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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에 대해 국가·사회적 노력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학교폭력 문제해결을 어렵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학교폭력이 해결되지 않는 이유 첫째, 발생한 피해와 상처의 회복이 부재한 것이 원인이다. 연구에 의하면 ‘가해자의 44%가 피해경험이 있고, 피해자의 54%가 가해경험1’이 있다. 가해학생들을 만나보면, 그들도 따돌림이나 배제·혐오 등 다양한 폭력 피해경험이 있다. 이로 인한 피해가 회복되지 않은 채 방치되면 새로운 폭력을 낳게 된다. 아물지 않은 상처와 트라우마는 다시 자기 자신과 공동체를 향하는 부메랑이 될 수밖에 없다. 둘째, 구조적 접근의 부재가 원인이다. ‘폭력’은 가시적으로 보이는 직접적 폭력(구타·욕설·혐오 발언·테러·강간)과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적·구조적 폭력(폭력을 정당화하는 전통·신념, 차별·선입견, 부정부패와 사회불평등, 빈곤)이 있다. 문화적·구조적 폭력은 직접적 폭력의 근본 원인이 된다. 문화적·구조적 폭력이 해소되지 않은 한, 학교폭력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 지금의 학교폭력을 양산하고 있는 것은 아동·청소년 개인들이 아니다. 아동·청소년들의 건강한 성장을 방해하고 있는 폭력적인 문화와 불평등한 사회구조다. 학교폭력 문제해결 과정에서 구조적 문제를 다루지 않는 한 어떤 변화도 가져올 수 없다. 셋째, 창의적 접근의 부재가 원인이다. 양자물리학자 데이비드 봄은 ‘문제는 사고 자체가 아니라 사고의 과정’임을 강조하면서, ‘과정의 문제’를 놓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아인슈타인은 “제정신이 아님이란 유사한 일을 반복하면서도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제해결 방법이 작동되지 않는다면, 다른 측면에서 접근해 봐야 한다. 그러나 2004년 「학교폭력대책에 관한 법」 공포 이후로 학교폭력은 일관되게 엄벌주의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학교폭력이 사회적 이슈가 될 때마다 ‘가해자 처벌 강화’ 여론이 형성되고, 정부와 교육부는 이에 반응하여 더 강한 엄벌정책을 발표해왔다. ‘과정의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 채, 유사한 정책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폭력은 창의력과 유연성을 발휘하여 협력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학교폭력의 교육적 해법 무엇보다 학교폭력의 모든 해결과정은 아동·청소년의 성장을 돕는 교육적 접근이어야 한다. 그러면 학교폭력의 교육적 접근은 무엇인가? 첫째, 성장지향적 접근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학생을 ‘통제가 필요한 미성숙한 존재’로 보고 통제대상으로 여겼다. 더불어 교육의 주된 관심은 ‘미성숙한 학생의 부정적 행동을 어떻게 억제할 것인가’였다. 그러나 학생들의 미성숙함이란 존재론적 결과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생물학적 발달단계로서의 과정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학생에 대한 교육적 관점은, ‘학생들은 발달과 성장의 과정에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열린 존재’가 되어야 한다. 더불어 바람직한 교육은 학생들의 성장과 존재를 단정 짓지 않고, 그들의 내적 강점과 잠재력을 발견하고 계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학교폭력의 해법은 잘못을 한 학생으로 하여금 자신의 행동이 타인과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각하게 하고, 행동의 책임을 지게 하는 성장지향적 접근이 되어야 한다. 둘째, 회복적 정의에 기반한 접근이다. 회복적 정의는 처벌에 초점을 맞춘 전통적인 응보적 접근의 한계를 보완하고, 피해회복에 방점을 둔 접근이다. 회복적 정의는 잘못을 규칙 위반에 한정하지 않고, 존엄과 관계의 침해가 발생하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문제가 발생하면 제일 먼저 어떤 피해가 발생했는지에 집중하고, 피해회복을 위한 책임 있는 구체적 실천에 주목한다. 피해회복의 과정에는 개인 당사자와 공동체가 참여해야 한다. 이는 모든 문제는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공동체(문화적·구조적) 차원의 문제라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회복적 정의에 기반한 접근은, 침해된 존엄과 관계, 피해와 책임, 공동체와 정의의 회복을 의미한다. 회복적 정의는 대화를 통해 만들어 가는 과정이며, 구체적인 프로그램으로 회복적 대화모임(서클)이 있다. 회복적 대화모임과 실천사례 ● 첫째, 회복적 대화모임 회복적 대화모임은 ‘공동체가 겪고 있는 갈등에 대해 서로를 비난·공격하거나 회피하는 방식이 아닌, 오히려 갈등을 환영하고 지원하고 직면하여 성장과 배움의 기회로 삼기 위한 것’이다. 회복적 대화모임의 과정은 ‘사전 모임 → 본 모임 → 사후 모임’으로 진행된다. 사전 모임이란 진행자와 당사자 간의 1대1 대화모임이다. 발생한 사실과 갈등의 핵심내용을 확인하면서 당사자의 입장을 충분히 듣는 시간이다. 대화 말미에 본 모임의 참여 동의를 확인한다. 본 모임은 회복적 대화모임에 참여하기로 동의한 사람들의 대화모임이다. 회복적 질문을 통해 피해로 인한 고통과 책임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눈다. 대화 말미에 책임과 재발방지 및 예방을 위한 약속을 합의한다. 사후 모임은 본 모임 이후 일정한 모니터링 시간을 가진 뒤에 다시 만나는 것으로 대화모임 이후의 상호복지를 확인하는 시간이다. ● 둘째, 회복적 대화모임의 실천사례 A(중1. 남)와 B(중2. 남)는 우연히 거리에서 시비가 붙었다. C(고1. 남)가 A와 B의 싸움을 부추기면서 B가 A에게 일방적 폭력을 가했고, 그 일로 A는 코뼈가 부러졌다. A의 부모가 B·C를 경찰에 신고했고, 이후로 B와 C는 보호처분을 받게 되었다. A는 B·C에게 사과받기를 원했고, 자신을 왜 때렸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고 했다. 법원의 도움을 받아 A는 1대1로 B와 C를 각각 회복적 대화모임에서 만나게 되었다. 대화모임 중에 A는 코뼈가 부러졌던 고통과 후유증, 그리고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B는 지나가던 A가 자신에 대해 뭐라고 하는 것에 자존심이 상했고, 싸우고 싶지 않았지만 약해 보이고 싶지 않아서 때렸다고 했다. 그리고 B는 A의 고통에 대해 처음 듣게 되었는데, 그 말을 듣기 전에는 억울한 마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자기 행동이 후회스럽고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C와의 대화모임에서 C는 어린 동생들에게 싸우도록 부추긴 자기 행동이 후회스럽고, 그 일로 크게 다친 A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A는 B와 C의 진심어린 사과로 마음이 홀가분해졌다고 했다. 그리고 회복적 대화모임에 참여해준 B와 C에게 오히려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후 A는 학교생활에 잘 적응했고, 학년말에 어려움을 극복한 학생으로 장학증서를 받기까지 했다. 회복적 대화모임이 열리기까지 쉽지 않았다. 부모들과 많은 대화가 있었고, 아이들의 성장과 회복을 위해 사과와 용서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마음이 모아져서 가능했다. 부모의 이해와 지지 속에서 학생들이 용기를 내기까지 또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자책과 후회, 두려움을 안전한 공간에 내놓으면서 사과와 용서의 시간을 가졌고, 아이들은 자신의 상처를 조금씩 돌보며 회복해 나갔다. 마무리 앞에서 언급했듯이, 학교폭력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학생 개인과 공동체의 피해회복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 정부는 2012년 학교폭력근절대책을 발표하면서 학교폭력 조치결과를 생활기록부에 기록하게 하는 강력한 엄벌정책을 발표했고, 그로 인해 단기간의 학교폭력감소 효과를 보았지만, 오히려 후유증으로 학교는 법적 쟁송의 장이 되어 버렸다. 학교는 교육기관으로서 교육적 해결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일부 교사단체에서 지속적으로 학교폭력문제의 회복적 접근을 주장해왔고, 2019년 교육부는 다소 정책의 변화를 발표했다. 그것이 ‘학교장 자체 해결제’와 ‘관계회복 프로그램’이었고, 이로 인해 회복적 대화모임을 진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게 되었다. 이후 2022년 학교폭력의 교육적 대응 강화를 위해 시·도교육청별 ‘관계회복 현장지원단’ 구축 정책이 발표되었다. 이러한 정책변화는 학교폭력의 회복적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반가운 소식들이다. 하지만 현재 「학교폭력대책법」은 큰 틀에서 기존의 형사사법적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학교폭력이 사회적 이슈가 될 때마다 가해자 처벌 강화의 여론에 밀려서 교육부는 엄벌정책으로 돌아가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교육부는 교육적 소신을 가지고 학교폭력에 대한 회복적 관점의 필요성과 가치를 사회적으로 공유하고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독자: 에세이를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저자: 에세이는 ‘유혹의 글쓰기’입니다. 독자에게 저자를 궁금하게 하거나 글을 궁금하게 하면 됩니다. 하지만 ‘많이 읽고 많이 쓴다.’ 이것은 글쓰기에서 거의 절대적인 진리가 아닐 까 생각합니다. 여기에도 분명히 팁은 있습니다. 그 가운데 중요한 하나는 ‘구체적으로 쓸 것’입니다. 독자: 어릴 때부터 내 꿈은 작가였습니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요? 저자: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하여 제가 생각한 76가지의 작은 팁들을 제시하였습니다. 글은 누구나 쓸 수 있습니다. 다만 술술 넘어가는 글, 매력적인 글은 조금 공을 들여야 합니다. 필자는 책을 읽고 사색에 잠기기를 좋아한다. 내향적인 성격 탓으로 변변한 잡기(雜技) 하나 없이 놀 줄 모르는 어른이 되었다. 당연히 직장에서의 스트레스가 크고 이를 극복하고자 다양한 지혜를 찾았다. 그중 하나의 수단이자 삶의 애환을 치유하고 지친 영혼을 달래기 위해서 미친 듯이 독서에 몰입했다. ‘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친다’라는 말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왜 읽기만 할까? 나도 글을 쓰면 안 될까? 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가슴에 자리 잡게 되었다, 그래서 글쓰기에 관한 책을 이것저것 읽다가 우연히 발견한 이 책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를 읽게 되었다. 이전의 글쓰기 책과는 달리 이 책은 글을 잘 쓰기 위해서 많이 읽고, 많이 써보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이 책의 독자가 그런 기본기는 이미 갖추었다고 생각하고 기본기 습득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다만 글을 쓰는 사람이거나, 에세이를 쓰고 싶은 사람에게 필요한 책의 역할을 충실하게 한다. 즉, 글감이 떠오르지 않거나 마음잡고 앉았는데 글이 써지지 않을 때, 글을 쓸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좀 더 매력적인 글을 쓰고 싶을 때 등에 도움이 되는 핵심 사항을 제시한다. 글쓰기 초보자에게는 다소 아쉽지만 이미 에세이를 써본 사람이거나, 자의로 글을 쓰려고 노력해본 사람이라면 여기에 제시된 76가지의 작은 팁들을 매우 유용하게 활용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필자도 그중의 한 명이라고 생각하며 이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필자는 출판사 편집자들이 발간한 책을 심심찮게 접했다. 다른 작가의 책을 만드는 일을 하다 어느 순간 스스로 작가의 이름을 걸고 책을 낸 사람의 글을 좋아하게 되었다. 글을 많이 다뤘던 이들이라 글이 매력적이다. 편집자의 업무가 구체적으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편집자들은 다양한 책을 누구보다 빨리 접하고, 실컷 읽을 수 있기에 책에 대한 내공이 매우 튼튼하다고 생각하였다. 바로 이 책의 저자 김은경 작가는 출판사에서 에세이 전문 편집자로 9년간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를 출간하여 군더더기 없이 알짜 내용만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편집자로서의 실력도 검증된 전문가의 조언이라 더 믿음이 간다. 편집자가 바라보는 글쓰기에 대한 노하우가 아낌없이 들어있다. 작가는 소제목 하나에 두 페이지를 넘지 않는 짧은 조언들을 했지만 충분히 공감이 간다. 작가의 눈에는 일상이 모두 글의 재료다. 이따금씩 작가들이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 막히는 writer’s block으로 고심하는 것에 비하면 참으로 작가로서 축복을 받았다는 느낌이다. 저자는 글을 쓰는 자세로 특별히 언급하기를 “꾸준히 글을 쓰기 위해서는 '나는 쓰는 사람'이라는 태도를 항상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음부터 대단한 글을 써보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쓴다면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어요. 매일 조금씩 일정한 시간 동안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인다면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을 거예요. 짧은 글이어도 괜찮아요. 이런 글들이 하나둘 모여 한 권의 책이 되기도 하죠. 일상에서 겪는 다양한 일들도 항상 기록하는 게 좋아요. 무심코 적어놨던 글들이 좋은 아이템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말은 필자에게 정말 마음이 와 닿았다. 그녀는 또 실패하고 아픈 경험도 글감으로 건져내고, 글을 쓰며 치유가 된다고 말한다. 책을 읽으면서 손이 근질거렸다. 작가의 말대로 실제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어떤 글제라도 가지고 글을 쓰고 싶었다. 저자는 “민들레씨를 불어라”라고 스스로 만들어 낸 작가론을 펼친다. 어떤 일이든 민들레씨를 불듯이 가볍게 시도해보면 생각지 못한 결과를 얻게 될 거라는 뜻이다. 작가는 현재 부천의 한 독립서점에서 에세이 쓰기와 교정·교열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소규모로 진행하는 워크숍은 수강생에게 꽤 인기가 좋다고 한다. 이 책은 부천의 작은 책방 ‘오키로미터’에서 진행한 ‘에세이 쓰기 워크숍’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책에는 워크숍 수강생들이 특히 도움이 되었다고 전해 온 에세이 쓰기에 관한 조언 중 엄선된 76개의 조언이 담겨 있다. 작가는 자신의 책이 정답이 될 수는 없지만, 글을 쓰고 싶지만 도전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용기를 심어주고, 어떤 내용을 다뤄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방향을 잡아주는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람은 성장을 추구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그런데 성장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가? 다른 방도가 없다. 자신이 말하고 쓰는 것으로 밖에 확인이 불가능하다. 어제보다 오늘, 생각이 깊어지고 말과 글쓰는 실력이 발전한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 우리는 학교에서 글쓰기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그저 열심히 문제를 풀고 정답을 찾는 공부만 한 까닭이다. 그래서 누구나 글을 쓰고 싶어 하지만 제대로 된 한 편의 글을 끝까지 써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글이란 누구나 쓸 수 있고 조금만 써 버릇하면 처음보다 확실히 나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또한 명백한 사실이다. “일단 쓰기 시작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 당신은 안 쓴 것보다는 나은 지점에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 글은 쓸수록 어렵지만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고독한 과정을 통해 여러 번의 퇴고를 거치며, 만족스러울 때까지 수정이 계속되면 보다 나은 지점에 가 있을 것이다. 다행인 것은 세계적인 작가인 헤밍웨이도 처음에 쓴 글은 쓰레기에 불과했다고 고백했다. 그 말에 큰 힘을 얻어 필자는 오늘도 누가 뭐라 해도 자신만의 글을 쓰면서 그 속에서 스스로 행복을 느낀다. 누가 이 행복을 빼앗아 갈 것인가? 본인이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평생 읽고 쓰는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필자의 인생삼락(人生三樂)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글을 쓴다, 둘째, 또 글을 쓴다, 셋째, 인정을 받는다. 완성된 글에 칭찬을 듣거나 응모용 글이 채택되면 그것으로 보상이 된다. 순수한 아마추어지만 그 맛에 글쓰기를 계속한다. 필자는 오늘도 글을 쓴다. 지금은 만인 저작시대이니까. 그러나 이 책의 작가가 말한 것처럼 괜찮은 에세이를 써보고 싶다는 소망이 꿈틀거리는 한 인정받고 싶다.
-글 싣는 순서 상 한국어 학습인구 증가 하 월드 브랜드 ‘코리아’ 우뚝 4년 만에 학급 3.5배 늘고 학생 수 3배 가까이 증가 대학 경쟁률은 20~30대1 정규 교원 진입 확대 시급 교육한류 열풍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매년 늘고 있다. 전 세계 학생이 몰려드는 파리국제대학촌에서는 한국관이 교육한류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중이다. 한국전쟁 때 한국의 교육 발전을 도왔던 유네스코 본부는 반세기 지난 현재 한국의 높은 기여에 감사를 표하고 있다. 프랑스 현지에서 살펴본 ‘K에듀’의 현주소를 2회에 걸쳐 알아본다. 편집자 주 프랑스에서 한국어의 인기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한국어반을 운영하는 프랑스 초·중·고교는 2018년 17곳에서 지난해 60곳으로 3.5배 증가했다. 학생 수도 631명에서 1800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어능력시험(TOPIK) 응시자도 292명에서 780명으로 확대됐다. 윤강우 주프랑스 한국어교육원장은 지난달 27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교육부 관계자와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어 채택 학교는 70곳 정도다. 프랑스 내에서 한국어가 일본어를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대학에서 한국어 관련 전공의 인기 또한 고공비행 중이다. 보통의 경쟁률이 20대1이고, 높은 곳은 30대1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이는 교육부가 지난 30여 년 동안 힘써온 결과다. 교육부는 1999년부터 해외 한국어교육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때부터 뿌려온 씨앗이 최근 열매를 맺고 있는 셈이다. 프랑스는 외국어 교육에 있어 언어보다 해당 국가의 역사·문화 등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정책에 따라 언어와 문화를 함께 가르치는 ‘아틀리에 수업(방과 후 문화·예술 수업)’의 우선 개설을 권장하고 있다. 이에 맞춰 주프랑스 한국교육원은 프랑스 초·중등학교에 정규 한국어 수업뿐 아니라 아틀리에 수업 개설 및 지원을 통해 한국어교육의 저변을 넓히는 중이다. 특히 아틀리에 수업 개설 학교 중 향후 정규 과목으로 전환 가능성이 높은 학교에 예산 지원을 하고 있다. 한국어 인기 열풍에 ‘K컬처’도 힘을 보탰다. ‘K팝’의 선두 주자인 ‘BTS’와 ‘블랙핑크’, 전 세계를 강타한 드라마 ‘오징어게임’, 아카데미시상식 작품상에 빛나는 영화 ‘기생충’ 등 해외에서 맹위를 떨치면서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윤 원장은 “한류열풍이 프랑스를 제대로 강타하고 있다. 프랑스인들에게 한국의 문화뿐 아니라 음식까지 인기가 매우 높다”며 “그 열풍이 한국어교육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한국어 인기에 비해 프랑스의 정책적 지원은 아쉽다. 아직 프랑스 내 정규 교원 임용시험에 한국어 과목이 없다. 대부분 한국어 교사는 시간 강사로 근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 원장은 “공립학교의 경우 새로운 교원을 뽑으려면 그만큼의 교원 수를 줄여야 하는 문제가 따른다”고 설명했다. 한국어 전공 학생들의 진로 또한 풀어야 할 과제다. 교육부 관계자는 “프랑스 내에서 취업 등이 힘든 만큼 한국 유학이나 한국 취업 등으로 이어져야 장기적으로 한국어교육 활성화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컬처의 힘… 프랑스 학생 마음에 한글이 ‘쏙쏙’ 클로드모네高 한국어 교육 참관 학생들 한국말로 ‘묻고 답하기’ 일부 ‘한국학’ 전공 이어지기도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오셨죠?” 지난달 27일 프랑스 파리 13구에 위치한 공립 클로드모네 고등학교 입구에서 우연히 마주친 학생들이 한국 교육부 관계자와 취재진을 알아보고 먼저 한국말 인사를 건넸다. 프랑스에서 한국어의 인기, 그리고 한국어를 정규과정으로 운영하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습득 정도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이 학교는 총 7개의 제2외국어를 정규 운영 중으로, 전교생 약 1000명 중 5% 정도인 47명이 한국어를 채택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중학교(4년제) 2학년부터 고교 3학년까지 제2외국어를 의무적으로 배워야 한다. 학교 도서관에 들어서자 다양한 한글책들을 활용한 전시물부터 눈길을 끌었다. ‘청소년 문학 페스티벌’ 차원에서 꾸며본 것이란다. K컬처의 인기로 프랑스 학생들에게 한국의 관심은 높은 편이라는 게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어와 문화를 함께 가르치는 ‘아틀리에 수업’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클로드모네고는 한국어 수업이 있는 날이면 주변의 10개 학교 학생들과 연합수업을 갖기도 한다. 교실 문을 열자 한국어를 따라 하는 20여 명의 학생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경복궁에 가 봤어요.” “한강에 가본 적 있어요.” 조윤정 한국어 교사의 지도로 ‘경험에 대해 묻고 답하기’ 수업 중이었다. 조 교사는 경복궁과 베르사유 궁전, 남산타워와 에펠탑, 한강과 센강, 부산과 마르세유 등 서로의 연관성이 높은 사진들을 함께 놓고 이해를 도왔다. 조 교사가 학생에게 한국어로 질문하면 답하고, 학생끼리 서로 물어보고 답하는 도중 실제 한국을 다녀왔다는 학생이 나오자 부러움으로 가득한 탄성이 터지기도 했다. 수업 후 기자간담회에서 조 교사는 나날이 한국어교육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그 인기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그는 “첫 학급을 맡은 이후 매년 학생이 2배 가까이 늘었다”면서 “학생뿐 아니라 일반인 사이에서도 관심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BTS’, ‘블랙핑크’ 등 ‘K팝’에서 생긴 흥미가 ‘한국어 공부’로 이어지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3학년생인 리자 타르 양은 중2 때 K팝, 한복 등에 관심이 생겨 제2외국어를 한국어로 정했다. 최근에는 한국 여행도 다녀왔다. 타르 양은 “한국에 다시 가고 싶다”며 “소중한 친구 1명을 얻었는데, 꼭 다시 가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만 엔보고 졸업생은 클로드모네고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현재 한국학(파리시테대)을 전공하고 있다. 엔보고 씨는 “한국어를 하고 한국 문화에 대해 잘 아는 것이 대학 진학에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파리(프랑스)=한병규 기자
실업계고에서 교사 생활을 하던 어느 날,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던 학생 8명이 찾아왔다. 아내와 딸, 세 식구가 사는 10평짜리 아파트에서 함께 지내고 싶다고. 아이들과의 생활은 힘들고 고됐지만, 이때의 경험은 그를 진짜 선생님이 돼야겠다고 마음먹게 했다. 이후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위한 ‘공동학습장’을 만들었다. 10년 동안 707명이 이곳을 거쳐 갔다. Wee 프로젝트 사업의 모델인 ‘금란교실’, Wee 스쿨의 모델인 ‘용연학교’ 등도 만들었다. 2015년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학교 안전사고 신속대응팀 부르미를 도입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그렇게 30여 년을 주목받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고 안전한 학교를 만드는 데 매진했다. 박주정 광주 진남중 교장 이야기다. 박 교장은 “처음부터 교사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고 했다. 실업계고로 첫 발령을 받았는데, 교사가 하는 일이라고는 학생들이 교실에 뱉은 침을 밀걸레로 닦고, 출석을 확인하는 것뿐이었다. 동료 교사들도 무관심이 최고라는, 조언 아닌 조언을 건넸다. 자괴감에 괴로워하던 박 교장은 사표를 냈지만, 취업의 길이 열리지 않아 다시 시험을 치렀다. 그런데 또 그만둔 학교로 발령이 났다. Q. 교사 시절부터 학교 부적응 학생들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다시 학교로 돌아갔을 땐 힘들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초년 교직 생활은 월급 받고 생계를 유지하는 일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던 8명이 집으로 찾아왔어요. 놀러 왔다고요. 그러곤 여름방학 때까지만 함께 살고 싶다는 거예요. 세 식구가 사는 10평 아파트에서요. 가족의 원망을 들었지만, 함께 살기로 했어요. 그런데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기말고사에서 전교생 650명 중에 1등부터 7등이 우리 집에서 나온 거예요. 대학에 가겠다면서 알바로 번 돈으로 학원까지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깨달았어요.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교육하면 변한다는 걸요. 신이 났어요.” Q. 공동학습장을 만들었다고요 “집이 콩나물시루였어요.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더 넓은 곳으로 이사할 형편도 못 됐죠. 그렇다고 아이들을 내쫓을 수는 없잖아요. 대출받고 전세금을 보태서 저렴하면서 넓은 곳으로 이사하기로 했어요. 학교에서 10㎞ 떨어진 외곽에 창고를 임대했고, 10년 동안 707명이 살다 갔죠. 무엇보다 고마운 건, 10년간 사고가 없었다는 거예요. 이 아이들은 지금도 각자의 자리에서 훌륭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Q. 전문직으로 일할 때는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위한 제도적인 지원에 나섰는데요 “2004년 장학사로 처음 만든 프로그램이 ‘금란교실’입니다. 전국 최초의 부적응 학생을 위한 단기 위탁 교육프로그램이에요. 일주일 동안 체험학습, 적성교육, 상담, 인성교육 등 활동을 하고 교육 기간이 끝난 후에도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금란교실의 성과는 좋았지만, 단기 과정이라서 중도 탈락을 예방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어요.” 당시 광주지역 중도 탈락 학생 수는 2000여 명이나 됐다. 그중 중학생은 600~700명 정도였다. 박 교장은 대안학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교육청의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금란교실 운영에 도움을 주고 있는 교사 100명과 모금 활동 끝에 폐교를 임대하고 2008년 9월, 학교 부적응 중학생의 학업중단 예방을 위한 장기위탁 학교 ‘용연학교’를 열었다. 2009년에는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고등학생을 위한 대안학교 ‘돈보스코학교’를 유치했다. Q. 학교 안전사고 신속대응팀 ‘부르미’를 만든 배경은 무엇입니까 “교육청 과장 시절, 장학사의 통화 내용을 듣게 됐습니다. 중학생 두 명이 싸웠고, 한 명이 옥상에서 뛰어내려 중태에 빠진 상황이었어요. 당장 아이부터 살리는 게 먼저인데, 학교로부터 상황을 보고받고 있는 모습에 ‘아, 이건 아니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학교에 문제가 발생하면 무조건 달려가서 해결부터 하자고 했어요. ‘24시간 연중무휴, 30분 안에 도착한다’, ‘필요하면 전문단체와 공조해 해결한다’. 전국적으로 ‘부르미’가 도입되면 좋겠습니다. 교사들이 마음 놓고 수업만 할 수 있게요.” Q. 학폭 관련 이슈로 연일 떠들썩합니다 “학폭 해결방안을 100명에게 물으면 100명의 생각이 다 달라요. 모두 자기 입장에서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사법기관에선 법률적인 부분, 피해 학생 학부모는 엄벌주의, 가해 학생 학부모는 선도…. 그 속에서 공통분모를 찾아야 합니다. 원인은 알 수 있어요. 인간미, 배려가 없다는 것, 오직 나밖에 없다는 거예요. 학폭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 사회가 함께해야 합니다.” Q. 교사들의 고충도 만만치 않습니다 “학폭과 교권, 인권은 맞물려있어요. 교사에게 학생을 지도할 권한을 줘야 해요. 조금만 나무라면 소송을 하는데, 어떤 교사가 지도하고 싶겠어요. 학생들은 다시 잘 지내는데, 학부모가 소송을 겁니다. 인식을 바꾸려면 학폭을 교육적으로 해결한 사례를 많이 알려야 해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이 아니라 회복과 성장에 주목한 드라마나 영화 같은 걸로요. ” Q. 공교육이 인정받고 교사가 스승으로 존경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콩나물 교육’을 강조합니다. 콩을 물에 불려서 따뜻한 곳에 두고 계속 물을 줘야 싹이 틉니다. 그런데 이 싹이 잘 안 나와요. 온도와 습도를 맞추고 정성과 사랑을 줘야 합니다. 교육은 기다림이에요. 당장 눈에 안 보인다고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게 아니에요. 학부모님들께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 선생님들이 열심히 애쓰고 있다고, 선생님을 믿지 못하면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학교를 믿어달라고요.”
마스크로부터 자유로운 봄을 맞이했으나 여전히 마스크를 벗기 꺼려진다. 창밖으로 뿌옇게 펼쳐진 하늘, 아름다운 봄을 시기하듯 연일 이어지는 미세먼지에 봄의 불청객 황사까지 덮쳐왔다. 각종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미세먼지로부터 우리의 몸을 지키는 데 도움을 주는 제철 식재료를 이용하여 겨우내 잃었던 입맛을 돋우는 밥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봄철 밥상의 감초 ‘양배추 파프리카 물김치’ ◇미국 타임지 선정 ‘3대 장수식품’ 양배추=위 건강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U가 풍부한 대표적인 항 궤양 식품, 양배추는 사시사철 만나볼 수 있으나 3~6월이 제철이다.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손꼽히는 양배추는 저칼로리, 저지방, 풍부한 섬유질로 높은 포만감을 주고, 장운동을 촉진해 변비를 예방하며, 해독 작용을 도와 미세먼지에 지친 피부에 도움을 준다. 푸른 잎에 함유된 설포라판은 체내에 쌓인 미세먼지를 흡착하여 배출하는 역할을 하고, 비타민K는 중금속으로 인해 약해진 뼈 건강에 도움을 준다. 위장장애가 있다면 생으로 섭취할 경우 부담을 줄 수 있으니 살짝 데치거나 익히는 것을 추천한다. 고를 때는 연한 녹색, 동그란 모양, 싱싱한 심을 가진 단단하고 묵직한 것을 고른다. 보관 시 랩으로 감싸 냉장 보관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영양소가 손실되니 빠르게 섭취한다. ◇알록달록 채소의 보물, 파프리카=곧 제철을 맞이하는 파프리카는 화려한 색상을 자랑하며 음식에 맛과 풍미를 더한다. 다양한 색상만큼 영양소도 다양해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빨간색과 주황색의 리코펜과 베타카로틴은 뛰어난 항산화 작용을 가지며 멜라닌 생성을 억제해 햇빛이 강해지기 시작하는 봄부터 섭취하면 피부 미용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노란색의 플라보노이드는 혈관 질환을 예방, 초록색은 가장 낮은 열량으로 다이어트에 도움을 준다. 색상에 관계 없이 비타민C와 칼슘, 인도 풍부하여 미세먼지에 약해진 피부와 뼈 건강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파프리카를 고를 때에는 약간 통통하고 반듯한 모양에 흠집 없이 색이 선명하고 광택이 나는 것, 단단하고 꼭지가 싱싱한 것을 고른다. 물기가 없게 하여 랩으로 감싸 냉장 보관하고 빠르게 섭취한다. 양배추 파프리카 물김치 △재료 : 양배추 1/2통(500g), 무 1토막(200g), 미나리 40g, 물 4컵(800ml), 소금 2큰술 -양념 재료 : 레드 파프리카 1개(200g), 배 1/2개(150g), 양파 90g(약 1/2개), 마늘 4쪽, 생강 15g, 새우젓 1큰술, 소금 1큰술, 설탕 2.5작은술 -찹쌀풀 재료 : 찹쌀가루 1/2큰술, 물 1컵(200ml) -건 홍고추물 재료 : 건 홍고추 3개, 물 1컵(200ml) Tip : 여름에는 날이 더워 김치가 금방 쉬므로 찹쌀풀을 만들지 않고 물(1컵)만 넣는다. △만드는 방법 1. 양배추와 무는 한입 크기로 잘라 분량의 소금에 30분간 절인다. 2. 미나리는 4cm 길이로 자르고, 건 홍고추는 반으로 갈라 물 1컵에 30분간 불린다. 3. 냄비에 분량의 찹쌀풀 재료를 넣고 약한 불에서 되직하게 끓여 식힌다. 4. 레드 파프리카, 배, 양파를 적당한 크기로 썬다. 5. 믹서기에 레드 파프리카, 배, 양파, 마늘, 생강, 새우젓, 건 홍고추와 고추 불린 물, 찹쌀풀을 넣고 곱게 간다. 6. 물김치를 보관할 통에 양배추와 무, 미나리, 물 4컵, 5번에서 간 재료를 담고 소금과 설탕으로 간해 실온에서 하루 정도 숙성시킨다. ▨겨우 내 잠든 입맛을 깨우는 ‘봄나물 토마토 파스타’ ◇향긋한 봄의 전령사, 냉이=겨우 내 땅속의 기운을 품고 자라는 냉이는 연간 생산량의 약 80%를 차지하는 3~4월이 제철이다. 겨울이 추울수록 특유의 맛과 향이 짙어지며 잃어버린 입맛을 돋운다. 봄나물 중 으뜸이라 불리며 풍부한 영양소를 자랑하는 알칼리성 식품으로 몸이 산성화된 현대인에게 필요한 식품이다. 높은 단백질 함량과 아연, 칼슘, 인 등 각종 무기질이 다량 함유되어 미세먼지로부터 약해진 신체 구성과 체내 대사를 원활하게 하며 기력 회복에 탁월하다. 비타민C, 베타카로틴, 셀레늄 등 다양한 비타민과 항산화 성분은 면역력을 향상시켜 질병을 예방하고 피로를 해소한다. 체내에 결석이 있다면 높은 칼슘 함량으로 인해 악화될 수 있으니 섭취를 주의한다. 냉이를 고를 때는 크기가 작고 향이 짙은 어린 냉이를 추천한다. 잎과 줄기가 진한 녹색을 띠며, 뿌리는 굵지 않고 색이 희고 촉촉하며 잔털이 적은 것으로 고른다. 냉이 세척 시 물에 충분히 담가서 불린 후 흙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흔들어 씻고, 잘 씻기지 않는다면 줄기와 뿌리 사이를 칼로 손질하여 씻는다. 미량의 독성이 있을 수 있으니 가열 섭취를 추천한다. 국을 끓일 때 불을 끄기 전에 넣으면 봄 내음을 더할 수 있다. ◇바다의 영양이 가득, 갯나물=지금이 제철인 갯나물(세발나물)은 한 때 바닷가의 별미였으나 재배에 성공하며 식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게 됐다. 부드럽고 아삭한 식감과 짭짤하고 고소한 맛을 자랑하며, 갯벌의 염분과 미네랄을 먹고 자라 바다의 영양이 가득하다. 칼슘, 칼륨 등 다량의 무기질이 체내 대사를 돕고 신체 균형을 유지하며 비타민C, 베타카로틴, 콜린 등 각종 비타민과 항산화 성분이 면역력을 높여 각종 질환을 예방하고 피로 해소에 도움을 주며, 풍부한 섬유질은 피부 미용에 도움을 준다. 갯나물을 고를 때는 신선한 것을 고르고, 키친타월로 감싸 비닐 백에 담아 냉장 보관하면 한 달도 거뜬하다. 섭취 시 물로 살짝 헹궈 먼지를 제거하고, 약간의 짠맛을 가졌으니 양념은 싱겁게 한다. 해산물 요리에 이용하면 비린내를 잡아준다. ◇국물 맛의 일등공신, 바지락=산란을 앞두고 통통하게 살이 올라 감칠맛을 자랑하는 바지락은 2~4월이 맛과 영양을 모두 섭취할 수 있는 적기다. 쫄깃한 식감과 특유의 단맛은 물론 글루탐산, 이노신산, 숙신산 등 다양한 맛 성분과 저지방으로 뛰어난 감칠맛과 담백 시원한 맛을 자랑한다. 풍부한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 항산화 성분으로 봄철 약해진 신체의 구성과 대사를 원활히 하고 면역력을 높이고, 타우린이 간 기능을 강화시켜 해독을 원활히 하고 기력 회복을 돕는다. 바지락은 알이 굵을수록 맛있으며, 입은 다물고 깨지지 않은 것, 껍질의 색이 선명하고 윤기 나는 살아있는 것을 고른다. 해감(아래에서 자세히 소개)하여 조리 섭취하고, 장기 보관 시 비닐봉지에 소분, 밀봉하여 냉동 보관한다. 껍질에도 맛 성분이 풍부하니 껍질째 조리하는 것이 좋으며 물이 끓을 때 넣어야 비린내가 방지된다. 봄나물 토마토 파스타 △재료 : 스파게티면 80g, 시판 스파게티소스 300g, 냉이 30g, 갯나물(세발나물) 30g, 중하새우 2마리, 바지락 15개(100g), 마늘 3쪽, 양파 20g, 페퍼론치노 1개,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 적당량, 화이트와인 1큰술,·후추 약간 가니쉬 -파마산치즈가루 적당양 - 면삶을재료 : 물 1500ml, 천일염 1작은술 - 바지락해감 : 물 1/2컵(350ml), 천일염 10g(2작은술) , 볼, 채반, △만드는 방법 1. 여러 번 비벼서 씻은 바지락을 체에 밭쳐서 소금물을 풀은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근 후 뚜껑을 덮어 어둡고 서늘한 곳에서 반나절 이상 바지락을 해감 한다. 2. 새우는 등 쪽 내장을 제거하고 수염과 꼬리 가운데의 물총을 제거한다. 3. 면 삶기-분량의 물에 소금을 넣고 스파게티 면을 8분간 삶아 건진 후 엑스트라 올리브오일에 버무린다. 단, 면수는 3큰술 남겨둔다. 4. 냉이와 세발나물은 1.5cm 길이로 썬다. 마늘은 슬라이스하고, 양파는 다진다. 5.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 페퍼론치노, 양파를 넣고 노릇하게 볶다가 새우, 바지락을 넣어 볶다가 화이트와인을 붓고 뚜껑을 덮는다. 6. 바지락 입이 벌어지면 뚜껑을 열고 조금 더 열을 가한다. 새우에 소스를 넣고 끓인 후 냉이, 세발나물, 스파게티면, 면수를 넣고 볶은 후 후추, 파마산치즈를 뿌려 마무리한다.
지난 20년 가까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줘야 한다’라고 하면 ‘왜 읽어줘야 하나? 책은 스스로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책 읽어주기에 대한 이해나 인식이 없어서 그러는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책 읽어주기에 대한 이해나 인식이 나아져서 책을 읽어주는 선생님, 교장 선생님, 부모님이 많아졌습니다.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아직 멀었습니다. 책 읽어주기가 아이들의 성장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알고, 아주 일찍부터 지속적으로 책을 읽어주는 분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언어능력, 청각주의력 등 발달해 책을 읽어줘야 할 이유는 아주 많습니다. 책을 읽어주면 ①소리 듣기 능력이 좋아집니다. 청각 주의력(의미 있는 청각 신호, 예를 들어 선생님이 설명하는 말, 친구들과의 대화를 주의 깊게 들을 수 있는 능력)이 발달하는 것입니다. ②책 읽어주는 소리를 들으면서 언어능력(낱말이나 문장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발달합니다. 언어능력의 발달은 듣기로 시작해 점점 발달하다가 나중에 읽기 활동으로 이어집니다. 발달한 읽기 능력을 활용해 계속 읽으면서 언어능력이 더욱 발달합니다. 선순환이 일어납니다. ③이야기의 재미를 알게 합니다. 이야기의 재미를 알아야 책을 좋아하게 됩니다. 책 읽기의 시작은 이야기책으로 시작해서 이야기책으로 이어지다가 이야기책으로 끝납니다. ④함께 보기 능력을 키워줍니다. 부모가 가리키거나, 바라보는 것을 함께 보는 것은 침팬지에게는 없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능력입니다. 부모가 읽어주는 책을 함께 보는 것은 ‘함께 보기 능력’을 통해 인간의 행동을 닮아가게 되는 중요한 활동입니다.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것은 ‘부모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책)을 몸소 보여주는 행동’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⑤책을 능숙하게 읽지 못하는 아이들도 책을 즐길 수 있게 도와줍니다. ⑥책 읽기를 시작하는 두려움을 줄여줍니다. ⑦시각 주의력을 길러 줍니다. ⑧책의 영향력과 부모의 영향력을 한꺼번에 전합니다. 글자를 읽을 수 있는 것과 책을 읽는 것은 다릅니다. 글자를 읽을 수 있더라도 어려운 낱말과 다양한 뜻이 담긴 문장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능력은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걸음마를 할 수 있으면 뛸 수도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가장 큰 오해 중의 하나입니다. ‘때가 되면 읽는다’라는 것도 큰 오해입니다. 책을 잘 읽을 수 있게 되려면 ‘준비와 연습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런 활동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책 읽어주기입니다. 어려서부터 책을 읽어주기 시작하면 책을 읽어주는 과정에서 글자를 친숙하게 여기게 되고, 나아가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되며, 낱말과 문장을 습득하게 되고, 이야기를 즐길 힘이 길러지면서 두껍고 어려운 책을 읽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책 좋아하게 할 마지막 기회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할 마지막 기회는 초등학교 저·중학년 시기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상태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입학 후에 글자를 배우는 시간이 덜 걸립니다. 이런 상태에서 책을 3, 4학년까지 계속 읽어주면서 책의 재미를 알게 해주면 독서 흥미가 높아져서 책을 적극적으로 읽으려는 마음 상태(독서 태도)가 커지고, 책을 읽는 횟수가 늘면서 독서 능력이 발달하는 과정을 거쳐 책을 좋아하고 잘 읽게 되는 아이들로 자라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20여 년 전에 책 읽어주기를 처음 시작하던 때는 ‘책을 읽어주면 좋다’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책을 안 읽어주면 큰일 난다’라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아이들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음식을 먹으면 좋다’가 아니라 ‘음식을 잘 먹어야 한다’라는 것과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줘야 합니다. ‘얘들아, 함께 읽자!’
최근 모 변호사 아들 사건으로 학교폭력 대책을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더 글로리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며 조명된 것이 현실과 오버랩되면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탓이다. 정부는 가해자에게 엄벌을, 피해자는 회복적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이것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이에 따라 본고에서는 미국과 교육선진국으로 알려진 핀란드에서 실시되는 학교폭력 프로그램이 어떠한지를 고찰해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이러한 해외사례를 살펴보는 것은 외국의 정책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닌 외국의 사례를 통해 우리의 현실에 맞게 조정하여 시행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또한 각국의 사례들에서 보편성을 추출하고, 교육학적 본질에 접근한 해결방식을 찾아 나가기 위함이다. 미국과 핀란드의 학교폭력 대응정책 ● 미국 먼저 미국의 학교폭력 대응정책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질병통제센터(CDC)에 의하면, 학교폭력을 ‘심각한 상해, 사회적·정서적·학업적 문제를 초래하는 의도적·반복적인 학생-학생 간 권력 남용 혹은 괴롭힘’으로 정의한다. 이러한 괴롭힘은 학교 내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언어·행동·신체적 접촉, 사이버공간에서의 괴롭힘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미국은 총기가 허용되는 국가로 학교폭력에 총기가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전제한다. 미국의 위기대응정책은 총기 난사 사건과 같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여 학교폭력 대응에도 이와 같은 관점으로 적용된다. 총기가 사용되었을 경우, 대규모의 끔찍한 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학교폭력을 방지하고, 발생 시 대처하는 프로그램은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다. 1994년, 미국의 청소년 범죄율이 상승 추세에서 감소 추세로 변화되었다. 이는 청소년 범죄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와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대처한 결과이다(정재준, 2012; 박영욱, 2013). 청소년 범죄 등과 같은 상황으로 학교 내에서 긴급 상황이나 위기가 발생할 때를 대비해 미국 정부에서는 Guide for Developing High-Quality School Emergency Operations Plans(양질의 학교 비상대책 수립을 위한 지침)이라는 가이드라인을 발간한다. 이는 완화(mitigation)와 예방(prevention), 준비(preparedness), 대응(response), 회복(recovery)의 4단계를 기반으로 한다. 미국 교육부는 ‘Readiness and Emergency Management for Schools(REMS: 학교를 위한 준비 및 비상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교폭력 대응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자료를 제공하고 국립정신건강연구원((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에서도 학교폭력 대응에 대한 자료를 제공한다. 실제로 미국은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무관용의 원칙(Zero Tolerance Policy)을 적용하여 엄중히 다스린다. 뉴욕시의 학교폭력예방 프로그램인 ‘Respect for All’은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여 학교 내 괴롭힘과 차별을 예방하고 대처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졌다. 죄질이 좋지 않을 경우, 청소년이라도 엄격히 처벌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학교폭력 대응에 대한 방안으로 미국의 무관용 원칙을 언급하였다. 미국의 사례에서 기술된 무관용 원칙이란 사소한 위법행위라 할지라도 죄질이 나쁠 경우 엄격하게 처벌한다는 사법 원칙으로 관용을 베풀지 않는 원칙 혹은 정책을 의미한다(WIKIPEDIA, 2023). 이는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에서 파생된 것으로, 깨진 유리창은 ‘법질서의 부재’를 비유적으로 상징하는 표현이다. 즉 사소한 경범죄부터 관용 없이 법으로 조치해야 사회 전체로 범죄가 확산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박영욱, 2013). ● 핀란드 핀란드에서는 교육부·학교·지방자치단체·학부모 등 모든 구성원의 참여를 통해 실행되며, 학교폭력 대응 프로그램인 키바코울루(KiVaKoulu)를 실시한다. 키바코울루는 ‘학교폭력에 맞서는 학교’라는 의미로 종합학교를 대상으로 한다. 이는 가해자와 피해자뿐 아니라 방관자에게까지 초점을 맞춘다. 방관자들의 행동에 따라 타인을 괴롭히고자 하는 동기가 약화될 수 있기에 방관자들의 개입을 촉진하는 전략을 병행하여 운영한다(김병찬, 2012). 이 프로그램은 운영되는 동안 상당한 성과를 가져왔다. 실제로 KiVa 프로그램을 시행한 학교에서는 학교폭력 증가율이 감소하였으며, 학교폭력예방 및 대응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에 비해 학교폭력을 저지르는 경우가 적게 나타났다(Salmivalli, C. etc, 2013). 또한 KiVa 프로그램을 시행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학교폭력예방 및 대응에 대한 자신감이 향상되었으며, 학교폭력 경험률이 감소하였다(Whiteley, H. etc, 2022). 이와 더불어 교사와 학부모의 참여를 강화하여 교사는 학생들의 행동 변화를 감지하고, 학부모와의 소통을 통해 문제를 조기에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또한 인권교육을 강화하여 학생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상호작용하는 능력과 문제해결능력의 향상을 꾀한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미국에서는 무관용 원칙이 대응체계의 일반원칙이다. 가해학생에 대해 규정된 조치가 예외 없이 집행되면서 실제로 학교폭력의 감소 효과를 가져온 결과가 있다(Payne, A. A., Welch, K., 2015).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미국처럼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사법적인 강압적 통제는 근본적 원인을 개선하고 방지하는 대책이 아니라는 교육학자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핀란드는 미국의 사례와는 다소 다른 대응정책임을 알 수 있었다. 키바코울루 프로그램은 학교폭력이 발생한 이후, 시행되는 가해자에 대한 교화와 처벌의 접근으로 해결되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교사로 조직화된 팀에서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전문적 팀은 가해학생과 지속적인 대화를 해나가며 반복적이고 집중적으로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렇게 시행된 키바코울루 프로그램은 실제 초등학교애서 학교폭력을 감소시키는 긍정적 성과를 가져왔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김병찬, 2012). 맺으며 이 글에서는 미국과 핀란드의 학교폭력 대응사례에 대해 살펴보았다. 학교폭력은 여러 나라에서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예방과 대응책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점차 저연령화되고, 교묘해지는 학교폭력은 피해자에게 지울 수 없는 아픔과 상처를 준다. 특히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의 분쟁조정이 이루어질 때, 학교폭력사안을 해결하고 조정하는 과정에서 피해학생에게 2차 가해 등의 현상도 나타나게 된다. 신체적·물리적 폭력뿐 아니라 언어적 폭력 또한 정서적 트라우마를 남기고 성인이 되어서의 사회생활과 일상에 후유증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SNS와 같은 온라인상에서 교묘히 벌어지는 폭력도 반드시 살펴야 할 것이다. 법률적 차원의 접근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생에 대한 인성교육과 가해 및 피해 학부모에게 필요한 맞춤형교육이다. 교사나 학부모가 학생과 자녀에 대한 상황을 인지하게 되면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에 맞는 프로그램과 제도의 도입을 통해 학교폭력예방과 대응에 대한 새로운 방안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봄이면 일주일에서 열흘 간격으로 절정의 꽃이 바뀐다. 매화가 피고 나면 목련, 목련이 지고 나면 벚꽃이 만개하는 식이다. 봄꽃들이 차례로 카덴차(연주에서 솔로 악기가 기교적인 음을 화려하게 뽐내는 부분)를 연주하는 것 같다. 4월에 막 접어들면 복사꽃 차례다. 달력이 4월 것으로 바뀔 즈음이면 복사꽃이 지천이다. 주변에 복사꽃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다. 복사꽃(복숭아꽃)은 꽃색이 연분홍색인데다 꽃 안쪽으로 갈수록 붉어지는 것이 요염한 느낌을 주는 꽃이다. 과일꽃 중 가장 섹시한 꽃이 아닐까 싶다. 박완서 작가가 즐겨 쓴 표현으로 하면 ‘화냥기’가 느껴지는 꽃이다. 조지훈의 시 ‘승무’에서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가 괜히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과일꽃 중 가장 섹시한 꽃, 복사꽃 복사꽃이 피면 생각나는 소설이 김동리의 무녀도와 박완서의 단편 그리움을 위하여다. 먼저 무녀도(1936년 발표)는 샤머니즘과 기독교 사이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김동리는 1978년 이 작품을 장편 을화(乙火)로 개작했다. 무당인 모화는 그림을 그리는 딸 낭이와 경주 성 밖의 퇴락한 집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어려서 집을 나간 아들 욱이가 아름다운 청년으로 돌아오면서 모자 사이에 큰 갈등이 생긴다. 욱이가 기독교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각각 기도와 주문(呪文)으로 대결하다가 결국 모화가 성경을 태우는 일이 발생한다. 욱이는 이를 저지하다 모화의 칼에 찔려 죽는다. 이후 마을에 예배당이 들어서고, 모화는 예기소에서 죽은 여인의 넋을 건지는 굿판을 벌이다 물속에 잠겨 죽는다. 소설에서 모화의 딸 낭이 역할도 상당히 크다. 우선 소설 제목 무녀도는 낭이가 작중 화자인 ‘나’의 할아버지 댁에 남기고 간 그림이다. 소설에서 낭이는 복숭아를 좋아했다. 모화는 술에 취해 집에 돌아올 때 여름 한철은 언제나 복숭아가 손에 들려 있었다. 모화는 낭이가 수국 용신(龍神)님의 열두 따님 중에서 마지막인 꽃님의 화신(化身)이라 믿고 있다. 모화가 꿈에 용신님을 만나 복숭아 하나를 얻어먹고 꿈꾼 지 이레 만에 낭이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꽃님은 자기 차례를 기다리지 않고 언니의 신랑감인 새님을 가로챘다가 수국에서 추방당했다. 그리고 봄마다 산기슭에 강가에 붉은 복사꽃으로 피어난다. 하지만 귀를 먹어서 새님이 가지에 와 아무리 재잘거려도 말이 없다. 낭이와 같은 것이다. 소설에 이런 설명이 길게 나오고 모화의 가락에도 ‘봄철이라 이 강변에 복숭아꽃 피그덜랑’ 같은 표현이 나온다. 그래서 작품에서 꽃 하나를 고르라면 복사꽃을 고를 수밖에 없다. 그리움을 위하여는 박완서 작가가 2001년 발표한 그리 길지 않은 글이다. 그런데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우면서도 현란한 문장, 사태의 본질을 꿰뚫는 시선, 그리고 꽃을 양념처럼 살짝 얹는 솜씨 등 박완서 글쓰기의 특징을 골고루 보여주는 글이다. 소설 줄거리는 이렇다. ‘나’는 사촌동생을 ‘파출부처럼’ 쓰고 있다. 사촌동생은 바지런하고 음식·살림솜씨도 좋았고, 얼굴도 예뻤다. 젊어서 어른들이 ‘인물값 할까 봐’ 걱정할 정도였다. 둘 다 남편을 여읜 후, 사촌동생은 남해 사량도라는 섬 민박집에 피서를 갔다가 몇 주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동생은 뒤늦게 전화를 걸어와 그 섬의 점잖은 선주(船主)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기로 했다고 말한다. 사촌동생의 말을 들으며 화자가 느끼는 감정은 복잡하면서도 재미있다. 나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명랑하게 조잘대는 시냇물 위로 점점이 떠내려오는 복사꽃잎을 떠올렸다. 다음날 물메기 말린 걸 한보따리 들고 내 앞에 나타난 동생을 보자 그저 반갑기만 해서 허둥대며 맞아들였다. 석 달 만에 만난 동생은 어찌나 생기가 넘치는지, 첫 근친 온 딸자식이라 해도 그만하면 시집 잘 갔구나 마음을 놓고 말 것 같았다. ‘조잘대는 시냇물 위로 점점이 떠내려오는 복사꽃잎’이라 했다. 복사꽃을 아는 사람이라면, 화사한 복사꽃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사람이라면 이 문장이 얼마나 보석 같은지 알 것이다. 어떻게 목소리를 복사꽃잎에 비유할 생각을 했을까. 소설에서 사촌동생은 환갑이 넘었지만 ‘볼이 늘 발그레하고 주름살이라곤 없는데 살피듬까지 좋아서 오십대 초반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 사촌동생을 꽃에 비유한다면 복사꽃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다. 이처럼 박완서는 꽃잎 하나를 선택해도 최적의 꽃잎을 택했다. 작가는 자전적 소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에서도 여인의 요요함을 복사꽃에 비유했다. 이 소설에 오빠의 죽은 전처에 대해 ‘그가 여자의 얼굴에 피어난 복사꽃 같은 요요함만 보고, 그 안에 번창하는 고약한 병균에는 눈멀어 열병처럼 사랑하고’라고 표현한 대목이 있다. 복사꽃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화가, 이중섭 그림에서 자주 나오는 꽃이다. 제목이 ‘벚꽃 위의 새’인 그림(은은한 푸른빛을 배경으로 하얀 새 한 마리가 가지에 앉는 순간을 포착한 그림)도 사실은 벚꽃이 아니라 복사꽃을 그린 것이다. 이중섭은 주변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쾌유를 비는 의미에서 천도복숭아를 그려 주었다. 그의 그림에서 복사꽃은 무릉도원, 즉 낙원을 상징하는 꽃이다. 담뱃갑에 든 종이 은지화(銀紙)에 그린 ‘도원(낙원의 가족)’에는 복숭아나무가 가득하다. 남자는 큰 복숭아를 누워 있는 여인에게 선사하고 있다. 이중섭이 그림으로나마 아내에게 복숭아를 전해주고 싶은 마음을 담은 것이다. 현실에선 꽃과 익은 열매가 동시에 달리지 않겠지만 이중섭은 둘을 같이 그렸다. 복숭아밭만 아니라 산기슭이나 강가에서도 화사한 복사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산복사나무꽃이다. 야생의 복사나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야생의 산복사나무를 개량한 것이 과수원에 있는 복사나무다. 진분홍색의 겹꽃이 피는 만첩홍도는 과일이 아니라 꽃을 보기 위해 관상용으로 흔히 심는다. 만첩홍도는 겹으로 피는 홍도라는 뜻이다. 꽃이 홑꽃으로 피는 종이 많지만, 겹으로 피는 것도 있다. 이럴 때 ‘겹’ 또는 ‘만첩’을 붙여 겹꽃이라는 것을 표현한다. 만첩홍도는 4~5월 잎보다 먼저 붉은색 꽃이 다닥다닥 피어 눈에 잘 띌 수밖에 없다. 만첩홍도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흰색인 만첩백도도 있다.
애플페이의 등장, 떨고 있는 토종페이 애플페이가 한국에 들어왔다. 애플페이는 전 세계 결제량 2위임에도 한국에 들어오지 못했었다. 애플페이가 한국에 들어오지 못한 이유는 기존 신용카드 단말기와 호환이 되는 삼성페이 방식이 아니라 특정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해 10cm 안팎의 짧은 거리에서 데이터를 주고받는 NFC 방식이기 때문이다. 애플페이를 쓰려면 신용카드 가맹점에 1대당 20만 원 하는 NFC 단말기를 설치해야 한다. 게다가 NFC 단말기 보급속도, 뒤늦게 들어오는 교통카드 도입, 아직까지는 특정 카드가 있어야 가입이 가능한 상황 등 여러 악조건이 쌓여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애플페이 보급률은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페이사업의 목적은 플랫폼 강화 애플페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국내 토종 페이는 점유율을 잃을 수밖에 없다. 단순히 특정 카드사 점유율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핀테크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특정 플랫폼의 페이를 자주 사용할수록 고객들은 그 플랫폼 안에 있는 서비스들을 결제할 확률이 높아진다. 쇼핑도 하고, 배달도 하고, 금융생활도 하고, OTT도 즐긴다. 플랫폼과 핀테크 안에서 돈이 머물고 소비된다. 고객이 한 번 정한 플랫폼의 핀테크를 이용하게 되면 다른 핀테크를 이용하지 않게 된다. 반면 고객을 독점한 플랫폼은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게 된다. 우리가 의외로 잘 느끼지 못하는 플랫폼과 핀테크로 유명한 곳이 스타벅스의 사이렌오더다. 스타벅스는 예치금으로 2조가 넘는 돈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고객들은 그 돈으로 커피와 텀블러를 사는 데 쓴다. 예치금이 많을수록 스타벅스를 자주 방문하게 되고, 여기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다.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소비는 늘어난다. 그래서 최근 백화점과 아울렛은 고객이 하루 종일 나가지 않고 머물 수 있도록 지역 맛집과 유명카페를 유치하고, 사우나·키즈카페·영화관 같은 엔터시설을 넣어 고객이 머무는 시간을 최대한 길게 만든다. 그럼 고객은 머무는 시간만큼 여기에 돈을 쓰고 나간다. 플랫폼의 목적은 결국 핀테크 우리가 알고 있는 플랫폼은 단순히 인터넷 검색사이트·메신저·SNS가 아니다. 배달어플도 플랫폼이 되고, 영화구독어플도 플랫폼이 되고, 여행어플도 플랫폼이 된다. 플랫폼은 다양한 서비스를 담아 고객을 독점할 때까지 투자를 해야 한다. 즉 경쟁이 치열하고 초기에는 돈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고객을 독점하고 나면 이제 고객들은 이 플랫폼을 벗어날 수가 없다. 그럼 플랫폼은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원숭이 꽃신’ 이야기처럼 그제야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려고 한다. 다른 나라에서 자리 잡은 플랫폼들을 보면 핀테크 사업을 플랫폼의 꽃으로 보고 있다. 고객들은 플랫폼이 편리해서 모든 것을 페이로 결제한다. 당장 소비하지 않더라도 상당액의 돈을 페이로 보관한다. 핀테크는 페이로 예치할 경우 약간의 이자와 보상을 해준다. 고객들은 더 많은 돈을 페이로 보관한다. 핀테크는 이렇게 모은 예치금으로 대부업을 한다. 처음에는 플랫폼에 참여한 자영업자를 위한 대출을 하다가 점차 소비자 대출로 확대한다. 예를 들어 동남아의 G어플은 예치금에 대해서는 연 2% 이자를 주고, 자영업자들에게는 연 24%로 대출을 해주고 있다. 나중에는 알면서도 편하기 때문에 고리대를 쓰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페이끼리 치열하게 오랫동안 다투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그래야 독점하지 않고 이익을 줄여가며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최근 애플페이가 한국에 들어오는 것이 확정되자 국내 토종페이들이 앞다투어 혜택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경제학에서 가장 명문으로 일컬어지는 한 마디로 마무리한다. ‘공짜 점심은 없다.’
암만 국제공항 출입구를 빠져나오자 뜨거운 열기가 얼굴을 덮쳐왔다. 힘껏 심호흡을 했다. 공항을 나올 때마다 얼굴을 덮쳐오는 낯선 이국의 공기만큼 여행자를 설레게 하는 것이 있을까. 카레와 치즈, 요구르트, 아랍인들의 땀 냄새와 모래 냄새 그리고 온갖 낯선 식물들과 곤충, 동물들이 만들어내는 형용할 수 없는 냄새는 비로소 여행을 떠나왔다는 사실을 실감케 해준다. 요르단은 지중해 동남쪽 아라비아반도 북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동쪽으로는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유역의 메소포타미아 지역, 서쪽으로는 나일강 유역의 이집트와 접하고 있다. 국토의 80%가 사막과 불모의 산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수많은 유적과 교황청에서 지정한 5개의 성지 덕분에 요르단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공항에서 나와 페트라로 가는 길, 버스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은 황량했다. 사막에는 드문드문 커다란 전신주가 서 있었고, 길은 무심한 듯 사막을 가로지르며 나 있었다. 가끔 지평선 가까이에서 모래바람이 일기도 했다. 문득 몇 년 전 이집트로 갈 때가 떠올랐다. 공교롭게도 카이로로 향하는 기내에서 본 영화가 트랜스포머였다. 그 영화에서 피라미드는 거대한 로봇들에게 박살이 나고 있었다.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육중한 돌덩이들이 공중을 날아다녔다. 카이로에 도착해 피라미드 앞에 서자, 왜 감독이 그 장면을 피라미드에서 찍었는지 단박에 이해가 됐다. 신비한 외계문명과 거대한 로봇을 설명하기에 피라미드만 한 곳이 없었을 듯싶었다. 페트라 역시 트랜스포머에 등장한다. 외계 로봇 종족의 운명을 가를 열쇠가 신전 암벽 뒤에 감춰져 있는데, 이 신전이 바로 고대도시 페트라를 대표하는 건축물 ‘알카즈네(Al Khazneh)’다. 알카즈네는 영화 인디애나 존스-최후의 성전에도 등장했다. 고고학자 인디애나 존스(해리슨 포드)가 예수의 성배를 찾아다니는 시퀀스에 나온다. 인디애나 존스가 말을 타고 협곡 사이를 달리다 갑자기 시야가 넓어지면서 만나는 장밋빛 신전이 바로 알카즈네다. 붉은 사암을 정교하게 깎아 만든 그 건축물을, 그곳이 페트라라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정교한 세트 정도로 여겼다. 페트라 앞에 서자 왜 스티븐 스필버그가 성배를 숨겨놓은 장소로 이곳을 설정했는지, 외계인이 그들의 운명을 건 열쇠를 이곳에 숨겨 놓을 수밖에 없었는지 고개가 끄덕여졌다. 역시 세상에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 많고, 직접 눈으로 봐도 불가사의하게 느껴지는 일투성이이다. 페트라는 ‘바위’라는 뜻을 지닌 고대도시다. 2,000여 년 전 세워졌다. 기원전 6세기경 아라비아반도에 정착한 유목민족인 나바테아인(Nabataeans)이 도시를 세운 주인공이다. 도시는 번성했다. 예멘·메카·팔레스타인을 연결하는 국제 무역의 요충지 역할을 하며 발전했다. 나바테아인은 ‘왕의 대로’(King’s Highway)를 장악하면서 아라비아의 거상으로 부상했고, 페트라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교역의 중심지가 됐다. 도시가 발전하자 로마제국이 페트라를 넘보기 시작했고, 결국 106년 로마군에게 점령당하고 만다. 이후 세월이 흘러 로마가 동로마와 서로마로 분리된 후, 페트라는 동로마가 통치하게 되었다. 이때 동로마는 페트라보다 수도에 더 가까웠던 시리아의 팔미라로 무역의 중심지를 옮겼고, 자연스레 대상들의 활동 무대도 시리아로 이동했다. 페트라는 점점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쇠락해가던 페트라에 결정타를 날린 건 지진이었다. 6~7세기에 발생한 대지진은 삽시간에 도시를 집어삼켰고, 사람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다.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전설 속 도시는 1812년 스위스 탐험가 요한 부르크하르트에 의해 발견되면서 다시금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다. 당시 요한은 시리아의 다마스쿠스에서 카이로로 가는 도중 요르단 남서부 지방을 지나고 있었다. 황무지와 가파른 협곡이 어우러진 도시 와디 무사에 도달한 그는 사막의 유목민 베두인족에게서 와디 무사 인근에 보물이 감춰진 고대도시의 폐허가 있다는 전설을 듣게 된다. 그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페트라였다. 페트라에 정착해 살고 있던 베두인족은 자신의 생활터전을 침범당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지만, 요한은 베두인족 가이드를 앞세워 협곡 틈새로 숨어들었고, 마침내 폐허 속에 잔존해 있던 나바테아인의 도시를 발견했다. 페트라 입구에 위치한 마을은 와디 무사. ‘모세의 건천’이라는 뜻이다. 기원전 14세기, 60만 명의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이집트에서 탈출한 모세는 ‘왕의 대로’를 따라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으로 이동하던 중 페트라를 통과한다. 모세는 이곳에서 불평하는 백성들에게 화를 내며 지팡이를 바위로 두 번 치자 물이 솟아났다고 한다. 페트라 입구에 자리한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서 알카즈네까지는 ‘시크(Siq)’라고 불리는 협곡을 따라 약 3km를 가야 한다. 좁고 긴 시크를 통과하다 보면 협곡 사이로 들어오는 빛의 양이 조금씩 많아진다. 그리고 붉은색 암벽으로 이루어진 건축물이 드러난다. 바로 알카즈네다. 기원전 100년경 건축된 알카즈네는 6개의 원형기둥이 받치고 있는 2층 형태의 신전건물로 너비는 30m, 높이는 43m에 달한다. 1·2층 정면에는 제우스신의 쌍둥이 아들인 카스토르와 폴룩스의 기마상과 풍요의 여신인 알우자 등이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다. 페트라에 암벽 조각 건축이 발달한 이유는 페트라를 둘러싼 협곡들의 암석들이 조각하거나 파내기가 쉬운 사암이기 때문. 그리스어로 페트라는 ‘바위’를 뜻하는데 실제 페트라의 대부분 건축물은 쌓아 올리면서 만든 건축물들이 아닌 암벽을 깎아 내려가면서 조각해 만든 건축물들이다. 알카즈네를 지나 협곡을 따라 가면 바위산을 깎아 만든 도시가 나타난다. 절벽을 파내서 만든 33층의 계단 형태 원형극장은 무려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데, 당시 종교의식과 다양한 회의장소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원형극장을 지나 절벽 길을 따라 올라가면 내부에 십자가가 새겨져 있어 수도원으로 추측되는 건물이 나온다. 데이르 수도원인데 입구 높이만 8m에 이를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 외에도 신전·수도원·목욕탕 등이 남아있는데 모두 탄성을 자아낼 만큼 뛰어난 유적들이다. 페트라는 지금도 발굴작업이 한창이다. 현재까지 발굴된 유적지는 700여 곳. 아직도 발굴되지 않은 유적이 99%가 넘는다고 한다. 와디 럼, 붉은 사막을 달리다 토마스 에드워드 로렌스. 영국 군인이던 그는 연고도 없는 아랍 지역의 독립을 위해 1917년 와디 럼(Wadi Rum) 사막을 가로질렀다. 아랍의 적인 터키군의 요새가 있는 홍해 연안의 항구도시 아카바(Aquaba)를 함락하기 위해서였다.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그의 영웅담을 다룬 영화다. 와디 럼은 암만에서 남쪽으로 320km 떨어져 있다. 면적이 720㎢ 달하는 광활한 사막이다. 언뜻 평지처럼 보이지만 가장 낮은 곳도 해발 1,000m인 고지대다. 달리다 보면 수백 미터씩 솟은 바위산들이 불쑥불쑥 나타난다. 와디 럼에서 딱히 하는 일은 없다. 그냥 달릴 뿐이다. 울퉁불퉁한 사막을 시속 80km로 달린다. 얼굴에는 모래가 날아와 박힌다. 바위산을 만나면 바위산을 감상하며 잠시 쉰다. 때로는 바위산에 오르기도 한다. 그래도 지루하지 않다. 해 질 무렵이면 사막은 황금빛, 아니 붉은색으로 물들고 베두인들은 메카를 향해 절을 하고 기도를 올린다. 모래사막에 길게 늘어진 그림자는 마침내 지평선에 닿고 어느 순간 사라질 때쯤이면 텐트로 돌아간다. 밤의 사막. 하늘에는 별이 가득하다. 쌀알을 뿌려놓은 것 같다. 별빛 아래에서 베두인족이 만들어주는 아라빅커피를 마시며 화덕에 양고기를 구워 먹는다. 그리고는 밤새 노래를 부르다가 돌아간다. 그렇게 하룻밤 있어 보았다. 해가 뜨는 아침 무렵, 사막이 점점 장밋빛으로 변해갈 때, 로렌스를 이해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로렌스는 와디 럼이 “신의 모습과도 같다”고 했다. 그가 와디 럼을 가로질렀던 까닭은 아랍을 사랑했던 것이 아니라 사막에서 신을 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전북도교육청 교육 인권 증진 기본 조례안’(이하 전북교육인권조례)이 도의회 심사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전북교총(회장 이기종)은 6일 도교육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도의회는 전북교육인권조례를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북교총은 “전북교육인권조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교직원 대부분이 찬성했다”며 “학생, 교사뿐만 아니라 교직원 및 보호자를 포함하는 ‘학교 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하는 법적 기반 마련, 이에 대한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 조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북교육인권조례 추진 연대가 3~6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2172명이 참여해 2155명(99.2%)이 찬성 의견을 보였다. 이기종 회장은 “교육현장은 교육자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심각하게 위축되고 본연의 교수‧학습 활동에 전념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교권침해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및 민원, 학교폭력 등이 날로 늘어가고 그 강도가 세지면서 현장 교원의 사기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조례안이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의 든든한 배경이 될 수 있도록 하루빨리 도의회가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기자회견 후 참석자들은 국주영은 도의회 의장을 면담하고 조례안 통과에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전북교육인권조례안은 학생인권을 보호하고 교사의 교육활동 침해를 지원하는 체계 구축을 목적으로 인권실태조사(6조), 인권 모니터링(7조), 도교육청 교육인권센터 설치‧운영(9조), 도교육청 인권위원회 설치(13조), 구제신청 및 조치(24조), 조사(25조) 등이 포함됐다. 도교육청은 조례안 제정을 위해 지난 2월 10일 공청회를 여는 등 의견수렴, 공청회, 입법예고 등의 과정을 거쳤으며, 도의회 법사위를 거쳐 심사를 앞두고 있다.
안원태 신반포중 교사가 5일 서울 서초구 서문여중‧고 오천홀에서 열린 학교폭력 예방 지역 사회 간담회에서 '학교폭력과 현장교육'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이신정 서울 서초구 방배서 여성쳥소년계 경위가5일 서울 서문여중‧고 오천홀에서 열린 학교폭력 예방 지역 사회 간담회에서 '학교폭력 선제적 예방대책'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박희동 서울방배경찰서장이5일 서울 서문여중‧고 오천홀에서 열린 '학교폭력 예방 지역 사회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5일 서울 서초구 서문여중‧고 오천홀에서 열린 학교폭력 예방 지역 사회 간담회에 참석한 학생, 학부모 및 주요내빈들이 발제자의 발표을 경청하고 있다. 5일 서울 서초구 서문여중‧고 오천홀에서 열린 '학교폭력 예방 지역 사회 간담회'에 참석한 주요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부가 이달 안으로 발표하기로 한 ‘학교폭력종합대책’에 학폭 사실을 정시에 반영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학폭에 대한 학교 대응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교권 확대, 보호 등의 조치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갖고 학폭 근절을 위해 심각한 학폭 가해자의 경우 대입에서 불이익을 강화하기로 했다. 방안으로는 학폭 가해 사실을 징계 수위에 따라 최대 영구 보존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경미한 처분인 1~3호는 졸업과 동시에 삭제되지만 무거운 처분인 전학(8호)의 경우 졸업 후 2년, 가장 무거운 처분인 퇴학(9호)은 영구 보존하는 방안 추진도 다뤘다. 학폭 징계의 경우 경중에 따라 1~9호 처분까지 가능하며, 현재는 퇴학을 제외한 나머지 징계처분은 최대 2년까지만 보존이 가능하다. 박대출 국민의 힘 정책위의장은 “현재 수시까지 반영되는 학폭 기록을 정시까지 확대해 학폭에 대한 경각심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데 당정이 인식을 같이했다”며 “학폭 가해 사실에 대한 학교생활기록부 보존 기간 강화는 학폭이 대입 전형에도 영향을 미치게 함으로써 그 책임을 무겁게 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당정은 학교의 교육적 노력 촉진과 근본적인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교권을 강화해 학교 차원의 대응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학교 현장에서 화해나 중재 등 초기 해결(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선생님의 권한과 권위가 너무 무너져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국교총은 같은 날 논평을 내고 “학폭 대책이 처벌 강화에만 매몰돼서는 안되며, 학교와 교원이 교육적, 회복적 생활지도에 나설 수 있도록 확실한 교권 보호 대책, 학폭 책임교사 지원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당정이 학교의 교육적 노력을 촉진하기 위해 교권 확대와 보호가 필요하다고 인식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학폭 지도·처리 과정에 고의, 중과실이 없는 경우 징계 면책·면제 ▲학폭 지도·처리 과정에 고의, 중과실이 없는 경우 민·형사상 소송비 지원 ▲학폭 책임교사 수당 월 10만원 신설·지급을 촉구했다. 김동석 교총 교권본부장은 “조사부터 수 많은 행정처리 등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교원들이 소송 위협까지 감내해야 하는 학폭 책임교사는 기피 0순위”라며 “생활지도권을 포함한 교권강화는 물론 징계·소송으로부터도 보호받고, 과중한 업무에 대한 합리적인 처우개선이 지원 대책에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큰 덕이 온 나라를 비춘다는 광화문은 한국 근현대사 그 자체이다. 조선시대에는 임금이 비추던 큰 덕을 지금은 온 백성이 함께 밝혀나가고 있으니 1,000년을 멀리 보신 혜안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열정과 함성, 휴식과 만남 등으로 시시각각 얼굴이 변하는 광화문은 중심축부터 동심원 곳곳에 포진한 고궁·박물관·미술관으로 아트산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곳이기도 하다. 광화문 거리를 걷다 휴식을 겸하여 둘러볼 수 있는 미술관 두 곳을 추천해본다. 쉴 새 없는 망치질의 해머링맨 조나단 브로프스키는 미국 보스턴 출생의 세계적인 조각가이다. 그가 시애틀·베를린·프랑크푸르트 등에 이어 광화문에 키 22m 몸무게 50t의 거구 ‘해머링맨(Hammering Man)’을 탄생시켰다. 2002년부터 35초마다 한 번씩 해머를 들었다 내리치는 해머링맨은 모던 타임스의 컨베이어벨트 나사 조임공 찰리 채플린처럼 늘 열심이다. 2010년부터 하루 17시간을 2015년부터는 14시간을 일했단다. ‘갓물주’나 ‘금수저’가 아닌 노동하는 이의 숭고함에 가슴이 저린 것은 필자의 몫이고, 수많은 광화문맨들은 그저 무심히 지나치거나 건물 뒤편에서 담배 연기를 피워 올릴 뿐. 해머링맨은 입사 이래 350만 번 이상 4t에 이르는 오른팔만 쓰다 보니 어깨를 자주 다쳐 두어 달 정도 쉬기도 했단다. 힘든 와중에 가끔 ‘신생아 살리기 캠페인’ 등에 참여해 모자를 쓰는 등 봉사활동도 한다니 존경스럽다. 그러나 웬만한 노동은 모두 로봇군과 로봇양이 선점하시고 칼보다 강하다는 펜까지 챗GPT에게 넘겨주는 시대인데, 이제 이분을 역사 속으로 보내드려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해머링맨의 소속사인 흥국생명 빌딩은 아트영화 팬들에게는 ‘씨네큐브’로 더 유명하고, 그만큼 3층에 자리한 ‘세화미술관’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전시장·아카이브·스튜디오 등 한 공간에서 창작·전시·제작·상영이 모두 이루어지도록 기획했다니 멀티플랙스 예술공간의 원조로 역사의 무게가 엄연한 곳이기도 하다. 허기진 내면을 채운 예술과 희망 해머링맨을 시작으로 세화미술관이 있는 3층까지 도달하려면 웰컴 작품 감상이 필수다. 건물이 하나의 미술관인 셈이다. 먼저 1층 현관 오른쪽은 강익중의 ‘2010 아름다운 강산’. 7,500개의 미니캔버스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설치 당시(2010년) 국내 최대 규모였으며, 이후 교체와 추가로 8,100개에 이르렀다. 이미 전 세계 어린이 작품 그림조각으로 통일동산에 ‘십만의 꿈’을 설치했던 그의 콘셉트는 ‘작은 삶에 귀 기울이기!’이다. 작은 것은 모여 큰 것이 되지 않는다, 세상을 바꾼다. 작품은 그의 믿음의 증거들이다. 다음은 로버트 인디애나의 ‘LOVE’. 불우한 가정사와 부모의 이혼으로 어릴 때 입양된 인디애나는 17살 때까지 20여 차례가 넘게 이사를 다녔단다. 낯선 도시와 표지판들로 가득했을 그의 삶이지만 ‘EAT’, ‘LOVE’, ‘ART’, ‘HOPE’를 만들며 사랑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았다. 엄마가 건네는 “밥 먹었니?” 한 마디는 세상 곳곳에서 지금도 수많은 사람을 울리고 있다. “사랑한다”라는 단어가 간절했던 그의 허기진 내면을 ‘예술’과 ‘희망’이라는 단어는 보답했을까? 초반의 각광과는 다르게 긴 시간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하다 은둔 생활 끝에 생을 마감하였다니 건조한 팝아트 ‘LOVE’가 달리 보인다. 프레일겐은 독일에서 활동하는 네덜란드 출생 작가이다. ‘당신의 긴 여행, Your Long Journey’은 탄생부터 죽음까지 한 공간에 연결한듯하다. 결코 녹록치 않은 여행이나 인간은 이에 맞서 응전하고 전진한다. 마치 전투적 구호처럼 여겨질 것 같은 세계관이건만 막상 40m 길이의 이 작품은 균형 잡힌 유닛들의 경쾌한 긴장감으로 즐겁다. 특히 각도를 달리해도 흩어지지 않는 동세와 예술적 곡선들은 고도로 공학적이다. 너무 완벽해서 살짝 비현실적인 인생이긴 하다. 이 작품은 조각과 공간이 서로 돕는다. 빌딩의 2층에서 4층에 이르는 계단과 천장의 작품명은 ‘天·地·人(천지인)’이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드실 때 모음의 기본 3자를 天·地·人으로 삼으시니 천(ㆍ)은 하늘이요, 지(ㅡ)는 땅이며, 인(ㅣ)은 사람이라. 하늘·땅·사람이야말로 세상의 궁극이라 여기셨다. 2층에서 4층을 오르는 유리계단은 천장의 은하수 조명과 환상의 짝꿍이다. 계단을 오르는 인간이야말로 땅과 하늘을 잇는 유일하며 소중하고 그럼에도 겸손해야 하는 존재임을 경험해본다. 다만 오르고 내릴 시 치마를 부여잡는 수고를 잊으면 살짝 곤란하다. 그 외 신현중의 작품 ‘뿔 있는 우제류를 위하여’, 아프리카 여행 시 대지의 원초적 생명력과 창조성에 매료당했다는 신상호의 분청사기 작품 ‘Head 2000’, 테라코타 작업으로 스케치 없이 완성한 주인공에 아크릴 물감을 칠하고 소품으로 완성하여 제작한 히로토 키타가와의 인형 같은 작품 ‘Akemi Hiiragi’ 등이 있다. 이들을 모두 훑어보다 보면 세화미술관에 이른다. 세화의 정체성은 ‘미디어 아트 전용 전시관’이다. 그간 ‘움직이는 갤러리-미디어 아트 상영전’으로 서정적 일러스트 감성과 역사, 시간을 함께 담은 연작들이 이어졌다. 모두 온라인 갤러리에서 감상이 가능하다. 최근 세화에서는 데이비드 살레, 알렉스 카츠 등이 참여한 ‘정물도시전’이 열리고 있다. 그간 세화가 일관되게 쌓아온 도시기획전 연작의 네 번째 ‘도시전’이다. 세화의 장점은 얄팍한 호주머니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저렴한 관람료나 무료전시가 많다는 것이다. 시멘트와 미술의 만남, 성곡미술관 세화에서 나와 길을 건너 서울역사박물관 우측 골목으로 걷기 5분 정도면 성곡미술관이다. 쌍용그룹의 창업자 성곡 선생을 기리며, 선생이 거주하던 자택을 미술관으로 개관한 성곡미술관은 경희궁 뒷길에 위치한다. 일단 조용하다. 특히 유명 조각가들의 작품이 사계절 각기 다른 색채로 다가오는 미술관 밖의 미술관으로 명성이 높다. 수년 만에 다시 찾아도 나무들이 조금 낯선 것 말고 평화와 고요의 기운은 그대로였다. 미술관은 좌우 양쪽으로 지하 1층·지상 3층의 건물 두 채가 가운데 조각공원 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다. 성곡미술관은 1995년 ‘시멘트와 미술의 만남(Fusing Cement in Art)전’으로 문을 열었다. 현재는 안도타다오 같은 건축가들의 작업에 힘입어 시멘트에 대한 인식이 예술적 가치와 호응하지만, 당시만 해도 각종 매체에서 화제가 될 만큼 신선한 발상이었다. 성곡은 젊은 작가들을 몹시 사랑한다. ‘성곡에서 작가상 받을 정도면 미술계에서 작품을 인정받았다’고 자부할 정도로 정평이 나 있다. 성곡만의 또 다른 자랑은 사진·패션·디자인·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기획전시이다. ‘제12회 공간 국제 판화 비엔날레’, ‘사진의 힘, 21명의 프랑스 현대 사진가들’, ‘앙드레 케르테츠전’ 등은 작가와 대중의 거리는 좁히고 일상을 예술로 초대하는 수준 높은 전시로 평가되고 있다. 사진을 좋아한다면 성곡의 전시를 눈여겨 볼일이다. 작품에 공간을 더해, 야외조각전시장 아르키메데스가 욕조에서 아이디어를 건져 올렸다면 현대인은 미술관에서 크고 작은 영감을 얻어낸다. 작품의 예술적 감동에 공간을 얹어 받기 때문일 것이다. 성곡은 공간의 아름다움으로, 전시가 없는 인터미션 타임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잦다. 마당에 들어서면 저절로 야외작품으로 발길이 간다. 개인적으로 구본주의 작품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성곡은 충분하다. 리얼리즘 조각의 대표주자 구본주는 노동하는 인간의 곡진함과 슬픔·저항을 대중에게 전한 예술전사였다. 그의 작품에서는 늘어진 주름과 굽은 어깨, 힘줄이 솟은 팔뚝 등이 살아서 꿈틀거린다. 구겨진 넥타이와 양복 위에 고함치듯 입을 벌린 작은 머리의 남자 ‘생존의 그늘’ 앞에 서면 ‘갑오농민전쟁-저항’, ‘혁명은 단호한 것이다’, ‘아빠의 청춘’ 등의 작품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들은 모두 한 가족이다. 구본주와 함께 한국 근현대사를 달려온 인물들이다. 조성묵은 버려진 의자를 슬퍼한다. 수많은 의자 모빌과 거대의자인 실험적인 작품들로 베니스·독일·이탈리아 등 국제무대를 침공하였다. 작품 ‘메신저 951595’의 두 의자는 돌다리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다. 징검다리는 시멘트, 의자는 브론즈이다. 그의 작품은 인간소외에 대한 연민일까, 희망일까? 쓰레기를 유리상자에 넣어 예술품으로 승화시켜 ‘집적예술’의 표본으로 거듭난 아르망의 ‘expressissimo’ 작품은 일단 멋지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폐품을 달고 고뇌하는 돈키호테 같다. 나무작가 이재효의 작품 ‘0121’은 성곡의 심볼마크와 같다. 버려진 나무들을 꼬았을 뿐인데, ‘나무가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재료가 가진 이야기를 들려주려’ 했다는 작가의 나무 다루는 기술이 신의 경지에 올라 있다. 이들 작품은 멀게는 1995년부터 2016년까지 이곳에서 사시사철 비와 바람, 추위와 더위에 노출된 상태로 서 있었다. 상당 부분 훼손되어 사랑하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샀는데 2016년 금융그룹 BNP파리바(1994년부터 프랑스 베르사유궁전·퐁피두센터·오르세미술관 등 200여 점 이상의 작품을 보존·복원해 내고 있다)가 작품 7점에 대한 보존·복원작업을 지원하여 원래 모습을 살려내었다. 시작은 시멘트였으나 꾸준한 전시작업으로 사대문 안 최상의 인지도를 다져왔던 성곡미술관은 어린이 관람객이 많다. 사계절이 아름다운 조각공원 카페는 아주 작은 규모임에도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아왔다. 비나 눈이 오는 날은 특히 최상의 풍경을 선사한다. 최근 성곡의 매각소식이 들려 아쉬운 마음이 크다. 도심 속 휴식처 성곡이 사라질 수 있다니. 새것, 멋진 것 말고 옛것, 작은 것에서 안식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점점 공허해지고 있다.
[교사] 나는 왜 소년범을 변호했을까 (김광민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236쪽, 1만6,000원) ‘우리 사회에서 낙인찍힌 그들을 위한 변론’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자칫 가해자들을 옹호하는 것처럼 보일 위험을 무릅쓰고 이 책을 쓴 것은 사건의 원인을 알아야 범죄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만난 소년들은 하나같이 ‘경제적 어려움’과 ‘돌봄의 공백’ 문제를 떠안고 있었다. 환경만 탓할 수는 없지만, 폭력이 일상화된 소년들의 순응만 강요하는 게 옳은지 깊이 생각해볼 것을 요구한다. 인생 설계자의 공식 (하워드 H. 화이트 지음, 김미정 번역, 한국경제신문 펴냄, 276쪽, 1만7,000원) NBA가 주목한 대학 농구 선수였다가 부상으로 은퇴한 뒤에도 절망하지 않고, 글로벌 브랜드 ‘나이키 조던’의 부사장이 된 필자가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 전설적 농구 스타 마이클 조던이 단 한 번의 결정적 슛을 던지기 위해 수백만 번의 연습을 했듯 올바른 방향으로 지속해서 노력하면 누구에게나 최고의 순간이 찾아옴을 강조한다. 인생 보드게임 (박윤미·정인건 지음, 나무의마음 펴냄, 432쪽, 2만7,800원) 국내외 교사들에게 추천받은 150여 종의 보드게임 중 재미와 교육적 효과가 높았던 보드게임을 엄선했다. 52개의 보드게임을 전략적 사고, 수리력, 순발력과 집중력, 공간지각능력, 언어와 어휘력, 추리력과 상상력, 퀴즈와 상식, 행운 8개 영역으로 범주화해 소개한다. 저자는 보드게임이 남녀노소 모두에게 유익하지만, 특히 4~10세 아이와 함께하기를 추천한다. 초일이 (임미현 지음, 이야기꽃 펴냄, 340쪽, 1만7,500원) 초등 1학년 생활이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1학년 담임교사가 만화로 그려낸 학교생활 이야기다. 일기 쓰듯 아이들과 교사의 소소한 일상을 그려냈다. ‘담쌤의 깨알팁’ 꼭지에서는 ‘편리한 실내화’, ‘알러지 있는 아이의 급식’, ‘배변 실수 걱정’, ‘방과 후 프로그램’, ‘입학 전 한글 떼기’ 등 부모들이 궁금해 할 여러 문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청소년] 상징으로 보는 세상 (김낭예 지음, 창비교육 펴냄, 228쪽, 1만5,000원) 우리 일상 속 31가지 대상이 상징하는 바를 다루는 청소년 교양서. 토르의 망치부터 유혹과 혁신을 뜻하는 사과까지 여러 상징이 생긴 이유와 의미 등을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종교·신화·철학·세계사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게 구성했다. 여러 문화의 거리가 좁혀진 현대 사회를 좀 더 선명하게 이해하도록 이끈다. 청소년을 위한 해시태그 한국 독립운동사 (조한성 지음, 생각학교 펴냄, 280쪽, 1만4,000원) 1905년 외교권 박탈부터 1945년 해방까지, 약 40년의 한국 독립운동사를 소개한다. 교과과정과의 연계성을 높여 학습에 도움 받고 싶은 청소년과 교과서를 보완할 부교재가 필요했던 교사까지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각 독립단체들이 만들어진 과정과 독립운동가들은 그런 활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등을 상세히 담았다. [어린이] 용과 함께 (하나가타 미쓰루 지음, 김남주 번역, 신은정 그림, 마루비 펴냄, 108쪽, 1만3,000원) 스스로 어른인 척 세상을 시니컬하게 바라보는 중1 주인공과 갑작스런 엄마의 죽음 후 용과 함께 살고 있다고 믿게 된 동생, 일에만 몰두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가족의 참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동화다. 가족붕괴로 그 가치를 잃었을 때 그 구성원들, 특히 어린이에게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보여준다. 웃는 얼굴 쿼카 (수수아 글·그림, 작가정신 펴냄, 40쪽, 1만3,000원) 우리에게 ‘웃는 얼굴’로 알려진 귀여운 동물 쿼카는 사실 멸종 위기종이다. ‘웃는 표정’이라는 것도 사실 인간의 관점일 뿐.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에서 구조돼 다시 자연의 품속으로 돌아가는 작은 동물 이야기를 통해 쿼카를 비롯한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여러 동물들이 진짜 행복한 웃음을 짓게 할 방법을 생각하게 한다.
어쩌면 아이들에게도 ‘4월은 잔인한 달’일 수 있다. 4월은 새로운 또래집단의 파악이 끝나고 서서히 아이들의 성격이 드러나는 시기이며, 학생끼리 또는 교사와 학생사이에서 하나둘 갈등문제가 불거져 나오기 시작하는 때이다. 그래서 집단에서 밀리느냐, 주도권을 잡느냐, 관계를 유지하며 지내느냐, 외톨이가 되느냐의 윤곽이 나타나고, 2박3일 동안 숙식을 함께해야하는 체험활동·수학여행 등이 끝나면 학급의 또래관계는 확연히 드러난다. ‘관계성 검사’는 학기 초에 실시하면 좋은 그림검사이다. 간단한 도형으로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인간관계를 그림으로 나타내기 때문에 또래관계(대인관계) 성향을 파악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특히 담임교사를 힘들게 하는 ‘일진놀이 유형’, 즉 교실분위기를 주도하는 학생이 누구인지, 학교폭력 가해·피해 가능성이 있는 학생, 친구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 있는 학생, 친구에게 과도하게 의존할 가능성이 있는 학생, 또래는 물론 가족에게까지 소외되어 고립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는 학생 등을 짐작할 수 있어 최악의 상황을 예방할 수도 있다. ‘관계성 그림검사’ 실시방법[PART VIEW] ‘관계성 검사’의 최대 장점은 쉽고, 빠르고, 정확하다는 것이다. △와 ○만으로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인간관계를 나타낼 수 있어 그림에 다소 거부감이 있거나 방어가 심한 학생에게도 간단히 실시해 볼 수 있다. 관계성 그림검사는 다양한 형태가 있는데, 이번 호에서 소개하는 검사는 심리극의 창시자인 제이콥 모레노(Jacob Moreno)가 제안한 소셜 아톰(Social Atom)이다. 실시방법은 다음과 같다. - 준비물: A4 용지, 연필(볼펜도 상관없음. 크레파스, 색연필, 사인펜 등 모든 필기구 가능) - 실시방법 ① A4 용지와 필기구를 제시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유도한다. ② 다음의 지시문에 따라 그림을 그리게 한다. “내가 여자면 종이에 나를 ○로 그리세요. 남자면 △로 그려주세요.” ※ 주의해야 할 점 - “동그라미(세모) 안에다 그려요, 밖에다 그려요” 등 학생들의 다양한 질문에 “정해진 건 없어요. 그냥 마음대로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고 싶은 곳에, 그리고 싶은 크기로 그리면 됩니다”라고 답한다. ③ 자기를 표현하는 ○와 △를 다 그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음의 지시문을 제시한 후 그림을 그리게 한다. “자, 지금부터는 당신의 머릿속에서 인물들을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가족·친척·친구·지인·선배·후배·선생님 등 나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그려 넣으세요. 남자는 △로, 여자는 ○로 표현합니다. 이름은 본명을 써도 되고 이니셜, 별칭 등을 써도 됩니다.” ※ 참고사항 - “나와 심리적으로 가깝다고 생각되면 가깝고 크게, 심리적으로 멀다고 생각되면 멀고 작게 그려보세요”라고 지시를 내릴 수도 있다. 장단점이 있는데, 필자는 지시를 내리지 않는다.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똑같은 크기가 아닌 크고 작은 크기로 다양하게 표현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지시사항이 아이들의 심리를 흔들어 놓을 수도 있다. ④ 모든 학생이 그림을 완성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음의 지시문을 제시하여 그림에 표시하도록 합니다. “모두 그렸다면, 이제 그린 순서를 표시해봅시다. 제일 처음 그린 ○(혹은 △), 즉 나를 제외하고 종이에 그린 순서대로 숫자를 적어주세요.” 세모와 동그라미가 주는 의미 ○는 여자, △는 남자이다. 어떤 아이는 종이 중앙에 아주 큰 동그라미(세모)로 자신을 표현하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아주 작게 그려 넣기도 한다. 자신을 어느 위치에 얼마만한 크기로 그리는지를 통해 자아강도를 파악할 수 있다. 처음 그려진 △와 ○를 중심으로 그려지는 다양한 크기의 △와 ○는 가족·친구·지인들이다. 분포되어 있는 형태·숫자·거리 등으로 또래관계 및 대인관계를 맺는 유형과 특징을 유추해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그림 1처럼 종이 중앙에 자신을 표시하며, 부모·형제·자매를 포함하여 10~15개 정도의 △와 ○를 그린다. 이름을 적지 않아도 된다고 해도 아이들은 무의식적으로 부모의 명칭을 표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수많은 동그라미와 세모 속에 친구만 있을 뿐 가족을 찾을 수 없다면, 가족관계에서 안정감을 느끼지 못해 또래집단 속에서 삶의 즐거움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가족관계와 또래관계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면, 문제행동(늦은 귀가, 학교생활 소홀, 가족갈등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가족이 어디에, 어떤 크기로 위치하는지 확인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림 2처럼 나 안에 △와 ○를 그려 넣기도 하고, 그림 3처럼 선에 걸쳐져 있기도 하다. 물론 그림 1·2·3이 한꺼번에 혼재하는 경우도 흔하다. 간혹 자신을 중심으로 일렬종대로 배치하거나, 자신과 △와 ○를 선으로 이어 놓는 경우도 있다. ‘관계성 그림검사’의 기본적인 해석지침은 다음과 같으며, 자세한 내용은 실제 사례와 함께 살펴보자. - 나를 중심으로 위쪽에 있으면 나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 - 나를 중심으로 아래쪽에 있으면 나에게 영향을 받는 사람 - 나 안에 있으면 의존도가 높거나 동일시할 가능성 - 그린 순서와 거리는 나와 가까운 정도 실제 사례로 알아보기 ● 건강한 관계 그림 (1)·(2)·(3)·(4)의 관계도는 다른 모양을 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건강한 관계로 본다. 가족구성원이 순위 안에 들어있거나, 나를 중심으로 위쪽 혹은 같은 라인에 위치한다. 차이점이 있다면 (1)은 나를 중심으로 둘러싸여 있고, (2)는 나의 위치가 중앙에 위치하지 않으며, (3)은 나 안에 배치되어 있다. (4)는 나의 크기가 (1)· (2)·(3)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 나의 크기는 자신감·자아존중감·성격과 연결 지어 볼 수 있다. 그림 (1)·(3)와 그림 (2)·(4)의 친구 숫자가 차이 나는 것을 보아도 유추가 가능하다. 나와의 거리는 친밀도와 관련 있다. 그림 (4)에서 나는 현아·예지·혜미보다 은지·동준·주원과 더 친할 수 있다. 그림 (3)처럼 나 안에 △와 ○가 그려져 있는 경우는 의존적 성향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가족이 최우선 순위로 표시되었고, 친구의 수도 적절하다. 밖에 그려지는 것보다 의존적 성향이 있을 수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크게 위축되어 있거나, 뭔가를 결정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그림 (5)처럼 가족구성원이 없는 상태에서 나를 꽉 채운 동그라미가 있고, 그 안에 또 다른 ○와 △가 있다면 의존성 혹은 과도한 집착, 상대방을 지배하고자 하는 욕구 등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 일렬종대로 친구를 늘어놓은 관계도 그림 (6)·(7)은 담임교사들이 눈여겨봐야 할 요주의 인물이다. (6)을 보면 커다란 나 밑에 가족들이 있고, 친구들은 그리기가 귀찮았는지 한꺼번에 ‘친구들’이라고 적었다. 긍정적으로 평가하자면 리더쉽이 있는 학생, 부정적으로 작용하면 교실분위기를 주도하는 아이들의 유형이다. 특히 (7)처럼 가족은 보이지 않고 친구들만 일렬종대로 배치한 경우 센 척하며, 교사와 힘겨루기를 하고, 수업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든다. 이런 학생이 학급 주도권을 잡으면 담임교사는 일 년 동안 마음고생을 한다. 덩치 큰 고등학교 남학생이라면 무섭기까지 하다. 여학생도 마찬가지이다. 눈을 부릅뜨며 큰소리로 악을 쓰며 달려들면 순간적으로 ‘얼음’이 된다. 학교현장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이라면 모두 수긍할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꽤 무섭다는 것을. 그래서 섣불리 건드리는 것은 위험하다. 학기 초 관계도 검사에서 그림 (6)·(7)을 발견하면, 전략을 짜야한다. 발 빠르게 먼저 움직여야 한다.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면 가장 좋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적어도 ‘적’이 되지는 말아야 한다. 감정적으로 대하지 말고, 상황은 이해하되 원칙과 공정에 초점을 두고 일관성 있게 지도해야 한다. 또한 이런 학생들은 자기중심적 경향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또래관계 역시 왜곡된 경우가 많다. 학급 내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아이는 없는지 세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 관계도에 친구가 너무 적거나 많을 경우 관계도에 가족도 친구도 없이 고양이나 강아지만 그려 넣는 경우도 있다. 그림 한 장으로 외로움과 우울감이 그대로 전해진다. 학교적응력이 부족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며,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학교폭력은 담임교사가 관심을 갖고 강조하는 만큼 줄어든다. 만약 그림 (6)·(7)과 그림 (8)·(9)가 동시에 발견된다면 학급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세심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반대로 너무 많게 그려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여러 명이 표시되어 있지만, 구체적이지 않다. 마치 ‘저도 친구가 있어요’라고 애쓰고 있는 듯 보인다. 진짜가 아닌 쇼윈도, 즉 (8)·(9)와 마찬가지로 외로움을 느끼고 있을 수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10)·(11)은 친구들과 관계맺음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친구들에게 자신을 맞추고, 희생하며, 끌려 다닐 수 있다. 혼자 남겨지는 것보다 그렇게라도 관계를 맺고 싶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림 (8)·(9)보다 우울감이 더 클 수 있다. ● 단 1명만 그려져 있는 관계도 (12)처럼 단 1명만 그려져 있다면, 만약 이성친구라면, 게다가 여학생이라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다른 곳에서 받지 못했던 정서적 위로와 관심을 1명의 이성친구에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가스라이팅과 데이트폭력을 당하더라도 사랑으로 착각해 빠져나오지 못하기도 한다. 임신과 출산으로 학교생활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삶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동성친구라도 마찬가지이다. 친구와 갈등이 생겨 사이가 멀어진다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타격이 올 수 있다. 학교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자퇴를 하거나,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협소한 또래관계가 의심되는 경우 위클래스나 지역상담센터와 연계하여 사회성훈련을 받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음영이 표시된 관계도 그림 (13)처럼 음영이 들어간 경우도 간혹 나온다. 그림검사에서 음영은 부정적 의미로 본다. (13)의 그림에서 음영은 △, 즉 남자이다. 작게 표시된 그림크기와 그렸다 지운 첫 번째 ○, 즉 나의 크기와 위치로 자아강도가 높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어릴 때’라는 추가 설명도 유의미하다. 학대가 있었거나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지, 이로 인해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은지 반드시 상담을 거쳐야 할 학생이다.
울산시교육감 재·보궐선거에서 진보 성향 천창수 후보가 당선됐다. 천 후보는 고 노옥희 전 울산교육감의 남편이다. 6일 오전 선거 개표 완료 결과, 천 당선인은 득표율 61.94%(15만 3140표)를 기록하며 득표율 38.05%(9만 4075표)에 그친 김주홍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경남 김해 출신의 천 당선인은 노동운동가로 활동하다 서울과 울산에서 19년간 평교사로 근무했다. 지난해 말 노 전 교육감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재·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되자 울산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는 천 당선인을 진보 진영 후보로 추대했다. ‘한 명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내세웠던 노 전 교육감의 교육 철학을 이어가겠다며 선거에 나섰다. 천 당선인은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이 더 필요한지 항상 살피고 고민하겠으며,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울산교육이 우리나라 공교육의 표준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천 당선인은 ▲기초학력 향상 ▲2024년 사립 유치원 무상교육 ▲중·고 신입생 체육복비 지원 ▲중·고 교복비 30만 원 지원 ▲학교 급식실·체육관 공기순환기 설치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임기는 당선일부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되는 2026년 6월 3일까지 약 3년 2개월이다.
사제동행 한국교총 원격교육연수원(이하 사제동행)이 최근 자체 운영 중인 연수 콘텐츠를 활용해 교육 전문기관을 대상으로 신규 원격연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사제동행은 교육서비스업체인 ㈜창의와 탐구(대표 염만숙)와 제휴를 맺고 창의와탐구 본사 및 센터 강사를 대상으로 한 원격교육을 위탁‧시행한다. 기간은 4~12월까지이며 연간1000여 명 이상이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창의와탐구는 국내 최대 영재교육‧융합창의력‧유아교육 전문 기관으로 와이즈만 영재교육 센터 120곳, 와이키즈 센터 50곳을 운영 중이다. 이번 협력 사업을 바탕으로 사제동행은 연수 콘텐츠를 활용하여 다양한 기관연수에 적극 활용할계획이다. 김재철 교총 종합교육연수원장은 “사제동행에서 운영 중인 연수 콘텐츠의 우수성 및 역량을 인정받은 결과”라며 “사제동행 콘텐츠의 우수성을 바탕으로 향후 학부모 온라인교육, 실시간 라이브톡 연수 등 협력 사업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회장 남성희, 대구보건대학교 총장)와 교육부는 2023년 전문대학 글로벌 현장학습 사업을 진행한 결과 48개 전문대학에서 학생 338명을 선발했다고 6일 밝혔다. 전문대학 글로벌 현장학습은 전문대학생들에게 전공과 연계한 해외 현장학습 기회를 제공해 글로벌 역량을 갖춘 핵심 전문직업인 양성을 목적으로 지원하는 정부 지원 사업이다. 올해 일반선발(자유공모, 지정공모, 창업트랙)을 공모한 결과 48개 전문대학 1042명이 응시해 3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참가 학생들은 국고지원금을 통해 해외 현장학습에 따른 항공료, 연수비, 체재비 가운데 500~900만원을 지원받는다. 국고지원금은 권역별(미주·유럽, 일본, 아시아 등) 기준·저소득층 추가지원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참가자가 받는 최종 지원금은 대학 대응투자(20% 이상)에 따른 대학 자체 지원금을 합해 확정된다. 선발 학생이 글로벌 현장학습 수행에 무리가 없도록 어학교육을 포함한 ‘파견 전 사전교육’ (어학, 인성, 직무, 문화, 안전교육) 등 총 50시간 이상의 사전교육 후 파견이 이뤄진다. 국가별 파견 후에는 현지 적응교육(4~8주)과 전공 관련 산업체 현장실습(8~12주) 등 총 16주로 구성된 국외 현장학습을 수행하게 된다. 특히 올해 사업은 국가 혁신성장을 선도하기 위한 디지털(신기술)분야 신규 지원, 전문대학 글로벌 현장학습 사업 내 해외 창업트랙 운영 확대 등 코로나 이후 국내대학의 참여 기회 확대 및 해외 진출 활성화 지원 체계를 강화했다. 조훈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 실장은 “학생 전공과 연계된 해외 선진 직무의 체험학습을 통해 학생들이 다양한 환경에서 글로벌 역량 및 취업 역량을 키우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적 곤란, 기초학력 부진, 심리 정서 위기, 아동학대, 학교폭력 등 복합적 어려움을 가진 고위기 학생을 조기에 발굴해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체계가 구축된다.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은 고위기 학생 해소를 위한 맞춤통합지원 체계 구축을 위해 올해 19개 시범교육지원청, 96개 선도학교를 운영한다고 6일 밝혔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은 위기 학생발굴부터 신청, 접수, 진단, 지원, 관리를 개인별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체계다. 기존에 시행되던 교육복지 차원에서 진행된 지원의 경우 개별 사업이나 정책별로 독립돼 학교나 교육청에서 학생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거나 맞춤형 지원이 어려웠다. 지자체나 민간기관과 협력하기도 쉽지 않았다. 교육부는 지난 1~2월시범교육지원청 운영을 희망하는 교육지원청 교육장, 과장, 담당자들과 2023년 선도학교의 학교장, 교감, 담당교사, 교육복지사 등을 대상으로 문제해결형 사례 체험과 학생 중심 통합지원 우수 사례 공유 등 역량 강화 연수를 진행했다. 시범교육지원청과 선도학교에게 3년간 전문 자문단을 지원한다. 시범교육지원청은 학교로부터 보고된 고위기 학생을 여러 협력 체계를 통해직접 돕는 한편, 학교가 조기 발굴 및 예방 등의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선도학교에서는 ‘학생 맞춤 통합지원팀(가칭)’을 구성해 학생들을 관찰하면서 조기에 위기 학생을 찾아내고 돕는 체계를 갖춘다. 서울방화초의 경우 교장이 총괄을 맡고기초학력, 다문화, 탈북, 상담, 보건, 교육복지, 진로, 영양, 담임교사 등이 통합지원팀으로 구성됐다. 회의 구성원은 학생 사안 및 여건에 따라 다르게 운영된다. 교육부는 현장 적합성과 수용성이 높은 운영 모델들이 나오면 현장에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학교와 교사, 지역사회의 모든 자원을 연계해 통합 지원을 할수 있도록 법적 근거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