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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최근 대선정국을 맞아 대권후보자들의 학제개편 논의가 잇따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아젠다 선점용으로 명분 확보는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우리 교육의 문제가 과연 학제 때문인지에 대한 공감이 부족하고, 엄청난 여파를 해소할 대책이 모호해 정략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18세 선거권 ‘해결용’ 방안으로 거론하는 정치권을 보면 교육이 또다시 정치논리에 의해 재단되는 것 같아 씁쓸하기까지 하다. 현행 학제는 1950년 초 제정된 이후 다양한 변화 양상에도 불구하고 대응 논리를 정립하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새로운 정권 때마다 교육의 새 판짜기는 화두가 됐지만 말잔치로 끝났다. 정치권 중심의 논의에 그쳤기 때문이다. 학제개편은 시대적 과제이고 사회 전 분야에 파급력이 매우 큰 교육정책이다. 따라서 교육계가 중심이 돼 교육적 논의를 형성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현행 학제가 미래사회 변화에 적합한지, 교육문제 해소의 걸림돌은 아닌지 점검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이해관련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해법과 단기에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사전 준비 및 실행방안이 수반돼야 한다. 따라서 학제개편은 조급하게 정해진 기간 내에 결론을 도출하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차분히 준비하고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미리 짜 놓은 경직된 구조물에다 가구를 맞추려 하지 말고, 살림에 필요한 가구를 먼저 준비해 놓고 그것을 배치하는 데 필요한 집을 지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것이 교육과정 중심의 학제개편이다. 그리고 국정책임자의 교육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 교육은 경제 논리와 정치 공학으로 포장돼 교육의 참된 가치를 상실해 가고 있다. 교육은 백년대계이고 만사의 근본이다. 학제개편 논의가 정치권의 찻잔 속 태풍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갈 교육 담론으로 이어지려면 전문적 식견과 통찰력을 갖춘 교육대통령이 선출돼야 한다.
능력중심사회 구축을 제1과제로 삼아 ‘고졸 취업문화 확산’에 앞장서온 교직원, 유관 기관, 기업 담당자들이 정부 표창을 받았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6년 중등 직업교육분야 유공자 228명 중 10명을 표창하고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중 신동신 전북교육청 장학관, 심상철 강원 삼척마이스터고 교사, 이용승 경기 양영디지털고 교사는 ‘고졸 취업’에 누구보다 앞장선 공로를 인정받았다. 신 장학관은 한 학교가 여러 기업을 찾아다니며 구직활동을 하는 것에서 벗어나 ‘역발상 취업박람회-기능인재 취업한마당’을 추진해 특성화고와 기업 간 교류·소통의 장을 열었다. 도내 특성화고·마이스터고 29교가 기업인을 직접 초청해 자신들이 어떤 기능인재인가를 적극 알리는 식의 거꾸로 취업박람회를 진행한 것이다. ‘기업인 초청 기능인재가 준비한 특별한 만찬’이라는 이색행사를 열기도 했다. 이 행사에서 학생들은 직접 식재료를 재배하고(농업), 조리하고(가사), 홍보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상업), 성과물 전시까지(공업) 한 눈에 보여줄 수 있었다. 또 창업아이템을 상품화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특성화고 창업한마당’을 기획하는 등 실질적인 창업지원 프로젝트를 운영했다. 신 장학관은 "역발상 취업박람회로 모든 특성화고를 기업에 홍보할 수 있었고, 특별한 만찬에 참석한 기업인 모두 훌륭한 행사를 직접 마련한 학생들의 열정에 감동했다"며 "새로운 취업지원 프로젝트를 계속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 교사와 이 교사는 각각 마이스터고 인재 육성, 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s·국가직무능력표준) 기반 교육과정 구축 등 새롭게 도입된 제도를 현장에서 잘 뿌리내리도록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 교사는 ‘취업명품학교’를 간판으로 내건 마이스터고 취지에 맞게 실력은 물론 인성, 적응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맞춤형 교육을 구축했다. 이를 위해 예절교육과 ‘바른말 고운말 시상’을 정기적으로 열고 ‘나의 꿈 나의 미래 설계’ 등 자존감을 높이는 교육방식도 도입했다. 지난해부터는 학생들의 정직, 청렴도 향상을 위해 ‘무감독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또 방과후학교에서 ‘취업명품반’을 운영하며 자기소개서 작성, 모의면접을 통한 취업 지원에 나섰다. 심 교사는 "인성을 중시하는 정문옥 교장선생님의 방침대로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인생이 달린 중요한 시험을 이런 방식으로 치른 아이들은 더욱 당당해졌다"며 "인성교육의 끝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 교사는 전국에서 세 군데에 불과한 NCS시범학교, 고용노동부 시범사업을 동시에 운영하며 기존 교과서 중심의 교육과정을 ‘능력단위’ 중심으로 재편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 교사는 학년별로 이론, 실습, 응용 단계로 진행되는 기존 교육과정을 능력단위 중심으로 변경했다. 예를 들어 기업에서 처음 입사한 사원이 간단한 업무를 맡다 숙련되면 더 복잡한 일을 맡고, 최종에는 전체 시스템을 총괄하는 식의 현장중심 교육으로 바꿔나가는 식이다. 그러나 정부의 NCS 능력단위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 진행될 사항을 예상해 진행하는 방식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는 "거의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며 "초창기에는 기업들이 잘 도와주지 않아 매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이 교사는 정규수업 외에 방과 후 ‘NCS 학생연구회’, ‘숙련기술 전수 프로그램’ 등도 운영해 고졸취업이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교원들의 이 같은 노고에 대해 이 부총리는 "직업교육은 청년실업과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소하는 단초이자 능력중심사회를 구현하는 동력"이라면서 "중등 직업교육 활성화를 위한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국 시‧도 교육연수원이 운영하는 교원 연수에 ‘힐링’이나 문화‧예술 관련 프로그램이 ‘노는’ 연수라는 인식에 떠밀려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이 미래 인재에 요구되는 창의‧융합교육을 이끌기 위해서는 체험 중심의 다양한 연수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따른다.인천시교육연수원은 교원들의 요구를 반영해 퇴직자 연수와 템플스테이, 문화‧역사‧철학 관련 연수를 운영해왔지만 몇 년 새 관련 강좌가 점점 줄어 올해는 거의 대부분 폐강됐다. 경기도교육연수원도 인문학 강좌와 저녁시간 예술 공연을 하는 문화산책 프로그램을 운영해왔지만 최근 시수가 크게 줄었다.가장 큰 원인은 문화‧힐링 연수를 이른바 ‘노는 연수’로 바라보는 인식과 관련 예산의 삭감 때문이다. 인천시교육연수원 관계자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교사들이 노는 연수를 한다는 지적을 받아 예산이 깎여 힐링, 퇴직자 연수가 없어진 것”이라며 “전문성 신장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를 마련해도 비판을 면하기 힘든 사회적 분위기가 안타깝다”고 말했다.전남교육연수원 관계자는 “교육부가 요구하는 필수 연수를 편성하면 힐링‧문화 관련 연수는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며 “그나마 위탁으로 운영했던 힐링 프로그램도 예산이 삭감돼 올해 접었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사들이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려 해도 예산과 사회적 분위기 등을 이유로 좌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인력도 계속 감축되는 상황이라 현상 유지도 벅차다”고 덧붙였다.강원, 경남, 대전 등은 힐링이나 문화‧예술과 관련된 단독 연수가 아예 없고 전체 연수 중 1~2시간 정도를 할애하고 있을 뿐이다. 대전시교육연수원 관계자는 “교원 전문성 신장에 초점을 두는 것이 연수원의 본질적인 기능이기 때문에 문화‧예술 연수는 최소화 하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며 “하지만 최근 교원 정신건강이 문제가 되는 만큼 다양한 연수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고 말했다.교사들은 이들 분야의 체험형 프로그램을 늘려 연수의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A중 교사는 “자유학기제, 방과후학교는 물론, 창의‧융합수업까지 수업방법에 다양한 변화가 요구되고 있고, 학생들의 체험형 수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오히려 변화를 이끌어갈 주인공인 교사들의 선택권이 줄어드는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전남 B초 교사도 “연수를 받고 오면 한 두 가지 씩 학교 현장에서 꼭 적용하고 있다”며 “교사가 경험을 많이 해야 아이들에게도 좋은 경험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반면 서울, 대구의 경우 힐링‧문화 연수가 지속적으로 운영해오고 있다. 교육감과 연수원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서울시연수원 관계자는 “교사들의 소진된 에너지를 회복시켜주는 것이 수업기술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본다”며 “회복력지원 연수, 감정코칭 등의 과정을 독립적으로 운영 중이며 강화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연수원은 ‘에듀힐링’이라는 특화 프로그램과 문화‧예술 연수를 운영하고 있지만 ‘쉬러 가는 연수’라는 사회적 비판 때문에 계속적인 확대는 어려운 상황이다. 연수원 관계자는 “전문성 신장과 다양성 모두 잡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연수 내용을 보완하고 사회적인 의심을 불식시켜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초청받지 않은 졸업식장을 찾아 얼굴을 알리려는 일부 정치인들로 학교가 곤혹을 겪고 있다. 경기 A초 교장은 최근 한 국회의원 측으로부터 “축사 동영상을 보낼테니 졸업식장에서 보여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여러 학교의 졸업식 날짜가 겹쳐 직접 참석할 수 없으니 영상물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교장은 참석 요청을 한 적도 없는데 이같은 연락에 당황했다. 졸업식 일정상 동영상을 보여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거절했지만 마음은 찜찜했다. 그는 “동영상까지 만들어 더 많은 학교에 자신을 알리려는 것으로 보여 좋지만은 않다”며 “학교가 원하지도 않는데 정치인들이 얼굴 알리기로 학교 행사를 이용하는 것은 고쳐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졸업식 전날이나 당일에 참석 여부를 통보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경기 B초 교장은 외부에 졸업식 초청장도 보내지 않았다. 그러나 졸업식 전날, 국회의원이 참석할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졸업식장에서 국회의원에 대한 소개가 이뤄졌고 축사까지 하게 되면서 당초 일정이 변경됐다. 인근 C초는 졸업생에 대한 대외상을 일절 안받기로 하고 초청장도 보내지 않았지만 졸업식 5일을 앞두고 국회의원이 참석하겠다고 알려왔다. 하지만 졸업식 당일 불참 연락을 받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 학교 교장은 “졸업식은 점점 아이들의 축제로 변화하고 있는데 정치인들은 옛날 관례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경남 E초 김모 교사는 “올해는 그나마 양호하지만 국회의원이나 지방선거가 있을 때는 졸업식장에서 명함을 나눠주거나 취지에 맞지 않게 지역, 학교 발전에 도움을 줬다고 연설을 늘어나 눈살을 찌푸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정치인뿐만이 아니다. 서울 F중 교장은 “최근 지역 공공기관장이 졸업식에 참석하겠다고 연락이 오고, 직원이 의전 문제로 학교를 찾아와 이것저것 요구해 부담스러웠다”고 밝혔다. 이같은 관행이 되풀이되다보니 선거관리위원회는 매년 졸업식 시기를 앞두고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안내 공문을 학교에 보내고 있다. 서울 D구 선관위 관계자는 “학교에서 정치인 참석과 관련해 선거법 위반 여부를 묻는 문의가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치인의 참석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기회를 이용해서라도 학교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교육 투자를 확대할 수 있기를 바라는 심정에서다. 서울 G중은 매년 시의원이나 구청장, 구의원 등이 참석해 학생들에게 대외상을 주거나 축사를 하고 있다. 이 학교 교장은 “학부모들이 많이 오니 정치인들이 얼굴을 알리는 목적도 있지만 이런 기회가 아니면 학교에 오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며 “최근에는 마을 교육공동체라는 개념도 강조되고 있는 만큼 이를 통해 학교에 관심을 갖고 지원도 해주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인천 H초 교장도 “졸업식에 참석했던 지역 의원이 학교 강당의 열악한 시설을 보고 교육 시설에 투자가 필요하겠다는 얘기를 했다”며 “정치인들이 학교 현장을 살피고 지원을 늘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대선후보자들이 4차산업혁명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산업혁명'은 “새로운 기술은 직종에 구분없이 노동의 본질을 완전히 뒤바꿔놓는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전한다. 로봇공학의 급속한 진보는 인간과 기계의 협업을 일상적인 현실로 만들 것이며 20년대 중반이 되면 90%의 뉴스는 알고리즘을 통해서 작성될 것이라는 단언도 한다. 2015년 3월 미디어 전략가인 톰 굿윈Tom Goodwin은 “세계에서 가장 큰 택시 기업인 우버는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가 없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페이스북은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소매업체인 알리바바는 물품 목록이 없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숙박제공업체인 에어비앤비는 소유한 부동산이 없다”는 기고문을 발표했다고 강조하며 디지털 플램폼의 경제성과 과학기술과 디지털화가 모든 것을 완전히 바꾼다는 것을 전제했다.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고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4차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금융분야의 인공지능 시스템도 가동 중이고 런던 지식연구소의 ‘인공지능이 1:1 맞춤형 학생교육 제안’과 함께 개인학습지도 로봇도 영국과 미국에서 이미 선을 보였으니 인공지능 로봇이 교사를 대체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측은 공연한 것이 아니다. 클라우스 슈밥이 제시한 노동대체 고위험군 직종에 교사는 없지만 인공지능의 무서운 발전을 볼 때 안심할 수 없는 일이다. 알파고 등장 이후 교육부는 2019년부터 초등학교는 17시간의 소프트웨어 교육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소프트웨어는 일하는 방식과 소통과 문화예술의 유통을 혁신시켰다. 우버, 에어비앤비, 알리바바 같은 혁신기업들과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같은 소셜미디어, 디지털 기술을 통해 세계 여러나라의 극장에서 상영되어 현지 오페라극장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재현해내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그 사례들이다. 영화 아바타의 제작에 3만5000대의 리눅스컴퓨터를 사용하는 현실에서 17시간의 소프트웨어 교육이 뭘 할 수 있는 지 고심해야 할 일이다. 학교는 변화하는 미래사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교육기관은 그에 따른 혁신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은 채 슬로건만 그럴 듯하게 가져오는 것이 지금까지의 양상이다. 초등학교에서 ICT 교육은 진작부터 진행했으나 교육과정은 특정교과(실과)의 한 단원을 이수하는 정도이고 교육공모사업으로 진행하는 ICT교육도 실효성보다 명분이 요란했다.농산어촌 교육공모사업이 계획부터 결과보고까지 문서로 진행되는 것이나 소프트웨어교육을 시범연구학교 운영으로 그치는 것이 그렇다. 교육활동 과정 중에 발생하는 문제나 실태에 대한 심층적인 토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방문조사는 없었고 결과는 문서보고로 끝난다. 태블릿 PC로 수업하는 장면이 ICT교육은 아니다. 산학협동은 대학만이 아니라 초등학교에서부터 진행할 필요가 있다. 소프트웨어 교육은 전문집단과 협력하여 현재진행 현황부터 인지하고 관련자료들에 대한 분석 후에 제작과 소비에 직접 참여하는 경험 위주의 교육이 효과적이리라 생각한다. 인간의 능력은 흥미와 지능, 집중, 논리와 집요함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지 굳이 학년별, 단원별로 분절된 학습목표를 제시할 필요도 없다. 4차산업혁명이란 무엇이며 인공지능은 어디까지 진행되었으며 학교교육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 것인지 알아야 대비의 필요성을 인식할 것이고 대처방안도 강구되지 않겠는가. 노동력의 위기가 교육현장과 무관하리라는 낙관적인 태도도 위험하다. 인공지능로봇이 교사를 대체한다는 상상은 어려운 일도 아니다. 부디 교육기관과 학교는 4차산업혁명의 실상을 바로 알고 쇼셜미디어와 인공지능의 위협에 대해 심사숙고하길 바란다. ‘전례없는 새로운 것’에 대하여 알지 못한채 1, 2, 3차 산업을 오락가락하면서, 지역에 따라 농경사회에서 사는 듯한 사고방식으로 학생을 가르칠 수는 없는 일이다.
교권보호법을 발의한 새누리당 조훈현 의원은 9일 “교원의 교육권과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 법 개정안을 발의하게 됐다”며 “교권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조 의원과의 일문일답. -법안을 발의하게 된 계기는. “2009년부터 2015년까지 학생, 학부모에 의한 폭행, 폭언, 욕설, 성희롱 등 교권 침해 사건이 접수된 것만 약 3만 건에 달한다는 교육부 자료를 봤다. 최근에는 학생들이 여교사들의 신체를 몰래 찍어 SNS에 유포하는 등 무너지고 있는 교단의 현실을 보면서 교원의 교육권과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고 교권이 바로 설 수 있도록 법적 미비점을 보완해 법 개정안을 발의하게 됐다.” -학생 전학 조치 등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개정안 내용을 보면 전학 조치 전에 반드시 특별교육을 이수하거나 심리치료를 받도록 했다. 전학에 대해서도 현행 퇴학과 같이 이의가 있는 학생이나 보호자가 시·도학생징계조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학생에 대한 권리 구제 절차를 함께 규정했다. 이러한 조치가 선제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부정적인 시각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개정안이 소중한 학습권 보장과 교육활동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 만큼 교육부와 일선 학교에서는 전학을 징계수단으로만 삼을 것이 아니라 학생에 대한 인권 및 인성교육을 내실화하여 교권을 강화하는 제도적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현행 정국에서 법안 심의가 지지부진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법안과 관련해 여·야 의원 다수가 관심을 갖고 있다. 때문에 탄핵 정국, 조기대선 가능성과 관계없이 국회에서 진행되는 법안 심의는 일정에 맞게 잘 진행될 것이다. 심의과정에서 잘 논의되고 정리돼 문제없이 법안 처리가 이뤄질 것이라 믿는다. ‘교권이 무너지면 교육도 무너진다’고 생각한다. 교권이 서둘러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 -교권 보호를 위해 관심을 갖고 있는 정책은. “교원치유지원센터가 올해부터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 확대 운영될 계획이지만 시도별 편차로 인해 내실있는 운영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사업 지속성을 위해 예산을 확충하는 등 향후 자생적 운영이 가능하도록 교육부에 요청했다. 일본은 교직원 정신건강대책을 수립했고 미국은 교권침해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추궁하고 있다. 영국도 교사의 훈육적 처벌권을 강화하는 등 선진국에서도 교권신장을 위한 제도와 정책이 마련돼 있다. 우리나라 교육 환경에 맞는 다양한 교권 신장 방안을 검토해 나가겠다.”
여름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들판을 가로지르는 바람이 아직도 무더위를 이겨내고 있는 들판의 가쁜 숨결을 담아서 후덥지근한 온도와 습도를 교실에 전하고 달아나곤 하였다. 7교시? 사실은 아침부터 따지자면 벌써 10교시가 되는 시간이다. 아침에 두 시간을 하고, 집에 가서 아침밥을 먹고 와서 다른 학생들이 1교시를 하기 전에 벌써 자습시간에 문제지 한 장을 풀어서 채점까지 마쳤으니, 한 시간을 보낸 셈이다. 그리고 7교시이니깐 오늘 벌써 10교시 째라는 계산이 맞는 것이다. 공부시간이 아니라서 종을 쳐주는 시간도 아니다. 이미 다른 학생들은 모두 집에 돌아가고, 학교에는 6학년 우리 반의 아이들만이 남아서 공부를 하고 있으니까 선생님이 쉬는 시간이면 내보내고 다시 “들어 와!” 소리치시면 다음 시간이 시작되는 시간이었다. 이미 7교시가 끝났으니 다른 학년들이 6교시 공부가 끝나고 청소를 마치고 이미 집으로 돌아가 버린 시간이었다. 온 운동장이 우리 차지이지만 아이들은 운동장까지 나가지도 않고 교실 앞의 공간에서 잠시 장난질을 하다가 들어오라면 들어와 공부를 해야 하므로 뛰어 놀려고도 하지 않았다. 이미 공부하기도 몸이 지치고 힘이 들어서 뛰어 놀 힘도 없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웬일인지 7교시가 끝나고 8교시 공부시간이 시작될 시간이 되었는데도 선생님의 “들어 와!“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교실에 있는 몇몇 아이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은 보였지만, 들어오라는 소리가 없으니 한두 명은 ‘시간이 되었으니 들어가자‘하고 생각하고 교실로 들어가기도 하고 아직도 남은 시간 동안 밖에서 쉬자고 생각한 아이들은 아직도 자기들끼리 장난을 하면서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있었다. “얘들아! 들어 와!” 선생님이 아닌 여자 아이들이 소리쳤다. 운동장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이 무슨 큰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서로 먼저 들어가려고 다투어 가면서 교실로 들어왔다. “자 이 시간에는 자연 공부를 하는 시간인데, 선생님이 조금 쉬어야 하겠으니, 다음 시간에 할 문제 풀이를 먼저 하자.” 선생님이 말씀 하시고 항상 하듯이 시험지를 앞줄의 친구들에게 숫자를 헤아려 나누어 주셨다. 시험지는 자기 것 한 장을 남겨 놓고 뒷사람에게로 번쩍번쩍 넘어갔다. 아이들은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히 문제 풀기에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 싸락싸락 연필 소리만 교실 안을 맴돌다간 바람에 실려 운동장으로 빠져 나가곤 하였다. 아이들은 매 시간 전쟁이었다. 이 시간에 문제 풀이를하여서 틀리면 틀린 갯수대로 손바닥을 맞아야 하기 때문에 하나라도 덜 틀리기 위해서는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 하도 선생님이 강조를 하셨기 때문에 시험 문제지를 받으면 이름 쓰고 다시 확인하고 나서 문제 풀이를 시작하는 데도 원칙이 있다. (1) 다음에서 열전도율이 낮은 것이 아닌 것은? 이런 문제가 있다면 이것을 처음부터 읽으면 실수를 하기 쉬우므로 반드시 끝부분의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하는 부분을 먼저 읽어야 한다. 이 문제를 바르게 읽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끝 부분의 ‘낮은 것이 아닌 것은? ‘을 읽고 무엇을 찾을 것인가를 먼저 확인하여야 한다. 다시 말해서 [맞는 것을 찾느냐? 아니면 틀린 것 또는 아닌 것?]을 찾느냐를 먼저 확인을 하고서 [아! 아닌 것을 찾으라고?] ’그러면 무엇이 아닌 것을 찾으란 말이지?’하고, 이제 다시 문제의 처음부터 다시 읽는 것이다. ‘(1) 다음에서 열전도율이 낮은 것이 아닌 것은?’ 그래? 열전도율이 낮은 것이 아닌 것을 찾으란 말이지? 하고 이제 보기에서 찾으면 틀림이 없는 것이다. 우리가 너무나 많이 틀리는 이런 문제 때문에 선생님이 개발한 방법이다. 이렇게 문제를 두 번에 나누어 읽게 만들어서 꼭 확인을 하게 만들어 주신 것이다. 이것을 처음부터 문제를 읽으면 (1) 다음에서 열전도율이 낮은 것 여기 까지만 읽고서 ‘아 전도율이 낮은 것은 바로 이것이지’ 하고 찍어 놓으면 영락없이 틀린 답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우리들이 이런 실수를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특히 이런 부정 질문문항아닌 것, 틀린 것을 찾는 문항을 틀리면 반드시 손바닥을 맞아야 하기 때문에 이런 것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너무 조용하여서 시험지에서 잠시 눈을 떼고 교실을 둘러보니 선생님이 안 계신다. ‘어? 선생님이 어디 가셨지? 이런 일이 없는데.....’ 이렇게 생각을 하고 다시 반대쪽을 둘러보는데, 여자 반장이 얼른 나에게 손짓을 한다. ‘어서 문제나 풀어라.’는 신호로 시험지에 손가락질을 해대는 것이었다. 나는 얼른 입모양만으로 “왜?”하였더니,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손가락을 입 가운데에 대는 것이었다. 무슨 일인지 궁금하였지만, 일단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문제지를 모두 풀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아직도 20분가량이나 남아 있다. 나는 문제를 푸는데 걸리는 시간이 매우 짧다. 아무리 천천히 한다고 하여도 40분 중에 20분 정도면 벌써 끝나 버리고 만다. 바로 내가 선생님이 말씀 하신 그런 함정에 잘 빠지는 사람이었다. 빨리 읽고 빨리 찾다 보면 끝까지 보지 않고 곧장(1) 다음에서 열전도율이 낮은 것? 그거야 이거지‘ 하고 틀린 답을 찍곤 하였다. 그러다가 선생님한테 혼이 나고서는 이제는 이런 실수를 덜 하게 되었다. 나는 다시 시험지를 한 번 다시 살펴보기로 하였다. (1) 아닌 것은? 그래 맞았지, (2) 옳은 것은? 그래 이게 맞는 것이지... 이렇게 다시 확인을 하는데도 5분도 채 걸리지 않은 것 같았다. 다시 확인 까지 마친 나는 시험지를 책상 위에 엎어 놓고서 그 위에 책받침을 얹어서 옆에서 보지 못하게 만들고 나서야 자리를 떠났다. 시험지를 엎어 놓는다 하여도 문제가 양면이기 때문에 그 부분이 보이니까 책받침까지 동원을 하여서 덮어야 하는 것이다. 남자 반장인 내가 나가는 것을 보고 여자 반장이 ‘곧 나갈게’라는 신호를 보냈다. ‘무슨 일이지? 분명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은데....’ 하고 생각을 하면서 교실 밖으로 나와서 교실의 뒤편 좀 으슥한 곳으로 가서 서 있었다. 여자 반장이 나오면 곧장 알아보기 위해서 조용한 곳으로 오라는 셈이었다. ‘아이 왜 안 나오는 거야? 바보 같이 그렇게 쉬운 문제도 아직 못 풀었나?’ 나는 속으로 어서 나오기를 바라면서 이렇게 궁시렁 거렸다. “야, 우리 선생님 야단났어!” 언제 나왔는지 여자반장이 내 뒤통수에 대고 소리를 치는 것이었다. 물론 큰 소릴 하는 것은 아니었다.교실에 안 들릴 만큼 속삭이는 소리지만 보통 때에 그런 소리룰 낸 적이 없는 아이였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아까 쉴 시간에 선생님이 갑자기 얼굴을 싸안으시기에 보니까 코피가 터지셨는데, 글쎄 두 손바닥에 한 웅큼 가득 고여서 넘치는 거야. 피가 뚝뚝 흘러내리는데 어쩔 줄 모르겠더라. 선생님은 얼른 세수 대야에 피를 버리고 다시 한 손으로 코를 잡고 교실 밖으로 나가셨어. 그래서 교실에 흘러내린 피는 내가 닦아 내었는데 걸레에 가득 싸서 대야에 버리고 또 닦아서 버리고 하여서 간신히 피를 치우고 걸레를 빨아다가 닦았는데, 혹시 교실에서 피 냄새가 날까 봐서 얼른 들어오라고 하지 못했거든, 지금 선생님이 너무 피를 흘리셔서 어지러우신가 봐. 이제 우리끼리 좀 하고 쉬시게 해드리자.” 여자 반장은 내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무리 6학년 담임이라고 저렇게 날마다 종일 교실에서 수업을 하고나서, 아이들과 함께 교실바닥에서 아이들의 가운데에서 잠을 자고, 온 종일 아이들에게 정성을 다하여 가르치신다는 것은 보통 선생님은 할 수 없는 일이야. 그런데 저렇게 우리들을 위해서 온 몸을 바쳐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이 이제 아파서 쓰러지시면 큰일이 아닐 수 없는 일이야.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을 하는데 여자 반장은 “아이들에게는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하셨어. 알겠지. 너만 알고 아이들에게는 말하지 마!” 다짐은 주고 또 주는 소리를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서는데,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 같았다. 뒤를 돌아보니 선생님이 우리들의 이야기를 듣고 계셨던가 보다. “염려해 주어서 고맙다. 이젠 괜찮으니 걱정 말아라. 내가 너무 지쳤던가 보구나. 자 들어가자.” 하시면서 앞장을 서서 교실로 들어가시는 것이었다. 우리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한 사람씩 교실로 들어서니 아이들은 시험지가 거의 끝나 있었다. “자, 다들 끝났니? 이제 채점부터 해볼까?” 선생님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우리들에게 이야기를 하셨다. 나는 걱정이 되어서 선생님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선생님의 얼굴이 약간 푸석해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은 내가 그렇게 보아서일까? 그러나 선생님은 아무런 일도 없었던 때와 마찬가지로 이리 넘기고 다시 넘겨서 가로 세로로 바꾸어진 시험지를 가지고 채점을 마치고 틀린 부분을 다시 확인하고, 또 부정 질문의 부분이 틀린 사람은 일어서라고 하셨다. 이번 시간의 시험지는 모두 5문제가 있었는데 한 문제씩 틀린 사람은 일어서라고 하시더니,“자 양팔을 수평으로 드세요. 그럼 양팔을 위로 들어서 손뼉을 세 번 치는데 소리가 약하면 몇 번이고 다시 하겠습니다. 자! 하나!, 둘, 셋” 자기 힘껏 손뼉을 치고서는 손바닥을 호호 부는 아이도 있었다. “오늘은 내가 때린 거 아니잖아 스스로 때려 놓고서 그렇게 아파?” 선생님은 이런 농담으로 아이들을 웃겨 주었다. 다섯 문제를 차례로 하고 나서“정민, 영석, 경자 이리 나오세요.” 하시는데 5문제가 모두 틀린 아이들이었다. 이렇게 불려 나간 아이들은 이제 선생님께 다시 다섯 대씩 손바닥을 맞아야 했다. “그렇게 문제를 잘 읽으라고 하였는데 이런 문제에서 또 틀려? 앞으로는 다시 틀리지 않게 하는 거다. 알겠어?” 다시 다짐을 받으시면서 손바닥을 때려 주셨다. 이 시간이 끝나고 한 시간을 더 하고나니까, 다른 선생님들은 모두 집에 가시는데 선생님은 우리들에게“가서 저녁을 먹고 제 시간에 꼭 와야 한다?”하고 다짐을 받으시면서 집으로 가셨다. 저녁을 잡수시고 오시기까지 1시간 동안이 걸리시는 것이다. 우리들도 모두 부지런히 집으로 가서 저녁을 먹고 다시 학교로 달려 와야 한다. 저녁 7시경이 되니 벌써 해는 지고 점점 어둠이 내리려고 하였다. 우리들이 다시 한 시간 공부를 하고 시험지를 받아서 풀려고 할 때는 이미 어둠이 시작되었다. “자 조심들 하고 등에 불을 켜야지.” 선생님의 말씀에 아이들은 교실 구석에 모아둔 등을 하나씩 꺼내어서 불을 켜서 자기 책상에 가져다 놓았다. 우리 면내에 보성강수력발전소가 있다. 그러나 우리 학교 보다 더 가까운 곳에 있는 득량국민학교(발전소 직원 아이들이 다니고 있고 발전소에서 직선거리로 400m 정도 밖에 안 되는 학교)에도 전기가 들어가자 않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러니 우리 학교야 물론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학교 이었다. 그러다보니 밤에 공부를 하려면 이렇게 석유등에 불을 켜서 책상 위에 올려놓아야만 하였다. 이렇게 호롱불을 밝히고 공부를 시작하여서 벌써 4시간째가 되었다. 시간은 벌써 11시가 거의 되어 있는 시간이었다. 농촌에서는 보통 9시나 10쯤이면 잠을 자는데 우리는 11시가 되어야 잠을 잘 수 있었다. 하루 15교시 수업을 마친 다음이었다. “자 등불 가져다 잘 보관하고 걸레질은 간단히 하자. 그리고 잠을 푹 자야 하니까 적당한 간격으로 옆 사람에게 발길질은 하지 말아라.” “예에에에” 아이들은 어서 자고 싶어서 길게 소리를 질렀다. 아이들이 잠들기를 기다리시는 동안 선생님은 그날의 일기를 쓰시고 나서 잠든 아이들을 살펴 주시고 나서야 주무신다. 11시 30분이 거의 되서야 아이들의 사이에 선생님도 자리를 깔고 누우셨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학제 개편 논의가 가염되는 가운데 교육 현장은 “우려된다”는 반응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만3세부터 시작해 유치원 2년, 초등학교 5년, 중학교 5년, 진로탐색학교 또는 직업학교 2년을 골자로 한 학제개편안을 제안했다. 안 의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창의교육이 가능하게 하고 대학 입시로 왜곡된 보통 교육을 정상화시키는 한편 사교육을 혁명적으로 줄이기 위함”이라며 “중학교를 졸업한 아이는 진로탐색학교에 진학해 2년간 학점을 쌓고 대학으로 진학할 것인지, 직업학교로 진학해 직업 훈련을 받고 직장에 다닐 것인지를 선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같은 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 브리핑을 갖고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창의개혁과 보통교육 정상화, 학제 개편은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라며 지지했다. 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의원들의 학제 개편 발언이 이어졌다. 국민의당 이동섭 의원은 “일제 때부터 70년 간 존속된 6-3-3 학제를 2-5-5-2로 하겠다는 것이 바로 창의교육”이라며 교육부장관에게 장기적 계획을 세울 것을 요구했다. 같은 당 유성엽 교문위원장도 “국방의무까지 있으니 학제 개편을 통해 (학교 졸업연령을) 낮출 필요도 있고 18세 투표권 문제 해결도 용이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은 “아이들의 성숙도를 보면 5세로 초등 입학 연령을 낮추는 것에 찬성하는 편”이라며 “선거연령 18세와도 맞물려 있다”며 검토를 요구했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학제 개편이 몰고 올 파장을 해소할 구체적 방안이 없는 선언적 수준인데다 18세 선거권과 연계시키는 모습에 ‘정치·정략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당 의원 15명이 8일 국회에서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미래교육혁명 토론회’에서 교육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김성기 협성대 교수는 “새로운 학제가 도입되는 특정 학년에 2배의 학생이 존재하게 되면서 그 학생들은 2배의 경쟁 속에서 살아야 한다”며 “개편안을 대학 입학 연령을 3년이나 앞당기고 있는데 이는 노동인력을 빨리 사회에 배출하려는 후진국형 학제이며 사회적 비용이 상당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미 조기 입학·진급·졸업을 통해 학생 능력에 따라 기본 학제의 틀을 넘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성대 신안산대 교수는 “만 5세를 학교교육에 편입하는 것이 적절한 지에 대한 논란, 초등학교 공동화와 중학교의 과밀 현상이 초래될 것”이라고 밝혔다.특히 현행 학제가 교육 문제의 원인이 아닌 만큼 학제 개편이 그 해법이 될 수도 없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기정 서울 미양고 교사는 “지금의 학제는 국민의 주된 불만 대상이 전혀 아니다”라며 “학제개편이 성공했다고 해도 입시경쟁의 고통,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 등 지금의 교육문제는 여전히 그대로 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선회 중부대 교수도 “교육 공약을 이슈화하려는 의도로 학제 문제를 여러 교육 문제의 원인으로 부풀리고 있고, 학제 개편을 지나치게 만병통치약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교육 문제의 핵심은 대입제도에 있다”고 재검토를 요구했다.
가깝게 지내던 직장 동료가 질문을 던졌다. “윤 수석, 어쩌다가 승진을 못 하셨어? 윤 수석 같은 사람이 관리자가 돼야 하는데……”. 격식 없는 술자리에서 나온 질문이지만 당황했다. 이런 대화는 친분이 있는 경우 조용하게 나눈 적은 있지만, 이렇게 공개된 자리에서 듣기는 처음이다. 술자리에서 나온 질문이어서 대답할 이유는 없었지만, 지금도 머릿속에 맴돈다. 비슷한 질문은 이미 여러 번 들었다. 후배 중에 아예 “승진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냐”라고 노골적으로 물은 경우도 있다. 대답을 머뭇거리니까 일부 선생님은 “혹시 일부로 승진을 안 하신 것은 아니죠?”라고 되묻기도 한다. 이 날도 질문은 많아지고 답은 없는 상황에서 “수석선생님 같은 분은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해요.”라며 말을 던지는 후배도 있었다. 내가 곤혹스러운 방석에 앉아 있는 것을 눈치 채고 위로의 말을 한 것이다. 대통령 선거에 뛰어들었다가 중도에 그만 두는 사람들이 이유를 댄다. 그 중에 나에게 감동을 준 말이 있다. 그것은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이다. 짧지만 내용은 강했다. 스스로 부족했다는 판단이다. 다른 사람이 구차하게 핑계를 대는 것과 대조되어 깊은 울림을 준다. 마찬가지로 내가 지금 남기고 싶은 답도 이런 유형이다. 내가 부족했기 때문에 승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그런데도 지금 어찌 들으면 구차한 변명이 될 수도 있지만, 해명은 남기고 싶다. 우선 일부로 승진을 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처음 교직을 사립학교에서 시작했다. 그러다가 공립으로 옮겼다. 공립으로 옮기고 보니 승진의 길목에서 빗질을 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제법 많았다. 그래서 나도 욕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사립학교에서 근무할 때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현장 연구도 해보고, 입상의 기쁨도 누렸다. 컴퓨터 워드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해서 어렵게 자격증 시험을 통과했다. 그러나 승진의 기준과 시스템은 온전하게 내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닌 경우도 있었다. 농어촌 점수, 연구학교 근무 경력 등이 그렇다. 나는 공립에 늦게 온 탓에 이런 데서 멀리 있었다. 동료들이 가까운 섬 지역에 같이 가보자는 제의도 있었지만, 늦었다는 핑계로 따라 가지 못했다. 물론 이런 복잡한 사다리를 한번에 건너는 장학사 시험이 있었다. 그러나 이 또한 부담은 여전했다. 주변 경험자들을 보니 보통 공부해서는 안 되는 길이었다. 한가로운 업무를 맡아야 하고, 학원까지 가서 공부를 해야 했다. 공립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고, 학교 업무를 해내야 하는 나로서는 엄두도 못 내는 영역이었다. 마음은 가득했지만, 결국 시험도 못 봤다. 모든 사회 조직이 그렇듯이 교직에서도 승진은 오르고 싶은 자리다. 간혹 선생님들의 승진에 대한 욕심을 속되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동의할 수 없다. 교사도 인간으로 승진에 대한 욕망을 지니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그 욕망은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얻는 기쁨으로 나타나야 한다. 교사로서 자신의 일에 대해 소신과 자부심을 가지며 헌신하다 승진의 길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직 사회의 승진 욕구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것은 승진에 대한 욕망이 교사의 본분을 망각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탈 행위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교육에 헌신하는 것이 아니라 상사의 눈치를 보고, 그 사람의 힘에 기대려고 하는 것이 문제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승진은 교육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기준과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지금이야 컴퓨터 워드 시험이 없어졌지만, 그때 컴퓨터 워드 시험을 보면서 생각이 많았다. 승진도 일종의 경쟁이다. 그러다보니 선생님들은 승진하지 못한 것을 패배의 영역으로 읽기도 한다. 경쟁에서 얻을 수 있는 것에 반드시 승리만 있을까. 아니다. 비록 이기지 못했지만, 자신의 능력을 펼치고, 남과 더불어 배우는 기회를 얻는다. 목적은 이루지 못했지만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노력의 가치가 있다. 현장 연구 대회 준비와 입상, 그리고 컴퓨터 워드 시험 준비와 합격이 나를 만져주었다. 동료들과 품위 있는 경쟁의 뜀박질도 승리 못지않은 기쁨의 일부분이다. 동료들이 섬에 같이 가자고 했을 때, 고민을 오래 한 이유가 있다. 나를 짓누르는 선택보다 내게 여유를 줄 수 있는 선택을 하고 싶었다. 그 친구들은 고생한 덕에 교감(校監)이 됐다. 그들은 관리자로 후배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존경을 받는다. 물론 나는 교감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나도 아이들과 선생님들과 교감(交感)하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삶의 기쁨으로 가르치는 용기를 내고, 학생들을 배움으로 안내한다. 경쟁에서 한발 물러선 여유가 학생들의 마음속에 지성과 감성으로 연결되어 풍요로운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김광섭 전 전남 순천동산여중 교장이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펴냈다. 우리나라 현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미래교육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또 김 전 교장이 학교현장에서 ‘나라사랑 교육’을 진행하며 느낀 학교의 다양한 모습도 담았다. 김 전 교장은 "교육은 학생 자기주도 하에 학부모는 조력자로, 그리고 가르치는 자의 배려가 서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철학이 담긴 교육수상록"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퇴직한 김 전 교장은 현재 한일 양국을 오가며 문화교류 확대를 위한 교육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색의 나무. 1만3000원
전남 담양금성초(교장 이성준)는 6학년 졸업식 행사를 위한 전교생 다모임 시간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그날 부를 축가를 비롯한 행사 전반에 관한 내용에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기로 했다. 부모님께 감사 편지 낭송을 비롯해 후배들이 학년 별로 만들어서 전하는 글과 그림 등. 구태의연한 졸업식을 넘어 재치 있고 센스 넘치는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왔다. 졸업식 노래 대신 부를 노래를 선정하는 모습도 파격적이었다. 신세대 감각이 넘치는 발랄하면서도 아름답고 감성적인 가사를 지닌 노래들이 후보군으로 제시돼 놀라웠다. 세상이 빛의 속도로 변하듯 졸업식을 준비하는 풍경도 사뭇 달라졌다. 졸업생들의 활동 모습을 영상으로 띄우고 행복했던 학창 시절을 반추하며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졸업식이 될 것 같다. 1학년들도 다모임에서 정한 약속대로 선배들에게 보내는 롤링페이퍼 작업을 하느라 공을 들였다. 그 작업조차 서로 토의를 해서 결정했다. 그림을 그릴 것인지, 만화를 그릴 것인지, 편지를 쓸 것인지. 1학년이지만 자기들끼리 회의를 하여 꽃다발 그림을 그려서 오려 붙이니 멋진 작품이 됐다. 전교생이 한 가족처럼 마음을 주고받는 졸업식의 아름다운 풍경이 오래도록 이어졌으면 좋겠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시골 학교에서는 이제 졸업식을 마치고 폐교되는 학교가 늘고 있으니 걱정이다. 이것도 양극화 현상이라서 씁쓸하다. 도시 학교는 과밀학급으로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음에 반해, 시골 학교는 존폐 위기에 시달리고 있으니. 아기 울음소리가줄어드는 시골 학교는 우리 사회의 아픔이 녹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학생들에게 최선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행히 새 학기에는 우리 학교에 1학년 신입생이 10명이나(!) 들어온다. 학교가 좋다고 광주에서 찾아와서 미리 학교 구경을 하고 가더니 입학하기로 했다. 2017학년도에는 1학년이 제일 부자 학급이 될 것 같다. 덕분에 학생 수가 줄어들 걱정까지 사라졌다. 아이들을 금싸라기처럼 소중히 하는 학교에서 자란 졸업생들도 빛이 나서 웃고 다닌다. 시골 학교가 아름답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8일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국정교과서 공방이 이어진 가운데 교원치유지원센터 내실화, 체육특기자전형 폐지, 장애인 평생교육 강화 등에 대한 개선 요구가 높았다. 교육부 업무보고 후 진행된 질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응모기간 연장에 대해 집중 포화를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은 “연구학교 응모기한을 당초 10일에서 15일로 연장하고 교육청의 심의기간은 이틀 줄였다”며 “국정교과서 보급을 위한 꼼수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같은 당 도종환 의원 등도 “업무보고에서는 기존 일정을 말해놓고 실제로는 연장 공문까지 보낸 것은 보고 부실을 넘어 거짓말”이라고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준식 장관은 “방학 중이고 일선 학교의 요청이 있어 기간을 연장한 것”이라며 “연장 공문이 어제 밤에 시행된 것을 보고받지 못해 기존 일정을 보고했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위원들은 기간연장을 요청한 학교명단을 제출하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교과서 문제 대신 교원, 특수교육 정책 등에 대한 질의를 이어갔다. 조훈현 의원은 “올해부터 교원치유지원센터를 전국에 확대할 계획인데 문제는 지자체, 교육청의 의지”라며 “교육부 특교는 17억원으로 증가한 반면 교육청의 자체 예산 확보는 되레 줄고 교육청 간 수십배의 격차가 나기도 한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교육청의 의지에 따라 특교를 차등 지원하거나 시도교육청 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5월 30일 시행을 앞둔 장애인 평생교육에 대해 교육부가 아무런 준비도 못하고 있다는 질타도 나왔다. 지난해 5월 29일 개정된 평생교육법에 장애인이 포함되면서 교육부는 장애인 평생교육 진흥계획을 수립하고 국가장애인평생교육진흥센터를 세워 올해 5월 30일부터 시행해야 한다. 나경원 의원은 “1년간 유예기간을 둔 것은 시행령도 만들고 예산도 확보하라는 건데 교육부는 아무 준비도 못했고, 어느 부서에서 업무를 맡을 지도 정하지 않았다. 이러니 교육부 폐지론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수교육 예산은 1인당 연 2만7천원인데 반해 평생교육은 1780원에 불과해 확충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도 “여러 번 지적했음에도 여태 주무 과도 정하지 못한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한선교 의원은 정유라 사태로 도마 위에 오른 체육특기자전형을 아예 없애자고 제안했다. 한 의원은 “서울 모 대학은 체육특기자 학생이 1~4학년 통틀어 600여명에 달하는데 이중 40%가 2학년 이후 체육을 그만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런 말도 안 되는 제도는 없앨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철규 의원은 “성폭력이 초등교를 중심으로 점점 늘고 있는데 전문상담교사는 턱없이 부족해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이 장관은 “향후 전문상담교사 증원분의 70%를 초등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이밖에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은 보금자리 지구 등은 학교용지부담금을 징수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후속 대책을 주문했다. 송 의원은 “법률에 명시돼 있지 않다는 판결이 이해는 간다. 그래서 관련법 개정이 조만간 통과될 수도 있는데 문제는 소급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면 교육대란이 빚어질 수 있다”며 대책을 물었다. 이 장관은 “소급 환수 문제는 최대한 국토부, LH공사와 협의를 통해 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본지가 지난달 우려한 학교 석면철거 안전문제(1월9일자)가 현실로 확인됐다. 겨울방학을 맞아 전국 각급학교에서 진행 중인 석면철거 작업이 되레 교실, 복도를 석면에 오염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8일 서울 종로구 센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 1~2월 석면철거를 완료한 서울 4곳, 경기 3곳의 학교를 조사한 결과 6개 학교에서 위험 수준의 석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센터는 이번 겨울방학에 석면 철거공사를 한 서울 48개 학교, 경기도 305개 학교 중 서울 초등교 4곳, 경기 초등교 2곳, 고교 1곳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다. 이들 학교 교실, 복도, 운동장 등에서 조각, 먼지, 못 등의 시료 47개를 채취하고 전문기관에 의뢰해 검사했으며 6개 학교 27개 시료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분석 시료의 석면 농도는 대부분 2∼5% 수준으로 나타났다. 센터는 “환경부의 석면사용금지기준인 1%의 2~5배 수준”이라며 “특히 먼지의 경우 기준이 없지만 대기 중으로 비산되던 물질이 가라앉은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미량이라도 검출되면 위험하다”고 밝혔다. 서울 A초는 겨울방학이 끝나 학생과 교직원이 오염된 공간을 이용하고 있어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었고, B초는 석면철거 업체가 공사 후 공기질 시료를 분석해 기준치 이하라는 측정결과를 학교에 제출했지만 이번 검사에서 2~3%의 백석면이 검출됐다. C초는 돌봄교실에서 3% 농도의 백석면이 검출됐다. 경기 D초는 운동장에 내놓은 철거물에서 석면이 검출돼 토양오염과 철골 재이용 시 오염이 우려됐고, E고는 교실 바닥과 복도, 쓰레기통에 석면잔재물이 버려져 있었다. 최예용 소장은 “엉터리 철거업체, 무용지물 감리제도, 석면깜깜이 교육청과 학교에 원인이 있다”며 “학교 내 모든 석면철거현장이 오염됐다고 보고 정화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센터는 이번 겨울방학에 석면공사를 한 서울 48개교, 경기 305개교, 인천 121개교 명단을 공개하고 “전국적으로 정화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학교 석면철거 안전 관련 QA Q : 작은 조각, 먼지에서 나온 석면이 얼마나 위험한가.A : 석면은 1급 발암물질로 소량 노출로도 폐암, 후두암, 난소암 등이 발병할 수 있다. 특히 성장기인 초‧중‧고교 시절 석면에 노출되면 20~40대에 석면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일례로 2015년 포항 거주 20세 남성은 석면암인 악성중피종이 발명했다. 환경부가 이 남성의 거주환경을 조사한 결과, 석면 노출 경위가 초등교 재학 중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Q : 오염된 확인된 학교 교실과 복도 등은 어떻게 해야 하나.A : 학생, 교직원, 학부모에게 공지하고 출입을 금지한 후, 전문 석면정화업체에 의뢰해 안전하게 제거해야 한다. 정화대상은 교실바닥, 각종 집기 내외부, 바닥, 창틀, 사물함 위와 바닥, 칠판과 게시판 위 등 모든 부위다. 빗질을 석면먼지를 공기중에 비산시켜 절대 금물이다. 일부 초등교는 개학 전에 학부모들에게 요청해 교실청소는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학부모를 석면에 노출시킬 위험이 있고, 옷과 머리, 신발을 통해 오염을 학교 밖으로 확산시킬 수 있어 금물이다. 정화조치가 끝난 후에도 꼼꼼히 확인과정을 거쳐야 한다. Q : 석면 오염 문제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A : 석면 철거작업이 진행 중이거나 끝난 현장에서 석면오염이 확인되면 노동부 위험상황 신고전화(1588-3088)로 알려 수사권을 가진 근로감독관이 현장에 나와 작업을 중단시키고 안전조치를 취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석면철거 과정에서 문제가 확인된 업체나 감리업체는 향후 관공서 석면관련 공사입찰을 못하도록 해야 한다. 석면 교육은 교육청의 책임자, 담당부서 전원과 학교 행정책임자인 교장, 교감, 행정실장이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이번 조사 결과, 공기중 조사를 형식적으로 진행해 서류상으로만 안전하다고 하는 경우가 흔하다. 대기시료조사 이외에 흡착먼지 조사를 병행해야 한다. Q : 오염된 교실과 복도를 이미 사용해 석면에 노출된 것으로 우려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A : 일단 체내로 유입된 석면을 인위적으로 제거할 방법은 없다. 석면에 노출된 자가 흡연 등 다른 폐암 발병원인에 노출될 경우 발병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특히 학생들의 경우 간접흡연에 노출되지 않도록 지도해야 한다.
보도에 따르면 심민 임실군수는 설 명절 직전인 지난 달 25일 관내 5일장을 돌며 장보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촌과 오수시장을 차례로 방문하여 과일과 생선 등을 임실사랑상품권으로 구매했다. 전통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한 장보기 행사이다. 그 다음 날 임실장에선 전북경제살리기 도민회의 임실지역본부와 공동으로 공직자와 기관 및 사회단체 등 500여 명이 참여해 전통시장 장보기를 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심민 군수는 “전통시장 살리기에 임실군이 앞장 설 것”이라며 “살고 싶은 임실 만들기에 공직자들이 솔선해서 노력하겠다”는 말도 했다. 그런데 심민 임실군수의 전통시장 살리기 행보를 접하는 기분이 마냥 훈훈하지만은 않다. 지난 달 초 보도된 ‘임실예총 사무실과 운영비도 없는 처지’라는 신문기사가 떠올라서다. 임실예총이 임실군으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을 수 없는 위기에 놓였다”는 보도가 그것인데, 문화예술은 안중에 없는 듯해서다. 필자는 이런 내용의 신문기사를 본 기억이 전혀 없다. 속은 어떤지 자세히 알 수 없어도 표면상으론 지자체와 문화예술계가 공존하는 모습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물흐르듯 잘 돌아간다는 얘기다. 하긴 지역의 문화예술단체가 주최하는 각종 행사에 지자체 예산지원은 두말하면 잔소리일 정도로 보편화돼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실예총(지회장 김진명)은 지난해 7월 창립됐다. 도내 14개 시군 중 11번째 창립이다. 예총이 없는 지역에 비하면 다행이지만, 다소 늦은 감이 있는 창립이라 할 수 있다. 문화예술인들의 기대가 컸음은 말할 나위 없다. 문인협회⋅국악협회⋅음악협회 등 소규모로 출범한 임실예총이지만, 군민들의 열악한 문화예술 향유가 확대되리라는 믿음 역시 기대감 못지 않다. 그런 임실예총에 대한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그 운영이 위기에 직면했다니 문인의 한 사람으로서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임실군 관계자는 “기존의 사업들도 예산을 삭감하거나 없애고 있는데 그동안 운영 실적이 없는 임실예총에게 예산 지원을 할 수 없다”면서 “내년에 임실예총의 운영 실적을 보고, 그 다음에 예산 지원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런 설명은 놀랍다. 그것이 임실군만의 규정인지도 궁금하다. 갓 창립했다곤하나 무게감의 경중을 따졌을 때 임실예총은 어떤 단체보다 상위개념에 놓인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가 예술 각 장르를 총괄하는 단체로 존재하고 시도에 지부나 지회를 두고 있어서다. 또한 전국 어느 예총 및 문인단체도 지자체의 예산 지원 없이 운영되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회원인 문화예술인 개개인의 회비 갹출도 어렵지만 지자체 예산이 국민 세금으로 이뤄진 것이라 예총 등 문화예술 단체에게 일정 액수를 지원해주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의 예산지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만큼 성대한 사업도 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임실군은 2017년 군정 추진 4가지를 밝힌 바 있다. 그중 하나가 ‘품격있는 교육⋅문화’다. 그 문화는 주무 부처 공무원들만으로 해내기 어려운 사업이다. 예총 등 문화예술단체에게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다. 늦게 출범했지만 모든 문화예술 단체의 센터라 할 임실예총에 예산지원이 안 되는 건 충격이자 재앙에 가까운 일이다. 혹 지회장의 정치적 성향이 그런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도 따져볼 문제다. 소설가인 김진명 지회장은 과거 도의원을 지낸 정치인이기도 하다. 지금 어느 당적을 갖고 있는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만약 그런 이유로 임실예총이 사무실과 운영비도 없는 처지로 내몰린 것이라면 지금 특검수사에 의해 낱낱이 밝혀지고 있는 블랙리스트와 관련,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난 달 8~9일자 언론 보도 이후 예산이 편성되었다면 다행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임실군은 추경편성 등을 통해서라도 갓 출범한 임실예총의 의욕과 사기를 꺾어선 안될 것이다. 임실예총의 의욕과 사기를 꺾는 것이 2017 군정의 하나로 ‘품격있는 문화’를 표방한 지자체 임실군이 할 일은 아니다
세상은 변하지 않는 것일까? 제2차 세계 대전 때 나치 수용소의 감독관이었던 하임 지노트는 이런 어록을 남겼다. "나는 인간으로서 못 볼 것을 보고 말았다. 숙련된 기술자들에 의해 가스실이 세워졌고, 아이들이 고등 교육을 받은 과학자들에 의해 중독되어 죽어 갔다. 유아들은 훈련된 간호사들에 의해 살해되었고, 여자들은 대학 졸업반 학생들에 의해 총살되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교육을 의심하고 있다. 나의 간절한 바람은 교육자들이 학생들을 인간으로 교육시켜 달라는 것이다. 교육자의 노력이 숙달된 괴물이나 숙련된 정신병자, 동물성 똑똑이만을 길러 내서는 안 된다. 글을 일고 쓰는 일, 역사나 수학 등은 그것이 학생들을 인간으로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 바른 교육이다. -정채봉 스무 살 어머니 209쪽에서 인용함. 인류의 역사는 진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 더 퇴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전 세계적인 가난과 질병, 기근과 전쟁,가속도가 붙은 부의 양극화속에 강대국의 횡포까지 목전에 와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을 운운하며 과학과 기술의 진보 앞에 무력해진 인간의 설자리를 걱정한다. 희망을 말하는 사람보다 절망이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으니! 작금의 이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도 결코 다르지 않다. 양파 껍질 까이듯 연일 보도되는 상황을 보면, 하임 지노트가 지적한 것과너무나 닮은꼴이다. 고학력과 더 좋은 대학과 고등 교육, 스펙으로 무장한 사람들에 의해 여지없이 난도질당한 국민주권의 민낯을 보면 청산하지 못한 역사는 되풀이 되고 만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내 탓이오!' 라고 잘못을 반성하고 뉘우치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책임을 통감한다는 말조차 들을 수 없다. 아니, 오히려 억울하다고 항변하기에 바쁘다. 그동안 우리 교육이 숙달된 괴물이나 숙련된 정신병자, 동물성 똑똑이를 길러 대한민국이라는 집을 짓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처절한 반성과 자각이 절실해 보인다. 지식은 있는지 모르나 지혜와 철학이 없는 자들이 나라를 도탄에 빠뜨리고도 뻔뻔함의 극치를 보인다. 사익에 따라 얼굴에 철판을 깐 자들이 눈과 귀를 더럽힌다. 그것도 당당하게. 이른 바 성공했다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범죄 행위가 아무렇지 않게 온 국민에게 무의식중에 세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교육은 희망의 씨앗 일상의 소박한 행복마저 빼앗아 가버린 그들 앞에서 초라해지지 않으려면 강심장이 필요하다. 이제 겨우 초등학교 1학년생인 우리 아이들이 어른들의 부끄러운 모습에서도 배울 것이 있음을 용기 내어 말하는 시간을 자주 갖곤 한다. 아침 7시 30분, 아무리 추운 아침에도 도서관의 문을 열고 전교생을 기다리는 이유는 단 하나다. 좋은 책을 벗하며 자신의 인생을 가꾸는 초롱한 눈망울을 보는 기쁨! 책을 읽음은 자신도 세우고 집안도 일으키며 나라도 살리는 길이다. 책 속에서 얻는 간접 경험이 임계점을 넘어 폭발하는 순간, 지혜로 번득이길 고대하며. 우리1학년 아이들에게도 입버릇처럼 타이른다. 빠른 길보다는 바른길을 갈 수 있도록, 마음의 근육을 만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곤 한다. 깊은 한숨은 혼자 삭이고 그래도 희망을 품게 해야 하는 일이 선생의 업이 아닌가. "저런 사람들이 되지 않으려고, 생각하고 바르게 사는 사람이 되려고 공부를 하는 거란다. 잘못된 길에 들어서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릴 수 있도록 좋은 책을 읽는 거란다. "
선생님들의 연수 방식이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유명 교수가 강사로 나서고 집단 연수를 통해 교사들이 교육을 받는 방식이었다. 최근에는 집합 연수 방식이 아니라 전문적 자율성에 기반을 둔 소규모 연수가 유행이다. 교내에서 학습 공동체를 만들어 선생님들끼리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교사가 수업을 잘하려면 혼자만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동료 전문가와 함께 모임 활동을 하면 쉽게 성장할 수 있다. 최근 선생님들끼리 하는 전문적 학습 공동체가 빠르게 정착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 모임에서 교사들은 서로의 수업을 보면서 고민을 나누고 성과를 공유하면서 발전한다. 이를 수업 나눔이라고 한다. 수업 나눔의 형태는 교사가 수업을 공개하고 동료 교사들이 참관 후 특정 장소에 모여서 협의회를 한다. 이는 어느 전문가의 일방적 연수보다 수업의 변화를 성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하지만 수업 나눔 과정이 오히려 공허함만 남기는 경우가 있다. 수업 관찰 후 자질구레하게 평가를 하는 피드백을 한다. 수업 관찰 상황을 저마다 자신의 관점으로 평가하고, 방법상의 처방을 증명된 지침처럼 제시하기도 한다. 이런 대안은 관점에 따라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 많다. 수업 상황과 관련 없는 판서, 교사의 목소리, 수업 중 움직임, 교사의 옷차림 지적도 갑갑함만 느낀다. 물론 수업 당사자의 노력을 칭찬하고, 정서적 지지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여전히 형식적이어서 힘들게 수업을 공개한 것에 대한 인사치레일 뿐이지 성장의 디딤돌을 발견하기 힘들다. 사람들은 저마다 생각이나 가치관이 다르다. 따라서 같은 상황이라도 보는 결과는 다양하게 해석한다. 수업도 관점이 다른 선생님들이 보기 때문에 저마다 다르게 보게 된다. 모둠별 활동에서 다소 시끄럽다고 말하는 쪽도 있고, 상호 작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고 말하는 쪽도 있다. 아이들의 대화 상황도 어떤 선생님은 웅성거림이라고 하고, 어떤 선생님은 토론이라고 한다. 똑같은 수업을 보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느끼는 사람이 있고, 통제가 안 되는 수업이라고 느끼기도 한다. 수업 전개, 학생 대화 방법도 수업을 보러 온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한다. 교사들은 능력이 뛰어난데도 불구하고 수업에서는 늘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수업은 완성 단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발전 시켜가야 할 영역이기 때문에 이런 태도가 만들어진다. 즉 부족한 것이 아니라 성장하기 위해 늘 성찰하는 자세가 이렇게 나타난다. 이는 훌륭한 교사가 되어 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부담스럽지만 기꺼이 수업 공개도 한 것이다. 우리 교육에서 가장 큰 문제가 있다면 교사를 믿지 못하는 것이다. 거꾸로 수업, 하브루타 등 최신 교육트렌드를 획일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교사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조언은 오히려 교사들을 위축시키고, 결국 교사들은 교육을 냉소적으로 대하게 된다. 이런 상황은 활기찬 교실을 기대할 수 없다. 교사들은 이미 나름대로 수업 전문가다. 수업자는 전문가의 시각으로 학습 활동을 구조화한다. 그리고 학생의 이해를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학습 내용을 내면화하는 전략으로 다가선다. 다양한 수업 이론은 참고의 영역이지 그것을 적용의 대상이라고 여기다보면 교사 자신의 독창적인 수업을 만들어가는 자생적 능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나눔이란 무슨 의미일까. 단순히 가지고 있는 것을 남에게 베푸는 것이 아니다. 소통, 협동, 관계 맺기다. 남을 바른 시각으로 이해하고 함께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기술이다. 수업 나눔 시간에 날카로운 분석에 집중하는 것은 관계를 차갑게 거부하는 것이다. 나눔은 가슴에 무거운 것을 덜어주어야 한다. 무기력한 학생들과 고군분투하는 교사의 삶을 위로해야 한다. 학생의 마음에 다가서고 싶어 하는 교사를 응원해야 한다. 초임의 자세를 잊지 않고 여전히 꿈을 키우는 교사의 신념을 봐야 한다. 온갖 비교육적 현실이 교실의 문턱을 넘볼 때 자존심을 지키며 교육의 본질을 위해 노력하는 교사의 노력을 지지해야 한다. 어려운 가운데 배움을 위해 노력하는 수업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아야 한다. 나눔을 통해 자아존중감을 키워주면 교사들은 단단해지고 깊어진다. 교사를 믿어줄 때,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스스로 일어설 힘을 찾고, 교육도 점점 발전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는 누구에 의해 움직일까? 지역사회를 움직이는 주체는 누구일까? 얼마 전 구운동 단체장협의회 월례회에 참석했다. 학교라는 직장에서 현직에 있을 때에는 단체장하면 공공기관의 장을 말했다. 초·중·고교 교장을 비롯해 지역에 있는 관공서의 장을 지칭하는 거였다. 그런데 주민센터에서 말하는 단체장은 그런 의미가 아니다. 공직자는 아니고 지역사회 주민을 말한다. 지역사회 주민들로부터 자발적으로 구성된 단체의 리더를 말하는 것이다. 예컨대 주민자치위원회, 방위협의회, 새마을부녀회, 마을만들기 협의회 등을 말하는 것. 주로 본인이 가입하기를 희망하고 동장이 위촉하는 자리다. 구운동 마을만들기 협의회 총무로서 회장과 함께 처음으로 2월 월례회의에 참석했다. 이웃에 사는 회장이 만나서 함께 가자고 연락이 왔다. 이번에 새로 선임된 회장은 작년까지 마을 만들기 총무를 맡았었다. 단체장 모임은 처음이기에 어색함을 덜어주고자 하는 그의 따뜻한 배려다. 회장과 총무는 구운오거리에서 만나 회의 장소인 구운동 주민센터로 향한다. 가다보니 내가 살고 있는 구운동에서 해결할 문제점이 그대로 보인다. 바로 주차문제와 쓰레기 처리를 말하는 것이다. 무분별한 주차, 함부로 길가에 내다 놓은 쓰레기 봉투가 눈에 거슬린다. 이것을 누가 해결해야 하는가? 바로 주민이 주인이 되어 해결해야 한다. 회장은 길가 바로 옆에 있는 구운동 공원에 대해 이야기 한다. 도대체 공원이 어떻게 되었기에? 공원에 관심을 갖고 애정이 있는 사람 눈에만 보인다. 그는 공원의 목적을 이야기 한다. 공원은 사람이 모여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 그런데 구운동의 공원은 울타리가 있다. 입구가 한 곳인 곳도 있다. 주민이 쉽게 접근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나아가 접근성을 위해 울타리 제거까지 생각하고 있다. 회장의 이런 생각이 바로 지역사회를 발전시키는 힘이다. 공원은 존재하는데 이용하는 사람이 벌로 없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다. 공원 문제만이 아니다. 우리 지역사회를 좀 더 따뜻한 관심과 애정의 눈으로 바라보면 문제점과 이에 대한 해결책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이게 바로 지역사회를 발전시키는 힘이다. 단체장 월례회의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주요시책과 동정 안내가 주를 이룬다. 주요시책은 수원시와 권선구, 구운동의 내용이 망라되어 있다. 구운동의 경우, 정월대보름 척사대회, 지신밟기 등이고 입춘첩 나누기 세시행사, 칠보산 달집축제도 안내한다. 수원시의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사업 모집, 여성안심 무인택배보관함 서비스도 안내하고 있다. 구운동에는 11개 단체가 구성돼 있다. 월례회의에는 단체장과 총무(사무국장)가 동반해 참석한다. 회의 주관은 동장과 주민자치위원장이 진행을 한다. 단체별로 돌아가면서 마이크를 잡는다. 각 단체의 이번 달 추진 내용과 타 단체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다. 이번 달 구운동에서 이루어지는 내용이 파악된다. 지역사회를 움직이는 힘은 바로 지역에 구성된 각종 단체의 구성원이 갖고 있다. 주민센터는 그들이 모여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그들이 어떤 마음을 갖고 단체 활동을 하느냐에 따라 지역사회는 다르게 변화한다. 주민센터 담당 주무관에게 각 단체의 구성 인원수를 알아봤다. 단체별로 구성원이 작게는 8명에서 많게는 38명이다.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힘은 바로 봉사에서 나온다. 구운동의 경우, 지역사회의 구성원 모두를 합치니 200여 명이 된다. 이들은 자신의 시간과 노력, 때로는 물질까지 들여가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애쓴다. 나 아닌 지역사회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치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의 지역사회는 나날이 달라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들이 존경스럽다.
우리는 삶의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이는 인연이요, 섭리이기도 하다. 이 인연의 끈을 어떻게 엮어갈 것인가는 각자의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학생들이 학교에서 학습에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마지막까지 경주하는가를 여러 해 동안 지켜봤다. 집단적으로 성적향상을 위한 공부법 강의도 해보고 개별화 된 처방을 내린 경험도 많다. 이러한 여러 가지 지도과정에서 알게 된 것은 주어진 내용을 철저하게 분석하는 학습 습관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점이다. 광양여중에 부임해입학식 날 휠체어를 타고 학부모의 도움을 받아 등교하는 학생을 발견했다. 이때머리에 스쳐간 것이 있었다. 80년대 초 무렵 장흥중학교에서 담임을 맡아 지체장애 학생을 담임하면서 겪은 일이다. 그때는 이같은 장애 학생에 대한 적절한 지도 방법을 몰라서 체육시간이 돼도 학생 자신이 원하는대로 그냥 허락하였다. 그러나 나중에 특수교육을 배우면서 그것은 나의 무지의 소치라는 것을 알게 됐다. 분명히 교사가 개입해 적절한 교육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여학생은 체육 분야보다는 아무래도 자신의 건강에 관한 관심이 높을 것 같아 구독한 일간신문의 건강관련 분야 내용을 스크랩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특수 선생님을 통해 전달했다. 이 학생에게 특별히 많은 지도를 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내용을 꼼꼼하게 읽고 자신의 의견을 노트 가장 아랫부분에 정리하도록 했다. 시간이 갈수록 학생의 문장 분석 능력은 질이 높아져 갔다. 스스로 성숙된 독서를 하게 된 것이다. 이런 활동을 거의 1년간 지속적으로 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글쓰기 능력은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다. 3학년 때는 각종 글쓰기 대회에서 수상하면서 자신감을 얻게 됐다. 이후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글 쓰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러한 학습과정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관심이 높고 지도 교사의 격려가 뒤따르면 분명히 좋은 결과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학생에게는 학급 친구들이 문학소녀에게 전하는 격려의 편지를 써 선물하도록 했다. 이 결과 고교 3년 과정을 순천에서 마치고 서울대학교 역사계열에 합격하는 영광을 안게 된 것이다. 성장해가는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리고, 자원이 필요하다. 이 학생은 신문제공을 통해 기회가 주어졌으며, 신문이라는 자원을 활용해 공부를 했다. 학생이 쓴 내용을 보고 누군가가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격려의 기회를 받지 못할 것이다. 이 학생은 격려를 통해매일 매일 주어진 내용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자신의 의견을 만들어 갔다.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더해가는 것은 위대한 창조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모든 아이에게 최고의 교육을 제공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모든 아이가 고도의 성취를 하는 것은 아니다.스 학생 스스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자기 목표를 향하여 실행하는 것이 학업도, 인생도 성공으로 가는 길임을 알게 됐다.
교사를 폭행하고 여교사의 신체를 몰래 찍어 SNS에 올리는 학생들의 교권침해가 빈발하면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와 국회가 교권침해 학생을 전학시키는 내용의 법 개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는 지난해 ‘교권보호법’(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에 관한 특별법) 및 시행령이 개정된 이후 보다 강력하고 예방차원의 입법이 필요하다는 교총 등 교육계의 지속적 활동에 따른 것이다.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교권침해 사건은 약 2만5천건, 연평균 5천건에 달한다. 하지만 현행법령은 교권침해에 대해 교내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이수, 출석정지, 퇴학처분만 규정하고 있을 뿐, 출석정지와 퇴학처분 사이에 적용할 강력한 징계가 없어 실효성에 문제가 제기됐다. 또 퇴학은 고등학생만 적용돼 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가․피해자의 격리가 필요한 폭행·성추행 등의 교권침해 시 피해교사가 되레 전근을 가는 고통을 겪고 있다. 법 체계 상 형평성 문제도 있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에는 가해학생에 대해 학급교체에 전학까지 규정하고 있다. 학생 간 폭력에는 전학조치가 있는데 교권침해에는 해당사항이 없다. 외국은 교권침해 행위에 대해 매우 엄격하다. 미국은 교사에게 높은 수준의 도덕적 책무성을 요구하면서 교권이 침해당하면 다른 범죄보다 그 책임을 무겁게 묻고 있다. 메사츠세츠주의 경우 피해가 입증되면 가해학생은 전학하거나 다른 교실로 가야하며, 어떤 경우에도 교사와 접촉해서는 안 된다는 법원 명령이 내려진다. 일본은 관행적으로 전학명령 또는 전학권고 등이 행해진다. 학부모가 불복할 경우 퇴학조치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아 대부분 전학조치를 받아들인다. 독일은 다수 학생과 교사의 수업권을 보호하기 위해 강제 전학처분을 허용하고 있다. 교권이 무너진 교실에서 학습권이 보장될 리 없다. 국회와 정부는 교권보호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경기 남양주 동화고 2학년 학생들과 교사 등 88명이 1년간 ‘정약용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연구·조사 결과를 직접 책으로 써 화제다. 지역의 대표 인물인 다산 정약용에 대한 연구 결과를 엮어 6일 발간한 ‘융합형 인재, 다산 정약용을 말하다’가 바로 그것이다. 정약용의 삶과 업적에 대한 학생들의 독창적인 시각과 접근법이 빚어낸 결실이다. 또 1년간의 연구 과정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프로젝트 운영의 지침서이기도 하다. 프로젝트는 지난해 1월 국어, 수학, 역사, 물리, 지구과학, 미술 등 담당 교과가 다른 8명의 교사들이 의기투합하면서 시작됐다. 교사들은 정약용 선생을 소재로 연구 활동을 수행해 책을 정식 출판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학생들을 모집했다. 목민심서를 읽고 독후감과 연구 활동 계획안을 제출토록 해 57명의 연구 학생을 선발하고 책 출판과 영상 제작, 삽화 작업을 위한 지원단 9명도 뽑았다. 또 지도교사보다 좀 더 가깝게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졸업생 12명을 뽑고 지역 다산문화교육원의 전문가 협조를 받기로 하면서 조직 구성을 마쳤다. 본격적인 연구 활동에 앞서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강연 청취와 논문 읽기를 통해 정약용에 대한 기본 지식을 쌓도록 한 뒤 그의 업적과 삶에 대한 발표와 토론, 마인드 맵 작성 등을 거치며 연관성이 높은 단어 6개를 선정, 모둠으로 편성했다. 모미아 교사는 “모둠 편성은 연구 활동을 이끌어 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라며 “사전에 토론을 통해 학생들 안에 잠재돼 있던 관심 분야를 확인해 모둠을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선정된 단어인 유배, 서학, 만남, 서민, 화성, 가족이 바로 모둠의 주제가 됐고 6개 모둠별로 연구 활동이 시작됐다. 학생들은 가깝게는 남양주의 실학 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멀게는 정약용의 유배지였던 전남 강진까지 가서 그의 흔적을 찾았다. 이예원 양은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다보니 잘못된 정보가 많았다”며 “한여름에 다섯 시간 넘게 걸려 강진으로 가는 길이 힘들긴 했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방대한 자료를 접하게 돼 책 제작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박종일 교사는 “학생들이 주말에 답사를 가야 한다고 찾아오면 기특하면서도 안전 문제 때문에 부담이 컸지만 아름다운 조명에 둘러싸인 화성을 함께 바라봤던 기억, 나로 우주센터가 위치한 고흥의 바다를 바라보며 삼겹살 파티를 했던 기억 등 학생들과 쌓은 추억이 더 많았다”고 밝혔다. 연구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모둠별 글쓰기 작업을 이어갔다. 글을 쓰는 방법까지도 모둠별로 스스로 결정하도록 자율성을 줬다. 그래서 한권의 책 안에 6개의 주제별로 서로 다른 서술 방식이 적용됐다. ‘서학’ 부분에서는 가상의 인물이 조선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로 소설 형태를 취했고 ‘서민’에서는 정약용 선생의 1인칭 시점으로, ‘유배’에서는 정약용의 반대파 세력, 유배지의 마을 주민, 그의 벗인 혜장스님 등 주변 인물을 통해 7개의 관점으로 나눠 그를 설명했다. 내용마다 출처를 일일이 달아 사실 관계도 명확히 드러냈다. 이상민 군은 “처음에는 연구한 자료를 그대로 적다보니 딱딱한 논문 같다는 지적을 받았어요. 그래서 모둠 친구들과 토의를 통해 소설 형태로 집필 방식을 바꿔 재구성하게 됐다”며 “정약용이란 인물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다가가니 신선했고 다양한 진로를 선택한 친구들과 함께 작업을 해 즐거웠다”고 말했다. 책 출간에는 학생들의 다양한 진로, 다양한 재능이 빛을 발했다. 출판에 필요한 자금 해결은 경영이나 경제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맡았다. 지난해 9월 한달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을 실시했다. 후원자에게는 출판된 책에 이름을 기재해 주고 책 증정, 손 편지 제공이라는 혜택을 제시했다. 공공 기관 게시판, SNS 등을 통해 홍보 활동을 펼친 결과 140명으로부터 500만원을 투자받았다. 또 영상 분야로의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은 프로젝트 운영 과정을 영상물로 만들어 책에 QR코드를 통해 볼 수 있도록 했다. 미술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삽화 작업에 참여했다. 박 교사는 “책을 제작하기까지가 쉽지는 않았지만 이 과정에서 논문 읽기, 견학, 발표, 토론, 창작 등 학교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교육 활동들을 한 번씩은 다 하게 돼 의미있는 작업이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