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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메이슨 커리는 2013년 세계적으로 저명한 예술가들의 일상을 담은 『리추얼(Daily Rituals)』이란 책을 발간했다. 원래 ‘리추얼’은 ‘의식(儀式)’을 의미하는 단어로, 하루를 마치 종교적 의례처럼 여기는 엄격한 태도이자, 일상의 방해로부터 나를 지키는 유용한 도구, 삶의 에너지를 불어넣는 반복적 행위이다. 하지만 엄숙한 의미를 지닌 뜻과는 달리 ‘개인의 삶에서 규칙적으로 행하는 습관적인 일’이라는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이 책은 토마스 홉스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까지 지난 400년간 가장 위대한 창조자들로 손꼽히는 161명의 완벽한 하루에서 찾아낸 결정적 리추얼들을 소개하고 있다. 예컨대 무라카미 하루키는 새벽 4시에 일어나 대여섯 시간을 집필 관련 일을 하고 오후에는 달리기나 수영을 하며 저녁 9시에 잠들었다고 한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매일 아침 한 시간 정도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책을 읽거나 글을 썼다고 한다. 칸트는 매일 정확한 일정 시간에 동네를 산책하여 이웃 사람들이 그를 보고 시계를 맞출 정도로 사색을 즐겼다고 한다. 그 밖에 소설가, 시인, 극작가, 화가, 철학자, 영화감독, 과학자들이 창작을 방해하는 장애물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또 자신의 시간을 지키기 위해 하루를 어떻게 설계했는지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요즘처럼 삶이 지치고 힘겨운 시대는 일상에서 새 힘을 공급해주는 리추얼을 한두 개 정도 습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우리 주변에는 에너지가 고갈되어 늘 피곤하고 만사가 귀찮다는 표정을 짓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마치 수명이 다한 건전지 같아 보인다. 물론 무기력과 탈진의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공통적인 이유가 있다면 ‘충전’ 작업을 하지 않는 탓이기도 하다. 이에 심리적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법을 고안할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사람이 마음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충전소로 직행할 수 있는 패스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고독’이다. 고독은 외로움과 다르다. 외로움이 소외에서 오는 고통이라면 고독은 혼자 존재함을 즐기는 일이다. 고독은 결핍이 아니라 충만이며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경건한 시간이다. 따라서 ‘혼자 있음’을 초월한 고독의 의미 있는 순간에 적합한 리추얼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요즘 교사들도 힘들다고 아우성치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당신은 교사로서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행하는 어떤 고독한 습관을 갖고 있는가? 이러한 리추얼을 잘 활용하면, 일상의 방해와 간섭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유용한 도구로 삼을 수 있다. 즉, 종교적 제례처럼 다소 경건하게 또는 평온하게 매일 반복하는 행위를 순간이나마 의식적으로 행한다면 학교에서의 생활을 어느 정도 전환할 수 있다. 지금은 일상에서 ‘소확행’의 작은 지혜를 추구하는 시대다. 따라서 매일 아침 출근하는 차 안에서, 수업하러 들어가기 전 교무실에서, 수업 후에 복합적인 감정을 가지고 걸어 나오는 복도에서, 복잡한 감정을 다스리는 근사한 리추얼을 하나쯤 개발해 두면 어떨까? 점심 이후엔 운동장이나 학교 건물(校舍) 주변을 산책하거나 한잔의 커피를 앞두고 동료와 즐기는 수다는 어떤가. 감정 노동자라 불리는 교사는 학교 현장에서 어떤 식으로든지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고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리추얼을 개발해야 한다. 예컨대 동료 교사와의 관계에서 갈등이 발생할 때 하루 5~10분씩이나마 의도적으로 간식과 커피 타임을 제안한다. 학교에서는 동료 교사, 학생 그리고 교직원 간에 서로를 알고 소통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그래서 자기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일상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긍정적 분위기를 형성하여 심리적 안정과 평화를 얻는 리추얼은 좋은 교사가 되는 비결이기도 하다. 이제 가을이 시작되었다. 청명한 가을 하늘처럼 2학기의 학교생활도 교사 모두가 맑고 활기찬 그리고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교육활동에 임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수원가온초등학교(교장 김재영)는 전교생 대상으로 9월 1일 목요일부터 6일 금요일까지 6일 동안 학년별로 전통명절 놀이 체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학교가 주관하고 수원가온초 학부모회의 지원과 협조로 추석 관련 놀이와 음식 체험 그리고 다양한 이벤트 진행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일일 교사로 지원한 학부모의 친절한 설명과 시범으로 투호와 제기차기, 전통 팽이치기, 팔씨름, 비사치기 등 놀이를 부스별로 나누어 체험활동을 진행하였다. 송편과 식혜를 먹으며 추석 분위기를 미리 느껴보기도 하고, 이벤트로 마음에 드는 그림을 손등과 팔에 그리는 페이스페인팅도 하였다. 행사에 참여한 2학년 홍00학생은 "추석과 관련된 음식인 송편과 식혜도 먹고 친구들과 함께 전통 놀이를 해볼 수 있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 전폭적으로 지원해준 이윤경 학부모회장은 "대면으로 진행한 전통명절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웃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재영 교장은 "코로나19로 위축되었던 학교 분위기가 밝아졌으며, 놀이를 통해 우리 전통문화를 알고 소중히 여기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장관 조승환)와 수협중앙회(회장 임준택)가 주최하는 어촌체험 스탬프투어가 진행 중이다. 이번 진행되고 있는 소그룹교류행사 스탬프투어는 코로나19로 인해 여가·여행 활동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도시민들이 안전하게 도시-어촌 교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여 어촌사랑 운동의 범국민적 인식 제고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본 프로그램은 총 3개 권역(경기권, 전라권, 강원권)으로 나누어 진행되며 원하는 권역의 어촌계에 방문해 다양한 어촌체험 활동을 즐길 수 있다. 화성시 백미리어촌계와 안산시 선감어촌계에서 진행되는 1차(경기권) 스탬프투어는 참가자 접수가 마감되었으며 현재 9월 21일(수)부터 10월 21일(금)까지 전북 고창 동호어촌계와 전남 함평 돌머리어촌계에서 진행되는 2차(전라권) 스탬프 투어 참가자 접수를 받는 중이다. 1차와 마찬가지로 2차 스탬프 투어도 가족, 동호회, 직장동료 등 총 20개 소그룹을 모집하며 선정된 소그룹에게는 각 소그룹당 25만원 한도로 어촌체험활동비와 식비, 숙박비 일부가 지원된다. 2차(전라권) 소그룹교류행사 스탬프투어에 참가를 원하는 소그룹은 9월 16일(금)까지 소정 양식의 신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면 되며 신청서 양식 및 자세한 안내는 수협 어촌사랑 홈페이지(isealove.suhyup.c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소그룹교류행사 스탬프투어를 주관하고 있는 (사)한국환경교육협회(☏ 070-4350-6029)로 하면 된다.
전북교총에이치에스장학회(이사장 이기종·이하 장학회)는 5일 전북교총회관에서 장학금 수여식을 갖고 전북 시·군지역에서 2022년 장학생으로 선발된 학생 13명에게 장학증서와 장학금을 전달했다. 장학회는 학업성적이 우수하며 학교생활에 모범적인 학생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학업에 열중하는 학생을 선발했다. 지난해 11월 창립한 장학회는 같은 해 12월 불의의 화재 사고로 어려운 생활고를 겪고 있는 완주군의 초등학교 형제를 대상으로 긴급 생활형 장학금을 지원한 바 있다. 이기종 이사장(전주송북초 교장)은 “사랑과 배려가 있는 따뜻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데 지속적인 나눔활동을 전개하겠다”며 장학회 활성화 의지를 밝혔다. 이날 수여식에는 이기종 이사장과 유태호 부이사장(HS그룹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 장학생과 가족들이 함께 했다.
한국교총(회장 정성국)은 학생들이 보건당국의 체계적인 생애주기적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하는 ‘학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 조속 심의 및 통과를 국회와 교육부에 요구했다. 또 교총은 시·도교육청에 학교 종사자 결핵검진 관련 비용 지원책 및 시스템 마련 등을 촉구했다. 교총은 7일 이 같은 입장을 담은 요구서를 각각 전달했다. 우선 학교보건법 개정안은 학생을 생애주기적 건강검진 대상에 포함시켜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의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현재 영유아 및 20세 이상 성인 등에 대해 생애주기별 건강검진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나, 학생의 경우 이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현행 학생 건강검진은 교육부가 학교장 주관하에 이행, 건강검사기록도 학교에서 작성·관리하도록 돼있다. 이로 인해 학생 건강검진은 제대로 되지 않고 학교의 행정력 낭비가 심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들어 학생 건강검진에 참여하는 병원 수가 감소 추세여서 병원 선정부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소수의 병원이 많은 학생을 짧은 시간에 검진하는 집단검진이 부실한 검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교총의 입장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학생 건강검사을 위탁해 개인별 건강검진 이력을 체계적으로 지속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총은 “학생 개인별 건강검진 이력의 체계적 관리와 교원의 행정업무 부담 경감을 위해 개정안의 심의 및 통과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또한 교총은 ‘학교 종사자 결핵검진’ 관련 검진 비용 지원책과 제도 마련을 17개 시·도교육청에 요청했다. ‘결핵예방법’에 따라 학교는 매년 ‘학교 종사자 결핵검진’을 해야 하지만 시·도교육청 차원의 비용 지원이 없어 교직원, 학교 출입 인원이 각자 최대 5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개인적으로 부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총은 지난 2018년부터 학교 결핵검진과 관련해 이 같은 지원 및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며 꾸준히 개선을 보건 당국에 요청해왔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및 17개 시·도교육청의 동의 의견을 받아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주무 부서인 질병관리청에게 비용부담 최소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답변도 받아낸 바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개선은 없었다. 이에 교총은 시·도교육청이라도 예산을 책정하고 관련 제도를 개선해 학교 현장을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재곤 교총 정책본부장은 “학교 행정부담을 초래하고 있는 결핵검진에 대해 시·도교육청이 예산 책정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학교의 고충과 지역별 검진 어려움 등을 고려해서 시스템도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교총과 서울시교육청은 6일 서울시교육청 회의실에서 2022년 교섭 협의 개회식(제1차 본교섭)을 가졌다. 2019년 이후 3년 만에 재개된 교섭 협의다. 양측은 이날 상견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실무 교섭 협의에 들어간다. 서울교총은 교섭 협의 안건으로 총 34개 조 68개 항을 제안했다. 교권 보호와 교원의 교육활동 지원·보장, 교원의 근무 여건 개선, 전문직 교원단체 활동 보장 등으로 구성됐다. 김성일 서울교총 회장은 모두 발언에서 “지난 3년간 코로나에 맞서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 최일선에서 학교 현장을 지킨 교원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이 있다”면서 “교권을 보호하고 교원이 가르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교육환경 조성과 근무 여건 개선에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를 극복하고 학교 교육이 제자리를 찾고 교육이 회복하려면 교원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고 가르치는 일에 전념할 수 있는 교육환경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 [주요 제안 안건] 교권보호 ○ 서울교총은 실효적 교권보호를 위해 ▲독립된교권보호담당관의 설치 ▲교원치유센터 확대·운영 ▲교권침해 피해 교원 적극 보호 ▲민사·형사상 소송비용 지원 최대 700만원 확대 ▲무혐의 입증 교원의 구제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교원의 교육활동 지원·보장 ○ 서울교총은 교원이 수업과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교사의 교육권 강화를 위한 법령 재정비 노력 ▲학교 내 파업 시 대비책 마련 ▲학교 노무 분쟁 해결 지원 방안 마련 ▲ 교원의 업무 경감 등을 요구했다. 교원의 근무여건 개선 ○ ▲차등성과급 폐지 ▲교원평가 폐지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제 실현을 위해 서울시교육청은 정부 및 관계 당국과의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실현되도록 노력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아울러 ▲교감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 교감 업무 감소 대책 마련 및 직책급 업무추진비 신설 등을 요구하고 ▲사립학교 및 특성화고등학교 교원을 비롯하여 수석교사, 유치원교원, 특수학교교원, 보건교사, 영양교사, 사서교사의 근무여건 개선에 대한 사항도 필수과제로 제안했다. 전문직 교원단체 활동 보장 ○ 서울교총은 전문직 교원단체 활동 보장을 위해 교육청 주요 업무에 대한 ▲자료제공 협조 ▲교육정책 형성 과정에 교원단체 참여 보장 ▲전문직 교원단체 교육 행사 지원 등을 요구했고, 교섭·협의 이행과 교육 현안 협의를 위해 정기적인 ▲정책협의회 운영을 요구했다.
올해 초‧중‧고교에서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밝힌 학생 비율이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일상 회복으로 학교 수업이 정상화되면서 학교폭력 피해도 함께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교총은 “대면수업으로 신체폭력이 증가하는 등 피해응답률이 증가하고 있어 우려된다”며 “이는 기존 학교폭력 대책만으로는 효과나 예방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6일 전북을 제외한 16개 시‧도교육청이 초4~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제1차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참여율은 82.9%(321만명) 였으며 4월 11일부터 5월 8일까지 4주간 실시됐다. 조사 결과 피해 응답률은 1.7%(5만4000명)으로 2021년 1차 조사 대비 0.6%p 증가했으며 코로나 감염병 확산 이전에 실시한 2019년 조사 대비 0.1%p 증가했다. 이는 전수조사가 처음 시행된 2013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학교급별 피해 응답률은 초등학교 3.8%, 중학교 0.9%, 고등학교 0.3%로 모든 학교급에서 2021년 1차 조사 대비 응답률이 상승했다. 이에 대해 한유경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 소장은 “초등학생은 중‧고등학생에 비해 학교폭력 감지 민감도가 높아 학교수업 정상화에 따라 신체적‧언어적 상호작용이 증가하면서 습관성 욕성, 비속어 사용 등에 보다 민감하게 ‘학교폭력’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중‧고등학생과 구분되는 초등학생의 피해유형별 실태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 향후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피해유형별로는 언어폭력을 당했다는 응답자가 41.8%로 가장 많았고, 신체폭력(14.6%)과 집단따돌림(13.3%)이 뒤를 이었다. 이는 지난해 1차 조사 대비 집단따돌림(14.5%→13.3%)과 사이버폭력(9.8%→9.6%) 비중은 줄고, 신체폭력(12.4%→14.6%)의 비중은 증가한 수치다. 모든 학교급에서 ‘언어폭력’ 비중이 가장 높았고,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신체폭력’(각 14.6%·15.5%)이, 고등학교는 ‘집단따돌림’(15.4%)이 높게 나타났다. 가해 응답률은 0.6%(1만9000명)로 2021년 1차 조사 대비 0.2%p 증가했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차 조사와는 동일했다. 목격 응답률은 3.8%(12만2000명)로 2021년 1차 조사 대비 1.5%p 높아졌지만, 2019년 1차 조사보다는 0.2%포인트 낮아졌다. 피해응답인원 및 응답률 학교급별 피해응답률 집단으로 이뤄지는 학교폭력은 줄어드는 추세다. 피‧가해 유형 모두에서 집단따돌림 비중이 감소(1.2%p, 0.7%p)했고 가해를 ‘주로 여럿이 했다’는 응답도 감소(1.0%p)했다. 학교폭력 피해 후 ‘주위에 알리거나 신고했다’(89.3%→90.8%), 학교폭력 목격 후 ‘알리거나 도와줬다’(69.1%→69.8%)는 응답은 2021년 1차 조사 대비 증가했다. 이에 대해 이병철 한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회적‧정서적 역량에 관련된 소양 교육이나 또래 갈등을 조절하는 경험이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미래에 대한 불안이나 초조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 폭력적인 방식으로 표출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학생들이 감정을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이나 문제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다루는 방식을 익힐 수 있도록 심리‧정서적 지원을 위한 전 사회적 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 대해 교총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교육지도와 상담을 강화하기 위해 교사 생활지도권 보장,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 감축 같은 근본대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학교폭력이 저연령화 되는 추세에서 지금처럼 교사들의 정상적 교육활동과 지도가 아동학대로 고소‧고발당해서는 학교폭력 예방 지도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교사들이 문제행동에 대해 초기부터 교육적 지도를 할 수 있도록 생활지도권 보장과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교폭력예방법 및 관련조례 개정과 예산확보도 주문했다. 교총은 “학교폭력예방법과 교육부 매뉴얼에 따라 정상적인 처리를 했음에도 그 과정에 불만을 품거나, 가해 처분을 경감 또는 취소하기 위해 학부모들이 학교장, 책임교사, 담임교사를 대상으로 민‧형사상 소송을 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며 “학폭담당 교원 등이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민‧형사상 소송비를 지원하도록 학교폭력예방법 및 관련조례 개정,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교육부와 한국교총은 이달 말부터 10월까지 ‘언어문화개선 교육주간’을 운영하며 바른 언어사용 관련 집중수업, 착한 댓글(선플) 달기 등 공감과 소통을 배울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자료를 보급해 학교단위 교육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언어습관 자기진단앱을 활용해 수시로 언어사용 습관을 진단하고 올바른 언어문화를 형성할 수 있도록 안내할 예정이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학교가 일상을 회복하는 지금이 학교 내 폭력 예방을 위해 중요한 시점”이라며 “최근 학교폭력 양상을 분석해 내년 2월 범부처 학교폭력 예방 시행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현장 교사들과 예비교사들이 3일 서울 일대에서 집회를 열고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제 완성과 교사 정원 확대를 촉구했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교대련) 등 예비교사와 한국교총 등 500여 명은 서울역 일대부터 삼각지역까지 행진하면서 '교육주체 집중행동'에 나섰다. 이날 집회에서 이들 단체는“지난 5월 7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제 완성과 정규 교원 확충을 주장하며 공동 행동을 진행한 바 있다”면서 “교육에 돈 아깝다는 정부 앞에 공교육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 예비교사들과 현장 교사, 학부모들과 다시 거리로 나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공교육의 질은 교사에게서 나온다”면서 미래 교육은 교사가 학생 한 명, 한 명과 소통하고 지도할 물리적 환경이 갖춰졌을 때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안정적인 교육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제를 완성하고 이에 맞게 교원을 확충해야 한다고 교육 주체들이 외쳐왔지만, 정부는 매년 공무원 1% 감축이라는 기조 아래 교사 수를 줄이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편에 대해서도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교육재정 확대 없이 공교육 강화는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교육 현장은 학교급을 막론하고 지원과 투자가 절실하다”면서 “교부금법 개편안은 고등교육 예산 확보를 핑계로 교육 예산을 축소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유·초·중등 교육에 쓰이는 교육재정을 대학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승오 한국교총 2030 청년위원장(충북 청주혜화학교 교사)은 선언문에서 “교육대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교사를 꿈꾸고 입학했지만, 불안정한 TO와 비정규직 교사 양산으로 불안한 상황”이라며 “현재의 정부 정책은 학교 현장의 학습 격차를 해소하지도 못하고 대학의 운영 책임을 여전히 학생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중앙 정부가 공교육을 강화하는 책임을 다하도록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와글와글 갯벌 (저자 김숙분, 가문비어린이 펴냄, 76쪽, 1만4,000원) 우리나라 갯벌에 사는 동식물의 생태를 동시로 표현한 ‘갯벌 생태 동시집’이다. 동시 35편에는 여러 종류의 갯벌 생물이 등장한다. 살아가는 모습과 특성, 사람과의 관계 등을 소재로 시를 쓰고 각각 생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갯벌에 관해 보다 쉽게 알 수 있도록 했다. 부록으로 ‘갯벌 상식백과’가 덧붙어 있다.
교실 밖 인공지능수업 (저자 김현정, 궁리 펴냄, 208쪽, 1만4,000원) IT 전문작가가 현장에서 들려주는 생생한 인공지능 강의가 펼쳐진다. 최근 들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공지능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인공지능기술을 중심으로 모든 산업이 서서히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은 크게 2개 파트로 AI의 개념부터 알아본 뒤, AI가 우리 생활 곳곳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소개한다.
웹툰작가 어떻게 되었을까? (저자 캠퍼스멘토, 출판사 캠퍼스멘토 펴냄, 180쪽, 1만5,000원) 현재 활동 중인 웹툰작가 6인이 직업의 세계를 들려준다. 웹툰작가들이 털어놓는 생생한 경험담은 진로 안내서로 충분하다. 이들은 직업을 결정하거나 중요한 선택의 순간 어떤 결정을 했는지, 왜 지금의 일을 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해주며, 학생들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들을 던진다.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당신에게 (저자 이국향, 북랩 펴냄, 260쪽, 1만5.000원) 약 26년 동안 선생님으로 살다 박사학위를 받고 심리운동·해결중심접근법 전문가로 변신한 저자가 학교 안팎에서의 행복한 생활을 위한 지침을 알려준다. 그는 교사가 일상 중 일어나는 사건에서 문제점과 단점에 집중하는 대신, 보다 건강한 면에 초점을 맞추려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림책 놀이수업으로 부리는 마법 (저자 김혜림, 율도국 펴냄, 248쪽, 1만5,000원) 학생에게 책을 어떻게 친숙하게 접근하게 할까 고민하던 현직 교사가 그림책을 통한 독서교육으로 효과를 거둔 비결을 공개한다. 주제에 맞는 책 선정부터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우는 노하우·체험 등을 전달하고 있다. 교사나 학부모가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독서지도안 35개와 놀이활동 140개가 수록됐다.
명화를 시로 읽다 (저자 천보숙, 출판사 마음시회 펴냄, 140쪽, 1만5,000원) 현직 초등교장이자 시인인 저자가 북송시대 소동파의 ‘화중유시, 시중유화’의 현실판을 그려냈다. 그는 한 학급에서 학생들이 명화 감상 후 시를 짓는, 융합교육 현장을 목격하고서 곧바로 ‘명화시’를 착안해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쌓아올린 작품 중 몇 편은 시전문지 마음시에서 특집으로 발표돼 호평을 받았다.
보고, 듣고, 느끼고, 만지고, 만들고, 온몸으로 공예를 경험하는 공간이 탄생했다. 일상을 여미던 보자기, 환생을 염원하는 연꽃 방석, 소중한 물건을 담던 화각함에서, 길상의 마음을 담아 색동으로 지어 입힌 까치두루마기까지. 흩어지고 숨어있던 전국의 작품 2만여 점이 모셔진 곳. 낡은 유물함의 봉인이 해제되고 그들이 살아낸 과거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 ‘서울공예박물관’이다. 시간과 공간을 엮는 플랫폼, 공예박물관 박물관 자리는 예로부터 안동별궁이라 칭해지며 왕가의 저택과 왕실의 혼례공간으로 사용되던 곳이다. 이곳은 세종이, 아들 영응대군을 위해 집을 짓고, 성종이 월산대군에게 하사하였으며, 1910년에는 환관들의 주거공간으로 사용되는 등 부침을 거듭하였다. 이후 1944년 개교한 풍문여고가 70년 역사를 뒤로하고 자곡동으로 이전을 결정하면서 이곳의 쓸모에 대한 치열한 논쟁은 점차 박물관으로 가닥을 잡게 되었다. 안국역 인근은 경복궁과 더불어 인사동 북촌 등에 인접해 있어 다양한 전통문화의 허브로 기능할 수 있는 곳이고, 가까운 종로일대는 조선시대에 수공예품을 만들어 관에 납품하던 ‘경공장’들이 즐비했었기에 역사적 가치 또한 엄연한 곳이다. 박물관 건립을 고민하던 서울시는 이곳 풍문여고 자리가 박물관의 정체성에 매우 적합하다 판단하였다. 5년간의 공사 끝에 2021년 한국 최초의 공립 공예박물관이자 시간과 공간을 엮는 플랫폼 ‘서울공예박물관’이 탄생한 것이다. 당신이 이곳의 주인입니다. 서울공예박물관에는 문과 담장이 없다. 안국동 대로 건너편에서 바라보기에도 입구가 시원하게 뚫려 있다. 안국역 1번 출구 또는 감고당 길에서도 입장이 가능한 이곳은 담이 없는 까닭에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않더라도 산책이 가능하며, 시민들의 들고남이 자유롭다. 골목길의 폐쇄성을 순화하여 시야를 확보하고 진입장벽을 없애 공예박물관이 갖는 도시재생의 의미를 배가시켰다. 마치 ‘당신이 이곳의 주인이랍니다’라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관람객의 동선을 통제하지 않는 자유로움에도 불구하고 작품 훼손에 대한 우려는 전혀 없다. 이와 같은 결정은 시민들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자리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물관은 풍문여고의 기존 5개동에 안내동과 한옥공간을 포함 총 7개 동에 이르는 모든 건물이 400년 된 은행나무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사전가직물관·아트리움·본관·교육관·동관·관리동 등 각기 다른 형태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마당 안에 들어서면 스툴 하나가 45kg에 달하는 이강효 작가의 ‘휴식, 사유, 소통의 분청의자’ 세트가 먼저 눈에 띈다. 아직은 수줍은 어린나무 아래 무심한 듯 놓인 분청들은 감상품이자 실용품이다. “작품을 두려워하지 말고 시민들이 앉아 쉬면서 감상해 주면 좋겠다”는 작가의 바람을 아이들은 아는가 보다. 시키지 않는데 누구라도 관람 후 이곳에 앉아본다. 창작의욕에 불 지피는 체험활동 가능한 어린이 공예마을 학생들과 함께 체험활동이 가능한 교육동은 외벽을 테라코타의 띠줄로 마감한 원통형 건물로, 2·3층에는 어린이 ‘공예마을’이 있다. 2층에서는 철물·그릇·가구 공방체험이, 3층에서는 옷과 모두(모든 것이라는 뜻) 공방체험이 이루어진다. 특히 우리 교육현장 여건상 부족한 노작활동이 다양한 형태로 가능하여 이곳에 들어서는 아이들은 작은 작품부터 예술성 가득 담긴 작품까지 무엇이든 완성해 낸다. 홈페이지에서 미리 예약하고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보호자나 선생님과 함께(12세 이하) 입장해야 활동이 가능하다. 공예체험은 만드는 과정도 물론이거니와 안전하게 활동하며 공예도구를 제자리에 정리하는 습관, 친구들과 어울리며 배려하는 마음, 도구와 작품을 소중히 다루는 태도까지 함께 배울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될 수 있다. 교육동 옥상의 전망대에서는 안국동·종로·송현동과 그 뒤를 두르는 인왕산·안산, 덕성여고 뒤 북악산·북한산까지 두루 둘러볼 수 있다. 한평생 공예와 살고 지고 이제 박물관 관람의 본편을 시작해 보자. 박물관 상설전시의 2개 콘셉트는 역사와 직물이다. 고대부터 근대까지 광석·흙·나무·전복껍질 등이 장인의 손에서 금속공예와 도자기·나전칠기로 새롭게 탄생하는 과정과 더불어 독창성과 예술미, 치열한 장인정신이 만나 쌓아 올린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조선시대 장인들은 어린 시절 도제를 거쳐 한평생을 공예와 함께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는 양자를 들이거나 제자를 자식으로 받아들여 업을 잇기도 하였다. 목공·도자·농기구에서 신발·갓에 이르기까지, 국중 연회에서 서민제사까지 그들의 손길이 안 미치는 곳이 없었다. 3동 3층의 상설전시는 ‘보자기, 일상을 감싸다’이다. 보자기는 삼국시대 육가야 시조설화에 등장한 홍폭(紅幅)에서 지금까지 무려 1,700여 년 이상 활약하였다. 보자기·포대기·보자 등의 이름으로 전국팔도 궁중과 귀족·평민 등 그 일상적 활약이 팔방미인이었다. 보자기는 청·홍·오색의 다양한 색상과 예술성에, 조형적 배치와 독보적인 컬러감으로 두루두루 일상을 감싸 안았다. 그러나 지금은 쇼핑백과 캐리어에 밀려 거의 소멸에 이르러 있다. 최근 나이키 제품 중 신발의 뒤축과 안쪽, 밑창에 귀여운 원앙 캐릭터가 프린트 되어 있는 제품이 출시되어 화제가 된 바 있다. 깜찍하게도 운동화를 감싸고 있는 속지가 한국의 청·홍색 보자기와 같은 모습이었다. 자긍심과 부끄러움이 동시에 밀려드는 대목이었다. 보따리 할배가 모은 자수, 꽃이 피다 서울공예박물관에는 평생 ‘보따리 할배’라 불리던 어떤 이의 일생이 담겨 있다. 그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전쟁에 참전, 공훈 화랑무공훈장도 받았다. 이후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며 도자기를 보러 다니다 보자기와 자수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남들이 내팽개친 것도 내 눈에는 참 예쁘게 보였다”니 일상에서 예술을 보는 심미안을 타고났을지 모른다. 그는해외로 반출되는 우리 것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이후 자수는 물론 자수를 싼 보자기에 주목하기 시작해 치과의사인 아내와 함께 40년 수집가의 인생이 시작되었다. 그의 이름은 ‘보따리 할배’라 불리우는 허동화 선생. 구운몽 병풍 하나를 구하는 데는 10년 동안 정성을 들였다고 한다. 이렇게 쌓여간 그들의 수집활동은 보자기와 흉배·꽃신·수저집에서 방석과 꽃버선 등 다양하게 전개되었다. 그의 소장품 5,129점은 서울시에 기증되어 2021년 서울공예박물관 직물관이 탄생하였다. ‘자수, 꽃이 피다’는 상설전시관 2층의 콘셉트다. ‘~이 피다’, ‘~을 감싸다’와 같은 표현에서는 언어의 우아함이 배어난다. 모국어 사용자만이 감지할 수 있는 따뜻함과 배려가 묻어나는 문장이다. 이곳에서는 화려한 색실과 솜씨의 향연이 펼쳐진다. ‘자황색·담자색·치자색·흑록색·추향색·옥색·소색’ 색깔 못지않게 이름이 어여쁘다. 이제 치자로 물을 들여 염색하지 않으니 치자색이라 이름하지 않고, 가을 분위기는 추향이라 표현하지 않는다. 물건과 풍습이 사라지니 언어도 사라져 간다. 색색가지 수실의 아름다움과 이름은 여기 남겨진 이곳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조선여인의 여문 손끝으로 만들어낸 색색가지 작품들에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어린아이가 입었을 법한 두루마기, 색동 자투리 천의 소매가 어찌나 앙증맞고 예쁜지 관람 학생들의 수다가 한창이다. 섣달그믐에 아이들에게 입혀 ‘까치두루마기’란 이름을 갖게 되었단다. ‘우주 삼라만상이 가진 아름다운 색으로, 길하고 상서로운 기를 받고, 장수와 영화를 기원하며’ 아기들에게 지어 입혔다 하니 그 마음만으로도 아기는 무병장수하리라. 과거를 넘나드는 시간여행의 문, 아이들의 미래를 꿈꾸게 하다. 전시3동 4층의 ‘보이는 수장고’와 ‘보존 과학실’은 학생들에게 미래의 직업 중 하나를 보여줄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보이는 수장고에는 자수품·보자기 같은 작품들과 이름을 대면 알만한 1세대 패션 디자이너들의 의상작품 6,000여 점이 보관되어 있다. 보존과학실은 손상된 작품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거나 보존 처리작업을 수행하는 곳이다. 창 너머로 학예연구사들의 작업하는 모습을 볼수 있다. 서울공예박물관을 돌아보는 시간은 감동의 연속이다. 무엇보다 공예박물관은 민속박물관임에도 옛것에 침잠하는 엄숙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있다. 일단 아날로그적 정서를 진심에 담아낸 뛰어난 솜씨의 큐레이팅은 박수를 보내고 싶을 만큼 탁월하다. 자수코너에서는 자수의 본을 손으로 만져볼 수 있고, 수를 놓는 순서는 어린 학생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으로 설명해 놓았다. 곳곳에 자리한 디지털 미디어 교육자료와 함께 전시해설·유물탐색·동선을 안내하는 스마트기기인 ‘크래프트 아이’는 사뭇 미래적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 체험코너와 음성안내 기기는 재미있고, 교육적이며, 편리하게 꾸며져 있어 전시의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리면서도 관람자에 대한 배려가 가득하다. 역사와 전통을 배우고, 조상들이 아로새긴 미감을 체험하며, 우리 것을 바탕으로 세계와 미래를 꿈꾸게 할 수 있는 곳, 소녀들의 웃음소리 가득하던 교문이 사라진 자리는, 현재에서 과거로, 과거에서 현재로 누구나 무시로 넘나드는 시간여행의 문이 되었다.
몰디브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푸른 바다 위 신기루처럼 떠 있는 섬. 그리고 그 섬 하나를 온전히 통째로 차지하고 있는 리조트. 우리가 생각하는 낙원의 풍경에 가장 가까운 곳. 하지만 멀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싱가포르 창이공항을 거쳐 몰디브 말레공항에 도착하기까지 꼬박 하루가 걸렸다. 말레공항에 도착하기도 쉽지 않았다. 활주로에 착륙하기 직전 비행기는 급상승했다. 폭우와 거센 바람으로 복행 지시를 받은 것. 할 수 없이 하늘을 약 1시간 30분 동안 맴돌아야 했다. 말레공항 대기실에 발이 묶여 기다리길 또 두 시간. 마침내 우여곡절 끝에 리조트로 가는 수상비행기가 출발했다. 몰디브는 대부분 섬 하나를 리조트 하나가 통째로 차지하는데 여행자들은 스피드보트와 수상비행기 등을 이용해 목적지 리조트로 간다. 이번 일정에 머무르기로 한 리조트는 수상비행기로 약 25분 거리에 떨어진 콘스탄스호텔 체인의 ‘할라베리’와 ‘무푸시’ 두 곳이다. 몰디브는 엄격한 이슬람 국가다. 인구의 99%가 무슬림이다. 「헌법」은 ‘무슬림이 아니면 몰디브 시민이 안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몰디브인은 성경책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극형에 처해질 수 있다. 관광객 역시 성경책을 갖고 다닐 수 없다. 돼지고기와 술은 당연히 금지. 수영복을 입을 수도 없다. 하지만 리조트 내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수영복을 입고 돼지고기 요리에 와인을 마셔도 된다. 여행자를 압도하는 아름다운 풍경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도착한 콘스탄스 할라베리 리조트는 그간의 수고를 모두 날려 버릴 만큼 압도적인 풍광을 자랑했다. 너무나 찬란해서 눈 뜨기가 힘들 정도로 아름다운 바다는 지금까지의 지독한 20시간 여정을 2초 만에 포맷시켜 버렸다. 배에서 내려 에메랄드빛 라군 위로 지어진 워터빌라로 가는 나무 데크 길을 걷고 있으니, 몰디브에 왜 진작 오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세상에는 이토록 아름다운 곳이 많은데 나는 서울에서 단지 살기 위해 아등바등 애쓰고 있었구나. 역시 인생의 목적은 일이 아니라 놀기 위한 데 있다. 일찍이 아시아를 탐험했던 마르코 폴로는 몰디브를 ‘인도양의 꽃’이라고 칭했다. 그냥 흔한 섬나라가 아니다. 해마다 백만 명이 코발트블루의 지상낙원을 경험하기 위해 몰려든다. 몰디브는 스리랑카 남서쪽으로 650km 지점 인도양 한가운데 뿌려진 산호섬 1,192개로 이루어져 있다. 몰디브를 ‘꽃의 섬’이라고 하는데 이는 몰디브 구역을 나누는 ‘아톨(Atol)’이라고 부르는 거대한 고리모양의 산호초 때문이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반지 고리모양의 산호초 섬을 상상하면 된다. 이 거대한 산호초를 이정표 삼아 몰디브는 총 26개, 행정구역상으로는 19개 지역으로 구분한다. 몰디브는 섬 하나를 하나의 리조트로 개발하는 ‘1 아일랜드 1 리조트’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데 현재 모두 100여 개의 섬에 리조트가 들어서 있다. 콘스탄스 할라베리 리조트도 그중 하나다. 리조트에서는 오직 ‘놀고, 먹고, 쉬는 일’ 외에는 할 일이 없다. 마을도 없고 시장도 없다. 여행객과 리조트 직원 딱 두 종류의 사람만이 있다. 하루 세끼 모두를 리조트에서 먹고, 리조트 내에서 놀아야 한다. 스노클링과 윈드서핑 등 해양레포츠를 즐기거나, 온종일 백사장에 누워 책을 읽어도 좋다.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가 돌고래 워칭을 해도 된다. 와인 테이스팅을 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절대 지루하지 않다. 시간이 가는 게 아까울 정도다. 하루만 더 있고 싶다는 마음이 날이 갈수록 커진다. 가장 즐거운 경험은 스노클링이다. 굳이 배를 타고 나갈 필요가 없다. 방문을 열고 나무 계단 몇 개를 내려가면 된다. 워터빌라 앞에서 조금만 헤엄쳐 나가면 라군이 끝나고 리프가 시작되는 경계점. 리프는 해저 지면이 낭떠러지처럼 급격히 깊어지는 곳을 일컫는다. 멀리서 보면 갑자기 바다색이 짙푸르게 변하는 곳이 바로 리프가 시작되는 곳이다. 이곳에 접어들면 산호 군락 속에 숨어 사는 작은 열대어와 리프 너머에 모여 있는 물고기 떼가 다가온다. 바다거북과 직접 눈을 맞출 수도 있다. 지켜야 할 수칙들도 있다. 산호초 밟기, 침전물 휘젓기, 해양생물 만지거나 뒤쫓기, 물고기 먹이 등이 금지된다. 모두 한글로 안내된다. 리조트에서 무료로 빌릴 수 있는 스노클링 장비를 갖추고 있다. 가서 방 번호와 이름만 대면 아무 때나 빌릴 수 있다. 그마저도 귀찮으면 방 앞에 위치한 테라스에 있는 프라이빗 인피니티 풀에 들어가면 된다. 혼자서도 넉넉하게 즐길 만큼 넓어 굳이 리조트 메인 수영장을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시간이 가는 게 아깝게 느껴지는 곳 콘스탄스 무푸시에서 스피드보트로 약 20분 떨어진 ‘콘스탄스 무푸시’는 ‘올 인클루시브’(all-inclusive)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조트다. 술을 포함해 각종 음료·스낵·음식이 무료로 제공된다. 콘스탄스 할라베리와 같은 호텔사이지만, 조금은 젊고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선착장에 내리면 입구의 작은 팻말이 시선을 잡아끈다. ‘No News, No Shoes’라고 적혀있다. 천국으로 안내하는 표지판으로 이보다 적합한 말은 없는 것 같다. 리셉션에 도착하면 직원들이 신발 담을 주머니와 슬리퍼를 갖다 준다. 리조트 매니저는 슬리퍼도 번거롭다고 말한다. “맨발로 다니는 것이 제일 편하고 자유로워요. 천국은 신발을 신지 않아도 되는 곳이죠.” 실제로 몇 시간만 맨발로 다니다 보면 신발이 거추장스럽기만 하다. 발에 밟히는 것은 모래의 감각이 오히려 편하다. 뛸 일도 빨리 걸을 일도 없다. 햇살에 달궈진 길바닥이 뜨겁다면 곳곳에 놓인 물대야에서 바가지로 발에 물을 뿌리면 된다. 객실은 할라베리와 크게 다를 것 없다. 바다 위 떠 있는 수상 방갈로 형태의 워터빌라다. 할라베리보다는 작지만 그만큼 아늑하다. 테라스에 딸린 계단으로 내려가면 바로 바다로 이어진다. 할라베리와는 또 다른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오후 6시면 해변에 자리한 바에서 칵테일 클래스가 열린다. 바텐더가 자리를 세팅하면 누구나 가서 칵테일을 만들어 마실 수 있다. ‘명예 바텐더 증명서’까지 발급해 준다. 각각 만든 칵테일을 비교하며 마시는 재미가 있다. 밤에는 신나는 음악과 함께 파티가 열린다. 아찔한 불쇼도 볼거리. 무푸시 리조트에서는 한층 더 짜릿한 스노클링을 해볼 수 있다. 리조트에서 배를 타고 약 20분가량 떨어진 섬으로 간다. 배가 멈추면 참여객들은 일제히 스노클링 장비를 갖춰 입고, 깊이가 가늠 안 되는 바닷속으로 뛰어든다. 눈앞에는 영화 니모를 찾아서보다 더한 장면이 펼쳐진다. 산호초 사이를 다니는 니모(흰동가리)와 도리(블루 탱)는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물고기. 어느새 바다거북이 눈앞에 다가온다. 1m 가까이 되는 거북이 헤엄치는 모습은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하지만 거북에 손을 대는 것은 금물이다. 돌고래 워칭도 해볼 수 있다. 돌고래는 몰디브에선 흔하게 볼 수 있는 동물이지만, 서울의 콘크리트 숲에서 온 여행자들에겐 탄성을 불러일으키는 신비한 존재다. 배 옆구리를 따라 함께 달리는 돌고래를 보며 여행자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른다. 몰디브에서의 하루 일과는 이랬다. 새벽 6시 30분 일어난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붉은 아침빛이 눈을 뜨게 만든다. 차가운 생수를 마시고 발코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발코니 앞은 바다. 발코니 끝에 바다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계단에 앉아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해가 뜨는 걸 지켜본다. 이마가 붉게 물들 때쯤이면 작은 상어 몇 마리가 다가와 놀다 간다. 그리고 다시 침대로 돌아와 잔다. 아침 아홉 시면 아침을 먹고 오전 내내 스노클링을 한다. 점심을 먹고 낮잠. 오후에는 다시 스노클링을 하든지 마사지를 받는다. 늦은 오후에는 잘 구워진 오징어와 참치를 먹으며 샴페인을 마신다. 그러다 보면 해가 진다. 저녁이 와서 해변이 보랏빛으로 물들고, 차가운 맥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살면서 이런 날도 며칠쯤은 있어야지. 어쩌면 여행은 생을 잊는 그리고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인지도 모른다.
명품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심리 프랑스혁명이 벌어지자 군중들은 왕과 가족들을 단두대로 끌고 가 처형했다. 왕이라는 계급이 사라지는 거대한 사건이었지만, 왕의 자리를 대신하는 권력자들은 계속 등장했다. 돈을 가진 새로운 계급들은 권력을 갈망했다. 왕을 영어로 ‘Royal’이라고 표현하는데, 프랑스어로는 ‘완벽한’, ‘위엄 있는’ 뜻도 가지고 있다. 신흥부자들은 왕을 끌어내린 시민계급만큼 교양이나 가문의 전통이 부족하다는 열등감을 가졌다. 그래서 이들은 남들이 나를 존경해주고, 위엄을 갖기를 바랬다. 그것을 돈으로 말이다. 과거 왕실 가문에 납품하던 보석상 까르띠에, 마구상 에르메스, 가방 루이뷔통 등은 이제 왕실에 납품하는 대신 그들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물건을 판다. 왕실과 귀족이 쓰던 그 물건, 서민들은 가질 수 없었던 그 비싼 물건을 사서 몸에 두르면 나를 위엄 있게 볼 것이라고 생각하는 심리가 명품시장을 만들었다. 결국 이들은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 브랜드를 사는 것이다. 과거 미국광고에서 ‘사랑하는 연인에게 다이아몬드를’이라는 문구 하나로 다이아몬드는 엄청난 가격상승을 이뤘고, 이 회사는 돈방석에 올라앉았다.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서라면 비싼 다이아몬드를 사야 행복한 결혼을 할 수 있다는 공식을 적용한 것이다. 우리가 남들에게 존경받고, 위엄을 갖추고, 사랑하는 연인과 결혼하는 것에는 이런 제품과 연관이 떨어진다. 하지만 이런 마케팅 비법은 돈을 쓸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게 만들었다. 그래서 지금도 명품시장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스토리가 명품이 될 수도 있다. 샤넬이라는 브랜드는 ‘Royal’을 가지지 않은 명품 브랜드다. 가브리엘 샤넬은 미천한 출신으로 시작해 사교모임에서 패션능력을 인정받으며 의류브랜드를 론칭했고, 이후에는 그녀의 스토리가 브랜드를 명품으로 이끌었다. 스타처럼 대중에게 인기를 얻는 CEO가 스토리로 브랜드를 만드는 기업은 그만큼 CEO 리스크도 크지만, 광고비를 아끼고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항상 검은 티에 청바지와 운동화를 신고 대중에게 나타난 스티브 잡스와 톡톡 튀는 행동으로 대중의 이목을 받는 일론 머스크 등은 샤넬의 기법을 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짝퉁은 왜 탄생하는 것일까? 명품이 유행하면 모조품 시장도 같이 유행한다. 돈은 없지만 명품을 갖고 싶다는 욕망과 일반 제품보다 가격을 더 받을 수 있다는 판매자의 욕망이 만나서 모조품 시장을 이룬다. 500만 원짜리 가방의 S급 가품은 200만 원에 육박함에도 불구하고 팔리고 있다. 이런 것과 별개로 경제학 관점에서 보는 모조품 시장은 그 나라 주식투자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모조품 시장이 가장 먼저 유행한 곳은 미국이었다. 세계 1차 대전 이후 번영하는 미국경제로 인해 유럽의 명품제품들이 미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하고, 모조품도 같이 유행을 했다. 그다음은 6·25전쟁과 베트남전쟁 이후 경제가 급성장한 일본에서 모조품 시장이 크게 유행했고, 그다음은 한국, 지금은 중국에서 모조품 시장이 유행하고 있다. 즉 그 나라의 경제가 급성장할 때, 명품 시장과 모조품 시장이 같이 성장한다. 그만큼 사람들이 명품구입에 돈을 지불할 능력이 생긴다는 것으로 그 나라 GDP 성장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모조품 시장이 유행할 국가에 투자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명품은 변신한다. 이탈리아 브랜드 중 구찌(GUCCI)라는 브랜드가 있다. 위기가 올 때마다 총괄 디자이너를 영입하면서 위기를 탈출한 브랜드다. 첫 위기에는 미국 냄새 물씬 나는 톰 포드를 영입해서 브랜드를 대중화시켰다. 이때는 미국경제가 좋던 시절로 미국 스타일로 만들어 매출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색채를 많이 잃어버렸다. 그 후 영입한 디자이너는 액세서리 라인을 맡았던 프리다 지아니니다. 이탈리아 색으로 돌아왔지만, 세계 시장에서 성장을 잃었다. 2015년 새로운 총괄 디자이너로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등장했다. 그는 기존의 구찌 패턴에 동물과 화려한 꽃무늬를 입혔다. 지금은 흔히 볼 수 있지만, 명품 고유의 패턴에 새로운 그림들을 입힌다는 것은 굉장한 모험이었다. 그리고 구찌를 보유한 프랑스 주식 케링은 2016년부터 5년간 주가가 7배나 오른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 패턴은 기존 패턴의 올드함을 지웠다. 생동감·열정·귀여움을 선사하며 좀 더 젊은 층의 사랑을 받게 되고, 젊은 명품으로 도약한다. 그리고 이 디자인은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이었다. 이 당시 중국 관광객 수가 급성장하고, 중국의 GDP도 빠르게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다. 이에 맞춰서 브랜드를 변신시키자 신흥부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중국에서 히트를 치게 된 것이다. 톰 포드가 당시 미국의 경제성장을 보고 미국을 타깃으로 했다면, 미켈레는 중국을 타깃으로 잡아 브랜드를 성장시킨 것이다. 두 번째 변신은 미키마우스처럼 10대가 좋아할 만한 캐릭터·브랜드와 콜라보를 한 것이다. 미키마우스가 그려진 구찌 반팔 티셔츠는 200만 원이 넘는다. 이것을 입고 다니는 10대가 한 명 존재하게 되면 또래 친구들에게 구찌를 광고하는 효과를 낳는다. 그리고 20대가 되고 30대가 되어도 그 브랜드를 사랑하는 충성고객으로 만들게 된다. 이렇게 미래 고객에 대한 투자도 확실히 하면서 성장성을 확보한다. 명품 주식은 한국·미국에 없다? 명품브랜드는 우리가 줄줄이 외우고 있지만, 주변에 명품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 이유가 명품은 유럽에서 탄생했고, 유럽 증시에 상장했기 때문이다. 유럽은 자존심이 강하다. 특히 유럽의 명품은 더 자존심이 강하고, 미국 증시에 상장하지 않은 이유가 됐다. LVMH라는 그룹은 명품브랜드를 하나씩 사 모으면서 루이비통을 포함해 다양한 명품을 보유한 그룹이 되었다. 케어링(Kering)이라는 그룹은 구찌를 포함해 다양한 명품브랜드를 보유하며 양대산맥을 이뤘다. 가방을 사려면 1년 넘게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유명한 에르메스도 LVMH·케어링 그룹과 같이 프랑스 증시에 상장해 있다.
까마중이 익어가고 있다. 푸른 잎 사이에서 작은 꽃들이 꽃잎을 날렵하게 뒤로 제치며 노란 꽃술을 내밀고 있고, 한쪽에서는 열매가 한창 익어가고 있다. 벌써 따 먹고 싶을 만큼 검게 익은 열매들도 많다. 어린 시절 좀 산다는 집도 세끼 밥 외에는 아이들에게 간식거리를 줄 형편이 아니었다. 방학 때는 점심을 따로 준비하지 않는 집들이 많았다. 요즘 아이들이 먹는 피자나 치킨 같은 것은 구경조차 못 했다. 어쩌다 어머니가 감자·고구마·옥수수를 쪄주면 허겁지겁 먹었다. 그 시절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먹을거리 중 하나가 까마중이었다. 집 뒤안이나 밭가에 흔했던 까마중은 한여름 까만 열매를 달고 있었고, 그런대로 달콤한 것이 먹을 만했다. 어릴 적 우리 동네에서는 ‘먹때왈’이라고 불렀다. 산딸기를 ‘때왈’이라고 했는데, 먹때왈은 검은 딸기라는 뜻인 것 같다. 익은 것을 다 따먹어도 며칠 후면 다시 까만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봄에는 아카시아꽃과 삘기(여러해살이풀인 띠의 어린 꽃이삭이 밖으로 나오기 전에 연한 상태인 것)를 따먹었다. 언덕이나 밭가에 많은 삘기를 까서 먹으면 향긋하고 달짝지근했다. 삘기는 쇠면 먹지 못하기 때문에 먹을 수 있는 기간이 잠깐이었다. 뽕나무밭에 들어가 오디(뽕나무 열매)를 따먹기도 했다. 그러나 뽕밭 주인에게 들키면 혼났기 때문에 항상 주위를 경계하면서 따먹어야 했다. 여름에 산에 가면 산딸기가 지천으로 있었다. 우리 집 남매들은 여름에 밭에서 일하다 쉴 때 모두 산으로 들어가 산딸기를 따 먹었다. 우리 밭 옆에는 제법 우거진 산이 있었고, 오솔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여름 내내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산딸기밭이 있었다. 황석영의 단편 아우를 위하여에서 어린 시절 추억의 먹을거리인 까마중을 발견하고 반가웠다. 서울 영등포의 먼지 나는 공장 뒷길을 배경으로 한 단편인데도 까마중이 나왔다. 너, 영등포의 먼지 나는 공장 뒷길들이 생각나니. 생각날 거야, 너두 그 학교를 다녔으니까. 아침마다 군복이나 물 빠진 푸른 작업복 상의를 걸친 아저씨들이 한쪽 손에 반찬 국물의 얼룩이 밴 도시락 보자기를 들고 공장 담 아래를 줄이어 밀려가곤 했지. 우리 아버지두 그 틈에 있었을 거야. 참, 그땔 생각하면 제일 먼저 까마중 열매가 떠오른다. 폭격에 부서져 철길 옆에 넘어진 기차 화통의 은밀한 구석에 잡초가 물풀처럼 총총히 얽혀서 자라구 있었잖아. 그 틈에서 우리는 곧잘 까마중을 찾아내곤 했었다. 먼지를 닥지닥지 쓰고 열린 까마중 열매가 제법 달콤한 맛으로 유혹해서는 한 시간씩이나 지각하게 만들었다. 작가도 어린 시절 까마중을 따 먹은 추억이 있는 모양이다. 아우를 위하여는 군에 입대한 아우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취한다. 화자는 편지에서 19년 전 자신이 열한 살 때 교실에서 벌어진 일을 회상하고 있다. 수복된 지 수년이 지나 ‘나’는 피난지 부산에서 서울로 전학을 온다. 그 반 담임 메뚜기 선생은 늘 교실을 비우는 등 학생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 와중에 이영래라는 학생이 전학을 와서 반을 장악하고 횡포를 부린다. 요즘 말로 하면 영래는 ‘일진’이다. 그런데 사범학교 졸업반 여자 교생은 영래의 횡포를 눈치 채고 “한 사람이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면 여럿이서 고쳐줘야 해요. 그냥 모른 체하면 모두 다 함께 나쁜 사람들입니다”라고 은근히 학생들을 책망한다. 영래 패거리는 교생을 미워하면서 수업 중에 교생을 모욕하는 쪽지를 돌리지만, 나는 이를 거부하고 반 아이들과 합세해 그들을 제압하는 것이 소설의 줄거리다. 우리들이 학교 다닐 때 남학생 교실에서 힘센 아이가 교실을 장악하고 횡포를 부리는 일은 흔했다. 그런 흔한 이야기로 독재가 부당한 권력을 휘두르는 현실을 풍자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향까지 제시한 작가의 역량이 놀랍고도 부럽다. 짧은 단편이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아우를 위하여를 읽으면 자연스럽게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떠오른다. 문제 많은 초등학교 고학년 교실에 젊은 교사가 부임해 민주주의를 가르치면서 문제를 해소하는 과정이 유사하다. 그러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한병태는 엄석대에게 저항하다 굴복해 엄석대 왕국에서 권력의 단맛을 즐기지만, 아우를 위하여 주인공은 굴복하는 과정 없이 아이들과 함께 스스로 영래 패거리를 제압하는 점이 다르다. 승려의 머리를 닮은 까만 열매, 까마중 까마중은 가지과 식물로, 까맣게 익은 열매가 승려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까마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산이나 집 주변, 밭·개울가, 아파트 화단 등 사람이 사는 곳 주변 어디에서나 잘 자란다. 시골은 물론 도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전 세계의 온대와 열대에 널리 분포하고, 우리나라에는 벼와 함께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높이 20∼90cm로 자라고, 가지가 옆으로 많이 퍼져 전체적으로 둥근 형태를 이룬다. 꽃은 5~10월 마디와 마디 사이에서 3~8송이씩 하얗게 핀다. 탱글탱글한 검은 열매는 흑진주처럼 생겨 예쁘다. 7월쯤부터 검고 둥글게 익는데, 단맛이 나지만 약간 독성이 있으니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한방에서는 풀 전체를 캐서 말린 것을 ‘용규’라고 하여 감기·만성기관지염·신장염·고혈압·황달·종기·암 등에 처방한다. 까마중과 비슷한 미국까마중도 있다. 꽃이 2~5개 정도로 적게 달리고 꽃이 연한 자주색으로 피고, 열매에 광택이 있는 것이 다르다. 미국까마중은 이름처럼 북아메리카 원산의 귀화식물이다. 미국까마중만 아니라 감자·가지·토마토·배풍등 등도 까마중과 같은 속(Solanum)인 것이 놀랍다. 어릴 때는 까마중이 지금처럼 흔하지 않았다. 동네 애들이 보이는 대로 따 먹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동네 외진 곳에 있는 까마중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몰래 따 먹곤 했다. 먹다 보면 입과 손 주변에 검은 얼룩이 생기곤 했다. 그런데 요즘엔 도심 공터나 화단에도 까마중이 잡초처럼 흔하지만 따먹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매연 등에 찌들어 먹을 수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얼마 전 고향집에 갔을 때 딸들에게 그 맛을 알려주려고 까마중을 따서 먹어보라고 했다. 그런데 한 번 입에 넣더니 인상을 찡그리고 다시는 먹으려 하지 않았다. 나도 다시 먹어보니 밍밍한 것이 예전 맛은 아니었다. 내 입맛도 변해버린 모양이다.
핸드볼 공처럼 생긴 형형색색 드론이 하늘을 난다. 스카이킥이라 불리는 드론이 공간을 수놓는가 싶더니 10m쯤 떨어진 둥근 골대를 자유자재로 들락거린다. 여기는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공업고등학교 드론실습실. 방학을 맞아 공동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인근 특성화고 학생 13여 명이 드론수업을 받고 있다. 제대로 된 드론수업을 학원에서 받으려면 수강료만 60~200만 원 가량이 들지만, 이곳에선 서울시교육청 지원으로 전액 무료다. 게다가 서울공고는 전국에 단 6개뿐인 드론비행장을 갖추고 있다. 교사들 역시 드론지도자(교관) 자격증을 취득, 직접 가르치고 있어 교육효과 또한 탁월하다. 학생들이 몰려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드론실습장에서 만난 박형모 교사는 “신기술 육성정책에 공을 들이는 서울시교육청과 이를 위한 학교장의 적극적인 교육프로그램 개발, 그리고 전문적 역량을 갖춘 교사들이 삼위일체를 이룬 미래교육의 현장”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한국 직업교육 발상지 … 국내 최대 규모 특성화고로 우뚝 시대를 앞서가는 서울공고는 지난 1899년 대한제국 고종황제의 칙령에 의해 관립 상공학교로 설립됐다. 올해로 12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 직업교육의 발상지이다. 명성에 걸맞게 지난 2016년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로 지정된 데 이어 2019년부터 고교학점제 교육과정연구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개설된 학과만 12개. 공업고등학교로서는 국내 최대 규모다. 나노시대의 초정밀부품을 생산하는 전문기술인을 양성하는 정밀기계과, 자동차·건설기계·수입자동차 정비 분야 베스트 인재를 기르는 자동차과, 바이오기술 분야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바이오공학과, 사출금형분야 현장 실무능력을 갖추는 신소재금형과 등이 있다. 또 천재 테슬라를 꿈꾸는 전기전자과, 텍스타일 디자인분야 전문가를 기르는 섬유디자인과, 플랜트산업의 혁신적 메이커 산업설비과, 미래 녹색산업을 이끄는 신재생에너지과, 21세기 그래픽 융합시대를 선도하는 그래픽아트과 등도 주목받는다. 이와 더불어 자동제어 전문가를 양성하는 스마트자동차과, 건설·기술인력을 양성하는 토목건축과, 세라믹 재료를 이용한 도자제품 전문가를 양성하는 세라믹아트과도 서울공고를 이끄는 주역들이다. 미래기술교육센터 운영, 스마트팩토리 등 신산업 인재 양성 인공지능시대를 맞아 첨단 신산업 분야 인재양성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은 서울공고는 올해부터 미래기술교육센터를 중심으로 특화된 교육에 더욱 힘을 쏟는다. 최첨단 기자재를 갖춘 미래기술교육센터(이하 센터)는 미래로 가는 서울공고의 전진기지나 다름없다. 이곳에서는 인공지능, 자율주행 및 드론 등에 특화된 교육이 체계적이고 내실 있게 진행된다. 교육과정은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스마트팩토리·lot 자동화·AI 자율주행·3D프린팅 메이어교육 등 모두 4개. 스마트팩토리는 시장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생산공정에서 최종판매까지 네트워크와 lot·AI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생산효율을 최대화하는 생산공정시스템을 의미한다. 기업 생산현장 변화에 맞는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이해하고 체득하는데 교육의 중점을 두고 있다. lot 자동화과정은 사물인터넷에 대한 기본개념을 학습하고 나아가 자동화시스템 프로그래밍 기술을 익힌다. PCL 언어 등 기술을 활용, 간단한 자동화시스템 프로그래밍 정도는 작성할 수 있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AI 자율주행 과정은 4차 산업에 활용되는 인공지능·기계학습·딥러닝 개념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데이터 수집처리 등 정보처리능력을 갖추도록 한다. 3D 프린팅메이커 과정은 3D 프린터를 이용해 제품을 출력하고 메이커기기를 통해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능력을 기른다. 서울공고는 또 산학일체형도제학교로 지정돼 있다. 일반 도제학교와 달리 학교 단일형으로 운영돼 학생들이 이리저리 실습장을 옮겨 다닐 필요가 없다. 이 학교와 계약을 맺고 도제학교에 참여한 기업만 10여 곳이 넘는다. 학생들은 전원 취업이다. 공무원·공기업·강소기업에 수백 명 취업 … 동문기업 후원도 큰 힘 학교 측의 전폭적인 뒷받침과 최적의 교육여건은 높은 취업률로 괄목할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실제 서울공고 학생들의 기능사 자격증 취득률은 95% 이상이다. 3개 이상 취득한 학생도 많다. 방과후학교와 전공 동아리반 운영을 통한 적극적인 지원과 방학이나 휴일도 반납한 채 학생들에게 매달린 교사들의 열정이 원동력이 됐다. 탄탄한 실력을 갖춘 학생들은 올해 서울시기능경기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발군의 역량을 발휘했다. 서울공고는 또 취업 사관학교로 불릴 정도로 명성이 높다. 지난 2021년의 취업실적은 놀라운 수준이다. 먼저 공무원 임용만 37명이다.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경기도지방공무원에 대거 합격한 것을 비롯 한국철도공사·서울교통공사·한국전력기술·한국전기안전공사·국가철도공단·서울성동구도시관리공단 등 공기업에 13명이 합격했다. 이뿐 아니다.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클라쎄오토·만트럭버스코리아·더클라스효성 등 대기업과 강소기업에 무려 170명이 합격했다. 취업을 원하는 학생이라면 100% 취업하는 놀라운 실적이다. 교사·학생들이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낸 값진 성과다. 특히 취업반 운영을 통한 맞춤형 방과후 교육활동 등 서울공고만의 노하우가 담긴 교육과정이 밑거름이 됐다. 대표적으로 취업특성화부에서는 약 90개 업체와 MOU를 체결하고 217개의 취업처를 발굴, 학생과 기업체 간 연계 관리에 정성을 쏟았다. 최창수 취업부장은 “올 한해만 100개 기업을 찾아다니며 학생들의 취업처를 발굴했다”고 말했다. 교사들 헌신, 학교 측 지원 밑거름 … 기술강국 선도하는 학교 높은 취업률은 또 기업에 대한 철저한 직무분석으로 맞춤형 인재를 길러낸 것이 효과를 발휘했다. 예컨대 A라는 회사가 요구하는 직무가 있다면 무려 100시간 동안 완벽하게 교육해 취업시켰다. 학교교육과 회사업무와의 미스매칭을 줄이기 위한 것인데 기업체의 만족도가 높아 매년 서울공고생을 찾는다고 한다. 특히 7만여 명에 육박하는 동문들의 지원도 큰 힘이다. 동문기업들은 앞다퉈 서울공고생들을 데려간다는 게 학교 측의 귀띔이다. 또 이 학교 인성상담부는 학생과 학부모 포함 644회의 개별상담을 실시했고, 글로벌진로부는 3,000여명 이상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현장직업체험·직무실무체험·현장견학을 실시하는 등 헌신적으로 뒷받침한다. 직업교육 분야에서만 20년이 넘도록 활동한 이조복 교장. 그는 말보다 실천을 중시하는 교육자다.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면 주저 없이 행동에 옮긴다. 시행착오를 두려워하기보다 일단 부딪히면서 노하우를 축적, 최선의 교육을 하자는 게 이 교장의 소신이다. 그는 교사들에게 “한번 해 봅시다”란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닌다. 이조복 교장, “성장 동력 원천은 특성화고 … 선취업후진학 적극 지원을” 그는 새교육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나라 성장 동력의 원천은 직업교육”이라며 강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이 교장은 “우수한 기술인재를 양성하는 특성화고 교육이 제자리를 잡을 때 기술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진학률은 세계에서 가장 높지만 전공과 직업의 매칭률은 30%에 불과한 것이 우리 현실”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낸 뒤 “일찌감치 진로를 설정하고 이후 직무와 관계된 학업을 이어가는 선취업후진학 제도가 뿌리를 내리도록 정부 당국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일 30도를 웃도는 폭염이지만 비지땀을 흘리며 꿈을 향해 달려가는 서울공고. 빛나는 전통을 이어 미래를 열어가는 그들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교육부가 2025년 새로운 고교체제개편을 예고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시안을 마련한 뒤 오는 2024년 시범운영을 거쳐 이듬해 전면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지난 7월 29일 교육부는 올해 업무계획에서 외고 폐지 방침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느닷없는 폐지 방침 언급은 외고에 큰 충격을 줬다. 외고 교장단은 격한 어조의 성명을 발표하며 철회를 촉구했고, 학부모들 역시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정부가 충분한 의견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데다 신뢰성마저 저버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전국외국어고등학교 교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향근 안양외고 교장은 지난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와 달리 새 정부에선 공정하고 상식적인 교육정책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지금은 허탈감과 분노가 앞선다”고 솔직한 심경을 토로했다. 지난 1984년 외고가 도입된 이래 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또다시 폄훼와 폐지의 대상이 된 것에 대한 서운함이 물씬 묻어났다. 교육부가 미래지향적 관점을 폐지 이유로 든것에 대해서는 “교육부엔 미래가 있느냐”는 말로 쏘아붙였다. 이 교장은 서명운동과 집회, 법적 대응 등 철회를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수월성 교육의 중요성과 교육정책의 신뢰성을 강조한 뒤, “교육을 제발 정치적 논쟁의 대상으로 삼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교육부가 외고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그 이유가 뭐라고 보나. “교육부가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외고를 폐지해서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 그동안 전국의 외고들은 많은 노력을 통해 외국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리더를 키워냈고, 사회통합에 헌신적 기여를 해 왔다. 이 같은 교육적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었는지 의문이다.” - 교육부는 외고가 미래사회에 적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어 폐지하려 한다는 입장인데. “도대체 교육부가 생각하는 미래 사회에 무엇인가? 미래 사회에 적합한 교육은 무엇인가? 그리고 과연 교육부는 미래 사회에 적합한가? 미래교육을 말하려면 적어도 10년, 20년은 내다보고 교육의 방향을 잡은 뒤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닌가. 오히려 우리 아이들을 한곳으로 몰아 당장 입맛에 맞는 교육만을 한다면 대한민국은 더 이상 미래지향적인 국가가 아니다. 교육은 포퓰리즘과 정치적인 논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더라도 교육은 지속가능해야 한다.” - 학부모들은 외고 폐지가 정치적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번 결정의 배경이 교육적 관점인지, 정치적 관점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대한민국은 「헌법」에서 보장한 여러 권리와 의무에 책임을 다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다. 기본적으로 이번 외고 폐지 정책은 「헌법」에서 보장한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정치적 관점에서 결정되었다면 더 큰 문제이다. 국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선거를 통해 선출된 사람들이 국민의 기본권리를 무시한 결정이기 때문이다. 공정과 상식,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교육의 다양성과 학생·학부모의 교육선택권을 확대하겠다고 했던 대통령의 선거공약과 인수위원회의 공약은 다 어디로 갔는가.” - 절차적 민주주의를 무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만 5세 입학처럼 외고 폐지 역시 공론화 과정이 생략된 채 일방적으로 발표됐는데. “집에서 가구를 하나 버릴 때도 가족들과 상의해서 버린다. 또한 학교현장에서 수학여행 장소를 변경하거나 진행 여부가 불가피하게 번복이 될 때도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들과 협의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후 최종 결정을 한다. 하물며 국가의 중요 정책을 발표하는데 공청회나 토론회 한번 없이, 그것도 업무보고에서는 하지도 않고 기자들과의 사전 브리핑에서만 언급했다는 것은 평소 교육주체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는 교육의 비전과 전략, 정책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소통하는 시스템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 외고 폐지를 철회하지 않으면 법적 대응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방안이 있나. “지금은 중학교 학생들이 진로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이러한 때에 외고 폐지를 운운하며 학교 선택에 혼란을 주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 모두 분노와 허탈감을 느낀다. 전국외고교장협의회와 학부모협의회가 철회를 요구하며 성명을 발표하고 거리로 나간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학생들의 교육선택권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것이다. 또 자유로운 고교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외고 폐지 철회 서명운동과 집회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후 진행은 교육부의 결정을 지켜보며 대처해 나갈 것이다. 필요하다면 소송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할 각오다.” - 실제 외고를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러다 폐지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외고의 위기는 예전부터 계속되어왔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기회로 만들어 지금도 우리 교육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번 위기도 기회로 만들 것이다. 항상 학생들과 학부모님들께 하는 말이 있다. “믿고 맡겨 주신 만큼, 또 믿고 지원해 주신 만큼 신뢰와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좋은 선택은 좋은 결과를 낳게 합니다”라고 한다. 모든 외국어고등학교 교육공동체는 외고의 안정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외고가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인식을 모든 국민에게 심어줄 것이다. 경쟁력 있는 학교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하는 윤석열 정부의 교육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런 의미에서 세 가지를 주문하고 싶다. 첫째, 교육적인 측면에서 수월성 교육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학생·학부모의 교육선택권을 보장했으면 한다. 사회계층의 편 가르기나 평등교육을 앞세워 잘하는 학교를 끌어내리는 정책은 교육발전을 저해할 뿐이다. 둘째,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교육정책의 일관성과 정부·교육당국의 신뢰성이 제일 중요하다. 셋째, 교육이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을 개혁의 대상으로 삼아 실패하는 예전의 전철을 밟기보다 교육의 주체들이 주도적으로 교육을 혁신할 수 있도록 보다 더 많은 자율권과 힘을 실어줬으면 한다. 지금 많은 외고 가족들은 불안과 허탈, 분노의 감정을 감출 수 없다. 대통령께서 우리들의 진심을 이해하고 교육수요자와 교육주체들의 입장에서 (외고 폐지를) 재고해 주시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