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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4·5월에는 EBS 온라인클래스를 쓰다 6월 등교 이후 실시간 쌍방향 수업 등을 위해 구글 클래스룸을 쓰고 있습니다. 학생이 영상을 받으면 확인되는 EBS와 달리 구글은 안 돼서 아쉽네요. 두 장점을 합쳤으면 좋겠습니다.” 15일 오후 고영경 서울 석관고 영어교사는 원격수업을 위해 여러 방안을 활용해야 하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 등을 위해 구글 클래스룸을 쓰다 보니 학생들이 영상을 받아갔는지, 어디까지 소화했는지 확인이 안 되는 점이 애로사항이라는 것이다. 학생 출석도 문제다. 제때 접속하지 않는 학생들이 매번 나온다. 자신의 담임반이면 그나마 낫다. 다른 반에서 비접속 학생이 나오면 해당 담임교사에게 요청하기가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접속 학생 중 화면 또는 음성지원이 안 되는 경우도 일정 비율 존재한다. ‘왜 안 되느냐’ 물어도 “원래 안 돼요”라는 ‘무적논리’에 그저 수긍할 수밖에 없다. 설령 학생 집의 기기에 문제가 생겼다 하더라도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화면과 음성 모두 지원이 안 돼 채팅으로만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누가 수업을 받는지 모른다. ‘대리 수행평가’도 나올 수 있다. 방지책은 있지만, 학생이 속이려 들면 어떤 방안을 동원할지 모른다. 원천차단은 어렵다는 것이다. 고 교사는 2015년부터 4년 간 미국 유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지난해 2학기에 복직했다. 유학 과정에서 대학생 대상 온라인수업을 진행해본 경험이 있다. 학생들이 인터넷으로 강의록을 받아 정해진 기간 동안 소화하는 식이었다. 문제없이 이뤄졌다. 원하는 수업을 자신이 선택하는 대학의 특성, 그리고 시간 내기 바쁜 학생이 원하는 시간에 교육 받고자 하는 필요성이 서로 맞았기에 가능했다. 교실수업이 없었던 고 교사에게 이날 오전, 그리고 오후에 학생 한 명씩 찾아왔다. 오전에 방문한 학생은 등교날짜를 착각했다. 학생은 이왕 방문한 것, 고 교사와 ‘나 홀로 대면수업’을 가졌다. 오후 방문 학생은 2차에 걸친 수행평가 과정에서 1차 때 잘 해놓고도 2차 제출을 깜빡 잊은 문제였다. 1차가 주된 평가였고 2차는 피드백을 확인하는 정도였다. 그래도 점수 부여를 위해 반드시 제출이 이뤄져야 해 고 교사가 연락해 약속을 잡았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교총은 출결, 진도, 평가 등이 정확히 기입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윤수 회장은 “출석, 학습 진도, 과제, 평가, 콘텐츠 공유 등을 아우르는 한국형 원격수업(K-Class) 모델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한국형 원격수업 모델 구축이 시급한 이유는 학생 출석 외에도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점이 있다. 현재는 아무리 시스템을 잘 갖춰도 교실수업의 장점을 따라잡기 어렵다. 서울 모 여고 역시 원격수업 시스템은 잘 갖춰졌지만 수요 주체인 학생의 출결 부분이 늘 걸린다. 이 학교 관계자는 “실시간 스트리밍을 위해 일찌감치 OBS(Open Broadcaster Software)까지 도입했지만 한 반에 늘 한두 명의 비접속이 발생되고, 등교수업마저 보건소에서의 인증을 통해 빠지는 경우도 지속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서울 공릉중은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된 3월 초부터 원격수업 준비를 서둘렀다. 4월 온라인 등교 때부터 지금까지 모든 온라인수업을 교사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로 학교시간표 그대로 해왔다. 시스템 상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바로바로 협의를 통해 물샐 틈 없이 막아왔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한계는 따른다. 백종민 수석교사는 “선생님들로부터 ‘이 학생은 곁에서 관찰하면서 챙겨줘야 할 것 같은데’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는 호소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배남환 교장은 “원격으로 학습 성취도를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나을 것 같다”고 했다. 예·체능 과목에서의 한계 극복도 과제다. 현재는 기본동작 정도만 영상으로 알려주면 비대면으로 따라하는데 그치고 있다. 배 교장은 “안전한 장소에서 안전하게 실습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전원 참여가 어렵다면 일부 실습조를 나눠 로테이션 실습에 더해 녹화 후 공유하는 방식은 어떨까 한다”고 주장했다. 원격수업 저작권 개념의 도입도 시급하다. 수업장면을 악용할 사례에 대한 예방, 그리고 콘텐츠 진흥 목적에서다. 교사 대부분은 원격수업 시 얼굴노출을 꺼리고 있다. 그 어떤 악용사례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이 분명히 명시돼야 하는 이유다. 이명호 석관고 교장은 “요즘 얼굴만 따로 합성하는 프로그램가지 개발됐는데 부담될 수밖에 없다”며 “인터넷 전문 강사는 얼굴을 알려야 인기가 상승하고 몸값이 올라가니 외모노출을 감수하고 가는 측면이 있어 그와 학교수업을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국가 교육경쟁력 상승 차원에서 잘 만든 콘텐츠에 대해 작게나마 보상해주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질의 콘텐츠가 계속 나와 공유된다면 전국의 원격수업은 더욱 발전는 것은 자명하다. 이 같은 문제들을 한 방에 해결해줄 통합플랫폼 마련이 시급하다. 그러나 정부에 따르면 2년 뒤 정도나 돼야 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한국판 뉴딜 계획’을 발표하면서 2022년까지 초·중·고, 대학의 디지털 인프라 확대, 온라인 교육 통합 플랫폼 도입 등에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한국형 원격수업 모델이 구축되기 전까지는 교육당국이 학생·학부모 대상 원격수업의 이해도와 적응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최대한 강구해야 한다. 원격수업에 따른 학생 학력격차를 줄이기 위해 평가에 대한 자율권 등을 충분히 부여하는 식의 배려도 필요하다는 게 일선 학교의 입장이다. ‘원격수업 개선 협의체’구성에 대해 요구하는 교원들이 나오고 있다. 배 교장은 “6월에 등교가 이뤄진 이후 그동안의 원격수업 달성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중간고사를 보려 했으나 교육청의 권고로 하지 못했다. 기말고사나 가서 결과를 봐야 하는데 중간고사 때의 데이터가 없으니 난이도 조절을 어떻게 해야할 지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이 교장은 “2학기에 개선된 원격수업 진행을 위해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보완책이 나와야 한다”면서 “교원과 교육전문가들의 협의체 구성 후 집중 연구를 통해 특단의 조치가 마련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서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일컬어 포노 사피엔스라 했다.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꿔 놓아 스마트폰 없이 살기 어렵다는 보도를 하면서, 지혜가 있는 인간을 의미하는 호모 사피엔스에 빗대어 한 말이다. 2019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95%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사람들은 거리를 걸으면서, 버스와 지하철에서도 스마트폰에 빠져 있다. 심지어 연인과 마주 보고도 정작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있다. 잠들기 전에도 스마트폰을 보고, 옆에 두고 잠든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일상생활의 지장을 느끼고, 불안감을 느낀다.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알리바바, 삼성전자 기업을 보면, 모두 스마트폰 관련 사업을 한다. 이제 스마트폰은 우리 생활의 필수품이 됐다. 음식 주문은 스마트폰을 들고 배달 앱으로 한다. 쇼핑도, 게임도, 은행 업무도 마찬가지다. 낯선 곳에 갈 때는 길 안내를 받고, 쉬고 싶을 때는 음악을 듣는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의식주가 가능하다. 공부할 때도 스마트폰은 유용하다.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상품을 선택하듯이 수업 시간에 학습자가 스마트폰으로 배울 내용을 찾아다닐 수 있다. 지금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다. 교육 콘텐츠 접근 방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경험한 것처럼, 미래 교육 패러다임은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환경에서는 컴퓨터나 태블릿pc 등이 중요한 기자재이다. 하지만 이런 기자재는 구축하기 위해 비용이 많이 들고 활용 환경 조성 등이 번거롭다. 반면 누구나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은 별도 비용이 들지 않고 접근성도 뛰어나다. 학습 환경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교육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최근 시대에서 요구하는 학습의 방향은 구성주의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배우는 것이다. 따라서 스스로 정보를 찾아내고 이를 활용하게 되는 인포메이션 리터러시 를 가르쳐야 한다. 수업 시간에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스스로 성취 목표에 접근하도록 수업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어릴 때부터 한 몸처럼 생활했던 스마트폰을 수업 시간에 활용하면 학생이 적극적인 학습을 할 수 있는 동기 유발이 가능하다. 거기에는 교과서에 없는 콘텐츠도 무궁무진하다. 실제로 접할 수 없는 현실 상황을 동영상, 애니메이션, 음향 등의 통합 자료로 상황 학습이 가능하므로 교육 효과도 높다. 이런데도 학교에서는 스마트폰이 학습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차단하고 있다. 실제로 스마트폰은 문제가 많다. 게임과 인터넷을 즐기기 때문에 학습에 도움이 안 된다. 중독성이 있어서 이것도 걱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다. 일시적인 회피에 불과하다. 교사는 학생들을 사회 구조에 적응하도록 돕는 역할이 필요하다. 스마트폰은 오늘날 사회에서 필수품이고, 여러 분야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슬기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것은 당연히 학교 교육의 몫이다. 두발 자유화가 시행되는 것을 보고, 아이들이 머리를 기르면 외모에만 신경 쓰고, 학습을 게을리할 것이 걱정하던 시절이 있었다. 머리를 기르면 나가서 성인처럼 행동하는 일탈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완전히 기우였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교실에서 학습하는 도구로 인식을 바꿀 수 있다. 혁신적인 접근을 한다면 독창성과 창조적인 문명의 길을 연다. 교사와 학생이 스스로 길을 내야 한다. 고등학생 정도면 스마트폰을 적절하게 사용하고, 개인의 능력을 향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업 시간에 활용 경험을 통해 적응력을 찾고, 성장 지향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이런 성장은 자존감을 높이고 학습 및 생활에서도 긍정적인 자아 형성에 도움을 준다. 단순히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사용하자는 것이 아니다. 학습자 중심 교육, 자율 및 개별화 학습 등으로 바뀌는 변화의 물결을 적극적으로 이끌기 위해 준비를 하자는 것이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학생들은 더 빠르게 변한다. 코로나 이후 시대는 학교 교육에도 엄청난 변화가 온다. 교내에서 서로 경쟁하는 것보다 바깥세상과 소통하는 경험을 하게 해야 한다. 스마트폰으로 디지털 플랫폼을 열고 학습하는 길에 나서야 한다.
“엄마 없이 사춘기를 보내는 아이가 있어요. 생활고에 시달리며 더구나 사춘기로 신체적 변화를 겪고 있는 시점에 아빠가 챙겨 줄 수 없는 형편입니다 ”복지심사위원회를 열며 교육복지사의 한숨 섞인 말을 가슴 아파하던 경기 수원 권선초등학교 일부 선생님들이 작은 뜻을 모았습니다. 경기도교원총연합회에서 2020년 경기교총 우수 분회 선정으로 받은 상금 20만 원을 권선초등학교(교장 김중복) 11명의 선생님은 뜻을 모아 위기학생 가정에 지원하였습니다. 올 해 새로 신규로 발령 받은 선생님부터 오랜 동안 교총회원으로 경력을 쌓은 교장, 교감 선생님과 선배 교사까지 가슴 아픈 사연을 듣고 모두 한마음으로 지원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비록 작은 물품이지만 엄마 없는 빈자리를 잠시나마 채워준다는 심정으로 사랑을 담아 전달하였습니다. 권선초등학교는 이 외에 교직원 복지 차원의 동아리를 운영하여 나온 수익금 일부를 어려운 친구를 위해 사용하는 계획을 세워 운영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점점 형편이 어려워지는 가정이 생기고 위기 가정의 학생들이 학업에서 멀어지는 상황이 안타까워, 이 작은 힘이 모여서 아이들에게 따뜻하게 전달되면 좋겠다는 선생님들의 마음이 아름답습니다.
현재 우리는 코로나19 위기의 위험사회를 살아가면서 감염병 못지않게 우려하는 것이 많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타인을 비난하고 욕하는 세태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닮아가는 것에 대한 염려다. 눈을 뜨면 세상에는 온통 증오와 혐오를 유발하는 사건이나 사람을 접한다. 그러면서 이를 화제로 자주 언급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점점 비슷하게 닮아감을 느낀다. 이는 마치 거짓말도 수없이 반복하면 진실로 믿어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또 옛날의 ‘고된 시집살이를 겪은 며느리가 나중에 혹독한 시집살이를 시킨다’는 말과 무엇이 다르랴. 오늘도 예외 없이 우리 사회에선 뉴스를 타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럴 때는 덕담을 펼치기란 ‘가뭄에 콩나듯’,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 그러다 보니 험담이 험담을 낳는 식으로 세상은 악순환이 고조될 뿐이다. 최근 우리 주변을 살펴보자. 자신과 집단의 이익만을 철저히 추구하고 대책 없이 편향된 이념과 사상의 노예가 되어 명분 없는 좁쌀 정치만을 일삼는 정치배들이 양분돼 있다. 또한 ‘ 미투(MeToo)’ 운동의 근원이 된 막말의 현장 교사, 정치인도 생각보다 많다. 거기에 기업의 총수 가족으로 한심한 갑질을 일삼는 사람들은 어떤가. n번방 사건으로 고묘하게 성착취를 하는 젊은이들도 사회 문제화되었다. 그뿐이랴. 성인 운동선수를 대상으로 폭력을 일삼고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 위력에 의해 장기간 비서를 성추행하는 등 사회 곳곳에선 다양한 사람들이 국민의 원성을 자아내고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행태를 버젓이 자행해 오고 있다. 공자, 맹자와 같은 성인군자가 다시 태어나도 비난과 험담을 토설할 수밖에 없을 정도다. 이런 분위기에선 타인에 대해 덕담을 나누기란 갈수록 힘들어진다. 필자에겐 가끔 만나 식사하고 잡담을 나누는 모임이 있다. 아무 이해관계도, 목적도 없이 만나 정치 이야기부터 건강, 가족 문제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이 모임은 수년간 이어지고 있다. 특히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유명 인사가 화제에 오르면 날카로운 칼로 생선회를 뜨듯, 각자가 보고 들은 정보에 개인적 평가까지 더해 거의 국정감사장 분위기를 연출한다. 얼마 전에도 그 모임이 있었다. 건강식을 먹은 다음 한순간이 지나니 삭막한 대화가 이어졌다. “그 X은 아주 엉터리야. 어린애부터 노인까지 온 국민의 기부금을 그렇게 제멋대로 쓸 수 있어?” “노인네들을 앵벌이 시킨 거야” “할머니들의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야” “그 단체가 그랬어? 이제야 적나라한 민낯이 드러난 거지.” “국민의 기부금이 그 X 가족 쌈짓돈 같아. 무슨 돈으로 자식을 유학 보냈지? 또 정치한다잖아.” “그동안 얼마나 권력에 아부했을까?” “그것이 좌파 XXX들의 본질이야. …” 이처럼 어느 한 사건만을 놓고서도 험담은 그칠 줄 모른다. 예전에 필자도 이런 비슷한 대화를 은근히 즐기기도 했었다. 실상은 별로 아는 것이 없어도 주워들은 내용이 전부인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번 모임에서 필자는 입을 다물었다. 특정한 사람을 유난히 범죄자 취급하며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이상하게 거부감이 다가왔다. 심지어 이젠 그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기 싫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떻게 타인에게 저토록 확신에 찬 비난을 할까. 마치 자기가 다 아는 것처럼. 혹시 나중에 나에 대해서도 그런 식으로 험담을 하지 않을까?” 필자가 느낀 불편함과 거부감은 마음 속에 오랜 잔상으로 남았다. 최근엔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안주로 삼아 비난의 강도가 수직상승하고 있다. 마치 자신이 다 아는 것처럼 심판자가 되어 정의를 포장한 지식인처럼 자처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직결되면 비난의 강도는 대책이 없다. 진정한 지식인, 이성을 중심으로 냉철한 판단과 건전한 정책 비판은 기대하기 의심스럽다. 무엇보다 세상엔 좋은 말이 많은데 왜 사람을 그토록 증오하고 혐오하는 막말을 쏟아낼까 우려가 된다. 그런 가운데 자신도 인성이 점차 메말라 가고 황폐화 되는 느낌은 없는지 필자는 측은지심에 잠겨 보기도 한다. 또한 그것은 하나의 타산지석으로 다가온다. 그러면서 요즘은 점잖게 늙어 가는 것도 쉽지 않다는 넋두리를 해본다. 온통 주변의 막말과 혐오에 감염이 될까 두려움이 앞선다. 이젠 나이가 들면서 만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다. 투덜거리거나 징징거리는 사람, 불평과 불만만 늘어놓거나 남의 험담만 하는 사람을 만나면 필자를 방전시킨다. 나쁜 기운이 필자에게 전해져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전에 한때는 무조건 비판이나 지적을 하는 것이 이지적이라고 착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지식인의 책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비판이나 험담보다는 칭찬과 격려, 그리고 덕담을 나누고 싶다. 이것은 동시에 ‘세상 만물에 대해 비평가나 판사의 역할을 할 자격이 내게 있을까’하는 자기성찰이기도 하다. 필자는 앞으로 주어진 시간을 타인의 장점과 본받을 점을 이야기하며 덕담으로만 아름답게 채우고 싶다. 동료 교사나 학생, 그리고 이웃의 장점은 볼록렌즈로 확대해 보고, 단점은 오목렌즈로 축소 시켜 보고 싶다. 이것이 필자가 교직과 일상의 삶에서 지켜나가고 싶은 소망이고 어린 학생들을 교육하는 원동력이라 믿는다.
경기 수원 권선초등학교(교장 김중복)는 코로나 19로 학교도서관을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해 독서의 공백 및 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를 슬기롭게 극복해보고자 ‘다독다독 책가방’을 추가로 계획하였다. 본교는 온라인 독서 지원 활동으로 ‘나에게 책은 ○○이다’를 진행한 바 있다. ‘다독다독’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약한 점을 따뜻이 어루만져 거듭 감싸고 달래는 모양’이며, ‘다독(多讀)’은 책을 많이 읽는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 ‘다독다독 책가방’은 마음에 격려와 위로가 필요한 학생과 교직원을 위하여 사서 교사가 사연에 맞는 개개인 맞춤형 책과 작은 선물이 담긴 책가방을 들고 직접 찾아가 배달해주는 찾아가는 도서관 서비스를 말한다. 사서교사 석○○은 도서관에 들어온 새 책을 학생들이 자유롭게 접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고민하던 끝에, 학생들이 가진 고민을 책을 처방하여 마음을 감싸고 달래주기 위하여 다독다독 책가방을 계획하였다고 말했다. 본 행사에 참여한 사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연을 묻자 담당 교사는‘가족의 위기’로 고민하는 학생의 사연을 이야기하였다. 그 학생에게 자존감을 잃지 않도록 ‘너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주제의 책과 편지로 격려의 마음을 전했다고 하여 마음을 뭉클하게 하였다. ‘동생이 자꾸 싸움을 거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고민에는 「형보다 커지고 싶어」라는 책과 함께 형제끼리 나눠 먹을 수 있는 간식을, ‘코로나 19로 집에 있어서 심심해요’라는 친구에게는 「책으로 푸는 추리」와 함께 팔찌 만들기 세트와 엽서를, ‘축구선수가 되고 싶은데 무엇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라는 친구에게는 「펠레」그림집과 「우리동네 즐거운 직업」을 꿈노트와 엽서를 동봉하였다. 쉽사리 잦아들지 않는 코로나 19 그리고 더위로 지친 학교 공동체 모두가 힘든 이 시기에 ‘다독다독 책가방’이 비타민이 되었듯이 모두에게 ‘다독다독!’응원의 마음을 전한다.
함께 근무했던 교감께서 교장으로 승진해 다른 학교로 옮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얼마 후 그분의 이름을 뉴스에서 볼 수 있었다. 교사 성추행으로 논란이 됐고, 그 후 해임됐다, 평상시 그분을 알고 있는 주변 사람은 “그럴 분이 아니다”라고 놀랐지만 ‘언젠가는 터질 것이 터졌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을 터부시하며 드러낼 수 없는 사회에서 2018년 미투 이후로 성 관련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권력 아래 너무나 익숙하게 자행되며 곪아 왔던 성폭력은 사회 곳곳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미성년자 성 착취 N번방 사건, 사회를 이끌어 가야 할 지도자인 도지사, 시장의 성추행, 교사의 팬티 빨기 숙제 등 성 문제로 드러났다. 한편, 학교 안에서는 성과 관련한 수업자료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프랑스 영화 ‘억압받는 다수’를 교육자료로 사용하고 바나나를 이용한 콘돔 성교육 등에 성적수치심을 느낀 학부모, 학생이 문제를 제기했다. 성인지 감수성 부족이 원인 사회 곳곳에서 성 문제가 일어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 전체가 사회적 관습법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성인지 감수성의 부족으로 발생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세계인권선언문’의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동등한 존엄성과 권리를 가지고 있다’라는 가치 아래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서 진보해 나갔고 인종 차별, 장애인 차별, 성차별 등 힘의 차이로 인한 폭력에 대한 인식도 높아져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로 발전했다. 그러나 남녀 간의 차별, 여성의 인권에 대해서는 둔감하고 제대로 자각하지 못했다. “원래부터 그래 왔어”로 상징되는 성 규범, 사회적 관습은 여성을 차별했고 폭력으로 돌아왔다. 성 인권에 대한 인식조차 없어 올바른 성인식을 학습하지 못한 채 성 고정관념은 왜곡돼 성폭력이 된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왜곡된 성 인식, 성인지 감수성의 미흡함, 일상의 관계 맺기에서 작용해야 할 행동 규범으로서의 인권 존중 의식 부족했다.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성의 가치도 달라진다. 사회적 가치에 의해 자신들의 삶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었는가를 민감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특정 성(性)에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은지,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및 성차별적 문제가 개입됐는지를 성찰하고, 비판할 수 있는 의식이 필요하다. 사유할 수 있는 성교육 기회 줘야 사회적 성 가치가 변화함에 따라 성인지 감수성도 따라 변한다. 성인지 감수성의 방향은 언제나 성 인권이 존중되는 방향으로 간다. 누구나 성적 주체로서 자신의 삶을 향유 할 수 있는 인권의 하나로 인식해야 한다. 자신의 성적권리를 억압하지 않고 죄의식을 가지 않는 성 담론 속에 성에 대한 긍정적이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성적권리로 받아들여야 한다. 누구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장받으며, 성적 주체로서 행복을 추구할 권리. 성차별이나 의사결정에 침해를 받지 않을 권리를 의미한다. 결국, 남녀의 특징이나 차이 등을 구분할 수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남자와 여자 모두 성적권리를 지닌 인간으로서의 공통성과 존엄성을 가진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성교육이 이루어졌을 때 이 사회를 더욱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에서 특별한 사람이 죄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악마가 된다고 했다. 권력을 많이 가질수록 공감 능력을 잃는다고 한다. 성 인권에 대해 사유하고 성찰할 수 있는 성교육의 기회가 필요하다.
교직원회의·학부모회의·학생회의 법제화 법안이 또 발의됐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학교구성원의 학교 참여를 더 보장하겠다며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낸 것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박경미 전 의원, 전해철 의원 등 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다가 교육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 내용이다. 그 이전부터 이 같은 일이 반복됐다. 국회서 매번 폐기된 것은 명목상의 ‘자치’ 보다 구성원 간의 ‘충돌’이라는 실제적 우려가 더 컸기 때문이다. 학교운영위원회와 옥상옥으로 행정력 낭비라는 비판도 있다. 이미 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에서는 학교구성원의 민주적 참여 보장과 학운위를 통한 자율적 의사결정을 구조화하고 있다. 학교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토록 한 것이다. 그러나 강 의원 법안은 모든 학교에 획일적으로 조직을 구성하고 일방의 주장에 구속력을 부여하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구성원 간의 권리 다툼과 충돌이 예견되는 부분이다. 현재 학교는 교원단체·노조, 행정직 노조, 비정규직노조 등 성격과 주장이 다른 집단이 건건이 충돌하고 있다. 또 상당수의 광역·기초의원이 학운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정파적 색채가 우려돈다. 교사들의 일거수일투족까지 각종 악성 민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학부모위원 선출을 위해 교사가 총동원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호도된 학생 인권조례로 학생 생활지도에 큰 어려움을 겪어 온 지도 오래다. 선거연령 19세 하향과 성 평등 조례 제정으로 특정 정치관과 성 정체성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학교는 이렇듯 구성원 조직의 법제화 논의가 시작된 20여 년 전과 너무 달라져 있다. 되레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 과도한 권리가 문제인 실정이다. 과거 법제화에 동조했던 교사들조차 지금은 먼저 손사래를 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특정 정당이 일방의 경도된 주장을 담은 법률을 반복해 강제하려는 것은 학교 현실에 대한 인식 부족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변화된 학교를 담아내지 못한, 낡은 신념체계의 맹목적인 추정 법안 그 이상도 아니다. 176석이라는 거대 여당 소속 의원의 올바른 학교 현실과 판단이 필요한 이유다.
‘온라인 수업 과제를 제시할 때, ‘활동 과제’라고 써 주시니까 숙제가 너무 많은 것 같아서 힘들어요‘라고 들어온 민원. 교무회의에서 공지해요. 민원이 들어 왔으니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해야 할 과제를 ‘과제’라고 하지 말고 다른 말로 바꿔서 사용할 것. ‘앗. 과제를 과제라고 부르지 않고 뭐라고 해야 할까?’ 순간 고민했어요. 임무? 활동 과제라고 표현했으니 과제를 빼고 활동이라고만 해야 하나? 활동 내용? 도대체 무슨 말로 대체를 해야 할까 속으로 고민하다 퍼뜩 생각이 들어요. ‘왜 이런 걸 고민하고 있지?’ ‘홍길동이야?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과제를 과제라고 부르지도 못해?’ 교무회의에서 그런 걸 고민할 수도 있지만,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고민을 선생님들이 다 함께 모여서 머리를 싸매야 할까,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학교. 이런저런 민원이 참 많아요. 학부모님들도 개개인의 요구를 모두 표현하기 때문에 민원도 점점 많아지는 추세이지요. “선생님, 숙제를 좀 많이 내주세요.” 어떤 학부모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다른 학부모님은 “선생님, 숙제를 좀 적게 내주세요. 숙제 봐 주기가 힘들어요”라고 말씀하시기도 하지요. 상충하는 민원들, 한쪽의 말만 들어주기가 모호한 상황. 그럴 때, 민원에 그대로 반응하다 보면 이리저리 헤맬 수밖에 없어요. 교사의 수업권에 관한 크고 작은 민원들. 상충하기도 하고,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데, 문제를 크게 만드는 것도 있지요. ‘활동 과제라고 표현하지 말아 주세요’처럼요. 여느 공무원 사회가 그렇듯, 교직 사회에서도 순응은 하나의 미덕이에요. 상관의 말에는 고분고분 따르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토 달지 말고 일하는 그런 태도가 조직을 운영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으니까요. 문제는 조직의 운영뿐만이 아니라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외부의 민원에도 순응한다는 데 있어요. 누군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한다면 부드러운 말로 거절하면 될 것을 마치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크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나치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을 관찰하며 ‘악의 평범성’을 말한 철학자 한나 아렌트. 그녀가 이런 상황-쓸데없는 민원에도 휘둘리는 상황-을 보았다면 뭐라고 말했을까요? 아마도 ‘무사유’의 전형이라고 했을 거예요. 생각 없이 누군가의 권위에 이끌려 사유하지 않고 행동하는 모습이니까요. 그런데 사유하는 일은 마음처럼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한나 아렌트가 그녀의 책 ‘인간의 조건’을 통해 전한 바에 따르면 불행히도 생각하는 힘은 인간의 다른 능력에 비해 가장 약하기 때문이지요. 우리에게는 고민하는 힘이 필요해요. 누군가 문제를 제기한다면 ‘문제 제기가 타당한가?’ 정도의 물음은 가지고 있어야 하지요. 만약 우리가 ‘타당한가?’ 이 네 글자를 마음에 품었다면 활동 과제 때문에 제기된 민원에도 훨씬 부드럽고 지혜롭게 응대할 수 있었을 거예요. 적당히 돌려서 응대할 수도 있었을 테니까요. “학부모님, 활동 과제라는 단어 때문에 숙제가 많아진 것 같아 답답하셨군요. 그런데 과제라는 용어는 꼭 숙제를 뜻하지는 않아요. 활동할 내용을 표현하는 교실 용어니까요. 과제 때문에 숙제가 생각나서 마음이 무거워지신 것은 이해하는데, 과제라는 말을 다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미션? 활동 내용? 활동? 뭔가 어색하지요? 과제라는 말이 숙제라는 말과 일대일로 대응하는 건 아니니까 그냥 마음 편하게 생각하세요.” 이런 말로 학부모님의 답답한 마음도 받아주면서 용어를 선택하는 교사의 수업권도 지켜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교직 생활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사유하는 힘이 필요해요. 마음속에 물음표 하나를 가져 보세요. ‘타당한가? 그 민원은 타당한 민원인가?’ 그런 물음표 하나가 말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을 막아줄 테니까요.
“또 평가예요?” “얘들아 평가 준비하자”라는 말에 돌아오는 아이들의 볼멘소리에 머쓱해진다. 2주 만에 등교해 거의 교과 시간마다 수행평가를 하니 “또…”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마스크를 쓰고 등교하고, 마음대로 웃고 떠들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아이들도 이해하고 수행평가에 참여한다. 이런 모습에 안타까움과 안쓰러움이 동시에 든다. 교육청 차원에서 두 차례에 걸쳐 수행평가의 비중을 낮춘다는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학생들은 지필 평가 기간을 포함한 3주간의 등교 기간에 12개 교과의 수행평가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자유학기제 탓에 평가에 익숙하지 않은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부담이 더욱 크다. 학생도 교사도 부담 교사도 부담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지침 변경으로 수행평가 비율은 10%로 낮췄지만, 많은 교과가 수행평가의 비중을 90%로 낮추지는 못했다. 단 한 번의 지필 평가로, 단 한 번의 수행평가로 학생들의 성적을 산출해 진학을 위한 자료로 사용한다는 것이 어렵고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언론과 리서치에서 원격수업이 학생들의 교육격차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동안 학교의 중요한 역할과 기능 중 하나가 사회적 격차를 줄이는 것이었다. 관념적으로만 인식하던 개념을 가시적으로 확인시켜 준 사건이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이 아닐까. 사회적 격차에 따른 교육의 격차, 이것은 진로와 진학으로 이어질 것이기에 교사의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이 시기에 교사에게 주어진 평가자의 역할이 고역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사회적 격차를 줄여가며 평가하여 진학시켜온 교사에게, 교사의 손이 닿지 않은 부분에 대한 평가는 고민과 부담의 지점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교사들 역시 원격수업을 통해 이것을 해결해보고자 노력하고 있다. 교육부가 흩뿌리듯 학교에 던져주는 역할들을 잘 수행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있지만, “우리 애가 온라인 중독이 돼가고 있어요”라는 부모님들의 하소연을 듣고, 무기력해져 가는 아이들을 만나면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사회적 격차로 이어질까 우려 3주의 출석 기간에 학교는 방역에 힘쓰면서도 수업, 평가 등 밀도 있게 지도하려고 애쓰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그 기간은 평가에 좀 더 무게가 실려있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수업을 통해 사회적 격차를 메우고 싶지만, 현실적으로는 교육격차를 줄이지 못한 채 평가를 우선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사실 대면 개학의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벌써 다음 학기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극적으로 지금의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 답답한 마음이 크다. 교육 당국의 희망처럼 학생들이 에듀테크를 기반으로 한 수업을 온라인으로 받으며 4차 산업 시대를 선도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믿고 싶지만…. 교육격차와 평가, 진학으로 이어진 사회적 계층의 재생산에서 어떻게 희망 사다리의 역할을 해낼 것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학교 현장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요즘 초등학생.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과제도 하지만,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학습적인 측면에서 아쉬운 건 사실이다. 어른 도움 없이 학생 스스로 책을 읽고 궁금한 내용을 알아가는 ‘자기주도학습’ 습관이 더욱 중요해졌다. 학기 중이나 방학 동안 책 한 권으로 자기주도학습 습관을 길러줄 수 있다면? 여기에 학습 호기심을 자극하는 재미와 인성, 감성, 창의성을 길러줄 요소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EBS가 야심 차게 준비한 어린이용 ‘창의체험 탐구생활 1·2’를 최근 선보였다. ‘초등 여름방학생활’을 제작한 노하우로 만든 창의체험활동 학습도서다. 학년별로 내용을 구성한 여름방학생활과 달리, 주제를 중심으로 풀어내 학년 구분 없이 활용할 수 있다. 동물 캐릭터 판다, 라피도, 워프, 캐비, 순호와 함께 탐험을 떠나는 콘셉트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1권은 ‘잘 먹고 잘 싸는 법’에 대해 알아본다.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부터 다양한 먹거리의 맛을 느끼고 소화하는 원리와 배설하는 모든 과정을 탐구한다. 2권은 ‘어쩌다 동물탐험’을 주제로 구성했다. 물고기부터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 곤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물의 이야기와 특징을 한눈에 살필 수 있다. 특히 동물들이 우리에게 주는 이로움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도 알려준다. 현직 초등교사들이 주제를 선정하고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게 구성해 주제통합 학습이 가능하다. 현장성과 교육과정 연계성이 높은 점도 특징. 페이지마다 ▲인성 ▲지성 ▲감성 ▲창의 등 핵심역량을 표시해 교육과정 재구성에도 활용할 수 있다.책 뒤쪽에는 방학 과제로 제출할 수 있는 ‘자유탐구 보고서’ 양식이 수록돼 있다. ▲토론 논술 기록지 ▲실험보고서 ▲관찰보고서 등 필요한 양식을 선택해 활용하면 된다. ‘창의체험 탐구생활’은 시리즈로 발간될 예정이다. 동영상 강의도 들을 수 있다. 다음 달 3일부터 28일까지 4주간 EBS2와 EBS플러스2에서 30분씩 방송된다. 방송 후에는 EBS 홈페이지와 유튜브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한편, 초등학생들의 여름방학을 책임지는 ‘EBS 초등 여름방학생활’도 출간됐다. 방송을 본 후 배운 내용과 느낀 점을 정리할 수 있는 방송기록학습장과 책 속 부록도 담겼다. 방송은 8월 3일부터 14일까지 방영된다. [창의체험 탐구생활 EBS방송 프로그램 시간표] 방송기간 2020. 8. 3~ 2020. 8. 14 EBS플러스2 EBS 2TV 월 화 수 목 금 13:00-13:30 19:00-19:30 EBS 창의체험 탐구생활 1권 잘 먹고 잘 싸는 법 방송기간 2020. 8. 17~ 2020. 8. 28 EBS플러스2 EBS 2TV 월 화 수 목 금 13:00-13:30 19:00-19:30 EBS 창의체험 탐구생활 1권 잘 먹고 잘 싸는 법 2차 방송 13:30~14:00 19:30~20:00 EBS 창의체험 탐구생활 2권 어쩌다 동물탐험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서울 대원·영훈국제중 학부모와 졸업생, 학생들이 연일 서울시교육청의 특성화중 재지정 취소를 반대하고 있다. 학부모 80여명은 14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집회(위 사진)를 갖고 서울시교육청의 특성화중 재지정 취소 처분에 동의하지 말아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집회 후 학부모 탄원서와 졸업생 성명서 등을 교육부에 전달했다. 두 학교 학부모들은 “서울교육청은 국제중 폐지라는 답을 이미 정해두고 공정한 평가 절차를 무시한 채 지정 취소를 결정했다"며 "교육부가 무너진 공정성을 다시 바로 잡아달라"고 했다. 이어 ”정치적 이념을 앞세워 국제중 폐지에만 몰두하려는 서울교육청의 태세가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서울교육청은 평가 지표 선정위원회 회의록도 없이 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 졸속으로 심사를 마쳤다. 교육부가 직접 나서서 서울교육청의 국제중 운영성과 평가 과정을 공정한 기준으로 헤아려 재지정 취소 동의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달라“고 강조했다. 대원국제중 1기 졸업생도 이날 성명서를 발표하고 “절차 상 하자가 있는 처분을 거두어주기 바란다”며 “이번 국제중 폐지 결정은 그 절차가 올바르지 못할뿐더러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은 교육만을 강요하고, 나라의 경쟁력을 잃어버리게 하는 획일적이고 단편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이들은 “국제중의 국제화 교육은 나라의 자산이다. 국제중은 사교육 조장이나 입시 엘리트 코스와 무관하고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14일부터 20일까지 학부모들과 함께 서울교육청 앞에서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대원국제중 학생회도 재지정 취소를 반대하는 영상물을 만들어 공유했다. 학생 40여명은 서울교육청의 처분에 반대하는 뜻을 약 7분 길이의 영상물에 담았다. 이들은 “우리 학교는 세간의 편견과 달리 교사들의 열정으로 학생들이 자기주도적 발전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곳”이라며 “교육의 분야는 정치적 이념이나 소수의 사상적 이념의 이상 실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등 의견을 내놨다. 서울교육청은 지난 8일 대원·영훈국제중의 재지정 취소 동의를 교육부에 요청했다. 교육부가 동의할 경우 이들 학교는 내년부터 일반중으로 전환된다. 교육부는 요청을 받은 50일 내에 동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재지정 취소 동의가 결정될 경우 두 학교는 법적 조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국교사학회 소속 교사들이 청소년들을 위한 추천도서 목록을 제작했다. 진로영역에 맞는 책을 선별한 ‘한 학기 한 권 읽기’ 시리즈다. 이번에는 ‘의생명 편’이다. 의생명 편은 수학·과학 중심 사고에 익숙한 청소년들이 인문학에 대한 이해와 사회제도, 법률 등에 대해 폭넓고 심층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안내한다. 크게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수학 등 4개 영역으로 구성했다. 저자들은 최신 서적을 중심으로 책을 선별해, 데이터 분석형 사고를 기르는 한편, 미래의 의료인들이 갖춰야 할 필수 역량을 갖추게 돕는다. 소개한 책마다 독후 활동을 곁들여 학생 스스로 생각과 감정을 정리할 수 있다.
코로나19 자가격리, 유증상 학생 등에 대한 수능 응시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또 수능 대리 시험을 막을 지문 판독시스템 도입 등 기술적 보완방안과 함께 수능 감독관의 근무환경 개선 방안도 조속히 검토해 학교 현장의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교총은 1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1학년도 수능시험 방역대책 마련 및 감독 교사 지원 요구 건의서’를 교육부에 전달했다. 코로나19의 지역 감염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능시험을 예정대로 별 탈 없이 치를 수 있을지 우려하는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했다. 교총은 건의서를 통해 “수능시험 당일 수험생이 코로나19로 인해 자가격리에 들어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면서 “격리 시험 공간 마련 등 상황에 따라 학생들의 수능 응시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미리 대책을 세우고 안내해 학생, 학부모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험 당일 유증상을 호소하는 학생이 있을 경우, 수능 감독교사가 감염 또는 자가격리 될 경우 등 발생 가능한 문제도 사전에 고려해 수험생에게 피해가 없는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교실 당 수험생 밀집도 최소화 ▲신속한 발열 체크를 위한 준비 ▲고사장 별 의료진 및 방역 요원 배치 등 시험 당일 종합 방역대책을 수립해 비상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능 대리 시험 응시 사건에 대해서도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교총은 “공신력이 생명인 수능에서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지금처럼 감독관의 육안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완벽한 식별이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문 판독이나 홍채 인식 시스템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능 감독교사의 근무환경 개선도 요청했다. 현재 수능 감독관 지침에는 ‘정위치에서 움직이지 말고 감독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교총은 “길게는 4, 5시간 이상 한 자세로 서 있는 게 고통스럽다는 교원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키 높이 의자를 제공해 시험 감독의 효율성을 높이고, 감독관 1인당 2개 교과 이내에서 감독하게 하는 등 최소한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중국대련한국국제학교에서 근무하는 김현진 교사가 쓴 중국 이야기다. 인천 지역 학교에서 20년을 근무하고 재외한국학교에 관심이 생겨 중국으로 떠났다. 가족과 함께 중국 곳곳을 여행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소개한다. 한 번쯤 가봤을 법한 중국이지만, 현지의 일상과 정서를 오롯이 담아낸다. 이를 바탕으로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려 노력한다. ▲역사 왜곡 현장에서 생각하는 대한민국 ▲岳飛 ‘하나의 중국’ 걸림돌(?)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중국 ▲신 실크로드와 중국몽(中國夢)을 위한 교육 재정 확대 등 교육자의 시각으로 바라본 중국의 모습도 인상 깊다. 현지 가이드가 여행객에게 설명하듯 생생하고 친절한 문장이 특징이다.
경기도 여주시 금당초등학교(교장 김경순)에서는 6월 29일부터 7월 3일까지 5일간 주기집중형 계절학교를 진행하였다. 주기집중형 계절학교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 중 동아리 시간을 일주일 동안 집중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학생들이 한 가지 분야에 대한 실력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올해는 ‘레고’와 ‘도자기’ 강좌를 열고 전문 강사님들을 직접 학교로 모시면서 학생들이 더욱 수준 높은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사전에 학생들이 직접 듣고 싶은 강좌를 선택하고 그 강좌를 들을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학생들이 자신이 선택한 수업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레고’ 수업은 1~2학년 학생들과 6학년 학생 한 명으로 수업이 이루어졌다. 단순히 레고를 조립하는 것이 아니라 지렛대의 원리, 회전의 원리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레고 에듀케이션 수업이 이루어지면서 공부와 재미가 함께 어우러지는 시간이 되었다. 1학년 학생은 “레고가 너무 재밌어요, 계속 수업을 들었으면 좋겠어요”라며 계절학교 수업에 굉장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도자기’ 수업은 2~4학년, 5~6학년으로 총 두 개의 반으로 나누어 수업을 진행하였다. 먼저 2~4학년은 도자기에 관한 기본 수업을 들은 후, 도자기 캔들 홀더, 도자기 방향제, 도자기 시계, 핸드페인팅 접시를 만들었다. 이 모든 만드는 과정이 선생님이 정해주는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닌 디자인 단계부터 학생들이 생각이 듬뿍 담긴 도자기를 만들었다. 학교에 비치된 태블릿 PC를 각각 한 대씩 이용하여 자신이 만들고 싶은 모양을 직접 찾아보고, 스케치하고 그 모양대로 만들었으며, 자신이 원하는 모습의 도자기를 만들며 학생들이 더욱 흥미 있게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다. 4학년의 한 여학생은 “도자기를 처음 만들어 봤는데 이렇게 힘들지 몰랐어요. 하지만 끝까지 해내서 너무 기쁘고, 도자기 만드는 실력이 는 것 같아 너무 기뻐요. 다음번에도 도자기 수업을 또 듣고 싶어요”라며 도자기 수업에 대한 굉장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5~6학년은 도자기 화분, 조명, 옹기, 캐릭터 접시 등 매우 많은 작품을 만들어냈다. 단순히 작품을 만들기보다는 우리나라의 역사와 연관 지어 작품을 만들어내며, 학생들의 역사적 지식도 함께 키워나가는 수업이 되었다. 5~6학년은 조금 더 섬세한 작업을 하며 도자기 작품을 만들어 내어 학교 선생님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도자기 선생님께서는 5~6학년 친구들이 굉장히 열심히 참여하여서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며 뿌듯함을 보이셨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있었지만, 학교 선생님과 강사 선생님의 끊임없는 노력 덕분에 계절학교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강사 선생님께서 학생들에게 열심히 수업 해주셨으며, 그 속에서 학교 선생님들이 모든 학생이 수업을 따라갈 수 있게 옆에서 전폭적으로 도와주셨다. 매년 한 학기에 한 번씩 진행되고 있는 계절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져 가고 있다. 벌써부터 학생들은 겨울에 진행될 계절학교 때는 어떤 수업을 듣게 될지 궁금해하며 기다리고 있다.
2018년 3월 내가 전근 가게 된 곳은 경남 지역에서 다문화 학생이 가장 많은 농어촌 학교, 진영금병초등학교였다. 생김새는 조금 다르지만 새로운 선생님을 바라보는 호기심 어린 눈빛만큼은 누구보다 순수하고 여느 또래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그런 다문화 학생들이 많은 학교에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2017년 7월 말 한국으로 전학 온 은혁이는 중국에 살았기 때문에 한국말을 쓴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당연히 한국어 발음이 서툴렀고, 학기 초 짓궂은 학급 친구 몇 명이 어눌한 말투를 장난삼아 따라해 자존심이 강한 은혁이는 거부감을 표현하곤 했다. 그러다 몇몇 친구들과 다툼이 심해지다 보면 아이들은 중국인을 비하하는 ‘짱깨’라는 말을 사용하기까지 했다. 자신을 향한 놀림과 언어의 장벽에 부딪히며 은혁이의 자존심에 많은 상처가 생겼다. 더욱이 마음 아픈 것은 은혁이는 또래 학생들보다 나이가 1살 많았다. 그런 은혁이의 상처 난 마음이 보이기 시작하자 선생님으로서 그냥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었다. 나는 은혁이의 한국어 공부를 돕기 위해 상처난 자존심 회복부터 시작했다. 수업 중간에 한국어를 은혁이에게 한 번씩 중국어로 말하도록 하였다. 중국어로 유창하게 번역할 때마다 반 친구들은 부러워 하였고, 은혁이의 한국어 실력도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다. 은혁이와 시간을 보내면서 은혁이가 발명가의 꿈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알게 됐다. 나는 은혁이의 진로를 위해 무엇을 더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교육부에서 온 특별한 공문을 보게 되었다. ‘영재 키움 프로젝트’였다. 영재성은 있으나 다문화 학생과 같은 교육 소외계층으로 일반적인 영재교육을 받을 수 없는 학생을 선생님이 제2의 부모가 되어 새 교육과정을 구성하여 영재성 발현을 돕는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그 공문을 보자마자 바로 은혁이를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조건을 보며 망설이게 되었다. 선생님이 1년에 56시간 이상을 그 학생을 위해 특별한 학교 밖 교육과정을 구성하여 함께 해야 했고, 이 프로젝트는 그 학생이 고3 졸업할 때까지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두 자녀를 둔 아빠이기도 한 내가 과연 평일은 물론 주말, 방학까지 그런 시간을 낼 수 있을지 큰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제2의 부모라는 수식어에 부끄럽지 않은 선생님이고 싶었기에 은혁이의 ‘둘째 아빠’가 되기로 결심하고 영재 키움 프로젝트를 신청하게 되었다. 프로젝트 시작 후 나는 은혁이의 진로를 위한 주말 프로그램도 짜기 시작했는데 그 첫 진로 지도의 시작은 대학 탐방이었다. 그래서 발명이나 특허 관련 과가 있거나, 은혁이가 현실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교를 선정하여 주말 동안 수많은 전국의 대학을 탐방하기 시작하였다. “선생님, 이 대학 너무 좋아요, 나중에 진짜 오고 싶어요. 데려와 줘서 고마워요!” 연세대학교의 아름다운 교정의 모습을 보며 주먹을 불끈 쥔 채 말하던 그때의 은혁이의 모습과 반짝이던 눈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쉽지 않은 프로젝트를 결심하고 시작했지만, 은혁이가 이 과정을 통해 선생님인 나도 다 헤아릴 수 없을 값진 경험과 발명 영재에 대한 큰 동기부여를 얻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은혁이가 어떻게 하면 한국어를 빨리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끝에 한국 영화를 같이 보기로 하였다. 한국 영화는 은혁이의 한국어 발음 및 독해와 언어 이해에 자연스럽게 도움이 되었다. 자주 영화를 본다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나아지는 은혁이의 한국어 실력과 반 친구들과의 관계도 확연히 좋아지는 계기가 되었다. 은혁이의 문화 체험은 음악회, 뮤지컬, 북 콘서트 등 다양하였다. 뮤지컬을 보면 나보다 대사를 더 잘 이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방면의 문화생활이 은혁이의 한국어 이해와 독해력, 그리고 정서적 즐거움 등 큰 효과을 주고 있다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 지금 은혁이는 부모님과 시간을 많이 보내기 힘든 사정이 있다. 2018년 8월 은혁이에게 뒤늦게 동생이 태어났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낯선 땅에서 출산 후 산후조리와 육아를 다시 하고 있고, 아버지는 직장에서 벌이를 해야 하다 보니 은혁이는 주말이나 방학 동안 집에 혼자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 공백을 둘째 아빠인 내가 함께 채워 주어야겠다는 생각에 여러 활동을 함께 하며 추억을 쌓아갔다. 맞춤형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일주일에 한 번은 방과 후에 남아 둘이서 은혁이가 좋아하는 발명 공작 활동도 하였고 1:1 멘토링을 통해 은혁이의 발명 영재성 신장을 도왔다. 주말이면 은혁이랑 반의 친구들과 함께 과학관과 여러 공원도 다녔다. 덕분에 학기 초 은혁이를 ‘짱깨’라고 놀리던 친구들도 지금은 은혁이와 절친이 되었다. 생각해 보면 교우관계도 선생님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됐다. 2018년 우리는 ‘불조심 어린이 마당’이라는 새 도전을 시작했다. 전국 5학년 희망 학급 학생들이 안전에 대해 공부하고 시험을 쳐서 반 평균 점수로 등위를 정하는 대회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이 대회는 반 평균으로 등위를 정하다 보니 은혁이 같이 특별한 다문화 학생의 경우 반 평균에서 제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은혁이에게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주고 싶었기에 은혁이를 제외하지 않고 함께 도전하기로 했다. 공부하면서 은혁이가 모의고사에서 계속 낮은 점수를 받아 어려움도 있었지만 은혁이가 한국어 공부와 안전 공부를 함께 열심히 하여 경남 예선에서 100점을 받아 우리 반이 경남 1등, 전국 3등을 하게 되었다. 전국대회에서 은혁이를 다문화 학생으로 제외했다면 전국 1등도 가능한 점수였지만 우리 반 모든 친구들은 은혁이의 도전에 함께 기뻐했고, 이 도전을 통해 은혁이는 또 한 번 큰 자신감을 얻었다. 또한 나는 은혁이가 자신만의 마술을 발명하여 공연을 하며 자신감을 얻게 했다. 학교 학부모 행사에서, 여러 선생님들 강의 및 지역 행사 등에서 은혁이가 자신이 발명한 마술을 공연하면서 발명 영재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학교 도서관에서 실시한 학부모 행사에서 은혁이가 마술을 자신의 부모님 앞에서 공연할 때이다. 그날은 은혁이도, 은혁이 어머님도 많이 울었다. “한국말로 마술 공연을 하는 은혁이를 보니 눈물이 나요. 괜히 한국에 데려와 고생시키는 것 같아 마음 아픈 적이 많았는데, 선생님 덕분에 이제 걱정 안 해요. 은혁이가 정말 아버지 같은 선생님을 만나 많은 기회 얻었어요. 고맙습니다. ”울먹이는 어머니의 말이 아직도 귓전에 맴돈다. 지금도 은혁이는 주말이면 아동 보육 시설·장애인 시설·노인복지시설에서 열심히 마술공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은혁이가 다문화 학생으로서 사랑을 받았다면 이제는 자신의 장점인 과학 마술 재능 기부 봉사를 통해 받은 사랑을 나누어 주고 있다. 내가 은혁이를 처음 만났을 때 그 아이를 대하는 내 마음의 시각은 ‘돌봄’이었다. 다문화 학생에, 놀림을 당하다 보니 자연스레 돌봄을 통해 다른 친구들과 학급에서 똑같이 어울릴 수 있도록 해야 했다. 그러다 은혁이가 여러 체험과 도전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서 내 마음의 시각은 ‘지켜봄’으로 바뀌었다. 내가 먼저 나서서 은혁이를 돕지 않고 그저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지켜보며 도움이 필요할 때만 잠시 도와주면 됐다. 이제 여러 사회복지시설에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로 마음을 다 해 봉사활동까지 하는 은혁이의 모습을 보면 ‘홀로서기’의 단계가 된 것 같다. 스스로 대부분의 것을 할 수 있고 오히려 이제 남들에게 도움을 주는 입장이 된 것이다. 이런 은혁이의 모습이 진정한 성장의 모습인 것 같아 선생님인 나에게도 아이를 대하는 마음의 시각변화와 성숙을 가져다주었다. ‘2018년 경남 청소년 자원봉사 대회 여성가족부 장관상’, ‘한국정보화진흥원장 표창’, ‘한국어 작문 연습을 위한 선플 달기를 통한 명지대학교 총장상’… 은혁이가 2018년 한 해 동안 이루어 낸 성과의 기록들이다. 이런 큰 상들이 아니어도 은혁이와 내 마음속에 쌓인 성과의 추억들은 다 나열할 수 없이 어마어마하다. 함께 해 온 추억과 애틋한 관계가 정직하게 쌓여 한 아이의 인생 속에서 고스란히 녹여져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처음 ‘영재 키움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고민하던 때를 가끔 떠올려 본다. ‘그때 내가 포기했더라면, 지금의 은혁이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은혁이라는 다문화 학생을 대하는 다른 반 아이들의 모습은 또 지금과 어떻게 다를까?’하고 말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지 않은가? 요즘처럼 사제지간의 불신과 삭막한 학교 현실이 일반적인 시대에 더더욱 자주 떠올리게 되는 말이다. 교사 한 사람, 아니 나 한 사람이 교실 속 한 아이에게 제2의 부모, 둘째 아빠, 엄마가 되어주어야겠다는 작은 결심만 있다면 우리 교실 속 아이들은 모두 국적, 나이, 성별, 빈부에 관계없이 내 가족이 될 수 있으며, 행복한 꿈을 꾸는 아이로 자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나 역시 은혁이를 통해 더 굳건히 갖게 되었다. 지난 이년 간 내가 은혁이에게 여러 동기부여와 새로운 기회를 주었던 것이 아니었다. 은혁이가 나를 그저 단순한 선생님이 아닌, ‘제2의 부모’처럼 아이들과 보다 많은 추억과 깊이 있는 관계를 쌓아갈 수 있는 선생님으로 성장하게 만들어 준 것이다. 나는 이렇게 아이들의 ‘둘째 아빠’로 함께 성장하고 있다. ------------------------------------------------------------------------------------------------------------------ 2020 교단수기 공모 - 은상 수상 소감 너희들이 이해하고 마음을 같이해주어 함께할 수 있었다고… 교단 수기 당선 소식을 전해 듣고 처음 드는 생각은 ‘책임감’이었다. 교육부에서 소외계층 영재 학생들을 발굴하기 위해 2018년 시작했던 ‘영재키움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은혁이와 참 행복한 2년을 보냈다. 은혁이와 나의 이야기는 ‘영재키움 프로젝트’ 우수사례가 되어 올해 한국교육개발원과 협력하여 다큐멘터리도 촬영하였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은혁이와 은혁이 어머니가 선생님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 진심을 더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은혁이와 은혁이 어머니에게 지금 나는 ‘고마움’ 그 이상이다. 그 ‘고마움’ 이상의 마음은 한국 교육 현실을 잘 모르시는 중국인 아버지, 어머니가 채워줄 수 없는 빈 공간을 계속 채워주어야 하는 ‘묵직한 책임감’으로 나에게 더 가슴 깊이 다가와 자리 잡게 되었다. 올해 은혁이는 중학생이 되어 학교급이 달라지지만, 난 ‘영재키움 프로젝트’를 통해 중학생인 은혁이와 계속 함께하기로 결심하였다. 그러고 보니 이제 겨우 ‘제2의 부모 되기 프로젝트’ 2년을 마쳤고, 은혁이가 고 3이 되는 때까지는 앞으로 6년이 더 남았다. 앞으로 3년 후, 6년 후 은혁이가 고등학생, 대학생이 될 때도 지금처럼 선생님을 고맙게 생각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은 특별히 2018년, 2019년 나의 제자들에게 이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난 은혁이의 선생님만이 아닌 2018년 5학년 9반, 2019년 5학년 4반 모두의 선생님이었고, 그 아이들이 은혁이와 내가 함께하는 시간들을 더 많이 이해해 주고, 같이 도와주었기에 지금의 은혁이를 가능하게 했다. 오늘 18년, 19년 학급 문집을 다시금 펼쳐보며 2년의 추억을 회상해본다. 그리고 오늘은 은혁이가 아닌 그때의 그 친구들에게 새삼스레 감사의 마음을 전해본다. 너희들이 이해하고 마음을 같이해주어 선생님이 은혁이와 이렇게 함께할 수 있었다고..., 그리고 선생님은 너희들 모두의 선생님으로 계속 기억되고 싶다고...
매년 증가세… 재범률도 늘어나 가해자, 청소년·20대 가장 많아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최근 경남 김해와 창녕에서 교사들이 학교 여자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사실이 드러나고 창원에서도 중학생이 초등학교 여자화장실에서 불법 촬영을 하다가 붙잡혀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4년 동안 교내에서 불법 카메라를 이용해 발생한 범죄 횟수가 45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4년간 학교 내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 발생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총 451건의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도별로는 2015년 77건, 2016년 86건, 2017년 115건, 2018년 173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였다. 지역별로는 학교가 많은 경기(136건)와 서울(73건)에서 발생한 사건이 가장 많았다. 촬영기기의 상용 보급화에 따라 학교 내 몰카 촬영범죄도 늘어가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학교 등을 포함한 카메라촬영 범죄 가해자의 연령대는 19세 미만 청소년들과 20대가 많았고, 증가 폭이 다른 연령대보다도 두드러졌다. 소년범(19세 미만)의 경우 2015년 연간 411명에서 2018년 885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20대의 경우도 2015년 연간 1550명 선에서 2018년 2044명으로 2000명 선을 넘었다. 20대는 모든 연령대 중에 가장 많은 가해자 수를 보였다. 사건발생이 많아지며 연간 검거 인원도 많아졌다. 2015년 연간 검거 인원은 3961명이었으나, 2018년은 5497명으로 크게 늘었다. 동종재범자의 재범률 증가도 큰 문제다. 같은 기간 카메라 등 이용촬영 범죄의 재범률은 2015년 6.3%에서 2018년 8.4%로 늘었다. 박찬대 의원은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안전한 학교환경을 만들기 위해 학교 내 불법 카메라 설치 상황 점검을 주기적으로 진행하는 한편, 디지털 성범죄 예방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해 카메라 이용한 촬영 범죄 발생률을 낮추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 교실을 위한 법·제도 개편 박차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최형두 미래통합당 의원은 15일 국회 의원회관(제7간담회의실)에서 부처, 학계, 산업계 등 현장 전문가들과 함께 ‘스마트교육 관련 법 개정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스마트교육법’은 최형두 의원이 국회의원 후보 시절부터 1호 법안으로 공약해 왔던 것으로, 7일 그 일환으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최 의원은 “전쟁 때도 멈추지 않았던 교육이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정지됐다”며 “의사소통도 전혀 되지 않는 특강 시청 형태가 아니라 교사와 학생이 얼굴을 보고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학교수업을 온라인 쌍방향 수업으로 바꾸는 획기적인 전환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오는 전문가 간담회는 계보경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정책연구부장의 사회로 진행되며, 장시준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디지털교육정책본부장이 ‘디지털 전환을 통한 교육혁신 방안과 과제’를 주제로, 정훈 러닝스파크랩 대표이사가 ‘데이터기반 국내외 스마트교육 우수사례’를 주제로 각각 주제발표 한다. 아울러 이상범 교육부 기획담당관실 팀장, 유인식 유비온 글로벌센터 상무이사가 각각 지정토론을 맡는다. 또 삼성, 구글코리아 등 산업계 관계자, 학계 전문가, 학교 교사 등 관련 전문가 그룹 10여 명이 1시간 가량 집단토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토론에는 김동건 창덕여중 정보부장, 김정은 삼성전자 프로, 박인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정재훈 구글코리아 변호사, 임철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등이 참석한다. 최형두 의원은 스마트교육법 추진과 관련해 “온라인 양방향 수업을 위한 매뉴얼은 이미 많이 나와 있다”며 “자녀 교육 문제로 마산 같은 지방 도시에서는 외지 전출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런 시대는 끝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인구가 급감하는 시대에는 학생 한명 한명의 소중한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최 의원은 학생별 맞춤형 1:1 스마트 교육을 위한 법·제도의 근거를 마련해 교육 현장 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간담회 참석 전문가들에게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당부할 예정이다.
우기입니다. 장맛비는 우수수 내리다 그치고 다시 내리기를 반복합니다. 아파트 앞 화단에 일곱 그루의 배롱나무, 다섯 포기 참나리꽃, 노랑 꽃이 새치름하게 핀 각시원추리 두 포기, 여기저기 피어난 루드베키아가 비에 젖습니다. 창밖을 바라보며 비 내리는 화단 풍경에 눈을 맞추고 잠시 쉬다 글쓰기를 시작합니다. ^^ 아침 나절, TV를 켜니 유명 정치인의 죽음에 대해 설왕설래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정치인의 아들과 주변인들도 계속해서 보도자료로 생산되어 인터넷에 떠돌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과연 진실일까 하는 고민을 합니다. 일부 황색 언론이 선정적인 태도로 누군가의 삶에 대해 보도하고 있는 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까에 대해 생각합니다. 칠월의 독서 모임에서 함께 읽기로 한 책은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롬의 잃어버린 명예』입니다. ‘혹은 폭력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이 책은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폭력 즉, ‘언론의 폭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가정관리사로 성실하게 일하고 절약하여 아파트까지 소유하고 있는 스물일곱 살의 섬세하고 단정한 이혼녀 카타리나 블롬 개인의 명예는 언론의 폭력에 의해 처참히 짓밟히게 됩니다. 그녀는 그러한 결과를 가져온 신문 《차이퉁》의 기자를 살해하고 자수하게 됩니다. 이 소설은 시간 구조상 1974년 2월 20일 수요일부터 24일 일요일 닷새간의 사건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시간 구조가 회귀하기도 하고, 화자의 목소리와 증인의 진술과 조사 자료 등이 잘 드러난 보고서 형식의 구성을 취하고 있어 독자의 신뢰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 ‘명예(名譽)’라는 단어에 주목하였습니다. 사전적 의미는 ‘세상에서 훌륭하다고 인정되는 이름이나 자랑. 또는 그런 존엄이나 품위’입니다. 그러면 개인의 명예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한 개인이 이 사회나 다른 매체 등에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존엄이 아닐까요? 자신이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당연히 책임을 지고 그것에 대한 죗값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잘못한 사람만이 아니라 가족이나 심지어는 피해를 본 사람까지도 ‘신상 털기’를 당하게 됩니다. 이것은 ‘인격 매장’이 아닐까요. 이 소설에 등장하는 카타리나 블롬이 댄스파티에서 강도 용의자를 만나 첫눈에 사랑하게 되면서 언론과 경찰에 노출되고, 한 개인의 명예가 무참하게 짓밟히게 됩니다. 카타리나 블룸의 이야기를 읽으며 이것이 낯설지 않은 것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타인의 명예를 존중하지 않는 사회는 결코 아름다운 사회가 아닐 것입니다. 개인과 사회가 서로를 신뢰하고 존중하는 매체를 만들기 위해 저부터 노력해야겠습니다. 비 그친 화단에 배롱나무 가지가 바람에 흔들립니다. 빗방울이 잎새에 맺혀 빛나는 보석같습니다. 아름다운 주말 오후입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여름살이 되십시오. 『카타리나 블롬의 잃어버린 명예』, 하인리히 뵐 지음, 김연수 옮김, 민음사,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