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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국무회의는 지난달 26일 세출규모 22조 3250억원의 내년도 교육예산 정부안을 확정했다. 이 예산안은 다음달 초부터 국회의 심의·의결과정을 거쳐 확정되나 대체적인 골격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총액규모 22조 3250억 세율예산은 일반회계 18조 4464억과 특별회계 3조 8786억으로 구성돼 있다. 22조 3250억은 올 예산보다 7422억(3.4%) 증액된 액수다. 이는 중앙 교육예산 3조 6151억과 지방교육재정 18조 7098억으로 나누어진다. 주요사업별 예산내역을 살펴보면, '우수교원 확보 및 권익옹호' 부문에서 1만 1000명(유376, 초2540, 중등7986, 특수98)의 교원증원 소요비 248억과 담임수당 인상(월8만원에서 10만원으로), 보직 수당 인상(월5만원에서 6만원으로)분 334억 7200만원이 포함돼 있다. 이밖에 초·중등교원 국외연수 경비(2억 1600만원), 사도장학금 지원(22억 4300만원), 사립교직원 연금지원(3720억)등이다. '공교육 기반 확대'사업의 경우 중학무상 의무교육의 확대에 따른 소요예산 2678억이 새로 책정되었으며 만5세아 무상교육 지원비도 183억 책정되었다. '기초학력 내실화'의 경우 7차 교육과정 개정 및 교과서 편찬비 68억 5600만원, 외국어교육내실화를 위해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21명(초·중등10, 교대11명)초청비 34억 8200만원, 교수학습 활동 지원비(30개 교과연구회 지원, 연구학교 운영지원, 학업성취도 평가, 과학탐구활동 지원, EBS프로그램 지원 등) 43억 1300만원이 포함됐다. '유아·특수교육 지원'사업은 서울맹학교 토지매입비 36억, 국립특수교육원 지원 6억, 한국우진특수학교 운영비 5억 1200만원, 사립유치원교재·교구비 지원 17억 2700만원 등이다. 대학교육분야의 예산규모는 중앙예산중 가장 크다. 연구중심 대학원 육성비 1432억, 국립대 구조조정 및 교원 성과급지원 600억, 대학의 다양화 특성화 지원 980억, 학술연구조성비 지원 2300억, 국제백신연구소 설립 운영지원 140억, 국립대 교수증원 및 연구비 보조 382억, 학술연구단체 지원 191억, 대학 시설·설비확충 1370억, 사학진흥기금 지원 300억, 국립대 이전비 지원 711억, 국립교육기관 운영지원 323억 등이다. '인적자원 개발'과 '평생교육진흥'사업의 경우 영재교육 지원(담당교원 연수 및 영재학급 연구학교 운영)3억 5900억, 인적자원종합정책 추진 6억, 졸업자 취업 DB구축 4억 6900만원, 직업진로 정보센터 운영 3억, 평생교육정보망 구축 및 운영지원 13억, 학력 인정시설 재정지원 35억 등이다. '산학연계 직업교육'은 실고 체제개편 및 내실화 507억, 일반계고 직업교육 위탁 10억, 국립공고 실습기자재 확충 25억, 전문대 다양화·특성화 지원 1656억, 굴립특수전문대 개교 30억 등이다.
안 종 수 "또 왜 전화야, 뭐? 대낮부터 술 처먹구 잘 헌다. 알았어. 내 알아보구 전화할 테니께 끊어. 끊으라니께." 우리가 구 기사 님이라고 부르는 구천석 씨는 핸드폰을 접어 넣으며 투덜댄다. "허구 헌 날 술만 처먹으면 시도 때도 없이 전화질여. 에이구" 투덜대는 그 목소리에는 그래도 짙은 정감이 배어있음을 숨기지 못한다. 가끔 귀찮게 해도 곁에 두지 않으면 못미더워 걱정되는, 의지하고 따르기에 보살펴 주지 않을 수 없는 철없는 동생에 대한 맏형의 투정 같은 느낌이 한껏 묻어있다. 나는 구씨 아저씨에게 자주 전화를 하는 그 남자를 두 번 보았다. 그냥 평범하고 순박한 섬의 어부였다. 이곳 덕적 본 도에서 구씨 아저씨의 소형 쾌속선으로 30여분 정도 거리에 있는 울도 라는 섬에 사는 사십대 사내이다. "즈이 딸내미들 보구싶다구 술만 처먹으면 내헌티 전화질여. 그깟 생선 몇 푼이나 된다구 맻 마리 잡으면 이놈 저놈 불러모아 설랑 술 마시구 저러는겨. 예편네만 불쌍허지" 구씨 아저씨의 말투는 그의 표현대로 충청도 사투리에 전라도와 황해도 말이 조금씩 가미된 삼도 짬뽕이라는 게 옳다. 구씨 부친은 육이오 때 월남했고 모친은 덕적도 여자요 부인은 충청도 여자라니까 그럴 만도 했다. 덕적도라는 섬의 위치를 보면 구기사의 인맥관계가 수긍이 간다. 덕적도는 지형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경기, 충청, 황해 삼도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예전의 조기 성황기내지 꽃게 철에 따라 오고갔던 어부들의 행로를 짐작해보더라도 이해가 된다. 특히 황해도 피난민과 조기를 따라 이동했던 전라도를 포함한 서해안 어장의 교류는 그들을 자연스럽게 섞이게 하여 독특한 언어와 문화를 형성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여튼 문제여. 예편네 그물 끌르게 하고, 지는 생선 맻 마리 잡아 설랑 대낮부터 저 모냥여" 어디선가 뻐꾸기가 울고 한낮의 고요한 정적 속을 황새 서너 마리가 긴 곡선을 그리며 오르내린다. 창 밖을 내다보며 말없이 서있던 총각 김 선생이 한숨을 내쉬며 담배를 피워 문다. 그는 가끔 창 밖을 내다보며 한숨을 쉬듯 담배연기를 내뿜는다. 교무실 중앙에 놓여있는 낡은 쏘파에 앉아 신문을 뒤적이던 홍 선생이 고시랑거리는 구씨 아저씨의 투정이 시들해 갈 즈음에 한마디한다. "또 나리 아빠한테서 온 전화 구만" 구씨 아저씨는 응원군을 만난 듯 한껏 볼웃음을 지으며 말을 잇는다. "내가 지 뭐나 되는지 심통거리나 화통거리만 있으먼 나헌티 하소연이니 거 참..." "다 그게 구 기사 덕이지. 믿고 의지하는 마음이 있으니까, 하소연 할 곳 없으니까 그러는 것 아니겠어." 구씨 아저씨는 언제 그랬냐 싶게 넉넉한 표정으로 싱그레 웃으며 홍 선생의 맞은편 자리에 몸을 넓게 펴고 앉으며 한마디한다. "그렇지유 뭐, 지가 누구헌티 술 처먹구 그러것써. 나두 그 사람 맘 다 알어유. 오장 터지겄지. 술 마시면 지 마누라 패고 살림 때려부수고 지랄을 쳐도, 잔정이 많고 이웃지간에 내남없이 잘 어울리구. 퇴끼같은 두 딸네미는 끔찍이두 여겼는디... 하나는 중핵교 1학년 막내는 초등핵교 5학년 인디 지금 인천에 가 있구, 그나마 일인당 삼십 만원씩 보조해준다는 돈도 아직 송금하지 않으니께 이래저래 울화통이 터져갔구 설랑 하루가 멀다하고 술 처먹구 전화 해대구 그러는규." 반백에다 대머리인 홍 선생이 담배를 빼들며 한마디한다. "그 어린것들 인천에 내다놓고 오죽하겠나. 사람 사는 것이 뭔데. 힘들고 가난해도 가족끼리 함께 사는 재민데, 어린 자식새끼들하고 같이 못살고 떨어져 사는 맘이 오죽하겠어." 공문처리에 몰두하고 있는 성 선생이 일이 거의 끝났는지 자리에서 일어서며 야무지게 내뱉는다. "썩을 놈들, 책상 앞에 앉아서 한다는 것이... 한번 와 보고 결정을 했어야지. 순전이 머리로만 계산 한 거야." 교무실 정면을 왼쪽으로 치우쳐 자리잡은 최 선생도 거든다. "정말 그래요. 경제논리로만 정책을 결정하고 먼 앞날을 내다보는 안목이 부족한 것 같아요." 이곳이 고향이며 통폐합된 덕적 본 도 학생들을 통학시키는 학교버스 기사인 이 기사가 둥글고 큰 얼굴에 힘을 주며 한마디한다. "이건 농어촌 다 죽이자는 거요. 이런 식으로 작은 학교 없애고 통폐합하면 어떤 놈이 이곳에 살어. 고향에 발붙이고 살려고 왔는데, 누가 살 것 습니까?" 그는 뭍에서 직장생활 하다가 한 두 해 전에 고향으로 돌아와 작은 사업을 하며 학교버스 기사로 근무하고 있는 삼십대 후반의 예비 학부형이다. "맞어, 지금 섬에 젊은 사람이 어딨어, 웁써. 울도만 해도 학교 웁서지니께 애들있는 부부들은 살구 싶어두 못 사는겨. 안 그렇겄어." 구 기사가 정색을 하고 말한다. 언젠가 술자리에서 학부형이자 이곳 면사무소 총무계장 이라는 사람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94년 1700여명이던 덕적도 인구가 이제는 1300여명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그나마 학교가 없어진 일곱 개의 부속 섬에 사는 사람들의 수는 앞으로 더욱 격감하게 아예 무인도가 될지도 모르는 형편이라고 탄식하듯이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도서벽지에서 그래도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최후의 보루는 학교다. 빌어먹어도 제 자식은 가르치려는 것이 우리나라 국민들의 본능과 같은 욕구가 아닌가. 그나마 있던 학교마저 없어지면 학령기의 자녀를 둔 사람들은 자식들의 교육을 위해서 떠나기 싫어도 고행을 등질 수밖에 없다. 이들은 민주주의의 기본 권리인 거주 이전의 자유를 박탈당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현관 앞 계단에 서서 담배를 피우던 김 선생이 들어와 이 기사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교무실 뒤편에 세 대의 컴퓨터가 놓여 있고, 두 여자가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한 사람은 주간학습 안내문을 작성하고 있는 병설 유치원 교사인 김 선생이고, 한 사람은 금주의 식단표를 짜고 있는 처녀 영양사이다. 컴퓨터 자판 찍는 소리와 한쪽에선 작업이 끝났는지 인쇄하는 소리가 또 어디선가 들려오는 뻐꾸기 소리에 섞여 이질적으로 들린다. 인쇄를 마친 유치원 김 선생이 인쇄가 끝났는지 사뭇 험악하다가 갑자기 고요해진 분위기를 깨고 밝은 목소리로 주위를 환기시킨다. "이 좋은 날에 다들 왜 그런 표정들이세요?" 얼굴 한 번 찌푸리는 법이 없는 김 선생의 해맑은 웃음에 모두들 싱겁게 웃고 만다. 아무리 도서벽지 학교라도 있는 것은 다 있다. 없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사람이다. 내가 이십 여 년 동안 지냈던 인천에서는 그렇게 넘치던 사람이 이곳에는 없다. 있기야 있다. 그러나 지금 학교 교무실 창으로 내다보이는 학교 운동장에는 인적이 없다. 오월의 눈부신 햇살이 내리고, 드문드문 뻐꾸기가 울고, 햇살에 반짝이며 미풍에 흔들리는 신록이 싱그러운 운동장에는 한낮의 고요가 숨죽이며 흐를 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오후 3시 이후에는 학교버스가 아이들을 실어가 버리고 학교에는 열 명 미만의 교직원만 남아있다. 학교에서 보이는 언덕 위의 교회 지붕과 그 아래로 낮게 펼쳐진 몇 채의 집, 비탈진 밭, 손바닥만한 몇 데기의 계단식 논. 그리고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없어 외롭다는 말을 나는 두 달 여 전에 이 학교 부임해서 이곳 부임 선배인 홍 선생과 성 선생에게 들었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70여 킬로미터 떨어진 섬. 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면. 공기 좋고 바닷물 깨끗하고 경치가 좋다는 말은 했지만 예전처럼 인심이 좋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특별한 생산물이나 특산물이 있는 곳도 아닌 평범한 그런 섬이다. 경기도에서 인천시로 편입된 후에도 이곳 사람들은 인천과 이곳을 구분해서 부른다. 인천에서 덕적도 들어간다. 인천으로 나간다, 라고 표현한다. 예전 한 때는 고기가 많이 잡히고 황해도 월남 피난민이 몰려, 지금은 폐교되어 허물어져 가는 북리 어항 어귀에 있는 명신 초등학교 학생수가 800명이 넘었었다니 그때와 비교해 보면 지금은 한물간 섬이라는 것이다. 이곳 덕적 본 도에서 좀 나가면 우럭이 조금 잡히고, 서포리 해수욕장이 알려져 있어 그나마 물때를 아는 낚시꾼이나 여름 한철 해수욕장을 찾는 피서객이 있는 뿐인 별 볼일 없는 가난한 섬이라는 곳이 나보다 일 이년 먼저 부임한 그들에게서 얻은 이 섬에 대한 정보였다. 거기에 덧 붙여서, 너 이제 도서벽지 섬에 왔으니 오랜만에 찌든 도시를 떠나 심신을 정화시키러 왔다고 생각하고 잘 적응해라. 그러나 외로움은 각오하라. 이곳 사람들을 너무 가까이 하지도 말고 멀리 하지도 마라. 나는 마지막 말을 알 듯 모를 듯 이해했다. 섬 주민들이 예전처럼 교사를 대하지 않고, 교사를 승진점수를 따러 철새처럼 왔다가 철새처럼 가버리는 그렇고 그런 선생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다르게 대한다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는 있었다. 앞에서 표현한 철새라는 표현은 '이미자'의 노래인 '섬 마을 선생님'의 애틋한 노래가사와는 그 뉴앙스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도 누군들 사람이 그립지 않겠는가. 젊은 시절 한때는 친구가 그립고, 짝사랑하던 여자가 그립고, 무엇인지 딱 잡아 말할 수 없는 알 수 없고 가보지 않은 많은 것이 그리워서 그 그리움으로 얼마나 외로웠던가. 지금 돌이켜 보면 그 외로움 마저 젊은 날의 감미로운 추억으로 다가오는 내 나이 사십 후반. 되돌아보면 그 그리움들은 목마를 때 찾는 탄산음료나 물과 같았다. 마시면 마실수록 더 갈구하는 맛이 다양한 탄산음료가 아닌, 고향 집 우물 맛처럼 변하지 않는 그리움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에 대한 그리움일 것이다. 이곳 학교는 전 직원이 함께 자리하는 기회가 많다. 전 직원이라야 모두 열 명이다. 교감, 홍 선생, 성 선생, 나, 최 선생, 김 선생, 유치원 교사, 영양사, 올 구월이면 퇴직하는 구 기사, 이 기사가 전부이다. 아이들이 돌아가고 나면 모두 교무실로 모인다. 잡무도 처리하고 수업 준비도 한다. 이런저런 대화도 오가지만 대체로 학교는 고적하리 만치 조용하다.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운동장에서 노는 애들도 없다. 가끔씩 배가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나가는 몇 대의 차들이 학교 옆으로 난 북리로 통하는 길을 지나갈 뿐이다. 절간 같은 한 낮의 고요와 권태가 나른하게 흐른다. 99년 올해부터 1.5 킬로미터 남짓 거리에 있는 중고등학교와 통합되어, 구월이 되면 중고등학교에 초등학교 교실을 새로 지어 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어 있다. 지금은 행정적으로만 통합이 되어 교장은 중등에서 교감은 초등에서 맡고 있다. 구월이 되면 행정적 통합분만 아닌 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면의 유일한 학교인 덕적초중고등학교가 생겨나는 것이다. 또, 오 스잔나의 음률이 방정맞게 울린다. 구기사가 황급히 핸드폰을 꺼내 귀에 댄다. "누구여, 왜 또 전화여. 응 응... 아 글세 알았다니께... 그건 나도 물러. 내도 니 맴 알어. 응, 응 그려 참어야지 어티켜. 알었어. 끊어, 끊으라구." 통화 끝 부분은 항상 핀잔 투로 목소리 톤이 올라가며 `끊어'로 마무리되곤 한다. "여하튼 바쁘셔, 울도 유지답게 정치하랴, 상담하랴, 야단치랴." 남도태생인 성 선생이 한마디한다. 그는 정의파로 한마디를 하더라도 칼칼하고 딱부러지게 한다. "나리 아빠, 승질 나것지. 어린 딸년들 인천에 내보내고 폐교된 학교 둘러보는 맴이 오죽 하것어 이." 맛있게 담배를 피우던 홍 선생도 거든다. "맞아, 그까짓 보조비 및 십 만원이 문제겠어. 애들 때 놓고 눈에 밟혀 잠이 오겠나." 그는 오십 초반의 얼굴이 길고 반백머리에 귀밑머리가 짙은 말이 적고 중후한 사람이다. 그는 우리학교 직원 중 집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많이 받는 축이다. 늦게 둔 초등학교 막내아들이 아빠를 찾는 전화가 많이 오기 때문이다. 나도 역시 초등학교에 다니는 막내딸이 전화를 자주해서 그와는 막상막하로 전화를 자주 받는 편이다. 평균 한 달에 두세 번 만나볼 수 있는 어린 자식에 대한 그리움을 그와 나는 누구보다도 더 잘 안다. "아저씨는 행복한 줄 아셔. 나리 아빠가 허구 헌 말 전화해대고 하소연하고 투정을 부려도 기댈 사람은 아저씨 뿐이라, 좋지 않습니까." 구씨 아저씨는 예의 그 큼지막한 볼웃음을 지으며 느긋한 어조로 말한다. "허긴 그려. 지가 누구한티 하소연 할껴. 내 집에 세 들어서 형제처럼 산 게 얼마 간디. 한 식구지 뭐." 나는 울도에서 무시로 걸려오는 나리 아빠와 구씨 아저씨의 관계를 두어 번의 통화를 통해 금새 짐작할 수 있었다. 나리 아빠라는 사내와 구씨 아저씨의 통화내용을 간단하게 줄이면 줄거리는 간단하다. 왜 울도에 있는 학교를 없애서 내 새끼를 인천으로 보내 이산가족이 되게 했느냐는 나리 아빠의 분통과, 왜 내게 그런 화풀이를 하느냐고 짜증을 내는 구기사의 타박이 그 내용의 전부였다. 이런 저런 다른 이야기도 오고 갔겠지만 결론적으로 마지막에는 폐교 이야기로 끝나고 만다. 한쪽에서 분통을 터트리면 한쪽에서는 같이 닦달을 하다가 마지막에는 그려, 그려 알았어, 니맴 내 다 알지, 하고 부드럽게 어르면서 전화를 끝내는 단순 반복형 전화였다. 구씨 아저씨에게 술 마시면 전화를 하는 나리 아빠라는 사내는 울도에서 구씨 아저씨와 형님 아우로 지내며 한집에서 지내는 사람이다. 그곳 울도 분교가 폐교되자 울도 분교에서 학교 기사로 근무하던 구씨는 올 팔월에 퇴임을 조건으로 본교인 이곳으로 전근을 해서 그도 역시 우리처럼 주말 부부가 되어 학교 관사 바로 내 옆방에 기거하고 있다. 교육부의 소규모 학교 통폐합으로 올해 소야 분교와 울도 분교가 폐교되어 이제 덕적도에는 새로 통합된 덕적 초중고교 하나만 남게 되었다. 덕적 본 도에서 바라다 보이는 소야 분교 학생들은 배를 타고 이곳 학교에 다닐 수 있지만, 울도 분교 학생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인천에 나가 학교를 다녀야 한다. 인천의 친척집이나 여유가 있으면 새로 얻어놓은 셋집에서 부모와 떨어져 지내야 한다. 구 기사는 나리 아빠가 걸핏하면 술 마시고 전화해대는 까닭을 털어놓았다. "생각혀바이, 자식새끼라구는 두 딸년 뿐여. 어린 새끼들, 그 것 두 지지배여. 그것들을 인천에다 내다 놓구 같이 따라가 살 형편이 못되니께 환장할꺼 아녀. 벌어논 돈이 있어. 아니면 도둑질 할껴. 지가 나가서 뭘 할껴. 배운 거라곤 괴기잡는 거 뿐인디... 미치는 거지. 돈은 돈대로 나가지, 보듬고 키우던 딸년들, 나이나 많은가. 엘마나 찡할껴이." 언제는 징혀징혀 하더니 이내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자기 일처럼 안타까워한다. "나야 뭐, 자식새끼들 다 커서 물에 나가 제 힘으로 살아들 가고, 퇴직하면 울도에서 괴기나 잡으며 마누라하고 살면 그 뿐이지만 그 사람이야 나 하구는 달러. 한창 나이라 군 하지만 괴기가 그전처럼 많이 잽히나 보듬어 줄 새끼가 옆에 있나, 마누라가 하루좽일 그물 끌러서 그나마 그럭저럭 먹구 사는디... 마누라만 불상허지..." "교육부 장관 물러나야 해요. 아니 그런 교육부 장관 임명해놓고 계속 못 들은 체 하는 이놈의 정부, 하기는 그놈이 그놈이라 더니..." 교무실 밖 현관에서 담배를 피우고 언제 자리에 앉아 있던가 싶던 총각 김 선생이 다시 뻑뻑 소리나게 담배를 피우며 퉁명스럽게 한 말이었다. 그의 그런 열에 받친듯한 말투에는 그 나름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올해 이곳 덕적도에 나, 최 선생, 김 선생이 부임해 왔다. 모두들 어리둥절한 심정으로 그것에 왔다. 나는 어찌 이렇게 쉽게 섬에 왔나 하고, 최 선생은 어어? 하고 왔단다. 총각 김 선생은 아니 이게 아닌데, 하고 왔단다. 왜 그리 되었는지 세세하게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 모두들 떠밀리듯이 왔다는 얘기다. 그 만큼 도서 벽지 근무 선호도가 낮아졌다는 것이다. 일 이년 전만 해도 옹진군과 강화군이 인천시로 편입된 이래 근무평정 1, 2 순위 그것도 연이어 받아야 원하는 도서 벽지에 근무 할 수 있었다. 1, 2년 전만 해도 사오십대 교사 중 유능한(?) 교사만이 올 수 있던 이곳이 벽지점수가 하향되자 우리같은 교사들도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해찬들 고추장도 안 먹는 다잖아요. 지금 교육부 장관은 편견이 심한 것 같아요. 순전히 교육 개혁의 대상을 교사로만 잡은 것 같아요. 교육부 장관 물러나야 해요." 컴퓨터을 조작하던 최 선생이 한말이다. 삼십대 초반의 최 선생은 보살 같은 사람이다. 큰 머리에 토실토실하게 살이 찐 컴퓨터에 능하면서도 인간적이며 부조리와 어떤 종류의 폭력이건 용납하지 않는 평화주의자다. 그러나 요즈음의 교육세태에 대해 말할 때어는 단호하게 직설적이다. "정치가가 교육을 안다면 얼마나 안다고. 어떻게 교육개혁을 정치, 경제논리로만 하려고 해. 정말 한심해." 총각 선생이 한숨쉬듯 담배연기를 내 뿜으며 맞장구를 친다. 이곳 섬은 내 첫 부임지였던 육 학급자리 산간학교와는 또 달랐다. 섬은 그곳과는 다르게 폐쇄적이고 좁았으며 답답했다. 육지의 산간 벽지와는 다르게 갇혀있는 외로움을 느끼게 한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이곳까지 하루 두 번 쾌속선이 왕복한다. 칠십 여 킬로를 오십 분에 달라는 쾌속선이 하루 두 번 왕복하는 것은 이 섬의 큰 혜택이다. 우럭 낚시와 몇 군데의 해수욕장이 개장되는 여름 휴가철에는 사백여 석의 정원이 꽉 찰 만큼 관광객이 몰려오기도 한다. 그러나 거리가 멀고 배 삯도 왕복 삼만 원이 넘어 이곳을 잘 아는 사람들 외에는 쉽게 배를 타지 못한다. 이곳에 발령을 받고 첫배를 타던 날이 새롭다. 갑판 위에서 소주를 마시며 언젠가 타보았던 통통거리며 달리던 여객선이 아니었다. 외국에서 들여왔다는 프린세스호는 이층으로 사백여 석이 넘는 안락한 좌석과 쾌적한 실내공간으로 그 안에는 깨끗한 매점과 대형 텔레비전이 앞뒤로 네 대나 설치되어 있는 대형 여객선이었다. 우선은 배가 깨끗하고 빨라서 기분이 좋았다. 아침 9시50분에 출발하는 배를 타고 생전 처음 먼바다를 행해하는 기분은 상쾌함을 넘어 순수하고 신선한 흥분과 감동을 전해주었다. 이제부터 집을 떠나 낯설고 불편한 섬 생활이 시작된다는 우울한 기분은 사라지고, 아침 햇빛을 받으며 달리는 배의 창 밖 풍경을 보며 새로운 고장에서의 생활에 대한 호기심과 설레는 기대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멀리 중국 해 쪽으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달라는 크고 작은 배들, 그냥 떠있는지 움직이고 있는지 분간하기 어려운 큰배들, 등대가 서 있지만 사람이 살고 있는 무인도인지 아니면 사람이 살고 있는지 분간하기 힘든 섬들을 지나치면서, 새로 보는 모습들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바다는 푸르고 깊고 넓게 물결쳤으며 수평선은 물보라 같은 안개를 품으며 끝없이 길게 펼쳐져 있었다. 정말 좋았다. 정말 잘 온 것인지도 모른다. 적어도 한 달에 두 세 번은 배를 타고 이곳을 지날 수 있을 것이다. 그 것 만으로도 좋다고 생각된 지경으로 기분이 좋았다. 정말 오랜만에 눈이 시원하게 확 트이고 가슴이 후련해지는 기분이었다. 덕적도에 도착해서 바라보이는 선착장 모습은 한마디로 전형적인 섬 마을 그대로였다. 선착장 오른쪽으로 죽 늘어서 있는 자그마한 횟집들과 슈퍼마켓과 담배 가게, 그물을 손질하고 있는 사람들과 매여 있는 몇 척의 배들이 있었다. 선착장으로 이어진 언덕길을 이십여 미터 오르면서 길옆에 매표소 식당 노래방 당구장 중국집 등이 옹기종기 모여 서있었고 그 길을 따라 몇 백 미터 지나 언덕을 내려서면 면사무소와 중고등학교가 있다. 그 아래 덕적도 중심지라 할 마을인 진리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곳에는 우체국 농협 파출소 보건소 식당과 현대식으로 잘 지어진 양옥들도 꽤 있었다. 가파른 언덕아내 펼쳐진 작은 마을은 서포리와 북리로 뚫린 두길 사이에 자리 잡고 있었다. 서포리 쪽으로 뚫린 길은 바다를 끼고 산길로 이어져 있었고, 북리로 난 길을 따라 다시 작은 언덕을 넘어서면 그 아래 초등학교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니까 배에서 내려 자은 언덕을 두 개를 넘어야 초등학교에 다다르게 된다. 덕적도는 섬이지만 섬 안에 들어서면 산골에 온 느낌이 든다. 언덕에서 본 초등학교는 산을 뒤로하고 옆으로는 북리로 난 길을 끼고 아늑하게 자리한 조용한 산골학교였다. 나는 첫눈에 그곳이 마음에 들었다. 지금도 꿈에 그리듯 그리운 내 첫 부임지였던 산골학교와 분위기가 너무 흡사했지 때문이었다. 다시 이십대 초반의 첫 부임지에서 느꼈던 설레 임을 실로 오랜만에 맛보았다. 아담한 학교 운동장 지나 몇 개의 계단을 오르면 이층으로 된 학교 건물이 있다. 왼쪽에 교장 관사가 있고, 오른쪽 뒤로는 강당과 식당이 있었다. 식당 옆에는 관찰용 간이 기상대와 작은 정원이 있고, 학교 뒤는 비탈이 완만한 산이 있다. 운동장 옆과 아래쪽에 교사들이 기거하는 관사가 있고, 관사 옆에는 실습지가 있다. 전형적인 시골 학교의 모습이었다. 학교는 이곳에서 가장 아늑하고 조용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었다. 나는 1, 2학년 복식학급을 담임하게 되었다. 1학년 13명, 2학년 10명. 1학년을 담임한 것도 복식학급을 맡게 된 것도 교육경력 24년 만에 처음이었다. 1, 2학년 다 합쳐봐야 23명, 전체 인원으로는 많지 않다. 그러나 한번 가르쳐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주당 수업시간이 24시간이지만 좀 부풀려 말하면 단일 학급을 맡아서 가르치는 것보다 두 배 이상 힘이 든다. 교육과정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감을 잡지 힘들었다. 두 학년 합동으로, 교과통합으로, 주제통합, 분리수업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보며 이끌어 보지만 만족스런 수업이 되지 못하고 시간이 모자라 허둥대는 때가 잦아 짜증스럽고 힘겨울 때가 많다. 수학 시간에 1학년은 합동과제를 해결하게 하고, 2학년은 개별지도를 하고 있는데 떠들썩하여 1학년 쪽을 바라보니 교실 한 구석에서 엎치락뒤치락 레슬링을 하고있고, 몇몇 녀석들은 장난감 자동차를 굴리며 강아지처럼 기어다니고 있었다. 1학년을 다그쳐 자리를 정리해 주고 있는데 2학년 남자녀석들은 티격태격 무슨 일인지 맹렬하게 다투고 있고 여자아이들은 저희들끼리 모여 무슨 얘기가 그리 재미있는지 깔깔대고 있었다. "다들 자리에 앉아!" 소리쳤지만 그들은 다투고 낄낄대는데 열중해 있어 내 목소리 따위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순간적으로 열이 올라 목이 갈라지는 듯한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웅성웅성 자리에 앉는다. "손 머리, 눈감아!" 늑대처럼 으르렁거리자 잠시 조용하다. "선생님, 대훈이 눈떴어요." "선생님, 은비 실눈 떠요." 기가 막혀 실실 웃음을 참다보면 어느새 내 지시도 없이 모두가 눈을 뜨고 히히 헤헤거린다. 쉬는 시간만은 정확히 챙기는 녀석이 꼭 있다. "선생님, 11시 20분, 쉬는 시간이네요." 여기저기서 선생님 오줌 마려워요, 물 마시고 싶어요, 하고 떠들어댄다. "그래, 화장실 다녀와." 항복하듯이 수업을 마친다. 쉬는 시간이면 교무실에 모여 10분의 휴식을 취한다. 내가 복식학급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자 3, 4학년 복식학급을 맡고 있는 최 선생이 동감이라는 듯 열을 올린다.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소규모 학교 통폐합은 적극적이면서 왜 소규모 학교 복식수업은 그대로 두는 거지요?" 성 선생이 코방귀를 뀌며 말한다. "교육의 질 좋아하시네. 교사 한 명이라도 줄이려고 통폐합하는 건데, 어떻게 복식학급을 해소하겠나. 여기도 복식학급이 둘인데, 복식학급을 해소하려면 교사 두 명이 증원되어야 하는데 그리 되면 통폐합해서 교사 두 명을 줄일 효과가 없지 않나 이 말이야." 커피를 마시고 있던 이기사가 목소리를 높인다. "정말이지 그거 심각한 문제요. 우리 애가 곧 1학년에 입학하는데, 걱정이 태산이라 구요. 여기 학부형들도 다들 복식학급 문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생각만 하면 뭘 해. 행동으로 보여야지. 학부형들끼리 뭉쳐 가지고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거 아닌가. 말로만 해서 되나." 성 선생이 말하자, 홍 선생도 한마디한다. "맞아, 우리보다는 학부형들이 나서야 돼. 보라구, 지금 여기저기서 통폐합에 반대하는 학부모 집단행동들 말야. 정부에서도 그런 곳의 통폐합은 일단 보류하고 있잖아. 우는 아이 젖 준다고, 가만히 앉아 있으며 당하기만 하는 거야." 머쓱해진 이기사가 커피 잔을 내려놓으며 한숨처럼 내뱉는다. "알기야 알죠. 그렇다구 여기 섬사람들이 뭘 어떻게 해요. 숫자가 많아요 아니면 배운 게 많아서 앞장 설 사람이 있어, 먹구 살기에 바쁜데 시간이 많어, 아니면 교통이 좋아. 힘들어요 힘들어." 홍 선생이 담배연기를 내 뿜으며 수긍하듯이 말한다. "하긴 그래, 여기 처음 통폐합 결정할 때만 해도 그랬어. 교장이 학부형들을 속인건 아니지만, 학부형들이 통폐합 내용을 완전히 이해한 사람들도 드물었지. 중고등학교와 통합하면 영어나 예체능과목은 중고등학교 교사들에게 배우는 줄 알고 좋아했더니 말 다했지 뭐. 그 뿐인가, 새로운 시설에다가 최첨단 교육기자재 확보 등등, 엄청나게 좋아지는 줄 알고 있는 학부형들이 대부분이야." "감언이설로 사기 친 거지 뭐, 완전 사기야." 성 선생이 혀을 차듯이 내뱉은 말이다. 99년 올해부터 1.5 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가 행정적으로 통합되어 교장은 중등에서, 교감은 초등에서 맡고 있다. 지금은 따로 떨어져 행정적으로만 통합되어 있지만, 구월이면 중고등 학교에 교실을 새로 짓고 초등학교는 이사를 가야한다. 초등학교에서는 행정적인 통합은 수긍하면서도 물리적인 통합은 못마땅해한다. 굳이 이사를 가야할 합당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관리비를 줄이고 교장, 교감이 한 명씩 줄인 것에 대해서는 모두들 공감을 했다. 그러나 약간의 관리비를 줄이기 위해 멀쩡한 초등학교를 없애고 교실을 새로 짓고 비좁은 데로 합쳐야 한다는 것은 경제적인 계산으로도 합당하지 않다는 것이 초등학교 교사들의 한결같은 생각이었다. 학교 오른쪽을 지나 북리 어항으로 뚫린 언덕같은 시멘트로 포장된 이차선 신도로이다. 이 신도로는 아직은 포장이 안된 서포리로 통하는 좁은 길과 연결되어 있다. 북리와 서포리를 연결하는 신도로가 뚫리기 전에는 학교 왼쪽으로 나있는 가파른 산길이 서포리와 진리의 유일한 통로였단다. 그러니까 지금은 지름길인 언덕길을 이용하지 않고 자동차로 이동할 수 있는 북리 우회도로를 이용하고 있다. 덕적도에서 그래도 제법 논밭이 많고, 넓은 백사장이 펼쳐 저 있는 해수욕장이 있는 곳은 서포리다. 외지 사람들에게는 덕적도보다 서포리 해수욕장이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나도 서포리 해수욕장이 덕적도에 있다는 것을 이곳에 와서야 알았다. 학교 왼쪽으로 나있는 서포리로 통하는 가파른 산길은 사람의 왕래가 거의 없다. 가끔 산나물을 뜯는 몇몇 할머니들이 옛 추억을 더듬듯이 나물 보따리를 짊어지고 지팡이를 끌며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을 뿐이었다. 그 길이 나의 산책로 겸 운동코스가 되었다. 왕복 40여분정도 걸리는 산길을 먼저 부임한 황 선생과 성 선생의 뒤를 따라 올라 갔다. 이 산길의 처음 삼분의 일은 밋밋하다가 점점 경사도가 심해져 마지막 산꼭대기까지 300여 미터는 직선코스로 가파르게 올라야하는 급경사였다. 숨이 턱밑까지 차 오르고 땀이 온몸에 배이면 곧 서포리가 눈에 들어온다. 산꼭대기에서 급하게 내려하다가 집이 있는 논밭이 있고 길이 있고, 길 건너 소나무 숲이 있고 백사장, 그리고 바다 가 있다. 바다는 한없이 펼쳐진 망망 대해가 아니다. 그 건너편에 섬들이 있다. 덕적도는 모두 40여 개의 군소 섬들로 이루어진 군도이다. 가까이는 소야도, 지도, 울도, 핵폐기물 설립 문제로 알려진 굴업도. 사람이 살고 있는 일곱 개의 섬 외에도 무인도로, 한낱 바위섬으로 존재하는 40여 개의 섬으로 덕적 군도를 이루고 있다. 서포리와 진리를 나누는 산꼭대기에 서면 서포리가 내려다보인다. 아침이면 장난감 같은 배 두어 척이 하얀 물살을 가르며 어디론지 떠난다. 고요하고 한적한 아침바다를 가는 배를 보면 바다 가 잠을 깨는 것처럼 보인다. 안개에 둘러싸인 섬들은 제 모습을 감추고 신비스런 자태로 그림처럼 그 곳에 있다. 그냥 그곳에. 바다는 배가 떠나고, 섬이 있기에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이 신선한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산골 출신인 나는 입체적으로 가로막힌 첩첩산중 육지에서 보지 못했던 평면적인 바다의 무한한 넓음을 얼마나 동경했는지 모른다. 바다는 나에게 해방과 자유의 상징이었다. 바다는 프로이드의 무의식 속에 내재되어 있는 이드의 세계처럼 쾌락과 본능의 출렁임이 용암처럼 들끓는 곳. 그 곳에서 해방과 자유을 찾고자 했던 내 바램은 영원히 다다를 수 없는 것에 대한 헛된 꿈인지도 모른다. 아침저녁으로 오르다 보니 주의의 풍경이 익숙해지고 정이 들었다. 20여 년의 도시생활에서 이제는 돌아와 고향에 서있는 듯한 느낌이 어느 시 구절처럼 좋았다. 그러나 섬은 물과는 다르다. 바다로 둘러싸인 섬에서는, 바다 가 보이지 않는 섬 어느 구석에서도 섬을 둘러싸고 있는 바다 가 보인다. 내가 속해 있는 섬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섬은 먼 육지와 떨어져 홀로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 느낌은 섬사람들 모두가 공통으로 갖고 있는 원초적인 외로움이다. 섬이 고향이 아닌 잠시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다 떠날 사람들에게 그 외로움은 더하다. 하현달 어스름할 때 소쩍새는 울고, 개구리 울음소리 먼 빗소리처럼 아득히 들려오는 밤이나 혼자서 바닷가에 앉아 낮게 찰싹대는 파도소리를 반복적으로 듣고 있노라면 낭만보다는 외로움이 앞선다. 섬을 떠나는 배를 보면 문득 그리움에 젖는다. "내일 집에 가기는 틀렸네." 구씨 아저씨가 싱그레 웃으며 한숨쉬듯 말한다. 어제 초저녁부터 질금거리던 비가 한밤중이 되면서 굵어지더니 이른 아침에야 개었다. 이곳 섬에서 비가 내린 후면 바람이 분다. 학교 옆 솔숲을 지나는 바람소리가 날카로운 금속성을 내면 바다가 칼끝처럼 일어서고 폭풍주의보가 내린다. 빗물에 씻긴 연둣빛 감잎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바람에 떤다. 물기가 남아 반들반들 해진 이파리는 싱싱하다 못해 찬란하다. 아침식사를 하고 교회가 있는 언덕에서 바다 쪽을 보니 멀리 태안 반도가 보인다. 비에 씻긴 후 날이 개면 50여 킬로미터 떨어진 충청도 땅 건물이 하얗게 보인다.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휘둘리고, 갓 심은 어린 모들이 물에 잠길 듯 머리를 내밀고 흔들리고 있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황새 몇 마리가 낮게 날다가 아침 햇살을 받으며 서포리쪽 산너머로 사라진다. 머리가 시리도록 깨끗한 아침이었다. "날씨 한 번 끝내 주는 구만" "날씨는 끝내 줘도 바람불어 배가 안 뜨니 어쩌나 이잉" 홍 선생과 구기사가 나란히 걸으면서 노랫가락처럼 주고받는다. 그 뒤를 나, 최 선생, 김 선생이 따라 걷는다. "이번 토요일에는 친구 결혼이라 꼭 나가야 하는 데" "나도 마찬가지야, 나는 지난 주말에도 일직이라 못나갔잖아. 이번에는 꼭 나가야 하는데 날씨가 왜 이 모양이야." 김 선생과 최 선생이 똑같은 억양으로 투덜거린다. 한 달에 두 세 번, 주말이면 집에 가는 낙이 사라져 이제 다시 일주일을 기다려야 한다. 금요일이면 다음 날 일기에 대해 모두들 예민해진다. 배가 뜨는 토요일 오후 4시. 부둣가는 모처럼 사람 사는 곳처럼 법석댄다. 주차장과 길옆에는 섬을 가로지르는 두 대의 마을 버스와 손님을 맞으려고 나와 있는 민박 집 봉고차들, 물건을 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소형트럭들, 오고가는 사람들을 보내고 맞기 위해 나와 있는 승용차들이 늘어서 있다. 배를 타기 위해 나와있는 사람들 외에도 타고 내리는 사람들을 배웅하거나 맞기위해 나온 사람들, 그냥 구경나온 사람들, 부둣가 옆에 생선이나 게를 파는 아줌마들, 아이들이 붐 빈다. 배를 타고 어디론가 간다는 것은 열차나 버스의 출발과는 다른 가슴 벅차고 설레는 분위기가 가득하다. 소야도를 스치듯이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섬에는 어울리지 않는 크고 늘씬한 여객선이 나타나면 부두에도 사람들의 가슴에도 조용하지만 묵직한 술렁임이 인다. 섬에서는 누군가가 오고 가는 것이 비록 길지 않은 하루 이틀의 기간이라도 예사롭지 않은 거동인 것이다. 늘 기다리는 마음이 이곳엔 있다. 그리고 늘 떠나고 싶은 충동이 있다. 그래서 섬은 외로운 것일까. 자주 오가는 뱃길이지만 내게는 항상 새롭다. 나는 항상 창가에 앉는다. 덕적도에서 연안부두까지의 뱃길을 즐긴다. 이 시간을 위해 섬에서의 불편함이나 외로움을 견딘다해도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니다. 이 뱃길은 아기자기 하다. 소약도를 옆에 두고 배는 달린다. 시속 70 킬로미터의 속도로, 조금 가다보면 또 섬이 있다. 이작도. 배는 달린다. 제법 망망 대해, 바다 가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거린다. 등대가 있는 작은 섬이 보이고 자월도, 영흥도, 영종도가 보이고 10여분 후면 정박해 있거나 어디론지 떠나는 큰배들이 보인다. 인천 연안부두가 보이고 멀리 고층 아파트가 눈에 들어온다. 연안부두에 내려 개찰구를 빠져 나오면 섬과는 다른 풍경 앞에 아, 집에 왔구나 하는 생각에 발걸음이 빨라진다. 섬이나 바다와는 다른 풍경들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도 금새, 시끄럽고 혼잡한 도시의 모습이 정답게 느껴진다. 이 혼잡한 도시 저만큼 어딘가에 내 집과 가정이 있기에 바다를 건너 이곳으로 온 것이다. 고향이 농촌이고, 섬과 바다의 자연을 좋아한다고 해도 나는 어느새 도시인이 되고 말았구나 하는 느낌이 새롭다. 아파트 초인종을 누르면 문 앞에서 내내 기다리고 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오듯 막내딸이 문을 열고 내게 안겨 매달린다. 매달린 내 딸의 무게만큼 가족과 만난 행복에 젖는다. 일요일 오후 3시에 덕적도 행 여객선은 연안부두를 출항한다. 점심 먹고 곧 가방 싸고 2시에 집을 나선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혹여 배 시간에 대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 때문이다. 잠자는 시간은 빼고 열 시간도 안 되는 시간을 가족과 함께 하기 위해 70 킬로미터의 뱃길을 오가야 하니 한편으로는 번잡스럽기도 하고, 오고가는 시간과 만만치 않은 배 삯 만 허비하는 기분도 들지만, 그래도 주말에 배를 타고 집에 다녀오는 여행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섬에 도착하여 다시 썰렁한 관사의 작은방에 들어서면, 갓 떠나온 내 집의 아늑함이 떠나올 때 흔들어 주던 딸애의 작은 손만큼 아쉬워 진다. 서포리 쪽 하늘에 구름이 몰리고 그 구름의 바람과 함께 산마루를 스치듯 움직이자 바람이 불기시작 한다. 바다가 칼끝처럼 일어섰다. 바람은 이튿날까지 그치지 앓고 불어댔다. "오늘 또 소야리 애기들 못 나오겠구만" 공문을 분류하던 교감 선생이 창 밖을 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올해 1월에 중간 발령을 받고 부임한 교감선생은 아이들을 애기들이라고 부르며 아끼는 자상하면서도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가 지칭한 소야리 애기들은, 역시 올해 폐교된 소야 분교 아이들 네 명을 두고 하는 말이다. 소야리 아이들도 한 달에 삼십 만원씩 보조를 받고 배를 타고 이곳 덕적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아이들 걸음으로 거의 한 시간 가까이 걸어서 배를 타고 다시 학교버스를 타고 와야한다. 오늘처럼 바람이 거세고 폭풍주위 보가 내리면 그나마 학교에 오지 못한다. 유치원 한 명, 그 누나인 삼학년 여자아이, 내가 담임한 이학년 남녀 각 한 명씩. 모두 네명이 통학을 한다. 이들이 학교에 오고가는 어려움을 자세히 알려 된 것은 이곳 사람들을 통해서가 아니라 방송을 통해서였다. 통폐합이 한창 추진되고 통폐합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던 초여름에 어느 방송국에서 소야리 아이들에 대한 기획 취재가 있었다. 얼마 후 그 내용이 방영되었다. 카메라는 주로 유치원에 다니는 광태 남매에서 맞춰져 있었다. 특히 광태 남매는 부모 없이 늙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키우고 있다. 광태 남매말고도 이곳 초등학교에는 부모의 이혼이나 부모 중 어느 한쪽이 가출을 했거나, 아니면 부모 또는 부부 중 한쪽이 인천에 나가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늙은 조부모나 편부, 편모 슬하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많다. 졸린 눈을 비비며 새벽에 일어나는 모습, 한 시간 가까이 걸어서 배 터까지 가는 모습 등을 보여주었다. 작은 학교를 없애고 본교로 통합되어 겪게되는 아이들의 힘든 하루 일정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학교공부가 끝나면 진리 부두에서 소야리로 가는 배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다 오후 4시경에 배를 타고 간다. 집에 도착하면 저녁때가 된다. 그 어린것들이 이른 새벽 집을 나서서 저녁때서야 집에 들어가는 것이다. 아이들의 놀이터인 선착장은 이들에게 결코 안전한 곳이 아니다. 아이들이야 노는데 정신이 팔려 시간가는 줄 모르겠지만 어린아이들을 기다리는 어른들 조바심이야 오죽하겠는가. 언젠가 오후에 들어오는 배로 오는 학교 화물을 가지러 나갔다가 유치원생인 광태가 물이 빠져나간 선착장 아래로 떨어진 사고를 우연히 목격했다. 5 미터가 넘는 선착장 아래는 크고 작은 바위투성이였다. 다행히 돌이 없는 곳에 떨어져 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학교공부가 끝나고 광태는 소야리 2학년 어이들과 놀면서 배를 기다린다. 간식으로 빵을 먹으며 선착장 난간을 걷다가 발을 헛디뎌 떨어진 것이었다. 그래도 입안에 들어있는 빵을 우물거리며, 놀라고 서러워서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있는 광태의 볼이 눈물과 흙으로 얼룩져 있었다. 오후 6시가 되면 언덕의 교회아래 하숙집으로 간다. 하숙집이라고 하기보다는 아침저녁 하루 두끼의 식사만 하는 우리들 전용 식당이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 교감선생과 성 선생은 자취를 하고 나머지 다섯 명은 이곳에서 식사를 한다. 이곳은 초등학교 쪽에서 중고등 학교로 넘어가는 언덕 위, 교회 바로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다. 방 세 개, 주방하나. 그 중에서 가장 큰 안방이래야 4인용 밥상 두개 붙여 펴놓으면 겨우 대여섯 명이 붙어 앉아 식사 할 수 있을 정도로 좁다. 이 집에는 우리뿐 만 아니라 중고등 학교 교사 5명, 지서 순경 3명, 보건소 의사 3명이 식사를 하고 있다. 초등학교 학부형이기도 한 수신이 엄마와 아빠는 덕적도의 착하고 똑똑한 부부의 모델이라고 표현해도 그르지 않을 만큼 부지런하고 성실하다. 유머와 센스가 있는 수신이 엄마와 성실하고 순박한 수신이 아빠는 모두 덕적도 고향이고 같은 덕적고등학교 출신이다. 수신이 아빠는 면사무소 소속의 행정선 기관장이다. 방이 비좁아 3, 4 교대로 식사를 해야 하는 아침이나 저녁 시간에는 아내를 도와 상을 처리고 음식을 준비한다. 지서 순경들, 군 복무로 와있는 보건소 의사들, 중고교 교사들과 함께 어울려 하는 식사시간은 객지에 나와 있는 사람들에게는 서로 우의를 다질 수 있는 안락한 장소다. 저녁식사가 끝나면 모두들 교무실로 모인다. 밀린 일도 하고, 잡담도하고 텔레비전도 보고 바둑도 둔다. 초등학교 관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공용 거실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만큼, 잠자는 시간을 빼면 항상 이곳으로 모인다. 구씨 아저씨가 주말에 울도에 다녀오면 으레 생선이나 소라 등 해산물을 들고 온다. 그런 말이면 조촐한 술자리가 벌어진다. 이런 술자리엔 우리들이 부러워하는 유치원 김 선생 부부도 참여한다. 남편인 고 선생은 중학교 국어 선생이다. 초등학교 3, 4학년에 다니는 아들 둘이 있기 때문에 초등학교 교장 관사에서 살림을 하고 있다. 통합된 초중고교 교장은 중고교 교장 관사를 사용하고, 이곳 교장관사는 그들 네 식구가 살림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안주 준비는 늘 그 집에서 한다. 고 선생은 고향이 제주도로 같은 남자라도 반할 만한 선량한 인상과 산뜻한 매너를 지닌 매력적인 40초반의 남자이다. 오늘도 아내인 김 선생과 함께 술안주와 술잔 등을 챙겨 가지고 왔다. 나는 이곳을 `덕적싸롱'이라고 이름 붙였다. 신변접기로부터 교육이나 정치토론까지 다양한 대화가 오간다. 우리들에게는 이곳이 밤을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는 아늑하고 유쾌한 유일한 휴식처였다. 소주잔이 두 어순 배 돌고 취기가 거나해질 즈음 마침 텔레비전에서 도서벽지 학교 통폐합에 대한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다. 연평도의 어느 분교가 폐교되어 그곳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져 육지에 있는 학교로 가야하는 상황을 집중 취재한 내용이 보도되고 있었다. 까맣게 그을린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어머니의 인터뷰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망막한 표정의 섬 아낙네의 얼굴이 어둡게 그늘져 있었다. 구씨 아저씨가 삿대질을 하듯이 손가락을 흔들어 가며 흥분한다. "저것 봐, 저거 이. 어띠키 조처럼 똑같은가 이. 나리네 판 났구먼, 쯧쯧." 혀를 차는 소리가 예사롭지가 않다. "지난주에 집에 갔더니, 나리 애비 난리더라구. 오랜만에 인천에 나가 새끼들 보구 왔는디, 애들 얼굴이 반쪽이 됐더라구 술처먹구 난리를 치는디, 거참 뭐랄 수도 없구. 둘 다 인천이 싫다구, 울도로 도루 오것다구 떼를 써서 그것들 달래놓구 혼자 배타고 오면서 깡 쇠주를 두 병이나 마셨다구 하더만." 구씨 아저씨는 두어 진술에 취한 건지 아니면 열을 받아서인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다들 한마디씩 한다. 술잔이 돌수록 도도해진 기분으로 실컷 욕을 해댔다. 일본에서는 학생이 한 명인 곳에도 학교가 있다는 내용이 방영되고 있었다. `한명의 학생이라도 있으며 어디에도 학교는 존재합니다'라고 말하는 일본인 교장의 멘트를 끝으로 방송은 끝났다. 덕적싸롱에 모인 사람들은 그 일본인 교장의 마지막 말을 묘한 분노와 안타까움이 뒤섞인 기분으로 되씹으며 술자리를 끝내고 관사로 흩어져 갔다. 짙은 어둠 속에서 소쩍새가 울고 있었다. 어느덧 여름방학이 지나고 개학이 되었다. 2학기부터 초등학교는 폐교되고 중고등학교로 통합되어 이사를 가야한다. 거의 일주일 동안 이사준비를 했다. 작은 학교지만 짐은 의외로 많다. 소야도, 울도, 지도, 도갑, 서포리, 면신 등 이미 폐교된 분교에서 보내진 학습자료와 사무용 기기들이 강당과 작은 창고에 가득 들어차 있었다. 그것들을 넣어 둘 공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그 많은 자료와 기기들을 창고나 빈 교실에 쌓아 두고 당장 필요한 것만 추려서 이삿짐을 쌌다. 도서벽지 학교 책보내기 운동으로 보내온 많은 아동용 도서와 교육 관련서적들, 풍금, 선풍기, 난로 학습자료, 체육시설 등 많은 것들을 두고 갔다. 그렇다고 팔아치울 만한 것도 아니고 또 그럴 수도 없었다. 그것들은 폐교된 학교의 잔해로 유령처럼 그곳에 처박혀 있을 것이다. 교사들은 연실 투덜대며 짐을 싸고 날랐다. "원 여기 버려 둔 물건만 가지고도 웬만한 학교 하나 운영하고 남겠네" "아니, 왜 이런 별장 같은 학교 없애고 더부살이를 가야하나, 그것도 조잡하게 지은 조립식 건물로" "한심한 일이지. 이런 아늑한 곳이 이 섬 어디에 있어. 왜 멀쩡한 학교 없애고 황량한 바닷가에 돈 처들이며 궁색하게 교실 짓고 옮겨야 되느냐고." "나도 그게 이해가 안돼. 통폐합이야 결정된 거니까 우리가 뭐라고 말해야 소용없지. 그렇더라도 행정적으로만 통합하고 학교는 그대로 두고도 얼마든지 운영할 수 있잖아. 교장 교감은 한 명씩 두고, 기능직도 한 명이면 충분하고 행정실은 어차피 중고교에 있었으니 그대로 운영하면 충분한데, 돈 들여 교실 짓고 우리보고 들어가라니 이게 무슨 짓이냐 말야." 평소에 말이 적고 과묵한 홍 선생이 얼굴을 찌푸리며 길게 말한다. "맞아, 통폐합의 당위성 어쩌구 하지만 실은 순전히 경제 논리만 있는 거야. 교실 새로 짓고 우리가 거기 들어가면 얼마나 돈이 남는다고." 학습자료를 꾸리고있던 최 선생이 땀을 씻으며 성 선생에게 묻는다. "거기에 교실 짓는 돈보다 폐교된 이곳 대여하거나 팔면 돈이 남나보죠?" "흥, 이까짓 섬 땅값, 얼마나 가겠나. 그리고 누가 이걸 사나. 새로 교실 짓는 게 문제가 아닌기라. 선생 수 하나라도 줄이고, 기능직 한 사람 줄이고, 이런저런 관리비 좀 줄이자는 거지. 순 행정부 예산 수판 놀음 이제." "말하자면 인건비 줄이기네요." "그렇지, 이제 바로 교육개혁의 핵심인 거라. 언제는 낙도 분교에서 아이들을 위해 희생, 봉사 어쩌구 하더니 IMF다 하니까 무언가 가시적으로 보여주려고 정년 단축이네 봉급 반납이네 하고 수판 질만 하고 있는 거지. 땜빵이지 뭐, 땜빵. 큰 구멍 막을 생각은 안 허고 임시 방편으로 작은 구멍만 땜질하는 거야." 성 선생도 무엇이 복받치는지 열변을 토한다. 사설은 끝이 없다. 이삿짐 싸고 나르는 틈틈이 성토는 이어진다. "교육은 백년 지 대계 어쩌구 하면서 이것들은 몇 년 앞을 못 봐. 두고 보라지, 무더기 퇴임으로 언제처럼 교사가 모자라 교사 급조 현상이 오고 말 테니까." "요즘은 언론도 쑥 들어갔어요. 언제는 신문 사설에다 텔레비전 방송이 소규모 학급 통폐합, 교육개혁에 대한 기사가 넘쳐나더니." "언론? 한 때 뿐이야. 유행 같은 거라고, 잠깐 떴다가 사라지는 대중가요 같은거야." "하긴 그래,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 양발 걸치는 시키들. 몇 만원자리 촌지에 스승의 날 양말 몇 켤레 선물 받은 것 가지고 서방질 한 년 빤쓰 뒤집듯이 까 발라더니 이제는 또 슬슬 그 빤스 깔고 앉아 고스톱 치는 놈 마냥 고냐 스톱이냐 앞뒤만 재고있어." 언덕 위 교회지붕 아래로부터 학교 운동장으로 넘어오면 안개는 어느새 학교 뒤쪽 고개 넘어 북리 어항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새들이 낮게 나르며 빙빙 돈다. 언덕 위 교회 십자가가 안개 속에 떠 보인다. 아마 교회가 있는 언덕에서 내려다보면 이곳 초등학교는 안개 속에 잠긴 별장처럼 보였으리라. 9월 1일자로 덕적초등학교은 사라지고 전국에서도 그 유래를 찾기 힘든 덕적도의 유일한 덕적 유초중고교가 탄생했다. 조용하고 썰렁했던 중고교에서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아이들의 소란스러움으로 학교가 되살아난 분위기였다. 새로 식당이 생겨 단체급식을 하게되고, 학생수가 증가하여 학교예산도 전보다 풍족해진 중고교 교사들은 화기가 돌았지만 초등학교 교사들은 뭐 씹은 표정들이었다. 더부살이하러 들어온 기분이었다. 새로 지은 교실이 조립식 건물이라 마음에 들지 않았고, 이곳에는 초등학교 교사들이 이주할 관사가 없어 폐교된 초등학교의 관사에서 출퇴근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교육과정이 다르고 학교 운영 방식이 다른 두 개의 이질적인 학교 집단이, 억지로 하나로 통합되어 한 지붕아래 공존해야 한다는 현실이었다. 이사를 끝내고 며칠동안은 내가 `덕적싸롱'이라고 명명했던 교무실로 초등학교 관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텅 빈 교무실엔 몇 개의 낡은 의자와 책상이 남아 있고, 활용하지 못하거나 버려 둔 사무용 기기나 책들이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사람이 떠난 집은 금새 흉가로 변한다더니 정말이었다. 온기는 사라지고 싸늘한 냉기와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폐교되어 텅 빈 교실처럼 흉하고 을씨년스런 곳도 없다. 며칠이 지나자 아무도 그 곳에 가지 않게 되었다. 항상 밤 12시 넘어 까지 환하게 켜져 있던 덕적싸롱의 불빛은 사라지고 대신 유령이라도 나올 것 같은 음산한 어둠이 축축한 바람과 함께 흐르고 있었다. 며칠 사리에 덕적싸롱은 우리들 기억에만 존재하는 추억이 되어 있었다. 우리가 이사간 학교는 바로 옆에 바다가 있다. 정문을 들어서면 왼쪽으로 학교건물이 서있고, 오른쪽으로는 소나무 숲이 운동장과 바다 사이에 가로 놓여 있다. 그곳을 내려서면 곧바로 바다다. 학교 터로는 최고인지도 모른다. 가끔 아이들을 데리고 바닷가에 나가 달리기도 하고 모래놀이도 하면서 육지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멋진 수업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바람 부는 날이면 바다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굉장하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먼지가 날릴 때는 눈을 뜰 수 없다. 운동장에는 유초등학교 아이들이 즐길만한 놀이기구 하나 없다. 그네 시소 정글짐 철봉 미끄럼틀 농구골대 등 많은 체육시설을 폐교된 초등학교에 두고 왔다. 모두 옮기기도 힘들고 옮긴다 해도 그것들을 모두 설치하기에는 운동장이 좁았다. 거기다가 초등학교 운동장은 물 빠짐이 좋았는데 이곳은 물이 쉬이 빠지지 않아 비가 내리면 며칠동안 운동장에 물이 괴어 사용할 수가 없었다. 이곳은 학교 터보다는 휴양지나 해수욕장으로 개발하면 안성맞춤이라는 것이 교사들의 지적이었다. 이곳은 휴양지로 개발하고 먼저 초등학교 자리에 교실을 지어 중고등학교가 이사를 왔더라면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서도 더 좋았을 거라는 거였다. 그나저나 모두 물 건너간 얘기였다. 개혁이란 자주 결정권자의 필요에 따라 자기편리 위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더 많은 법이니까 말이다. 이사가 끝나자 곧이어 정년 퇴임식이 있었다. 부임한지 1년 반만에 퇴직하는 교장과 울도 분교가 폐교되자 이곳에 와 6개월을 근무한 구 기사가 퇴직하는 것이다. 정년 단축이라는 된서리를 맞고 그 첫 케이스로 학교를 떠나는 이들을 위해 조촐한 퇴임식 행사가 있었다. 교장 퇴임 식은 그래도 식장을 꾸며 교실 두 개를 터놓은 임시 강당에서 갖출 것 다 갖추고 거행되었다. 학부형들과 지역유지들과 기관장들이 초대되어 제법 성황리에 거행되었다. 정년 단축으로 교장이 된지 일년만에 떠나는 노 교장의 눈가엔 잔잔한 애수가 어렸다. `스승의 은혜'를 합창하는 통합된 초중고교생들의 노래를 들으며 서있는 그의 지그시 감은 눈까풀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구 기사의 퇴임식은 교장과 같이 거행되지 않았다. 일부 교사들이 교장 퇴임식과 함께 하기를 주장했지만, 그것도 관행인지 결국 구기사의 퇴임식은 이튿날 따로 식당에서 간소하게 이루어졌다. 그것도 우리 초등교사들이 앞장서서 이것저것 준비하여 이루어질 수 있었다. 전 직원이 참가한 가운데 감사패와 약간의 위로금이 전달되고 회식이 있었다. 울도에서는 그의 아내와 나리 부모가 연락을 받고 나와 있었다. "내야 뭐, 울도에 가서 마누라하고 남은 여생 보내면 되는 겨. 걱정없지 뭐." 구기사가 내게 술잔을 건네주며 예의 그 볼우물이 깊게 패는 그 큼지막한 웃음을 흘리며 한 말이었다. "내가 마지맥으루 울도 분교는 완전히 웁써진겨. 이제 나리 애비하구 낚시나 하면서 살아야겄지. 나두 원래는 어부 아닌감." 내 손을 잡아주며 웃는 그 웃음 속에 반평생을 울도 분교와 함께 하고 이제 폐교되어 사라진 분교와 같이 학교를 떠나는 쓸쓸함이 진한 바다 빛깔처럼 어려 있었다. 구 기사는 예의 그 사람 좋은 넉넉한 웃음을 흘리며 이 사람 저 사람이 건네 주는 술잔을 받으며 괜히 황송해 했다. 술자리를 끝내며 교감 선생이 구 기사에게 마지막 인사말을 부탁했다. "고마워유. 내 울도에 가서두 잊지 않을 규. 선생님들 내내 건강하시구, 힘들 내세유. 쬐끄만 핵교 울도에만 있다가 그래두 여기 큰 핵교 와서 육개월 근무한거 너무 좋았슈. 고마워유." 하룻밤 더 묵으며 술 한잔 더하고 떠나라는 우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구 기사는 착하고 순해 보이는 그의 아내, 나리 부모와 함께 학교를 나섰다. 내일부터 폭풍주의보가 내린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마중 나온 우리들에게 아는 체를 하며 꾸벅 인사를 하는 나리 아빠는 그사이에 더 초췌하고 구부정해 보였다. 구 기사를 태운 소형 쾌속선은 서쪽으로 넘어가는 석양빛을 옆으로 비껴 받으며 멀리 사라져 갔다. 울도 분교, 소야 분교가 사라지듯이. 그 날 저녁 늦게 비가 내렸다. 섬은 칠흑같이 어두웠고 바람은 산기슭 소나무 숲을 휘몰아치며 거세게 불었다. 산기슭 소나무의 마른 가지가 부러지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숲을 가로지르는 바람이 금속성을 낸다. 비에 젖은 섬이 온몸으로 울고 있었다. 교회 언덕아래 혼자 사는 할머니의 작은 집 좁은 창으로 흐린 불빛이 떨리듯 간신히 새어 나오고 있었고, 덕적싸롱의 깨진 창안으로 세찬 빗발이 들이치고 있었다. 인천연일학교 교사
`수석교사제 빠진 교종안' 질의 `수능시험에 실업계열 신설'제안도 의원 대부분 `자립형 사립고' 거론 10일 교육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올 국정감사는 뚜렷한 이슈가 부각되지 못한 상황에서 다소 맥빠진 모습으로 진행됐다. 16대 국회 마지막 국감이며 민주·자민련 공조체제가 와해된 상태에서 실시된 국감이라 여야간, 국회·정부간 공방이 치열할 지 모른다는 예상은 빗나갔다. 통상 자정까지 진행되는 교육부 국감이 오히려 밤10시경에 일 찍 파장된 것이나 예민한 문제는 서면 질의·답변으로 대체토록 했으며 내부 분쟁에 따른 당무회의를 빌미로 대부분 민주당 소속 교육위원들이 오후에나 국감장에 나타나는 등 느슨한 분위기 속 에서 진행됐다. 그나마 여야의원들의 관심사로 거론된 내용들은 7·20 교육여 건 개선사업 시행상의 문제점, `교직발전 종합방안'과 초등교원 부족현상, 교원정년 환원문제, 공교육 위기와 7차 교육과정 시행 관련 쟁점, 자립형 사립고 도입 문제와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사 건, BK21사업과 새대입시제도 도입에 따른 논란 등이었다. 의원들의 질의 내용과 한부총리의 답변내용은 다음과 같다. ◇의원 질문 이재오 의원(한나라당)은 일문일답식으로 초·중등학생 학력저 하와 공교육 붕괴문제, 실고 위기, 특히 교원 정년단축의 폐해와 초등교원 부족현상 등을 따졌다. 이 의원은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국민의 정부' 교육 정책이 전체적으로 실패했다고 단정했다. 이 재정의원(민주)은 대학교육의 질 향상과 중·고교 교육환경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이 의원은 특히 87개 사립대학(전체 사립대의 59%)이 지난 20 년 동안 한번도 정부 감사를 받지 않았고, 한번만 받은 곳이 49 개교(〃 33%)에 이를 만큼 감사 무풍지대에 방치돼 있다며 그런 이유만으로도 사립학교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 교수 재임용제도나 대학설립준칙주의, 대학 학부 제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조부영 의원(자민련)은 무리한 정년단축의 폐해와 교원 성과급, 통일교육의 원칙 등을 따졌다. 김경천 의원(민주)은 여교원의 관리직 진출문제, 남·북한 역사 교과서의 차이점, 자립형 사립고 문제 등을 거론했다. 김정숙 의원(한나라)은 교육여건 개선사업, 교직발전 종합방안 등을 추진하는데 따른 예산확보, 졸속 추진 등을 따져묻고 교육 부의 상황인식이 지나치게 안이하다고 추궁했다. 김 의원은 특히 수석교사제 등 핵심내용이 빠진 교종안의 문제 점, 정년환원의 필요성과 교원 수급문제, BK21 사업 의혹 등을 집중 거론했다. 김덕규 의원(민주)은 교원수급 대책과 환경교육 실태, 그리고 평생학습의 정책적 배려 등을 촉구했다. 박창달 의원(한나라)은 교육여건 개선사업 추진상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김화중 의원(민주)은 특수교육과 학교 보건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김 의원은 양호교사에 의한 보건교육 강화방안과 학교 건강검 진을 3년에 1회씩 종합검진으로 대체하자고 주장했다. 황우여 의원(한나라)은 초·중등학생 유학붐과 기초학력부진아 대책, 교원충원 문제 등을 집중 거론했다. 설훈 의원(민주)은 현행 180개 지역교육청을 축소해야 한다고 제안했으며 이밖에 사립학교 내부감사의 부실함, 자립형사립고 제도의 보완을 요구했다. 현승일 의원(한나라) 역시 자립형사립고 제도를 원칙적으로 찬 성하나 충분한 준비기간을 둬 실시하자고 주장했다. 현 의원은 수능시험에 실업계열을 신설해 실고 문제를 해결하 자고 제안했다. 임종석 의원(민주)은 한국관시정사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으 며 학교정보화 문제점 등을 집중 거론했다. 전용학 의원(민주)은 수행평가와 수능의 변별력 문제, 7차 교육 과정도입에 따른 논란을 제기했다. 권철연 의원(한나라)은 겉모습만 요란한 교육정책 추진상의 문 제점과 외국대학과의 학점교류 및 교환학생제의 난맥상을 꼬집었 다. ◇한부총리 답변 상당수 여야 의원들이 거론한 교원 정년환원 문제에 대해 한 부총리는 정부의 기존입장을 거듭 반복했다. 즉 "정부의 정책일 관성 유지와 연장이나 환원되었을 때, 또 다른 문제를 야기시키 기 때문에 환원은 불가능하다"는 것. 한부총리는 이어서 자립형 사립고 도입안에 대해 중등교육의 수월성 제고를 위해 시험운영안을 계획대로 추진할 뜻을 분명히 했다. 성과급 문제에 대해서는 단위학교별로 교장이 당연직 위원장을 맞는 심사위를 구성해 추석전 지급되도록 인사위원회가 구체안을 협의중 이라고 밝혔다. 또 여교원 관리직 진출의 경우 30%를 목표치로 정해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여건 개선사업과 `교종안' 등 현안과제 추진과 관련, 한 부 총리는 예산확보에는 큰 문제가 없으나 무리한 시행에 따른 부작 용을 없애기 위해 추진기획단, 감리단, 점검반 등을 구성하는 등 부실공사 방지, 안전사고 예방, 수업지장 최소화 등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등 교원수급에 대해서는 2003년이 가장 심각해 9975명이 필 요하나 교대 졸업생이 5355명에 불과해 부족분을 기간제 교사나 `중초교사'로 충원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초·중등학생의 유학 붐에 대해 한 부총리는 지난해의 경우 1 만 5748명이 해외로 나가는 등 증가추세에 있으나 긍정, 부정적 시각이 혼재하고 있어 이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 다. 원어민 영어교사의 경우 현재 234명에 불과한데 이는 환율인상 에 따른 보수감소 등의 이유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역교육청 축소문제에 대해서는 정비의 필요성은 동감하나 지 역주민과 교육계 여론을 수렴해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박남화
희망자 전무한 학과 올해 8개곳에 달해 학부제 실시 이후 인기전공(학과)의 학생수와 비인기전공(학과)의 학생수 차이가 수백명에 달하는 등 전공 선택 편중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국회 교육위 설훈의원(민주당·서울도봉을)이 전국 74개 대학(국공립 20개대, 사립 54개대)의 최근 3년간 학부 전공 배정 현황을 분석한 결과 밝혀졌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99년의 경우 모집정원이 310명인 고려대 서양어문학부는 모집정원의 77.1%에 해당하는 239명이 영어영문학전공을 희망해 10명만이 전공을 희망한 노어노문학과와의 편차가 무려 229명에 달했다. 2000년의 경우, 희망전공간 편차가 더욱 커져 고려대 공과대학의 경우 최고 희망전공인 전기전자전파공학부는 337명인 반면 최저 희망전공인 재료금속공학부는 9명 뿐이었다. 심지어 경북대 자연과학자율전공계열의 토목공학과는 희망전공자가 단 한 명도 없다. 이외에도 성균관대 경제학부와 경남대 정보통신공학부가 전공간 편차가 200명이 넘고 있다. 계열별 전공신청 현황 또한 인기학과 편중 현상이 심각하게 드러났다.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전공간 편차가 50명 이상인 학부가 무려 113개로 전체 인문사회계열 학부의 37.4%에 달했다. 공학계열 역시 전공간 편차가 50명 이상인 학부가 총 185개 중 69개(37.1%)에 이른다. 특히, 공학계열은 학부의 규모가 다른 계열보다 커 전공간 편차가 300명 이상인 학부도 있었다. 이와 같은 인기학과 편중 현상은 전공신청자가 한명도 없는 전공을 양산해 2001년의 경우, 상명대 정보과학전공, 명지대 북한학과, 제주대 독일학과, 호서대 대중문학과 철학, 국민대 환경공학전공, 공주대 경제학과, 국민대 언론학 전공(야)이 전공신청자가 없었다. 설 의원은 "학부제에 따른 학문 편식현상이 심각해 일부 전공은 고사위기에 처해 대부분의 대학에서 일부 전공에 학생들이 몰리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전공 배정인원에 제한을 둬 학생들을 선출하고 있다"며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며 학생 과 교수의 요구를 받아들여 더 근본적인 대책을 모색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충남교련-도교육청 2001년도 교섭 마쳐 충남교련(회장 박준구)과 충남도교육청(교육감 강복환)은 지난달 28일 2001년도 정기 교섭·협의를 갖고 초등 교과전담교사 정원 확보에 노력하는 한편 증원시 영어담당교사를 우선 배치키로 하는 등 15개항에 합의했다. 이날 양측의 합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유치원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종일제 운영을 확대하고 보조교사 배치에 노력 ▲소규모학교 교감배치 등 교육여건 개선 ▲상업·정보계고 교원에 실과수당 지급 ▲우수 연구보고서 보급 등 교육력 신장 ▲정기인사 조기 발령 ▲당직근무 완화 ▲과학실험보조원 및 전산보조원 배치 ▲교원 해외연수시 어학연수 우선 시행 ▲농어촌 교육 진흥학교 조정 ▲휴게실 등 복지시설 확충 ▲시·도 규모 체육대회 지도실적에 연구점수 부여 ▲교련의 현장연구 추진사업 지원 ▲교장 업무추진비 원상회복 ▲교원잡무 경감. 교섭·협의에는 교련에서 박 회장과 박무신 시·군회장대표, 이상옥 이사, 길상래 대의원, 김휘웅 분회장, 최송석 사무국장이 교육청에서는 강 교육감과 김학근 교육국장, 최휘성 초등교육과장, 최창학 중등교육과장, 김철랑 교육정보화과장, 한중희 총무과장이 각각 참석했다. /이낙진
한국교총은 7일 전공별 산하단체장 협의회를 열고 산하단체 가입 요건 완화 등 조직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백복순 교총 조직관리부장은 "최근 교총 산하단체에 가입을 희망하는 전공별 교원단체가 많은 데 종전 규정의 경우 가입 요건이 까다로워 지난 번 이사회에서 대폭 완화했다"고 말하고 "이에 따라 앞으로 8개 시·도 이상의 조직을 갖추고 단체 회원이 300명 이상이며 이 중 교총 회원이 50% 이상이면 전공별 산하단체 가입이 가능하게 됐다"고 보고했다. 교총 산하단체에 가입하면 각 단체의 정책 건의 및 실현 활동과 함께 각종 행사시 행·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교총회관 이용시 70% 할인 혜택을 받는다. 이날 회의에는 김원경 한국특수교육총연합회장(한국경진학교 교장), 박용복 한국교육방송연구회장(언주초 교장), 김용철 한국학교도서관연구회장(공주대 교수), 이강섭 한국수학교육학회장(단국대 교수), 민경숙 한국학교보건교육연구회장(서일초 교사), 김병철 한국중등영어교육연구회장(서울고 교장), 배종학 한국초등체육교육연구회장(서울오류초 교장), 정세구 한국도덕윤리과교육학회장(서울대 교수), 김유희 한국세무회계교육연구회장(신경여실고 교사) 등이 참석했다.
'분단 50년의 이질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학교교육이었다면, 향후 통일작업의 중심기능도 역시 학교교육일 수밖에 없다'. 7일 한국교육개발원이 개최한 `북한 교육의 현실과 변화 전망' 세미나는 이런 논점에서 최근 북한 교육의 현실, 변화 동향, 개혁과제를 짚어보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현실=`북한의 교육환경과 교육활동'을 발표한 윤종혁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탈북자들과의 면담 및 설문조사를 통해 북한 초·중등학교의 교육환경과 열악한 학교생활의 단면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유치원(1년)-인민학교(4년)-고등중학교(6년)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교사가 바뀌지 않는 중임제를 원칙으로 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과목은 국어, 수학, 혁명역사 등 필수과목과 사상교양과목으로 나뉘는데 특히, 1990년 이후 개설된 영어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북한은 각 지방 단위 군 소재지 별로 인민학교 1개교, 고등중학교 1개교를 원칙으로 설립·배치하는데 98년부터는 각 시·군마다 제1고등중학교를 별도로 설치해 가장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 교육하고 대부분 이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상황이다. 나머지 학생들은 고등중학교를 졸업한 후 직장에 배치되거나 군인이 된다. 학교의 양적 체계를 갖춘 북한이지만 그 질적 수준은 붕괴상태다. 1990년대 이후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교실에서는 물리, 화학 실험이 진행되지 않는다. 교실당 1, 2개의 온열전구만 설치돼 있어 수업은 주간에 모두 끝내야 할 형편이며 냉방시설은 전무한 실정이다. 심지어 겨울철 난방을 위해 책걸상을 장작으로 사용하거나 학부모에게 손을 벌려 연료를 해결하는 일이 다반사다. 교과서와 참고서, 학습장 등 학용품도 절대 부족해 국가의 무상교육체계가 사실상 붕괴되고 있다. 모든 과목의 교과서를 보유한 학생은 30% 정도여서 3, 4명의 학생이 함께 보도록 학습반을 조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평양과 도 소재지 일부 학교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들 학교는 스팀 난방을 실시할 정도로 교육자원이 풍족해 지역간 교육 편차가 심하다. 상대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교원들도 최근에는 식량배급이 충분치 못해 30∼50%는 음식을 만들어 팔거나 농사일, 과외 등 부업에 나서고 있어 교육의 질이 낮아지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학부모가 교원에게 선물이나 뇌물을 제공하는 일이 일반적이며 최근에는 교원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식량이나 의복을 선물하는 추세다. 윤 박사는 "평양 등 대도시 지역은 최첨단 컴퓨터 혁명까지 구상하는 교육개혁이 추진되는 반면 농어촌 지역은 전기조차 공급이 안 되는 교실붕괴 상태에 직면해 있고 교사는 부업에 내몰리는 상황"이라며 "북한의 교육개혁은 교육재정 등 물적 기반에 대한 발상 전환과 고통해소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화=신효숙 서강대 교수는 `최근 북한 교육의 변화 동향' 발표에서 `주체형 인간'의 정치사상교육을 강조하면서도 `실력'을 갖춘 전문인력을 양성하려는 교육 법·제도의 변화를 포착하고 있다. 경제 회복을 위해 개혁·개방이 불가피한 북한이 과학기술개발에 힘을 쏟기 위해 교육의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초중등 `수재학교'와 대학내 `수재반'을 편성하는 `수재교육체계'의 확립이 대표적 예다. 또한 세계화·정보화 시대에 걸맞게 학교에서의 교육과정 변화가 실용적 교과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제1고등중학교와 대학을 중심으로 컴퓨터 교육, 영어·일어·중국어를 중심으로 한 외국어 교육이 강화되고 있으며 일부 대학과 실무자들을 중심으로 한 시장경제 교육도 실시되고 있다. 한편 일반 고등중학교에서는 농촌, 어촌, 도시공장지대 등 지역적 특색과 요구를 반영한 선택과목 교육을 실시해 기초 기술·지식을 습득시키고 있다. 이러한 학교교육의 변화에 있어 주목할 점은 학생의 `실력'에 기초한 `효율성'을 강조하는데 있다. 지금까지 북한은 개인의 `실력'보다는 `출신성분'과 `당성'을 더 중시함으로써 우수 인재의 확보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1996년 김정일 서한에서 "대학생 선발과 배치에 있어 실력본위의 원칙을 철저히 지킬 것"이라든지 1999년 교육법에서 "고등교육 또는 수재교육 부문의 학생모집은 `실력'을 기본으로 할 것"을 제시함으로써 성취주의, 경쟁주의로의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력에 기초한 선발의 전형은 `수재교육체계'의 수립에서 보여진다. 물론 아직도 당성과 출신성분이 좋은 가정의 자녀들이 노동자·농민의 자녀보다 수재학교에 들어가 확률이 훨씬 높다. 하지만 최근 일반 주민들 사이에서 수재학교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들어가는 학교로 인지되어 가고 있다. 이미 일반 인민학교에 다니는 학생 중에서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거나, 경시대회에서 순위 안에 들어간 학생들을 뽑아 수재학교로 편입시키거나, 또는 군·구역 단위 제1고등중학교 학생들 가운데 우수한 학생을 별도로 선발해 도·시 단위의 제1고등중학교로 보내는 것이 일반화되어 가고 있다. 또한 주목할 점은 `효율성'을 준거로 한 전향적인 교육의 변화가 수재교육과 일류대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수재학교와 대학을 중심으로 컴퓨터 학부나 컴퓨터 교육과정이 신설되고 금년에는 컴퓨터 수재교육기관까지 신설됐다. 북한은 체제의 발전을 지탱해 줄 정치사상성과 과학기술을 겸비한 핵심 엘리트를 양성하기 위해 제1고등중학교를 중심으로 한 수재학교를 급속히 확대하고 일류대학에 대한 집중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과제=`북한교육의 현실과 개혁과제'를 발표한 김동규 고려대 교수는 북한의 △교육제도 △교육내용 △교육방법을 평가하고 개혁과제를 제시했다. 북한은 교육내용에 있어 유치원 과정부터 `혁명전통교양'이니 `주체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김일성, 김정일 우상화 교육을 실시해 학생들의 사고를 획일화 하고 있다. 한국사를 비롯한 역사가 마르크스의 변증법적 유물사관에 기초해서 전면 재구성되고, 한국 현대사가 김일성 가계사로 변질된 것도 큰 문제다. 김 교수는 "각급학교 교과내용에서 왜곡된 민족사의 내용을 수정해야 하고 모든 교과목에 걸쳐 있는 김일성 주체사상을 삭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육제도와 행정체계는 완벽하게 중앙집권화, 일원화 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자 문제다. 각급학교 행정체계에는 부기관장의 직함이 있는데 이들은 노동당 소속 당원으로서 학교 구성원의 사상적 동태를 지도 감독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교사들은 국정교과서를 중심으로 수업안을 작성해 사전에 결재를 맡아야 하며 자발적인 창의수업은 불가능하다. 교육제도면에서는 일반교육-특수(영재)교육-사회교육의 단선제적 체계를 도입하면서 사상교육을 위해 조기교육을 강화한 점과 각급학교 이름을 김일성의 일가친척 명으로 한 것들이 문제다. 하지만 김 교수는 "탁아소나 유치원과 같은 조기교육 기관의 발달은 협동심과 질서의식 함양에 긍정적인 부분이 있고,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어서이긴 하지만 자연부락(협동농장 단위)에 근거한 소규모 인민학교가 많아 교육적으로 매우 좋은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또 "고등교육정책 가운데 일찍부터 산업분야별 각종 전문학교 교육이 발달돼 숙련공과 기능공 양성에 커다란 역할을 한 점도 긍정적"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교육방법에서 특징적인 것은 `이론과 실천의 결합'이라는 교육원리와 `대비교양법'이라는 학습법이다. 교실에서의 이론학습과 현장에서의 노동을 연계시키는 `이론과 실천의 결합' 원리는 교과목의 성격에 따라 매우 효과적이고, 특히 경제난으로 충분한 실험실습용 기자재가 부족한 여건에서는 바람직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학생에게 현장실습이라는 명목으로 과도한 노동을 부과하는 문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대학생들을 `모내기 전투'라는 이름으로 들판에 보내는 것은 문제다. 사상교육에 매우 효과적인 `대비교양법'은 계급, 집단, 체제 등 모든 형태의 사상교육에서 사회주의의 우월성과 자본주의의 부패성을 인식시키는 방법이다. 자연 학생들의 사고가 흑백론적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다. 김 교수는 이 같은 북한 교육의 개선 과제로 △주체사상이라는 특수 이데올로기를 삭제하고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보편가치 지향 △평등·집단주의 원칙보다는 자유주의, 개성을 우선하는 교육지표 설정 △대비교양법적 단원구성이나 학습법의 지양 △국제화, 개방화의 정치혁명과 그에 걸맞은 교육 개편을 제시했다.
첫 실시되는 교원장기 해외유학제의 내년도 파견교원 선발계획이 확정됐다. 파견교사는 유치원 4, 초등 17, 중등 28명 등 49명이며 전원 학위 과정으로 2년간 파견된다. 44명은 영어권 국가에 5명은 비영어권 국가에 파견된다. 분야별 배정인원은 교수·학습방법 37, 교육과정 2, 생활지도 4, 영재교육 3명 등이며 실업교육·유아교육·특수교육 분야는 각 1명씩이다. 시·도별 배정인원은 경기 7, 서울 6, 부산·대구·인천·전북·전남·경북·경남 각 3, 광주·대전·강원·충남 각 2, 제주 1명 등이다. 울산과 충북은 배정인원이 없다. 교원장기 해외유학에 지원할 수 있는 교원은 공통적으로 45세 이하이며 교육경력 10년 이상인 자 중에서 연수계획이나 수학능력, 교직 공헌도 등을 감안해 시·도별로 마련한 자체 세부기준에 따라 3배수 인원을 이달 28일까지 1차 선정해 교육부에 추천토록 했다. 3배수 추천된 교사들은 10월중 서울대 어학연구소에서 어학검정을 받아야 하는데 합격기준은 백점 만점에 60점 이상이면 된다. 어학검정 합격자를 대상으로 교육청이 근무경력, 연구·연수실적, 농어촌 근무경력 등 정량평가(70%)와 면접 및 연수계획 등 정성평가(30%)를 통해 연수분야별로 2배수 인원을 순위별로 추천한다. 교육부는 2배수 추천자를 대상으로 추천순위 등을 감안, 최종 인원을 선발한다. 학위과정에 최종 선발된 연수자는 유학기관이나 입학허가 등에 관한 교섭을 본인이 직접 추진하며 시·도교육감은 최종 승인업무만 맡도록 했다. 2년간의 유학기간 동안 학자금과 체제비, 의료 보험비, 이전비, 항공료 등을 포함해 1인당 1억원 내외의 경비 전액을 국고나 지방비로 지급한다. 또한 파견 형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본봉과 기본급 수당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지급되며 4명 이내의 가족을 동반할 수 있다. 해외유학을 다녀온 교원은 유학기간에 해당하는 시간을 의무 복무해야 한다. 교육부는 올 49명을 시작으로 해외유학 교원숫자를 매년 늘여 2005년까지 260명을 참여시키기로 했다. 문의=(02)720-3440 교육부 교원양성연수과
전국 초·중학교 종합학력올림피아드가 10월28일 열린다. 재단법인 재능문화와 재능교육이 공동 주최하는 이번 대회는 영어는 초등 3∼중3, 수학은 초등 5∼6, 한자는 초등 1∼6학년을 대상으로 국내 최대 규모로 치러진다. 과목별 학교장 추천 및 재능교육 지국장 추천으로 참가할 수 있으며 수학은 학년별 학교장 추천인원 3명으로 제한된다. 22일까지 재능교육 지국, 개최지역 접수처로 접수하면 된다. 문의=(02)3670-0216∼9 www.jei-edu.com
일선고교의 교과목 위주 특기적성 교육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설훈 의원이 교육인적자원부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특기적성 교육 운영 현장점검에서 지침위반으로 적발됐던 17개고교를 대상으로 이번 여름 방학중 특기적성 교육 실태를 재점검한 결과, 총 789개 특기적성 교과목 가운데 92.9%인 733과목이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관련 과목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비해 비교과 과목은 1.4%인 11과목, 수강인원은 0.4%인 214명에 불과했고 특히 3학년은 비교과과목 수강인원이 한명도 없었다. 수강인원 중에서는 고3학생이 연수강 인원의 48.3%(2만5227명)나 차지했고 모 고교는 1.2학년에 대해서는 방학중 특기적성 교육을 실시하지 않고 3학년에 대해서만 실시하기도 했다. 교과과목 위주로 특기적성 교육이 진행되다보니 외부강사 초빙 비율은 4.8%에 불과했다. 이와 함께 지자체나 지역사회 단체, 전문기관의 시설을 활용하는 프로그램도 없었으며 타 학교나 대학 등의 시설을 활용하거나 연계하는 프로그램 역시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교육부가 지난해 말부터 2001년 초까지 인천, 대구 등 11개 교육청 관내 95개 고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특기적성 교육 운영 현장점검에서도 조사대상 학교의 40%인 38개교가 특기적성교육 운영 지침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침 위반 학교는 주로 부교재를 사용, 종래의 보충수업 형태 또는 유사한 형태로 변칙 운영하거나 교과서를 활용해 정규교과 수업 등을 실시하고 있었다. 설 의원은 "이처럼 특기적성 교육이 파행운영되고 있는 것은 교육부가 올 2월에 교과관련 프로그램 교육을 일부 허용하는 내용의 지침을 발표했기 때문"이라며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교과관련 과목의 개설비율을 일정 한도내로 제한하고 개설 가능 학교도 농어촌 지역 소규모 학교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학기부터 반일·격일·시간제 등 계약직 `파트타임 교사제'가 도입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제도는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너무 많아 일선 교육현장에 혼란이 우려된다. 교사는 교육의 주체로서 학교에서 인간을 대상으로 지덕체를 육영하고 사람됨을 가르치는 인간이다. 즉 `교사의 질이 교육의 질'을 좌우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 현장은 어긋난 교원정책으로 말미암아 공교육을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는 그 동안 정년단축과 명예퇴직 등으로 교원부족사태가 발생하자 명퇴 교원을 다시 채용하고, 중등자격증 소지자를 초등교원으로 임용하는 등 온갖 편법을 동원해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국가 예산마저 낭비하고 있다. 또 7차 교육과정 시행을 이유로 음악, 미술만 가르쳐 온 교사에게 단기간의 부전공 연수를 통해 영어, 국어, 수학을 가르치게 하는 등 땜질식 충원으로 교육의 질을 저하시켜 국민의 불신만 증폭시키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또 다시 교육의 질 관리와 전문성을 도외시한 파트타임 교사를 도입한다고 하니, 정부가 교원을 무슨 `보따리 장사'나 물건 생산공장의 직공으로 착각하고 있는 꼴이다. 이렇게 교육을 폄하 하는 상황에서 국가의 장래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파트타임 교사제를 도입하면 도서벽지 소규모 학교에서 음악, 미술, 가정 등 특수분야에서 비전공과 교사가 수업을 담당하는 현상은 완화될 것이다. 또 교육행정 측면에서도 1명의 예산으로 2명을 쓸 수 있어 예산의 효율적 운용은 물론 여러 학교에서 동시에 혜택을 볼 수 있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러나 파트타임 교사가 늘면 정규 교원의 각종 생활지도와 교내 업무 부담이 가중돼 수업에 전념한 시간을 빼앗기게 될 것이며 결국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일시적으로 수업만 하고 떠나버리는 파트타임 교사로 인해 학습에 대한 후속조치와 보충지도, 인성 및 생활지도 등에 공백이 생길 것이며 학교 내 교사와 학생간의 인간관계도 어떻게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겠는지 해답을 찾을 길이 없다. 결국 지난 7월 20일, 2만3600명의 교원을 증원한다는 공교육 내실화 방안을 발표하고 대통령까지 실천의지를 밝힌 것이 포장만 그럴싸한 알맹이 없는 허구로 여겨진다. 정규교원 1명 대신 파트타임 교사 2명을 쓸 수 있다는 경제논리를 앞세워 값싼 노동력으로 교직을 대체하려는 발상이 교육여건개선 추진방안이라니 말이다. 또 초중등 교육법 시행령에서 정한 단위 학교당 교원수 산정방식을 고치겠다는 발상은 현재 중등교원의 법정정원 확보율이 86%에 불과하고 초등은 학급담임조차 배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파트타임 교사를 편법으로 증원해 학급당 학생수를 계획된 숫자로 짜맞추려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따라서 파트타임 교사제의 즉각적인 도입계획은 철회돼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해도 현장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부작용만 초래할 뿐이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 제도라면 충분한 연구와 치밀한 준비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학교는 정규교사가 소정의 자격을 갖고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인간교육의 도장이지 졸지에 물건을 생산하는 상품공장이 아니다. 그리고 공교육을 내실화 하는 방안은 땜질식 충원이 아니라 정규교원을 획기적으로 증원하는 일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대통령 강조 김대중 대통령은 17일 청와대에서 교육분야 장관들과 가진 오 찬 간담회에서 "현재의 교육평준화가 바람직스러운 것은 아니며 평준화가 돼도 상향 평준화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우리에겐 영재가 필요하며, 그것도 국어 영어 수 학 목공 요리 컴퓨터 등 여러 특별한 분야에서 많은 영재가 나오 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또 "대학에서도 특정분야에서 1등을 하는 사람들 을 입학시키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이어 "중학교까지는 인성교육과 민주시민 교육을 충실히 하되 그 이후부터는 자신의 능력과 특성 및 자질 등이 충 분히 발휘될 수 있는 교육이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광윤 /성균관대 법대 교수 인류사에 있어서 21세기 서막의 특징 중의 하나는 경쟁의 세계화에 있다.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의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한민족이 다른 민족과 더불어 살아가며, 국제사회에서의 기여도를 높여 모범민족이 되는 공생·자존의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인적자원의 질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적인 과제이다. 그런 점에서 교육인적자원부가 7월 20일 대통령에게 보고한 '지식정보화 사회에 부응한 교육여건 개선 추진계획'은 대전제에 있어 매우 시의적절한 것이며 반드시 달성해야 할 것이다. 세계화 시대 교육정책 여기에 덧붙여 우리가 특히 유의할 점은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 나라는 강대국에 둘러싸인 반도국이라는 지정학적 입장을 경쟁에 유리하도록 긍정적으로 활용하여야 하는데, 언어적으로는 세계화된 언어인 영어나 불어 등의 서양어 들로부터 매우 고립된 우랄·알타이 계통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고, 문화적으로도 개방이 덜 된 채, 일본을 매개로 한 선진 서양문화의 간접적 유입이 아직도 성행하고 있어 경쟁에 매우 불리한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더 이상 형식적 평등만을 고집하다가는 교육의 하향 평준화와 국제경쟁력의 상실을 불러올 뿐이다. 이번 발표의 내용 중 포함된 국립대 교수 증원 분 중 200명을 우수외국인 교수 초빙에 활용할 계획이나 싱가포르의 경우를 참조한 외국우수대학원의 유치계획은 우리 나라 대학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보다 여러 가지 사회여건이 좋지 않은 인도가 오늘날 I.T. 산업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영어를 교육언어로 사용하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망국적인 조기유학 붐으로까지 상징되는 조기교육의 국제적 경쟁력 강화를 도외시 할 수 없다. 유럽의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네덜란드 국민들은 대부분이 모국어인 화란어 이외에 영어, 불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의 두서너 개 언어에 능통하고 문화적으로도 개방되어 있어 경쟁력 강화에 획기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생각해 보라. 유럽의 운송회사에서 컨테이너 트럭 운전사를 고용한다고 할 때, 모국어 밖에 구사하지 못하는 국가의 운전사를 선호할 것인가 아니면 유럽 몇 개국에서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는 운전사를 선호할 것인가. 자립형 사학에 포함 필요 우리 나라와 마찬가지로 공교육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 프랑스의 경우 미국 등의 외국정부와 협정을 맺어 프랑스어와 프랑스역사를 제외하고는 외국인이 교육하는 국제학교를 프랑스 교육 체제로 끌어들여 수적으로는 오히려 프랑스 인이 다수인 국제학교에 의한 국제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공교육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 우리도 각종학교로서의 외국인 학교의 허용이라는 소극적 태도가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정부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교육체제에 수렴된 국제학교의 설립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여건상, 아직 정부가 적극적으로 국제학교를 설립하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이번에 내친 김에 2003년부터 시범 운영할 계획인 자립형 사립 고에 국제학교를 포함시키는 법개정을 할 필요가 있으며, 우선 한국어와 한국사를 우리 나라 교육프로그램에 따라 교육하는 외국인 학교에 대한 한국인 입학 자격제한을 완화하여 국적 있는 국제교육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강원, 소규모학교 협동체제 운영 2∼4개 학교 묶어 교환수업에 팀티칭도 체험학습·학예회·학운위 운영도 함께 교사들도 공동 수업연구·학습자료 제작 학생, 교사, 교육시설 모두가 부족한 소규모 학교들을 `두레'로 묶어 복식·상치수업을 해소하고 아이들의 사회성까지 키우는 협동교육체제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고 있다. 어느 도보다 산간 도서 벽지가 많아 전체 초등교의 65.8%, 중등 학교의 50%가 6학급 이하 소규모 학교인 강원도교육청이 95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소규모학교 협동체제'가 바로 그것. 인근 2∼4개 학교가 각자의 인적·물적 자원을 공유해 교환·교류수업을 실시하고 다양한 특별활동, 행사를 함께 개최하며 수업연구·자료 제작도 공동으로 하는 일종의 `두레교육'이다. 95년 삼척, 화천 지역 6개교를 대상으로 시행된 소규모학교 협동체제는 올해 14개 지역 45개교로 확대돼 교환수업, 합동 교원연수·학습자료 제작, 공동 학교운영위원회 운영 등을 실시하고 있다. 홍천군 모곡초·한서초는 전학년 전 교과에 걸친 교환수업으로 완전한 단식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두 학교 모두 1·2, 3·4, 5·6학년 복식수업을 해야 할 3, 4학급 규모지만 올해부터 철저한 `분업'에 들어갔다. 월∼금요일에는 모곡초 2, 4, 5학년 학생이 한서초로, 한서초 1, 3, 6학년 학생들이 모곡초로 등교해 교과수업을 받기로 한 것. 그 동안 2개 학년을 한 교실에서 가르치던 두 학교 교사 6명이 모여 각자 전담할 학년을 정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대도시 대규모 학교보다 열악한 인적 자원으로 부실해지기 쉬운 특별활동도 `분업'으로 해결했다. 금요일마다 있는 특별활동도 교사의 특기에 따라 한서초가 영어, 글짓기, 씨름을 담당하고 모곡초가 태권도, 단소, 그리기를 맡았다. 아이들이 자기 학교로 돌아가는 날은 토요일 단 하루. 이 날은 초등 영어와 재량활동을 한다. 그리고 이동하는 3개 학년과 소속학교에 남을 3개 학년을 학기마다 교체해 장기간 학교를 떠나서 생기는 부작용을 예방하고 있다. 한서초 이재기 교사(5학년 담당)는 "이동 교환수업이 다소 번거로운 면이 있지만 복식수업을 완전히 해소하고 수업 내용도 내실화 다양화 돼 학생 학부모 모두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 강릉시 연곡초·신왕초도 현재 국어, 사회 교과에 대한 교환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4, 5, 6학년이 복식학급인 신왕초 학생들이 매월 국어, 사회 시간 중 4시간을 연곡초 4, 5, 6학년 학급에 편성돼 단식수업을 받는 형태다. 2시간을 묶어 한 블록 80분 수업으로 진행되는 통합수업에는 양교 교사가 참여해 팀티칭을 펼쳐 수업의 질을 높이고 있다. 화상수업도 복식수업 해소에 도움을 준다. 홍천군 내촌초등교는 94년부터 와야분교·동창초등교·철정초등교·서석초 항곡분교 학생들과 화상수업으로 만나고 있다. 내촌초 4, 5, 6학년 교사들이 사회, 국어, 도덕 시간에 각 학교 원격교실로 모인 학생들과 쌍방향 수업을 함으로써 복식학급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또 화천군 상서중 음악·미술 교사는 상승초 4, 6학년 학생들의 음악·미술 수업을 주당 2시간씩 지원하고 있다. 교환수업 외에도 화천군 유촌·오음초는 합동학예회를 개최하고 현장학습도 함께 나가고 있다. 학생이 적어 단조롭기 마련인 학예행사를 양교 학생이 함께 하는 연극, 합창, 기악합주로 풍성히 만들었다. 또 학생 수가 너무 작아 엄두도 못 내던 현장 체험학습도 두 학교 1·2, 3·4, 5·6학년 별로 함께 해 매월 1회씩 갖고 있다. 협동체제는 교사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주고 있다. 부론·노림·단강초등교 교사들은 매월 3개교 교원이 함께 모여 공개워크숍을 열고 수업연구도 같이 한다. 발표 내용도 `독서교육' `7차 교육과정에서 개별활동의 효율적 운영방안' `종이 접기 여행' `현장학습 보고서 꾸미기' `전류와 자기장' `홈페이지 만들어 사용하기' `NIE'로 다양하다. 부족한 교수-학습자료도 공동으로 제작해 교환·대여하면서 경비를 절약하고 다양한 자료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3개 학교는 분업을 통해 OHP 자료, 열린학습지, 수행평가 자료, 멀티미디어 자료, 인성교육 자료, 민속놀이 자료 500여 점을 제작, 공유하고 있다. 이밖에도 금산·사상초와 강서중은 분기별로 공동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어 각 학교의 문제를 지역 단위에서 해결하고 있다. 공동 학운위는 지난해 합동 마라톤대회를 성공적으로 주최하고 교외 생활지도에도 함께 나서고 있다. 강원도교육청 김남정 초등교육과장은 "통폐합으로 몸살을 앓는 농어촌 지역 소규모학교가 지역문화센터로서의 역할을 유지하고 정상적인 교육 기능을 수행하도록 협동교육체제를 구축했다"며 "학교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복식수업과 소인수 학급에서 발생하는 사회성 결핍이나 문화실조 현상을 극복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조성철
일본은 1954년 6월 공포된 `의무교육 제 학교에 있어서의 교육의 정치적 중립 확보에 관한 임시조치법'에서부터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고 교원의 정치활동을 제한해 왔다. 이러한 법률의 제정은 1953년 개최된 `일본교직원조합'(일교조)의 전국대회가 기폭제가 됐다. 대회에서 일교조는 "천황제 부활을 주축으로 하는 파쇼적인 문교정책으로부터 어린이들을 지키기 위하여" "교육의 군국주의화를 확립하려고 하는 문교정책과 대결한다"는 투쟁 선언을 한 것이다. 이에 1954년 1월 `중앙교육심의회'는 답신을 통해 "교원은 다른 일반 공무원과 같이 `국가공무원법' 또는 `지방공무원법'에 의해, 나아가 `교육기본법'에서 정치적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고등학생 이하의 학생들은 정치 의식에 있어서도 정확한 판단을 할 정도로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으므로 교원이 자신이 신봉하는 특정한 정치 사상을 고취시킨다던가, 또는 그에 반대하는 생각을 주입시키는 일은 어떠한 형태로도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고 권고했다. 그리고 문부성은 이러한 방침에 따라 `의무교육 제 학교에 있어서의 교육의 정치적 중립 확보에 관한 임시조치법'을 제정한 것이다. 동 법 제3조에 의하면 `학교의 직원이 주가 된 구성원으로 된 단체의 조직 또는 활동을 이용해 교육직원 및 학생들에게 특정정당을 지지하게 하며, 또 이에 반대하게 하는 교육을 교사, 선동해서는 안 된다'고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제4조에서는 이런 규정을 어겼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만엔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벌칙규정을 세우고 있다. 교원에게 금지된 정치적 행위는 `국가공무원법' 102조 및 동 법을 기반으로 제정된 `人事院規則(인사원규칙)' 14조∼17조, `공직선거법' 136조의 2, 137조, `지방공무원법'에 병기돼 있다. 이에 따르면 교원의 실제적 정치참여, 정당활동 및 교원이 교원의 신분을 유지한 채로 정치에의 입문, 교원단체의 경우 교원단체가 특정후보를 내세우거나 지지하는 일 등은 불가능하다고 규정돼 있다. 법률적으로 교원의 정치활동이 강력히 금지돼 있는 상황에서 수업중 교원의 정치적 발언이 문제가 되어 법정까지 간 사례도 있다. 교육내용에 관하여 쟁점이 된 사건으로 `모택동어록' 사건이 있다. 이 사건은 1977년 야마구치(山口)현의 공립학교에서 `특별교육활동', `도덕과' 및 `영어과'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모택동의 어록을 배부하고 인용·해설한 담임교사에게 면직 처분을 내린 것이다. 법원은 `교육에 있어서 특정정치 사상 및 정치세력에 관한 주의 주장을 가치 있는 것처럼 일방적으로 가르치거나 또는 그렇게 이해하도록 교육하는 것은 명확한 법률 위반'이라며 `지방공무원법' 제32조와 33조에 위반됨을 판결했다. 이 사건에 대해 1985년 히로시마(廣島)고등법원도 "일본에는 공산주의 및 사회주의를 정치 목적으로 하는 정당이 존재하고 있으므로, 모택동 사상과 중국공산당에 관한 정치교육은 `교육기본법' 제8조 제2항의 특정정당을 지지하는 정치교육을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 저촉된다"고 판결했다. 일본 교육의 정치적 중립 문제는 일교조의 활동 저지를 위한 역사였다고 할 수 있다. 그로 인하여 교원들의 정치참여는 수업중의 발언을 문제로 사법화될 정도로 철저하게 제지를 당했다. 하지만 문부성과 일교조와의 약 50여 년간에 걸친 투쟁도 1995년 문부성과 일교조와의 화해(사실상 국민들로부터 지지 기반의 잃은 일교조의 항복)로 그 막을 내렸고 교육현장에서 교원들에 의한 정치적 대립은 거의 전무한 상태다. 그 후, 교원의 정치적 중립 문제가 재차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1999년 2월 히로시마현의 한 고등학교 교장의 자살 사건 때문이다. 당시, 현의 교육위원으로부터 졸업식에서 일장기의 게양과 키미가요의 제창을 강요받은 교장이, 이 문제를 거부한 일교조 교사들 사이에서 고민하다 자살한 것이다. 교장의 자살을 계기로, 동년 8월 13일 국회에서 `국기 및 국가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또 다시 교원의 정치적 중립 문제가 부상하게 됐고 이 법률에 반대하는 교원들이 정면으로 국가의 정책에 반기를 들었고 현재 히로시마현을 중심으로 전국에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렇듯, 현재 일본에서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 문제는, 일교조를 중심으로 한 교원들의 입학식과 졸업식 등에서 국기 게양과 국가 제창을 거부하는 문제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일교조의 기반 상실과 국민들이 낮은 정치 참여와 관심 등으로 이전처럼 커다란 힘을 발휘하고 있지 못한 형편이다.
●나근형 당선자 【인천】제3대 민선 인천시교육감에 나근형(62) 시교육청 교육국장이 당선됐다. 인천시선관위는 21일 관내 전체 학교운영위원 4505명 중 3860명(투표율 85.7%)이 참가한 가운데 실시된 교육감 결선투표에서 나 후보가 2754표(71.5%)를 얻어 최종 당선자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나 후보는 서울대 사범대학 수학과를 졸업하고 부원중·인일여고 교장 등을 역임했다. 취임식은 16일. 임기는 15일부터 2005년 7월14일까지 4년간. 나 후보는 당선이 확정된 직후 "적극적인 여론수렴을 통해 인천교육 발전을 도모하고 필요하다면 타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도 겸허하게 수용해 인천교육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소감은. "선출해주신 학운위원과 인천시민, 교육가족 등 모든 분에게 감사드린다. 교육환경 개선,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교육, 교사가 존경받는 교육풍토를 조성해 인천이 전국 제일의 교육도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선거 후유증이 클 텐데. "선거과정에서 후보자간 비방과 흑색선전 등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교육계가 분열되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크기 때문에 일부의 우려와 같은 분열과 갈등양상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교육발전을 위해 다른 후보들이 제시했던 공약이나 제언도 필요하다면 모두 받아들일 것이다" -임기중 역점사항은 무엇인가. "일률적인 규제를 지양해 학교 실정에 맞는 자율적인 학습 분위기를 조성하겠다. 의견수렴 활성화 등 열린 교육행정에 주력하겠으며 교사의 근무환경 개선 등 복지향상에도 힘쓰겠다" ●신상철 당선자 【대구】제3대 민선 대구시교육감에 신상철(61) 서부교육장이 당선됐다. 대구시선관위는 21일 관내 전체 학교운영위원 4565명 중 3928명(투표율 86%)이 참가한 가운데 실시된 교육감 결선투표에서 신 후보가 2308표(59.04%)를 얻어 최종 당선자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신 후보는 경북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뒤 문경종고 교사를 시작으로 시교육청 중등장학과장, 대구외고 교장 등을 지냈다. 취임식은 16일. 임기는 16일부터 2005년 7월15일까지 4년간. 신 후보는 당선직후 "유권자 지지를 어려운 대구교육을 제대로 이끌어가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산적한 현안을 풀어가는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소감은. "학운위원과 시민들에게 감사한다. 학교교육이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서 막중한 자리에 앉게 돼 어깨가 무겁기도 하다. 교육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지혜와 의견을 폭넓게 수용해 교육행정을 펼 계획이다. 대구교육이 우리 나라 교육의 본보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선거 후유증은 없겠는가. "교육감에 당선됐다고 해서 선거때 도와 줬던 사람들을 좋은 자리에 보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능력 위주로 인사한다는 것은 움직여져서는 안될 원칙이다. 이를 지키면 후유증은 없을 것이다" -중점 추진할 사업은 무엇인가. "우선 학생들의 창의력 배양과 선생님들의 업무 축소, 일선에 대한 시교육청의 지나친 감독 지양 등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행복한 교실, 선생님이 보람 찾는 교직, 학부모들이 신뢰하는 학교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낙진leenj@kfta.or.kr
강원 우석초 `교직원 논문발표회' 가져 교장·영양사도 참여…8편 첫 발표 매학기 논문집 내고 발표회 갖기로 학부모 "공부하는 모습 존경스러워" 지난달 27일 오후 3시 강원 우석초등교(교장 이흥우) 체육관. 학부모 200여 명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단상을 바라보고 있다. 각자 손에 든 두툼한 논문집이 눈에 띈다. 오늘은 우석초등교 교사들이 학부모를 초청, 논문발표회를 여는 날. 1시부터 전교 각 학급 공개수업을 갖은 후 체육관에서 `교실 수업개선을 위한 교직원 논문발표회'가 이어졌다. 대학이나 학회에서나 있을 법한 논문발표회를 초등 교사들이 마련하기는 이번이 처음. 이 교장은 지난 2월 춘천교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뒤 새학기 교육계획을 수립하면서 교직원 논문집 발간과 함께 논문발표회를 열 것을 제안했다. 노력하는 교사, 전문성을 갖춘 교사가 되 보자는 취지에서다. 이 교장은 인사말에서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면서 전문성을 갖춘 교사의 모습이 더욱 절실해졌다"며 "오늘 발표회는 수업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연구한 교사들의 결실을 기념하고 학교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이해와 격려를 바라는 자리"라고 말했다. 6개월의 노력 끝에 결실을 맺은 논문집 제1집에는 이 교장이 쓴 `초등학교에서 시조쓰기 지도연구'를 포함해 모두 8편이 실렸다. 박상준 교사의 `드라마 활동을 통한 초등 영어교육', 장백용 교사의 `초등학생의 스트레스와 문제행동과의 관계 연구', 길선영 교사의 `화용론 수용을 통한 국어 지식 교수·학습 방법', 이재숙 교사의 `게임·퀴즈프로그램 적용을 통한 어휘력 신장', 김경녀 교사의 `교과통합 활동을 통한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신장', 김선경 교사의 `복식학급 아동과 단식학급 아동의 정의적 및 사회적 행동 특성의 차이 연구', 김주환 영양사의 `초등학교에서의 올바른 식생활지도'가 그것. 모두 대학원에서 전공하고 있는 분야나 평소 수업에서 부딪치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틈틈이 연구한 결과물이다. 이 가운데 길선영 교사(5학년 다솜반)와 박상준 교사(영어전담)의 논문이 이날 발표됐다. 공개수업은 여러 번 해 본 두 교사지만 처음 해보는 논문 발표에 부담도 컸다. 길 교사는 "방학중 계절학기 대학원을 다니며 관심을 뒀던 분야를 방과후에 틈틈이 정리했다"며 "발표에 대한 부담은 컸지만 실력을 키우고 학부모들에게 연구하는 교사의 모습을 보여주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박 교사도 "일과 중 연구시간이 부족해 어려움이 많았지만 영어수업에서 부딪친 하나의 문제를 나름대로 해결해 후련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그 동안 초등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의 논문집이 발간된 적은 있었지만 논문발표회는 찾아보기 힘든 만큼 학부모들의 반응도 좋았다. 황향중 씨는 "교사들의 자질을 의심하는 사회 분위기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뜻깊은 발표회였다"고 말했다. 김동근 교감은 "개교한지 만 2년이 안된 신설학교지만 42명의 교사 가운데 13명이 대학원을 마쳤거나 재학중일 만큼 교사들의 학구열이 높아 이번 발표회가 가능했다"고 자평했다. 우석초는 제1집에 실리지 못한 교직원 논문은 오는 11월 제2집으로 출간하고 매 학기마다 논문집 발간과 발표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 교장은 "끊임없이 연구하고 발표회를 거듭하다보면 학교의 교육력도 높아지고 교직을 전문직으로 존경하는 풍토도 되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철
고3, 50여만명 응시 교육부는 지난달 28, 29 양일간 전국의 930개 초·중·고교생 3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했다. 평가원 주관으로 실시된 올 학업성취도 평가는 초등 6, 중 3, 고 전학년을 대상으로 대상학생의 1%정도를 표집해 치러졌다. 28일에는 초등 국어 사회, 중학 국어 사회 설문조사, 고교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평가가 실시됐다. 29일에는 초등 수학 과학 설문조사, 중학 수학 과학 영어 고교 설문조사가 실시됐다. 문항은 선택형 문항 70%, 주관식 수행평가 문항 30%정도로 출제됐으며 국어와 영어는 듣기평가가 아울러 실시됐다. 한편 교육부는 고3의 경우 평가원이 개발한 평가문항을 해당 교육청이나 학교단위별로 학력평가를 자체적으로 실시토록 했는 데 전체 고3 학생의 70% 가량인 50여만명이 응시한 것으로 집계 됐다.
지난달 23일 전국 시·군·구교련 사무국장 회의에서는 모범적인 교련 운영사례로 경북 예천군 교련의 활동상이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노춘오 경북 예천군교련사무국장=지난해 3월 전임 회장교로부터 인수인계 받을 당시 520명의 전체 교원 중 교련 회원은 319명이었다. 99년 교원노조 합법화 이후 회원 감소와 예교련에 대한 불신감 등으로 위기에 빠지게 됐다. 예교련은 크게 회원의 정보화 발전과 회원복지 향상, 행동하는 예교련을 통한 회세 확장을 최대 목표로 설정 실천하고자 노력했다. 작년 10월24일 예천군교련(회장 김종배)과 예천전화국(국장 최재경)은 `산·학협력 조인식'을 체결했다. 조인식의 내용은 초고속 통신망 설치비 면제, 이용요금 할인, 인터넷 관련 소프트웨어 무상 제공, 부대사업 최대한 지원 등이었다. 면단위에는 초고속 통신망의 설비가 미비하고 중소도시에 거주하는 교원이 많아 예상보다는 이용자가 적었지만 61명의 회원이 초고속 통신망을 신청했다. 그리고 예교련은 이 보다 한달전인 9월 20일 컴퓨터 학원 네곳과 민·학협력을 체결했다. 수강과목은 회원들의 요구가 많은 반을 중심으로 우선 실시했고 학원 수강료는 월 1만원으로 했으며 기초반·중급·고급반을 운영하고 있다. 이같은 활동은 미가입 교사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64명의 회원이 신규 가입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또한 작년 사무장회의 때 서울 강동구 교련 운영사례에서 힌트를 얻어 대형할인점, 주유소, 정비 공장, 카센터, 식당, 서점, 제과점, 체육사 등 회원과 가족이 실질적으로 많이 이용하는 업체를 방문해 교섭을 벌였다. 이 결과 지난 6월 예천 자동차 정비공장과 협력업체 체결을 맺어 이용금액의 10% 할인과 일반 수리는 무상으로 제공키로 했다. 이어 신라 식당, 올림픽 체육사 등 여러 업체에서 동참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이밖에 회장과 사무국장의 자비부담으로 모든 회원에게 특별 선물을 증정하고, 예천전화국의 협조를 얻어 회원들에게 인터넷관련 소프트웨어를 지원하고 수첩 등 문구류를 배포했다. 이제 예천군 교련은 제자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사랑의 공부방'을 개설할 예정이다. 학생들의 방과후 숙제 및 학습을 돕고 생활지도, 사교육비 억제와 같은 효과가 있어 지역 주민들의 호응이 기대되고 회원 사무실로도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주민의 호응도를 살펴 본 후 자녀 교육상담, 주부를 위한 음악, 교양 영어, 교양 한문교실까지 계획하고 있다. 운영에 필요한 인원은 자원 봉사를 희망하는 회원과 퇴직교원, 청소년적십자 단원의 봉사반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교육부 `탄력적 운영' 강조 교원단체 "지나치게 이상적…" 학부모 `선택형 교과' 찬성 7차 교육과정 도입 시행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교육계의 찬반 시비가 위험수위에 육박하고 있다. 쟁점의 핵심은 고교의 학생 선택중심 및 수준별 교육과정. 내년부터 2004년까지 연차적으로 도입되는 고교 교육과정에 대 한 일부 교사들의 집단 반발이 지역별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는 지난 15, 16 양일간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교육부, 평가 원, 교직단체, 학부모단체 전문교수 대표 등 30여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한 난상토론회를 열었다. 그러나 이날 7차 교육과정의 철폐나 수정고시를 주장하는 전교 조 대표들이 참석치 않아 다소 맥빠진 회의가 되었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7차 교육과정의 기본취지는 동의하나 구체 적 실천방안에 대해서는 사안별로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참석자들은 대통령령에 의해 설치되는 `교육과정심의회' 를 상설기구화해 교원확보나 시설 등 교육여건을 지속적으로 개 선하고 `교수학습자료지원센터'를 운영하자는 의견을 교육부에 건의했다. 다음은 이날 논의된 주요내용이다. 이상갑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은 7차 교육과정을 탄력적으로 운 영하겠다는 정부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실장은 "미리 길을 완 벽하게 닦아 놓고 갈 수 없기 때문에 만들어 가는 교육과정을 운 영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실장은 토론회에 앞서 1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대로 운 영해 보지도 않고 유보하거나 수정고시할 경우 큰 혼란을 겪게될 것"이라며 교육부의 `마지노선'을 제시한 바 있다. 조흥순 교총 정책연구부장은 `탄력적'의 내용을 명시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조부장은 "7차 교육과정의 큰 틀은 좋으나 지나치 게 이상적"이라면서 수준별 교육과정과 선택중심 교육과정에 대 한 일선교원들의 우려가 크기 때문에 근본적인 보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손경순 한교조 부위원장도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에 대한 회의 를 표시하고 현실 여건이 고려되지 않은 7차 교육과정은 방법면 에서 문제가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세용 학부모연대 부회장은 학부모입장에서 선택형 교 육과정을 찬성한다고 말했다. 전교조의 반대주장과 교사들의 집 단행동에도 불구하고 일선고교의 대부분 교사들은 내용을 잘 모 르고 있고 고민도 크게 하지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상덕교사(면목고), 최광철교사(대영고) 등 고교 현직교사들은 `그냥 닥치면 한다'는 것이 대부분 교사들의 반응이라고 분석했 다. 유교사는 "교원단체가 반대하는 것은 교사들의 신분불안에 따 른 것으로 학생 입장에서 보면 답답한 일"이라고 말했다. 윤지희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7차 교육과정의 폐지나 수정고 시를 주장하는 전교조측이 이 모임에 참석해 밀도있는 논의를 했 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교원의 신분불안에 대해 이경환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장은 "신분불안은 절대 없을 것이며 수준높은 부전공 연수를 확대할 것"이라는 교육부의 종래 입장을 거듭 설명했다. 김재춘 영남대 교수는 7차 교육과정 3대 쟁점의 하나인 수능시 험제 운영과 관련, `교육과정의 성공적 운영의 관건은 수능제도 와 학교현장에서의 학생 선택권 확대'라고 주장했다. 김교수는 특히 IMF사태가 터지기 전에 마련된 7차 교육과정이 현실성이 없다는 문제제기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반론을 제기 했다. 김교수는 IMF 이전에 고시된 안과 현재의 확정안은 많이 수정된 안 이라고 설명했다. 조난심 평가원 본부장은 일선교육계의 반대 여론중 상당수가 부풀려져 있거나 잘못 알려져 있다면서 실례로 고교 선택과목 79 개를 실시할려면 70%의 교사가 충원돼야 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 르며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이란 미완성이란 뜻이 아니라 교육청 이나 단위학교, 교사 수준에서 만들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 다. 황인표 교총 연구위원(보성고 교사)는 "교육과정 적용시기가 매우 중요하다"며 취지가 좋고 반드시 실시되어야 한다면 준비기 간을 거쳐 천천히 시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택중심 교육과정에 대해 대부분 참석자들은 교육본질적 측면 에서 바람직하나 현실여건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는데 의견일치를 보였다. 특히 학부모·시민단체 대표들은 전교조의 반대논리가 상호 모 순되며 근거 제시가 약하다고 주장했다. 수준별 교육과정 편성운영에 대해서 교육과정 전문가들은 학생 의 개인차를 고려한 것으로 공교육 내실화의 핵심이란 점을 주장 한 반면, 학부모·시민단체 대표들은 너무 복잡하며 열등학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초등영어, 재량활동, 기술·가정과 적용 등 쟁점사안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었다. /박남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