기나긴 팬데믹 시대를 겪으면서 어느 분야 못지않게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수업 중단이라는 갑자기 닥친 현실에서 선생님들이 기존 교육시스템을 빠르게 보완할 에듀테크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면, 아마 우리 교육계는 어두운 팬데믹 터널을 슬기롭게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AI, 학습격차 해소 평등한 교육기회 부여 에듀테크 산업의 핵심은 세상을 바꿀 10가지 기술 중 하나로 꼽히는 AI가 적용된 ‘지능형 튜터링’(Intelligent Tutoring)이다. 지능형 튜터링은 학생의 학습속도 및 수준에 맞춰 개별화된 적응형 학습(Adaptive Learning)을 제공하는 컴퓨터 기반 학습시스템이다. 이러한 시스템에 AI와 빅데이터 기술이 접목되면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AI 지능형 튜터링은 교사의 부재중에도 학생들에게 개인화된 학습서비스를 제공하여, 학습효과를 높이고 누구에게나 평등한 교육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 AI를 활용하여 맞춤형 기본교육을 제공하면 교사들은 응용력과 창의력을 이끌어 내는 토론교육과 상호 교감할 수 있는 교육과정 운영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AI 기술이 적용된 플랫폼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성과와 목표를 정확히 파악해서 성취도를 높일 수 있는 지도가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교사의 자존감과 학생의 학습만족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져 상호 간에 긴밀한 신뢰감이 형성될 것이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미국·영국·중국 등은 국가차원에서 관련 산업발전을 지원하고 그 성과를 교육현장에 속속 도입하고 있다. 교사업무도 획기적으로 경감 가능 AI는 교육뿐만이 아니라 교사업무를 획기적으로 경감시킬 수 있다. 최근 대학의 한 연구소가 중·고교 교사의 학교생활기록부 작성업무에 대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교사는 학생부를 기록하고 수정하기 위해 1주일에 최소 5~6시간의 시간을 할애하며, 별도로 업무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주말이나 공휴일, 일과 중 쉬는시간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업과 비교했을 때 교사가 느끼는 업무부담이 커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답했다. 선생님들이 학생부를 작성하여 나이스(NEIS)에 업로드하기 위해서는 금지어 회피와 항목별 분량 맞추기 등 현재의 작성기준이 까다롭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학생부 작성업무도 AI를 활용하면 금지어나 작성기준에 맞지 않는 문장표현이 자동으로 색출되기 때문에 바로 수정할 수 있고, 정해진 기재분량을 맞추기도 훨씬 수월하여 작성부담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교사는 AI를 통해 학생부 작성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함으로써 수업 외 업무부담에서 벗어나 교육자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시간을 벌게 된다. 해외의 에듀테크 기업들은 AI기술을 콘텐츠 제공보다는 학업 및 업무 솔루션에 초점을 맞추며 현장과 협업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AI가 교육현장에 적용될 때 단순히 교육효과만을 넘어 교육주체인 학생과 교사에게 어떠한 혜택을 줄 수 있는지 폭넓은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공교육과 사교육 공존에 대한 염려 AI가 공교육 현장에 도입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우려에는 교사의 고유 역할에 대한 경계선 기준을 어떻게, 어디까지 놓고 판단할 것인지가 아직 정확히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AI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과도하게 알려진 측면도 작용하고 있다. 지난 2년간 겪은 팬데믹 상황을 되돌아봤을 때 에듀테크 관련 기업에서 개발한 줌(ZOOM)이나 구글 클래스 등 다양한 솔루션이 없었다면 과연 비대면수업이 가능했을지 판단해보면 의구심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 또한 아무리 AI기술이 발달된다고 해도 교사의 역할을 일부 대체할 수는 있겠지만, 온전히 담당할 수 없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기본교육을 뛰어넘어 창의성이 발휘되어야 할 심화교육에서는 분명한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교육현장에서 AI를 어떻게 접목시키느냐에 따라 교사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면서 학생에게 필요한 교사의 역할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교육분야에서 AI를 기반한 에듀테크 발(發) 혁신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I는 단순히 지식전달이 아닌 실천적 학습역량을 계발하도록 도와줄 수 있는 특급 교육도우미로 활용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그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AI가 교육을 혁신하여 현장의 주체인 교사와 학생을 신바람 나게 할날이 손꼽아 기다려진다.
윤석열 정부 교육정책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디지털 100만 인재 양성이다. 디지털과 AI 등 역량을 갖춘 신산업·신기술 분야 핵심 인재를 적기에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대응하는 SW·AI교육 기반을 조성, 이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국정과제에 따르면 먼저 초·중·고 교육과정에 SW·AI교육이 필수화된다. 이를 위해 교육부 중심으로 정보교육시수를 확대하고, 체계적인 디지털 기반교육을 위해 교육과정을 전면 개정한다. 에듀테크를 활용한 교육콘텐츠를 개발, 학생들의 학습에 도움을 준다. SW·AI 전문인재 양성을 목표로 영재학교 및 마이스터고 지정을 늘린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교원수급과 관련해서는 정보교사를 늘리는 것이 우선이다. 전국적으로 2,100여 명에 불과한 정보교사를 연차적으로 증원하고, 교사들에 대한 디지털역량 강화연수를 확대한다. 이와 더불어 학교시설을 스마트환경으로 전환하고, 디지털 교수·학습 통합플랫폼을 구축하여 학생들의 디지털 경험을 누적·반영하는 디지털 배지 정책도 추진한다. 학교에 설치되지 않는 교과목을 온라인으로 공부하는 온라인 고등학교 신설도 추진한다. 윤석열 정부 교육의 키워드는 디지털 인재 양성인 셈이다. 이번 호 특집은 차기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인재 양성의 핵심이 되는 SW·AI교육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교육구성원들의 관심이 높은 SW·AI교육 필수화는 어떻게 진행되는 것인지, 또 SW·AI교과를 대입 수능에 반영하는 것에 대한 현실성 여부를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한다. 디지털 교육의 새로운 세계로 떠오른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의 미래도 다룬다. 메타버스가 본격 도입됐을 때, 교육현장의 변화된 모습을 가늠해본다. 또 AI가 교사들의 업무효율을 높이는 중요한 보조재로써의 역할을 가늠해 본다. 학교생활기록부 작성에서부터 각종 행정서식까지 AI를 활용, 교사들의 업무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의 현실 타당성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아울러 학생들의 기초학력 증진 및 맞춤형 교육을 위해 AI 보조교사 방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실제 활용 가능한 상황인지, 제대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어떤 선결조건이 요구되는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본다. 올해 들어 ‘AI 튜터’란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지난 대통령 선거부터 곧 치르게 될 지방선거까지, 다양한 교육공약들이 제시되면서 AI 튜터 도입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흘러 나온다. AI가 본격적으로 개발되어 우리 생활 속에 차츰 들어오면서 학생들의 교육도 AI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체제로 만들고 싶어 하는 열망에서 나온 공약으로 생각된다. 물론 가능한 일이다. 이미 시중에는 영어교육을 중심으로 AI 튜터가 개발되어 상용화되고 있고, 공교육에서도 이를 도입하는 정책이 시행 중이다. AI 튜터링을 위해 필요한 알고리즘 AI 튜터란 AI를 이용하여 학생의 학습상태를 분석하여 부족한 부분의 원인을 찾아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전략을 조언해 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러한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기술적으로 크게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 번째 문제는 학생의 학습상태를 분석하여 부족한 부분을 찾아 조언을 만들어낼 수 있는 AI 알고리즘이다. 알고리즘이란 문제해결을 수행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AI 튜터링을 위해 필요한 알고리즘은 학생의 학습이력을 특정 기준으로 계산하여 각 부분별 그리고 종합적 평가를 진행한다. 그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부족한 부분을 진단한 후, 이 부분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해결방법을 추천하는 것이다. 이는 인터넷 쇼핑몰을 많이 이용해 본 독자라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하여 필요한 상품을 검색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나에게 필요한 상품들을 자동으로 추천받아 본 경험들이 흔하게 있을 것이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각 고객의 상품 구매 이력을 철저히 분석한다. 구매 이력을 통해 각 고객이 자주 구매하는 상품 또는 자주 검색하는 상품의 기능·디자인·색깔·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계산하여 그 고객의 취향을 정의한다. 그리고 그 고객이 다시 상품을 검색할 때 이미 계산되어 있는 고객 취향에 알맞은 상품들을 추천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인터넷 쇼핑몰은 고객이 필요로 하는 상품을 신속히 제공하며, 고객이 상품을 사고 싶도록 욕구를 자극한다. 이와 같은 인터넷 쇼핑몰의 상품 추천전략이 바로 AI 튜터링에서 사용하는 알고리즘과 유사한 형태이다. 학생의 학습이력을 종합적이고 다양하게 계산하여 학생의 학습수준을 정의하고, 이 학습수준에 적합한 학습내용과 방법을 추천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추천 알고리즘은 이미 보편화된 경우가 많이 있다. 물론 더욱 더 정확한 학습 튜터링 알고리즘을 개발해 내는 것은 끊임없이 연구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미 개발된 많은 알고리즘들이 공개되어 있고, 현재 이에 대한 연구들도 많이 진행되고 있어 튜터링 시스템 구축은 어느 정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AI 튜터링에 추천 알고리즘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학습이력을 분석하고, 학습을 모니터링하며, 추천할 콘텐츠를 분석하는 다양한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알고리즘을 통해 학생 개개인별 학습코칭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까지 개발되어 상용화되고 있는 AI 튜터 시스템들을 살펴보면 영어교육을 중심으로 이러한 기능들이 많이 개발되어 제공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몇몇 기업들이 AI 튜터를 개발해 사교육과 공교육에 보급하고 있으며, 공교육 콘텐츠를 제작하는 대표적인 기관인 EBS에서도 AI 튜터 서비스를 시작하고 있다. EBS의 AI 튜터는 진단평가, AI 문제추천, AI 강좌추천, 시험문제 만들기 등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며, 각 과목별로 몇 개의 학습콘텐츠를 추천해 주고 있다. EBS의 AI 튜터를 이용하면 학생 개인별로 과목별 학습지수를 분석하여 제공하고 AI 문제추천 정답률, 시험지 정답률, 총 풀이시간을 모니터링하여 제공해 주고 있다. AI를 학습시켜줄 수 있는 학습용 데이터 구축 AI 튜터 개발에 필요한 두 번째 문제는 AI를 학습시켜줄 수 있는 학습용 데이터 구축이다. 아직까지 EBS나 몇몇 기업들에서 제공하는 AI 튜터 시스템은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의 상세한 학습코칭과 분석을 수행해 주지는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아직 정교한 학습분석과 추천 알고리즘이 개발되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AI가 학생의 학습상태를 판단하고 추천 학습을 결정하는 기능을 학습시켜줄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AI는 이름 그대로 지능을 가진 존재이다. 즉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며, 이러한 판단능력이 정확해지기 위해서는 많은 학습용 데이터가 필요하다. 여기서 학습용 데이터라 함은 AI가 특정 문제에 대한 정답 혹은 가장 타당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능을 갖출 수 있도록 참조하고 배울 수 있는 다양한 사례들을 의미한다. AI에게 필요한 학습용 데이터를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례는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 중 한 명인 이세돌과 대국을 두었던 AI 알파고의 학습과정이다. AI 알파고는 시스템이 구축된 이후 바둑이라는 게임을 이해하고, 그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 수행할 수 있는 게임전략들을 기존의 사례들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였다. 이것을 기계학습이라고 하며, 기계학습은 AI가 판단과 추천 기능을 갖추게 하는 매우 중요한 알고리즘이다. 그런데 기계학습을 위해서는 반드시 학습용 데이터가 필요하다. 학습용 데이터 없이 기계학습 알고리즘만으로는 AI로부터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없다. AI 알파고에게 제공되었던 바둑 학습용 데이터는 그동안 프로 바둑기사들이 두었던 바둑 기보였고, AI 알파고는 약 16만 개의 기보를 통해 3,000만 가지의 게임전략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만약 바둑 기보가 AI 알파고에게 제공되지 않았다면 대국에서 이세돌 기사를 이기지 못하였을 것이다. 이처럼 AI에서 학습용 데이터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AI 튜터에서 현재 영어교육을 제외한 다른 교과에 대한 학습용 데이터 구축은 매우 적은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AI 튜터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방대한 학습용 데이터 구축이 급선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바둑과 같은 게임의 학습용 데이터는 그 규칙이 명확하기 때문에 판단기준을 비교적 쉽게 정의할 수 있지만, 특성이 모두 다른 학생 개개인에게 적합한 판단과 추천을 만들어낼 수 있는 학습용 데이터 구축은 매우 어렵다. 그리고 어려운 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자칫하면 현재 많은 곳에서 공약으로 제안하고 있는 AI 튜터 도입은 외형만 갖추고 실속이 없는 속 빈 강정이 될 수도 있다. AI 튜터 도입을 위해서는 단순히 공약만 외치지 말고 보다 구체적인 전략을 논의하고 이를 통해 아주 세밀한 추진계획을 마련해야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